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with Weekly Cho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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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황은순 차장 hwang@chosun.com

미국 보스턴에서 활동하는 건축가 임동우

를 제공하는 곳이 있다고 한다.

드의 임동우 대표와 이메일로 인터뷰를 진행

적인 도시조직이 잘 갖춰져 있었다. 도시 곳

때 지도교수의 첫 질문도 “북한에 대한 자료

했다.

곳에 공원이 많고 흥미로운 건축물도 많았

가 충분치 않을 텐데 논문을 제대로 진행할

임 대표가 말한 북한 건축의 특징을 정리

(37)가 주목을 받은 것은 ‘평양, 그리고 평양

그가 북한 건축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다. 단조로운 건축물이 이어지다 가끔씩 눈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는 “있

하면 이렇다. 우리는 그동안 북한 건축을 너

이후’(효형출판·2011)라는 책을 펴내고 나

미국 하버드대에서 도시설계 건축학 석사과

에 띄는 독창적인 건물이, 다들 튀어 보이고

는 자료를 최대한 활용해서 결과물을 만들어

무 단편적 시각으로 봐왔다는 것. 인민대학

서다. 이 책에서 건축이라는 스펙트럼을 통

정을 밟을 때 우연히 본 전시 때문이었다. 한

싶어하는 서울과 비교돼 보였다. 평양의 낮

내는 것이 건축가가 할 일이다”면서 여러 경

습당, 5·1경기장, 류경호텔, 조선역사박물

해 평양에 주목한 그의 시도가 신선하게 받

때 사회주의 도시였던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은 스카이라인을 장악하고 있는 105층 높이

로를 통해 북한 자료를 수집해본 결과 그래

관 등 소수의 상징적인 건물로 북한 건축을

아들여졌다. 그가 이번에는 19명의 국내외

의 건축을 분석해놓은 전시였는데 체제 붕괴

의 류경호텔은 당시엔 외장공사가 진행 중이

도 한국이 가장 많은 자료를 갖고 있다는 결

말하지만 북한 사회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일

학자, 전문가의 글을 엮은 ‘북한 도시 읽기’

와 함께 사회 이념적 충돌이 새로운 형태의

었는데, 최근 현대적 외관으로 거듭난 것을

론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주로 국토개발연

상 건축물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이다. 북

(담디)라는 책을 내놓았다.

건축과 도시공간을 만들어내는 것을 보고 한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평양의 인상을 확

구원, 한국개발연구원 등 연구기관들의 자료

한의 경우 공장, 교육시설뿐만 아니라 미장

빨간색 하드커버에 640쪽이 넘는 두툼한

국인으로서 당연히 북한이 떠올랐단다. 북

바꾸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그 역시

를 활용했는데, 홈페이지 등에 공개를 하고

원, 서점, 문방구 등 근린상가까지 국가가 공

책이 눈길을 끌었다. 상세한 다이어그램·도

한 또한 언젠가는 동구권이나 중국처럼 개방

평양을 방문하기 전에는 제대로 된 도시기능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연구자들만 찾

급하고 있다. 체육·문화시설도 도시 규모에

면과 함께 북한 27개 도시와 8개 주요도시

이 시작되면 새로운 혁신을 통해 그동안 구

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갖고 갔는

아보는 보고서로 인식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

비해 많이 구축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국가

의 특징을 보여주고 건축이나 도시라는 물리

축한 환경을 바꿔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데 공원에서 춤추며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을

깝다고 했다. 이번에 ‘북한 도시 읽기’를 펴낸

가 주도하는 시스템 아래 건축물이 지어지다

적 유형을 통해 북한 사회를 읽어내려고 노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석사논문

보면서 ‘이곳도 도시의 삶이 있구나’ 하는 느

것도 흩어져 있는 방대한 자료들 중에서 도

보니 획일적이기는 하지만 공평하게 공급된

력했다. 그는 책의 서문에서 ‘북한에 대한 관

주제로 잡고 틈틈이 문헌조사와 자료를 찾기

낌을 가졌다고 한다.

