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 가는 길
4과. 인류 세계의 질서와 관계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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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 인류 세계의 질서와 관계 회복
Section 1 질서 Section 2 질서와 평화 Section 3 인류 세계의 질서와 관계 회복
핵심 요약 (Abstract)
자연에 질서가 존재하듯이 인류 사회에도 질서가 존재한다. 자연의 질서가 무너지면 모든 생명체가 생존의 위협을 받는 것처럼, 인류 사회의 무질서는 구성원의 안전과 평화를 위협한다. 질서는 다양 한 사회 구성원이 조화롭게 지내기 위한 기반이다. 여기에 서로에 대한 이해와 존중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욕심과 이기심은 사회 질서에 균열을 일으킨다. 질서가 무너진 사회는 걷잡을 수 없는 통제 불능 상태가 되어, 불안과 긴장이 이어지고, 평화와 안정은 찾아볼 수 없게 된다. 그러므로 세계평 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질서가 회복되어야 한다. 먼저 개개인 내면의 질서가 회복되어야 하며, 다음 으로 지역 사회와 국가, 국제 사회가 평화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공동 협력해야 한다.
모든 혼돈 속에는 질서가 있고, 모든 무질서에는 비밀의 질서가 있다. In all chaos there is a cosmos, in all disorder a secret order. ㅡ 칼 융 (스위스 정신의학자, 1875~1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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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질서
01 SECTION
Section 1
질서 # 질서는 어떤 역할을 하며, 왜 중요한가?
1. 자연과 인류 사회의 질서 1) 자연의 질서 우리가 보고, 만지며, 느낄 수 있는 수많은 물체는 무엇으로 구성 되어 있을까? 생명을 가지고 있는 동물, 식물, 미생물과 생명이 없는 무생물에 이르기까지 만물을 가장 작은 단위로 쪼개면 이들을 구성 하는 것은 약 100종의 원소이다. 원소는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 성분 인데, 그중 사람의 몸을 구성하고 있는 원소를 잠시 살펴보자. 사람 의 몸은 약 50~70%가 물로 구성되어 있는데, 물을 구성하는 원소는 수소(원소기호: H)와 산소(원소기호: O)이다. 그리고 몸의 근육은 단백질로 이루어져 있는데, 단백질은 탄소(원소기호: C)중심으로 구 성되어 있다. 뼈는 칼슘(원소기호: Ca)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원소들을 일정한 질서와 규칙에 따라 한눈에 정리한 것이 주기율 표다. 1869년 러시아 과학자 멘델레예프(Mendeleev Dmitri)가 처 음 발표할 당시에는 발견된 원소 종류가 63가지였고, 2016년 국제 순수응용화학연맹(International Union of Pure and Applied Chemistry, IUPAC)에서 고안한 원소 주기율표에는 총 118개의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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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가 등록되어 있다. 만물을 100여 개의 원소의 규칙적 조합으로만 설명한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그래서 화학자들은 원소를 안 다는 것은 세상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를 아는 것과 같다고 말한 다. 원소가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 성분이라면, 원자는 물질을 구성 하는 기본 입자이다. 원자의 중심에는 양(+)전하를 띠는 양성자와 전하를 띠지 않는 중성자로 이루어진 원자핵이 있고, 원자핵 주변에 는 음(-)전하를 띠는 전자가 원자핵 주위를 움직인다. 원자는 옥텟규 칙(octet rule)을 가지고 있는데 원자의 최외각전자(peripheral electron)1) 수를 8개로 만들려는 규칙이다. 원자의 최외각 껍질이 전자 8개를 가질 때 가장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최외각 전자가 6개일 때는 추가로 2개의 전자가 필요하다. 이처럼 자연은 가장 작은 구성단위부터 매우 질서정연하다.
지구는 태양 주위를 공전하면서 하루에 한 번씩 자전한다. 시속 1,660km를 유지한 채 24시간 쉬지 않고 자전하는데, 이때 자전축 이 기울어진 상태로 자전한다. 이 자전축의 기울기는 약 23.5°인데, 기울어진 자전축은 공전 궤도상 지구의 위치에 따라 남중고도를 변 화시켜 사계절을 만드는 핵심 역할을 한다. 남중고도가 높으면 태양 빛이 지표면에 비취는 시간이 길어지고, 지표면이 받는 태양 에너지 의 양이 많아 기온이 올라간다. 반대로 남중고도가 낮으면 태양 빛 이 지표면에 비취는 시간이 짧아지고, 지표면이 받는 태양 에너지의 양이 적어 기온이 내려간다. 그래서 공전 궤도상에서 남중고도2) 가 높은 구간이 여름이 되고, 남중고도가 낮은 구간이 겨울이 된다. 자 전축이 사계절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면, 지구의 자전은 지구의 에너 지 순환을 촉진한다. 낮과 밤이 바뀌면서 지표면이 흡수한 태양 에 너지는 한곳에 머물지 않고 순환하며, 특히 지구의 자전은 대기와 해수의 대류에도 영향을 미쳐 태양 에너지가 골고루 퍼지도록 돕는 다. 이렇게 지구는 질서정연한 상태에서 순환과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1 최외각 전자: 원자핵을 기준으 로 가장 바깥쪽 전자껍질에 위 치하는 전자 2 남중고도: 하루 중 태양의 고도 가 가장 높을 때 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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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질서
그림 1-1 지구의 자전
