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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 산 의 맛 과 멋
한 국 의 일 상 문 화 1 _ 食
Korean Daily Culture 1_ Food:
The Taste and Style of Bus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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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일상문화1 _ 食 : 부산의 맛과 멋 전시를 기획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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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맛과 멋’ 그리고 ‘미(味)’와 ‘미(美)’ :
10
Korean Daily Culture 1_ Food : The Taste and Style of Busan Introduction 1.‘Taste and Style’ : Korean Aesthetic Sensibility 2. Food, Hybridity, and Locality : The Culture of Food
한국의 미의식 2. 음식, 혼종성, 그리고 지역성 : 食의 문화
14
3. 한국인의 밥상
18
4. 우리 고장, 다이내믹 부산 : 다양성
30
●
역사를 품은 원도심의 맛
36
●
부산 원도심 시장의 풍경
44
●
부산 시장의 시간과 표정 100
54
●
부산의 맛, 언어로 표현하다
62
●
다이내믹 부산, 그 다채로운 멋!
68
3. The Korean Dining Table 4. Our Town, Dynamic Busan : Busanness The traditional taste of the old city center The scenery of the old market in Busan 100 daily impressions of people in the markets Expressing the taste of Busan by words Dynamic Busan, its colorful beauty
5. Oh, Busan! Such Wonderful Taste! : The beauty of tasty Busan foods The taste and style of ‘Heung’(Korean excitement) The images of Busan foods What is your favorite local food in Busan?
6. Food Culture and Design Food truck project Design research on food culture
5. 아, 부산! 그 멋진 맛! : 맛깔난 부산음식의 멋
72
●
흥의 맛과 멋
76
●
부산 음식의 이미지
82
●
당신이 생각하는 부산 향토음식은 무엇인가요?
86
6. 식문화와 디자인
90
●
푸드트럭 프로젝트
98
●
식문화 디자인 연구
104
7. Snapshots of the Exhibition
7. 전시회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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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logue : Local Culture Research Lab
에필로그 : 지역문화 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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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를 기획하며
지난 2018학년도 제2학기 동서대학교 아시아미래디자 인연구소에서는 특별한 전시회를 기획하였다. 연구소 의 <지역문화 연구회>가 주축이 되어 본교 대학원 디 자인학과와 공동으로 〈한국의 일상 문화 1_食 : 부산의
글. 장주영 아시아미래디자인연구소 소장
맛과 멋>이라는 주제로 학술연구와 함께 전시회를 열 었다. 본 도록은 이러한 연구 활동의 과정을 설명하고 그 결과물을 정리한 기록이다. ‘음식’이라는 테마는 누구에게나 친근한 것임에도 불구 하고 디자인 분야에서는 흔히 다루어지지 않는 주제이 기에 한동안 생소함을 감내하며 연구를 시작하였다. 음 식을 디자인 분야에서 연구하는 것이 타당한가? 음식을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우리는 먼저 부산음식이라고 생 각하는 음식을 열거하며 그 특징과 맛에 대해 조사하면 서 실제로 원도심의 시장 골목을 수차례 방문하며 보고 맛보고 체험하며 토론하는 시간을 수없이 반복하였다. 사진도 찍고 시장 상인들과 대화도 하고 시민들의 먹는 모습과 구매모습을 관찰도 하였다. 어떤 음식에서는 특 별한 맛이나 추억에 얽힌 매력을 느끼기도, 또는 별 감흥 을 못 느끼기도, 때로는 위생에 의심이 가기도 하는 여러 형태의 부산 거리의 음식을 체험하며 이런 지역음식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지 어떤 해석이 가능한지에 대한 고 민을 이어갔다. 소위 말하는 주류문화로서 고급문화에 반하는 하위문 화나 일상 문화 중 특히 당대 문화를 연구하는 인류학자 들은 사람들이 무엇을, 어떻게, 왜 하는지를 관찰한다. 파푸아뉴기니의 원시 도구이건 실리콘밸리의 첨단 AI 기술이건 모두 문화적 가치의 반영물이다. 일상적 사물 을 포함한 생활문화는 그 구성원들에 대한 중요한 통찰 을 제공할 수 있는데, 이는 이들의 본질적인 가치와 행동 체계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부산의 음식 은 부산시민들의 문화적 가치를 반영하고 부산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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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를 기획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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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관한 통찰을 제공하는 중요한 생활문화로 이해할 수
주제를 가지고 고민하고 협력하여 함께 결과물을 내어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연구한다면 창의적인 새로운 음
참여한 점을 특히 의미있게 여기며, 수고를 아끼지 않으
식문화의 창달이 가능해질 것이다. 따라서 본 연구소에
신 담당교수님들과 학생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서는 부산 지역의 음식을 문화적·디자인적 관점에서 조
학생들에게 디자인을 공부하면서 새로운 경험의 시간
명해보고, 음식문화를 디자인 문제로 접근할 때의 다양
이 되었을 줄로 여긴다.
한 가능성을 모색해보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고 연구를
연구소의 조교와 연구원, 스텝들, 그리고 대학원 디자인
시작하였다.
학과 조교 선생님들과 봉사 학생들의 밤낮을 가리지 않
한국인의 밥상에서는 밥과 국을 제외하고 찌개나 반찬
고 이미지를 다듬고 전시준비에 쏟은 정성과 수고에도
등은 함께 나눠 먹는데, 이를 혹자는 ‘밥상 공동체 의식’
감사드린다. 또한, 학부 1, 2학년생들이 부산 음식에 대
이라 표현하기도 한다. 함께 나눌 때의 정(情)이 가득한
한 손 그림 일러스트레이션 작품으로 참여하여 전시장
식탁에서 음식은 더욱 맛깔나는 것이 된다.
한 쪽 켠을 소복하고 정겹게 꾸며준 점도 고맙게 생각한
이때 음식은 마음과 마음을 연결하는 매개체 역할을 한
다. 그리고 3학년생들의 푸드트럭프로젝트로 전시에 참
다. 이처럼 우리는 독특한 밥상문화를 가지고 있지만, 우
여하고 실제 자신들의 디자인이 실현된 푸드트럭에서
리의 밥상은 그동안 문화로서 제대로 해석되고 설명되
음식이 판매되면서 학술대회에 페스티벌 기분을 북돋
지 못하였다. 그런 탓에 ‘한식 세계화’를 수행하기 위한
아 준 점도 감사하게 여긴다. 학생들에게 좋은 경험이고
노력이 있었지만, 메뉴 개발에만 집중하면서 현재까지
좋은 추억이 되었으리라고 생각된다.
큰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세계화 시
그리고 본교의 글로벌스터디인스티튜트(GSI)의 김희경
대에 음식은 그 나라의 문화적 상징이자 표상이다. 그러
교수님께서 전시회에 관심을 가지시고 유학생들이 관
므로 여기서 우리의 음식을 영양학, 가공학, 조리법 연구
람할 때 이해하기 쉽도록 빠른 시간 내에 전시 내용을 영
라는 물질적 접근을 넘어 문화적 관점에서 들여다보고
문으로 번역해주시는 수고를 자처해주셨다. 덕분에 많
자 하였다.
은 외국인 유학생들도 함께 즐기고 배울 기회를 만들어
이러한 취지를 가지고 연구소뿐만이 아니라 지난 한 학
주신 점에 대해 감사드린다.
기 동안 대학원의 수업을 통해서도 석박사 과정의 디자
무엇보다 연구소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음식문화 연구
인학 연구생들과 함께 연구를 진행하였다. 학술연구로
에 한국음식인문학의 권위자이신 한국학중앙연구원의
디자인 작품으로 함께 전시에 참여한 대학원생들은 ‘동
주영하 교수님께서 적극적으로 도와주심에 지면으로나
아시아디자인연구’, ‘고급타이포그라피’, ‘정보디자인’,
마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지난 12월의 학술대회에
‘영상커뮤니케이션’ 등 4개 교과목의 수강생들로서 각
방문하셔서 해주신 특강과 꼼꼼히 전시회를 돌아보시
각의 매체와 관점을 가지고 부산음식을 해석하고 표현
며 나누었던 유익하고 영감어린 말씀에도 너무나 감사
하고 연구하였다. 많은 수의 학생들이 해외 유학생들로
하지만, 이번 전시를 마무리하며 정리하는 본 도록의 제
서 그들의 눈에 비치고 경험한 부산음식에 대한 이해라
작에도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셔서 무한 감사드린다. 흔
는 점에서는 특별하다고 하겠다. 온 대학원이 하나의 큰
쾌히 원고를 보내주셔서 본 도록을 빛내 주셨으니 앞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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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더 좋은 연구로 보답해드리고자 한다. 부산의 음식과 관련된 디자인 연구와 전시를 기획하면 서, 이번 연구활동은 ‘일상 문화’와 ‘지역 문화’라는 두 가 지의 결합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겠다. 너무나 친근하 여 별 관심을 두지 않는 우리의 일상 중의 ‘식문화’와 늘 중심에 있는 서울이나 한국이 아닌 부산이라는 ‘지역문 화’를 결합하여 집중했다는 점이다. 이 두 가지 모두 주 류에서 벗어난 연구주제이나 합하여 우리 지역 부산의 문화적 가치와 부산사람들에 관한 통찰을 얻을 수 있는 통로로 여기며 가치를 두고 연구를 진행하였다. 본 연구소는 부산 지역에 관한 따뜻한 애정, 그리고 우리 의 일상을 살피는 사려깊은 세심함을 가지고 새로운 탐 험을 시작하기로 하였다. 지역 대학의 디자인연구소로 일시 : 2018년 12월 3일 ~ 7일 장소 : 동서대학교 GSI빌딩 디자인팩토리
서 의미있는 연구활동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갈 길이 먼 길을 걷기 시작하였다. 이번의 연구와 전시는 부산의 식 문화를 새롭게 인식하고 ‘부산의 맛과 멋’, 그리고 ‘식문 화와 디자인’이라는 새로운 화두를 던져본 것에 그 의미 를 둔다. 여러 가지 모습으로 참여하고 관심 보여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과 격려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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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duction
Introduction Chang, Juyoung Director of ADC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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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the second semester of 2018, Dongseo
University's “Asia Design Center for the Future”
organized a special exhibition. The center's “Local
Culture Research Lab” played a key role and
jointly with the graduate design department of this
school, the exhibition was held with academic
research under the theme, <Korean Daily Culture
1_Food: The Taste and Style of Busan>. This
paper describes the process of these research
activities and summarizes the results.
Although the theme of ‘food’ is familiar to
everyone, it is a topic that is not often attended to
within the field of design. Is it appropriate to study
food in the field of design? How would one
approach food? We first list the foods that we
consider to be Busan foods, investigate their
characteristics and tastes, and actually visit the
market towns of the city center several times
repeatedly to taste, experience, and discuss. We
also took pictures, talked with market merchants,
and observed the eating and purchasing patterns
of citizens. We went on to experience various
types of Busan street foods; in some food we felt the attraction of special tastes or associated
memories, whereas some did not leave any
significant impressions and sometimes some food
gave us doubts about hygiene. Nonetheless, it
forced us to continuously ponder what these local foods mean and how they could be interpreted.
Anthropologists who study the so-called mainstream
culture, the subculture contrasting the high-culture or the everyday culture, especially the culture of the
Time : Dec, 3 - 7, 2018 Place : Dongseo University, GSI Bldg., DesignFactory
day, observe what people do, how they do it, and
why they do it. Whether it is a primitive tool o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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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pua New Guinea or the state-of-the-art AI technology of Silicon Valley, it is all a reflection
of cultural values. A culture of daily life, including
With this aim, we conducted research not only in
the lab but also in graduate school classes during
the past semester with the researchers in the
everyday objects, can provide important insights
design studies of master's and doctorate courses.
values and behavioral systems. In this sense, the
exhibition together as an academic design work,
into its members because it reflects their intrinsic food in Busan can be understood as an important
Graduate students, who participated in the
interpreted, expressed, and studied Busan’s food
living culture that reflects the cultural values of
with their respective media and perspectives as
Busan’s citizens. Research from this point of view
Design Research’, ‘Advanced Typography’,
Busan’s citizens and also provides insight into
will enable the creation of a new kind of creative
food culture. Therefore, by illuminating the food
of the Busan region from the viewpoint of culture and design, we have started with the goal of
exploring various possibilities in the approach of
food culture as a design problem.
students of four subjects, including ‘East Asian
‘Information Design’, and ‘Motion Graphic
Design’. It is unique in that a large number of
students are foreign students studying in Korea
and it is Busan’s food that is understood from
what they have seen and experienced. It is
particularly meaningful that the entire graduate
school has pondered over one, main topic and
Except for rice and soup, Koreans tend to have
cooperated with each other to present the results,
each othe”, an act which I refer to as “table
professors and students who have worked
jjigae (stew) and side dishes by “sharing them with
community spirit.” At a table full of shared affection
or “Jeong”(정, 情), the food tastes more delicious.
so we express our sense of gratitude to the
diligently. I think this has been a period of new
experiences while studying design with these
At this time, food acts as a medium between people
students.
dining culture, our meals have not been properly
I appreciate all the work and care put into preparing
been an effort to achieve ‘globalization of Korean
workers, researchers, staff, and graduate school
by focusing only on menu development. Especially
grateful that the freshmen and sophomore students
sharing the food. Although we have such a unique
interpreted and explained. Thus, although there has
food’, it has not been able to achieve much success
for the exhibition, day and night, by my co-
design assistant teachers and students. Also, I am
in the era of globalization, food is a cultural symbol
who participated in the exhibition with hand-drawn
to look at our food from a cultural point of view
and affectionate atmosphere in one corner of the
processing, and culinary research.
participated in the food truck project, and the food
and an emblem of a nation. Therefore, we wanted
beyond the physical approach of nutrition,
illustrations of Busan’s foods by creating a cozy
exhibition. I am also grateful for the fact that junio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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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duction
was sold in the food truck where their design was
actualized, which brought a festive mood to an
academic conference. I believe it was a good
experience for students, leaving them with 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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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tside the realm of mainstream research, we
consider them a pathway to gaining deeper insight into the cultural values of Busan and its people.
memories.
ADCF has decided to start a new exploration with
Institute(GSI) showed her interest in the
thoughtful consideration for our daily lives. As a
Professor Kim Hee-kyung of the Global Study
exhibition and made efforts to translate the
content of the exhibition into English within a
short period of time to make it easier for foreign
students to understand. I am grateful for her kind
act, which helped many foreign students to have
the same opportunity to enjoy and learn.
With a deep sense of gratitude, most of all, I thank
Professor Joo Young-ha of the Academy of
Korean Studies for actively helping us. He is an
authority on Korean food and humanities studies. I am grateful for the special lectures Professor Joo
gave at the conference last December and for the
helpful and inspirational remarks made while
carefully touring the exhibition, but especially
more for his active support with the production of
this book. He happily sent me his manuscript, and
I hope to repay that kindness with even better research in the future.
The significance of this research activity can be
found in a combination of ‘daily culture’ and
‘local culture.’ The focus was made in a combination of “food culture” in our daily lives,
which is so familiar that we don't pay much attention to, and “local culture” of Busan, instead
of that of Seoul, which tends to represent Korea
as a whole. While both of these elements lie
a warm affection for the Busan area and a
design research center at a local university, I
began a long journey with the belief that it was a
meaningful research activity after all. The
significance of this research and exhibition was to
recognize Busan’s food culture anew and to think
about Busan’s taste and style and ‘Food culture
and design’
I thank everyone for participating in and caring
for this undertaking in various ways, and I ask for your continued attention and encourage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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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교수 장주영
1 ‘맛과 멋’ 그리고 ‘미(味)’와 ‘미(美)’ 한국의 미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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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원도심 시장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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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ste and Style’ : Korean aesthetic sensibility
When it comes to the peculiarities of Korean aesthetics culture, ‘style’ is the mostly representative one,
especially Cho Ji-hoon claims that it is the most Korean-like beauty which embraces both universality
and particularity. Then, the term ‘taste’ is similar to the sensation implied by ‘style’, and the world of
taste is classified as ‘pungnyu’. Also ‘taste’ is said to come from ‘style’, and they say ‘taste’ comes from
‘style’. He pointed out that Koreans use a lot of aesthetic expressions when evaluating artistic beauty.
The deep correlation between “taste”, “style”, and “beauty” is one of characteristics of eastern thought.
Obviously, taste can be regarded as a unique eastern aesthetic consciousness that combines external
beauty with the inner and the sensuous beauty.
‘미(味)’와 ‘미(美)’ 고대로부터 양고기를 귀하고 맛있게 여겼던 중국인은 ‘양대즉미(羊大則美 : 양이 큰 것이 아름답다, <양(羊)>+<대 (大)>)’로 미(美)를 해석하는데, 그들에게 양은 시각적으로 아름다웠을 뿐만 아니라 미각(味覺)적으로도 빼어났던 모양이다. 이를 통해 ‘맛있음(풍요로움)’이 ‘미(美)’의 본체이며, ‘아름다움’의 개념은 ‘맛(味)’에서 유래했음을 유추할 수 있다. 또한 한나라 허신의 『설문해자』에 나오는 “미(美)는 감(甘)이다. 양(羊)을 따르고, 대(大)를 따른다.”는 구절도 맛과 아름 다움의 연관성을 설명한다. 현재 우리가 아름다운 음악을 들을 때 흔히 사용하는 “감미로운 음률”과 같은 표현도 같은 맥락에서 미(美)와 맛의 연결성을 짐작할 수 있다.
동양적 심미의식 이렇듯 동양 문화권에서는 인간의 심미의식이 배고픔을 채우는 먹는 문제에서 비롯되어 이후에 감수성을 자극하는 체 계적인 사유와 사상으로 발전하게 되었음을 알 수 있다. 맛은 오미(五味)와 함께 감각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우 리는 음식을 먼저 시각으로 접하고, 후각을 통해서 감지하며 입과 혀에 촉각적으로 반응할 때 느껴지는 감각으로 맛을 음미하고 평가한다. 이러한 단계에서는 단순 배고픔의 해소를 위한 먹거리의 문제에서 벗어나 ‘맛’과 ‘멋’과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할 여유를 갖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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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과 멋’ 그리고 ‘미(味)’와 ‘미(美)’ : 한국의 미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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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위진남북조 시기의 대표적인 산수화론인 종병(宗炳)의 「화산수서(畵山水序)」에 “마음을 맑게 하여 만상을 맛본 다”는 구절이 있는데, 여기서 심미적 특징을 묘사하면서 맛을 언급했음을 볼 수 있다. 또한 최초로 순수 시학의 기반을 다진 종영(鐘嶸)의 「시품(詩品)」에서도 “우러나는 맛”이란 표현으로 시의 미적 특징을 묘사했다. 이처럼 동양에서는 일 찌기 심미를 설명하기 위해 ‘맛’을 언급해왔음을 볼 수 있다. 따라서 동양인에게는 미각적 체험은 음식을 즐기는 것이 자 보편적인 문화적 철학적 의미를 향수하는 것이라고 장파는 말한다. 즉 미란 단 것이며 맛이 좋은 것이다.1) 맹자는 미적 감관을 마음과 오관으로 나누었는데, 마음은 도덕 정신으로 충만한 인격미를 즐기는 것이고, 오관은 색, 소리, 냄새, 촉감, 맛 등에 의한 향락적인 맛을 즐기는 것으로 설명하였다. 그의 주장에 의하면 전자는 고급 ‘악(樂)’이며, 후자는 저급 ‘악’이라 구분하였다.2) 그리고 장파(張法)는 동서양의 미학의 차이점을 설명하면서 동양의 미적 주체는 오관이 통일된 것이나 서양은 시각과 청각 중심이라는 논리를 펼쳤다. 특히 미적 감상 방식에 있어 중국 미학은 선진 시대의 “보기(觀)”에서 위진 시대의 ‘맛 보기(味)’, 송대의 ‘깨닫기(悟)’로 발전하였다고 한다.3) ‘보기’, ‘맛보기’, ‘깨닫기’는 동양 미학에서의 감상의 세 단계를 뜻 하는데, 한참 동안 맛을 즐기면 자연스럽게 깨달음에 이르러, 상 너머의 상·경물 너머의 경물·맛 너머의 맛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4) 시각과 청각 중심인 서양에 반해 동양에서는 미각이 중요한 미적 감관으로 작용하는 점은 자못 흥미 롭다.
‘맛과 멋’ 그리고 한국의 미의식 또한 한국미의 특수성을 이야기할 때 ‘멋’을 대표적으로 거론하는데, 특히 조지훈은 멋이 보편성과 특수성을 함께 지닌 가장 한국적인 아름다움이라고 주장한다. 이어 ‘멋’이 내포한 감각성과 유사한 용어가 ‘맛’이며, 맛의 세계를 풍류(風流) 라고 구분하였다. 그리고 ‘맛’이 ‘멋’에서 왔다고 말한다. 그는 한국 사람들이 예술미를 평가할 때 미각적 표현을 특히 많 이 사용한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고유섭은 한국의 미를 표현하면서 ‘구수한 큰 맛’이라 하였고, 신석초, 이희승, 조윤 제 등의 미학자들이 제기한 ‘멋’에 대한 견해에는 ‘멋’과 ‘맛’의 관계에 대해 주목할 만한 다양한 견해가 있다.5) 이처럼 ‘맛’ 과 ‘멋’과 ‘아름다움’의 깊은 상관성은 동양적 사유의 특징이다. 분명 맛은 외형인 ‘미(美)’와 내면적이고 감각적인 ‘미 (味)’가 혼재되어 있는 동양의 독특한 심미의식으로 간주할 수 있다.
1) 장파(張法), 동양과 서양, 그리고 미학 푸른숲, 1999, pp.465~ 466
참고문헌
2) ibid., p.480
장파(張法),『동양과 서양, 그리고 미학』, 푸른숲, 1999
3) ibid., p.518
박용숙,『한국의 미학사상(일월총서 2)』, 일월서각, 1990
4) ibid., p.522
최원식, 「멋에 관한 단상」, 『민족의 길 예술의 길』, 김윤수교수정년기념기획간행위원, 창작과비평사, 2001
5) 최원식, 「멋에 관한 단상」, 김윤수교수정년기념기획간행위원, 『민족의 길 예술의 길』, 창작과비평사, 2001, pp.13~15
고경회, 「한국춤의 미적범주, 맛과 멋」, 『한국체육대학교』, 한국콘텐츠학회논문지, 12, Vol. 12 No.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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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교수 장주영
2 음식, 혼종성, 그리고 지역성 食의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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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혼종성, 그리고 지역성: 食의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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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Hybridity, and Locality : The Culture of Food
While food contains a variety of stories about local culture, it also assumes hybrids, so-called hybridity,
which mix and blend different cultural elements in local, national, international and transnational contexts. The British historian Peter Burke wrote in his book “Cultural Hybridity” that “all cultures are related...
