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te : February 3, 2025
By : 허윤희 기자
조선일보 https://ibit.ly/IUkAR
윤중식·박고석·임직순·이대원… '한국 구상회화의 뿌리' 한자리에
55주년 맞은 ‘현대화랑’ 특별전
RM 소장품도 3점 나와

윤중식, '어촌'(1979). 캔버스에 유채, 53.5×72.8cm. /현대화랑
1970년 4월, 서울 인사동 사거리에 낯선 간판이 걸렸다. ‘현대화랑’. 당시 27 세였던 박명자 회장이 설립한 국내 첫
본격 상업 화랑이다 화랑이 뭘 하는 곳인지도 모르던 시절이었다 현대화랑은 1975년 지금의 사간동으로 이전했
고, 이중섭·박수근·장욱진·도상봉·천경자 등 거장들이 모두 이 화랑을 거쳐갔다 비디오아트의 창시자인 백남준 퍼 포먼스도 1990년 화랑 뒷마당에서 펼쳐졌다
국내 상업 화랑의 효시인 서울 사간동 현대화랑이 올해 55주년을 맞아 첫 전시로 ‘한국 구상회화 4 인전’을 개막 했다. 한국 구상회화(대상을 사실적으로 그리는 그림)의 뿌리이자 근현대 미술에서 중추적 역할을 해온 작가 윤중 식, 박고석, 임직순, 이대원의 전성기 작품 30여 점을 소개한다 모두 현대화랑과 인연이 깊은 작가들로, 이들이 가장 왕성하게 활동했던 1970~1980년대의 주옥같은 작품들이 나왔다 박명자 현대화랑 회장은 “미술 환경이 너 무 빨리 급변하고 있어서 더 늦기 전에 우리 미술사의 근간인 근현대 작가들을 다시




실감이 창작의 근간이 됐다 박고석, '외설악'(1984). 캔버스에 유채, 60.6×72.7cm. /현대화랑

‘산(山)의 화가’ 박고석(1917~2002)은 풍운아 기질이
. 평양에서 태어나 일본 니혼대학에서 미 술을 공부했고, 1968년부터 산행을 통해 자연을 본격적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가까운 북악산, 도봉산부터 백암산, 설악산, 지리산 등 전국의 명산이 그의 생활 터전이었고, 영감의 원천이었다. ‘외설악’ ‘선인봉’ ‘쌍계사 가는 길’ 등
출품작을 둘러보면, 두꺼운 유화물감과 힘찬 필치로 완성한 산의 웅장한 생명력이 느껴진다

임직순의 '실내의 여인'(1977)이 전시장에 걸린 모습. /현대화랑

충북 충주 출신인 임직순(1921~1996)은 꽃과 여인에서 생명력을 탐구했다. 1936년 일본에 건너가 도쿄의 일본미
술학교에서 공부한 그는 귀국 후 14 년간 조선대 교수로 재직하며 광주에서 후학을 양성했다 빛의 대비와 강렬한
색면이 조화를 이루면서도 안정된 구도를 추구했고, 직접 현장에 나가 자연에서 얻은 감동을 현실감 있게 그려낸 화가로 꼽힌다

이대원, '농원'(1984). 캔버스에 유채, 112.1×162.2cm. /현대화랑
‘화단의 신사’라 불렸던 이대원(1921~2005)은 어떤 규율이나 사조, 유행에도 구애받지 않은 화가였다 경성제국대 학 법학과를 졸업한 그는 정규 미술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조선미술전람회와 국전에 입선하며 두각을 드러냈다 1950~60년대 모노크롬과 미니멀리즘 경향이 주류를 이뤘던 한국 화단에서 이대원은 한국의 산과 들, 나무, 연못, 돌담, 과수원 등 친숙한 자연을 주요 소재로 택하며 자신만의 독창적 예술세계를 펼쳤다 풍부한 원색, 짧고 연속 적인 붓 터치로 형태와 윤곽을 그린 독특한 방식에 대해 한 프랑스 평론가는 “빛을 데생하는 화가”라고 극찬했다 '한국 구상회화 4인전' 전시장




