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 Oreum 1st, 20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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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오름

201712 No.1

이 달의 Theme: 퇴사


글 순서

1. 목 밑 인터뷰 2. 어느 퇴사 중독자의 이야기 3. 미리미리 준비하자, 자소서 글쓰기 특강 4. 퇴사 숟가락, ‘현대옥’ at 가산디지털단지 5. 사직서 내기 전 알아야 할 자산관리 6.

누군가는 가지고 있을 한 권! - 절판된 책을 찾아서 『여자를 바꾸는 5 분 혁명』 가미오오카 도메

7.

인스타에서 만난 세상

8.

살랑살랑 혼자 가는 산

9.

구름 그린 그림


편집자입니다 😊 월간 <오름>을 만든 우리는 모두 한 길에서 만났습니다. 낮이 밤이고 밤이 낮인, 불철주야 열일하는 회사에서 함께

일했고, 사람

밑에

사람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며

씁쓸하게

일했습니다. 우울한 옛 기억을 극복하고, 우리는 앞으로도 함께 일하려고 합니다. 자유롭게 말하고, 아름답게 행동하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엔 따듯한 온기가 가득하단 사실을 세상에 일깨우면서 함께 쓰고 만들려고 합니다. 예전의 기억을 떠올리면서, 월간 <오름> 첫 호 테마는 ‘퇴사’로 선택했습니다. 퇴사할 때 느꼈던 감정, 퇴사하기 전 맛있게 먹었던 음식 그리고 밥 먹듯 퇴사를 즐겨(?)하는 누군가의 이야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보려 했습니다. 우리 스스로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몇 발자국 떨어진 곳에 있는 당신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2017 년 12 월, 월간 <오름>의 첫 이야기. 시작합니다 😊


목 밑 인터뷰

인터뷰이의 인권을 보호하며, 목 아래 쌓인 이야기를 들어보는 목 밑 인터뷰. 외국에서 4 년간 일하다, 이직에서 한국으로 온 지 한 달 만에 저녁 있는 삶을 위해 퇴사. 교정직 공무원이 된 친구, 나무늘보(별명)를 만났다. 글 장성훈

Q: 소개를 부탁한다. A: 대기업에서 두 번 퇴사하고 교정직 공무원으로 일하는 나무늘보다.

Q: 전 직장 생활은 어땠나? A: 4 년을 경영지원 팀에서 일했다. 영업, 서비스, 생산 등 각 부서 자료를 취합해 실적을 분석 하는 업무를 했다. 매출 결과에 따라 공과 사를 따져야 했는데 매번 전쟁이었다. 직급도 낮고 사수도 없어 보고서 쓸 때마다 부서 담당자가 찾아와 불만을 표시했다. 주말에도 출근해 엑셀만 쳐다봤다.

Q: 언제 퇴사를 생각했나? A: 입사하고 바로. 그래도 한참 견디다 2 년차 때 퇴사한다고 말했다. 일을 못해서 팀에 피해를 끼친다는 생각에 그만두고 싶었다. 잘 할 자신도 없었다. 좀 더 버티면 괜찮아질 거라 생각하며 회사생활에 적응했다고 생각할 때 였다. 부서 부장님을 보곤 마음이 또 바뀌었다. 부장님은 각 부서 담당자나 출장자와 매일 술자리를 가졌다. 주말도 없이 마시고 일찍 출근해 업무를 하는데, 난 그렇게는 못살겠다 싶었다.


Q: 퇴사를 두 번 경험했다. 퇴사 할 때 준비해야 할 것이 있다면? 이직을 잘 하려면 내 능력을 잘 포장하고 협상을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 구인 회사에 관한 정보는 물론이고 능력 있는 헤드 헌터도 필요하다. 참, 회사에 들키기 않는 것도 중요하다. 혹시 공무원을 준비한다면 시험 준비 기간과 비용을 미리 고민해야 한다. 어떤 강의를 들을지, 어디서 공부 할지 미리 계획하고, 수험생 생활이 내게 맞을지 미리 경험해 둘 필요가 있다. 나의 경우 응원해주는 여자친구가 있었는데 덕분에 합격에 대한 압박감이 생겨서 도움이 많이 됐다.

Q: 공부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A: 돈이다. 일하면서 번 돈은 집을 구입하는데 사용해 여유자금이 부족했다. 1 년 정도 준비하며 인강에 약 60 만원 썼고, 회사 다니면서 가입해 둔 월 30 만원정도의 보험료도 부담스러웠다. 주변 경조사에 시간을 내는 것도, 경조사비를 내는 부담도 컸다. 수입 없이 지출만 있다 보니 통장잔고가 늘 걱정됐다.

