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OM] 더맘 매거진 2013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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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노트

설날에 만나는‘새로운 나’ 어김없이 설날이 찾아왔다. 새해가 되면 늘 그렇듯 새로운 각오와 결의를 다지고 간절한 바람을 가슴에 새겨 보지만 뒤돌아보면 기대에 못 미쳤던 자신의 모 습에 실망한다. 그렇다고 패배감에 사로잡혀 무력해 진다는 건 나를 잃어버리는 일이며 지난 시간 치열하 게 살아온 자신에게 너무나 미안한 일이기도 하다. 먼저 ‘지금의 나’를 바라봐주자. 사람은 자신을 알아 갈수록 편안하고 자유로워진다. 그동안 수고했고, 열 심히 살아왔다고 토닥여주자. 누군가에게 마음의 상 처를 받았다면 그 상처를 싸매주자. 힘들었을 거라 고, 이젠 지난 일이라고 위로해주자.

… ‘설’의 어원 중에 대표적인 것은 ‘익숙하지 못하다’ 는 의미다. 곧 ‘낯설다’는 뜻이니 새해가 되면 한 살 더 먹은 ‘새로운 나’를 만나는 날이 아닐까.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지 못한 탓에 의외의 모습에 괴롭고 고통스러울 수도 있 겠지만 낯선 사람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새로운 한 해 의 목표와 진로를 분명하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자기변명과 타성에 젖어 살아가는 나, 남들에게 관심 과 포용보다 불평과 짜증을 일삼으며 살아가는 나, 자기 욕망의 노예가 돼 이기를 앞세우며 앙앙불락 (怏怏不樂)하는 나를 돌아보는 ‘설’은 분명 아프고 도 아프지만 그것을 인정하고 껴안음으로써 새로 운 나를 탄생시키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지금의 나를 오롯이 대면하고 새로운 나를 맞이하는 날, 모 두에게 그런 설날이 되기를 소망하며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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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 철 호


C ontents February 2013

영화, 육아를 만나다 두 엄마의 기묘한 앙상블, 이해를 가르치다 '스텝 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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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맘 스토리 복태와 한군, 그들이 사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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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임영주 교수의 육아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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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버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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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멘토 김태원이 가족에게 바치는 노래 LIVING 지금, 내 아이가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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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런타인데이에 만드는 유기농 초콜릿 감기를 이기는 건강차 총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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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교육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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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아닌 여성으로 태어나라! 소설가 김별아 김혜원이 만난 사람 워킹맘 박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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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이 사는 법 ‘바람의 딸’ 한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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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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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같은 삶을 연주하는 피아니스트 서혜경 멘토와의 산책 혜민스님이 전하는 신년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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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 있는 명소 아날로그로의 회귀, 서울 황학동 만물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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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면 눈 시리도록 아름다운 은빛 바다의 섬, 한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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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the-mom.com 5


영화, 육아를 만나다

두 엄마의 기묘한 앙상블, ‘이해’ 를 가르치다

<스텝맘>

‘머리 검은 짐승’ 과의 기막힌 동거 인간이 익숙한 존재로부터 결별하는 것은 어렵다. 어른이 되서도 마찬가지지 만 아이일 때는 더하다. 완전한 개체로 성숙하지 않은 시기기에 주변의 익숙한 이혼으로 인해 새로운 배우자가 된 사람과 친부모 사이의 갈등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변수 가 적용된 함수다. 아이들의 사고체계로는 견디기 쉽지 않은 충격이고 난제다. 어른 들은 아이들을 위해 어떤 식으로 든 상처를 줄이며 대화하는 방법 을 제시해 줄 의무가 있다. 정답은 없지만 최소한의 모범은 늘 제시돼 왔다.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의 <스텝맘>(1999)은 이러한 상황에 대한 모범답안이다. 에디터 김혜원

모든 것들은 생존에 필수적인 정보다.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는 두말 할 필요 없이 부모, 특히 엄마다. 그런 엄마 가 이혼으로 가정을 떠난다는 것, 아이에게는 심각한 위협과 불안으로 다가온 다. 아이는 하나 남은 친생(親生) 부모의 관심조차 자신으로부터 거두어질지 모른다는 잠재적 공포에 시달린다. 이건 새로이 아이들과 관계를 맺게 된 재혼가정의 여성, 즉 원하든 원치 않든 ‘계모(Step-mom)’의 지위를 갖게 된 여성에게는 심각한 스트레스다. 배우자 와 결합 이전에 아이와 좋은 관계를 가져왔거나 평소 아이를 좋아했던 사람에 게도 보통 일이 아니다. 하물며 남편에 대한 마음 하나만으로 이 상황을 ‘감내’ 하는 여성에게는 난관이다. 이자벨(줄리아 로버츠 분)이 딱 이런 케이스였다. 그녀에게 아이들은 남편인 루크(에드 해리스 분)를 사랑한 ‘대가’ 이상이 아니었다. 두 남매 안나(지나 말 론 분)와 벤(리엄 에이켄)은 가능한 ‘옵션’이 아닌 셈. 아이들과 소통하는 방법 을 모르는 이자벨은 나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선물을 하고 동화책도 읽어 주는 등 양육지침서에 나올 법한 노력을 한다. 심지어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 던 락밴드 펄 잼(Pearl Jam)의 공연에 아이들을 데리고 갈 계획까지 세운다. 그러나 “펄 잼? 맙소사!”를 외치는 아이 들의 생모 재키(수잔 서랜든 분) 이 이러한 양육 방식에 사사 건건 ‘딴지’를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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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자벨을 ‘함 께 살지만 어디까 지나 아빠의 젊은 여자친 구’ 이상으로 생각하지 않는 아이들은 생모의 말만을 절대적인 계시로 생각한다.

언젠가 사라지는 인간, 어른도 약하단다 사랑의 죄로 받는 대가인 이 기막힌 동거를 끝내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기에 이르렀을 때. 이자벨에게 난공불락 의 성벽과 같던 아이들과 남편의 전처 재키의, 자신을 향한 견고한 배타적 유대는 의외로 재키가 먼저 내민 손에 의해 열린다. 재키는 남편 루크와의 사이에서 결혼생활을 유지할만한 정서적 동력이 남아있지 않음을 오래 전 부터 인정하고 있었다. 그런 재키가 이자벨에게 시시콜콜 이래라저래라 했던 것은 단순히 아이들을 자신의 품 에 두고 싶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십년도 더 지난 영화이니 이 영화가 가물가물하는 분도 있을 텐데, 재키는 암으로 더 이상 아이들을 볼 날이 얼 마 남아 있지 않은 상태였다. 재키는 어떤 식으로든 남편과 서로 사랑하는 여자인 이자벨이 아이를 사랑하는 나 름의 방식, 즉 아이들을 이해하는 방식을 얻기를 원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결정적 키(key)는, 인간은 약하며 언 젠가는 사라진다는 보편적 진리. 얼마 안 남은 자신의 삶에 아이들이 차지했던 의미를 이자벨이 다 알아차리지 는 못하겠지만, 아이들을 통해 한 인간, 특히 엄마의 삶이 일회적이지 않고 영원한 시간 속에서 순환한다는 사실 을 재키는 알려주고 싶었던 것이다. 재키는 이자벨에게 ‘엄마되기’의 가능성을 열어줌과 동시에 아이들로 하여금 어른도 피할 수 없는 약한 인간의 숙명을 알려줌으로써, 정신적인 이유(離乳)의 계기를 열어준다. 아이들이 엄마로부터 정신적으로 독립한다면 이자벨을 아빠의 여자친구가 아닌, 사랑에 의해 맺어진 새로운 가족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 믿은 셈이다.

관계지향성의 여성에너지, 아이들에게 이해력 선물해 이 영화에서 두 여인의 과거와 현재 남편이자, 아이들의 아버지인 루크의 존재감은 부족하다. 이는 의도된 설정 이다. 관계의 중재에 서툰 것은 한국을 비롯한 동양 남자뿐만 아니라 전 세계 남성들의 보편적인 속성이다. 양육 의 관습적 의무를 여성의 것으로 전가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이는 여성이 생래적으로 가진 관계개선의 능력에 감독이 주목한 결과다. 기자의 지인인 모 매체의 기자는, 이 영화를 이혼한 부모를 둔 친구의 남매와 함 께 봤다고 고백했다. 그 자신도 오래 전에 부모의 이혼을 겪었다고. 물론 두 가정 역시 영화 ‘스텝맘’에서처럼 이상적인 결론을 맺은 가정은 아니라고 한다. 이혼은 죄가 아니다. 요즘 초등학교 한 반에는 절반 이상이 이혼가정의 자녀다. 하지만 서로를 이해하는 능력이 사회적인 수준에서 그만큼 발달했다 할 수 있을까. 이것이 바로 십 년 전의 영화가 아직 도 유효한 울림을 갖는 이유다.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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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맘 스토리

30살 여자와 22살 남자

복태와 한군, 그들이 사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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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그 무엇보다 따뜻한 햇빛과 시원한 바람, 좋은 흙과 물이면 돼.’ 복태 와 한군의 노래 ‘흙의 왈츠’는 이렇게 끝난다. 노 래 가사처럼 가지는 것은 소박하되 마음은 충만 함으로 가득한 그들. 복태와 한군은 함께 어쿠스틱 공연을 하는 듀오 이자 둘도 없이 궁짝이 잘 맞는 부부이다. 남을 돕는 사회적 기업에 다니며 음악 공연을 하는 그 들은 많이 가지지 않아도 원하는 일을 하면서 함

결혼을 결심하기까지 쉽지만은 않았을 것 같아요. 복태: 1년 반 정도 연애하고 결혼을 하게 된 건데요. 지음이가 먼저 생기 고 평생 함께 보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죠. 당시 한군의 나이가 21 살이었어요. 그래서 부모님들이 반대를 많이 하셨죠. 한군: 저희 결혼 반대 이유 중에 종교 차이도 있었어요. 복태 부모님은

께 있기에 행복하다. 시선에 얽매이기 보다는 자

독실한 가톨릭, 저희 아버지는 목사님이세요. 그래서 여러 면에서 갈등

신의 생각과 의지대로 행동할 수 있는 사람들. 그

이 컸죠. 결혼식을 교회에서 할 것인가 성당에서 할 것인가, 둘 중에 누가

들은 자신만의 밝은 에너지로 주위를 따뜻하게

개종을 할 것인가 등등. 결국엔 두 가지 방법을 다 하기로 했죠. 1부는 교

물들이고 있었다.

회식으로, 2부는 성당식으로요. 신부님께서도 이례적이라고 말씀하셨죠 (웃음). 결혼식이 참 독특했어요. 은혜 갚을 결혼식은 어떤 것이었나요?

#1.한군과 복태의 만남,그리고결혼까지

복태: 부모님이 반대하셨기 때문에 저희가 알아서 결혼식을 준비해야 했어요. 그래서 ‘예술적인 방식으로 풀어낼 수는 없을까’라고 생각했어

두 분은 처음 어떻게 만나게 되셨나요?

요. 마침 주위에 예술 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그 중 한 친구가 소셜펀딩을

복태: 3년 전에 처음 만났어요. 그때 당시 친구의

하는 예술가들을 지원해주는 사이트를 만든 거예요. 소셜펀딩은 기발한

생일잔치에 노래를 불러주러 각각 왔었죠. 서로

아이디어를 내고 그것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 후원을 받는 거예요. 그래

모르는 상태였지만 영등포의 하자 센터라는 공간

서 그 사이트에 은혜 갚을 결혼식이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를 올린 거죠.

에서 각자 일을 하고 있었어요. 저는 트래블러스

많은 예술가들이 돈이 없기 때문에 결혼을 꺼리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

맵이라는 곳에서 교사로, 한군은 유자살롱이라는

데 정말 최소한의 비용으로 결혼식을 올릴 수 있다는 걸 시도해보고 싶

사회적 기업에서 말이죠. 아무튼 친구 생일날, 한

었어요. 품앗이 개념처럼 도움을 받았으면 도움을 주는 식이죠. 오만원

군이 비틀즈의 across the universe라는 노래를

이상 기부했을 때 앨범, 양갱, 직접 손으로 쓴 편지를 드렸죠. 기적적으로

불렀는데요. 노래가 와 닿았어요. 그래서 한군에

400만원이 넘게 모금이 되었어요.

게 같이 노래를 하자고 먼저 제안했죠. 함께 팀이 되어 노래를 해보지 않겠냐구요.

생각보다 많이 모금이 되었네요?

한군: 저는 그때 시골에서 상경을 해서 유자 살

복태: 실제 결혼식 비용은 부모님이 도와주셨어요. 그리고 필요 없는 것

롱에 음악 강사로 있었는데요. 뮤지션을 꿈꾸고

들을 다 빼고 180만으로 결혼식에 드는 비용을 간소화했죠. 성북구청에

서울에 왔기 때문에 무척 달콤한 제안이었죠. 홍

서 무료로 식장을 대여했구요. 하객이 많이 와서 식대가 많이 들긴 했는

대에서 공연할 절호의 기회이니까요. 복태 공연

데(웃음). 대신 결혼식 비용은 크게 줄일 수 있었어요.

을 핑계로 제가 작업을 한 거죠(웃음). 주위에 도움을 주는 분이 많았다니 다행이네요, 그 때부터 서로에 대한 확신이 있었던 건가요?

복태: 한군이 일하는 유자 살롱에서 결혼식 피로연을 공연 형식으로 만

복태: 저 사람이면 같이 해도 좋겠단 생각이 들

들었죠. 뮤지션들도 공짜로 왔구요. 디자인하는 친구가 선물로 청첩장을

었어요. 한군은 기타를 화려하게 잘 치는 건 아닌

그려줬구요. 친구들이 재능 기부를 많이 해줬죠. 제주도에서의 사진 촬

데 사람의 맘을 건드리는 연주를 해요. 그런데 그

영과 드레스도 이벤트로 다 무료로 제공받은 거였어요. 정말 한 푼도 들

게 너무 좋은 거예요. ‘이 노래는 어떤 감수성이어

지 않았죠. 돈으로 환산할 수가 없어서 너무 고마워요.

야 해’라고 말하면 그걸 알아서 해줘요. 그래서 연 주가 마음을 울리죠. 마침 제가 기타를 잘 치지 못 해서 힘들었는데 같이 음악을 하게 된 다음부터 더 안정세에 들어섰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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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그들의 톡톡튀는 생활 서울에서 갑작스럽게 시골에는 어떻게 내려가게 된 건가요? 복태: 저는 스무 살 때부터 시골에 내려가서 살고 싶었어요. 그래서 그 뜻을 같이 할 남자를 만나고 싶 었죠. 그런데 자연스레 한군을 만났어요. 둘이 함께 이야기를 해봤는데 자신도 서울이 싫다는 거예요. 너무 번잡해서 힘들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우리가 잠깐 동안이라도 귀촌을 해보자고 결심했고 둘 다 일을 그만뒀죠. 한군: 저는 정말 시골 남자였어요. 불을 때고 동물

그래도 어려운 점이 없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을 키우는 것에 익숙했거든요. 마침 복태가 일하는

복태: 시간이 좀 지나니까 외롭더라구요. 그리고 서울에서 사람

회사에서 알게 된 분이 시골의 집을 무료로 제공해

들에게 치이는 게 싫어서 내려갔는데 막상 시골이라고 다르지만

주셨어요. 그래서 3개월 정도 준비를 하고 내려가게

은 않았어요. 어느 날은 인기척이 있어 아침에 나가봤는데 툇마루

된 거죠.

에 모르는 분이 누워 계신 거예요. 그리고 어디서 왔냐에서부터 시 작해 저희가 진짜 부부인지 물어보시고 모든 것들을 궁금해 하시

시골에서의 삶은 어땠어요?

더라구요. 마을에 젊은 사람이 없어서 그런 것 일수도 있죠. 하지만

한군: 귀촌에도 다양한 층위가 있는데 저희는 가장

서울살이에 지쳐서 내려갔는데 많은 관심을 받아 부담스러운 것도

어려운 난이도의 귀촌을 했다고 생각해요. 인적이

있었어요.

전혀 없는 시골이었거든요. 걸어서 30분을 나가야 읍내가 있었어요. 직접 아궁이로 불을 때고 저수지

영상을 보니 두 분이 서로 배려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한군

에 물을 받아와서 써야 했죠. 화장실도 바깥에 있어

이 군대 연기 문제가 잘못 되었을 때, 짜증을 내기보다 상대방이

수동식이었어요.

괜찮은 지부터 물어 보시더라구요.

복태: 저는 마냥 좋았어요. 문을 열었는데 눈앞에 산

복태: 저는 그걸 한군에게 배웠어요. 서울 여자들은 어쩔 수 없이

이 있고 집 앞에 뜯어먹을 풀들이 있으니까요. 아궁

자기 것을 챙기려는 성향이 있는 것 같아요. 저도 그랬구요. 그런데

이로 불을 때니까 도시 가스도 필요없구요. 물도 자

한군에겐 그런 게 없어요. 물론 자기 것을 남의 것처럼 쓴다는 단점

연스레 받아먹으니까 낭비를 할 필요도 없었죠. 그

도 있긴 하죠. 하지만 너와 나의 경계가 크지 않은 사람인 것은 확

리고 9시만 되면 사방이 깜깜해져요. 밤이면 둘이

실해요. 그래서 저도 제 것을 소유하는 것에 대한 집착을 버리게 되

문을 걸어 잠그고 방 안에서 음악을 엄청 만들었죠.

었어요.

3G도 안 되니까요(웃음). 원하는 대로 살고 있는 것 같아요? 복태: 정말 신기한 것은 제가 지금 하고 있는 게 돌이켜보니까 예 전에 원했던 일인 거예요. 학교를 다닐 때 자유로운 곳에서 교사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지금 되어 있는 거예요. 그래서 하 고 싶은 걸 항상 바라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면서 주어진 것들을 잘 해나가야겠죠. 누군가는 여유로운 소리다, 행복을 위해 서는 하기 싫은 일도 억지로 해야 한다고 하죠. 하지만 저는 300을 힘들게 벌어서 200을 스트레스를 푸는 데 쓰느니, 100을 벌더라도 행복한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필요한 돈만 쓰면서 절약하면 되는 거죠. 가장 중요한 것은 인덕을 쌓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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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군: 사실 아이는 스스로 놀아요. 그런데 부모는 놀아줘야 한다고 생각하죠. 부모는 아이가 잘 놀 수 있는 환경만 만들어 주고 지켜보면 되요. 아이가 넘어지거나 다치지 않게 살피면 되죠. 미래의 소망이 있다면? 복태: 제 친구들은 거의 도시에 살고 있어서 바빠요. 밥을

정말 달인이네요!

해먹을 시간도 없어서 건강하지 않은 음식을 사먹죠. 저는

복태: 저희 동생 아이가 어려요. 그런데 뽀로로 중독이에요.

그게 참 속상해요. 그것을 도와주고 싶은데 서울에 살면서

그런데 아이를 한군에게 맡기고 나가면 한군은 뽀로로 주제곡

그러기 힘드니까 미래에 귀촌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

을 기타로 불러줘요. 뽀로로지만 매체를 보지 않게 하면서 자

어요. 텃밭도 일구고 된장도 만들면서 사는 거예요. 제가 만

연스레 침대에 가 까꿍 놀이를 해준다던지, 보통 부모들은 귀

든 음식을 친구들에게 먹이고 또 공연도 하고. 이것들을 제

찮아서 그냥 비디오를 틀어주기가 쉬운데 그렇지 않죠.

주도에서 하고 싶어요. 귀촌과 먹고사는 것을 접목한 게스트 하우스인거죠. 한군: 저는 저에게서 나오는 음악을 하고 싶은 생각도 있어 요. 지금은 아내와 함께 하고 있지만, 제가 가지고 있는 제 이 야기를 노래로 하고 싶은 생각도 있죠.

#3.지음이를 위한 그들의 육아법

지음이가 어떻게 자랐으면 하나요? 복태: 스스로 원하는 길을 갔으면 좋겠어요. 그 길이 어떤 길 이든 저희는 믿고 지지할거에요. 의욕이 없지만 않았으면 좋 겠어요. 모든 일에 관심이 많고 다 하고 싶어 하는 아이였으면 좋겠어요. 자연과 공존하는 아이로 자랐으면 하죠. 한군: 저는 지음이가 잘 때마다 기도하는 게 있어요. 커 나가 면서 슬픈 일들을 많이 겪을텐데 그 안에서 많이 성장할 수 있

한군은 육아에 아주 능숙하시던데요. 정말 잘 도와주시더라 구요.

