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맘매거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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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 노트

연둣빛, 기지개를 켜다

연둣빛 오월로 넘어서는 길목은 참 예쁩니다. 고즈넉한 산사로 막바지 벚꽃 구경에 나선 상 춘객은 흩날리는 벚꽃 잎을 보며 봄날의 추억을 차곡차곡 쌓습니다. 바지런한 꿀벌들은 화사하 고 탐스러운 꽃술에 머리를 박고 다리로 꽃가루 를 모으느라 분주합니다. 연둣빛이 기지개를 켜기 시작하는 계절의 변화 는 산과 숲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수목원의 나무 들이 어느새 연둣빛의 잎 새로 가지를 덮고 하 루가 다르게 푸르러 가는 신록은 방방곡곡 생명 의 빛을 마음껏 발산합니다. 한여름의 풍성함, 가을의 결실을 제치고 이 계절이 ‘여왕’으로 꼽 히는 까닭은 그 생명의 충만함에 있어서일까요. 활짝 핀 꽃 아래 아빠 손을 잡고 활짝 웃는 아이 의 모습에서, 새소리가 각색인 나무 아래 연인 들이 사랑의 밀어를 속삭이는 모습에서 봄날의 활기를 느끼게 됩니다. 이번 호 ‘그곳에 가면’ 코너에는 싱그러운 청보 리밭이 일품인 전라북도 고창이 소개됩니다. 보리밭은 이른 아침이나 해질녘이 더욱 운치가 있죠. 보리밭 사이로 바람이 지나가면 보리는 사각거리는 소리와 함께 리듬을 맞추며 몸을 눕 히고 사람들이 하나둘 빠져나가면 호젓하게 보 리밭 길을 걸으며 사색에 잠길 수 있습니다. 가족끼리, 연인끼리, 혹은 혼자라도 훌쩍 떠나 콧노래로 ‘보리밭 사잇길로 걸어가면’을 흥얼거 리거나 보리피리를 불며 옛 추억에 잠겨보는 것 은 어떨까요.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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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맘 May 2013

곽 철 호


CONTENTS May 2013 COVER STORY 개그맨 김태균·이지영 부부가 전하는 가족사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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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육아를 만나다 27살 조카와 6살 이모의 기막힌 동거 이야기, <버니드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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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맘 인터뷰 배우 선우재덕, 이 남자가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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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하며 여행하는 쿠킹트래블러 ‘하 정’을 만나다 미국 버지니아텍 로봇공학자 데니스 홍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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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바로, 아름다운 대한민국의 아빠입니다” 황수섭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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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만족체험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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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난 물건 박물관/ 롤링볼 어린이박물관 영화 속 명소를 찾아서 건축학개론 촬영지, 제주 ‘서연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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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그곳의 풍경 비밀의 정원, 성북동 길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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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꿈과 지난 추억을 담아 달리는 ‘청춘열차’

58

5월 햇살이 반짝이는 그 곳, 도시 장터 마르쉐

60

그곳에 가면 싱그러운 청보리밭으로의 초대, 전북 고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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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the-mom.com ▲ 제주도 한라 수목원에 소풍 나온 아이들의 모습 www.the-mo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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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개그맨 김태균·이지영 부부가 들려주는 가족 사랑 이야기

대한민국 개그계를 대표하는 컬투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그러나 부작용도 있었다. 좋은 남편이자 아빠가 되기 위해

개그맨 김태균. TV에서 보이는 익살스러운 모습 외에도 그에

노력해 온 그지만 책을 썼을 당시는 외려 주위에 있는 남자

게는 아빠로서의 또 다른 모습이 존재한다. 몇 해 전 아내 이

동료, 선·후배들로부터 쓸데없는 짓을(?) 했다며 욕을 먹었

지영 씨의 임신 전 과정을 기록한 태교일기를 책으로 발간하

다고. 그의 태교일기를 부러워 한 아내들의 잔소리가 더 늘어

며 팔불출(?) 애처가를 자청하기도 했던 그. 지극한 아내사랑

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내와 아들에 대해 유별

은 물론 자신을 쏙 빼닮은 아들 재원이에 대한 쑥스러운 사

난 그의 사랑은 끝이 없다. 바쁜 활동 와중에도 틈틈이 가족

랑 고백은 애틋함 마저 느껴진다. 임신한 아내를 위한 의학적

과 함께하는 시간을 소중히 생각하는 그의 원칙 속에는 그런

인 케어법은 물론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부정(父情)에 대한

마음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행복한 아빠 김태균, 그런 남편

그리움까지 털어놓은 그의 아빠표 육아일기는 지금까지도

덕에 더 행복한 아내 이지영 씨와의 만남. 웃음이 끊이지 않

예비아빠들의 지침서가 되고 있다.

은 부부에게 태교와 출산, 육아의 경험담을 들어 봤다. 에디터 황정호 / 사진 임경우, 컬트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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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표정이 닮은 부부 부부의 아들 재원이는 올해 8살, 벌써 초등학교에 들어 갈 나이가 됐다. 그가 태교일기를 쓴지도 벌써 4년이 훌 쩍 지났다. 몰라보게 큰 아들이지만 여전히 아빠에게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사랑스러운 존재다. 친구 같은 아빠와 아들을 키우며(?) 살아가는 아내 역시 두 남자에 대한 사랑은 소문이 났다. 오래 전 아들을 가졌을 때를 남 편이 보여준 헌신은 지금도 감동으로 기억된다. 바쁜 활 동 중에 틈틈이 태교일기를 써 온 남편, 십년을 알고 4년 의 연애 끝에 결혼을 했지만 그런 남편의 마음은 지금 생

“아들을 키우면서 남편에서 아버지로 책임이 덧 입혀지는 기분을 느꼈죠. 아빠가 된 후 진짜 어른이 된 것 같아요”

각해도 놀랍고 고맙다. (이) “사실 태교일기는 엄마들이 쓰는 거잖아요. 처음 임

찬 일색이었다고. 한편, 그의 책 속에는 임신 중 부부관계

신 사실을 알고 검진 받으러 간 날 병원에서 일기장을 주

에 대한 고민도 솔직하고 담백하게 들어가 있다. 기왕이

긴 했는데, 제가 글재주가 없어서 쓸 엄두를 못 내고 있었

면 임신 기간 부부들이 겪는 고민도 다뤄야겠다는 생각

죠. 그런데 어느 날 그 일기장이 없어졌더라고요. 찾아보

에서였다.

니 어느새 남편이 며칠째 일기를 쓰고 있더군요. 처음에 는 ‘며칠 쓰다 말겠지’하는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끝까지 다 쓰더라고요(웃음).”

(김) “아내가 임신을 하면 조심스러운 것이 부부관계잖 아요. 어떤 방법이 안전한지 모르니까 ‘괜찮을까’ 하는 생 각이었죠. 남편들은 대부분 ‘참아야 된다’고 생각하잖아

매일 꽉 짜인 스케줄로 바쁘면서도 어느 날은 네다섯 줄,

요. 생각 끝에 의사 선생님께 다짜고짜 물어봤어요. 정찬

많은 날은 열서너 줄 씩 써가는 남편의 태교일기는 뱃속

우 씨한테요? 그건 못물어보겠더라고요(웃음).”

의 아기에 관한 것만은 아니었다. 어느 날은 아내에게 평 소 하지 못한 말이나 미안함, 다툼이 있은 후에는 그에 대

임신과 출산 과정을 거치면서, 갓 태어난 아들을 키우면

한 사과 등의 내용도 포함돼 있었던 것. 남편이 써놓은 태

서 지켜본 아내의 모습은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

교일기를 읽는 것은 열 달의 임신기간 동안 누릴 수 있었

었다. 여자에서 엄마로의 변화를 지켜보며 대단하다는 생

던 아내의 즐거움이었다.

각뿐이었다고. 결혼을 하고 나서도 그렇고 아내가 임신을 하고 나서도 한동안은 바쁘다는 핑계로, 혹은 달라진 자

(이) “임신이라는 것이 왠지 나만 고생하는 것 같다는 우

신의 상황을 깨닫지 못해 어리둥절하고 있을 때 아내는

울증도 올 수가 있잖아요. 그런데 남편의 태교일기는 제

엄마로서 재빠르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게 일종의 이벤트 같았어요. 그렇게 일기를 쓰고, 또 제가 읽는 동안 어떤 미묘한 감정이 생기더라고요. 그렇게 남

(김) “결혼하고 나서도 아내가 임신을 한 뒤에도 사실 일

편이 일기를 쓰고 나가면 습관처럼 읽게 되고, 혹시 바빠

에 바빠 한동안 실감이 나지 않았어요. 그런데 아내는 그

서 하루를 건너뛰면 은근히 섭섭하고…(웃음).”

렇지 않았어요. 자다가도 재원이가 깨서 울면 바로 가서 어떻게든 편하게 해주려하고 간혹 열이라도 나면 밤새

그러나 의외로 남편에 대한 아내의 평가에는 점수가 박 한 편이다. 아이의 아빠로서 50점, 남편으로서 70점이란

잠 못 자고 걱정하고…. 아내는 어느새 엄마가 돼 있더라 고요.”

다. 바빠서 함께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매정한(?) 평가에 눈을 크게 뜨며 반발하는 김태균이지 만, 곧 아내의 말 한마디에 수긍을 하고 마는 눈치다. 그럼 에도 김태균의 아내 사랑은 남다른 구석이 있다. 임신 기 간 달라지는 아내의 몸매를 두고 ‘변함없이 예쁘다’는 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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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셔 서 목욕탕을 갈 때마다 아버지 와 오는 아이들이 부러웠어요. 그래서 지금도 재원이 목욕만은 꼭 제가 시키고 있어요.”

(이) “사실 저는 일하는 여성으로서 결혼은 여자에게 불합리한 것이 많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아이는 그런 모든 생각을 잊게 해 주는 무조건적인 존재에요. 제가 원래 그렇게 아이를 예뻐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는데, 키 우면서 정말 이렇게까지 예쁘고 사랑스러울 지는 생각 못했어요. 때로는 사람들이 제 마음을 알까봐 부끄럽기

아이를 위해 헌신적인 것은 그 역시도 아내 못지않다. 그 러나 가끔 술을 마시고 들어와 골아 떨어져 있을 남편을

까지 해요(웃음).”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으로 더욱 애틋한 아들 사랑

볼 때면 얄미운 마음에 심술이(?)이 발동하기도 했다며 웃는 아내. 지난 기억을 떠올리는 표정에 행복이 베어난

김태균의 아버지는 월남전에 참전한 국가 유공자. 그러

다.

나 고엽제에 의한 후유증으로 그가 여섯 살 되던 무렵

(이) “아기 때는 다 울잖아요. 재원이를 낳고 처음에는 밤 에 아이가 울면 깰까봐 안고 밖으로 나갔어요. 그런데 시

이 자란 그에게 아들의 존재는 더욱 애틋하다.

간이 지나니까 좀 억울한 거예요(웃음). 일 때문에 그러

(김) “아들은 아빠와 같이 목욕하는 게 사회성 발달에

면 모르겠는데, 술 마시고 올 때면 우는 재원이를 남편 귀

좋다고 하더군요. 어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목욕탕

옆에 갖다 댔죠(웃음). 아, 또 초기에 임신인지 모르고 어

을 갈 때마다 아버지와 오는 아이들이 부러웠어요. 그래

느 날 지방을 갔다 오는 길에 아귀찜이 먹고 싶은 거예요.

서 지금도 재원이 목욕만은 꼭 제가 시키고 있어요. 아

그런데 남편이 작은 것을 시키더라고요. 전 큰 걸 먹어야

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아들을 키우며 다 쏟아 붓고 싶

되겠는데 말이죠. 근데 그게 왠지 너무 치사하게 들리는

다고 할까요. 재원이가 커갈 수록 제 어렸을 때 모습을

거 있죠. 제 성격이 원래 그렇지 않은데 임신이었기 때문

정말 많이 닮아가는 것 같아요. 그런 재원이를 보고 있

에 그랬나봐요(웃음).”

으면 ‘내 아들은 아빠가 있어서 참 좋겠다’는 부러움도

남편을 빼닮은 아들, 사랑하는 남자가 한명에서 두 명으

있어요. 아들을 통해 아버지가 있는 인생을 비로소 이해

로 늘어나면서 삶에서 느낀 행복은 몇 배로 커졌다. 남편

하는 것 같다는 느낌도 있어 특별하죠(웃음).”

은 자신을 향한 아내의 사랑까지 모두 더해 아들에게 주 고 있다. 엄마와 아빠라는 역할에 대해 새삼 고마움을 느 끼는 두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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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아버지 없

안타까운 그리움을 털어놓는 그지만 사실 머릿속에 남 아 있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많지 않다. 남아 있는 기 억이라고는 아버지가 일반 병사로 군에 들어가 소령까

(김) “재원이가 태어났을 때 전율이 느껴졌어요. 콩알 보

지 진급했던 능력 있는 군인이었다는 것. 고엽제에 의해

다 작은 심장이 뛰는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제 유전자를

종양이 생겼을 때도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고 홀로 수술

가지고 생명이 만들어졌다는 것에 감동이 밀려오더군요.

을 받을 정도로 강한 남자였다는 것 정도다. 아버지는

전신에 뭔가가 덧입혀지는 느낌, 남자에서 아버지가 되는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도 끝까지 포기하는 모습을 보이

것이 이런 거구나 했죠. 철이 드는 느낌이랄까요.”

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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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어렸을 때 어머니와 부부싸움을 하시면 제가

가는 모습을 바라본다는 것, 아빠로서 그가 꼽는 가

두 분 말을 전해주는 역할을 했어요(웃음). 가족끼리

장 큰 행복이 아닐까.

놀러갔을 때 노래 부르시던 모습도 기억나고요. 완전 군인이셨죠. 병이 생겼을 때도 그냥 군인 그만하고 싶다고만 하셨다네요. 결국 제대 후 6년 만에 병이 재발해서 돌아가셨죠. 돌아가시기 전까지도 ‘나는 절 대 안죽는다’고 하셨어요. 그런데 당시 어머니는 저 희가 국가 유공자의 가족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셨어요. 결국 몇 해 전 대법원까지 가서야 인정받을 수 있었죠.” 아버지의 부재를 경험했던 그이기에 아들에게 해주 고 싶은 것이 유달리 많다. 재원이가 조금 더 크면 어 디든 친구처럼 함께 다니고 싶은 것이 그의 마음이 다. 자신은 그러지 못했지만, 아들에게는 아버지와의 추억을 많이 만들어 주고 싶기 때문이다. 아들의 커

(김) “가족이 화목한 것이 제일 중요하죠. 요즘은 어 릴 때부터 공부가 중요하다고 하지만, 즐겁고 행복한 마음을 갖고 살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교육 같 아요. 아이는 어릴 때 일을 다 기억한다잖아요. 엄마 아빠의 관계도 중요해요. 앞으로도 싸우는 모습 대신 사랑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줄 생각입니다(웃음).” 인생의 기쁨을 아는 자만이 다른 이들에게도 즐거움 을 선사할 수 있다고 했던가. 아마도 아빠로서, 한 여 자의 남자로서 충실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김태균을 두고 하는 말인 듯하다. 그의 가정에 영원히 행복이 깃들기를, 그래서 더 많은 웃음을 줄 수 있게 되길 기 대해 본다.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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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육아를 만나다

“방긋 웃는 것, 아이는 그거면 된 거야” : 버니드롭 영화 ‘버니 드롭’ 은 죽은 할아버지가 늦둥이로 낳은 어린 6살 ‘이모’ 를 엉겁결에 맡아 키우게 된 한 27살 청년의 고군분투 양육기다. 영화는 홀로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 럼에도 불구하고 그 순간순간이 얼마나 아름다운 과정인지를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낸다. 졸지에 싱글 파더가 돼 실수투성이지만 ‘방긋 웃는 것, 그 거면 된 거야’ 라고 말하는 주인공을 통해 진정한 양육의 의미를 되짚어 보았다. 에디터 전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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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행복해지기 영화 속 6살의 꼬마 여자아이 린은 너무나 어른스럽다. 이

육아 상식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20대의 남자가 아이를

불에 처음 지도를 그린 것에 당황한 여색이 전혀 없다. 놀란

키운다는 것은 참 쉽지 않다. 보육원을 알아보는 것부터 아

다이키치에게 그저 땀일 뿐이라고 나직이 말하며 젖은 옷을

이의 준비물을 챙기는 것, 제 시간에 아이를 데리러 오는

혼자서 갈아입는 모습은, 마치 스무 살의 성숙한 여자와도

것. 어느 것 하나 만만치가 않다. 일과 육아를 함께 하는 부

같다. 6살의 꼬마 아이는 왜 그렇게 어른스러울 수밖에 없었

모의 힘든 여정을 영화 버니드롭은 반복적으로 보여줌으

을까. 또다시 버려지지 않기 위해 아이는 혼자서 힘든 인내

로써 그 일상성을 여실히 드러낸다. 구두로 바쁘게 뛰어가

의 무게를 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자신의 어머니에게서

던 두 발은 어느새 운동화가 신겨져 있고 발걸음은 더욱 가

버려지고 나이가 많은 아빠마저 노환으로 세상을 뜬 지금,

벼워지고 빨라진다.

그녀에게 남은 것은 자신의 27살 조카인 다이키치 뿐이니 말이다. 27살 조카와 6살 이모의 동거. 생각할수록 기막힌 둘의 동 거는 어른이 아이를 단순히 양육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아이 는 어른보다 더 능숙하게 본인의 옷을 고를 줄 알고, 침착하 게 보육원에 갈 가방을 챙기는 준비를 한다. 린의 임시 부모 가 된 다이키치가 할 수 있는 것은 최선을 다해 달리는 것뿐 이다. 그는 열과 성을 다해 집에서 보육원까지 달린다. 바람 을 가르고 가벼워진 두 발로 제 시간에 도착하기 위해서 그 는 최선을 다한다.

그의 육아법은 책과 다른 사람에 의존하지 않는 것. 본인 이 좋아하는 풍경을 아이에게 보여주고 함께 눈을 맞추고 웃는 것. 그것으로 인해 본인도 그리고 아이도 즐겁고 행복 해지는 것이다. 어른이 아이를 돌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행 복해지기. 그것이 바로 또 다른 하나의 육아법이다. 아이들은 부모의 거울이다. 스스럼없이 대하면, 아이도 허 물없이 밝아진다. 장례식장에서 검은 원피스를 입은 표정 없는 한 아이가 편안한 부모 같은 보호자를 만나 세상에서 더없이 밝은 꼬마 숙녀로 바뀐 것처럼. “방긋 웃는 것 그거 면 된 거야.” 기대하지 말고, 그저 지켜봐주자. 물론 그것이

내 아이, 있는 그대로 봐주기

정말 힘이 들겠지만. M

다이키치가 서투른 솜씨로 린에게 토끼 머리를 만들어주고, 보육원 시간을 위해 자신의 근무지를 바꾸면, 린은 신나서 재롱잔치 춤을 춘다. 둘은 빙긋 서로 웃어 보이며 눈빛을 공 유한다. 자식을 위한 희생이라기보다 본인이 육아를 위해 가 장 합리적인 방식을 찾는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자녀는 부 모가 자신을 돌이켜보는 일종의 대체품으로서 여겨지는 경 우가 종종 있다. 과거의 자신이 어떠한 이유로 인해 좌절된 것들을 자녀에게 하게 함으로써 대리 만족을 하는 것이다. 학업에 소홀했던 자신이 겪은 사회의 현실이 싫어 자식에 게 공부를 강요하는 부모의 케이스가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것이 일방적 희생과 강요로 점철된다면 그 끝은 좋지 않다. 한 쪽의 일방적인 관계는 쉽 게 잘려나가기 쉽기 때문이다. 자녀의 독립된 자아를 존중해 주고, 각자의 방식을 인정하는 것만이 부모와 자식 모두에게 심적인 긴장감을 덜어준다. 영화 속에서 다이키치가 린을 있 는 그대로 지켜보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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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맘 인터뷰

연기는

내운명”

배우 선우재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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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좋은 웃음이 일품인 배우 선우재덕, 그의 배우로서 삶 뒤에는 사업가, 교수라는 또 다른 모습이 존재한다. 스파게티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대박을 터트리며 남다른 경영 수완을 드러내기도 한 그의 사업 경력도 돌이켜 보 면 어느덧 20년이 넘었으니 그간 쌓인 노하우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그 모두가 세 아들에게 좋은 아빠로 살아가 기 위한 노력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메이퀸>, <아름다운 그대에게>, <TV소설 사랑아 사

를 밟아오며 착실히 사업의 규모를 넓힌 케이스에 속

랑아>, 그리고 쇼 프로그램 <댄싱 위드 더 스타 시즌

한다. 그의 첫 창업은 지난 1990년으로 거슬러 올라

2>까지, 모두 지난해 한 해 동안 배우 선우재덕이 출

간다. 당시 성신여대 앞에 그가 차린 ‘까망꼬망’은 그

연한 주요 작품이다. 중년 배우로서 그는 다양한 역할

때까지 없었던 카페형 분식집으로 순식간에 유명세를

을 소화해 낼 수 있는 연기파 배우로 손꼽힌다. 게다가

타며 성공 스토리의 시작이 됐다.