대부분 식물은 광합성을 하기 위한 색소를 가지고 있다.3) 녹색을 띠는 엽록소와 붉은색, 노란색, 갈색을 띠는 카로티노이드(carotinoid)4) 계열의 색소가 광합성에 관여한다. 엽록소는 혈액 속 헤모글 로빈과 거의 같은 구조를 지니고 있어서 ‘녹색 혈액’이라고도 불린 다. 차이점은 헤모글로빈의 중심 원소가 철(Fe)인 반면 엽록소의 중 심 원소는 마그네슘(Mg)이다. 이를 밝혀낸 독일의 화학자 리하르트 빌슈테터(Richard Willstätter)는 엽록소 연구에 관한 업적을 인정 받아 1915년에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다. 식물은 가을이 되면 겨울 을 대비한다. 이때 식물은 마그네슘을 저장하기 위해 마그네슘을 함 유한 엽록소를 본격적으로 분해한다. 녹색의 엽록소가 사라지면서 생긴 빈자리에 새롭게 생성되는 붉은색의 안토시아닌(anthocyanin) 과 노란색, 갈색의 카로티노이드 색소가 드러나면서 단풍이 든다. 저장해 놓은 마그네슘은 이듬해 봄이 되면 새로운 엽록소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 식물의 광합성도, 해마다 단풍이 드는 것도, 이런 규칙 과 질서가 숨겨져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개미 집단은 질서의 힘으로 유지되는 왕국이라고도 불린다. 개미 는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에 따라 질서정연하게 움직이며 각자 자신 이 맡은 임무에 충실하여 위험 상황을 이겨내며 번식한다. 특히 일 개미가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는 철저한 규칙이 있다. 이스
3 기생식물(parasitic plant) 중에 는 엽록체가 없어 광합성을 못 하는 식물도 있고, 반대로 진 딧물 같은 동물은 카로티노이 트 색소가 있어 광합성이 가 능하다. 4 카로티노이드는 빨간색, 노 란색, 주황색 계통의 과일 과 채소에 많이 함유되어 있 는 식물 색소로, 알파-카로틴 (Alpha-carotene), 베타-카 로틴(Beta-carotene), 루 테인(Lutein), 라이코펜 (Lycopene), 크립토잔틴 (Cryptoxanthin), 지아잔틴 (Zeaxanthin) 같은 성분들이 여기에 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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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엘 ‘와이즈만 과학 연구소(Weizmann Institute of Science)’는 일개미가 식량을 나르는 행동에 규칙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5) 일 개미는 역할에 따라 ‘청소개미’, ‘육아개미’, ‘식량개미’로 구분되는 데, 식량개미의 수는 전체 집단의 10% 정도에 해당한다. 식량개미 는 먹이를 발견하면 바로 먹이를 나르지 않는다. 동료의 배고픔 정 도를 파악하여 무리 전체에 필요한 먹이의 양만을 나른다. 그러나 구성원 하나하나가 느끼는 배고픔의 정도는 각각 다르기 때문에 무 리 전체에 필요한 식량의 양을 가늠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식 량개미는 자신이 나를 먹이의 양을 어떻게 판단할까? 식량개미는 처 음 만난 동료의 먹이 주머니에 저장된 먹이의 양을 보고 새로운 먹 이를 나른다. 즉, 무작위로 만난 동료 개미가 무리의 일반적인 배고 픔 수준을 나타낸다고 보고, 여기에 맞는 양의 먹이를 나르는 것이 다. 모든 식량개미가 이와 같은 방식으로 행동하면, 무리 전체에 필 요한 식량의 양에 가까워지게 된다.
만물은 언뜻 보면 질서 없이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저마다 철저하게 규칙을 가지고 자신의 기능과 임무를 수행 하며 살아가고 있다. 만약 지구가 일정한 기울기를 유지한 채 공전 하지 않는다면 계절의 변화는 없을 것이며, 자연의 다양한 모습은 볼 수 없을 것이다. 또 개미가 일정한 행동 규칙을 가지고 있지 않다 면 무리에게 적절한 식량을 공급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만물은 규칙 을 가지고 질서정연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아무리 많은 개체가 모여 산다고 할지라도 혼란스럽지 않다. 오히려 조화롭게 어울려 상생하 고, 아름다운 경관을 만들어낸다.
2) 인류 사회의 질서 인류 사회에 질서가 왜 필요한지부터 생각해보자.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진나라의 시황제6)는 당시 일곱 개 국가로 갈라져 있던 중국 을 통일했다. 그리고 일곱 국가가 제각각 사용하던 도량형을 통일해 소통의 혼란을 막았다고 한다. 이와 같이, 오늘날도 국제적 교류가 많아지면서 많은 국가가 ‘국제단위계(Système international
5 Efrat Esther Greenwald, Lior Baltiansky, Ofer Feinerman, Weizmann Institute of Science, Individual crop loads provide local control for collective food intake in ant colonies (2018) 6 진시황제(BC 259~210): 분열 된 중국을 통일하고 만리장성 을 완성하였다.
1. 질서
d’unités, SI)’를 표준으로 사용하고 있다. ‘국제단위계’에서 길이를 측정하는 단위는 미터(m), 질량을 측정하는 단위는 킬로그램(kg), 시간을 측정하는 단위는 초(s)를 사용하기 때문에, ‘국제단위계’를 다른 말로 ‘MKS 단위계’로도 부른다. 또 오늘날 세계적으로 사용하 는 시간은 ‘협정 세계시(Coordinated Universal Time, UTC)’를 기준으로 한다. 만약 도량형이 국가마다 모두 다르면 학문적 교류 도, 무역도, 상행위도, 여행도, 의사소통도 전부 어려워질 것이다. 또 표준 시간이 없다면 국가 간 교류 시 서로의 시간을 맞추기 어려 울 것이고, 모든 활동에 차질이 생길 것이다. 이처럼 질서를 만드는 일은 국가와 사회의 구성원이 서로 소통하고 공동 발전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다음은 질서의 종류에 대해 알아보자. 인류 사회의 질서는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해 볼 수 있다. 첫째는, 헌법, 법률, 명령, 규칙, 조례 등 의 ‘법’이다. 법을 위반할 경우에는 처벌이 가해진다. 둘째는, 법으 로 제도화하지는 않았지만, 암묵적으로 지키기로 정한 규칙이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지켜야 하는 ‘도덕’, ‘예절’, ‘사회적 규칙’ 등이 이에 해당한다.
