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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S
16 포토에세이 선홍빛 산상 화원, 꿈결처럼 펼쳐지네
18 영화, 육아를 만나다 상처를 감싸는 무조건적인 사랑, <집으로> 외할머니는 마당에 있는 물 펌프질을 몇 번이고 해서 외손녀를 씻겨주셨 다. 그제야 간지럽고 아팠던 몸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어찌 된 일인지, 내게 가장 인상 깊은 외할머니와의 추억이 이것이다. 이 땅 모든 외할머 니께 이 영화를 바친다는 감독의 말에 불쑥 눈물이 났다.
21 on the cover 한여름밤의 선물, 혜온이
22 이 남자가 사는 법 ‘사랑’과 ‘의리’로 다져진 행복을 이야기하다 배우 김보성의 또 다른 이름, ‘아빠’ ‘의리’하면 떠오르는 배우가 있다. 바로 김보성이다. 젊은 시절 하이틴 청춘스타로 이름을 알렸을 때도, 영화와 드라마에서 다 양한 모습으로 변신을 꾀하면서도 ‘의리’로 다져진 그의 인생관은 변치 않았다. ‘의리’로 뭉친 그의 삶 그리고 아빠로서 살아가는 일상의 이야기.
26 아빠의 이름으로 시력은 잃었지만 행복은 잃지 않았다 딸바보 개그맨 이동우, 장애인의 권익을 위해 사는 삶 오래 전 개그맨으로 결성 된 그룹 ‘틴틴파이브’는 아직도 많은 이들의 기 억 속에 남아 있다. ‘틴틴파이브’의 멤버로서 남다른 재치와 가창력으로 팬들을 사로잡았던 이가 바로 이동우였다. 그러나 그의 인생이 항상 순탄 했던 것은 아니다. 갑자기 찾아온 망막색소변성증이란 불청객이 그의 시 력을 빼앗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미소 짓고 있다.
30 말린 음식 이야기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음식을 즐길 수 있는 방법!
CONTENTS
33 김진희의 육아에세이 엄마도 그 언젠가 너처럼
34 엄마들의 궁금증 톡톡 오뉴월 불청객 ‘감기’ / 베이비파우더
38 그 섬에 가고 싶다 바람의 노래가 머무는 곳, 차귀도 서쪽 끝에 가면 잘 알려지지 않은 섬이 있다 했다.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 낚시꾼들에겐 간간히 유명한 곳이나 여행자의 발길은 아직 드문 곳, 그곳에 가 면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바다에 펼쳐지고 에메랄드 빛 바다가 출렁인다고 했 다. 차귀도, 너를 향해 가는 나의 마음은 설레고, 설렌다.
44 더 맘 인터뷰 커피 중독자, 청년 염승민 카페라는 공간이 주는 마법. 오랜만에 듣고 싶었던 음악이 순간 흘러나오고, 손에 들려진 차가운 커피의 목 넘김은 어제의 걱정들을 잠시 날려버린다. 함께 앉은 친구와의 대화는 했던 이야기일지라도 즐겁고, 한없이 달콤한 여유로움을 선사한다.
48 명사의 교육법 아시아계 여성 최초 하버드 법대 종신 교수의 교육법 석지영 교수 ‘진정으로 아이를 위한다면…’ 불혹도 되기 전에 아시아계 여성으로는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며 하버드 법대 종신교수로 임명된 석지영 교수. 한국 어머니들에게 그녀가 이야 기하는 ‘진정으로 자녀를 위하는 방법’은 특별하게 다가온다.
52 서울, 그곳의 풍경 여름밤의 그 잔디밭, 여의도 한강 공원 집에만 있기에 이 계절은 너무나 낭만적이다. 시원한 밤공기를 배경삼아 친구와 함께 맥주를 마시거나, 까만 하늘을 두 눈으로 올려다보아야만 한다. 최상의 장소는 바로 한강. 돗자리 하나만 있으면 그 곳은 천국이 된다.
CONTENTS
54 예비 아빠 전상서 담백한 태교여행, 천리포 수목원 뱃속에서 꼼지락 대는 귀여운 아가의 발길질을 느끼며, 예비 엄마는 진짜 엄마가 될 준비를 한다. 예비엄마에게 이 모든 일은 신비롭기도 하지만, 처음 겪는 갑작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58 맛있는 음식, 그 행복으로의 초대 한 끼 밥맛의 즐거움, 한성별식 라일락 향기가 풍겨오는 봄날, 광화문과 경복궁역 사이에 아래층 카페와 위 층 식당이 만난 그 곳, 카페잇과 한성별식이 첫 오픈을 맞았다.
61 맛 따라 가는 식도락 여행 광주의 맛, 육전 무등산 산자락 인근의 보리밥 골목부터 시내의 오리탕과 떡갈비 골목까지. 먹음직스러운 음식 골목으로 가득한 곳이 바로 광주이다. 그렇다면, 광주에서 가장 으뜸으로 치는 음식은 무엇일까. 바로 전라도 제사상에서만 맛볼 수 있었다는 귀한 음식, 육전이다.
64 오감만족체험여행 신비로운 제주바다를 체험하다 아시아 최대규모의 아쿠아리움 ‘아쿠아플라넷 제주’ 해양의 신비가 가득한 아름다운 섬 제주에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아쿠아리움이 있다. 교육, 문화, 엔터테인먼트가 어우러 진 복합 테마파크 ‘아쿠아플라넷 제주’를 소개한다.
70 노랫말 에세이 나이, 거짓말 같은 숫자의 조합
연재 갈 곳 잃은 기러기아빠, 그들을 위한 솔루션 부자로 만들어주는 유대인의 3가지 비법 모유수유와 신생아 황달
아기마중 이벤트!! ‘산후조리원 베이비샤워’ 매월 2회 10부부(커플) 초대해
산후조리원에서 베이비샤워를 진행합니다.
모집 : 고운맘닷컴 진행 : 산후조리원
www.momsparty.co.kr
☎
010-2957-8533
출산이 임박한 임산부나 갓 태어난 신생아를 축하하기 위한 행사로, 캐나다와 미국을 비롯해 점차 많은 나라들에서 보편화되고 있는 행사이다. '샤워'라는 단어는 종종 출산을 앞둔 임산부가 사람들로부터 '소나기를 맞은 것처럼' 엄청난 양의 선물공세를 받는다고 여겨지지만, 이것은 잘못된 어원이다. 베이비 샤워는 18세기에 미국으로 건너온 독일 은세공 및 장사꾼이었던 프란츠 샤우어부터 시작되었다. 그는 뉴욕 상류층을 대상으로 서로에게 선물을 주는 행위를 활성화시켰다.
베이비 샤워 (Baby shower)
진행순서
1. 입 장
2. 행사공지
3. 강좌
4. 조리원 투어
5. 상담
6. 사은품증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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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이은경 편집인 이정용
영화, 육아를 만나다 상처를 감싸는 무조건적인 사랑, <집으로>
사랑과 의리로 다져진 행복을 이야기하다 배우 김보성의 또 다른 이름, ‘아빠’ 시력은 잃었지만 행복은 잃지 않았다. 딸바보 개그맨 이동우, 장애인 권익을 위해 사는 삶
그 섬에 가고 싶다
바람의 노래가 머무는 곳, 차귀도
편집장 곽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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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황정호, 전은영, 김진희 디자이너 김수경
정기구독 ‘THE MOM’ 은 삶의 질 향상과 복지사회 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증가하고 있는 시대 에 임산부와 영·유아를 둔 부모 및 관련 종 사자를 대상으로 한국산모관리회에서 발행 하는 육아교양지입니다. 지금 더 맘을 소중 한 사람에게 선물하세요. 일년에 열두 번, 당신의 마음을 전할 수 있습니다.
정기구독료: 1년 20,000원 결제방법: 무통장입금 은행계좌: 국민은행 226401-04-52367 예금주: 한국산모관리회 이은경 전화: 1599-3576
주요배본처
기획위원 채성준, 한에녹 마케팅 서명희 070-7686-1171, Fax 031-406-1617 등록 2013년 3월 20일 등록번호 안산 라 00010 발행처 (주)한국산모관리회 인쇄 (주)영창인쇄
THE MOM Vol.06 2013 06
산후조리원 / 이마트 / 오케타니 모유육아 상담실 / 롯데백화점 / 뉴코아아울렛 / 세이브존 / 농협하나 로클럽 / 노블스토리 / NC백화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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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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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맘 May 2013
한라산 최고의 절경을 손꼽히는 ‘선작지왓’. 멀리 백록담을 뒤로 하고 꽃망울을 터뜨린 산철쭉이 수줍게 얼굴을 드러냅니다. 어디를 가도 꽃 길이고, 눈 돌리는 곳마다 꽃밭입니다. 촘촘하게 수를 놓은 듯 연분홍 물결로 황홀한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이곳은 말 그대로 산상화원, 철쭉과 털진달래가 무리지어 꿈결처럼 펼 쳐지고 있습니다. 오는 6월, 철쭉의 진한 몸부림을 느껴보며 자연의 일 부가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글 곽철호 사진제공 제주관광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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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육아를 만나다
상처를 감싸는 무조건적인 ‘사랑’ 2002년 作 이정향 감독
집으로>
<
가만히 있어도 콧잔등에 땀이 송글 맺혀오는 여름이면, 어린 시절 외갓집 시골에서 보낸 휴가 생각 이 난다. 외삼촌 복숭아밭에서 신나게 복숭아를 따던 날 밤, 내게 복숭아 털 알레르기가 있다는 사 실을 난생 처음 알았다. 외할머니는 마당에 있는 물 펌프질을 몇 번이고 해서 외손녀를 씻겨주셨다. 그제야 간지럽고 아팠던 몸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어찌 된 일인지, 내게 가장 인상 깊은 외할머니와 의 추억이 이것이다. 이 땅 모든 외할머니께 이 영화를 바친다는 감독의 말에 불쑥 눈물이 났다. 글 김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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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맘 May 2013
애정결핍
사랑한다는 말
시대를 막론하고, 세대를 막론하고 인간에겐 ‘외로움’
외할머니댁은 멀었다. 그래서 일 년에 한두 번 얼굴을
이란 본성과도 같은 것이다. 우리는 보통 사람과 달리 과
대하면 많이 만나는 편이었다. 그 짧은 만남 속에 외할머
잉되거나 너무 소극적인 행동을 보이는 사람에게 ‘애정
니는 너를 사랑한다거나, 너를 많이 좋아한다거나 등의
결핍자’ 라는 말을 사용하곤 하는데, 어쩌면 그들은 ‘외
이야기를 해주신 적이 없다. 다만, 여자아이는 예쁜 이불
로움’ 의 본성에 가장 솔직한 사람들이 아닐까. 그리고
에서 자야하고, 예쁜 그릇에다 밥을 먹어야 하고, 항상
과연 ‘결핍’ 이 없는 사람이 존재하긴 할까.
따뜻하게 하고 다녀야 한다고, 손녀 전용 이불을 장롱에
7살 어린 아이에게 퉁퉁거리며 말을 건네는 엄마, 말 못 하는 할머니에게 ‘병신’ 이라고 놀려대는 손자, ‘말’ 도
서 꺼내시고, 찬장 안쪽에 있는 아끼는 그릇을 꺼내셨으 며, 평소에는 잘 틀지 않는 보일러를 후하게 틀어주셨다.
‘글’ 도 모르는 할머니. 한 남자의 사랑을 받지 못한 여자,
영화 속 외할머니는 벙어리였다. 외손자의 버릇없는 말
부모의 살가운 사랑을 받지 못한 아이, 7세 외손자를 처
투와 행동에 꿀밤 한 번 주지 않고, 오히려 다락 깊숙한
음 보는 산골짜기 독거노인. 영화에 등장하는 이 세 명의
곳 라면 봉지에 담아둔 옛날 사탕을 꺼내어 주셨다. 한
주요 인물들은 모두 애정결핍자였다. 언뜻 보기에 가장
낮, 곤히 잠든 아이를 깨우지 않으려고 본뜨듯 빗자루 질
심한 결핍자는 할머니다.
을 하셨고, 말린 나물을 장에 내다 팔아 운동화를 사주 셨고, 자장면을 먹이셨다. 그리고 아이가 먹고 싶어 하는
겉으로 소통하는 도구들이 한계가 있고, 가진 재산도 없
치킨을 위해 궂은비도 마다하지 않으셨다.
으며, 그간 가족하나 찾아와 오붓한 시간을 보내본 적 없
자신은 비록 뜯어져 꿰매야 하는 고무신 한 켤레밖에
는 할머니. 하지만 할머니는 세상이 다 말할 수 없는 넉
없고, 찬거리 없는 밥상을 먹어야 하고, 여름 날 소나기
넉함으로 자신의 결핍엔 눈을 감고, 외손자의 결핍엔 무
를 맞아 호된 몸살을 앓아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한 사랑으로 대답하는 ‘외할머니’ 였다.
할머니는 말씀을 하지 못하신다. 하지만 누구라도 할머 니께 사랑은 말로 표현해야 한다고 덧붙일 수 있을까. 누 군가를 사랑할 때, 말은 꼭 필요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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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그 따뜻한 이름 영화 속 아이는 엄마가 “외할머니셔....” 라고 할머니를 소개할 때, “그게 뭔데!! ” 라며 냅다 소리를 쳤다. 그 차가운 음성이 가슴을 때리는 소리처럼 들렸다. 그럼에도 외할머니는 그 아 이의 엄마인 19살에 가출해 이제야 돌아온 딸에게 자고가라는 손짓만 한다. 세상이 그 딸을 모질고 힘든 인생으로 만들었을지라도, 엄마라는 이름의 사람은 자식에게 무조건 관대하다. 그리고 그 내리사랑은 손자에게 까지 이어져 ‘사랑’ 밖에 모르는 외할머니로 만든다. 삭막한 도시 속에서 그리고 사랑 없는 부모 속에서 자라 결핍 많고, 버릇없는 손자를 ‘육아’ 에 대한 어떤 지식도 상식도 없는 외할머니의 ‘사랑’ 그리고 ‘진심’이 변화시키는데서 이 영 화의 잔잔한 감동의 물결이 인다. 이제 손자는 외할머니 짐 보따리에 애정을 담아 초코파이 하나를 넣는다. 그리고 아끼는 로봇 그림이 그려진 엽서를 할머니가 아프고, 자신이 보고 싶 을 때 보낼 수 있도록 선물한다. 그리고 헤어짐에 슬퍼하고, 눈물을 흘릴 줄 아는 따뜻한 아이 로 외할머니댁을 나온다. ‘무조건적인 사랑’ 이 누군가의 비뚤어진 마음의 특효약이었다는 것, 이것이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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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맘 May 2013
on the cover
한여름밤의 선물 무더운 여름, 고통스런 시간이 시원한 소낙비처럼 지나가며 내 품에 울음소리와 함께 네가 안기던 그날이 아직도 생생하기만 한데… 우리 딸, 벌써 첫 생일이 되었네. 축하한다! 초보 엄마 아빠 덕분에 부딪혀서 상처가 나기도 하고 졸린 걸 모르고 우유만 계속 줘서 울리기도 하고 미안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야. 그래도 엄마 아빠가 널 사랑하는 마음은 누구보다도 크다는 걸 알고 있지? 혜온이가 엄마 아빠를 보며 배냇짓을 했을 땐 세상에 부러울 게 없었고 뒤집기를 했을 때나 이가 났을 때는 마냥 신기했단다. 처음 옹알이를 하며 엄마라 불렀을 때는 감동이었고 첫 걸음마를 뗐을 땐 너무 자랑스러워서 세상을 다 가진 듯 기뻤단다. 지금처럼 건강하고 사랑이 가득한 아이로 자랄 수 있도록 엄마 아빠가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게. 많이많이 사랑한다.
아빠 양홍서 / 엄마 이지혜 / 자녀 양혜온
아이를 주제로 한 엄마·아빠의 사진을 공모합니다. 매달 15일까지 네이버카페 ‘스마트한맘’으로 사진과 소개 글을 보내주세요. 채택된 분께는 소정의 사은품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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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가 사는 법
사랑과 의리로 다져진 행복 을 이야기하다 배우 김보성의 또 다른 이름 ‘아빠’ ‘의리’하면 떠오르는 배우가 있다. 바로 김보성이다. 젊은 시절 하이틴 청춘스 타로 이름을 알렸을 때도, 영화와 드라 마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을 꾀하 면서도 ‘의리’로 다져진 그의 인생관은 변치 않았다. 사람 간에 신뢰보다 이해 관계가 더 앞서는 요즘, 그런 그의 고 집은 오히려 순수해 보인다. ‘의리’로 뭉친 그의 삶 그리고 아빠로서 살아가 는 일상의 이야기. 글 황정호 사진 김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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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맘 May 2013
트레이드마크인 검은 선글라스에 독특한 카리스마를 풍기 는 배우, 많은 배우들이 한번쯤 그러한 콘셉트를 연출하곤 하지만 오랫동안 유지하는 경우는 드물다. 김보성은 그런 면 에서 자신만의 색깔이 확실한 배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강한 색깔이 배우로서 때론 마이너스가 되기도 한다. 주어지는 역할이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김보성은 그런 핸디캡 조차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 항 상 ‘의리’를 외치는 그를 보고 있노라면 남다른 고집이 느껴 진다. 배우로서 때론 그러한 순수함 탓에 우여곡절도 적지
“2003년 영화 ‘최후의 만찬’을 끝으로 오랜 공백을 경험하면
않게 겪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의 신념을
서 ‘정말 최후의 만찬이 되는 거 아닌가’ 싶었어요(웃음). 그
단 한 번도 의심한 적이 없다. 그런 신념 덕분에 늘 자신에게,
와중에 많은 일들이 있었죠. 그렇게 오랜 기간 쉬면서 많은
그리고 가족에게 떳떳하고 당당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우직
희노애락을 경험했어요. 제가 진정 어떤 마음에서 우러나오
한 그의 삶에 언제나 박수를 쳐 주는 아내 그리고 두 아들이
는 연기를 했었던가를 되뇌어 보니 그때그때에만 충실한 연
있기에 그의 삶은 늘 자신감으로 넘쳐있다.
기를 해왔다는 것을 깨달았죠.”
대박은 터뜨리지 못했지만 얼마 전 개봉했던 그의 영화 ‘영
그런 그에게 다시 기회는 찾아왔다. 바로 영화 ‘영웅:샐러멘
웅 : 샐러멘더의 비밀’은 그런 그의 신념이 고스란히 녹아 있
더의 비밀’이 그것이다. 엄청난 물량이 투입된 러시아 액션
다. 러시아에서 제작한 영화지만 역할은 ‘한국에서 온 정의
블록버스터로 세계적인 이종격투기 선수로 유명한 표도르
로운 영웅’이다. 우연히 시나리오를 전달받았던 그는 개런티
가 함께 출연해 더욱 화제가 됐다.
