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뉴스 2023년 9월호
UNESCO News vol.807
목 차 Contents
04 커버스토리
유산이 우리의 평화를 약속하려면
10 위원 칼럼
무형유산협약 20년, 지속가능발전과 평화 위한
무형유산의 힘을 발휘할 때
12 행사 결산
지식을 함께 엮어 평화 위한 변화를 만들고자 한
2023 유네스코 글로벌 청년 포럼
16 유네스코의 한국인
한준희 유네스코 뉴델리사무소 문화섹터 과장
18 현장스케치
화려한 이상과 슬픈 자화상 사이에 선 청년과의 만남, 제4회 유네스코 토크
20 참가후기
마음 속에 ‘무궁화꽃’을 활짝 피게 해 준 2023 일본교직원 방한 프로그램
22 창립 70주년 기획 유네스코한국위원회 70주년의 결정적 숫자들 ➏
24 주재관 서신 휴가철 맞은 파리와 유네스코 주변 풍경
26 ESD 공식프로젝트 지속가능발전청소년포럼 YESDO
28 지구촌 교육나눔 박희진 후원자
30 단신
32 기금보고
34 세계 기념일 세계 대학 스포츠의 날(9월 20일)
유네스코는
교육, 과학, 문화, 정보 ·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국제협력을 촉진해 세계평화와
인류발전에 이바지하는
유엔 전문기구입니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1954년 설립된 기관으로
‘유네스코 활동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내외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해 유네스코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표지 이미지: 서대문형무소역사관 풍경 1908년에 완공된 이 근대식 감옥에서는 일제시대에는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이, 해방 이후에는 독재정권에 저항한 민주화 운동가들이 투옥돼 고초를 겪었다 1987년 폐쇄 이후에는 독립운동 및 민주화운동의 정신을 기억하는 역사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Chokchai Suksatavonraphan / Shutterstock.com)
발간일 2023년 9월 1일 창간일 1964년 1월 10일 등록번호 서울 라08043
발행처 유네스코한국위원회 발행인 한경구 편집 김보람, 노지원, 최연수
편집디자인 수카디자인 인쇄 형우디앤피
대표전화 02-6958-4100 주소 서울특별시 중구 명동길(유네스코길)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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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뉴스』의 글에 담긴 필자나 인터뷰 대상자의 의견은 유네스코한국위원회의 공식
각자의 고통과 모두의 유산
노희경 작가의 인기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주인공 동석은 엄마 옥동이 끓여준 된
장찌개를 정말 사랑합니다. 너무나 사랑했기에, 어린 시절 엄마로부터 큰 상처를 받은 이후
부터는 된장찌개를 입에도 대지 않습니다. 드라마를 본 사람이라면 “너 된장찌개 좋아했잖
아”라는 물음에 “나 된장찌개 싫어하거든!”이라 퉁명스레 내뱉었던 동석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을 겁니다 과거에 우리 마음에 새겨진 상처와 그 상처를 아우르는 기억은 너무나 강
력해서 오늘 우리의 마음을 지배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의도했든 의도치 않았든 상처를 주고 또 받기도 하며 세상을 살아가지
만,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 없이 비극적인 역사의 급류에 휩쓸려 큰 상처를 입고 살아가는 사
람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자신의 마음 속에 ‘현재’로 남아있는 사건이 지나
간 과거가 되고, 역사의 일부가 되고, 나아가 평화와 화해의 상징이 되는 것이 마냥 기쁘지
만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특히 여전히 불편하고 고통스러운 기억으로 남아 있는 대상이 ‘미
래세대를 위해 보전해야 할 유산’이 되었을 때는 불편함을 넘어 분노가 치밀 수도 있습니다.
1996년 히로시마의 원폭돔이 ‘평화기념관’으로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을 때, 대
다수 한국인들은 가해자로서의 역사는 감추고 피해자로서의 역사만 부각하는 일본의 행태
에 씁쓸한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이처럼 각자의 마음 속에서 상반된 감정과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유산이 우리 주변에
는 적지 않습니다 학자들은 이들 유산에 세부적인 뜻은 조금씩 다르지만 ‘네거티브 헤리티
지’, ‘부(負)의 유산’, ‘불편문화유산’등의 이름을 붙였습니다. 유네스코는 세계유산제도의
맥락 속에서 이를 ‘갈등기억유산’이라 부르며, 이들 유산을 둘러싸고 국가 간 갈등이 생겨
평화를 향한 유네스코의 이념을 훼손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번 달 커버스토리에서는 서로 상반된 기억이 깃든 유산의 의미를 어떻게 읽어내고, 어떻
게 다양한 사람들의 마음을 포용하며 평화로운 미래를 만들어 나갈지에 대한 유네스코 안
팎의 고민을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유산이 우리의 평화를 약속하려면
우리 곁에 있는 유 무형의 유산에 대해 우리는 흔히 ‘아는 만큼
보인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어떤 유산은 아는 만큼 바라보기 이전에
우리가 겪은 만큼 굳건한 기억으로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다 그 기억이
균일하지 않거나 서로 상충될 때, 우리는 유산이 모두의 생각을 넉넉히
품어 안을 수 있도록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김보람 『유네스코뉴스』 편집장
1996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히로시마 평화 기념관(원폭돔)’ 모습 히로시마 원폭돔은 20세기 이후 갈등 및 분쟁 관련 기억으로 그 장소의 의미가 발생한 대표적 유산이다
유산을 향한 각각의 시선
언젠가 남과 북이 진심으로 두 손을 맞잡는 그날이 온다면, 우리는 무엇을 통해 상처를 치유하고 항구적인 평화를 함
께 꿈꿀 수 있을까 1950년부터 이어져 온 불신과 충돌의 역사를 체험하거나 기억하고 있지 못한 미래세대에게는
똑같은 역사가 다시는 반복되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어떤 방법으로 전해줄 수 있을까 아마도 교육과 더불어 가
장 먼저 떠오르는 것 중 하나는 남과 북의 역사 속에서 다양
한 형태로 남아 있는 유산을 활용하는 방법일 것이다 우리
는 유산을 통해 과거와 소통하고 타인을 이해하고 새로운
미래를 상상할 수 있으며, 이는 유네스코가 세계유산 제도
를 통해 전 세계 유 무형의 유산을 보호하고자 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물론 평화는 유산을 지정하고 보존하는 것만으로 저
절로 완성되거나 보장되지 않는다. 유산이 모두의 마음을
모으는 매개가 되려면 그것을 접한 모두의 마음에 같은 생
각이 자리잡아야 한다. 그런데 전쟁이나 폭력 혹은 억압의
기억이 스며있는 유산이라면, 그 사건이 일어났던 장소와
건물이나 유물, 기록이나 증언 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
유산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각자가 가진 기억과 감정이 똑
같을 수 없을 것이다. 예컨대 파주 임진각 철도종단점에 남
아있는 파손된 증기기관차를 보면서 누군가는 평화 구축
의 염원을 되새기겠지만 다른 누군가는 우리 민족의 비극
을 초래한 독재자에 대한 분노를 떠올릴 수도 있다. 이처럼
하나의 유산은 언제나 한 가지 감정으로만 우리 마음을 두
드리지 않으며 때로는 비극적 사건의 유산이 각자에게 남
긴 의미가 극단적으로 달라서, 그것을 어떻게 미래세대에
게 전달할지를 두고 새로운 갈등을 낳을 수도 있다
오늘날 유산 전문가들은 특정 유산이 왜 중요하고
그것을 왜 보존해야 하는지를 결정, 혹은 합의하는 과정이
‘단 한 개의 진실’을 찾아내려는 과정은 아니라고 이야기한
다 지난해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발간한 ‘유네스코 이슈
브리프’ 제5호 『평화와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세계유산 해 석』에서 최재헌 건국대학교 세계유산학과 교수는 “단지 과 거로부터 내려온
로 반영하고, 미래 세대에 그 선택적인 가치를 전승하는”
것을 유산화 과정(heritagefication)이라 설명하면서, 유산
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당사자의 기억과 정체성이 유산화
과정에 반영되지 못할 경우 갈등이 유발될 수 있다고 이야
기한다 기억의 취사선택을 둘러싼 갈등
각자가 유산에 서로 다른 기억을 갖고 있고, 이것이 유산
의 역사적 가치와는 별개일 수 있다는 사실을 개념화한 사
람은 프랑스의 역사학자 피에르 노라(Pierre Nora)다. 노라
는 1984년부터 1992년까지 130여 명의 역사가가 함께 수
행한 연구를 모아 『기억의 장소(Les Lieux de mémoire)』를
펴내면서 개인과 민족의 정체성이 깃들어 있어 그들의 집
단 기억을 재구성해 낼 수 있는 대상을 ‘기억의 장소’라고
규정했다 ‘장소’라는 단어가 쓰였지만 기억의 장소는 단
지 건축물이나 유적지 같은 물리적 공간만을 뜻하는 게 아
니라 국가(國歌)와 국기, 인물, 다양한 형태의 표현이나 의
식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다 2018년 독일문화원(Goethe Institute)이 발간하는 『매거진 언어(Magazin Sprache)』는
이러한 노라의 연구에 대해 “기억의 장소들이 사회의 정체
성을 형성한다는 사실과 이러한 장소들이 집단기억이 결
정화되는 지점이라는 점을 꿰뚫어 보았다”고 평가하며, 기
억의 장소가 “과거는 세대가 바뀔 때마다 새로 규명되고, 이해되고, 구축되면서 변화한다”는 역사학자 에티엔 프랑 수아(Etienne François)와 하겐 슐체(Hagen Schulze)의 말 과도 맞닿아 있다고 했다.
