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루42(사이) 1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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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ety | 나루의 발견 #38 잼잼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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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ety | 나루의 발견 #38 예술가에게 작업실은 어떠한 의미가 있을까? 일반적으로 예술가의 작업실은 지극히 개인적인 장소이자 작가의 독립성 이 잘 지켜지는 공간으로 여겨져 왔다. 어떠한 방해도 받지 않고 오롯이 자신과 싸움하며 작품이 탄생하는 은밀한 곳으 로 말이다. 우리에게 작업실은 궁금하지만, 쉽게 갈 수 없는 그야말로 낯선, 미지(未知)의 공간이다. 하지만 예술가의 사적인 공간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오픈한 곳이 있어 다녀왔다. 바로 중곡동에 위치한 마 을예술창작소 ‘잼잼클럽’이다. 작업실의 전형적인 틀에서 벗어나 지역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는 ‘잼잼클럽’의 신 하정, 임진세 두 작가를 만나보자.

마을예술창작소 ‘잼잼클럽’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

징 등 지역마다 다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잼잼클럽’은

드린다.

지극히 개인적이었던 작업실을 <마을예술창작소>로

‘잼잼클럽’은 서울시 마을공동체 지원 사업 중 하나인

오픈한 케이스이다. 사실 작가로서 작업실을 오픈하는

<마을예술창작소> 활동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원래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아이를 갖게 되면서

는 개인의 작업실로 쓰이던 공간이었는데, 지역 주민과

개인 작가로서 작업 활동을 이어가기가 쉽지 않더라. 이

문화/예술로 소통하고 싶어 2019년 <마을예술창작소>

전에는 집과 작업실을 오가며 가까운 친구들을 주로 만

로 오픈하게 되었다. 많은 분들이 예술가 혹은 예술이라

났었는데, 아이가 생기니 자연스레 아이를 키우는 분들

고 하면 마치 거창하고,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

과의 만남이 잦아지더라. 그러다보니 동네에 보다 다양

그래서인지 작업실(예술가의 공간)을 방문하는 것도 낯

한 분들을 만나고 싶어졌다. 보시다시피 넓은 이 공간을

설어하시고. 가정에서 요리하는 것도 일종의 문화이자

방치하기는 아깝고, (웃음) 아이 엄마들 혹은 주민들이

생활예술인데, 유난히 예술을 어려워하시더라. 어떻게

모일 수 있는 장소로 활용하면 좋을 것 같아 오픈하게

하면 지역 주민들과 함께 편하게 예술로 만날 수 있을

되었다.

까?라는 생각에서 소소한 예술 공간을 만들게 되었다. ‘잼잼클럽’ 운영 전에는 개인 작업실로서 공간을 꾸렸 어떻게 하면 지역 주민들과 함께

다고 하셨는데, 작업실을 광진구에 마련한 이유가 있

편하게 예술로 만날 수 있을까?

는지 궁금하다. 광진구에 오래 거주했기 때문에 자연스레 이곳에 자리

처음 인터뷰를 의뢰했을 때, 무엇보다 이름이 매우

잡은 것 같다. 자양동(건대입구), 구의동을 거쳐 중곡동

인상적이었다. ‘잼잼클럽’ 이름에 대한 특별한 뜻이

까지 오게 되었다. 특별한 이유보다는 높은 임대료 때

있는지 궁금하다.

문이었다. 중곡동으로 오기 전에는 마포에 작업실이 있

특별한 뜻 보다는 아이가 처음 접하는 놀이인 ‘잼잼’에

었다. 예술가들이 쉽게 모일 수 있고, 활동 영역이 넓어

서 따왔다. (웃음) 아이가 처음 첩하는 놀이이자 감각인

좋았지만 비싼 임대료가 부담스러웠다. 같은 임대료라

‘잼잼’처럼 이 공간을 통해 사람들이 예술을 접하고, 예

도 작업실 크기를 훨씬 키울 수 있을 것 같아 광진구를

술에 대한 감각을 깨웠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름을 지었

선택했다.

다. ‘잼잼클럽’에는 주로 어떤 분들이 방문하시는지 사실 예술가의 작업실은 개인적인 공간의 특징이 강

<마을예술창작소> 목적에 맞게 주민 분들이 가장 많이

한데, 지역 주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마을예술창

찾아주신다. 한 번은 수영을 함께 다니는 분들에게 ‘잼

작소>로 오픈한 이유가 있는지

잼클럽’을 소개해 드렸는데, “네가 작가였어?”하며 놀

서울시에 약 70개의 <마을예술창작소>가 있다고 들었

라시더라. (웃음) 본인 가까이에 예술가가 있다는 것에

다. <마을예술창작소>마다 운영하는 형태나 공간의 특

많이들 놀라신 것 같다. ‘잼잼클럽’ 프로그램에 특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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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ety | 나루의 발견 #38

대상을 정하진 않았는데, 아이를 키우다 보니 주로 젊은

우리는 2007년 ‘기는 풍경’이라는 회화 작가 그룹에서

엄마들이 자주 방문하시는 것 같다. 그래서 작업실 한

처음 만났고, 작품으로 호흡을 맞춘 것은 2011년부터

쪽에 놀이방을 마련해 놓기도 했다. (웃음)

였다. 매번 각자 작업을 하다 다른 시도를 하고 싶을 때 나 함께하면 좋은 그룹 작업이 있을 때 프로젝트처럼

공간에 들어오자마자 볼풀장이 눈에 띄었는데, 이제

진행해왔다. 대표적인 작업으로는 2012년도에 진행했

궁금증이 해소 된 것 같다. (웃음) ‘잼잼클럽’을 운명

던 ‘한 곳에서’라는 작품이 있는데, 같은 장면을 나눠서

하시며 가장 힘들거나 어려운 점이 있다면 무엇인지

각자 그리고 컴퓨터로 합성해서 하나로 출력하는 방식

홍보가 가장 어려운 것 같다. 생각보다 홍보할 수 있는

의 작업이었다. 이외에도 <꿈다락토요문화학교> 같은

곳을 찾기가 쉽지 않더라. 포스터 하나를 붙이려 해도

예술 교육 지원 사업에도 참여했었고, 벽화 작업도 주

절차가 복잡해 어렵더라. 프로그램적인 면에서는 주민

로 했었다.

들에게 <마을예술창작소>가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보 니 기획에도 어려움이 많다. 주민 분들이 어떤 프로그램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시면서 느낀 광진구 문화/예

을 좋아 할지, 원하는 문화/예술 활동이 무엇인지 파악

술에 대한 두 작가님의 생각이 궁금하다.

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현재 네이버 밴드를 운영 중

20년 넘게 광진구에 살며 느낀 건 광진구의 교육적인

인데, 이 외에도 다양한 홍보 방안을 모색해 다방면으로

수준이나 구민들의 경제 수준은 나쁘지 않은데 문화예

홍보해볼 계획이다.

술 향유의 접점은 아직 많이 부족한 것 같다. 구 자체적 으로 예술가나 작업실을 조사한다면 많은 것들이 달라

계획 중인 프로그램이 있다면, 저희 <광진 문화연구

질 것이라 본다. 재미있는 일들도 많이 생길 것 같고.

소>에 언제든지 알려 달라. 나루사이에 큼지막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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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아 드리겠다. (웃음) 이제 질문을 두 작가님으로 돌

사실 저희 재단에서 지역문화 사업의 일환으로 지역

려보겠다. 두 분이 어떻게 함께 작업하게 되었는지,

예술가와 문화 공간들을 4년째 조사하고 있다. 네트

‘잼잼클럽’ 운영 전에는 어떤 활동을 하셨는지 궁금하

워크도 구성되어 있고. (웃음) 저희의 홍보가 미흡했

다.

던 것 같다. 다음 모임 때에는 저희가 작가님께 꼭 연


Society | 나루의 발견 #38

락드리겠다. (웃음) 요즘 취미활동으로 그림을 그리

램을 원하는지 파악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했었다.