Nothing is single or pure, and everything is a hybrid and heterogeneous.”
Perhaps all cultures have today's appearance as a result of interacting with the surrounding cultures. From
this point of view, we explore the dynamic process of intermixture, fusion, and hybridization that will create a new food culture in addition to tradition and place in today’s Korean food culture.
음식의 혼종적 특성 디자인행위의 산물인 의식주는 사회 속에서 사용되고 경험됨으로써 특정한 가치와 고유한 생활양식을 형성하여 우리 의 일상의 의미를 만들고 생활문화를 이룬다. 그 가운데 음식은 일차적으로 사람의 생명을 이어가기 위한 영양이라는 면에서 중요한 기능을 한다. 하지만, 거기서 한 걸음 나아가 지역 음식을 인문학적인 의미를 담는 문화적인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지역의 문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바야흐로 기술발전으로 이동이 용이해지면서 문화 교류가 일상화된 지구촌 시대가 열렸다. 하지만 사실 훨씬 이전부 터 문화는 지역과 민족을 아우르며 섞여 왔다. 그 가운데 특히 음식은 지역 문화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이와 더불어 지역적, 국가적, 국제적, 초국가적 맥락에서 서로 다른 문화적 요소들이 섞이고 어우러지는 혼종, 이른바 하이브리드를 전제로 한다. 영국의 역사학자 피터 버크(Peter Burke)는 그의 저서 ‘문화혼종성(Cultural Hybridity)’에 서 “모든 문화들은 서로 관련되어 있다…어떤 것도 단일하거나 순수하지 않으며, 모든 것은 혼종적이고 이질적”이라고 말한다.6) 그는 ‘다문화주의’의 개념과는 다른, 그 개념을 탈피한 ‘혼종성’의 개념을 주장한다. 다문화주의가 ‘실재하는 개별적인 문화·집단이 하나의 퍼즐판 안에서 하나의 그림을 완성해 가는 조화의 개념’이라면, 혼종성은 ‘실재하는 개 별적인 문화·집단이 한쪽으로 흡수·통합·모방·적응하면서 계속해서 진행되는 보편적인 문화의 개념’이라는 것이다.7) 아마도 모든 문화는 주변의 문화들과 상호작용해 낸 결과로서 오늘날의 모습을 가지고 있는 것일 거다. 이러한 관점에 서 오늘의 우리 식문화에서 전통과 장소성에 더하여 새로운 식문화를 탄생시키는 퓨전, 융합, 혼종의 역동적인 과정의 교차점을 탐험해본다.
6) 피터 버크(Peter Burke), 『문화 혼종성(Cultural Hybridity), 뒤섞이고 유동하는 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가이드』, 이음, 2012, p.81 7) 최은경, 『글로벌 미디어와 문화 경계』, 커뮤니케이션북스, 2014, pp.19~20 재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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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혼종성, 그리고 지역성 : 食의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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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음식과 혼종성 한국은 강화도조약(1876년) 이후 한반도에 서양인·중국인·일본인 등의 외국인들과 함께 이국적인 음식문화도 유입 되면서 전통적인 음식 문화에 변동이 생기기 시작했다. 또한, 한국전쟁의 발발로 피난통에 인구가 대거 이동하면서 특 정 지역의 향토 음식이 다른 지역에 급속하게 전파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피난지에서 고향에 대한 향수를 달래기 위해 해 먹던 특정 음식들은 그 지역에서 구하기 쉬운 재료에 알맞게 변화되면서 토착화되었다. 문화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Lévi-Strauss)는 “한 사회의 요리(음식)는 그 사회의 구조를 나타내는 말”이라고 하여, 그 나라를 대표하는 얼굴이나 다름없다고 하였다. 곧 전통음식은 각국의 역사와 문화, 생활이 고스란히 녹아 있어 한 나 라를 이해하는 가장 빠른 핵심 키워드이라는 것이다.8)
음식과 지역성 ‘한국의 디자인’이라 함은 서울만을 중심으로 혹은 조선시대의 엘리트 양반문화를 중심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사실 우 리의 디자인사에서는 지역의 디자인은 빠져있다. 조선의 유교적 양반문화 중심의 미학적 분석으로 대표되는 ‘자연미’ 와 ‘소박미’는 고상하고 기품 있는 한국 미학의 정체성으로 흔히 알려져 있다. 이것이 정제된 고차원적인 고급문화에 관한 평론이라면, 부산지역 시장, ‘도떼기’에서 파생된 미감은 지역의 민낯을 보여주는 가공되지 않은 일상문화의 순수 한 내면과 문화코드의 미적 표상이라 할 수 있다.9) 한국인은 한 상에 둘러서 함께 식사를 나누며 정을 나누는 공동체의식이 강한 민족이다. 오랜 역사를 거치면서 발달되 어온 한국의 다양한 음식은 오늘도 포만감을 넘어 만족감과 즐거움을 주는 중요한 물질문화이자 정신문화 유산이다. 음식은 한국인들을 하나로 묶어주고 각자가 속한 지역의 문화와 전통을 알게 하는 중요한 요소이지만, 논쟁과 지역적 긴장을 유발하는 원천이기도 하다. 행복했던 어린 시절의 가족과의 기억 속에서 음식은 자신이 속한 공동체와 지역의 관계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음식은 이처럼 문화적인 정체성과의 강한 연결성을 가지고 있기에 자신의 정체성과 소속감의 원천을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때때로 다문화·초문화적 맥락 속에서 정체성의 갈등을 유발하기도 한다.10)
“어떤 경우에서건 모든 혁신은 일종의 적응(adaptation)이며, 문화적 만남이 창의성을 촉진한다는 주장이 매우 설득력 있다.” 11)
8) 이종수, 「서울 음식문화 정체성 스토리텔링」, 『연세대학교 인문학연구원』, 인문과학 제 98집, 2013, p.151 9) 장주영, 장소성의 맥락에서 지역디자인의 특성 연구 - 부산성(釜山性)의 관점에서 부산지역 디자인의 해석, 한국디자인포럼, 54, 한국디자인트렌드학회, 2017, pp.123-132 10) MELISSA SHAMINI PERRY, Feasting on Culture and Identity: Food Functions in a Multicultural and Transcultural Malaysia, The Southeast Asian Journal of English Language Studies, Vol 23(4): pp.184~199 11) 피터 버크(Peter Burke), 『문화 혼종성(Cultural Hybridity), 뒤섞이고 유동하는 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가이드』, 이음, 2012,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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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문화예술학부 교수)
3 한국인의 밥상 The Korean Dining Table
이 글은 주영하, 「한국의 음식-밥을 아니 먹으면 굶은 것이다」 , 『한국학의 즐거움』, 휴머니스트(2011)을 수정·보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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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원도심 시장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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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무엇을 어떻게 먹고 살아갈까? 최근
한국음식의 핵심, 쌀밥
한국 드라마와 영화가 외국에서도 인기를 얻
지금으로부터 거의 120년 전에 찍은 사진 한
으면서 한국인의 음식에 대한 외국인의 관심
장이 있다. 도포를 입고 머리에는 갓을 쓴 남자
이 어느 때보다도 강하다.
가 숟가락을 들고 밥을 먹고 있는 중이다. 밥상
20세기 이래 세계가 근대국민국가로 구분되
에 놓인 음식을 보니, 밥도 있고 국도 있고, 반
면서 음식문화는 국가나 민족을 상징하는 아
찬도 몇 가지 놓였다. 마침 사진을 찍으면서 숟
이콘이 되기 시작했다. 특히 21세기에 들어와
가락에 밥을 담아 오른손으로 쥐고 있다. 놋쇠
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그리고 각종 영상자료
로 만든 숟가락이다. 젓가락은 국 대접 옆에 놓
를 통해서 국가 사이의 교류가 활발하게 이루
였다. 그런데 사진을 얼핏 보면 요사이 한국인
어지면서 매우 일상적인 행위로만 여겨져 왔
이 밥을 먹는 모습과는 비슷한 듯하지만, 자세
던 음식문화가 문화적 상징으로 이해되고 있
히 보면 반드시 그렇지 않다.
다. 한국음식의 역사와 문화를 살펴서 한국문
밥과 국을 비롯한 여러 가지 반찬이 오른 밥상
화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밝히려는 노력이 필
은 보통 개다리소반이라고 불린다. 밥상의 다
요하다.
리가 마치 개의 다리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 진 이름이다. 밥상의 크기도 무척 작다. 너비 는 32cm 정도, 높이는 24cm 정도밖에 되지 않 는다. 한 사람이 혼자서 밥을 먹을 때 적당한 크기의 밥상이다. 밥상 위에는 모두 여덟 개의 그릇이 놓여 있다. 남자의 몸에서 가장 가까운 그릇이 제일 크다. 오른손으로 숟가락을 들고 있는 남자의 왼쪽에는 밥그릇, 오른쪽에는 국 그릇이 놓였다. 밥그릇 앞에 김치를 담은 보시 기, 간장을 담은 종지, 그리고 장아찌를 담은 보시기가 보인다. 가장 바깥에는 콩자반을 담 은 쟁반, 찌개를 담은 대접, 그리고 나물을 담 은 쟁반 따위가 놓였다. 그런데 여덟 개의 그릇 중에서 가장 큰 것은 밥
주영하 교수
그릇과 국그릇이다. 보통 사발이라고 부르는
현,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문화예술학부 교수 중국 중앙민족대학 대학원 민족학과 졸업. 민족학 박사 문화재청 무형문화재위원회 전문위원(2014년-현) 『한국인, 무엇을 먹고 살았나(2017)』 『한국인은 왜 이렇게 먹을까(2018)』 외 다수
밥그릇은 요사이 한국인이 사용하는 밥그릇 과는 완전히 다르다. 높이가 거의 9cm, 입의 지 름이 거의 13cm에 이른다. 여기에 밥을 담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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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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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사이 한국인이 거의 세 끼니에 걸쳐서 먹을 수 있는 밥이 담길 듯하다. 밥그릇보다 더 큰 것이 국그릇이다. 높이는 밥그릇과 비슷하여 거의 9cm에 가깝다. 입의 지름은 15cm가 넘을 듯하다. 그야말로 지금과 비교가 되지 않는 큰 밥그릇과 국그릇이다. 조선시대 여러 문헌에는 당시 사람들이 밥을 많이 먹었다는 기록들이 자주 보인다. 이익(李 瀷, 1681∼1763)은 당시 일부 계층에서 음식을 과도하게 소비하는 것을 두고 먹기를 적게 해 야 한다는 주장을 중국 고전에 나오는 문구인 ‘식소(食少)’를 제목으로 하여 글을 남겼다. 그 런데 그 내용 중에 다음과 같은 글도 들어 있 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다식(多食)에 힘쓰는 조선시대 양반 남성의 〈개별형+공간전개형〉의 상차림 사진. 명지전문대 커뮤니케이션디자인학과 백성현 교수 소장
것은 천하에서 으뜸이다. 최근 표류되어 유구 (琉球, 현재의 오키나와)에 간 자가 있었는데, 그 나라의 백성들이 너희의 풍속은 항상 큰 주 발과 쇠숟가락으로 밥을 떠서 실컷 먹으니 어 찌 가난하지 않겠는가 하고 비웃었다고 한다. 대개 그들은 전에 이미 우리나라에 표류되어 와서 사정을 잘 알고 있었던 사람들이다.” 다 식은 바로 조선시대 사람들의 일상적인 습관 이었다. 앞의 사진과 비슷한 시기에 한반도에 왔던 프랑스 선교사 역시 당시 조선 사람을 두 고 ‘아시아의 대식가’라고 불렀다. 왜 조선시대 사람들은 밥을 다식 했을까? 사실 그 이유를 밝히기는 매우 어렵다. 다만 유구 사 람들이 언급한 것을 거꾸로 생각해보면 가난 했기 때문에 밥을 많이 먹었다고 할 수 있다. 조선 사회가 절대 빈곤의 시대에 살았기 때문 에 전근대시기에 가난하다는 것은 먹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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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풍부하지 않다는 말과 통한다. 그래서 조금
찬 배에 밥을 보태준다. 그런데 온갖 요리를 잔
이라고 먹을 것이 생기면 물불 가리지 않고 먹
뜩 먹고도 이 밥을 먹지 않으면 끼니를 해결한
었다. 『조선교회사』를 출간한 가톨릭 신부 달
것이 아니라고 한국인은 생각한다.
레(ClaudeCharlesDallet, 1829∼1878)는 조선 사
이러한 생각은 조상 제사를 지낼 때 밥을 으뜸
람들의 대식과 식탐은 빈부와 귀천을 가리지
에 두는 이유이기도 하다. 살아생전에 잡수시
않고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보았다.
던 그대로 제사상을 차리는 격식은 중국의 주
오로지 쌀을 비롯한 곡물로 지은 밥을 먹어야
희(朱憙, 1130∼1200)가 편찬했다고 알려지는
식사를 했다고 여겼던 조선 사람들의 습관은
『가례(家禮)』에서도 강조한 바이다. 하지만 송
조선중기 4대 문장가로 꼽혔던 이정구(李廷
나라 때 중국의 한족들은 곡물로 지은 밥과 함
龜, 1564∼1635)의 일화에서도 나타난다. 1598
께 밀가루로 만든 면(麵)도 먹었다. 당연히 주자
년에 사신으로 지금의 베이징(北京)에 간 이정
의 『가례』에서도 조상 제사에 올리는 중요한 제
구는 명나라를 명문장가 왕세정(王世貞, 1526
물 중에서 주식으로 반(飯)과 면을 꼽았다. 그런
∼1590)의 식사 초청을 받았다. 그런데 왕세정
데 문제는 한반도에서는 밀농사가 잘 되지 않
이 급한 일로 잠시 궁궐로 가게 되었고, 왕세정
는다는 데 있었다. 밀은 여름 기후가 20℃ 이상
의 가족들은 이정구에게 온갖 음식을 대접했
이 되면 자라지 않는다. 품종개량을 하지 않았
다. 그것을 먹고서도 밥을 먹지 않아서 숙소로
던 19세기 이전까지 한반도의 중남부 지역에서
돌아가야겠다고 하면서 이정구는 왕세정의
대부분에서는 밀농사가 잘 되지 않았다. 결국
집을 떠났다. 왕세정이 집에 돌아와서 그 간의
밥의 재료 중에서 쌀에 집중된 농사가 주로 이
사정을 듣고 후회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
루어졌다. 쌀에 대한 절대적 믿음은 급여나 세
다. “조선 사람은 밥을 아니 먹으면 굶었다고
금으로 쌀이 쓰이도록 만들었다. 곧 쌀이 화폐
생각하니, 내가 밥을 대접하란 말을 잊었노라.”
를 대신하였다. 그것의 결정판이 바로 대동법
이 일화는 밥을 먹을거리 중에서 가장 으뜸에
의 시행이었다. 죽은 조상의 혼령을 저승으로
두었던 조선시대 사람들의 생각을 알려준다.
보내는 망자천도굿인 진오귀굿이나 새남굿에
어떤 다른 음식이 많더라도 곡물로 된 밥을 먹
서도 조상 혼령에게는 반드시 쌀밥을 올린다.
어야만 끼니를 해결했다고 믿었다. 그러한 생
집안을 지켜주는 성주신령에게도 햅쌀이 나오
각은 21세기를 살아가는 한국인에게도 마찬가
면 그것으로 신체(神體)를 만들어서 대들보에
지다. 먹을거리가 한가득 놓인 뷔페식당에서
매달아둔다. 쌀은 조상이면서 동시에 산사람의
도 밥과 국을 먹어야 비로소 식사가 마무리된
생명이었다. 그래서 식민지기에 고향을 떠나
다. 1960년대부터 개발된 ‘한정식(韓定食)’이란
만주로 갔던 사람들의 짐 속에도 볍씨는 들어
코스요리에서도 마지막에 밥 혹은 누룽지와
있었고,그것이오늘날중국동북지역에서도쌀
함께 된장찌개나 국이 나와서 손님들의 가득
농사가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쌀농사에 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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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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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은 오히려 다른 먹을거리를 균형 있게 확
다. 이 문제를 해결하면 쌀밥을 보다 많은 국민
보하지 못하는 불균형을 가져왔다. 결국 쌀만
들이 먹을 수 있다고 정부는 판단을 했다. 더욱
있으면 된다는 믿음으로 인해서 절대적 가난이
이 일본 품종의 쌀은 맛은 좋지만, 수확량이 적
1970년대까지 지속된 것은 아닐까?
고 각종 병충해에도 약한 단점을 지니고 있었 다. 그래서 수확량이 많으면서 잘 자라는 벼 품
쌀에서 나온 음식들
종을 개발할 필요성이 생겼다. 이른바 ‘통일벼’
하지만 한반도에 살았던 모든 사람들이 쌀밥
로 불렸던 벼 품종은 농촌진흥청에서 1965년
을 매일같이 먹게 된 때는 그다지 오래 되지 않
부터 1971년 사이에 여러 차례 실험 재배를 하
았다. 대한민국의 제3공화국을 시작한 박정희
여 개발했다.
대통령은 쌀로는 밥만 짓도록 양곡관리법이란
비록 통일벼는 인디카(indica) 품종이라서 소
법을 제정했다. 그 이전까지 쌀은 밥의 주재료
비자의 입맛을 유혹하는 데 실패했지만, 벼농
였을 뿐만 아니라, 떡·술·식혜와 같은 음식의
사의 재배 면적은 날로 증가하였다. 결국 1989
재료로 쓰였다. 특히 탁주·청주·소주와 같은 한
년에 한국인은 하루에 평균 650g이 넘는 쌀밥
국의 오래된 술 재료로는 쌀이 주로 사용되었
을 먹게 되었다. 보통 빈 밥 그릇 하나에 들어 가는 밥의 양은 210g이다. 결국 하루에 먹는 세 끼의 식사에 모두 쌀밥을 먹은 셈이다. 그러나 쌀밥을 많이 먹게 된 1989년 이후에 생겨난 또 다른 현상은 점차 그 양이 줄어들었다는 점이 다. 그 이유는 쌀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서 1960년대 이후에 정부가 강제로 행했던 잡곡 밥과 분식을 많이 먹자는 혼분식 장려 운동의 결과이기도 했다. 아울러 쌀밥의 자급자족이 이루어지면서 생겨난 다른 문제점도 나타났 다. 벼 재배 면적을 증가시키면서, 각종 잡곡의 재배지가 줄어들었다. 특히 콩이 많이 재배되 지 않으면서, 외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2007년의 자료에 의하면, 한국의 곡 물 자급률은 쌀만이 100%이고, 나머지 잡곡과 합치면 겨우 25%에 지나지 않는다. 일본이
쌀에 대한 절대적 믿음은 급여나 세금으로 쌀이 쓰이도록 만들었다. 곧 쌀이 화폐를 대신하였다.
40%, 터키가 100% 이상, 프랑스가 329%, 멕시 코가 63%, 영국이 125%, 미국이 125%, 독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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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임에 비해서 턱없이 부족한 상태이다. 결
으로 자른 다음, 색이 변하지 않도록 물에 담가
국 1970년대 이전에 매우 저급한 밥으로 여겨
둔다. 쌀을 씻어 건지고, 준비해둔 밥을 섞어서
졌던 보리밥이 쌀밥보다 더 비싸게 되었다.
솥에 안친다. 이 때 소금을 조금 넣는다. 소금
한국인이 오랫동안 먹어온 밥의 종류는 매우
을 넣으면 밤에 남아 있는 떫은맛을 없앨 수 있
많다. 보리밥·콩밥·팥밥·조밥·차조밥·율무밥·
다. 처음에는 센 불에서 끓인 후 한소끔 끓어오
수수밥·옥수수밥과 같은 밥은 이름 앞에 붙은
르면 중간불로 끓이고 쌀알이 퍼지면 불을 약
재료로만 짓든지, 아니면 쌀과 함께 섞어서 짓
하게 하여 뜸을 들인다. 밤은 솥 안에서 일어나
는다. 이 중 보리밥은 1960년대 초반까지 비축
는 김으로 익기 때문에 쌀밥을 지을 때와 그 방
해 둔 쌀이 거의 없어지는 봄에서 여름에 주로
법이 같다.
먹었다. 보리밥만을 먹었던 이 시기를 두고 ‘보
이에 비해서 나물밥·무밥·산나물밥·죽순밥·콩
릿고개’란 말이 한 때 유행했다. 보리밥으로 생
나물밥·김치밥 따위는 밥에 채소를 함께 넣어
명을 이어갔던 당시의 어려움을 ‘고개’라는 말
서 지은 밥이다. 그 중에서 무밥 짓는 방법을
을 덧붙여서 생겨난 말이다. 아울러 가을에도
알아보자. 가을철에 좋은 무로 무밥을 지으면
쌀이 부족하면, 쌀에 보리를 섞어서 보리밥을
별미가 된다. 무는 굵직하게 채를 썬다. 쌀을
지었다. 쌀에 섞어서 밥을 지을 때는 보리를 도
씻어 일어 건져서 채로 썰어 놓은 무와 함께 섞
정하면서 절구에서 납작하게 찧어 만든다. 또
는다. 무에서 물이 나오기 때문에 밥물의 양은
아예 2등분을 하여 마치 쌀처럼 희게 만든 할
쌀밥 짓을 때보다 적게 해야 한다. 간장에 참기
맥(割麥)이란 보리와 쌀을 섞어 밥을 지으면
름·고춧가루·후춧가루 등을 섞어서 양념장을
얼핏 보아 쌀밥처럼 보이기도 한다.
만들어 이것을 무밥 위에 뿌려서 간을 맞춘다.
보리밥 짓는 방법은 쌀밥과 약간 다르다. 만약
밥에 채소를 넣은 이와 같은 밥은 다른 밥과 달
통보리를 재료로 사용할 경우에는 물에 잘 씻
리 별도로 반찬이 없어도 먹을 수 있다.
