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 도 상 생 마 을 공 동 체 를
일 구 어 가 는
날마다 잔치 2012
09
제30호
2012 09 제30호
글 싣는 순서
울고 웃는 을잔치 게 나 마 신명
[소통과 대안] 날마다 잔치 3
신명나게 울고 웃는 마을잔치
김준표
6
잔치로 초대하는 마을학교
임안섭
8
소박한 잔칫상 둘러앉으니 풍성
임안섭
10 마을이 있어야 잔치가 산다
김세진
12 [함께 산다는 것] 언니랑 만나고 싶었어
최소란
14 [밥상머리] 생명의 고마움 어찌 평가할까요
신병철
16 [청춘답게] 농촌으로 가다
장철순
18 [청소년마당] 한중일 역사문화 체험캠프를 다녀와서 20 [아이들세상] 연두빛 우정, 여름계절학교
소통과 대안
진심으로 축하할 수 있는 이웃과 더불어 삶이 흥겨워지는 마당 마을에서 이웃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하루하루는 잔치의 연속입니다. 누군가 나고 자라서 성장의 기점을 맞고, 배 움을 시작하고 마무리하고, 일터를 잡거나 가게를 열고, 연분을 만나고 혼례를 올리고, 생명을 품고, 새로운 이웃을 환영하고, …. 둘러보면 기념하고 축하할 일이 무진합니다. 이때마다 마음보다 돈을 들이고 우리를 만족시켜줄 생 판 모르는 외부인을 사서 각종 이벤트로 채우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사람의 잔치, 마을의 잔치가 아니라 돈의 잔 치를 마주쳐야 할 때 씁쓸해집니다. 마을은 잔치를 온전히 회복하는 관계입니다. 진심으로 축하할 수 있는 이웃과 함께 삶이 흥겨워지는 마당입니다. 사람 냄새 나는 마을잔치를 소개합니다.(편집자 주)
이예진, 김주은 엄화정
22 [마을학교] 가을학기를 맞았어요
잔치는 축하하는 사람과 축하받는 사람이 서로
24 [농생활] 밭의 피할 수 없는 친구, 풀 26 [생태건축] 너와 구들집 짓기
주재일
28 [판화 한 점] 여민동락(與民同樂)
강수현
29 [마을서원] 삶을 변화로 이끄는 공부
김하룡
30 [동구 밖] 찾아오는 이들과 마을길을 걸으며
조윤하
를 새롭게 만나는 자리다. 마을에서는 새로운 이 들이 공동체로 찾아와 자신이 살고자 하는 삶을 시작할 때 다함께 환영하는 잔치를 벌인다. 부모님 께 의존하던 집이나 홀로 지내던 곳, 습성대로 혹 은 어쩔 수 없어서 생활해온 방식을 떠나, 마을에 서 첫 걸음을 내딛는 모습을 함께 지켜봐주며 축 하하는 시간이다. 새롭게 태어난다고도 할 수 있 다. 잔치에 앞서 그 주인공은 마을사람들을 한 자 리에 초대하여 지나온 인생길 이야기를 들려준다.
* <아름다운마을신문>은 강원 홍천과 서울 수유를 오가며 농촌과 도시가 서로를 살리는 농도상생마을공동체를 일구는 삶으로, 시대적 과제 앞에 ‘소통’을 건네고 질문을 던지며 ‘대안’을 모색하려 합니다. 구체적 일상과 관계, 수련을 통해 [함께 산다는 것]의 의미와 이유를 찾아봅니다. 마을밥상 지기들이 밥을 차리는 마음을 담아 [밥상머리]를 이어쓰기 합니다. 기독청년아카데미를 통 해 만나는 20·30대 청년대학생들과 [청춘답게] 모험하는 이야기를 나눕니다. [청소년마당] [아이들세상]은 홍천과 수유 마을학교 아이들이 살아있는 배움으로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공동체 귀촌으로, 농(農)을 통해 문명과 삶 전체를 다시 살피고 재 구성하는 [농생활]을 일구고 땀 흘려 [생태건축]하는 모습을 담습니다.
어떠한 의무감 없이도 백여 명이 좁게좁게 모여 앉 아 화자와 눈을 맞추며 한 생명을 우리 안에 받아 들이는 데 집중한다. 인생길 이야기는 함께 살아갈 이들에게 자신을 투명하게 열어 보이는 시간이기에 꾸밀 것도 자랑할 것도 없다. 듣는 이도 사람을 쉽게 판단하거나 가벼운 연민으로 반응하지 않는다. 새로운 삶을 결단한 이는 앞 으로 마을에서 어떻게 살아갈지 밝히고, 함께 들은 이들은 짤막한 엽서에 마음을 담아 그이에게 포옹이 나 악수와 더불어 건넨다.
<아름다운마을> 펴낸 곳 생명평화연대 기자 김세진 김준표 김형우 임안섭 서아름 주재일 최소란 디자인 황지영 문의 02-999-9294, 010-2578-6050 전자우편 maeulin@hanmail.net 누리집 www.maeullo.net 후원 국민은행 487101-01-436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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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한 공동체가 된 모든 사람들이, 이렇게 우리를 마을로 함께 살아가도록 해준 힘과 은총에 감사
에서 역할을 맡은 이들은 출퇴근하고 살림하고 바쁜 주중에도 짬을 내어 몇 번씩 모여서 머리를 굴리
하며 기쁨을 나누는 축제를 벌인다. 소망과 격려, 다짐과 당부가 어우러지는 한마당이다. 마을사람들
고 실전처럼 맞춰 보는 번거로움도 감수하면서 기꺼운 마음으로 준비한다. 재능과 일머리는 다른 사람
은 참신한 재치를 발휘해 축하공연을 선보인다. 여럿이 팀을 꾸리고 여러 날 호흡을 맞춰 멋진 한판을
들과 함께 재밌게 일할 때 드러나는 법이다. 힘 모아 경사를 치르고 나면 그네들끼리 나눌 이야기가 또
만들어낸다. 주인공 정황에 맞게 기발하게 개사한 노래는 한동안 마을 아이들에게 유행가가 되기도
많아진다.
한다. 나이 불문하고 기꺼이 몸을 사리지 않고 재미와 진한 감동을 선사하니, 주인공도 어설프나마 진 심 어린 공연으로 보답한다. 배꼽 빠지게 웃다가 감격에 겨워 울다가 하면서 잔치를 통해 든든한 하나
아이 키워주셔서 고맙다고 떡 돌리기
가 된다.
마을에선 매년 새 생명의 기운이 넘쳐난다. 한 해 동안 아기들 여섯이 또래로 태어난 적도 있다. 올 가을에도 엄마 뱃속에서 꼼지락대며 세상에 나올 채비를 하고 있는 태아들이 셋이나 된다. 자연히 아
“얼씨구, 잔치는 저렇게 놀아야지”
기의 잉태를 이웃들에게 알리는 때, 출산한 날, 삼칠일과 백일, 돌 등 기념하고 축하하는 일이 끊이지
“얼씨구, 잔치는 저렇게 놀아야지.” 올 여름 열린 마을 혼인잔치에 축하해주러 오신 손님 한 분이 뒷자
않는다. 내 아이 남의 아이가 아니라 우리의 아이로 마을의 아기로 함께 품고 키우기에 마을 돌잔치는
리에서 추임새를 외친다. 무대에 선 신랑각시 친구들이 우리 장단에 맞춰 ‘남생아 놀아라’로 하객들과
가족모임이 아니라 모두 함께 누리는 잔치가 된다.
같이 흥을 돋우며 슬슬 부부를 원 가운데로 몰아넣는다. 앞소리로 ‘신랑아 놀아라’를 매기고 하객들이 ‘촐레촐레나 잘 논다’로 받으니, 신랑이 처음엔 쑥스러워 하다가 이내 어깨춤을 덩실덩실 추어 보인다.
아기는 한 해 동안 커온 모습을 지켜본 이모삼촌들과 형님들의 축하를 받고, 부모는 함께 살아가는
이어서 여지없이 ‘각시도 놀아라’ 하자, 기다렸다는 듯 각시도 두 팔을 들고 활짝 웃으며 들썩들썩 춤춘
마을 이웃들에게 떡을 돌리며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넓은 창으로 예쁜 정원이 보이는 마을찻집에서
다. 한복을 입은 신랑각시는 즉석에서 생생하게 기분과 표정을 드러내며 예식을 즐긴다. 잔치에 주와
기념사진도 찍고 조촐하게 축하공연도 펼친다. 어른 중심의 잔치가 되지 않도록 아기에게 익숙한 곳에
객이 따로 있지 않다. 하객들은 무릎을 치며 웃음을 터뜨린다.
서 아기의 리듬에 무리가 되지 않도록 길지 않게 마친다.
이어서 마을학교 학생들이 열심히 연습한 축하 공연을 펼친다. 신랑이 마을학교 기숙사 생활교사로 만
얼마 전 열린 돌잔치 날엔 엄마와 같이 모임을 해왔던 이모들이 손수 동글동글한 수수팥떡을 만들어
나왔던 학생들은, 그동안 선생님과 같이 먹고 자고 일상을 공유하며 끈끈하게 쌓인 우정, 자신들이 기침
나누기도 했다. 다른 이모삼촌들은 아기가 살아갈 삶에 대한 소망을 담아 특별한 돌잡이를 보여줬다.
감기로 잠 못 이룰 때 옆에서 밤새 돌봐줬던 시간, 청소년기 질문에 진지하게 귀 기울이거나, 애정 서린 잔
주인공 아기 앞에는 숟가락과 밥그릇, 보온병, 손 조각상, 나무자석 세트, 장난감 악기가 놓였다. 숟가락
소리로 혼내주던 나날을 떠올려 노래 가사에 담았다. 이제는 이 아이들이 선생님이 결혼하고 잘 살아가
과 밥그릇은 밥 잘 먹고 잘 자라서 남에게 밥이 되는 사람이 되라고, 보온병은 뜨거운 열정을 품으라고,
나 지켜보는 관계가 되었다.
손 조각상은 이웃의 손을 잡아주는 사람이 되라고, 나무자석 세트는 혼자도 잘 놀고, 함께도 잘 놀라 고, 장난감악기는 음악처럼 신명나게 살라고 하는, 사물에 대한 창조적 해석이 잔치에 재미를 더해줬다.