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그림을 시작하는 분들에

미술, 판화 수업부터 태몽 그리기, 김장, 필라테스, 리스

게 작가로서 줄 수 있는 팁이 있다면

만들기까지. 그 중 아쿠아리움에 방문해 간단한 드로잉

그림을 자주 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다. 카페

후 물고기 도감을 만드는 프로그램이 가장 인기가 많았

에 걸려있는 그림을 보고 감상평을 내본다던가. 작품을

는데, 올해에는 지역의 특성을 살려 진행해볼 계획이다.

구매해본다던가. 개인적으로는 그림의 안목을 키우는

광진구 식물/동물도감, 나무, 장소 등 지역의 특성을 살

살롱이 많아졌으면 하는 욕심도 있다. 일반인들을 대상

린 예술 활동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니 관심 있

으로 하는 그림 경매도 생겼으면 좋겠고. 그림 경매라

는 분들의 많은 참여를 부탁드린다.

고 하면 부자들의 전유물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있는데, 이러한 인식들이 많이 변화되었으면 좋겠다. 실제로 경

더불어 ‘잼잼클럽’이 지역 주민들의 사랑방이나 살롱의

매장에 가면 그림을 구매하지 않아도 좋은 작품을 직접

공간으로 자리 잡혔으면 좋겠다. 큰 노력이 필요하겠지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은데, 일반 대중들에게는 아직 낯

만 주민들이 함께 모여 이 공간을 운영하는 날이 왔으

선 세계인 것 같아 아쉽다. 미술과 미술품에 대한 경매

면 한다. 함께 소통하는 것 자체가 새로운 창작소가 되

가 대중화되면 보다 나은 환경에서 예술가들도 작업할

는 지름길이 아닐까 싶다.

수 있을 것 같다. 예술가로서 작업만 하고 살기는 어렵 지 않나. (웃음)

글 최윤아 사진 이기완

‘잼잼클럽’이 지역 주민들의 사랑방이나 살롱의 공간으로 자리 잡혔으면 좋겠다. 어느새 마지막 질문이다. ‘잼잼클럽’ 운영 목표나 개 인적인 계획이 있다면

주소

서울시 중곡동 능동로 50길 37 2층

원래 계획이 많았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웃음) 작년에

네이버 밴드

마을예술창작소 잼잼클럽 검색

는 ‘잼잼클럽’ 운영의 첫 해여서 주민들이 어떤 프로그

카카오톡 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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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ety | 나루의 발견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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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ety | 나루의 발견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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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 | 나루의 발견 #39 이질적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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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 | 나루의 발견 #39 불편함을 마주하려면 큰 용기가 필요하다. 처음 만나는 사람, 처음 오는 장소에서 느끼는 ‘낯섦’이 마냥 편하지만은 않 은 것처럼 말이다. 이질적이고 생경하지만 결국 익숙함의 시작은 낯선 모양. 저마다의 시행착오를 겪어야 비로소 나의 길을 찾을 수 있다. 광진구에는 기분 좋은 낯섦 속으로 힘차게 발을 내딛는 곳이 있다. 바로 ‘이질적공간’과 ‘자양스테이션’이다. 젊은 예술 가들의 자유로운 창작활동을 위한 대안의 예술 쉼터를 꿈꾸는 ‘이질적공간’부터 클래식의 대중화가 아닌 대중의 클래 식화를 외치며, 다양한 예술 장르 간의 교류와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있는 ‘자양스테이션’까지. ‘낯섦’의 지속 가능성을 믿고, 시도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두 곳을 만나보자.

‘이질적공간’에 대한 간략한 소개 부탁드린다.

하면 굳이 말리지는 않는다. (웃음)

‘이질적공간’은 <잔나비의 묘한 계책>이라는 예술 단 체가 올해 2월에 오픈한 공간이다. 청년 예술가들이 비

광진구 외에도 공간을 마련할 수 있는 지역이 많은데

용 부담 없이 마음 편히 창작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었

특별히 광진구를 선택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다.

으면 하는 마음으로 공간을 마련했다. 공간은 전시 및

대학시절 자취를 시작하면서부터 지금까지 계속 광진

공연이 이루어지는 ‘공간:생각’, 연습실로 사용되는 ‘공

구에 머물고 있는데, 아무래도 익숙함이 가장 큰 이유라

간:움직임’ 이렇게 두 곳으로 나뉘어져 있다. ‘이질적공

고 본다. 작년 초, ‘이질적공간’의 전신으로 볼 수 있는

간’이라는 이름은 단어 그대로 관객들에게 이질적인 느

‘육사이십사(6424)’라는 공간을 자양 전통시장에서 잠

낌으로 항상 새롭게 다가갔으면 하는 마음과 이곳에서

시 운영했었는데 이것이 큰 계기가 된 것 같기도 하다.

이루어지는 모든 활동들의 가치가 높았으면 하는 ‘이 질

월세 60만원에 4개월. 총 240만원으로 공간을 운영해

적인 공간’이라는 중의적인 뜻을 담고 있다.

보는 프로젝트였는데, 시장 한복판 지하에 작은 공연장 을 만들었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따뜻하고 소중한 추

중의적인 뜻까지 담고 있었다니. 너무 멋진 것 같다.

억들이 많이 남아서 더욱이 광진구를 벗어나고 싶지 않

(웃음) ‘이질적공간’을 소개하며 “젊은 예술가들이

았던 것 같다.

마음 편히 창작 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말씀하셨는 데, 공간을 마련하게 된 계기에 대해 더 자세히 듣고 싶다.

예술가와 관객이 모일 조건이 충분하다.

'이질적 공간'을 꾸리기 전, 독립 안무가로 활동했었는 데, 공연을 올리기 위해 대관을 하다보면 셋업과 철수

처음 공간을 준비할 때 “이미 광진구에는 연습실이 많

시간에 쫓기기 일쑤였다. 이 상황이 반복되다보니 나의

은데, 왜 그곳에 자리 잡으려 하느냐”는 이야기를 가장

공간이 허무하게 사라지는 기분이 들더라. 오랫동안 나

많이 들었다. 하지만 나는 이 이야기가 오히려 기회라

의 작품을 지속할 수 있는 물리적 공간이자 예술가와

고 생각했다. 광진구에 있는 예술대학만 봐도 적지 않

관객 모두에게 자유로운 공간이 절실했다. 공연이 끝나

았다. 건국대학교, 세종대학교, 선화예술고등학교까지.

고 모두가 무대를 충분히 느끼고 돌아갈 수 있게 말이

쏟아져 나오는 문화자원이 충분하다고 느껴졌고, 언제

다. ‘이질적공간’을 오픈하고부터는 지인, 선후배를 비

든지 붐이 일어날 수 있는 준비가 충분한 지역이라고 생

롯해 공간이 필요한 예술가들에게 가끔씩 무상으로 연

각되어 광진구를 선택했다.

습실을 대관해 주고 있다. 물론 대관료를 지불하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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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 | 나루의 발견 #39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공간의 모든 시공을 셀프로 진행 했다. 우리 중 누구 하나 인테리어에 관심 있는 사람도 없는데 말이다. 말 그대로 맨땅에 헤딩이었다. 그러다 보니 생각보다 기간도 오래 걸리고, 어려운 날들의 연속 이었다. 나무를 자르고 못질을 하고 페인트를 칠하면서 일주일이면 하겠거니 짐작했던 작업들이 한 달이 넘게 걸렸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자재가 들어오던 날이 었는데, 이 작은 공간에 그렇게 많은 자재가 필요할 거 라고는 전혀 생각 못했다. 하루 종일 계단을 오르내리며 짐을 정리하다 집에 돌아가기 일쑤였는데, 고생스럽기 도 했지만 돌이켜보면 참 뿌듯한 기억인 것 같다. 말씀을 듣다보니 예술단체 <잔나비의 묘한 계책>에 대해 구체적으로 궁금해진다. 단체명도 한 번 들으면 잊을 수 없을 만큼 독특하다. (웃음) 단체명이나 구성 원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잔나비의 묘한 계책>은 구성원들의 띠를 의미한다. ‘이질적공간’에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들이 궁금

92년생 잔나비(원숭이)와 87년생 묘(토끼), 93년생 계

하다. 주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닭)까지 이렇게 총 세 명이다. ‘묘한’은 영화음악을 전

코로나19의 여파로 현재는 공연보다는 대관 위주로 운

공했고, ‘잔나비’와 ‘계책’은 한국무용을 전공했다. ‘계

영하고 있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많은 사람들이 함께

책’은 나다. (웃음) 묘한과는 몇 해 전 마포구 서교동의

관람하는 오프라인 공연이 부담스럽기도 하고. 하지만

위치한 어느 예술가 작업실에서 처음 만났는데, 작품을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있지 않나? (웃음) 그래서 요

함께 준비하면서 서로 합이 잘 맞는다고 느꼈다. 내 작

즘은 ‘이질적공간’을 일종의 예술 쉼터와 같은 곳으로

품에 들어가는 음악은 모두 묘한이 전담하고 있을 정도

성격을 바꿔보려고 시도 중이다. 우선 기존에 가지고

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오게 되었고, 잔나

있는 공연 레퍼토리를 온라인 콘텐츠로 제작하려고 하

비와는 사실 남매 사이다. (웃음) 친누나인데, 같은 분

는데, ‘이질적공간’을 배경으로 촬영한 후 가능하다면

야를 전공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함께하는 활동이 많아

VR(Virtual Reality) 기술까지 도입하는 것을 계획하

졌다. 아울러 ‘육사이십사(6424)’ 때부터 현재 ‘이질적

고 있다.