은 다음 미리 별도로 푹 삶는다. 쌀을 씻어 일 어 건진 후에 미리 삶아 둔 보리를 섞어서 보통 밥을 지을 때보다 물을 조금 적게 붓는다. 왜냐 하면 삶은 보리에 이미 물이 있기 때문이다. 그 다음 짓는 방법은 쌀밥 지을 때와 같다. 다만 뜸을 오래 들여야 보리가 잘 익는다. 밤밥·오곡밥·고구마밥·감자밥과 같은 밥은 쌀 이나 보리와 함께 이름 앞에 붙은 재료를 섞어 서 짓는다. 이 중에서 밤밥 짓는 방법을 다음에 서 살펴보자. 밤을 속껍질까지 깨끗이 벗겨 반
보리밥은 1960년대 초반까지 비축해 둔 쌀이 거의 없어지는 봄에서 여름에 주로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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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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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물 많은 국과 짜고 매운 반찬의 비밀 한국인은 밥을 먹을 때, 밥을 다 먹은 후 반찬 을 먹고 그 다음에 국물을 먹지 않는다. 하지만 각각의 음식을 하나하나 별도로 입에서 씹는 습관을 가진 서유럽 사람들이나 중국인들은 한국음식 역시 각각을 먹는다. 이로 인해서 한 국에서 오랫동안 한국음식을 먹어온 사람들 중에서는 위장이 좋지 않은 경우가 있다. 왜냐 하면 밥을 맛있게 먹기 위해서 반찬이 마련되 었기 때문이다. 짜고 매운 반찬을 밥과 함께 입 속에 넣고 비벼서 먹어야 제대로 맛이 나는데,
‘뜨거운 국물’이란 의미로 쓰이는 다른 말로
외국인들은 그것을 별도로 먹으니 당연히 음
‘찌개’라는 것도 있다.
식의 맛도 모를 뿐만 아니라, 한국음식으로 인
찌개는 뚝배기나 작은 냄비에
해서 건강을 해치기도 한다.
국물을 바특하게 잡아 고기·채소·두부 따위를
1990년대부터 짜고 매운 맛의 대표적인 반찬
넣고, 간장·된장·고추장·젓국 따위를 쳐서 갖은 양념을 하여 끓인 반찬을 가리킨다.
인 김치를 먹는 양이 줄어들었다. 쌀밥을 먹는 양이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반찬의 간도 바뀌 기 시작했다. 더욱이 쌀밥 외에도 먹을거리가 풍족해지면서 밥상의 모습 역시 쌀밥이 중심 에 있지 않고, 다른 반찬들이 중심에 섰다. 가 령 불고기나 삼겹살구이와 같은 메인 메뉴가 나오면 쌀밥은 아예 밥상에 오르지 않는 경우 도 있다. 비록 이들 음식도 상추에 밥과 된장, 그리고 김치를 함께 올려서 입에 넣고 씹으면 맛이 너무 좋지만, 그로 인해서 비만 문제도 발 생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조심을 하는 편이다. 하지만 한국음식의 진짜 맛은 입 속에서 밥과 반찬을 비벼 먹는 데 있다. 비빔밥이 외국인들 에게 인기를 누리는 이유 역시 쌀밥과 각종 반 찬을 미리 비벼 두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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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법과 살코기를 가늘게 썰어서 간장으로 간을
식사에서 가장 기본에 들어가는 음식은 밥, 국,
한 다음에 끓이는 방법이 있다. 이렇게 고기를
그리고 김치와 간장이었다. 곧 이들 음식은 한
삶아서 우려낸 국물을 ‘육수(肉水)’라고 부른
국인이 밥을 먹을 때 반드시 갖추어야 하는 기
다. 당연히 육수 맛이 좋아야 국 맛도 좋다.
본이었다. 비록 요사이는 간장이 상 위에 오르
‘뜨거운 국물’이란 의미로 쓰이는 다른 말로 ‘찌
지 않지만, 그래도 밥·국·김치는 학교의 급식
개’라는 것도 있다. 찌개는 뚝배기나 작은 냄
에서도 반드시 마련될 정도로 기본적인 음식
비에 국물을 바특하게 잡아 고기·채소·두부
임에 틀림없다. 그 중에서 국은 국물이 있는
따위를 넣고, 간장·된장·고추장·젓국 따위를
음식을 가리킨다. 한자로 탕(湯)이라고 적는
쳐서 갖은 양념을 하여 끓인 반찬을 가리킨다.
이유는 따뜻하게 끓여서 내 놓기 때문이다. 한
탕이나 국이 국물이 많은 데 비해서 찌개는 국
국어로는 ‘뜨거운 국물’이라고 부른다. 옛날에
물과 함께 건더기가 많은 음식을 가리킨다. 된
는 이 탕을 ‘갱(羹)’이라고도 불렀다. 갱이란 양
장찌개·김치찌개·생선찌개·두부찌개가 대표
고기로 끓인 맛있는 음식이란 뜻인데, 5천 년
적인 찌개에 든다. 가령 된장찌개 만드는 방
전 중국 북부에 살던 사람들이 양고기로 끓인
법은 다음과 같다. 기름기가 섞인 돼지고기를
국이 가장 맛이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생긴
뚝배기에 넣고 볶는다. 돼지고기가 익었으면,
글자이다.
채에 걸린 된장과 마늘과 고춧가루를 돼지고
한국인이 가장 즐겨먹는 국으로는 미역국·콩
기와 버무린다. 물을 알맞게 붓고 뚝배기를 끓
나물국·북어국 등이 있다. 이 중에서 미역국은
이다가, 파와 두부, 그리고 각종 버섯을 넣고
생일에 반드시 먹는 음식으로 알려진다. 이미
다시 끓인다.
고려시대부터 미역국을 즐겨 먹는 모습을 두
보통 밥상에 국이나 찌개가 함께 오르든지, 아
고 중국인들이 ‘고려국’이라고 기록에 남기기
니면 한 가지라도 빠트리지 않고 올라야 한국
도 했다. 국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재료는 간
음식의 기본적인 상차림이 된다. 밥과 함께 국
장이다. 양조간장은 단 맛이 많아서 국을 끓일
이나 찌개가 있으면 일단 식사를 하는 데 문제
때 사용하면 그 맛이 달다. 이에 비해서 ‘조선
는 없다. 하지만 여기에 김치까지 오르면 다른
간장’이라고 불리는 재래식 간장은 짠맛이 위
반찬이 없더라도 식사가 충분하다고 생각하
주이기 때문에 국물을 만드는 데 가장 알맞다.
는 사람이 바로 한국인이다. 그만큼 김치는 다
이 조선간장으로 만든 국물을 ‘맑은 장국’이라
른 어떤 한국음식에 비해서 중요한 반찬에 들
고 부른다. 국물의 색이 투명하기 때문에 맑다
었다. 조선후기에 쓰인 『농가월령가(農家月令
는 말을 붙였고, 간장으로 만든 국이라서 장국
歌)』란 글에서는 김치가 일 년 중의 ‘반식량(半
이란 말이 붙었다. 간장을 푼물에 고기를 푹 곤
食糧)’이라고 할 정도였다. 잡곡으로 지은 밥과
다음에 위에 떠 오른 맑은 국물을 이용하는 방
김치만 있어도 한 끼의 식사가 맛있다고 여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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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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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을 알 수 있다.
식사, 엄숙한 시간
김치란 말은 한자어 ‘침채(沈菜)’에서 나왔다고
밥그릇을 손에 들고 먹을 때 반찬을 옮기는 도
한다. 침채는 채소를 소금물에 절인다는 뜻의
구로는 젓가락이 편리하다. 일본인의 경우, 밥
한자어이다. 하지만 김치를 부르는 다른 말도
을 먹기 전에 국물이 담긴 그릇을 들고 입에 가
있다. 장아찌나 짠지도 크게 보면 김치의 한 종
지고 가서 그릇째 마신 다음에 다시 밥그릇을
류이다. 장아찌는 채소를 간장이나 된장 혹은
손에 들고 밥을 먹는다. 그러니 그들은 숟가락
고추장에 오랫동안 절인 음식을 가리킨다. 오
을 굳이 사용하지 않아도 식사가 가능하다. 이
이장아찌·마늘장아찌·가지장아찌 등이 여기
에 비해 국이나 찌개와 같은 국물음식을 밥을
에 속한다. 짠지는 채소를 소금이나 간장에 절
입에 넣고서 동시에 먹는 한국인에게는 숟가
인 음식을 가리킨다. 무짠지가 가장 대표적이
락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아울러 조선시대까
다. 장아찌나 짠지, 그리고 김치는 모두 삼투압
지 일본의 쌀밥처럼 차진 성분이 적었고, 쌀밥
작용을 통해서 채소 안에 간장이나 된장, 혹은
과 함께 각종 거친 잡곡밥을 먹어야 했던 당시
소금이나 식초의 맛을 넣어서 만든다. 특히 염
사람에게는 숟가락을 이용하여 밥을 떠먹는
도가 있는 이들 재료로 인해서 채소는 수분을
일도 해야 했다. 밥그릇이나 국그릇을 손으로
머금은 상태에서 오랫동안 보관되는 장점도
들지 않는 대신에 한국인에게 숟가락은 밥과
지닌다. 여기에 짠맛을 기본으로 담고 있기 때
국을 입으로 옮기는 데 매우 유용한 식기 중의
문에 밥을 먹을 때 밑반찬으로도 중요한 구실
하나였다. 그래서 지금도 세계에서 유일하게
을 했다. 그래서 각종 요리가 보태지기 전에 밥
한국인만이 숟가락과 젓가락을 모두 이용해
과 국과 함께 김치는 기본적인 반찬으로 밥상
서 식사를 한다.
에서 그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다른 나라의 식기나 숟가락·젓가락에 비해서 한국의 것은 매우 무겁다. 지금이야 식 기의 재료는 대부분 도자기이고, 숟가락과 젓 가락은 스테인리스로 만든 것이다. 지금으로 부터 50년 전만 해도 숟가락과 젓가락은 모두 놋쇠로 만들었다. 놋쇠는 구리에 아연을 10~45% 넣어 합금하여 만든 것이다. 5천 년 전 인 중국의 주(周)나라 때 사람들이 구리와 주 석을 합금한 청동기(靑銅器)로 식기를 사용한 전통을 조선시대 성리학자들이 이어받았기
장아찌는 채소를 간장이나 된장 혹은 고추장에 오랫동안 절인 음식을 가리킨다.
때문에 조선시대 사람들은 놋쇠로 된 식기를 가장 고급으로 여겼다. 이러한 생각이 계속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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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져서 놋쇠로 된 식기와 수저를 사용하면 매 우 고급스러운 밥상이 된다고 지금도 여긴다. 하지만 놋쇠로 만든 식기는 그 값이 비싸서 대 신에 도자기로 만든 식기를 많이 사용했다. 놋 쇠나 사기로 만든 식기는 각각의 기능에 따라 모양과 이름이 다르다. 밥을 담는 그릇은 보통 주발(周鉢)이라고 부른다. 위가 약간 벌어지고 뚜껑을 갖춘 그릇이 주발로, 밥을 많이 담는 데 좋다. 국이나 물을 담는 그릇으로는 대접이 있 다. 위가 넓고 밑바닥의 운두가 낮고 뚜껑이 없 다. 다른 이름으로 사발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조선시대 사람들은 놋쇠로 된 식기를
간장이나 고추장 따위를 담는 그릇으로 종지
가장 고급으로 여겼다.
라는 것이 있다. 작은 종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 여진 이름이다. 김치를 담는 그릇으로 보시기 는 모양은 대접과 닮았지만, 높이가 낮고 크기
이러한 생각이 계속 이어져서 놋쇠로 된 식기와 수저를 사용하면 매우 고급스러운
가 작다. 밑바닥의 운두가 낮고 납작한 그릇으
밥상이 된다고 지금도 여긴다.
로 접시가 있다. 일반적인 반찬을 담을 때 사용
하지만 놋쇠로 만든 식기는 그 값이 비싸서
한다.
대신에 도자기로 만든 식기를 많이
한옥에서는 보통 겨울에 온돌이 깔린 방에서
사용했다.
먹는다. 조선시대 양반의 경우, 남자어른들은 소반에서 혼자서 식사를 했다. 그 위치도 온돌 이 가장 따뜻한 아랫목이었다. 만약 소반에서 두 사람이 식사를 할 경우에는 할아버지와 손 자가 할 수 있었다. 교자상에서는 여러 사람이 모여서 밥을 먹었다. 보통 아랫목은 아버지의 자리이며, 그 옆으로 아들들이 자리를 잡았다. 어머니와 딸들은 별도로 부엌에서 식사를 했 다. 남녀 차별이 심했던 때의 이야기다. 당시 여자들은 숟가락 하나만으로 밥을 먹었다. 식 기가 부족했던 당시에 여자들은 숟가락으로 밥과 국도 먹으면서 숟가락 손잡이로 김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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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물 등을 떠서 먹었다.
들은 자연과 일치된 삶을 위해서 가능한 적은
조선시대 선비들은 식사를 할 때 매우 엄격하
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해야 한다고 믿었다. 이
게 예법을 지켰다. 당시에 아이들을 가르치는
로 인해서 적어도 1970년대까지 가정의 식사
도덕 교과서였던 『소학(小學)』에는 밥을 먹을
시간은 침묵의 시간이었다.
때의 예절을 성현들의 교훈을 통해 가르쳤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한국의 경제발전은 한
즉 “입에 맛있는 것과 몸에 좋다는 것만 골라
국인의 오래된 식사 모습을 바꾸어버렸다. 전
먹고 마셔서 배만을 채우면 인욕(人慾)에 머물
체 국민의 96%가 도시에 살면서 60% 이상의
게 되니 이치에 어긋나지 않게 절도 있게 먹고
사람들이 아파트라는 폐쇄형 집에서 살아가
마시어 사람으로 하여금 천리(天理)에 이르게
는 오늘날. 한국인의 식사는 시끌벅적하고 요
해야 한다”고 했다. 곧 먹는 것에 욕심을 부리
란하다. 예전의 검소와 절제는 외식업체의 식
는 일은 성욕(性慾)과 같은 것이기 때문에 최
탁 위에서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만들 수 있
대한 절제된 식사를 해야 한다고 믿었다. 선비
는 한 온갖 요리를 한 상 가득 채워야 직성이 풀 린다. 절대 미각은 사라지고 비슷한 맛, 더욱 자극적인 맛, 온갖 재료를 비벼버리는 맛을 더 욱 좋아한다. 이 모두 가난했던 시절에 대한 되 갚음에서 나온 심리이다. 쌀에서 출발했던 한 국음식의 오래된 문화적 구조도 바뀌고 있는 중이다. 이런 면에서 한국음식은 20세기 말부 터 오늘날 급속한 변화의 여정을 걷고 있다.
먹는 것에 욕심을 부리는 일은 성욕(性慾)과 같은 것이기 때문에 최대한 절제된 식사를 해야 한다고 믿었다. 선비들은 자연과 일치된 삶을 위해서 가능한 적은 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해야 한다고 믿었다. 이로 인해서 적어도 1970년대까지 가정의 식사 시간은 침묵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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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교수 장주영
4 우리 고장, 다이내믹 부산 다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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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원도심 시장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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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영도에서 본 부산 시가지 (사진 :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Our Town, Dynamic Busan : Busanness
Busan has a lot of food related to maritime cities, marketplaces, colonies in Japan, wars, and evacuation,
and this differentiates it from other local foods. Food reflects and represents the emotions, history, and
culture of a particular area. Therefore, the representative food of Busan is local food that was born under
the historical and environmental background based on tradition. Busan's culture can be interpreted as our
newly created modern culture which was transformed and localized through contact, collision, acceptance,
and adaptation with foreign cultu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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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고장, 다이내믹 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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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량동 판자촌 (사진 :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부산성 담론 부산은 한국의 근대도시사에 있어 독특한 시대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 해방에 뒤이은 한국전쟁은 부산의 도시 형성 에 있어 부산을 인구수용의 한계를 넘는 비대한 도시로 만들었다. 또한, 항구도시인 탓에 해방으로 해외에 나가 있던 동포들이 귀환하는 장소였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 지역은 물론이고 만주나 중국 등지에 이주해 갔던 일본인들이 제2 차 세계대전의 종결로 귀국선을 타기 위해 몰려든 곳이기도 했다. 귀환 동포든 본국으로 돌아가는 일본인이든 부산 은 일정 기간 체류할 수밖에 없는 만남과 이별의 장소였다. 연이어 터진 전쟁으로 몰려드는 피란민들로 부산은 포화 상태가 되었다. 특히 임시수도로 지정되어 정부기관과 전시 연합대학들도 부산에 설치되면서 몰려드는 유입 인구를 수용할 주택은 턱없이 모자랐다. 대부분 천막이나 임시 거처를 마련하는 등 극도의 혼란상이 빚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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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 지형상 바다와 접하고 있으며, 산악이 많아서 주거공간으로 적합한 평지가 부족하였다. 『동국여지승람(1481 년 편찬)』의 「산천조」에 보면, “부산(釜山)은 동평현(오늘날 당감동 지역)에 있으며 산이 가마 꼴과 같으므로 이같이 일렀는데, 그 밑이 곧 부산포이다.” 라고 부산 지명의 유래에 대해 기록되어 있는데, 이처럼 이름 자체도 산이 많아서 지어졌을 정도로 도심 안에 산이 많다. 그리고 해안선이 복잡하며, 해안 평야가 발달하지 않았다. 이러한 역사적·지리적 환경 속에서 부산의 역동적·도전적·정열적인 정체성이 형성되었다. 유승훈은 해양성, 개방성, 민중성을 부산의 인문정신으로 정리하기도 하였다.13) 도떼기시장이라는 말은 정신없이 바쁘고 분주하여 시끄러운 곳을 일컫는 말로서, 부산 최대 규모의 재래시장인 ‘국 제시장’과 ‘깡통시장’을 통칭해서 부르던 옛 이름이기도 하다. 부산 국제시장은 1950년대 한국전쟁 이후로부터 현재 에 이르기까지의 격동의 시대를 표현한 ‘국제시장’이라는 영화가 나오면서부터 더 유명해진 곳이다. 국제시장은 전 국에서 몰려든 상인은 물론, 직장과 고향을 잃은 지식인들조차 함께 엉겨서 역동적 삶을 일구어낸 도전과 피땀의 현 장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산복도로의 탄생은 6·25전쟁으로 인한 40만이 넘는 피란민들과 직접 관련된다. 이곳 주민들의 색감 과 취향에 따라 칠해진 파스텔 톤의 주택의 색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좁고 가파른 계단 길들, 좁고 구불구불한 골 목길들, 간이 물탱크, 백열 가로등과 전선으로 뒤엉켜있는 전봇대, 다닥다닥 붙어서 연속되는 낮은 지붕들, 가난했던 산복도로 마을을 거쳐 간 사람들의 흔적과 기억 등, 이곳에는 이와 같은 달동네만의 근대적 생활양식이 형성되었다. 강동진은 이를 두고 ‘생활유산’ 또는 ‘세간유산(世間遺産)’이라며 모든 것이 근대도시 부산의 ‘자산’이자 ‘유산’이라고 하였다.14) 이러한 부산의 여러 환경적 특성들은 이곳 사람들의 기질과 의식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온난한 해양 성 기후는 사람들을 낙천적 성향으로 만들었고, 해양 항만도시적 특성은 수용적인 기질을 형성했다. 유승훈은 부산 은 전쟁과 피난민 도시로서 타지 문화를 수용하고, 또 항구도시로서 쉽게 해외문화를 접할 수 있어서 새로운 문화에 대해 개방된 태도를 보이기 때문에, 쉽게 퓨전, 융·복합, 조화, 혼종 등의 방식을 쉽게 받아들인다고 하였다. 또한, 억 센 바닷바람과 외세의 침입, 그리고 피난의 역사와 경험 속에서 강인하고 억센 생명력과 생활력을 지니게 되었다. 이 러한 부산 사람들의 기질적 성향은 여러 가지 방면에서 다양한 형식으로 표현되고 표출된다. 특히 전쟁의 기억과 연 관된 키워드로 무질서, 아비규환, 궁핍, 원조, 혼란, 소란, 아우성, 문화혼종, 적응, 실용, 야성, 거침, 유연, 컬러풀, 생존, 강인, 생활력, 융통성 등을 들 수 있는데, 이러한 전쟁의 기억에서 비롯된 잠재의식들은 부산 곳곳의 인공물과 생활양 식 속에 표출되어 있는 것을 엿볼 수 있다.15)
13) 유승훈, 부산은 넓다: 항구의 심장박동 소리와 산동네의 궁핍함을 끌어안은 도시, 글항아리, 2013 14) 강동진, 근대 속에 스민 유산 같은 삶 (부산 산복도로), 월간 문화재, 2013년 8월호 15) 장주영, 장소성의 맥락에서 지역디자인의 특성 연구 - 부산성(釜山性)의 관점에서 부산지역 디자인의 해석, 한국디자인포럼, 54, 한국디자인트렌드학회, 2017, pp.123-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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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현대문화와 음식 이처럼 부산은 개항과 일제 강점기의 도시 형성, 광복 이후 재외동포들의 귀국, 6·25전쟁에 따른 피란민 유입, 항구라 는 지리적 특성, 개방적·공간적 특성 등의 역사·환경적 특성으로 인해 ‘문화의 용광로(melting pot)’로 불리기에 충 분한 곳이다. 이질적인 여러 요소가 뒤섞여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혼종성(hybridity)은 이제 부산에서는 익숙하고 일 상적인 것으로서, 이는 미래도시 부산의 자양분이자 ‘다이내믹 부산’의 원천이 되는 에너지이다. 부산의 문화는 이들 외래문화와의 접촉과 충돌, 수용, 그리고 적응을 통해 변용되어 토착화라는 긴 여정을 거친, 새롭게 창조해 낸 우리의 현대 문화로 해석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부산은 해양도시, 장터, 일제 식민지, 전쟁과 피난 등과 관련된 음식이 많다는 점에 다른 지역의 음식과의 차별성이 드러난다. 음식은 특정 지역의 정서와 역사, 문화를 반영하고 대변한다. 그러므로 부산의 대표적인 음식들 은 전통을 바탕으로 역사·환경적 배경 아래에 탄생한 지역 음식이라 할 수 있다. 부산의 역사·문화적 전통과 장소성의 맥락 하에 새로운 음식문화를 탄생시키는 퓨전, 융합, 혼종의 역동적인 과정을 탐험해보고자 하였다. 이를 통해 우리의 생각과 습관, 그리고 문화적 요소가 스며 있는 우리 일상의 식문화를 새롭게 인식해보고자 하였다.