는 아이가 되었으면 해요. M 에디터 전은영

한군: 남편이 아내를 도와준다는 말 자체가 아닌 것 같아요. 내 아이인데 도와주는 게 아니라 당연한 거죠. 아빠로서 충실 히 해야 하니까요. 복태: 저는 가정에서부터 공동 육아가 실현되어야 한다고 생 각해요. 저희는 산후조리 할 때 한군도 같이 쉬었어요. 한군이 제 보좌를 다했죠. 두 달 동안. 저는 산후조리원에 따로 가지 않았거든요. 온전히 둘이 같이 아이를 돌보게 되었죠. 그리고 올해부터는 일도 분담하기로 했어요. 한군에게 들어온 일을 제가 가끔 하면서 일주일에 3번은 남편, 나머지는 제가 육아 를 함께 하는 걸로 했죠. 와, 정말 이상적인 모습인데요. 복태: 그래서 알렉스만큼 시기를 받는 국민 남편이라는 우스 갯소리도 들었어요. 육아의 비결이 있다면요? 복태: 저희는 장난감을 따로 사기로 하지 않았어요. 플라스틱 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으니까요. 그래서 무엇을 하고 놀지 에 대한 창의력이 막 샘솟아요. 페트병으로 어떻게 놀 수 있을 까, 가진 것에서 어떻게 놀 수 있을까를 고민하죠. 콩을 꺼내서 어지럽히며 놀기도 하구요. 한군과 저는 안 된다고 말하지 않 아요. 어지러진 것은 나중에 다 치우면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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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부모교육 전문가 임영주 박사

‘세 살 사회생활 여든까지 간다’

“내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 아이이지만 도 무지 알 수가 없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생각을 한다. 특히 가 정에서의 모습과 유치원이나 학원에서의 모 습이 너무도 달라 놀라곤 한다. 이제는 내 아이의 그런 낯섦과 직면해야 한 다. 아이들에게는 부모가 모르는 그들만의 세 계가 있다. 부모교육 전문가 임영주 박사를 만나 ‘열 길 물속보다 더 깊고 신비한 아이들 의 세계’를 살펴보았다.

에디터 김수석 사진 양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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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겉 낳지 속 낳는 거 아니다 임영주 박사는 교사교육 전문센터인 아이에듀케어센터장 이며, 유아교육과에서 언어교육과 아동문학을 가르치고 있 다. 그리고 월간잡지 <월간 육아> 및 <에듀인>에서 유아교 육 전문칼럼을 게재하고 있다. “부모교육 특강을 통해서 만난 부모님과 상담을 통해서 얻

“부모야말로 이 시대의 마지막 잔소리꾼이죠. 옳고 그름을 분명하게 가르쳐줄 수 있는 건 부모밖에 없죠.”

은 게 있어요. 부모님은 이론과 지식은 많은데 적용 방법을 모르거나 ‘내 아이’에 대해 일부만을 알고 계신다는 점이었 어요. 아이가 가정 또는 부모님 앞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아 이의 일부분이에요. 집에서는 얌전해도 밖에서는 외향적일 수 있고, 집에서는 정리 안 해도 교실에서는 누구보다 정리 정돈 잘하고, 집에서는 밥 먹는 걸 싫어해도 친구들과 함께 밥 먹을 때는 오히려 너무 빨리 잘 먹어서 속도 조절해야 하 는 경우도 있어요.” 그러면 아이가 집에서와 밖에서 다른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심리상담사가 아이에게 ‘죽음’에 대해서 물어보았고, 아이 는 ‘죽음’의 정확한 뜻을 모르고 있었다. 그래서 죽으면 사랑 하는 사람들도 볼 수 없고, 좋아하는 과자도 먹을 수 없다고 아이가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었다. 그러고 나자, 아이는 “그러면 안 죽을래요!”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임영주 박사는 아이의 사회생활을 이해하는데 언어를 중요한 판단 기준으 로 생각한다. “언어는 아이들의 인지발달, 사회성 발달을 알 수 있는 중요 한 척도에요. 그건 어른들도 마찬가지죠. 언어를 통해서 그

“집에서는 경쟁할 이유가 없잖아요. 약속을 지켜야 할 특별

사람의 가치관이라든가 삶의 여정, 그리고 어떤 환경에서 자

한 계기도 없고. 밥 먹을 때 차례를 지켜야 할 이유도, 줄을

랐는지를 살펴볼 수 있잖아요. 부모가 아이들에게 좋은 모델

서야 할 이유도 없죠. 그리고 양보하거나 치고받으면서 싸

이 되어주는 게 중요해요.”

울 일도 없죠, 아이들은 정말 다양한 면모를 가지고 있어요. 아이들의 사회생활을 이해해야 바른 교육을 할 수 있어요.”

물론 부모가 잘 행동한다고 해도, 아이가 밖에서 안 좋은 것 을 배워오기도 한다. 유아는 또래 집단에서 가장 많이 배우 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모들은 깜짝 놀란다. 아이가 ‘언제 배 웠지?’ 싶은 욕도 하고, 이상한 표정도 짓고, 때로는 안 하던

언어는 아이들의 사회성 발달의 척도 “학습지 하기 싫어! 죽어버릴 거야!” 실제 다섯 살 아이가 학 습지 선생에게 한 말이다. 대학을 갓 졸업하고 사회경험이 별로 없던 학습지 선생은 아이의 말에 화들짝 놀라서 아이의 부모에게 이 사실을 말한다. 그리고 아이의 엄마는 고민 끝 에 아이를 데리고 심리센터를 찾아간다. 부모 면담에서 아이 의 엄마는 심리상담사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는다. “어휴! 제가 얘 때문에 속상해 죽겠어요. 도대체 어디서 이상 한 말들을 배워 와서는. 이번에 처음이 아니라니까요. 정말 속상해서 못 살겠어요. 아니, 그런데 여기는 왜 이렇게 더운 거야? 더워 죽겠네!” 독자들은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무엇이 문제인지 금세 알아

행동도 해서 부모로 하여금 집 안에 가둬놓고 이상적인 교육 을 하고 싶게 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다짜고짜 아이를 나무 라는 것은 좋지 않다. “아이들은 단순 모방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욕도 마찬가지 예요. 의미도 모르면서 하죠. 단순히 주변에서 호기심을 보이 고 반응이 강하게 오니까 그게 좋아서 하는 경우도 많죠. 그 럴 때 어른의 잣대에서만 생각해서 과민 반응을 보이면, 아 이는 당황하고 죄책감을 갖게 돼요. 아이의 행동에는 모두 이유가 있어요. 아이의 표면적인 말이 아닌 그 말을 하는 이 유를 찾도록 해야 해요. 애정이 부족한 것인지, 아니면 생활 에서 아이를 불안하게 하는 요소가 있는지를 파악해야죠. 그 리고 ‘이것도 하나의 단계구나!’라고 생각하며 아이에게 말 의 의미를 가르쳐주는 게 중요해요.”

차렸을 것이다, 하지만 재밌는 것은 정작 부모들은 자신의 문제점을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남의 아이에 대해서는 답답 함만 키워가기 일쑤다. 위의 문제는 간단히 해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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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오정들의 천상천하 유아독존 한때, 사오정 시리즈가 유행이었다. 그리고 아이들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 노라면 사오정 시리즈의 연장선쯤 되는 대화를 쉽게 들을 수 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아이들은 그렇게 서로 의사소통을 하며 논다. “아이들은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해요. 그러다 보니 대화도 자기중심적으로

그러므로 자녀의 원활한 사회생활을 위해서는

하려 하죠. 성인처럼 대화에 추임새를 넣고 공감하는 게 부족해요. 누군가가

어려서부터 타인에 대한 배려심을 길러주는 게

선물이야기를 하면, ‘무슨 선물 받았어?’라고 상대방을 먼저 인정하고 공감

중요하다.

해 주는 것이 아니라, ‘나도 선물 받았다’, ‘나는 뭐 받았다’ 이렇게 자기 이야

“그런데 그게 쉽지는 않죠. 유아기 때는 자기중

기를 하려고 하죠. 그래서 평행선 대화라는 말을 많이 해요. 만약 성인이 이

심적 사고를 하는 시기인데 어떻게 양보를 하겠

런다면 친구가 없겠죠. 하지만 유아기 때는 그렇게 서로 자기 이야기만 하면

어요. 양보는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할 때 생기

서도 잘 놀아요.”

잖아요. 그래서 요즘 들어 바른 습관 길러주기,

유아기 언어의 또 다른 특성은 상상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것이다. 그

인성교육 같은 말들이 인기를 끄는 거예요. 유

러다 보니 아이가 거짓말을 한다고 판단하기 쉽다.

아기 때는 초등학교 때처럼 조직을 만들어서 행

“아이들의 이야기에는 판타지적 요소가 많아요. 특히 어린 연령의 유아일수 록 환상적 요소가 많지요. 그래서 동화에서 쥐와 고양이가 대화해도, 물고기 가 말해도, 아이들은 그대로 수용해요. 그래서 어른들은 아이들의 말을 거짓 말로 생각하기도 하죠. 그런데 이러한 아이들의 말은 거짓말이라기보다는

동하는 관념이 없어서, 기본적인 인성만 길러주 면 자녀가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일은 거의 없을 거예요.”

꾸며낸 이야기에 가까워요.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은 거죠. 그래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

서 유아는 자신의 생각과 현실을 조금씩 섞어 이야기하거나, 자신이 원하는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영화와 CF의 한 장면

방향으로 이야기를 지어내기도 해요. 그것이 자신에게 유리하거나 유익한

에서나 봤음직한 대사. 하지만 아이들 세계에서

방향이라면 그 정도가 약간 더 심해지기도 하죠.”

는 흔한 말이다. 아이들의 사랑은 솔직하면서도

아이들의 이러한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이용하면 좋은 교육적 효과를 올릴

순간적이고 그 대상이 쉽게 변한다.

수도 있다. 유아들은 자신과 직접 연결되는 상황과 경험을 통해서 가장 잘

“아이들은 자신에게 멋있다고 생각되는 행동을

배운다. 그래서 이때 체험학습을 많이 다니면 인지발달에 좋다. 그리고 아이

하는 아이를 좋아해요. 그리고 4~5세 정도 아이

의 편식 습관을 고치고 싶다면, 아이와 함께 요리를 해보는 것도 좋다. 맛이

들은 그 감정을 매우 과감하고 솔직하게 표현하

있고 없고는 중요하지 않다. 아이들은 자신이 참여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죠. 그에 반해 6~7세만 되도 사랑은 비밀스럽고

그 음식과의 친밀감을 느낀다.

다소 부끄러운 거라는 걸 알게 돼요. 아이들도 처음에는 외모를 봐요. 하지만 결국은 따듯한

모든 아이에게 사랑받는 인기스타 A군의 비결 아이들의 사회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친구 관계다. 친구들과 잘 어 울리는 아이가 커서도 사회생활을 잘할 수밖에 없다. 아이들의 친구 관계는 어떻게 이뤄지고 인기를 얻는 비결은 무엇일까. “유아기는 질서에 민감한 시기에요. 약속을 지키지 않거나 질서를 깨뜨리는 친구를 가장 싫어하죠. 나는 하고 싶은 것을 꾹 참고 있는데, 누군가가 그것 을 과감하게 해버릴 때, 아이들은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밉다고 생 각해요. 유아들의 룰은 성인 세계의 룰보다 더 엄격한 면이 있어요. 또한, 아 이들은 상스러운 말을 하거나 폭력적인 행동을 하는 친구를 굉장히 싫어해 요. ‘내가 도와줄게’, ‘네 덕분이야’, ‘다음엔 내가 양보해 줄게’ 이러한 이야 기를 하는 친구를 좋아해요. 쉽게 말하면, 아이들은 약속을 지키면서 친구를 도와줄 줄 아는 아이를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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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향이 있고, 나를 좋아하는 친구에게 끌리게 되죠. 아무리 잘생긴 친구라도 멋있는 행동을 계속하지 않으면 그 아이를 좋아하지 않아요.” 아이들이 멋있다고 생각하는 행동은 위에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자신을 잘 챙겨주고, 좋은 말 을 해주는 친구다. 모든 아이에게 사랑받는 A군 의 비결은 바로 인성교육의 결과라는 것.


아이의 사회생활은 가정교육의 결과물 위의 일화들에서 공통점이 있다. 인성교육이 잘되어 있는

우리 아이의 사회생활, 그것은 가정생활의 연장선에 있다

아이가 사회생활도 잘할 수 있다는 것. 평범한 진리지만, 그

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임영주 박사는 가정교육의 중요성

것을 가르치기란 쉽지 않다.

을 간과하고 아이를 사교육으로만 내모는 것에 대한 안타

“성품 교육을 해야 해요. 그리고 훈육은 반드시 필요해요. 자

까움을 말한다.

연스럽게 넘어갈 것과 엄하게 가르쳐야 할 것을 분명히 할

“유아들은 여러 가지 환경과 상황에서 보고 배우죠. 그 중 가

필요가 있어요. 그 경계를 부모가 먼저 알고 있어야 하죠. 누

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이 가정환경이에요. 세상이 아무리 혼

군가를 때리는 것, 꼬집는 것, 무는 것, 미는 것, 잡아당기는

란하고 오염이 되더라도 그것을 거를 수 있는 정화의 장소가

것, 괴롭히는 것, 욕하는 것, 상대방을 기분 나쁘게 말하는 것

가정이죠. 가정에서 보고 들은 모든 것이 교육이 되고 자녀

은 절대 안 된다고 반드시 가르쳐야 해요. 열린 질문, 확산

의 인성과 인격에 큰 영향을 미쳐요. 가정에서 이뤄지는 따

적 사고를 돕는 질문을 하라고 하죠. 질문할 때 ‘예, 아니오’

듯한 교육이야말로 위대한 교육이 될 거에요. 우리의 자녀는

의 대답이 나오는 질문을 하지 말라는 거예요. 하지만 아이

부모님의 소중함과 고마움을 이미 충분히 느끼고 알고 있어

를 키울 때는 ‘YES’와 ‘No’를 분명히 해야 할 때가 있어요. 유

요. 그러니 사랑한다고 많이 표현해 주세요. 그러면 아이는

아기는 특히 가치개념을 익혀가는 데 중요한 시기에요. 어떤

가정에서도 밖에서도 똑같이 좋은 행동을 보일 거예요.”

행동이 바람직하고 어떤 행동을 해서는 안 되는지 분명히 알

끝으로 부모의 모든 것이 자녀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는 러

게 해 주어야 해요. 이것은 협상해야 하는 부분이 아니므로

시아 교육학자 비고츠키(Vygotsky)의 말을 인용해본다.

유아가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할 때는 ‘그런 행동을 해서 는 될까? 안될까?’가 아니라, 단호히 ‘안 돼! 절대 안 되는 행 동이야!’라고 말해주세요. 부모야말로 이 시대의 마지막 잔 소리꾼이죠. 요즘 세상에 누가 감히 다른 자녀에게 매를 들 거나 큰소리를 칠 수 있겠어요. 옳고 그름을 분명하게 가르 쳐줄 수 있는 건 부모밖에 없죠.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는 속담은 현대 유아교육이론에 부합하는 이론이에요. 좋은 습관 형성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부모의 행동은 아이에게 큰 영향을 줍니다. 아이와 대화를 나누며 지도했다고 해서 아이를 교육했다고 착각하지 마십 시오. 친구와 원수를 어떻게 대하는지 또 어떻게 웃고 어떤 책을 읽는지 모두 아이에게 교육적으로 큰 의미가 있습니 다. 부모가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식으로 말하면서 즐거움과 불쾌함을 표현하는지를 통해 아이는 배웁니다. 생활의 모 든 순간이 교육입니다.”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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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VACY INTERVIEW

아내와 자녀에 대한 애틋한 사랑 김태원이 ‘가족’에게 바치는 노래 대중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는 ‘국민 할 매’ 김태원. 그는 가수 지망생들의 멘토이 자 예능의 새로운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 다. 하지만 그의 과거는 절망과 어둠 그 자 체였다. 그런 김태원을 오늘날까지 이끌어 온 것은 ‘가족의 사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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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모순이다. 겨우내 죽어 있던 나무에서 다시 잎이 올라오고 짙은 어 둠 속에서 새벽이 밝아온다. 척박한 아스팔트를 뚫고 꽃이 피고 절망적인 인생을 살았던 이가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낸다. 그런 모순적인 인생을 살아온 김태원. 두 번의 감옥살이와 한 번의 정신병 원행. 따돌림과 대인기피증, 폐소공포증, 불면증, 우울증, 마약중독, 한 인간 의 인생사에 이렇게 수많은 사건·사고가 있는 경우도 드물 것이다. 그런 잿빛 인생을 살아온 그가 만들어낸 음악이 세상을 영롱한 빛으로 채 색하니 어찌 모순이 아니겠는가. 아름다운 모순덩어리 김태원을 그가 운영 하는 서울 강남의 기획사에서 만났다.

우연에서 기적으로 회의실에 앉아 준비된 음료를 홀짝이며 김태원을 기다리는 사이, 벽 너 머에서 가수 지망생들의 노랫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려왔다. 가수를 뽑는 경영 프로에서 그가 멘토를 해준 후보들이 우수한 성적을 거둔 일이 떠올 랐다. 왕년에 노래 한 소절 구성지게 안 뽑아본 이가 어디 있겠는가. 텅 빈 회의 실을 괜스레 둘러보고 목청을 다듬는데, 회의실 문이 덜컥 열리더니 반짝 반짝 빛나는 ‘백구두’가 불쑥 들어왔다. 청년 김태원이 ‘록(Rock)’의 상징 이라 칭했던 그 백구두다! 김태원은 특유의 환한 미소로 기자를 반갑게 맞

아내에게 평생 보답하며 살고 싶다 김태원은 아내 이현주 씨와 슬하에 1남 1녀 를 두고 있다. 그가 지치고 힘들 때 가족은 그 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그리고 이현주 씨는 모 프로그램에 출연해 김태원이 위암수술을 받던 당시를 회상하며 “‘남편이 갑자기 사라 져버리면 어떡하나’라는 생각이 든 후로는 남 편과의 매 순간이 중요해졌다”라는 말과 함께 눈시울을 붉혀 두 사람이 함께 걸어온 인고의 시간이 둘의 사랑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었음 을 보여주었다. “제 아내는 세상에서 가장 강인한 사람일 거 예요.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저 같은 사람을 참고 견디며 30년의 세월을 살았겠습니까. 30 년 동안 결혼 생활을 전제로 살아온 것도 아니 고, 그 세월의 절반은 애인으로 저를 지켜왔는 데요. 그게 제 아내가 카드를 긁어도 되는 이 유입니다(웃음).”

아주었다. 설날에 시골에 내려가면 할머니가 저런 미소를 띠고 버선발로

김태원은 고등학교 3학년 때 동갑내기인 아

뛰어나와 기자를 맞아주시곤 한다. 그 미소 한 번에 마음의 자물쇠는 스르

내를 만났다. 김태원의 말에 의하면, 김태원은

르 자동 해제된다. 다만, 기자의 할머니는 실내에선 선글라스를 쓰지 않는

이현주 씨의 첫사랑이었다 한다. 하지만 아내

다는 점이 차이라면 차이다. “선글라스는 대인기피증이 원인이 되었어요. 폐소공포증과 대인기피증 그 리고 우울증은 평생 안고 살아야 하는 병인 거 같아요. 실제로 부활 1집이

이현주 씨는 김태원의 첫사랑이 아니었다. 김 태원은 아직도 첫사랑의 기억을 소중히 간직 하고 있다 한다.

나온 1986년까지도 대인기피증이 심해서 사람 눈을 못 봤어요. 거의 자폐

“아내에게는 ‘첫사랑 따위는 내 적수가 안 된

증 수준이었지요. 그런 제 모습이 싫어서 연습하기 시작한 게 거울을 보는

다’와 같은 자신감이 있었어요. 아내의 그 자

거였고, 90년대 이후로는 사람의 눈을 보는 거에 조금씩 익숙해져 갔어요.

신감에 저도 모르게 동화되어갔습니다. 여성

하지만 제가 의식적으로 상대의 동공을 보는 것이 그 사람을 불편하게 하

분들은 참고하세요(웃음). 그리고 아내는 참

는 일이란 걸 알았어요. 그 이후로 선글라스를 썼는데 이게 습관이 되어버

순수한 사람이에요. ‘<사랑할수록>이라는 곡

린 거 같아요.”