오래전부터 시작한 외식사업은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도 꾸준하게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콘서바토리 연기영화학과 학과장으로서 제자들을 가르치는 일에 도 열심이다. 최근에는 뮤지컬 <레베카>에서 살인사건을 파헤치는 줄리앙 대령 역까지 맡으며 끝없이 변신을 이어가는

“분식집을 카페 식으로 꾸며서 하면 아이들이 좋아하 겠다는 생각에 시작한 것이 맞아 떨어진 거예요. 당시 만 해도 교복 세대라 학생들이 갈만한 곳이 없었던 탓 에 대박을 쳤죠(웃음). 사실 그 전까지는 사업 경험이 없었어요.”

그. 그런 그의 열정을 보고 있노라면 마르지 않은 샘물 이 떠오른다. 그러나 사람들이 모르는 일상에서는 세 아들을 위해 살아가는 평범한 아버지로서의 고민도 존재한다. 사업가와 교수, 배우로서 삼모작 인생은 어 찌 보면 아들들에게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한 그의 몸부 림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듯 정신없이 바쁘게 살아가 는 그와 만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서운함이라도 늘어

“ 제가 평생 해야 할 일은 배우죠. 사업은 전문 경영인에게 맡겨도 되지만 제가 하고 싶은 것은 연기에요.”

놓으리라 단단히 벼뤘지만, 그 사람 좋은 웃음에 다시 한 번 무장 해제되고 만다.

이후 그가 도전한 ‘캐슬’이라는 이름의 전원카페 역시

“연기랑 사업을 병행한다는 게 쉽지 않네요(웃음). 사

적잖은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배우

실 힘들죠. 왜 안힘들겠어요. 한 가지라도 제대로 해야

로서 부업으로 치부해도 될 수준. 본격적인 사업가로

하는데, 제대로 하는 건지 모르겠네요. 때론 몸이 두

나선 것은 2003년 외식 프랜차이즈 ‘스게티’를 정식

개 였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요. 특히 드라마를 할 경

법인 사업체로 경영하게 되면서 부터다. 그때까지 번

우에는 스케줄을 따로 잡기가 힘들어 더욱 그런 생각

종자돈으로 과감하게 뛰어든 사업은 이전과는 달랐

이 간절해요(웃음).”

다. 당시로서는 스파게티 선호층이 그리 많지 않았던 시절이고 더구나 그 자신조차 생소한 음식이었다고.

카페에서 시작해 스파게티로 성공하기까지 “처음에는 의욕만 앞서서 덤볐죠. 시기적으로 좀 빠르 “하나하나 이뤄나갈 때 희열도 있지만 그 과정에는 분

기도 했어요. 당시 스파게티 가격이 1만 5천원, 2만원

명 좌절도 있고 상처도 있어요. 하고 싶은 것은 많은

하던 시절이었는데 조리사가 만드는 음식이어서 고급

데 시간은 점점 부족하게만 느껴지네요. 사업을 하는

이라는 느낌이 강했어요. 인건비를 줄이는 것이 관건

데 물론 성취감도 있지만 공인이라는 점에서 어려움

이었죠. 결국 시스템화에 성공해 전문 조리사가 아니

도 있습니다. 하지만 안할 수 없어요. 이미 도전을 했

어도 누구나 1주일만 교육받으면 손쉽게 만들 수 있

으니까 성공을 해야죠.”

도록 해 인건비 부담을 줄이고 가격을 낮출 수 있었어

인터뷰는 왕성하게 이어가고 있는 사업에 대한 이야

요.”

기로 시작됐다. 스파게티 전문점 ‘스게티’로 업계에 주

경쟁이 심한 로드샵 대신 대형 푸드 코트 입점 방식을

목을 받은 그는 얼마 전에는 오랜 노하우를 바탕으로

택한 것도 주효했다. 이전과는 규모가 다른 사업을 이

레토르트형 ‘바로크면’을 출시하며 또 한 번 화제를 모

끌어가며 어려움도 많았지만 현재 ‘스게티’는 25개 가

았다. 하지만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시행착오도 적지

맹점으로 규모를 키웠다. 최근 내 놓은 일명 ‘키 크는

않았다. 종종 연예인들이 창업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

스파게티’ ‘바로크면’은 고려대학교와 한경대학교 교

지만 대개는 큰 성공을 거두기가 녹록치 않다. 더구나

수진들이 연구개발한 성장촉진물질을 소스에 첨가한

유명인으로서 사업을 한다는 것은 때론 지켜보는 눈

것이다. 그가 대학 연구진들과 개발한 성장촉진물질

들이 많다는 점에서 더 큰 어려움이 존재하기도 한다.

‘효모추출물-SR103’은 안전성이 우수하고 성장촉진

그런 면에서 선우재덕은 오래전부터 차근차근 단계

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특히 가격 면에서도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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렴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이미 국내와 중국 특허를 비 롯해 국제특허까지 출원 된 것으로 아이의 발육에 관 심이 많은 부모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처음 사업을 시작할 당시에 비하면 전문 성을 비롯해 모든 면에서 대단한 발전이 아닐 수 없다. 치열한 경쟁에서 이겨야하는 비즈니스의 세계를 경험 하며 그가 배운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많이 공부했죠(웃음). 그래도 아직 잘 모르겠어요. 알 려진 배우로서 사업을 한다는 것이 처음에 홍보가 된 다는 것 외에 나머지는 걸림돌이 많아요. 실수가 용납 되지 않거든요. 조심스럽게 다가 가야했죠. 공인으로 서 이용을 당하면서도 어쩌지 못한 순간도 있었고요. 몸으로 때운다고 하잖아요(웃음). 직접 겪고 부딪히고 하다 보니 노하우가 생기고 어려운 상황을 극복할 수 있게 되더라고요. 사실 지금도 성공은 아니라고 생각 해요. 그저 열심히 할 뿐이죠.”

세 아들이 커가는 모습은 또 다른 즐거움 그에게는 이제 중학교 2학년인 큰아들 훈이, 초등학 교 3학년 쌍둥이 진이와 찬이 세 아들이 있다. 아이들 과 아내는 그에게 가장 소중한 존재다. 바쁜 와중에도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아버지로서 가장 행복 한 순간이라고. 키가 크는 스파게티를 만든 것도 어쩌 면 부모의 마음으로 먹거리를 준비하는 심정에서 비 롯된 것이기도 하다. “제가 결혼을 늦게 해서 아이들을 보면 ‘이 녀석들이 언제 커서 장가가나’ 싶어요. 아직 더 많이 일을 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죠(웃음). 그래도 커가는 것을 지켜볼 때는 뿌듯해요. 대신 아내는 고생이죠. 애 들 때문에 성대 결절까지 생겼을 정도라니까요(웃음). 사내아이들이라 온순하게 대하면 도무지 통제가 안되 거든요.”

“ 요즘 아이들이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데 저 같은 경우는 서로 협동하는 것을 강조해요. 또 남한테 베풀면 언젠가 돌아온다고 가르치죠. ” 힘겨운 과정을 거쳐 사업을 하면서도 그는 공인으로

아이들과 함께하는 일이라면 언제가 최우선인 아빠.

서 또 사업가로서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도 남다른 생

지난 2011년에는 한창 일본과 논쟁이 끊이지 않는 독

각을 가지고 있다. 오래전부터 소외된 계층의 어린이

도를 아이들 셋을 데리고 방문하기도 했다. 아이들에

들을 위한 이벤트를 이어가고 있는 것도 그런 생각에

게는 소중한 추억이 아닐 수 없다. 아들 셋 있는 집은

서 비롯됐다. “힘들고 고통스러울 때 봉사를 하며 아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지만, 그마저도 세월이 약이

이들이 스파게티를 맛있게 먹는 것을 볼 때면 더 열심

다. 아버지의 눈에 장난꾸러기들이 커가면서 점점 의

히 하자는 생각이 들었다”는 그는 “더 많은 나눔을 실

젓해지는 것이 보일 때는 흐뭇한 마음도 든다. 아이들

천하기 위해 사업을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며 웃음

에게 그 무엇보다 인성을 강조한다는 그. 어머니를 모

짓는다.

시고 사는 그는 말 대신 행동으로 보여주는 산교육의

“종종 소년소녀 가장을 모아 청소년 캠프에서 2박3일 정도 함께 하는데 처음에는 머쓱해하며 다가오지 않

“말로 해서 안되는 부분이죠. 보고 배운다는 것이 큰

던 아이들도 하루가 지나고 하면 금세 친해지죠. 다독

것 같아요. 특히 큰 아들이 동생들을 잘 챙기고 아빠를

이고 안아줄 때면 울음을 터트리더군요. 얼마나 사랑

많이 이해해주죠. 그래도 아직은 한참 멀었다고 생각

이 부족하면 그렇겠어요. 사람들이 기부를 한다고 하

해요. 이 녀석들이 장가갈 때가 되면 제 나이가 어떻

면 물질적으로 제공하고 사진 찍고 끝이잖아요. 몸으

게 되나 떠올려보니 아직은 일을 더 해야 한다는 생각

로 부딪히고 고충을 들어주고 감싸안아주는 것이 참

밖에 안들어요(웃음). 그래서 건강을 더욱 챙기게 되

사랑이 아닌가 싶네요. 더 많은 아이들에게 혜택을 주

더라고요.”

려면 더 열심히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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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성을 체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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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이 날 때면 아이들을 데리고 운동장을 데리고 가 축구를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자신은 물론 아 이들에게도 운동을 권하는 편이라고. 커가면서 아빠를 닮아가는 아이들을 볼 때면 괜스레 뭉클 해진다. 특히 자신을 가장 많이 닮은 큰 아들을 볼 때면 더욱 애틋하다. 한편, 세월이 흐르면서 배우로서의 고민 역시 깊 어졌다. 벌써 데뷔한지 30여년이 훌쩍 넘는 중견 배우로서 꾸준한 자기관리는 생활화 돼 있다. 최 근작이 그러했듯 여전히 중년의 로맨스를 연기하 는데 그만한 배우는 없는 듯하다. 동안 비결을 묻 는 질문에 손사래를 치며 웃음을 터뜨리는 그에 게 소탈함이 느껴진다. “에이, 안 그래요. 자세히 보면 머리도 염색을 했 고 주름살도 많아졌어요. 꾸준히 연기를 할 수 있 었던 비결이라면 그저 배우로서 인기를 쫓지 않 고 맡은 역할에 충실했다는 정도겠죠. 그러다보 니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네요. 이제 점점 아버지 역할이 주가 되고 있죠. 그나마도 요 즘 드라마는 많이 달라졌어요. 가족구성이 제대 로 된 드라마가 나와야하는데 어느새 부터는 대 가족이 드라마 상에서 사라졌죠. 젊은 스타 위주 로 만들어지다 보니 어른에 대한 공경심이라던가 그런 것도 많이 약해진 것 같네요. 꼭 스타를 쓴다 고 해서 시청률이 올라가는 건 사실 아니거든요.” 사업을 하면서도 연기에 대한 끈을 놓지 않은 데 는 배우로서의 남다른 고집과 애착 덕분이었다. 사실 성공적인 사업을 하는 그로서 연기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아쉬울 것은 없다. 또 어찌 보면 새 로운 방향을 모색해야하는 사업가로서 연기보다 는 사업에 치중을 해야 하는 것이 맞을지도 모른 다. 그러나 그는 연기를 ‘하지 않으면 안 될 운명’ 이라고 한다. 일과 가정에서 모두 성공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 는 그를 보며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란 말이 떠오른다. 따지고 보면 어떤 일이든 성공하기까 지의 공통점은 있다.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는 것. 그는 오늘도 행복해지기 위해 최선을 다하 는 배우이며 사업가이자 아버지였다. M

에디터 황정호 사진 양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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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은영이 만난 사람

요리하며

여행하는

‘쿠킹 트래블러’ 하 정 을 만나다 달달한 초콜릿 케이크가 구워지는 냄새와 두런두런 말소리가 하나의 음악으로 들리던 안국동의 한 케이크 가게에서 그녀를 만났 다. 이름은 하 정. 베이커이자 캘리그라피스 트, 여행작가, 화가이다. 여러 가지 재주를 가 진 그녀는 마치 도인과도 같아보였다. 이탈 리아와 벨기에, 프랑스 등을 카우치서핑으 로 여행하고 돌아와 여행기 한 권을 냈고, 이 제 3개월 후면 또다시 이탈리아로 일명 쿠킹 트래블을 떠난다. 남들은 쉽게 도전하지 못 하는 것들을 그녀는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게 시도할 수 있었을까. 바로 그녀가 가장 사랑 하는 요리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에디터 전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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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소 체험하고 느끼는 여행의 결정체, 카우치서핑 카우치서핑이라는 개념은 한국에서 특히나 생소하다. 2004년 외국의 한 대학생이 여행비 절감을 위해 1500명의 아이슬란드 대학생에게 이메일을 보내 재워줄 수 있냐고 물 었고 그에 50통 정도의 응하는 답장을 받아 만들어진 일종 의 국제 교류 네트워크이다. 자신의 집을 외국 여행자들에게 제공하는 쪽은 host, 머무는 쪽을 surfer라고 한다. 써퍼가 호스트의 집에 일정 기간을 머물고 지내면서 서로의

“저는 혼자 가는 친구들에게 카우치서핑을 권해요. 여자라서 위험할 것 같단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오히려 더 보호받는 느낌이 있죠.”

문화를 체험하고 또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요즘 젊은 사람 들에게 각광받고 있는 신 여행법이다. 체류비도 절약되고 친 구도 사귈 수 있는 절호의 좋은 기회인 카우치서핑. 하지만 막상 처음 시도하는 데 두려움이 따르기 마련이다. 혹시나 이상한 사람을 만나게 되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 연달아 꼬리

그래서 이후 카우치서핑에서는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을 찾

를 문다. 그렇다면 그녀는 어떻게 겁 없이 카우치 서핑이라

았어요. 서로의 공통된 관심사가 있는 사람을 만나려 한거

는 것을 도전하게 되었을까.

죠. 그래서 늘 제가 만난 사람들은 요리와 먹는 것에 늘 관심 이 있어요.”

“저도 원래 철저하고 겁이 많은 스타일이었어요. 슬리퍼도 기내용, 실외, 실내 이렇게 3개 챙겨가는 사람이었죠(웃음),

먹는 것에 관심이 있는 만큼, 음식에 관련된 재미있는 에피

저의 첫 여행지가 벨기에 브뤼셀이었는데요. 처음엔 그곳의

소드도 많다. 유쾌한 그녀는 벨기에 친구에게 벨기에 해변에

모든 호스텔을 다 검색했어요. 그래서 호스텔 하나를 고르는

서 한국식으로 치킨을 먹자고 선뜻 제안하기도 했다. 한국에

데 3박 4일이 걸렸죠. 결국은 숙소를 구하지 못했구요. 순간

서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백사장 모래에 앉아 치킨을 먹는 것

내 자신이 지긋지긋했죠. 그 때 고통스러워하는 제 모습을

이 벨기에에서는 다소 이상해 보이는 광경이었다고 한다.

보고 누군가 카우치서핑을 알려 주더라구요. 그때 생각했어 요. 아무리 안 좋은 가정집이라도 숙박업소보단 낫겠지 하구 요. 친구네 집이 좋을 필요는 없잖아요. 새로운 친구를 만나 고 또 그 친구가 저에게 잘 곳을 제공해주고 함께 다닐 수 있 다는 것 자체가 좋은 거니까요.”

“한국의 전기구이처럼 벨기에 해변에도 비슷하게 닭을 굽 고 있더라구요. 그런데 그 곳에는 해변에서 치킨을 먹는 사 람이 없는거에요. 우리처럼 야외에서 치킨을 자연스럽게 먹 는 문화가 없는거죠. 그래서 벨기에 친구에게 한국식으로 바 닷가에서 치킨을 먹자고 제안했죠. 처음엔 어떻게 그럴수가

그녀의 첫 카우치서핑은 우연에 의해서 시작되었다. 얼떨결

있냐며 컬쳐쇼크라고 놀라더라구요. 그런데 막상 먹어 보더

에 시작된 낯선 이의 집에서 머무르기는 여행 내내 계속 되

니 너무 맛있대요. 손가락까지 쪽쪽 빨면서(웃음).”

었다. 그녀는 처음엔 언어의 장벽 때문에 한국어와 일본어가 가능한 호스트를 일부러 찾았다고 한다. 하지만 나중에 정말 중요한 것은 언어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외국의 식문화는 재료부터 다채로워서 실로 경이롭기까지 하다. 육식문화가 발달한 서양에서는 특히 고기 종류의 요리 가 많은데, 그녀가 먹었던 요리 중에 가장 독특했던 것은 바

“언어가 중요한 것이 아니더라구요. 제가 요리하는 것을 좋

로 양의 뇌라고 전했다. 새로운 음식은 처음엔 겁이 나기 마

아하니까 함께 요리하면 서로 언어에 능숙하지 않아도 그 시

련이지만 막상 먹어보면 아무렇지 않다고 그녀는 웃으며 그

간이 너무 재미있어요. 물론 서로가 교감이 되는 경우에요.

맛을 묘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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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의 뇌는 먹어보니 너무 맛있더라구요. 크림처럼 흘러요.

엄을 쳐서 지나가고 또 계곡을 걷는 거예요. 처음엔 너무 무

튀김옷은 바삭하고 속은 크림같은 질감인거죠. 상상이 가

서워서 어쩔 줄 몰랐는데 같이 간 친구들이 양 옆으로 손을

세요?(웃음) 앞으로도 먹고 싶은 맛이에요. 현지 사람들이

잡고 같이 뛰어 내려주더라구요. 그 때 감동했죠. 결국은 사

먹고 있는 즐겨 먹는 음식이더라구요. 여행이란 건 그 나라

람이구나하고. 혼자라면 못 했을 거예요. 저 혼자였다면 그

사람들의 자존심을 존중해주면 사랑을 받아요. 양의 뇌는

런 게 있는 줄도 모르고 하지도 않았겠죠. 이후에는 무언가

루카라는 친구가 저에게 먹여주고 싶은 현지 음식이었어

를 시도하는데 자신감이 생겼어요. 나중에 이탈리아 바닷

요. 그 상황에서 거절한다면, 상대에게도 예의가 아니고, 저

가에서 혼자 수영도 했었거든요.”

도 그러고 싶지 않았어요. 함께 요리해서 먹고 난 이후의 결 과는 참 만족스러웠죠.”

역시 카우치서핑의 재미는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무 엇인가를 체험할 수 있다는 데 있었다. 예상치 못한 반전이

음식뿐만이 아니었다. 그녀의 도전정신은 과감했고, 이후

항상 매력 있게 다가오는 것처럼 그녀도 새로운 여행에 폭

상상할 수 없는 익스트림 레포츠에까지 도전하게 된다. 현

빠져 있었으니까. 이렇게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준 카우

지인들이 즐긴다는 케니어닝(Canyoning)은 산간의 계곡물

치서핑은 그녀에게 친구라는 든든한 보호막을 만들어 주는

에 뛰어들어 몸으로 급류를 타고 내려가는 레포츠이다. 물

듯했다. 관광객이 아닌, 현지인처럼 그녀는 마음 편하게 여

론 그녀가 의도적으로 하겠다고 결심한 것은 아니었다. 단

행을 즐길 수 있었다.

순히 카누를 타고 협곡을 건널거라는 착각에서 시작된 그 녀는 초강력 익스트림 레포츠를 경험하게 된다.

“사람들이 카우치서핑이 위험하지 않냐고 많이 물어보는 데요. 저는 보호받고 있는 느낌이 들었어요. 가령 혼자 해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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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까지 오는 정도의 계곡을 걸어서 내려가요. 그런데

여행을 가면 지도를 보는 것, 그리고 다른 언어를 하는 것에

중간에 한 번씩 폭포가 있는데 거기서 뛰어 내리는 거예요.

