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연합 코로나 TFT 활동보고서 <코로나 이후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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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연합 코로나 TFT 활동보고서

코로나 이후 우리는? 발행 2020년 12월 발행처 녹색연합

발간번호 01-20-12-03

글쓴이 김진아 박수홍 박은정 이다예 진채현

주소 (02879) 서울시 성북구 성북로19길 15 전화 02-747-8500

홈페이지 www.greenkorea.org

후원 (재)숲과나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디자인 디자인보늬


목차 I.

문헌과 설문조사… …………………………………………………………

2. 코로나 팬데믹 이후 녹색전환의 갈림길

1. 코로나19의 원인 다시 한번 톺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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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환경운동의 방향, 시민들에게 묻다

II. 내부포럼 : 코로나 시대, 녹색활동가의 고민을 나누다… ………………… 26

1. 온라인 소통, 어떻게 잘 할 수 있을까?

3. 우리는 어떻게 서로를 돌볼 수 있을까?

2. 야생동물 서식지 보존 운동의 방향은?

III. 인터뷰 : 환경운동,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 48

1. 생태지평 명호 연구부소장

3. 동국대 바이오환경과학과 오충현 교수

2. 미래자치연구소 유창복 소장

4. 닷페이스 이선욱 PD

5. 기후행동비건네트워크 조길예 상임대표 6. EY한영회계법인 정영일 상무

IV. 환경 활동가 집담회………………………………………………………… 82

- 코로나 이후 우리 상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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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환경운동, 어디로 가야할까? 코로나 이전의 삶은 기억나지 않고, 코로나 이후의 삶은 기약할 수 없습니다. 개인의

삶부터 전 세계 사회경제 시스템까지 그야말로 모든 분야에 변화의 시기가 도래했습니 다. 환경운동도 마찬가지입니다. 후원이나 기부가 줄어들면서 운영이 어려워졌습니다.

현장 활동을 바탕으로 시민들을 만나온 녹색연합의 활동 방식 역시 비대면 시대에 당연 히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안과 밖 모두 위기입니다.

하지만 기회일지도 모릅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인류를 위협하는 전염병, 잇따라 들이닥치는 자연재해의 원인으로 생태계 파괴, 기후위 기가 지목됩니다. 실질적 위협 앞에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바꿔야 할 때이며, 바꿀 수 있는 때일지 모릅니다.

포스트 코로나와 전환에 대한 수많은 담론과 예측이 쏟아져 나왔지만 대체 무엇이

바뀐 것인지 의심스럽습니다. 하지만 깨닫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코로나 이후의 녹색

전환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것을요. 이러한 위기

감과 문제의식 속에서 녹색연합은 코로나 TFT를 구성해 환경운동의 현주소를 돌아보 았습니다.

3개월간 진행된 코로나 TFT의 활동은 끊임없는 질문의 과정이었습니다. 시민, 회원,

환경단체 활동가, 기업관계자, 20년 경력의 환경운동가, 지역활동가, 동물권 단체 활동

가, 생태학자, 뉴미디어 콘텐츠 기획자에게 물었습니다. &#39;환경운동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39;라는 거창하고 추상적인, 어찌 보면 무책임한 질문에 대해 모두 흔쾌히 이야기 나눠주셨습니다.

한명 한명 만날 때는 몰랐지만 이렇게 다시 모아놓고 보니 어떤 길이 보이는 것 같습

니다. ‘리셋’, ‘목표의 재설정’, ‘문제해결력과 대안제시’, ‘지역’, ‘그럼에도 함께’와 같은 말들이 기억납니다. 토씨 하나 빠뜨리지 않고 우리의 것으로 만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크고 작은 도움을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2020년 12월

녹색연합 코로나 T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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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문헌과 설문조사

코로나19를 계기로 환경운동이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 본론을 꺼내기 앞서, 의아함이 생길지

도 모릅니다. ‘코로나19가 환경이랑 대체 무슨 상관인데?’ 따라서 첫번째로 코로나19의 원인 을 톺아보면서 코로나19가 본질적으로 생태계 파괴와 기후위기로 초래된 ‘인재’임을 말해보고 자 했습니다.

이에 덧붙여 2020년 초반부터 국내외에서 쏟아져 나온 포스트 코로나 담론과 녹색 전환에

대한 이야기들을 정리해보았습니다. 국내외 경향을 파악함으로써 코로나19가 환경운동에 있 어 왜 위기이자 기회인지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시민들과 녹색연합 회원들에게 코로나 이후 환경운동의 방향성을 묻고, 그 내용

을 정리하였습니다. 시민들은 코로나 이후 사회 전환에 얼마나 동의하고 있는지, 환경단체는

현재의 위기에 잘 대응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부족하다면 어떤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 는지 들어보았습니다.

1. 코로나19의 원인 다시 한번 톺아보기

3. 환경운동의 방향, 시민들에게 묻다

2. 코로나 팬데믹 이후 녹색전환의 갈림길


문헌조사

코로나19의 원인 다시 한번 톺아보기 1. 인수공통감염병

코로나 19는 야생동물을 매개로 하여, 사람과 동물이 같이 감염되는 인수공통감염병이다.

전체 감염병의 60%가 인수공통감염병이고, 20세기 이후 발생한 신종 감염병의 75%가 모두

야생동물에서 유래하였다. 2003년에 발생한 사스, 2015년에 발생한 메르스 모두 코로나19와 같은 코로나 바이러스 계열인데, 박쥐의 코로나 바이러스가 다른 야생동물을 중간숙주로 하여

인간에게 전해진 거라고 추정된다. 사스의 경우 박쥐→사향고양이→인간으로, 메르스의 경우

박쥐→낙타→인간으로 박쥐의 바이러스가 이동하였다고 한다. 코로나19의 중간 숙주 동물로 는 천산갑, 밍크, 뱀 등이 지목되고 있지만 아직 연구중에 있다.

그렇다면 현대에 들어 야생동물을 매개로한 감염병, 즉 인수공통감염병이 왜 증가하고 있는

가? 한마디로 말하면 야생동물들의 서식지가 점점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즉 과거에는 야생동

물의 서식지와 인간, 가축의 생활권이 분리되어 있었지만, 극단적 기상현상과 개발로 인한 생

태계 파괴로 서식지를 잃은 야생동물이 사람이 거주하는 지역과 목축지로 점점 이동하게 되었 다. 이로 인해서 사람들이 인수공통감염병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뇌염의 신종 바이러스 니파(Nipah virus)는 1998~1999년 말레이시아에서 발생하여 100여

명의 사망자를 냈습니다. 말레이시아 병리 학회 간행물에 소개된 연구에 따르면, 니파 바이러

스의 숙주로 알려진 과일박쥐가 산불과 엘니뇨로 인한 가뭄으로 서식지에서 쫓겨나게 되자 먹

이를 찾으러 양돈 농장에 드나들면서 돼지가 박쥐의 바이러스에 감염되었고, 이후 사람들에게

까지 전파되었습니다.

- 그린피스, “과학자들의 경고, 기후변화가 전염병 확산을 부른다” 2. 야생동물과의 접촉 증가

산림벌채와 개발로 인해 야생동물의 서식지는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국내에서도 생물다양

성 및 서식지의 빠른 감소가 진행 중이다. 실제로 야생생물의 주 서식역인 산림면적이 지난 30년간

연 0.1%(약 5천ha)씩 빠르게 감소중이며, 생태계 교란을 초래하는 국내 유입 외래생물도 지난 8년 간 빠르게 증가(2009년 대비 약 150% 증가)하였다. 이로 인해 서식지를 잃은 야생생물의 확산과

외래생물 유입 증가로 인한 야생생물 매개 감염병의 발생 빈도가 높아지고 확대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KEI 포커스 61호, &lt;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생태환경 기반 능동적 감염병 대응체계 마련 방안&gt;) 8


불법적으로 이루어지는 야생동물 거래와 밀수로 인해 사람과 야생동물과의 접촉이 자꾸 늘

어난 것도 코로나19의 원인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매일 수천의 야생동물이 식용, 애완용, 전통 의약용 및 오락용으로 밀렵당하거나 사육되어 몇십 억 달러 대의 국제무역으로 전 세계에 팔려 나가고 있다. 야생에서 포획되어 열악한 환경에서 사육되는 것은 야생동물에게 엄청난 스트레

스를 유발한다. 이는 야생동물을 질병의 배양원으로 작용하게 하며, 밀수 및 거래 과정에서 감 염병을 옮길 가능성을 제공한다.

실제로 코로나 바이러스의 중간숙주로 지목되었던 천산갑은 중국에서 고기나 비늘이 약재로

쓰였던 동물이다. 국제 기관 ‘트래픽’에 따르면 천산갑은 세계적 멸종위기종이자 가장 많이 불

법 거래되는 동물 중 하나다. 중국 야생동물자원 국가조사보고서에 따르면 1990년대 후반 천 산갑 개체수는 약 6만 마리로 중국 전역에 분포했으나 이후 개체수의 90%가 급감했다.

한편 가디언지는 공장식 축산을 코로나 바이러스를 유발시킨 원인 중 하나로 지목하기도 했

다. 중국 등지에서 대규모 공장과 농장에 밀린 소규모 농가들이 점차 야생지역으로 이전하면서 박쥐와 같은 야생 동물과의 접촉 빈도가 늘어 났기 때문이다. 3. 복합적 요인들

지구가 점점 뜨거워지면서 뎅기, 말라리아, 콜레라와 같은 열대 지역의 감염병도 점점 확산되

고 있다. 전염병이 지구 모든 대륙에서 유행하고 있는 ‘팬데믹’ 현상은 밀집된 주거형태, 세계화 로 증가된 교역, 교류 등 현대문명의 특성으로 발생했다는 견해도 있다.(홍윤철, &lt;팬데믹&gt;)

거시적으로 보면 인간의 환경파괴로 발생한 기후변화와 생태계 파괴, 이로 인해 사라지는 생

물다양성이 코로나 19의 발생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코로나19가 단순히 방역만 잘해서, 손씻

기를 잘해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인간, 동물, 환경의 건강이 하나라는 원 헬스(One health)라는 새로운 건강정책의 패러다임으로 떠오르고 있다.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지켜주지 않다가는, 기후변화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다가는 다시 또 코

로나22, 코로나30이 올지도 모른다. 코로나19의 원인이 근본적으로 생태위기, 그리고 도시화, 세계화와 같은 우리의 삶의 방식에서 왔다는 것에 동의한다면, 우리와 사회는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 무엇을 바꾸어야 할지 고민을 시작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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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헌조사

코로나 팬데믹 이후 녹색전환의 갈림길 질병관리본부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으로 돌아가는 일은 아마 없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렇

다면 코로나 팬데믹 이후의 사회는 어떠할까? 시인 이문재는 자발적으로 방역을 하면서 원상 회복이 아니라 다른 미래를 설계하는 주체가 바로 ‘전환의 주체’라고 한다.

코로나를 계기로 우리가 전환의 주체로 재탄생할 수 있다면 또 다가올 전염병은 물론 기후위

기를 비롯한 장기 비상상태에 얼마든지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 이후 신인류시대, 다양 한 갈림길이 우리 앞에 펼쳐져 있다. 우리는 어떤 길을 선택할 것인지, 혹은 새로운 길을 열 수 있을 것인지 선택하고 행동해야 한다.

코로나 이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각 영역은 급격한 변화를 맞이할 것이다. 여기서는 기후

위기, 생물다양성 위기에 한정해 국내외에서 나온 전환 담론을 살펴보고자 한다. ■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행동백신과 생태백신

화학백신은 완벽할 수 없고, 바이러스 출몰주기를 따라가지 못함. 화학백신보다 사회적 거리

두기의 행동백신과 자연에서 인간세계로 건너오지 못하게 하는 생태백신으로 처방해야 함 ■ 김종철 녹색평론 발행인, 농업과 생태적 상상력

“지금 지구 전체를 뒤흔들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는 자본주의의 폭주, 과잉 산업 발전과 소비

주의의 소산이다. 근본적인 대책은 우리 모두의 정신적, 육체적 면역력을 증강하는 방향이라야 한다. 우리는 더 이상의 생태계 훼손을 막고, 맑은 대기와 물, 건강한 먹을거리를 위한 토양의 보 존과 생태적 농법, 그리고 무엇보다 단순 소박한 삶을 적극 껴안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를 구제

하는 것은 사회적 거리두기도 마스크도 손씻기도 아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공생의 윤리를 부정하는, 그리하여 우리 모두의 면역력을 체계적으로 파괴하는 탐욕이라는 바이러스다.” - 김종철, 한겨레 칼럼, 2020.04.07(고인이 쓴 마지막 칼럼) ■ 그린피스 등,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정책 수립 요구

그린피스 등 전세계 주요 환경단체, 주요 국제기구 등은 인간의 환경파괴로 발생한 기후변

화, 기후변화로 인해 사라지는 생물다양성을 코로나 팬데믹의 원인으로 지목함. 제러미 리프

킨은 “한국, 화석연료 기반으로 붕괴 위험”을 지적(제러미 리프킨, &quot;코로나는 기후변화가 낳은 10

팬데믹, 함께 해결 안 하면 같이 무너져&quot; , 경향신문, 2020.05.14.)


■ WAP(World Animal Protection), 모든 형태의 야생동물 거래 금지

WAP와 녹색연합 등은 코로나 이후 생물다양성 보전을 목적으로 국내/국외, 합법/불법 등

모든 형태의 야생동물 거래 금지를 요구하고 있음. 예외적으로 자급자족 형태와 생츄어리 등 야생동물 보호를 위한 이동은 허용. 더불어 야생동물 카페나 체험시설, 이동동물원 등의 관리 강화를 위한 입법과제에 대한 검토도 필요함

■ 가디언지(Guardian), 공장식 축산 금지

코로나 바이러스 유발 원인 중 하나로 공장식 축산(factory farming)을 지목(Laura Spinney, “Is

factory farming to blame for coronavirus?, The Guardian, 28 March 2020.). 코로나 이후의 또 다른 전염병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공장식 축산을 금지하고 친환경 축산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 ■ 로마클럽 등, UN 지속가능발전목표 실현 요청

세계 지도자 앞 공개서한을 공표(2020.3.26)하면서 장기적 관점에서 지속가능한 사회를 구축하

여 건강, 경제, 기후, 생물다양성 위기를 극복하자고 제안(정부, 기업, 시민사회, 저명인사 연대 서명) ■ 독일 BUND, 환경친화적 경제를 위한 녹색투자프로그램 제안

BUND는 “미래역량이 있는 경제로의 투자” 보고서 발간(2020.4.8). 환경친화적인 경제를

위한 녹색투자프로그램(기후보호, 에너지 및 교통전환, 종보호, 농업전환, 보건예방 등) 요구 ■ 유럽연합(EU), 그린딜

EU, 그린딜의 세부 전략으로 ‘2030년 생물다양성 전략’, ‘산림 전략’ 등을 발표함. 생물다양

성과 자연 생태계 보호 및 복원은 인간의 건강과 복지의 핵심 요소이고, 또한 인간 건강의 회복 력을 늘리고 미래의 바이러스 발생과 전파를 막는 수단임(EU 집행위). 질병 전문가들은 EU가 생물다양성 손실을 유발하는 제품을 다량 수립하는 국가이기 때문에 국가 간 무역에서 산림 보 호 정책을 최고 가치로 삼아야 한다고 건의함. EU 정의로운 전환 기금의 지원 불가 사업으로 원전의 해체 또는 건설, 화석연료의 생산/가공/유통/저장 혹은 연소와 관련된 투자 등 지목함 - EU, 코로나19 경기부양 “해상풍력 최우선 과제”, Renewsbiz, 2020.04.28. ■ 문재인 정부, 한국판 뉴딜과 그린뉴딜

2020년 4월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5차 비상경제 회의에서 ‘한국형 뉴딜’을 처음으로 언급.

한국형 뉴딜의 핵심은 경제 혁신과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로, 디지털 인프라 구축, 비대면 산 업 육성, SOC 디지털화 등 3대 프로젝트를 제안함. 이후 5월 13일 대통령이 4개 정부부처(환

경부·산업부·중소부·국토부)에 그린뉴딜의 일자리 창출 효과 검토를 지시. 7월 14일 한국판 뉴

딜 국민 보고회에서 디지털 뉴딜·그린뉴딜·안전망 강화 세가지 정책방향을 골자로 한 계획 발 표. 2025년까지 총 160조원을 투입해 190만개의 일자리를 만드는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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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철 녹색연합 상임대표, 세계화 대신 지역화 경제 요청

“완전한 자급자족이 아닌 일정 수준의 자립적 경제 지향(불필요하고 과도한 국제 교역의 종

식, 불필요한 원거리 수송, 에너지 소비 감소), 상호의존의 규모 : 세계에서 지역으로(긴밀한 연

계에서 느슨한 연계로, 세계적 재난의 발생 가능성 감소)”

- 조현철 녹색연합 상임대표, ‘코로나19와 환경위기’, 녹색서울시민위원회, 2020.05.14. ■ 조한혜정 연세대학교 명예교수, 돌봄과 소통, 살림과 지속가능성

“Money/Market/Me, 효율과 위계와 도구적 합리성, 돈벌이 경제, 죽임의 문명, 지속불가능에서

Excellence/Engagement/Ethic, 돌봄, 소통, 상생, 자율, 사회적 경제, 살림의 문명, 지속가능으로” - 조한혜정 연세대학교 명예교수, ‘코로나19와 환경위기’, 녹색서울시민위원회, 2020.05.14. ■ 유창복 서울시 협치자문관, ‘비대면(untact)’이 아니라 &#39;로컬택트(localtact)&#39;

재난의 피해와 고통은 가장 취약한 곳에 가장 먼저 가장 깊게 오고 있음. 비대면은 그 자체로 불

평등을 야기하고 비공감 사회를 확산할 수 있음. 원거리 이동과 밀집 공간을 피하고 신뢰 기반의 ‘근거리 이동과 적절한 거리두기’를 실험해야 함. 옥외공원, 동네 쉼터, 산책로와 등산로 등 근거리

의 안전한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로컬 공공의료체계를 강화해야 함. 역세권에서 숲세권, 의세권으 로 선호가 바뀌고 있음. 일몰 예정인 도시공원을 근린공원으로 전환하는 문제 등 고민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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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환경운동의 방향, 시민들에게 묻다 2020년 4월 환경보건시민센터에서 진행한 코로나19 국민의식조사에 따르면, 시민 10명 중

8명이 코로나 사태의 근본원인이 기후변화와 생태계 파괴 때문이라는 사실에 동의하였습니다.

코로나19와 생태계 파괴, 기후변화의 연관성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가운데 우리의 사회·경

제 시스템의 급격한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에 사회 전환과 환경이

슈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은 어떻게 달라졌는지 설문조사를 통해 알아보았습니다. 시민들과 환 경단체 회원들이 생각한 환경운동의 역할과 환경운동의 방향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1. 설문대상 일반 시민

- 표본크기 : 217명

- 표본오차 : ±6.65%P (95% 신뢰수준)

- 대상추출방법 : 설문조사 기관 ‘두잇’ 의뢰, 인터넷 사용자를 통한 자발적 참여 - 성별 : 여성 110명(51%), 남성 107명(49%)

- 연령대 : 10대 2명(1%), 20대 36명(17%), 30대 53명(24%), 40대 75명(35%),

50대 이상 51명(24%)

환경단체 회원(녹색연합) - 표본크기 : 357명

- 대상추출방법: 온라인 구글 설문 조사

- 성별 : 여성 265명(74.2%), 남성 91명(25.5%), 기타 1명(0.3%)

- 연령대 : 10대 4명(1.1%), 20대 37명(10.4%), 30대 97명(27.2%), 40대 139명(38.9%), 50대 60명(16.8%), 60대 이상 20명(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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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설문문항

① 귀하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생태계 파괴와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까?

② 귀하는 코로나19와 폭염, 폭우 등의 문제를 겪으며 환경 문제 해결(개인적인 실천, 환경

단체 후원, 집단적인 요구 등)을 위한 노력을 하게 되었습니까?

③ 코로나19 시대, 우리 사회에 가장 시급한 대책은 무엇일까요?

④ 코로나19 이후 각 주체(정부, 기업, 언론, NGO, 시민)는 생태계 보호와 기후변화 문제

해결을 위해 충분히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근본적으로 사회·경제 시스템의 대대적인 변화(또는 급격한 전환)가 동반되어야 한다는

⑤ 귀하는 코로나19의 해결을 위해서는 생태계 보호와 기후변화 대응이 필요하고,

주장에 얼마나 동의하십니까?

⑥ 코로나19를 비롯한 인수공통감염병이 생태계 파괴와 기후변화로부터 비롯되었다는

시민들의 인식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생태계 보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활동해온 환경 단체는 이 상황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⑦ 코로나19 시대 환경단체의 활동에서 어떤 부분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시나요?

⑧ 코로나19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기후변화, 생태계 파괴 대응을 위해 환경단체는 어떤

활동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더 주목해야 할 활동 방식은 무엇일까요?

⑨ 코로나19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기후변화, 생태계 파괴 대응을 위해 앞으로 환경단체가 ⑩ 코로나19시대 환경단체에 바라는 점이 있으신가요? 자유롭게 의견을 적어주세요. 3. 설문결과 일반시민

1. 귀하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생태계 파괴와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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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귀하는 코로나19와 폭염, 폭우 등의 문제를 겪으며 환경 문제 해결(개인적인 실천, 환경단체 후원, 집단적인 요구 등)을 위한 노력을 하게 되었습니까?

3. 코로나19 시대, 우리 사회에 가장 시급한 대책은 무엇일까요?(복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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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코로나 19 이후 각 주체는 생태계 보호와 기후변화 문제 해결을 위해 충분히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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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귀하는 코로나19의 해결을 위해서는 생태계 보호와 기후변화 대응이 필요하고,

근본적으로 사회·경제 시스템의 대대적인 변화가 동반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얼마나 동의하십니까?

6. 코로나19를 비롯한 인수공통감염병이 생태계 파괴와 기후변화로부터 비롯되었다는 시민들의 인식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생태계 보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활동해 온 환경단체는 이 상황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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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코로나19 시대 환경단체의 활동에서 어떤 부분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시나요?(복수 선택)

8. 코로나19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기후변화, 생태계 파괴 대응을 위해 환경단체는 어떤 활동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2개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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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코로나19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기후변화, 생태계 파괴 대응을 위해 앞으로 환경단체가 더 주목해야 할 활동 방식은 무엇일까요? (복수 선택)

회원

1. 귀하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생태계 파괴와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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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귀하는 코로나19와 폭염, 폭우 등의 문제를 겪으며 환경 문제 해결(개인적인 실천,

환경단체 후원, 집단적인 요구 등)을 위한 노력을 하게 되었습니까?

3. 코로나19 시대, 우리 사회에 가장 시급한 대책은 무엇일까요?(복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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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코로나 19 이후 각 주체는 생태계 보호와 기후변화 문제 해결을 위해 충분히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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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귀하는 코로나19의 해결을 위해서는 생태계 보호와 기후변화 대응이 필요하고,

근본적으로 사회·경제 시스템의 대대적인 변화가 동반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얼마나 동의하십니까?

6. 코로나19를 비롯한 인수공통감염병이 생태계 파괴와 기후변화로부터 비롯되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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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의 인식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생태계 보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활동해온 환경단체는 이 상황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7. 코로나19 시대 환경단체의 활동에서 어떤 부분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시나요?(복수 선택)

8. 코로나19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기후변화, 생태계 파괴 대응을 위해 환경단체는 어떤 활동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2개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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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코로나19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기후변화, 생태계 파괴 대응을 위해 앞으로 환경단체가 더 주목해야 할 활동 방식은 무엇일까요? (복수 선택)

4. 자유의견

- 환경에 관심이 없는 일반층에게 와닿을 수 있는 방법, 통로를 만들어 내는 것도 중요하다.

- 어떤 이슈를 외치기 전에 그 이슈에 대한 환경단체 회원분들이 아닌 일반평균의 사람들의 의식 정도를 먼저 파악해서 눈높이에 맞는 컨텐츠를 개발해 주세요.

- 일상생활에 밀착되어 피부로 느낄 수 있고 또 해결을 하는데 개개인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자각과 실천으로 이어지게 할 수 있는 프로젝트와 네트워크가 필요한 것 같아요.

- 대응 활동을 우선 생활과 밀접한 영역으로 연결시켜(쓰레기 문제, 그린기업 추천, 도시 녹지 문제 등) 아직 환경 문제에 관심 없는 시민들에게도 문제의식이 확산되면 좋겠습니다.

- 대응 아닌 전환의 삶 제시

- 몇몇의 단체가 기후위기에 대해 더 큰 발언권을 가지려면 더 많은 시민 개인의 참여가 절실 하다고 생각합니다.

- 홍보는 시민에게 맡기고 단체는 그런 목소리를 끝까지, 결과로 보여주는 리더가 되어주세요. - 코로나로 언택트 등 생활형태가 변화하는 기회에 환경단체/기후단체의 대응이 늦어 친환경 적으로 변화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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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정리 및 시사점

- 코로나19와 계속되는 기후재난으로 인해 환경문제 및 생태 이슈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도는 증

가하고 있다(시민 10명 중 6명 / 회원 10명 중 9명). 생태위기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을 뿐만 아 니라 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노력을 하고 있기도 하다. 또한 근본적인 사회 구조적 전환에 대해서도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시민 10명 중 7명 / 회원 10명 중 9명)

- 코로나19 시대 우리 사회에 가장 시급한 대책으로 시민들은 방역 시스템 구축 및 위생관리 생 활습관을 꼽은 반면, 환경단체 회원들은 더 근본적인 해결책인 기후변화 대응과 생태계 보호 정 책이 우선이라고 응답했다.