공간’까지 모든 전시들을 담당해 기획/운영해 주고 있 는 팽지현 작가도 빼먹을 수 없는 일원이다.

이외에도 <잔나비와 묘한 계책> 유튜브 채널을 통해 ‘댄스 필름’ 영상도 제작하고 있다. 과거에 2년 정도 촬

남매 무용수라니 굉장히 놀랍다. 그렇다면 대표님께

영감독으로 활동하며, 독립영화를 찍은 적이 있는데, 미

서는 어떤 계기로 무용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흡했던 점들이 많아 아쉬움이 남더라. 언제가 한 번 더

본격적인 시작은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남들보다는

영상 작업에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준비 과정 삼아

조금 늦게 시작한 편인데, 그때 이미 누나는 무용을 전

틈틈이 제작 중이다.

공하고 있었다. 누나가 나와 잘 맞을 것 같다며 여러 번 권유했었는데, 당시 정서상 남자가 무용을 한다고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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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다양한 아이디어와 기획이 샘솟는 공간인 것 같

이상하게 보는 시선이 많아 처음엔 내키지 않았다. (웃

다. 앞으로의 ‘이질적공간’이 기대된다. 공간을 꾸리

음) 그러던 어느 날 누나의 공연을 보게 되었는데 함께

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출연했던 남자 무용수가 너무 멋있는 것이 아닌가. ‘남


Space | 나루의 발견 #39

자가 무용을 해도 멋있구나!’하는 내 안의 편견을 깨뜨

이로써 공식 질문은 모두 마무리되었다. 인터뷰에 응

려준 순간이었다. 그때를 계기로 무용을 시작하게 되었

해주셔서 다시 한 번 정말 감사드린다. 혹시 못다 한

는데, 여담으로 항상 누나에게 내 인생 책임지라고 이야

말이나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는지

기하고 있다. (웃음)

광진구라는 지역 특성을 살린 프로젝트가 더 많아졌으 면 한다. 광진구에 거주하면서 가장 크게 느끼는 것 중

예술가로서 그리고 ‘이질적공간’ 대표로서 앞으로의

하나가 지역 내에 소소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공간적

목표가 있다면

특성이 많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시장과 특색 있는

같이 나아갈 동료들과 주변 지인들, 아직은 모르는 미래

소규모 공간들, 한강을 잇는 프로젝트가 생겼으면 좋겠

의 내 사람들과 더 나은 내일을 살기 위해 고민하고 싶

다. 마지막으로 이 지면을 빌어 평소 쑥스러워 표현하지

다. 코로나19로 문화/예술계 전체가 큰 타격을 입었지

못했던 주변 사람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만 이를 새로운 시작이라고 보면 좋겠다. 대중들이 온라

이 공간을 함께 실현시켜준 잔나비와 묘한은 물론 가깝

인으로 공연을 찾아보는 시대가 열린 것처럼 말이다. 주

게 안부를 주고받는 모든 지인들에게 감사 인사를 보낸

변 동료들이 이 부분을 놓치지 말았으면 한다. 비록 스

다.

마트폰에 갇혀 무용수들의 숨결을 느끼지 못하더라도 그들의 열정은 느낄 수 있지 않은가. 하나의 국한된 장

글 이슬기 사진 이기완

르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예술가와 문화기획자들 모두 가 포기하지 않고 상황을 헤아려 함께 짚어갔으면 좋겠 다. 스마트폰에 갇혀 무용수들의 숨결을 느끼지 못하더라도 그들의 열정은 느낄 수 있지 않은가

주소

서울 광진구 능동로50길 14 지하 1층

e-mail

gwsram@gmail.com

홈페이지

https://e-zil.imweb.me 17


Space | 나루의 발견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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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 | 나루의 발견 #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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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 | 나루의 발견 #40 자양스테이션 20


Space | 나루의 발견 #40

‘자양스테이션’에 대한 간략한 소개 부탁드린다.

많은 지역 중에서도 광진구에 자리 잡은 특별한 이유

‘자양스테이션’은 2019년 7월에 오픈한 클래식 중심의

가 있는지

복합문화공간이다. ‘파리뮤직포럼’의 서울 공연장으로

2000년도 즈음 한국에 잠깐 들어와 선화예술고등학교

세계 각국의 연주자 및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와 협업을

로 강의를 간적 있었다. 그때 외에는 솔직히 광진구, 특

통해 음악회를 진행하고 있다. 예술 교류와 소통의 장

히 자양동은 한 번도 방문한 적 없었다. (웃음) 공간을

으로서 ‘살롱 문화’를 꿈꾸며 무대와 객석을 좁힌 살롱

위한 지역을 물색하던 중 문화 공간이 포화 상태인 서

콘서트와 문화예술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울의 서쪽보다는 동쪽에 자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 고, 자연스럽게 광진구가 떠올랐다. 내가 보기에는 아직

오픈 1주년이 되는 시기에 이렇게 인터뷰를 진행하

지역 내에 문화 향유가 부족해보이기도 했고, 재정적인

게 되어 영광이다. (웃음) 평범한 주택가 사이에 자리

부분을 포함한 여러 가지가 알맞았다. 마침 원하는 사

잡은 소극장이 참 낯설다. 먼저 ‘자양스테이션’을 설

이즈의 건물과 환경이 눈에 띄었고, 지금 이곳을 선택

립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하게 되었다.

나는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하고 바로 유학길에 올랐 다. 현재 프랑스 파리의 ‘에꼴 노르말 음악원’ 피아노과

관객이 없다면

에서 교수로 재직 중인데, 안식년을 계기로 한국에 잠시

예술가도 살아남을 수 없다.

들어왔다. 30년간 해외에서 지내며 가장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가 교회, 성당 등 작은 공간에서 하는 음악회

입구부터 마치 유럽의 예쁜 골목길을 걷는 기분이 들

가 많다는 것이었다. 크고 화려한 공연장이 아니더라도

었다. 정말 아름답게 공간을 꾸며놓으신 것 같다. (웃

시민들이 쉽게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마음에 크게

음) ‘자양스테이션’에서는 주로 어떤 프로그램들이

와 닿았다. 우리도 유럽처럼 골목에서 쉽게 음악을 즐길

진행되는지 궁금하다.

수는 없을지, 한국의 재능 있는 친구들을 연결해줄 수

먼저 영재를 발굴하고 예술가로서 인성을 키워주는 프

있는 방법이 없는지 고민하다 공간을 꾸리게 되었다.