스트레스를 굉장히 많이 받아요. 그런데 그렇게 어리버리

3~4 미터 정도 되는 깊이죠. 사실 저는 한 번도 야외에서 수

해 보이면 오히려 소매치기를 당할 가능성이 커요. 그래서

영을 해본 적이 없어요. 수영장에서 물안경을 끼고만 했었

저는 혼자 가는 친구들에게 카우치서핑을 권해요. 여자라

죠. 그런데 제가 그 곳에서 점프를 해야 하는 거예요. 제 인

서 위험할 것 같단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오히려 더 보호받

생에선 말도 안 되는 일이죠. 웅덩이가 나오면 그 안에서 헤

는 느낌이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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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으로 그녀가 변한 것들 더없이 긍정적이고 자유분방하고 깨어있는 것 같은 그녀는

나올 것 같단 생각이 들어요. 지금 생활하면서도 기운이 없을 때

여행을 다녀와서 자신이 많이 변한 것 같다고 이야기를 덧붙

이탈리아에 관련된 영화나 책 사진을 보면 기운이 나요. 늘 이탈

였다. 사람을 보는 방식, 그리고 인간을 대하는 방식까지. 9개

리아가 있어 다행이라 생각해요. 제 인생에. 돌아온 지 1년 반 정

월동안의 아일랜드 자원봉사, 그리고 3개월 가량의 카우치서

도 되는데 그동안 이탈리아가 큰 힘이 됐어요. 그 친구들과 아직

핑 여행 이후 지금까지 1년 반이 지났다. 그녀는 여행 전과 지

까지 연락을 하며 지내는데 힘을 받고 있어요. 이탈리아는 한국

금이 어떻게 달라져 있었을까.

같아요. 화끈하게 큰소리 내서 싸우기도 하지만 잘 풀고, 서로 신 세도 지구요. 그래서 더 좋아요. 우리 코드에요. 정이 있어서 서

“여행 전에는 사람들이 제 삶의 일부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제 사람들이 실수를 하거나 부족한 면이 있으면 답답하고 화

로 챙겨주고요. 저도 강남스타일 티셔츠를 이탈리아 친구들에게 보내주곤 했어요. 서로 챙겨주는 재미가 있죠.“

가 났어요. 왜냐면 내 인생의 일부가 부족해지는 것 같아서. 그런데 여행을 다녀와서 저 사람은 내 일부가 아니라 자신의

그녀가 요리와 여행을 함께 계속 하는 이유는 단순했다. 그것의

인생을 사는 거라고 받아들이게 되었어요. 예전엔 저 사람은

재미이다. 함께 요리를 하면서 이야기하기도 하고 때로 실수하

대체 왜 저런 생각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서 때로 화가

면서 터뜨리는 웃음. 그 과정 자체가 그녀는 즐겁다. 맛이 있든

났고 그래서 선을 그어버렸죠. 하지만 어떤 사람 뒤에는 상대

없든 간에 같이 만든 요리를 먹는다는 자체가 그녀에겐 행복이

가 모르는 수많은 세계가 있어요. 그것은 내가 함부로 판단할

다. 뭔가를 잘하려고 하기 보다는 그냥 재미있게 살고 싶다는 그

수 없는 거죠.”

녀, 하 정. 이탈리아에서 돌아와 열린다는 쿠킹 파티가 벌써부터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 진리처럼 전해져 오고 있지만 그녀는 이제 사람은 때로 변한다는 말을 믿는다고 했다. 여행

기다려진다. 그 공간에서 함께 재미있고 싶어서. 그녀와 함께라 면 항상 재미있고 유쾌한 일들이 따라올 것만 같다. M

이 가져다 준 변화였다. 물론 그 여행이 수박 겉핥기식이 아 닌, 제대로 사람들과 함께 부대꼈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값 진 선물이었다. “이번 여행을 가기 전에는 저도 다른 여행자와 똑같았어요. 현지 사람이랑 말해보지도 않고, 가이드랑 있거나 그냥 호텔 에서 머물렀죠. 케이크가 있다면 그냥 케이크를 바라본거죠. 먹어본 적이 없었던 거예요. 그런데 지난 여행에선 케이크을 직접 먹어본 거예요. 그래서 또 먹고 싶은 느낌인 것 같아요.” 그래서일까. 그녀는 여행으로 만난 사람들을 소중히 생각했 고, 또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했다. 올해 9월쯤 다시 이 탈리아로 쿠킹트래블을 다녀올 거라고 했다. 로컬 마켓에서 현지의 신선한 식재료로 사람들과 함께 요리하고 나눠먹는 여행 말이다. 그렇다면 왜 하필 이탈리아일까. 문득 그녀의 여행지 선택이 또다시 궁금해졌다. “반한거죠. 한마디로. 다른 이유가 없어요. 이탈리아만큼 완 벽한 나라가 있을까요. 어떤 나라는 자연이 아름답고, 또 어 떤 나라는 사람이 좋고 그렇죠. 그런데 이탈리아는 그 모든 게 다 있어요. 게다가 음식까지 맛있죠. 영원한 생명을 가진 나라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아픈 사람이 가도 건강해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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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M'S NOTE

엄마들의 궁금증

임신과 출산은 여성의 자궁과 유방 크기만 늘리는 게 아니다. 다양한 생리학·해부학·생화학적 변화를 겪으면서 임신부는 맥박도 빨라지고 혈압도 올라간다. 태반과 양수가 생기고 혈액량도 많아진다. 이런 갑작스런 변화는 때때로 산모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쳐 치명적인 합병증을 겪게 하고, 심지어 사망에까지 이르게 할 수 있다. 임신·산후에 겪게 되는 합병증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자.

탈수 아기를 임신하게 되면 혈관이 확장되면서 몸에서 필요한 수 분양이 증가하게 된다. 산모가 혈관 내 용량을 유지하려면

임신 합병증 남편들은 모르는 여자들만의 고통, ‘임신 합병증’. 사람마다 증상도 다 양하고 고통의 정도도 다 다르다. 흔한 임신 합병증으로는 임신성고혈 압, 자궁수축, 탈수, 부종, 정맥류 등이 있다.

적어도 하루 10~14잔 정도의 물을 마셔야한다. 임산부의 탈수는 변비와 자궁수축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신 경 써서 수분섭취를 증가시키도록 하자.

부종 커진 자궁이 하대정맥과 골반정맥을 압박해 발목과 발의 부 종을 일으킨다. 다리를 심장보다 높게 하면 이런 증상이 완

임신성 고혈압

화될 수 있다.

임신성 고혈압은 임신부의 5∼7%가 겪는 흔한 임신 중 합병증

자궁압박을 감소시키려면 임산부가 옆으로 자면 된다. 올바

이다. 모성사망 3대 원인 가운데 하나일 정도로 산모를 위협하

르게 누워서 자는 것보다 옆으로 누워 자는 것이 하대정맥과

는 무서운 병이지만, 대부분 산모들은 자신의 혈압이 높은 줄조

골반정맥을 덜 압박하기 때문에 옆으로 자는 것만으로도 부

차 모르고 지낸다. 초산부에게 잘 나타나는 게 특징이다.

종을 완화시킬 수 있다. 만약 안면과 손의 부종이 심하다면

수축기와 이완기 혈압이 각각 140, 90㎜Hg 이상일 경우 임신 성 고혈압이라고 하는데, 보통 임신 중기 이후에 이런 증상이

자간전증이 의심되니 전문의의 진찰을 받아야한다.

정맥류

나타나게 된다.

임신 중에는 하지나 외음부에 정맥류가 발생할 수 있다. 커진

임신 말기로 접어들수록 혈압 상승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는데,

자궁이 정맥을 압박해 하지 정맥의 혈압이 올라가 하지나 외

특히 혈압은 서서히 올라가는 게 아니라 어느 날 갑자기 상승하

음부에 울혈 반점이 생기거나 정맥 혈관이 몹시 굵어지고 튀

게 되므로 임신 중엔 건강한 산모라 할지라도 늘 정기적으로 혈

어나오는 것이다.

압을 체크하는 게 바람직하다.

부종과 마찬가지로 다리를 심장보다 높게 하거나, 압박양말

자궁수축

을 사용하면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산모는 하루에 몇 번씩 자궁 수축이 일어나기도 한다. 많은 경

출산 후 대부분 없어지지만, 6개월 이내에 정맥류가 없어지

우 한 시간에 몇 번씩 자궁수축이 일어나기도 하는데, 이럴 때

지 않으면 외과적 치료를 받아야 한다.

산모들은 분만이 임박한 것일까 봐 불안해진다. 그러나 규칙적 인 자궁수축이 아니라면 크게 걱정할 필요 없다. 혹시 그래도 불안하다면 자궁경부진찰을 받아보자. 자궁경부 의 진행성 변화가 없다면 분만임박이 아니라고 확신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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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맘 May 2013


톡톡!! 산후출혈 자연분만에서 500ml, 제왕절개에서 1000ml 이상의 출혈이 발생 하면 산후출혈이라 진단한다. 산후출혈은 일반적으로 산후 24시 간 내에 일어나지만, 수태산물이 남아있으면 산후 수 주까지 출혈 이 일어날 수 있다. 24시간 내에 출혈이 일어났을 경우는 산모가 병원에 입원해 있을 시기이기 때문에 빠른 조치가 가능하다. 산후출혈의 원인은 자궁 이완증, 수태산물의 잔류, 유착태반, 자궁경부열상 등이 있고, 그 원인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다양하다.

자궁근내막염 자궁근내막염은 자궁벽을 침범하는 세균감염이다. 자연분만보다

산후 합병증

제왕절개 환자들에게서 흔하나 자연분만을 했더라도 태반수기제

산모들은 힘들게 아기를 낳는다. 하늘이 노래지는 고통 속에

분만 후 5~10일에 흔히 일어나고 자궁근내막염 환자는 자궁압통

아기를 낳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고통이 끝난 건 아니다.

을 호소한다. 수태산물의 잔류가 감염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초음

아기를 낳은 뒤 병약해진 산모는 쉽게 다른 질병에 걸릴 수 있는데

파 검사가 필요하다.

이 시기에 발병하는 병을 통틀어 산후 합병증이라 한다. 주요한 산후 합병증으로는 산후출혈, 자궁근내막염, 유방염, 산후우울증 등이 있다.

거술을 하는 경우 발견할 수 있다.

유방염 유방염은 모유수유를 하는 산모에게서 흔히 발생한다. 환자의 피 부 세균충이나 신생아의 구강 세균충에 의해 감염되기 때문이다. 짓무르거나 갈라진 유두로 세균이 들어가 증식해서 감염을 일으 킨다. 모유수유를 하면 대부분 유방에 통증을 느끼기 때문에 유방 염을 모르고 지나치는 경우가 있으나, 모유수유로 인한 통증은 유 방 전체에 광범위한 압통을 느끼는 반면 유방염 통증은 부분적으 로 압통을 느끼게 된다. 더불어 홍반이 생기거나 열이 난다면 유방 염을 의심할 수 있다.

산후우울증 산후 호르몬의 급격한 변화, 혹은 신생아에 대한 심리적 스트레 스, 산후의 수면부족 등에 의해 기인되는 산후우울증은 심하게 졸 리거나 심하게 슬프거나 신생아를 관리할 수 없다고 느끼거나 자 살을 생각하는 등 그 증상이 다양하다. 일시적 산후우울증 환자는 잘 돌봐주고 용기를 돋워주면 보통 저 절로 지나가지만, 심한 산후우울증은 정신병으로 진행될 수 있으 므로 전문 상담가의 처방이 필요하다. M

정리 편집실 참고자료 블루프린트 산부인과 (이퍼블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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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M'S NOTE

설레는 봄 나들이 이정도는 챙겨야죠 꽃피는 봄이 왔다. 겨우내 집에만 웅크려있었더니 온몸이 근질근질. 이제 밖으로 나가 놀아야 할 텐데 아기와 나들이는 신경 쓸 게 너무 많다. 먹는 거, 입는 거, 노는 거 까지. 챙길게 많다보니 한두 가지 빼먹기 일쑤다. 아기와 나들이를 떠나기 전, 어떤 걸 챙겨야할까.

나들이에 도시락을 빼먹 을 수 없다. 하지만 날이

걸음마를 뗀 아이와 나들

풀린 요즘은 음식이 상할

이를 떠난다면 실종예방

수 있으니 식중독에 주의해

교육이 필요하다. 실종

야한다. 나들이 떠나기 전 식약청 홈페

아동전문기관(http://www.

이지에서 그날의 식중독 지수를 확인하

missingchild.or.kr) 홈페이지를 통해 실

자. 식중독 지수가 평균보다 높다면 아

종예방 교육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이스박스는 필수용품이 될 것이다. 음식은 한 번에 먹을 수 있는 분량만 만 들어가도록 하고, 분유나 이유식은 일회 용품으로 준비한다. 젖병, 숟가락 등은 삶아서 가져가고, 음식을 먹기 전 물티 슈로 손을 꼭 닦는다. 만약 나들이 후 아기에게 설사 증상이 있다면, 탈수를 방지하기 위해 끓인 보 리차에 설탕과 소금을 조금 넣어 마시게 하고 곧바로 병원을 간다.

아기와 외출할 땐 기저귀

아이에게 이름, 나이, 주소, 연락처 등을

가방이 필수다. 기저귀

기억하게 하고, 위급상황 시 대처방법을

가방 전용으로 나온 제품

여러 번 설명해준다. 위급상황 대처방법

이 아니라도 포켓이 많고, 가볍고, 오염이 잘 닦이는 큰 가방이라 면 기저귀 가방으로 적합하다. 기저귀 가방을 꾸릴 때는 위에서 한눈

진을 찍어두고 아이의 인상착의를 기억 해두는 것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방

수납하고, 자잘한 물건들은 모아서 포켓

법이다. M

에 따로 담는다. 나들이 나가기 직전 기 줄일 수 있다.

가을볕은 딸을 쬐인다’

기저귀 가방에 담는 물건은 아기의 월

는 말이 있다. 그만큼 봄

령과 기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멀리

볕은 살갗을 쉽게 거칠게

가는 여행이 아니므로 필요한 만큼만 간

만든다. 봄볕으로부터 아기 피부를 지키

단히 챙기도록 한다. 이것저것 넣으면

려면 외출 30분 전에 자외선 차단제를

결국엔 짐이 된다.

꼼꼼히 발라줘야 한다. 어른들이 사용하는 자외선 차단제는 아 기 피부에 자극이 될 수 있으니 아기용 차단제를 사용하고, SPF 15정도의 제품 을 2~3시간마다 덧발라준다. 자외선 차단제는 생후 6개월부터 사용 가능하다. 나들이가 끝난 뒤에는 아기용 세안제를 이용해 깨끗하게 닦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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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지루하지 않게 대처법을 익힐 수 있다. 나들이에 떠나기 전, 아이의 사

에 파악할 수 있도록 물건들을 세로로

저귀를 갈고 수유를 하면 가방 부피를 ‘봄볕은 며느리를 쬐이고

을 역할놀이로 설명해주는 것도 좋다.

정리 편집실


MOM'S NOTE

추웠던 겨울이 지나고 날이 따뜻해지면서 아이들의 야외활동이 늘어나고 있다. 동물원이다, 벚꽃놀이 다, 매일매일 놀러 다니던 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눈 을 비비기 시작한다면 유행성 결막염을 의심하자. 결막염에 걸리면 눈곱이 끼고, 눈이 충혈 되며, 눈꺼풀이 붓는다. 눈곱은 아침 에는 끈끈하다가 낮이 되면 점성이 작은 눈물 같은 눈곱으로 변한다. 눈에 뭐가 들어간 것 같은 이물감이 느껴지고, 눈부심이 있기 때문에 아이가 습관적으로 눈을 비빈다. 아이들은 유행성 결막염과 감기가 같이 걸리기도 한다.

예방은 어떻게? 유행성 결막염과 같이 전염되는 질병은 예방이 가장 중요하다. 우선, 결막염이 유행할 때는 사람들이 많은 곳을 최대 한 피한다. 수영장·대중목욕탕 등 사람들과 함께 물에 들어가는 활동을 삼간다. 같은 물 에 들어간 것만으로 전염될 수 있다. 외출할 때는 수시로 손을 씻고 손을 눈 가에 대지 않도록 아이에게 미리 주의 를 준다. 만약 집안에 환자가 있다면 환자 근처 에 아이가 가지 않도록 하고 환자의 손 이 닿았던 것은 끓이거나 삶아서 사용 한다. 수건이나 컵은 물론 문손잡이를 통해서도 바이러스는 옮을 수 있다. 안과에서 병이 옮는 경우가 많으므로 아프지 않은 아이와 안과를 함께 가지 않는다. 발병 후 약 2주 동안 전염력이 있으므로 그 기간을 특히 주의한다.

바이러스에 의해 일어나는 유행성 결막염은 현재까지 특효약이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안과 다니길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2차 세균감염이나 결막의 상처, 시력저하 등의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전문의의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간혹 병원에 오기 전에 집에 있는 안약을 먼저 사용하는 엄마들이 있 는데, 같은 유행성 결막염이라도 바이러스의 종류에 따라 안약이 다르므로 의 사의 처방 없이 함부로 안약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결막염에 걸린 아이가 눈을 손으로 비비는 것은 못하도록 막고, 항상 손을 청결 히 하도록 한다. 아이가 이물감을 못견뎌하면 냉찜질을 해준다. 온찜질은 금물 이다. 병원에서 처방받은 안약을 넣을 땐 안약을 넣기 전에 안약병을 손으로 감싸고 있거나 미지근한 물에 담가서 체온과 비슷하게 만들면 좋다. 안약을 넣은 후에는 눈물샘으로 안약이 흘러들어가지 않도록 아이의 안쪽 눈가를 잠 깐 눌러준다. M

정리 편집실 참고서적 삐뽀삐뽀 119소아과(그린비 출판사), 친절한 육아 이야기(꿈소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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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ING

봄맞이 인테리어 대변신 봄, 봄, 봄. 부르기만 해도 혀에서 뇌로 전달되어 기분을 업 시키는 단어임에는 틀림없다. 사람들의 마음 속 한군데를 톡 하고 건드리 는 계절. 울렁울렁 거리는 마음의 변화에는 공간 바꾸기가 제격이 다. 겨울철 보온을 위주로 했던 인테리어를 조금 더 화사하고 봄에 맞는 소품들로 바꿔보는 건 어떨까. 2013년의 봄을 위해서.

커튼 집 안 분위기를 바꾸는 데 일등공신인 커튼. 겨울철 커튼의 필수 조건은 바람을 잘 차단하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 두껍고 빳빳한 소재를 선택하는 것이 당연 지사. 하지만, 봄철은 살랑살랑거리는 바람이 피부를 스치는 것이 기분 좋은 계절이다. 그래서 인테리어의 목적으로 커튼을 바꿔보는 것을 추천한다. 먼저 봄철 커튼의 원단은 가볍고 하늘하늘한 소재가 좋다. 가장 적합한 소재 는 린넨이나 거즈면과 같이 두껍지 않은 원단이다. 쉬폰 소재도 일반적으로 많이 선호하는 편이긴 하나, 물빨래 시 변형될 가능성이 있어 되도록 이전에 언급한 소재들이 좋다. 꽃이나 도트 체크 패턴의 밝은 색상을 선택하면 집 안이 더욱 화사해 보이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참고해도 좋다.

