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 신호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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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YANG 2021 vol.116

Autumn

신 호 등


최유진

이에스더

황성주

왕왕왕초보

변화

마지막까지 최선을

김지현

이보미

최지원

무념무상

벌써 일년

아구찌ㅁ

김가연 ♬ 빛나는 당신을 위해 – 적재&권진아 ♬

편집장_ 최유진 생명공학과 18학번 HYgyoji@gmail.com 부편집장_ 이에스더 사학과 20학번 esther015@hanyang.ac.kr 편집위원 황성주 신소재공학부 16학번 saint95@hanyang.ac.kr 김지현 정책학과 19학번 thejyeon08@hanyang.ac.kr 이보미 사학과 17학번 onew524u@hanyang.ac.kr 수습위원 최지원 의류학과 19학번 bereno6@hanyang.ac.kr

김가연 국어교육학과 21학번 kayeon0428@hanyang.ac.kr 펴낸이

최유진

엮은이

한양대학교 『한양』 교지편집위원회

주소

서울시 성동구 왕십리로 222 한양대학교 학생회관 4층 교지편집실

전화

010-7688-8151

디자인

(주)티에스업앤업 02-2285-6846

펴낸날

2021 가을

*학생회비에 포함된 교지 대금 2,000원을 내주신 학우 여러분이 『한양』의 주인입니다. *본지는 한양 학우의 소중한 학생회비와 광고비로만 만들어집니다. *본지에 게재된 기사나 사진의 무단 전재 및 복사를 금지합니다. *본지가 나올 수 있게 도움을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HANYANG 2021 vol.116

AUTUMN


목차

004 여는 글

R=VD 2021년 11월 총학생회 선거는 008

무산되지 않는다

022 또 한 번의 ‘불통’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038 을(乙)의 죽음 056 가상화폐라는 백일몽

074 바디 프로필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088 슬기로운 범죄콘텐츠 생활 102 흔들리는 초점 속에서 아날로그 향이

느껴진거야


책 추천

상+

날적이

122 편집위원이 추천하는 도서 목록

128 법제위원회

134 권태

140 편집후기


여는 글

무더운 더위가 한풀 꺾이고 신선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합니다. 파란 하늘과 붉은 낙엽, 화창한 날씨 때문인지 괜히 어딘가로 떠나고 싶은 가을이지만, 아직 우리 사회는 빨간불인지 빼앗긴 일상을 되찾기에는 요원해 보입니다. 『한양』의 이번 가을호의 제목은 ‘신호등’입니다. 거리 위 빨간색, 노란색, 초록색 빚 을 내는 신호등은 우리가 멈춰야 할지, 계속해서 나아가야 할지를 알려줍니다. 빨간 불 에서는 멈춰서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확인해야 하고, 초록 불에서는 멈추지 않 고 계속해서 나아가야 하며, 그 사이 3초의 노란 불에서는 지나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선택해야 합니다. 선선한 가을날, 『한양』은 신호등이 되어 한양대 내부와 우리 사회가 이대로 괜찮은지 되짚어보고자 합니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했던가요. 캠퍼스에서 수업을 듣던 일상이 사라 진 지금, 학교와 학생 간의 관계는 점점 더 서먹하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익숙해져 버 린 학생회장의 공석 위에서, 학교는 언제나 그렇듯 학생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일방적 으로 통보만 하고 있습니다. 학내 언론을 향한 관심마저 사그라지는 요즘, 학생 사회는 빨간 불이 들어와 있는 듯합니다.

혼란스러운 상황은 학교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서로 책임을 미루기만 하는 관리자들 의 관심 밖에, 故 이선호 군은 컨테이너 아래서 젊은 생을 마감해야 했습니다. 화려한 경제 성장 속, 노동자들은 그저 하나의 부품으로 치부되곤 합니다. 언론의 조명이 있을 때만 보여주기식으로 개정되는 느슨한 법망 사이로 기업들은 산업재해의 책임을 교묘 히 피하고 있습니다. 등록금을 벌기 위해, 또는 생활비를 모으기 위해 산업의 현장으로 떠나는 사회 초년생들의 억울한 죽음이 더는 반복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004

여는 글


한편, 흔들리는 경제 속에서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화폐 시장으로 많은 대학 생이 뛰어들고 있습니다. 이는 노동으로 벌 수 있는 소득보다 가상화폐 투기로 운 좋게 벌어들일 수 있는 돈이 더 크게 보였기 때문일 것입니다. 규제도, 원리도 모호한 상태 에서 노란 불이 켜진 가상화폐 거래장으로, 우리는 계속해서 나아가도 될까요?

예쁜 몸을 사진으로 남기는 바디프로필은 이제는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하지만 화려하고 아름다운 사진 뒤에는 극단적인 식단과 가혹한 운동이 숨어있습니다. 오로지 사진 속에서 잘 보이는 몸을 만들기 위해 내면의 건강에 켜진 노란 불에 주의해 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코로나19 속 오히려 초록불이 켜진 미디어의 세계를 들여다보았습니다. 흉흉한 사회 속에서 특히 더 인기를 끌고 있는 범죄콘텐츠와 중고시장에서 활발히 거 래되는 아날로그 카메라는 어떠한 매력으로 우리를 이끄는 것일까요?

방학의 아쉬움과 개강의 설렘이 공존하는 가을입니다. 바쁘게 걸어가는 독자 여러분 들이 『한양』의 신호등 앞에 잠시 멈춰 숨을 고르기를.

『한양』 편집장 최유진 드림

한양 1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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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총학생회 선거제도 편집위원 김지현 thejyeon08@hanyang.ac.kr

02 체육학과&스포츠산업학과 통합 편집위원 김지현 thejyeon08@hanyang.ac.kr 수습위원 김가연 kayeon0428@hanyang.ac.kr

사진= 황성주


P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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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


20XX년, 학생자치의 시대는 완전히 끝났다. 학생들은 스스로의 통치를 거부했고, 전문적이고 효율적인 조직인 학교에게 모든 통치권을 넘겨주었다. 대학은 기업의 관문이 되었고 비효율적인 학과들과 자치조직들은 통폐합되었다. 이 허구의 소설 은 결코 남의 이야기가 아닌, 몇 년 뒤에 입학할 우리 후배들의 이야기다. - 2014년 여름호, ‘대학생 진호 씨의 一日’ 발문 008

학내


# 총학생회 선거제도

R=VD 2021년 11월 총학생회 선거는 무산되지 않는다 편집위원 김지현 thejyeon08@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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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학교 학생 사회는 안녕하십니까 2021년은 총학생회를 겪은 학번이 전무한 해다. 형식상 1학년인 21학번부터 4학년 인 18학번까지, 그간 총학생회가 출범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한양』을 비롯한 교내 언론사에서는 지겹도록 학생 사회의 위기를 연신 보도하고 있지만, 아이 러니하게도 학우들에게는 거리가 먼 이야기다. 총학생회 하에서 학교생활을 한 적이 없으니 그 필요성을 실감할 턱이 없다. 그저 투표소를 지나친 채 교정을 거닐 뿐이다. 총학생회와 관련된 사안은 『한양』의 단골 소재였다. 지난 4년을 되돌아보았을 때, 2018년은 2017 선거 사태와 선거 제도 개편의 필요성, 처음으로 학기 중에 유지되는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에 대한 제언과 총학생회 업무 개편 등 총 4개의 기사에 걸쳐 총학생회를 언급했다. 2019년에도 무너져가는 학생자치를 써냈으며, 2020년에 는 중심 소재는 아니더라도 간접적으로나마 서술했다. 마지막으로 올해인 2021년 역 시 학생 자치의 위기와 총학생회 개혁을 이야기했다. 『한양』은 총학생회를 부단히 다루 며 마주한 현실을 개선하고자 했으나, 야속하게도 2018년 이래로 매년 선거가 무산되 었다. 과연 저조한 투표율만이 문제일까. 경선은 고사하고 단선조차 귀한 상황에서, 우리 학교에서는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이번 봄에 실시된 보궐선거의 예비후보자가 추천인 서명이라는 벽에 부딪혀 정식 후보자 등록에 실패한 것이다. 지금까지 후보자 가 자발적으로 사퇴하지 않는 이상, 예비후보자가 자격을 갖추고 입후보를 해 정식 후 보자가 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기에 충격이 더욱 컸다. 총학생회는 학생 자치 사회의 기둥이라고 불리기에 충분한 만큼, 총학생회의 출발 격인 선거는 매우 중요하다. 다가오는 가을에도 총학생회 선거가 열린다. 선거가 무 산되어 또다시 비대위가 설립되지 않기 위해서는 보궐선거에 나타난 이례적인 현상의 원인이 무엇인지 분석할 필요가 있다. 또한, 그 밖의 총학생회 선거 세칙에도 문제점 이 있는지 살펴보고, 한양대학교 선거는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면 좋을지 고민해보 고자 한다.

010

학내


2021년 3월 11일에 무슨 일이 # 사건 전말 한 가지 가정을 해보자. 당신은 모종의 이유로 총학생회장이 되기로 결심한다. 선거 에 출마해 정식 후보자가 되기 위해서는 3일간 500명의 학우로부터 ‘추천인 서명’을 받 아야 한다. 단, 함께 출마한 부학생회장후보와 단둘이 500명에게 일대일 연락을 취하 는 방식으로 서명을 받아야 하며, 추천인은 반드시 한양대학교 이메일 계정이 있어야 한다. 당신은 3일 동안 추천인 서명 500명 기준을 채울 수 있는가?

총학생회 선거시행세칙 제3조(선거권) 선거권은 한양대학교 총학생회 회원으로 해당학기 등록을 필한 자에 한한다. 제15조 제2항 6. 회원추천서 1부 (다만 총학생회 정부학생회장은 회원 500인 이상, 총여학생회 정부회장은 회원 200인 이상의 서명이 든 추천서를 받아야 한다.) 온라인투표 시행규칙 제14조(온라인 추천인 서명) 한양대학교의 선거를 온라인투표를 진행할 경우, 추천인명부 또한 온라인으로 받 을 수 있다. 추천인명부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정한 양식에 따른다.

위 물음에 긍정의 답변을 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놀랍게도 이 가정은 우리 학교 보궐선거 예비후보자들이 직면한 상황이었다. 한양대학교 선거시행세칙에 따르면, 출마자가 정식 입후보를 하기 위해서는 추천인 서명 500명이 필요하다. 문제 는 지난 1학기 보궐선거가 전면 온라인 투표로 시행되면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중선관위)가 추천인 서명을 받는 방식을 바꿨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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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봄 보궐선거 추천인 서명 제도1) 1. 기간: 2021년 3월 9일(화) 00시 – 3월 11일(목) 18시 2. 방식: 공유된 구글폼을 통해 서명. 이때 한양대학교 구글 계정 필수. 3. 온라인 서명을 받는 주체: 정후보, 부후보 등록을 희망하는 예비후보자 4. 공유 방법 1) 개인 메세지(개인톡)만을 이용하여 받아야 한다. 단체 메시지(전체 공지방 등)에 중 선관위에게 요청을 통해서 공지 형식으로 올릴 수 있다. 개인 메세지 외 중선관위를 통하여 나가는 공지는 추천인 서명 기간 중 각 방식당 1회로 한정한다. 2) 불특정 다수가 접할 수 있는 매체(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그 외 3인 이상이 볼 수 있 는 온라인 공간 등)에 어떤 방식으로든 서명공지(홍보)를 하는 것과 중선관위를 제외 한 타인, 타 기구에게 서명공지(홍보)를 게시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을 금한다.

기존의 추천인 서명은 단순히 강의실에 방문하거나 지나가는 교내 학생들에게 부탁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비대면 체제에서는 오직 카카오톡이나 그 밖의 유 사 어플을 통한 일대일 연락으로 서명을 받도록 했다. 개인 SNS 홍보도 가능했으나 후 보자가 한양대학교 학생 500명과 친분을 쌓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온라인으로 추천인 서명 500명 이상을 받는 것은 상식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워 보인다.

# 추천인 서명 제도의 의의 그렇다면 추천인 서명 제도가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총학생회 산하 기구인 법 제위원회(이하 법제위)와 진행된 서면 인터뷰에서, 법제위는 공직선거법2)과 헌법재

1) 2020 가을 선거에 먼저 도입되었으나 당시에는 예비후보자조차 등록되지 않아 문제시되지 않았다. 2) 공직선거법 제48조(선거권자의 후보자추천) ②무소속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는 관할선거구선거관리 위원회가 후보자등록신청개시일전 5일(大統領의 任期滿了에 의한 選擧에 있어서는 候補者登錄申請 開始日전 30日, 大統領의 闕位로 인한 選擧 등에 있어서는 그 사유가 확정된 후 3日)부터 검인하여 교부하는 추천장을 사용하여 다음 각호에 의하여 선거권자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 <개정 1995. 4. 1., 2000. 2. 16., 2005. 8. 4., 2012. 1. 17.>

012

학내


판소3)의 의견을 바탕으로, 추천인 서명 제도의 의의가 무분별하게 후보자가 등록되는 상황을 막고 추천인 등록단계부터 유권자들의 의사가 반영되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 했다.4) 또한, 추천인 서명 제도의 기준수로 500명이 현재까지 유지될 수 있었던 이유로 두 가 지를 제시했다. 첫째, 한양대학교뿐만 아니라 다수의 대학이 오랜 시간 동안 고수해온 규 정은 일정 수준의 타당성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미 기준수는 고려대학교(600 명), 연세대학교(600명), 중앙대학교(500명) 등에서도 비슷하게 적용되고 있다. 한양대 학교의 경우, 처음 설정된 2003년 이후로 현재까지 개정된 바 없이 이어지고 있다. 둘째, 추천인 정족수 미달로 선거가 무산된 전례가 없는 만큼, 현행 기준이 결코 과하다고 판단 할 수 없다. 따라서 법제위는 지난 3월, 500인의 추천인 서명을 받지 못하여 무산되었던 보궐 선 거의 원인으로 ‘500인’이 지나친 기준이어서가 아니라, 코로나19라는 ‘비대면 상황’의 특수성이라고 지적했다.

# 추천인 서명 제도에 대한 총학생회 선거 후보자들의 생각 추천인 서명 제도를 직접 경험한 총학생회 선거 후보자들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의견을 듣기 위해 재작년 오프라인 총학생회 선거에서 정식 후보자 등록에 성 공한 이상엽 학우(건축학과 17학번)와 올해 보궐 선거에서 예비 후보자에 그친 조성민 학우(정책학과 19학번)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3) 헌재 1996. 8. 29. 96헌마99 판결.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의 무소속 후보자에게 선거권자의 추천을 요 구하는 것은 후보자로 하여금 국민인 선거권자의 추천에 의한 일정한 자격을 갖추게 하여 후보자가 난 립하는 현상을 방지하는 한편, 후보자의 등록단계에서부터 국민의 의사가 반영되도록 함으로써 국민 의 정치적의사가 효과적으로 국정에 반영되도록 하기 위한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4) 2003년도 한양대학교 총학생회칙이 전면 개정된 이후로 18년이 지나 제정자의 명확한 의도를 파악하 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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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추천인 서명 제도에 관해 자유롭게 말씀해주세요. 이상엽: 2019년 당시는 오프라인 선거로 진행되어 강의실을 돌거나 길거리에서 직접 부 탁해 추천인 서명을 받았습니다. 따라서 하나하나 수기로 받아야 한다는 점이 단점이었 습니다. 현재는 비대면 선거로 인해 온라인 서명으로 대체 되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 러나 온라인의 경우 귀찮아서 더욱 추천인 서명 자체에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대면 서명 자체는 부탁하면 그 자리에서 서명하기에 시간이 덜 걸리 지만, 온라인은 서명을 미루다가 잊어버리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보궐선거 사태는 온라인이어도 참여를 이끌어 내지 못한 예비 선거본부의 능력 부 족과 선거 홍보를 못한 비대위 측의 연대책임이 낳은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학생들한테 추천인 서명을 강요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니까요.

조성민: 추천인 500명 제도의 도입 취지는 이해합니다. 다만 학생들 사이에서도 한양 계정과 구글 독스를 이용하여 추천인 서명을 작성하는 방식이 적절한지에 관해 의구심 이 제기되었습니다. 계정 권한과 관련된 오류가 자주 발생하고 이를 설명하는 중선관위 의 설명이 불충분했다고 느껴집니다. 따라서 학생들이 추천서에 서명하는 데에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었고, 자연히 추천 유인이 떨어졌다고 사료됩니다. 또한, 1만 5천 명가량의 유권자 중 정원 외(유학생 등) 인원이 3천 명인 데에 비해 이들 을 위한 공지가 일절 제공되지 않았습니다. 특히 앞서 설명한 구글 독스의 추천방식이 난해한 데, 이와 같은 언어장벽이 결합하여 더욱 큰 문제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입후보의 성립 여부에 대해서는 이견을 제시하지 않고 깨끗이 승복할 예정입 니다. 규정이 옳든, 옳지 않든 간에 그것에 승복하는 것은 선거본부의 문제이기 때문입 니다. 하지만 선거제도에 맞추어 추천인 제도가 적절히 변했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있습 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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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


WHY WHY WHY! 총학생회 선거 후보자들 모두 이번 비대면 선거에 시행된 온라인 서명 제도가 가진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미 코로나19를 1년 여간 겪었기에 그에 따라 비대면 선거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시간이 충분했음에도, 비대위와 중선관위가 마련한 가이드라인에 부족 함이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비대위와 중선관위가 지난 보궐 선거를 보수적으로 운 영한 속내와 2022년도 총학생회 선거의 준비과정에 관해 비대위원장인 엄지윤(경영대 20학번) 및 법제위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한양』: 온라인 선거에 대비해 선거 관련 규정을 바꾸지 못한 이유가 따로 있었는지 궁 금합니다. 엄지윤: 동일한 선거시행세칙으로 작년 단과대 선거가 이루어졌을 때, 관련된 문제점이 나타나지 않아 세칙 변경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또한 현재 코로나 상황으로 인하여 작년도 2차 전학대회부터 계속해서 온라인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학생회칙 제 65조 1항에 따르면,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서의 회칙개정은 사이버공간에서는 할 수 없 습니다. 그렇기에 현재 명문화된 선거 관련 규정을 바꾸는 것은 어렵습니다. 다만 본 내 용은 회칙의 개정에 대해서만 언급하고 있고 세칙에 관한 명문은 없기 때문에 법제위와 논의하여 검토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한양』: 지난 3월에 실시된 보궐 선거를 겪으면서 추천인 서명 제도와 관련된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는지 궁금합니다. 법제위: 추천인 서명은 일대일로 받는 것이 원칙입니다. 이에 대해 선관위에서는 원칙을 따르면서도 비대면인 점을 고려하여 가이드라인 3번5)과 같은 절충안을 마련하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캠퍼스 내 불특정 다수를 직접 마주하며 일대일 서명을 받기 수 월하였던 대면 상황과 달리, 현 비대면 상황에서는 뚜렷한 접점이 없는 타인에게 개인

5) 불특정 다수가 접할 수 있는 매체(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그 외 3인 이상이 볼 수 있는 온라인 공간 등) 에 어떤 방식으로든 서명공지(홍보)를 하는 것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제외한 타인, 타 기구에게 서 명공지(홍보)를 게시해달라고 요청하는 것을 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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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로 서명을 요청해야 하며, 이는 예비 후보자에게 다소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 었을 것입니다. 법제위 역시 해당 연유로 인한 선거 무산에 대해 아쉬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에 비대 면 상황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기존의 원칙을 무조건 고수하기보다는, 온라인투표시행 규칙을 검토해 단체 메시지 공지 횟수를 늘리는 등 유연한 가이드라인을 설정할 수 있 도록 중선관위와의 논의를 고려하고 있습니다.

『한양』: 다가올 가을 선거는 어떻게 준비할 계획이신지 궁금합니다. 엄지윤: 현행 선거시행세칙과 온라인시행세칙의 개정 없이 진행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1 학기 선거관리위원으로 활동하면서 후보들의 추천인 서명 과정이 원활하지 않았던 것 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많은 학우님의 불만이 있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다만 추천인은 입후보를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며, 한양대학교 전체 유권자의 수로 보았 을 때 500명은 결코 큰 장벽이 아닙니다. 공과대학의 경우 500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만 이번 보궐선거에서 문제없이 입후보해 당선되었습니다. 이로 미루어보았을 때, 추천 인 서명이 온라인 상황에서 절대적으로 불가능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학교에서 코로나 상황에 대해 낙관적으로 생각하고 있고 여러 정부 기관에서 11월을 집 단면역 형성의 기점으로 보고 있는 만큼, 이에 발맞춰 오프라인 선거도 진행할 예정입 니다. 추천인 서명과 투표 모두 온·오프라인 병행으로 이루어져 학우님들이 어디에 계 시든 쉽게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선거를 만들고자 합니다. 혹은 타 학교에서 실시된 태 블릿PC를 이용한 오프라인 기표소도 검토하는 등 학우님들의 투표 참여를 최대한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입니다. 또한, 후보자들의 정책이 유권자들에게 충분히 알려지도 록 학내 방송사 및 언론사와 협의하여 적절한 방법을 강구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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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


비대위와 법제위는 추천인 기준수가 보궐선거의 문제점으로 파악하지 않았고, 따라 서 이를 변경하지 않을 것이라 선을 그었다. 그러나 만약 지금까지 추천인 서명을 정후 보와 부후보가 아닌 선거본부원이 대리로 받아 500명을 채웠다면 말이 달라진다. 총학 생회를 비롯한 공대, 자연대, 인문대, 경영대, 경제금융대 등 많은 단과대의 선거시행 세칙6)에서는 대리 서명을 무효로 처리한다고 명시했다. 하지만 취재 과정에서 지금까 지 총학생회, 단과대, 학과를 막론하고 대리 서명이 이뤄져 왔다는 것을 확인했다. 즉, 대리 서명이 관행으로 자리 잡은 실정에서, 이러한 시행세칙은 유명무실에 불과하며 이를 모르는 학우들이 대다수이다. 모든 학생회장 후보들이 대리 서명으로 추천인 서 명의 기준수를 채우지 않았겠지만, 또 그러지 않았길 바라지만, ‘선거본부원의 대리 서 명’이라는 관행이 존재한다는 것부터가 이미 추천인 기준수를 충족하기 어렵다는 것을 방증한다. 후보자들이 세칙을 어기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라도 비대위와 법제위, 중선 관위는 해당 사안을 파악해 조속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추천인 서명을 받는 방식에서 두 기구 간에 이견이 존재하는 만큼 충분한 논의 가 필요하다. 명심해야 할 점은 이번 추천인 서명 기준을 둘러싸고 예비 후보자와 유권 자 모두로부터 불만이 나왔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존 방식을 유지하는 것이 아닌, 예비 후보자와 유권자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 생하더라도 선거가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6) 1. 총학생회 선거시행세칙 제15조 제2항 제7호 후문 대리서명의 경우 해당 서명에 한해 무효로 간주 한다. 2. 경영대학 선거시행세칙 제15조 제2항 제6호 회원 100인 이상의 회원추천서 1부(한 사람이 특정 후보에게 2번 이상 추천했을 경우 1번으로 간주하고 두 후보 이상의 후보에게 복수 추천이 가능 하다. 대리서명의 경우 해당 서명에 한해 무효로 간주한다.) 3. 경제금융대학 선거시행세칙 제15조 제 2항 제7호 후문 대리서명의 경우 해당 서명에 한해 무효로 간주한다. 4. 공과대학 선거시행세칙 제15 조의2 제3항 대리서명의 겨우 해당 서명에 한해 무효로 간주한다. 5. 자연과학대학 선거시행세칙 제 14조 제2항 제5호 회원 추천서 1부(자연대 정부학생회장은 회원 200인 이상의 서명이 든 추천서를 받아야 한다. 과 정부학생회장은 회원 70인 이상의 서명이 든 추천서를 받아야 한다. 한 사람은 특정 후보에게 2번 이상 추천했을 경우 1번으로 간주하고 두 후보 이상의 후보에게 복수 추천이 가능하다. 대리 서명의 경우 해당 서명에 한해 무효로 간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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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고 더블로 가! 총학생회칙 제61조(선거방법) ⑥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총학생회 정·부학생회장 선거 시 총 투표자가 전체 유권자 의 과반수 이상일 때 개표가 가능하며, 결과에 따라 당선을 공고한다. ⑧ 위 ⑥,⑦항에 관련하여 투표자 수가 전체 유권자의 과반수에 미달할 경우, 중앙선거 관리위원회는 재선거를 공고한다. ⑨ 나머지 단위 학생회의 선거는 총학생회 정·부학생회장 선거 방법에 준하여 정한다. 2017년 제46대 총학생회 선거

투표율 미달 (36.45%)

재선거 : 입후보 없음

2018년 제47대 총학생회 선거

투표율 미달 (42.94%)

재선거 : 입후보 없음

2019년 제48대 총학생회 선거

투표율 미달 (44.84%)

재선거 : 입후보 없음

2020년 제49대 총학생회 선거

입후보 없음

▲ 지난 4년간 총학생회 선거 결과

한양대학교 경영대학학생회칙일부회칙개정안 (한양대학교경영대학 법제위원회 제안,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정학생회장 발의)

제안이유 및 주요내용 현행 개표 요건 50%(투표율)에 대한 논리적 당위성, 절대적 기준은 없다고 판단한다. 투표의 권리(투표권)가 경영대학 회원(학생) 모두에게 보장되어 있기 때문에 개표 요건을 삭제하는 것이 민주주의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개표함을 열어 결과에 대한 경영대학의 방향성을 아는 것이 본 회의 목적에 부합하다고 생각한다. 당선 요건에 대한 근거는 학생사회 학생회칙(선거) 및

발의 번호

20005

제안연월일 : 2020. 11.. 2. 제 안 자 :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법 제위원회 김석찬, 최선관, 권우성, 김영민, 노희정,

선거시행세칙의 근간이 되는 공직선거법의 대통령 선출조항에서 찾는다. 또한 대한민국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근본 규범인 헌법에도 대통령 선출에 대 한 조항이 등재되어 있는데 경선일 경우 최다득표자, 단선일 경우 총유권자 수의 3분의 1 이상의 득표수(투표에서 얻은 찬성표의 수)를 얻어야 한다는 내 용이 명시되어 있다. 이는 대한민국 국가원수에 대한 민주적 정당성을 제고하

정소희, 오대균, 고세재,

기 위함이며 경영대학 학생회장 선출 역시 이러한 당선 요건에 근거하여 당위

고수영 위원

성을 부여한다.

