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그린컨퍼런스 기후위기의 증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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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그린컨퍼런스

기후위기의 증인들


2020 그린컨퍼런스

기후위기의 증인들

펴 낸 날

2020년 12월

펴 낸 이

조현철

펴 낸 곳

녹색연합

기 획 단

김세영, 김진아, 박수홍, 박효경, 유새미, 이다솜, 황인철 활동가

(02879) 서울시 성북구 성북동 19길 15

02-747-8500

greenkorea@greenkorea.org

홈페이지

www.greenkorea.org

인스타그램

@greenkorea_united

문켄폴라 200g/㎡

그린라이트 100g/㎡

디 자 인

고래의 노래 디자인 whalesong.co.kr

발간번호 01-20-12-04 *이 책자는 <카카오 다가치펀드>의 후원으로 만들었습니다.


차 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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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모두 기후위기의 증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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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가 사라진 재난세대 박선영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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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워지는 지구에서 농민으로 산다는 것 김정열 비아캄페시나 국제조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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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 위의 북극곰과 아스팔트 위의 노동자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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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의 사막에 나무를 심는 이유 신기호 푸른아시아 몽골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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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를 마주한 대기과학자의 증언 조천호 경희사이버대학 미래인간과학스쿨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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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우리가 모두 기후위기의 증인입니다

“지구온난화가 현 상태로 지속된다면 향후 20년 안에 지구의 평균 온 도가 산업화 이전 수준과 비교하여 1.5도가량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지 구 평균기온 상승 1.5도를 억제하지 못한다면 극단적인 기후재난이 계 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8년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가 발표한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지금 이대로라면 우리 삶의 기반이 무너질 것이고, 소위 말하는 ‘기후파국’이 도래할 것이라고 과학자들이 경고한 겁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45% 감축, 2050년까지 탄소제로 사회를 구현해야 한다는 말 도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탄소에 중독된 현 사회·경제 시스템의 근본적 인 전환 없이는 달성이 불가능한 목표입니다.

7 도입


근본적인 전환, 즉 우리 삶의 대부분을 바꾸기 위해서는 기후위기에 대한 전 사회적인 공감대가 필요합니다. 지금까지의 삶을 포기하고 전

자로 담았습니다. 모쪼록 이 위기의 이야기를 주변에 널리 알려주시고 나눠주시길 바랍니다.

혀 다른 길을 가려면 그 길에 대한 치열한 공론화 작업도 거쳐야 할 겁니 다. 단지 기후위기를 알고 있고 동의하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기후위기

2020 그린컨퍼런스 기후위기의 증인들 기획단

라는 불이 났다는 걸 알고 있다면 물동이를 들고 뛰어가야 할 텐데 아직 그런 사람은 전 세계 인구에서 소수입니다. 한국의 경우 ‘불이야! 불이 났 어!’ 외치는 목소리도 아직 작습니다. 불이 난 건 맞지만 내 집에 난 불은 아니라는 이유에서 일 겁니다. 그러나 2020년 한 해 동안 기후변화의 명확한 징후들을 우리는 가까 이서 똑똑히 보았습니다. 한 해의 대부분을 코로나와 함께 보내고 지난 여름에는 지긋지긋한 장마를 겪었습니다. 그러고 나니 올 겨울, 그리고 내년에는 우리에게 또 어떤 재난이 닥칠까 염려가 되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이 기후변화 보고서에 표현되는 몇%의 확률 안에 내가 포함된다는 걸 몸으로 깨달았습니다. 기후변화가 나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다는 인식이 조금씩 확산되고 있는 겁니다. 내 옆에서 ‘기후위기’라고 외 치고 있다면, 이들과 동시대에 함께 살아가고 있다면 우리가 모두 기후 위기의 증인입니다. 지난 11월 4일 녹색연합은 <2020 그린컨퍼런스_기후위기의 증인들> 을 통해 청소년, 농민, 노동자, 국제 NGO 활동가, 기후과학자가 직접 겪 고 있는 기후위기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이렇게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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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그린컨퍼런스 기후위기의 증인들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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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인 1 미래가 사라진 재난세대


미래가 사라진 재난세대 박 선 영 청 소 년 기후 행 동 활 동 가

안녕하세요. 저는 제천간디학교 고등 1학년에 재학 중이며 청소년기 후행동*에서 활동 중인 박선영입니다. 여러분은 ‘기후위기’라는 단어를 들으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저는 두려움, 무서움, 불안함 같은 것들이 떠 오르는데요. 제가 다니는 제천간디학교는 대안학교이다 보니 생태적인 활동들을 많이 해요. 자연농법을 위해서 생태화장실을 쓰기도 하고, 직접 농사를

나는 꿈을 꾸고, 일상을 누리고, 기후위기 걱정없는 세상을 살아 갈 권리가 있습니다.

짓기로 하고, 얻은 수확물로 김장을 직접 하기도 해요. 또 학생회 부서로 환경부가 자리하고 있어, 학생들이 친환경 제품을 쓸 수 있도록 도와주 고 있습니다.

* 청소년기후행동(Youth4ClimateAction): 한국의 청소년 기후 운동 단체. 기후위기로부터 당연한 일 상과 꿈꿀 권리를 지키기 위해 행동한다.

13 증인 1 미래가 사라진 재난세대


저는 이것만으로 제가 지구를 위해 엄청 노력하는 것 같았어요. 근데

이라 할 만큼 추운 곳인데요. 엄청 추울 때는 -20도를 넘나들었던 곳이

우리의 노력들이 석탄발전소 하나만 없어지면 해결되는 작은 실천이었

었습니다. 그래서 항상 겨울 방학도 일찍 했고 기숙사에서 학교 내려가

더라고요. 우리의 노력으로는 막을 수 없을 만큼 막대한 온실가스 배출

는 길이 얼어서 앉아서 내려가야 하는 날도 많았어요.

로 기후위기는 심각해지고 있고, 그것을 아는 순간 저의 두려움도 엄청 난 속도로 커졌어요.

아래 그래프는(그림1) 2015년도부터 2020년까지 1월, 2월의 온도를 그 래프로 나타낸 것입니다. 한눈에 봐도 이번 겨울은 다른 겨울보다 따뜻

제가 기후위기라는 것을 몸으로 느끼게 된 것은 지난 겨울부터입니

하게 지나갔다는 게 느껴지시죠? 이곳도 2년째 눈이 거의 안 오고 있습

다. 제가 사는 제천시 덕산면은 어른들이 우스갯소리로 6개월 동안 겨울

니다. 저는 겨울이면 전교생이 운동장으로 나가 눈싸움을 했던 소중한

그림 1. 기온분석 편차 제천(221) 월자료 평균기온

평균최저기온

기간: 2015-2020, 평년: 2011 그림 출처: 기상청

평균최고기온

6

6

4

4

2

2

0

0

-2

-2

-4

-4 2015-01

2015-02

2016-01

20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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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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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인 1 미래가 사라진 재난세대

2020-01

2020-02


추억들이 있는데 앞으로도 그런 즐거운 시간을 맞이할 수 있을지 모르겠

한 것이 헌법소원인데요. 청소년 19명이 청구인으로 참여해서 3월 13일에

어요.

헌법재판소에 국회와 대통령을 상대로 헌법소원을 제기한 일입니다. 정부

이번 여름은 모두에게 잊지 못할 여름이 되어버린 것 같아요. 49일간

의 소극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의 장마로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했습니다. 충북의 장마 평균 강수량은

내용의 심판청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습니다. 아시아에서는 처음으

376.8mm인데 이번 장마 평균은 886mm라고 합니다. 2배가 넘는 역대급

로 청소년들이 제기한 헌법소원이라고 합니다. 현재 사전심사를 통과하였

강수량이죠. 전국에서 큰 피해를 보았지만, 충북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

고 앞으로 결과만 남아있어요. 헌법소원은 계속 진행 중이니 많은 관심 부

포될 만큼 많은 수해를 입었어요. 얼마 전 「한겨레21」 측과 함께 기사를

탁드려요!

쓰게 되어서 충주 관 내 산사태가 일어난 마을로 공동취재를 다녀왔습니

다음으로 교육청에게 탈석탄금고지정* 요구 캠페인을 진행했어요. 미

다. 마을 안은 아수라장이었어요. 아스팔트들은 깨져있었고, 전봇대들은

래세대를 위한 교육 예산이 석탄 투자를 하는 은행으로 들어가게 둘 수

부러져있었어요.

는 없었어요. 저희의 요구에 서울시 교육청은 탈석탄 은행을 우대한다고

토사물에 휩쓸려 집끼리 박혀있기도 했어요. 산사태가 일어났던 세고 개마을은 우리 마을과 너무나 비슷했던 마을이에요. 마치 우리 마을의 미

답변을 보내왔고, 그 뒤를 이어 다른 여러 교육청에서도 답변을 보내왔습 니다.