을 제 첫사랑인 고2 소녀를 생각하며 만들었

그런 김태원이 대중과의 소통과 교감을 넓히고자 <우연에서 기적으로>라 는 자전적 에세이를 펴내기도 했다. 김태원은 이 책에 대중들이 궁금해하 던 자신의 굴곡진 인생과 그 인생을 통해 얻은 깨달음을 담았다. “부활의 전국투어 기간 동안 이동하는 차 안에서 책을 썼어요. 책을 쓰면서 참 행복했습니다. ‘기적’을 바라는 사람들이 쉽게 실망하는 이유는 기적이 바 로 눈앞에서 이뤄지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인 거 같아요. 오늘의 이 만남이 10년, 20년 후에 어떤 나비효과를 일으킬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지요. 모든

다’하고 아내에게 들려주었는데, 아내가 감동 을 받아서 눈물을 흘리더군요. 아내는 인간에 대한 차별이 없어요. 그 이상을 보고 느낄 수 있는 사람입니다.” 김태원은 남은 인생을 고생한 아내를 위해서 보답하며 살고 싶다고 한다. “5년 전만 해도 제 인생의 목표는 ‘아내한테

기적은 우연을 가장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책에 쓰인 독특했던

진 빚을 갚는다’였어요. 그리고 최근에서야 그

한 사람의 인생이 다른 누군가의 비워진 부분을 조금이라도 채워줄 수 있다

빚을 조금씩 갚고 있어요. 아직 반의반도 못

면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책에는 제가 가진 모든 정보를 담았습니다. 그리고

갚았지만, 제가 살아서 미소 짓는 아내의 얼굴

그 정보는 제가 삶을 불태우면서 목숨을 걸고 경험한 것입니다.”

을 볼 수 있는 상황이 온 게 너무 행복합니다. 아내에게 사랑한다고 전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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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아들 우현이의 행복한 시간 김태원의 장녀 김서현 양은 김태원과 함께 모 정유회사 광고에 출연해 이미 얼굴을 널리 알렸다. 그리고 얼마 전에는 김서현 양의 자작곡이 발표돼 많은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김태원은 딸이 음악활동을 하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 “우선 질문의 전제가 잘못되었습니다. 딸의 선택을 제가 허락하는 게 아니고 애초부터 제가 유도해서 지금까지 끌고 온 것입니다. 여섯 살 때부터 제가 음악하라고 세뇌를 했죠. 그 아이는 아빠한테 완전히 속은 겁니다(웃음). 처음부터 딸의 재능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개인 적인 생각이지만 재능을 가지고 태어나는 인간은 없다고 생각해요. 모 두 유도와 우연에 의해서 이뤄지는 것이죠. 중학교 1학년 때 친구의 세 고비아 기타 줄을 제가 맞출 수 있다고 거짓말한 것에서 지금의 제가 있는 겁니다. 이보다 더한 기적이 어디 있습니까. 저는 제 딸이 잘해나 가리라 믿습니다.” 김태원의 아들인 우현 군은 자폐증이라는 장애를 가지고 있다. 김태원 의 자전적 에세이 <우연에서 기적으로> 표지에는 아들 우현군이 그린 그림이 실려 있다. 그리고 제목의 ‘우연’도 ‘우현’을 뜻하는 중의적인 의미가 있다고 한다.

세상의 모든 것이 아름답다 김태원은 철학적이다. 하지만 책에 밑줄을 긋고 사 전을 뒤적여야 이해할 수 있는 철학이 아니다. 누구 나 자신의 삶 속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철학이 다. 그리고 김태원은 일상의 아름다움을 아름답다 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있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삶의 아름다움을 간과하며 살아가는가. “제가 ‘아름답다’는 말을 자주 쓰는 이유는 그 단어 를 알을 부화시키듯이 오랫동안 가슴에 담아두었 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한번 깨어난 아름다 움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우리가 스쳐 보 내는 모든 것에 의미가 있고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제 아들이 유일하게 하는 게 그림이에요. 책 표지에 실린 그림은 아들

저는 지금 이 순간과 기자님과 함께 들이쉬는 공기

이 그린 거지요. 저는 아들을 보면서 많은 것을 배웁니다. ‘나이가 들어

까지도 아름답습니다.”

도 순수할 수 있는가’에 대한 힌트를 아들을 통해서 얻고 있어요.”

김태원의 취미는 망원경을 보는 것이다. 불면증 환

김태원과 그의 아내가 아들의 장애를 알고 받은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자인 김태원을 잠들게 하는 것은 우주밖에 없다고

없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김태원에게 든 생각이 ‘나는 밥이라도 먹으면

한다. 그렇게 눈을 감고 우주로의 유영을 시작하면

서 아이를 키우는데, 그나마 살림까지 어려운 집은 어떻게 살아갈까’였

잠이 들 무렵엔 아득한 우주공간의 저편에 닿아 있

다고 한다. 그래서 김태원의 꿈은 음악을 팔아서 가난한 이들이 마음껏

게 된다. 그런데 최근에는 망원경이 아닌 현미경을

이용할 수 있는 장애인 학교를 세우는 것이다.

보는 것으로 취미가 바뀌었다 한다.

“저와 아내가 우현이를 보통 사람과 같게 만들려고 10년을 노력했는

작은 것 안에도 우주가 담겨 있다는 걸 깨달았기

데, 정말 그 시간들은 너무나 불행했어요. 그 고통이란 어떤 말로도 표

때문. 이처럼 김태원은 자신이 보고 느끼는 모든 것

현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는 그 양상이 바뀌었어요. 부

에 의미를 찾고, 그 의미를 마음으로 전달할 줄 아

모의 궤도가 아닌 아이의 궤도에 맞게 바꾼 거지요. 그러고 나자 모두

는 사람이다. 어두울수록 별이 더 빛을 뿜어내듯이.

가 행복해졌습니다. 우리 우현이는 언제나 천국 속에 살고 있죠. 하고

고통 속에서 삶의 의미를 놓지 않는 김태원의 자화

싶은 걸 다 하고 세상에 못 이룰 게 없습니다.”

상은 아직 미완성이다. 그의 ‘네버엔딩 스토리’는

김태원은 장애아동이나 장애아동의 부모 모두 행복한 삶을 추구하며

계속 이어진다.

살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마치 장애가 커다란 불행이라도 되는 듯이,

“저를 보고 재밌어하는 분이 있다면, 제 음악이 위

예수나 석가모니처럼 고행을 겪어나가야 하는 운명으로 받아들이는

로가 된다면, 저는 그 길을 계속 걸어갈 생각입니

것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그 아이대로 살게 되어 있다. 물론 부

다. 그리고 언젠가 외면받고 고통을 받아야 하는 시

모는 최대한으로 아이를 보호해야 하지만, 단 1초라도 부모와 아이의

간이 찾아온다고 하더라도 그 역시 받아들일 것입

삶을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 깨달음이 있은 후 김태원과

니다. 제가 가야 하는 길이라면 그것이 고통일지라

그의 아들 우현이는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도 사랑으로 끌어안을 자신이 있습니다.” M 에디터 김수석 사진 양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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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설중송탄(雪中送炭)’ 집집마다 장작 패는 도끼 소리가 요란했던 시절, 동장군을 물리친 비결은 ‘장작’이었다. 매서운 한파가 몰아쳐도 장작불을 지펴 뜨신 밥 을 짓고 쇠죽을 끓였으며 아랫목을 쩌글쩌글 덥히 기도 했다. 지난 가을의 수확에 감사하고 다가올 봄을 평화롭게 기다리며 때로는 형편이 어려운 이 웃에게 땔감을 보내기도 했다. 바로 ‘설중송탄(雪中送炭)‘, 눈처럼 고운 우정이다. 처마 끝에 고르게 잘 포개진 장작더미를 보고 있 으니 문득 바르고 착한 마음을 갖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추위는 이기는 것이 아니라 넘기는 것이라 했다. 매서운 한파가 물러날 기미가 보이 지 않는 요즘, 주변에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이웃 은 없는지 찬찬히 돌아볼 때다. M 글/사진 곽철호

‘THE MOM’은 여러분의 안부와 동정을 나누는 공간을 마련코자 합니다. 바쁜 일상을 보내면서 있었던 보람 있는 순간, 모두에게 알리고 싶은 가슴 훈훈한 이야기,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로 예쁜 아기 모습을 자랑하고 싶다면 언제든지 편집실로 연락바랍니다. THE MOM 편집실 TEL. 02-2065-1579 / FAX. 0303-0799-1577 / E-mail. imom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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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ING

지 금, 내 아이가 위 험 하 다 아이는 어른이 이해하지 못할 여러 상황 속에서 크고 작 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때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다양한 방법으 로 자신의 스트레스를 표현하는데, 그 의미를 쉽게 알아 채지 못하는 엄마는 그저 잘 먹이고, 입히고 재우는 데 에만 급급할 뿐이다. 유아기에 스트레스를 제대로 관리해 주지 않으면 성인 이 되어서도 성격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는데, 지금 우리 아이가 받고 있는 스트레스의 원인은 무엇이고, 어떻게 관리하여야 하는지 조목조목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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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보내는 스트레스 신호는 무엇일까 ? 아이는 자신이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정확히 알아채지 못한다. 갑자기 짜증이 나고 화 가 나는가 하면 여러 가지 신체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왜 그런지 모르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를 알아내는 것은 부모의 역할이다. 스트레 스로 압박감을 느낄 때, 참다못해 스트레스가 목구멍까지 차올랐을 때 아이들은 어떤 증상을 보일까?

레 동안 스트 보챈다. 낮 도 에 빈 일 . 늘고 괜한 기도 한다 을 터트리 다 짜증이 음 보 울 소 인 평 서 발작적 안할 때는 증을 내요 기 일어나 적으로 불 아 거나 갑자 거나 정서 하 1 . 자꾸 짜 끼 을 느 정 . 을 . 이럴 때 투 감 기도 한다 의심해보자 얼대며 잠 신적 압박 하 칭 지 정 변 닌 도 가 로 아 에 그 이 안 아 폭력적으 기가 왜 스 때문은 은 자는 동 이 또한 자 면 스트레 를 잘 내고 던 아이들 정도가 되 일에도 화 것일 뿐, 아 스가 심했 을 은 는 없 작 되 수 나 출 랠 렇게 분 를 때리거 지거나 달 레스가 이 이는 엄마 도가 잦아 였던 스트 쌓 게 받은 아 . 하 다 도 한 과 야 치지 말아 스트레스를 다며 야단 추 . 이 없어졌 다 릇 이 버 문 과 눈을 맞 가 이 다른 사람 수 없기 때 에 알 문 지 때 말 는 하 같은 되어 있기 런 행동을 좀 차려’와 . 항상 위축 을 피해요 좀 해, 정신 춤 기가 없다 로 생 맞 바 고 ‘똑 눈 둡 없고 는다면 표정이 어 맞추지 않 2 . 기운이 은 아이는 고 눈을 잘 적으로 받 없 속 이 지 운 를 기 이가 스트레스 가 많다. 아 도해보자. 하는 경우 게쌓 읽도록 시 을 는 것도 피 음 스가 심하 마 의 이 아 다. 스트레 고 한 하 도 고, 록 기 도 못 가리 을 피하 어뜯고, 빨 나요 손톱을 물 가 다시 잘 타 나 다 거 렸 나 나 가 이 타 통이 나 대소변을 으로 증상 통이나 두 러 참거나 3 . 신체적 이 유 없는 복 변을 꾹 눌 이 소 또 대 . 행동은 아 다 해 한 인 락을 빠는 한다. 타나기도 가 도 나 스트레스로 손 기 . 로 빨 이 다 으 증 손가락을 행동을 보 가락을 빤 더듬, 강박 에서부터 락으로 손 잡아당기는 안 쾌 을 궁 이면 틱, 말 기 락 자 자 . 카 머리 이치이다 은 일종의 거리거나 때 아이들 것과 같은 눈을 깜빡 . 안해지는 나 불안할 편 거 끼 고 느 는 것이다 찾 하 을 움을 락을 이용 으로 안정 가 특히 두려 적 손 리 의 심 서 는 데 자신 젖을 빨면 기 긴장을 푸 가 엄마의 날 갑자기 진정시키고 을 음 이가 어느 마 아 은 던 들 지 니 이 든 다 던아 줌을 싼다 는 잘 걸어 불 위에 오 면 평소에 요 이 하 여 에 못 중 보 지 지, 밤 동을 해소하 시작한다던 4 . 퇴행 행 이 지속되어 그 불만을 찾아 빨기 다. 을 병 만 젖 불 현 구 기 는 상이 아이가 욕 이가 갑자 해 나타나 아 위 뗀 기 을 끌 다든지, 젖 의 관심을 아이 기 시작한 이는 엄마 다. 이 시기 리키는데, 가 을 들 이 잦아진 블 러 한 트 강 하는 행동 요 에 대한 어 엄마와 소유 물건 히 집착해 이 확대되 기 난 감 자 신 유 서 자 에 면 건 겪게 되 게 되면서 5 . 자기 물 를 형성하 스트레스를 다. 되면 자아 리에 대한 지 살펴본 이 분 살 3 적 리 이 지 심 있 않은 로 고 아이들 으 되 툼 반 권다 제가 수 와의 주도 에 다른 문 들은 엄마 행동 이외 이방에 는 하 착 집 경우는 놀 인다. 는 아이의 받 애착을 보 를 경계 스 레 아요 내는 것을 해서 스트 어울려 지 고 혼자 놀 울리지 못 하 과 어 들 못 게 이 지 쉽 아 나, 다른 친구들과 6 . 어울리 만 한다거 못하거나 먼 하고 울기 적응하지 못 잘 지 에 어나는지를 하 경 여 환 동이 왜 일 적으로 참 행 극 의 스 적 이 는 에 아 이 할 경우에 기보다는 보내도 놀 면 다그치 . 그렇지 못 생각이 들 해야 한다 워한다. 려 록 고 두 도 다 주 는 고 하 을 줄여 레스를 받 있는 상황 이가 스트 스를 받고 부모는 아 레 트 스 , 고 . 보도록 하 도록 한다 저 파악해 소시켜 주 해 게 겁 즐 를 스 레 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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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스트레스 B e s t 3 아이가 보내는 스트레스의 신호를 알았다면,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를 파악해 보자. 동생이 태어났을 때 받는 스트레스 자신이 지금까지 누리던 것들을 빼앗길까봐 두려운 아이는 끊었던 젖병을 다시 물고 아기 소리를 내는 등의 ‘퇴행 행동’으로 부모의 관심을 끌려고 하 기도 하고 동생처럼 행동한다. 또 부모 몰래 동생을 괴롭히기도 한다. 해결책 퇴행 현상이나 동생을 괴롭히는 행동이 나타나는 것은 ‘나 스트레스 엄 청 받고 있어요’라는 말과 똑같다. 이럴 때 아이에게 ‘형’의 역할을 강조하여 양보하거나 의젓할 것 을 요구하지 않도록 한다. 아이가 동생처럼 해 달라고 요구하면 어느 정도 들어주도록 한다. 그리고 동생을 부모와 함께 돌볼 수 있는 재미를 느끼도록 한다. 배변 훈련을 시작할 때 받는 스트레스 아이에게 배변 훈련은 스스로를 돌보는 독립적인 생활의 첫걸음이다. 그만큼 두려 움이 크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다. 그런데 대소변을 가릴 정도로 발달되지 않 은 18개월 전의 아이에게 배변 훈련을 시킨다는 것은 커서도 심리적인 불안 감을 가지게 할 수도 있다. 게다가 기저귀를 잘 떼지 못하는 자신에게 좌절 감을 느껴 자신감까지 줄어든다. 해결책 보통 18~32개월경에 기저귀 떼기 하는 것을 권하는데, 서두르느라 아 이에게 스트레스 주고 엄마도 힘들기보다는 느긋하게 가는 것이 더욱 현명할 수 있다. 배변훈련은 아이가 배변에 관련된 말을 하고, 행동을 보이며, 의지대로 몸을 움직일 수 있을 경우에 시작하고 강제로 하지 않도록 한다. 변기와 충분히 친해질 수 있는 시간을 거치는 인내가 필 요하다. 놀이방이나 어린이집에서 받는 스트레스 집에서만 생활하던 아이가 놀이방에 가는 일은 배변 훈련과 함께 독립적인 존재를 알리며 사회로 내딛는 첫발일 수도 있다. 새로운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고 규칙에 적응해야 하니 스트레스가 생 겨나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놀이방, 어린이집에 가지 않겠다고 떼를 쓰거나 엄마에게 매달려 떨 어지지 않으려고 하는 아이들도 많다. 해결책 놀이방, 어린이집에 갈 때마다 부모와 떨어지는 것을 힘들어하거 나 부쩍 잔병치레가 많아진다면 아이의 마음을 알아줘야 한다. 아이를 강 하게 키우고 싶은 마음에 억지로 다그치기보다는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 해보고 짧은 시간만 갔다가오도록 해야 한다. 한 달씩 쉬었다가 가기도 하 는데 자주 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어린이집에 가기 전에 한 달 전부터 가끔 들러서 관찰하는 ‘탐색 기간’을 가지는 것도 스트레스를 예방하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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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 이렇게 하자 ! 예민한 아이는 섬세하게 대하라 잠을 잘 못 자거나 깊이 못 자는 아이, 작은 소리에도 잘 놀라거나 반응이 큰 아이는 기질적으로 예민한 아이다. 같은 상황에서 큰 반응을 보이는 예민한 아이는 당연히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다. 이러한 아이의 경우 먼저 아이의 마음을 읽어가면서 아이의 말에 귀 기울여 주는 것이 필요 하다. 안정된 상태가 지속되면 아이들은 예민함이 사라지게 된다. 아이와의 대화법을 바꾸어야 한다 아이가 예민하든 무딘 성격이든 간에 아이의 스트레스를 줄이는 최상 의 방법은 바로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는 것이다. 그것은 사랑한다는 표현도 중요한데 아이가 요구를 하거 나 질문을 할 경우 귀찮아하거나 되지 않는 것을 바란다고 한 번에 자르지 말고 대화를 나눈다. 충분한 수면을 시킨다 스트레스를 방지하기 위해 아이가 충분한 수면을 취할 수 있도록 한다. 수면이 부족 하면 무기력감, 집중력 저하, 자신감 상실, 성급함 등의 증세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자존감을 키워라 일의 성패에 상관없이 부모가 자녀를 사랑하고 받아들인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아 이가 성공했을 때는 칭찬하고 축하해준다. 잘못을 했을 때에는 꾸중을 하지 말고 격려를 해 준다. 그러면 부모가 자신을 사랑하고 가치 있는 존재로 여긴다는 것을 믿게 된다.

“스트레스를 견디는 경험은 아이에게 긍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아이들은 어른들이 생각하지도 못한 곳에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합니다. 어린이집에 가거나 새로운 친구를 만날 때, 심지어 처음 가보는 식당, 잠을 잘 때 불을 끄는 사소한 일도 아이에게는 스트레스가 될 수 있습니다. 다른 아이의 장난감을 갖고 싶은데 갖지 못하거나 놀이 터에서 줄을 서야 하는 일, 또 물이 담긴 욕조 안에 발을 담그는 일 등에

한춘근 한국아동발달센터 소장

스트레스를 받기도 합니다. 이렇게 사소한 것들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아이는 어떻게 보면 새로운 과업에 대한 도전의 나날이기 때문에 이해해줘야 합니다. 알맞은 스트 레스는 생활에 긴장과 활력을 불어넣어 새로운 것을 배우고 발전하는 데 힘이 됩니다. 또 스트레스를 견디는 경험은 더 큰 스트레스에 대한 면역력을 길러주는 긍정적인 역할도 하죠. 그러나 스트레스가 마음속에 쌓이지 않도록 아이가 받은 스트레스를 적절히 관리하고, 아이가 올바르게 표출할 수 있도록 부모가 도와줘야 합니다. M

정리 편집실 도움말 한춘근 한국아동발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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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Y

기본만 알면 백 가지로 응용 가능한 초콜릿 레시피

※ 3배가 기본? 초콜릿의 양은 만들고자 하는 결과물의 3배가 좋다. 중탕 과정에서 증발하기

1

재료선택

도 하고 틀에 부을 경우, 끈적임 때문에 냄비에

초콜릿은 사전 손질이 별로 필요 없는 식재료다. 따라서 최대한 좋은 재료를 고

남아 있는 양과 증발하는 양을 고려해야 하기

르는 게 우선. 요즘은 인터넷 클릭 몇 번으로 최상의 재료를 구할 수 있다. 다크/

때문이다.

화이트의 기본적인 구분은 물론이고 당도까지 구분된 원재료 초콜릿들이 있다.

2

녹여라!

3

재료첨가

사실 부모들이 아이의 건강을 위해 직접 집에

일차적인 과제는 초콜릿 녹이기, 즉 중탕이다. 냄비에 바로 초콜릿을 넣어 불을

서 초콜릿을 만든다면 바로 이 단계가 백미다.

