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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공학과 라치오스 슬로우라인 낙태권 성소수자 OTT LP vol.1202022 AUTUMN 한양교지편집위원회 갈피 2022HANYANGvol.120 AUTUMN 갈 피

편집장_ 국어교육과김가연21학번 HYgyoji@gmail.com 부편집장_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송미주 21학번 smju711@hanyang.ac.kr 편집위원 김어진 독어독문학과 21학번 kimeojin@hanyang.ac.kr 정예림 정책학과 20학번 chloej7@hanyang.ac.kr 수습위원 유미림 국어국문학과 21학번 yml0022@hanyang.ac.kr *학생회비에 포함된 교지 대금 2,000원을 내주신 학우 여러분이 『한양』의 주인입니다. *본지는 한양 학우의 소중한 학생회비와 광고비로만 만들어집니다. *본지에 게재된 기사나 사진의 무단 전재 및 복사를 금지합니다. *본지가 나올 수 있게 도움을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김하석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19학번 nannamu1998@hanyang.ac.kr 진서연 관광학부 21학번 jinnnzsyhz@hanyang.ac.kr 펴낸이 김가연 엮은이 한양대학교 『한양』 교지편집위원회 주소 서울시 성동구 왕십리로 222 한양대학교 학생회관 4층 교지편집실 전화 010-5270-5259 디자인 (주)티에스업앤업 02-2285-6846 펴낸날 2022 가을 김어진 푸르른 우리 위로 송미주 추억할 그 밤 위에 갈피를 꽂고 선 김가연 ♬ 꿈과 책과 힘과 벽 - 잔나비 ♬ 정예림 stay up on the rise 유미림 생각의 끝에는 졸음이 오고, 그리움의 끝에는 잊음이 오나니. 김하석 사실은 나도 잘 모르겠어 진서연 미결과 영원 사이

2022HANYANGvol.120 Autumn

목 차 004 여는 글 008 넝쿨째 들어온 반도체 018 라치오스: 도약, 그리고 한양 030 Slow Art, Slow Line 040 Pro-Life, Pro-Choice 050 성소수자 찬성, 반대? ‘그 권리’는 누구에게 066 금쪽같은 OTT 080 턴테이블 위의 검은 우주 학 내 사 회 문 화

날적이책일기고문상추천 090 낭랑 092 편집위원이 추천하는 도서목록 098 영어영문학과 20학번 서지윤 099 영어영문학과 19학번 이종민 100 부지인사기한추 106 편집후기

4 여는 글

한양 120호 5 여는 글 안녕하세요. 한양대학교 교지편집위원회 편집장 김가연입니다. 기록적으로 비가 많 이 오던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오고 있습니다. 서늘한 바람 때문인지 괜스레 생각이 많 아지고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가을은 어떻게 기억되 고 추억될지 궁금합니다. 이번 120호 제목은 <갈피>입니다. 가끔 책갈피를 꽂듯, 추억하고 싶은 순간이 있는가 하면, 갈피를 잡지 못해 탈이 나기도 합니다. 『한양』은 추억의 ‘갈피’를 꽂고, 여러 사안 에 ‘갈피’를 잡아보고자 했습니다. 취업난 속 계약학과의 등장은 솔깃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대학의 기업화 현 상을 막기 위해 교육 이념의 갈피를 잡아야 할 듯 보입니다. 한편 지난 5월에는 3년 만 에 라치오스 축제가 열렸습니다. 진정한 대학의 분위기가 물씬 났던 축제를 추억해보면 어떨까요. 더불어 9월에 열리는 애한제를 위해서 지난 축제를 반면교사 삼아 보다 안전 하고 즐거운 축제로써 보완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새 학기가 개강하여 학우 여러분께 서는 또다시 등하굣길의 지옥철을 경험하고 있으실 텐데요. 혼잡한 지하철 속 교통 약 자들은 더욱 위험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악순환에 갈피를 잡고자 한양대학교 학우 들이 직접 고안해 낸 슬로우라인은 무엇일지 담아보았습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낙태법과 성소수자에 관한 논의가 뜨겁습니다. 생명권과 자기결정권 사이 에서 낙태권의 보장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지, 성소수자를 향한 이해와 존중은 어떻게 실현되 어야 할지 고민해보았습니다. OTT는 이제 우리 삶의 필수 요건이 되어버린 것처럼 소중합니다. 하지만 어김없이 찾아온 위기 속에서 건전한 콘텐츠 문화를 재정립해 나가야 할 때입니다. 마지막으로 문화에서는 LP가 선사하는 아날로그 감성과 느림의 미학을 느껴보는 것 은 어떨까요. 기자가 직접 전해주는 이야기에 갈피를 꽂고 LP바와 카페를 방문해보시는 것도<갈피>를추천합니다.통해 바삐 움직이는 걸음을 멈추어 숨 한 번 고르고, 여유의 갈피를 꽂을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한양』은 독자 여러분의 이야기에 갈피를 꽂고 선 추억하 고, 대변하겠습니다. 120호를 읽는 모든 독자분께 감사의 마음을『한양』전합니다.편집장 김가연 드림

학내 Part 1 01 nannamu1998@hanyang.ac.kr수습위원smju711@hanyang.ac.kr부편집장반도체공학과송미주김하석 02 라치오스: 도약 편집위원 kimeojin@hanyang.ac.kr김어진 03 yml0022@hanyang.ac.kr수습위원슬로우라인유미림

부편집장 송미주 수습위원smju711@hanyang.ac.kr 김하석 nannamu1998@hanyang.ac.kr 넝쿨째 들어온 반도체 #반도체 #계약학과 8 학내

다가오는 2023년, 21세기 편자의 못이라 불리는 반도체가 계약학과의 형태로 우리 학교에 들어온다. 양날의 검과도 같은 계약학과의 존재가 학교에 과연 어떤 바람을 불러올까.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한양의 선택이 될 수 있도록 학과의 이모 저모를 살펴보자. 한양 120호 9

10 계약학과학내 전성시대 대학가에 계약학과1) 돌풍이 거세다. 한양대학교도 지난 4월 11일, SK 하이닉스와 의 계약 체결을 통해 ‘반도체공학과’를 신설했다. 이는 정부가 차기 국력 사업으로 반 도체를 택한 것과 같은 방향성에 있다. 반도체 분야의 인재가 그만큼 절실해진 것이 다. 그렇다면 왜 계약학과일까? 우선, 현행 수도권정비계획법상 수도권 대학은 인구 집중유발시설로 분류돼 정원 확대가 어렵다. 계약학과만이 현재 학부생을 증원할 수 있는 유일한 경로다. 다음으로 반도체공학의 학문적 특성 때문이다. 반도체공학은 기 존의 전자공학을 넘어 여러 응용기술과 접목될 필요가 있다. 학부 차원에서는 커리큘 럼을 진행하는 데 한계가 있어, 기업과 협력하는 형태가 안정적이다. 해당 학과는 계약학과인 만큼 취업난에서 학생들에게 분명한 매력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학생들은 입학 즉시 기업으로의 취업을 보장받을 뿐 아니라 해외 인턴십 참 여 등 재학하는 동안 실무적인 학습을 수행하게 된다. 그러나 기업의 경영 논리가 대 학에 들어섬에 따라 발생하는 문제도 분명 있을 것이다. 당장의 실익이 더 크긴 하 나, 대학은 취업 훈련소가 아니기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안을 살펴야 한다. 새로운 학문에 대한 교육 체계가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급변은 대학 체제를 무너뜨리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이로 인한 혼란은 곧 학생들의 몫이기에 신중해야 한다. 따라서 『한양』은 먼저 반도체공학과 신설에 관한 전반적 사항을 검토할 예정이다. 다음으로 반도체공학과와의 인터뷰를 통해 구체적 계획을 살핀 뒤 대학의 기업화에 대한 근본적 담론 또한 진행해 보고자 한다. 1) 계약학과란 교육기관(대학)이 국가, 지방자치단체 또는 산업체 등과 계약해 설치·운영하는 학과(부) 로 크게 채용조건형 계약학과와 재교육형 계약학과로 분류된다. ▲ SK하이닉스-한양대학교 반도체공학과 계약 체결식 (출처:한양대학교 홈페이지)

한양 120호 11 반도체공학과, 누구냐 넌? 대학 학과명 추가 혜택 계약 기업명 고려대 반도체공학과 전액 장학금, 보조금 지급 SK하이닉스 서강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전액 장학금 SK하이닉스 서울대 반도체공학과 미정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 전액 장학금, 삼성전자 현장실습 의무 삼성전자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전액 장학금, 삼성전자 연구직 또는 연계진학대학원으로가능 삼성전자 한양대 반도체공학과 전액 장학금 및 매달 학업 보조금을 지원 SK하이닉스 지난해까지 채용형 계약학과는 고려대, 성균관대, 연세대 3개교 체제였다. 올해 한 양대, 서강대, KAIST(삼성전자), 포스텍(삼성전자)이 새 정부의 정책적인 기조에 따 라 반도체 계약학과 신설을 예고하면서 7개교 체제가 됐다. 그러나 계약학과의 초점 은 반도체 분야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위 학과들 외에도 고려대 차세대 통신학 과(삼성전자)와 스마트-모빌리티 학부(현대자동차), 연세대 디스플레이 융합공학과 (LG 디스플레이) 등이 채용형 계약학과 형태로 설립 예정이다. 학비 전액 지원, 기업 채용과 실무 교육 기회 제공이 핵심적 특징이다. 대학으로서는 계약학과가 학생들을 유치하기에 괜찮은 제안이다. 기업에게는 사회가 요구하는 ESG 투자를 확대할 수 있 는 기회다. 대학, 기업, 학생 모두에게 계약학과는 상당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계약학과라고 해서 신입생 선발에 다른 점은 없다. 수시전형에서 24명2), 정시전형 ‘나군’에서 16명을 선발할 예정이다. 학교는 학생 선발 및 교육을 맡고, SK 하이닉스 는 운영 재원을 지원하는 등 역할 분배에 따른 협업이 진행된다고 볼 수 있다. 더불 어 반도체 공정 라인 및 설계를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며 최신 학습기기와 스 마트강의실이 제공된다. 취업 보장의 경우, 일정 수준의 최소학점을 이수해 졸업하고 SK 하이닉스 입사 시험인 SKCT 시험을 통과하면 가능하다. 학과는 ‘이론과 실무 능 2) 학생부종합(일반) 19명, 교과(지역균형발전) 5명 ▲ 수도권 내 대학 모집 현황

12 학내 력을 겸비한 창의적 반도체 인재 양성’을 목표로 두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이론보 다 실무에 중점을 둘 예정이다. 반도체공학과에서는 기존에는 접하지 못했던 12인치 클린룸3)을 사용하여 반도체 칩을 직접 만들어 보고 평가하는 과정이 이루어진다. 더 불어 해외 우수 산업체 하나는 반도체공학과와 비슷한 과목을 배우는 융합전자공학부와의 충돌 이다. 교수진 배치 문제만 해도 융합전자공학부의 교수진이 반도체공학과를 겸직하게 된다. 겸직 시 융합전자공학부 학생들의 수업권이 침해당할 우려가 있다. 또한 수업 도구 및 시설이 아직 미비하다. 반도체공학과의 커리큘럼이 당장 내년 봄부터 시작되 는 만큼 학과의 세부 사항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3) 먼지를 비롯한 제반 환경 조건(기온, 습도, 기류, 기압 등)이 일정한 규격에 맞게 유지되는 깨끗한 공간으로, 반도체를 생산하는 주요 공간이다.

견학 기회가 제공되며, 3·4학년을 대상으로 하이닉스 연구 실 인턴십 프로그램과 대학원 연계 교육과정이 지원된다. 반도체공학과는 이처럼 다양한 혜택을 가져올 전망이다. 그러나 우려 지점 또한 존 재한다. 그중

한양 120호 13 학교, Are you ready? 반도체공학과를 둘러싼 의문점을 해결하기 위해선 학과의 공식적인 입장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또한 반도체공학과를 넘어 계약학과에 대한 입장은 어떨까. 『한양』은 반 도체공학과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박진섭 교수(이하 박진섭)와의 인터뷰를 통해 반도 체공학과와 계약학과에 대한 학과 측 입장을 구체화하고자 한다. 『한양』 : 반도체공학과 수업 시설과 수업 도구들의 준비 상황은 어떤가요? 박진섭 : 1학년 때는 기본적인 반도체 교육 및 교양 수업 등이 주를 이룰 것이며, 실험관 련 공간이나 공정 장비 등은 교육계획에 맞게 준비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다가오는 9월 부터 행정 지원과 공간 및 교원 증원 등을 계획에 맞게 진행해 나갈 예정입니다. 『한양』 : 반도체공학과 교수 증원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타 전공의 교수진을 배치할 것인가요? 박진섭 : 소자, 공정, 설계 등 반도체 분야의 우수한 교수님을 모실 계획입니다. 그리고 기존에 융합전자, 신소재 등에 계시는 반도체 전공 관련 교수님들께서 겸직하여 커리큘럼을 운영하 는데 문제는 없습니다. 현재 신임 교원을 제외한 교수님 확보는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양』 : 계약기간 종료 시 학생들의 남은 교육과정 문제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박진섭 : 남은 학생이 완전히 졸업할 때까지 학과의 규모는 최소화하겠지만, 계약을 유 지하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계약이 종료된다면 융합전자공학부로 소 속이 변경되어 학업을 마칠 수 있을 것입니다. 『한양』 : 반도체 분야의 진로를 희망하는 기존 재학생들의 반발 우려는 없었나요? 특히 융합 전자공학부는 매우 유사한 전공인데, 이들과의 충돌에 대한 고려가 있었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박진섭 : 반도체 분야는 재료, 화학, 물리, 기계, 전자 등 다양한 분야의 융합 및 협조를 통해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입니다. 때문에 서로 많은 교류가 이루어지고 동시에 발전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기존의 융합전자공학부 학생들에게 이에 준하는 혜 택 및 실습의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반도체 전공 트랙” 등과 같은 국가사업을 수주하 는 등 학과 차원에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14 학내 『한양』 : 이번 계약학과 도입으로 공과대학 내 교육 체계가 변화될 가능성에 대해 어떻 게 평가 하시나요? 박진섭 : 한양대학교 학부 계약학과의 시작점에 있는 “반도체공학과”를 바탕으로 교육 체 계의 변화가 보다 유연하게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국가적으로 다양한 사업 을 통해 유연한 학사 운영 및 교육 체계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입니다. 『한양』 : 서울권 대학 내 반도체 계약학과가 급증하며 ‘대학의 기업화’에 대한 우려도 나 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박진섭 : ‘대학의 기업화’에 대해서는 우려되는 부분이 분명히 있으며 모든 학문분야가 그렇게 해야 한다는 것에는 반대입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대학이 고 등교육 및 학문적 부분만 고집하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한양대학 교는 “실용 학풍”이 아주 강점인 대학인데, 사회적, 산업적 니즈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가는 것도 우리 대학이 나아가야 할 하나의 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반도체공학과 설립은 한양대의 강점인 실용 학풍을 강화하는 효과를 불러온다. 그러나 우려되는 부분들도 있다. 학과 측은 수업 시설 문제에 있어 준비 계획이 있다고 밝혔지만, 아직 단기적인 목표에 그친다. 그리고 기존 수업 시설을 활용할 수 있다 해도 반도체공학 과만의 시설도 필요하다. 내년 입학할 신입생을 고려한다면 시설 문제는 빠르게 해결되어 야 할 것이다. 교수진 임용 문제에도 기존 교수진을 겸직하는 방안도 합리적이지만, 겸직 으로 인한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신입 교원 임용이 어려운 상황이기에 교원 문제 가 해결될 때까지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학과 측은 계약학과의 도입으로 ‘유연한 학사 운영’을 기대하고 있다. ‘유연한 학사 운영’이라는 표현 자체도 모호할뿐더러 기업과 의 계약으로 교육과정에서 되려 학교의 자율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 계약학과가 기업형 인재 양성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대학의 역할을 잃어버릴 것이다. 학교가 학생과 기업을 이 어주는 중간 단계의 역할만 하게 된다면 계약학과의 도입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계약학 과의 방향성은 단순히 반도체공학과의 내적 문제에만 집중해서는 안 된다. 계약학과가 학 교에 들어서며 발생하게 될 사항들에 대해서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한양 120호 15 계약학과는 처음이라 앞으로 학교가 나아갈 방향성을 검토하기 위해서는 계약학과 신설에 따른 득과 실 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SK하이닉스와의 계약을 체결하고 반도체공 학과를 신설함으로써 얻는 것들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로 대학의 금전적 부담이 일 부 완화된다. SK 하이닉스와 같은 대기업과 계약을 체결함에 따라 현재 캠퍼스 내에 있는 경영관의 SKT 홀이나 정몽구 미래자동차연구센터와 같은 대학 시설과 금전적 지원을 기대할 수 있다. 두 번째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실무 교육이 이뤄진 다. 현재 공개된 것만 하더라도 SK하이닉스 연구실 인턴십 프로그램 참여, 미국 실리 콘밸리 견학, 해외 학회 참여 기회, SK하이닉스 중국사업장 견학, 실무자들과의 직 접 소통 등 다양하다. 학부 차원에선 쉽게 기대할 수 없었던, 보다 많은 기회가 한양 대 학생들에게 제공된다. 이와 더불어 전문적인 기술을 학습할 기회도 생길 것이다. 마지막으로 입시 시장 내 유인 요소가 증가한다. 반도체공학과는 취업 부담으로부터 자유롭다. 때문에 단기적 차원으로만 보아도 입시 시장 내에서 경쟁력이 상승할 것으 로 보인다. 일례로 고려대의 경우 반도체공학과 신설 이후 수시 모집 지원자가 전년 도에 비해 46% 가량 증가했다. 학교 입장에서는 더 많은 인재를 확보할 수 있는 여건 을 마련하게 되는 것이고, 이는 학교의 미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생길 우려가 있다. 우선 실무 위주로 진행되 다 보니 학문의 기초 이론 등 학문을 광범하고 치밀하지 못하게 다룰 수 있다. 실무 직무 경쟁력을 갖춘 인재가 각광받는 시대이긴 하나, 그 기반에는 기초 학문 교육이 선행되어야 한다. 학과 자체가 실무 투입용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다 보니 실무 수업 위주로만 커리큘럼이 형성될 우려가 있다. 더불어 취직이 보장된 학생들이 공부에 전 념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다음으로 대학의 경영적인 측면에서 기업의 입맛에 맞게 교육과정이 운영되어 대학의 교육기관으로서의 입지가 사라질 가능성이 존재한다. 계약학과 열풍은 외부에서 대학에 굉장한 변화를 요구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계약학 과로 인해 대학 교육의 패러다임이 더욱 빠르게 변화할 것이다.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인재를 배출해내는 것도 대학의 존재 목적이다. 그러나 새로운 학문에 대한 대학 교 육 체계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의 계약 체결은 기업 의존도를 심화시키고, 대학을 취업 훈련소로서 전락하게 만들 우려가 있다. 마지막으로 기업 유치의 유무에 따른

16 학내 대학 내 서열의 양극화가 진행될 수 있다. 대학 내 기업의 투자가 진행된 영역과 그 렇지 못한 영역 즉, 공대 내 학과와 문·이과 간의 격차가 심화될 것이다. 현재만 해 도 공학 계열에 비해 인문·사회 계열의 발전 계획이 더딘 상황이다. 학교가 문·이 과 융합형 인재 양성을 목표하고 있다고는 하나, 학생들은 다르게 체감하고 있는 것 이 문제다. 이밖에도 기업이 가장 원하는 것은 석·박사급 고급 인력인데 계약학과 학생들은 대부분 학부 졸업 후 취업을 선택하기 때문에 인력난 해소의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4년간의 대학 공부를 통해 과연 석·박사급의 고 급 인력이 배출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학교 본부는 대학이 지식전달 기관으로서의 수명은 종료됐다고 보고, 앞으로는 전 문성과 실제직무경쟁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러 한 변화의 방향성은 옳지만 계약학과를 신설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물론 정부의 규 제 때문에 계약학과 형태로라도 반도체 인재를 수혈하려는 취지는 납득된다. 하지만 비슷한 상황에 처할 때마다 대학 차원에서의 해결이 아닌, 기업과의 계약을 진행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 되어선 안 된다. 이유가 합당하더라도 기업에 의존하는 형태는 최대한 지양해야 한다. 이번 계약학과 도입을 시작으로 여러 산업 분야에서 계약을 제안할 가능성이 있는데 대학은 앞으로도 계약학과를 증설해 나갈 것인지 교육 기관 으로서의 입장을 확립해야 할 것이다. 정부에 정원 내 규제를 일부 조정해 주기를 요 구하거나, 기업과 정부 등의 지원을 받아 대학 내 자체적인 커리큘럼을 형성하는 방 법도 있을 것이다. 다양한 경우의 수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 특정 분야 의 전문적 인재를 양성하는 것과 특정 기업으로의 취업을 목표로 하는 학생을 가르치 는 것은 분명 다르다. 이번 반도체공학과 신설과 함께 대학 차원의 논의를 필수적으 로 진행해야 한다.