래를 보는 것 같아 두려움으로 몸이 떨렸습니다. 피해는 주변까지 이어졌

삼성물산의 베트남 석탄발전소 건설 불참촉구 캠페인도 진행했습니다

어요. 복숭아 농장을 하고 계시는 아저씨는 계속되는 장마에 복숭아가 썩

(그림2). 한국전력이 베트남 붕앙 지역의 석탄발전소 건설에 투자한다는 사

어서 팔 수 없게 되자 마을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셨어요. 저는 정말 속상

업인데요. 우리가 왜 한국전력이 아닌 삼성물산에 불참 촉구를 하였냐면,

했어요. 장마로 농작물들을 팔 수 없게 되는 장면을 보면서 저는 기후위

삼성은 최근 호주 청소년들의 불매 운동으로 호주 아다니 석탄 프로젝트

기가 심각해졌을 때 식량난의 모습을 보는 것만 같습니다. 이 비의 이름은 장마가 아니었습니다. 바로 기후위기입니다. 우리 청소년기후행동은 죽지 않고 싶어서 거리로 나왔습니다. 2020년 에 펼친 활동들을 소개해드릴게요. 청소년기후행동에서 제가 처음 참여

* 탈석탄 금고: 향후 국내외 석탄발전소 건설을 위한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참여하지 않고, 석탄발전소 건설을 위한 특수목적회사(SPC)에서 발행하는 채권을 인수하지 않겠다는 ‘탈석탄 투자’를 공개적으로 천 명한 은행으로 지정된 금고를 의미함. 더 나아가, 기존 석탄발전 투자금에 대해 단계적인 철회계획을 밝히 고 이행계획을 마련해 이를 실천해 나가는 은행으로 지정된 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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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인 1 미래가 사라진 재난세대


투자를 회수하기로 결정하였고, 계열사인 삼성전자 또한 2020년까지 미 국, 중국, 유럽 내 사업장에서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을 시작 으로 앞으로 전 세계 사업장에서도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하겠다고 선 언한 상태입니다. 그런데도 삼성물산이 베트남 붕앙 석탄발전 건설에 참 여한다는 것은 삼성의 경영 목표와 배치되는 행동입니다. 또 결정적으로 삼성물산이 불참하면 이 사업은 진행할 수 없어, 불참 선언 촉구 캠페인 을 하였습니다. 다음으로는 9월 25일은 결석시위를 진행하였습니다. 코로나19로 인 해 온라인으로 진행하게 되어서 많은 아쉬움과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우리의 목소리를 전달할 기회가 생겨서 좋았습니다. 청소년기후행동을 하면서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에요. 우리가 반대했던 한국전력의 베트남 석탄발전소 투자가 확정되었는데요. 이런 일을 마주하게 되면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처럼 허무했어요. 한동안 이런 한계를 마주하면서 무력감을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지금도 이 생 각이 아예 없어진 것은 아니에요. 근데 무력감을 느낀다고 가만히 있으 면 아무것도 변하는 게 없겠더라고요. 결국은 누군가가 요구를 해야지 그나마 조금이라도 바뀔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래서 생각한 게 그림 2. 제공_청소년기후행동

캠페인과 행사들을 조금 더 색다르게 해서 더 많은 사람에게 우리의 목 소리를 전달하는 것이었어요. 여기 계신 여러분도 앞으로 우리 청소년기 후행동의 활동들을 더 관심 깊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9 증인 1 미래가 사라진 재난세대


청소년기후행동을 참여하게 된 계기를 돌아보면 사실 정말 별다르게

불러야죠. 어쩌면 우리는 이제 재난의 한복판에 이미 들어섰는지도 몰

특별한 이유는 없었어요. 무슨 단체인지 궁금하기도 했고 약간은 멋있게

라요. 코로나19가 말해주듯이 앞으로 우리 일상은 예전의 일상으로 돌

보였던 거 때문인 것 같기도 해요. 아무 생각 없었다는 게 정확한 표현인

아가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들 하더군요. 지금도 너무너무 불편하고 갑갑

것 같습니다. 생각 없이 들어가서 많은 것을 느꼈어요. 같이 일을 하고 목

하고 걱정스럽고 불안한데 이 정도는 시작일 뿐이라고 한다면 앞으로 맞

소리를 내려면 큰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공부

이할 일상은 어떨지 상상도 안 돼요.

도 하고 활동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려고 했어요.

그런데도 우리는 멈추지 못하고 있어요. 모두가 기후위기를 말하고

친구들과 어른이 되면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

곳곳에서 유사 이래 최악의 이상기온이 발생하고 걷잡을 수 없이 빠른

적이 있었는데요. 셰어하우스를 하자, 공정여행을 하자 등등 한참 신나

속도로 지구는 뜨거워지고 있어도 우리는 현재의 삶의 방식을 양보하지

서 떠들고 있는데 친구 한 명이 ‘우리가 그때까지 살 수 있을까?’라는 말

않으려 합니다. 당장은 화석연료를 폐기할 수 없고 당장은 자동차를 멈

을 하자 신기하게도 우리 모두 ‘그러게’라고 말하는 거예요. 그러자 갑자

출 수 없고 당장은 에어컨이 필요하고 당장은 온실가스 배출을 막을 수

기 분위기가 싸해졌어요. 말은 안 했지만 우리는 은연중에 우리의 미래

없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당장은 불편하게 살고 싶지 않거든요.

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안고 있었던 거지요.

우리는 지금 코로나를 극복하는 것이 급선무이지만 앞으로 닥쳐올

그럴 만도 한 것이 우리는 너무 짧은 시간 안에 기후재난들을 많이 겪

더 엄청난 재앙들과 싸워나갈 각오도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었어요. 올해만 해도 코로나에 유난히 긴 장마에 반복되는 태풍에 한해

불편함이 싫어서 우리의 생활방식을 바꾸지 않는다면 머지않은 미래에

한해가 확연하게 달라지는 걸 피부로 느낄 수 있어요. 그냥 재난이 일상

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들이 벌어질 것이라고 많은 전문가가 말하고 있

화된 거 같아요. 지금 겪는 재난들은 이미 2~30년 전에 만들어진 결과

습니다.

라고 누군가 그러더군요. 그러면 현재 상태에서 앞으로 2~30년 뒤는 어 떨까 싶어요.

우리 청소년들이 고작 한다고 하는 것이 결석시위하고 반대시위하면 서 세상에 소리치고 있는 것인데요. 기후문제만큼은 모든 어른들이 나서

우리 청소년을 미래세대라 부르면 안됩니다. 미래가 안 보이거든요.

야 한다고 봐요. 화석연료는 이제는 더 이상 안된다, 온실가스 안된다, 우

코로나세대, 산불세대, 홍수세대, 태풍세대, 식량위기세대, 재난세대라고

리도 불편함 참을 테니 정부가 앞장서라, 이렇게 들고 일어서면 205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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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그린컨퍼런스 기후위기의 증인들

증인 1 미래가 사라진 재난세대


탄소중립* 같은 좀 한가한 계획은 안 나오겠지요. 적어도 우리 청소년들에게는 꿈을 꾸고, 미래를 설계하고, 행복한 일 상을 누리며 살아갈 권리가 있어요. 우리가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지 않 게 해 주세요. 모두의 안전한 미래를 위해서 부디 행동으로 함께 해주시 기를 바랍니다.

* 탄소중립: ‘넷제로(Net-Zero)’라고도 불리며, 지구 대기 중으로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양에서(숲과 해양이 흡수하는 등) 흡수·제거되는 온실가스 양을 뺏을 때 ‘0’이 되도록 만드는 것을 뜻한다. IPCC ‘지구 온난화 1.5 특별보고서’에서 2100년까지 지구 평균온도 상승폭을 1.5도 이하로 억제하기 위해 2050년 까지 온실가스 순 배출량을 ‘0’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과학자들이 권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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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그린컨퍼런스 기후위기의 증인들

증인 1 미래가 사라진 재난세대


뜨거워지는 지구에서 농민으로 산다는 것 김정열 비아캄페시나 * 국제조정위원

2020년, 농민으로서의 삶을 돌아보면 굉장히 착잡합니다. 우리는 53 일간의 장마를 겪었고, 기록적인 폭우로 읍내의 3분의 1이 잠기는 구례 를 봤습니다. 구례에는 여성농민조직이 있고 여성농민회원들이 있는 곳 입니다. 과연 우리가 이 기후위기 시대에 농민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요?

이상기후로 전 세계 수많은 농민이 막대한 피해를 봤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피해가 소농에게 집중된다는 것입니다.

저는 두려움을 느낍니다. 기후위기와 관련된 불안은 2018년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우 리나라에서 생강은 노지에서 재배를 해왔습니다. 노지에서 재배해도 가 을에 충분히 수확을 할 수 있는 작물이었습니다. 그러나 2018년, 폭염으 로부터 생강을 보호하기 위해 그늘을 만드는 차광막을 설치하기 시작했

* ‘비아캄페시나(Via Campesina)’는 1993년 81개국의 182개 조직으로 구성된 국제농민단체다. 비아 캄페시나는 가족에 기반한 지속가능한 농업과 식량 주권을 위한 활동을 전개하는 조직이다.

25 증인 2 뜨거워지는 지구에서 농민으로 산다는 것


그림 1. 기후통계지침(2017)

습니다. 또 그 해, 저희 동네 할아버지가 밭에서 일하다 폭염으로 쓰러져

전국 폭염일수와 열대야일수 순위 현황(6월 1일-8월 16일)

응급실에 실려 가셨어요. 과연 우리 농민들이 밭에서 안전하게 일할 수 폭염일수·열대야일수: 1973년 이후, 45개 지점 전국 평균

있을까?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2018년의 기온을 한번 봤습

같은 극값이 2개 이상 존재할 때는 최근 값을 우선순위로 함 출처: 기후통계지침(2017)

니다. 1973년 이후로 2018년의 폭염일수가 가장 많았습니다. 거의 한 달 동안 폭염이 지속됐습니다. 그 지속된 폭염 속에서도 야외에서 일해야 하는 농민들의 삶은 어려울 수밖에 없었죠. 2019년은 지금까지 가장 많은 태풍 수를 기록했습니다. 일곱여 차례 의 태풍은 농작물을 모두 뒤엎고 농촌 현장을 휩쓸었습니다. 2019년의 기후문제는 한국 뿐 아니라 먼 아프리카에도 큰 피해를 남겼습니다. 저 는 그해 8월, 짐바브웨를 방문해 짐바브웨 농민과 모잠비크 농민, 말라

전국

위 농민을 만났습니다. 그 농민들이 증언한 피해는 너무 심각했습니다.

