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으로 바라보는 용산 기지
펴내며
용산미군기지는 서울 한복판에 위치한 거대한 군기지 시설이다. 이 부지에는 130년 넘는 기간동
안 청군, 일본군에 이어 미군이 주둔해왔다. 한편 오랫동안 대한민국의 주권이 미치지 못하는 곳이
었기에, ‘주권 밖의 장소’로 여겨졌다. 예컨대 녹사평에서 2001년, 삼각지역 인근에 있는 캠프킴 에서 2006년 대량의 기름유출 사고가 있었지만, 아직까지 기지 내부 오염원은 제거하지 못한 채
모니터링 관리에만 머물고 있다. 우리나라에 불리한 한미주둔군지위협정(Status of Forces Agreement, 이하 SOFA)으로 인해 미군에게 제대로 된 책임을 물을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군의 주력이 경기도 평택으로 이전한 후에도, 남겨진 용산미군기지 오염정화를 둘러싼 문제가 현재 진행형으로 이어지고 있다. 2021년 환경공단과 미군이 진행한 위해성 조사 결과, 대부분의 부지에 서 공원으로 조성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오염물질들이 기준치를 크게 상회한 것이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으로 집무실을 옮기면서, 일부 반환 받은 미군 부지에 공원을 조성하기 시작했고, 결국
아무런 오염정화 없이 시민들에게 2023년 5월 ‘용산어린이정원’이라는 이름으로 개방되었다. 대통
령실은 이를 두고 ‘주권의 회복’이라 표현했지만, 미군에게 아무런 오염정화 책임을 묻지 않은 채 시민
을 위험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주권의 포기’에 가깝다.
이 책자는
용산 어린이정원의
용산 한복판에는 오랫동안 시민에게 금지되어온 공간이 자리하고 있다. 바로 전체면적 265만 제곱 미터(m²)로 축구장 370개 면적과 맞먹는 용산미군기지다. 130년 이상 청군, 일본군에 이어 미군이 주둔해온 만큼, 주변에는 자연스레 기지촌 문화가 자리잡게 되었는데, 우리에게 익숙한 이태원 거리
외에도 초상화를 그려주던 삼각지 화랑가, 남영동 스테이크 골목, 부대찌개 거리 역시 군기지로 인해 생겨난 곳들이다.
한편 거리를 걷다보면 이태원 광장 한복판을 비롯한 여러 곳에서 회색 구조물들이 눈에 띄기도 한다.
바로 오염된 지하수를 모아넣는 집수정이다. 미군이 반세기 넘게 주둔해온 만큼 기지 내부에서는 크
고 작은 기름 유출 사고가 끊이지 않았고, 외부에서는 2001년 녹사평, 그리고 2006년 숙대입구역 인근에 있는 캠프킴에서 대량의 기름 유출 사고가 밝혀졌다.
그렇다면 왜 오랜 시간 오염원을 제거하지 못한 채 유동인구가 많은 도시 한복판에 집수정을 세워야 했을까? 그 이유는 한국 지자체의 권리가 미군 기지 담벼락을 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SOFA 조항
을 살펴보면 미국은
지 않다. 독일 SOFA에 환경
협정이라 할 수 있다.
(1990~2015) 3789L
바라보는 용산 기지
2017년 시민사회단체에서 미국 정보자유법(Freedom of information Act, FOIA)를 통해
입수한 용산 미군기지 내부 유류유출 사고기록(1990~2015)에 따르면, 15년 동안 기지 전역에서
크고 작은 84건의 유류 사고가 있었다. 주한미군 자체 기준으로도 최악의 유출량(약 3,780리터)을
초과하는 사고가 7건이 발생하였으나, 그 중 한국 정부에 통보한 사고는 2건뿐이었다. 그동안 한국
정부가 자체적으로 주한미군에 확인한 용산 미군기지 내 사고 내역은 전체 5건에 그쳤다. 해당 지표
는 주한미군의 무책임함과 시민 안전과 직결된 문제에 손 놓고 있었던 한국 정부의 무능함을 단적으
로 드러내고 있다.
1) 시체방부제 한강 무단 방류 사건
2006년 개봉한 영화 <괴물>은 2000년 2월 미군 한강 독극물 무단방류 사건을 배경으로 만들어
진 영화다. 당시 미군 영안소 부소장인 맥팔랜드의 명령으로 포름알데히드라는 시체 방부용 독극물
480병이 아무런 정화처리없이 무단으로 하수구를 통해 한강에 방류됐다. 5월 15일 집행자의 진술
로 미8군 34 사령부에 보고됐으나 별다른 진상조사없이 사건이 묻혀졌고, 이에 격분한 용역 노동자 가 환경단체 녹색연합에 제보하면서 7월 13일 녹색연합,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가 해당 사건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가지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2000년 포름알데히드 무단 방류
오염으로 바라보는 용산 기지
이 사건을 계기로 2000년 12월 타결된 2차 SOFA 개정에서 미군의 '한국 환경법령 존중'을 내
용으로 하는 환경조항을 법적효력이 있는 합의의사록에 규정하게 됐다. 원래 SOFA에는 환경
과 관련된 규정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험(Known Imminent Substantial Endanger)’을 갖는 경우에만 환경오염사고를 통보하거나 치유하도록 규정하고 있
는 ‘KISE’ 규정이 미군의 환경오염 책임을 면책하고 있어, 사실상 미군의 자의적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2) 녹사평역
2001년 1월, 지하철 6호선 녹사평역에서 지하수가 대량의 유류에 의해 오염된 사실이 알려졌다.
