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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학교 학우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번 겨울호부터 「한양」의 편집장을 맡은 송미주입니다. 2022년이 어느덧 한 달도 남지 않았습니다. 올 한 해 다들 어떻게 보내셨는지요. 언제나 그랬듯 여러 감상이 공존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마지막은 따듯했으면 하는 바람에 호의 제목을 ‘잔등’이라 지었습니다. 겨울호 잔등이 애지문에 온기를 전해 줄 수 있기를 조심스레 바라봅니다. 겨울호를 집필하며 「한양」은 직접 잔등이 되어보고자 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어둠 속에 서야 그 빛을 발하는 잔등, 세상을 비추기 위해서는 하나 이상의 잔등이 필요할 것입니다. 이 에 크게 8가지 소재로 기사를 구성해 보았습니다. 우선 학내 파트입니다. 우리는 대학이라는 공간에 대해 다시 숙고해 보았습니다. 학내 환 경 문제를 다루며 기숙사, 흡연구역의 이면을 살피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보안과 에너지 문제 도 한 발 앞서 살펴봅니다. 변화하는 학생 자치만큼 반가운 것은 없습니다. 어느새 임기 끝을 마주한 HY:phen의 총학생회칙 개정안도 다룹니다. 한편, 총여학생회 존폐 문제는 여전합니 다. 총여의 진정한 변화를 위해 필요한 것들을 이야기해 보았습니다. 연말이니만큼 따듯한 이 야기도 준비했습니다. ‘빛나는 그대, 한양인’을 대상으로 한 따끈한 인터뷰가 책의 뒷장에서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사회 파트입니다.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임에도 물건 수준의 법적 지위를 지닌 반 려동물들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적절함과 과도함 사이, 우리는 어디쯤에 있는 것일까요. 앞으 로도 끊임없이 질문을 던져야 할 PC주의에 관해서도 다뤄보았습니다. 우리는 샘이 말라야지 만 물의 소중함을 깨닫고는 합니다. 세상을 위해 먼저 할 수 있는 일, RE100에도 시사점을 던 져 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문화 파트에서는 건강 체헐리즘을 선보입니다. 이 세상에 쉬운 일은 없습니다 만 그것 또한 인생의 묘미 아니겠습니까. 직접 프로젝트에 임하며 성공과 실패를 겪어본 기자 의 경험을 재밌게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한양」과 함께한지도 어느덧 1년하고도 반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많은 것이 변했지만, 교지 에는 큰 변함이 없습니다. 매주 12시간가량 회의를 진행하고, 끊임없이 학생사회를 위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한양」은 앞으로도 학생사회를 위한 잔등을 비출 것을 약속드립니다. 올 한 해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2022년 겨울의 초입에서 한양의 모든 것이 안녕하길 바라며 『한양』 편집장 송미주 드림
한양대학교 곳곳을 파헤치다
대학교 캠퍼스는 학생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하나의 소규모 사회이다. 크 게 네 가지 측면에서 캠퍼스 환경을 바라볼 수 있다. 먼저 주거의 측면이다. 캠퍼스 내의 학생 주거 공간인 기숙사에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존재한다. 노후화 된 시설, 해충, 급식 등에 대한 끊임없는 고충에도 실질적인 보완은 없었다. 그렇다 면 주거 환경 외의 캠퍼스 공간들은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을까? 여기서 사생 활의 자유와 건강의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흡연자의 흡연권과 비흡연자의 혐 연권 충돌을 최소화 할 수 있는 것이 흡연구역이다. 그러나 이전부터 미흡한 관리로
갈등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다음으로 안전이다. 허술한 캠퍼스 보안은 언제든지 범행 으로 악용될 여지가 있다. 현재 존재하는 보안 사각지대를 더욱 강화된 기준으로 개
선해야 한다. 어느 장소보다도 안심돼야 하는 곳이 캠퍼스이다. 지금까지 캠퍼스 생
활과 밀접한 측면에서 접근했다면 마지막으로는 거시적 관점인 지속가능성의 측면을
살펴보아야 한다. 국내 대학에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ESG경영이 대두됨에 따 라 온실가스의 주 배출원인 에너지 사용량이 화두에 올랐다. 한편 2021년 국내 에너 지 다소비 316개 건물 중 한양대학교는 21위를 차지했다. 미래세대를 위해 장기적으 로 친환경적인 캠퍼스 구축에 대한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전부터 제기됐지만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문제는 고질적인 상황을 무뎌지 게 할 것이다. 환경은 개인의 삶의 형태를 결정 짓는다. 갈등과 불안감이 만연한 캠 퍼스의 영향은 학생들이 고스란히 받게 되기에 무관심 속에서 방치해서는 안 된다. 이에 『한양』은 우리의 대학 생활과 밀접한 기숙사, 흡연, 보안, 에너지 사용량의 측면 에서 종합적인 점검을 한 뒤 실질적인 개선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머물고 싶은 보금자리를 위해 기숙사 시설의 부실함은 거주자가 아닌 학생이라도 익히 들어왔을 것이다. 놀랍게 도 20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된 사안이다. 그만큼 가시화된 문제이지만 개선은 부 진한 상황이다. 문제가 속출하는 원인은 기숙사 개관년도를 보면 알 수 있다. 가장 잡 음이 많은 제1학생생활관(이하 제1생)은 1985년, 제2학생생활관(이하 제2생)은 1996 년도에 개관했다. 리모델링이 시급한 상황에서 학교는 제1생의 경우 학생들이 고시 생인 관계로 공사 진행이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공사 기간 중 외부에 방을 마련 하는 것이 최선책이지만 예산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는 이상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기숙사 보수는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해결이 어려운 문제인 듯하다. 그 러나 기숙사 문제점 제보1)에서 발견한 공통점은 빠른 수습이 가능했다는 점이다. 먼저 기숙사 호실 내부의 문제점을 살펴보았다. 제보에 따르면 제1생 내 각 호실에 는 에어컨 청결 관리가 되고 있지
이전부터 제기된 사안이다. 기숙사에서 바퀴벌레를 보는 것에 익숙해진 학생들은 임 시방편으로 방문 밑을 청테이프로 막는다. 학생생활관 행정팀은 노후화 된 시설 탓에 해충을 ‘관리’만으로 방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즉, 리모델링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인데 현재는 정기적인 미화원 투입과 방충 업체의 관리에 그치는 실정이다. 내년 1월부터 제1·2생 포함 기숙사의 생활관비가 평균 9%가량 인상된다. 재정 수지 적자를 막기 위한 조치라도, 앞선 문제에 대한 신속한 대응이 없다면 거주자들은 쉽 게 납득할 수 없을 것이다. 학생생활관은 주거와 더불어 기숙사 식당에서 식사를 제공한다. 제1생 급식에서 특정 메뉴가 주4일 내내 반복되거나 영양 섭취 기준에 맞지 않은 불균형한 식단이 나 온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대안으로 급식소의 '외주 운영'이 제안되기까지 했다. 학 교가 학생식당을 직영으로 운영하면 운영비, 인건비, 부대비용 등의 지출이 비효율 적인 관계로 일부 학교는 외주화를 결정하기도 한다. 외부 업체는 수익성이 높아 더 욱 맛있는 메뉴를 개발하도록 노력하되, 가격이 높게 책정될 수밖에 없다는 단점 이 있다. 이와 더불어 영양사 인력 부족으로 외주화가 불가능하다. 일각에서는 단가 3,000원의 급식에 높은 질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편 최미영 제1생 급식 영양사(이하 최 영양사)는 적자에도 학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영양학적으로 풍부한 식단을 만들어 가고 있음을 자부했다. 부실한 급식 메뉴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기숙사 식당의 전반적인 위생 점검을 시행하며 외국인 자율 조리 공간을 설치류 유입의 원인으로 추정했다. 학생생활관 조리실은 내부 청결 관리가 소홀하다는 판정을 받고 「식품위생법」에 따라 과태료 처분 대상이 됐다. 한편, 최 영양사 는 “쥐는 급식소에 함께 사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특히 외국인 자율 조리 공 간은 뒷정리가 학생 자율로 맡겨진 터라 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아 설치류에 취약한 실정임을 밝혔다. 최 영양사는 이전부터 제2생 운영팀에게 이 사실을 전달했지만, 운영 팀은 구청의 감사가 있기 1시간 전에서야 대규모 청소 조치를 취했다. 종합해보면 기숙사 환경은 지속적인 문제 제기와 개선 요구에도 큰 변화가 없었다. 대 부분의 제보는 문제 접수 후 빠른 시일 내에 해결이 가능한 사안들이다. 학생생활관 행 정팀은 호실 내부는 거주자 승인 없이 출입이 불가해 학기별로 호실 점검을 통해 시설 및 집기 비품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에어컨의 경우 2년~3년 주기로 점검하며, 공 동 샤워실은 거주자의 요청이 있을 때 혹은 호실 점검 후 필요시 교체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제보자들은 행정팀에 개보수 요청에도 진행이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음을 토로했 다. ‘즉시 조치’를 취한다는 행정팀의 주장과는 다른 것이다. 학생들의 개선 요구에 무조 건 어렵다고 일관하는 태도는 ‘행복한 미소하나 편안한 보금자리’라는 학생생활관 홈페이 지의 문구에 회의감이 들게 하는 대목이다. 행정팀은 이에 작년과 올해에 걸쳐 환경개선 공사를 진행함과 더불어 앞으로도 노후시설 개선에 행정업무를 집중할 계획을 내세웠다. 그럼에도 학생 불만의 표출하는 근본적 원인에는 눈에 띄는 개선은 부재했다는 점이 크 게 작용한다. 이제는 보완 ‘계획’에 학생들의 목소리 반영이 필요한 때이다. 한편 식당 위 생 문제에는 담당자들의 안일한 태도가 만연했다. 제2생 행정팀은 쥐 유입에 대한 제보 를 꾸준히 접수했음에도 불구하고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른 후에야 위생 점검을 실시했 다. ‘보여주기식 행정처리’의 표본이다. 더불어
있는 만큼 위생의 중요성을 인지해야 한다.
쾌적한 캠퍼스를 위해 수업을 들으러 이동할 때 담배 냄새로 인해 얼굴을 찡그린 경험이 있을 것이다. 국 민건강증진법에 따라 현재 캠퍼스 전역은 흡연 금지 장소로, 지정 장소에서만 흡연 이 가능하다. 지정된 흡연구역 외 흡연 시 과태료 부과 및 학칙에 따라 처벌이 가능 하다. 이러한 규정에도 캠퍼스 내 흡연구역을 둘러싼 문제는 꾸준히 지적되었다.2) 흡 연구역 문제는 크게 부적절한 흡연구역 위치와 이로 인한 간접흡연, 흡연부스 자체의 한계로 세분화된다. 교내 대부분의 흡연부스는 기본적인 가림막조차 설치돼 있지 않 아 학생들의 간접흡연으로 인한 피해가 가중되고 있다. 게다가 학교가 지정해둔 흡 연구역은 관리 소홀로 그 의미가 무색해졌다. 지난 2018년, 관재팀은 ‘흡연구역 정비 계획’을 통해 흡연구역 구획선을 선명하게 덧칠했다.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 구획 선 표시는 희미해지고 안내판 없이 재떨이만 놓여있는 실정이다. 흡연권과 혐연권은 서로 배치되는 권리이지만, 캠퍼스 내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상 생을 돕는 것이 흡연 구역의 역할이기에 관리가 중요하다. 이에 관재팀과의 인터뷰를
『한양』: 현재 지정된 흡연 구역의 장소 선정 기준은 무엇인가요?
관재팀: 흡연구역 선정 당시의 자료가 남아 있지 않지만, 지형을 고려했을 때 일관된 기
준보다는 위치별로 상이한 기준을 통해 조정했으리라 짐작합니다.
『한양』: 구획선 표시가 희미해진 흡연구역들의 보강 공사 계획이 궁금합니다.
관재팀: 공사 필요성을 관재팀도 인지하고 있습니다. 현재 일괄적으로 개선 계획을 잡
고 있어 추후 해결할 예정입니다.
『한양』: 현재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실내형 흡연 부스도 있습니다. 별도의 친환경 공기
정화기 설치 계획이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
관재팀: 현재까지 알아본 바에 따르면 백남학술정보관 앞과 같은 일부 고급 시설을 제
외한 실내형 부스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습니다. 정책적으로 흡연 시설에 과도하게 예
산을 책정할 수가 없으며 다른 중요한 시설이 우선권을 가지고 있다 보니 발생하는 한 계입니다. ‘친환경 공기 정화기’는 초기 투입 대비 지속적인 실효성은 없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만 내부 논의를 통해 시범 설치 운영은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한양』: 흡연구역에 대한 관리(재떨이 청소, 환풍기 필터 교체, 흡연 부스 내부 청소 등) 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나요?
관재팀: 흡연구역은 일반 청소관리 구역으로 공용공간 청소와 마찬가지로 미화원 분들 이 매일 관리해주고 계십니다. 필터 교체는 관리 대상이 아니며 에어컨 등 기기 문제 발생시 수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양』: 캠퍼스 내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상생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 생각 하시는지, 이와 관련해 준비 중인 사안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관재팀: 2단계에 걸친 개선 사업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1단계는 ‘흡연구역 임시 조정’입 니다. 최근 과학기술관에서 발화 원인이 담배꽁초인 화재가 발생했습니다. 이에 흡연구 역과 건물 간의 거리를 띄우라는 소방서의 지적을 반영할 계획입니다. 2단계로는 ‘협의 체 구성’입니다. 교내 구성원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만들고 의견 수렴을 거쳐 흡연구역 에 대한 전반적인 계획안을 수립할 예정입니다. 가장 핵심적인 의제는 ‘흡연구역 위치
선정 기준’입니다. 현재 철거 계획 중인 흡연구역은 사회과학대학 앞, 제2공학관 1층, 신 소재공학관-과학기술관 사이, 한마당, 국제관 앞 등입니다. 대상 구역 조정 조정 위치 국제관 앞 흡연부스 이동 애지문 근처 주차구역으로 이동 사회과학대학 옆 이동 공공정책대학원 앞 벤치 구역으로 이동 제2공학관 1층 주변 폐쇄·통합 기존 3층 흡연구역과 통합 신소재공학관~과학기술관 사이 흡연부스 이동, 분산 노천광장 내로 이동 한마당(88계단 하단) 이동 한마당 자전거 거치대 옆으로 이동 HIT 앞 등나무 폐쇄·통합 HIT 1층 로비 후면 흡연구역과 통합 관재팀은 흡연구역과 관련한 문제점을 인지해 11월 중으로 흡연구역 임시 조정을 선 집행하고 후속 조치를 진행할 예정임을 밝혔다. 간접흡연이 극심한 흡연구역의 조 정은 긍정적이지만, 조정은 곧 다른 구역에서의 설치를 의미하기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 하다. 흡연권은 사생활의 자유를 핵으로 하고 혐연권은 사생활의 자유뿐만 아니라 생 명권에까지 연결되는 것이므로 혐연권이 상위의 기본권이다. 따라서 흡연권은 혐연권 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인정돼야 한다. 이를 고려해 학교는 유동인구가 밀집된 흡 연구역 선정을 피해야 한다. 위치도 중요하지만 흡연구역과 흡연부스 관리 또한 필수 적이다. 냄새를 차단할 수 있는 실내형 부스 설치, 불법 흡연 단속, 계획에만 머물지 않는 구획선 보강 공사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행정팀의 노력보다 우선돼야 하는 것 은 다름아닌 흡연자 개인의 노력이다. 설문조사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흡연구역 운영 에 따른 불편함을 ‘지정구역에서 벗어나 흡연하는 사람들로 인한 간접흡연’으로 꼽았 다. 편의를 위해 흡연부스에서 벗어나 흡연하는 행위는 해당 구역을 암묵적인 흡연실 로 변질되게 한다. 캠퍼스 전체가 금연구역이나, 예외적으로 흡연구역을 설치한 사실 을 알아야 한다. 자신의 선택과 의지에 따른 흡연을 막을 수 없으며, 동시에 비흡연자 들의 건강권은 보장돼야 마땅하다. 결국 흡연자와 비흡연자 모두를 만족시키는 결정 을 내리는 것은 쉽지 않다. 그만큼 구성원의 합의가 필요한 부분임을 고려해 서로에 게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흡연구역 선정 기준 강구와 흡연구역 준수가 필요하다.
▲ 지정흡연구역 임시 조정 계획(출처: 관재팀)
안전한 캠퍼스를 위해서
지난 7월 한 대학 캠퍼스 내 성폭력 피해자 사망 사건이 발생하며 대학 사회의 보 안에 대한 중요성이 제기되었다. 이에 따라 관재팀은 지난 10월 26일 ‘캠퍼스 안전투 어’를 개최함으로써 보안에 대한 학생들의 의문점을 해소하고자 했다. 원장희 관재팀 팀장은 올해부터 ‘KT텔레캅’과 계약해 기존의 인력 중심 경비를 무인화된 경비 인프
라와 병행시켰다고 말했다. 현재 캠퍼스 내 주요 보안 시스템에는 상황실, CCTV, 순찰 등이 있다. 먼저 관재 팀과 캠퍼스 안전팀은 대운동장 지하 2층에 위치한 종합 상황실을 통해 비상 상황에 24시간 대비하고 있다. 비상 상황 발생 시 즉각적인 출동 지원이 이루어진다. 다음으 로 캠퍼스에는 총 2,624개의 CCTV가 설치되어 있으며 관재팀, 방재실, 종합상황실 등에서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그러나 학생들이 자주 드나들고 사고 발생 위 험이 있는 대운동장 통로에는 CCTV가 없다. CCTV의 설치 목적이 교내 사각지대 발
생 방지라는 사실을 고려했을 때 문제가 되는 지점이다. 마지막으로 순찰의 경우 3조
2교대로 활동하는 경비 직원과 외주업체 직원이 총 33명이, 이와 별도로 12명의 주 차관리 요원이 있다. 현재 건물은 2시간, 취약 지역은 30분 단위로 6회의 순찰3)이 이
루어지며 순찰 요원들은 캠퍼스를 6구역4)으로 나눠 담당하고 있다. 순찰은 매번 옥 상부터 지하까지 진행하고, 시스템으로 기록 및 관리되고 있다. 24시간 관리 과정에 서 문제가 발생하면 해당 구역 및 인접 구역 관리자가 출동하고 컨트롤 타워를 가동 해 경비가 이루어진다. 한편, 기숙사 지역은 경비 근무가 2교대 격일제로 운영돼 최 대 근무 시간인 8시간이 초과될 시 심야시간대에 경비가 배치되지 못한다. 즉, 심야 시간에 경비 공백이 생길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한양』은 관재팀과의 질의응답에서 이러한 보안 사각지대에 관해 물었다.
3) 아침, 낮, 저녁, 심야 시간대
4) 1구역: 과학기술관을 토대로 애지문~인문·자연대/2구역: 제1공학관~경제금융대학/3구역: 신소재 공학관~올림픽체육관 후문/4구역: 제1·2·3학생생활관/5구역: 의대 건물 중심/6구역: 학교 사이 취 약·외곽 지역
『한양』: 기숙사의 감시 공백을 어떻게 보완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관재팀: 적절하고 효율적인 인력 운영을 위해 학생생활관과 관재팀의 다른 입장을 조율 중에 있습니다. 근무자마다 지정된 근무 시간을 늘릴 수 없으므로 인력을 늘리는 방법 이 있으나,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한양』: 현재 학생들이 자주 드나드는 대운동장 통로에 CCTV가 설치되지 않은 이유가 궁금합니다. 관재팀: 교내 모든 구역에 CCTV를 설치하기가 어렵지만 최대한 모든 구역을 볼 수 있 도록 노력 중입니다. 현재 설치되지 않은 곳이 있다면, 이미 다른 CCTV를 통해서도 볼 수 있는 구역이거나 종합상황실 측에서 설치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 두지 않은 것 입니다. 필요 구역이라는 판단이 들면 즉각 설치할 예정이며 CCTV 또한 1~2년 내로 620대를 추가 설치할 예정입니다.
『한양』: 대학 보안에 대한 특별한 주의가 촉구되고 있습니다. 안전한 캠퍼스를 위해 가 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관재팀: 학교 차원에서는 세밀한 보안이, 학생 차원에서는 빠른 신고와 범죄 방지를 위 한 인식 제고가 사고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관재팀에서는 진정성을 가지고 임 할 예정입니다. 그러나 면밀한 보안 체계 구축 과정에서 학생들에게 과도하게 통제가 가해질 우려가 있습니다. 예컨대 타대학은 대부분 야간 시간에 출입문을 닫습니다. 이 는 야간 행사나 자율권 침해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안전이 보장되는 선에서 학생증을 이용한 개방을 최우선으로 여깁니다.
관재팀이 뒤늦게 필요 구역이라는 판단이 들 때 설치하는 것은 이미 늦은 시점은 아 닌지 의문이 든다. 답변대로라면 이미 필요한 모든 구역에 CCTV를 설치해야 하지 않 았나. 1~2년 내로 620대 추가 설치할 예정이라는 것은 현재 620곳의 감시 공백이 있 다는 의미인지, 설치할 때까지 경비 공백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명료한 답이 필요하다. 언제나 방심해서는 안 되는 것이 학내 안전이다. 사고가 언제, 어디서 일어 날지 모르는 상황에서 필요성 여부를 따져 보안 사각지대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미리 예방하는 것이 CCTV 설치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계획하고 있다’, ‘살펴보고 있다’ 라 는 말은 쉽게 할 수 있다. 이제는 결과로서도 증명돼야한다. 현재 취약 시간대의 경우 필수화 돼있는 것이 아닌, 보안팀에서 자체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 기준은 무엇인지, 그리고 상황의 유동성을 충분히 고려하고 있는 것인지 검토를 거쳐야 한다. 관재팀은 이와 더불어 학생들에게 위험 발생 시 대처할 수 있는 비상벨, 비상타워, 스마트 상황실을 활용하는 방법을 알릴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러한 신규 장치를 생소하게 여긴다. 교내 샤워실, 여자 화장실, 장애인 화장실, 휴게실에 1,462개 의 비상벨이 설치돼 있다. 또한 교내 12곳의 취약 구역5)에 설치된 비상타워는 비명 인
식 장치와 비상벨 등이 갖춰져 있다. 비상타워 주변에서 큰 소리를 내거나 비상벨을 눌
러 상황실에 위급한 상황을 전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온라인 민원 창구 ‘스마트 상
황실’6)로 8가지의 민원 접수가 가능하다.
5) 사회과학관 앞, 신소재공학관 뒤 공원, 인문관 158계단, 제2생활관 옆 등
6) http://2119.hanyang.ac.kr로 접속 가능하다.
