스위스 길거리 58 원더풀! 스위스 철도역 58 경쾌한 스위스의 공공디자인 62 그래픽디자인 강국 스위스 64 스위스 길거리 그래픽디자인 68 스위스 스타일의 중심, 바젤 68 그러나 독일 디자인과는 다르다 76 스위스 길거리 그래픽디자인의 뿌리 84 독일 길거리 14
바젤에서 꽃핀 독일 디자인 85
독일을 알려면 BMW부터 봐라? 14
새로운 전통의 시작 91
군더더기 없는 간결한 도시 풍경 18
스위스를 떠나며 102
기능적인 독일 제품들 20 독일 길거리 그래픽디자인 22 무조건 잘 읽히게! 22 효율적인 정보 전달 28 그러나 볼품없는 일러스트 34 새로운 의문의 시작 36 독일 길거리 그래픽디자인의 뿌리 38 뿌리를 찾아서 38 독일의 척박한 자연 환경 39 만년 물자 부족 국가 독일 40 기계, 기능주의의 집결체 46 평등을 위한 기능주의 52 독일을 떠나며 54
프랑스 길거리 158 모든 것이 아트 158 네덜란드 길거리 106
독일 VS. 프랑스 164
네덜란드 축구=네덜란드 길거리 106
프랑스 건축에 담긴 서양철학 168
네덜란드의 화려한 꽃무늬 패션 109
프랑스 길거리 그래픽디자인 172
명료한 공공시설물 110
디자인도 예술 172
화려함의 정체 112
가독성이 전부는 아니야! 192
네덜란드 길거리 그래픽디자인 116
개념이 담긴 디자인 196
장식적인 그래픽디자인 116
같은 목적, 다른 방법 202
선명하고 명료한 가독성 128
프랑스 길거리 그래픽디자인의 뿌리 204
그런데 이게 무슨 뜻이지? 136
회화의 보물 창고, 프랑스 204
네덜란드 길거리 그래픽디자인의 뿌리 140
왜 프랑스 디자인은 독일과 다를까? 210
네덜란드식 화려함의 정체 140
예술에 철학을 담다 218
명료한 가독성의 뿌리 148
프랑스를 떠나며 220
네덜란드를 떠나며 154
영국 길거리 224
영국 길거리 그래픽디자인의 뿌리 254
혁신의 런던올림픽 224
모더니즘의 열풍을 빗겨가다 255
전통과 현대의 공존 226
반골의 디자인 역사 262
정장과 펑크의 기묘한 동거 231
야누스적인 두 얼굴의 이유 269
영국 길거리 그래픽디자인 234
영국을 떠나며 275
전통을 사수하라 234 영국 그래픽디자인의 파격적인 면모 246 결국 다 달랐다 276 디자인은 다 다르다 276 디자인과 예술의 역사가 다르다 278 역사와 사회가 다르다 280
참고문헌 284 찾아보기 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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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길거리 독일을 알려면 BMW부터 봐라? “독일에서는 택시가 BMW라며?” 독일에 가기 전에 귀에 못이 박히게 들은 말이다. 아마 BMW가 독일에서는 그 정도로 흔하다는 뜻이리라. 실제로 독일 길거리를 다녀보니 BMW를 길거 리 곳곳에서 목격할 수 있었다. 첨단 기술과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는 BMW가 이곳에서는 너무나 흔한 국민차에 불과하다니! 자동차에 별 관심이 없는 나 조차 넋이 나가 연신 BMW만 찍어댔으니 할 말은 다했다. 그런데 이 BMW 자동차, 보면 볼 수록 심상치 않다. 육중하고 묵직한 외 관과 단단한 금속성 질감이 마치 <에반게리온>에 나오는 살아 있는 전투 기 계를 연상케 한다. 특히 날카로운 휠과 헤드 램프를 꼼꼼히 뜯어보면 그 뛰어 난 기계 미학의 진면모를 엿볼 수 있다.