도 촬영 일정도 따져보지 않은 채 무조건 출연을 결정했다
그가 연기한 국가정보원 장현우 역할은 20년 연기 인생 동
고 한다. 한국인이 히어로로 나오는 외국 영화가 거의 없는
안 꿈꿔왔던 캐릭터였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불혹의 나이
상황에서 ‘애국심으로라도 꼭 출연해야 겠다’고 생각했다는
에 액션연기에 도전하는 것은 무리수를 둔 부분이 없지 않았
그. 영화 속에 김보성은 어떤 해외 진출 한국 스타보다도 많
다. 하지만 크고 작은 액션씬에서 그는 대역을 쓰지 않고 몸
은 한국어 대사로 연기를 펼쳤다. 한국 개봉 성적은 기대에
소 열연을 펼쳤다. 과거 스턴트맨의 경력도 있었지만, 진정한
못 미쳤지만 러시아와 유럽에서 개봉했던 영화는 독일에서
연기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몸을 아낄 수 없기 때문. 그런 그
큰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배우로서도 그렇지만 두 아들에게
의 열정에 현지 스텝들까지도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자랑스러운 아빠의 모습을 보여줬다는 생각에 더욱 행복하
그러나 문제는 국내 개봉이었다. 2009년 이미 촬영을 마치
다는 그. 배우로서 그의 모습과 함께 ‘의리’있는 가장, 그리고
고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정작 국내 개봉은 시일을 잡을 수
아빠로서 이야기를 들어 봤다.
없었던 것. 결국 국내 개봉하기까지 4년이란 시간이 필요했 다. 개봉 이후 기대했던 성적은 거두지 못했지만 그에게는
우여곡절이 많았던 영화, 그러나 보람 있었다
출연 자체가 의미있는 일인 듯했다.
1989년 당시 큰 성공을 거두었던 영화 ‘행복은 성적순이 아
“제 20년 연기 인생을 집대성한 영화라고 할 수 있죠. 거친
니잖아요’는 이미연, 김민종과 함께 풋풋하고 신선한 이미지
액션과 90%가 영어 대사였던 탓에 쉽진 않았지만 이번 영화
로 등장한 김보성을 스타덤에 오르게 한 데뷔작이다.
를 통해 제 스스로도 어느 정도 만족할 만한 연기다운 연기
이후에도 ‘사랑이 꽃피는 나무2’에서 권투선수 역할을 하며
를 했다고 자부합니다. 배우로 살아오면서 가장 해 보고 싶
터프가이라는 닉네임을 얻은 그는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었던 영웅적인 캐릭터를 연기하게 돼 여한이 없어요(웃음).”
자신만의 독특한 캐릭터를 구축해 왔다. 그렇게 이어온 연기 인생이 벌써 20년에 접어들었지만 최근 10년간의 공백은 배
한편 오랜 연기생활을 이어와 어느덧 중견 배우로서 많은
우로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그에게도 쉽지 않은 절치부심의
후배들의 활동을 지켜보는 입장에서 그가 강조하는 것은 배
시간들이었다.
우로서 연기에 대한 고민과 진지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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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연기자들을 보면 다들 잘해요. 제가 데뷔할 때만해도 연기에 대한 트레이닝이 안됐던 부분이 있었고 연극하던 투 가 박힌 배우들도 있었는데 지금은 너무 자연스럽게 하죠. 아직 제 입장에서 어떻다고 말하긴 그렇지만, 부족함이 없는 시대에 태어난 후배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좀 더 고민하고, 인간에 대해 생각하는 진중함이 더해졌으면 한다는 것이죠. 연기를 하는 목적이 누구나 다 똑같지 않겠지만 중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거죠. 제 개인적으로는 희망과 감동이라고 생 각하는데, 잘하고 있는 후배들이니까 더 잘해나갔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실패는 인생의 과정 그는 오래 전 주식으로 전 재산을 잃고 집까지 이사를 해야
관을 인정해주는 아내 박지윤 씨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했던 시련을 겪어야 했다. 그는 방송에서 그런 이야기를 가
아내 역시 모든 게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다. 남편이 ‘의리’로
감없이 털어놓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배우의 입
마시는 술 때문이다. 언젠가 금주 대국민선언까지 하고도 작
장에서 그러한 허물을 숨길 수도 있었지만, 좌절하기 않았기
심삼일이었던 남편. 몇 년 전에는 저혈당 증세로 위험한 상
에 굳이 숨길 필요가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황에서 유언동영상을 남기기까지 했다. 연애 시절과 신혼 때 까지 술을 마시지 않던 남편이기에 더욱 걱정스럽다.
“원래 감추지 못하는 성격이에요. 아내는 그런 부분이 좀 속 상할 수도 있을 거예요. 물론 저도 자존심이 상하긴 하지만,
“덩치만 크지 때로는 아들 셋을 키우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
요즘 경제가 어렵다보니 곤란한 상황에 처한 사람이 저 뿐만
이 들 때도 있어요(웃음). 그렇지만 본인이 즐기기 위해 술자
이 아니잖아요. ‘김보성도 이렇다. 나도 힘내서 파이팅하지
리에 가는 경우는 드물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안타깝죠. 몇
않느냐, 그러니까 나를 보면서 용기를 얻고 같이 힘을 내자’
년 간 꽤 오래 쉬고, 주식 실패로 어려움도 겪으면서 나름대
는 의미죠.”
로 해결책을 찾기 위해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대부분이었어 요. 한국 사회라는 것이 술자리를 안 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니
하기야 그에 앞서 이미 방송을 통해 한쪽 눈이 실명한 사실
까요. 나름대로 잘 해보려고 하는데 안 되니까… 내색을 안
을 밝혔던 그이기에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당시에는 장애
하려고 하면서도 끙끙거리는 게 보이니까 안쓰러운 마음이
인 복지카드까지 보이며 몸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로했던 그
이루 말할 수 없었어요. 저도 물론 속은 상하지만 과거는 잊
에게는 그러한 행동까지도 일종의 ‘의리’였다. 그가 펼치는
으라고 말해요.”
‘의리’에 대한 나름의 논리는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그래도 요즘은 술을 마시는 횟수가 그나마 많이 줄어 다행 “물론 개인대 개인의 의리도 중요하죠. 그렇지만 제가 생각
이라고. 때론 아내 말을 듣지 않고 지인들의 부탁을 거절하
하는 것은 좀 더 포괄적인 개념이에요. 배우와 남자로서 국
지 못하는 남편이지만, 아내와 아이들을 끔찍이 생각하는 마
민과 국가, 나아가서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인류애적인 의
음을 잘 알고 있기에 섭섭하지는 않다.
리죠. 그렇다고 어리석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과 악수하 지는 않아요. 의리로 도둑질을 할 수는 없으니까요(웃음).”
“다른 것은 몰라도 평소 저와 아이들에게 숨기는 것이 없어 요. 사랑한다는 표현도 자주하고 다정다감해요. 그런 부분에
하지만 의리가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가장의 입장에서면
서는 백점 남편이에요. 핸드폰 문자로도 수시로 사랑한다고
때론 비겁한 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생기게 마련.
말하고 화이트데이는 물론 각종 기념일은 먼저 챙겨요. 촬영
그러나 이 역시도 그에게는 예외다. “조금 편해지기 위해 세
때문에 아이들 하고 떨어질 때는 눈물까지 보이죠. 솔직히
속적인 부분과 타협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 그의 지론. 그가
여자는 남자가 비싼 걸 사주는 것 보다 사랑한다는 말 한마
이처럼 흔들림 없는 의지를 가질 수 있는 것은 그러한 가치
디에 하루가 행복하잖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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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맘 May 2013
그런 아내를 보며 왠지 더 미안한 마음이 드는 듯 멋쩍게 고개
이름을 ‘정우’와 ‘영우’로 지은 것도 ‘정의로운 영웅들이 되라’는
를 돌리는 그. 그래도 절대적인 믿음을 보여주는 아내와 아빠가
듯에서 ‘정’자와 ‘영’자를 따서 지은거에요(웃음).
최고라고 생각하는 아이들이 있기에 든든하다. 비록 실패를 맛 봤지만, 웃을 수 있는 것도 이런 가족이 있기 때문이다.
열세살과 열두 살, 연년생인 탓에 엄마를 버겁게 하는 개구쟁이 들이지만, 언젠가는 자신의 뒤를 이어 멋진 사나이로 거듭날 아
“이런 저런 인연에 의해서 투자를 하고 보증을 섰지만, 제 욕심
이들을 생각하니 흐뭇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런 아이들에게
이 개입된 부분도 없지 않았던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에게 큰
그가 물려주고 싶은 정신적인 유산은 역시 ‘의리’다.
도움을 주고 싶다는 일종의 영웅심 때문에 조바심을 냈던 것 같 아요. 사실은 아직도 그런 야망은 있어요. 사나이의 진정한 야망
“진정한 인생의 성공은 스스로가 만족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죠(웃음). 실패 역시도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실패
아이들 역시 자라면서 많은 과정을 겪을 테지만, 자기 자신에게
를 겪으면서 새로 깨달은 것도 있죠. 제 인생 자체는 아이들과
속지 않는 사람이 됐으면 해요. 돈을 많이 벌고 명예를 얻는 것
아내를 위해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좌절하고 실의에 빠
도 중요하지만, 적어도 제 아이들은 남과 나를 차별하지 않고 욕
질 시간이 없어요. 가족들과 함께하는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할 뿐
심을 초월하는 인생을 살아가길 바랍니다. 물론 그런 삶이 쉽지
이죠.”
는 않겠죠(웃음). 하지만 그것을 실천할 때 건강하고 남을 배려 할 수 있는 힘과 에너지가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정의로운 영웅들’이 되길 바라는 아빠의 마음
어떤 상황이 닥치든지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죠.”
그의 어린 시절은 남달랐다. 사업을 했던 부친 덕분에 수영장이
그가 하는 말 하나하나에는 숨길 수 없는 진심이 녹아들어 있
딸린 저택에서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했던 것. 그러나 행복한 시
었다. 이는 단지 아이들에 대한 바람만이 아닌, 한 사람의 가장
절도 잠시, 부친의 사업 실패로 인해 산동네로 내몰리는 경험까
으로서 또한 만인의 시선을 받는 배우로서 진지하고 당당한 삶
지 해야 했다. 유독 굴곡이 많았던 지난 시절을 떠오를 때면, 아
을 살려고 하는 스스로에 대한 다짐이기도 하다. 농담처럼 들리
빠로서 구김 없이 자라 주고 있는 두 아들이 고마울 따름이다.
는 “대한민국이 의리공화국이 됐으면 좋겠다”는 그의 말이지만 그 속에는 진정한 남자의 순수함이 담겨 있었다. 새로운 활동을
“아이들에게도 솔직한 아빠이고 싶어요. 제가 살아온 방식대로
앞두고 있는 그의 ‘제 2의 전성기’를 기대해 보며 힘든 시련 속
아이들 역시 ‘정의’를 가슴에 품고 살아가길 바랍니다. 아이들
에서도 변함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삶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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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이름으로
딸바보 개그맨 이동우 장애인의 권익을 위해 사는 삶 오래 전 개그맨으로 결성 된 그룹 ‘틴틴파이브’는 아직도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틴틴파이브’의 멤버로서 남다른 재치와 가창력으로 팬들을 사로잡았던 이가 바로 이동우였 다. 그러나 그의 인생이 항상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몇해 전 찾아온 망막색소변성증이란 불 청객이 그의 시력을 빼앗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미소 짓고 있다.
글 황정호 사진 김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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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맘 May 2013
프로야구 시즌이 이어지고 있는 요즘 문득 지난 시즌 감동
이야기를 했어요. 그때부터 느낌이 좋지 않더라고요. 불안
적이었던 장면 하나가 떠오른다. 바로 두산 베어스와 롯데 자
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는데 아내가 나와 어두운 표정으로
이언츠의 경기에 시구자로 나선 이동우의 모습이다. 시각장
들어가서 같이 이야기를 듣자고 하더군요. 그런데 의사 역
애를 이겨낸 개그맨으로서 긍정의 아이콘이 된 그는 언제나
시도 말을 잘 못하고 ‘그래도 할 일이 있지 않겠느냐’며 무조
처럼 웃음을 띈 표정으로 마운드에 올랐다. 그의 곁에는 세상
건 위로부터 하는 거예요. 아마 제 직업이 연예인이라는 것
무엇보다 소중하게 생각하는 딸 지우가 함께 했다.
때문에 의사도 어떻게 이야기할 지 당황했었던 것 같아요.”
그의 눈에서 빛을 빼앗아 간 망막색소변성증은 지우가 태어 나기 전인 8년 전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망막색소변성증이란
망막색소변성증이라는 진단을 받은 후 그와 아내는 서로
눈의 시세포가 유전체적 영향으로 퇴행하면서 시간이 흐를
아무 말이 없이 집으로 돌아왔다. 당시 삼십대 중반, 게다가
수록 점차 눈 앞의 세상이 좁아져 터널처럼 되다가 끝내 실명
갓 결혼을 한 그에게 운명은 너무도 가혹하게 느껴졌다. 절
에 이르게 되는 질환이다.
망하는 남편을 지켜봐야했던 아내의 마음 역시 그보다 덜
절망에 가까운 좌절도 경험했고 ‘왜 하필 나인가’란 분노도 지나갔다. 끝에 남은 것은 ‘평온’이었다.
하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저 역시 정말 아무런 생각을 할 수 없었어요. 그저 놀라서
3년 전 그는 자신의 상태를 세상에 처음 알렸다. 연예인이라
멍하기만 했죠. 그러다 어서 다른 병원에 가서 다시 검사를
는 직업을 가진 그로서는 세상에 그러한 사실을 알리기까지
받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적잖은 고민과 두려움을 극복해야만 했다. 그러나 끝내 고백 한 이유는 ‘자유롭기 위해서’였다. 그러한 용기를 얻기까지, 변치 않는 믿음으로 그의 곁을 지켜 준 아내와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딸이 큰 힘이 됐음 은 물론이다.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아파해준 친구들 역 시 마찬가지. 소중한 이들의 응원과 사랑은 그에게 새로운 도 전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이 됐다. 이후 그는 연극배우로 무대에 서기도 했고 여전히 틴틴파이 브의 멤버로 친구들과 함께했으며, 라디오 진행자로 삶에 지 친 이들을 위로했다. 또 MBC의 다큐멘터리 ‘휴먼다큐 사랑’ 에 자신의 이야기를 공개하면서 장애로 힘겨워 하는 이들에 게 희망을 주고자 했다. 그런 그의 삶은 여전히 빛나고 있다.
어둠이 드리워졌을 때
믿고 싶지 않은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다. 극도의 공황상태 를 경험한 뒤 오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백방으로 다른 병원을 찾아 재검사를 받았다. 그러나 결과는 항상 마찬가 지였다. 더구나 처음 사실을 접했을 때의 충격은 강한 거부 와 부정의 시간이 지난 이후 감당해야했던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일말의 희망마저 사라진 뒤 찾아오는 것은 분노였어요. 자 포자기한 상태로 하루 종일 화만 났죠. 그 시기가 굉장히 길 었어요. 아마 5년 중 3년은 그 단계에 머물러 있었던 것 같 아요. 그 와중에 우울증도 같이 겪어야 했죠. 마구 화를 내고 폭발을 하다가 급작스럽게 우울증이 오고, 극단적인 생각을 하기도 했어요. 어느 시기가 가장 절망적이었는지 가늠하기 도 어려울 정도로, 하루에도 열 번 씩 좌절하고 절망했죠. 5 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러한 단계를 거치면서 결국 수긍을
그의 인생에 예기치 못한 어둠이 드리워 진 것은 5세 연하
하게 됐어요. ‘이제 정말 난 장애인이구나. 그렇다면 어떻게
의 아내 김은숙 씨와 행복을 꿈꾸며 결혼 생활을 시작한 지 3
살아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비로소 내일을 생각하고
개월 만의 일이었다. 이미 연애 당시부터 야맹증 증상을 감지
발전적인 방향을 모색하게 되더라고요.”
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것이 화근이었다. 결혼 후에도 바쁜 일상 탓에 하루 이틀 병원 방문을 늦추었던 것. 결국 남 편의 야맹증 증상이 점점 심해지는 것을 보다 못한 아내가 병 원을 예약했다.
그가 상상하기 힘든 절망을 극복하고 마음을 다잡을 수 있 었던 것은 온갖 짜증을 묵묵히 받아주며 함께해 준 아내와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딸 지우 덕분이었다. 해맑은 얼굴로 재롱을 떨며 아빠에게 기쁨을 선사하는 천진난만한 지우의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약 좀 먹으면 되겠지’하는 마음으로 가
얼굴을 바라보던 아내는 “남편이 자랑스럽다”며 힘겨웠던
볍게 병원에 갔죠. 검사를 하던 의사가 저를 내보내고 아내와
지난 기억들을 조심스레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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죠. 하지만 항상 자랑스러운 가장의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 에 실망하지는 않아요. 정말 완전히 눈이 보이지 않는 그날 이 온다고 해도 남편은 더 큰일을 할 수 있을 테니까요.” 아내의 소망은 남편이 지금처럼 조금이나마 볼 수 있을 때 가족과 함께 많은 것을 보고 경험하는 것이다. 그 추억은 앞으로 남편이 살아가는 숱한 날들 속에 가족 모두에게 힘 이 되는 행복으로 남을 것이기 때문이다.
마음 속 빛을 찾아 “제 자신이나 가족만을 위한 삶은 의미 없다는 것을 깨달 았어요. 제가 태어나서 살아올 수 있었던 것은 저 혼자만의 힘이 아니었어요. 저를 지켜주는 가족이 있었고 또 제 가족 을 지켜주는 누군가가 분명히 존재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죠. 그렇게 따지고 보니 은혜를 갚아야 할 사람도 많고, 제가 도움을 줘야하는 사람들도 너무 많더군요. 전혀 모르 는 분들까지도 다가와 제 손을 잡아주는, 그런 사랑과 뜨거 운 관심을 무슨 자격으로 받기만 할 수 있겠어요. 받았으니 까 줘야한다는 단순한 논리는 아니에요. 그로인해 제 마음 도 같이 뜨거워졌다는 거죠. 분명한 것은 제가 가지고 있는 재능이 허락하는 앞으로는 누군가를 위하는 삶을 살 겠다 “처음 남편의 병을 알았을 때도 힘들진 않았어요. 결혼을 하
는 겁니다.”
면서 제게 ‘돈을 많이 벌어 행복하게 해줄 수는 없어도 지금 의 모습을 영원히 보여주겠다’고 했거든요. 항상 한결같았
이러한 그의 마음은 어린 딸 지우를 키우면서 더욱 확고해
으니까… 그렇게 온화하고 진중한 사람인데 병이 진행 돼
진 결심이기도 하다. 앞으로 커나가면서 ‘장애인 아빠를 둔
눈이 잘 안보이면서부터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다보니 스스
아이’로 행여 친구들의 놀림에 상처받지도 모를 딸에 대한
로 힘들어했어요. 그러면서 짜증이 많아졌죠. 평소 같으면
걱정을 털어놓는 그. 게다가 자신의 병이 유전적인 영향으
화낼 일도 아니었는데 쉽게 언성을 높이는 남편의 변해가는
로 딸에게까지 발병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불안감이 없진
모습을 지켜보며 저 역시 많이 안타까웠어요.”