켰다가는 냄비 바닥에 눌어붙을 위험이 있다. 잘 저어주지 않으면 덩어리가 지

뿐만 아니라 아이가 참여할 수 있는 단계이기

는데 틀에 부을 때나 재료를 넣을 때 불편하다. 이 과정에서 아이는 가능한 한 멀

도 하다. 시력에 좋은 안토시아닌 함유량이 높

리 떨어져 있도록 할 것. 뜨거운 초콜릿은 바로 씻어낼 수도 없기 때문에 녹은 초

은 블루베리, 안정감과 대뇌피질 발달에 도움을

콜릿에 델 경우 2차감염의 우려가 있다.

주는 호두부터 시주에 건과 형태로 많이 나오는 망고 등도 잘게 잘라서 넣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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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도 아이도 오늘은

밸런타인 쇼콜라티에

유기농 초콜릿 만들기와 즐기기

아이의 성장과정에서 미각적 자극은 필수 불가결한 요소다. 그래서 아이 에게 ‘달달한’ 간식이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원료와 제조과정 이 의심스러운 경우가 너무 많다. 아이를 둔 부모들은 직접 간식거리를 만드는 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초 콜릿도 예외는 아니다. 발렌타인데이를 맞이한 2월! 오늘 하루는 아이와 함께 쇼콜라티에가 되어 보는 것은 어떨까?

4

틀에 붓기

아이들이 가장 재미있어할 단계지만 가장 위험하기도 한 단계 아 이들에게는 틀의 모양을 선택하거나, 틀 안에 앞서 말한 부재료들 을 직접 넣어보도록 하는 게 좋다. 틀과 닿은 부분이 아주 살짝 굳 었을 때 넣으면 된다.

6

굳히기

자연 건조도 좋은 방법이지만 냉동실에 넣으면 금방 굳는 다. 노출된 부분이 하얗게 변할 때 분리하면 된다. 이상은 아주 기본적인 레시피다. 초콜릿은 우선 녹이는 단계부터 시작이기 때문에 만드는 엄마와 아이의 상상력 조합에 따라 다양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5

코팅(디핑)

초콜릿을 크림과 섞은 가나슈를 견과류와 함께 버무려 굳

초콜릿 한 가지로는 심심하다 싶을 때 쓰는 게 코팅, 즉 디핑이다.

히는 방법도 있고, 시중에서 파는 웨이퍼 과자에 초콜릿

디핑을 통해 여러 다른 모양을 낼 수도 있다. 디핑하는 초콜릿의 양

디핑하기 등 여러 가지 조합을 시험해 볼 수 있다.

은 원래 만들려는 초콜릿의 3배 정도 중탕해야 한다. 내용물이 될

불을 이용하는 단계나 재료가 뜨거운 단계를 제외하면 아

초콜릿이 원하는 만큼 굳었다면 디핑포크를 이용해 뜨겁게 녹아

이의 적극적인 참여가 엄마의 굳어 있던 상상력까지 깨워

있는 디핑용의 초콜릿에 담근다. 이 과정도 아이가 안전하고 흥미

줄 계기가 될 수도 있을 터다. M

롭게 해 볼 수 있다.

에디터 김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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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Y

특명! 건조해진 아기피부를

보호하라

보습에 좋은 천연오일 어떤 것이 있을까 아보카도 오일 아보카도의 열매를 냉동 압착해 추출한 것으로 지방함량 이 많아 숲의 버터로 불린다. 비타민A, B2가 함유되어 있어 건성피부에 효과적이다. 피부 침투성이 좋고 피부친화력도 뛰어나다. 특히 민감한 피부나 트러블성 피부, 건조한 피부, 노화된 피부에 탁월하다. 연약한 아기피부는 겨울 찬바람에 푸석푸석해지기 십상이다. 민감하기 쉬운 아기피부에는 보습제도 자극이 될 수 있는데, 보습에 탁월한 순한 천연오 일로 아기피부의 수분을 지켜내자.

호호바 오일 피부를 보호해 유연성을 증가시켜 탄력을 부여한다. 세포 의 재생과 기능 조절 시 좋은 효능을 보이고, 각질층을 축 소시키고 거친 피부를 부드럽고 매끈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라놀린 오일

정리 편집실 레시피 제공 솝스쿨(www.soapschool.co.kr)

양털로부터 추출된 천연오일로, 특유의 냄새와 동물성 원 료 그리고 알레르기 유발 가능성이 있지만, 비타민E와 순 수 지방산이 풍부해 피부에 우수한 보습력과 지속작용이 좋다. 겨울철 건성 피부, 갈라진 피부, 재생이 필요한 피부 에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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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건조하고 차가운 날씨에 궁여지책으로 엄마가 쓰던 립밤을 이용해 아기 입술이 트는 것을 막아왔다면, 이번 기회에 조금만 부지런을 떨어보자. 천연오일을 이용한 립밤은 시중의 그것과는 달리 자극적인 화학물이 들어가 있지 않고, 보습효과도 뛰어나 아기에게 좋다.

천연오일로 엄마표 립밤만들기

재료 유기농 호호바 오일 9.0g, 보리지 오일 4.5g, 스윗 아몬드 오일 7.0g, 비즈왁스 7.5g, 비타민E 1.0g, 나프리0.3g, 복숭아 플레이버 오일 3방울 만드는 방법

1 사용되는 비커나 도구들을 소독용 에탄올로 간단히 소독한다. 2 유기농 호호바 오일, 보리지 오일, 스윗 아몬드 오일을 계량해 비커에 넣는다. 3 2번의 비커에 비즈왁스를 계량해 넣는다. 4 비커에 계량한 나머지 재료를 모두 담아 핫플레이트(혹은 가스렌지, 전자렌지)로 낮은 온도에서 서서히 가열 시킨다. (가스렌지 사용 시 중탕, 전자렌지 사용 시 전자렌지용 내열 용기에 담아 30초 단위로 가열해 녹인다)

5 재료가 완전히 녹을 때까지 가열한 후 비타민E, 나프리, 복숭아 플레이버 오일을 넣고 섞어준다. 6 미리 소독해 둔 롤링 용기에 내용물을 천천히 부어준다. 이때 급하게 붓게 되면 중간에 기포가 생길 수 있으므 로 주의한다.

7 내용물이 완전히 굳을 때까지 기다린다. (약 10분정도 자연히 두면 굳는다) 8 아기가 좋아하는 스티커를 붙여주거나 이니셜 스티커를 이용해 아기 이름을 새겨주자. 비타민E 피부 신진대사를 도와주고, 노화를 방지해 준다. 항산화 효과가 있다. 나프리 기존 합성 방부제가 피부 트러블 등의 문제가 있는 점을 보완하여 천연 식물에서 초임계 추출방법으로 생산된 제품으로, 피부 자극을 최소화하면서 제품 내에서의 방부 효과를 갖는 천연 방부제다.

마카다미아 넛 오일 마카다미아의 열매에서 추출하며 올레인산(50~60%)이 주성분이나 팔미토올레인산 함량이 20~27% 정도로 높다. 다른 오일에 비해 팔미토올레인산을 많이 포함하고 있는데, 이것은 어린아이의 피지에서 발견되다가 나이가 들어감 에 따라 점점 감소하게 되므로 노화 피부, 건성 피부에 도움이 된다. 에뮤 오일 에뮤라는 조류의 가슴 부위로부터 추출한 동물성 오일로 각종 EFA(Essential Fatty Acid)를 함유하고 있다. 에뮤 오 일은 높은 친화력을 갖고 있어 지질막까지 침투가 되며, 독성이 없어 모든 피부에 부작용이 없다. 또 거의 트리글리세 드 지방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지방은 인간의 피부 지방질에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는 성분으로 인간 피부 지방산 과 매우 흡사하다. 트러블, 건성 피부, 노화, 재생, 보습, 마사지 관련 제품에 쓰인다. 보리지 오일 트러블을 완화하며 수분 손실을 보충하는데 효과적이며 손상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한다. 아이들의 피부 트러블에도 유용하게 사용된다. 스윗 아몬드 오일 피부를 부드럽게 하고 가려움을 완화해 손상된 피부와 건성 피부, 트러블에 좋다. 피부 깊숙이 침투하기 때문에 피부 표면 보호용으로 적합하다.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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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ING

콜록콜록 감기가 유행처럼 돌고 있다. 아이에게 찾아 온 독한 겨울감기를 천연재료로 다스려보자. 음료수 처럼 만들어 주면 아이의 입맛에도 잘 어울린다. 손 쉽게 만들 수 있고 아이의 건강까지 지켜주는 차 리

감기를 이기는

건강차(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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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 6. 에디터 김혜원


도라지차

대추차

모과차

인삼이나 홍삼 등에 함유된 사포닌

대추차는 호흡기 강화기능이 있어

모과차는 기침과 가래로 고생하는

성분이 들어있는 도라지 차는 호흡

꾸준히 먹으면 호흡기에 좋고 감기

아이에게 안성맞춤. 기관지를 튼튼

기가 약해서 감기를 달고 사는 아이

를 예방할 수 있다. 그 뿐 아니라 혈

하게 해주며 피로회복에도 좋다. 특

에게 좋다. 단, 껍질을 벗기지 않고

액순환을 원활하게 해 아이의 몸을

히 기침으로 인해 목에 통증이 있을

끓여야 효과를 높일 수 있으니 참고

따뜻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준다.

때 마시면 효과적이다.

할 것. 목이 붓거나 염증이 생기는

감기에 걸렸을 때 꾸준히 마시면

호흡기 질환을 완화 시키나 과용하

감기 탓에 떨어진 식욕을 돋워주는

면 몸이 부을 수 있으므로 아이에게

효능도 있다.

먹일 때는 하루 15g을 넘지 않도록 주의한다. 재료 도라지 20g, 물 2L, 흑설탕 약간 1. 도라지 반줌과 감초를 준비한다. 2. 물 2L에 도라지와 감초를 넣어 끓어 오르면 불을 줄여 10분간 끓인 뒤 체 에 밭친다. 3. 완성 된 도라지차는 그 상태로 먹어 도 좋고, 흑설탕을 넣어 마셔도 된다.

재료 대추3개, 물 3컵, 꿀 약간 1. 대추는 깨끗이 씻어 냄비에 물과 함 께 넣어 은근한 불에 달인다. 2. 대추가 무르익을 정도로 끓으면 체 에 받친다. 3. 기호에 따라 꿀을 첨가한다.

재료 참모과, 설탕 600g 1. 모과를 깨끗이 씻어 4등분 한 뒤 씨 를 제거하고 곱게 채 썬다. 2. 썰어 놓은 모과에 설탕 500g을 넣 고 잘 버무린다. 3. 소독한 병에 버무린 모과를 담고 빈 공간을 설탕 시럽으로 채워 뜨지 않게 보관한다. 4. 열흘 후 적당량을 덜어 뜨거운 물을 부어 마신다.

유자차

오미자차

생강차

유자는 레몬보다 비타민 C가 3배나

오미자는 시고, 달고, 맵고, 쓰고, 짜

몸살 기운이 있을 때 땀을 내고 가

많이 들어 있어 감기 예방에 탁월하

고 이렇게 다섯 가지의 맛이 난다고

래를 삭히는 효능이 있는 생강차.

다. 대중적이고 달콤해서 만들어 놓

해서 오미자라고 한다. 몸에 수분을

발한 작용이 뛰어나 몸살 증상 초기

고 아이의 간식과 곁들여도 좋다. 재료 유자 3kg, 설탕 3kg 1. 유자를 8등분으로 갈라 준 다음 속 알맹이를 제거한다. 2. 알맹이를 제거한 껍질의 흰 부분을 얇게 잘라낸다. 3. 곱게 채를 썬 뒤 설탕에 버무려준다. 4. 유리 용기에 유자를 5cm 정도 넣고 설탕을 뿌리는 식으로 겹겹이 채운 뒤 밀봉한다. 5. 2~3일 후 적당량에 따뜻한 물을 부 어 마신다.

만들어 호흡기를 촉촉하게 만들고

에 달여 마시면 좋다. 특유의 향 때

폐 기능을 부드럽게 하기 때문에 기

문에 아이가 거부할 땐 꿀을 두 스

침을 가라앉히는 효능이 있어 천식

푼 정도 넣어 주면 달콤한 맛이 아

이 있는 아이들에게 추천한다.

이의 거부감을 줄여준다.

재료 오미자 30g, 물 3컵, 꿀 약간 1. 오미자는 잘 마른 것을 골라 씻어 물기를 뺀다. 2. 미지근한 물에 12시간 정도 불려준다. 3. 불려진 오미자를 체에 걸러 준 뒤 체에 밭친다. 3. 오미자차를 그냥 마시거나 꿀을 넣 는다.

재료 생강 한 톨, 물 2컵 1. 생강을 깨끗이 씻어 얇게 썬다. 2. 냄비에 생강과 물을 넣고 뭉근한 불 에 끓인다. 오래 끓일수록 진하게 우러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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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 K

조선 최고의 육아서

태교신기(胎敎新記)

옛날에는 태교의 도리를 옥판(玉板)에 써서 금궤(金櫃)에 넣어 종 묘(宗廟)에 두어서 훗사람의 경계로 삼았단다. 그만큼 태교가 중 시되었다는 얘기다. 흔히 태교를 임산부만의 몫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270여 년 전 남 성 중심의 조선에 살았던 여성 실학자 사주당 이씨(1739~1783) 는 “태교는 온 집안이 함께 해야 한다”는 사실을 전제로 삼고, 태교 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태아를 만드는 아버지의 역할을 강조했다. “스승의 십 년 가르침이 어머니가 임신하여 열 달 기르는 것만 같 지 못하고, 어머니가 열 달 기른 것이 아버지가 하루 낳는 것만 같 지 못하다”는 그의 말처럼 말이다. 물론 말소리는 담장 밖을 넘어가선 안 되고, 남편이 아무리 첩을 사랑해도 겉으로 내색해선 안 되며, 박식하여도 아는 것을 티내선 안 되던 당대의 여성상과는 전혀 달라 기이하기까지 하다. 게다가 ‘해도 좋다’는 것보단 ‘아니해야 한다’는 것이 태반이니, 임신이 족 태교신기 사주당 이씨(師朱堂李氏, 1739~1821)가 1800년(정조 24)에 아기를 가진 여자들을 위하여 한문으로 글을 짓고, 아들인 유희(柳僖)가 음의(音義)와 언해를 붙여 1801년(순조 1)에 이루어진 책이다.

쇄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태교의 중요성을 이야기한 이사주당이 그러지 않았던가. “배 속의 자식과 어머니는 혈맥이 이어져 있어서 호흡을 따라서 움직이는데, 기뻐하며 성내는 것이 자식의 성품이 되며, 보고 듣는 것이 자식의 기운이 되며, 마시며 먹는 것이 자식의 살이 되나니, 어머니 된 자가 어찌 삼가지 않으리오(제4장 14절)”라고 말이다.

정리 편집실 참고서적 <태교신기>(한국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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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교신기가 제안하는 임신부 생활법

자식을 낳는 아버지의 도리

1. 귀인(貴人)·호인(好人)·흰 벽옥(璧玉)·공작(孔雀)과 같이 빛나고 아름다운 것 을 보아야 한다. 물이 넘치거나 화염에 쌓이고, 나무가 부러지거나 집이 무너지는 것, 병들고 상한 것, 더럽고 역겨운 벌레들은 보지 않아야 한다.

부부가 되거든, 매일 공경하는 마음 으로써 서로 대하여야 하며, 행여 상 스럽거나 우스갯소리로 대하지 말아 야 한다. 한 지붕 아래나 침상 위에 단둘이 있 을 때라도 하지 않아야 할 말이 있으 며, 부부가 거처하는 방이 아니면 함부 로 드나들지 말며, 몸에 질병이 있으면 잠자리를 같이 하지 않아야 한다.

2. 음란한 풍류, 저잣거리의 떠드는 소리, 부인네의 잔걱정과 술주정, 분하여 욕설하 는 소리, 서러운 울음소리 등은 듣지 말아야 한다. 3. 공경으로서 마음에 두고 혹시라도 사람을 해치며 산 것을 죽일 마음을 먹지 말며, 간사하고 탐하며 도적질하고 시새움하며 훼방할 생각이 가슴에 싹트지 못하게 하 여야 한다. 4. 말할 때는 화가 나도 모진 소리를 하지 말며, 성나도 몹쓸 말을 하지 말며, 사람을 속이지 말며, 근거가 분명치 않은 말을 전하지 말며, 자기의 일이 아니면 말을 많이 하지 말아야 한다. 5. 임신부가 이미 아기를 가졌으면 부부가 함께 잠자리를 아니하며, 옷을 너무 덥게 입지 말며, 음식을 너무 배부르게 먹지 말며, 너무 오래 누워 잠자지 말며, 반드시 때 때로 가벼운 행보를 하며, 찬 곳에 앉지 말고, 더러운 곳에 앉지 말며, 악취(惡臭)를 맡지 말며, 험한 곳을 건너지 말며, 무거운 것을 들지 말며, 노력이 지나쳐 몸을 상하 게 하지 말며, 침이나 뜸을 함부로 사용하지 말며, 탕약을 함부로 먹지 말 것이다. 항 상 마음을 맑게 하고 고요하게 거처하여 온화하고 알맞게 하며, 머리·몸·입·눈 이 하나와 같이 단정하게 하여야 한다. 6. 임신부는 일을 맡길 사람이 없다 하더라도 할 만한 일만 가리어 해야 한다. 반찬 만드는 일을 조심하여 그릇이 떨어져 깨지게 하지 말며, 물과 국물이 찬 것을 손에 대지 아니하며, 날카로운 칼을 쓰지 말며, 자르기를 반드시 바르게 하여야 한다. 7. 앉을 때도 단정히 옆으로 기울이지 말며, 바람벽에 기대지 말며, 두 다리를 뻗고 앉지 말며, 걸쳐 앉지도 말며, 마루 가장자리에 앉지 말며, 앉아서 높은 곳의 물건을 내리지 말며, 서서 땅에 있는 것을 잡지 말며, 왼편의 물건을 오른손으로 잡지 아니 하며, 오른편의 물건을 왼손으로써 집지 아니하며, 어깨 너머로 고개를 돌려 돌아보 지 말아야 한다. 8. 임신부가 서거나 다닐 때는 한쪽 발에만 힘주지 말며, 위태로운 데를 밟지 말며, 기울어진 샛길로 다니지 말며, 급히 달리지 말며, 뛰어 건너지 말아야 한다. 9. 잠잘 때는 엎드리지 말며, 몸을 굽히지 말며, 몸을 드러내 눕지 말며, 한더위와 한 추위에 낮잠 자지 말며, 배불리 먹고 자지 말며, 만삭이 되면 옷을 쌓아 옆을 고이고, 밤의 절반은 왼쪽으로 눕고 밤의 절반은 오른쪽으로 눕는 것으로써 법도를 삼아야 한다. 10. 임신부는 과일 모양이 바르지 아니하면 먹지 않으며, 벌레 먹은 것을 먹지 않으 며, 썩어서 떨어진 것을 먹지 않으며, 익지 않은 열매와 푸성귀를 먹지 않으며, 찬 음 식도 먹지 않으며, 빛깔이 좋지 않은 것을 먹지 않으며, 냄새가 좋지 않은 것을 먹지 않으며, 때 아닌 것을 먹지 않으며, 고기가 많아도 밥보다 많이 먹지 말아야 한다. 또한 자식이 단정하기를 바라거든 잉어를 먹으며, 자식이 슬기롭고 기운 세기를 바 라거든 소의 콩팥과 보리를 먹으며, 자식이 총명하기를 바라거든 해삼을 먹으며, 해 산(解産)에 임해서는 새우와 미역을 먹는다. 11. 임신부가 해산에 당도하면 음식을 충분히 먹고, 천천히 다니기를 자주 하며, 잡 사람을 만나지 말며, 아이를 돌볼 사람은 반드시 가려서 정하고, 아파도 몸을 비틀 지 말며, 뒤로 비스듬히 누우면 해산하기 쉽다. M

임신부를 대하는 도리 벗과 더불어 오래 있어도 오히려 그의 사람됨을 배우거늘, 자식이 어머니로 부터 칠정(七情: 인간의 기본적인 7가 지 감정. 즉, 희(喜)노(怒)애(哀)락(樂) 애(愛)오(惡)욕(慾)을 말함)을 닮는 것 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 때문에 임신부 곁에는 항상 선한 사람을 두어 거동을 돕고, 마음을 기쁘 게 하며, 본받을 말과 법으로 삼을만한 일을 귀에 끊임없이 들려줘야 한다. 그 러고 나면 게으르고 사벽(邪僻)한 마음 이 생겨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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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교육법

엄마가 아닌 여성으로 태어나라! 소설가 김별아의 육아법

낭만과 사랑이 황혼녘의 노을처럼 낙하 하는 시대. 그런 시대를 살아가는 이 시 대의 엄마들은 무미건조한 일상에 지쳐 가고 한 줌의 열정마저 육아의 부담으 로 얼어버린다. ‘엄마’의 행복은 어디에 서 찾아야 하는 걸까. ‘엄마’들의 잠들 어 있는 행복을 깨우기 위해 김별아가 전하는 신년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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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미실>, <채홍>, <논개> 등을 비롯해 <이 또한 지 나가리라>, <괜찮다 우리는 꽃필 수 있다> 등의 에세이를 포 함해 왕성한 창작활동을 펼쳐가고 있는 작가 김별아. 특히 그 이의 에세이는 산행을 통해 얻은 깨달음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16차에 이르는 백두대간 산 행기록을 담고 있다.