한양 120호 17 The Engine of Korea, 진정한 엔진이 되려면 사회와 산업 현장의 속도에 맞는 인재를 배출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대학에 요구 되고 있다. 취업형 계약학과는 빠르게 변하는 환경에 발맞춰 대학이 유동적으로 변화 를 꾀할 수단이다. 이에 서울권 내 다수 학교는 삼성, SK 하이닉스 등의 기업과 손을 잡고 계약학과를 신설하고 있다. 미래 산업의 특성과 시대적 인재상을 고려할 때 변 화의 취지는 타당하다. 그러나 그것을 계약학과 형태로 들여오려는 지금, 고민해봐야 할 지점도 분명하다. 고등 교육 기관으로서 공공 교육을 목표로 하는 대학과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방향성은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시대적 인재상이 변했다 한들 대학 은 기업이 아닌 대학의 교육 체계를 통해 인재를 육성해내야 한다. 현재 한양대학교가 IC-PBL 학습 모형을 개발해 학생들의 실무 능력을 향상시킨 것처럼 학교 자체적으 로도 충분히 교육 체계를 발전시킬 수 있다. 기업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는 형태에 서도 시대의 흐름을 타는 것은 가능하다. 재정 지원과 취업에의 도움 등에만 주목해 계약학과를 급속도로 확장하는 흐름을 타는 순간, 되돌리기 힘든 문제가 발생한다. 지금은 충분한 논의와 제도 정비를 바탕으로 신중한 행보를 보여야 하는 시점이다. 더불어 근본적인 질문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대학이 특정 기업으로의 취업을 목표로 하는 것이 과연 옳은 처사인가? 대학은 학생들이 스스로 진로를 택할 수 있도 록 돕는 역할을 한다. 교육기관이 나서서 진로를 확정시키는 행위는 최대한 지양해야 할 것이다. 학교는 교육자의 역할에 맞게 해당 사안을 지속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樂 取 娛 秀 즐거움에 취하고 그 즐거움은 빼어나다 18 학내 라치오스: 도약, 그리고 한양 #축제 #한양 문화 편집위원 김어진 kimeojin@hanyang.ac.kr

그렇게 오랜 기간 진행되지 못하고 대학 생활의 로망으로만 여겨졌던 축제의 재개, ‘도약’은 희망을 의미한다.

감상이 오 갔다.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들이었지만, 예산과 한양존 입장에 관한 의문들도 제기되

20 도약학내 뒤의 한양 지난 5월, 라치오스: 도약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봄 축제는 연간 행사 중 가장 큰 규모지만 총학생회(이하 총학)의 부재와 코로나로 인해 3년간 개최되지 못했다. 따라서 2022년 총학 출범과 위드 코로나와 함께 돌아온 축제는 학생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총학과 축제기획단(이하 축기단)은 라치오스 가 학우들의 일상에 또 다른 희망을 불러 일으키길 바란다며 도약을 시작했다. 축제 기간 내내 각 단과대에서 준비한 특색 있는 주점과 푸드트럭이 캠퍼스 곳곳 에 자리 잡았다. HYU Proms나 HYU CLINIC 등의 다양한 콘텐츠들은 바쁜 학기를 보내던 학생들의 쉼터가 되어 주었다. 화려한 공연 라인업은 대내외적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또한 한양 가요제, 여러 동아리와 애국한양문학예술학생연합의 공연, HYU LEAGUE에서는 그간 볼 수 없었던 저마다 다른 재능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드디어 한양대학교에 대학 문화의 즐거움과 무대의 장이 돌아온 것이다. 캠퍼스를 누비는 학 우들의 걸음은 학교에 활기찬 기운을 불어넣었고, 그 걸음이 모여 도약이 완성되었다. 축제가 끝난 뒤에도 그 열기는 가시지 않았고 이곳저곳에서 축제에 대한 었다.

도약의 사전적 정의는 ‘더 높은 단계로의 발전’이다. 『한양』은 가을 축제를 앞두 고 지난 라치오스: 도약을 살펴보고자 한다. 도약 뒤 한양의 문화는 어디쯤 위치하고 있을까.

한양 120호 21 모두의 축제 라치오스: 도약은 이벤트 부스와 HYU LEAGUE, 메인무대와 단과대별 주점 크게 4가지로 나뉜다. 라인업으로 화제가 된 메인무대 외에도 여러 프로그램이 어우러져 풍성한 축제가 되었다. 특히 HYU Proms가 신규 프로그램으로 등장했다. Proms는 연사 최태성과 타일러의 강연과 함께 음악대학 학생들의 공연을 편하게 앉아 즐길 수 있는 콘서트였다. 또한 기존에는 적은 수의 기구만 구비되었던 어트랙션존이 보다 큰 규모로 단장한 라라랜드가 되었다. 위와 같은 기획에 있어 총학과 축기단은 라치오 스: 도약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고자 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총학생회장 정지호(산업융 합학부 19)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 총학생회장 정지호와의 인터뷰 ▲ 축제 도중 스태프들의 모습

알려주세요. 정지호: 예산 확보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봄 축제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다 보니 가을 축 제에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이 많이 소진됐습니다. 더불어 코로나 감염 추세가 상승하고 있는 만큼 안전에 유의하여 준비하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한양』: 내년 라치오스에서는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할까요? 정지호: 안전에 유의해야 할 것입니다. 라치오스: 도약의 경우 수천 명이 몰릴 사태를 대비해 노천극장 난간에 펜스를 두껍게 설치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형 사고가 우려되는 상황이 있었습니다. 따라서 안전 관련 예산의 중요성에 대해 인수인계할 예정 입니다.

22 학내 『한양』: 라치오스: 도약을 통해 이루고자 했던 것은 무엇인가요? 정지호: 라치오스가 한양의 고유문화라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한양대학교만의 특별한 행사를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다른 학교 못지않은 축제 문화를 만드는 것이 목 표였습니다. 『한양』: 라치오스: 도약의 예산과 관련하여 무엇을 가장 우선시했나요? 정지호: 충분한 예산 확보를 우선순위에 두었습니다. 기존 예산으로는 올해 축제 규모 의 절반도 운영하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3년 만에 진행되는 축제이고, 라치오스라는 한양의 문화를 알릴 기회이기에 다양한 기업들에게 적극적으로 후원을 요청해 예산을 확보했습니다. 『한양』: 예산 확보 이후 편성 과정에서 중요하게 여긴 것은 무엇인가요? 정지호: 모두를 포용하는 축제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따라서 학우들의 다양한 수요를 맞추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신규 프로그램인 HYU Proms와 규모가 커진 어트랙션존 라 라랜드가 그 결과입니다. 또한 일부 학생만 알고 즐겼던 체육대회를 HYU LEAGUE란 이름으로 함께 진행했습니다. 『한양』: 다가오는 가을 축제 애한제와 관련하여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사안을

한양 120호 23 예산 편성은 본격적인 사업 기획의 첫 단추이다. 총학과 축기단은 예산 편성 단계 부터 축제에 대한 다양한 기대를 충족시키며 한양대학교만의 문화인 라치오스를 만 들고자 했다. 라치오스: 도약이 끝나고 애한제를 앞둔 한양대학교 학생들에게는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있다. 지난 축제에서 예산이 적절하게 집행되었는지와 총학 및 축 기단의 취지가 행사 기간 중 올바르게 반영되었는지 확인하는 일이다. ▲ 라치오스: 도약 지출 항목별 비율1) 교비(등록금/비등록금), 후원금, 총학생회비 재원을 모두 포함한다.(출처:총학) 1)  총학 홈페이지 ‘한양대학교 제50대 총학생회 상반기 자금 현황’에서 관련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아티스트 섭외 비용 46% 한양가요제 1.4% 체육대회 2.7% 홍보 2.9% 굿즈 제작 4.2% E-Sports 리그대회 5.7% HYU Proms 7.9% 무대 설치 비용 19.9% 기타 1.7%

24 서로학내 편 가르지 않는 것이 숙제 라치오스: 도약하면 축하 공연을 빼놓을 수 없다. 실제로 엄청난 관심이 쏟아져 전 례 없는 인원이 공연을 위해 한양대학교에 방문했다. 따라서 원활한 관람을 위해서 한양존 입장 티켓 팔찌 수령이 필수였으며 관련 공지는 총학 SNS를 통해 안내되었 다. 기존의 팔찌 수령 방식과의 차이는 팔찌 위에 매일 다른 스탬프를 찍어 인증을 강 화한하지만점이다.한양존을 향한 의문이 제기되었다. 누군가는 배치에 대해, 누군가는 입장 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특히 교환학생의 경우 안전상의 이유로 한양존 출입이 금 지된다는 차별적인 문구를 맞닥뜨리며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이에 한양존의 의의와 입장 자격에 대해 총학에게 물어보았다. 『한양』: 한양존의 의의는 무엇인가요? 정지호: 라치오스는 총학에서 주관하는 사업이며 총학은 학생들의 권익 보호를 주된 목 적으로 하는 기관입니다. 따라서 한양존은 라치오스에 대한 학생들의 권리를 충분히 보 장하기 위함이라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팔찌 배부 또한 학부 재학생과 휴학생에 한 정되었습니다. ▲ 교환학생은 한양존 티켓 수령이 불가능하다는 안내문 (출처:한양대학교 에브리타임)

한양 120호 25 『한양』: 교환학생 팔찌 배부 문제에 대해 총학은 어떤 입장인가요? 정지호: 교환학생은 한양대학교에 학적이 없기 때문에 팔찌 수령이 불가능했습니다. 이 외에도 미등록 졸업 유예생과 교육원, 한양여대 등 한양학원 아래의 여러 구성원분께서 한양존에 대해 문의해 주셨습니다. 사전에 안내를 드릴 때 한양대학교 학부 재학생이라 명시해두었지만 그럼에도 안내가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가을 축제에서는 이런 부분을 보완할 예정입니다. 라치오스는 한양대학교 재학생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사업이다. 따라서 한양대학교 학부생으로 규정되지 않는 참가자들의 입장 제한은 타당했다. 그렇기에 충분치 못한 설명으로 문제가 된 교환학생 대상 안내 문구가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모두를 포용 하고자 했던 라치오스: 도약의 취지와 어긋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행사 운 영에 있어서는 보다 세심한 공지가 필요할 것이다. 한편 라치오스: 도약의 한양존은 기존의 부채꼴 모양에서 사각지대가 사라지고 보 다 넓은 면적으로 변경되었다. 총학에 따르면 이 배치는 비한양존과의 구분 및 통제 에도 효과를 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학생들 사이에서는 한양존 구성에 대한 여러 의 견이 오고 갔다. 일각에서는 티켓팅을 통한 관람 유료화를 제시하거나 비한양존에 불 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해당 의견 수렴에 대한 가능성을 총학에게 직접 물어보았다. ▲ 2019년의 라치오스: 인피니티의 한양존과 2022년 라치오스: 도약의 한양존 비교

26 학내 『한양』: 티켓 유료화 도입을 하지 않는 이유가 있나요? 정지호: 티켓 유료화를 진행 중인 다른 학교의 축제는 총학이 아닌 응원단이 주최합니다. 총학은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학생의 권익을 대변하고 보호하는 비영리 집단 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티켓 판매를 통해 영리사업을 진행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한양』: 비한양존을 대폭 축소하거나 없애자는 의견에 대한 총학의 입장을 듣고 싶습니다. 정지호: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축제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외부인 또한 라치오스 를 함께 즐김으로써 한양의 문화를 널리 알릴 수 있지 않을까요? 총학과 축기단은 한양대학교 학생뿐 아니라 많은 이들이 어우러질 수 있는 축제를 만들고자 했다. 그렇다면, 한양인들의 권익은 배제 없이 보장되었는지 장애학생인권 위원회장 이수경(화학공학과 21)과의 인터뷰를 통해 알아보았다. 장애학생인권위원 회는 장애 학생들의 축제 참여를 위해 정몽구 미래자동차연구센터(이하 정몽구센터) 와 노천극장 난간 사이 배리어프리존을 설치했다. 하지만 일부 장애 학생들 사이에서 는 축제에 앞서 장소 선정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기존 2019년의 배리어프리존은 노 천극장 밖이 아닌 내부에 위치했기 때문이다. 달라진 라치오스: 도약의 배리어프리존 은 과연 바람직하게 운영되었을까. ▲ 장애학생인권위원회의 안내부스와 배리어프리존 공연은 배리어프리존의 천막이 제거된 상태에서 진행되었다. (출처:장애학생인권위원회)

먼저 의견을 물어보기 등 기본적인 에티 켓만 지켜 주신다면 모두가 즐겁고 안전하게 축제를 즐길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한양』: 앞으로의 축제에 대비해 계획 중인 것이 있다면 말해주세요. 이수경: 라치오스: 도약은

한양 120호 27 『한양』: 배리어프리존의 위치가 바뀐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수경: 첫 번째 이유는 휠체어에 앉아 계신 분들의 시야를 온전히 확보하기 위함이었습 니다. 기존 위치에서는 앞의 관객들이 일어설 경우 휠체어에 앉은 학생들의 시야 확보가 어려웠습니다. 두 번째 이유는 때문에 안전할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한양』: 축제 기간 배리어프리존은 원활하게 운영되었나요? 이수경: 배리어프리존 주위로 인파가 몰리는 바람에 장애 학생들이 화장실을 가는 등의 출입이 쉽지 않았습니다. 또한 축제 첫날 펜스가 무너져 위험했습니다. 하지만 장애학 생인권위원회 위원들과 축기단의 대처로 인명사고 없이 배리어프리존을 안전하게 운 영할 수 있었습니다. 『한양』: 다 같이 즐기는 축제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이수경: 축제 동안 많은 분이 안내견을 귀여워하며 쓰다듬으려고 했습니다. 이 경우 안 내견이 놀라고 집중력이 흐트러져 사고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안내견을 부르거나 쓰다 듬지 말기, 장애 학생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면 코로나 이후 첫 축제이기에 장애학생인권위원회와 배리어프 리존 관련 홍보가 부족했고 참여한 장애 학생

안전입니다. 정몽구센터 앞 노천극장 난간 뒤에 배리어프 리존을 설치하면 주위에 펜스를 두를 수 있기

수가 적었습니다. 더 많은 장애 학생들이 공연을 포함한 축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홍보에 신경 쓸 예정입니다. 실제로 배리어프리존을 이용한 이은지 학우(정치외교학과 17)은 『한양』과의 인터 뷰에서 “인파로 인해 배리어프리존을 찾기 어려웠지만, 공연을 보기에는 용이했습니 다. 시야뿐 아니라 장애 학생 또한 공연을 함께 관람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만족스 러웠습니다.”라고 전했다. 장애학생인권위원회가 총학과의 충분한 논의를 통해 위치 를 선정하고 무대와의 먼 거리를 고려하여 망원경을 구비한 덕분이었다. 이은지 학우

28 학내 는 또한 “청각장애인이기에 음성을 문자로 변환해주는 기기를 대여 받았습니다. 하지 만 사람들이 몰려 와이파이 연결이 어려웠고 소음으로 공연자의 음성 인식이 불가능 했습니다. 무대 중 노래 가사가 눈에 잘 띄는 색의 자막으로 제공되었다면 보다 많은 학우가 공연을 즐겁게 관람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라고 덧붙였다. 배리어프리존을 포함한 라치오스: 도약의 한양존은 큰 인명 피해가 없었지만, 아 쉬움이 남아있다. 총학과 장애학생인권위원회 등의 기구는 제기된 문제점을 보완하 며 사업 취지에 맞는 진행과 학생의 권리 보호를 위해 더욱 힘써야 할 것이다. 그에 맞는 학생들 개개인의 노력 또한 필수적이다. 매일 밤 공연이 끝나고 난 뒤 노천극장 에 남은 건 한양인으로서의 자긍심이 아닌 쓰레기들이었다. 게다가 총학에 따르면 캠 퍼스 내에서 축기단과 총학 스태프들을 대상으로 한 위협이 빈번했다고 한다. 실제로 수위 높은 욕설을 하며 스태프의 통제에 응하지 않거나 술에 취해 폭력을 휘두른 참 가자들이 있었다. 외부인과 함께한 축제였기에 일련의 문제들에 있어 한양대학교 학 생 전체에게 책임을 돌릴 수는 없다. 그러나 라치오스의 주인공인 학생들이 먼저 주 위를 살핀다면 캠퍼스에는 축제의 즐거움이 더 오래 남아 있지 않을까. ‘즐거움에 취 하고 그 즐거움은 빼어나다’는 뜻처럼 앞으로의 라치오스가 누구에게나 빼어난 즐거 움을 선사하는 한양의 문화가 되길 기원한다. ▲ 배리어프리존 내 시야(출처:이은지) ▲ 공연 종료 이후 노천극장

한양 120호 29 한층 더 뜨거워진 양손을 마주 잡고 어떤 걸음은 내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3년 만에 열린 2022 라치오스: 도약 이 그러했다. 총학 출범과 위드 코로나 시작 끝에 돌아온 라치오스는 많은 학생들에 게 즐거움을 안겨주었다. 미흡한 안내 문구가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지만, 모 두를 포용하는 축제라는 방향성은 다채로운 행사와 만족도 높은 배리어프리존을 이 끌어냈다. 그리고 다가오는 10월, 애한제가 예정되어 있다. 휘파람이 불던 오월의 하 늘2)이 지나가고 푸르던 하늘이 가을 되어 젊은 우리 곁에 돌아왔다. 라치오스: 도약 을 발판으로, 한양의 문화는 더 높이 내딛을 수 있을까. 총학과 축기단의 활발한 준 비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학우들의 관심과 기대가 다시 한번 필요하다. 푸른 함성 다 함께 외쳐보자. 라치오스! 2) 초록을 거머쥔 우리는 잔나비

Slow Art, Slow Line 수습위원 유미림 yml0022@hanyang.ac.kr # 슬로우라인 #교통약자 30 학내

“슬로우라인을 통해 지친 현대인들이 조금이나마나 여유를 찾고, 서로의 속도 차 이를 이해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기를 바라고 있다.” - 한양대학교 응용미술교육과 이성재, 백지웅, 오은수, 임수현, 장희수, 허효정 한양 120호 31

32 앉을학내 자리 하나 없는 서울 지하철 지난 3월을 시작으로 서울 지하철역 곳곳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지하철 시위가 재개되며 교통약자의 이동권 문제가 다시 한번 대두되었다. 혼잡도가 매우 높 은 서울의 지하철은 사람 간 부딪힘이 잦고, 이는 교통약자의 이동편리성을 제한한 다. 실제로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출퇴근 시간대에는 2,4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지하철을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하철 승하차 평균 인구가 약 1,400만 명임을 고려했을 때 역사 내 번잡도를 가늠할 수 있다. 특히 한양대학교와 가장 인접한 왕십 리역은 지하철 2호선, 5호선과 경의중앙선, 수인분당선, ITX-청춘열차까지 정차해 서울 동북권 최대 교통 환승지로 불린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가 갖추어지지 않은 지하철역들 또 한 교통약자의 원활한 이용을 방해한다. 한양대역의 경우, 곧장 한양대로 연결되는 2 번 출구에는 오직 하나의 엘리베이터만이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많은 학우들이 붐비 는 등하교 시간대에는 비장애인 학생들이 이용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이외에도 빠른 이동을 원하는 학우들이 하나뿐인 교통약자 개찰구를 사용하면서 휠체어 이용자들이 차례를 기다려야만 하는 모순적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에 한양대학교 응용미술교육과(이하 응미과) 학생들은 지난 5월 28일부터 6월 5 일까지 7일간 왕십리역과 한양대역에서 ‘슬로우라인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슬로우라 인이란 지하철역 계단에 ‘천천히 걷기’ 구간을 만들어 보폭의 속도를 구별하는 것이 다. 즉 역사 내 혼잡함을 감소시켜 걸음이 느린 아동이나 노인 등 교통약자의 편안한 이동을 지원하는 공공 디자인이다. 『한양』은 슬로우라인의 제작의도 및 의의를 살펴 보고자 한다. 이후 이를 직접 고안한 응미과 학우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향후 추진 계 획을 알아보려 한다.