발의연월일 : 2020. 11. 3. 발 의 자 :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정학생회장 김석찬

* 대한민국 헌법 제4장 정부 제1절 대통령 제16조 ③ 대통령후보자가 1인일 때에는 그 득표수가 선거권자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아니면 대통령으로 당선될 수 없다. * 공직선거법 제12장 당선인 제187조 (대통령당선인의 결정 · 공고 · 통지) ① 대통령선거에 있어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유효투표의 다수를 얻은 자를 당선인으로 결정 하고, 이를 국회의장에게 통지하여야 한다. 다만, 후보자가 1인인 때에는 그 득표수가 선거권자총 수의 3분의 1 이상에 달하여야 당선인으로 결정한다.

▲ 2020년 11월 6일, 제4차 경영대학학생대표자회의에서 개표 요건인 투표율 50% 삭제 (출처: 페이스북 한양대학교 제21대 경영대학 학생회 하루 ; 매일을 선물하다)

018

학내


추천인 서명 외에도 선거와 관련된 조항에서 우리가 또 살펴봐야 할 것으로 개표 투 표율 기준이 있다. 2018년과 2019년은 투표율이 40%였으나, 과반수가 되어야 개표할 수 있다는 조항으로 인해 아쉽게 무산되었다. 학생회가 학생 자치 사회의 출발점이라 고 해도 과언이 아님에도, 이러한 조항은 오히려 학생들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80·90년대처럼 학생운동이 활발하지 않은 현 실정을 고려해 개정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변경되었다고 짐작할 수 있는 해가 2007년인데, 이조차도 꽤 오래된 일이라 제·개정할 명분은 충분하다. 일례로 일부 단과대의 개표 투표율 기준은 50% 에 미치지 않는다.7) 경영대학은 개표 요건이었던 투표율 50%에 대한 논리적 당위성, 절대적 기준은 없다고 판단하여 개표 투표율 기준을 삭제했다. 법제위 또한 “점차 학 생들이 학생사회에 가지는 관심이 떨어지고 이로 인해 투표율이 하락하는 상황 속에서 총학생회가 구성되기 위해서는 개표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법제위원회 공통의 의견 이 있었습니다”라고 밝혔기에, 다가올 제50대 총학생회 선거 전까지 관련 조항이 개정 되길 소망해본다.

7) 1. 건축계열 학생회칙 제26조 제4항 본문 개표는 투표 셋째 날 투표율이 40%를 초과한 경우에만 진 행한다. 2. 공과대학 선거시행세칙 제25조의2 제1항 공대선거관리위원회에서 지정한 투표율 내에 투 표자 수가 전체 유권자의 33.3%를 넘지 않았을 경우, 공대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연장투표를 1일간 실시할 수 있다.

한양 116호

019


학우들의 관심이 한 발짝 두 발짝 멀어지면 우리가 세 발짝 다가갈게 학생운동이 가장 활발했던 1980년대의 중심에는 한양대학교 학생들이 있었다. 그 러나 과거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현재는 서울권 주요 대학에서 비대위 체제가 5년간 이어진 유일한 학교라는 오명을 쓰게 되었다. 이미 비대위는 턱없이 부족한 집행인원, 기존 단과대 또는 학과 학생회 업무 병행, 그 로 인해 맞닥뜨리게 되는 비대위 업무 진행의 한계, 근본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는 대표 성 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게다가 코로나19로 인해 신경 써야 할 부분이 크게 늘 었기에, 비대위는 현재 버티고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노력을 들여야 하는 상황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총학생회의 수립은 분명히 필요하다. 비대면 상황에서의 추천인 서명 제도 검토 및 개표 투표율 기준 완화 등을 통해 2021년 제50대 총학생회 선거부터는 더 이상 무산을 겪지 않길 희망하고 있다. 다만 이 모든 것의 전제는 학우 여러분들의 열정적인 참여이다. 선거제도를 바꾼다 고 한들, 선거에 대한 학우들의 관심이 저조하다면 결국 말짱 도루묵이다. 제도 개편이 라는 노력이 총학생회 수립이라는 결실로 맺어지게끔 학생 사회에 많은 관심이 이어지 길 바란다.

020

학내


고민 중이니?

수습위원 모집 대

상 3학기 이상 활동 가능한 한양대학교 재학생

전 한양대 유일의 자치 언론 기구에서 편집권을 보장받고 글을 쓸 수 있습니다.

사회를 바라보는 폭넓은 시각을 가질 수 있습니다.

글쓰기 능력을 함양할 수 있습니다.

편집위원부터 미디어장학금(등록금의 30%)과 명함을 받을 수 있습니다.

편집실 비품(에어컨, 컴퓨터, 프린터, 쇼파, 복사기, 냉장고 등)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학과의 선배·동기·후배를 만날 수 있습니다.

지원방법 아래로 연락주시거나 학생회관 4층 편집실에 배치된 지원서를 작성해 제출해주세요

『한양』 교지편집위원회 편집장 김지현 010-4653-6855/HYgyoji@gmail.com


# 체육학과&스포츠산업학과 통합

또 한 번의 ‘불통’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편집위원 김지현 thejyeon08@hanyang.ac.kr 수습위원 김가연 kayeon0428@hanyang.ac.kr

022

학내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nothing to lose이고 상당한 something to gain이 존재하는 통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조성식 예술체육대학 학장과의 서면 인터뷰 中

한양 1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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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 학교했다 날이면 날마다 오는 학교의 학생 외면하기는 지난 1학기에도 어김없이 일어났다. 이 번에는 체육학과와 스포츠산업학과의 통합 사건이다. 우리는 재작년부터 시작된 통합 관련 논의를 올해 3월,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의 발표 전까지 전혀 알아채지 못 했다. 학생들은 왜 학내 사안의 논의 테이블에서 늘 소외되는 것일까. 학교가 정상적으 로 일을 처리했다면 학생들이 이를 몰랐을 리가 만무하다. 문제는 학교의 만행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2019년, 모든 단과대의 벽을 대자보로 장식했던 인텔리전스컴퓨팅학부 신설로 인한 학과 정원 감축 사건을 기억하 는가. 40명 정원의 인텔리전스컴퓨팅학부 신설을 위해 9개의 단과대, 30개의 학부(과) 에서 총 40명의 정원이 축소되었고, 그 과정에서 학생들의 의견 수렴은 일절 없었다. 학교 본부의 일방적인 행정 처리 후 학생들에게 결과를 통보하는 일련의 방식이 2년이 지난 지금, 똑같은 모습으로 나타났다. 학생들을 외면하는 행정이 또 한 번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이를 향한 학우들 의 관심은 매우 저조하다. 상당수의 학과에 영향을 미쳤던 인텔리전스컴퓨팅학부와 달 리 일부 학과에 한정된 사안이기 때문일까. 그러나 이 일을 다루지 않은 채 넘어간다 면, 독자 여러분의 학과에서도 학교의 만행이 자행될지도 모른다. 따라서 『한양』은 체육학과와 스포츠산업학과의 통합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시간 순 서로 살펴보고, 이에 대한 학생과 학교 측의 입장을 각각 알아보았다. 이를 통해 학우 들의 관심을 환기하고 학교의 불통을 저지하는 발판이 만들어지길 바란다.

024

학내


꼬리에 꼬리를 문 그 날의 이야기 지난 3월 25일, 2021년도 제1차 대학평의원회의 회의록이 한양대학교 총학생회 SNS에 공지되자 체육학과 및 스포츠산업학과 재학생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 다. 제1차 대학평의원회의에서는 체육학과 및 스포츠산업학과를 통합하여 ‘스포츠산업 과학부’로 명칭을 변경하는 안이 제시되었다. 나아가 학부제로 운영해 1,2학년은 공통 과목을 배우게 하고 3학년부터 체육학과는 체육학 전공으로, 스포츠산업학과는 스포 츠매니지먼트 전공으로 변경한 새 명칭의 세부전공으로 나누어 운영할 예정이라고 발 표했다. 이후 제2차 대학평의원회의에서는 체육학 전공의 명칭을 스포츠사이언스 전 공으로 변경하는 안을 제시했다. 본교는 총장 주관 기획위원회 및 교무위원회 회의에서 학부 통합과 더불어 체육 전 공 명칭에 대한 변경요구가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시대 흐름에 맞는 학과 명 칭 변경의 목적으로 이와 같은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이후 체육학과 교수회의에서 해 당 안이 만장일치로 가결되었기에 체육학과 명칭을 변경하기로 한 것이다. 학교 측은 3월 3일에 진행된 체육학과 및 스포츠산업학과 교수들의 대학평의원회 회의록에서 ‘동 문회가 학생 간의 의견수렴을 거쳐서 이런 식으로 진행하겠다’라는 내용이 있어 재학 생들의 동의가 있었을 것이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학생들은 오히려 의견수 렴의 과정은 없었고 대학평의원회에서 결론이 난 학과 통폐합 관련 공지를 일방적으로 통보받았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본교는 학위명과 같은 경우에도 학과의 정 체성을 우려하여 재학생들에게는 선택권이 있다고 말하며 통합 사건이 일방적으로 내 린 결정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회의록을 직접 접하지 못한 학생들은 총학생회 SNS에 게재된 회의록 정리 기록을 통해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되었고, 더욱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소통의 부재가 돋보이는 사건이 과거에도 있었던 만큼, 불통하는 학교 의 태도가 이제는 익숙해져 버린 안타까운 상황이다.

한양 116호

025


체육학과와 스포츠산업학과의 학과 통합 2019~ 대학본부와 협의를 통해 양 학과 교수진 구성에서 균형이 이루어지는 과 정을 거치며, 하나의 학부로 통합하는 것으로 논의 2020.04

논의 결과, 학과 통합을 결정

21.03.03

체육학과,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회의 진행

체육학과 교수회의에서 체육전공 명칭 변경에 있어 만장일치로 가결

학생 간의 의견수렴 거쳐 진행하겠다고 약속

21.03.19 제1차 대학평의원회 심의, 체육학과, 스포츠산업학과 통합시켜 ‘스포츠 산업과학부’로 명칭 변경 제안

공지를 본 학생들, 통합 사실 전혀 알지 못했다고 주장

21.03.25

제1차 대학평의원회 회의록, 총학생회 SNS를 통해 공지

21.04.15 제2차 대학평의원회 심의, 체육학 전공 → 스포츠사이언스 전공으로 명칭 변경 제안

본교, 재학생들에게는 선택의 상황이 있을 것, 일방적 조치 아니라고 주장

제2차 대학평의원회 심의 결과 공지된 후 또 다시 학생들은 당혹감을 느낌

2차 결과가 공지된 후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학우들도 많음

▲ 통합 사건에 대한 교내 익명 커뮤니티의 반응 (출처: 에브리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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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


문제야 문제 이 통합 속에 똑같은 불통 행정이 # 흐린 기억 속의 전공 스포츠산업학과 학생회와 실시한 인터뷰에 따르면, 체육학과는 신체해부학, 운동역 학, 영양 등 신체와 관련된 과목과 실기 수업을 바탕으로 실제 지도 능력을 갖춘 전문 기능인을 양성한다. 반면, 스포츠산업학과는 스포츠 산업 속 경영, 경제, 방송미디어 등을 배워 스포츠산업 분야의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한다. 가령 선수, 코치진, 트레이 너 등은 체육학과에서, 구단과 리그 관계자, 기자, 스폰서기업의 마케팅 등은 스포츠산 업학과에서 지향하는 진로라고 할 수 있다. 학교 측은 스포츠산업과학부의 출범이 두 전공 간의 시너지 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스포츠사이언스 전공(체육학과)은 스포츠매지니먼트 전공 수업을 통해 스포 츠산업화가 가능하고, 스포츠매니지먼트 전공(스포츠산업학과)은 기존 스포츠산업에 헬스·바이오·테크놀로지를 융합해 스포츠과학 분야를 심도 있게 탐구할 수 있다는 점이 의의였다. 그러나 학부제 운영 방식이 1, 2학년 공통 과목 수강, 3학년 진입 전 세부 전공 선 택‘이 아니라 신입생 모집부터 분리 선발인 만큼, 학부제의 실효성에 관해 의문이 제기 되는 것은 사실이다. 이에 익명으로 인터뷰에 응한 스포츠산업학과 18학번 학우도 같 은 의견을 내놓았다. 그뿐만 아니라 그는 1, 2학년 때 수강할 과목은 각 전공의 기초나 입문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4년의 과정도 현장에서 요구하는 전문성과 경험을 쌓기 에 부족한 만큼, 세부 전공에서는 다루지 않게 될 내용을 위해 한 학기 이상을 낭비하 는 것이 아닐지 우려를 표했다. 결국 졸업 및 취업 설계 과정에 있어 상당한 어려움을 일으킬 것으로 바라봤다. 또한 기존의 시스템에서 두 과의 학문적 교류를 활성화할 방 안1)을 먼저 시도하지 않은 것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1) 두 학과 간의 다중전공 지원 정책, 공동학회 및 학생회 활성화, 동문회 아카이브 통합, 취·창업 공동 지원 등

한양 1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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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의 보여주기식 행정처리 체육학과와 스포츠산업학과 통합 사건에서 우리가 가장 주목해야 할 점은 학교 측의 태도이다. 가장 큰 문제점으로 2가지를 꼽을 수 있는데, 하나는 22학번의 원서접수가 얼마 남지 않았음에도 커리큘럼이 미확정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미 학교 관계자끼 리 결정을 끝내놓은 뒤에야 학생들과의 소통을 운운한 것이다.

커리큘럼 미확정 4월 5일 ‘교수진&체육학과&스포츠산업학과 미팅 회의록’에 따르면 스포츠산업과학 부의 공통과목 편성이 아직 협의 중이며 2학기부터 정식으로 논의될 예정이라고 한다. 수시 원서 접수가 당장 9월인데 현재까지 논의가 되지 않았다는 것은 수험생들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것이다. 커리큘럼을 확인하고 수시 지원하는 수험생도 분명 있을 터, 이들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안고 지원하거나 오히려 그로 인해 지원을 포기하게 될 수도 있다.

껍데기만 남은 소통 4월 6일 신입생 소통위원회에서 학생처장은 재논의가 번복되기 힘들 거라고 말하 며, 이번 건에 학생들의 의견이 적극적으로 반영되기 위해선 교수진과 학생들의 정기 적인 소통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반대로, 4월 15일 제2차 대학평의원회에서 의장은 해당 안건에 대해서는 철회가 불가능하나, 학생들의 의견을 모았을 때 관련 사 안에 대해 반대의 의견이 절대적이라면 이후 정식 안건으로 상정하여 변경 가능하다고 밝혔다.

028

학내


‘학부 신설 및 학제 운영 방식’에 대한 찬반 투표

‘스포츠산업학과 명칭 변경’에 대한 찬반 투표

응답 206개

응답 206개

15% 4.4% 80.6%

11.2% ● 반대한다

● 반대한다 7.3%

● 잘 모르겠다 ● 찬성한다

81.6%

● 잘 모르겠다 ● 찬성한다

문제는 4월 4일 ‘체육학과와의 학부 통합 및 학과 명칭 변경’에 대한 의견에서 스포 츠산업학과 학생들은 이미 절대적으로 반대를 표명했다는 점이다. 이 같은 설문조사는 해당 사안이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주지만, 이후 제3차 대학평의원회 회의에 체육학과와 스포츠산업학과 통합 관련 사안은 안건으로 상정되지도 않았다. 학교가 짜놓은 판 위에 학생과 교수와의 정기적인 소통으로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한 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간의 행적으로 학교는 학생들의 신뢰를 크게 저버렸다. 반 성하는 태도나 개선의 노력은커녕 지속적으로 불통의 모습을 보여준 학교 입에서 소통 이 언급되는 모습은 양심이 있는지 의구심을 들게 한다. 그뿐만 아니라 학교 본부 내의 소통도 원활하게 이뤄지는지 의심스럽다. 4월 6일 사안이 번복되기 힘들다는 학생처장 의 발언은 불과 10여 일 만에 4월 15일 대학평의원회 의장의 변경가능하다는 말과 상충 하였다. 설사 학생들의 적극적인 추진으로 재논의가 진행되어 없던 일로 바뀌게 되어도, 곧 있을 22학번 신입생 모집 계획이 아예 틀어지게 된다. 사실상 학교 측은 재논의를 할 생각이 없는 것이다. 기존 재학생들을 희망 고문하고 22학번에게 불안감을 심어준 학 교 측의 대책 없는 발언은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한양 116호

029


동상이몽 同床異夢 # 재학생들의 목소리2) 이번 통합 관련 사건이 일어난 후, 재학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통합의 문제를 떠나 일말의 소통없이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재학생들은 당혹감과 더불어 실망감과 분노로 표출된 것이다. 이를 알아보기 위해 재학생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았다.

『한양』: 학과 통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체육학과 재학생A: 아직 정확한 이유와 필요성을 모르겠습니다. 스포츠산업학과 재학생B: 너무 갑작스럽고 통보식으로 이루어져 당황스럽게 생각합니다. 스포츠산업학과 재학생C,D,E: 학과 통합에 있어 반대합니다.

『한양』: 학교의 행정처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체육학과 재학생A: 이번 통합문제에 있어서 지나치게 독단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스포츠산업학과 재학생B: 학생과의 소통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느꼈습니다. 이번 연도에 입학한 저로서, 이러한 사실을 입학 전에 미리 공지라도 했으면 절대 이 학교를 지망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스포츠산업학과 재학생C,D: 일방적인 통보의 형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체육학과 재학생F: 뒤늦은 통보의 행정처리는 불쾌했습니다.

『한양』: 학교 측의 입장대로 진행이 된다면 내년부터 스포츠산업과학부로 바뀌게 되는 데 이러한 미래에 대한 생각이 궁금합니다. 체육학과 재학생A: 학부명이 바뀌는데 있어서 주변의 인식에 조금은 차이가 있을 수 있 다고 생각하지만 솔직히 무슨 소용이 있나 싶습니다. 스포츠산업학과 재학생C: 과에 대한 혐오감이 들고, 자신감이 하락될 것 같습니다.

2) 구글폼으로 7월 16일부터 20일까지 진행된 ‘체육학과&스포츠산업학과 통합 관련 재학생 설문조사’의 응답자료 및 스포츠산업학과 측에서 제공한 설문지 자료를 토대로 작성했다.

030

학내


스포츠산업학과 재학생D: 과 특성에 맞지 않은 실기 수업이 늘어나 실질적인 이론 지식 을 배우는 시간이 부족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포츠산업학과 재학생G: 스포츠산업학과가 2007년부터 이어온 정체성을 굳이 변경해 야 할 타당한 이유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타대학의 스포츠 관련 학과와는 달리 한양 대학교 스포츠산업학과만이 가졌던 특색과 역사를 잃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많은 타대학에서 체육학과를 스포츠 관련 학부로 명칭을 바꾸고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한 양대 스포츠산업학과는 학과 특성을 유지해왔고 다전공이나 취업 시에도 메리트가 있 습니다. 명칭 변경이 오히려 기존의 학과 특성을 좁히고 국한한다고 생각합니다.

# 학생회의 목소리 위의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 학교의 독단적인 통폐합 결정에 대해 대부분의 재학생들 이 회의감을 느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소통이 부재한 이러한 상황에서 학생회는 학교 와 학생 사이에서 해결책을 모색해 나갈 필요가 있다. 『한양』은 학생들의 방향성에 대 해 묻고자 스포츠산업학과 및 체육학과 학생회와의 서면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한양』: 통합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궁금합니다. 스포츠산업학과: 스포츠산업과학부의 출범이 학부생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라 생각합니다. 스포츠산업학과와 체육학과의 학부 통합은 각 전공의 특색을 유지한 채 각 전공 간의 교류를 통해 오히려 융복합적인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 생 각합니다. 스포츠산업과학부는 이름만 바뀌었을 뿐, 기존의 커리큘럼과 시스템은 비슷 합니다. 교수님께서는 '인구 감소로 인한 학과 통합 및 축소가 앞으로 일어날 일이고 시 대의 흐름을 앞장서서 받아들여야 되지 않겠냐'라고 하셨지만, 학생들과의 논의 없이 교 수진과 학교 측의 동의만으로 어떠한 공지도 받지 못한 채 학부 통합이 결정되는 과정 에는 분명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한양 116호

031


『한양』: 이번 학교의 독단적 행동으로 학생들의 피해와 학과 내 분위기는 어떠한지 궁 금합니다. 스포츠산업학과: 스포츠산업학과 학생회는 구글폼 설문을 통해 학과 전체 학생들의 의 견과 질문을 수합했습니다. 가장 많이 한 질문은 ‘어째서 상의 없이 학과 통합을 진행하 는지’와 ‘통합을 진행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였습니다. 주요 질문을 바탕으로 스포츠산업 학과 학생회는 4월 15일 스포츠산업학과 간담회를 진행했습니다. 간담회에서 교수님들 께서 학부 통합을 결정하게 된 배경, 학부 통합의 장점 등을 설명해 주셨고 설명을 들은 후에는 대부분 학과생들이 학부 통합에 대해 수용하게 됐습니다. 체육학과: 해당 사안을 접한 직후 진행된 구글 폼 조사에서는 통합 과정에 학생들의 의 견 수렴 과정이 빠진 것에 대해서 의구심과 분노를 표출하는 응답이 많이 제출되었습니 다. 통합에 찬성하는 의견과 반대하는 의견이 혼재했으나, 공통적으로 통합과 관련한 정 보가 많이 주어지지 않았기에 통합의 명분과 방향에 대해서 궁금증을 가진 학우들이 많 았습니다. 이후 진행된 체육학과 간담회에서 기존 체육학과의 명성과 지향점은 유지하 되, 앞으로 변화할 시대에 맞춰 폭넓은 학문에 대한 배움을 기대하는 방향으로 통합이 이루어진다는 교수님들의 설명이 있었기에 통합의 궁금증은 다소 해결되었다고 생각합 니다.

『한양』: 9월 말 체육학과와 스포츠산업학과의 통합 간담회를 준비 중에 있다고 알고 있 습니다. 이에 관련하여 어떤 식으로 학생들의 의견을 대변할 것인지 계획하는 바에 대 해서도 궁금합니다. 스포츠산업학과: 현재 스포츠산업과학부의 출범은 다음 해인 2022년부터로 확정됐지만 실제 커리큘럼 및 시스템 등 확정되지 않은 부분이 많습니다. 이에 스포츠산업학과와 체육학과 학생회는 방학기간 동안 예술체육대학 학장님을 비롯한 학과 교수님을 만나 뵙고 새로운 교과목 개설과 세부사항에 학생들의 의견을 녹여낼 예정입니다. 실제로 학 생들이 원하는 과목 또는 취업에 도움이 될 강좌는 어떤 것이 있을지 조사하고 이를 바 탕으로 9월 말에 스포츠산업과학부 통합 간담회를 논의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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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


체육학과: 통합 간담회에서는 스포츠산업과학부의 세부 커리큘럼을 비롯해 아직 확실 히 정해지지 않은 부분들에 대해서 다룰 예정입니다. 또한 단순히 학부로 통합되는 것 에 그치지 않고 학부 내의 모든 학생들이 교류를 통해 친밀감과 소속감을 가질 수 있도 록 두 학과의 통합 행사도 함께 준비 중에 있습니다. 이를 통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통합 을 이끌고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는 학생회가 되겠습니다.

재학생들의 인터뷰를 통해 학교에 배신감을 느낀 그들의 심정을 알 수 있었다. 특히 신입생에게 이러한 갑작스러운 통보는 학교에 입학한 것이 후회가 될 정도로 실망감을 안겼던 것으로 보인다. 재학생들은 학교가 단독으로 행정처리를 함에 있어 큰 실망감 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체육학과 및 스포츠산업학과의 학생회는 이번 사건 을 통해 학교와 학생 간의 소통의 부재를 해결해 나가기 위해 ‘소통의 창’을 구축해 나 가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학교는 이러한 학생들의 노력에 부응하여 정상적인 행정처리를 위해 힘써야 할 것이다.

# 학교의 목소리 그렇다면 학교는 통합 사안을 정확히 언제부터 논의하고, 통합을 결정하게 된 근거 는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학생들이 배제될 수밖에 없었던 특별한 이유가 있었을까. 이에 대한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조성식 예술체육대학 학장(이하 조성식)과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한양』: 언제부터 ‘체육학과와 스포츠산업학과 통합’에 대해 논의했는지 궁금합니다. 조성식: 양 학과는 2006년까지 하나의 학과(체육학과)로 있다가 2007년 신입생부터 체 육학과(스포츠과학 중심)와 스포츠산업학과(스포츠사회과학·스포츠경영학 중심) 학과 로 분리되어 2개의 독립된 학과로 존재했습니다. 그러나 2010년대 후부터 헬스, 바이오, 헬스테크놀러지 분야에 대한 사회적, 산업적, 국가 정책적 수요가 크게 증가하면서 스포 츠과학 분야에서 헬스에 대한 사회적·산업적 이해가 요구되었습니다. 스포츠산업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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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에서도 헬스·바이오·헬스테크놀러지에 대한 과학적·학문적 이해가 요구되어, 양 분야에 통합 필요성이 제기되었습니다. 이에 2019년부터 대학 본부와 협의를 통해 양 학과 교수진 구성에서 균형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거치며, 하나의 학부로 통합하는 것으 로 논의하고 2020년 4월경에 통합을 결정했습니다.

『한양』: ‘체육학과와 스포츠산업학과 통합’이라는 결정을 내린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조성식: 하나의 스포츠를 다루는 학문이기에 자연과학적(체육학과 교육내용), 인문과 학적(체육학과 및 스포츠산업학과 교육내용), 사회과학적·경영학적(스포츠산업학과 교육내용) 접근의 통합적 교육이 이루어지는 것이 훨씬 학생들의 커리어 개발 및 진 로·취업에 유리하다고 판단됩니다.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nothing to lose이고 상당한 something to gain이기에” 존재하는 통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양』: 논의 과정에서 학교가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못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조성식: 두 개의 학과가 하나의 학부로 통합되는 과정은 학교 본부와 학과 간의 고도의 전략적 결정 과정으로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어려웠습니다. 또한, 재학생들에게 전 혀 피해가 가지 않는 통합(전공 수강 선택 폭 확대, 상대방 전공 복수전공·다중전공· 부전공 기회 수월, 향후 전과도 가능, 전임교수 수업 수강 기회 확대 등)이기에 사전에 양해를 구하고 협의하는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았습니다.