Q: 지금 교정직 생활은 만족하나? A: 2 년 정도 일했는데 매우 만족한다. 퇴사하길 잘했다. 입사 후 처음으로 일하는 게 행복하다. 교대 근무라 쉬는 시간도 많고, 무엇보다 정해진 시간에 퇴근해 계획한 일을 할 수 있는 게 좋다. 탁구도 배우고, 등산도 하고, 보고 싶은 TV 나 만화책도 볼 수 있다. 업무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적고, 단순 노동이 많다. 주민센터, 구청에서 일하는 공무원은 민원인에게 받는 스트레스가 많지만 교정직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힘든 점을 꼽으면 사무실에 내 자리가 없고, 정해진 업무도 없다는 것 정도? 출근하면 근무 장소를 배치 받아 인력사무실 느낌도 든다.

Q: 퇴사하고 공무원 시험 치는 사람이 왜 많은 거 같은가? A: 회사는 실적도 맞추고, 승진도 해야 하니 계속적으로 자기계발을 해야 한다. 경쟁도 치열하다. 남들보다 실적이 저조하거나, 진급이 늦어지면 초조하다. 퇴사 이유도 더 이상 진급 못해서 아닌가. 하지만 공무원은 사고만 없으면 실적, 고과에 상관 없이 남들처럼 진급하고 안정적인 연봉을 받으며 정년까지 일할 수 있다.

Q: 공무원 이직 준비하는 사람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A: 안정적인 걸 좋아하고, 일의 성과에서 얻는 즐거움보다, 퇴근 후 삶을 즐기고 싶은 사람이라면 과감하게 도전해봐도 좋다. 경쟁을 즐기고, 도전정신이 강한 사람은 합격하고 그만두기도 하더라.

‘내가 이런 일

하려고 대학 나오고, 시험준비 했나’라고 생각할 정도의 단순한 업무가 많아서 그런 것 같다. 무작정 도전하기 보다 자신의 성향을 잘 파악해야 한다.


어느 퇴사중독자의 이야기

글 박구름 “이번 달 까지만 하고 싶습니다." 이 말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모르겠다.

"넌 참 그만두기도 잘 그만두고, 새로 구하기도 잘 구한다." 는 말도 얼마나 많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그 때는 그게 능력이라 생각했다. 더 나은 조건이 생기면 갈아타는 것. 더 재미있는 일이 생기면 냅다 내팽개치고 새로운 일에 뛰어드는 것. 어디선가 돈을 좀 더 주겠다고 연락 오면 옮겼고, 오너(Owner)의 부당한 행동을 볼 때면 '이런 사람 밑에서 일하는 건 용납할 수 없어!'라며 일을 그만 두었다. 그게 맞다 생각했고, 갑질하는 갑을 한 방 먹였다는(?) 혼자만의 쾌감도 느꼈다. 물론 일하겠단 사람이 넘쳐나는 인력시장에서 내가 그만뒀다고 그가 진짜로 '한 방'을 먹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하는 데에 싫증을 잘 냈던 나는, 이윽고 그만 두는 데에도 싫증이 나 버렸다. 사실 "그만하겠습니다"라고 말을 할 때는 쾌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또 그만두고 말았다', '내가 그만두면 다시 후임자를 찾아야 할 텐데'라는 죄책감도 있었고, '나는 도대체 매번 왜 이런 식인가'하는 자책감도 있었다. 갑자기 그러면 어쩌냐는 관리자의 표정을 볼 때마다 불편했고, 그 이후의 재직기간은 늘 가시방석이었다. 그만 두는 건, 그 말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다른 사람으로 대체되기 전까지 '우리 곁을 떠나기로 결정한 사람'으로 동료들 앞에 서 있어야 하고, 회사에서 정을 붙였던 모든 생물, 무생물과 이별하는 과정도 겪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퇴근하는 그 순간까지 가시밭길을 걸어야 한다.

그래서 그만 두는 것을 그만두기로 결정했다. 다른 이와 이별하고, 나 자신을 미워하게 되는 일 따위, 그만두기로 했다. 그 결심을 한지 반 년. 결심은 어느 정도 지켜지고 있다. 단, 그만두지 않으려고 하다 보니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었다는 게 아이러니. 시작한 게 없으니 그만둔 것도 없다.

한 번은 예전에 일하던 곳에서 ‘다시 함께 일하지 않겠냐’ 는 제의가 왔다. 한참의 백수 생활을 청산할 좋을 기회였지만 금세 퇴사할 것이 뻔 하므로 내 대답은 당연히 No. 제안을 거절한 순간, 퇴사의 순간과 동일한 여러 감정이 몰려왔다. ‘그래. 기껏 전화했는데, 너는 우리와 함께 가지 않겠다는 거지? 서운하네.’ 라는 상대의 뉘앙스. ‘퇴사를 퇴근처럼 생각하는 네가, 전화해서 함께 하자고 말하는 사람의 마음을 배려하겠니? 건방지네.’ 와 같은 나 자신의 자책감.

뭐야. 이 찝찝한 기분은. 퇴사를 쉽게 생각한 건 분명 나의 문제가 맞다. 하지만 이번엔 일을 그만 둔 것도 아닌데, 비슷한 기분이 드는 건 뭣 때문이었을까. ‘퇴사’라는 어마어마한 행위보단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가 끝나는 데에서 오는 감정인 걸까.

