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azine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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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ume 4 Dec 2010

REMEMBRANCE IN NEW YORK 그 남자의 첫 잔

A MAN IN ANOTHER CITY 씨티카드

< magazine C> 는 씨티 프리미어마일 카드 회원을 비롯한 씨티 VIP 고객을 위해 만들어진 특별한 잡지입니다.


DESTINATION

Remarkable Auditori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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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공연장 하나가 도시를 유명하게 한다. 건축물로서의 의미는 물론 문화와 예술의 바로미터, 순간의 환희를 전하는 공연장은 그 자체로 전 세계인의 발길을 모은다. 어떤 공연이 이루어지는 장소라는 의미 를 초월한 세계적인 랜드마크 공연장 10곳. 글 변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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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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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DITORIUM

HOLLYWOOD BOWL 할리우드 볼, 미국 할리우드 볼은 콘서트 전용 야외 극장으로 다저스, 디즈니랜 드와 함께 캘리포니아 여름의 상징이다. 아치 모양의 무대로 유명한 이 극장은 마이런 헌트,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프랭크 게리 세 명의 건축가에 의해 조금씩 모습이 바뀌었다. 1980 년 로스앤젤레스의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방음효과를 강화 하기 위해 조개 위에 돔 모양의 구조물을 만들면서 공연장의 큰 틀이 완성되었다. 한여름, 캘리포니아 사람들은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이 곳에 모여 간단한 식사와 와인을 즐기며 주말 을 보내곤 한다. 그 전통은 올해에도 이어진다. 6월 24일에는 야외 음악당에 활기를 더하는 <그리스>따라 부르기, 영화 <기 적의 오케스트라 – 엘 시스테마>의 주인공, 구스타브 두다 멜이 지휘하는 LA 필하모닉 <투란도트> 등의 연주가 예정되 어 있다. 8월 19일부터 21일에 월트 디즈니에서 직접 진행하 는 초대형 규모의 불꽃놀이를, 8월 26일과 27일에 모건 프리 먼이 특별 출연하는 존 윌리암스 특별 공연도 만날 수 있다. WEB www.hollywoodbowl.com

AUDITORIUM 오디토리움, 이탈리아 2002년 12월 21일 오전 11시 30분, 산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가 이탈리아 국가를 연주하며 ‘오디토리움 - 파르코 델라 무지카’가 문을 열었다. “오디토리움은 단순 한 공연장이 아닌 야외 공연장, 리허설룸, 레코딩 시설까지 갖춘 완벽한 음악 도시다.” 오디토리움을 디자인한 건축가 로렌조 피아노의 말이다. 변변한 공연장 하 나 없던 로마에 세운 건물인 만큼 웅장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완성했다. 오디토리움의 가장 큰 미덕은 장르와 시대를 가리지 않고 최고를 찾아나서는 기획력이다. 3월 백남준의 비디오아트가 전시되고, 5월 15일까지는 레드 핫 칠리 페퍼스의 전설적인 베이시스트 플리에게 직접 베이스기타를 배울 수 있는 클래스도 마련되 는 식이다. 1집에 수록된 ‘Coffee Shop’의 전설적인 베이스 솔로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결고 놓칠 수 없는 기회다. 이외에도 수준급 공연이 늘 펼쳐지니, 로마에 도 착했다면 도로마다 붙어 있는 ‘Auditorium’ 표지판을 눈여겨 보면 된다. 시내의 어느 곳에 있든 표지판만 따라가면 오디토리움에 도착한다. 로마의 모든 길은 오디토 리움으로 통하는 셈이다.

WEB www.auditorium.com


DESTIN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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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DNEY OPERA HOUSE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호주 시드니는 오페라하우스 덕분에 세계 3대 미항이 되었다. 국제공모전에서 당선된 덴마크 건축가 이외른 우촌이 설계한 것이다. 잘라 놓은 오 렌지 조각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파격적인 외양은 이곳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건물 중 하나로 만들었다. 일 없이도 갈 만하지만 오페 라하우스라는 이름답게 늘 최고의 공연을 올린다. 올 3월에는 유튜브를 통한 오디션 방식으로 공연 멤버를 구성해 전 세계의 관심을 끌었던 <유튜브 심포니 오케스트라 2011>이 열리고, 이 공연 역시 유튜브로 생중계된다. 7월에는 구스타브 홀스트의 <The Planets – A Journey in HD>를 볼 수 있는데 나사 우주탐사선이 담아낸 장면들과 베를린 필하모닉의 수석 플루트 엠마뉴엘 파후드의 솔로이스트 공연이 어우 러진다. 연말에는 베케트와 카프카의 영향을 받은 해럴드 핀터의 연극 <No Man’s Land>가 기다리고 있다.