혼례잔치는 마을의 일상이 확장되는 공간이다. 장소도 가까운 구민회관이나 학교 강당을 저렴하게 빌 려서 한다. 부모님과 외부에서 오는 하객들을 배려한다며 교통 편한 도심 한가운데 어색한 예식장으로 나가지 않고, 오히려 마을로 모셔서 잔치 주인공과 이웃들이 마을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 잘 소개해드 리고 흥겨운 한마당을 함께 느껴보자고 초대한다.
일상에 새 기운을 불어넣어주는 밥상 아름다운마을밥상은 매일 잔치가 일어나는 곳이다. 밥상에 오순도순 둘러앉은 이웃들이 내 정다운 식 구들이다. 식구들이 밥상에서 기다리는데 홀로 외로이 대충 한 끼 때울 까닭이 없다. 각자 일터에서 땀 흘려 수고하고 돌아오면 이웃들과 밥상을 마주하고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며 쌓인 피로를 푼다. 진한
마을잔치에선 품앗이가 빛을 발한다. 혼례를 앞둔 두 사람은 마을에서 먼저 가정공동체를 이룬 선
미역국으로 위로를 얻고, 우리 삶이 작은 행복으로 가득 차 있단 걸 새삼 느끼고, 다시 세상에 나갈 밥심
배 부부들에게 찾아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묻고, 예복을 물려받거나, 준비과정을 나누고 조언을 듣기
으로 충천해진다. 마을로 사는 건 잔치가 끊이지 않는 일상이다. 잔치는 자신의 기운을 끌어올리고, 다른
도 한다. 둘의 만남을 곁에서 지켜봐온 이웃들은 짜임새 있는 마을잔치를 기획해 역할을 나눈다. 잔치
사람의 기운도 끌어올리는 사건이다. 마을에서 잔치하며 내가 살고, 너도 살고, 우리가 사는 이치이다. 김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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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대안
소통과 대안
을사람들을 초대한 ‘효제곡 마을음악회’가 기다렸다. 흥겨운 풍물놀이로 앞장선 학생들을 따라 다같이 봄꽃이 활짝 핀 마을길을 걸었다. 학교 마당에 편 돗자리에 앉아 두 시간 내내 알찬 공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어른이라고 구경만 하는 게 아니었다. 마을 놀이패 신 ‘ 명나게 놀자’ 이모삼촌들이 노래하고 춤추며 “같이 삽시다 아아아~”를 외쳤다. 아이들의 끼와 발랄함은 어른들을 능가했다. ‘아름다운마을학교’ 글자를 따서 ‘도레미송’을 개사했는데, “을매나 좋은지 몰라요”란 구절로 기발함을 보여주자 박수와 웃음이 터져나왔다. 맑고 시원하게 울려 퍼지는 아이들의 리코더 합주는 논 밭에 부는 바람 소리를 담아냈다. 한복을 차려입은 세 소녀가 남학생 고수 장단에 맞춰 소리를 떨고 꺾으며 판소리 ‘수궁가’ 를 들려줬다. 수유에서 온 초등학교 아이들도 준비해온 게 있었다. 형님들 가락 한 수에 ‘도라지 타령’으로 답하고, 그동안 갈고 닦은 태권도 품새를 호흡 맞춰 보여줬다. 꾸밈없고 능청스러운 표정과 몸짓으로 ‘님과 함께’를 개사해 ‘벗과 함께’를 들 려줬고, 오락가락밴드는 선생님과 같이 기타와 키보드, 드럼까지 갖춰 그럴듯한 콘서트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어서 마당 곳곳에 가지가지 놀잇판을 펼쳐놓고 자유로이 오가며 즐겼다. 투호 던지기, 장작 패기도 하고, 한지로 부채 도 만들고, 마을 아이들과 어른들이 미리 내놓은 옷가지며, 생활용품들이 가지런히 놓인 장터도 열렸다. 마을 어르신들
생동하는 아이들이 배우고 자라는 순간마다 이모삼촌들 함께 신나며 ‘얼쑤!’
의 훈수를 들으며 두 사람이 박자를 맞춰 떡판에 있는 찹쌀 반죽을 떡메로 쳐댔고, 다된 떡반죽에 콩고물을 묻혀 인절미 를 만들어 먹었다. 한쪽에선 마을 사는 토박이 아이들이 소문 듣고 기다려왔던 벽화 그리기가 한창이었다. 마을 앞에 군 부대였던 낡은 건물을 밝은 미색으로 칠하고 아이들이 그리고픈 꽃과 곤충으로 채워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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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5일 어린이날 이른 아침 수유에서 출발한 버스는 홍천 효제곡마을을 향했다. 아름다운마을학교 수유터전과 홍
학교 잔치는 바로 우리 일
천터전 아이들, 선생님, 학부모, 이모삼촌들은 이날 운동회에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마음껏 달리고 응원하며 시골
마을공동체는 너와 나의 아이들이 자라는 모습을 함께 바라보고, 기뻐할 수 있는 관계다. 잉태됐을 때부터 줄곧 아이들
학교 운동장을 동심으로 가득 채웠다. 다 같이 둘러서서 몸을 풀며 눈인사를 나눈 뒤 학생과 교사, 학부모 세 모둠으로
을 가까이 봐왔던 삼촌이모들은 부모 못지않은 감수성으로 아이들의 성장에 동행하게 된다. 그리고 한 순간도 똑같지 않
나눠 겨루기를 시작했다. 우리 아이들 실력을 만만하게 봐선 안 된단 진행자 발언에 학부모들은 잔뜩 긴장한 표정을 지
고 움직이고 커가며 생명의 약동을 보여주는 아이들은, 마을사람들이 끊임없이 배우고 때에 맞게 열매 맺는 삶을 살아
었다. 첫 번째 경기는 단체줄넘기. 여럿이 발을 맞춰 펄쩍 뛰는 줄넘기는, 키가 제각각인 아이들보다 어른이 유리했던지,
가야 할 이유가 된다.
학부모 모둠이 우승을 차지했다. 쑥스러워진 학부모들은 상품으로 나온 홍천 할머니표 엿을 학생들에게 돌렸다. 학생들 은 엿을 받아들고 금세 다시 신이 났다. 다음은 축구경기. 그동안 꾸준히 연습해온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학생들이 빠른
마을을 이루어 살아가는 삶은 그대로 아이들의 교과서가 된다. 마을 어귀에서 마주쳐 인사 나눈 아이에게 있어서 나는
발놀림과 팀워크로 선전했다. 압권은 중계방송이었다. 진행자와 공동으로 경기를 중계한 학생이, 학생선수가 상대편에
곧 마을이고 아이가 배움 속에 가진 질문의 답변을 주는 존재가 된다. 아이들의 크고 작은 일들은 곧 내 일이자 마을의 일
공을 빼앗길 때마다 말을 멈추고 ‘아~’ 하는 안타까운 탄성을 지르며 친구들을 응원하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결국 학
이며, 마을학교 잔치는 온 마을사람들의 잔치가 된다. 마을 아이들이 배움을 갈무리하는 마무리잔치나 졸업식이 열릴 때
생들은 선생님들과의 시합에서 4대 2로 이겼다.
면 학부모나 선생님이 아닌 마을 이모삼촌들은 내 일처럼 시간 맞춰 잔치에 참여하고 일손을 돕는다.
운동회의 절정은 바로 이어달리기. 떨리는 마음으로 출발해서 홀로 뛰다가 나란히 뛰는 친구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다
마을학교 아이들은 마을이 한 마음으로 잔치할 거리
지칠 때쯤 내 바통을 다음 사람에게 넘겨주는 건 늘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아이들도 선생님들도 엄마들도 아빠들도 전력
를 안겨준다. 아이들이 있기에 마을은 다 같이 기운을
을 다해 달렸다. 승부를 가리기 어려웠지만, 막판에 너무 열심히 뛰어 결국 1등을 한 아빠는 아이들에게 ‘에이~ 어린이날
모아 한판 벌이는 게 설지 않다. 아이들은 잔치를 제대
인데!’ 하며 눈총을 받았다. 바쁜 도시 일상으로 굳어있던 몸이 생기 있게 살아나는 운동회였다.
로 즐길 줄 안다. 마을 아이들은 또래들과 형님아우들 과 이모삼촌들 사이에서 다양한 관계망을 이루고 더
제대로 놀 줄 아는 아이들
불어 살아가는 삶이 몸에 배어 있다. 그런 아이들이
집에서 손수 싸온 도시락들로 꿀맛 같은 점심식사를 나눈 뒤 홍천터전 교정으로 향했다. 학생들이 정성껏 준비하고 마
있기에 잔치는 더 흥이 난다. 임안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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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대안
소통과 대안
고 지내던 칼국수집 아주머니께 부탁드렸다. 솜씨 좋은
마을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은 가장 익숙하고 편안한
아주머니 진두지휘로 사전에 도우미를 자청한 신랑각시
마을밥상이나 찻집에서 돌상을 받는다. 밥상은 젖먹이
친구들이 곁에서 척척 국수를 같이 말았다. 아주머니는
키우면서 집에서 상차리기 어려운 엄마들이 알찬 식단
지금도 마을에서 신랑각시를 만날 때마다 흐뭇하게 내
으로 천천히 꼭꼭 씹어 먹을 수 있는 곳이다. 엄마가 건
자식처럼 안부를 물어보신다. 좋은날 함께 나눈 국수가
강식을 먹는 동안 이모삼촌들이 아기와 놀아주고, 아기
락 길이만큼 부부의 사랑도 깊어지리라.
는 밥상 된장국을 곁들인 이유식으로 입맛을 익히며 쑥 쑥 자란다. 얼마 전 첫 생일을 맞은 아기를 위해 이웃들
혼인잔치 음식으로 비빔밥을 내놓은 부부도 있다. 산
이 정성들여 현미설기떡을 쌓아올리고 콩으로 앙증맞
뜻한 봄철에 한 몸을 이루었다는 의미를 담아 다채로운
게 단장한 돌상을 선사하기도 했다. 밥상과 찻집을 오가
푸성귀며 산채를 듬뿍 올려 쓱쓱 비벼 드시도록 상차림
며 태어날 때보다 훨씬 건강해진 아기의 생명력을 고백
을 했다. 이 또한 마을사람들이 힘 모아 직접 장봐서 재
하는 엄마아빠의 편지 낭송을 같이 들으며 제 자식 일
료 다듬고 요리했다. 음식 장만으로 혼례식에 처음부터
처럼 눈시울을 붉힌 이웃들도 있었다.
