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 가는 길 7

평화로 가는 길

7과. 대가를 바라지 않는 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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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

대가를 바라지 않는 희생

Section 1 희생 Section 2 희생과 평화 Section 3 나로부터 시작하는 희생과 평화

핵심 요약 (Abstract)

희생은 특정한 대가를 바라지 않고, 자신의 일부를 바쳐서 타인의 유익이나 공익을 추구하는 행위 를 말한다. 구성원 모두가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회는 다툼과 분열이 일어날 수밖에 없고, 이 러한 갈등은 분쟁과 전쟁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평화 세계를 이루기 위해서는 희생정신이 필요하 다. 희생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할까? 나의 삶 속에 깃든 부모님과 주변 사람 의 희생을 인식하고, 우리가 누리는 문명의 이기도 선조의 수고와 희생이 바탕이 되었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우리도 함께 희생정신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침략 전쟁이나 테러와 같은 잘못된 목 적을 위해 희생하거나, 약자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희생정신에 어긋나는 일이다. 이런 잘못된 희생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생명과 평화를 목적으로 하는 일상생활 속 작은 희생은 어 두운 세상을 밝히는 한 줄기 빛이 된다.

하나의 초로 다른 수천 개의 초를 밝혀도, 그 초의 수명은 짧아지지 않는다.

Thousands of candles can be lit from a single candle, and the life of the candle will not be shortened. ㅡ 석가모니 부처 (고대 인도 불교 창시자, B.C 624~544 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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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희생

01 SECTION

Section 1

희생 # 희생이란 무엇이며, 왜 필요할까?

사람이 성장하는 데는 보통 부모의 헌신적인 노력이 바탕이 된다. 또 선생님과 친구 그리고 많은 주변 사람의 도움도 필요하다. 그러 므로 우리는 각자의 삶에 부모님과 주변 사람의 수고와 희생이 깃들 어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사회도 마찬가지다. 크고 작은 희생이 모 여 이 세상을 더 평화롭게 만들고 있다. 희생의 진정한 가치를 이해 하고, 희생이 왜 필요한지 생각해보자.

1. 다양한 희생의 모습 1) 자연 속 희생 우리는 자연에서 희생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보는 닭은 모성애가 뛰어난 동물이다. 어미 닭이 알을 낳은 후 추우나 더 우나 20여 일 동안 움직이지 않고 알을 품는 모습은 무척 감동적이 다. 모이를 먹거나 배설하기 위해 하루에 한두 번만 움직이고, 나머 지 시간은 알을 품은 자리를 묵묵히 지킨다. 어미 닭은 알이 부화하 기 좋은 온도인 37.5℃를 맞추기 위해서 간혹 자신의 가슴 털을 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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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하며, 아직 알 속에 있는 병아리에게 울음소리로 말을 걸기도 한다. 병아리가 부화한 후에도 어미 닭은 자기보다 자식을 먼저 먹 인다. 비가 오면 날개 속에 병아리를 품고 비를 대신 맞기도 한다.

2011년, 영국 브리스톨 대학교 연구진은 암탉이 자신이 낳은 병아 리가 느끼는 고통을 똑같이 느낀다고 발표했다.1) 병아리에 바람을 불어서 스트레스를 주자 이를 본 암탉의 심장 박동이 똑같이 빨라지 면서 병아리와 함께 체온이 떨어졌다. 이처럼 암탉은 자식을 위한 헌신적인 희생을 보여준다.

열대 지역에 서식하는 라피도포라(Rhaphidophora)라는 덩굴식 물은 잎에 구멍을 낸다. 라피도포라가 다른 나무를 감고 올라가는 과정에서 위쪽에 난 잎이 아래로 향하는 햇빛을 저절로 가리게 된 다. 이때 라피도포라는 자신의 잎에 스스로 구멍을 내고 햇빛을 통 과시켜, 아래쪽에서 자라나는 어린 라피도포라가 햇빛을 받고 성장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잎에 구멍을 내면 엽록체가 파괴되어 총 광합성량도 줄어들지만, 라피도포라는 그런 희생을 감수해서라도 아래쪽 식물과 함께 공존하는 방법을 선택한다.

그림 1-1 라피도포라(Rhaphidophora)

