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소송 판결 1차 토론회]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청구 각하 판결, 어떻게 볼 것인가: 법적 쟁점을 중심으로
일시
2021년 4월 30일(금) 16:00~18:00
형식
Zoom webinar
공동주최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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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프로그램 ...................................................................................................................................................................... 4 발제 <판결문 분석> ............................................................................................................................................. 5 일본국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 2 차 소송의 1 심 판결 분석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4. 21. 선고 2016 가합 580239 손해배상(기)]........................................................................................... 5 양성우 I 변호사, 소송 대리인단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5 패널 토론 <판결의 비판적 고찰> ............................................................................................................... 13 2021 년 4 월 21 일 일본군‘위안부’ 판결에 관한 메모 ......................................................................... 13 김창록 I 경북대학교 로스쿨 교수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13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일본군 ‘위안부’ 손해배상청구 각하, 어떻게 볼 것인가 ............................ 18 양현아 I 서울대학교 로스쿨 교수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18 국가면제에 관한 두 판결의 주요 내용 비교와 코멘트 ........................................................................ 24 박배근 I 부산대학교 로스쿨 교수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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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 시간
내용
개회사 16:00~16:05
이나영(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사회: 강경란(정의기억연대, 연대운동국장) 사회: 조영선(변호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발제> “판결문 분석” 16:05~16:40 양성우(변호사, 소송 대리인단) “판결의 비판적 고찰” 사회: 조영선(변호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패널 토론> 김창록(경북대학교 로스쿨 교수) 16:40~17:40 양현아(서울대학교 로스쿨 교수) 박배근(부산대학교 로스쿨 교수) 질의 & 응답 17:40~18:00 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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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제 <판결문 분석>
일본국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 2차 소송의 1심 판결 분석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4. 21. 선고 2016가합580239 손해배상(기)] 양성우 I 변호사, 소송 대리인단
1. 들어가며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5민사부(재판장 민성철)는 이 사건 소가 외국인 피고를 상대로 하 여 그 주권적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으로서, 국가면제가 적용되는 사안이 라는 점을 근거로 이 사건 소를 각하하였음. 이하에서는 국가면제에 관한 대상판결의 문 제점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보겠음.
2. 국가면제에 관한 이번 판결의 문제점
① 이번 판결에서 확인되는 국가면제에 관한 재판부의 근본적인 관점
- 재판부는 원고들의 주장과 관련하여 아래와 같이 판시하였음. 원고들이 피고에 대한 국가면제가 부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근거가, 국가면제에 관 한 국제관습법이 영토 내 불법행위 또는 강행법규 위반으로 인한 중대한 인권침해 등 새로운 예외를 인정하는 것으로 변경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제한적 면제론이 국 가면제에 관한 국제관습법임을 전제로 주장하는 것임을 밝힌 바 있다. (중략)
원고들이 국가면제에 관하여 기존의 국제 관습법의 변경을 전제로 새로운 예외에 관한 주장을 명시적으로 하지 아니한다 하더라도, 현재 국가면제에 관한 국제관습법의 내용 이 무엇인지를 살피는 것은 이 사건에 적용될 규범을 확인하는 의미가 있을 뿐만 아니 라(중략) - 판결문 제36면 중 해당 부분 발췌 -
- 원고들은 이 사건 제8회 변론기일에서 국가면제에 관한 국제관습법이 영토 내 불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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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또는 강행법규 위반으로 인한 중대한 인권침해 등 새로운 예외를 인정하는 것으로 변 경되었다는 것은 아니며, 기존의 제한적 면제론이 국가면제에 관한 국제관습법으로 보더 라도 ① 이 사건 소송에서만큼은 해당 국제관습법을 제한할 수 있는 국가실행이 필요한 점, ② 현재의 국가면제에 관한 여러 동향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소송에서 국가면제를 적용해야 하는 국제관습법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을 강조하였음. 그런데 재판부는 기존의 제한적 면제론 외에 새로운 국가면제 법리가 국제관습법으로 변경되었다고 주장 하는 것인지만을 확인하였음.
- 즉 재판부는 원고들의 주된 주장 취지, 국가면제가 고정되고 항구적인 권리가 아니라 계속해서 변화해가는 국제관습법으로서 새로운 국가실행을 통해 지금도 변화해가고 있고 (현재 이 사건 소송에서 국가면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국제관습법이 확립돼 있다고 보기 어려움), 국내법원 또한 이 사건 소송의 중대성과 그 의미(최후수단성)를 고려할 때, 이 사건 소송에서만큼은 국가면제를 “제한”하는 국가실행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았 음
- 재판부는 국가면제를 제한하는 국가실행에 대해서도 국제관습법의 성립요건인 (i) 국가 들의 일반 관행과 (ii) 법적 확신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이러한 논리대로라면 국가면제 가 절대적 면제론에서 제한적 면제론으로 변경될 이유가 없고, 최근의 국가면제 관련 협 약 및 개별국가의 국가면제에 관한 입법 자체가 이루어지고 있는지도 설명할 수 없음. 재판부는 사실상 국가면제를 고정적이고 항구적인 권리로서 보고 있음
⇒ 아울러 이러한 판단은 (i) 통상적인 국제관습법 형성 과정, (ii) ICJ 다수의견에 대한 비 판점(일부 국가실행 사례만으로 국가면제에 관한 확립된 국제관습법이 형성되었다고 보 기 어렵다는 취지의 판시 참조), (iii) 지금까지 국가면제 법리가 변화해온 과정, (iv) ICJ가 인정한 기존의 국제관습법을 변경하지 않더라도, 최후적 구제수단이라 할 수 있는 이 사 건 소송에서 예외를 인정하는 것은 양립 가능할 수 있는 점을 간과하였음
② 이번 판결은 1차 소송 판결(서울중앙지방법원 2021. 1. 8. 선고 2016가합505092)과 왜 달라졌나?
- 1차 소송판결은 국가면제가 항구적, 고정적 실체가 아닌 변화, 발전해 온 개념으로 이 해하고 있는 반면 이번 판결은 국가면제 제한 내지 예외 인정을 위해서도 국가면제의 국 6
제관습법 변경이 전제돼야 한다고 이해하고 있음
- 1차 소송판결은 이 사건 소송에서 국가면제를 인정하는 것은 국내외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고, 최후적 수단으로서 제기된 이 사건 소송에까지 국가면제를 적용하는 것은 헌법에서 보장한 재판받을 권리를 박탈당하여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구제받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므로, 헌법을 최상위 규범으로 하는 법질서 전체 의 이념에도 부합하지 않다고 판단하였음
반면 이번 판결은 재판받을 권리와 국가면제를 비교형량하면서 국익우선주의적 관점에서 외교적 마찰 방지 및 국제법 존중주의에 비추어 볼 때, 국가면제가 우선해야 한다고 판 단하였음
- 1차 소송판결은 2015년 한일합의와 관련하여 2019년 헌법재판소 결정과 마찬가지로 해당 합의가 정치적 합의에 불과하고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고 판단한 반면 이번 판결은 해당 합의가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한 대체적 권리 구제수단에 해당한다고 보고 이를 근거로 비교형량 과정에서 국가면제 법리가 우위에 있 다고 판단하였음
③ ICJ 판결의 다수의견은 여전히 유효한가? 이 사건에도 당연히 적용되는가?
