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활동가 파견사업 사례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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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복지기관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활동가 파견사업 사례집

2014 복지기관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활동가 파견사업 사례집 주최


2014 복지기관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장애인 분야)

활동가 파견사업

사례집

* 본 사례집은 “2014년 복지기관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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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사업 개요

일곱 번째 프로젝트 “육감원칙”

08 타임라인

66 여덟 번째 프로젝트

10 첫 번째 프로젝트 “김밥노래방”

“소리와 글을 통한 놀이”

74 아홉 번째 프로젝트

18 두 번째 프로젝트 “거침없는 놀이”

“관계를 깨우는 손 작업”

82 열 번째 프로젝트

2014 복지기관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장애인 분야)

활동가 파견사업 사례집

26 세 번째 프로젝트 “시각재료를 활용한 놀이 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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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적 자기 표현”

열한 번째 프로젝트 “직물을 기반으로 한

발행일 2015년 2월 17일 만든 이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사)한국장애인복지관협회 편집・디자인

34 네 번째 프로젝트 “유희로 만나는 예술”

신사고하이테크(주)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사)한국장애인복지관협회 (121-844)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 12길 19 대성빌딩 1층 02.3481.1291 / www.hinet.or.kr

98

42 다섯 번째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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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두루 프로젝트”

쌀롱의 기록

(121-848) 서울시 마포구 성산로 128 02.6209.5900 / www.arte.or.kr

예술 활동”

시설 담당자 대담

오니트(주) / www.on-it.kr 인쇄

“자폐힙합”

50 여섯 번째 프로젝트 “더듬더듬 만지는 소리, 그리는 소리”


2014 활동가 파견사업

사업 개요

결국 예술가 본래의 특정 장르에 대한 제약을 벗어

활동가 파견사업

활동가 파견사업의 진행

나 장애인과 예술가가 교감할 수 있는 접점을 중심으로 자

1차연도에 참여한 예술가, 그 예술가들 혹은 기관에서 추

유롭게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장애

천한 예술가들까지 모두 11개 팀이 꾸려졌고 2014년 여

인 대상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의 다양성을 추구하고자

름 사전 워크숍을 거쳐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습니다. 9

하는 것이 이 사업의 목적입니다.

월 혹은 10월부터 12월 말까지 팀별로 담당 시설을 방문 해 총 25회에 걸쳐 각기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시작

2014 복지기관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장애인 분야)

두 번째 활동가 파견사업의 시작

사업명

2014 복지기관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장애인 분야) 활동가 파견사업

전 사업 목적과 시설을 소개하는 워크숍을 열었고, 프로

2013년에 비해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활동가 팀 수의 확

젝트 진행 상황 및 고충을 공유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쌀롱

대입니다. 2013년 5팀에서 2014년 11개 팀으로 늘어났

(워크숍)도 개최했습니다. 예술가들은 쌀롱이 그간 프로

습니다. 기존의 사업 대상이 장애인복지관의 지적・발달장

그램의 방향을 점검하고 추후 계획을 세우는 데 큰 도움이

애인 중심이었다면 이번에는 장애인 주간보호시설, 공동

되었다고 합니다. 이제 2014년 활동가 파견사업을 마무리

생활가정, 장애인아동부모회, 직업재활센터, 거주시설 등

하는 성과 및 결과 발표 모임만을 앞두고 있습니다.

다양한 유형의 시설이 참여했고, 시각・청각 장애인 등 장

활동가 파견사업은 그동안 봐온 일반적인 프로그램

애 유형까지 고려해 대상을 고르게 선정하기 위해 노력했

지원 방식이 아닌, 장애인의 개별적・개인적 욕구에 집중해

습니다.

맞춤형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게 하는 수혜자 중심의 새

기본적으로 2013년 참여 예술가가 재참여를 희망

로운 장애인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입니다. 이 사업이 작

하면 2014년에도 연속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했습니다.

은 계기가 되어 더욱 실질적이고 다양한 장애인 지원사업

이는 새롭게 참여하는 예술가들과의 노하우 공유 및 프로

이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젝트 기획력 향상 측면에 크게 기여한 좋은 기회였습니다.

2013년에 이어 2014년에도 진행된 활동가 파견사업은

예술가들의 작업 장르도 다양화하는 데 신경 썼습니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한국장애인복지관협회가 주

다. 사업 지원 규모도 증가한 만큼 1차연도 사업에서 시도

관하는 복지기관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입니다. 여기서

한 미술, 사운드아트, 목공예 등의 장르와 더불어 무용, 국

활동가란 장애인복지시설에 파견되어 프로젝트를 진행하

악, 영화(연출), 디자인까지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가 참여

는 예술가를 말합니다.

할 수 있도록 유도했고, 균형과 경험을 위해 미술과 음악,

활동가 파견사업은 장애인의 일상에 내재된 문화예

사업 기간 2014년 7월~2014년 12월(6개월간)

술에 대한 욕구를 분석하고 끌어내어 장애인이 새로운 자

참여 대상 장애인 거주시설 및 장애인 지역사회재활시설 등

극을 경험할 수 있게 돕습니다. 예술가는 이 과정에서 기획

사업 내용 장애인복지시설의 장애인이 생활 속에서 자유롭게

활동가 파견사업의 세부 내용

무용과 영화같이 혼합 장르로 이루어진 팀을 만들고자 했 습니다.

자, 진행자, 기록자의 역할을 담당합니다. 또한 장애인과

문화예술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예술가를 파견해 프로젝트 기획 및 진행 지원 사업 규모 총 11팀 활동가 그룹(31명)×11개 장애인복지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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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적 관계를 형성해, 기존의 수직적 문화예술교육 프로 그램의 한계를 극복하는 시도도 합니다. 05


2014 활동가 파견사업

사업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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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프로젝트

두 번째 프로젝트

세 번째 프로젝트

네 번째 프로젝트

다섯 번째 프로젝트

“김밥노래방” 공혜진, 임지영, 세르 지미 팀

“거침없는 놀이”

“시각재료를 활용한 놀이 및

“유희로 만나는 예술”

“두루두루 프로젝트”

김태원, 조영아, 윤여진 팀

예술적 자기 표현”

정원기, 박은영, 우희영, 추다혜 팀

전지희, 전지인, 함혜경 팀

미술 및 사운드아트

미술, 음악 및 연극

김보경, 장혜진 팀

음악, 안무, 무용 및 국악

영상 및 미술

참여시설 주간보호시설 -

참여시설 주간보호시설 -

미술

참여시설 주간보호시설 -

참여시설 주간보호시설 -

파란마음주간보호센터

참여시설 주간보호시설 -

성모주간보호센터

위드주간보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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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락주간보호시설

금정구장애인복지관 주간보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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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째 프로젝트

일곱 번째 프로젝트

여덟 번째 프로젝트

아홉 번째 프로젝트

열 번째 프로젝트

“더듬더듬 만지는 소리,

“육감원칙”

“소리와 글을 통한 놀이”

“관계를 깨우는 손 작업”

“자폐힙합”

열한 번째 프로젝트 “직물을 기반으로 한 예술 활동”

그리는 소리”

난나 최현주, 정원연, 이재환 팀

김지연, 이강일, 배정식, 류예지 팀

김보람, 임철민 팀

김장원, 한지헌 팀

최선희, 나하나 팀

성수희, 이진풍, 박영균 팀

영상 및 미술

사운드아트

목공예

공간 연출 및 사운드아트

전통 공예 및 디자인

사운드아트 및 미술

참여시설 주간보호시설 -

참여시설 공동생활가정(그룹홈) -

참여시설 장애인아동부모회 -

참여시설 직업재활센터 -

참여시설 거주시설(종합복지타운) -

참여시설 주간보호시설 -

비둘기주간보호시설

기쁜우리복지관

서대문장애인부모회

성모자애복지관

홀트일산복지타운

서대문장애인복지관 주간보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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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활동가 파견사업

타임라인

활동가 파견사업이 걸어온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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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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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주~4주

9월~12월 프로젝트 진행

10월 4주

12월~2월 3주

전체 사전 모임 개최

활동가 섭외 및 팀별 회의

시설 섭외 및 매칭

•사업 운영 및 모니터링

오픈 워크숍 개최

사례집 제작/완료

•전문가 그룹 구성 및 자문회의 개최

•참여자 대상 욕구 분석

•참여자 및 시설 참여 의향 확인

•프로젝트 기록 병행

•사업 추진 내역 검토

•팀별 기록 내용 취합 및 프로젝트

•사업 추진 내용 및 방향성 공유

•사업 기획 및 개별 프로젝트 설계

•프로젝트 일정 및 장소 조율

9월 혹은 10월부터 약 3개월 동안,

•사업 발전 방향 논의

전년도 사업 참여 활동가와 전문가 그룹이

•활동가 섭외 및 팀 구성

•업무 협조 및 운영 지원

팀별로 총 25회에 걸쳐 각기 프로젝트를

활동가, 장애인복지관 및 유관단체

•기록가 섭외 및 사례집 제작

프로젝트 기획 취지 및 추진 절차,

장애인 참여자의 개별적 욕구에 따른

각 지역의 장애인복지관 및 유관기관에

진행했습니다. 활동가들은 장애인

담당자와 함께 사업 활성화를 위한

진행일지, 사진, 영상물 등 각 팀의

활동가 프로필 등을 검토하고 사업 계획을

맞춤형 프로젝트를 설계하기 위해

사업 개요 및 활동가 장르를 안내하고,

참여자들과 소통하며 그들이 품고 있는

워크숍을 개최했습니다. 그간의

활동가들이 기록해온 자료들을 취합해

보완하며 내실을 다졌습니다. 또한 12회에

사전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참여자들을

사업 참여 희망 여부를 조사했습니다.

문화예술에 대한 욕구를 끌어내고,

사업 추진 상황을 검토하고, 우수 사례를

프로젝트 추진 과정을 담은 사례집을

걸친 사전 모임에는 2년차 활동가 및

대상으로 어떤 활동을 하고 싶은지,

참여 시설은 장애인 참여자와 활동가가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공유하며 사업 발전 방향에 대한 의견을

제작했습니다. 프로젝트 개요와 결과물,

신규 활동가가 참여해 회의를 통해 사업

무엇을 배우고 싶은지 조사한 뒤 그

만나 실질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자극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주고받았습니다.

회기별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 장애인

내용과 방향성을 공유하고 발전 방안을

결과에 따라 전체적인 사업 흐름과 개별

중요한 장소이므로 활동가 희망 지역,

수행했습니다.

논의했습니다.

프로젝트를 설계했습니다. 다양한 장르의

접근성, 해당 시설 규모 등 여러 가지

활동가들을 섭외했고, 총 11개 팀을

사항을 고려해서 매칭했습니다.

추진 과정 정리

참여자들과 있었던 일화, 활동가 인터뷰 등 다채로운 이야기를 수록했습니다.

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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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과 장애인이 아닌 ‘나와 너’가 만나는 시간

프로젝트 개요

활동가들

프로젝트명

공혜진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며, 책을 만든다. <임동창의

“김밥노래방”

우리풀꽃 이야기> <내가 좋아하는 겨울 열매> <감성에 물

기간

주기> <광릉수목원 사진일기> 등을 작업했다.

2014년 9월~2015년 1월

세르 지미 소리 장인, 사운드 디자이너, 음악가, 작곡가

활동가

다. 소리 듣기를 좋아하고, 만들기를 좋아한다. 필드 레코

첫 번째

공혜진, 임지영, 세르 지미

딩, 사운드 신테지스, 클라리넷 연주, 직접 만든 소리 기계

프로젝트

참여기관 및 참여자

등 다양한 도구로 소리를 조각한다. 이 소리들은 영화나 애

주간보호시설 - 영락주간보호시설

니메이션, 무용이나 연극, 영상 폴리에 사용되거나 사라지

발달, 뇌병변장애인 11명

는 즉흥이 된다.

‘공’과 ‘지미’ ‘지영’. 활동 분야도 관심사도 제각각인 세 활동가가

주요 내용

임지영 미디어 작가로 전시, 상영, 공공예술 프로젝트

뜻을 모아 설정한 “김밥노래방”의 주제는 ‘소리와 그림의 다양한

“김밥노래방”은 그림과 글을 쓰고 책을 만드는 ‘공’, 다양한

등 다방면에서 활동 중이다. <2012~2014 Gate 22 공공

재료와 만남으로써 각자의 표현과 즐거움 찾아가는 것’이었다.

소리 작업을 하는 ‘지미’, 영상과 설치 작업을 하는 ‘지영’

예술프로젝트 - 워킹투어 We go together> <2013 서무

이 영락주간보호센터의 참여자들과 만나 진행한 프로젝트

날, 신도림 텍스트> <2012 오산, 미디어아트의 모험전>

다. 세 활동가와 열 명의 참여자들은 2014년 가을부터 겨

<2006 샘표극장전 - 샘표스페이스에서 만나는 여성영화

울까지의 시간을 함께하며 각자의 즐거움을 찾아갔다. 그

제> 등에 참여했다.