GERM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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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2
1.3
사실 이러한 디자인에는 자동차 성능에 대한 BMW의 콧대 높은 자부심 이 깔려 있다. 일례로 최근 BMW는 차량의 전면 유리에 자동차의 현재 속도 와 내비게이션 정보를 띄우는 기술을 도입했다. 지금까지는 전투기에만 쓰 이는 고급 기술이었는데 BMW가 세계 최초로 자동차에 적용한 것이다. 운전 자는 계기판을 확인하기 위해 시선을 돌리지 않아도 되니 훨씬 편안하고 안 전하게 운전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실로 <에반게리온>의 미래 로봇과 흡사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BMW는 현대 자동차 기술의 최전선을 달리는 만큼, 기계의 느낌
1.1 2010년 파리에서 선보인 BMW 콘셉트 6 시리즈 쿠페 1.2 헤드 램프와 휠 디자인 1.3 BMW에서 최초로 도입한 HUD기술
이렇게 독일 디자인은 기본적으로 원칙과 질서가 분명하기 때문에, 정확 하고 효율적으로 정보를 전달한다. 그래서인지 독일은 유난히 인포메이션 디 자인이 강한 나라로 손꼽힌다. 실제 독일의 관광 지도나 안내판을 보노라면 첫째로 상세하고 꼼꼼한 텍스트에 감탄하고 둘째로 그 수많은 정보를 다이어 그램으로 정리한 디자인에 넋을 잃게 된다. 디자인의 정보전달력만큼은 서유럽 내에서도 상대를 찾기 힘든 독일만의 독보적인 강점이라고 볼 수 있다.
BMW 박물관의 인포 디자인 지도를 입체적으로 구성해 놓아 평면일 때보다 정보를 더욱 효과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또한 색으로 지역을 구분해 방문객은 이 지도만 갖고도 찾고자 하는 구역의 정확한 위치와 면적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뮌헨의 지하철 노선도 정확하게 정보를 전달하기 위한 독일의 꼼꼼한 노력을 엿볼 수 있다. 복잡한 지하철 노선을 지구별로, 노선별로 나눠 정보를 설명해 놓았다. 특히 지구별로 색을 다르게 해 중심부와 교외의 노선을 정확히 구분해 놓았으며 현재 위치는 주목성이 높은 빨간색으로 표시해 놓았다. 또 옆에는 색깔이나 아이콘의 설명을 자세하게 달아 놓아 체계적으로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GERM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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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알리안츠 경기장의 인포 디자인 사인 시스템의 타이포그래피 역시 중요도에 따라 위계를 명확하게 설정해 놓았다. 가장 중요한 ‘G’ 구역은 가장 크게, 출구를 뜻하는 ‘Ausgang’은 그 다음으로, 그리고 그와 관련된 세부 사항은 작은 글씨로 표시해 정보의 중요도를 단숨에 알아볼 수 있다.
독일과 비슷하게, 그러나 독일보다 아름답게!
둘째는 독일보다 더욱 간결하고 체계화된 바젤의 그리드 시스템이다. 이 강력한 그리드 시스템 덕에 스위스는 독일 디자인의 정확한 정보 전달에서 한발 더 나가 ‘간결함의 아름다움’까지 갖추게 되었다. 아래 브로슈어에 표 시한 빨간 선을 찬찬히 따라가 보면 바젤의 정교한 그리드 시스템을 쉽게 파 악해볼 수 있다.
