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37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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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행복해지는 공간 숍인숍 스타일 로스터리카페 Cafe 37.2 Editor 김성환 Photo 송승현

대한민국에서 카페의 붐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미 한 집 걸러 카페라는 말은 일상적인 상투어처럼 들린다. 그러다 보니 카페의 입장에서는 자신만의 색깔을 갖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커피라는 아이템 하나만으로는 고객에게 어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미 스타벅스 같은 대형 브랜드에서는 자신을 홍보하기 위한 방편으로 MD 상품을 수시로 출시하고 있다. 물론 일반 카페 매장의 경우는 MD 상품을 만들더라도 스타벅스만큼의 효과를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자신만의 독특한 아이템을 가진 카페들은 고유한 색깔 을 부각시킨 독창적인 마케팅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경쟁이 치열할수록 차별화가 중요하고, 자신을 부각시키기 위한 방편을 찾는 일이 승패를 가름한다. 이미 수많은 아이템이 등장했고, 여러 새로운 시도가 선을 보이고 있다. 그중 숍인숍 형태의 매장 운영은 크게 새로울 것 없는 아이템이지만 이런 방법을 통해서 자신의 색깔을 가 장 확실하게 드러내는 곳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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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가장 행복해지는 온도, 37.2℃

다.

안산에 자리를 잡고 있는 ‘Cafe 37.2’는 사람의 마음이 가장 행복

그리고 3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다. 이제 김선일 대표는 바리스타

한 온도라는 37.2℃를 카페 이름으로 사용한 숍인숍 형태의 카페

는 물론 로스팅에서도 전문가라고 할만큼 충분한 경험과 실력을

다. 원래 의류와 액세서리류를 수입해서 판매하던 김선일, 김현식

갖추게 되었다. 산만한 덩치에 어깨까지 늘어뜨린 긴 머리를 한 김

대표는 안산에 새로이 매장을 오픈하면서 시쳇말로 ‘아무 생각 없

선일 대표는 언뜻 보기에 90년대 헤비메탈 그룹의 드러머 같은 인

이’ 카페를 론칭했다. 매장의 층고가 너무 높아 미니 2층 형태로 2

상을 풍긴다. 평소에도 각종 액세서리를 착용하고 할리데이비슨을

층을 올리면서 그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까 고민하다 불현듯 떠오

즐기는 그가 앞치마를 두르고 해맑은 표정으로 손님을 맞거나 로

른 생각에 쉽게 결정을 내린 것이다.

스터 앞에서 진지하게 로스팅을 하는 모습은 역설적인 귀여운 매

하지만 카페를 운영하는 것이 어디 그렇게 호락호락한 일이던가?

력을 발산한다.

전문 바리스타를 고용하고 매장 한 켠에 카페를 오픈했지만 멋지 게 실패했다. 커피에 무지해 남의 손에 모든 것을 맡기고 있다 보

카페를 취미로 하겠나

니 운영이 순탄할 수 없던 것이다. 어차피 자신의 공간에 만든 카

카페 37.2에서는 로스터리 카페면서도 요즘 유행하는 스페셜티커

페였기 때문에 큰 손해를 입지는 않았지만 카페를 운영하는 일이

피를 취급하지 않는다. 그래서 특별히 스페셜티커피를 로스팅해

결코 쉬운 것이 아니라는 경험치를 얻었다.

서 팔지 않는 이유를 물었다. 대답은 간단했다. 결국 카페도 수익

직접 카페를 운영하기로 마음먹었지만, 커피가 워낙 핫한 아이템

을 위해서 운영을 하는 것이지 취미활동을 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

이다 보니 손님 중에는 커피전문가 만큼 지식이 많은 사람도 한둘

이다. 즉, 카페 37.2가 자리한 지역에는 스페셜티커피를 찾는 손님

이 아니었다. 명색이 카페 주인인데, 손님만큼도 커피를 모르니 역

의 층도 두텁지 않을뿐더러 카페의 콘셉트 자체가 커피로만 승부

시 장사가 될 리가 없었다. 그래서 남편인 김선일 대표가 직접 커

하는 것이 아니라 숍인숍 형태의 카페로서 의류·액세서리 매장과

피를 배우기로 했다. 작정하고 바리스타가 되었고, 커피를 배우며

서로 상생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의류나 액세서리를 구매

카페를 운영하는 동안 점점 커피의 매력에 푹 빠져들었다. 늦게 배

하기 위해 매장을 찾은 손님이 테이크 아웃으로 커피를 한 잔 마시

운 도둑질이 밤새는 줄 모른다고, 커피에 재미가 붙은 김선일 대표

며 쇼핑을 하거나, 커피를 마시기 위해 카페를 찾은 손님이 액세서

는 로스팅에도 욕심을 냈다. 여러 곳을 전전하며 로스팅을 배웠지

리를 구매하는 효과를 얻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굳이 비

만 어설픈 것이 싫어 매장에는 로스팅 전문가를 따로 두었다. 오즈

싼 가격의 스페셜티커피보다는 적정한 가격의 맛있는 커피가 필요

터크(Ozturk) 1.5Kg짜리 로스터를 사용하는 매장에서 로스팅을

하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전문으로 하는 직원을 따로 둔 것은 비전문가의 손에서는 절대 제

김 대표는 직원들 중 로스팅을 배우길 원하는 사람이 있으면 흔쾌

대로 된 맛이 만들어질 수 없다는 것을 절실하게 깨달았기 때문이

히 로스팅을 가르치고 직접 교육한다. 그러다 보니 카페 37.2에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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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직원들 모두가 어느 정도 로스팅에 익숙하다.