시·건축 분야 연구자들이 필요한 정보를 추

다는 장점이 있다. ‘북한 도시 읽기’ 책에 보

심의 방향이 달라졌다. 뜨거운 감자인 통일

시작했다. 그것을 정리해 펴낸 책이 ‘평양,

그가 북한 건축 연구를 하면서 사람들에게

려 보자는 생각으로 만든 것이다. 웹사이트의

면 대동강 맥주집, 향만루식당, 룡천국수집

등의 논의에서 벗어나 차가운 머리로 북한을

그리고 평양 이후’이다.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자료를 어디서 구하

경우는 한국보다 외국에서 운영하는 북한 관

등 음식점들의 건축도면이 실려 있는데 하나

이해하려는 노력이 많아지고 있다. 도시의

책을 펴내기 전 2010년엔 평양에도 다녀

느냐”는 것이다. 기자 또한 똑같은 질문을 던

련 사이트(http://38north.org, http://www.

같이 대규모이다. 임 대표는 “북한에서 음식

구축환경을 읽어내는 작업은 정치·경제·사

왔다. 그는 “이번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전

졌다. 평양을 주제로 논문을 쓰겠다고 했을

nknews.org)들 중에 상당히 전문적인 자료

점은 상업시설이라기보다 노동자들의 먹거

회 등의 문헌자료를 물리적인 실체로 증명하

시에서 많은 역할을 했던 닉 보너가 운영하

는 작업과 같은 것이며 한 사회를 포괄적으

는 베이징의 북한 관광 에이전시를 통해 다

로 이해하는 방법이다’라고 적고 있다. 오랫

녀왔다. 전문적인 방문이 아니라 관광단에

동안 북한 건축에 관심을 가져온 건축가 임

끼어서 갔지만 몇 년 동안 평양에 대해 조사

동우의 눈으로 읽은 북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를 많이 하고 가서인지 생각보

싶었다. 그는 올 베니스비엔날레에서 황금사

다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 었다”고 말했다. 그가 본 평

자상의 영예를 안은 한국관 전시에도 참여했 다. 미국 보스턴에 있는 설계사무소 프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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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우 프라우드 대표

양은 노후되긴 했지만 기본

건 축 으 로

북 한

읽 는

임 동 우

프 라 우 드

건 축

대 표

“김정은 건축을 체제강화 수단으로

평양, 미래도시 모델 될 수 있어”

29


인터뷰

비하기 위해 많이 노력했는데 쉽지 않았다더

아파트가 공급되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건한 도시이다. 당시 김정희는 모스크바에

문에 대규모 홀을 구비하고 있고 규모가 크

개성이 강조되고 개인의 요구가 강한 여타의

서 유학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평양의 재건

다. 요식업이 발달하지 않아 도시 곳곳에 분

다른 자본주의 국가와는 달리 남한에서 유독

계획도 1935년 모스크바 마스터플랜을 많

베니스 건축비엔날레 국가관에 들어간 나

포하기보다 드문드문 배치돼 있는 것도 특징

획일적인 아파트가 도시를 장악하고 있는 것

이 참조했다. 모스크바는 친환경 유토피아

라는 아시아에서 한국과 일본밖에 없다. 한

이다. 최근 평양에도 피자, 햄버거 가게가 생

은 특이한 경우라는 것이다. 임 대표는 그 이

적 세계를 주장한 하워드의 ‘정원도시’를 모

국관인 ‘Corea’관은 남북한이 공동으로 참여

겼다는 뉴스가 나오는 것을 보면 북한에도

유로 정책적으로 아파트가 공급되는 데다 대

델로 했다. 사회주의에서 도시의 확장은 농

하는 것을 목표로 건립됐다. 한국관이 국가

다양한 규모의 식당이 조만간 들어설 것으로

형 건설사들이 대량으로 아파트를 찍어내고

촌의 노동력을 흡수, 착취해서 이뤄진다고

관에 들어갈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도 백남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남한은 최대한의

보기 때문에 도시의 확장을 막기 위해 최대

북한 건축이 남한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용적률을 맞추려다 보니 형태가 자유롭지 못

한 녹지공간을 배치한다. 도시 곳곳에 상징

다. 이번 한국관 전시에 참여한 임 대표는 베

부동산 가치에 대한 개념이 없기 때문에 건축

한 반면 북한은 타원형, Y형, 어김형 등 조형

광장·기념탑을 배치하는 것도 사회주의 도

니스 건축비엔날레에서 한국관이 관심을 끈

의 형태와 크기를 제한하는 요소가 효율성이

자체를 도시의 풍경에 맞춰 형성하다 보니

시의 특징이다. 김정희 또한 평양을 다핵화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100년 전

나 밀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대신 시각적 효

오히려 형태가 다양하다.

