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2016 7 웹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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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년 전통의 대한민국 최장수 월간지 SINCE 1910 - 제1,154호

시대를 읽고 삶에 희망을 주는

07 2016

sijosa.com

| 권두언 쓰레기 다이어트 | 시대의 징조   독(毒)보리 | 시론 민족 화합의 길을 찾아서 | 마음 산책 잃어버린 소중한 것들 | 건강한 삶 만병통치약


권두언

쓰레기 다이어트 감당할 수 있었던 쓰레기 버릴 것이 없던 시절이 있었다. 어린 시절을 돌이켜 보 아도 지금처럼 과도한 포장과 각종 쓰레기가 많지 않았 다. 예전만 해도 쓰레기 중에 고급 쓰레기는 ‘넝마’, 그러 니까 낡고 해져서 입지 못하는 옷이나 헝겊 등이었다. 그 래서 소위 ‘넝마주이’는 천 조각이나 폐지, 재활용이 가능 한 빈 병 또는 고철을 수집해서 팔아 생계를 이어 갔다. 또한, 당시의 대표적인 생활 쓰레기는 연료로 쓰고 버린, 부피가 제법 큰 연탄재 정도였다. 지금이야 ‘헌옷 수거함’ 에 여전히 입을 만한 옷이 버려져 수북하고, 아직 꽤 쓸 만한 소파나 옷장, 장롱 같은 가구도 내다 버리지만, 그때 만 해도 버릴 것이 많지 않은 시대였다. 쓰레기 처리의 자 정 작용이 가능했던 시절이었다. 오늘날처럼 급속한 도시 화와 산업화가 이루어지기 전만 해도 사람이 살면서 필연 적으로 배출하는 쓰레기의 처리는 감당할 만한 수준이었 다. 집에서 기르던 가축은 인간이 만들어 낸 유기성 쓰레 기(organic wastes)를 아주 잘 먹었다. 개, 고양이, 돼지, 소, 쥐, 지렁이 등은 인간이 버린 쓰레기 더미에서 쉽게 먹거 리를 구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쓰레기 처리를 위해 주로 동물을 활용해 왔다. 사실 요리와 식사 후에 남은 찌꺼기 를 동물 사료로 활용하는 것은 고대부터 이어져 온 일반 적인 관행이었다. 특히 개는 사람이 남긴 음식 찌꺼기를 깨끗이 먹어 치웠고, 다른 육식 동물한테 해침을 당하지 않도록 사람들의 보호를 받았다. 현대의 도시에서는 쓰레 2  Signs of the  Times

기를 파헤쳐 먹는 동물을 거의 볼 수 없지만, 동남아 지역 의 마을이나 촌락에서는 여전히 사람들과 함께 살며 음 식물 쓰레기의 1차 처리를 담당하고 있다. “식물 역시 인 간이 만들어 낸 몇몇 쓰레기를 좋아한다. 농부들은 아주 오래전부터 이 점을 알았다. 이미 고대 로마 시대에 사람 들은 집 밖에 돌로 만든 통을 놓고 거기에 과일과 채소 껍질을 모아 버렸는데, 그러면 농부들이 정기적으로 거 둬 갔다. 고대 중국에서는 돼지를 늘 사람 사는 곳에 함 께 있게 했다. 돼지는 쓰레기와 배설물을 먹고 자랐고, 돼 지는 ‘쓰레기 먹는 짐승’으로 알려져 있다. 중세 유럽에서 도 다른 짐승들이 참나무 숲에서 도토리를 먹고 살아가 는 동안 돼지는 도시에서 뒹굴었다. 공공 도로에 버려진 쓰레기 가운데 먹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먹어 치웠다. 아무도 여기에 불만이 없었는데, 그 까닭은 이 네발짐승 이 도시 정화에 이바지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1131년 프 랑스 파리에서는 루이 6세의 왕세자가 탄 마차에 돼지 한 마리가 뛰어들어 왕세자가 그만 마차에서 떨어져 죽었다. 그 후 파리에서는 돼지가 거리에 돌아다니는 것을 금지했 으며, 이때부터 돼지를 끈에 묶어 두는 관습이 생겨났다” (출처 : <쓰레기, 문명의 그림자>). 이처럼 예전에는 사람들이 내 다 버린 쓰레기의 종류도 매우 제한적이었고, 그 양도 많 지 않았다. 게다가 가금류가 사람들 주변을 맴돌며 쓰레 기 처리의 일부를 담당했기에 쓰레기 문제의 해결이 용이 했다.


감당이 안 되는 쓰레기 과거와 달리, 현대인들은 물질문명의 발달과 풍요 속 에 생겨나는 엄청난 양의 쓰레기들을 버린다. 특히 문제 가 되는 것은 만능 소재(?)인 ‘플라스틱 쓰레기’다. 이것은 ‘감당할 수 없는 쓰레기’로 그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매립 으로 해결될 수 있었던 쓰레기가 사라지지 않는 독성을 가진 쓰레기가 되었다. 현시대를 ‘플라스틱 만능 시대’라 고 부르는 사람들이 있다. 플라스틱 재료만 있으면 무엇 이든지 자유자재로 유용한 도구를 만들어 낸다. 어린 시 절에는 유리병에 우유를 담아 먹고, 빈 유리 우유병을 수 거해 다시 공급받았다. 그런데 유리병은 무겁다는 이유 로 플라스틱 우유병에게 그 자리를 내주었고 그 자취를 감추었다. 집 안에 있는 물건들을 살펴보면, 대부분의 제 품이 플라스틱으로 만든 것들이다. 주방 용품을 비롯한 각종 생활 가전제품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다. 마트에 서 구입하는 많은 식재료들이 플라스틱 용기에 포장되어 있다. 서민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두부는 플라스 틱 포장 용기에 담겨 있고, 콩나물도 비닐 봉투에 쌓여 진 열대 놓여 있다. 세탁소에 맡겼던 옷을 찾아올 때는 가지 런히 비닐(vinyl)에 싸인 옷을 받는다. 농촌에 가 보면 수많 은 비닐하우스와 곳곳에 버려진 폐비닐을 흔히 볼 수 있 다. 바쁜 농사일로 인해, 번거로운 김매기를 포기하고 밭 두렁에 비닐을 씌워 잡풀이 자라지 않도록 한다. 우리는 플라스틱이나 비닐을 통해 편리함은 누리지만 사라지지 않는 독성 쓰레기를 남긴다. 요즘 같은 여름철에 계곡이 나 해수욕장에서 물놀이를 즐기다 보면, 함부로 버려진 비닐 봉투가 간혹 발에 걸리는 경우가 있다. 한 해양환경 보호단체의 충격적인 보고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시 간마다 약 675톤의 쓰레기가 바다에 버려지고 있다고 하 며, 그 가운데 절반가량이 플라스틱 쓰레기라고 한다. 플 라스틱에 들어 있는 유해 물질로 인해 인간의 몸이 병드 는 것은 우리가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서서히 진행되지 만, 바다에 사는 많은 생물들은 플라스틱에 직접적인 영 향을 받는다. 비닐 봉투를 해파리로 착각해 삼키다 죽은 바다거북 등 많은 사례가 이들의 위기를 대신 말해 주고 있다.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 하와이 제도의 미드웨이 섬 에는 200만 마리 이상의 갈매기가 둥지를 틀고 있다. 그 런데 이곳의 어린 새들 중 3분의 1이 매년 죽어 나간다. 어미 새가 실수로 플라스틱 쓰레기를 먹이로 주기 때문이 다. 실제로, 죽은 새들의 배를 갈라 해부해 보니 그 속에 서 온갖 종류의 플라스틱 병뚜껑이 여럿 발견되었다. 북

해 해안에서 건져 올린 1,000여 마리의 풀마 갈매기를 연 구한 네덜란드의 알테라 연구소는 죽은 새의 95퍼센트 이상이 소화할 수 없는 쓰레기를 먹었고, 한 마리당 평균 44개의 플라스틱 조각을 먹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한 다(출처 : <플라스틱 행성> 참조). 이처럼 플라스틱은 결코 사라 지지 않는 독성 물질로 동물에게나 인간에게 감당할 수 없는 쓰레기임에 틀림없다. 게다가 최근에는 우리가 생활 속에서 자주 사용하는 치약과 화장품에 있는 ‘미세 플라 스틱’의 위험성을 깨닫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미세 플라스틱은 하수 정화 장치에서도 걸러지지 않은 채 강이나 바다로 유입된다. 미세 플라스틱은 매우 작은 입자 로서 썩지 않을 뿐 아니라 스펀지처럼 독성 물질을 흡수 해 잔류성 유기 오염 물질을 빨아들인다. 게다가 ‘고농축 의 독성 물질’로 변해 먹이 사슬을 거치면서 다시 사람의 인체에 들어와 건강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쓰레기 병(病) 우리네 생활 속에서 쓰레기의 배출은 불가피하다. 게다 가 여름이다. 캠핑 등 야외 활동이 많아지면서 편리함을 이유로 1회 용품의 사용이 급증하고 있다. 지구가 몸살 을 앓고 있는 이 ‘쓰레기 병(病)’을 어떻게 치유할 수 있을 까? 해법은 어디에 있을까? 우선 쓰레기의 배출량을 줄 이고, 재활용을 생활 속에서 적극 실천하는 것이다. 과대 포장을 지양하고 무료 증정품이나 무료 샘플을 받지 않 는 것도 실천 방법 가운데 하나이다. 인간의 욕심과 편의 를 추구하는 생활 양식이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자연을 파괴한다. 그 결과 자연은 신음하고 아파하며 탄식하고 있다. 사도 바울은 “피조물이 다 이제까지 함께 탄식하며 함께 고통 하는 것을 우리가 아나니”(로마서 8장 22절 참 조)라고 말했다. 이제 우리는 피조물이 탄식하며 고통을 겪는 소리를 듣고, 함께 아파하고 치유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훗날 더 큰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편리함을 추구하는 우리의 일상이 우리를 역습할 때가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

박재만 editor@sijosa.com  본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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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읽고 삶의 희망을 주는

시조

월간

2016. July. Vol. 1154

Perspectives

세상을 보는 시조의 눈

Cover Feature

커버 특집

02  권두언

쓰레기 다이어트 _ 박재만

05  시대의 징조

독(毒)보리 _ 박성하

08  시론

민족 화합의 길을 찾아서 _ 박춘식

11  책 사잇길

용서하기 위하여 기억한다는 것 _ 안상원

모이기를 폐하지 말라 15  에클레시아, 참된 모임의 의미!  _ 제해종 18  모여야만 하는 이유 _ 낸시 캔웰

죽은 당일에 낙원으로 가는가? _  윌슨 파로스키

People, Faith, Life Story

21  진리 탐구

사람, 신앙, 삶 이야기

24  時兆가 만난 사람 대한민국 남자 간호사 1호 _ 김범태 27  마음 산책

잃어버린 소중한 것들 _ 김창환

30  Editor's Note 우선순위 _ 김해성 32  Essay

나는 믿지 않는다 _ 윤영한

34  건강한 삶

만병통치약 _ 채은하

37  창작 동화

할머니의 마음 _ 이대호

Sharing Hope

40  Q & A 진리 탐구  _ 편집실

나누는 희망

41  독자 소감 42  희망의 시조 보내기 운동 43  신조어로 본 세상 / 퀴즈 (틀린 그림 찾기) 44  말씀이 생각나는 풍경

인쇄  2016.  6.  20.  발행  2016.  6.  23. 등록 - 1960.  7.  1.  등록번호 (제동대문 라 00045호) 월간 교양지  발행인 황춘광  편집인 박재만  인쇄인 엄길수  편집장 김해성(sijo@sijosa.com)  취재·교열 박정은   디자인 이혜연, 김나영  발행·인쇄처 시조사 : 서울시 동대문구 이문로1길 11  대표전화 (02)3299-5300  주소변경·독자문의 (02)3299-5317~9  구독신청 (02)3299-5311~3  내용·투 고 문의 (02)3299-5322  팩스 (02)960-0848  지로 번호 3005963  ISBN 2233-7490  1년 정기 구독료 39,000원  본지는 한국 간행물 윤리 위원회의 윤리 강령 및  실천 요강을 준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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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시조의 눈

시대의 징조

독(毒)보리 가라지를 뿌리는 사람들 한 농부가 자기 밭에 좋은 씨를 뿌렸다. 그런데 그 농부의 원수가 밤중에 몰래 와서 밀 사이에 가 라지를 뿌리고 갔다. 자랄 때는 밀과 가라지가 너무 비슷하기 때문에 아무도 몰랐다. 밀이 다 자라 낟알이 익을 때 비로소 까만 가라지가 수없이 섞여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종들이 와서 말했다. “주인님, 밭에 좋은 씨를 뿌리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어디서 이런 가라지가 나왔을까요?” 주인이 대답했다. “원수가 그랬구나.” “저희가 가서 가라지를 다 뽑아 버릴까요?” “아니다. 가라지를 뽑을 때에 밀도 함께 뽑힐 수 있다. 추수할 때까지 함께 자라게 놔두어라. 추수 할 때, 내가 일꾼들에게 먼저 가라지를 거두어 묶어서 불에 태우고, 밀은 거두어 곳간에 쌓으라고 하겠다”(마태복음 13장 24~30절). 가버나움과 막달라 사이의 갈릴리 호수 어느 해변에서 예수께서 말씀하신 비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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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지의 정체

기여서 몇 청년과 의기투합했다. 남성 사중창은 하이

우리말 성경에는 ‘가라지’로 번역되어 있지만, 영어

테너, 세컨 테너, 바리톤, 베이스로 이루어지지만, 그

성경에는 ‘tare(독보리, KJV)’, ‘weed(잡초, NIV)’ 등으로 번

파트에 어울리는 음색을 갖춘 사람도 없었고, 자기 음

역되었다. 헬라어 원문에는 ‘지자니아(zizania)’라고 되

도 제대로 못내 곧잘 멜로디를 따라가 단음 합창이 되

어 있는데 ‘롤리움 테물렌툼(Lolium temulentum)’, 즉 화

곤 했다. 한 달여를 연습한 끝에 드디어 예배 시간에

본과식물인 수염 난 ‘독(毒)보리’를 가리킨다. 팔레스타

특창을 부르게 되었다. 몇 군데 불안하긴 했지만 그런

인에 흔한 이 식물은 키가 약 60센티미터까지 자란다.

대로 노래를 마쳤다. 성도들은 우렁찬 ‘아멘’으로 격려

싹이 나서 자랄 때는 잎과 줄기가 밀이나 보리와 너무

해 주었다. 예배가 마치자 한 분이 다가와 말했다.