“김밥노래방”

그들은 스스로의 역할을 참여자들 속에 내재된 어떤 것이 나올 수 있게 아주 최소한의 자극만 주는 것으로 정했고, 속에 있는 것을 일부러 꺼내려 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실마리를 통해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는 상황을 만들고자 했다. 각자의 표현들을 돋우어 더 풍성해지길 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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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과 소리 매체를 주로 다루면서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보 다는 표현의 과정에 중심을 두었고, 새롭고 즐거운 순간을 만나기 위해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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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활동가 파견사업

“김밥노래방”

아니, 포스트잇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는 표현이 정확하 겠다. 포스트잇에 각자 원하는 색상의 색연필, 매직펜, 도

“김밥노래방”

장 등을 활용해 뭔가를 그리거나 찍었다. 무언가 열심히 그리는 동작을 하고 있기 때문에 예측할 뿐 사실 그게 어 떤 걸 그리겠다는 목표와 인식을 가지고 하는 것인지, 손 가는 대로 하는 것인지는 모를 일이다. 사례집 제작을 위

프로젝트 진행 과정

해 참여자들을 몇 차례 인터뷰하고, 만나고 나니 나조차 “지금 뭘 그리는 건가요?”라고 묻기보다 “재미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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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에는 재료를 매번 바꿔가며 각자

개개인을 알아감으로써 각자의 성향에

후반에는 다 함께 모여 다양한 악기를

잘하시네요.”라고 말하기 시작했다. 무엇을 그려내겠다

어떤 반응이 나오는지 살폈고, 소리 작업과

맞춰 재료나 주제의 방향을 달리해 작업을

경험해보고 목소리로 화음을 만들어보는

는 목표보다 중요한 건 관심과 흥미다.

그림 작업을 1, 2부로 나누어 진행했다.

진행했다. 그림 자리 옆 한쪽에 소리

시간을 갖기도 했다.

참여자들마다 어떤 재료를 선호하는지,

자리를 만들어놓고 두 명이나 한 명의

재료를 어떻게 다루고 그로써 어떤

참여자만 따로 소리 작업을 했다.

의 작업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 “실마리나 재료만 주

표현들이 나오는지 알게 되었다.

소리 작업을 좋아하는 참가자도 있고

고 저희는 되도록 빠져 있으려고 해요. 오늘도 포스트잇

그림 작업을 더 좋아하는 참가자도 있었기

만 주고 거기에 어떤 작업을 하든지, 그러니까 그림을 그

활동가들은 참여자들 곁에 머무르기는 했지만 그들

때문에 각자 좋아하는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리든, 접고 붙여 다른 뭔가를 만들든 자유롭게 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다양한 소리를 만들어보고

했죠.”

헤드폰으로 세밀하게 들어보는 시간이었다.

한쪽 벽에는 큰 종이가 붙어 있고 활동가들은 포스트 잇몇장을그벽에붙여두었다.자연스레참여자들도완성 한 포스트잇을 벽에 붙이기 시작했다. “그냥 책상에서 작 무엇을 그리겠다는 목표보다 중요한 건 관심과 흥미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채 가라앉지 않은 명동의 오후. 영 락교회에서 운영하는 영락주간보호시설을 찾았다. 방에 들어서서 외투를 벗고 앉자마자 두 명의 친구가 눈을 마

업만하고끝나는것과벽에붙이는것까지하는과정은확

하고 있기 때문에 예측할 뿐 사실

실히 달라요. 참여자 중에 한 분은 평소에도 몸을 굉장히

그게 어떤 걸 그리겠다는

움츠리고 작업하는 특징이 있어요. 이분에게는 자리에서 일어나벽으로가서포스트잇을붙이는게굉장히큰활동

주치더니 인사를 건넨다. 면식이 있지 않은 이상 먼저 인

목표와 인식을 가지고 하는 것인지,

인 거예요. 우리한테는 아무것도 아닌데 말이에요. 또 몰

사하지 않는 우리, 그리고 나. 혹시라도 잘 모르는 사이에

손 가는 손가는 가는대 는 대로 대 하는 것인지는 모를 일이다.

입도가지나치게높은다른참여자가있어요.벽까지가서

밝게 웃으며 인사를 건네도 상대에 따라 이상한 눈초리

붙이는 어떤 동선을 만들어두면 일단 작업을 하고 일어나

가 돌아오기도 하는 세상. 초행길을 헤매다 들어온 나는

서걸어가는중에집중력이깨지게되잖아요.집중도가조

그 따뜻한 인사에 마음이 풀어짐을 느꼈다.

금 떨어지면서 작품이 오히려 부드럽게 나오는 것 같더라

밝고 탁 트인 공간, 책상을 앞에 두고 둘러앉은 참여 자들은 형형색색의 포스트잇에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12

무언가 열심히 그리는 동작을

고요.”활동가들은‘일어나벽에붙인다’는사소한설정하 나도참여자들에게큰영향을미친다고말했다. 13


2014 활동가 파견사업

“김밥노래방”

쉬운 건 없다. 달라졌을 뿐

원활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되레 다

공혜진, 임지영 활동가는 2013년 같은 사업에 참여한 경

른 감각, 본능을 통해 참여자들과 만나고 소통해나갔다.

험이 있다. 두 번째니까 시행착오의 염려도 없고, 장애인

활동가 세 명은 각자 다루는 매체나 작업 스타일이

참여자들에 대한 편견도 덜하지 않았을까? “쉬워진 건 없

다른데, 어쨌든 프로그램은 익숙한 것에서 출발할 수밖

“한 참여자와 한 손에 쏙 들어오는

과물이 아니라, 과정을 즐긴다는 본래 취지에 맞게 활동

작은 쿠션을 만든 적이 있어요.

가들에게 의미를 갖는 순간은 ‘사소하지만 듣는 것만으

그걸 다른 참여자의 손에 쥐여줬더니 그가

로도 마음 한 켠이 꽉 차오르는’ 이야기들이었다. “한 참 여자와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작은 쿠션을 만든 적이 있어

어요. 달라졌을 뿐이죠. 지난해에 해봤더니 의미도 있고

에 없기 때문에 시각 작업과 청각 작업 중심으로 기획하

볼에 갖다 대면서 행복하다고 말하더라고요.

좋았어요. 다른 기관의 참여자들도 만나고 싶더라고요.

게 되었다. 물론 지난해 경험자답게 결과물을 만들려고

사소한 순간에 느끼는 행복을 그대로

대면서 행복하다고 말하더라고요. 우리도 평소에 행복

그래서 또 하겠노라 했죠. 지난해 경험으로 깨달은 건 언

하기보다는 참여자들의 표현과 표출 과정에 중심을 두

말하는 것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하다는 표현을 하는 데 익숙하지 않잖아요. 사소한 순간

어로 얘기할 수 없을 뿐이지 소통은 다 되더라고요. 같은

었다. “우리 역할은 참여자들에게 내재된 무언가가 표출

뭉클해졌어요.”

에 느끼는 행복을 그대로 말하는 것을 보고 있자니 가슴

친구들과 만났어도 마찬가지였을 거예요. 익숙하긴 하겠

될 수 있게 아주 최소한의 자극만을 주는 것이었어요. 속

이 뭉클해졌어요.” 자신의 관심사에 반응을 보여준 참여

지만그렇다고매회기가쉽게진행되는건아니겠죠.”

에 있는 것을 일부러 꺼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작

자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기도 했다. “한 참여자가 그간

2014년 새로운 참여자들을 만나고 프로그램을 진행

은 실마리를 통해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는 상황을 만들

제가 찍었던 휴대전화 속 사진들을 쭉 넘겨 보더라고요.

해본 결과 지난해 참여자들과는 달리 언어를 통한 의사

어보고자 한 거죠. 즐겁고 새로운 순간을 만날 수 있길 원

곳곳에서 발견한 픽토그램을 찍은 걸 보고는 다 따라 그

소통이 어느 정도 가능하고 대체적으로 도구를 잘 다뤄

했고, 그를 통해 나오는 각자의 표현에 색을 입혀 더 풍성

렸어요. 제 오랜 관심사를 그렇게 들여다보는 참여자의

좀 더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한편 올해

해질 수 있길 바랐습니다.”

처음으로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한 세르 지미 활동가는

2014년 활동가 파견사업의 막바지를 달리고 있는 시

외국인이라 한국어에 익숙하지 않아 장애인과의 소통이

점. 활동가들에게 어떤 순간이 기억에 남는 지 물었다. 결

요. 그걸 다른 참여자의 손에 쥐여줬더니 그가 볼에 갖다

“우리 역할은 참여자들에게 내재된 무언가가 표출될 수 있게 아주 최소한의 자극만을 주는 것이었어요. 속에 있는 것을 일부러 꺼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작은 실마리를 통해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보고자 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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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활동가 파견사업

“김밥노래방”

모습에서 갑자기 저와 잘 맞는 사람을 만났을 때, 혹은 내

활동가 후기

참여자의 그림과 글, 말투와 행동을 따라 하고 이해하는 일

가 좋아하는 걸 같이 나눌 수 있는 사람을 만났을 때의 기 분을 느꼈어요.”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

활동가들은 다음 사업 때 개선되었으면 하는 부분으로 참여자 수에 대한 고민, 해당 시설 복지사 선생님들과의

프로젝트 제목인 “김밥노래방”은 워크숍 참여자 중 한 명

말투, 행동을 따라 해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따라 하려면

사업 취지 공유를 가장 먼저 꼽았다.

의 글에 자주 등장하는 문구였습니다. 글을 통해 보통은 말

아주 사소한 인상까지 기억해내야 하는데, 그렇게 하면서

“참여자 10명이 각자 너무도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

이 없는 그의 생각을 조금은 알 수 있었는데, 우리는 가끔

개개인에 대한 느낌을 전달받을 수 있었습니다. 아래의 그

는데, 각자의 특성을 잘 살려 깊고 넓은 작업을 함께 하기

그의 말투처럼 따라 읽어보기도 하고 글씨체를 따라 써보

림은 ‘공’이 참여자 분들의 글과 그림을 따라 평소 해오던

가 쉽지 않았어요. 일대일로 만나 작업하면 서로에 대해

기도 했습니다. 종종 다른 참여자 분들의 그림이나 글씨,

스탬프 작업과 그림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많은 것을 느끼고 또 다른 숨은 면을 찾아내면서 더욱 풍 부한 작업을 하는 게 가능하죠. 그런데 여러 명과 프로그 램을 진행하다보면 함께 작업한다기보다는 마치 문화센 터 수업처럼 강사와 수강생 구도가 되거나 깊이 있는 작

이 생겼다. 각자 개인에 대한 이해와 정이 쌓이자 이런 분

업이 어려워요.”

류로 표현하고 지칭하는 것이 불편했다.

‘예술가 친구’가 아니라 ‘예술가 선생님’이 오는 것으

“장애와 비장애라는 구분은 상대적인 것이라고 생

로 생각했던 센터 측에도 이 사업의 취지를 이해시키는

각해요. 그리고 ‘장애’라고 규정하는 게 이분들을 오히려

데 시간이 걸렸다. “센터 측 선생님들만 모아서라도 꼭 사

대상화하고 거리를 두게 만드는 것 같아요. 시스템에서

전 워크숍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프로그램이 교

유용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배제하는 거예요. 장애인들

육을 위한 것인지, 치료가 목적인 건지도 모르는 상태에

을 보면 생활 반경 자체가 정말 좁거든요. 마치 ‘당신들은

서프로그램이진행되니까우리역할에대한오해가생기

그 구역에만, 그 시스템 안에만 있어야 한다’는 느낌이에

고, 때로는 불편한 마음이 일기도 했습니다. 우리 역할을

요. 그러고는 이런 사업을 만들어서 그 밖에 있는 우리를

한마디로 설명하긴 어려울 수도 있어요. 그래도 강사는

거기에 보내는 거죠. 사업 자체가 사회구조를 보여주는

아니니까.그것만인지가되어도훨씬수월할것같아요.”

게 아닌가 싶어요.”

두 해에 걸친 활동가 파견사업을 통해 장애를 바라보

활동가들은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참여자 개개인

는 시선이 달라지지는 않았을까.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을 조금이나마 알아가게 되었는데, 이러한 사회적 기준

동안 참여자들을 지칭할 때 중증・경증 장애인, 지적장애

이나 통념에서 빠져나와 개인 대 개인으로 만나는 과정

인 등 어떤 그룹으로 묶어 표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

을 겪은 듯했다. 그러니까 사실 ‘예술가와 장애인’의 조

단다. 그런데 이렇게 말할수록 이런 표현에 대한 망설임

우가 아니라 그냥 ‘나와 너’의 만남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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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원초적 소통 방식, 움직임으로 대화하다

프로젝트 개요

활동가들

프로젝트명

윤여진 연극배우. 10여 년간 프랑스에서 움직임 공부를

“거침없는 놀이”

했고, 한국에 들어와 연극 작업을 하고 있다. 배우로, 움직

기간

임 코치로, 희곡번역가로 활동하며 단편・장편영화 작업도

2014년 9월~2015년 1월

겸하고 있다.