WEB www.sydneyoperahouse.com

OSLO OPERA HOUSE 오슬로 오페라 하우스, 노르웨이 노르웨이 건축가 스노애타가 오슬로 오페라하우스는 짓자마자 북유럽 건축의 새로운 아이콘이 되었다. 전면 유리로 만들어진 격벽과 그를 사선으로 떠받치는 지붕까지, 이 건물에는 한 번만 봐도 잊기 힘들 정도의 아우 라가 있기 때문이다. 한화 7,500여 억원이 투입된 이 극장은 깎아지른 빙식지형에 들어서다 보니 사선으로 세 워져 멀리서 보면 건물이 날고 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다. 사선으로 만들어진 지붕은 사람들이 걸어서 올라갈 수도 있어서 공연을 즐기기 전후에 지붕에서 햇살을 쬐며 한가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초현대적인 외관을 보 면 지구상에서 가장 파격적인 공연이 열릴 것 같지만 이곳의 공연 리스트는 그야말로 클래식하다. 3월의 <돈 키호테> 발레 공연, 6월 17일까지 진행되는 <리골레토> 등 누구나 쉽게 지켜볼 수 있는 작품들이 오슬로 오페라 하우스의 무대를 밝힐 예정이다.

WEB www.operaen.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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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DITORIUM COPENHAGEN OPERA HOUSE 코펜하겐 오페라 하우스, 덴마크 코펜하겐 오페라하우스는 헤닝 라르센이 건축 설계를, 영국 애럽사가 음향 설계를 맡았다. 2005년 인공섬 위에 세워진 공연장은 건축 규모 는 물론, 섬이라는 입지적 측면과 공연장 성격 면에서 서울 노들섬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었다. 지하 5층, 지상 9층 규모로 오페라극장과 실 험극장 외에 무대 뒤편에는 대규모 리허설룸 등 1,000여 개 룸을 구비했다. 동그란 유리 외벽도 인상적이지만 무엇보다 ‘오페라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음향에 가장 공을 들였다. 최고의 음향을 내려고 내부 공연장의 외관을 바이올린 재료로 쓰이는 나무로 가공한 패널로 덧댈 정 도로 정성을 아끼지 않았으며, 객석 밑의 에어컨 가동 소음을 줄이는 특수 기술을 개발했을 정도다. 올봄 기획된 공연 중에서 음향 효과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공연은 4월 17일 바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5월 8일 러시아 국립 오케스트라 공연이다. 관악기, 현악기, 타악기가 어우러져 다양한 음폭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공연하는 멤버는 한 달 전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WEB www.festspielhaus.de

FESTSPIELHAUS BADEN-BADEN 바덴바덴 축제극장, 독일 바덴바덴의 부호들이 번듯한 오페라극장을 짓기로 뜻 을 모으자 시에서는 이에 화답하듯 무상으로 토지를 기증했다. 당시 기차 운행을 중단한 옛 바덴바덴 중앙역 부지였다. 토착자 본과 행정부의 위대한 만남이라 할 만한 이 아름다운 협약 덕에 바덴바덴 축제극장이 탄생했다. 중앙역 청사를 그대로 살리고 대합실을 매표소와 로비로 사용한 유럽 최초의 민영 오페라 극장이 출현한 것. 명성이 높아지 자 서울역처럼 최신식 설비를 갖춘 오페라 극장을 새로 지어 이곳과 연결 했고, 현재 2,5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발전했다. 공연이 없는 날 바 덴바덴 축제극장은 CD나 DVD를 위한 레코딩 스튜디오로 활용된다는 점 만 보아도 설계의 완성도를 짐작할 수 있다. 극장의 명성답게 예정된 공연 의 면면도 화려하다. 봄이 시작되는 3월에는 U2, 퀸, 마이클 잭슨 등 수많 은 아티스트들의 명곡에 역동적인 발레를 더한 <Rock The Ballet>가 진 행되고, 7월에는 모차르트의 <돈 조반니>가 찾아온다. WEB www.festspielhaus.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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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 2010