지속가능한 캠퍼스를 위해서
대학 캠퍼스에도 친환경의 바람이 불고 있다. 2021년 에너지 다소비 건물 온실가 스 배출량 순위에서 에너지 다소비 316개 건물 중 한양대학교는 21위를 차지했다. 한 양대학교의 에너지 소비량은 14,337.8toe로, 서울대학교(1위·50,775.8toe), 고려 대학교(15위·18,924.6toe), 연세대학교(16위·18,514.1toe) 다음으로 에너지를 많 이 소비한 대학이었다. 연간 에너지 사용량이 2,000toe가 넘는 경우 에너지 다소비 건물로 본다. 2,000toe는 우리나라 약 3,000가구가 한 해 동안 쓸 수 있는 전력량이 다. 에너지 다소비는 에너지 과소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배출로 이어지기에 경계해야 한다. 구분 사용량(kWh) 단가(원/kWh) 사용요금(백만원)
2020년 48,181,953 108.09 5,208 2021년 49,946,012 104.54 5,221 2022년(예상) 53,246,838 118.92 6,332 한양대학교의 2021년 전기 사용량은 49,946만kWh로 사용요금은 52억에 달한다. 이는 월 평균 300kWh를 사용하는 4인 가족을 기준으로 1만 3천 가구의 전기 사용량 과 맞먹는 규모이다. 2022년에는 사용량의 증가와 더불어 사용 단가의 약 14% 인상 으로 전기요금이 60억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2만 7천명에 달하는 학내 구성원7) 이 1인당 연간 22만원 상당의 전기를 소비하는 꼴이다. 전기요금은 100% 등록금 재 원으로 충당되고 있다. 전체 전기 사용량에서 교육용 시설이 차지하는 비중은 95%, 기숙사는 5%를 차지 한다. 시설팀은 실험실이 많은 공과대학, 의과대학, 자연과학대학 비율이 전체 면적 의 55%를 넘어 타 대학에 비해 에너지 사용량이 많다고 분석했다. 특히 공대 실험실 7) 학생·교수·직원
▲ 한양대학교 서울캠퍼스의 연도별 전기 사용량 및 사용 요금(출처: 시설팀)
은 실험 환경 유지를 위한 냉난방과 수많은 실험 장비 가동에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 고 있다. 신규 연구 프로젝트 및 실험 기자재의 교체, 증설이 에너지 다소비 요인으 로 작용한다. 신소재공학관의 경우 2021년 전기사용량이 600만kWh에 달했다. 구분 사용량(MJ) 단가(원/MJ) 사용요금(백만원)
2020년 3,187,341 635.4 2,025
2021년 3,319,855 677.8 2,250
대한 대책으로 LED 조명 기구 대체, 노후 보일러 교체, 신재생에너지 도입 등을 추
▲ 한양대학교 서울캠퍼스의 연도별 도시가스 사용량 및 사용 요금(출처: 시설팀)
2022년(예상) 3,502,512 1,051.5 3,682 도시가스 사용량 역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양대에서 한 해 동안 사용된 도시가
스는 22억원이며, 올해는 도시가스 요금 단가 약 50% 인상으로 36억원의 비용을 지 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대부분의 학교 건물 56동 중 46동의 냉난방은 중앙공급
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인접해 있는 대학 건물들은 관리의 효율성을 위해 중앙 기 계실에서 주변 건물의 냉방, 급수 등을 공급하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모든 건물의 지하에 기계실을 설치하는 비효율을 줄이고 연구공간을 확보할 수 있 게 되었다. 현재의 방식으로 냉난방 층별 제어는 가능하지만, 개별실 제어가 불가능 해 별도의 제실제어 설치가 필요하다.8) 2013년 이후의 신축 건물을 제외하고 재실제 어 반영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다. 설치에 큰 비용이 따르지만, 학교 측에서는 해당 재원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한편 시설팀은 소규모 건물은 개별 냉난방이 가능하도록 설계하고 있으며 개보수 시 그 건물의 비중을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개별 냉 난방 방식을 취하는 건물은 건축관, 미래교육관, 학생복지관 등이 있다. 한국에너지공단의 2021년도 에너지사용량 통계에
진 중이다. 기숙사의 경우 제5학생생활관은 2017년 에너지효율인증을 취득했으며 제6·7학생생활관은 냉난방의 지열시스템 운영과 태양광 에너지 활용 등으로 에너 지 절약형 친환경 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으로 2012년 대비 2021년 건물 연면적은 15.2% 증가했으나, 에너지사용량은 감소 또는 유지하는 추세이다. 그러나 2022년 공공요금 대폭 인상으로 2021년 대비 약 28억원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기요금 인상을 따라잡기 위해서 정부가 진행하는 에너지 절약 사업에 참여가 필요하 다. 한 예로 환경 및 지속가능성 교양과목 개설, 학생단체 지원, 지속가능한 대학 조 성 노력 등 에너지 절약에 대한 학생 사회의 관심도 촉구할 수 있는 방안인 ‘서울시 그린캠퍼스 지원사업’이 있다. 한양대학교는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사업을 진행했 으며, 2018년 그린캠퍼스 조성 우수사례에 선정되었다. 이후 2019년 그린캠퍼스 사 업에 계획서를 제출하였으나 선정되지 못했으며 2020년 이후는 코로나19로 그린캠 퍼스 활동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어 지원하지 않았다. 그린캠퍼스 활동을 일회성에 그치기보다 꾸준히 추진함으로써 에너지 사용 감소 동기를 부추겨야 할 것이다. 대학의 자발적인 녹색 주도 사업 추진이 어렵다면 타의적인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노력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교육부가 대학을 평가하는 항목에 친환경 사 업을 도입한다면 에너지 절감을 위해 강제적으로라도 노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에너지 절감을 위해서 모든 구성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신재생 에너지 사용 비율 확 대와 같은 정책뿐만 아니라 대학 구성원 개개인들의 생활 습관과 태도 변화가 바탕이 돼야 한다. 학교의 행정 시스템과 교직원, 학생들이 모두 노력하고 협조해야 그린캠 퍼스를 이룰 수 있다.
우리가 매일 지내는 곳 한양대학교 학생들이 매일 시간을 보내는 대학 캠퍼스 속 여러 문제들에 대해 살펴 보았다. 대학교 캠퍼스는 학생들이 학업을 목적으로 생활 공동체를 꾸리는 장소이다. 우리는 입학함과 동시에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 새로운 캠퍼스 환경에 적응하는 과 정을 거치게 된다. 이러한 환경적, 정서적 변화는 학생들의 심리적 안정감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캠퍼스에서의 쾌적하고 안전한 생활 보장은 중요하다. 이와 더불어 대학의 발전을 근시안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온실가스 대량 발생원 중의 하나인 대학이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지속가능 하
도록 현재의 에너지 사용량 감축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이 요구된다. 대학교라는 사회 집단을 구성하는 주체들은 다름 아닌 학생 집단이다. 이러한 주체
들이 쾌적하고 안전한 환경을 누리는 것은 당연한 권리이며 경시되어서 안된다. 수면
위로 떠오르는 사안이 몇 년째 반복된다는 점에서 알 수 있듯 학생들의 불만은 멈추지
않고 있다. 일부는 반복되는 문제에 체념하기에 이르렀다. “한양대학교니까 그렇지.”
라며 익숙함과 무뎌짐으로 일관하는 지경까지 학교가 주먹구구식으로 대처한다면 개
선은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한양대학교 환경을 지키기 위해 학교 관리자 만의 책임이 있지는 않다. 흡연구역 준수와 에너지 사용량 절감은 학내 구성원의 역 지사지 자세와 환경친화적 의식이 동반돼야 한다. 학교의 신속한 대응과 함께 학생들 의 긴밀한 협조가 뒷받침되길 바란다.
전학대회의 끝을 잡고
지난 9월 21일 한양대학교 제3차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이하 전학대회)가 개최됐다. 전학대회는 전체학생총회로부터 의사 결정권을 위임받은 최고 대의기구이다. 전학대 회의 대의원은 총학생회(이하 총학)와 단과대학 정 부학생회장, 학부 학과 전공
정학생회장(이하 학년대표), 동아리연합회 정·부학생회장, 애국한양문학예술학생연 합 의장 등의 학생대표자들로 구성된다. 이들은 다양한 기구와의 협의를 통해 심의 사안에 대한 의사를 결정한다. 특히 이번 전학대회는 3년 만에 대면으로 진행되어 학우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았 다. 하지만 전학대회를 마친 후 대의원들 사이에서 우려 섞인 목소리들이 여럿 등장 했다. 다름 아닌 ‘총학생회칙 제10차 전부개정안(이하 개정안)’ 때문이다. 먼저 총학
생회칙은 총학의 집행기구를 포함한 여러 기구의 지위 및 구성, 소집, 직무 및 권한 등과 선거와 재정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문제가 된 부분은 ‘전학대회의 대의원 제
도 개선’과 ‘총학생회 선거 규정 보완’, ‘총학생회 정·부학생회장 선거 시 개표요건
삭제’ 등의 내용이었다. 해당 내용에서 발의 주체인 총학과 대의원들의 의견이 엇갈 렸다. 『한양』은 총학생회칙이 개정되는 이유는 무엇이고, 이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변 화했는지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개정안 내용 속 여러 쟁점에 대해 알아보고 개정 안을 발의한 총학에 풀리지 않은 의문점들을 질문하려 한다.
개정안, 그래서 왜? 지난 4년간의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체제에서 학생들의 목소리가 한데 모 여 학교 본부에 닿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러나 총학은 그간의 과정들이 학생 사회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계기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구체 적인 방향성 제시와 학우들의 의견 전달의 필요성 속 출범한 총학은 학생사회의 발전 과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총학생회칙 개정안을 발의했다. 총학생회칙 전부개정안에서 밝힌 구체적인 제안 이유와 내용은 무엇일지 하나씩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총학생회원 규정을 폭 넓게 보완·확대하였다. 총학생회원을 정회원과 준회원 으로 구분하고, 총학생회원이 누려야 할 권리를 확대하였고, 준회원이 별도로 신청하면 정회원으로서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하였다. (후략)
기존의 총학생회칙에 따르면 총학생회원은 대학원생과 휴학 상태에 있는 학생을 제외한 한양대 서울캠퍼스 재학생이다. 하지만 개정안에서는 총학이 보호하는 회원 의 자격을 기존 재학생에서 휴학생, 졸업 유예생들까지 확대했다. 이때 재학생은 정 회원, 휴학생과 졸업 유예생은 준회원으로 구분하여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달리 부여 했다. 준회원 또한 소정의 절차를 통해 총학의 사업, 선거권, 공무담임권 등에 있어 동일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했지만 피선거권은 부여하지 않는 것이다. 개정안을 통해 총학생회원이 누릴 수 있었던 기존의 권리와 의무에 청원권, 종교의 자유, 저항 권, 독립성을 준수할 의무 등이 추가되었음도 알 수 있다.
(중략)
단위기구
하였다. (후략) 개정안에 따르면 총학의 구성 기구는 특성별로 의결 집행 독립 단위기구로 구 분된다. 의결기구는 총학 및 각 단과대학 학생회 활동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기구로 전체학생총회, 전체학생총투표, 전학대회가 있다. 집행기구는 총학 정학생회장과 의 결기구의 지시 및 결정 사항에 근거하여 전체사항과 소관 업무를 집행하는 기구로 총 학 정 부학생회장, 중앙비상대책위원회, 중앙집행위원회, 중앙특별위원회가 있다. 독립기구는 총여학생회, 교지편집위원회가 속하며 단위기구는 단과대학, 계열, 학부, 학과 학생회, 동아리연합회, 애국한양문학예술학생연합이 존재한다. 총학은 회칙 개 정을 통해 단위기구의 중복 설치와 권리 훼손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했다. 또한 학교 당국이 집행기구로 하여금 단위기구를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막았다. 더불어
전학대회와 중앙운영위원회(이하 중운위)의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도 포함됐는데, 해 당 내용은 아래에서 더 자세히 살펴보려 한다.
셋째, 총학생회 정·부학생회장 선거와 관련하여 그동안 도출되었던 문제점을 개선 하여 건설적으로 총학생회가 운영될 수 있도록 하였다. (후략)
총학은 총학 정·부학생회장 선거와 관련하여 그동안 도출되었던 문제점을 개선하 고자 했다. 총학은 개정안을 통해 50% 이상의 투표율을 달성해야만 개표를 할 수 있 었던 개표요건을 완전히 폐지했으며 총학생회장 후보 단독 출마가 가능하게끔 규정 을 완화했다.
넷째, 총학생회 운영에 있어 회칙, 세칙, 규칙과 같은 규정의 위계를 신설하였고, 총학생회칙 개정과 관련한 절차와 같은 세부 사항을 규정하였다. 총학생회칙은 총학 운영에 있어 최고의 지위를 가진다. 세칙은 회칙에서, 규칙은 세칙에서 위임하고 시행하기 위한 사항을 정하고자 하는 규정을 의미한다. 총학은 이 러한 회칙, 세칙, 규칙 등의 해석의 원칙과 권한을 규정하여 총학의 집행기구와 단위 기구에서 자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를 없애려 한다. 이외에도 총학은 관례로 남아있던 총학 운영 체계를 법제화하여 학생들의 권익 향상 과 총학 운영의 효율성, 합리성을 담보하기 위해 해당 개정안을 발의하였음을 밝혔다.
총학생회칙의 변신은 유죄?
전학대회에 참석한 대의원들은 개정안에 대해 다양한 반응을 보이며 의견을 개진
했다. 대의원들의 우려를 유발한 개정안 속 내용은 ‘전학대회의 대의원 제도 개선’과
‘총학생회 선거 규정 보완’, ‘총학생회 정 부학생회장 선거 시 개표요건 삭제’였다. 해당 규정들은 학생사회 운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에 알아볼 필요가 있다. 또한 학생기구 중 상당한 지위를 점하는 ‘중앙운영위원회 권한 강화’와 긍정적인 반응을 보 인 ‘중앙비상대책위원회 규정 보완’ 내용에 대해 파악함으로써 총학생회칙의 개정이 학생사회의 진정한 개선으로 가는 길인지 살펴보겠다. 바. 전체학생대표자회의 대의원 제도 개선
1) 전체학생대표자회의 대의원 범위를 기존 학년 정학생회장에서 학부·학과·전공 정학생회장으로 올려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의 의사 진행의 효율성과 합리성을 담보 하고 (후략) (안 제33조 제1항)
2) 학부·학과·전공의 입학정원과 수업연한의 곱이 400명이 넘을 경우, 해당 학부· 학과·전공 대의원을 부학생회장까지 인정하게끔 하여, 대형 과의 대표성에 있어 형 평성을 부여할 수 있도록 조정하였으며, (후략) (안 제33조 제3항 및 제4항) 3) 전체학생대표자회의 대의원 명부를 공개함과 함께 불참 대의원에 대한 제재 규정을 보강함으로써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의 투명한 정보 공개와 회의 진행 문화를 조성 하고 대의원의
설적인 의결기구이다. 전학대회가 전학대회 자체로 활용될 수 있도록 참여 대의원을 축소해 운영을 더욱 용이하게 하고, 중요 안건에 대한 논의를 더 깊이 있게 하기 위함
이라는 것이다. 또한 총학은 400명이 넘는 대의원을 모두 수용할 수 있는 학교시설 이 존재하지 않아 대의원 수 감축이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전학대회에 참석한 일부 대의원들은 대의원 수를 감축시키는 것이 학생들 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개최되는 전학대회의 의미를 퇴색시킨다는 우려를 표했다. 특히 학생들과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이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학년대표의 대의 원 제외에 대해선 여러 비판이 존재했다. 단과대 운영위원회와 중운위를 통해서 학 생회장들의 의견은 충분히 반영되고 있지만, 학년대표들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전학대회에서도 학년대표들의 활발한 발언으로 논의가 진행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개정안에 기재된 전학대회의 지위는 전체학생총회로부터 최고 의사 결 정권을 위임 받은 최고 대의기구이다. 이는 전학대회에 단순 의결기구가 아닌 ‘최고 대의기구’로서의 지위를 부여한 것인데, 대의원의 범위를 축소하는 것이 학생들의 실 질적이고 다양한 목소리를 듣는다는 대의기구의 역할에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 든다. 더불어 전학대회에 불참한 대의원에 대한 제재 규정을 보강함으로써 대의원의 책임 의식을 제고했다. 대의원들은 전학대회에 출석하지 못할 시 사유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때 사유서를 제출하지 않고 무단 불참한 대의원은 사과와 경위를 작성한 게시물을 게재해야 한다. 기존 회칙에 기재된 게시물 열람 범위는 소속 학생들이었지만, 이번 개 정안에선 그 범위를 총학생회원으로 확대하여 제재 규정을 보강하였음을 알 수 있다.
중운위가 가지는 권한은 꽤 크다. 예를 들어 개정안의 제35조 제4항에 따르면 전학대회의 대의원 결석에 관하여 이 조 항에서 규정되지 않은 사항은 중운위에서 따로 의결한다. 전학대회와 중운위는 독립된 기구지만, 전학대회 내 안건을 중운위로 위임해 결정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중운위 의 권한 강화가 총학의 운영에 유연함을 부여하지만, 다른 기구에 비해 의사결정 권한 을 과하게 가지게 되는 것은 아닌지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파.
그동안 선거와 관련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선거 규정을 보 완했다. 총학생회장 후보와 부총학생회장 후보 2인이 1조가 되어야만 출마할 수 있는 조건이 총학생회장 후보 단독 출마가 가능할 수 있게끔 완화됐다. 또 기존에는 최소 50% 이상의 학생회원이 투표해야만 개표할 수 있었던 요건을 완전히 삭제했으며, 기 표란엔 “지지선본 없음”을 추가했다. 개표요건을 삭제하게 되면, 경선의 당선 조건은 이전보다 완화된다고 볼 수 있다. 단선의 경우 전체 유권자의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 조건이 경선에선 사라지 기 때문이다. 또한 지지선본 없음의 투표수가 후보들의 총득표수의 합보다 많다면 선 거가 무산되는데, 현실적으로 지지선본 없음의 투표수가 나머지 투표수의 합을 넘기 기도 쉽지 않다. 따라서 전체 유권자의 3분의 1 이상의 찬성표를 얻어야 하는 단선에 서 당선되는 게 힘들다고 판단될 때, ‘가짜 선본’ 즉 어용 후보를 세워 선거를 시행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상대적으로 준비가 잘되지 않은 선본을 세워 경선을 유도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이번 개정안을 통해 총학생회장 후보 단 독 출마가 가능해지며 단독 후보가 당선되었을 시 총학 부학생회장은 중운위에서 호 선해 이를 겸임하도록 규정됐다. 이 점 역시 선출직이던 부학생회장을 호선하는 방향 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총학은 이러한 우려에 대해 선거를 무산시킬 수 있는 지지선본 없음이라는 선택지 가 어용 후보라는 악용 사례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이미 시행 중인 500인 이상 의 서명이 필요한 추천인 서명제도 역시 충분한 준비가 되지 않은 후보의 출마를 방지 할 수 있음을 밝혔다. 하지만 지지선본 없음의 선택지와 선거 공약을 자세히 들을 수 없는 추천인 서명제도가 진정 실효성이 있을지에 대해 대의원들은 의문을 표했다.
1)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를 ‘중앙비상대책위원회’로 개칭하여 타 단위 비상대책 위원회와의 차별을 두고, 비상대책위원회가 체계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직무 및 권한 규정을 보완함. (안 제3장 제2절 제2관의 제목, 제60조) 2) 중앙비상대책위원회 구성 시 부위원장까지 호선하게끔 하여, 중앙비상대책위원장
부위원장 직제를 신설함. (안 제59조 제1항)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는 타 단위 비대위와 차별을 두기 위해 ‘중앙비상대책위 원회’로 개칭된다. 또 중앙비상대책위원회 구성 시 부위원장까지 호선하게끔 하여 업 무 부담 경감을 시도했다. 개정안에서는 ‘유연함’과 ‘효율성’이 여러 번 등장했다. 총 학은 임기 동안 조직 운영에 있어 유연성의 필요를 실감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유연 성과 효율성을 제고함으로써 긍정적 방향으로 비대위를 이끄는 개정 내용이라고 해 석할 수 있다. 총학생회칙 전부개정안은 출석 인원 277명 중 찬성 144명, 반대 93명, 기권 28명
으로 과반을 넘겨 가결됐다. 하지만 회칙이 급진적이고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대의원의 의견으로 재심의가 요청됐다. 재심의는 찬성 155명, 반대 94명, 기권 17명 으로 재적 인원의 절반을 넘지 못해 부결됐다. 전학대회에서의 안건 통과는 유지됐지만, 다소 급진적이라는 평을 받는 개정안은 학생들 사이 논란으로 남겨졌다. 개정안의 내용뿐만 아니라 전학대회에서 안건이 배 치된 순서 또한 문제가 됐다. 안건을
시선으로부터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한 의문점들에 대해서 총학은 어떠한 입장을 가지고 있을까? 『한양』은 총학생회칙 전부개정안을 제안한 부총학생회장 김태현(이하 김태 현)과의 인터뷰를 진행해 보았다. 『한양』: 총학생회칙을 개정하게 된 이유와 개편 시 중점적으로 고려한 요소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김태현: 비대위 체제와 코로나를 거치며 학생사회에 대한 회의가 생겨났습니다. 이에 학생사회의 방향성에 대한 바로미터로서 총학생회칙 개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개편 과정에서는 ‘총학생회원 범위 확대'와 같이 당장의 실정과 체계에 맞지 않는 규정 들을 보완하고자 노력했습니다. 또한 '선전대'와 '선전탑' 등 규정 속 용어 순화를 중점적 으로 고려했습니다.
▲ 부총학생회장 김태현(사학과 17)과 인터뷰하는 모습
『한양』: 총학생회원의 자격을 기존 재학생에서 휴학생과 졸업 유예생까지 확대했습니
다. 총학생회원 규정 보완의 계기는 무엇인가요?
김태현: 휴학생은 공무담임권이 없어 학생회의 기구직을 맡을 수가 없습니다. 총학생회
칙을 엄격하게 적용할 시에는 학생사회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지는 상황 속에서 여러 학 생기구직을 담당하는 휴학생들이 모두 활동하지 못하게 됩니다. 조금 더 직설적으로 표 현해서 학교로부터 피해를 봤을 때 이들을 보호해 줄 의무도 사라지는 것입니다. 따라 서 총학생회원의 자격을 학부생으로 하고, 이를 정회원과 준회원으로 구분해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달리하는 것으로 총학생회원 규정을 보완했습니다.