부산성과 지역문화 벤 하이모어는 “디자인문화가 일반적인 사회 문화 연구에서 그처럼 생산적인 영역이 되게 하는 것은 그것이 물질세 계에서 우리의 상호작용이 갖는 고도로 복잡하게 연관된 성격, 일례로 몸과 감정, 세계교역과 심미성이 가장 일상적 인 단위에서 서로 뒤엉켜있는 방식을 보여주는 오브제를 제공한다는 점이다.”라고 주장했다.16) 이러한 맥락에서 디 자인문화로서 다양한 요소와의 관계가 복잡하게 연결된 일상의 음식문화를 새롭게 해석하고 이해해본다. 또한, 음 식문화에 대해 중심부가 아닌 부산이라는 지역성의 관점에서 화두를 던져보는 데에도 의미를 둘 수 있겠다. 지역문 화가 가진 특수성과 차별성은 풍부하고 매력적인 한국의 콘텐츠와 미래가치가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지역문화의 개 발과 보존은 문화에 대한 중심과 주변이라는 위계적 구분이 아니라 문화의 다양성을 만들어가는 작업이며, 이러한 문화와 표현양식이 형성된 배경과 맥락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한다.
16) Highmore, B. The Design Culture Reader, Routledge, 2008, p.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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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ngmu-dong Seaside Market
부산의 향토음식과 그 이야기
돼지국밥
한국전쟁 시기 미군부대에서 나온 돼지 뼈를 우려 낸 육수에 고기와 밥을 넣고 간 해서 먹는 음식으로 전쟁과 피난이라 는 환경적 토대 위에서 생성
밀면
1950년대 초 북한에서 내려온 실향민 들이 냉면의 주재료인 메밀을 구할 수 없어 구호 물품인 밀가루를 활용하여 냉면을 만들어 먹던 데서 유래
비빔당면
냉채족발
6.25전쟁 시절, 감자나 고구마 전분으로 국수처럼 먹은 데서 유래, 간단한 조리법 과 매운맛, 오래 씹지 않아도 되는 재료 는 부산의 급한 기질과 기호가 반영 되어 있음 얇게 썬 족발에 염장한 해파리와 오이 등의 야채를 올리고 매콤한 겨자 소스를 부어 먹는 부산 향토 음식, 부평동에 있는 족발골목에서 유래
활어회
고갈비
일본은 숙성된 선어회를 즐겨 찾고, 우리 나라는 바로 손질한 활어회를 즐긴다. 산지 에서 이동 거리가 짧아 쫄깃한 맛이 유지 되는 부산은 대표 생선회 도시이다.
상인들이 주로 학생들이 먹는다고 높을 고 (高)를 붙이고, 구울 때 갈비처럼 연기가 많이 나서 고갈비 라고 부르기도 했다. 1960년대 대학생들이 누렸던 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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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품은 원도심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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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품은 원도심의 맛, 부산음식
아시아미래디자인연구소 가을학술대회 지역문화 연구회 기획전시 <부산의 맛과 멋> 한국의 일상문화 1 : 食 역사를 품은 원도심의 맛, 부산음식 세상의 모든 도시는 저마다 맛과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다. 부산은 역사의 변 곡점마다 독특한 향토음식 문화를 탄생시켰다. 역사를 품은 원도심의 맛은 용광로 같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되 그것을 부산다운 것으로 녹여내어 전통 시장과 많은 골목 속에 다양성을 갖춘 부산의 맛으로 재창조되었다. 작품 사이즈 3,000x3,500 mm 기획·편집 정송이
일러스트 박은주
The Traditional taste of the old city center Every city in the world has its own taste and story. Busan has created a unique local food culture for every impactful point in history. The taste of the old city center that has embraced its history is like a blast furnace that melts everything, but then has re-created it into the various tastes of Busan as shown in the traditional markets and many alleys alike.
부산어묵
해방 후 일본인이 남기고 간 공장에서 일본인의 어깨 너머로 배운 기술을 발 전시켜 한국 사람의 입맛에 맞게 변형 시킨 부산의 음식
완당
새끼 손톱 크기의 소를 넣은 작은 만두로 면과 숙주나물을 넣은 만둣국, 닭고기 육수의 일본식과 달리 멸치와 다시마를 가미하여 시원한 국물 맛을 개발
씨앗호떡
부산식 찹쌀호떡으로 남포동 거리에서 시작, 중국식 호떡을 한국식 지짐 형식 으로 변형, 반을 잘라 그 안에 견과류를 넣 어서 웰빙 간식으로 재창조 하였음
곰장어구이
흉물스럽게 생기고 껍질이 질겨 먹지 않다가 조선 시대 말 왜구의 수탈과 한국 전쟁으로 배고픔을 면하기 위해 먹기 시작하였다.
양곱창
소의 첫번 째 위장인 ‘양’과 작은창자 ‘곱’ 을 붙여 양곱창이라고 함. 옛 부두에서 일하는 가난한 노동자들이 체력을 보충 하고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 해준 음식
참고문헌 |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한국학중앙연구원, 『부산의 향토음식』 부산광역시(2009), 『부산의 음식-생성과 변화』 부산발전연구원(2010), 『부산을 맛보다』 박종호(2011), 『부산탐식 프로젝트』 최원준(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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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품은 원도심의 맛
가장 오래된 원도심, 부산 중구
The Traditional taste of the old city center
흐르고 많은 산으로 감싸고 있어 천혜의
글. 교수 허주희, 정송이 연구원
부산은 지리적으로 바다와 강이 동시에
자연환경을 갖춘 곳이면서도, 사람으로 치면 주름진 인생을 살아온 역사적 경험과 내력이 켜켜이 쌓인 도시이다. 부산 중구는 기초자치단체 중 가장 좁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지만, 부산에서 최초로 생성된 원도심이면서 가장 오랜 시간 동안 도심의 중심 역할을 해왔다. 과거 1876년 부산항 개항 이래 항만시설 과 물류가 집중되었던 동광동과 광복동, 그리고 경부선 철도가 놓이면서 초량 등지까지 포함하는 중구로서는 역사의 일면에 그대로 맞닿아 있었다.
1950년대 국제시장 (사진 :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1950년대 국제시장 (사진 :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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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품은 원도심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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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해방과 한국전쟁이라는
전통시장과 먹자골목의 가치
세상의 모든 도시에 저마다의 맛과
급격한 근현대사로 고난과 극복의
부산은 전국 도시 중에서도 재래시장의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듯 부산은 역사의
역사를 간직하게 되었고, 이후 경제개발과
수가 가장 많은 도시라고 한다. 부산
변곡점마다 독특한 지역 음식 문화를
도시와 확장이라는 변수까지 모여
안에서도 특히 부산 중구는 다양한
탄생시켰다. 부산 한자의 모태 ‘가마
부산은 인문 지리적으로 역동적이면서도
전통시장이 모여 있고, 지역의 사회상과
부(釜)’의 가마솥처럼 부산은 이질적인
다층적인 특성을 지닌 독특한 지역성을
역사의 기억과 함께 한 시장들이 있다.
요소를 받아들이면서도 원재료의 성격을
형성하게 되었다. 부산 음식의 생성과
또 많은 전통시장이 조밀하게 자리하고
살려 다양한 문화가 유동하며 공존하는
확산에는 이러한 근현대사 배경이 깊게
있는 것처럼 사람들이 드나드는
장소가 되어주었다. 역사를 품은
관여되어 있기 때문에 부산 음식을
발자취마다 거리와 골목들도
원도심의 맛은 용광로처럼 모든 것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부산의 역사와
자연발생적으로 생성되었다.
받아들이되 그것을 부산다운 것으로
스토리는 빠질 수가 없는 것 같다.
도시학자들이 도시는 유기체라고 말하고
녹여내어 전통시장과 많은 골목 속에
현재는 부산항여객터미널, 용두산공원,
있듯이 골목과 거리를 비유하자면 핏줄에
다양성을 갖춘 부산의 맛으로
남포동의 번화가, 금융기관과 기업의
해당될 것이다.
재창조되었다.
본점들이 모여 있고 유명 백화점이 자리
최신식으로 정비된 거리이건 아니건
잡고 있듯이 경제와 교통, 관광의
오랜 시간으로 닦여진 길은 그 지역의
중심지에 있지만, 도시의 반대편에는
역사적 사실, 생활양식, 인문학적 가치,
여전히 역사의 장소와 흔적으로
지역성 등을 함축하고 있는 공간이다.
원도심의 원형이 그대로 남아있다.
1960년대 부평시장 (사진 :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1970년대 자갈치시장 (사진 : 부산일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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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원도심의 맛과 멋 근대 도시 부산의 최초 원도심이 형성됐던 지역으로 부산만이 가진 장소성과 역사의 흔적이 여전히 많이 남아있는 소중한 공간은 단연 전통시장이다. 미군 통조림 따위가 판매되면서 속칭 깡통시장이라고 불리는 부평시장은 한국전쟁 후 군수물자 암거래시장으로 시작되었다. 전쟁과 피난이라는 환경적 토대 위에서 생성된 부산 돼지국밥이 탄생한 곳이면서, 우리나라 사람이 만든 최초의 어묵 발상지이자 2013년 국내 최초로 개장된 야시장으로 의미하는 바가 크다. 저녁 7시부터 부평야시장이 들어서면 부산으로 이주하여 정착한 다문화가족들을 통해 세계의 다양한 전통음식과 먹을거리를 맛 볼 수도 있다.
자갈치시장
부평시장 다음으로 형성되었고
자갈치시장은 전국 최대 수산물시장으로
도떼기시장으로 불리다가 1950년부터
먹거리뿐만 아니라 자갈치시장
이름을 변경한 국제시장은 자갈치시장과
아지매들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함께 더불어 부산에서 가장 번성한
부산의 생동감을 그대로 느끼게 해준다.
시장으로 꼽힌다. 일본인 관광객들이
자갈치 아지매라는 호칭은 전쟁에 나간
많이 찾다보니 수입품이 많고 시장
남자 대신 가계를 부양해야만 했던 부산
골목을 걷다보면 상인들의 유창한
아낙네들의 억센 생활력과 의지의
일본어가 들린다. 국제시장의 특징은
표현이기도 하다. 전통시장과 현대의
부평시장이나 자갈치시장처럼 식재료
자갈치시장이 공존하면서 싱싱한
위주의 시장이 아니라 공산품이 더 많이
해산물과 생선구이 등의 먹거리를
유통되고 있다는 점이다. 부평시장과
생산해 주고 있는 단연 부산을 대표하는
국제시장을 다 합쳐 국제시장이라고도
전통시장이다.
부르기 때문에 국제시장의 규모는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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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품은 원도심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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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오뎅과 물떡
활어회
충무동해안시장은 어선, 선원들을
자갈치시장의 신동아시장 주변 자갈치
부평시장은 유난히 부산 특유의
대상으로 하는 점포가 집중되어 있어
양곱창골목은 전국 최대 규모로 350미터
먹을거리가 많다. 1945년 부산 최초의
의류점과 모자 판매점, 방풍과 같은
의 거리에 약 300여 개의 곱창집이
어묵 발상지인 부평시장에는 여러 개의
제품을 판매하고 있고, 남포동 건어물
조성되어 있다. 부평시장 가는 길목에도
어묵 제품군을 한 자리에서 모두 만날 수
도매시장은 전국 최대 건어물
양곱창골목이 있어 해가 진 후 상점
있는 어묵골목이 있다. 부산어묵은 해방
도매시장으로 일제강점기 건물 수십
밖으로 야외테이블을 내놓기 시작하면
후 일본인이 남기고 간 공장에서
채가 보존되어 있어, 영화 <친구> 등
퇴근한 직장인과 친목을 다지는
일본인의 어깨 너머로 배운 기술을
10여 편의 영화촬영 장소가 되기도
손님들로 금세 시끌벅적한 먹자골목을
발전시켜 한국 사람의 입맛에 맞게
하였다.
형성한다. 양곱창은 옛 부두에 일하는
변형시킨 부산의 음식이다. 또한 데친
부산 중구에는 저마다 특색 있는
가난한 노동자들이 퇴근길 지친 몸과
유부에 잡채를 넣고 미나리로 묶어
먹자골목들이 있고 골목에 특화된
마음을 채워준 음식이다.
멸치육수에 넣고 끓인 유부주머니
부산의 맛들이 있다. 바다를 접하고
전골이 유명하고, 인근에는 한국전쟁
있는 부산 최고의 대표 음식이자
양곱창과 함께 자갈치 해안로에는
시절 배고픈 피란민에게 꿀꿀이죽을
대중적인 음식은 활어회이다. 부산
곰장어 구이집이 모여 있다.
값싸게 판매하면서 시초가 된 죽 골목이
사람들은 광어와 우럭, 농어와 같이 살아
부산사투리로 꼼장어로 더 많이 불리는
있는데 시대의 변화에 따라 이제는
있는 상태로 수송이 가능하고 수조에서
곰장어 구이는 조선시대 왜구의 수탈과
다양한 건강죽을 팔고 있다.
보관 가능한 생선을 선호한다. 그래서
한국전쟁 시기 배고픔을 면하기 위해
부산의 회는 단단하고 쫄깃쫄깃한
먹기 시작했다. 껍질을 벗겨도 꿈틀거릴
생선을 막 썰어 파는 집이 많다.
정도로 생명력이 강해 강장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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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중구 전통시장 부평깡통(야)시장 국제시장 자갈치시장 충무동 해안시장 남포동 건어물 도매시장
부평동 2가 일대는 부두에 일하던
음식골목 부평시장 어묵골목 부평시장 죽골목 부평동 양곱창골목 부평동 족발골목 남포동 포장마차촌 씨앗호떡 골목 광복동 고갈비 골목 비빔당면 골목 팥빙수 골목 자갈치 양곱창 골목
겨자소스를 부어 먹는 냉채족발이 더
부산 중구 지역음식 돼지국밥 밀면 비빔당면 냉채족발 활어회 고갈비 부산어묵 완당 씨앗호떡 곰장어 구이 양곱창
노동자의 주요 식사 장소이기도 했고 돼지족발 음식점이 밀집되어 있다. 1959년 서울족발이 개업 이후 형성된 족발골목에는 따뜻한 족발보다 얇게 썬 족발에 해파리와 갖은 야채를 올리고
유명하다. 냉채족발
아리랑거리의 비빔당면 골목은 일렬로 늘어서 좌판 매대에 비빔당면을 준비해 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어머님들의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다. 다양한 먹거리 중 비빔당면은 부산의 급한 성미와 매운맛을
옛 상인들이 주로 학생들이 먹는다고
선호하는 기호가 잘 반영된 먹거리로, 잘
높을 고(高)를 붙여서 불렀다는 설,
삶은 당면을 매콤한 양념에 비벼 먹는
고등어를 갈비처럼 연탄불에 구워
비빔당면은 옛날 끼니를 빠르게 해결할
먹는다고 해서 불리게 됐다고도 하는
수 있었던 전쟁음식이었지만 지금은
고갈비 골목이 있다. 또한 국내외 공중파
부산의 독특한 간식거리의 역할을 하고
예능방송으로 소개되면서 유명해진
있다.
씨앗호떡 골목이 있다. 화덕에서 만드는 중국식과는 달리 한국식 지짐의 문화로 변형하여, 익힌 호떡을 뉘인 채로 반을 잘라 그 안에 견과류를 넣어 웰빙 간식으로 또 한번 ‘업 스케일(up-scale)’ 시킨 부산의 창의적인 음식이다.
1970년부터 국제시장에 몰려든 비빔당면
사람들과 상인들에게 팥죽을 끓여 판매하면서 골목이 형성된 팥빙수 팥죽골목은 스텐으로 만든 손수레가 줄을 지어 서 있고 손수레마다 번호가 적힌 동그랗고 노란 간판이 달려 있는데, 옛날식 팥빙수와 인절미를 넣은 일본식 단팥죽을 판매하고 있다. 국제시장 대청로 부근에는 돼지갈비와 숯불갈비 상점이 모여 있는 돼지갈비 골목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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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품은 원도심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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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사 속에서 생성된 대부분의 부산 음식은 급격한 역사와 사회 환경 속에서 부산화(釜山化) 된 것이기 때문에, 부산과 부산사람을 제대로 알고자 한다면 부산 음식을 먹어봐야 할 것이다. 완당
부산의 음식은 모진 세월을 생존의 의지로 꿋꿋이 버텨온 맛으로, 우울함이 아니라 부산 특유의 해양성과 정답고 쾌활한 멋이 어우러져 승화시킨 문화적 자산과 같은 것이다. 부산의 역사문화와 함께한 부산 음식은 지도 속 구도심 일대의 작은 먹자골목과 거리 속에 모자이크식으로 조금씩 새겨져 있다. 지도 ‘부산의 맛과 멋’은 부산의 오래된 지도이자 부산 음식의
BIFF거리에는 1989년에 생성되어
역사적 흔적을 기억하고 기록한
비교적 나이가 젊은 부산 대표
자료로서 부산 음식의 문화적 가치와
포장마차촌과 완당을 판매하는 상점이
미래 부산의 새로운 맛을 연상하는 데
있다. 완당은 글씨가 보일 정도로 얇은
일조가 되었으면 한다.
피에 새끼손가락 손톱 크기의 소를 넣은 작은 만두를 넣은 국이다. 속을 꽉 채운 중국식도, 닭고기 육수를 사용하는 일본식과도 다른 멸치와 다시마를 넣어 시원하고 개운한 부산식의 국물 맛을 개발하였다.
창선동 먹자골목은 광복 이후 일본인 물자를 팔던 장터가 음식거리로 형성되었고, 현재의 아리랑거리, 팥빙수골목 BIFF광장까지의 포괄적인 범위를 말한다. 눈이 즐겁고 부담이 적은 전통시장과 먹자골목들의 먹거리에서 옛날 한국전쟁 시절 외지에서 피난 온 사람들을 따뜻하게 포용한 부산 사람들의 온정과 한때 번화했던 부산 중구 원도심 맛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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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원도심 시장의 풍경
시장음식의 근거리풍경 작품(좌1)_ 3,000x2,350mm, 작품(좌2)_ 1,540x1,640mm, 작품(좌3)_ 3,500x1,960mm 자갈치시장, 국제시장, 부평시장 원거리 풍경 작품(우)_ 10,000×2000mm
격동의 역사를 건너온 국제시장부터 부평깡통시장을 지나 자갈치시장까지 다양한 먹거리와 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어우러진 풍경들을 하나의 골목으로 그려 보았다. 다르지만 이어져 있는 세 가지 시장사람들의 삶이 만들어낸 ‘왁자지껄한 멋’의 풍경을 골목으로 표현하고자 하였다. 원거리 풍경에서 근거리 풍경으로 좁혀 가면서 삶이 빚어내는 장면들의 표정을 생생하게 포착하려고 하였다. 그렇게 시장의 풍경에는 흥이 어우러진 맛의 공간이 있었고, 이를 즐기는 다양한 사람들의 프랙탈한 질서가 있었다. 기획·편집 박수진
일러스트 손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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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원도심 시장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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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cenery of the Old Market in Busan From the Jagalchi Market that has passed through a turbulent history and Kkangtong market in Bupyeong, to the international market, I have put together the various food items, people, and the scenery in an alley within these artworks. I wanted to express the scenery of the ‘clamorous style’ created by the lives of people from three markets, who seem to have widely-different yet intimately-interconnected lives. As I narrowed in from long-distance scenery to nearby scenery, I tried to vividly capture the expressions of the scenes that these lives were making. There was space for taste in harmony with "Heung" in the landscapes of these markets and there was a fractal order of various people enjoying them.
자갈치시장 생선 매대 엘리베이터 작품1_ 4,300x1,560mm
아리랑 거리 음식 좌판 엘리베이터 작품2_ 4,060x1,300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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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원도심 시장의 풍경
왜 부산 원도심 시장인가
원도심 시장은 이러한 부산의 유구한
부산 원도심은 영도대교에서 해안을
역사를 함께 하면서 부산 음식의 과거와
따라 길게 형성되어있는 자갈치시장의
현재는 물론 그 변화과정이 공존하는
남포동을 기준으로 북쪽으로 국제시장과
곳이자 부산성의 집약체로서 부산의
부평깡통시장이 있는 신창동과 부평동
맛과 멋을 다양한 측면에서 보여줄 수
The Scenery of the Old Market in Busan
일대를 포함하는 지역을 말한다.
있는 최적의 공간으로 발전하였다.
이 지역이 오랫동안 부산의 중심
이것이 바로 부산의 맛과 멋을 찾으려는
상권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우리가 부산 원도심 시장을
일제강점기와 해방 그리고
선택한 이유이다.
글. 교수 박수진
한국전쟁이라는 시대적 소용돌이 속에서 부산의 역사를 지키며, 살아남아야 했던 사람들의 치열한 생존과 삶이 녹아있는 현장이라는 지역적 특성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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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원도심 시장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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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시장, 경험하는 시장
엘리베이터 두 대가 있는 왼쪽 벽면은
또한 엘리베이터가 이동하는 갤러리의
나누어져 있지만 경계는 없고,
마치 길거리에서 씨앗호떡을 사먹고,
역할을 함으로써 많은 사람이 전시를
다르다고는 하지만 어쩌면 하나의
좌판에 앉아 비빔당면, 국수, 충무김밥
경험할 수 있도록 하였다.
시장인 부산 원도심의 국제시장,
등을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장면들을
원도심 시장 골목의 끝에서는
부평깡통시장, 자갈치시장을 연결해서
일러스트로 연출하였다.
부산 음식에 대해 자신의 경험과 추억을
‘원도심시장의 풍경’을 하나의 골목으로
또한 두 대의 엘리베이터 내부는 문을
그림으로 표현한 학생들의 카드 작품들을
표현하였다. 골목의 한쪽은 원거리에서
제외한 3개 벽면을 각각 음식좌판이
만날 수 있다. 학생들의 작품을 헤치고
‘보는’ 시장의 풍경을, 그리고 다른 쪽은
펼쳐진 아리랑거리 비빔당면 골목의
지나가면서 감상할 수 있도록 매달아
근거리에서 ‘경험하는’ 시장의 풍경을
풍경과 자갈치시장의 수산물 가게를
만든 이 공동작품은 관람객들 또한
배치하였다. 전시장 입구에서 만나는
하나의 일러스트로 둘러 재현함으로써
부산의 맛과 원도심시장 골목에서의
골목의 오른쪽 편은 10m의 긴 가벽을
엘리베이터에 오르는 순간 시장에
경험을 카드에 남겨 매달 수 있도록
세워 관람하는 사람들이 마치 원도심의
들어서는 느낌을 갖게 된다.