- 코로나19 이후 생태계 보호와 기후변화 문제 해결에 NGO, 환경단체가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시민과 회원 모두 ‘보통이다’라고 절반 이상 응답했다. 환경단체가 제대로 역할 을 하고 있는지 판단하기 이전에 시민과 회원 모두 단체가 무슨 활동을 하는지 잘 모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환경단체의 활동방식과 역할에 대해서는 시민과 회원 모두 정책대응 활동이 부족하다고 보았 고, 활동의제 면에서는 기후변화와 생활환경 영역에 집중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 문제 해결을 위해 환경단체가 주목해야 할 활동방식에 대해서는 시민과 회원 모두 입법 및 정 책 수립 촉구를 요구하는 응답이 가장 높았다. 그 외에도 시민 네트워크, 뉴미디어를 활용한 콘 텐츠 제작 등 새로운 활동 방식에 대한 선호도도 높았다. 하지만 온라인 상에서의 활동 참여 방 식에 대한 주목도는 낮게 나타났다.

- 환경과 생태에 대한 시민들의 높아진 인식과 환경단체 역할 간에 간극을 이어줄 매개가 필요 해 보이며, 활동 방식의 전환, 의제 확장과 변화가 가능할 것인지는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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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 내부포럼 : 코로나 시대,

녹색활동가의 고민을 나누다

코로나19로 인하여 녹색연합의 활동도 대폭 축소되거나 온라인으로 전환되었습니다.

재정적 어려움은 물론이고, 활동에 여러 제약사항이 생겨났습니다. 한편으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어떻게 바뀔 것인가, 전환에 대한 많은 담론들과 예측들이 쏟아져 나왔 습니다.

하지만 그 전환은 대체 누가 만드는 것일까요? 적극적으로 전환의 주체가 되고자 한

녹색연합 활동가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고 코로나 이후의 우리, 환경운동의 전환에 대해 서 이야기하였습니다.

‘쌍방 소통을 강화한 비대면 활동의 필요성’, ‘야생동물 서식지 보호운동의 절호의 기

회’, ‘서로를 돌보아야 할 시기’라는 세 가지 주제로 진행한 코로나포럼의 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1. 온라인 소통, 어떻게 잘 할 수 있을까?

2. 야생동물 서식지 보존 운동의 방향은?

3. 우리는 어떻게 서로를 돌볼 수 있을까?


내부포럼

온라인 소통, 어떻게 잘 할 수 있을까? 녹색연합 활동가들의 와글와글 수다 녹색연합을 비롯한 환경단체들은 그간 ‘현장’ 중심의 운동을 해왔습니다. 백두대간, 4대강,

DMZ 등의 현장에서 모니터링을 하거나 시민들과 만나왔습니다. 이와 같은 활동은 자연과 현 장이 주는 생생함으로 활동가와 시민 모두의 생태감수성을 높여주었지요.

하지만 코로나19로 출장은 물론 시민들과의 만남조차도 크게 위축되었습니다. 코로나시대

의 대안으로 ‘언택트’가 쉽게 대안으로 떠오르지만, 현장을 기반으로 한 이러한 활동들은 쉽게

온라인으로 대체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대규모의 인원이 모여야 하는 집회와 컨퍼 런스도 마찬가지고요.

코로나의 장기화가 확실한 가운데, 그전의 세상으로 돌아가길 기다리는 것보다 변화를 인지

하고 더 적극적인 실험이 필요한 때입니다.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여 활동양상도 변화한 가운 데, 새로운 방식에 대한 아이디어를 모으고 우리에게 어떤 역량이 필요한지, 활동가들의 욕구 를 파악하는 자리를 마련하였습니다.

1. 온라인 소통의 사례 - 기후에너지 팀

새 - 코로나가 발생하고 초반에 온라인 상에서 시민들과 하는 캠페인으로 기후유권자 행동,

기후국회 300 캠페인을 했다. 시민들을 모집해서 국회의원 후보들에게 기후 국회를 만들도록

요구하고 행동하는 캠페인으로, 300명의 기후국회 유권자를 모집하고 참가자 50% 이상이 미 션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였다. 녹색연합의 거의 모든 활동가들이 참여했다는 점에서 의

미있었던 활동이었다. 정해진 기간동안 매일 미션을 공지하고, 참여자들이 이에 참여하는 방식 이었는데 처음하는 것이다 보니 시행착오도 많았다.

평가결과를 보면 목표는 300명이었지만 실제 참가자는 139명에 그쳤다. 새로운 방식을 시

도하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었다고 보고, 참가자들이 생각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었고 선거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것에 의미를 두었다. 하지만 지역별 채팅방의 편차가 컸고 참여하는 활 동가들도 전체적인 흐름을 이해하지 못하다 보니 잘 진행되지 못한 점도 있었다. 일방적인 공

지와 소통에 그쳤다는 아쉬움도 있고, 진행하면서 전반적으로 느껴졌던 건 참가자들이 자신의 28

SNS에 게시물을 올리는 걸 부담스러워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다음부터는 온라인 캠페인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섬세하게 기획할 필요를 느꼈다. 아이디어를 다듬어 가는 과정이 필요해보인다.

두번째로 4월에 열린 &lt;송전망을 통해서 본 석탄발전의 문제점&gt; 세미나는 녹색연합에서 처

음으로 온라인으로 진행했던 세미나였다. 기술, 장비가 없어 외부 업체와 외주를 줘서 진행했 는데, 외부 업체와 하다보니 진행은 수월하지만 비용이 많이 들었다. 그 이후에는 기후행동학 교를 줌으로 송출하면서 영상 송출과 관련된 역량이 갖춰지는 중이다. 온라인 세미나와 시민참 여 캠페인은 앞으로도 필요할 테니 장비나 역량강화에 대한 투자가 필요해보인다.

마지막으로 최근에 9차 전기본의 내용을 지적하는 온라인 캠페인을 진행했는데, 내용 자체

는 어렵지만 중요한 내용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 알리기 위해 기획했다. 많은 기획이 들어가진 않았고 산자부, 환경부 SNS에 댓글 요청했으나 얼마나 참여했는지 알기 어려웠다. 다음부터

할 때는 온라인 액션이 자신의 피드에 공유할 만큼 공감할 정보를 가지고 있거나, 매력적이거 나 핫한 이미지이거나, 참여방식 자체가 새롭고 참신한 방법이어야 겠다는 생각이다. 2. 온라인 소통 어떻게 할 것인가 - 상상공작소

선 - 앞서 많은 온라인 캠페인과 그에 대한 평가 내용을 기후에너지팀에서 공유해주었다. 하

지만 저는 시민이란 누구인가? 라는 고민이 없으면 온라인 캠페인이 실패할 것이라 본다. 온라

인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그 대상은 누구이고 그 타겟은 누구이고 그 사람들과 어떻게 대화를 할 지 그 방식이 처음부터 기획이 되지 않으면 그러한 결과가 나오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이든다.

그러면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할 것인가 함께 고민을 해나가야 할 것 같다. 우리가 온라인 커

뮤니케이션을 하는 대상이 공무원일수도, 우리 내부일수도, 시민사회 섹터일수도 있다. 그런

영역이 아니라 불특정 다수의 시민들에 한정하여 온라인 소통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이야기를 진행해보려고 한다.

다들 알다시피 불가피하게 소통방식이 계속 전환되고 있고 줌, 행아웃 같은 온라인 소통 채

널이 코로나 시대에 엄청나게 확산이 되었다. ICT를 이용한 브랜드가 이 시기에 언택트 기술을 이용해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다는 걸 통계, 뉴스는 보여주고 있다.

언택트를 넘어 온택트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키오스크가 하이패스와 같은 사회 불평

등을 심화시키는 언택트 방식은 이미 존재했다. 온택트는 개인적 경험에서 다자간 소통으로 확

산된 것이다. 코미디 빅리그의 온라인 방청이 그러한 예시이고, 이를 두고 &#39;초개인화&#39;, &#39;연결된 혼자들&#39;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그런데 왜 우리가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가? 근본적으로 생각해 봤을 때 뉴미디어가 확산이

되었고 이를 비영리 섹터가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계속 있어왔다. 코로나19가 겹쳐서 이를 시급히 도입해야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뉴미디어란 도대체 무엇인가, 그 특성을 기억을 해보면 좋겠다. TV, 인터넷이 20

세기 후반에 나타났고, 이것이 확산이 되면서 ‘거리 개념이 종말되었다’라고 한 학자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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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도 했다. 불특정 다수가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고, 창작자에게 모든 카피라이트가 가는게

아니라 사용자도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내용을 수정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위키피디아) 가 장 중요한 것은 상호작용적 특성인데, 우리가 하고 있는 소통 방식이 일방향이라면, 뉴미디어 를 통해서는 쌍방향 소통, 상호작용이 가능하다.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소통해왔는지 돌아보면, 전통적 방식과 새로운 방식이 혼재되어 있는

상태이다. 우편물로 발송하는 녹색희망과 같은 소식지, 전화연락, 기고나 보도자료를 통한 언 론보도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볼 수 있겠다. 카드뉴스, 활동사진, 활동영상을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에 게시하고 있으나 이것들은 사실 다소 일방향적이다. 언론보도가 하던 역 할을 녹색연합의 채널로 옮겨온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나마 뉴스레터는 우리가 큐레이션한 콘텐츠를 녹색연합의 활동가 함께 보내고 있지만 이것도 역시 일방향적인 소통방식이다.

그런데 지금 뉴미디어는 어떻게 활발해지고 있는가. 요즘 유행하는 강유미 채널, 가짜 사나

이 유튜브 채널을 보면 영상 컨텐츠를 일방적으로 송출하는 것이긴 하지만 댓글로 콘텐츠 방향

에 대한 요청이나 피드백을 받는다. 상호작용이 매우 잘되고 있다. 15초짜리 영상을 올리는 플 랫폼인 틱톡은 2020년 1분기 전세계 다운로드 순위 1위를 기록했다. 아무노래 챌린지가 틱톡 에서 유행하기도 했다. 스트리밍 서비스의 대표이자 시초인 아프리카 TV도 있다. 생방송으로

구독자와 채팅, 소통하며 실시간으로 썰을 푼다. 인스타그램에서도 게시글을 올리는 것에서 머 물지 않고 라이브가 적극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지금의 트렌드는 콘텐츠 자체보다는 이를 어떻게 스토리텔링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그리고

Z세대가 등장했고, 기관과 단체에 대한 신뢰보다는 개인에 대한 신뢰, 개인이 가진 네트워크에

대한 신뢰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인플루언서의 영향력도 확산되고 있고, MZ세대는 가치소비

를 선호하면서 ‘선한 영향력’, ‘돈쭐 낸다’와 같은 말이 많이 이야기되고 있다. 경제활동을 하는 Z세대가 늘어나면서 시장과 트렌드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이는 비영리시장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트렌드는 라이브스트리밍이다. 아프리카 TV, 트위치, 유튜브 라이브가 점점 비영리 섹 터에서도 중요한 플랫폼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면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나. 녹색연합은 전통적 방식과 새로운 방식을 함께 시도하는

중이다. 디지털, 온라인은 약간 불안한 영역이다. 기존의 방식은 확보된 관계망과 소통하지만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서는 누구인지도 모르는, 불특정 다수와 소통해야 하는 리스크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누구한테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가 굉장히 중요하다.

언택트 시대라고 해서 앞서 소개한 많은 온라인 플랫폼과 채널을 우리가 해야한다, 온라인으로

모든 것을 전환한다, 전통적 방식을 배제한다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미디어의 스펙트럼 중 녹색

연합이 원하는 소통 방식에 대한 합의, 전략이 필요하다. 그랬을 때 소통이 정말 필요한가? 질문을 던져볼 수 있겠다. 예를 들어 언론 보도에 쌍방향 소통이 꼭 필요한가? 어디까지 소통인지도 고민

이 필요하다. 카드뉴스에 댓글달거나, 참여해주세요라는 요청에 좋아요를 누르는게 소통인가? 단

순히 코로나19로 닥친 이야기가 아니라 이를 계기로 근본적으로 소통에 대해 이야기할 필요가 있 30

다. 우리에게 중요한 대상이 누구인지, 이들과 어떤 방식으로 소통할 것인가 질문해야 한다.


3. 함께 토론

채 - 이음팀에서 &lt;함께 채식&gt; 카카오 프로젝트 100을 진행하고 있다. 참가자가 모인 카톡방

에서 기사를 내가 공유하면 감사합니다라는 반응만 돌아오는데 가끔은 내가 너무 일방적으로 소통하는 건 아닌지 생각도 든다. 최근에는 &lt;나의 비거니즘 만화&gt;를 작가님과 함께 읽는 온라 인 행사를 했는데 당일취소가 너무 많았다. 모니터로 소통을 하면서도 면대면보다는 섬세한 분 위기를 읽기가 어려웠다. 무엇보다 온라인 행사는 설레는 기분이 없는 것 같다.

은 - 생태팀에서는 &lt;그린백패커스&gt;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산악인들과 고산침엽수 모니터링

을 함께한다. 그린백패커 참가자들에게 참가 영상을 제작해 SNS에 공유하는 미션을 주면 인스 타에 그린백패커 게시글이 많이 올라온다. 이런식으로 우리가 가진 역량과 채널의 한계가 있으 니 그런 역량을 가진 사람들과 협업해서 각자의 채널에서 홍보하는 방식이 효과가 있을 것 같 다. 하지만 그 사람들이 영상을 올릴 수 있었던 이유는 참여를 통해 직접 체험이 있었기 때문인

것 같아 온라인 소통만으로는 어려울 거라 생각이 든다. 오프라인 소통을 어떻게 안전하게 진 행할 수 있을까? 고민이 든다.

주 - 최근에 참여한 가장 즐거운 캠페인은 온라인 퀴어 퍼레이드 &lt;우리는 어떤 길도 만들지&gt;

였다. 나의 아바타를 내가 선택할 수 있고, 결과물에 만족감도 드는 재밌는 캠페인이었다. 닷페 이스에서 한달 만에 준비했는데, 퀴어퍼레이드에서의 경험을 반추하면서, 참가자의 입장에서

기획했다고 한다. 해쉬태그를 통해 아바타들이 연결되고 거리를 걷는 행진처럼 이어진다. 개인 이 참여하고 연결된다는 것을 녹여낸 천재적인 캠페인 기획이었다.

위 - 오랫동안 이런 고민을 해왔는데, 녹색연합과 같은 단체들은 쌍방향 소통이 불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돈도 없고 기술도 없고. 우리는 온라인에서 일방적으로 잘, 알아듣게

그들의 언어로 소통하면 되지 않을까. 지금은 일방적인 소통도 잘 못하고 있는데 쌍방향을 고 민할 필요도 없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상대방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듣고 싶은 방식으로 하는 것부터 우선이다. 이건 훈련을 통해서 나아질 수 있다. 일방향이라도 잘하자.

새 - 유튜버와 우리의 차이점은 구독자와의 쌍방소통을 통해 구독을 늘리고 뷰를 늘려서 돈

을 버는 것이다. 우리의 목표는 시민들의 의견으로 가치를 수정하는 게 아니라 우리의 가치를 알 리고 거기에 동조하고 함께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이 목표라서 쌍방향이 꼭 중요하다고 생각 되지는 않는다. 시민의 반응을 볼 필요는 있지만 시민의 요구에 꼭 변화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일 - 쌍방향 컨텐츠와 일방향 컨텐츠는 다르다. 녹색연합의 활동을 어떻게 맞출 수 있을까? 어

떤 메시지를 시민들에게 던져야 할까? 또는 현장 활동과 같은 과정을 시민들에게 스트리밍으로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소통의 방식을 현장 상황에 따라 체계적으로 실험을 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일방향이든 쌍방향이든, 장비도 없고 사람도 없는데 이걸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우리 가 이 많은 활동을 가지고 온라인으로 소통하는 것이 가능할까? 결국 녹색연합의 시스템까지 생

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이 인원으로 온라인 소통까지 해야하는 건가? 환경단체이기 때문에 대면 소통을 안할 수도 없다. 지금 유튜브도 실험하고 있지만 좀 더 체계적으로 실험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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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 온라인 방식(페이스북, 유튜브, 틱톡)을 사용하지 않는 활동가도 많다. 이 갭이 문제인

것 같다. 이런 트렌드를 읽어내지 못하면 각 활동에서 컨텐츠를 기획하고 시민들에게 다가가고 메시지를 만드는 데 있어 어려울 수 밖에 없다. 뉴스 보듯이 이런 컨텐츠, 온라인 트렌드에 대 한 민감성을 높여야 하지 않을까.

다 - 사실 저도 온라인이라는 방식이 익숙하진 않고 부정적인 생각이 강하다. 코로나 때문에

억지로 해야해서 고민하는 것이지만 선택의 여지가 있다면 안하고 싶다.

채 - 앞으로 준비 중인 비로소 흙 워크숍도 거리두기 3단계가 되면 온라인으로 전환해야 한

다. 하지만 장비도 좋지 않고 송출 기술을 잘 알지도 못한다. 기술 장벽이 꽤 있는 것 같다.

다 - 장비나 기술적으로 무엇이 필요한지 설문을 해보면 좋겠다. 온라인 송출의 기술을 익히

고 준비하는 것 또한 보이지 않는 그림자 노동이다. 우리도 당장 온라인 소통에 대한 압박이 있지만 훈련도 되지 않았고 앞서 말했듯 기술도 없고 장비도 없다. 그런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바로 온라인 소통을 해야한다는 것은 그 기저에 깔린 그림자노동을 무시하는 것이다. 그것 또한 일종의 노동이라고 생각하고 지원을 하고 노력을 해야하지 않을까.

진 - 소통이라고 하면 너무 폭넓어서 어려운데. 어쨌거나 생생하면 좋겠다. 녹색연합은 텍스

트 기반으로 많이 소통하고 있는데 다양한 방식을 고민해보면 어떨까. 어쨌든 우리가 가진 가

치를 알리기 위해 소통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다 할 수 없으니 시민들에게 역할을 줄 수 있는 것은 드리자. 우리가 하는 것이 제일 쉽지만, 자원봉사자와 함께 할 수 있는 부분을 고민 하면 좋겠다.

일 -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나는 그렇지 않은데, 하기 싫은데도 온라인 소통이 필요하기 때

문에 한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단체 내에 꽤 있을 듯 하다. 온라인 소통이 시대적으로 해야하

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받아들이는 것이지 우리 활동으로 얼마나 잘 녹여낼 수 있는가는 다른 이야기다. 활동가들과 함께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선 - 온라인 소통이 꼭 필요한가? 짚고 넘어가야 한다. 쌍방향이 과연 중요한 가치인가. 우리

가 하는 온라인 소통은 어떤 방향인가. 활동가마다 생각와 온도차는 다를 것이다. 녹색연합의 활동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모든 것을 다 해야한다는 생각은 당연히 있다. 틱톡,

유튜브 스트리밍 다 하면 좋다. 하지만 우리 내부에 하자!는 의지가 필요하다. 의지가 있다면 장비나 교육이 따라올 것이다.

상 - 기후위기가 급박한 상태에 태양광을 산지에 설치하면 안되나?라는 주장을 지지하는 사

람이 많다. 한편으로는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어느날 일어났는데, 에너지 전환은 됬지만 사

람 사이 정도 없고 생명도 없고 친구도 없고 풍력발전만 잘 돌아가는 세상이 자칫 잘못하면 올 수도 있겠다. 에너지 전환은 이루었는데 사람 말고 기계만 움직이는 세상 말이다. 우리가 활동

을 하며 취하는 소통의 수단이 있다. 자칫 잘못하면 우리의 수단이 목적을 대신버릴 수도 있겠 다. 우리는 무엇을 하는 조직이지? 녹색이라는 이름의 정보를 나누는 공유 공간을 만들어서, 우 32

리가 직접 아이템을 발굴하지 않아도 녹색의 아이템이 이 플랫폼을 통해서 소통이 되고 전파가


되는 방식도 생각해볼 수 있겠다. 하지만 활동가들이 로우 데이터, 현장의 데이터를 가지고 있

으면 좋겠다. 코로나 시대에는 10명보다는 3-4명의 조직이 더 중요할 것 같다. 로우 데이터, 가

치에 맞는 컨텐츠를 만들어내는 활동 공동체가 중요하겠다. 우리가 정보를 만들 필요가 없고 이미 정보가 많으니 플랫폼 조직으로 갈 수도 있겠다.

주 - 어떻게 대면할 것인가, 안전한 연결방법에 대한 고민이 있었으면 좋겠다. 독일에서는 코

로나 시대에 대형 콘서트를 열어도 되는가에 대한 실험도 있었다.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언택 트만으로 계속 살 수는 없다. 안전한 연결에 대해서도 계속 이야기 해보면 좋겠다.

은 - 에너지 소비 면에서 인터넷이 높은 순위를 차지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안전한 만남, 공

동체에 대한 생각이 없을 수 없다. 코로나로 인해 세계화가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있

는데 공동체, 로컬, 작은 사회를 내 주변에 많이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가는게 많지 않을까? 녹 색연합은 이를 어떤 방식으로 만들 수 있을까? 생각해 보면 좋겠다. 온라인 매체를 좀 더 적시

적소에 활용해야겠다. 활동 안에서도 온라인 방식을 좀 더 잘 활용하고 싶은데 이런 고민과 제 안을 여기 있는 사람부터 적극적으로 해나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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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동물 서식지 보존운동의 방향은?

내부포럼

김산하

생명다양성재단 사무국장

&quot;야생은 지금은 너무 멀지만 앞으로는 중요하게 다가올 키워드입니다. 왜 야생이 중요하냐 면 자연이 자기 스스로의 의지에 의해 살도록 한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 에게는 멀게 느껴지지만 야생의 먼 거리를 이어줄 사람, 단체, 컨텐츠나 매체가 굉장히 부족한 실정입니다. 아무리 힘들고 버거운 일이라도 야생에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전면에 내세우시길 바랍니다. 코로나라는 시대적 당위가 조성이 됐기 때문에 눈치보지 말고, 안 먹히지 않을까 걱정 말고, 오히려 뻔뻔하게 내세우세요.” 우리는 공존할 준비가 되어있을까요? 동물 그리고 인간의 절멸 위기 앞에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인간의 권리를 넘어 모든 생명의 권리는 어떻게 지켜져야 할까요? 현장에서 동물의 생태

를 연구하고, 동물과 인간, 자연의 공존에 대해 고민해온 김산하 박사님과 함께 기후위기와 코로 나19 팬데믹 상황 속에서 생물다양성과 동물과 인간의 공존의 중요성에 대해 짚어보았습니다. 34


1. 코로나 이후 한국사회는? 김산하 - 최전선에서 활동하시는 녹색연합 활동가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빈말이 아니

고요. 녹색연합 활동가들은 오랫동안 중요한 주제에 대해 번아웃될 때까지, 게다가 박봉에 시

달리면서 유난히 열심히 해주셨던 것 같아요. 오늘 이 자리는 기승전결이 있는 설득이나 강연 보다는 상호작용이 필요한 것 같아 대화와 토론하는 형태로 진행해보려고 합니다.

저는 녹색연합에 코로나 TF가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신기해요. 저도 이번에 코로나 터지면서

희망이 생겼어요. 이제 드디어 지구의 반격이 시작되었고 사람들도 행동의 변화를 하지 않을 수 없겠다고 기대했죠. 그런데 코로나 이후의 한국의 상황에 충격을 금치 못했어요. K-방역이 성공하고 나니까 한국은 안타깝게도 코로나19로 배운 게 없는 나라가 되어버렸죠. 해외에서는

일반 사람과 업계에서도 근본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인식변화가 꽤 보이거든요. 하지만 한국은

초반에 칼럼이 조금 나오기도 했지만 이러한 담론이 철저히 배제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일반 시민, 학계, 정부 기업 모두에서 ‘언제 끝나’라는 말 밖에 안하고 있어요.

얼마전 절멸 선언도 했지만 코로나19가 우연이 아니라는 걸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잖아요.

데이비드 콰먼의 책 &lt;Spillover, 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gt;에서 보듯이, 2012년에 처음

나온 책이지만 이미 다 예견된 이야기에요. 천산갑이 중간숙주일 가능성이 높고, 박쥐에게 유 래된 것은 거의 확실합니다. 박쥐에서 니파도, 에볼라도 나왔기 때문에 하나도 놀라울 게 없고

천산갑은 중국에서 지난 10년간 가장 많이 밀매된 동물이기도 하죠. 이 모든 것이 하나도 우연 이 아니었지만 그간 근본적인 변화는 하나도 없었어요.

여러분 중 각자의 가족에서 자신이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분은 손 들어보세요. 우리

나라에서는 환경운동에 직업으로 투신한다는 것은 특이한 것이잖아요. 활동을 하면서 여러 변 화가 있긴 했지만, 실체적인 한국의 모습은 여전히 거의 변한 게 없다는 걸 자주 마주하게 됩니 다. 예를 들어 최근 인터넷 상으로 비거니즘이 화제이잖아요. 하지만 사실 왠만한 식당에는 채 식 메뉴조차 없죠. 선진국에서는 어떤 현상이 벌어지면 실체와 함께 갑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에서는 어떠한 변화가 일어나도 중대한 의사결정을 다루는 단위에서는 영향을 발휘하지 못하 고 있는 현실입니다.

제가 세가지로 한국의 국민성을 요약해봤는데, 하나는 연결입니다. 사돈에 사촌에 육촌까지

연결이 되고 먼 곳까지 연결을 잘 시킴에도 환경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연결시키지 못하고 있습

니다. 또 하나의 특징으로는 변화, 변화에 굉장히 열려 있어요. 슬로건이 Dynamic korea이죠.

변화에 빠르고 변화가 미덕이지만 친환경적인 트렌드로 빨리 바뀌지는 않아요. 세번째로는 미

래, 미래지향적이에요. 근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죠. 하지만 바로 직면한 환경문제에 대해 서는 유독 둔감해요.

이렇듯 여전히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한다는 것이에요. 일을 하

다보면 어쩔 수 없이 사안별, 문제별로 대응을 하게 되지만 근본적인 것을 건드리지 않은 채 한

국사회가 너무 오래 왔습니다. 코로나19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이야기를 하지 않고 표피적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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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만 하고 있죠. 근본적 대응으로 갈 생각을 하지 못하고 NGO도 비슷하게 담론적인 이야기조 차 못하고 있어요.