『한양』: 전학대회 참석 대의원 수를 대폭 줄인 것에 대해 다양한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
하는 전학대회의 취지와 맞지 않다는 문제가 제기됩니다. 최고 대의기구 권한의 정당
성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김태현: 최고 기구의 정당성은 회칙에서 비롯됩니다. 회칙상에는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전체학생총회가 있습니다. 전체학생총회는 전체 재학생의 10분의 1 이상, 즉 1,500명 이
상이 참석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보니 권한을 넘겨받을 수임기구로서
전학대회가 있는 것입니다.
『한양』: 대의원 축소로 인해 다양한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못할 수 있는 문제를 어
떻게 방지할 수 있을까요?
김태현: 전학대회에 참석하기 전 학과 정학생회장이 직접 의견을 모으고 이를 토대로
자신의 과를 대표할 수 있는 책임성을 강화했다는 차원에서 이 문제는 충분히 해결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 약 400명에서 약 115명으로 대의원의
위 때마다 논의 내용이 달랐습니다. 중운위에서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판단할 수 있는 여지를 줄이고자 회칙에 구체적으로 명시해 제재 규정을 보완했습니다.
『한양』: 중운위의 권한을 강화한다면, 의사결정권이 중운위에 편중되는 것은 아닌지 의 문이 듭니다. 중운위의 권한을 강화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김태현: 권한을 강화했다기보다 중운위가 책임 있게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부분입니 다. 필요했던 권한인데 규정돼있지 않아 애매모호했던 것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면 개정 전 회칙에는 유권해석 규정이 없었기에 개정안에서 관련 자문은 중운위 이상의 의결기 구로 규정해 놓았습니다. 중운위에서 유권해석을 시행했을 경우에는 전학대회에 이를 보고해야 하고 대의원들이 중운위의 결정권을 번복시킬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장치로 중운위의 권한 강화를 견제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양』: ‘지지선본 없음’ 선택지와 추천인 서명 제도가 실효성이 있는지에 대해 다양한 의 견이 존재합니다. 개표요건 장치가 유지돼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입장을 듣고 싶습니다. 김태현: 회칙 개정 TF 입장에서는 기존의 개표요건이 피선거권자의 권리를 훼손하는 것 으로 생각했습니다. 자신이 얻은 투표수를 알지 못한 채 단지 투표율이 50%를 넘지 않 았다는 이유로 선거가 무산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양』: 중앙비상대책위 구성 시 부위원장까지 호선하게끔 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김태현: 비대위 체제에서는 비상대책위원장이 회장, 부회장, 중앙집행위원장의 역할을 모두 해야 하는데, 이는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특히 비상대책위원장은 단 과대 학생회장 중 호선되다 보니 본인 소속 단과대 학생회에 책임을 다하기 힘들었습니 다. 초창기에 비상대책위원장, 부위원장 그리고 비상대책위원 1인 이상을 호선해 최소 3 인 이상이 업무를 분담할 수 있게 하는 규정을 가져왔지만, 혼란이 예상돼 부위원장까 지 호선하게끔 규정을 바꿨습니다. 『한양』: 해당 안건을 전학대회 마지막에 배치해 유리하게 통과시키기 위한 조치가 아니 냐는 비판이 존재했습니다. 이에 대한 의견이 궁금합니다. 김태현: 그전까지의 전학대회를 봤을 때 안건 배치 순서는 원래 이러한 방식이었습니
다. 더불어 전학대회 시작 전 해당 진행 방식에 대한 동의 여부를 묻는 '회순 통과'의 절
차를 진행합니다. 이 과정에서 대의원분들의 이견이 없었기에 처음의 절차 그대로 이행 했습니다. 전례대로 진행했으며 대의원분들께서 요청해주시면 회순을 바꿀 수 있었다 는 것을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개정안을 발의한 부총학생회장은 인터뷰를 통해 당장의 실정에 맞지 않는 규정들
을 전부 보완하려 노력했음을 밝혔다. 전학대회 대의원 축소와 선거 관련 규정 개정 등 총학과 몇몇 학우들의 의견이 엇갈렸지만, 현재 실정에 적합한 총학생회칙을 만들 려는 움직임이었다는 점은 확실하다. 하지만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부분에 있어 모
두의 납득을 위한 설명이 필요하고, 예상되는 문제에 대한 대비책 역시 필요하다. 이
를 위해선 임기의 마무리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총학 HY:phen과 추후에 등장할 총
학의 노력이 필수적이기에 그들의 행보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더 나은 학생사회를 향해 전학대회 속 대의원들의 열띤 논의는 새벽이 되어서야 막을 내렸다. 3년 만에 대면 으로 진행된 전학대회이기에 활발한 의견 공유가 펼쳐지던 회의장의 열기는 식을 줄 몰랐다. 하지만 긴 공백 이후 개최된 회의에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움 역시 크게 느껴 졌다. 전학대회의 취지와 어긋나거나 다소 급진적으로 여겨지는 개정안의 내용에 대 의원들과 총학의 견해차는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또한 개정안은 전학대회의 가장 마 지막 안건으로 상정되어 논의 시간도 충분하지 않았다. 찬성과 반대의 접전 끝에 개정안은 가결됐다. 전학대회와 선거 절차 속 허점과 악 용 사례 같은 대의원들의 우려가 현실화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선 총학의 노력이 필 요하다. 개정된 총학생회칙을 ‘학생사회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바로 미터’라고 언급했듯 학생사회를 올바르게 이끌 총학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총학이 개정안 발의를 통해 이루고자 한 것은 한양대학교 학생사회의 더 나은 미래라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개정 과정에서 학생사회의 주체인 학생들에게 납득 가능한 설명이 부족했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 전학대회 이전 마지막 총학생회칙 개정은 2020년 1월로 약 2년 8개월 전이 다. 게다가 총학생회칙이 논의되는 전학대회 역시 자주 개최되지 않는 회의체이기에 개정 이후 내용을 수정하기는 까다롭다. 이처럼 학생사회에서 중요한 지위를 가지고 가결 이후 오랜 기간 유지되는 사안을 다룰 때는 여러 학생의 충분한 논의와 확실한 의견 수렴이 필수적이다. 따라서 전학대회는 사안에 대해 대의원들이 숙려 시간을 가 지고 학생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할 수 있는 논의의 장이 되어야 한다. 무조건적 수 용과 무조건적 비판이 아닌 다양한 의견이 오고 가는 전학대회가 되길 희망한다.
폐지 위기에 놓인 총여학생회
총여학생회(이하 총여)가 존폐의 기로에 서있다. 총학생회(이하 총학)는 총여의 방
향성을 수립하기 위해 다양한 소통의 장을 마련했다. 지난 8월 18일 총여 방향성에
대한 패널 토론회 개최가 그 시작이었다. 참석한 3명의 패널 모두 현 총여에 대한 부
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9월 5일부터 14일까지는 전체 학우들의 의견을 듣고자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답변자 20명 중 총 65%가 총여 폐지를 찬성했고 이들 중 90%는
총여 대안 기구 신설이 불필요하다고 말했다. 10월 28일에는 심도 있는 논의를 위해
총여 존폐 여부에 관한 공청회를 주최했다. 해당 공청회에서는 총여의 존폐 여부 외
에도 총여의 필요성과 앞으로의 계획 등을 의논했다. 11월에는 하나의 방향성을 수립 하기 위해 총여 폐지에 대한 설문조사가 실시되었다. 총여학생회 회장직은 2014년 <도담> 선거본부(이하 선본) 출범 이후 여전히 공석
이다. 2017년에 <리본> 선본이 출마했으나 투표율이 50%에 미치지 못해 선거가 무
산됐다. 이후로는 입후보자가 없었음에도 현재 재학생 대부분은 총여의 빈자리를 크
게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총여는 학생회비로 운영되는 기구임에도 투표권은
오직 여학생들에게만 있다는 점도 거듭 언급되고 있는 비판지점이다. 과거 <리본>
선본은 성범죄 피해 여학생들의 상담 공간이 마땅치 않음을 이유로 총여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실제로 2017년 당시 연이어 발생한 교내 성범죄로 일각에서는 이를 담당 할 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하지만 과거에 비해 시민의식이 높아졌고 인 권센터, 경찰 등 다양한 기구에서 성범죄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어 총 여의 필요성이 불분명해졌다. 비단 한양대뿐 아니라 여러 학교에서도 총여의 필요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일부 대학들은 총여를 폐지하고 대안기구로 성평등위원회를 설치했다. 실질적으로 운영되던 연세대의 총여마저 지난 2019년에 폐지됐다. 『한양』은 이러한 대학 사회의 흐름에서 본교 총여의 실정을 논의해보려 한다. 이에
1980년대, 여성은 대학 사회에서 소외되었다. 당시 남성 중심 가부장제 탓에 대 학에 진학하는 여성의 수는 비교적 적었다. 통계청의 ‘한국의 사회지표’ 속 성별 평 균 교육년수를 살펴보면 1990년대 여성 교육년수는 8.6년, 남성은 10.6년으로 2년의 차이가 존재했다. 이 차이는 2010년대까지 이어졌고 2015년에 들어서야 1년으로 좁 혀졌다. 초·중등이 의무교육인 국내 교육 체계를 고려했을 때, 이 결과는 고등교육 기관, 즉 2년제와 3년제를 포함한 대학교에 진학한 여성의 수가 적었음을 보여준다. 수적 열세로 인해 대학 사회에서 여성은 상대적 약자에 속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 서 1984년, 서울대와 고려대에서 국내 최초의 총여가 발족되었다. 총여는 여학생들
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당시 만연했던 성범죄에 대처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실제로 이
들 총여는 1993년 서울대 조교 성희롱 사건과 1996년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성추행
사건을 공론화하는 데 기여했다. 그리고 학내 성폭력 반대 운동을 전개해 1997년 성
폭력특별법 제정 및 개정에 앞장섰다. 한양대 총여의 경우 총학 산하 기구로서 1959
년에 설립된 여학생회가 시초이다. 1990년대에는 성폭력 사절 운동 등을 전개했고, 1996년에는 중앙특별위원회로 편입되었다. 2000년대에 접어들어서는 성평등 기구 로서 여성 중심의 활동들을 펼쳤다. 이후 성평등 개념의 확산으로 여성 권리에 대한
인식이 제고되었고 대학에 진학하는 여성의 수가 증가하며 대학 사회에서 여성 소외 가 감소했다. 이러한 사회적 흐름 속에서 총여의 필요성은 잊히기 시작했다. 2014년에 출범했던 한양대의 제22대 총여 <도담>은 여학생 휴게실에 이불, 생리 대 등의 물품을 지원하고 시험 기간에는 24시간 동안 여학생 휴게실을 개방했다. 또 한 의료업체와 제휴를 맺어 여학생들에게 자궁경부암 예방접종을 할인된 가격에 지 원하였다. 자궁경부암이 우리나라 전체
이유로는 첫째, 현재 총여가 시대착오적인 집단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최근 젠더 스펙트럼이 확장되며 제3의 성까지 생겨나는 시대가 도래했다. 이에 여성의 권리만 을 대변한다는 총여의 목적 자체가 사회적 흐름에 역행한다는 지적이다. 둘째, 학우 들의 관심 부족으로 출마 선본 자체가 없거나 낮은 투표율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지 난 2017년 <리본> 선본은 선거에 출마했지만 개표 요건을 넘지 못했다. 5년이 지난 지금, 2023학년도 제23대 총여 선거는 입후보자가 없어 무산되었다. 총여 폐지 여론이 우세한 상황에서 총학은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한 학우들의 의견 을 듣고자 지난 8월 공청회를 개최했다. A와 B 학우는 총여 폐지를, C 학우는 개편 을 주장했다. 우선 A는 경찰과 교내 인권센터 등 성범죄에 대항할 수 있는 수단이 충 분히 마련돼 있으며 성범죄에 대한 시민들의 경각심 또한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B는 총여가 다양한 젠더 스펙트럼을 포괄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C는 총여를 폐지한 일부 대학들은 성평등위원회를 대안기구로 설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본교의 경우 이미 성평등위원회와 유사한 목적을 지향하는 성소수자인권위원회(이하 성소위)가 있기 때 문에 총여 개편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3명의 패널이 한양대 전체 학우를 대변하지는 못하지만 토론회가 주는 시사점은 분명하다. 총여의 존폐 여부에 관해서 통일된 지향점을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공통 적으로 폐지를 주장한 A와 B 학우였지만 각각 추구하는 세부 내용은 달랐다. C 학우 는 개편이라는 독자 노선을 택했다. 소수만이 참여한 패널 토론회에서도 합의점은 도 출되지 못했다. 만약 한양대 전 학생들의 의견을 듣는다면 더 큰 혼란이 예상된다. 그 럼에도 최대한 많은 학우들이 계속해서 관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여학생들에게 만 투표권이 주어지는 총여이지만 총여는 학내기구로서 성별에 관계없이 모든 학우 들이 존폐에 개입할 권리가 있다. 무산된 선거는 무관심을 증명한다. 총여 존재, 폐지 그리고 기권이라는 세 가지 선택지 중 자신의 의견을 정확히 밝혀야 한다.
대안기구 필요성
토론회에서는 이외에도 대안기구의 필요성에 대해서 논의되었다. A는 대학 사회 내 소외된 학우들은 총여가 아닌 본교 인권센터에서 담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B는 새로운 대안기구는 다양한 성을 포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C는 타 대학에서 총여의 대안으로 성평등위원회가 개설된 만큼 한양대 역시 총여와 성소위의 긴밀한 협조가 요구됨을 주장했다. 총여가 처음 설립된 당시의 목적과 당위성은 정당하다. 학내 소수자를 보호해야 한 다는 명제 역시 여전히 타당하다. 그런데 오늘날 총여가 보호하는 여학우 즉, 여성이 학내 소수자에 속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많은 학생들은 아니라고 답한다. 하지만 대상
이 변했을 뿐 여전히 한양대 내에서는 다양한 소수자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본교에는 학내 소수자 권익 보호를 위해 인권센터가 존재한다. 그러나 현재 인권센터의 존재
감이 크지 않다. 심지어 일부 학생들은 인권센터에서 제작한 여러 영상들이 특정 성
별에 편향돼 있다며 반감을 가지고 있다. 또 다른 소수자 보호 기구인 성소위는 계속
해서 인준이 부결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9월 진행된 제3차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
서는 대의원 재적의원 총 291명 중 48%의 찬성률을 기록해 사업 계획과 예산 심의가
부결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성소위 부결 이유를 보완해 학생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기구 설립은 필요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새 기구가 보호할 소수자의 범위와 이에 따른 구체적 방안이 확립되어야 할 것이다. 이에 한양대와 비슷한 상황을 경험 한 타 대학교의 현황을 살펴보았다. 연세대 총여 폐지 논의는 2018년 5월 총여가 일부
중앙대 총여의 경우 2014년에 폐지되고 총학 산하의 성평등위원회로 개편됐다. 이 후 성평등위원회는 여성에 한정하지 않고 대학 내 모든 소수자를 위한 활동을 펼쳐 왔다. 지난 2018년에는 탈코르셋 체험 부스를 운영했는데 한 성평등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이 부스에는 여학생뿐 아니라 남학생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고 한다. 그렇 지만 그는 성평등위원회의 긍정적 활동이 이어지고 있으나 별개로 대표회의로 격상 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학생회관에 부착돼있는 과거 총여의 활동
지금 우리 총여학생회는
패널 토론회와 공청회에 참석한 일반 학우들 이외에도 총여 존재에 대해 우려를 표
하는 이들이 있다. 한양대학교 공공정책대학원 사회복지학과 허수경 교수는 총여가
잔재할 시 발생할 문제점들을 짚어주었다. 그는 모든 학우들의 관심사여야 하는 대학 내 성평등 이슈가 총여의 관할로만 여겨질 수 있음을 경고했다. 또한, 성범죄 피해는
여성뿐 아니라 남성, 성소수자까지 겪을 수 있는 문제이므로 학내 성범죄 피해자 지 원을 총여에게만 맡기기에는 문제가 있다고 전했다. 특히 총여가 성범죄를 담당할 경 우, 피해자를 여성으로만 한정 지어 사건을 바라볼 여지가 있어 객관적인 사건 파악
에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허 교수는 총여의 운영비가 전 학우들의 학생회비로 충당 되는 것 또한 당연한 비판지점이라고 말했다. 총여가 폐지되고 총학 산하의 성평등
부서가 설치되더라도 이미 인권센터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학내 소수자를 향한 여러
차별과 불평등에 대해 얼마나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을지도 고려 지점이다. 또한, 성평등기구의 당위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성소위와 인권센터와는 차별된 설립 기조 를 가져야 한다.
한편, 총학은 여러 소통 창구를 활용하여 총여에 대한 학우들의 의견을 수렴하고자 노력 중이다. 10월에 개최된 공청회도 그 중 하나였다. 그러나 오프라인 참여 인원이 채 10명이 되지 않아 전체 학우의 의견을 듣고자 한다는 공청회 목적이 사실상 무위 로 돌아갔다. 공청회에서 가장 많이 제기된 의문은 총여 존폐에 대한 총학의 결정 시
점이었다. 9월에 진행된 설문조사 역시 총 답변자 수가 20명에 그쳐 설문조사의 실효 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다. 더불어, 20명 남짓한 패널토론회 및 낮은 공청회 참석 률을 보아 전 학우들의 의견 수렴이 언제 그리고 어느 범위까지 이뤄질지 의문이다. 이에 총학은 이번 임기 동안 존폐 여부를
폐지 여부를 결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기반 데이터 로서 사용하기에는 표본 수가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학우들의 적극적인 의견 표명과 더불어 총학 역시 사안 결정의 방향성을 바꿀 필요 가 있어 보인다. 총여는 총학의 산하기구가 아닌 독립기구이다. 총학 내부적으로 총 여에 집중할 시기를 정해두고 그 시점까지 사안이 계류될 경우에는 구체적 대응 방안 을 마련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일각에서는 총학이 원하는 논의 수준에 대한 질문도 제기되고 있다. 다양한 학우들의 의견을 반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총학 내부 에서도 사안 결정 시기 및 방법 등에 대해 구체적이고도 명료한 방침이 필요할 것이 다. 총여 사안 자체는 분명 중요하나 학생 자치 측면에서 이렇게나 많은 시간과 에너 지 소모가 필요한 결정인지 검토해봐야 한다. 총학의 결단이 필요한 시기이다. 지난 공청회에서는 총여 문제를 전담하는 TF팀을 꾸리자는 목소리도 등장했다. 현 재 총학이 총여 방향성에 대한 여러 토론의 장을 주최하고 있어 학생들이 총여 폐지 의 주체를 총학으로 오인하기 쉽다. 또한, 총여의 존폐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전학대 회인데 전학대회의 주체 역시 총학이다. 그러나 총여는 본교 학생 기구이자 독립기구 로서 전 학우들의 개입이 가능하다. 만약 전담 TF팀이 개설된다면 총여 폐지의 주체 가 학생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TF팀이 만들어진다 하더라 도 학생들의 의견 개진이 부족하다면 모두 무용지물화 되어버린다. 현재 설문조사 응 답인원, 공청회 및 패널 토론회 참석 인원 역시 저조한 상황인데 TF팀 지원 학우가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또한, TF팀 인원 모집 역시 총학이 관할할 경우 개설 목적에 어긋난다. 총여에 대한 총학의 방향성 변화와 TF팀 개설보다 중요한 것 은 적극적인 학생들의 목소리이다.
한양인의 이야기 우리는 4년 또는 그 이상의 시간을 대학에서 보낸다. 이 시간 동안 주어지는 여러 목표들을 이루고 나면 다음이 점점 뚜렷해진다. 하지만 그 길을 온전히 믿고 나아가 기는 쉽지 않다. 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단어 하나로 해맑게 대답해버리기엔 늦었 고, 꿈보다 진로라는 단어의 무게감에 더 익숙해진 우리다. 꿈을 가지고 있어도 쏟아 지는 정보 속에서 도리어 길을 잃은 듯한 기분을 느끼기도 한다. 그렇게 뚜렷하던 길 은 흐릿해지기 쉽상이다. 하지만 자신의 미래를 향해 한 발자국씩 나아가는 걸음과 그 안에 담긴 간절함은 누구나 같지 않을까. 꿈에 이제 막 닿은 이들도, 꿈을 이루고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 은 이들도 모두 비슷한 경험을 했을 것이다. 『한양』은 꿈을 이루어가고 있는 한양대학 교 재학생들과 졸업생들을 만나보았다. 작곡과 조인우 학우는 SM Classics의 작 편 곡가가 되었으며, 경영학부 조길환 학우는 1년 6개월 만의 CPA 합격이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조윤경 작사가는 제목만 들어도 누구나 흥얼거릴
수 있는 여러 히트곡의 가사를 썼다.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임순례 감독은 현빈과 황정민 등의 여러 배우들이 함께 한 영화 <교섭> 개봉을 앞두고 있다. 분야는 조금씩
다르지만, 한양인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는 이들이 꿈과 삶을 대하는 태도는 어떠 했을까. 그들의 발자국을 따라가 보았다.
한 발 내딛기 하나의 직업을 갖게 되기까지는 다양한 과정이 있다.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니 어 느새 업이 되는 경우도 있고, 자신과 맞는 직무를 찾아 여러 경험을 해보거나 시험을 보기도 한다. 『한양』은 서로 다른 방법으로 막 꿈에 발을 들인 한양대학교의 두 학생 을 만나보았다. 조인우 학우(작곡과 18)는 음악을 하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적부터 피아노를 치고 편곡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음악을 통해 다른 이에게도 행복을 전하고 자 한양대학교 작곡과에 입학한 조인우 학우는 K-POP과 클래식이라는 신선한 조합 으로 화제가 된 레드벨벳의 <Feel My Rhythm>과 에스파의 <Black Mamba> 오케 스트라 버전 편곡에 참여했다. 지난 8월부터는 SM Classics와 전속 계약을 맺고 소 속 작 편곡가로서 활동 중이다. 조인우 학우와의 인터뷰와 <Feel My Rhythm> 오케스트라 버전 음원 커버
『한양』: SM Classics와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었나요?
조인우: 군악단에서 만났던 동생의 제안으로 <Feel My Rhythm> 오케스트라 버전 편곡에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감사하게도 여러 시안 중 저희가 제출한 곡이 최종적으로 선정되
었고 공개 이후 대중들의 반응 또한 좋았기에 SM Classics와 계약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한양』: 편곡은 어떻게 진행되었나요?
조인우: 클래식이라는 장르에서 공동 작업은 흔하지 않은데요. SM Classics와 작업한 곡들은 모두 공동 편곡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학교의 팀플과 비슷해요. 각자 파트를 나눠 작업한 뒤 합치는 과정을 가집니다. 다행히 음악적 취향과 작업 방식이 잘 맞는 파트너를 만나 서로의 장점을 바탕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었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어요. 『한양』: 음악 작업 중 자신만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조인우: 함께 작업하는 친구를 통해 알게 되었는데요, 제가 도전적인 시도를 자주 하는
편이더라고요. 저의 직관을 믿고 음악을 만들다보니 사람들에게 저의 음악이 신선하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또 저는 아름다운 것을 좋아합니다. 멜로디를 예쁘게 만드는 것
을 좋아하고 음악을 통해 비주얼적인 무언가가 떠오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한양』: 편곡 작업 중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나요?