비슷해서 구별할 수가 없다. 다 자라서 독보리의 씨가 검게 되어서야 곡식과 구별이 된다. 독보리 씨 자체는 독성이 없지만, ‘테므렌(temulen)’이라는 곰팡이에 감염 되면 독성을 일으켜 먹으면 심한 멀미와 설사, 경련, 때

“흠... 수고는 했어. 그런데 세컨 테너가 영 음색이 아 니고, 베이스는 음량이 너무 작아.” 이 말에 우리는 풀이 죽어 버렸고, 그날 공연이 처음 이자 마지막이 되고 말았다.

로는 사망까지 초래한다. 독보리가 곰팡이에 감염되지

무슨 일에 꼭 재를 뿌리고 초를 치는 사람들

않더라도 맛이 쓰기 때문에 밀에 섞이면 밀가루 맛이

이 있다. 요즘 방송, 영화, 소설 등에서는 스포일러

나빠진다.

(spoiler, 영화 등의 결말이나 반전을 공개하는 것)

때문에 골머

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 스포일러가 사회적 이슈가 된

재 뿌리고 초 치는 사람들

것은 1995년 ‘유주얼 서스펙트’가 개봉되었을 때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전에 잠시 머물 때, 주변에

많은 사람이 이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 앞에 줄을 서

있는 작은 교회를 다녔다. 당시 남성 사중창이 한창 인

있었다. 그때 버스를 타고 가던 사람이 창문을 열고

일반적으로 어떤 환경이나 사건으로 내면에 상처를 받게 되면(심리적 외상) 사회를 향한 원망과 증오를 갖게 되고, 자기와 무관한 사람 들에게까지 무자비한 언어적 폭력을 쏟아 내 복수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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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은 이다!”라고 소리쳤다. 영화를 즐기려던 사람들은 결말을 알게 되어 김이 빠져 버렸다. 한 관객 은 스포일러에 대해 “대체 무슨 심보로 남의 영화 감 상을 망치는지 화가 난다.”고 말했다고 한다. 지난 5월 17일, 서울 강남역 인근 서초동에 위치한 노래방 화장실에서 한 정신질환자가 무고한 여성을 살 해하자 ‘여성혐오 범죄’라는 주장이 제기되어 전국적 인 추모 운동이 일어났을 때도, 한 극우 성향의 온라 인 커뮤니티 회원이 ‘남자라서 죽은 천안함 용사들을

과 방식을 따르지 않으면, 민주적 절차에 따라 다수결

잊지 맙시다’라는 엉뚱한 화환을 보내 사람들의 빈축

로 결정해도 독재라고 폄하하고, 집단 전체를 불의의

을 사기도 했다.

세력으로 정의한다.

온라인에서도 게시판이나 SNS(Social Networking Service)

특히 이들은 공감 능력이 결여되어 있어서 상대방이

등에서 시비를 걸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나 집단이 느끼는 고통에 둔감하다. 따라서 남의 불행

악플러(악성 댓글을 다는 사람)들이 있다.

앞에서 태연스럽게 저주에 가까운 말과 글을 뱉어 낼 수 있는 것이다.

재를 뿌리는 심리 이러한 심리는 기본적으로 공격성이 기초하고 있다

성경에는 “쓴 뿌리가 나서 괴롭게”(히브리서 12장 15

고 한다. 일반적으로 어떤 환경이나 사건으로 내면에

절) 할 것에 대해 엄히 경계한다. 이것은 고의적으로

상처를 받게 되면(심리적 외상) 사회를 향한 원망과 증오

논쟁을 선동하고 싸우기를 좋아하며, 사람들 사이를

를 갖게 되고, 자기와 무관한 사람들에게까지 무자비

이간질하는 사람들에 대한 경고이다.

한 언어적 폭력을 쏟아 내 복수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예수님의 가라지 비유가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심리적 박탈감에 의한 질투심에 기인하기도 한다. 사

가라지를 뿌리는 사람들은 결코 하나님의 곳간에 들

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이나 인기인들에 대한 상대적

여질 수 없다는 것이다.

박탈감 때문에 그들이 어떤 사건으로 도마에 오르게

“모든 사람으로 더불어 화평함과 거룩함을 좇으라

되면 ‘쌤통이다’는 식의 감정 분출을 하게 된다고 한다.

이것이 없이는 아무도 주를 보지 못하리라”(히브리서

낮은 자존감과 열등의식에 의한 반동이 원인일 수도

12장 14절).

있다. 따라서 익명성이 보장된 인터넷 같은 곳에서 억 압된 감정을 발산하고, 싸움을 걸고 분위기를 주도하 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려 한다는 것이다. 자기와 의견이 다른 사람들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 들은 대개 통제형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고 성장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들은 자기가 속한 집단이 자기주장

박성하 kucpsh@hanmail.net 성경 예언 연구 전문가, 성경 예언을 통한 통찰력으로 글과 강연을 통해 시대를 분석하고 해결책을 제시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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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는 시조의 눈

시론(時論)

민족 화합의

길을 찾아서 칠월은 태양이 뜨거운 달이다. 하늘이 뜨겁다 보니 땅 위의 인생들도 뜨거워지나 보다. 그래서 그런지 칠월의 기념일들 중에는 분쟁이나 전쟁에 기인해서 생긴 날이 많다. 우선 현대 민주주의 확립에 중요한 계기를 마련한 두 사건이 칠월에 벌어졌다. 7월 4일은 1776년에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한 미국의 독립 기념일이다. 독립 선언서는 창조주 앞에서 만민이 평등하다고 선포했다. 7월 14일은 1789년 바스티 유 감옥을 습격한 것이 발단이 된 프랑스의 혁명 기념일이다. 자유, 평등, 박애의 혁명 정신은 왕족과 귀 족 등의 권력자가 일반 백성을 학대하고 착취하던 구시대를 끝냈다. 7월 21일은 민족 간의 폭력적 대결 을 근절하는 데 큰 모범을 보인 싱가포르가 1965년부터 지키고 있는 민족 화합의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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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7일은 우리나라의 가슴 아픈 역사인 한국 전

는 이가 많다는 소식을 듣는다. 이분들이 북한의 가족

쟁과 관련이 있다. 1953년, 이날에 총성을 멈추게 하는

들을 그리워하는 애절한 이야기는 눈물 없이는 들을

휴전 협정이 체결되었다. 한국이 전쟁의 참화에서 일

수 없다. 가슴앓이가 언제 끝날까!

어나 번영과 발전의 시대를 누리며 사는 것은 그때 자 유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이 땅에 파송된 유엔군

우리는 큰일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불가능

덕분이다. 캐나다는 이날을 한국전 참전 용사 기념일

한 것처럼 보이는 현실이라도 통일이라는 큰 꿈을 마

로 삼았고, 한국은 2013년부터 이날을 유엔군 참전의

음속에서 지워 버리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

날로 정했다. 이날의 의미에 대해서 남과 북은 서로 이

통일이 왔을 때 우리가 정말로 그 통일의 혜택을 즐길

해가 다르다. 북한은 조국 해방 전쟁 승리 기념일이라

뿐 아니라 통일이 가져다 줄 엄청난 격변에 따른 불편

고 한다.

과 희생을 즐거이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가 되어 있는 가이다. 우리에게 온 작은 통일인 탈북 동포들이 대한

옛 유대 민족의 바벨론 유수는 70년 만에 끝났다.

민국 땅에서 정말 잘 지내고 있는가? 이들의 삶에 필

우리도 남북 분단의 역사가 70년이나 되었으니 이 어

요한 것들을 면밀하게 관찰하고 충족시켜 주는 일을

두운 역사를 끝내고 함께 하나 되는 시대가 활짝 열리

함으로 통일을 대비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들을 세

기를 기원해 본다. 그러나 한반도를 한순간에 잿더미

울 수 있을 것이다. 통일은 결국 함께 평화롭고 행복하

로 만들 수도 있는 공포스런 괴물 같은 무기들이 서로

게 살자고 하는 것이니까 말이다.

를 향해 겨누고 있다. 문명은 대낮이지만 민족의 역사 는 꽁꽁 얼어붙은 한겨울의 칠흑같이 어두운 밤이다.

남한은 다민족 사회로 이미 들어가 있다. 통일을 어

그러나 희망을 버리지 말아야 한다. 바벨론이 갑자기

떻게 대비해야 하는가라는 거대 담론을 나누기 전에

무너지고 유대인에게 해방이 온 것처럼, 하나님이 주

우리의 한 부분이 되어 버린 다문화 출신 외국인들과

관하시면 이 흑암이 순식간에 사라질 수도 있다. 우리

어떻게 융합되어 살아갈 것인가를 생각하는 것이 우

에게도 유대인들이 불렀던 것과 같은 감격의 노래를

선적으로 필요하다. 이것이 통일의 토양을 비옥하게

부를 때가 알지 못하는 순간에 닥쳐올지도 모른다. “여

하는 거름 역할을 할 수 있다.

호와께서 시온의 포로를 돌리실 때에 우리가 꿈꾸는 것 같았도다 …열방 중에서 말하기를 여호와께서 저

나는 학기 중 일요일에 외국인 학생들을 위해 마련

희를 위하여 대사를 행하셨다 하였도다”(시편 126편

된 석사 과정에서 강의를 한다. 국적은 아시아와 아프

1~2절).

리카의 다양한 나라이다. 영어라는 공용어 덕분에 다 양한 나라 학생들과 학문의 길을 함께 걸을 수 있는

남북통일은 나와 같은 이산가족을 둔 이들에게는

축복을 누리고 있다. 이들은 모두 주중에는 농장이나

골수에 사무칠 만큼 절실한 일이다. 이것은 이산 2세

공장, 사무실에서 일하면서 출신국이나 지역에서 온

대인 나에게는 많이 희석되어 있지만 이북에 고향을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해 설교를 하기도 하고 그들의

둔 나의 어버이 세대에게는 아직도 헤어짐이 한으로

애로 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수고한다. 이들에게서 외

남아 있다. 최근 탈북자가 늘어나고 한국 땅에 들어오

국인 노동자들이 어떤 일을 겪는지를 자주 듣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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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천사 역할을 했던 분들이 있었기에 나는 주 저앉지 않았다. 하나님은 내게 너무 좋은 사람들로 둘 러 주셨다. 그 덕분에 하나님 대학에서 가르치는 오늘 의 내가 있다. 받았으니 돌려줘야 한다는 생각이 내 속 에 자리를 잡았다. 요즘에는 아시아와 아프리카에 학 교를 세우기도 하고 학생들을 데려와 박사 학위를 받 게 해서 그 나라에 캠퍼스 사역을 하는 교수로 파송하 는 일을 추진하고 있다. 고맙게도 소수이지만 국내외 피부색과 눈 빛깔과 얼굴과 문화가 달라도, 종교와 사상이

교수들이 이 일에 뜻을 함께하고 있다.

달라도 함께 어우러져 평화롭게 지낼 수 있는 나라가 되었으 면 좋겠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을 고마운 나라로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피부색과 눈 빛깔과 얼굴과 문화

임금 체불을 당하고, 차별을 받는 안타까운 이야기들

가 달라도, 종교와 사상이 달라도 함께 어우러져 평화

을 듣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의 학생들이 치열

롭게 지낼 수 있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가난한 유

하게 활동했던 이야기들도 알게 되었다.

학생이었던 필자의 딸을 차별 없이 교육시켜 주고 하 버드 대학교에서 꿈을 키울 수 있게 해 주었던 그 나라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미국에서 돈을 벌며 공부

처럼 우리나라도 차별 없는 교육, 수준 높은 교육, 꿈

했던 자비 유학생 시절이 생각난다. 여러 곳을 다니며

을 키우고 성취할 수 있는 교육을 외국인 노동자의 자

돈을 벌었기에 미국 생활의 속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보

녀들에게 베풀어 줄 수 있으면 좋겠다. 한국이라는 나

고 체험했다. 영어도 서툴고 생활도 서툴고 트레일러

라를 만났기에, 한국에서 교육을 받았기에 배고픔에

를 끌고 다니는 자동차 운전도 서툴렀던 내게 주변의

서 벗어나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고, 축

미국인들은 정말 많은 친절을 베풀어 주었다. 장애를

복받은 삶으로 운명을 바꿀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가진 아들까지 그곳에서 태어났기에 미국의 사회 복 지 제도를 눈물 나도록 고맙게 누릴 수 있었다. “정말

남북은 그 오랜 분단의 세월 동안 어쩌면 피부 색깔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곳이구나, 사람 살 만한 곳이구

이 다른 외국인보다도 더 먼 이방인처럼 살아오지 않

나.”라는 생각을 했던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았던가. 우리 속의 이방인들을 내 동포, 내 가족처럼 품을 수 있을 때 민족 화합의 장이 새로 열릴 것이요,

오늘 아침에 숲속 길을 걸으며 FAST 교육에 참여해 서 암송한 첫 성경절을 묵상했다. “머나먼 곳에서 여

통일은 우리에게 하나님께서 주시는 귀한 축복으로 임하게 될 것이다.

호와께서 그에게 나타나셨다. 내가 영원한 사랑으로 너를 사랑하였다”(렘 31:3, ESV). 그랬다. 머나먼 이국 땅, 돈 없고, 아픈 아이를 데리고 보장되지 않은 미래 를 향해 걸어가야만 했던 때, 그곳에서 만난 따뜻한 분들 덕분에 힘을 얻지 않았던가. 이 낯선 외국인에게 10  Signs of the  Times

박춘식 pcs1031@gmail.com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어려운 지역의 인재 양성에 관심이 많은 필자는 사단법인 세계복지지원단 사무총장으로 일 하고 있으며, 삼육대학교에서 구약학을 가르치는 성서신 학자이다.


세상을 보는 시조의 눈

책 사잇길

용서하기 위하여 기억한다는 것 – 미로슬라브 볼프, <기억의 종말>

제국주의의 침탈과 세계 대전 그리고 냉전과 종교적 대립으로 인한 상흔 때문인지 서구권에서 ‘기억’은 정치적으로나 사회 문화적으로 중 요한 모티프가 되었습니다. 홀로코스트와 911 테러 등이 그 예입니다. 한국 사회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일제 강점기와 한국 전쟁, 시민 운동 과 광주 등이 기억을 문제로 제기합니다. 이때 기억은 개인 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집단의 폭력이 사회 정치적으로 한 집단 그리고 개인에 게 지속적인 영향을 끼치는 이슈라는 것을 보여 줍니다. 지금까지 기억하는 방식은 피해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그들의 생존 과정과 고통을 감정적으로 노출하는 데 그쳐 왔습니다. 그리고 집단 은 피해자의 증언을 거울삼아 자신들 안팎의 문제를 발견하고 반성하 려고 노력했지요. 그리고 나선 용서하고 잊으라고 하지요(그것도 꽤 빨 리요.). 그런데 이렇게 깔끔하게 끝나는 게 가능한 걸까요? 미로슬라브 볼프의 <기억의 종말>은 고통스러운 기억을 안고 살아가던 한 사람의 질문에서 시작됩니다. 책임을 물을 대상 집단이 사라진 곳에서 상처를 고스란히 안은 피해자는 어떻게 고통스러운 기억에서 벗어나야 하는가? 원망과 분노, 두려움과 자책을 뛰어넘고 남은 삶을 건강하게 살아 내려면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가? 이러한 관점에 서 저자는 기억의 ‘종말’은 과연 망각일지 혹은 ‘또 다른 기억’이 되어야 할지를 질문하고 있습니다.