“좋은 이별은 없다.” 이별은 연인 사이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을 그만둔다는 것은 그 일에 관련된 많은 사람들과 이별하는 일이다. 먹고 살 돈을 벌고, 일을 하며 보람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일 안에서 관계를 맺는 사람들도 중요하다. 대부분은 얄밉고, 이상한(?) 사람들 이지만 가끔씩 만나게 되는 소중한 인연. 그 인연을 잘라내는 일이 퇴사다. 내 곁을 떠나겠다는 이를 어떻게 좋은 마음으로 다시 볼 수 있겠는가.

‘시작한 일을 그만두지 않겠다!’라는 결심은 나를 퇴사 중독에서 벗어나도록 하지 못했다. 대신, ‘사람과 인연을 좀 더 소중히 생각하겠다!’라는 결심이 나를 퇴사 중독에서 구하는 중이다.


미리미리 준비하자

훌륭한 자소서를 위한 글쓰기 체크포인트 1 글쓰기 기본 중의 기본, 맞춤법! 글 편집부

“자기야. 나 회사 지금 끈났는데. 지금 대리러 오면 안되?” “제가 생각할 땐 이 프로젝트엔 제가 재시한 솔루션을 도입하는 게 재일 효율적입니다.” “이번엔꼭약속지킬께 2 시에여의도공원에서꼭만나”

맞춤법을 지키지 않아도 뜻은 통한다. 하지만 그 글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감정은 문법이 맞는지 틀린지에 따라 달라진다. 맞춤법이나 띄어쓰기가 잘 못된 글은 신뢰가 떨어진다. ‘기본도 모르면서 무슨 얘기를 하겠다는 거야?’라는 고정관념 때문에 정성껏 쓴 내 카톡 메시지나, 자소서가 왜곡되어 전달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히’, ‘오해없이’ 전달하는 것. 글을 쓰는 기술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맞춤법과 띄어쓰기 규칙을 지키는 것이다.

“우리도 그냥 영어를 쓰면 좋겠어요. 그럼 맞춤법 고민하지 않아도 될텐데.” “그래. 그럼 자소서도 영어로 쓰면 되겠네. 쉽겠다, 그치?”


맞춤법, 나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맞춤법 공부할 때 참고할 책 ‘맞춤법 그 까짓 거. 학교 다닐 때 다 배웠는데 뭐.’하는

『긴가민가할 때 펼쳐 보는 바른말 사전』

당신을 위해 준비했다. 맞춤법 테스트! 여규병 (엮은이)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12-09-15 | 초판출간 2010 년 # 다음(

)안의 낱말 중 알맞은 것을 찾아

체크해보세요.

어문교열기자가 쓴 바른 말 사전이다. ‘웬지’를 쓸지, ‘왠지’를 쓸지

1. (넉넉지/넉넉치) 못한 형편이지만, 너희들 공부는 꼭 시킬거야. 2. 시골 (외갓집/외갓집)을 갈 때마다 눈이 온다. 3. 휴대폰을 보며 친구를 (느긋이/느긋히) 기다리고 있었다.

고민된다면 찾아보자. ‘웬지’로 찾았더니 있다! 그럼 그건 틀린 단어다. 옆에 상세히 쓰여 있다. ‘웬지’가 아니고 ‘왠지’입니다라고. 내가 쓰는 단어가 바른지 체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이 책을 활용하는 것이다.

4. (히죽거리며/히죽대며) 걸어가는 꼴이 보기 싫었다. 5. 흡연을 (삼가/삼가해) 주십시오.

『열린책들 편집매뉴얼(2017)』 열린책들 편집부 (지은이) | 열린책들 |

# 다음 문장을 띄어쓰기에 맞게 고쳐보세요.

2017-02-25

1. 그사람이야더할나위없이좋다.

도서출판 ‘열린책들’에서 실무

2. 넌이옷을입어라. 3. 그는꿀먹은벙어리처럼아무말도못했다. 4. 좋아,어디한번해보자.

편집자들을 위해 만든 책. 단행본이 출간 될 때는 편집자들이 원고를 교정하는 과정이 있다. 맞춤법에 맞게 표현하고 어법에 맞게 문장을 재구성한다. 그 업무를 위한 가이드라인 같은 책.

5. 그두사람은하나에서열까지사사건건마찰을일으킨다.

정답 [맞춤법] 1. 넉넉지, 2. 외갓집, 3. 느긋이, 4. 히죽거리며,

『100 명 중 98 명이 틀리는 한글 맞춤법』 김남미 (지은이) | 나무의철학 | 2013-

히죽대며 둘 다 맞음., 5. 삼가

10-15

[띄어쓰기] 1. 그 사람이야 더 할 나위 없이 좋다. 2. 넌 이

상세한 예를 들어 맞춤법을 설명하는

옷을 입어라. 3. 그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말도

책. 평소 자주쓰는 웬지/왠지,

못했다. 4. 좋아, 어디 한번 해 보자. 5. 그 두 사람은

되다/돼다, 재털이/재떨이 등과 같이

하나에서 열까지 사사건건 마찰을 일으킨다.