“아들이 잘살려면 저한테서 도망쳐야 해요. 다른 엄마들도 마찬가지예요. 자식들을 품 안에서 내보내 줘야 해요.”

산행을 통해 인생의 깨달음을 얻는 김 작가가 아들과 함께 겨울 산행에 올랐다. 김 작가는 소설가로서, 엄마로서 그리고 여자로서 어떤 깨달음을 얻고 돌아왔을까. 그이의 교육철학 을 담았다.

인생은 가치의 문제다 김 작가는 교육문제에 각별한 관심이 있다. 이는 김 작가가 고 등학교 2학년에 올라가는 아들을 둔 엄마인 까닭이기도 하다. 김 작가는 아들을 일반 고등학교가 아닌 대안학교에 보냈다. 사교육 포기 각서를 쓰고 들어간 대안학교의 생활은 모든 것이 학교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그러다 보니 부모가 간섭할 수 있 는 여지가 거의 없다.

여전히 우리의 아이들은 꿈을 물어보면 직업을 말한다. “제 불안에 아이를 망칠까봐 대안학교에 보냈어요. 대안학교

그리고 부모도 그것이 자녀가 가질 수 있는 이상적인 꿈

는 모든 게 학교와 친구들 사이에서 이뤄지다 보니 제가 관여

이라고 믿고 있다. 그 꿈은 의사, 변호사, 연예인, 공무원

할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어요. 아들이 잘살려면 저한테서 도

등으로 표현된다. 하지만 변호사라는 직업도 천차만별이

망쳐야 해요. 다른 엄마들도 마찬가지예요. 자식들을 품 안에서

다. 악을 옹호해가며 돈을 버는 변호사가 있는가 하면, 사

내보내 줘야 해요.”

회의 정의를 위해 헌신하는 변호사도 있다. 그러나 우리의 아이들은 어떤 변호사가 될 것인가를 고

김 작가의 인생에는 소설과 아들밖에 없다고 한다. 그리고 김

민하기보다는 변호사라는 직업을 얻기 위해 달려가고 있

작가는 소설가와 엄마의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해왔다. 20년간

다. 그렇게 성장한 아이들이 만들어낸 세상이 현재의 모

의 작가생활 동안 한 번도 마감을 넘겨본 적이 없다는 김 작가

습이다.

는 아들이 집에 있을 때는 글을 쓰지 않는다. 아들이 있을 때는 온전한 주부로서 생활하고 아들이 학교에 가면 그제야 펜을 잡는다. 그토록 아들에 대한 사랑이 극진한

가치는 사라지고 지위와 신분만이 남았다. 삶의 방향은 ‘무엇을’보다는 ‘어떻게’에 의해서 규정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삶은 가치의 문제다.

김 작가가 서서히 아들을 놓아주는 연습을 하고 있다. “공무원보다는 소박하게 살고 싶다는 것이 오히려 꿈에 “사실은 저도 무척 불안해요. 자녀를 가지고 실험을 할 수는 없

가깝죠. 예를 들어 사진사는 꿈이 아니에요. 직업이죠. 어

잖아요. 주변에서도 ‘너는 명문대를 나와 놓고 왜 자식의 인생

떤 사진을 찍고 싶다는 가치의 문제가 들어갔을 때 아이

은 그렇게 망치냐’고 말씀하시는 분도 계세요. 하지만 우리 아

들이 비로소 구체적인 꿈을 펼칠 수 있어요. 자신이 원하

이들이 살아가야 할 세상은 우리 때와는 다르잖아요. 우리 아

는 사진을 찍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하며, 이후에 어

이들의 평균 수명은 90살이 넘어요. 그러니 20년을 배운 것만

떤 전시회를 열고 스튜디오는 어떻게 꾸밀 것인지 까지

으로 남은 70년을 살아갈 수는 없어요. 직업도 두세 개는 가질

가 생각되는 거죠. 그러니 이제는 가치를 심어주는 데 더

거예요. 이제는 직업을 얻기 위한 교육이 아닌 가치를 알려주

노력해야 해요.”

는 교육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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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기준을 찾아라 김별아 작가는 엄마도 경제적인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여 성을 억압해온 역사의 이면에는 유교적인 이념과 함께 경제적 인 수탈이 있었다는 것이다. 여성이 자신의 지위를 회복하기 위 해서는 무엇보다 경제적인 자립이 중요하다. “여성을 억압하던 역사를 보면 결국은 경제력의 싸움이라는 걸 알 수 있어요. 삼국시대나 고려시대 그리고 조선 초기까지 모권 이 강한 사회였어요. 왜냐면 재산을 아들딸 구별 없이 똑같이 나 눠줬거든요. 그래서 제사도 자녀가 돌아가면서 지냈지요. 그러 던 것을 조선 중기 이후부터는 모든 재산을 장남에게 몰아주고 딸은 출가외인이라는 이유로 경제권에서 제외했어요. 그와 함 께 여성에 대한 억압도 심해졌지요.” 그런 경제적인 불평등은 현대에 와서 많이 사라졌다. 현대사회 는 과거에 비해 경제적으로도 풍요로워지고 정치, 사회, 문화적 으로도 훨씬 자유로워졌다. 하지만 여전히 한국사회의 행복지 수는 OECD국가 중 최하위권이고 자살률은 높기만 하다. “사회는 풍요로워졌는데 그 안에서 사는 개인들의 고통은 더 커 졌어요. 그건 자유로움 속에서도 뜻대로 살지 못하는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뒤처질까 불안해 하며 끊임없이 타인의 눈치를 보죠. 타인의 시선으로 자신의 삶 을 평가하는 거예요. 자신의 욕망과 본능에 충실해 보이는 사람 들도 결국은 주어진 기준을 따라가는 데 급급한 경우가 많아요. SNS와 수많은 매체의 홍수 속에서 개인의 판단이 모호해져 버 리기도 하죠.” 말은 많아졌지만, 대화는 부족한 시대. 관계는 넓어졌지만 외로 움은 커지고, 자유로움 속에서도 불안감을 느껴야 하는 모순된 시대 속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어떻게 하면 이러한 모순을 극복 하고 심리적인 안정을 찾을 수 있을까. “자신만의 삶의 속도를 찾는 게 중요해요. 시대의 물살에 휩쓸려 가면 굉장히 고통스러울 수 있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남의 눈치를 보지 말아야 해요. 스스로에게 묻고 자신의 목소리 에 귀 기울일 줄 알아야죠. 그리고 젊은이들은 시대가 제시하는 가치만을 좇아가다 보니 인생이 재미가 없어요. 개인의 스펙은 화려해지는데 영혼은 왜소해지는 거죠. 이제는 외부가 아닌 자 신의 내면부터 돌아봐야 하는 시대가 된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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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아닌 여성으로 태어나라 김별아 작가는 자녀에게 바른 가치를 심어주기 위해서는 엄 마가 먼저 자신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말한다. 여성이 아이 를 낳고 아줌마가 되었다는 이유로 여성으로서의 가치를 포 기해버리는 것은 엄마와 자녀 모두에게 해가 되는 일이다. “우리 사회에 고학력 여성들이 많아졌잖아요. 하지만 사회 는 그러한 여성들을 모두 수용할 만한 구조는 못되지요. 그리 고 더욱이 결혼한 여성이 양육과 일을 병행하기는 어려워요. 설사 병행한다 하더라도 너무 큰 희생을 치러야 해요. 그러다 보니 그렇게 많이 배우고도 전업주부가 되어버려요. 자신의 일과 삶을 포기해버린 여성이 그 괴리감을 충족할 수 있는 게 무엇이겠어요? 결국은 자녀밖에 없는 거지요. 엄마의 극성이 자식을 위한 거라는 말은 사실 거짓말이에요. 물론 자녀를 걱

“타인이 아닌 자신에게 집중하세요. 삶은 무엇보다 소중한 개인의 역사니까요”

정은 하지요. 하지만 엄마의 바람이 모두 자녀를 위한 것이라 고는 할 수 없어요.” 김 작가는 부모의 지나친 바람이 자녀를 망치는 근원이 된다 고 말한다. 부모는 자신이 해온 것은 물론 자신이 하지 못했 던 것들까지 자녀를 통해 이루려고 한다. 그러니 자녀는 얼마 나 힘들겠는가. 그런 악순환을 피하기 위해 김 작가는 엄마들 에게 노동을 제안한다. 노동이란 일을 해서 돈을 벌어오는 것 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아이는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자란다고 하잖아요. 우리 아

엄마들이 자녀가 아닌 자아실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이도 제가 한 말들을 기억하는 게 아니라 저의 평소 모습을

것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모범사례로 김 작가는 자신이 사

기억하더라고요. 제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인사하고, 무슨 일

는 동네 주부모임을 꼽는다. 동네의 주부들이 모여 인문학

로 싸웠으며, 어떻게 친절을 베풀었는가 하는 것을 말이죠.

공부를 하고 노래패를 만들고 극단도 창단했다고 한다. 그

아이들은 부모의 훈계로 크는 게 아닌 거 같아요. 그러니 엄

리고 그런 활동은 주부 개개인은 물론 동네 전체에 활기를

마가 자신의 남은 인생을 가치 있게 꾸미는 것이 자녀의 인생

불어넣었다.

에도 큰 교육이 되는 거지요.” 김 작가는 자신에 대한 투자로 매일 2시간 이상씩 운동을 한 다. 그리고 주말이면 산에 올라 자연과 호흡하면서 마음을 다 스리고 있다. 김 작가는 자신에 대한 가장 큰 믿음은 체력이 라고 한다. 그리고 반 농담으로 소설은 두뇌가 아닌 근육으로 쓰는 것이라 말한다. 김 작가는 그런 체력을 바탕으로 2013년도 바쁜 한 해를 보 낼 예정이다. 그렇게 김 작가는 엄마라서 안 될 거라는 편견 에 저항하고 있다. 자신의 인생을 뜨겁게 사랑하면서. M 에디터 김수석 사진 양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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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원이 만난 사람

① 워킹맘 박지연

“열심히 일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나만의 육아법이죠”

아이를 임신하고, 힘든 육아를 감당하면 서 허탈함과 자괴감을 느끼고 우울증에 빠지는 여성들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 다. 이럴 때 그들은 두 가지 갈림길에 서 게 된다. 내 아이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항상 옆 에서 지켜봐 주는 든든한 육아맘이 될 것인가, 나의 열정과 자아실현을 위해 사 회로 진출할 것인가. 어느 쪽이든 선택의 책임은 따르기 마련. 육아와 비지니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 은 워킹맘 박지연 씨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사회에선 당당한 여성으로, 아이들 에게는 섬세한 엄마로. 지금이 가장 행복 하다는 그녀와의 솔직한 인터뷰를 공개 한다.

에디터 김혜원

나의 자신감은 현재진행형 30대 중반의 박지연 씨는 암웨이 비즈니스에 종사하며 디자인 회사도 운영 중인 대표적인 워킹맘이다. 동시에 그녀는 여덟 살, 세 살 두 아이 의 엄마이기도 하다. 결혼 전엔 무용을 전공하며,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에 종사했고 결혼 후 엔 사회인들을 대상으로 비지니스 강의를 펼치고 있다.지금의 그녀는 사람들이 소위 말하는 ‘잘나가는 워킹맘’이지만 이 자리에 오기까지 어 려운 시간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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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아이를 낳고 100% 모유수유를 하며, 집에만 있는 날이 많아지면서 몸매도 망가지고 우울증이 오기 시작했어요. 저 를 더욱 힘들게 했던 것은 자신감을 잃고 위축되어 나 자신을 챙기지 못한 것이었죠. 그러던 중 지인을 통해 우연히 이 일 을 접하게 되었어요.” 이후 그녀의 삶에는 점차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아이와 남편에게만 집중되었던 삶이 점차 자신에게 옮겨지게 되었

“저는 아이들이 스스로의 목표를 확실히 세우고 그 목표를 향 해 달려가는 독립적인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래요. 그래서 자신 의 일에 책임을 지는 습관을 길러주도록 노력하고 있고요.”

고, 덕분에 잃어버렸던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었다. 심지어

때문에 그녀는 아이들에게 강요하기보단 아이들의 모범답

일을 하기 시작하니 출산 후 빠지지 않던 살이 절로 빠지기

안이 되기 위해 자신이 먼저 꿈을 좇으며 최선을 다해 사는

시작했다고.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회사에서 어느 정도의 자리에 오르고 주변인으로부터 인정 받는 기분이란 말로 표현할 수 없이 행복하더라고요. 육아에 만 전념할 때보다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지만 저는 오히려 워 킹맘 선언 이후 더 파이팅 넘치는 삶을 살게 되었어요.”

특별한 육아법 박지연 씨는 현재 우선순위가 ‘일’이라고 말한다. 물론 아이 들의 든든한 후원자 역할도 최선을 다해 해내는 그녀다. “아이들의 스케줄 모두를 함께 할 수 없어 미안한 마음이 크 지만 열심히 일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이들에 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거라고 믿어요.”

남편과 이루는 최상의 앙상블 박지연 씨가 당당한 워킹맘이 되기까지 가장 큰 도움을 준

늘 바쁜 그녀지만 그래도 주말만큼은 꼭 아이들과 함께 보낸

사람은 바로 남편이다. 늘 아내의 일을 존중해 주는 든든한

다. 다양한 여행과 체험 활동을 통해 넓은 시야를 가진 아이

후원자인 남편은 아이들의 육아를 분담하고 그녀의 사회생

들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에서다. 그리고 그녀의 독특한 육아

활에 힘을 실어 주었다.

법중 하나는 바로 엄마의 일상을 보여주며 아이가 사회적 관 계에 눈뜨게 하는 것. “한번은 중요한 지인의 조문을 가야 할 일이 있었는데 여덟 살 된 딸아이와 함께 다녀왔어요. 딸에게는 ‘조문’이라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 시간이었죠. 동시에 단둘이 보 낸 특별한 일상이기도 했고요. 동생이 생겨 엄마의 사랑을 독 차지 못해 늘 서운했던 큰아이가 엄마와 단둘이 보낸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말해주더라고요. 덕분에 저는 딸과 온전한 감정 을 공유한 하루를 보낸 것 같아 큰 뿌듯함을 느꼈어요”

“사실 해외에서는 맞벌이가 당연하거든요. 결혼을 하고 아이 를 낳았다고 해서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마세요.” 워킹맘은 밖에서 일을 마치고 돌아와도 집에서 또 다른 일을 해야 할 수밖에 없다. 회사에서 치이고 집안일에 치이고. 이 런 생활이 부담스러워 사회생활을 포기하는 여성들도 많다. 하지만 안정적인 수입이 있고 남편 월급이 아닌 내가 번 돈 으로도 나의 라이프스타일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워킹맘만 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양가 부모님께 효도도 할 수 있고, 아이들에게 더 큰 기회도 부여하며 무엇보다 부부의 노후가

뿐만 아니라 그녀는 아이들을 새로운 공연과 문화에 많이 노

안정적이라는 안도감에 일이 즐거울 수밖에 없다고.

출시켜 주고, 고급 레스토랑과 호텔에도 데리고 간다. 다양

앞으로의 미래지향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해 10~15년 정도

한 매너와 조용한 식사 예절을 익히게 하기 위한 그녀만의 특

는 더 일하고 싶다는 그녀.

별한 육아법이라고.

“아이들의 사회 진출을 돕는 역할까지 다한 후에 남편과 함 께 여가를 즐기며 살고 싶어요. 저는 그림을, 남편은 악기를 배우며 이상적인 부부의 삶을 즐기는 게 저의 소망이죠.”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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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이 사는 법

국제무대에 새로운 희망을 전하다

UN자문위원

한비야 ‘바람의 딸’ 한비야. 그이는 7년 동안 바람(Wind)이 되

상암동 공원에서 한비야를 만났다. 구호현장을 벗어난 한비야는

어 전 세계의 오지를 돌며 여행가로 이름을 떨치더니,

여성성이 물씬 풍기는 모습이었다. 아직은 인위적인 도시성 보다

9년간은 세계구호기구에서 가난하고 상처 입은 자들

는 현장에서 더욱 아름다운 여자 한비야. 하지만 어쩌면 그 또한

의 바람(Hope)이 되었다.

우리가 그녀의 모습을 정형화시켜버린 까닭이리라.

매번 우리의 가슴에 불을 지피는 식을 줄 모르는 삶의 불꽃. 이제는 국제무대의 새로운 바람(Trend)으로 자

“외적인 가능성을 누려보지 못한 시간들이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리 잡은 한비야를 만났다.

만, 다른 한편으로는 전혀 늦지 않았다는 생각도 해요. 봄의 풋풋 함이나 여름의 풍성함도 아름답지만, 50대의 아름다운 가을도 충 분히 만끽하고 싶어요. 50, 60대도 아름답다는 걸 마음껏 느끼며 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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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이라는 타이틀이 가장 큰 경쟁력 ‘호사다마’라는 말도 한비야에게는 통하지 않는 말인 거 같 다. 운명보다 노력을 믿는 한비야이기 때문이다. 한비야는 유 엔 중앙긴급대응기금(CERF) 자문위원으로 임명된 데 이어,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국제구호위원자격증 과정의 정식 강사가 됐다. 또한, 한국월드비전 초대 세계시민학교 교장으 로 임명됐다. 그이의 대표작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는 백만 부를 돌파했다. “유엔 중앙긴급대응기금(CERF)은 한 해에 6천억원을 모아

한비야는 자신이 내는 책들이 빠짐없이 베스트셀러에 오르

놨다가 어느 곳에 얼마만큼의 지원을 해줘야 할지를 자문하

는 것 역시 한국이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한다. 세계 어디를

는 곳이에요. 임기는 3년인데 상당한 지위가 있는 자리라 주

가더라도 “5천만도 안 되는 인구의 나라에서 긴급구호에 관

로 적십자나 코이카 총장이 아니면 외교부 장·차관이 하던

한 책을 써서 백만 부를 팔았다”고 하면 다들 깜짝 놀란다는

자리였어요. NGO에서는 현장을 방문해 직접 식량을 전달해

것이다. 이는 그만큼 우리나라 국민의 문화적인 성숙도가 높

주는 일을 했다면, 중앙긴급대응기금에서는 그 식량의 활로

다는 것을 대변하기도 한다. 그런 한비야는 국내의 대표적인

를 터주는 역할을 하는 거죠. 그리고 국제구호위원자격증 과

멘토로 불린다.

정의 강사가 된 것도 유엔의 자문위원이 된 것만큼이나 기쁜 일이에요. 우리나라 사람이 국제요원을 배출하게 된 거죠.” 이러한 한비야의 성공을 보고 많은 사람이 ‘한국여성’임에도

“멘토라는 말은 저에게 있어서는 훈장과 십자가에요. 그 말 을 들으면 기쁘면서도 마음이 무거워져요. 아마도 제가 멘토 가 될 수 있는 이유는 머리가 좋거나 운이 좋은 사람이 아니

참 대단하다며 혀를 내두를 때, 한비야는 ‘한국여성’이기 때

라 ‘노력하는 사람’이기 때문인 거 같아요. 그리고 저는 저 멀

문에 가능했다고 말한다.

리 있는 스타가 아니라 정말 가까이에 있는 평범한 사람인 거

“이 모든 기회가 저에게 주어진 것은 제가 ‘한국여성’이었던

죠. 그리고 저처럼 뛰어난 점이 없는 평범한 사람도 순수한

이유가 커요. 정작 한국 사람들은 인식을 못하는 경우가 많은

노력과 열정만으로 해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그런

데, 국제무대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위치는 정말 중요해요. 전

의미에서 주는 훈장이라면 당당히 받을 수 있을 거 같아요.”