이충걸 당신이 기억하는 당신의 첫 번째 시계는 어떤 것이었습니까? 그때 당신에게 그 시계는 어떤 의미 였습니까? 아버지가 차던 세이코 다이아 쇼크 수동. 까만 가죽 스트랩에 다이얼은 흰색이었는데, 별 관심이 없었으니까 의미도 모르겠어요. 아버지를 그렇게 따르진 않았으니까요. 그때 가졌던 시계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달라졌을 것 같습니다. 시계, 시간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어떻게 달라진 것을 느끼십니까? 인간은 삶의 유한함을 애석해 하는 존재 이며, 시간 속에 갇힌 우주의 박테리아라고 사색하게 된 어느 순간. 어쩌면 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를 읽게 되었던 날이 아니었을까…라고 말하는 건 허세고요… 더 솔직히 말하자면, 세상에는 죽여주게 멋진 게 진짜 많다는 것을 매달 눈으로 확인하며 괴로워하는 잡지 에디터라는 직업 때문 이에요. 어떻게 달라졌냐 하면, 난 왜 이렇게 눈은 높고 가진 건 없을까… 이렇게요. 당신의 잡지 <GQ KOREA>에서는 시계를 자주, 그리고 깊게 다룹니다. 당신이 시계라는 것에 주 목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시계는 시침과 분침이 움직여 시간을 가르쳐 주는 기계가 아니라, 우리에게 시간에 대한 기준을 제시함으로써 영원성과 유한함에 대한 감각을 갖게 해 주었다는 과학적 진실. 반반 그가 가진 시계들 중 자주 서랍 밖으로 나오는 것들. 반은 선물받았고 반은 그가 샀다. 그가 시계를 고를 때 세 번째쯤의 원칙은 지나치게 트렌디하지 말 것. 선물을 할 때 그들이 하는 말의 대부분은 “당신과 참 잘 어울릴 것 같아서요.”

당신이 다루는 시계가 아니라 당신이 갖는 시계를 생각할 때, 선택의 순간 가장 깊게 고려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시계는 남자에겐 단 하나의 장신구잖아요. 알다시피 그 장신구는 보석이어도 안 되고, 너무 알록달록 유난스러워도 안 되고, 나무 껍데기처럼 부서지기 쉬워도 안 되죠. 시계는 나 자신 (이 되고 싶어 하는 모형으로서)의 성격이므로 제철소처럼 강건하고, 안전하게 독특하며, 정통의 고 유함을 가지면 좋겠어요. 시계의 다양한 심미 요소가 그날의 착장 상태나 기분에 너무 제한받는 것 도 싫어요. 투르비용 같은 기능을 감당할 라이프스타일이나 자신감, 경제력은 태어나기 전부터 없 었고요. 급할 땐 생각 없이 차도 원래부터 나의 손목뼈였던 것처럼 다른 요소들과 싸우지 않는 시 계가 최고예요. 그 다음에는 가격. 통장 규모에 비해 비싼 시계는 아예 쳐다보지도 않지만, 대출받 아서 사고 싶은 시계도 많고… 가끔 저질러 버리고 그 다음 1년이 힘들기도 해요. 그런 게 다 소용 없다는 건 처음부터 알고 있으면서도…. 난 성자도 아니고 어리석은 속물이니까요. 당신이 수많은 시계 브랜드, 그 수만큼이나 다양한 가치와 철학을 통해 느끼는 것은 무엇입니까? 와인을 마실 때, 인생이 왜 이렇게 따지는 게 많고 복잡할까, 그까짓 거 마셔서 취하면 그만인데, 하 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하지만 일상에서 시시콜콜 화내고 따지고 점검할 것들이 그토록 많다는 걸 생각해 보면 와인에 대한 태도가 그렇게 웃기는 것도 아니에요. 모든 시간에는 종적인 시간과 횡적인 시간이 있고, 다들 시간의 길이와 깊이에 대해 각각 다른 도량형을 갖고 사니까 시계 브랜