- 재판부는 위 다수의견의 결정이 최근에 이루어진 판결로서 현재까지 각국의 입법 및 판결 등 국가면제에 관한 국제관습법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고 하면서 이 사건에도 그 러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하였음 이 사건 ICJ 판결의 다수의견은 최근에 이루어진 판결로서 현재까지 각국의 입법 및 판 결 등 국가면제에 관한 국제관습법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고 판단되므로, 이 법원도 위 판결의 다수의견의 법리를 현재의 국제관습법으로 보아 이 사건에서 피고에 대한 국가면제 인정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기준으로 삼기로 한다. - 판결문 제45면 중 해당 부분 발췌 -
⇒ 이러한 판단은 (i) 해외 법원들은 무조건적으로 국가면제를 적용하지 않고 사법에의 접근권과 국가면제 법리를 비교 형량하여 그 적용 여부를 판단하고 있는 점, (ii) 국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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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법리는 국가의 새로운 실행사례를 통해 계속해서 변화해가고 있고, 현 시점에도 동일 한 국제관습법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단정할 수 없는 점, (iii)실제 미국 콜롬비아 법원의 오토 웜비어 사례에서 보듯이 반인도범죄에 대한 국가면제 예외 사례가 인정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2012년 ICJ 결정의 다수의견에서 확인된 국가면제가 여전히 유효 한 국제관습법이라는 점은 쉽게 동의할 수 없음
④ ‘무력 분쟁 과정에서 이루어진 행위’에 해당하는가?
- 재판부는 아래와 같은 이유를 들어 이 사건 행위가 2012년 ICJ 다수의견에서 전제한 ‘무력 분쟁 과정에서 이루어진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음 (i) 이 사건 피해자들을 위안부로 차출한 목적은 이들로 하여금 위안소에서 피고 소속 군 인들과 성관계를 갖도록 함으로써 병사들의 성욕 해소 또는 성병의 감염 방지와 같이 피고 군대의 전투력 보존을 위한 군사적인 목적에서 이루어진 것이었으므로, 그 행위의 시기와 목적 등에 비추어 위 법리가 제시하는 ‘무력 분쟁 과정에서 이루어진 행위’(acts committed … in the course of conducting an armed conflict)에 해당한다. (중략)
(ii) 무력 분쟁은 한 국가가 다른 국가에 대하여, 자국의 이익 또는 주장을 관철하기 위한 수단으로 군대의 무력을 사용하는 것으로서, 국가의 행위 중 주권 행사로서의 성격이 가 장 강한 행위 중 하나이므로, 국가 면제의 이론적 근거 중 각국의 주권 존중의 요청이 가장 강하게 요구되는 영역이다. (중략)
(iii) 전시 국제법의 규율 내용을 고려하면, 이 사건 ICJ 판결의 다수의견에서 무력 분쟁 중 법정지국 영토 내 불법행위에 관하여 국가 면제를 인정한 취지가, 반드시 현실적으로 전투가 이루어지는 교전 상대국의 국민 또는 그 지역에 거주하는 민간인을 상대로 이루 어진 불법행위에 대하여만 국가 면제가 인정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 - 판결문 제45-49면 중 해당 부분 발췌-
- 즉, ① 피고 군대의 전투력 보존을 위한 군사적인 목적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을 근거로 무력분쟁 과정에서 이루어진 행위라고 판단하였고. ② 무력분쟁 과정에서 적용되는 전시 국제법(제네바 협약, 헤이그 육전협약)에 비추어 볼 때, 교전 상대국의 국민 또는 그 지 역에 거주하는 민간인을 상대로 이루어진 불법행위에 대해서만 국가면제가 인정돼야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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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것으로 불 수 없다고 판단하였음(이외에도 재판부는 협약을 통해 이러한 문제들이 해 결되도록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였음)
⇒ 추후 보다 심도있는 검토가 필요하겠지만, 이번 판결은 (i) ‘무력분쟁 과정에서 이루어 진 행위’는 그 자체로 법적 개념이 아니라 사실적 개념이라는 점을 간과한 것으로 보이 고, (ii) 재판부 2012년 ICJ 결정이 협약을 통해 문제 해결을 (권고했던) 취지는 무력분쟁 시에는 예측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하여, 통상의 사법절차로는 처리할 수 없다는 것일 뿐 주권 행사로서 성격이 가장 강한 행위 중 하나라고 보았기 때문이 아님에도 별다른 근거 설시 없이 단언하였음. (iii) 또한 군인 또는 군대에 의해 이루어지는 행위 모두를 군 사적인 목적에 따라 이루어진 행위라고 단정할 수 있는지 의문인 점 등을 종합할 때 다 소 억지스러운 해석으로 보임. (iv) 이에 더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애초에 별도 협약 (또는 협정)에 의해 해결됐어야 할 사항임에는 이견이 없으나, 이 사건 재판부처럼 전시 국제법상의 관련 규정과 ‘무력 분쟁 과정에서 이루어진 행위’라는 개념을 동일한 선상에 서 놓고 볼 수 있는 동일한 개념인지 의문임
⑤ 법정지국 영토내에서 발생한 외국의 불법행위, 즉 주권적 행위에 대해서는 국가면제 가 부정되는 일반적 관행이 존재하지 않는가?
일부 조약이나 개별 국가의 입법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법정지국 영토 내에서 발생한 외국의 불법행위에 관하여 그러한 행위가 주권적 행위라 하더라도 국가 면제가 부정된 다는 일반적인 관행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 - 판결문 제51-55면 중 해당 부분 발췌 -
⇒ 그런데 국가면제 관련 협약 및 개별국가의 입법동향에 비추어 볼 때, 국제관행이 성 립하였다고 보기는 어려워도, 법정지국 영토내에서 발생한 외국의 주권행위에 대한 무조 건적인 국가면제 인정이 국제관습법이라고 존재한다고 볼 수 없는 상황임
⇒ 이는 이 사건 소송에 증인으로 출석한 백범석 교수의 의견서 및 증언에서도 확인되는 내용으로, 국가면제의 국가실행을 보면 그 내용과 범위 역시 확정적이지 않다고 봄이 타 당함. 따라서 그러한 관행이 존재하는지 여부를 따질 것이 아니라 기존의 불완전한 국가 면제에 관한 국제관습법은 그 적용에 있어 예외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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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
⑥ ‘재판받을 권리’, ‘사법에의 접근’과 ‘재판청구권’에 대한 비교형량은 제대로 이루어졌 는가?
→ 재판부는 침해최소성의 판단 근거로 (i) 주권적 행위임을 들어 국가면제를 인정해 미 국에 대해 소 각하한 판결(2016다264174판결, 2018다245528판결, 2018다301541판결), (ii) 2015. 12. 28. 한일합의가 ‘대체적인 권리구제수단’이라는 점을 들었음 (i) 피고에게 국가 면제가 인정된 결과 이 사건 피해자들이 대한민국 법원에 제소를 하여 권리 구제를 받는 것이 어렵다 하더라도, 대한민국의 ‘외교적 보호권’ 행사로 볼 수 있는 2015. 12. 28. 한․일 합의에 의하여 이 사건 피해자들에 대한 ‘대체적인 권리 구제수단’이 객관적으로 존재한다. (중략)
(ii) 위 합의에 따라 화해치유재단의 현금 지원사업이 진행되어 생존 위안부 피해자들 중 상당수가 이를 수령하였으므로 위 합의가 위안부 피해자들의 의사에 명백히 반하 는 것으로 단정하기 어려운 점…(중략) - 판결문 제63-67면 중 해당 부분 발췌 -
⇒ 먼저 재판부가 근거로 든 세 개 판결이 이 사건과 같이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이자, 실효적인 권리구제수단이 전혀 없는 사안이라고 볼 수 있을지 의문임.