‘법’의 종류는 나라마다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교육, 문화, 과학, 기술, 상업, 공업, 무역, 금융, 토지, 건축, 교통, 환경, 수자원, 에너 지 이용, 식품위생, 보건, 노동, 사회복지, 관광, 정보통신 등에 관한 법이 있다. 그리고 각 분야 안에 세부적으로 지켜야 하는 조항들이 있다. 예를 들어, 모든 국민은 성별, 종교, 인종, 신념, 사회적 신분 조건 등을 이유로 교육에서 차별을 받지 않는다는 세부 조항에 근거 하여 학교가 학생을 차별 없이 가르치는 것 또한 하나의 질서정연한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나아가 법은 지키지 않는 사람을 처벌할 수 있는 강제력이 있다는 점에서 사회 질서가 무너지지 않도록 하는 안 전장치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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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구성원이 동의하여 지키는 ‘도덕’, ‘예절’, ‘사회적 규칙’ 등도 질서에 해당한다. ‘도덕’은 사회 통념상 올바르고 선하게 여겨지는 가치 또는 행동 양식이다. 도덕은 법처럼 구속력은 없지만, 사회 구 성원 다수가 동의하는 가치이기 때문에 도덕에 어긋나는 행동을 할 경우 사람들로부터 지탄을 받게 된다. 예를 들어, 공공장소에서 소 란 피우지 않는 것, 거짓말하지 않는 것, 새치기하지 않는 것, 약자 보호 등은 도덕에 해당한다.
‘예절’은 주로 언행과 격식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데, 각 나라마다 문화적 차이로 그 종류 또한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가정 예절, 식사 예절, 친구나 동료와의 소통 예절, 인사 예절, 대화 예절 등이 있다. 예를 들어, 프랑스 식당에서는 보통 주문을 위해 종업원을 부를 때 손을 들지 않고, 조용히 말을 걸거나, 눈을 마주친다. 그리고 만약 누 군가 집에 초대를 받으면, 초대받은 사람은 음식을 남기지 않는 것 이 예의다. 손님이 음식을 남기면 초대한 사람은 맛이 없어서 남겼 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동아시아 대부분의 국가 에서는 식당에서 종업원을 부를 때 손짓과 함께 큰 목소리를 내어 부 르는 것이 보편적이다. 중국에서는 음식을 남김없이 먹는 것보다 조 금 남기는 것을 선호한다. 초대한 사람 입장에서는 오히려 깨끗이 비워진 그릇을 보며 손님을 충분히 대접하지 못했다고 여기기 때문 이다.
‘사회적 규칙’은 회사 내규, 조직의 특징적인 문화 등이 해당된다. 일반적으로 회사마다 출퇴근 시간, 회의, 보고 등에 관한 규칙 등이 정해져 있다. 또 조직마다 문화도 다르다. 미국의 ‘애플(Apple)’은 강력한 리더십을 중심으로 조직원이 뭉쳐서 일하는 ‘위계 조직 (Rank-driven Organization)’이며, ‘구글(Google)’은 강력한 리더 십 없이 각자의 역할에 따라 자율적 책임을 부여하는 ‘역할 조직 (Role-driven Organization)’이다. 두 조직의 문화는 많이 다르지 만, 조직원이 조직 내의 질서를 잘 지키면 어떤 조직이라도 건전하 게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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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질서의 중요성과 역할 법, 도덕, 예절, 사회 규칙은 단순히 상대방의 기분을 좋게 하고 상 대방과 편안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목적을 넘어서, 그 이상의 중 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바로 사회 구성원을 보호하고, 사회 안전망 을 형성하는 역할이다. 캐나다 브리티시 콜럼비아 대학의 인류학자 조지프 헨리히(Joseph Henrich)는 인간의 생존은 사회 규범을 얼 마나 잘 준수했는가에 달려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저서인 <호모 사 피엔스, 그 성공의 비밀(The Secret of Our Success: How Culture Is Driving Human Evolution, Domesticating Our Species, and Making Us Smarter)>에 따르면 사람은 그리 빠르지도 않고, 위장 술이 뛰어나지도 않으며, 시력과 청력이 특히 뛰어나지도 않다. 그 런데 대체 어떻게 다른 동물에게 잡아 먹히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 었을까? 그 이유는 인류에게 사회 규범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회 규 범은 인류가 그 어떤 혹독한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도왔 다. 예를 들어, 재난, 전쟁, 질병과 같은 생존에 위협을 가하는 문제 가 생길 때마다 인류는 다양한 법과 규칙을 만들었다. 그리고 모두 가 규칙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필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거 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힘썼다.
‘깨진 유리창 이론(Broken windows theory)’은 1982년 미국 범 죄학자인 제임스 윌슨(James Q. Wilson)과 조지 켈링(George L. Kelling)에 의해 처음 발표되었다.7) 깨진 유리창을 방치해두는 등 무질서한 환경을 중심으로 범죄가 확산된다는 이론이다. 1980년대 미국 뉴욕시에서 이 이론을 응용해서 사회 정책에 반영한 사례가 있 었다. 당시 여행객들 사이에 뉴욕의 지하철은 절대 타지 말라는 소 문이 있을 정도로 지하철 치안 상태는 좋지 못했다. 뉴욕시는 1984 년부터 1990년까지 깨진 유리창 이론을 적용해 지하철 내의 낙서를 모두 지우고 깨끗한 환경을 조성했다. 그 결과 실제로 뉴욕 지하철 내 범죄가 급감했다.
7 https://www.theatlantic. com/magazine/ archive/1982/03/brokenwindows/304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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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2 1970년대 뉴욕 지하철
그림 1-3 2008년 뉴욕 지하철
또 다른 사회 규범의 중요성에 관한 연구사례를 보자. 2008년 네 덜란드 그로닝겐 대학의 키즈카이저(Kees Keizer) 박사 연구팀의 연구 사례이다.8) 두 개의 대조적인 상황을 통한 실험인데, 한번은 쇼 핑몰 근처 자전거 주차장에 일시적으로 낙서를 했고, 다른 한 번은 같은 장소를 깨끗하게 치웠다. 그리고 주차된 자전거 핸들에 전단을 걸어 두었다. 자전거 주인은 자전거를 타려면 핸들에 걸린 전단을 치워야 하는데 주변에는 쓰레기통이 없다. 자전거 주인은 전단을 가 져갈까, 바닥에 버릴까? 낙서로 뒤덮인 무질서한 환경에서는 약 70%가 전단을 바닥에 버렸다. 이와 대조적으로 깨끗하게 정돈된 환 경에서는 약 30%만이 전단을 바닥에 버렸다. 무질서한 환경에서 전 단을 버리는 비율이 2배 이상 높았다.