가렌더 커튼이나 침구를 바꾸기에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다면, 적은 비용으로 큰 효 과를 부르는 소품을 선택하는 것이 최적이다. 가렌더는 파티 플래그라고도 불 리는데 보통 파티나 크리스마스와 같은 특별한 날 벽에 장식하는 소품중 하나 이다. 이 가렌더는 퀼트나 종이 등 다양한 소재로 제작되는데 꼭 기념일이 아 니더라도 블라인드나 커튼 위에 덧대어 부착하면 좀 더 아기자기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가격 또한 매우 저렴하며, 직접 만들기도 어렵지 않다. 퀼트 원단과 끈만 있다면 간단한 바느질로 쉽게 완성이 가능하다. 인터넷에서 도 만드는 법과 DIY 패키지를 판매하고 있어 핸드메이드 가렌더 만들기도 시도 해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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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예식물 봄 하면 자연스레 연상되는 것이 초록의 풍경이 아닐까. 방이나 거실 안에도 자 연을 들여다 놓자. 베란다가 있다면, 작은 미니 정원을, 그렇지 않다면 거실 한 켠 선반에 화분 하나를 올려두는 것도 좋다. 어떤 것을 선택할지는 본인의 타 입에 따라 달라진다. 식물 키우기에 영 소질이 없다고 생각된다면, 잔병치레 없 이 건강한 선인장과 다육 식물을 추천한다. 작고 앙증맞아서 인테리어 효과로 도 효과 만점이다. 또는 실속 있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한다면, 티로 마실 수 있는 로즈마리, 페퍼민트 등이나 요리에 활용되는 바질 등의 허브를 구입하는 것이 좋다. 향과 더불어 간단한 파스타와 식후 차 등 식용으로도 이용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텔레비전, 전자 기기 등의 전자파가 걱정된다면 거실 한 켠에 산세베리아 같은 전자파 차단과 공기 정화 작용이 탁월한 화초를 선택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한편, 베란다나 옥상같이 넉넉한 공간이 있다면 고추나 상추, 토마토 모종 등을 심어보는 것도 좋다. 나날 이 쑥쑥 크는 식물을 보면서 내심 큰일을 한 것 같은 뿌듯함, 그리고 수확 이후에 농부가 된 것 마냥 배부른 기분을 느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침구 겨울철 무거운 침구류가 이제 답답할 때도 됐다. 시원하게 가볍고 뽀 송뽀송한 새 이불로 갈아주는 것이 속도 편하고 개운하다. 그 전에 주 의할 점, 겨울철 많이 사용하는 극세사, 거위털 등의 이불은 꾹꾹 눌 러 제대로 세탁하고 건조시키는 것이 선 철칙이다. 새로운 봄맞이 침 구는 어떤 것이 좋을까. 패턴도 다양하지만 색상 선택도 꽤 중요하다. 이불의 색상으로 정신 건강을 돌볼 수 있기 때문이다. 뜬금없다고 생 각할 지도 모르지만, 바로 컬러 테라피에 따른 이론이다. 레드 컬러는 온 감각 신경을 깨우면서 사람들에게 활력을 불러일으키는 효과가 있다. 반면 그린 컬러는 신경을 안정시켜 주고 심신을 차분하게 만들기 때문에 공부하는 수험생들에게 더욱 좋은 색상이다. 그렇다면 파란 색상은 어떨까. 식욕을 억제시켜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다이어트 중인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색상 이다. 물론 즉각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믿으면 이루어지는 피 그말리온 효과를 침구 컬러에 적용시켜 보는 건 어떨까. M 에디터 전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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藥이 되는 음식

‘쑥’

여성 건강 도우미 대명사 완 연한 봄이다. 봄의 향기에 으뜸인 쑥은 마늘

여성들의 생리통, 생리불순 및 냉대하 등의 부인병

과 함께 단군신화에도 등장하는 유구한 세월 동안

에도 중요한 약재로 쓰인다. 또 쑥은 지혈작용에

우리 민족의 정서와 함께한 여러해살이 풀이다. 쑥

특효가 있다. 상처가 생겨 피가 나올 때 쑥의 생잎

의 생명력은 놀랍다. ‘쑥쑥’ 잘 자란다는 말에서 유

을 비벼서 상처에 붙이면 당장에 피가 멎는다. 이

래했다고 하는데, 정말 쑥은 어디서나 어떤 환경에

같은 지혈작용을 이용한 처방으로 치질 출혈과 임

서도 쑥쑥 잘 자란다.

신 중 자궁 출혈에 쑥을 달여서 복용하면 좋은 효

쑥 잎 표면은 푸르며 뒷면은 흰 솜털이 있고 고유 한 향기가 있는데, 이 향기는 치네올이라는 정유 (精油) 때문이다. 독특한 향기로 봄철 입맛을 내는 쑥은 쑥떡을 비롯해 조림과 국건더기, 쑥밥 등으로 이용되며 한방에서 매우 약효가 뛰어난 식물로 평

보송한 것이 향도 좋고 먹기에도 부드럽다. 하루쯤 물에 담가 쑥에 붙은 흙을 제거한 뒤 손으로 비벼 깨끗하게 씻어낸다. 쑥을 음식에 사용할 때는 한번 데쳐낸 뒤 사용해야 쑥 특유의 향을 살릴 수 있다.

가되고 있다. 한의학에서는 쑥은 뜸의 중요한 재료

주의해야 할 점으로 쑥은 성질이 따뜻하기 때문에

로 쓰이며, 쑥의 연한 잎을 말려 찐 다음 즙을 만들

몸이 냉한 사람들에게 적합하며, 더위를 많이 타거

어 마시면 해열과 진통, 해독과 구충, 혈압강하와

나 열이 많은 분들에게는 그다지 도움이 된다고 할

소염작용이 있다고 한다.

수 없다. 간장과 담(膽)에 열과 독소가 쌓인 사람이

‘애쑥국에 산초 처자 속살 찐다’는 속담처럼 쑥은 여성에게 생기와 윤기를 더해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랫배가 차서 생기는 복통이나 소화불량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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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를 볼 수 있다. 쑥은 빛깔이 연하면서 털이 보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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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 경우에 함부로 먹으면 건강을 해칠 우려도 있 으므로 주의해서 먹어야 한다. M 정리 편집실


藥이 되는 음식

‘병어’

산후에 먹으면 더욱더 좋은 지금 살이 바짝 오른 병어가 제주와 진도 앞바다를 거

착 감긴다. 또 병어 육회는 뼈를 빼고 살만 떠서 깻잎과

쳐 신안군 임자·비금도 앞으로 떼 지어 몰려들고 있다.

참기름을 버무린 것으로 전혀 비린 맛이 나지 않는다.

해마다 5~6월 전남 신안 앞바다에서 잡히는 병어는 국

병어는 소화가 잘 되는 생선이어 산전·산후 모두 좋다.

내 최고 품질로 친다. 은빛 비늘에 상처가 없고 어른 두

특히 어린이, 노인, 병후 회복기 환자의 기력회복에 아

손바닥을 합친 크기쯤 돼야 최상품 반열에 든다.

주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치매 예방 및 당뇨병 예방, 암

6월 대표 어종인 은백색 병어는 생긴 모양대로 맛이 담

발생 억제 등의 효과와 온몸의 장기들이 생겨나는 뱃속

백하다. 마름모꼴인 은빛 병어를 통째로 놓고 세로로

태아에게 단백질을 공급하기에 딱 좋은 식품이다.

죽죽 썰어 깻잎에 한두 점 올려 된장과 마늘·풋고추를 얹어 싸먹으면 혀끝에서 살살 녹는다.

영양성분으로는 고도의 불포화 지방산인 DHA, EPA가 하루 섭취 권장량의 3배나 들어있고, 비타민 B3으로도

뼈째로 꼭꼭 씹어 먹어도 꼬순 맛이 난다. 살이 연하고

불리는 수용성 비타민인 나이아신이 많아 동맥경화, 뇌

잔가시나 비린내가 거의 없어 먹기 편하다. 또 요즘 나

졸중 등 순환기 계통 성인병을 예방해주는 효능이 크고,

오는 햇고사리와 햇감자를 냄비 밑에 두툼하게 깔고 자

지방이 적고 열량이 낮아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아주 좋

글자글 끓여 찜으로 해도 그만이다. 미나리·양파·쪽

다. 원기회복에 좋은 비타민 B1, B2도 풍부해 모든 생명

파·당근 등 야채를 태양초 고춧가루와 함께 버무려 초

현상을 관장하는 단백질의 기존 구성인 아미노산을 비

를 살짝 쳐 만든 병어 회무침은 새콤한 맛이 입안에 착

롯한 각종 영양 성분이 고루 들어있다. M

TIP

.좋

정리 편집실

고르려면 를 어 병 표면이 매끄럽고 윤기가 흐르며 살이 단단 하고 눌렀을 때 탄력이 있는 것을 고르는 것 이 좋다. 통영산은 육질이 단단한 데 반해 담 백한 맛이 떨어진다. 목포·인천산은 육질이 무르나 담백한 맛은 뛰어나다. 신선한 병어의 맛을 보려면 일단 비늘이 반짝반짝 빛나는 것 을 구매해야 한다. 봄·여름에는 목포·인천 산을, 겨울에는 통영산을 고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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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리포트

자연과 어울리며 배운다 아이다움 킨더가르텐 숲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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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을 땅에 딛고 흙을 만지며 자연 내음 그 대로를 받아들이는 일이 이곳 아이들에게는 학습이자 놀이가 된다. 그 자연스럽고도 재미 난 풍경이 여기에선 일상이다. 경기도 남양주시에 위치한 ‘아이다움 킨더

아 이들이 등원하는 시간은 오전 10시. 이른 시간부터 유치원 앞 텃밭과 잔디, 큰 나무 아래 평상을 차지한 아이들은 얼핏 봐

가르텐 숲 연구소(이하 아이다움)’는 ‘킨더가 르텐(Kindergarten, 어린이들의 뜰→유치원을 지칭)’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자연주의 생태육 아를 지향하고 있다.

도 대여섯 살은 되어 보인다. 자연을 벗 삼 아 뛰어노는 아이들 사이에서 신축성이 좋 아 보이는 바지와 티셔츠, 운동화를 신은 교사들도 눈에 띈다. 여느 유치원과는 확연 히 다른 풍경에 고개가 갸우뚱할지 모르나 “여기선 퇴원하는 시간까지 아이들이 뛰노 는 모습만 보게 될 것”이라던 한 교사의 말 이 아이다움의 남다른 교육방식을 대신해 준다.

“등에 연두색이 섞여 있으니 ‘연색이’로 해요”, “돌이랑 물을 담아온 채집 통에서 개구리를 쉬게 해주세요”, “개구리를 만져보고 싶어요” 아이들의

아이들의 활동은 대부분 야외에서 이루어

요구도 다양하다. 다른 한 쪽에서는 텃밭에 일렬로 심겨 있는 상추와 깻

진다. 숲 자체가 아이들의 놀이터이자 학습

잎을 조심스레 따고 있는 아이들과 그 상추 위에 앉은 매미를 보고 “꽃매

공간인 셈. 마침, 도시에서는 보기 힘든 개

미다!”를 외치는 아이, 잔디밭 한 쪽 구석에서 자란 질경이를 꺾어 친구의

구리 한 마리를 들고 여자아이가 뛰어왔다.

손목에 묶어주며 “이건 질긴 팔찌야, 잘 끊어지지 않아”라며 친절히 설명

그 주위로 우르르 몰려든 아이들은 개구리

해주는 아이까지, 이곳 아이다움의 원생들은 자연의 모든 것을 소재 삼아

에게 이름을 지어주자며 목소리를 높인다.

배우고 즐기며 체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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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들은 보통의 어른도 알기 힘든 동물이나 곤충의 이름도 제법 알고 있어요. 각 개체에 는 학명이나 책에 나온 이름만이 아닌, 아이들이 지어준 재미난 이름들도 붙였죠. 가령 오늘 새 이 름이 생긴 개구리 ‘연색이’처럼 말이죠.” 이곳 교사들은 아이들이 벌레나 곤충을 발견하고 이름을 물어올 때면 고정된 사물명이 아닌, 아 이들이 관찰력과 창의력을 발휘해야만 지을 수 있는 이름들을 놀이처럼 나열해 보게 한다. “‘우리가 함께 이름을 지어보자. 책에 나와 있는 이름은 모두 사람들이 지어준 이름이잖아. 이 곤 충에게 더 잘 어울리는 이름에는 뭐가 있을까?’라며 아이들에게 되묻곤 해요. 그럼 제 말이 끝나 기가 무섭게 반짝반짝 호기심 어린 눈망울로 아이들은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죠.”

아 이들은 실내에서도 자연과 함께 생활한다. 숲에서 주워 모아놓은 열매로 차를 만들어 마시고 직접 재배한 감자를 조막만한 손 놀림으로 으깨 감자인절미를 만들어 먹기도 한다. 유아요가와 명상을 통해 인내 와 절제도 배운다. 아이다움에서는 모든 놀이를 아이 위주로 진행하기 때 문에 실외와 실내 활동에는 어떠한 제약도 따르지 않는다. 이곳 유치원의 매력 중 하나는 목조건물 특 유의 나무 향기와 친환경 인테리어로 아이다움 건 물 내부에까지 자연 그대로의 손길을 얹어 숲과 이 어지게 했다는 점이다. 교사들이 직접 손질한 나무토막과 솔방울, 강아지 풀 등 아이들을 가르치는 데 이용하는 교구들도 모 두 자연에서 빌려오거나 재활용한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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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놀이가 하고 싶을 때는 언제든지 물에 들어가 친구들과 놀 수 있어서 참 좋아요 ▲아이들은 동물이나 곤충에 아이들만의 이름을 붙여준다. 가령 오늘 새 이름이 생긴 개구리 ‘연색이’처럼 말이다.

심지어 아이들이 숲에서 직접 주워 왔다는 죽은 곤충들은 버려진 피자상자 속 곤충채집 표본이 되었다. 천장에 매달린 솔방울과 나뭇가지는 모빌이, 강아지풀을 붓으로 활용한 아이들의 그림은 아이다움의 벽면을 멋지게 장식하는 작품이 되기도 했다.

아 이다움의 원생들에겐 비밀의 장소가 하나 있다. 좁다란 오솔길을 지나야 만날 수 있는 ‘비밀의 숲’에는 아이 들을 위한 그네와 나무 그루터기가 놓여있다. 이곳과 함께 아이들의 놀이터였던 ‘계단의 숲’은 지난 폭우에 형체를 잃 었다. 이제는 타잔 줄타기를 할 수 없게 됐다는 상실감에 아 이들 모두 가슴 아파했다고. 이 일로 아이들은 ‘자연이 왜 아플까?’를 주제로 각자의 생 각을 나누는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의도하지 않아도 자연의 모든 것이 아이들의 대화 주제가 돼요. 하나하나 깊이 생각하고 관찰하는 것은 아이들의 일 상이 되고요.” 비밀의 숲에서 그네를 타려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려야 한다. 이곳 원생들은 연령에 관계없이 함께 어울려 노는 것 이 자연스러워 자신보다 나이가 적은 동생들은 형·누나들 이 챙기고, 챙김을 받은 동생들은 더 어린 아우들을 돌보곤 한다. 보통 외동이거나 형제가 하나 뿐인 아이들에게선 쉽 게 볼 수 없는 마음 씀씀이가 자연과 더불어 지내는 이곳에 선 흔한 풍경이 됐다. 인근 냇가에서 바지를 걷고 양말을 벗어 물속으로 첨벙 뛰 어 들어가 물장구를 치고, 나뭇잎 배를 띄워 놓곤 동요를 부 르는 모습과 교사가 직접 자신의 장화를 벗어들고 아이들과 송사리 잡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은 누군가에겐 그리운 어린 시절의 기억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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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유치원과 같이 아이를 앉혀 놓고 한글이나 수학, 영어와 같은 교육을 진행하지 않는다고 해서 아이들이 또래 친구들보다 뒤처지거나 훗날 학교생활에 어려움 을 느끼는 경우는 없다. 오히려 아이들은 자연 속에서 훨씬 크게 성장하고, 많은 것을 배워간다는 것이 이곳 아이다움이 지난 8년간 고집스럽게 지켜온 교육철학 이다.

강 성 희 아이다움 원장

“이곳을 졸업한 아이들 대부분이 교우관계가 원만하 고, 무엇보다 자연을 보는 심미안이 넓고 깊으며 관찰

어낸다는 평가도 받았고요. 특히 자연에서 생활을 한

“자연이 아이들의 가장 좋은 선생님이죠”

아이들은 소리에 민감하기 때문에 외국어 습득에서도

‘내 아이가 행복한 유년기를 보낼 순 없을까?’라는 강

다른 아이들보다 빠르다고 해요.”

성희 원장의 고민에서 시작된 ‘아이다움’은 독일의 아

력도 예리하다는 칭찬을 받고 있어요. 표현력도 세밀 하고 풍부해 자신의 생각을 글이나 그림으로도 잘 풀

자연 속에서 아이들은 스스로 질서를 배우고 행복감

이들을 키워내던 자연을 모티브로 숲 유치원으로서

을 느끼며 협동심과 상상력, 표현력을 키운다. 무엇보

의 첫 발을 내딛었다.

다 아이다움의 좋은 점에 대해 아이들은 이렇게 이야

유학시절 그녀의 눈에 들어온 그곳의 아이들은 자연

기했다.

속에서 마음껏 뛰놀며 행복을 누리고, 자연의 섭리를

“개구리와 그네가 있어서 좋아요”, “밤송이가 있어서 좋아요”, “물놀이가 하고 싶을 때는 언제든지 물에 들 어가 친구들과 놀 수 있어서 좋아요.” M 정리 편집실 아이다움 031-521-5152

받아들이며 서로를 위하는 넉넉함이 동심에서 그대 로 배어나왔다. “비온 뒤 저 산이 안개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고 해 도 그 존재가 사라지는 건 아니잖아요. 아이들은 변함 없이 저기에 있는 산의 존재를 믿고 있죠. 너무 철학 적인가요? 하지만 자연을 보며 아이들은 넓고도 깊은 사고를 하게 됩니다. 자기가 느끼는 바를 자세하고 솔 직하게 표현해 내기도 하고요.” 그녀는 아이들에게 자연만큼 좋은 스승은 없다고 믿 는다. 자연이 아이들을 키워준다는 소신은 아이다움 을 운영해오며 더욱 단단해졌다. 여느 숲 유치원들과 달리 ‘매일형 숲 유치원’을 표방 하며 오직 자연에서의 교육만을 고집스레 지켜온 그 녀의 운영방식은 자연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고스란 히 보여준다. “사실 기존 유치원의 커리큘럼을 조금은 따라가야 하지 않느냐는 제안도 종종 받곤 해요. 그러나 영어 알파벳이나 숫자놀이에 비해 자연이 주는 지혜가 얼 마나 값진 것인지 저와 아이들은 잘 알고 있어요. 저 는 우리 아이들이 자연의 품에서 스스로 많은 것을 느 끼고 경험하길 바랍니다. 분명 지금의 순간이 훗날 아

※ 본 기사에서는 독자들의 편의상 ‘숲 유치원’이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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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에겐 잊지 못할 추억이자 삶의 지표가 될 것이라 고 생각해요.”


연재

임산부 관리, 평생의 건강을 좌우한다

부) 제거에 힘을 썼다. 3회가 지난 후 몸무게만 4kg이 줄 었고, 허리와 둔부 그리고 왼쪽 하체의 통증이 사라지는 기쁨을 표현했다. 4회 차부터는 근육 및 근막관리를 통한 슬리밍관리와 이완된 근육의 탄력을 제공하는 관리를 했 다. 아직은 릴렉싱 호르몬 잔재로 관절 주변 모든 인대와 근육이 늘어난 상태이기에 마사지는 부드럽게 했다. 이때의 근육과 근막 관리는 바디 라인을 아름답게 만드 는 것도 중요하지만, 늘어진 근육에 탄력을 제공해 관절 의 안정성을 주고 바디 피부를 탱탱하게 하는 데 중점을 뒀다. 1개월 반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10회의 관리를 받은 임신은 하늘이 여성에게 준 축복이다. 새로운 생명을 만

고객은 아직 몸무게가 임신 전만큼 줄지는 않았지만 임신

들고 세상으로 내보내는 일은 현대 최첨단 과학으로는

전 입었던 옷을 다시 입게 되어 매우 기뻐했다.

설명할 수 없는 아주 복잡하고도 오묘한 일이다. 하지만 성스러운 일련의 과정들은 임산부에게 지금까지 경험하

그 뒤 운동을 병행하면서 얼굴 관리를 위하여 방문하는

지지 못했던 고통 즉, 체중이 늘고, 소화가 안 되며 하체

고객은 지금도 그때 받은 산후 관리 덕분에 몸이 아주 좋

및 전신 부종, 피부의 거칠어짐 등을 겪게 한다.

아지고 몸매도 더욱 예뻐졌다는 말을 가끔하곤 한다.

실제로 많은 임산부는 임신의 기쁨보다는 임신으로 인

고객은 필자에게 에스테틱션으로서의 자부심을 느끼게

한 고통을 더 많이 호소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하는 선물을 줬다. 동시에 보다 더 많은 임산부에게, 산전

임신부들은 병이 아닌 신체적 고통을 해결하기 위해 전

또는 산후 관리가 남은 평생의 건강을 책임지는 중요한

문적으로 임산부 관리를 하는 피부 관리실을 찾고 있다.