순위 폭염일수(평년 8.6일)

1위

2018년

29.2일

열대야일수(평년 4.4일)

1994년

16.6일

많은 농경지가 매몰됐고 1,00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죽었다고 합니다. 자신의 농토를 잃었습니다. 생존의 현장을 잃고 떠나야 했습니다. 그 목 소리를 들으며, 기후문제가 결코 한 국가의 문제가 아니며 일시적인 날씨

2위

1994년

27.5일

2018년

15.7일

3위

2016년

16.4일

2013년

13.4일

의 변화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농업은 기후변화의 가장 직접적인 피해를 입고 있고, 농민은 그 현장 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이런 기후위기가 농민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4위

2004년

15.6일

2017년

9.2일

5위

1978년

14.7일

2010년

9.2일

제가 알고 있는 이웃 농가인 포도 농사를 짓는 한 농민에게 물었습니다. 그 포도 농가는 예년 수확량의 30% 정도밖에 수확할 수 없었다고 합니 다. 올해 긴 장마로 일조량이 굉장히 부족했고 비로 인해서 포도가 다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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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그린컨퍼런스 기후위기의 증인들

증인 2 뜨거워지는 지구에서 농민으로 산다는 것


져버리는 열과현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나머지 70%는 밭에 버려야 될

했습니다. 최근 환경부가 한반도에서 지금처럼 이렇게 기온이 상승된다

그런 상황이라고 합니다. 이것은 한 농민의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곶감으

면 벼 생산량이 25%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습니다. 우리나라

로 유명한 상주는 감 농가가 많습니다. 제가 아는 한 감 생산농가는 농사

곡물 자급률은 21%입니다. 79%를 수입하는 나라입니다. 우리나라 쌀

경력 20년 중 올해 생산량이 가장 적었다고 합니다.

자급률은 80~90%입니다. 쌀을 제외한 나머지 곡물 자급률은 5%밖에

저 역시 30년 정도 농사를 지었습니다. 올해 굉장히 많은 어려움을 겪

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식량위기는 굉장히 심각한 문제입니다. 우리

고 있습니다. 농민들은 기후위기가 농민의 생존에 직접적인 위협이라고

는 기후위기 대응의 일환으로 식량위기와 농업시스템 전환을 위해 노력

인식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가 농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우리가

해야만 합니다. 이는 지속가능한 농업과 지속가능한 식량체계를 통해서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이런 기후변화로 인한 여러 가지 자

가능합니다. 저는 지속가능한 농업과 지속가능한 식량체계에 대한 정책

연재해는 앞으로 점점 더 심각해질 것입니다. 그리고 점점 더 그 빈도가

을 만들고 실행하는 것이 기후위기를 위한 정부의 대응이어야 한다고

잦아질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는 매년 지금까지 기상관측 이래 최악의

생각합니다.

폭우, 최악의 더위, 최악의 한파라는 뉴스를 더 자주 듣게 될 것입니다.

한 가지 더 주목할 점이 있습니다. 기후위기가 농업과 먹거리에 막대

이는 작물 생산량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작물

한 피해를 주기도 하지만, 농업과 먹거리 분야가 전 세계에서 배출하는

을 생산하는 자원인 토지의 악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습니다. 물이 부족

온실가스의 4분의 1을 차지한다는 사실입니다. 농업과 먹거리에서 발생

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변화는 농민들의 탈농, 이농을 가속화할 것

되는 온실가스가 농업에 또다시 피해를 주는 악순환입니다. 우리는 어

입니다.

떻게 해야 될까요? 농업분야의 온실가스 배출을 대폭 줄이는 것이 우리

우리가 인식해야 할 중요한 것은 ‘농민이 사라진다는 것은 우리의 먹 거리를 생산하는 사람들이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먹거리를 생산 하는 이 생산기반이 파괴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바로 식량위기로 다가 올 것입니다. 기후위기의 또 다른 경고는 식량위기입니다. 세계기상기구, IPCC 등 세계의 많은 과학자들이 식량위기를 이야기

농민이 사는 길이고, 우리 모두가 안전하고 건강한 식량을 보장받을 수 있는 길입니다. 아시다시피 공장형 축산, 거대한 산업농업시스템은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합니다. 소농들이 다양한 품종들을 농생태적으로 생산합니다. 여기 서 우리가 관심 있게 봐야 될 것은 땅입니다. 소농들이 생산하는 작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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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그린컨퍼런스 기후위기의 증인들

증인 2 뜨거워지는 지구에서 농민으로 산다는 것


뿌리는 깊이 토양으로 들어갑니다. 이 뿌리는 대기 중의 탄소를 흡수해 서 토양에 가둬놓는 역할을 합니다. 산업적 농업생산 방식은 이 작물의 뿌리들이 토양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합니다. 세계식량기구는 산업적 농업이 식량의 30%를 생산하지만 에너지의 70%나 쓴다고 진단했습니다. 우리는 농업생산방식을 전환해야 합니다. 농업생산방식의 전환을 통 해서 탄소배출을 줄이고 대기 중에 있는 탄소를 토양으로 보내야 합니 다.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IPCC는 땅을 살린다면 우리 인류가 배출하 는 온실가스 3분의 1을 그 땅이 흡수할 수 있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저 는 우리의 농업이 이 토양을 살리는 생산방식으로 변화하는 것이 대안 이라고 생각합니다. 위 풍경은 제가 활동하고 있는 전국여성농민회 총연합 언니네텃밭 생 산자 밭입니다(그림 2, 그림 3). 언니네텃밭은 농생태적인 생산을 통해서 소비자와 직접 거래하는 협 동조합입니다. 어떤 생산방식이 기후위기를 완화하고 이산화탄소 배출 을 줄일 수 있을까요? 저는 그 전환의 주체는 소농이고 우리 여성 농민 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성 농민이 이 기후위기를 완화하는데 기여할 수

그림 2. 다남언니네 텃밭 * IPCC. 기후변화와 토지 특별보고서, 2019

그림 3. 두필언니네 텃밭 제공_언니네텃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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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인 2 뜨거워지는 지구에서 농민으로 산다는 것


있습니다. 지금도 여성 농민들은 기후위기를 완화하기 위한 생산방식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다시 2020년 농민으로서 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벼농사가 주 작목인데요, 벼 재해보험을 들었습니다. 올해 병충해 피해가 심했고 쓰러 진 벼가 많았습니다. 저희 밭을 본 손해사정인은 30% 정도의 피해가 있 다고 평가를 했습니다. 올해는 고추 농사도 지었지만 충분한 고춧가루를 얻지 못해 파란고추를 말려서 가루를 냈습니다. 예전 어르신들은 빨간 고추가 흔하지 않았던 시절엔 파란 고춧가루도 먹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리고 이 장화 두 켤레는 제가 7월부터 9월까지 90일 동안 제 남편하 고 신었던 장화입니다(그림 4). 사실 정말 두려운 것은 30%의 벼 피해, 파란 고춧가루, 석 달 신었던 장화가 아닙니다. 농민이 농업을 통해서 삶을 영위할 수 없는 그러한 기 후위기가 온다는 사실이 두렵습니다. 우리 농민은 농민으로 살기 위해 서, 기후위기를 완화하기 위한 노력을 하겠습니다. 물론 그 길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여러분들이 이 여성농민의 손길을 기억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이 사진은 여성농민들이 토종씨앗을 지키고 생산하는 모습입니다(그림 5). 우리의 토종씨앗이, 여성농민의 농생태적인 생산방식이, 훨씬 더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회복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런 시도가 농업에 더 많 그림 4. 60일 동안 매일 신은 장화 그림 5. 토종씨앗을 지키고 생산하는 여성농민의 모습

이 확산될 수 있도록 여러분들이 지지해 주고 지원해 주십시오.

제공_김정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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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인 2 뜨거워지는 지구에서 농민으로 산다는 것


빙하 위의 북극곰과 아스팔트 위의 노동자 박 정 훈 라 이 더 유 니 온 위원 장

저는 배달노동자들의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 위원장 박정훈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기후위기의 증인이라고 하지만 사실 저는 기후위기의 주범자들 혹은

악천후가 되면 될수록 궂으면 궂을수록 더우면 더울수록 배달량은 더 늘어납니다. 하지만 그만큼 위험하다는 건 아무도 생각하지 않아요.

책임자들이라고 하는 것에 더 어울리는 사람입니다. 저는 맥도날드 라이더고요, 맥도날드에서 만들어지는 햄버거를 만들 기 위해서 공장식 축산을 하고 소를 대량으로 학살하고 소를 키우기 위 해서 산림을 파괴하고 소를 키우는 데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감수하면 서 만들어진 햄버거를 집집마다 배달하는 기후위기의 주범입니다. 그리고 오토바이에서 발생하는 온갖 매연가스들을 내뿜는 주범입니다.

* 라이더유니온은 배달노동자의 노동조합으로서, 배달노동자를 위한 입법활동과 제도 개선활동에 힘 쓰고 있다.

35 증인 3 빙하 위의 북극곰과 아스팔트 위의 노동자


그런데 모순적이게도 햄버거는 먹지 않습니다. 작년, 아프리카 돼지열

택배업을 자기 자동차로 하는 쿠팡플렉스 노동자들, 전동킥보드 그리고

병으로 돼지들을 살처분하는 영상을 보고 나서 돼지랑 소는 먹지 말아

전기자전거를 타고 있는 배달원들이 도로를 모두 점거하는 상황들이 벌

야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고기를 배달하지만 고기를 먹지

어집니다. 환경을 개선하기는커녕 도로 정체를 더 심화시키는 것이 공유

않는 모순적인 배달원입니다. 사실 인간은 자신이 지구에서 살아가며 하

경제라고 이야기했던 새로운 산업들의 민낯인 겁니다.

는 많은 행위들이 자신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이런 모순적인 상황 에 놓여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생활하면서 발생시키는 탄소들을 탄소발자국이라고 하는데요. 우리가 이메일을 보내거나 구글 검색을 하면 디지털 탄소발자

저는 오늘 우리가 파괴하고 있는 지구의 변화가 다시 노동자들을 어

국이 계속해서 발생합니다. 넷플릭스도 실시간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

떻게 위험에 빠뜨리는지, 그리고 이 위험에 빠뜨리는 기업들은 어떻게

하기 때문에 막대한 서버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 서버를 돌리기 위해서

책임을 회피하는지에 대해서 증언하러 나왔습니다. 제가 하고 있는 배

는 너무나 많은 열이 나기 때문에 온도를 낮추기 위해서 더 많은 전기를

달산업은 최근 변화하고 있습니다. 플랫폼 또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이

생산해야 되는 역설이 발생합니다. 중요한 문제는 플랫폼 산업은 노동자

름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처음 등장할 때 ‘굴뚝 없는 공장’, ‘공

를 고용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노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들

유경제를 통해서 자원을 재활용하는 새로운 산업’, ‘지구를 지키는 산업’

에 대한 책임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습니다. 공장을 가질 필요가 없이

이라며 지지해달라고 이야기해 왔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생산을 할 수 있습니다. 에어비앤비 같은 경우는 한 평의 부동산도 소유

그들은 공유경제라며 원래 차고에 있던 자동차를 활용해 사회 공공

하지 않고 세계 최대의 임대사업을 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이자 노동자

의 이익을 위해서 쓰자고 했습니다. 그러면 새로운 자동차를 쓰지 않아

인 임대사업자들이 에어비앤비에 자신의 부동산을 올리고 그것을 통해

도 되니, 우버는 친환경 기업이라 주장했습니다.