어떤 유산에 깃든 기억이 집단, 민족, 국가의 정체성 을 되살리거나 강화하는 바탕이 되는 동시에 끊임없이 변
화한다면, 그러한 유산의 가치와 중요성을 확인하는 ‘해석’
의 과정 또한 더욱 다양해진다 나아가 해석 간에 충돌과 갈
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는 세계유산제도를 통해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지닌 유산을 보존하고 상호 이해와 평화 구
축에 기여하고자 하는 유네스코가 갈등의 기억을 안고 있
는 장소의 유산 등재를 조심스러워 하게 만든 배경 중 하나
파주 임진각에 전시돼 있는 6 25전쟁 시 파괴된 증기기관차 많은 사람들에게 전쟁과 남북 대치상황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다 최재헌 교수는 “탁월한 보편적 가치에 대한 해석이 이
해당사자에 따라 달라서 유산의 온전한 역사와 속성을 반
영하지 못하는” 유산을 ‘갈등유산’이라 설명하면서 “세계
유산위원회에서는 전쟁유산이나 갈등유산이 세계유산협
약의 근본 정신에 부합하는가에 대한 문제가 계속 제기되
었다”고 지적한 바 있다.
2018 년 ‘양심의 장소 국제연대 (The International Coalition of Sites of Conscience)’가 유네스코와 국제기념
물유적협의회(ICOMOS, 이코모스)의 의뢰로 수행한 연구
에서 밝혔듯, 지난 70년간 유산은 “기념비나 역사적 건축
물이라는 협소한 정의에서 대중의 교육을 위해 과거의 증
거를 보존·해석·제시하는 접근이라는 넓은 정의로 변화”해
왔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해석이 존재할 수 있는 기억의 장
소 혹은 갈등유산의 세계유산 등재 건수도 증가했다 여기
에 세계유산이라는 인기있는 타이틀을 획득하기 위한 국
가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유산의 전체 역사와 다양한 해석
를 강행하는 경우도 생겨났다 그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가 지난 2015년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일본의 메이지 산업혁 명유산’이다. 애초에 ‘아시아 최초의 근대화 산업유산군’
이라는 가치를 내세워 해당 유산의 세계유산 잠정목록 등 재를 승인받았던 일본은 이후 ‘군함도’를 비롯한 유산 지역
내 여러 곳에서 있었던 조선인 강제동원 사실을 명확히 설
명하라는 한국의 문제제기가 이어지자 유산의 명칭을 ‘메
이지 산업혁명유산’으로 바꾸면서 강제동원이 발생했던
시기를 슬쩍 피하고자 했다. 하지만 유산 등재 여부가 최종
결정되는 2015년 제39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일본은 국제
사회 앞에서 처음으로 강제 노역 사실을 인정하면서 한국
등의 수용을 이끌어내야만 했고, ‘유산의 전체 역사를 이해
할 수 있는 해석 전략 수립’의 조건을 받아들이며 겨우 등
재를 성공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해당 조건은 아직까지 제
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으며, 2021년에 열린 제44차 세계유
산위원회는 이례적으로 일본에 강한 유감을 표하며 이행 을 촉구하기도 했다
충남 천안에 있는 독립기념관 겨레의 집 왼편 야외에 ‘조선총독부 철거 부재’가 전시돼 있다 일제시대 경복궁을 굽어보며 우똑 서있던
첨탑(사진 중앙)은 1995년 광복절에 가장 먼저 철거돼 지하 5m 깊이에 반매장함으로써 식민잔재의 극복과 청산을 강조하고 있다
갈등을 포용하는 유산 등재를 위해
세계유산위원회는 이처럼 유산의 해석을 두고 국가 간 갈
등과 의견 충돌이 늘어나자 기억의 장소 및 갈등유산을 대
상으로 유산 등재의 원칙을 재검토하기 위해 다각도의 연
구를 추진했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국제 NGO와 이코
모스 등이 수행한 다섯 차례의 연구, 그리고 2021년 11월 세
계유산협약국들을 중심으로 구성돼 작년 6월까지 9차례에
걸쳐 개최된 워킹그룹 논의 결과 ‘갈등기억유산 등재신청
서 쟁점에 대한 합의 및 원칙’의 초안이 확정됐다 이 초안
은 오는 9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개최될 제45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검토할 예정으로 , 이 자리에서 기억 의 장소, 갈등유산 등의 개념을 세계유산 제도의 맥락 속에 서 정리한 ‘갈등기억유산(Sites Associated with Memories of Recent Con icts)’의 정의를 비롯해 주요 합의 내용이 확정 된다면 세계유산위원회가 2018년 이후 잠정 중단했던 갈등 기억유산에 대한 등재 심사도 재개될 수 있다
이렇게 갈등기억유산에 대한 구체적인 개념이 정리
되고 이와 관련된 세계유산 등재 원칙이 합의된다면 그간
회원국 간에 불거진 갈등도 어느정도 봉합될 수 있을까? 어
쩌면 그 해답 또한 한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한 동북아 지역
의 유산을 통해 가늠하게 될지도 모른다 지난 ‘메이지 산
업혁명 유산’의 등재 조건 이행과 관련된 진전이 채 이루어
지기도 전에 일본이 ‘사도섬의 금산(金山)’의 세계유산 등 재를 신청했기 때문이다 니가타현에서 16세기 후반부터
1989년까지 금을 채취한 광산이었던 이곳에서도 일제시대
조선인의 강제노역이 이루어졌지만, 이번에도 일본은 해
당 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에도시대(1603-1868년)
의 금 생산으로 한정함으로써 유산의 전체 역사에서 강제
동원이 있었던 20세기를 제외해 버렸다.