영국의 시사 경제 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co -nomist Intelligence Unit)’에서 발표한 ‘2018년 세계에서 살기 좋은 도시(The most liveable city in the world 2018)’에서 오스 트리아 비엔나가 1위를 차지했다.9) 1위를 차지한 가장 큰 요인은 비 엔나의 깨끗한 거리와 환경 덕분이었다. 비엔나의 깨끗한 환경은 어 느 한 사람의 노력이 아닌 시민 모두가 참여하여 만든 결과이다. 철
8 Kees Keizer, Siegwart Lindenberg, Linda Steg, The Spreading of Disorder, Science, 12 Dec 2008: Vol. 322, Issue 5908, pp. 1681-1685
저한 쓰레기 분리수거는 물론, 쓰레기를 무단 투기하지 않는 시민들 의 공동 노력이 깨끗한 거리를 만들었다. 오스트리아는 쓰레기 분리 수거 목록에 대해 세세하게 분류하고 기호에 따라 분리수거 하도록
9 https://www.eiu.com/ public/topical_report. aspx?campaignid =Liveability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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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질서
세밀한 규칙을 만들었다. 독일 통계자료 사이트 ‘스태티스타 (statista)’에 따르면 오스트리아는 2013년 OECD 국가 중 쓰레기 분리수거율(The Countries Winning The Recycling Race) 4위를 차지했다.10)
위의 사례들처럼 질서는 사회 구성원을 보호하고, 사회 안전망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반대로 질서가 무너지면 사람이 살아가기에 쾌적하지 못한 환경이 만들어질 뿐만 아니라 범죄율까 지 높아져 안전을 위협받게 된다.
10 https://www.statista. com/chart/4470/ the-countries-winningthe-recycling-race/ aspx?campaignid =Liveability20
질서는 빛과 평화, 내면의 자유와 자기 자신에 대한 자유로운 지휘를 의미한다. 질서는 힘이다. Order means light and peace, inward liberty and free command over one's self; order is power. ㅡ 앙리 프레데릭 아미엘 (스위스/프랑스 작가, 1821~1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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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질서와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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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tion 2
질서와 평화 # 질서와 평화는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
자연은 다양성, 조화, 균형, 협력 등을 통해 질서를 유지하고 있다. 자연의 질서는 수십억 년간 지구에 생명체를 번성시켜 온 원동력이 며, 자연의 질서가 무너지면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도 생존에 큰 영향을 받게 된다. 이처럼 인류 세계에도 질서가 존재하며 질서 는 평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사회와 국가의 질서가 바로 서면 구 성원은 생명과 안전을 보호받는다. 그러나 질서가 무너진 혼란스러 운 사회에는 갈등과 분쟁이 빈번하게 발생하며, 구성원은 생명과 안 전의 위협을 느낀다. 질서와 평화는 어떤 관련이 있는지 자세히 살 펴보자.
1. 질서가 무너지면 평화도 깨진다 1) 욕심은 질서를 무너트린다 1929년부터 1939년까지 미국을 시작으로 세계 경제는 대공황 (The Great Depression)을 겪었다. 대공황은 지나친 욕심이 어떻 게 사회 질서를 무너트리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제1차 세계대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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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난 후 미국은 소위 ‘활기찬 20년대(The Roaring Twenties)’라고 불리는 시기를 맞이했다. 1920년대에 미국의 경제 규모는 두 배 이 상 성장했고, 대부분의 미국인은 번영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 다. 이 시기에 미국의 주식시장은 월스트리트를 중심으로 급격히 성 장했다. 오늘 A 회사의 주식을 $10에 사면, 한 달 후에 $20가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사람들은 일하지 않고도 쉽게 돈을 벌 수 있 다는 생각에 앞다투어 재산을 주식에 투자했다. 당시에 $25의 현금 을 내면, 브로커가 $75를 빌려주어, $100 어치의 주식을 살 수 있었 기 때문에 빚을 내면서까지 주식에 투자하는 사람이 많았다. 무분별 한 주식 투자는 기업의 가치를 훨씬 뛰어넘는 주식 시장을 형성했 고, 거품을 만들어냈다. 1929년 10월 24일, 불안감을 느낀 투자자 들이 갑자기 보유한 주식을 전부 팔기 시작했고, 주가는 급락했다. ‘검은 목요일’이라고 불리는 이날을 기점으로 미국의 주식 시장은 순식간에 무너졌다. 수많은 기업이 한꺼번에 도산했다. 빚을 내서 주식에 전 재산을 투자했던 사람들은 고층 빌딩에서 뛰어내렸고, 뉴 욕의 센트럴 파크는 길거리에 나앉은 노숙자로 가득 찼다.
대공황의 여파는 유럽 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1920년대 미국 의 경제성장을 보고 유럽 국가들이 미국에 투자했기 때문이다. 독일 경제는 제1차 세계대전 전쟁 배상금을 갚느라 이미 어려운 상태였 는데, 여기에 대공황으로 인한 초인플레이션까지 더해지면서 완전 히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졌다. 이런 극도의 혼란 상태는 히틀러 의 나치당이 집권하는 배경이 되었고, 결국 제2차 세계대전까지 이 어지는 결과를 낳았다.