헷갈리는 단어를 제시하여 올바른

▶ 띄어쓰기는 글을 읽는 대상의 연령이나 공식 표기에

표현을 배울 수 있게 한다. 현재는 후속 도서 『100 명 중

따라 달리하는 경우도 있다.

98 명이 헷갈리는 우리 말 우리 문장』도 출시되었다.


퇴사 숟가락 퇴사하며 다시는 이 회사 근처로 오지 않으리 다짐했지만, 한번쯤 들리고 싶은 추억의 식당 어머니보다 아침을 많이 챙겨 준 ‘현대옥’ at 가산디지털단지 글 장성훈 많이도 마셨다. 내가 마신 소주가 많을까, 콩나물 국밥의 국물이 많을까. 바이어 접대에 술 좋아하는 팀장에, 힘들다고 위로해 달라는 동기까지. 매일이 술판이었다. 직장생활 5 년. 일을 배운 건지, 술을 배운 건지. 입에도 대지 않던 콩나물 국밥을 소개해준 건 같은 팀 과장님이다. 첫 회식 다음 날, 숙취와 싸우며 쓰린 속을 부여잡고 한 시간 일찍 출근했다. 신입사원의 패기를 보여주기 위해. 곧 따라온 과장님이 등을 툭 치며 “일찍 왔네, 해장이나 하러 가자”며 데려간 곳은 콩나물국밥 전문점 ‘현대옥’이었다. ‘나 콩나물 국밥 별로 안 좋아하는데.’ 하지만 “콩나물 국밥 안 먹어요” 하기에는 과장이라는 직책이

너무

높았고,

위(胃)는

따뜻한

국물을

원했다. 모락모락 김이 나는 국밥과, 작은 밥공기에 반쯤

익은

계란이

나왔다.

콩나물

국밥을

언제

먹었는지 기억도 안 난다. 이 계란은 어떻게 먹는 걸까? 과장님의 행동을 지켜봤다. 그릇에 국물을 다섯 숟가락 떠서 담았다. 김을 한 장 찢어 넣었다. 숟가락으로 비볐다. 언제 먹는지 곁눈질하다 그가 수저를 입 안으로 옮기자 나도 한 입 먹었다. 반숙 계란의 고소함, 얼큰한 콩나물 국밥, 짭조름한 김 맛이 잘 어울렸다. 내 위는 더 강력히 따뜻한 국물을 원했다. 국밥에 숟가락을 휘휘 저었다. 몇 숟가락 먹고 해장이나 하자는 생각에 가득 퍼서 입으로 가져가려던 순간 과장님이 “오징어 넣어서 먹어, 이 집은 이거 넣어야 맛있어” 라며 삶은 오징어를 내 국밥 그릇에 부었다. 국밥과 오징어라니. 묘한 조합이다. 숟가락을 다시 그릇에 넣고 오징어를 잘 섞어서 다시 한 가득 떠서 입안으로 가져갔다. “으~~” 나도 모르게 아저씨 소리를 냈다. 뜨끈한 국물이 속을 시원하게 했다. 오징어가 쫄깃한 식감을 더했다. 과장님을 쳐다봤다. 숟가락에 국밥을 떠서 김을 한 장 얹은 후 입으로 가져갔다. 나도 얼른 따라 먹었다. 짭조름한 김에 얼큰한 국물, 쫄깃한 오징어까지. 완벽했다. 처음으로 국밥 한 그릇을 비웠다.. 그 날 이후로 과음한 다음 날은 엄마 보다 현대옥 아줌마가 내 아침을 챙겨주는 날이 더 많았다. 반숙 계란을 ‘수란’이라 부른다는 것도, 밥알에 간을 하기 위해 식은 밥에 뜨거운 국물을 부었다가 따라내는 ‘토렴’이 현대옥 맛의 비법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 나처럼 회식 다음날 다 죽어가는 신입 여럿이 여기서 살아났다. 콩나물 국밥이 우리의 나이팅게일이자, 이국종 교수였다. 그렇게 5 년간 콩나물 국밥으로 수많은 술자리를 이겨냈다. 최근 더 나은 삶을 위해 이직을 결심했다. ‘욜로’까지는 아니더라도 저녁 있는 삶이 필요했다. 슬쩍 여기저기 이력서를 넣었고, 한 곳에선 면접을 보자는 연락도 받았다. 오후 반차를 내고 지금 면접장소로 향하고 있다. 회사 건물 1 층에 ‘현대옥’이 있다. 느낌이 좋다.


사직서 내기 전 알아야 할 자산관리

약관대출, 유니버셜 기능을 확인 해봐도, 보험료가 부담스러워

정리가

필요하다면

실손

의료비

보험(실비보험)만 유지하고 나머지 보험은 해지하는

글 장성훈

것을 고려하자. 실손 의료비 보험은 병원에 가는 대부분의 경우에 보상 받을 수 있으니, 웬만하면 유지해서 만약의 상황에 대비하는 게 좋다.