한양 120호 33 슬로우라인, 그 첫 발걸음 사람이 많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여유가 사라지고 남은 건 상당한 스트레스뿐이다. 응미과 학생들은 장시간 통학으로 이 문제의 심각성을 몸소 느꼈다고 밝혔다. 또한, 역사 내 혼잡함에 대해 교통 약자들은 더욱 심한 고충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으며 이를 직접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슬로우라인 프로젝트는 교통약자들에겐 이동의 편리성을, 일 반 이용객들에겐 삶의 여유로움을 선사하고자 하는 생각에서 비롯되었다. 슬로우라인의 디자인은 3개월에 걸쳐 완성되었다. 디자인 수정은 한국교통공사와 한 양대학교 디자인 경영 센터 그리고 응미과 동문인 오형균 아트디렉터의 도움을 받았다. 초기에는 현재의 디자인처럼 일부분만 슬로우라인으로 지정하는 것이 아닌 빠르게 가는 구간 또한 설정했다. 그러나 빠른 걸음을 유도하는 중에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고 여러 구간을 만들다 보면 복잡해 질 수 있다는 오형균 아트디렉터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디자 인을넛지수정해나갔다.디자인을기반으로 제작된 슬로우라인은 강제적인 규제나 감시 대신 사용자들의 자연스러운 참여를 유도한다. 이에 계단 초입에 바닥의 안내문과 벽면 포스터를 부착함 으로써 이용객들이 슬로우라인에 대해 쉽게 인지하도록 했다. 이와 더불어 도로에서의 서행 운전을 의미하는 노란색을 활용하여 느린 보폭의 이들을 배려해 역사 내 혼잡함을 줄인다는 슬로우라인의 제작 취지를 더욱 부각시켰다. 특히, 노란색은 눈에 띄는 색상의 구간을 따라가려는 사람들의 심리를 자극하기도 한다. 그밖에도 걸음이 불안정한 노인들 과 어린이들을 위해 미끄럼 방지 테이프를 부착하여 안전성을 높였다. ▲ 슬로우라인 안내 포스터/슬로우라인 시트지를 부착하고 있는 응용미술교육과 학생

34 삶의학내 여유를 선사하는 슬로우라인 응미과 학우들은 생동감 있는 후기를 위해 현장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는 슬로 우라인의 보완점을 확인하고 실효성을 입증하고자 실시되었다. 설문은 프로젝트 기 간 내에 슬로우라인이 설치된 왕십리역 6번 출구와 한양대역 2번 출구에서 이루어졌 다. ‘슬로우라인이 유용한가?’라는 질문에는 94%(108중 102명)가 ‘그렇다’고 답변했 고 95%(108명 중 103명)가 추후 슬로우라인을 이용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을 만큼, 상당수의 응답자가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응미과 학생들은 가장 기억에 남는 답변자로 한양대학교 이상민 학생처장을 꼽았 다. 그는 이기주의와 개인주의가 심화되는 사회 속에서 사람들이 배려 받을 수 있는 문화에 슬로우라인이 앞장서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또한, 이러한 의미에서 슬로우라 인은 중요한 인성교육 및 성장의 기회로서 어우러져 지내는 사회에 도움이 될 것이라 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한 고령자는 슬로우라인에 대해 자신은 원래 손잡이를 잡고 계단을 오르는 데 천천히 가게 해주니 편하다고 답변했다. 평소에는 아무리 힘들어도 뒷사람의 눈치가 보여 천천히 갈 수 없었다며 슬로우라인의 필요성에 적극 동감한 학 생도 있었다. 슬로우라인의 보완점을 제시한 이들도 있었다. 서울교통공사 측에선 단 순한 직선만을 사용하는 것보다 한 계단마다 특정 그림을 넣어 밑에서 보았을 때 완 성된 하나의 그림이 보인다면 이용자들의 시선을 더욱 끌 수 있을 것이라 조언했다.

한양 120호 35 이렇듯, 슬로우라인은 단지 교통약자만을 위한 디자인이 아니다. 모두가 성급히 움직이는 역사 내에서는 느린 걸음이 쉽지 않다. 무리하지 않아도 될 상황임에도 다른 사람들을 따라 아슬아슬하게 지하철을 타거나 뒷사람의 사정을 고려해 에스 컬레이터를 성큼성큼 오르게 된다. 슬로우라인은 이러한 이용객들에게 숨을 돌릴 수 있는 쉼터이다. 곧, 일상 속 느림을 실천하여 그들에게 삶의 여유를 되찾아주는 것이다. ▲ 슬로우라인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는 응용미술교육과 학생들

36 더학내나은 미래를 위해 『한양』은 한양대학교 응용미술교육과 학생들을 만나 슬로우라인의 제작 과정 및 향후 계획에 대해 더욱 자세히 들어보았다. 『한양』: 설치물의 이름을 슬로우라인이라고 명명하신 이유가 무엇인가요? 이성재: 슬로우라인은 SLOW(느리다)와 LINE(선)를 합친 말로 느리게 걷도록 도와주는 선을 의미합니다. 사람들의 원활한 이용을 위해 이름을 통한 용도 유추가 쉽도록 지었습니다. 또 한, ‘SLOW’라는 단어의 이미지가 디자인의 정체성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했습니다. 『한양』: 앞으로 슬로우라인의 추진 계획이 있으신가요? 이성재: 슬로우라인 프로젝트가 각종 언론에 보도된 뒤 서울교통공사 동대문영업사무소로 부터 설치 요청을 받았습니다. 저희는 이 요청이 곧 슬로우라인의 실효성을 입증한다고 생 각합니다. 따라서 지속적인 슬로우라인 설치를 통해 오늘날 사회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고 자 합니다. 『한양』: 슬로우라인 이외에도 교통 약자들을 위한 다른 디자인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이성재: 버스노선도에 어려움을 느끼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에 버스 노선도와 환승 시스템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디자인도 기획 중입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디자인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회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든 이들을 위한 디자인은 계속될 것 같습니다. 추후 서울교통공사와의 협력하에 서울 지하철 2호선 역들에 설치될 슬로우라인은 ‘여 유로’라는 이름으로 시민들과 만날 예정이다. ‘여유로’는 바쁜 일상 속 여유를 갖자는 의 미로써 본래의 제작 취지를 더욱 부각한다. 사용자의 이용 편의를 최우선으로 중시한 학 생들은 영어보단 한글에 익숙한 교통약자들을 고려했을 때 슬로우라인보단 ‘여유로’라는 이름이 공공디자인에 더욱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슬로우라인을 시작으로 더 나은 사회를 위한 응미과 학생들의 노력은 계속될 전망이다.

한양 120호 37 일상에 노란불을 켜자 등하굣길 서울 지하철은 사람으로 빽빽하다.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다가 무리한 승 차를 지양해달라는 안내방송을 마주하길 수십 번이다. 우리는 일상 속 여유를 잊어버 렸다. 급하게 열차에 탑승하려다 보니 가방이나 발이 끼이는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기 도 한다. 게다가 교통약자들의 처지는 더욱 더 열악하다. 2020년에 발표된 보건복지 부의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의 39.8%가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일 문항에서 2014년은 39%, 2017년은 36%의 응답률을 기록했다는 사실은 시간이 지나도 크게 나아진 점이 없음을 보여준다. 2015년 당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2022년까지 서울 시내 지하철 1역사 1동선 엘리베이터 100% 설치를 약속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설치 목표 달성을 2025년까지 미뤄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고안된 슬로우라인은 보폭의 속도를 구분함으로써 역사 내 혼 잡함을 줄였다. 다리를 다쳤거나 걸음이 느린 교통약자들, 일상의 여유를 즐기고 싶 은 이들과 빠른 속도의 사용자들을 분리한다. 슬로우라인은 교통약자의 이동편리성 을 보장해 줄 뿐 아니라 현대인의 여유 있는 걸음을 보장해 주기도 한다. 즉,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모여 살아가는 오늘날의 사회에서 타인을 배려하는 문화를 유도한다. 슬로우라인은 단순한 디자인으로서의 기능에 국한되지 않고, 우리 사회에 ‘조화’의 메 시지를 건넨다. 슬로우라인을 계기로 소수의 약자뿐만 아니라 모든 사회 구성원들이 서로 어우러져 살아가는 사회가 도래하길 기대해본다.

사회 Part 2 01 nannamu1998@hanyang.ac.kr수습위원낙태권김하석 02 chloej7@hanyang.ac.kr편집위원성소수자정예림 03 수습위원OTT jinnnzsyhz@hanyang.ac.kr진서연

Pro-ChoicePro-Life, 수습위원 김하석 “여성에게는nannamu1998@hanyang.ac.kr언제엄마가될 것인지 스스로 결정할 자유가 있습니다.” - 아나 파울라 드 수자(국경없는 의사회 모잠비크 조산사) 낙태에 대한 논의가 새롭게 점화되었다. 그 배경에는 헌법이 낙태권을 보장하 지 않는다는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결이 있었다. 비단 미국만 아니라 우리나라 에서의 논의도 시작되었다. 우리는 지금 어디쯤 놓여 있을까. #생명권 #자기결정권 40 사회

P R L FI I E E OPR C CH OO한양 120호 41

낙태권, Yes Or No? 낙태권은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이라는 두 가지의 권리가 충돌하는 지점에 있다. 그런데 최근 미국에서 낙태권을 둘러싼 갈등이 본격화되었다. ‘로 대 웨 이드(Roe v. wade)’ 판결을 뒤집은 지난 6월 24일의 미국 연방대법원(이하 미 대법 원)의 판결이 갈등의 시초였다. ‘로 대 웨이드’ 판결은 1973년 이전에는 금지되었던 낙태를 허용한 재판이다. 미 대법원은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하며 더 이상 낙태 권은 헌법에 의해 보호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판결을 넘어 정치적인 분 쟁으로 번지며 미국 국내외에서 이슈로 부상했다. 낙태권에 대한 우리나라의 관심 또한 커지고 있다. 대한민국의 낙태권은 현재 위기 에 놓여있다. 지난 2019년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판결로 낙태죄는 폐지되었다. 당 시 찬반 여론이 대립되었던 만큼, 낙태죄를 바로 폐지하지 않고, 2021년 1월 이전까 지 입법 보완할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판결 이후 입법에 대한 시도는 있었으나 유의 미한 성과는 없었다. 그로 인해 여성과 태아 모두가 방치되었다. 또한 의료계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제시되지 않아 곤란한 상황이다. 『한양』은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지한 미 대법원의 판결에 대한 배경 및 판결 이후 의 상황을 다룬다. 그리고 위기에 처한 우리나라 낙태권의 현주소를 점검해본다. 마 지막으로 낙태권이 나아가야할 미래에 대해 화두를 던져보려 한다. 42 사회

미국이 뒤집히다 낙태를 금지하자는 Pro-Life와 낙태를 허용하자는 Pro-Choice 간의 갈등은 반세 기 동안 미국 사회의 중요 논제였다. Pro-Life와 Pro-Choice 간의 갈등의 시작에는 ‘로 대 웨이드’ 판결이 있다. 1973년, 임신한 ‘로(가명)’가 당시의 낙태 금지법이 낙태 를 선택할 자신의 결정권을 침해한다며 검사 ‘웨이드’를 상대로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 했다. 이에 대법원은 ‘로’의 손을 들어 낙태 금지법을 폐기했다. 이후 낙태는 부분적 으로 허용되었다. 임신 12주까지는 전면 허용, 24주까지는 산모의 건강에 무리를 끼 치거나 위험이 있을 시에만 낙태가 가능했다. 24주 이후에는 전면 금지였으나 예외 적으로 산모의 생명에 위협이 되는 경우에만 시기 상관없이 낙태가 허용되었다. 한편 보수주의자들은 Pro-Life를 중심으로 반격했다. 그들은 종교적이면서 보수적 성향이 강한 주들을 중심으로 낙태를 금지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으나 여성의 자기 결 정권을 존중하는 대법원 판례에 번번이 가로막혔다. 그중에서도 미시시피주는 2018년 부터 임신 15주 이후의 낙태를 금지하는 법안을 입법했다. 이에 잭슨 여성 건강기구가 미시시피주의 조치는 ‘로 대 웨이드’ 판결이 보장한 낙태권을 해쳤다며 작년 12월 대법 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지난 6월, 미 대법원은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했다. 이 에 앞으로는 주 정부의 선택에 따라 낙태 허용 여부가 결정된다. 미주리, 아칸소 등의 13개 주에서는 ‘방아쇠 법(Trigger Law)’1)이 입안되어 낙태가 자동으로 금지되었다. 인 디애나주는 지난 8월 낙태 금지법을 통과시켜 미국에서 낙태를 금지한 첫 번째 주가 되었다. 미 구트마허 연구소에 따르면 미국 내 50개 주 중 26개 주에서 낙태가 금지될 것으로 예측된다. 1)  ‘로 대 웨이드’ 판결이 번복될 시 즉각적으로 낙태를 금지하는 법이다. 한양 120호 43

판결은 보수적 성향인 대법관들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해 다소 정치적이었다. 현재 미 연방대법관은 공화당에서 추천한 보수 성향 6명, 민주당에서 추천한 진보 성향 3 명의 구도이다. 이러한 구도가 판결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공화당은 도널드 트럼프 정권 때부터 낙태 금지를 공약으로 내세웠고 이번 판결을 환영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민주당은 낙태 금지 판결에 대한 반대 여론이 우위인 점을 이용하고 있다. 그들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당의 지지층을 확대하려는 의도로 낙태권 이슈 를 쟁점화한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민주당의 흐름에 발맞춰 지난 7월, 낙태약에 대 한 접근을 보장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정치권에서 시작된 대립은 미국 전역으로 확대되었다. 낙태 금지를 주장하는 이들 은 연방 차원에서 법안으로 낙태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낙태 옹호론자들 은 대법원과 대법관에 대한 시위를 시작했다. 그들은 대법원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 다며 현재의 대법관 임명제도 절차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미국이 낙태권을 위헌으로 결정하며 세계 각국에서 낙태권에 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44 사회 ▲ 낙태 금지가 예상되는 26개 주들(출처: KBS) (★ 대법 판결과 동시에 곧바로 낙태 규제를 시행할 수 있는 ‘트리거 조항’ 적용 지역)

약제사 또는 약종상이 부녀 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어 낙태하게 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헌법불합치,

낙태를 허용하되 15~24주는 일부 허용3), 25주부터는 금지하는 개정안을 내놨다. 그 러나 해당 안은 헌재가

있던 허용 사유를 형법으로 일원화하되,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질환 사유를 삭제하 고 사회·경제적 이유를 추가하였다. 다만 사회·경제적 이유로 낙태할 때는 상담 및 숙려 시간을 거치도록 했다. ▲ 형법 속 낙태 관련 조항 한양 120호 45

낙태, 합법과 불법 그 사이 어딘가 제269조(낙태) ① 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어 낙태하게 한 자도 제1항의 형과 같다 ③ 제2항의 죄를 범하여 부녀를 상해에 이르게 한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사망에 이르게 한때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제270조(의사 등의 낙태, 부동의낙태) ① 의사, 한의사, 조산사, 269조와 270조 1항의 위 조항들은 2020. 12. 31.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된다] ②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없이 낙태하게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③ 제1항 또는 제2항의 죄를 범하여 부녀를 상해에 이르게 한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 한다. 사망에 이르게 한때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④ 전 3항의 경우에는 7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병과한다. 우리나라의 낙태권은 지금 어디에 위치해 있을까? 현재 대한민국에서 낙태는 합법도 불법도 아니다. 2019년 이전 낙태 행위는 처벌 대상이었고 임산부와 영유아를 보호하 기 위해 입법된 모자보건법을 논의되었다. 정부도 임 신 초·중기를 나누는 기점이면서 태아가 인체를 떠나 생존 가능한 임신 14주까지는 정한 기한까지 입법되기에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 결국 국회와 정부의 무관심 속에서 개정안들은 모두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리하여 2) 본인 또는 배우자의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질환이 있는 경우, 산모의 건강이 위험한 경우, 성범죄 로 인한 임신, 근친(近親) 간 임신 이외에는 낙태 수술을 허용하지 않는다. 3) 모자보건법에

통해 낙태가 조건부 허용되었다2). 지난 2019년 4월 11일, 헌재는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이유로 낙태죄를 폐지했다. 헌재는 판결문에서 2020년 12월 31일까지 개선 입법을 국회에 주문했다. 태아 의 심장이 뛰는 시점인 임신 6주 이내까지의 낙태 허용안과 태아의 뼈 형성이 끝나 는 임신 10주 이내까지의 낙태 허 용안이 국회 상임위에서 논의되었다. 또한 임신 주 수에 무관하게 낙태 전면 허용안 등 여러 개정안이 국회에서

