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과 락
부 락 우 차례
01
탕 트 아:김 노 작자 새가 살 제 자의 공작 기획 옆집엔 노트 찐빵 자 리 우 제작 줌마 : 의 렉터 방구 아 디 아트 부락 문 우락 소개 락 부 우락
02
03
04 <우락부락 시즌 6
우리 옆 집엔 공 작새가 살아> 우리집 고
래가 따 랏따따따 피터읍 강군면 술 래리 온 무신이네 말수동 놀잇감 공방 실그림이 바 숨어있는 늘땀 흘리는 동 네 공 노래하는 작새를 찾아라 ! 공룡네 집 본능 집 액션 집 멜랑꼴리 감정 찾 아 떠나 오해와 는 유랑 진실의 단 집 철든 토 끼 가라 사대 “끽 식신의 .다.거~ 동네 ”
05
기말고사
06 아이들은 즐겁
그림 이 야기
다 : 걍산 과의 대 화
시즌 1 사진 영상
시즌 1 하이라이트
시즌 3 하이라이트
시즌 2 사진 영상
시즌 4 사진 영상 (2)
시즌 2 하이라이트
상
시즌 4 사진 영상 (1) 시즌 4 개폐막 애니메이션
트
시즌 5 사진 영상 (2)
시즌 5 사진 영상 (1)
시즌 4 결과물 모음
우락
부
부락 트 락 우 라이 드 코 하이 QR 영상
6까지의 영상을 볼 수 있는 즌 1부터 시 QR코 의 드입 캠프 니다 락 .
시즌 5 <바람이 이는 숲> 시즌 5 <Welcome Party>
시즌 6 결과물 모음 시즌 3 로고송
시즌 5 <비와 함께 추는 춤>
시즌 4 로고송
시즌 5 <추억은 방울방울> 시즌 5 <Farewell party>
시즌 5 결과물 모음
시즌 5 로고송 시즌 6 로고송 <같아요 달라요>
제작자 노트 [기획자]
우리 옆집엔 공작새가 산다 김탕 | 우락부락 기획자
우락부락으로 놀다 우락부락은 ‘아티스트와 놀다’를 기초에 두고 기획한 다양한 문화예술교육의 실험적인 장이다. 문화예술교육에서 특정 장르를 뛰어넘자고 수년간 외치고 있지만, 현실에서 장르를 넘나드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크로스오버 경험을 풍부하게 가지지 못한 우리사회 예술교육시스템에 서 아티스트가 크로스오버 교육을 실행하는 것은 당연히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우 락부락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에 놓인다. 장르를 앞세워 다양한 예술교육을 소개하는 여행식 교 육프로그램 버전을 생산하거나 장르를 숨겨놓아 문화적 텍스트 안에 예술을 은근히 내려 놓는 방 식의 두 가지 선택지가 생겼다. 우락부락은 후자를 택했다. 클래식작곡가가 서점에서 전래놀이를 찾고, 사진작가는 가면을 만들고 그림자극을 연출했다. 회화작업을 하던 아티스트는 숲에서 몸의 움직임을 만들자고 제안하고, 일러스트 작가는 각국의 식재료를 소개하고 요리를 한다. 막상 캠 프의 현장에서는 아티스트의 예술적 기질과 장르적 손길이 적용되며 자연스럽게 놀이로 전환된 다. 여섯 번째 우락부락은 이전 다섯 번 캠프의 경험을 바탕으로 시작한다.
여섯 번째 우락부락은 ‘커뮤니티’ 시즌 6는 삶의 터전인 우리 동네의 이야기다. 지역은 어린이에게 크게 느껴지는 거리와 공간의 개념이다. 쉽게 쓰는 말로 ‘마을’이 있겠으나 그보다는 ‘동네’가 더 친숙하다. 동네는 걸어서 닿을 수 있는 거리를 말한다. 특히 우리 동네는 걸어 다니며 감각할 수 있는 개념이다. 동네에는 친구가 있고, 함께 해야 재미있는 놀이가 있다. 다소 위험해 보이는 후미진 곳을 친구와 찾아가며 놀이는 시작된다. 어른들이 보기에는 위험해 보이지만 아이들에게는 모험의 공간이다. 현재 아이들에게 동네가 놀이와 모험을 공유하는 곳이 되긴 어려워 보인다. 어린이는 부모와 사회로부터 멸균상태 를 최대한 유지하며 필요이상으로 안전하게 자라고, 놀이터는 CCTV가 감시한다. 더구나 골목길 에서 만난 수상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뉴스에서 나오기라도 한다면 내가 사는 동네가 온통 불안요 소 가득한 공포로 바뀐다. 동네에서 뛰어 놀며 스스로 몸의 면역체계를 만들고, 다양한 경험으로 위험한 상황에 대처할 능력을 만들며 성장할 수 없다. 이번 캠프에서는 사람과 사람이 연결된 동네에서 우리는 무엇을 보고 누구와 어떻게 놀까를 고 민했다. 살아있는 동네의 모습을 구현하고 싶었던 거다. 시즌 6가 우리 동네의 어린이들에 관심 을 가진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갑자기 붐처럼 불어온 커뮤니티 아트에 대한 환기다. 공공 기금을 들여 지역으로 아티스트나 문화작업자가 파견되고 그 지역사회의 구성원이 참여하여 예 술행위를 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지역민이 참여하여 그리고/노래하고/춤추고/만들고/촬영하고/ 공연한다. 이런 행위가 커뮤니티 아트의 모습이 아니라고 말할 순 없다. 하지만 가장 아쉬운 건 공공기금의 지원이 중단되면 예술행위 자체가 순식간에 사라지곤 한다. 그리고 참여한 사람들은
아쉬움을 토로한다. 다른 공공기금을 찾아보는 것은 그나마 긍정적인 문화행위라지만, 아무 일 없었 다는 듯 기억 속에서 사라지는 걸 보면 안타깝기만 하다. 여기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우리 동네에는 예술가가 살지 않아? 진짜 없을까? 예술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도 있고, 놀라운 능력을 가 진 사람들의 예술행위가 실제로 동네에 있다. 더구나 어린이는 매일 그리고/노래하고/춤추고/만들 고/촬영하고/공연한다. 매일 예술을 하는 사람이 아티스트다. 우리 동네에는 수 많은 아티스트들이 살고 있다는 뜻이다. 동네의 수 많은 아티스트들을 찾아내고 그들과 놀이를 시작해보자는 말이다.
공작새 간혹 공작새를 보면 깜짝 놀란다. 상상의 동물이거나, 어느 판타지소설에서 봤을 법한 모습이기 때 문이다. 아티스트는 공작새 같은 존재다. 언제나 현재를 사는 이 사회에 섞여 있으면서도 아주 오래 된 과거를 말하고 있거나, 먼 미래를 현재로 끌어다 놓기도 하며, 인간이 가장 인간답게 사는 것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남들처럼 살지 않고 있기 때문에 때로는 이질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없을 것 같 으면서도 우리 가운데 있고, 예술세계가 활짝 펼쳐질 때면 많은 사람들은 그 아름다움에 감탄하기 도 하는 존재다.