조인우: 강렬한 비트가 반복되는 K-POP 아이돌의 음악은 클래식으로 단순하게 옮기면
뻔하거나 유치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재창작이라고 생각하며 작업에 임했어요. 또 다양한 악기와 극적인 변화가 있는 오케스트라의 장점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뚜렷한 색 깔을 지니고 있는 악기들을 잘 조합해 음악이지만 머릿속에 어떤 스토리가 떠오를 수 있도록요.
『한양』: 오케스트라 버전의 음악 공개 이후 어떤 반응이 가장 기억에 남았나요?
조인우: K-POP과 클래식의 팬 연령대는 보통 상반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곡 발표 이후
K-POP 팬들은 클래식에, 클래식 팬들은 K-POP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는 반응이 많더 라고요. 서로 다른 두 분야를 접목시킨 프로젝트였다는 점에서 의미있었던 것 같아요. 또 가깝게 지내는 사촌 누나가 음악을 통해 영감을 받은 것은 처음이라며 장문의 메시 지를 보내준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한양』: 음악 작업에 도움을 준 학교 수업이 있나요?
조인우: 작곡가로서 노트북이나 오선지 앞에서만 악기 소리를 상상하다보니 괴리감을 느낄 때가 종종 있었는데요. ‘연주매체특강’에서 프로 연주자분들이 다양한 악기의 기 법을 시연해주시거나 학생들이 쓴 짧은 곡을 직접 연주해주셔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또 이번 학기에는 교양으로 ‘대중문화와 법’을 수강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쭉 활동할 문 화예술계의 창작자로서 여러 고민을 하게 해주는 수업인 것 같습니다. 『한양』: 작·편곡가로서 새롭게 도전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조인우: 국악기를 다양한 음악 장르에 활용해보고 싶어요. 특히 동서양의 음악은 만났 을 때 어우러지기 어려운데요. 관련된 지식을 더욱 쌓아 두 장르의 결합을 성공적으로 이루어보고 싶은 목표가 있습니다. 마침 한국의 문화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으니 그 기조에도 맞지 않을까요? 하하. 『한양』: 꿈에 한 발짝씩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하는 학우들에게 응원 부탁드립니다. 조인우: 각자 정한 목표가 무엇이든 한 걸음 내딛고 있으면 그걸로 충분한 것 같습니다. 생각한 대로 길이 보이지 않아도 앞으로 가고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 것이고, 그렇 게 걸어온 삶의 발자국들이 어떤 기회가 되어 찾아올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잖아요. 저 는 고민하는 것조차도 움직임이며 꿈을 이루는 데 소중한 밑거름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한양대학교 학우분들의 수많은 길 끝에 행복이 있기를 응원하겠습니다. 조인우 학우는 이야기가 있는 음악을 만들 수 있는 자신의 힘을 가지고 앞으로도 계속 나아가고 싶다고 전했다. 조인우 학우처럼
▲
한편, 조길환 학우(경영학부 18)는 2022년 CPA(공인회계사 자격증) 시험을 1년 6개 월만에 수석으로 합격했다. CPA 시험은 보통 3년 이상의 수험 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이 소식은 많은 학생들에게 귀감이 되었다. 조길환 학우는 경영학부의 회계와 재무 강 의를 듣다 보니 자연스레 흥미를 느끼고 시험 응시를 결심했다고 한다. 『한양』: 본격적으로 수험 생활을 시작하기 전 어떻게 계획을 세웠나요? 조길환: 시작할 때 갈피를 잘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저도 처음 알아볼 때는 모르 는 용어들이 즐비해 애를 많이 먹었어요. 가장 좋았던 방법은 합격생들의 수기를 읽어보 는 것이었습니다. 수기를 읽어보고 실제로 강의를 듣다 보니 서서히 감이 잡혔습니다. 『한양』: 학우님의 수험 생활은 어떠했나요? 조길환:
가졌습니다.
『한양』: 수험생활 중 가장 도움이 되었던 활동은 무엇인가요?
조길환: 고시반에서의 스터디가 도움이 되었습니다. 1차 시험 스터디를 통해 실제 시험
처럼 문제를 풀며 감을 익히고 긴장감을 갖는 시간을 주기적으로 가질 수 있었어요. 2차 시험 스터디는 1차 합격자들이 함께하다 보니 과목에 대한 여러 시각을 볼 수 있었어요. 또 미래의 회계사들과 친분을 쌓을 수 있었다는 점 역시 큰 메리트였던 것 같아요. 『한양』: 한양대학교 고시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조길환: 저는 한양대학교 고시반에 만족합니다. 작년부터 행정팀에 고시반 전담 직원이 들어오셔서 운영 측면도 이전보다 좋아졌다고 해요. 아, 기숙사와 밥은 개선이 필요합 니다. 고시반 내에서 우스갯소리로 ‘학교가 빨리 합격해서 기숙사에서 나가라고 이러는 것이다. 어서 탈출하자.’는 이야기를 많이들 합니다. 『한양』: 가장 자신 있는 과목을 어떤 방식으로 공부했는지 궁금합니다. 조길환: 재무회계에 가장 자신이 있었고 실제로 모의고사에서 늘 좋은 성적을 받았어 요. 보통 재무회계 강의에서는 문제 풀이 틀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저는 개념 위 주로 강의를 수강하고 그 틀을 직접 만들었습니다. ‘이 주제가 보이면 어떤 것을 미리 체크해두자.’라는 식으로 문제 푸는 법을 구상해둔 거죠.
『한양』: 반면 가장 자신 없던 과목은 무엇이고, 어떻게 보강했나요?
조길환: 1차에서는 상법과 일반 경영학이었습니다. 자신이 없다기보다는 정말 하기 싫었던 과목이었어요. 민법에 대한 지식 없이 상법을 공부해야 했고, 개인적으로 ‘깡
암기’를 싫어하는 편이라 힘들었습니다. 2차에서는 회계 감사가 가장 어려웠습니다. 암기가 핵심이고 시험 유예제도를 활용하여 집중해서 응시한 분들이 많아 가장 불안
했습니다. 그래도 수험 기간을 늘리지 말자는 마음으로 포기하지 않았고, 노력한 만큼 결 과가 나왔기 때문에 시험 이후에는 뿌듯했어요.
『한양』: 어떤 학생에게 CPA가 잘 맞을까요?
조길환: CPA 시험은 발을 한 번 담그면 빼기 어려워요. 자신의 성향과 흥미 여부를 먼
저 살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꼼꼼하고 실수를 용납하지 않으며 인내심이 강한 학
우들의 적성에 잘 맞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학교나 인터넷 강의를 통해 시험 과목
에 대해 알아보시길 추천해 드립니다. 잘하든 못하든 ‘힘들어도 이 정도는 흥미롭게 할 수 있겠다.’는 마음이 있어야 수험 기간을 평탄하게 보내실 수 있을 겁니다.
『한양』: 수험 생활 중인 학우들에게 응원 부탁드립니다. 조길환: 요즘 도서관이나 경영관 라운지에서 계산기를 들고 다니며 공부하시는 분들이 자주 보이더라고요. 오래 공부해야 하는 시험은 탄탄함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무리하 지 않고 쭉 유지할 수 있는 루틴을 만들어야 기복 없이 평탄하게 갈 수 있는 거죠. 가지 고 계신 목표가 명확하다면 초심을 잃지 말고 이어 나가시길 바랍니다. 조길환 학우는 CPA를 노력한 만큼 나오는 시험이라고 설명한다. 기복 없이 평탄 한 수험 생활의 중요성을 강조한 조길환 학우는 일주일 중 정해진 하루는 꼭 쉼을 가 지며
이미이미 눈앞에 아른아른 대는 것 마법 소녀부터 우주인까지, 어린 날의 장래 희망은 수시로 바뀌곤 한다. 고등학교 를 재학하던 중 좋아하는 가수의 소속사에 우편물을 보내며 데뷔한 조윤경 작사가 (국어국문학 03)가 그러했다. 조윤경 작사가는 샤이니의 <Sherlock 셜록 (Clue + Note)>, 엑소의 <CALL ME BABY>, 레드벨벳의 <러시안룰렛> 등을 작사한 스타 작사가이다. 작사가라는 꿈의 계기를 묻는 말에 하나의 꿈을 선명하게 꾸며 성장한 드라마틱한 경험은 없었다고 답한 조윤경 작사가. 그녀는 장래 희망 칸에 늘 무언가를 적긴 했지만, 현실적인 방향성은 입시에 그쳤던 평범한 학생이었다고 자신을 소개한다. 『한양』: 고등학생 때부터 작사가로 활동하셨습니다. 작사가는 어떤 직업인가요? 조윤경: 작사가는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함께하는 K-POP 안에서 상상력과 경험을 토대 로 가사라는 하나의 부품을 만들어냅니다. “연예인 누구랑 제일 친해?”라는 질문을 자주 받습니다만 작사가도 일반 대중과 비슷해요. 보통 집에서 작업을 하고, 잘 때 빼고는 계 속 일해야 하는 퇴근 없는 삶을 살고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짝반짝 빛나는 멋진 직업임에는 반박의 여지가 없네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수익도 제법 괜찮습니다.
▲ 조윤경 작사가와 조윤경 작사가의 책 <너의 세상으로>
『한양』: 작사는 어떤 과정으로 진행되나요?
조윤경: 엔터사에서 곡 작업 의뢰를 주시면 데모를 받아 정해진 기한 안에 가사를 작성
합니다. 의뢰부터 세부 수정, 후반 작업까지 대부분 온라인 메신저나 메일을 통해 이루
어져요. 소재와 상상력은 되도록 일상생활에서 찾으려고 노력합니다. 공감대를 기반으
로 한 소재들이 대중에게도 가장 편안한 소재이기 때문이에요.
『한양』: 작사가라는 직업을 유지해주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조윤경: 대개 무언가를 좋아하면 그걸 잘하고 싶어지잖아요? 저는 K-POP을 굉장히 좋
아해요. 좋아해서 잘하고 싶고 잘하기 위해서는 열심히 해야 하는 것뿐이에요. 사실 작 사가로서 입지를 다지려면 꽤 긴 시간이 필요한데, 그때 기댈 것은 덕심 말고는 없어요. 당장 원하는 만큼의 수익이 나지 않고 내가 낸 작품이 수없이 부정당하는 이 논리적으 로 맞지 않는 일을 계속하려면 역시 무논리로 맞서는 수밖에 없거든요. ‘됐고! 그냥 좋 다고!’ 하는 기분으로요.
『한양』: 좋아하는 일이
한양대학교에서의 경험이 현재 작업에 영향을 끼치기도 하나요?
조윤경: 사실 엔터 업계의 실무는 학교 수업이 아닌 현장에 뛰어들어서 배워야 하는 것
이 맞지만, ‘한양대학교’라는 브랜드의 졸업장은 취업 시 유의미합니다. 일하는 동안 실 제로 동문 선배님들을 만나기도 해요. 한 곡의 작사가로 이름을 올리기 위해서는 동일한 데모곡으로 제출된 수백 개의 가 사와의 경쟁이 필수적이다. 이 과정 속 조윤경 작사가는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지만, 사람들에게 위로와 힘이 되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한다. 가사가 사람 들에게 직접적으로 가 닿는 만큼 긍정적인 의미를 향해 나아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고 조윤경 작사가는 말한다. 『한양』: 공들여 쓴 가사가 거절당할 때, 좌절하지 않는 작사가님만의 방법이 있나요? 조윤경: 좌절하지 말라고 다그치는 것도 정서적 폭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좌절 좀 해 도 된다고 생각해요. 중요한 건 다시 일어서는 거예요. 저만의 방법은 볼 때마다 새로운 최애의 직캠을 보거나 배달 앱을 켜서 끌리는 메뉴를 시켜 먹고, 강아지와 산책을 하거 나 취향의 넷플릭스를 정주행하는 거예요. 교집합은 일단 ‘좋아하는 것’입니다. 좌절과 자기 연민에 취해 가까이 가면 안 돼요. 좋아하는 걸 하면서 좌절감의 맥을 재빨리 끊 고 몇 발쯤 뒤로 물러나면 그 대상이 자연스레 작아 보일 겁니다.
『한양』: 우리 주변에는 비교의 대상이 참 많고 그로 인해 위축되기도 합니다. 그 사이에 서 어떻게 나만의 것을 지켜낼 수 있을까요?
조윤경: 미디어 업계에서 ‘나만의 것을 지킨다’는 말은 성립이 안 됩니다. 기술이나 물 건이 아니기에 정의하고 멈춰두면 오히려 잎이 마르고 떨어져요. 그러니 지키기보다는 끊임없이 발전시켜야 합니다. 물론 자기만의 정체성을 늘 코어에 가지고 있어야겠죠. 요리로 예를 들자면 나의 정체성은 주재료예요. 주재료를 갖고 어떤 요리를 할지는 우 리의 선택입니다. 이것저것 많이 먹어보고 다른 부재료와 조리법을 응용하며 새로운 요 리를 탄생시키다 보면 나를 지킬 수 있습니다. ‘나의 것’은 언제나 변화해야 하는 것이 맞고, 지켜야 하는 것은 ‘나’예요. 나를 사랑해 주세요.
때문에
영화 제작과 배급 시스템 특성상 여성이 감독으로서 입지를 다지는 것은 쉽 지 않다. 그럼에도 한양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임순례 감독(영어영문학 81)은 <와이키키 브라더스>,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리틀 포레스트> 등 여러 작품의 흥 행에 성공하며 감독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또한 같은 업계의 여성 노동자 권리 를 위해 힘쓰고 있으며 동물권보호단체 카라의 대표를 역임 중이다. 『한양』: 영화감독이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임순례: 70~80년대에 대세였던 오락적인 기능이 강한 홍콩 영화들을 보면서는 즐거웠 지만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프랑스 예술 영화를 보고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했습니다. 주제를 깊게 다루고 있기 때문에 영화를 보 고 나서도 여운이
『한양』: 영화감독이라는 직업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임순례: 영화감독은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는 내적으로 섬세하고 예
민한 면이 있어야 해요. 동시에 투자를 유치하거나 스태프와 배우를 이끌 수 있는 외적
인 카리스마도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힘들지만, 굉장히 매력적입니다. 반면 단점은 너
무나도 불확실하다는 거예요. 나의 작품을 만들 기회가 늘 보장되지 않습니다. 진짜 영
화를 사랑하지 않는 이상 버티기 힘든 직업이죠.
『한양』: 감독님에게 영화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나요?
임순례: 살다가 문득문득 고마워지는, 나의 삶을 의미 있게 해주는 도구 같습니다. 내
영화를 통해 좋은 시간을 가지고 위로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보람을 느껴요. 영
화가 아니었다면 지금처럼 의미 있는 삶을 살진 않았을 것 같아요.
『한양』: 감독님 인생의 명장면이 궁금합니다.
임순례: 명장면은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영화에는 스틸컷이 있잖아요. 파리 골목에
는 조그맣고 오래된 예술 영화관들이 많이 있거든요. 유학 시절, 처음 보는 골목의 영화 관에서 전철이 끊길 때까지 영화를 보다가 파리의 밤길을 걸어 집으로 돌아가던 순간 이 제 인생의 스틸컷 같아요. 외국에서 생활을 한다는 건 나를 옥죄는 것이 없다는 것 을 의미해요. 매일 영화를 볼 수 있던 그때가 가장 자유롭고 행복했던 것 같아요.
『한양』: 유학을 떠났을 때 두려움은 없으셨나요?
임순례: 제 선택이기 때문에 실패하더라도 감수하자고 생각했어요. 자기 자신이 선택 하고 결정한 것에 대해서 자신이 온전히 책임을 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리저리 계산 기를 두드려보기보다는 자기 분석이 끝난 뒤에는 확신과 함께 실패에 대한 책임감까지 가지려는 태도가 필요해요. 『한양』: 한양대에서의 추억도 공유해주세요. 임순례: 인문대 계단..? 하하. 1교시 시작 5분 전, 158 계단을 급히 올랐던 기억이 나네요. 먼저 올라갔던 친구가 대리 출석을 해줬어요. 그리고 인문대 잔디밭이 기억에 남습니다.
캠퍼스의 낭만은 사라지고 건물들이 비좁게 붙어있는 것 같아 아쉬워요.
▲ 임순례 감독의 대표작들
일본의 동명 영화를 바탕으로 한 임순례 감독의 <리틀 포레스트>는 많은 이들에게 위로를 건네며 인기를 끌었다. 무언가를 찾아 서울로 떠난 <리틀 포레스트>의 주인 공 혜원은 어딘가 실패했다는 기분을 느낀다. 취업, 연애 등 뭐 하나 뜻대로 되는 일 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녀에게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먹은 유통기한 지난 차가운 도시락은 허기를 채우기는 커녕 공허함을 불러왔을 것이다. 결국 시골로 돌아 간 혜원은 배가 고파 돌아왔다고 말한다. 시골에서 혜원은 농사를 하고, 직접 기른 농작물들로 아카시아 튀김이나 밤조림 등 의 요리를 하며 편안한 일상을 보낸다. 그럼에도 그녀 곁의 친구는 “넌 뭘 그렇게 어 렵게 사냐?”나 “그렇게 바쁘게 산다고 문제가 해결이 돼?”같은 질문들을 던진다. 『한양』: <리틀 포레스트>에서 주인공 혜원은 배가 고파 시골로 돌아왔다고 말합니다. 우리 세대의 허기는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요? 그리고 그 허기를 어떻게 채울 수 있을까요? 임순례: 요즘 친구들을 보면 자신만의 삶의 방식과 취향이 확고한 듯해요. 영리하고 똑 똑하죠. 그러나 그것들을 지탱해주는 연결고리가 없는 것 같아요. 홀로 잘 살고 즐기는 것도 멋있지만, 신뢰감이 있는 관계나 공동체에 속해 있으면 좋겠어요. 종종 SNS를 들 여다보면 모두 행복해 보이지만, 다들 검열의 순간과 우울을 겪잖아요. 그럴 때 받쳐줄 수 있는 공동체가 필요합니다. 다른 사람과 함께 가는 것이 느릴지라도 여러분이 오래 갈 수 있는 기반을 주리라 생각합니다. 『한양』: 기존의 틀과 맞지 않아 방황하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감독님은 어떻게 헤쳐 나 가셨나요? 임순례: 저는 만들어진 틀을 싫어하는 사람 중 하나였고 입시만을 중요시하는 분위기에 반감
을 가져 자퇴를 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요즘에는 틀에 억지로 맞출 필요가 없는 것 같아요. 자 신의 감각을 따르는 게 오히려 맞는 것 같아요. 혼자 공부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자퇴했던
저는 이후 만화나 소설책을 읽으며 놀았어요. 하하. 그 시간이 누군가가 보기에는 그저 시간 낭
비일 수 있겠지만, 이 경험으로 사회의 아웃사이더들에게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당시 읽었던 책들과 만화들, 정리한 정서들이 영화를 만드는데 좋은 자양분이 된 거죠.
『한양』: 영화계에서 일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임순례: 연극영화과 졸업생들이 진출할 수 있는 방향이 다양해짐에 따라 빨리 일할 수 있 는 방법을 찾는 경향이 강해졌다고 들었어요. 반면, 영화는 배우는 동안 인내가 필요해요. 하지만 영화는 매체 중 가장 기본이 되는 것으로 사람들에게 크고 깊은 영향력을 줄 수 있 어요. 당장의 호흡도 중요하지만 학교에서 이론을 공부한 뒤 현장에서의 연출을 경험해보 고, 감독 곁에서 본인을 숙성시키는 과정을 가져보세요. 요즘은 숙성의 시간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숙성의 시간을 거쳐 좋은 영화를 만드는 친구들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한양』: 뚜렷한 목표가 없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으신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임순례: 직업은 삶의 중요한 근간이죠. 경제적인 측면을 떠나 자신이 어떤 일을 하면서
사는지가 인생에 있어 중요한 요소예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자 기 분석이 중요합니다. 친구의 길 또는 가족의 기대는 모두 필요 없습니다. 자기 자신은 스스로가 제일 잘 알기 때문에 깊은 고민 후 원하는 대로 선택을 내리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직업을 수행하기 위한 숙성 기간을 잘 보내길 바랍니다. 임순례 감독은 대학 졸업을 앞두고 대기업 입사와 대학원, 그리고 영화라는 세 가 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었다고
강조했던 자기 분석과 확신, 그리고 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은 우리가 가는 길 을 보다 단단하게 만들어주지 않을까.
틀림없이 앞으로 어느새 한 해가 끝나가고 있다. 언젠가 돌아볼 2022년은 누구에게나 특별하지 않 을까. 많은 학우들이 2년 만에 재개된 대학생활과 다양한 일상으로 의미 있는 1년을 보냈을 것이다. 『한양』이 만나본 두 학우처럼 그동안 들였던 노력의 성과를 거둔 이들 도 있었을 테고, 이제 막 취업전선에 뛰어들거나 학교 생활에 적응하며 여러 경험을 쌓은 학우도, 휴식을 통해 자신에 대해 알아간 학우들도 있었을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해변의 카프카>에는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즉 네 선택이 나 노력이 헛수고로 끝나도록 운명 지어져 있다 하더라도, 그래도 너는 조금도 어김 없는 너인 거고, 너 이외의 아무도 아닌 거야. 너는 너로서 틀림없이 앞으로 전진하 고 있어.’라는 구절이 있다. 일 년의 시간이 어떻게 흘렀든 자신을 잃지 않고 틀림없 이 앞으로 전진한 모든 이들의 발자국에 박수를 보낸다. 『한양』이 전한 한양인의 이야기가 그저 먼 너머의 일로만 여겨지는 것이 아닌, 목 표를 찾기 위해 고민하고 나아가기 위한 용기와 이정표가 되었기를 바란다. 네 명의 한양인은 모두 끝으로 학우들에게 따뜻한 응원을 전했다. 『한양』도 이들과 함께 응원 을 보태본다. 당신이 손에 쥔 희미한 빛이 꺼질락 말락 한 것이 아닌, 이제 막 피어나 고 있는 불꽃이기를.