1 https:// royalsocietypublishing. org/doi/full/10.1098/ rspb.2010.2701

1. 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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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동물 행동학자이자 메릴랜드 대학교 생물학 교수인 제럴드 윌킨슨(Gerald S. Wilkinson)은 흡혈박쥐에 관해 연구했다.2) 흡혈 박쥐는 밤에 가축의 피를 빨아먹고 사는데, 간혹 사냥에 실패하고 돌아오기도 한다. 그러면 다른 박쥐는 자신이 빨아먹은 피를 일부 나눠 준다. 어미와 자식 관계뿐만 아니라 혈연관계가 아닌 동료 박 쥐에게도 피를 나눠준다. 심지어 배부른 박쥐가 배고픈 동료를 찾아 다니며 피를 나눠주기도 한다. 나눠 주기를 자주 거부하는 박쥐는 조직 내에서 기피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우리는 자연 속에서 도 희생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2) 인류 사회 희생의 모습 현대 인권 의식을 이루는 바탕 중 하나는 ‘세계인권선언문 (Universal Declaration of Human Rights, UDHR)’이다. 이 선언 문이 보편적인 선언으로서 인정받기까지는 많은 헌신과 노력이 있 었다. 처음에는 8명의 초안 작성 위원회가 집필을 시작했는데, 의도 치 않게 서구 사회의 가치관을 중심으로 작성된 부분이 있었다. 이 에 칠레, 파나마, 필리핀, 우루과이, 이집트, 인도, 레바논, 중국 등 당시의 비서구권 국가가 관심을 가지고 활발히 참여해 각 문화권의 입장을 대변했다. 초안 작성 위원회도 의견을 겸허히 수렴해 선언문 의 단어와 조항 하나 하나를 놓고 2년간 무려 1,400번이나 투표를 했다. 편의성, 효율성을 추구하기보다 모든 인류의 생명과 인권을 보호하려는 마음으로 집필에 임한 것이다. 그 덕분에 세계인권선언 문은 1948년 12월 10일 파리 유엔 총회에서 유엔 회원국 만장일치 로 채택되었다. 세계인권선언문은 414개의 언어로 번역되어 현재 도 전 세계인의 인권을 수호해주고 있다.

유엔 세계인권선언문의 뿌리는 프랑스 혁명 이후인 1789년 8월

에 발표된 <인간과 시민의 권리 선언(Déclaration des droits de

l'Homme et du citoyen)>이다. 이 선언은 자유, 평등, 박애라는 가 치를 바탕으로 존엄한 개인의 주권과 만인의 평등을 선포한 역사적 인 선언이다. 그러나 이 선언문의 내용이 실현되기까지는 많은 어려

2 Gerald G. Carter and Gerald S. Wilkinson, Food sharing in vampire bats: Reciprocal help predicts donations more than relatedness or harassment(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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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이 있었다. 프랑스 혁명은 국민이 직접 투표하여 국민대표를 선출 하는 시대를 열었지만, 투표권은 25세 이상 프랑스 백인 남성에게 만 허락되었다. 이 당시 여성은 시민으로 여겨지지 않았다. 백인이 아닌 인종의 사람도 투표에서 배제되었다. 이때 프랑스 여성 시민운 동가 올랭프 드 구즈(Olympe de Gouges)는 여성도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가지고 정치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인간과 시민의 권리 선언>의 작성자조차 구즈가 여성에 적합한 사고방식을 잃었다고 비난했다. 이윽고 그녀는 국민의 대표 를 분열시키고 왕권의 복귀를 꾀했다는 죄명으로 1793년에 단두대 에서 처형되었다. 이 사건을 두고 파리 지역의 검사 피에르 가스파 르 쇼메트(Pierre-Gaspard CHAUMETTE)는 “가정을 버리고 정치 를 하려던 이 뻔뻔한 여자를 보십시오. 여성의 미덕을 무시한 것이 그녀를 단두대로 이끈 겁니다!(Rappelez-vous cette virago, cette femme-homme, l’impudente Olympe de Gouges qui abandonna

tous les soins du ménage, voulut politiquer […] Cet oubli des

그림 1-2 단두대에서 처형을 당하는 올랭프 드 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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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희생

vertus de son sexe l’a conduite à l’échafaud.)”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단두대에 오르는 순간까지 구즈는 여성이 단두대에 오를 수 있다면, 연단 위에도 오를 수 있다고 당당히 외쳤다.

세월이 흐르고 그녀의 용감한 행동은 고결한 희생정신으로 재조 명되었다. 여성의 권리 보호를 위해 끝까지 목소리를 높였던 구즈의 희생은 후대에 여성 참정권을 보장하는 데 큰 영향을 주었다. 이처 럼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의 삶과 인권을 위한 인류의 진보 안에는 고 난을 무릅쓴 누군가의 희생이 있었다.

2. 희생은 왜 필요한가?

1) 나의 삶은 누군가의 희생으로 이루어졌다 희생의 필요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내가 누리고 있는 모든 것이 어디서부터 왔는지 살펴봐야 한다. 먼저 사람의 생존에 관련된 모든 것은 자연으로부터 온 것이다. 음식, 의복, 가옥 모두 자연에서 재료 를 공급받았다. 사람은 누구나 빈손으로 태어나며, 내가 누리는 문 화와 기술 등 문명의 이기는 조상과 타인의 수고의 산물이다. 특히 사람은 장성해서 스스로 독립하기 전까지 전적으로 부모나 주변 사 람에게 의식주를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런 사실을 종합해보면 나의 안위와 행복을 위해 직·간접적인 수많은 희생이 뒷받침되었다는 것 을 알 수 있다. 나를 위한 자연과 부모와 타인의 대가 없는 희생을 잊 지 않는다면, 나도 후대를 위해 희생하겠다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

아이들이 더 나은 내일을 보낼 수 있도록 오늘을 희생합시다.