안경과 만년필 자고 일어난 얼굴이 유독 바보같이 보이는 날, 그런 날 누군가를 만나야 한다면 이 안경 뒤에 숨어 나간다. 일본 브랜드인 백산안경의 이 프레임은 성년이 된 해리포터 소리를 듣게 한다. 이충걸이라는 이름이 새겨진 몽블랑 볼펜. 선물 받았을 땐 마음을 움직이는 엽서를 쓸 때에 쓰려 했는데 막 쓰고 있다. 좋으니까.

드 역시 많을 수밖에 없겠죠. 내가 사고 싶은 시계를 만드는 브랜드라면 어떤 철학이든 듣고 싶어 요. 결국 마음을 움직이는 건 같은 생각, 혹은 존중하고 싶은 생각일 테니까요. 세계적인 시계 박람회에 간 당신이 여러 브랜드의 부스를 돌면서 가장 중점적으로 보는 것은 무엇 입니까? 구매자로서 내가 사고 싶은 시계인가, 아닌가…. 맛집을 다루는 음식 프로그램에서 아무 리 리포터들이 양볼에 올챙이처럼 가득 음식을 머금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워도 그것이 깨가 마 구 살포된 음식이라면 사흘 굶어도 먹을 생각이 없는 것처럼, 어떤 호사스러움과 성능과 한정 생산 이라는 레이블을 달았다고 해도 벌목꾼처럼 굵은 내 손목에 어울리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겠어요. 세상에서 가장 얇은 무브먼트, 중력에 대항하는 투르비용, 지구가 멸망할 때까지의 월력마저 보여 주는, 우주선이 울고 갈 만큼 복잡한 메커니즘의 시계를 볼 때, 당신은 무엇을 느낍니까? 야멸찬

레지멘탈 타이 그의 넥타이 대부분은 레지멘탈 타이. 사선이 주는 긴장감이 좋 은 데다 그 자신과 기질적으로 맞는다고 생각한다. 오른쪽 타 이는 친구가 핀란드의 벼룩시 장에서 골라 온 것으로 색상이 상식을 벗어나 좋고, 왼쪽 것은 광장시장에서 1톤이 넘는 옷무 더기를 헤집어 골라 낸 2천 원 짜리로. 회색 수트와 함께하면 꽤 멋진 신사가 된다고.

샤부샤부 주방장처럼 시간을 그렇게까지 얇게 저미고, 결 하나하나를 통점(痛點)처럼 느끼며 살면 행복할까? 그러고 싶어도 참 귀찮다…. 자, 몇 개의 시계를 떠올려 주십시오. 당신이 한번은 꼭 갖고 싶은 시계는 무엇입니까? 멀지 않은 날, 당신의 아들에게 주고 싶은 시계는 무엇입니까? 신사가 되고 싶은 아직은 푸른 남자가 첫 시 계로 갖게 되면 좋을 시계는 무엇입니까? 꼭 갖고 싶은 시계는 로렉스 딥씨. 그런데 언제 물속 3천 9백m까지 잠수할 일이 있을까요? 아들에게는 1970년대 빈티지 시티즌 원형 21석 수동을 주고 싶어요. “너도 이젠 의존적인 누군가의 자식이 아니라 한 사람의 자주적인 시민이라는 걸 생각할 나이야. 자동 말고 태엽 감는 시계의 고루함을 느껴 봐. 너무 비싼 건 네가 벌어서 사. 아빠는 돈 없어.” 아직 은 청년인 그 친구에겐 까만 다이얼의 에포스 스틸 자동 시계가 좋겠어요. 에포스는 겸손하고 다정 한 기계식 시계고, 더 이상 생산되지 않는 히스토리컬 빈티지 무브먼트가 바탕이니까요. 신사에게 시계란 무엇입니까? 인생에 그냥 지나가는 순간은 없다는 걸 가르쳐 주는 의인화된 교사.