함으로써 전시가 진행되는 동안 더욱
시장을 직접 걷는 것처럼 느껴지도록
알차고 풍성한 작품으로 진화하도록
부평깡통시장에서 시작하여 국제시장을
설계하였다.
가로질러 자갈치시장에 다다르는 한 장의 큰 그림으로 완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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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갈치시장
그리고 영세한 어선들은 그 주변에
1985년 큰 화재로 이듬해 현대식 건물로
자갈치시장은 노점에서 시작된 형태로서
노점을 열어 잡은 해산물들을 팔았는데,
재개장하였다가 2006년 현재의 건물로
넓게는 영도대교에서
이것이 자갈치시장의 시작이었다.
재탄생하였다.
부산공동어시장까지의 범위를 통칭한다.
해방 이후 귀국한 해외동포들과 한국전쟁
건물 외에 자갈치시장 동쪽에 ‘판때기
주로 어패류, 활어, 건어물을 취급하며,
피란민들로 인해 두 배로 늘어난 부산의
장수’라 부르는 과거 노점의 형태가
해산물을 이용한 음식점들이 함께 한다.
사람들은 생계를 위해 해안가에 좌판을
남아있는데 ‘판때기’는 널빤지를 일컫는
자갈치시장이 위치한 남포동은 남쪽의
펼쳤고, 이들이 기존의 노점들과 함께
말로 널빤지를 깔아 좌판을 만들었던
물가라는 뜻의 남빈에서 유래한
규모가 커지면서 갯가 시장이 만들어졌다.
모습에서 붙여진 이름이며, 이는 다른
지명이며, 자갈치는 그 해안가에
갯가 시장은 가건물로 세워진
시장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이다.
깔려있던 ‘자갈’과 갈치, 꽁치 등
부산어패류처리장을 중심으로 그 주변에
물고기의 ‘치’가 합쳐진 이름이다.
다닥다닥 붙은 판자가게들과 해안가의
현재 자갈치시장이 있는 곳은
노점들로 형성되었다.
1928년부터 1940년까지 건설된 남항의
이후 판자가게가 철거되고, 1969년 인근
매립, 매축 공사를 통해 얻어진
노점 상인을 흡수해 현재 자갈치시장의
매립지이다.
위치에 3층 건물을 지어 1970년
이 지역은 항구의 건설로 한국의 대표
자갈치시장이 개장되었으며, 1972년에
어업 기지로 발전하여 각종 도매시장이
정식으로 시장 등록을 하였다.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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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원도심 시장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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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시장
도떼기라는 말은 명확하지 않으나
현재 국제시장이 있는 신창동은 1678년
‘얻어서’라는 뜻의 일본어 ‘돗떼’ 또는
초량왜관이 설치되었던 곳으로 당시
‘경매, 낙찰’이라는 의미의 일본어
풀밭과 갈대가 많아 ‘풀밭의 길목’이라는
‘돗따’에서 비롯되었다는 설도 있고,
뜻의 초량이라고 칭하였다. 국제시장은
‘따로 나누지 않고 합쳐서 한꺼번에’
처음에는 도떼기시장이라 불렀는데,
떼어 흥정한다는 뜻으로 우리말
1948년 건물을 세우고 자유시장이라
‘도거리’에서 왔다고도 한다.
하였다가, 1950년 5월 진주한
처음에 도떼기시장은 시장의 형태라기보
미군부대에서 나온 물건들까지
다는 일제강점 말기 일본군에 의해
합세하면서 국제시장이라 명명하게
소개되어진 공터에 일본인들이 급히
되었다.
귀국하면서 가져가지 못해 헐값에 넘긴 고리짝의 물건들을 팔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시작되었다. 이 시기에 귀국한 해외동포들도 해외에서 가져온 물건들을 거래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으면서 점차 자연스럽게 시장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
부산의맛과멋-내지-최종.qxp_수정 2019. 5. 3. 오후 3:49 페이지 51
부산 원도심 시장의 풍경
일제강점기에 일본인의 중심 거주지이자
2016년 이후 현재 국제시장 주변은
일본의 수탈통로였던 부산항 일대는
먹자골목, 젊음의 거리, 만물의 거리,
부산 최초로 전기와 수도시설이
아리랑거리, 구제골목 등으로 구분하고
완비되었던 지역으로 이런 이유에서
있다. 국제시장의 대표 먹거리는
해방 이후에도 부산의 중심지였으며,
씨앗호떡, 충무김밥, 순대, 국수, 어묵,
한국전쟁 이후 국제시장이 번성하면서
떡볶이, 비빔당면, 유부주머니 등이며,
최첨단의 유행을 선도하는 지역이었다.
이들은 60년 넘는 역사의 야외 음식점
또한 1980년에서 1990년대에는 일본의
거리에서 찾을 수 있다.
전자제품으로 그 명성을 이어나갔다. 그러던 중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에 수입 자유화와 소비패턴의 변화로 인해 쇠퇴의 길을 걷다가, 2002년에서 2005년 시장 현대화 사업과 2008년 2월에 상권 활성화를 위해 부평깡통시장, 창선상가, 만물의 거리를 묶어 국제마켓타운을 만들면서 다시 활기를 되찾기 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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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평깡통시장
1915년 9월 부평정시장이라는 이름의
부산의 중심에 자리한 부평동이 번성하기
공설시장으로 바꾸었다.
시작한 것은 1876년 강화도조약으로
1922년과 1924년에 주위 도로를
개항이 이루어진 이후 일본인들이
수용하여 시장의 규모를 키우기
이곳으로 이주하여 시가지를 형성하면서
시작하여 1935년에는 건물 내 92개,
부터이다. 부평동에는 원래
바깥쪽으로 530개의 점포가 자리하는
사거리시장이라 불리는 장이 열리고
큰 시장으로 발전하였다.
있었는데, 일본인들이 이곳을
해방이후 부평시장으로 이름을 바꾸었고,
이용하면서 장옥과 점포를 설치하였고,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으로
1909년 경찰의 허가를 얻어 한국과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물건들과 다양한
일본이란 의미의 ‘일한’ 시장이라는
군수품을 팔게 되면서 성장을
사설시장을 개설하였다가 일본인의
거듭하였는데, 판매되는 물품 중에
편의를 위해 1914년 일제의 시장규칙에
통조림이 많아 깡통시장이라는 이름을
따라 부산부가 임차·개축하여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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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원도심 시장의 풍경
1970년대 이후 보따리장수라 불리는
빠듯한 삶을 반영하는 것이다.
‘유엔탕’이라 불리던 죽을 끓여 파는
사람들이 일본을 오가며 세계 각국의
즉, 비빔당면은 먹을 것이 부족하던
집들이 하나둘 생겨나면서 형성된
물건들을 들여와 계속적인 호황을
피난시절, 포만감이 뛰어난 식재료인
골목으로 당시 피란민들과 가난한
누렸으며, 이곳에서 구하지 못하는
당면을 간단한 재료와 함께 즉석에서
시장상인들에게 훌륭한 한 끼가
‘외제’물건이 없다 할 정도로 다양한
비벼먹었던 것으로 당시 팍팍하고 바쁜
되어주었다.
물건을 취급하였다.
시장 상인들의 삶이 녹아있는 음식이라
‘부산 원도심시장의 풍경’을
이후 2013년 국내 최초의 야시장을
할 수 있다.
완성하기까지 부산시장의 음식들과
개설하여 세계 각국의 다양한 음식을
유부주머니도 유부에 밥이 아닌
현상들 그리고 그에 얽힌 이야기들을
선보이면서 지역과 세대를 아우르는
잡채를 넣어 미나리로 묶은 것으로
추적하면서 음식들 속에는 그 음식의
시장의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주재료가 당면이다.
맛뿐 아니라 한국의 아픈 역사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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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부평깡통시장에 비빔당면과
그 외에도 부평깡통시장에는 다양한
서민들의 삶 그리고 추억 등 무궁무진한
유부주머니 같은 부산 특유의 음식이
먹자골목들이 있는데, 그 중에 죽집
이야기가 켜켜이 배어있음을 알 수
많은데, 이는 식민지와 전쟁 등 격동의
골목은 1950년대 후반 미군부대의
있었다.
시대를 이겨낸 이곳 시장 사람들의
잔반을 모아 ‘꿀꿀이죽’ 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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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시장의 시간과 표정 100
작품 사이즈 5,000x2,000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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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시장의 시간과 표정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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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는 백만 개의 살아 움직이는 시공간의 표정과 관계들의 쌓임이 있다. 오래 익숙해서 편안하고, 친근하고, 의외의 새로운 ‘맛’으로 다가오는 유쾌한 표정들이 있다. 오랜 역사를 통과해온 부산 원도심시장 사람들의 갖가지 표정에서 그들의 오랜 시간과 삶의 ‘맛과 멋’을 경험해 보고자 하였다. 이곳에 시장을 움직이는 노동의 손들과 일상을 살아가는 시장 사람들의 다양한 뒷모습들이 있고, 켜켜이 쌓인 시간이 만들어낸 할매, 이모, 아지매의 情의 습관 그리고 그들과 우리의 관계와 소통 속에 부단히 이동하는 시장의 모습이 있다. 기획·편집 박수진
촬영 채수림
일러스트 박은주
100 Daily impressions of people in the Markets There are millions of animated spatio-temporal expressions and relationships in the market. There are pleasant expressions that come to life portrayed as comfortable, friendly, yet unexpectedly new ‘tastes’. I wanted to experience the taste and style through the facial expressions of the people working in the old town center market of Busan who have lived through such a long history. Here are the hands of the labor that moves the market and the various appearances of the market people who are living their everyday lives, and the habits of “Jeong”(affection), grandmas and aunts have accumulated over the passage of time, and there lies a market that is constantly evolving in our relationships and communicati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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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시장의 시간과 표정 100
시장과 시장을 채우고 움직이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표정과 행동, 그 속에 담겨져 있는 의미를 사진으로 생생히 포착하고 부분적으로 일러스트를
100 Daily impressions of people in the Markets
활용하여 사진을 리터치함으로써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시공간을 표현하고
글. 교수 박수진
오랫동안 이어온 원도심시장 사람들의 시간의 길이를 담아내려 하였다. 사진을 바탕으로 ‘시장의 움직이는 손’, ‘할매, 이모, 아지매의 情의 습관’, ‘관계와 소통’, ‘이동하는 시장’, ‘켜켜이 쌓여가는 시간의 모둠’, ‘시장_그들의 뒷모습’의 여섯 가지 키워드를 도출하고, 이에 따라 백장의 사진을 선정하였다. 이들을 다시 키워드를 중심으로 분류하여 비정형적이지만 상호유기적인 형태로 프랙탈한 멋을 추구하면서 지속적으로 확장 가능한 하나의 형태로 배열하였다. 100장의 사진으로 바라본 원도심시장 사람들의 표정과 시간은 같은 듯 다르고, 무질서한 가운데 질서가 존재하는 흥이 가득한 부산의 맛과 멋 그 자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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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시장의 시간과 표정 100
시장의 움직이는 손 손은 그 사람의 살아온 인생을 말해준다고 한다. 앤디 워홀은 자신의 손사진을 <자화상>이라고 명명하였고, 이러한 맥락에서 시장 사람들의 손에서 그들의 삶과 시장의 모습을 투영해 보고자 한다. 시장에는 끊임없이 움직이는 손들이 있고, 그들이 시장의 맛과 역사를 만들어간다. 시장의 맛은 각양색색의 고무장갑을 낀 손, 목장갑을 낀 손, 투박한 맨손에서 부산 시장의 무뚝뚝하지만 친근한 멋으로 태어난다. 오랫동안 그 자리를 지키며 이어온 맛도 있고, 역사의 흐름 속에 변화를 추구하면서 섞이고 쌓여 탄생한 제3의 새로운 맛도 있다. 생선을 다듬는 손, 완당을 빚는 손, 과일을 담는 손과 엮고 매달고 싸는 손, 찌고 썰고 볶아 완성된 음식을 내어 놓는 손을 통해 따뜻한 마음이 담긴 시장 음식과 이를 받는 사람들의 관계가 만들어진다. “음식은 손맛”이라는 말이 있다. 손맛이란 음식을 만들 때 손이 만들어내는 맛으로 같은 재료와 조리법이라 해도 사람에 따라 다른 맛을 내는 이유가 바로 손에 있다는 의미이다. 이것이 시장 음식의 맛을 지키는 힘이자 오랜 단골을 만드는 힘이며, 우리가 찾는 할매, 이모, 아지매의 情 깊은 또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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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 이모, 아지매의 情의 습관
따라서 시장에서 음식을 내어주는 이를
‘할매’는 할머니의 강원, 경상, 전라,
할매, 이모, 아지매라 부르는 것은 오래
충청 지방의 방언이며, ‘아지매’는
전부터 그래왔던 것처럼 투박하지만
아주머니의 강원, 경상, 전라 지방
푸짐하고 편안한 정(情)이 넘쳐난다는
방언이다. ‘이모’는 어머니의 자매를
의미이다. 그들의 음식은 막 썰고 막 담아
부르는 호칭이나 어머니뻘 여성을
반듯하고 세련되어 있지는 않지만
친근하게 부르는 말로 쓰이기도 한다.
수북하고 넉넉하게 따뜻한 마음을
할머니보다는 할매가, 아주머니보다는
전달한다. 시장의 情은 이러한 오랜
아지매가 더 친근하고, 정감 있게
관계와 소통을 통해 더욱 깊어지고
느껴지는 이유와 시장의 푸근하고 넉넉한
끈끈해진다.
감성을 전달하는 이유는 아마도 방언의 힘이 아닌가 싶다. 방언은 지역적 특성과 감성을 공유함으로써 느끼는 동질감으로 인해 이미 알고 있는 가까운 관계라는 생각의 친밀함을 제공한다. 이모 또한 살뜰히 챙기는 편안한 관계의 친인척에 대한 호칭이므로 그 맥락을 같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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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시장의 시간과 표정 100
관계와 소통
기다림의 시간은
시장은 끊임없이 관계와 소통이 일어나는
누군가의 식탁으로 팔려나갈 것들과
공간이다. 시장을 찾는 사람들은 저마다
소통하는 시간으로 그들은 오랫동안
관계와 소통 속에 목적을 이루고 시장을
숙련된 대담하고 섬세하고 익숙한
떠난다.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의 만남과
몸짓으로 재료를 손질하고, 좌판의 빈
소통에는 고르고 흥정하는 맛이 있고
구석을 메우고 정리하며, 다가올
덤으로 얹어주는 넉넉한 인심이 있다.
왁자지껄한 시간을 준비한다. 시장에서
함께 일하며, 함께 시장을 이루어
사람들은 다양한 세대의 소통을 이루고,
상생하는 사람들은 나란히 서서 물건을
다양한 문화의 혼종을 경험하며, 낯선
팔고, 마주앉아 밥을 먹고, 밥을 날라다
경험에 대한 적극적인 마인드를 장착한다.
주기도 하고, 때로는 홀로 기다림의
시장에 오면, 사람들은 쉴 새 없이
시간을 마주한다.
움직이고 이동하면서 다양한 관계와 소통 속에 흥의 맛과 멋을 담고 체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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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하는 시장
여기에 시장 곳곳으로 음식을 이어 나르는
시장은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느린
이모와 아지매가 있다. 그들은 일을 하면
방법으로 이동한다. 시장 사람들은 이고
서 끼니를 챙기려는 바쁜 시장 사람들을
지고 발로 뛰고, ‘리어카’에 물건을 싣고
위해 머리 위에 층층이 경이로운 형태로
쉼 없이 이동을 반복한다. 1921년경
그릇과 쟁반을 포개어 올리고는 배달에
자전거 뒤에 매달기 위해 사이드카와
나선다. 그들의 걸음걸이는 숙련된 솜씨로
마차 수레를 합쳐 만들어졌다는 ‘리어카
쟁반과 쟁반 사이의 무게중심을 정확히
(rear-car)’는 사람에 의해 움직이는
파악한다.
작은 차로서 사람이 걸어 다니는 시장의
이동하는 가게들의 찾아가는 서비스는
좁은 골목을 위한 최적의 운송수단이다.
쉴 새 없이 빠르게 돌아가는 시장에
리어카는 용도에 따라 다양한 형태를
활기와 에너지를 공급하고, 소비자의
보이는데, 과일이나 야채를 실으면
니즈에 빠르게 유동적으로 반응한다.
과일 또는 야채가게가 되고, 커피나
이것은 멈춰있지 않는 시장의 습성이며,
떡볶이를 팔면 카페나 분식점이 되는
시간의 흐림이고, 오랜 시간 변화가
작은 이동가게이다. 그래서 이들로 인해
거듭되어 쌓인 사람과 공간의 결과물이다.
시장의 모습은 늘 변화와 움직임을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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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시장의 시간과 표정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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켜켜이 쌓여가는 시간의 모둠
시장, 그들의 뒷모습
원도심의 시장에는 오랫동안 쌓아온
시장 사람들의 뒷모습에는 세월의 흔적과
시간들과 이러한 시간들을 살아온
시간의 분주함 그리고 열중하는
사람들의 이음이 있다. 시장의 모습은
성실함이 있다. 사람의 뒷모습에는
오랫동안 보존되고 지켜진 것들과
때때로 얼굴보다 더 많은 이야기가
거듭된 변화를 겪어낸 것들이 공존하면서
담겨있고, 시장사람들의 뒷모습은 더욱
때로는 독립적으로, 때로는 함께
그러하다. 그들의 뒷모습은
어우러져 있다. 이러한 모습은 시장의
기울어있고, 굽어있고, 쪼그리고, 어깨를
역사로 자리한 사람들의 얼굴에
솟구치고 늘어뜨리며, 모여 있고,
고스란히 담겨있다. 시장은 무엇이든
나란하다. 그 뒷모습은 분주하다고도,
받아들여지는 공존의 공간이다.
고단하다고도, 힘들다고도, 잠시
전통과 현대가 뒤섞여 공존하고, 세대와
쉬어가자고도 말한다. 사람들의 뒷모습은
세대가 공존하며, 다양한 문화가
그들이 어디론가 향하고 있다는
공존하면서 시공간의 경계를 허문다.
증거이다. 그들은 어디론가 바삐
시장사람들은 이렇게 복잡하고 빠르게
움직이고, 서로를 향해 관계를 만들고,
움직이고 지나는 시간 가운데 고요한
손님을 기다리며, 재료를 손질하거나
기다림의 미학을 터득하면서 성실히
정리에 열중하고 있다.
열중하는 뒷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뒷모습이 시장 사람들의 내면의
표정이다.
부산의맛과멋-내지-최종.qxp_수정 2019. 5. 3. 오후 3:50 페이지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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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맛, 언어로 표현하다
작품 사이즈 7,500x3,600mm
부산의맛과멋-내지-최종.qxp_수정 2019. 5. 3. 오후 3:50 페이지 63
부산의 맛, 언어로 표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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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도시에 펼쳐진 문자는 그 도시의 정체성을 나타내기도 한다. 도시의 문자는 그 도시 언어의 시각적 표현이며 간판을 대표로 언어경관을 형성한다. 현대 도시 중국의 베이징이나 일본 도쿄의 상가 간판에 한글을 넣어도 그다지 위화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 그만큼 현대 도시는 빈번한 경제·문화적 교류로 인해 비슷한 고층건물 등 유사한 도시경관을 만들어내고 있다. ‘부산회센터’, ‘할매국밥’, ‘가야밀면’ 등 간판에 사용되는 언어는 그 지역의 정서나 환경을 표현한다. 부산의 원도심에 위치하는 전통시장을 중심으로 상점의 간판과 문자 정보를 모아 ‘부산의 맛과 정서’를 표현하고자 하였다. 기획·편집 이명희
촬영 채수림
Expressing the taste of Busan by words The letters in the modern city also represent the identity of the city. Represented through signboards, the letters of the city form a landscape of language. Hangul (Korean alphabetical characters) can be put on the signboard of a Chinese or Japanese city of the oriental culture, and it will be able to be accepted without any sense of discomfort. As such, modern cities are creating similar urban landscapes such as high-rise buildings due to frequent economic and cultural exchanges. The language used in the signboards such as ‘Busan Raw Fish Center’, ‘Grandma’s Rice Soup’, ‘Kaya Wheat Noodles’ expresses the sentiment and atmosphere of the area. We tried to express ‘tastes and sentiments of Busan’ by collecting signboards and text information of the shops around traditional markets located in the old town of Bus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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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맛, 언어로 표현하다 Expressing the taste of Busan by words 글. 교수 이명희
오이소, 보이소, 사이소
이근열, 김인택(2011)은 ‘부산 방언의
사람들이 일상생활을 영유하는 곳을
문화 콘텐츠론’에서 부산 방언은 경상
벗어나 다른 지역에 가서 처음 느끼는
방언의 유교 문화, 선비 문화가 오래도록
것은 그 지역 사람들의 말씨와 음식이다.
유지되어 남성다움이나 명분을 중시한
지역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경직된 문화의 영향을 받아 성조를
사투리를 접하며 타지임을 인식하고 또
유지하고 음절 중심으로 끊어지는 발음을
그 지역의 맛집을 찾아본다. 부산
고수하고, 언어 사용에 있어서는 세련된
사람들은 부산의 지리적ㆍ환경적
수사법이 발달하지 않아 직설적 언어
요인으로 퉁명하고 투박스러운 부산
사용이 빈번하며 욕망을 숨기는 반어법을
말을 사용한다고 한다.
많이 사용하고 있다고 언급하였다. 또한
기록에 의하면 많은 관리들이 부산을
부산 방언은 지리적으로는 해양성을,
변방으로 여기고 거쳐 가는 곳으로
역사적으로는 경남과 경북의 혼합성,
인식하고 있었으며, 전통적인 양반
왜구 침입의 방어를 위한 군영의 군사
문화는 동래지역을 중심으로 특정 지역에
문화성과 함께 또한 지역적으로 가까운
국한되었기 때문에 계층적 인식이
곳에 위치하여 왜색성, 한국전쟁과
약화되어 존칭어가 발달하지 않고
산업화에 따른 피난민과 이주민에 따른
상업적 가치에 의한 다양한 말투가 주를
이질성, 무역항과 경제 교류의 중심지라는
이루게 되었다고 한다.