Let us sacrifice our today so that our children can have a better tomorrow. ㅡ 압둘 칼람 (인도 제11대 대통령, 1931~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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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사랑에는 희생이 필요하다 미국의 단편 소설 작가인 오 헨리(O. Henry)의 <크리스마스 선물 (The Gift of the Magi)>은 서로를 끔찍이 사랑하는 어느 부부의 이 야기이다. 이 부부는 가난했지만, 보물을 하나씩 가지고 있었는데, 남편 짐(Jim)의 보물은 할아버지 때부터 물려받은 금시계였고, 아내 델라(Della)의 보물은 길고 아름다운 갈색 머리카락이었다. 크리스 마스 이브가 되었고, 델라는 남편 짐에게 멋진 선물을 해주고 싶었 지만, 수중에는 고작 1달러 87센트뿐이었다. 그것도 몇 달 동안 구 두쇠처럼 안 쓰고 모은 돈이었다. 고민 끝에 델라는 자신의 긴 머리 를 잘라서 20달러에 팔았다. 그리고 짐의 금시계에 어울리는 백금 시계줄을 선물로 준비했다. 저녁이 되어 집에 돌아온 짐은 개구쟁이 학생처럼 짧게 머리를 자른 델라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 이 유는 짐이 준비한 크리스마스 선물이 바로 델라의 아름다운 머리 손 질에 필요한 고급 빗이었기 때문이다. 델라는 자기 머리는 빨리 자 란다며 짐을 위로했다. 그리고 자기가 머리를 잘라 준비한 시계줄 선물을 짐에게 보여주었다. 짐이 말했다. “당신 선물 살 돈을 마련하 느라 그 시계를 팔았어요.(I sold the watch to get the money to buy your combs.)” 서로에게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기 위해 자신의 가장 소중한 보물을 판 것이다.

자식을 향한 부모의 사랑에는 희생이 필요하다. 때로는 남녀 간의 사랑에도 희생이 필요하다. 내가 사랑하는 국가와 가족을 지키기 위 해서도 희생해야 할 때가 있다. 이러한 희생은 사랑의 정점이다. 일 시적인 사랑의 감정이나 일방적인 사랑 표현을 넘어서, 희생은 상대 방에게 잊지 못할 깊은 감동을 전해준다.

희생없이 깊이 사랑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It is impossible to love deeply without sacrifice. ㅡ 엘리자베스 앨리엇 (미국 선교사 작가, 1926~2015)

me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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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업적은 위대한 희생에서 나오며, 결코 이기심에서는 나오지 않는다.

Great achievement is usually born of great sacrifice, and is never the result of selfishness. ㅡ 나폴리언 힐 (미국 작가, 1883~1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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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희생과 평화

02 SECTION

Section 2

희생과 평화 # 희생과 평화는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

평화를 목적으로 하는 희생은 소망이 있기 때문에 고통스러운 과 정을 인내할 수 있다. 반면 평화가 아닌 다른 대가를 바라는 희생은 오래가지 못할 뿐 아니라, 자신과 타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진정 한 희생과 잘못된 희생의 사례를 살펴보며 평화를 위한 희생이 어떤 것인지 이해해보자.

1. 평화를 이루는 희생 1) 대가를 바라지 않는 희생 1940년대에 전 세계적으로 척수성 소아마비가 유행했다. 소아마 비는 근육이 점차 약화되어 팔다리 및 전신에 마비가 오고 심한 경 우 사망에 이르는 병이었다. 당시에는 특별한 치료 방법이 없었다. 소아마비 유행은 계속되어 1952년에만 약 5만 8,000건이 보고되었 고, 3,000여 명의 아동이 목숨을 잃었다.

이런 상황에서 조너스 소크(Jonas Edward Salk) 박사는 백신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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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에 몰두했다. 1948년부터 하루 16시간씩 연구에 몰두했으며 휴 일은 거의 없었다. 피나는 노력이 몇 년간 이어졌다. 그리고 1953년 11월, 마침내 1차 백신 개발에 성공했다. 하지만 마땅한 임상시험 대상자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자 소크 박사는 개의치 않고 먼저 자신을 대상으로 실험했다. 이후 추가적인 임상시험 끝에 1955년이 되어서야 소크 박사의 백신이 안전하고 효과적임이 입증 되었다.