않았다.
적지않은 시간이 걸렸지만, 포기하지 않고 다시 새로운 도
“어린 아이들의 경우 악의가 없다 해도 상처받을 수 있는
전에 나서는 남편을 보며 아내는 가슴 속에는 또 다른 희망
말을 하잖아요. 그런 생각이 드니까 막막하더라고요. 그래
이 깃듦을 느낀다. 하지만 그런 아내에게 이동우는 꼭 한번
서 더욱 나중에 지우가 커서 그런 아이들의 말에 아랑곳 하
원망을 들은 적이 있다. 당시의 이야기를 이어가는 아내의
지 않을 수 있는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고 싶어요. 유전적인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부분에 대해서도 물론 걱정이 됐죠. 하지만 그게 전적으로 유전적인 문제는 아니라고 하더군요. 사람이 하는 걱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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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이 심해지면서 남편 스스로도 점자 공부 등을 하며 준비
반 이상이 인력으로 해결 할 수 없다고 하잖아요. 지우에게
를 많이 하고 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책상에 하모니카가 놓
혹시 유전이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은 지금 제게 주어진 시
여져 있는 거예요. 이게 뭐냐고 하니까 하모니카를 배우고
간에 대한 모독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지우가 혹 저와 같은
있다고 하더군요.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흔히 앞을 못 보시
병에 걸릴지 안걸리지는 지금으로서는 운명이라고 밖에
는 분들이 하모니카를 불잖아요. 왜 하필 하모니카냐고 물
할 수 없지만, 만일 같은 병을 가지고 있다 해도 분명히 그
으니까 ‘정말 아무것도 못할 때는 밖에서 아무데서건 하모
안에 고칠 수 있는 의학적 발전이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어
니카라도 불 수 있지않겠냐’고 하더군요. 그땐 너무 화가 났
요. 걱정과 두려움은 이제 접었습니다.”
더 맘 May 2013
그는 3년 전 자신의 생각을 실천하는 첫 프로젝 트를 진행했다. 자신에게 찾아온 어둠으로 인해 중단 됐던 ‘틴틴파이브’의 앨범을 재개하고 그를 통해 어려운 사람들을 돕겠다는 것. 그래서 탄생 한 것이 <다섯남자의 다섯 번째 이야기>이다. 가 장 큰 힘이 되어준 것은 8년 전 그가 병에 걸렸다 는 사실을 알고 함께 울어준 ‘틴틴파이브’ 멤버들 이다. 이를 통해 그는 과거에 대한 반성과 함께 벅 찬 감동을 경험하고 있다. “사실 예전의 저는 좋은 일에 동참하자고 하면
초록색 연못위엔 돛단배 모는 노인
‘나하나 살기도 힘든 세상’이라는 생각에 늘 발을
산들 바람 타고서 내려앉아 인사를 드렸죠
뒤로 뺐어요. 그랬던 제가 멤버들에게 이런 제안
얘들아 반갑구나 내말 좀 들어 보렴
을 하는 것이 과연 맞는 일인가 고민을 하다가 무
불을 뿜는 괴물들이 나타나서 모든 걸 앗아갔지
작정 이야기를 했죠. 하나같이 무조건 돕겠다고 하더군요. 제 조그만 생각에 힘이 보태지면서 눈
Fly away Fly away
덩이처럼 사람들 모이는 것을 보며 진정한 마음
어린사자는 용기를 냈고 거북인 지혜를
은 통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무당벌레는 작은 칼 들었지
당시 그는 멤버들과 함께 앨범을 만들며 제 2의
비바람 몰아치는 계곡을 지나가니
인생을 시작하는 심정으로 딸 지우에게 무언의
밝은 달이 구름에 가려지고 박쥐가 날았죠
약속을 했다. 가급적 아름다운 말과 생각, 사람에
공주님 있는 힘껏 용기 내 소리쳤죠
대한 사랑을 실천하며 살겠다는 것이다. 앨범에
어서 모습을 드러내 괴물들아 용서치 않을 거야
담긴 곡 중 <지우의 꿈>을 듣다보면 그런 그의 특
이길 수 있을 거야 이길 수 없다 해도
별한 결심이 느껴진다. 가혹한 시련 앞에서도 ‘아
내가 가는 길 결코 외롭진 않아 끝까지 싸울 거야
빠’라는 이름으로 긍정적인 삶을 추구하고 있는 그의 삶에 다시 한 번 박수를 보낸다.
- 틴틴파이브 5집 <다섯 남자의 다섯 번째 이야기> 수록곡 ‘지우의 꿈’ 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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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린 음식 이야기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음식을 즐길 수 있는 방법 패스트푸드에 반대되는 개념인 슬로우푸드가 세계적인 이슈이다. 각 지역의 전통적이고 건강한 식생활과 문화를 지향하는 음식인 슬로우푸드는 한마디로 느리지만 건강한 음식이다. 이러한 슬로우푸드는 한국인들에게 생소한 개 념은 아니다. 이는 아마도 한국의 전통적인 식생활과도 많 이 닮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은 햄버거, 피자 등의 패스트푸드가 흔한 식습관이 되 어 버렸지만, 옛날 한국의 식탁은 소박했다. 갓 지은 밥에 나물반찬과 국이 차려져있는 밥상이 대부분을 차지했기
기지만 음식에 있어서 활용도는 높다. 된장을 넣고 시래기
때문이다. 단백질 섭취는 두부와 콩, 된장이 있었고 비타민
를 넣어 푹 끌이면 구수한 감칠맛의 시래기국, 참기름에 갖
섭취는 각종 채소와 과일들로 충분했다. 하지만 부족한 것
은 양념으로 무치면 시래기나물, 또 입맛이 없을 땐 불린 쌀
이 있다면 바로 겨울철의 먹거리였다.
에 된장을 넣고 시래기를 툭툭 잘라 넣어 푹 끓여내면 별미 인 시래기죽이 탄생한다.
추운 겨울, 수확 철이 끝난 후는 항상 먹을 것이 부족하기 일쑤였다. 그래서 보릿 고개라는 말도 있지 않았는가. 가을 의 양식이 다 바닥나고 이듬해 4~5월의 햇보리가 나기 전 까지 먹거리가 부족했던 시절의 보릿고개는 경험해 본 사
무청 속에 섬유질이 풍부해 대장운동을 활발하게 해주니 건강에도 좋고, 소화도 잘 된다. 게다가 적게 먹어도 포만감 을 주기 때문에 그 당시 시래기보다 톡톡히 효자 노릇을 해 내는 음식도 없었을 것이다.
람만이 안다. 지금의 젊은 세대들에게 보릿고개가 뭔지 물 어보면 아마 자신이 모르는 지명 이름으로 생각하는 게 일
채소 섭취는 시래기로도 충분하긴 하지만, 향긋한 감칠맛
반적이다. 그렇게 부족한 시절, 양식을 오래 보관하기 위해
을 위해서 밥상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또 나물이다. 봄과
서는 건조가 필요했다. 식재료를 볕 좋은 곳에 잘 말려두
여름에 채취한 나물을 햇빛과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서 잘
면, 겨우내 먹을 양식이 확보되는 것이다. 푸른 무청을 겨
말리면 영양소를 파괴하지 않고 그 향기와 맛을 온전히 느
울 내내 말린 시래기는 대표적 한국의 전통 건조 음식이다.
낄 수 있다. 겨울철은 더군다나 영양소가 부족해지기 쉽기 때문에 이러한 나물의 섭취는 건강에도 반드시 필요하다.
무청을 윗동까지 싹둑 잘라 통풍이 잘 되는 그늘에서 잘 말리면 시래기가 만들어진다. 햇빛에서 말리게 되면 엽록 소가 많이 파괴되고 또 잘못 말리는 경우 질겨지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보기에도 초라하고 이름도 볼품없는 시래
특히 나물에는 비타민D가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겨울철 부족한 비타민 보충에도 으뜸이다. 나물의 종류는 곤드레 나물부터 취나물, 고사리, 가지 등등 셀 수 없이 많 으니 부지런한 집은 종류마다 가득 나물을 말려 집에서 겨 울 내내 즐겼다. 말린 나물은 따뜻한 물에 담가 하룻밤 정도 잘 불려놓은 다음에 푹 삶아 헹궈내 참기름에 볶아 먹어도 그 향이 잘 살아나고 밥과 죽으로 함께 먹어도 질리지 않는 별미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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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맘 May 2013
과거 선조의 지혜를 엿볼 수 있었던 것은 시래기, 나물뿐 만이 아니다. 요즘은 말린 과일이 대중화되어 간식으로 대 부분 섭취하지만 과거의 대표적인 말린 과일은 바로 곶감 이었다. 단감이 아닌 먹을 수 없는 떫은 감을 깎아서 말린 것이 바로 곶감이다. 감을 말리면서 떫은 맛의 탄닌이 불활 성화되면서 단맛이 자연스레 생겨난다. 곶감 표면에 생겨나는 햐얀 분가루는 바로 단맛의 포도당 과 과당이 넘쳐 나온 것이다. 곶감은 건조 기간에 따라 제 품이 분류되는데 평균적으로 짧게 40여일 정도를 말린 것 을 반건시라고 부르며 그 이상 말린 것이 곶감이다. 말린 과일은 쉽게 과일을 섭취할 수 있다는 것과 동시에 반건시는 곶감보다 더 말랑하고 촉촉한 식감을 가지고 있
영양소가 파괴되지 않고 더 풍부해진다는 장점이 있다. 과
는 음식이다. 또한 감의 껍질을 벗겨 서너 조각으로 잘라
일 속에 함유된 식이 섬유가 건조 과정에서 응축되기 때문
말린 것은 감말랭이라고 불린다. 감말랭이는 우리네 전통
에 과일을 생으로 먹었을 때보다 증가한다. 바나나는 6배
간식거리로써 쫄깃하면서도 달달한 맛으로 오랫동안 사랑
이상 증가하며, 귤은 자그마치 9배 이상 증가한다. 이러한
받고 있다. 또한 곶감은 오랫동안 먹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식이 섬유는 변비에 효과적이기 때문에 어려 번에 걸쳐 나
영양소도 풍부하다. 비타민A가 건조과정에서 풍부해지기
눠먹는 것이 좋다. 특히 말린 사과는 수용성 식이 섬유 성
때문인데, 이를 핑계로 과도하게 섭취하게 되면 당분이 지
분을 가지고 있어 장내 환경을 개선하며 건조 과정에서 펙
나치게 되기 때문에 과유불급의 음식이기도 하다.
틴 성분이 증가한다. 생사과에는 100mg당 펙틴 함유량이
곶감 이외에도 요즈음은 가정에서 쉽게 말린 과일을 섭취
0.5mg인 반면 말린 사과에는 3.7mg이 함유되어 있다. 하
할 수 있다. 오븐과 전자렌지의 대중화로 인해 집에서도 쉽
지만 말린 과일은 생과일보다 칼로리 함양이 높아 과다 섭
게 과일을 건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하루 안에 쉽게 과
취시 비만의 원인이 될 수도 있기에 항상 적당하게 먹어야
일을 건조시켜 잼과 차 등으로 섭취가 가능하다.
한다는 인식이 중요하다.
또한 샐러드에 곁들여 함께 먹으면 바삭하고 쫄깃한 식감 이 잘 살아나기도 한다. 이렇게 간식으로 이용함과 동시에 우리네 전통 고추장과 된장에 섞어 2~3일간 숙성시킨 이 후 참기름에 버무려 내면 장아찌 반찬으로도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여러모로 변주가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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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렇게 나물과 과일로 비타민 섭취 뿐 아니라,
한편, 황태는 어떠한가. 명태를 한 겨울철에 일교차가 큰
겨울철 단백질은 어떻게 섭취했을까. 선조들은 풍부한 생
덕장에 걸어 얼었다 녹였다를 반복해 건조시키는 말린 북
선도 말리는 데 정통해 있었다. 아직까지 사랑받고 있는 과
어가 바로 황태이다. 강원도 인제의 용대리 마을 등지가 대
메기와 황태는 한국의 대표적 건조 생선이다. 먼저 과메기
표적인 황태 덕장인데 이 지역의 황태들은 추운 즉시 얼어
를 살펴보자. 과메기는 청어나 꽁치를 겨울 내 추위에 얼렸
버려 생선의 비린내가 잘 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명태를
다 녹였다를 반복해 말려내 건조시키는 겨울철 별미다.
덕장에 걸기 위해서는 영하권의 날씨가 10일 이상 지속되 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충족시키는 것이 바로 용대리 마을
그 중의 진짜는 청어를 통째로 말려낸 통말이다. 해풍을
이다. 황태는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다.
단단하게 맞고 건조한 통말이는 공장에서 쉽게 건조시킨 과메기와 맛의 차원이 다르다. 숙성의 시간을 통해 비린내
명태를 냇물에 담가 염분을 뺀 다음 덕장에 3개월 정도 건
는 사라지고 남아 있는 생선 내 기름기가 고소하고 담백한
조시키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만큼 맛으로
맛을 자아낸다. 이렇게 제대로 된 과메기는 미역과 배춧잎
보상하는 것이 바로 황태이다. 고추장과 갖은 양념을 버무
과 함께 곁들일 필요도 없이 그 하나만 먹어도 일품이다.
려 숯불에 구워낸 황태 구이는 별미 반찬으로도 인기다. 또
하지만 최상품 과메기는 항상 비싸고 구하기가 힘들기 때
한 황태를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내 육수와 함께 푹 끓여
문에 보통 일반인들이 접하는 것은 4~5일 정도 반건조되
내면 황태 해장국이 탄생한다. 애주가들의 단골 숙취 해소
어 시판되는 꽁치과메기다.
음식인 황태 해장국은 실제로도 그 효과를 입증되었다. 황 태가 신장 기능을 개선시키며 두통에 효과적인 음식이기
이러한 과메기는 김이나 미역, 배춧잎과 곁들여 쌈을 싸서
때문이다. 인체 해독 효능까지 있다고 하니 숙취 해소 음식
먹으면 나름의 쫀듯한 과메기 맛을 즐길 수 있다. 과메기는
에 적격인 것이 황태이기도 하다.
훌륭한 맛뿐만 아니라 동맥 경화와 고혈압을 예방하는 영 양 음식이기도 한데, 쉽게 접할 수 있는 음식이 아니어서 문제이다. 제대로 된 오리지널의 최상품 과메기는 미식가 들의 입소문을 따라 쉽게 동이 나는 음식이기 때문이다.그 래서 항상 귀를 열어 놓고, 질 좋은 과메기를 먹기 위해서 는 갖은 노력이 필요하다고들 말한다.
고유의 감칠맛으로 아직까지 사랑받아온 과메기와 황태 는 한국인들의 정성어린 먹거리에 대한 애정이 잘 담겨있 음을 보여준다. 씻고 다듬는 손질 과정부터 말리는 과정에 서도 극도의 주의를 요하는 음식은 세계 어느 나라에 가도 없을 것이다. 그만큼 원재료와 다르게 색다른 맛으로 사랑 받고 있는 말린 음식들. 기나긴 밤의 배고픈 가족들을 위 해, 맛과 영양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건조 음식들로 풍성 해지는 것은 어떨까. 어른들에게는 향수를, 아이들에게는 새로운 맛으로 사랑받는 별미로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면 서 즐길 수 있을테니 말이다. 글 전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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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맘 May 2013
육아에세이 ②
엄마도 그 언젠가 너처럼 엄마, 아빠도 처음부터 이렇게 자연스레 걷는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을 아가 너를 보고 알았다. 주말에 늘어지게 늦잠 자보 는 게 소원 중 하나가 된 우리지만, 우리도 처음엔 두 시간마다 깨어나는 신생아였으며, 밤낮으로 울어대는 아가였다. 네가 얼른 목을 가누었으면, 뒤집기를 했으면, 배밀이를 빨리했으면 바라며 모든 것이 더딤에 속이 탔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엄마, 아빠도 처음에는 걸을 수 없었던 아기였던 때가 있었다. 그리고 네가 자라면서 모든 과정들이 자연스럽게 될 뿐, 그것 들을 위해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저 기다리고 더욱 더 사랑을 주어야 할뿐이라는 것. 품안에 쏙 들어 오는 작은 너, 우리는 너에게 사랑을 주고만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덧 엄마, 아빠의 얼굴 대하면 엉 덩이가 들썩이고, 벌릴 수 있는 한 가장 크게 벌린 입으로 웃는 너를 보며 너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우리를 발견했다. 어쩌 면, 신이 이 땅에 사람을 내보낼 때, 사랑 보따리 하나씩을 딸려 보내는 것이 아닐까.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 보따리는 신비 의 보따리여서 사랑을 꺼내어 주고 주어도 가득 차는 보따리이다. 할아버지, 할머니도 그 보따리에서 사랑을 꺼내, 엄마에 게 주셨고 엄마도 그 보따리에서 사랑을 꺼내 할아버지, 할머니께, 그리고 너에게 준다. 너도 그 보따리에서 사랑을 꺼내 엄 마, 아빠에게 주고, 또 언젠가 너의 아가에게 줄 날이 오겠지. 이렇게 품은 사랑들이 모여 사람들을 용기 있게 만들고, 세상 을 따뜻하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아가, 네가 걸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때 되면 우리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더욱 늘어나겠지만, 곧 볼 수 없게 될 너의 지 금의 모습들을 매일 엄마 눈에 새기며 기억해보려 한다. 힘든 때가 있어도, 엄마도 이런 어린 아가였을 때가 있었음을 기억 하며 더욱 너그러워 지며 사랑보따리를 넉넉하게 풀어보련다. + 사진이야기 화창한 오후, 한강과 안양천의 합류점에 있는 쉼터, 쉼터 옆에는 한강을 따라 그려진 자전거 도로가 있어 무수히 많은 자전 거들이 씽씽 달리고 있다. 동그란 것, 그리고 움직이는 것에 관심이 많은 9개월 연우는 구경꺼리가 많아 눈이 휘둥그레졌 다. 아직 기지는 못하고 엉덩이를 들썩 들썩이며 굴러가는 자전거에 장단을 맞춘다. 맨손체조를 나온 동네 아주머니들과도 금세 눈빛을 교환하며 씩 웃어주는 연우. 제법 더워진 초여름 날씨지만, 따뜻한 햇볕이 기분 좋은 날이다. 아빠에게 헹가래 를 당할 때 가장 즐거워하는 연우의 9개월 어느 주말이 이렇게 행복하게 흐른다. 글·사진 김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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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의 궁금증 톡톡
월 뉴 오
객 청 불‘
감기
’
‘오뉴월의 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라고들 한다. 5∼6월에는 그만큼 감기에 걸리는 사람이 적다는 뜻이다. 요즘은 상황이 달라졌다. 갈수록 여름의 시작이 빨라져 벌써부터 반소매를 입고 냉방기를 가동시킨다. 최근 바이러스성 폐 질환으로 임산부와 어린 자녀를 둔 부모를 깜짝 놀라게 하는 일도 생겼다. 겨울 감기, 환절기 감기에는 익숙하지만 ‘오뉴월 감기’는 다소 낯설다. 하지만 자칫 이 시기 에 잦은 감기에 시달리면 면역력이 더욱 떨어져 다가올 여름철 무더위가 더욱 힘들지 모른다.