또 하나, 우리나라는 민간 부분이 발달하지 않아서 학계와 NGO가 분리된 것이 큰 문제입니

다. 민간부분의 펀딩이 적다보니 생태, 환경 분야는 거의 모든 자금이 정부로부터 나옵니다. 그

러다보니 업계 종사자가 생태와 환경에 대해 목소리를 내지 못고 연구와 실천(NGO)이 분리되 어 있습니다. 정부 쪽 학자가 생태와 환경 쪽에 목소리 내지 않으니 진실의 영역이 호도되고 간 극이 생기고 있는 상황이죠.

2. 잊혀진 공존에 대한 감각 다시 코로나 이야기로 돌아와서, 코로나로 생긴 재밌는 상황 중에 사람들이 집에 숨어 있다

보니 동물들이 거리로 나왔었잖아요. 홍학 떼, 염소, 원숭이, 사슴이 세계 곳곳의 도시에서 튀

어나왔죠. 인간이 없으니 자연이 회복이 되는구나라는 메시지를 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한국 에서는 동물이 사람의 영역에 나오는 경우가 거의 없었죠. 나올 동물이 없고 생물다양성 자체 가 빈약하니까요.

저는 우리나라의 야생동물의 베이스라인이 너무 낮아졌다고 생각해요. 현재 우리나라에서

서식지 보존과 야생동물과의 공존을 이야기하려면 엄청난 상상력을 발휘해야 하고 판을 다르 게 짜지 않으면 안됩니다. 일단 사람들이 공존에 대한 감 자체가 없습니다. 까치, 직박구리와의 공존인가? 맹꽁이가 나오는 하천이 공존인가? 공존이라는 말 자체를 아예 말하기 어려운 상황 이에요.

사실 해외에서는 우리가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동물까지도 대도시에 공존하는 곳이 많습니

다. 인도 뭄바이에는 표범이 20-30마리 살고 있어요. 남아공에서는 비비원숭이가 주거침입을

하기도 하고, 런던의 경우엔 여우가 너무 많아요. 이렇게 세계에서 무서운 동물이 남아있는 이

유는 누군가는 그들과 사는 것을 감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한국은 그 수준이 매우 후 퇴해 있다는 거죠.

어디서 출발해야 하는가? 저도 고민입니다만 일단은 단어가 실체를 가지는 출발점에서부터

시작해야합니다. 우리가 언어의 세계부터 너무 오염을 시켜 놓다 보니 아무도 그것을 진지하 게 듣지 않아요. 가령 ‘생태’는 완전히 난도질된 단어예요. ‘생태공원’이라는 말만 들어도 사람 들은 이제 ‘또 무엇을 만드려나’ 생각하죠. 환경영향평가 보고서가 얼마나 허상인지는 제가 말

씀드리지 않아도 아실 거고요. 단어 자체가 공허해지고 아무 뜻이 없게 되는 거예요. 만약 코로 나를 통해서 공존이라는 것이 실체를 가지고 의미를 가지려면 그전에 공존이 아닌 것을 제대로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그동안 진짜로 아니었던 것을 제대로 비판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여러가지 정부정책에 대응하느라고 잘못된 예를 바로잡는 작업조차 하지 못했다고 생각해요. 36


어쨌거나 공생으로 다시 넘어오면, 도심공원이 사실은 사람들에게 공생을 알려주는 공간이

어야 합니다. 하지만 실제 공원은 개발광풍으로부터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녹지임에도 가만 두 지 않죠. 땅을 포장하고 운동시설 설치는 물론이고, 밤에도 조명을 끄지 않고, 벌레가 꼬이지

않게 육종된 식물만 심습니다. 타감작용이 있는 소나무만 식재해서 하층식생이 자랄 수 없게 하고요. 그래서 저도 한번은 제 주변에 생태공원을 조성한다길래 공무원과 싸우다가, 그럼 선

생님은 무엇을 원하시냐 묻길래 저는 ‘아무것도 안하기를 원합니다.’라고 했습니다. 어떻게 아 무것도 안할 수가 있는가? 그건 아예 옵션이 아닌거죠. 3. 새로운 키워드 - 재야생화, 활생 그러면 이것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제가 최근에 번역한 책 중에 &lt;활생&gt;이

라는 번역서가 있습니다. 최근에 영미권과 유럽에서는 rewilding, 재야생화가 화두가 되고 있

어요. 그동안은 멸종위기종 보존, 서식지 보존 등 유실을 방지하자는 접근이었다면, 그보다 더 능동적인 접근으로 더 야생으로 만들겠다, 최상위 포식자를 다시 복원시키겠다는 것이예요. 대 표적인 사례가 옐로우스톤의 늑대죠. 어떤 곳은 인간의 손이 닿기 전, 원시시대로까지 복원시 키겠다고 선언한 곳도 있어요. 만 년전, 홍적세 시대까지 복원시키겠다는 곳도 있고 러시아에 서는 본격적으로 맘모스의 DNA를 추출해서 맘모스를 복원하는 프로젝트도 하고 있습니다.

Rewilding이라는 개념이 관심을 얻으면서 붐을 일으킨 책이 &lt;Feral&gt;이라는 책인데, 저는

재야생화라는 말보다 활생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활생은 자연이 제갈길을 알아서 가도록,

필요한 요소만 갖추어주고 물러나있는 자세를 말하거든요. 활생이 이렇게 인기를 얻고 있는 이 유는 문명적 대안을 제시하였기 때문이라 생각해요. 그냥 지키고, 멸종위기에 몰린 동물들을

살리는 보존사업은 사람들에게 이제 와닿지 않는 면이 있거든요. 전폭적으로 패러다임을 바꿔 보자는 컨셉이라 인기가 있지 않나 생각이 드는데, 저도 포럼이나 자리가 있으면 이런 것들을 제안해보려고 해요. 한 발 물러선 자연보호 정책보다는 능동적으로 가고 싶어요.

정리해보면, 현재 환경운동은 학계와의 연관성의 문제도 있고, 증상적 대응도 해야하지만 더

나아가서 동시에 근본적인 이야기, 담론 제시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야생동물과 관련 해서는 기준점이 너무 낮아진 상황이기 때문에 오염된 언어에 실체를 부여하는 과정이 필요합 니다.

4. 질문과 토론 녹색 - 국내에 활생의 사례가 있을까요? 환경부가 하는 지리산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이라든

지, 백두대관의 폐광산을 복원하여 자연으로 되돌리는 일이라든지…

김산하 - 한국에는 적합한 예시가 별로 없습니다. 지리산 반달가슴곰은 야생을 복원한다는 37


것보다는 멸종위기종 하나를 복원해보자고 시작된 것이죠. 산장이나 베이스캠프에서 곰이 나

타나는 순간, 곰은 마취를 당하고 억류당해요. 서식지 내에서 곰의 야생적 활동에 대해 사람들 이 감수하는게 아니라 관리대상으로 보고 문제 취급하기만 합니다. 적어도 반달가슴곰의 핵심 서식지 내에서는 오히려 산장과 숙박, 취식은 불가한 조치가 필요한 것인데 말이죠.

게다가 개체군이 늘어나면 서식지가 넓어지고 분산되는 건 당연한데, 이것을 ‘이탈’로 취급

해요. 그런 철학이 없기 때문에 이것을 활생이라 보기는 어렵습니다. 종복원을 한다는 뜻은 기

본적으로 개체군을 복원한다는 취지가 포함되어 있어야 하는데 현재는 확산, 증가에 관한 아무 런 정책적, 철학적 대안이 없는 상황이죠.

이건 인간의 사용과도 맞물려 있는 문제인데, 한국은 사람이 자연을 대하는 방식이 취하는

것에만 집중되어 있어요. 이걸 어떻게 하면 거리를 두고 즐기는 쪽으로 유도를 할 수 없을까 고

민이에요. 자연과의 공존을 위해서는 자연을 즐기되 비침해적으로 즐기는 문화를 개발해야 합

니다. 제가 동물축제반대축제를 했던 이유도 그런 것이었죠. 사람들은 자연과 교감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으나 그것을 비침해적으로, 비착취적으로 할 수 있는 문화적, 생태적 요소가 있어야 합니다.

녹색 - 말씀하신 것처럼 활생은 좋은 개념이라 생각이 드는데, 사람들이 사는 방식이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재야생화를 이야기하는 건 괴리가 너무 큰 것 같아요. 이것이 사람들의 생활방 식의 변화와 어떻게 같이 갈 수 있을까요?

김산하 - 물론 그런 측면이 있지만 같은 것도 어떻게 포장하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합니

다. 예를 들어 생태공원 조성에 대해서는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지만, 그

것이 대체 무엇인지는 우리가 제대로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NGO에서도 생태공원에 개념정립

이 없는 상태이죠. 그렇기 때문에 이 패러다임만 바꾸어도 운신의 폭이 넓어질 거예요. 예를 들 어 양천구에 있는 실개천 생태공원은 강변이 모두 개발되고 풀은 골프장처럼 잘라놓은 곳이에 요. 하도 어이가 없어서 제가 싸우니까 ‘생태라는 단어에 너무 천착하지 마시고요’라고 구청에 서 답변을 하더라고요. 생태라는 단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거죠.

그런데 만약 서울시가 그동안은 생태공원의 시대였다면 이제는 ‘야생생태공원’의 시대다, 라

고 선언을 했다고 합시다. 그래서 일부러 나무를 우거지게 놔두고, 야행성 동물들을 위해 일부

러 조명을 끄는 거죠. 이렇게 구체적으로 접근하면서 야생은 원래 이런 거고 이게 재밌는 거야

라는 인식을 확산시킨다면 어떨까요? 이런식으로 도심공원부터 개념을 정착시킨다면 강원도 에서는 언젠가는 꽤 무서운 놈까지 살 수 있을 거에요. 호랑이까지 복원은 어렵지만 표범은 괜 찮지 않을까 한국범보존기금은 생각하고 있어요.

녹색 - 야생동물 활동을 하다보면 왜 생물다양성이 중요하냐는 질문을 받는다. 예를 드셨듯

이 반달가슴곰은 한 번의 인사사고만 나면 종복원 사업은 우리나라에서 없어질 것이라 생각한 다. 야생동물이 없어도 불편함에 전혀 없는데 왜 한반도에 곰과 호랑이가 뛰어놀아야 하는가, 38


그런 근본적인 것들을 사람들에게 어떻게 이야기해야할까. 김산하 - 그것이 우리가 탐구해야할 근본적인 질문입니다. 생물다양성이 왜 필요하냐는 철학

적인 질문에 대해서는 전세계가 아직도 대답을 못하고 있어요. 너무 당연한 질문이거든요. 하 지만 윤리적, 생물적인 여러 가치와 이유를 열거한다고 해도 이것으로 사람들이 설득이 될까요?

루이 암스트롱이 ‘누가 그걸 물어봐야하면 너는 영원히 몰라’라고 말했죠. 너무 근본적인 것

을 가르치는 것은 물론 어렵죠. 하지만 코로나와 같은 가까운 답들은 있습니다. 생물다양성이

코로나와 같은 인수공통감염병의 전파를 막을 수 있어요. 실제로 생물다양성이 가진 숙주희석 효과, 한 숙주가 있을때엔 그 숙주에만 적응을 잘 하면 바이러스가 확 퍼질 수 있지만 여러 숙 주가 있으면 적합도가 제각각이다보니 바이러스가 퍼져나가기 어렵습니다. 이 현상이 생태계

에서 얼마나 보편적으로 일어나는가에 대한 학계의 논쟁이 있긴 하지만요. 이런 이야기는 무수

히 많아요. 멧돼지나 메뚜기 같은 한 동물에 의한 농작물 피해, boom and burst를 막는 것도 생물다양성의 역할이라고 말할 수 있어요.

하지만 저는 이렇게 서구합리적, 기능주의적으로 답변함으로써 같은 레벨의 기능적 경제논

리에 부딪히게 된다고 생각해요. 많은 학자들이 갯벌에 값을 매기는 것을 반대하는 이유가 값

을 매긴 순간 산출비교에서 지면 끝나는 거거든요. 그 논리를 하면서도 근원적인, 본원적인 가 치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생태문화적 감수성에 대한 교육을 많이 해야하고요. 녹색 - 마지막으로 녹색연합에 바라는 점이 있으실까요? 김산하 - 케이블카 싸움 때 녹색연합이 전략적으로 산양을 내걸었지만, 케이블카 문제의 핵

심은 자연보호구역이거든요. 여기는 정말 천연자원이고 정말 보호해야한다는 레이블을 건 곳

이 설악산이죠. 그조차도 손을 대려고 하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 저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전

략적으로는 고소를 하고 해야겠지만 여전히 논리적 대응에 초점을 맞추면서 그들이 원하는 논 리구조와 법적인 싸움에 치중했던 것 같아요. 제 생각엔 이런 곳에는 정말 손을 대서는 안된다 는 이야기가 더 나왔어야 해요.

아시다시피 녹색연합 뿐만 아니라 환경단체들이 오랫동안 정부의 정책을 대응하는데 치중해

왔어요. 그러다보니 대국민적인 설득이 부족했다고 생각해요. 환경이슈가 한사람, 한사람이 해

야하는 일이라는 메세지를 놓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런 부분에 생태적인 시민의 삶을 설득하 는 활동을 더 하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더이상 대리하지 말고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동안 환경운동은 국민들을 대신한

다는 식으로 많이 느껴졌던 것 같아요. 국민들은 환경운동가에게 이러이러한 역할을 해달라고 위탁을 하고, 후원도 하면서 그 역할을 활동가들이 대신해왔다고 볼 수 있는데 이건 대의민주 정치와 다른 거거든요. 지금은 의탁이 아니라 국민도 같이 움직여야되는 상황이에요.

의탁의 임무를 충실히 따를게 아니라 국민들한테 오히려 의탁만 하지 말고 함께 의견을 피력

해 달라고 주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 환경단체 어깨에 많은 것이 올라가 있는 상황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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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은 환경단체가 어깨에 무엇을 짊어지고 있는지도 모르거든요. 이것은 절대로 다른 사람

이 해주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구성원이 함께 해야한다는 메시지를 내고 이를 이끄는 역할을 좀 더 해야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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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떻게 서로를

돌볼 수 있을까?

내부포럼

장이정수

여성환경연대 상임대표, 중랑마을넷 대표

“코로나로 인해 그간 성장을 향해 달려온 우리 사회에 브레이크가 되는 시간이 찾아왔습니 다. 그 브레이크가 단지 고통에 머물지 않고 우리 사회가 정말 인간적인 삶을 향해 갈 수 있도 록 수십년간 노력했던 환경운동이 다시 한 번 환경운동의 목표를 되새겼으면 합니다. 어떤 사 회, 어떤 경제, 어떤 관계, 어떤 삶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지역 속으로 조금 손을 내밀어서 지역주민들과 함께 다양한 전환운동을 펼친다면 더 멋진 단 체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돌봄은 현대에 와서 중요성이 많이 잊혀진 주제입니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하여 가장 많은 공백

이 발생한 분야이기도 하지요. 코로나를 주제로 한 세번째 포럼에서는 여성환경연대 장이정수 대

표님을 모시고 돌봄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을 들어보았습니다. 각자의 삶에서 느끼는 돌봄에 관한 다양한 시선들을 공유하고 서로 돌보는 조직이 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이야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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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돌봄에 대한 고민들

녹색 - 벌써 3회차 내부 포럼을 맞이하고 있다. 비대면 운동 방식, 운동 의제의 확장에 이어 마지

막으로 돌봄이란 주제를 오늘 포럼에서 다루어 보려고 한다. ‘돌봄’이 굉장히 추상적인 개념이라

준비하면서 가장 어렵고 난해한 주제라 느껴졌는데, 우선 장이정수 대표님을 모시고 다양한 돌봄

의 스펙트럼에 대해 이야기 들어보려 한다. 이후에는 코로나 TF에서 준비한 멘티미터 툴을 가지고 짧은 워크샵 진행하면서 돌봄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나누고 공유하는 시간을 가져보겠다.

장이정수 - 강의 요청을 받긴 했는데 조금 난감했다. 돌봄에 대해 내부의 고민을 전달받은 바는

없어 일단 제 주변에서 고민하고 있는 사항들을 정리를 해봤다.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두 분 정 도 돌봄에 대해 하고 있는 고민을 짧게 이야기해주면 좋겠다. 여성, 남성 한 분씩.

녹색1 - 돌봄이 뭔지는 잘 모르겠다. 아들이 고1인데 보통 학교 안가더라. 오늘부터 쌍방향 대면

수업을 시작한다고 하는데, 눈 뜨자마자 밥 달라고 하길래 몇 가지 챙겨주고 아침에 나왔다. 애가 학교를 안 가니까 1년 동안 리듬이 깨지고, 서로 간에 누가 챙겨야 하나 탓하게 된다.

녹색2 - 돌봄이라 했을 때 헷갈렸던 건 녹색연합은 가치를 추구해나가는 집단이지만 한편으로

직장이기도 해서 서로를 꼭 돌봐야 하나? 헷갈린다. 물론 돌보면 좋겠지만 보통 직장에서는 이런 가치가 중요하지 않지 않나.

장이정수 - 비슷한 결이라고 느껴지고 돌봄에 관해 개인이 처한 어려움과 고통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부모, 자녀, 형제 돌봄, 그리고 조직 내에서의 돌봄은 무엇일까 제가 했던 고민을 말씀드 리겠다. 일단 제 소개를 하자면 여성환경연대 상임대표를 맡고 있고, 중랑 마을넷 대표이기도 하 다. 여성환경연대에서 활동하다가 지역으로 가야겠다 싶어서 지역조직인 ‘초록상상’을 만들어서 지역의 풀뿌리운동, 마을 정치를 시작했다. 본업은 지역, 풀뿌리 여성주의 활동가이다. 2. 돌봄위기에 관한 최근 상황

첫번째 주제는 초등 돌봄이다. 시사인에서 집중기획한 설문조사 보도를 보면 소득에 따라서 교

육 공백이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 볼 수 있다. 저소득층일수록 밥을 제대로 챙겨먹지 못하고, 집에

서 챙겨주는 사람이 없는 경우에는 체험이 제한되고 아이들의 우울증이 심각하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교육부가 방과후학교에서 초등 돌봄 교실을 만들겠다고 하니, 방과 후에 돌봄까지 하라 는 거냐, 학교가 왜 교육을 넘어 돌봄까지 하라는 거냐라는 보건복지부와 교육부의 반발이 있었다.

그래서 마련된 대책인 지자체가 돌봄을 하도록 하겠다는 것도 학부모들 사이에서 반발이 났다.

학교가 돌봄을 포기할 때 지자체는 이를 위탁이나 용역을 줄 것인데, 이것이 좋은 돌봄의 형태가 될 것이냐. 민영화의 우려들을 담고 있다. 교육청이 포기하고 지자체 별로 예산과 컨트롤이 가능 한 거냐. 앞으로 우리 사회가 가야할 방향 중에 중요한 문제이고 이 문제에 대해 많이 생각해봐야 42

한다.


키움센터가 만들어지면서 지역아동센터는 저소득층이 다니는 곳으로 낙인이 생겼다. 지역아동

센터 사회복지사 분들이 임금이 정말 낮은 것도 문제이다. 법인으로 전환된 곳만 인건비를 지원해 준다고 해서 데모도 많이 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아이돌봄과 노인돌봄을 가족에게만 일임해왔다. 돌봄의 여성화를 지적하며

돌봄의 사회화를 주장해온 결과 케어 시스템이 하나둘씩 생겨났다. 요양원에 가면 돌봄 비용이 3 배 정도 더 든다. 직원 1명당 노인 2분 밖에 맡지 못한다. 돌봄이 얼마나 사회적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인지, 그 시스템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도 조금 있다가 노인이 되지 않는가.

정부는 커뮤니티 케어 정책을 준비하고 있는데 돌봄이 어떻게 지역에 뿌리내릴 것인가도 중요

하다. 커뮤니티 케어는 요양원에 가기 전 단계인데, 지역사회에서 약간의 돌봄을 제공하며 노인이

요양원에 들어가는 시기를 최대한 늦추는 것이다. 지역 마을 공동체에서는 사회적 의료생협이 이 런 일을 하고 있다.

한편 20대 자살 통계를 보면 남성의 자살이 2배 가까이 높다. 상반기 통계를 보면 남성 자살률

은 좀 줄었는데, 여성은 급증했다. 특이하게도 일본과 한국이 20대 여성 자살률이 매우 높은 편이 다. 왜 20대 여성들이 더 많이 자살했을까? 가부장적인 조직문화와 사회문화, N번방 문화를 이유

로 들 수도 있겠다. 코로나 시대에 심화된 경제 위기로 인해 비정규직, 임시직이 많은 여성, 특히 20대에게 더 큰 타격을 준 것도 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돌봄노동의 여성화도 문제이다. 돌봄 노동의 90%를 여성이 수행하고 있다.

30~40퍼센트의 여성들이 아동 돌봄과 노인 돌봄을 함께 수행하고 있다. 의사들보다 현장에서 어 려움을 담당했던 건 간호사, 요양보호사인데, 이들의 감염 위험이 더 높다. 감염 위험이 높은 의료, 사회복지, 미용, 가사도우미, 판매, 교육 등의 직종 대부분을 전통적으로 여성들이 담당하고 있다.

발달장애인 어머니가 아이와 같이 자살을 한 사건도 있었는데, 전체 장애인의 70%에 달하는

발달장애인을 어떻게 지역사회에서 같이 돌볼 것인지 고민도 필요하다. 마스크 배급에서 이주노 동자가 배제되기도 하는 등 돌봄영역에서의 많은 문제들이 있다. 3. 돌봄에 대한 이론적 논의들

첫번째는 돌봄의 사회화에 대한 질문이다. 여태까지 여성운동은 ‘왜 여성은 제2의 성이냐, 우리

도 똑같이 여성으로서 인간으로서 사회적으로 성공도 하고 성취도 하겠다.’라고 말하며 여성들에 게 사회적인 활동을 장려했다. 그러다보니 우리 삶이 작동되는데 돌봄의 공백이 생겼다. 1세계 여 성들의 돌봄을 제3세계, 남미 여성들이 대신했다. 페미니즘 운동이 자기도 남자처럼 일을 하면서 제 3세계 여성에게 돌봄노동을 전가한 것이다. 중산층 페미니즘이라 비난받기도 했다.

여성에게 집중되었던 돌봄을 사회화한 이후로 아이들은 어린이집에 가고 노인은 재가장기요양

기관, 시설에 보내졌다. 하지만 과연 이게 인간적인 삶이고 우리가 바라던 것인가? 실상을 살펴보 면 사회화된 노동은, 거기에서 일하는 분들도 다시 여성이다. 다시 저임금을 받고 일한다. 과연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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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이 여성해방인가? 과연 그 돌봄은 인간적인가? 저임금으로 또 다른 여성에게 돌봄노동을 전가 하는 것이 여성해방인가? 굉장히 많은 영역에서 돌봄의 사회화 이후 우리는 어떻게 전환해야 할 것인지 얘기하고 있다.

돌봄의 사회적 역량이 모두 다 높아져야 한다. 남녀간 분배 혹은 가정과 기관 등의 분배 등 개인

의 생활 공간에서도 골고루 나누어야 한다. 돌봄은 잠시 멈춤이 불가능한 노동이다. 돌봄을 사회

화한다는것은 단지 여성들이 집에서 해온 무급 노동을 집 밖에서 돈 받고 하는 것 이상이어야 한 다. 사장이 아니라 국가가 여성을 돌봄 노동자로 고용하는 것 이상이어야 하고, 누구도 서로를 돌

볼 책임으로부터 면제될 수 없도록 가족과 경제를 재구조화해야 한다. 인간의 취약성과 의존성을 포함하여 건강을 다시 정의하는 것 필요하다.

두번째 돌봄에 대한 논의는 돌봄 노동을 사회 재생산 영역으로 확장하자는 거다. 돌봄 중심으로

사회를 재구성하자고 할 때 아동, 노인 돌봄만 떠오르는데, 그럼 돌봄이 경제의 핵심 가치가 되기

어렵다. 전세계적으로도 탈성장과 같이 에코페미니즘에 대한 논의가 늘어나고 있다. 비임금노동 과 젠더화된 돌봄 노동에 대한 가치가 인정되어야 한다. 가정을 단순히 비생산적 소비의 공간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삶의 생산과 재생산이 이루어지는 곳으로 보아야 한다.

단순히 가정이 아니라 김용균씨가 화력발전소에서 한 일처럼 사회가 유지되는 데 필요한 것을

유지하고 보수하는 일, 사회가 작동되고 경제가 돌아가는 것을 유지보수하는 노동도 돌봄 노동으 로서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여성의 돌봄 노동 뿐만 아니라 교육, 보건도 재생산 영역에

포함시켜서 광범위하게 연대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의미 있는 얘기라고 생각한다. 재난 시기 어

떻게 필수 노동들을 지키고 어떻게 연대해서 돌봄의 가치를 확장할 것인가? 지속적으로 고민이 필요하다. 계속 그린뉴딜의 이름으로 성장 중심의 사고로 흘러가면 안된다.

세번째로 노인돌봄에 대한 이야기이다. 왜 노인 보살핌을 두려워 하는가? 지금까지의 보살핌

정책은 생산가능 연령층의 여성들이 임금노동을 함으로써 발생한 돌봄 공백을 메우기 위해 셋팅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일가족’을 병행하기 위해 보살핌을 지원하는 정책은 보살핌의 왜곡된 가

치를 변화시키지 못했다. 노인보살핌이 삶의 과정으로 한 인간에게 소중한 과업이면서 사별을 준 비하고 미래를 배우는 과정 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이 말을 통해 노인에게 드는 것은 굉장히 낭비라는, 그들이 생산하지 않고 우리 사회에 의미가

없기 때문에 인간적으로 돌아가시게 하는 것이 목표라는 우리 사회의 성장 중심의 가치를 돌아

보게 된다. 저는 커뮤니티 케어를 비롯한 모든 노인 복지정책이 노인에 대해 그렇게 바라보고 있

는 것이 바로 문제라고 생각한다. 왜 나이든다는 건 의미가 없을까? 나이 든다는 것은 불필요한 걸 까? 비용을 최대한 적게 들여서 사회가 관리해야할 리스크에 불과한 것인가? 나이 들어서도 죽는 그 순간까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의미있게 살 수 있게 하는 사고방식으로 가지 않고서는 그 모든 것은 복지영역에 불과하다고 저는 생각한다.