각종 제약 회사가 앞다투어 소크 박사에게 백신 특허권으로 거액 을 제시했다. 하루아침에 부자가 될 만한 금액이었다. 하지만 백신 은 개인의 것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 소크 박사는 “태양에도 특허를 낼 건가요?(Could you patent the sun?)” 라고 반문하며 무료로 백 신을 배포했다. 생명을 살리는 백신은 돈으로는 값을 매길 수 없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만약 소크 박사가 거액을 제시한 특 정 회사에 특허권을 판매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회사는 경쟁자를 제치고 거액을 투자한 만큼 비싼 가격에 백신을 팔았을 것이고, 백 신을 구할 수 없는 수많은 아동이 죽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소크 박사의 희생정신과 인류애 덕분에 전 세계에 백신이 널리 퍼져 오늘

그림 2-1 소아마비 백신의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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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희생과 평화

날 지구촌에서 소아마비는 거의 사라졌다.3) 이처럼 진정한 희생은 대가를 요구하지 않으며, 희생의 과정에서 손해 보는 것에 착념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결과는 모두를 기쁘게 한다.

2)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희생 나병이라고도 불리는 ‘한센병’은 현재는 치료 가능한 질병이지만, 오랜 세월 동안 전염력 강한 불치병으로 여겨졌다. 그래서 한센병 환자는 보통 사회에서 격리되어 독립적으로 마을을 이루고 살았으 며, 사람들은 한센병 환자를 차가운 시선으로 대했다. 그런데 한국 소록도에 있는 한센병 환자 마을에는 늘 따뜻한 미소를 띠고, 마을 사람의 피고름을 맨손으로 짜 주는 두 간호사가 있었다. 이 두 사람 은 마을 사람과 마음까지 나누며 무려 43년을 함께 생활했다. 건강 상의 문제로 간호 일을 마칠 때도 그동안의 보상이나 명예를 바라지 않고, 편지 한 통을 조용히 남기고 떠났다.

이 두 사람은 ‘소록도의 천사’라고 불리는 간호사 마리안느 스퇴거 (Marianne Stoeger)와 마가렛 피사렉(Margareth Pissarek)이다. 이 둘은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 간호 학교를 졸업하고, 1962년과 1966년에 각각 한국 한센인 마을인 소록도에 도착했다. 20대의 젊 은 나이에, 아무 연고도 없는 외국 땅에서, 모두가 기피하는 한센인 을 돌보기 시작한 것이 백발의 할머니가 되기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정작 이 두 사람은 자신의 업적을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 두 사람에 관해 남아 있는 기록물도 거의 없을 정도로 외부에 드러나는 것을 꺼렸고, 일대기를 영화로 만들겠다는 제의도 거절했다.

이들은 어떻게 43년이라는 오랜 기간 헌신하고 봉사할 수 있었을 까? “특별한 거 진짜 안 했어요. 간호사로서 봉사하는 것, 환자들 치 료하는 것이 목적이니까. 고생했다고 말들 하지만 소록도에 있는 동 안 저는 가장 행복했습니다.”4) 이 두 사람은 간호사라는 역할에 그 저 충실했을 뿐이라고 고백했다. 희생을 고통스럽게 여기지 않고 오 히려 자기 일에 기쁨을 느끼고 행복했다는 두 사람의 고백은 작은 것

3 세계보건기구(WHO)는 조너스 쇼크 박사의 탄생일을 기념해 매해 10월 24일을 ‘세계 소아 마비의 날’로 정했다.

4 https://news.kbs. co.kr/news/view. do?ncd=3535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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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양보하지 않고 희생하지 않으려는 현대인의 이기적인 모습을 부 끄럽게 한다.

2. 평화를 해치는 희생 1) 잘못된 목적을 위한 희생 잘못된 목적을 위한 희생 중 첫 번째는, 대가를 요구하는 희생이 다. 희생이라는 단어에는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기 때문에 대가를 요구하는 행위는 더는 희생이라고 보기 어렵다. 또 처음에는 순수한 의도로 시작했더라도 대가를 요구하는 순간 희 생의 의미는 퇴색된다. 대표적으로 조혈모세포 또는 장기 등을 기증 한 후에 이식자에게 대가를 요구하는 행위가 여기에 해당한다. 조혈 모세포나 장기를 이식받은 사람으로서는 생명의 은인과도 마찬가지 인 기증자가 아무리 무리한 요구를 하더라도 거절하기 어렵다. 그래 서 대부분의 국가는 법률로 기증자와 이식자가 서로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

두 번째는, 윤리, 도덕적으로 잘못된 일에 헌신하고 희생하는 경우 다. 최첨단 무기 경쟁으로 각 체제의 우월성을 입증하던 냉전 시대 인 1957년, 소련은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 (Sputnik-1)를 우주에 쏘아 올리는 데 성공했다. 미국에서는 ‘스푸 트니크 쇼크’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미국인들은 엄청난 충격을 받 았다. 이에 자존심을 회복하고자 미국 공군은 극비리에 ‘A-119’라 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비공개 장소에서 핵무기를 달에 발사해 폭 파하는 계획이었다. 핵무기가 달 표면에서 폭발하면서 발생하는 섬 광과, 높이 60km 폭 30~40km 크기의 버섯구름을 지구의 모든 사 람에게 보여주어 미국의 위용을 알리고자 한 것이다. 미국은 프로젝 트에 전념해 엄청난 크기의 수소폭탄을 만드는 데까지는 성공했으 나, 달까지 쏘기에는 지나치게 무거웠다. 하지만 미국 공군은 프로 젝트를 포기하지 않고 시행 직전까지 추진했다. 1959년, 극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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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희생과 평화

프로젝트는 취소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황당한 계획이지만, 당시에 는 저명한 과학자 10여 명이 수년간 참여한 대(大) 프로젝트였다. 짧 은 시간 안에 당대 최고의 기술을 집약해 무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수 많은 과학자의 헌신과 희생이 있었다. 만약 이 프로젝트가 성공했다 면 과연 의도대로 전 세계 사람이 감탄했을까? 아마 후대는 경악했 을 것이다.