정리 편집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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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맘 May 2013
◆ 오뉴월 감기는 여름철 잔병치레를 부른다 오뉴월 감기로 오래 고생하면 면역력은 떨어질 대로 떨어 져 여름감기, 냉방병은 물론, 식욕부진, 성장부진에 시달릴 수도 있다. 우리 몸은 감기 바이러스가 들어오면 그 바이러 스를 이겨내느라 온 기운을 쏟아 부어 성장에 쓸 에너지를 ◆ 오뉴월 감기, 바이러스보다는 면역력 탓?
잃게 된다. 오뉴월 감기로, 무더위로 기진맥진한 아이는 성 장에 쓸 에너지가 그만큼 낮아지게 된다. 본격적인 무더위
감기는 한의학적으로 사기(邪氣), 즉 나쁜 기운이 몸 안에 들어오는 것을 말한다. 양의학적으로는 감기를 유발하는 다
전, 오뉴월 감기를 잡고 허약한 장부를 다스려 면역력을 키 워야 건강하게 여름을 보낼 수 있다.
양한 바이러스가 인체에 침입한 것을 말한다. 어떻게 표현
아이누리 한의원 목동점 강문여 원장은 “더위에 장시간 노
되던 간에 몸 안에 나쁜 기운이나 바이러스가 들어오면 아
출되면 다량의 땀과 원기가 함께 빠져 나가는데 열과 함께
이는 기침, 콧물, 열로 그 신호를 보낸다. 소위 ‘감기에 걸린’
갈증이 심해지고 짜증이 나며 입맛이 없고 축축 처지는 기
상태가 되는 것이다.
진맥진한 ‘더위 먹었다’고 하는 상태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
감기가 진행될수록 처음 보낸 감기의 신호는 점점 심해졌
한다.
다가 어느 시점이 되면 조금씩 나아져 증상이 사라진다. 이 과정에서 관여하는 것이 우리 몸의 면역력이다.
◆ 지금, 여름보약을 먹이면 좋은 이유
면역력이 온전한 아이는 이 과정이 가볍게 털고 일어날 정 도로 짧게 이루어지고 감기가 지나간 후 면역력이 더욱 강
잔병치레로 아이가 면역력을 쌓을 기회를 잃지 않도록 하
해지지만, 그렇지 않은 아이는 이 과정이 너무 길고 혹독하
는 것이 중요하다. 더불어 잘 먹고, 잘 자고, 쉬는 것만으로
며 감기가 지나간 후 온 몸의 장기까지 기능이 약해져 성장
도 기력이 부족하다면 보약을 통해 보충하는 것도 필요하
에까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여름철은 병원성 바이러스
다. 여름 보약은 보통 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먹
의 활동이 현저히 떨어지는 계절이기 때문에 ‘오뉴월 감기’
지만, 요즘은 여름이 점점 빨라져 먹는 시기를 좀 더 앞당겨
나 ‘여름 감기’는 대개 면역력 탓인 경우가 많다.
5월에 복용해도 좋다.
▲ 땀 많이 흘리고 기운 없는 아이
▲ 배탈이나 설사가 끊이지 않는 아이
땀구멍을 열어야 할 때는 활짝 열고, 닫아야 할 때는 꼭
기운이 몸의 표면에 몰려 뱃속이 냉해진 것을 아랑곳하
닫는 기운이 부족한 아이이다. 그러다 보니 심하지 않은
지 않고 찬 음식만 즐겨 먹다 보면, 온기로 영양분을 흡수
더위에도 많은 땀이 난다. 땀과 함께 부족한 기운도 빠져
하고 나머지는 대소변으로 내보는 장의 기능에 문제가
나가 기운을 차릴 수가 없는 것. 이런 아이들은 추위도 잘
생긴다. 음식물을 제대로 소화시키지도 못하고 복통을
탄다. 속에 열이 많아서 밖이 조금만 더워도 몸을 식히느
동반한 설사를 하게 된다. 또한 여름철 쉽게 상하는 음식
라 다량의 땀을 내는 아이도 있다.
물로 인해 복통과 설사를 하기도 한다.
▲ 식욕부진으로 고생하는 아이
▲ 잦은 감기로 고생하는 아이
여름에는 땀으로 진액과 원기가 빠져나간다. 떨어진 기
이맘때 감기의 주범은 면역력 저하와 냉방기의 사용. 냉
운이 빨리 회복해주지 않으면 입이 텁텁하고 소화기 점
방기를 과도하게 사용할 경우 실내외 온도 차이가 심해
막이 건조해지며 위장의 운동이 약해져 소화가 잘 되지
진다. 아이들의 몸은 갑작스런 온도 변화에 능숙하게 대
않고 급기야 입맛도 떨어진다.
처하지 못해 쉽게 감기가 걸린다. 특히 호흡기가 약한 아 이일수록 심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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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의 궁금증 톡톡
보송보송 아기 피부 관리 노하우 올바른 베이비파우더 사용법
한낮 기온이 25~28℃에 육박하는 요즘, 쉽게 짓무르고 트러블이 발생하는 아기 피부 관리를 위한 엄마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대다수의 엄마는 기저귀 발진이 나 땀띠가 쉽게 발생하는 만큼 금방 낫기 때문에 치료에 대한 관심은 예방에 비해 적은 편이다. 하지만 소아과 전문의들은 이들 증상이 나타났을 때 잘못된 대처를 하거나 방치하게 되면 자칫 2차 세균 감염까지 가는 경우도 발생한다며 정확하게 그 차이를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기저귀 발진과 땀띠. 과연 왜 생 기며 증상은 어떤지, 또 관리와 치료법은 무엇인지 알아봤다. 정리 편집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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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띠는 땀 관이나 구멍의 일부가 막혀서 땀이 원활히 표피로 배출되지 못하고 축적돼 작은 발진과 물집이 발 생하는 피부 질환으로, 주로 땀이 많이 차는 이마, 목 주 위, 팔다리, 겨드랑이 등 피부가 접히는 부위와 얼굴 중 이마나 코에서 나타난다. 대부분 날씨가 더운 여름철에만 땀띠가 기승을 부린다 고 생각하지만, 영유아의 피부 구조는 성인에 비해 땀 샘의 밀도가 높고 표면적당 땀의 양이 2배 이상이라 계 절에 상관없이 언제나 땀띠가 발생할 수 있다. 영유아의 땀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몸을 시원하게 해 주고 되도록 헐렁한 면 소재의 옷 등을 입히는 것이 좋 다. 땀띠가 생겼다면, 땀이 많은 부위를 자주 물로 씻어 주고 옷도 땀 흡수가 용이한 면 소재를 입힌다. 이 때 땀과 수분의 흡수를 돕는 파우더를 사용하는 것 도 좋은 방법. 단, 파우더는 식물성분이 함유된 것을 선 택해 아기의 피부자극을 최소화하도록 하고, 반드시 습 기가 없는 피부에만 발라줘야 한다.
◆ 베이비파우더의 올바른 사용법 1. 젖은 피부에는 베이비파우더를 사용하지 않기 목욕 후 젖은 피부 또는 연고, 로션을 바른 피부에 다시 파우 더를 뿌리면 두 성분이 떡처럼 달라붙어서 아기 피부에 자극 을 주고 땀띠나 발진 증상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으며, 이 상 태로 방치하면 각종 세균이 자라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2. 깨끗이 씻은 손에 적절한 양의 파우더를 덜어서 발라주기
기저귀발진은 영유아의 기저귀를 차는 부위에 생기는
파우더 퍼프나 분첩을 재사용할 경우 균이 묻어날 수 있기
피부염을 총칭하며, 주로 기저귀가 닿는 엉덩이, 항문,
때문에, 흐르는 물에 깨끗하게 씻은 손바닥에 파우더 가루를
성기 주변 및 아랫배, 허벅지 부위에 염증에 의한 피부
덜어 직접 손으로 발라주는 것이 좋다. 반면, 파우더를 너무
짓무름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간혹 기저귀발진 증상이
듬뿍 바르면 피부의 땀구멍을 막아 피부 자극을 일으킬 수 있
심해지면, 곰팡이의 일종인 칸디다균 감염에 의한 기저
는 만큼 부위에 따른 양 조절도 중요하다.
귀 칸디다증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러한 경우에는 발 진이 사타구니, 성기, 배 쪽까지 번지게 된다. 기저귀발진은 주로 장시간 기저귀를 착용하는 것이 원 인이다. 기저귀의 소재, 세탁 시 사용한 세제 및 표백제 도 원인이 될 수 있다. 기저귀발진을 예방하기 위해서
3. 파우더를 바른 곳이 거칠거칠해지면 물로 씻어내기 손으로 문질렀을 때 거칠한 느낌이 든다면 파우더가 땀에 젖 어 피부에 말라붙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바로 물로 씻고 완 전히 말린 후 다시 바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는 무엇보다도 기저귀를 바로 갈아줘야 한다. 또 대소변을 본 후에는 물로 엉덩이를 깨끗이 씻어주 고 비눗기가 남지 않도록 하며, 기저귀를 찬 부위에 공 기가 잘 통하도록 해야 한다. 또 기저귀 칸디다증으로 번졌을 경우엔, 항진균제제 성분이 함유된 파우더를 사 용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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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섬에 가고 싶다
바람의 노래가 머무는 곳 차귀도
서쪽 끝에 가면 잘 알려지지 않은 섬이 있다 했다.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 낚시꾼들에겐 간간히 유명한 곳이나 여행자의 발길은 아직 드문 곳, 그곳에 가면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바 다에 펼쳐지고 에메랄드 빛 바다가 출렁인다 고 했다. 더 이상 망설일 필요는 없다. 조용히 자연과 마주하며 느려지고 싶어 제주를 찾지 않았던가. 부지런히 발걸음을 길 위에 놓아본 다. 차귀도- 너를 향해 가는 나의 마음은 설레 고, 설렌다. 글 김진희 사진 곽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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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맘 May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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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지나, 너에게로 드디어 차귀도가 한 눈에 들어오는 조그마한 자구 내 포구에 다다랐다. 코끝을 스치는 바다의 냄새, 이 냄새는 새삼 여행 중임을 깨닫게 한다. 여행자를 제 일 먼저 반기는 것은 오래 전에 바다사람들의 길을 밝혔던 등대. 뭉툭하게 생긴 이 등대는 이제 좀 쉬고 있나 보다. 심심풀이로 여행자들에게 안녕만 건네면 서. 등대 옆에 꼬마아이가 늘어뜨려진 다리를 툭툭 흔들며 앉아 있다. 여기서 무엇 하니라는 물음에, “그냥, 바다를 구경하고 있는 것뿐이에요. ” 보이는 그대로 이건만, 무슨 대답을 바란 것이었을까. 꼬마 위로 쭉 걸쳐 있는 오징어의 자태가 사뭇 진지하기 만 한 여행자의 마음에 웃음을 안긴다. 이곳까지 와 서 굳이 어떤 것을 얻으려 말아라. 그저 이곳을 마음 과 눈에 담아 두어라, 소리 없는 충고와 함께. 고깃배와 보트, 그리고 작은 유람선들이 옹기종기 모여 차귀도에 갈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몇몇 안 되는 사람들과 함께 곧 차귀도로 가는 제트보트에 몸을 실어본다. 보트가 붕 시동을 켜자마자 스피커에 서 신나는 트로트가 울려 퍼진다. 피식 웃음이 새어 나온다. 게다가 느리기 위해 차귀도 여행을 선택했는 데, 스피드를 자랑하는 보트였다. 나도 모르게 연신 신이나기 시작한다. 여느 유람선이 그렇듯 입담 좋은 선장님의 차귀도 설명이 이어진다. 하지만, 어쩐지 마음이 애틋해진 것은 선장님 몸과 마음에 벤 차귀 도를 향한 사랑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차귀도가 보이 는 곳에서 나고 자란 선장님. 그에게 이곳은 삶의 터 전이자, 자신의 인생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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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맘 May 2013
섬, 너에게 안기다 십여분 보트를 타고 망망한 바다를 가로질러 가다보 니, 배가 잠시 정박한다는 안내가 나온다. 바다를 지 나 다시 눈앞에 펼쳐진 땅, 그것이 차귀도였다. 만나기 도 전에 생각하고 생각해서일까. 본 적도 없었는데, 그 리워하고 그리워서였을까. 발을 내딛어 섬에 들어서니 그간 육지에서 있었던 일들은 쏟아 내버리고 이곳으로 들어오라는 차귀도의 팔 벌린 품안이 따뜻하고, 뭉클 했다. 여행자를 맞이하는 차귀도의 하늘은 더 없이 맑 았고, 볼에 닿는 바람은 여느 바람보다 상쾌했으며, 이 름 모를 풀과 꽃들의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 이 정도면 대환영의 대접이라고 받아들여도 좋지 않을까. 이제 가보지 않았던 그 길의 시작을 연다. 섬의 생김 생김을 따라 조그맣게 닦아 놓은 흙길을 따라 발걸음 을 움직인다. 육지에선 걸음이 느리다고 늘 재촉하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하지만 섬과 단둘이 있는 이 시간, 급할 것도, 길을 잃지 않으려고 누구의 걸음을 눈으로 따라갈 일도 없다. 단지 보라색 날개로 화려한 춤사위를 자랑하는 나비 와 천천히 동행할 뿐이다. 함께여서 외롭지 않게 해준 나비, 아마 한동안 너를 잊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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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너의 노래를 듣다 길은 오르막과 내리막의 반복이다. 하지만 완만한 길이라서 부담은 없다. 오르고 내려갈 때마다 다양 하게 나타나는 섬의 풍경들이 탄성을 자아낸다. 더 불어 오르막을 가다보면 뭐 하나 가리지 않는 온전 한 하늘이 반기고, 내리막을 가다보면 태곳적 신비 를 간직한 절벽에 부딪치는 바다가 반긴다. 섬이 이 야기 한다. 멋진 풍경을 보기 위해선 가보지 않은 길 을 걸어보라고. 어디서든 용기는 필요하다고. 발을 내딛는 섬 곳곳마다 절경이 아닌 곳이 없다. 곳곳마 다 바람이 전해주는 시원함이 없는 곳이 없다. 탁 트 인 섬의 평지에 가득한 야생화와 들풀들은 바람의 노래에 장단을 맞춘다. 나조차 하나의 자연으로 느 껴지는 순간들이다. 차귀도가 처음부터 무인도가 된 것은 아니었다. 1970년대까지는 일곱 가구가 농사를 지으며 살았 던 곳이었다. 그들이 살았던 집터가 덩그러니 놓여 있는 것을 보니, 그간 사람을 그리워했을 섬의 외로 움이 느껴진다. 섬을 스치는 보트와 유람선, 바다낚 시를 하는 이들의 행보들을 반가워 한 것은 본래 사 람과 함께 했던 섬이었기 때문이었나 싶다. 섬의 첫 번째 고지에 오르니 차귀도를 방문한 사람들의 흔적 이 담긴 나무 편지들이 쭉 걸려 있다. ‘우리 사랑하게 해 주세요’ , ‘가족들이 늘 건강하도록’ , ‘섬에 왔다 가다. 아무개’ , ‘스물여섯 봄, 맑음’. 사람은 누군가에 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본능이 내재되 있는 것 같다. 섬에게 이야기를 풀어놓은 그날은 참 행복했으리라. 슬프게도 사람도 섬처럼 외로울 때가 있기에. 섬과 사람, 그 둘의 만남이 참 절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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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맘 May 2013
다시 바다를 지나 섬을 모두 둘러보니 한 시간쯤 흘렀다. 섬의 입구로 다시 내려가 제트보트를 기다렸다. 제트보트가 이번엔 사람을 가득 실고 차귀도에 선다. 대가족으로 보이는 이들이 섬에 줄줄이 내리기 시작한다. 섬과 그들이 만 들 풍성할 추억을 생각하니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보 트에 몸을 싣고 아쉬운 대로 머물 수 없는 차귀도 주변 의 작은 섬과 바위들을 만난다. 독수리 바위, 병풍바위, 장군바위, 쌍둥이 바위 등 자연이 만들어 놓은 작품세 계가 갤러리처럼 전시되어 있다. 운이 좋으면 남방돌 고래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데, 아쉽게도 녀석들이 모 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보트는 마지막으로 신나게 바다를 가르며 묘기를 펼 친다. 얼굴에 흩뿌리는 바닷물이 왠지 싫지 않다. 앞에 탄 젊은이들은 신나게 보트를 즐기며 환호를 보낸다. 아쉽지만, 이제 보트는 육지에 닿았다. 뒤돌아서 섬을 바라보니 꿈길을 걷다 온 것 같다. 이래서 나는 여행이 미치도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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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맘 인터뷰
커피중독자, 청년 염승민
카페라는 공간이 주는 마법. 오랜만에 듣고 싶었던 음악이 순간 흘러나오고, 손 에 들려진 차가운 커피의 목 넘김은 어제의 걱정들을 잠시 날려버린다. 함께 앉 은 친구와의 대화는 했던 이야기일지라도 즐겁고, 한없이 달콤한 여유로움을 선 사한다. 순간, 카페라는 곳은 단순히 커피를 파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휴 식과 치유를 전해주는 공간으로 변화한다. 그렇게 마음을 나누는 카페를 만들어 내는 청년 염승민을 만났다. 그는 카페의 인테리어에서부터 메뉴선정까지 고심 하는 일명 카페 셋팅 전문가다. 글·사진 전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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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맘 May 2013
#
1. 아직까지 가장 맛있는 그것, 커피
카페 분위기가 참 좋은데요. 이곳에서 많은 일들을 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네.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어요. 지금 카페는 삼무곡 자연예 술학교이 주관하는 카페거든요. 이 카페도 운영하고, 이곳에 서 열리는 공연 기획 일도 같이 하구요. 삼무곡 학교의 선생 님으로 아이들과 지내고 있기도 해요. 카페 소나무길 삼무곡은 어떻게 만들어 진건가요? 제가 구리 YMCA 카페의 세팅을 마치고 인도에 여행을 준 비 중이었어요. 당시 알던 지인이 삼무곡학교의 선생님으로 계셔서 자연스레 알게 되었죠. 그런데 교장 선생님께서 서울 에 올라오셔서, 제게 혜화동에 한번 와보라고 하시더라구요. 지금 카페가 있는 이 자리를요. 당시에는 아무것도 없는 빈 곳이었어요. 저한테 그러시더라 구요. 여기서 카페를 할 건데,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너라고. 맡아서 해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시는 거에요. 그래서 선뜻 하겠다고 했어요.