네번째로 돌봄정의를 이야기한 낸시프레이저는 경제 자체가 가사, 돌봄 노동에 무임승차해서

작동되고 있다고 말한다. 에코페미니즘은 근대의 자본주의 시스템가 세 개의 비용을 외주화해서 44


만들어졌다고 말한다. 첫번째는 여성이다. 가사노동이나 육아노동에 대해서 여성에게 임금을 지 불한다면 자본주의는 작동 불가능하다. 두번째는 제 3세계다. 세계에서 각광받는 그린딜, 그린뉴 딜도 오염 산업을 제3세계로 이전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자본주의 생산의 위험요소가 지속

적으로 제3세계로 위임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비용을 외주한 한 것이 우리가 잘 알고 있다시피 자

연이다. 이렇게 여성과 제3세계, 자연을 착취하고 비용을 외주화함으로써 자본주의는 이윤을 추 구해 왔다.

저는 최근에 &lt;생명의 그물 속 자본주의&gt;를 쓴 제이슨 무어의 논의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동

안 자본주의는 끊임없이 변신해왔고 탈탄소 자본주의도 훌륭하게 적응할 수 있을 거라고 그는 말 한다. 기존에 자본주의가 적응했던 방식인 저렴한 자연인 석탄이 비싸지자 이제 저렴한 자연으로

써 태양이나 바람이 거론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것은 결국 자본주의를 유지하기 위한 방법이 고, 그 사회의 밑바닥에 흐르고 있는 착취나 희생이 개선되지 않는 한 이윤중심의 방식은 계속될 것이다. 최근 그린뉴딜에 대한 논의를 지켜보면서 관심을 가지게 된 주장이다. 4. 마을에서의 돌봄의 경험들

저는 돌봄의 경험을 ‘초록상상’이라는 지역 단체에서 풀뿌리 운동을 하면서 많이 느끼는데, 이

런 단체에서 상근하는 활동가로서 직장에서 느끼는 돌봄과 지역에서 운동을 하면서 느끼는 돌봄 은 확실히 다른 것 같다. 직장에서는 아무래도 많은 어려움이 있지 않나. 하지만 지역에서 하는 풀

뿌리 운동의 가장 핵심은 사람들과의 인간적인 신뢰이기 때문에, 이것 없이는 사람들을 설득해서 같은 일을 할 수가 없다. 지역에서는 청소년의제, 장애, 다문화 여성, 건강 커뮤니티, 복지 등 지역 사회에는 굉장히 많은 의제들이 있는데 이것을 지역사회의 주민들과 어떻게 나눌 것인가 구체적 으로 고민해야 한다.

지역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길게 한 이유는, 녹색연합이 지역에 좀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는

바램에서다. 여기서 하는 운동, 큰 규모의 단체에서 공중에서 하는 운동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누군가 한두명 정도만 성북구와 같은 지역에 지속적으로 신경을 쓴다면 많은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저도 그렇게 역량이 많지 않은 사람이지만 지역사회에 가

서 지난 10년간 만들어낸 주체들과 운동을 보면 큰 영향력을 끼쳤다. 박원순 시장 이후로 지역마 다 마을과 관련된 섹터가 많이 생겨났다. 어느정도 네트워킹이 되어 있으니 거기에서 환경 쪽으로 전문성이 있는 운동을 지역과 기획해 본다면 엄청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다. 5. 현실적인 문제로서의 돌봄

마지막으로 생각한 주제는 현실적인 문제로서의 돌봄이다. 어떻게 이 사회에서 나 자신을 돌보

면서 환경운동가로서 지속 가능할까? 주변의 활동가들과 저 자신을 돌아보면서도 그런 생각을 많

이 한다. 나는 어떻게 이 운동을 지속할 수 있을까? 저는 연말마다 자기 삶을 평가해보는데, 나에

게 주어진 시간을 어디에 얼만큼 안배해서 쓸 것인가 그림을 그린다. 나의 시간과 에너지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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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에 여성환경연대 얼마, 가족한테 얼마, 지역에 몇 프로... 나에게 주는 시간은 얼마나 줄까 계획 을 세운다.

과연 내가 다니고 있는 직장은 나의 100%의 에너지 중 몇 퍼센트를 차지하는가? 여러분은 얼

마 정도 되는가? 저는 이것을 한번 활동가들과 이야기해보고 싶다. 내가 이곳에만 충실하다고 해 서 내가 정말 좋은 삶을 살고 있는 것일까? 오히려 운동 이외에 운동과 운동 사이의 네트워크라던 가 운동 이외의 다른 삶, 다른 공간들이 있어야 내가 지속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반 일리치는 자율노동, 자활, 임금 노동이 조화로워야 한다고 했다. 보통은 사람들은 임금노

동만 하고, 여성들은 자활노동을 집중적으로 한다. 공동체나 사회에 기여하는 자율노동은 남성들 은 거의 하지 않고 여성들이 지역사회에서 활발히 하고 있다. 한 개인에서 이 세가지 노동이 어떻

게 조화할 것인가. 저는 이것이 바로 나와 조직을 어떻게 돌볼 것인가?에 대한 대답일 것이라 생각 한다.

돌봄은 조직에 중요한 가치인가 아닌가? 돌봄이 사회의 중요한 조직원리라면 시민 사회에서 돌

봄은 어떻게 나타날 것인가? 예를 들어 단체의 정관, 조직체계, 회의문화, 역할분담, 일하는 방식, 선후배 사이에는 어떻게 반영될까? 이런 고민을 저도 하고 있고 여러분도 하고 계실거라고 생각

한다. 동료를 돌본다는 것은 어떤 모습이고 그것이 과도하게 개인에게 부담으로 여겨지거나 편중

되지는 않는가. 아니면 1인 1프로젝트 등 성과를 내야하는 책임있는 조직문화 속에서 돌봄이 너무 과소하지는 않는가. 지속적으로 고민해보면 좋겠다. 6. 돌봄에 대해 이야기하다

질문1. 현재 내가 가장 공들이고 돌보는 대상은 무엇인가요? 1.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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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직장

3. 가족

4. 취미모임

5. 반려동물/식물

6. 지역

7. 기타


질문2. 돌봄이 있는 조직 만들기 -

돌봄의 주체로써 동료들을 위해 녹색연합에서 당신은 개인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나요? 혹은 우리는 어떤 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까요?

- 할 수 있는 일을 마음껏 시도 혹은 실패할 수 있게 하기 - 서로의 안부 묻기

- 보이지 않는 곳 챙기기(화장실 휴지, 신발장 정리, 부엌 싱크대 물기 정리) - 돌봄을 위한 내규 논의

- 몸과 마음이 평온한지 말걸기

- 우리에게 돌봄이 무엇인가요? 그것부터 함께 이야기하고 싶어요. 상대방을 배려하는 말하기 너무 필요합니다.

- 소모임 만들기(독서, 운동, 텃밭가꾸기) - 일만 하지 않고 수다 많이 떨기 - 대화를 많이 나누고 많이 듣기

- 입을 다물고 지갑을 열기, 동료들의 이야기를 잘 듣기, 공동의 약속과 규칙을 존중하고 지키기 위해 노력하기

- 존중하는 마음을 잃지 않고 대화하기, 직장보다는 삶을 나누는 동료가 되어주기 - 동료들의 업무적, 감정적 어려움을 지나치지 않고 귀기울여 듣기 - 동료간 권위적인 관계가 발생하지는 않는지 살피기

- 각자가 돌봄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을 듣는 시간을 가지기

- 돌봄은 어렵다. 하지만 서로가 서로를 돌봐야 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서로에 대한 감수성을 높이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우리는 너무도 다른 사람들이기 때문에…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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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I. 인터뷰 : 환경운동,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우리에게 찾아온 위기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지금 이 시대의 변화를 어떻게 받아 들여

야 할까요? 코로나19 이후의 우리는 어디로 나아가야 할까요? 환경운동의 지금을 진단하 고 새로운 미래를 상상하기 위해 우리 안의 이야기, 우리 밖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만난 이

명호 생태지평 부소장

유창복 미래자치분권연구소 소장

오충현 동국대 바이오환경과학과 교수 조길예 기후행동비건네트워크 대표 이선욱 닷페이스PD

정영일 EY한영회계법인 상무

코로나19 이후 환경운동의 키워드

전환/ 지역회복력/ 언택트가 아닌 택트/ 실천형 사업/ 시대에 적합한 운동/ 온라인 홍보 전담팀 구성/ 파트너십/ 지역/ 대리가 아닌 함께/ 야생


코로나19 시대,

한국 환경운동을 진단하다

인터뷰

명호

생태지평 부소장 “지금까지 우리들의 활동 방식이나 우리들이 사고했던 기준, 가치, 우리들의 철학, 그것에 기반한 우리들의 운동 방식, 패턴, 시민들을 만나는 방식. 이 모든 것들이 새롭게 전환되는 계 기가 되어야 합니다.”

명호 생태지평 부소장은 1997년 환경운동을 시작했고 2006년 현장과 이론이 만나는 연구

소 생태지평을 창립하여 현재 부소장직을 맡고 있다. 20년 넘게 현장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운 동의 뒷받침이 되는 정책과 이론을 만들기 위해 활동해온 명호 부소장님이 생각하는 한국 환경 운동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해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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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코로나19가 환경단체에 미친 영향은 무엇일까?

모든 것이 단절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완전히 새로운 상황이 만들어졌다. 일반 시민들이

느끼는 것과는 다르게 활동가와 조직 중심의 환경운동이 코로나 이후에 8~9개월 간 아주 극단 적인 차단을 겪고 있다. 좁은 의미에서 전통적인 운동의 방식, 사람들을 만나고, 토론회를 하

고, 설명회를 가고, 이런 접촉을 통한 소통과 공유가 어려워졌다. 정보의 흐름과 경로도 차단됐 다. 접촉을 통해서 정보를 공유하고 그 속에서 의제를 키워나가는 방식이 사라진 것이다. 환경

캠프, 국제회의가 거의 사라졌다. 의제가 확산되는 경로가 없다. 지금 대부분이 온라인으로 바 뀐 이 방식이 향후 2~3년 지속 된다고 하는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기후변화당사국총회, 생 물다양성협약 등 올해 가장 중요한 국제회의가 연기되었고, 내년 상황도 불확실하다.

특히 지역주민을 만나는 운동, 생태지평의 갯벌과 관련된 지역 활동을 예로 들면 올해 초에

섬 주민들이 외부인 유입을 차단하는 일이 발생했다. 코로나 상황에서 오는 공포 때문이다. 이

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주민을 만나고, 의제를 확산시켜나갈 것인가. 사실 잘 모르겠다. 주 요 단체들의 활동을 보면 비대면 기반의 새로운 기법들은 나오고 있는데, 과연 운동은 어떻게 펼칠 것인가에 대해서는 답이 없다. 그동안은 접촉을 중심으로 활동가와 조직이 성장해왔는데 앞으로의 해법도 딱히 보이지 않는다.

기술과 기법의 발전, 일각에서 이야기하는 디지털화, 이것이 답일까. 기업은 가능할 것이다.

그렇다면 운동은 어떻게 할 것인가. 조직중심의 운동에 가능한 방식은 무엇일지 의문이다. 2주

전에 국제컨퍼런스를 진행했다. 외국 참가자들이 줌으로 참여했다. 진행이 되긴 되는데 과거처

럼 외국 전문가들이 현장에 와서 나눌 수 있는 정보의 양과 줌을 통해 정해진 룰에 따라서 나누 는 정보의 양은 차이가 있다. 반면에 이렇게 제한된 상황에서는 오히려 핵심 정보만 잘 들어오 는 것도 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끝나도 이 방식으로 하는 게 맞을까? 2. 코로나 시대, 환경운동은 어떻게 바뀌고 있나?

운동은 어떤 문제로부터 의제를 도출하고 그것을 제도화시키는 과정이며, 공론화 과정을 통

해서 법과 제도를 만들고 이로 인해 사회가 굴러가는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러한 과정을 통해서 시민의 인식이 전환, 확장되고 우리 사회가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다. 그동안의 운동은 네트워크와 오프라인이 중심이었다. 1명의 활동가가 있고, 활동가가 모여있는 조직이 있고, 오프라인을 기반으로 한 네트워크가 있었다. 이 네트워크에 존재하는

정보와 역량을 활동가가 어떻게 코디하면서 운동 의제를 끌어가고, 운동 성과를 만들어낼 것인 지가 운동의 방식이었다.

이것이 코로나로 모두 단절되었다. 활동가도 개인으로 존재하게 됐다. 활동가들이 유튜브를

해야하는 세상이다. 과거에는 활동가가 누군가를 조직하고, 언론을 조직하는 바탕으로 갔다면, 지금부터는 활동의 방식이나 정보들이 정제되어 있지 않은 새로운 방식으로 전환을 해야된다.

하지만 활동가 개인과 조직이라는 운동단체에 적절한 방식인지 의문이 든다. 이것이 가능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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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 개인 활동과 조직과 연관되어 있는 이 네트워크가 모두가 그렇게 움직여야 한다.

예를 들어 우리는 법을 바꾸기 위해 국회에 찾아간다. 하지만 과연 국회가 정보의 취합 경로

로 NGO와 활동가들을 택할까? 100만의 구독자가 있는 유튜버가 환경단체에 준하는 활동을 한다면 환경단체보다는 오히려 이쪽을 선택할 것이다. 이런 상황이 현실화되고 있다. 정치 분

야는 이미 이렇게 가고 있다. 정보의 확산 경로에서 유튜브가 훨씬 효과적이라는 것을 국회는 알고 있다. 우리도 이렇게 해야 할까? 그레타 툰베리 정도면 가능할지 모른다. 유튜브를 홍보의

수단으로 활동하는 것은 맞지만, 개인 활동가와 단체의 운동방식, 패턴이 이 부분으로 가는 게 맞는지는 모르겠다. 또 80~90년대 환경단체들의 주요한 활동방식은 집회, 기자회견, 언론 프

레스였다. 언론이 환경 관련 정보를 얻을 곳은 환경단체뿐이었다. 당시 환경단체가 뭘 하면 매 일같이 보도됐다. 그런데 어느 시점부터는 언론이 콘텐츠를 만들고, 의제를 선도하고 있다. 3. 코로나 상황이 우리에게 기회는 아닐까?

기회라는 이야기는 많이 나왔다. 전 세계가 단일한 문제를 가지고 단일한 방식으로 대응하는

코로나19 대처방식이 기후위기에 대처하는 모델이 될 것이라고. 전 세계 사람들이 하나의 문 제를 고민하게 만들고, 하나로 대응하게 만든 것은 처음이다. 기후위기와 생태위기를 해결하는 향후의 행동 방식과 해법을 잘 보여준 좋은 사례이다.

반대로 코로나가 가속화시키는 사회경제적 위기 속에서 생태위기가 더 가속될 수 있다는 이

야기가 나온다. 사회안전망이 확충되지 않은 국가들의 경우 시스템이 붕괴되고 사회적 격차,

자원 분배의 격차가 심각해지면서 생존을 위한 불법 밀렵과 벌목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한다. 일부 국가들에서는 자연환경이 회복되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지만, 이것은 코로나로 인해 벌어

진 다양한 상황 속 단편적인 모습일 뿐이다. 올해 7~8월 외국의 연구기관의 분석에 따르면 코

로나 상황이 온실가스 배출 감소 측면에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상황이 장기간 이어 질 경우 2배로 오를 것이라는 위험성이 여전히 있다. 올해 연말과 내년 초까지 봐야 전체적으 로 도움이 되었는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에 생태보전과 생물다양성에 대한 필요성에 대한 인식은 높아졌다. 당위는 높아졌지만 실

제로 벌어지는 일은 과연 그 당위에 맞게 가고 있는가? 아니다. 이것에 대한 해법으로 나오는 것 은 거의 다 경제적인 해법이다. 위기이자 기회라고 하지만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것은 그 사

회가 가지고 있는 합의의 수준에 달려있다. 생물다양성, 생태위기에 대한 감수성이 얼마나 형성 되어 있는가, 그리고 이것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얼마나 되어 있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그리고 이 것을 이룰 수 있을 만큼에 법과 제도와 정책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유럽의 그린딜의 경

우 상당히 오래된 고민이 있었고, 생물다양성 측면에서 훌륭한 정책과 컨셉이 있다. 하지만 과연 이것이 개별국가에 개입할 수 있느냐는 담보할 수 없다. 그간의 위기와 그에 따른 경각심으로 최 소한 우리가 반전을 만들어낼 가능성은 있다. 주요 국제회의에서 합의를 이루어 낸다면 다행이지 만, 합의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기존에 하던대로 한다면 더욱 큰 파국을 맞이할 수도 있다. 52


4. 위기의 상황 속에도 지켜가야할 환경단체의 역할은?

생물다양성, 생태위기 등 의제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은 높아졌는데, 이게 과거와 비교해봤을

때 얼마나 많이 높아졌을까? 실증적으로 나온 게 있나? 의제가 전파되는 수단들이 고도화되면

서 확산이 빨라지고, 간극이 짧아지면서 더 많이 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우리의 진짜 고민 은 이것이다. 인식이 확산이 된 이후에 어떻게 행동 패턴을 바꿀 것인가? 의제 수용성을 어떻

게 다시 피드백을 받을 것인가? 어떻게 이걸 가져올 것인가? 지금은 방법이 없지 않나. 청와대 청원이 이 방식을 제도화한 것이다. 시의적절했다. 온라인을 중심로 퍼져나온 정치운동과 같은 것을 우리는 못 찾고 있다. 어떻게 끌어낼 것인가 고민이 많다.

생태감수성이 높아졌다기보다는 사람들이 자신을 둘러싼 자연생태계에 대한 연결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 위기의식이 높아진다는 것을 떠나서 개인과 개인이 스스로 변화를 도모하는 일은 많아졌다. 행동 패턴을 바꾸는 데 우리의 역할이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시민들

과 기존 시민운동의 괴리가 있다. 기존에는 조직 간에 연결이 중요했다면, 지금은 개인 간의 연 결이 더 중요하다. 개인 간에 네트워크가 확장되는 과정에서 우리는 없다. 과거에는 우리가 네 트워크의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활동가와 조직이 사이드에 있다. 우리의 포지션이 달라졌다.

우리가 없어도 되는 개인들을 어떻게 촉발시킬 것인가. 개인 간의 네트워크가 하나의 행동 패 턴이 되게끔 운동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시민운동이 중심에 서 있지 않은 상황에서 개인과 개 인의 초연결시대를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가 고민이다.

시민사회의 운동가들은 철저하게 합리성과 이성에 기반해서 활동하게끔, 어떤 의제를 제도

화시키거나 정책으로 만드는 과정으로 활동하게 훈련되어져 왔다. 제도와 정책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가 우리의 고민인데 지금의 새로운 단위들은 다르다. 우리의 관점에서 어떻게 저럴까 생 각도 드는데 그들에게는 이게 합리성이다. 마치 어떤 것이 절대 선이라고 이야기하는 것도 나 온다. 다양한 그룹들을 어떻게 조율해 나갈 것인가가 과제이다. 5. 환경운동의 위기는 코로나 때문일까?

90년대에는 환경단체들이 의제 선도성이 높았다. 지금 시점에서 우리 환경운동이 주장하는

각각의 의제와 대안과 정책이 앞서있는가? 운동가와 활동가는 신념과 가치만을 이야기하지 않 는다. 이걸 현실의 법과 제도와 정책으로 풀어서 설명해야 한다. 철학과 가치관에 풀어서 당위

를 이야기하면 현장운동가가 아니다. 철학가일뿐이다. 가치관과 철학을 마치 대안과 정책과 법

처럼 이야기하면 안 된다. 환경단체가 근본 주장을 내세우는 것에 조심해야 한다. 예를 들어 ‘모든 생명은 선이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공허한 것은 없다. 운동 전체가 시민들에게 당위 를 이야기하는 순간 운동은 확산이 안 된다.

우리의 위기는 코로나 때문에 온 것이 아니다. 코로나 때문에 우리의 위기가 더 확연하게 드

러났을 뿐이다. 우리의 실력없음이 우리의 고민 지점이 되어야 한다. 우리의 정책과 대안이라 는 부분이 저들이 말하는 정책과 대안보다 얼마나 더 앞서 있었는가? 우리가 담당하는 의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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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서는 몇 명이 담당하고 있겠나. 우리와 같은 의제를 다루는 집단이 많아졌다. 과거에는

우리가 정치권에 정보를 제공했지만 지금은 중요한 정보의 유통경로에 NGO는 제일 마지막이 되었다. 행정기관은 더 많은 인력과 자원을 쏟아부으면서 정책과 대안을 만들어낸다. 이 불균 형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그래서 실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 밑에 깔려있는 위

기에 대한 근원을 그대로 놔두고, 코로나 시대에 우리의 활동 패턴과 방식과 무게 중심을 어떻 게 바꿀 것인가를 고민하는 건 조금 선후가 바뀐 감이 있다.

정부 정책에 대한 찬성, 반대, 평가만으로 우리 활동의 색채를 내는 시기는 지났다. 대통령이

2050 탄소 중립을 선언했다. 여기에 대한 즉자적인 비판이 여전히 우리 운동의 중심이 되어서 는 안 된다. 그린뉴딜도 마찬가지다. 총론에 대한 부분만 환경진영이 다뤘지 그 안에서 환경부

에서 뭘 해야 하나 했을 때, 여기서 멈췄다. 환경부는 그 안에서 그래도 뭐라도 하려고 열심히 만든다. 우리가 여기에 대해 더 비판하고, 환경부가 우리의 목소리를 들으려며 세세한 부분에

대해서 대안을 내어놓았어야 한다. 기후 쪽은 사회변화와 정책 대안에 대한 실력을 키워야 한 다. 기후 쪽에서만 보던 관점이나 시각을 다른 쪽에서 많이 봐야 한다. 정의로운 전환이라는 측

면에서 총론적이 시스템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다뤄야 한다. 다른 자연생태계 분야도 마찬가 지다. 새만금 문제는 새만금 문제만이 아니다. 어민, 농민, 전라북도민의 문제, 지역의 지속가 능성의 문제이다.

환경운동이 생태, 생명, 이 자체만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다른 부분과 유기적인 관계 속에

서 존재한다. 사회를 종합적으로 볼 수 있는 시각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 80년대 환경운동은

민주화운동의 일환이었기 때문에 복합적으로 보는 훈련이 되어있었다. 90년대도 마찬가지다. 2000년대 들어 운동이 전문화되면서 우리 스스로 좁아지는 경향이 있었다.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성은 높지만 연관된 복합적인 사고를 키우는 훈련을 많이 안 해왔다. 기후 쪽은 이러한 쪽

으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이렇게 가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와 다른 의제를 융합할 수 있다. 그 속에서 현실 가능성이 있는 대안이 나온다.

우리 주장의 10이라면, 현실화되는 과정에서 세상을 바꾸려면 1만 필요할지 모른다. 10의

주장을 다른 분야, 의제와 토의하고 융합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것은 자연스럽게 낮아질 가능성 이 크다. 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막는 것이 절대 선인가? 케이블카가 절대적인 악인가? 설악산

주요 등산로에 연가 70만 명이 오르는데 이것은 선이고 케이블카가 악인가? 우리가 보는 것을

절대화시킬 필요는 없다. 케이블카는 하나의 수단과 도구이지 이것이 절대적인 가치가 될 수 없다. 국립공원을 지켜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 시기마다 택해야 하는 수단과 도구가 있는 것이

다. 무엇이 더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을까. 여러 가지 의제마다 다를 것이다. 이런 것에 대해서 열어놓고 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6. 코로나 이후 환경운동, 어떻게 바뀔까?

코로나 이후에 사회적 갈등이 더 커질 것이고, 안전망이 형성되지 않은 사각지대가 더 많이 54


발생할 것이다. 장기화될수록 더 악화될 텐데 환경운동은 뭘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지금 필

요하다. 불평등을 해결할 수 있는 생태친화적인 방법이 등장할까. 아니다. 정치권과 제도권은 자본투여의 개발을 이야기할 것이다. 여전히 우리는 안 된다고만 할 것인가? 우리는 뭐라고 대

안을 내놓을 것인가. 코로나 시대에 생태감수성이 높아졌다고 이야기하지만, 이것을 현장에서 풀어서 보면 다시 개발중심으로 극단적으로 돌아서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갈 것이다. 그린

벨트도 마찬가지다. 사회적으로는 거기에 아파트를 지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사회적 불평등 이 강화되는 시기에 어떤 생태친화적인 대안을 이야기할 것인가.

과거에 비해서 환경단체와 시민들의 갈등이 더 많아질 것이다. 사람들의 바뀐 생활패턴과 환

경운동 진영과의 교집합이 발생하는 곳에서 어떻게 공간관리를 할 것인가 고민이 필요하다. 코 로나 이후에는 이게 어떻게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산지에 대한 수요는 더 높아질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송전탑을 반대해왔지만, 송전탑을 바라보며 자란 아이들은 그게 자연의 일부이다. 골프 장도 지금 직장인들에게는 자연의 일부일 수 있다. 공간을 이용하는 패턴과 자연생태계를 바라 보는 관점도 달라졌다. 우리의 의제, 국토와 관련된 부분은 곧 사람들의 삶과 관련되어 있다. 공 간을 보는 시각이 달라졌고, 삶을 바라보는 시각도 더더욱 달라질 것이다. 이런 인식의 변화를

우리는 어디까지 수용하고 어떻게 맞춰갈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앞으로 전기차 보급으로 전기 차가 엄청 늘어나면 에너지 패턴은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1인 가구가 많아지면 에너지 사용량 은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삶의 질과 관련된 조건의 변화가 운동진영에 어떻게 영향을 줄지, 코 로나 이후에 달라지는 삶의 패턴의 변화에 따라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과 필요하다.

단체별로 1~2년 정도 현재 진행되는 업무를 중단하고 모색의 시기가 필요하다. 오래 활동해

온 우리에게 신선한 생각이 담겨 있을까. 24년 활동한 내게 무엇이 남아있을까. 일종에 리셋이

필요한 시기이다. 한 번의 끊김과 중단이 필요하다. 정말 지금 정도에는 멈출 때가 된 것 같다 는 이야기가 나온다. 우리가 접근했던 방식이 앞으로 통할지 고민이 필요하다. 우리는 그대로 지만 세상을 달라지고 있다.