쟁으로 고통받던 나라가 40년 만에 다른 나라를 도우러 온 거잖아요. 도움을 받는 쪽의 마음과 도움을 주는 쪽의 마음을

보석처럼 빛나는 한비야, 이제는 사랑할 때

모두 이해하는 보기 드문 나라지요. 그래서 현재 고통받고 있 는 나라들이 우리나라를 보면서 많은 힘을 얻어요. 실제 국제

UN자문위원과 국제요원을 가르치는 강사에 베스트셀러 작

회의를 할 때도 제가 중재의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

가이기까지 한 한비야는 어떻게 그 많은 스케줄을 소화하려

리고 ‘여성’이라는 것도 국제무대에서는 대단한 디딤돌로 작

고 하는 걸까. 한비야의 시간계획을 들어보았다.

용해요. 본래 국제구호위원자격증 과정의 강사가 되기 위해

“6개월은 현장에 가고, 4개월은 가르치고, 2개월은 놀자고 계

서는 20년 이상의 경력이 필요해요. 그런데 제가 보기 드문

획을 짰어요. UN자문위원 자격으로 가는 현장도 이미 몇 군

아시아 여성이라는 걸 크게 봐준 거죠. 거기에 플래처스쿨에

데를 정해놨어요. 그중에 한곳이 소말리아에요. 동아프리카

서 석사 학위를 딴 것도 많은 도움이 되었고요.”

쪽에 기근이 나서 난리가 났잖아요. 그리고 2개월간 쉴 때는 쿠바에 가서 춤을 출 거에요. 눈을 떠서 감을 때까지 춤을 출 생각이에요. 미국에서 유학하면서 춤의 세계를 알았어요. 춤 은 젊은 사람들만 추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게 아니었어 요. 그래서 주말이면 살사나 룸바를 배우고 있는데, 주말에만 배우는 건 제 성에 안 차요. 춤의 매력은 몸으로 이야기하는 거죠. 춤을 추면서 희로애락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는 거 같 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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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두렵지 않은 사람은 없어요. 제가 가는 길은 아무도 가본 적이 없는 컴컴한 어둠 속의 길이에요. 어떻게 가라고 가르쳐주는 사람도 없어요. 그렇게 매일 흔들리고 아파하면서 한 걸음씩 내딛는 거지요. 용기를 내는 거예요” 40


이처럼 한비야는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 강조한다. 하지만 세상에는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모른 채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 한비야는 뿌리내리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대학입학을 기다리고 있는 학생들은 지금 진공상태일 거예 요. 본래 사춘기는 청소년기 때 자신이 누구이며 어떤 미래를 한비야가 자신의 여성성을 발견한 것도 춤을 통해서라고 한

만들 것인가를 구상하는 중요한 시간인데, 우리나라 청소년

다. 2년 전에 미국 유학생활을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파티

들은 정작 그 시기에 성적에 쫓기다가 대학생이 되어서야 사

에도 가보게 되고, 그곳에서 평소에는 입지 않던 드레스나 치

춘기를 맞게 돼요. 그나마도 스펙을 쌓고 취업을 준비하는데

마를 입어보게 되었다는 것. 어깨라인이 드러나는 드레스를

시간을 보내기 십상이죠. 그러면 뿌리가 충분히 내려가지 않

입은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한비야는 비로소 자신도 아름다

아요. 지하공사를 충분히 하지 않고 세운 빌딩은 쉽게 무너지

운 여성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죠. 자신을 알기 위해 투자하는 시간은 정체되어 있는 게 아

이토록 아름다운 한비야인데, 그 아름다움을 자신의 전유물

니에요. 절대 시간 낭비가 아니죠. 뿌리를 내리세요. 깊고 단

로만 간직하기에는 너무 아깝지 않은가. 한 사람의 아름다움

단한 자신만의 뿌리를요.”

은 타인을 통해서 더욱 빛이 나고, 그 빛은 이성 간의 사랑으

뿌리내리기를 위해서 한비야는 여행과 독서를 추천한다. 특

로 뿜어져 나오기 마련이다. 이제 한비야의 귓가에도 큐피드

히 독서는 여러 종류의 인생을 경험해볼 수 있는 소중한 자

가 부르는 사랑의 세레나데가 들릴 법한데.

산이 된다. 한비야의 책을 통해 우리가 한비야의 삶을 돌아볼

“그러게요. 저도 사랑을 해보고 싶어요. 사실 미국으로 유학

수 있듯이. 그렇듯 깊은 뿌리를 내리고 있는 한비야지만, 한

을 떠날 때 이제는 사랑도 한 번 해보겠노라 공표했었죠. 그

비야도 수시로 흔들리고 아파한다고 한다. 뿌리가 깊은 꽃이

런데 막상 유학을 가보니 공부가 너무 어려운 거예요. 정말

라고 해서 어찌 바람에 흔들리지 않겠는가. 백 년을 버티고

하늘이 노랗도록 공부만 했어요. 그리고 도서관에서 제 자리

선 거목도 작은 바람에 수없이 많은 잎사귀를 흔들지 않던가.

가 3층이었는데, 사람들이 3층까지는 잘 안 올라오더군요.

“세상에 두렵지 않은 사람은 없어요. 저는 아직도 길을 찾아

좀 더 낮은 층수에서 공부를 했어야 했는데. 그게 문제였어요

헤매고 있어요. 제가 가는 길은 아무도 가본 적이 없는 컴컴

(웃음).”

한 어둠 속의 길이에요. 어떻게 가라고 가르쳐주는 사람도 없 어요. 그렇게 매일 흔들리고 아파하면서 한걸음씩 내딛는 거

죽을 만큼 하고 싶은 일을 해라 한비야는 정말 평범한 사람일까. 그이가 걸어온 길은 범인의 길이 아님에도 정작 본인은 자신을 너무나 평범한 사람이라 소개한다. 굳이 남들과 다른 점을 찾자면,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그 일에 매진할 뿐이라는 것.

지요. 용기를 내는 거예요. 가끔씩은 울기도 하고요.” 한비야는 누구나 공평하게 기회가 돌아가고 굶는 아이가 없 는 세상을 만드는 게 꿈이라고 한다. 한비야의 말을 듣고 있 노라면 가슴이 뛰고 행복한 꿈을 꾸게 된다. 그리고 실제로 한비야는 그 길을 걷고 있지 않은가. 씨를 뿌린 사람이 있기에 꽃이 핀다. 그리고 한비야가 뿌린

“무엇을 하고 싶은데 용기가 안 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

씨앗이 드디어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한비야와 함께 아름다

요. 그럼 저는 이렇게 물어봐요. ‘그 일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인

운 향기로 가득 찬 세상을 꿈꿔본다. M

가요?’라고요. 용기는 하고 싶은 마음과 비례해요. 죽을 만큼 하고 싶으면 죽을 만큼의 용기가 생겨요. 예를 들어, 등산을 조금 가고 싶은 사람은 비가 오면 등산을 떠나지 않죠. 그에

에디터 김수석 사진 양주원

반해 정말 등산을 가고 싶은 사람은 비가 오고 천둥이 쳐도 등산을 가요. 무엇인가를 하고 싶다는 건 ‘~때문에’가 아니라 ‘~에도 불구하고’ 하는 거예요. 어차피 한 번뿐인 인생인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야 하잖아요. 저는 제 일을 할 때 끝도 없는 용기가 솟아나요. 그 일이 제 피를 끓게 하고, 그 일을 하다가 죽어도 좋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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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 U MAN STORY

보석 같은 삶을 연주하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서혜경’ 이 들려주는 긍정의 선율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서혜경이 여성 피아니스트 최초로 차이콥스키 전곡 녹음에 성공했다. 서혜경은 유방암을 겪고 다시는 피아노를 칠 수 없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암도 그이의 천재적인 재능과 열정을 꺾을 수는 없었다. 삶의 고통을 아름다운 선율로 바꿔놓는 치유의 연주가, 서혜경을 만났다.

텅 빈 객석. 조명이 비치는 무대. 그 가운데 피아노 한 대가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은 2악장에 들면서, 깡충거리

외로이 놓여 있다. 그리고 차분히 무대로 걸어오는 커트 머리

던 피아노 연주가 매우 빠르게 가속된다. 그때부터 피아노 선

의 피아니스트. 피아노는 그 여성이 자신의 건반 위에 손을

율은 어지러운 비행을 시작한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피아노

올려놓기 전까지는 알지 못했다.

선율은 투우장의 소처럼 맹렬하며, 막 피어난 장미처럼 붉다.

자신이 얼마나 아름다운 소리를 숨기고 있었는가를. 그리고 그 피아니스트가 자신의 인생을 말해주기 전까지는 우리도

“9살에 데뷔해서 한국 국립 교향악단과 협연을 했고, 스무 살

알지 못했다. 우리가 얼마나 값진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가를.

때는 세계적 권위의 부조니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자가 되

서혜경의 손끝에서 보석 같은 삶의 선율이 흘러나왔다.

었어요. 그때부터 제 이름은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대열에 끼 게 되었죠. 그리고 29살에는 카네기 홀에서 선정한 세계 3대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천재의 탄생

피아니스트 중의 한 명으로 선정되었어요. 그야말로 그칠 줄 모르는 고공 행진이었죠. 물론 더 높이 날아오르기 위해서는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은 1, 2, 3번과 협주적 환상곡으로

그만큼 더 많은 날갯짓을 해야 했고, 더 빠르게 달리기 위해

구성되어 있다. 차이콥스키는 음역이 넓고 난해해 건반 전체

서는 더 부지런히 발을 움직여야 했어요. 그 가운데서 고통도

를 아우르는 기교가 필요하고, 오랜 연습시간에 타고난 체력

많았죠. 방석을 두 개씩 깔아도 엉덩이는 매일 짓무르고, 팔

과 재능이 없으면 도전조차 할 수 없는 영역으로 치부되던 곡

은 근육파열로 나무토막처럼 굳어져 갔어요. 그래도 멈출 수

이다. 차이콥스키 1번은 깡충거리는 작고 속삭이는 연주로

없었어요. 결코, 추락하고 싶지 않았죠.”

시작된다. 아이가 걸음마를 떼는 듯한 외경을 담아 때로는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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렵고 때로는 쾌활하다.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2번, 사랑의 하모니

“다섯 살 때 처음으로 피아노를 시작했어요. 엄한 어머니의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2번은 러시아풍의 강렬한 행진곡

지도 아래 온종일 피아노에만 붙어 있어야 했어요. 아이들과

으로 시작한다. 하지만 얼마 못 가 사랑스럽고 때로는 장난스

노는 시간도 없었고 쉬는 시간은 화장실에 가는 시간 정도였

러운 선율에 자리를 양보한다. 그런 가운데 밀고 당기는 음의

어요. 마당에서는 동생들이 그네를 타며 떠드는 소리가 들렸

완급이 이어지고, 기발한 두 번의 카덴차(독주연주)가 나온

어요. 하지만 이미 내게는 피아노가 세상의 전부였어요. 친구

다. 처음의 카덴차는 탁월한 기교가 고급스럽지만, 왠지 낯설

도 없었고 사생활도 없었어요. 오직 피아노뿐이었어요.”

고, 두 번째 카덴차는 평이하지만 익숙해서 반갑게 느껴진다.


“제가 살아가는 데는 물과 산소 그리고 피아노가 필요한 요소예요. 아름다운 소리로 추억을 만들어내는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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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이 넘어서야 내가 여자이기를 소망한다는 것을 깨달았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3번 , 절망과 고통

어요. 그리고 때마침 부모님께서 정해놓은 재벌가와의 혼담 도 이어지고 있었죠. 하지만 저는 재벌가의 며느리보다는 평

장엄하게 시작하는 1번과 2번 협주곡과 달리 3번 협주곡은

범하고 믿음이 가는 남자의 아내가 되고 싶었어요. 그래서 부

도둑이 몰래 담을 넘듯 당김음의 기미를 보이며 시작된다. 그

모님의 뜻을 저버리고 지극히 평범한 남자와 만난 지 한 달

러다 그 음의 정체는 점점 더 커져 자신의 어두운 정체를 드

만에 결혼식을 올렸어요. 그때부터 부모님의 후원이 없는 가

러내고야 만다. 그리고 피아노 선율은 저항할 수 없는 운명

난한 생활을 해나갔어요.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

앞의 하릴없는 한숨처럼 누그러진다.

들고 고통스러운 일인가를 처음으로 배웠어요.” “자라는 아이들을 보며 모든 것을 인정하고 매 순간 감사하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2번의 2악장은 길고 아름다운 독

며 살기로 마음먹었어요. 그런데 그 순간 삶은 제게 유방암이

주로 시작한다. 하지만 그 독주는 독주로 그치지 않고 바이올

라는 고난을 던졌어요. 3기였어요. 항암치료에 머리카락이

린과 첼로를 만나 더욱 풍성하고 아름답게 재탄생된다. 피아

다 빠지고, 백혈구 수치는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떨어졌어요.

노 반주에는 사랑과 열정이 넘치고, 바이올린과 첼로는 피아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죽고 싶었죠. 하지만 가장 큰 절망은 5

노의 리드에 맞춰 절묘한 화음을 만들어 낸다.

시간의 수술 후에 다시는 피아노를 칠 수 없을 거라는 의사들 의 말이었어요. 절제수술을 하면 피아노에 적합한 근육과 신

“남편의 사업은 계속되는 실패를 맞봐야 했고 생활은 처참할

경을 함께 잃어야 한다는 것이었죠. 실낱같은 희망으로 피아

정도로 어려워졌어요. 그렇다고 그 사실을 친정에 알릴 수도

노를 칠 수 있다는 말을 해주는 병원을 찾아 헤맸어요. 그러

없었어요. 그런 가운데서 제게 희망과 위로가 되어준 건 아이

다 마침내 7번째 병원에서 피아노를 칠 수 있게 부분 절제수

들이었어요. 큰딸 문정이와 아들 준범이를 보며 더 열심히 살

술을 해보자고 하더군요. 그래서 수술을 받았고, 수술 외에도

아야겠다는 다짐을 되새기곤 했죠. 사랑하는 아이들이 있어

8번의 항암치료와 33번의 방사선 치료를 더 받아야 했어요.”

서 행복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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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3번은 협주곡 중에 가장 극명

협주적 환상곡, 치유의 연주가

한 대조를 이룬다. 슈만 풍의 한숨 같던 선율은 경쾌하고 빠른 가락으로 이루어진 쾌활한 러시아 춤곡으로 변한

협주적 환상곡은 창작력에 불이 붙은 차이콥스키의 새로운 도전

다. 절망 섞인 한숨은 밝고 즐거운 춤곡으로 이어지며 즐

이 돋보이는 곡이다. 전통적인 소나타 양식에서 해방되어 자유롭

거운 피날레로 세차게 끝난다.

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목관악기와 이국적인 타악기를 과감하게 활용해 매혹적이고 멋진 가락을 완성했다. 오케스트라

“수술을 통해 오른쪽 겨드랑이 밑 림프샘을 모두 떼어 냈

는 피아노의 독창성을 살려주고, 피아노는 솔리스트로서 오케스

어요. 의사는 저에게 손가방도 쥐지 말라 했지요. 하지만

트라의 헌신에 보답한다. 어떤 악기도 무시 받지 않고, 그렇다고

수술하고 사흘 만에 링거를 꽂은 채 몰래 병원을 빠져나

스스로 잘났음을 뽐내지도 않는다. 선율이 이뤄내는 환상적인 분

와 집으로 갔어요. 그리고는 피아노 앞에 앉아 ‘호프만의

위기의 비밀은 화합 가운데 있다.

뱃노래’를 쳤지요. 다행히 손가락이 모두 제대로 움직였 어요. 피아노는 파도가 넘실대는 바다를 제 눈앞에 펼쳐

“제 음악을 아끼고 사랑해주시는 분들의 애정이 저를 다시 피아

보였어요. 그날 피아노 앞에서 목 놓아 울었어요. 하지만

노에 앉을 수 있게 했어요. 제가 쓰고 있는 1억 5천만원짜리 피아

그게 끝이 아니었죠. 33번의 방사선 치료를 견디며 우울

노는 어느 일본인 할머니가 선물해주신 거예요. 그리고 또 어떤

증이 심각해졌어요. 그래서 연주회 날짜를 잡았어요. 항

분께서는 제 손을 백만 불짜리 보험에 가입시켜주셨어요. 그 외

암치료가 채 끝나지도 않은 상태로 서울 예술의 전당에

에도 많은 분이 이루 말할 수 없는 격려와 응원을 보내주셨죠. 그

서 라흐마니노프의 협주곡 2번과 3번을 동시에 연주해

런데 어떻게 절망에 빠져 있을 수 있겠어요.”

보였죠.” 서혜경은 이미 여러 차례 음악회를 열어 난치병환자들을 위한 수 술비 모금에 앞장섰고,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3년째 무료 레슨을 진행하고 있다. 서혜경은 청소년이 음악과 함께 바르게 성장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여러모로 노력하고 있다. 서 혜경의 음악은 인생의 역경과 함께 깊어졌고, 사람들과의 교감을 통해 더욱 넓어졌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눈 내리는 저녁 숲가에 서서>라는 시의 마 지막 구절을 좋아해요. 지켜야 할 약속이 있고 잠들기 전에 가야 할 길이 있기에 발걸음을 옮기는 거죠. 그리고 암을 겪고 나서는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삶을 즐기려고 해요. 사람이 살아가는 데는 그렇게 많은 게 필요치 않은 거 같아요. 제가 살아가는 데는 물과 산소 그리고 피아노가 필요한 요소예요. 아름다운 소리로 추억을 만들어내는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어요.” M 에디터 김수석 사진 양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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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토와의 산책

2013년, 마음을 다스리고 사랑을 찾는 법

혜민스님이 전하는 신년 메시지

‘혜민’이라는 이름은 ‘지혜롭고 민첩 하다’는 뜻이 담긴 법명이다. 그 법명 에 어울리게 혜민스님은 수행과 일상 에서 얻은 지혜를 통해 45만명의 팔로 워와 소통하고 있다. 그리고 트위터에 올린 140자의 메시 지들로 엮인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은 굳건히 베스트셀러 종합순위 1위를 지키며 사랑을 받고 있다. 젊은 감각, 따듯한 소통법으로 이 시대 의 친구이자 멘토로 자리매김한 혜민스 님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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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에 나쁜 감정이 일어났을 때, 거기에 이름을 붙이지 말고 가만히 물러나서 바라보세요”

혜민스님은 승려이자 미국 대학교수라는 특별한 인생을 살고 있다. 하버드 대에서 비교종교학 석사학위를, 프린스턴대에서 종교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현재는 햄프셔대에서 종교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하지만 직접 대면 한 혜민스님은 생각 이상으로 유쾌하고 털털한 성품이었다. 그가 가진 화려 한 이력에서 풍겨오는 도도함이나 근엄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다정함 과 진솔함이 혜민스님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이었다. “저는 ‘왜 사는가?’, ‘죽으면 어떻게 되는가?’와 같은 궁극적인 질문에 대한 갈 망이 항상 있었어요. 그래서 우선 학문적으로 공부를 많이 했고, 더 깊이 수 행하기 위해서 스님이 되었어요. 운이 좋게도 큰스님들께 가르침 받으며 궁 금한 걸 많이 해결할 수 있었지요.” 우리나라의 인식에서 보자면, 승려가 된다는 것은 어지간한 결심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삶의 많은 부분을 포기해야 하는 일이기에 가족들의 동 의를 얻기 또한 쉽지 않다. 게다가 혜민스님의 부모님은 당시에 무신론자였 다고 한다. “솔직히 당시에 부모님께서 어떤 감정이셨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제가 부모 님께 스님이 되겠다는 말씀을 드렸을 때, 부모님께서 겉으로 내색하신 건 없 으셨어요. 그간 제 앞가림은 스스로 알아서 잘해왔고, 학교도 장학금을 받으 며 다녔기 때문에 저에 대한 부모님의 믿음이 크셨어요. 그리고 지금도 가끔 함께 식사를 할 일이 생기면 제가 무척 자랑스럽다는 말씀을 하세요. 그리도 더 많은 이들과 마음을 나누기를 바란다고 하세요.”