활동가

조영아 학부에서 언론홍보영상학을 전공하고 대학원 과

두 번째

김태원, 조영아, 윤여진

정 이후 정신분석학을 연구해오고 있다. 정신분석 담론을

프로젝트

참여기관 및 참여자

충실히 따르는 예술 창작 및 기획을 모색한다. 20대의 많

주간보호시설 - 파란마음주간보호센터

은 시간을 정신분석 연구와 인디밴드 활동으로 보냈다.

발달장애인 10여 명

김태원 문학을 전공했으며 글쓰기에 관한 것을 사운드와

연극, 음악, 미술을 하는 활동가로 구성된 이 팀은 매회 센터 주변의

주요 내용

미술을 통해 표현하고자 한다.

실내 강당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활동가들은 다 큰 어른의

“거침없는 놀이” 프로젝트는 연극적인 놀이, 시각적인 놀

덩치를 가진 참여자들과 센터 내 공간에서만 만났다면 아마 이런

이 그리고 음악적인 놀이를 융합해 참여자들이 그들만의

“거침없는 놀이”

경험을 하기가 쉽진 않았을 것이라 말했다. 넓고 탁 트인 공간에서 참여자들은 좀 더 열린 마음으로 활동가들과 소통할 수 있었을 것이다. 언어 표현이 거의 안 되는 참여자들이기에 강당에서

원초적이고 일상적인 창작 활동을 할 수 있게 돕는 프로그 램이다. 보물찾기, 소리 찾기, 음악 찾기 등 최대한 단순하 고 일상적인 놀이를 접목해 흥미를 유발하고 감각을 이끌 어낼 수 있게 했다.

몸으로 대화할 수 있어 좋았다고 직접 말해주지는 않았지만, 이제 그 정도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며 활동가들은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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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활동가 파견사업

“거침없는 놀이”

“거침없는 놀이” 프로젝트 진행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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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파란마음주간보호센터 선생님들과

다양한 놀이 1

Contact Impro

오리엔테이션

연극의 원리를 이용한 공놀이를 통해

접촉즉흥춤을 통해 서로 관찰하고

이용자 소개 및 주의사항 전달

다각도로 소통

의지하며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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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 무대 1

시 낭독 1

음악 만들기

자신만의 동물을 독특하게 색칠하고

무대에서 시 낭독하기

코드 선택해 음악 만들기

무대에서 자기 소개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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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act Impro

다양한 놀이 4

시 낭독 3

접촉즉흥춤 영상 감상, 눈을 가리고

풍선, 촛불, 물감을 불고 끄고 그리며

김수영, 원태연, 김언 시인의 시를

진행하는 일상의 재발견

다양한 의지 발현

무대에서 낭독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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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 체조

산타 할아버지 그리기

보물찾기 2

겨울 한파에 대비해 자신의 몸을 다스리는

크리스마스 기념으로 자신만의 산타

숨겨진 선물을 2인 1조로 협동해 찾기

요가 운동 배우기

할아버지 그려보기

“사회생활을 하려면 말을 할 줄 알아야 “사회생활 하는데 말을 못하는 장애를 가지고 있고, 그렇지만 남은 삶이 아직 많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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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낭독 2 + 꽃

동물과 무대 2

감정 표현 1

무대에서 시 낭독하기, 자신만의 꽃 그림

무대에서 자기 소개하기, 여럿이서 동물의

무대에서 음악과 함께 자신의 감정

색칠하기

특징을 신체로 표현하기

표현하기

평생 언어가 없는 삶을 산다는 건 어떤 걸까, 그래도 잘 살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같은 생각들이죠.”

참여자들을 마주하면서 느끼게 된 것들

파란마음주간보호센터의 현관문을 열자 고소한 튀김 냄 새가 먼저 나를 맞이했다. 활동가 파견사업 마지막 시간 을 위한 특식, 돈가스를 튀기는 냄새였다. 연말, 따뜻하고 고마웠던 일을 기억하며 자축하는 점심 식사 메뉴로 제 격인 듯했다. 활동가 한 명과 센터에 도착했음을 알리는 통화를 하 고 뒤로 돌아서자마자 깜짝 놀랐다. 참여자 한 명이 느닷 없이 얼굴을 들이댄 것이다. 내가 무슨 일로 여기에 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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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표현 2

보물찾기 1

소리 찾기 1

무대에서 음악과 함께 자신의 감정

숨겨진 자신의 소지품 찾기

녹음된 목소리 중에서 자신의 목소리 찾기

지, 뭐하는 사람인지 궁금해하는 눈치였지만 묻지 않았 다. 묻고 싶지만 물을 수 없다는 걸 그 후 몇 분간 내 주위 를 맴돌며 나를 살피는 모습에서 알 수 있었다. 아무 말을

표현하기

하지 않는다, 말 소리의 크기 조절이 안 된다, 대신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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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찾기 2

다양한 놀이 2

다양한 놀이 3

녹음된 소리를 듣고 일상 속 어떤 사물의

연극 놀이를 하며 무대 위에서 자신을

무대에서 놀이를 통해 교감하기

소리인지 맞히기

표현하기

를 지른다, 특이한 행동을 한다. 모두 자폐 증상이다. 물 론 나는 자폐에 대해 따로 공부하거나 사전 지식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인터뷰하러 센터들을 돌면서 이런저런 장애를 마주하게 되었고 외적으로 드러나는 장애의 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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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활동가 파견사업

“거침없는 놀이”

성 정도만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모종의 기대와 연민까지. 왜 아니겠는가. 말을 통해 전해

언어로 소통이 되지 않는다.

“딴것보다 참여자들의 소통 방식과 언어에 대한 생

들은 건 이번 인터뷰에서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지만

그렇다면 무엇으로 나를 표현하고 서로를

각을 많이 하게 되었어요. 사회생활을 하려면 말을 할 줄

이런 고민은 이미 많은 활동가의 마음속에도 스치고 지

알아야 하는데 말을 못하는 장애를 가지고 있고, 그렇지

나쳤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알아갈 수 있을까? 이들은 보디 랭귀지, ‘신체 언어’에 주목했다.

만 남은 삶이 아직 많잖아요. 평생 언어가 없는 삶을 산다 는 건 어떤 걸까, 그래도 잘 살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하

인간의 원초적 언어는 움직임

는 걸까 같은 생각들이죠. 활동가가 이런 것까지 생각할

파란마음주간보호센터의 활동가들은 “거침없는 놀이”

필요가 있나, 내가 너무 오지랖이 넓은 건 아닌가 싶다가

라는 이름으로 활동가 파견사업을 진행했다. 활동가들

도 자꾸 마음이 쓰이네요.”

은 각각 연극, 미술, 음악 분야의 예술가들이다. 크게는

프로그램 내내 참여자들의 대화와 말에 대한 고민이

자신들의 전문 분야에서 참여자들이 흥미를 보일 만한

끊이지 않았다는 한 활동가가 인터뷰 중에 한 말이다. 그

콘텐츠를 정하고 돌아가면서 주도자가 되어 진행하는

의 말에는 참여자들과 20회 넘게 만나오면서 마주했던

방향으로 정했다. 가장 적극적인 반응을 끌어낸 것은 몸

것 같아요. 옆에서 하니까 하는 거죠. 솔직히 어떤 마음인

감정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처음 만났을 때 느낀 당

을 쓰는 연극이었다. 미술과 음악은 거의 참패라고 봐도

지는 우리도, 복지사 선생님들도 잘 몰라요. 그렇겠거니

언어로 소통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무엇으로 자신

혹스러움, 이들 반응에 익숙해지는 과정, 동시에 점차 커

될 만큼 반응이 없어서 힘이 빠지기도 했다고 한다. 예상

생각하는 정도죠. 따라 하는 게 나쁜 건 아닌데. 비장애인

을 표현하고 서로를 알아갈 수 있을까? 이들은 보디 랭귀

지는 걱정과 고민, 말끔한 해결책이 나오기는 힘들 것이

은 했지만 그래도 너무했다는 투정의 눈치였다.

들과 수업할 때처럼 진행이 매끄럽지는 못해요. 색의 개

지, ‘신체 언어’에 주목했다. 말이 통하지 않는 외국에서

념도 별로 없는 것 같더라고요. 다양한 색을 쓴다거나 잎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손짓과 얼굴 표정을 사용해 의사

은 초록으로 칠한다거나 하지 않고 마냥 검정으로만 칠

를 전달한다. 인간의 원초적 언어는 움직임. 가장 단순하

해요.”

고 기본적인 언어인 움직임으로 놀이를 하자, 참여자들

라는 부정적 상황을 받아들이지만 그래도 놓을 수 없는

“참여자들은 본인이 무엇을 그린다는 개념이 없는

미술이라고 해서 난도가 높은 걸 하는 것도 아니었는

은 가장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데 쉽지 않았다. 음악도 마찬가지였다. “비장애인은 음계

“연극 훈련 중에 보물찾기라는 게 있어요. 물건을 무

정도는 알고 있잖아요, 코드는 몰라도. 코드도 그때그때

대 어딘가에 숨겨 두고 그걸 찾는 거죠. 그러면서 인간의

설명하면 바로 알아듣고 곧잘 따라 하거든요. 그런데 여

움직임을 관찰하는 거예요. 추리하고, 뒤지고, 허리를 굽

기 참여자들은 그런 과정이 안 되니까 제약이 많더라고

히고, 고개를 숙이고, 팔을 뻗고 하는 것들요.”

요. 뭐라도 알려주면서 해볼까 싶다가도 괜히 나는 선생 님이 아닌데 하는 생각도 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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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겠구나 판단했기 때문이다.

프로그램 초반에는 각자의 소지품을 숨겨두고 찾는 시간을 가졌고 마지막 날에는 연말을 기념해 활동가들

노래 한 곡도 함께 부르기 어려웠다. 시작이야 어떻

이 선물을 숨겨두고 찾았다. 참여자들의 움직임은 비장

게 한다고 해도 몇 소절 이어지지 않았다. 더 문제는 그러

애인과는 많이 다르다는 게 활동가들의 설명. 손짓 하나,

다보니 프로그램에 그나마 있던 집중도도 떨어지고 흥

발 한쪽의 움직임이나 몸의 중심이 어떻게 기우는지, 어

미도 잃더라는 것. 아이엠그라운드 같은 게임을 한 것도

떤 얼굴 근육을 사용하는지 유심히 관찰해 실제로 활동

그 때문이었다. 같이,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게 훨씬 중요

가들의 작업에 레퍼런스로 활용하기도 했다. 23


2014 활동가 파견사업

“거침없는 놀이”

활동가 후기

거짓 없고 틀이 없는 그들과 함께한다는 것

언어를 탐색하는 위치에 있는 작가는 언어장애가 있다고

둡게 인사하는 친구, 멍하니 바라보는 친구 등 다양한 첫인

여겨지는 자폐성 장애인들과 서로 유대감을 느낄 수 있는

상은 신선하고 오묘했습니다.

관계가 아닐까 하고 이전부터 생각했었다. 나는 파란마음

우리 팀의 화두는 여러 ‘예술적 놀이’를 통한 참여자 분들의

주간보호센터에서 처음으로 자폐성 장애인을 만났다. 가

정신적・신체적 진화에 있었고, 20회기의 프로그램을 진행

능하다면 그분들과 지속적으로 만나면서 우리가 언어와 어

하는 동안 어떤 결과물보다도 일명 “거침없는 놀이”를 통

떠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 함께 나눠볼 수 있는 시간을 더 가

해 참여자 분들의 긍정적인 변화를 바랐습니다.

져보고 싶다.

이 과정에서 가장 핵심적인 것은 처음 기획했던 프로그램 - 조영아

과는 달리 진행하면서 깨달았던, 참여자들의 흥미 유도와 유발이었습니다.