독일 철학자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는 ‘악의 평범성 (Banality of evil)’에 대해 일갈한 바 있다. 홀로코스트 재판 과정을 통해서, 광신도나 반사회적인 사람이 아닌 내려오는 지시에 맹종한 평범한 사람이 역사적 만행을 저질렀음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희생 의 목적이 평화를 위한 것인지, 평화를 해치는 것인지 올바로 판단 하지 않으면 똑같은 잘못을 반복할 수 있다. 특히 침략 전쟁과 테러 에 동원되는 청년은 자신의 희생이 올바른 목적을 위한 것인지, 잘 못된 목적을 위한 것인지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희생의 행 위보다 더 중요한 것은 희생의 목적과 희생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결 과물이다. 고통과 죽음을 유발하고 평화를 깨트리는 희생을 고귀하 다고 말할 수는 없다. 생명과 공존과 평화를 위한 희생이야말로 진 정 가치 있는 희생이다.

2) 사회적 약자에 대한 희생 강요 프랑스 단편 소설 작가인 기 드 모파상(Guy de Maupassant)의 <비계 덩어리(Boule de Suif)>라는 작품은 약자에게 희생을 강요하 는 인간의 속성과 사회의 단편적 모습을 보여준다. 소설의 배경은 프랑스-프로이센 전쟁이 한창이던 19세기 말이다. 추운 겨울, 프로 이센군에게 점령당한 프랑스의 북부 도시 루앙(Rouen)을 탈출하기 위해 10명이 마차를 타고 출발했다. 백작 부부, 상인 부부, 부르주아 부부, 수녀 두 명, 혁명가, 그리고 비계 덩어리(이하 불 드 쉬프, Boule de Suif)라는 별명을 가진 매춘부까지 총 10명이다. 사람들 은 매춘부와 같은 마차에 탄 것을 부끄러워했지만, 불 드 쉬프가 먹 을 것을 미처 챙기지 못한 마차 안의 사람들에게 음식을 나눠주자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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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를 풀었다. 또 불 드 쉬프와 대화를 나누어보니 애국심도 있는 괜 찮은 여인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나 마차가 여관에 도착하자 곧 문제가 생겼다. 통행을 담당하는 프로이센 장교가 불 드 쉬프에 게 하룻밤을 요구하며, 응하지 않으면 통과시켜 주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애국심이 강한 불 드 쉬프는 적군 장교에게 자기 몸을 허락 할 수 없다며 강하게 거절했고, 사람들은 그런 불 드 쉬프를 칭찬했 다. 하지만 하루 이틀이 지나고 발이 묶이자, 사람들은 불 드 쉬프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매춘부가 남자를 가리는 게 어디 있냐고 화를 내기도 하고, 여러 사람을 위한 한 사람의 숭고한 희생을 강조하기 도 했다. 결국, 순수한 목적으로 지은 죄는 신이 용서하실 거라는 한 수녀의 말에 불 드 쉬프는 프로이센 장교의 요구를 들어주게 되었 다. 다음 날 마차는 다시 출발했고, 불 드 쉬프는 먹을 것도 준비하 지 못한 채 황급히 마차에 올라탔다. 하지만 사람들의 시선은 싸늘 하기만 하다. 사람들은 불 드 쉬프를 불결한 존재처럼 바라보며, 그 녀에게 음식을 나눠주지도 않는다. 불 드 쉬프는 마차가 달리는 내 내 한 구석에서 슬픔, 분노, 수치심으로 눈물만 흘린다.

이 소설은 사회적 약자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부조리한 관행과 사 회의 이중성, 허위, 이기심 등을 그려내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이같 은 일이 지금도 지구촌 곳곳에서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약자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행위는 사회 구성원 간의 신뢰와 유대를 약화하고, 불공정과 불평등의 문제를 일으킨다. 역사 속에서 여성은 재산이나 소유물로 인식되거나, 교육에서 소외되는 등 많은 차별을 받고 강제적인 희생을 당했다. 현재도 전 세계적으로 보면 여성이 사회적 약자인 경우가 많다. 또 노인과 어린이 같은 신체적 약자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희생을 강요당하면서 저항조차 하지 못하 는 경우가 많다. 약자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결코 평화를 위한 일이 아니다. 도리어 강자가 약자를 위해 희생하는 것이 희생의 근 본정신과 취지에 부합한다. 희생은 반드시 자발적 동기에 의해 실행 되어야 하며, 평화를 증진하는 목적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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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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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명사 그 이상이다. 그것은 동사이다. 그것은 느낌 그 이상이다. 그것은 배려하고, 나누고, 돕고, 희생하는 것이다.