대공황의 시작은 불로소득에 대한 개개인의 작은 욕심이었다. 무 리한 투자는 주식 시장에 거품을 형성했고, 결국 시장 질서가 무너 지면서 대공황이 발생했다. 그리고 그 여파는 국제 사회의 질서까지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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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질서와 평화
2) 무질서는 평화를 깨트린다 하버드 대학 교수이자 심리학자인 스티븐 핑커(Steven Pinker)는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The Better Angels of Our Nature: Why Violence Has Declined)>에서 질서와 규범이 체계적인 국가일수 록 범죄율이 더 낮다는 것을 다양한 통계 자료와 함께 보여주었다. 20세기에 들어와 지구촌 대부분 국가의 입법, 행정, 사법 체계가 발 전되고, 법과 질서에 대한 시민의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국가 내 폭 력이 꾸준히 감소했다는 것이다. 반면에 질서와 규범이 체계적이지 못한 사회는 폭력과 범죄율도 높은 편이다. 경제평화연구소 (Institute for Economics & Peace, IEP)는 매해 ‘세계평화지수 (Global Peace Index, GPI)’11)를 발표하는데, 군사 예산, 무기 수 출, 폭력 범죄의 정도, 전쟁 사상자, 죄수 규모, 범죄 수준, 잠재적인 테러 공격 위험, 사회·정치적 갈등, 인접 지역이나 국가와의 관계 등 총 23개 지표를 분석해서 평화를 수치화해 국가별 점수를 보여준다. 그중 하위권 국가를 살펴보면, 사회·정치적 불안정이 폭동이나 내 전으로 이어진 경우가 많으며, 난민과 발생과 테러 조직의 활동과도 관련이 많았다.
질서와 평화의 연관성은 국제 사회의 무정부 상태가 전쟁의 원인 이 된다는 국제관계학의 이론과도 통한다. 일부 국가를 제외하면 지 구촌 대부분 국가는 법치주의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법과 질서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는 곳은 바로 국제 사회이다. 현재 국제 사회에 는 국가 간의 갈등과 이해관계를 사법권을 가지고 통제할 수 있는 범 세계적 정부가 존재하지 않는다. 유엔 산하에 국제사법재판소 (International Court of Justice, ICJ)가 존재하지만, 강제관할권12) 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국제관습법13) 자체의 불분명성으로 법의 해 석 및 적용에도 어려움이 있다. 또 국제사법재판소의 판결을 국가 가 이행하지 않고 무시한 사례도 있다. 이런 대처는 국제 사회에서 지켜야 할 원칙과 질서를 깨트리는 선례가 되어 평화를 정착시키는 데 방해 요소가 된다.
11 https://www. economicsandpeace. org/wp-content/ uploads/2021/06/GPI2021-web.pdf 12 강제관할권은 분쟁 당사국 중 한 나라가 국제사법재판소 (ICJ)에 제소할 경우 국제사법 재판소가 상대편 당사국에 재 판에 참석할 것을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이다. 강제관할권을 수용한 국가는 현재 유엔 가입 국 193개국 가운데 67개국뿐 이다. 즉, 대부분의 경우 당사 국 쌍방의 동의가 없이는 재판 자체의 성립이 어렵다. 13 국제법은 크게 조약과 국 제관습법 두 가지로 구성되 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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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 가는 길
2. 질서를 바탕으로 평화를 만든다 1) 사랑을 바탕으로 만드는 질서 고래 사회에도 서로를 보호하기 위한 행동 양식이 있다. 고래는 해 수면 위로 올라와 허파로 숨을 쉬는 포유류이다. 만약 고래가 부상 을 당하면, 숨을 쉬러 해수면으로 올라오지 못해 결국 질식사하게 된다. 이때 고래들은 다친 동료를 등에 업고 동료가 기운을 차릴 때 까지 해수면 위로 떠받쳐 기다린다. 또 그물에 걸린 동료를 구하기 위해 그물을 물어뜯는가 하면, 고래잡이배 사이에 뛰어들어 고래 사 냥을 방해하기도 한다. 이런 모습들은 고래 사회에도 사랑을 바탕으 로 한 질서가 있음을 보여준다.14)
독일인이 자주 사용하는 “다 괜찮아. (Alles in Ordnung.)”라는 표 현을 직역하면 “모든 것이 질서정연하다.”는 뜻이다. 이 문장에서 쓰 인 ‘Ordnung’은 정리, 정돈, 질서, 단정함이라는 뜻을 지닌다. 언어 에서 느낄 수 있듯이 독일인의 삶에서 질서는 중요한 생활신조다. 가정과 학교에서 아이들은 자기 물건을 정리 정돈하는 개인적인 일 부터 규칙과 약속을 지키는 사회적인 일까지를 스스로 해낼 수 있도 록 훈련을 받는다. 또 식사 예절, 친구 간의 예절, 공공장소에서 지 켜야 할 규범 등도 철저하게 배운다. 보통 부모들은 아이에게 집 밖 에서 더 엄격하게 대하는데, 타인에게 사소한 실수를 하더라도 그것 이 잘못임을 분명하게 하고 사과하도록 가르친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것을 가르치는 것이다. 이런 교육 방식은 아이의 행 동에 제한을 두어 자유를 빼앗으려는 것이 아니다. 타인의 생명과 권리를 존중하는 마음가짐을 알려주려는 것이다.
질서의 외적 형식도 물론 중요하지만, 질서를 통해 타인을 존중하 고 사랑하는 마음을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 사랑과 존중이 없는 질서는 언제든 깨지기 쉬우며, 사랑과 존중을 바탕으로 한 질서가 지속가능한 평화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14 The Lost Cultures of Whales, Shane Gero, TEDxOttawa, https:// www.youtube.com/ watch?v=1OQkdRdfyjI
2. 질서와 평화
2) 질서를 바탕으로 만드는 평화 법과 질서가 준수되는 사회는 평화롭다. 법은 위반 시 처벌할 수 있는 강제력을 지니고 있어서, 사회 질서를 유지하는 최후의 방벽 역할을 한다. 법과 질서는 사회, 국가, 국제 사회까지 모든 곳에 필 요하다.
‘세계인권선언문(Universal Declaration of Human Rights, UDHR)’은 인간의 기본권을 명시한 인권 규범으로, 세계의 모든 국 가가 달성해야 할 인권 존중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1948년 6월, 유엔 인권위원회에서 작성한 본 선언문은, 12월 10일에 파리에서 개최된 제3차 유엔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되었다. 세계인권선언 문은 다양한 이데올로기, 정치 체제, 종교, 문화적 배경을 뛰어넘어 인권에 대한 보편적 가치를 담아내고자 노력했다. 자유, 평등, 생명 권, 노예가 되지 않을 권리, 고문을 당하지 않을 권리, 법 앞에 평등 할 권리, 사생활 보호의 권리, 국적을 가질 권리 등 인간에게 가장 기 본적인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여러 내용이 담겼다. 이것은 새로운 국제 질서로 ‘아름다운 약속’이라고도 불렸으며, 선언문의 내용을 토대로 제2차 세계대전의 폐허 위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되살리기 위한 국제적 협력이 시작되었다.