활동가들은 참여자들과 지내는

어 이야기를 쏟아냈다. “시 낭독했을 때요. 비장애인한테

시간 동안 남들이 발견하지 못했던

시 낭독이라고 하면 텍스트를 제대로 읽는 걸 말하잖아

‘다시 말하기’

다양한 놀이를 하며 서로 알아가고, 평소와는 다른 움직임

요. 매끄럽게 끊기지 않게. 그런데 참여자들은 읽다가 이

2014년 10월 23일, 참여자들이 시를 낭독하고, 녹음된 음

으로 몸을 움직여보며 서로 의지하고, 무대 위에서 시를 낭

상한 소리를 낸다거나 발을 구른다거나 그런 행동을 하

성을 듣고 자신의 목소리를 찾거나, 친구의 목소리를 찾아

독하고 무대라는 공간 속에 존재하며 자신의 의지를 가꾸

거든요. 처음에는 당황했는데, 생각해보니 그것도 시 낭

주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 것은 자신의

고, 익숙하지 않은 방법으로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

독의 일부가 될 수 있겠더라고요. 읽다가 갑자기 눈물을

목소리를 찾아내며 낯설어하던 표정과, 마지막에 보여주

고…. 참여자 분들이 이런 다양한 작업을 통해 수동적이었

흘릴 수도 있고 웃음이 터질 수도 있는 것처럼 감정 표현

었던 그 환희의 표정들입니다. 그날 집으로 돌아오면서 그

던 모습에서 벗어나 조금은 더 능동적인 태도와 적극적인

사고의 제약과 틀이 없어 자유로운 참여자들

의 방법이라고 생각하니 근사하게 느껴지더군요. 굉장

중 하나의 목소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일상을 갖길 바랐습니다.

여느 팀과 마찬가지로 이들 역시 시간이 너무 빠르게 갔

했어요.”

‘분명 그들은 다시 말하고 싶어한다’고.

나는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데 항상 어떤 과정의 한가운데

새롭고 긍정적인 면들을 발견했다. 순수하고, 거짓이 없고, 틀이 없다는 것.

- 김태원

실존한다고 믿습니다. 그 흐르는 과정 속에서 참여자 분들

음을 아쉬워했다. “공연이나 연극을 위한 프로젝트 팀을

활동가들은 참여자들과 지내는 시간 동안 남들이 발

만들어도 최소 6개월에서 1년의 시간이 필요해요. 3개월

견하지 못한 새롭고 긍정적인 면들을 발견했다. 순수하

은 거의 서로를 알아가는 수준이죠. 그래서 결과물이 중

고, 거짓이 없고, 틀이 없다는 것. 우리는 살면서 창의적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기 전, 센터의 선생님들과 오리엔

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또 내가 그분들을 통해 알지 못했던

요하지 않다고 하신 건가? (웃음) 모르겠지만, 이제 겨우

인 사고를 위해 틀을 벗어나라는 말을 수시로 접한다. 하

테이션을 하며 한 명 한 명의 성격 및 특이사항에 대한 설명

세상과 만나 새로운 경험을 하며 배워가는 것 같습니다. 이

누가 어떤 친구인지 안 것 같은데 아쉬운 마음이 커요.”

지만 무의식적으로 체화된 습관과 사고를 벗어나기란

을 들었습니다. 그러곤 참여자 분들과 처음 만났습니다. 그

번 활동의 기회를 열어주신 장애인복지관협회 관계자 분들

매 순간이 의미 있고, 모든 참여자의 얼굴이 명료하

얼마나 어려운가. 그런 면에서 활동가들이 느끼는 참여

때가 기억납니다. 낯선 사람을 경계하는 듯한 눈빛, 걸음걸

께 감사드리고, 이용자 여러분 및 센터 선생님들께 고맙다

게 떠오른다고 했다. 그래서 가장 즐거웠던 시간은 꼽기

자들의 가장 큰 장점은 사고나 행동에 정해진 틀이 없다

이, 알아듣지 못할 정도의 말투…. 하지만 선한, 그리고 순

는 말 전하고 싶습니다.

어려워했지만 가장 새로웠던 경험에 대해 묻자 앞다투

는 것이었다.

수한 눈동자와 몸짓이 있었습니다. 밝게 인사하는 친구,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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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만나고 예술이라는 거창한 작업을 하는 내게 오히려 긍

- 윤여진 25


목표를 없애는 것이 최종 목표다

프로젝트 개요

활동가들

프로젝트명

김보경 설치미술가.<Mondegreen memory synn n-

“시각재료를 활용한 놀이 및 예술적 자기 표현”

drome>(2014) 외 6회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Tsu-

기간

shima ART FANTASIA, 이이츠카 상점>(2014),

2014년 10월~2014년 12월

<Tsushima ART FANTASIA, 아리아케 여관>(2013),

활동가

<Sequence>(2012) 등의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세 번째

김보경, 장혜진

장혜진 그림책 작가. 그림책 <Yoga Froggy> <The Black

프로젝트

참여기관 및 참여자

Book>을 펴냈으며, 2009년부터 2012년까지 Proudly

주간보호시설 - 금정구장애인복지관 주간보호센터

Macassar Pottery의 미술 강사・기획을 맡았다. <Two

지적장애인 10명

Dimensional Dancing - Vision Fine Art Gallery>(2014),

김보경, 장혜진 활동가는 미술 작업을 기반으로 참여자들에게

주요 내용

<Some Human Concerns - Bijou>(2011) 등의 전시에 참

다가가고, 그들이 스스로를 드러낼 수 있도록 유도했다.

총 25회의 프로그램이 5부로 나뉘어 진행됐다. 1부는 단

여했으며, <Regional Ceramic Exhibition>(2007)에서 신

프로젝트 이름처럼 시각재료를 활용해 놀고, 예술적으로

순한 미술 작업을 통해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 2부는 신문

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시각재료를 활용한 놀이 및 예술적 자기 표현”

자기 자신을 표현하는 시간이었다. 두 활동가는 지난 시간 동안 그 어느 때보다 밝게 웃는 모습을 하고 있던 것은 바로 그들 자신이었다고 했다. 마지막 수업을 앞두고 있는 활동가들과 참여자들은 말갛고 다복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지, 점토 등을 찢고 뜯는 작업과 가면 만들기 등의 활동을 하며 참가자들의 특성을 파악하는 시간이었다. 3부는 참 여자 자신이 스스로를 더 마음껏 표현할 수 있도록 유도하 는 단계로, 공동작업이나 신체를 움직이는 작업을 했고, 4 부는 이전까지 참여자들이 흥미를 보였던 재료를 중심으 로 심화 프로그램을 진행한 뒤 5부를 마지막으로 프로그 램이 종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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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활동가 파견사업

“시각재료를 활용한 놀이 및 예술적 자기 표현”

“시각재료를 활용한 놀이 및 예술적 자기 표현” 프로젝트 진행 과정

참여자 중에는 몸이 불편해 봉투조차

산 금정구장애인복지관이 나왔다. 한눈에 보기에도 복

뜯지 못하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지관은 그간 봐온 시설에 비해 규모도 크고, 체계적이며,

비닐을 쉽게 뜯고 엽서를 하나씩

쾌적해 보였다. 오후 1시 30분. 김보경, 장혜진 활동가는 마지막 프로

열 맞춰 나열하는 친구도 있었다.

그램을 준비했다. 복지사 선생님 두 분과 보조 선생님, 참

이 그림이 누구의 작품인지를 추적하면서

여자 열댓 명이 모여 있는 공간은 여느 초등학교 교실 같

즐거워하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았다. 벽에는 그간 참여자들이 그린 그림이 붙어 있었고,

엽서에 관심조차 없는 친구도 있었다.

개인 소지품이나 물품이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었다. 특

01

02

03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단계

참가자 특성을 파악하는 단계

자신을 더욱 마음껏 표현할 수 있도록

히 인상 깊었던 것은 복지사 선생님들이 참여자들을 대

•자기소개

•찢어 붙이기(신문지 놀이)

유도, 격려하는 단계

하는 태도였다. 참여자들이 어떤 돌발 행동을 하더라도

•낙서로 놀기

•뜯어 붙이기(점토로 놀기)

•크게크게 마음껏 그려요(공동작업)

당황하지 않고 그들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타일렀고 어

•패턴으로 놀기

•포장용기를 활용한 재활용 미술

•떠오르는 대로 그려요(연상 그림 활동)

•채소를 활용한 스탬프 찍기 •털실로 그리는 그림

•손바닥으로 그리는 벽화(공동작업)

떤 질문에도 참여자의 눈높이에 맞춰 성의껏 대답해주

•가면 만들기

•음악 들으며 음표 그리기

었다. 서로 간에 살가운 소통이 오가는 걸 보면서 참여자

•말랑말랑한 재료를 사용한 잔 근육 운동

•온몸으로 그리는 그림

들이 좋은 환경에서 충분한 관심과 애정을 받고 있음을

(공동작업)

알 수 있었다. 참여자들은 각자 자리를 잡고 조용히 앉아 있었다.

04

05

흥미를 보이는 재료를 중심으로 한

지금까지의 작업을 아우르는 마무리 수업

심화 수업

•단추로 만드는 풍경화(공동작업)

분하지 않아요. 우리가 와서 뭘 하든 별로 관심 없을 때가

•색채로 놀기

•그림책 연상 놀이

더 많은데 오늘은 손님이 오셔서 긴장한 것 같네요.”

•조선시대 화가처럼

•앞사람 이어 그리기

•우연이 만든 예술(마블링)

•누가누가 선생님

•흙으로 놀아요

•발표회

마지막 시간이라는 걸 알고 있는 걸까? “원래 이렇게 차

프로그램이 시작되었고, 활동가들은 엽서 한 묶음씩 을 참여자들에게 건넸다. 엽서의 그림은 참여자들이 프 로그램 도중에 그린 것이었다. 다른 참여자들의 그림도

•퍼즐처럼 그림처럼

나누어 가질 겸 선물로 활동가들이 이들의 그림을 엽서 로 만들어 온 것이었다. 장애를 가진 참여자가 그린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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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는 만큼만

이라고 하기에는 놀라울 정도로 잘 그린 것부터, 이리저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평일. 활동가 파견사업 11개 팀

리 돌려보아도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건지 알 수 없는 그림

중 유일하게 수도권을 벗어나 멀리 부산에 있는 금정구

까지 다양했다. 다만 모든 그림이 아름답게 느껴진다는

장애인복지관에 가기 위해 KTX에 올랐다. 서울에서 고

건 공통적이었다. 참여자 중에는 몸이 불편해 봉투조차

속열차로 세 시간 떨어진 이곳 부산은 기분 탓인지 몰라

뜯지 못하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비닐을 쉽게 뜯고 엽서

도 훨씬 덜 추웠다. 구불구불 언덕길을 몇 차례 지나니 부

를 하나씩 열 맞춰 나열하는 친구도 있었다. 이 그림이 누 29


2014 활동가 파견사업

“시각재료를 활용한 놀이 및 예술적 자기 표현”

“이 시간만큼은 최선을 다해 잘 대해줘야

하는 걸 돕기 위해 애를 썼던 거 같아요.” 힘을 빼는 시간

반드시 얼굴을 그려야만 초상화라고 할 수 있을까?

한다는 부담이 컸어요. 혼자 할 수 있을 일도

이 필요했다. “전에는 욕심이 있었어요. 예를 들어 색칠하

활동가들만 결과물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는다고 끝이

는 수업이라고 하면, 오늘은 그래도 이 칸까지는 칠했으

아니었다. 프로그램 진행을 도와주고 곁에 있는 복지사

나서서 도와주기도 했죠. 작품도 우리가

면좋겠는데하는생각이들어서자꾸참여자를유도하는

선생님들도 결과에 대해 자유로워지길 바랐지만 쉽지

기대하는 수준으로 완성하는 걸

거예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결과물에 대한 부담을 저

않았다. “사실 초상화를 그리라고 하면 초상화가 눈, 코,

돕기 위해 애를 썼던 거 같아요.

도 모르게 계속 갖고 있었나 봐요. 이게 맞는 건가 싶었고,

입이 포함된 얼굴을 그리라는 것인지 아는 참여자는 거

근데 어느 순간엔가 확 놓아지더라고요.

정말 참여자들도 이걸 원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

의 없어요. 하나도 없다고 봐도 무리가 아닐 정도죠. 지금

참여자가 하고 싶어 하면 할 수 있게

었어요. 근데 어느 순간엔가 확 놓아지더라고요. 참여자

엽서로 만들어진 그림을 보시면 두어 점은 얼굴 형태가

가 하고 싶어 하면 할 수 있게 도와주고, 아니면 그냥 아닌

나와 있는 게 있는데 그건 선생님들의 터치가 들어간 작

대로두고.그러고나니저도마음이한결편해졌어요.”

품입니다. 초상화를 그리는 시간이고, 초상화는 얼굴이

도와주고, 아니면 그냥 아닌 대로 두고. 그러고나니 저도 마음이 한결 편해졌어요.”

구의 작품인지를 추적하면서 즐거워하는 친구가 있는가

련을 꽤 오랫동안 받아왔다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다.

하면, 엽서에 관심조차 없는 친구도 있었다. 누구의 작품

먹을 때 역시 같았다. 선생님의 도움 없이도 떡 포장

인지 추적에 성공한 친구는 그 그림을 그린 친구에게 잘

을 잘 뜯고 주스도 알아서 빨대 구멍까지 찾아 빨대를 꽂

그렸노라 칭찬까지 해주었다.