Love is more than a noun-it is a verb; it is more than a feeling-it is caring, sharing, helping, sacrificing. ㅡ 윌리엄 아서 워드 (미국 작가, 1921~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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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나로부터 시작하는 희생과 평화

03 SECTION

Section 3

나로부터 시작하는 희생과 평화 # 희생을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까?

희생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손해 보거나 포기할 것이 먼저 생각나 부담을 느끼거나, 선량함을 타고난 위인만 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경 우가 많다. 이는 희생에 대한 안타까운 편견이다. 평화를 이루는 희 생을 직접 실천해 보면, 희생의 가치를 체감하게 되고, 나와 주변의 긍정적인 변화를 체험할 수 있다. 우리가 사는 지역, 국가, 지구촌의 평화를 위해 기쁘게 할 수 있는 희생을 기획하고 실천해 보자.

1. 희생 프로젝트 팀을 구성해 ‘희생 프로젝트’를 기획해 보자. 먼저 각자가 일상에 서 경험한 희생의 모습을 공유하면 좋다. 자신이 직접 느낀 희생의 보람과 타인의 희생에서 느낀 감사를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이야기 나누다 보면 희생 프로젝트의 필요성에 더욱 공감하게 된다. 다음으

5 브레인스토밍은 집단적 발상 기법으로 판단을 보류한 채 가 능한 많은 숫자의 발상을 끌어 내는 것이 핵심이다.

로는 희생의 종류와 사례를 공유해보자. 브레인스토밍(Brain Storming)5)과 브레인라이팅(Brain Writing)6)으로 생각들을 나열 하다 보면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공유한 아이디어를 바

6 침묵의 브레인스토밍이라고 도 불리며, 참가자가 돌아가 며 아이디어를 써 내려가는 방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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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으로 희생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방법을 구상한다. 희생을 실천하 는 방법에는 봉사, 기부, 구호 활동 등 다양한 형태가 있다. 프로젝 트 방법이 결정되면, 프로젝트 장소, 대상 등 관련 요소를 확인한다. 그리고 각 팀원에게 적절한 역할을 배분한다. 프로젝트의 세부 일정 을 계획하고, 필요한 물품과 자료를 준비한다. 모든 준비가 마치면 계획대로 프로젝트를 실행한다. 이때 프로젝트 진행 과정을 기록으 로 남겨두는 것이 좋다. 프로젝트를 진행한 뒤 모여서 소감을 나누 어 보자. 미국의 교육학자 존 듀이(John Dewey)는 “사람은 경험으 로부터 성장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이후 자신의 경험을 성찰 하는 과정이다.(We do not learn from experience, we learn from reflecting on experience.)”라고 말했다. 프로젝트를 통해 느낀 점, 새로 알게 된 점, 다음 프로젝트에 반영하고 싶은 점 등을 나누면 희생의 의미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프로젝트의 전반적인 사항을 지인에게 말하거나, SNS를 통해 알 려 보자. 1966년,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교 연구팀은 ‘곤경에 처한 여 성; 펑크 난 타이어 실험(A lady in distress; The flat tire experiment)’이라는 실험을 진행했다.7) 도로 위에 타이어가 펑크 난 자동차를 세워두고, 운전자가 지나가는 차마다 도움을 구했다. 차를 세우고 도움을 준 차량은 100대 가운데 35대로 35%에 그쳤다. 다음 실험에서는 이 자동차의 400m 앞에 똑같은 상황을 추가로 만 들었다. 그리고 한 사람이 고장 난 자동차를 돕는 장면을 연출했다. 이 장면을 본 후 고장 난 자동차를 목격한 운전자는 어떻게 했을까?

58명이 내려 도움을 주었다. 이 실험 결과를 통해, 다른 사람이 친절 을 베푸는 모습을 보면 자신도 친절을 베풀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 람이 증가함을 알 수 있다. 이처럼 희생 프로젝트의 경험과 소감을 SNS 등을 통해 공유하면, 보는 사람에게 내재해 있는 선행 의지를 자극할 수 있다.

7 James H. Bryan Educational Testing Service and Mary Ann Test Northwestern University, A lady in distress; The flat tire experiment(1966), https:// onlinelibrary.wiley.com/doi/ pdf/10.1002/j.2333-8504.

1966.tb00542.x

3. 나로부터 시작하는 희생과 평화

2. 희생 실천의 다양한 모습 희생은 목숨이나 인생 전체를 바치는 위대한 일만을 의미하는 것 이 아니다.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도 얼마든지 작지만 가치 있는 희생을 실천할 수 있다.