⇒ 그리고 2015. 12. 28. 한일합의가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에 관한) 대체적인 권리구 제수단이라는 해석은 독단적이고 자의적인 판단임. 실제 일본 정부도 배상조 금원이 아 닌 사실상 보상적 차원의 금원이라고 주장했고, 헌법재판소도 배상금 성격이 아닌 2019 년 화해치유재단의 현금지원을 과거 일본이 마련한 ‘아시아 평화국민기금’과 유사한 성격 의 금원으로 보았으며, 특히 ‘위안부’ 피해자들이 해당 합의를 인정하지 않아 화해치유재 단이 종국적으로 해산했음에도 불구하고 현금 수령을 이유로 마치 해당 합의를 인정한 것처럼 판시한 것은 매우 문제가 있음
- 재판부는 법인균형성의 판단 근거로 원고들 청구는 사익이고, 다른 이익은 여러 외교 적 문제를 비롯한 국익(또는 공익)인 점을 비교하여, 후자의 이익이 더 크다고 판단하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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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대한민국 법원이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발생한 이 사건에 관하여 오로지 대한민국 국내 법 질서에 반한다는 이유만을 들어 피고에 대한 국가 면제를 부정하는 판단을 하는 것 은, 그 법리적 타당성을 논외로 하더라도 지금까지 대한민국이 국가 면제에 관하여 취 하여온 태도와 배치되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장기간에 걸쳐 형성되어 왔고 대한민국 이 외교관계의 기초로 삼아 온 전후 국제 사회의 질서에 반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외 국을 상대로 한 금전지급의무 이행판결을 선고하는 것은 그러한 판결을 선고하는 것 자체는 물론 판결 확정 이후 강제집행 과정에서도 필연적으로 상대국인 피고와의 외교 관계에 충돌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중략) - 판결문 제73면 중 해당 부분 발췌 -
⇒ 먼저 재판부가 근거로 든 기존 대법원 판결은 이 사건과 같이 사법에의 접근, 재판청 구권 자체가 봉쇄될 수 있는 사안에서 국가면제를 비교, 형량하여 판단한 사안이 아님.
⇒ 외교관계의 충돌 야기 등을 고려하여 이 사건 소송을 사익으로 보고, 외교관계 문제 를 공익으로 보아 이를 비교, 형량한 것은 적절치 않은 판단임.
- 원고들의 이 사건 소송은 2006헌마788 사건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헌법상 기본권(헌 법 제10조 및 제27조)의 성격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해당 청구를 통해 전쟁범죄에 대 한 법적 책임을 확인하고, 피해자에 대한 진정한 사죄를 이끌어낼 수 있는 것으로서 그 의미가 상당함에도 단순히 원고들의 청구를 사익으로 규정한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 음
- 또한 법원이 정치적, 외교적 부담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사실상 외교적, 정치적 노 력을 전부 소진하고 최종적으로 제기된 이 사건 소송에까지 다시 사법적 판단을 회피하 는 것은 그 자체로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해야 할 법관의 독립성을 포기한 것으로 극단 적인 사법 소극주의 사례라고 할 수 있음. 실질적 정의를 외면하였음
3. 나오며
종합하면, 1차 승소 판결이 국가면제 법리가 항구적이고 고정적인 가치가 아니라는 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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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제로 국가면제의 예외(제한) 사유를 다수 설시하면서 이 사건 소송에서만큼은 사법에 의 접근권, 재판청구권 등이 국가면제보다 우위에 있다는 점을 인정한 반면 이번 판결은 국가면제 법리의 예외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국제관습법의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이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ICJ 다수의견을 그대로 본 사안에 적용하고, 비교 형량에 있어 국가면제가 원고들의 재판청구권보다 우위에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요약할 수 있음.
이번 판결은 ‘과거 국력이 약하여 외세 침략을 당한 시기에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후대 가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게 되면, 불확실성이 초래되어 대한민국이 외교적 조치를 취함 에 있어 부정적일 것’이라고 단정하고 있음. 이는 지극히 식민지주의적인 사고이자 국가 주의적 사고라고 할 수 있음. 또한 이번 판결에서 법원이 거듭 주장하는 ‘국제법 존중원 칙’, ‘국제평화’에 국제인권법과 개인의 보편적 인권은 왜 배제되는지 납득할 만한 설명이 전혀 없음.
끝으로 이번 판결에서 법원이 국가면제를 적용한 것은 국제인권법 질서에서 보장되고 있 는 피해자의 ‘사법에 접근할 권리’ 내지 자국 법원에서 ‘재판받을 권리’를 영구히 배제하 는 것과 다름없는 결과를 가져온 부정적인 선례라고 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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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널 토론 <판결의 비판적 고찰>
2021년 4월 21일 일본군‘위안부’ 판결에 관한 메모 김창록 I 경북대학교 로스쿨 교수
I. 현 단계의 과제
○ 현 단계는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의 권리 구제와 관련하여, 타당한 1월 8일 확정 승소 판결과 부당한 4월 21일 미확정 1심 각하 판결이 병존하고 있는 상태이다. ○ 4월 21일 판결은 2차 소송 변호단의 주장을 반영한 1월 8일 판결이라는 벽을 넘으려 애썼으나 실패했다. ○ 4월 21일 판결을 항소심에서 바로 잡아 피해자의 권리를 구제하는 것이 1차적인 과 제이다. ○ 아울러 그 과제의 해결을 통해 대한민국 법원이 국제법의 진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아래에서 4월 21일 판결의 몇가지 문제점에 관해 스케치해보기로 한다.
II. 관습국제법에 대한 관념적 접근 / 형식 논리
○ 4월 21일 판결은 아래와 같이 국가면제에 관한 ‘고정된 관습국제법’을 특정할 수 있 다고 한다. 행 위 1) 무력 분쟁 수행 과정 중의 행위 2) 법정지국 영토 내에서 이루어진 불법행위
국가면제
근 거
○
ICJ 다수의견
○
예외 인정 국가가 37/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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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행법규 위반’으로 인한 ‘중대한 인 권 침해’ 여부는 필연적으로 사건의 3) 강행법규 위반으로 인한 중대한 인권 침해 행위
○
본안에 대한 심리를 거친 이후에야 판 단될 수 있는 문제이므로, 본안 심리 의 전제 조건으로서[의] 재판권 존부 판단의 기준이 될 수는 없다.
