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단 신도시 청마마을
사진 박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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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끌벅적, 동네에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이야기를 퍼트리던 슈퍼맨이라도 있는지 윗 동네, 아랫 동네 모르던 이가 없었다. 그 작은 마을은 항상 시끄러웠다. 동네 아줌마들이 모여 깔깔대던 소리, 그 옆에 땅따먹기를 하며 흙 묻은 발을 구르던 아이들, 탁탁! 지칠줄 모르고 밤새 화투를 즐기던 아줌마와 아저씨들, 밤이 되면 여느 집에서 들려오는 부부싸움, 그 소란에 짖어대던 개들까지
어느 날, 그 마을을 불러오던 촌스러운 이름 '청마마을'이 본의아니게 새로운 이름으로 바뀐다. '검단 신도시' 이 멋진 이름만 남겨두고 하루 몇 십년, 정을 나누며 마을을 채워가던 소란스러움은 잦아들었다.
2011년 겨울, 약속이라도 한 듯 자신의 살길을 찾아 뿔뿔히 흩어진다. 그렇게 조용해진 신도시는 버려짐에 자연스럽게 변화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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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시의 모습을 갖추기 위해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청마마을은 산으로 둘러쌓여 있었다. 산으로 통하는 길은 마을 사람들의 발걸음이 만들어놓은 탓에 많이 있었지만 나는 우리 아랫집의 좁은 길을 애용하였다. 할머니의 가방 속에는 빈 페트병 두 개가 있고 나와 광석이는 할머니를 따라갔다. 할머니가 주는 간식을 먹으며 따라가다 보면 졸졸졸 약숫물이 흐르는 곳에 도착한다. 모기에 물리며 그 물을 받고 오는 길은 나의 배도 부르고 할머니 가방도 불러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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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저 높은 박스에 사는 친구들이 부러웠다. 우리 집은 언제 아파트로 이사가는 지 물어봤다. 매년 아빠는 내년에 아파트로 이사를 갈거라고 날 속여왔다. 그리고 매년 기대를 했다. 엄마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조금씩 커가면서 나는 우리 집의 실세가 누구인지 느낄 수 있었고 아빠의 허풍을 우리 아빠의 성격으로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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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집으로 올라가는 길은 나에게 너무 가파라서 항상 힘들었다. 가끔씩 가는 길이 너무 힘들어 말동무가 필요하면 저 아래에서 우리집 강아지 해피를 부른다. 그 작은 소리를 어떻게 듣고 우리집 해피는 날 찾아온다. 저 길을 내려오는 해피는 꼬리를 흔드는 바람에 통통한 엉덩이까지 흔들리며 우리집 보다 미리 날 맞이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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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는 부부싸움도 잦았다. 밤이 되면 소리치고 깨뜨리고 자신의 힘을 과시하는 것처럼 온 동네가 시끄럽게 소란을 피웠다. 그럼 엄마와 집 밖으로 나와서 마당에 쪼그려 앉아 동네 소란에 귀를 기울인다. 그 난리에 개들은 짖어대다가도 익숙해지면 조용해진다. 들리는 소리가 사라지면 나와 엄마도 집으로 들어간다. 아침에 일어나면 항상 그 싸움의 흔적은 정리되어 있었다. 그때도 지금도 이해는 가지 않지만 그렇게 많이 싸우고도 서로 헤어지는 집은 하나도 없었다. 내가 결혼을 하게 된다면 이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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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리 동네의 꼭대기에 서있다. 나는 꼭대기 집의 할아버지 할머니가 좋았다. 그 분들은 영화 'up'에 나오는 부부처럼 항상 인자한 미소와 부부금슬을 보여주셨다. 꼭대기 할머니는 우리 집에서 다과와 TV를 즐기셨고, 꼭대기 할아버지는 자주 우리아빠와 장기를 두곤했다. 그럼 거실에서는 할머니, 아빠 방에서는 흥분한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내 방으로 새어들어왔다.
청마마을이 사라지면서 두 분도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하셨다. 새로운 집의 계단이 높다고 하셨는데 겨울이 되면 가끔씩 두 분이 걱정 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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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sun Park
Nonfiction_Photo book Dept. of Design, Hankyong National Univers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