로그램이 있다. 젊은 연주자를 발굴해 공연을 함께 기획 하고 준비하는 ‘이달의 아티스트’와 ‘오사카 국제 콩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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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 | 나루의 발견 #40 는 음악회’를 진행하고 좋은 반응을 얻은 기억이 있다. 이때부터 예술 분야는 장르에 관계없이 상생해야 한다 고 생각했다. 서로가 함께 도와가며 예술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것이다. 다양한 장르의 아카데미 프 로그램도 이 일환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앞선 질문이었던 ‘자양스테이션’ 소개에서 “예술 교 류와 소통의 장을 위해 무대와 객석을 좁혔다”라고 하셨는데, 그 이유가 궁금하다. 사람과 대화 할 때 눈을 바라보면 그 사람의 진심이 보 이는 것처럼 관객들도 연주자의 숨소리를 느끼며 관람 하면 극장의 에너지가 달라진다. 코앞에서 진행되는 연 주를 바라보면 연주자의 몰입과 그간의 노력이 보이고, 감동도 배가 된다. 물론 연주자의 입장에서는 쉬운 일은 아니다. (웃음) 성향에 따라 긴장을 많이 하는 연주자는 높이 자리한 무대에서 악기와 자신만을 생각하며 연주 하는 것이 맞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자 르’ 한국 예선 통과자를 초청하는 ‘장학생 선발 콘서트’ 가 있다. ‘오사카 국제 콩쿠르’의 경우 내가 심사위원으 로 위촉 받아 활동 중이기도 하다. (웃음) 또 다른 프로그램은 미래의 관객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관객이 없다면 예술가도 살아남을 수 없다는 마음으로 기획한 프로그램이다. 클래식 공연이라고 하면 다들 공 연장에 갈 때 ‘어떤 옷을 입어야 하지?’, ‘음악을 모르면 어쩌지?’하는 사소한 걱정부터 부담감으로 공연장 입구 에 들어서는 것 자체를 두려워한다. 이에 생활 속에 예 술이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도록 관련 아카데미를 운 영하고 있다. 아카데미를 통해 공연장의 문턱이 낮아지 길 바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시도를 해 볼 예정이다. 예술 분야는 장르에 관계없이 상생해야 한다. ‘미래의 관객’이라는 말이 인상적이다. 연극, 무용, 미 술 등 굉장히 다양한 장르의 아카데미가 눈길을 끄는 데, 여러 종류의 예술 강좌를 열고 계신 이유가 궁금 하다. ‘파리 한국문화원’에서 고문으로 활동하던 시절, 음악회 를 기획하면서 미술, 무용, 문학 장르가 협업한 ‘테마 있 22

양스테이션’과는 맞지 않는다고 보았다. 소극장에서 친 근하게 관객과 소통하며 음악을 다루고 싶었기에 무대 와 객석이 가까운 살롱 콘서트를 생각하게 되었다.


Space | 나루의 발견 #40

클래식의 대중화가 아닌

거리에 국한되어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자양

대중의 클래식화

스테이션’이 위치한 이 곳 자양동에서는 조선 시대 말을 기르던 마을의 특징을 살려 2년에 한 번씩 ‘자마장 페스

요즘 흔히 말하는 ‘방구석 1열’이 바로 이런 느낌이

티벌’을 개최하고 있다. 하지만 주로 대중음악이나 먹거

아닐까 싶다. (웃음) 공간을 운영하며 겪었던 기억에

리 위주의 프로그램들이 진행된다. 이런 부분이 내게는

남는 에피소드가 있는지

아쉽게 느껴진다. ‘광진구 문화분과위원회’ 회의를 진행

‘자양스테이션’은 골목 주택가 사이에 위치해 있어 주차

하다보면 대부분의 광진구 지역 주민들은 예술에 대한

공간이 다소 협소하다. 이에 인근 종합병원 주차장을

갈증을 느끼고 있다고 하는데,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자주 이용하고 있는데, 한 번은 주차 요원분이 우리 공

있는 것 같다. 우리 모두가 부단히 노력해야 할 것 같다.

간에 관심을 가져주셨다. 간략하게 설명 드렸더니 실제 로 공연장을 찾아 주셨고, 지금은 우수 관람객이 되셨

과거에는 나의 그릇을 넓히고자 열심히 살았다면, 이제

다. (웃음) ‘자양스테이션’에 설치된 정수기 관리 기사

부터는 나의 그릇에 당신들을 담으며 채워가고자 한다.

님도 가족부터 친구들 모두에게 ‘자양스테이션’을 소개

사회가 점점 살기 어렵고 힘들어지면서 개인주의가 만

시켜주셔서 다 함께 공연을 관람하신 적도 있다. ‘자양

연해지는 상황이지만 ‘자양스테이션’을 통해 예술을 나

스테이션’은 클래식의 대중화가 아닌 대중의 클래식화

누고 공감하며 ‘우리’가 행복해지는 삶을 살고 싶다.

를 목표로 가지고 있기에 이런 순간들이 너무나 감사하 다. 잊지 못할 장면들인 것 같다.

글 이슬기 사진 이기완

‘대중의 클래식화’라는 말이 너무 멋진 것 같다. 즐겁 게 이야기 나누다보니 어느새 마지막 질문이다. 대표 님이 바라보는 광진구의 모습 그리고 앞으로 ‘자양스

주소 서울 광진구 자양로11길 18 지하1층

테이션’이 나아가고자 하는 모습에 대해 한 마디 부

전화 02-458-4840

탁 드린다.

instagram @parismusicforum_official

광진구에서는 ‘문화 활동’이라고 하면 먹거리 또는 볼

홈페이지 http://blog.naver.com/parismusicfo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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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 | 나루의 발견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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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 | 나루의 발견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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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 나루의 발견 #41 그림형제 26


People | 나루의 발견 #41 나루사이 15호에서는 ‘낯섦’을 주제로 광진구에서 낯선 시도와 변화를 꿈꾸는 사람들을 찾아 나섰다. 광진구 능동의 한 작업실, 독자들의 풍부한 문학적 상상력과 이야기를 위해 반복되는 일상의 장면들을 낯선 시선으로 바라보는 그림 형제가 있다. 10년 이상 애니메이션, 일러스트, 웹툰 분야에서 현업 작가로 활동하며 현재는 여행 드로잉을 테마로 작업을 하고 있는 ‘여행 드로잉 작가 최현주(이하 하울)’, 그리고 평범한 일상의 공간들을 작가만의 시선으로 재해석하며 동화책, 그림책 작가로 활발히 활동 중인 ‘일러스트레이터 이영환’ 작가를 만나 보았다.

먼저, 두 분에 대한 간략한 소개 부탁드린다.

좋은 정보 감사드린다. 16호에 꼭 참고하도록 하겠

하울 여행 드로잉 작가이자 웹툰 작가로 활동 중인 작

다. (웃음) 두 작가님의 관계를 이야기 해주실 때, 스

가 최현주(이하 하울)이다. 광진구에 위치한 세종대학

승과 제자 사이가 이제는 함께하는 동료가 되었다고

교를 졸업하였고, 이 곳에서 결혼도 하고, (웃음) 지금

하셨다. 특별한 인연인 것 같은데, 작가님들의 첫 만

까지 계속 작업을 이어오며 20년 정도 광진구와의 인연

남 이야기가 궁금하다.

을 이어오고 있다.

영환 햇수로만 따지면 거의 19년이라는 시간을 알고 지냈다. 우리의 첫 만남은 홍대의 어느 입시학원에서

영환 주로 동화책과 그림책 작업을 하며 광진구 배경의

부터 시작됐다. 당시 애니메이션 학과가 미대 중에서

창작 활동을 진행 중인 일러스트레이터 이영환(이하 영

도 가장 인기 있는 전공이었다. 웹툰이라는 장르가 생기

환)이다. 우리는 대학교 선후배이자 스승과 제자 사이

기 훨씬 전이라 관련 입시 학원도 많지 않았다. 그래서

다. (웃음) 여행 드로잉 클래스 겸 수작업 공간이 필요

인지 만화를 좋아하고, 전공하고 싶은 미대생들이 모두

해 광진구에 함께 작업실을 얻어 활동하고 있다.

홍대의 그 학원으로 몰려들던 때였고, 우리는 그렇게 스승과 제자 사이로 만나게 되었다.

낯설 수도 있지만 익숙한 분야의 사람들이 주변에 많아

하울 그 후, 같은 학교에 영환 작가가 입학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광진구에 자리 잡게 된 것 같다.

서로의 작업을 응원하며 지금의 인연까지 이어오게 되 었다.