1) 자원봉사 자원봉사란 자유의지를 바탕으로 공동체 또는 지역사회에서 발생 하는 각종 사회문제를 예방 및 해결하기 위한 시민의 자발적인 행동 을 의미한다. 자원봉사는 공익을 위해 대가를 바라지 않고 자발적으 로 하는 행동이라는 점에서 ‘희생적 행동’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자원봉사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 사회복지 및 보건: 진료 봉사, 호스피스, 방범 활동 지원 등 - 환경 관련: 환경 정비 활동, 유해 환경 감시, 재활용 캠페인 등 - 교통 및 기초질서 확립: 교통법규 위반 감시, 안전운전 캠페인 등 - 사회 취약 계층 보호: 심리 상담, 이·미용 봉사, 음식 제공, 방과 후 교실 등 - 국제 협력: 통역 및 번역, 재난지역 구호 활동 등 - 문화 예술 진흥: 문화 행사 도우미, 관광 안내, 생활체육 지도 등

정부의 노력과 정책만으로 모든 종류의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민간 차원의 협력과 도움이 필요하다. 특히 정 부 차원의 노력과는 달리 민간의 협력은 ‘사랑’과 ‘희생정신’ 없이는 실행되기 어렵다. 한두 사람의 작은 희생이라도 사회 구성원 전체에 게 큰 감동을 줄 수 있고, 이는 사회의 긍정적 변화를 이끄는 원동력 이 된다. 그러므로 민간의 자원봉사는 정부 차원의 노력보다 사회적 연대와 공동체 의식 강화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2) 나눔과 기부 19세기 미국의 대표적인 사업가이자 철강왕으로 알려진 앤드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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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네기(Andrew Carnegie)는 말년에 재산의 90% 이상을 자선사업 과 기부에 사용하며 나눔에 힘썼다. 물론 사업가로서는 무자비한 파 업 저지, 강제 노조 해산 등으로 많은 비판도 받았다. 카네기는 66세 되던 해에 자신의 철강 회사를 매각하고, 본격적으로 자선사업을 시 작했다. 카네기는 2,500개가 넘는 공공 도서관을 설립했고, 특히 교 육, 문화, 예술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1910년에는 자신의 마 지막 목표인 세계평화 달성을 위해서 ‘카네기 국제평화기금 (Carnegie Endowment for International Peace)’을 설립해 제1 차 세계대전이 벌어지기 전까지 운영했다. 카네기는 자신의 인생의 전반부는 부를 축적하는 시기로, 인생의 후반부는 부를 나누는 시기 로 평가했다. 카네기가 남긴 “사람이 부자인 채로 죽는 것은 불명예 스러운 죽음이다.(The man who dies rich, dies disgraced.)”라는 말을 통해 그가 얼마나 자선사업과 나눔을 중요하게 생각했는지 알 수 있다.

전 세계의 많은 사람도 나눔과 기부에 동참하고 있다. 유엔도 산하 의 유엔난민기구(UNHCR)나 유니세프(UNICEF) 등의 단체를 통해 기부금을 받고, 각종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 야 나눔과 기부에 동참할 수 있을까? 나도 누군가의 도움과 희생을 바탕으로 행복을 누리고 있으니, 그만큼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바람 직한 태도라고 생각하면 나눔과 기부에 기쁘게 동참할 수 있다. 나 눔과 기부에 동참하는 작은 행위만으로도 어려운 처지에 놓인 이웃 에게는 큰 위로가 될 수 있다.

3. 영원히 빛나는 희생 1) 후대의 유산이 되는 희생 “나이가 그들을 시들게 하고, 세월이 그들을 잡아먹어도, 태양이 지고 아침이 와도, 우리는 그들을 기억하리라.(Age shall not weary them, nor the years condemn. At the going down of the 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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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in the morning. We will remember them.)” 영국의 시인 로 렌스 비니언(Laurence Binyon)이 쓴 시의 한 구절이다. 우리는 고 결한 희생을 기리는 기념과 교육을 통해 그 정신을 후대에 이어간다.

매년 11월 11일 11시, 대한민국의 부산을 향해 묵념하는 1분의 시간이 있다. 한국 전쟁 당시 평화를 위해 목숨을 바친 22개국 유엔 참전용사들의 묘지가 부산에 있기 때문이다. 유엔 평화유지군 (United Nations Peace-Keeping Forces)은 유엔 가입국의 군대 에서 지원한 사람들로 이루어졌다. 그 당시 한국을 알지도 듣지도 못했으나, 스스로 먼 타국에서 찾아와 목숨을 바쳤다. 이 연대 의식 의 원천은 ‘자유’와 ‘평화 수호’였다. 현재 생존해 있는 참전용사도 전쟁 당시 부상 후유증으로 힘겨운 삶을 사는 분이 많다. 하지만 평 화를 위해 자신을 희생했던 경험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자신이 지켜 낸 나라를 바라보며 행복을 느끼고 있다. 대한민국은 이 숭고한 희 생을 매년 ‘유엔 참전용사 국제추모의 날’ 법정 기념일로 지정하여 기념하고 학생들에게 교육하고 있다.