이러한 사례는 결국 갈등기억유산을 둘러싼 논란이
평화롭게 해결되기 위해서는 원칙과 절차의 정비도 필요 하지만 무엇보다 다양하고 포용적인 유산 해석을 통해 평 화로운 미래를 바라보고자 하는 당사국들의 의지가 필요 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지난해 11월에 유네스코 세계유 산국제해석설명센터(WHIPIC)에서 발간한 『세계유산 해
석 전략 수립을 위한 갈등 세계유산 사례 연구』는 각국이
갈등기억유산을 그저 ‘갈등과 분쟁을 일으키는 유산’으로
인식하는 대신, “다양한 주체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는 유산
으로 재인식하고 이를 통해 이미 등재된 유산 혹은 앞으로
등재될 유산 역시 전체 역사를 담는 유산 해석으로 변화시
키는 촉매재 역할”로 삼을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결과가 아닌, 과정으로서의 해석
유산에 깃든 기억과 관련된 갈등은 사실 국가 간의 갈등이
기에 앞서 우리 곁에도 늘 있어 왔던 갈등이다. 그것은 훨
씬 더 가까이에서 더 오래 전부터 존재했으며, 앞으로도 다
양한 경로로 우리에게 유산을 둘러싼 선택을 강요하게 될
지도 모른다. 그 한 예로 1990년대에 우리 사회는 광화문
의 조선총독부 건물 철거를 둘러싸고 큰 논쟁을 벌인 바 있
다 『한겨레21』에 따르면 당시 “일본 본토와 식민지, 동아시
아 전체에서 최대의 근대 건축물”이었던 총독부 건물을 철
거하기보다는 이전 등의 대안을 주장하는 의견도 적지 않
았지만, 악의적인 의도로 정해진 건물 위치와 ‘민족 정신 회
복’을 요청하는 여론에 따라 해당 건물은 1995년 광복절을
기점으로 완전히 철거됐다. 2007년에는 1926년 경성부청으
로 지어진 서울시청 건물을 둘러싸고 다시 논쟁이 촉발됐
고, 구(舊) 서울역사 역시 같은 주제로 논의가 있었지만 이
두 건물은 유산이자 문화시설로 아직까지 보존돼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워킹그룹이 잠정 합의한
갈등기억유산의 정의는 ‘20세기 이후 역사적 사건과 관련
된 갈등 중 국가와 (적어도 일부의) 국민들이 기억하고자
하는 일이 일어난 장소’를 말한다 이 정의를 생각하면 식
민지배와 전쟁, 남과 북의 대치, 좌와 우의 대립 등 수많은
갈등으로 점철된 20세기 역사를 갖고 있는 우리가 앞으로
도 언제 어디서든 갈등기억유산을 마주할 가능성이 결코
작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차례로 반환되고
있는 전국의 미군기지 터에 남겨진 일제시대와 6·25전쟁의
유산, 일제시대 수탈항이었던 곳에 남아있는 적산가옥과
산업 관련 시설물, 민주화운동이나 제주 4·3사건 등 현대사
의 참극이 벌어졌던 건물과 광장, 계곡, 동굴 등에는 누군가
의 눈물이자 고통이며, 누군가의 역사교과서이자 반성문
이며, 다른 한편으론 누군가의 ‘눈엣가시’일 수도 있는 유
산이 우리와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그것이 되살릴 고통
스런 기억이 지긋지긋하다는 쪽에도, 그 기억조차 우리의
소중한 일부라는 쪽에도, 유산의 해석을 두고 자신의 목소
리를 낼 이유는 충분하다
서로 상반되는 양쪽 모두의 의견에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때는 해결책을 찾아가는 과정이 해결책 자체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 해결책을 찾는 과정에서 내 목소리가 얼마
나 존중받았는지, 비록 의견은 다를지라도 우리가 같은 곳
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만은 확인할 수 있었는지에 따라
결과에 수긍하고 힘을 보탤 의지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유
네스코가 앞으로의 유산 등재 과정에서 갈등기억을 완화, 해소하거나 갈등기억을 가진 관련자를 치유할 수 있는 방
안을 마련하는 과정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유산 해석은 자유롭게 모든 집단과 공동체 등이 참가하는 일 이 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는 최재헌 교수의 말처럼, 우리가 유 산으로부터 갈등이 아닌 평화로운 미래를 약속받기 위해
서는 더 많은 사람들이 유산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마 찬가지로 각자의 목소리를 유산에게 들려줘야 한다 유산
이 민족적 긍지와 관광수익에 대한 기대뿐만이 아니라 평
화로운 미래를 꿈꾸게 해 줄 우리의 모든 기억을 빠짐없이
끌어안을 수 있을 때, 기억의 장소는 평화의 장소이자 지속
가능한 미래를 향한 디딤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참고자료]
· 건축공간연구원 “참여적 의사결정을 통한 네거티브 헤리티지 보전 활용 방안”, auri brief, No.250, 2022 07 11, auri.re.kr
· 경성대학교 산학협력단, 세계유산 해석 전략 수립을 위한 갈등 세계유산 사례 연구 최종보고서, 유네스코 세계유산 국제해석설명센터, 2022
· 김규원, 박승화, “친일 유적 버릴까 지킬까”, 한겨레21, 1310호, 2020 04 27, hani.co.kr
· “피에르 노라 外 <기억의 장소>①-⑤”, 나남출판사 블로그, 2012 7 18, blog.naver.com/nanambook
· 레나테 리트너, 미하엘 돕슈타트, “기억의 장소들”, 매거진 언어, 2018년 7월호, 괴테
인스티투트, goethe.de
· 조태성, “‘기억의 장소’ 통해 민족의 역사 되살린다”, 서울신문, 2010 09 01, seoul.co.kr
· 최재헌, 평화와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세계유산 해석, 유네스코한국위원회, 2022
· WHC/23/18.EXT.COM/INF.4, Report of the Open-ended Working Group on sites of memory associated with recent conflicts, UNESCO, 2023 01 11
7월 25-26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개최된 「무형문화
유산 보호를 위한 협약(Convention for the Safeguarding of the Intangible Cultural Heritage)」 채택 20주년 기념행사에
대한 회원국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각국 대사를 포함한 국
외 전문가 23명이 패널로 참석했고, 200명으로 예상했던
참석 희망자가 400명을 넘으면서 주관단체는 행사장 좌석
을 늘리고 명찰과 리플릿을 추가 배포하는 등 분주하게 움
직여야 했다 유네스코 본부가 있는 파리에서는 싱취 유네
스코 부사무총장, 에르네스토 오토네 문화사무총장보, 팀
커티스 협약 사무국장과 박상미 주유네스코대한민국대표
부 대사 등이, 대한민국 정부에서는 박진 외교부장관과 최
응천 문화재청장 등이 참석했다. 더불어 반기문 제8대 유
엔 사무총장과 유인촌 대통령비서실 문화체육특별보좌관
이 참석해 무형문화유산에 대한 한국의 관심과 애정을 보
여주기도 했다.
협약 채택 20주년 기념행사의 중심은 글로벌 전문가
회의였다 세션 별로 6명씩 총 24명의 전문가들은 ▲무형
유산과 지속가능한 삶 ▲무형유산과 자연 ▲무형유산과
양질의 교육 ▲디지털 환경 속 무형유산 등을 주제로 발표
와 토론을 진행했고, 그 내용을 종합해 협약 20년의 성과와
미래방향을 담은 서울비전(Seoul Vision)을 마련했다. 서울
비전은 ‘지속가능한 발전과 평화를 위해 살아있는 유산의
힘 발휘’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다 무형유산은 이를
실천·전달하는 공동체에 생계와 일자리를 제공하고, 학습
공간 파괴 등 글로벌 교육위기에 대응할 자원이 될 수 있으
며, 무형문화유산과 디지털기술을 활용해 증오발언 및 인
종주의 등에 대항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서울비전은 2013년 중국 청두에서 천명한 청두선언
의 실천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해당 과제들을 보다 명확화
구체화하였으며, AI 등 디지털 환경에서 무형문화유산의
역할과 방법을 새로 조명했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또한 유
네스코를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에서 앞으로 최소 10년간
무형문화유산의 보호·보존·활용에 있어 협약을 지원하는
국제 지침으로 작용할 것이며, 협약 30주년의 비전 선언에
그 성과 및 평가가 담길 것이다 이에 향후 10년에 걸쳐
하고자 한다 첫째, 서울비전의 적극적인 홍보이다. EBS가 유튜브
를 통해 전 일정을 생중계하고 협약 사무국장 인터뷰와 특
집기사를 내보내는 등 이번 행사는 홍보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고, 이제 행사 이후의 홍보에 집중할 때다 서울비전
을 유네스코 관련 기관 누리집에 게시하고 대륙별 유네스
코 무형유산센터 및 각국 정부 등에 배포해야 하며, 유네스
코 총회 및 정부간위원회 현장에서 리플릿을 배포하고 유
네스코 국제회의 책자 등에 게재하는 등 적극적 홍보를 진
행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서울비전이 단지 선언에 그
치지 않고 실천지침이 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둘째 , 서울비전 실천 프로그램의 개발과 이행이다 .