상업성 등을 부산 방언의 변별소로 특징지을 수 있다고 하였다. 예를 들면 부산 자갈치시장의 홍보문구로 많이 사용되고 있는 ‘오이소, 보이소, 사이소’와 같이 높임말도 내림말도 아닌 ‘~소’의 사용이다. 이는 조선 후기 신분계급이 와해되기 시작하면서 사용되었다고 하는데, 양반과 천민이 구별되는 시대에는 상인들이 양반들에게 는 높임말을 쓰고 천민들에게는 낮춤말을 쓰면 되었지만 양반과 상민의 구별이 점차 없어지면서 내림말도 아니고 높임말도 아닌 어중간한 말투 ‘~소’를 사용하게 되었다. ‘~예’와 같은 말투도 같은 이유로 상거래가 활발한 부산 지역에서 더 많이 쓰였고, 부산 방언의 특징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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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맛, 언어로 표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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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은 항구도시일 뿐만이 아니라
부산 사투리처럼 독특한 부산의 음식
부산의 맛에는 이와 같은 자연 환경적인
근현대사의 역사적 흔적을 풍부하게
부산에서 생활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요인 외에도 ‘일본 문화’나 ‘6·25 전쟁’과
가지고 있는 곳이다. 일본 상인들이 함께
어느 저녁식사 자리에서 꿈틀거리며
같은 인문 환경적 요인도 크게 영향을
한 왜관이 있고, 해방의 기쁨이 남아 있는
익어가는 ‘꼼장어’를 보고는 제대로
미쳤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광복동이 있으며, 구도심을 중심으로
식사를 하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불판
‘오뎅’이라는 일본어는 본래 일본에서는
6.25 피난민들의 애환이 서린 곳이다.
위에서 꿈틀대는 이 식재료가 부산을
가다랑어와 다시마로 우려낸 국물에
근대 산업화에 따라 신발공장과 섬유공장,
상징하는 음식에 빠지지 않고
양념을 넣고 곤약, 무, 어묵, 삶은 달걀 등
조선공장 등 생산시설이 설립되면서
등장한다는 것에 더 놀란 기억도 함께였
다양한 종류를 넣어 긴 시간을 끓여낸
전국 여러 지역의 일꾼들이 모여든
다. 또한 최근에는 중국인 관광객이나
탕 요리이지만 부산에서는 어묵 자체를
곳이기도 하다. 이러한 역사적 흔적은
유학생들이 많이 찾는 음식이며
오뎅이라고 칭한다. 오뎅의 부산화를
현재 부산사람들이 먹는 음식, 사용하고
부산음식을 상징하는 ‘돼지국밥’을
거친 것이다. 부산은 17세기 일본과의
있는 지명이나 언어 등에 남아 있다.
‘돼지 냄새가 날 것 같은’ 이라는
소규모 무역부터 시작해 교류를 이어
선입견만으로 먹을 시도조차 안했던
오며 일본의 음식 문화를 자연스럽게
경험이 있다. 물론 지금은 돼지국밥
받아들였다. 해방이 되면서 일본인들은
맛집을 찾아다닌다.
돌아갔지만 부산에는 우동·메밀국수·
밀가루로 국수의 면을 뽑는 것이 어찌
어묵 같은 음식은 그대로 남았다. 또한
보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인데 왜
6·25 전쟁 후 부산으로 피난 온 전국의
부산에는 ‘밀면’이라는 음식이 따로
실향민들은 생계를 위해 고향에서 먹던
있는 것일까.
음식을 만들어 팔았다.
넓게 바다를 접하면서 수산업이 발달한 부산의 음식은 바다의 싱싱한 생물을 그대로 조리해 내는 방식이 주를 이룬다. 생선회는 바다에서 난 식재료의 특성을 살린 부산을 대표하는 음식이다. 접시에 아무렇게나 쌓아올리듯이 수북이 내놓는 부산의 생선회는 부산의 맛, 부산의 멋을 상징한다.
자갈치시장
부산의 대표적 어묵 브랜드 ‘고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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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장어의 껍질을 벗겨 고추장에 버무려
부산을 부산답게 보이게 하는
불판 위에서 구워먹는 꼼장어의 가치는
언어경관
껍질에 있었다. 질기면서 부드러워
서울 인사동의 거리 사진에서 보여지는
가죽제품으로 인기가 있어 일제
간판에 일본어 간판을 덧붙이는 수정을
강점기에는 꼼장어 가죽공장이 있었다고
하여 주변 내외국인에게 ‘사진의 장소는
한다.
어디일까?’를 질문하는 테스트를 한
일본인들은 꼼장어 가죽으로 일본 나막신
경험이 있다. 모두가 일본의 어느
끈을 만들었고 고기는 먹지 않았다.
도시라고 대답을 했다. 이 실험은
배고픈 부두 노동자들이 이 껍질 벗긴
인사동과 같은 전통적인 건물뿐만 아니라
꼼장어를 불에 구워 먹기 시작했던
고층건물이 빼곡한 현대도시에서도 같은
것이다. 1960년대부터는 꼼장어 껍질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묵을 만들어 먹었다고 한다. 1980년대
결과일 것이다.
후반부터 이 묵이 사라졌던 시기가
2006년 국립국어원에서는 ‘언어경관
있었는데 꼼장어 껍질이 가죽으로
조성 장기 계획연구(연구자, 김란기)’를
가공되어 유럽에 수출되면서 가격이
진행하였다. 언어경관이란 말은
올라갔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요즘은
사회언어학에서 사용하기 시작한
자갈치시장에 가면 맛볼 수 있다.
개념으로 공유 공간에서 행해지는 문자를
돼지국밥은 피난지의 산물이다. 귀한
통한 언어활동이나 또 그런 언어활동의
쇠고기보다는 쉽게 기를 수 있는 돼지를
결과물을 말한다. 그래서 옥외광고,
설렁탕처럼 끓이고 돼지 냄새를 없애기
상업용 간판, 도로안내 표지판, 벽보 등
위해 부산에서는 정구지라 부르는 부추와
여러 형태로 시각적인 정보를 제공해
양념장과 새우젓을 넣어 먹었다. 피난
주지만, 문자를 통한 정보 전달이라는
시절 주린 허기를 채워준 먹거리였다.
본래 목적 외에 문자의 언어를 사용하는
‘밀면’도 전쟁을 피해 부산으로 온 이북
사람들과 그 문화를 보여주는
사람들의 영향으로 볼 수 있다.
시각효과라는 목적도 있다. 연구는
구호품으로 받은 밀가루를 메밀가루처럼
오늘날 우리나라 언어경관은 농촌과
치대고, 밀가루 냄새를 없애기 위해 맵고
도시 구분 없이 상업지역이나
강한 양념을 첨가하여 만든 것인데,
주거지역의 차등 없이 언어경관이
여기에 육수를 부어 ‘물 밀면’으로,
무분별하고 혼란한 상황에 있음을
물 없이 양념을 비벼서 ‘비빔 밀면’을
지적하고, 옥외광고물을 중심으로 한
만들어 먹었다.
언어경관을 시민과 행정, 전문가의
부산 음식과 마찬가지로 부산의 말은 부산
협조와 협력을 바탕으로 정비, 개선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표현하는 증거이다.
조정하는 장기계획을 제안하고 있다.
즉 말은 그 지방 사람들의 정서와 역사가 쌓여서 만들어진 결과로 지역의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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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맛, 언어로 표현하다
전가경(2015)은 1970년대 문화 교양지
글로벌 브랜드 ‘스타벅스(STARBUCKS
『뿌리 깊은 나무』에 수록되었던 고정
COFFEE)’는 어두운 초록색으로 굵은
칼럼 「볼 만한 꼴불견」을 대상으로
글자체의 영문으로 상징되지만 지역의
타이포그래피가 언어의 보이지 않는
특성을 살려 서울 인사동에서는 어두운
성질이 가시화되는 플랫폼이며
초록색의 굵은 한글 글자체로 간판을
공공영역의 거리 글자는 보다 노골적으로
달고 있다. 이는 유럽의 오래된
그 성질을 노출시키는 장소임을 사례
도시에서는 초록색을 버리고 갈색으로
연구를 통해 밝히고 있다. 칼럼은 공공
표시하는 방법으로 그 도시경관의
사인물을 매개로 1970년대 중후반의
정체성을 따르고 있다. 부산의 역동성과
언어 사용 및 언어 환경에 대한 비평이
개방성이 반영되는 부산다운 언어경관은
주제였다.
기대할 수 없는 것일까.
거리의 간판, 광고, 인쇄물, 공공 조형물 등의 사진 밑에 비판적 설명문이 게재 되었다. 당시로서는 보기 드문 형식과 내용으로 공공장소에서의 언어 사용 실태를 엿볼 수 있는 컬럼이었다. 최근 부산역에 서서 바라본 부산의 언어경관은 아쉬운 면이 있다. 온갖 영문을 간판으로 하는 커피전문점들이 빼곡하고 초량 외국인거리에는 중국 이미지로 한껏 치장했지만 한글을 사용한 ‘차이나타운’과 영문 ‘TEXAS STREET(텍사스 스트리트)’ 대형 아치가 서있다. 부산의 지리적 요인인 해양성이나 경제 교류의 중심지라는 상업적 특징으로 외국인 많다는 부산성을 상징하는 경관이라고 설명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대로 모사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현대 도시의 경관적 아이덴티티는 때로 간판에 사용된 언어로 판단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혼재된 언어로 지역의 아이덴티티가 모호해진다. 인사동(위)과 서면(아래) 거리에 일본어 간판을 합성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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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 부산, 그 다채로운 멋!
작품 사이즈 3,450x1,450mm
The Red, yellow, green, white, and blue colors of style Painted on tuna, the meat of the sea! Red style Red fish cake Mixed cellophane noodles (bibim dangmyeon) Spicy stir-fried rice cake (tteokbokgi) Kimchi pancakes (kimchi jeonbyeong) Snow crab, Red crab Grilled eel
Yellow style Sweet Korean pancake stuffed with seeds(ssiat hotteok) Fish cake soup & Water rice cake Grilled clam Busan Pig's feet Fried tofu pouches Fried rice on crab shells
Green style Kelp Jeonguji(leek) Shellfish Soup Pig's fee with chilled vegetables Ttaengcho (Hot peppers) Kimchi
White style Sliced raw halibut Sliced raw octopus Sliced raw gizzard Fish stalls Kkangtong Myeonti (T shirts in Kkangtong Market) Jagalchi Ajimae(Jagalchi Fish Market Aunties)
Blue style Busan ocean Jagalchi market Jalgalchi street sign Signboard of Busan fish cakes Large bowls of fish Pleasure Boat Qu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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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음식과 식문화에는 매우 다채로운 색이 존재한다. 식재료와 조리법, 식도구와 식공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식문화의 색은 맛, 냄새와 더불어 공감각적으로 부산 문화에 대한 인상을 만들어 낸다. 이 전시에서는 부산 원도심을 중심으로 식공간과 음식, 식재료의 색 정보를 아카이브하여 부산의 맛을 시각적 미각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 분석보다는 직관으로, 부산의 음식과 식문화를 눈으로 맛보며, 그 다이내믹한 멋을 다채롭게 느끼시기를! 기획·편집 김수화
편집 김태은
Dynamic Busan, Its Colorful Beauty The letters in the modern city also represent the identity of the city. Represented through signboards, the letters of the city form a landscape of language. Hangul (Korean alphabetical characters) can be put on the signboard of a Chinese or Japanese city of the oriental culture, and it will be able to be accepted without any sense of discomfort. As such, modern cities are creating similar urban landscapes such as high-rise buildings due to frequent economic and cultural exchanges. The language used in the signboards such as 'Busan Raw Fish Center', 'Grandma's Rice Soup', 'Kaya Wheat Noodles' expresses the sentiment and atmosphere of the area. We tried to express 'tastes and sentiments of Busan' by collecting signboards and text information of the shops around traditional markets located in the old town of Bus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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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통의 오방색은 한국 문화 전반에
이러한 개념의 영향은 한국 문화 생활
걸쳐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한국
전반에 나타나며 음식 문화에도 만연히
음식에서도 오방색이 한 그릇에 들어있는
나타난다. 비빔밥을 예로 들자면 흰 쌀,
음식이라면 대표적으로 비빔밥, 구절판,
녹색 채소, 빨간 육회, 검은 버섯, 노란
신선로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달걀로 오방색을 한 그릇에 담아내었고,
오방색은 각각 5 가지 기본 방향과 계절,
이를 잘 섞어서 먹으면 우주의 조화를
요일을 나타낸다. 방향으로는 청색-동쪽,
취한다고 생각했다. 음식 명칭을 봐도
백색-서쪽, 적색-남쪽, 흑색-북쪽, 황색-
‘오곡밥’은 오방색의 다섯 곡식으로
중앙이며, 계절로는 청색-봄, 백색-가을,
지은 밥이며, ‘오색고명’이란 다섯 가지
적색-여름, 흑색-겨울, 황색-사계이며,
색의 고명을 의미했다. 한 그릇의 음식 뿐
요일과 성질로는 청색-목(木), 백색-금
아니라 상차림 또한 우주를 담아내듯
(金), 적색-화(火), 흑색-수(水), 황색-토
오방색이 고루 들어가는 것을
(土)이다. 이는 동양과 한국 문화의
선호하였으며, 상을 덮는 보자기를 비롯한
바탕이 되는 음양오행을 바탕으로
식문화 전반에 이러한 색의 조화를 우리는
형성된 개념이며 이들은 모두 우주의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일부분을 의미한다.
다이내믹 부산, 그 다채로운 멋! Dynamic Busan, Its Colorful Beauty 글. 교수 김수화
黑 수(木) 북(北) 동(冬) 신장(腎臟)
白
금(金) 서(西) 추(秋) 폐(肺)
토(土) 중앙(中央) 사계(四季) 위(胃)
黃 화(火) 남(南) 하(夏) 심장(心臟)
赤
목(木) 동(東) 봄(春) 간(肝)
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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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전통적으로 음식의 오방색이
이러한 식문화의 색은 근대를 거처
‘꼼장어구이’의 빨간 맛, ‘어묵탕’과
인체의 다섯 가지 기관인 간(청색),
현재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식재료와
‘유부주머니’의 노란 맛, ‘정구지지지미’와
심장(적색), 위(황색), 폐(백색), 신장(흑색)
변화된 조리법, 새로운 식공간을 통해
‘땡초’의 파란 맛, ‘기장다시마’의 검은 맛,
과도 연관이 있다고 생각했으며, 다섯
현재의 한국, 특히 부산의 식문화
‘생선회’의 하얀 맛. 이러한
가지 색의 음식을 고루 먹으면 이 다섯
속에서도 신명나게 펼쳐지고 있다.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우리는 전통적인
가지 기관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이번 전시에서는 현재 부산 식문화의
한국 식문화의 색이 현재 우리의 삶에
생각했다. 이러한 생각은 한국 전통의
색이 어떠한 현상으로 드러나는지를
녹아든 양상을 직관적으로 살펴볼 수
‘약식동원(藥食同源_식재료를
직관적으로 담아내었는데, 이를 위해
있으며, 전통적인 식문화의 오방색이
음양오행설에 기초하여 배합하고
전시팀은 카메라 조사와 문헌 조사를
현재의 식문화 안에 의식적·
약선하는 것)’의 음식문화의 기초를
통해 부산 음식과 음식문화가 가진 색의
무의식적으로 또 다이내믹하고
형성하였다.
특성을 아카이브하고 이를 분류하여
역동적으로 표현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렇듯 음식의 색은 인체 및 문화와 깊게
가장 부산성이 강하게 드러나는 참치의
다이내믹 부산, 이 다채로운 멋은
연관하여 서로 조화하고 역동하며 우리의
형(形)에 담아 내었다.
예로부터 지금까지 우리 DNA 안에
식문화를 형성해 왔다. 우리의 식문화는
흐르는 풍류심의 조화로운 발현이며
다양한 식재료를 썰고 다지고 무치고
신명나는 흥의 미학이며 우리 색의
볶고 끓이는 등 수많은 조리법을 사용하여
정서이다.
밥, 국, 탕, 찬, 주식, 간식, 별식 등의 음식으로 발현되며 다채로운 색을 가지게 되었고, 한국 음식의 색은 그야말로 신명 나는 흥의 미학을 시각적 미각으로 형성해 온 것이다.
빨간멋
노란멋
초록멋
하얀멋
파란멋
빨간어묵 비빔밀면 떡볶이 김치전병 대게 홍게 꼼장어구이
씨앗호떡 어묵탕과 물떡 조개구이 부산족발 유부주머니 게딱지볶음밥
다시마 정구지 제첩국 냉채족발 땡초(매운고추) 산초김치
광어회 산낙지 전어회 생선좌판 깡통면티 자갈치 아지매
부산바다 자갈치시장 자갈치로 안내판 부산어묵 간판 생선다라이 유람선 선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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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교수 장주영
5 아, 부산 ! 그 멋진 맛 ! 맛깔난 부산음식의 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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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원도심 시장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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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 Busan! Such wonderful taste! The beauty of tasty Busan foods
Busan’s food is categorized as having
‘four tastes’ from the perspective of
visual beauty and having ‘four tastes’
from the perspective of taste.
We have expressed the style in the form
of four visual forms: <the blunt style>
that looks indifferent, <the intimate
오늘날 먹거리에 관한 관심이 뜨겁다. TV를 틀면 어김없이 입맛을 유혹하는 각종 현란한 음식 관련 프로그램이 화려한 입담과 자극적인 모양으로 우리를 탐식의 세계로 이끈다. 유명 요리사들의 창작요리는 예술품처럼 본즉 먹음직도 하고 보암직도 하다. 하지만 하루가 멀다고 식품업체나 식당의 부정행위에 관한 뉴스가 뜨기도 하고, 한편에서는 과식으로 늘어난 체중을 빼느라 각종의 다이어트
style> with restaurants names with
프로그램도 늘 화젯거리다. 하지만 지구
always full of energy, and <the diverse
끼니를 걱정하는 형국의 안타까운 소식들도
In addition, we have divided the tastes
트렌드가 된 혼밥족들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은
cultural attributes of Busan food: <the
국내외 여행을 하면서 접하는 생소한 맛들은
Grandma and Aunt, <the loud style>,
저편까지 안 가더라도 우리의 소외된 이웃들은
style> with foods full of ingredients.
종종 우리 귓가를 스친다. 또한, 최근의 한국적
into ‘four different tastes’ to account for
또 하나의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 안착하기도 하였다.
taste of shores> with seafoods, <the taste
새로운 기억과 추억을 낳기도 한다.
of homeland> bringing back memories
of birthplace and local foods, new and
mysterious <the unexpected taste>, and
<light and refreshing taste>.
Putting it together, we tried to express
Busan’s unique taste by reinterpreting
the food as ‘appreciative of style and
taste of “pungnyu(풍류)” full of
“heung(흥, excitement)’. Based on this
interpretation, we have captured various
expressions and memories of people and
signboards surrounding the food along
with the shape, presentation, and color
of Busan street food through
photography and illustrations.
음식에 관련된 이야기를 풀자면 한이 없겠다. 그러면 오늘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먹고 살 것인가? 우리 부산의 음식은 어떤 특징이 있나? 투박하지만 정감 넘치는 흥의 맛을 가진 부산의 멋을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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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부산! 그 멋진 맛! : 맛깔난 부산음식의 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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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가지의 멋과 맛
네 가지 맛
여기서 우리 지역 부산의 음식을 단순히 주식과
또한, 바다 내음 물씬 풍기는 해산물의 맛을
부식의 조율 혹은 영양학적 관점이나
표현한 <갯가의 맛>, 두고 온 고향 땅의 향수 어린
조리법으로 풀지 않고, 음식에 나타난 미학적·
각양의 향토음식을 떠올리는 <고향의 맛>,
문화적 관점에서 원리를 찾아보고 재해석을
융합과 퓨전, 그리고 혼종을 통한 생각지 못한
시도하였다. 한국의 독특한 미학 용어이기도 한
새롭고 신기한 맛과 느낌의 창의적인
‘멋과 맛’의 연결성이라는 전제 하에 부산의
<의외의 맛>, 담백하고 시원한 부산 특유의
음식을 시각적인 아름다움의 관점에서
미각의 정수인 <아싸리한 맛>이라는 미각의
‘네 가지의 멋’으로, 또 미각적인 맛깔스러움의
기억을 표현한 ‘네 가지 맛’으로 분류하여
관점에서 ‘네 가지의 맛’으로 분류하여
부산 음식에 담긴 문화적 속성을 정리하였다.
정리하였다.
흥의 멋과 맛 네 가지 멋
이러한 분류를 통하여 부산 음식에 담긴
즉, 무심한 듯 수북이 막 썰어 막 담은 듯한
미학적·문화적 속성을 시각적 원리로 풀어내
<무뚝뚝한 멋>, 우리 이웃의 친근한 어머니들인
보려 하였다. 종합하여 한국인 고유의 미의식인
“할매, 아지매, 이모”가 식당명에 유난히 많이
‘흥’이 돋은 ‘풍류적 멋과 맛’의 음식으로
등장하는 <친밀한 멋>, 언제나 생기가 넘치는
재해석하여 부산만의 독특한 미감을 표현하려
도떼기시장으로 대변되는 시끌벅적
하였다. 무질서한 듯한 흥의 맛을 유클리드
<왁자지껄한 멋>, 산과 바다의 다양한 식재료로
기하학적인 질서정연한 맛이라기보다는
늘 풍성함을 보여주는 <다채로운 멋>이라는
프랙탈적인 미학을 지닌 카오스적인 고유
‘네 가지 멋’으로 시각적인 형상을 엮었다.