끝까지 참여하지 못할 수도 있었지만, 결혼 선물이자 마
소박한 잔칫상
을사람들과 뜻 깊은 잔칫상을 나누고자 뒤에서 보이지 않게 수고한 친구들의 헌신이 아름다웠다.
둘러앉으니 풍성
마을잔치에서는 음식도 평소 밥상에 올리는 소박하고 정갈한 먹거리들로 채워진다. 우리 일상을 벗어나려는
나와 너의 몸을 지켜줄 먹거리로 함께 나누는 잔치의 맛
정초에 혼인한 동갑내기 신랑각시는 혼례잔치 날, 새해
잔치는 일상을 초라하게 만들지만, 일상과 조화를 이루
를 시작하는 때에 걸맞게 마을사람들과 뜨끈한 떡국을
는 잔치는 일상을 빛나게 한다. 음식이 오기까지 무수
나눴다. 명절음식인 도라지무침과 동태전이 상마다 한
한 손길과 자연의 노고를 기억한다면, 생명의 기운이 향
접시씩 놓였다. 한 상에서 찬을 같이 나누는 건 한 마
긋하게 버무려진 하루하루의 밥상을 잔칫상처럼 대할
을에서 서로 가깝게 믿고 지내는 사이에나 부담스럽지
수 있으리라.
않는 일이다. 장소는 마을학교 공간을 빌려 다들 편안하고 여유롭게 피로연을
마
을공동체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흥겨운 한마
“후루룩 후루룩 쩝쩝.” 혼인잔치에 초대된 사람들이
당에 잔치음식이 빠질 수 없다. 마을을 이루어 살
면발을 맛본다. 한 마을에서 알고 지내다 짝을 이뤄
아가고자 하는 모습이 잔칫상에도 고스란히 올라간다.
이날 백년가약을 맺은 부부는 축하해주러 온 이들에
올해 수유에서 부부의 연을 맺은 친
천편일률적으로 파는 음식, 콜라·사이다로 더부룩함을
게 국수 한 그릇씩 대접했다. 국수는 기다란 면발처럼
구 두 쌍이 나란히 강원도 홍천에
달래야 하는 음식이 아니라, 나와 너의 몸을 해치지 않
오래 잘 살라는 의미로 예부터 잔칫날에 꼭 나오던 음
귀촌하여 살림을 차렸다. 이들은
는 건강하고 담백한 먹거리를 선택하고, 과하지 않고 소
식이다. 화려하고 고급스런 뷔페에서 몇 접시 돌려야
홍천마을 생활을 시작하면서 이웃
박하게 차려낸다. 그래도 마을사람들이 정성어린 손맛
축의금 본전 뽑는다고 여겨지는 요즘 같은 세상에 지
으로 살고 계시는 마을 어르신들
을 담아 함께 둘러앉으면 한층 맛깔나고 푸짐해진다. 맛
단고명 올린 국수 한 그릇이라니, 예사롭지 않다.
을 모시고 직접 끓인 국수를 대
있는 건 같이 먹어야 제 맛인 줄 아는 이들이기에 이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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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나고 자란 밥상에서 나누는 돌상
임안섭
즐길 수 있었다.
접했다. 조촐하게 열린 두 번째
들과 더 좋은 음식을 나누는 데 인색하지 않다. 마을경
신랑각시 친구들이 손수 국수 말고 비빔밥 준비
혼인잔치였다. 어르신들은 젊은
사일에는 이제 갓 밥을 먹기 시작한 어린아이, 생명을
게다가 장소도 자신들이 만날 친구들과 밥을 먹던 마
이들이 와서 좋다고 반가워 하
잉태했거나 아기를 키우는 사람, 몸 아픈 사람 등 누구
을밥상을 빌렸다. 정겨운 잔치로 진짜 ‘국수 먹여준’ 신
셨고, 갓 귀촌한 젊은 부부들
도 소외되지 않고 남녀노소 한 자리에 어울려 잔치의 진
랑각시 이쁜 마음에 감동 받은 이들은 별미에 국물까
은 주민들과 한층 가까워질
수를 음미한다.
지 기분 좋게 들이켰다. 이날의 주방은 마을에서 잘 알
수 있었다. 아름다운마을 201209 3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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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대안
소통과 대안
으로, 부동산 시세가 오를만한 곳으로 이사하면서다. 바
이에게 주라고 해도 그대로 따를 뿐.
쁘게 살다 문득 돌아보니 놀 사람이 없다. 그 자리를 이 벤트 회사가 차지했다. 결혼식이나 돌잔치 같은 큰일을
초대받은 사람은 관람객 역할만 해야 한다. 상상해보
누구와 어떻게 치르나. 이 고민을, 자본이 정확히 읽었다.
라. 그 옛날 가나안에서처럼 식장에 포도주가 떨어졌고, 손님 중 누군가 마침 더 좋은 포도주를 가지고 있어서
사람은 없고 돈이 주인이 된 잔치
대량으로 내놓았다. 음식업체에서는 왜 계약을 어기고,
간편해졌다. 예식, 돌잔치는 전문 장소에서, 전문가에
다른 포도주를 내놓았냐며 항의할테고 식장이 어수선해
게 맡기면 된다. 그 순간 어떻게 ‘살’ 것인가 대신 무엇을
질 것이다. 잔치의 주인공들을 다른 방법으로 축하하고
‘살’ 것인가 하는 고민이 시작된다. ‘스드메’라 불리는 깔끔
싶어도 부디 자제해야 한다. 그 마음은 축의금이나 돌 반
한 표를 펼쳐놓고 고심 시작. 스튜디오 촬영+드레서 대여
지로만 할 것. 이것이 오늘날 돈 잔치의 불문율!
+메이크업 패키지를 가리키는 ‘스드메’는 다양한 선택폭
함께 사는 마을이 없어지며 덩달아 사라진 잔치
을 제공한다. 식장을 꾸밀 때 조화로 할지, 생화로 할지
돈 잔치는 생채기를 낸다. 함께 기뻐하기보다 ‘일’로
결정한다. 반주는 피아노 단독에서 바이올린과 첼로가
삼은 사람들과 함께하다 보니 의도치 않게 상처를 받는
가미된 트리오로 바꿀 수 있다. 잔칫날 팡파르가 울려야
다. “그것보다 이게 나아요” 해서 따랐더니 빡빡한 청구
한단 말에 심란해지면 호른, 트럼본 등이 들어간 금관 5
서가 날아온다. 자기도 모르게 하객수과 축의금을 계산
중주를 고르면 된다. 물론 추가금액이 따라 붙는다. 돌잔
하고 있다.
치는 더 단순하다. 부부와 아기의 옷, 돌상, 성장 사진, 돌 잡이 진행 등이 패키지다. 하루에 오곡밥 아홉 번 먹기. 꼭 매끼를 다른 집에서 먹기. 그러면 복이 온단다. ‘정월대보름에는 성(姓)이 다
다. 혹 살면서 이런저런 일도 서먹해졌어도, 너나없이 어 울리면서 마음을 풀었다.
른 세 집 이상의 밥을 아홉 번’ 먹어야 한다는 게다. 전통
다. 대부분은 겉치레를 위한 것. 돌잡이에 나오는 것은
농경사회가 씨족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감안하면,
저 살기 바빠 더 이상 함께 놀지 않아
친척끼리만 말고 이웃집에도 가라는 말이다. 이 날은 낮
누군가 속 썩이면 안 보고 마는 건, 오늘날 마을잔치
에는 밥을 얻어먹느라, 밤에는 노느라 바빴다.
가 사라져서가 아닐까. 잔치를 열기에 시골은 사람이 너 무 없고, 도시는 제 살기 바쁘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음력 1월 15일, 정월대보름을 기점으로 겨울이 끝나고
모르는 마당에 특별한 날이라고 알리고 싶지 않다. 각자
농사 준비가 시작된다. 놀 수 있는 마지막 날이라, 마을
하는 일과 삶의 리듬이 다른데 그걸 무시하고 나만 신난
전체가 시끌시끌했다. 연을 날리고 줄다리기를 했다. 달
다고 시끄럽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뜰 때를 기다려 달집을 태우며 소원을 빌었는데 이때 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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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이 주도하는 잔치에는 사람들의 욕망이 드러난
혼인한 사람이 불을 피우게 했다. 아이가 생기기를 기원
무엇보다 사람이 없다. 진득하게 붙어 있으면서 어릴
해서다. 마을을 돌아보아 누가 간절한 소원을 가지고 있
적부터 지금까지의 변화를 보아주고, 삶에 벌어지는 크
을까 숙고했을 마음이 전달된다. 정월대보름에는 함께 놀
고 작은 일의 의미를 읽어줄 관계를 잃었다. 그건 한 마
면서 겨울철 부족해진 영양을 보충하고, 풍년을 기원했
을에서 한 평생 살지 않아서이기도 하다. 학군이 좋은 곳
판사봉·청진기·마이크·골프공. 혼례 장소는 호텔이나 적 어도 궁전 모양을 한 건물, 기념 사진은 최대한 연예인처 럼 화려하게, 신혼여행은 적어도 해외. 그렇다 보니 돈이 없으면 잔치를 못한다는 걱정이 팽배하다.
한바탕 어울려 놀기를 잘했던 우리는 어느새 노는 법 을 잊어 버렸다. 좋은 날을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꾸릴
우여곡절 끝에 잔치를 열어도 주인공들이 뒤로 빠져
줄 모르는 사람이 되었다. 누군가에게 그 날을 맡기고,
있다. 만약 신랑신부가 결혼식에서 무얼 하나 넣거나 빼
내 일같이 여기지 않는다고 상처받는다. 어떤 이는 잔치
려 하면 절차가 복잡해진다. 전례가 없는 것은 돈으로 계
를 열고 싶지만 남 따라하려니 돈이 없고, 다르게 하려니
산되어 있지 않아서다. 신랑신부가 그날의 주인이라도, 예
방법을 몰라 눈물을 머금고 포기한다. 좋은 날, 축하하고
식장 주인이 하라는 대로 하는 게 편하다. 돌잔치는 진행
축하받는 잔치를 함께 열 마을이웃, ‘그 이웃을 그대는
자가 하는 대로 흘러간다.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무리한
가졌는가’.