2016. 7.  11


이러한 문제의식을 얻게 된 데에는 저자의 이력이 원

것이므로), 다시 오실 그리스도의 왕국 안에서 자유로

인이 되었습니다. 공산주의 국가인 유고슬라비아에서

워지기 위해서 어떻게 기억할 것인가를 질문하는 것이

신학을 전공했다는 점 때문에 그는 국가에서 요주의

지요. 그 과정에서 그는 무조건적으로 잊는 ‘손쉬운 화

대상으로 취급받았습니다. 게다가 그의 아내는 적국이

해’와 자신에게만 유리하게 기억하는 ‘위험한 기억’에

나 다름없는 미국 국적을 가진 사람이었지요. 군 복무

대한 유혹을 단호하게 떨쳐 냅니다.

중에 그는 반체제 인사로 몰려 G장교에게 신문을 받 게 되는데, 증인으로 나선 이들이 모두 그와 함께 근무

저자는 출애굽과 그리스도의 고난이라는 두 가지

하던 동료들이었다는 점에서 충격을 받게 됩니다. 나

사건이 성서 안에서 ‘기억하라’는 명령 안에 묶여 있다

중에 알고 보니 통신병으로 인사이동을 한 것이나 동

는 것을 지적합니다. 그는 이 두 사건을 분석하면서 기

료들이 외국 잡지를 보여 주면서 신학적 공동체론이나

억하기의 태도를 언급합니다. 그에 따르면 정의로운 기

민주주의에 대해 질문한 것도 모두 그의 말을 불리한

억은 ①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일어난 사건을 정확하

증언으로 활용하기 위한 포석이었습니다. 결국 저자는

게 기억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자신들의 행동을 미

반체제 인사로 낙인이 찍히고 몇 달을 고생합니다.

화하려는 마음을 내려놓는 것입니다. 타인을 제물로 삼거나 자신에게만 유리한 형태로 기억해서는 안 된

정의롭게 기억한다는 것

다는 것이지요. ② 또한 예수님께서 우리의 과거와 현

트라우마(trauma)라는 말이 있습니다. 개인이나 집단

재, 미래의 모든 죄를 지고 돌아가신 것처럼, 그것이 과

이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것 이상의 물리적이거나 정

거의 자신과 타인을 구속함으로써 미래까지 구원하는

신적인 상처를 입었을 때, 그 후유증이 지속적으로 그

의도를 잊지 않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시 말해 자신뿐

사람 혹은 집단에게 영향력을 끼치는 것을 말합니다.

아니라 집단 안의 타인들을 구원하는 형태로 ‘선한 기

상처는 과거에 입었는데 피해자들은 여전히 트라우마

억’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을 말합니다. 그리스도의 죽

에 시달립니다. 저자도 그랬습니다. 자신을 들볶던 G

음 앞에서 인간은 가해자와 피해자로 나뉘는 것이 아

대위는 과거의 사람인데도 아직까지 그를 잊지 못한

니라 같은 ‘죄인’이며, 더 나아가 ‘화해의 공동체’(166

이유가 무엇이고 여전히 상처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이

쪽)를 이루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용서하

유가 무엇인지 저자는 질문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고

고 화해하기 위한 ‘정의로운 기억’입니다.

통을 설명해 줄 수 있는 철학적인 근거를 추적합니다. 니체, 프로이트, 키르케고르의 이론을 살펴보던 그는

물론 이 과정이 절대 쉬운 것은 아닙니다. 저자는 이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과거의 사건을 말하고 거짓 없

를 설명하기 위해 기억에 얽매인 분노와 원망에서 자

이 기억함으로써 감정적인 고통을 줄여야 한다고 보았

유로워지는 예를 설명합니다. 누군가가 자신을 폭력적

습니다. 또한 그는 철학적인 탐색뿐 아니라 ‘그리스도

으로 대했을 때, ‘그는 부당하고 나쁜 인간이며, 구원

인으로서’ 기억한다는 것의 의미를 추적합니다. 나 스

받을 가치가 없는 인간이다.’라고 기억하는 것이 아닌,

스로가 피해자의 자리에 서서 가해자를 판단하거나

‘그런 사실이 있었다.’고 기억하는 것은 분명 차이가 있

정죄하지 않고(그것은 하나님의 자리에 자신을 두는

습니다. 감정적인 격분을 내려놓고, 자신을 고통에서

12  Signs of the  Times


해방하는 기억은 하나님의 품성 안으로 들어가야만

나는 부당한 사건 앞에서 나를 구원하시는 하나님을

얻을 수 있는 승리의 기억입니다.

기억하고 과거에 얽매이지 않게 됩니다. 더 나아가 그런 우리의 행동이 하나님의 마음 속에 기억됩니다.

용서는 하나님의 심장을 만지는 것 저자의 논의 자체는 아주 흥미롭습니다만 철학적인 설명이 낯선 분들을 위해 성경 상의 이야기를 예로 들 어 저자의 논의를 적용해 보겠습니다. 빌레몬서의 내 용은 대략 아실 텐데요. 오네시모라는 노비가 있었습 니다. 주인의 소유물이었으나 오네시모는 모종의 사고 를 치고 도망칩니다. 그리고 사도 바울을 만나게 되지 요. 바울은 오네시모의 사정을 듣고 빌레몬에게 오네 시모를 대신해 용서를 구합니다. 사실 빌레몬서는 여러모로 흥미로운 장입니다. 먼저 빌레몬서는 성경 66권 중에 단 한 장으로 이루어진 아 주 짧은 책입니다. 그리고 편지를 쓴 사람의 이름이나

이 말씀 앞에서 저는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히 지

편지를 받는 교회(혹은 지역) 이름 대신 편지를 받는

키라’는 말씀을 다시 읽습니다. 안식일을 기억한다는

사람의 이름을 붙인 경우는 드뭅니다. 그런데도 빌레

것은 시간이나 날짜를 지키는 것을 넘어 내 마음대로

몬의 이름이 성경 66권 중에 기록되었다면, 좀 더 나아

잊어버린 나의 죄를 기억하고 그것을 용서하신 하나님

가 하나님께서 이 장이 빌레몬의 이름을 달고 성경을

을 기억하는 것, 그리하여 이 한 주간 나를 구원하시

구성하는 한 권으로 남기게 허락하셨다면 뒷이야기는

고자 십자가에 달리시고 다시 나를 살리신 예수님을

해피엔딩이었으리라 생각합니다. 빌레몬이 우리의 죄

기억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 힘으로 나는 나를 고통

를 ‘잊어버리시는’ 하나님의 심장 안에 들어가 그 사랑

스럽게 하는 삶의 문제 앞에서 타인을, 집단을 그리고

으로 오네시모를 용서했다고 말입니다.

어리석은 스스로를 용서하고 자유로워집니다. 나를 용 서하시는 하나님의 기억 안에 들어가 그분의 심장을

빌레몬서에서 보여 주는 용서는 더 이상 상대의 잘 못을 기억하지 않는 것으로,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만짐으로써 이 한 달, 하늘과 땅 사이에서 화해를 이 루는 그리스도인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줍니다. 빌레몬은 위대한 선지자나 사도가 되지 않더라 도 우리의 삶 속에서 예수님을 닮아 누군가를 용서했 기 때문에 하나님의 기억 속에 남았습니다. 그리고 말 씀 가운데 남아 우리에게 새롭게 기억됩니다. 하나님께 서 나를 용서하시고 자유로운 삶을 살게 하신 것처럼,

안상원 unrealrace@gmail.com 이화여자대학교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학위 를 받았다. 현재 삼육대, 서울과기대, 이화여대에서 학생들에 게 글쓰기와 시 읽기를 가르치고 있다.

2016. 7.  13


“서로 돌아보아 사랑과 선행을 격려하며 모이기를 폐하는 어떤 사람들의 습관과 같

COVER 특집

FEATURE

이하지 말고 오직 권하여 그날이 가까움을 볼수록 더욱 그리하자”(히브리서 10장 24~25절).

모이기를 폐하지 말라 에클레시아, 참된 모임의 의미! 모여야만 하는 이유 “서로 교제하고 떡을 떼며”(사도행전 2장 42절) 날마다 마음을 같이하여 성전에 모이기를 힘쓰던 초대 교회(사 도행전 2장 46절)의 모습과는 달리 현대 교회는 바쁜 일상과 개인주의로 인해 점점 모이기를 게을리하고 있다. 왜 교회에 가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해 ‘교회는 제2의 집이자 가족’이라는 낸시 캔웰의 말이 마음에 와 닿는다. 예배, 친교, 배움, 봉사 등의 교회에 가야 하는 다양한 이유를 제시하고 있는 두 글을 통해 모이기를 힘쓰던 초대 교회의 모습을 찾아가는 우리가 되길 기대해 본다. - 편집장 김해성(sijo@sijosa.com)

14  Signs of the  Times


1특집Ⅰ모이기를 폐하지 말라

에클레시아, 참된 모임의 의미! 에클레시아 ‘교회’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교파나 교단 혹은 웅장한 자태를 지닌 고딕 양식의 화려한 건축물 이미지 가 먼저 떠오른다. 1세기에 출현하여 핍박받던 기독교가 로마 제국의 종교가 되고 또 중세기의 로마 가톨 릭이 1,000년 이상 유럽의 역사와 문화를 지배하는 과정에서 교회의 이미지는 신앙이나 사람보다는 조직 이나 건물 중심으로 변질되었다. 하지만 성경이 말하는 교회는 조직이나 건물보다는 기독교 신앙을 가진 사람들의 모임이나 공동체를 가리킨다. 교회는 건물이나 조직체가 아닌 예수를 믿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어원적으로도 봐도 교회는 ‘에클레시아(ekklesia)’로 ‘불러냄을 받은 자’라는 뜻인데 이것은 구약에서 ‘총회’ 혹은 ‘회중’을 의미하는 히브리어 ‘카할(qahal)’이라는 단어를 번역한 것이다. 이는 교회의 본질이 무엇인지 를 보여 주는데, 교회는 다름 아닌 하나님의 부름 받은 백성, 혹은 믿는 사람들의 모임을 의미한다. 구약적 관점에서 볼 때 교회는 하나님의 백성 이스라엘이었는데, 신약 시대에 와서 그 이스라엘은 예수를 믿는 모 든 신자의 무리인 교회로 대체되었다. 이런 이유로 예수께서도 이스라엘의 12지파를 대신해 12명의 제자 를 택하셨는지도 모른다. 오늘날 교단이나 교파 혹은 건물이 없이 교회를 생각할 수는 없지만 문제는 믿는 자들의 공동체에 대한 본질적 이해 없이 교회를 생각할 경우 교회의 진정한 의미가 왜곡될 가능성이 크다 는 것이다.

성경이 말하는 교회는 조직이나 건물보다는 기독교 신앙을 가진 사람들의 모임이나 공동체를 가리킨다.

2016. 7.  15


교회를 주신 이유들

중심의 교회는 회당이나 가정 교회, 더 나아가서 도시 전체의 신자 공동체를 뜻하는 로마 교회, 고린도 교회, 에베소 교회 등과 같은 의미로 확대됨으로써 원심적 교회로 탈바꿈했다. 하나님의 임재가 있는 구약 교회 의 핵심적 요소로서의 교회는 더 이상 이스라엘 백성 의 예루살렘 성전이 아닌 말씀을 통해 거듭난 하나님 의 백성이 있는 모든 곳으로 확대되어 갔다. 결과적으 로 교회는 예루살렘 지경을 넘어 이방인의 땅으로 확 대되고 더 나아가 믿는 자들이 모인 공동체적 개념으 로 발전하였다. 그리하여 신약 교회는 세상에 복을 전 하는 특별한 사명을 위해 ‘불러냄을 받은 자’로서 믿는 자들의 무리를 뜻하는 용어로 인식되었다.

교회의 세 가지 사명 하나님께서 세상에 복 주기 위해 불러내신 교회는 하나님께서 오늘날 가시적 교회를 허락하신 이유

여러 구체적 사명을 가졌는데, 필자는 여기서 세 가지

는 무엇일까? 구약에서 이스라엘 백성을 택하신 사건

를 언급하고자 한다. 교회가 가진 첫 번째 사명은 선교

에서부터 교회의 본질적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아브라

적 사명이다. 교회는 믿는 자들이 하나님으로부터 받

함을 택하시면서 하나님은 그에게 복 주실 것을 약속

은 놀라운 구원을 가족에서부터 시작하여 이웃과 세

하셨을 뿐 아니라 그를 복의 근원으로 삼으셨다(창세

상에 나누는 사명을 부여받았다. 사마리아 우물가 여

기 12장 2절). 결국 하나님이 아브라함을 택하신 이유

인이 메시아를 만나자마자 한 일은 물동이까지 버려두

는 그를 통해 세상 모든 사람에게 복 주시기 위함이었

고 복음을 전하는 것이었다. 안드레도 메시아를 만나

다. 세상에 복을 주는 것이 하나님께서 교회를 세우신

자마자 자기 형제 베드로를 찾아가서 자신이 만난 메

본질적 이유였다는 것이다. 구약 시대에 그 복은 이스

시아를 소개했다. 이처럼 교회가 가진 첫 번째 사명은

라엘 백성을 통해, 신약 시대에는 온 세상에 흩어진 영

복음을 전하는 것이다. 교회가 가진 두 번째 사명은

적 이스라엘을 통해 세상에 전달되었다. 이스라엘 백

봉사적 사명이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라”(마태복음 5

성으로 이루어진 이 구약의 회중 교회는 성소 중심의

장 14절)는 주님의 명령 안에는 선교적 사명보다 더 포

구심적 교회였다. 이스라엘 백성 중 모든 남자는 매년

괄적인 사명이 포함되어 있는데, 그것은 세상을 향해

세 차례 예루살렘 성전으로 가서 제사를 드려야 했다

“착한 행실”(마태복음 5장 16절)을 하라는 봉사의 사

(출애굽기 23장 14절). 하나님의 임재가 있는 예루살

명이다. 그리스도인은 선한 삶을 통해 세상을 향한 봉

렘 성전은 이스라엘 백성에게 있어서 구약 교회의 핵

사의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 교회가 가진 세 번째 사명

심적 요소였다. 하지만 신약 시대에 와서 구약의 성전

은 말씀과 교제를 통해 신자들을 목양하는 것이다. 이

16  Signs of the  Times


1특집Ⅰ모이기를 폐하지 말라 러한 교회의 사명은 혼자서 완수할 수 있는 성질의 것

는 “날마다 마음을 같이하여 성전에 모이기를 힘”썼다

이 아니다. 교회는 성도들이 함께 예배하고, 기도하고

(사도행전 2장 46절). 그들이 모인 곳에는 언제나 말씀

찬양할 뿐 아니라, 교제를 통해 영적 성장이 이루어지

과 기도 그리고 교제가 있었다. 조직된 교회도 아니었

는 곳이다. 교회가 가진 위의 세 가지 사명을 감당하기

고, 제대로 된 건물을 소유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 교회

위해서 필요한 것이 있는데 그것은 가시적이며 물리적

는 신자들이 매일 모여서 “사도의 가르침을 받아 서로

교회의 존재이다.