미성숙한 어른에게 말하는 어린이의 목소리 어느 나라는 착한 일을 하면 키가 커지고, 나쁜 일을 하면 키가 작아집니다. 어느 날 학교에서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여러분 모두 착한 일을 하세요”라고 말하셨습니다. 아이들은 모두 착한 일을 찾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한 아이가 말했습니다. “얘들아. 나 어제 착한 일을 했더니 키가 2cm나 컸다~ 좋겠지 좋겠지? 무슨 일을 했냐구? 응. 길에서 무거운 짐을 들고 가시는 할머니의 짐을 들어드리고 물에 빠진 고양이를 구했거든!” 그러자 다른 아이들이 모두 부러워하며 “와 좋겠다. 나도 어서 착한 일을 해야 할 텐데...”라며 좋은 생각을 많이 하기 시작했습니다. 착한 일을 하려면 좋은 생각을 많이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여름방학이 되자 아이들은 착한 일을 더 많이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키가 쑥쑥 자랐습니다. 방학이 끝나고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모두 부쩍 커있었습니다. 교실에 들어선 선생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어! 다들 키가 많이 자랐네요? 착한 일을 많이 했나 봐요.” 선생님을 보고 아이들이 큰소리로 말했습니다. “어. 선생님은 왜 키가 그대로죠?” 방학이 끝나자 이 교실에서는 선생님이 키가 제일 작았습니다. 이야기 끝~ 이 이야기는 어린이가 만든 단편애니메이션의 대사를 옮긴 것이다. 처음에 이 작품을 보고 귀엽기 도 했지만, 아이들을 미성숙하게만 바라보는 우리 사회에서 이 아이들이 어떻게 자라야 할까, 고민 이 되기도 했다. 어린이들이 모른다고 생각하겠지만 어른들의 세계를 정확하게 알고 있다. 때로는 모사하고 모방하며 배우고, 때로는 거부하고 저항하며 자기 세계를 만들기도 한다. 어린이를 바른 길로 안내하는 것이 캠프의 몫이 아니라, 건강하게 살고 있는 아티스트의 존재 자체가 캠프에서 드 러나면 된다. 그 모든 여백은 놀랍게도 어린이가 알아서 채운다. 그 힘을 믿으면 된다.
제작자 노트 [아트디렉터]
우락부락 문방구 아줌마 찐빵 | 우락부락 아트디렉터
우락부락 시즌 6 에서도 역시 몇몇 아이들에게 같은 걱정을 들었다. 우락부락 시즌 3 부터 캠프 현장에 ‘문방구’라는 이름의 작은 공간을 만들고 나서부터 시즌마다 듣게 되는 아이들 의 걱정 어린 질문이었다.
“캠프 끝나고 우리들이 다 가버리면 아줌마는 어떻게 해요? 우리가 가면 문방구엔 누가 와요?” 우락부락에 오는 아이들 중 나를 진짜 문방구 아줌마로 생각하는 아이들이 꽤 많았다. 시즌 이 거듭되면서 나 스스로도 점점 문방구 아줌마가 되어갔던 것도 같다. 우락부락에서는 문 방구 아줌마인 게 아트디렉터인 것 보다 훨씬 더 재미있고 신나는 일이었으니까. 나는 사실 어린이관련 경험이 전무한 어린이 문외한이었다고나 할까. 우락부락이라는 어린 이 캠프를 해보겠다고 한 것은 코디네이터 탕의 ‘비일상적이고 이상한 공간을 만들어 주세 요.’라는 말 때문이었다. 기획이 너무 속시원하고 좋았다. 신선하고 속 깊은 기획은 시즌 6를 끝낸 지금이나, 시작할 때나 우락부락의 가장 중요한 매력이다. 시각적인 작업은 기획과 컨셉이 좋으면 그냥 술술 풀린다. 게다가 같이하는 사람들과 마음이 맞으면 정말 누워서도 할 수 있다. 나에겐 우락부락이 그랬다. 시즌마다 컨셉이 어떻게 달라질지 기대하고, 그 컨셉에 대해 상상하고 디자인과 공간을 만들어 내는 것이 즐거웠다. 코디네이터, 운영팀, 아티스트들과 함께 상상할 수 있었던 것도 참 즐거웠다. 도대체 왜 우락부락은 재미있지? 아무튼 우락부락은 재미있다. 재미있다 보니 400명 이름표도 하나하나 만들어 보게 되고, 옷도 가지가지 색깔로 입혀보게 되고 보자기로 가방을, 거울로 미로를, 대나무로 집을 만들기도 했다.
그리고 아이들이 있었다. 아이들은 내가 보기에 아무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잘 놀았고 또 열심히 놀았다. 그래서 도대체 어디에 쓸까 싶은 재료들을 잔뜩 가져다가 ‘문방구’라고 이름을 붙이고 풀어놓았다. 아이들의 놀기 실력은 언제나 내 상상을 훌쩍 넘어섰다. 생각만해도 웃음이 터져 나오는 장면들이 우락부락 추억 폴더에 하나 가득 남아있다. 우락부락은 함께 해서 재미있고, 그래서 또 재미있는 게 나오고, 그래서 더 재미있어지고. 뭐랄까, 스스로 피어나는 꽃 같다고 할까. 우락부락이 활짝 피어나는 과정을 함께 할 수 있었던 것,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우락부락은... 우락부락(友樂部落)은 ‘아티스트와 놀다’를 핵심 컨셉으로 하는 아동 청소년 대상 창의예술캠프이다. 아티 스트, 친구들과 함께 즐기며 새로운 커뮤니티를 만들어 가는 우락부락은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공간에서 아 티스트와 함께 놀며 작업하는 경험을 통해 예술을 즐기고 삶의 의미와 새로운 활력을 발견할 수 있는 프로 그램들로 구성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주관하는 우락부락은 2010년 부터 시작되어 현재 시즌 6까지 진행되었다. woorockboorock.or.kr
우락부락 시즌 1 <우락부락-상상마을 창작놀이터> 기간: 2010. 7. 31 ~ 8. 1 장소: 숲체원(강원도 횡성) 우락부락 시즌 2 <지구에 남기로 결정하다> 기간: 2011. 2. 16 ~ 2. 18 장소: 국립고흥청소년우주체험센터(전라남도 고흥) 우락부락 시즌 3 <열 두 개의 아틀리에> 기간: 2011. 7. 29 ~ 8. 2 (2박 3일, 2회 진행) 장소: 숲체원(강원도 횡성) 우락부락 시즌 4 <비밀의 방> 기간: 2012. 1. 29 ~ 2. 2 (2박 3일, 2회 진행) 장소: 전통불교문화원(충청남도 공주) 우락부락 시즌 5 <숲풍> 기간: 2012. 8. 19 ~ 8. 23 (2박 3일, 2회 진행) 장소: 숲체원(강원도 횡성)
우락부락 시즌 6 <우리 옆집엔 공작새가 살아> 기간: 2013. 1. 21 ~ 1. 25 (2박 3일, 2회 진행) 장소: 전통불교문화원(충청남도 공주)
ㆍ코디네이터 및 아트디렉터 구성 ㆍ운영 본부 구성 ㆍ사전기획 회의 추진 ㆍ캠프 운영 장소 조사
캠프 기획팀 구성
D-100
창의예술캠프
‘우락부락’ 실행 단계
D-70
캠프 컨셉 기획 및 구성 ㆍ시즌 컨셉(메인테마) 기획 및 설정 ㆍ추진 일정 및 장소 선정 ㆍ메인 디자인 선정
D-50
D-60
ㆍ공간 사전 답사 ㆍ아티스트팀 사전 워크숍 ㆍ워크숍별 필요물품 체크 및 워크숍별 공간 확정 ㆍ기념품 결정
ㆍ워크숍 구성을 위한 아티스트 섭외 ㆍ워크숍별 프로그램 운영계획 수립
캠프 구성에 따른 준비
D-30
D-40
참가자 모집 및 안내
홍보
ㆍ참가자 접수 및 안내
ㆍ홈페이지 운영 ㆍ복지시설 대상 포스터 및 공문 발송
D-15
아티스트 섭외
참가자 발표
현장 운영을 위한 준비 1
D-10
D-1
ㆍ참가 확정자 연락 ㆍ캠프 안내사항 전달
ㆍ공간 사용에 대한 구성 완료 ㆍ필요물품 최종 확인 ㆍ전체 운영매뉴얼 준비 ㆍ리플렛, 페어웰파티지도 제작 완료 ㆍ최종 점검회의 진행 ㆍ돕는이 사전 워크숍 진행
ㆍ공간 구성에 따른 설치 및 현장 물품 셋팅 ㆍ캠프 운영 전반 점검 ㆍ참가자 행사 안내 SMS 발송 ㆍ버스 수송 돕는이 현장 이동
D-Days
현장 운영을 위한 준비 2
캠프 운영
ㆍ참여자 출발 및 도착 확인(입소) ㆍ우락부락 프로그램 (웰컴파티, 워크숍 프로그램, 페어웰파티)운영 ㆍ의무실 운영 및 구급센터 대기 ㆍ참여자 출발 및 도착 확인(귀가) ㆍ철거
D+15 후속작업 ㆍ참가자 설문지 취합 및 분석 ㆍ아티스트 자체평가 제출 ㆍ홈페이지 후기 업로드 ㆍ자체평가 및 결과 공유 회의 진행 ㆍ결과보고서 작성 및 공유
우리집 고래가 따랏따따따 피터 ‘우리집 고래가 따랏따따따’에서는 피터가 만든 멜로디에 노랫말을 붙이고, 술래가 만든 비트에 랩을 붙여 노래를 만들었다. 그리고 버스킹을 하듯 여러 장소를 돌아다니며 노래를 불렀다.