2021년 1월 1일부로 낙태죄의 효력이 상실되며 그와 동시에 모자보건법 또한 무력화 되었다. 결론적으로 모자보건법의 수술 허용 사유 이외의 경우에 낙태한다고 해도 처 벌할 근거가 없어졌다. 낙태죄 폐지 이후 의료계에서는 낙태 수술 자체를 꺼린다. 입법 공백 상황과 가이 드라인의 부재로 수술하기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고가로 수술하거나, 수술 후 후유증 에 대한 책임을 회피한다. 심지어 의료계는 의사의 낙태 거부권을 입법하자는 목소리 를 내기도 했다. 또한 작년 1월부터 임신 22주 후부터는 ‘선별적 낙태 거부’를 선언했 다. 그리고 그들은 임신 10주 이내까지는 여성의 낙태권을 보장하고 10주부터 22주 미만까지는 임산부가 충분한 숙려기간을 가져야 수술을 진행할 것이라 주장했다. 그 리고 22주 이후로는 조산으로 간주해 낙태 수술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2020년 11 월에 발의된 ‘모자보건법 개정안’에는 의사의 신념에 따른 진료 거부권과 거부권 행사 에 의한 불합리한 처우 금지 규정이 신설됐으나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한편 수술에 대한 심리적인 부담감 때문에 약을 이용한 낙태 행위가 이루어지는 예도 있다. 유산유도제 ‘미프진’은 임신 10주 차 이내에 5~6주가량 꾸준히 복용할 경우 자연유산에 이르도록 하는 약물로 세계보건기구에서 필수 의약품으로 분류하 고 있다. 유럽에서는 임신 초기 유산유도제 사용률이 약 80% 정도로 폭넓게 사용되 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식약처의 허가가 이루어지지 않아 불법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작년 발표한 ‘인공임신중절(낙태)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9 년 이후 50만 원 이상 비용을 치러 유산유도제를 구매한 비중은 이전보다 두 배 이 상 늘었다. 또한 유산유도제를 구매한다고 하더라도 인터넷에서 불법적인 경로를 통 해 구해야 하거나, 위약(僞藥)을 먹다 복통, 과다출혈 등의 부작용을 호소한 사례가 있었다. 이는 곧 여성들의 낙태 행위가 법의 사각지대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46 사회

특히 청소년 임산부의 자기 결정권은 위험에 처해있다. 일부 청소년 산모는 학업 을 끝내지도 못하고 출산과 양육 과정에서 외부의 도움을 거의 받지 못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제활동을 하며 아이를 기르기는 거의 불가능하고 사회적 인식과 제도 때 문에 낙태를 선택한다. 즉, 학업 중단·빈곤·양육 삼중고 끝에 낙태를 강요받고 있 는 것이다. 정부의 형법 모자보건법 개정안에는 그간 낙태 관련 입법에서 상대적으 로 소외됐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입법 내용이 있기도 했다. 해당 안은 만 16세 이상 의 미성년자는 법정대리인의 동의 없이 임신·출산 종합상담 기관 상담 사실 확인서 만으로 낙태를 할 수 있는 조항을 포함했다. 또한 만 16세 미만은 폭행, 협박 등 학대 로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지 못할 때 이를 입증할 공적 자료와 함께 상담 기관의 확 인서로 낙태가 가능하게 했다. 그러나 이러한 조항들은 현실성이 떨어지고 미성년자 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한다. 게다가 이는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개정안의 내용이 구 현되지 못했다. 또한 상담 기관의 상담이 늦어져 낙태 시기를 놓칠 수 있는 우려가 있 고 미성년자가 학대 행위를 입증하기 어려워 적절하지 못하다. 이처럼 우리나라 낙태 권의 현실은 여전히 위태롭다. 한양 120호 47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낙태권에 대한 논의는 우선 법적인 논의부터 시작해야 한다. 입법 과정에서 산부 인과 전문의, 교수 등의 의학 전문가들과 시민단체가 참여하여 사회의 목소리를 반영 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입법안은 정치적 관점에서 만들어졌고, 의료계와 시민단체의 의견은 배제되었다. 의료계에서 요구하는 낙태 수술을 거부할 권리를 보장하는 조항 이나 시민단체에서 주장하는 청소년의 낙태권을 보호하는 내용이 포함되어야 할 것 이다. 이외에도 유산유도제 사용을 허가하거나 낙태 관련 건강보험 제도를 개선하고 낙태 여부를 상담할 수 있는 보건서비스를 입법하는 등 여전히 많은 부분을 고쳐야한 다. 또한 낙태 전후 과정에 대한 법안도 중요하다. 수술 전후 전반적 과정에 관한 충 분한 의학적 상담이 이루어지도록 법으로 이를 보장해야 할 것이다. 낙태 수술은 상 당한 후유증을 유발할 수 있어 태아의 발달상태 및 여성의 의학적 상태에 대한 정보 제공을 통해 낙태를 결정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법률적인 정비 외에도 제도적인 정비가 필요하다. 낙태의 원인이 계획하지 않은 임 신으로 인한 당혹감에서 출발하거나 충분한 정보의 부족에서 기인하는 경우도 있기 에 심리적인 상담이 필수적이다. 의사에게 낙태 관련 교육 및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의료수가 개선과 같은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보건당국은 2020년 낙태 수술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병·의원에 배포했고, 2021년 8월부터 건강 보험 수가를 정비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보건당국의 노력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 이 의료계의 지적이다.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산부인과 오정원 교수는 낙태 수술 가 이드라인이 수술에만 국한되었다고 주장했다.4) 이어 오 교수는 낙태죄 폐지 후 신설 된 낙태 수술 교육, 상담이나 약물 사용 등에 대한 내용은 가이드라인에 담기지 않았 다고 지적했다. 또한 교육에서도 정비는 필요하다.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실효성이 있는 성교육 및 피임 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 그 과정에는 피임, 임신, 출산 과정에서 남성과 여성 모두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기반으로 시작해야 할 것이다. 4) 김주연, “낙태죄 폐지됐지만 대체입법도, 의료현장도 준비 안됐다”, <청년의사>, 2022.06.04 48 사회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미래 전 세계적으로 60여개의 국가에서 낙태권을 보장하는 추세다. 아일랜드에서는 2018년 국민투표를 통해 낙태죄를 폐지시켰다. 콜롬비아에서는 올해 2월 낙태를 합 법화하였다.5) 이와 같이 유럽과 중남미 국가들을 중심으로 낙태를 허용하는 것이 일 반적인 추세다. 미 대법원의 판결로 낙태권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다고는 하나 우리나 라에선 사실상 낙태가 방치되고 있다. 법안을 만들려는 시도 자체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현 상황에서 가장 큰 문제점이다. 지금이 바로 논의를 시작할 적기다. 더 이상 합법도 불법도 아닌 무법지대에 여성과 태아를 방치해선 안 된다. 낙태를 선택한 여 성들이 안전한 의료시스템에서 낙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존의 낙태권은 단순히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 사이의 조정 수준에 서 논의가 이루어졌다. 두 권리를 조정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낙태를 하는 이유와 낙 태 이후의 상황에 주목해야 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낙태를 선택하는 이유로 사회적인 시선에서 이어진 학업, 직장활동에 대한 부담, 양육과정에 서의 경제적 부담을 각각 전체 응답자의 약 41%, 37%가 손꼽았다. 이는 출산과 양육 과정에서 상당한 부담감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출산 이후 여성들의 연속적인 학업 과 직장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적인 지원은 물론 사회적인 인식도 개선되어야 한 다. 또한 한부모 가정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 또한 낙태를 선택하 는 배경에 있듯 그러한 이들을 위해서라도 우리 모두의 인식을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 하다. 우리의 미래는 지금 우리의 행동에 달려 있다. 5) 이재림, “거꾸로 가는 미국…세계 추세는 ‘낙태권 보장’ 법제화”, <연합뉴스>, 2022.06.25 한양 120호 49

젠더란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존재한다. 확실한 것은 우리는 모두 동등한 선에 있다는 점이다. #사회적 소수자 #편견 성소수자 찬성, 반대? ‘그 권리’는 누구에게 편집위원 정예림 chloej7@hanyang.ac.kr 50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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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로부터 배제된 이들은 스스로 차별받는다는 의식을

시점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담론이 필요하다. 그 담론을 성소수자의 현 실정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시작하려 한다. 후에는 우리 근처에 있는 성소수자들과 그들의 권리를 옹호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성소수자 차별의 근원에 있는 편견과 그 개선 방안을 논의하고자 한다. 1) 기존 주류 담론에서 벗어나 권력의 중심에서 배제되는, 발화권력이 없는 집단

집단에 의해 차별을 받는 사람으로 정의할

52 누가사회 소수자인가 현대 사회에서 인권은 중요한 화두이다. 그동안 서발턴1)으로서 침묵 당한 이들이 일제히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성, 장애인, 노동자, 성소수자 등 많은 소수 집단이 권 리를 찾기 위해 농성 중이다. 이러한 소수 집단을 사회적인 관점에서 ‘사회적 소수자’ 라고 일컫는다. 사회적 소수자는 성별, 인종, 사상 등의 측면에서 사회의 지배적 가 치와 기준을 달리한다는 이유로 주류 수 있다. 가지며 끊임없이 투 쟁하는 특성을 지닌다. 투쟁의 목적은 ‘특별한 지위’를 갖기보다 평범한 구성원으로서 발언권을 보장받기 위함이다. 사회적 소수자는 실제로 숫자가 적다는 뜻의 ‘소수’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우세집 단에 비해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이들을 지칭하기도 한다. 특히 성소수자 집단은 수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소수인 존재이다. 최근에는 동성애에 관한 예능 프로그램, 영화에서의 동성 간 키스 장면, 트랜스젠더 연예인의 인기몰이 등으로 가시화되는 듯 하다. 그러나 여전히 이들을 파악할 통계 조사가 전무해 집계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성소수자 사안이 앞으로 더욱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주목받을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아직 구체적 정책 대상으로 설정되지 못한 것이다.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의 다름 으로 인해 편견과 차별이 가중되는

한양 120호 53 성소수자의 현주소 “물론 그들의 취향은 존중하지만, 내 눈에는 띄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성소수자들 에 대한 입장 중 하나이다. 성소수자를 존중하는 듯하지만 은연중에 존재 가시화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내는 것은 그 자체로 차별과 배제이다. 자신의 정체성을 숨겨야만 한다는 강박을 불러일으키며 온전한 인간의 권리를 누리지 못하게 한다. 이러한 성소 수자를 향한 차별의 현실은 곳곳에 드러난다. 차별을 선동하는 것은 정치권, 공고화 하는 것은 현행법, 세습하는 것은 교육이다. Case 1. 정치권: 혐오의 선동 일부 정치 인사의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표현과 집회 금지 조치는 성소수자 차별이 라는 진정서가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 전달되었다. 인권위는 혐오 표현이 성 소수자 집단에 대한 부정적 관념을 조장하거나 강화한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2021년 9월,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이하 안 의원)이 서울시장 보궐선거 예비후보 TV 토론회에서 퀴어문화축제(이하 퀴어축제)가 서울광장과 같은 도심에서 개최되는 것에 반대했다. 퀴어축제에 대한 ‘거부할 권리’도 존중받아야 한다는 이유이다. 이러 한 거부할 권리가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이라는 진정에 대해, 안 의원은 퀴어축제를 서울광장에서 개최하면 광장 기능이 제한당할 수 있다는 근거로 반박했다. 그가 의미 하는 ‘광장 기능’이 무엇인지 의문이며, 유달리 퀴어축제에만 광장 기능을 내세우며 집회를 저지하는 것은 모순적이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퀴어축제가 그동안 자신을 드러낼 수 없었던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의 역사에서 비롯된 것으로, 고립감에서 벗어나 소속감과 자긍심을 느끼는 운동 의 의미가 있다고 보았다. 물론 행사가 서울 도심에서 개최되는 만큼 타인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어느 정도까지 허용될 수 있을지 논의해야 한다. 그러나 무조 건적인 거부에 기반한 거부할 권리는 근거의 타당성에 대한 검토를 해야 한다. 정치 인의 혐오 표현은 전파 가능성이 크기에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예방하고 대응 할 사회적 책임이 막중하다. 정당 차원에서 윤리규정에 혐오 표현 예방과 금지에 관 한 사항을 포함하는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54 사회 Case 2. 현행법: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부재 성소수자의 인권 보호를 위해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이 떠올랐다. 포괄적 차별 금지법이란, 대한민국 헌법의 평등 이념에 따라 합리적 이유가 없는 모든 형태의 차 별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대한민국의 법률안 및 조례안이다. 제17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되었으나 새로 출범하는 국회마다 본회의에 오르지 못하고 폐기되는 경우 가 그대다수이다.누구도어떤 이유로도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담은 포괄적 차별금지법 은 당연한 말로 들린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사회적 공감대 확산이 선행되 어야 한다는 미명과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무관심 사이에 머무르는 이유가 무엇일 까? 첫 번째로,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현존하는 개별적 차별금지법과 중복되기에 불 필요하다는 논점이 있다. 우리나라 법 체계상에는 장애인차별금지법, 남녀고용평등 법, 연령차별금지법 등 다양한 차별금지법이 존재한다. 그러나 기존 차별금지법 체 계에서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제외한 나머지 법들은 대부분 고용상의 차별만 금지한 다. 교육이나 재화·용역의 공급, 행정서비스 영역에서 발생하는 광범위한 차별은 방 치된 경우가 많다. 더불어 국가인권위원회법이 포괄적인 형태로 이미 차별을 금지하 므로 과잉입법을 우려하는 견해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조직법이기에 법의 대상이 되 는 특정 조직 내에서만 한정적으로 적용된다. 더불어 인권위의 ‘시정 권고’는 강제성 이 없다는 한계를 가진다. 두 번째로,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일상생활 모든 분야의 표 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이라는 논점이 있다. 현재 계류 중인 차별금지법안2)은 혐오 표현을 사적 영역에서 규제하지는 않는다. 규제 대상으로 삼는 네 가지 공공 영역3)에 서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을 행하는 경우 해당 단체나 사업자가 제재 대상이 되는 것 이다. 인권위에 진정하거나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으며, 피해자에게 보복 했을 때에 한해서는 형사처벌도 가능하다. 가령 교회에서 ‘동성애가 죄’라고 설교하거 나 사적 대화에서 혐오 표현을 했다고 해서 형사처벌을 받거나 손해배상 소송을 당하 지는 않는다. 비록 일부 보수 기독교 방송의 내용은 유독 혐오적이지만 포괄적 차별 금지법이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의 발언을 일일이 규제하는 법이라는 주장은 사실이 2) 제21대 국회에서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 3) 고용의 과정 혹은 직장, 물건 구매 및 서비스 이용, 교육이나 직업훈련, 행정서비스 제공과 이용

한양 120호 55 아니라는 것을 지적할 필요가 있다. 차별금지법은 우리나라의 인권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이다. 이는 성소수자를 위해 필수적이면서 비단 이들만을 위한 것도 아니다. 새로운 소수자 집단이 가시화되고 있 는 현대 사회에서 새로운 유형의 차별을 금지하는 개별법을 입법하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을 해결하는 존재 의의가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차별금지법이 발의에 그 치지 않고 실제 법이 될 수 있도록 일부 편향적인 시선을 지속적으로 경계해야 한다. 물론 ‘차별’이라는 말이 모호한 만큼 판가름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 차별 로 인한 무분별한 피해 사례 진정 제기를 막기 위해 차별금지법에 대한 인권위의 해 설 지침을 제시하는 것이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4) Case 3. 성교육: 무지와 혐오의 세습 성교육 표준안의 기본방침이었던 ‘양성평등’에 기반한 이분법적 성 구분은 성소수 자의 존재 가능성을 부정한다. 이는 청소년에게 성소수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 을 수 있다는 점에서 서울시교육청 제2기 학생인권종합계획(2021~2023) 초안에는 ‘성소수자 학생 인권 교육 강화’ 내용이 포함되었다. 학교 성교육 시간에 동성애 트 렌스젠더 개념과 함께 이들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교육을 실시할 수 있다는 내용 이다. 청소년 성소수자는 어떤 이유로든 차별받지 않아야 하지만, 사회적으로 민감 한 사안인 만큼 계획 초안에 대한 반발의 목소리가 거셌다. 성소수자 개념을 소개하 는 것이 성 정체성 확립에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는 학부모들과 필요성조차 못 느끼는 단체들이 주를 이루었다. 반발을 의식해 기존의 성소수자 인권 교육 강화 내용은 확 정안에서 ‘성인식 개선 및 성차별 해소를 위한 성인권 교육 강화’라는 일반적인 내용 으로 바뀌었다. 소수자 항목에 성소수자가 추가되며 앞으로 성소수자 학생 차별 등에 대한 상담 지원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지만, 분명한 한계는 존재한다. 4) 박상흠, “차별금지법을 우려하는 또 다른 이유”, <법률신문 오피니언>, 2020.09.07

56 사회 성소수자 개념을 명시하는 것은 특정 이념 및 성 정체성을 강요하는 반인권적 교육 형태로 전개되지 않는다. 교육의 목적은 일상에 남아 있는 왜곡된 성인식을 개선하는 것이다. 청소년 성소수자 위기 지원센터 ‘띵똥’은 지난 1월 20일 성명을 통해 “청소 년 성소수자의 학교 내 피해 상담이 매일 같이 접수되고 있다.”라며 “학교는 성소수 자 혐오와 괴롭힘이 없는 공간으로 모든 청소년의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라고 주장 했다.5) 성교육의 범위와 양상에 따라 미래 세대가 성소수자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좌 우된다. 하지만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의 스펙트럼이 넓은 만큼 주먹구구식으로 할 것이 아닌, 성소수자에 대한 구체적인 개념 확립이 필요하다. 예컨대 동성애를 다루 는 것에 머물지 않고 개인이 인식하는 성 정체성이 생물학적 성과 불일치 할 수 있음 을 교육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또한 성교육 담당자는 민감한 사안일지라도 적극적으 로 성소수자 학생의 인권 교육에 임하며 회피하지 말아야 한다. 한편 올바른 성교육 체계 확립 이후에는 학교 폭력 예방교육과 같이 혐오 표현 대상 예방교육이 필요하다. 그 내용에는 주변에 성소수자 친구가 있을 때 존중하며 관계를 맺는 방법에 관한 설명이 포함돼야 한다. 실제로 학생들 사이에서 성소수자 혐오를 담 5) 전민희 남궁민, “동성애 옹호냐 인권보호냐…서울교육청 성소수자 교육 논란”, <The JoongAng> 2021.02.10 ▲ 서울특별시교육청 학생인권종합계획 초안(상)/확정안(하) 소수자 학생 인식개선 등 인권교육 강화 ◦ 성소수자 학생의 인권교육 강화 - 성인식 개선 및 성평등 교육 콘텐츠 개발·보급 - 성인권 교육 실시를 통한 성차별 및 성별 고정관념 해소 ◦ 성인식 개선 및 성차별 해소를 위한 성인권교육 강화 - 학생, 교직원 등 학교 구성원을 대상으로 인권교육 실시

한양 120호 57 은 ‘게이 같다’, 트렌스젠더와 정신병자의 비하를 담는 ‘젠신병자’라는 표현이 쓰이는 것 으로 나타났다. 이뿐만 아니라 커밍아웃을 단지 성적 행동과 결부시켜 대화 주제를 몰 아가는 경우가 다분하다. 성소수자에게는 한 가지 전형적인 모습이 있지 않고 다양한 경험과 배경을 가진 한 개인이라는 인식을 갖도록 해야 한다. 사회 다방면에 뿌리 깊게 박힌 성소수자 차별은 현재진행 중이며, 앞서 언급한 사례 는 놀랍게도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혐오를 선동하는 세력은 정치권뿐만 아니라 매체 성향에 따른 언론 보도와 성소수자 콘텐츠 또한 큰 영향을 준다. 법에 남아 있는 차별은 동성 간 결혼 합법화 의제와 군형법 등이 있다. 이러한 미디어와 제도 속 차별은 혐오를 정당화하여 사람들의 편견 어린 시선으로 이어지고, 집단 소외를 불러일으킨다.