질서를 가진 맛으로 규정하였다. 이러한 해석을 바탕으로 부산 원도심 시장을 중심으로 발전해온 부산 거리 음식의 모양새, 담음새, 색깔과 함께 그 음식을 둘러싼 사람들과 간판들의 다양한 표정과 기억을 사진과
일러스트레이션의 방식으로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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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의 맛과 멋 The Taste and Style of ‘Heung’ (Korean excite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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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의 맛과 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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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의 맛과 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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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맛과 멋 그리고 추억
작품 사이즈 1,500x3,500x2,000mm 설치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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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맛과 멋 그리고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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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에 얽힌 스토리, 맛 자체가 주는 느낌, 맛을 함께 한 사람들, 맛의 장소 등 부산의 맛에 관해 학생들이 그려낸 다양한 추억을 엮어 매달아 완성해 가는 참여와 공유의 작품으로 기획되었다. 누구나 이 작품에 참여할 수 있으므로 이 공간은 전시기간 동안 점점 더 완성되어갈 예정이다. 소통과 공유의 공간이다. 부산의 무한한 맛과 멋의 추억이나 느낌 또는 전시의 감상문을 이곳에 풀어 걸어 두고 가세요! 이 또한 추억이 될 것입니다. 기획·편집 박수진
일러스트 디자인대학 학생 130명
The taste and style of Busan - and the memories It was planned to be a work of participation and sharing, composed of various memories of students on their experiences related to the tastes of Busan, such as stories behind the taste, impressions received by the taste, people with shared taste, and places for the tasting. This space will become more and more complete during the exhibition period because it is open to participation by the viewers. It is a space of communication and sharing. Feel free to leave your thoughts or notes of appreciations on Busan and its unlimited tastes and styles here! This will also be another memory of your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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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음식의 이미지
부산 음식의 이미지
The Image of Busan Food
콘텐츠는 거의 볼 수 없는 것 같다. 근대도시 부산의
현재 부산의 지역문화상품에는 부산의 맛과 멋에 대한
원도심이었던 중구의 장소성과 역사성의 흔적이 가장 많이 글. 정송이 연구원 편집. 이명희, 정송이 일러스트. 박은주
남아있는 전통시장, 그리고 골목에서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음식의 특징을 시각 정보로 표현해 보고자 엽서와 스티커를 제작하였다. 실제 현장에서 볼 수 있는 부산의 음식 맛, 다채로운 색과 담은 모양들, 음식에 맞게 최적화된 용기와 식도구들, 부산 상인의 친밀한 표정과 장소의 흥취가 담긴 엽서와 스티커를 통해 부산지역의 정서와 식문화의 의미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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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맛과 멋, 그리고 추억 프랑스의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주인공에게 유년시절의 추억과 영감을 떠올리게 해준 것은 조가비 모양의 작은 스펀지케이크 마들렌이었다. 소설 속 주인공 마르셀처럼 과거의 추억이나 기억들을 소환하게 하는 특정 음식이나 향미, 아니면 음식과 관련해서 연상되는 이미지는 무엇인지 학생들과 함께 엽서 크기의 종이에 자유로운 스케치로 옮겨 보았다.
‘부산의 맛과 멋’ 엽서 : 크기 150*100㎜
‘부산의 맛과 멋’ 스티커 : 크기 110*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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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이신애
맛 자체가 주는 느낌, 맛을 함께 했던 사람들, 맛의 장소, 맛에 얽힌 스토리 등 부산의 맛에 관해 학생들이 그려낸 다양한 추억들을 엽서로 엮어 매달아보니 금세 서로 소통하고 공유하는 공간이 만들어졌다. 학생들의 맛과 멋에 대한 경험들, 전시 관람자의 감상을 담은 텍스트가 모여 함께 완성된 이 작품은 친숙한 음식은 미각뿐만 아니라 잠자던 추억을 깨우고, 맛과 멋이라는 주제를 통해 우리는 짧은 시간에 서로가 공감할 수 있는 공통분모를 발견하게 한다. 프루스트의 마들렌처럼 음식 자체는 기억을 되살릴 수 있고, 우리가 어떤 레스토랑에 갈지, 오늘 어떤 식재료를 살지, 오늘 저녁에는 어떤 요리를 할지를 결정해주는 것은 모두 음식의 일러스트 이승록
맛과 풍미에 대한 기억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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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5년 장 안텔름 브리야사바랭(Jean Anthelme Brillat-Savarin)은 고전 『미각의 생리학(The Physiology of Taste)』을 펴냈다. 이 유명한 프랑스 미식가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느끼는 맛과 풍미에 대해 이렇게 썼다. “식탁의 즐거움은 모든 시대, 모든 세대가 공유하는 것이며 모든 나라에서 매일 함께 하는 것이다. 이 즐거움은 일러스트 박은주
다른 즐거움과 함께하며, 그것들을 능가한다. 그리고 기억에 남아 우리를 위로해준다.” 먹고 마시는 행위는 삶의 가장 즐거운 경험 중 하나다. 이런 즐거움에 대한 기억이 사라진다면 도대체 어떤 즐거움이
남을까?17)
* 엽서로 만든 이 설치작품은 <디자인과 표현>, <조형2>, <서베이앤커뮤 니케이션> 교과목을 통해 130명의 학생들이 작품에 참여하였다.
17) 찰스 스펜스, 『왜 맛있을까?』, 어크로스, 2018, p.275
일러스트 노하린
일러스트 홍수진
일러스트 박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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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생각하는 부산 향토음식은 무엇인가요? What is your favorite local food in Busan? 글. 정송이 연구원
<부산의 맛과 멋>기획전시 중 전시장의 스티커 투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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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생각하는 부산 향토음식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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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토음식(鄕土飮食)이란 지역에서 나는 특산물을 이용하여, 독특한 전래 조리법에 따라 만들어지고 지역 주민의 사고방식과 생활양식을 지니고 있는 음식을 말한다.18) 부산은 한국전쟁 시기 피난으로 외부 유입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급성장한 도시라서 사실 앞의 전형적인 향토음식의 정의에 정확히 부합되지는 않는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부산의 고유한 음식문화가 발전되기 어려운 점도 있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특정 인문학적 환경으로 인해 다양한 지역의 조리법을 받아들여 다양한 문화로 재편된 새로운 식문화를 형성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기도 했다. 부산은 고유한 전통음식이 존재하지는 않지만, 부산의 역사와 사회상, 오랜 시간 환경에 의해 길들어져 부산 사람들의 기질을 닮은 향토음식을 만들어 내었다. 18) 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 향토음식(鄕土飮食)의 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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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맛과 멋> 기획전시 중 전시장의 한 섹션으로 스티커 투표판을 설치하여 전시 관람자가 생각하는
당신이 생각하는 부산의 향토음식은 무엇인가요?
부산음식에 연상되는 대로 자유롭게 다중 투표 할 수 있도록 하였다.
no.
이번 투표를 위한 부산 향토음식 선정은 『부산의 향토음식(2009)』, 『부산의 음식 생성과 변화(2010)』, 부산의 맛(국제신문, 2010), 부산의 향토음식(디지털부산문화대전) 등의 참고문헌과 언론보도, 2018년 제15회 부산국제음식박람회 〈부산 향토음식 푸드콘서트〉에서 향토음식 전문패널들을 통해 언급된 음식을 중심으로 선택했으며, 특히 부산의 가장 오래된 원도심이면서 전통시장이 밀집되어 있는 부산 중구를 기반으로 발생된 음식 15가지를 선정하였다.
스티커 투표 결과 전체 552개의 투표 중 20%가 부산의 대표 음식을 돼지국밥(득표수 109개)이라고 답했다. 2위로는 부산어묵 13%(73개), 3위가 밀면 9%(47개)이었다. 그리고 나머지 음식들은 양곱창 8%, 씨앗호떡 7%, 곰장어와 활어회는 6%를 차지했고 나머지 음식들(고갈비· 냉채족발·비빔당면·유부주머니 5%, 빈대떡과 순대 4%, 구포국수와 완당 3%)은 득표수가 간소하게 차이가 났다.
돼지국밥 일러스트 최수정
음식명
1 돼지국밥 2 부산어묵 3 밀면 4 양곱창 5 씨앗호떡 6 곰장어 7 활어회 8 고갈비 9 냉채족발 10 비빔당면 11 유부주머니 12 빈대떡 13 순대 14 구포국수 15 완당
득표 수(개) 비율(%) 109 73 47 42 38 32 31 26 25 25 25 24 21 19 15
20% 13% 9% 8% 7% 6% 6% 5% 5% 5% 5% 4% 4% 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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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생각하는 부산 향토음식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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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표를 가장 많이 받은 돼지국밥은 돼지고기 살코기만 넣어 끓이는 맑은 돼지국이 한국전쟁 이후 이북 이주민들에게 의해 돼지 부산물을 넣기 시작하고, 미군부대에서 나오는 돼지 뼈를 이용해 설렁탕처럼 우려먹게 되면서 오늘날 부산 돼지국밥의 원형이 되었다. 산업화 후에는 장터문화와 섞이면서 돼지고기와 고명을 얹어 먹는 탕반음식 중 하나로 지역의 가장 대중적인 국밥이 되었다. ‘돼지국밥’이라는 제목의 대중가요를 통해 소개되면서 부산하면 돼지국밥이라는 인식이 다른 지역의 젊은이들에게 잘 알려지게
부산어묵
되었고, 최근 중국 TV를 통해 부산 돼지국밥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룬 다큐멘터리나 예능 방송이 여러 번 방영되면서 한국의 중국 유학생들에게는 돼지국밥이 가장 인상적인 부산 음식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 같다.
부산밀면과 부산어묵은 부산이라는 지역명이 붙을 만큼 부산의 특색이 그대로 발현된 음식이다. 밀면은 한국전쟁 당시 원조물자로 들어온 밀가루로 냉면을 대신하여 먹던 대체음식이었고, 부산어묵은 해방이후 일본에서 돌아온 사람들이 부평시장에서 소규모 어묵공장을 처음 세우기 시작하면서 만들어진 음식이다.
이번 스티커 투표는 기획전시회를 통해 소개된 부산의 맛과 멋에 대한 개괄적인 소개, 부산음식의 생성과 문화적 가치, 부산음식의 생성과 관련된 전통시장의 이미지 등을 관람한 부산 향토음식에 대한 전시 관람자의 인식을 간소하게나마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밀면 위, 아래 일러스트 박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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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교수 이명희
6 식문화와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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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문화와 디자인
부산 원도심 시장의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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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Culture and Design
Food contains local sensibility and culture, and basic things are done
according to the natural environment of the area, but it develops and
changes under the influence of history, culture, society, and environmental conditions. Generally, food-related designs can think
of food items or space, but in addition, they can display the value of
their designs in a variety of areas, such as modern people's eating
behaviors that change their daily life culture, group meals, and food
problems for the elderly who live alone.
몇 년 전부터인가 텔레비전을 보기 위해 리모컨을 누르기 시작하면 여러 채널에서 음 식 관련 프로그램이 반드시 등장한다. 그 사이 스타 요리사가 등장하였고, 요리 대결을 벌이기도 하고 먹을거리가 끊임없이 화면을 채운다. 또 그 이름 자체로 브랜드가 된 요 리연구가는 현재도 텔레비전 화면을 종횡무진 활동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활동하고 있 는 먹는 방송 개인 유튜버는 고액의 수입을 자랑하며 공중파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장 식하기도 한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옷과 음식과 집 중에서도 없으면 생명에 위협이 가해지 는 것이 ‘음식’이다. 이렇게 생명 유지를 위한 음식부터 카메라를 앞에 두고 대중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먹는 음식까지, 음식문화를 디자인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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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문화와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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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이 없다면 식문화도 없다? 월간디자인 2011년 4월호에서는 특집 기사로 「식문화를 위한 디자인(Design for Food Culture)」을 다루었다. 전은경 편집장은 ‘디자인이 없다면 식문화도 없다’는 글 에서 푸드 디자이너 마르티 귀세(Marti Guixe)의 인터뷰 내용을 언급했는데, “나는 먹 을 수 있는 디자인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지 요리를 하는 것은 아니다. 푸드디자인은 음 식을 오브젝트로 취급하면서 어떤 기능을 할 수 있는지 해석하는 작업이다.”라고 했다. 마르티 귀세의 푸드디자인 결과로는 ‘오라니엔바움 캔디(oranienbaum_candy)’가 있 는데 이것은 씨앗이 들어있는 오렌지 맛 막대사탕이다. 이 사탕을 다 먹고 난 뒤 입속에 남아 있는 씨앗을 뱉어 버리면, 사탕을 먹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식물을 심는 효과를 기 대한 것이다. 또한 쿠키 위에 브랜드 로고를 찍어 스폰서가 제공하는 음식을 무료로 먹 게 하는 아이디어도 마르티 귀세가 처음 생각해 냈다고 한다. 그는 음식이 매우 큰 소비 를 차지하는 대량 생산품임에도 푸드디자인은 음식관련 디자인 분야에서 아직까지 중 요하게 다루지 않았기 때문에 새로운 영역으로 중요하게 부각될 것이라고 했다. 지금까지 일반적으로 음식관련 디자인을 식기류나 공간 등을 생각 할 수 있지만, 이외 에도 일상생활 문화가 바뀐 현대인의 음식을 먹는 행위나 청소년, 고령화에 따른 홀로 계신 노인분들의 식생활 문제 등 다양한 영역에서 디자인의 가치를 발휘할 수 있을 것 이다.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푸드디자이너 2014년 세계 최초로 네덜란드의 디자인아카데미 아인트호벤(Design Academy Eindhoven)에서 4년제 디자인학부 과정으로 푸드디자인학과가 개설되어 푸드논푸드 디자인(food non food design)이 운영되고 있다. 책임교수를 맡고 있으며 세계 최초 의 이팅(eating)디자이너인 마레이에 보헬장(Marije Vogelzang)은 ‘먹는 행위’를 디자 인한 실험적인 식당 ‘르뤼프(Proef)’를 개장하여 우리의 쌈처럼 다양한 재료 중에서 골 라 모아 각자의 샌드위치를 만들어 먹는 시스템으로 운영했다. 최근에는 지역병원이나 미국의 비만 어린이를 돕기 위한 디자인 등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 행하고 있다. 학생들은 생활 쓰레기, 홈리스나 난민 등 사회적인 문제에 이르기까지 무 방비로 방출되고 외면 받는 대상들을 다양하게 조명하며 이들의 권리와 문제 해결을 촉 구하는 디자인적 방안을 제시하는 과제 전시를 올해 4월에 밀라노 디자인 위크 때 벤투 라람브라테(Ventura Lambrate) 지역에서 선보여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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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먹는지 말해 보아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 주겠다 식문화는 단순히 ‘음식’, ‘먹는다’는 의미를 넘어 인문·사회·문화 등 다양한 영역이 어 우러지는 분야다. 프랑스의 미식평론가 브리야 사바랭(Brillat-Savarin)은 『미식 예찬 (The Physiology of Taste)』에서 “무엇을 먹는지 말해 보아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 주겠다”고 했다. 이는 우리가 소비하는 음식이 우리의 건강상태, 소비 습관, 행동패턴, 생활양식 등을 대변할 수 있는 하나의 지표가 되는 것에 대한 비유적 의미를 함의하고 있다. 이화영 교수는 「한국음식문화에 나타나는 융복합성 일고(一考)」에서 “우리는 음식을 통해 정을 나누고자 하는 의식이 강하며, 간소한 식사와 함께 예절을 중심으로 하는 측 면에서 한국의 식문화는 인본주의적 성격이 강하다.”고 하였다. 인간과 음식의 관계에 있어 자연 친화적이므로 신체 건강에 유리하고, 음식과 음식의 관계에서는 건더기와 함께 국물을 중시하였고 이로 인해 숟가락이 발달하고 숟가락과 젓가락을 함께 쓰는 수 저 문화가 형성되었다고 했다. 우리 음식은 밥을 중심으로 다양한 음식을 한 상에서 맛볼 수 있도록 차려지는데 이를 ‘공간전개형’이라고 한다. 하지만 서양식이나 중국식은 ‘시간전개형’으로 음식이 시간 을 두고 한 가지씩 나온다. 한 상 차려진 우리 음식은 밥을 중심으로 자신이 원하는 대 로 수저를 사용하여 반찬을 골라 먹는다. 이에 비해 시간을 두고 한 가지씩 나오는 음식 은 나오는 대로 먹어야 하는 것처럼 식사의 환경이 다르다. 이렇게 음식은 그 지역의 정 서와 문화를 담고 그 지역의 자연환경에 따라서 기본적인 것이 이루어지지만 역사, 사 회, 환경 조건의 영향을 받으며 발전하고 변화해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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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문화와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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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는 순대를 소금 대신 쌈장에 찍어 먹는다 2012년 ‘서울 사람은 절대 모르는 음식’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인터넷의 인기 검색어 순위에 올랐다. “부산에서는 순대를 소금 대신 막장에 찍어 먹는다.”라는 내용이 화제 가 되어 부산의 일간지에도 기사화가 되었다. 같은 음식이라도 부산에서는 다른 방법 으로 먹는다는 내용으로 밀면, 돼지국밥, 떡오뎅 등 부산의 음식을 소개하고 있다. 부산은 20세기에 들어와 급성장한 도시로 항구 도시의 특성상 내외국인의 출입이 활 발하였고, 6·25 전쟁 시기 피난으로 외부 유입 인구가 많았다. 그로 인해 외래문화의 접촉이 활발하였고 부산의 음식도 변화를 겪었다. 일본 음식이 들어왔고, 전쟁으로 전 국에서 모여든 피란민들의 고향 음식이 부산의 음식을 형성하는데 영향을 미쳤다. 현대의 부산을 상징하는 음식은 ‘활어회’를 꼽을 수 있다. 막 썰어 수북하게 담아 내놓 는, 무뚝뚝하고 조금은 거친 맛이다. 최근에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부산을 상징하는 또 다른 음식인 ‘돼지국밥’과 ‘밀면’을 많이 찾는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이도 중국의 텔레 비전 프로그램 영향이라고 한다. ‘부산을 맛보다’라는 책을 시리즈로 출간하고 있는 박종호 기자는 2011년 발간된 책에 서 부산에 오면 꼭 먹어야 하는 음식으로 익숙한 생선회, 돼지국밥, 밀면, 구포국수, 완 당, 곰장어, 양곱창, 부산어묵, 진주냉면을 소개하였고, 2018년 출간된 두 번째 이야기 에서는 프랑스식, 이태리식, 중국식 등의 음식을 포함하여 외국 유명 요리학교를 졸업 한 셰프들을 소개하며 앞으로 부산이 지향하는 맛은 지역의 재료를 사용한 고급화를 부 산음식의 미래라고 이야기한다. 서민적인 음식부터 고급 음식까지 더욱 다양성을 갖춘 부산 음식문화를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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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문화와 디자인의 만남 최근 몇 년 사이 우리나라에서도 디자인계에서 식문화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015 년 서울대학교에서는 「디자인과 식문화(DESIGN & CULINARY ART)」라는 주제로 컨 퍼런스가 있었다. 요리사 레이먼킴, 브런치 카페 ‘bimbom’ 대표 심사영, 푸드 매거진 라망 편집장 장은실이 참여하여 발표를 하였고, 푸드트럭이 등장하여 다양한 음식을 제공했다. 또한 2016년 설립된 (사)한국식문화디자인협회의 이수연 협회장은 “전통 한식을 현대 적으로 재해석하고, 우리네 상차림에 서양식 테이블 코디네이션을 접목해 혁신을 선보 이고, 단순히 음식을 늘어놓는 상차림보다 주제와 트렌드를 가미한 공간 구성까지 식 문화의 방향성은 실로 무궁무진하며 방대하다.”고 하였다. 부산의 보수동 책방골목에 위치한 충무로 식당을 기반으로 디자인을 전공한 오재민 대 표는 음식을 통해 사회와 소통하는 사회적 기업 ‘키친파이브’를 탄생시켰다. 소셜 브랜 드 개발부터 레시피 개발, 주방용품 디자인 등 기존의 외식산업의 작은 영역에서 새롭 게 변화하는 외식문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업을 위한 키친파이브는 전국의 소상공 인들과 함께 자본주의 프랜차이즈에 대항할 수 있는 소셜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활동들은 아직은 기존의 푸드스타일링이나 식기류, 공간디자인 같은 활 동 이상의 것이 구체적으로 보이지는 않고 있다. 2014년에는 뉴욕타임스지에 야구선수 추신수가 불고기를 들고 있는 한식광고가 실린 적이 있었다. 하지만 현지인들은 “도대체 이 광고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는 등의 혹평을 쏟아냈다고 한다. 사물과 사물의 관계성을 통해 사고하는 우리는 한국 을 대표하는 음식인 불고기를 한국 사람인 야구선수 추신수가 광고하는 것이 자연스럽 지만, 사물과 사물을 범주별로 나누어 사고하는 서양인들은 야구라는 운동과 불고기라 는 음식 두 개의 관련성이 없는 범주가 섞여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이 광고는 현지의 문 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실행하여 실패한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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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적 사고에 의한 식문화 관찰하기 TV프로그램으로 유명한 영국의 제이미 올리버(Jamie Oliver)라는 요리사는 비행청소 년 15명을 모아 요리사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제이미의 주방>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였고, 영국 어린이들이 정크 푸드를 멀리하게 하고 건강한 식습관을 갖게 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하였다. 그는 요리사로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의미 있는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네덜란드 디자인아카데미 아인트호벤의 사례를 참고 할만하다. 디자인적 사고로 ‘먹는 행위’, ‘요리 행위’를 관찰하는 것으로 레시피 개발뿐만 아니라 식탁 위의 문제점, 공간 의 문제점, 더 나아가 식문화에 따른 사회적 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 는 디자인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다. 디자인아카데미 아인트호벤 졸업생 중 한 국인 류지현 디자이너는 ‘냉장고 없는 부엌을 찾아서’를 주제로 『사람의 부엌』을 출간 했다. 수직으로 성장한 ‘파’를 냉장고에 눕혀서 보관하면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여 빨리 시들고 상한다. 그래서 습기가 있는 모레에 수직으로 꼽아 놓으면 오래 보관할 수 있다 고 제안하고 있다. 어느 그린피스의 캠페인을 이끌고 있는 사람은 연간 비닐봉지를 하나도 쓰지 않고 있 다고 한다. 그러면서 이 시대의 불사조, 십장생은 플라스틱이 된다고 하였다. 본래 십장 생이었던 거북이가 플라스틱을 먹고 위가 막혀서 죽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기존의 디 자인 영역에서도 식품 및 재료의 포장을 위한 일회용 플라스틱의 문제를 고민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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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트럭 프로젝트 Food Truck Project 글. 정송이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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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 디자인서포터즈
기술들을 직접 응용·제작해 보고,
프로젝트와 푸드트럭
산업현장에서 필요한 커뮤니케이션
소상공인 생존율 자료에 따르면
역량도 체험하는 기회를 갖는
2008년에 창업한 소상공인 중
프로젝트이다.