서 사업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막상 우버 서비스를 시작하고 나니까 차가 없던 사람이 우버 기사로 일하기 위해 차를 새롭게 사는 모순이 발생했습니다. 배달산업이

이렇게 되면 지금까지 기업에 환경오염의 책임을 물었던 것들이 더 이 상 어려워지게 됩니다.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오토바이를 사지 않았던 노동자들이 직접 오토바

우리는 4차 산업혁명, 공유경제에 대해서 새롭게 생각을 해야 합니다.

이를 사서 일하는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그래서 주말엔 배달 라이더들,

이러한 산업을 통해서 발생하는 지구의 위기가 노동자들한테 구체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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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인 3 빙하 위의 북극곰과 아스팔트 위의 노동자


으로 어떻게 피해를 줄까요? 기상청을 잘 안 믿어요, 라이더들은. 기상 청보다 라이더들이 더 민감하게 날씨의 추세를 체험하고 있습니다. 직접 목격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전까지는 미세먼지가 엄청난 화제였어요. 너무 심할 때는 뿌연 안갯 속을 지나가는 느낌으로 배달 일을 했어요. 미세먼지가 ‘나쁨’ 일 땐 저의 목이 칼칼하고 ‘매우나쁨’일 땐 제 눈이 따가운 것으로 오늘 날씨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측정했습니다. 더러운 얘기지만 샤워할 때 나 오는 코딱지의 오염정도에 따라서 그날 공기가 얼마나 안 좋은지를 측정 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미세먼지, 지구의 위기를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있는데 이에 대한 대책은 홀로 책임져야 되는 거예요. “폭염에 야외활동 자제, 미 세먼지에 야외활동 자제” 저희가 제일 싫어하는 문자입니다. 이런 문자 가 정부가 우리 노동자들한테 제공한 최대 서비스였습니다. 그런데 먹고 살려면 나가야 합니다. 문자 내용을 우리는 지킬 수가 없습니다. 그 피해 를 우리 개인이 다 받아 안게 됩니다. 야근은 2군 발암물질, 미세먼지는 1군 발암물질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발생하는 피해들은 하층 노동자들 그림 1. 제공_라이더유니온

이 받는데, 그 책임까지도 기업이 아니라 노동자들이 져야 됩니다. 2018년 여름, 도시 아스팔트 위에서는 엄청난 더위에 시달렸습니다. 폭염에 배달하고 돌아온 동료의 너무 어지럽다는 호소를 듣고 저는 폭 염수당 100원을 달라는 1인시위를 했습니다(그림 1).

39 증인 3 빙하 위의 북극곰과 아스팔트 위의 노동자


야외 노동자들은 지구 위에서 노동을 합니다. 지구가 위기에 놓이면 노동환경이 계속해서 악화일로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가 멈추지 않는 사회가 계속 유지되는 겁니다. 2020년 여름 폭우로 도시가 잠겼을 때도 노동자들은 배달을 해야 했

2019년의 계속된 장마에도, 올해 50일이 넘는 장마 속에서도 달렸습

습니다. 우리한테 어떤 권한이 없을까요? 작업을 중지할 권한이 없습니

니다. 그러다 보니 우울함이 막 몰려오는 겁니다. 빗길 사고들도 계속해

다. 왜 우리에게 작업을 중지할 권한이 없을까요? 생산하고 소비하는 것

서 발생하게 됩니다. 기후위기에 따른 노동조건의 악화, 이에 대한 책임

이 멈추지 않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은 노동자가 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폭염에 20대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 생했습니다. 이 노동자는 이주 노동자였어요. 한국사회에서 정규직, 비정

생산과 소비 과정에서 가장 하층에서 이것을 수행하는 계급이 노동 자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규직, 야외 노동자, 이주 야외 노동자가 지구위기에서 가장 큰 피해자가

계속해서 생산하고 빠른 속도로 소비하기 때문에 이에 맞춰 초단위로

된 것입니다. 기후위기는 평등하게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특정 계층이

일을 하고 있는 플랫폼 노동자들 역시도 사고가 늘어나기 시작합니다.

불평등하게 감당하고 있다는 겁니다.

플랫폼 노동자들의 사용주들은 중개만 하는 거지 이 산업의 책임자가

아스팔트 온도는 폭염에는 40도 넘게 올라가고 겨울에는 체감온도가

아니라고 주장하기 때문에 책임은 지지 않습니다.

영하 18도 이하로 내려갑니다. 이것은 냉동실에서 일하는 것과 같거든

마찬가지입니다.

요. 지구 반대편에서 북극곰의 삶의 터전이 위기를 맞으면 지구 반대편

코로나19로 배달이 늘어나 쓰레기가 늘어나면 이것을 중개하는 배달

의 아스팔트 위 노동자도 위기를 맞는다는 것입니다.

의 민족이 환경오염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한데, 배달의 민족은

앞에서 폭염수당 ‘100원’을 얘기했는데 100원을 이야기한 이유가 있

단지 음식점과 손님과 라이더를 중개할 뿐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습니다. 위험수당을 1천원, 1만 원으로 올리면 노동자들은 위험함에도

이것이 바로 혁신인데, 이것이 지구를 위한 혁신인지 노동자를 위한 혁신

불구하고 그 일을 하게 됩니다. 실제로 그런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인지 아니면 혁신이라고 주장하는 특정 기업을 위한 혁신인지를 묻지 않

쿠팡이츠에서 태풍이 오는데 한 건당 1만 5천 원에서 2만 원의 프로

을 수 없습니다.

모션을 주겠다고 광고를 한 것입니다. 그러면 태풍이 와도 노동자들은

플랫폼은 직접 고용과 다르게 공장이 필요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고 일을 하게 되는 겁니다. 태풍이 오더라도 생산과 소비

특정 숫자의 노동자를 고용하는 한계가 없습니다. 울산공장에서 2만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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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 명 이상 출근시킬 수는 없어요. 그런데 플랫폼은 데이터만 소유하고 있으면 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1억 명이든 10억 명이든 노동력 데이 터를 가지고 있을 수 있습니다. 손님도 마찬가지예요. 동네 잘 나가는 음 식점들이 손님들의 데이터를 100명, 200명 가지고 있다면, 플랫폼 데이 터에서는 60억 인구가 소비자일 수 있습니다. 시공간을 초월한 생산과 소비가 가능한 겁니다.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들은 노동시간의 제한을 받 고 야간노동을 금지당했습니다. 그리고 특정한 시간대에 반드시 쉬도록 법으로 정했습니다. 그런데 근로기준법상의 규제를 받지 않는 새로운 노 동자가 탄생했기 때문에 365일, 24시간 일할 수 있고 365일 동안 소비하 고 생산할 수 있는 세상이 왔다는 겁니다. 그래서 택배노동자가 죽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지구도 지킬 수 없 습니다. 북극곰을 지키는 노력과 마찬가지로 지금 옆에 있는 근로자들의 노동조건을 보호하는 노력이 없다면 지구도 지킬 수 없습니다. 인간도 지 킬 수 없는 세상이 오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매우 모순적인 위치에 있지만 북극의 북극곰과 아스 팔트 위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연대만이 지구를 살리고 노동자들의 인 간다운 삶을 만들고 종국에는 인간과 생명들을 살릴 수 있는 대안이라 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녹색과 노동이 만나는 연대를 같이 열어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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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인 3 빙하 위의 북극곰과 아스팔트 위의 노동자


몽골의 사막에 나무를 심는 이유 신기호 푸른아시아 몽골지부장

저는 사람과 환경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이런 연유였는지, 2010년도에

몽골의 사막화를 막는 것은 땅에 나무와 풀을 심는 것만 으로는 해결할 수 없습니다.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진 ‘환경난민’들이 새로운 삶의 터전을 마련하는 일이 함께 이뤄져야 합니다.

몽골에서 나무를 심고 사람을 심는 단체를 만났습니다. 나의 새로운 꿈 이 거기서 다시 펼쳐지게 됩니다. 바로 ‘푸른 몽골’에 대한 꿈을 꾸게 되 는 것이 그것입니다. 이 꿈은 세대와 세대가 이어져 협력해야 이룰 수 있 는 꿈임을 현장의 체험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몽골 사막화 지역의 마을에서 그들의 미래를 가꾸는 일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일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열 명이 모이면 열 가 지 문제가, 천 명이 모이면 천 가지 문제가 생겨났습니다. 이런 날들이 이 어지다 보니 저는 날마다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주민들과 함께한 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포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제부터 그 이야기를 오늘 여러분과 함께 나누려고 합니다. 이 사진은 제가 주민들과 함께 사막화방지활동을 함께하고 있는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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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인 4 몽골의 사막에 나무를 심는 이유

그림 1. 제공_푸른아시아


장 중 한 곳의 사진입니다(그림 1). 여러분 눈에는 무엇이 보입니까? 이 사

국에 끼치고 있습니다. 결국 몽골의 사막화와 한국이 미세먼지는 별개의

진을 보고 있는 여러분들의 생각이 참으로 궁금합니다. 여러 단어가 여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상당히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러분 속에서 떠오를 것 같습니다. ‘황사, 모래폭풍, 먼지, 바람, 사람들, 기

있습니다. 몽골의 강수량이 79년 동안 상당히 많이 줄었습니다. 7.3% 감

후변화, 기후비상…’ 이 사진 속에서 여러분은 희망을 볼 수 있겠습니까?