고 마시는 친구들이 있는가 하면 스스로 씹는 것조차 버 거워 보이는 친구들도 있었다. 이런 사소한 행동을 ‘실

장애인이니까 잘해줘야 한다는 생각도 편견이다

행’하기 위해 장애인들은 매 순간 고군분투해야 했다. 그

선물은 끝이 아니었다. 활동가들은 직접 떡을 맞추고 망

런데 활동가들은 오히려 몸이 불편한 참여자들을 위해

고주스까지 준비해왔다. 참여자들 앞으로 떡과 주스가

자신들이 무언가를 해줘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으려고

돌아갔다. 그런데 음식이 모두에게 돌아갈 때까지 아무

애썼다고 한다.

도 손을 대지 않았다. 선생님이 “이제 먹어도 좋다”고 말

“장애인과 어떤 프로그램을 함께하는 게 처음이라 그

하고 나서야 “잘 먹겠습니다”라는 대답과 함께 먹기 시작

랬을지도 몰라요. 이 시간만큼은 최선을 다해 잘 대해줘

했다. 공동체 생활 속에서 어떤 태도를 갖고 있어야 하는

야 한다는 부담이 컸어요. 혼자 할 수 있을 일도 나서서 도

지, 사회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관념이나 도덕에 대한 훈

와주기도 했죠. 작품도 우리가 기대하는 수준으로 완성

30

31


2014 활동가 파견사업

“시각재료를 활용한 놀이 및 예술적 자기 표현”

활동가 후기

만나면 늘 다시 처음처럼 밝게 웃어줄 바로 그 친구들과 함께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분리하려는

지는 것인가.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분리하려는 사회적

사회적 요구와 강압 때문에 그간 장애인들이

요구와 강압 때문에 그간 장애인들이 얼마나 소리 없이

지난 시간 동안 함께 찍은 사진을 정리하면서 그 어느 때보

해줘야 해’ ‘뭔가 더 잘해주고 싶어’ 같은…. 마지막 회차만

힘든싸움과훈련을해야했는지고민해볼수있었다.

다 밝게 웃는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었다는

을 남겨놓은 지금, 현재의 나는 이 프로그램을 시작하던 당

활동가들은 가장 기억에 남는 시간으로 가면 만들기

것을 깨달았습니다. 아마도 이 사업을 진행하는 동안 먼저

시의 나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그냥 다 같이 편하고 즐겁

를 했던 날을 꼽았다. 참가자들이 직접 만든 가면을 쓰고

손을 내밀고 다가와준 친구들을 통해서 가장 많은 치유를

게 어울리면 되는 거야”라고. 함께 작업하면서 이야기하고,

친구들 앞에서 자기소개를 할 때 유독 적극적이고 밝은

받은 사람도 나 자신이 아닌가 합니다. 다만 각자의 특성을

소통하고 웃고 즐기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이었습니다. 더

모습이었던 게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깃털이나 입체적

조금 더 먼저 알았더라면 프로그램의 취지를 더욱 명확하

보탤 것도 뺄 것도 없었는데, 나는 계속 무언가를 더 채워

인 가면 모형 등 새로운 시각적・촉각적 체험을 통해 자신

게 실현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프로젝트를

얼마나 소리 없이 힘든 싸움과 훈련을 해야 했는지 고민해볼 수 있었다.

나오는 그림이니까 그렇게 결과가 나오게 도와줘야 한

만의 독특한 가면을 만드는 행위 자체를 즐거워했을 뿐

다는 의미였겠죠.”

아니라 가면을 쓰는 행위, 친구들 앞에서 자기를 소개하

- 김보경

마무리하는 지금,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그리고 다 음에 이런 프로그램을 함께할 기회가 생긴다면 그때는 좀

‘장애’의 범위는 누가 정하는 것일까? 국어사전에서

는 과정 등이 모두 유쾌하게 이루어졌다. 참가자 각자의

어느덧 2014년도 그 끝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주간보호

더 재미있고 자유로운 활동을 해보고 싶습니다. 악기를 연

는 장애를 ‘신체 기관이 본래의 제 기능을 하지 못하거나

특색이 시각 활동이나 신체 활동에서 고스란히 드러나

센터 친구들과 함께한 몇 달 동안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

주하면서 음악을 만든다거나, 햇빛이 따뜻한 봄에 잔디 위

정신 능력에 결함이 있는 상태’라고 정의한다. 활동가들

는 재미있고 통합적인 체험이었다.

쳐갑니다. 정신장애나 신체장애를 가진 친구들을 만날 기

에서 자연이 그린 그림을 감상하기도 하고, 만화영화를 함

은 지금 우리가 장애라고 부르는 종류에 대해서만 그 이

음식을 나누어 먹고 반짝이 스티커를 손, 얼굴에 붙여

회는 많았지만 지적장애를 가진 친구들을 만날 기회는 많

께 보고 주인공으로 분장해보기도 하는…. 이 프로그램이

름을 붙여두어서 그렇지 사실 일반인 중에도 신체적・정

가며 연말 분위기를 한껏 즐겼다. 활동가와 선생님들의

지 않았기에 어떻게 다가서야 할지,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

아니더라도, 나는 언제라도 이들을 다시 만나 우리 생의 즐

신적으로 아픈 사람이 많은 것 같다고 했다. 꼭 완성된 그

얼굴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교실을 나서기 직전 외투

지, 고민스러운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결국엔 나

거운 한때를 함께하고 싶습니다. 만나면 늘 다시 처음처럼

림을 그릴 수 있어야 하는가, 밥 먹을 때 소리를 내면 비장

를 챙기던 중 활동가 한 명이 참여자 한 명을 잡고 말했다.

와 다를 것이 아무것도 없는 사람들이라는 걸 알면서도 머

밝게 웃어줄 바로 그 친구들과 함께.

애인의 기준에서 멀어지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가까워

“오늘이 마지막이야. 아쉽지?” 참여자는 별말이 없었다.

릿속에서는 자꾸 방해 공작이 일었습니다. ‘뭔가 특별한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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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혜진(‘도원’) 33


나와 생각도 취향도 다른 상대를 받아들이다

프로젝트 개요

활동가들

프로젝트명

정원기 작곡, 연주, 사운드아트의 범주에서 창작 활동을

“유희로 만나는 예술”

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국립현대무용단의 <발화하는 몸 -

기간

상처>를 공연했다.

2014년 9월~2015년 1월

박은영 뮤지컬 배우, 안무, 연출의 역할로 창작과 실연을

활동가

병행하고 있으며, 공간 특정적 작업에도 관심을 갖고 <꼭

네 번째

정원기, 박은영, 우희영, 추다혜

두야 뭐하니>를 무대에 올린 바 있다. 최근에는 뮤지컬 <러

프로젝트

참여기관 및 참여자

브레터>를 공연했다.

주간보호시설 - 성모주간보호센터

우희영 한국무용을 전공하고, 무용수와 안무/움직임 코

지적장애인 10여 명

치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극단 홍차의 <갈매기 포차>

무대예술의 범주에서 활동하는 네 명의 활동가는 놀이를 큰 주제로

주요 내용

를 공연했다.

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참여자들이 체력과

네 명의 활동가는 놀잇거리를 만들고, 참여자들과 친구처

추다혜 서도민요와 연기를 전공했고, 다양한 장르에서 활

집중력에 어려움이 있음을 알게 되어 여러 가지 놀잇거리를 만들기에

럼 함께 노는 데 집중했다. 만들기 활동, 야외 활동, 신체

동하고 있다. 어린이극, 뮤지컬, 실험적 복합 장르를 넘나

활동, 표현 활동, 공동체 활동 등을 통해 활동가와 참여자

들며 활동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이희문의 <쾌(快)>를 공

가 친밀감을 쌓고 새로운 자극을 주고받았다. 탈과 나비,

연했다.

“유희로 만나는 예술”

이르렀다. 프로젝트는 참여자와 활동가의 ‘마음 거리’에 집중되었고, 자기 표현에 솔직한 참여자들을 보면서 스스로도 마음이 좋다던 활동가들의 얼굴에는 내내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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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를 만들고 춤을 추고 연극 놀이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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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활동가 파견사업

“유희로 만나는 예술”

는 것이었다. 트리의 기본 틀을 만드는 과정은 활동가들의 도움

“유희로 만나는 예술” 프로젝트 진행 과정

이 필요했지만 장식을 붙이는 작업은 좀 더 쉽게 해냈다. 참여자들은 각자 마음에 드는 재료를 손에 집었다. 스티

“우리는 무대에서 어떤 표현을 하는 사람들이에요. 연습이 필수적인 과정이지만 결국은 즐기지 않으면 하기 힘들죠.

로폼을 반으로 잘라 만든 눈사람을 “어디에 붙이고 싶으

그래서 우리의 예술 활동을 연습과 놀이로

냐?”고 활동가가 물었더니 어딘가를 가리키고는 직접 풀

구분해봤어요. 그리고 놀이에 집중했죠.”

로 붙였다. 그리고 옆 참여자에게 풀을 건네며 ‘너도 붙이 라’는 손짓을 했다. 동글동글 알록달록한 스폰지의 촉감

01

02

03

자기소개와 장기자랑으로 인사

탈춤을 소재로 선정하고 만들기와 신체

좋은 날씨를 만끽하기 위한 야외 신체

이 신기한지 한 참여자는 신 나게 풀칠을 하고 스폰지를

활동 진행(탈, 신발, 한삼 등)

활동(탈춤, 따라 하기, 미니 볼링, 고리

붙였다. 그의 트리는 유달리 알록달록했다.

던지기, 미니 축구)

신체의 한계를 넘어 친구 되기

04

05

06

계절을 활용한 작품 만들기

스트레칭을 통한 생각하기 놀이

여러 가지 오브제를 만들고,

(가을 : 낙엽 / 겨울 : 눈과 크리스마스)

(신체 활동과 하루 일과 이야기하기)

오브제를 통한 놀이(춤, 연극 놀이)

독서당로 언덕 끝, 고요한 그곳에 센터가 있었다. 벨을 누르자 참여자 한 명이 나와 반겨주었다. 활짝 웃는 모습을 보니 이내 마음이 따뜻해졌다.

더불어 일반적으로 장애인을 대할 때는 사회 연령에

첫 만남을 갖고 개인 대 개인으로 마주하자 호칭이 문제

맞게 대우하라는 사전 교육도 받았다고 했다. 행동 전반

가 됐다고 한다. 활동가의 표현대로 하자면 참여자들은

에 얽힌 참여자 스스로의 책임감을 위해서다. 물론 활동

‘어른아이(순수한 자기 표현을 하는 데 대해 애정을 담아

가의 책임감도 같은 맥락이다. 어떤 관계든 적당한 긴장

부르는 말)’였다. 언뜻 봐도 서른 살, 아니 활동가들보다

은 필요한 법이다.

훨씬 더 나이가 많아 보이는 참여자도 있었는데 말과 행

장애인과 어떤 활동을 지속적으로 하는 경험이 처음

동은 순수한 아이 같았다. 신체연령과 정신연령의 차이

이었던 활동가들은 시작 전부터 생각이 많았다고 했다.

에서 오는 이질감. 호칭이 막히니 말을 건네기도 어려웠

어떤 말과 행동을 하면 상처가 되지는 않을까, 무엇을 조

열 명의 참여자를 만나러 가는 길

단다. 처음에는 ‘형’이라고 부르기도 했는데 이내 복지사

심해야 할까, 참여자들은 어떤 걸 좋아할까 같은 고민으

금호동에 위치한 성모주간보호센터는 이번 사례집 인터

선생님이 ‘씨’로 호칭을 정정해주셨다. 최소한의 긴장감

로 마음이 복잡했던 게 사실. 복지사 선생님께 고민을 털

뷰를 위해 처음으로 찾아간 시설이었다. 독서당로 언덕

은 유지하며 친밀감을 쌓으라는 조언이었다. 그렇지 않

어 놓았지만 일부러 답해주지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편

끝 고요한 그곳에 센터가 있었다. 벨을 누르자 참여자 한

으면 참여자가 활동가에게 막 대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견을 갖게 될까봐 염려되었던 것이다. 돌이켜보면 그게

명이 나와 반겨주었다. 활짝 웃는 모습을 보니 이내 마음 이 따뜻해졌다. 활동가 네 명이 모인 센터 안 사무실에서는 프로그램 준비가 한창이었다. 다음 주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트리 만들기를 한다고 했다. 잠시 후 수업이 시작됐다. 이날 만 든 트리는 두꺼운 종이에 고정 핀을 붙이고, 핀 위로 실을 엮어 트리 형태를 만든 뒤 여러 가지 장식을 붙여 완성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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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활동가 파견사업

“유희로 만나는 예술”

맞았다. 나조차 “특정 장애를 갖고 있는 분들이 어떤 특

족한 편이라는 얘기를 들었기에 적절하다고 생각했으

징이 있느냐”고 장애의 종류와 특성에 따라 참여자들을

며, 자연스레 야외 활동까지 이어졌다.