“기본적인 것들이 정성스레 준비되고, 결과물에 대한 무리한 압박이 없는 것이 우락부락의 매력 입니다. 때문에 과정에 시간과 정성을 더 쓸 수 있고, 순간순간 아이들과 같이 즐거울 수 있는 방법을 최대한 궁리합니다. 물론 제가 하기 싫은 건 절대 안 하지요.”
“미리 계획했던 것과 실제 상황이 다를 때에는 처음의 계획 중 일부분만이라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도 그냥 받아들입니다. 다만 저 조차도 유쾌하지 않 은 시간이 지속된다는 느낌이 들면 기획자와 이야기를 나눕니다.”
“시즌4가 끝나고 지금도 제가 무척 좋아하는 노래를 한 곡 만들 었어요. 그땐 우락부락을 통해 정서적인 상처를 받아서 그랬다 는 생각이 들었는데, 시즌6가 끝나고는 상처 때문이 아니라 솔 직한 감정들이 나오는 과정이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도 우락부락을 다녀와서 노래를 한 곡 만들고 있지요.”
피터읍 강군면 술래리 온말수동 ‘피터읍 강군면 술래리 온말수동’에서는 여러 종류의 단어들을 수집하고 이를 활 용해 문장으로 만들었다. 빙고, 십자 말 퀴즈와 같은 놀이를 활용해 단어를 탐색 하고 그 의미를 떠올렸다.
“어른들이 허리를 숙여 아이들과 눈을 맞추는 일이 사소하게 벌어지는 것이 우락부락의 가장 큰 특징이자 강점 아닐까요. 아이들에게는 우락 부락이 ‘아티스트와 노는’ 시간이지만, 아티스트에게는 ‘아이들과 노는’ 시간이기 때문에 어른과 아이의 구분이 특별히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 죠. 아이들하고 신나게 놀려면 눈을 맞추어야 하니 절로 허리를 숙일 수 밖에요.”
“우락부락은 ‘근사한’ 캠프에요. 엄밀하게 표현하면 근사하게 ‘만들어진’ 캠프지요. 아티스 트와 아이들에 대한 세심한 존중과 배려가 느껴집니다. 이 부분이 중요한 것 같아요. 이런 존중과 배려 속에서 아티스트와 아이들이 노는 데 온전히 집중할 수 있거든요.”
“페어웰 파티 때 사람들에게 홍보할 간판을 준비하려고 박스를 가져왔는데, 박스를 본 몇몇 아이들이 무슨 생각이 번쩍 들었는지 문방구로 뛰어가더니 박스를 가져와 뚝딱뚝딱 무언가 를 만들더군요. 만드는 게 무어냐 물었더니 게임 캐릭터래요. 그렇게 한참을 만들어 공연을 할 때도 옆에 세워 두더니 우락부락이 끝나고 집에 돌아가는 버스에도 실어갔어요. 저 박스 를 언제까지 곁에 둘까 하는 호기심과 함께 버스에서 내려 박스를 들고 집에 돌아갈 아이의 모습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찰나의 만남을 위한 겁의 준비 고무신
‘무신이네 놀잇감 공방’에서는 주재료인 나무를 포함한 다양한 재료들을 활용해 재미있는 놀잇감을 만들었다. 놀잇감을 구상 하고 재료를 구해다 도구를 사용하는 방법을 익혀서 만들고, 완성한 놀잇감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설명서를 작성했다. 2박 3일, 48시간, 15시간, 900분, 54,000초, 4,050,000찰나 우락부락에서 아이들과 함께 한 시간을 표시한 숫자이다. 마칠 때면 늘 시간이 모자라고 짧은듯하여 아쉬움이 남고 또 미련이 남아 우락부락의 숲을 빠져 나오는데 두 배의 시간이 든다. 숲을 빠져 나와 나의 일상으로 돌아오면 아이들 얼굴 하나하나가 더 또렷이 떠오른다. 나는 우락부락에서 만난 아이들과의 관계를 ‘섭리’라는 단어로 규정짓고 싶다. 자연계를 지배하고 있는 원리와 원칙인 섭리 말이다. 나와 그 아이들은 만날 준비가 되어있었고 꼭 만나야 하는 관계 였던 것이다. 그 만남을 위해 나와 아이는 겁의 시간을 준비하였던 것이고… 그러하기에 더 진하 게, 더 살갑게 만난 것 같다. 다시는 보지 못할 것 같은 아이들을 우락부락에서 만나면 우린 말없이 그냥 퍽 서로를 안아준다. 태원이가 그랬고, 현주가 그랬고, 재민이가 효정이가 진성이가 그랬다. 우락부락 시즌 6에서 아이들과 꼬물거리며 놀잇감 만들기에 빠졌다. 여러 종류의 다양한 나무들 을 넓은 바닥에 가득 펼쳐 놓으니, 아이들의 마음은 하고 싶어 함을 저절로 드러내었다. 기획자는 아티스트가 공작새라 했는데, 나는 아이들이 공작새로 보였다. 아이들 하나하나가 잘하는 것, 좋 아하는 것, 하고 싶어하는 것을 말로 몸으로 마음으로 내어 놓을 때, 공작새의 화려한 꼬리를 만날 수 있었다. 내가 할 일은 묵묵히 공작새들의 요구를 들어주기만 하면 되었다. 16마리 공작새들의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 장장 다섯 시간을 꼼짝 않고 제자리에 앉아 톱질하고 망치질하고 칼질하고 드릴질 해야만 했다. 나머지는 아이들이 스스로 알아서 다 했다. 그렇게 완성한 아이들의 작품은 환한 미소와 함께 집에 갈 때 싼 보따리에 함께 들어있었다. 나는 감동과 깨달음은 찰나에 이루어진다고 믿는다. 내가 던진 한 문장의 말, 설명을 위해 필요했 던 순간의 몸동작, 그리고 물끄러미 먼산을 바라보던 시선. 그렇게 내가 다가가면 아이들도 어느 찰나에 거기에 가있는 것을 본다. 마곡사 다녀오는 길에 나눴던 윤영이와의 대화, 창 밖을 물끄러 미 바라보던 문세의 젖은 눈빛, 장애 있는 오빠를 둔 보혜의 재잘거림… 모두 찰나에 일어났던 겁 의 준비였다. 그러기에 우락부락에 참여하는 아티스트들은 매 순간 마음의 눈으로 아이들과 함께 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락부락에 오는 친구들에게는 평소에 해보지 않았던 잔잔한 일상의 새로운 경험 을 많이 제공하면 좋겠다. 골고루 먹어보기, 남기지 않고 먹기, 재미있는 식사기도 하기, 서로를 만 나면 꾸벅 인사하기, 밥먹고 밥값으로 시 한편 쓰기, 아티스트와 가위바위보 해서 소원 들어 주기 등. 각 동네의 프로그램을 더 잘 돌아가게 해주는 기름 같은 잔잔한 틈새프로그램이 준비되고 행 해진다면 아이들은 작은 재미에서 큰 기쁨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우락부락은 아이들이 새 힘을 받아가는 즐거운 충전소가 되면 좋겠다. 지영의 이야기로 우락부락에 참여한 아이들의 마 음을 대신하고 싶다.