시기임을 알리는데 더욱 힘써야겠다는 의무감도 들었다 .

한 가지 사례를 들면, 출산 후 6주가 지난 산모가 신랑과

앞으로도 산모의 건강함과 아름다운 여성으로서의 복귀

같이 관리실을 찾아왔다. 산후 휴가 3개월이라는 시간

를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 겠다고 다짐해본다. 다시 강조

안에 몸의 통증을 없애고 슬리밍을 해서 다시 출근해야

하지만 산모들은 새로운 생명을 만들고 세상에 내보내는

한다고 했다. 30대 중반 초산의 산모이기에, 나이 탓인지

일을 하는 성스런 존재다. 따라서 이들의 건강을 위해 주

그때까지도 오로가 배출되고 임신선 또한 뚜렷했다. 아

변 모든 이들이 관심과 정성을 쏟기를 당부한다. 해맑은

직은 산욕기의 단계이기에, 3회까지는 전신을 산욕기 마

갓난 아이의 웃음만큼 우리에게 큰 기쁨을 선사하는 경우

사지를 하여 부종 제거 및 오로배출 , 착색(임신선, 서해

가 또 있을까.M

노블스토리 영등포점 인앤양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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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만족 체험여행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시켜주는

별난 물건 박물관 어린이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전시물을 직접 만지고 체험해 볼 수 있는 ‘체험형 박물관이’ 뜨고 있다.

동전만한 텔레비전, 직접 연주할 수 있는 티셔츠, 강아지 우산... 이름만 들어도 ‘뭐 이런 게 다 있나’ 싶을 정도로 별 나고 진귀한 물건이 한자리에 모인 곳이 있다. 바로 경기 도 안양에 위치한 ‘별난 물건 박물관’이다. 소리, 빛, 생활, 과학, 움직임 등 다섯 가지 테마로 구성된 이곳을 체험하다 보면 각각의 물건에 숨겨진 과학의 원리 도 함께 알아갈 수 있다. 또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풀이된 설명서가 마련돼 있어 자연스러운 학습의 장이 되어 준다. 사람의 상상력은 무한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주는 이 곳 별난 물건 박물관을 체험하다보면 어느새 아이들의 상 상력은 쑥쑥. 박수로 연주되는 피아노 앞에서 열심히 박수치는 아이, 어깨걸이 우산을 직접 어깨에 걸쳐보는 아이, 숟가락과 포 크로 만든 가면을 쓰는 아이, 그 모습에 깔깔 웃으며 서로 써보겠다고 하는 아이 등 이 곳을 들어서자마자 다들 무 척이나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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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형의 집안을 들여다보면 동전만 한 작은 텔레비전이 있다. 실제 전파 를 받아 방송을 볼 수 있는 전자제품 이라고.

2 상어입이 그려져 있는 컵. 물을 마 시는 포즈를 취하면 얼굴과 상어 입이 절묘하게 일치되는 재밌는 컵이다.

1

3

숟가락과 포크로 만든 가면과 왕 관. 서로 써 보겠다며 줄을 설 정도로 가장 인기가 많은 물건이었다.

“신기한 물건들을 직접 써 볼 수 있어서 제일 좋았어요.” “이렇게 신나는 과학체험은 처음이에요.” 아이들에게 별난 물건 박물관을 체험하면서 느꼈던 소감 을 묻자 하나같이 돌아오는 대답이었다. 김덕연 별난 물건 박물관 관장은 “창조적이지만 실용적 이지 않아 외면 받는 발명품들을 통해 그것이 주는 또 다 른 즐거움을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었다”며 박물 관을 개장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2

3

또 그는 유리 속에 갇힌 전시물로 가득한 박물관의 고정 관념을 깨고자 아이들이 맘껏 체험할 수 있도록 오픈된 공간을 마련했다고 한다. M

김민서 (11세 경기도 광주시) 별난 물건 박물관이라고 해서 기대하고 왔어요. 제가 기대한 것만큼 정말 신기한 물건이 많이 있네요. 직접 만지고 써볼 수 있어서 너무 신나요. 친구들끼리 재미 난 안경이나 모자들을 써가며 사진도 찍 을 수 있고... 이렇게 신나는 박물관은 처 음이에요.

interview

5

박정현 (11세 경기도 광주시)

4

6

평소 3D체험이나 신기한 과학체험을 좋 아했어요. 다녀본 박물관 중 제일 재밌는 것 같아요. 특히 전시장이나 박물관에 가 면 조용히 눈으로만 관람해야 했는데, 여 긴 달라서 좋았어요. 신기한 물건들을 보 면서 웃기면 크게 웃어도 되고, 특이한 악기가 있으면 직접 연주해 볼 수도 있 어서 좋아요.

손승민 (11세 경기도 광주시)

4 5

진짜 사람 손모양 같은 꽃병.

목걸이 안경. 안경을 목에 쉽 게 걸 수 있도록 가운데가 분리되 어 있다.

6 박수를 치면 박자에 맞춰 연주 되는 피아노.

7

이렇게 별나고 신기한 물건들은 다 처 음 봤어요. 별난 물건 박물관이라고 해 서 특이한 물건이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내용을 자세히 보면 과학탐구처럼 공부 도 되더라고요. 재미도 있고 공부도 되 는 게 저 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에게 도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7‘어깨걸이 우산’을 직접 어깨 에 걸어보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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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으로 즐기는 심오한 과학체험

롤링볼 어린이 박물관

온통 공 굴러가는 소리로 가득한 박물관이 있다. ‘공’을 이용한 전 세계의 다양한 예술 작품 및 완구가 가득한 곳, 바로 ‘롤링볼 어린이 박물관’이다. 롤링볼이란 공을 레일 형태의 길에 굴러가도록 만든 움직이는 조형물(키네틱아트)로, 레일 위에 굴러가는 공을 관찰하면서 과학의 원리를 깨우칠 수 있는 일종의 예술작품이다. 이곳은 롤링볼을 이용해 할 수 있는 다양한 즐길 거리가 준비돼 있다. 특히 공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이곳에 오면 시간가 는 줄 모를 정도. 공의 신기한 움직임을 직접 느껴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체험을 통해 아이들의 공간 지각 능력 향상도 기 대해 볼 수 있다. 처음 박물관에 들어서면, 희귀한 롤링볼 작품을 구경할 수 있다. 전 세계 롤링볼 작 품들이 전시돼 있어 복잡해 보이는 롤링볼의 조형물을 구경하면서 과학을 배 울 수 있는 곳이다. 또 지금 이곳엔 ‘기계인형의 꿈’이란 주제로 움직이는 인형 (오토마타)을 볼 수 있는 특별전시가 열리고 있어 전시관을 찾는 아이들의 재미를 더하고 있다. 별난 물건 박물관과 롤링볼 어린이 박물관을 함께 운영하고 있는 김 관장은 어린이들에게 좀 더 색다른 재미와 교육적인 내용을 전달할 수 있는 전시가 무 엇일까 고민하다가 아이들에게 친숙한 ‘공’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세계적으로 유 명한 롤링볼 작가들의 작품을 수입해 왔다고 한다. 롤링볼 작품이 있는 전시관을 지나면 아이들이 롤링볼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첫 번째 체험관이 나온다. 여러 가지 모양과 길로 이뤄진 롤링볼 기 구에 아이들이 공을 굴려보면서 공의 흐름을 직접 관찰해 볼 수 있 는 곳이다. 강물처럼 구불구불 나있는 길, 계단처럼 층층이 높게 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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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특별전시 중인 움직이는 인형이다. 마디마디가 따로 움직여지는 섬세한 구조로 만들어졌다. 2 아틀란티스. 복잡해 보이지만 아이 들에게 가장 인기 많은 기구였다. 3 롤링볼을 이용할 수 있는 게임이다.

1

2

3

다. 이렇게 공을 굴리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동그란 공의 특성에 대해 배울 수 있다. 이 중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기구는 ‘아 틀란티스’였다. 롤링볼을 체험할 수 있는 기구들 중 가장 크기가 큰 기구로 10가지의 복잡한 원리가 숨어있다. 많이 생각하고 많 이 움직여봐야만 알 수 있는 이 기구를 자세히 관찰하다 보면 어 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린다. 마지막 체험관은 아이들이 롤링볼 기구를 직접 조작할 수 있는 곳인데, 이곳을 온 아이들은 다양한 모양의 나무 조각들을 가지 고 공이 지나는 길을 만들어 볼 수 있다. 첫 번째 체험관에서 공을 굴리며 체험했던 아이들은 공이 지나 갔던 그 길들을 기억하면서 직접 길을 만들어보곤 한다. 삼삼오 오 모인 아이들은 퍼즐 맞추듯 자신이 원하는 길을 만들기 위해 모두 열심이다. M

마현진 (경기도 군포시) 저는 어린이집 선생님인데, 아이들과 현장학습을 하러 나왔어요. 표준보육과정 중 ‘발명과 발견’이란 생활 주 제가 있어 고민하던 중 아이들이 즐기면서 배울 수 있 는 곳이 있다고 해 오게 됐어요. 공을 이용한 여러 가지 기구를 통해 아이들이 과학의 원리를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특히 주제별로 활동성이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아이들 교육에 많이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interview

인 길 등 아이들은 자신이 마음에 드는 길을 골라 공을 굴려본

원지연 (경기도 화성시) 아이들과 함께 공에 대한 과학체험을 하려고 왔어요. 어렵고 지루할 수 도 있는 과학을 재밌게 배울 수 있어 서 아이들이 더욱 열중했던 것 같아요. 또 일하는 스텝 들이 직접 사용법을 알려주기도 해 아이들이 정확한 방 법을 알고 제대로 즐길 수 있었습니다.

정리 편집실 위치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비산동 1059-1 평촌키즈맘센터 1층 별난물건박물관 / 지하1층 롤링볼어린이박물관 문의 1544-9986 주최·주관 (주)밸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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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교육법

“호기심을 부채질하는 교육이 아이를 비범하게 만든다”

텍 니아 지 버 미국 교수 홍 스 데니 자 학

로봇

과학자를 꿈꾸는 아이들은 많다. 그러나 정작 커가며 이런저런 이유로 아이의 꿈은 작아지고 현실이란 굴레에 맞춰 평범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역시 가장 큰 이유는 우리나라의 교육제도, 그리고 부모의 무관 심이다. 데니스 홍 교수는 어린 시절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해 주는 교육의 중 요성을 강조한다. 그 스스로가 그 증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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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장애인이 운전할 수 있는 자동차, 침몰하는 배 혹은 원전 폭발과 같은 참사의 현장 속에 뛰어들어 인명을 구

“주입식 교육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아이

하는 로봇이 있다면 어떨까. 하나는 이미 꽤 실현 된 상황 이고 나머지 하나 역시 적지 않은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

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호기심이에요. 이

다. 바로 데니스 홍 교수의 주도하에 이뤄지는 일들이다. 최근 그는 자신의 삶 속에 성공과 실패 그리고 그 과정에

공부를 왜 하는지를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

서 얻은 깨달음을 <로봇 다빈치, 꿈을 설계하다>는 한 권 의 책에 담아 세상에 공개했다. 엄청난 노력의 과정들, 시

다는 말이죠”

련을 극복해야 했던 우여곡절의 시간들이 뭉뚱그려져 만 들어진 결과는 로봇공학의 역사에 놀라운 자취를 남기고 있다. 허나 그는 자신의 모든 애정을 담아 쓴 책이 ‘자서 전’으로 비춰지기를 거부한다. 오직 바라는 것은 자신의

“가사 노동을 비롯해 사람이 하는 일을 대신할 수 있는 수

꿈을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그를 시작으로 실패를

준의 로봇을 기술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비

두려워하지 않는 꿈의 씨앗이 바이러스처럼 퍼져나가는

용이 엄청나다는 거죠. 그걸 누가 살 수 있겠어요. 한마디

것이다. 그런 그가 이야기하는 호기심의 마법은 초보 부

로 경제성이 없는 거죠. 또 걸어 다니다 자칫 아기에게 쓰

모들에게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러지거나 할 때 생기는 안전 문제도 고려해야 하고요. 우

세상을 바꾸는 꿈을 꾸다

리가 지금 일상에서 사용하고 있는 로봇은 모두 비록 화 려하진 않지만 그런 고려가 깃들어 있어요. 또 인간과 같

미국에서도 최고로 손꼽히는 버지니아텍 로봇공학 교수

이 정교한 움직임이 가능한 기술까지 발전한다면 우선 인

이자 학자로서 데니스 홍 교수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

간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분야에서 먼저 사용 될 겁니다.

하고 있다. 그 중에는 국내 대학들과도 협업하는 것들이

아마도 처음에는 재난의 현장 같은 곳에서 그런 로봇을

적지 않다. 경남 마산에 짓고 있는 ‘로봇랜드’ 프로젝트 역

보게 될 거예요.”

시 그가 깊이 관여하는 프로젝트 중 하나다. 고도의 재난 구조 작업을 수행하는 로봇을 개발하는 ‘토르 프로젝트’

성공의 어머니는 역시 실패였다

도 마찬가지로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이들이 그의 성공에 놀라워하지만 그 뒤에 있는 수

얻게 된 새로운 소득은 로봇에 대한 고정관념이 바뀌었다

십, 수백 번의 쓰디쓰고 아픈 실패를 알지 못한다. 데니스

는 것이다.

홍 교수가 천재라는 세상의 칭송에 고개를 가로 짓는 이

그의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은 로봇에 대한 막연한 생각에 서 벗어나 점차 로봇이 가지는 의미, 좀 더 구체적으로 말 해 그 존재의 이유에 대해 다시 골몰하게 된다. 영화의 영 향 덕분에 대개 사람들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로봇이란, 사람과 같이 말하고 행동하며 생각하는 인공지능을 가지 고 있는 존재 정도가 아닐까. 하지만 역시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것이 단기간에 실현 될 가능성은 그리 많지 않다. 데니스 홍 교수가 이야기하는 로봇이란 사람이 살아가는 데 도움을 주는 도구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그런 철학을 바탕으로 이제까지 그가 만들어 온 로봇은 사실 우리가 영화 속에서 상상하는 로봇의 모습과는 조금 차이 가 있다. 대개 영화에서는 인간의 형상에 가깝게 구현하 는데 치중을 하지만, 데니스 홍 교수는 그보다는 실용성, 효율성에 중점을 둔다. 물론 인간의 형상으로 로봇을 만 드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당장은 더 중요

유는 그런 무수한 실패의 경험 때문이다. 교수가 되기까 지 여러 대학에서 고배를 마셔야 했고, 교수가 된 이후에 도 연구비를 얻기 위한 제안서를 여러 번 퇴짜를 경험했 던 시절은 현재의 그를 만든 소중한 자산이 됐다. 똑똑한 사람들은 많지만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그의 경우 결국 차이는 실패와 위기를 어떻게 관리 했는가에서 갈렸 다. “이제까지 역사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사람들 중에 실패 를 경험하지 않았던 경우는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사람들 은 성공한 사람의 ‘성공’만을 보죠. 심지어 미디어에서도 성공 스토리만을 부각시키는데 집중하고 있고요. 저는 그 것이 올바른 방식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성공을 하기 위 해서는 실패가 필수적이거든요. 저 역시도 엄청난 실패를 거듭했고 좌절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포기하지는 않았어 요. 다만 실패의 이유를 파악하고 더욱 노력했죠.”

한 우선순위, 인간의 생명을 구하는 분야부터 이뤄나가겠 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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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 수 없는 시행착오 끝에 그가 세계 최초로 시각장애

가지가 아닌 탓이다. 로봇공학자라는 꿈 외에 또 다른

인이 직접 운전하는 자동차를 개발했을 때는 물론, 최

꿈은 다름 아닌 마술사와 요리사, 그리고 놀이기구를

근 무인 자동차를 시각장애인이 운전할 수 있는 차동

설계하는 디자이너 등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놀라운 것

차를 개량한 것을 두고 미국의 유력 일간지 워싱턴 포

은 그가 그 꿈들을 위해 지금가지도 노력을 병행하고

스트를 비롯해 CBS, NBC, 영국 BBC, 일본 NHK 등 각

있다는 것이다. 요리 경연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하

국의 언론에서는 격찬을 쏟아 냈다. 특히 워싱턴포스

고 틈을 내서 지인들을 초대해 자신만의 창작 요리를

트에서는 그의 기술을 ‘달 착륙에 버금가는 성과’로 대

시험하곤 한다. 마술쇼까지는 아니지만 매년 <마술의

서특필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그런 분위기에 휩싸

과학과 심리학>이라는 특강을 이어가고 있기도 하다.

이지 않고 다만 꿈을 이야기할 뿐이다.

새로운 롤러코스터가 생기면 비행기를 타고 가서라도

“제가 하는 일은 단지 너무나 즐겁기 때문에 하는 거예 요. 에너지와 열정이 넘치는 캠퍼스가 제 일터기도 하 고요. 눈이 반짝이는 학생들과 새벽까지 로봇연구를 하는 게 얼마나 즐거운지 몰라요. 또 제가 하는 일이 인 간의 삶과 사회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믿기 때문에 즐겁죠. 그것만큼은 그 누구보다 자신 있게 이 야기 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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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타봐야 직성이 풀리는 마니아 기질도 숨기지 않 는다. 그럼 꿈은 그의 창의력을 끊임없이 자극하는 촉 매가 되고 있다. 삶이 풍요로워지는 것은 두말할 필요 도 없다.

아이의 미래 부모가 좌우한다 요즘 부모들은 하나만 낳아 키우기도 살림이 빠듯하 다고 한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아이에게 들어가는 돈

돈과 명예는 처음부터 그의 안중에 없었다. 단지 꿈 하

은 사교육비용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4~5살 유

나만 바라보고 살아 온 인생이었다. 그는 성공을 했고

치원 시절부터 시작되는 사교육이 과연 얼마나 아이의

지금도 끊임없이 꿈꾸며 살아가기를 멈추지 않고 있

미래를 보장할 수 있을까. 데니스 홍 교수는 수많은 문

다. 일곱 살 어린 시절 ‘스타워즈’를 보고 정해진 로봇

제점이 지적되고 있음에도 절대 변하지 않고 있는 우

공학자의 꿈이 실현 지금이지만 그의 꿈은 아직 모두

리나라 주입식 교육 방식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

이뤄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유인 즉, 그의 꿈은 한

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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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한국에서 교육을 받기는 했지만 지금 교육제도

성공지향적인 한국 사회에서 그와 같은 방식을 동경

를 가지고 뭐라고 규정하기는 조심스러워요. 하지만

하는 사람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

주입식 교육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아이에게 가장 중요

지 못하다. ‘남들이 다 하는데 내 아이만 안하고 있다’

한 것은 호기심이에요. 이 공부를 왜 하는지를 알려주

는 불안감은 결국 아이를 가혹한 경쟁으로 몰아넣게

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죠. 예를 들어 저는 초등학교

하고 있다. 성공의 기준을 단지 돈과 명예에 맞추는 것,

때 산수를 되게 싫어했어요. 그렇지만 왜 배워야 하는

우리나라 부모들이 제일 먼저 고쳐야 할 사고방식이

지를 알았기 때문에 열심히 했습니다. 7살 이후로 로봇

아닐 수 없다.

공학자가 꿈이었는데, 로봇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도 구는 과학이고 과학의 언어는 수학이라는 걸 일찌감치 알았기 때문에 공부를 열심히 한거죠. 주입식이건 아 니건 간에 적어도 왜 배우는지를 확실히 이해시키고 가르치면 엄청난 차이가 있다고 확신합니다.”

“사람들이 저보고 성공했다고 해요. 물론 저 역시 이룬 것이 많다고 자부해요. 하지만 일반적으로 한국에서 행복이라고 하면 돈과 명예를 꼽습니다. 그러나 돈과 명예는 쫓아가는 게 아니고 단지 제가 하는 걸 즐기고 열심히 하면 자연스럽게 오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돈

그에게 그런 의식을 심어준 것은 다름 아닌 부모였다.

과 명예가 성공의 척도가 되는 건 이상한 현상이죠. 그

미국적인 사고방식을 일찌감치 받아들인 그의 부모는

리고 성공의 개념도 사람마다 다 똑같을 수 없는 거잖

강요하는 공부가 아니라 호기심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아요. 가장 중요한 것은 행복의 가치를 공유하며 함께

그를 가르쳤다. 집안의 모든 전자제품이 그의 손을 거

더불어 사는 삶이 아닐까요.”