소했고 현재 몽골의 강수량이 연평균 350mm도 되지 않습니다. 한국은

이 사진을 통해서 여러분은 온전한 미래를 꿈꿀 수 있고 다음 세대를 기

연평균 1400mm 정도 됩니다. 한국보다 심각하게 적은 강수량을 나타내

대할 수 있겠습니까?

고 있습니다.

몽골 기온은 지난 79년 동안 2.25도 상승했다고 합니다. 이 기온 상승

‘영구동토층’이라는 개념은 한국에서는 상당히 생경한 단어입니다. 지

은 1990년부터 가속화되었고 2007년에는 심각하게 상승했습니다. 세

구온난화로 몽골 영구동토층의 꽤 많은 면적이 줄어들었습니다. 영구동

계가 평균 1도 올랐을 때 몽골은 2.25도 상승했습니다. 심각한 상황입니

토층을 쉽게 말하면 표토층 하부에 사계절 얼음층이 형성되어 있는 것

다. 현재 몽골의 전 국토 면적 중 76.9%가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을 말합니다. 연중 기온이 상승하면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삼투압 현상

한국에서는 먼 나라 이야기처럼 들리고 우리와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

에 의해 표토층의 식물군에 수분을 공급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러나 지

기라 느낄 수 있지만 결국 이 문제가 한국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치고 있

구온난화로 인해 강수량이 절대적으로 줄어들면서 영구동토층이 소실

는 것이 현실입니다. 몽골 황사 발생 일수가 1991년도에 연평균 10일이었

되고 표토층 수분 공급 역할을 제대로 해 주지 못해서 표토층의 식물군

는데 2010년에는 연평균 48일로 늘어납니다. 지금은 더 많이 늘어난 상

이 고사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토지황폐화가 가속되고 있습니다. 영구

황이죠. 몽골은 면적이 한반도보다 7.4배나 큰 나라입니다. 하지만 인구

동토층의 소실은 몽골 사막화를 더욱 심각하게 발생시키고 있는 한 가지

는 324만 명, 한국의 인천과 비슷한 인구를 가지고 있어 국토에 비해 인

이유가 되고 있습니다.

구가 적은 나라입니다. 이 몽골에서 한국으로 황사가 불어닥칩니다. 황사

몽골의 산림면적이 전 국토의 36.8%밖에 되지 않습니다. 영구동토층

의 발원지라고 할 수 있는데, 한국으로 불어오는 황사의 50% 이상이 몽

이 풍부한 곳에 산림이 존재하는데, 그렇지 못한 지역은 표토층에 수분

골에서 발원합니다.

공급이 부족하기에 몽골 산림은 더욱더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지금은 몽골 사막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으면서 더 많은 영향을 한

영구동토층의 소실로 인해서 토지가 황폐해지는 동시에 몽골 산림면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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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인 4 몽골의 사막에 나무를 심는 이유


도 계속 줄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몽골 사막화로 인해서 심각한 피

리는 ‘환경 난민’이라고 부릅니다. 환경 난민은 환경의 악화로 삶의 기반

해 상황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몽골 사막화로 인해서 지금까지 3,500개

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돌아갈 집이 없습니다. ‘그들은 어디로 가야 하는

연못과 호수 중에 1,166개, 3,800개의 강 중 887개, 2,096개의 시내, 60

가?’ 이것이 제가 속한 단체의 고민이었습니다. 이 고민을 하던 제가 속한

개의 온천이 소실되었습니다.

단체 푸른아시아 활동가들의 결단은 이러했습니다.

극심한 혹한, 폭설, 겨울 가뭄과 같은 이상기후 현상을 몽골에서는 ‘조 드’라고 말합니다. 조드 피해로 1990년과 2001년 사이에 가축 약 1,100 만 마리, 2009년과 2010년 사이 겨울에 가축 약 1,000만 마리, 2016년

“나무를 심고 사람을 심어 이 땅을 살려내고, 공동체를 복원해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게 하자!”

에는 가축 약 80만 마리가 동사 또는 아사했습니다. 현재 몽골은 사막화 의 영향으로 몽골의 식물 75% 이상이 멸종되었습니다.* 이러한 사막화로 인해 몽골 내에서는 인구가 이동하고 있습니다. 지방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정말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결단 을 실제로 이행하고 있습니다. 몽골에서 20년째 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에 있는 주민들이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로 이동하는 것입니다. 울란바

제가 속한 단체 사단법인 푸른아시아는 기후변화, 사막화, 황사 등의

토르는 50만이 살 수 있도록 만들어진 계획도시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국제환경문제에 대응하여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지구의 발전을 이루는

150만 명이 넘는 도시가 되었습니다.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최

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환경보전, 경제발전, 사회통합을 아우르는 지속가

근 30년간 60만 명의 유목민이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로 유입되었습

능한 지역발전모델을 구축하는 국제개발협력단체입니다. 또 기후위기에

니다. 왜 그들은 그들의 정든 고향을 버리고 울란바토르로 상경할까요?

피해를 받는 사람들과 연대하여 지속가능한 공동체 모델을 만들고 확산

가축의 먹이가 되는 초지가 퇴화하면서 영세한 유목민은 더이상 사막 화 지역에서 살 수 없게 되어 도시 유입이 늘어나는 것입니다. 이들을 우

시켜,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세상을 꿈꾸고 있습니다. 녹색연합도 다 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마을에서 지구를 구하자’. 이 말이 언어적 유희가 아니라 실제로 이뤄 질 수 있도록 주민들과 함께 삽을 들고 나무를 심으며 현장에서 함께 살 아가고 있습니다. 환경과 사회와 경제를 아우르고 환경복원과 주민역량

* 몽골사막화연구소 2006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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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제공_푸른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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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제공_푸른아시아


을 개발하고 자립능력을 향상시키는 지역개발모델을 만들어 지속가능 성을 확보하는 이 모델을 만들어 실제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몽골 800헥 타르의 80만 본, 여의도 면적만한 곳에 80만 그루의 나무를 심어왔습니 다. 그리고 생태자립마을을 만들고 에코투어를 진행하면서 국제자원활 동과 기후변화 체험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환경교육을 통해서 주민 역량을 강화하는 일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007년 바양노르 조림사업장입니다(그림2). 모래밖에 없는 이 땅에 나 무를 심었습니다. 많은 의문 속에서 나무를 심었습니다. 이 땅이 살아날 수 있을까? 이 땅에 숲이 만들어질 수 있을까? 우리가 하는 일이 정말 유 의미한 일이 될 수 있을까? 지금 이곳은 땅이 살아나고 초지가 다시 활 성화되고 나무가 자라고 있습니다. 5미터 이상 되는 나무들이 자라고 있 습니다(그림3). 결국 2007년에 심었던 그 일이 헛된 일이 아니라는 것을 눈으로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이곳은 2008년에 나무를 심었던 곳인데 이곳도 풀 하나 없는 정말 모 래의 땅이었습니다(그림4). 이곳에 주민들과 함께 유실수를 심었습니다. 올해 이런 모습입니다(그림5). 한국에서는 비타민나무라고 부르는 차차르 간입니다. 이 유실수에는 사과에 함유된 비타민 C의 200배가 넘는 비타 민을 함유한 열매가 열립니다. 이 비타민 나무가 주민들의 주요 수입원이 그림 4. 2008년, 모래의 땅에 나무를 심는 모습 그림 5. 2020년, 유실수가 자란 모습

되고 있습니다. 이렇듯 우리 주민들은 모래땅에서 그들이 살아갈 수 있

제공_푸른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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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미래를 바꾸고 있습니다.

하지 않는다면 결국 해결해내리라 희망합니다. 사람이 희망입니다. 아니,

황폐화된 사업장에 앉아서 어떻게 나무를 함께 심고 어떻게 미래를

희망이어야 합니다. 그것이 오늘 제가 이 몽골 땅에서 도망가지 않고 주

가꾸는지 함께 고민합니다. 임농업 교육센터를 세워서 주민역량강화를

민들과 함께 살아가게 하는 동력입니다. 이제 우리 서로와 함께 이 절체

위한 임농업 전문화 교육을 진행합니다. 협동조합을 설립해서 주민들이

절명의 기후위기를 타개해 갔으면 좋겠습니다. 사람과 자연이 함께 공존

혼자 할 수 없는 일을 함께, 여럿이 함께 일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해 가는 세상을 만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수익사업을 개발해 양묘사업과 영농사업, 기타 여러 사업을 실행하고 있 습니다. 지속가능성은 절실함을 품은 사람으로부터 시작된다고 하는 것 을 현장에서 체험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 절박함이 있는 한 사람, 한 사람 그리고 또 한 사람들이 모여서 숲을 만들고 스스로 숲이 되어 갑니다. 우리가 만들고 싶은 숲은 결국 보기 위한 숲이 아니라 살기 위한 숲입니다. 푸른아시아 활동을 통해 만든 가장 큰 성과는 ‘사람을 심었다’ 는 것입니다. 사막에 나무를 심는 이유는 그곳에서 살아가야 할 사람이 있기 때문 입니다. 열 명이 모이면 열 가지 문제가, 천 명이 모이면 천 가지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문제를 집중하다 보니 천 가지 문 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갈 수 있었습니다. 얼마나 희망적입니까? 그 한 사람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집중하다 보니 결국 천 명의 사람들과 함께할 방법을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우리에게는 더 많은 사람들, 더 거대하고 더 많 은 문제를 직면해야 하는 숙제들이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끝까지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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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그린컨퍼런스 기후위기의 증인들

증인 4 몽골의 사막에 나무를 심는 이유


기후위기를 마주한 대기과학자의 증언 조 천 호 경희사 이 버대 학 미 래인 간 과 학 스 쿨 특 임 교 수

저는 ‘기후위기’를 간략하게 네 가지로 정리합니다. ‘거대한 가속’, ‘회 복 불가능한 위험’, ‘통제 불가능한 위험’ 그리고 ‘담대한 전환’입니다. 현생 인류가 지구상에 등장한 시점이 대략 20만 년 전이라 합니다.

기후위기는 회복이란 게 없습니다. 미세먼지? 코로나19? 기후위기는 우리가 지금까지 경험한 위기와는 질적으로 다른 위기입니다.