학교는 소통의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않았다. 학생들에게 득만 되지, 실은 결단코 없 으니 학교 관계자끼리만 논의해도 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통합 사실을 알았더라면 본교에 지원하지 않았을 거라는 학우가 있듯, 우리는 대학 자치권과 자율권을 가지는 엄연한 주체임에도 그 권리를 행사할 기회를 박탈당했다. 그저 시키는 대로 따르기만 하라는 학교 측의 태도에 학생들은 실소만 지을 뿐이다.

034

학내


이제 그만, 소통을 해야 할 때 이번 통합 사건은 단순 체육학과, 스포츠산업학과 학생들만의 일이 아닌 우리 전체 학생들에게도 생각해 봐야 할 일이다. 2019년도 인텔리전스컴퓨팅학부 신설과 2021년 도 체육학과와 스포츠산업학과의 통합은 표면적으로는 매우 상이한 일이나, 그 이면 을 보면 모두 학교의 졸속행정의 결과라는 점에서 아주 닮아있다. 또한, 인텔리전스컴 퓨팅학부 정원축소 사건에 관해 『한양』은 학교 측에 꾸준히 연락을 시도하며 그 이유를 묻고자 하였으나 학교는 단 한 번도 응해주지 않았다. 제2차 대학평의원회 기록에 보면 ‘사실 천천히 할 수도 있으나 급변하는 사회 속에 서 인재를 내기 위해서 발 빠른 움직임이 필요하며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 다’고 말한다. 대학은 급변하는 사회에 발맞추기만 급급해서 재학생들을 우선시하지 않았던 것인가? 시대 흐름을 따를 순 있어도 그 본질은 잃어선 안 된다. 학교는 학생을 위한 곳이어야 한다. 학생들은 자신의 미래를 그리기 위해 수많은 고민 끝에 과를 선택 한다. 하지만 두 학과의 통합 문제를 일방적으로 처리한 것은 학교가 학생을 위한 곳이 아닌 오직 행정으로서만 작용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학생이 없는 학교가 무슨 소용이고, 학생이 있다 한들 학생의 존재를 가볍게 여기는 학교가 무슨 소용인지 의문이 들 따름 이다. 이번 사건을 통해 우리가 초점 맞추어야 할 부분은 역시나 ‘소통’임을 알 수 있다. 학 내에서 많은 사건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지만 그 원인은 대부분 소통의 부재로부터 비롯된다. 올해는 제대로 짚고 넘어가 학생들을 외면하는 행정이 다음 학기, 내년, 내 후년으로 답습되는 것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 학교에게 언제까지 학생들을 단절하며 행정처리를 할 것인지, 학생은 어떤 존재인지 되묻고 싶다. 과거 인텔리전스컴퓨팅학 부 사건부터 체육학과 및 스포츠산업학과 통합 사건이 일어나기까지 그 과정 속에서 학교는 과연 어떤 점을 개선해 나간 것인지 의문이 든다. 학교는 이번 사건에서조차도 학생들과의 소통이 필요함을 과거에서부터 그래왔듯 주장했지만, 늘 말뿐인 학교에게 서 우리는 무엇을 기대하는가. 우리에게 한양은 설렘과 기대였고 부푼 꿈을 안고 들어 오는 희망의 시작이었다. 이런 희망이 실망으로 변질되어버렸다면 이는 학생의 책임일 지, 학교의 책임일지 학교에게 물음표를 던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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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산업재해 수습위원 최지원 bereno6@hanyang.ac.kr

02

가상화폐 부편집장 이에스더 esther015@hanyang.ac.kr


Part

2

사회

사진= 황성주


#산업재해

을(乙)의 죽음 수습위원 최지원 bereno6@hanyang.ac.kr

038

사회


노동자들을 혹사하지 말라!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 - 전태일 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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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지 않고 일할 권리 지난 4월 22일, 평택항에서 일용직 아르바이트를 하던 한 청년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청년의 이름은 이선호. 당일 이 씨는 컨테이너 작업 현장에서 원래 맡던 업무가 아닌 청소 작업을 지시받았고, 쓰레기를 줍던 중에 300kg에 달하는 컨테이너 날개에 깔려 참변을 당했다. 사전에 어떠한 안전 교육도 받지 못했던 이 씨는 안전관 리자마저 없는 현장에서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하고야 만 것이다. 산업현장에서의 사망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우리는 이미 비슷한 일들을 수 차례 겪어 왔다. 2016년 5월 28일, 서울 구의역에서 홀로 스크린도어 수리작업을 하 던 19세 김 군은 전동차에 치여 목숨을 잃었다. 당시 구의역 상황실에 있던 역무원들 이 상황실 CCTV로 전동차가 승강장에 접근하는 것을 지켜봤더라면 참변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2018년에는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던 24세 김용균 씨가 컨테 이너 벨트에 끼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숙련자도 하기 힘든 위험한 작업을 입 사 3개월밖에 안 된 김 씨 혼자서 감당했고 이런 열악한 환경은 결국 그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이처럼 산업현장에서 사망 사고는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그때마다 피해 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 자들을 ‘엄중히 처벌’하겠다는 정치계의 약속도 항상 뒤따라왔 었다. 그러나 정말로 ‘엄중한 처벌’을 했다면 노동자들의 사망 소식이 더 이상 귀에 들 리지 않았어야 했다. 지금까지 산업 현장 속 사각지대에서 수많은 피해자들이 나왔지 만 노동자들의 목숨을 구제하려는 어떠한 대책도 일보의 전진 없이 늘 원점으로 되돌 아와 같은 피해를 반복하고 있다. 더이상 노동자들이 소중한 목숨을 잃지 않고 안전 한 환경에서 작업할 수 있도록 산업현장에서 사망 사고가 발생하는 본질적인 원인 분 석이 필요하다.

040

사회


산업재해, 그것이 알고싶다 # 정의(定義)에 대하여 산업 현장에서 사고로 사망하는 경우를 ‘업무상 사고 사망’이라고 한다. 이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산업재해(이하 산재)의 의미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과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산재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산업안전보건법 제 2조 ‘산업재해’란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이 업무에 관계되는 건설물ㆍ설비ㆍ원재료ㆍ가 스ㆍ증기ㆍ분진 등에 의하거나 작업 또는 그 밖의 업무로 인하여 사망 또는 부상 하거나 질병에 걸리는 것을 말한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 5조 ‘업무상 재해’란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근로자의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을 말 한다.1)

즉 산재의 범위는 업무상 사고, 업무상 질병과 이로 인한 장애 혹은 사망하는 것 모 두를 아우르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산재로 인한 사망은 업무상 사고로 인 한 사망(이하 업무상사고 사망)과 업무상 질병으로 인한 사망(이하 업무상질병 사망) 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그러나 업무상질병 사망의 경우 직업과 질병으로 인한 사망 사 이의 연관성을 규명하는 것이 상당히 모호하고, 이로 인해 대책을 강구하는 방법도 쉽지 않을 뿐더러 그 효과도 다소 늦게 나타난다. 단적인 예시로, 암의 경우 우리나라 에서 예상되는 직업관련 발병 수치는 연 4,200명에서 10,700명2)이었으나 실제 직업 으로 인한 암으로 인정된 것은 2017년 기준 96명3)에 불과하였다. 따라서 업무상질병 사망 역시 중요한 논제이지만 상대적으로 명확성이 떨어진다는 측면을 고려하여 『한 양』은 특별히 좀 더 뚜렷한 지표를 가진 업무상사고 사망만을 다루고자 한다.

1) 여기서 ‘업무상 재해’는 산업재해를 말한다. 2) 윤 충식 등, 관리대상 유해물질 제도개선(안)에 따른 화학물질 제도 영향 분석연구.2019-연구 원-1477,안전보건공단 사업안전보건연구원, 2019, 235-250쪽 3) 2017년 산업재해현황분석(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의한 업무상 재해를 중심으로), 고용노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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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재해보상보호법 제 37조 제 1항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로 부상ㆍ질병 또는 장해가 발생하거나 사망하면 업무상의 재해로 본다. 1. 업무상 사고 가. 근로자가 근로계약에 따른 업무나 그에 따르는 행위를 하던 중 발생한 사고 나. 사 업주가 제공한 시설물 등을 이용하던 중 그 시설물 등의 결함이나 관리소홀로 발생한 사고 다. 사업주가 주관하거나 사업주의 지시에 따라 참여한 행사나 행사준비 중에 발생한 사고 라. 휴게시간 중 사업주의 지배관리하에 있다고 볼 수 있는 행위로 발생한 사고 마. 그 밖에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사고

2. 업무상 질병 가. 업 무수행 과정에서 물리적 인자(因子), 화학물질, 분진, 병원체, 신체에 부담을 주는 업무 등 근로자의 건강에 장해를 일으킬 수 있는 요인을 취급하거나 그에 노출되어 발생한 질병 나. 업무상 부상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질병 다. 에 따른 직장 내 괴롭힘, 고객의 폭언 등으로 인한 업무상 정신적 스트레스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 질병 라. 그 밖에 업무와 관련하여 발생한 질병 ▲ 산재의 범위

# 한국 노동 잔혹사 1982년부터 발간해온 고용노동부의 산업재해현황분석 보고서를 살펴보면 대한 민국 산재의 모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업무상사고 사망자수는 2010년부터 지금까지 전체적으로 감소하고 있고 2019년에는 처음으로 800명대로 떨 어졌다. 또한, 산재의 심각성을 가늠하기 위한 지표로 자주 쓰이는 사망만인율4) 역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4) 근로자수 10,000명당 발생하는 사망자 수 비율. 사망만인율 = 사망자수/전체 근로자수 * 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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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5) 1 0.79

0.78

0.73

0.71 0.58

0.53

0.53

0.52

0.51

2015년

2016년

2017년

2018년

0.5

0

5)

2010년

연도 구분(명) 업무상사고 사망자수6)

2011년

2012년

2013년

2014년

0.46

0.46

2019년

2020년

2010 2011 2012 2013 2014 2015 2016 2017 2018 2019 2020 1,114 1,129 1,134 1,090 992

955

969

964

971

855

882

▲ 지난 10년간 한국의 업무상사고 사망자수와 사망만인율 추이 (출처: 2019 산업재해현황분석, 2020 산업재해현황) 구분(명)

건설업

제조업

운수창고 및 통신업

그 밖의 업종7)

전체

2020

458

201

67

156

882

2019

428

206

59

162

855

2018

485

217

80

269

971

연도

▲ 2020년 업종별 업무상사고 사망자수 분포도 (출처: 2018·2019 산업재해현황분석, 2020 산업재해현황)

업종별로는 건설업과 제조업에서 업무상 사망사고가 가장 많이 일어난다. 건설업 사망자수가 2020년에는 줄어들기는커녕 상승하였으나, 그래도 매년 업무상사고 사망 자수가 점차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한국 산재사망사고의 통계적 수치는 자칫 긍정적 인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세계적인 추세와 비교하면 결코 낙관할 수 없는 상 황이다. ‘전체 산업 근로자 10만 명당 사고사망자수’를 기준으로 OECD회원국들을 비 5) 업무상사고 사망만인율 = 업무상사고 사망자수/전체 근로자수 * 10,000 6) 업무상사고 사망자수는 재해당시의 업무상사고 사망자수에 요양 중 업무상사고 사망자수를 포함한 것. 7) 서비스업, 금융 및 보험업, 임업, 농업, 전기·가스·증기 및 수도사업, 광업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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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해보면 한국은 지난 2010년부터 상위권에 위치해왔다.8) 특히 인구와 경제 규모가 비슷한 주요 선진국을 지칭하는 ‘3050 클럽9)’ 7개국 중에서는 계속 1위를 차지했다.

(십만 명당)

5

4.5 4

한국 3.5 일본 3 미국 2.5 영국 프랑스 2 독일 1.5 이탈리아 1 0.5

0

2010 4.6 1.9 3.4 0.6 2.1 1.5 3.2

2011 4.6 1.6 3.4 0.7 2.2 1.3 2.8

2010

2011

한국

일본

2012 4.5 1.7 3.3 0.5 2.2 1.3 2.7 2012

미국

2013 4.3 1.6 3.2 0.9 2.1 1.2 2.3 2013

2014 3.8 1.7 3.3 0.8 2.2 1.3 2.3 2014

영국

프랑스

2015 3.7 1.5 3.3 0.8 2.3 1.2 2.4 2015

2016 3.7 1.4 3.4 0.8 2.2 1.1 2.1 2016

독일

2017 3.6 1.5 3.4 0.9 2.2 1 2.1 2017

이탈리아

▲ 2010~2017년 3050클럽 전체 산업 근로자 10만명당 사고 사망자수 (출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보고서)

사고 사망자수를 줄이는 것은 노동계 뿐만아니라 정치권에서도 중요한 과제로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매해 그 수가 줄어들고 있지만 2020년에는 전년 대비 사망자수가 27명 증가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이천 화재사고(38명 사망) 등의 영향 때문이라고 발표했으나10) 이런 심각한 사고는 적지 않게 발생한다. 또한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한국의 산업이 전반적으로 위축되었는데도 사망자수가 증가 한 것으로 보아 업무상사고 사망이 앞으로도 감소할 것이라고 확신하기는 어렵다.

8) 김수진, [팩트체크]국내 산업재해 사고사망자 주요 선진국보다 많다?, 연합뉴스, 2021.05.21 9) 3050클럽: 인구 5000만명 이상,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의 조건을 만족하는 국가들로 미국, 독일, 프랑스, 일본, 영국, 이탈리아, 한국이 가입돼 있다. (출처: 네이버 시사상식사전) 10) 고용노동부, ‘20년 산업재해 사고사망 통계, 2021.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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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무엇이 산업재해를 만드는가? 생각보다 대한민국의 업무상 사고 사망의 현실은 너무 심각했다. 평균적으로 하루 에 2명 넘게 죽고 있다. 노동자들이 죽게된 사고는 어떤 것일까? 또 사고의 원인은 무 엇일까? 이 역시 앞서 언급한 산업재해현황분석 보고서를 통해 의문에 대한 답을 찾 을 수 있었다.

# 안전수칙을 ‘흐린눈’하는 방법 구분(명) 떨어짐 연도

끼임

부딪힘

물체에 맞음

깔림/ 뒤집힘

사업장외 교통사고

그 밖의 형태

전체

2020

328

98

72

71

64

54

195

882

2019

347

106

84

49

67

55

147

855

▲ 지난 2년간 발생형태별 업무상사고 사망자수 분포 (출처: 2019년 산업재해현황분석)

위 자료는 노동자들이 떨어짐, 끼임, 부딪힘 등 노동자들이 다양한 이유로 사망에 이름을 보여주는데 이는 기본적으로 안전조치, 안전장비 구비, 안전펜스 설치 등 간 단한 수칙을 지킴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 그렇다면 현장에서는 기본적인 안전 수칙도 지켜지지 않았던 걸까. 산업재해현황분석 보고서에서 나타나는 원인들을 종합해보면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감독 및 연락 체계가 부족한 상황속에서 결함이 있는 안전장치, 보호구 등을 계속 방치하거나 잘못 사용함으로써 사망에 이른 것이다. 즉 산업현장에 서 기본적인 안전 수칙은 전혀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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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한 상태

불안전한 행동 위험장소 접근 안전장치 기능제거 복장,보호구의 잘못사용 135명 기계, 기구의 잘못사용 운전 중인 기계장치손질 불안전한 속도조작 유해, 위험물 취급 부주의 불안전한 상태방치 241명 불안전한 자세동작 감독 및 연락 불충분 125명

물자체의 결함 안전방호 장치결함 217명 복장보호구의 결함 100명 물의 배치 및 작업장소 불량 작업환경의 결함 생산공정의 결함 경계표시, 설비결함

▲ 직접적인 원인 두 가지 형태11) (출처: 2019년 산업재해현황분석)

직접적인 원인을 제거하기만 해도 산업현장에서의 참사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왜 이런 기본적인 안전수칙도 지키지 않아 수많은 노동자가 목숨을 잃어왔는지, 그 이유 는 한국 산업 구조의 고질적인 문제에 있다.

# 갑이 을을 기만하는 방법 산재 사망자 10명 중 4명은 하청노동자이다.12) 이 하청 노동 시스템이 한국 산업 구조에서 고질적인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하청 노동자가 파생되는 두 종류의 계약인 도급 계약과 파견 계약이 그 이유를 설명한다.

도급 그리고 위험의 외주화 도급

하도급

하수급인 도급인 도급인

수급인 수급인

하수급인 하수급인

▲ 도급 계약 형태 11) 100명이 넘는 경우만 그 수를 표시했다. 12) 300인 이상 기업에서 산재사망사고 중 하청노동자 비율은 2017년에 40.2%, 2018년은 38.8%를 차 지했다. (출처: 2018년 고용노동부 고용형태공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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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도급은 자금을 댓가로 어떤 일을 맡거나 맡기는 것을 말한다. 자금을 주고 업무를 맡기는 쪽이 도급인이고, 업무를 맡는게 수급인이 된다. 이 수급인이 제 3의 업체에게 다시 그 일을 맡기는 것을 하도급이라 한다. 그 일을 맡은 제 3의 업체는 하수급인이 된다. 보통 도급인을 원청업체, 그 외를 하청업체라 부르는데 발주자가 존재하는 경 우 도급인이 발주자가 되고 수급인은 원청업체, 그 외는 하청업체가 된다. 하청 노동 자의 인건비는 안전 관리 비용보다 싸기 때문에 인건비를 절감하고 싶은 원청업체는 자연스레 하청업체와 계약을 하게 된다. 특히 이런 도급 계약이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대표적인 산업이 바로 건설업이다. 발주자

종합건설업체

전문건설업체

전문건설업체 (하도급)

재하도급

3차 하도급

4차 하도급 ▲건설업의 도급 계약 구조 (발주자가 있는 경우)

건설업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산업에서는 하도급을 넘어서 재하도급, 3차 하도급 까지 연쇄적인 도급 계약이 나타나는 피라미드형 산업구조를 갖는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기업들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 쉬운 상황이 된다. 노동자에게 유해하고 위험한 업무 역시 가장 떠넘기기 쉬운 말단의 하청 노동자에게 집중된다. 위험한 작업을 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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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겨 외주화 하는,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렇게 기형적인 도급 구조와 그에 따른 위험의 외주화로 인해 하청 노동자 사망률은 원청 노동자에 비해 월 등히 높을 수 밖에 없다. 고용노동부가 2019년 원청보다 하청에서 업무상사고 사망자 수가 더 많은 제조 대기업 11곳을 조사한 결과, 이들 사업장에서는 하청 사망만인율이 원청의 17배 수준으로 나타나 원청 노동자가 하청 노동자의 수보다 많음에도 사망사 고는 하청에서 압도적으로 나타났음을 알 수 있다.13)

불법파견 파견법 제 2조 근로자파견이란 파견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근로자파견계약의 내용에 따라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을 받아 사용사업주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것이다. ▲ 파견의 정의

파견 계약 역시 업체가 근로자를 고용한다는 점에서 도급 계약과 크게 다를 바 없 어 보인다. 그러나 파견과 도급, 두 계약은 엄연히 구별되는데 ‘근로자에게 누가 지 휘·명령을 하느냐’가 그 기준이 된다. 파견 계약의 경우, 근로자에게 지휘·명령하는 자는 하수급인인 원고용주가 아닌 제 3자인 원청업체다. 그러나 도급 계약은 하수급 인인 원고용주가 근로자에게 지휘·명령한다는 점에서 차이를 가진다. 도급 계약에서 원청업체 측이 하청노동자에게 지휘·명령하는 것은 불법이다. 또한, 파견 계약에서는 파견사업주와 사용사업주가 가지는 근로기준법상 책임이 각각 다르다. 전자는 근로계약의 체결·해고나 그 밖의 노동관계의 종료·임금·가 산임금·휴업수당·재해보상에 있어서 책임이 존재하고, 후자는 근로자의 신체 건강 을 보호할 의무나 휴일·휴가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도급 계약이라면 원고용

13) 이효상, 포스코 등 10곳, 산재로 하청노동자만 죽었다, 경향신문, 2020.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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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에게 모든 책임이 돌아 간다.14) 따라서 원청업체는 사용사업주의 책임을 피하기 위 해 겉으로는 도급처럼 보이게 계약을 맺지만, 실상 내부에서는 하청노동자에게 직접 지휘와 명령을 한다. 이처럼 도급 계약이 아닌데 도급처럼 위장한 것을 위장도급, 파 견이 아닌데 기업체가 하청 근로자의 업무를 지휘·명령하는 것을 불법파견이라 한 다. 형사처벌을 받아야 하는 불법파견을 피하기 위해 원청업체는 철저하게 위장 도급 을 실행하는데 긴급 상황 대처 방식에서 그 꼼수가 드러난다. 긴급한 위험 상황이 발 생했을 때 현장에 있는 하청 노동자는 응급조치를 할 수 없고 하청 업체에 상황을 보 고해야 한다. 하청 업체는 그 위의 하청 업체에 연락을 한다. 그렇게 원청에 연락이 닿아 대처 방안을 알려주기 전까지 하청 노동자들은 그 현장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설비가 노후화돼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도 하청 노동자들에겐 원 청의 지시 없이 설비를 개선할 수 있는 권한 역시 없다. 결국 불법파견과 위험의 외주 화 속에서는 하청노동자들은 자신에게 닥친 위험으로부터 스스로를 절대 구해낼 수 없다.

# 갑이 도망치는 방법 위험의 외주화와 업무상사고 사망 문제를 사회에 환기시켰던 김용균 씨 사건 이후, 산안법 개정안이 ‘김용균법’이라는 이름으로 지난 해 1월 16일 시행되었다. 그러나 제 정 후 28년 만에 개정된 이 법은 노동자들의 목숨을 지켜주기엔 여전히 부족했다. 산 안법 적용 대상이 ‘근로자’에서 ‘노무를 제공하는 자’라고 확대되고 원청의 안전에 대 한 책임도 일부 증가하는 등의 진전도 있었으나, 크게 보면 오히려 전반적으로 후퇴 했다. 산안법 개정의 핵심은 하청 노동자의 산업재해에 대해 원청의 책임을 강화한 것인데, 개정된 산안법의 주요 쟁점들은 살펴보면 전혀 그 목적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14) 도급인은 수급인이 그 일에 관해 제3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없고 다만, 도급 또는 지시에 관해 도급인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는 때에는 책임이 있다. (민법 제757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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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주화 금지 개정 산안법이 외주화를 금지한 것은 도금이나 위험 화학물질 관련 작업으로 그 범 위가 매우 한정적이다. 전기사업 업무를 담당했던 김용균 씨나 업무상사고 사망자수 가 가장 많은 건설업 하청노동자들을 포함한 대부분 노동자들은 해당되지 않는 것이 다. ‘김용균법’은 정작 김용균 씨를 살릴 수 없는 법이었다. 외주화의 범위를 축소하지 도, 금지하지도 않은 현 상황에서 지금도 원청업체는 끊임없는 위험의 외주화를 통해 노동자의 목숨에 대한 책임에서 멀어지고 있다.

작업중지 명령 도입 산안법 개정 이후 사망사고와 같이 중대재해15)가 일어나면 고용노동부는 작업중지 명령을 내릴 수 있게 되었다. 유사 재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위험요인을 점검하고 안 전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범위를 ‘해당 작업’으로 한정했다는 것이 문제 다. 사업장 전체가 전면중지 되려면 구축물의 붕괴·화재·폭발 등 정말 불가피한 상 황에서만 가능하다. 즉 사람이 죽어도 사실상 작업을 계속 진행할 수 있는 것이다.

산재 발생 시 원청업체 처벌 산안법은 산재 발생 시 사업주에게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조치를 강화했지만 사망 사고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 을 부과하는 것으로 유지하였다. 그나마도 2013년과 2017년 사이 산안법 위반 법인 에 부과된 벌금을 살펴보면 평균 448만원으로 터무니없는 수준이었다.