작업실 분위기가 포근하고 아늑하다. 광진구에 자리 잡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하울 이곳에 자리 잡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웃음) 광 진구라는 지역은 내게 너무 익숙하고 좋은 곳인 것 같 다. 그리고 광진구에는 만화·애니메이션 학과 출신의 작가들을 비롯해 예술 관련 분야를 전공한 작가들이 지 역에 꽤 머물고 있다. 우리와 같은 마음이 아닐까 싶다. 낯설 수도 있지만 익숙한 분야의 사람들이 주변에 많아 자연스레 광진구에 자리 잡게 된 것 같다. 영환 저희 작업실 인근에 ‘네모펜 스튜디오’라는 웹툰 작가님의 작업실이 있는데, 그 분도 광진구 출신이다. 나루사이 ‘나루의 발견’ 코너에 추천 드리고 싶다. (웃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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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 나루의 발견 #41

19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다양한 추억들을 나누셨을

리텔링까지 맡은 작업도 있었는데, ‘외톨이 꼼’, ‘두더지

것 같다. 이제 본격적으로 두 분의 자세한 이야기를

아빠의 일요일’ 그림책이 이에 해당된다. 일러스트 창

들어보고자 한다. 먼저 영환 작가님께 묻겠다. 미술

작 활동을 진행할 때에는 주로 광진구를 그리고 있다.

장르 중에서도 애니메이션을 전공하게 된 계기가 무

어린이대공원, 군자역, 출퇴근 때 오가는 골목길 등 무

엇인지

심코 지나치는 일상의 공간들을 가져와서 작업하고 있

영환 어렸을 때 만화책을 처음 접하게 되면서부터 만화

다. 두 장르의 결이 확실히 다르기 때문에 그림체를 달

가 혹은 화가가 줄곧 장래 희망이었다. (웃음) 내가 나

리 작업해 장르마다 매력적이 표현이 돋보일 수 있도록

온 학과가 ‘만화·애니메이션’인데, 엄밀히 말하면 애니

작업하고 있다.

메이션보다 만화가 좋아서 전공을 선택했다. 배우는 중 간에 애니메이션을 좋아했던 시기도 있었지만 결국 만

한 분의 작업이라고 보기엔 확연히 다른 색깔의 작

화로 돌아오게 되더라. 다들 만화와 애니메이션이 같은

품들이다. 말씀해주시지 않았다면 전혀 몰랐을 거다.

것이라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두 분야는 접근 방식에 큰

(웃음) 이번엔 하울 작가님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작

차이가 있다. 애니메이션은 팀 작업으로 주로 이어지지

가님이 애니메이션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여행 드로

만, 만화는 개인적인 성향이 짙은 장르다. 이 점이 내 성

잉’에 대한 구체적인 활동들이 궁금하다.

향과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하울 이영환 작가와 같이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좋아했 다. 하지만 화가라고 하면 골방에 고독하게 있는 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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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만화와 애니메이션이 같을 것이라고 당연히

지가 떠오르고, ‘화가로 어떻게 돈을 벌지?’라는 의문이

생각했다. (웃음) 현재 영환 작가님이 진행하고 계신

항상 따라다녔다. 그러던 중 당시 애니메이션에 대해

작업이 궁금하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시대적 분위기가 조성되기 시

영환 크게 그림책 작업과 일러스트 작업으로 나눌 수

작했고, (웃음) 그림을 움직이는 영상으로 표현할 수 있

있다. 그림책 작업은 주로 외주를 받아 진행하는데, 삽

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와 이 분야를 선택하게 되었

화와 표지등을 그린다고 보시면 된다. 내가 직접 스토

다.


People | 나루의 발견 #41

아주 오래전부터 나는 야외에서 그림 그리는 화가들에

영환 사실 나는 그림을 그만두려 했던 순간들이 종종

대한 로망이 있었다.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는

있었다. 목표는 이상적인데 내 능력이 거기에 못 미친다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인상주의 화가들의 영

고 느낄 때마다 내 길이 아닌가 하는 고민에 휩싸이곤

향을 받지 않았나 싶다. 도시 일상을 관찰하기 위해 바

했다. 더불어 경제적인 부분도 크게 한몫했다. 두 가지

깥에서 이젤을 펴놓고 그림 그리는 모습 말이다. 그렇게

의 고민이 한꺼번에 밀려올 때면 진지하게 ‘그만두어야

‘여행 드로잉’을 시작하게 된 것 같다. 사실 여행을 좋아

할까’라고 생각하며 나 스스로 물었다. 그래서인지 그

한다기보다는 새로운 환경에서 그림 그리는 것을 더 좋

림이 주는 힘을 선뜻 말하기가 어색하다. 그럼에도 불

아한다고 표현하는 것이 정확하다. 2019년 태국 치앙

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지금까지 붙잡고 있는 것은 결국

마이에서 한 달 반 동안 머물며 진행한 여행 드로잉을

그림이 좋아서 인 것 같다. 이것이 진정한 그림의 힘이

시작으로, 야외에서 마음껏 그림을 그려보는 소규모 클

아닐까 싶다.

래스 등 나만의 로망을 계속해서 실현해 나가고 있다. 두 분의 질문이 다른 듯, 같은 듯 재미있다. (웃음) 요 두 분 모두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계신 것 같다. 끊임없

즘 100일 동안 100장의 그림 그리기, 그림책 따라

이 작품 활동을 하는 것에도 분명 한계가 있을 것 같

그리기 등 취미로 그림을 접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은데, 꾸준히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하는 ‘그림이 주는

있다. 그림이 낯선 분들을 위한 작가님들만의 팁이

힘’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있다면

하울 나에게 있어서 그림은 인생이고 삶의 전부인 것

하울 못 그려도 좋으니 선 하나라도 그어보며 여러 번

같다. 그림을 통해 영환 작가도 만나게 되었고, 아내인

실패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이든 새로운 시작은 위축

‘이경희 작가’도 같은 분야에서 만나게 되었다. (웃음)

되고 긴장되기 마련이다. 편안하게 시작할 수 있는 환

그림에는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힘이 있다고 생각

경과 마음가짐을 만들어주는 것이 꼭 필요하다. 그리고

한다. 그렇기에 지금 이렇게 광진문화재단에서 인터뷰

가르치는 입장에서는 그림을 처음 배우는 분들에게 부

도 찾아오고! (웃음) 실로 엄청난 일이 아닌가.

담감을 주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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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 나루의 발견 #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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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 나루의 발견 #41 영환 실질적인 팁을 예로 들자면, 그림을 작게 그려보 는 것을 추천한다. 종이의 사이즈가 커질수록 손을 가 동하는 범위도 커지기에 한눈에 조망하기가 쉽지 않다. 종이가 작아지면 다루는 대상의 범위도 작아지기에 편 하게 그림을 그릴 수 있다. 또한, 익숙한 재료로 시작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를테면 색연필이나 볼펜 등 일상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처음 시작해본다면 부담감을 덜 수 있을 것이다. 또, 유튜브에 업로드 되어 있는 그림 그리는 영상을 참고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 이다.

어느새 마지막 질문이다. 개인적으로 앞으로 계획하 고 있는 일들이나 나아갈 방향성에 대해 말씀 부탁드 린다. 영환 일상 속에서 소소한 장면들을 계속 그려나가고 싶 다. 어떠한 경지에 이르고 싶다는 욕심보다는 그림으로 먹고사는 생활인, 그리고 작가 ‘이영환’으로서 창작 활 동을 꾸준히 해나가고 싶다. 하울 7월 말에 ‘치앙마이 여행 드로잉’ 작품집 출간을 앞두고 있다. 8월에는 ‘치앙마이 여행 드로잉’ 원화를 나루아트센터에서 전시를 통해 보여 드릴 예정이다. 바 람이 있다면 주변을 계속 관찰하며 새로운 시각으로 바 라보고 그림을 그리는 할아버지로 늙어가는 것이다. 글 이슬기 사진 이기완

최현주(하울) 작가 홈페이지 https://linktr.ee/howl_traveldrawing instagram @howl_traveldrawing e-mail zoocrow@naver.com 이영환 작가 youtube 이영환 Lee Younghwan instagram @leeyounghwan_ e-mail gi_llin@naver.com 31


2020 광진 문화연구소 ‘작당모의 프로젝트’ 쓰장(쓰레기 없는 장터)