시키는 방법으로 이러한 상징공간을 활용했

한반도는 하나였고, 이후 모더니티를 받아

리 장소를 제공하는 ‘봉사시설’에 가깝기 때

보인다”고 말했다.

대동강 맥주집

김일성종합대학 수영장

성안동 조선식 살림집

라”고 전했다.

향산호텔

준씨가 남북한 공동참여를 제안했기 때문이

과를 극대화하거나 도시의 상징성 확보를 위

임 대표는 중규모의 평양이 새로운 미니

다. 또 소비의 도시가 아닌 노동자들의 생

들이는데 남북한이 각자의 방식으로 받아들

한 수단으로 건축의 형태가 결정된다. 평양

메트로폴리스의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

산도시로 만들어야 한다는 철학을 구현하기

였다. 이번 한국관은 단순히 한국 건축의 역

고 있다. 임 대표는 “그동안 도시는 계속해서

위해 주거지역을 구획할 때 가내수공업, 된

의 조국해방전쟁승리 기념관의 정문 양쪽에 Y형 살림집

사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의 역사와 삼지연 1려관

분단의 역사를 건축적인 내레이션을 통해 보

확장돼야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1970년

장 등 식품을 보급할 수 있는 생산시설을 함

있는데, 우리 식으로 따지면 올림픽공원 평화

대까지만 해도 그러한 성장 모델이 유효했지

께 배치했다는 것이다.

의문 양옆에 아파트 두 채가 버티고 있는 셈

만 뉴욕, 런던, 도쿄, 서울처럼 메가로폴리스

임 대표는 “건축은 독재자들에게 권력의

들로 하여금 ‘각각 다른 혹은 비슷한 모더니

이다. 이는 전적으로 시각적 상징성 확보를

(Megalopolis) 규모로 성장할 수 있는 도시

힘을 과시하기에 가장 좋은 수단이다”라고

티를 흡수한 남북한이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위한 배치인데 북한은 필지 구분이 따로 없

는 많지 않다. 앞으로는 중소규모 도시의 모

말했다. 김정일이 건축예술론을 내세울 정도

교류하고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

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남한의 경우 도시

델이 산업과 시대의 변화에 유동적으로 대

로 건축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것도 체제 강

문을 하게 했다. 또 방대한 양의 전시도 화제

의 주요 공간 등 땅값이 비싼 곳은 부가가치

처하면서 2류 도시가 아닌 아이덴티티를 갖

화에 효과적이었기 때문이라는 것. 김일성

였다. ‘북한에 대한 자료가 저렇게 많았나’라

가 높은 상업·업무 시설이 장악하고 있는 반

춘 도시로 성장할 수 있다. 현재 인구가 300

이 전후복구나 새로운 건설에 힘을 쏟았다면

면서 놀라는 사람들이 많았다. 세계의 건축

자료: 도서출판 담디

만명인 평양 역시 규모를 확장하지 않으면서

김정일은 건축양식에 관심이 많았다. 주체

계가 북한의 건축에 관심을 갖게 하는 계기

에서도 많이 사용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남

도시의 인프라와 핵심 산업 등을 발달시킨

사상탑, 개선문, 빙상관처럼 화려하고 상징

표의 말이다. 북한의 건축전문 잡지 ‘조선건

가 됐다. 황금사자상 수상도 의미가 있지만

건물 용도나 건축 재료도 북한은 획일화

한은 현장에서 콘크리트를 부어 마감하는 경

다면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미니 메트로폴

적인 건축물이 김정일 시대에 들어선 것들이

축’을 보면 스케치 하나, 드로잉 하나에도 건

남북한이라는 주제를 갖고 세계의 관심을 끌

돼 있다. 남한에서는 상가와 주거공간이 함

우가 대부분인데 값싼 인건비로 노동력을 사

리스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도시 내 농

다. 최근 북한을 방문하고 온 사람들이 “평양

축가의 이름이 표기되어 있다고 한다. 평양

어낸 것이 가장 큰 소득이다.”