15) 산업재해 중에서 사망처럼 재해의 정도가 심한 것을 말한다. (산업안전보건법 제2조 제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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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의 죽음을 막기 위한 법이었지만, 산안법 시행 후 오히려 업무상사고 사망자 수가 855명이던 2019년에 비해 2020년에는 882명으로 소폭 상승했다. 하청노동자들 의 죽음을 막겠다는 법의 취지가 전혀 실행되지 않은 것이다. 이렇게 산안법이 실제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를 억제하지 못하자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이하 중대재 해법)을 제정하기에 이르렀다. 이 법은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의 형사책임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제정된 중대재해법 역시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난관에 봉착했다. 대표적인 논란 중 하나가 바로 법이 적용되는 사업 장 규모에 대한 논의다. 중대재해법은 근로자가 5명 미만인 사업장을 법 적용에서 제외했다. 또한 50인 미 만의 사업장의 경우 3년의 유예 기간을 두었기 때문에 노동자가 사망하더라도 유예 기간 동안 원청업체는 처벌에서 벗어나게 된다. 업무상사고 사망의 대부분은 50인 미 만 사업장에서 일어나고, 5인 미만 사업장은 전체의 35%정도를 차지한다. 법의 제정 목적은 원청업체에게 책임을 강하게 지기 위한 것이었지만, 이렇게 50인 미만 기업에 서 예외를 두는 것은 법의 취지를 완전히 벗어나 여전히 기득권의 책임 회피를 눈감 아준다는 시선으로 보일 수 밖에 없다. 이처럼 중대재해법 역시 산안법과 마찬가지로 허울만 그럴싸할 뿐 노동자들의 희생을 멈출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구분(명)

5인 미만

5~49인

50~이상

전체

2020년

312(35%)

402(46%)

168(19%)

882

2019년

301(35%)

359(42%)

195(23%)

855

2018년

322(33%)

423(44%)

226(23%)

971

연도

▲ 최근 3년간 사업장 규모별 통계 (출처: 2018·2019 산업재해현황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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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의 끝은 해피엔딩일까요? 업무상사고 사망을 예방하는 방법은 산재가 한국의 고질병인 만큼 난제 중의 난제 다. 산재 사망사고의 악습을 막기 위해 산안법이 제정되었으나, 효과는 미미했고 경영 책임자의 책임을 강화한 중대재해법 역시 시행되기 전에도 몸살을 앓고 있다. 물론 아 직 산안법이 시행된 지 겨우 1년이 지났고 중대재해법은 시행조차 되지 않았기에 섣불 리 단정지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불법파견과 위험의 외주화를 완전히 금지하고 이들 이 산업현장에서 사라지지 않는 이상, 그 어떤 법이 나온다 해도 사망자수를 줄이는 데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즉 법은 원청·하청업체의 책임을 분명히 구분하고 대부분 의 산업현장에서 외주화를 금지하는 조항을 바로 적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안전관리의 변화도 매우 중요하다. 특히 노동자가 죽고 나서야 안전을 신경쓰는 사 후약방문식 태도가 아닌 죽음을 막기 위한 예방 대책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중에 하 나로 안전관리자 제도를 뽑을 수 있다. 비정규직이었던 안전관리자에게 현장에서 안 전을 관리하고 감독하는 직업 권한은 보장되지 않았다. 따라서 안전관리자를 정규직 화 함으로써 안전을 지도·감독할 권한을 보장하는 것이다. 정부나 지자체가 직접 안 전관리자를 현장에 파견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안전문제를 예방할 만큼의 역 량이 충분한 대기업이 전문 인력을 동원하도록 제도를 마련하는 것 또한 한 가지 방안 이다. 박지순 고려대학교 노동대학원 법학교수는 산재로 인한 사망자 수를 줄이기 위 한 예방책에 대해 “대부분의 하청업체들이 안전문제를 예방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기 힘든 상황인 만큼 대기업이 전문 인력을 동원해 이에 지원해줘야 한다.”고 말했다.16)

16) 한다원, [외주화의 비극](4) 대기업 하청업체 사고발생, 안전대책은 없다, 시사저널e, 2018.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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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결국 노동자들의 근무환경의 변화 역시 같이 진행되어 야 한다. 먼저 하청 노동자들의 작업거부권을 보장하는 방법이 있다. 이 권리가 존재 하기는 하나 대부분 비정규직인 하청 노동자가 작업거부권을 시행할 경우 바로 해고 당할 수도 있는 현실은 사실상 작업거부권이 허울뿐인 존재임을 의미한다. 따라서 설 비나 구조물에 결함이 있는 불안전한 상태거나 목숨을 해칠 수 있는 위험한 작업이 주 어져도 절대 작업을 거부할 수가 없는게 하청 노동자들의 현실이다. 최소한 자신의 목숨을 지킬 권리가 본인에게 있어야 하는 건 너무 당연한 것이 아닌가? 노동자들이 위험한 작업에 대해 거부권을 시행해도 원청 혹은 하청업체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 록 해야 한다. 하청 노동자들의 직업적 동기부여를 높여줄 체계를 만드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것 이다. 앞서 얘기했듯 비정규직인 하청 노동자들은 고용불안, 저임금 근로조건의 열악 성으로 인해 업무에 대한 사기나 위험에 대한 인식이 다른 노동자들에 비해 낮을 수 밖에 없다. 정부가 관심을 갖고 하청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근로조건을 완화시 킨다면 업무상사고 사망을 줄이는 걸 넘어 산재에서도 좋은 결과가 나타날 것이다.

몇 번이고 강조하지만 업무상사고 사망자수를 줄이기 위해서는 하청 노동자들에게 모든 피해를 떠넘기는 뿌리깊은 악습을 없애야만 한다. 물론 기업들의 입장도 고려해 야 하기에 노동자 입장에서만 이 문제를 바라볼 수는 없는 것도 사실이다. 복잡한 이 해관계가 얽혀있는 고질적인 사회적 문제로 자리잡은 산재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제 자리를 맴돌고 있다. 그러나 결국 가장 먼저, 가장 중요하게 따져야 하는 것은 치이고 치여 죽음의 낭떠러지 앞에 서있는 하청 노동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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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한 자의 생명처럼 약자의 생명도 고귀합니다 한국의 여러 산업은 더욱 발전해 나가고 있고 우리나라 경제를 지탱하는 한 부분이 기도 하다. 특히 제조업은 2018년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가 발표한 세계 제조업 경쟁력 지수에서 독일, 중국에 이어 3위에 들어갈 만큼 눈부신 성과를 내고 있다. 하 지만 그 이면에는 산업 현장에서의 노동자들의 죽음이 존재했다. 이들의 죽음에 마땅 히 책임져야 할 기업들은 엉성한 법망 사이로 미꾸라지처럼 도망갔다. 결국 그 누구 도 노동자들의 죽음에 책임지지 않은 채 시간만 흐를 뿐이었다. 노동자들은 오늘도 죽지 않고 일할 권리를 달라고 외치고 있다. 산업 현장엔 여전 히 죽음의 위협이 도사리고 있으나, 노동자들은 그 어떤 보호막 없이 외롭게 위험을 짊어지고 있다. 도대체 얼마나 더 많은 노동자들이 희생되어야 사회가 변화할 것인 가. 기업의 이윤과 발전보다도 노동자들의 안전과 목숨이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 그 무엇도 목숨보다 우선시 될 수 없다.

▲ 산재 노동자 추모 결의대회에서 흰 국화꽃이 산업 노동자를 기리고 있다. (출처: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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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한양』 교지에서 기고를 받습니다. 여러분의 이야기를 보내주세요

주제: 자유 형식: 글, 그림, 사진 등 자유 분량: 자유 문의: 편집장 김지현 010-4653-6855 접수: HYgyoj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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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히 발전된 마법은 기술과 구분할 수 없다.” - 일론 머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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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가상화폐라는 백일몽 부편집장 이에스더 esther015@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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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몽, 충족되지 못한 욕망을 이뤄주는 꿈 ※ 일러두기 흔히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블록체인(blockchain) 기술로 암호화되어 분산 발행되고 일정한 네 트워크에서 화폐로 사용할 수 있는 디지털 정보’의 정확한 명칭은 아직 국내외적으로 합의된 것 이 없다. 국내에서는 주로 가상화폐, 암호화폐 등으로 불리다가 최근에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 (FATF)의 방침을 따라 ‘화폐’ 대신 ‘자산’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본 기사는 이들에 대한 정 확한 정의보다도 ‘비트코인을 비롯한 각종 코인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을 주요 논제로 다 루기에 대중에게 가장 익숙한 가상화폐로 통일하였다.

영원히 시들지 않을 것 같았던 튤립의 위상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친 것은 순식간의 일 이었다. 거품이 사라진 자리에는 그저 허무만이 남았다. 인류 최초의 금융 투기 사건이 었던 17세기 튤립 파동 이후 자본주의라는 패러다임 속, 투기라는 명목 하에 광기, 패닉, 붕괴의 역사1)는 언제나 존재했다. 그리고 오늘날 투기의 대명사로서 자리매김한 또 다 른 이름이 있으니, 바로 가상화폐다. 가상화폐는 미래의 화폐 시스템, 새로운 패러다임을 여는 기술로서 세상에 등장했다. 이후 13년이 된 지금, 가상화폐는 혁신의 상징이라기보다 일확천금 혹은 패가망신의 상 징으로 자리잡은 듯하다. 계속해서 오를 것만 같았던 가상화폐의 가격이 바닥으로 추락 할 때마다 온갖 소란이 뒤따르고 있다. 가상화폐가 만들어내는 시끄러운 이야기들이 우리에게는 낯설지 않다. 바로 나 자신, 혹은 주변의 사람들이 겪었던 일이기 때문이다. 최근 2030세대 사이에서 가상화폐는 하 나의 일상으로 자리 잡있다. 혹자는 이러한 젊은 세대의 가상화폐 투자가 바람직하지 않 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에게 가상화폐는 그저 찰나의 유흥이기만 했을까? 어 쩌면 가상화폐의 유혹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던 또 다른 배경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가상화폐로 인해 혼란을 면하지 못하고 있는 2021년, 가상화폐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절실한 시점이다. 가상화폐의 어제와 오늘은 어떤 모습이었는지, 그리고 내일은 어떤 모 습을 하고 있을지, 그 사이에서 우리 사회가 취할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은 무엇일지 『한 양』과 함께 알아보자. ※ 블록체인 기술과 관련한 정보를 얻고 싶은 독자분께서는 본 기사의 부록을 먼저 참고해주시길 바랍니다. (70p)

1) 찰스 킨들버거, 로버트 알리버의 저서 《광기, 패닉, 붕괴 금융위기의 역사》(2006)를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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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를 타고 날아가는 꿈을 꾸었지 최초의 가상화폐는 2008년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정체불명의 프로그래머가 공개한 비 트코인(Bitcoin)이다.2) 처음에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소수의 사람만이 비트코 인을 채굴3)하며 시스템을 유지했지만 참여자 수는 빠르게 증가했다. 그리고 1년이 조금 지난 2010년, 비트코인을 이용한 최초의 실물거래4)가 이루어졌고 세계 최초의 비트코인 거래소인 마운트곡스(Mt. Gox)가 일본 도쿄에 문을 열었다. 또한 비트코인에서 영감을 받은 많은 가상화폐들이 탄생하게 되었는데, 이들이 비트코인의 대안적 성격을 지닌다 고 하여 알트코인(Alternavtive coin)이라고 불렸다. 이후 2014년 이더리움의 개발은 가 상화폐 열풍을 더욱 확산시켰다. 열풍 확산의 가장 큰 이유는 가상화폐가 가진 미래 가 치가 높게 평가되었기 때문이다. 거래 시 환전이나 신용카드 없이 인터넷만 연결되어 있 으면 전 세계 누구와도 직접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 거래 과정에서 개인정보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 등의 특징이 사용자들 사이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었다.5)

# 가상화폐 시세 변동성 앞서 많은 사람이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이유가 가상화폐가 가진 ‘미래 가치’ 때문이라 고 언급했다. 그러나 현재 대다수의 투자자들은 조금 다른 미래를 상상한다. 이들에게는 장기적으로 블록체인 기술이 발전하고 언젠가 가상화폐를 화폐로써 유용하게 활용하는 것보다 가상화폐의 단기적인 가격 변화가 더 중요하다. 즉 투자기간을 짧게 하여 시세 차익을 얻는 것이 이들 투자의 주목적이다. 이는 가상화폐 시세의 변동성6)이 높은 것에 서 비롯된다.

2) 컴퓨터 공학자, 암호학 전문가 등 관련 직업 종사자 수백 명에게 메일로 보내진 논문 <Bitcoin : A peer to peer electronic cash system 비트코인 : 개인 간(P2P) 전자화폐 시스템>을 통해 소개되었다. 3) 가상화폐의 거래내역을 기록한 블록을 생성하고 그 대가로 암호화폐를 얻는 행위 4) 2010년 5월 22일 미국 플로리다 주에서 가상화폐인 비트코인 1만 개(당시는 약 41달러의 가치를 가 지고 있었다. 당시 환율 기준 원으로 환산하면 약 49,000원)와 피자 두 판이 거래 성사되었다. 5) 현대경제연구원, 국내 가상화폐의 유형별 현황 및 향후 전망, 2014 6) 움직이는 성질을 뜻하는 용어로, 주식시장 등 자산시장에서는 상품의 가격이 변동하는 정도를 뜻한다. (출처: 한경 경제용어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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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의 변동성이 높은 이유는 가상화폐의 거래가 매우 자유롭게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의 경우, 주가의 급격한 변동을 통제하기 위해 제도적 장치가 존재 한다. 대표적으로 코스피 지수가 전일 대비 8% 이상 떨어진 상태가 되었을 때 거래를 일 정 시간 동안 중지하는 서킷 브레이커와 시장 운영 시간 제한이 있다. 이 같은 제도가 존 재하는 이유는 주가의 급격한 변동이 주식시장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으며, 국가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상화폐 시장에서는 어떠한 제도적 장치 없이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끊임없이 거래가 지속되는 24시간 사이의 변동률이 무려 몇백 퍼센트7)를 넘어도 제한을 받지 않는다. 주식의 경우 상장기업의 재무제표와 손익계산 서 등 객관적인 지표를 분석해 기업의 수익성, 성장성, 안정성을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 로 투자를 받곤 한다. 그러나 가상화폐는 개발자가 제시한 코인 백서8) 외에는 가상화폐 가 가진 본질의 가치를 평가할 수 없을뿐더러, 애초에 백서의 존재를 아는 투자자도 거 의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내재된 가치의 분석 없이 오직 수요와 공급 원리에 따라 정 해지는 가상화폐의 가격은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 2017년 당시 비트코인 시세 변동성을 풍자하는 SNS 게시물 (출처: 트위터) 7) 2020년 상장한 가상화폐 ‘루에다’의 경우 상장 10분 만에 시세가 2366배 급등하였으나 이후 5분 뒤 에 절반 가격으로 폭락했다. (출처: 아시아경제) 8) 가상화폐를 발행하기 전에 발행자가 콘셉트와 블록체인 적용 방식, 가상화폐 분배 과정, 채굴과 관련 된 함수 등 가상화폐의 모든 것에 관해 서술해 놓은 일종의 사업계획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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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트코인 시세 차트9) (출처: 코인베이스)

가상화폐 가격이 이처럼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원인은 다양하지만 대개 정부나 기업 과 같이 공신력을 지닌 기관에서 가상화폐를 받아들이는 태도가 결정적인 호재 혹은 악 재로 작용한다. 올해 4월 14일 미국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가 나스닥에 상장 하면서 당일 비트코인 가격이 8,100만 원대를 넘어섰다. 그러나 바로 한 달 뒤 미국 전기 자동차 회사 테슬라에서 가상화폐를 이용한 결제를 허용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여기에 가상화폐 채굴과 거래를 단속하겠다는 중국 국무원의 발표까지 더해지자 하루 만에 1천 만 원 가까이 떨어지기도 했다. 이후 가상화폐 시세는 계속해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 가상화폐 거래소 가상화폐가 거래되는 거래소가 불안한 요소를 떠안고 있다는 점 역시 가상화폐의 지 위에 영향을 미친다. 이용자들은 보편적으로 채굴이라는 방식을 통해 가상화폐를 직접 얻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투자자는 이미 생성된 가상화폐를 거래소에서 구매하는 방 식으로 투자한다. 거래소의 중개를 받는 상품 거래의 가장 대표적인 예가 주식이다. 주 식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공기업인 한국거래소에서 거래가 이루어진다. 주식 거래의 역사는 이미 400년이 훌쩍 지났고, 지난날 시행착오를 거듭 9) 2021년 8월 30일 오전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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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며 투기 및 사기를 막고 거래 참여자를 보호하는 촘촘한 울타리를 마련해왔다. 반면 가상화폐 거래의 역사는 이제 고작 10년을 조금 넘겼을 뿐이다. 올해 3월 「특정 금융거 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대한 법률」(이하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안이 시행되기 전까 지 가상화폐 거래소는 운영 방식에 있어 거의 통제를 받지 않았다. 때문에 거래소가 직 접 가상화폐 거래에 참여해 시세를 조작하거나10) 전산망에 허위로 자산을 입력하는 자 전거래를 하는 등 사기 행각이 일기도 했다. 더욱이 가상화폐 거래소의 서버가 안정적 이지 못해서 발생하는 문제 역시 존재한다. 동시 접속자 수와 거래량이 함께 증가했을 때 서버가 이를 소화하지 못하면 거래소 이용자들이 원하는 때에 거래를 할 수 없게 된 다. 이는 빠르게 시세가 변하는 가상화폐 거래에 있어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한다. 또 한 가상화폐의 기반이 되는 블록체인 시스템은 해킹이 거의 불가능하지만 가상화폐 거 래소는 언제나 해킹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실제로 최초의 가상화폐 거래소 마운틴 곡스 역시 해킹을 당해 회사와 고객의 가상화폐를 도난당한 후 파산을 면치 못했다. 문 제는 거래소로 인해서 피해를 입게 되었을 때 이용자가 보호받을 수 있는 길이 없다는 것이다. 거래 시간 지연과 거래소 해킹 등으로 인해 이용자가 금전상의 손해를 보았을 때 이를 책임지겠다고 약관에 명시한 거래소는 현재 단 한 곳도 존재하지 않는다.

주식 투자의 명사 워런 버핏의 멘토로 알려진 벤저민 그레이엄은 자신의 ‘현명한 투자 자’라는 저서에서 “투자는 철저한 분석 하에서 원금의 안전과 적절한 수익을 보장하는 것 이고,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행위는 투기”라고 말했다. 철저한 분석이 무의미 하고 내재된 위험성이 이미 명백한 가상화폐 투자를 과연 투자라고 할 수 있을까? 오직 짧은 시간 내에 가격이 얼마나 오를지에 대한 것만이 가치의 척도로 남은 가상화폐 시장 은 오히려 도박장에 가까워 보인다.

10) 새로 발행된 가상화폐를 시세 조작 업체에서 직접 사고팔기를 반복하거나 가상화폐 투자 유튜버 등 에게 홍보를 부탁하여 고의로 가격을 올리는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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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꿈을 꾸는 이유 가상화폐가 자신의 잠재력과 유용성을 인정받기보다 투기의 대상이 되어버린 지금, 그 흐름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는 이들이 바로 2030세대이다. 사회의 다른 한편에선 따가운 시선으로 이들의 활발한 움직임을 바라본다. “잘못된 길로 가면 어른들이 알려줘 야 한다”라고 한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발언11)이 그 시선을 대변한다. 투기는 분명 잘못 된 길이 맞다. 그러나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가상화폐 시장에 동참한 젊은 세대의 움직임 을 단순히 옳지 않다며 비판하는 것 역시도 섣부른 감이 있다. 이들이 가상화폐에 돈을 걸고 일확천금을 바라는 이유가 그저 철없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 위기를 기회로 팬데믹이 가져온 사회와 경제에 대한 불안은 자연히 ‘미래를 위한 준비’에 사람들이 관심갖게 부추겼다. 안전한 미래를 만드는 핵심은 역시 자금이고, 자금을 마련할 방법 으로 투자, 특히 주식을 선택한 사람이 늘었으며, 그중 20대의 비중이 크다는 것은 이 미 익숙한 사실이다.

▲ 연령별 주식 투자 시작 시기 (출처: 한국리서치)

11) 이주원, [취중생] “우리가 진짜 투기꾼이냐”…‘코인판’ 주도하는 2030의 변, 서울신문, 21.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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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투자를 할까 무엇이 이들을 투자의 세계로 끌어들였던 것일까? 대학생 A라는 가상인물의 이야기 를 통해 2030세대가 투자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살펴보자. 평생을 제주도에서 살다가 한양대학교로 진학한 A씨에게 자취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 였다. 서울에서 자취를 하는 또래 20대 대부분이 그렇듯 A씨도 세입자였다. 월세, 관리 비, 생활비, 등록금 등 필수적인 비용을 온전히 부모님께만 의존할 수 없었던 A씨는 스 무 살 때부터 꾸준히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했다. 매달 60만 원 가까이 벌며 월세를 충당했지만 그만큼 포기했던 것도 많았다. 주말과 공강엔 항상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대 학 친구들과 제대로 어울려 놀지 못했고, 시험 기간에도 온전히 공부에만 집중할 수 없 었다. 매일 매일 빈틈없이 살았지만 A씨에겐 추억도, 성적도, 저축한 돈도 무엇하나 제 대로 남은 것이 없었다. 이러한 삶에 회의감을 느끼던 A씨는 우연히 한 대학 동기가 주 식 투자로 많은 돈을 벌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솔깃한 A씨 역시 주식 투자를 시작하려 고 했으나, 시드머니가 적으면 생각보다 수익이 크지 않고, 본격적으로 투자 공부를 해 야 한다는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왕이면 적은 투자로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방 법이 무엇이 있을까 찾다가 A씨는 가상화폐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주식과는 비교도 되 지 않는 엄청난 수익을 단기간에 달성할 수 있다는 사실이 A씨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게다가 주변에서도 진작에 가상화폐 투자하여 큰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가 자주 들려왔 다. 이미 높이 올라온 것 같은데도 자꾸만 위로 솟구치는 시세 그래프는 ‘지금이라도 투 자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이라는 조급한 마음이 들게 했다. A씨는 당장 오늘부터 가상 화폐에 투자하자고 마음을 먹었다.

064

사회


실제로 작년 말부터 올해 초 사이 A씨와 같은 젊은 세대의 가상화폐 투자는 눈에 띄 게 증가했다. 지난 4월, 국내 4대 가상화폐 거래소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권은희 의원 실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새로 가상화폐 투자에 참여한 10명 중 6명이 ‘2030세대’라고 한다.12) 중요한 것은 ‘왜?’이다. 우리는 왜 평소에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 던 투자에 집중하게 된 것일까? 우선은 이 투자 열풍이 어느정도 유행에 따른 것이라는 걸 감안해야 한다. 최근 젊은 세대 사이에 바디프로필, 레트로 문화가 유행하는 것처럼 투자도 하나의 문화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우리의 꿈이 현실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는 것에 있 다. 누구나 나름대로 자신의 인생에서 성공하고자 하는 꿈을 꾼다. 특히 ‘안전하고 따뜻 한 집’을 얻는 것은 인류가 정착 생활을 한 이후로 대부분의 사회에서 공통적인 성공의 척도였다. 이는 21세기의 청년들에게도 다르지 않은 이야기이다.

[밀레니얼 세대 재무 목표 우선 순위 비결] 자녀 교육비 마련

■ 1순위 선택

5%

□ 3순위까지 선택된 비율

소비(여행, 레저)재원 마련 비상지출재원 마련 투자 종잣돈 마련 결혼 자금 마련 은퇴 자산 축적 주택구입재원 마련

6% 8% 11% 15% 23%

50% 31%

61%

▲ 2030세대의 재무 목표 (출처: 미래에셋은퇴연구소)

12) 성서호, 1분기 코인 신규 투자자 10명 중 6명이 2030, 연합뉴스, 21.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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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주택 매매가격지수

▲ 전국, 서울의 종합주택 매매가격지수 (출처: 한국부동산원)

하지만 오늘날 집을 소유하는 것은 평범한 노력만으로는 결코 이룰 수 없는 꿈이다. 기본이 억 단위인 주택의 가격은 날이 갈수록 고공행진하지만, 그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수단인 월 급여는 턱없이 느리게 인상되고 있다. 물가상승률이 꾸준히 오르 는 것과 비례하여 낮아지는 금리까지 더해지면서, 월급을 모아서 집을 사려면 최소 몇십 년이 걸리는 시대가 되었다. 불현듯 ‘살아생전에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 이 드는 것은 결코 노파심이 아니다. 부지런히 높아지는 내 집 마련의 벽을 넘기 위해서 는 커다란 한 방이 간절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벼락에 맞아 사망할 확률보다 낮은 당 첨률의 복권과 비교했을 때, 우리에게 가상화폐 투자가 꽤 합리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어 쩌면 당연하다. 그러나 이 역시 합리적인 수익을 창출함에 있어 최선의 대책일 수는 없다. 대부분의 투자가 투기로 변질된 데다, 가상화폐를 이용한 사기, 탈세, 조세 회피 등 사회적 물의가 빚어지면서 가상화폐에 대한 통제를 요구하는 목소리 역시 점점 커지고 있다.

066

사회


알람이 울리고 가상화폐와 관련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결정적인 원인은 오랫동안 가상화폐 투자를 통제할 선이 부재함에 있다. 가상화폐를 규제해야 한다는 말을 정확히 풀이하자면 가상 화폐 ‘거래’를 규제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가상화폐로부터 비롯되는 문제 대부분이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전 세계적으로 11,121개의 가상화폐가 391개의 거 래소에서 24시간 동안 85조 원 규모로 유통되고 있다.13) 이 과정에서 투기와 불공정 행 위가 난무하며, 거래소 이용에서 피해를 보는 이용자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나 「전자금융거래법」 등 기존의 법으로는 가상화 폐와 가상화폐 거래 중 극히 일부만 제재할 수 있을 뿐14) 해결할 수 없는 다른 문제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따라서 기존의 법을 개정하든 가상화폐만을 다루는 새로운 법을 제정 하든, 현재까지 남아있는 법의 공백을 메우는 일이 시급하다. 2017년 9월~12월 가상화폐공개(ICO)15) 금지: ICO의 절차와 투자자보호 장치의 미비로 ICO 자체가 사기 등 범 죄에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 이를 전면 금지하겠다는 방침을 발표 했지만 이에 따른 법적 근거는 마련되지 않음 2018년 1월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 실시:

가상화폐 거래의 투명성을 높이고 투기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본인 확인이 된 거래자의 은행계좌만 거래소에서 사용 가능 2021년 3월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안 시행:

가상화폐 사업자에 대한 자금세탁방지의무 부과

2021년 4월~9월

가상화폐 불법거래 특별단속:

가상화폐 출금 지연 이후 거래소를 폐쇄하는 기획 파산, 가치없는 가상화폐 발행·판매·상장, 데이터상 허위 자산 입력, 해킹 및 해 킹을 가장한 기획 파산 등 가상화폐 불법거래에 대해 집중 단속 13) 올해 8월 1일 기준 (출처: 코인마켓캡) 14) 자금세탁 관련 규제, 가상자산사업자 신고제, 이용자 재산보호를 위한 예치금 분리보관 등 필요한 범 위 내에서 일부 제도화하고 있다. (출처: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 2021) 15) 신규 가상화폐 발행 단계에서 해당 가상화폐에 대한 백서를 공개하고 이를 바탕으로 투자자를 모집 하는 행위 (출처: IT용어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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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월

가상화폐 양도차익 과세(예정):

가상화폐 양도·대여 등 1년간 거래를 모두 합쳐 이익이 난 금액 을 ‘기타소득’으로 분리해 20% 세율을 적용해 분리과세하는 방 식으로 세금 납부 ※ 정부 문서에서 가상통화, 가상자산 등으로 표현된 용어를 가상화폐로 통일하였음 ▲ 국내 주요 가상화폐 규제 타임라인

하지만 현재 국내에서의 가상화폐 거래 규제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가상화 폐 거래를 담당하는 ‘당국’이 정확히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상화폐 문제는 현재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관계 부처가 공동으로 대응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은 과학기 술정보통신부, 자금세탁은 금융위원회, 과세와 해외송금은 기획재정부 등 주요 업무가 부처별로 나뉘어 있는 상황이다. 올해 5월 이용우 의원이 발의한 「가상자산업법안」에서 는 가상화폐가 금융위원회의 관리·감독을 받도록 설정했다. 정작 금융위원회에서는 가 상화폐를 금융상품으로 인정하지 않아 본인들의 소관이 아니라는 입장을 표명했으나16), 현재 가장 논란이 되는 ‘불공정 거래 방지’와 ‘투자자 보호’의 업무에 있어 금융시장의 안 정과 공정한 금융거래를 위해 존재하는 금융위원회가 가장 적합할 것으로 추측된다. 가상화폐 거래를 감독할 당국이 정해진 다음 무분별한 가상화폐 투기를 예방하는 한 편, 거래소를 이용하는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가상화폐 이용 자들에게 가상화폐 발행 규모나 위험성을 명시한 백서를 공개하는 등 투자 전 충분한 정 보가 제공되어야 하며, 가상화폐 사업자들에게 안정적인 전산시스템으로 고객 계좌의 보안을 유지할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 이 외에도 거래소에 대해 시세조종행위 금지, 미 공개 중요정보 이용행위 금지, 중요사항에 관한 거짓 기재 등 부정거래 금지, 시장질서 교란행위 금지 등 다양한 제재안이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17)

16) 박경담, 홍남기 압박에도…금융위는 왜 가상화폐 주무부처 맡기를 꺼리나, 한국일보, 2021.04.28. 17) 이수환&강지원, 가상자산 관련 투기 억제 및 범죄 피해자 보호 방안, 국회입법조사처,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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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꿈에서 깨어나다 자본주의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금융 지식을 쌓고 투자를 통해 부를 창출하는 것은 자 연스러운 일이며, 어쩌면 바람직한 일일 것이다. 어떤 대상에게 어떻게 투자할지 결정 하는 것 역시 우리에게는 자유롭게 선택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사회의 유지를 위해서는 절제와 질서 또한 요구된다. 안타깝게도 오늘날의 가상화폐 투자는 절제되지 않는 욕망, 질서 없는 자유에 잠식되고 말았다. 많은 2030세대의 청년들이 가상화폐를 투자의 대상으로 삼고, 이에 열광하는 모습은 한국 사회의 씁쓸한 단면이기도 하다. 청년(靑年). 말 그대로 푸르고 싱그러운 시절의 열 정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사람들을 끊임없이 뒤로 내모는 경쟁 사회에서, 우리 는 성취보다도 좌절을 먼저 배운다. 우리가 등속도로 뛰어간다면, 우리의 꿈과 희망은 등가속도로 멀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사회에서 가상화폐가 그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는 최후의 지름길처럼 여겨졌던 것은 아닐까. 가상화폐 투기 현상을 마냥 비난할 수만은 없 는 이유다. 그럼에도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가상화폐 시장에 대한 엄격한 규제는 반드시 필요하다. 사람들 사이 꺼지지 않는 관심, 그치지 않는 논란 속에서 생소한 무언 가에 가까웠던 가상화폐는 점점 익숙한 대상이 되어가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와 투자에 통제선이 늘어날수록 예전만큼의 자유를 누리진 못하는 대신 투기 현상은 차츰 잠잠해 질 것이다. 혹자는 가상화폐 거래를 규제하는 것이 이와 관련한 기술마저도 억압하는 것 이라며 주장하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할 것으로 여겨진다. 투기에 사용되는 가상화폐가 아니더라도 블록체인 기술은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점점 그 활용도를 높이고 있기 때문 이다. 블록체인 기술의 성장과 안전한 테두리의 마련을 통해 언젠가 가상화폐가 투기 자 산이라는 오명을 벗고 자신만의 가치와 쓰임새를 찾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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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Blockchain) 기술이란 블록체인은 한 마디로 ‘모두가 공유하는 거래 장부’이다. 블록체인 기반 가상화폐 기술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먼저 현대의 은행 거래 체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현대 사회에서 는 정부와 은행이라는 ‘중앙’이 통화의 발행량 및 가치를 임의로 조정하며 통화 간의 거래 를 중재 및 통제하고 있다. 이는 중앙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신뢰가 밑바탕에 깔려 있기 에 가능하다. 영희가 철수에게 10만 원을 송금하고자 하는 상황을 예로 들자면, 은행은 대 략 다음 4가지의 일을 수행하게 된다.