발언을 하거나, 참여한 사람에게 즉석에서 돈을 꺼내 아
김세진
아름다운마을 201209 3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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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산다는 것
하하
호호
언니랑 만나고 싶었어
함께 산다는 것
에요. 다른 지역에서 지내는데 모임을 마치고 잠잘 채비까지 해서 온 여성들도 있었어요. 기혼과 비혼 여 성들이 골고루 어우러졌고, 뱃속에 태아를 품고 온 임신부, 모처럼 젖먹이 아기와 떨어져 홀가분하게 외 출한 엄마들도 있었습니다. 아이와 남편에게 양해를 구하고 살림집을 모임공간으로 기꺼이 내어준 이도 있었지요. 이날 이 자리에 모인 모두는 오롯이 서로의 언니이고 동생이었습니다. 얼마 전 가정을 이룬 여성은, 결혼 전까지 한집에서 먹고 자던 친구들과 만나 변함없는 우정의 눈빛 을 나눴고, 같이 사는 식구들만으로 관계가 좁혀지는 것 같다고 여겼던 이는, 언니들을 만나 고민도 풀 고 든든한 마음을 느꼈습니다. 집을 떠나 새로 수유마을에 이사 온 이는 이곳에서 친구들과 함께 살아 가기 이전 생활습관을 돌아보고 이제 더 잘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습니다. 이렇게 후끈 달아오른 부뚜막이 사그라들기 전에 제 할 일을 다 해야죠. 이 자리에 모인 여성들은 고요히 마음 모아 누군가를 위해 기도했습니다. ‘누군가’는 최근 병과 씨름하며 몸의 총체적 치유와 전환의 과정을 통과해가고 있는 친구들이기도 하 고, 거동이 불편한 친구집에 찾아가 수족이 되어 생활을 돌보는 역할을 돌아가며 하고 있는 친구들이기
예부터 여성을 살리던 부뚜막, 우리 시대 한여름밤에 되살리다
도 하고, 병명은 달라도 결국 크게 다르지 않은 질병들로 신음하고 있는 동시대 여성들과 문명적 질환에 민감한 생명들, 곧 우리 모두이기도 합니다. 기도가 어떤 힘을 발휘할지 모르지만, 적어도 누군가를 홀로 내버려두지 않게 해주리라 믿습니다. 내 문제 넘어 다른 이 향해
리네 어머니들은 날마다 식구들 조석거리를 차리느라 부엌 부뚜막에 군불을 지폈는데, 이런 생활
전체 모임에 이어서 너덧 명씩 여러 집들로 흩어져서 밤이 깊도록 도란도란 얘기를 나눴습니다. 작은
이 옛날 여성들을 온갖 부인병에서 지켜줬다 합니다. 황토가 발라진 부뚜막에서 불을 땔 때 나오
모둠으로 둘러앉으니 자연스레 더 속 깊은 고민도 털어놓고 그간 잘 몰랐던 친구의 정황도 이해하게 되
우
는 온기와 원적외선이 사람 몸을 이롭게 하기 때문이랍니다. 집안 아이들과 어르신들에게 아랫목을 내어
었지요. 깔깔대는 웃음소리가 내내 끊이지 않으면서도 다른 이의 작은 호흡에 귀 기울이며 서로의 삶에
주고 부뚜막 앞에 쭈그리고 둘러앉은 여성들은 몸 어딘가 아픈 곳을 치유하는 자리로 서로를 초대했을 것
책임이 생겼습니다. 시간이 너무 짧게 느껴지니 이대로 계속 이어서 잠도 같이 자고 싶고 아예 다음 부뚜
입니다. 반면 지금 여성들이 이래저래 많이 앓는 건 부뚜막에서 궁둥이를 뜨끈하게 덥히던 지혜가 사라져
막은 하루를 함께 살면 더 좋겠다는 바람과 함께 아쉬운 마음으로 서로의 집을 바래다준다며 밤 산책을
서일까요. 고된 집안일과 가부장제 질서에 무기력해지지 않고 묵묵히 서로의 몸을 돌보던 관계를 잃어버려
즐기다 헤어졌습니다.
서일까요, 혹 둘 다일까요. 우리 몸 사타구니와 치부를 향해 뜨끈한 치유의 기운을 쬐어주는 자리에 둘러앉게 해주는 부뚜막은 서로 지켜주는 만남으로 초대
오늘 어디에 있을까요? 안락한 관계의 배치를 바꿔서 자기를 비춰줄 수 있는 다른 이와 관계 속에 자기
폭염과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8월 3일 저녁 서울 강북구 수유마을에서 여성들 서른 명이 ‘부뚜
를 열어젖히면 나 홀로 뚫고 나갈 수 없던 문제를 넘어설 수 있기도 합니다. 그러다보면 나만의 아픔을
막’이란 이름으로 모였습니다. 전통적인 부뚜막 시설을 갖춘 건 아닙니다. 모임 이름이 그렇다는 거죠. 그
보던 시선이 바뀌어 다른 여성의 아픔이 보이고 또 이 땅 모든 여성의 경험과 아픔을 이해하게 되면서,
래도 그 찜통더위에 서른 명이 부뚜막 이름만 듣고, 열일 제쳐두고 반가운 마음으로 모여 방 하나가 꽉 차
끈끈한 우정과 연대가 시작됩니다.
게 둘러앉아 그야말로 인간 부뚜막을 이뤘답니다. 진정한 우정과 연대는 당위와 선언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삶을 기반으로 구현됩니다. 구체적 생활 무슨 취미가 같아서 모인 동호회도 아니고, 나이도 학교를 갓 졸업한 스물세 살부터 사십대 중반까지
을 공유하지 않으면, 일시적인 교제와 결의는 공허해질 수 있습니다. 마을에서 옆에 있는 친구를 보며 의
다양합니다. 일터에서 퇴근하자마자 부랴부랴 저녁도 거르고 달려온 여성도 있고, 또 그런 친구를 떠올려
리를 저버리지 않는 삶, 그것이 부뚜막이 준 선물입니다. 이 땅 곳곳에 마을공동체 속 부뚜막이 자연스
새참으로 파래전이며 시원한 효소음료를 싸온 이도 있었습니다. 같이 사는 친구들과 한주동안 분주한
레 되살아난다면, 홀로 아파하는 이들이 줄어들지 않을까요?
일상을 정갈하게 하며 부뚜막을 준비했다는 이들도 있었지요. 다 수유지역에 사는 이웃들만 온 건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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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란 아름다운마을 201209 3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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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머리
밥상머리
생각합니다. 귀한 생명을 앞에 두고 ‘맛없으면 어떡하지’ 하고 걱정 했던 저의 자의식이 부끄러워집니다. 이제껏 음식점을 갈 때면 음식을 사먹으면서 ‘나는 돈을 냈으니 이 음식을 먹을 자격이 있다’는 마음을 갖고 살아왔습니다. 식당 의 외양과 서비스와 음식 맛을 비교하고 평가했습니다. 그래서 저 도 다른 사람에게 좋은 평가를 받으려고 남의 시선을 그렇게 의식 하며 살아왔나 봅니다. 다른 사람에게 잘 보여 좋은 평가를 받고 싶다는 마음은 또 다른 사람을 평가하고 싶다는 마음을 낳고, 결 국은 다른 사람이 나를 인정해주기 위해 있는 것처럼 착각하게 됩 니다. 처음에는 밥상에 오는 손님수를 늘리고 싶었고 밥집을 오래
칭찬받고 싶은 마음 내려놓고, 오늘도 겸허히 밥상을 차립니다
운영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마음과 지향은 결국 밥상에 오 는 분들을 저의 욕망을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삼는 것이라는 생 각이 들었습니다. 욕심 부리지 않고 몸에 좋은 요리로
대학교 공부를 중간에 그만두었습니다. 부모님 기대
이제는 다른 사람이 해준 밥은 다 맛있습니다. 음식점에서 수
에 맞춰 들어간 대학이었지만 잘 맞지 않는 공부를 계속
고하는 분들을 생각하면 맛을 평가하려는 태도를 주의하게 됩니
는 밥을 짓고 나서 긴장하는 편입니다. 음식이
하는 것이 오히려 부모님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
다. 여러 식당을 다녀보았는데, 맛나기로 소문난 식당은 결국 지
맛있게 된 날은 마음이 편하지만, 실수로 맛있게
다. 자퇴 후, 군대에 있을 때의 경험을 살려 주방보조 아
나치게 맵고, 짜고, 달고, 기름진 음식들을 잘하는 곳입니다. 부드
먹기 힘든 음식이 만들어졌을 때는 식사가 끝날 때까지
르바이트를 하려 했습니다. 그러다가 ‘멀리서 꿈을 찾지
러운 고기 요리 없이 맛있는 식당을 하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손님들 표정과 말 한마디를 살피며 괴로워하곤 했습니
말고, 지금 살고 있는 마을에서 좋은 밥집을 차리자’는
밥상에서 그런 요리를 해보고 싶다는 유혹이 들 때도 있습니다.
다. 그래도 많이 나아졌습니다. 군대에서 1년, 수유마을
마음이 생겼습니다. 집 밥처럼 건강한 음식을 차리는 밥
돌아보니 제 입맛이 자극적이고 부드러운 음식에 길들여져 있었
에서 3년을 매일매일 밥 짓다 보니 자연스레 긴장하고
집이 마을에 하나쯤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요. 한
습니다. 저의 몸에 유익이 되는 음식을 스스로 찾아서 조리해 먹
걱정하던 버릇이 많이 나아졌습니다. 무엇보다 내가 한
마을 사는 친구들에게 조심스레 물어보았습니다. 친구들
기에는 무기력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당장 맛있다는 칭찬을
요리에 자신감을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늘 다른
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그런 밥집이 생기면 정말 좋겠
받기보다는 손님의 몸을 생각하게 됩니다. 매일매일 먹을 밥이니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고,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고 칭찬
다”며 반겨주었습니다. 요리에 자신이 없고 제가 한 음식
손님 몸에 부담을 줘서도 안 되고, 단골손님들도 싱겁고 거친 음
받아야 마음이 편해지고 그러지 못할 때는 몸과 마음이
을 돈을 받고 파는 것은 더욱 부담스러웠지만, 저를 필요
식을 맛있게 드셔주시니 욕심을 안 부리게 됩니다.
긴장되고 굳어집니다.
로 하는 사람이 있고 제가 이 일을 좋아하니, 한 번 해보
저
자고 결심했습니다. 부족한 점은, 하면서 성숙해가면 되 그런 제가 밥 짓는 일을 하겠다고 마을에서 식당까
겠다고 생각하고 식당 창업의 발걸음을 내딛었습니다.