그 대부분의 기간인 19만 년 동안 구석기 시대에서 살았습니다. 1만 년 전, 농업을 시작하기 이전인 빙기 때에는 농업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재해 성 날씨가 많이 발생했습니다. 그 때문에 인류는 수렵과 채집으로 생존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후 기후가 안정해 농업이 가능해졌고, 인류는 정착하기 시작했습니다. 농업생산량이 많았던 강 하구에는 많은 사람이 몰려들어 그곳에서 문명이 탄생했습니다. 이처럼 농업이 가능했던 안정 한 기후가 문명의 기반이 되었습니다. 이때를 지질시대 구분에서는 홀로 세라고 합니다. 완전히 새로운 시대라는 의미입니다. 농업을 시작할 무렵 지구상에 400만 명이 살았다고 합니다. 화석연료

61 증인 5 기후위기를 마주한 대기과학자의 증언


를 태우기 시작했던 1800년경에는 10억 명이 살았고, 지금은 78억 명이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매년 8,000만 명씩 늘고 있습니다. 따라서 오늘 저녁에는 22만 명분의 식사를 더 준비해야만 합니다. 산업혁명이 일어났 던 200년 전과 비교해 인구는 7배 이상 늘었고 소비는 100배가 늘어났 습니다. 기하급수적으로 ‘거대한 가속’이 일어난 것입니다. 인간이 만든 세상이 작았던 예전에는 10배, 100배 성장하는 것이 별문제가 되지 않 았습니다. 지구가 매우 컸으니까요. 이제는 인간 세상이 너무나 커져서 지구가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습니다. 여기서 더 성장한다면 어마 어마한 위험 속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기후위기는 문명 실패로부터 발생한 것이 아니라, 문명의 성공으로부터 발생한 것입니다. 인류세가 시 작된 것입니다. 산업혁명 이후 화석연료를 태워서 온실가스 농도가 높아지자, 지구 는 안정한 기후에서 벗어나서 찜통계곡에 빠지려는 상황입니다(그림1). 문제는 찜통 계곡에 빠지게 되면 인류 스스로 회복할 수 없다는 사실입 니다. 그 예가 바로 북극권의 기온상승입니다. 2020년 6월에 시베리아 도시에서 기온이 38도까지 올라갔습니다. 그 지역은 원래 항상 눈이 덮 그림 1. 지구시스템의 경로 Will Steffen, Johan Rockström, PNAS, 2018

여 있습니다. 태양에너지가 그 눈에 반사되어 다시 그냥 우주로 가버렸 죠. 그런데 그 지역이 지구 가열이 되니까 눈이 녹아버린 겁니다. 땅이 드 러나기 시작한 거예요. 지구에 태양에너지가 흡수되어 기온을 높이고 눈 이 더 많이 녹고, 더 많은 태양에너지가 지상에 들어옵니다. 인간이 온실

63 증인 5 기후위기를 마주한 대기과학자의 증언


가스 배출하는 것과 아무 상관 없이 기온이 더 올라갈 수 있죠. 지난 5억 4,000만 년 동안 5번의 대멸종 사건이 있었습니다. 6,500만 년 전 우주에서 큰 운석이 날아와 공룡이 대멸종했던 사건을 빼놓고 나

게 아니라 위기의 전조현상이 감지되고 있을 뿐입니다. 1도에서 0.5도가 더 상승하면, 재해성 날씨가 늘 일어나는 상태가 됩니다. 그리고 현재보 다 1도가 더 높아져 2도 이상 상승하면 파국의 상황에 빠집니다.

머지는 모두 지구 내부의 요인으로 대멸종이 일어났습니다. 지구는 생명

평균 기온 상승은 단순히 폭염 일수가 많아진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을 풍요롭게도 하지만, 생명을 없앨 수도 있는 요소들이 여기저기 지뢰처

폭염이 심해도 학교에 가고 공장이 돌아가고 도시도 정상적으로 운영이

럼 많이 숨겨져 있습니다. 인류가 지구 평균 기온을 2도 이상 상승시키는

됐었잖아요. 평균 기온 상승은 지구조절시스템이 무너지는 것을 의미합

것은, 그 지뢰가 다 터져버리도록 방아쇠를 스스로 당겨버리는 것과 같

니다. 농업이 불가능할 정도로 극단적인 날씨가 많이 발생합니다. 물이

습니다. 인류가 더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다고 해도 지구는 스스로

부족하고, 가뭄이 들고, 식량이 부족하게 됩니다. 해수면이 상승하여 연

기온을 상승시킬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과거 멸종에서는 생명이 자연적

안 도시가 잠기게 됩니다. 늘어난 이산화탄소를 흡수한 해양은 산성화되

인 변화로 어쩔 수 없이 멸종했는데, 지금 인간은 자기 스스로 멸종의 방

어 해양 생태계가 붕괴됩니다. 급속한 기온 변화에 약한 생명체들은 멸

아쇠를 당기려고 합니다.

종이 되고 감염병이 퍼집니다. 결국, 기온 상승은 인류의 생존 기반이 무

인류는 지금까지 전쟁, 자연재난, 감염병, 금융위기 등 수많은 위험을

너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겪었습니다. 그렇지만 그 위험은 끝이 있었고, 회복되었습니다. 시행착오

기후위기가 실제로 우리 눈앞에 일어난다면, 마트에 가도 먹을 것을

를 겪기는 했지만, 그 과정에서 더욱 나은 세상을 만들기도 했고요. 그런

팔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2020년 코로나 19의 상황 속에서

데 기후위기가 일어나면 시행착오로부터 배우고 극복할 수 있는 시간이

정부가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여 어려운 사람들이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

없습니다. 기후위기는 인류가 처음 경험하게 될 ‘회복 불가능한 위험’이

것은 통제 가능한 위험으로 관리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기후

기 때문입니다.

위기가 실제로 일어나면 정부가 재난지원금을 풀어도 먹을 것을 살 수

산업혁명 이후 평균 기온이 1도 올랐습니다. 기온이 상승한다는 것은 우리 체온과 비슷합니다. 체온이 정상보다 1도가 높으면 우리는 몸의 이 상 상태를 감지하게 되죠. 1도 상승으로 기후위기가 본격적으로 일어난

없게 됩니다. ‘통제 불가능한 위험’에 빠지는 것입니다. 즉, 인류는 기후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지만, 기후를 통제할 수는 없습니다. 기후위기는 대량 생산, 대량 소비와 대량 폐기를 더이상 지속할 수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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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그린컨퍼런스 기후위기의 증인들

증인 5 기후위기를 마주한 대기과학자의 증언


다는 것을 깨우쳐 줍니다. 에너지와 자원은 고갈되지만, 온실가스, 오염 먼지와 쓰레기는 쌓이고 있습니다. 잘살기 위해서 이런 세상을 만들었습 니다. 인간의 무한한 욕망을 유한한 지구가 더이상 감당할 수 없습니다. 이 부조리는 ‘우리의 욕망’으로 은폐되고, ‘체제 바깥은 죽음뿐’이라는 대 안 부재로 인해 ‘성스러운 성장’은 유일하고 영원한 것으로 추앙받고 있 습니다. 희망은 이 체계를 긍정하지 않고, 부수고 나갈 때 열립니다. 그나 마 가능성이 남아 있을 때 우리가 그렇게 해야 합니다. 지구환경을 아끼 고, 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즉, 에너지는 재생되어야 하고, 자원은 순환되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지구가 이런 세상을 끝장낼 것입니다 (그림2).

사회는 서로간 경쟁을 통해서 효율을 높이려 합니다. 이것도 잘살기 위해서입니다. 현재 78억 명이 먹고도 남을 식량과 78억 명이 쓰고도 남 을 생필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세상을 끌어가는 사람들 은 이 세상의 모든 문제가 성장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했다고 우리를 끊임없이 속입니다. 우리는 그 말에 속아서는 안 됩니다. 누군가 필요의 결핍이 있다면, 성장을 못해서가 아니라 서로 돌보고 아끼고 나누지 않 그림 2.

아서라고 이야기해야 합니다. 성장을 위해서 지구환경을 파괴하고 기후

“DOUGHNUT ECONOMICS: CREATING A SAFE AND JUST SPACE FOR HUMANITY”, OXFAM, KATE RAWORTH(2013).

위기를 일으키며 공동체를 무너뜨렸습니다.

지구환경 안에 인간 사회가 있고 그 안에 경제가 있다. 경제는 지속할 수 있는 환경과 좋은 사회의 한계 안에서 인간의 필요와 욕구를 충족하는 기능을 해야 한다. ‘도넛 경제학’, 케이트 레이워스.

지금까지 내달려 오던 길에서 ‘담대한 전환’을 해야 합니다. 우리가 만 들어 온 사회와 우리 삶에 대해 이렇게 사는 게 맞는지 성찰할 필요가 있

67 증인 5 기후위기를 마주한 대기과학자의 증언


습니다. 인류는 연대하고 돌봄과 나눔을 실천해야 합니다. 새로운 가치 의 세상을 만들어야 기후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1850년 이후 지구 평균 기온이 인간에 의해 변화되었습니다(그림3). 한 줄, 한 줄이 한 해, 한 해의 지구 평균 기온을 나타냅니다. 파란색이 강할 수록 평년보다 온도가 낮았고 빨간색이 강할수록 평년보다 온도가 높았 음을 의미합니다. 미래 기후는 두 갈래로 나눠집니다. 기온 상승이 2도 이내로 안정화 될 경우, 그리고 온실가스를 전혀 줄이지 않아 이번 세기 말에 4~5도 상승하는 경우입니다. 이제 미래 기후는 자연이 결정하지 않 습니다. 우리가 어떤 세상을 만드냐에 따라서 미래 기후가 결정된다는 것이죠. 현재 배출수준을 유지한다면, 이제 금세기 중반쯤이면 기온 상승 2도 를 넘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까 우리의 미래 세대들은 기후위기를 막을 수가 없습니다. 기후위기는 회복 불가능한 위험이기 때문입니다. 미래 세 대가 지금 공부 열심히 해서 훌륭한 사람이 돼서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책임을 져야 하는 지금 세대가 기후위기를 막을 수 있는 마지 막 세대입니다. 만약 지금 세대가 이 기후위기를 막지 않는다면, 지금 세 그림 3. 1850년 이후의 지구 평균 기온 변화, Ed Hawkins

대는 인류 역사상 최초로 자기의 어린 세대와 미래세대의 생존을 짓밟 는 세대가 될 겁니다. 그렇기에 지금 세대의 책임이 큽니다. 아직 책임이 있다는 것은 기후위기가 불가피한 파멸의 미래가 아니라 선택이 남아 있 는 미래이기 때문입니다.