“주머니에서 카톡이 계속 울리는데요 받을 수가 없어요. 이게 더 재미있거든요”
“우락부락은 아이들에게 모든 것을 생소하게 해줍니다. ‘처음’ 만난 공간, 친구, 아티스트, 작업들이 주는 흥분 속에서 이 모든 것들과 사이 좋게 지내는 연습을 하게 되지요.”
“아이들이 재미없고 힘들다고 하면 무엇을 어떻게 할 까, 아이들에게 공을 던집니다. 아이들이 하고 싶어하 는 것에 아티스트가 하려고 했던 것을 덧입히면 완성 도도 높아지고 결과도 훨씬 세련되어 집니다.”
“4학년 인성이와 현수가 이런 대화를 나눴습니다.” 현수: 재미 없어. 엄마는 왜 날 이런 데 보내가지고... 인성: 재미는 누가 주는 게 아니야. 네가 스스로 찾는 거야. 너도 한 번 적극적 으로 해봐. 게임 할 때랑 똑같아. 그런데 이게 게임보다 더 재미있는 것 같아. 현수: 그런가...
실그림이 바늘땀 흘리는 동네 공혜진
‘실그림이 바늘땀 흘리는 동네’에서는 주위를 집중해 관찰하면서 벽이나 바닥의 얼룩, 천장의 조명, 나무의 무늬에 숨어있는 형상을 찾아보았다. 그리고 그 형상을 그림으로 옮기고, 천과 실을 사용해 손에 잡히는 것으로 만들었다.
“우락부락은 평소 제가 하고 좋아하는 작업에서부터 기획이 출발하기 때문에 프로그램과 아이들에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요. 문 득 아이들이 하는 걸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괜스레 한 번쯤 아이들과 숨차게 달려보게 되요.”
“평소 바느질은 저에게 마음 을 다잡기 위해 혼자 밤에 하 는 의식 같은 것이었는데요. 이번 우락부락을 통해 서로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아도 나 란히 앉아 함께 바느질을 하 면서도 혼자만의 바느질에 빠져드는 바느질의 숨은 매 력을 발견하게 되었어요.”
“마지막 페어웰 파티에서 어느 순간 이삼십 명의 겨 울 검은색 외투를 입은 선 생님들과 아이들이 바닥 에 모여 앉아 말없이 그저 바느질을 하던 장면. 우리 방을 나가던 이들의 옷 뒷 자락에 붙어있던 색색의 실들이 잊혀지지 않을 것 같아요.”
숨어있는 공작새를 찾아라! 이일우
‘숨어있는 공작새를 찾아라!’에서는 빛이 없는 어둠의 공간 에서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느낄 수 있는 숨겨진 감각을 깨 우는 작업을 했다. 그리고 스크린을 활용해 공작새와 연관 된 물건들을 그림자로 제작하는 그림자 놀이를 하였다.
“아이들이 스스로 무언가 집중해 작업하는 것을 보면서 제가 초창기 아티스트로서 가졌 던 작업에 대한 행복에 대해 돌아보게 됩니다. 아이들이 지금 현실의 나를 바라볼 수 있 게 해주어 고마움을 느끼지요.”
“아이들에게 자신이 품는 상상력이 어떻게 작업으로 실현될 수 있는 지 경험하게 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래서 사진을 통해 어떻 게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지에 대해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단계에서부 터 많이 고민합니다.”
“우락부락에서 워크숍은 아이들과 함께 하는 ‘놀이’로 생각해요. 그래서 아이들이 즐겁고 관심을 가질만한 프로그램으로 준비합니다. 아이들은 어른에 비해 집중 력을 빨리 잃기 때문에 워크숍 중에 발 생할 수 있는 다양한 변수들을 예상하고 여러 가지 놀이들을 준비하기도 하지요.”
노래하는 공룡네 집 이혜린
‘노래하는 공룡네 집’에서는 놀이하는 것처럼 노래를 만들어 불렀다. 노래를 만들기 위한 최소한의 규칙 위에서 어떤 가사와 멜로디를 다룰지, 어떤 순서로 얼마나 길게 부를지 등, 놀이의 규칙을 만들듯 노래의 규칙을 만들어 가며 노래를 완성했다.
우락부락에 초대를 받다! 우락부락 캠프에 대해서는 시즌 초기부터 알고 있었지만, ‘와! 멋지다’라고 생각했지 내가, 우리가 참여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아티스트와 어린이들이 만나서 논다! 근데 우린 아티스트가 아니잖아. 김탕 샘이 우락부락 시즌 5에 공룡을 초대했을 때 공룡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우락부락에 우리가 초대 받았어?’ ‘이거 뭔가 대단한데~’ ‘하지만 우린 아티스트 가 아니잖아.’ 하염없이 수줍어 지게 되는 그 말! 아티스트! 아티스트는 뭔가 엄청 대단하고, 특별한 사람인데, 우리가? 에이 설마... 이런 생각이었다. 하지만 어린이들을 만나서 이렇게 다르게 사는 어른들이 있다는 걸 자연스럽게 보여주면 된다, 아티스트는 자기만의 방식으 로 세상을 사는 사람이지 않냐는 탕샘의 말에(정확하지 않지만 그렇게 기억하고 있다) 초대 에 응할 수 있었다. 무척 기뻤다!
우락부락에서 사람들을 만나다! 우락부락 시즌 5에서는 ‘별 거 아닌 걸 별스럽게 하는 숲풍(수집과 기록)’, 시즌 6에서는 ‘노 래하는 공룡네 집(노래 만들고 부르기)’으로 어린이들을 만났다. 두 시즌의 우락부락을 준 비하면서 전체 기획 안에서 우리만의 주제로 꼭 들어갔던 의미 중의 하나는 ‘초대와 선물’이 었다. 친구들을 초대하는 마음으로 워크샵을 기획하고, 워크샵을 통해 우리가 서로 어떤 선 물을 주고 받을 수 있을까를 궁리했다. 그런데, 우리가 준비하지 않아도 그냥 주어지는 선 물들이 너무 많았다. 각자의 색깔로 반짝반짝 빛나던 아티스트들(한 공간에 있던 것만으로 도 설렜어요!). 아주 사소한 부분들도 놓치지 않고 챙겨주시는 기획・운영팀과 아트디렉터 선생님, 돕는이 선생님(일을 함께 한다는 것의 든든함과 뿌듯함을 배웠어요!). 그리고 ‘무엇 이든지 해 봐요! 당신들을 믿으니까’라고 조용히 응원해 주는 김탕(함께 일하는 사람이 믿 어준다는 게 얼마나 벅찬 느낌인지, 탕샘 아세요? 정말 고마워요!). 아티스트라는 말이 사 전적으로 어떤지를 떠나서 스스로의 삶을 행복하게 꾸릴 줄 알고, 주위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사람이라면 혹은 그런 삶을 꿈꾼다면 누구나 아티스트이지 않을까. 우린 우락부락 에서 그런 사람들을 만났다!
우락부락에서 다하지 못한 말... 우락부락 주민들에게 수줍게 건네는 공룡의 선물. 우락부락을 통해 너무 많은 걸 누리고, 받 았다. 그래서 수줍지만, 우락부락에서 다 하지 못했던, 하지만 우락부락에서 만난 사람들에 게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공룡의 노래를 선물로 드리며 못다 한 이야기를 마무리 하고 싶다. 노래하는 공룡네 집에서 드립니다. <공동체의 노래> (오재환이 만들고, 오재환이 부릅니다)
“우락부락에서는 놀이를 통해 비 일상성의 에너지와 낯설지만 기꺼이 타인의 존재를 수용하는 경험이 중요해요. 그래서 아이 들과 하고 싶은 말, 나누고 싶은 경험을 놀이 안에 녹여내려고 노력하는데, 그러면 아이들과 나눌 수 있는 이야기와 접촉들이 더 다양해져요. 그게 신기해요.”