지 열었으니 스스로 생각해봐도 참 신기하고 놀라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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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마을밥상은 강북구 수유동 북한 산 아랫마을에 자리 잡은 식당입니다. 이 땅
음식이 나를 위해 있는 게 아니라 이 음식이 있어 내가 있습
에서 자라는 모든 생명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
니다. 군대에서 만난 좋은 인연이 있어서 지금의 제가 있습니다.
을 지향하며, 모든 식재료와 양념은 우리 땅
그리고 마을에서 생명평화의 가치를 실천하며 함께 수고하는 친
에서 자란 친환경유기농산물을 사용합니다. 식단은 매 끼니마다 달라지고 점심은 12시~1
입니다. 군대시절 강원도 철원 비무장지대 GP, 외딴 곳
나를 필요로 하는 친구들과 내가 좋아하는 일을
구들이 있기에 이 자리에 제가 있는 것입니다. 모자란 솜씨이지
에서 근무하며 서른 명이 먹을 밥을 지었습니다. 처음
밥상을 차리며 밥상에 자신을 내어준 생명을 생각해봅
만 맛있게 드셔주는 분들에게 감사합니다. 칭찬받고 싶은 마음
과 공휴일은 쉽니다. 가격은 어른 5천 원, 중고
하는 밥이라 서툴렀을 때인데, 고참도 후임도 간부도 모
니다. 요리하는 사람의 솜씨는 모자랄 수 있어도 생명의
은 내려놓겠습니다. 오늘 하루 좋은 친구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생 4천 원, 초등 3천 원, 미취학아동(24개월부
두 맛있게 먹어주었습니다. 당시 좋은 사람들을 만난 것
가치는 모자라지 않습니다. 한 생명이 자신을 내어준 귀하
것에 감사하고 나를 위해 자신을 내어준 생명에게 부끄럽지 않
터) 2천 원. 전화번호 070-7739-9132.
이 지금 생각해도 감격스럽습니다.
고 고마운 일을, 맛있다 맛없다고 쉽게 평가할 순 없다고
게 살아가겠습니다.
시 반, 저녁은 5시 반~8시 반 운영하고 주말
신병철 아름다운마을 201209 3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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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답게
청춘답게
올 여름엔 경북 상주로 갔다. 상주 모동지역은 포도 재배로 유명하다. 포도는 비가 왔을 때 많은 물을 섭취하면 너무 빨 리 영글어서 제때에 좋은 당도의 결실을 맺지 못한다. 그래 서 나중에 맛있는 포도를 수확하고자 비닐을 덮어주는 작 업이 한창이었다. 우리는 포도밭에 비닐 덮는 작업을 하 다가, 밭에서 꿈틀대는 지렁이들을 만났다. 밭에서 지렁이와 마주치다 거름을 주고자 잠깐 접어놓은 비닐을 다시 덮는데, 축축한 비닐 사이로 지렁이들이 머리를 내밀었다. 시사람 열 명에게 밭에서 풀매
멈칫하며 놀랐지만, 금세 친근해졌다. 참 오랜만에
라고 하면, 그중에 묵묵히 일할
보는 지렁이들이었다. 지렁이가 여기 살고 있는지
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란다. 좀 하다가
잊고 지냈던, 지렁이를 잊고 지내도 아무런 지장이 없는 우리 몸
더워지고, 허리 아프고, 끝은 보이지 않
을 생각했다. 지렁아, 네가 있어 땅이 생기 있다고 그래서 참 고맙다고 인사했다.
고 그러면, 이내 빈둥거리며, 어떻게 하 면 풀뽑기를 쉽고 편하게 할 수 있을까,
농촌에서의 농(農)생활은 단순했다. 잠자고, 일어나고, 밥 먹고, 똥 싸고, 일하고, 쉬고, 밥 먹고, 일하고, 잠자고…. 이 단
풀이 안 자라게 할 순 없을까, 이 정도는
순함은 복잡하고 빠르게 돌아가는 도시와 비교하면 무언가 떨어져 보인다. 하지만, 그것은 도시의 기준일 뿐이다. 단순해 보
그냥 놔둬도 되지 않나, 입만 바삐 놀리
이는 일과 그 속에서 다양한 만남과 사건이 있다. 단순함 속에 깊이 있는 삶의 호흡을 지속하는 것이 농생활의 힘이다.
게 된다는, 어느 젊은 귀농인이 도와주 러 왔던 친구들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했
매 끼니는 밭에서 따온 것들을 먹었다. 직접 수확한 싱싱한 채소와 열매를 먹으니 낯빛도 맑아지고 밥상에 대한 마음
다. 논밭일은 어릴 적부터 몸에 배어야
은 더 정직해진다. 함께 일을 하면서 이 음식이 오기까지 무수한 과정과 손길이 있다는 것을 몸소 알게 되었다. 농생활의
할 수 있다는 거다.
노동은 오늘날 돈으로 쉽게 대상화되고 무시되었던 과정에 대하여 깨닫게 하고, 감사한 마음을 깃들게 했다.
지금 도시 청년들 중 대다수가 어려서 농사를 지어본 경험이 없다. 부모님이 농사짓는 걸 보고 자란 이도 매우 드
단순함 속에 도시 삶을 다시 보게 한 농생활
물 것이다. 도시 삶은 철저히 농촌과 단절되어 있다. 가끔씩 시골에 가기는 한다. 여행하러, 친척댁에 가러, 혹은 수련
더운 오후엔 일하지 않고 강의를 들었다. 주변의 좋은 인생 선배들이 청년들을 만나러 다녀가셨다. ‘생활영성과 건강’
회 참석하느라 정도. 언젠가부터 농활도 점점 줄어간다. 방학은 대학생에게 아르바이트며 해외연수 적기다. 농촌도 기
‘강정마을 이야기’ ‘2012년 이슈파이팅’ ‘공동체와 지역운동’ ‘하나님나라와 생명·정치’ 등. 어려서부터 가정·교회·학교에
계화되어 있어, 감자줄기인지 풀인지도 구별 못하는 학생들 봉사가 아쉽진 않다. 요즘엔 지역마다 체험 관광코스들이
서 기독학생으로 자라온 청년들에게는 낯설면서 동시에 새로운 도전을 불러일으키는 다양한 주제들이었다.
개발되어서 그나마 농촌과 도시사람들이 만나는 접점이 된다. 오늘 아침 내가 먹은 게 어디서 자랐는지도 모르는 채 소비문화에 젖어 있으니 농촌은 참 멀다.
상주 근처 추풍령으로 귀농해서 살고 계신 지역주민이 자기 삶의 여정을 나눠줬다. 대학시절 학생운동을 하다가 재적을 당하고, 신학교를 갔다. 그 후 두레마을에서 7년 동안 생활했고, 후에 귀농을 결심하고 교육이 끝난 폐교를 구
기독청년아카데미는 매년 여름 청년들을 농촌으로 보낸다. 농촌에서 이색적인 체험을 하고 일손을 돕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와 너를 살리기 위해서다. 대지에 뿌리박고 살아가는 모든 창조만물을 돈거래 대상이 아닌 생명으로 대하
했다. 지금은 묵상하는 집이라는 뜻을 가진 ‘묵가’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이 와서 농촌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운영 하고 있다고 한다.
는 관계로 새로워지고, 자연을 해치는 도시문명의 질주에서 내려오기 위해서다. 생명평화농활은 청년들의 기개가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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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는 장이다. 그렇게 맺은 인연으로 인생이 달라지기도 한다. 그러다 매주 농촌과 도시를 오가는 일상을 선택하는
한 친구는 이번 생명평화농활로 ‘하나님나라’에 대한 지평이 넓어졌다고 했다. 좁은 틀에 갇혀 있던 사유가 달라진
청년들도 나오고, 가뿐한 걸음으로 귀촌한 청년들도 있다. 똥과 밥이 연결되어 있음을 배우고 다시 돌아온 일상에서
것이다. 졸업하고 나서 농촌에서 살아야겠다는 구체적인 결심을 보인 학생도 있었다. 누리고 배운 것들을 일상에서
식의 생활양식이 달라지기도 한다.
한결같이 잘 살아가는 우리가 되길 소망한다.
장철순
아름다운마을 201209 3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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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마당
청소년마당
이예진 (생동중학교 2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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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은 (생동중학교 2학년) 아름다운마을 201209 3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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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세상
, 여름계절 정 우 빛 학교 둣 연 배움의 길 함께 걷는 벗으로 만나 아름다운 하나를 이루다
아이들 세상
“우리가 간다!” 형님들과 아우들이 섞인 모둠별로 마을 탐험의 미 션을 수행하면서 낯설음과 어색함을 털어냈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학년을 넘나들며 자연스럽게 친구가 되어갔다. 자유 시간에도 아이 들은 놀기를 멈추지 않았다. 여기저기 다양한 곤충을 찾아다니고, 사방치기를 같이 하며 승리 비법을 친구에게 알려주기도 했다. 새로 운 배치 속에서 지내며 아이들은 다른 면모를 보여주었다. 어린 농부 이른 아침 산으로 밭으로 홍천터전에서 생태뒷간을 처음 써본 아이들, 변기에 앉아 물 내리 던 생활에 익숙하다가, 손수 치워야 하는 생태뒷간을 들락거리며 자 연과 사람이 어우러져 살아간다는 것을 경험했다. 내 오줌과 똥이 농사에 귀한 거름으로 우리 몸을 살리는 음식을 만들어내는 데 쓰 인다는 걸 배웠다. 생태뒷간이 조금 낯설고 불편하고 힘들기도 했지 만 생생한 몸의 경험은 소중한 배움으로 남을 것이다. 농생활은 아이들을 이른 아침부터 깨웠다. 어린 친구들이지만 농 부처럼 부지런히 일하러 산으로 밭으로 나갔다. 산에서 겨울 땔감으 로 쓸 잔가지를 주워 모으며 곤충들도 만나고, 잔가지를 한 짐씩 지 고 개선장군처럼 내려왔다. 풀이 수북한 밭에서는 효소 담을 야생 초도 찾아 뽑았고, 마당에서 옥수수 껍질을 까다 수염놀이도 하면 서 노동의 기쁨을 만끽했다. 아침 농생활을 하고 나서 같이 부른 노 래는 바로 우리 이야기였다.