반려동물과의 슬기로운 생활
법은 동물을 생각하는가
과거에는 곁에 두고 함께하는 동물을 애완(愛玩)동물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2007년 동물보호법 개정 이후 반려(伴侶)동물이라는 단어의 사용이 확대되었다. 동물이 장난 감이 아닌 더불어 사는 가족이라는 여러 동물 단체의 주장이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최근 반려동물의 범위는 늘어났다. 개와 고양이만을 반려동물로 보는 것이 기존 의 시각이었다면 햄스터·기니피그·새·파충류 등 기를 수 있는 동물이라면 모두 반려동물이라는 새로운 기준이 주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 (이하 농식품부)의 발표에 따르면 전국 638만 가구가 860만 마리의 반려동물을 키우 는 것으로 나타났다.1) 반려인이 늘어나며 TV와 유튜브를 비롯한 여러 매체 속 동물을 다루는 콘텐츠가 늘고 있고, 반려동물 산업까지도 성장하며 이를 가리키는 ‘펫코노미
(Petconomy)’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정도다. 그리고 펫 적금이나 동물보험 등의 금융
상품까지 등장해 이에서도 반려동물에 대한 높아진 관심을 알 수 있다. 그와 동시에 동
물권과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동물권은 동물의 생명이 존중받고 고
통받지 않을 권리를 의미한다. 또한 세계동물보건기구(WOAH)가 정의한 동물복지는
동물이 건강하고 안락하며 좋은 영양 및 안전한 상황에서 본래의 습성을 표현할 수 있 으며, 고통 두려움 괴롭힘 등의 상태를 겪지 않는 것을 말한다. 한편 늘어나는 반려동물과 함께 그들을 둘러싼 여러 사회적 갈등 또한 발생하고 있 다. 동물 유기와 학대, 반려동물로 인한 이웃 간의 갈등, 개물림 사고 등이 그 예다. 이제는 인간과 동물이 함께 살아갈 방법을 모색해야 할 시기다. 우리는 진정 동물과 반려할 준비가 되어 있을까. 「한양」은 반려동물을 다루는 우리 법의 시각은 어떠한지, 반려동물 보유세 및 등록제 등의 행정적 제도는 어떤 상황인지 점검해본다. 그리고 반려동물과 공존하기 위해 필요한 우리의 노력은 무엇이 있을지 살펴보고자 한다.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은 민법상 ‘물건’에 속한다. 민법이 사람의 권리만을 규정하 는 법이기에 사람 외에는 모두 물건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이는 동물의 법적 지위 가 비생물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의미한다. 다행히 최근 들어 동물을 바라보는 판례 의 태도는 변화했다. 법원은 기존의 판례와 다르게 반려동물의 생명력을 인정하고 있 다. 동물병원의 의료행위상 과실로 발생한 반려견 ‘보리’ 사건이 대표적인 판례다. ‘보 리’ 사건 판결의 핵심은 법원이 동물권을 인정해 보호자인 원고의 손을 든 것이다. 이 판결에서 재판부는 사람을 진료하는 의료인에게 적용되는 법리를 수의사에게도 유추 하여 적용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러한 판단의 배경에는 수년간 사람과 교감한 반려견은 '사물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는 의료법 판례가 있었다. 이 의료법 판례에 따 라 원고가 증명해야 하는 주장에 대한 증명책임을 완화해야 한다는 관점을 반영해 원 고 승소 판결을 했다. 이러한 법원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반려동물의 민법상 법적 지 위는 여전하다. 이는 동물보호법, 수의사법 등의 동물 관련 법에서도 동물이 물건으 로 규정된 것과도 이어진다. 예컨대 반려동물도 재산권 범위에 속해 법원의 강제집행 이 가능하다. 만약 강제집행 대상에서 제외하려면 동산을 압류할 수 있도록 하는 민 사집행법 개정이 필요하다. 종합해보면 동물을 물건이 아닌 하나의 생명체로써 다룰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반려동물의 법적 지위가 물건에 해당함에 따라 일부 법 조항은 국민의 법 감정과 어긋나있다.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 사망 시, 임의로 집 앞마당이나 뒷산 같은 곳에 매장하거나 화장하게 되면 폐기물관리법 제65조에 따라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일반적으로 죽은 반려동물은 생활폐기물로 취급돼 일반 종 량제 봉투에 버려서 폐기해야 한다. 동물병원에서 처리하는 방법도 있긴 하지만 그마 저도 의료폐기물로 취급돼 다른 폐기물들과 함께 처리된다. 마지막으로는 동물장묘 업으로 등록된 업체의 동물 화장장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허가된 업체의 수가 많지 않아 이 방법 또한 쉽지 않은 것이 현 실정이다. 농식품부의 자료에 따르면
1) 「2020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 2021.04, 농림축산식품부
올해 전국에 위치한 동물 장묘 시설은 62개2)밖에 되지 않는다. 특히 서울이나 대전,
제주 등의 곳에는 동물 장묘 시설이 전무한 상황이다. 이 지역들에서는 동물 장묘 시
설을 이용하려면 먼 지역까지 이동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2021년 기준 반려동물
화장률은 8%에 그친다. 반려동물 화장률이 낮은 원인에는 적은 수의 시설뿐만 아니
라 장묘 시설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 동물 장묘 시설은 환경 오염 물질을 배출하는 혐
오시설로 인식되고 있다. 이에 건설 예정지 주민들의 반발이 심해 동물 화장장이나
장례시설 건설에 난항이 예상된다. 반면 이웃 나라 일본은 반려동물 장례문화가 확산
되어 있다. 일본은 반려동물 장례문화가 90여 년 전부터 이어졌고 이를 기반으로 반
려동물 공동묘지가 곳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학대받는 동물을 위해서도 동물의 법적 지위가 개선될 필요성이 있다. 먼저 동물
이 소유주의 사적 소유권에 해당하기에 만약 학대받는 동물을 소유주의 동의 없이 구 제한다 해도 이는 사적 재산권 침해에 해당해 구제한 사람에게 처벌이 내려진다. 또 한 동물 학대 행위에 대해서 동물을 소유한 주체에 따라 법이 다르게 적용된다. 타인 의 반려동물에게 해를 가할 경우 동물학대죄와 재물손괴죄가 적용되며 해당 동물의 가격에 준해 처벌 수준이 결정된다. 반면 자신의 반려동물에 해를 가할 경우 동물학
대죄만이 적용되어 처벌된다. 그리고 상습적으로 반려동물을 학대하는 소유주로부터
동물을 떼어놓을 수도 없다. 동물은 물건이고 재산이기 때문에 소유자가 어떻게 하든 간섭할 수 없다는 논리다. 그마저도 실질적인 처벌 수위는 낮다. 2017년과 2021년 의 자료를 비교했을 때, 동물보호법 위반 검거율은 459명에서 936명으로 늘었다. 반 면 같은 기간 경찰 송치율은 64.3%에서 60.0%로 감소했고, 법원의 징역 금고 선고 는 2.0%에서 4.7%로 소폭 증가했으나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법원의 양형위원회3) 는 법정형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이유로 동물학대죄를 범죄군에 포함하지 않았다. 문 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동물보호법상
특성의 범죄를 묶어 범죄군을 정하여 범죄군별로 양형기준을 설정한다.
지가 들어있는 가방을 안내판에 강하게 내리치고 발로 차는 등의 행위를 반복한 사건
이 벌어졌다. 학대를 당한 강아지는 남성과 분리돼 수원시청의 협력병원에 입원했지 만 4일 만에 자신을 학대한 주인에게 돌아갔다. 이처럼 동물학대 행위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강화하고, 학대자가 다음에도 동물을 양육하지 못하도록 법제화해야 동물권 의 확대와 동물 학대를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는 동물의 물(物)적 성격을 삭제하고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제98조의2 1항)’라 는 조항을 핵심으로 한 민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그러나 개정 안에 ‘특별한 법률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물건에 대한 규정을 준용하도록 한다’는 조항도 포함되어 큰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개정안에 이러한 규정을 포함한 이유는 동물보호법, 수의사법과 같은 기존 법질서와의 충돌을 막기 위함이다. 이는 개정안 이 입법된다면 동물의 물적 성격이 포함된 기존 법질서를 전면 수정해야 하기 때문이 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개정했음에도 그 의미가 무색해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 하고 동물복지 향상과 동물권에 대한 논의의 기초를 다져가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개 정 입법 시도 자체는 높게 평가할 만하다. 진정한 개정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서는 앞 으로의 입법과정에서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고 법으로 규정한 해외의 사례를 반영 해 동물의 생명력을 법에 명시해야 한다. 유럽 일부 국가들에서는 동물을 ‘감응력이 있는 존재’로 규정했다. 감응력이 있는 존재는 주변 환경을 느끼고 지각할 수 있으며 즐거움과 괴로움 같은 긍정적, 부정적 상태를 모두 경험할 수 있는 존재를 의미한다. 동물을 감응력이 있는 존재로 규정한 점은 단순히 물건이 아니라는 관점에서 벗어나 동물의 생명력을 인정했다는 의미를 가진다. 또한 동물의 법적 지위를 수정하는 민법 개정안 외에도 입법을 통해 도입을 검토해 봐야 할 제도들도 있다. 반려동물 입양 전 반려인에 대한 교육을 의무화하는 것, 반 려동물 양육 자격 여부를 심사하는 절차 도입도 검토해봐야 한다. 이처럼 반려동물의 법적 지위는 시작 단계에 머물러 있어 모두의 꾸준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반려동물 보유세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동물은 감각이 있는 생명체다. 동물은 이를 보호하는 법률의 유보 아
프랑스
래 재산법 규정의 적용을 받는다. 네덜란드
1.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2. 사물에 관한 조항은 법령과 불문법의 규칙 및 공공질서, 공공도덕에 기초한 제한, 의무 및 법적 원칙을 적절히 준수하면서 동물에 적용 된다. 스페인
동물은 감응력을 지닌 살아있는 존재다. 재물과 물건에 적용되는 조항
은 동물의 본성 그리고 동물보호를 위한 조항과 양립할 수 있을 때만 적용된다.
▲ 해외 국가들의 민법상 동물의 법적 지위
반려동물의 법적 상황을 살펴봤다면, 행정 제도를 살펴봐야 한다. 정부는 매년 유 기되는 동물의 수가 10만 마리가 넘자 임기 내 2024년까지 보유세 정책 도입을 추진 하겠다고 밝혔다.4) 반려동물 보유세는 반려동물의 수에 비례하여 반려인에게 보유세 나 부담금을 부여하는 제도다. 반려동물 보유세의 도입 목적은 반려인에게 책임을 가 중하고 동물보호와 복지에 활용할 재원을 마련하는 것에 있다. 궁극적으로는 반려동 물 관련 사건 사고 예방 및 조치를 통해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 형성을 목표로 한다. 반려동물 보유세의 최초는 1796년 영국의 ‘견세(犬稅)’다. 영국의 견세는 유기견, 광 견병, 사람을 공격하는 개 등의 문제가 대두됨에 따라 견주에 대한 징벌적 차원에서 도입되었다. 그러던 1987년 영국 정부는 반려동물 보유세 폐지를 결정했다. 그 배경 에는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 몰래 동물을 키우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최 근 영국 정부는 반려인의 증가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늘어나자 반려동물 보유세 재도 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 관련 여론조사에서 찬성이 55%5) 정도로 우세이긴 하나 반 대 여론 또한 적지 않다. 그러나 동물복지 향상 및 유기동물 감소, 관리라는 보유세 의 목적을 고려했을 때 도입되는 방향을 긍정적으로 검토해봐야 한다. 동물 보호와 동물 복지 향상을 위한 업무가 지방자치단체에 부담되어 있어 업무 시 비용도 지방자 치단체가 지불하고 있다. 연간 10만 원 수준의 보유세의 도입으로 지방자치단체의 동 물 관리 업무에 재원이 안정적으로 확보될 것으로 예상된다. 확보된 재원은 동물 예 방접종 지원, 반려동물 보건소와 반려동물 병원 및 보험 등과 같이 동물복지 향상을 위한 여러 분야에 사용될 예정이다. 또한 보유세로 징수한 금액을 동물보호소, 교육 장 등의 시설의 설치·운영, 안락사 및 배설물 처리 비용, 더 나아가 진료비 지원 등 에 사용하도록 그 목적을 정해 놓는 목적세의 형태로 과세한다면 납세 의무자에게도 충분한 공감을 얻을 수 있다.
4) 「반려동물 관리 방안 국민의견조사」, 2022.08, 농식품부-국민권익위원회 공동조사
5) 「동물권 보호 관련 국민인식 조사」, 2022.08, 서울신문-공공의창 공동조사
물론 보유세 도입과정에서 해결되어야 하는 지점들도 존재한다. 보유세로 인한 금
전적 부담으로 동물을 유기하는 경우가 증가할 가능성도 있다. 그리고 보유세가 반
려견에만 치중되어 있고 반려묘 등 기타 동물에는 과세하지 않는 부분이 있어 형평성
논란도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보유세 도입이 경제적 빈곤층이 반려동물을 사실상 키
우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또한 시각장애인 안내견에 대한 과세가 이뤄질지, 반려인의 도덕적 해이와 무책임한 행동에 대한 억제 효과를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여전하다. 이러한 우려점들을 신중히 보완해야 소기의 목적 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반려동물 보유세를 도입한 국가들의 사례를 참고해 정책을 설정하는 것도 검 토해야 한다. 독일,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등에서 반려동물 보유세를 도입했는데, 그 중 반려동물의 천국이라 불리는 독일에서는 반려동물 보유세를 국세가 아닌 지방세 로 부과하고 있다. 따라서 세액이 지방자치단체의 업무 처리 비용으로 즉각 투입된 다. 주마다 세액은 다르지만 통상 반려견 1마리당 100유로(13만 4,000원) 정도다. 생 활보장대상자 등 경제적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보유세를 면제하고, 시각장애인 안내 견 등도 부과 대상에서 제외한다. 독일 정부는 세금으로 길에 방치된 반려견 배설물
을 치우는 청소비용이나 동물보호시설 운영 비용 등으로 사용한다. 또한 모든 반려인
에게 ‘반려견 책임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하게 하는 제도도 있다. 개물림 사고 및 사
유재산 손상, 파괴로 인한 손해배상은 모두 책임보험을 통해 이루어진다. 독일에서
반려견이 상점과 공공시설 그리고 대중교통 수단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것도 의 무훈련 규정의 영향도 있다. 그렇지만 의무손해보험을 통해 사람을 물거나 시설을 훼 손하더라도 손쉽게 전액 보상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 전 현행 반려동물 등록제도 살펴봐야 한다. 보유세를 걷기 위해서는 반려동물의 수를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려동물 등록제는 2014년 1월부 터 시행되었다. 동물 보호와 유기, 유실 방지 목적으로 도입되었는데, 주택·준주택 또는 이외의 장소에서 반려의 목적으로 기르는 2개월령 이상의 반려견을 대상으로 하 며 가까운 시청이나 구청, 군청과 같은 지방자치단체나 동물등록 대행기관6)에서 등록 해야 한다. 위반 시 견주에게 최대 100만 원(1차 20만 원, 2차 40만 원, 3차 이상 60 6) 동물병원, 동물보호단체, 동물보호센터 등
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2021년 기준 반려견 양육가구 중 69.3%가 등록을 완료 했다. 동물을 보호자 이름으로 등록한 후 동물을 잃어버리거나 기르는 곳에서 나가는 등의 일이 발생했을 때 해당 동물을 손쉽게 찾을 수 있게 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물론 반려동물 등록제의 허점 또한 없지 않다. 등록은 동물의 목덜미에 쌀알 크기 의 내장형 RFID 칩(마이크로칩)을 삽입하거나 RFID 칩이 삽입된 목걸이를 부착하는 외장형 인식표를 통해 이루어진다. 만약 동물을 유기하고자 외장형 인식표를 제거한 다면 사실상 동물의 주인을 알기 어렵다는 문제가 존재한다. 또한 실질적으로 단속하 기 어렵다는 점도 있다. 반려견 보유 가구를 전수조사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재는 추정치에 의해 반려동물 가구를 추산하고 있다. 이에 동물이 사망하거나 반 려인이 이사하는 등 동물의 양육 환경에 변화가 생겼을 때 신고해야 하지만 반려인의 신고가 없다면 행정기관이 이를 파악할 방법은 없다. 정부에서는 이러한 문제 상황 을 인식하여 매년 자진 신고 기간을 운영하고 있다. 등록하지 않을 경우 100만 원 이 하, 변경 신고를 하지 않을 경우 5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렇지만 2019 년에 조사된 경상남도 반려동물 가구 실태조사에서는 동물등록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54.9%와 실제 동물등록을 했다는 가구는 44.9%에 그치는 등 동물 등록에 대한 인식 이 부족하다는 것이 나타났다. 반려동물 보유세를 도입하려면 등록제부터 꼼꼼히 정 비하는 것이 우선 과제다.
펫티켓을 지켜주세요
동물과 발맞추기
지금까지 반려동물의 법적 지위와 행정적 상황을 확인했다면, 우리 모두의 과제가
남아있다. 동물 학대나 유기가 반려인으로부터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 만큼 반려인들
에게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갈 준비가 제대로 되어있는지 반려인 자신에게 되물어볼
시기다. 반려동물과 함께하기로 선택했다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또한 반려동물로
인한 타인의 피해에 대한 법적·도덕적 책임감을 지녀야 한다. “사람에게는 동물을
다스릴 권한이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생명체를 지킬 의무가 있다”라는 제인 구달의
말처럼 반려인에게는 반려동물을 책임질 의무가 있다. 반려동물 또한 생명인 만큼 반
려인에게는 올바르게 양육하고 훈련하며, 그들에게 적합한 환경을 제공하여야 하는
의무가 있다. 반려동물과 함께하기 위해서는 반려동물에 대한 정보 획득을 위한 노력도 담보돼
야 한다. 동물 학대, 동물 유기, 개물림 사고 등의 사회적 문제는 반려동물에 대한 무
지에서 기인한다. 우리는 반려동물과 오랫동안 함께 해왔지만, 반려동물에 대해 잘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답하기는 쉽지 않다. 반려동물이 어떤 습성을 지녔는지, 어떤 것을 선호하고 선호하지 않는지에 대한 기초적인 정보조차 모르는 것이다. 예를 들
어 2021년에 공격성이 강한 맹견 로트와일러에게 입마개를 씌우지 않아 스피츠를 물 어 죽게 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반려동물을 위한 의류와 장난감, 유모차, 그루 밍 도구 같은 일종의 사치품 소비는 증가했으나 안전을 위한 입마개나 특수 목줄, 배 변 처리 도구 등은 그에 따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반려인이 반려동 물에 대해 기초적인 정보를 학습하는 것도 당연하지만, 비(非)반려인들도 반려동물에 대한 기초적인 정보를 알아야 반려동물 문화가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예로 노란 리본을 한 강아지를 만지거나 먹이를 주려는 행위를
할 예절인 펫티켓(Petiquette)7)에 대한 사회적인 교육과 홍보가 필요하다. 7) 반려동물을 뜻하는 펫(pet)과 예절을 뜻하는 에티켓(etiquette)의 합성어
동물복지를 주장한 호주의 철학자 피터 싱어(Peter Singer)는 자신의 저서인 <동 물 해방>에서 동물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그는 공리주의적 관점에서 출발해 동물을 다루는 인간의 태도가 그동안 잘못된 부분이 있었음을 지적했다. 이러한 시각에서 다 른 종의 이익보다 자신이 속한 종의 이익을 더 선호하는 행동이 종 차별주의에 지나 지 않는다고 비판하며 종 차별주의에서 비롯된 편견·관행에서 벗어나 동물 해방에 이르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인간과 동물을 구별하는 여러 특징이 단순히 정도의 차이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싱어는 동물에게도 쾌고감수능력, 즉 쾌락 과 고통을 모두 느낄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봤다. 그 점에서 동물도 그들의 이익에 대해 평등하게 고려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주장한 바는 인간과 동물 모두가 동 등한 처우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곧 동물을 존중하여 그들의 이익과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선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싱어의 동물해방론은 인간의 동물에 대 한 지배와 착취 그리고 인간중심적인 사고에 대해 돌아볼 기회를 제공한다.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에 의하면 인간과 동물은 본능적으로 서로에게 끌린다고 한다. 반려동물과의 상호작용은 우리의 사회적 욕구를 만족시켜주고, 인간과 반려동 물은 끊임없이 영감을 주고받으며 문학과 예술의 발전에 영향을 끼쳤다. 반려동물이 우리에게 주는 이점이 많았던 만큼 동물을 존중하고 보호하며 그들의 권리를 지켜주 는 것을 통해 동물과의 상생을 위한 기반을 다져야 한다. 동물의 생명을 존중하는 행 위는 동물의 지위를 인정해주는 것과 동시에 인간에 대한 존중으로 이어진다. 소유의 대상으로 취급되었던 동물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면서 동물의 지위에 대한 관심이 늘 어난 만큼 단순히 관심에서만 그칠 것이 아닌 이제는 행동으로 나서야 할 때다.
보장의 좋은 선례임을 주장하기도 한다. 이처럼 현재 PC는 과도함과 적절함 사이 모호한 경계에 서 있다. PC가 위치해야 할 곳은 어디일까. PC란 Political Correctness의 줄임말로서 정치적 올바름을 의미한다. 달리기 시합 을 한다고 가정해보자. 일반적인 경기에서는 직선의 출발선을 긋고 신호탄 소리에 맞 춰 동시에 출발한다. 하지만 PC는 정치적 세계에서의 시합은 달라야 한다고 주장한
다. 노인, 어린이, 장애인, 남성, 여성 등의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이 동일한 출발선에 서 경기를 시작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다. 모두가 평등해지기 위해서는 나이 에 따른 체력 감소, 성별 간 신체적 차이, 휠체어 사용, 출신 배경 등 여러 요소가 고 려되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사회적 약자를 차별하는 언행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주장 역시 PC의 일종이다. 우리 사회에는 관습적으로 사용되는 차별적 단어들이 존재한다. 살색, 여류작가, 절름발이 등이 그 예시이다. PC주의자들은 이 단어들을 각각 살구색, 작가, 지체장 애인으로 대체해야 함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사회는 PC와 과도한 PC주의자들의 불분명한 경계로
PC주의 백과사전 PC는 고대 그리스에 기원을 둔다. 고대 그리스는 실질적 평등을 구현하는 정치적 분별력을 ‘프로네시스(phronesis)’라고 일컬었다. 프로네시스는 윤리적이고도 실천적 인 정신을 추구한다. 프로네시스의 실질적 평등에 대한 요구는 끊임없이 이어졌고 현 대에 이르러 PC라는 개념으로 재구성되었다. 실제로 PC는 미국의 민권운동 역사의 한 축을 차지했다. 1960년대엔 소수자 집단들이 실질적 평등을 주장하며 PC를 외치 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일상에서 문제의식 없이 사용되던 단어들이 PC라는 새로운 기준으로 재평가되었다. 1980년대에 들어서는 PC가 교육이나 정책 입안에 영향을 끼 치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여성 할당제, 장애인 의무 고용제 등 소수자 우대 정책이 만 들어졌다. 그러나 PC운동은 1990년대에 이르러 위기를 맞는다. 이 시기에 PC는 정치 적 올바름에 대한 지향성과 직접 목소리를 내어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는 실천 적 행동성을 상실하고야 말았다. 소수자의 실질적 평등을 강조하며 등장했던 PC가 역 설적으로 진보 엘리트들의 전유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간이 흐르며 비판 의 대상이었던 이들과 PC주의자들의 생활 수준이 완전히 바뀌었다. 사회의 주류로서 다양한 이점을 획득한다고 비난 받았던 백인 노동자들의 생활은 점점 어려워져 갔다. 반면, 사회적 제도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움을 추구했던 소수자 집단 히피가 그 자 리를 대신하여 호화로운 생활을 이어나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했다. 백인 노동 자들은 히피들이 PC를 무기 삼아 그들의 행동을 과도하게 검열해 역차별 당했다고 주 장한다. PC의 역사는 고대 그리스로 거슬러 오를 만큼 유구한 전통을 가지지만, 시대 의 변화에 따라 각 국가와 사회마다 주장하는 올바름의 기준은 달라졌다. PC는 여전 히 과도함과 적절함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다. 차별적 언행을 지양한다는 PC는 다양한 언어 교체 사례에 영향을 미쳤다. 대표적 으로 PC주의자들은 젠더 스펙트럼의 확장에 따라 남녀평등을 양성평등, 더 나아가 성 평등으로의 수정을 요구한다. PC주의자들은 언어가 사고를 결정한다고 생각하기 때 문이다. 이는 사피어 워프 가설에 기반을 둔다. 사피어 워프 가설이란 평소 사용 언어 가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을 결정한다고 주장한다.