유네스코아태무형유산센터는 지금껏 협약 이행을 위해 유
네스코 본부와 협력하여 무형문화유산의 지속가능발전 프
로그램, 초중등·고등교육기관 네트워크 구축 및 시범사업
등을 충실히 수행해 왔다. 앞으로 이들 사업을 고도화하고,
자연유산과 디지털 관련 무형문화유산 과제 수행을 담을 프로그램을 개발·이행해야 한다. 자연유산과 관련해서는
자연유산에 인간의 정신이 담긴 무형문화유산 교육을 가
미하여 자연유산과 무형문화유산이 끊임없이 교류하면서
형성되어 간다는 사실을 시민들이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AI 등 디지털 환경과 관련해서는 혐오와 차별을 원천적으
로 부인하는 무형문화유산의 힘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 록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대한민국이 가진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기술이 크게 기여할 수 있는 분야가 될 것이 다
끝으로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신탁기금의 신설이
다. 2023년 8월 현재 대한민국은 유네스코 의무기여금에서
전 회원국 중 8위, 자발적 기여금에서 5위에 이르는 등 유
네스코에 큰 재정적 기여를 하고 있지만 무형문화유산 분
야의 신탁기금은 아직 없다.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강국
으로서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무형문화유산신탁기
금 설치를 통해 서울비전을 지속적이고 효과적으로 실천
하고, 유네스코 등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일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의 관심과 지원을 기대한다
정전 70주년을 맞아 교육부가
주최하고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주관한 2023 유네스코 글로벌 청년
포럼이 7월 26일부터 28일까지
서울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개최됐다.
6·25전쟁 참전용사들의 후손들을
포함한 전 세계와 한국의 청년들이
전쟁을 넘어 지속가능한 평화를
만들기 위한 방법을 모색해 본 3개월
여의 여정이 이로써 마무리됐다
2023 유네스코 글로벌 청년 포럼 결산
지식을 함께 엮어 평화 위한 변화를 만들자
전문관
2023 글로벌 청년 포럼 참가자들의 조별 연구 결과물 핵심 제안 내용
1조(교육) 역사에 따라 변화하는 평화의 개념, 남북 평화교육의 차이 및 국제기구의 역할을 검토하고 그 한계를 지적했으며, 평화교육의 중요성 강조
2조(문화) 전쟁과 평화를 다룬 영화의 가치를 강조하며 평화와 관련된 미디어 콘텐츠를 자유롭게 공유하고 논의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으로서 온라인 플랫폼 ‘MOOVEX’를 제안
3조(과학기술) 평화 구축과 과학기술 발전이 상호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설명했으며, 한국에서 과학기술 기반 평화 구축의 어려움과 해결책을 제시
4조(사람) 6 25전쟁으로 고통받은 고아를 포함한 아이들과 이산가족 등의 이야기를
나누었으며, 전쟁이 사람들에게 야기하는 아픔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청년이 해야 할 역할 논의
5조(미디어정보리터러시) 6 25전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시기의 미디어 특징과 내용을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설명했으며, 평화구축에 있어 미디어정보리터러시의 중요성 강조
6조(환경과 기후변화) 시리아, 대한민국, 미국, 에티오피아의 사례를 기반으로 전쟁과
기후변화의 상호연관성을 드러냄
7조(국제기구) 유엔한국재건단(UNKRA)의 운영 과정을 분석함으로써 한국의 전후 재건 시기 국제기구의 역할을 비판적으로 검토
8조(군사주의) 한국의 군사주의, 징병제, 평화 간의 복합적인 관계를 탐구했으며, 한국청년을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한국 맥락에서의 평화에 대한 논의 전개
유네스코는 청년을 “실질적인 변화의 주체이자 (changemakers), 필요한 지식의 보유자(knowledge-holders), 그리 고 대등한 파트너(partners)”로 인식하고 있다. 이는 20222029 유네스코 중기 전략(41/C4)에서 밝힌 내용으로, 이러 한 인식을 바탕으로 유네스코는 청년을 중심에 둔 다양한 전략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유엔 역시 마찬가지다. 유
엔의 청년 전략인 ‘Youth 2030: Working with and for Young People’에 의하면, 유엔은 청년을 “변화의 주체(agents of change)”로 인식하면서 그 비전을 제시하고, 평화와 안보
분야를 우선 과제로 선정해 청년들의 긍정적인 기여를 활
성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6·25전쟁 종전 70주년을
맞아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이러한 유네스코가 제시하는
청년상과 유엔 청년 전략의 우선 과제를 실현해 나가는 계
기를 마련하는 한편, ‘평화를 위한 작은 걸음’으로서의 정
전의 의미를 탐색해 보고자 2023 유네스코 글로벌 청년 포
럼을 개최했다. 지식
보유자로서의 청년
이번 포럼이 여타 행사와 차별되는 부분은 단순한 일회성
행사에 머무르지 않고 수 개월에 걸쳐 청년 참가자들과 멘
토들이 머리를 맞대고 전쟁을 넘어 진정한 평화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를 논의해 보았다는 점
이다. 청년 참가자들을 5월부터 교육, 문화, 과학기술, 사람, 문화, 환경, 국제기구, 군사주의 등 8개 조로 나뉘어 해당 분
야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으며 정전의 의미, 6 25 전쟁이 한
국사회에 미친 영향, 지속가능한 평화에 대해 온 오프라인
을 아우르는 사전 활동을 펼쳤다
구체적으로는 전쟁과 평화에 대한 지식을 쌓고 생각
을 정리하기 위해 크게 세 단계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참
가자들은 먼저 자문위원 및 전문가들이 제공한 세 차례의
총론 강의를 수강하고, 공통 참고문헌 자료를 통해 역사적·
정치적·사회문화적으로 6·25전쟁과 평화에 대한 이해를 넓
혔다 ▲한국전쟁에 대한 오해와 잘못된 판단 ▲정전 협정
과 전후 한국의 상황 ▲이 시대의 과제로서 지속가능한 평
화를 주제로 삼은 총론 강의는 한국인 학생에게는 교과서
에서만 접했던 우리의 역사를 세계 평화의 화두로서 재평
가해 보는 기회가 되었으며, 참전용사의 후손을 포함한 외
국인 참가자들에게는 한국이라는 국가의 특수한 역사적
배경에 대해 학술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었다
학술적·역사적인 이해를 넘어 현장에서 전쟁과 평화
를 간접적으로 경험해 보는 기회도 있었다 온라인상에서
의 만남과 논의를 거쳐 지난 7월 26일 한자리에 모인 참가
자들은 참전용사의 생생한 경험담과 생각을 접할 수 있었
던 토크에 참석했고, 이튿날에는 오산 유엔군 초전 기념관
을 방문했다 3일차에는 전후 평화 구축과 관련한 전문가
의 패널 토크 등을 통해 다양한 관점에서 전쟁과 평화를 실
질적으로 학습해 보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이 모든 공부와 경험을 한 데 모아 조별
프로젝트 내용을 가다듬으면서 지식보유자로서 청년의 역
할을 한번 더 확인할 수 있었다. 자문위원과의 수 차례에 걸
친 온라인 화상회의와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진행한 조별
학술 연구는 다양한 결과물을 만들어 냈고, 조별 결과물을
기반으로 청년들은 ‘청년의 마음에 평화를: 전쟁을 넘어 지
속가능한 평화로’라는 이름의 청년 선언문을 채택함으로
써 평화의 주체로서 전 세계 청년들의 실질적인 행동 변화
를 촉구했다. 더불어 참가자들은 앞으로도 전쟁과 평화를
중심으로 다양한 주제에 대해 심도 깊은 토론과 공동 학술
연구를 지속하고 싶다고 밝히며, 지식 보유자로서의 역할
을 넘어, 새로운 지식 창조자로서의 청년이 되고자 하는 포
부를 밝히기도 했다
동반자이자 변화의 주체로서의 청년
청년 참가자들은 이번 포럼 중 가장 의미있는 요소로 청년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을 꼽았다 특히 사전활동을 통해 쌓
은 전쟁과 평화에 대한 입체적이고 다각적인 지식을 나누
고 협력하여 함께 행동할 수 있는 파트너의 중요성을 강조
했다 한 참가자는 “진정한 파트너십이 무엇인지 알게 되
었다”면서 지속가능한 평화를 구축하기 위해 청년이 앞장
서야 된다는 것을 느꼈다고 언급했다 운영요원으로 참여
한 한 참가자는 “청년들 간의 네트워크뿐 아니라 유네스
코와 협력함으로써 청년들이 지속적으로 유의미한 역할
을 수행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이야기하며, “이번 포럼은
유네스코와 청년 간의 긍정적인 파트너 관계를 구축한 계
기로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앞으로도 지속적으
로 포럼을 개최하여 상호 긍정적인 시너지를 일으켜 평화
의 담론이 끊이지 않기를 바란다고 제안한 참가자도 있는
등, 청년 글로벌 네트워크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
리를 곳곳에서 들을 수 있었다
참가자들은 이렇게 전쟁과 평화에 대한 지식을 쌓
고, 함께 변화를 이뤄나갈 파트너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한
뒤, 어떻게 하면 실질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지도 고
민해 보았다 청년들은 “전쟁에서 가장 큰 희생자가 청년”
이기에, “평화에 가장 앞장서야 하는 주체도 청년”이어야
함을 주장하면서 전쟁과 평화는 거창하고 멀리 있는 개념
이 아니라는 사실을 가슴에 새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전쟁은 평범한 일상 속 오해와 편견을 통해서도
시작될 수 있으며, 평화 역시 서로 대화하고자 하는 작은
노력, 다름을 인정하고 포용하고자 하는 마음이 그 핵심”
임을 깨달았다고도 전했다 이러한 깨달음을 바탕으로 참
가자들은 청년들이 지속가능한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 어
떤 행동 변화를 만들어 나가야 할지를 담은 ‘2023 유네스
코 글로벌 청년 포럼 선언’을 마련했다.