HWPL 역시 매년 9월 18일 평화 만국회의 기념행사를 통해 평화 를 위한 헌신과 그 가치를 되새긴다. 시간이 지나고 세대가 바뀌면 후세대는 지난날의 수많은 희생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그래서 각종 기념행사와 교육을 통해 오늘날을 위해 있었던 희생의 의미를 되새 겨야 한다. 이를 통해 희생의 가치는 길이 빛나게 되며, 후세대도 평 화를 위해 헌신할 의지를 갖추게 된다.

2) 평화를 위한 민간의 희생 희생의 가치는 지금도 누군가를 위해 헌신하는 사람들을 통해 이 어지고 있다. 시대마다 침략과 전쟁으로 파괴된 폐허에서 다시 평화 를 추구할 수 있었던 것은, 끊임없이 평화를 위해 일하는 손길 덕분 이었다. 2015년 기준으로 기업의 이익이나 정부와 관련성 없는 비 정부 기구(NGO)의 수는 전 세계적으로 약 천만 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인도주의적 활동을 꾸준히 해 온 사람들이 인류 역사의 선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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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이 되어 왔다.

유엔 자원봉사단(UN Volunteers)에서 발표한 자료8)에 따르면 전 세계 자원봉사자 수는 약 9억 7천만 명으로 추산되며, 이들이 봉사 하는 시간은 1억 2천 5백만 명 이상의 정규직 근로자의 근무 시간과 맞먹는다고 한다. 그리고 자원봉사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면 1조 3,480억 달러로 세계 전체 경제의 2.4 퍼센트 규모라고 추정했다. 사실 자원봉사는 평화와 사랑의 실천에 기여하는 시간과 결과인 만 큼, 그 가치를 감히 값으로 매길 수 없다. 이 외에도 지역 사회와 학 교, 가정 등에서 보이지 않게 이루어지는 수많은 민간의 희생과 헌 신은 평화의 튼튼한 울타리 역할을 하고 있다.

8 https://www.unv.org/ swvr/volunteers-counttheir-work-deserves-becoun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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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나로부터 시작하는 희생과 평화

결론

대가를 바라지 않는 희생은 유구한 인류 역사를 발전시켜 온 원동력 중 하나이다. 부모의 희생은 자녀를 지켰으며, 교사와 학자의 희생은 교육과 학문을 눈부시게 발전시켰고, 지도자 의 희생은 수많은 위기 속에서 사회와 국가를 지켜냈다. 반면 부모의 희생이 없는 가정은 해 체되었고, 교사와 학자의 희생이 없는 교육과 학문은 답보했으며, 지도자의 희생이 없는 사 회와 국가는 결국 부패하고 분열되었다. 이 사실을 역사 속 수많은 문명과 국가의 발전과 퇴 보, 번영과 멸망의 과정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21세기의 인류는 엄청난 과학 기술의 발전 을 토대로 전례 없는 풍요를 누리고 있지만, 희생과 같은 정신문화는 도리어 쇠퇴하는 모습 도 보인다. 탐욕과 이기심으로 희생의 가치가 폄하되는 가운데, 과연 지속가능한 발전과 평 화를 달성할 수 있을지 역사를 거울삼아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우리는 ‘공공재의 비극(Tragedy of the commons)’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공공재 의 비극은 공동 소유의 들판에 농부마다 너도나도 소를 데리고 와서 방목한 결과 들판이 황 폐화되었다는 이야기로, 공유지에서 각 개인이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면 결국 공유지가 파 괴되어 전체에게 손해가 되는 현상을 말한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전 세계 국가와 인류는 지 구를 함께 공유하는 운명 공동체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소탐대실(小貪大失, 작은 것을 탐하 다 큰 것을 잃는다는 뜻)이라는 말처럼 자국의 입장만 내세우다가 전체의 평화와 안녕을 잃 어서는 안 된다. 현재 국제 사회에는 모두가 솔선수범해서 짐을 나눠서 지는 문화가 필요하 며, 양보와 희생이 당장은 손해처럼 보이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이득이 된다는 사실을 이해해 야 한다. 작은 희생이 모이면 세상을 변화시키는 큰 힘이 된다. 작은 빛이 모이면 큰 빛이 되 는 것처럼, 나의 작은 희생을 더해서 평화의 길을 함께 밝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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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979-11-91898-06-4 ISBN 979-11-974584-9-1 (세트) Copyright Ⓒ 2021 Heavenly Culture, World Peace, Restoration of Light. All rights reserved. 이 책은 저작권법에 따라 보호받는 저작물이므로 무단전재와 무단복제를 금지하며, 이 책 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이용하려면 반드시 저작권자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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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979-11-91898-06-4 979-11-91898-06-4 ISBN ISBN979-11-974584-9-1 979-11-974584-9-1(세트) %28%EC%84%B8%ED% ISB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