10만원 철수에게 보내고 싶어!

영희

1. 영희의 계좌에서 출금하려는 사람이

철수

영희 본인이 맞는지 확인 2. 영희의 계좌에 10만 원이 있는지 확인 3. 철수의 계좌에 10만 원 송금 4. 위 거래 내용 기록 및 보관

이때 은행은 영희와 철수라는 개인 간의 거래에서 중재자로서 거래자의 신용과 거래가 실제로 이루어졌음을 보증한다. 또한 은행은 거래자의 정보, 거래 내용 등을 철저하게 숨기 는 방식으로 보안을 유지한다. 문제는 은행 보안 시스템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에서 비롯된 다. 현재 모든 정보와 기록을 독점하고 있는 은행이 만에 하나라도 해킹을 당해 조작된다 면 국가의 경제 시스템은 큰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다. 사토시 나카모토가 제안한 블록체인 기반의 비트코인은 기존의 보안 방식에서 발상을 바꾼 것이다. 거래 내역을 숨기는 대신 공개하고, 이를 은행과 같은 제3자가 아닌 비트코인 시스템에 참여한 다른 이들의 보증을 받는 것이다.

070

사회


저 철수한테 10만원 보냅니다!

영희

철수

만약 블록체인 시스템에서 논리적인 오류가 발생한다면 이 거래를 증명하는 다른 컴퓨 터들이 계산에 오류가 발생했음을 밝히고, 해당 거래는 거래로써 인정되지 않는다. 또한 모 든 사용자들이 기록을 함께 공유하고 있기에 장부를 조작하기 위해서는 최소 절반 이상의 참여자들이 가진 장부를 전부 조작해야 하고, 참여자들이 많으면 많아질수록 이는 불가능 에 가까워진다. 블록체인 시스템이 해킹으로부터 안전한 이유는 여기에서 비롯된다. 2007~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 파산하는 금융기관들, 그리고 위기를 극복하기 위 해 ‘양적완화’라는 이름으로 달러화를 엄청나게 찍어내는 모습은 이들이 주도하는 금융거 래에 대한 회의감과 불신을 불렀다. 이는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비트코인 시스템이 개발 로 이어졌다. 그러나 블록체인은 단지 화폐 거래 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 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화물 추적 시스템, P2P 대출, 원산지부터 유통까지 전 과정을 추적하거나 예술품의 진품 감정, 위조화폐 방지, 전자투표, 전자시민권 발급, 차 량 공유, 부동산 등기부, 병원 간 공유되는 의료기록 관리 등 ‘조작이 불가능한 기록을 요구 하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든 활용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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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바디 프로필 편집위원 이보미 onew524u@hanyang.ac.kr

02

범죄콘텐츠 수습위원 김가연 kayeon0428@hanyang.ac.kr

03

아날로그 카메라 편집위원 황성주 saint95@hanyang.ac.kr

사진= 황성주


Part

3

문화


074

문화


# 바디 프로필

바디 프로필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편집위원 이보미 onew524u@hanyang.ac.kr

“미(美)는 내부의 생명으로부터 나오는 빛이다” – 헬렌 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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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의 갓생(GOD生) 살기 프로젝트 MZ세대1) 사이에서 바디 프로필 열풍이 불고 있다. 코로나19(이하 코로나)로 인해 일상에 제약이 생긴 MZ세대는 새로운 형태의 자기계발을 찾아나섰다. 이들은 운동에 열중하고 그 기록을 담은 바디 프로필을 SNS에 올리기 시작했다. 이후 바디 프로필은 헬스 열풍과 맞물려 나타난 자기 관리의 표식으로 여겨지고 있다. 남녀노소를 막론하 고 인기몰이 중인 바디 프로필 유행에 운동 문외한들도 바디 프로필을 버킷리스트 삼 아 도전하는 추세다. 『한양』은 바디 프로필의 전반적인 준비 과정에 대해 알아보고자 바디 프로필을 찍은 한양대학교 화학과 18학번 김소원 학우와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17 학번 노승현 학우를 만나보았다.

▲ 김소원 학우와 노승현 학우의 바디 프로필

1) 1980년대 초~2000년대 초반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 대를 통칭하는 말. (출처: 네이버 시사상식사전)

076

문화


바디 프로필 촬영을 결심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지난해 초부터 다이어트를 시작했는데 몸의 변화가 잘 보이지 않 아 답답했어요. 음식에 대한 강박만 생겨서 오히려 살이 찌더라고

김소원

요. 우연히 접하게 된 바디 프로필 챌린지를 통해 감량에 성공했 고, 바디 프로필 반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지난해 허약한 몸을 가꾸고 건강도 챙기며 코로나 시국에 즐길 수 있는 취미를 찾기 위해 헬스장 PT를 등록했습니다. 그러다가 올해

노승현

5월 친구들과 추억을 남기고자 바디 프로필 촬영을 결심하게 되 었습니다. 이처럼 코로나로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 MZ세대는 다름 아닌 자기 자신에게 시 선을 돌려 자기계발에 집중했다. 그 일환인 바디 프로필은 MZ세대에게 운동의 원동력 이자 목표가 되었다.

한양 1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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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떡 3개월 간 압수 바디 프로필(Body Profile)은 명칭 그대로 신체를 촬영한 사진이다. 이는 보통 2~6 개월 동안2) 각자의 방식대로 운동하고 전문 스튜디오에서 촬영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다. 닭가슴살과 샐러드 등 저염분 음식 위주의 극단적인 식단관리를 병행하기도 하며, 촬영 직전에는 체내 수분을 줄이기 위해 며칠간 물을 마시지 않기도 한다.

바디 프로필 준비 과정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 준비 기간 바디 프로필 준비 기간은 대략 3개월이었어요. 바디 프로필 반에 들 어가기 위해 한 달, 들어가고 나서 본격적인 준비 두 달이 걸렸어요.

김소원

5월 초부터 7월 말까지 약 두 달 반 정도 걸렸습니다.

노승현

# 하루 일과 7시 12시 18시 자기 전

닭가슴살 현미밥 야채

7시

공복 유산소 달리기 30분

닭가슴살 현미밥 야채

16시

헬스장 웨이트 2시간

닭가슴살 현미밥 야채

주말

오후 웨이트 및 크로스핏

격주

등산, 자전거 등 야외 액티비티

유산소 운동 달리기 5~10km

웨이트 2시간 후 프로틴 섭취 폼롤러 스트레칭

▲ 김소원 학우(좌)와 노승현 학우(우)의 바디 프로필 준비 당시 하루 일과

2) 네이버, 유튜브 검색 결과 게시글 작성자들의 평균 바디 프로필 준비 기간 추산하였다.

078

문화


3개월 동안 아예 약속을 잡지 않고 이 루틴만 반복했습니다. 운동은 유산 소 1시간, 웨이트 2시간을 평소 루틴으로 정했고 코로나로 헬스장을 가지

김소원

못하는 경우에는 웨이트를 홈트레이닝 1시간으로 대체했습니다. 식단은 매 끼니 닭가슴살, 현미밥, 야채로 똑같이 먹었습니다. 식단을 구상하는 것 자체가 사치라고 생각했어요. 운동은 공복 유산소 달리기 30분, 웨이트 2시간을 주 6회 진행했습니다. 또 격주로 야외 액티비티를 즐겼고 주말에는 단체 웨이트 및 크로스핏 프로그램 에 참여했습니다. 식단은 샐러드에 계란, 닭가슴살과 같은 단백질과 고구마,

노승현

단호박 등의 탄수화물 음식을 추가해서 먹었습니다. 음식 종류보다는 칼로리 와 탄수화물·단백질·지방 비율 그리고 영양 균형에 신경 썼던 것 같아요.

이들은 바디 프로필을 위해 매일 정해진 루틴대로 운동하고 식단을 관리했다. 이처 럼 각자 자신의 루틴에 따라 2~3개월을 보내고 나면 마침내 멋진 몸이 완성된다. 바디 프로필을 찍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마친 것이다. 하지만 이들에겐 마지막 고비가 남아 있다. 촬영 당일 근육을 더욱 돋보이게 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 바로 수분 조절과 로딩 과정이다. 촬영 직전에는 기존 루틴에서 벗어나 물을 더 많이 마시거나 덜 마셔가며 몸 의 수분을 조절하고 탄수화물의 양을 줄였다가 늘리는 로딩 과정을 거친다.

# 촬영 D-7

D-5 물 6L

D-2 물 500ml

D-4 물 6L

D-1 물 500ml

D-3 6L

D-day 단수

수분을 채우는 과정

수분을 빼는 과정

▲ 두 학우의 바디 프로필 촬영 직전 수분 조절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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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전엔 하루에 닭가슴살만 500g가량 먹고 2일 전부터는 고구마 만 700g가량 먹는 로딩 과정도 했어요. 그리고 단 5일 만에 3kg가

김소원

빠졌습니다. 바디 프로필 촬영 당일에는 물을 아예 못 마셨어요. 그 렇게 저는 촬영을 끝내자마자 물 1L를 원샷해 버렸답니다.

촬영 직전 약 일주일 동안은 탄수화물 식사량을 조금씩 줄이다가 촬영 4일 전부터 약 3일간은 무탄수화물 식단을 진행했습니다. 마

노승현

지막 날은 탄수화물 로딩을 위해 평소보다 많은 탄수화물을 섭취했 습니다.

이들은 이러한 준비 과정을 거쳐 바디 프로필 촬영에 성공할 수 있었다. 수분 조절과 로딩 과정을 통해 한층 선명해진 근육은 덤이었다. 바디 프로필은 성과가 눈에 곧잘 보 이기 때문에 그간 힘들었던 과정을 잊게 하고 성취감과 뿌듯함만을 남기는 것처럼 느 끼게 한다.

▲ 그렇게 완성된 김소원 학우와 노승현 학우의 바디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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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특이점이 온 바디 프로필

▲ 유튜브 ‘바디 프로필 부작용’ 검색 결과 (출처: 유튜브)

그러나 최근 들어 바디 프로필로 인한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바디 프로필 촬영을 마친 사람들이 유튜브와 블로그 등의 매체를 통해 여러 가지 건강 문제 를 겪고 있다며 바디 프로필 준비를 말리고 있고 혹자는 바디 프로필 촬영을 후회한다 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들의 증언에 따르면 바디 프로필 부작용은 체내 수분 불균형, 탈모, 간 손상 등의 신체 건강 문제부터 섭식장애, 우울증 등의 정신 건강 문제까지 천 차만별이었다. 바디 프로필 부작용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바디 프로필 준비 도중에 스트레스나 건강 악화로 그만두는 경우가 꽤 있더라고요. 주변 사람들을 보면서 바디 프로필을 준비하는 10명

김소원

중 9명은 부작용을 겪고 있다는 느낌도 들었어요.

간혹 부작용을 겪게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일반적인 다이어 트와 달리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목적 때문인지 극단적으로 식

노승현

이를 제한하면서 몸을 혹사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한양 1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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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디 프로필 준비 중이나 촬영 이후 부작용을 겪으셨나요?

요요현상 단기간에 살을 빼면 다이어트 루틴에서 벗어나는 순간 몸이 원 상태로 돌아오게 되는 것 같아요. 저는 3개월 동안 몸무게 7kg, 체지방률은 대략 7%p를 감량했는데 촬영 이후 일주일 만에 5kg가 도로 쪘습니다. 요요가 가장 심했을 땐 촬영 전 몸무게보다 더 나가기도 했어요.

음식 강박(폭식증) 음식 강박은 촬영 이후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저를 너무 힘들게 하는 부작용입니다. 언제부턴가 머릿속에 음식 생각밖에 없고 맛있는 걸 한 번 먹게 되면 이성의 끈이 끊어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스콘을 7개가량 먹 은 적도 있고 밥솥에 있는 밥을 한 번에 다 먹은 적도 있어요. 탄 수화물이 부족해서 생긴 증상이다 보니 탄수화물이면 그 음식이 눈앞에서 사라질 때까지 먹었어요. 또 원래 음식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스트레스를 받으면 군것질 거리를 잔뜩 사다가 한 번에 다 먹는 것도 비교적 최근까지 겪었습니다. 정상적이지 못한 걸 알기에 자괴감이 들지만 이미 이성이 아닌 어 떤 것에 지배되는 듯했어요. 다이어트는 몸이 느끼지 못할 정도로 몸에 서서히 변화를 줘야 하는데 이벤트성으로 갑자기 변화를 주 니까 몸이 적응하지 못한 것 같아요. 불면증 배가 고파서 잠이 안 와요. 누적된 스트레스와 허기 때문에 잠들기 정말 힘들었어요. 악몽도 자주 꿨습니다. 요즘은 불면증 극복 을 위해 자기 전에 달리거나 요가를 하는데 꽤 효과를 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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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김소원


생리불순 바디 프로필을 준비하는 3개월 동안 생리를 한 번도 하지 않았어요. 지난해 다이어트를 하면서 1년 동안 총 3번 즉, 4개월에 한 번 생리를 했고 지금도 생리 주기가 이상한 상태입니다. 20살까 지 하루, 이틀의 오차밖에 나지 않았던 생리 주기였는데 몇 개월 간 격으로 오차가 생기니까 몸이 망가졌다는 게 실감돼서 슬퍼요.

처음에는 무작정 탄수화물을 적정량보다 적게 먹었습니다. 다이어트 를 시작한 지 한 달 정도 되었을 때 온몸이 무기력해지고 피로감이 극심해져 운동 수행능력이 많이 떨어졌고 체중 감량 속도에 정체기

노승현

가 와서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또 촬영 직전 무탄수화물 식단과 수 분 조절로 체지방을 감량해 몸에 무리가 많이 갔던 것 같습니다. 자 다가 중간에 깨기도 하고 입과 눈이 건조해지기도 했습니다. 촬영 후 물을 마시면서 금방 회복되긴 했지만, 만약 다음에 바디 프로필을 촬 영하게 된다면 수분 조절은 생략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화려하기만 한 바디 프로필 뒤에서 이들은 그 후유증으로 고통받고 있었다. 배고픔 에 밤을 지새우면서도 이 악물고 버텨왔다. 바디 프로필이라는 목표 지점을 지나면 모 두 잊혀질 줄 알았던 일련의 준비 과정은 부작용이 되어 이들의 몸에 고스란히 남았다. 바디 프로필이 지나간 자리에는 요요현상으로 다시 불어난 몸무게와 자기도 모르게 음 식을 밀어넣는 모습뿐이었다. 보여지기 위한 몸 때문에 이들의 건강과 행복감은 뒷전 이 된 지 오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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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바디 프로필은 못 참지 그럼에도 이들은 바디 프로필 촬영을 추천한다고 했다. 수많은 부작용을 상쇄하는 바디 프로필만의 매력이 있는 것일까? 이들에게 바디 프로필 촬영을 마친 소회를 물어 보았다.

바디 프로필 촬영을 마친 소감은 어떠신가요?

누군가 바디 프로필 준비했던 걸 후회하냐고 묻는다면 저는 절대 아니라고 대답할 거예요! 바디 프로필 준비는 제 인생에 큰 획을 그 어준 경험이었어요. 제게 맞는 운동 루틴과 식단 등을 몸소 체험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저는 한 달 전에 두 번째 바디 프로필을 찍었습니다. 따로 관리를 하지 않고 찍어서 부작용도 없 었어요. 처음보다 4kg가 더 찐 상태였지만 근육량도 같이 오른 덕 에 복근은 더 선명하게 나왔어요.

▲ 김소원 학우의 두 번째 바디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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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김소원


첫 번째 바디 프로필을 통해 제가 러닝과 웨이트 운동을 좋아한다 는 걸 알게 되었어요. 최근엔 클라이밍에도 빠져서 운동이 삶의 낙 이 되었어요! 그리고 바디 프로필이라는 뚜렷한 결과물 덕분에 주 변 사람들로부터 저의 노력과 열정을 인정받을 수 있었어요. 또 무 언가를 도전하고 멋지게 성공했다는 경험이 운동이 아닌 다른 일들 에 대한 자신감의 원천이 된 것 같아요. 바디 프로필을 준비하면서 제 몸의 인풋과 아웃풋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는 확신도 생겼어요. 음식 강박을 이겨내기가 가장 어려웠 는데 이제 거의 극복했어요. 스트레스 받을 때만 주의하면 될 정도 입니다. 그렇게 지금의 저는 첫 바디 프로필 준비 당시보다 몸이 더 좋아진 상태랍니다☺

▲ 매일 체크하고 있는 눈바디3)

3) 눈과 체성분 분석기 브랜드인 ‘인바디’의 합성어. 다이어트를 할 때 거울을 통해 몸을 확인하는 것을 의미한다. (출처: 네이버 시사상식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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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준비 기간이 짧았고 심미적으로 완벽한 몸을 만들진 못했지 만 꽤 만족합니다. 무엇보다 준비 과정이 즐겁고 유익했습니다. 운

노승현

동과 식단 관리는 매일 도전하는 미션이자 글로만 배운 지식을 직 접 실험해볼 기회였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함께 준비하는 친구들 과 서로 도움을 주고 의지하면서 더욱 돈독해질 수 있었습니다. 촬 영 후 남은 아쉬움을 밑거름 삼아 보다 건강하고 멋진 몸을 만들어 보려 합니다. 바디 프로필을 계기로 건강한 생활 습관을 만들고자 하는 분들께는 바디 프로필을 꼭 추천해드리고 싶습니다.

이들은 바디 프로필을 통해 본인 몸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보냈다. 단기간 에 운동 강도를 높이고 식단을 무리하게 제한하며 겪은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 나가며 본인에게 적합한 운동 루틴과 식단을 찾을 수 있었다. 또 바디 프로필을 통해 본인의 성과를 인정받으며 느낀 성취감과 자신감을 삶 의 또 다른 원동력으로 삼았다. 바디 프로필은 MZ세대에게 잃어버린 활기를 되찾아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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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알아보고 도전하자 그것이 ‘약속’이니까 지금도 SNS에는 수많은 바디 프로필이 새로이 게시되고 있다. 몇 개월간의 여정을 담은 바디 프로필을 보며 그간의 노고를 회상하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찬사를 받 기도 한다. SNS를 통해 뻗어 나가는 바디 프로필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도전의식을 일깨운다. 또 지루하기만 한 삶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앞으로 닥칠지 모를 역경에 움츠러들지 않고 대면할 수 있는 용기를 준다. MZ세대가 바디 프로필에 도전하는 이 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우리의 몸은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남에 게 보인다는 사실이 우리에게 긍정적인 원동력과 유인으로 작용한다 해도 그것이 운동 의 목적 그 자체가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의 몸은 그 어떤 모양새를 하든 특별한 의미 를 지닌다. 하루하루 달라지는 모습에 흥미를 느껴가며 스스로의 페이스에 따라 건강 하게 생활하는 것만으로도 바디 프로필의 의의는 충분하다. 더불어 바디 프로필을 통해 본인을 되돌아보는 기회가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본인만의 생활 습관을 계획하고 본인만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 야 한다. 단기간에 과도하게 설정된 목표를 향해 달려간다면 부작용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수영하기 전 몸에 물을 묻혀가며 물의 온도에 적응하는 것처럼 바디 프로필을 준 비하기 전에도 워밍업은 필수다. 시행착오를 두려워하지 않고 부작용마저 단기간에 털 어내는 MZ세대의 ‘갓생’ 살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바디 프로필은 그 과정 중 하 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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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죄콘텐츠

슬기로운 범죄콘텐츠 생활 수습위원 김가연 kayeon0428@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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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사이 대중들은 끔찍한 사건일수록 호기심이 발동한다. 아무리 그렇다 쳐도 피가 낭자한 살인현장에 많은 손님들이 그렇게 흥미를 갖고 몰려든다는 건 현대 적 아이러니라 아니할 수 없다. 이 같은 군중심리는 흉악한 범죄자를 영웅으로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 영화 <도망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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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야! 나두! 최근 범죄를 소재로 한 예능 콘텐츠들이 성행하고 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이하 꼬꼬무)>나 <알쓸범잡>, <표리부동> 등의 프로그램은 범죄 사건과 관련 법규, 그리고 사건 이면의 에피소드까지 아우르며 시청자들로부터 인기몰이하는 중이 다. 이전에는 <그것이 알고 싶다>가 주류였다면 최근에는 주류라 할 것도 없이 관련 프로그램이 우후죽순 등장해 우리는 그 열풍을 실감할 수 있다. 범죄는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오랫동안 사랑받는 소재였다. 그러나 최근 예능에서 범죄 콘텐츠가 더욱 열렬한 인기를 얻는 것에 의아함이 앞선다. 왜 이제서야 범죄가 예 능에서 다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일까? 그 해답을 찾기 위해 범죄 콘텐츠의 정의부터 역사까지 살펴볼 예정이다. 또한, 범죄콘텐츠의 명과 암을 비추어 보며 범죄콘텐츠의 선한 영향력과 위험성을 언급하며 그 유의점을 상기시키고자 한다. 이를 통해 시청자 들로 하여금 범죄콘텐츠의 생산과 소비에 있어 올바른 자세를 고취하길 희망한다.