58 성소수자와사회 앨라이(Ally)들의 이야기 성소수자의 현 실정은 당사자에게 어떻게 다가올까. 앞서 논의한 차별을 가중하는 매개에 대한 논의와 더불어 해결해야 할 성소수자 의제를 퀴어축제에서 만난 성소수 자와 그 앨라이6)들과 나눠보았다. 먼저 정치권과 법 속 성소수자 실정과 관련해 청년 진보당 전 집행위원장 김경내와 인터뷰했다. 그녀는 성소수자의 제도적 개선을 외치 고 있었다. Topic 1. 정치권 & 법 『한양』: 작년 9월,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이 주장한 ‘거부할 권리’를 억압하는 것은 표현 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는 견해에 대해 어떤 입장이신가요? 김경내: 자유는 타인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보장돼야 하는데, 현재 성소수자의 축제를 반대하는 것을 ‘자유’로 규정짓는 정치권의 태도가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혐오 를 조장하는 정치와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정치를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6) 소수자 집단의 당사자는 아니지만 그들의 권리를 옹호하는 사람 ▲ 김경내 전 집행위원장(이하 김경내)과의 인터뷰 현장

한양 120호 59 『한양』: 우리나라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은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 가인권위원회법과 차별금지법이 공존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김경내: 국가인권위원회법은 현재 구체적으로 차별을 시정하지 못합니다. 이에 성소수 자 같은 정체성과 연령, 노동조건, 사회적 지위 등 다양한 조건이 결합할 때 드러나는 ‘복합적 차별’을 조명할 수 있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필요합니다. 국가가 실질적으로 개입하여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양』: 법률·제도적 차원에서 성소수자 차별의 대책에는 무엇이 있으며 진행 상황이 궁금합니다. 김경내: ‘성소수자 내용이 담긴 성교육 표준안’과 ‘트랜스젠더 특별법 제정’으로 성별 정 정 요건 완화, 트랜스젠더 의료 지원, 생활동반자법 제정 등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한양』: 우리나라의 현행법과 제도가 전통적 가족 개념을 근거로 하여 다양한 생활 공 동체가 보호받지 못한 채 머무는 주된 걸림돌은 무엇인가요? 김경내: 가장 큰 걸림돌은 법을 제정하는 데 이용되는 ‘정치’라고 생각합니다. 가족의 개 념이 빠르게 변하고 있고 친구끼리의 생활 공동체 형성, 1인 가구 증가 등 다양한 형태 가 나타나고 있는데 법이 못 따라가고 있습니다. 특히 정당은 시민의 공간과 정치의 공 간을 연결해주는 매개체인데 이 역할이 미흡합니다. 『한양』: 군대 내에서 동성애자 사병을 향한 폭력적인 군 문화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이는 대부 분 발생한 후에야 세상에 밝혀지는데요. 사전에 막을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은 무엇일까요? 김경내: 군대 문화 내 위계와 폐쇄성으로 인해 사건이 일어나도 가시화되지 못하는 근 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더불어 잔재하는 법률의 차별 조항이 시정돼야 합니 다. 군형법 제92조의67)이 문제 되는 이유는 군대 안팎으로 성폭력을 처벌하는 조항은 이미 존재하는데, 해당 조항으로 특정 성교 자체만을 처벌하기 때문입니다. 군인 성소 수자 당사자의 목소리가 담길 수 있도록 시정되었으면 합니다. 7) 군형법 제92조의6(추행) 제1조 제1항부터 제3항까지에 규정된 사람에 대하여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 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60 사회 다음으로 대학생 집단 내 성소수자와 성소수자 자녀를 둔 부모 모임을 만났다. 인 터뷰이는 각각 고려대학교 성소수자 동아리 ‘사람과사람’ 회장과 ‘성소수자부모모임’ 창립 멤버 ‘지인’이다. 이들과는 정치권과 법 외 성교육 문제와 성소수자가 직면하는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Topic 2. 성교육 & 성소수자의 입장 『한양』: 다양한 성적 지향과 성 정체성을 반영하는 성교육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지인: 현재 해외 사례와 유네스코를 보면 <동성애 혐오성 괴롭힘 없는 학교>라는 지침 서를 만들어 교사를 대상으로 성소수자 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교 육에서 다양성을 인정하지 못하여 “성소수자는 우리 주변에 없지 않나?”라는 생각으로 이어지게 하죠. 부모들의 편견이 자식에게 전달되는 것을 전문성 있는 교사와 체계적인 성소수자 개념 소개로 이루어진 성교육을 통해 방지해야 합니다. 소수일지라도 차별을 정당화하지 않는다는 인식을 교육하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사람과사람: 저는 초등학교 6학년 때 퀴어 관련 웹툰을 보고 퀴어의 존재를 알게 돼 중 학생 때 정체화를 했습니다. 개념을 몰랐다가 알게 되니 동성에 끌렸던 저를 자연스럽 게 받아들일 수 있었죠. 어릴 때부터 성소수자의 개념에 노출되더라도 이는 혼란을 주 지 않으며 보다 질적으로 우수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양』: 대학에서 성소수자로서 직면하는 불편함은 무엇인가요? 사람과사람: ‘온전한 나’를 드러내지 못해 사람과의 관계 속 비밀을 가지고 있는 것이 큰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한양』: 커밍아웃한 후 주변에서 여러 가지 반응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그 과정에서 겪 었던 어려움이나 당시의 분위기가 궁금합니다. 사람과사람: 초반에는 친구들에게 커밍아웃할 때 스트레스받고 굶었던 적도 많았습니 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저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싶다 보니 당당한 마음으로 임하 니까 가벼운 분위기에서 밝혔습니다. 상대도 가볍게 반응하는 것이 편했던 것 같습니다.

한양 120호 61 『한양』: 최근에 예능, 드라마 등의 미디어에서 성소수자에 관한 서사가 수면 위로 떠오 르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견해를 기대점, 우려점과 함께 알고 싶습니다. 사람과사람: 국내에서 생산되는 성소수자 이야기는 방송국의 시선을 담아 왜곡되어 묘 사되는 것 같습니다. 더불어 성소수자 내에도 무성애자와 트렌스젠더 등 스펙트럼이 다 양한데, 결국 동성애자만 다루는 것에 아쉬움도 느낍니다. 하지만 최근에 방영되는 예 능 프로그램 <메리 퀴어>는 최대한 다양한 사람들을 담아 이제는 변하고 있음을 체감합 니다. 성소수자를 둘러싼 다양한 의제에 대한 견해를 들어보았다. 당사자로서, 그리고 앨라이로서 입장의 근간은 성소수자를 향한 차별과 편견 반대에 있었다. 지금까지의 전통적인 규범과 다른 집단을 보호하기 위한 새로운 제도가 사회에 자리 잡는 데에는 일정한 타협점이 필요하다. 이는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까지의 일정한 시간일 것이다. 사람들의 인식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현 실정은 합의는커녕 신장되는 인권에 거스르 는 모습을 보인다. 성소수자를 사회 밖으로 떠미는 것은 그들의 정체성과 신체적, 정 신적 문제가 아니며 사회에 내재한 오해와 편견으로부터 기인한다. 동성애를 향한 혐 오를 일컫는 ‘호모포비아’라는 용어가 따로 있을 정도로 성소수자 혐오는 만연하다. 편견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을까?

62 내재하는사회 편견은 어디서부터 성소수자 차별의 근원 중 하나인 ‘편견’으로 시선을 돌려보자. 우리는 편견에서 자 유로운가. 물론 인간은 편견에 취약하다. 우리에게 유리한 판단을 거친 간단한 사고 과정을 선호하여 ‘무의식적 편향’이 탑재돼 있다. 그러나 이러한 편견은 꼭 차별로 이 어지지 않는다. 무의식적 편향이라고 해서 언제나 개인의 통제 밖에 있는 것도 아니 고, 우리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통제 가능한 편향도 많기 때 문이다.8) 개인 차원의 편견 대처가 사회구조적 불공평과 부당성 극복의 시작이기에 우리는 편견을 이해해야 한다. 편견에는 크게 명시적 편견과 암묵적 편견이 존재한다. 나와 다른 특성을 가진 사 람에게 겉으로 드러내는 공격적인 인식을 명시적 편견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성소수자는 성적 취향이 이상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있다. 한편 명시적 편견은 사회 에서 용인되지 않기에 사람들은 이러한 표현 방식을 피해 더욱 은밀한 형태인 암묵 적 편견을 내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암묵적 편견은 흔히 “성소수자는 주변에 별로 없 고 차별받는 것을 보지 못했다.”와 같이 소수집단에 편견이 지속되는 것을 부정하거 나, “당내 최고 의원 선거에서 여성 의원이 ‘자력’으로 당선된 것을 보니 할당제는 필 요 없다.”는 것과 같이 적극적 조치에 반대하는 것이 포함된다. 이처럼 명시적 편견 과 암묵적 편견은 드러나는 형태가 다르기는 하지만, 모두 어떠한 사람이나 집단이 열등하다는 생각과 잘못된 일반화에 기반을 두었다.9) 편견 형성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다. 우선, 사회구조적 요인이 큰 몫을 한다. 국가 내 지배적인 문화와 가치관, 사회 내 불평등이 대표적이다. 따라서 편견을 개인 영역의 잘못으로만 치부하기보다 개인을 둘러싼 사회구조적 요인에 대한 정책적 개 입이 필요하다. 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해소하고 이들에 대한 차별금지를 이루는 일은 다양한 부처의 협력이 요구된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정책 입안자와 사회 엘리트만의 책임이 아니다. 이러한 법과 정책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감시자로서 역할을 하는 것은 일반 시민이다. 우리도 모르게 내재된 편견적 인식을 깨닫고 잘못된 사회 8) 프라기야 아가왈, 『편견의 이유』, 이재경 옮김, 반니, 2021.03.05, 460쪽 9) 주유선 김기태 김보미,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한국의 인식연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9.11, 48쪽

한양 120호 63 구조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것 모두가 우리의 일이다. 더불어 편견은 한 집단에 대 한 편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집단에 대한 편견으로 쉽게 전이되는 특성이 있 다. 이를 막기 위한 한 가지 방법은 일상 언어에서 무의미한 집단 구분을 줄이는 것이 다. 예컨대 ‘게이들’처럼 집단 전체를 지칭해 일반화하기보다 특정 속성을 개인화해 표현하는 방법이다. 지나친 범주화는 특정 속성이 집단 전체의 자질이라는 인식을 심 어 차이를 강조하는 반면, 구체화한 표현은 집단 간 경계를 허물 수 있다. 편견은 인간의 어쩔 수 없는 한계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차별과 혐오의 핑계가 되어서는 안 된다. 편견을 어떻게 인지하고 시정할 것인지는 사회구조와 더불어 개인 의 책임이다. 자각 없이는 대처도 있을 수 없다. 언제나 자각이 첫걸음이다.

64 치열하게사회 퀴어 하라 토요일 오전, 광화문 광장에 들어서자 치열하게 퀴어 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의 뜨 거운 열기와 마주했다. 축제에는 중학생 성소수자 친구들끼리 꾸린 소모임, 차별금지 법 제정을 옹호하는 집단, 동성애 연인, 어린아이를 동반한 외국인 가족, 각국 대사 관 등 각양각색의 군상이 활보했다. 코로나로 퀴어축제가 침체했던 만큼 3년 만에 함 께하는 자리에서 모두가 자신의 존재에 자긍심을 갖도록 흥을 불어넣는 듯했다. 한 편, 도로를 사이에 두고 퀴어축제 반대 집회가 대치하고 있었다. 확성기 너머의 “동 성애자는 떠나라.”라는 외침은 거센 빗속에서 멈출 줄 몰랐다. 동성애 반대 학부모 연합은 ‘성소수자를 반대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높은 에이즈와 정신 질 환 비율로 증명되는 그들의 고통을 없애기 위해 반대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사람을 차별하는 것은 나쁘다’를 어릴 때부터 교육받은 우리는 이러한 명제를 머 릿속으로는 이해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로 타인을 대하는 태도와 사회적인 제도에는 편견이 잔재한다. 성소수자 사안의 본질은 성적 지향성에 대한 도덕성의 잣대를 들이 미는 것이 아닌 오로지 성소수자의 인권에 관한 것이다. 누구도 우리에게 성소수자가 ‘옳다’, ‘그르다’라고 찬반 논쟁을 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지 않았다. 우리가 논의해 야 하는 지점은 성소수자를 보호하는 제도가 어떤 형태를 띠어야 하는지에 있다. 성소수자는 성 문화의 보편성을 거스르는 낯섦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사회가 학습 하고 용인해 온 문화라는 것도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유동적인 현상에 불과하다. 겉 으로만 보면 퀴어축제와 동성애 반대 집회는 다를 것이 없었다. 모두 우산을 쓰고 자 신들의 의견을 관철하고자 행진하는 굳건한 모습은 같았다. 이해를 위한 거리를 좁히 기가 힘들 뿐이다. 그 ‘이해’는 다양한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지닌 사람들의 존 재에 시시비비를 다투지 않는 것을 동반한다. 우리는 모두 동등한 젠더 스펙트럼 위 에 존재하지 않는가.

한양 120호 65 당신은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고 있나요? 여러분이 직접 찍은 사진을 HYgyoji@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 응모 작품과 함께 이름, 학과, 학번, 연락처를 기재해주세요. 당선된 작품은 121호에 기재될 예정입니다. 당선되시면 소정의 상품을 지급해드립니다.

66 사회 OTT금쪽같은 수습위원 진서연 jinnnzsyhz@hanyang.ac.kr #OTT #콘텐츠 산업

한양 120호 67 한국 콘텐츠 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OTT 플랫폼이지만, 아직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게 현실이다. 콘텐츠 산업의 ‘금쪽이’ 국내 OTT 플랫폼을 둘 러싼 문제상황을 들여다보자.

68 OTT의사회 ‘황금기’에 ‘위기’의 등장이라 넷플릭스, 티빙, 왓챠, 웨이브 등 무궁무진한 OTT 플랫폼(이하 OTT)에 오늘은 어 떤 콘텐츠를 시청할지 고민만 하다 시간이 흐른다. 2021년 이용자들이 구독한 OTT 는 1인당 평균 2.69개일 정도로1) 많은 이들이 다수의 OTT를 구독하는 모습을 보였 다. 하지만 작년과 달리 올해는 OTT를 둘러싼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콘텐츠가 점점 많아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아이러니하게도 OTT의 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사회적 거 리두기가 해제되어 바깥 활동이 활발해지며 OTT 이용자들은 작년에 비해 감소했다. OTT의 대표주자인 넷플릭스의 올해 1분기 회원 수는 작년 대비 20만 명이 감소했다. 넷플릭스뿐만 아니라 국내 주요 OTT 역시 사용자 수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OTT들은 다양한 차별화 전략을 시도하며 이용자 하락세를 막고, 나아가 국내 OTT 시장 점유율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넷플릭스를 넘어서기 위해 전력투구 중이다. 그러나 또 다른 문제들이 국내 OTT 주위를 기웃거리고 있다. OTT 1일 이용권으로 불법 판매 논란을 낳은 ‘페이센스’의 등장, OTT와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의 음 악 저작권료 분쟁, OTT 자체등급분류제도 도입이 그 예시이다. 이에 『한양』은 국내 OTT를 둘러싼 문제상황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자 한다. 더불어 이러한 위기에 어 떻게 대응해 나가야 할지, 또 이용자들이 유념할 부분은 없는지 고민해보려 한다. 서비스 올1월 올4월 감소율 넷플릭스 1241만 1153만 -7.1% 웨이브 492만 433만 -12% 티빙 418만 386만 -7.7% 쿠팡플레이 367만 302만 17.7% 디즈니플러스 201만 153만 -23.9% 시즌 176만 144만 -18.2% 왓챠 129만 112만 -13.2% 합계 3024만 2683만 -11.3% 1)  한국콘텐츠진흥원, 『2021 디지털전환시대 콘텐츠 이용 트렌드 연구』, 2021, 25쪽 ▲ 국내 주요 OTT 월 사용자 현황 (출처: 모바일인덱스)

‘페이센스’ 그만해.. 이러다가 다 죽어! OTT를 이용하다 보면 종종 보고 싶은 콘텐츠가 내가 구독하지 않은 플랫폼에만 존재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콘텐츠 하나를 보기 위해 새로운 플랫폼을 구독하는 게 망설여졌던 적이 있다면 페이센스가 꽤 매력적으로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국내 OTT들은 페이센스를 대상으로 법적 대응을 진행 중이다. 페이센스는 정확히 어떤 서비스이고, 왜 법정으로 가게 됐을까? 페이센스는 다수의 OTT 계정을 구독한 후 이를 1일 이용권으로 소분하여 판매하 는 인터넷 사이트이다. 페이센스 등장의 기저에는 플랫폼의 다양화와 그로 인한 이용 자의 부담이 깔려있다. 복수의 플랫폼 구독이 당연해진 상황 속에서 ‘구독 피로’라는 새로운 문제점이 생겨났다. 월 구독료 지급은 시청하지 않은 콘텐츠의 비용까지 지불 하는 것으로 느껴져 구독 피로를 가중한다. 올해 봄에 시행되었던 국내 OTT 구독료 인상 또한 이용자의 부담을 심화시켰다. 페이센스로 이용할 수 있는 국내 OTT는 ‘웨이브’, ‘티빙’, ‘왓챠’, ‘라프텔’로 1일권은 500원이다. 원하는 OTT의 이용권을 구매하면 페이센스가 미리 구독해두었던 계정 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제공받을 수 있다. 아래 사진은 페이센스가 티빙 계정 하나 로 한 달간 얻을 수 있는 차익이다. 페이센스가 이용자 수를 밝히지는 않아 정확한 수 익을 가늠하긴 어렵다. 그러나 이용권이 종종 품절 되는 현상과 2만 명이 넘는 카카 오톡 문의 채널 친구 수만 보아도 페이센스는 상당한 이익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정 확한 액수가 얼마가 되었든 이는 콘텐츠 공급 계약을 맺지 않고 영리를 추구하여 얻 은 수익이므로 그 자체로 문제가 된다. 한양 120호 69 계정 하나 당 동시 시청이 가능한 프로필 4개 X 하루 이용권 500원 X 30일 = 최대 6만원 월 13,900원구독료 46,100원 ▲ 페이센스가 ‘티빙’ 계정 하나로 한 달간 얻을 수 있는 차익