다. 실제 카페 37.2에서는 의류를 제외한 액세서리 장신구의 마진

이는 처음 카페를 시작하면서 얻은 경험을 통해 커피전문점을 운

만으로도 카페 매장 수익의 절반 이상을 얻고 있다. 물론 여기에

영하는 사람으로서, 손님을 상대하는 바리스타로서 자격과 자존

는 오랫동안 의류와 액세서리를 수입·판매해온 김선일, 김현식 부

심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직원 역시 전문

부의 안목과 노하우가 바탕이 되었다. 주로 이탈리아와 홍콩에서

적인 실력을 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관심이 있으면 가르치고 이

물건을 직접 들여오는 이들의 상품은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아이

를 통해 카페 37.2의 퀄리티는 올라가는 것이다.

템일 뿐만 아니라 가격적인 메리트도 충분해서 스스로의 경쟁력을 갖추는데 부족함이 전혀 없다. 일회성이나 유행을 타는 MD 상품

유니크한 의류와 액세서리에 커피를 더하다

과는 전혀 다른 성격을 지니는 것이다.

37.2 브랜드의 시작은 의류 편집숍이었다. 20년 이상 의류를 수입 하고 판매하면서 서울, 경기, 강원에 체인으로 내준 매장만 20여

어떤 제품이든 경쟁력이 필요하다

곳이 넘는다. 이렇게 의류와 액세서리를 주로 판매하는 편집숍에

김선일 대표는 의류나 액세서리 혹은 커피조차도 사업을 하는 입

서 카페를 숍인숍으로 만든 것은 순전히 편집숍을 찾는 고객을 위

장이라면 결국 경쟁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경쟁력이라는 것은

한 일종의 서브 아이템이었다. 하지만 시행착오를 겪으며 전문적인

결국 팔리는 물건을 준비하는 것인데, 카페의 경우도 내가 팔고 싶

카페를 운영하게 되자 카페와 편집숍은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여건

은 것을 파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것을 팔아야 한다는 것

이 잘 맞아 떨어졌다.

이다. 일반 카페에서 커피용품이나 커피잔 같은 MD 상품만으로

마진율만 따진다면 커피의 마진율이 더 높겠지만 실제 수익을 따

매출을 만들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가장 활발하게 MD

지면 의류나 액세서리의 수익이 훨씬 크다. 그렇기 때문에 커피를

상품이 판매되는 스타벅스의 경우도 MD 상품 판매로 얻는 수익

마시러 온 고객이 바 한 켠에 진열된 액세서리를 하나라도 구매한

률은 20%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일반 카페의 경우는

다면 커피 몇 잔을 팔아야 얻을 수 있는 수익이 한 번에 만들어진

결국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상품을 준비하는 것이 중요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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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그 카페가 가진 고유한 색깔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가질

데, 카페의 현실적인 어려움은 그런 여건을 맞추기가 결코 쉽지 않

수밖에 없다.

다는 것이다. 하다못해 카페 37.2와 같은 편집숍을 병행하고 싶어

커피로 승부하는 카페의 경우는 스페셜티 커피를 비롯한 커피 자

도 그 분야에 경험과 지식이 전무한 대부분의 카페들은 접근이 쉽

체를 상품으로 구매하기 위한 손님이 주를 이룰 것이고, 카페 37.2

지 않다.

같은 경우는 커피 자체보다는 의류와 액세서리가 상품이 될 것이

카페 37.2의 김현식 대표는 카페마다 분명 죽어 있는 공간이 조금

다. 그리고 자신의 색깔에 맞는 상품의 판매 전략이 필요한데, 김

이라도 있을 것인데 이런 공간을 활용하든지 아니면 작은 공간에

대표는 손님의 연령대를 비롯한 타깃을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주얼리 상품 등을 판매하는 시도는 누구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고 강조한다. 카페에서 액세서리를 판매하더라도 카페의 입지에

조심스럽게 말한다.

따라 구비하는 액세서리는 당연히 달라야 하기 때문이다. 동네카

옷은 철이 바뀌면 재고가 되지만 액세서리류는 재고에 부담이 크

페와 대학가 주변의 카페에서 판매하는 상품은 달라야 한다는 것

지 않다. 유행이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기 때문이고 유행을 타지

은 초등학생도 아는 상식이지만, 일반적인 경우 실제 제품에서 그

않는 아이템을 선별한다면 재고 부담은 크게 줄어든다. 더구나 초

차이를 구별하는 사람은 드물다. 어떤 상품이 자신의 입지에 맞는

기 물량을 사입하는 데도 큰돈이 들지 않는다. 오히려 처음부터

지에 대한 안목을 갖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크게 시작하기보다는 적은 양을 준비한 후 반응을 보면서 조금씩 진행해 본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게 되고 팔

카페의 경쟁력을 높이고 싶은 생각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하지만

리는 물건에 대한 안목을 키울 수 있다고 조언한다. Coffee&Tea

내가 운영하는 카페의 경쟁력을 무엇으로 어떻게 높일 것인가를 결정하기는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031-432-3720

단순히 트렌드를 쫓아가기만 한다면 절대 성공적인 카페 운영을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사동 1516-5

할 수 없다. 반드시 남들과 다른 시선, 남들과 다른 생각이 필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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