※코로나19로 인해 ‘Tour × 어슬렁 마을산책’ 프로그램이 연기되어 나루사이 15호에서는 광진문화재단 지역문화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작당모의 프로젝트’를 담았습니다. 32


Tour | 작당모의 프로젝트 × 쓰장

광진문화연구소에서는 1분기(6월~8월) 작당모의 공개 모집을 통해 8개의 모임을 선정하여, 틈새공략집에서 진행하고 있다. 광진문화연구소에서 기획한 주제, 장소, 시간에 맞춰 이야기하고 소통을 나눴던 작년과는 달리, 올해부터는 작당 모의러들이 작당모의 프로젝트의 주체가 되어 직접 각자의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것이 가장 큰 변화인데. 새롭게 시작한 작당모의 프로젝트가 잘 진행되고 있는지, 어떤 모임들이 진행되고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광장동에 있는 책방열음으로 '쓰장' 모임 답사를 다녀왔다. 33


Tour | 작당모의 프로젝트 × 쓰장

‘쓰장’은 ‘쓰레기 없는 장터’의 줄임말로, 환경에 관해 뜻이 맞는 사람들이 모여 재활용 콘텐츠를 만드는 모임이다. 작년 작 당모의를 통해 인연을 맺은 3인의 멤버가 같은 뜻을 가지고 1월부터 프로젝트를 진행해 오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는 환경 관련 마켓이 많지만, 광진구에는 아무리 찾아봐도 없어 ‘우리가 시작해보자’며 야심차게 준비를 했다 고 한다. ‘쓰레기 배출 자체를 줄일 수 없을까’ 라는 근본적인 고민에서 시작한 ‘쓰장’은 개인이 만든 쓰레기보다 오래 살기 위해,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을 재활용하여 다시 조명해보고 있다고 한다. 34


Tour | 작당모의 프로젝트 × 쓰장

6월, 책방열음에서 진행된 이번 모임에서는 ‘쓰장’의 정체성과 방향의 구체화, SNS 홍보 운영 계획, 캐릭터 저작권, 모임비 운영계획, 나루 실험실 소개 영상과 같은 밀도 높고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논의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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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ur | 작당모의 프로젝트 × 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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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ur | 작당모의 프로젝트 × 쓰장

쓰장은 작당모의를 통해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게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펼치며 자연스럽게 재활용 및 쓰레기에 대한 인식 변화를 유도할 것이라고 한다. 쓰장 활동은 인스타그램(@i3jang) 을 통해 공지된다고 하니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37


Life 뜨거운 한 낮이거나 김서연 | 회화작가

김서연, <무장해제>, 2019. 캔버스에 아크릴와 유채, 33.4x21.2cm 지하철에 몸을 구겨가며 강의를 들으러 오던 나날이 흐릿해질 쯤 자연스레 학교의 행정업무로 하루를 보냈다. 매 달마다 지급되는 급여 와 사대보험에 홀려 일을 했다. 각지고 껌벅이는 조명으로 더 누래보이던 사무실에서 책을 몇 장 읽거나 드로잉을 하면 시간이 지나곤했 다. 어떤 날은 시집을 펼치며 감정에 묻혀버리기도 했는데 한동안은 높이를 정하지 못 하기도 했다. 요즘 SNS에서 빈번히 보이는 과몰입 에 쉽고 빠르게 사례로 제시될 수 있을 것 이다. 38


Life | 뜨거운 한 낮이거나 심드렁한 사무실에서 작업을 구상하며 공상을 하거나 주말에 다녀갈 전시목록을 정리하고 페인팅 이미지를 모았다. 미술에 혼자만 아는 소속을 부여하는 안일한 태도는 오히려 불안이 선명해졌다. 어쩌면 고립되지 않기 위해 서울에 위치한 작업실로 향하는 행동 또한 미술 에 속하려는 발버둥과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물리적 거리로 소속감을 정당화 하다보면 동경의 마음이 거대해진다. 허공에 손짓하는 스 스로가 한심해지던 나날 이였다.

청구전 을 마치고 불분명한 소속과 존재감으로 아슬아슬한 형세를 유지하던 시기에 자양동의 작업실로 갔다. 작업실은 학교에서 30분 정도의 거리였다. 오토바이 여러 대와 꽈배기, 치킨집이 나란히 있던 정류장에 도착했을 때는 해가 지는 듯했다. 슈퍼와 대형마켓의 중간 쯤 되어 보이는 마켓에서 물티슈나 초콜릿을 산다. 지금은 사라진 작은 카페의 아메리카노를 홀짝이며 걷는 거리는 언뜻 본가 근방의 골 목처럼 한국의 흔한 골목길 풍경이다. 작업실은 널찍한 지하에 노란페인트가 발려 있었고 벽 한쪽은 거울로 되어 그림을 그리는 나와 마 주치곤 했다. 하루라도 놓칠까 박박 우겨대며 기록하던 작업과 드문드문 함께 먹던 칼국수와 묵은지 초밥이 떠오른다.

작업은 생활에 지속성을 가하며 증폭하거나 충돌하지만 구의역 근방의 드러그스토어로 걸어가며 나누던 사사로운 이야기와 같은 정서를 유지 할 수 있도록 생활과 작업의 균형 맞추는 방법을 찾던 때에 작업실을 이사했다.

학교 후문에 위치한 군자동의 작업실에서 지낸지 1개월이 흘렀다. 어색한 감정은 서로의 아이템을 선물하던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가라 앉았다. 퇴사를 하고 반려동물 입양을 꿈꾸며 건대입구역의 대형마트에서 코끼리 인형을 샀다. 회색 몸과 분홍 귀의 인형은 코끝이 접혀 있었다. 환상 속에 존재하던 강아지는 작업실에서 웹사이트를 통해 만났다. 찾아 이어줬다고 해야겠다. 파양된 강아지였던 검정의 어린 동물은 찌부가 되었다. 강아지와 같이 사는 삶이 난생 처음이라 동영상 공유 사이트와 커뮤니티를 기웃거렸다. 강아지의 행동으로 알려 주는 언어 이미지와 동물훈련사의 동영상을 보며 찌부를 살폈다. 등을 돌리고 앉아 미동 없던 찌부는 가만히 두 눈을 끔벅대다 나를 바라 보았다. 처음 걷는 산책길은 두근거렸다. 찌부의 ‘헥헥’ 거리는 숨소리에 따라 얼굴에 땀이 맺혔고 한 동안 풀밭에 코를 대고 킁킁대던 찌 부가 배변을 했다. 집으로 돌아온 찌부는 코를 골며 잠들었다.

백수가 된 나는 며칠간 출근 시간에 눈을 떴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이제 나는 대낮에 일어나 세탁을 하고 가끔은 머리카락을 쓸고 닦는다. 적금을 몽땅 깼고 자취방을 이사했다. 1층 현관에 도어락이 있는 나와 찌부의 새로운 집은 작업실 10분 거리에 있다. 작업실 사람들을 빌라 계단에서도 만나게 되었다. 곧 현관문을 열다가 만날 것 같다. 나는 종종 찌부와 함께 작업실에 갔다. 높은 기온에 지친 찌부는 작업 실에 도착해서 물을 할짝거리다 바닥에 배를 깔고 눕곤 한다. 이 사람의 무릎과 저 사람의 무릎을 징검다리 삼아 건너다니는 찌부를 쓰다 듬는다. ‘아구 예쁘다… 아구 예쁘다….’ 나와 찌부는 살이 쪘다. 간식을 많이 먹는다.

가죽 소파에 나란히 앉아 어떠한 사건이나 시리즈물을 노닥이다 시뮬레이션게임을 하거나 공모, 전시, 공간, 신간 도서를 이야기하다보 면 밤이 드리운다. 난데없이 생각한다. 창작 지원금을 받고 싶다. 그리다 만 그림, 뜯어버린 그림은 확신 때문인가. 확신이란 무얼까. 나는 작업에 수식어를 덧붙여 수치스러움을 느끼고 싶지 않다며 허세를 부리곤 했다. 서투른 태도는 무기력을 불러내 대상이 무엇이 되었든 단 념하게 만들었다. 억지로 짜내던 소속감은 허상에 불과할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염원한다.