“워크숍에서 아티스트의 의도와 아이들의 반응이 맞지 않으면 일단 기대하는 결과 물이 나오지 않을 것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요.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상의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준비하고요. 아이들과 상의하면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최종 결정은 아이들에게 맡겨요.”
“어른들이 ‘놀아주는, 혹은 놀게 하는’게 아닌 아이들끼리 ‘놀아대던’ 그 순간을 잊을 수 없을 것 같아요. 그 순간 저를 포함해 함께 한 네 명의 아티스트들은 서로 눈빛을 나누며 ‘아! 이런 거구나, 우린 빠지자!’ 했죠.
본능 집 홍학순
‘본능 집’에서는 아이들이 자신의 개성이나 속마음을 ‘본능’이라는 이름으로 표현하고, 상상의 캐릭터에 비유해 그에 걸맞는 캐릭터로 만들었다.
“우락부락에서 아이들에게 주어지는 자유시간이 많아요. 그런데 마지막 결과물을 보면 ‘언제 이렇게 했지?’라는 생각이 들 만큼 완성도가 높아요.”
“저는 초등학생 때 기를 못 펴고 다녔 어요. 그래서 그런 아이들을 보면 칭 찬해줄 만한 거리를 찾아요. 정말로 칭찬받을 만한 것을 찾아서 칭찬해주 면 아이가 뿌듯한 표정을 지어요.”
“너무 개구진 아이들은 가끔 얄밉기도 하지만 결국엔 아이들이 참 순수하다는 걸 깨닫게 되요. 그런데 그게 아티스트의 마음가짐이기도 해요. 아티스트가 컨디션이 제일 좋을 때 아이 같거든요. 그래서 동료감이 느껴지고, 그것만으 로도 기분이 좋아요. 그 기분 좋음을 영감이라고 표현해도 될까요?”
액션 집 김범기 ‘액션 집’에서는 동작을 인식하는 장치인 ‘키넥트(Kinect)’와 컴퓨터 프로그램을 사용해 카메라 앞에서 취하는 동작을 화 면 속 캐릭터가 똑같이 따라 하는 공간을 만들었다. 본능 집에서 보내온 다양한 본 능 캐릭터들과 함께 놀았다.
우락부락에 처음 참가하게 된 것은 시즌 2에 김탕 선생을 만나 면서부터였습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어린이들과 함 께 하는 캠프, 예술가와 함께 하는 캠프’라는 기본적인 개념만 을 듣고 준비했습니다. 그러나 캠프에 참가하면서 다른 아티스 트들과 아이들을 보면서 제가 이제까지 알고 있었던 것이 많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내가 생각하던 것과 실제의 교육은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다른 아티스트들을 보면서 창의 적인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 니다. 그 이후 서울시 영재 교육 아카데미에 참여하면서 아티 스트로서 별로 생각하지 않았던 예술교육에 대한 생각을 갖게 되었고, 어떻게 하면 창의적인 교육을 할 수 있을까라는 다양 한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하고 있는 클래식은 항상 제한된 사람과 제한된 계층을 위한 음악이어서 대중들과의 소통을 항상 생각하고 있었는데,
우락부락은 이러한 생각을 실천으로 옮기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어떻게 어린이 들에게 좀 더 쉽게 클래식을 접하게 할 것인지, 음악을 어떻게 좀 더 친근하게 느끼게 할 것인지. 그리고 이것은 후에 어떻게 다양한 계층과 사람들에게 전파하여 대중적인 클래식을 선보이게 될지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2012년 5월에 ‘창악회’라는 한국의 대표적인 창작음악모임에서 작품을 발표하게 되 면서 어린이를 위한 작품을 작곡하게 되었습니다. 슈만, 드뷔시가 작곡한 어린이들을 위한 작품이 자신의 나라의 고유한 동요를 사용한 것에서 착안해, 저도 한국의 어린이 들을 위한 작품을 작곡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한국의 어린이들에게 익숙한 동요를 사 용해 작품을 작곡하여 발표하였습니다.
이러한 모든 계기가 우락부락 캠프에 참가하게 되면서 이루어졌습니다. 우락부락은 저에게 소중한 기억이자, 전환점의 시작인 뜻 깊은 행사입니다.
“우락부락에서는 아티스트와 아이들에게 자유로운 환경과 여유로운 시간을 제공하기 때문에 훨씬 더 풍부한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 다. 만약에 무언가를 보여달라거나 결과물을 남겨달라는 요구를 받았 다면 컴퓨터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것으로 끝났겠지요.”
“저의 작업은 매우 보수적이고 엘리트적인 예술이에요. 클래식은 접근하기도 어렵고 즐기는 사람도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지요. 그 런데 이러한 아이들과의 시간을 통해 클래식 교육과 클래식이 다 양하게 응용되고 퍼져 나가는 데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현대적 인 컴퓨터 기술과 소프트웨어에 클래식적인 고상함과 아름다움 을 접목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고, 제 음악도 좀 더 쉽게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시도들을 하게 되었습니다.”
멜랑꼴리 감정 찾아 떠나는 유랑단 노마 ‘감정 찾아 떠나는 멜랑꼴리 유랑단’에 서는 악기, 목소리 또는 주위환경을 이 용해 주변에 숨어있는 다양한 소리를 발 견하고, 자신이 만들어낸 리듬과 소리를 통해 감정을 표현해 보았다. 그리고 각 자 만든 멜로디와 리듬을 합쳐 동네 유 랑단이 되어 공연을 했다.
초등학생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들과 있으면 정신이 혼미해진다. 더군다나, 땡깡 을 부리는 것이 그들의 특기가 아니던가. 처음 우락 부락 캠프의 아티스트 섭외를 받았을 때,망설일 수 밖에 없는 이유였다. 초딩을 위한 캠프? 내가 과연 그들 가운데서 평정심을 잘 유지할 수 있을까? 2011년에 아티스트로 처음 섭외를 받았을 당시, 난 2년 6개월간의 세계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직후 라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에 목말라하고 있던 그런 시기였다. 그런 까닭에 ‘까짓 거 한번 해보자’는 마 음으로 우락부락 시즌 2에 참여했다. 그때의 주제 는 ‘예술을 통한 소통’ 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첫 번째 참석한 우락부락 캠프를 통해 깨달은 점이 하나 있다면, 아이들이 의외로(?) 어른들과의 소통에 대해 많이 목말라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 후 3년간 네 번의 캠 프를 통해 다양한 아이들을 만났다. 각지에서 온 아이들과 만나면서 그들을 바라보 는 나의 시선과 태도도 많이 바뀌었다. 아이들은 생각보다 정신 없지 않았고, 땡깡 을 부리는 아이들은 거의 없었다. 그리고, 처음 그들을 만나는 시점이 되면 가끔 들 떠있는 나를 발견하기도 했다. 우락부락 캠프를 통해 다양한 아티스트들을 만나면서 그들의 방식을 배웠다. 아이 들을 대하는 데 있어 기다려 주는 것이 얼마나 큰 미덕인가를 한 아티스트를 통해 깨 달았을 때, 난 뒤통수를 한대 맞은 듯 했다. 우락부락 시즌 4 때, 우리 그룹 아이들 중 가장 나이가 많았던, 곧 중학생이 되는 사 내놈이 있었다. 둘 째날 밤 모든 프로그램을 끝마친 난 체력의 한계를 절실하게 느 끼고 있었고, 때마침 내 앞을 지나가길래 ‘힘들어서 그러는데 한번만 안아달라’고 했 더니 내 몸의 3분의 1도 되지 않는 그 놈이 쑥스러워하며 날 꼬옥 안아주었다. 눈물 이 핑 돌았다. 어른이나 아이들이나 원하는 것은 같다. 억압받는 것은 불편하고, 맛난 간식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적어도 내게는 그렇다. 지금도 여전히 초등학교 학생들을 그닥 좋아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들이 많이 편 해졌다. 가끔 강당에서 정신 없이 뛰어 노는 아이들을 바라보다 잠이 들곤 한다. 그 들의 웃음은 자장가와도 같다. 그들의 웃음소리를 듣고 있으면 마음이 평온해진다. 매번 캠프를 마치고 아이들을 보낼 때마다 아쉬운 마음 감출 수 없지만, 그래도 우락 부락 이라는 멋진 캠프가 있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아이들을 바꾸려 하지 않 는 캠프,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당신들의 마음이 참 귀하다.