전쟁으로 인한 혼란 속에서 생명 존중이라는 가치를 하나의 질서 로 세운 다른 사례를 살펴보자. 1997년 12월, 캐나다 오타와에서 121개국이 채택한 ‘오타와협약(Ottawa Treaty)’은 대인지뢰 사용 의 전면 금지를 골자로 한 협약이다. 지뢰는 미국 남북전쟁 때부터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해 전 세계에 퍼졌다. 지뢰는 눈에 띄지 않 게 땅속에 묻어두면 사람이 지나가는 순간에 맞춰 폭발하기 때문에 인간이 만든 가장 비열한 무기로 불렸다. 오타와협약은 대인지뢰의 사용, 개발, 생산, 비축, 이전을 포괄적으로 금지하며, 협약 발효 후 4년 이내에 비축된 대인지뢰를 제거하거나 폐기하고, 10년 이내에 매설된 대인지뢰를 모두 폐기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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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 가는 길
정부뿐만 아니라 시민의 동참까지 요구한 ‘새천년발전목표 (MDGs)’는 2000년 9월 뉴욕 국제연합 본부에서 개최된 밀레니엄 서밋(Millennium Summit)에서 채택된 범세계적 의제이다. 빈곤 퇴치, 보건, 교육 개선, 환경 보호 등 2000년에서 2015년 사이에 해 결해야 할 8가지 목표를 제시했다. 2015년에 MDGs가 종료됨에 따 라 유엔은 이를 대체할 새로운 목표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 과 2015년 9월 25일, 제70회 유엔 개발정상회의(UN Sustainable Development Summit)에서 전 세계 유엔 회원국 만장일치로 ‘지 속가능발전목표(SDGs)’가 채택되었다. ‘지속가능발전’이란 다음 세 대의 필요를 충족하면서 현재의 필요도 충족하는 개념으로, 사회 및 경제적 발전과 더불어 환경 보호를 함께 고려하는 미래 지향적인 발 전을 의미한다. SDGs는 양성평등, 기후변화 대응, 평화와 정의, 강 력한 제도 등 총 17가지 목표로 구성되어 있으며, 2015년에서 2030 년까지 시행된다. SDGs는 지구촌 모든 국가가 공동 발전하기 위해 반드시 달성해야 하는 목표이자,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세계적 질서 이다.
그림 2-1 지속개발가능목표(SD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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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질서와 평화
이처럼 인류의 생명을 지키고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질서가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고 평화가 깨진 후에 뒤늦게 대책을 세우는 안타까운 경우가 많았다. 이렇게 내놓은 대책으로 이미 벌어진 사건을 회복하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릴 뿐 아 니라, 이미 잃어버린 목숨은 무엇으로도 되살릴 길이 없다. 그러므 로 분쟁과 전쟁이 발생하기 전에 먼저 평화 질서를 완전하게 세워나 가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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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가 이루어진다면, 우리 모두가 다 평화의 일을 한 평화의 사자가 되어 역사에 길이 빛이 날 것이고, 저 후대에 모든 태어나는 사람들이 평화롭게 살게 될 것이라고 이 사람은 믿어 확신합니다. ㅡ 이만희 (대한민국 평화운동가,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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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인류 세계의 질서와 관계 회복
03 SECTION
Section 3
인류 세계의 질서와 관계 회복 # 무엇으로 인류 세계의 질서와 관계를 회복할 것인가?
21세기에도 많은 청년이 꽃 한번 피워 보지 못하고 분쟁과 전쟁으 로 목숨을 잃고 있다. 지구촌 어디에도 완전한 평화가 보장되는 안 전지대는 없다. 전쟁뿐 아니라 인종차별로 인한 분쟁, 종교 갈등, 총 기 난사 사고, 테러, 살인, 혐오 범죄 등 크고 작은 폭력이 지구촌 곳 곳에서 날마다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쟁과 폭력이 없는 평화의 세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인류 세계의 질서와 관계를 회복하는 일이 시급하다.
1. 하늘문화: 인류 세계의 질서 회복과 평화를 위한 재료 질서의 근간이 되는 법, 규칙, 예절 등은 문화라는 범주 안에 속해 있다. 문화는 인간이 만들어낸 모든 생활 양식을 총칭하는 단어이 며, 국가와 지역에 따라 다양한 문화가 존재한다. 그러나 로마 같은 대제국도 평화 문화로 세계를 통합하지 못했고, 인류 역사상 어떤 국가와 민족도 후대에 평화 문화를 유산으로 남기지 못했다.
평화로 가는 길
그렇다면 세계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어떤 문화가 필요할까? 바 로 평화의 가치가 살아 숨 쉬는 문화이다. 이 평화의 문화는 바로 ‘하늘문화’이다. 하늘문화란 자연의 질서 정연하고 조화로운 모습을 바탕으로 종교, 사상, 민족, 국가 등의 경계를 초월하여 국제 사회의 공존과 발전을 선도하는 차원 높은 생명의 문화이다. 하늘문화는 앞 선 과를 통해 살펴본 것처럼 욕심이 아닌 사랑을 바탕으로 다양성, 조화, 협력의 질서를 추구한다. 쉽게 말하면 하늘문화는 사랑, 배려, 용서 등의 평화적 가치를 실천하는 것이다. 하늘문화는 우리에게 결 코 생소한 것이 아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고 접할 수 있지만, 욕 심이라는 가면에 가려져 있을 뿐이다. 욕심이라는 가면을 벗어 버리 면, 하늘문화는 우리 주변 어디에나 깃들어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하늘문화가 설계도라면 평화의 세계는 완공된 건물에 비유할 수 있다. 평화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건축가와 일꾼은 나 자신 곧 ‘평화 시민’이다. 우리가 하늘문화를 재료 삼아 인류 세계에 평화 질서를 만들어 간다면, 무너진 모든 관계도 회복될 것이다. 그럼 어떤 과정 으로 인류 세계의 질서를 회복해야 하는지 알아보자.