김서연 회화작가

Instagram @jji.boo

반려견 찌부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광진구 군자동 작업실에서 주로 회화를 작업합니다.

1) 대학원생이 학업을 마무리하며 진행하는 논문 전시회의 일종으로 큐레이터, 딜러 등 미술 관계자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선보이는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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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k | 이달의 영화 이다

(2013 / 파벨 포리코브스키 / 장르 : 드라마)

영화 주인공 ‘이다’는 수녀 서원을 앞두고 있다. 천애고아이기도 한 ‘이다’는 원장 수녀님에게 이모의 존재에 대해 듣게 되 었고, 이모를 직접 만나러 가며 영화는 시작된다. 평범해 보이는 영화 전개와 달리 영화 이미지는 굉장히 낯설게 느껴지는 데, 주인공 ‘이다’를 담아내기보다 주변 풍경을 중점으로 담아내는 카메라 때문이다. ‘이다’의 모습을 아래쪽에 작게 나오 게 하고 나머지는 배경으로 채우는 이질적인 프레임. 헤드 룸이 많은 영화 장면이 관객들에게 낯선 경험을 선사하는 영화 라 할 수 있다. 천애고아인 ‘이다’는 어렸을 때 고아원에서 수녀원으로 거처를 옮긴 후 바깥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고립시킨 채 살아왔다. 그런 ‘이다’에게 수녀원 밖 세상에 있는 혈육과의 만남은 굉장히 특별하고 낯선 경험이었을 것이다. 관객이 보는 이미지의 낯섦과 영화 내적으로 ‘이다’가 느끼는 낯선 감정으로 영화는 움직이기 시작한다. 글 서두에서부터 영화의 여백을 강조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영화의 여백이 미완성된 ‘이다’의 자아를 나타내고 있기 때문 이다. 주인공 ‘이다’는 수녀원 밖 세상에서 출생에 대한 비밀, 타인에 대해 느끼는 감정 등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된다. 수녀 로서의 삶을 선택하는 것 자체가 인생에서 매우 중요한 결정인데, 제한된 경험과 상상으로 인해 중요한 결정을 할 만큼 성 숙하지 못한 ‘이다’는 바깥세상의 경험으로부터 혼란을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수녀원 밖에서 마주하는 모든 낯선 경험들 은 ‘이다’의 성장에 자양분이 되었고, 영화에서 낯섦은 성숙과 성장으로 치환된다. 폴란드 영화가 국내에선 생소하지만 폴란드 영화는 세계 영화사에서 의미 있는 족적을 남기곤 했다. <이다>의 감독 ‘파벨 포리코브스키’는 국내에서 <콜드 워>라는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콜드 워>의 전작인 <이다>는 <콜드 워>와 비슷한 공 산 정부 시절 폴란드를 배경으로 한 로드무비이다. 영화를 풍성하게 해주는 재즈 음악과 바로크 음악의 정수인 바흐의 선 율을 감상할 수 있는 영화 <이다>. 우리에게 조금은 낯선 폴란드 영화지만 낯섦을 통해 성장하는 ‘이다’가 영화 끝에 어떻 게 자신의 여백을 지워낼지 함께 지켜보는 것이 어떨까?

글 40


Pick | 이달의 책 하얀성

(오르한파묵 / 민음사)

이제는 신체의 일부같이 느껴지는 마스크를 끼고 출근을 했다. 밥을 먹거나 장을 볼 때도 손 세정제부터 찾는다. 작년엔 생각하지도 못했는데, 지금은 불편하고 낯선 행위가 익숙하고 당연한 생활이 되었다. 낯선 것은 냄새처럼 처음에는 어딘 가 자극하지만, 이내 맡지 못할 만큼 익숙해진다. 17세기, 이스탄불로 잡혀온 서양의 포로 ‘나’도 그렇다. 고향을 그리워하던 그는 어느새 낯선 곳의 생활이 편하고 익숙하 게 느껴진다. 그는 베네치아의 사람이다. 베네치아에서 나폴리로 가던 중 터키의 함대에게 잡혀, 포로의 신분으로 이스탄 불로 끌려오게 된다. 노역을 당하던 포로들과 달리 물리학, 천문학, 의학 등 다양한 분야의 학문과 지식이 뛰어나 그는 ‘호 자’라는 지식인의 집에 노예로 들어가게 된다. 그는 호자와 거울을 보는 것처럼 외모가 닮았는데, 쌍둥이같이 보이기도 했 다. 호자는 서양의 학문에 관심이 많았다. 그가 알고 있는 모든 것들을 궁금해 하며 책상에 마주앉아 공부하고, 고민하며 그리고 논쟁하며 글을 썼다. 그는 호자에게 내가 왜 나인지에 대해 글쓰기를 강요받는다. 글쓰기로 주변 사람들과의 사소한 추억을 떠올리기도 하고, 두려움, 친밀감, 공포 같은 개인적인 기억과 감정을 꺼내기도 한다. 그의 이야기를 보고 들으며 호자는 그 사람뿐 아니라, 그가 태어나고 보낸 낯선 지역의 문화와 종교를 상상하고, 함께 생활하며 다른 사고와 생각에 차츰 익숙해진다. 그도 호자 처럼 호자의 모든 것이 익숙해지는데, 처음에는 다르기만 했던 사고와 태도가 일치하기도 하고, 어느 순간엔 뒤바뀌기도 한다. 둘은 함께 일하며 흑사병을 막아내는 등 좋은 성과를 거두었지만, 전쟁을 위한 무기 개발은 실패로 돌아갔다. 이 실 패로 둘은 신분을 바꾸는데, 호자는 베네치아로 돌아가고, ‘나’는 터키에 남아 호자로 산다. 『하얀성』은 터키의 작가 오르한파묵의 작품이다. 동양과 서양, 주인과 노예라는 전혀 다른 배경과 환경을 가진 주인공들 이지만 학문이라는 공통의 주제로 함께 논쟁하고 고민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서로의 학문과 문화 그리고 생활까지 능숙 하게 받아드린다. 서로를 향한 그들의 작은 관심은 낯섦과 편견을 넘어 수용과 발전을 이루었다. 우리는 피부색이나 지역 등 배경을 기준으로 ‘낯설다’고 정의하기도 하지만, 조금만 관심을 기울인다면 ‘나’와 호자처럼 서로에게 익숙해질 수 있 지 않을까.

글 41


Calendar 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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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예 수업

● 낭독으로 읽기

● [생활문화] 소소한 만남

- 이재철도예공방

- 날일달월

- 화양동, 능동, 군자동 생활예술인 모임

(매주 화/금/토/일요일)

(둘째 ~ 마지막 주 월요일 10시)

(19시. 리에주 커피)

● 영화로 배우는 일본어

● 오전 독서모임

- 날일달월

- 날일달월

(매주 일요일 16시)

(둘째, 넷째 화요일 10시)

● 그림책 그림 따라 그리기 - 날일달월 (둘째, 넷째 화요일 19시)

● 도예 수업

19 ● 도예 수업 ● 영화로 배우는 일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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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샌드위치 만들기

● [생활문화] 소소한 만남

- 공간책바람 (19시)

- 구의동, 광장동 생활예술인 모임

● 낭독으로 읽기

(19시, 책방열음)

● 도예 수업

● 이재철도예공방 http://www.clayjc.com

26 ● 도예 수업 ● 영화로 배우는 일본어

27 ● 낭독으로 읽기 ● 샌드위치 만들기

28 ● [생활문화] 소소한 만남 - 중곡동 생활예술인 모임 (19시, 희망공장)

● 날일달월

● 오전 독서모임 ● 그림책 그림 따라 그리기 ● 도예 수업

인스타그램 @nalildalwol

● 공간책바람 02)457-1777

● 책방열음 인스타그램 @open_bookstore

● 생산적헛소리 인스타그램 @hutsory_lab

● 자양스테이션 인스타그램 @parismusicforum_official

● 광진문화재단 02)2049-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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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전시] 청년/신진작가 전시 지원사업 <나루의 발견> ● 도예 수업 ● 영화로 배우는 일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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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 청년/신진작가 전시 지원사업 <나루의 발견> ● 낭독극모임