LEE CHOONG KEOL

INTERVIEW


magazine C

이충걸은 세계의 <GQ> 중에서도 가장 도전적인 버전을 만든다. 그 시선으로 바라본 시계는 어떤 모습일까? 당대 최고의 남성 잡지 편집장은 장신구와 형이상학, 욕구와 교훈으로 시계를 해석했다. 글 조경아 | 사진 최민석

신사의 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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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LEE DONG JIN

삶과 시계 1960년대부터 시계를 모으기 시작한 남자가 있다. 그 남자의 첫 시계가 궁금했다. 하지만 직접 만난 그 는 시계가 가리키는 것, 즉 시간을 이야기했다. 글 박찬용 | 사진 최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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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은 직함이 두 개다. 하나는 공업용 세라믹을 제조하는 히테크의 대표다. 가업으로 이어받은 일을 꾸준히 해 오고 있다. 좀 더 흥미로운 것 은 두 번째다. 이동진은 ‘칼과 시계 박물관’의 관장이기도 하다. 이동진은 일하는 틈틈이 문명의 두 축인 칼과 시계를 모으며 21세기를 맞이했다. 계기는 소박했다. “가족들이 모두 이민을 떠나서 명절이나 연말연시에 할 일이 없었어요. 그래서 틈날 때마다 여행했죠.” 떠나는 모두가 이동 진처럼 온갖 것을 모아 오지는 않는다. 그를 매료시킨 첫 시계는 타국의 그림 속에 있었다. “이민 간 누나들이 박물관에서 일했어요. 덕분에 한국 에서는 볼 수 없는 귀한 그림이나 자료를 많이 보았지요. 그 자료들 중에 시계가 있었어요. 시간을 알려 주는 기계가 이렇게 정밀하구나, 그리고 정밀한 기계의 모양새가 이렇게 아름다울 수도 있구나 생각했죠. 그때부 터 시계를 모으기 시작했어요.”

초창기 까르띠에 탁상시계 까르띠에의 시작은 정밀 시계가 아닌 보석류였다. 그런 까르띠에가 만들어 내는 시계는 금속과 보석이 만들어 내는 조화의 절정이다. 평생 시계를 모아 온 이동진에게 어느 하나 귀하지 않은 시계는 없을 테지만 굳이 이 시계를 고른 데서 이동진의 심미안을 확인할 수 있다.

흔히 일컫는 시계 마니아들에게 좋아하는 시계를 물으면 유럽인들의 이 름이나 알파벳 몇 개로 구성된 이름을, 가격만 들어도 숨 막히는 명품의 꼭대기를 듣게 된다. 하지만 이동진에게 중요한 것은 명가의 이름이라기 보다는 장인의 손길이었고, 하나의 기계라기보다는 시간을 정확히 수치 화한다는 경지였다. 그래서 이동진은 좋아하는 브랜드를 물었을 때 역 사로 답했다. “스위스에 가면 시계 골짜기가 있어요. 사실 그 사람들이 스위스 토박이 는 아니에요. 유럽의 격동기를 거치면서 다들 시계 만드는 기계 하나씩 만 들쳐메고 스위스로 넘어온 거죠. 그 집안 사람들이 작게 모여서 시계 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 3백년 전이에요. 모든 브랜드마다 수백 년의 역 사가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가능한 한 다 모으기 시작했어요. 초창기 오 메가나 까르띠에, 파텍 필립이 생기기 전 필립 가문의 시계,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만 가지고 있는 시계도 있어요. 지금 내 박물관에 있는 건 레이 건 전 대통령이 보던 거예요.” 그렇게 이동진은 어마어마한 양의 시계를 모았다. 각국의 경매장을 돈 적 도 여러 번, 어디든 상관없이 직접 간 적도 여러 번이었다. “최근에 산 건 세계 최초로 항공기에 장착된 스코프입니다. 경매에서 구매했어요. 원래 주인이 클린트 이스트우드였다고 하던데….” 이렇게 모으는 일에 삶을 쏟다 보면 기억에 남는 일이 생기는 게 당연하다. “중동 지방을 자주 갔 습니다. 한때 영국인들이 많이 머물던 곳이라 좋은 시계를 괜찮은 가격 에 구할 수 있었거든요. 1990년이었나, 지금은 없어진 바그다드 쉐라톤 워커힐 호텔 지하 시계점에서 굉장한 시계를 보았는데 때마침 돈이 없 는 거예요. 어떻게 했냐고요? 외상으로 받아 왔습니다. 돈은 나중에 주었 고요. 중동 사람들이 이렇게 인심이 좋고 마음이 따뜻해요. 그런 일들이 계속 생기며 이 박물관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이동진은 몇 년 전 박물관을 차렸다. 헤이리에 있는 칼과 시계 박 물관은 이동진이 평생 모아 온 물건들을 2층 규모로 전시하고 있다. 1층 에는 시계를, 2층에는 칼을 전시해 두었다. 사치품으로서의 시계가 아니 라 시간을 기록하는 도구로서의 시계에 흥미가 있다면 이곳에서 한참을 머무를지도 모른다. 해시계부터 항공시계, 시계를 만드는 기계와 IWC에 들어가는 톱니바퀴들까지 모두 한곳에서 볼 수 있으며, 이동진을 만난다 면 그에게 직접 설명을 들을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시계의 의미 를 물었다. “시계는 결국 시간을 알려 주는 도구입니다. 정확한 시간을 알 고 싶었던 근대적 노력의 결정체이자, 누구에게나 똑같이 시간이 흐르고 있다는 것을 알려 주는 상징이에요. 현대 문명의 한 증표인 겁니다.” 이동 진은 평생 열정을 쏟아 모은 물건을 이렇게 정의했다.