중앙일보
Date : February 18, 2025
By : 이은주 기자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14645
“자연은 절대로 지루할 틈이 없고, 끝없이 매혹적이다.”
2023년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87)를 서면으로 인터뷰했을 때 그가 한 말입니다 그림을 통 해 자연에 대한 경이감을 표현해온 그에게 “자연이 언제부터 당신에게 중요한 주제였냐”고 물었거든요 그랬더니
“요크셔에서 자란 어린 시절부터 늘 자연을 그리는 것에 관심이 있었다”며 이렇게 답했습니다 두고두고 떠올려
도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말입니다
최근 서울 삼청동 현대화랑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 구상회화 4인전: 윤중식, 박고석, 임직순, 이대원’(23일까지)을
보며 그 말이 떠오른 것은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전시는 한국 현대미술에서 중추 역할을 해온 이들이 가장 활발 하게 활동한 시기인 1970~80년대의 작품을 소개하는데요, 이 예술가들이 평생 무엇에 매혹돼 작업했는지 또렷이
보여줍니다

박고석, 외설악, 1984, 캔버스에 유채, 60.6x72.7㎝. [사진 현대화랑]
박고석(1917~2002)에게 경외의 대상은 산이었습니다 일본 유학에서 돌아온 뒤 그는 1950년 초반엔 ‘범일동 풍 경’ 같은 황량한 도시 풍경을 그렸습니다 하지만 나이 오십 넘어 1960년대 후반부터 그는 북한산 설악산 도봉산 지리산을 직접 오르며 줄기차게 산을 그렸습니다. 투박한 윤곽선, 강렬한 색, 두터운 유화 물감으로 그려진 산들 은 작은 캔버스 밖으로 청명하고 영묘한 기운을 뿜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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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rthermore information — press@galleryhyundai.com

윤중식(1913~2012) 역시 굵은
또 다릅니다. 평양 출신으로, 대동강, 석양, 농촌 풍경 등 어린
기억을 소재로 한 그의 작품엔 ‘
것들’에 대한 그리움이 짙게 깔렸습니다. 노랑과 주홍, 황토색이 주조를 이루는 석양빛은 그 애틋한 감정의 온도 에 가깝습니다
‘농원의 화가’ 이대원(1921~2005)도 있습니다. 1950~60년대 모노크롬 경향이 주류일 때, 그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주변의 산과 들, 과수원을 계절마다 다른 색채로 담아냈습니다. 그의 화폭은 총천연색 불꽃이 폭발하는 듯한 에
너지로 가득 차 있습니다 짧은 붓 터치로 피워낸 꽃과 잎, 풀과 나무가 원색으로 이글거리며 타오릅니다
한편 임직순(1921~1996)에게 생명력 탐구의 대상은 자연 풍경, 꽃과 여인이었습니다. 소재는 늘 한결같은데, 그
안에서 독특한 색감으로 대상의 존재감을 표현하는데 탁월했습니다.
호크니의 말대로, 자연은 끊임없이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주고, 우리는 그것을 각자 마음으로 보고 기억합니다
구상 회화의 매력도 거기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올해로 55 주년을 맞이한 현대화랑이 그동안 그들과 맺어온 인연 을 기념하며 마련했습니다. 앞으로 더 주목받고 재조명돼야 할 한국 미술의 역사를 만나볼 기회입니다.
이은주 문화선임기자


매일경제
Date : February 14, 2025
By : 송경은 기자
https://www.mk.co.kr/news/culture/11241218
현대화랑 ‘한국 구상회화 4인전’ 윤중식·박고석·임직순·이대원 한국 근현대미술 중추 역할한