Q: 퇴사 후 공무원 시험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보장성 보험 가입했는데,

10 만원, 2

준비한다고

연금보험

정도

생각하니

20 만원

월급없이

시험만

보험료가

너무

2. 연금 보험 ☞ 납입을 중단하자 연금

보험은

연말정산

세액공제를

받는

‘연금저축’, 10 년을 유지하면 세금을 면제해주는

부담스럽네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비과세 연금’ 두 가지로 나뉜다.

해지하려니 병원에 갈 일이 생길까 걱정되고, 월급도

없는데

유지하기도

벅차다.

연금은

지금 해지하면 원금도 못 받는단다.

▶ 연금저축 – 증권사로 이전해서 납입을 중단

나 이제 당분간 월급도 없는데…

연금저축은 보험사 혹은 증권사에서 가입 가능하고

내 보험, 어찌 하오리까!

혜택은 같다. 증권사는 납입이 자유롭지만 보험사는 두 달 이상 내지 않으면 실효가 난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게 되면 더 이상 연말정산을 하지

1. 보장성 보험 ☞ 유니버셜 기능 및 약관대출을 확인 하자.

않으므로 납입할 필요가 없다. 최근에는 보험사에서 증권사로 상품을 이전해서 납입을 중단하자. 무작정 해지 하면 16.5%의 기타 소득세를 내야 하므로 유지하는 게 좋다.

유니버셜 기능은 나중에 돌려 받을 해지환급금으로 보험료 납입을 대체하는 방법이다. 납입이 중단 되 면 자동으로 해지환급금에서 차감되어 보험료를 납 입한다. 생명보험회사 상품은 대부분 유니버셜 기능 이 있고 보통 계약 2-3년 후 신청이 가능하니 확인 해보자. 하지만 더 이상 대체납입 할 여력이 없으면 보험이 해지되는 점에 유의하자. 약관 대출은 해지환급금 일부를 대출 받는 제도다. 신용등급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이자가 발생하니 긴 시간 활용하기 보다 합격 후 짧게 사용하기 좋다.

▶ 비과세 연금 – 납입중지와 중도인출을 활용 먼저 납입 중지 기능이 있는지 확인하자. 보통 3 년 후부터 1-2 년 정도 납입을 중지 할 수 있다. 중도 인출해서

보험료를

내는

방법도

있다.

비과세

연금의 혜택은 오래 유지할수록 커지니 중도 인출 시 발생할 수 있는 손실에 연연하지 말자.


누군가는 가지고 있을 한 권! - 절판된 책을 찾아서

『여자를 바꾸는 5 분 혁명』 가미오오카 도메 2008 년 4 월 20 일 초판 1 쇄 발행. 현재 절판상태 글 박구름

참 많이도 버렸다. 살 땐 고르고 고른 보석을 사는 것처럼 소중했는데, 중고서점으로 내다 팔 때는 가차없었다. 매년 수백 권의 책을 중고 책방에 가져다 줬다. 언젠가는 읽을 거라 다짐했던 900 페이지에 달하던 수학책, 정보보단 저자 스스로 자랑하기에 바빴던 경제실용서, 내 감성이 변한 탓에 더 이상 공감할 수 없었던 에세이집. 긴 시간 책장에 두고 매일 봤을 얼굴들인데, 떠나 보낼 땐 ‘옛정’ 따위 느껴지지 않았다. 하도 읽었더니 손 때가 타서 부들부들해진 책 표지도 이젠 ‘볼 일 없는 옛날 책’일 뿐이었다. 빨리 버리고, 더 좋은 새 책으로 채우겠다는 잔인한 설렘만이 가슴을 벌렁거리게 했다. 잔인한 검열의 과정에서 매번 살아남는 책도 있다. 『여자를 바꾸는 5 분 혁명』이 그 중 하나. 2017 년 현재엔 서점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자기계발서다. 아니. 철이 지났다고 해야 하나? ‘천천히 걸어봐라’, ‘밤 하늘에 떠 있는 별을 바라 봐라’하는 건 사소해도 너무 사소하다. 사소한 것들이 죄다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2017 년 현재에는 너무 흔한 책이다. 그런데 왜, 나는 이 책을 9 년이 넘게 가지고 있는 걸까. 2006 년 12 월. 부산에서 서울로 홀로 상경했다. 인생의 모든 순간을 보낸 고향을 떠나 나라의 수도로 올 때는 성공하고 말겠다는 의지가 충만한 상태였다. 낯선 도로를 걷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서 불안했고 무서웠다. 부산에서 볼 수 없던 빽빽한 빌딩숲을 지날 땐, 거대한 생명체의 발바닥 밑을 기어 다니는 듯 했다. 깔려 죽지는 않을까 걱정하면서. “사투리 쓰니까 귀엽네” 라는 얘기는 “너랑 우리는 달라”하고 말하는 듯 해서 주눅이 들었다. ‘잘 되고 말거야!’라는 욕망은 사라졌고 하루를 겨우 살아가는 게 목표가 됐다. 그 때 우연히 읽게 된 책이 『여자를 바꾸는 5 분 혁명』. 표지엔 땅에 엎드린 여자가 있다. 점점 몸에 힘을 슬슬 주더니 엉덩이를 들고, 팔을

쭉쭉

편다.