“우락부락이라서 특별히 더 준비하는 것은 없지만, 우락부락에 오기 전에 아이들 을 내 기준에 의해 단정짓거나 제한하지 말자고 마음속으로 다짐합니다.”
“한 아이가 이런 말을 했어요. 어른들은 하지 말라고만 하는데 우리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고요. 그 말을 듣고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게 아이들이라고 생각했어 요.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그 안에서 즐거움과 보람을 찾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 을 아이들을 통해 깨닫게 되는 거죠.”
“저에게는 아이들의 웃는 모습이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우락부락의 모든 순간들에서 아이들이 웃음 짓는 모습들이 참 행복해 보였어요. 그 모습이 잘 잊혀지지 않네요.”
오해와 진실의 집 김결
‘오해와 진실의 집’에서는 의도하지 않은 오해와 진실로 보이는 진실이 아닌 것들을 다루었다. 소리가 들리지 않는 노래를 보고 표정과 입 모양만으로 가사를 맞추기도 하고, 한 단어를 소리나 몸짓, 상황으로 각기 다르게 표현하기도 했다.
“아이들의 판타지가 만들어 지는 곳.
그것은 곧 나의 판타지이기도 하다.”
“우락부락은 기획자의 역량이 굉장히 많이 작용해요. 매번 초대를 받을 때마다 평소 다루는 매체에 대한 다른 시도를 요구 받고, 그때마다 매체의 본질에 대해 몇 번 더 생각하게 됩니다. 덕분에 안전한 실패가 보장된다고 할 수 있지요.”
“큰 목표와 잠시 멈춰야 할 지점, 그리고 그때 던져줄 ‘빛나는’ 상황 또는 문장 정도만 준비해 요. 물론 몇 가지 계획들을 세우긴 하는데 우락 부락에서 세세한 계획은 오히려 저를 힘들게 할 뿐이죠.”
철든 토끼 가라사대 “끽.다.거~” 토끼도둑
‘철든 토끼 가라사대 “끽.다.거~”’에서는 다양한 음식 재료들을 직접 만지고 느낀 다음, 자기만의 조리법으로 요리를 만들 어 먹었다. 마법 스프와 특별한 주먹밥 을 만들어 우락부락의 모든 이들에게 제 공하기도 했다.
2012년 8월 19일 일요일 밤새 아내와 말다툼을 하느라 잠을 못 잤다. 닷새를 따로 떨어져 있을 통 과의례였는지... 올 여름 많이도 힘들었다. 동틀 무렵 간신히 화해하고 부 리나케 나와서 맘이 편치 못했다. 마음을 비우고 캠프와 아이들에만 집중 하고 싶은데 벌써 글러먹었다. 우락부락... 이런 캠프참여는 처음이다. 동 행하는 정기훈 아티스트와 고민을 수없이 했지만 아직 무릎 탁 치는 게 없 다. 시작도 전에 걱정만 많다. 그 사이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온다. 겁난다. 남녀로 나눠져 따로 앉은 아이들, 시작하자마자 선생님을 제압하며 딴청 을 부린다. 벌써 목이 쉬어 옴을 느낀다. 이러면 안 되는데... 골몰해서 생 각한 친해지기 게임은 호응이 없고 그 사이 아이들은 삼삼오오 자기들끼 리 놀고 있다. “아앗!! 쿵!!” 갑자기 제일 까불던 아이가 바닥에 나뒹굴고 있다. ‘무슨 일이야 도대체’ 당 황해서 어쩔 줄 몰라 아이만 잡고 있는 사이 의료팀이 달려와 응급처치를 한다. 말에 의하면 난간 위에 올라가서 놀다가 벌집을 건드려 목덜미에 벌 을 쏘인 직후 놀라 그대로 떨어져 등에 2차 타박상을 입은 것. 시작한지 1 시간도 안되어 사고다. 갑자기 먹구름이 드리워지는 듯한 정기훈 아티스트 와 나의 심정. 아이를 잘 보호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우릴 움츠러들게 하 기 시작했다. 2013년 1월 22일 화요일 둘째 날인데 아직 비가 계속 날린다. 아무래도 우락부락은 우(雨)락부락 같 다. 옆 동네 김철철 아티스트와 급 의견을 모아 야외에서 오전 프로그램을 함께하기로 수정했다. 아이들과는 상관없이 벌써 시간 보내기 적절한 프 로그램에 빌붙는 이 행동이 다소 부끄럽다. 원래 우리의 계획은 무엇이었 던가. 하지만 웬걸. 나가보니 느낌이 좋다. 추운 날씨에 꽁꽁 언 개울의 빙 판은 아이들에게 스릴 있는 징검다리가 되어주고 밀가루, 이스트, 소금 등 을 넣어 반죽한 호주의 뎀퍼 라는 음식을 꽂아 구울 나뭇가지들을 수집하 는 아이들의 표정은 아티스트들을 한껏 고무시켰다. 화로 옆에서 이 녀석 들 엄청 먹어댄다. 그저 김철철 아티스트는 반죽을 나뭇가지에 감아 내어 줄 뿐이고 나는 간혹 향신료나 뿌려주고 있고 한지혜 아티스트는 아이들 이 내미는 익었는지 의심이 가는 뎀퍼나 마쉬멜로를 눈물을 흘리며 받아먹 고 있을 뿐이었다.
2012년 8월 21일 화요일
‘ 제다이의 숲풍이 인기라지... ’
어제 페어웰 파티 때 제사를 지내자며 건네준
나와 정기훈 아티스트가 함께하는 판의 숲풍
티라이트 양초들은 모두 아이들의 불장난으
엔 재미없다며 안 놀러 온다는 친구들 말에
로 산화했다. 올림픽시즌에 성화랍시고 몽둥
바짝 기가 죽은 우리 아이들을 데리고 숲풍
이에 불 붙여 여기저기 뛰어다니던 아이도 있
피날레인 ‘제다이의 숲풍’ 길목을 막고 선다.
었지. 간밤에 오줌 좀 쌌으려나. 그렇게 짓궂
반짝반짝 비로 젖은 바닥엔 남은 양초들을 죄
던 아이들에게 각자가 그린 숲의 정령들이 되
다 깔고 아이들을 기다린다. 막무가내 퍼포먼
기 위한 몸짓 드로잉들을 복사 제본한 작품집
스. 고학년 남자아이의 진두지휘로 계획 자체
을 선사하며 얼떨떨한 작별을 했다. 제대로
는 짜임새 있었다. 흥분이 되었다. 그러나...
배웅도 못한 마음에 회한을 느끼고 있을 무렵
많은 무리의 사람들을 막고 서자 연습했던 시
2회 차 아이들이 슬그머니 다가왔다. 1회 차
나리오와 목소리를 모두 은하수로 귀양 보낸
아이들의 강렬한 이미지에 몹시도 긴장을 하
그 아이. 그냥 될 대로 되라. 아이들은 통과하
고 있던 우리들은 차분하고 조용한 아이들의
려고 뒤죽박죽 엉키고, 그 와중에 사람들에게
분위기에 뒤통수를 맞은 듯했다.
