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모든 사람들이 심연의 슬픔과 비통함에 잠겼다. 이제 막 삶의
심연의 슬픔과 비통함을 이겨내기 위하여
아름다운 꽃을 피우려던 시기에 갑작스레 찾아온 죽음의 공포 앞에 놓인 어린 벗들을 우리는 손 놓고 보고만 있어야 했다. 사고를 감지한 초기에 도대체 어떤 일들이 벌어졌기에, ‘골든타임’이라 불리는 시간동안 제대로 손 한번 써보지 못하고 이 상황까지 이르게 되었는지 아직도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안전을 강조했으나, 일분일초를 다투는 시기에 우왕좌왕하며,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발표하고 오락가락하는 정부의 모습에 사람들은 허탈해하고 분노했다. 시간을 되돌려, 이 참사를 막을 수만 있다면. 누구나 간절한 바람일 것이다. 배의 수명을 20년에서 30년으로 연장하는 결정을 되돌릴 수 있다면, 승객 안전보다 사업자의 이익만을 위한 무리한 증축을 막을 수 있다면, 밤늦은 시간 무리한 출발을 막을 수 있다면, 배의 승무원을 책임감을 덜 요구하는 비정규직이 아닌 정규직으로 채용할 수 있다면, 배의 이상을 감지했을 때 선장과 선원이 승객 안전을 최우선으로 신속하고 올바른 결정을 하게 할 수 있다면, 해경이 신고를 받고 신속한
글. 윤기돈 녹색연합 사무처장
구조 활동을 하게 할 수 있다면, 정부의 비상대응 체계가 일사불란하게 가동하게 할 수 있다면… 그 모든 것이 사실 사람이 선택할 수 있는 문제였다는 측면에서, 비통함과 분노는 더욱 커진다. 비통함과 분노를 해결하기 위한 희생양으로 단순히 선장을, 선원들을 지목해서는 안 된다. 그 이상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사전 점검들이 올바로 진행되지 못한 점과 사고 뒤 정부의 구조 활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점, 이 부분이 해결되지 않고서는 우리 사회가 맞이하는 심연의 슬픔과 비통함을 이겨낼 수 없다. 우리 모두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며, 잘못된 해결 과정을 바로 잡는 행동에 나서야 한다. 그것이 지금까지 죽음이 확인된 사람들을 위해, 아직도 선박 안에 갇혀있는 사람들을 위해 우리가 할 최소한의 책무가 아닐까? 세월호 참사로 숨진 모든 이들의 명복을 빌며.
호두나무집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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