2023 유네스코 글로벌 청년 포럼을 위해 마련된 다
양한 학습과 활동을 통해 ▲유네스코의 청년안보와 평화
를 학문적으로 논의하고 탐구하는 지식 보유자로서의 청
년 ▲지속가능한 평화를 같이 만들어 갈 파트너로서의 청
년 ▲실질적인 변화를 함께 일으킬 수 있는 변화의 주체
로서의 청년의 면면을 보여주었던 참가자들은 이제 다시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전쟁과 평화를 탐구하
고 다양한 사람들과 협력하며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 나
가는 그들의 여정은 이제부터가 시작인지도 모른다 정
전 70주년을 넘어 한반도를 비롯한 전 세계적에서 지속가
능한 평화가 이뤄지는 날까지, 청년들의 주체적인 대화와
행동이 이어지길 기대한다
우리 청년들은 전쟁을 넘어선
지속가능한 평화를 이룩하기 위하여
사람을 중심으로 한 평화교육 증진과
과학기술 협력은 물론, 소셜미디어 상의
미디어정보리터러시 장려를 통해 허위
정보에 대항하고 ‘영화’라는 매개체를
이용한 평화 구축을 제안합니다. 국제적 차원에서는 적극적인 기후변화 해결책
제시와 경제 활성화 및 국제원조를 위한
국제기구 간 영향력 강화를 선언합니다
2023 유네스코 글로벌 청년 포럼 청년 선언문 중
유엔군 초전 기념관에서 헌화하는 청년 참가자
한준희 유네스코 뉴델리사무소 문화섹터 과장
사람들이 위험하다고 꺼릴 만한 일을 기회로 여기기란 웬만한
열정과 애정, 용기가 아니고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24년간
유네스코 문화유산국 및 세계유산센터에서 근무한 한준희
궁금하다면, 먼저 부딪쳐 보세요
내
— 안녕하세요. 이렇게 직접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독자들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2018년 중순부터 유네스코 뉴델리 사무
소의 문화 섹터 책임자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무형유산을
상업화하는 사업과 역량 강화 교육 및 체계 정비 등의 일을
하고 있어요. 문화 교류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있던 저는
미술과 사회, 역사가 융합된 실크로드에 매력을 느끼고 있 었는데, 마침 유네스코 본부에서 진행하던 실크로드 프로 젝트 인턴십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담당 부서 국장 님의 추천으로 유네스코 공식 채용 프로그램인 YPP(Young
Professional Program)에 지원해 1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1993년 정규 직원이 되었습니다.
— 오랜 기간 본부의 문화 섹터에서 일하면서 맡았던 프로젝트들이 궁금합니다.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었나요?
지금은 유네스코 지역사무소에서 많은 프로젝트를 시행하 고 있지만 당시만 해도 대다수 문화유산 프로젝트가 본부 에 집중돼 있었습니다. 저는 운이 좋게도 본부의 여러 프로 젝트들을 담당하면서 지역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조건
유네스코 뉴델리사무소 문화섹터 과장은 파키스탄, 북한, 아프가니스탄에서부터 히말라야 오지에 이르기까지 결코 녹록지 않은 곳에서 어려움을 기회로 만들어 왔다
심수연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청년기자단
이 됐었죠. 처음 담당했던 프로젝트는 파키스탄 문화 보존
인력의 역량을 강화하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이어서 간
다라 지역의 불교 보전 사업에도 참여했고, 북한에서 고구
려 벽화 보전 지원 요청이 오기도 했습니다. 당시 저는 사전
에 주도적으로 구체적인 필요를 파악하면 좋겠다고 생각
해 문화재청에 직접 제안을 해서 ‘고구려 프로젝트’를 진행
했습니다. 이것이 한국 정부의 첫 번째 유네스코 문화분야
신탁기금 사업이 되었어요
— 파키스탄부터 북한까지, 결코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쉬운 환경은 아니었을 것 같아요.
본부에서 저를 ‘어려운 곳에 가서 일을 성사시키는 사람’
이라 인식한 것 같아요 그래서 아프가니스탄 프로젝트도
맡게 되었습니다 치안 문제로 2006년부터 중단된 사업을
제가 2008년부터 다시 시작했어요. 헤라트라는 지역에서
13-14세기의 건축 양식이 잘 나타나 있는 미나레트(모스크
의 부수 건물, 예배 시간 공지를 할 때 사용되는 탑)들이 파
괴되거나 기울어지지 않도록 하는 사업이었죠. 지금의 서
남아시아는 전쟁 등으로 인해 낙후된 곳이라는 인식이 강
하지만, 이 지역은 과거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융성한 문화
안의 열정이
를 누렸던 곳이에요. 주니어 때부터 이런 지역에 진입하고
접근할 수 있었던 것은 오히려 혜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 지금 계신 지역사무소에서 하고 계신 일을 좀 더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뉴델리 사무소는 서남아시아 6개국(방글라데시, 부탄, 인도, 몰디브, 네팔, 스리랑카)을 관장하고 있습니다 이곳 인도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뛰어난 공예기술을 갖고 있는
데, 개인이 가진 정교한 기술을 경제성을 가진 사업체로 연
계하는 작업이 필요해요 시장을 형성하고 확산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인도는 산업 유산의 등재에 앞장선 나라이기
도 해요. 1999년 아시아에서 첫 번째로 ‘히말라야 레일웨이
(Darjeeling Himalaya railways)’라는 철도가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는데, 이곳에 부임한 이후 해당 철도 관리 계획 수립
의 마무리를 맡았습니다. 동적인 유산이라는 점에서 기존의
관리와 다른 방식이 필요했습니다 굉장한 문화적 다양성을
몸소 배우고 경험하는 시간이기도 했어요 서벵갈 지역에서
출발한 기차는 880km를 달려 네팔인들을 태우고, 그 다음에
는 티베트인을 만나게 되니까요. 인도 북쪽의 문화가 고스란
히 기차 안에 나타났습니다 이처럼 인도는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그들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는 것
이 중요합니다 어렵지만 많이 배우는 경험이죠
— 마지막으로 국제기구 진출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국제기구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자기 분야에 대한 실력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이고,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
를 이해하고 조율하는 능력이 필요해요 제가 맡았던 사업
들은 모두 여러 분야에 걸친 프로젝트들이에요. 앞서 말씀
드린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사업처럼 엔지니어, 건축학, 지
리학 등 여러 영역의 협력이 필요하거든요 아울러 일에 대
한 신념도 중요합니다. 제 경우에도 열정을 가지고 일을 했
기 때문에 조직에서 이를 알아보고 다른 프로젝트를 또 맡
기곤 했어요 그렇지만 일에 대한 열정이란 건 직접 그 일을
해 보지 않고는 느낄 수 없죠. 그러니 무엇보다 한번 시도해
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또한 ‘왜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싶은
가?’라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 보세요 원하는 것이 무엇
인지에 따라 방법은 다르니까요. 전문가가 되는 것도 방법
이에요. 본인이 사무국에 진출하느냐, 아니면 프로젝트 단
위로 함께 일하느냐는 선택의 문제인 것 같아요
제4회 유네스코 토크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지적이고 열린 대화를 통해 우리 사회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모색해 보는 ‘유네스코
토크’를 작년부터 진행해 오고 있으며, 지난 6월에는 ‘청년’을 중심에 두고 올해
첫 유네스코 토크 행사가 열렸다 9월 중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될 예정인 이번 토크의 주요 내용을 독자들께 먼저 전한다
“청년의 결혼이나 출산은 청년들 스스로 포기했다기 보다는 강제로 포기를 당했다