▲ <꼬꼬무> 요약본 영상 조회수 (출처: YouTube)

▲ <알쓸범잡>, <표리부동> 공식 포스터 (출처: Da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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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범죄콘텐츠, 그게 뭔데 범죄콘텐츠는 말 그대로 범죄를 주된 소재로 사용하는 콘텐츠로, 그 종류는 무척 다양하다. 사회학자 에르네스트 만델은 자본주의의 발달단계에 따라 범죄소설이 개인 범죄로 시작해서 조직범죄로, 다시 국가범죄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1) 우리나라 범 죄콘텐츠의 종류 역시 역사의 흐름에 영향을 받았다. 한국 범죄콘텐츠의 시작인 1960 년대 영화도 개인범죄를 소재로 다루고 있다. 경찰권이 미처 확립되지 못한 사회 분 위기를 반영하여, 범죄자 스스로 회개하고 죗값을 치르는 권선징악의 주제를 갖는다. 그 예시로는 영화 <마의 계단>, <지명수배> 등이 있다. 1970년대는 수사에 초점을 맞 춘 드라마 <수사반장>과 <113 수사본부> 등이 방영되며 수사드라마가 우리나라에 성 공적으로 정착했다. 그 명맥을 1980년대에 들어 영화 <최후의 증인> 등이 이어갔고, 1994년 조직범죄를 소재로 한 액션 영화 <게임의 법칙>이 크게 흥행하며 누아르2) 영 화까지 본격적으로 안착했다. 1990년대 이후 냉전체제가 와해되고, 전 지구적 자본 주의화 및 뉴미디어의 등장으로 인해 사회변화가 가속화되었다. 이러한 현상에 발맞 춰 1990년대 후반에 이르러 계몽성과 리얼리티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나며 추리와 재 미를 추구하는 작품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살인의 추억>, <추격자> 등이 그 예이다. 2000년대에는 드라마 <변호사들>과 <신의 저울>같이 공권력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 을 보여주는 콘텐츠들이 범죄스릴러의 부흥을 주도했다. 이는 외환위기를 겪고 2000 년대에 접어들며 경제적 부를 축적한 이들의 비리를 응징하고 복수해야 한다는 구도 속에서 그 모습이 드러난 것이다. 이처럼 범죄콘텐츠의 제작 풍토는 급변하는 환경 속에 출현한 관객층의 모더니티3) 적 경험이 맞물리며 만들어진 것이다. 영화에서 비롯된 범죄콘텐츠는 드라마로 발전 했고, 현재는 시사 및 예능 프로그램까지 그 외연을 넓히고 있다. 시사 프로그램으로 는 범죄사건에 대해 전문가와 함께 분석하고 탐색하는 <그것이 알고 싶다>가 대표적 1) 에르네스트 만델, 즐거운 살인, 이후, 이동연 옮김, 2001 2) 프랑스어로 ‘검은 영화’라는 뜻, 어둡고 잔인하며 폭력적인 범죄와 타락의 도시 세계를 그린 영화를 지칭 한다. (출처: 영화사전) 3) 현재의 특수성에 대한 고조된 감수성, 미래의 새로움에 대한 기대와 믿음 등을 의미하는 용어 (출처: 두산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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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며, 예능 프로그램으로는 과거의 역사나 사건들을 주제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꼬꼬 무>, <알쓸범잡>, <표리부동> 등이 있다. 정리하자면, 우리나라의 범죄콘텐츠는 사회고발적 특성을 큰 특징으로 삼는다. 시 대적 분위기를 반영하여 유전무죄 무전유죄 사회가 되어버린 범죄의 심각성을 꼬집 고, 법질서와 국가 시스템이 지배층을 위해서만 서비스되고 있다는 사실을 상징적으 로 보여주며 범죄콘텐츠의 질을 높여왔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토록 범죄콘텐츠를 갈망하는 것일까?

▲ (왼쪽부터) 영화<지명수배>, 영화<게임의 법칙>, 드라마<신의 저울> (출처: Da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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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왜 우리는 갈망하는가 권선징악, 선을 권하고 악을 나무란다. 흔히 범죄콘텐츠에서 사용되는 교훈이다. 범죄를 소재로 한 드라마나 영화는 절정에 다다를수록 범인은 죗값을 치르고 피해자 는 구원되는 해피엔딩으로 끝나곤 한다. 우리는 콘텐츠를 소비하면서 이야기 속 범인 을 실컷 비난하기도, 피해자의 슬픔에 동조하거나 피해자를 응원하기도 하며 묘한 카 타르시스를 느낀다. 이러한 심리는 현 사회에서 악랄한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를 법이 제대로 처벌하지 못할 때 더욱 강해진다. 정의가 실현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분노를 콘텐츠로나마 해소하고 범인이 무거운 처벌을 받는 것을 보며 통쾌함을 느끼는 것이 다. 간혹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이 반응을 극대화하기 위해 폭력적인 장면을 포함하고 시사나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다소 적나라한 실제 장면을 삽입하는 등의 자극적인 시 각효과를 삽입하곤 하며, 시청자들은 이를 보며 ‘소름돋는다.’ ‘무섭다.’와 같은 감정을 느낀다. 이는 곧 ‘재밌다’라는 심리로 귀결되기도 한다. 우리는 왜 심각한 위기의 상황을 관람하며 역설적이게도 ‘재미’라는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일까? 그 이유로 우리는 총 6가지 종류의 동기를 갖기 때문이다.4)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내용을 얻을 수 있다는 정보동기부터 세상의 일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도피 동기까지, 모두 각자 나름의 이유로 범죄콘텐츠를 즐기게 된다. 범죄콘텐츠 시청동기 정보동기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내용, 유익한 정보, 세상사는 지혜를 얻을 수 있다는 것

자극동기

내용, 범죄 묘사, 이후에 더 자극적인 내용에 대한 기대로부터 비롯되는 것

습관동기

다른 할 일이 없거나 범죄 드라마가 켜져 있는 등 습관적으로 보는 것

사회적 소통동기

주변 사람들과 공통된 대화소재를 만들기 위해 혹은 다른 사람이나 매체의 호평 때문에 보게 되는 것

오락동기

재미있고 전개가 흥미진진하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

도피동기

복잡한 일들을 잊게 해주고, 하고 있는 일로부터 벗어날 수 있으며 일상생활의 압박이나, 책임, 걱정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

4) 전아람, 최용준, <범죄드라마 시청이 시청자의 현실 인식에 미치는 영향 연구>, 방송통신연구, 2020, 65-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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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사람들은 종종 범죄콘텐츠를 소비하며 피해자에 대해 연민을 느끼곤 한다. 그리고 영화 속 정의로운 영웅의 이미지에 공감하고 자신을 대입해 꿈꾸기도 한다. 범죄콘텐츠의 긴장감과 압도하는 분위기가 시청자들에게 자극을 주고, 몸에서 마음 속으로 전면적 석방을 할 수 있는 셈이다. 즉, 우리가 범죄콘텐츠를 선호하는 이유는 영웅적 심리 혹은 자극적 요소에 몰입을 통해 현실에서 도피하여 ‘재미’라는 쾌락을 얻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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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콘텐츠의 명과 암 # 사건의 재인식 및 선한 영향력 범죄콘텐츠는 선한 영향력을 갖기도 한다. 미제사건을 다루는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는 실제 수사에 도움을 준 사례가 있다. ‘이태원 살인사건’이 대표적인데, 1999년 검찰의 실수로 출국 금지 연장 신청을 하지 않은 이틀 사이에 진범 패터슨은 출국했다. 이후 2005년, 우리 정부는 미국 정부에 패터슨을 찾아달라 요구했지만 전 혀 진전이 없었다. 결국 법무부는 2009년 범죄인 인도 요청이 불가능하므로 기소중 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그리하여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팀이 패터슨을 찾아 나 서기로 한 것이다. 미국에서 사설탐정을 고용해 패터슨에 대한 정보를 얻어냈고, 그 를 직접 찾아가 인터뷰까지 진행했다. 그 후에 영화 ‘이태원 살인사건’이 개봉하자 국 민적 공분이 커져 검찰은 전면 재수사를 선언하고 범죄인 인도 요청을 서두르기 시작 했다. 이후 2017년 패터슨은 진범임이 밝혀졌다. 여러 편에 걸친 제작팀의 끈질긴 탐 색 보도를 통해 20년 만에 진범을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준 것이다. 영화 <도가니>의 경우에도, 이 영화가 상영된 후 큰 반향을 일으키며 경찰 수사의 재개를 이끌었고, 결 국 ‘도가니법’을 개정하는 변화까지 이루어냈다. <꼬꼬무>를 제작한 유혜승PD는 <꼬꼬무 시즌2> 제작발표회에서 ‘범죄에 대해 너 무 자극적으로 다룸에 비판을 받지만 해당 사건을 다루는 이유는 오늘날 이 이야기를 다시 끄집어내서 기억해야 한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이 프로그램은 사람들에게서 잊혀가는 사건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자신이 알았던 역 사의 이면을 꺼내어 생각의 전환을 이루게끔 의도한 것이 아닐지 생각해 본다. 이처 럼 여러 범죄콘텐츠는 묻혀버린 사건들에 대한 재인식을 이끌어 내고, 법의 경미함을 꾸짖어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시사에도 관심을 기울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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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식의 오류 하지만 범죄콘텐츠의 소비와 생산에 있어 주의해야 할 점 역시 존재한다. 범죄콘텐 츠는 적나라하기에 자극적이다. 우리는 다소 폭력적이고 잔인한 장면을 보며 마치 이 러한 상황들이 현실에서도 강력범죄로 빈번히 일어나고 있을 것이라고 인식한다. 즉, 적나라한 범죄묘사는 강력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심을 수 있지만 이에 과도히 몰입하 게 된다면 오히려 인식의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불필요한 범죄에 대 한 두려움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연결지을 수 있다. 통계청은 ‘사회조사’를 통해 사회 안전에 대한 인식도를 조사하여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2018년도 기준, 사회가 ‘안전’ 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20%에 불과했다. 이는 많은 사람이 사회적으로 안전함을 느 끼지 못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경찰청의 ‘2018년 범죄개요 및 주요 지 표 범죄 분석’에 따르면 2018년 범죄 발생건수 중 강력범죄와 폭력범죄는 각 1.7%, 18.2%로, 전체 인구의 약 0.06%만이 강력 및 폭력범죄에 연루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실제 범죄 발생률과 사람들의 범죄 연루에 대한 불안감 사이에는 큰 차 이가 존재한다.

# 오해와 편견 또 다른 위험성은 콘텐츠로만 보는 범죄에 익숙해져 시청자들로 하여금 범죄와 관 련된 제반 내용에 대해 잘못된 선입견이나 오해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흔히, 드라 마, 영화와 같은 콘텐츠에서는 늘 치밀하고 계획적인 사이코패스가 많이 나오지만 실 제로는 대부분의 범죄가 우발적인 행동에서부터 비롯된다. 또한, 콘텐츠상에서는 수 사를 진행하는 과정이 대개 역동적이고, 성공적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수사를 진행 하는 과정은 많은 장애물이 존재하고, 몇 년씩 길고 긴 수사 끝에도 공소시효가 끝나 범인을 잡지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도 비일비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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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방범죄의 위험성 모방범죄의 위험성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영화모방범죄에 대해 주범의 연령대가 10 대의 비율이 43.8%로 높게 나타났으며, 강력범죄의 경우 그 비율이 87.5%로 더욱 상 승한다.5) 또한, 영상물등급위원회에 따르면 성인영화를 제외한 일반 영화에 대한 영화 의 등급 분류 기준 중 핵심 기준이 '주제 및 내용'(70.4%)과 '폭력성'(23.0%)이었으나, ' 모방위험의 기준'의 경우 2017년까지 단 4편(0.4%)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러 한 통계 결과는 모방위험성에 대해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우리 사회의 분위기를 여실 히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한 방안으로 모방범죄자들의 체포와 기소에 대한 정 보나 모방범죄 실패 사례를 언론에 제공하도록 제안했다. 또한, 청소년에 대해 유해한 영상물로부터 적절한 보호조치를 하지 않을 시 법적 조치를 하거나 등급 규정의 구체 화, 청소년 보호 시간대의 현실화 등을 제안하기도 하는 등 여러 방면에서 모방범죄를 예방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즉, 콘텐츠는 모든 것을 현실적으로 다루기에는 어려움이 있기에 전부가 아닌 일부 의 모습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자극적인 것에 있어 해당 사건의 피해자에게 또 한 번의 아픔이 되지 않길, 그리고 모방범죄의 위험성에 있어서 각별히 주의하며 프로그 램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 미디어는 범죄에 대한 것들을 말해 진상규명 혹은 경각심을 목적으로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지만 알아야 할 권리와 보호해야 할 권리 그 사이 에서의 중립을 잘 지켜야 한다. 실제 사건을 콘텐츠로 다루는 미디어는 사실에 대한 왜 곡이나 과장은 일절 금해야 한다.

5) 남현희, <대중매체에 나타난 범죄 모방사건에 관한 사례 연구:범죄영화 분석을 중심으로>, 충남대학교 평화안보대학원 과학수사학과 범죄수사학전공 석사학위논문,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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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알고, 잘 소비하자 2021년, 현재는 미디어의 시대이다. 1인 미디어의 등장, 다양한 플랫폼의 증가 등 우리는 일상 속에서 매 순간 미디어를 사용한다고 볼 수 있다. 발전되는 미디어 속에 서, 범죄콘텐츠의 부흥도 함께 시작되었다. 사람들은 흉흉한 범죄 사회 속에서 안전 한 울타리를 찾고 싶었던 것인지, 정의롭지 못한 사회에 대한 반기였는지 범죄콘텐츠 를 찾아 소비하기 시작했다. 시청동기가 무엇이든, 그 위험성 또한 무시할 수는 없다. 잘못된 인식의 누적과 오 해로 빚어진 문제점들과 모방범죄의 위험성 등에 대해 계속해서 해결방안을 모색해 야 할 것이다. 범죄콘텐츠 특성상 온전히 자극적이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그 자극적 인 것에 익숙해져 범죄에 대한 인식이 경각심이 아닌 ‘재미’ 혹은 ‘스릴’과 같은 감정 으로만 소비되면 안 된다. 또한, 콘텐츠 속에서의 관념과 행동은 관객이 현실에서 하 는 활동에 대해 영향을 미치는 특성이 있다. 한 신문 자료에 따르면 영화 관객 10명 중 9명 이상이 사회적 사건을 접할 때마다 비슷한 영화들을 떠올리는 것으로 조사되 었다. 60.09%은 '비슷한 사회 사건에 대한 자신의 인식이 영향을 끼친다'고 답했고, 36.32%는 '비슷한 영화를 생각한다'고 답했다.6) 하지만 콘텐츠는 그 자체로 향유해야 한다. 콘텐츠의 이면에 있는 실상은 보이는 것과 다를 수 있으며 이를 인지함으로써 더 나은 자세로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다. 우리는 실제로 일어났던 범죄를 바라보며 우리 사회에 관심을 기울이고 이로써 기억해야 한다. 그 어떤 범죄도 절대 가벼이 여 길 수 있는 소재 혹은 이야깃거리가 아니다.

6) 汪萌. "실제 사건 각색" 영화연구 [J]. 영화문학.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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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꼬무’의 매력 <꼬꼬무>는 작년 9월 시즌1을 시작으로 시즌2를 최근 7월 말 종영했다. 그리고 오는 10 월 시즌3를 시작한다고 예고했다. 작년 9월을 시작으로 아직 1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매 회 차별로 최고 시청률을 찍으며 인기가 급상승세를 타고 있다. <꼬꼬무>를 모르는 사람들에 게 필자의 개인적 리뷰를 담아 이 프로그램을 즐겨보는 방식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꼬꼬 무 시즌1>중 가장 인상깊게 봤던 작년 11월에 방영된 7회 '무등산 타잔 박흥숙'에 대한 이야기 를 해보려 한다. 그 날의 이야기는 23살의 청년가장이었던 박흥숙으로부터 시작된다. 찢어지 게 가난해 집을 살 돈이 없었던 박흥숙 가족은 무등산에 들어가 허름한 움막집을 지어 살고 있었다. 그리고 1977년 4월, 박흥숙은 망치를 휘둘러 네 명의 남성을 살해했다. 당시에는 산 업화에 따라 무허가 판자촌을 철거하던 시기여서 처음에 철거반원들은 박흥숙에게 땅굴이나 파서 눈에 안 보이게 살라고 전했다. 이후, 갑자기 박흥숙이 살던 무등산이 도립공원으로 지 정되며 케이블카 설치가 필요했는데 그 자리에 그의 움막집이 보였고, 당시 헬기사찰을 즐겼 던 대통령이 판자촌들이 거슬린다는 이유로 철거를 서두르게 되었다. 그렇게 철거반원들은 판자촌에 불을 지르며 단행했고, 이에 맞서 싸우다 분노를 참지 못하고 철거반원들을 살해 하는 비극이 발생한 것이다. 이는 경제 성장이 한창이던 대한민국의 아픈 이면이라 볼 수 있 다. 박흥숙은 국가 정의에 보탬이 되고 싶다는 마음에 검사의 꿈을 키우고 있었다. 국가 정 의를 생각하며 성실했던 그를 분노로 감싸고 희대의 살인마로 몰아넣은 철거반원들 또한 그 저 위에서 시켜 지시대로 움직였던, 강자가 아닌 약자들이었다. 살인을 저지른 것은 절대 용인 될 수 없지만, 박흥숙은 그 사회 속 하나의 희생양이었기에 어떻게든 살아가고자 했던 그의 몸부림과 죽음을 더욱이 안타까워할 수밖에 없었다. 그 날의 이야기를 들으며 1970년대 출간된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연결지 어 생각할 수 있었다. 도시 빈민의 현실을 담아낸 이 소설 또한 박흥숙의 이야기처럼 자본주 의 사회의 구조 속에서 허덕이는 시민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 날의 이야기가, 현재 우리에 게는 어떤 메시지를 전할까? 50여 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그 빈민 속에서 구제가 되었을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끔 했다. 박흥숙의 세상에서의 사회가 철거하고 있었던 것은 집이 아닌 사람 이었고, 현재의 우리 또한 각박한 삶을 살아오는 현실인 것 같아 답답했다. 과거나 현재나 사 회는 부유한 사람만이 나라의 국민이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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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숙은 “나의 죄는 죽어 마땅하리다. (중략) 빗나간 영웅심의 궤변이라 해도 좋다. 하 오나 이 같은 불상사가 되풀이되지 않는다면 죽어가는 몸으로서 그 이상 무엇을 바라겠는 가.”라는 말을 끝으로 사형에 처했다. 그는 돼지움막보다도 못한 집에서 개, 돼지 취급조차 도 받지 못하며 땅굴을 파고 살면서도 참고 또 참았다. 자신과 같은 상황이 되풀이되지 않 기를, 정의로운 사회가 되기를 간절히 원했던 박흥숙이 현재 이 사회를 본다면 얼마나 비통 할지 생각해 본다. 이처럼 <꼬꼬무>는 과거의 사건을 다루며 우리의 역사와 그 속에 숨겨진 이면을 말해준다. 우리는 그 이면을 보고 현재의 삶과도 연결지어 생각하게끔 한다. 일방적 설명이 아닌 패널들끼리 얘기하듯 들려주어 그 날의 이야기를 들은 시청자로 하여금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게 하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큰 매력 포인트라고 보는 것이다.

▲ <꼬꼬무 시즌1> 7회 예고편 (출처: SBS 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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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을

향한

한양인의

시선

『한양』에

대한

한양인의

평가

『한양』을

위한

한양인의

비판

지금 『한양』 에게는 한양인이 필요합니다. 116호를 보고 기사에 대한 평가를 HYgyoji@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 독자평은 117호 교지에 실리며 독자평을 보내주신 분에게 문화상품권을 지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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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날로그 카메라

흔들리는 초점 속에서 아날로그 향이 느껴진거야 편집위원 황성주 saint95@hanyang.ac.kr

102 사진= 황성주

사회


카메라에 따라 일상의 이미지는 달라진다. 사진이 달라진다 – 2006년 캐논 광고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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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온 아날로그 카메라 취미로 사진을 찍다 보면 어떤 카메라를 구입하면 좋을지 종종 질문을 받곤 한다. 특 히 최근 들어서 디지털카메라보다는 필름카메라나 즉석카메라와 같이 아날로그 카메 라와 관련한 질문이 많아졌다. 아날로그 카메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음을 피부로 느 끼는 중이다. 실제로 최근 우리 주변, 특히 MZ세대들이 아날로그 카메라를 사용하는 모습을 쉽 게 발견할 수 있다. 휴대폰 대신 즉석카메라로 즐거웠던 순간을 담아 SNS에 올리기도 하고, 여름방학에 여행을 떠나면서 일회용 필름카메라로 풍경을 찍기도 한다. 이를 증 명하듯 몇 년 전에 단종되었던 필름이 재출시된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필름카메라의 중고가격도 전보다 올랐다. 또한, 후지필름에서 나온 인스탁스의 판매량이 2005년 대 비 100배 이상 증가하는 등 즉석카메라의 인기도 다시 올라가는 추세이다.1) 한동안 디지털 기술에 밀려 점차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가던 아날로그 카메라가 다 시 돌아온 것은 아날로그만의 매력이 사람들의 마음을 잡아끌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 지만 막상 아날로그 카메라 입문을 앞두고 어디서부터 어떤 정보를 찾아야 할지 몰라 막막하게 느껴질 수 있다. 아날로그 매력을 즐기고자 하는 당신, 『한양』과 함께 아날로 그 카메라에 한번 제대로 빠져보자.

1) 박지영, “폴라로이드, 기억하시죠?”…즉석카메라의 역주행[IT선빵!], 헤럴드경제, 2020.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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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카메라, 그 흥망성쇠 호모 사피엔스는 지구상에 나타나 세력을 점차 확장할 때부터 현재를 기록하고자 하 는 욕구가 있었다. 역사시대 이전에는 사냥하는 모습을 동굴벽화로 나타냈고, 문명이 발달함에 따라 수많은 화가들이 다양한 풍경과 인물, 행사를 그리면서 그 순간을 기록 했다. 이후 19세기에 자연으로부터 이미지를 직접 얻을 수 있는 기술이 발명되면서 본 격적으로 사진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 필름카메라의 역사 1826년 니엡스가 세계 최초의 사진을 찍은 이후, 쉽고 편리하게 사진을 촬영할 수 있도록 많은 기술이 개발되었다. 1884년 조지 이스트먼이 이스트먼 코닥을 설립하여 롤필름을 선보였고, 단순하고 휴대하기 편한 코닥 카메라를 시장에 내놓으면서 누구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필름 규격 인 35mm 필름은 1913년에서 1914년 사이에 Leica의 오스카 바르낙이 개발한 카메라 Ur-Leica에 처음 적용되었다. 이후 1925년 Ur-Leica를 양산화한 Leica Ⅰ을 시작으 로 1953년 Leica M3, 1959년 Nikon의 Nikon F 등 다양한 카메라들이 시장에 나오면 서 본격적으로 35mm 필름을 적용한 카메라들이 보급되기 시작했고, 점차 35mm 필 름이 사진에서 가장 일반적인 판형으로 자리잡아 지금까지 이어졌다.

▲ 세계 최초의 사진 (출처: Photograp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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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89년 당시 코닥 광고(좌)와 1933년에 출시한 코닥 35mm 필름(우) (출처: Photography in America, Kodak)

▲ Ur-Leica(좌)와 Leica I (우) (출처: 디자인소리, Wikipedia.com)

▲ Leica M3(좌)와 Nikon F(우) (출처: the edit, Nik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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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즉석카메라의 역사 즉석카메라는 1948년 폴라로이드에서 처음 출시했다. 이 카메라는 다른 필름카메라 에 비해 사진관에 필름을 맡기지 않고 곧바로 사진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당시 젊은 세대였던 베이비붐 세대2)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우리가 흔히 즉석카메라를 폴라 로이드 카메라라고 알고 있는 것도 당시의 인기 때문이다. 폴라로이드 이외에도 후지 필름의 인스탁스, 코닥 등 많은 회사에서 200여 종류가 넘는 즉석카메라들이 시장에 출시되어 큰 사랑을 받았다.

▲ 최초의 즉석카메라인 폴라로이드 랜드카메라(좌)와 다양한 즉석카메라(우) (출처: Wikipedia.com)

2) 전쟁 후 베이비붐의 사회적 경향에서 태어난 세대. 미국에서는 제2차 세계 대전 후부터 1960년대에 걸쳐서 태어난 세대를, 우리나라에서는 전후 세대, 특히 1955~1963년에 태어난 세대를 이른다. (출 처: 우리말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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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쇠퇴하는 아날로그 카메라 1980년대에 개발되기 시작한 디지털 이미지센서는 필름카메라와 즉석카메라를 위 협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디지털카메라가 언론사와 전문가를 중심 으로 보급되면서 점차 필름카메라를 대체했고, 2002년에는 디지털카메라의 생산량이 필름 카메라의 생산량을 추월했다. 결국 2005년 대표적인 필름회사인 AGFA의 파산 신청을 시작으로 2007년 미놀타의 카메라 시장 철수 선언, 2012년 코닥의 파산보호 신 청이 이어졌다. 심지어 2007년부터는 일본카메라영상기기공업회(CIPA)에서 필름카메 라와 관련된 통계작성을 중단할 정도로 필름 및 필름카메라 산업은 몰락하고 말았다.3) 8,000 7,000

출하량 (단위: 1,000대)

6,000 5,000 4,000 3,000 2,000 1,000 0 1975

1980

1985

1990

1995

2000

2005

2010

연도

▲ 필름카메라 출하량 그래프 (출처: 일본카메라영상기기공업회(CIPA))

즉석카메라 시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1994년 당시 매출이 23억 달러에 이를 정도로 전성기를 누리던 폴라로이드는4) 디지털카메라의 보급에 따라 급격하게 사세가 기울었 고 결국 2001년에 파산했다. 현재 폴라로이드 상표가 붙은 즉석카메라들이 생산되고 있으나, 이는 그저 상표명만 같을 뿐 예전의 폴라로이드사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회사 들이 제조한 상품이다. 3) 김지현, ‘셔터’닫는 필름카메라 시대, 머니투데이, 2018.06.03 4) [책갈피 속의 오늘] 1947년 폴라로이드 카메라 등장, 동아사이언스, 2008.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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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alog strikes back 이렇듯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따라 아날로그 카메라는 서서히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추세였으며, 소수의 마니아층을 중심으로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상황이 반전되었다. 후지필름의 일회용 카메라와 필름의 매출 성장률이 2018년부터 매 년 두 배씩 상승하여 2018년 129%, 2019년 108% 성장하는 기록을 세우고5), 즉석카메 라인 인스탁스 제품의 매출이 2020년에 2019년 대비 38% 증가하는6) 등 최근 몇 년간 아날로그 카메라 시장이 다시 커지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MZ세대를 중심으로 필름카 메라와 즉석카메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아날로그 카메라를 찾는 이들이 많아졌 기 때문이다. 다시 돌아온 아날로그의 유행, 그 중심에는 뉴트로 현상이 있다.