○ 하지만 1)에 관한 ICJ 다수의견에 대해서는 가야(Giorgio Gaja) 재판관의 유력한 반대 의견이 있으며, 2)와 같은 논증 방식에 따른다면 오히려 무력 분쟁 수행 과정 중의 행 위 일반에 대해 국가면제를 요구하는 관습국제법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 관행이라고 볼 수 있다. ○ 2)의 근거는 타당한가? 몇분의 몇이면 예외가 인정되는가? ○ 3)의 근거와 같이 본안 심리와 재판권 존부 판단은 실제로 그렇게 엄격하게 단절될 수 있는가? - “화해치유재단의 사업으로 인하여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한 대체적 권리구제 수단이 객관적으로 존재한다고 보는 이상, 이러한 사정 자체를 피고에 대한 국 가 면제 인정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고려하여야 하고”(68-69면) ○ 보다 근본적으로, 관습국제법, 특히 관습국제법의 예외에 관한 관습국제법을 미리 특 정하여 적용할 수 있다는 판결의 전제가 타당한가? - 역사적으로 볼 때, 나중에 관습국제법이라고 인정되게 된 규칙을 처음 적용 한 국내법원은 미리 특정할 수 있는 관행이나 법적 확신이 존재하지 않는 상 태에서 그 규칙을 적용했다. 국가면제를 적용한 최초의 판결은 법의 일반원칙 에서 국가면제를 도출했다. - 또한 관습국제법의 예외를 인정한 최초의 국내법원도 그 예외에 관한 관행 과 법적 확신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 그 예외를 인정한 것이다. 상행위 예 외를 최초로 인정한 법원에게 상행위 예외라는 관습국제법은 존재하지 않았다. - 결국 각각의 국내법원이 자신에게 주어진 사건에 대해 피고인 외국에 대한 관할권을 인정할 것인지를 고민하여 판단하는 과정이 거듭된 결과 관행과 법 적 확신이 사후적으로 형성된 것이다. - 그 점에서 관습국제법은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끊임없이 형성, 변화, 소멸하 는 유동적인 존재인 것이며, 따라서 관습국제법에서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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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진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개별 국내법원의 판단이다. - 만일, 모든 법원이 위의 표 2)의 근거와 같은 식으로 관습국제법을 확인하여 그것을 적용해야 한다면, 관습국제법은 형성될 수도 변화할 수도 없다. ○ 최소한 대한민국의 법원은 아무리 심각한 사안과 관련해서도 관습국제법의 형성과 변 화 과정에 나서서는 안 되며, 관행과 법적 확신이 확인될 수 있는 단계가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III. ‘대체적 권리구제수단’ / 정치 논리
○ 4월 21일 판결에 따르면, “2015. 12. 28. 한․일 합의에 의하여 이 사건 피해자들에 대 한 ‘대체적인 권리구제수단’이 객관적으로 존재”하므로, “피고에게 국가 면제가 인정된 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원고들의 재판청구권 또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권리 를 부당하게 제한하는 등 대한민국 헌법에 위반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볼 수도 없” 다. ○ 이 ‘대체적 권리구제수단’에서 ‘권리’는 법률용어일 터이므로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권 을 가리킬 터이며, ‘권리구제’란 손해배상청구권의 만족을 의미할 터이다. 또한 ‘대체적’ 은 판결에 의한 구제가 아니라도라는 의미일 터이다. 그렇다면 이 ‘대체적 권리구제수 단’이란 화해치유재단의 ‘위로금’으로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이 만족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 게다가 민성철 재판부가 배포한 「서울중앙지방법원 2016가합580239 판결 선고 자료」 에는 ‘2015 합의’를 “피고[일본] 정부 차원의 권리구제로 볼 수 있음”이라고 되어 있다. ○ 하지만, 키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상은 ‘2015 합의’ 발표 직후에 10억엔은 “배상금이 아니다”라고 못박았고, 일본의 국회에서도 배상금은 물론 “보상을 위한 금원”도 아니 며,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다시 말해 인도적인 지원금이라는 것이 다. ○ 원고들이 소송을 제기한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배상금’을 지급하게 해달라는 것이 청구취지이다. ○ 4월 21일 판결도 “이 사건 피해자들은 이 사건에서 대한민국 법원에 대하여, 피고에 대한 재판권을 행사하여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해 달라는 청구를 하고 있다”라 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한다. 또 “위 합의에 의하여 위안부 피해자들의 권리가 처분되 었다거나 소멸하였다고 보는 것도 아니”라고 한다.(80면) 그런데도 ‘2015 합의’라는 15
‘대체적 권리구제수단’이 있으니 각하하더라도 재판청구권 침해가 아니라고 한다. ○ 4월 21일 판결의 ‘대체적 권리구제수단’은 법률가의 용어가 아니다.
IV. 국가를 위해서는 사법적극주의, 피해자에게는 사법소극주의?
○ 4월 21일 판결에 따르면, 한편으로 “전후 국제사회의 질서” “국제법 존중주의와 국제 평화주의”, “대한민국의 외교정책과 국익”이라는 공익을 위해 원고들의 권리구제라는 사익을 제한하더라도 균형을 잃은 것이 아니지만, 다른 한편으로 “국가 면제에 관하여 기존 제한적 면제론에서 인정되지 아니하던 새로운 예외를 인정할지 여부, 만약 새로 운 예외를 인정한다면 어느 범위에서 인정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대한민국의 국익에 미칠 有․不利를 냉정하게 고려하여 세밀하게 정해야할 사항으로서 기본적으로 행정부 와 입법부의 정책 결정이 선행되어야 할 사항”이다. (71면 이하) - 한편으로 국제질서와 국익을 걱정하고, 다른 한편으로 피해자의 권리 구제는 행정부와 입법부에 맡긴다? ○ 4월 21일 판결에 따르면, “피해 회복 등 위안부 피해자 문제의 해결은 대한민국이 여 러 차례 밝힌 바와 같이 피고와의 외교적 교섭을 포함한 대한민국의 대내외적 노력에 의하여 이루어져야 한다.”(80면) - 하지만 일본 정부는 「청구권협정」으로 종결되었고, ‘2015 합의’로 불가역적으 로 해결되었다고 강변한다. - 한국 정부는 ‘2015 합의’가 공식합의이며, 일본에 대해 추가적인 요구를 하지 않겠다고 한다. - 그래서 ‘최후 수단’인 것이다. - 그런데 “외교적 교섭”에 호소해보라? ○ ‘인권의 최후 보루’는 어디에 있는가?
V. 문재인 정부가 준 빌미
○ 4월 21일 판결에 따르면, “외교, 조약 기타 국제협정 등에 관한 사무를 관장하는 주무 부처인 외교부장관은 위 합의가 대한민국과 피고 사이의 공식적인 합의임을 인정하고 재협상 요구를 하지 아니할 의사를 밝혔고 이러한 태도는 현재까지도 그대로 유지되 16
고 있다고 보이며, 화해치유재단의 설립허가 취소 이후에도 그 잔여 재산을 피고에게 반환하는 등 위 합의 파기를 전제로 한 후속 조치가 이루어지지 아니한 것으로 보이 므로, 대한민국 행정부가 위 합의에 대하여 취하고 있는 일관되지 아니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대한민국이 위 합의를 파기하는 등의 이유로 위 합의가 효력을 상 실하였다고 볼 수는 없다. 즉 위 합의는 현재도 대한민국과 피고와 사이에 유효하게 존속하고 있다.”(69면) ⇒ “대체적 권리구제수단” ○ 일본 정부는 ‘2015 합의’를 내세우며, 전 세계의 소녀상을 철거시키려 온 나라가 나서 서 애쓰고 있고, 한국 정부가 국제기구에서 일본군‘위안부’를 단지 언급한 것을 ‘합의 위반’,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 지난 4월 27일에는 ‘종군위안부’라고 하면 군과 관련이 있다는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를 내세우며 “단순히 ‘위안부’라는 용어를 쓰는 것이 적절하다”라는 내 용의 각의결정까지 했다. 일본군‘위안부’ 문제 자체를 부정하겠다는 취지이다. ○ ‘2015 합의’에도 한국측 표명에는 “일본군위안부”라고 되어 있는 데 반해, 일본측 표 명에는 “위안부”라고만 되어 있다. 결국 ‘2015 합의’는 대상이 특정되지 않은 합의인 것이다. ○ 4월 21일 판결을 무겁게 받아들여 10억엔은 돌려주고 ‘2015 합의’를 파기해야 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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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널 토론 <판결의 비판적 고찰>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일본군 ‘위안부’ 손해배상청구 각하, 어떻게 볼 것인가 양현아 I 서울대학교 로스쿨 교수
지난 4월 21일 서울지방법원(제15민사부 재판장 민성철 외 2인의 법관)은 일본군 ‘위안 부’ 피해자 20인이 일본국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2016가합580239)에 대하여 각 하를 선고했다. 길지 않은 시간 속에서 생각을 다 정리했다고 하긴 어렵지만 본 토론문 에서는 이 판결의 핵심적 문제로 사료되는 바를 세 가지 점으로 논의하려고 한다.