어느새 부터인가 처음 생각을 실현하지 못하고 있었던 거 죠. 그래서 그만두고 인도에 가서 마음공부를 하고 싶었던
준비하고 있던 인도 여행은 어떻게 하구요?
거에요. 지금은 인도에 있지 않지만 진짜 커피를 배우고 있 는 것 같아요. 마음을 담은 커피는, 아무리 바빠도 커피에 집
교장 선생님께서 원래 인도에서 배우려고 한 것이 무엇인 지 물어보셨어요. 저는 학문이나 지식보다는 인생에서의 성
중해서 마실 사람을 생각하며, 내려지는 기계와 같이 호흡하 고 이야기하는 거죠.
장을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어요. 그러자 말씀하셨죠. 그럼 인도에 갈 필요 없다고. 이곳에서 카페를 하면서 학교와 함 께 지내면 인도에서 2년 동안 알 것을 6개월 만에 얻을 수 있 다구요. 만약 그렇지 않으면 인도 행 왕복티켓을 끊어주겠다 고 하셨어요. 그래서 많은 것을 배웠나요?
‘마음을 담은 커피’가 인상적이네요. 여기 있는 기계가 10년 된 중고 기계에요. 사람으로 치면 할 머니 할아버지죠. 그랜더가 할머니고 머신이 할아버진데요. 처음 만났을 때 전 주인이 너무 학대해서 커피 찌꺼기도 많 이 남아 있었고, 커피를 잘 내릴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이런 기계로 어떻게 커피를 뽑을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죠. 그래
배워가고 있는 중인 것 같아요. 커피에 제 마음을 담아서 누
서 하루 종일 커피 기계만 닦았어요. 기계가 어느 정도 정돈
군가에게 주고 싶다는 것이 제 커피의 시작이었어요. 그런데
이 되고 나서, 할아버지 오늘 맛있는 커피를 내려주세요 하
카페를 오픈하고, 매출 목표를 달성하려고 애쓰고 또 많은
고 커피를 내리니까, 마음 뿐 아니라 실제로 맛있는 커피가
사람들을 위해 바쁘게 커피를 만들고 있는 모습이 하나의
내려지더라구요. 그게 마음을 담은 커피가 아닐까 해요. 그
공산품을 생산하기 위한 기계 같은 거에요.
걸 지금 배우고 있는 것 같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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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셋팅하는 일은 어렵지 않나요?
맛이 나는구나 하고. 둘이 만나니까 이런 맛을 내는구나! 하 는 거요.
카페 셋팅은 전반적인 것을 다해요. 인테리어 콘셉트를 잡 고, 음료나 메뉴 구상하는 것을 중점적으로 하구요. 하다
그만큼 미각도 많이 발달했을 것 같은데요?
보면, 다 재미있어요. 예를 들면, 여기 칠판을 만드는 것부 터 벽에 칠하는 것. 다 해보는 거에요. 막상 하게 되면 어렵
많이 마시니까 어느 정도는 느껴지는 것 같아요.
지 않아요. 내 공간을 만든다고 생각하니까 신이 나죠. 갑자
소주도 많이 마시면 상표마다 다른 소주의 미묘한 맛 차이
기 생각난건데, 이 카페를 준비하면서 보게 된 예쁜 냉장고
를 알잖아요(웃음). 누구나 관심만 많이 가지면, 구분할 수
가 있었어요. 빌트인 냉장고였는데 500만원이 넘는 거에요.
있는 거에요.
가격이 비싸서 고민이 됐죠. 그래서 직접 만들어 보자고 생 각했어요. 중고 냉장고를 사서 테라코타와 검정색 페인트를
프랜차이즈 카페는 그럼 잘 안 가나요?
칠했죠. 나름대로 맞춤형 빌트인 냉장고라고 하면서 쓰고 있어요. 같은 회사 상표거든요(웃음). 저에게 맞는 것을 찾
옛날엔 즐겨 가지 않았어요. 그런데 색안경을 끼고 보기 시
았으니까 500만 원짜리 냉장고가 부럽지 않아요.
작하면, 정말 그곳에서 마음을 다해 커피를 만드는 사람에 게 예의가 아닌 것 같단 생각을 해요. 하지만 실망도 하죠.
아이디어가 많이 필요한 일일 것 같아요.
더 맛있을 수 있는 커피인데, 그 정도가 다하지 못했을 때 같 은 경우에요.
그래서 많이 가보죠. 카페를 다니면서 유심히 봐요. 여기는 레일을 달아 이런 조명을 했네, 여기는 이런 메뉴가 있네 하
어떤 커피가 가장 맛있는 커피일까요?
고 잘 관찰하고 사진도 찍구요. 가장 중요한 건 먹는 사람의 마음인 것 같아요. 아무리 좋은 커피의 매력은 그럼 뭘까요?
재료로 고급스럽게 커피를 만들었어도 먹는 사람이 그 커 피를 만들었을 때 만든 사람이 그게 맛없다고 치부해 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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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은 커피 같아 보이지만, 이 커피랑 저 커피가 맛이 달라
면, 맛이 없는 커피가 되니까요. 미국에서 재밌는 실험을 했
요. 사람이 만드는 거잖아요. 기계가 아니라. 그 날의 날씨,
는데요. 세계 7대 바이올리니스트에게 200만 원짜리 바이
분위기, 그 사람에 따라 커피 맛이 달라져요. 그 다른 맛을
올린과 7억짜리 바이올린 중 더 좋은 걸 골라보라고 했는데
내가 발견했을 때의 즐거움이 있어요. 이렇게 했더니 이런
동점이 나온 거에요. 마음가짐의 차이인거죠. 결국은.
더 맘 May 2013
#2. 인생 두 번째, 삼무곡 자연예술학교와의 만남. 지리산을 다녀왔다고 들었는데 맞나요? 네 삼무곡학교에서 함께 다녀왔어요. 저희는 봄에는 지 리산을 가고, 가을에는 설악산을 가요. 4박 5일로 갔다왔 어요. 정상도 가고, 산장에서 4박을 하는 거에요. 거기서 밥도 해먹고 산책도 하고, 술도 먹구요(웃음). 제대로 힐링하셨겠네요? 보시면, 엄청 탔어요(손부분이 새까맣게 타있었다). 원 래 이렇게 까만 사람이 아니에요(웃음). 산행은 하루에 3 킬로 이상 걷지 않아요. 느리게 하는 산행이거든요. 보통 학교에서 산행할 때는 앞사람 뒤꿈치만 보고 가잖 아요. 우리는 그렇게 하지 말고 산의 아름다운 경치를 제 대로 즐겨보자는 게 취지에요.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앉아 쉬면서 좋은 영감을 받는 거죠. 기타를 치고 앉은 자 리에서 콘서트를 열기도 하구요. 좋은 프로그램이 참 많은 것 같네요. 또 다른 것들도 있나요?
이곳에서 공연도 한다고 들었어요. 공연의 가격은 저렴한 편 인가요? 저희는 가격을 책정하지 않고, 받은 감동의 표현만큼 공
<내 멋대로 살기>라는 프로그램이 있어요. 진짜 멋대로
연비를 내시면 된다고 말씀드려요. 물론 돈으로 환산하는
하는 거에요.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고 밥 먹고 싶을 때
데는 무리가 있겠지만요. 하지만 그냥 가시는 분들은 전
밥 먹고. 전혀 터치를 하지 않아요. 어떤 아이는 하루 종일
혀 없으세요. 늘 다음 공연 일정을 확인하고 가시죠.
게임만 하기도 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만큼 해요. 그 욕구 가 다 채워지면 다음 걸음으로 간다고 하거든요.
좋은 아이디어인데 관객들은 고민이 꽤 되겠는데요?
그럼 본인이 정말 뭘 원하는 지가 느껴져요. 결국엔 자기 가 하고 싶은 걸로 돌아가는 거죠. 그 시간이 빨리 걸릴 수
그 고민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감동을 따라서 살
도 있고, 느릴 수도 있지만요. 그리고 그것을 찾으면 객원
라는 이야기를 저희 학교에서 많이 하거든요. 인상 깊었
선생님에게 보내요. 예술학교라서, 글을 쓰고 싶다면 글
던 봉투는, 본인의 지갑에 있는 모든 돈을 털어서 넣으신
선생님에게 배우고, 노래를 배우고 싶다면 노래 선생님께
거였어요. 천 원짜리부터 백 원, 십 원까지 모두다. 큰 금
가는 거죠. 본인이 정말 원해서 하는 공부이다 보니 더 몰
액이 아니더라도 그 분의 마음을 온전히 받는 것 같아서
입하고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참 기분이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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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의 교육법
아시아계 여성 최초 하버드 법대 종신교수 석지영 ‘진정으로 아이를 위한다면…’
불혹도 되기 전에 아시아계 여성으로는 ‘최초’ 라는 수식어를 달며 하버드 법대 종신교수로 임명된 석지영 교수. 삶 속에 적 지 않은 시련과 좌절이 있었던 그녀지만 남다른 노력과 창의 적인 열정은 꿈을 실현시키는 원동력이 됐다. 자신을 성공으 로 이끈 원칙을 이제 자녀들에게 이어가고 있는 그녀. 한국 어 머니들에게 그녀가 이야기하는 ‘진정으로 자녀를 위하는 방 법’ 은 특별하게 다가온다. 글 황정호 사진 북하우스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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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맘 May 2013
석지영 교수의 삶은 끊임없는 도전으로 정의할 수 있다. 대개의 성공한 미주 한인 2세의 경우가 그렇지만, 그녀 의 삶은 유난히 굴곡이 많았다. 한때는 발레리나를 꿈꾸었 던 시절도 있다. 미국 예일대에서 프랑스 문학을 전공하기 도 했고 영국 옥스퍼드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기 도 했다. 여기까지만 해도 꽤나 드라마틱한 선택이지만 그 다음이 더 놀랍다. 법학을 공부하고 하버드 법대 교수, 다시 종신 교수로 임명 된 것. 이 모두가 채 나이 마흔도 되기 이 전에 이룩한 것들이다. 그런 그녀의 삶은 한국 사람들의 성 공에 대한 동경, 세계적 명문인 하버드를 향한 선망과 맞물 려 큰 관심을 불러 모았다. 인사를 나누자마자 자신을 향한 낯선 호칭과 직면했을 때 그런 관심을 보이는 이들 중에는 그녀를 향해 ‘엄친딸’이라
느낀 당황스러움을 털어 놓는 석지영 교수. 그녀는 다른 어
는 수식어를 붙여주는 것을 일종의 예의처럼(?) 생각하는
떤 호칭보다 그저 ‘학자’로 남고 싶다고 했다. 남다른 과정
이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는 잔잔한 호수 위 백조의 여
을 거쳐 온 삶이지만 정작 스스로에 대한 평가는 겸손하기
유가 수면 아래 끊임없는 발길질 덕분이라는 것을 간과한
만 하다. 엄혹했던 군사정권 시절 가족과 미국으로 도미한
편협에 불과하다. 지금의 삶을 살아가기까지 그녀는 어린
그녀는 6세의 어린 나이에 전혀 다른 세상과 직면해야했다.
나이에 전혀 다른 세상과 직면했던 두려움, 부모의 선택에 의해 발레리나의 꿈을 접어야 했던 시련을 고스란히 감내
한때는 발레리나를 꿈꾸었던 시절도 있었지만 부모의 반 대에 의해 꿈을 접어야 했던 시련도 겪었다.
해야 했다. 하버드 종신 교수가 될 수 있었던 것 역시 단순 한 성공지향이라기 보다는 학문과 인간의 삶에 대한 끊임
하지만 그녀는 스스로를 사랑했고 소중하게 가꿔가는 것
없는 애정과 관심 덕분이었다.
을 포기하지 않았다. 왕성한 학구열과 호기심, 문학과 예술
얼마 전 그런 그녀가 자서전 <내가 보고 싶었던 세계>를 통
로 길러진 창의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길을 두려움 없이 나
해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공개했다.
아갔다. 지금의 삶을 살아가기까지 그녀가 거쳤던 과정은
“자서전을 쓰기에는 이른 나이라고 생각했다”는 그녀가 그
모두 녹록치 않았다. 그럼에도 하버드 종신 교수가 될 수 있
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쓴 것은 성공의 진정한 목적을 알리
었던 것은 단순한 성공지향이라기 보다는 학문과 인간의
고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그릇된 인식을 바로잡고 싶었기
삶에 대한 끊임없는 애정과 관심 덕분이었다.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그리고 어머니로서 그녀 가 진정으로 지향하는 삶의 목표는 과연 무엇일까.
하버드 법대 교수가 된 이후 그녀는 가장 기쁜 일 중 하나 로 “책을 통해 내가 태어난 나라와 다시 관계가 이어진 것”
엄친딸, 천재는 낯선 단어들
이라고 말했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관심이 버겁기도 하지 만 뭔가 답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적절한 조언을 해주고 싶
“처음 저를 향한 한국 사람들의 높은 관심에 직면했을 때
은 심정은 간절하다. 그녀는 어린 시절 전혀 다른 환경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더군요. 하지만 세계 전역의 한국인들
맞서야 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지금의 자신을 형성한 첫 번
이 보낸 메일을 확인하게 되면서, 또 남다른 학문적 성취에
째 원칙을 이야기했다.
대해 큰 의미를 두는 한국적 정서를 알게 되면서 그 감정은 감동으로 바뀌었어요. 게다가 책을 출간하고 만난 사람들
“두려움을 버리고 자신을 단련시키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로부터 쏟아지는 여러 가지 재미있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
저는 지금도 수업시간에 기가 죽고 자신감 없어하며 이를
데 그를 통해 한국인과 한국 사회, 그들의 가정에서 가지고
개인적인 자질이나 문제로 생각하는 학생을 보면 화가 나
있는 가치관들을 발견할 수 있었어요.”
요. 물론 심각한 문제이긴 하지만 극복 가능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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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그녀가 제시한 원칙은 ‘무엇보다도 자신이 사랑할 수 있는 일을 찾을 것’이었다. 청소년기의 꿈이 좌절됐을 때도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의 관심을 끄는 분야를 찾았고 호기심과 상상력을 바탕으로 도전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자신의 일을 사랑할 수 있을 때 인생의 성공은 저절로
“자녀에게 부모의 역할은 큰 부분을 차지하지만, 그것은 자녀가 성인이 됐을 때 끝나야 한다고 생각해요”
찾아온다는 것은 그녀의 확고한 신념이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자유 중 하나는 불완전할 자유에요. 그
“부모 세대와 우리 세대가 생각하는 성공은 달랐어요. 내가
래서 자신 안의 상상력과 용기를 사용해야하죠. 그럴 수 있을
생각하는 성공은 부모의 말을 따르자면 불가능한 것이었죠.
때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은 좀 더 훌륭해질 거예요. 또 한 가지
그런 점에서는 부모님에 대한 비판의식을 가지게 되고, 접근
를 말 한다면 조금은 단순하게 살며 친구와 가족들과 함께 웃
을 거부하게 되더군요. 그런 뒤섞인 양상을 띄기 때문에 부모
음을 나누고 사랑할 시간을 가지라는 거죠.”
님에 대해서는 복잡한 감정이에요. 보통 자녀들은 ‘부모가 모 든 것을 안다. 부모가 옳다’고 믿어야 하는데, 이민자 가정의
진리는 단순한 법이다. 그녀를 성공으로 이끈 비결은 그리 대
상황은 좀 다르기도 했고요. 자녀가 부모 보다 언어도 빨리
단한 것이 아니었다. 굳이 보통의 사람과 달랐던 점을 꼽자면
익히고 상황을 빨리 파악하기 때문에 가끔은 내가 부모보다
끊임없이 자신의 꿈을 향해 나가길 멈추지 않았다는 것 정도
더 많이 안다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거든요. 그런 것이 어
다. 문득 ‘성공을 원하는 사람 중 과연 몇이나 자신의 삶에 열
린 나이에는 문화적인 충격으로 다가 왔어요. 조금 힘겹기도
정을 가지고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했고요.”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
성장기 당시 어머니와의 갈등을 경험하면서 그녀는 자신의 자녀들에게 전혀 다른 방식의 교육을 추구하게 됐다. 하루 8
그녀의 또 다른 성공 요인 중 하나는 ‘타이거 마더’에 가까웠
시간 일하는 법대 교수로서 일과 육아를 완벽하게 하려는 노
던 어머니의 확고한 교육철학 덕분이었다. 성장기를 거치며
력은 ‘원래부터 균형이 불가능한 것’ 이라는 진리를 일찌감치
그런 어머니의 철학과 석지영 교수의 꿈은 간간히 충돌을 겪
깨달은 결과라고 할까. 스스로를 완벽한 엄마가 아니라고 이
어야 했다. 결과는 대체로 어머니의 승리였다.
야기하는 석지영 교수가 추구하는 것은 자신과 아이들 모두 가 자유로워질 수 있는 삶이다.
“유년기 시절 제게 가장 큰 상처는 제 의지와 무관하게 무용 을 관둬야했을 때였어요. 만약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생각할
“자녀 양육 방식은 한순간에 결정하기 보다는 발견의 과정
필요도 없이 무용을 선택할 거예요. 도중에 막히는 것은 절대
을 거쳐 자리를 잡는 것 같아요. 제 경우 아이들을 키우기 전
원하는 바가 아니었으니까요. 적어도 스스로 ‘충분히 경험했
에는 어머니처럼 개입을 많이 하고 엄격하게 훈육을 하는 부
다. 더 이상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는 지속했을 거
모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어요. 한국에서는 ‘극성’스러운 엄마
예요. 지금도 부모가 자녀의 꿈을 막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
라고 하죠(웃음). 그런데 막상 자녀를 키우다 보니 제가 그런
해요.”
타입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어요. 그런 차이는 한국과 미국의 양육방식 차이라기보다는 세대차인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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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발감도 있었지만, 그녀는 그럴 수밖에 없었던 어머니를 이
요. 제 생각에 지금 현재 많은 한국의 부모들 역시 제가 적용
해한다고도 했다. 가난한 나라 출신의 이민자로서 미국 생활
하고 있는 양육방식과 비슷한 선택을 하고 있다고 보거든요.
은 성공지향적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 그런 상황에서 어린 시
양육을 하는데 집중하는 것은 자녀와 보다 밀접하게 관계를
절 그녀 역시 고민하고 갈등하며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세상
가지며 생각과 감정을 교류하는 거예요. 제가 자랄 때 부모님
에 적응해 나갔다.
과 저는 상대적으로 그런 경험이 적었거든요.”