THE MUSEUM TIME & BLADE 이동진이 운영하는 칼과 시계 박물관에서는 이런 책을 만들었다. 이동진이 평생 여행하며 모은 칼과 시계를 소개한 것. 인류 문명에서 칼과 시계가 차지하는 의미, 세계적인 시계 명가의 역사와 전통을 한번에 볼 수 있 는 이 책은 이동진 본인이 즐겨 읽는 책이기도 하다.


STAGE

The Legendary American Band

노장들의 화려한 귀환, ‘이글스’ 서울에 오다 그들이 돌아왔다. 그것도 오리지널 멤버 그대로 돌아온다고 해서 팬들은 봄바람도 불기 전, 벌써부터 마음 설레며 기다린다. 글 서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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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가사 전부를 알지 못해 앞 부분은 허밍으로 흥얼거려도 이 가사가 나오는

마찬가지였다. 기타를 배우는 주요 목적은 사교활동뿐만 아니라 이성교제에 있

후렴구가 시작되는 순간,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따라 부른다. ‘Welcome to the

었다. 다가가서 위로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적당히 고독한 표정을 짓고

Hotel California. Such a lovely place. Such a lovely place…’ ‘한국인이 가장 좋

기타줄을 튕기다가, 가끔은 기타를 무심하게 퉁퉁 치며 부르는 ‘팝송’이야말로

아하는 팝송 순위’ 설문 조사 결과에서 항상 상위권에 랭크되는 바로 이 노래,

여심을 사로잡는 데 꼭 필요한 수단이었다. 게다가 그 노래가 ‘Hotel California’

‘Hotel California’. 노래의 주인공인 ‘이글스’의 공연을 드디어 한국에서 볼 수 있

라면 성공률은 더 올라간다. 물론 이 노래 말고 비틀스의 ‘Yesterday’나 퀸의

게 되었다. 그동안 수차례 소문만 무성했던 내한공연 소식으로 국내 팬들을 설

‘Bohemian Rapsody’ 같은 막강 레퍼토리가 있었다. 하지만 ‘Yesterday’를 부르

레게 했다가 실망만 안겨줬지만 이번엔 진짜다. 이글스의 내한공연 소식에 마

면 왠지 몰취향이거나 심약한 문학소년처럼 보일 것 같고, ‘Bohemian Rapsody’

음이 설렐 팬들에게 보너스 소식이 있으니, 바로 오리지널 멤버 그대로 방문해

를 혼자 소화해내는 건 ‘미션 임파서블’이다. 베트남 전쟁에서의 패배, 닉슨 대

서 공연을 갖는다는 사실이다.