70 사회 2022년 6월 국내 OTT 3사(이하 3사)인 티빙, 웨이브, 왓챠는 페이센스에게 서비스 중 단을 요청하는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페이센스가 기존 OTT의 월 구독료 기반 수익 구조 를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페이센스가 이에 응하지 않았고 3사는 결국 서비 스 중단 가처분 신청을 냈다. 3사는 페이센스의 서비스 운영이 플랫폼 이용약관에 위반 된다는 입장이다.2) 또한 3사는 페이센스가 부정경쟁방지법, 정보통신망법, 저작권법의 위반 소지가 있는 불법 행위를 강행했다고 밝혔다. 이와 반대로 페이센스는 자신들의 서 비스는 위법 행위가 아니라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며, 3사의 가처분 신청 이후에도 7월 말까지 서비스 운영을 계속했다. 그럼에도 논란이 계속되자 페이센스는 결국 8월 1일 3 사의 서비스 제공을 중단했다. 하지만 가처분 신청을 하지 않았던 넷플릭스와 디즈니플 러스 이용권은 여전히 판매하고 있다. 페이센스 서비스의 활성화가 이용자들에게 더 적은 돈으로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는 것이 큰 문제이다. 이는 OTT만이 아닌 수익을 나누어 가질 콘텐츠 제작 업 체 또한 타격을 입게 된다. 결국 OTT 생태계와 콘텐츠 산업의 위축을 이끌어 이용자들 은 질적으로 하락한 콘텐츠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페이센스는 그들의 영 리 추구가 향후 국내 콘텐츠 산업에 불러올 문제들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페이센스뿐만 아니라 이용자들과 OTT가 유념해야 할 부분 또한 분명히 존재한다. 구독 피로를 느끼는 이용자 입장에서 페이센스는 법적인 문제가 있어도 한 번쯤은 이용해보고 싶은 합리적인 서비스로 여겨진다. 하지만 달콤한 유혹에 속아 콘텐츠 산업의 뿌리를 흔 들 수 있는 잘못된 선택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한편 OTT는 페이센스로 인한 경제적 타격을 전화위복하기 위해 구독제의 변화 등 이용자들의 니즈를 충족할 수 있는 대응 방 안을 도출해야 한다. 더불어 입법부는 해당 사례를 선례 삼아 OTT와 관련한 법적 제도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페이센스처럼 OTT의 콘텐츠를 이용해 무단으로 영리를 추구하거나 불법으로 배포하는 등의 우회적 경로는 또다시 등장할 수 있다. 이러한 업체 들에 대해 신속하고 적절한 대처를 할 수 있게 하는 법적 근거는 앞으로 OTT 발전의 자 양분이 될 것이다. 2) 티빙 이용약관 제18조 8항 ‘회사의 사전승낙 없이 서비스를 이용하여 상품의 판매 등 영업활동을 하는 행 위’ 금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음악저작권료’ 분쟁 3사는 현재 문체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1년 넘게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그들 이 오랜 시간 법정 싸움을 하는 이유는 OTT 콘텐츠에 삽입되는 음악 저작권물 사용료 때문이다. 음악 저작권료가 왜 OTT와 문체부 사이의 논쟁거리가 되었는지 알아보자. 먼저 음악 저작권료의 징수 과정에 대해 살펴보아야 한다. TV 방송 채널, 케이블 TV, IPTV, 라디오, 그리고 OTT를 비롯한 미디어는 방송물에 사용되는 음악에 대 한 저작권료를 음악저작권협회(이하 음저협)에 지불해야 한다. 음저협은 각각의 미 디어가 지불해야 할 음악 저작물 징수 요율을 다르게 규정하고 있다. 새로운 미디어 인 OTT가 지불해야 할 수수료의 기준은 징수 규정안에 존재하지 않았다. 따라서 국 내 OTT는 기존의 미디어 중 성격이 가장 비슷하다고 판단된 방송사 TV와 동일하게 0.625% 비율의 수수료를 지불했다. 하지만 음저협이 OTT에 적용할 ‘영상물 전송서 비스’ 조항을 신설해 수수료율을 2.5%로 새롭게 제시하며 갈등이 시작됐다. 이에 문 체부는 심의 과정을 통해 매출액의 1.5%로 시작해 2026년까지 1.9995%로 올리는 방 안으로 음저협의 개정안을 수정 승인했다. 그러나 3사의 음악 저작권 대책협의회(이 하 OTT 음대협)는 문체부의 개정안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결국 이들은 문체부를 상대로 해당 개정안의 승인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하여 현재까 지 1년 넘게 문체부와 다투고 있다. OTT 음대협 0.625% 문체부 1.5%로 시작해 2026년까지 1.19995% 로 올리는 방안 음저협 2.5% VS 한양 120호 71 ▲ OTT 플랫폼이 지불해야 할 음악 저작물 징수 요율에 대한 각각의 입장

72 사회 첫 번째 쟁점은 ‘징수 요율’이다. 음저협이 새로운 징수 요율로 2.5%를 제시한 이 유는 해외 OTT 넷플릭스와 음저협이 이미 2.5%의 징수 요율로 계약을 맺고 있기 때 문이다. 따라서 국내 OTT도 매출액의 2.5%를 지불하는 게 합당하다는 것이 음저협 의 주장이다. 하지만 OTT 음대협은 콘텐츠 사업 구조가 전혀 다른 넷플릭스의 계약 조건을 똑같이 반영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넷플릭스는 자체적으로 제 작하는 오리지널 콘텐츠의 비중이 높아 저작권을 직접 소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반면 국내 OTT들은 주로 기존 방송물의 다시 보기를 제공하기에 넷플릭스처럼 매출 액의 2.5%를 음악 저작권료로 지급하기에는 타격이 큰 것이 암울한 현실이다. 또한 OTT 음대협은 문체부가 새롭게 규정한 징수 요율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입장이다. 그들은 방송사, 케이블 TV, IPTV와 OTT가 제공하는 콘텐츠의 내용, 음악 저작물을 사용하는 방식은 서로 다를 것이 없다고 주장한다. 결국 OTT는 범용 인터넷을 통해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기술적 방식만 다른데, 다른 미디어에 비해 과하게 높은 사용료 율을 내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두 번째 쟁점은 ‘징수 대상 콘텐츠’이다. 콘텐츠의 범위를 놓고도 양측의 입장은 상 이하다. 문체부와 음저협은 OTT에서 제공하는 모든 콘텐츠에 삽입된 음악의 저작권 료를 징수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OTT 음대협의 주장은 다르다. 플랫폼에서 콘텐츠 를 제작할 때 음악 또한 자체 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음악에 대한 저작권 승인 이 한 번에 이루어지게 된다. 따라서 OTT 음대협은 제작 단계에서 저작권 처리가 완 료된 콘텐츠는 징수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미 처리가 완료된 콘텐츠의 저작권 료를 징수하는 것은 이중 징수이기 때문이다. 음악 저작권료 징수 분쟁의 본질적 이유는 새로운 미디어인 OTT의 특성이 명확히 규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OTT가 지불해야 할 저작권료 징수 요율을 규 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OTT의 성격을 규정하고, 이를 관리할 방안을 제시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OTT는 방송, 통신, 콘텐츠가 모두 융합된 미디 어이기에 관계 부처인 문체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가 각각 신설한 OTT 관련 팀을 통합하여 새로운 OTT 팀을 구성하고자 한다. 하지만 OTT 산업 정

책의 관할권을 자신들의 부처로 가져가려는 주도권 쟁탈전의 양상이 보인다는 지적 이 잇따른다. 지금은 부처들이 함께 국내 OTT 콘텐츠 산업을 발전시킬 때이다. OTT 산업이 점점 발전하며 생겨날 관련 문제들이 긴 법정 싸움으로 전환되지 않기 위해선 OTT 산업을 관리 감독할 기관의 설립과 OTT의 명확한 성격 규정이 이른 시일 내로 이루어져야 한다. OTT 음대협과 문체부, 음저협 사이 팽팽한 분쟁의 현 상황은 어떨까? 2021년 2 월부터 시작된 소송은 7월 22일 마지막 변론기일을 끝으로 오는 10월 선고가 이뤄진 다. 더불어 OTT 음대협에 참여한 웨이브, 왓챠, 티빙 외에도 ‘시즌’을 운영하는 KT, ‘U+모바일TV’를 운영하는 LG유플러스도 문체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음악저 작권료를 둘러싼 끝나지 않는 분쟁은 과연 어느 측의 승소로 끝나게 될지 관심을 두 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한양 120호 73

어서와 ‘자체등급분류제도’는 처음이지? 국내 OTT를 둘러싼 문제 중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는 것도 있다. 바로 ‘OTT 자체 등급분류제도’이다. OTT 업체들 사이에서 숙원 사업으로 불리던 이 제도는 문체부 의 핵심 과제 중 하나로 선정되며 연내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자체등급분류제도’란 OTT 업체가 콘텐츠의 영상물 등급을 자체적으로 지정하고 그에 대한 사후 관리를 받 는 제도를 말한다. 우리나라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영상 물을 대중에게 공개하기 이전에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로부터 사전에 등급 분류를 받아야 한다. OTT 콘텐츠 역시 예외는 아니다. 해외 OTT 시장에선 이미 자 체등급분류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국내 OTT들은 사전에 등급을 받은 후 콘텐츠를 제공했다.문제는 등급을 분류 받는 사전 심의의 기간이 한두 달가량으로 너무 길다는 것이 다. 하루하루 급변하는 미디어 시장에서의 한두 달은 콘텐츠의 생사를 가를 수 있는 긴 시간이다. OTT가 자체적 계약을 통해 완벽한 공개 준비를 마쳤더라도 사전에 영 상물 등급을 받아야 하므로 콘텐츠 공개는 점점 늦어진다. 사전 심의로 콘텐츠 공개 가 늦어지면 1년을 계약했더라도 실제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는 기간은 10개월 정 도이다. 특히 해외 동시 개봉 영화의 경우 당시 트렌드와 적합한 시기에 콘텐츠를 제 공하지 못해 아까운 시간만 낭비된다. 또한 OTT의 활성화로 사전 심의를 거쳐야 할 영상물의 수도 매우 증가했다. 영등위에 따르면, 2021년의 주요 OTT 등급 분류 현황 은 2020년에 비해 977편 증가했다고 한다. 이는 등급 심의 절차에 과부하를 불러왔 다. 시의성이 떨어지는 콘텐츠는 결국 OTT를 구독하는 이용자에게도 불이익이다. 자체등급분류제도 도입이 가져올 ‘콘텐츠 제공의 효율성’은 충분한 이점이지만, 부 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 또한 존재한다. 더 많은 이용자를 확보하기 위해 OTT 내 에서 자체적으로 폭력성, 선정성이 높은 콘텐츠들의 연령 제한을 낮추면 청소년들이 이를 시청할 때 문제가 된다. 실제로 자체등급분류제도의 부작용을 잘 보여준 사례가 구글에서 발생했다. 구글은 게임 등급에 자체등급분류제도를 이미 시행 중이다. 문제 가 된 게임은 ‘와이푸’로, 여성 캐릭터와 가위바위보를 하고 이용자가 이기면 여성 캐 릭터의 옷이 벗겨지는 등 선정성이 높은 게임이다. 하지만 와이푸는 15세 청소년 이 74 사회

용가 게임으로 선정되었고 국내 구글플레이 인기 게임 1위에 도달하며 많은 청소년에 게 공개되었다. 게임의 선정성 논란이 일자 구글은 게임을 숨김 처리했는데 이는 게 임 다운로드 자체를 차단한 것이 아니어서 기존 이용자들은 게임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었다.콘텐츠 산업의 발전과 이용자들의 편의를 위해 자체등급분류제도의 도입은 OTT 산업의 필수 요건이 되었다. 하지만 구글의 선례가 말해주듯이 등급 분류의 기준과 체계가 명확하게 갖추어져야 한다. 방송사 자체적으로 시청 등급을 결정하는 TV 방 송에서의 선정성과 폭력성 논란 또한 제도 내용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 단순히 제 도 도입만 시도하고 영상물 등급 분류의 기준이 명확하지 못할 경우 선한 목적으로 고안된 제도가 오히려 이용자들에게 불편함을 끼치는 해로운 제도로 변할 수 있다. OTT 콘텐츠의 자체등급분류제도가 문화예술의 자유와 혁신을 위한 새로운 도전이 되기 위해선 플랫폼과 문체부, 영등위의 노력이 제도의 도입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 한양 120호 75

슬기로운 OTT생활 작년 가을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 서비스가 운영되 는 모든 국가에서 1위를 달성한 최초의 작품이라는 대흥행을 기록하며 전 세계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한국이 제작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투자하고 방영한 넷플릭스가 <오징어 게임>의 모든 지적 재산권을 가져갔다. 해외에서 사랑받는 한국 콘텐츠의 공급처가 해외 OTT이다보니 수익을 온전히 가져올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콘텐츠뿐만 아니라 이를 세계인에게 공급할 한국의 OTT도 함께 발전시켜야 만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이 더 크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선 국내 OTT를 둘러싼 앞선 세 가지 문제 상황을 신속하고 정확히 해결 해야 한다. 국내 OTT를 발전시키기 위해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에는 어느 한 쪽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OTT 산업의 탄탄한 기반을 위한 제도 마련과 관리에 는 정부의 노력이, 한국 콘텐츠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OTT의 노력 역시 필요하 다. 또한 OTT 콘텐츠 시청이 우리의 일상이 된 만큼 바람직한 여가문화로 자리잡기 위해선 이용자들이 콘텐츠를 올바르게 이용하려는 노력 역시 필수적이다. 문체부는 5대 핵심 과제로 자체등급분류제도와 함께 400억 원 규모의 드라마 펀드 조성과 드라마 촬영소 건립을 추진한다. 이는 OTT 콘텐츠 산업의 육성을 위한 지원 으로, 해외 OTT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목적을 겸한다. 이처럼 국내 OTT 콘텐츠 와 플랫폼의 발전을 위한 정부의 발돋움은 시작되었다. 모든 이해관계자의 노력이 국 내 OTT와 콘텐츠 산업의 진흥으로 가는 한 걸음이 되길 희망한다. 76 사회

한양 120호 77 『한양』 교지에서 기고를 받습니다. 여러분의 이야기를 보내주세요 주제: 자유 형식: 글, 그림, 사진 등 자유 분량: 자유 문의: 편집장 송미주 010-2691-3466 접수: HYgyoji@gmail.com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부편집장LP smju711@hanyang.ac.kr송미주

문화 Part 3

턴테이블 위의 검은 우주 부편집장 송미주 “오래된smju711@hanyang.ac.krLP판에는LP판만의 아우라 같은 것이 깃들어 있다. 그 아우라가, 마치 소박한 온천에 몸을 담근 것처럼 내 마음을 안에 서부터 서서히 덥혀준다.” - 무라카미 하루키 『오래되고 멋진 클래식 레코드』 중에서 #LP #느림의 미학 80 문화

한양 120호 81

아주 잘 만들어진 음 악의 그릇이다. 턴테이블에 LP를 걸고 바늘을 들어 원하는 곳에 조심히 내려놓는, 음

82 여백이문화 있는 음악은 싫증나지 않는다 시대가 흐르면서 음악이 점점 편리한 존재로 변해간다. 지금은 누구나 어디서든 쉽 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손바닥만 한 기계에 몇 십 시간 몇 백 시간의 음악이 들어가고, 원하면 얼마든지 끄집어낼 수도 있다. 물론 편하고 좋지만 어떤 때 는 음악을 천천히 감상하고 싶을 때가 있다. 음악을 조금 더 긴 호흡으로 음미하고 싶 은 순간을 대비해 한 가지 추천하고픈 것이 있다. 바로 LP다. Long-play record 의 약자인 LP는 말 그대로 음악을 오랫동안 감상할 수 있게 해주는 악을 듣기 위한 의식과도 같은 이 행위가 마음을 가라앉히는 데 꽤나 도움이 될 것이 다. 흐릿한 필터카메라에 그것만의 감성이 있는 것처럼 LP의 ‘지지직’거리는 소리에 도 감성이 있다. 아날로그적인 작동 방식만의 세심하고 원초적인 감성이랄까. 음악을 정중히 들어보고자 하는 이들에겐 더할 나위 없고,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도 새 지평 을 열어줄 것이다. LP를 경험해 보고 싶은 이들을 위하여 『한양』은 양질의 스피커와 LP가 양껏 구비 돼 있는 곳들을 탐색해 보고자 한다. 탐색의 대상은 때로는 공간이, 음악이, 또 아티 스트가 될 것이다. 다가오는 가을, LP가 건네는 느림의 미학에 한번 기대어 보자.

한양 120호 83 금요일에 만나요 & 을지로 평균율1), 세상의 모든 음악이 사라져도 평균율만 있다면 음악을 재창조할 수 있다는 누군가의 말에 영감을 받아 가게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가게는 을지로 3가역 8번 출구 에서 빠져나와 십여 분 정도만 걸으면 보이는 작은 건물에 있다. 처음에는 멋모르고 지 나칠 수도 있는, 영화 ‘중경삼림’에 나올 법한 회색문 뒤로 평균율의 세상이 펼쳐진다. 금요일 저녁 시간대 기준 가게 안은 이미 손님들로 꽉 차있기에 웨이팅을 걸어두고 주변 일대를 걸어보는 것도 좋다. 가게의 뒷골목에 들어서면 태화인쇄사, 삼원프린팅과 같은 인쇄소가 줄줄이 늘어서 있는데 LP가 머무르는 데 제격인 골목이란 생각이 절로 든다. 웨이팅을 걸어둔 지 한 시간 정도가 지났을 무렵, 바(bar)석에 자리가 났다는 전화 를 받고 이동했다. 열 평 남짓한 공간의 절반을 대형 스피커가 차지하고 있는 게 인상 적이다. 한 사람의 10대부터 40대까지를 책임지던 각각의 스피커가 한 공간에 모인 느낌이랄까. 각양각색의 스피커가 묘하게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사람들의 대화 소리를 부드럽게 감싸는 음악 소리, 무겁게 제 역할을 하는 스피커들. 그 덕에 LP바 공간에서 발생하는 어떤 소리도 소음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평균율의 중심부라 할 수 있는 턴테이블 옆에 서면 LP의 움직임을 직관할 수 있 다. LP에는 A면과 B면이 있고, 한 면이 연주되는 데 약 25분이 걸린다. 지금은 앨 범의 수록곡 중 자신의 취향에 맞는 몇 곡만을 골라 듣지만, 예전에는 그렇지 않 았다. 가령 LP가 시대를 풍미하던 때는 원하는 곡만을 재생하려면 LP를 자주 교 체해야 했고, 또 바늘을 들어 곡의 위치를 찾는 번거로움이 있었기에 앨범의 곡들 을 모두 듣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때문에 지금과는 달리 앨범 내 곡들의 흐름과 내 1) 옥타브를 등분하여, 그 단위를 음정 구성의 기초로 삼는 음률 체계