시골에서 자연에 있는 모든 걸 놀잇감 삼아 물 만 난 고기처럼 뛰어놀기. 아이들에게 그보다 더 신나 는 일은 새 친구를 사귀고, 낄낄댔다가 토라졌다가 결국 같은 마음을 느끼며 커가는 ‘우리’가 되는 거 다. 지난 8월 6일부터 9일까지 3박4일 동안 강원도 홍천 효제곡마을에서 열린 여름계절학교에선 산울 어린이학교와 아름다운마을학교 학생들이 연합하 여 연둣빛 우정을 싹틔웠다. 다른 지역에서 대안교 육을 일구는 두 학교가 교과에 녹여내고 있던 배움 의 내용을 일관성 있게 실천하면서 더욱 풍성하게 채워가고자 함께 만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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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는 풀과 나무 산에는 꽃과 새 옷자락엔 풀냄새 손에는 흙냄새 하늘엔 나는 구름 골짜기엔 물소리 산은 보배 산은 힘 우리의 자랑 착한 짐승 착한 사람 모여 산다네 바윗돌길 샘물 옆에 열매를 딴다 동무야 산을 보라 늠름한 모습 오늘도 산을 타고 하늘을 간다 산에 나서 산에 안겨 살아가는 우리는 산을 지킬 산의 어린이 우리는 산을 닮은 산의 어린이
이번에는 같은 학년 또래들끼리 모여 마무리잔치 발표를 준비하러 머리를 맞댔다. 잘 하고 싶었던 마음과 달리 소소한 다툼도 일어났 고, 합의를 이루는 길이 평탄치 않았다. 그런데 이 과정을 통해 계절 학교 주제인 ‘우리는 하나’를 경험했다는 친구들이 많았다. 오히려 갈 등을 뛰어넘어 새로운 생각이 나오기도 했고 그것을 완성해가면서 하나임을 느꼈던 거다.
꿔 발표했다. 덤으로 깜짝 마술쇼를 하며 재미 난 반응을 이끌어내어 고학년의 품위를 지켜냈 다. 갈등의 과정을 겪으며 우정이 깊어지는 계 기가 되었다는 걸 마지막 날 5학년들의 똘똘 뭉친 모습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6학년은 두 학교의 4차원 학생들이 만나 자신들만의 개성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어 모두를 웃음바다로 만 들었다.
갈등 겪으며 똘똘 뭉치다 1학년 중 한 팀은 여름을 표현하는 그림 그리는 모습을 보여줬고, 또 다른 팀은 노래에 맞춰 몸으로 각자의 특기를 선보였다. 2학년 한 팀은 화음을 넣어 멋진 합창과 중창을 들려줬고, 다른 한 팀은 여름밤에 어울리는 귀신 나오는 연극을 해서 많은 박수를 받았다. 3 학년은 두 학교가 만나 새로운 배움을 한다는 가사를 써서 노래로 불렀다. 4학년은 악기 연주와 노래, 율동을 다채롭게 선보였다.
마지막 날 저녁, 아이들의 새로움과 잠재된 모 습이 발휘된 마무리잔치. 많은 사람들 앞에서 준비한 것을 발표하면서 긴장과 떨림의 벽을 넘 어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갔다. 배움의 길에 함께 가는 벗이 있고 그 벗을 만나 갈등을 넘 어 어우러져 하나가 되어본 이번 여름의 경험 은 앞으로 삶에 든든한 힘이 될 것이다.
5학년은 연극을 만들고 싶어 열띤 토론을 거쳤지만 결국 노래로 바
엄화정
아름다운마을 201209 3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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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학교
마을학교
몸을 움직여 공부할 거라고 하면, 아이들이 기대 어린 환호를 보낼까요? 스스로 척척 숙제와 준비물을 챙기고, 사물함 정리도 하고, 설거지도 하고, 서당 청소도 하며 생활을 가꾸는 힘을 키우고, 우 리말과 수의 세계를 여행하고 나면 깊어가는 가을 영그는 열매들처럼 아이들의 몸과 마음도 옹골차게 영글어가길 기대합니다.
[어린이집] 마을 구석구석을 누비고
[홍천터전] 상상력으로 대본도 만들어보고
어린이집이 오랜만에 모인 친구들 재잘대는 소리로
지난봄 아이들은 씨 뿌리고, 거름 내고, 김매던 농사의 흐름에 따라 땀 흘려 일하고 공부하며 저마다 '삶밭'을 일궜습니다.
가득합니다. 일주일 못 봤는데도 부쩍 자라서 온 것 같
열심히 공부하고, 잘 안 되는 것을 부여잡고 끙끙 앓는 모습, 몸을 움직여 근성 있게 갈고 닦으며 애쓰는 모습. 가을학기, 아
고 다들 햇볕 아래서 신나게 놀았는지 얼굴도 예쁘게
이들의 삶밭에는 어떤 일이 펼쳐질까요?
탔네요. “방학 동안 뭐하고 놀았어?” 하는 물음에 눈을 반짝이면서 자기들이 지낸 이야기를 합니다. 방학 동안
지난해 우리 손으로 흙미장 했던 서당에서 공부를 했습니다. 봄에 불 때는 일을 해보긴 했지만, 가을 겨울은 본격적으로
각자 다른 리듬으로 지내고 다시 모인 우리 친구들은
불 때는 일에 바짝 신경을 써야 합니다. 바지런히 움직여 땔감도 해오고, 불 지피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불이 올라 노
새 마음으로 가을학기를 맞이했어요.
릇노릇 구워진 서당 안에 진득하게 앉아 공부에 집중할 수 있지 않을까요. 불 당번이 불을 꺼뜨려 서당에서 공부하다 고드 름똥 눴다는 아이는 없어야 할 텐데요. 불길을 보고, 냄새를 맡고, 어떤 나무를 넣어야 좋은지 감을 익히며 오감이 깡그리
가을학기에도 우리 친구들은 북한산으로, 놀이터로,
열리는 경험을 가을, 겨울 지긋하게 해가지 않을까 싶네요.
동네 골목 구석구석을 매일 함께 산책하고요, 운동도 하고, 숲속도 누비고, 손으로 만들기, 그리기도 하고, 방
한 주에 두 차례 아이들이 돌아가며 참을 준비합니다. 봄에 저희들 스스로 떡
을 누비며 연극놀이도 하고, 여러 악기들도 만날 예정
국도 끓이고, 핫케이크도 만들어 맛있게 나눠 먹었습니다. 친구들은 참 준비를
이예요. 9월에는 초등학교 형님들하고 신나는 운동회
무척 즐거워합니다. 뭘 먹을지, 함께 먹으면 좋을 음식을 고민하고 준비하는 과
도 같이 하려고 해요. 형님들이 입었던 옷을 물려 입는
정도 알찹니다. 스텐, 프라이팬 쓰는 법도 익히고, 뒷정리도 하면서 그동안 보이
기쁨이 가득한 옷 잔치도 계속 있어요. 점점 익어가고
지 않던 곳도 보고, 닦고, 정리하는 힘을 키우기도 합니다.
여물어가는 농작물처럼 우리 친구들도 더 깊어지는 마 음으로 힘차게 지내요!
가을에는 중학교 아이들과 문학시간에 여러 작품을 읽고 하나를 골라 연극
[수유터전]
대본을 만들어볼 요량입니다. 작년 이맘때 아이들이 몇날 며칠 소설 쓰기에
신나게 몸을 부대끼며 배우고
공들이고, 그 가운데 아이들의 상상력이 빛을 발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가 을에는 연극 대본을 만들고 대사 연습을 실감나게 해볼 생각입니다. 동아리에
"선생님 우린 이제 어떻게 지내요?" 여름방학을 보내고 더 까무잡잡해진 아이들이 묻습니다. 폭염을 지나 아침저녁 선
도 새로운 변화가 있어요. 봄에 손바느질을 열심히 하던 ‘실뭉치’ 친구들은 이
선한 기운과 함께 시작한 가을학기 공부가 궁금해서 던지는 질문입니다. "너희는 무슨 공부를 하고 싶은데?" 되려 아이들
웃마을 직녀 이모에게 재봉틀 사용법을 배워 재봉질에 도전해본답니다. 음악
에게 묻습니다. 대답의 십중팔구는 몸을 써서 하는 공부입니다. 친구와 몸을 부대끼며 뛰어 노는 것이 즐겁고, 뭐든 직접
동아리 ‘오락가락’은 밴드 연습을 본격적으로 해서 야심
보고 만지고 해보고 싶어하고, 끊임없이 몸을 움직여 무언가를 하는 살아있는 아이들!
차게 공연을 준비할 모양입니다. ‘한아름’ 텃밭동아리 친 구들은 얼마 전 감자와 완두콩을 수확하고, 여름 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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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구석구석을 누비며 절기가 만들어내는 자연의 변화를 살피고, 절기 노래도 부르고 절기음식도 해먹을 겁니다. 텃밭
초를 효소로 담갔습니다. 가을농사로는 뭘 심을지 농생
에 배추와 무를 심어 김치도 담가야지요. 몸놀이 시간엔 여름학기에 신나게 배웠던 수영도 좀더 익히고, 야구에 심취한
활 선생님과 정해본다고 합니다. 신문동아리 친구들에
아이들의 바람을 담아 티볼도 배우려고 합니다. 물론 지난 학기에 이어 태권도 수련도 부지런히 해가야지요. 장구, 피아
게는 아름다운마을신문에 학교 소식을 올려주면 어떨
노, 리코더, 실로폰. 나이와 관심에 따라 악기도 익히고, 빛깔과 모양을 그리고 만들다보면 가을도 깊어가겠지요. 이렇게
지 권해보고 싶네요. 아름다운마을 201209 3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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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 + 생활
농 + 생활
소만이 지나면 풀의 기운이 아주 세진다. 비닐 없이 농 사지으니 풀이 좋아라 밭에서 판을 친다. 감자밭엔 어 김없이 명아주가 자란다. 색깔도 비슷하고 서로 나란히 커가고 있는 모습이 친구처럼 다정해 보인다. 명아주는 뿌리를 깊게 내려 땅 밑에서 물을 올려주기도 하고 줄 기가 약해 쉬이 쓰러지는 감자 옆에서 든든히 서 있어 주는 듯하다. 그래도 명아주 대가 너무 세지기 전에 뽑
풀이 거름화되는 과정에서 흙이 마르지 않도록 해주고
아줘야 한다. 호미로 한두 고랑씩 천천히 캐다가 욕심을
밭에 유익한 미생물들도 생기리라. 그 풀을 다시 고랑
내어 세 고랑을 캐니 손가락에 물집이 잡힌다. 감자밭에
에 두었다가 배추를 심고 거둔 다음 한 겨울에 이랑에
널린 명아주를 뽑다가 손이 아프면 쉬어가며 그날 찬거
덮어주면 겨우내 흙이 딱딱해지는 것을 막아줄 것이다.