통령의 하야, 반전 운동 등 당시 사회적 분위기와 맞물려 핑크빛 ‘아메리칸 드

1971년 린다 론스태드Lida Ronstadt의 연주자로 모인 그들은 한 번으로 끝날 단

림’에 대한 허황된 환상을 은유적으로 빗댄 가사를 담은 ‘Hotel California’는 발

발성 모임 이후 각자의 길을 가려다가 ‘호흡도 잘 맞고 서로 추구하는 음악적

표 당시 연령, 인종에 상관없이 전 세계 모든 이들의 사랑을 받았고, 세대를 이

색깔도 같으니 계속 같이해보면 어때?’라는 린다 론스태드의 조언에 따라 ‘이

어 지금도 사랑받는, 팝 역사상 가장 위대한 노래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1980

글스’라는 이름의 밴드를 결성한다. 이듬해 밴드 이름을 딴 앨범 <Eagles>를 발

년 돌연 해체를 선언, 팬들의 아쉬움을 산 이글스는 2004년 재결합을 발표하고

표하고 첫 번째 싱글인 ‘Take It Easy’가 성공을 거두면서 컨트리 록 밴드로서의

투어 중심의 활동을 펼치며 돌아왔다. ‘우린 아직 건재하다’는 사실을 입증이라

명성을 쌓아간다. 뜻밖의 성공에 그 여세를 몰아 1973년 앨범 <Desperado>를

도 하고 싶었던 걸까. 2007년 <Long Road Out Of Eden> 앨범을 발표 했는데,

발표하고 확실한 자리매김을 한다. 그들의 수많은 노래 중에서도 널리 알려진

정규 앨범으로 치면 무려 28년 만이다. 6년 동안의 준비기간을 거친 이 ‘전설적

명곡 ‘Desperado’ 는 싱글로 발표된 적이 없는데도, 영화와 광고에 삽입되면서

인 밴드’의 앨범에 대한 팬들의 반응은 당연히 뜨거웠다. 2장짜리 앨범으로 20

귀에 익숙해져 한국 팬들도 많이 사랑하는 노래다. 1976년 발표한 앨범 <Hotel

곡의 노래가 실린 이 매머드급 앨범은 발매와 동시에 미국에서만 70만 장이 팔

California>를 빼놓을 수 없다. 이 앨범 수록곡 ‘Hotel California’로 ‘이글스’라는 미

리면서 그 주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를 하며 확실하게 등장했다.

국 밴드는 세계적인 인기를 거머쥐게 되었으니까. 한 번 들으면 귀에 쏙쏙 들어

이번 최초의 내한공연은 동일 앨범의 프로모션이자, 2008년 영국 런던 공연을

와 노래가 끝나면 흥얼거리게 만드는 멜로디와 돈 헨리Don Henley의 부담스럽

처음으로 지금까지 이어진 투어 일환으로 3월 15일 오후 8시 서울 올림픽 체조

지 않게 적당히 허스키한, 그러면서 왠지 모르게 서글퍼져 한국적 ‘한’이 느껴지

경기장에서 단 한 차례 공연을 가질 예정이다. 2007년 8월에 있었던 CNN과의

는 목소리,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은 미드 템포의 곡이다. 게다가 왠지 나도 연

인터뷰에서 돈 헨리의 “아마도 이 앨범이 <이글스>라는 이름으로 발표하는 마

습하면 연주할 수 있을 것 같은 도전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기타 리프도 이 노

지막 앨범일 것이다”라는 말 때문에라도 이번 공연에는 꼭 가야 한다. 그들의

래를 전설의 반열에 올려놓은 공신 역할을 했다. 이 노래가 히트할 당시 한국에

연주에 맞춰 ‘Hotel California’를 부르게 될 순간은 자손대대로 이어질 무용담과

서는 친구들 앞에서 ‘폼’ 한번 잡거나 주목받으려면 기타 연주는 필수과목이나

같은 역사적인 경험이 될 것임이 분명하니까.