84 문화 용을 평가해 ‘명반’이라 부르는 앨범이 다수 있었다. 그중 하나인 비틀스의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 의 경우 A면과 B면을 뒤집는 시간적 틈이나 최내주2) 부분의 반복 등 레코드의 특질을 한껏 활용한 방식으로 제작되었다. 즉, 앨 범에 담긴 비틀스의 세계관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LP를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다. 턴테이블의 바늘이 레코드판 위에 새겨진 홈을 읽어가며 음악을 출력하는 모습은 굉 장히 원초적이다. 음악의 출력 과정을 본다는 것 자체가 신선했지만, 돌아가는 LP판이 주는 무언가도 분명 있다. 마치 ‘그 아우라가, 마치 소박한 온천에 몸을 담근 것처럼 내 마음을 안에서부터 서서히 덥혀준다.’했던 하루키의 말처럼 말이다. 이 원초적인 방식 덕 에 LP는 원음의 울림과 비슷한 소릿결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제아무리 좋 은 오디오 장치를 갖추어도 원음이 자아내는 공기의 떨림과 전적으로 동일하다고 볼 수 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음악을 자기 나름대로 어떻게 번역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지 않 을까.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마침 바 옆자리에 커플이 앉아있었는데 남자가 여자에게 냅킨 두 장으로 장미꽃을 만들어주었다. 바에 울려 퍼지던 음악 소리도, 가끔씩 들리던 판 튀기는 소리도 그들에겐 분명 다르게 와 닿았을 것이다. 악보는 하나지만, 모두에게 같은 음악으로 해석되진 않을 거란 얘기다. 그런 의미에서 평균율은 시작하는 연인들에 게 권하고 싶다. 물론 바에 홀로 앉아 상념에 빠져 있는 것도 굉장히 느낌 있을 것이다. 2) LP의 가장 안쪽 부분 와인은 사장님께 알아서 주시라 하는 것을, 디쉬 메뉴는 하몽, 만든 치즈, 당근라페, 크래커를 추천한다. Editor’s Tip

한양 120호 85 Sunday morning & 연남 일요일 오전 10시 30분. 취재하기 딱 좋은 시간이다. 국내 스피커 브랜드 TMH 의 쇼룸 겸 카페를 찾아 성수에 왔으나, 얼마 전 폐점했다는 것을 방문 후에야 알았다. 일요일 오전에 여는 LP 카페를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LP 바는 보통 저녁 시간대에 열고, 그마저도 일요일엔 쉬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가게 된 곳은 연 남의 ‘턴다운 서비스’다. 턴다운 서비스는 호텔 객실에서 침구와 어메니티를 정비해 주는 서비스를 뜻하는데, 사장님께서는 향후 호텔로의 변모라는 부푼 꿈을 안고 가게 이름을 지으셨다고 한다. 을지로 3가의 평균율이 금요일 저녁에 어울리는 곳이라면, 이곳은 일요일 오전과 어울리는 곳이다. 오전 11시 44분. 가게 앞에 도착하니 사장님 이 문을 활짝 열고 청소하고 계셨다. 미드 센추리 모던 풍의 우디한 인테리어가 한눈 에 봐도 인상적이다. <퀸스 갬빗>의 여자 주인공과 <라라랜드>의 남자 주인공이 한 번쯤 들렀을 법한 분위기라고나 할까. 이곳의 장점은 모든 커피 메뉴를 디카페인으로 변경 가능하다는 점이다. 카페인 취약 계층에겐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소식이다. 게 다가 털결이 고운 골든리트리버 마일로까지. 정말로 무해한 곳이다. 가게 한 편에는 LP를 구매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사장님께 괜찮은 LP 고르는 법을 여쭤보니 끌리는 재킷을 골라보라 조언해 주셨다. 사장님의 경험상 재 킷이 매력적인 레코드는 내용도 좋은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지금 이 가게에 울려 퍼 지는 곡도 순전히 재킷에 이끌려 고른 LP라며, 내용도 잘 모르면서 구매했던 레코드 를 어쩌다 보니 줄기차게 듣고 있다 하셨다. 눈에 띤 것은 비틀스의 LP였다. 그 이유 는 다름 아닌 비틀스의 곡 중 하나인 Norwegian Wood에 관한 흥미로운 설 때문이

86 문화 다. 이 곡의 제목은 처음부터 Norwegian Wood가 아니었다고 한다. 맨 처음 제목은 ‘Knowing She Would’였다. (다시 말해 ‘Isn’t it good, knowing she would?’ 그녀 가 해줄 거라는 걸 안다는 건 멋지잖아, 라는 뜻이다.) 당시 음반사에서는 그런 부도 덕한 문구는 녹음할 수 없다며 이의를 제기했고, 존 레논은 즉석에서 Knowing She Would를 말장난하듯 비틀어 Norwegian Wood로 바꿔버렸다고 한다. 제목 자체가 일종의 농담 같은 것이다. 진위 여부를 제쳐두고라도 이 설은 꽤나 세련되지 않나? 평균율과 턴다운 서비스에 들른 뒤 들었던 생각은 사장님의 LP 사랑이 진심일수록 LP 바가 더 매력적인 공간이 된다는 것이다. 어느 시대, 어느 세대든 음악을 정면으 로 진지하게 듣고자 하는 사람이 일정 숫자는 있을 것이다. 세간의 대다수 사람들은 그때그때의 가장 편리한 매체로 흘러갈지 모르지만, 어느 시대든 그렇지 않은 사람이 확실하게 존재한다. 그렇게 음악의 정수를 사랑하는 사람이 LP바 같은 음악적 공간 을 마련하는 게 아닐까 싶다. 표지가 끌리는 곡을 택해볼 것. 초코케이크보다는 카망베르 크로와상을 택해볼 것을 권한다. Editor’s Tip

한양 120호 87 평범한 목요일 밤 & 뚝섬 LP에는 라이브 음악으로는 누릴 수 없는 좋은 점이 있다. 예를 들면 몇 번이고 되 풀이해서 들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이제는 세상에 없는 멋진 연주자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것. 또 하나, 내가 그것을 가지고 있다, 그 음악을 개인적으로 소유하고 있 다는 실감이다. LP 한 장 한 장에 소유자의 마음이 깃들어 있다. 성수 ‘에디토리’는 음악을 소유하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하는 곳이다. 한양대역에서 불과 한 정거장 떨어 져 있다. 음악을 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무리해서 사고 싶은 것 천지일 것이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LP판의 어떤 점이 그렇게 좋아 한참을 머물다 가는 것일까. 머물러 있는 동안 고민해 보니 LP판의 장점은 다음과 같았다. 첫째, 손질을 해주면 그만큼 소리가 좋아진다는 점이다. 몇 번이고 반복해서 깨끗하게 닦아주면 소리가 확 실히 눈에 보이게(아니, 귀에 들리게) 향상된다. 레코드의 보은이라고나 할까. 먼지 투성이 레코드를 싼값에 데려와 최대한 반짝반짝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그들에게 큰 기쁨일 것이다. 둘째로, 오디오 장비를 정비할수록 음질이 향상된다는 것도 메리트 다. 카트리지를 교환하거나, 톤암을 미세하게 조정하거나, 인슐레이터의 소재 및 종 류를 따져보거나, 기계 배치를 바꿔보거나 하면서 소리를 직접 통제할 수 있다. CD 나 디지털 음원의 경우 사람의 손이 관여할 여지가 거의 없지만, 레코드플레이어를 정비하는 데는 나름대로의 수고와 돈이 든다. 한 마디로 말해 ‘LP판은 애정을 가지고 대하면 그만한 반응을 보여준다.’라는 것이 다. 음악과 인간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재킷 크기가 CD보다 훨 씬 크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손에 들고 바라보기에 딱 좋은 크기다. 마음에 드는 레코 드 재킷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그 안에 있는 음악의 세계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올드팝부터 재즈 명반까지. 다양한 장르의 LP를 판매하고 있는 이곳에서 추천하고 싶은 것은 클래식 음반이다. 직접 들어보면 알겠지만, LP의 진가는 악기의 소리를 담 아낼 때 발휘된다. 클래식 음반에 녹아있는 관현악기의 울림들을 LP를 통해 꼭 느껴 보기를 바란다. 그중에서도 추천하고 싶은 것은 프란츠 리스트의 교향시 <전주곡>이 담긴 음반이다. 얼마 전 반 클라이번 콩쿠르를 통해 세상에 등장한 피아니스트 임윤 찬이 준결승에서 연주한 <초절기교>가 바로 리스트의 곡이었다. 리스트의 곡은 화려

88 문화 하고, 감정적이며, 전례 없는 빠른 속도가 특징이다. 그는 ‘시적 명상’이라는 시에 영 감을 받아 <전주곡>을 작곡했으며 곡은 시처럼 ‘인생은 죽음의 전주곡일 뿐이다.’라 는 내용을 담고 있다. 얼핏 들으면 무거운 분위기의 곡일 것 같지만 의외로 밝은 곡 이다. 음악은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눠져 있고, 시의 표현인 젊음과 사랑, 인생의 고통, 시골생활에서의 안락함, 투쟁과 승리를 생생하게 표현했다. 음악은 악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물이 나오는데, 전주곡의 경우 지휘자 아서 피들러와 폴 파레의 해석이 담긴 버전을 추천한다. 아서 피들러의 연주는 무척 컬러풀하고 통일성이 있으며 음질도 선명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강약을 살려 빈틈없는 연주를 펼친다. 음악의 완성도로는 최고가 아닐까 싶다. 폴 파레의 연 주는 이에 비해 소리가 다소 거칠다. 솔로 악기들의 세련도는 다소 떨어지는 듯하지 만, 들려오는 음악은 활기차고 즐겁고 인간미가 느껴진다. 피날레 부분에서는 유쾌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멜로디를 이미 잘 아는 POP이나 가요를 들어보는 것도 좋지만, LP만의 소릿결로 클래식 음반을 한 번쯤 들어보기를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 좋아하는 악기가 있다면 그 악기를 잘 표현해낸 LP를 한번 담아볼 것 Editor’s Tip

한양 120호 89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 달칵하고 카트리지가 작동하는 소리. 도도하게 흘러가는 음반과 바늘의 마찰음. 바늘이 판에 닿고 나서 잠시간의 고요함. 이따금씩 들려오는 따스한 잡음, 판 튀기는 소리. 곡과 곡 사이에 이어지는 부드러운 고독. 한 번의 터치만으로도 음악을 소비할 수 있는 시대에 기꺼이 수고로움을 감내하는 사람들이 있다. 모든 것이 너무나도 쉽고 빠르게 변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 LP 와 함께 느린 음악을 경험해 보길 바란다. 따듯한 아날로그 감성이 건네는, 조금은 느려도 괜찮다는 위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턴테이블 위의 검은 우주 속에서 당신만의 음악 세계를 펼쳐보길 바라며.

90 기고문 기고문

한양 120호 91 낭랑浪浪 정책학과 17학번 황지현 바람은 사선으로 불었다 우산이 각도를 따라 기울었고 불투명한 비닐막을 쌀알처럼 고르게 두드리는 물기 그렇게 부슬부슬한우리는물가에 서서 걸었다 비뚠 걸음이 종아리를 적셨다 허공은 왜 백색인지 가로등은 경로를 이탈한 부메랑처럼 길쭉이 목을 빼고 누군가 자신을 뽑아내주길 기운 채로 얕은드문드문한기다리고어둠은고랑마다양감을 심었다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고 바랜 최선最先이미약한현수막처럼음성으로다였던 세상에게 기별한다 그날은 폭우가 내렸다 자신이 받고 싶었던 것 중에 가장 좋은 것을 주던 당신이 기꺼이 적시던 어깨 그 어설픈 직각이 감내한 하중을 짐작한다 무분별한 아우성이 변명을 끌어안고 하수구로 흘러들던 정오正午 기어코 팔짱을 끼고도 푹석 젖었으니 최선은 정말 충분하지가 않다고 빗물이 엉겨붙은 몸으로 기고문

92 책 추천 편집위원이 추천하는 도서목록 책 읽기, 이제는 실천할 시간! #책 추천

한양 120호 93

94 책 추천 어떤 호소의 말들 - 최은숙 <어떤 호소의 말들>에서는 2002년부터 국가인권위원회 에 활동하고 있는 최은숙 조사관께서 다양한 인권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인권이란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당연한 기본 권리로 그 정의는 간단 명료합니다. 하지만 그 간단 명료한 정의 속에는 여러 구멍이 많습니다. “법이란 고기잡이 그물 같아서 아무리 정교하게 만든다 고 해도 빠져나갈 구멍이 반드시 생긴다. 그래서 더더욱 마음이 없는 법의 무능을 메꿀 수 있는 것은 마음이 아닐 까 싶다.” 다양한 매체를 통해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사연 들을 보며 이들을 법으로 보호해 주지 못하면 과연 법은 대체 누구를 보호하는 것일지 분 노할 때가 가끔 있었습니다. 인권이란 무엇이며, 그 권리가 이 사회 속에서 제대로 실현되 고 있는 것인지 늘 곱씹어보지만 마땅한 답은 내리지 못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 해답은 찾 지 못할지언정 인권에 대해 보다 깊게 생각할 수 있음에 추천합니다. - 김가연 <칼의 노래> - 김훈 칼의 노래는 이 시대 최고의 문장가 김훈이 써낸 장편소 설입니다. 20년간 기자의 삶을 살았던 그의 문장들엔 어 설픈 겉멋이 없습니다. 그의 문장은 간결하고 빠르며 때 로는 장단마저 느껴집니다. 소설은 한계상황에서 자신을 끝없이 일으켜 세워야만 했던 무인 이순신의 고독하고 불 안한 내면을 잘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칼의 노래를 통해 김훈표 문장의 맛과 멋을 느껴보기를 추천합니다. - 송미주 책 추천

한양 120호 95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김초엽 이 책을 버스 안에서 읽다가 내릴 정류장을 한참 지난 적 이 있습니다. 몇 년 동안 다닌 길이라 헷갈릴 수도 까먹을 수도 없는 곳이었지만요. 단편집으로 여러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 그 모든 이야기에 푹 빠져 있었습니다. 이 책 속 제가 좋아하는 부분들을 조금 소개해드리겠습니다. • 우 리는 행복하지만, 이 행복의 근원을 모른다는 것. • 올리 브는 사랑이 그 사람과 함께 세계에 맞서는 일이기도 하다 는 것을 알고 있었던 거야. • 우리는 심지어, 아직 빛의 속 도에도 도달하지 못했네. 그런데 지금 사람들은 우리가 마 치 이 우주를 정복이라도 한 것마냥 군단 말이세. • “그럼 루이 네게는 저 풍경들이 말을 걸 어오는 것처럼 보이겠네.” 희진은 결코 루이가 보는 방식으로 그 풍경을 볼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희진은 루이가 보는 세계를 약간이나마 상상할 수 있었고, 기쁨을 느꼈다. • 본 적 없고 느낀 적도 없는 무언가가 아주 그리워지는 감정이었다. • - 김어진 능력주의와 불평등 - 박권일 외 9인 ‘인국공 사태’, ‘공공의대 신설’을 비롯해 공정과 능력주의 가 이슈 되어 왔습니다. 우리 사회에는 현실의 불평등은 능력주의에 기반한 것이므로 정당한 결과라는 믿음이 팽 배합니다. 이는 개인의 성공이 오로지 내재적 능력과 노 력의 결실로 간주하는 것으로 이어집니다. 저자들은 평등 을 실현하기 위해 경주 레인을 넓게 봐야 한다고 꼬집습 니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의 기울기 조절은 파이 싸움이 될 뿐, 운동장 자체를 문제 삼아야 한다고 말이죠. 책을 읽고 무엇이 옳다, 그르다를 판명하기보다 현 사회에 만 연한 ‘능력주의’를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에 대해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 정예림

96 책 추천 시선으로부터 - 정세랑 ‘시선으로부터’는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던 여성, 그리고 자유로운 영혼의 어머니였던 ‘심시선’이 죽고 난 뒤 남겨 진 가족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그들은 ‘시선’의 십 주기를 맞아 특별한 제사를 지내려 하와이로 향한다. 현대사의 비극에서 비롯된 상처 많은 생애지만, ‘시선’은 굴하지 않았고 여성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의 고통을 발판 삼아 나아가려 애썼고, 성장하려 노력했다. 시대의 폭력에 순종하지 않았던 그녀의 유전자는 고스란 히 자신의 딸들, 그러니까 다음 세대의 여성들로 향했다. 작품은 여성이라는 상징적 단어에서 출발하여 결국 인간 의 존엄성에 다다르고야 만다. - 유미림 프리즘 - 손원평 “누가 내게 다가온다면 난 이렇게 반짝일 수 있을까.” 뜨거운 바람과 많은 비를 뿌리던 여름은 가고 서늘한 바 람이 불어오는 가을입니다. 덤덤하면서도 간결한 문장 속 에 네 남녀를 통해 만남과 헤어짐, 다양한 감정의 반짝임 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단순한 연애소설이 아닌 현실적 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어른들을 위한 성장소설 이라는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장편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짧은 호흡의 문장들이 빠른 전개를 돕고 인물들의 심리를 더 투명하게 비춰 독자들의 몰입을 이끕니다. 다가오는 가을, 여러분의 사랑은 어떠한가요. - 김하석 책 추천

한양 120호 97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 프랑수아즈 사강 독서의 계절 가을엔 왠지 고전문학을 읽고 싶다는 열망이 생겨납니다. 길쭉한 판형에 표지 위쪽에는 명화, 책등에 는 작가의 사진이 삽입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중 한 권 을 집어 따뜻한 커피 한 잔과 함께 독서에 열중하고 싶어 집니다. 그중 전집의 179번째 작품인 <브람스를 좋아하세 요...>를 올해 가을의 책으로 추천합니다. 세계문학전집의 다른 작품에 비해 매우 적은 160페이지로 tvN 드라마 한 편을 보는 듯한 섬세한 심리 묘사를 느낄 수 있는 이 작 품은 쌀쌀한 가을과 정말 잘 어울리는 책입니다. 특히 심 오한 내용과 많은 양 때문에 고전 읽기를 시도하지 못하 고 계신 분에게 이 책은 고전, 해외 문학의 맛을 느껴보 기에 제격입니다. 39세의 여성 ‘폴’과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워 그녀를 외롭게 하는 오랜 연인 ‘로제’, 우연히 만난 폴에게 첫눈에 반한 25세 변호사 ‘시몽’. 세 사람의 삼각 관계의 끝은 어디일지, 가을 한가운데에서 이 책을 읽어 보시길 권합니다. - 진서연

98 일상 코로나19와 총학생회의 부재로 3년간 개최되지 못했 던 봄 축제 라치오스: 도약이 지난 5월 학우들을 찾아왔 다. 메인무대의 화려한 라인업 등 학교 안팎의 관심과 많 은 학우의 긍정적 평가로 라치오스는 성황리에 막을 내 렸다. 오는 10월에는 라치오스에 이어 애한제가 한양대학 교를 찾아온다. 지나간 라치오스에 대한 감상과 다가올 애한제의 기대를 한양대학교 학우에게 직접 물어보았다. 수습위원 진서연 jinnnzsyhz@hanyang.ac.kr 영어영문학과 20학번 서지윤 1. 라치오스와 관련하여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경험은 무엇인가요? 코로나 학번이라 축제를 처음 해봐서 기대가 컸습니다.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활기 찬 분위기와 맛있는 음식 및 즐길 거리 가득한 다양한 부스가 줄지어 서 있는 축제 분 위기 자체도 정말 즐거웠습니다. 하지만 역시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은 노천극장에서 열린 공연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공연 몇 시간 전부터 노천극장에 앉아 기다리는 인 파를 보며 라치오스의 뜨거운 열기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번 축제 라인 업이 역대급이라 그런지 외부인들도 정말 많아 축제의 분위기가 제대로 느껴졌습니 다. 입학하고 이 정도로 학교가 북적이는 걸 처음 봐서 조금 생소하기도 하고 더운 날 씨에 힘들기도 했지만 저녁에 연예인 볼 생각에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2. 다가오는 애한제, 기대되는 점과 바라는 점이 있다면 자유롭게 말씀해주세요. 라치오스땐 날씨가 조금 더웠는데 애한제는 조금 선선해진 가을 날씨로 축제를 즐 길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됩니다. 라치오스 때 한번 놀아봤으니까 애한제때 더 잘 놀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라치오스 때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푸드트럭에서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어서 행복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이번 애한제땐 또 어떤 푸드트럭들이 올지 많이 기대되고 더욱 다양한 즐길 거리가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또 축제의 꽃이라 말할 수 있는 공연에도 어떤 연예인이 올지 기대됩니다. 일상