고 봐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
“출생 문제를 얘기할 때, 마치 청년을 재판장에 소환하여 왜 아이를 낳지 않느
냐고 심문하는 식으로 얘기한다는 게 안타깝습니다 질문을 던지는 방식 자체가 변 화해야 하지 않을까요. ”
‘삼포세대’라는 말이 유행한지도 벌써 10년이 훌쩍 지났다 그사이 한국 사회 에서 그려지는 ‘청년’의 이미지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그리고 일상을 살고 있는 청 년들의 실제 모습은 무엇일까. 6월 21일 서울 성수동 KT&G 상상마당에서는 ‘청년, 시대의 이상인가 자화상인가’를 주제로 제4회 유네스코 토크가 열렸다 오전부터 흩뿌렸던 가랑비에도 불구하고 전국 곳곳에서 자원한 20여명의 청년 패널이 모인
가운데 열린 올해 첫 토크는 우리 사회의 ‘청년’에 덧씌워진 여러 이미지와 담론들 정용시 네트워크사업실 선임전문관
청년 , 화려한 이상인가 슬픈 자화상인가
속에서 형성된 오해와 편견을 밝혀보고, 이를 통해 보다 종합적이고 균형잡힌 시각
에서 청년 문제의 해결책을 모색해 보기 위해 기획되었다
지난해 토크와 마찬가지로 정준희 한양대 겸임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대담에
는 청년에 애정과 관심을 가진 전문가 3명이 참석했다 대담자들은 각자의 지식과
경험에 기반하여 현재 한국 사회의 청년들이 마주한 주요 문제들을 소개했다 가장
먼저 말문을 연 정지우 작가는 청년 문제의 핵심이 “더 이상 미래를 상상할 수 없는
시대”에서 비롯된다고 진단하면서, 오늘날 사회 문제로 부상한 청년들의 ‘비혼주
의’도 이러한 시대 상황이 반영된 현상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전상진 서강대 교수
는 정 작가의 진단에 동감을 표하면서 시대에 따라 청년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각의
변화에 주목했다 예컨대 과거에는 이 사회가 청년을 “시대의 구세주 혹은 메시아”
와 같은 “문제 해결의 주체”로 인식했던 반면에 오늘날에는 청년이 “문제 그 자체”
로 변했다는 것이다. 마지막 대담자인 김승연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여기서 한 발
더 들어가, 심화된 경쟁에도 불구하고 “태어나는 순간 정해지는 미래”가 청년들을
더욱 좌절하게 만드는 문제의 원인이라고 짚었다
시대적 상황에 따라 변하는 청년에 대한 인식과는 별개로 현실에서 청년을 규
정하는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 청년 정책의 수혜 여부가 실질적으로 여기에서 결정
되기 때문이다 대담자들은 청년을 정의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기준으로 연령이 가 장 중요하다는 데 대해 같은 입장을 표명하면서도 생애 주기적 특성을 고려하여 해
당 시기를 넓게 잡을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김 연구위원은 국내 법률과 제도에서 규
정하고 있는 청년의 조작적 정의에 대해 소개했고, 전 교수는 사회학적 관점에서 제
도상의 청년 연령대와 실제 청년 집단의 정체성 간 간극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
작가는 문화적인 경험을 공유하는 세대를 청년의 넓은 연령 기준으로 고려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서로 다른 분야에서 청년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이지만 청년 문제는 단지 특정
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문제라는 데 한 목소리를 냈다. 흔히 언론이나
미디어를 통해 ‘청년’ 혹은 ‘MZ세대’라고 형상화되는 연령대의
1 이번 유네스코 토크의 사회를 맡은 정준희 한양대 겸임교수(왼쪽에서 세 번째)와 전문가 패널인 정지우 작가 전상진 서강대 교수 김승연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왼쪽부터)
2 토크를 경청하고 있는 청년 참석자들
존재합니다 ”
그렇다면 이렇게 다양하고 이질적인 개인으로 구성된 청년들이 사회와 복합
적으로 교차하며 마주한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그 해법을 함께 생각해 보
고 싶은 독자라면 이번 유네스코 토크 영상을 시청해 보길 권한다 2023년, 화려한
이상과 슬픈 자화상 사이에서 살아가고 있는 한국 사회 청년들에 관한 다양한
2023 일본교직원 방한 프로그램
우리 마음에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2001년부터 23년째 양국 교육부의 적극적인 지원하에 유네스코한국위원회와 유네스코아시아문화센터가 공동 주최해
온 ‘한일교사대화’ 사업의 일환으로 ‘2023
일본교직원 방한 프로그램’이 7월 16-21일에 개최됐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주최한 이번 방한 행사에는 일본 유네스코학교 교직원과
문부과학성 직원 등 30명이 참가했다 서울문성초등학교와 문산수억고등학교와의
교류, 한국 가정방문, 유네스코세계유산인
종묘와 연천 임진강 생물권보전지역 및
한탄강 세계지질공원 탐방 등을 통해 교육과
문화를 매개로 한 양국 간 교류 확대를 모색한
이번 행사 후기를 전한다
이 자리가 한-일 교사
간에 의견을 나누고 미래의 싹을
위한 의미 있고 소중한 시간이
- 전혜인 문산수억고등학교 교사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4년 만에 이뤄진 한국정부 초청
‘일본교직원 방한 프로그램’은 한국의 교육 및 문화, 무엇
보다도 한국의 진실한 마음을 직접적으로 접할 수 있는 배
움과 만남, 그리고 환희로 가득한 시간이었습니다 프로그
램에 참여하면서 싹튼 새로운 우정의 증표는 제 마음속 깊
은 곳에 큰 기쁨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사람과 사람의 우연한 만남은 인생의 필연을 형성해
주기도 합니다. 일본 교직원 방문단은 서울에서 여러 사람
들과 멋진 시간을 공유했습니다 단 며칠간의 만남이었음
에도 보물 같은 시간이었고, 앞으로 계속 이어질 우정의 시
작이라고 확신했습니다. 일본 귀국 후에도 한국의 여러 친
구로부터 애정어린 안부 메시지를 받았으며 정말 감사했
습니다 이러한 우정이야말로 풍부한 교류와 지속 가능한
미래의 구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신선한 체험과 감동의 연속이었던 한국 방문을 마친
지금도 저희 방문단은 한국의 모든 것이 그립습니다 모두
가 헌신적인 자세로 저희를 대해주셨기 때문이라고 생각
합니다. 연수나 탐방 때마다 받은 깊은 은혜와 많은 분들이
보여주신 애정어린 정을 결코 잊지 않을 것입니다 이것은
저만의 소감이 아니라 일본 방문단 모두의 마음입니다. 앞
으로 여러분에게 어려움이 생기면 먼저 말씀해 주십시오.
이번에는 우리가 돌려드릴 차례입니다
알차게 마련된 이번 프로그램 중에서도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교육 교류였습니다. 한국과 일본의 역사교육
에 관한 강의, 한국-일본 교직원이 함께 참여한 합동워크
숍, 서울 문성초등학교에서 일본 교직원들이 직접 진행한
수업, 문산수억고등학교에서의 대면교류, 그리고 한국 가
정방문에서의 환대! 바로 문화와 언어의 차이를 존중하고
마음으로 소통했던 순간이었습니다 시간적 제약 속에서
도 무한한 사랑을 받으며 우리는 더 가까워지면서 배울 수
있어서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비무장지대(DMZ) 탐방도 잊을 수 없습니다 태풍전
망대에서 1953년 휴전협정에 의해 남북으로 분단된 한반
도의 견고한 경계를 마주했을 때, 과거의 역사가 아닌 현재
진행형인 장벽을 목격했습니다 38선의 역사를 거슬러 올
라가 보면 일본도 전혀 무관했다고 말할 수 없지 않은가 생
각합니다. 하루빨리 장벽이 사라지고 평화가 실현되기를
소망합니다 한편으로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덕에 온전한
자연이 보존된 DMZ에서는 영구적으로 자연을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실천하는 수많은 활동가의 열정이 살
아 숨쉬고 있었고, 이는 한반도 통일의 소원과도 결이 같다
고 느꼈습니다
일본은 섬나라이기에 육지의 국경이 없습니다. 그 때
문인지 안타깝게도 일본인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
의 벽’을 세워버리는 폐쇄성이 존재하는 점을 부정할 수 없
습니다. 우리는 학교 교육 종사자로서 더욱 주의깊게 그 폐
쇄성의 폐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음의 벽
을 시원하게 제거해버리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야말로
이번 프로그램에서 배운 소중한 교훈입니다.