활동가들이 점점 우리 사람만 만나게 된다. 선배들의 문제다. 활동가들이 일에만 매몰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밖으로 보내는 문화가 필요하다.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시민들을 만나면서 가령 세대별로 당신들은 코로나 이후에 어떻게 살 것이냐를 물어보고, 그것을 기반으로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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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시대의 회복력,

지역에서 찾다

인터뷰

유창복

미래자치분권연구소 소장

“코로나 이후, 환경운동의 방향의 키워드로 저는 로컬회복력, 로컬리질리언스라는 말을 뽑 고 싶어요. 코로나 시대, 기후위기 시대, 즉 재난사회, 없는 사람이 훨씬 더 힘들어지는 사회, 없는 사람도 그럭저럭 함께 일상을 살아낼 수 있는 지역의 힘을 만드는 일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유창복 미래자치분권연구소 소장은 성미산에서 마을 활동을 시작해 서울시 협치자문관을 거

쳐 현재 미래자치분권연구소를 만들어 지역과 자치, 분권을 이야기하고 있다. 지역, 풀뿌리 운

동이 코로나 시대의 대안으로 떠오른 요즘, 기후위기의 해법으로 ‘로컬뉴딜’을 전파하고 있는 유창복 소장님을 만나 로컬과 환경운동의 접목에 대해 이야기하였다. 56


1. 과거의 시민운동

코로나 이후, 환경운동의 의제와 방식 두가지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 물었을 때, 먼저 운

동 방식에 대해서는 주체와 당사자의 문제가 생각이 난다. 1987년 우리 사회는 민중운동의 성 과로 절차적인 민주화를 이루었고, 그 주체는 우리 사회의 엘리트, 이른바 시민단체였다. 방식

은 민중운동인 ‘짱돌’이 아니라 ‘법제도, 청원’ 등 평화적이고 법적인 방식을 통해 이루어낸 절 차적 민주주의와 실질적 제도개선이다. 그게 바로 참여연대 등 메이저 시민단체의 시작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를 통해 호주제부터 시작해서 보행권 등 굵직굵직한 우리 사회의 제도적 전환 을 해냈고 사회적인 많은 지지와 신뢰를 받았었다.

하지만 저는 이것이 2000년을 정점으로 조금씩 하강하고 있다고 본다. 시민단체도 정파에

움직인다는 정파논쟁에 휩싸이고 있고, 내부적으로는 분열도 일어나고 있다. 외부적으로는 국 회의원, 정당, 언론에 지속적으로 견제당하고 있다. 또한 시민단체가 지속적으로 분화되면서

그 결과 안 다루는 문제가 없는, 유능한 전문성을 갖추어가면서 분과주의라는 벽에 부딪히게 되었다. 문제를 종합적으로 보는 시야를 잃어버리게 된 것이다. 시민들은 시민단체의 진정성을 지지했지만 지지는 CMS였지 직접행동은 아니었다. 그런 상태로 시민운동이 내리막을 걸으면

서 시민 없는 시민운동이라는 말도 생기고, 소규모 풀뿌리 운동 단체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상 당부분 정당이 의제를 흡수해가고 시민단체는 효능감이 별로 없는 상태라고 본다. 2. 새로운 공공성의 주체, 주민

그런 면에서 새로운 공공성의 주체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고 보여진다. 군사쿠데타 이후엔

군, 87년 이후엔 시민사회, 둘다 정치적으로는 다르지만 결국 엘리트였다. 한쪽은 위임받은 권 력, 한쪽은 자임이라는 방식으로 지지를 받았지만 어쨌든 엘리트이고 에드보커시라는 방식이

었다. 그럼 그 다음은 뭐냐고 물었을 때 저는 당사자 운동이라고 본다. 그런데 이미 당사자운동

의 시대적 변화의 사인은 2000년대에 나타나고 있었다. 월드컵, 노사모, 효순미선, 광우병, 촛 불탄핵까지 이어지는 시민의 직접행동은 그때부터 오버래핑되고 있었다. 이건 시민단체의 성

명서 읽고 하는 방식이 아니라 스스로 조직하는 거다. 누군가에게 조직당하고 설득당하는 것, 시민들은 이제 싫어하고 재미없어한다. 나는 나로 움직이는 거다. 그런 직접행동의 양상이 온

라인에서는 디씨인사이드 같은 네트워크로 나타나고, 지역사회에서는 꼬물꼬물 생활의 의제를 가지고 움직이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러한 세가지 주체와 시대적 흐름을 종합해보면 공공성의 새로운 코드가 나올 거라고 본다.

광장의 시민이 아니라 생활에서의 시민, 즉 주민이 중요하다. 광장에 시민들이 나오는 건 나라 가 위급할 때 뿐인 거고, 일상 즉 삶터와 일터, 생활현장에서 공공성이 나올 수 있다. 탄핵으로 나라는 구했다. 그런데 삶 속으로 돌아와서는 무엇이 변했는가? 대통령만 바뀌었지 세월호도

해결이 안 되었고 젠더문제와 불평등은 해결될 기미가 없다. 적폐 이야기는 광장의 언어이지 생활의 언어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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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맥락에서 생활인으로서의 시민, 주민은 어떻게 공공적으로 어떻게 행동하고 조직

되고 움직일까 생각을 해보면, 일상의 의제로 움직인다. 그게 동네고 지역이고 마을인 거다.

2010년에 몇몇 기초단체장과 마을정책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그걸 증폭시킨게 박원순 서울 시

장이다. 그 과정을 통해 지역사회라는 실체가 생겼다고 본다. 시민사회는 거칠게 보면 광화문 단체라는 별명이 있다. 중앙정부를 상대로하는 애드보커시를 하지, 지역사회의 주민들과 일상

을 공유하며 일상의 삶을 주민과 함께 혁신해나가는 흐름에 있지 않다. 그 흐름이 오버래핑 되 는게 마을 공동체를 비롯한 지역사회 움직임이라고 본다.

서울만 봐도 공공적으로 느슨하게 연결된 주민들의 네트워크가 많이 생겼다. 중요하다고 본

다. 이 네트워크는 공공성의 감각을 유지시켜주고, 민주적 소통의 태도를 환기시키는 장치이

다. 개인이 아니라 삶에 뿌리를 둔 진정한 시민으로서의 자기 성장의 채널 속에 있게 해준다. 이를 토대로 조직된 시민운동, 지속가능한 시민의 활동을 가능하게 한다. 삶터에서의 느슨한

연결망을 매개로 한 이웃들과 공공적 협업의 경험과 감각이 시민들이 공공적 주체가 되어가는 시작인 셈이다.

3. 시민운동과 지역사회의 결합

우리 사회 공공성의 주도성이 국가주도에서, 엘리트 시민사회, 그 다음으로는 지역사회로 변

화하고 있다. 그래서 저는 시민사회가 지역사회와 어떻게 연결될 것인가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본다. 시민단체가 실이라면 재봉틀의 북실(지역사회)을 연결해야하는데, 시민사회가 지역사회 의 맥락에서 미시적으로 재구성되어야 진정한 의미의 시민사회가 등장할 수 있다.

그런데 관성이라는 게 있다. 시민단체는 자꾸 짧게만 보고 애드보커시만 하는데, 애드보커시

의 위력은 자꾸 떨어지고 있다. 의제 주도성도 없고 융합적이지도 않고, 행정 칸막이만큼 시민

사회의 칸막이도 심하다. 게다가 여긴 명령 내릴 사람도 없고 다 바쁘다. 그러다 보니 각자 자 기 일에 매몰되서 협업도 안 되고 메타 의제라는 건 상실된다. 갈수록 힘이 빠지고 있다.

그런데 왜 시민단체가 지역사회와 결합해야 하느냐, 우리 사회의 의제의 전문성과 정부와의

협치적 협상력을 가장 많이 경험한 집단이 시민사회단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게 분과주의 로 흩어져 있는 실정이다. 지역주민들과 결합이 되어야 하는데, 이것은 계몽적 구도로는 아쉽 게도 잘 되지 않는다. 이것이 문턱이기도 하다.

성미산 마을만 해도 시민단체 출신도 많고 저도 학생운동을 했으니 활동가가 아니라고 말은

못하지만 저는 활동가라고 스스로 생각해본 적이 없다. 저는 아이 잘 키우려고 그 동네로 이사 갔고 애 키우다보니 친해져서 여기까지 온거지 내가 나라를 구하려고 그렇게 한 것은 아니다. 그런 관념자체가 없다. 그런데 시민단체는 처음부터 활동가다. 시민을 만났을 때 구도 자체가 계몽적 구도인 것이다. 그런데 그건 한계가 있다. 자기가 당사자로서 삶을 함께 해결해나감에

있어서 좀 설치는 사람. 저는 설치는 주민을 활동가라고 부르는데, 저는 그중에서 좀 설쳤던 거 58

지 내가 활동가로서 이끌어가고 계몽해가는 위치가 아니었다. 활동가와 시민 사이의 벽을 깨야


한다. 그러려면 시민단체가 지역성을 회복해야한다.

지방의 시민단체는 어느정도 지역적 근거가 있다. 하지만 서울은 광화문단체지 지역단체가

아니다. 특히 서울은 전환이 어렵고, 메이저에 있을수록 그럴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운동의 주체라는 관점에서 볼 때 당사자, 주민, 지역사회, 느슨한 연결망을 통한 일상의 혁신

이런 에너지들이 새로운 주도성의 실천으로 뜨고 있다. 아직은 낮은 상태이지만. 그런데 이게

왜 중요하냐면 이게 되어야 시민단체도 힘을 받고, 국가 공공성도 허투루 하지 않는다. 결국 이 세 개가 함께 가는 가야한다. 그래서 지금은 시민 당사자성을 조직하고 강화시킬 때고, 국가는 이를 방해하지 않는 위치에, 시민단체는 이를 지원하는 위치로 배치시키는 구조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면 그 속에서 메이저 시민단체들의 포지션은 뭘까,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4. 기후위기는 블랙홀

한편 운동 의제에 대해 말해보자면, 기후위기는 더 이상 환경 의제가 아니다. 기후위기는 블

랙홀이다. 그 안에 모든게 다 들어있고 이제는 분과주의적 접근으로는 문제에 다가가기도 해결 하기도 어렵다. 분과주의는 기본적으로 행정체계와 많이 연관되어있는데, 행정체계로는 극복 할 수도, 리드할 수도 없다. 융합적인 문제의식과 해결의 시도를 하지 않으면 어려울 것이다.

우리 산업이 자원이 무한이라는 전제 하에, 노동은 절약할 수록 혁신이고 성장이라고 믿어온

자원집약형, 노동절약형 산업구조가 기후위기의 원인이다. 자원을 막 쓰니까 기후위기가 온거

고 사람을 안쓰니까 실업위기가 온건데 이게 다 탄소 기반의 산업이지 않는가. 저는 기후위기 를 환경이슈로 접근해선 안된다고 본다. 오히려 그건 본질을 왜곡시키는, 워싱의 효과가 있다. 전환을 가장 반대할 사람이 탄소기득권인데, 그들이 ‘지구가 망하게 생겼으니 나도 좀 도와야 지’ 하는 건 택도 없는 소리다. 자기 물적기반이 다 흔들리는 이야기일텐데 말이다.

석탄발전소 노동자가 해고될텐데 전환에 찬성할까? 기후위기는 모르겠고 당장 해고되면 내

자식은 어떻게 키우나? 이렇게 정의로운 전환은 바로 불평등 이슈와 닿아있다. 어떻게 보면 너

무 어려운 일이기도 하지만 오히려 한방에 같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지구도 구하 고 불평등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의제고, 마지막 기회다. 분과주의적인 세계관으로는 해결

될 수 없고 진짜 위기의 핵심이 무엇인지 있는 그대로 보면서 각자 어떻게 조직되고 기여할 것 인가 고민해야 한다. 판이 완전히 재구성되는 흐름이 아니면 지리멸렬할거라 본다.

하지만 우리사회가 이제 명령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각자, 혹은 함께 시너지를 내면서 어느

순간 임계치를 도달하는 매우 우연적이고 복잡계적인 전환을 할 것이다. 그게 훨씬 빨리 연결 되고 빨리 연결시키는 방법이라고 본다. 누가 한마디 한다고 움직이는 시대가 아니니까. 5. 코로나 시대 뉴노멀은 로컬

그래서 그게 모두 결합되는 키워드가 뭘까 생각해보니까 로컬인거다. 코로나가 보여주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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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은 대안이 아니다. 비대면은 너무 계급적으로 불평등하다. 공공과 사회가 감당해야할 것 들이 모두 개인에게 전가되었다. 결국 안전한 근거리의 믿을만한 사람들을 분산해서 만나는 안

전한 대면만이 답이다. 믿을 수 있는 사람들끼리 소규모로 안전한 일상관계를 유지하면서 로컬 회복력을 갖추는 것이 코로나 시대의 뉴노멀이 되어야 한다.

산업도 reshoring이 이루어지고 자국중심주의가 강화되고 있는데 로컬이 중요해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그린뉴딜의 실천전략도 로컬이라고 생각하고 지역회복력을 높이는 로컬뉴딜 정

책이 추진되어야 한다. 탄소도 줄이고 일자리를 만들고, 사회적 안전망도 촘촘히 구축하는 방

식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탄소를 줄여야 한다는 이슈 중심의 운동은 의제의 세팅하는 단계에서 는 필요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정의로운 전환은 사회적 안전망을 이야기하지 않으면 대중을 설득할 수 없다. 대중이 움직이지 않으면 그 운동은 끝이다. 그래서 판이 완전히 재구성되어야

한다. 위기가 기회다. 평소라면 택도 없겠지만, 위기니까 안될 것도 될 수 있다. 대중교통도, 도 시농업도 다 전쟁 중에 생긴거고, 그런 식으로 코로나를 기회로 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

전반적인 느낌은 이런 거다. 다차원의 공공성과 자원과 주체들이 복잡계의 원리로 우연적으

로 움직였지만 어떻게 결국 그 방향으로 수렴될까. 어떤 전환의 이미지를 갖고 살아야할까. 그 런 전환의 경험과 돌파구들을 어떻게 공유하며 미세조정 해나갈까. 그 어느때보다 복잡계적 전 환의 감수성이 필요한 때 같다. 나를 따르라 이런 건 이제 통하지 않는다. 6. 질문

녹색 - 시민단체가 주민들과 결합하는 방식의 상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 개인 활동가로써 마

을 속으로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과연 중앙 단체가 지역 기반의 운동과 결합할 수 있을까?

유창복 - 그런 고민의 대책으로 나온게 랩이라고 본다. 폴리시 랩, 리빙랩, 로컬 랩 다양한 이

름이 있다. 관계망으로써의 마을 공동체는 매우 느슨하기 때문에 그걸로만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문제해결을 위한 관계와 에너지와 의지가 모였을 뿐이다. 주민들에게 알아서 자치하라고 해서 자치가 아니다. 실제로 문제 해결에 필요한 행정의 자원과 시민사회의 솔루션이 들어와야

한다. 그런데 그 주도권이 주민에게 있어야 자원과 솔루션이 문제해결에 맞춰 배치가 되는데 그동안 주도권이 주민에게 없었다. 그동안은 행정이 자원을 주는 자였기 때문에 이니셔티브를 가져왔지만, 행정의 칸막이 때문에 항상 문제가 생겨왔다.

결국 본질이 융합이 곳이 이니셔티브를 가져야 한다. 행정의 자원을 쓰되, 주민 이니셔티브

로 돈을 쓰고, 전문가들의 전문 솔루션들이 시민들에게 공개되고 전달되어야 한다. 그래서 삼

자가 융합적이고 문제 해결을 위한 워킹 그룹같은 대등한 협력관계로 들어와야하는데 실제는 그렇지 못한 실정이다. 행정은 돈 잘 쓰는지 감시하고, 시민사회는 겉돌고, 연결되지 못하고 있 다. 그래서 이것을 융합시키는 협력의 틀로 저는 랩이라는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철저히 문제해결력에 도움이 되는 사람들이 콜라보하는 일의 문화, 워킹 그룹 단위로 전환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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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야 한다. 그래서 시민단체도 거시적인 것은 한 부서에서 맡고, 상당의 인력은 지역사회에 배 치해야 한다. 시민단체는 행정 협상력도 있고, 의제 전문성도 있다. 이런 역량이 인정받는 구조 에 가서 역할을 하면 된다. 여기서 시민단체는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는, 동네에 가장 알맞은 구 체적인 솔루션을 제공해야 한다. 거시적인 제도 설계가 아니라 로컬 데이터에 기반한 로컬 솔

루션이 나와야 하는 거다. 이제는 공공정책이 모두 읍면동으로 내려오고 있고, 그 수준에서 문

제가 풀려야 하는걸 행정도 아는데 사례가 없는 상태다. 여러 개의 현장을 할 필요도 없이 내가 잘 아는 현장 몇 군데를 정해서 3-5년동안 랩을 통해 깊이 있는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 일단 사 례가 잘 만들어지면 다른 지역에 퍼지는 것은 금방이다.

녹색 - 환경운동이 지역사회로 들어가는 방법도 고민이 되지만 반대로 주민들의 풀뿌리 운동

이 대부분 복지 중심이고 환경이나 생태는 아직은 사소한 영역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지

역 운동의 의제가 환경이슈까지 어떻게 확장 될 수 있을까? 환경이슈라는 게 굉장히 크거나 혹 은 굉장이 작거나 둘 중 하나라고 느껴질 때가 있다.

유창복 - 규모가 큰 이슈는 알고만 있어도 만족하고, 지지하는 수준이고 작은 이슈는 매일 일

상으로 해야하기 때문에 어렵게 느껴진다. 2박 3일 집회는 하겠는데 매일 매일 분리 배출은 나 도 어렵다. 하지만 위기라서 될 것이다. 안하면 안되니까. 대표적으로 코로나 시대에 우울증을

해결하려면 근린 숲을 가꾸어야 살 수가 있다. 도시 농업도 마을 정원 개념으로 진화 하고 있 다. 에너지 절약은 물론이고 에너지 생산, 스마트 그리드, 태양광, 폐기물, 분리배출 등 의제는 널려 있다.

하지만 분리배출 이런 것만 해도 대단히 귀찮은 일상인데 이건 대면관계가 아니면 지속성이

없다. 잔소리하는데 안싸우려면 관계가 있어야 한다. 철저히 로컬, 커뮤니티 베이스로 실천이 들어오지 않으면 지속가능 하지 않다. 자전거 타기, 걸어다니기, 동호회 등 일상의 행동을 지지 하고 격려하는 구조가 만들어져야한다. 이념적이고 강압적이지 않으면서 계속 자극받는 구조

속에 들어가지 않으면 일상적으로 해낼 수가 없다. 내가 단체 활동가도 아니고 툰베리도 아니 니까. 그 긴장이 유지되는 일상이 커뮤니티이다.

녹색 - 생활 환경 영역에서는 그런 노력이 부족했고 필요하다고 본다. 기후 운동도 코로나 정

국을 맞닥뜨려서 풀뿌리 300이라는 각 지역 시민들이 지역구 국회의원을 조사하고 직접 질의 하는 캠페인을 해보기도 했는데 호응도 적고 잘 되지 않았다.

유창복 - 이제 시민들이 계몽적 정보에 의해서 설득되고 조직되지 않는다. 그래서 넛지 전략

을 쓰지 않으면 안된다. 사소한 자기동기와 행동이 공공의 정책목표와 무슨 관계가 있을까? 그 걸 연결시키는 넛지라는 텐션이 어떻게 걸리느냐가 중요하다. 그런데 그건 구조적으로 포착되 는 게 아니라 일상에서 우연히 포착된다.

그래서 정책과 행동을 우연적인 맥락에서 포착해내는 감각이 없으면, 외부자의 시선으로는

한계가 있다. 일상적으로 연결이 되어 있어야 하는데, 그러면 그 지역 안에 들어가서 살아야 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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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아니라 그걸 구조화 시켜주는게 랩이다. 내가 지역에 살지 않아도 일상적 감각을 꾸준히 제 공받고 거기에 개입할 수 있는 장치인거다. 그런데 거기에 혼자 들어가서는 안되고 지역의 활동

가들과 협업해야한다. 정보와 자원을 제공해주는 전문가적 위치를 보장받으며 들어가야하고. 그 게 먹히려면 라포가 형성되어야 하고. 그런 것 없이 목표와 계획을 가지고 들어가면 쉽지 않다.

녹색 - 시민단체 애드보커시에 두가지에서 한계가 있다고 본다. 정부에 어떤 정책을 요구하

지만 잘 듣어주지 않고 있고, 중앙에서 법제도를 바꿨을 때 그게 지역에서는 미시적으로 작동 되지 않기도 하는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유창복 - 87년 이후의 시민단체의 운동방식은 법제도, 청원, 개혁, 위원회 같은 것이다. 하지

만 잘 안 바뀌지 않는다. 시민단체가 ‘들러리’라는 이야기도 나오는 이유다. 서울시에 위원회가 300개가 된다. 잘해야 회의 3번 하는데 &#39;좋은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39; 하고 끝이다. 거버넌스가 대단히 약화되고 형식적으로 돌아가고 있다. 예전같지 않은 거다. 개입의 수준과 개입의 효능

감이 많이 떨어져 있고 그래서 시민단체가 힘든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위원회는 구조적으로

자문이지, 결정권이 없다. 그래서 서울 민주주의 위원회를 만들어서 합의점 관점으로 가본거지 만,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결정적으로 시민단체가 문제 해결력이 없는 것이 문제이다. 협업하니까 문제가 해결되더라,

하면 안할 이유가 없다. 삶의 현장은 복잡계이기 때문에 우연적 실험, 태도가 없다면 문제 해결

의 실마리가 나올 수 없는데 현재 시민단체 시스템도 매우 분과주의적이고 경화되어 있다. 시 민사회단체연대회의에서 종합적인 솔루션이 나오는 걸 보았는가? 저는 잘 모르겠다. 어쨌거나

그런 위기이고 우리 수준이 그 수준인데 이것을 어떻게 돌파할 것이냐, 방향이 어디냐고 물었 을 때 저는 그게 구체성이고 현장과 당사자라고 생각한다. 돕고 싶은 사람과 도울 수 있는 사 람과 자원이 붙어 있을 때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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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학자가

바라본

코로나 시대 환경운동

인터뷰

오충현

동국대 바이오환경과학과 교수

“저는 환경운동이 언택트가 아니라 택트라는 부분에 집중을 해야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만 그게 과거처럼 대규모로 모이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 핵심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찾아서 소규모로 사람들을 모아서 하는 활동들을 활발하게 진행하는 것이 오히려 미래의 환경운동의 대안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충현 동국대 바이오환경과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비오톱 지도를 처음 제작하고 정착시

켰으며, 동국대 생태계서비스 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코로나 시대, 생태학자가 바라본 한국 환 경운동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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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생태학자가 바라본 코로나 시대

코로나 시대나 코로나 이후 시대를 예측하는 게 그렇게 쉽지는 않다. 코로나에 대해서는 낙관적

이다. 이것은 바이러스 문제고, 인류는 오랫동안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벌여왔기 때문에 시간의 문

제지 결국에는 안정될 거라는 생각이 든다. 다만 코로나 이전에 살았던 방식으로 돌아가는 일이 생 각보다는 꽤 오래 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비대면 수업을 하는데 학생들이 얼굴 안 보여주려고 하고, 카메라 안 켜려고 한다. 학생들

이 불편해하니 어쩔 수 없지만 얼굴을 마주쳐야 저 친구의 건강 상태나 이런 것들을 알 수가 있다.

목소리만 듣는데, 또 20~30명을 동시에 틀어 놓을 수가 없다. 한 명 한 명 이렇게 대화식으로 풀어 갈 수밖에 없는데, 그러다 보면 점점 숨으려고 하는 것들이 커진다. 그게 잠깐인 거 같지만 몸에 익

어버리면 다시 밖으로 나와서 활동을 할 때 불편을 느끼게 된다. 불편을 느끼게 되면 만나는 사람 이 소수가 되고, 소수가 되다 보면 아무래도 불안정 할 수 밖에 없다.

산업화 이후 오염으로 발생한 건강문제를 넘어 인수공통감염병처럼 자연환경 훼손과 생태계 불

균형으로 인한 문제들이 생겨나고 있다. 더 나아가 정신건강에도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산업화 에 따른 후기 건강문제로 볼 수 있다. 코로나19나 메르스 같은 경우는 약이나 과학으로 극복이 되 는데 정신건강은 극복이 더 어려운 것 같다. 대게 정신건강의 문제는 컨택이 아닌 문제에서 생겨나 는데, 코로나로 인해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더 확대되지 않을지 우려가 된다.

코로나로 인해 사람들이 사회나 자연에 대한 인식이 변화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아마도 바뀌지

않을 것 같다. 코로나가 인간이 자연을 훼손해서 생겨난 질병이라고 지금 대부분 생각을 한다. 그 러면 자연환경 개발 등이 주춤할 수 있지만 관성이 있기 때문에 이런 문제들이 계속 반복될 것 같 다. 자본화가 극상에 달하면서 생기는 문제들은 어떻게 보면 제도에 의해 다듬어질 수도 있는데 자 연이 훼손되는 건 막을 수 없다. 우리가 고민하고 있는 해양오염, 미세먼지도 다 대항해 시대에서 산업혁명을 거쳐 오면서 브레이크를 밟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다.