[1] 본 판결은 원고의 피해의 성질과 중대함 등을 살펴야 하는 손해배상청구의 판결로서 합당한가
본 소송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적어도 1937년부터 1945년까지 아시아태평양 전 쟁시기이자 조선의 식민지시기에 발생한 인권유린 사안에 대하여 피고 일본군의 손해배 상책임을 묻고 있다. 이미 본 인권유린에 관해서는 수많은 증거와 증언이 수집되었고 유 엔의 인권기구들(자유권위원회, 국제노동기구, 고문방지위원회, 여성차별협약위원회, 인권 이사회 등) 및 국제법률가위원회에서 그 불법성과 일본의 책임성을 적극 인정해 온 사안 이다.1
피해자 대다수는 조선에서 사기와 위력에 의해서 강제동원 되었을 뿐 아시아의 광범한 지역 및 태평양상의 군도라는 엄청나게 광범한 지역의 전쟁터에까지 끌려가서 ‘동물’ 내 지 ‘소유물’과 같은 다루어지면서 극심한 성폭력과 성착취를 포함하는 다양하고 참혹한 인권유린을 당하였다. 인간으로서 여성으로서 받았을 충격과 공포와 모멸감과 자기부정 등의 고통은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뿐만 아니라 대다수 피해자들은 일본군대의 적진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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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생존자 증언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그간 한국에서 출간된 100 명 이상의 증언을 수록한 증언집을,
국제기구의 보고서 및 권고를 위해서는 여성부, <일본군 ‘위안부’ 관련 국제기구 권고 자료집>, (2004-41)을, 일본군 성노에제도 전반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정진성, <일본군 성노예제 –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실상과 그 해결을 위한 운동>,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2016 을 참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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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국에서 수천 수만리가 떨어진 오지여서 귀국한다는 자체가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에 방 치되는 피해를 겪었다. 대다수 피해자들이 이 당시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구사일생 아닌 천사일생(千死一生)으로 살아온 피해자들은 다시 한국정부와 한국사회의 방관과 무지로 침묵과 빈곤과 고통의 삶을 감내해 왔다.
이와 같다면, 재판부는 우선, 무엇보다도, 피해자들이 주장하는 피해의 성질과 중대성, 그 맥락 등을 살폈어야 한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의 피해호소를 경청하고 왜 이런 소송에 이 르기까지 되었는지 그 이유(reason)들을 살펴보았어야 하였다. 하지만 이런 피해를 살펴 볼 수 있었을 시간에 본 재판부는 국가면제론(state immunity)이라는 국제관습법을 연구 한 것 같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청구취지를 제외한 실질적 판결문의 2/3 내지 거의 전 부를 국가면제론에 할애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면제론이 본 청구를 본안으로 다룰지 여부를 정하는 ‘선결적 문제’이므로 각하의 근거를 제시하기 위함이었다고 일견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본 판결문을 볼 때 국가면제론은 단지 선결문제에 그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 본 판결문에서는 ‘위안부’에 자행된 불법행위를 묘사함에 있어 “이 사건 피해자들을 위안부 로 차출하”고, “위안소에서의 성관계를 강요”하고 “피고 소속 군인들과 성관계를 갖도록” 하는 등으로 본 불법행위를 적시하고 있는 바(판결문 45면 등), ‘차출’ 혹인 ‘성관계’와 같 은 용어들은 앞서 언급한 그간의 국제기구와 국내외의 자료와 증언, 조사내용을 조금이 라도 살펴보았다면 사법부가 사용하기에는 매우 부적절한 용어들임을 알 수 있기 때문이 다. 엄격한 법적 증거가 아니더라도 이미 축적한 자료들은 그 경험은 목숨을 건 성착취 였을뿐 아니라 그 동원은 본인과 가족과 그 공동체를 와해시킨 인신매매적 행위였기 때 문이다. 피해자들이 ‘위안소’에서 겪은 수 개월에서 10여년에 걸쳐서 겪은 체계적 강간 및 협박 구타 질병 등의 상태는 그저 ‘성관계 강요’라는 중립적 언어로 표현하기에는 너 무나 지나친 것이었다. 이러한 표현들은 일본정부가 그동안 일본군 성노예제에 관한 공 적 책임을 부정할 때 쓰는 표현들과 상당히 유사하다는, 일종의 기시감(déjà-vu)를 지우 기 어렵다. 나아가, 성인지 감수성을 강조하는 대한민국 법원이 채용할 수 있는 언어인지 자성해야 한다.
재판부가 그 불법행위의 성격을 제대로 살펴보았다면, 피고가 행위 당시 가입하였던 헤 이그 육전법규관례에 관한 조약(1907년) 및 그 부속서 제46조 위반, 여성과 아동의 인신 매매금지협약(1921년) 위반 및 국제노동기구(ILO)의 강제노동에 관한 협약‘(1930년) 위반 19
등을 인식하게 되고 심지어 일본국 형법(1907년 제정) 제226조 국외이송목적양취 유인 매매죄 규정 위반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바,2 명확한 실정법(positive law)의 위반에 대하여 국제관습법으로 인정되어 온 국가면제론이 기계적으로 우위에 놓일 수 있는지 의 문이다. 이와 같이 불법행위 양상을 함께 고려하였다면, 비로소 이익형량(weighing, Gewichtung: 대립되는 가치들의 중요성과 비중을 측정)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사료된 다.3
물론 국제관습법의 무게가 가볍다 할 수는 없겠으나 관습법의 성질상 성문법과 달리 명 백한 개정과 폐지를 하기 어렵고, 국제법원에서 간헐적으로만 판단을 받으므로써 그 시 대와 사회에서 부합하는 대세적 관습이 무엇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이에 법사회학적으로 볼 때, 국가면제론은 문제가 된 해당 사안에 부합하도록 그 적용 여부와 한계에 대해 논 리를 구성해야 할 일이지 형식적으로 답습할 바가 아니라고 사료된다.
우리는 전인류에게 대세적 의무(obligations erga omnes)를 부과하는 제노사이드, 노예제 도, 인종차별 등에 관하여 알고 있다. 국제법에서 대세적 의무란 ‘국제공동체 전체에 대 한 국가의 의무’를 뜻하는 바, 앞서의 국제법상 강행규범(jus cogens)의 위반은 관련 국가 간 수평적이고 쌍무적 의무의 위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세적 의무를 준수함에 따라 국제공동체 전체가 그 법적 보호로부터 이익을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4 또한 우리는 인도에 반한 범죄(Crime Against Humanity)에 관해 알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 서 국제법률가들과 뉴른베르크 법정은 홀로코스트라는 전대미문하고 광범위하게 자행된 불법행위 앞에서 기존의 국내 및 국제법으로는 감히 그 규모와 폭을 다루기 어렵다는 깨 달음을 가지고 기존의 법개념에서 더 나아간 ‘인도에 반한 범죄’ 개념을 새롭게 정의하였 다. 이런 범죄들은 시간과 공간의 관할을 넘어서 보편성을 가지고 인류 모두가 분노할 범죄를 일벌백계함으로써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해야 한다는 인류의 결의와 염원을 담고 있다고 사료된다. 그동안 일본군 성노예제도는 국가와 군대 주체가 주도하 여 심각하고 광범위한 인권유린을 자행했다는 점에서 인도에 반하는 범죄로 인정되어 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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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한 법률적 논거는 <2000 년 일본군성노에 전범 여성국제법정 판결문, 히로시토 유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편역, 2007 을 참고할 것. 3
김도균, “법적 이익형량의 구조와 정당화 문제,” <법학>, 서울대법학연구소, 제 48 권 제 2 호, 31-115 면,
2007. 4
박병도, “국제법상 대세적 의무에 관한 연구,” <일감법학>, 건국대법학연구소, 제 40 호, 97-127 면,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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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위에서 언급한 유엔기구 보고서, 2000년 일본군성노예전범 여성국제법정, 대한민국 헌 법재판소 2011.8.30. 선고, 2006헌마788결정 등). 본 판결은 국가면제론을 금과옥조처럼 따르는 것이 마치 품격있는 사법부가 가져야 할 태도라는 듯한 법형식주의에 빠짐으로써 본 소송의 청구의 취지, 피해의 성격과 내용이 말하는 실체적 역사적 젠더적인 부정의를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우(愚)를 범하였다. 이로 인해 대한민국 사법부가 인류 공동체를 위해 기여해야 할 의무와 기회도 놓치고야 말았다.