강화했 다는 것이다. 이처럼 언어는 단순 의사소통 도구를 넘어 사회를 바라보는 이해관계와 문화 학습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결국 미국사회에서 ‘Nigger’는 금기어가 되었다.
과유불급
디즈니는 자체 OTT 서비스 ‘디즈니 플러스’를 준비하며 PC적 관점으로 작품들을 검토했다. 이 과정에서 ‘인어공주’ 속 마녀의 피부를 어둡게 표현한 것이 인종 차별의 소지가 있으며 ‘피터팬’ 속 애꾸눈의 후크 선장은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강화할 수 있 다는 분석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디즈니 내부에서조차 PC주의가 오히려 창의성 을 억압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게다가 흑인 인어공주의 연인인 왕자는 백인 배우가 캐스팅되며 또 다시 대중의 불만을 자아냈다. 디즈니가 모든 인물들에 세심하게 PC를 적용시키지 못했다는 것이다. 흑인 공주가 우러러보는 대상이 백인이 라는 것은 과거 인종차별의 역사가 잘못된 방식으로 구현될 가능성을 암시하기도 한 다. 무엇보다 인어공주 배역에 흑인을 캐스팅했다는 점은 관객에게 억지로 평등 사상 을 주입시키는 과도한 PC주의라는 거센 비판이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러한 디즈니의 파격적 행보가 PC의 목적에 부합한다는 의견 도 존재한다. 지난 10월 28일, 영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의 주연 배우 레티티 아 라이트는 앞선 1편보다 아프리카계 문화가 마블 세계관에서 비중이 커지며 문화적 으로 큰 영향을 발휘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여성들 사이 교감과 연대가 두드러진 다며 디즈니의 PC적 행보를 지지함을 간접적으로 덧붙였다. 다음의 사례는 과도한 PC주의의 부작용을 더욱 방증한다. 지난 2018년 8월 미 국 오리건 대학교에서는 학생회 간부들이 교내의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주 니어 목사의 동상을 철거하자는 캠페인을 벌였다. 그들은 그의 유명 연설 ‘I have a dream'의 "언젠가 나의 네 아이가 피부색으로 차별 받지 않는 나라에 살기를 바란 다."는 대목을 문제로 삼았다. 목사의 연설이 성별을 비롯한 다양성을 충분히 포함하 지 못했다는 것이다. 성·종교 차별 등 다른 문제도 많은데 왜 인종차별 문제만 다뤘 냐는 것이다. 위 사례는 다양성이라는 키워드에만 초점을 맞춰 시대의 흐름을 모조리 무시해버리는
인식의 괴리를 깨닫지 못하고 극소수의 관심에 집중하면 결국엔 다수로부터 영 향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PC주의를 주도하는 사람의 수가 적은 것이 곧 그 것을 지지하고 동의하는 이들 또한 많지 않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고 평등한 사회를 지향한다는 PC의 목적에 비해 실제로 이것에
위해
채
양날의 PC PC의 정확한 개념과 과도한 PC주의의 경계가 불분명해지며 많은 대중은 PC에 등을 돌리고 있다. 국내 다수의 커뮤니티 내에서도 반PC주의적 성향이 두드러지고 있는 것 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PC의 긍정적 영향은 분명 실재한다. 자폐증을 가진 아이를 ‘autistic’에서 ‘children with autism’이라고 부르는 것도 장애보다는 사람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PC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그렇지만 대중이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모든 단어들의 의도를 추정하고 언어의 직관성을 포기하고 추상적 단어로 교체하며 무 리한 시정을 요구한다면 열렬한 지지를 얻기 쉽지 않다. 한국의 PC 개념 도입 시기는 1990년대로 추정된다. 유입 과정에서 정치적 올바름 이라는 단어가 매우 추상적이며 기준 또한 상대적이므로 개인에 따라 PC의 용인 범 위가 달랐다. 예를 들어 남의 집 부엌일을 담당했던 여성들을 파출부에서 가사도우미 라고 불러야 한다는 자연스러운 주장에도 그것은 차별이 아니라며 상대적 잣대를 들 이미는 이들이 존재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현대까지 이어져 남들에게 과도 한 PC를 요구하는 이들을 ‘PC충’이라 부르며 폄하하기도 한다. 이는 벌레를 의미하 는 ‘충’이라는 접미사를 붙여 극심한 PC주의자들을 혐오대상으로 설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앞선 사례와 같이 여성의 권리 신장이라는 사회적 흐름에 따른 단어 수정 또 한 극단적 영역으로 치부하며 PC개념 자체를 잘못 인식하는 사람들의 수가 많아지고 있다. 당연한 시정 요구임에도 여성의 권리만을 옹호한다고 생각하여 그러한 운동이 불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적 흐름의 원인으로는 자신의 정치적 올 바름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일부 PC주의자들의 태도가 지적된다. 정치적 올바름을 추 구한다는 PC의 본질은 왜곡되고 자기과시의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 앞서 미국의 오 리건 대학교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최근 국내에서도 PC를 무조건적으로 지향하 며 타인의 생각 따윈 고려하지 않겠다는 극단적 PC주의자들의
과도한 PC는 비판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PC에 대한 분 분한 갑론을박이 벌어지기 전, PC의 정확한 본질을 꿰뚫는 논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대중은 PC의 양면을 모두 인지해야 한다. 미국의 오리건 대학교 학생회 사례와 같
이 절대적으로 잘못된 주장도 있는 반면,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는 PC 또한 있 기 마련이다. 실제로 10월 26일, 디즈니는 살집이 있고 통통한 발레리나를 주인공으 로 내세운 단편영화 ‘리플렉트’의 예고편을 공개했다. 주인공은 발레리나는 모두 말라 야 한다는 편견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내면을 단단히 하고 사람들의 시선이라는 두려 움에서 벗어난다. 사회의 틀에 본인을 맞추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려 하는 그녀는 많은 대중에게 희망을 선사했다. 이전 사례들과 달리 아직 대중의 입장 이 합의되지 않은 사안이 존재하기도 한다. 디즈니의 흑인 인어공주는 개봉을 1년도
모든 인간은 인종, 성별 등을 이유로 타인을 차별하거나 차별 받아서는 안 된다. 이 자명한 진리를 현대적 개념으로 재해석한 것이 PC이다. 고대 그리스의 프로네시 스가 입증하듯 PC는 시대와 국가를 불문하고 존재했다. 특히 자국에 국한되지 않고 모두가 자유롭게 세계를 탐방하는 오늘날 평등은 21세기 지구촌 사회가 추구해야 할 최우선 가치이다. 그러나 그 지향성이 과도해진다면 분명 부작용을 초래한다. 과도함과 적절함 사이에서 PC의 타협점을 찾는 일은 분명 쉽지 않다. 단지 익숙 하지 않음을 근거로 디즈니의 행보를 다양성 보장이 아닌 과도한 PC로 해석하는 이 들도 있는 반면, 절대적으로 틀린 요구를 주창하는 집단도 있기 마련이다. 이처럼 개 인 또는 국가에 내재된 가치관이 저마다 다르므로 PC의 용인 범위를 규정하기란 쉽 지 않다. 디즈니의 흑인 인어공주는 백인 인어공주에 익숙한 우리나라의 경우 받아들 이기 어려울 수 있지만, 전체 인구의 대부분이 흑인으로 이루어진 아프리카 대륙에서 나고 자란 이들에겐 자연스러운 모습일 수도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점은 PC는 타인에게 강요할 수 있는 개념이 아니라는 것이 다. 본인의 의견을 표출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가 보장된 현대사회에서 문제가 되지 않 는다. 그렇지만 그것을 남에게 강제하려 하고 가르치려 들면 안 된다. 자유는 타인의 자유를 침범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실현될 수 있다. ‘다름’은 비난의 이유가 되지 못하 므로 각자의 주장을 인정하고 이해하려 노력해야 한다. 우리는 과도함과 적절함 사이, 그 경계선 어딘가에 위치해 있는 PC의 용인 범위를 협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 유로운 논박을 거치며 타인의 입장을 수용하려는 사회적 분위기 형성이 우선시 되어 야 할 것이다. 정치적 올바름을 추구하고, 차별적 언행을 금지하며 평등한 사회를 지 향한다는 PC의 목적은 공동체 구성원이 가져야 할 필수적 자질이기 때문이다.
파리
내놓았다. 이러한 시도의 일환으로 2014년, 영국
단체인 클라이밋 그룹1)은 CDP2)와의 협업으로 RE100을 발족했다. Renewable Energy 100%의 약자인 RE100은 2050년까지 기업 에서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자는 글로벌 캠페인이다. 지난 9월에는 삼성전자가 RE100 가입을 선언하며 RE100에 대한 국내 관심도가 크게 상승했다. 삼성전자 외에도 SK와 LG 등의 국내 여러 기업이 RE100 이행을 위 해 여러 방면에서 노력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통부) 또한 2021년부터 한 국형 RE100을 도입하여 탄소 중립을 향해 가는 추세이다. 『한양』은 전 세계 기후 변 화에 대응하기 위해 시작된 RE100의 가입 조건 및 이행 방법과 RE100을 달성한 기 업들의 사례를 다룬다. 그리고 우리나라 RE100 이행의 현주소를 점검해 봄으로써 앞 으로 화석연료의 사용으로 인한 이상 기후 현상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하는
RE100 톺아보기 2022년 11월까지 RE100에 가입한 기업 수는 380여 개에 달하며 대표적으로는 구 글, 애플, 스타벅스 등이 있다. 글로벌 RE100은 가입부터 이행 및 유지에 이르는 일 련의 과정이 모두 자율적으로 시행되지만 가입 문턱은 굉장히 높다. 연간 0.1TWh 이 상의 전력을 소비하는 기업 혹은 미국 포춘지 선정 1,000대 기업이어야 가입이 가능 하다. 또한 가입 기업은 매년 RE100의 최소 충족 기준 및 계획 이행에 대한 점검을 받아야 하며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100%를 달성해야 한다. 그렇다면 기 업들이 까다로운 가입 및 유지 조건을 충족하면서까지 RE100 달성을 위해 많은 투자 와 노력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글로벌 대기업들의 RE100 가입 및 이행은 각국 정부와 소비자들이 다량의 온실가 스를 배출하는 기업들에 책임을 묻기 시작한 것에서 출발했다. 유럽과 미국의 경우 탄소 국경세(CBAM)로 자국 기업의 탄소 배출을 규제하고, 수입되는 상품의 생산 과 정에서 많은 양의 탄소를 배출한 상품에 탄소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제품 생 산 시 다량의 탄소를 배출한 기업은 막대한 세금을 부담해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된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노력하는 기업은 이러한 탄소 배출 규제의 부담에서 벗어나게 된다. 그리고 대중들에게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게 되며 ESG3) 경영이 강조되는 현재 흐름 속에서 가치가 더 높게 평가된다. 다수의 RE100 가입 기업은 하청 기업에도 글로벌 RE100 기준 충족을 요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애플은 스마트폰 배터리 부품 납품 업체에 RE100 기준 충족을 요구 한다. 우리나라 산통부는 글로벌 RE100 가입 대상이 아닌 기업도 동참할 수 있도록 K-RE100(한국형 RE100)을 시행하고
공급 인증서) 전력 거래 체결(PPA) 자체 건설
녹색 프리미엄 REC(신재생에너지 공급 인증서) 전력 거래 체결 자체 건설 재생에너지 사업지분 참여 이행 보고 연1회 CDP에 재생에너지 사용 실적 보고 K-RE100 관리시스템에 실적 등록 ▲ 글로벌 RE100과 K-RE100 비교
글로벌 RE100과 K-RE100에서 공통적으로 시행하는 녹색 프리미엄은 화석 연료 를 이용해 생산한 전력의 비용에 재생에너지를 통해 생산된 전력과의 차액을 추가로 지불하고 전력을 구매하는 방법이다. REC는 재생에너지 생산기업으로부터 전력을 구매해서 RE100 이행을 인정받는 형태다. 즉, 재생에너지 발전사가 공급인증서를 기 업에 판매하면 해당 기업이 그만큼의 재생에너지를 생산한 것으로 인정받게 되는 시 스템이다. 그리고 전력 거래 체결을 통한 RE100 이행은 재생에너지 발전사와 기업의 직접 계약을 통해 재생에너지를 구입하는 방식이다. 녹색 프리미엄과 같이 화석 연료의 사용을 일부 인정하는 RE100은 이상 기후 대응 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다. 하지만 무탄소 배출4)이라는 큰 목표를 달성하기 위 한 과정의 첫걸음이라는 의미가 있다. RE100 이행 과정에서 재생에너지 분야의 투자 가 활성화되어 에너지 산업이 발전하며 전력 구매시장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 이다. 대한민국의 경우 현재 화석연료를 이용해 생산한 전력보다 재생에너지로부터 생산한 전력이 더 비싸다. 하지만 RE100의 시행으로 재생에너지 발전 분야의 투자가 활성화되어 재생에너지 발전 비용이 낮아지면 화석연료를 통해 생산된 전력보다 더 싼 값에 전력을 구매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성공적인 전환을 가능하게 한다. 따라서 기업은 당장의 이미지 개선 및 존폐를 결정하는 것에 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RE100을 통해 더 큰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4) 기업 등의 기관에서 배출하는 탄소의 양과 기체 상에서 제거하는 탄소의 양이 같이 실질적으로 탄소 를 배출하지 않는 것과 같은 효과를 말한다
계획한 무탄소 배출을 달성하기 위해 일명 ‘녹색 채권’을 발행했 다. 79
이를 통해 조달한 95 40 22
한화 약 3조 원
RE100 이행률(출처: CDP)
한국
투자자들은 기업의 RE100 이행 정도를 중요 평가 기준으로 삼아 투자 여부를 결정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한민국 기업의 RE100 이행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국내에서 생산된 재생에너지 발전량인 43.1TWh 는 국내 전력 소비량 상위 5개 기업5)의 소비 전력인 47.7TWh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 준이다. 이와 더불어 현재 국내 기업 중 RE100을 달성한 기업은 단 한 곳도 없다. 이 는 전 세계적으로 60개 이상의 기업이 RE100을 달성한 것과 대비되는 수치이다. 5)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 제철, 삼성 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대한민국이 나아갈 방향은? 작년 한 해 대한민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은 총 전력 생산량 대비 6.7%로, OECD 평균인 17%와도 큰 차이를 보이며 최저치를 기록했다. 비록 전년도 대비 재 생에너지 발전량은 30%가량 증가했지만, 원자력 발전량이 증가하며 총 생산 전력 중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은 오히려 감소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대한민국이 수출 의존도 가 높은 나라인 만큼 재생에너지 분야의 성장 저조는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비 판했다. 탄소 국경세와 글로벌 대기업의 RE100 기준 충족과 같은 환경 규제로 인한 수출 감소는 국가 경제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적 차원에서 벗어나 국가적 차원에서 RE100 달성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정부의 방향성을 검토하기 전에 재생에너지 분야 정책을 적극적으로 수립 및 이행 하고 있는 유럽의 예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유럽연합은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기업에 벌금 등 엄격한 규제를 가하며 개선을 강요하고 있다. 2015년 유럽연합은 파
리 기후 협약에 동참하며 분야별 온실가스 배출량이 가장 많은 수송 부분에서의 온실
기체 감축을 위해 교통수단의 탄소배출 규제를 강화했다. 특히 내연기관 교통수단에 대한 규제 강도를 높였는데, 이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은 전기차로의 전환을 의 미했다. 유럽은 이러한 환경 규제와 더불어 전기차 구매 보조금을 확대하고 전기 충 전 시설 등 인프라 구축에 많은 투자를 했다. 이에 2020년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의 42%가 유럽에서 판매되었다. 전문가들은 전기요금 인상을 대표적인 환경규제로 제안한다. 전기요금이 상승하면 에너지 과소비를 줄일 수 있고 추가적으로 확보한 재원을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투 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정부의 환경 규제가 미비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전기요금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대한민국의 전기요금은 OECD 국가 34개국 중 31위에 그쳤다. OECD 평균 전기요금을 100이라 고 했을 때, 한국은 약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행정적인 측면에서의 노력과 더불어 기술적인 측 면에서의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재생에너지의 가장 큰 단점은 에너지 수확의 산발 성이다. 해가 쨍쨍한 날에는 태양에너지를 이용한 발전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만, 구 름이 많이 낀 우중충한 날에는 발전량이 많이 줄어든다. 따라서 전력의 효율적인 저 장과 안정적인 공급을 위한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의 발전이 필수적이다. 또한 재 생에너지 발전 효율 개선도 필수적이다. 태양광 에너지를 예로 들면, 태양광 패널의 효율이 1% 상승할 때마다 전력 생산에 필요한 토지 면적이 5% 가량 줄어든다. 현재 가파르게 상승 중인 태양광 패널의 효율로 계산했을 때, 국토의 5%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다면 사용 전력을 전부 재생에너지로 충당 가능한 수준이 된다. 그리고 비교적 좁은 국토 면적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효율적인 에너지 생산의 중요성은 더욱 크다. 에너지 생산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국토 면적이 보다 좁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혜택과 규제를 적절히 사용해야 한다. 기 업과 소비자들이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동참할 수 있도록 적절한 환경 규제를 가함 과 동시에 재생에너지 설비 설치 허가처럼 설비 건설에 드는 불필요한
인간은 지구에 온 손님입니다.
산업혁명 이후 문명은 매우 빠르게 발전했다.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던 기술들이 생겨나며 인류에게 편리함이라는 선물을 주었다. 하지만 인간이 누리는 편리함 뒤에
생태계 파괴라는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대기 중 늘어난 온실기체는 지구의 평균 기온을 상승시켰고, 지구 여러 지역에 크고 작은 피해를 야기했다. 과학자들은 인간 활동으로 인한 피해가 생태계 전반에 걸쳐 드러나고 있다고 말한다. 이에 국제사회는 대재앙을 막기 위해 다양한 해결법을 제시하고 있다. RE100도 그 시도 중 하나다. 비록 RE100이 완전한 탄소 중립을 위한 제도는 아니지만,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재생에너지의 활성화를 위해 참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RE100을 시작으로 온
실가스 배출량 감축을 위해 기업뿐만 아니라 다방면에서의 노력이 이루어져야 한다. 예를 들어 소비자는 지속 가능한 제품을 사용하며, 정부는 기업과 소비자의 친환경적
행보를 위해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이상 기후라는 전 지구적인 문제는 어느 한 집단
의 노력만으로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 기업, 정부 등 모든 방면에서 지속적인 노력이 있을 때 해결할 수 있다. 현재까지의 46억년 지구 역사를 600페이지의 책으로 쓴다면, 인간은 마지막 페 이지 단 몇 줄에 등장할 뿐이다. 이처럼 우리는 지구를 소유한 것이 아니라 잠시 빌 려 쓰고 있는 손님이다. 그렇기에 다음 세대를 위해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을 잘 보전 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이것이 바로 지속 가능한 발전인 것이다. 문명이 고도화되어 인간 활동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커짐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지구의 주인이 될 수
건강 프로젝트 수습위원 김하석 nannamu1998@hanyang.ac.kr
[ 건강해질 결심 ]
[
코로나19와 일상을 함께 한 지도 어느새 3년이 됐다. 그동안 코로나19는 우리의 생 활 습관을 바꿨고, 건강 상태에도 영향을 줬다. 질병관리청의 2020년 국민건강영양조
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만 19세 이상 비만 유병률이 무려 38.3%를 기록했 을 만큼 우리의 건강 상태에 적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건강한 몸을 되찾기 위해 최근 운동과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을 가진 이들이 늘었다. 흡연자들에게는 금연하는 것도 건강을 회복하는 방법의 하나다. 필자는 세 가지 모두를 시도해보기로 결심했다. 최근 밤거리를 걷다 보면 주변에서 러너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엔데믹을 맞
이한 지금, 실외 활동에 관심이 크게 늘어났다. 그중 대표적인 유산소 운동인 러닝은
시간과 장소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편하게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에 러닝을 직접
체험해보고 그 경험을 공유하고자 한다.
러닝을 마쳤다면 이제는 식단 관리에 눈을 돌려볼 차례다. 1인 가구 700만 시대.
1인 가구의 증가와 함께 배달 음식의 전성기도 찾아왔다. 그러나 고물가 시대에 접어
들며 부담스러운 가격과 높은 열량의 음식들에 배달 음식을 선뜻 주문하기 어려워졌 다. 이에 문득 ‘배달 음식 없이 건강한 집밥을 먹어보는 것은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 었다. 집밥을 먹게 되면 건강을 챙기면서 환경 보호까지 실천할 수 있다는 생각에 식 단 관리를 시작했다. 건강 프로젝트의 마지막을 금연 도전으로 완성해봤다. ‘#나는 네가 노담이었으면 좋겠어.’라는 보건복지부의 광고를 한 번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또한 연말연시마다 금연을 새해 다짐으로 여겼던 이들도 많다. 2022년을 마무리하며 3년간 이어온 흡연 을 그만두기로 결심했다.