69 증인 5 기후위기를 마주한 대기과학자의 증언



대 담

사회자 - 윤소영 녹색연합 협동사무처장 박선영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 김정열 비아캄페시나 국제조정위원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 신기호 푸른아시아 몽골지부장 조천호 경희사이버대학 미래인간과학스쿨 특임교수

사회자: 그린컨퍼런스를 시작하기 전에 신

가 있었습니다. 제가 기상학과를 다녔던 80

청자들께 강연자를 소개를 해 드리면서 궁

년대에는 기후변화라는 과목도 없었어요. 기

금한 점을 미리 여쭤보았어요. 아주 사적인

후변화라는 말도 거의 들어본 적이 없고요.

궁금증부터 구체적인 대안까지 아주 다양

2005년도에 굉장히 우연한 기회로 안면도

한 질문을 주셨는데 몇 가지 추려 이야기를

기후감시센터라는 곳에서 근무를 했는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조천호 박사

온실가스가 굉장히 예사롭지 않게 변하고 있

님께 가벼운 질문부터 시작해볼까요. 이 질

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기후변

문을 주신 분은 TV에서 조천호 박사님의 강

화는 학문의 체계에 있어서 아직 완성된 것

의를 들으셨나봅니다. 대기과학자로서 기후

이 아니라 지금도 만들어져가고 있는 분야입

위기를 위해 충분히 의미 있는 역할을 하셨

니다. 한 해 한 해 지나면서 점점 명백해지고

을 텐데 지금처럼 적극적으로 기후위기 대

점점 빨라지고 있지요. 공부를 하다 보니 단

응 활동을 하게 된 어떤 계기가 있으셨는지

순하게 기후, 과학적인 사실일 뿐만이 아니

궁금합니다.

라 우리의 삶, 우리의 생각, 우리의 사회경제 이 모든 것과 연관이 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조천호: 특별하기 보다는 조금 우연한 계기

됐어요. 동시에 굉장히 새로운 세상을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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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그린컨퍼런스 기후위기의 증인들

대담


이 기후위기를 통해서 꿈꿀 수 있게 되었습

하게 여성과 소농을 꼽으셨거든요. 기후재난

농이 생산합니다. 그 소농 중에서도 여성 농

니다. 울리히 벡이라는 독일의 사회학자가 쓴

시대에 농업에 있어서 여성의 역할은 무엇이

민의 기여도가 굉장히 높습니다. 어떤 나라

‘위험사회’를 보면 해방적 파국이라고 하는

고 어떤 역할이 더 필요한 걸까요?

에서는 80%의 생산을 여성 농민이 책임지

단어가 나옵니다.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단

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농업생산력의 52%가

어입니다. 만약에 이 기후위기가 일어나지 않

김정열: 농업과 기후 얘기를 하려면 농업을

여성입니다. 이러한 여성 농민의 기여도가 기

았다면 지금의 이 세상이 그냥 정상이라 생

조금 자세하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모든 농

후위기를 완화시킬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실

각하면서 살았을 텐데 오늘날 정의롭지 못함

업의 시스템과 생산방식이 먹거리를 생산하

제로 농업생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자원인

의 문제, 빈부의 격차, 앞서 여러분들이 이야

기는 하지만 그 과정 자체에서 기후위기를 야

씨앗을 지금까지 보존해온 사람들이 여성입

기했던 그 수많은 문제로 인해서 기후위기가

기하는 온실가스를 배출하기도 하고 그 배

니다. 이 토종 씨앗이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일어난다는 것을 알게 된거죠. 여기에서 우리

출된 온실가스를 흡수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있습니다. 이런 다양한 토종 씨앗이 우리의

가 새로운 세상을 꿈꾸고 새로운 세상을 만

저는 전환의 주체로 여성과 소농을 이야기했

다양성을 갖출 수 있고 다양성들을 갖춘 이

들어야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사실

습니다. 전 세계 먹거리 생산량의 70%를 소

토종 종자가 기후위기 시대 우리 먹거리의 시

때문에 더욱더 매력을 느끼며 공부를 하게 되

작일 수 있습니다. FAO에서는 작년부터 10

조천호

었어요.

년간을 가족농의 10년이라고 설정하고 가족 니까. 그러니까 현실을 알고서도 이렇게 나온

농을 지원하고 육성하는 계획을 찾고 있습니

사회자: 어쩌면 조천호 박사님 때문에 우리

다는 것은 얼마나 절박했기 때문일지 생각해

다. 왜냐하면 1960년도 부터 있었던 녹색혁

박선영 활동가는 지금은 공부 열심히 하고 나

주시면 좋겠어요. 우리가 지금 대학이나 미래

명으로 인한 산업농이 지금과 같은 기후위기

중에 기후과학분야 전문 권위자가 돼서 기후

에 대해 생각할 나이에 그러지 못하고 우리의

를 야기했기 때문에, 대안을 소농과 가정농

위기 활동을 열심히 하면 어떻겠느냐는 이야

미래를 위해서 나왔다는 그런 절박함을 많이

의 지속적인 안정성과 육성이라고 보고 있는

기를 어른들에게 많이 들으셨을 것 같거든요.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겁니다. 이와 함께 여성 농민의 기여도 또 여

이런 기성세대들에게 일침을 날려주실만한

성 농민의 생산자원의 접근, 농업분야에서의 사회자: 우리를 미래세대로 보지 말고 지금

여성 농민의 참여를 통해서 우리의 농업생산

기후재난을 겪고 있는 현세대로 보아달라는

방식을 지역적으로 생태적으로 변화시킬 수

박선영: 그런 말씀을 하시는 분들이 이번 그

말씀을 잘 들으셨죠? 다음은 김정열 농부님

있고 그것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농업의 적

린컨퍼런스를 꼭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께 드리는 질문인데요. 농업 부문에서 기후

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소농

그런 말씀을 하지 못하겠죠. 현실을 아셨으

위기를 완화하기 위한 전환의 대안으로 명확

이야기를 한마디 부탁합니다.

과 여성 농민이 기후위기를 대응할 수 있는,

김정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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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그린컨퍼런스 기후위기의 증인들

대담


적응할 수 있는, 완화시킬 수 있는 대안이라

아서 채식을 할 수 있는 곳을 찾아줍니다. 그

고 말씀드린 것입니다.

런 일상 속에서 상호작용하는 효과는 있습니 다. 당연히 저희는 일을 하는 노동자지만 퇴

사회자: 기후위기 정책 안에서 농업이 가장

근 후에는 시민이거든요. 만약에 정말 이런

소외된 영역으로 꼽히기도 하는데요, 농업

자리에 조합원 집단이 아니라 한 명 한 명 앉

에 대한 관심을 크게 가져야겠습니다. 그러

혀놓으면 시민의 정체성으로서 지구의 문제

면 박정훈 위원장님께도 질문을 하나 드려볼

에 대해서 진지하게 얘기할 가능성은 있습니

까요? 아까 발표하시는 것을 들어보면서 모

다. 그런데 일상적 생활에서 그렇게 얘기하기

순이라는 이야기를 여러 번 하셔서 그 증언

는 좀 힘들다는 생각이 듭니다. 덧붙여, 저는

이 더 의미가 있었던 것 같아요. 실제 동료 라

그런 질문은 노동자들이 아니라 자본에 해야

이더들에게 기후위기와 라이더들이 처한 문

한다고 생각해요. 과거에는 제국주의적인 확

제의 연관성에 대한 이야기를 건네면 어떤 반

장과 개발이 있었습니다. 새로운 개발을 하고

응을 보이는지 궁금합니다. 또 생계를 위해서

상품을 생산하고 소비해왔는데, 지금은 시공

라이더 직업을 택한 분들이 계실 텐데 그분

간을 새로운 욕망들이 만들어내거든요. 가령

들에게 기후위기는 우선 문제로 여기기는 몹

마켓컬리라는 것이 혁신을 가지고 등장했는

시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떻게

데, 이것은 야간과 새벽에도 혹은 아침에도

는 않아요. 위악보다는 위선이 낫다고 생각

작이다, 사실이 아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하면 라이더 스스로가 기후위기와 처우의 연

소비를 하고 싶다는 새로운 욕망에 의해서

합니다. 위선적인 활동이라도 그것이 공익적

사람이 꽤 많습니다. 몽골에서 벌써 20년 동

관성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을까요?

만들어졌어요. 그런데 그 자본은 노동자들

인 목적이라면, 타협적이긴 하지만 그런 것부

안 생존을 위해 숲을 회복하는 활동들을 하

이 생존을 위해서 야간노동을 원한다고 얘기

터 실천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을 합니다.