코로나로 인해서 사람들이 자연의 소중함을 알았다고 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 일어

나고 있는 아주 단편적인 상황인 거고, 이게 조금씩 길어지다 보면 또 다른 패턴으로 발달할 수 있 는 여지가 있을 거 같다. 예를 들어 ‘차박’은 도시에 있는 공간을 그대로 자연으로 옮겨 놓은 것이 다. 현대화된 도시인들의 문화다. 우리가 흔히 자연을 느낀다고 하는 감수성과 다르다. 자연을 온

전히 느낀다면 땅과 흙과 접하는 건데 차박은 도시에 있는 걸 그대로 자연에 옮겨서 조금 낭만적으

로 있다가 그대로 가져오는 거다. 차박의 문화가 사람들을 피하고, 불편해하고, 떨어져 있고 싶어

하는 부분의 연장이라고 보는 거지, 정말 자연이 좋아서 하는 문화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코로

나 이후에 도시 주변 접근성이 좋은 곳은 사람들이 많은데, 사람들이 안 찾는 국립공원 같은 경우 는 오히려 찾아오는 사람이 뚝 떨어졌다. 2. 환경운동의 과거와 현재 64

초창기 환경운동은 선각자나 선지자, 선구자적 성격이 강했다. 다른 사람이 인식하지 못한 것을


이렇게 하라며 화두를 던지고 끌고가는 입장이었다. 흔히 말하는 성직자들이 하는 일들이다. 그 노

력의 여파로 상당히 많은 인식 전환이 이뤄졌다.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생태 라는 단어도 이야기하고, 생태공원도 만들고, 우리 주변에 녹지도 많이 만들어지고, 국립공원도 지

키고 보호하려고 한다. 갯벌, 습지를 함부로 하면 안 된다는 그런 인식들이 보편화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문제는 보편화될수록 환경운동은 위기를 맞게 된다. 예를 들면, 우리가 뭔가 잘 모르고 있을 때 는 따라 갈 수 있는데, 실천을 못할지라도 우리가 다 알고 있다면 특별한 감흥이 없는 거다.

초창기 생태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잘 모르는 부분들에 대해 제시하다보니 회원 모

으기도 편하고, 운동하기도 편했다. 그 결과로 지금은 제도로도, 법으로도 들어가 있고, 기구도 만 들어져 있다 보니 보편화 된 것이다. 그럼 그 다음의 운동은 무엇을 해야 할까. 여러분의 경우는 환

경운동의 3세대, 4세대 활동가다. 이전 세대들은 힘은 들었어도 내가 하는 이야기에 대해서 누구나 다 호응을 해주고, 운동하면 수백명이 모이고, 피켓팅을 해도 되고, 뭘 해도 호응이 높았기 때문에

기운도 엄청 났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광화문 광장에 가서 상괭이 죽었다고 피켓팅 한 번 해도 호응하는 분들이 거의 없다.

환경운동을 한다고 하면 계속 깨어 있어야 한다. 시류를 읽어야 하고, 상황을 알아야 하고, 그러

면서도 예전처럼 프로파간다식의 운동이 아니라 이제는 어떤 주제를 가지고 하나씩 실천을 해 나가 야 하는 시대가 된 것 같다. 이슈파이팅이나 정부를 지적하는 일이 선배들에 비하면 엄청나게 줄었 다. 그리고 훨씬 더 전문적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활동가들도 계속 공부를 하는 수밖 에 없다. 독일 분트(BUND)의 경우 박사 인력이 많다. 정부와의 경쟁이 점점 깊어졌기 때문이다.

예전처럼 단순히 이슈파이팅이나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운동에서 이제는 조금 구체화된 환경

운동으로 들어갈 때가 된 것 같다. 특히 코로나로 인해 대중운동을 하기에도 쉽지 않다. 서구를 보 게 되면 초기의 성직자가 수도사가 된다. 수도원 중심으로 소수가 운동을 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환경운동의 경우도 이제는 협동조합 운동이나 환경 친화적인 기업 또는 공동체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예전처럼 사람을 모아서 활동을 하는게 아니라 활동가들이 실제로 활동을 하면서 드문드 문 시민들이 와서 같이 활동을 하는 그런 패턴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시민단체는 Non-Governmental도 있지만 Non-Profit의 성격이 강하다. 환경단체가

NGO와 NPO의 성격을 동시에 가지고 활동을 하기 위해서 연수원을 만들거나, 생태공원을 직영하

거나, 위탁 운영하거나, 협동조합 운동과 같은 것들이 앞으로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모

태로써의 운동단체는 그대로 두고 계속해서 역할을 하도록 하되, 자회사를 계속 만드는 것이다. 환 경교육센터도 만들고, 환경교육연구소도 만들고, 환경교육연수원도 만들고.

지금 대중이 원하는 방향이 뭘까. 예를 들면 SNS, 유튜브 이런 것들에 대해서 하나의 운동방향

이라고 생각하지만 따뜻하지가 않다. 비대면이라고 하는 부분이 가지는 맹점이다. 온라인 포럼은

단순히 우리끼리 모여 세미나 한번 하는 것보다는 효과가 크고, 아카이빙하고, 퍼트리고,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그 이상 더 나아가기 쉽지 않다. 그렇다고 우리 모두 PD가 되어서 방송을 만 들 수 있는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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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실제로 일반 시민들과 눈높이를 맞춰서 할 수 있는 활동이라는 게 무엇일까. 저는 그게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NPO로서 그 이익을 시민들에게 다시 돌려준

다고 생각하고 활동을 하게 되면 여러가지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을 한다. 그리고 정부가 가지고 있

는 그런 부분들을 자꾸 가지고 와야 한다. 예를 들면 과학관이나 환경교육시설들을 정부에서 운영 할 필요가 없다. 시민단체가 운영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다. 예전 선배들이 보면 싫어하실지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의 시대는 확실히 바뀌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에 적응을 못하면 우리나라 의 환경단체들이 코로나와 같은 문제들이 왔을 때 엄청 취약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틀을 바꿔야 한다. 환경운동가는 내가 세상을 바꿔보겠다, 자연환경을 지키겠다는 욕심으로, 나

름대로 그 이상을 가지고 활동을 하지 않나. 과거에는 그 이상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가 대중을 향

한 여러가지 활동들이 있었다고 하면 20~30년이 지난 지금은 시대가 완전히 바뀌었다. 후원의 밤 하면 그런 거 막 느끼지 않나. 예전엔 행사장이 꽉꽉 찰 정도로 모였는데 지금은 아는 사람 몇몇만

모인다. 예전같지 않다는 게 동력이 상실됐다기보다 세상이 바뀌었다는 거고. 코로나 이후에 저는 그게 훨씬 더 커질 것 같다.

새로운 것들을 발굴해야 된다. 정말 조심해야 되는 게 시대가 바뀌었는데 너무 고집스럽게 옛 것

을 주장하는 것이다. 흔히 꼰대라고 하지않나. 예를 들면 선배들이 예전에는 이러이러한 기회요소 들 덕분에 성장할 수 있었지만 요즘 상황은 그런 기회가 예전만 못하기 때문에 새로운 활동가들이 어떤 활동을 새롭게 해야 될지, 이런 것들을 정말 냉철하게 고민을 해줘야 한다. 그렇다고 하는 것 은 시민이 원하는 바를 정확하게 알아야 된다. 관성이라는 게 쉽게 안 바뀌지만 바뀌어야 한다. 3. 환경단체의 새로운 역할

환경단체가 지역 단위로 내려가야 된다고 생각한다. 땀에 의해서 만들어 지는 활동은 쉽게 베끼

지 못한다. 녹색연합이 울진에서 한 활동이 좋은 예다. 아무나 흉내 낼 수 없다. 누군가는 그런 역할 들을 계속 해줘야 된다는 생각을 한다. 예를 들면 비슷한 지역축제들이 많은데, 조금 더 신경을 쓰

면 축제로 사람들이 몰리는 것을 기회로 청년들이 지역에 내려오게 하고, 농업공동체로 친환경 농

업을 해서 미래를 대비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일은 지역의 군수나 몇 명이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결국 서울에 있는 단체와 결합이 되어야 한다. 도시에 있는 단체와 결합이 되어야 생산이 되고, 계속 유통이 되는 네트워킹이 생기는데 우린 그게 잘 안 된다.

서울에서 열심히 활동을 하는 활동가도 중요하지만 울진에 내려가서 농민들하고 같이하면서 뭔

가 만들어내는 것이 어쩌면 지금 시대에 우리가 해야 하는 새로운 환경운동 유형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더 어려울 수도 있다. 언젠가는 여기를 떠날 거라는 활동방식이 아니고, 지금은 내가

지역 사회의 리더, 간사가 되어서 끌고 간다는 생각으로. 그런 게 단체 안에서 순환 구조로 가는 것 도 괜찮을 수 있다. 너무 중앙에만 있게 되면 현지에서 활동하는 것에 대한 감이 없기 때문에 문제

가 있을 수 있다. 이렇게 거점들을 마련하는 작업들이 중요할 것 같다. 현장성을 잃어버리거나, 내 가 기댈 수 있는 지역이 없으면 운동이 지속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든다. 66


환경운동을 하게 되면 원생자연을 지키는 것에 집중한다. 사실 자연은 설악산이나 지리산에만

있는 게 아니다. 오히려 그에 접해 있는 농촌에 있을 수 있다. 농촌을 지키고, 살리면 그 자연은 보 전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 주변이 계속 개발이 되어 나가는데도 원래의 몸뚱아리만 지키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세계적으로도 그런 사조가 바뀌어 간다. 농업이 가진 생물다양성, 농업이 가진 생태계 서비스를 지역에서 지켜내면서 아울러 산림도 같이 지켜 내는 것이다. 우리가 그 주변을 지

키는 것에 그간 소홀했다. 바다도 똑같다. 농민, 어민의 일이 우리와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천천히 우리나라 어업, 농업, 임업분야에서는 환경 쪽에서 무얼 해야 지속가능하게 갈 수 있 는지 나서야 한다.

다들 개발을 원한다. 그래서 울진 같은 활동들이 필요하다고 하는 것이다. 지리산권, 태백산권도

그렇고 그쪽에 가서 활동가들의 목소리가 커져야 개발도 막을 수 있다. 지금은 그냥 뚝 떨어져서 케이블카면 케이블카 반대하고, 그러니까 지역에 가면 농민들과 계속 부딪히는 문제가 생긴다. 이

사람들이 정말로 우리 지역을 살리고자 하는 거고, 농민들 편에 서있는 거라는 게 있어야지 운동이

되는 것 아닌가. 노작활동이 필요하다. 실제로 내려가서 그 지역의 농민들처럼 나도 경제적인 농사

를 지으면서 활동을 해줘야지 동시에 지킬 수 있다. 그리고 거기서 나오는 쌀이나 체험활동 같은 것들을 결국은 교육이나 또는 단체 활동비로 전환시킬 수 있는 아이디어가 계속 모아져야 할 것이

다. 그리고 지역민들이 자연환경에 도움이 되는 농사를 짓도록 유도하고, 그 과정이 주민들에게 도 움되면서 지속가능한 방법이 필요할 것이다.

연수원이나 교육시설도 서울이 아닌 지역에 있어야 한다. 그래야 농민들에게 도움이 되기도 하

고, 실제로 살아가는 모습들을 보여줄 수 있다. 100명, 200명 모을 수 있는 곳이 아니라, 소규모로 제대로 교육을 할 수 있는 곳들이 필요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운동을 도시와 다시 연결을 시

킬 수 있다. 도시에 있는 청년이나 청소년들이 차박하러 오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지역에 와서 교 육도 받고, 농사를 짓고, 농촌이나 자연을 체험하고 올라갈 수 있도록 하는 것. 결국 젊은 사람들이 없으면 농촌이 무너져버린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사람을 다 농부를 만들 수는 없다. 근데 특히 제 가 말씀드린 부분은 기계화하기도 힘든 문화다.

인구가 계속 감소하고 있다. 그래서 군기지를 자연화 하는 것처럼 농촌이나 지방 도시에 있는 시

설물에 대한 재자연화 운동같은 게 필요할 거라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 녹색연합에서 산속에 있는

군사시설들 뜯어내자 그랬을 때 다들 의아했을 거다. 하지만 복원하니까 확실히 다르지 않나. 그런 것처럼 꼭 보호지역이 아니더라도 이제는 숲으로 되돌리는 게 훨씬 더 나은 지역이 있을 수 있다.

지금은 기능을 상실하거나, 방치한 개간한 농지나 대규모 목장터를 어떻게 다시 자연으로 돌릴 것 인가, 활용하지 않게 된 대규모 시설이나 운동장을 어떻게 재자연화 할 것인가. 인구감소와 관련된

지역소멸 문제를 사회학자들 입장에서는 지역을 재생하는 부분들을 고민할 때, 환경단체에서는 지 역의 필요 없는 시설을 어떻게 다시 숲으로 돌리거나 재자연화 할지, 이런 것들도 큰 비전으로 고 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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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과

집중으로

작고 뾰족한 변화 만들기

인터뷰

이선욱

닷페이스 PD

“절차는 민주적인 게 좋지만 결과에 다 담길 수 없는 거잖아요. 처음에 누군가 낸 기획이 뾰 족하다 할 지라도 점점 깎이고 깎여서 뭉툭해지는 경향이 있더라고요. 큰 조직일수록 일과 역 할을 확실하게 분화해야 합니다.”

이선욱 닷페이스 PD는 줄곧 환경문제를 다루는 영상을 제작해왔다. 기후위기, 플라스틱 등 환경

에 대한 그의 지속적인 관심의 깊이는 뚜렷하고 적확한 컨텐츠에서 드러난다. 언택트가 강조되는

코로나 시대, SNS와 미디어의 영향력이 두각을 나타내는 시점에서 어떻게 이슈를 사회적으로 확 장시킬 수 있을 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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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온라인 컨텐츠에 대한 고민들

녹색 - 자체제작한 컨텐츠의 한계가 느껴질 때가 있다. 물론 각 의제들이 어느정도 관심을 불

러일으키고 있지만 제도의 변화는 물론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기 어려운 것 같다. 닷페이스는 어 떤 지점을 고민하고 있는가?

이선욱 - 닷페이스에서도 내부에서 유사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기성언론과 차별성이 있다

면, 닷페이스는 ‘솔루션을 뭐라도 만들어내보자’는 포인트를 잡고 있다는 것. 최대한 현실에서 만들어 낼 수 있는 변화와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환경이슈는 특히나 점진적으로 접근해야한다고 생각한다. 닷페이스 내부에서 잡고 있는 모토

중에 하나가 ‘작고 확실한 변화’이다. 목적은 너무 크기 때문에 목표설정이 중요하다. 이 시점, 이 단계에서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많이 생각하려고 하고 있다. 그렇다고 잘 하고 있 다는 확신은 안생겨서 앞으로 계속해서 집중하고 짚어내야할 부분인 것 같다.

좋은 예로 &lt;디지털 성폭력 피해자 일상회복 프로젝트&gt;를 들 수 있다. N번방 이슈에서 닷페이

스가 발견한 문제는 ‘피해자가 본인 스스로 일상을 회복해야 한다’는 지점이었다. 이건 말이 되

지 않는다. 불법 촬영을 통해 발생한 몇십억의 수익은 다른 곳에 쓰이고 피해자들이 자기 스스로 일상을 유지해가야 한다는 게 부당하다 생각되어 컨텐츠로 이어갔다. 우리가 문제를 근절할 제

도를 만들어내지는 못하지만 펀딩을 통해 피해자의 생활안정 지원금을 전달했다. 이슈에 잘 들 어맞는 기획 중에 하나라서 좋게 평가하고 있다. 대표님이 사용한 ‘작고 뾰족한 변화’ 라는 말이 중요하게 다가와서 계속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간단한 솔루션 들이 없는 경우가 많아 고민이 된다.

녹색 - 이슈를 확장하기 위해서는 당위성과 내용만큼이나 스토리 구성이나 컨텐츠의 미적요

소가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컨텐츠의 매력도를 높이는 팁이 있다면 무엇인가?

이선욱 - 기후위기 비상행동과 협업하여 영상을 제작한 적이 있다. 그때 나는 핵심 요소로 곤

충을 넣고 싶지 않았는데, 비상행동 측에서 제안을 해왔다. 이후 검색을 해보니 외래 거대 곤충 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반응이 부정적일지라도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을 강하게 가질 수 있을 것 같았다. 무섭고 혐오스럽게 표현한 곤충에 호기심이 드니까 썸네 일을 클릭해서 들어오는 것이다. 어떻게 사람들의 클릭을 유도할 지 고민해야한다.

녹색 - 닷페이스에서 주최한 온라인 퀴어 페스티벌 &lt;우리는 없던 길도 만들지&gt; 캠페인에 많은

사람들의 호응이 있었다. 영상 이외의 방식으로도 이슈를 알리기 위해 시도하는 편인가?

이선욱 - 닷페이스가 삼는 모델이 영상과 그 외의 매체, 둘 다 하는 것이다. 초기에는 영상제

작 전문 조직이었는데, 현재는 컨텐츠 팀과 닷페피플 팀, 이렇게 두 팀이 운영되고 있다. 닷페

피플팀은 영상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후원자인 닷페피플을 모집하거나 &lt;우리는 없던 길도 만 들지&gt;와 같은 캠페인을 기획한다. 애매하게 같이 하다가 작년부터 팀을 나누었고 온라인 퀴퍼 도 그 팀에서 나온 기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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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이라는 짧은 기간에 가능했던 건 사람을 갈아 넣었기 때문이다. 디자이너랑 캠페인 기획

하는 분들이 정말 힘들어했던 기억이 난다. 닷페이스는 리소스가 많은 조직이 아니기 때문에 기 획이 나오면 말도 안되게 빠르게 실행으로 넘어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면 된다. 이 조직 구조

특성상 가능한 일인 것 같다. 컨텐츠 영상도 아닌 것 같다고 판단하면, 딴 길로 방향을 바꾸는 등 전환이 가능한 편이다. 단점은 실무를 할 때 인원이 적다보니까 소수가 죽어나는 거다.

녹색 - 코로나19로 현장 활동 비율이 줄면서 온라인으로 활동을 하는데 익숙하지 않은 단체들

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편 유튜브에 이어 틱톡 등 영상 매체 SNS채널 사용자는 늘어나고 있 는 추세다. 짧고 재밌는 영상이 주목받는 요즘 시대에 기획에 있어 유념할 부분이 있다면?

이선욱 - 아시다시피 채널별 성격이 많이 다르다. 유튜브와 트위터, 인스타는 각기 전혀 다른

동기를 가지고 사람들이 접속한다. 각 채널마다 다른 방법을 쓰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

다. 최근에 본 한 영상 컨텐츠의 기획이 매우 좋았는데 개인적으로 ‘이걸 왜 카드뉴스로 안 만들

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상에 담은 정보를 카드뉴스로 전달하면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에

서 되게 잘 될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영상이 오 분 동안 흘러가는데 그 속에서 정보를 찾으려니 까 불편하게 느껴졌다. 빠르게 읽어내기가 힘든 느낌. 아이템마다 잘 통할 것 같은 형식이 있고, 플랫폼이 있는데. 그걸 잘 골라서 쓰시면 되지 않을까. 컨텐츠 개발을 전담하는 팀이 자연스럽게

그런 고민들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영상이 대세라는 말을 하지만 꼭 그런것 같지

는 않다. 물론 영상이 더 많이 도달되는 것은 맞지만 사진이나 이미지로 전달했을 때 확실히 더 좋은 것도 있다.

청와대에서 의뢰받아 제작한 개헌 영상의 경우, 내용이 어려워 설명이 필요한 영상이라 어떻

게 하면 쉽게 접근할 수 있을 지 고민했다. 당시에 유튜브에서 슬라임이 유행하고 있던 터라 슬 라임을 이용하여 영상을 풀어냈다. 어려운 주제일 수록 말을 거는 방식을 쉽게 하려고 고민한다.

녹색 - 녹색연합의 경우 각 사업부서에서 사업운영부터 일부 정보성 컨텐츠 개발까지 하고 있

다. 각 사업부서에서 해당 의제를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 이 구조에 대해 어떻 게 생각하나?

이선욱 - 홍보 마케팅팀이 따로 있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닷페이스도 초기에 마케팅을 전담

하는 사람이 별도로 있지 않았다. 하지만 조직이 커지고 다시 분화되면서 그런 역할이 요구되고 있고, ‘마케터의 역할을 존중해야한다’는 방향으로 내부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마켓팅하는 차원

에서 포장하는 것과 원 제작자의 생각을 함께 존중하고자하는 느낌이다. 논의와 교류를 많이 하 는 편인데, 조직이 작아서 할 수 있는 이야기인 것 같다. 큰 조직에서는 그게 되게 어렵다고 생각 한다. 어쨌든 소통은 별개의 문제이고, 큰 조직일수록 분화가 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자동차 를 예를 들어보면, 자동차 회사에는 많은 팀이 있다. 부품이 2만 개 가까이 있는데, 실은 마케팅

하는 사람들은 상세한 부품을 다 몰라도 괜찮다. 엔진 만드는 사람이 광고를 하지 않듯, 광고는

마케팅 팀에서 알아서 하는 것이다. 원칙적으로는 잘 팔 수 있는 사람은 디자인하는 사람도 아니 70


고, 엔진 만드는 사람도 아닌 것이다. 판매는 포장하는 사람의 몫이기에 그들의 의견에 힘을 실 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 가지 더, 의제에 집중하다보면 상황을 깊고 자세히 알게 되는데, 잘 아는 사람이 만든 컨텐

츠는 오히려 시민들이 이해하기 어려워지기도 한다. 기초지식이 다르기 때문에. 일상에서도 잘 모르는 친구에게 어떠한 상황을 쭉 말하고나면, ‘다 모르겠고 그래서 이거라는 거지?’ 하고 중요 한 핵심을 말해주기도 하더라. 그래서 컨텐츠를 만드는 사람이 따로 있을 때, 포인트를 잡아줄 수 있는 하나의 필터가 생길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녹색연합에서 최근에 만든 생분해성 제품에 관한 카드뉴스가 매우 좋은 컨텐츠라고 생각했

다. 다만 나였더라면 첫 페이지에서 더 자극적이고 강한 느낌의 문장을 선택했을 것 같다. ‘친환 경, 생분해 다들 좋은 줄 아는데 그게 아니었어?’ 한 문장에 기존의 생각이 깨어질 수 있는 문장. 바로 컨텐츠에 양념을 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양념치는 것을 자세히 설명드리기가 어렵다. 정리된 원칙이 있는 게 아니다. 알음알음 해보면서 이렇게 했더니 잘 되었더라, 망했더라 하는

노하우들을 같이 쌓아가고 있다. 진짜 감이 좋은 사람은 실험을 적게 하고도 잘 뽑게지만, 보통 사람들은 많이 해 보면서 감이 생긴다. 문제라면 그 감을 공유할 만한 자리, 기회가 없다는 것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자꾸 같은 말을 반복하는 것 같지만 컨텐츠 전담 팀이 있는 게 무조건 좋다고 생각한다. 감각은 자연스럽게 생기지 않을까.

녹색 - 주제선정과 기획, 제작까지의 결정구조도 궁금하다. 각 피디의 권한과 닷페이스 조직

일원으로서의 의무는 어느정도이며 이 구조가 최종적인 컨텐츠 구상에 효과적이라고 생각하나?

이선욱 - 닷페이스는 각 피디의 자율성이 부여되는 구조이다. 의결체계가 따로 없고. 피디에

게 맡겼을 때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고 보고 있다.

녹색 - 닷페이스의 컨텐츠는 사회적 감수성을 갖추고 있다는 신뢰가 있다. 활동가들 사이에서

도 감수성의 편차는 조금씩 있는데, 제작 시 가이드랄지 모두가 동의하는 방향을 설정해두나?

이선욱 - 닷페 피플을 처음 만들 때 목표가 그랬다, fit하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안전한

커뮤니티가 되자고. 특별히 시스템까지 있는 것 같지는 않지만 고려를 많이 하려고 한다. 안전한

커뮤니티가 되자고 하니까, 내부에서 그게 되게 중요해진 것 같다. 컨텐츠 제목 하나를 정하고, 썸네일을 정할 때도 논쟁을 되게 많이 하는 편이다. 예를 들면, 장애에 관한 이슈를 다루는데, 썸

네일이나 제목에 &#39;장애인이지만&#39; 이런 말을 쓰면 조회수가 엄청 많이 나올거라는 걸 알고 있다.

그렇지만 그렇게 하지 않기로 모두 동의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논의 과정이 많이 필요했지만, 나 중에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정도가 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녹색 - 캠페인은 타겟과의 접점을 고려해야한다. 환경문제를 전혀 모르는 사람의 관심과 참여

를 이끌어내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또 관심이 어느 정도 있는 사람의 참여를 최대치로 끌어올리 려면 어떻게 해야할지도 고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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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욱 - 닷페이스의 컨텐츠는 차별성을 두고 만들어지고 있다. 이슈에 대해 이미 많이 알고

있는 닷페피플분들을 타겟으로 하는 영상과 일반 대중의 관심을 받는 컨텐츠로 나누어 볼 수 있 다. 닷페피플을 대상으로 하는 컨텐츠의 경우 소재가 마이너하거나 조회수가 적을 때가 많다. 그

렇지만 그런 컨텐츠일수록 닷페이스의 후원으로 이어지는 등 강력한 지지층을 만들어내기도 한 다. 이슈 확산 및 닷페이스 인식 확장을 위해 사람들의 주목을 받을 만한 컨텐츠는 확실히 조회

수나 공유횟수가 높은 등 반응이 많다. 일상적이지 않고 많은 이들이 말하고있지 않은 주제로 닷 페이스에서 컨텐츠를 만들 때는 주제에 관하여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본다고 가정하고 쉽게

접근하려고 한다.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도록. 물론 낙태죄 등에 관한 영상을 만들 때는 보다 전문적인 용어들과 비유들을 사용한다. 2. 시민단체와 환경운동의 방향

녹색 - 환경운동 진영에서는 코로나가 위기이자, 야생동물 문제나 기후위기에 대한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는데, 환경단체가 이 기회를 잘 이용했다고 생각하는가?

이선욱 - 잘 못했던 것 같지는 않지만, 잘 살린 것 같지도 않다. 원인규명과 데이터에 대한 이

야기가 확실하게 되어서 인수공통감염병, 야생동물로 이야기를 이어나갈 수 있었으면 좋았겠다 고 생각하긴 했다. 관련 컨텐츠를 준비하고 있는데. 아무리 봐도 결론이 확실히 안 나오다보니

까,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군다나 상반기에 코로나로 생계가 어려워지는 이들의 이야기 가 많아지면서, 환경 이야기가 끼어들 틈이 없어보여서 조심스럽기도 했다.