분류해 접근하려고 했다. 나의 질문을 들은 활동가들은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어려웠던 부분은 바로 참여자

웃으며 “우리도 처음에 그런 게 궁금했지만 여전히 잘 몰

들의 체력이었다고 했다. “신체 활동을 30분 이상 지속

라요. 그냥 개인의 특징이 있을 뿐이죠”라고 답했다.

하는 것을 힘들어 하시더라고요. 평소에도 야외 활동을

활동가들은 스스로 이 활동에 대해 목적의식을 갖게

할 기회가 별로 없으니 기본 체력이 약해요. 힘들면 흥미

히 유발해야 했다. 또한 어디서나 마찬가지로 열심히 하

상에 대해 거짓이나 꾸밈이 없어요. 익숙해졌다고 생각

될까 그것을 의식적으로 가장 경계했다고 한다. “우리는

도 떨어지고요. 그래서 참여자들의 체력과 상황 등에 맞

는 참여자도 있고, 딴청을 하는 참여자도 있었다. “재미

해도 매번 당황스럽긴 하죠. 복지사 선생님은 참여자가

무대에서 어떤 표현을 하는 사람들이에요. 연습이 필수

추어 진행 방법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가 없으니 그렇겠지….” 하며 오히려 솔직한 표현이 좋았

방귀를 뀌면 ‘미안합니다’라고 얘기하게 하셔요. 주변 친

적인 과정이지만 결국은 즐기지 않으면 하기 힘들죠. 그

신체활동과 더불어 놀잇거리를 직접 만들기도 했다.

다고 한다. “진행자가 앞에 있으면 어찌됐든 사람들은 눈

구들이 싫어하거든요(웃음).” 시간이 지나고 하루 이틀

래서 우리의 예술 활동을 연습과 놀이로 구분해봤어요.

탈, 계절(낙엽/눈)을 활용한 작품, 손인형(물고기), 막대

치를 보죠. 하기 싫어도 티 안 내고 참기도 하고…. 그런

만나는 프로그램이 진행되면서 자연스레 참여자 개인 성

그리고 놀이에 집중했죠. 놀이를 통해 우리와 참여자들

기 인형(나비)…. 직접 만든 놀잇거리를 가지고 꾸준히

데 여기 참여자들은 재미있으면 계속하고, 힘들면 그 자

향도 드러나기 시작했다.

사이에 어떤 방식으로든 관계가 형성될 테고, 이를 통해

할 수 있는 신체 활동을 진행했다. 나비가 꽃을 찾아가는

리에 주저앉아버려요(웃음).”

예술을 경험할 수 있도록 거꾸로 방향을 잡아본 거죠.”

연극, 낚싯대로 물고기를 잡는 놀이, 스트레칭을 하며 하

성모주간보호센터의 활동가 네 명은 무대예술의 범

루 일과 생각하기 등….

“본업이 사람을 관찰하고 다양한 양상을 표현하는 예술 종사자이다보니 여기 와서도 참여자들의 성향을

결국 예술은 사람을 향하는 일

관찰하게 되더라고요. 보통 활동가 네 명, 복지사 선생님

주(작곡가, 안무가, 무용수, 배우)에서 활동해왔다. 놀이

놀이 프로젝트는 수업의 형태로 진행되지 않았기 때

트리를 한창 만들던 중 어디선가 참여자 한 명이 방귀 뀌

두 명이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해요. 사람 껴안기를 좋아

와 예술의 범주에서 그들이 처음 떠올린 소재는 탈춤이

문에 경청하는 자세가 요구되지는 않았지만, 활동 내용

는 소리가 들린다. 활동가들은 당황했다. 지적할 일도 아

하는 참여자가 있는데, 활동가 두 명에게는 장난을 치면

었다. 또 참여자들의 경우 비장애인에 비해 운동량이 부

을 안내하고 이끌기 위해서는 참여자들의 흥미를 꾸준

니었지만 당사자는 민망해하지도 않았다. “생리적인 현

서, 다른 두 명에게는 그러지 않아요. 재미있는 건 참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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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활동가 파견사업

“유희로 만나는 예술”

활동가 후기

문에 대화하기가 어려웠다. 사회 연령에 포커스를 맞추어

마음으로 친구가 되다

‘씨’를 붙여 부르니 훨씬 좋아졌다. 반면 역시 사람과 사람 의 관계에는 적당한 긴장감이 있어야 하나보다. 조금 편하 게 맞춰주기만 했더니 함부로 행동하기도 한다. 그리고 신

꼭꼭 숨어 있는 주간보호센터를 찾아가는 길은 새로운 시

체 접촉에 관한 주의도 줘야 했다. 어른의 신체로 아이와

작의 설렘을 안겨줬다. 30대 중・후반의 외모를 하고 있는

같이 행동하기에는 세상이 녹록지 않기에….

‘어른아이(순수한 마음을 표현한 말)’를 만나는 첫 번째 시 간. 참여자들은 기대 이상으로 우리를 친절하게 맞아주었

에피소드

고, 장기를 자랑하며 자신을 소개했다. ‘장애’에 관한 이해

같은 행동과 말을 반복하며 우리에게 전혀 관심이 없는 참

가 부족한 우리 활동가들의 염려는 참여자들의 순수한 마

여자도 있고, 칭찬을 받고자 눈치를 보는 참여자도 있다.

음으로 인해 무게를 덜 수 있었지만, 우리의 성급한 판단과

말을 알아들으면서 청개구리처럼 딴청 하는 참여자도 있

이해가 혹여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생각에 걱정이 앞섰

고…. 사실 우리 주변에 있는 친구들과 같은 모습의 사람들

다. 다행히 호칭과 대화에 대한 복지사 선생님의 주의사항

이었다. 나아가 가장 순수한 자기만의 표현을 하는 사람들

빙글빙글 돌며 노래 부르고 춤출 때

본인이 좋아하지 않아서래요.(웃음).” ‘어른아이’인 참

에 귀 기울이며 시작할 수 있는 여건이 되었다.

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한 사람 한 사람 다 마음으로 친구

참여자들의 얼굴을 떠올리면 정말 기분이

여자들은 질투도 많다. 그래서 되도록 모두에게 골고루

우리는 무대에서 어떤 표현을 하는 사람들이다. 사실 우리

가 된 듯하다. 물론 그 순수는 무조건적인 착함을 의미하는

관심을 가지려 하지만 그러지 못해 아쉬웠다. 더 어려운

가 하는 예술은 지독한 연습을 수반하는 치열한 과정에 집

말은 아니다. 자신의 마음 상태의 티를 ‘팍팍’ 낸다는 의미

일은 맞춰주기만 해서도 안 된다는 점이다. 특히 남자 참

중되어 있지만, 궁극적으로 즐기면서 하지 않으면 할 수 없

다(웃음).

여자의 경우 지나친 스킨십은 공동체 생활에서 어려운

다. 이러한 이유로 본 프로젝트를 훈련과 놀이로 구분했고,

한번은 수업에 집중하지 않아 주의를 준 적이 있는데, 나를

문제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우리가 집중한 내용은 ‘놀이를 통한 자기 표현(활동

나쁜 사람이라고 부모님과 선생님들께 이르고 다녔다고 한

가로서는 친구들의 마음을 살피는 일)’이었다.

다(웃음).

좋아진다고 활동가들은 전했다.

인터뷰하러 갔을 때에는 14회기로 25회기의 프로그 램이 반 정도 진행되었을 때였다. 이후 나비 모양을 만들

참여자들은 30분 내외의 집중력을 갖고 있으며, 신체적인

고 춤을 추거나, 물고기 모양을 만들고 헤엄치는 연기 놀

제약도 따른다. 움직이는 일을 즐겨 하지 않기에 운동량이

마무리

이를 하고 있단다. 빙글빙글 돌며 노래 부르고 춤출 때 참

부족하기도 했다. 그래서 춤도 추고, 공도 던지고, 꼬리 잡

예술은 사람을 향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상대방이

여자들의 얼굴을 떠올리면 정말 기분이 좋아진다고 활

기도 하고, 탈도 만들고, 나무도 만들고, 꽃도 만들고, 물고

든 마음 대 마음으로 만날 수 있다면, 예술가의 가장 기본

동가들은 전했다. “예술은 사람을 향하는 일이라고 생각

기와 나비도 만들었다. 그렇게 만든 놀잇거리로 춤도 추고

적인 역할은 했다고 생각한다. 약 4개월 동안 진행한 프로

해요. 어떤 상대든 마음 대 마음으로 만날 수 있다면 예술

연극 놀이도 했는데, 이런 과정이 본 프로젝트의 로드맵이

젝트는 가시적인 성과를 증빙하기에는 미비할지 모르지

가의 기본 역할은 하지 않았나 싶어요. 결과물은 미비할

되었다.

만, 참여자들의 얼굴에 기쁨이 생겼고, 치열하게 작품 활 동을 하고 있는 우리에게도 밝게 맺힌 이야기가 있다. 지금

지 모르겠지만 참여자들의 얼굴에는 기쁨이 생겼고 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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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 필드에서 살아온 우리에게도 따뜻하고 좋은 경험

활동하면서 어려웠던 점

당장은 아니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이 늘 행복하길 바라며

이 된 것 같아요.”

처음에는 신체연령과 정신연령의 차이에서 오는 낯섦 때

내일의 희망을 품고 글을 맺는다. 41


나와 다른 상대를 받아들이고 친구가 되는 일

프로젝트 개요

활동가들

프로젝트명

전지인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고 비디오, 설치, 퍼포먼 포먼

“두루두루 프로젝트”

스 등 다양한 실험을 시도하며 서울에서 작업하고 있다.

기간

전지희 영화를 전공했고 단편영화 몇 편을 연출했으며 현

2014년 10월~2014년 12월

재 장편 시나리오를 작업 중이다.

활동가

함혜경 비디오 작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최근 전시로는

다섯 번째

전지희, 전지인, 함혜경

스페이스 오뉴월 <응답하라 작가들>, 금천예술공장 <루와

프로젝트

참여기관 및 참여자

얄 섬 레지던시 보고전> 등이 있다.

주간보호시설 - 위드주간보호센터 지적장애인 10명

“두루두루 프로젝트”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 장애인 참여자와 함께하는 프로그램이

주요 내용

처음이었던 전지희, 전지인, 함혜경 활동가는 고민이 많았다.

시각적・청각적 매개를 활용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

하지만 그 어느 곳보다도 포근하고, 친근감 넘치는

다. 친해지기 위한 과정으로 미술 작업, 조형 놀이를 통해

위드주간보호센터의 참여자들과 함께한 시간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미술과 영상이라는 공통분모 아래 그들은 참여자들에게 다양한 시청각적 매개를 소개했고,

참여자의 관심을 유도했고, 이후 비디오 카메라 작업과 스 톱모션을 위주로 한 애니메이션 작업에 들어갔다. 참여자 의 개별 성향을 파악한 뒤 개인별로 적합한 작업을 찾아가 는 방식으로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을 제안했다. 지난 3개월의 시간은 참여자들에게도, 활동가들에게도 신선한 경험과 즐거운 이야기를 남겼다.

42

43


2014 활동가 파견사업

“두루두루 프로젝트”

“두루두루 프로젝트” 프로젝트 진행 과정

01

02~05

06~09

첫 만남

익숙한 미술 작업을 통한 친밀감 형성

참여자들의 특성 파악

10~14

15~20

다양한 시도

선택과 집중

1회~5회

6회~14회

15회~20회

스킨십 - 친해지기 : 손쉬운 재료와 익숙한

본격적인 작가와의 소통 : 사진이나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파악한

받은 기쁨은 첫인상으로 끝나지 않았다. 시간상 잠시 들

장애인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은 활동가

렀다 나왔지만 2층짜리 주택 공간인 이 시설에서는 내내

셋 모두 처음이었다. 그래서 시작 전부터

미술 작업, 조형놀이를 통해 참여자의 관심

비디오를 이용해 다양한 작업 진행.

참여자들의 개별 성향을 토대로 개인에게

따뜻함이 느껴졌다. 위드주간보호센터는 그런 친밀함과

유도, 활동가들과 친해지기

플립북 만들기 등의 간단한 애니메이션

더 적합한 작업을 세분화해 진행

포근함이 있는 곳이었다.

작업, 빔 프로젝터를 통한 조형놀이,

“여기 있는 분들은 대부분 10년 이상 함께 생활한 분

색과 면을 활용한 만들기 등

스스로 잘할 수 있을지, 장애인들이 잘 따라 줄지에 대한 고민의 무게가 꽤 무거웠는데,

들이에요. 생활적인 부분에서 이미 많은 훈련이 되어 있

막상 와보니 예상보다 밝고 건강하게 지내는

는 분들이죠. 저희 이전에 요가, 에어로빅, 미술 등 다양

모습이라 활동가들은 오히려 놀랐다.