교제하며 떡을 떼며 기도하기를 전혀 힘”쓰는 뜨거운 신자들의 공동체였다(사도행전 2장 42절). 당연히 이

교회 없는 교인은 없다

런 교회에서 나타나는 현상은 “구원받는 사람”이 날마

오늘날 교회가 가진 본질적 사명에 대한 오해로 인

다 더하는 것이었다(사도행전 2장 47절). 마지막 시대

해 교회 무용론이나, ‘교회 출석이 꼭 필요한가?’라는

의 특징 중의 하나인 “모이기를 폐하는 어떤 사람들의

회의적 생각마저 제기되면서 무교회주의나 사이버 교

습관”(히브리서 10장 25절)은 오늘날 우리 시대의 교

회 개념이 주목받는다. 이들은 굳이 교회라는 기관이

회와 흡사한 현상으로서 날마다 성전에 모이던 초대

나 건물이 없이도 신앙생활이 가능하다는 생각에서

교회와는 대조된다. 신자들도 연합하여 하나 되면 힘

나온 사상들이다. 교회 없이도 물론 개인적 차원에서

이 난다. 그것은 마치 한 마리 말이 끌면 2톤 정도지만

신자가 복음을 전하고 영혼을 구원하는 선교적 사명

두 마리가 끌면 무려 20톤 이상을 끌 수 있다는 것과

을 일정 부분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교회 없

같은 이치다. 산술적 계산에 의하면 분명 4톤이어야

이 어느 정도 봉사 사역에도 동참할 수 있다. 그런데

하는데, 어디서 이 나머지 8배의 힘이 오는 것일까? 이

문제는 교회라는 가시적이며 물리적인 실체 없이 제대

것이 바로 함께할 때 나타나는 시너지 때문이다. 성도

로 된 목양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이다. 교회 출석

들이 함께할 때 이런 시너지가 생긴다. 개인적으로는

없이 그리스도인은 성도의 교제도, 예배도, 진정한 영

할 수 없는 것을 함께할 때 우리는 해낼 수 있다. 이것

적 성장도 경험할 수 없다. 교회가 보다 효율적으로 선

이 우리가 교회라는 신자들의 모임을 필요로 하는 이

교하고 봉사하고, 또한 목양적 사명을 제대로 완수하

유이다. 성도가 함께 모이는 것이 참 힘든 세상이지만

기 위해서는 반드시 신자들이 함께하는 물리적이며

하나님의 약속을 따라 교회가 모이기를 힘쓴다면 우

가시적인 공동체로서의 교회를 필요로 한다. 신자 개

리는 초대 교회의 놀라운 능력을 경험하는 교인이 될

개인이 교회 공동체에 속하여 활동할 때에야 비로소

것이다.

선교와 봉사에 참여할 뿐 아니라, 더 나아가서 영적인 성장을 체험할 수 있다. 교회 없는 교인은 있을 수가 없다.

모이기를 힘써야

제해종   jehaejong@hotmail.com

사도행전 2장에 나타난 초대 교회의 모습은 교회가

미국 앤드루스 대학교에서 조직신학을 전공하여 박사 학위 (PhD)를 받고 삼육대학교에서 가르치고 있다. 필자는 종교다 원주의를 연구했으며 근간으로는 <쉽게 읽는 기독교>가 있다.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를 잘 보여 준다. 우선 초대 교회

2016. 7.  17


2특집Ⅰ모이기를 폐하지 말라

모여야만 하는 이유

“너희들은 왜 교회에 가니?” 각기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친구들에게 이렇게 묻자 아래와 같은 대답을 해

보았다. 예배드리기 위해서, 친교를 나누기 위해서, 배 우기 위해서, 봉사하기 위해서.

주었다. 물론 과학적인 연구 결과와는 거리가 멀다. “하나님께 내 마음을 열고 목사님과 교사들이 하는 말을 통해 그분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형제자매와 함께 예배드리면서 그분께 좀 더 가까 이 나아가려고.”

예배드리기 위해 이러한 이유에는 근본적인 문제점이 있다. 모두 내 적인 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마치 사람들 이 이렇게 말하는 것과 같다. “나는 재미없으면 교회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달란트를 사용하려고.”

안 갈 거야.”, “내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지 않

“같은 신앙을 하는 사람들과 하나가 되고, 또 서로

으면 교회 안 갈래.”, “나를 제대로 대우해 주지 않으면

를 격려하려고.”

교회 안 가.” 그러나 우리가 단순하게 무언가를 얻으려

“영적으로 배우고 성장하려고.”

고 교회에 다닌다면 우리가 하나님께 헌신하고 예배드

“나처럼 은혜로 구원받은 사람들과 함께 배우고 기

리면서 얻는 큰 기쁨을 놓치는 것이다.

도하며 예배드리려고.” “부인이 가라고 해서…내가 목사거든!”

시편 100편에 진정한 예배는 무엇으로 이루어지는

물론 마지막 대답은 농담이었다. 마지막 대답을 제

지 잘 나타나 있다. “온 땅이여 여호와께 즐거이 부를

외한 나머지 대답을 교회에 가는 4가지 이유로 간추려

지어다 기쁨으로 여호와를 섬기며 노래하면서 그 앞

18  Signs of the  Times


에 나아갈지어다 여호와가 우리 하나님이신 줄 너희는

가까운 교회가 제 피난처였어요. 제게 힘이 되어 주

알지어다 그는 우리를 지으신 자시요 우리는 그의 것

는 청년 모임이 있어서 얼마나 행복한지 몰라요. 그들

이니 그의 백성이요 그의 기르시는 양이로다 감사함으

은 저와 어울릴 수 있는 또래였고, 제게 가족이 되어

로 그 문에 들어가며 찬송함으로 그 궁정에 들어가서

준 사람들이에요. 진짜 가족을 만나려면 22시간을 달

그에게 감사하며 그 이름을 송축할지어다 대저 여호

려가야 하는데, 이들은 이곳을 진짜 집처럼 느끼게 해

와는 선하시니 그 인자하심이 영원하고 그 성실하심

주었어요!”

이 대대에 미치리로다.”

크리스는 매주 하루를 헌신하겠다고 다짐하며 친교 에서 그 의미를 찾고 있다. “저는 안식일마다 부푼 기

여러 해 전, 남편이 5학년 학생들에게 교회에 가는

대감을 안고 65킬로미터나 되는 거리를 차를 타고 달

중요한 이유를 말해 달라고 했었다. 한 소년의 단순하

려옵니다. 그곳에는 내 확신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친

고도 심오한 대답에 남편은 매우 놀랐다고 한다. “하나

구, 내 믿음의 질을 높여 주는 깊은 통찰력을 가진 친

님께서 제 사랑을 필요로 하시기 때문에 교회에 가요.”

구가 있기 때문이지요. 저는 하나님의 위대하심과 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우리가 마음을 다해 찬양

라운 은혜를 떠올리게 하는 찬미를 참 좋아합니다. 그

하는 소리를 들으시는 분, 그분 아들의 생명으로 구원

리고 기도와 명상의 시간으로 마음을 다스립니다.”

을 얻은 사람들의 진심 어린 찬양과 감사를 들으시는

남편과 3명의 자녀와 교회를 다니는 로베타는 다음

분이 바로 하나님이라는 사실은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

과 같이 말했다. “우리에게는 가족, 친구, 이웃, 직장 동

인가!

료들이 있지만, 같은 신앙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인다 는 것은 정말 특별한 일입니다. 우리는 매주 함께 예배

친교를 나누기 위해

드리며 서로를 격려하며 응원하는 그리스도 안에서

어린이들이 율동하면서 부르던 짤막한 노래가 있다.

모두 한 형제자매입니다.”

“여기는 교회에요, 여기는 첨탑이고요. 문을 열어서 사 람들을 보아요!” 사람들이 바로 교회이다. 교회는 그냥 건물이 아니 다. 사람이 없는 교회는 빈 건물에 지나지 않는다! 그 안에 누가 있는가, 그것이 교회의 전부이다. 그리 고 그 안에는 가족 같은 사람들이 있다. 우리의 머리가

때때로 삶은 외롭고 힘들다. 예수님의 재림이 가까 워질수록 우리는 이전보다 서로를 지지해야 한다. 히 브리서 10장 24~25절은 우리에게 다음과 같이 권면한 다. “서로 돌아보아 사랑과 선행을 격려하며 모이기를 폐하는 어떤 사람들의 습관과 같이하지 말고 오직 권 하여.”

되시는 그리스도와 더불어, 우리는 좋을 때나 나쁠 때 나 서로를 보듬어 주는 한 형제자매들이다.

배우기 위해

나탈리는 대학을 졸업한 후 직장 생활을 시작하기

물론, 집에서 혼자 성경을 읽고 연구할 수 있다. 하지

위해 혼자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갔다. 그녀는 자립할

만 하나님으로부터 설교하고 가르치는 달란트를 받은

수 있도록 교회에서 도움을 주었다며 교인들이 가족처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에

럼 대해 주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베소서 4장 11절에서 13절은 “그가 혹은 사도로, 혹은

“새로운 지역으로 이사를 갔는데 아는 사람은 없고,

선지자로, 혹은 복음 전하는 자로, 혹은 목사와 교사

2016. 7.  19


2특집Ⅰ모이기를 폐하지 말라 로 주셨으니 이는 성도를 온전케 하며 봉사의 일을 하

내 집처럼

게 하며 그리스도의 몸을 세우려 하심이라 우리가 다

“제가 교회에 가는 이유는 집에 가는 것처럼 느껴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것과 아는 일에 하나가 되어 온

지기 때문입니다. 가족도 있고, 공동체도 있고, 넘치는

전한 사람을 이루어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이 충만

은혜로 우리에게 항상 관심을 보이시며 우리를 영원히

한 데까지 이르리니”라고 말씀하신다.

사랑하는 아버지가 있는 그런 집인 거죠.”라고 마이클

최근에 짐은 교회에 가는 것이 생각하고 배우는 데

이 말했다.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저는 항상 고민, 믿음, 의심 그 리고 모든 것의 존재 이유를 해결하려고 애를 쓰고 있 습니다. 교회에서 집으로 돌아올 때면 퍼즐 조각이 하 나씩 늘어나 있습니다. 그런데 설교, 교과 토의, 친구 들과의 대화가 저와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연결시켜 주더군요. 그런 모든 생각이 제가 하나님과 사람들, 더 나아가서 이 우주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같습니다.”

봉사하기 위해 어린 시절에 이런 가사를 배웠었다. “문을 닫고 기도 하게 하세요. 그리고 문을 열고 모두 나가게 하세요.”

내게도 교회는 그런 곳이다. 교회는 제2의 집이자

그들은 모두 어디로 나가는가? 봉사하러 가는 것이

가족이다. 함께 하나님을 경배하고 친교를 나누며 함

아닐까? 예수님의 위대한 명령을 수행하려고 나가는

께 배우고 함께 사람들을 섬기는 가족, 교회의 머리가

것이 아닐까? “예수께서 나아와 일러 가라사대 하늘

되시는 예수께서 우리를 집으로 데려가시기 위해 오실

과 땅의 모든 권세를 내게 주셨으니 그러므로 너희는

그날을 준비하는 동일한 목표를 가지고 나아가는 그

가서 모든 족속으로 제자를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

런 가족 말이다. 그러면 우리는 얼굴을 맞대고 그분을

령의 이름으로 침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

경배하며 영원히 함께 친교를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이

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 볼지어다 내가 세상 끝날

놀라운 경험이 이곳에서 시작된다. 이제 우리는 예배

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 하시니라”(마태복음

드리고 친교를 나누며 배우고 섬길 수 있는 가까운 교

28장 18~20절).

회에서 활동하기로 결정하기만 하면 된다.

혹 다른 사람을 위해 살고 싶다면, 혹 밖을 내다보고 다른 세상을 만들고 싶다면, 항상 문을 열어 놓아 그 늘이 드리워지지 않는 교회에 다녀 보라. 다른 사람들 의 진정한 필요를 채워 주는 것,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

낸시 캔웰

이 교인들의 사명인 교회에 다녀 보라.

미국 왈라왈라 대학의 청소년 담당 목사로서 왕성한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20  Signs of the  Times


진리 탐구

죽은 당일에 낙원으로 가는가?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가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오늘 네가 나와 함께 낙원에 있으리라 하시니라” (누가복음 23장 43절).

십자가 상에서 한편 강도에게 하신 예수의 약속(누

본문의 구두점

문제의 관건은 예수의 이 진술에

가복음 23장 43절)은 전통적으로 영혼 불멸, 곧 신실

구두점을 어떻게 찍을 것인가에 달려 있다. 대부분의

한 죽은 자들의 영혼이 부활 전 하늘에 의식이 있는

번역본처럼 쉼표를 “오늘” 앞에 찍는다면 이 본문은

존재로 있다는 신조를 지지하는 주요 증거 구절로 사

“내가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오늘 네가 나와 함께 낙

용되어 왔다. 대다수의 그리스도인이 받아들이는 이

원에 있으리라”가 된다. 그렇다면 예수께서 실제로 어

견해에 따르면, 참회한 강도가 예수께 그분의 나라에

떻게 말씀하셨을까?

서 기억해 달라고 요청했을 때 그분은 그가 당일에 낙 원에 있을 것이라고 보증하셨다는 것이다.