화를 다스리는 법 혜민스님은 한국인들이 가장 궁금해하고 배우고 싶어 하는 것이 화를 다스 리는 법이라고 한다. 혜민스님은 화가 일어났을 때 그것에 매몰되지 않고, 그 감정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알려준다. “화가 일어났을 때 화를 누르고 없애려고 하면 화가 없어지기는커녕 더 커 집니다. 그렇다고 자기통제나 마인드컨트롤을 통해서 화가 안 나게 하는 것 도 불가능한 일 같아요. 화뿐만이 아니라, 우울, 걱정, 절망, 외로움 등의 부정 적인 생각이 올라왔을 때 그 안에 들어가서 뭘 하려 하지 말고 한 발 물러서 십시오. 그리고 가만히 2분만 지켜보세요. 그러면 부정적인 감정이 구름처럼 모양이 바뀌거나 아예 사라져 버립니다.” 혜민스님의 말에 의하면, 모든 감정의 에너지는 항상 변한다. 그런데 우리는 거기에 말을 붙임으로써 감정을 붙잡는다. 그리고 이미 바뀌었거나 사라진 감정들마저 말을 통해서 다시 불러오기도 한다. 화가 났을 때, “화났다!”라는 언어로 그 감정을 명명하기 전에 그냥 가만히 들여다보는 연습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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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코치해 주는 스님 많은 이들이 SNS를 통해서 혜민스님에게 고민 상담을 해온 다. 다양한 연령대 중에서도 20, 30대의 상담이 많고, 그중에 서도 연애와 취업에 관한 상담이 많다고 한다. 연애상담해주 는 스님이라니, 왠지 묘한 느낌이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에도 제 첫사랑에 대해 적었 지요. 저도 사랑을 해봤기에 말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는 거 같아요. 사랑은 인생에서 무척 중요한 부분이에요. 어찌 보면 일보다도 더 중요하죠. 그런데 요즘은 사랑이라고 하면 보통 육체적인 것을 먼저 떠올리는 거 같아요. 하지만 사랑이라는 것은 누군가에게 관심이 가기 시작하면서 그 사람을 깊게 이 해하고 싶어지고 그러다가 어느 순간에는 그 사람이 정말 잘 되었으면 좋겠다고 바라게 되는 거예요. 내 욕심에 비춰서 상 대가 잘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원하는 대로 잘되 기를 바라는 마음이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혜민스님은 남녀 간의 사랑은 사랑의 작은 일부분이라고 한

사랑의 두 가지 유형

다. 혜민스님은 종교에 귀의해 더 큰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혜민스님은 수많은 연애상담을 통해 사랑의 두 가지 유형을

모든 이들이 그의 가족이 되었고, 사랑을 주고받는 연인이 되

보았다고 한다. 첫 번째는 나를 완전히 잃어버리는 사랑이다.

었다.

이러한 사랑은 자신의 삶과 마음의 축이 상대에게 완전히 이 동되어서 상대와 관련된 모든 것을 하려는 사랑이다. 상대가 없으면 불안하고 상대가 있어야 안심이 된다. 그리고 두 번째 유형은 사랑하되 온전히 자신을 유지해가는 유형이다. 이런 유형은 혼자 있어도 행복함을 느낀다. 물론 둘이 있을 때 행복감이 더 커지기는 하지만, 혼자 있다고 해

“최근 아들을 잃은 보살 한 분이 찾아왔어요. 저는 억제할 수 없는 슬픔에 빠져있는 보살의 손을 잡고 한참 동안 이야기를 나눴어요. 그렇게 희로애락과 생사고락을 함께 나누는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서 불행을 느끼지는 않는다.

사람들은 크게 다르지 않다

“연애상담을 해 오시는 분은 대부분 첫 번째 유형의 분들입

혜민스님이 수행을 하면서 느낀 것 중의 하나가 ‘사람들은 크

니다. 어느 것이 사랑의 본질에 더 가깝다고 말할 수는 없어

게 다르지 않다’라는 점이라고 한다. 혜민스님은 세계적인 스

요. 그런데 첫 번째 유형의 사랑만 하면 서로가 숨 막혀서 못

타 리처드 기어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때와 트위터의 팔로

살아요. 그리고 첫 번째 유형의 특성은 자신의 부족한 면을

워와 이야기를 나눌 때가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한다.

상대에게서 채우려고 하는 점이에요. 자신은 상대를 위해서 헌신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상대가 내 부족한 면을 채워 줬으면 하는 바람으로 시작한 사랑이 아니었던가를 생각해 봐야 해요. 그런 마음으로 시작한 사랑은 실망하고 상처받을 수밖에 없죠. 저는 하나의 사원을 받치는 두 개의 기둥처럼, 같이 있으면 좋지만, 완전히 하나가 되어 버리지 않는 관계가 좀 더 성숙한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저 역시 하나도 특별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단 한 번도 제가 특별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사람들은 모두 크게 다르 지 않습니다. 내게 힘들고 아픈 감정이 있다면, 다른 이에게 도 그런 감정이 있는 것이죠. 그래서 소통할 수 있는 거예요. 이러한 생각이 별거 아닌 거 같지만, 갈수록 중요해지는 거 같아요. 서로가 평등한 관계로 자유로이 소통할 수 있는 사회 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저는 종교인으로서 사람들 이 겪는 상처를 토닥여주는 도구가 되고 싶습니다. 여러분이 희망하시는 모든 것들이 이뤄지는 2013년 한해가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M 에디터 김수석 사진 양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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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 컨설팅

2013년 달라진

실손보험 제대로 알기 유난히 잦은 눈과 한파가 심한 겨울입니다. 장기적인 글로벌 경기 침체 탓에 서민층의 살림살이도 경제적 한파의 직격탄을 맞고 있습니다. 금융위기 이후 생활양식이 ‘내핍’으로 바뀌고 있는 사례가 2012년 겨울

그런데 국민의 절반 이상이 가입(2012년 4월 말 기준 2522만

병원의 외래 환자수가 40% 이상 줄었다는 통계에서 고스

명)한 실손형 개인의료보험(실손보험)이 2013년부터 많은 변

란히 드러납니다.

화가 있습니다.

아파도 병원에 가지 않고 참는다는 건데요 가벼운 감기

기존의 실손보험은 정해진 기간(20~30년)을 넣으면 각종 진

나 염좌 정도야 그럴 수 있겠다 싶지만 그 이상의 질환의

단금은 100세 보장이며 의료실비는 3년 갱신입니다. 하지만

경우 참아서 되는 것은 아닙니다. 더욱이 대다수의 병원비가 건강하고 왕성한 경제활동을

2013년 4월1일 부터는 15년 만기, 1년 갱신형으로 바뀌게 됩 니다. 갱신 시점 시 개인 손해율을 적용해 보험료 인상을 조정

하는 나이가 아닌 65세 이후에 평생 의료비의 절반 이상

한다는 게 보험사들의 입장으로 손해율이 적정수준 이상인 소

이 들어간다는 것입니다.

비자들은 거절을 당할 수 있는 일도 벌어질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1인당 평생의료비는 평균 1억 원, 여성이 1

그리고 보장부분도 현재 실손보험은 입원인 경우 자기부

억1천430만 원, 남성이 9천589만 원으로 조사됐습니

담금이 병원비의 10%이고, 통원인 경우 병원 등급에 따라

다. 남성은 평생의료비 중 65세 이후에 생애의료비의

10,000~20,000원 인데 비해 개정되는 실손 의료비는 입·통

47.2%(4,526만 원), 여성은 52.2%(5,853만 원)를 쓰는

원 모두 자기 부담금이 20%로 증가될 것입니다.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의료실비라는 보장성 보험이 필요한데 의료보장

15년 만기, 1년 재갱신은 단독 실손의료비와 함께 값싸게 가 입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보험료 변경주기 단축

성 보험은 실손 의료비보장이라는 기본 위에 각 상해 질

과 보장내용 변경주기 단축이라는(의료 환경변화, 물가상승

병의 진단비, 수술비 등을 추가해서 가입하는 것이 일반

등을 적극 반영) 보험료의 상승폭이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적입니다.

사전에 아플 때를 대비해 들어두는 보장보험 변경내용을 잘 확인하시어 자신에게 맞는 보험을 선택하시고 미리미리 알아 보는 지혜가 필요한 때입니다. 10%,20%중 선택 가능 과일진료 방지로 보험료 인상 억제

보험료 매년 변경 최다 인상폭 초과시 사전 신고

의료환경 변화, 물가상승 등 적극 반영(최대 15년)

1만원 대로 가입 가능

변경되는 실손 보험 내용

한국GA Holdings 김은정 재무컨설팅 팀장 문의 010-2316-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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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있는 명소

아날로그로의 회귀, 황학동 만물시장 거리

쌩하고 질주하는 자동차, 서슬이 파랗게 세워 진 것만 같은 고층 빌딩, 희뿌연 스모그로 흐 릿한 풍경, 입을 꼭 다문 사람들의 무표정. 서 울이라는 도시는 어느새 우리에게 냉철한 도 시, 차가운 도시로 각인되어 버렸다. 하지만 그 구석구석의 틈에는 꿋꿋이 자신의 존재를 드 러내며 이 차가운 도시의 온도를 데우기 위해 애쓰는 공간이 존재한다. 조금 더 따스하고 사람냄새가 나는 풍경. 소소 하게 물건을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이 세상사 는 이야기를 나누고 오백 원짜리 꿀 차와 천 원짜리 빈대떡으로 끼니를 때우는 이 곳, 고즈 넉한 공기에 사람들의 왁자지껄한 웃음이 함 께 하는 곳, 황학동 만물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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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 나오는 순간, 느린 공기가 흐르는 것만 같았다. 사람 들의 발걸음이 한없이 여유롭다. 바쁘게 지나다니는 사람은 없고 그저 호젓하게 걸어가는 아저씨와 아줌마. 그리고 할아버지들이 주를 이루는 그 곳. 황학동 만물시장이 있는 동묘역이다. 한산하기만 한 평일 낮 2시를 떠올리면 오산이다. 거리는 사람 들로 북적대고 있었다. 주 연령층은 40대부터 70대 할아버지들. 젊은이는 희귀했다. 황학동 시장이 처음인 얼뜨기 기자, 그리고 겉모습에서 강한 포스를 철철 풍기는 패셔니스타 젊은이 둘이 전 부였으니 말이다. 패션 코드를 블랙으로 맞춘 듯한 그들은 빈티 지 아이템을 찾는 듯 했고, 그 모습이 이질적인 듯 익숙해 보였다. 처음은 카메라를 한 손에 쥔 채 쭈뼛거리며 거리를 둘러보기 시 작했다. 하지만 시간은 내가 그 공기를 익숙하게 만들었고 이윽 고 할아버지들 틈에서 거리를 어슬렁댈 수 있게 되었다.


사진을 찍으면 상인들이 싫어한다는 한 친구의 말에 제대 로 찍는 시늉도 못 갖추고서는 몰래 도둑촬영까지 감행했 다. 큰 일 나는 것도 아닌데, 마치 전쟁 종군기자 마냥 가슴 은 쿵쾅거렸다. 시간이 지나고 결국 사진 촬영은 뒷전으로 미룬 채 형형색색의 물건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동묘앞 3번 출구에서 시작되는 황학동 만물시장은 생각보

내가 맞춘 주파수에서 전파의 방송이 라디오에서 흘러나온다. 내 손으로 직접 느껴보는 손맛의 쾌감은 아날로그를 아직까지

다 규모가 방대하다. 도로변 양 옆으로 물건을 파는 상인이

사랑하게 만드는 힘이다. 비록 조금 불편하더라도 내 손으로

즐비하고 골목 구석구석까지 판매상이 그득하다. 물건은 생

만들어 간다는 것은 참 기분 좋은 일이니까.

각지도 못한 것들로 중구난방.

자연스레 날씨가 풀리긴 했지만 아직까지 한파의 기세는 무섭

주로 시계들이 많았다. 낡은 시계들은 자신의 주인이 나타

다. 곳곳이 쌓여있는 옷가지와 장갑, 목도리 등의 방한 용품들

나기를 기다리듯이 얌전히 햇빛을 받으며 누워있었다. 누군

이 그것을 확실히 증명해준다. 산더미처럼 쌓인 옷더미 뒤에서

가의 손목에서 여러 해의 시간을 보냈을 시계는 수명을 다

삼천 원, 오천 원을 외치는 아저씨, 옷가지들을 뒤져 자신에게

한 채, 마냥 대기 중 상태였다. 잔기스로 가득한 표면에서 그

꼭 맞는 보물을 찾기 위해 분주한 아주머니의 모습.

것의 세월과 연륜을 느낄 수 있었다.

옷들을 보다보니 저 옷들은 대체 어디서 온 건지 궁금했다. 우

시계 다음으로 가장 눈에 띄는 물건은 라디오다. 어느새 뒤

리가 쓸모없다고 버린 물건들이 하나 둘 쌓여서 마치 우주의

켠으로 밀려난 안방마님과도 같은 라디오. 물론 아직까지

블랙홀처럼 가득한 걸까. 버린 음식들은 죽기 전에 지옥문 앞

듣는 사람도 꽤 있지만, 요즘은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사용

에서 다 고추장에 비벼 먹어야 한다던데.

해 듣는 것이 자연스런 풍경이다.

버린 물건들은 그래도 다른 사람에게로 가서 쓰일 수도 있으

아직도 저 물건들을 쓰는 사람이 있을까 라고 생각했는데.

니 그나마 다행인 것만 같다. 별 거 없어 보일지라도 별 것들이

그 옛날 라디오들이 이곳에 다 모여 있었나보다. 중장년, 그

다 있는 황학동 시장. 산 물건들로 탱크를 조립할 수 있다는 우

리고 노년 세대에게 라디오는 등산할 때와 산보할 때 항상

스갯소리가 마냥 거짓말 같지만은 않게 느껴진다. M

붙어 다니는 단짝과도 같다.

에디터 전은영

자식들이 달래줄 수 없는 쓸쓸함을 그들은 라디오로 달랜 다. 그 사연에 그들은 같이 울고 웃으며 노래로 흥을 돋운다. 지직거리는 전파 사이로 제대로 된 주파수를 맞추었을 때의 그 쾌감. 그리고 나의 신청곡이 이름과 함께 나오고 있을 때 의 그 감정은 느껴본 사람만이 안다. 라디오라는 매체는 참 신기한 힘이 있다. 텔레비전은 혼자 계속 보고 있으면 더 외로운 감정에 사무치지만, 라디오는 그렇지 않다. 다른 사람들의 세상사는 이야기와 소소한 일 상들을 함께 공유한다. 그로 인해 다들 똑같이 사는구나 하 는 안도감이 든다. 라디오, 그리고 초침이 돌아가는 시계. 황학동 만물 시장을 대표하는 이 두 가지는 아날로그를 상징하는 옛 물건이기도 하다. 직접 시계를 샀을 때 손으로 시각을 맞추고 그 시계의 일생은 시작된다. 라디오는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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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ULT URE

아이와 함께

궁에서 놀자 창덕궁

최근 엄마들 사이에선 아이와 함 께 고궁에 놀러가는 것이 새로운 트렌드라고 한다. 고궁은 아이들이 놀고, 배우고, 경 험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우 리 것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오 늘날, 우리 역사를 알 수 있고, 다 양한 행사로 볼거리를 제공하는 고궁에서 아이와 함께 즐거운 추 억을 만들어보자.

창덕궁은 1405년(태종 5년) 조선왕조의 이궁으로 지은 궁궐이다. 경복궁의 동 쪽에 위치한다 하여 이웃한 창경궁과 더불어 동궐이라 불렀다. 임진왜란으로 모 든 궁궐이 불에 타자 광해군 때에 다시 짓고 고종이 경복궁을 중건하기까지 정궁 역할을 하였다. 조선의 궁궐 중 가장 오랜 기간 동안 임금들이 거처했던 궁궐로 유 명하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창덕궁은 산과 언덕의 지형을 그대로 살려 지 었고, 옛 문헌에 보면 궁궐 내에 호랑이와 표범이 등장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친환경적이다. 특히 창덕궁의 후원은 동양의 3대 후원 중 한 곳으로 조선시대 궁 궐 후원 가운데 가장 넓고 경치가 아름다워 가족부터 연인들에게까지 소문이 자 자한 나들이 코스다. 특히 겨울에 눈 덮인 창덕궁의 경치를 보고 있노라면 도심

에디터 김혜원

속에 이런 공간이 있나 싶은 생각이 들만큼 평온하고 아름답다. 하지만 창덕궁의 경우 언덕과 산에 있어 유모차를 끌고 다니거나 아이를 엎고 다 니기에는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 혼자서 걸을 수 있는 아이와 가는 것이 좋다. 문 여는 시간 5월까지 오전 9시~오후 6시분, 매주 월요일 휴관 요금 입장권 3천원, 만 18세 이하 무료 후원 관람 어른 5천원 문의 02-762-8261, www.cdg.go.kr 창덕궁 관람 코스 일반관람 돈화문 → 궐내각사 → 인정문과 인정전 → 희정당 → 대조전 → 낙선재 후원 특별 관람 함양문 → 부용지권역 → 의두합 → 불로문 → 애련지권역 → 연경당 → 존덕 정권역 → 옥류천 → 돈화문

창덕궁의 아름다운 프로그램, 후원 특별 관람 창덕궁은 조선시대 많은 임금이 거처했던 궁궐로 ‘비밀의 정원’이라 불리는 후원이 특히 아름답다. 창덕궁에 들어서 서 5-10분 정도 걸으면 등장하는 후원에는 아이들에게 호기심을 줄만한 호수와 경치가 자리 잡고 있다. 조선시대 왕들도 마음의 평안을 얻기 위해 즐겨 찾았다는 후원은 겨울의 설경과 함께 즐길 때 그 진가를 발휘한다. 후원 전체를 보려면 1시간 40분이 걸리므로 아이의 보폭 을 생각해 무리하지 말 것. 가이드 관람으로 이루어지므로 아이들의 역사 교육에도 도움을 준다. 매주 목요일 오전 10시에 운영하며, 관람일 1주일 전까지 인터넷에 예약하면 1회 50명에 한해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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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

창경궁

덕수궁은 조선의 5대 궁궐 중에서 가장 규모가 작은 궁이 다. 임진왜란 때 선조가 피난 갔다 머물 궁궐이 마땅치 않아 임시 궁궐로 쓴 곳이 바로 덕수궁이다. 조선 말기 고종이 아 관파천으로 러시아공관에 있다 거처를 옮겨 임시거처로 사

창경궁은 성종 14년 세조비 정희왕후, 예종비 인순왕

용하면서 행궁이 되었다.

후, 덕종비 소혜왕후 세분대비를 모시기 위하여 옛 수강

덕수궁은 특히 고종과 인연이 깊으며 이름에 슬픈 사연이

궁터에 창건한 궁이다. 창경궁은 창덕궁과 연결되어 궁

있다. 왕위를 빼앗기고 덕수궁에 머물던 고종을 위해 뒤를

궐이라는 하나의 궁역을 형성하고 독립적인 궁궐의 역

이어 왕이 된 순종이 고종의 장수를 비는 뜻으로 덕수라는

할을 함과 동시에 창덕궁의 모자란 주거공간을 보충해

궁호를 올렸고, 그것이 궁궐 이름이 된 것.

주는 역할을 하였다. 왕이 집무를 보는 공간으로 지은 것

이렇듯 격변을 겪고 국난 극복의 상징적 공간으로 자리 잡

이 아니기 때문에 창경궁의 구조는 여느 궁과 다르다. 문

은 덕수궁. 아픈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공간이지만 서울 시내

은 동쪽으로 나 있고, 아녀자를 위한 내전이 넓다.

에서 가장 걷고 싶은 길로 손꼽히며 고즈넉한 풍경을 자랑

창경궁은 파란만장했던 조선의 역사를 그 어느 궁궐보

한다. 숲이 많아 아늑할 뿐만 아니라 평지에 위치해 아이와

다 여실하게 담고 있으며 조선시대 왕들의 깊은 효심을

함께 산책하기에 좋고 유모차로 이용하기에도 적합한 거리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드라마에서나 보던 역사의 비화를

라 아이가 어려도 무리 없이 관람이 가능하다.

아이가 직접 마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 해 줄 것이다.

특히 왕궁 수문장 교대의식이나 근대 건축양식을 볼 수 있 는 석조전과 정관헌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우리나

문 여는 시간 5월까지 오전 9시~오후 6시 매주 월요일은 휴관

라의 문화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살아 숨 쉬는 역사의 현장

요금 입장료 1천원(만 6세 이하는 무료)

이다.