쳐 고물이 됐지만 단 한 번도 나무라지 않았다.

부모로서 그는 아이를 대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을 재차

“부모님은 제가 진짜 궁금하고 알고 싶어서 집안 전자

강조했다. 아이 그 자체를 인정하고 조언해 주는 것이

제품을 뜯었다는 것을 인정해주셨던 것 같아요. 그런

부모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재촉하거나 무조건 응원하

경험 덕분에 하드웨어에 대한 감각이 나오고 창의력이

는 것도 올바른 방식은 아니다.

나오고 어떻게 작동되는지 원리를 알게 됐죠. 지금은 다 고칠 수 있어요(웃음). 로봇공학자로서 꿈을 이루는 데 어린 시절 집안 물건을 고물로 만들며 키웠던 창의 력에 상당히 도움을 줬다고 자부해요.”

“대부분 부모들이 자기 자식은 무조건 잘한다고 하잖 아요. 무조건은 좋은 게 아니에요. 잘 못하는데도 잘한 다고 하면 착각 속에 살다가 자칫 그게 아이의 꿈이 되 어 버리는 경우가 있거든요. 만약 재능도 호기심도 없

부모로부터 물려받는 교육 방식은 4살짜리 그의 아들

는 것을 꿈으로 삼았을 때 아이에게는 비극이 되요. 그

에게도 고스란히 적용되고 있다. 세계 최고의 석학으

래서 못하면 못한다고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냉정할

로 지목되고 있지만, 정작 그가 아들에게 하는 교육이

필요도 있어요. 또 아이를 혼낼 때 감정적으로 화가 나

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전부다. 아이가 원하는 것,

서 혼내 것은 절대 말리고 싶어요. 역시 진짜 아이가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더욱 부추기는 것도 그의

잘못했을 때 혼내야죠. 부모가 화난다고 혼내면 안되

부모와 다르지 않다.

거든요. 물론 그러려면 인내심이 강해야 하긴 하죠(웃

“제가 아버지께 가장 감사드리는 것은 어렸을 때 아버

음).”

지가 아무리 바쁘셔도 주말에 꼭 저와 놀아주셨다는

엄청난 노력이 있었지만, 한편으로 그 부모의 남다른

거예요. 특별한 게 아니라 그저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것

교육이 없었다면 지금의 그는 존재하지 못했을 수도

이었죠. 그런 아버지를 본받아 저 역시도 아이를 자주

있다. 아이는 태어나면서부터 부모의 모든 것을 배운

저희 로봇연구소로 데리고 와요. 아들은 그걸 너무 좋

다. 도전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자신의 호기

아해요(웃음). 일주일에 서너 번 씩 데리고 와서 놀아

심을 바탕으로 꿈을 찾아 나가는 모습은 아이에게 보

주고 로봇을 보여주죠. 아직 말도 잘못하면서도 꽤 로

여줘야 할 부모의 의무가 아닐까. M

봇을 좋아해요.” 에디터 황정호 사진 샘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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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맘 스토리

“ 알콩달콩 신혼 같은

낭만을 유지해가며 사는 게 더 좋더라고요 딩크족 방문수 씨

최근 맞벌이 부부의 증가로 딩크족을 선택하는 사람 들의 수가 늘고 있는 추세다. 딩크족(DINK; Dual Income, No Kids)이란 자녀를 갖 지 않기로 선택한 맞벌이 부부를 지칭하는 말. 개인으 로서 자신의 삶에 더 집중하고 싶어 딩크족을 선택한 방문수 씨를 그의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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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낳는 부부와 딩크족으로 사는 부부의 차이는 행복의 잣대를 삶의 어느 부분에 맞추느냐의 차이가 아닐까. 부모로 서의 삶에 더 큰 만족과 보람을 느낀다면 아이를 낳을 것이

개인으로서의 삶에서 만족 찾아

고 그보다 개인의 삶에 초점을 맞춘다면 딩크족을 선택하는

결혼 4년차 그에게 딩크족의 삶을 선택한 이유를 물으니 부

것이다. 그는 딩크족의 삶을 선택하기 전에는 무엇보다 부부

모로서의 삶보다 개인으로서의 삶에서 만족을 찾고 싶어서

의 진지하고 깊은 대화가 꼭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저와 제 아내는 다른 분들보다 자유

“딩크족의 삶을 선택하기 전 저는 오랫동안 아내와 여러 가

로운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에요. 그래서 각자의 시간도 많은

지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출산을 하고 말고의 문제는 혼자

편이죠. 이런 생활을 지속하다보니 갑자기 삶의 방식을 변화

생각으로 덜컥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요. 딩크족라이

시킨다는 게 자신이 없더라고요.”

프를 생각하고 계신 분이라면 대화를 통해 부부간의 타협점

그와 그의 아내는 일을 통해 얻는 성취감이 큰 사람들이다.

을 찾아야 할 것 같아요. 신혼 때는 부부끼리 사는 걸 원하다

특히 일 욕심 많은 아내에게 아이 때문에 커리어를 포기하라

가도 세월이 흐르고 적적해지면 후회하는 경우가 많더라고

고 하기에는 왠지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딩크

요.”

족을 선택했고 여전히 별다른 후회는 없다. 누구는 아이 없이 사는 딩크족 부부들에게 이기적이라고 손

연인 같은 낭만을 유지할 수 있어 그는 딩크족의 가장 큰 장점을 시간적, 경제적 여유라고 꼽 는다. 덕분에 부부 공동이 취미 생활이나 여행을 즐기기가 쉽다는 것. “저희는 여행을 자주 다니는 편이예요. 국내건 해외건 한두 달에 한 번씩은 여행을 가서 여유를 즐기고 돌아오죠.”

가락질을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회는 이미 변했고 출산은 이제 더 이상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되었다. 부모로서 아이에 게 헌신하며 사는 것이 본인이 선택할 수 있는 삶이 아니라 면 부부끼리 행복하게 알콩달콩 사는 것이 삶의 가치와 만족 도를 높일 수 있는 그들만의 방법이 아닐까. M 에디터 김혜원

부부는 여전히 명동이나 홍대에서 브런치를 즐기고 쇼핑을 하고 때론 영화를 보며 연인 때와 다름없는 데이트를 즐긴다. “아이가 있다면 아이 키우는 재미가 있잖아요. 그런데 전 그 냥 저희 둘이 이렇게 알콩달콩 신혼 같은 낭만을 유지해가며 사는 게 더 좋더라고요. 그리고 부부싸움을 해도 아이를 보 며 푼다고 하는데 저희 부부는 왠지 아이가 있으면 더 싸울 것 같아요(웃음).”

부부끼리의 충분한 대화가 우선시 되어야 한창 커가는 아이들이 있는 집을 보면 부모에겐 주말이 허락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저희는 주말에 각자 하고 싶은 일들을 해요. 친구들을 만나 서 밤늦게까지 놀다오기도 하고, 사이클과 같은 취미생활을 즐기기도 하고요. 사실 아이가 있으면 자기 시간이 부족해 질 수 밖에 없잖아요. 이렇게 지금처럼 하고 싶은 것들을 하 면서 살아가는 게 행복이란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아이보단 저희 부부 각자의 삶을 존중하기로 결정한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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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맘 스토리

15년 전, 황수섭 목사의 인사말은 “아름다운의 아빠입니다” 에서 “아름다운 대한민국의 아빠입니다”로 바뀌었다. 아이들 이야기에 그의 눈에 금세 그 렁그렁한 눈물이 맺혔다. 두 아이를 기꺼이 가족으로 받아들인

“그때는 입양해 온 아이들로 인해 두 딸에게 줄 수 있는 사랑 이 부족해지면 어떡하나, 아이들이 불행해지면 어떡하나 조마 조마했었죠. 사실, 그런 걱정은 할 필요도 없는 거였지만요.”

후, 입양 가족들의 모임까지 만들어

1997년의 어느 날, 피자 한 판을 놓고 가족회의가 열렸다. 부

전국적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

부는 조심스레 아이들에게 운을 뗐다.

는 황수섭 목사. 눈에 넣어도 아깝지

“너거들…, 입양하는 거 어떻노? 쌍둥이 말이다.”

않을 두 아들 대한, 민국이와의 만남

“좋죠!”

은 그에게 세상을 달리 보게 해 준 시

“잘 생각해봐라. 지금 이 피자 여덟 조각을 지금은 우리 가족

작점이 되었다.

네 명이서 나눠 먹지만, 아이들이 오면 여섯 명이서 나눠 먹어 야 하는데, 그래도 괜찮나?” “나눠 먹죠, 뭐. 조금 적게 먹으면 되는 거잖아요. 우리는 좋아 요! 이제 남자 셋, 여자 셋 3대 3이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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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이와 다운이는 입양에 전적으로 찬성 의사를 보냈다. 쌍

그러나 그에게 아이를 입양한다는 것보다 한 가지 고민스러

둥이 아이들을 데려오는 것에 딸들이 고민스러워하거나 혼란

웠던 건, 오직 이렇게 편견에 쌓인 사회에서 평생을 살아가야

을 겪진 않을까 염려했던 것과 달리, 두 딸은 부부의 선택에 조

할 두 아이 뿐이었다. 입양이 아이들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되어

금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여줬다. 이렇게 부부는 1998

선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더욱 공개입양이 절실했다.

년 새해가 막 시작된 1월에 13개월 된 대한, 민국 형제의 엄마, 아빠가 되었다. 황 목사 부부의 ‘공개입양’은 당시로선 파격적이었다. 부부가 아무리 사랑을 다해 아이를 잘 키운다 해도 입양 자체 를 바라보는 한국 사회의 시선은 지금보다도 굳게 닫혀있었

“입양은 공개되어야 하고 입양가정은 서로 연결되어야 합니다. 입양 가정의 행복한 모습을 보여 줄 때 입양에 대한 부정적인 편 견이 사라지고 인식이 바뀌어, 입양한 나의 아이들도 떳떳하게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다. 남의 아이를 데려다 키운다는 것에 쉬쉬하기만 하던 시절,

아이를 입양하며 입양 가족 간의 소통의 창구도 만들었다. 그

아이가 없던 집도 아니고 버젓이 두 딸을 키우고 있던 이 부부

가 설립한 한국 최초의 입양 부모 모임은 입양에 대한 정보는

가 아이를 입양한다니. 그것도 공개입양을 하겠다니. 넉넉한

커녕 입양 사실조차 속 시원하게 털어놓고 말하기 어렵던 그

형편도 아니었던 터라 쌍둥이 공개입양은 말처럼 쉽지만은 않

시절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며 지지해주는 각 가족 간의 버

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팀목이 되어주었다.

“제가 바로 아름다운 대한민국의 아빠입니다” 쌍둥이 아들 덕분에 입양 전도사 된 황수섭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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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이 행복을 만드는 가족이라고? 글쎄…, 그냥 평범하게 살려고 하는 가정인데 말이야. 우리는 늘 행복하다고 생각하니 ‘행복한 가족’은 맞지만, 행복을 만드는 사람으로서는 함량미달일 건데… 쑥스 럽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쌍둥이 대한, 민국이와 함께 하는 행복은 우리 가족만이 누리고 있는 것이니, 그 행복만이라도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전달되어 진다면 우리도 ‘행복을 만드는 사람’ 축에 낄 수 있 으려나.”


황 목사는 아주 어릴 때 어머니를 여의고 초등학교 5학년이 되서야 새 어머니를 맞았다. 어린 그는 다른 친구들이 그러하 듯 “엄마”라고 부를 수 있는 존재가 생겼다는 사실만으로도 꿈 을 꾸듯 행복했다. 이제는 운동회 날 달리기를 하는 내 모습을 지켜봐주는 엄마가 있다는 것에 눈물이 날 것처럼 기뻤다. 입 양을 통해 대한, 민국이에게도 그런 평범한 행복을 갖게 해주 고 싶었다. “아이라면 누구나 부모가 필요합니다. 우리 사회도 이제는 울 타리가 필요한 아이에게 가정을 제공해 우리의 자식으로 키우 는 성숙한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입양은 아이들보다 우리 가 족에게 더 큰 행복을 선물해주었습니다.” 황 목사가 생각하는 입양의 장점은 ‘엄마 아빠가 되는 것’이 다. 쉬운 말 같지만 결코 쉬운 말이 아니다. 그는 부모가 되는 것만큼 경이로운 순간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는 아이들이 말을 배우고 판단력이 키워질 즈음해서 아이 들에게 입양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또 두 아이가 입양이라는 특별한 상황을 받아들이기 쉽도록 아이들의 환경 곳곳에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입양 관련 비디오테이프나 도서, 방송, 신문기사 등을 스크랩 해 아이들이 항상 접할 수 있도록 해 두었고, 입양과 관련된 행

“단, 부모가 아이를 필요로 해서 입양하는 것은 안 됩니다. 아

사가 있으면 빠지지 않고 참석하려 노력했다. 그때마다 아이

이에게 따뜻한 가정이 생길 수 있도록 내 가정을 제공한다는

들에게서 쏟아지는 질문에도 신중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생각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아이를 위한 입양이어야 합니 다. 그러면 행복은 저절로 따라오게 되어 있습니다.”

다행히 아이들은 부부와 누나들의 사랑으로 큰 탈 없이 상황 을 받아들여줬다. 대한이와 민국이가 집에 왔을 당시 초등학

입양 이후, 그의 눈에 세상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교 6학년, 중학교 1학년이던 아름, 다운이도 선물처럼 찾아온

아이들이 지내던 입양원을 드나들다 미혼모들이 보이기 시작

어린 두 남동생 덕분에 아무 진통 없이 사춘기를 보내고 어엿

했고, 고아원이 보이기 시작했으며, 장애를 가진 고아들까지

한 숙녀로 성장했다. 아름, 다운이는 지금도 중학생인 대한, 민

보이기 시작했다. 항상 관심은 있었지만 그들에게 한 발짝 더 다가설 용기는 없었다. 하지만 대한, 민국이의 입양이 비로소

국이를 데리고 영화를 보러 가거나 외식을 하며 함께 시간을

그에게 용기를 낼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주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의 아이들은 모든 가족이 입양을 통 해 한 가족이 되는 것으로 생각했단다. 대한이와 다운이의 대 화만 봐도 그랬다.

보내곤 한다. 너무도 잘 자라준 네 아이들 덕분에 부부는 하루 하루가 감사와 행복의 연속이다. 지금도 그는 대한, 민국이와 가족이 된 것을 일생에서 가장 잘한 일로 꼽는다. 배로 낳은 자식과 가슴으로 낳은 자식을 구분하는 것 자체가

“누나, 누나는 우리 집에 오기 전에 어디에 있었노?”

편견이라고 말하는 그는 이 땅의 입양 자녀들이 단순한 호기

“병원에 있었지.”

심이나 가시 돋힌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지속적

“아니, 병원 말고. 누나는 어느 입양원에서 왔노?”

으로 입양에 대한 인식을 새로이 하고, 입양을 권하는 대내외

이 물음은 입양을 선택한 황 목사 부부에게 숙제와도 같았다.

적인 활동도 꾸준히 펼쳐나갈 계획이다. M

정리 편집실

※본 기사는 지난 2011년 12월 TOP BABY에 실린 인터뷰 기사를 재구성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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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서연이 발자국이 찍힌 수돗가 연못과 시원한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통유리 접이식 창은 영화 속 장면과 똑같았다. 카페 가득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이 울려 퍼졌다. 바로 영화 건축학개론의 촬영지였다 가 카페로 변신한 제주 ‘서연의 집’이다. ‘서연의 집’은 극 중에서 승민과 서연이 순수했던 대학 새내기 시절 느꼈던 서로의 마음을 되돌아보며 다시 확인하는 장소다. 비록 두 사람이 이뤄지지 않고 영화는 끝 이 났지만 첫사랑을 회상하게 하고 아련한 향수에 빠져들게 한 이곳은 여기를 찾는 사람에게도 풋풋한 첫사랑의 추억을 공유하는 공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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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서귀포시 남원읍 위미리 바닷가에 자리 잡은

첫 사랑의 추억에 퐁당 빠뜨리게 하는 ‘서연의 집’에서 보

‘서연의 집’ 카페는 곳곳에 영화를 떠올릴 수 있는 아기

낸 시간은 잠시 멈춘 것 같다. 따스한 봄날 첫사랑을 떠올

자기한 소품들로 가득했다. 커피 한 잔을 들고 여유롭게

리고 첫사랑을 만들어 갈 수 있는 공간, ‘서연의 집’은 연

카페 안을 누비며, 승민과 서연, 그리고 납뜩이의 흔적

인끼리, 가족끼리, 아니면 혼자라도 잔잔한 첫사랑의 추억

을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우선, 앞마당에 있었던 어린

을 되돌아보게 하는 아름다운 장소다. M

서연의 발자국이 찍힌 수돗가는 작은 연못으로 단장됐

에디터 곽철호

다. 앙증맞고 귀여운 발자국을 보고 있노라면 문득 어린 시절의 나로 되돌아가는 듯한 묘한 기분에 휩싸임과 동 시에 어느새 훌쩍 커버린 나를 발견하게 된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우측 벽에 어린 시절 서연이 키를 재던 흔적이 눈금과 함께 남아 있고, 서연이 아버지와 찍은 사진이 걸려 있다. 좌측에는 두 사람을 이어줬던 1990년대 CD플레이어와 건축학도 승민이 나중에 서연 에게 지어주겠다고 약속했던 집 모형이 전시돼 있다. 영화에서 인상적인 순간을 남겼던 제주 바다가 훤히 내 다보이는 폴딩도어(접히는 문)도 그대로였다. 창가에 걸터앉아 책도 보고 사진도 찍을 수 있다. 두 사람이 함께 누웠던 2층 잔디밭도 빼놓을 수 없다. 제주의 따사로운 햇살이 가득한 날이면 영화 속 주인공 처럼 푸른 잔디에 누워 잠깐 눈을 붙여보자. 사랑하는 이가 함께라면 더욱 좋겠지만 혼자이면 어떤가. 화장실에는 ‘납뜩이’ 역 조정석의 장난스러운 표정이 담긴 사진이 커다랗게 붙어 있다. 문 벽에는 ‘원래 첫사 랑은 잘 안 되라고 있는 거야. 잘되면 그게 첫사랑이니? 마지막 사랑이지!’, ‘어떡하지? 너!’와 같은 주옥같은 명 대사가 함께 걸려 있다. 이곳에는 커피와 함께 먹을 수 있는 스토리텔링 떡이 인기메뉴다. 주인공 이름과 명대사가 적힌 떡 안으로 달 달한 치즈가 들어있어 간식으로도 만점이다. 너무 귀엽 고 앙증맞은 탓에 한 입에 쏙 넣기가 힘든 것이 흠이라 면 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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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그곳의 풍경