[2] 2015.12.28 한일외교장관 ‘위안부’ 문제에 대한 공동기자회견은 피해자의 회복권리를 실현할 수 있는 대안인가(그리고 앞으로 될 수 있나).
2015년 12월 28일에 전격적으로 한국의 윤병세 외교장관과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 외무 대신이 함께 공동기자회견을 발표했던 바 그 문제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합의문’의 문 서도 없이, ‘위안부’ 문제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국제법규를 위반한 것인지도 밝히지 않은 채, 국제기구들의 권고나 보고서는 전혀 고려되지 않았으며, 법적 책임의 인정은 더더욱 아니었다. 이에 따라 일본정부는 그 지급을 약속한 10억엔은 전혀 법적 배상금이 아님도 분명히 하였다.5 조시현이 언명하듯이, “한일 양국 정부가 정식 조약의 길을 가지 않고 법 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정치적 합의에 나선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6 몇 개 월 후 개최된 UN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일본정부가 제출한 정례보고에 대해서 ‘2015년 한일 공동기자회견이 피해자 중심의 접근방법을 취하지 않았고’ ‘피해자들의 구제에 대한 권리를 인정하고 그에 따라 손해배상, 만족, 공식사죄와 재활서비스를 포함하는 완전하고 실효적인 회복과 배상을 제공할 것’ 등을 포함한 최종의견을 낸 바 있다.7
주지하다시피 본 한일 장관의 공동기자회견은 2006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등이 대한 민국을 상대로 청구했던 헌법소원에서 시작되었다. 이 청구에 대해 2011년 헌법재판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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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1, “이시다 일본 외상, “예산 출연해도 국가 배상 아니다”(최종일 기자 입력, 2015.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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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관해서는 다음을 참고할 수 있다: 김창록, “<2015 한일 외교장관 합의>의 실체와 문제점,” 조시현,
“2015 년 한일 외교장관 합의의 법적 함의,” 이나영, “페미니즘 관점에서 본 일본군 ‘위안부’ 운동의 역사와 ‘2015 한일 합의’의 문제점,” 양현아, “2015 년 한일외교장관의 ‘위안부 문제 합의에서 피해자는 어디에 있(었)나,” <’위안부‘ 합의 이대로는 안 된다>, 경인문화사, 2016. 7
Commiitte on the Elimination of Discrimination against Women, Concluding observations on the combined
seventh and eighth periodvc reports of Japan(CEDAW/C/JAPAN/CO/7-8), 2016.03, 위 김창록 외 책의 한글번역문(175-179 면)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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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국민에 대한 ‘외교적 보호권’ 행사에 있어 부작위(한일 청구권 협정의 재협상 을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음)에 따라 위헌상태에 놓여있다고 선고하였다. 이렇게 피 해자의 요청으로 출발한 헌법소원과 그 결정을 숙고할 때, 이후 일본과의 협상을 위해 외교부에 설치했던 관련 TF는 그 정신과 원칙에서 철저히 ‘피해자 중심의 접근’을 취했어 야 함에도 어떤 과정으로 협상이 이루어졌는지 전혀 알기 어려운 ‘커튼 뒤에서’ 그 논의 가 진행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절차가 예언하듯이 피해자와 이 문제를 천착해 온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배제한 채 본 발표를 도출하게 되었다. 이런 점에서, 2015년 공동기자 회견을 통해서 피해자들(좁은 의미의 당사자들 및 이 문제와 관련된 사회공동체의 성원 들)의 요청(need)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기에 기어이 본 손해배상구가 제기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본 재판부가 ‘2015 12.28. 한일 합의가 이 사건 피해자들에 대한 대체적인 권리 수단’이라고 한 언명은 매우 부적절하고 본 청구소송의 개인적 역사적 사회적 취지를 무 시하는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하다면, 피해자의 어떠한 요청이 2015 공동기자회견으로 해소되지 않은 것일까. 그 것은 무엇보다도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 인정의 부재라는 점이다. 토론자는, 이 해소되지 않은 무엇은 손해배상금이라기보다는 “자신들에게 고통을 주어온 일본군 성노예제도라는 불법행위가 일본정부에 의해 자행된 것이다”라는 담백하고도 오해의 여지없는 언명을 공 식 사법부로부터 받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것이 피해자들의 회복의 핵심인 “정 의의 경험”이 아닐까 한다.
돌이켜 보면 일본군’위안부’ 문제의 해결 운동 자체가 피해자 중심의 운동이었고 피해자 의 목소리를 원점으로 했던 ‘아래로부터의 회복 운동’이었다. 이러한 아래로부터의 접근 의 귀중함과 의미를 무시하고 망각한 채 본 재판부는 그동안 실수와 오류를 거듭해 온 ‘위로부터(국가중심의) 회복운동’으로 나아가라고, 게다가 그 방법이 “매우 다양하다”고 안이하게 권고하고 있다. 과연 한국정부와 일본정부는 2015년 한일공동기자회견의 문제 점을 극복하기 위한 ‘추가적인 외교적 교섭을 원활하게’ 수행할지 불확실한 가운데 사법 부가 자신들의 책무를 행정부에 넘겨버리고 말았다. 게다가, 이 공동기자회견의 내용은 피해자들의 법적인 청구권를 다룬 것이 아니었다고 일본과 한국정부가 명백히 말했음에 도 불구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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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일본군대는 딩시 조선에 대해서 “외국의 군대”였는가
본 재판부는 이탈리아의 페리니(Ferrini) 사건을 다루었던 ICJ의 판결(Germany v. Italy, ICJ, 2012.2.3.선고)의 다수의견을 인용하면서 피고가 이 사건 피해자들을 위안부로 차출한 행 위는 “법정지국의 영토 내에서 무력분쟁 과정에서 외국의 군대 또는 그와 협력하는 외국 의 국가기관에 의해 이루어진 행위‘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한다. 법정지국인 대 한민국 영토 내에서 무력분쟁 중의 상황에서 외국 군대에 의해 발생하였으므로 국가면제 가 인정되는 것이 정당하다는 논변을 제시한 것이다(판결문 49-51면). 식민지 시기의 조 선에서 조선인에 대해서 발생한 불법행위에 대해서 일본국과 일본군이 ’외국‘에 해당한다 는 표명은 매우 심각한 언명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은 현재 대한민국의 외국이고 별도의 주권국가인 것은 분명하지만, 불법행위 발생 당시 그것이 불법 강점이라고 할지라도 실정법적으로 조선인은 일본의 차별받는 국민의 일부였고 비록 국적법 등 적용이 배제되는 절름발이 상태였을지라도 현재까지 유효한 사 법부와 행정부의 판결들이 내려졌고 소유관계가 맺어진 시기라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다. 이것이 전부 무효화될 수 없다고 한다면 당시 ‘식민지적 법의 지배’ 상태에 대한 별도의 논구가 필요할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한 논리를 본 재판부가 모두 구성할 수는 없다고 할 지라도 그저 ‘외국의 군대’가 조선에서 불법행위를 저지른 경우라고 보아 국가면제를 인 정한 것은 본 판결의 핵심인 국가면제 이론 구성에도 부족하다고 사료된다.