더 맘 May 2013
그런 맥락에서 그녀는 다시금 한국 사람들이 자신을 향해
을 강요하는 경우도 있다. “다시 발레를 하던 시절로 돌아간
즐겨 쓰는 ‘엄친딸’이라는 호칭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드러
다면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석지영 교수는 젊은 세
냈다. 처음 그 낯선 단어를 들었을 때 어리둥절했다는 그녀
대, 그리고 자녀를 키우고 있는 부모들에게 다시 한 번 확고
는 이후 그 의미를 알게 됐을 때 전혀 기쁘지 않았다고 고백
한 메시지를 전했다.
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모든 면’에서 출중한 것도 아닐뿐 더러, 자신이 경험한 바를 떠올리면 누군가에게 좌절감을 안
“물론 자녀에게 부모의 역할은 큰 부분을 차지하지만, 그것
겨주는 비교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그리 유쾌한 일이 아니기
은 자녀가 성인이 됐을 때 끝나야 한다고 생각해요. 여러 가
때문이다.
지 따질 필요 없이 자신의 마음이 원하는 것을 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싶어요. 부모의 방식은 과거의 방식이니까요. 앞으
“사실 제 성공에 대한 비결이나 비법은 있다고 생각해 본 적
로 사회를 이끌어 나가는 것은 젊은 세대잖아요. 부모의 방
은 없어요. 그래서 ‘당신은 천재냐’와 같은 질문이 많다는 것
식에 대해 답답해하고 고민하지 않았으면 해요. 또한 한국의
이 좀 의아했어요. 한편으로 한국 사람들이 어떤 해법을 찾고
부모님들이 정말 생각해야 하는 것은 자녀 성공을 위한 최종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목표가 무엇인가예요. 제 개인적으로는 성공을 통해 성취하 고 싶은 것은 좀 더 자유로워지는 것이었어요. 일종의 자유의
그녀와 어머니가 그러했듯, 최근의 한국 사회는 세대 간의
확대를 통해 주변 사람에게 좀 더 베풀고, 인간적인 삶을 살
갈등이 어느 때보다 심화돼 있다. 특히 자신의 진로와 관련해
아가는 것이죠. 제 목표에 부모님들이 동의하신다면, 어떻게
부모와의 의견차로 힘겨워하는 젊은 세대들이 적지 않다. 또
해야 자녀들이 좀 더 폭넓은 자유를 누릴 수 있는지를 고민
자녀의 어린 시절부터 성공을 위해 부모가 그려 놓은 목표만
하고 그에 맞춰 자녀를 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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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그곳의 풍경
여름밤의 그 잔디밭 여의도 한강 공원
여름밤을 좋아한다. 냄새로 알 수 있다. 여름밤은. 코를 킁킁대면, 짙은 풀 향기와 함께 알 수 없는 설레임의 냄새가 코를 스쳐 폐까지 시원하게 들어 온다. 그 냄새가 찾아오면, 나는 마치 집시가 되어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진다. 이 밤의 정취를 누군가와 함께 나누어야만 하기에. 집에만 있기에 이 계절은 너무나 낭만적이다. 시원한 밤공기를 배경삼아 친구와 함께 맥주를 마시거나, 까만 하늘을 두 눈으로 올려다보아야만 한다. 최상의 장소는 바 로 한강이다. 돗자리 하나만 있으면 그 곳은 천국이 된다. 초 여름밤, 한강 의 잔디밭은 더없이 로맨틱해진다. 글·사진 전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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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맘 May 2013
돗자리를 펴고 앉자마자 “아” 하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하 루의 피로와 스트레스가 탁 하고 터져 나오는 소리였다. 잔 디에서 풍겨 나오는 풀냄새가 더없이 좋았다. 정확히 2인용 돗자리, 작을 수 있는 그 공간도 더할 나위 없이 고맙게만 느 껴졌다. ‘치익’ 하고 맥주 캔을 따는 소리는 흥겨움의 기폭제 가 되어 친구와 나는 신나게 못다한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여덟시가 지나도 사람들은 줄어들지 않았다. 공간에 단 둘 뿐인 것만 같은 연인들, 그리고 술 게임을 시작하는 대학생 들, 강아지와 산책 나온 가족까지. 서울에 사는 가지각색의 사람들이 모두 터져 나온 듯했다. 불행해 보이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비록 누군가는 한강 다리 한 켠에서 죽음을 생각하고 있을지라도 말이다. 겉으로 보이는 그들의 웃음은 라일락꽃처럼 밝기만 했다. 뉴스에서 펼쳐지는 온갖 사건, 사고는 다른 별세계의 이야기인 것만 같은. 그런 동떨어진 느낌마저 들었으니까. 가방을 베게삼아 돗자리에 눕는다. 공원의 바로 앞, 직사각 형의 건물이 휘황찬란했다. 밤을 향해 치닫는 시간에도 불 빛은 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그들에게 우리의 이곳은 다른 세계의 일일 것만 같다. 여의도가 직장인 한 친구의 말 이 떠올랐다. “나는 있잖아. 벚꽃 축제 기간이 제일 싫어. 우리는 일하는 데, 다른 사람들은 여기에 즐기려고 오거든.” 당시 친구에 말에 왜 그리 부정적이냐고 한마디 쏘아붙였 었다. 하지만 그녀의 고충을 알 것도 같았다. 내게는 일상의 공간이 그들에게는 비일상적인 공간이 된다는 것은 그리 탐 탁치만은 않은 일이었다. 19년 동안 부산이라는 공간에 살 아온 내게, 해운대가 그랬다.
생명의 다리라고도 불리는 이곳은, 새롭게 재탄생된 다리이 다. 자살대교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불릴 정도로 악명이 높았 던 마포대교를 삼성생명과 서울시, 제일기획이 함께 탈바꿈시 켰다. 다리를 지나가면 글귀가 적힌 메시지가 불이 켜지면서 사람들을 반긴다. 밤공기는 싸늘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강바람이 불어왔고 짧 은 옷차림에 몸이 부르르 떨렸다. 후회 없이 돗자리를 접어들 고 걸었다. 공원에서 바라다 보이는 마포대교. 그 곳이 우리의 또 다른 목적지였다. 생명의 다리라고도 불리는 이곳은, 새롭 게 재탄생된 다리이다. 자살대교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불릴 정도로 악명이 높았던 마포대교를 삼성생명과 서울시, 제일기 획이 함께 탈바꿈시켰다. 다리를 지나가면 글귀가 적힌 메시 지가 불이 켜지면서 사람들을 반긴다. “밥 먹었어?” “잘 지내지?”
밥을 먹고 학교에 가듯, 자연스럽게 지나치는 그 곳은 여름 이 되면 백팔십도 변했다. 몰아치는 외지인들 틈에 도저히
일상적인 말이 이렇게나 위로가 될 수 있다니.
그 곳은 가기조차 두려운 공간이 되어 버렸다. 자연스레 여
나는 누군가에게 이렇게 진심어린 안부의 말을 해본 적이 최
름에는 가는 것이 금기시 되어버리기까지 했다.
근에 있었나 문득 되돌아본다. 지나고 나면 별 것 아닐 거라고. 꼭 죽음까지 생각해보지는 않을 지라도, 팍팍한 생활에 힘이
마치 엄마를 친구에게 뺏겨버린 느낌이랄까. 꽤 묘했다. 아
빠져버린 사람들에게 다리는 툭하고 위로의 말을 던진다. 때
마 친구도 그렇지 않았을까. 여의도 직장인들의 씁쓸한 비
로는 사람이 아닌 것에 힘을 얻을 때가 있다. 묵묵히 흐르는 저
애는 어쩔 수 없는 일일 것이다.밤공기는 싸늘했다. 시간이
강물, 생명이 꿈틀대는 듯한 이 계절, 그리고 이 반짝이는 생명
흐를수록 강바람이 불어왔고 짧은 옷차림에 몸이 부르르 떨
의 다리까지. 여름이 다가오는 계절. 나는 한 해의 이분기를 맞
렸다. 후회 없이 돗자리를 접어들고 걸었다. 공원에서 바라
이하기 직전, 두 손을 털고 가슴 깊이 심호흡을 한다. 잘 할 수
다 보이는 마포대교. 그 곳이 우리의 또 다른 목적지였다.
있다는 다짐 섞인 주문을 되새기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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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 아빠 전상서
담백한 태교여행 천리포 수목원 세상에서 가장 큰 축복은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기다리는 일이 다. 뱃속에서 꼼지락 대는 귀여운 아가의 발길질을 느끼며, 예비 엄마는 진짜 엄마가 될 준비를 한다. 예비엄마에게 이 모든 일 은 신비롭기도 하지만, 처음 겪는 갑작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또 다른 사춘기를 겪는 예비엄마를 위한 태교여행을 준비하는 센스 만점의 남편이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 아가는 아빠, 엄마의 사랑 으로 만들어졌고, 만들어 지고 있으니까 말이다. 글 김진희 사진 천리포 수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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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맘 May 2013
지금도 반짝이는 너에게 초여름 햇볕에 나뭇잎이 반짝인다. 그 모습이
전, 이 모든 일에 대한 마음의 준비와 더불어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다. 곧 마음이 동요 되어
아가에게 좋은 에너지를 주기위해 이제 ‘태교
눈물이 날 것만 같다. 살아있다는 것이 이런 것
여행’ 을 떠나보자.
일까. 제가 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빛을 내 며 흔들리더라도 반짝이는 것. 예비 엄마의 미 스시절은 눈이 부시도록 반짝였으리라.
예비엄마에게 태교여행으로 좋은 시기는 D 라인이 가장 예쁠 7,8개월쯤이다. 이때쯤은 두 시간 반 정도 여행은 적절한 편이다. 그래도 중
그 반짝이는 모습으로 지금의 남편과 알콩달 콩 로맨스 영화의 주인공이 되었을 것이다. 이
간 중간 휴게소에 들러서 잠시 쉬고, 맛난 간식 도 사주는 센스를 발휘하면 좋다.
영화의 전환점은 ‘결혼’ 이라는 지점을 지나면
이 시기는 예비 엄마의 식욕이 가장 좋을 때니
서 인데, 아마 장르는 드라마쯤으로 변하지 않
까 말이다. 남편과 오붓이 가는 모처럼의 여행
았을까. ‘연애’ 가 아니라 남편과 사는 ‘생활’ 정
에 예비엄마의 몸에서는 도파민이 흘러 나와
도의 잔잔한 이야기. 아마 이 야야기가 또 다
아이에게 아주 좋은 영향을 줄 것이다. 이제 아
른 국면을 맞이하는 때는 ‘아가’ 가 등장할 때
가가 세상에 나오기 전, 남편과 한동안 즐기지
이다. 아가의 탄생은 마냥 행복한 순간에서 엄
못할 이 여행에 예비엄마는 ‘주인공’ 이 되어도
청난 반전을 야기하는데, ‘아가’가 부부의 편한
좋다. 여행을 더욱 로맨틱하게 할 음악들이 귓
결혼생활에 악동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가에 들리고, 콧노래로 이 노래들을 따라 부르
수면 부족으로 인한 정신 혼미, 매 순간 처음
는 남편의 목소리가 더한다면 노래의 주인공
겪는 일의 인과 관계를 알기 위해 충혈 되도록
은 언제나 여자 - 곧 한 아이의 엄마가 될 그
인터넷을 들춰야 하는 초보 엄마, 아빠가 되기
대들의 아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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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포 수목원에서 무한대의 피톤치드가 사람에게 다가오는 곳, 천리포 수목
것들로 인해 존재한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꽃들 속에서 그
원을 걸어보자. 초여름이지만 어디든 시원한 그늘이 기다
대가 내 옆의 당신, 당신 안의 아가가 나에게 수많은 사람들
리고 있는 수목원이다. 원래 천리포 수목원에는 국내 최초
중에 특별한 아름다움이라고 속삭여 준다면...
민간 수목원이자, 40년간 연구목적으로 관리되어진 비개 방 수목원이었다. 설립자가 타계하고 수목원은 대한민국의
수목원을 걷다 보면 호수도 나오고 바다도 나온다. 감탄에
것이 되었고, 그의 나무 사랑 정신을 알리고자 수목원 내 7
감탄을 연발하게 하는 이 모든 풍경들을 보며 느껴지는 감
개 정원 중 ‘밀러가든’이 2009년 3월 첫 개방을 시작했다.
성들을 아이에게 태담으로 들려주어도 좋다. 나무처럼 푸
이미 2000년, 세계에서 12번째,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세
르르 거라, 바다처럼 넓은 마음을 가지 거라, 꽃처럼 향기로
계의 아름다운 수목원’ 으로 인정을 받았던 곳이므로 많은
워라. 아빠 목소리를 많이들은 아가들은 반드시 아빠 목소
이들의 관심 속에 천리포의 나날이 흐르고 있다.
리를 구별한다. 아마 애틋한 경험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수목원 내에 수목원의 설립자 ‘민병갈’의 기념관을 만날 수
비밀의 정원, 천리포 수목원에는 14,000여 종류의 식물종 이 있다고 한다. 특히 목련이 아름답다는데, 그 가짓수가
있다. 보통의 지루한 기념관과 달리, 단출하지만, 설립자의 자연에 대한 깊은 애정을 마음으로 만날 수 있다.
400여 가지 넘는다고 한다. 도심에서는 기껏해야 흰색, 자
그는 300년 후를 바라보며 이곳을 설립했단다. 하루 앞도
색 목련 두가지를 봤을 뿐인데, 목련의 종류가 다양하다는
못보고 바쁘게 사는 우리네 인생이건만, 미래를 내다보며
사실 자체도 놀랍고, 그 많은 목련이 이곳에 있다니 더욱 놀
우리가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 예비 엄마와
라운 사실이다. 아직도 천리포 수목원의 군데군데 마다 설
함께 뱃속 아가와 함께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일도 계획해
립자가 관리하던 손길이 느껴질 정도니, 설립자의 수목원
보면 좋을 일이다.
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다. 서울에서 두 시간 반, 대전에서 두 시간 반 정도 내달려 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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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두 손을 맞잡고, 연애하던 시절처럼 설레며 수목원
수 있는 곳, 태교여행으로 너무 좋은, 태안 ‘천리포 수목원’.
에 난 작은 오솔길들을 걷노라면, 예비엄마 뱃속 아가의 신
이곳은 호화로운 휴양지나 근사한 여행지가 아니지만, 진
나는 발길질이 느껴질 것이다. 세상에 수많은 꽃과 나무들
정 예비 엄마와 아이의 힐링과 더불어 가족들을 위해 모진
이 있다. 다 가지각색의 모습으로 아름답다. 세상에 나쁜 꽃
세상에서 살고 있는 그대들의 힐링을 위해서도 좋을, 멋진
은 없다. 다른 꽃들만 있을 뿐이다. 세상은 이렇게 다양한
곳임이 분명하다.
더 맘 May 2013
금융이야기
부자로 만들어주는
유대인의 3가지 비법 돈에 관한 한 최고라는 유대인. 이들은 세계 인구의 0.2%에 불과하지만 지상 최강의 성공민족임을 입증하고 있다. 미국 억만장자의 40%를 차지하며 세계 30대 기업 중 12개의 기업을 세웠거나 경영하고 있다는 유대인들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이번 호에서는 대대손손 부자로 살아가는 유대인의 숨겨진 비법 3가지를 살펴보도록 하자. 1. 어려서부터 시작하는 경제 교육 유대인이 성공하는 비결은 깊고 빠른 경제교육에 있다. 유대인은 어려서부터 가정에서 돈이 많은 사람이 훌륭한 것이라는 경제교육을 받는다. ◆ 유대인의 경제교육 5법칙 ·돈이 좋은 것임을 깨닫게 해 돈의 가치에 대한 긍정적인 면을 알게 한다. ·숫자를 생활 속으로 끌어들이도록 용돈 기입장 사용법을 가르쳐 스스로 소비를 체크하게 한다. ·행위의 대가를 근거로 용돈을 지급해 돈의 소중함을 깨닫게 한다. ·자녀 성장시기별로 적합한 금융 상품을 개설해 저축하는 능력을 길러준다. ·두 개의 저금통을 선물하는데 어려운 이웃을 위한 저금통까지 준비시켜 줘 베푸는 삶에 대해 교육한다. 2. 남들보다 10년 먼저 시작 세계적으로 부를 많이 축적한 유대인들은 조기 금융교육을 시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유대인들은 전 세계 어디서든 13세가 되면 ‘바 미쯔바(Bar Mitzvah)’라는 성인식을 갖고, 실제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종자돈(5~6만 달러)을 축의금 형태로 준다. 이 돈을 받은 유대인들은 사회 진출 시 종자돈(12~15만 달 러)으로 활용해 다양하게 자산을 운용하며 실전적인 ‘경제 감각’을 터득한다. 그야말로 살아있는 경제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13세(성인식) 증권계좌 개설,
사회진출 시 목돈으로 활용,
축하금 5-6만 달러 입금
종자돈 12~15만 달러
3. 다음세대를 위한 사망보험의 가입 유대인은 부모의 사망으로 인한 빈곤과 교육포기 등에 대비하기 위해 보험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일찍 가입할 수록 가격 부담이 적은 점을 이용해 15~20세에 사망보험에 가입한다. 요약하면, 가정에서 어려서부터 용돈관리, 기부활동, 저축 등 실질적으로 자녀들에게 경제관념을 키워주는 교육 을 베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돈을 벌 때는 용기가, 모을 때는 총명함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일찍부터 간파해 온 유 대인의 부자 되는 비법, 당장 생활에서 실천해보면 어떨까.