성북동 길상사 하나님도 부처님도 믿지 않지만, 때로 종교에 귀의하고 싶어질 때 가 있다. 무엇인가를 간절히 믿고 싶어지는 날. 세상에 홀로 남겨진 것만 같은 그런 날. 고즈넉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절에 들르면 마음이 괜스레 편안해진다. 산과 물, 바람과 탑, 스님, 보살. 어떤 것 하나 흔들림 없이 고요하게 자리한 성북동의 절. 길상사는 다가오 는 봄을 다소곳하게 맞이하고 있었다. 에디터 전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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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상사는 시인 백 석과 기생 김영한의 이루어질 수 없었던 사랑과도 관련이 깊은 절이다. 시인 백 석은 젊은 나이에 기 생 김영한을 만나 사랑에 빠졌지만, 둘은 신분 차이와 부모님의 반대로 이루어질 수 없었다고 한다. 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는 머나먼 러시아로 떠난 시인 백 석이 그녀를 그리워하며 쓴 시다. 백 석을 그리워하던 기생 김영한은 시간 이 흐르고 요정 대원각의 주인으로 큰돈을 벌게 된다. 이후 그녀가 법정 스님의 무소유에 감명 받아 시주하여 지은 절이 바로 길상사이다. 절에 사랑이야기가 묻어나 있듯이 길상사는 내부도 아기자기해서 꽤 멋이 있다. 설법전과 극락적의 큰 건물 사이로 오 래된 나무는 터줏대감처럼 굳게 자리 잡고 있었다. 꽤 오래전부터 이 자리를 지켰을 나무의 모습은 길상사의 얼굴이기 도 하다. 이파리가 피지 않아 앙상한 나뭇가지에는 벌써부터 색색의 등으로 환했다. 빨강, 분홍, 노랑, 연두색의 등으로 장식된 나무는 마치 서양의 트리와도 같았다. 절에서 서양의 트리를 발견한다는 것이 우습지만, 두 가지 모두 인간의 소 망을 담고 있다는 것에는 공통점이 있는 게 아닐까. 그 소망이 이루어지는 것이던, 아닌 것이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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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속 절의 봄은 이제 막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절의 오르막 길 가에 빽빽한 개나리는 움을 반도 틔우지 않은 채 봄이라는 계절적 표식을 조금이나마 알리고 있었다. 뒤 따라 오는 아주 머니들은 설 핀 개나리를 보며 진짜 생화가 맞는지부터 옆 사 람에게 묻는다. 아마도 봄의 첫 개나리를 본 것임에 틀림없었 다. 괜시리 웃음이 삐져나오는 것을 꾹 참고 카메라 셔터를 연 신 눌러댔다. 개나리를 보며 휴대폰의 카메라로 연신 사진을 찍는 아주머니들의 모습이 정겹다. 소녀 시절로 되돌아간 것 처럼 까르르거리는 웃음소리들이 듣기 좋게 공기 속으로 번 져간다. 역시 봄꽃은 여심을 흔드는 가장 효과적인 자연물임 에는 분명하다. 절의 곳곳에는 사람들의 소원이 담긴 돌탑도 가지각색이다. 오랜 세월을 절과 함께한 듯 거대한 돌탑부터 생긴 지 얼마 되 지 않은 미니 돌탑까지 제각각의 크기를 자랑하고 있었다. 무 소유의 철학을 부르짖던 법정스님과 더 많은 것을 소유하고 싶은 사람들의 욕망이 담긴 돌탑. 참 아이러니해보이지만, 그 마저도 사람냄새가 나는 풍경이다. 바닥에 떨어진 돌 알멩이 하나를 움켜쥐고 탑의 맨 꼭대기 돌에 살포시 얹어놓는다. 그 리고 또한 더 욕심나는 것을 하나 생각하고 소원을 빌었다. 오르막길로 조금 들어서다보면 왼 켠에는 작은 돌다리가 하 나 놓여있다. 돌다리를 건너 보이는 것은 시주 길상화인 고 김 영한의 공덕비이다. 무덤 앞에 놓여진 노오란 수선화 화분이 생기 있게 예뻤다. 고개를 푹 숙인 듯 한 모습은 왠지 그녀의 일생처럼 슬프고 처연하게만 느껴지기는 했지만. 피고 지는 꽃처럼 그들의 만남도 끝이 있었기에 더욱 아름답게 느껴졌 던 것은 아닐까. 만남은 짧고 강렬했기에 잠깐의 추억은 평생토록 기억된다. 시를 사랑하던 남자와 그 남자를 사랑했던 한 여인. 함께 가자 고 했던 그 남자를 따라 북으로 가지 못했던 그 결정을 평생 후회하며 해방과 전쟁을 겪은 김영한. 두 사람의 러브 스토리 는 슬프게 끝이 났지만, 절을 찾는 수많은 사람들이 두고두고 참된 사랑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아름다운 나타샤, 한 떨기 수선화같은 나타샤. 그녀를 몇 번 이고는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일생에 강렬한 미완의 사랑을 상상하며 마냥 기다려본다. 길상사에 봄이 오면.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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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모유수유와 모체의 뼈 건강 인터넷이나 주변에서 흔히 ‘젖을 오래 먹이면 영양분이 없 다, 골다공증이 생긴다’는 이야기에 걱정을 하는 엄마들이 많다. 이번 호에서는 모유 속 칼슘과 모체의 뼈 건강에 대해 제대로 알아보도록 하자. 골다공증은 뼈에 구멍이 많은 것을 말하는데, 뼈의 강도가 약해져서 쉽게 골절되는 골격계 질환이다. 뼈의 강도는 뼈의 양과 뼈의 질에 의해서 결정된다. 뼈의 질에 영향을 주는 요 소로는 뼈의 구조, 교체율, 무기질화, 미세 손상 등이 있다. 현 재까지는 뼈의 질을 전체적으로 평가할 만한 만족스런 지표 가 없기 때문에 뼈의 양을 측정하는 골밀도를 측정해 골다공 증 진단에 사용한다. 세계보건기구는 같은 성별에서 건강한 젊은 성인 평균 골밀 도 수치와의 차이를 기준으로 하는 골다공증 진단 기준을 제 시하고 있다. 골다공증은 노화에 의해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일차성 골다공증과 여러 질환 및 약물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차성 골다공증이 있다. 일부 연구자에 의하면 모유수유도 골다공증의 위험요인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 에 장기간의 모유수유로 골다공증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로 세계보건기구가 권장하는 24개월 이상의 모유수유를 하기 가 망설여질 수 있다. 모유에는 우유보다 유당이 30% 정도 많은데, 이 모유 유당 은 알레르기 반응이 적고 칼슘의 활성을 도와 흡수가 잘 되 도록 한다. 또, 모유의 칼슘은 우유에 비해 적지만 칼슘 대 인 의 비율이 1:1.5 정도의 비율이기 때문에 흡수가 잘 된다. 우유에는 이 비율이 1:2가 되어서 인이 칼슘의 흡수를 방해 하는 역할로 작용한다. 우유가 칼슘의 보고로 알려져 있지만 대부분의 칼슘은 흡수가 잘 되지 않는데, 이는 유당의 차이 와 칼슘:인의 비율 차이 때문이다. 즉, 모유를 먹는 아기들은 우유를 먹는 아기에 비해 효율적으로 칼슘흡수를 하고 있는 셈이다.

수유기동안 모체는 칼슘 소실을 겪게 되고 일시적 인 감소 현상이 발생한다. 그러나 출산과 수유는 복 잡한 호르몬 변화를 동반하기 때문에 호르몬작용에 의해 위장관에서 음식물에 함유된 칼슘의 흡수가 증가하고 뼈에서 칼슘 섭취도 증가해 아기가 이유 식이 시작될 시기가 되면(부분 수유기 포함) 골밀도 는 정상으로 돌아오게 된다. 12개월 된 모유 수유모 는 골밀도가 충분히 회복되어 있다. 그리고, 수유모 의 골밀도가 완전히 회복되기 전에 임신을 한다면 임신 기간 동안 다시 증가하게 된다. 또한 26~37세의 여성을 대상으로 3~4명에 대해 10개월 이상 모유수유한 군과 1~2명에 대해 10 개월 이상 모유수유한 군, 전혀 수유하지 않은 군 으로 나누어 골밀도를 비교한 Koetting&Wardlaw (1988)의 연구에서는 세 그룹 간 골밀도를 비교한 결과 유의한 차이가 없다고 보고했다. 칼슘은 체내의 미네랄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 고 있으며 그 중 99%가 뼈에 존재한다. 골다공증 의 예방 및 치료에 칼슘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의심할 바가 없다. 성인의 하루 칼슘권장량은 1,000mg이며 임산부 및 수유부도 같은 양의 칼슘을 섭취하면 된다. 다만, 현재의 식생활문화가 과거에 비해 칼슘섭취 가 부족한 편이므로 칼슘섭취량이 고려된 식이를 할 필요가 있다. 칼슘 섭취의 가장 좋은 방법은 칼슘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하는 것으로 여러 가지 영양소와 같이 음식으로 충분히 섭취하도록 한다. 칼슘이 다 량 함유된 미네랄 음료수, 저지방 낙농식품, 녹색 채 소, 칼슘 강화 주스 등이 좋다. M

그럼, 모유로 칼슘을 내보내는 모체는 어떤 영향을 받을까? 수유하는 여성의 경우 약 500mg의 칼슘을 모유로 분비한다. 5명의 아이를 수유한 후에는, 약 300g의 칼슘을 분비하게 된 다. 이는 골격에 함유된 칼슘의 1/3에 해당한다. 조 정 숙 원장 오케타니 모유육아상담실 오케타니 유방관리법아카데미 문의 (02) 541-3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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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누군가에겐 꿈을 누군가에겐 지난 추억을 담아 달리는

청춘열차 story 국내 최초 2층 형 객차로 최고 속도 180km/h로 달 리는 신 개념 열차 ‘ITX-청춘’은 Inter-City Train eXpress의 약자로 도시간의 급행열차를 뜻한다. ‘ITX’ 는 젊은이들에게는 낭만과 꿈, 열정, 그리고 어르신들 에게는 청춘에 대한 동경과 추억을 담아 달린다는 의미 를 담고 있다.

용산에서 남춘천까지 용산에서 춘천까지 운행하는 이 열차의 중간 경유역에는 가평과 강촌이 있다. 이곳들은 우리보다 더 훨씬 전 인 부모님세대부터 지금의 젊은이들 까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사랑받는 관광지가 아니던가, 그래서일까, 청 춘열차는 단순한 열차가 아닌 꿈과 열정이 있는 젊음을 상징하는 것 같았다.

젊음이 숨 쉬는 열차 안 풍경 열차 안을 둘러보니 젊은 대학생커플과 친구들끼리 놀러온 승객들이 눈에 가장 많이 띈다. 보통 젊은 커플들 은 짧지도 길지도 않은 열차 안에서의 시간을 서로 얘기를 나눈다던가, 스마트폰 혹은 테블릿PC에 동영상을 다운받아서 함께 알콩달콩 보기도 한다. 아이와 함께 온 젊은 부부 승객들은 서로 마주보고 앉아서 수다를 떨 고 카드게임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가장 마지막 정거장인 남춘천까지의 소요시간은 1시간 내외. 때문에 따로 식당 칸은 구비되지 않았다. 하지 만 중간 중간 자판기가 있어서 편리하고, 개인적으로 햄버거나 주전부리를 준비해서 탑승하는 승객들이 대부 분이었다. 기차 안은 따뜻하고 좌석은 앞뒤사이가 넓고 편안하다. 2층 형의 열차는 외국에서는 종종 볼 수 있 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하기 때문에 새로운 느낌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맘에 드는 것은 보통 지 하철에 없는 화장실이 구비되어 있다는 점. 더구나 여느 열차의 화장실 보다 훨씬 깨끗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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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섬 속 이야기 NAMINARA Republic 아름다운 상상과 동화가 있는 이 세상 유일무이한 상 상 공화국 ‘나미나라 공화국’. 이곳은 문화예술 자연생 태의 청정정원으로 가꾸어 나가고 있는 국제적 관광휴 양지의 성지로서 2006년 3월1일 나미나라공화국으로 독립을 선언했다. 남이섬 동물식구들 남이섬을 돌아다니다보면 관광객의 환호성이 들려온 ▲ 아름다운 벚꽃길이 인상적인 메타세쿼이아길

다. 남이섬의 자랑거리 중 하나인 남이섬의 자유로운 동물식구들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깡타’라고 불리며 관광객의 인기를 독차지하는 타조들과 이곳저곳에 불 쑥 불쑥 나타나서 얼굴을 비춰주는 ‘딴지’ 청솔모들, 그

가평역에서 남이섬까지

리고 귀를 쫑끗 세우며 눈인사를 해주는 토끼 부족 ‘토

청춘열차를 타고 가는 승객들 대부분의 목적지는 다름 아닌 가평. 볼거리도 즐길 거리도 많은 가평은 우리나라 관광객들뿐만 아니라

토’들. 이 밖에 사슴·공작·거위 등 남이섬의 동물식 구들은 아이들에게 언제나 인기만점!

외국인 관광객으로도 늘 인산인해다. 그 중에서도 최고의 관광지로 꼽히는 곳은 바로 ‘남이섬’ 가평역에서 남이섬선착장의 거리는 약 1.9km. 걸어서는 20분, 자전거로는 9분 정도 거리이며 버스나 택시

메타세쿼이아길 우아한 기품과 이국적이고 웅장한 자태를 자랑하는

를 이용할 경우엔 5분 정도 소요된다,

이 길은 ‘겨울연가’ 촬영으로 더욱 많은 이들에게 알려

선착장에 도착해서 왕복표 만원으로 매 시간당 2~3대정도 운행하

지게 되었다. 덕분에 지금도 많은 드라마나 영화, 그리

는 노래배 아일래나호를 타면 동화나라 노래의 섬 남이섬에 도착할

고 관광객의 촬영 명소로 자리하고 있으며 남이섬의

수 있다. 또는 남이섬의 하늘길이라고 불리는 ‘집와이어’, 줄을 타고

상징길이기도 하다.

남이섬으로 가는 아찔하지만 특별한 경험의 방법이다. 노래박물관 매직홀

청춘열차 예매방법

남이섬에서는 기념일이나 이벤트가 있을 때 관광객이

한국철도공사에서 운영하는 코레일 사이트(hppt://www.korail. com)에서 예매가 가능하며 또는 스마트폰 코레일 어플리케이션

즐겁고 편안하게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항상 준비해 둔다.

‘글로리어플’을 통해서도 진행할 수 있다. 그리고 직접 역에 가서 발 매기를 이용해서 예매하는 방법도 있다. 예매 옵션에서 2층석이나 자전거 싣는 공간을 별도로 선택할 수 있으니 열차 예매할 때 참고 하도록 하자. M

남이도예원 남이도예원에는 남이섬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이 직접 작품 활동을 하면서 전시 및 판매도 하고 관광객이 체 험도 할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문화공간이다. 특히 외

에디터 김혜원

국인들에게 인기가 좋은 남이도예원은 남녀노소 누구 나 즐거운 체험을 간직할 수 있는 특별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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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5월

햇살이 반짝이는 그 곳, 도시 장터 마르쉐로

봄비가 올 거라던 예보는 거짓말 같았 다. 맑게 갠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깨 끗했고 청명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봄바람이 꽤 서늘했다는 것. 하지만 따 스하게 내리쬐고 있던 햇빛만은 장터 가 열린 그 날을 열렬히 응원해주고 있 었다. 반짝반짝 사람들의 설렘과 함께 장터를 더 북적이게 만들었으니까.

5월 마르쉐 일정 일시 : 5월 12일 장소 : 대학로 아르코미술관 뒤뜰 예술가의 집 시간 : 오전 11시~오후 4시 참조 : http://www.marchea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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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쉐는 음식을 매개로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만나 이야기하고 서로 안심하면서 사고파는 도시

초보자 마르쉐 장터 제대로 즐기는 법

형 장터이다. 여성 환경연대와 마리끌레르, 아르코 미술관의 주최해 2012년 말부터 열린 이 장터는 매달 두 번째 일요일 혜화동 아르코 미술관 옆 <예 술가의 집>에서 열린다. 크게 화려하지 않지만 소 박한 이 장터는 바쁘고 지친 우리들에게 조금 쉬어 가라고 내미는 손짓처럼 느껴졌다.

1. 일찍 일어나는 새가 득템한다! 도시장터 마르쉐의 개장 시간은 열한시, 폐장 시간은 네 시이다. 하지만 주말인 만큼 사람들이 가장 모여드는 시 간은 열두시 이후부터이다. 짧게 열리는 장터이다 보니 늦게 가면 갈수록 인기 있는 품목은 금세 소진된다. 도시농부들이 키워낸 맛 좋은 유기농 딸기, 핸드메이드 수제 잼들은 특히 한시 이후에는 찾아보기가 더욱 힘들 다. 그래서 마르쉐가 열리는 날만큼은, 부지런해져야 한 다. 열한시 개장 시간부터 장을 훑어보고 사야할 먹거리 나 품목들은 일찍 구매하고 여유롭게 구경하는 것이 똑 부러지게 마르쉐를 즐기는 비법이다.

2. 식사하고 오지 마세요! 보통 초보자가 흔히들 하는 실수가 밥을 먹고 간단히 둘 러볼 요량으로 마르쉐를 방문한다는 것이다. 사전 정보가 없다면 흔한 플리마켓 정도로 생각하기가 쉽다. 하지만 마르쉐의 주 품목들은 음식이다. 신선하고 믿을 수 있는 유기농 재료로 만든 음식들로 장은 가득 차있다. 속이 꽉 찬 고구마 뇨끼 파스타부터, 직접 다져서 만든 고기 패티 가 든 버거까지. 평소에 찾아보기 힘들었던 건강식을 특 별하게 즐길 수 있는 곳이 바로 마르쉐다.

3. 인심 좋은 맛보기를 알자! 장터에 항상 푸근한 인심이 존재하듯 마르쉐 또한 그렇 다. 난생 처음 보는 신선한 제철 과일잼, 효소 등 다양한 식재료는 그 맛이 궁금하기 마련. 그래서 조심스럽게 다 가가 맛을 보고자 하면 친절하게 잼이 발린 빵을 판매자 가 건넨다. 직접 내가 살 음식을 맛보고 결정한다는 것은 마르쉐가 가진 장점 중에 하나이다. 사는 사람은 안심하 고 살 수 있고, 파는 사람도 신뢰를 받을 수 있어 함께 더 욱 좋은 장터. 마르쉐다. M

에디터 전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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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동대문, 그 불빛 속으로 밤이 깊어질수록 점점 또렷한 표정을 짓는 공간. 오후 10시 그곳의 하루가 시작된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동대문쇼핑타운은 한국의 대표적인 시장이다. 동대문 쇼핑타운은 종로 5가 광장시장부터 창신동 문구 거리까지 약 1.3km의 청계천로 좌우와 그 안쪽 골목, 그리고 흥인문로의 좌우 일대에 분포돼 있는 약 30여개 상가 2만7천여 점포를 통칭한다. 동대문 쇼핑타 운은 A,B,C동 및 쇼핑타운으로 총 4개동으로 이루어져 있다. 원단류, 의류부자재, 액세서리, 혼수 용품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매장들이 대거 밀집해 있어 국제적인 쇼핑의 명소로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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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일번지, 동대문시장 늦은 밤 동대문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한 편의 비디오아트 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밀리오레, 두타, 헬로에피엠 (apm) 등의 쇼핑몰의 전광판들은 밤 내내 화려한 조명을 쏟아내고 쇼핑몰 입구에서는 다채로운 공연이 펼쳐진다. 모두가 잠든 깊은 밤에도 동대문에서는 활기차게 움직이는

질 좋은 물건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인 셈이다. 그리고 카

사람들로 가득하다. 한쪽 거리에선 패셔너블한 젊은이들이

드 대신 현금으로 구매하면 흥정이 가능하고 좀 더 큰 할인

거리에 울려 퍼지는 음악을 들으며 트렌드를 주름잡고, 다

을 받을 수 있다. 그뿐 아니라 몇 가지 용어와 규칙만 알면

른 거리에선 각지에서 찾아온 소매상인들이 구입할 물품들

도매상인만큼 저렴하게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

을 고른다. 또 다른 거리에선 한국의 신기한 문화를 체험하 러 온 외국인들이 상가 이곳저곳을 누빈다. 동대문시장은 평일 오전 10시부터 새벽 4시 30분까지, 일 요일 밤 9시부터 다음날 새벽 4시 30분까지 장을 연다. 한 두 시간으로는 도저히 구경하기 어려울 정도로 넓다. 새벽 을 모두 즐기겠다는 각오로 찾아가야 그 매력을 톡톡히 맛 볼 수 있다. 동대문시장 쇼핑 시 그냥 지나쳐선 안 될 곳 중 하나는 길거리 좌판이다. 좌판이지만 옷, 가방, 액세서리 등 다양한 제품을 판매한다. 평소 위시리스트에 담아 두었던 소품이 있다면 좌판도 눈여겨보자. 쇼핑센터 안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갖가지 물품을 구입할 수 있는 절호의 찬 스를 맞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단가(가격)·장끼(영수증·사진)·깔(색깔)·단가라(줄 무늬) 같은 전문 용어와 ‘인터넷 해요(쇼핑몰 운영해요)?’ 라는 그들만의 대화를 알아들을 수 있어야 한다. 또 주인들이 저녁식사를 끝내고 도매상들이 몰리기 직전 인 오후 10~11시 사이에 가는 것이 필수다. 그리고 품평은 금물! 도매에서 필요한 건 ‘스피드’다. 떼 지어 몰려다니며 만지작거리지 말 것. 물건은 눈으로 살펴 본 후 매장 앞에선 ‘이거 주세요’라는 식으로 사야 한다. 가게 앞에 서서 ‘이거 예쁘다’ ‘저거 예쁘다’는 식으로 품평하는 것은 곤란하다.