한 프로그램을 경험해보셨다고 해요. 그래서인지 장애

44

따뜻함이 넘치는 센터, 참여자들과의 첫 만남

를 가진 것에 비해 대화도 잘되고, 저희랑 프로그램을 진

어느 날인가 아버지에게 하루 중 언제가 가장 행복하냐

행하는 것도 크게 낯설어하지 않으시더라고요.”

고 물은 적이 있다. 아버지는 주저 없이 “퇴근하고 현관

장애인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은 활동가 셋 모두 처

동가에게 조언을 듣기도 하고 사례집을 꼼꼼히 읽기도

문 열었는데 너희가 뛰어나와서 반겨줄 때”라고 답하셨

음이었다. 그래서 시작 전부터 스스로 잘할 수 있을지, 장

했지만 막상 맞닥뜨리니 걱정되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

다. 구산동 언덕에 위치한 위드주간보호센터에 처음 들

애인들이 잘 따라줄지에 대한 고민의 무게가 꽤 무거웠

었다. 적어도 활동가들이 누구고, 이들이 오는 시간에 무

어섰을 때 갑자기 그때 아버지와의 대화가 스쳐 지나갔

는데, 막상 와보니 예상보다 밝고 건강하게 지내는 모습

엇을 하는지 관심을 끌 수 있을까 걱정됐다. 고민 끝에 몇

다. 처음 보는 얼굴 셋이 쑥 나와 나를 환대했다. 진심으

이라 활동가들은 오히려 놀랐다.

가지를 준비해 갔지만 결국 색지에 이름을 써서 서로를

로 반가워하는 얼굴, 호기심 어린 눈빛, 어서 들어오라는

활동가들은 전체 회기 중 가장 고민을 많이 한 날로

손짓까지. 마치 가족에게서 환영받는 느낌이었다. 환영

첫 만남을 꼽았다. 2013년 같은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활

소개하고, 센터 선생님으로부터 간략하게 참여 장애인 각각의 특성을 전해 듣는 것으로 첫 만남을 마쳤다. 45


2014 활동가 파견사업

생각도 행동도 자유롭게

“두루두루 프로젝트”

프로젝트 초반에는 참여자들의 활동 가능 범위나 개

활동가들은 꼭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활동가들에게 프로그램의 콘셉트나 기획 의도를 물으면

인적인 예술 취향, 성격 등을 파악하기 위해 이미 해봤을

참여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대부분 난감해했다. 시작할 땐 분명 어떤 ‘의도’가 있었

법한 미술 작업을 진행했다. 어떤 참여자는 반복적이고

다. 본인들의 전문 분야를 살리거나 의미가 있을 것 같은

단순한 작업을 좋아하고, 어떤 참여자는 활동가가 예상

기획을 준비하기도 했다. 하지만 두 번 세 번 프로그램을

했던 것보다 흡수 속도가 훨씬 빨랐다. 또 ‘이런 걸 좋아

받을 수 있어 좋았고, 무엇보다 태도나

진행할수록 의도나 목표가 크게 중요하지 않겠다는 깨

하겠지’ 싶어 준비했지만 예상과 달리 흥미를 보이지 않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달음을 얻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계획한 의도대로

는 참여자도 있었다. 하지만 활동가들은 꼭 프로그램에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진행해 완성된 특정 결과물을 만들어내기가 어려웠다.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오히

이는 이번 활동가뿐 아니라 인터뷰한 모든 팀의 공통된

려 호불호에 대한 확실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어 좋았고,

의견이었다.

무엇보다 태도나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시간

전지희, 전지인, 함혜경 활동가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다만 센터 측 선생님들

그래서 ‘참여자들에게 새롭고 신선한 경험을 하게 해보

과 합을 맞추는 데에는 조금 시간이 걸렸다. “협회와 활

자’고 생각했다. 혹여 앞으로 장애인들과 진행하게 될 작

동가, 센터 사이의 역할이나 기획 의도에 대한 이해가 조

업이 활동가들에게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닐 수 있지만,

금씩 달랐던 거 같아요. 센터 측 복지사 선생님들은 처음

예측 불가능한 사람들과 함께라면 그 또한 자신들에게

에 이 프로그램을 ‘기존’에 진행해왔던 예술 분야 ‘수업’

신선한 경험이 될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으로 생각하시더라고요. 틀린 건 아닌데, 확실히 다른 부

오히려 호불호에 대한 확실한 피드백을

분이 있거든요. 초반에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면 선생님

미디어 작업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춰 고

들이 참여자들을 데려다 자리에 앉히고, 책상을 (프로그

민했다. 몇 회의 프로그램이 지나고 ‘나름’ 파악된 참여

램을 위해) 재배열하셨어요. 물론 우리를 도와주려고 그

자들의 성향에 맞춰 전지희 활동가는 비디오카메라 작

러신 건 알죠. 그런데 우리는 편한 분위기에서, 굳이 말하

업과 스톱모션을 위주로 한 애니메이션 작업을 하기로

자면 놀 듯이 하고 싶었거든요. 앉고 싶으면 앉고, 돌아다

했고, 전지인・함혜경 활동가는 보다 넓은 범위에서의 미

니고 싶으면 돌아다니고. 그런 부분에 대한 생각의 차이

술/미디어 작업, 예를 들어 빔 프로젝터를 이용한 빛과

가 조금 있었어요.”

소리 작업처럼 다양한 재료의 콜라주를 통한 스토리텔 링 작업 등을 하기로 했다.

정이 쌓이고, 친구가 되다

46

활동가들은 그중에서도 특히 캠코더로 작업한 시간

전지인, 함혜경 활동가는 미술 분야 작가이고 전지희 활

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버튼이라도 하나 제대로 조작

동가는 영화 관련 일을 하고 있는데 세 활동가 모두 비디

할 수 있을까 염려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빠르게 조작법

오 작업을 많이 해왔기 때문에 서로의 공통분모인 영상/

을 익히고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촬영을 진행했다. 아마도 47


2014 활동가 파견사업

“두루두루 프로젝트”

활동가 후기

활동가들의 공식 일정은 끝났지만 시간이 지나도 참여자들이 생각나고,

항상 다정한 참여자의 그림

보고 싶을 것 같다고 했다. 참여자들의 마음은 잘 모르겠다며 웃었지만 언제라도 다시 찾아가면 활짝 웃으며 뛰어나와 줄 것 같다고 했다. 이쯤 되면 서로 친구가 된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정적인 작업을 위주로 해왔던 것에 비해 새로운 자극이

다음 프로그램을 기획했어요. 뭐하지? 어떻게 해야 반응

라 그랬던 것 같다. “캠코더도 신기해하셨지만 모니터에

이 올까? 같은 얘기가 주된 내용이었죠. 그런데 횟수가

본인 얼굴이 나오니까 정말 신기해하시더라고요. 그런

지날수록 오늘 누가 그거 하니까 좋아하는 거 봤어? 누구

경험을 해본 적이 없으니까요. 그 모습을 보는데, 저희도

는 이렇게 해주면 더 잘 따라오는 것 같아 등 특정 참여자

덩달아 너무 즐거웠습니다.”

의 행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더라고요. 그런 게 정

그리고 프로그램 막바지에 다녀온 미술관 관람도 기

이 쌓이는 거고, 친구가 되는 거 아닐까요?”

억에 남는다고 했다. 전시 역시 회화 위주의 정적인 전시

활동가들은 기억에 남는 특정 참여자를 꼽지는 못

보다 인터랙티브 작업이 포함된 설치 작업이 주가 되는

했다. 그러기엔 한 명 한 명의 참여자 모두 다르고 매력

전시를 보러 갔는데, 다행히 참여자들의 반응이 좋았다.

이 다르니까. 다만 확실히 서로 가까워졌다고는 생각한

익숙한 센터에서 벗어나 넓은 공간에서 신체 감각에 다

다고 말했다. 호불호에 대한 표현이 명확하고, 간혹 말보

양한 자극을 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 것 같아 활동가들

다 행동이 앞서는 참여자들 개개인이 친밀감을 표현하

은 기뻤다.

는 방식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대뜸 와서 활동가의 손을

활동가 파견사업의 2013년도 사업 이름은 예술가 친

잡는다거나, 남자 참여자가 다가와 배에다 손을 얹는다

프로젝트가 모두 끝나고 나서 돌아보니 이런저런 사진을

구 사귀기 프로젝트였다. 활동가가 주체가 되어 일방적

거나, 눈이 마주치면 웃어준다든가 하는 것들. 활동가들

참 많이도 찍었지만 왜인지 그 속에 참여자들과 같이 찍은

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작업을 매개로

의 공식 일정은 끝났지만 시간이 지나도 참여자들이 생

기념사진은 없다.

시간을 보내면서 참여자와 활동가가 서로 친구가 되자

각나고, 보고 싶을 것 같다고 했다. 참여자들의 마음은 잘

이 그림은 언제나 다정했던 한 참여자가 그린 그림이다. 누

는 것이 기본 취지였다. 그렇다면 이 팀은 어땠을까? 25

모르겠다며 웃었지만 언제라도 다시 찾아가면 활짝 웃

구를 그린 건지 묻진 않았지만, 그냥 우리 마음대로 ‘다 같

회의 프로그램을 통해 참여자들과 ‘친구’가 되었을까?

으며 뛰어나와 줄 것 같다고 했다. 이쯤 되면 서로 친구가

이 찍은 기념사진’이라고 우겨본다. 아쉬운 마음에.

“처음에는 수업 끝나고 밥 먹으면서 수업 리뷰를 하거나

된 것이라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48

49


과정지향적 프로젝트가 남긴 것

프로젝트 개요

활동가들

프로젝트명

성수희 주로 사운드를 주제로 하는 다양한 작품 활동을

“더듬더듬 만지는 소리, 그리는 소리”

하고 있다. 우리 주변을 둘러싼 소리 풍경을 관찰하는 것에

기간

서 출발해 듣지 못한 ‘목소리’들에 주로 관심을 가지고 작

2014년 9월~2015년 1월

업해오고 있다. 2013년 화성공공미술프로젝트에서 장지

활동가

리 할머니들이 민화투를 치며 풀어내는 이야기(구전)를 채

여섯 번째

성수희, 이진풍, 박영균

집하는 것을 계기로 소외된 목소리와 도시 공간이란 주제

프로젝트

참여기관 및 참여자

를 소리를 통해 읽고 표현하는 리서치 기반 프로젝트를 진

주간보호시설 - 서대문장애인복지관 주간보호센터

행하고 있다.

지적장애인 10여 명

이진풍 사운드를 소재로 음악과 미디어 작업을 하는 사운

걷기 좋은 10월. 활동가 셋과 참여자들이 만났다.

주요 내용

드아티스트다. 디지털 시대에 누릴 수 있는 기술과 도구를

이들은 만나자마자 밖으로 나갔다. 어쩌면 평소 활동량이

촉각 센서 등을 이용해 일상의 오브제들을 연주가 가능한

사용해 소리를 다듬고, 새로운 접근법으로 ‘장르 음악’으

부족하다는 이유로 나가보자는 건 핑계였을지도 모르겠다.

악기로 만들었고, 그 과정을 통해 서로의 감각을 나누며 각

로부터 새로운 방향성을 찾고 있다. 세상의 정보를 소리로

자의 방법으로 소통해나가는 법을 배워보고자 했다. 여기

변환해 사운드 스케이프 형태로 표현하는 작업을 하고 있

서 매체는 매개의 수단일 뿐 어떤 형태를 지닌 완성의 결과

으며, 구조적인 소리의 설계를 통한 감성적 음악 작품의 가

물로 간주하지 않는다는 전제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능성을 실험한다. 소리가 가진 공간성을 부각한 전시와 공

“더듬더듬 만지는 소리, 그리는 소리”

날씨는 좋았고, 공기는 청명했으며 서로에 대한 묘한 기대감이 있었다. 손과 어깨를 잡고 한 달간 산책했다. 정확한 언어로 소통할 수는 없어도 어떤 마음을 전달하고 싶은지는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사운드아티스트로 구성된 팀답게 소리를 가지고 참여자들과 ‘놀고자’ 했고, 참여자들도 기꺼이 동참해주었다.

연의 성격을 동시에 지니는 새로운 형태를 모색하고 있다. 박영균 2011년 ‘인계시장’ 프로젝트(생활문화예술재생

레지던시)에 입주작가로 참여한 것을 계기로 지역과 주민, 사회에서 예술이 갖는 의미와 역할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 다. 이후 ‘무늬만커뮤니티’ 팀에 합류해 빠르게 변화하는 한국의 근현대사에서 몰가치성을 토대로 생성된 사회 전 반에 문제의식을 던지고 대안과 제안을 논하며 자기성찰 을 시도하는 작업을 함께 하고 있다.