흥국생명 AM 교육센터 김은정 CM 문의 010-2316-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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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음식으로의 초대
한 끼 밥맛의 즐거움
한성 별식 ★
라일락 향기가 풍겨오는 봄날, 특별한 초대장이 발 급되었다. 작전명은 마음껏 먹고 평가해주세요. 먹는 것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에디터가 두 발로 나섰다. 미슐랭 가이드처럼 엄격하고 냉철하게 평가하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불타올랐다. 봄밤의 저녁. 광화문과 경복궁역 사이의 그 곳을 찾아갔다. 글·사진 전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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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맘 May 2013
미슐랭 한국판 가이드 with 에디터 <채끝살 샐러드> 두툼한 채끝살과 향채소가 만나 어우러진 한국형 샐러드. 간단하게 무침과 샐러드의 중간쯤이라고 보면 적절할 듯하다. 채소의 향이 알싸하게 퍼져 입맛을 돋우기에 적격. 에피타이저로 적당하고, 술안주로도 부담 없 어 좋다. 무엇보다 채끝살과 아삭하게 씹히 는 야채의 만남이 꽤 신선하다. 쉽게 접할 수 없는 신선한 맛에 큰 점수를. 별 ★★★★★
<모듬전> 다양한 재료들을 넣어 만든 세 종류의 전이 함께 그릇 에 올려진다. 골라먹는 맛이 있어 플러스다. 그 중에서 도 특히 오징어를 갈아 만든 전은 해물의 맛이 전체적 으로 많이 난다. 아쉬운 것은 채썬 호박이 들어간 호박 전. 젓가락으로 찢어 먹을 때 호박이 마구 흐트러져 미 관 상 좋지 않다. 맛도 집에서 생각보다는 무난해서 조 금 아쉬운 감이 있다. 별 ★★★☆
<갈비전골> 개인적으로 탕 속에 들어간 고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아무리 잘 조리했어도 국물 에 들어간 이상 고기가 질겨진 경우가 대부 분이니까. 하지만 한성별식의 갈비전골은 다 르다. 갈비의 두툼한 살을 잡고 손으로 뜯는 데 살점이 부드럽게 찢어진다. 심지어 야들야 들하기까지 했다. 비법이 무엇인지 궁금해 하 며 국물을 한 스푼 먹었다. 그야말로 시원하 면서 깔끔하다. 기름질수도 있는 갈비전골이 이토록 맑은 맛을 낼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 다. 고기와 국물 모두 백점을 주고 싶은 맛. 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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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갈비> 소고기 떡갈비와 돼지고기 떡갈비가 함께 나와 꽤 푸 짐하다. 빨갛게 양념되어 나온 것은 돼지고기 떡갈비, 순수한 고기 빛깔을 자랑하는 것이 소고기 떡갈비이 다. 전반적으로 고기 입자가 지나치게 잘지 않아 씹는 맛이 살아있다. 게다가 함께 나온 부추가 고기의 느끼 한 맛을 시원하게 잡아준다. 개인적으로는 짭쪼롬하게 간이 된 소고기 떡갈비를 추천. 돼지고기 떡갈비는 굳 이 따지자면 제육볶음의 맛과 유사했다. 식을수록 기 름기가 느껴진다는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 별★★★☆
<된장 비빔밥> 비빔밥에 큰 기대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다지 특별할 것도 없는 메뉴니까. 이곳은 특별하게 고추장이 아니라 강 된장을 양념으로 한 비빔밥을 선보인다. 직접 담근 집 된장 에 양념을 더한 강된장은 달큰하면서도 짜지 않다. 게다가 무나물, 고사리, 도라지, 호박나물 등의 조합도 누구 하나 튀지 않고 어우러진다. 나물 간도 세지 않고 삼삼해 강된장 과 잘 어울린다. 한 그릇을 비우고 괜시리 뿌듯해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마음에 드는 한 끼 식사 메뉴이다. 별 ★★★★☆
<해물떡볶이> 일반적인 떡볶이의 맛과는 다르다. 소스는 고추장 베이스이지만 해물맛이 더해져, 분식집 떡볶이보 다 훨씬 고급스럽다. 다만, 지나치게 달콤하다. 매 콤한 떡볶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아쉽다. 그 래도 홍합과 새우등의 해물이 듬뿍 들어가 골라먹 는 재미를 더했다. 해물떡볶이의 맛을 살린 것은 데코로 올라간 깻잎이다. 그 향과 맛이 자칫 평범 할 수 있는 떡볶이의 맛을 살렸다. 별 ★★★☆
총평 음식을 좋아하던 이들의 우연한 만남으로 탄생한 그 곳 카페잇과 한성별식. 에디터가 직접 느낀 한성별식의 장점은 식사와 술을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것. 점심엔 런치를, 저녁엔 식사와 함께할 수 있는 안주메뉴가 다양하게 올라와 있어 편의성을 더했다. 조미료 없이 깔끔하면서도 정갈한 한식으로 배부르고 만족스럽게 식사할 수 있다. 광화문 근처에 괜찮은 음식점이 생겨 개인적 으로 기쁘다. 친구나 지인에게 ‘나 이런 곳도 알아’ 하면서 데리고 가서 점수 따기에도 그만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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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맘 May 2013
맛 따라 가는 식도락 여행
광주의
맛
전
전라도가 맛의 고장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전주 의 비빔밥, 나주의 곰탕, 영광의 굴비요리, 장흥의 삼합 등 지역 이름을 대면 대표 음식이 술술 나온다. 그렇다면 전라도의 중심 인 광주는 어떨까. 호남지방 최대의 도시, 민주화의 성지라는 큰 타이틀을 지닌 광주는 아무래도 맛의 고장과는 거리가 멀어보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는 사람은 알듯이 광주의 먹거리는 일일 이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풍부하다. 무등산 산자락 인근의 보리밥 골목부터 시내의 오리탕과 떡갈비 골목까지. 먹음직스러 운 음식 골목으로 가득한 곳이 바로 광주이다. 그렇다면, 광주에 서 가장 으뜸으로 치는 음식은 무엇일까. 바로 전라도 제사상에 서만 맛볼 수 있었다는 귀한 음식, 육전이다. 글·사진 전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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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전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전라도에서는 고기하면 보통 쇠고기를 지칭한다. 소 도축장도 그만큼 많고 생고기집도 많다. 이 때 생고기는 일반적으 로 타 지역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다르다. 전라도를 제외한 수도권과 타 지방에서 생고기는 구이를 한다는 전제하에 얼리지 않은 구이용 고기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전라도에서 이야기하는 생고기는 그야말로 진짜 날 것의 상태인 고기 이다. 옛날부터 전라도 지방은 생고기를 먹는 문화가 발달했다. 다른 지역은 한우를 도축하는 데 3일이 걸리는데 반해 전라도 지역은 이틀 만에 소의 일부 부위가 정육이 끝난다. 일반적으로 고기를 날 것의 상태로 먹을 수 있는 시간은 3일 이 지나지 않아야 한다. 그래서 전라도 지역은 생고기를 이용한 요리가 특히나 발달했다. 소의 뒷다리 살을 이용한 육회부터, 한우를 얇게 포를 떠 부쳐낸 육전까지. 특히나 육전은 그 맛이 훌륭해서 안주거리 로도 환영받는 음식이었다. 그래서 제사상에도 빠져서는 안 될 음식이었다. 육전이 없으면 제사상이 아니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였다고 하니 말이다. 육전의 맛 고기는 항상 고기 자체로 순수하게 먹어야 한다는 지론이 있었다. 고기를 먹을 때 쌈 채소도 최대한 배제한 채 고기 본 연의 맛을 즐기는 주의였으니 말이다. 그런데 육전은 고기가 부침옷에 한번 묻혀져 나오기 때문에 걱정이 됐다. 혹시나 고기 자체의 맛이 사라져 버리지 않을까. 기대 반, 걱정 반의 마음을 안고서 광주에 육전을 잘하는 식당을 찾아갔다. 정 갈한 한옥의 좌식형 내부는 마치 과거로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간 듯했다. 양반다리를 하고 육전이 만들어지는 것을 보 고 있으니 마치 정승처럼 대접받는 기분이 들었다. 육전의 제조과정은 간단하다. 얇게 포를 뜬 소고기를 그 자리에서 밀가루와 계란물을 묻혀 부쳐내면 끝이다. 단, 재빠르게 뒤집어 만들어지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포인트. 기름을 두른 그 릴형 팬이 테이블 위에 기름을 두르고 종업원의 빠른 손놀림에 육전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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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맘 May 2013
고소한 기름 냄새가 풍기는 것이 위와 침샘을 자극하는 것이 느껴졌다. 드디어 육전은 뚝 딱 완성이 되었다. 어떻게 하면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 비법은 간단하다. 갓 만들어진 육전을 들깨와 땅콩가루가 들어간 소금에 톡 하고 찍어먹는다. 이 소금은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육전의 심심한 맛에 간을 더해 최고의 궁합을 자아낸다. 그냥 소금이었 다면 아쉬웠을 맛이 적당히 배합된 소금과 함께 해 맛이 더 배가된다. 소금에 찍어먹기가 지루해질 때쯤이면 참기름과 고춧가루로 간단하게 무쳐낸 파절이를 곁들여 먹어도 좋다. 느끼할 수 있는 속을 잡아주는 일등공신이다. 아무래도 소고기 가격이 만만치 않다보니 육전은 금세 동이 난다. 또 다른 별미로는 낙지 전이 있다. 낙지를 칼로 탕탕 쳐서 다져낸 낙지를 작고 동그랗게 전으로 만들어낸다. 낙지 를 갈아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입자가 굵어 확실히 씹는 맛이 살아있다. 흡사 해물 동그랑땡과 비슷한 맛이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그와는 확연히 다르다. 인공적이 지 않은 낙지의 담백함이 느껴진다. 쫀득하지 않고 포슬거려서 개인적으로 먹는 질감에서 의 만족도는 떨어진 편이었다. 하지만 육전보다 오히려 낙지나 굴 등의 해물전을 먹기 위해 오는 단골들도 꽤 있다고 하니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다. 그래서 예약은 필수다.
광주 미미원 위치 광주시 동구 동명동 198-5 문의 062-228-3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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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만족 체험여행
신비로운 제주바다를 체험하다
아시아 최대규모의 아쿠아리움
‘아쿠아플라넷 제주’
해양의 신비가 가득한 아름다운 섬 제주에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아쿠아리움이 있다. 교육, 문화, 엔터테인먼트가 어우러진 복합 테마파크 ‘아쿠아플라넷 제주’를 소개한다. 글 김수석 사진 아쿠아플라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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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맘 May 2013
“섭지코지의 해안과 성산일출봉이 선사하는 가슴 벅찬 감동은 아쿠아플라넷에 들어서자마자 해저탐험의 설렘으로 이어진다”
제주국제공항에서 1시간여 동안 차를 몰아 도착한 섭지코지. 이 곳을 찾은 관람객은 탁 트인 에메랄드빛 바다와 웅장한 성산일출 봉의 절경에 절로 감탄사를 쏟아내게 된다. 아쿠아플라넷은 이처 럼 아름다운 섭지코지의 해안선을 따라 지어졌다. 로비로 들어서 면 성산일출봉과 마주하는 풍광이 액자에 담긴 그림처럼 다가온 다. 이곳에서 그냥 멈춰선 채 커피를 마시면서 제주의 바다를 감상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지지만, 절경이 선사하는 가슴 벅찬 감동 은 이내 해저탐험의 설렘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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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와 오대양의 바다를 재현 세계의 바다를 담은 아쿠아리움 ‘한화 아쿠아플라넷 제주’는
각각의 바다를 대표하는 생물들이 볼거리를 선사한다. 수조는
작년 7월 제주 섭지코지에 문을 연 아시아 최대규모의 아쿠아
관람객의 눈높이에 맞춰 비스듬하게 배치하여 해양생물을 보다
리움이다. 아쿠아플라넷은 물을 상징하는 ‘아쿠아(aqua)’와 행
실감 나게 즐길 수 있도록 배려했다. ‘하버 플라넷’에서는 참물
성을 뜻하는 ‘플라넷(planet)’의 합성어로 바다의 웅장함, 해양
범 2마리가 일반수조와 원형수조, 지상층 수조를 자유롭게 돌
첨단과학과 인간의 만남을 표현한다.
아다니고 ‘펭귄 플라넷’은 펭귄들이 유리 너머로 날아다니듯 헤
웅장한 규모에 걸맞게 전시된 바다생물도 다양해 관람객의 눈
엄친다. 파이브오션스를 지나면 주상절리를 원형 그대로 재현
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자연과 인류의 공생’이란 테마로 전
한 ‘주상절리 터널’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짙은 회색의 주상절리
시된 이곳의 생물은 총 500여종 4만8000여 마리에 달한다. 국
층 가운데에는 10개의 특수수조가 설치돼 있으며, 이 안에는 천
내 최초로 반입된 마타레이(쥐가오리)를 비롯해 돌고래, 대형
지연폭포에서 발견된 무태장어, 버들치, 참붕어 등 제주 민물고
상어, 거대 흑가물치, 1만 마리에 달하는 정어리 등 수많은 해양
기가 전시돼 있다.
생물이 살아 숨 쉬고 있어 그야말로 교육 문화 엔터테인먼트가 어우러진 테마파크라 할 만하다.
특히 지하 1층에 만들어진 ‘제주의 바다’는 아쿠아플라넷 제주 의 백미다. 세계 최대 규모의 수족관으로 관람 창 크기만 23m,
겉보기에는 건물이 1개 단층으로 보이지만 실제 내부는 지하 1
높이 8.5m에 이른다. 너스 샤크, 만타레이, 이글레이, 동수구리
층, 지상 2층 구조로 이뤄져 있고 층마다 풍성한 볼거리가 가득
등 50여종의 대형 생물들이 이곳의 주인이다. 1,000여 마리의
하다. 로비에 들어서면 우선 5m가량 넓게 펼쳐진 오색의 ‘문섬
줄고등어가 군무를 이루고 3m에 달하는 너스샤크와 만타가오
수조’가 관람객을 반갑게 맞이한다. 이는 제주도에서도 빼어난
리, 매가오리 무리가 피시 볼을 통과하는 모습이 장관이다. 마치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문섬을 재현한 것으로 형형색색의 산호초
아이맥스 영화를 보는 듯 ‘바닷속 신비’를 눈앞에 펼쳐 놓는다.
와 귀여운 열대어가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더불어 하루 4회 열리는 ‘해녀물질 공연’도 볼거리를 더해준다.
이어 입구로 향하면 원통기둥을 대각선으로 깎아낸 듯한 대형
해녀물질 공연은 실제 제주의 해녀들이 등장해 물질하는 모습
수조 5개가 일직선으로 한눈에 들어온다. 이곳이 바로 1층의 메
을 그대로 재현하는 공연이다. 해녀물질 공연은 함께 물에 들어
인 수조인 ‘파이브 오션스(Five Oceans)’이다. 이곳은 북극해와
가지 않고도 해녀의 물질 모습을 볼 수 있어, 진귀하고 특별한
대서양, 태평양, 인도양, 남극해 등 5개 구역으로 이뤄져 있으며
경험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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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맘 May 2013
만지고 체험하는 생태학습의 장 날개를 가진 펭귄은 새가 맞을까? 물 밖에선 둔하기 그지없는 바 다사자가 날렵한 수영실력을 자랑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수달은 어떻게 집을 지을까? 등, 아쿠아플라넷에서는 평소 궁금했던 해양 생물들의 행동습성과 특성을 전문 아쿠아리스트들의 설명을 통 해 쉽고 재밌게 배울 수 있다. 특히 수달, 불가사리, 소라 등을 직접 만져보는 ‘아쿠아 사파리’와 ‘터치풀’은 어린이들에게 최고의 인기다. 그리고 체험 학습공간 인 ‘마린 사이언스’ 역시 어른과 아이 모두에게 인기가 높다. 이곳 에는 대양과 해저를 미니어처, 체험기구, 첨단 컴퓨터그래픽(CG) 등을 통해 알기 쉽게 재현해 놓아 흥미롭다. 해저탐험을 콘셉트로 바다 깊은 대륙붕 위를 실제처럼 재현해 놓 아 사실감을 더해 주고 벽면에는 인류에게 아직도 미지의 영역으 로 남아 있는 바다를 미니어처를 통해 설명해 준다. 또한, 곳곳에 는 쓰나미(지진해일) 체험 공간도 마련돼 있어 어른과 아이가 함 께 유익한 한때를 즐기기에 좋다. 그리고 ‘마린사이언스’ 내부에 는 어린이만을 위한 미니 테마파크 ‘키즈 플라넷’도 있다. 영유아 가 바다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으며, 아이들 이 뛰어놀 수 있는 안전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이러한 아쿠아플라넷 제주는 단순한 ‘수족관’의 차원을 넘어 ‘자 연, 문화, 체험’을 핵심으로 한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며졌다. 이를 위해 해양 생태계 보존에도 앞장서 한화해양생물연구센터를 설 립하여 세계동물원 수족관협회 인증과 다양한 생물의 서식지 보 존기관에도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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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해양 공연이 가득 대형 공연장인 ‘오션아레나’에서는 즐거운 해양공연을 즐길 수 있다. 아쿠아플라넷의 애교만점 ‘스타동물’이 총출동하여 관람객을 즐겁게 한다. 바다코끼리와 물개 가 관람객과 어울려 웃음을 선사하고, 돌고래와 인간의 교감을 주제로 한 공연은 가슴을 찡하게 만든다. 또한, 동유럽 출신의 미녀들이 선보이는 싱크로나이즈 공연 도 빼놓을 수 없는 관람거리다. 싱크로나이즈 공연은 ‘인간과 자연의 하나됨’을 주제 로 경쾌한 음악에 맞춰 수중발레의 우아함과 역동성을 전달한다. 더불어 기존 아쿠아리움에서는 경험할 수 없 었던 이색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이 ‘룩다운 보트’다. 바닥이 훤히 보이는 보트를 타고 ‘제주 의 바다’를 유람하는 이벤트로, 보트 바닥이 유리로 만 들어져 해양생물을 눈앞에서 보며 먹이를 주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외에 아쿠아리움을 게임하듯 탐험하는 ‘아 쿠아 퀘스트’, 수조 안에 직접 들어가 걸어 다니는 ‘씨워 커’ 등도 운영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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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맘 May 2013
한화 아쿠아플라넷 제주 연 면 적: 25,600m²(약 7,740평) / 수조규모: 10,800톤 보유어종: 500여종 48,000마리 위
치: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리 127-1 아쿠아플라넷 제주 (섭지코지 부근)
주요생물: 고래상어, 큰돌고래, 만타가오리, 대형상어 요
금: 대인_37,600원, 청소년_35,100원, 어린이_32,600원 (아쿠아리움+공연장+과학관 전체입장 可)
홈페이지: www.aquaplanet.co.kr 페이스북: http://www.facebook.com/AQUAPLANETJEJ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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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랫말 에세이 ① 윤종신 <나이>
나이, 거짓말 같은 숫자의 조합 노랫말에는 다양한 메시지가 함축되어 있다. 남녀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부터 시대상을 반영하는 세태 풍자까지 가사를 보면 노래가 갖는 의미가 분명해진다. 요즘 척박해진 가삿말이 대세라고는 하지만 둘러보고 찾아보면 삶을 성찰하게 하 는 혹은 뒤돌아서 잠시 주위를 둘러보게 하는 노랫말을 발견할 수 있다. 첫 번째로 가수 윤종신의 <나이>를 골랐다. 글 전은영
발단은 몇일 전 술자리에서였다. 서른의 늦깍이 신입사
그렇게 부적응과 적응의 경계를 오가고 있었다.
원이 된 선배와 함께 술을 마시고 있었다. 해질 무렵 이자
“그리고 앞자리 숫자가 바뀌니까 아무래도 느낌은 남다
카야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적당히 시끄러운 가요와 두
른 것 같아. 서른 살이 되면, 내가 어떨 것 같다고 막연히
런거리는 사람들의 말소리는 마치 하나의 거대한 음으로
머릿속에 그려둔 게 있잖아.”
움직이고 있었다. 그 음악과 함께 한 잔 기울이는 술잔은 적당히 사람을 취하게 했다. 그는 갓 시작한 회사 생활의
그랬다. 아무리 부정적인 현실주의자라 할지라도, 그 나
고단함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 때쯤 자신의 지위와 상태를 그럴듯하게 예측하는 것
처음 들어간 사회라는 집단이 녹녹치 않은 듯했다. 나는
이 당연했다. 서른이 넘으면 옆에는 근사한 애인이 있거
그가 이야기하는 것을 그저 묵묵히 들어주는 것밖에 달
나 또는 내 분야에서 화려한 커리어를 쌓은 도시여성이
리 방법이 없었다. 그렇게 대화는 이어졌고, 나는 분위기
자연스레 내 머릿속에 그려져 있곤 했다.