한일 양국은 ‘가깝고도 먼 나라’로 불리던 관계에서
진정으로 ‘가깝고도 가까운 나라’가 될 수 있는 새로운 관
7월 17일에 열린 환영만찬 시간에 단체사진을 찍은 참가자들
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이웃한 양국의 우호관계가 더욱 깊
어질 수 있다면 우리는 어떤 노력도 아끼지 않을 것이며 이
마음은 변함이 없습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한일 역사를 정 면으로 바라보고 끈기 있게 대화를 거듭하여 ‘against’가 아
닌 ‘with’의 신념을 관철시켜야 할 것입니다
다시금 우리는 평화의 실현이라는 유네스코의 숭고 한 이념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우리가 한국
에서 배운 중요한 교훈 중 하나는, 평화는 한 사람의 힘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입장의 사람들이 연대와 공감을 통해 단단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구하
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주실 것이요 / 문을 두드리라 그리하
면 너희에게 열릴 것이니”라는 ‘마태복음’의 말씀과도 통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본교직원 방문단은 정말 많은 배움을 얻었습니다
우리 앞의 문이 열리기 위해서는 확고한 의지를 토대로 실
질적인 행동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모든 분들이
온몸으로 표현해 주셨습니다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
다 그러한 강인한 정신과 사랑에 대해 진심으로 경의를 표
합니다. 이번 교직원 대화 프로그램을 지원해 주신 모든 관
계자 여러분께 우리 마음에 피어난 무궁화 꽃을 돌아보면
서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
70주년의 결정적 숫자들
➏
숫자로 남은 기록, 마음으로 남은 열정
2024년은 유네스코한국위원회(이하 한위)가 창립 70주년을 맞는 해입니다 한위가 그 어느 국가위원회보다 활발하게 국내외에서 평화와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유네스코의 비전을 실현하는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기까지는 수많은 노력과 도전, 그리고 기억해 둘 만한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1부터 70까지, 그 순간들을 기억해 보는 ‘결정적 숫자’ 기획의 여섯 번째 이야기를 전합니다
2013년 제37차 유네스코 총회, 한국 최초 자연과학분야 유네스코 카테고리2 센터인 i-WSSM 설립 승인 유네스코 회원국과 유네스코 본부 간 협정에 따라 설립돼 유 네스코의 전문 영역에서 관련 사업을 이행하고 연구하는 국 제협력기관인 카테고리2 센터(이하 C2센터)는 2000년 아 시아 태평양 국제이해교육원(APCEIU)를 시작으로 올해까
지 모두 6개 기관이 국내에 설립돼 있다 그중 물안보 국제 연구교육센터(International Centre for Water Security and Sustainable Management, i-WSSM)는 국내에 처음 설립된 자연과학분야 C2센터로, 안전하고 충분한 물을 인류 에게 제공하는 물 안보 문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국제사회
의 물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통해 지속가능발전을 뒷받침 하기 위해 설립됐다 한국은 2009년 제64차 유엔 총회에 서 물 관련 국제기구 유치 필요성을 언급한 이후 2011년 유 네스코에 i-WSSM의 유치를 정식 제안했으며, 2013년 11월 제37차 유네스코 총회에서 이를 승인받은 뒤 2016년 12월 유네스코와 한국 정부 간의 협정이 체결 발효 공포됐다.
사진: 2017년 6월 8일에 열린 개관 기념식 행사 모습. i-WSSM 홈페이지 자료
제39차 유네스코 총회에서 유네스코 정보커뮤니케이션
분야 최초 카테고리2 센터인 국제기록유산센터 설립 승인
우리나라의 다섯 번쩨 유네스코 카테고리 2 센터 ( 이하
C 2 센터 ) 인 국제기록유산센터 (International Centre for Documentary Heritage, ICDH)는 전 세계 기록유산의 안
전한 보존과 관리, 보편적 접근을 증진하기 위해 설립된 기
관으로 세계기록유산 모니터링, 역량강화 및 인식제고, 네
트워크 및 허브 구축, 콘텐츠 개발 등의 다양한 사업을 통
해 기록유산과 전문가 및 세계를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ICDH는 유네스코의 전문분야 중 정
보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처음으로 설립된 C2센터다 한
국 정부는 2017년 3월에 청주시 및 유네스코한국위원회
간 ICDH 설립 MOU를 체결했으며, 유네스코의 설립 타당
성 조사를 거쳐 2017년 11월 제39차 유네스코 총회에서
그 설립이 최종 승인됐다 유네스코와 정부 간 정식 협정은
2019년 7월에 체결됐으며 202년 6월 창립 총회를 개최
하고 현재 청주 시내에 건설되고 있는 센터 사옥 완공을 기
다리며 임시 사무실 체제에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사진: 충북 청주시에 건설 중인 국제기록유산센터의 6월 현장 모습. ICDH 홈페이지 자료
제41차 유네스코 총회에서 「유네스코 인공지능 윤리 권고」 및 「유네스코 오픈사이언스 권고」 채택
과학기술의 발전은 인류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를 극복하는 데 큰 도
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지만, 동시에 윤리와 인권, 안보 측면에서
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유네스코는 그러한 기대와 우
려의 중심에 있는 분야 중 하나인 인공지능(AI) 분야에서 AI 윤리에
대한 최초의 세계적 표준이라 할 수 있는 「유네스코 인공지능 윤리 권
고」를 마련했다 더불어 보다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이 과학 기술 개발
에 참여하고, 그 활용과 혜택이 전 인류에 공평하게 미치도록 하기 위
해 「유네스코 오픈사이언스 권고」도 만들었다 이 두 권고는 2021년
에 개최된 제41차 유네스코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됐으며, 한국은
이상욱 한양대 교수가 인공지능 윤리 권고 작성 과정에 직접 참여하
는 등 이 두 권고를 마련하기까지 다양한 측면에서 그 역할을 다했다
사진: 유네스코 「인공지능윤리권고」 채택을 앞둔 2021년 4월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한
국법제연구원과 공동으로 개최한 ‘유네스코 AI 윤리 권고 현황 및 법적 과제’ 포럼 현장
1990년, 한국청년해외봉사단 제1기 단원 44명 출국
국제무대에서의 역할을 본격적으로 찾아나서게 된 한국 청년들의
열망을 감지한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평화, 발전, 참여를 기본 이
념으로 인류의 보편적 복지 증진과 국가 발전의 기반 조성을 목표
로 하는 한국청년해외봉사단 (Korean Youth Volunteers)을 창
설하고 의료, 교육, 농업, 체육, 사회봉사, 지역사회 개발 등의 봉
사활동을 펼칠 1기 청년 단원 44명을 선발했다 1990년 4월 16
일부터 훈련과정을 수료한 단원들은 8월 10일 유네스코 청년원
에서 수료식을 갖고 8월 30일 출국 기자회견을 했다 전 국민적
인 관심 속에 필리핀, 인도네시아, 네팔, 스리랑카 등 4개국으로
떠난 1기 활동을 시작으로 한국은 원조를 받는 국가에서 도움을
주는 국가로서 더욱 적극적인 활동을 펼쳐 나가게 됐다.