2. 내면의 질서 회복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제력(self-control)’과 ‘미덕(virtue)’은 같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자제력’이 있 는 사람은 무엇이 올바른 것인지 알고 행동을 하지만, 그러한 생각 에 반하는 것을 원하기도 한다. 그래서 올바른 사고에 따라 행동을 하지만, 내면에서는 자신의 본래 욕망을 억누르기 때문에 괴로워한 다는 것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미덕을 갖춘 사람은 올바르다고 생각 하는 사고와 내면의 욕망이 일치한다. 즉, 자신의 욕망을 올바로 행 동하는 것에 두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덕을 갖춘 사람에게는 억눌 러야 할 욕망도 없게 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을 적용해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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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인류 세계의 질서와 관계 회복
해보면 사람 안에 하늘문화가 내재되면 누군가를 해치고자 하는 욕 망이나 생명을 소홀히 여기는 마음은 애초에 없게 된다. 이것이 바 로 유네스코 헌장에서 말하는 ‘마음속에 평화의 방벽을 세우는 일’ 이라 할 수 있다. 전쟁을 원하는 마음 자체가 사라지면 어떻게 현실 세계에 전쟁이 일어날 수 있겠는가?
하지만 과연 사람이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처럼 자신의 욕망을 올바로 행동하는 것과 일치시킬 수 있는가의 문제가 남아있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 전쟁과 폭력을 원하는지, 평화와 안전을 원하는지 물어보면 무엇이라고 답할까? 대다수는 평 화와 안전을 원한다고 답할 것이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에이브러햄 매슬로(Abraham Harold Maslow)가 제안한 ‘매슬로의 욕구 단계 (Maslow's hierarchy of needs)’에 따르면 안전의 욕구(safety needs)는 생리적 욕구(physiological needs) 다음으로 인간의 원 초적인 욕구이다. 안전의 욕구란 위험, 위협, 박탈에서 자신을 보호 하고 불안을 피하려는 욕구로써, 평화로운 상태에 대한 욕구라고 할 수 있다. 곧, 평화는 인간의 기본적 욕구와 일치할 수 있다.
안전과 평화에 대한 기본적 욕구를 넘어서서, 내면의 질서를 만드 는 것은 바로 교육의 역할이며 힘이다. 사랑, 희생, 용서, 배려 등 내 면의 질서는 평화교육으로 만들어갈 수 있다. 하늘문화라는 재료로 개개인의 마음속에 평화의 집을 튼튼히 지어 놓으면, 어떠한 상황과 환경에서도 자신의 마음속 가치들이 평화의 질서를 지키도록 도와 줄 것이다. 그것은 명령에 대한 복종이 아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자발적 행동이기 때문이다. ‘평화에 대한 인간의 기본적 욕망’과 ‘하 늘문화 평화교육’ 이 두 가지를 통한 내면의 질서 회복은 인류 세계 질서 회복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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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 가는 길
3. 인류 세계의 질서와 관계 회복 내면의 질서 회복과 더불어 외부 세계의 질서 회복도 중요하다. 2006년 영국 뉴캐슬 대학교(Newcastle University) 연구팀은 규범 을 준수하는데 ‘지켜보는 눈(Watching eyes)’이 얼마나 효과가 있 는지 실험했다. 커피숍 자율 계산대를 활용한 실험으로, 음료를 마 시고 스스로 돈을 넣도록 했다. 그리고 한 주는 메뉴판 위에 감시를 의미하는 사람의 커다란 눈 모양 이미지를 붙였고, 다른 한 주는 꽃 그림을 붙였다. 결과는 눈 모양의 이미지를 붙여 둔 한 주 동안 스스 로 상자에 돈을 넣은 사람이, 꽃 그림을 붙여 두었던 기간보다 평균 3배나 많았다. 이는 사회적으로 지켜보는 눈이 있을 때 사람들이 정 해진 행동 양식에서 쉽게 벗어나지 않음을 보여주었다. 지속가능한 평화를 위해서도 지켜보는 눈을 통해 인류 세계의 질서를 유지하고 감시하는 역할이 필요하다.
지켜보는 눈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법’이다. 대부분의 국 가는 국내법으로 국가의 질서를 유지하고 있다. 국내에서 벌어지는 내전, 분쟁, 범죄 등은 국내법으로 해결한다. 이처럼 국제 사회의 질 서 확립을 위해서는 국제법의 역할이 중요하다. 국제 사회에서 벌어 지는 전쟁과 테러 등은 국제법으로 해결해야 한다. 이때 범죄에 대 한 처벌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법 자체가 불법을 예방하 는 감시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세계인권선언문’의 존재만으로도 없었을 때에 비해 인권에 대한 세계인의 인식이 크게 향상되었다. 또 세계인권선언문을 바탕으로 인권 침해 문제를 예방 하고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조직이 만들어졌다. 곧 세계인권선언문 자체가 인권 문제에 대한 감시자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처럼 국제 법이 평화의 감시자가 되어 국제 사회의 질서를 회복하는 것이 세계 평화를 앞당기는 길이다.
한편 국제법 자체가 가진 한계와 범세계적 정부의 부재로 인해 국 제법을 통한 국제 질서 확립은 불가능하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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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인류 세계의 질서와 관계 회복
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방법이 ‘평화 문화의 전파’이다. 예를 들면, 노예 제도 금지를 법제화하기까지 수많은 연설, 광고, 캠페인, 교육, 평화 시위가 있었고, 이러한 행동은 나아가 세계인의 인식 변화를 이끌었다. 대중의 목소리는 국내 정치에도 영향을 미쳤고, 많은 국 가의 국내법에 노예 제도 금지 조항이 삽입될 수 있었다. 이처럼 평 화 문화 전파를 통해 세계인의 인식을 개선하면, 국제법뿐만 아니라 각국의 국내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평화 문화의 전파는 누가 담 당하는가? ‘하늘문화 평화교육’으로 양성한 ‘평화 시민’이 자국 내 평화 문화를 전파하고, 평화를 위한 법 제정을 촉구할 수 있다. 최종 적으로 타국에 대한 침략, 무력 사용 등을 제한하는 국제법의 조항 이 모든 국가의 국내법에도 반영되면 실질적인 세계 평화가 가능 하다.