환경이슈를 다룰 때 참 시기를 많이 탄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날씨의 영향도 많이 받고. 예를

들어 폭염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비가 와버리면 컨텐츠의 유통자체가 안되버리는 상

황이다. 미세먼지 많은 봄철에 아무리 날을 잡고 준비해도 그 날 날씨가 좋아버리면 그것도 안되 는 것이다. 진짜 이게 시기도 잘 타고, 운도 잘 따라 주어야하는구나 싶다. 그래서 상황을 기민하 게 잘 보면서 미리 준비가 잘 되어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녹색연합이 준비는 다 되어있지

않나 싶다. 여러가지 문제를 정말 많이 오랜 기간 끌어 올렸지 않나. 기존의 환경단체들이 되게 역량이 있다고 생각해서 타이밍에 맞게 이슈를 잘 던져주시면 잘 퍼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녹색 - 환경문제가 더욱 중요해지고 인식이 확산되는 만큼 단체의 역할과 미션에 대한 요구도

커지고 다양해지고 있다. 환경단체에서 아쉽다고 느껴지는 점은 무엇인가?

이선욱 - 집중을 좀 하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대학 다닐 때 시민사회 운동론 수업을 들으

면서 한국 시민단체의 문제 중 하나로 &#39;백화점식 운동&#39;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런데 막상 일하 면서 보니까 진짜 백화점 식으로 모든 의제를 다 하고 계시더라. 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 그린 피스가 사실 이슈 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 물론 역량만 되면 백화점식이 뭐가 문제인가. 다 할 수

있다면 상관없다고 생각하는데 문제는 역량이 어느 한쪽으로 집중해야 될 때 그게 잘 안되는 것 72

같아 아쉽다.


사람들에게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면 불이 더 잘 붙을 수 있는데 왜 스위

치가 좀 늦지? 이런 생각이 많이 든다. 내부에서 어떻게 의사결정이 돌아가는지 모르지만, 예를 들면 지금 플라스틱 문제가 이렇게 화두가 되었으면 조직적 역량을 더 투입해서 많은 사람들이 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도 든다.

녹색 - 환경운동 의제로 집중하면 좋을 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이선욱 - 코로나 시국이 플라스틱 문제를 이야기하기에 너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이상하

게 들릴 수 있겠지만, 너무 심각하게 수면 위로 떠오른 상황이라서, 플라스틱 이슈를 제대로 뽀 개고 가기에 적합한, 정말 강하게 뛰어들어야하는 기회인 것 같다.

녹색 - 마지막으로 시민사회단체와 환경단체가 앞으로 활발한 대중운동을 하기위해 필요한

변화지점을 제안해달라.

이선욱 - 시민단체 성격상, 너무 민주적이다보니까 의사소통이 오래 걸리더라. 협업할 때 아

쉬웠던 게, 구체적인 대책이 나와서 컨텐츠와 같이 소개하면 좋았을 텐데 결론이 못내 나오지못 해 아쉬웠다. 기후위기 비상행동 뿐만 아니라 대체로 시민단체와 일을 할 때 공통적으로 느껴지 는 아쉬움은 민주적인 건 되게 좋은데, 너무 합의가 안되는 점이다.

절차는 민주적인 게 좋지만 결과에는 그게 다 담길 수 없는 거니까. 모든 것을 다 담으려다 보

니까 처음에 어떤 사람이 낸 기획이 뾰족하다 할 지라도 점점 깎이고 깎여서 뭉툭해지는 경향이

있더라. 그런 걸 보면서 아쉬움이 있었다. 조직이 크면 클 수록 그런 문제가 발생할 수 있겠구나 싶다. 큰 조직일 수록 일과 역할을 확실하게 분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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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전환과 먹거리 전환을

기후위기 대응의 쌍두마차로

인터뷰

조길예

기후행동비건네트워크 대표 “진정으로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운동, ‘시대에 적합한 운동’에 대한 답을 찾아가야 한다고 생 각합니다. 내용과 형식 면에서 다요. 지금 이순간 우리가 하고 있는 운동이 함께 살아가는 동료 시 민들에게 꼭 필요한 운동인가? 그들이 요구하고 있는 운동이고, 그들이 공감할 수 있는 운동이고, 그들이 협력자로 따라나설 운동인가? 이것이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조길예 전남대 명예교수 겸 기후행동비건네트워크 대표는 광주광역시에서 채식 급식 운동을 주

도한 장본인이다. 지난 9월 기후위기비상행동이 주최한 &lt;채식부문 기후의제 포럼&gt;에선 육식이 기

후와 생태계 파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발표하며 ‘먹거리 부문을 기후위기 대응 정책과 그린뉴딜 에서 배제하는 것은 실패하겠다고 작정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먹거리는 더 이상 사적인 영역이 아 니다.’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국내 환경운동 기후위기 대응 전략으로 에너지 전환은 ‘기본값’으로 설정하지만 먹거리 전환에

대한 주목은 확연히 부족한 현실이다. 기후위기 대응 전략으로서 먹거리 전환 운동의 중요성을 점 74

검해야 할 시점에서 조길예 대표를 만나 환경운동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았다.


녹색 - 코로나19로 인한 위기가 장기화된다면 우리 사회는 어떤 변화를 맞이하게 될까? 조길예 - ‘지속가능’하지 않게 되어버린 우리의 미래와 같은 변화를 맞이할 것이 아니라 우리

가 변화를 만드는 식으로 이 문제에 접근해야 답이 있다고 본다. 환경운동가로써 우리의 방향

이 맞았는지 냉정하게 살피고, 우리의 행동이 합당하고 적절한 것이었는지 성찰해볼 필요가 있 다. 환경운동은 이제 손으로 환경을 가리킬 게 아니라, 손으로 우리 자신을 가리키는 것부터 다

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학자들은 40년 전에 이미 2009년 무렵이 되면, 지구의 평균 기온이 0.75도가 상승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전세계 정부와 기업들이 과학자들의 말에 귀를 기 울이지 않아서 One Voice로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IPCC와 같은 조직을 만들었다고 하더라. 그동안 우리는 무엇을 하였는가?

녹색 - 환경단체에서는 그동안 생태 보전, 난개발에 대해서는 매우 진보적인 주장을 했왔는

데, 유독 기후위기에 있어서는 보수적인 주장을 하고 있을까 의문이다.

조길예 - 지금 우리가 가진 데이터는 과학자들의 예측이나 시나리오를 토대로 하는데 이는 매

우 보수적인 예상치이다. 과연 전세계 환경운동단체 중 몇 퍼센트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의미있는 방향성을 가지고 집요하게 행동했는지 묻고 싶다. 최신 연구결과를 공유하고 분석하는 작업을 모두 활동가들이 할 수 없으니 전문가, 과학자를 협력그룹으로 끌어오면 좋겠다.

팩트와 과학에 근거한 판단을 해야 그나마 위기를 넘어서는데 도움이 될 목표와 전략이 나오

지 않을까? 여기서 그나마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IPCC를 포함한 과학자들은 매우 보수적인 집 단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여러 집단이 북극빙하 해빙에 대한 연구결과를 내놓으면 IPCC는

그 중간값을 해빙의 예측치로 발표한다. 그런데 GPS로 확인을 해보니 IPCC 연구그룹 중 가장 진보적인 결과를 내놓은 집단의 예측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녹아내리고 있었다. 2012년 그린

랜드 빙하가 갑자기 97%나 녹아버린 경우, 올해 그 보다 더 많이 녹아버린 것과 같은 돌발상황 은 아예 예측조차 못했던 것이다. 우리의 운동은 과학과 팩트에 기초를 두되, 훨씬 더 완벽하고 안전한 길을 택해야 한다고 본다.

녹색 - 환경단체가 생태계 보존, 기후변화 대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씀

해주신 것 같다. 환경단체는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한다고 생각하는가?

조길예 - 사회 전체가 움직일 가능성이 위기의 절박함에 비례해서 커졌다는 것이 환경운동

에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대중의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기회이다. 예를

들어 학생들에게 8년 후면 다른 미래를 맞게 될 거라는 인식을 확산할 수 있겠다. 운동의 관습

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선 회원이 지금처럼 후원자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공동의 협력자로 만드는 방안을 모색해보면 좋을 것 같다. 그들 모두는 사회적 네트워크 안에 있거나, 가족의 일원이기 때문에, 그 모두를 하나의 허브로 만드는 방법을 고민해보면 좋겠다. 녹색 - 코로나19시대를 맞아 한국환경운동은 어떻게 변해나가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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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길예 - 유럽의 기후 정책에 근간을 제공하는 세계적인 권위를 가진 학자, 전문가들이 이야

기하기를 지금과 같은 위기의 시대에 필요한 단기 전략으로서 에너지 전환과 지속가능한 식단

으로의 전환이 반드시 함께 가야 한다. 에너지 분야의 탈탄소 만으로는 파리협정의 목표에도 도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에너지 전환만 외치는 환경운동으로는 지는 싸움을 하는 거나 마 찬가지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직접 자료를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인류사에서 한 번도 본 적

이 없는 담대한 식단의 대전환 없이는 결코 우리가 원하는 목표에 도달할 수 없다고 이야기를 한다.

각국의 정부와 국제기구들은 관련된 이행계획을 수립해야 하며, 그것은 조속히 실행에 옮겨

져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농업과 먹거리의 전환이 기후위기를 이겨낼 핵심 관건이라고까지

계속 이야기를 하는데도, 기존의 환경운동 그룹은 이런 과학자들의 주장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개인의 실천 자원을 넘어선 기후위기 대응 전략에 유입시키는 것을 주저하고 있다. 에너지 분

야에서도 목표를 설정하는 것 뿐아니라, 그것에 도달하는데 필요한 비용과 현실적인 조달가능 성, 그리고 효과 등에 대한 검토도 면밀히 진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녹색 - 대표님은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생태계의 복원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조길예 - 현재 환경운동 전반은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온실가스 배출에 초점이 맞춰져 있고,

생태계의 복원력이 지구시스템을 지키는데 얼마나 결정적 기여를 하는지는 간과하고 있다. 인

간이 내뿜는 온실가스의 절반을 아직까지는 숲과 토지, 해양생태계가 흡수해주고 있다. 지금처 럼 계속해서 온실가스를 내뿜고, 특히 축산업을 위한 개간 과정에서 숲을 파괴하고, 경작지에

비료와 살충제를 과다 투여해 토양의 탄소 흡수 저장 능력이 약화시키고, 유출된 비료 성분과 분뇨로 인해 해양의 저산소증을 부추기게 되면, 어류 남획으로 인해 해양생태계의 생태계서비

스가 위축되면, 언제 생태계는 탄소를 흡수해주는 인간의 친구에서 오히려 품고 있던 탄소마저 배출해버리는 적으로 변해버릴지 모른다.

이 때가 되면 인간이 아무리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과 같은 완화책을 쓴다고 해도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인간이 기후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이 제아무리 크다 해도, 지구시스템 자체가 촉

발할지 모르는 온난화의 되먹임(‘양의 되먹임’)에 비하면 하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 지한 과학자들은 기후위기의 최후의 전장이 온실가스에서 생물권의 권리로 옮겨가야한다고 말

하는 것이다. 생물권을 지키는 핵심영역이 농업/먹거리 분야다. 2019년에 발표된 IPCC 토지이 용과 기후변화 특별보고서를 자세히 살펴보면, 먹거리 시스템은 기후변화의 주 원인 제공자이 지만, 동시에 기후변화를 역전시킬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녹색 - 기후위기 대응과 그린뉴딜에서 먹거리 부분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조길예 - 현재 농경지가 눈이 덮히지 않은 육지의 38%인데, 그 중 거의 80%에 해당되는

30%의 경작지가 축산과 사료경작에 사용되고 있다. 여기서 인류가 얻는 칼로리는 18%에 불 76

과하다. 육식을 하기 위해서 지나치게 많은 자원이 남용되며, 화학비료 생산과 농기구 사용에


많은 화석연료가 사용되고 있다. 사료경작용 농지는 더 이상 늘려서는 안되며, 축산을 위한 개 간 때문에 숲을 불태우는 일은 더 이상 자행되어서는 안된다.

그린뉴딜은 일차적으로 축산을 비롯한 농업분야에서 발생하는 단기성 온실가스를 줄이는 일

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축산의 전환이 그린뉴딜의 한 축을 이룬다면, 상당히 큰 기후안정화 효 과를 거둘 수 있고, 생태계 회복력도 빠르게 복원될 것이다. 녹색 - 먹거리 전환을 위해선 어떤 정책이 필요할까? 조길예 - 기후위기 대응 의제에 농업과 먹거리 전환을 포함시키도록 목소리 내야 한다. 경작

지의 건강성을 회복하기 위한 다양한 농법을 장려하고 지원하는 그린뉴딜 정책이 뒷받침되어

야 한다. 유럽의 기후위기 대응 정책 안에 들어있는 탄소 농사가 바로 그런 정책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농경지가 얼마나 탄소를 흡수하느냐에 따라 인센티브가 주어지게 되며 유기농업,

재생농업, 보존농업 등을 수행하는 농부들은 농작물로 인한 수입 외에 추가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국가의 보조금은 지속가능한 영농을 위해 지원되어야 한다.

반대로 축산업의 경우 축산업으로부터 전환하는데 정부가 투자할 뿐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

하고 열대우림 파괴, 탄소저장고를 훼손하는 비용을 세금으로 부과해야 한다. 이런 정책이야말 로 생태계도 살리고, 기후위기의 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농부 세대를 키워내는 윈윈 전략이 될 것이다. 자원을 관리하는 일, 농업 분야 기술혁신에 투자하는 일, 농지를 복원하는 일은 장차

투자한 비용보다 많은 재정적 수익을 창출하며 식량 생산 증진에도 도움이 된다. 정부는 기후

위기 완화, 식량안보, 농민의 소득 보장, 국가균형발전 등 모든 측면에서 이익을 가져올 농업분 야의 그린뉴딜에 투자해야 할 것이다.

최근에 나온 온실가스 배출 시나리오에서 눈에 띄는 것은 대기 중에 방출된 온실가스를 흡수

해서 기후를 궁극적으로 안정시키는 방안으로써 농업 분야의 탄소흡수원 확대를 거의 유일한 핵심 전략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2050년 무렵이면, 에너지 분야는 이미 넷 제로를 달성할 것으로 전제하고 나온 시나리오다. 결국 이미 많이 배출된 온실가스를 흡수 저장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하고 안전한 방법은 식단의 전환을 통해 남게 되는 토지와 버려져 있는 토지의 건강성을 되살리는 것이다. 결론은 농업이 궁극적으로 기후위기를 극복할 열쇠라는 거다.

녹색 - 정책 변화를 위해선 결국 인식 변화와 여론이 뒷받침되어야 할텐데, 채식에 대해 시민

들이 가질 거부감이 있겠다.

조길예 - 시민들에게 육식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간결하고 명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필

요하다. 현재 미디어 흐름은 이와 달라 미디어의 정보 전달 역할이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녹색 - MZ세대는 왜 비거니즘에 반응하고 있을까? 오랜 활동을 해온 환경단체가 이러한 현

실에서 주목하고 놓치지 않아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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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길예 - 비거니즘 운동과 환경 운동은 같은 뿌리를 갖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MZ 세대가 비

거니즘에 반응하는 이유는 비거니즘에 깔린 정신, 비거니즘이 제시하는 비전 등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비거니즘은 기후위기 극복의 강력한 도구다. 다른 존재나 자연과의 관계를 중시하

고, 과잉 생산, 과잉 소비를 지양한다. 비거니즘 운동이 진행되는 양상을 보면 지속가능성을 추

구하는 다양한 영역과 결합하며 사회적 확장을 추구한다. 그저 미화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비거 니즘이 사회적으로 확장되는 경향성이 전세계적으로 일관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녹색 - 한국환경운동에 제안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조길예 - 에너지의 전환과 지속가능한 먹거리로의 전환 문제를 기후위기 대응의 쌍두마차라

는 점에 공감하고, 이를 제도화하는데 함께 협력할 수 있기를 바란다. 식단의 전환을 통한 온실 가스 배출 감축 부분은 국가의 온실가스 배출 시나리오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미 유럽 연합이나 뉴욕시와 같은 국가연합과 지자체 차원의 그림뉴딜에서 이를 포함시킨 사례가 있고, 중국도 2016년에 이 부분을 이미 제시한 바 있다.

축산업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에 전과정평가(LCA) 방식을 도입하여 국가 밖에서 배출된 온

실가스를 포함시키는 방법, 소비영역에서의 감축 부분을 어떻게 평가하고 어떤 인센티브를 줄

것인가에 대한 국제적 논의가 진행되어야 한다. 유럽연합의 경우처럼 우리 정부도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주시길 바란다. 채식을 회원들의 기후행동 선순위 실천 항목으로 권장하여 아래로부터 시작되는 변화의 한 축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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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그동안의 핵심목표를 재설정하라

정영일

한영회계법인 상무 “사실 이렇게 투자자와 기업 간에 관계로부터 비롯된 정보들을 가지고 활동을 하는 곳은 없는 것 같다. 간단하다.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검토하며 조목조목 따져보는 역할을 하면 되는 것이다.” “우리가 생각했던 핵심목표가 무엇인지 재설정이 필요하다. 지금 이 시점에서 좋은 운동가 들을 잘 유지하는 것이 핵심목표가 될 수도 있겠다.” 정영일 한일회계법인 상무는 한영회계법인 감사본부에서 ‘기후변화와 지속가능성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따른 역할과 외부화 작업을 자문하는 담당자로서 현재 환경운동이 기업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또한 코로나19

위기의 시대에 기업들의 위기관리대응책은 무엇이며 이것이 환경운동진영에 시사하는 바에 대 해 함께 이야기 나누었다. 1. 비재무적 정보

정보의 비대칭을 막기 위한 것이 회계감사의 원래 역할이다. 기업들은 투자자의 자금을 가지

고 운영을 한다. 주인과 대리인의 관계이다. 회계 감사는 투자자와 기업 간에 신뢰성을 담보해 주는 일이라고 볼 수 있다. 신뢰성의 평가지표는 약속된 원칙으로 정리된 정보를 기준으로 한 다. 주로 재무적인 정보를 가지고 평가하는 것이 통상적이지만, 요즘은 그 이외에 비재무적인

정보가 주요한 평가지표가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기업이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환

경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임직원 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등에 대한 평가를

들 수 있겠다. 요즘 기업들의 관심사는 이러한 비재무적인 신뢰성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 에 대해 쏠려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기업의 주인에 단순 투자자를 넘어서 임직원을 포함한 여

러 이해관계자까지 포함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당연히 소비자

라는 개념도 포함된다. 기업을 둘러싼 모든 이해관계자, 즉 기업의 주인이 ‘비재무적인 정보’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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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비재무적 정보의 집합, 지속가능성 보고서

최근 기업들은 기후변화 이슈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기업이 얼마나 기후변화에 잘 대

응하고 있는지에 대한 비재무적인 정보는 지속가능성 보고서라는 이름으로 외부에 공개된다.

비재무적인 정보에 대한 신뢰성을 얻기 위해 기업들은 해마다 지속가능성 보고서 작업에 열중 하고 있다. 하지만 지속가능성 보고서가 형식적이거나 내용이 부실한 경우도 많다. 문제는 지 속가능성 평가에 대한 기준과 룰이 사회적으로 정립이 되어있지 못하다는 것에서 기인한다.

재무정보 같은 경우 정량적인 지표로 약속된 룰을 만들기 쉽지만, 비재무 정보는 쉽지 않은 것 이 사실이다. 가령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성과 기준을 어떻게 합의를 해야하는가에 대한 문제 를 생각해보자. 산출하는 방법, 범위 등이 다 제각각이다. 어떤 기업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100

이라고 냈다면 국외공장은 빼고 일부는 누락해서 작성한다. 기업은 본인들에 입맛에 맞게 이런 부분들은 잘 활용한다. 3. 운동과제

기업들은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비롯하여 외부로 보여주는 것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기업들이 ‘선언’을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쉽게 남발하는 경향이 있지만 앞으로 이런 기업의 추

이를 조금 더 주시할 필요가 있다. 작년부터 탈석탄과 연계하여 국내 대형은행들이 기후변화 이슈를 노출시키고 있다. 물론 해당 기업 오너들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경우 이를 상쇄하 기 위한 목적도 포함되어 있지만, 선언 그 자체가 가지는 파급력은 생각보다 크다. 국민은행이

탈석탄을 선언하면, 다른 은행사들이 자연스레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행보들 을 환경운동진영이 주시해야 한다. 환경운동 진영 기준에서 의미있는 이슈에 대한 선언을 하는 기업들을 정조준하여 대응하는 역할이 필요하다. 제공되어 있는 정보와 그들의 선언을 토대로 운동과제를 가져가면 되는데, 사실 이렇게 투자자와 기업 간에 관계로부터 비롯된 정보들을 가

지고 활동을 하는 곳은 없는 것 같다. 간단하다.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검토하며 조목조목 따져 보는 역할을 하면 되는 것이다. 4. ‘파트너십’이라는 화두

환경운동의 전환에 있어 집중해야 할 것은 바로 파트너십이다. 요즘 기업들의 화두는 파트너

십이다. 사회 속에서 기업의 역할에 집중해본다면 환경운동진영과 비슷한 고민을 하는 기업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도 혼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아이디어는 환경단체가 내고, 실행 은 기업이 하는 구상을 해보아야 한다. 기업이 운동의 타겟임과 동시에 협력의 타겟이 되어야 한다는 관점의 확장이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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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생존

기업이던 NGO이건 한번 활동을 시작한 이상 사양의 흐름으로 갈 수 밖에 없다. 한번 시작

하면 멸종으로 가는 건 너무도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위기관리의 대응책으로서 핵심성과지표

(KPI)를 다시 짚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환경단체들도 마찬가지다. 그 동안에 생각해왔었던 핵 심성과지표(KPI)가 무엇인지 보아야 한다. 이러한 시기에는 좋은 운동가들을 유지하는 것이 목 표가 되어야 한다. 역량이 있는 운동가가 조직 내에 얼마나 오래 있느냐 등에 대한 평가가 필요 하고, 아울러 주요성과지표에 대한 재설정이 필요하다. 단체의 재정 안정성을 위해서라면 기업

과의 협력은 필수적일 것이다. 기업은 재정 목표와 사회적 목표 모두를 주요성과지표를 가져가 는데 이에 상응하는 적절한 협력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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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 환경활동가 집담회

코로나19를 맞아 각각의 환경단체는 어떠한 어려움을 마주하고 있을까요? 활동가 개개인, 혹은 조직은 무엇을 고민하고 있을까요?

우리는 어디로 나아가야 할까요? 다양한 스펙트럼을 지닌 환경활동가들이 모여 솔직하고 날카롭게 나누었던 이야기를 공유합니다.

함 께한 이

생명의숲 원미현 활동가

서울환경연합 이민호 활동가

여성환경연대 조화하다 활동가

에너지정의행동 고다슬 활동가 동물해방물결 이지연 활동가

가디언즈 오브 클라이밋 심규원 활동가


코로나 이후

우리 상상하기

활동가 집담회

코로나 TF &amp;

원미현, 이민호, 조화하다, 고다슬, 이지연, 심규원

윤소영(녹색연합) - 어제부터 코로나19 방역단계가 상향되었죠. 출근길에 마음이 분주하셨을

분들이 있었을 것 같은데요. 코로나 장기화 자체가 개인의 삶에서부터 일, 사회시스템까지 엄청

난 영향을 주고 있지요. 과거의 삶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말 자체가 너무 낭만적인 것 아닌가 하 는 고민마저도 듭니다. 오늘 이 자리에 우리는 환경활동가라는 역할을 가지고 함께 모였어요. 우 리가 이자리에 굳이 모인 이유는 이 지구적 재난의 뿌리가 무엇인가, 우리는 이 재난의 시대에

어떤 전환을 이야기해야 하는가라는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생태, 여성, 기후,

동물권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상근자분들이 오늘 오셨는데요. 이 활동들과 스펙트럼의 폭을 볼 때 앞으로 더 많은 이야기 자리가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코로나 시대에 운동 방 식과 의제에 대해 활동가와 속하신 단체의 고민 지점을 우선 돌아가면서 말씀해주시길 부탁드 립니다. 84


원미현(생명의 숲) - 코로나 19로 변화를 추구하려고 했지만 갑작스럽게 변화가 들이닥쳤다

고 보는게 맞을 것 같은데요. 현장업무가 많고 시민들을 직접 만나는 방식이 주를 이루는 상태에 서 일방적인 방식으로 전환할 수 밖에 없는 상태잖아요. 만나지 않고 회원들이나 시민들과 소통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여전히 많이 고민하고 있어요.

하지만 코로나 19가 위기이지만 기회일 수 있겠다 생각을 많이 해요. 환경 문제를 이제 시민

들이 스스로 알게 된 상황이잖아요. 선거쓰레기, 늘어난 일회용품 문제처럼 이를 스스로 인식하

고 인스타그램 등 개인 채널에서 드러내고 표현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어요. 시민들

이 생활권 안에서 느끼는 문제들을 우리 운동과 연결해내는 연결자로서 환경운동이 나아가야 하지 않나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렇기에 환경운동이 여전히 할 일이 많은 상황이죠. 기후위기는 물론이고, 경기침체로 인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는 개발사업들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함께 시민들과 해결하는 것이 필요

해 보입니다. 언택트가 전부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지만 협업과 활동을 위한 스마트한 도구들을 활용하는 법은 배워야할 것 같아요. 대신 시민들과 만나는 건 소규모로, 얼굴을 볼 수 있는 기획

을 겸해서 해야한다고 생각해요. 본질적인 관계를 깊게 가져가는 게 저희에게 숙제이고 필요하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민호(서울환경연합) - 저는 사실 코로나가 위기도, 기회도 아니라 그냥 일상적으로 해왔던

것을 변화시켰던 계기 정도였던 것 같아요. 처음 코로나 확진자가 많이 늘어났을 때는 그 누구도 다음 날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었잖아요. 하던 일들이 자꾸 엎어지고, 취소되면서 서너 달이

지나갔죠. 그런데 그렇게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새로운 방식들을 찾게 되었던 것 같아요. 우리가 그동안 보지 못했던 실행과 협업을 해보는 계기가 되었고 이를 통해서 아, 이런 방식으로 큰 효 과를 낼 수가 있겠구나, 우리가 그동안 너무 보편적인, 루틴에 맞춘 활동을 해오지 않았나 성찰 해 볼 수 있었어요.