● [전시] 청년/신진작가 전시 지원사업 <나루의 발견> ● [생활문화] 소소한 만남

- 날일달월 (19시 30분)

- 장애인 생활예술인 모임 (19시, 나루카페)

● 도예 수업


● 광진문화재단 일정

● 공연

● 전시

● 공방수업/체험

● 마켓

W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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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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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영화 산책2

● 오후 독서모임

- 자양스테이션 (매주 수요일, 19시)

● 도예 수업

● 참여 이벤트

● 도예 수업

- 날일달월 (매주 목요일 19시)

● 목요역사교실 - 책방열음 (19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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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영화 산책2

● 오후 독서모임

24 ● 아트시네마

25 ● 비밀영화탐독

- 날일달월 (19시 30분)

- 생산적헛소리 (19시)

● 도예 수업

● 동화책놀이 - 책방열음 (10시)

● 도예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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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영화 산책2

● [공연] 클래시칸앙상블 <꿀벌 마야의 모험>

31 ● [공연] 클래시칸앙상블 ● 도예 수업

1

(15시 30분, 나루아트센터)

● [공연] 클래시칸앙상블 ● [전시] 청년/신진작가 전시 지원사업 <나루의 발견>

● 오후 독서모임

(평일: 11시~19시, 주말: 10시~19시, 나루아트센터)

● 도예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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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 청년/신진작가 전시 지원사업 <나루의 발견>

● [전시] 청년/신진작가 전시 지원사업 <나루의 발견> ● 오후 독서모임

7 ● [전시] 청년/신진작가 전시 지원사업 <나루의 발견> ● 도예 수업

8 ● [전시] 청년/신진작가 전시 지원사업 <나루의 발견> ● 도예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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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 광진문화재단 소식

클래시칸 앙상블 이야기가 있는 키즈 클래식 Ⅱ

광진문화재단 청년·신진 작가 전시 지원사업

<꿀벌 마야의 모험>

<나루의 발견> 릴레이 전시

광진문화재단 상주단체 클래시칸 앙상블이 ‘이야기가

광진문화재단 청년/신진 작가 전시 지원사업 <나루의

있는 키즈 클래식’ 두 번째 시리즈로 나루아트센터에 찾

발견>을 통해 선정된 작가 3팀의 릴레이 전시가 오는 8

아온다. 이번 공연은 아이들에게 익숙한 독일 동화 <꿀 벌 마야의 모험>을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각색한 클래식 공연으로, 스토리텔러의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 와 귀여운 일러스트 영상이 만나 공연의 재미를 더할 예 정이다. 어린이 50% 할인, 광진구민 40% 할인 등 다양 한 할인 혜택도 받을 수 있으며, 보다 자세한 내용은 나 루아트센터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온라인 공연으로 대체될 수 있습니다.

월부터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 는 신진 작가의 예술계 진입을 지원하고 광진구의 시각 예술 활성화를 위해 마련되었다. 작가 지망생이 느끼는 내면의 이야기를 작품으로 승화시킨 <작가 판타지> 전 시를 시작으로 파리, 치앙마이 등을 여행하며 보고 느낀 것을 그려낸 <하울과 미오의 그림여행>, 광진구 곳곳의 흥미로운 장소와 소재를 그린 <보물찾기> 전시까지. 청 년/신진 작가의 디딤돌이 되어 줄 이번 전시에 많은 관 심과 참여 부탁드린다. ※코로나19 상황에 전시는 사전 예약제로 운영될 수 있습니다.

일시

7. 30(목) ~ 8. 1(토) 15시 30분

장소

나루아트센터 소공연장

※평일 : 11:00 ~ 19:00

관람료

전석 20,000원

※주말 : 10:00 ~ 19:00

관람연령

36개월 이상

장소

나루아트센터 전시실

문의

02)2049-4700

관람료

무료

안내사항

관람객분들 모두 발열 체크, 손 소독, 문

문의

02)2049-4712

안내사항

관람객분들 모두 발열 체크, 손 소독, 문

진표 작성, 마스크 착용후 입장 가능합 니다. 44

일시

8. 1(토) ~ 9. 2(수)

진표 작성, 마스크 착용 후 입장 가능합 니다.


News | 광진문화연구소 네트워크 소식

광진구 자양3동에 위치한 <충동소극장>에서 힐링 연극 참여자를 모집한다. 이번 프로그램은 코로나19로 인해 가사일과 육아로 지친 주부들의 힐링을 위해 마련되었다. 남편과 아이들을 챙기느라 정작 나 자신에게는 소홀한 주부들이 본 프로그램을 통해 마음 한 구석 품어왔던 배우의 꿈을 실현해보고 지친 일상의 쉼표를 찾 을 수 있기를 바란다.

장소

충동소극장 (서울 광진구 자양3동 497-4 B1)

일시

7. 23(목), 7. 24(금), 7. 30(목), 7. 31(금) (총 4회)

시간

10:00 ~ 11:30 (총 90분)

마감

7. 22(수) ※선착순 마감

접수

010-3906-8835

내용

나를 찾아가는 연극 여행

비용

8만원

강사

장은정(극단충동 대표, 상임연출 및 연극치료사 등) 45


Review 1. <나루사이>를 어디서 만나셨나요? 건대 홈워크 2. <나루사이> 14호에서 가장 흥미롭게 읽은 콘텐츠가 무엇인가요? 21세기 자막단 / 자막가라는 직업을 처음 알게 되었음 3. <나루사이>에서 다뤄주었으면 하는 내용이나 하고 싶은 말씀을 적어주세요! 코로나19 관련 예술인 지원 정책이 있다면 다루어 주세요.

1. <나루사이>를 어디서 만나셨나요? 책방열음 2. <나루사이> 14호에서 가장 흥미롭게 읽은 콘텐츠가 무엇인가요? 코로나에 관한 칼럼이 좋았습니다. 3. <나루사이>에서 다뤄주었으면 하는 내용이나 하고 싶은 말씀을 적어주세요! 매 호 잘 읽고 있습니다.

편집후기

문지은

낯설고 싶다. 오타..

김민희

본격적인 여름. 나루사이 15호 홧팅!

이기완

발가락으로 찍다. 손가락으로 찍게 되었습니다. 오늘도 진화 중입니다.

이슬기

마감일에 쫓기는 우리 존재 화이팅

최윤아

글 최윤아.. 낯설지만 짜.릿.해

조주현

요즘 나의 새로운 일상은 애플워치 활동 링 채우기! 나루사이 배포와 함께라면 최고기록 달성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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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아트센터, 생산적헛소리, 책방열음, 건대 홈워크, 날일달월, 무중력지대 광진구 청년센터, 건국대학교 학생회관, 단지커피, 닻프레스, 서울시동부여성발전센터, 북카페세모, 블라인드아트홀, 아름다운가게, 알고탭하우스, 이재철도예공방, 플라이팬커피, Half Half(하프하 프), 카페 512, A32, KU시네마테크, 달팽이부엌, 광진청소년수련관, 광진정보도서관 및 관내 도서관, 관내 주민센터 등 ※밑줄 친 곳에서는 나루사이를 가장 빠르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광진문화연구소 및 나루사이 프로젝트 소개 <광진문화연구소>는 서울문화재단의 ‘지역문화 진흥사업 – N개의 서울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광진문화재단에서 진행하는 지역문화 사 업의 명칭입니다. 광진구에서 활동하는 예술가, 문화 기획자, 문화예술 공간 운영자 등 문화/예술 분야 관계자들이 모여 하나의 네트 워 크가 되고, 이 네트워크가 주체가 되어 지역을 위한 활동을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함께 발걸음을 내딛는 사업입니다. 광진문화연구 소에서는 지역의 소소한 변화를 위해 총 4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모든 프로젝트는 광진문화연구소 인적 네트워크를 기반으 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 중 <나루사이 프로젝트>는 지역과 사람, 사람과 문화, 문화와 지역 그 사이 사이를 들여다 본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지역 월간지 <나루사이>를 발행하는 프로젝트입니다. 2018년 8월, 1호를 시작으로 매달 꾸준히 발행되고 있으며, 광진구에 숨겨진 문화 공간 및 지 역 예술가 인터뷰, 작품 등 다양한 지역 문화 콘텐츠가 담겨져 있습니다.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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