초기 기독교 시대에 신약의 사본들은 단어 및 문장 들 사이에 구분이 없고, 본문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2016. 7.  21


“오늘” 바로 다음에 쉼표를 찍어도 “오늘”이라는 단어 가 군더더기 표현이 되지 않는다. 어떤 진술을 시작하 거나 끝맺음 하기 위해 “오늘”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은 이어질 진술이나 이미 말해진 진술의 중요성과 엄숙성을 강조하려는 의도를 지닌 셈어의 관용구라고 주장되어 왔는데 그것은 옳다. 사실 이런 관용적 표현 이 성경에도 비교적 자주 나온다. 문자적으로 번역하 면 신명기에만 다음과 같은 표현이 40회 이상 나온다. “내가 너희에게 가르치노니 오늘날…”, “내가 너희에게 주노니 오늘날…”, “내가 너희에게 명하노니 오늘날…”, “내가 너희에게 증거 하노니 오늘날…”(예를 들어서, 신 4:26; 6:6; 7:11; 11:26, 32; 30:18~19; 32:46, 참조 행 20:26; 26:2). 초기 기독교인들이 사용한 구약의 헬라 어 번역인 ‘70인역’을 통해서 누가는 이러한 표현과 기 타 셈어 관용구들에 익숙해 있었을 것이다. 를 나타내는 구두점이 거의 없거나 전혀 사용되지 않

성경의 증거

십자가 상에서 예수께서 하신 진

았다. 예컨대 쉼표는 9세기에 와서야 쓰기 시작했다.

술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확정하기 위해서는 구원받은

어쨌거나 헬라어 사본에 있는 쉼표 같은 기타 구두점

자들이 낙원에서 상급을 받을 시기와 관련된 성경의

은 본문의 의미에 대한 당시의 대한 이해를 나타내 줄

전반적인 가르침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의문의 여

뿐이다. 그러므로 누가복음 23장 43절에 구두점을 넣

지없이 예수께서 말씀하신 “낙원”은 하늘(고린도후서

으면서 쉼표를 찍은 것은 문법적인 이유에서가 아니라

12장 2∼4절), 곧 생명나무와 하나님의 보좌가 있는 새

당시에 널리 퍼져 있던 신학적인 확신, 곧 신실한 자를

예루살렘에 있는 구속받은 자들의 영원한 처소(요한

위한 최종적 상급이 죽을 때 주어진다는 사상 때문이

계시록 2장 7절; 22장 1∼5절)를 의미했다. 다른 성경

었다.

구절에서 예수께서는 하나님의 집에 거할 곳이 많다고 하시면서 그분이 다시 와서 자기 백성들을 데려갈 시 이러한 해석이 초기 교회 시대에

기도 언급하셨다(요한복음 14장 1∼3절). 그때 그분은

이 본문을 이해하는 유일한 방법이 아니었음을 보여

그분을 따르는 자들에게 창세로부터 예비된 나라를

주는 분명한 증거가 있다. 고대 역본들, 교부들의 인용

상속하라고 초청하실 것이다(마태복음 25장 31∼34

문들, 심지어는 헬라어 사본들에 있는 특정한 부호 등

절). 이 사건은 영광스러운 재회의 순간이 될 것인데,

은 사실 초기 기독교 시대에도 다른 독법을 지지하는

그때 죄로부터의 구원을 위한 최종적이며 온전한 기념

자들이 있었음을 증거 한다. 흔히 주장하는 것과 달리

이 이뤄질 것이다(누가복음 22장 14∼18절).

대안적 번역

22  Signs of the  Times


“내가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오늘, 네가 나와 함께

본문의 의미

그러므로 예수께서 자신과 회개한

낙원에 있으리라”라는 독법은 2세기의 본문으로 여겨

강도가 죽은 당일에 낙원에 함께 있을 것이라고 약속

지는 최초기 신약 번역본 중 하나인 ‘큐레튼 시리아역

하셨다고 단정 짓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만약 쉼

(Curetonian Syriac)’에서 발견된다. 이런 독법은 또

표를 “오늘” 앞에 찍는다면 신실한 죽은 자가 영원한

한 4세기의 에프라임(Ephraem), 5세기의 캇시아누스

상급을 받을 시기에 관해서 성경 다른 곳에서 가르치

(Cassian)나 헤쉬키우스(Hesychius) 같은 교부 저술

는 것 및 예수 자신이 가르친 것과 이 본문을 사실상

가들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으며, 아마도 4세기의 위

조화시킬 수 없다. 그러나 쉼표를 “오늘” 뒤에 두면, 뒤

조문서인 빌라도의 행적(Acts of Pilate) 및 그리스도

따라 나올 진술의 의미를 강조하는 셈어의 관용적 표

의 지옥 강하(Christ's Descent into Hell) 등에서도

현이 된다.

나타난다. 마지막으로 이 본문을 이렇게 이해하는 것이 새롭지 바울은 예수님의 재림 때 죽은

도 부적절하지도 않음을 증명해 주는 광범위한 역사

신자들이 무덤에서 나와(고린도전서 15장 20∼23절)

적 증거도 있다. 영혼 불멸에 대한 신앙이 기독교 안에

불멸의 선물을 부여 받을 것(51∼55절)이라고 가르친

우세하게 된 후에도 초기 교회의 중요한 문서들은 “내

다. 부활한 의인과 살아있는 의인들이 끌어올림을 받

가 진실로 네게 이르노니 오늘, 네가 나와 함께 낙원에

아 공중에서 주를 맞이할 것이고, 그리하여 그들이 주

있으리라”라는 독법을 받아들였다.

불멸을 부여받음

와 영원히 함께 거할 것이다(데살로니가전서 4장 17 절). 바울이 말한 대로 죽은 후에 의인에게 삶의 소망

강도는 예수께 그분의 나라에서 기억해 달라고 청하

을 주는 것은 예수의 죽음이 아니라 그분의 부활임을

였다. 그의 삶의 마지막 순간에 예수께 자신을 굴복한

주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린도전서 15장 16∼19절; 로

사실 외에는 그의 요청에는 하나님의 나라에 대한 특

마서 10장 9절). 그러므로 예수께서 강도에게 말씀하

별한 사항이 없다. 그가 그 주제에 관한 예수의 가르침

신 당일에 그들이 함께 낙원에 있을 것이라고 약속하

을 충분히 이해했다고 생각하는 실수를 범하지 말아

셨다면 이상한 말이 되었을 것이다. 더욱이 성경은 또

야 한다. 메시아에 대한 그의 개념은 초보적이었지만

한 그리스도께서 돌아가신 당일에 무덤에 묻히셨다고

그렇다고 예수께서는 사후에 즉시 하늘에서 의식이 있

분명하게 가르친다(누가복음 23장 50∼54절; 사도행

는 상태에서 그와 교제할 것이라고 약속하진 않으셨

전 2장 31~32절; 13장 29∼31절). 그리스도의 영은 하

다. 구주께서는 “내가 네게 이르노니” 다음에 “오늘”을

늘로 올라갔고 그분의 몸만 무덤으로 내려갔다고 주

두어 엄숙한 약속을 하면서 그 죽어 가는 사람의 마음

장하는 것은 부활한 날 아침 일찍 예수께서 마리아에

에 위로와 소망을 심어 주었지만 구체적으로 언제 그

게 아직 아버지께로 올라가지 못했으니 자기를 만지지

약속이 성취될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으셨다.

말라고 하신 말씀을 무시하는 것이다(요한복음 20장 17절).

윌슨 파로스키(Wilson Paroschi) 번역 : 성경 난해 문제 해석, 한국연합회 선교전략연구소

2016. 7.  23


時兆가 만난 사람

‘대한민국 남자 간호사 1호’ 조상문 씨

대한민국 최초의 남자 간호사는 1962년 면허 를 취득한 조상문(80세, 미국 로마린다 거주) 씨다. 간 호사 자격시험이 국가시험으로 시행된 지 2년 만이었다. 그보다 앞서 1936년부터 서울위생병 원 간호원양성소(현 삼육보건대학교 전신)에서 22명 의 남자 간호사가 교육을 받았지만 당시에는 여 성에게만 면허를 발급해 정식 인정을 받지 못했 다. 결국 남녀 차별이라는 거센 비난에 부딪히며 정부는 남성에게도 응시 자격을 부여했다. 금남(禁男)의 벽을 허물고, 국내 1호 남자 간호 사가 된 조상문 씨는 학교 졸업 후 서울위생병원 (현 삼육서울병원)

응급실에서 간호사로 일하며 ‘백

의의 전사(戰士)’로 이름을 알렸다. 모교인 삼육보 건대학교 개교 80주년을 맞아 오랜만에 한국을 찾은 그를 만났다. “개인적으로는 무척 영예로운 일이죠. 남자에 게도 문호가 개방된 이후 처음으로 간호사가 되 삼육보건대학교 개교 80주년 기념식에서 회고사를 하는 조상문 씨.

었는데 그때만 해도 편견이 심했어요. 함께 간호 학을 공부한 남학생들이 더러 있었는데, 도중에 전공을 바꾼 친구가 많았으니까. 이제는 남자간

한국의 남자 간호사 수가 1만 명을 넘어섰다. 대한간호협 회에 따르면 2016년도 제56회 간호사 국가시험 시행 결과

호사회가 조직될 만큼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합격자 1만 7,505명 중 남자 응시생 1,733명이 합격해 전체

감회를 묻자 노장은 너털웃음을 지으며 뿌듯

남자 간호사는 1만 542명으로 집계됐다. 남자 간호사 배출

해했다. 그가 간호학을 공부한 까닭은 신앙 때

54년 만이다.

문이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그는 목회자가

24  Signs of the  Times


되기 위해 준비 중이었다. 하지만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을 돕기 위해서는 신학보다 간호학을 먼저 공부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서 진로를 바꿨다. 슈바이 처 박사를 존경하던 그는 농촌이나 도서 지역에서 복 음을 전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아픈 사람을 도울 수 있 는 능력을 키우면 목회 활동에도 도움이 될 거라 생 각했다. ‘남자가 무슨 간호사냐’는 색안경에도 목적이 분명했기에 공부가 즐거웠다. 간호학교를 마친 후 평소 다짐대로 신학대에 진학 했다. 의대나 치대에 들어가 의사가 되라는 주변의 권

삼육보건대학교 개교 80주년 기념식에서 ‘자랑스러운 삼육보건인상’을 받 았다.

유도 많았지만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삼육대 학교 신학과에 입학했다. 낮에는 학업을 연마하고, 밤 에는 병원 응급실에서 환자를 돌보는 생활이 이어졌 다. 초창기에는 예상치 못한 어려운 일도 자주 겪었다. 남자의 물리적인 힘이 필요한 응급 상황이 잦았다. 그 즈음에는 농약 중독으로 실려 오는 환자가 많았는데 순간적인 판단력이 매우 중요했다. 어느 부서보다 전 문성을 갖춰야 하는 수술실에서는 궂은일을 도맡아 야 했다. 전쟁고아들을 돌보면서 모성애 못지않게 부 성애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기도 했다.

삼육보건대학교 개교 80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열린 전시회에서 옛 사 진을 바라보며 회상하고 있다.

그는 이때의 소중한 경험을 되새기며 “간호 영역이 세분화되면서 남자 간호사의 역할도 무척 중요해졌 다. 남자가 여자보다 더 잘할 수 있는 분야가 있다.”고

“개인적으로는 무척 영예로운 일이죠. 남자에게

지적하면서 “응급 상황이나 재난 구호 외에도 소아과

도 문호가 개방된 이후 처음으로 간호사가 되었

의 어린이 환자에게 부성애가 담긴 간호를 펼칠 수 있 을 것”이라고 남자 간호사를 꿈꾸는 지망생들에게 조 언했다. 후배들에게는 무엇보다 자기 계발에 게을리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훌륭한 간호사가 되려면 다른 전문직처럼 특화된 분야를 찾아내 자기 발전을 이루어야 합니다. 보다 새

는데 그때만 해도 편견이 심했어요. 함께 간호학 을 공부한 남학생들이 더러 있었는데, 도중에 전 공을 바꾼 친구가 많았으니까. 이제는 남자간호 사회가 조직될 만큼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모 습을 보면서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로운 영역을 개척해야 해요. 과감하게 도전해야 합니

2016. 7.  25


을 적극 펼치고 있는 조상문 씨는 1977년 도미 이전까 지 삼육대 간호학과장, 위생간호전문학교장 등을 역임 하며 간호 교육 발전을 위해 힘썼다. 한국간호협회 최 연소 이사, 교육위원장, 법조위원장 등을 지내며 국민 건강 증진 및 간호 인력 정책 실현을 위해 노력했다. 특 히 한국 정신간호학회장으로 헌신하며 관련 분야 제 도 개선 등 의료 선진화에 공헌했다. 서울대 보건대학 원, 미국 왈라왈라 대학을 졸업했으며, 페이튼스테이 튼병원과 USC메디컬센터 등에서 근무하다 지난 2006 년 은퇴했다.

인터뷰에서 남자 간호사의 사명과 역할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다. 이 직업을 천직으로 여기고 자부심과 긍지, 사명감 을 갖고 열심히 봉사한다면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입 니다.”

삼육보건대 예비 간호사 - 1970년대 삼육보건대 간호과 남학생들의 모습. 대한민국 의료 체계에서 남자 간호사 기틀을 다진 조상문 씨의 헌신이 있 었기에 이들의 꿈도 있을 수 있었다.

여전히 팽배한 ‘간호사는 여성 직업’이라는 인식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남겼다. 남자 간호사를 향한 응원 의 목소리도 빼놓지 않았다.

편견의 시선에도 환자 간호의 최일선에서 생명을 구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성스러운 일에 성별의 차이

한다는 기쁨과 보람으로 뜨거운 청춘을 바쳤던 원로

는 있을 수 없습니다. 간호사는 전문직입니다. 그렇다

의 눈물과 땀방울이 밑거름되어 대한민국의 의료 복

면 남녀의 구분은 없어야 합니다. 남자 간호사가 많아

지가 더욱 풍요로워지는 요즘이다. 그의 바람대로 남

지면서 전문직으로서의 위상이 더 올라간 것 같아 흐

자 간호사 중에서 간호협회장이 나오는 날이 언제쯤일

뭇합니다.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고, 간호의 성공적

지 상상해 보는 것도 관심이 가는 일이다.

인 미래를 창조하기 위해 의료 현장에서 활약하는 남 자 간호사가 앞으로 더욱 늘어나기를 바랍니다.” 대한민국 남자 간호사 1세대라는 사명감으로 은퇴 후에도 어려운 처지의 이웃을 위한 봉사와 선교 활동 26  Signs of the  Times

김범태 본지 객원 기자


잃어버린 소중한 것들

아이들의 방 안을 청소하다 보면 여기저기 구석에

사랑의 보물들이다.

아무렇게나 놓여져 있는 동전들을 발견하게 된다. 요

내가 결혼하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일이었

즘 아이들은 방 안에 동전이 떨어져 있어도 별로 관심

다. 방에서 밀린 과제물을 정리하고 있을 때 갑자기 갓

이 없다. 동전이 그 몸에 새겨진 가치만큼밖에 없기 때

결혼한 신부가 얼굴이 상기가 되어서 서재로 들어왔

문일까? 만약 그 동전이 새겨진 숫자만큼의 가치가 아

다. 그리고는 “자기야, 큰일 났어. 어떡해 어떡해.” 하며

니라 더 큰 가치를 가진다면 그래도 그것을 그렇게 하

발을 동동 구르는 것이었다. 나는 깜짝 놀라 물었다.