A
B
C
전시 안내 브로슈어 브로슈어에 임의로 선을 그어봤다. 세로로 정확히 4등분 되어있고, A의 넓이는 정확히 B, C의 합과 같다. 스위스의 편집물에는 이렇게 눈에 보이지 않는 수직과 수평의 선이 정교하게 뻗어있다. 독일이 이 그리드를 선으로 직접 보여줬다면 스위스는 굳이 선을 넣지 않고도 글의 체계를 구분한다. 이렇게 체계적이고 질서 있게 짜인 스위스의 그리드 시스템은 ‘스위스 스타일’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SWITZER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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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크아웃 도시락 광고 포스터 여기서도 바젤 특유의 정교한 그리드를 볼 수 있다. 사진 아래를 보면 문단이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눠져 있는데(E, F, G) 이 세 구역의 넓이가 모두 일정하다. 도시락 사진 역시 이 문단의 그리드에 맞춰 정확하게 나눠져 있다. A와 B는 E, F, G를 더한 것의 정확히 반절이며 C는 E, F를 더한 넓이이고 D는 G와 넓이가 같다. 이런 정교한 그리드 시스템은 결코 우연히 나온 게 아니다. 이 광고를 만든 디자이너는 눈에 보이지 않는 빨간 점선에 맞춰 디자인을 계산한 것이 틀림없다. 이렇게 정확하고 균일하게 그리드를 나눠 디자인하기 때문에 바젤의 디자인은 간결하고 깔끔해 보인다. 독일에서 보지 못한 바젤만의 체계적인 그리드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A
B
C
E
D
F
G
꽃무늬와 몬드리안이 만나다
NETHERLA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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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길거리
그 래 픽 디 자 인
장식적인 그래픽디자인 만약 네덜란드의 길거리 그래픽디자인이 아기자기한 네덜란드 도시 풍경을 닮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반만 맞았다. 네덜란드 길거리의 그래픽디자인 은 아기자기하면서도 자잘하게 면을 쪼개 화려하게 장식하는 경향이 있다.
사일런트 디스코 클럽 홍보 포스터 게이 기념비 관련 포스터 국립 발레단 공연 홍보 포스터 P60 공연장의 여름 공연 프로그램 홍보 포스터 네덜란드 길거리 그래픽디자인은 반더스의 작품처럼 그래픽 요소를 자잘하게 나누어 장식적으로 꾸미는 경향이 있었다. 옆의 포스터들을 보면 사각형이나 삼각형 등의 도형으로 면을 잘게 나눠 놓은 것을 볼 수 있다. 그래픽디자인에서는 기하학적 도형들을 사용할 때 화면에 시원시원하게 배치하는 게 일반적인데 네덜란드는 유독 디자인 요소를 작은 조각으로 나눈 경우가 많았다.
NETHERLA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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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ART!
프랑스 그래픽디자인은 그 표현이 다채롭고 자유롭다. 강렬한 붓터치 질 감이 느껴지는 디자인과 의도적인 착시를 일으키는 디자인 등 포스터 하나하 나가 한 폭의 예술 작품이었다. 특정한 기하학적 조형 요소가 없어도 프랑스 의 그래픽디자인은 장식 요소가 가득했다.
파리 극단 리도 공연 포스터 ‘행복’ 거친 붓 터치로 자유로운 드로잉을 선보였다. 아름다운 쇼걸이 포즈를 취하고 있는 사진과 그 모습을 카메라로 찍고 있는 그림을 절묘하게 합성해 화면을 한결 다채롭게 만들었다.
베르시 스포츠 센터의 광고 배너 작은 원형 문자로 이루어진 광고 이미지다. 멀리서 보면 무용을 하고 있는 여자의 형상이 보인다. 원형 문자 안에는 스포츠 센터를 홍보하는 문구가 적혀있다. 마치 쇠라의 점묘화를 보는 것 같다.
FR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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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축구 선수입니다!’ 스포츠 박물관 전시 포스터 리도 공연 포스터와는 다른 붓터치가 느껴진다. 리도 공연 포스터가 야수파 그림 같았다면 이 포스터의 붓터치는 마치 반 고흐 의 그림 같다. 자유로우면서도 정확히 결을 살린 붓터치와 강렬한 원색의 유니폼으로 간략화된 이 포스터는 아프리카 선수를 상징하는 검은색의 배경과도 잘 어울린다.