한양 120호 99 지금은 이른바 OTT의 시대이다. 넷플릭스로부터 시작 한 OTT에 디즈니+, 왓챠, 티빙, 웨이브 등 수많은 기업이 뛰어들며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요즘은 <오징어 게임>, < 지금 우리 학교는> 등의 콘텐츠들이 TV가 아닌 OTT에만 단독 공개되는 경우도 있듯 갈수록 OTT의 영향력이 커 져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OTT에 대한 한양대학교 학우 들의 생각은 어떤지 인터뷰를 통해 알아보았다. 수습위원 김하석 nannamu1998@hanyang.ac.kr 영어영문학과 19학번 이종민 1. OTT를 이용하면서 어떤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나요? 무엇보다 가격입니다. 최대 20,000원 정도 하는 가격이니까 한 끼에서 두 끼 정 도 되는 가격만 내면 한 달 간은 무제한으로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 니다. OTT 한 번 보는 대신 한 끼 덜 먹으면 되니 귀찮아서 끼니를 잘 거르는 저에게 는 OTT가 꽤나 솔깃했습니다. 게다가 영화를 보고 싶을 때 굳이 힘들게 극장까지 걸 어서 갈 필요도 없으니 비싼 영화표도 아끼고, 교통비도 아끼고, 움직이는 걸 귀찮아 하는 저에게도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2. OTT에서 어떤 점이 부족하고, 어떻게 고쳐졌으면 하시나요? 제가 OTT를 이용하면서 느낀 두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첫째, 소리소문없이 기존 에 제공된 작품들이 내려간다는 것입니다. 넷플릭스에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영화 를 정주행 중이었는데 갑자기 작품들이 사라져 있어 당황스러웠습니다. 소비자들에 게 예고도 없이 일부 프로그램을 중단하는 점은 OTT가 고쳐야할 숙제라고 생각합니 다. 둘째, 소비자들이 원하는 작품을 기업에 의견을 전달하는 서비스 기능이 없거나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가령, 저는 <북촌방향>과 <러브 익스포져>를 보고 싶었는데 이런 작품들을 보기 위한 방법이라고는 OTT 내에서 서비스되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더군요. 모든 한양인이 INTERVIEWEE이다

100 날적이

한양 120호 101 날적이

102 날적이 김가연 kayeon0428@hanyang.ac.kr 산뜻한 봄에 시작하여 뜨거운 여름에 끝났습니다. 이제는 가을이 오고 저는 서서히 지려합니다.글은안써지고

날적이 不知人事幾閒秋 편집장

해 뜨는 새벽에 깜빡이기만 하는 커서가 어찌나 야속하던지. 빨리 생각해내라고 재촉하는 것이 어찌나 원망스럽던지. 야속함과 원망만을 주던 커서 깜 빡임의 속도를 조절하는 법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교지 또한 떠날 때가 되니 글이란 어떻게 써야 하는지 알 듯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이란 것은 여전히 어렵습 니다. 교지의 시작은 욕심이었고, 과정은 타협이었고, 끝은 아쉬움이었습니다. 모든 일에 욕심은 시작의 원동력이 됩니다. 무엇 하나 내세울 게 없던 제게도 욕심이 있었 다면 글입니다. 글은 그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고 싶던 제 욕심입니다. “좀 쓰네”말고 “잘 쓰네”가 되려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글이란 욕심은 부리되 오만에서 벗어나고, 감정에 솔직한 글입 니다. 글에 욕심이 빠지면 지루합니다. 욕심을 부리면 글을 재치있게 이끌고자 하는 필자의 센스와 노력이 돋보일 수밖에 없더군요. “잘 썼다”는 오만, 이만하면 되었다 는 오만, 독자가 이해할 것이라는 오만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잘 썼다”의 기준은 필 자가 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늘 서로의 기사를 평가했고 평가받았습니다. 교 지 식구들은 칭찬에 인색해져야 했습니다. 비판이 당연해져야 오만에서 벗어나 성장 할 수 있었습니다. 글에서 주장하고자 하는 바가 분명해지는 순간은 감정에 솔직해진 이후에 비로소 일어납니다. 여유를 갖고 한 발치 물러나 주제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 는 것은 중요합니다. 자신의 감정에 눈치보지 말고 당당해지되 논리를 갖춘 주장으로 써 피력해야 합니다.

교지에서 사계절을 보내고 어느새 다시 가을이 오고 있습니다. 시작과 끝은 늘 순환합니다. 다시 순환점에 선 제게 어 떤 새로운 시작이 다가올지 기대가 됩니다. 교지에서 얻은 단단함과 용기로 한 걸음 한 걸음 씩씩하게 나가겠습니다. 모두 고맙습니다.

모든

한양 120호 103 일기(日記, diary)의 순우리말 이의 글엔 그 사람이 보이는 재미가 있습니다. 교지는 이 재미를 즐기기에 충 분한 활동이었습니다. 수많은 인연을 만나 함께 글을 나누었습니다. 마감 1차의 갓 나온 이야기를 읽는 재미는 저희 식구들밖에 모르겠죠. 그 시간은 갓 구워 나온 빵처 럼 가장 자신의 본성이 드러납니다. 때로는 안타까웠습니다. 정교하게 보이기 위해 교정하는 것이 되려 글의 재미를 망치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교정하며 함께 나눈 시간은 제게 큰 자산이 되었습니다. 우리 식구들은 다 똑똑하고 착해서 제 자랑이자 자부심입니다. 그들과 한 자리에서 대화를 나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1년 6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좋은 일도 많고 슬픈 일도 많았습니다. 저는 제가 강인하 다고 생각했는데 하염없이 무너져 내리니 주체를 못 하겠더군요. 이러한 경험을 통해 더 단단해질 수 ‘不知人事幾閒秋(부지인사기한추)’있었습니다. 우연히 마주했습니다. 사람 일이 어느 사이에 가을 된 줄 모르겠다는 뜻이더군요. 우연히 들어온

104 독자엽서 간추리기 : 한양 119호 『한양』 119호를 100점 만점을 평가해주세요. 1. 이번 호에 수록된 글의 완성도 : 92 2. 학내 및 사회 이슈연관성: 93 3. 표지와 내지 디자인: 97 『한양』 119호에 아쉬운 점은 무엇인가요? •학우들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콘텐츠, 편집 디자인이 가미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국어교육 20 최정운) 『한양』 119호에서 가장 좋은 기사와 아쉬운 기사는 무엇인가요? BEST •하이픈, 어디까지 왔나 총학생회 정책 진행표에 대한 정리가 좋았습니다. (국어교육 20 최정운) WORST •현실과 가능의 경계를 넘어 (경영 21 김태원) •문화 시대를 잇는 징검다리 문화재 소개인지, 관광지 소개인지 논조를 확실히 정했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경영 21 김태원) 학내에서 불편한 것 •HIT 옆길과 사범대에서 간호대를 가는 길에 악취가 심합니다. (경영21 김태원) •사회에서 불편한 것 •세대, 성향 등 사람 간의 구별짓는 모습 이 안타깝습니다. (국어교육 20 최정운) •수도권 쓰레기 매립 문제가 심각하다고 생각합니다. (경영21 김태원) 당신이 궁금한 것 •인턴십, 대외활동, 교환, 유학 등 학교 생활에 있어 보다 많은 정보를 얻고 싶습니다. (국어교육 20 최정운) •119호 수영 동아리 기고문처럼 학내 다양한 동아리의 이야기들이 궁금합 니다. (경영 21 김태원) 학우 여러분의 관심이 더 나은 『한양』을 만듭니다. 이 코너에 본인의 의견이 실린 학우 께서는 찾아와주세요. 5천원 상당의 상품을 드립니다!

한양 120호 105 한양교지 편집위원회 광고비 사용내역(6,7,8월) 1. 119호 내부원고료 934,500원 2. 119호 외부원고료 72,000원 3. 비품구입비 0원 4. 기타 0원 합계 1,006,500원 * 금액 사용 기준 외부 원고료 : 외부 필진 원고료 및 한양 학우 기고 원고료 비품 구입비 : 사무용품 구입비 및 수리비 기타 : 문화상품권 지급비, 교비 발송비, 복사비, 송금 수수료, 교통비, 홍보비 등 * 2022년 6.7.8월 사용내역입니다. * 정확한 원고료 책정을 위해, 교지가 발행된 이후 pdf 파일을 이용하여 원고료를 책정합니다. * 본 120호의 원고료 책정 내역은 121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106 편집후기

한양 120호 107 편집후기

1년 6개월간의 여정을 끝으로 교지 활동이 끝났습니다. 마냥 좋기만 할 줄 알았는데 너 무 섭섭합니다. 최근 일주일 동안 날적이와 여는 글, 편집후기까지 쓰면서 왜 이리 눈물 이 나던지… 편집후기까지 쓰면 진짜 마지막 이라서 자꾸 미루기도 했습니다. 욕심도 정도 많아 교지를 쉽게 놓기 힘들 것 같습니다. 교 지는 제 1순위였습니다. 모든 것을 제쳐서라 도 교지가 먼저였고, 그만큼 온 힘을 쏟아부 은 탓인지 앞으로의 생활이 막막하기도 합니 다. 너무 공허할 것 같아요. 교지는 끝났어도 학교 졸업까지는 아직 한참 남았으니까요! 한 발짝 물러나 늘 응원하겠습니다. 우리 미주 언니가 이제 편집장인데, 마음의 무게는 덜고 여유를 가지라는 말을 해주고 싶 습니다. 어진이는 사랑스러운 모습 그대로 미 주 언니를 잘 도와주리라 생각됩니다. 예림이 는 긍정의 욕심으로 가득 찬 친구라 걱정 없 습니다. 이제 편집위원이 될 미림이는 상황 판단 능력이 우수하여 더 성장할 것 같습니 다. 서연이와 하석 오빠는 첫 호라 정신없었 을 텐데 잘 따라주어 고맙고, 지금처럼 열심 히 해주면 매우 고마울 것 같아요. 이외에도 교지를 통해 만난 선배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늘 저를 진심으로 걱 정하고 응원해주었던 마지막 기사였어요. 그간 지금 순 간을 상상하며 시원섭섭하겠다 생각하곤 했 었는데, 탈고를 마친 지금의 감정은 섭섭함 쪽이 더 큰 것 같습니다. 기사를 쓰며 글과 사람을 배울 수 있어 좋았습니다. 오로지 글 때문에 잠 못 이뤘던 밤들을 아마 평생 잊지 못 할 것 같아요. 다음 호부터는 조금 더 잘 보고, 잘 아우르는 사람이 되어야겠습니다. 그리고 가연아. 김가연 없는 교지실이 아직 상상이 안 가지만, 한동안 매우 헛헛하겠지 만, 우린 계속 볼 거니까 ㅎㅎ 너무 슬퍼하 진 않을래. 교지 밖에서도 너의 이름처럼 예 쁨을 더해가는 삶을 살길 바라. 너의 눈길, 너머, 아주 멋진 항해가 펼쳐지길. 김어진 편집후기를 쓰고 있는 지금, 개강 일주일 전 입니다. 이번 여름 방학은 정말 꽉 차게 보 냈어요. 오래 못 만났던 친구들을 만나서 아 무 것도 신경쓰지 않고 놀았고, 여행도 갔 고, 부모님과 자주 맛집을 돌아다녔습니다. 그래서 행복했어요. 아! 콘서트 티켓팅도 정 말 열심히 했습니다. 성공했어요. 덕분에 9 월도 행복하겠네요. ㅋㅋ. 물론 아프기도 했 편집후기

108

김가연편집후기

친구들, 가족들 너무 미 안하고 고마워요. 마지막으로 교지 많이 사랑 해주세요♥ 송미주 가을을 향하여 꽃잎이 하롱하롱 떨어질 무렵 (이란 표현을 시험지에 쓰고) 교지에 들어왔 는데 그 계절이 돌아왔네요. 수습 위원이었 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감회가 새롭습니다. 다음 호부터 편집장으로서 참여하게 될 저는 이번 호가

한양 120호 109 고 했지만요, 좋은 방학을 보냈습니다. 그 이유에는 교지도 있겠지요. 사실 마음에 드 는 글쓰기는 참 어려운 일입니다. 교지를 하 면서는 쭉 그랬어요. 그런데 이번 호는 점점 편안해지는 마음으로 임했습니다. (대충했 다는 게 아니라!! 제 기사를 대하는 저의 마 음이 그랬다는 말ㅎㅎ.) 읽으시는 분들은 어 떨지 모르겠지만 ... 아무쪼록 저와 비슷한 마음을 느끼시길 바라봅니다. 이번 방학, 회의 때문에 먼 여행을 못 간다 고 슬퍼했는데 그래도 교지 회의는 참 즐겁 습니다. 우리는 다 드라마광에 mbti 과몰입 인간들입니다.♡ 기사 쓰면서 골머리를 앓 기도 하고 회의 내용이 종종 무거워지기도 하지만, 교지실로 가는 발걸음에는 무거움 이 없습니다. 경쾌한데 묵직한 우리가 참 좋 습니다. 한양 교지편집위원회 짱. 불평을 하 다가도 나는 교지가 좋은 것 같습니다. 다음 호 교지 역시 (내게도 !! 읽으시는 분들께도 !!) 좋을 수 있도록 더 노력하고 싶어지네요. 와 - 노력하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거 오랜 만이에요. 이런 소중한 마음을 제가 개강 뒤 에도 잘 간직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God bless you:) 정예림 이번 기사에서는 성소수자 사안을 다뤘습니 다. 민감할 수 있는 주제이지만 그렇기에 더 욱 담론의 장이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했습 않도록 의식하는 것이었습니 다. 그들은 성소수자이기 이전에 우리와 같 은 사람이며, 자신들의 권리를 위해 투쟁할 힘이 있는 존재이니까요. 아울러 차별의 근 원에 있는 편견은 어디서부터 비롯되고 어떻 게 통제할 수 있는지 위원들과 얘기하며 각 자의 경험에 따라 견해가 모두 다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도 읽으며 여 러가지 논의가 오가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편집장으로서 막중한 책임을 짊 어졌던 가연이에게 정말 수고했다고 말해주 고 싶습니다. 분위기를 잡아야 할 때는 진지 함을 보이면서 동료들의 의견은 늘 경청하려 고 하는 카리스마를 본받으려 합니다. 목요 일 밤, 혼자 남아 제 기사를 함께 봐준 날이 가장 기억에 남을 것 같네요. 빠르고 이성적 인 판단력으로 배울 점이 많은 리더이자 정 겨운 친구인 가연! 표정은 차가워도 속은 사 려 깊은 너야. 대뜸 “이거 소제목으로 어때?” 라고 연락한다면 망설임없이 받아주길 :D 유미림 어느덧 2022년 가을호가 발간되었습니다. 이번 교지는 제 마지막 수습 기간을 추억하 는 책이 되겠네요. 한양교지는 이번 여름 방 학에도 쉬지 않고 달려왔습니다. 때론 조금 은 지치고, 또 포기하고 싶었던 때도 많았지 만, ‘함께’라는 단어가 저를 일으켰던 것 같 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을의 서늘함을 좋아하 는 편은 아닙니다만 책을 읽기엔 최고의 계 절이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덥지 않은 날씨,

니다. 쓰면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한 개인의 성소수자라는 특성, 또는 성소수자의 ‘힘듦’ 에만 매몰되지

110 편집후기 선선히 불어오는 바람은 작품에 더욱 몰입하 게 만드니까요. 다음 호는 겨울에 찾아뵐 예 정입니다. 그때까지 몸조리 잘하시고 항상 건강하시길 바라겠습니다. 김하석 교지와 처음으로 함께한 이번 여름은 정말 쏜살같이 지나갔네요. 시사에 관심많고, 글 을 읽고 쓰는게 재밌다고 패기롭게 교지에 들어왔는데도 두 개의 기사를 쓰면서 느낀 건 저는 아직 많이 부족한 사람이라는 겁니 다. 수많은 자료들을 조사하고, 어떤 단어를 선택할지 어떤 문장으로 조합할지 고민하고, 교지 식구들과 함께 하며 더욱 배우고 성장 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반도체공학과 기 사를 통해서는 계약학과를 도입하는 것도 타 당하지만, 계약학과가 생기며 만들어질 수 있는 나비효과에 대해 우리 모두가 한번은 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낙태 권 기사를 다루면서는 낙태권이라는 주제가 본격적으로 공적으로 논의되었으면 하는 바 람이 있었습니다. 탈고한 지금, 제가 하고 싶 었던 말이 어떻게 전달될 진 모르겠지만, 누 군가에겐 새로운 일렁임으로 다가가기를 희 망합니다. 가을이 지나고 다가오는 겨울에 121호에서 돌아올게요. 수 있는 건 정말 큰 행운인 것 같습니 다. 이번 호를 준비하던 여름 방학은 교지편 집위원회로 꽉 차 있었습니다. 교내 근로도 하고 있어 월화수목금을 등교한, 나름 성실 했던 방학이었네요. 회의가 끝나는 밤 10시 에 지하철에 오르면 피곤이 몰려오긴 해도 교지 활동은 제게 즐거움이라 『한양』에 지원 하기로 다짐한 7월의 제 선택이 참 다행이라 는 생각을 합니다. 그 즐거움 뒤에는 교지 식 구들이 늘 함께합니다. 저의 미흡했던 기획 안과 글을 더욱 탄탄하게 만들어준 가연, 미 주 언니, 어진, 예림, 미림, 하석 오빠께 많 은 도움을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하 고 싶습니다! 특히 편집장 가연이의 마지막 교지 여정에 함께하여 영광이었다는 말도요! ㅎㅎ

진서연 수습위원으로서의 첫 교지 120호 <갈피>로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인 가을의 문을 활 짝 열

민폐만 끼치지 말자는 생각으로 들어온 교지편집위원회지만, 이제는 정말 잘하고 싶 다는 생각이 듭니다. 121호에선 조금 더 발 전된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읽어주신 모든 분들 또한 정말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2학기 가 행복으로 가득 차길 진심으로 응원하겠습 니다! 편집후기

한양 120호 111 2022학년도 수습위원 지원서 학과,생년월일이름학번관심분야경력주소연락처E-mail지원동기 위와 같이 2022학년도 『한양』 교지편집위원회 수습위원 모집에 지원합니다. 202 년 월 일 지원자 (인) 『한양』교지편집위원회

『한양』을 향한 한양인의 시선 『한양』에 대한 한양인의 평가 『한양』을 위한 한양인의 비판 지금 『한양』 에게는 한양인이 필요합니다. 120호를 보고 기사에 대한 평가를 HYgyoji@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 독자평은 121호 교지에 실리며 독자평을 보내주신 분에게 소정의 상품을 지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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