찮게 여길까? 물건의 가치가 꼭 그 물건에 매겨진 가격

“무슨 일인데 그래?” “결혼할 때 어머님이 사 주신 반

표에 좌우되는 것은 아니다. 물건의 가치는 그것을 소

지를 잃어버렸어.” 당시 나는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신

유한 사람이 얼마나 그 물건에 가치를 두고 사랑하느

학과를 다니고 있었는데 형편이 어렵다 보니 출석하

냐에 달려 있다. 오랫동안 상자 속에 보관해 온 젊은

던 교회에서 예물 교환도 없이 단출하게 지도 교수님

날의 연애편지, 수첩 속에 끼워져 있는 낡은 가족사진,

을 모시고 결혼 예식을 했는데 어머님이 못내 아쉬우

힘들 때 목사님이 슬그머니 손에 쥐어 주신 성경 구절

셨던지 작은 금반지를 아내에게 사 주셨다. 한데 새색

메모 쪽지, 이런 것들은 버려지면 아무도 관심을 가지

시가 그날은 반지를 끼고 있다가 어디에선가 잃어버렸

지 않을 것들이지만 나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기억과

다는 것이다. 어머님이 주신 소중하고 의미 있는 결혼 2016. 7.  27


반지를 잃어버렸으니 얼마나 속이 타고 걱정이 되었겠는가? 그래서 어디에서 잃 어버렸는지 기억을 더듬고 그것을 잃어버 렸을 만한 곳을 되돌아 짚어 나가며 찾았 다. 방 안을 온통 다 뒤집으며 찾아도 반 지는 보이지 않았다. 바깥에 다녔던 곳으 로 가서 이리저리 찾아보는데 그 작은 금 반지를 어디에서 찾는단 말인가? 한참을 집 앞 길거리로 나가 찾고 있는 데 갑자가 아내가 “여보, 반지를 찾았어 요.” 하며 기쁨에 겨운 목소리로 나를 부 른다. 다가가서 보니 그 금반지가 길 가 운데 떨어진 배추 잎사귀 밑에 들어 있는 것이 아닌가? 사연을 들어 보니 방에 있 다가 트럭에 채소와 과일을 싣고 다니며 파는 아저씨의 확성기 소리에 배추를 사 러 나가서 배추를 이리저리 고르고 사서 담다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반지가 빠 졌던 모양이다. 그 반지가 배추 잎사귀 밑 에 고이 모셔져 있었으니 다행이지 얼마 나 걱정을 했겠는가? 그 후로 아내는 그 결혼반지를 다시 껴 볼 생각을 하지 못하 고 장롱 깊숙한 곳에 소중이 보관하게 되 었다. 결혼반지는 그 반지가 가지는 금의 무게와 보석의 크기에 가치가 있는 것이

사랑의 언약에 대한 가치는 주고받는 보 석으로는 가늠할 수 없는 더 소중한 가치 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아니라 그 반지가 가지고 있는 약속과 사 랑에 대한 가치를 가지므로 값으로 매길 수 없다. 사랑의 언약에 대한 가치는 주고 받는 보석으로는 가늠할 수 없는 더 소중 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28  Signs of the  Times


시간이 지나면서 자녀를 낳아서 기르고 바쁘게 살

었다(계 2:4). 첫사랑은 미숙하고 실수도 많다. 첫사랑

다 보니 때로는 우리가 삶의 본질인 사랑의 가치를 잊

은 때로는 어리석고 무모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첫사

어버리고 사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나의

랑에는 뜨거운 열정이 있고 자신의 불편과 이익을 돌

부족한 사랑을 채우기 위하여 자녀들에게 넉넉한 용

보지 않는 희생의 순수함이 있다. 이 첫사랑을 잃어버

돈을 주며 많이 사랑했음에 스스로 만족해하는 것을

린다면 우리가 무엇을 하든 그것은 영혼 없는 전문가

볼 때 이제는 돈이 사랑을 대신하고 있다는 생각을

의 숙련된 행위가 될 뿐이다. 그러므로 사도 바울은

하게 된다. 얼마를 주면 우리가 주지 못하고 하지 못

고린도전서 13장의 저 위대한 사랑의 선언문에서 우

했던 사랑의 가격을 대신할 수 있을까? 우리에게 부

리가 어떤 일을 하든, 어떤 지식이 있든, 어떤 것을 남

족한 것은 풍족한 물질의 부족이 아니라 사랑의 부족

에게 주든 거기에 사랑이 없다면 아무것도 아니며 아

이 아닐까? 아무리 먹어도 배부르지 않고 항상 허기

무 유익도 없(고린도전서 13장 2~3절)다고 말씀하신

가 지는 병처럼 물질로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을 채울

다. 독자들이여 “너희 모든 일을 사랑으로 행하라”(고

수 있는 것은 바로 우리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고 아껴

린도전서 16장 14절). 이 말씀을 기억하자.

주며 희생하는 사랑이다. 예수께서 ‘행위와 수고와 인내’가 있었던 에베소 교 회를 향하여 하시는 책망은 첫사랑을 버렸다는 것이

김창환 wckc036@naver.com 클래식 음악을 즐겨 들으며 기쁨으로 서울서부교회를 섬 기는 목사이다.

2016. 7.  29


Editor's Note

우선순위 교회 활동의 우선순위는 고대 이스라엘 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로 인간의 복지를 실현하는 것이다. 그렇게 할 때 효과적으로 복음도 전파될 것이다.

기독교가 현대 사회에서 많은 욕을 먹고 있다.

참된 교회, 참된 기독교의 모습은 무엇일까?

한국에 기독교가 전해져 온 이래로 100년이 넘는 세

그 모습을 우리는 기독교의 뿌리인 고대 이스라엘의

월 동안 기독교는 적극적인 포교를 해 왔다. 덕분에 현

신앙 정신에서 살펴볼 수 있다.

재 대한민국의 약 사분의 일이 기독교인이라고 한다. 한

노예를 가진 자는 7년째 되는 해에는 자유인으로 아

국에서의 기독교 발전은 한국 경제 발전만큼이나 세계

무 값없이 풀어 주어야 했으며 땅을 가진 자는 7년째에

를 놀라게 할 만하다. 그러나 급속한 포교로 인한 부작

는 그 땅에서 나오는 모든 소산물을 거두지 아니하고

용이 대두되면서 인터넷과 각종 언론 매체를 통해 기독

가난한 자로 먹게 하여야 했다. 이러한 신앙 정신은 신

교에 대한 다양한 비판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비판의

약 시대로 이어져서 초대 교회의 교인들이 서로 물품을

주된 내용은 이기적인 교파 위주의 선교 정책과 도덕성

나누어 주며 가난한 자와 과부와 병든 자를 돌보고 소

에 관한 것이다. 각 교단별로 큰 교회(Mega Church)를

외된 자들에 대한 공동의 책임을 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세우고 경쟁적으로 신자를 모집하면서 선교 활동에는

이러한 모습은 현대 교회의 모습과 얼마나 다른가! 교

열심을 내왔다. 하지만 정작 도움의 손길이 절실하게 필

회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구원과 영생을 얻을 수 있

요한 지역 사회의 요구에는 교회가 고개를 돌리거나 위

다는 복음을 전파하는 것은 물론 중요한 사명이다. 하

선적인 흉내를 내는 것에 그쳐 왔던 것도 사실이다.

지만 교회의 활동에서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은 인간 삶의 전반에 걸친 물질적인 필요를 채우고 가난한 자와

30  Signs of the  Times


약자의 고통을 구제하는 것이다. 우선순위가 바뀌어야

여 기도해 주고, 고통 중에 있는 자들을 건져 내기 위하

한다. 엘렌 G. 화잇은 말하기를 “먼저 가난한 사람들의

여 그들의 힘을 다 써야 한다. 그들은 미천하고 가난하

물질적 필요에 따라 접촉하여 그들의 육체적 필요와 고

고 압제받는 자들을 대상으로 일해야 한다. 많은 사람

통을 구제해 주라. 그러면 그대는 마음과 접촉할 수 있

은 사심 없이 친절한 행동을 통해서만 접근될 수 있다.

는 길이 열리는 것을 발견할 것이다. 그대는 그곳에 은

그들의 물질적 결핍이 먼저 구제되어야 한다. 그들이 우

혜와 믿음의 좋은 씨를 심게 될 것이다.”(구호봉사, 87)라

리의 이기심 없는 사랑의 증거를 보면, 그들은 그리스도

고 했다. 기독교가 물질 만능주의와 타협하여 부자의

의 사랑을 더욱 쉽게 믿을 수 있게 될 것이다”(구호봉사,

돈과 권력에 편승하여 가난하고 약한 자들을 소외시키

81).

고 있으니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 것이다. 교회 활동의 우선순위는 고대 이스라엘 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로 인간의 복지를 실현하는 것 이다. 그렇게 할 때 효과적으로 복음도 전파될 것이다. “오직 사랑과 친절에 의해서만 많은 사람에게 접근할 수 있다. 집집 방문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여러 분야에 서 봉사할 기회를 발견할 것이다. 그들은 병자를 위하

김해성 sda7942@naver.com 본지 편집장

2016. 7.  31


ESSAY

나는 믿지 않는다 중환자실 입구에서 주치의를 붙잡고 울부짖는 환자 보

번창하고 있다. 죽음으로 삶이 종결된다고 믿는 이들에게

호자들을 볼 때마다 누군들 마음이 아리지 않을까. 창밖

는 젊음의 유지야말로 삶을 연장하는 가장 확실한 보장일

에는 생기발랄한 초록들이 바람에 흔들린다. 누군가가 죽

것이다. 노화를 저항하고 죽음의 그림자를 지우려는 몸부

어 가는데도 저리도 시퍼렇게 살아 꿈틀대는 검푸른 생명

림의 이면에는 영생을 잃은 피조물의 애처로운 갈증이 흘

들이 무섭다. 다 죽지 말아야 할 이유가 가득하지만 떠들

러내린다.

썩했던 생명은 마침내 꺼진다. 우리는 이별 공화국에서 살 고 있으며 이 땅은 거대한 장례식장이다.

한쪽에서는 시신을 화장하고 다른 쪽에서는 물을 마시 고 목욕하는 갠지스 강의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다. 삶과 죽

죽음이 하는 가장 큰일은 영원에 대한 향수를 끊임없이

음이 엉켜 있는 매우 인상적인 광경이었다. 그들의 심정은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대제국의 황제나 억만장자나 가난

어떤지 한참을 헤아려 본 적이 있다. 교회 마당에 묘지를

뱅이 촌부에게도 차별 없이 다가온다. 생각만 해도 심란한

세우고 성당의 지하실을 공동묘지로 만들어 삶과 죽음의

죽음의 근원은 “너희가 그것을 먹는 날에는 너희 눈이 밝

거리를 좁혔던 중세인들도 있다. 교회에 올 때마다 망자를

아 하나님과 같이”(창세기 3장 5절) 되리라는 사탄의 말에

떠올리며 삶과 죽음을 생각했을 그들은 얼마나 진지한 삶

서 시작되었다. 하나님은 죽음을 통해 사람은 결코 하나님

을 살았을까 싶다.

이 될 수 없음을 보여 주었다.

삶의 자리에서 죽음을 인접하고 사는 이들의 가슴은 얼

탄생과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병원에서는 새 생명의 출

마나 저밀까? 생과 사를 오가는 환자들과 함께하는 의사

산에 감격하다가도 급히 빈소로 달려와 흐느끼는 일이 빈

들처럼 인간의 덧없음과 생명의 위대함을 절실히 아는 이

번하다. 왕성한 생명의 계절에 죽음 이야기는 방정맞아 보

들은 얼마나 될까? 마지막 호흡을 지켜보는 간호사들은

일 것이다. 다들 죽음의 향내가 삶에 젖어 들지 않기를 바

얼마나 자주 마음을 하늘로 돌리게 될까? 쉴 새 없이 주검

라기에 화장터는 최대한 멀리 떨어뜨리고 병약하고 노쇠

을 대하지만 여전히 떨린다는 장례지도사들의 마음은 얼

한 이들은 시설로 격리시키고 시신은 꽃으로 치장한다. 이

마나 가난할까?

제는 조등을 보기도 힘들다. 죽음을 질색하는 이 시대에

이미 죽음으로 기울어진 몸을 가진 환우일지라도 눈빛

젊게 보이게 해 주는 미용이나 성형 관련 사업은 뭐든지

이 사슴처럼 영롱해질 때는 기도할 때이다. 간절한 마음으

32  Signs of the  Times


로 소원을 아뢸 때 연신 “아멘!” 하며 화답하는 목소리에 는 영원한 삶에 대한 그리움이 애달프게 묻어 나온다. 얼마 전 어린 자녀를 두고 떠난 젊은 여인의 장례식이 있 었다. 나는 믿지 않는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엄마, 아빠의 사랑과 친척과 이웃의 사랑을 받으며 자라 떨리는 사춘기 를 보내고 낭만 넘치던 아가씨 시절을 거쳐 부푼 마음으로 결혼하여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자녀들을 둔 한 영혼이 숨 이 끊어지면 두 번 다시 볼 수 없게 사라진다는 사실을 나 는 믿지 않는다. 이 어마어마한 사랑의 정보를 간직한 영혼 이 죽음으로 깡그리 없어진다는 사실을 나는 믿지 않는다. 믿겨지는가? 치밀한 유전자의 메커니즘을 따라 신묘 막 측 하게 만들어진 100조 개의 세포로 된 우리가 단 한 번 밖에 살지 못한다는 사실을 나는 믿지 않는다. 우주 같은 사연과 감정을 품고 수십 년간 함께 웃고 울고 사랑을 나 누며 살던 사람이 고작 이 짧은 세월을 살다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는 게 말이나 되는가? 나는 믿지 않는다. 의학도 다 설명하지 못하는 누군가의 힘으로 내 의지와 상관없이 신비하게 심장이 뛰고 허파가 움직이고 피가 흐르고 해독

음성을 들을 때가 오나니 선한 일을 행한 자는 생명의 부

하고 체온이 조절되는 이 오묘한 몸이 한순간에 사라진다

활로, 악한 일을 행한 자는 심판의 부활로 나오리라”(요한

는 게 믿겨지는가? 나는 믿지 않는다. 까무러칠 만큼 사랑

복음 5장 28~29절).