2013년까지 활동하는 비율은 29%에
2018년도에는 최근 경기를 반영하여
불과하고, 특히 숙박·음식점업 생존율은
창·폐업률이 가장 심한 외식업을
1년 만에 절반 수준인 55.6%로
중심으로 지역의 음식점 세 곳과
떨어졌다. 푸드트럭은 2014년 8월에
푸드트럭 업체 네 곳이 참여하였다.
푸드트럭 합법화와 규제완화로
이번 프로젝트에는 푸드트럭 업체가
소자본으로 청년의 실업난을 해소할 수
참여하면서 지금까지 상가형태로 점포를
있는 창업 아이템으로 최근
운영해왔던 소상공인과는 달리 무점포
급상승하면서 트럭을 개조한 청년들의
이동형이라는 특징과 함께 음식을
창업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판매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형태의
푸드트럭 역시 1년도 안 돼 1/3 정도가
과제였다.
폐업하고 있다.
소비자가 푸드트럭을 통한 음식 구매의사
소상공인의 경영개선에 있어 디자인이
결정과정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전제로
고려해야 하는 유·무형의 요소들이 있다.
동서대학교 캠퍼스 인근 지역의 소규모
음식업으로서 고려해야 할 음식의 맛과
점포를 선정, 캡스톤디자인 교과목과
외관, 다양성과 같은 음식의 품질뿐만
연계하여 ‘소상공인 디자인 서포터즈
아니라 푸드트럭 외관의 개성적이고
프로젝트’를 진행해 오고 있다.
독특한 연출, 배경음악이나 입체적인
매 2학기마다 진행하여 지금까지
조명효과가 제공되어야 한다.
2016년 11곳, 2017년 8곳, 2018년 7곳
또한 안전하고 위생적인 레이아웃, 주변
업체가 참여하였다.
환경과 시설·행사에 최적화된 물리적
디자인적인 도움이 절실하면서 스스로의
서비스, 종업원의 신속 정확한
서비스혁신이 어려운 소상공인으로
인적서비스, 음식 가격의 경제성과 이용
무엇보다 학생들과 디자인 프로세스의
대기시간의 편리성, 강한 기동성 등 일반
전 과정을 적극적으로 참여할 의지가 있는
음식점과 유사하지만 이 모든 것이
업체를 선정하여 상인들과 함께 디자인을
이벤트나 축제와 같은 행사를 통해
통한 해결방안을 모색 중이다.
제한된 차 내에서 빠르면서도 효율적으로
디자인전공 학생들과 주변 지역의 생계형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소상공인과 유기적인 협업을 통하여 가게 특색이 반영된 스토어 이미지와 서비스 아이디어, 실질적으로 운영에 필요한 디자인을 제작지원하고 있다. 학생들은 학점과 연계하여 학습했던 지식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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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트럭 프로젝트
푸드트럭의 특징 푸드트럭이 다른 고정된 음식점과 구별되는 가장 큰 특징은 유동적인 운영방식을 취하고 있으면서 이동 중인 소비자, 트랜슈머(transumer)에게 음식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푸드트럭은 고객이 대기할 수 있는 장소를 미리 공지하기 1
위해 소셜 미디어나 리얼타임 서비스를 제공하는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하고 있는데, 국내 대부분의 푸드트럭 운영자들은 인지도를 높이고 제품 이미지를 홍보를 위한 수단으로 더 소셜미디어를 사용하고 있다. 푸드트럭의 또 다른 특징은 대중화된 문화를 형성하고 푸드트럭 제조나 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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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정보를 제공받기 위해 푸드트럭 컨설팅 업체를 중심으로 연합하여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각양각색의 독특한 디자인 푸드트럭이 모여 있는 것만으로도 푸드코트가 형성되어 충분한 볼거리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연합의 특성상 서로 중복현상을 피하기 위해 각자 개발한 독특한 스타일과 정체성을 가진 메뉴를 개발되게 된다. 푸드트럭 운영자들은 경쟁력을 갖추고 서로의 중복메뉴를 피하기 위해 시작된 것이 로컬푸드 또는 이국적이거나 독특한 메뉴를 개발 판매하게 되어 새로운 음식에 대한 경험을 제공해 주게 된다.
푸드트럭 주문과정 1_ 아래에 있는 셀프주문서를 작성한다. 2_ 작성한 셀프주문서를 직원에게 전달한다. 3_ 결제를 하고 닭인형 대기표를 받는다. 4_ 번호가 불리면 닭인형 대기표를 주고 음식을 받아간다. 5_ 주문한 음식 받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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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 중인 소비자, 트랜슈머의 등장은
새로운 식문화의 등장
1인 소비 패러다임에 따른 현대 도시민의
이제 레스토랑의 요리도 영양을 제공하는
라이스타일을 배경으로 한다고 할 수
전통적인 기능에서 벗어나 예술적인
있다. 푸드트럭은 소포장 간편
표현을 담는 매개체가 되어가는 추세이고,
식품이지만 밥을 대신하는 간편식이면서,
현재 전 세계의 수많은 최고급 식당과
길거리 음식에 맞게 1회분씩 효율적인
술집의 트렌드는 ‘경험 판매’라고 말하는
소량 포장형태를 취하는, 즉 운반의
사람도 있다. 즉, 현대의 음식소비는 음식
편리함을 갖추고 있으면서 든든하고
자체의 맛과 영양성분과 같은 감각 단서
간편한 싱글 푸드를 제공한다.
보다는 어떠한 주문과정을 거쳐 어떠한 대기과정을 통해 어떠한 비주얼을 가진
푸드트럭은 문화행사에 따라 많은
음식이 소비자에게 어떻게 전달되는가가
소비자가 집결되기 때문에 먹을거리
최종적인 맛 경험을 결정한다는 의미이다.
말고도 다양한 아이템 스토어 또는
이제 맛의 감각은 단순히 맛의 차원이
마켓이 조성되어 구입한 식품을
아니라 훨씬 더 큰 범주의 이야기가
먹으면서 쇼핑이 동시에 이루어지기도
됐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음식을 먹었을
한다. 판매 아이템은 푸드트럭 브랜드
때 즐거움을 기억하는 것은 그 경험이
아이덴티티나 스토리에서 도출되어
좋았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생산된 문화상품이나 관련 물품이다.
경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소상공인을 위한 디자인지원과 전략을
푸드트럭은 살아 움직이는 브랜드이다.
제안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지식기반 사회에서 디자인은 심미적
학생들은 디자인의 역할을 다시 생각해
관점의 차원을 넘어 쓸모 있는 가치와
보고, 그 가치를 현장에서 체험할 수
서비스를 창조하는 커뮤니케이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활동으로 최고의 경쟁력으로 꼽히는
상인들과 함께 식문화 콘텐츠와
성공적인 마케팅 도구이다. 소상공인의
디자인이라는 공통 주제를 가지고 함께
경영개선을 위해서는 가게 특색이
공감하고 연대하는 과정을 통해 단순히
반영된 스토어 이미지와 서비스
음식소비와 판매를 위한 과정이 아닌,
아이디어, 소비자 경험디자인이
각자의 스토리와 브랜딩을 통한 유쾌하고
고려되어야 한다.
새로운 경험 소비를 위한 것이며, 식문화 콘텐츠는 맛과 영양이 다가 아니라 각 서비스 공간에 맞는 고객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시키는 식문화 서비스를
개발해야 함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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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트럭 프로젝트
푸드트럭은 살아 움직이는 브랜드로 브랜드 특색이 반영된 이미지와 소비자 경험디자인이 고려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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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문화 디자인 연구 Design Research on Food Culture 글. 교수 장주영
During the first semester of the second semester of the 2018
대학원 디자인학과의 석박사 학생들이
school year, Master and PhD
2018학년도 제2학기의 한 학기 동안 ‘부
of Design studied together and
민하고 연구해보았다. 부산의 역사·문화
students of the Graduate School
산의 식문화’라는 주제를 가지고 함께 고
studied with the theme of ‘Food
적 전통과 장소성의 맥락 하에 새로운 음
theoretical and practical courses,
역동적인 과정을 탐험해보고자 하였다.
studies with various perspectives
문화적 요소가 스며있는 일상의 식문화
demic research and design pro-
구의 가능성을 탐색해보고자 하였다.
students have also been in-
양한 관점에서 조사와 연구를 진행하여
Culture in Busan’. Through four
식문화를 탄생시키는 퓨전, 융합, 혼종의
We conducted research and
이를 통해 사람들의 생각과 습관, 그리고
in mind and completed the aca-
를 새롭게 인식해보고, 식문화 디자인 연
duction. A number of foreign
4개의 이론 및 실기 교과목을 통하여 다
volved, so We were able to find
학술연구 및 작품 제작의 과정을 거쳤다.
new discoveries about the food
국인의 눈으로 본 부산과 한국의 식문화
foreigners have seen.
을 찾아볼 수 있었다.
interesting interpretations and
다수의 외국인 유학생들도 섞여 있어 외
culture of Busan and Korea that
에 대한 흥미로운 해석과 새로운 발견들
<동아시아디자인 연구> 수강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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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문화 디자인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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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타이포그래피
정보디자인
영상커뮤니케이션
담당교수 : 김수화
담당교수 : 임채연
담당교수 : 김민정
부산과 한국의 음식문화를 중국 유학생
폭넓은 정보와 데이터를 전달하는 디자
텔레비전과 컴퓨터의 발명 그리고 쌍방
들은 어떻게 느꼈을까? 학생들은 고급 타
이너의 역할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정보
향 멀티미디어의 등장은, 정보를 전달하
이포그래피 수업을 통해 이해한 디자인
를 소비하는 사용자에게 효과적으로 전
는 방법에 있어 영상메시지의 역할을 극
지식을 바탕으로 한국과 부산에서의 음
달 가능한 현재 트렌드에 맞는 실용적 디
적으로 변화시켰다. 본 교과목에서는 ‘부
식문화에 대한 경험과 인상을 타이포 포
자인 프로세스와 방법을 익히는 것을 주
산의 맛’을 주제로 중국 유학생들이 브레
스터로 제작하였다.
안점으로 삼았다. 상징(symbol)과 도상
인스토밍을 실시, 이를 통해 선택된 부산
(icon), 지표(index)를 이해하고 주어진
의 대표음식인 ‘돼지국밥’에 대한 자신들
시각적 이미지를 해석하며 자기의 생각
의 생각과 의도를 스토리텔링을 통해 기
과 의도를 시각적 기호로 활용하여 표현
획한 후, 디지털 채널에 배포하여 활용 할
하도록 훈련하였다. 구체적으로 부산 음
수 있도록 영상 매체로 결과물을 도출하
식문화에 관한 각자의 테마를 정해서 인
였다.
포그래픽을 제작하였다.
<고급 타이포그래피> 교과 석박사생의 결과물
<정보디자인> 교과 종강 후 사진
<영상커뮤니케이션> 교과 수업 결과물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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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디자인 연구 New Perspective on East Asian Design 지도교수 : 장주영
주제 한·중·일 삼국 음식문화 연구 : 부산, 칭 다오, 도쿄의 ‘해양음식문화’를 주요 연구 중심으로 구성원 강박, 손로, 차이창, 류슈 연구개요 한 민족의 음식문화는 주로 현지
자인과 식공간 문화의 융합과 발전 의미를 살펴보았다.
주제 한·중·일 상차림에 나타나는 차이점에 관 한 비교 연구
일상의 의식주와 같은 생활문화는 디자
의 지리적 조건에 의해 결정되고, 역사의 변
구성원 채수림, 조다다, 팽자용, 마오우샤
인의 산물로서 이해할 수 있다. 그 가운데
천, 민족의 교류 및 융합에 따라 끊임없이 외
연구개요 음식문화는 한 시대의 민족문화
음식은 생명과 직결되는 영원한 인류의
부 세계와 부딪히면서 다른 민족, 문화의 영
의 특성, 본질을 파악하는데 중요한 콘텐츠
문제지만 영양과 생명을 이어가기 위한
향을 받는다. 본 연구는 한국(부산), 중국(칭
로서 민족 공통의 정체성을 공유하고 구성
기능적인 면을 넘어 지역 음식이 가진 인
다오), 일본(도쿄) 세 개 도시의 ‘해양음식문
원들 사이의 지리적, 혈연적 바탕을 둔 집단
문학적인 의미를 담는 문화적인 관점에
화’에 대해 분석하고, 해양음식문화의 구성
문화이다. 그중에서도 상차림은 그 나라의
서 접근할 때 식도구와 용기, 가구, 상차
요소를 분석 기준으로 삼아 전통과 융합, 두
사회적 요인과 문화적 요인 등에 의해 각 나
림, 식공간 등의 디자인적 표현과 사용자
관점에서 세 도시의 해양음식문화가 문화
라만의 정체성을 가지며 오랜 시간을 거쳐
의 태도나 행동의 유도까지 생각할 수 있
융합 속에서 어떻게 변화하는지 분석하였
형성되어 발전 계승되고 있다. 그렇다면 현
다. 특히 동아시아의 한·중·일은 쌀을 주
다. 이를 통해 앞으로의 해양음식 공간 디자
재의 상차림이 각 나라의 식문화를 어떻게
식으로 젓가락을 사용하는 독특한 식문
인에 이론적 근거를 마련하고자 하였다.
내포하며 각 나라의 전통과 사상을 계승하 고 변모시켜 자국만의 차별성을 드러내는
화를 공유하고 있다. 본 수업에서는 한· 중·일 삼국의 문화 표상으로서의 식문화 를 연구대상으로 삼고, 각 나라, 각 지역 간의 상호비교-상호연쇄-상호혼융의 시 각과 다양한 학문적 관점에서 동아시아
주제 한·중·일 식문화의 차이와 형성 원인 관 련 연구 : 전통 음식 공간 디자인을 중심 으로
가? 본 연구는 이러한 의문점으로부터 시작 되어 상차림에서 나타나는 각 나라만의 차 별성을 알아보기 위해 동양문화를 중심으 로 이루어져 있는 한국, 중국, 일본의 세 국
식문화를 비교분석하고 이해하는 것을 목
구성원 장징위, 천원리, 우리
가로 나누어 각 나라의 상차림 속에서 전통
표로 하였다. 이를 위해 이론에 근거한 체
키워드 음식 문화, 특성, 차이, 형성 원인, 전
과 사상의 원형적인 요소가 어떠한 차이점
계적인 조사연구와 토론을 병행하였다.
통, 공간 디자인
을 나타내며 현재까지 이르고 있는지 살펴
수강생들을 5개 팀으로 구성하여 팀별 토
연구개요 본 연구는 한·중·일 2000년 이후
보고자 하였다.
론을 통한 주제 선정과 리서치 및 발표 등
현대화된 식공간 디자인을 대상으로 하여,
을 진행하였다. 각 팀의 연구 내용은 아래
세 나라의 식문화 특징과 현대 식공간의 디
와 같다.
자인적 특징을 파악하고자 하였다. 선행연 구와 이론적 고찰을 통해 얻어진 건축 외관,
주제 식문화를 바탕으로 한·중·일의 식기 비교 연구 : 밥공기를 연구대상으로
실내 공간, 조명 디자인의 세 가지 방면에서
구성원 이지엔화, 마추화, 왕휘휘, 유천
한·중·일 식공간 디자인을 비교 분석하였
연구개요 식기의 디자인은 한 국가의 역사
다. 이를 통해 분석 결과를 토대로 각 국가
와 발전, 전통문화, 사회생활 양상, 과학 기
의 식문화 공간 디자인의 공통점과 차이점
술, 민족의 풍습, 미학과 같은 다양한 요소
을 도출하였고 다른 문화 배경에서 음식 문
들을 반영한다. 특히 한국, 중국, 일본 3국
화의 상호 교잡한 구체적인 양상과 함께 디
은 고대에부터 오랜 교류를 통해 문화가 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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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문화 디자인 연구
합되어왔다. 오늘까지 이웃 세 나라는 여전 히 동아시아의 여러 측면에서 긴밀한 교류 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음식문화 측면에서 는 3국 모두 쌀을 주요 식량으로 이용하고 있어서 연구대상으로 공기(밥그릇)를 선택 하였다. 한·중·일 3개국의 식문화와 밥공 기의 발전사를 이론적으로 분석하여 음식 문화의 관점에서 밥공기의 재질, 크기, 디 자인 등을 연구했다. 또한 식문화 연구, 식 습관 연구, 밥공기 디자인의 역사, 현대 시 장 현황 조사 등을 통하여 한·중·일 삼국의
<동아시아디자인 연구> 전시 준비 중
밥공기 디자인의 특징과 차이점을 문화 융 합적인 관점에서 비교하였다. 3개 국가의 음식습관이 밥공기의 디자인에 어떠한 영 향을 미쳤는지 분석하고 이를 평가하여 결 론을 도출하였다.
주제 한·중·일 식도구 비교 연구 : 젓가락을 중심으로 구성원 니시루이, 조우단, 조정정, 장이한 연구개요 한·중·일은 동아시아에서 강한 지 역적·문화적 관련성을 보인다. 3국은 모두 젓가락 문화권에 속하며, 젓가락을 사용하 여 음식을 섭취한다. 하지만, 젓가락 형태의 디자인과 문화 예절 측면에서 이들은 다른 특징을 보인다. 본문은 주로 디자인적 측면 에서 차이가 발생한 원인을 분석하고자 한 다. 음식 문화, 생활 습관, 지역적 특징 등 측 면에서 분석을 시작하여 설계의 원인을 파 악하고 한·중·일 간의 횡적 비교를 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세 나라의 문화간 차이와 연 관성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한·중·일 세
나라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자 한다.
교과목조명 <동아시아디자인 연구>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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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전시회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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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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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apshots of the Exhibition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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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의 밤 1_ 지역문화 연구회 팀장 박수진 교수가 기획전시를 소개하는 모습 2_ 소통의 밤 행사 모습 3_ 전시 오픈을 축하하는 모습
2018 아미연 가을 학술대회 포스터 한국의 일상문화1_ 食 <부산의 맛과 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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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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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_ 귀빈에게 작품을 설명하는 모습 5_ 장제국 총장님이 전시에 함께하는 모습 6_ 문화상품 스티커와 엽서를 판매하는 모습 7_ 학생들이 전시를 관람하는 모습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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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apshots of the Exhibition
지역문화 연구회 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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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역의 음식문화를 디자인 관점에서 조명하는 포럼을 진행 1_ <식문화와 디자인의 만남에 대하여> 이명희 교수 2_ <지역 소상공인 활성화를 위한 디자인 지원 프로젝트 사례> 정송이 연구원 3_ 포럼 후 질의하는 학생 4_ 포럼을 진행하고 있는 장주영 소장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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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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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트럭 프로젝트 5_ 소상공인 프로젝트에 참여한 푸드트럭들이 운영하는 모습 6_ 학생들이 디자인한 푸드트럭 문화상품들
가을 학술대회 특강 <음식+문화+디자인> 한국학중앙연구원 주영하 교수 7
8
7_ 엽서와 스티커 문화상품을 살펴보는 주영하 교수 8_ 특강 중인 모습 9_ 특강 후 대학원 석박사생과 함께 단체사진 촬영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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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 지역문화 연구회 글. 교수 박수진
Epilogue : Local Cultural Research Lab Summarizing the results of the exhibition and the research on food culture, we realize that the role designers need to play aesthetically and practically is not only endless but also very important. In this regard, we plan to continue with a more detailed follow-up study of food culture. We hope that our findings are a good motivation and basis for researchers and designers in a variety of fields who want to study food 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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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 지역문화 연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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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아시아미래디자인연구소 가을학술대회는 지역문화 연구회의 주관으로 ‘한국의 일상문화 그 첫 번째로서 식문화 연구 : 부산의 맛과 멋’을 주제로 진행되었다. 본 전시는 식문화 분야가 다양한 측면에서 디자인의 요소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영양학적 또는 조리법의 연구가 대부분이라는 사실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식문화를 미학적, 문화적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이에 디자이너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기획되었다. 부산의 맛과 멋을 한국인의 대표 특성인 ‘흥’과 함께 해석하면서 <갯가의 맛>, <고향의 맛>, <의외의 맛>, <아싸리한 맛> 등 4개의 맛과 <무뚝뚝한 멋>, <친밀한 멋>, <왁자지껄한 멋>, <다채로운 멋> 등 4개의 멋으로 분류하여 부산 음식에 담긴 문화적 속성을 풀어내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부산 원도심의 시장과 음식 그리고 사람들이 각각의 작품으로 재해석되었다. 부산의 오랜 역사를 함께 하면서 부산 음식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변화가 공존하는 부산 원도심시장의 음식지도와 국제시장, 부평깡통시장, 자갈치시장의 풍경 그리고 시장을 움직이는 사람들의 표정과 음식으로 보는 부산의 색, 간판들이 보여주는 언어경관 등이 바로 그들이다. 그 외에 다양한 수업의 연구 결과물들과 관람객들의 참여로 이루어지는 작품 등이 함께 전시되었다. 또한 디자인 팩토리는 다소 거칠고 자유로운 시장이라는 주제를 표현하기에 적절한 공간이 되어주었고, 흥미로운 전시기획을 가능하게 했으며, 공간의 구조와 관람 풍경까지도 전시의 일부로 기획하게 하였다. 본 전시와 연구결과를 아우르며, 식문화에 있어 미학적인 관점에서 그리고 실천적인 관점에서 디자이너들이 해야 할 역할이 무궁무진할 뿐 아니라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에 지속적으로 식문화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후속 연구를 진행해 나갈 것을 계획하면서 우리의 결과물들이 식문화를 연구하고자 하는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과 디자이너들에게 훌륭한 동력과 밑거름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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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일상문화1 _ 食 : 부산의 맛과 멋 Korean Daily Culture 1_ Food : The Taste and Style of Busan
발행일 2019. 3. 2. 발행인 장주영 발행처 동서대학교 아시아미래디자인연구소 편집위원장 장주영 편집위원 이명희, 김수화, 박수진, 허주희, 정송이 연락처 부산시 사상구 주례로 47 동서대학교 뉴밀레니엄관 701호 아시아미래디자인연구소 051)320-4833 메일 adcfdsu@gdsu.dongseo.ac.kr 홈페이지 http://uni.dongseo.ac.kr/adcf http://cafe.naver.com/adcfds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