야식의 별천지 넓은 동대문시장을 구경하다 보면 금세 출출해진다. 그럴 땐 야식을 섭렵하자. 동대문 새벽시장의 대표적인 명물 음

좌판 구경을 마치고 환한 조명으로 치장한 건물에 들어서

식은 일명 ‘엽떡’이라 불리는 엽기 떡볶이. 청양고추를 넣어

면 비로소 동대문시장의 진가를 맛볼 수 있다. 빽빽하게 들

만든 이 떡볶이는 엽기적으로 맵다. 그럼에도 동대문 밤 시

어선 미로 같은 상점들 안에서 마음에 드는 옷을 찾아내는

장의 최고의 야식으로 손꼽힌다.

재미가 쏠쏠하다. 한국 아이돌들의 핫한 패션에서부터 디

동대문에서 신당동 방면으로 10분 정도 걸어가면 쉽게 찾

자이너들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셀렉샵까지.

을 수 있는 엽떡가게는 늘 많은 손님들로 붐빈다. 계란찜과

그야말로 없는 게 없는 진정한 패션의 메카다.

함께 먹지 않으면 속이 아플 정도로 맵지만 꼭 다시 생각나

알뜰 쇼핑 노하우

는 중독적인 맛.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알 수 없는 매 력이 있다.

알뜰한 쇼핑을 위해 백화점 대신 도매시장으로 유턴하는

제일평화시장 근처 노점에서 파는 음식들도 둘째가라면

사람들을 위한 알뜰 쇼핑 노하우 몇 가지! 기존의 백화점이

서러운 새벽시장의 명물이다. 찹쌀로 얇게 빚어 눌러놓은

나 동네의 보세매장보다 훨씬 저렴한 동대문시장에서 어떻

만두에 잘게 썬 양배추와 소스를 버무린 납작만두, 뜨끈뜨

게 더 이상 저렴하게 살 수 있냐고? 그건 천만의 말씀이다.

끈한 국물과 함께 먹는 어묵, 푸짐한 돼지고기에 야채를 잔

먼저 신상품이 쏟아져 나오기 직전인 계절의 끝 무렵에는 도매시장들이 상품을 대폭 세일해서 판매하는 시점이다.

뜩 얹은 수제 햄버거 등이 쇼핑 후 지친 사람들의 배를 든든 하게 채운다. M 에디터 김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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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면

끝없이 펼쳐진 청보리밭 장관 전라북도 ‘고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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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은 가족 봄나들이의 ‘삼박자’를 갖춘 고장이다. 푸른 자연과 흥미로운 역사와 걷기 좋은 길이 함께 어우러진다.

오오 손을 잡고 콧노래로 을 흥얼거리거나 보리피리를 불며 옛 추억에 잠긴다. 보리밭 사이로 바람이 지나가면 보리는

고창은 연두빛 5월로 넘어서는 길목이 예쁘다. 학원농장의

사각거리는 소리와 함께 리듬을 맞추며 몸을 눕힌다. 보리

보리밭은 이삭이 패고, 선운사의 동백은 ‘후두둑’ 몸을 던지

밭은 이른 아침이나 해질녘이 더욱 운치 있다. 사람들이 하

며 고창읍성은 철쭉으로 단장된다. 5월, 무장면 학원농장에

나둘 빠져나가면 북적거리는 인파를 피해 호젓하게 보리밭

들어서면 청보리의 풋풋한 내음이 봄바람에 실려 다닌다. 아

길을 걸으며 사색에 잠길 수 있다. 곳곳에 오두막도 설치돼

득하게 뻗은 보리밭에서는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고 사람

있어 지친 다리를 쉴 수도 있다.

들은 굽이치는 길을 따라 하염없이 걷는다. 보리는 4월 중순

농장 식당에서 내놓는 보리 비빔밥을 곁들이면 향긋한 보리

이면 이삭이 나오기 시작해 5월 중순이면 누렇게 물든다. 청

향기와 함께 배도 넉넉해진다. 고창은 예전부터 보리가 성

보리는 보리의 품종이 아니라 보리가 가장 예쁜 이 시기의

하고 잘 자라는 땅이었다. 고창의 옛 이름인 모양현의 ‘모’는

보리를 일컫는 말이다.

보리를 뜻하고, ‘양’은 태양을 의미한다. 푸른 보리밭은 초가

보리가 익어갈 무렵이면 마음도 넉넉해진다. 가족끼리 삼삼

을이면 하얀 메밀꽃으로도 단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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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 선운사로 향하는 길도 봄기운이 넘친다. 선다원 앞으로 흐르는 냇물에는 초록이 담기고 대웅전 앞 경내 에는 연등이 주렁주렁 매달린다. 선운사를 감싼 동백은 붉은 자태를 뽐낸 뒤 꽃잎을 바닥에 떨구며 천년 사찰

는 승용차로 불과 5분 거리다. 갯벌체험장에서는 바지

의 배경이 된다. 이곳 동백은 대웅전, 금동보살좌상 등

락 캐는 체험이 가능하다. 바지락은 진달래꽃 필 때를

보물을 품은 선운사의 또 다른 보물이다.

전후로 해서 가장 맛이 좋다. 고창의 5월은 주꾸미도

선운사까지 왔으면 내친김에 도솔암까지 길을 잡아 본

명함을 내미는데 인근 구시포 등에서 맛볼 수 있다.

다. 선운사 경내가 상춘객들로 늘 북적인다면 도솔암으

다시 읍내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고창의 태고적 흔적을

로 향하는 길은 완만하고 인적이 드물어 가족들의 봄

엿볼 수 있는 유적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매산리 고인

산책에 알맞다. 산행 길에는 가녀린 계곡이 벗이 된다.

돌 군락에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고인돌 수백기가 흩 어져 있다. 이곳에서는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

선운사에서 벗어나면 장어식당들이 즐비하다. 고소한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매산리 고인돌은 2,500년전

냄새를 뒤로하고 5분 정도 달리면 미당 서정주 선생의

부터 수백년간 이 지역을 지배했던 족장의 가족묘역 등

시문학관이다. 시문학관에는 미당의 작품들이 전시돼

이 곳곳에 흩어져 있다. 고인돌 박물관을 지나 미니 열

있고 마당에는 커다란 자전거 조형물이 들어서 있는 한

차를 타고 구경할 정도로 그 범위는 넓다.

가로운 풍경이다. 시문학관에서 시선을 돌리면 멀리 서 해바다가 보인다. 시문학관에서 하전 갯벌체험장까지

봄을 만끽하며 걷는 길은 고창읍성에서 무르익는다. 읍성의 가치는 실제로 성 주변을 돌아봤을때 피부 깊숙 이 와 닿는다. 예전부터 성을 한 바퀴 돌면 다리 병이 낫 고, 두 바퀴 돌면 무병장수하고, 세 바퀴 돌면 극락승천 한다는 말이 전해져 내려온다. 음력 9월이면 성밟기 놀 이도 재현된다. 실제로 성은 성곽 밖, 성벽 위, 성안 솔 숲 길 따라 취향에 맞게 선택하며 돌 수 있다. 어느 고궁 의 산책 길 못지않게 길은 호젓하고 아름답다. 성벽 위 를 걷다보면 고창 읍내가 한눈에 들어오고 성 안에는 대숲과 관아 등 볼거리도 넉넉하다.M

정리 곽철호 자료제공 고창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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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컨설팅

신혼부부의 내 집 마련 첫걸음 시작은 사람을 설레게 합니다. 첫 직장에 발을 내딛는 신입

한 종자돈을 만들 수 있습니다.

사원이 그렇고 ‘설레임 반, 두려움 반’의 심정으로 가정을 꾸 린 신혼부부가 그러합니다. 대부분의 신혼부부들은 만인의

셋째, 내 집 마련할 때 혜택 있는 통장 만들기

축복을 받으며 새 출발을 하지만 낯선 환경에 적응하느라 정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청약통장 인기가 시들해진

신없이 지내다보면 신혼의 단꿈은 잠시, 기대했던 장밋빛 미

것은 사실이지만 사회초년생이나 신혼부부의 재테크 수

래는 고사하고 냉엄한 현실의 벽 앞에 속절없이 무너져버릴

단으로는 여전히 건재합니다. 특히, 청약통장 금리는 웬

수 있습니다.

만한 금융상품 금리보다 더 높기 때문에 이자를 더 받는

신혼부부의 가장 큰 고민은 내 집 마련입니다. ‘부동산으로

데도 유리합니다. 내 집 마련을 위해 가장 먼저 할 일은

돈 버는 시대는 끝났다’는 말도 있지만 그래도 재테크의 첫

주택청약종합저축 통장 만들기입니다.

걸음은 내 집 마련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

가입 연령이나 자격에 제한 없이 전 금융권을 통틀어 1

니다. 한국에서 신혼부부가 내 집을 장만하는 데 드는 기간

인당 1계좌씩 가입할 수 있으며 매달 2만원부터 50만

이 평균 10년, 이 기간의 재무설계가 확실하게 정리가 되어

원까지 5000원 단위로 자유롭게 납입하면 됩니다. 신

있어야만 내 집 마련을 누구보다 빨리 할 수 있습니다.

혼부부 요건 등에 해당되는 특별대상자들에게 2년 이후

이번 호에서는 신혼부부가 내 집 마련을 위한 재테크 전략 을 어떻게 세울 것인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청약1순위에 해당되기 때문에 활용가치가 높습니다. 주 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 기준으로 무주택 세대주여부, 혼인 및 자녀유무, 소득세납부등의 요건을 종합 고려해 청약순위를 정하게 됩니다.

첫째, 목표를 명확하게 세워라 내 집 마련을 하기 위해 무조건 목돈을 모으겠다는 개념보 다 어떤 지역에 몇 평형 정도의 아파트를 사기위해 몇 년 내

넷째, 아파트는 더 이상 안전한 자산이 아니다

로 얼마를 모으겠다는 식의 구체적인 목표를 잡아야합니다.

지난 몇 십 년간 아파트 불패신화는 계속되어 왔지만

물론, 그 목표가 이루기가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신

수요보다 공급이 훨씬 많은 요즈음에는 아파트 시장이

혼부부 내 집 마련하기와 같이 재무설계에서는 동기부여가

언젠가 한번은 크게 흔들릴 거라고 예측하는 전문가가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입니다.

많습니다. 예전에는 무리를 해서라도 내 집 마련을 일 단 하면 집값이 올랐기 때문에 현명한 투자 방법이었다

둘째, 종자돈을 만들기부터 시작하라

면 현재는 리스크가 너무 커진 시장이기에 무리한 대출

돈이 돈을 모으게 한다는 말은 결코 틀린 말이 아닙니다. 종

은 절대로 안 됩니다. 이는 두고두고 가계의 독이 될 것

자돈을 만드는 것이 어렵겠지만 일정한 금액을 저축하고 제

입니다.

대로 된 돈 모으는 방법을 안다면 여러분은 내 집 마련을 위 이 외에도 신혼은 돈을 모을 수 있는 기초공사를 하는 소득계층별 내집 마련 예상기간(단위%)

1분위

2분위

3분위

4분위

5분위

※1분위는 소득하위 20%, 5분위는 소득상위 20%

38.3

공개해 함께 재테크 계획을 짜는 것이 중요합니다. 요즘

56.7

40.0

에는 무료 재무설계를 해주는 곳이 많으므로 전문가와

29.6 20.8 21.4 12.8 4.7

5년 이내

17.9 16.6

10.0 12.3

10.8

6.8

3.4

15년 이내

현재 부동산가격 수준

기간이라는 점을 명심하고 부부는 먼저 서로의 소득을

상담하며 준비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 때입니다. M

실현 불가능

이자 지급 연체 사유

매우 낮다 2.3 낮다 12.4 적당하다 23.9

매우 높다 19.2

47.3

%

24.5

소득 감소

% 15.2

높다

42.2

예상치 못한 지출 발생

기타 13.0 ※전국 도시 2009개 표본가구 조사기준(자료:한국은행)

흥국생명 AM 교육센터 김은정 CM 문의 010-2316-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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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에세이

나는 너를 봄이라 부른다 새 학기를 기다리는 새내기들처럼 봄을

이 살 수 없는 너의 시간들이 영원하지는

애타게 찾는 이의 이름은 엄마이다. 기다

않을 것임을 알기에 너와의 오늘이 아쉽

림은 엄마들의 숙명. 비로소 두 개의 심장

고, 소중해져 간다. 이제 꽃샘추위도 지나

을 소유하면서 갖게 된 ‘엄마’라는 이름에

가고, 봄비와 더불어 더 맑고 투명한 봄날

‘기다림, 참고 인내함’이 따라왔다. 그 기

이 찾아온 뒤, 네 생애 첫 꽃구경의 날. 그

다림의 시작은 꿈틀대는 너와 마주하고자

토록 기다리던 포근한 날, 살랑거리는 봄

하루하루 더디게 가는 달력에 가위표를 치

바람이 기분 좋게 우리의 볼에 스치는 날

면서부터였다. 드디어 너의 얼굴을 처음

이다.

대하던 날, 하나의 기다림이 끝을 맺고 또 하나의 기다림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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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볕은 따사롭고, 나무들은 앳된 푸른 잎 으로 장식이 한창인 이곳에서 아직 걷지

그것은 너와 함께 맞이할 봄. 아, 사랑하

못하는 어린 너지만, 자유롭게 봄을 느끼

는 너와 함께 맞이할 봄이다. 1분 1초도 너

게 해주고 싶다. 하늘엔 새가 날아다니고,

와 떨어지지 않은지 벌써 열 달 후, 여덟 달

아름다운 벚꽃이 흩날리고, 누나들이 가지

을 더했다. 갑작스레 나만의 시간을 포기

고 노는 비눗방울이 예쁘게 우리의 나들이

한 채 오로지 너와 함께한 그 시간들이 처

의 배경이 되어주고 있는, 엄마 아빠가 너

음엔 당황스러움, 어찌할 줄을 모름, 지치

를 바라보고 있는 지금 이순간이 봄이라

고 힘듦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더불어 처

고. 아차차, 엄마는 지금 깨달았다. 세상에

음 맛보는 설렘, 기쁨, 고마움의 순간들이

도 봄이 찾아왔지만, 엄마의 봄은 아가 너

그 날 들 가운데 채워졌다. 그리고 엄마 없

의 이름이다. 나는 너를 봄이라 부르련다.


사진이야기 : 선유도공원 봄꽃의 자랑이 한창인 선유도 공원이다. 꿀벌

으로 남으리라 믿는다. 꽤 많은 사람들이 선유도

서연우 아가, 오동통 권영휘 아가는 8개월 9개월

공원을 찾고 있지만, 워낙 넓은 공원이기에 여유

에 접어드는 동갑내기 친구다. 이 둘은 낮 기온

롭게 주말의 봄날을 즐기기에 좋다. 게다가 특별

이 17도를 웃도는 주말 오후, 생애 첫 꽃구경중

한 축제기간이 아니지만, 벚꽃들이 즐비해 벚꽃

이다. 하지만, 바닥에 기어 다니는 조그마한 벌

구경에도 좋다. 군데군데 벤치와 평상이 있기에

레며, 나뭇잎이며, 모래들이 더욱 관심이가 가

돗자리가 없어도 굿, 돗자리가 있다면 어디든 펼

고, 더욱이 그것들을 입으로 넣으려는 귀여운 아

쳐만 놓으면 평화로운 안식처가 된다. 김밥이나

가들이다.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지만, 언

샌드위치가 곁들어진 도시락이 있다면, 몇 배는

젠가 이 봄 기운이 아이들의 삶에 잠재될 따뜻함

더 행복할 소풍이 될 수 있다. M 글 자유기고가 김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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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얼마 전 개그맨 이상운이 MBN 속풀이 토크쇼 ‘동치 미’에 출연해 “7년째 기러기 아빠로 살고 있기 때문에 내 통장 잔고는 항상 4800원이다”고 밝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에 돌아오는 경우 인맥의 부족으로 이에 대한 유학후 의 적응에 대해 걱정을 하기도 한다. 2. 외로움과 소외 같은 정서적인 어려움

기러기 아빠는 자녀의 조기유학을 위해 가족을 외국

아버지들의 경제적인 형편이 좋거나 직업상의 이유

으로 보내고 국내에서 혼자 살며 가족의 생활비와 교

로 자녀를 자주 볼 수 있는 경우, 정서적 교류에 긍정

육비를 송금하는 아버지를 일컫는 신조어다. 보통 조

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때로는 비동거 기간으로

기유학은 자녀가 아닌 부모 자신의 결정으로 이루어

인해 서로의 교류가 되지 않아 더욱 싸우기도 한다.

진 것이지만 가족과 떨어져 사는 기러기 아빠들의 삶 이 그렇게 만족스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3. 성적인 어려움 때때로 기러기 아빠들은 외로움으로 성매매업소나

가족을 외국에 보내고 혼자 생활하는 35∼59세 기

다른 연인을 사귀기도 한다. 심지어는 기러기 아빠들

혼남성 151명을 대상으로 환경적 특성과 신체적, 정

이 주로 찾는 '데이트바'가 등장하기도 했다. 대화 상

신적 건강에 대한 연구논문에 따르면 조사대상 중

대가 필요해 한 시간에 10만원이나 되는 금액이 아깝

76.8%가 영양불량 상태였다. 월수입은 600만∼

지 않다고 말한다. 아이와 함께 떠난 아내들의 외로움

800만원 미만이 17.2%, 800만∼1000만원 미만이

도 문제다. 현지 적응의 어려움과 외로움을 느끼는 엄

12.6%, 1000만 원 이상이 23.2% 등이었다. 월수입이

마들이 현지 유학상담사, 어학강사, 골프강사, 보험설

600만원을 넘는 사람이 53%에 달할 정도로 비교적

계사, 자동차 딜러 등의 남성과 사귀게 되기도 한다.

고소득자지만 영양상태가 '매우 양호'한 사람은 1명도 없었고 '양호'한 사람도 8.6%에 그쳤다. 가족과 떨어 져 사는 기간은 평균 39.4개월로 조사됐다. 조사대상 의 29.6%는 우울감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4. 경제적인 어려움 자녀의 유학비를 송금하느라 자신의 생활과 노후를 잘 돌보지 못하는 아버지들이 많다. 특히 자신의 아버 지 역할에 대해 경제적인 측면만을 생각하는 경우가

그러면 기러기 아빠들이 겪는 어려움에는 어떤 것들 이 있을까? 1. 자녀의 교육, 미래에 대한 불안감 아버지들은 보통 3~5년간 이루어지는 자녀의 유학

그렇다. 어머니가 자녀들 옆에 있기 때문에 부모로써 의 역할에 대해 크게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기러기아빠는 사회적 문제임을 직시하고 보다 근본 적인 접근이 필요한 현상이다.

과정에서 부부의 관계와 자녀의 성장을 지켜볼 수 없

다음 호에서는 기러기아빠의 지혜로운 적응 단계와

다. 또한 유학을 통해 자녀의 교육과 적응이 성공적으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에 대해 이야

로 이루어지고 있더라도 두려움을 겪는다. 또한 한국

기하도록 하겠습니다. M

해맑은 봄 심리발달센터 www.sun-spring.co.kr 02.304.3030 박민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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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맘 May 2013


‘THE MOM’ 은 삶의 질 향상과 복지사회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증가하고 있는 시대에 임산부와 영·유아를 둔 부모 및 관련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국산모관리회에서 발행하는 육아교양지입니다. 매월 30일 전국의 배본처에서 THE MOM을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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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처 (주)한국산모관리회 발행인 이은경 편집인 이정용 편집장 곽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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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마중 이벤트!! ‘산후조리원 베이비샤워’ 매월 2회 10부부(커플) 초대해

산후조리원에서 베이비샤워를 진행합니다.

모집 : 고운맘닷컴 진행 : 산후조리원

www.momsparty.co.kr

010-2957-8533

출산이 임박한 임산부나 갓 태어난 신생아를 축하하기 위한 행사로, 캐나다와 미국을 비롯해 점차 많은 나라들에서 보편화되고 있는 행사이다. '샤워'라는 단어는 종종 출산을 앞둔 임산부가 사람들로부터 '소나기를 맞은 것처럼' 엄청난 양의 선물공세를 받는다고 여겨지지만, 이것은 잘못된 어원이다. 베이비 샤워는 18세기에 미국으로 건너온 독일 은세공 및 장사꾼이었던 프란츠 샤우어부터 시작되었다. 그는 뉴욕 상류층을 대상으로 서로에게 선물을 주는 행위를 활성화시켰다.

베이비 샤워 (Baby sh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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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맘 May 2013

진행순서

1. 입 장

2. 행사공지

3. 강좌

4. 조리원 투어

5. 상담

6. 사은품증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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