께 있는 경우가 많지만 북한은 건물의 용도

용할 수 있을 때는 가능하지만 건설 기술을

업 등 현재 도시 담론의 핵심인 자생적인 도

전체가 공사장이라고 말을 해도 과언이 아닐

을 설계한 김정희는 김일성의 명령으로 영화

임 대표는 덧붙여서 단순히 건축에 대한

가 하나로 정해져 있다. 건축 재료도 남한은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뿐더러 중소

시모델을 위한 요소들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정도로 새로운 건축물들이 들어서고 있다”고

까지 제작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디를 가

관심뿐만 아니라 앞으로 북한이 어떻게 변화

철근 콘크리트조, 철골조, 목조 등 다양한 재

기업 발전을 막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고 지

동남아 도시 개발의 모델이 충분히 될 수 있

전한 것처럼 김정은도 역시 체제 강화를 위

도 건축가의 이름을 찾아보기 힘든 문화에서

하고, 한반도는 어떻게 변할 것인가에 대한

료가 사용되는 반면 북한은 사회주의식 단순

적한다. 임 대표는 “조립식 공법이 품질관리

다는 것이다.

해 건축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보면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는 것이다.

궁금증을 불러일으킨 것으로도 큰 의미가 있

건축에 맞게 철근 콘크리트조를 기반으로 콘

가 쉽고 비용절감 효과가 있기 때문에 건설

사실 평양의 경우 사회주의 국가들로부

임 대표에 따르면 최근 평양뿐만 아니라 청

건축학계의 남북한 교류는 없을까. 임 대

다고 했다. 임 대표는 설계사무소를 운영하

크리트 블록을 주로 사용한다. 임 대표는 “북

현장을 ‘노가다화’가 아니라 ‘산업화’시키려면

터 가장 이상적인 사회도시로 평가받고 있

진, 원산, 나진 등을 중심으로 도시의 상징광

표는 “남북한 교류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알고

는 실무건축가의 입장에서 북한 전문 건축가

한의 건축이 여러 면에서 남한에 비해 수준

우리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다. 임 대표는 평양 건축의 세 가지 키워드

장을 더 강화하고 주변을 새롭게 변화시키기

있다. 외국 전문가 중에는 북한 건축가 집단

로 인식되는 것이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북한

위한 마스터플랜이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과 교류를 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고 들었는

의 건축과 도시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

보면 고층 아파트 두 채가 양옆으로 포진하고

면 북한은 상징광장 주변으로 문화시설 등이 주로 배치돼 있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이다.

여줬다는 면에서 많은 관심을 받았다. 관객

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조립식 공법은 배울

임 대표는 “남북한이 60년 넘게 건축 교류

를 ‘녹지의 도시, 상징의 도시, 생산의 도시’

만하다”고 말했다. 아파트를 대량으로 공급

없이 각각 발전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획일적

로 정리했다. 평양은 전후 폐허 상태에서 영

북한에서 건축을 사회주의의 이상, 혹은

데, 이런 사람들을 활용하면 접촉이 좀 더 쉬

게 하기 위해 건축가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이

할 때 외벽 등을 미리 공장에서 만들어서 현

인 아파트가 주된 주거공간이라는 것이 흥미

웅으로 대접받는 건축가 김정희가 김일성

주체사상을 실현시키는 도구로 활용하는 만

울 것으로 보인다”며 “베니스비엔날레 한국

무엇일까 끊임없이 질문을 하며 작업을 하고

장으로 공급하는 방식으로 최근 들어 서구권

롭다”고 말했다. 북한의 경우 국가 주도하에

의 명령을 받아 마스터플랜을 기반으로 재

큼 건축가들의 지위도 꽤 높다는 것이 임 대

관 커미셔너 조민석 소장도 남북이 함께 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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