숲의 정령에 대한 큰 절을 시키고 1분 묵념을 관철시킨 우리들. 그 잠시의 고요가 참 태고
2013년 1월 24일 목요일
의 아련함 이런가 싶었다. 그렇게 잠시 유예
~ 2012년 8월 22일 수요일
된 시간은 곧 어둠에 물든 제다이의 손에 넘
고학년 아이들의 의젓함 사이로 간간히 까불
어가고 말았는데...
거리는 동생들의 장난이 난무하였지만 어쨌 든 분위기가 1회 차 아이들과는 달랐다. 점심
2013년 1월 25일 금요일
식사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옆 동네 아이들과
어제 무슨 일이 있었던가... 하늘은 그 청아함
우리 동네 아이들이 한데 모여 다양한 식재료
을 맘껏 떨치고 있었다. 흐린 번뇌 따위 잊으
들을 가지고 자기만의 주먹밥 재료들을 만들
라는 듯 그 차가운 공기는 정말 매서웠다. 아
기 시작했다. 뽑기 놀이 경품을 걸어 아이들
이들과 재잘대며 마곡사에 다녀오는 길은 정
과의 big deal로 리더십을 발휘하는 김철철
말이지 입이 얼고 입술이 떨어져 나갈 만큼
아티스트의 노련함이 돋보이는 가운데 한지
추워서 1회 차 아이들처럼 잔잔한 이야기들
혜 아티스트와 나는 아이들 속을 분식집 홀
을 나눌 수가 없더라. 그래도 목탁을 두드리
직원처럼 뛰어다니며 챙겨주기에 바빴다. 절
던 아이들, 내 모자를 뺐었다 돌려준 아이들,
구와 강판, 필러, 체, 가위 등의 도구를 이용,
젖은 양말 한 짝을 벗고 벌건 발로 내 손을 꼭
각종 식재료, 향신료, 한약재, 건어물, 야채
잡고 걸음을 재촉하던 아이... 시간이 지나면
등이 아이들 손에 요상한 주먹밥 소로 변모했
서야 아이들 하나하나가 들어오기 시작하는
다. 눈뜨고는 차마 지켜보기 어렵고 코를 막
지 모를 일이다. 끽.다.거... 아이들에게 따듯
고 식욕을 거두어야 하는 흥분의 도가니였다.
한 녹차를 한 잔씩 타주려는데 일곱 명이 커 피를 타달라고 해서 커피를 타주었다. 아무렴 어떠랴. 차나 한 잔 마시고 가게~
“많은 부분에서 아티스트에게 자유를 제공하고 물심양면으로 이를 지원해준다는 것이 우락부락의 매력 인 것 같아요. 그 덕분에 아티스트는 아주 많은 고민을 하게 되지만요. ‘아무 것도 만들지 않고 그냥 놀아 도 된다’, ‘아티스트든 아이들이든 실패와 당혹을 있는 그대로 체험하도록 놓아두자’라는 발상은 구체화 시키긴 어렵지만 굉장히 매력적입니다.”
“당초 기획했던 것과 다른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항상 뒤집어질 준비를 하게 됩니다. ‘유연한 포기’라고 할까요. 그럴 때면 상황을 해결하려 하기 보다는 흐르는 대로 물길을 만듭니다.”
“저는 일러스트레이터지만 퍼포먼스와 같은 다른 형태의 프로젝트 속에서 컨셉을 드러내는 것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저도 즐겁고 작업 과정 속에서 여러 다른 내용들이 나올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에 우락부락에서도 다양한 시도들을 하게 되지요.”
‘우락부락’의 치명적 매력에 대하여 김철철
‘식신의 동네’에서는 싱싱하고 다양한 재료들을 다듬고, 지지고 볶고, 그리고 맛있게 먹었다. 그 과정 속에서 음식에 담겨있는 여러 가지 의미들을 현재와 비교하며 생각해 보았다.
‘우락부락’의 매력에 대해 말하라면 전 정말 2박 3일은 쉬지 않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자신 이 있습니다(웃음). 지면 관계상 한 마디로 줄여야 한다면 음, 우락부락은 철저하게 ‘열 린 구조’를 지니고 있다고 할까요? 두 가지 맥락에서 그렇다고 생각하는데 첫 번째로는 우락부락의 ‘포용성’ 입니다. 우락부락은 제도화된 커리큘럼, 규격화된 프로세스와는 너 무나 동떨어져 있습니다. 우락부락을 위한 거푸집이 그렇게 짜여졌다 하더라도 실제 캠 프 기간 동안 고정되고 정형화된 모든 것들은 폐기 대상 1호가 되요. ‘우락부락’은 ‘돌발’ 과 ‘우연’에서 오는 스펙터클한 에너지를 강조하는 곳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에 오 시는 아티스트 분들은 ‘멘붕’을 경험하시게 되는 듯 하고요. 아이들을 유심히 보시면 아 시겠지만 모두 천재적인 ‘해커’ 들입니다. 우락부락의 아이들 앞에서 이성과 논리로 짜인 모든 것들은 빛의 속도로 해킹 당하죠. 정말 기이한 건 그런 순간 순간을 겪다 보면 워크 숍 자체가 진화하는 생명체처럼 살아 움직이게 되는 시점이 와요. 정말 이상하죠? 물론 아이들도 이상함을 느끼고요. 처음에는 얼떨떨한 기분에 ‘어 이게 뭐지?’라고 생각하다 가 ‘아 이런 것이 있었네!’라는 순간을 느끼고 결국에는 아이들의 ‘포텐’이 터지게 됩니다. 그때부터는 정말 어디로 튈지, 어떻게 분화하고 융합될지 아무도 모르게 되죠. 근데 이 모든걸 ‘우락부락’이 받아 줍니다. 아니 오히려 장려를 해요. 멍석을 깔아주니 아티스트 와 아이들이 정말 미친 듯 놀죠. 정신을 차려 보면 마지막 날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집에 가기 싫다는 아이, 집에 가서 우는 아이, 1년 동안 우락부락 신청 날짜만 기다리는 아이 들이 줄을 서고요. 아티스트들도 그 꿈에서 깨지 못하고 한동안 몸살을 앓는 듯 합니다. 두 번째로는 ‘비서사성’ 입니다. 우락부락은 기승전결이 분명한 서사와는 거리가 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티스트와 학생들이 만나고, 무언가를 하고, 헤어진다’라는 측면에서 볼 때는 일면 통합의 의미가 완결되는 닫힌 구조로 보이지만요. 보통의 수업이나 캠프를 한번 볼까요? 그곳에는 질서와 맞물린 과시가 있습니다. 모든 것이 예측 가능한 일정과 범위 내에서 이루어지다가 말미에 완성된 결과물, 참여의 의의, 네모 반듯한 소감 등이 등장하게 되죠. 상투적이고 정형화된 방식으로 구축된 이미지와도 같아 피가 돌지 않는 느낌이에요. 우락부락에서는 ‘놀다’라는 핵심 컨셉을 동력으로 순간순간마다 엄청난 펌 핑이 가능합니다. 이 모터가 계속 순환을 하면서 에너지를 전해줘요. 캠프 전체가 무릎 이 시큰거릴 정도로 들썩이면서 예기치 못한 무언가가 계속 튀어나오고 기획한 꼭지 중 몇 가지가 통째로 날아가요. 그게 ‘우락부락’만의 재미입니다. A부터 Z까지 순차적으로 정렬되고 완성된다면 그건 정말 ‘우락부락’이 아닐 거에요. 물론 2박 3일 동안 이렇게 논 다고 해서 아이들의 고민거리가 일순 사라지거나 모두에게 예술적 기운이 넘쳐 나지는 않겠지요. 그런 변화를 기대해서도 안 되겠고요. 다만 기간 내내 우락부락만의 강렬하고 긍정적인 에너지에 흠뻑 젖은 아이들에게서 느껴지는 모호한 변화. 바로 그곳에 희미하 지만 놓을 수 없는 기대가 우리 모두에게 있는 듯 합니다. 때문에 우락부락에는 ‘종결부’ 와 ‘완결점’이 없다고 생각하고요. 아, 이야기가 너무 길어진 듯 합니다. 다시 한 마디로 줄이도록 할까요? 하하. 제가 생각하는 우락부락의 치명적 매력은 ‘정말 미치도록 재미있다’ 입니다!