서울시는 지하수 오염 원인을 밝히기 위해 녹사평역 주변의 한국측 유류시설을 전수 조사했으나, 유출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 서울시의 '녹사평역 지하수 오염 성분 정밀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휘발유
성분이 국내 시판중인 것과 완전히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2002년 5월 주한미군과 환경부의 합동
전문가회의를 통해 조사한 결과, 녹사평역 지하수에서 발견된 유류 중 휘발유는 용산기지 내부에 위 치한 지하유류탱크에서 유출된
이후 녹사평역 3번 출구 인근 이태원 광장에 오염된 지하수를 모아놓는 집수정이 생겼다. 서울시 용
역업체 직원은 매주 1-2회 집수정의 뚜껑을 연 뒤 호스를 통해 오염된 지하수를 탱크로리에 옮기고
있다.(2001년 초부터 녹사평역에서 매일 7-10ℓ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외에도 녹사평역 주위
에는 약 40여 개에 가까운 지하관측정이 바닥에 설치돼 있으며, 정보공개 청구 결과 2023년에도
기준치를 초과하는 오염물질들이 관측되고 있다. 오염원은 미군기지 내부에 위치해 있지만, SOFA에
명확한 오염정화 규정이 없기에 근본적인 해결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문제로 서울시는 용산 미군기지에서 흘러나온 유류를 정화하는 데 쓴 비용을 달라며 국가에 소송을
제기했는데, 2006년부터 현재까지 10여 차례 이상 ‘승소’했다. 2009년 제정한 SOFA 시행에 관 한 민사특별법 2조항이 주한미군 구성원이나 고용원이 직무를 수행하며 우리 정부 외의 제 3자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대한민국이 손해를 배상하도록 규정하고 있어서다. 3) 캠프킴 지하시설물 기름 유출 사건
있었는데, 그
3,100세대가 입주할 수 있는 공공주택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캠프킴 부지에는 심각한 문
제가 있다. 그동안 여러 차례의 오염물질 유출 사고들이 있었고, 주한미군이 오염정화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은 채 떠나버렸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2006년 7월 10일 기름 유출 사고를 들 수 있다. 이날 한국전력 직원이 지하철 4호선 한
전 전력구에 다량의 유류가 바닥에 퍼져 있는 걸보고 용산구에 신고했다. 13일 용산구와 서울시, 환
경부 등이 공동으로 현장 조사와 시료채취를 하였고, 분석 결과 미군에서 사용하는 JP-8로 확인되
었다. 이에 유류유출에 대한 한미 합동조사를 요구했지만, 미군 측의 거부로 기지 내부 현장조사는 진행하지 못했다. 환경부가 SOFA 규정에 따라 공동실무위원회(EJWG)의 구성과 상세 정보 제출 을 요청한 것 역시 마찬가지였다. 또한 미군측은 오염원인으로 과거 한진중공업 주유소가 주위에 있
었음을 강조했는데, 한진중공업이 환경관리공단에
어린이정원 임시 개방
용산공원 추진경과
1990. 06
1992. 11
1993. 06
2003. 05
2004. 07 2004. 12
2007. 07 2008. 03 2014. 10 2015. 12 2021.12 2022.05
2023.05
용산기지 이전 한·미 기본합의서 체결
용산 미8군 골프장부지 반환
비용 부담 과다로 용산기지 이전사업 보류
한·미 정상 용산기지 이전 합의
한·미 용산기지 이전협상 타결
용산기지이전협정 국회비준 동의
용산공원조성특별법 제정, 공포
“용산공원조성추진기획단” 설치(국토해양부)
한미 국방장관, 전작권 환수 연기에 따라 용산기지 일부 계속 잔류 결정
평택 기지 공사문제로 인해 2017년으로 용산기지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개방의 가장 큰 문제는 해당 부지들이 제대로 된 정화를 거치지 않았다는 데 있다 국토교통부가 2021 년 고시한 '용산공원 정비구역 종합
변경계획안'을 살펴보면, 용산 기지 전체 반환 시점(N)으로부터 7년간 정화 및 조성 작업을 거치 도록 명시했다 하지만 22년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제대로 된 오염정화를 거치지 않은 채 시
민들에게 졸속으로 개방된 것이다
또 한 2023 년 에 는 303 억 의
1) 오염된 용산 어린이정원의 위험성