리로도 만들어본다. 명아주를 데쳐서 무치면 소중한 나
도시에서 온 친구들이 주말마다 울력으로 많은 양의 풀
물 먹거리가 된다.
을 모아줬다. 풀을 쌓아놓고 오줌액비를 부어주면 습기 와 영양이 공급되어 퇴비가 된다.
명아주는 크면 지팡이로 쓰일 정도로 웬만해선 잘 안
밭의 피할 수 없는 친구, 풀 김매기에 치이지 않으면서 풀을 농사에 이롭게 활용하기
“(상략) 젊은이 하는 일이 김매기뿐이로다 날 새면 호미 들고 긴긴 해 쉴 틈 없이 땀 흘려 흙이 젖고 숨 막히고 맥 빠진 듯
농부야 근심마라 수고하는 값이 있네 (하략)”
- <농가월령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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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매기는 힘들어도 풀은 농사에 있어 떼어놓을 수 없
심스레 명아주를 뽑으면, 감자알 한두 개가 딸려 올라
다. 풀이 채소들의 기운을 꺾지 않도록 하면서 서로 잘
온다. 야생초들을 뽑다보면 길고 단단한 뿌리에 감탄이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하게 된다. 풀을 원망하게 되거나
절로 나온다. 잎과 줄기 못지않게 땅속에서 깊고 넓게
김매기에 치어 내 몸을 망가뜨리게 되는 일이 없어야겠
펼쳐져 있는 것이다. 사람에게 길들여진 작물들은 무성
다. 흔히 풀을 없애려고 땅에 제초제를 뿌린다. 몸도 힘
하게 자라도 뿌리가 그리 깊지 않고 그로 인해 든든히
들거니와 뽑아도 뽑아도 끝이 없는 시간과 노동과의 싸
서있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감자보다 늦게 심은 옥수
움 때문에 풀과의 전쟁이라고까지 표현한다. 충분히 이
수와 고구마, 땅콩은 명아주의 기세에 눌려 좀처럼 보이
해도 되지만, 나 편하자고 먹는 것에 약치고 밭에 약치
지 않는다. 그렇지만 씨앗이 발아하고 크는 과정에 풀이
면 그게 다시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 뻔하다. 비닐을 치
먼저 커져서 작물이 못 자라거나 웃자라게 되지 않도록
면 곡식의 건강성이 떨어지고 땅도 약해진다. 풀은 밭을
조심해야 한다. 특히 고구마나 콩은 잎이 무성해질 때까
비옥하게 해주고 곡식들이 잘 자랄 수 있는 여건을 만
지 초반에 철저하게 풀을 잘 매주어야 한다.
들어준다.
름농사는 김매기가 가장 많이 차지한다. 뙤약볕 아래 농
여
부를 밭에 붙들어놓고도, 좀처럼 안심을 주지 않는다. 비
망종 이후부터는 풀의 기세가 걷잡을 수 없다. 7월에는
자연농법으로 풀과 공존하는 길은 무엇일까? 풀이 잘
한번 내리고 나면 풀은 한층 더 자라 있다. 씨 뿌려 심고 가꾸는
비도 맞고 뜨거운 햇빛도 받아 더욱 잘 자란다. 김매고
매지고 쏙쏙 빠지도록 아주 부드럽고 유기물이 많은 땅
농작물과 구별이 안 될 정도이다. 농사의 반은 풀과 함께 간다.
돌아서면 어느새 성큼 자라 있고 설령 뽑았다 하더라도
으로 만들고, 작물을 무성하게 잘 키우면 풀도 덜 자라
다시 살아나 뿌리를 내린다. 이때쯤엔 호미만으로는 제
지 않을까? 옛사람들은 가축에게 꼴을 베어주면서 풀
어가 안 되어 낫을 써야 한다.
베고 거름 만드는 일을 힘들어도 게으르지 않게 했단
때마침 점심밥이 반갑고 신기하구나 맑은 바람 배부르니 낮잠이 맛있구나
뽑힌다. 막 꽃을 피우기 시작한 감자가 행여 상할까 조
명아주 캐다가 그날 찬거리로 봄에는 파종하고 모종 심는 일에 바쁘다보니 풀에는 손이 덜
다. 어쩌면 풀은 우리에게 피할 수 없는 과제를 던져주
가는데, 상대적으로 김매기가 수월한 편이다. 아직까진 풀도
풀 모아 이랑 덮어주고 거름도 만들고
키가 작고 더디 자라기 때문이다. 채소를 솎아주고 북주면서
김매기를 한 풀들을 모으면 농사에 유익하게 쓸 수 있
풀매기를 같이 할 수 있다. 괭이나 호미로 흙을 긁어주고 덮어
다. 베는 족족 작물 옆 이랑에 덮어주거나, 많으면 따로
*농생활소농연대 날적이 글을 모아 정리한 것입니다.
주다 보면 풀이 절로 뽑힌다.
쌓아놓고 퇴비로 활용하기도 한다. 풀멀칭을 하면 마른
(cafe.daum.net/agimazung)
는 타자가 아닐까?
아름다운마을 201209 3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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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건축
흙으로 구들 놓고 나무로 지붕 올리고 주변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재료들로 지은 구수한 너와집
생태건축
설계도대로 마름질1)과 바심질2)을 했습니다. 기둥이나 보는 가능하면 많이 다듬지 않고 자연 그대로 두었습니 다. 한옥 방식의 목구조 중에서 가장 소박한 방식을 택했습니다. 기둥과 도리, 보, 동자주와 종도리, 서까래 따위 등 부재를 최소한으로 썼습니다. 치목을 마무리하고 조립할 때가 제일 떨렸습니다. 나무와 나무가 만나는 부분 을 따고 깎았는데, 혹여 아귀가 맞지 않으면 어쩌나 조마조마했습니다. 크레인을 부르지 않고 도르래를 써서 끼 워 맞췄는데, 처음 치고는 큰 어려움 없이 잘 맞았습니다. 벽 단열을 많이 신경 썼습니다. 강원도 지역이어서 여름에 시원한 집보다 는 겨울에 따뜻한 집을 지어야 했습니다. 벽 안에 화학단열재 대신 왕겨 숯을 넣었습니다. 그리고 안팎에서 이중으로 심벽을 쳤습니다. 지붕으로 빼앗기는 열을 막으려고 천정에도 왕겨숯으로 단열했습니다. 지붕 마감으로는 너와를 깔았습니다. 사람들은 한옥하면 초가집이나 너 와집보다는 기와집을 먼저 떠올립니다. 이제는 기와집을 흔히 볼 수 있 고, 초가나 너와집은 민속촌 정도에 가야 구경할 수 있습니다. 기와는 흙 을 구워서 만듭니다. 너와는 나무를 쪼개서, 초가는 볏짚을 엮어서 지붕 을 올립니다. 모두가 주변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재료입니다. 차이가 있다 면 기와는 양반 등 부잣집이나 쓸 수 있는 고급 자재였고, 볏짚이나 너와 는 평민들이 즐겨 썼습니다. 그러니 기와집보다 초가와 너와집이 훨씬 흔 한 집이었습니다. 참고로 너와는 기와보다는 수명이 짧지만 저렴하고 기 술자가 아니어도 쉽게 시공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구수한 맛이 있습니다.
엇을 먹고 어떻게 입는지 보면 그가 지향하는 가치가 드러난다고 합니다. 그 사람을 말해주는 항목에는 집
무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한 구들집
이 되면서 자기가 지향하는 바에 맞게 살 집을 선택하고 가꾸며 살기 어려워진 세상입니다.
지붕까지 올리고 나서 구들을 놓았습니다. 지붕을 먼저 올리고 내부 공사를 하면 비가 내려도 일을 할 수 있고,
도 있습니다. 그래서 몇 평 아파트에 산다고 하는 것으로 모자라 브랜드를 드러냅니다. 집이 돈 벌이 수단
더위도 피할 수 있는 등 장점이 많습니다. 멀리서 지붕이 올라가는 걸 보고 이제 다 지었구나 생각하기 쉽습니다만 주거와 관련해서 다른 기대를 품지 못하도록 도시문명은 우리를 가둬둡니다. 특히나 돈이 없다면 더더욱 절망스
집안에서 해야 할 일들이 많습니다. 구들은 구룡령 넘어 양양 낙산에 사시는 무운 할아버지에게 배웠습니다. 평생
럽도록 몰아붙입니다. 농촌이라고 특별히 다르지는 않습니다. 논밭 가운데 아파트를 세우는 경우처럼 더 심한 결
구들을 놓아주며 일가를 이룬 분입니다. 방 전체가 따숩고 굴뚝을 어느 곳으로나 낼 수 있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핍으로 도시사람들이 사는 모양새를 좇기도 합니다. 2년 전 강원도 홍천 서석으로 귀촌해 흙집과 한옥을 지을 때 마을에서는 재미있는 구경거리였습니다. 마을 어르신들은 예전 기억을 더듬어 훈수도 두시고, 시골 마을에서
드디어 구들을 놓고 불을 지폈습니다. 흙이 마르면서 틈새 곳곳에서 연기가 새나왔습니다. 시멘트라면 마르더라
도 이미 사라진 구들에서 한번 자고 싶다는 부러운 마음도 보내주셨습니다.
도 샐 일이 없는데 흙은 마르면서 갈라졌습니다. 나무가 수축하고 흙이 마르면서 그 사이도 벌어졌습니다. 나무 는 올해도 마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계절이 바뀔 때마다 흙과 나무가 수축하고 팽창하는 정도가 각각 달라 늘 손
그렇게 ‘생태건축연구소 흙손’은 시작했습니다. 첫해에 허름한 농가 주택을 흙집으로 수리했습니다. 시멘트 벽돌
보면서 살아야 합니다. 책과 사람에게서 들은 나무와 흙의 물성을 직접 체험하면서 또 새롭게 배워갔습니다.
대신 흙벽돌을 쌓고, 바닥도 흙미장을 했습니다. 가리산지리산하며 얻은 배짱으로 지난해에는 작은 한옥을 지었 습니다. 도리 방향 12자, 보 방향 10자 되는 작은 구들방에 도전했습니다.