영국 신사와 펑크족의 기묘한 동거
심지어 레이아웃까지도 전통적인 가운데맞춤 형식이 많다. 독일이나 스 위스에서는 무조건 왼쪽맞춤을 적용하며 신타이포그래피 조형 법칙을 따랐 다면, 영국 길거리 그래픽은 굳이 이 기준을 따르지 않는다. 전통적인 가운데 맞춤을 하고 폰트에 변화를 주어 대칭적으로 정리하는 영국의 디자인은 현대 적인 사진만 빼면 고문서와 비슷한 느낌이 난다. 뿐만 아니라 영국은 장식적인 폰트를 쓰는 데도 적극적이다. 독일과 스 위스가 기하학적인 산세리프체를 주로 사용하고 프랑스가 손글씨 같은 예술 적인 타이포그래피를 응용했다면, 영국은 고풍스러운 전통적인 폰트를 주로 사용한다.
1611년도의 영국 성경 표지
UNITED KINGD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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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스 케인의 앨범 홍보 포스터 마일스 케인의 이름과 소제목들이 가운데맞춤 으로 배치되어 있다. 별점과 출처들은 왼편과 오른편에 나란히 배분되어 있다. 이러한 전통적인 양끝맞춤은 독일과 스위스에서는 볼 수 없었던 레이아웃이다.
벤자민 프랜시스 레프트위치의 데뷔 앨범 홍보 포스터 영국 고문서의 디자인 요소를 현대적 감수성에 맞게 변형한 예다. 옛날 방식대로 가운데맞춤되어 있고, 꽃이나 덩굴 등 장식적인 요소가 콜라주되어 화면의 중앙을 화려하게 채웠다. 오래된 종이의 질감이나 활자판으로 찍어낸 듯한 폰트가 마치 현대적으로 해석된 중세의 성경 표지를 보는 듯하다.
영국 길거리
그 래 픽 디 자 인 의 뿌리
영국의 디자인을 살펴본 감상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도무지 종잡을 수 없었 다’. 나라마다 디자인에 특징적인 성향이 나타나기 마련인데, 영국은 다른 나 라와 달리 일관된 경향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영국의 현대 그래픽디자인은 마치 한 사람 속에 두 명의 서로 다른 인격이 있는 것처럼 기묘한 양극단을 달리고 있었다. 그렇다면 왜 다른 나라와 달린 영국의 길거리 그래픽디자인은 이렇게 극 단적으로 다른 경향이 나타나는 것일까? 이런 야누스적인 디자인 양상은 어 디서 어떻게 시작된 것일까? 이런 서로 다른 흐름이 현대 그래픽디자인만의 특징이 아니라 과거부터 존재해온 경향이라면 모순적인 이중성은 영국 문화 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영국의 디자인과 미술의 역사를 파 헤쳐 보며 야누스적인 디자인 문화의 뿌리를 찾아볼 차례다.
UNITED KINGD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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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더니즘의 열풍을 빗겨가다 영국 디자인의 시작 윌리엄 모리스 영국의 길거리에서는 가운데맞춤과 장식적인 폰트를 사용한 전통적인 그래 픽디자인을 많이 볼 수 있다. 독일이나 스위스의 그래픽디자인과는 전혀 다 른 양상이다. 그런데 이런 양상은 전 유럽이 기하학적 모더니즘 열풍에 휩쓸 렸던 19~20세기의 그래픽디자인에도 그대로 나타났다. 100년 전에도 영국 은 주변 나라의 디자인 유행과 상관없이 그들의 전통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 었던 것이다. 이렇게 영국에 전통적인 디자인이 남아있게 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영 국이 제일 먼저 전통 산업 방식을 뿌리치고 근대 공업화 전선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공업화 당시 영국에서는 미숙한 기계 사용으로 품질과 미감이 떨어지는 조악한 디자인들이 등장했다. 이런 상황을 보다 못한 영국의 공예가이자 사 회운동가인 윌리엄 모리스는 무분별하게 생산되는 수준 낮은 디자인을 극복 하고자 기계 대신 사람의 손으로 직접 만드는 수공예 운동을 벌이기 시작했 다. 그는 기계의 조악한 디자인 대신 우아하고 정교한 영국 전통의 고딕 양식 을 살리려고 노력했다.
5.8 윌리엄 모리스, 켐스콧 출판사 『지상낙원』,18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