몸을

부들부들

떨다

결국은 짜잔! 두 발로 섰다! 이 표지가 내 지갑을 열게 했다. 바닥에 엎드려 주눅든 삶을 사는 내가 오뚝 설 수 있도록 도와 줄 것 같아서.


효과는 있었다.

‘조금만 더 누워있고 싶은데… 어서 해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들 땐, “다리에 힘을 넣고 일어나!” 간단하다.

“밤하늘에 몽실몽실 떠 있는 밤구름과 별을 보다 보면 내가 가진 문제가 사소하게 느껴진다.” 참 사소한 해결법이다. 힘든 시간을 보내는 이에겐 이런 사소한 것이 필요하다. 뭉친 어깨를 풀어주고, 유리 그릇을 닦고, 욕실을 청소하는 것만으로도 분명 상쾌해 진다. 그 상쾌한 순간이 어떤 아이디어를 가져다 주고 문제를 극복할 어떤 파워를 가져다 줄지는 모르는 일이다. 힘들 땐 그 ‘상쾌함’을 찾는 시도가 필요하다. 내 책상엔 늘 거울이 있다. 지금도 타이핑을 하면서 가끔 거울로 내 얼굴을 힐끗 쳐다봤다. 그 때마다 방긋 웃는다. 공주병이라 그런 것이 아니고, 『여자를 바꾸는 5 분 혁명』을 읽었던 2008 년부터 그랬다. 습관이다.

“아무리 싫은 일이 있었더라도 최소한 이불 속에 들어가기 전에는 거울을 통해 자신의 웃는 얼굴을 보자. 주름투성이에 처지고 무너져 버린 얼굴이라고 미소를 지어보면 “아직 꽤 쓸만한걸!”하는 자신감이 생긴다.” 난 여전히 “꽤 쓸만하다”는 자신감으로 산다. 이런 소소하고 소심한 감성은 ‘마스다 미리’와 닮았다. 다만 마스다 미리가 조금 어두운 분위기라고 하면, ‘가미오오카 도메’는 밝다. 『여자를 바꾸는 5 분 혁명』이 2008 년 작이란 것을 감안하면 2010 년경부터 유명해진 마스다 미리보다 ‘섬세한 감성을 표현하는 일러스트레이터’로선 더 앞선 작가일 지도 모른다. 내 책장엔 마스다 미리가 가득하다. 그의 전작이 모두 다 꽂혀있다. 이젠 재미도 없고 공감도 안되는데 그의 책을 버릴 수가 없다. 오롯이 나의 모습 그대로 읽었던 책이다. 슬플 때 같이 울어주고, 미움받을 때 같이 아파해준 책. 아마 마스다 미리의 책을 버리는 날은 내가 엄청 성공했거나, 회복할 수 없을 만큼 실패했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여자를 바꾸는 5 분 혁명』도 마찬가지다. 손바닥만한 원룸 바닥에서 꼼짝하지 못하던 그 당시의 나를 벌떡 일어서게 만든 책. 일어나고 싶다면 다리에 힘을 주고 일어나면 된다며 삶을 덤덤하게 바라보게 했던 그 책. 아무리 슬픈 날에도 거울을 보며 웃는 얼굴을 확인하게 했던 추억 때문에 도저히 책장에서 빼낼 수가 없다. 이 책을 중고 책방으로 보내는 순간, 내 척추가 우두둑 끊어질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다리에 힘을 줘도 다시 일어나기 힘들게 될 거다. 뒤에서 토닥여 주는 친구가 사라질 것 같다. 오랜만에 『여자를 바꾸는 5 분 혁명』을 폈다. 오늘부터 다시 자세를 바르게 하고, 깨끗한 유리컵을 쓰고 부드러운 수건으로 얼굴을 닦겠다. 내게 다시 ‘혁명’이 생기길 바라면서.


인스타에서 만난 세상

글 편집부

@cupofcouple 스페인에서

유명한

패션

블로거의

인스타그램이다.

패션센스

가득한 남자로 변신하고 싶다면 반드시 팔로우하고 있어야 할 계정! 패션은 물론 인물, 음식, 풍경 사진도 가득 업로드 되고 있으니 사진에 관심이 있다면 반드시 참고할 것. 세팅된 음식, 조형물과 균형을 맞춰 포즈를 잡는 모델들이 영화의 한 씬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사진 이면의 스토리가 궁금하고, 그 장소가 궁금하다. 일상과 떠남의 모든 순간에서 특별함을 발견하게 하는 @ cupofcouple. 지금 당장 팔로우 해 보자.