# Back to 60s, 70s, 80s, 90s 뉴트로(Newtro)란 회상, 회고, 추억 등을 뜻하는 레트로스펙트(retrospect)의 약어 retro에 새롭다는 의미의 New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단어이다. 단순히 과거로 돌아가 거나 과거를 그리워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문화를 재해석하여 세대 간의 문화를 이 어주고, 디지털과 아날로그 감성을 유기적으로 융합하여 과거를 미디어 콘텐츠로 경험 할 수 있는 새로운 문화현상을 뉴트로 현상이라 말한다7). 뉴트로 현상은 MZ세대를 중심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낡고 쇠락해가던 종로 익선동과 을지로의 골목상권이 핫플레이스로 부활하기도 하고, 과거의 유산이라 여겨졌던 LP와 카세트테이프가 다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하지만 단순히 옛것을 즐길 뿐만 아니라 이 를 SNS에 올리기도 하고, 현재에 맞추어 각자의 개성에 따라 재해석하기도 한다. 이 같 은 유행에 맞추어 기업들도 발빠르게 다양한 상품을 내놓고 있다. 예를 들어 하이트진로 는 과거 자사의 소주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진로’를 2019년에 출시했고, 삼성전자 도 자사의 옛 브랜드인 애니콜을 활용하여 무선이어폰 케이스를 선보인 바 있다. 5) 박해식, 아날로그 감성 필름 사진도 부활? 40년 사진역사 한국후지필름(주)에 눈길, 동아닷컴, 2020.03.06 6) 박지영, “폴라로이드, 기억하시죠?”…즉석카메라의 역주행[IT선빵!], 헤럴드경제, 2020.08.03 7) 손채영, 조혜영, 뉴트로 컨버전스를 통해 본 한국 대중문화 콘텐츠 연구, 기초조형학연구, 102호, 2020년, p.205~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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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로 소주(좌)와 애니콜 모양의 버즈 케이스(우) (출처: 문화뉴스, 이투데이)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뉴트로 현상에 대해 매일경제 뉴스와의 인터뷰에 서 “복고는 문화 코드를 누렸던 중장년층의 향수에 소구8)하는 것이라면 뉴트로는 지금 젊은 층이 본인들이 경험하지 못한 색다름에 끌리는 것”이라며 “복고가 과거의 재현이 라면 뉴트로는 새로운 해석을 의미해 미묘한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즉 MZ세대는 과거의 문화에 대해 낯설지만 친근하게 생각하며, 과거의 스타일을 새로운 형식으로 소비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MZ세대에게 아날로그의 어떤 점이 새롭고 신선하게 다가온 것일까? 역설 적이게도 느림과 불편함이다. 기술이 기하급수적으로 급격하게 발전하고, 매년 신제품 이 끊임없이 나오며 매일매일 많은 것들이 빠르게 변하는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MZ세대에게 아날로그로 대표되는 과거의 문화는 상대적으로 느리고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불편함이 오히려 빠른 변화에 디지털 피로감을 느끼는 MZ세대에게 느림의 미학을 선사하고, 따뜻한 감성을 전해주기에 다시 옛것이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다. 8) 광고나 판매 따위에서, 사람들의 욕구를 자극시켜 구매 동기를 유발함 (출처: 고려대 한국어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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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날로그 카메라는 불편하지만 그게 매력이야 아날로그 카메라가 우리에게 주는 매력을 논할 때 카메라 자체의 디자인을 빼놓을 수 없다. 현재 구입할 수 있는 대부분의 필름카메라는 196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 지 생산된 제품이다. 따라서 카메라 디자인으로부터 그때 그 시절의 감성을 느낄 수 있 다. 즉석카메라 역시 그 당시의 형태를 유지하거나,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디자인을 가 지고 있어 레트로한 매력을 선사한다.

▲ 1966년에 출시된 캐논 FT-QL 필름카메라 (사진: 황성주)

▲ 코닥 미니샷2 즉석카메라 (출처: 코닥포토프린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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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는 아날로그 색감이 주는 매력이 있다. 필름카메라나 즉석카메라로 찍은 사 진은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사진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초점이 맞지 않아 사 진이 흐리게 보이기도 하고, 노이즈가 자글자글하게 껴있어 사진에서 알갱이 같은 필름 그레인이 보이기도 한다. 이 때문에 전체적으로 화질이 떨어져 보이지만, 이 자체가 바 로 아날로그 고유의 색감을 만든다. 물론 구닥이나 그랩픽 같은 카메라 앱을 사용하거 나 사진 보정 프로그램을 통해 아날로그 색감을 비슷하게 흉내 낼 수 있다. 그러나 어딘 가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운 면이 있기 때문에 결국 아날로그 카메라를 구입하게 된다.

▲ 일회용 필름카메라로 찍은 한양대 고양이 ‘호두’ (사진: 황성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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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무엇보다 아날로그 카메라가 주는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사진을 찍는 행위 자 체가 추억이 된다는 점이다. 수만 장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디지털카메라나 휴대폰 카 메라에 비해 필름카메라는 필름에 따라 24~36장, 즉석카메라는 10장을 찍을 수 있다. 이 수치도 최대치이기 때문에 실제로 건질 수 있는 사진의 수는 이보다 적을 수밖에 없 다. 여기에 필름 카메라의 경우 현상소에 필름을 맡겨야 사진을 볼 수 있기에 이 과정 에서 추가 비용까지 든다. 이로 인해 아날로그 카메라로 사진을 찍을 때는 한장 한장 공들이게 된다. 그러다 보니 아날로그 카메라는 디지털카메라보다 사진을 찍는 그 순 간을 더 인상 깊게 간직하게 하고, 이로써 노력과 시간을 투자해 얻은 사진은 특별하게 다가온다. 또한 필름카메라는 사진을 찍자마자 결과물을 볼 수 없고 현상소에 필름을 맡겨 현상해야 하기 때문에 사진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 과정에서 어떤 사진 이 나올지 궁금해하며 사진이 잘 나왔을까 하는 설렘을 느낄 수 있다. 이처럼 디지털카메라나 휴대폰 카메라만으로 느낄 수 없는 아날로그만의 매력을 느 낄 수 있고, 그 매력이 MZ세대에게 새롭게 다가오기 때문에 다시 아날로그 카메라가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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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카메라 입문하기 우리에게 느림의 미학과 따뜻한 감성을 선사하는 아날로그 카메라. 아날로그 카메라 가 유행한다고 하지만 여전히 우리 MZ세대에게 아날로그 카메라는 낯설기만 하다. 그 렇다면 아날로그 카메라의 매력에 제대로 빠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 입문자를 위한 필름카메라 현재 시중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필름카메라를 판매하고 있다. 이 중 아날로그의 매 력에 입문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필름카메라는 크게 3가지 종류를 꼽을 수 있다.

일회용 카메라

▲ (왼쪽부터) AGFA, 코닥, 후지필름 일회용 필름카메라 (사진: 황성주)

일회용 필름카메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한 번만 사용할 수 있는 필름카메라로, 다른 필름카메라와 달리 필름이 내장되어 있다. 크기가 작고 휴대가 간편하기 때문에 손쉽게 사진을 찍을 수 있으며 가격이 14,000원에서 18,000원 정도로 상대적으로 저 렴하다는 장점이 있어 입문자에게 추천한다. 하지만 초점이 맞았는지 확인할 수 없어 자신이 원하는 피사체를 제대로 찍지 못할 가능성이 높고, 빛이 충분하지 않으면 아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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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나오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대표적인 일회용 카메라 제조사로는 코닥, 후지필름, AGFA가 있으며, 만일 흑백사 진을 찍고 싶으면 일포드의 일회용 카메라를 구입하면 된다.

똑딱이 카메라

▲ 똑딱이 카메라인 Leica minilux (출처: 플러스 뉴스)

똑딱이 카메라는 크기가 작고 렌즈가 고정된 자동필름카메라이다. 대체로 1980년 대에서 1990년대에 생산된 모델이 많아 그 시절의 스타일을 느낄 수 있다. 이 카메라 는 일회용 카메라보다는 두꺼우나 휴대가 간편하고 무엇보다 초점, 조리개, 셔터스피 드 등 거의 모든 요소들을 자동으로 맞춰준다. 또한, 화각을 조절할 수 있는 줌렌즈를 탑재한 모델도 있어 자신이 원하는 피사체를 담을 수 있다. 때문에 처음 입문한 사람 도 조금만 연습하면 똑딱이 카메라를 이용해 손쉽게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똑딱이 카 메라의 가장 큰 단점은 수명문제이다. 현재 똑딱이 카메라는 신제품이 생산되지 않으 며, 20년에서 30여 년 전에 생산된 중고카메라만 구할 수 있다. 문제는 카메라 내부의 PCB기판, 셔터버튼 등 대부분의 부품의 수명이 30년 정도여서 더 이상 수리가 불가능 한 제품도 있다는 것이다. 최악의 경우 구입한 지 하루 만에 고장이 나서 아예 사용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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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딱이 카메라는 대표적인 제조사를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회사에서 생산되었 다. 가격은 대체로 10만 원대 후반에서 20만 원대 정도이며, 몇몇 제품은 연예인들이 사용한 뒤 수요가 높아지면서 100만 원이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SLR 카메라

▲ 캐논의 디지털 카메라(좌)와 SLR 카메라(우) (사진: 황성주)

SLR 카메라의 정식명칭은 Single Lens Reflex 카메라로, 렌즈와 필름 사이에 펜타 프리즘, 거울 등의 광학 장치를 사용하여 화상을 뷰파인더에 투사하는 렌즈 교환식 카 메라이다. 우리가 흔히 전문가용 카메라하면 떠올리는 카메라가 바로 이 카메라이다. SLR 카메라는 뷰파인더로 보이는 상과 똑같은 사진을 얻을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렌즈를 통과한 빛이 거울에 반사되면서 오각형 모양의 펜타프리즘으로 향하고, 펜타프 리즘에서 빛이 다시 반사되어 뷰파인더로 나가면서 찍고자 하는 피사체를 볼 수 있다. 셔터를 누르면 거울이 올라가면서 빛이 곧바로 필름을 향하기 때문에 사진이 찍히는 것이다. SLR 카메라의 구조와 사진이 찍히는 과정이 오른쪽 그림에 나타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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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LR카메라의 구조(좌)와 작동원리(우) (출처: 원리사전, Photography)

SLR 카메라도 크게 2가지 종류가 있다. 1980년대까지 생산된 수동 SLR 카메라와 자동으로 많은 것들을 조절해주는 전자식 SLR 카메라가 있다. SLR 카메라의 장점은 바로 사진 찍는 맛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SLR 카메라는 셔터를 누르는 순 간 미러가 올라갔다 내려오면서 진동이 생기는데, 이 진동이 셔터를 누른 손끝에 전달 되면서 사진을 찍는 손맛을 만들어준다. 또한 기계식 셔터소리가 우렁차게 울리기 때 문에 그 소리만으로 듣는 즐거움을 선사하며 카메라를 보았을 때 전문가가 사용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카메라를 바라보는 것 자체만으로 기분이 좋아진다. SLR 카메라의 가장 큰 단점은 어렵다는 것이다. 수동 SLR 카메라의 경우 초점부터 조리개, 셔터스피드 등 모든 것들을 사용자가 조정해야 제대로 된 사진을 얻을 수 있으 며, 전자식 SLR 카메라도 어느 정도 카메라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필름 카메라 입문자에게는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높게 느껴질 수 있다. 이외에도 앞서 소 개한 카메라에 비해 무겁고 부피가 커서 휴대하기 어려워, 사진을 자주 찍을 수 없다는 점이 입문자에게는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 필름카메라 구입시 유의해야 하는 점 필름카메라는 일회용 카메라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중고로 구입해야 한다. 때문에 필 름카메라를 구입할 때는 카메라가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작동이 잘되는지 확인할 필요 가 있다. 또한, 뷰파인더 내부가 깨끗한지, 렌즈에 곰팡이나 먼지가 없는지 꼼꼼하게 살 펴서 구입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충무로나 을지로에 위치한 카메라샵에 방문하여 구입할 때는 바가지를 씌울 경우도 있기 때문에 미리 중고시세를 알아보면서 대략적인 가격대를 파악해야 한다. 한양 1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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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름 고르기 필름카메라를 살펴봤으니 이제 필름을 고를 차례이다. 먼저 필름의 감도(ISO)를 정 한다. 감도란 필름이 빛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정도를 나타낸 것으로, 통상 100에서 800 사이의 수치를 가진다. 필름의 감도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아래 사진과 같이 박스 나 필름통에 적힌 숫자를 보면 된다. 이 감도값이 높을수록 빛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빛이 적은 경우나 야간에도 사진을 찍을 수 있지만, 노이즈가 많이 끼게 된다.

▲현재 판매 중인 코닥 필름들 (출처: B&H, Amazon)

감도를 정했으면 어떤 필름을 살지 고르면 된다. 입문자라면 우선 코닥 ColorPlus 200/36, 후지필름 C200, AGFA APX100 등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품부터 시작하여 다 양한 필름을 사용한 후 자신이 마음에 드는 필름을 정하는 것이 좋다. 만약 각 회사의 색감이 어떤지 궁금하다면, 필름포장박스를 보면 대략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코닥은 노란색 박스에 필름이 담겨 있어 노란색이 강한, 따뜻한 색감을 표현하고 후지필름은 초록색 박스로 포장되어 있어 초록색이 강한 색감을 나타낸다. 이 방법은 일회용 카메 라를 선택할 때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우측 사진은 코닥, 후지필름, AGFA 필름 으로 찍은 사진으로, 각 회사의 색감을 비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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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에서부터) 코닥, 후지필름, AGFA 필름으로 담은 7월의 백남학술정보관 (사진: 황성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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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즉석카메라 입문하기 최근 출시한 즉석카메라는 휴대폰에 저장된 사진을 인화할 수 있는 포토프린트 기능 을 탑재하고 있는 등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즉석카메라 본연의 기능은 제 품별로 크게 차이는 없다. 따라서 즉석카메라의 경우 자신이 원하는 디자인을 선택하 여 자신의 예산에 맞게 구입하면 된다. 예를 들어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디자인을 원한 다면 코닥이나 라이카에서 나온 제품을, 조금 더 레트로한 디자인이 좋다면 폴라로이 드나 후지필름의 인스탁스를 구입하면 된다.

#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필름카메라나 즉석카메라를 구입했다면 이제 사진을 찍으면 된다. 하지만 아날로그 카메라를 즐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꾸준히 사진을 찍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한다. 디지털카메라와는 다르게 아날로그 카메라는 한두 번 사용하고 그만두면, 그 매력을 온전히 즐기기 어렵다. 만일 혼자서 아날로그 카메라를 즐기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면, 원데이 클래스와 같은 단기 사진 강좌를 수강하거나 HYPO와 같이 사진동아리 활동을 통해 여러 정보를 얻고 사진 찍는 연습을 해보는 것도 추천한다. 결국 꾸준히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어보며 자신이 좋아하는 색감을 찾고,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어야 비 로소 아날로그의 맛을 깊게 음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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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디지털 시대에서 아날로그의 매력을 느껴보자 지금까지 아날로그 카메라의 역사와 MZ세대가 아날로그 카메라에 열광하는 이유에 대해 알아보았다. 디지털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쇠퇴하던 아날로그 카메라는 뉴트로 열풍과 함께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앞으로도 디지털 시대에 지친 사람들에게 아날로그 카메라는 느림의 미학과 따뜻함을 선사하며 위로를 건넬 것이다. 보다 쉽게 입문할 수 있도록 아날로그 카메라의 종류를 비롯한 여러 가지 팁을 소개 했다. 물론 이 글에서 소개한 정보들이 정답은 아니며, 필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조 언 중 하나일 뿐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보들이 아날로그 카메라에 입문하는 데 큰 도움 이 되길 기대해본다. 이제 가을이 찾아왔다. 필름카메라와 즉석카메라로 사진찍기 좋은 계절이 돌아온 것 이다.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걸으며 느끼는 가을의 분위기, 대면수업을 마치고 집에 가 던 도중 만난 조그마한 고양이,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함께 하고 있는 특별한 순간 등 등. 아직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지는 않았지만 그 속에서 우리들의 소소한 일상을 필 름에 담아 디지털과는 다른 매력에 빠져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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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추천

편집위원이 추천하는 도서 목록 책 읽기, 이제는 실천할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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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추천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

– 리사 펠드먼 배럿

사람의 심리와 뇌과학의 연관성은 다들 어렴풋이 알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뇌라는 물리적 구조가 어떻게 심리라는 추 상적인 관념을 구성하는지는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이 책은 뇌과학과 심리학, 그 사이에 복잡한 연결망을 설명합니다. 작가이자 뇌과학자인 배럿은 뇌가 ‘생각’을 위한 기관이라는 선입견을 반론하며 설명을 시작합니다. 더 나아가 물리적 매 커니즘에 대한 표면적 설명에 머물지 않고, 뇌를 통해 인간의 사회적 본성을 분석합니다. 왜 가난은 대물림 되는지, 가상의 구분선을 그려 차별하는 행위가 왜 생물학적으로 비합리적인 것인지. 의외로 이러한 질문들의 열쇠는 1.5kg남짓한 뇌에 존재합니다. 어떻게 이 뇌라는 존재가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지, 이 책을 통해 그 조그마하고 복잡한 세계를 엿볼 수 있습니다. -최유진

『반 고흐, 영혼의 편지』

– 빈센트 반 고흐

지난 학기, 서양사 전공 수업을 들으면서 한 가지 감사했던 것은 반 고흐가 남긴 편지를 읽을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반 고흐는 생전에 자신의 그림을 딱 한 점밖에 팔지 못했던 가 난한 화가였습니다. 그림의 천재도 아니었고, 인간관계가 원 만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누가 보아도 실패한 것이 분명한 인생이었지만, 그가 세상에 남긴 그림은 백 년이 넘는 시간을 뛰어넘어 수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치열한 삶 속에서도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백 번, 천 번도 더 그림을 그렸던 열정이 주는 감동입니다. 그리고 그가 동생과 친구에게 전했던 편지에는, 반 고흐가 살 아있는 동안 겪었던 고뇌가 담겨있습니다. 각박한 현실이 우리에게 ‘넌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라며 우리의 인생을 초라하게 만들 때, 반 고흐의 편지를 읽어보시길 감히 권해드립니다. 끊임 없는 좌절 속에서도 결코 그림을 포기하지 않았던 고흐의 열정은 우리를 다시 일으키는 힘이 되어줄 것입니다. -이에스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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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떠보니 선진국』

– 박태웅

지난 7월 2일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서 한국의 지 위는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이동했습니다. 2021년 7 월 3일부터는 공식적으로 우리나라는 선진국 대열에 합류 한 것입니다. 그러나 과연 우리나라는 진정한 선진국일까 요? 이 책에서 저자는 우리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인지, 앞으 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찾아보았습 니다. 나아가 AI를 중심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위 기와 기회, 그리고 이에 대처하는 방안에 대해 다루고 있습 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우리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쉽고 간단하게 소개하고 있기에 이 책을 추천합니다. -황성주

『죽여 마땅한 사람들』

– 피터 스완슨

강력 범죄가 사회의 큰 이슈로 떠올랐을 때 사람들은 사형 을 선고해 범죄자를 엄벌로 다스려야 한다고 말합니다. 일 상에서도 분노에 가득 차 이성이 마비되는 상황에 직면한 다면, 화를 유발한 상대방을 ‘죽이고 싶다’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이 책 속 주인공들에게도 죽여 마땅한 사람들이 있 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죽일지 치밀하게 계획을 세웁니다. 반면 우리는 여러 가지 이유로 생각에 그칠 뿐, 행동으로 옮기지 않습니다. 주인공들은 어떤 이유로 살인하려고 하 는 걸까요? 그들은 우리와 다른, 특별한 존재일까요? 그들 은 독자들의 양심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며 지 금까지 갖고 있던 도덕적 가치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집니다. 이들은 살인에 성공하게 될까요?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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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추천


『0 영 ZERO』 零

– 김사과

흔치 않은 소재와 거침없는 문체로 사랑받는 김사과 작가의 소설 <0 영 ZERO 零>을 추천합니다. 소설 속 주인공은 인간 세상을 ‘식인’관으로 바라보는데요, 오늘날 가스라이팅이라 불리는 일련의 행동을 통해 주인공은 각별한 타인을 조종하 고 끝내 무너뜨리며 희열을 느낍니다. 소설 속 복잡하게 얽 힌 이해관계가 다소 먼 이야기 같다가도 우리가 살고있는 세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금방 깨닫게 됩니다. 알 고 싶지 않았던 진실에 한발 다가간 것 같아 조금은 불편하 기도 하지만, 이는 곧 여러분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 이 되어줄 것입니다. -이보미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

- 박서련

한때 베스트셀러였던 책인데요, 제목 그대로 죽기 전에 후 회하는 것들 중 가장 대표적인 25가지를 말해주는 방식으로 전개됩니다. 책에서 말하는 후회하는 것들은 죽기 직전이 아니더라도 평소에 ‘~할 걸’ 혹은 ‘~하지 말 걸’이라고 후 회하는 것들이어서 기억에 남습니다. 평소에 후회했던 것들 이 죽기 직전까지도 후회한다는 뜻이니까요. 살다가 회의감 을 느끼거나 인생에 권태기가 왔을 때, 아니면 아무 일이 없 어도 이 책을 읽으며 삶의 의미를 한 번쯤 생각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최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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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

– 한강

이 소설은 1980년 5월 18일부터 열흘간 있었던 광주민주 화운동 당시의 상황과 그 이후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챕터별로 모두 다른 인물의 시각으로 그려 진 그 날들은 책장을 넘길수록 마음을 더욱 조여옵니다. 역사적 사실의 앎을 넘어 생생한 그 날의 기억을 느끼며 5·18민주화운동에 대해 다시금 생각할 수 있게 합니다. ‘태극기로, 고작 그걸로 감싸보려던 거야. 우린 도륙된 고 깃덩어리들이 아니어야 하니까, 필사적으로 묵념을 하고 애국가를 부른 거야. … 우리들을 희생자라고 부르도록 놔둬선 안돼.’ 그들이 한 모든 기 록과 역사는 ‘희생’이 아닌 뜨거운 ‘애(愛)’였음을 느꼈습니다. 고귀한 그들이 무참히 짓밟 힌 아픈 역사를, 그 날의 이야기를 우리는 기억해야만 합니다. 이를 꾸밈없이 그리고 묵직 하게 잘 담아내었기에 이 책을 추천합니다. -김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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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추천


모든 한양인이 INTERVIEWEE이다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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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법제위원회

학내 파트에 실린 총학생회 선거 기사에는 학우들에게 다소 생소할 수 있는 단체가 등장한다. 바로 총학생회 중앙특별위 원회 중 하나인 법제위원회(이하 법제위)다. 법제위는 지난 2019년 초에 신설된 기구로서 역사가 짧고 총학생회 회칙을 다루기 때문에 일반 학우들과는 접점이 크지 않다. 그러나 사

김혜빈

회를 유지 시키는 근간으로서 규칙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학 생 자치 사회의 약속인 회칙을 위해 쉼 없이 노력하는 법제위 를 좀 더 많은 학우에게 알리고자 위원장인 김혜빈 학우(이하 김혜빈)와 부위원장인 심재영 학우(이하 심재영, 정책학과 19 학번)을 화상으로 만나보았다.

심재영

편집위원 김지현 thejyeon08@hanyang.ac.kr

『한양』: 두 분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한양』: 하하.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법제위

김혜빈: 인터뷰를 하기 앞서, 법제위에 관

에 대해 알아볼 건데요, 법제위는 어떤 일을

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

하나요?

고 싶습니다(웃음). 2020년도 2학기부터

김혜빈: 법제위의 업무는 크게 세 가지로

부위원장으로 활동하다 이번 여름방학부터

나뉩니다. 첫 번째는 한양대학교 온라인 규

위원장으로 일하고 있는 김혜빈입니다.

정집 관리입니다. 기존에 다양한 형식으로

심재영: 2020년도 1학기부터 법제위 활동

존재했던 회칙을 하나로 통일하고, 학우 여

을 시작해 이번 여름방학부터 부위원장을

러분들이 회칙을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도

맡은 심재영입니다. 법제위 업무를 위해 본

록 마련된 사업입니다. 또한, 회칙 간 같은

가로 가지 않고 서울에 머무를 만큼 열정적

단어이지만 용례가 다른 경우를 정리해 회

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칙 용어 정리집을 함께 게시했습니다.

김혜빈: 근데 법제위실에 별로 안 오잖아

두 번째는 회칙 준칙 사업입니다. 회칙이

(어이없음).

부재한 기구를 대상으로 회칙의 기준이 되

심재영: 이번 학기부터 근로하니까 오래 있

는 준칙을 제작해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을 거야.

여러 단위의 회칙을 검토해 대부분의 회칙 이 갖고 있는 보편성과 해당 단체만의 특 수성을 함께 고려하여 준칙을 만들고 있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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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니다. 세 번째는 학내 자치 단위 법리적 해석 및

리 답변서를 작성하고 이후 전체 위원들과 확인 작업을 거쳐 마무리합니다.

자문입니다. 법제위의 견해는 어떠한 구속

심재영: 법제위 이름으로 입장을 표명하기

력을 지니진 않지만, 교내 단체들의 원활한

때문에 어떤 팀이 전담하기보다는 모든 구

업무 수행을 위해 해당 사업을 운영하고 있

성원이 논의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습니다. 회칙 간의 충돌이나 회칙의 모호한

있습니다.

개념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는 해석을 통 해 해결하며, 요청에 따라 학과에서 자체적

『한양』: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두 분의 법

으로 만든 회칙을 의결에 부치기 전에 검토

제위를 향한 애정이 대단하다는 걸 실감하

하기도 합니다.

고 있습니다. 그런 두 분이 생각하는 법제위

심재영: 2학기부터는 학생 개인분들도 가볍

의 장점을 자랑해주세요.

게 자문을 구할 수 있도록 카카오톡 채널을

김혜빈: 위원회실이 학생회관에 있습니다

개설할 예정입니다.

(웃음). 한양대역과 가까우면서 왕십리로 내려가기에 편합니다. 진지하게 말하자면,

『한양』: 와, 정말 많은 사업을 진행하고 있군

졸업하기 전에 회칙을 하나쯤을 접할 수 있

요. 그만큼 조직도가 꽤 복잡할 것 같은데,

다는 것입니다. 학생회 임원을 하지 않는

법제위의 구성은 어떻게 되어있나요?

이상, 회칙을 찾아보는 일이 흔치 않습니

김혜빈: (8월 10일 기준) 위원장 1명, 부위

다. 그러나 법제위 활동을 통해 학생회칙이

원장 1명,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장)

생활 반경 안으로 들어오면, 내가 어떤 곳

을 포함한 5명의 위원이 활동 중입니다. 이

에 위치해 있고 이 단위가 어떻게 이뤄졌는

번 달에 리크루팅을 진행해 10여 명 정도로

지 알게 됩니다. 단정 지을 순 없으나 궁극

증원할 예정입니다.

적으로는 학생 사회에 관심을 갖는 초석이

심재영: 팀으로는 온라인 규정집 팀과 회칙

될 수 있습니다. 자기소개를 하는 것처럼

준칙 팀이 있으며 각각 팀장 1명과 팀원 여

내가 속해있는 환경을 알아보는 것 자체만

러 명이 소속되어 있습니다. 다만 고정 팀

으로도 의미있다고 생각합니다.

은 아니며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운영하

심재영: 총학생회에서 자문을 구할 때, 저

고 있습니다.