하는 가족들과 태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두 번 다시 영영

나는 단 한 번의 삶으로 우리 인생이 끝난다는 사실을

볼 수 없는 한 줌 흙으로 끝나는 삶은 얼마나 허무하고 가

나는 믿지 않는다. ‘생자필멸’과 ‘생로병사’가 아니라 ‘생자필

여운가? 사람이 죽으면 영원히 사라진다는 사실을 나는

멸생’과 ‘생로병사생’이다. 나는 믿는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

믿지 않는다.

없이 태어난 모든 이에게 누구든 잡을 수 있는 부활과 영

그러나 나는 우리 앞에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부활과 영

생의 기회가 주어졌음을.

생이 기다리고 있음을 확신한다. 예수 그리스도는 외쳤다.

마치 죽음을 공유하는 상징처럼 우리 장례식장은 병원의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자는 죽어도 살겠고”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다. 직원들은 출퇴근하며 꼬박 지나야

(요한복음 11장 25절).

한다. 영생에 허기진 이들은 그 앞을 지나며 숙연해진다.

미래를 위한 준비를 하면서 죽음은 준비하고 있는가? 어디에서 영원을 보낼 것인가? 기어코 만나게 될 죽음을 대책 없이 맞이할 것인가? 아니면 인격을 걸고 죽음 이후 의 삶을 선언한 세계 4대 성인 중 한 분인 예수의 선언에 귀 를 기울인 것인가? “이를 기이히 여기지 말라 무덤 속에 있는 자가 다 그의

윤영한 jhj829@paran.com 현재 삼육서울병원 원목으로서 사진작가이며 수필가 로서 활동하고 있다.

2016. 7.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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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삶

만병통치 약

모든 병을 고치는 만병통치약이 있을까? 필자는 당 연히 있다고 믿는다. 물론 약이라고 해서 우리가 생각하는 알약을 말하 는 것은 아니다. 상식적으로도, 의학적으로도 알약은 인간의 병을 치유할 수 없다. 다소간의 고통스러운 부 작용을 감수하면서 조절할 뿐이다. 그러나 그 조절도 완전히 성공적이지는 않다. 과연 그렇다면 그 모든 병을 치유하는 그 약 아닌 약은 무엇일까? 요즘 옥시토신 호르몬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다시 금 그 실체를 확신하게 되었다.

한다. 이제까지 이 정도로만 알려지고 배워 왔던 것이 사실이다. 필자도 의과 대학에 다닐 때 이 이상 배운 기억이 없다. 공부를 못한 학생도 아닌데 말이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새로운 많은 연구가 밝히는 바는 놀랍기 그지없다. 옥시토신 호르몬이 분만과 수유 외에 관여하는 많 은 생명적인 현상을 설명해 보려고 한다. 아이와 엄마 사이에서 나오는 호르몬으로 엄마가 아이가 울면 안아 주고 싶어 하는 마음, 젖을 주고 싶 어 하는 마음, 사랑하는 마음이 생기면서 나오는 호르 몬으로만 알았는데, 꼭 엄마와 아기가 아닌 사람과 사

옥시토신이란 뇌하수체 후엽 가운데 있는 신경 전

람 사이에서도 나올 수 있는 호르몬이라고 한다. 나아

달 물질로, 산모가 아이를 출산할 때 자궁 수축을 촉

가 친밀감과 유대감을 높여 주는 옥시토신 호르몬이

진하는 자궁 수축 호르몬으로 수유할 때 젖의 분비

꼭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만 나오는 호르몬이 아니란

를 돕기도 한다. 또한 옥시토신이란 사랑과 신뢰의 감

사실에서는 많이 놀랐다. 키우는 반려견을 쓰다듬고

정을 높여 주는 기능도 해 ‘사랑 호르몬’으로 불리기도

눈을 맞추게 한 후 혈액 속 옥시토신의 농도를 측정한

34  Signs of the  Times


결과 각각 주인은 300, 반려견은 120퍼센트씩 옥시토

정을 완화시켜 주고 승화시켜서 좋게 바꿀 수만 있다

신 농도가 상승했다고 한다.

면 많은 병적 현상이 치유된다고 확신한다.

즉 생명을 가진 두 개체의 관계를 통해서 분비될 수

이 밖의 여러 연구 결과 고아와 입양아들이 다른 사

있는 호르몬이라는 것이다. 혼자서는 분비되지 않는

람들과 안정적인 관계를 맺기 힘든 것은 옥시토신이

호르몬이다.

낮기 때문이었으며 입양이 되어서 어머니와 함께 시간

그 외에도 지난 2월 미국 국민과학원 저널에 게재된

을 보내는 아이는 옥시토신 호르몬이 많이 분비됐다.

연구에 따르면 자폐증 환자들에게 옥시토신은 다른

또 옥시토신은 뇌의 ‘인내 영역’에 도움을 주어 마약과

사람들과의 상호 작용을 높여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코올 등의 중독 증상을 완화시키고, 동료들을 보호

자폐증 환자들의 옥시토신 양은 일반 사람들에 비해

하려는 보호 본능을 일으키며, 낯선 이에게 돈을 나누

현저히 낮았는데, 옥시토신 호르몬을 증가하게 만들

어 주며 기부를 하는 데 더욱 관대한 결정을 하게 만

었더니 자폐증 환자가 다른 사람들에 대해 가지는 공

들어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감이 줄어들었고 사람들과 의사소통하며 어울리는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김재엽 교수 팀이 노인 남성을

사회성이 높아졌다. 게다가 어떠한 감정에 대한 기억

대상으로 7주간 배우자에게 ‘사랑한다, 미안하다, 고

을 더욱 좋게 만들기도 한다. 지난 11월 국민과학원에

맙다’는 표현을 매일 하게 했더니 이 말을 반복한 그룹

발표된 연구 결과에서는 성인 남성들에게 옥시토신을

은 혈액 내 산화 스트레스 지수가 50퍼센트 감소했고,

투여한 결과, 어머니와 관계를 잘 유지한 남성들은 어

항산화 능력 지수는 30퍼센트 증가했다. 또한 우울증

머니와의 추억이 더욱 좋게 극대화되었으며, 나쁜 기

이 개선되고 심장 박동이 안정됐다.

억으로 어머니를 비하했던 남성들의 태도 또한 좋게

이외에도 옥시토신의 효과는 다양하다. 거식증 치

변했다. 즉 우리의 감정을 정화하는 효과가 있는 것이

료에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인제대 서울백

다. 참 많은 환자에게 꼭 필요한 효과라고 생각한다.

병원 김율리 교수와 영국 킹스칼리지 자넷 트레저 교

상담을 하면서 모든 환자는 아픈 상처를 가지고 있다

수 연구진은 거식증 환자들에게 옥시토신을 흡입시켰

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옥시토신이 그런 나쁜 과거의 감

다. 그 결과 고칼로리 음식이나 뚱뚱한 몸매에만 집중

친밀감과 유대감을 높혀 주는 옥시토신 호르몬이 꼭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만 나오는 호르몬이 아니란 사실에서는 많이 놀랐다.

2016. 7.  35


르고 있었기에 인간의 결론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안 다. 왜냐하면 사람을 창조하신 하나님이 성경에 이미 만병통치약을 말하고 계셨기 때문이다. “예수께서 온 갈릴리에 두루 다니사 저희 회당에서 가르치시며 천국 복음을 전파하시며 백성 중에 모든 병과 모든 약한 것을 고치시니”(마태복음 4장 23절). “그의 소문이 온 수리아에 퍼진지라 사람들이 모든 앓는 자 곧 각색 병과 고통에 걸린 자, 귀신 들린 자, 간질하는 자, 중풍병자들을 데려오니 저희를 고치시 더라”(마태복음 4장 24절). 하고 신경 쓰던 경향이 눈에 띄게 줄었다.

모든 병과 모든 약한 것을 고쳤다는 것은 만병통치

옥시토신은 다이어트에도 도움을 준다. 미국 하버

약을 쓰셨다는 것이 아닐까? 그때에 필자는 예수님이

드 의대 엘리자베스 로손 박사 연구 팀의 연구 결과

전한 천국 복음이 바로 만병통치약이라고 믿었다. 천

옥시토신을 섭취한 그룹은 아침 식사를 할 때 평균

국의 실체이신 예수님이 우리 마음에 오시는 것이 천

122킬로칼로리를 덜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사를

국 복음, 즉 그 후에 설교하신 팔복의 내용이 아닌가.

할 때 섭취하는 지방량도 9그램 정도 적었다. 연구를

예수님은 사랑이시라 했고 이 사랑을 우리가 받고

통해 옥시토신이 지방 연소 과정을 촉진해 인슐린 감

알면 가장 높은 옥시토신이 분비되고 모든 기관의 세

수성 등의 대사 능력을 향상할 수 있다는 것도 확인됐다.

포에 옥시토신이 생명을 낳게 할 것이다. 하나님은 사

아마 이것은 경험적으로 아는 분이 많으리라 생각

랑이시며 생명이시다. 즉 사랑이 생명이라고 성경에

한다.

말씀하셨기에 그 사랑이 몸에서 옥시토신이 되어 만

옥시토신 호르몬의 중요한 사실 하나는 농도가 높

병을 치유하는 만병통치약이 될 것이다. 서로 사랑하

을수록 타인에 대한 신뢰도 높고 자신이 누군가로부

라는 말씀은 하나님과도 서로 사랑하고 사람과도 서

터 신뢰받는 느낌이 들면 옥시토신 호르몬 수치도 증

로 사랑하면서 질병을 치유하기를 바라시는 하나님의

가한다는 것이다.

뜻이다.

그 외에도 옥시토신은 맥박을 낮추고, 혈압을 낮추 고, 두뇌의 두려움 센터의 흥분도 낮추어서 두렵지 않

사랑은 생명이고 만병통치약이다. 만병통치약은 있 다!

게 한다. 잠도 잘 오게 하며, 통증도 가라 않게 한다. 사람을 유순하게 하며 소화 호르몬도 조절하고, 면역 도 증가시키며 스트레스 호르몬도 감소시켜서 스트레 스에 둔감하게 한다. 이제까지 과학이 밝힌 기능 말고 도 필자는 생명의 기능에도 관여한다고 믿는다. 왜냐 하면 필자가 학교 다닐 때는 이 사실조차도 과학이 모

36  Signs of the  Times

채은하 ehchae34@hanmail.net 마라뉴스타트생활의학센터 원장, 내과 의사


창작 동화

재미있는 동화도 읽고, 맞춤법도 익히고

엄마랑 함께해요

할머니의 마음 할머니가 조금씩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한 것은

민석이는 몇 번이나 맨발이라고 소리쳤지만 할머니

불과 석 달 전부터의 일이었습니다. 할머니는 지금까지

는 막무가내였습니다. 분명히 신발을 신고 있다고 우기

그 누구 못지않게 기억력도 좋고 총명했던 분이었습니

면서 왜 멀쩡한 사람을 보고 바보 취급을 하느냐며 오

다. 그런 할머니가 조금씩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한

히려 화를 내고 있었습니다.

것은 민석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얼마 뒤부터 의 일이었습니다.

할머니의 이상한 행동은 그 정도로 끝이 아니었습 니다. 어떤 때는 금방 식사를 하고도 굶겨 죽일 작정이

할머니가 처음에는 가끔 신발을 신지 않은 채, 맨발

냐고 엄마한테 소리소리 지르며 생트집을 부리기도 하

로 외출을 하곤 하는 일이 잦았습니다. 그리고 어떤

였습니다. 또 어떤 때는 밥을 지어야 한다며 빈 그릇들

때는 신발을 신고 외출을 했다가 맨발로 돌아오기도

을 가스레인지 위에 올려놓고 불을 지피기도 하였습니

하였습니다. 할머니가 갑자기 이렇게 정신 나간 행동

다. 더 위험하고 아찔한 것은 플라스틱 그릇을 가스레

을 하게 되자 엄마, 아빠보다도 더 속이 상한 것은 민석

인지 위에 올려놓고 불을 붙일 때였습니다. 그럴 때마

이었습니다.

다 플라스틱 그릇들이 불에 타 녹아내리면서 마치 불

어느 날이었습니다. 그날도 어느 틈에 혼자 밖에 나 갔던 할머니가 한참 후에 맨발로 돌아오게 되었습니

이 난 집처럼 새까만 연기가 집 안 가득할 때도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다. 그 모습을 본 민석이가 깜짝 놀란 얼굴이 되어 소

“어머니! 안 돼요! 이러시면 정말 큰일 난다니까요.”

리쳤습니다.

어쩌다가 그런 위험한 광경을 보게 된 엄마가 소스

“할머니, 왜 또 맨발이야? 할머닌 창피한 것도 몰라?”

라쳐 놀란 얼굴로 급히 달려와서 할머니를 말린 적도

그러나 할머니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듯 곧 자신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러나 그때마다 할머니는 이제

의 맨발을 번쩍 들어 올렸습니다. 그러고는 오히려 버

엄마까지 알아보지 못하고 이상한 말을 하면서 오히려

럭 화를 냅니다.

엄마를 나무라곤 하였습니다.

“얘가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거야? 너 눈이 있 으면 똑똑히 좀 보렴. 신을 이렇게 멀쩡하게 신고 있는 데 왜 괜히 이 야단이니?” “아니야! 할머니 지금 맨발이라니까!”

“아니, 댁은 뉘시유? 그리고 괜히 왜 남의 집에 와서 이래라저래라 참견을 하고 이 야단이슈?” “어머니, 저 민석이 엄마예요. 이젠 저도 못 알아보 시겠어요?”

2016. 7.  37


엄마는 그만 기가 막혀 더

리고 민석이가 어느 정도 자라 어린이집에 다닐 때는

이상 말이 나오지 않았습니

더욱 그랬습니다. 마치 그림자처럼 민석이를 따라다니

다. 그렇게 계속 불안하고 걱

며 끔찍하게 아끼고 보살펴 주시던 분이었습니다. 그러

정스러운 나날을 보내던 어

는 동안 민석이는 저도 모르는 사이에 엄마나 아빠보

느 날 밤입니다. 오늘도 엄마

다도 할머니를 더 따르며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그만

와 아빠는 할머니의 걱정으

큼 깊은 정이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 할머니였기

로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하

에 엄마와 아빠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고 있었습니다. 엄마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아

아빠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다시 입을 열었습니다.

빠를 향해 무거운 입을 열었습니다.

“만일 어머님을 요양원으로 모신다면 민석이는 또

“여보, 그동안 생각 좀 해 봤어요?”

어쩌지? 어머님과 떨어져서는 단 한 시간도 지내기 어

사실 엄마와 아빠는 그동안 할머니 걱정으로 잠도

려운 녀석이어서 그게 또 걱정이란 말이야.”