4. 평화 실현의 가능성과 전망 전 벨라루스 최고의회 수석의장(Former Chairman of the Supreme Soviet of the republic of Belarus)인 스태니슬라브 슈스 케비치(Stanislav Shushkevichi)는 벨라루스가 민주주의 국가가 되기까지 과정에 대해 “우리는 평화를 사랑하고 민주주의 국가를 만 들기 원했습니다. 우리는 진심으로 그것을 시도했습니다. 그러나 매 우 어려웠습니다. (We began to make new State, and we wanted to be a peace-loving, democratic State. We sincerely tried to do it. But it was very difficult to do this.)”라고 고백했다. 그러나 전 세계 많은 국가가 불가능해 보이던 민주주의를 실현해냈다.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인 넬슨 만델라(Nelson Mandela)도 인종 차별을 극복하고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모든 과정에 대해서 “모든 일 은 이루어지기 전에는 불가능해 보입니다. (It always seems impossible until it is done.)”라고 말했다. 인종 차별 철폐와 노예 제도 폐지도 마찬가지다. 1980년 모리타니가 마지막으로 노예 제도 를 불법으로 선언함으로써 노예 제도는 지구상에서 공식적으로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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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 가는 길
라졌다. 이렇게 인류는 불가능하다고 여기던 일들을 현실로 이루어 왔다.
HWPL 이만희 대표는 평화 실현에 대해 “하면 할 수 있는 일을 하 지 않는 것은 죄가 됩니다. 평화는 노력하면 이룰 수 있습니다. 왜냐 하면 지구촌 모든 가족이 평화를 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라고 말 했다. 평화 실현을 방해하는 것이 외부의 환경인지, 아니면 불가능 하다는 생각 자체인지 돌아보아야 한다. 전쟁에서 자신과 가족이 목 숨을 잃기를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지구촌 모든 사람이 평화 를 원한다. 과연 도대체 무엇이 평화를 가로막고 있을까? 우리가 모 두 평화의 사자가 되어 하나로 힘을 모은다면, 지구촌의 평화는 충 분히 이루고도 남음이 있다. 지구촌 전쟁 종식과 평화를 이 시대에 반드시 이루어 후대에 영원한 유산으로 물려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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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인류의 평화로운 공존을 위해서는 질서가 필요하다. 만물은 자연의 거대한 질서 속에서 살 아가고 있다. 자연의 질서는 만물이 살아갈 수 있는 안정적 환경을 조성하며, 자연의 질서가 무너지면 모든 생명체도 생존의 위협을 받게 된다. 인류 사회의 질서는 구성원의 생명을 보 호하고, 사회 안전망을 형성하며, 평화를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법, 예절, 사내 규칙 등의 질서는 구성원 간에 서로 피해를 주지 않고, 적당한 배려와 존중 속에 서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질서를 만드는 데는 다양한 상황과 변수를 고려해야 하며, 한번 정해지면 바꾸기 어렵기 때문에 매우 신중하게 결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질서를 무너트 리는 것은 한순간이며, 숙고의 과정이 필요하지 않다. 왜냐하면 무질서는 욕심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자기의 욕심만을 추구하는 즉흥적이고 이기적인 행동에는 타인에 대한 배려와 전 체의 균형에 대한 고민이 결여되어 있다. 결국, 무질서 안에서는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조정 하지 못하고, 인류 사회는 파편화되며, 평화는 깨어진다. 그러므로 평화를 위해서는 ‘인류 세 계의 질서와 관계 회복’이 필수적이다. 질서의 근본은 사랑이 되어야 하며, 질서의 목적은 안 전과 평화가 되어야 한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는 먼저 자신의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한 후, 집 안을 가지런하게 하고, 나라를 다스리며, 천하를 평화롭게 한다는 뜻이다. 평화와 질서 회복 은 이 순서로 이룰 수 있다. 앞으로 5과에서 12과까지 배울 내용은 하늘문화로 내면의 질서 부터 인류 세계의 질서를 회복해 평화를 이루어가는 과정이다. 질서와 평화를 회복하는 과정 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고생 없이 어찌 평화를 누리겠는가? 우리의 피와 땀, 눈물로 후손 들이 누리게 될 회복된 평화의 세계는 완전한 아름다움의 세계일 것이다.
이미지 출처 그림 1-1
tarry circles arc around the south celestial pole, seen overhead at ESO's La Silla Observatory, S ESO/A.Santerne, CC-BY 4.0, https://upload.wikimedia.org/wikipedia/commons/d/de/ Starry_Spin-up.jpg
그림 1-2 https://upload.wikimedia.org/wikipedia/commons/a/a3/Heavily_tagged_subway_car_ in_NY.jpg 그림 1-3 mpty subway in NYC, Beau Wade, CC-BY 2.0, https://upload.wikimedia.org/wikipedia/ commons/2/26/Empty_subway_in_NYC.jpg 그림 2-1 https://www.un.org/sustainabledevelopment/news/communications-material/
서울특별시 서초구 남부순환로347길 20 5층
Tel.02-514-1963 Fax.02-514-1961 http://www.hwpl.kr hwpl@hwpl.kr 초판 제1쇄 발행일 2021년 9월 18일 펴낸곳 (사)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
ISBN 979-11-91898-03-3 ISBN 979-11-974584-9-1(세트) Copyright Ⓒ 2021 Heavenly Culture, World Peace, Restoration of Light. All rights reserved. 이 책은 저작권법에 따라 보호받는 저작물이므로 무단전재와 무단복제를 금지하며, 이 책 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이용하려면 반드시 저작권자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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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91898-03-3 (PDF) ISBN 979-11-974584-9-1 %28%EC%84%B8%ED%8A%B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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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91898-03-3 ISBN 979-11-91898-03-3 ISBN 979-11-974584-9-1 %28%EC%84%B8%ED%8 ISBN 979-11-974584-9-1 (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