러닝은 전신을 사용하는 유산소 운동 중 하나로 체지방 감소뿐 아니라 심폐기능 향 상과 함께 심장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특별한 기술이나 전문적인 장비가 필요하지 않으며 장소나 날씨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 그러나 접하기 쉬운 만큼 부상의 위험 또한 적지 않다. 달리기를 즐기는 사람들이 흔하게 입는 부상으로는 족저근막염, 아 킬레스건 염증, 정강이 통증 등이 있다. 또 과체중이라면 무릎 관절 등으로 가해지는 하중 때문에 부상의 위험이 크다. 이러한 부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본인에게 맞는 속도, 운동량, 자세를 잘 알고 러닝을 즐기는 것이 필요하다. 러닝 초심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앱을 소개하려 한다. 바로 NRC(Nike Run Club) 다. 달리기를 시작하면 NRC 앱에 평균 속도, 운동 시간, 소모 칼로리 등이 기록된다. 자신이 달린 구간이 GPS로 저장되어 지도에 표시된다. 1 km 구간을 지나면 알람이 울려서 알려주고, 뛰다가 힘들어서 쉴 경우 자동으로 일시 정지해주는 기능도 편리하 다. 이에 러닝을 하는 많은 이들이 NRC를 이용해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 등의 SNS 에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기도 한다. ▲ NRC 앱 이용화면
기는 어려웠다. 그 후 이틀 동안은 휴식했다. 10월 5일, 쌀쌀해진 날씨에 러닝을 시작 하기 전 가볍게 몸을 풀었다. 자정에 가까운 시각이라 5분 정도의 짧은 스트레칭 후 1 분간 러닝과 2분간 숨을 고르며 빠르게 걷기를 반복했다. 1분을 다 지키지 못하고 금 방 멈춰 숨을 가쁘게 고르기도 했지만, 시도 자체에 의미를 두어 3.23 km라는 작은 성취감을 얻었다. 10.08 ~ 10.14 2주 차: 2주 차의 목표는 1주 차처럼 1분간의 러닝과 2분 간의 심호흡 하면서 걷기를 병행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바로 러닝하지 않고 이틀간의 휴식기를 가졌다. 이틀간 쉬면서도 스스로에게 죄책감이 생겨 9일에는 자전거로 6.7 km를 탔다. 한글날 연휴 마지막 날이었던 10일, 겨울처럼 추운 날씨라는 예보에 나 가지 말까라는 생각을 잠시 가졌다. 마음을 다잡고 차가워진 공기를 가로질러 러닝하 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추운 날씨일수록 부상의 위험성이 커지기에 러닝 전 스트레 칭은 필수다. 팔과 다리를 움직이며 꼼꼼하게 스트레칭을 했다. 그렇게 스트레칭 후 루틴에 맞게 한 시간을 운동했다. 다시 이틀이 지난 13일, 할 일을 다 마친 저녁 10시 에 러닝을 하러 나서니 날씨는 적절했고 청계천 강가에 사람도 많지 않았다. 전과는 다르게 이제는 본격적으로 달려봐도
10.15 ~ 10.21 3주 차: 3주 차의 목표는 2주 차의 루틴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이 주에 는 중간고사 기간이라는 핑계로 3일을 쉬고 17일과 그 후 이틀을 쉰 20일에 러닝을 나갔다. 3주 차 에 얻은 교훈은 30분의 러닝이 가장 적절하다는 것이었다. 며칠을 쉬었기에 17일에는 한 시간 동안 달리기와 걷기를 반복했더니 다음 날 몸살 기운이 도졌다. 힘들었지만 그래도 러닝을 즐기는 그 순
간만큼은 잡념에서 벗어나 상쾌한 기분을 얻을 수 있었다. 월초에 비해 러닝의 강도는 높아졌지만
러닝을 하는 데에 적응이 되는 느낌이었다. 날씨도 이전보다 따뜻해서 러닝하기 좋은 날씨였다. 물 론 여전히 달리고 난 후의 헐떡이는 숨은 여전했지만 성취감은 커져갔다. 10.22 ~ 10.28 4주 차: 여전히 시험기간인 4주 차를 맞이했다. 이번에도 공부해야 한 다는 핑계를
[ 식사를 바꿉시다: 식단 관리 ]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며 면역력을 높이고자 건강을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 특히, 식단 관리를 통한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경우를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하는 신조어가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데, 바로 ‘헬시 플레저
(Healthy Pleasure)’라는 단어다. 헬시 플레저는 건강을 뜻하는 healthy와 기쁨을 뜻하는 pleasure의 결합으로, 건강 관리의 즐거움을 의미한다. 부담스럽고 어려운 식 단관리 방식을 통한 과거의 건강 관리와는 다르게, 즐겁고 효율적인 방법을 통해 ‘지 속 가능한’ 건강관리를 이어 나가는 것이다. 몸에 좋은 재료로 만든 저칼로리의 맛있 는 음식을 찾고, 놀이처럼 즐길 수 있는 재미있는 운동을 하는 것이 그 일환이다. 그 예시로 지방과 나트륨, 당 등 특정 성분을 빼거나 줄인 ‘로 푸드(Low Food)’가 최근 인기다. 로 푸드는 곤약 떡볶이나 두부면 파스타 등 맛과 건강을 모두 챙길 수 있는 형태로 구현되었다. 5일간 식단 관리를 통해 헬시 플레저를 실천해보기로 결정했다. 배달 앱을 켜서 주문 현황을 살펴보니 배달 음식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았음을 깨달았다. 이에 ‘배달 음식 을 끊고 집밥을 만들어 먹는 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어 집밥을 만들어 먹기로 했다. 사실 이전에도 여러 차례 배달 음식을 줄이고 직접 요리하려 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실패의 이유를 나름대로 분석해보니 집밥을 만들어 먹는 것을 너무 거창하게 생각했던 것이 문제였다. 따라서 간단한 음식부터 만들어 먹는 것에서부터 출발했다. 들어가기에 앞서, 필자는 자취생으로 주로 아침을 먹지 않고 점심부터 식사함을 밝혀둔다.
꿀과 우유를 함께 섞어 먹으면 달콤하고 깔끔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저 녁에는 양배추와 당근, 오이, 대추토마토, 그리고 삶은 계란을 먹었다. 평소 삶은 계란을 잘 먹지 않았지만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의 비율을 잘 맞춰야 건강한 식단’이라는 지인
10월 26일 3일 차: 중간고사를 준비하느라 점심을 먹지 못했다. 전에도 하 루에 한 끼만 먹은 적도 있기는 했으나 시험공부에 많은 에너지를 사용해서인지 고기 로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싶어졌다. 제육볶음이 먹고 싶어져 유튜브에 제육볶음을 검 색했다. 레시피를 따라 재료를 구매하고 음식을 만들었다. 레시피대로 따라 하는 것 이 쉬울 줄 알았지만 막상 해보니 마냥 수월하지 않았다. 고기를 볶고 나서 전자레인 지에 밥을 돌려 간단히 밥상을 차렸다.
10월 27일 4일 차: 점심에는 학교 수업을 마치고 동기들과 오랜만의 외식 을 했다. 저녁 메뉴는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다가 감자 샐러드의 열량이 낮다1)는 검색 결과를 찾았다. 인터넷에서 감자 샐러드의 레시피를 검색했다. 음식을 만들기 위해 한 블로거의 레시피를 따라 필요한 재료를 구매하러 집을 나섰다. 집 근처 슈퍼마켓 에서 모닝빵을 구매해 감자샐러드 샌드위치를 만들었다.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간다고 생각했지만 완성된 샐러드는 먹기 간편하고 맛있었다. 양이
▲ 5일 차 점심(비건 빵)과 저녁(두부면 파스타)
10월 28일 5일 차: 점심에는 지인들과 성수에 위치한 비건 빵을 판매하는 한 카페에 방문했다. 비건 음식을 접해본 적이 없어 호기심에 빵들을 구매했다. 기존 에 먹어왔던 빵들에 비해 약간 퍽퍽한 식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 외에는 크게 다르 지 않은 맛을 가지고 있어 먹기에는 좋았다. 저녁에는 로 푸드의 일종인 두부면 파스
타를 만들어 먹기로 했다. 풀무원에서 새롭게 출시한 ‘지구식단’이라는 브랜드에서 나
온 두부면을 사용했다. 일반 스파게티 면에 비해서 가격은 비싸지만 다이어트와 건강 을 생각하는 측면에서 저칼로리 음식이라 이른바 ‘가심비’2)를 챙겼다. 먹어보니 일반 면으로 만든 스파게티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2) 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를 일컫는 일컫는다.
[ #나는 네가 노담이었으면 좋겠어: 금연 ]
흡연은 니코틴 중독에 의한 질환이라고도 하지만 습관에 의한 질환이기도 하다. 습 관이 있으면 흡연 욕구를 일으키는 조건이 되었을 때3) 금연 중임에도 흡연을 하게 되 기 때문이다. 재흡연은 금연한지 처음 3개월 이내에 많이 일어나며 그렇기 때문에 금 연을 한 번에 성공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금연은 포기하지 않고 시 도하면 할수록 성공률이 높아지며, 세계보건기구(WHO)에서 2021년 세계금연의 날 ‘금연 약속(Commit to quit)’을 맞이하여 발표한 ‘금연해야 하는 이유 104가지’에 나 와 있듯 금연은 개인을 위해 필요하다. 담배를 피우면 연기 속의 니코틴 성분과 함께 독성물질이 폐에 진입하고 폐를 거친 니코틴은 혈액으로 녹아 들어가 뇌의 쾌락 중추에 영향을 미친다. 니코틴 흡입 후 뇌의 쾌락 중추까지 가는 시간은 7초에 불과하다. 쾌락 중추에는 니코틴이 달라붙을 수 있는 니코틴 수용체가 있는데, 수용체에 니코틴이 결합하면 즐거움과 쾌락을 주는 ‘도파민’이 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된다. 특히 흡연 양이 많고 기간이 길수록 수용체 수가 점차 늘어 더 많은 양의 니코틴을 필요로 하게 된다. 니코틴 수용체 숫자가 흡연 전으로 돌아 가려면 최소 6개월의 금연이 필요하다. 금연을 하더라도 그 후 다시 흡연하게 되면 니 코틴 수용체가 다시 활성화되어 우리 몸이 다시 니코틴을 찾게 된다. 금연을 하는 두 가지의 방법 중 자신의 흡연습관과 니코틴 의존도를 고려하여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금연이란 한 모금, 한 개비도 피우지 않는 단연법을 말 하지만, 흡연량이 많고 니코틴 의존도가 높은 경우 흡연량이나 체내에 흡수되는 니코틴 양을 서서히 줄여가는 감연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 단연법을 사용했을 때 금단증상이 심 한 경우에 주로 사용한다. 장기 추적조사 결과에 따르면 감연법을 통한 흡연은 금연에 이 르는 비율을 약 1.7배 정도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방법인 니코틴 대체요법은 담배의 다른 유해 화학성분들을 배제하고 패치, 껌, 사탕 등의 형태로 니코틴을 공급하는 방법이다. 니코틴 대체요법에 사용되는 보조제는 금단 증상과 흡연 욕구를 극복할 수 있 도록 도와준다. 복용 시에는 사용 방법과 금기 사항을 숙지하고, 금연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방법 및 용량을 조절한다. 약물요법은 약을 통해 담배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으로, 니코틴 의존을 치료하기 위한 단기간의 보조요법이다.
3) 예를 들면 식사 후, 음주 후나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 등을 뜻한다.
10월 4일, 성동구 보건소에서 운영하는 금연클리닉에 방문했다. 클리닉에 간단한 전 화예약 후 방문하기만 하면 됐다. 처음 방문할 경우 간단한 설문을 작성해 클리닉에 등록 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상담을 시작하며 신상정보와 흡연량, 니코틴 의존도 등을 묻는 등록카드를 건네받았다. 하루 평균 흡연량과 담배 맛이 가장 좋은 시기, 금연 구역 등에 서 담배를 참기 어렵냐는 문항 등을 통해 니코틴 의존도를 평가한 결과 ‘0점’이라는 점수
를 받았다. 0점에 가까울수록 니코틴 의존도가 낮은 것으로 올해는 드디어 금연에 성공
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설문지 작성 후 상담사님이 흡연의 위험성과 금연을
해야하는 이유, 금연이 어려운 이유를 설명해주셨다. 상담사님의 말씀 중 가장 인상깊었 던 것은 ‘금연은 끊는 것이 아니라 참는 것이다.’라는 말이었다. 그 이유가 흡연이 뇌가 담 배의 니코틴에 중독되는 ‘뇌질환’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금연클리닉 후기: 금연클리닉을 마치고 보건소를 나오고 나서부터 담배를 피고 있는 사람을 볼 때마다 흡연 욕구가 강렬하게 일어났다. 흡연 욕구를 줄이기 위 해 지급받은 니코틴 껌을 씹었다. 그 순간 속이 매쓰꺼운 느낌이 들었다. 금연보조제 는 흡연자의 건강 상태에 따라 두통과 불면증, 소화장애, 혈압상승 등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상담사님의 설명이 떠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연을 지속하기 위해 그 이 후에도 상담사님의 설명대로 니코틴 패치를 매일 아침마다 팔과 다리의 안쪽 부위가 아닌 바깥 부위에 붙였다. 니코틴 패치를 붙인 상태에서 흡연을 하면 부작용이 발생 한다는 상담사님의 말씀을 떠올리며 흡연하고 싶은 욕구를 억제했다. 금연클리닉에 등록하면 2주에 한번씩 클리닉에 방문해야 한다. 그간 떨어진 금연보조제를 다시 받 고, 금연 의지도 다지기 위해서다. 이후 금연클리닉은 6개월 뒤 소변검사를 통해 니 코틴이 아예 검출되지 않으면 금연에 성공했다고 판단한다. 금연에 성공할 경우 건강 을 지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보온병과 핸드크림 등 5만원 상당의 소정의 선물도 얻 게 된다.
기존의
그러나
가질 수 있었다. 먼저 러닝을 하며 처음에는 금방 힘들었지만 월말에는 풀 컨디 션으로 달릴 수 있게 되었다. 걷기에서 달리기로 전환하게 된 처음에는 1분간 달리는 것조차 쉽지 않았지만, 달리다보니 더욱 속도감을 내고 싶어졌다. 식단 관리에 도전 하면서는 배달음식을 먹는 간편함에서 벗어나
집밥의 즐거움을
었다. 동시에 배달음식을 먹지 않다보니 분리수거로 배출해야 되는 재활용품의 양도 크게 줄었다. 금연클리닉과 함께한 금연은 체감상 다른 프로젝트들보다 훨씬 어려웠 다. 흡연하고 있는 사람을 볼 때마다 늘어나는 흡연 욕구와 주변 지인들의 ‘너가 금연 하기 어려울걸?’ 같은 부정적인 반응에 금연을 시도하는 것이 더욱 쉽지 않았다. 그 래도 금연이 건강해지기 위해 달성해야 할 마지막 목표임을 명심하며 흡연 욕구를 억 눌렀다. 끝으로 건강해지고 싶은 모든 한양인에게 고민하지 말고 행동으로 실천할 것 을 응원한다. 건강을 위해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는 것이 아닌 유지한다는 마음을 다잡 아본다.
정책학과 17학번 황지현
22학번
낡은 책상
위에 쌓아올린 책장
오래도록 기름등을 품은 귀퉁이가
나뭇결 따라 그을렸다
삭풍이 잦아들고
혹한이 가라앉자
우리는 계절이 돌아오기 전에
켜켜이 돌로 쌓은 단칸방에
겨울을 남겨두고 문을 닫았다
방안에는 여전히 시린 달이 떴고
나는 아직도 숨의 흼[白]에 대해 생각한다
달마저 자취를 감추었던 겨울의 밤
폭우가 모든 숨에 추를 달았다
죽기에 참으로 좋고
살기는 더럽게 어려운 날에
쓸려가지 않으려고
숨을 죽여가며
숨이 죽어가는 소리를 들었다
그러나 겨울을 죽이리라 그 소리를 듣고자 온 것은 아니었다 꺼져가는 호흡을 등불에 먹이며 작열하는 불길로써 불길로서 끝내 겨울을 죽이리라 그런 아득한 선포를 기껏 여윈 불길로 어떻게 겨울을 죽이려고.
그 밤, 나의 숨은 겨울과 닮아 서늘했다 희게 꺼져갔고 순백이 결국
빛을 닮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죽은 봄이 문드러지기에 충분하다는 판단 그리하여 낡은 책상 아래 달린 서랍 작은 쇠고리를 당겨 봄의
삼갈 근(謹)에 조상할 조(弔). 사람의 죽음에 대하여 삼가 슬픈 마음을 나타냄. 삼갈 근(謹)의 구성은 말씀 언(言)과, 진흙 혹은 조금 근(菫)으로 짜여 있다. 근(菫) 은 미세한 입자로 이루어진 진흙을 뜻한다. 그래서 약간이나 조금이란 의미도 담겨 있다. 이에 최대한 말 수를 줄이고 간단히 예만을 표시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 조상할 조(弔)는 활 궁(弓)과 뚫을 곤(⼁)으로 구성된다. 과거 조상(弔喪)할 때에는 시신을 노리는 들짐승을 막기 위해 활(弓)을 지니고 상여를 운구하고 무덤을 지켰다. 이러한 풍습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상주(喪主)는 대나무로 만든 지팡이(⼁)를 그 옛날 활(弓)을 대신해 지니고 상여행렬을 따르는 것이다. 이 단어를 알고 있었지만 사용은 처음이다. 쓰임이 없고 머릿속에만 있는 단어는 낯설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그 의미를 온전히 느끼기란 더욱 어렵다. 그러나 ‘근조’라 는 단어만큼은 예외로 한다. 우리는 나라 전체가 사람의 죽음에 대해 삼가 슬픈 마음 을 드러낼 일이 많기에 그렇다. 국가적으로 이 단어를 써야 할 일은 멀지 않은 과거에도 있었다. 대한민국이 울었 던 그날,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던 날이다. 탑승인원 476명, 사망 실종 304명. 유난히 슬펐던 것은 사망자 대부분이 나이가 어린 고등학생이었다. 어 른들의 잘못된 행동으로 꽃 피지 못한 어린아이들이 세상을 떠난 것이다. 그로부터 2 년 뒤, 2016년 12월 대한민국 국민은 대통령 박근혜를 탄핵시켰다. 세월호 참사가 일 어났음에도 국가의 수장으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사후 조치는 엉 망에, 사건을 축소시키고 은폐하려 했다. 대통령의 탄핵이라니, 내용과는 별개로 헌정 사상에 일어나기 매우 어려운 일이었 다. 때문에 무거운 대가만큼이나 그러한 사고는, 그러한 행정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 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더 안전한 국가로 발전할 것이라는 기대를 품었다.
기고문
그로부터 약 8년이 지난 지금. 유사한 참사가 또다시 발생했다. 2022년 10월 29 일. 용산구 이태원에서 사망자 156명이라는 참사가 발생했다. 아직 공식 사망 사유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압사’로 인한 사고가 사실상의 원인이라고 알려져 있다. ‘압사’, 어처구니없는 사건이다. 건물 붕괴도, 교통사고도 원인이 아니다. 좁은 골목 에 사람이 너무 많이 모여 사람에 사람이 깔려 사망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외신에서는
이러한 압사 사고를 후진국형 사고라고 부른다. 정부가 책임지고 군중을 통제하지 않고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태도로 인해 대형 참사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사고 발생 4시간 전 최초 신고가 있었고 신고자는 정확히 사고 발생 장소에서 사람이 너무 많아 압사 사고 가 발생할 것 같다고 경찰에 전했다. 그 이후에도 신고는 다수 있었다. ‘사람이 너무 많 아 숨을 못 쉬겠다.’, ‘ 사람이 너무 많아 빠져나올 수가 없다. 도와달라’, ‘사고가 발생할 것 같다. 와서 통제를 좀 해주셔야 할 것 같다.’ 다급한 시민들은 시민의 안전을 지켜줄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나 경찰의 대응은 없었다. 과장을 보탠 표현이 아니다. 11
건의 신고 중에서 7건은 미출동했고 나머지 4건에 대해서도 별다른 대응이 없었다. 경
찰이 무대응한 신고 전화는 질서 유지 요청 신고가 아닌 시민들의 구조요청이었다. 잘못은 경찰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또다른 책임자가 있다. 행정부다. 용산구청에 서는 할로윈 행사로 이태원에 10만 인파가 몰려올 것을 예상해 문서를 만들고 회의 를 진행했다. 올해 다수 인원 야외 집합 시 마스크 의무가 해제되면서 더 많은 인파가 몰릴 것 또한 예상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업무는 거기서 끝이었다. 그냥 사람이 많이 몰릴 것. 이건 무슨 관광 특구를 만들 회의를 하는 것도 아니고 ‘사람이 많이 모 인다더라 회의’에서 그쳤다. 국민들은 다시 한번 말을 줄인다. 말할 수 없어서, 상황이 그래서 말을 줄인다. 그 렇게 유가족은 물론이요, 시민들도 예를 표한다. 한국의 장례문화가 낯선 외국인들도
백색 분향소 앞에 서서 친구 잃은 슬픔에 혹은 그런 슬픔에 공감해서, 저마다의 이유 로 말없이 영정사진을 바라본다. 한편, 모두가 말을 줄이는 그 시점에, 오히려 말을 늘리는 사람들이 있다. ‘거긴 왜 놀러 가냐’, ‘이제는 놀러 가서 죽은 사람들까지도 슬퍼해야 하냐’. 사고의 책임을 세
상을 떠난 사람들에게 묻는다. 댓글창은 비난으로 가득하다. 조롱도 거리낌 없이 내 뱉는다. 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세월호 때와 그들의 태도는 변함이 없다. 망자가 된 자들에게 서슴없이 쏟아지는 욕설은 이번에도 역시나 유가족들에게도 향한다. 그 리고 그들의 가슴에 비수가 돼 꽂힌다. 참사 발생에 대한 책임을 어디에 물어야 하는가. 대한민국 헌법 제34조 6항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안전사고를 예방해야 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행정부는 지역구에서 열리는 축제에 인구가 많이 몰릴 것을 예상해야 했고 그 에 맞는 사전 점검과 안전요원 배치를 계획했어야 했다. 경찰은 용산을 향한 충성 경쟁 에 매몰되어 시위 진압에만 전념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일부 경비 기 동대를 배치했어야 했다. 또한 코레일에 이태원역 무정차 통과를 요청했어야 했다. 변 명대로 주최 측이 없어서 이런 간단한 방법을 실행할 계획이 없었다면 적어도 구조 요 청에는 기민하게 움직였어야 했다. 따라서 할로윈 축제를 즐기기 위해 놀러나간 사람 들에게 사건의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헌법 34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이 간단한 방 식을 행하지 않은 행정관료와 경찰 고위 간부들을 문책해야 하는 것이다.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지 모르는 자들에게 혹은 알지만 모른 체 하는 자들에게 요청 한다. 비난을 멈춰라, 비난을 거둬들여라. 망자가 가는 길에 예를 표하지 못하겠다면 적어도 침은 뱉지 말라. 세월호 참사 때, 사람들의 죽음에 대한 안타까움만을 느꼈다. 리더의 역할을 알지 못 했고 국가에 책임을 묻지 못했다. 중학생의 무지함이었고 사건에 대한 소극적 행동이 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대학생은 학문의 최전선에 있는 사람으로서 사회 의 도움에 반응하고 시대의 물음에 답할 의무가 있다. 이 글의 목적이 그것이다. 상실 의 슬픔에, 비수로부터의 슬픔까지 더해지는 일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이 글이 망
자들을 욕보이려는 ‘악플러’를 막기 위한 활(弓)과 지팡이(⼁)가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이제, 나도 말을 줄이고 예를 표하겠다. 편히 잠드소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공은 날 때부터 머리를, 또 방향을 정하지 않고 태어나는 것 같다.