사진: 네팔 현지에서 의료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한국청년해외봉사단 단원
유네스코 가입한 한국, 45개국 예술계
대표들과 함께 문화분야 국제무대 첫선
1950년 6월 14일 유네스코에 가입한 뒤 불과 2주 만
에 전쟁이 발발하면서 한국은 회원국으로서의 활동
을 펼칠 여력이 별로 없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한국이
유네스코 가입 이후 실시한 문화 분야 최초의 국제 활
동은 1952년 9월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개최된 ‘유네
스코 국제예술가회의’ 참가라고 할 수 있다 유네스코
가 주최한 국제예술가회의는 45개국 예술계 대표와 국제 문화예술단체 관계자 등 300여 명이 참석해 예 술계의 현안과 발전 교류 방안을 논의하는 당대 최대 의 예술가 국제회합이었다 한국에서는 극작가 오영 진, 조각가 윤효중, 건축가 김중업, 수필가 김소운, 소 설가 김말봉 등이 이 회의에 참가했는데, 이들은 자비 로 여비를 마련해야 하는 어려움 속에서도 민간 분야 에서의 문화 부흥에 대한 실마리를 찾기 위해 이탈리 아로 가 전 세계 문화예술계 대표들과 교류했다
사진: 그 출발은 작았지만 이후 한국은 문화강국으로서 유네스코 문화 분야 활동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사진은 한국의 강익중 작가가 2007년 유네스코에 기증한 작품 ‘Power of Youth(청춘)’
저는 출퇴근길에 늘 유네스코 본부를 지나게 되는데요. 7
월부터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사람과 도로의 자동차의 숫
자가 확연히 줄어든 느낌이 듭니다 이 즈음에는 각국 대표
부 대사들이 여름휴가로 자리를 비운다는 안내 메일도 연
달아 옵니다 거의 매주 크고 작은 회의가 열리던 본부 회의
장도 텅 비어 있고 주변 식당 상당수는 문을 닫았습니다 8
월에는 집에서 가까운 빵집 두 곳이 모두 휴가를 맞아 곤란
하기도 했습니다
국제기구 직원들은 여름에 휴가를 가느라 일을 거의
유럽, 특히 프랑스인들의 여름휴가 사랑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합니다 유네스코 본부가
있는 이곳 파리도 예외일 수 없는데요. 휴가철을
맞아 거리는 눈에 띄게 한산해졌지만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있는 국제기구
및 그 주변은 마냥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홍보강 주유네스코대한민국대표부 주재관
니다. 확실히 한국보다는 길게 휴가를 가는 편이긴 하지만, 업무를 고려해 적절하게 일정을 조절하는 직원들이 대부
분입니다 가을에 열릴 주요 행사를 대비한 사전 준비를 하
느라 바쁜 직원들도 많습니다. 올해 9월에는 세계유산위원
회가 열리고 10월에는 집행이사회가, 11월에는 유네스코
총회가 예정돼 있어 관련 안내 메일이 상당한 양의 첨부자
료와 함께 속속 도착하는 것을 보노라면 마냥 맘편히 파리
의 휴가철을 만끽하기가 쉽지 않기도 합니다
주유네스코대한민국대표부도
시간을 보냈습니다 9월 4일에는 유네스코 본부 1층 전시
장에서 직지와 한지를 주제로 한 전시가 열릴 예정이기도
하고요. 총회 기간에 열리는 주요 선거 일정 등을 점검하며
조금은 긴장된 마음으로 가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올해 파리의 여름은 무엇보다 좋은 날씨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작년만 해도 기온이 40도를 오르내리며 폭염이
기승을 부렸다고 하는데 올해는 달랐습니다 “당신을 여름
날에 비교해도 될까요?(Shall I compare thee to a summer’ s day?)”로 시작하는 셰익스피어의 소네트가 떠오를 정도로
상쾌하고 온화한 날씨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여름철에 선
풍기 없이도 잠을 잘 수 있는 호사를 몇 년 만에 누린 건지
모르겠네요. 뉴스로 접하는 한국 날씨 상황과 너무나 달라
서 죄송한 마음이 들 정도입니다
그렇다고 날씨가 매일 마냥 좋을 수는 없죠 때로는
낮 기온이 꽤 오르기도 하고 믿기지 않는 돌풍이 불기도 했
습니다. 7월 25일에는 다시 유네스코 회원국이 된 미국 국
기 게양식이 유네스코 본부 정원에서 열렸는데요 유독 이
날은 날씨가 흐리고 소나기도 내렸습니다. 삼엄한 경비 속
에서 질 바이든 미국 영부인, 질베르트 마크롱 프랑스 영부
인, 오드레 아줄레 유네스코 사무총장이 행사에 참석했고, 유네스코 주변 도로가 통제되기도 했습니다. 저는 도로 통
제 소식은 알고 있었지만 여기에 인도가 포함되는 줄 몰랐
던 터라 대표부 사무실 20미터 앞에서 경찰의 제지를 받기
도 했습니다. 잠깐의 실랑이 끝에 무사히 사무실에 출근할
수 있었고, 본부 건물에서는 직원들이 평상시 받지 않던 가
방검사를 받아야 했다고 합니다
휴가철을 맞아 파리 곳곳이 평소보다 한산하지만, 그
렇다고 방심하면 안될 곳도 없지는 않습니다. 여러 미술관
과 박물관도 그 중 일부가 아닐까 싶은데요 저는 람세스 2
세 전시가 열리고 있는 파리의 라빌레트 전시장에서 그걸
알 수 있었습니다. 주말이긴 했지만 휴가기간이고 이른 시
간대라 조금은 한가할 줄 알았는데 , 널찍한 전시장이 사
람들로 가득했습니다 람세스 2세는 유네스코에 관심 있
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이집트 아부 심벨 (Abu
Simbel) 신전의 주인공이죠 아부 심벨 신전이 아스완댐 건
설로 수몰 위기에 처하자, 1960년에 유네스코가 신전의 이
1 9월 4일 리오픈을 알리는 여름 휴가 안내
2 람세스2세 전시장
전을 추진하며 비용 마련을 위해 전 세계적인 캠페인을 벌
이면서 더욱 유명해졌습니다 당시 6 25 전쟁의 상처가 미
처 아물지 않은 한국도 이 캠페인에 참여했다는 게 생각하 면 생각할수록 놀랍기도 합니다. 지난 6월 9일 세계 기록의
날(International Archives Day)을 맞아 유네스코 본부 영화
관에서 아부 심벨 신전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본 기억도 납
니다. 1960년대의 촬영과 편집이 21세기의 시청자들에게
다소 낯설고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당시로서는 최
첨단의 기술을 활용한 대규모 유적의 이전 과정을 생생하
게 확인할 수 있어 세계유산에 관심있는 분들에게 추천합
니다. (유튜브 링크: https://youtu.be/OhtMtoex2uA)
이번 전시는 그간 이집트 밖에서 공개된 적이 없는
전시물을 많이 볼 수 있어서 더욱 흥미로웠습니다. 전시 자
체도 좋았지만, 몇 천 년이 지나서도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
을 끄는 역사유적의 힘을 느꼈고, 세계유산의 보전에서 유 네스코의 역할을 확인할 수 있어 더욱 기쁘기도 했습니다.
그런 뿌듯함과 천 년 유적의 신비로운 힘을 듬뿍 받아, 여러 굵직한 행사들이 기다리고 있는 가을을 향해 다시 달려 보 아야겠습니다.
지속가능발전청소년포럼 YESDO
강원도 원주시의 원주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운영하는
‘지속가능발전청소년포럼 YESDO’는 청소년의 관점에서
지역사회 주요 이슈를 주제로 선정하고 지속가능발전 관점에서
연구를 진행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대학교수,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공공기관 전문가 등과 함께 지역사회에서 연구 활동을 펼치고 이를 논문집으로 발간하면서 학생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이해를 높여 나가고 있습니다
제현수 원주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국장
올해 초 , 2015 년에 처음 열린 ‘지속가능발전청소년포럼
YESDO’(이하 예스두)에 참가했던 이하은 학생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유네스코 본부의 자연과학부서에서 인 턴으로 근무하게 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이었습니다 하은
씨는 6월 프랑스 파리로 출국하기에 앞서 자신이 예스두에 참가하면서 ’원주 인근지역에 서식 중인 멸종위기종에 대 한 청소년들의 인식조사‘라는 주제로 했던 활동에 대한 이 야기를 영상 메시지를 통해 원주 지역의 후배들에게 전했 습니다. 그 영상 속 메시지는 우리 모두의 가슴을 뛰게 했습 니다.
원주지속가능발전협의회는 2019년부터 국제학생리
더십단체인 AIESEC의 서울대학교지부와 함께 우리 지역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지속가능발전 영어캠프를 진행하 고 있습니다 매년 여름과 겨울방학 기간에 청소년들에게
지속가능발전과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그리고 세계시
민에 대해 학습하고 토론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
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2016년 예스두에 참여했던
. 덕분에 우리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