EAGLES

ETIQUETTE 닥터 마틴 워커 스타일 부츠 록 콘서트에 간다고 꼭 카우보이를 연상시키는 웨스 턴 부츠를 신어야 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부적절한 차 림새로 사람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한몸에 받을 수도 있다. 닥터 마틴 워커 스타일 부츠는 남성적인 매력을 물씬 풍기면서도 너무 멋 부린 것 같지 않아 좋다. 차 분하게 톤 다운된 빨간색이라 크게 부담스럽지 않다.

블루진 소매가 약간 짧은 반팔 티셔츠와 블루진을 매 치한다면 재기발랄한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 다. 단, 진을 고를 때 유념할 점은 헐렁한 것보 다는 각선미를 돋보이게 도와줄 약간 타이트한 사이즈의 부츠컷을 고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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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CITI

호주 남쪽의 큰 섬 태즈매니아에서는 모든 것이 세상에서 제일 깨끗하다. 한가한 마을, 청명한 하늘, 그 사이에 걸친 구름과 그 구름에서 떨어지는 빗물도 하나같이 청정한 도시, 누구든 편안해질 그곳의 날들. 글 박찬용 | 사진 최민석, 김성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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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e City


INSIDE CIT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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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태즈매니아 서부 내륙의 퀸스타운은 광산으로 융성해진 도시였다. 채굴 의 시기가 끝나자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마을을 빠져나갔고, 스트라한을 오 가던 기차도 관광용으로만 운영된다. 하지만 그 덕에 여행자들은 이렇게 그 림 같은 풍경을 볼 수 있다. 2 데이븐포트는 멜버른에서 태즈매니아를 왕복하는 유일한 정기 여객선인 스피리트 오브 태즈매니아Spirit of Tasmania 기항지다. 한가한 도시의 해 질 녘이 노을색으로 물든다.물든다 3 “태즈매니아를 즐기는 데 오토캠핑처럼 합리적이면서도 행복한 방법은 없다.” 론체스턴 근처의 뷰티 포인트 앞에서 만난 앤티크 폭스바겐 캠핑카 의 주인이 한 말이다. 그는 이 차가 1977년에 나왔지만 아직도 멀쩡하다며 싱긋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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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태즈매니아 주의 주도인 호바트는 호주에서도 최초로 영국인 들이 정착한 곳이다. 그래서 호바트 토박이들은 아직도 호주 본 토를 ‘북섬’이라 부른다. 이렇게 고집스러우면서도 누구에게나 친절한 사람들이 사는 도시의 길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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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론체스턴에서 가장 오래된 레스토랑인 피에르 브래서리 앤드 카페Pierre’s Bracerries and cafe는 이 도시에서 가장 유명한 식당이자 호주에서도 최초로 에스프레소 머신을 들여온 곳이다. 그 기계는 아직도 아침마다 커피를 만들어내고, 그 맛을 기억하 는 손님들이 대대로 찾아온다. www.pierres.net.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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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 태즈매니아 와인이 호주 와인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0.4%에 불과하다. 반면 호주산 프리미엄 와인 중 태즈매니아산의 비중은 20%에 달한다. 사진 속 으로 들어가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는 이곳은 태즈매니아 대표 와인 조셉 크로미의 와이너리다. www.joesgchromy.com.au 3 독일에서 이민을 떠나 퍼스를 거쳐 태즈매니아까지 온 지기 피카는 20년 동안 의 노력과 튼튼한 두 손만으로 숲 속에 자기만의 농장을 만들어냈다. 태즈매니아 에서 가장 맛있는 훈제 연어 농장이 그렇게 만들어졌다. 사진 속의 집은 농장 곁에 있는 것으로, 주인이 직접 지었다. www.41southtasmania.com 4 태즈매니아는 발 딛는 곳마다 프리미엄 와인이 가득하고, 맛은 생각보다 싱싱하 며, 가격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저렴하다. 호바트를 내려다보는 무어릴라 와이 너리는 도시가 어디냐는 듯 고요하다. www.moorilla.com.au/wine 5 천천히 달리다 적당한 캠핑장을 찾는다. 나무 그늘 아래 차를 대고 저녁때까지 잠시 쉬려 잔디 위에 의자를 펼친다.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면 순한 오리들이 찾아 온다. 태즈매니아의 완벽한 주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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