일본군 성노예제의 피해자 중 조선의 여성들이 가장 다수이고 가장 원거리에서 가장 장 기간의 피해를 겪어야 했던 이유는 조선이 일본 본토로부터 근거리에 놓여 있다는 지정 학적 위치에다가 식민지라는 강점상태로 인한 법적군사적 정치적 지배가 이루어졌다는 점에 기인한다는 것이 본 손해배상 소송의 피해사실의 핵심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조선 인 여성들이 겪은 피해의 ‘모든 곳에’ 조선의 식민지성이 녹아 있다 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을 보지 아니하고 사소화하며 그저 예외적 조건으로 치부하는 대한민국 사법부는 아 직도 ‘식민후기’의 시대에 놓여 있는 것은 아닌지 통렬히 비판한다, 이 사건 피해자를 포 함한 모든 한국의 국민들이 앓고 있는 식민지인이었음의 피해를 선연히 대면하고 새로운 법논리를 구성함으로써 식민지성의 질긴 고리에서 해방되어 ‘정의의 경험’을 하게 해 줄 수 있는 대한민국의 탈(脫) 식민 사법부를 만나기를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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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널 토론 <판결의 비판적 고찰>
국가면제에 관한 두 판결의 주요 내용 비교와 코멘트 박배근 I 부산대학교 로스쿨 교수
1. 일본의 가해 행위의 법적 성질
- 주권적 행위 - 인용 판결 (2021년 1월 8일) · “사법적, 상업적 행위라고 보기는 어렵고, 주권적 행위라고 봄이 상당하다.” - 각하 판결 (2021년 4월 21일) · “피고의 행위는 그 목적, 내용 및 형식 등 모든 측면을 고려하더라도 피고가 사경제주체의 지위에서 행한 것으로 볼 수는 없고, 주권적 행위로 보아야 하 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들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 “이러한 행위는 그 목적, 행위의 주체와 내용에 비추어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하므로 ‘주권적 행위’라고 보아야 하고, 달리 이를 비권력적․사법적 행위(acta jure gestionis)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 “피고의 행위가 이 사건 피해자들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중대한 강행법 규 위반행위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제한적 면제론에서 국가 면제가 인정되는 ‘주권적 행위’(acta jure imperii)는 비권력적․私法的 행위에 상대되는 개념으로 서, 그 본질상 주권의 행사가 어떠한 법적․윤리적 당위를 전제로 한 개념이라 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만약 국가에 의한 공권력의 행사가 잔혹한 방식으로 이루어졌다면 그러한 행위는 위법한 ‘공권력 행사’ 또는 위법한 ‘주권 행사’가 될 뿐이지 그러한 행위의 주권적 행위로서의 성격 자체를 상실한다고 볼 수는 없다.”
ㅇ 인용 판결과 각하 판결 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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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재판권 존부 문제의 판단 근거 법령
- 관습국제법(국제관습법) - 인용 판결 · “대한민국 성문법에 의하여 국가면제의 예외 사유를 정하지 아니하였고, 대한 민국이 유효하게 비준한 국제조약이나 피고와 사이에 체결한 조약이 없는 이 상 일본제국의 주권적 행위에 대하여 대한민국 법원에 재판권이 존재하는지 여부는 국제관습법에 의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다.” - 각하 판결 · “대한민국은 법원의 외국을 상대로 한 민사 재판권 행사에 있어서 국가 면제의 범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한 바 없고, 또한 대한민국과 피고 사이에 상호간의 민사 재판권 인정 여부에 관한 조약도 체결된 바 없으므로, 이 사건에서 피고 에 대한 국가 면제 인정 여부는 오로지 ‘국제 관습법’에 따라 판단되어야 한 다.”
ㅇ 인용 판결과 각하 판결 일치
3. 국가의 주권적 행위에 대한 재판권 면제의 예외 사유
(1) 재판받을 권리의 제한 - 인용 판결 · 헌법상의 재판청구권, 국제인권법상의 재판받을 권리는 함부로 제한할 수 없 다. - 각하 판결 · “국가 면제에 관하여 인정되는 ‘제한적 면제론’에 입각한 국제 관습법 그 자체 가 헌법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고, 또한 이러한 국제 관습법을 이 사건에 적 용한 결과 피고에게 국가 면제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원고 들의 재판청구권 또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권리를 부당하게 제한하는 등 대 한민국 헌법에 위반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 · “대한민국의 외교적 보호권 행사에 의하여 이 사건 피해자들을 위한 대체적인 권리구제수단이 존재한다고 보아야 하므로 ……” · “헌법상 재판청구권은 법률에 의하여 그 내용과 범위가 정해지는 권리로서 당 25
연히 본안 판단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하지 아니하므로, 법률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 국제 관습법에 따른 내재적 제약이 전제된 권리”이다
ㅇ 각하 판결은 헌법상의 재판청구권, 국제인권법상의 재판받을 권리를 함부로 제 한할 수 없지만,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경우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제한될 수 있 다고 본다. 각하 판결은 헌법상의 재판청구권, 국제인권법상의 재판받을 권리를 제한하는 관습국제법상의 주권면제가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정성, 침해의 최 소성을 충족하는 합리적 제한이라고 본다. ㅇ “기본권의 보장을 위한 실효적인 권리인 재판받을 권리를 제한함에 있어서는 지극히 신중하여야 한다.”는 인용 판결의 말은 “신중을 기하면 재판받을 권리를 제한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말로 이해된다. 재판받을 권리에 “신중하여야 한다”는 것은 국가면제 예외 인정의 결정적 근거로는 생각되지 않는다. ㅇ 외교적 보호권 행사에 의한 권리 구제는 재판받을 권리 행사의 결과에 해당하 지 않는다.
(2) 절차법에 의한 실체법상 권리와 질서의 형해화 - 인용 판결 · “절차법은 실체법상의 권리와 상태를 가장 잘 구현하도록 구축되고 해석되어야 한다.” “절차법이 불충분하여 …… 실체법상의 권리나 질서가 형해화되거나 왜 곡되어서는 안 된다.”
(3) 국가면제법의 수정과 변천 - 인용 판결 · “국가면제 이론은 국제질서의 변동에 따라서 계속하여 수정되고 있으며, …… 이러한 변천은 국제법 체계가 개인의 권리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이행한 것을 반영하는 것으로 보인다.”