고 계신데 어쩌면 한국의 이런 이야기들이 원

가운데 위_신기호

박정훈: 질문이 너무 어려워서 조금 회피하

를 합니다. 여기에서 자본은 노동자들의 생

고 싶은 생각이 드네요. 라이더들과 기후위

계라는 문제에서 숨어버리는 겁니다. 그래서

사회자: 우문현답이네요. 차근 차근 한 발 한

기와 관련된 얘기를 나눈다면 완전 선비충으

자본한테 어떻게 더 아픈 질문들을 하는가가

발 나가시는 위원장님을 늘 응원합니다. 제가

로 찍혀서 조직 활동이 안 될 것 같기는 해요.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오늘 모순에

신기호 지부장님 발표하시는 것을 들으면서

신기호: 그런 질문들 참 많이 받습니다. 정말

그런데 저희 조합원들이 제가 육식을 안 하

대해서 많이 얘기했는데 제가 약간 어설픈

가슴이 굉장히 먹먹해지더라고요. 그 참담함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들

는 것을 알거든요. 이것이 위원장으로서의 어

채식을 합니다. 완벽한 채식은 아닌데 눈에

속에서 저 멀리 희망을 보는듯한 그런 느낌이

인데요, 그래서 푸른아시아는 그런 분들에게

떤 갑질일지도 모르겠는데요, 조합원들이 알

보이는 것만 안 먹습니다. 원료까지 신경쓰지

들었는데요. 여전히 한국에도 기후위기는 조

직접 체험시킬 수 있는 에코투어를 진행하고

망스럽기도 하실 것 같아요. 그들에게 한 말 씀 부탁을 드려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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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그린컨퍼런스 기후위기의 증인들

대담


심각한 일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다들 유념

방에 무력화가 돼버리잖아요. 박정훈 위원

서 그것을 집행하게 만들 때 기후위기에 대응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장님께서 이야기했듯이 우리는 끊임없이 자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개인의 의식도 무척

기모순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어요. 그만

중요하지만 그것이 함께 뭉쳐지는 힘이 되었

사회자: 아마 오늘 신기호 지부장님 발표 내

큼 우리 개인은 무력하다고 하는 것이죠. 그

을 때 보다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면서 기후

용을 보고 몽골의 상황을 처음 보신 분들도

래서 궁극적으로 우리가 함께 이것을 만드는

위기에 대응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법 많으실 겁니다. 이분들이 든든한 전파자

세상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올해 파리에서

역할을 해 주시면 좋겠어요. 그런 의미에서

여성 시장이 재선을 했습니다. 그녀는 파리를

박정훈: 저는 사회운동을 오래 해왔는데 이

이런 자리가 더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닌가 싶

15분의 도시를 만들겠다고 했어요. 걸어서

겨본 적이 별로 없습니다. 져도 그냥 지는 것

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우리가 얼마나 더 많

15분 안에 먹고, 놀고, 돌보고, 소비할 수 있

이 아니라 엄청 처참하게 집니다. 그래서 한

이 체감해야 이것들을 다 알 수 있는 것인가

는 도시를 만들겠다. 그리고 파리 도심 안에

때는 조금 이기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는데 그

하는 마음도 듭니다. 여러분께 공통질문을

9만 개의 주차장이 있는데 그중 6만 개를 없

런 생각을 가지니까 사람이 조금씩 타협하게

하나 드려볼까 해요. 사실 이 이야기를 다 듣

애버리겠다고 했어요. 공공주차장만 놔두고

되더라고요. 기존의 체계에서 될 만한 일들

고 나니까 희망이 보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개인이 갖고 있는 주차장을 싹 없애버리겠다

는 여전히 걱정도 됩니다. 조천호 박사님 이야

고 했죠. 그러면서 자동차로 동에서 서로 관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사막화지역

기하셨던 그 파국의 지경에 가기 전에 우리가

통하는 일은 없게끔 만들겠다고 했어요. 자

을 체험하고 주민들과 함께 봉사활동을 함께

막아낼 수 있을까 하는 의심 또는 자신감이

가용 갖고서는 갈 수 없다는 것이죠. 걷거나

하면서 어떤 상황인지 주민들로부터 직접 이

계속 없어진다는 이야기를 하시거든요. 실제

자전거를 타야 가능하게 되는 겁니다. 걷는

야기를 듣는 시간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결국

기후위기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지, 이

세상을 만들겠다는 겁니다. 우리나라 사람들

직접 자기 눈으로 봐야되겠죠. 아무리 누가

기후위기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할 수 있

이 유럽을 다녀오면 ‘차가 사람을 피해 다니

설명한다고 해도 아마 그것이 체감되지 않을

는 일은 무엇이 있을지. 작은 것에서부터 또

는데 왜 우리는 사람이 차를 피해 다니느냐’

것입니다. 직접 와서 모래폭풍도 한번 뒤집어

는 거대한 대안에 대한 이야기까지 좋습니다.

고 합니다. 우리가 그런 세상을 만들어놓고

써보고 경화되어 있는 땅도 한번 파보고 나

각각의 지금 있는 역할에서 한마디씩 부탁드

살고 있기 때문에 그런 거예요. 우리가 좋은

무도 심어보고 하는 그런 시간들이 필요하지

립니다.

세상을 만드는 것은 바로 기후위기에 대응하

박선영

않을까 합니다. 누구에게는 평생에 한 번 있

는 겁니다. 우리가 그러한 꿈을 꾸고 그러한

는 무용담 같은 이야기가 지구 어느 편에서는

조천호: 앞서 우리 박선영 님이 굉장히 노력

세상을 만들어내야죠. 그러려면 투표를 잘해

일상이라고 하는 것, 기후변화 때문에 그런

을 많이 해도 석탄발전소 하나 지어버리면 한

야 합니다. 의원을, 선출직 공무원을 잘 뽑아

박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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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그린컨퍼런스 기후위기의 증인들

대담


을 하게됩니다. 그러니까 운동도 그렇게 제도

그린지대에서는 탄소배출을 줄이는 농장에

화되고 쉬운 길로 가게 되는 것이죠. 협약 같

서 식탁까지 라는 전략을 그린딜의 핵심적인

은 것도 발표하고 선언문도 발표하고. 실제 그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죠. 어떻게 생각하고,

렇게 해보다 보니 이것도 아닌 것 같다는 생

어떻게 유통하고, 어떻게 먹거리시스템을 전

각이 들어서 원래 제가 잘했던 방식으로 주

환해 탄소배출을 줄였는지 유럽의 사례가 있

류 세상에 맞서는 빌런이 되자고 생각했습니

습니다. 저는 이 사례들이 전 세계적으로 퍼

다. 그리고 세상 사람들이 이상하다 하더라

졌으면 좋겠고,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

도, 패배에 익숙해지되 그것이 절망이나 나락

니다. 그런 시스템이야말로 오히려 모든 사람

으로 빠지지 않도록 연대의 힘을 만들어내는

에게 충분한 식량을 보장할 수 있고 모든 사

것이 좋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 비타

람에게 안전한 식량을 보장할 수 있는 결과

협적인 싸움을 하다가 패배하는 것이 좋지,

를 가지고 옵니다. 한국에서는 전국여성농민

애매한 타협을 위해 싸움을 하다가 중단돼

회총연합이 2010년도 언니네 텃밭 사업을 시

버리면 이후의 싸움을 만들어낼 수가 없다는

작하면서부터 생산자와 소비자가 있는 것이

겁니다. 특히나 거대한 흐름 앞에서 싸우려면

아니라 생산자와 공동생산자가 있다고 이야

그런 각오들이 있어야 한다고 말씀을 드리고

기해오고 있어요. 여기 계신 여러분들은 먹거

박선영: 저는 영역, 세대를 떠나 모두가 불편

싶습니다.

리의 소비자가 아니라 먹거리의, 농업의 공동

해질 용기를 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생산자입니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떤 방식

기후위기를 대응하려면 훨씬 더 많이 불편해

신기호: 재미있는 제안 하나만 드릴게요. 요

김정열: 저는 굉장히 희망적인 하나의 사례

으로 생산하는지 또 어떤 방식으로 유통되는

져야 하는 것이 사실이잖아요. 그런데 어쩌

즘 취미활동들을 많이 하시잖아요. 지구를

를 들고 싶습니다. 우리는 지금 2050년도 탄

지를 우리가 함께 공동생산자로서 노력해 생

겠어요. 우리가 살아가려면 불편해져야 하는

살리는 일을 취미활동으로 하면 어떨까 하는

소중립을 이야기하고 2030년도에 50% 감

태적 생산, 소농에 의한 생산, 지역먹거리 시

데. 낼 수밖에 없는 용기죠. 이런 배려와 용기

생각을 해봅니다. 예를 들어 나무심기는 어떨

축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허황된 이야기가

스템을 구축하고 지금의 산업적 농업이 배출

를 내는 것만으로도 저는 많은 것이 바뀔 거

까요. 어디든 허락된 곳에 나무를 심는 취미

아니라 구체적인 계획들을 세워가고 있죠. 농

하는 이산화탄소와 전 세계적인 긴 먹거리

라 믿어요. 작은 실천으로는 바꿀 수 없을 만

활동을 전국민적으로, 범지구적으로 한번 해

업과 먹거리를 봐도 유럽이 좋은 사례가 될

사슬을 벗어난다면 충분히 이산화탄소를 감

큼의 막대한 온실가스 배출이 계속되고 있잖

보면 어떨까요. 그렇다면 시나브로 푸른 지구

것 같습니다. 유럽은 1990년도부터 해서 농

축시킬 수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여러분의 선

아요. 모두가 모여서 정책적인 요구를 한다면

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업과 먹거리 시스템의 변화를 통해서 실제로

택과 연대를 통해, 저는 우리에게 희망이 있

저는 충분히 2030년까지 50%를 감축할 수

탄소배출을 줄였습니다. 그래서 지금 유럽의

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마음을 모으는 것

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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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그린컨퍼런스 기후위기의 증인들

대담



이 책자는 그린컨퍼런스 ‘기후위기의 증인들’ 내용을 담았습니다. 삶터에서, 일터에서 기후변화를 심각하게 겪고 있는 증인들의 이야기, 기후위기의 진실을 더 많은 이들이 알 수 있도록 전해주세요! ‘기후위기의 증인들’ 유튜브로 다시보기

녹색연합은 1991년 창립하여 우리나라 자연을 지키는 환경단체입니다. 주요 생태축인 백두대간과 DMZ를 보전하고 야생동물과 그들의 서식지를 지킵니다. 기후위기를 가속화하는 현장을 감시하며 에너지가 정의로운 세상, 녹색연합 회원되기

쓰레기가 없는 지구, 자연과 사람이 조화로운 사회를 그려갑니다.

표지 이야기 지구의 온도가 올라가면 어떻게 바뀔까. 변화의 징후를 증언하고 경고하는 내용을 강렬하게 표현했다. 중첩된 도형은 점점 붉게 변화하는 ‘지구’이며 ‘시선’이자 위기를 증언하는 ‘입’이다. whales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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