문의 02-580-3300, www.gugak.go.kr

덕수궁의 인기 프로그램. 왕궁 수문장 교대의식 ‘왕궁 수문장 교대의식’은 영국 왕실의 근위병 교대의식과 비견되는 화려하고 품위 있는 한국전통 궁중 문화 재현행 사다. 화려한 퍼포먼스와 엄숙한 의식이 아이들의 호기심 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매일 오전 11시, 오후 2시, 오후 3 시 30분 매일 세 번씩 진행하고 오전 11시 의식이 끝난 후 엔 덕수궁에서 보신각까지 순라 의식을 재현 한다. 눈이 오는 날이나 비가 오는 날엔 행사가 없으니 참고 하자. M 문 여는 시간 오전 9시~오후 9시, 매주 월요일은 휴관 요금 어른 1천원, 만 7세 이상 5백원, 점심시간 관람권 3천원, 시간제 관람권 3만원, 덕수궁 미술관 관람권은 별도 문의 02-771-9951, www.deoksugung.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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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보는 드라마

① 심야식당

당신의 추억을 만들어 드립니다 영혼을 치유해주는 음식과 이야기가 있는 곳,

<심야식당> 갓 지어 김이 뽀얗게 올라오는 밥 위에 달걀노른 자를 톡하고 얹어 참기름과 간장으로 비벼낸 달 걀간장밥은 아빠의 단골 레시피였다. 부엌일에 지친 엄마가 주말에 휴업 선언을 할 때 면 비장하게 뚝딱 만들어 온 그 음식. 비릴 것 같 아 처음엔 손 사레를 쳤지만, 한 입 맛보고 나면 그 고소한 풍미가 입 안 가득 채우는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은 텅 빈 자취방에서 혼자 끼니를 때울 요량으로 달걀 간장밥을 해먹을 때 문득 아 빠 생각이 난다. 그 때의 맛을 백퍼센트 재현할 수 는 없지만, 밥을 먹고 있노라면 잠시나마 외로운 마음이 따스하게 데워진다. 음식과 그것에 관한 추억. 지금까지 인생을 제대 로 살아온 사람이라면 하나쯤은 다들 존재할 것 이 분명하다. 그래서 일본드라마 심야 식당은 더 쉽게 공감할 수 있을지 모른다. 식당의 영업시간은 12시부터 7시까지이다. 물론 정해진 메뉴는 없다. 그 날 손님이 원하는 음식을 주인이자 사장인 마스터가 간단한 재료로 뚝딱 만들어낸다. 한 마디로 정해진 메뉴가 없는 손님 맞춤형 식당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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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는 발이 여섯 개 있는 문어모양 소시지부터 감자 샐러드, 오차즈케까지 일본식의 가정식들을 그의 손에서 만들어낸다. 간단한 요리, 쉽게 접할 수 있는 요리처럼 보 일지라도 그 속에는 한명 한명의 사연이 응집되어 있다. 그래서 손님은 한 입 음식을 베어 물고 그 안에 담긴 이야 기를 담담하게 말하기 시작하고 마스터는 그들의 이야기 에 묵묵히 귀 기울인다. 이야기의 핵심은 본인이 스스로 마음 속 깊숙한 이야기들을 끄집어낸다는 것이다. 음식을 매개로, 그리고 그 음식을 통한 이야기로 그들은 가까워 지고 시청자들도 그들의 추억에 함께 젖어든다. 드라마 심야 식당은 이곳을 찾는 여러 사람들의 에피소 드가 옴니버스 식으로 구성된다. 평범한 사람들이라고 하 기에 꽤나 독특한 직업군의 사람들이 유독 심야식당에 모 인다. 밤이라는 시간이 가진 어둡고도 농밀한 속성 때문일까. 뒷골목의 간판 스트리퍼 마릴린, 기구한 사연을 가진듯한 야쿠자 켄자키 류, 그리고 그를 짝사랑하는 중년의 게이 코스즈까지 이들은 일반 사람들과 동떨어져 보이는 비주 류들이다. 하지만 그들이 가지고 있는 이야기는 어떤 사 람들보다 소박하고 지극히 평범하다. 개인적으로 극 속에서 인상 깊은 캐릭터는 단연 마릴린 이라는 인물이다. 화려한 밤거리의 스트리퍼인 마릴린. 육 감적인 몸매에 진한 화장으로 표정을 알 수 없는 그녀는 겉보기와 달리 사랑을 찾아다니는 로맨티스트이다. 사랑을 가슴 속에 품은 채로 자신의 사람을 만나길 꿈꾸 는 마릴린. 비록 그 상대가 자주 바뀌는 것이 단점이 될 수

처음 먹어보는 음식에 대한 두려움은 상대의 대한 사랑 으로 쉽게 무너진다. 상대방이 좋아하는 음식을 먹어 보 면서 그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열정이 그녀에게 는 가득하다. 남을 이해하기 위해서 그가 좋아하는 음식 을 먹어본다는 것은 참 멋진 일이 아닐까. 평소와 다른 음 식을 먹어보고 그와 같은 미각을 체험해 본다는 것은 단 순히 감각 차원에서 끝나는 것은 아닐지 모른다. 그 혀의 감촉이 뇌로 전해져 호르몬을 분비시키는 작용을 몰래 하 고 있는 건 아닐까. 소울 푸드라는 말처럼 음식은 먹는 사람의 취향, 세상을 대하는 태도나 성격,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이야기까지 함 축되어 있다. 그래서 무엇인가를 먹는다는 단순한 행위로 써 끝나지 않는다. 혼자보다는 둘이서 함께 음식을 먹으면서 상대의 기분을 느끼고 이야기하는 교감작용이 이루어진다고나 할까. 하 지만 지금 혼자서 방의 텔레비전이라도 켜 놓고 밥을 먹 고 있는 우리는 어느새 외로움이라는 것에 익숙해 버렸는 지도 모르겠다. 진짜 필요한 것은 맛있는 음식 그 자체가 아니라 함께 마 음을 나눌 사람이다. 그래서 심야식당이 더 소중하게 느 껴진다. 혼자가 아닌 둘이어서 좋고, 내 이야기를 잘 들어 주는 마스터가 있으니까. M 에디터 전은영

있지만, 그 어떤 사람들보다 그녀는 사랑에 있어 진지하 다. 심야 식당에 불쑥 찾아와서 남자 친구가 좋아하는 명 란젓을 새롭게 구워먹는 시도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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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면

눈 시리도록 아름다운 은빛 바다의 섬,

한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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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불허전이다. 순백의 세상에 온 것일까. 두 툼한 흰 옷을 입은 한라산은 기나긴 경탄을 내뱉게 한다. 이 겨울, 눈 내린 한라산에 선 다. 산 아래서 골짜기 골짜기를 거슬러 휘감 고 불어오는 겨울바람. 그 바람을 앙상한 나 뭇가지에 켜켜이 실어 하얀 눈 세상을 만들 어 놓은 한라산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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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숙소에서 나와 서둘러 해장국으로 아침을 때우고

아래로는 잉크 빛 바다가, 위로는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

는 성판악으로 향했다. 오전 7시 한라산국립공원 성판악 사

을 배경으로 선명하게 자태를 드러낸 백록담 동릉이 시야를

무소 앞. 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시간인데도 주차장에는

가득 메운다. 한라산이 왜 천혜의 아름다움인지 머리가 아닌

벌써 산행을 준비하는 이들로 북적였다.

가슴으로 이해되는 순간이다. 하늘의 하늘이 맞닿는 곳, 천평

스틱과 각종 겨울 장비를 점검하고 아이젠을 부착하는 등 만

선(天平線). 그 위로 또 하나의 파도가 잔잔하게 넘실거리고

반의 준비를 갖춘 일행은 서둘러 산을 오르는 이들의 뒤를 쫓

있다.여기서 정상까지는 2.3㎞. 족히 2시간은 더 올라야 한다.

아 한라산 등반길에 올랐다. 이번에 오를 성판악 코스는 가장

이제부터가 진짜 등산이다. 호흡소리가 점점 거칠어지는 가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으로 장장 19.2km. 왕복 9-10시간이

운데 정상으로 오르는 발걸음은 점점 무거워진다. 얼마의 시

필요한 거리다.

간이 흘렀을까. 여기저기서 탄성이 들려온다. 흰 속살을 수줍

얼마나 걸었을까. 시간이 멈춘 듯 눈앞엔 눈이 시리도록 아 름다운 은빛 바다가 펼쳐졌다. 온몸으로 한라산이 내뱉는 소

게 드러낸 백록담이 눈에 들어왔다. 천신만고 끝에 다다른 한라산 정상. 한라산 정상에 서니 어

리를 느끼며 계속 걷는다. 사박사박 눈 밟히는 소리를 들으며

디서부터가 하늘이고 바다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하얗고

숲길을 한참을 걷다 뒤돌아보니 서귀포시와 바다가 한 눈에

파란 운해와 넘실거리는 은빛 바다 사이로 수백의 오름이 눈

내려다보인다. 바다 위로 시뻘건 햇덩이가 솟아 힘차게 붉은

에 들어온다. 세어 보고 싶지만, 그러기엔 눈을 어디에 고정

빛을 토해냈다.

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냥 있는 그대로의 광경이

키 작은 관목의 가지에는 하얀 눈꽃이 피었다. 한그루 한그 루가 빛나는 보석의 결정체 같다. 간간이 숲속에서 들려오는

황홀난측(恍惚難測)할 뿐이다. 눈이 부시어 어릿어릿할 정도 로 찬란하다.

새소리도 듣고 까마귀 떼가 날아가는 모습도 바라보고 눈 위

백록담 주변에는 정상에 오른 기념으로 구호를 외치는 산악

에 선명한 야생동물의 발자국도 보면서 걸었다.

회원, 인증샷을 찍기 여념이 없는 등산객, ‘야호’ 메아리를 외

눈 속에서도 푸른 잎을 보여주는 제주 조릿대, 굴거리 나무,

치는 사람들로 북새통이다. 십 생의 덕을 쌓아야만 오를 수

‘살아 천 년 죽어 천년’이라는 주목, 늘씬한 삼나무 숲, 서리가

있다는 한라산에 올랐다는 성취감으로 가슴이 벅찼다. 진한

나뭇가지에 얼어붙어 눈꽃이 만들어진 ‘상고대’ 풍경을 눈에

아쉬움을 뒤로하고 서둘러 하산을 시작했다.

담았다.

문득, 한라산에 오른다는 일행에게 아침에 만난 식당 아주머

필자의 저질 체력 탓에 정상아래 진달래 밭 매점에 도착하기

니의 사투리가 귓가에 맴돈다.

까지 3시간이나 걸렸다. 매점 앞 눈밭에 철퍼덕 주저앉은 채

“가랑몰라 허영봐사”(말로 해선 몰라. 와서 해봐야 알지) M

로 컵라면과 삼각 김밥, 초콜릿으로 원기를 보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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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한에녹 정리 곽철호


藥이 되는 식품 녹황색 채소 브로콜리는 밥상위의 종합비타민이다. 비타민C 함유량은 레몬의 2배, 철분은 채소 가운데 가장 풍부하 다. 브로콜리에는 녹색 색소 성분인 클로로필이 많이 함유돼 있는 데 클로로필은 혈액의 흐름을 좋게 하고 울혈을 개선하며 혈전과 동맥경화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브로콜리는 미국 국립암연구소가 선정한 최고의 암을 예방하는 채소다. 생리활성물질인 이소티오시안네이트(isothiocyanate)가 풍부해 항암·항균·살충작용을 하고 폐암, 식도암, 위암을 예방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브로콜리는 활성산소를 억제하는 효능이 탁월하고 해독작용

밥상위의 종합비타민

도 뛰어나 노화를 예방하는 효과도 크다. 브로콜리는 카로틴도 풍부하다. 카로틴은 인체 내에서 야맹증을 예방하는 비타민A로 바뀌는데 비타민A는 기름기와 함께 섭취하

‘브로콜리’

면 훨씬 흡수가 잘된다. 따라서 닭고기 튀김과 같이 기름에 조리

한 음식이나 육류요리와 브로콜리가 궁합이 잘 맞는다. 배추과에 속하는 브로콜리는 양배추와 마찬가지로 풋내가 적

고 맛도 부드러워 체력이나 체질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좋은 야채다. 특히 식사나 수면 시간이 불규칙하거나 외식이 잦은 사람은 브 로콜리를 자주 섭취하는 것이 심신의 피로를 푸는 데 효과적이다. 먹기도 쉬워서 생으로 다른 야채와 혼합해 간단한 소스만 뿌려 먹어도 은근한 맛이 일품이고살짝 데쳐서 초장을 찍어먹어도 근 사한 반찬이 될 수 있다. 브로콜리는 이렇게 생으로 먹거나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살짝 데쳐서 먹는 것이 영양 손실을 막는 가장 좋은 조리 방법이다. 브로콜리는 봉오리가 봉긋하고 작으며 단단하고, 입자가 빽빽하 고 둥글며, 무겁고 녹색이 진한 것을 고르는 것이 좋으며 비타민C 를 잃지 않도록 재빨리 데치는 게 포인트다. 생으로 냉장 보관할 때에는 3일 정도가 적당하지만 냉동실에 보 관하면 한 달 정도는 맛이 유지된다. 줄기는 그냥 버리기 쉬운데 줄기 부분에도 꽃봉오리 이상으로 많은 영양소가 있으므로 반드 시 조리해서 먹도록 해야 한다. M 정리 편집실 참고서적 <몸에 좋은 색깔음식 50>(고려원북스)

대표음식 - 브로콜리 피클(초절임) 브로콜리와 콜리플라워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서 유리병 에 담아놓는다. 냄비에 물, 설탕, 식초, 소금을 넣고 끓이다가 마늘, 월계수 잎, 정향, 통후추를 넣은 후 유리병에 붓는다. 3일 뒤 유리병의 국물만 따로 끓인 후 식혀서 다시 유리병에 부어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조금씩 꺼내 먹는다. 한약재인 정 향을 함께 넣으면 위를 보하고 한기를 없애주며 소화를 촉진 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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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진정한 데톡스

어느 가까운 지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파동화장품을 바른 후 시어머 니는 피부가 고와져 주변에 인사를 받느라 바쁘고 본인은 피부에 여 드름 같은 것들이 올라온다며 까닭이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답변을 원했다. 참고로 말하면 고객은 살이 찐 상태에서 파동음료를 먹으며 살이 빠 지고 있는 중이었다. 나의 대답은 간단했다. “몸속에 있는 독소들이 오 바이트 하나 봐요.” 지인은 수긍을 하며 “아무래도 육식을 덜해야 되 겠어요.” 라며 본인의 몸에 독소가 많다는 것을 시인했다. 의학기술의 발달로 평균수명 80세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현대인은 수많은 독소배출을 품어내는 환경과 이름도 알 수 없는 질병에 노출 되어 있다.

관리를 하고 화장품의 개수를 줄여야 한다.

아토피성피부염이나 성인 여드름, 탈모, 만성피로, 과민성대장증후

얼굴의 잦은 마찰보다는 온몸에 에너지를

군, 신진대사 저하, 불임, 관절염이나 통풍 등은 다양한 증상은 현대인

채우는 관리가 진정한 데톡스 관리가 아닐까

의 컨디션을 불편하게 한다. 약을 오랜 기간 복용하거나 잔기침, 천식

한다.

같은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소변이 누렇고 진하며 방귀 나 대변 냄새가 심한 것도 독소를 배출하는 현상인 것이다. 피부 또한 마찬가지이다. 지나친 화장품의 남용, 화학적인 화장품을 피부가 원하지도 않는데 예뻐지고자 하는 바람으로 습관적으로 사용

몸의 정보가 곧 얼굴에 나타나므로 얼굴의 근원인 몸의 상태를 살펴 순환이 정체된 곳 을 판독해 관리를 한다면 바람직한 데톡스 관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고 있다. 피부는 쉬고싶어한다. 아니 호흡을 원한다. 여드름, 알레르

마르지 않는 옹달샘처럼 생기를 채워주며

기, 늘어지는 피부, 예민성피부 등 모든 문제성 피부는 독소를 배출하

뼛속 깊은 곳에 따뜻한 에너지를 담아주는

는 현상이기도 하며 독소가 들어가는 현상이기도 하다.

담열테라피야 말로 현대인에게 필요한 진정

요즈음 피부 관리실에서는 독소배출을 위한 데톡스 관리가 기본으로

한 데톡스 관리임을 자부하고 싶다.

선행된다. 하지만 기계나 화장품 남용의 관리를 하는 것은 독소를 더 욱 채우는 관리가 아닐까 반성해 보아야 한다. 예를 든다면 피부의 환경과 상관없이 크린징부터 딥크린징, 마사지, 팩은 3차 팩까지 해준다며 자랑스럽게 고객들을 유치하기 위한 상담 을 한다. 지금의 피부시장은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피부가 배설 을 하고 싶은지 흡수하고 싶은지를 이해하고 피부의 마찰을 적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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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주 중앙대약학대학원CEO 한국담열힐링연구소 소장


연재

입술 구순열과 구개파열 아기의 모유수유

조 정 숙 원장 오케타니 모유육아상담실 오케타니 유방관리법아카데미 문의 (02) 541-3450

구순열과 구개파열은 가장 흔한 선천성 결손 중의 하나다.

구개파열이 있는 아기들은 코와 내이를 잇는 관이 제대로 기

이는 동시에 또는 개별적으로 나타나기도 하는데 구순열은

능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귀에 감염이 잘 생긴다. 삼키는 동

대개 아기가 자궁 내에 있을 때 나타나며 아기의 윗입술 부분

안에 구개의 근육은 정상적으로 공기압을 맞추기 위해 귀에

이 제대로 융합되지 않는 것이고 구개파열은 아기의 구개부

있는 관이 열리게 되는데 이러한 기능이 제대로 되지 않고 액

분이 융합되지 않은 것이다. 이런 결함인 경우 둘 다 수술로

체가 중이에 축적되어 감염을 일으키기 쉽다. 이런 아가들은 수유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만 △엄마젖은

교정할 수 있다. 구개열의 경우, 모유수유는 많은 장점도 있지만 직접적으로

고무젖꼭지보다 더 유연해 비정상적인 입술이나 입의 변형

모유수유가 불가능할 때도 있다. 처음부터 엄마의 모유를 직

을 도와주며 △아기는 입 속의 엄마젖의 위치나 흘러나오는

접 먹을 수 있는 아기도 있지만, 아기에 따라서는 구개의 구

것을 더욱 더 잘 조절할 수 있고 △아기를 엄마의 유방 위나

멍을 막는 구개 상을 장착한 경우도 있다.

아래에 둠으로써, 젖이 방향에 따라 얼마나 빨리 흘러나오는

이 경우 수유에는 조금 시간이 걸리지만 모유를 먹는 것은

지와 아기의 빠는 힘, 아기의 결손의 위치에 맞게 조절할 수

입술, 혀, 목구멍에 자극이 되고 턱 근육도 발달시켜 나중에

있는 이점이 있으므로 아가의 상태를 보면서 먼저 모유수유

위턱의 발육과 언어발달에까지 영향을 미치므로 매우 중요

를 시도해 보는 것이 좋다.

하다. 입술 구개열 증상을 보이는 아기는 대부분 수술로 치료

수유자세나 아기 입에 유방을 갖다 대는 방법들을 반복 연

하는데 수술을 앞두고 있는 동안은 체력을 보강하기 위해 모

습하면 유방을 물기 좋은 가장 적절한 부위를 찾을 수 있다.

유가 더욱 필요하다.

엄마는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가능한 한 빨리 젖을 먹이게

젖을 줄 때는 구개열 부분을 유방으로 막아서 아기가 유두와

하고 젖이 부드러울 때 다양한 수유 자세를 연습해 보도록

유륜을 가능한 깊게 물도록 한다. 처음에는 아기가 잘 빨지

격려한다.

못하고 공기를 삼켜서 숨이 막히거나 코에서 모유가 새어나

한쪽에만 구순열이 있는 아기의 엄마는 아기의 한쪽 구개에

올 수도 있다. 이럴 때는 아기가 앉은 듯한 자세로 안아서 먹

젖꼭지를 대고서 유방을 들어 올려서, 약손가락과 작은 손가 락들을 아래로 두고 집게손가락과 중간에 있는 손가락 사이

이면 좋다. 조금 힘들더라도 엄마가 끈기 있게 먹인다면 아기

로 젖꼭지를 누른다.

스스로도 적응해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몸에 익

엄마의 엄지손가락으로 아기의 위쪽 입술 위의 공간을 막

히게 될 것이다. 아직 어린 아기에게 수술은

아주면 아기가 봉합을 잘 만들고 빨기를 유지한다. 아기를 바

대단한 일이지만 수술 후에는 전보다 훨씬

로 세워 엄마 손으로 잘 지지해주면서 젖을 먹이는 Modified

편하게 먹을 수 있고 오랫동안 모유수

Football Position(수정된 미식 축구공 잡는 자세)이 도움이

유를 즐길 수 있다.

된다. 구순열 수술은 태어나서 48시간 이후에 해야 하고, 반면 구개파열 교정은 대개 아기의 얼굴과 입 이 많이 발달되고 말을 많이 하기 전인 1-2세 사이에 실시하 는 것을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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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OM’ 은 삶의 질 향상과 복지사회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증가하고 있는 시대에 임산부와 영·유아를 둔 부모 및 관련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국산모관리회에서 발행하는 육아교양지입니다. 매월 30일 전국의 배본처에서 THE MOM을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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