@hikingenvy 산에 오르고 싶다고? 그럼 당장 인스타로 달려가자. 끝내주는 풍경과 온몸이 짜릿짜릿 스릴 넘치는 풍경을 보고 나면 당장 짐을 꾸리고 싶을 거다. 가고자 하는 산이 200m 높이의 동네 뒷산일지라도, 마음만은 로체를 오르는 상태로 만들어 줄 것이다. ‘하이킹’을 좋아하는 이들의 취향을 저격하는 계정이다. 하이킹은 암벽등반보단 가볍고, 살랑살랑 걷는 것보다는 무겁다. 걸어서 산길을 여행하는 개념! 가벼운 옷차림, 튼튼한 배낭 하나로 자연의 숲길을 걷고 싶은 이들, 모두 인스타로 모여라.


인스타에서 만난 세상

@tidecharmers 처음 이 계정을 발견했을 때 “으어어어” 괴성을 질렀다. 신비롭게 투명한 젤리처럼 생긴 돌이라니! Sea Glass(바다 유리)다. 바다 유리는 두가지 종류가 있다. 깨진 유리조각이 땅에서 구르고 파도에 맞아 모서리가 매끄럽고 둥글게 만들어진 자연 바다 유리. 그리고 유리를 인위적으로 바다 유리처럼 만든 인공 바다 유리. 이 계정의 바다 유리는 인공 바다 유리다. 마음이 삐죽삐죽 모가 나는 날에는 이 계정을 들여다 보자. 다양한 색의 동글동글한 바다유리가 망울망울 엉겨 있는 모습을 보면 내 마음도 짜잔! 예쁘게 진정될 것이다.

@humbyart 밥 로스 아저씨를 기억하는가? 슥슥삭삭 붓을 몇 번 움직였을 뿐인데, 멋진 유화 그림이 완성 된다. 그리고는 어김없이 붙이는 한 마디. “참 쉽죠?” @humbyart 에는 작은 종이에 수채화를 그리는 영상이 종종 올라오는데 그 때마다 ‘참 쉬워보인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물감이 번지고 색이 아로록다로록 섞이면서 신비한 우주가 생기고 밝은 부분에선 알른알른 무언가 아른거린다. 수채아트의 매력을 한껏 느낄 수 있다. “이렇게 금방 그릴 수 있어요!”라고 @humbyart 가 얘기할 때마다 밥 로스 아저씨가 떠오른다.


살랑살랑 혼자 가는 산 # 1. 산에 혼자가도 될까요? 글 박구름 뒤에서 계속 사부작 사부작거리며 걷는 발자국이 신경 쓰였다. 내 뒤를 일부러 따른다는 느낌에 불안했다. 내가 천천히 가니 그도 천천히 걸었고, 내가 급하게 걸었더니 그도 급하게 걸었다. 얼마 전 산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는 뉴스가 생각났다. ‘내가 새로운 뉴스가 되는 건 아닐까’ 걱정하며 허벅지에 힘을 주고 빠르게 걸었다. 새로 산 등산셔츠 밖으로 땀이 삐져 나오고 허벅지가 저려 왔다. 헉헉거리는 뒷 사람의 숨소리는 내 걸음을 더 재촉했다. ‘정상에 올라가면 사람이 많을 거야. 정상까지 얼른 가야해’ 거의 뛰다시피 걷고 기어서 겨우 정상에 올랐다. 몰려오는 안도감에 풀썩 주저앉아 숨을 고르고 있었는데 한 무리가 말을 건넸다. “어이, 생각보다 빨리 올라왔네. 길 잃은 것 같다더니.” “다행히 이 아가씨를 발견했지 뭐야. 또 길 잃어 버릴까봐 요 아가씨 따라왔는데 어휴. 어찌나 빨리 올라가던지 힘들어 죽는 줄 알았네. 아가씨, 좀 천천히 다녀. 그렇게 산 다니면 무릎 나가.” 처음으로 혼자 산에 갔던 날, 그랬다. 무성한 나무들 사이로 곰이 나오지는 않을까, 뱀을 밟았다 물리지는 않을까, 뒤 따라오던 등산객이 위협하지는 않을까 걱정했다. 다행히 아직까지 그런 일은 없다. 나무 사이에서 가끔 다람쥐나 나왔을까. 나를 보고 도망가던 실뱀이나 얼굴 주변을 맴도는 모기, 하루살이 말고는 동물이나 무서운 곤충을 보지 못했다. 함께 산을 오르내리던 이가 칼을 들이민 적도 없다. 혼자가도 괜찮다. 등산로를 이탈하지 않고, 해가 떠 있는 동안 안전하게 등산한다면. 혼자 산에 가기로 결정했다면 안전을 위해 꼭 지켜야 할 것이 있다. 첫째, 언제 어떤 산을 가기로 했다는 걸 지인에게 알려야 한다. 등산로가 잘 만들어진 곳이라 하더라도 산은 변수가 많은 곳이다. 갑자기 폭우가 내려 등산로를 식별하기 어려워지거나 다리에 통증이 생겨 제대로 하산하지 못할 수도 있다. 누군가 같이 있다면 부축해주기도 하고 비상상황에 서로 다독이며 이성적으로 판단하는데 도움이 되겠지만, 혼자 산에 있다가 이런 일을 당하면 당황하고, 당황하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런 사고에 대비하여 ‘내가 0 월 0 일 0 시에 00 산에 간다’고 알려야 한다. 둘째, 짐은 가볍게 꾸린다. 물론 기본적으로 필요한 물건들이 있다. 온도변화를 대비한 여분의 옷, 변덕스러운 날씨에 대비한 우비나 우산, 행동식 등을 챙기는데 가방이 너무 무거워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혼자’ 긴 시간 걸어야 한다. 그 길은 편안한 길일 수도, 네 발로 기어가야 할 바위 길일 수도 있다. 그 때 내 짐을 지어 줄 사람은 나 밖에 없다. 걷다가 짐 때문에 지치지 않도록 가볍게 ‘잘’ 싸야 한다. 정상에서 커피를 마신다고 뜨거운 물과 프렌치프레스를 챙겨간 친구가 있었다. 책을 읽을 거라며 책도 챙겼다. 그 때 꽤 고생했을 거다. 무겁기도 하고, 가방을 뒤지다 유리로 된 프렌치프레스가 깨지면서 한바탕 난리를 치렀으니까. 그 친구, 그 이후로는 짐을 강박적으로 줄이는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산에서 마시는