희도 처음에는 어떤 식으로 답변을 해야 할

김혜빈: 회칙 해석과 자문 사업의 경우, 이

지 막막합니다. 그러나 학생사회의 규칙이

번 방학부터 요청이 들어오면 법제위원 전

문제 상황에 어떻게 적용되어야 하는 지에

체를 대상으로 자원을 받아서 자원자들끼

관해 함께 고민하고 결론을 내리는 과정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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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스스로 성장하는 느낌을 받습니다. 무엇

수 있을지 걱정을 했었는데, 전 부위원장분

보다 저희가 내린 결론이 학생 사회에 실제

께 인정 받아서 안심이 되고 기분이 좋았습

로 적용되는 걸 보면 과정이 힘들어도 정말

니다.

뿌듯합니다. 학생 사회에서 알게 모르게 적 용되는 회칙들이 돌아가는 모습을 가장 최

『한양』: 맞아요. 법제위 설립부터 쭉 지켜봐

전선에서 보고 있다는 게 큰 재미입니다.

왔는데 올해 SNS 활용을 정말 잘하시더라 구요. 확실히 옛날보다 장벽이 낮아졌어요.

『한양』: 장점도 멋지네요. 법제위를 하면서

그리고 인터뷰 답변을 보고 굉장히 감동 받

다양한 일을 겪으셨을 텐데, 그 중 가장 기

았답니다(웃음). 활동하면서 가장 즐거웠던

억에 남는 에피소드 하나 소개 부탁드립니

점은 무엇인가요?

다.

김혜빈: 위원장이 되기 전까지는 계속 회칙

김혜빈: 음 사실 지금까지 회식을 딱 한 번

준칙팀에 있었습니다. 여러 회칙을 참고

밖에 못 했어요. 구성원은 계속 달라지고

해서 초안을 만든 다음, 전체 회의에서 긍

있는데 회식은 진짜 꿈도 못 꾸고, 오프라

정적인 반응이 나왔을 때 즐거움을 느꼈어

인 회의도 한 번이 끝이라 화상으로 내적

요. ‘내가 하고 있는 게 맞구나’라는 안심도

친밀감을 쌓고 있습니다(웃음).

들었어요. 또 법제위는 회의 때 개인의 견

심재영: 원래 법제위가 엄청 딱딱한 기구였

해를 묻고 답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은데,

어요. 제가 처음 들어왔던 당시만 해도 리

그 때 위원들끼리 티키타카가 잘되면 업무

크루팅 게시물에 “~ 회칙에 따라 위원을

하면서 받았던 스트레스가 풀리고 좋았습

모집 중입니다”라는 내용이 써져 있었어

니다.

요. 그러다가 쇄신을 거듭하면서 1년 사이

심재영: 저도 비슷해요. 법제위는 친목 단

에 법제위가 많이 바뀐 게 기억에 남습니

체가 아니기 때문에 업무를 하면서 친해질

다. 이전보다 개방적인 모습으로 탈바꿈하

수 밖에 없거든요. 그리고 노력하고 공부

면서 좀 더 학생들에게 다가가지 않았나 싶

해서 법제위라는 이름 하에 자문에 참여할

습니다.

수 있다는 것을 느낄 때 재미와 보람을 느

김혜빈: 하나 더 있어요. 이번에 교지편집

낍니다.

위원회 인터뷰 답변서를 위원분들과 정말 열심히 썼어요. 전 부위원장님께서 이걸 보

『한양』: 그렇지만 활동하면서 재미있는 일만

시고 청출어람이라고 하면서 엄청 칭찬을

있을 순 없잖아요. 힘들었던 점도 있을 텐

해주셨어요. 제가 위원장을 맡으면서 잘할

데,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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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김혜빈: 사소한 힘듦은 너무 많았는데….

력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가장 힘들었던 점은 부위원장을 맡

심재영: 활동을 하면서 얻는 즐거움이 곧

았을 때 매번 회의록을 작성한 것이었습니

법제위를 계속하는 이유입니다. 또 모든 게

다. 그리고 동시에 준칙팀 팀장이었기에,

팀플로 이뤄진다는 점이 단점이지만, 최종

회의록을 쓰면서 말하는 게 어려웠어요. 회

안을 만드는 과정에서 토의할 때 정말 재밌

의를 2시간 하면 회의록 작성하는데 1~2

습니다.

시간이 더걸려요. 회의록을 당일에 올려야 해서 4시간 동안 내리 앉아있는 게 힘들었

『한양』: 하하. 이렇게 멋진 법제위를 학우분

습니다. 그래도 위원장이 되고 나서는 괜찮

들께 홍보해 주세요!

았고 이번 학기부터는 위원 전원이 돌아가

김혜빈: 사실 학우분들이 잘 모르는 기구여

면서 하기로 바꿨습니다.

서 SNS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어요. 인스

심재영: 딱 하나입니다. 법제위 일이 혼자

타그램과 페이스북 팔로우 해주시면 좋겠

의 힘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다같이 논의

습니다(웃음).

하는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합니다. 그래서

심재영: 교지가 발간된 시점에는 2021-2학

제 개인사정으로 바쁠 때 다같이 모이기로

기 리크루팅이 끝나지만, 함께 하고 싶은

잡은 일정과 맞물리면 법제위 일에 온전히

분은 부담없이 내년 1학기에 지원해주시면

집중할 수 없어서 힘들었습니다.

좋겠습니다. 기타 궁금하신 점이 있다면 편

김혜빈: 법제위의 이름을 걸고 입장을 표

하게 이메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카카

명하는 거라서 함께 하는 시간이 꼭 필요

오톡 채널(예정)로 연락주세요. 참고로 현

한데, 그만큼 회의 시간을 조율하기가 힘

행 회칙 자체에 대한 자문은 총학생회 회칙

들죠.

만 가능합니다. 단과대 이하의 단위의 경 우, 문제 상황을 제시해 주시면 저희가 해

『한양』: 이면에는 이런 노고가 있었군요. 그

당 단위의 회칙에 기반해 자문해드릴 수 있

럼에도 법제위를 계속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습니다. 위와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법제위

요?

를 떠올려주세요!

김혜빈: 들인 노력만큼 결과를 얻는다는 점 이 가장 좋습니다. 그리고 법제위 업무가

『한양』: 학우분들이 이 글을 읽고 법제위에

지금까지 해왔던 활동 중 강도가 가장 높아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생길 것 같은데요, 법

서 크고 작게 얻어가는 게 많아요. 열심히

제위에는 어떤 분들이 잘 맞을까요?

한 만큼 뿌듯함도, 얻는 것도 많아서 원동

김혜빈: 법제위 자체에 관심이 많고 열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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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자신이 있는 분은 법제위로 오세요. 법

하고 있습니다. 믿어주세요!

관련 지식이나 실무가 선발의 큰 부분을 차

+『한양』:

지하는 게 절대 아닌 만큼 부담없이 지원해

가요?

보너스로 ‘법제위’ 삼행시 어떠신

주시면 좋겠습니다. 회칙을 다루는 만큼 딱 딱하고 무서운 기구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김혜빈

안에는 부드러운 사람이 많아요. 맞지 재영 심재영: 허. 그리고 다시 한 번 강조하자면,

법 제위는 제 가 생각했을 때 위 원회 중 짱입니다.

법 관련지식이나 실무적인 자질을 반드시

(김혜빈: 위원장 개인의 생각입니다ㅎㅎ)

아?

갖출 필요가 없습니다. 적극적으로 활동에 임할 수 있고 협력과 소통이 잘 되는 것만

심재영:

으로 충분합니다. 회의에 몰입하셔서 업무

법 제위실 제 가 현재 있는 곳인데 위 기입니다. 청소 좀 해주세요.

에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신다면, 거기서 얻 는 재미와 성취감은 보장합니다. 『한양』: 긴 시간 동안 재밌게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무리 인사 부탁드립 니다. 김혜빈: 법제위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재미없는 기구라고 느껴질 수 있지만, 정말 얻어갈 게 무궁무진한 기구예요. 학생 자치 사회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으니까 알 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심재영: 현재 법제위에서는 남은 방학 기간 동안 선거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온라 인선거시행규칙에 관해 논의를 하고 있습 니다. 한양대학교를 다니는 한 명의 학우로 서 총학생회가 부재한 것에 아쉬움을 느끼 고 있는데, 다음 선거부터는 학우들의 목소 리가 학교에 전달될 수 있도록 저희가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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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날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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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적이

일기(日記, diary)의 순우리말

권태 편집장 최유진 userid789@hanyang.ac.kr

“어서―차라리―어두워 버리기나 했으면 좋겠는데― 벽촌의 여름날은 지리해서 죽겠을 만치 길다.” 『권태』 - 이상

누구에게나 첫 발걸음은 특별하다. 호기심과 묘한 설렘은 뭐든 잘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으로 뜨거운 열정과 함께 첫발을 내딛게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반복된 행 위에 익숙함이 느껴지면, 처음의 뜨거웠던 열기를 지녔던 우리는 점점 식어간다. 긴장 가득했던 설렘의 순간이 지나고 나면 익숙함이 찾아온다. 익숙함 마저 지루함으로 변 해가는 순간, 찰나의 패기와 호기심은 점차 옅어지고 권태와 의무감이 서서히 짓누르 기 시작한다. 열정은 뜨거운 것이지만, 그 온기는 오래가지 않는 듯하다. 그렇게 원했던 대학을 입 학했던 1학년, 교지에서 첫 글을 썼던 기억, 처음 출근해서 첫 월급을 받은 날. 신나고 설레했던 그 순간은 너무 잠깐에 머물고 말았다. 하고 싶었던 것이 의무가 되는 순간, 우리는 금방 권태를 느낀다. 그게 학업이든, 놀이든, 휴식이든, 하물며 인간관계여도 다르지 않다. 특별했던 순간이 반복되면 우리는 익숙함을 느끼게 된다. 새로운 자극을 찾아 나서려고 도전하지만, 기존의 일상이 의무로 묶여있는 상황에서는 이마저도 큰 힘이 되지 못한다. 우리는 ‘하기 싫음’ 속에서도 해야만 하는 삶을 살아간다.

“농민들에게 희망이 있던가? 가을에 곡식이 익으리라. 그러나 그것은 희망이 아니다. 본능이다. 이 끝없는 권태의 내일은 왜 이렇게 끝없이 있나? 그러나 그들은 그런 것을 생각할 줄 모른다. 간혹 그런 의혹이 전광과 같이 그들의 뇌리를 스치는 일 이 있어도 다음 순간 하루의 노력으로 말미암아 잠이 오고 만다. 그러니 농민은 참 불행하도다. 그럼 이 흉악한 권태를 자각할 줄 아는 나는 얼마나 행복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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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적이


집 구석진 책장에서 우연히 발견한 시인 이상의 수필 『권태』는 이러한 심리를 현실적 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그는 새로운 환경을 찾아 떠난 시골에서 권태로운 삶을 돌아본 다. 오늘과 다를 것 없는 내일을 기다리는 농민들을 권태를 자각하지도 못하는 불행한 사람으로 묘사한다. 현대인들은 글 속 농민들을 닮았다. 똑같이 반복되는 하루. 그 안 에서 그저 시간이 흘러 졸업만을 원하고 있는 학생들 혹은 월급날만을 기다리는 직장 인들. 권태롭지만 바쁜 삶 안에서 우리는 권태를 자각할 여유조차 가지고 있지 않다.

다른 편집위원에게 미안하고 부끄럽게도, 1년 반 동안의 교지 활동을 항상 열정 가 득한 마음가짐으로 참여한 것은 아니었다. 귀찮기도 했고, 글이 안 써져 답답하기도 했 으며, 똑같은 글을 여러 번 봐야 함에 피곤함을 느끼기도 했다. 옆에서 정말 열정적으 로 글을 잘 써오는 다른 친구들을 보며 누구보다 열심히 한 적도 없었으면서 혼자 권태 감을 느끼는 것에 자괴감까지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열정이 식는 일은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우리는 열정만으로 살아갈 수는 없 다. 설렘의 순간이 지나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은 또 다른 행복이다. 나와 함께 시간을 공유한 사람들이 있기에 안정감을 느끼고, 매번 똑같아 보이는 하루 속 조금씩 다른 소 소한 대화 속에서 즐거움을 느낀다. 이제는 좀 일에 익숙해져서 처음에 비해 능숙해진 나의 모습에서는 자신감도 얻는다. 비록 항상 설렘으로 가득한 것은 아니지만 익숙함 이 주는 편안함은 설렘보다 더 따뜻했기에, 모두와 함께했던 1년 반의 시간은 나에게 너무 소중하다.

한양 1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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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엽서 간추리기 : 한양 115호 학우 여러분의 관심이 더 나은 『한양』을 만듭니다. 이 코너에 본인의 의견이 실린 학우께서는 찾아와 주세요. 5천원 상당의 상품을 드립니다! ^_^ 『한양』 115호를 100점 만점으로 평가해주세요. 1. 이번 호에 수록된 글의 완성도 : 92 2. 학내 및 사회 이슈와의 연관성 : 95 3. 표지와 내지 디자인 : 95 『한양』 115호에서 가장 좋은 기사와 아쉬운 기사는 무엇인가요? BEST • 빼앗긴 미얀마에도 봄은 오는가. 해외 소식에 전 혀 관심이 없었는데 삶의 절체절명의 순간을 겪 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알게 돼서 정말 뜻깊었 고 날짜 순서대로 서술된 과정을 따라가며 미얀 마 상황을 잘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생체공학과 16 공대진) • 조셉 멈춰! 몰랐던 이슈를 알 수 있었습니다. (13 이상화) • 조셉 멈춰! 타과에서 있던 일이라 자세히 모르고 지나다니면서 플랜카드 정도로만 보고 알았는데 자세하게 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기계공학과 18 구본영) • 언어의 무게-저 자신과 가장 관련이 깊은 주제 라서 인상깊게 읽었습니다. (융전 박준상) WORST • 언어의 무게. 장애는 정도의 차이가 있는 ‘어려움’ 인데 결정장애가 장애인 비하라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13 이상화) • 언어의 무게. 개인적으로 어느 집단에 대한 혐오가 내포되어 있는 단어를 그 집단을 혐오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일은 잘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그런 단 어를 사용하는 것과 진짜 그 집단을 혐오하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잘 와닿지 않았습니다. (기계공학과 18 구본영) • 스포츠계의 귀화. 임효준 선수의 이야기를 들어 대 한민국의 민족주의에 대한 폐쇄성을 짚어주신 부 분이 너무 좋았고 대표적인 사레가 스포츠인 것도 맞지만, 우리사회가 한 민족만을 중시하는 시대는 살짝 지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관광학부 17 이진수) • 개농장 알박기-59p 사진이 너무 끔찍해서 기사를 읽기가 힘들었습니다. (융전 박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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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점 • 이슈 선정은 좋았지만 시각이 다양하지 못한 것 이 아쉽습니다. (13 이상화) • 개농장 알박기에 59페이지에 삽입된 강아지 사 진이 너무 적나라합니다. (융전 박준상) 학내에서 불편한 것 • 건물 출입 시 매번 휴대폰이나 카드를 찍는 것. 매번 주머니나 지갑이나 가방에 들어있는 카드나 핸드폰을 꺼내는 것 말고 이제는 좀 더 간편한 방 식(지문인식 등)을 택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습 니다. (생체공학과 16 공대진) • 상위권 대학의 성적 인플레와 우리 학교의 늦은 대처. 2020~2021에 한양대를 다닌 사람은 추후 에 불리한것이 사실인가? (융전 박준상) 사회에서 불편한 것 • 뉴스에서 나쁜 소식이 끊이지 않는데 이런 일들 은 진짜 왜 끊이지 않는 것인가, 이제는 좀 안전 한 세상이 올만 하지 않나 하는 불편하고 찝찝한 마음이 있습니다. (생체공학과 16 공대진) • 옳고 그름의 기준이 정의가 아닌 강자와 약자일 때 (13 이상화) • 여혐 남혐 논란. 별 거 아닌 제스처가 남혐, 여혐 이 되고 말과 행동을 할때 더 조심스러워지는 현 실에 회의감이 느껴집니다. (기계공학과 18 구본영) •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는 여성 혐오 뿐만 아니라 서포터 혐오 또한 심각합니다. ‘고스트’-‘베릴’의 ‘순당무’ 비하 사건 등 (융전 박준상) 궁금한 것 • 시사에 관심을 가지는 법, 학번의 구성, 교지가 나 오는 날짜 (생체공학과 16 공대진) • 요즘 애들은 뭘하고 노나..(13 이상화) • Gtx-c 노선 왕십리 경유 논쟁 + 기숙사 증축 반 대. 왕복 약 3시간 통학러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개개인의 이해관계로 인해 학생들이 피해받고 있 는 것 같습니다. (기계공학과 18 구본영)


한양교지 편집위원회 광고비 사용내역(6,7,8월) 1. 115호 내부원고료

1,897,000원

2. 115호 외부원고료

0원

3. 비품구입비

0원

4. 기타

0원

합계

1,897,000원

* 금액 사용 기준 외부 원고료 : 외부 필진 원고료 및 한양 학우 기고 원고료 비품 구입비 : 사무용품 구입비 및 수리비 기타 : 문화상품권 지급비, 교비 발송비, 복사비, 송금 수수료, 교통비, 홍보비 등

* 2021년 6,7,8월 사용내역입니다. *정 확한 원고료 책정을 위해, 교지가 발행된 이후 pdf 파일을 이용하여 원고료를 책정합니다. * 본 116호의 원고료 책정 내역은 117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한양 1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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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학년도 수습위원 지원서 이름 생년월일 학과, 학번 관심분야 경력 주소 연락처 E-mail

지원동기

위와 같이 2021학년도 『한양』 교지편집위원회 수습위원 모집에 지원합니다. 202 년 지원자

『한양』교지편집위원회

일 (인)


편집후기

한양 1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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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후기 최유진

음 한구석에 품고 살아가고 있으나 막상 행동 으로 옮기자니 무언가에 의한 압박이 늘 저를

1년 반 남짓한 기간 동안 교지는 저에게 많

망설이게 합니다. 저는 느린 사람입니다. 생

은 ‘처음’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새로운 경험

각도 느린데 행동은 더욱 느립니다. 빨리빨

은 물론이고, 교지를 하며 느꼈던 생소한 감

리 변하는 세상, 서두르지 않으면 큰일 날 것

정 역시도 저에게는 소중했습니다. 사회 기

같은 분위기는 제가 가장 두려워하는 무언가

사를 썼을 때의 분노. 머릿속의 생각이 글로

입니다. 그래서 조금은 느리지만 차곡차곡 이

써 내려가지 않음에 대한 짜증. 글 때문에 어

야기의 블록을 쌓는 교지를 좋아합니다. 또

쩔 수 없이 읽어야 했던 책과 기사에서 얻은

한 열정을 가진 사람들과 함께 블록쌓기를 할

의외의 정보에 대한 호기심. 계속해서 인터

수 있는 것도 무척 감사한 일입니다. 이번에

뷰를 요청해야 했을 때의 답답함. 피곤함 속

도 116호를 위해 힘써주신 모든 기자분 너무

에서 느껴지는 책임감, 그리고 배포까지 마

수고하셨습니다♥ 이번 호를 마지막으로 유

쳤을 때의 뿌듯함. 무엇보다 매번 이 지난한

진 언니와 유민 언니가 떠나는 것은 아쉽지만

과정을 함께 함에 있어 느껴지는 재미까지.

만남은 앞으로도 쭉 이어질 것이라고 믿습니

그 모든 순간을, 저는 잊지 못할 것 같아요.

다ㅎㅎ♥ 정말 수고하셨어요! 저도 사실 이번

교지가 힘들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호가 마지막 호가 되어야 했지만…눈치 없게

저에게는 정말 귀중한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

도 교지 터줏대감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또

다. 모든 배움의 순간에 항상 옆에서 도와주

편집장이 되는 우리 지현이! 정말 너무 멋져

었던, 1년 반 동안 교지안에서 만난 모든 소

최고야♥!!! 지현이의 계획과 열정을 응원하

중한 인연에게 정말 고맙다고 전하고 싶어

며, 늘 그렇듯 다음 호도 잘 부탁드린다는 인

요..! 앞으로도 독자로서, 항상 응원하겠습니

사말과 함께 후기를 마쳐봅니다.

다 ㅎㅎ

황성주 이에스더 116호도 무사히 끝냈습니다. 이상하게도 이 방학이 끝나가는 게 아쉬워요. 다가오는 개

번 호는 다른 호에 비해 완성하기까지 더 힘

강, 또 겪어야 할 과제와 시험을 생각하면 아

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아이템 선정부터 조

찔합니다. 길고 긴 휴식을 위해 늘 휴학을 마

금씩 꼬이더니, 기획서를 작성하는데도 애를

140

편집후기


먹고, 결국 집필 직전에 부랴부랴 주제를 바

이번 호는 참 시원섭섭하게 느껴집니다. 학

꾸다보니 이번 글은 지난번에 비해 뭔가 부

내 기사를 ‘또’ 맡으면서 사회를 ‘또’ 안 쓰

족하다는 느낌이 드네요... 그래도 교지 식구

게 되었는데, 이게 마지막 집필이 될 줄 몰랐

들 덕분에 무사히 글을 완성할 수 있지 않았

습니다. 그럼에도 ‘뭘 쓰고 싶어?’라고 스스

나 싶습니다. 모두에게 고맙다고 전하고 싶

로 물어보면 학내만 떠오르네요. 학교 행정

네요. 이제 졸업과 함께 교지를 떠날 날이 점

이 정상적으로 돌아갔다면 사회를 쓸 수 있

점 다가오고 있네요. 다음호가 마지막이 된

었을 텐데…. 유진 언니와 유민 언니가 떠나

다고 하니 참 시간 빠르다는 생각이 들면서,

서 더 시원섭섭한 걸지도 모릅니다. 그간 부

끝을 잘 맺기 위해 어떻게 해야할지 벌써부

편집장과 편집장을 맡느라 정말 고생한 유진

터 고민을 하게 되네요. 그래도 언제나 그랬

언니와 같이 교지에 들어와 늘 다정하게 대

던 것처럼 최선을 다해 더 나은 글을 독자들

해준 유민 언니.. 가지마.. 교지 종신해(?)..

에게 선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른 교지실 식구분들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P.S. 이제 교지를 졸업하게 된 편집장 유진

열정조차 기복 있는 저와 함께 활동해주셔서

이에게.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하핳.. 다음 호에는 더

그동안 부편집장과 편집장으로 교지를 이끄

멋진 모습으로 돌아올 테니 교지에 많은 관

는 동안 정말 수고 많았고, 앞으로 모든 일이

심부탁드려요 ♥ (교지에서 많은 사업을 준

잘 풀리길 바라.

비하고 있다고,, 소곤소곤,,)

김지현

이보미

안녕하세요! 1학기를 어정쩡하게 보내고 돌

벌써 교지에 들어온 지도 1년이 다 되어가네

아왔습니다. 하하. 지난 114호를 보면서 편

요. 휴학하고 교지 활동을 열심히(?) 했더니 복

집후기를 적고 있는데요, 당시 성장을 약속

학이 새롭게 느껴지지는 않아요. 교지 덕분에

하며 교지를 잠시 쉬었건만 어째 6개월 전과

휴학 생활 알차게 보낼 수 있었습니다 ㅎㅎ

똑같은 모습이네요. 그래도 한 가지 달라진

이번에는 인터뷰 기사를 써 보았는데 저에게는

점이 있습니다. 바로 방학 때 농구에 단단히

즐거운 경험이었어요. 저는 (MBTI 과몰입 죄

빠져버렸다는 것..☆ 집필하는 동안 농구 영

송하지만) ISTP라서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다

상을 멀리하느라 조금.. 많이 힘들었습니다.

지 궁금하지 않거든요. 그런데 이번 인터뷰를

한양 116호

141


진행하면서 제가 의외로 다른 사람들에게 (특

문화 기사를 쓰면서 난감해했던 기억이 납

정 주제에 한해서라도) 관심이 있다는 걸 처음

니다. 중구난방으로 날뛰던 기사 내용의 통

깨닫게 되었어요.

일성을 위해 여러 자료들과 15여 개의 논문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준 소원이와 승현님 정말

을 정독하고 정리하며 ‘아, 나 이거 꼭 살리

감사드려요! 두 분 덕분에 이번 기사가 완성될

고 싶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교지 식구들

수 있었어요. 그리고 제가 뭘 하든 제 편이 되

의 많은 도움으로 겨우 작성한 것에 저는 매

어주는 엄마 아빠 그리고 동생들 친구들 모두

우 뜻깊습니다. 디자인 회의가 들어가면 기

감사합니다~! 사려 깊은 피드백과 응원으로 격

획, 마감 때의 힘들고 지쳤던 기억도 눈 녹듯

려해준 교지 여러분도 고생 많으셨어요~!~!

미화됩니다. 디자인 단계까지 오면 이미 설 렘만 남아, 출간된 이후 독자들이 어떻게 읽

최지원

어줄지 반응을 미치도록 궁금해합니다. 관심 이 한창 필요한 나이라고 생각하며 합리화합

벌써 두 권이나! 끝냈다니 시간은 정말 너무

니다 ㅎㅎ!!

빨라요ㅜㅜ. 글을 쓰면서, 다시 한 번 여유를

무더운 여름이 가고 다시 또 가을이 옵니다.

배웠습니다. 마음이 급해지니 머리에 들어

이제는 마스크를 벗고 코스모스 속에서 맘껏

오는 건 없고 글을 못 쓰겠지, 참 스트레스를

숨을 내쉬고 싶지만 꿈으로밖에 실현될 수

많이 받았는데 마음을 비우고 차분하게 접근

없을 것 같아 늘 실망의 연속인 나날입니다.

하니 결국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부족한 글

하지만 우리 모두 힘내어 꿈이 현실이 되는

최선을 다해 피드백 해주신 교지 위원님들,

순간까지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봅시

그리고 글 쓰는 데 도움을 준 전유경 노무사

다! 한양대 파이팅~! 교지 파이팅~!

님께 감사하다는 말씀 전합니다.

김가연 안녕하세요. 이번 『한양』116호에 수습위원 으로 참여하게 된 김가연입니다. 이번 116 호에서는 학내 ‘통합 사건’, 문화 ‘범죄콘텐 츠’를 주제로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유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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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후기





총학생회 선거제도 체육학과&스포츠산업학과 통합

산업재해 가상화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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