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과 나눔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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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딸이 7살인데 책보고 놀자 어린이 집을 다니고 있습니다 이 유치원은 시흥시의 유일한 자연유치원일 것입니다. 두레 생협의 식재료로 급식을 만들어 주고 갯골생태공원 근처에

자리하고 있어서 수요일마다 산책을하고 금요일마다 등산을 합니다. 당연히 공부라는 것과는 거리가 먼 유치원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막내는 아직 한글을 모릅니다. 한글을 모른 채로

초등학교에 입학 한 후 아이에게 어떤 불이익을 당할지 몰라 걱정은 되지만 아직까지 한글공부를 시키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던 녀석이 최근에 한글공부를 시작했는데 제법 간판들을 읽기 시작합니다. 어제는 심지어 공책에 연필로 한글 자모를 쓰고 있기에 공부하지 말라고 했더니 재미있어서 한다면서 계속 한글쓰기를 했습니다.


앞으로 학교 들어가서 해야 할 공부가 얼마나 많은데 벌써부터 공부를 하면 질릴까봐 거리를 두고 있었는데 재미있다며 공부하는 녀석을 보면서 뿌듯한 생각보다는 걱정이 앞섭니다. “사람은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해야 할 것도 생기고 하고 싶은 것도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그 때라고 하는 것은 과연 누가 정하는 것입니까? 아마도 자신이 정한 때가 아니고 타인이

정한 때라면 배우고 싶어질까요? “ 막내처럼 길거리를 다니다가 뭔가를 알고 싶은데 글자를 모르니까

답답해서 글자를 배우는 것과 우선 글자를 알고 있어야 불편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글자를 배우는 것과는 다릅니다.


막내처럼 길거리를 다니다가 뭔가를 알고 싶은데 글자를 모르니까

답답해서 글자를 배우는 것과 우선 글자를 알고 있어야 불편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글자를 배우는 것과는 다릅니다. 막내가 한글을 배우는데 있어서의 강점은 이미 알고 있는 단어가 많다는 것입니다. 경험이 많다보니 모르는 글자를 볼 때도 상황에 따라 장소에 따라 유추할 수 있는 단어를 많이 알고 있습니다. 특히 자연유치원을 다니면서 다양한 경험을 했고 유치원을 마치고는 엄마와 몇 시간씩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보고 배운 게

많아서 글자를 익히는 속도가 빠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일찍부터 글자를 먼저 배운 아이들은 무슨 글자인지 모른 채로 단어를 외워야 할 것입니다.


이 때 배워야 할 단어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단어보다는 그 나이에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어른들이 정한 단어입니다. 당연히 알아가는 재미보다는 알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더 커질 것입니다. 나에게 필요한 것을 배우는 것과 무조건 배워야 할 대상으로

배우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또 글자를 혼자 배우는 것과 함께 배우는 것은 다릅니다. 글자를

배워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면 그것은 나의 책임이 되어버립니다. 내가 열심히 배워야할 대상이 되고 맙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 앞에서 자신이 배우는 것을 보이는 것은 평가받는 기분이 들어 다른 사람에게 묻지 못하고 혼자 배우려고만 합니다.


하지만 필요에 의해서 배우는 것은 얼마든지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볼 수 있습니다. 내가 필요한 것을 몰라서 물어보는 것이고 때가 되어 자연스럽게 배우는 것이기 때문에 평가 받는 것으로 느끼기보다는 알아가는 재미로 더 자주 물어보게 될 것입니다. 나눔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당장 알지도 못하고 어떤 게 필요한 지도 모른 채로

하는 것보다는 내가 당장 필요하고 아는 것부터 나누는 것이 더 자연스럽고 재미있을 것입니다. 나눔을 대상으로 보기보다는 자연스러운 과정 속에서 할 수 있어야 질리지 않고 꾸준히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생활 속의 나눔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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