“아이들은 아티스트가 가르치려 드는 사람인지, 우리랑 같이 이야기하고 놀아줄 사람인 지를 대번에 알아요. 그래서 워크숍을 준비할 때 골격은 튼튼하게 세우고 콘텐츠는 거의 비우고 출발합니다. 비워둔 부분은 현장의 분위기, 아이들과의 교감, 그리고 놀이를 통해 채우지요.”
“저는 제가 아이들과 굉장히 잘 노는 사람인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우락부락에 와보니 착각도 그런 착각이 없더군요. 다들 어쩜 그리 잘들 노시던지. 우락부락에서는 ‘잘들 논다~’, ‘놀고 있네~’라는 표현들이 최고 의 찬사예요. 하하.”
“워크숍 기간 내내 부끄러움을 타던 친구가 페어웰 파티를 무슨 약장수처럼 홍보하고 다니고요, 글 쓰는 걸 굉장히 싫어한다던 친구가 글씨로 빼곡한 페어웰 파티 포스터를 앉은 자리에서 3장이나 써내더군요. 아이들의 이런 모습을 이끌어 내는 것이 바로 우락부락의 놀라움이죠.”
기말고사 그림 이야기
본능 캐릭터를 만드는 시간이었어요. 한 어린이가 아무것 도 안하고 시큰둥해 하고 있는 거에요. 보통 그럴 땐 그냥 자기가 좋아하는 걸 그려보라고 해요. 그런데도 시간 가 기만을 기다리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싫어하는 걸 그려보 라고 했어요. 눈이 동그래지더니 뭔가를 그리기 시작했어 요. 시험지가 얼굴인데, 1개만 맞춰서 3점을 맞은 ‘기말고 사’ 캐릭터를 재치 있게 디자인 한 거에요.
“이야~ 본능 캐릭터 정말 재미있게 잘 만드는구나!! 끝 내준다!!”
그런데 그 아이(초등 6학년)는 기뻐하지도 않고 여전히 풀이 죽어 있는 거에요. 그때 옆에 있는 친구가 큰소리로 “쌤~~~ 얘네 쌤이 미술 전공한 선생님인데요. (얘는) 7살 보다 못 그린대요~~~”
저의 칭찬은 아무 소용이 없었어요. 아무튼 저는 ‘기말고 사’ 캐릭터를 어린이들의 동작을 실시간으로 인식하는 ‘액 션 집’으로 보냈어요. 재미있는 베스트 캐릭터들만 골라서 보냈는데 당연히 ‘기말고사’ 캐릭터가 포함된 거죠. 저녁 이 되자 어린이들은 액션 집에서 음악에 맞춰 춤추고 놀 았어요. 그러자 큰 화면에서 ‘기말고사’ 캐릭터가 어린이 의 움직임에 따라 춤도 추고 점프도 하고 그랬어요.
그런데 낮에만 해도 풀이 죽어있던 그 아이가 임금님이 된듯한 자세로 의자에 앉아있고, 다른 애들이 그 주위에 뱅 둘러 서 있는 거에요. 그리고 살아난 표정으로 자기가 만든 캐릭터가 움직이는 걸 보며 뿌듯해 하더라고요. 저 의 칭찬 몇 마디로는 기를 못 피던 아이가 그곳에서 만난 친구들이 본인의 작품을 재미있어하고 인기도 올라가니 까 흐뭇해 했어요.
우락부락에서 아이들은 내내 즐겁다. 캠프가 즐거워야 하는 것 은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모든 캠프가 내내 즐겁지는 않다. 우락 부락에서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순서는 웰컴 파티와 페어웰 파티이다. 웰컴 파티에서는 다양한 놀 거리들과 푸짐한 먹거리 들과 함께 아이들이 자유롭게 놀 수 있는 장이 펼쳐지고, 페어 웰 파티에서는 1박 2일 동안 진행된 워크숍에서 벌려놓은 장들 이 푸짐한 먹거리들과 함께 활기차게 펼쳐진다. 시즌 3부터 우 락부락의 운영본부를 담당하는 걍산과 웰컴 파티와 페어웰 파 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이들은 즐겁다 :: 걍산과의 대화 Q) 우락부락 시간표에서 눈에 띄는 것이 웰컴 파티와 페 어웰 파티 입니다. 이게 뭔가요? A) 웰컴 파티는 첫날 저녁에 만나서 반갑다고 놀고, 페어 웰 파티는 지난 1박 2일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이야기하 면서 노는 시간입니다. 공통된 특징은 사전에 준비한 프로 그램이 없다는 것이고요. 참가자들이 스스로 방법, 꺼리, 상대, 시간 등을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자신이 즐겁고 행복한 방법은 자신만 알 수 있으니 그 결 정을 방해하지 않고 그냥 두는 것이고요. 저희도 뭐라도 해야겠기에 아이들이 지치지 않고 힘내서 놀 수 있도록 먹 을 거리를 제공합니다. Q) 파티 때마다 풍성한 음식도 인상적인데요, 아이들은 잘 먹고 잘 놀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반영된 것 같습 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A) 아이들이 잘 먹고 잘 놀아야 한다는데 의도는 없고요. 다만 놀고 먹는 게 아이들의 권리이자 의무라는 생각은 합니다. Q) 우락부락만의 특별한 매력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A) 준비하는 어른들이 매력 있다는 점.
Q) 우락부락의 진행 곳곳에서 세심함이 느껴집니다. 많은 구상과 준비의 흔적이 엿보이는데요. 그만큼 힘이 들지 않 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준비 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긍정적인 동기부여가 되는 부분이 우락부락에 있지 않을까 하는데요. A) 한 자리에서 만나기 어려운 특이한 어른들을 만난다는 것과 그 어른들과 아이들이 함께 있는 특별한 현장에 함 께 있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속에서 아이들 원래의 모 습과 사전에 제가 아이들에 대해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이 여지없이 해체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이 그렇지요. Q) 우락부락의 특징 중 하나는 ‘돕는 이’ 입니다. 명칭의 뜻 은 무엇이고 어떤 역할을 하는지 소개해 주신다면? A) 운영팀의 역할은 아티스트가 아이들과 잘 놀 수 있게 돕는 것이니, 그 역할을 맡은 사람들을 ‘돕는 이’라고 부릅 니다.
Q) 우락부락이기 때문에 특별히 관찰할 수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있나요? A) 다른 사람, 특히 어른 눈치 안 보고 무엇이든 맘껏 하 니, 눈빛이 반짝반짝 살아있죠. 기운도 넘치고요. 뛰고, 웃 고, 조잘대고... 그런 후에 자연스러운 질서가 만들어지더 군요. 신기하게도. Q) 우락부락을 진행하시면서 인상적이었던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를 부탁드려요. A) 보통 1일차 밤에 집에 가겠다고 운영본부로 오는 아이 들이 있는데, 왜 가고 싶은지 물어보고 같이 있자고 설득 하는 것 보다 집에 갈 방법을 같이 찾아보곤 했죠. 물론 중 간에 집에 간 아이는 없었지만요.
우락부락과 나 우락부락 아티스트북 <우락부락과 나> Director 강지웅 @icowoong Illustrator 토끼도둑( 아티스트 페이지, meruchi33@naver.com ) 채원경( 목차, QR코드 페이지, sarubia80@naver.com ) 한지혜( 아이콘, ji_r@naver.com ) Capturer 김승수 Inspirator 조윤석 Framer 김용진 ebsband@naver.com Designer 허지호 herjiho35@gmail.com Maker 디 오브젝트 http://www.the-object.co.kr/ Epuber 텍스트북 http://flavors.me/textbook# Pace maker 최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