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여름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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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룩의 간을 빼내 먹는 법(法) 글_ 김정대 신부
지난 5월 말 필리핀 공동체 지도자 중의 한 사람인 호세가 강제 출국 당했습니다. 그가 일하는 공장에 출입국 관리사무소 공무원들이 급습해서, 다른 미등록 노동자가 함께 검거되어 출입국보호소에 수감되었다가 강제로 출국 당했습니다. 호세는 그 공장에서 합법적으로 6년, 그리고 2년 정도를 미등록으로 일하다가 적발되었습니 다. 그는 합법적으로 일한 6년간의 노동에 대한 퇴직금을 이미 받았지만, 문제는 미등록으로 일한 2년간의 퇴직 금이었습니다. 보호소에 수감되어 외부로 나갈 수 없던 그는 회사의 퇴직금 지급 약속을 그대로 믿고 출국했습 니다. 그런데 약속한 날짜가 지나서도 퇴직금이 입금되지 않자 한국에 남아 있는 그의 부인이 이웃살이를 찾아 왔습니다. 우리가 회사에 전화를 했더니 회사는 그때 철석같이 한 약속을 모른 체했습니다. ‘화장실 들어갈 때 와 나올 때가 다르다’는 말은 바로 이런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이겠지요. 2013년 12월 30일, 국회는 이주노동자 퇴직보험금(출국만기보험)을 출국 후 14일 이내에 지급한다는 ‘외국인근 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여 올해 1월 28일 공포하였고 7월 29일부터 시행할 예정입니다. 이 개정안 을 발의한 국회의원들은 출국만기보험을 수령한 후에도 미등록으로 남는 이주민들의 숫자를 줄이기 위해서 이 법을 제정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미등록 체류 문제는 고용허가제가 보장하는 최초 노동기간(3년+1년 10개월) 자체가 짧아서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많은 이주노동자들은 중계업자에게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고 한국에 옵니 다. 그래서 4년 10개월을 뼈 빠지게 일해도 중계료를 제외하면 수중에 크게 남지 않습니다. 또한 다시 이곳에 오 려면 그만한 비용을 또 지불해야 하기에 그들은 차라리 미등록일지라도 좀 더 오랫동안 체류하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가 제도를 개선하여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생각은커녕 이주노동자들이 출국해야 그들에게 퇴직금을 지불하겠다니, 이는 그들의 정당한 대가를 두고 흥정과 협박을 일삼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또한 이 는 이주노동자들을 잠재적인 불법체류자로 간주하는 것으로 명백한 인권침해이자 차별입니다. 사실 출국만기보험이란 사업주의 퇴직금 체불을 방지하기 위해 사업주가 이주노동자 월급액수에 따라 퇴직금 을 매월 보험금 형태로 삼성화재에 적립하고 이주노동자의 퇴직 시 그 보험금을 수령하게 하는 제도입니다. 그러 나 적립금에는 잔업과 특근과 같은 수당은 포함되어 있지 않기에 실제 이들이 수령하는 퇴직금은 출국만기보험 수령액보다 약 30% 정도 더 많습니다. 이 30%의 차액은 사업주가 직접 노동자에게 지불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런 내용을 모르는 이주노동자들은 그 차액을 신청하지 않고 출국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런 내용을 아는 사람 들은 이웃살이와 같은 이주노동자 지원 단체에 와서 퇴직금을 정확히 산출하여 회사에 신청합니다. 심한 경우 는 그 차액을 받기 위해서 이웃살이는 사용주에게 험한 소리까지 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번 시행령으로 출국 후 출국만기보험을 받게 된다면 이주노동자들은 약 30%에 달하는 자신의 퇴직금을 받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사업 주 중에는 노동자들에게서 노동의 대가를 가로채는 사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이들에게 ‘벼룩의 간을 빼 먹는 法’을 대놓고 만들어 준 것입니다.
들에 핀 나리꽃들이 어떻게 자라는지 지켜보아라 (마태 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