그리고 계절도 어디부터 시작인지, 어느 시점이 풀칠 된 모서리인지 알 수 없다.
보통 이런 존재들은 잘들 굴러가는 것 같다
내리막도 오르막도 가쁘게 터벅이지 않고
빙빙 돌아가는 축을 내색하지 않고
차라리 모든 면이 모서리이길 택해서
경우의 수가 무르고 무른
그런 우연으로 당신에게 스미고자 하는 것
또 그래서 우리가 계절의 안에 들었는지, 계절의 위에 서 있는지 신경 쓰지 않아도 될 테고
어느 방향으로든 가서 미끄러지건 튕기어 나가건 언젠가는 돌아올 것을 굳게 믿어도 될 테고
그리움을 부풀리는 모양새에서 삼각자로 재어 보았던 삶의 정량들을 틀려버려도 좋은 그래서 나도 나에게로 하여금 둥글게 이어질 수 있을까 방향을 나눠 보았던 시선을 상실하고 대신 어디서나 점으로 딛고 서서 미련 없이 떠날
답합니다.
읽고 제가 좋아하는 시인의 사상과 삶을 음 미하면서도 알지 못했던 것을 깨달았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소박한 삶에서도 인간적 가 치를 발견할 수 있음을. 고귀한 영혼과 글을 남기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 자체로 시인일 수 있음을 말입니다. 때로는 긴 문장보다 묵직한 한 마디, 한 마디가 더 깊은 울림을 남기곤 합니다. 다가오는 겨울, 따듯한 시구 하나 마음에 품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 송미주
직업으로서의 정치 - 막스 베버 이 시대의 정치인들이 갖추어야 할 덕목은 무엇일까요? 3월 선거철부터 정치인들의 유세를 바라보면, 진정 ‘정치’ 를 위해 후보자로 나온 사람이 없는 것 같아 보입니다. 하 지만 신념의 진실성을 차치하고, 자신이 하는 말과 행동 에 책임을 짐으로써 국민들의 삶에 실질적인 변화를 줄 수 있는 자질이 정치인을 만든다는 것이 저의 주장입니 다. 베버는 정치인에게 좌절에 굴하지 않아야 한다는 엄 격한 잣대를 둡니다. 사람과 사람 간 공통적으로 지니는 인간성에 주목하는 것이 아닌, 정치인으로서 지니는 특수 성에 의미부여가 필요하다고 말이죠. 정치인은 우리의 삶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주는 정책 에 일조합니다. 우리의 손으로 뽑는 만큼 자신이 생각하는 정치인의 자질에 대한 기준을 확립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책임’을 맥으로 정치인이 갖추어야 할 덕목을 고찰하는 이 책을 추천합니다. - 정예림
- 유발 하라리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아 온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저자는 호모 사피엔스의 역사와 미래를 대담하고도 설득력 있게 풀어냅니다. 생태계 최하위층에 속했던 사피엔스는 단 기간에 최상위 포식자가 되었습니다. 불안정한 인류는 강력 한 포식자로 자리 잡기 위해 더욱 잔인해졌고 악랄해졌습니 다. 그들의 학살 대상에는 동물, 식물은 물론 다른 종의 인 간도 포함되었습니다. 이제 인간은 신의 영역에 도전합니다. 단순 개체에 머무르지 않고 세포 수준의 개혁을 꿈꿉니다. 국민과 종교라는 상호 주관적 허구의 영역은 인간을 결속시 키는 데 주력하고
지리의 힘 - 팀 마샬 지리는 세계사에서부터 우리의 삶까지 많은 부분에 영향
미치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전쟁을 선포 한 이유도 지리적 배경인 얼지 않는 항구, 부동항을 찾기 위해서였고, 미국이 세계 초강대국이 된 배경도 미국의 광활한 영토와 그 안에서 생산되는 수많은 자원들 덕분이
파피용 - 베르나르 베르베르 추운 겨울 따뜻한 방안에서 먼 우주로 향하는 여정을 경 험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끝을 향해 가는 지구를 벗어 나서 인간의 번영을 위해 다른 행성을 찾아 나가는 SF소 설입니다. 우아한 문장으로 시작하는 정말 멋있는 책입니 다. 14만명의 인간을 태운 거대한 비행체가 오직 태양에 너지로 얻은 추진력으로 길고 긴 여정을 떠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 다. 책 중간 중간에 나오는 삽화 또한 여러분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할 것입니다. 한번 책장을 넘기면 끝까지 책을 놓지 못할 만큼 빠져들게 하는 힘이 있는 책입니다. - 원현진 책 추천
바이러스가
코로나19로 인해 오랜 기간 실/내외 많은 활동이 제한 되었다. 그리고 엔데믹 시대로 접어들며 많은 사람들이 건강해지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러닝 크루와 같 은 운동 모임의 활성화가 이를 입증하며 홈트, 러닝 등 다양한 운동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한양』은 건강해지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는 학우의 생각
건강해지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신가요?
운동하는 것을 좋아해서 평소에 자전거를 타거나 구기 종목을 하는 등 몸을 꾸준히 움직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건강에 있어서 식단이 정말 중요할 것 같은데, 최대한 배달 음식을 먹지 않고 자취방에서 직접 만들어 먹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금연을 해오고 있고, 앞으로도 담배를 피지 않는 것 이 건강에 있어서 큰 도움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2. 다가오는 2023년 건강한 한양인이 되기 위해 어떤 부분에서 노력하고 싶으신가요? 평소 술을 즐겨 마셨었는데, 술을 최대한 줄이고 싶습니다. 다가오는 2023년부터 는 생산적인 활동을 하면서 술이나 담배와 같은 일차원적인 쾌락을 즐기기보다는 뒤 돌아봤을 때 뿌듯하게 느낄
날적이 일기(日記, diary)의 순우리말 편지 부편집장 김어진 kimeojin@hanyang.ac.kr
아빠와 별똥별을 보러 간 적이 있습니다. 뉴스에서 몇 년간 이만큼의 별똥별은 보기 힘들 거라고 해서요. 동네 중 제일 어두운 곳으로 가 차 천장을 열어놓고 별똥별을 기다렸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아빠와 어떤 소원을 빌지 이야기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 문득 왜 사람들은 별똥별을 보면 소원을 빌까 궁금해졌습니다. 고민 끝에 저는 별이
떨어지는 찰나의 순간에 떠오르는 것이 그 사람에게 가장 간절하고 소중한 것이기 때
문이라 생각하기로 했어요. 그래서 별똥별 하나가 떨어지는 걸 본 아빠가 어진아! 하 고 내 이름을 불렀을 때는 마음이 뭉클했습니다. 아빠의 가장 간절한 소원은 나구나. 삶은 기도의 결실이라고 합니다. 누구나 기도 속에서 태어나 기도 속에서 자라나
요. 어떤 기도는 우리가 잠들고 있는 순간에도 귓가를 맴도는, 우리 몸에 익을 수밖
에 없는 축복. 누군가 내게 얹은 기도들이 모여서 내 삶이 만들어진 것 같아요. 그래 서 내 삶은 나만의 것이 아닙니다. 나를 위해 기도하며 울었던 날도 있죠. 미안하고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떨어진다는 말이 주는 어딘가 부정적인 느낌. 그러나 별이 떨어지면 누군가의 소 원이 됩니다. 별이 반짝이는 이유는 움직이는 지구의 대기를 통과해 들어오는 별빛이 흔들리기 때문이라는데, 나도 흔들리기 때문에 반짝거릴 수 있을까요? 별과 볕의 숫자가 비슷하다고 써두었던 가을입니다. 교지 발간을 준비하며 겨울을 맞이해요.
잡히지 않을 걸 알면서도 매번 볕을 만지려는 것처럼 많은 것이 불투명함에도 나아 가고 있다고 믿기로 했어요. 찰나의 순간에 내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 날 위해 쥔 깍 지 그리고 마주 잡은 손이나 밑줄 쳐둔 글과 기억 같은 것들을 떠올리면서. 그 안에는 손가락이 부족해질 때까지 친구들과 별똥별을 세던 어떤 밤들도 있어요. 그리고 지금 사랑해 마지않는 것들 주변을 여전히 함께 맴돌고 있어 기쁩니다. 또 함께 별똥별을 보고 싶어요. 그날에 내가 부를 이름들이 이 페이지를 읽어주면 좋겠습니다. 나에 대해 쓰려고 했던 날적이는 어느새 편지가 되었고, 내 삶은 정말 나만의 것이 아닌가봅니다.
볕이
그래서 겨울 볕을 보면 괜히 손을 내밀게 됩니다.
지급비, 교비 발송비, 복사비, 송금 수수료, 교통비, 홍보비 등 * 2022년 9,10,11월 사용내역입니다. * 정확한 원고료 책정을 위해, 교지가 발행된 이후 pdf 파일을 이용하여 원고료를 책정합니다. * 본 121호의 원고료 책정 내역은 122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편집후기
송미주
편집장으로서의 첫 계절을 보냈습니다. 교
지가 건넨 숙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부단히도
애썼네요. 성장통을 잊고 살다 오랜만에 겪
으니 몇 날 며칠은 아프기도 했습니다. 그럼
에도 지금의 제 모습이 마음에 드는 것을 보
면, 그래도 괜찮은 길을 걸어왔구나 싶어 안
심입니다. 그 길 위에 함께 있어 주었던 교지
식구에게 한 마디씩 남겨보려 합니다.
어진. 어진이가 제 곁에 있음에 감사함을 느
꼈던 한 계절이었습니다. 이번 호 어진이가
쓴 기사의 서론을 읽으며 ‘이 기사는 서론에
서 이미 끝났네’ 싶었어요. 진심이 담긴 글만
큼 강력한 글은 없습니다. 누구보다 따듯한
진심을 갖고 있는 그녀의 글이 저는 참 좋습
니다. 그녀는 정말 사랑할 수밖에 없는 존재
예요. 예림. 저는 알고 있습니다. 이번 호에
도 그녀가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남다른 집
요함 덕에 행정실 블랙리스트로 찍힐까 걱
정하는 그이지만, 이런 걱정은 기자가 할 수 있는 고민 중 가장 최상의 것이 아닐까 싶습
니다. 「한양」의 밝은 빛이 되어줄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미림. 이번 호는 미림이가
중요한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총여학생회와
PC주의, 민감한 두 사안을 이토록 잘 쓸 수
있는 이가 미림이 말고 또 누가 있을까요. 끝
까지 해내는 것만으로도 대단한데, 심지어
잘 했습니다. 미림이에게 그저 고맙다는 말
밖에는.. 해줄 게 없네요. 하석. 교지를 위해
묵묵히 자신의 빛을 내어주는 하석 오빠. 언
제나 우리의 작은 말들에 귀 기울여주어 감
사합니다. 기자가 글에 애정을 가지는 순간, 무엇도 그것을 넘어설 수 없음을 기사를 통
해 보여주었어요. 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
서연. 우리는 서연이를 바라봐도 보고 싶은
사람이라 말하곤 합니다. 강한 선함과 책임 감을 지닌 서연이가 교지의 사람이어서 감사
합니다. 강단 있는 총칙 개정안 기사도 최고
였어요. 이 기사를 위해 매 순간 최선을 다했
을 서연이를 응원합니다. 현진. 교지 생활을
하며 가장 애썼던 때가 언제냐 물으면 모두
가 첫 권을 쓸 때라고 말합니다. 너무나도 안
정적으로 첫 권을 완성한 현진이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냅니다. 현진이가 가진 예리함과
논리력은 교지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
었어요. 좋은 사람이 쓴 좋은 글이 가득한 겨울호입
니다. 작업을 하는 순간순간 우리가 서로의
잔등이 되어준다면 못 할 게 없겠다 싶었습
니다. 저의 한 해를 이렇게 잘 채워주어 고
맙습니다. 우리의 글이 여러분의 마음에도
잘 닿기를 바랍니다. 따듯한 연말 보내시고, 올 한 해 잘 마무리하시길 바랍니다. 김어진
책 추천 속 시집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
를 사랑하고>에는 ‘내가 나를 찾는 술래였던
시간’이라는 구절이
‘우리의 발자국’ 기사에 담았을지도 모르겠 습니다. 기사를 준비하며 많은 분을 만났습
니다. 소중한 이야기들을 직접 듣고 적고, 전할 수 있어 기쁩니다. 이번 기사는 제게 어떤 용기와 위로가 되었어요. 정확히는 네 한양인 분들의 답변이요. 인터뷰에 응해주 셨던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다시 한번 드리고 싶어요! 감사합니다. 독자분들께는 미래를 떠올리게 하는 기사 가 오만하거나 재촉하는 것처럼 느껴지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요. 제가 의 도했던 만큼 여러분께 가 닿았을까요? 그랬 기를 바랍니다. 제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 ‘너무나 멀리 갈 길 같이 꼭 재미있게 건강 하게 걸어갑시다. 뛰어갈 필요도 없어요. 그 냥 걸어갑시다. 모든 걸 다 꼼꼼하게 보면서 걸어갑시다.’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우리 모두 더뎌지는 걸음을 부추기기보다, 꼼꼼 히 걸어가 봅시다. 시간이 흐르는 게 유독 아쉬웠던 121호였 습니다. 아쉬운 만큼 회의 때 조금 더 열심 히 했던 것 같은데 ‘이 쓸데없는 꼬투리는 뭐야!’ 싶은 피드백을 건넸다면 미안해요. ㅎㅎ 우리 교지 제가 정말 좋아합니다! 아무 튼 교지 편집위원회에서의 일 년이 지나 저 는 어느새 부편집장이 되었고(꺅) 새해가 가 까워지고 있습니다. 여러 이유로 겨울에 대 해 자주 투덜거리곤 하는데요. 아직 이번 겨 울은 온전히 오지 않은 것 같아요. 11월의 끝자락, 한국 어딘가에서는 진달래와 개나 리가 피었다고 합니다. 지구가 정해 둔 이 비문이 계속 비문으로 남았으면 좋겠습니 다. 자신의 믿음과 주변, 지구를 사랑합시다 아. 교지 읽어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정예림
이번 121호에서 ‘한양대학교 환경’이라는
소재를 다루었습니다. 기숙사, 흡연부스, 보
안만을 다루는 기획안에서 녹지와 에너지
문제까지 늘었다가 현재의 구성으로 자리잡
았습니다. 녹지 사안을 뺀 것에 아쉬움이 남 습니다. 녹지에는 임야, 조경 등 종류가 다 양하고 대학 면적에 따라 법적으로 적정하 다고 인정되는 비율이 다르기에 비교하기 까다롭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더불어 한 양대학교 녹지 비율(인공지반, 옥상녹화, 임 야 등 미포함)의 경우 30.5%로, 결코 적은 수치는 아니었습니다. 다만 향후 신축 건물 을 고려해 복지 차원에서 조경 관리 등을 통 한 녹지 비율 유지·증진의 조치가 이루어졌 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캠퍼스 내에서 우리 도 모르게 녹지가 수행하는 역할이 크다는 것을 모두가 인지했으면 합니다. 기사를 쓰며 학교 행정팀과 수도 없는 전화 를 했습니다. 때로는 퉁명스러운 답변과 무 시도 있었지만 학생들의 알 권리 충족을 위 해 협조해주신 점에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 다. 대개 사람들이 지나치기 쉽거나 생소한 분야를 파고드는 것에 재미와 보람도 느꼈 습니다. 이로써 펜으로 조금의 변화라도 이 끌고자 하는 저의 꿈은 견고해졌습니다. 제 꿈에 확신이 생긴 만큼, 독자 여러분의 꿈도 응원합니다. 과거는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거름으로, 현재는 축복으로, 미래는 나를 향 한 기대로 여겨요.
편집후기
유미림
3월의 따스한 봄바람과 함께 시작되었던 교
편위 생활이 어느덧 겨울을 맞이했습니다. 교지실에 혼자 앉아 첫 회의에 참여했던 그
날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 당시 제 게 교지실은 조금은 긴장되고 조금은 두려
운 곳이었습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저는
편집위원으로서의 첫 호를 간행하게 되었고
교지실은 즐겁고 설레는 공간으로 바뀌었
지만요. 이번 121호에서 저는 총여학생회
와 PC주의라는, 가장 예민하고도 가장 흥미
진진한 두 주제를 맡았습니다. 여전히 공통
된 지향점을 찾지 못한 논의들이라 기사를
쓰는 데 많이 힘들었습니다. 매 회의가 끝날
때마다 기사에 대한 수십 개의 피드백들을
보며 스스로의 능력에 회의도 많이 들었고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도 여러 번이었습니 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고통의 대가는 성장이었습니다. 지금껏 발간된 기사들 중 가장 보람찼고 가장 애정이 갑니다. 혹독한 겨울을 앞두고 있는 지금, 독자 분들의 하루 는 어떤가요. 누군가는 핑크빛 희망을 품고 또 누군가는 어두운 미래를 꿈꾸고 있겠지 요.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건 이 모든 것이 이후 여러분의 성숙에 큰 기여를 하리라는
점입니다. 설레는 개강과 함께 교지 122호
가 발간될 예정입니다. 그 동안 당신의 매일
이 평온하고 또 평탄하길, 피곤한 하루를 겪
어도 그저 지나가는 바람임을 기도하겠습니
다. 그 동안 저희 한양교지는 우리 학내 사
회에 또 하나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도록 노
력하고 있겠습니다. 감사합니다.
PS. 언제나 고마운 미주선배, 어진이, 예림
선배, 하석오빠, 서연언니, 현진이
김하석
글쓰는 것은 늘 재밌지만 어렵네요 ㅎㅎ..
일단은 이번 121호를 함께했던 미주, 어진,
예림, 미림, 서연, 현진 모두에게 감사함을
전합니다. 낯가림도 많고 부끄럼도 많아서
사람들과 쉽게 친해지기 어려운 성격인데
교지 식구들과 함께 지내다보니 조금은 성
격이 나아졌지 않았나 싶어요? 학기와 병행
하면서 2개의 기사를 쓰는 일은 정말 힘들
었지만, 내면의 열정이 많지 않던 제게 열정
을 불어 넣어줬던 학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반려동물과 건강 체헐리즘 두 기사 모두 제 가 하고 싶었던 말들이 잘 전달되었기를 바
랍니다. 저의 꿈과 글을 읽고 쓰는 것이 재 밌다는 이유로 교지에 들어왔는데 저의 생 각이 더욱 구체화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 던 시간들이었습니다. 차가운 공기가 벌써 우리 곁에 다가오는 겨 울입니다. 몸은 차가워도 마음은 따듯한 올 겨울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번 연말을 맞이 해서 올 한해는 즐거운 한해였네요. 여러분 에게도 의미있는 한해가 되었기를 기원하며
다가오는 봄과 함께 122호에서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진서연
교편위에 들어온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다 섯 달이 지나 두 번째 교지를 발간하는 겨울 이 찾아왔네요. 2학년이지만 대면은 처음이 라 흰 눈이 내릴 겨울의 학교도 처음입니다. 한양에서의 첫 겨울을 <잔등>과 함께 시작 하다니 마음은 벌써 설레기만 합니다! 이번 호에서는 처음으로 학내 기사를 써보았습 니다. 인터뷰까지 해볼 수 있어 교지 활동을 제대로 느껴보았어요. 열심히 써보았는데 읽으시는 분들은 어떻게 느끼셨을지 궁금합 니다. 기사의 내용이 독자분들께 잘 전달됐 다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기사를 쓰면서 스스로 부족함을 정말 많이 느낍니다. 하지 만 쓰면 쓸수록 성장해가는 기자가 되고 싶 습니다. 다음 호에서도 열심히 배우고 열심 히 쓰겠습니다! 기사가 완성되기까지 우리 교지 식구들의 도움이 정말 컸는데요. 미주 언니, 어진이, 예림이, 미림이, 하석오빠, 현 진이! 너무 고맙고 애정합니다♥ 제가 인복 이 괜찮다고 했는데 교지 식구들을 보면 정 말 그런 것 같습니다ㅎㅎ 또 이번 학기에 정 말 큰 액땜이 있었습니다^^;; 일상에 브레이 크가 걸려서 제가 해야 하는 일들, 하고 싶 었던 일들을 그만두거나 미뤄둬야 했는데 요. 그럼에도 긍정적인 마음을 유지할 수 있 게 해준 가족들, 친구들(교지 사람들 포함 ♡)! 당신들이 없는 나의 스물둘, 나의 서울, 나의 전주는 어떤 모습으로 남아있을지 도 저히 상상이 가지 않아서 옆에 더 찰싹 붙어
있고 싶습니다!! 거하게 액땜했으니 복도 거 하게 들어오겠죠?ㅎㅎ 학우분들께도 그 복
을 나눠드리고 싶어요. 다치지 마시고! 아프
지 마시고! 무탈하고 행복한 겨울이 되길 진 심으로 바랍니다! :)
원현진
올 가을 학교 동아리 박람회 당시 교지편집
위원회의 홍보 부스를 보고 무작정 수습위원 지원서를 작성해서 제출했는데 벌써 눈이 내
리는 겨울이 되었네요. 그리고 벌써 저는 한 권의 교지 편집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개 인적으로 한 학기 동안 정말 많은 일들이 있
었는데, 교지 편집을 하면서 그 동안 경험해 보지 못한 일들을 많이 해봤던 정말 의미 있 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글을 처음 써보느라 많이 어려웠는데, 그때 많이 도와 준 교지편집위원회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 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교지 편집을 하 면서 동시에 많은 일들이 있어서 힘들었는 데, 그때 정말 큰 힘이 되었던 분들에게도 감 사하다는 말씀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교지 편집위원회에 들어와서 이제 막 한 권의 교 지를 발간하게 되었는데, 앞으로 남은 교지 는 더 열심히 써서 독자분들께 좋은 기사를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한양 교지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