ㅇ 인용 판결의 용어법을 보면 “국가면제 ‘이론’”을 판단의 근거로 삼고 있음 - “국 가면제 이론” / “국가면제에 관한 국제법” 또는 “국제법상의 국가면제 제도”
(4) 무력분쟁 중의 행위 여부 - 인용 판결 26
· “국가면제 이론에서는 ‘무력분쟁(전쟁) 수행 중’에 …… 행하여진 행위에 대하여 는 재판권이 면제되어야 한다고 보고 있으나, 당시 한반도는 전쟁의 장소가 아니었다. 따라서 일본제국이 ‘위안부’ 동원을 위하여 원고 등을 기망, 납치, 유괴한 행위는 ‘무력분쟁 수행 과정 중’에 발생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 각하 판결 · “법정지국의 영토 내에서 무력 분쟁 과정에서 외국의 군대 또는 그와 협력하는 외국의 국가기관에 의하여 이루어진 행위’에 대하여 국가 면제가 인정된다”는 것이 국가면제에 관한 현행 국제법(lex lata)이다. · 일제의 “위안부 차출행위는 피고의 일시적인 불법 점령상태에 있었던 대한민 국 영토 내에서 이루어진 것으로서, 위 법리가 제시한 ‘법정지국 영토 내에서 이루어진 행위’(acts committed on the territory of the forum State …)에도 해당 한다.” · “무력 분쟁 중 법정지국 영토 내 불법행위에 관하여 국가 면제를 인정한 취지 가, 반드시 현실적으로 전투가 이루어지는 교전 상대국의 국민 또는 그 지역 에 거주하는 민간인을 상대로 이루어진 불법행위에 대하여만 국가 면제가 인 정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
(5) 법정지국 영토 내에서 이루어진 불법행위에 대한 국가면제 - 각하 판결 · “법정지국 영토 내에서 이루어진 불법행위에 해당하는 이상 ‘주권적 행위’라 하 더라도 국가 면제가 부정되어야 한다는 국제 관습법이 새롭게 성립하였다고 볼 수는 없으므로, 없으므로, 외국의 주권적 행위에 관하여는 법정지국 영토 내에서 이루어진 불법행위 여부를 묻지 아니하고 국가 면제가 인정되어야 한 다는 것이 현재의 국제 관습법이라고 보아야 한다.”
ㅇ 인용 판결에서는 다루어지지 아니한 논점
(6) 해석 결과의 불합리성 - 인용 판결 · “법을 해석·적용할 때에는 그 결과를 고려하여야 할 것인데, 해석의 결과 심히 불합리하거나 부당한 결론이 도출된다면 그러한 해석을 배제하는 방안을 강구 해야 한다. …… 국제공동체의 보편적인 가치를 파괴하고 반인권적 행위로 인 27
하여 피해자들에게 극심한 피해를 가하였을 경우까지도 이에 대하여 최종적 수단으로 선택된 민사소송에서 재판권이 면제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 불합 리하고 부당한 결과가 도출된다 ……” · “피고가 인도에 반하는 중대한 불법행위를 저지른 경우까지 피고에 대한 재판 권을 면제한다는 내용의 관습법을 적용하게 되는 경우, 어느 국가가 다른 국 가의 국민에 대하여 인도에 반하는 중범죄를 범하지 못하도록 한 여러 국제협 약에 위반됨에도 이를 제재할 수 없게 되고 이로 인하여 인권을 유린당한 피 해자들은 헌법에서 보장한 재판받을 권리를 박탈당하여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구제받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여 불합리하며 헌법을 최상위 규범으로 하는 법질서 전체의 이념에도 부합하지 아니하여 정당성이 없으므로, ……” - 각하 판결 · “국가 면제에 관하여 인정되는 ‘제한적 면제론’에 입각한 국제 관습법 그 자체 가 헌법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고, 또한 이러한 국제 관습법을 이 사건에 적 용한 결과 피고에게 국가 면제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원고 들의 재판청구권 또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권리를 부당하게 제한하는 등 대 한민국 헌법에 위반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
(7) 구제 수단의 최후성 - 인용 판결 · “원고들로서는 이 사건 소송 외에 구체적인 손해를 배상받을 방법이 요원하다.”
(8) 강행규범 위반과 국가면제 - 인용 판결 · “국가면제 이론은 주권국가를 존중하고 함부로 타국의 재판권에 복종하지 않도 록 하는 의미를 가지는 것이지, 절대규범(국제 강행규범)을 위반하여 타국의 개인에게 큰 손해를 입힌 국가가 국가면제 이론 뒤에 숨어서 배상과 보상을 회피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기 위하여 형성된 것은 아닐 것이므로, 이러한 경 우 국가면제에 관한 국제관습법의 해석에는 예외를 허용해야 함이 상당하다.” - 각하 판결 · “최근 국제 인권법 분야의 발전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강행법규 위반에 관하여 국가 면제를 부정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에 이를 정도로 각국의 국가 실행에 의하여 뒷받침되고 있다고 볼 수도 없다.” 28
· “‘강행법규 위반 행위’에 해당하는 이상 그러한 행위가 주권적 행위라 하더라도 국가 면제가 인정될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에 이를 정도로 각국의 입 법 또는 판결 등 개별 국가들의 실행에 의하여 뒷받침된다고 보기 어려우므 …… ”
ㅇ 인용 판결은 국가면제 제도의 의의, 목적에 비추어 강행규범 위반에서는 국가면 제를 인정하지 않아야 한다는 논리 ㅇ 각하 판결은 국가의 주권적 행위가 강행규범을 위반한 경우 국가면제를 인정하 지 아니한다는 관습국제법은 현행법(lex lata)으로 성립되어 있지 않다는 논리
4. 일반적이고 근본적인 문제들
ㅇ 인용 판결과 기각 판결의 모순은 병리적 현상인가? ㅇ 판결은 올바르거나 잘못된 것인가, 더 설득적이거나 덜 설득적인 것인가? · 판결은 누구에게 설득적이어야 하는가? · 특정 판결의 국내법적 설득력과 국제법적 설득력은 다를 수 있는가? · 특정 판결의 국내사회에서의 설득력과 국제사회에서의 설득력은 다를 수 있는 가? ㅇ “법을 해석·적용할 때에는 그 결과를 고려하여야” 하는가? ㅇ ‘판결’이란 어떠한 성격의 행위인가? 또는 어떠한 성격의 행위라야만 하는가? · “. . . 개별적인 사건들에 제공되는 모든 법적 합리화는 이데올로기적 신화이 다. . . . 따라서 이러한 합리화는 어떠한 내재적인 필연성을 갖고 있지 못하며, 어떠한 비정치적인 이유로도 사회 분쟁에 대해 결정적이고 중립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없다. . . 사물들은 항상 다른 어떤 것일 수 있다. . . ”(원문: The deconstructive strand of realism thus made the serious political charge that all legal rationalizations offered for the existence of a particular state of affairs were ideological myths which denied their own contingency and the contingency of the social relations which they purported merely to represent. These rationalizations had no inherent necessity. No apolitical reason could dictate determinate and neutral resolutions of social conflict. Things could be otherwise.) Peller, Gary, The Metaphysics of American Law, Cal. L. Rev. 73 (1985), 1240 29
김정오, 「비판법학의 원천과 쟁점들」, 한국법철학회 편, 『현대법철학의 흐름』(서울: 법문사, 1996) 所收, 250 쪽 · The position of the judge, as a person called on to resolve a dispute in a manner almost certain to harm one party and benefit the other, is inherently precarious. …… Where will judge look for guidance once they have achieved independence from rank political interference? Richard A. Posner, The Problems of Jurisprudence (Cambridge / London: Harvard University Press, 1990), pp. 6-7 ㅇ decision = rule × fact / decision = stimulation × personality ㅇ 관습국제법은 어떻게 변경될 수 있는가? · ex injuria jus non oritur / ex injuria jus oritur ㅇ 인용 판결은 관습국제법 위반인가? · 국가면제에 관한 국제법의 lex lata의 확인과 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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