커피에 미련을 못 버려서 프렌치프레스는 플라스틱 에어로프레스로 바꿔 들고 간다. ‘산에서 꼭 커피를 ‘만들어’ 마셔야 하나.‘ 셋째, 등산은 다이어터(Dieter)를 위한 운동이 아니다. 등산은 확실히 땀을 많이 빼는 일이다. 평소에 잘 쓰지 않는 등, 옆구리, 안쪽다리 등을 많이 쓰면서 근육 운동도 많이 할 수 있다. ‘유산소 운동과 근력운동을 한 번에 할 수 있네. 살 빼러 산에 가자!’ 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게 마지막 등산이 될 수도 있다. 아무리 낮은 산이라도 가파른 오르막이나 위험한 장소가 한 군데는 있기 마련. 운동을 위해 무리하게 빠르게 오르거나 땀복을 껴입고 억지로 땀을 빼다가 발을 삐거나 근육을 다칠 수 있다. 탈수증에 걸릴 수도 있고. 한 번 뛰어 올라갔다 내려오면 살이 쏙 빠지고 다음날 일상생활을 무리 없이 할 수 있는 만만한 산은 없다. 체력에 맞게 코스를 정하고, 출발 전까지 오래 걸을 만할 컨디션을 만든 다음 가야 한다. 그래야 사고가 없다. 혼자 가는 만큼, 늘 사고에 대비해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같이 갈 때보다 훨씬 생각해야 하는 것도, 준비해야 하는 것도 많은데 왜 혼자가야 할까. 산길을 혼자 걸으면 내 발걸음 소리가 들린다. 바위를 디딜 때 딱딱하게 땅을 밟고 선 내 발이 보이고, 그 딱딱함을 따라 다리 근육이

열심히

나를

저기로

옮겨주는

있다.

울퉁불퉁한

균형을

잡으려

수시로

좌우로

허리

근육과,

어디든

움직이는

여기서 느낄

산길에서

디디려 애쓰는 두 팔도 보인다. 등골을 타고 내려가는 땀줄기가 식으며

전하는

서늘한

기운을

맛보고,

나무

사이를

비집고

지나가는 바람결을 본다. 나무 한 그루, 풀 한포기가 된 듯 견디고 휘청거리다 보면 어느새 멈추는 순간이 온다. 하늘이 바로 옆에 와 앉았거나, 더 이상 높은 봉우리가 보이지 않을 때. 일상에서 느끼는 소소한 즐거움과는 조금 다른, 대단한 일을 해냈다는 벅찬 성취감이 드는 풍경이 왔을 때, 멈추게 된다. 그 때는 나와 산만 있다. 내가 있든 없든 굴러가는 세상이 아니라, 내가 주인공인 세상이 온다. 산 중턱쯤 멈춰도 괜찮다. 오르다 보면 분명, 나를 주연으로 만들어주는 풍경이 있다. 나는 혼자서 산에 간다. 도시를 한참 헤맨 쥐의 색을 한 회색 등산복을 입고, 다 해진 등산화를 신고, 내 이름을 닮은 ‘보라’색 등산가방을 메고 산에 간다. 물을 가득 챙기고, 간식도 두둑하게 가져간다. 비에 홀딱 젖은 경험 때문에 우비는 좋은 걸로, 바닥을 짚을지, 밧줄에 몸을 맡겨야 할지 모르니 장갑도 다양하게, 땀 닦는 수건도 잘 마르는 놈들로 다양하게. 그렇게 짐을 싸고 산에 간다. 내려왔을 때 산에서 그랬던 것 처럼 주연으로 살기 위한 힘을 얻기 위해, 나는 혼자서 산에 간다.


구름 그린 그림


눈은 똑바로 앞을 바라보고, 눈길은 앞으로만 곧게 두자. 바른 길을 걸으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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