매조지가 중요합니다. 잘 만들었어도 마무리가 정갈하지 못하면 좋은 집이 되기 어렵습니다. 마무리 수장 작업 에는 꼼꼼하게 처리해야 할 일들이 많습니다. 창문과 문도 달고, 흙미장한 방바닥에서 울퉁불퉁한 부분을 사기
세상 거슬러 사는 집 짓기
그릇 등으로 평탄하게 했습니다. 그 다음 콩댐한 한지를 발랐습니다. 그리고도 할 일은 많습니다. 바깥 기단을 정
터 파기부터 기계를 쓰지 않고 삽, 괭이를 들었습니다. 기둥 자리는 더 깊게 파고 잡석과 모래를 번갈아 깔면서 달구
돈하고, 나무에 충이 들거나 썩지 말라고 천연오일도 발라주었습니다. 앞으로도 살면서 꾸준히 고치고 살펴줘야
로 다진 다음, 그 위에 마을 공터에서 주워온 주춧돌을 놓았습니다. 마을 주변 산판을 알아두었다가 기둥·대들보·서
합니다. 구들방에서 지난 겨울은 따뜻하게 올 여름은 시원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까래 감을 구해 껍질을 벗겼습니다. 모두가 힘깨나 써야 하는 일입니다. 요령이 붙기 전에는 힘이 곱절로 들어갑니다. 1) 재목을 치수에 맞추어 재거나 자르는 일 2) 재목을 연장으로 다듬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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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일 아름다운마을 201209 3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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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서원
판화
한점
로 화 변 을 삶 부 공 는 이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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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 넘는 시간을 공학자로 보냈다. 그렇지만 이미 내 삶의 토대가 되어버린 구조를 벗어나는 일 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러던 중 친구 소개로 일년 과정 공동체지도력훈련원에 참여하였다. 그
리고 2009년부터 지금까지 격주 토요일 오전마다 공동체지도력훈련원 심화과정(공지훈 심화과정)에서 공부하고 있다. 공지훈 심화과정은 매주 철학과 사상, 신학, 역사 분야의 책을 읽고 강의나 세미나를 하 고 토론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매일 야근에 시달려야 하는 직장생활을 고려했을 때 매주 책을 읽고 함께 공부한다는 것이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다. 공부하는 책들이 술술 넘어가는 쉬운 책들은 아니었지만 한 권 한 권 읽어갈수록 재미가 더해갔다. 혼 자였다면 이렇게 오랫동안 성실하게 하지 못했을 것이다. 강의를 통해 공부하며 풀리지 않았던 의문들 에 대한 해답과 실마리를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친구들과 토론시간을 통해 공부한 내용을 각자 현장 에 어떻게 적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고백들을 들을 수 있었다. 그 고백들을 들으며 ‘내 삶도 변화될 수 있 겠구나’라는 용기를 얻게 되었다.
첫돌의 소박한 잔치
함께 했던 공부는 일차적으로 내 삶과 나를 둘러싼 환경, 사회와 국가에 대해 분석하고 평가할 수 있 는 능력을 길러주었다. 그리고 분석된 결과로 깨닫게 된 근본적인 한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생성의 삶, 창
어린 생명력이 오히려 다른 생명을 초대하고 북돋움하는.
조적인 삶을 구성해가는 방법들을 가르쳐주었다. 행복하게 살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들이지만, 대 학원을 포함하여 20년여의 제도권 교육에서 결코 배우지 못했던 것들이었다. 친구들 앞에서 했던 고백 을 토대로 새로운 꿈을 꿀 수 있게 되었다.
다시금 새로운 결로 접히고 날개짓하는
더 이상 주저하거나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직장을 그만두고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서 법학을 공 부하며 변호사 자격증 취득을 준비하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법이라는 제도가 가지는 한계와 이로 인해
생의 향연.
발생되는 현실적인 문제들에 주목하게 되었고, 실천적인 차원에서 변호사 자격증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모색하고 있다. 로스쿨에서 자기 문제의식을 견지하며 공부하고, 학생들을 경쟁자가 아닌 미래에 함께 일할 관계로 만나가고 싶다. 함께 하는 공부를 통해 새로운 삶을 지켜낼 수 있는 이론적인 토대와 곁에서 함께 지지해주는 친구들을 얻을 수 있어 감사하다.
강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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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룡 아름다운마을 201209 3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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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구밖
편집실에서
햇빛을 받은 자연만물이 절기마다 줄곧 움직이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듯, 지긋 한 듯 보이는 일상에서도 끊임없이 생명이 달라지고 새로워지는 찰나를 마주합니 다. 그 찰나에 동행하고 변화를 살펴봐주는 관계들 속에서 생성되는 아름다운 삶 의 사건들을 글로 풀어 <아름다운마을신문>을 펴냅니다. 글쓰기가 괴로운 건 삶이 름다운마을공동체에 대해서 궁금증을 가지고 방문하시는 분들을 맞이하다 보
아
면 여러 다양한 질문과 삶의 정황을 가지고 찾아오시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방문하시는 분들의 연령대도 매우 다양합니다. 머리칼이 하얗게 새신 할아버지 교수님도 오시고, 10대, 20대 학생들이 친구들과 같이 오기도 하고, 자녀를 데리고 가족들이 오기도 합니다. 다양한 층위의 사람들과 만나다보니 자연스럽게 예상치 못한 질문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경우 저 또한 다시금 공동체의 의미에 대해서 새로운 관점으로 성찰 해보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아름다운마을공동체가 이 시대 문명의 한계를 질문하 고 고민한 그 궤적을 내가 잘 소화하고 있는지, 그리고 공동체가 일구어온 대안적 삶 의 가치들을 내가 온전히 체화하는 삶을 살고 있는지 스스로 돌아보게 됩니다. 올 여름 접어들면서 공동체를 탐방하는 분들이 부쩍 많아졌습니다. 대안적인 교회 공동체를 찾던 목회자·신학생들도 방문하시고, 도시산업화문명의 폐해를 고민하다 새로운 마을공동체의 삶이 어떤지 대안을 찾아 탐방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번 여름에는 청년대학생들의 방문이 유난히 많았습니다. 대학교 1~2학년 새내기 친구 들도 많이 방문했습니다. 주로 선교단체나 지역교회 청년부에서 방문합니다. 이들의 관심은 건강한 교회공동 체를 어떻게 이루어야 하는가?, 마을에서 함께 공동체로 살고 있다는데 어떠한 삶을 이루고 있는지? 그리고 특히 농도상생마을공동체에 대한 관심을 보이는 청년들도 있 습니다. 이 시대 문명이 강요하는 대기업 취업과 성공에 매진하는 것을 넘어서서 귀 농과 귀촌, 농생활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러한 20대의 젊은 청년 들과 공동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힘이 납니다. 건강한 교회, 더불어 사는 마 을 공동체, 그리고 농도상생마을공동체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가지고 탐방 오는 것 을 보면 희망을 품게 됩니다.
글을 못 따라가거나, 글이 삶을 다 못 담아내기 때문일 겁니다. 쓰는 이도 읽는 이 도 행복한 마을신문이 되길 바랍니다. 이번호부터 부수도 넉넉하게 늘렸습니다. 마 을신문은 후원으로 만들어집니다. 꾸준히 받아보실 분들은 월 정기후원자로 나서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생명의 힘을 믿으며 사랑으로 땀 흘려 일하는 모든 이들이, 가을 결실 속에서 희망을 포기하지 않을 씨앗을 거두길! - 소란 마을공동체를 글로 다 담을 수는 없지만 공동체로 사는 사람들의 입으로 그 삶을 직접 이야기합니다. 하나님나라의 삶을 사고자 하는 분들과 공동체를 나누고 싶고 함께 희망연대를 이루고 싶습니다. - 안섭 볼 수 있는 눈이 있으면 날마다 꿈이고 잔치이고 희망일 텐데. 감사한 마음으로 밥 숟갈 하나 얹습니다. - 아름 잔칫상, 이렇게 차렸습니다. 맛있게 드시길. - 세진 아이들은 일상이 잔치다. 단순한 비유가 아니다. 매일을 잔치처럼 지낸다. 어린아이 처럼 천국을 살아가야겠다. 단, 편집 기획의 실력은 성숙해져야겠다. - 형우 마을신문 글은 결이 다릅니다. 그 결과 결 사이를 상상하고, 느껴보세요. - 준표 글은 항상 삶을 온전히 담지 못합니다. 글을 쓰고 나면 시원한 마음보다 아쉬운 마 음이 먼저 드는 것도 ‘내’ 글이 ‘우리’의 삶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을 내가 먼저 알기 때문입니다. 한편, 내가 정말 좋다고 떠드는 것보다 힘을 조금 더 빼고 이 야기하면, 읽는 사람이 여유롭게 받아들일 틈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합니다. 글 때문에 만나는 사람들, 글로 만나는 사람들에게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잘 배우 고 있습니다. - 재일
조윤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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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마을 201209 3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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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가을학기 강좌
방
탐 교 - 역사현장 학 교 열 기념관> 선 회 사 죽음 <이한 운 로 의 의 > 생
대학 평화센터 의 도화선은 다’ <김대중 니 입 편 1. 6월 항쟁 의 악 던곳 않는 양심은 이 고문당하 들 2. ‘행동하지 사 투 의 주화와 통일 3. 항일과 민 > 무소 역사관 는곳 <서대문 형 삶을 증언하 의 들 니 머 해할 4. 위안부 피 관> 쟁인권 박물 일 다리> <여성과 전 현장 <전태 ’의 라 의 집> 말 이 을 헛되 던 곳 <통일 음 았 죽 살 의 이 ‘나 님 5. 길 장로 사님과 박용 6. 문익환 목 일 오후 1시 , 매주 수요 강 개 ) (수 월 26일 q 일시_ 9 사 3만원) 3-7702) (대학생/간 원 만 5 _ 영(010-547 료 성 안 ), 9 6 q 수강 1 277-8 인곤(010-3 q 담당_ 정
오늘 여기에 서
희년을 살다
- 공동체 탐방
1. 농촌을 향한 하나님 의 부르심에 - 보은예수 응답하는 공 마을(보은) 동체 9/21-22 2. 분쟁지역 에서 평화를 증거하는 공 - 개척자들 동체 (양평) 10/1 2-13 3. 코이노니 아를 지향하 는 교회 - 사랑방공 동체(포천) 11/9-10 4. 미래문명 의 희망-농 도 상생마을공 - 아름다운 동체 마을공동체 (홍천) 12/7 -8 q 일시_ 9 월 21일(금 ) 개강, 저녁 q 수강료_ 7시에 만나 10만원 (개 이동 별 수강은 q 담당_ 이 3 만 원 ) 성영 (010 -9969-17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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