어린이정원으로 조성된 장군숙소단지(A4b, A4f), 야구장부지(A4d), 스포츠필드(A1), 숙소 및 학교(A4a) 부지는 2021년 환경부 산하 환경공단과 미군이 합동으로 진행한 ‘환경조사 및 위해성
평가’에서 TPH(석유계총탄화수소), 비소, 크실렌, 아연, 납, 수은 등 치명적인 독성물질들이 ‘토양 환경보전법 시행규칙’의 1지역(공원·학교용지·어린이놀이시설 등) 토양오염 우려 기준을 크게는 36배까지 초과하여 토양환경법상 공원이 될 수 없는 곳이다. 그런 점에서 오염된 부지의 ‘임시’ 개방
은 헌법 제35조1 국민의 기본권으로서의 환경권을 침해한다. 그럼에도 정부는 기존 오염된 토양에
15cm 이상 흙을 덮고, 잔디를 식재한 다음 안전하다는 주장을 했다.2 8월 22일 국회 간담회실에서
열린 <오염된 용산 미군기지의 공원개방, 이대로 둘 것인가> 토론회에서 발표한 이상윤 녹색병원
장군숙소단지 (A4b, A4f)
석유계 총탄화수소 (TPH) 29.3배
아연 17.9배 크실렌 10배
야구장 (A4d)
석유계 총탄화수소 (TPH) 8.9배
비소 9.4배 크실렌 4배
숙소 및 학교 (A4a)
석유계 총탄화수소 (TPH) 23.4배
구리 5.9배
납 4.7배
수은 7.65배
스포츠필드 (A1)
석유계 총탄화수소 (TPH) 36배
비소 3.5배
납 5.2배
수은 3배
1 ①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2 “미래 세대와 함께 열어가는 용산어린이정원, 5월 4일 개방”, 국토교통부 보도자료(2023년 4월 25일자) 2021년 환경공단과 미군이 공동으로 수행했던
오염으로 바라보는
기지
직업환경의학과장은 정부 주장에 우려를 표했는데, 그 이유는 산모, 아동, 어린이 등의 경우 아주 작은 노출과 변화만으로도 치명적인 영향이 미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특히 어린이는 행동, 식습관, 대사 및 생리적 특성으로 더 많이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산성비나 폭우가 올 경우 지면 아래로 독성 물질이 노출될 가능성 역시 간과할 수 없다.
이러한 오염물질 문제제기에 대해 국토교통부와 환경부는 “공기질 모니터링을 통해 다이옥신을 포 함한 모든 항목에서 안전함을 지속 확인”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가 되는 것은 일상 시기
평균적인 노출이 아니라, 특정한 상황에서 발생 가능성이 있는 위험이다. 토양 종류에 따른 오염 유류
이동, 산성비나 폭우로 인한 패임, 아이들의 신체적 접촉으로 인해 언제 돌발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단순한 잔디 식재와 흙으로 덮는 대처를 ‘정화’라고 부를 수 없다.
○장군숙소단지(A4b, A4f)
2024/02/08 용산어린이정원 정문 초입 장군숙소단지(A4b, A4f)
■ 토양환경보전법 토양 우려 기준(1지역 공원)과 비교했을 때
■ 석유계 총탄화수소(TPH) 29.3배, 아연 17.9배, 크실렌 10배 초과 검출
○야구장(A4d)
2023/06/07
○숙소 및 학교(A4a)
2023/06/07
2024/02/08 일부 개방된 숙소 및 학교(A4a) 분수정원
■ 토양환경보전법 토양 우려 기준(1지역 공원)과 비교했을 때
■ 석유계 총탄화수소(TPH) 23.4배, 구리 5.9배, 납 4.7배, 수은 7.65배 초과 검출
○스포츠필드(A1)
2024/05/11 스포츠필드(A1) 현 축구장
2) 용산어린이정원 블랙리스트
2023년
출입금지
처분을 받았다. 비슷한 시기 대학생진보연합 소속 대학생 20여명 역시 사전 예약 신청을 했다가 입장
불가 통보를 받았다.
용산어린이정원 대통령
어떤 사유로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이들을 출입금지 시켰는지 밝히지 않았지만, 정부에 쓴소리하는 사람들의 입을 원천 봉쇄하려는 시도인 것만은 분명하다. 법률이 아닌 어린이정원 자체 조항으로 특정
인물들을 출입금지 시키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인 행동자유권, 알 권리, 표현의 자유, 평등권 을 침해하는 일이다. 그럼에도 해당 사안을 두고 국가인권위는 6개월간 피해자 조사도 하지 않은 채 행정소송을 진행중이라는 이유로 인권침해 진정서를 각하시켰다. 헌법소원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부는 시민을 위해 용산어린이정원을 개방했다고 말하지만, 정원에 설치된 대통령의 업적 과시용 전시물, 그리고 자의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