사실 저는 코로나보다는 올해 여름, 장마라는 큰 재난이 발생하면서 시민들이 기후위기를 더

직시하게 되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은데요. 확실히 뉴스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매체에서도 기

후위기에 대한 심각성과 코로나로 인해 늘어난 플라스틱에 대해 경고하는 목소리가 높아졌어 요. 실은 늘 있었던 경고이긴 하지만 시민들이 느끼는 온도차이가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이처럼 코로나로 찾아온 변화가 나쁜 변화라고만 보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변화에 맞추어 가지 못하는 단체들이 분명히 존재할 것이고 실제로 많이 있다는 점

이에요. 역량을 강화하거나 새로운 방식을 찾지 못하고 변화하지 못하면 재정적으로도 어려워 질 것이고 점점 퇴보하지 않을까 걱정이 되요. 그러면 이들을 우리가 어떻게 함께 연대하고 밀어 줄 수 있을까,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조화하다(여성환경연대) - 올해 일년을 돌아보면, 과연 행사를 온라인으로 할 것이냐 오프라

인으로 할 것이냐를 두고 계속해서 저울질했던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결국 대부분의 행사를 모 85


두 온라인으로 전환해야 했는데요. 결과보고서를 작성할 때 보니 처음 계획보다 목표수치가 못 미쳐서 많이 실망스럽더라고요. 그런데 저희 같은 단체가 온라인 캠페인을 한다는 것이 한계가 있어요. 홍보나 마케팅 전문가가 있는 것도 아니고 한 활동가가 자신이 맡은 프로젝트를 기획부

터 홍보, 실행까지 모두 다 하다보니까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어요. 장비도 없고, 하다못해 재 택근무할 때 책상조차 없는 활동가도 있었어요.

그러다보니 코로나로 인해서 ‘우리가 이렇게 뒤쳐졌던 것인가’ 체감을 많이 했어요. 우리가 잘

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었던 것인가 하는 물음도 생기고요. 기후위기는 심각하고 활동은 해야하 는데 코로나가 심하니 아무것도 하지 말래요. 모이지도 말고 나가지도 말고. 거리두기를 해야하 니까 함께 모여있어도 모이지 못한 느낌이고, 연대에 대한 느슨함이 생긴 것 같아요.

시민들이 환경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건 저희도 느끼거든요. 미디어나 뉴미디어에서

환경단체 광고가 나오기도 하고요. 하지만 대부분 글로벌 단체들이더라고요. 지금도 사실 토종 환경 활동가들은 지역이나 지방 곳곳에서 열심히 환경운동을 하고 있는데 그런 활동이 드러나

지 못하는 것 같아서 어떻게 하면 알릴 수 있을까 고민이 되요. 하지만 이게 기회일 수 있다는 생

각이 들었어요. 코로나로 지역간 이동이 단절되니까 자연스럽게 작은 단위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밖에 없는데요. 우리는 풀뿌리 운동을 하고 있잖아요. 지역에서 각자 활동하는 활동가들이 빛

을 발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온라인으로 행사를 하다보니 서울 중심으로만 진행되던 활 동을 넘어 타지역과도 소통할 수 있어서 좋더라고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온라인으로 활동 대부분이 전환되다보니 온라인에 취약한 세대나 환경에

있는 이들은 소외될 수 밖에 없는데, 이들에게 우리의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도 필요해 보여요.

고다슬(에너지정의행동) - 저는 에너지 정의행동에서 활동한지 6개월 정도 밖에 되지 않아서

코로나19 전후를 비교하기는 어렵고, 제가 6개월동안 활동하면서 단체가 겪은 어려움 위주로 말씀드릴게요. 저희 단체가 주로 하는 사업은 에너지 수호천사단이라고, 학교에 있는 초중고 학 생들과 우리 단체의 교육활동가들이 에너지 관련 교육을 하고 소통하는 방식의 운동을 하고 있 어요. 그런데 올해 코로나로 교육활동가 선생님들이 학교로 가실 수 없는 상황이 가장 힘들었던

지점이에요. 환경과 에너지에 관해서 교구를 가지고 직접 만들어보고 소통하는게 가장 중요한 데, 교육을 줌으로 대체하다보니 일방적인 강의 형식이 되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어요.

계획된 행사들을 취소하면서 에너지 소모가 너무나 많았고, 일은 많이 하는데 그에 비해 눈에

띄는 성과들이 없어서 되게 안타까웠어요. 그밖에 의제 면에서는 저희 단체는 기후위기뿐만 아 니라 탈핵을 주요 운동방향으로 삼고 있는데, 기후위기나 코로나 때문에 탈핵 쪽에 관심이 줄어 드는 분위기라 의제 확산에 어려움이 있어요.

이지연(동물해방물결) - 동물해방물결은 동물의 권리와 해방, 종을 기준으로 하는 차별의 철

폐를 목표로 활동하는 단체에요. 활동하면서 번아웃이 종종 오기 마련인데 요즘같은 연말에 다 86

른 분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다보니 힘이 나는 것 같아요.


동해물은 신생단체이다 보니 시작한 첫해에는 주류 매체에 나야 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

어요. 하지만 주류 매체가 가져다 주지 못하는 운동의 중요한 부분이 있잖아요. 저희의 이야기를

원하는만큼 실어주지 않기도 하고. 그래서 사람들이 다른 매체에 의존하기보다는 동물해방물 결의 매체에 직접적으로 유입되어서, 그곳에서 동물해방물결이 제공하는 올바른 정보를 가져가 게끔 하는 미디어가 되자, 채널을 만들자라는 의지가 코로나 이전부터 있었어요.

그러던 와중에 코로나가 터지면서 원래의 의도와 상관없이 많은 것을 온라인으로 진행해야

하는 상황에 던져지다시피 했는데요. 예를 들어 일종의 집회인 동물권 행진조차 온라인으로 실 험적으로 전환해보았어요. 여러가지 온라인 해시태그 캠페인을 조직하고 콘텐츠도 노출이 크게 터질 수 있는, 눈에 띄는 컨텐츠를 만들려고 노력했어요. 그러면서 느낀건 생각보다 이게 괜찮다

는 거예요. 집회에 가면 강해보여야하기 때문에 메시지가 단순해지고, 뒷 이야기들은 삭제가 되

기 마련이잖아요. 그리고 현장에 100명, 200명이 모인다고 해도 다같이 피켓을 들고 걷다가 아 는 사람들끼리만 인사하고 헤어지는 게 통상적이고요. 각 개인들이 이 집회 현장에 왜 나왔는지,

이 집회를 하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속속들이 알 수가 없는 문제가 있는데 온라인에서는 이런 부족한 부분들이 채워지더라고요. 서울뿐만 아니라 지방에서도 참여할 수 있고요.

반면 타격을 받았던 것은 책방 풀무질에서 하던 책읽기 모임이 40-50명이 모이는 수준으로

굉장히 흥하고 있었는데.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자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어졌어요. 사람들이 모임에 오는 이유는 자기 주변에 비채식인이 너무 많으니까 이날만큼은 자기 세계를 이해받는 안도와 연대를 느끼기 위해서인데, 온라인으로 전환했을 때는 그 기능이 저하되는 거죠.

아까 녹색연합 코로나 TF 발표에서 저는 언택트보다 택트, 이 말이 인상적이었어요. 택트만의

장점이 있고,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요. 온라인을 통해 유입되는 분들이 오프라인에도 나오고 온 라인에서 또 만나는 순환이 일어났으면 좋겠는데, 그게 관건인 것 같아요. 온라인에서 흥하는 것

같아도 오프라인에서 뭔가 없으면 운동하는 단체가 맞는지 알 수가 없으니까요. 이러한 순환이

잘 되어야 운동이 커지고 조직이 커질텐데, 그게 제가 요즘 가지고 있던 고민이에요. 올해는 동 물권 집회를 온라인으로 했지만 내년에도 온라인으로 하고 싶지는 않아요. 코로나 장기화가 예 상되니 오프라인 활동을 대규모 집회가 아닌 방식으로 해보는 실험을 내년에는 해보려 해요.

심규원(가디언즈 오브 클라이밋) - 가오클은 사실 정식 단체로 등록이 되어있지는 않아요. 저

희는 청년들 10여명 정도가 기후위기가 코앞에 닥쳤는데 사람들이 이것을 너무 모르는 것 같아 답답한 친구들이 모인 단체에요. 코로나가 터지기 몇 달 전에 만들어졌고요.

저희는 액션을 해야하고, 기후위기를 청년의 이름으로 충격적으로 전해주는 액션활동이 필요

하다고 생각해서 계획을 짜고 있었는데 코로나가 터진 후 활동일정이 모두 막혀버렸어요. 그래 서 처음 예상과는 전혀 다른 활동을 하고 있는 상태에요. 지금 하고 있는 건 북수다 모임과 팟캐

스트인데, 북수다는 오프라인으로, 팟캐스트는 온라인으로 하고 있어요. 꾸준히 만나는 오프라

인 모임을 지향하는데요. 꼭 결과를 내야한다는 강박이 없고 기후위기를 알고 나면 오는 기후우 울과 같은 감정을 함께 만나 치유하고 싶기 때문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요즘같은 때에는 어떻게 해야할지 계속 고민이 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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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이나 기후운동을 하다보면 사회 시스템이 눈에 들어오잖아요. 시스템을 바꾸지 않으

면 기후위기를 늦출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데 어찌보면 그런 이야기에 환경운동진영이 소 극적인 모습을 보일 때가 많은 것 같아요. 축산업에 대해 소극적인 모습을 볼 때도 있고, 단체에

서 일하는 친구들 모두 자본주의 시스템이 이 위기를 초래했다는 것에 대해 동의하고 있지만 이

에 대한 비판도 쉽게 말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저희는 정식단체가 아니다보니 그런 이야기도 비 교적 쉽게 할 수 있어요. 책모임을 할 때도 현상에 대한 이해보다는 본질이 무엇인가, 환경문제 가 왜 여기까지 왔는가, 이렇게 살아가는 습관은 왜 형성되었나 등의 고민을 하려고 해요.

이처럼 단체들이 나아갈 부분은 본질을 건드려야하지 않나하는 거에요. 기후 약자에 동물이

라는 이름도 같이 새겨지고, 우리가 먹는 식습관을 바꾸지 않으면 기후위기를 아무리 외쳐도 바 뀌지 않을 거예요. 삶과 같이 같이 가지 않는 운동은 하나의 슬로건으로만 느껴져요. 사람들의 행동을 짚어볼 수 있는 강력한 이야기들이 많이 던져져야한다고 생각해요.

박은정(녹색연합) - 저도 코로나 TF의 일원으로써 코로나 이후에 의제와 방식이 어떻게 바뀌

어야할 것인가를 화두로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는데요. 방식을 이야기하자면 지금 많이 나오는 얘기가 온라인인데, 생태위기나 기후위기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많이 높아졌다고 하지만, 실 제 삶의 변화까지 이끌어낸 상황은 아니잖아요. 오래 일한 활동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문제의 식이 많이 확산 된 만큼 이슈파이팅을 하기 힘들어진 상황인 것 같아요. 지금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이 온라인으로 하긴 했지만, 단기적인 해법이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요.

녹색연합의 경우, 현장활동이 중요하고 시민들을 만나는 것을 중심으로 활동을 해왔는데요.

인터뷰하면서 만난 한 교수님은 코로나는 결국 종식이 될테고 그 이후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셨어요. 녹색연합을 비롯한 환경운동 진영 내에서 앞으로 운동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어떤 방 식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사용할 것인지 분석하고 평가하는 작업이 필요한 것 같아요.

의제에 있어서는 활동가 각자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의제들과 내 삶에서 중요한 의제들을 코

로나 이후 사회변화의 시류 안에서 어떻게 확장성있고 깊이있게 가져갈 수 있을 것인지 고민해

야 한다고 봐요. 코로나 TF가 만들어진 배경도 그렇고요. 인터뷰 중 정말 뼈 때리고 인상깊었던

이야기가 &quot;운동단체가 솔루션이 있어야한다, 우리는 철학자가 아니고 설교하는 방식으로 운동 하는 시대는 끝났다, 그렇기에 정확한 대안을 가지고 운동해야한다&quot;는 말이었는데요. 문제를 해 결할 수 있는 정책적 제안과 삶을 바꿀 수 있는 대안을 가지고 있어야한다는 거에요.

그렇게 되기 위해서 활동가들이 더 많이 상상하고, 무엇이 실현가능한지 더 많이 이야기하고

치열하게 나누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의 역할을 환경운동, 단체, 활동가 개인, 이렇게

축소시키지 않고 깊이있게 확장해서 가져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이렇게 이야기나누 는 자리가 많아져서 네트워킹이 잘 되면 좋겠어요. 기후우울, 코로나 우울 그리고 이야기를 들으 면서 운동 우울 이런 단어도 생각이 났는데요. 각자 느끼는 어려움들을 개인이 해소해야하는 부

분이 많은데, 조직 안에서 풀리지 않는 부분이 있거든요. 함께 계속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좋 겠어요. 88


윤소영(녹색연합) - 단체별로 고민하던 지점을 상세하게 이야기 해주셨는데요. 그러면 두번째

세션으로, 환경운동이 어떻게 전환해야 할까, 우리의 도전이 무엇이 되어야 할까에 대한 이야기 를 더 나누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원미현(생명의 숲) - 최근에 읽었던 책에서, 지금 시대를 사막에 비유하더라고요. 사막은 자고

일어나면 내가 원래 가려고 했던 길이 사라져 있고, 예측했던 오아시스의 위치를 알 수 없고, 다 시 새로운 길을 파헤쳐서 가야하는 곳이잖아요. 그럴 때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함께 가는 사람들

과 협의하는 과정들을 하나하나 지나다 보면 어느새 사막을 지나갈 거라고 말하는 글을 보면서

지금 우리 상황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그 길을 우리가 함께 협업해서, 각자가 잘하는 분야들 을 잘 엮어내는게 중요한 것 같아요. 환경운동의 판 자체를 키워내는게 전략이자 방향이지 않나 는 생각이 들어요. 시민들과도 당신이 혼자가 아니고 우리가 같이 이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끌어나가 주는 게 우리 환경활동가들이 해야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민호(서울환경운동연합) - 두 가지가 많이 공감이 되었던 것 같아요. 택트가 중요하고, 실천

이 없는 활동은 슬로건에 그친다는 것. 사실 지금 우리가 하는 언택트 활동이 택트를 목표로 한 것이잖아요. 결국 직접 실천하고 운동을 함께하는 분들이 있어야 하는데, 온라인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우리가 가지는 장점들을 잊어버리거나 포기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점점 더 많은 참여 의 방식들이 생겨나고 있는데 잘 추려내고 함께 고민해서 더 큰 역량을 갖추었으면 합니다.

조화하다(여성환경연대) - 택트, 언택트 모두 중요한 것 같은데요. 저는 올해 온라인 퀴어 페

스티벌을 너무 흥미롭게 참여했는데 만약 내년에도 이렇게 한다면 더 이상 재미가 없을 것 더라 고요. 결국 사람을 만나서 안정감을 느끼는게 진짜 운동이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해요. 우리가 코

로나 이후에 대한 준비를 미리부터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단체에 돌아가서도 어떻게 앞으로 를 살아갈지 질문을 던지고 함께 고민해보고 싶어요.

고다슬(에너지 정의행동) - 각 단체의 전문성을 녹여서 코로나와 기후위기 이슈가 알려지고는

있는데, 이런 정보가 좀 더 정확하게 시민들에게 전달되면 좋겠어요. 또 대규모 집회가 힘든 상

황이니 실천적인 삶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역 기반의 운동도 더 활발해졌으면 하는 바람인데요. 서울에서 하는 운동이 중앙집중식이잖아요. 얼마전에 기후위기

비상행동에서 기획한 동네방네 기후행동처럼 중앙에서도 하지만 연결해서 지역에서도 함께 참 여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지연(동물해방물결) - 아까 박은정 활동가가 인식개선이 어느정도 이루어진 문제에 대해서

는 이슈파이팅이 오히려 힘들다고 하셨는데, 동물권 이슈는 인식개선조차 아직 갈길이 먼 것 같

아요. 그래서 좀 더 인식개선을 위한 현황조사가 필요해 보여요. 코로나 TF 발표중에도 당위를

가지고만 이야기하기보다 실제적인 것을 가지고 이야기를 하자고 하셨는데 그러한 맥락에서도 조사는 필요한 것 같고요. 대규모 집회를 전 했으면 좋겠거든요. 이슈에 관계없이 운동단체라면 필요한 일인데 이야기하면 할수록 계속 물음표가 생기네요. 언택트 행진, 거리두기 행진 어떤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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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할 수 있을까 계속 고민이 듭니다. 심규원(가디언즈 오브 클라이밋) - 환경단체의 광고나 캠페인을 보면 지금 어디에서 무엇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다, 우리가 원인이다, 지구를 살리기 위해서는 여러분들의 힘이 필요하다, 참

여해달라는 식으로 스토리가 흘러가잖아요. 하지만 사실 그런 이야기는 너무 익숙하고 모두가 알고 있는데 현실이 변하지 않잖아요. 그래서 저는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이 꼭 필요하다고 보고, 새로운 생태적인 삶의 모델을 환경단체가 제시해야한다고 생각해요. 지금과 다르게 살 수 있는

방법이 있고 그것이 우리 인간이라는 동물에게 더 이롭고 좋다는 이야기를 더 해야할 의무가 있 다고 봐요.

박수홍(녹색연합) - 코로나 TF를 6월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5개월 동안 진행해오고 있는데요.

굉장히 머리가 아파요. 그동안 생각치 못한 부분, 뇌근육을 써야하기 때문에... 나름 일깨워 주는

활동이기도 했어요. 그동안 번아웃까지는 아니지만 너무 실무에 치이고 기계처럼 찍어내는 활 동을 해왔었던 것 같거든요. 집회를 하고, 기자회견을 하고, 웹자보를 만들고... 너무 많은 것들 을 찍어내듯이 활동해왔기 때문에 이제는 리셋해야할 시기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연말이고, 내년을 기약하는 시기라 그런지 으쌰으쌰 하는 기분이 벌써 들어요. 저는 그런 제안

을 좀 하고 싶은데요. 사무실 내에서, 부서 내에서 실무만 하는 것보다는 내가 활동하는 분야에 서 나와 가까운 사람들과 세미나나 스터디를 하는 자리를 좀 더 만들고 싶어요. 토론회에서 전문

가들을 만나서 정보를 교류하는 것과 당장 옆에 않아 있는 사람과 함께 공부하는게 정보의 질은 다르겠지만 상호작용이 있는 게 더 좋지 않을까 해요. 아까부터 계속 이렇게 만나 이야기하니 힘 이 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는데, 벌써 서로가 서로를 돌보는 효과를 맛보고 있잖아요? 오 늘 이 자리가 끝이 아니라 자주 뵈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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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시대,

함께 나아가기를 제안합니다 ‘코로나19 시대 환경운동이 나아갈 길’이라는 거창한 주제에 몰입했던 3개월이었습니다.

물론 한 가지 일에 골몰할 수 있을 정도로 우리 환경활동가들의 일상이 그리 한가하지는 않습니 다. 다만 평소에 전혀 생각할 겨를도 없었던 주제였던 우리의 일이라고 일컬어지는 ‘환경운동’에

대해 하나하나 살펴볼 수는 있었다는 건 참 다행이었고 좋은 기회였습니다. 원론적인 부분부터

새로운 관점까지 아주 넓은 스펙트럼의 끝에서 끝까지 건너온 기분이라고 표현하면 적절할지 모르겠습니다.

코로나19 시대에 한국 환경운동이 마주하고 있는 위기와 기회는 분명 우리 활동 전반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를 확인하는 과정의 연속이었습니다. 코로나19 이전과 이후에 우리가

접해왔던 수많은 정보의 실체는 무엇인지, 이것이 한국 환경운동에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확인이 필요했습니다. 코로나19 이전의 원상회복이 아니라 전환의 주체가 된다면 위기의 시대에 얼마든지 대처할 수 있다고 하는데, 과연 우리는 어떻게 그 주체가 되어야 할지 알아야 했습니다.

문헌조사를 하며 주요한 이슈와 쏟아져 나온 담론들을 정리했고, 인식조사를 통해 실제로 시민

들이 생각하는 환경운동의 실체를 확인했습니다. 심층 인터뷰를 통해서 환경운동을 둘러싼 사 회적 요구를 확인했습니다. 포럼을 진행하며 가까이 있으면서 그동안 제대로 된 이야기를 할 겨

를도 없었던 활동가들이 서로 고민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언급한 일련의 활동을 통해 몇 가지 이 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물론 짧은 연구 활동 기간에 비추어보면 지극히 지엽적인 사고의 결과 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고민의 깊이만은 절대 얕지 않다는 것이 우리가 감히 한국 환경운동을 두고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자신감의 원천입니다.

이번 사업의 인식조사를 통해서 코로나19를 둘러싼 환경단체의 위상과 위치에 대해 다시금 살펴

볼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19를 환경문제로 보는 시민들의 인식이 분명 높아진 것은 맞지만 환경활 동가들과 시민이 바라보는 방향은 서로 다르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19로 환경문

제 해결의 시급성이 사회적으로 대두되었음에도 시민들에게 환경단체의 존재와 활동이 잘 드러나

지 않는다는 점은 상당히 아쉬운 지점입니다. 대중이 개개인의 방식과 여러 경로를 통해서 환경문

제 해결을 위한 행동과 실천을 할 수 있는 여지는 많아졌지만, 그 과정에서 환경단체를 염두하고 있지 않다는 겁니다. 그럼에도 시민들은 환경단체에 선도적으로 환경의제를 끌어갈 수 있는 정책 역량을 바라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시류에 맞는 정책대안을 합리적으로 제시한다면 시 민들과 환경활동가 간에 벌어진 간극을 좁히고 조금이나마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있을 겁니다.

인터뷰와 포럼을 통해 만난 많은 분들이 이 시대에 ‘적합한 운동’을 가장 중요한 키워드로 꼽았 습니다. 물론 그 안에는 전환, 언택트가 아닌 택트, 시민이 함께 할 수 있는 실천형 사업, 파트너

십 구축, 홍보역량의 강화 등 세세한 키워드가 포함됩니다. 이를 각 단체와 활동영역에 맞게 적 91


재적소에 녹여내야겠습니다. 녹색연합은 조직 운동을 중심으로 활동을 하고 있음으로 이를 중 심으로 키워드를 바라보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키워드를 조직, 의제, 방식의 범주로 나누어 보면 이렇습니다. 조직의 차원에서 보면 환경활동 가의 역량 강화와 활동가들의 지속가능성이 확보되는 것이 조직의 핵심성과지표가 되어야 합니 다. 활동가의 지속가능성은 곧 활동의 지속가능성일 것입니다. 코로나19 시대, 모두가 어려움을

호소하는 시기에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것에는 ‘돌봄’이라는 요소가 빠질 수 없습니다. 단체 활동가들 사이에 신뢰를 형성하고 일상적인 돌봄이 가능하게 하는 조직문화와 최소한의 시스템의 필요합니다. 각자의 위치에 따라 권위를 내세우거나 수동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이 아 닌, 서로가 서로를 돌보는 주체가 되어야 합니다.

의제의 측면에서 보면 ‘백화점식 운동’이라고 평가되는 지점을 깊이 새겨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존의 활동 영역에서 중요한 의제를 잘 지켜나가면서도 시민들에게 와닿는 활동을 브랜딩해서 그

단체만의 특징을 두드러지게 해야겠습니다. 예를 들어 야생동물에 전문성을 가져왔던 녹색연합은

‘녹색연합=야생’이라는 등식을 시민들 사이에 각인시키기 위한 전략이 필요할 겁니다. 또한 기존 의 운동 의제와 활동이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근거에 따른 메시지로 드러나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 로 경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령, 현재 한국 기후운동의 대부분이 IPCC 1.5 도 시나리오를 바탕으

로 상당히 보수적인 데이터에 근거해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과학과 팩트에 기반해서 급진적인 주장과 행동을 이어가는 국내외 기후운동 단위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우리의 활동방식 측면에서 바라보면 코로나19 시대에 모두가 비대면, 특히 온라인에 집중하고 있을 때 활동가들은 이에 매몰되는 것을 지양해야 합니다. 지역과 공동체를 기반으로 작고 결속 력 있게 상호 교감할 수 있는 &#39;택트&#39;에 집중해야 하며 ‘언택트’와 ‘택트’를 조화롭게 섞는 방식이 필요합니다. 가령, 유튜브를 활용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의 활동을 알리려는 목표를 넘어,

지역과 단체, 그리고 공동체의 결속력을 다질 수 있는 징검다리 역할까지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또한 환경활동가가 앞단에서 이끄는 방식이 아니라 활동가와 시민이 함께 참여하고 실천하는 일상 속에 활동이 필요합니다. 더 이상 시민들은 환경단체를 지원하고 응원하는 역할에 머물기 를 거부합니다.

이렇게 보니 코로나19 시대가 환경활동가에게 요구하는 건 참 많아 보입니다. 하지만 그 중 상

당수는 우리가 미뤄온 숙제들입니다. 우리가 꼭 짚고 넘어가야 했던 문제들이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더욱 도드라진 것일지 모릅니다. 환경단체와 활동가가 이 문제를 직시하고, 적극적으로 해

결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은 확실합니다. 우리는 이 갈림길 앞에서 주저할 시간이

없습니다. 함께 고민하고, 논의하고, 방향을 찾아가는 연대와 협력이 환경활동가들 사이에서 필 요한 이유입니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입니다. 어렵고 불안할지 모를 여정에 어깨 걸고 함께

나아가야겠습니다. 녹색연합 코로나 TFT의 2020년 활동은 이로써 마무리하지만 2021년 그리 고 그 너머까지 연대하며 나아가기를 마지막으로 제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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