잠이지만, 도무지 일손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밤을 꼬박 지새우며 할머니 문제로 의논을 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 본들 무슨 소용이 있어. 별 뾰족한 수가 없는 걸.” 아빠는 대답 대신 연신 긴 한숨만 내쉬고 있었습니 다. 그러자 엄마가 다시 말을 꺼냈습니다.

“그렇긴 하지만 지금 당장 급한 문제는 어머님이라 니까요.” 엄마와 아빠의 이야기는 또다시 밤이 새도록 좀처럼 끝이 날 줄을 몰랐습니다. 그런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엄마와 아빠는 그동안 여러 날을 생각한 끝에 마침 내 어쩔 수 없이 할머니를 요양원으로 모시기로 결심

“여보, 이대로는 정말 불안해서 더 이상 못 살 것 같

하게 되었습니다. 할머니에 대한 죄스러운 마음은 말

아요. 결국 나중에는 무슨 큰일이 벌어질 것만 같아서

할 것도 없지만 달리 별도리가 없는 일이었습니다. 결

어디 마음이 놓여야지요.”

국 아빠와 엄마는 민석이가 집을 비운 사이에 서둘러

“그러니까 나더러 어쩌라고? 후유~~.”

할머니를 요양원으로 모시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니

아빠는 약간 짜증스러운 얼굴로 여전히 한숨만 내

나 다를까, 밖에 나갔다가 집으로 돌아온 민석이는 할

쉬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어머님을 생각하면 몹시 죄스러운 일이지 만 제 생각에는 아무래도 요양원으로 모시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글쎄, 그런다고 편할 것 같아? 어떻게 하는 게 옳은 일인지 워언…….”

머니가 보이지 않자 당장 할머니를 찾아 달라고 울며 불며 떼를 쓰고 야단법석이었습니다. “엄마, 할머니 어디 간 거야? 같이 나가서 빨리 찾아 보잔 말이야.” 그 뒤부터 민석이는 틈만 나면 엄마한테 매달리며 못살게 굴었습니다. 그리고 해님(*)이 서산으로 질 때

“…….”

까지 엄마를 앞세우고 동네방네로 할머니를 찾아 헤

아빠의 대답을 들은 엄마의 입에서도 긴 한숨이 흘

매곤 하였습니다.

러나왔습니다. 할머니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동안 직장에 나가는 엄마와 아빠 대신 민석이를 정성껏 훌륭하게 길러 준 고마운 분이었습니다. 그

38  Signs of the  Times

“민석아, 할머니는 언젠가 곧 돌아오실 거야. 그러니 까 이제 그만 집으로 돌아가서 기다려 보자, 응?” 엄마가 아무리 달래 보았지만 민석이의 고집을 꺾을 수는 없었습니다. 엄마가 그럴수록 민석이는 할머니를


꼭 찾아내고야 말겠다고 더욱 막무가내였습니다. 그리 고 어느 날부터는 다른 걱정거리가 한 가지 더 생겼습 니다. 민석이가 학교에도 가지 않고 아예 할머니를 찾 기 위해 거리를 헤매기 시작한 것입니다. 곁에서 그 모 습을 지켜보는 엄마와 아빠의 가슴은 미어질 것만 같 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정말 뜻밖의 꿈같은 일은 벌어졌습 니다. 무슨 영문인지 요양원으로부터 갑자기 할머니의 퇴원을 서둘러 달라는 황당한 소식을 받게 된 것입니 다. 아빠는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 일이라는 듯 놀란 얼 굴이 되어 수화기를 들었습니다.

‘아암, 그렇지. 아무리 고생이 돼도 이렇게 함께 부대

“네에? 어머님이 치매가 아니시라고요?”

끼며 살아가는 게 식구이며 가족이지, 떨어져 지낸다

“네, 그렇습니다. 몇 번이나 한 재검사 결과 지극히

면 그걸 어찌 한 식구라고 할 수 있겠누!’

정상이십니다. 그러니까 시간이 나시는 대로 퇴원 수 속을 밟아 주셨으면 합니다.”

그러나 엄마나 아빠 그리고 민석이는 지금도 전혀 눈치조차 챌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동안 할머니가

아빠는 도무지 믿지 못하겠다는 듯 연신 고개를 갸

마치 치매에 걸린 것처럼 일부러 이상한 행동을 하게

웃거리다가 그 길로 서둘러 엄마 그리고 민석이와 함

되었던 할머니의 속마음을……. 사랑하는 식구들에게

께 급히 요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앞으로 도움을 주기는커녕, 조금이라도 짐이 될 것 같

마침 요양원에서는 퇴원 준비를 끝낸 할머니가 현관 에 나와 식구들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민석이는 할

다는 생각에 요양원 생활을 결심했던 할머니의 바다보 다도 더 넓고 깊은 뜻을…….

머니를 보자마자 곧 할머니의 품속 깊이 파고들었습니 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절대로 할머니를 놓치지 않겠 다는 듯 할머니의 품에 꼭 안기고 말았습니다. 할머니 역시 그런 민석이를 힘껏 껴안았습니다. 할머니의 두 눈에는 어느새 이슬이 맺히고 있었습니다. “어머니, 정말 괜찮으신 거예요?”

알쏭달쏭 우리말 익히기 ‘해님’ 과 ‘햇님’ ※ ‘해님’ ‘해님’을 소리 내어 읽을 때는 ‘ㄴ’과 ㄴ’소리가 덧나 기 때문에 ‘햇님’으로 표기하는 것이 원칙이나 ‘해’는 ‘해’ 그 자체이지 해의 님은 따로 없기 때문에 이 낱말은 예외된 말로 서 ‘해님’으로 표기하는 것이 원칙이다.

아빠와 엄마가 도무지 믿지 못하겠다는 듯 할머니의 눈치를 조심스럽게 살피며 물었습니다. 그러자 할머니 는 갑자기 민망하고 쑥스러워진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 이며 조용히 입을 열었습니다.

<쓰임의 예> * 해님이 뉘엿뉘엿 서산너머로 지고 있었다. * 나무를 하러 간 아버지가 해님이 서산너머로 넘어가고 땅거미가 질 때가 되어서야 돌아오시곤 하였다. * 해님이 방긋 웃다.

“아암, 괜찮고말고. 아마 내가 잠깐 정신이 좀 나가서 너희들한테 괜한 걱정을 하게 했던 모양인 것 같구나.”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할머니는 조용히 눈을 감았습니다. 그리고 오랜만에 다시 행복을 찾았다는 느 낌에 얼굴 가득 밝은 미소가 번져 가고 있었습니다.

이대호 daiho35@hanmail.net 동화작가, 단편 및 장편 동화집 20여 권 집필, 동아일 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 당선, 일간지 및 월간지에 고정 집필 활동, 현 월간 <어린이 마당> 편집자문위원

2016. 7.  39


Q&A

- Truth Explorations -

진리 탐구

어떤 사람들은 욥기서가 성경에서 가장 오래된 책이

절)이라고 말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너무나 사

라고 말합니다. 맞습니까? (텍사스휴스턴에서마크리스퍼)

랑하셔서 기꺼이 우리 죄의 짐을 맡고 죽음으로 우리 의 죗값을 치르셨습니다. 그렇기에 그분의 구원을 얻

욥기의 저자는 모세, 엘리후, 솔로몬, 에스라 등 일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초기 유대 전승은 욥

은 사람들과 친교의 교제를 누릴 수 있었던 것입니다 (요한복음 3장 16절).

기의 저자를 모세라고 지명합니다. 모세가 저자임을 주장하는 전승을 지지할 이유는 많습니다. 욥기에는

마가복음 16장 9절의 각주에서는 “가장 신뢰할 만한

강한 아라비아 풍취가 남아 있고, 이는 모세가 40년

초기 원고에는 마가복음 16장 9절부터 20절이 존재

을 미디안에서 보낸 것과 연관이 있을 것입니다. 애굽

하지 않는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가장 신뢰할 만

사회를 암시하는 것도 모세가 애굽에서 자라고 교육

한 초기 원고에 위 성경절이 없었다면 최근 번역본에

받았던 것과 일관성이 있습니다. 또한 하나님을 창조

서는 어떻게 이 성경절들을 표기한 것입니까?

주로 묘사한 내용도 창세기 1장과 2장에서 모세가 기 록한 창조 이야기와 잘 어울립니다.

1,600년대 초기만 해도 킹 제임스 성경 번역가 들은 오늘날 우리가 가지고 있는 헬라어와 히브리어

인간이 모두 죄를 지었다면, 왜 하나님께서는 사람을

사본 상당수를 보지 못했습니다. 이런 고대의 사본들

구할 방주를 만들라고 말씀하신 것입니까? 모조리

이 점차 발견되면서 번역가들은 합심하여 이 사본에

멸망시키고 다시 시작해도 되는 것 아닙니까?

서 배운 것들을 나중에 성경 번역본으로 만들게 됩니

(네바다 테컴시에서 조슈아 보이트)

다. 그런데 현대 번역가들이 독자들에게 고대 사본의 증거를 알리기 위해 초기 성경 번역본에 있던 번역문

부모는 아이를 낳을 때 아이의 모습과는 상관없 이 사랑하겠다고 약속합니다. 마찬가지로 하나님께서 는 사람을 창조하시기 전 우리가 어떤 모습을 하고 있 든지 간에 우리를 사랑하시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성경에서는 이것을 “영원한 언약”(예레미야 32장 40

40  Signs of the  Times

을 그대로 둔 채 각주를 덧붙인 것입니다.


독자의 독자소감

항상 월간 <시조>를 잘 받아보고 있는데 볼 때마다 <시조> 만드는 정성에 고마움을 매번 느껴요. 이제 제가 대학생이 되는데 대학생이 되어도 신앙 안에서 <시조>를 읽으며 더더 욱 하나님과 가까이 지낼 수 있으면 좋겠어요~! / 광주 한 주변에 중풍으로 고생하시는 분이 있는데 34페이지 글이 그리고 41페이지의 기도는 감 사로 해야 한다는 글이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감사합니다. / 충남 천안시 김안◦

여러 방면으로 다양한 정보와 지식을 알려 주셔서 좋습니다. / 경북 봉화군 윤혜◦ 시간을 내어 <시조>를 읽다 보면 더 말씀이 궁금하고 그 말씀에 순종하는 삶을 살고 싶 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매달 좋은 말씀을 읽을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오늘도 행 복한 하루 되세요. / 서울 동대문구 황재◦ 지인이 <시조>를 매달 보내 주어서 보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읽 어 보면 볼수록 내용이 너무 좋습니다. 특별히 광고가 하나도 없고 좋은 글로 가득 찬 잡 지라는 것이 놀랍습니다. 저는 아직 종교가 없지만 신앙적인 내용도 제 삶에 도움이 됩니 다. <시조>를 통해 언젠가는 신앙을 하게 될 날이 올 것 같습니다. 아울러 <시조>를 보내 준 에게도 고마움을 표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 캘리포니아 얼바인 Ashley Han

● 성경과 기독교 신앙을 알고 싶은 분들에게

무료 서적을 보내 드립니다

<말씀 향기> 컬러판 총 5권, 각 30쪽 분량 ●  건강한 삶을 원하는 분들에게  <건강 새출발> 컬러판 총 3권, 각 40쪽 분량 ●  행복한 가정을 원하는 분들에게 <행복한 가정> 컬러판 총 3권, 각 60쪽 분량 ● 전화 신청하시면 무료로 우편 배송해 드립니다. 주간  :  (02)3299-5235, 070-8740-7349 야간 및 공휴일  :   (02)966-0071 이메일 신청  :   kucvop@kuc.or.kr (주소, 이름, 전화번호를 보내 주시면 배송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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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여러분의 의견을 받습니다. ● 페이스북 : facebook.com/pages/종합출판시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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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7.  41


보내기 운동에 참여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10부=1구좌)

김성수(20부)

윤종도(15부)

성규철(10부)

이병래(10부)

황광웅(10부)

(주)전차주물류 회장 경북 포항시

보인당 대표 부산시 중구

포항수산업협동조합 지점장 경북 포항시

MG의왕새마을금고 이사장 경기도 의왕시

(주) 건화 회장 서울시 강남구

조찬휘(20부)

손병문(10부)

오경숙(10부)

이도행(10부)

이병무(10부)

이승호(10부)

(사)대한약사회 회장 서울시 서초구

ABC상사(주) 회장 서울시 서초구

황장군 대표 경북 포항시

삼광글라스(주) 대표이사 서울시 서초구

아세아(주) 회장 서울시 강남구

서울약사신협 상임이사 서울시 관악구

임종출(10부)

한창규(10부)

(주)에스알에프씨 대표이사 NH농협은행(주)서울강북사업부 본부장 서울시 서초구 서울시 동대문구

정기 구독 및 보내기 신청 안내 시대를 읽고 삶에 희망을 주는 <시조>와 힐링 매거진 <가정과 건강>이 여러분 곁에 있습니다.

대표 전화 : (02)3299-5300 구독 신청 : (02)3299-5311~3

42  Signs of the  Times


신조어로 본 세상

>>> 틀린 그림 찾기 -

4개를 찾아 응모하세요

트럼프시트 (Trumpxit)

한국에서의 국회의원 선거는 끝났고 이제 미국 대통령 선

지난 호 정답, 당첨자 및 응모 요령

거가 가까워 오고 있다. 예전과는 달리 한국이나 미국이 나 선거전의 양상이 많이 다르다. 예전의 선거들은 물량 공세에 공약들의 남발이 많았지만 지금 시대에는 이런 정책적으로 남발하는 공약들보다 더 위험한 선거전이 벌 어지면서 신조어를 내어놓았다. 그중 하나가 미국 선거전 에서의 ‘막말 정치’이다. 이러한 막말 정치에 따른 우려할 만한 상황을 신조어로 내어놓았는데 그중 하나가 트럼프 시트(Trumpxit)이다. 도널드 트럼프(Trump)의 막말에 의 한 정치로 정치 경제적으로 퇴거(Exit)된다면 미국 경제 가 고립될 수 있다는 말이다.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 정 책이 미국 달러화의 약세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 현한 선거철 신조어이다. - 조명신(mscho@sijosa.com)

■ 당첨자 : 축하합니다  ~ 윤석정, 조명화, 최영란, 최준섭, John Suh 정답과 함께 주소, 이름, 전화번호를 당월 10일까지 sijo@sijosa.com으로 보내 주세요. 당첨되신 분에게는 추첨을 통해 시조사 신간 서적을 상품으로 보내 드립니다(구독 소감을 함께 보내 주시면 채택 가능성이 더욱 높습니다.).


말씀이 생각나는

풍경

희망은 볼 수 없는 것을 보고, 만져질 수 없는 것을 느끼고, 불가능한 것을 이룬다. - 헬렌 켈러

“Hope sees the invisible, feels the intangible, and achieves the impossible. - Helen Kel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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