윤중식 ‘고향’(1979). 현대화랑
6·25전쟁, 유신체제 등 엄혹한 시기 가운데서도 아픔을 딛고 예술활동을 이어갔던 한국 근현대 화가들 작품이 한
자리에 모였다.
남북 분단 이후 고향인 평양에 돌아갈 수 없게 된 윤중식(1913~2012)과 박고석(1917~2002)은 아련한 풍경화를 통해 고향에 대한 애틋한 향수를 화폭에 담곤 했다. 주로 꽃과 여인을 대상 삼아 인물화 정물화를 그렸던 임직순 (1921~1996)은 화면을 통해
원(1921~2005)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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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에서 태어난 윤중식(전 홍익대 미대 교수)은 1939년 일본 제국미술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광복 후 제2회 국전에서 특선을 수상하면서 활동을 시작했다 강렬한 색채와 굵은 윤곽선, 중후한 톤이 돋보이는 윤중식의 회화
는 6·25전쟁과 분단의 비극 속에서 겪었던 실향민으로서의 그리움과 상실감이 근간을 이룬다.
대동강, 비둘기, 석양, 농촌 풍경 등 어린 시절의 기억을 소재로 한 그의 작품은 깊은 향수를 조형적으로 기록한
예술로 평가받는다 작가는 성북구립미술관에서 '상수(上壽·100세)'전을 개최하는 등 작고 직전까지도 붓을 놓지 않고 그림에 몰두하면서 창작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보였다. 그가 작고한 후 가족은 그의 작품 수십 점을 기증했
다.
역시 평양 출신인 박고석은 평양 숭실학교를 졸업한 뒤 1935년 일본 유학을 떠나 1939년 일본대 예술학부 미술 과를 졸업했다. 귀국 후 다양한 분야의 예술인과 친목을 쌓았고 이 가운데 이중섭, 한묵과의 깊은 우정은 그의 예술적 여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 당대 유행하던 아카데미즘에 염증을 느낀 박고석은 1957 년 유영국, 황염수, 이 규상, 한묵 등과 함께 '모던아트협회'를 창립하면서 한국에서 새로운 미술을 모색했다
1968년부터는 산행을 통해 그의 작업에서 주된 모티브인 자연을 본격적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북한산, 설악산, 백양산, 지리산 등을 여행하며 사계절을 화폭에 담아냈던 작가는 강렬한 색채 대비와 힘찬 필치로 한국의 명산이 내뿜는 강렬한 기운을 전했다. 특히 1970~1980년대에는 원근법을
질감으로 산의 웅장함과 생명력을 표 현하면서 그만의


박고석 ‘외설악’ (1984).
충북 충주에서 태어난 임직순(전 조선대 미대 교수) 역시 1936년 일본으로 건너가 도쿄의 일본미술학교에서 공부
하면서 회화 작업의 기초를 다졌다 귀국 후 활발한 활동을 이어간 그는 1957년 제6회 국전에서 '좌상'으로 대통 령상을 수상했다 임직순의 풍경화는 색채 안에 빛의 개념을 더해 심미적 경험을 확장하는 한편, 깊은 내면세계
를 구현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자연 현장에서 받은 감동을 현실감 있게 그려내면서도 그 아름다움을 정감 있게 표현했다

임직순 ‘책 읽는 소녀’ (1970년대).
인'(1977)은 대작임에도 균형감

, 슬리퍼를 신고 다리를 꼰 채 의자에 기대 앉아 꽃을 바라
보는 듯한 여인의 모습에서 경직되지 않은 편안한 여유를 느낄 수 있다 비슷한 시기 제작된 '책 읽는 소녀'도 마
찬가지다
경기 문산 출신인 이대원(전 홍익대 총장)은 이번 4 인전 작가 가운데 유일하게 정규 미술 교육을 받지 않은 작가
다 서울대 전신인 경성제국대 법학과를 졸업했지만 조선미술전람회, 국전에 입선하며 두각을 드러냈다
1950~1960년대 모노크롬, 미니멀리즘 경향이 주를 이루던 한국 화단에서 이대원은 한국의 산과 들, 나무, 연못, 돌담, 과수원 등 친숙한 자연을 주요 소재로 택하며 자신만의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펼쳤다 그는 1957~1958년 독일에서 세 차례 전시를 열며 한국 미술을 해외에 알리기도 했다 이대원 ‘북악산’ (1976). 현대화랑

풍부한 원색과 짧고 연속적인 붓터치로 형태와 윤곽을 그리는 독자적인 방식에 매진했던 이대원은 봄, 여름, 가 을, 겨울 다른 색채로 물들어가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그러면서도 삶의 즐거움을 화폭에 담아내 감각적 이고 밝은 에너지가 넘치는 회화적 경험을 전했다 낙엽이 흐드러지는 단풍나무 아래서 산을 올려다 보듯 그린 전시작 '북악산'(1976)에서는 가을의 풍요로움이 느껴진다 근래 윤중식 박고석 임직순 이대원의 작품을 다수 모은 전시는 드물었다. 박명자 현대화랑 회장은 "1970년 문을 연 화랑으로 저평가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