를 전환하기 위해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이십대 후반을 바라보는 나이에, 명품 백 하나 정도는 살 수 있는 경제적 능력과 다른 분야
“그나저나, 서른 되니까 느낌이 어때요?”
에서 안정적인 직장을 가진 남자친구가 있을 줄 알았다. 그저 당연하게 말이다. 물론 현실은 정반대였다. 나는 그
“음. 글쎄. 막상 해가 바뀌고 서른이 되었을 때는 별 느
다지 넉넉한 돈을 벌고 있지도, 남자친구는커녕 주위에
낌이 없었어. 그런데 말야. 누군가를 만나고, 상대방이 내
남자 한 명 없이 쓸쓸한, 여자사람에 불과했다. 이것은 나
나이를 물어볼 때, 서른이라고 대답하는데 뭔가 가슴에
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었다. 항상 여자 친구들과의 대
확 박히더라고.”
화중에는 이런 이야기가 꼭 들어갔다.
실은 나도 그랬다. 항상 해가 바뀌고 이제 ‘한 살 더 먹었
“내가 이 나이가 되면, 이러고 있을 줄 몰랐어.”
구나’라고 머릿속은 인지를 하는데 가슴은 그렇지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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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니까. 막상 1이라는 숫자가 더해진 나이에 익숙해질 때
우리의 마음속에는 아직도 소녀가 살고 있었다. 성숙하
쯤이면, 어느새 가을이나 겨울 무렵이었다. 익숙해 질만
고자 했지만, 아직은 부족했다. 마음만은 나도 이십대라
하면, 다시 또 일 년이 지나고. 지금의 나이가 될 때까지
고 말하는 백발의 지긋한 할머니의 마음이 문득 이해가
더 맘 May 2013
되었다. 안은 아직 어린데 겉은 늙고 있었다. 시간 은 점차 빠르게 흘러갔다. 나이를 먹을수록 새로 경험한 일이 적어 시간이 빠르게 가듯이 느껴진 다는 과학자의 말처럼. 비슷비슷한 하루는 재빨리 스쳐지나가는 듯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문득 생각한다. 두 자리의 숫자 에 불과한 것이 나를 옥죄고 있는 것이 아닐까. 물 건을 하나 살 때에도, 옷을 입을 때에도, 무얼 하 나 배우려고 할 때에도 ‘지금 내가 이래도 되는 걸 까?’하는 물음이 잦아든다. 나는 그러고 싶은데 나 이라는 숫자와, 사람들이 바라보는 시선이 점차 옥죄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럴수록 점차 내 안의 존재는 작아지고 현실이라는 말도 되지 않는 보이지 않는 벽에 스스로를 가둔다. 문 득 얼마 전 만났던 인터뷰이의 말이 생각났다. “외국에 가면, 누군가를 만날 때 나이를 잘 묻지 않아요. 그저 상관없이 친구가 되는 거에요.” 어느새 부터인지 나조차도 누군가를 만날 때, 그 의 나이로 사람을 평가하고 있었다. 왜 저 사람은 나이답지 않게 성숙하지 못한지 속으로 따져대고 있었다. 내가 누군가에게 그 숫자로 재단 받을 거 라는 생각은 까맣게 잊으면서. 우습지만 그것이 현실이었다. 이름표가 되어버린 그 숫자. 외면하 려 하지만 금세 다가 와버리는 그것. 나이라는 또 다른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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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나 그리고 그대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요람에서 무덤
히 훌륭하게 만들어져있어 어지간한 심신의 스트레스 상
까지 일생 스트레스와 함께 합니다. 긍정적이고, 적절한
태 하에서도 견딜 수 있는 자동조절장치가 있는데, 이 조
스트레스인 옵티멈 스트레스(optimum stress)는 삶의 활
절장치가 망가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력 촉진제로 작용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지만 이번 칼럼에 서는 스트레스가 건강과 아름다움의 메신저인 호르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① 정신적·육체적 스트레스가 너무 격심하여 교감 부교 감신경계의 질서가 교란되는 경우. ② 처음부터 신체가 허약하여 약한 스트레스에도 저항력
여성에게 있어서 호르몬의 균형은 곧 인생의 균형 입니다. 스트레스는 생체 항상성(生體恒常常性ㆍ
이 없는 경우. ③ 지속되는 과로로 생체시계가 교란되는 경우.
Homeostasis)을 깨뜨리는 원인이 되어 궁극적으로 건강 과 아름다움을 상실하는 단초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조건하에선 자율신경의 밸런스를 무너뜨려 여러
우리 몸에는 중추신경과 자율신경의 두 가지 신경체가
가지 원치 않는 장애를 일으키는 단초를 제공해 뇌하수체
있는데, 중추신경(동물신경)은 지각신경과 운동신경 기
에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뇌하수체는 생명의 교향곡을
능으로 뇌에 중추를 두고 척수를 통해 신체 모든 조직에
주관하는 메신저(내분비 호르몬 분비 명령)에 기능적 장
통신망처럼 뻗어 있습니다. 또한 자율신경(식물신경)은
애가 발생됩니다. 흥분된 자율신경은 노르에피네프린 호
나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작용하는 신경입니다. 위액분비
르몬을 분비하여 혈관을 수축시켜 혈압을 올리고 땀이 나
(내분비), 눈물이나 땀(외분비)이 나오거나, 근심 걱정거
게 하며 각 신경을 예민하게 하며 근육을 수축시킵니다.
리가 생기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맥박이 둥둥 뛰는 현상들
한편, 신호를 받은 부신에서는 에피네프린(아드레날린)
에 관여하는 신경입니다.
을 분비하여 심장의 박동을 증가시키며, 간에 작용하여 포도당을 혈액 속으로 방출함으로써 혈당을 올립니다.
자율신경에는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이 있는데 이 두 신 경이 사이좋게 밸런스를 유지해 밤에 작용하는 호르몬,
이와 같이 스트레스에 대한 내분비계의 반응은 스트레
낮에 작용하는 호르몬이 제때에 조화롭게 분비되어 생리
스를 이겨내기 위한 방어기전이 되지만, 이러한 스트레스
를 조절하는 메신저 기능을 다해야 하는데, 스트레스로
호르몬들이 지속적으로 증가된다면 오히려 반대 현상이
인해 두 신경에 밸런스가 무너지게 되면 '자율신경실조'라
발생합니다. 즉, 혈당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게 되어 당뇨
는 생리적 언밸런스가 유발하게 됩니다.
병이 발생할 수 있고, 고혈압이 발생할 수 있으며, 면역기
아주 흥미로운 연구를 소개하면, 건전한 상태의 시상하
능과 성기능이 오히려 저하되는 등 생리장애 요인이 됩니
부는 형광위상현미경으로 관찰하면 녹색의 푸른 잎과도
다. 스트레스로 뇌하수체의 기능이 저하되면 스트레스를
같으나, 스트레스가 지속으로 가해지면 단풍처럼 물들었
이겨낼 수 없기 때문에 심한 피로감, 허약감, 저혈압, 저혈
다가 심해지면 낙엽과 같은 색으로 변해진다는 것입니다.
당 등이 발생하게 되어 건강이 위태로운 지경에 이를 수 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자율신경에는 일정한 리듬이 있다는 사실입 니다. 우선적으로, 1일 주기를 잘 준수해야, 한 달의 주기
생체는 심(心)ㆍ식(食)ㆍ동(動) 3요소로 구성된 생명체
도, 일 년의 생체리듬 주기도 순조롭게 작동하는 법칙의
입니다. 온전한 건강을 위해 소리에 놀라지 않은 사자와
자연 질서가 작동되는 것입니다. 낮에는 활동적으로, 밤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생활하시길 기원
에는 평온하게 휴식을 취하는 질서가 보약입니다.
드립니다.
신체는 유전적 각 개체마다 차이는 있기는 하지만, 대단
노블스토리 동탄점 박혜란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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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갈 곳 잃은 기러기아빠,그들을 위한 솔루션 지난 호에는 기러기아빠들이 겪는 어려움으로 △자녀의 교육, 미래에 대한 불안감 △외로움과 소외 같은 정서적인 갈등 △성적인 문제 △경제적인 난관 등이 있다고 지적했 습니다. 오늘은 기러기아빠들의 적응 단계와 어려움을 극 복할 수 있는 가족 상담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기러기아빠의 적응 단계 1. 당황의 단계: 서로 충분히 생각하고 내린 결정이었지만 그 느낌은 갑자기 가족들이 떠난 상황에 대한 당황과 두려 움의 단계로 보통 3~6개월가량이 걸리는 것으로 보인다. 때로는 처음 단계에 즐겁고 신나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보통 부부간의 갈등과 권태로움 등의 소원했던 관계였던 경우가 많다.
이나 결국 문제를 크게 만들고 문제해결을 어렵게 한다. 이 는 자기 자신을 속이는 태도이다. 2. 각 가족원들이 개별화를 이루라 자녀와 나는 다른 존재이다. 아내와 나의 마음과 생각은 다를 수 있다. 개별화라는 것은 자신의 욕구와 생각, 감정 그리고 상황에 대한 인식을 구분하여 명료화해서 생각하 는 것이다. 개별화가 이루어지면 친밀한 관계 맺는 능력도 증가한다. 3. 여러 상황적인 변화를 위한 해결방안을 강구하라 감정적인 상황이므로 오히려 종이에 쓰거나 쉽고 간단한 해결책을 계획해 하나하나 실천해 보는 것도 좋다. 문제가 크다고 커다란 과제를 두기 보다는 작은 과제를 구체적으 로 단계적으로 계획하는 것이 좋다. 커다란 어려운 과제는
2. 방황의 단계: 별거로 인한 충격과 적응의 어려움으로 일
성공하기 어렵고 신뢰를 떨어뜨린다.
과 술 중독, 여성을 사귀는 등의 부적응 행동을 보이는 시
어렵고 힘든 일일수록 작은 성공이 중요하다.
기다. 특히 단기보다는 장기가 그리고 단기유학에서 장기 화되는 경우가 그렇다.
4. 과거의 사건, 감정보다는 현재의 현실에 기본을 두라 과거의 여러 상황과 감정은 뒤엉켜있기 쉽고 해결에 어려
3. 인내의 단계: 여전히 전화로 이루어지는 의사소통과 가
움이 따른다. 따라서 현재, 현실의 원리에 의거해서 문제를
끔 이루어지는 가족방문과 만남으로 인한 갈등을 겪지만
살펴보고 해결해 가는 것이 필요하다.
자녀들의 소식을 들으며 점차 적응하게 된다.
5. 효율적인 의사소통이 필요하다
4. 수용의 단계: 점차 시간이 길어지면서 가족 비동거의 패
대화의 질과 온도가 중요하다. 대화에서 얼마나 솔직하게
턴이 익숙해져서 가족의 방문에 오히려 불편함을 얻기도
사실적으로 자신을 표현하고 상대를 이해시키기 위해 상
한다. 이러한 수용도 회의와 희망의 복합으로 이루어진 불
대가 성공하도록 잘 전달되어야 한다.
완전함을 가지고 있다. 적응하려는 노력으로 볼 수 있겠다. 기러기가족을 위한 솔루션 1. 가족원끼리 비효율적인 생각을 줄이라 “남편은 여기 상황을 모르니깐, 또 저렇지?”, “내가 뭘 기
부부싸움의 경우, 의사소통이 아닌 감정적인 해소로 끝나 기 쉬운데 솔직한 감정과 다른 사람에 대한 비방은 다르다. 문제 해결을 위한 사건이 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때 때로 해결보다는 합의가 그리고 져주는 것이 아닌 서로의 의견이 들어가고 상황이 고려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대해,”, “내가 참지.”, “나는 돈만 벌어다 주는 기계이지.”,
경우에 따라서 서로를 받아줄 수 없는 상황이라면 이를 위
“자녀가 성공하면 다 보상받을 수 있을꺼야.”, “자식들이
해 열린 사고로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
크면 나의 수고를 알아주겠지.” 등 같이 현실을 회피하거나 억압하는 것은 일시적으로는 자기를 위로하는 데 효과적
해맑은 봄 심리발달센터 www.sun-spring.co.kr 02.304.3030 박민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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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모유수유와 신생아 황달 황달은 혈액 속의 빌리루빈 농도가 증가해 피부에 빌리루빈이 축적되어 신생아의 피부와 눈 흰자위의 색이 노랗게 변하는 것을 말합니다. 황달이 발생하는 원인은 매우 다양하지만 출생 직후의 신생아에서 나타나는 황달은 성인의 황달과는 다릅니다. 혈액속의 빌리루빈은 간에서 제거되는데 아기의 간은 출생 후 수일이 지나야 효과적인 기능이 이루어지므로 출생 후 며칠 동안 황달이 발생합니다. 신생아 황달은 생후 첫 주 내에 만삭아의 약 60%, 미숙아의 약 80%에서 관찰될 정도로 신생아기에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질환이지만, 대부분의 경우에서 문제가 없는 양호한 경과를 보입니다. 하지만 심한 신생아 황달을 제때에 치료하지 않을 경우에는 영구적으로 뇌신경계에 손상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신생아 황달의 원인 생리적 황달 생리적 황달은 출생 후의 적응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
있습니다. 따라서 출생 후에 되도록 빨리 모유 수유를
상으로서, 만삭아의 경우 대개 생후 2일부터 8일까지
시작하고, 하루 10회 이상 모유 수유를 하며, 밤에도 수
나타나고 미숙아에서는 생후 14일까지 지속되기도 합
유를 하는 것이 신생아 초기에 발생하는 조기 모유 황
니다. 하지만 아기의 머리에 혈종이 있거나(두혈종) 광
달을 감소시키는데 도움을 줍니다.
범위한 피하 출혈이 있는 경우에는 치료가 필요할 정 도로 황달이 심하게 나타나기도 합니다.
모유 수유하는 아기의 2%에서는 생후 1주 이후에도 황달이 지속되어 혈청 빌리루빈 농도가 10~30 mg/dL 까지 올라가기도 하는데, 이를 후기 모유 황달이라고
모유 황달 모유를 먹이는 아기는 분유를 먹이는 아기에 비해서 신생아 황달이 더 잘 생깁니다. 모유 수유하는 아기의
이런 경우 빌리루빈 농도가 서서히 감소하여 1~2개월 까지 낮은 농도로 지속됩니다.
13%에서 생후 1주 내에 혈청 빌리루빈 농도가 12 mg/
후기 모유 황달이 중등도로 심한 경우에는 1~2일간
dL 이상 증가하는데, 이것은 모유 수유가 충분하지 않
모유를 중단하고 분유를 먹이면 대개 황달이 호전되는
아서 생긴 탈수나 칼로리 섭취 감소 때문에 발생하며,
데, 그 후에는 다시 모유를 먹여도 되며 황달이 다시 심
이를 조기 모유 황달이라고 합니다.
해지지는 않습니다. 만약 모유 황달이 심한 경우에는
모유 수유하는 아기에게 물이나 포도당액을 먹이면 칼로리 섭취를 더욱 감소시켜서 황달이 더 심해질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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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니다. 황달이 가벼우면 모유 수유를 계속 해도 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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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증으로 핵 황달이 올 수도 있으므로 입원해서 치 료를 받아야 합니다.
신생아 황달의 치료 병원치료 퇴원 후 수일 동안 황달이 지속되면서 아기의 피부가 더 노래지고, 눈 흰자위가 노랗고, 아기가 깨우기 힘들거나 보 채고, 모유나 분유를 잘 먹지 않을 때는 병원을 방문해야 합니다. 진찰 아기를 진찰할 때에 피부와 눈의 흰자위의 노란 정도를 평 가해 황달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또한 병 적인 황달을 의심할 수 있는 소견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합 니다. 예를 들면, 빈혈 혹은 창백증이 있는지, 두혈종이 있 는지, 배가 불러 있는지, 간이나 비장이 커져 있는지, 피부 발진이 있는지, 구토나 설사가 있는지, 대변색이 희거나 밝 은 노란색은 아닌지 등을 확인해야 합니다. 혈액 검사
광선치료 피부에 축적된 빌리루빈에 빛을 쬐면 빌리루빈의 형태가 변해 간에서 담즙으로 배설하거나 신장에서 소변으로 배 설하기가 쉬워집니다. 그러면 혈액 내 빌리루빈 농도가 감 소하면서 황달이 호전됩니다. 연구에 의하면 푸른빛 형광 등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대부분의 신생아 황달을 광선요법으로 치료할 수 있으며, 피부색에 따른 광선요법의 효과 차이는 없습니다. 광선요 법은 지속적으로 시행해야 하며, 피부 노출을 극대화하고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아기의 옷을 벗기고 자세를 자주 바 꾸어 줍니다. 아기의 눈이 강한 빛에 노출되면 망막 손상을 입을 수 있으므로 반드시 안대를 해서 눈을 보호해야 합니 다. 광선요법 중에는 탈수가 오기 쉬우므로 수분을 충분히 공급해 주어야 합니다.
황달 치료 시 모유수유
황달의 원인과 심한 정도를 알기 위하여 혈액 검사가 필요
출생 후 모유수유가 원활하지 못하면 충분한 영양공급이
합니다. 1차 검사로는 아기의 발뒤꿈치를 바늘로 찔러 소
안되어 황달이 올 수가 있으며 모유수유가 황달을 일으키
량의 혈액을 채취한 다음, 빌리루빈 농도를 측정합니다. 이
는 원인이 아니므로 황달이 있다고 해서 젖을 중단할 이유
검사에서 빌리루빈 농도가 10~12 mg/dL 이상이면 2차 검
는 없습니다. 광선 치료 시에 가능하면 엄마도 아기와 함께
사를 하게 됩니다. 2차 검사에서는 혈액형, 헤모글로빈 수
모자동실로 입원해 계속해서 더 자주 모유수유를 하도록
치(빈혈의 정도를 알 수 있음), 간 효소치(간 기능 이상을
합니다. 치료를 위해 분유를 보충하거나 잠시 모유수유를
알 수 있음), 불포합 및 포합 빌리루빈 농도, 적혈구 항체의
중단하는 경우에는 3시간 마다 유축해 젖양을 유지하도록
유무 등을 알 수 있습니다. 만약 황달이 오래 지속되거나
하고 아가는 컵이나 스푼을 이용해 보충을 해주면 분유병
다른 기저 질환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선천성 간염, 기타 선
사용에 따른 유두혼동을 예방 할 수 있습니다.
천성 감염 질환, 선천성 대사 이상 질환에 대한 검사와 함 께 간 초음파검사 등을 해야 합니다.
조 정 숙 원장 오케타니 모유육아상담실 오케타니 유방관리법아카데미 문의 (02) 541-3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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