50

51


2014 활동가 파견사업

“더듬더듬 만지는 소리, 그리는 소리”

“더듬더듬 만지는 소리, 그리는 소리” 프로젝트 진행 과정

01

02

03

오리엔테이션, 자기소개, 참여자 관찰

야외 활동, 산책

실내 활동, 참여자 관찰

04

05

06~07

야외 활동, 산책

실내 활동, 참여자 관찰

야외 활동, 산책

08

09

10

옥상에서 물 그림 그리기

당근 피리 만들기

빨대 피리 만들기

11~13

14~21

22

만지고 듣는 그림 표현하기

만지고 듣는 그림 그리기, 소리 그림

소리 옷 만들기

23~24

25

소리 옷으로 표현

마지막 인사

한 달간의 산책, 기나긴 탐색의 시간

걷기 좋은 계절이었다.

성수희, 이진풍, 박영균 활동가는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손을 맞잡고 한 달간 산책했다.

전에 ‘과연 우리가 친구가 될 수 있을까?’ ‘나의 진짜 마음 을 이야기하고, 그들의 마음을 들을 수 있을까?’ 하고 고

서로에 대한 따뜻한 탐색의 시간.

민했다고 한다. 장애가 없어도, 사람과 사람이 만나 친구

그들은 한 달간 하루 2시간가량

가 되는 것이 쉽지 않은 세상이기 때문이다. 머리를 맞대

인근의 산을 거닐며 서로를 알아갔다.

고 고민하던 그들은 참여자들을 진실로 이해하기까지의 과정에서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새로운 것, 의미 있는 것에 얽매 이지 않기로 했다. 다만 자발적인 활동, 그리고 왜곡 없는 행위를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들은 참여자들과 만나자마자 밖으로 나갔 52

53


2014 활동가 파견사업

“더듬더듬 만지는 소리, 그리는 소리”

다. 걷기 좋은 계절이었다. 그리고 참여자 대부분은 운동 량이 부족해 날씨가 좋은 날에는 되도록 야외에서 걷기, 또는 스포츠 활동 시간이 그들의 주간 일정에 포함돼 있 었다. 손을 맞잡고 한 달간 산책했다. 서로에 대한 따뜻한 탐색의 시간. 그들은 한 달간 하루 2시간가량 인근의 산 을 거닐며 서로를 알아갔다. 한 달이 지나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활동가들은 참여 자들과 함께 놀 수 있는 ‘매체’를 하나씩 준비해갔다. 이

성수희 활동가는 소 소리가 가장

미 한 달간 매주 두 번씩 참여자들과 만나왔고, 산책이라

원초적인 소통 수단이라고 말한다.

는 ‘동적’ 활동을 통해 서로 몸을 부딪치며 시간과 공간

듣는 행위를 기반으로 말하고 듣

을 공유했기 때문에, 나름의 어떤 유대감 같은 것을 느꼈 다고 했다. 종이와 색연필같이 1차원적인 도구에서 나아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상대

가 회기가 거듭될수록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프로그램

이뤄지기 때문이다.

을 진행하며 참여자들의 개인적 욕구와 성향, 또는 자발 적 의지가 드러나는 행위를 찾는 것에 집중했다. 당근이 나 빨대를 이용한 피리 만들기 같은 활동을 제안한 것은

는 작가들이다. 그들은 참여자들에게 일상 속 소리에 대

활동은 친구들, 예술가들과의 불편한 탐색 시간 속에서

서로 다른 감각에 대해 공유하고, 예술가로서 그들의 욕

한 새로운 접근 방식을 제안하고, 그로 인한 색다른 경험

서로의 의지, 긴장감을 오가며 구체화되었다.

구 또는 일종의 성향을 참여자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스

을 심어주기보다는 소통의 도구, 매체로서 소리를 이용

활동가들은 최소한의 규칙만 두고 벌어지는 일들에

스로를 드러내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었던 것이다.

하고자 했다. 활동가들 스스로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분

대응해나가자는 마음으로 프로젝트에 임했지만, 마음대

야가 소리인 만큼, 참여자들도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들

로 되지는 않았다. 쉽다고 생각하는 일들이 참여자들에

활동가들이 소리를 선택한 또 다른 이유

으며 자발적 욕구와 성향을 발견하기를 기대했다. 그 과

게는 대부분 어려운 것이었다. 참여자들의 반응에 쉽게

“더듬더듬 만지는 소리, 그리는 소리” 프로젝트는 기존

정에서 서로의 감각을 극대화하고, 즐겁게 탐색하기 위

상처받았고, 눈치 보고 살폈다. 어쩌면 활동가들 스스로

장애인 대상 문화예술 프로그램이 목표로 하는 자아 발

해 실제 삶에서 어떤 행위를 통해 발생하는 소리, 무언가

가 수평적 관계를 취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그러다 어

견이나 사회 적응 능력 함양, 또는 치유와 같은 것들을 지

를 두드린다거나 긁는다거나 촉각적으로 만지는 과정에

느 순간 힘이 빠지고, 방황할 때 신기하게도 참여자들이

양하고, 그저 예술가와 장애인이 예술 활동을 매개로 만

서 생겨나는 소리가 센서와 아두이노 보드, 신스를 통해

먼저 말을 걸어줬다고 한다. 그리고 그때 비로소 시간이

나고 소통하는 것을 목적으로 시작한 프로젝트다.

생성되는 메커니즘을 활용했다. 그리고 이 활동을 ‘만지

필요했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성수희 활동가는 소리가 가장 원초적인 소통 수단이

54

는 그림’ ‘소리 그림’이라 정의했다. 즐겁게 놀고, 즐겁게 이야기하다

라고 말한다. 말하고 듣는 행위를 기반으로 상대방에 대

이 작업은 참여자들의 주체적이고 자발적인 사고와

한 이해와 공감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성수희, 이진풍, 박

의지, 행위와 욕망을 전제로 하고 출발했다. 하고 싶은 것

프로젝트는 반년이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진행됐다. 결

영균 활동가는 소리라는 매체를 가지고 예술 활동을 하

에 대한 제안과 주체적 의지가 발동해야만 가능한 예술

코 길지 않은 시간 동안 활동가들은 참여자들과 함께 촉 55


2014 활동가 파견사업

“더듬더듬 만지는 소리, 그리는 소리”

활동가 후기

각, 호흡 센서 등을 이용해 일상의 오브제들을 악기로 만

굉장히 산뜻하고, 건강했다고 믿는다고 했다. 강요와 의

들었다. 관계 형성과 다양한 활동을 위해 여러 회기에 걸

무가 없기에 ‘서로 배운다’는 수평적 다리가 자연적으로

쳐 콜라주로 걸개 그림을 만들기도 했다. 그리고 이 작업

놓였고, 그 다리를 통해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많은 것이

물이 점차 만지고, 두드리고, 연주하는 악기로 변화하는

오고 갔다. 아마 결과 중심주의 평가에는 0점에 가까운

과정을 함께 경험했다. 그들은 서로의 감각을 나누었고,

점수를 받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재미있는 건 어떤 누군

프로젝트를 진행하러 갈 때마다 부담이 있었다. 며칠 전부

각자의 방식으로 소통하는 법을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

가는 그들이 했던 것이 ‘유치하다’고 평가할지 모르겠지

터 시작되는 자기 검열과 습관이라는 것이 무섭도록 나를

활동가들은 프로젝트가 끝날 때쯤 서로 다른 방식을

만, 그들은 즐겁게 놀았고, 즐겁게 이야기했다는 것이다.

계획적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계획

장애를 장애로, 차이와 차이를 더욱 더 있는 그대로

갖고 삶을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각자 다른 세계의 시계

은 생각대로 실행되지 않았다. 항상 긴장했다. 하지만 진행

를 가졌기에 시간이 필요했고, 이제야 각자의 박동이 만

하다보면 뜻대로 되지 않아서 재미있었고 어느 순간 나도

들어내는 리듬이 음악이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모르게 웃고 있었다. 그동안의 시간을 돌이켜보면 몇몇 짜

고 했다. 벌써 프로젝트가 막바지로 접어들었다는 게 많

릿했던 순간이 떠오른다. 지적장애와 신체장애를 동시에

이 아쉽다는 말과 함께.

가지고 있고, 언어적으로 소통이 가능하지 않은 분이 어느

“마지막으로 센터에 간 날, 참여자들과 그동안 함께

날 나에게 “기분이 좋아”라고 똑똑히 말해주셨을 때, “뛰어

해온 시간을 기록한 영상을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데, 센

보자”고 하니 새처럼 양팔을 펄럭거리며 나에게 달려오셨

터 선생님께서 한 참여자에게 우리가 오는 것이 ‘마지막’

을 때, 내 이름을 잊지 않고 내 얼굴을 그리고 이름을 써서

이라 말하며, 마지막에 대해서 물었어요. 우리는 또 어설

선물로 줄 때, 사소한 고집과 요구마저도 나에게 말을 걸어

프게, 어떤 대답 같은 것을 기대하는 눈치로 귀를 쫑긋 세

주는 순간엔 그게 뭐든지 그저 마냥 좋았다. 그 순간이야말

우고 있었는데, 다시 선생님께서 ‘참, 마지막이 뭔지 모

로 각자의 차이를 드러내는 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서로

르겠구나…. 마지막 알아요?’라고 질문을 바꾸셨죠. 그

의 방식과 방법이 아닌, 나만의 방식과 방법을 있는 그대로

리고 돌아온 답은 ‘알아요. 아니 몰라요. 몰라요’였어요.

드러내고 두는 것. 그래서 차이가 더 이상 장애가 되지 않

마지막을 모른다. 의도와는 먼 해석일지도 모르지만, 다

을 때까지 서로 소통하는 방법을 연습하는 것. 그게 친구가

시 생각해보니 꽤 멋진 말인 것 같아요.”

되는 과정이었던 것 같다.

이 프로젝트를 끝내면서 활동가들이 느낀 점은 관계 의 회복이나 성장 같은, 한 단어로 규정할 수 없었던 프로

강요와 의무가 없기에

젝트 본연의 의도가 바뀌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서로 배운다’는 수평적 다리가

어떤 특별하고 가시적인 결과물을 상정하지 않고 진행

자연스럽게 놓였고,

되는 프로젝트의 모호함에 대한 두려움에 초반 긴 적응 의 시간을 보냈지만, 참여하는 예술인으로서 결과에 대

그 다리를 통해

한 고민이 과도한 ‘의무’와 ‘책임’에 있었다고 생각하게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만들 정도로, 이 과정형 프로젝트를 통해 이뤄진 성과는

많은 것이 오고 갔다.

56

57


언어가 아닌 감각으로 대화하다

프로젝트 개요

활동가들

프로젝트명

난나 최현주 공공미술과 커뮤니티 아트를 중심으로 한 문

“육감원칙”

화예술 부분의 작가, 기획자, 교육자로 활동하며 다양한

기간

유형의 공동체 또는 불특정 다수의 공공이 참여하고 상호

2014년 9월~2015년 1월

작용하는 작업을 실천한다.

활동가

이재환 회화를 전공하고 미술, 공연, 영화 등의 창작 활동

일곱 번째

난나 최현주, 정원연, 이재환

을 하고 있으며, 각종 미디어에 관심을 갖고 주로 음악, 영

프로젝트

참여기관 및 참여자

상 등의 시청각 미디어를 활용한 작업을 하고 있다.

주간보호시설 - 비둘기주간보호시설

정원연 현대미술가로 미술을 매개로 학교에 가지 않는 사

지적장애인 10명

람들, 결혼하지 않는 사람들, 좀 모자라 어디에도 낄 데 없

우리는 소통하기 위한 도구로 언어를 사용한다.

주요 내용

는 사람들, 길에 나앉은 사람들을 만나 그들이 사회와 연대

내게 무엇이 필요한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생존을 위한

활동가와 참여자가 함께 오감을 넘어선 새로운 차원의 감

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기획, 진행해왔다.

최소한의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서라도 언어는 필수적이다.

각을 발휘해본다. 이를 위해 오감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활

“육감원칙”

언어를 사용한다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굉장한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언어를 정확하게 구사할 수 없다 하더라도 감정을 나누는 일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마음이 있고, 감각이 있기 때문이다. “육감원칙”의 세 활동가는 그 ‘감각’에 집중했다. 오감을 자유자재로 사용하지 못하는 이들과

동을 펼치며 ‘육감’을 찾아가본다. 육감이란 말 그대로 여 섯 번째의 초감각적 지각, 또는 직관적 정신 작용일 수 있 고, 육체에서 비롯된 본능적 느낌일 수도 있고, 나아가 관 계 안에서 형성되는 상호 감각일 수도 있다. 또한 감각 체 계가 다른 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감각을 느끼고 발 휘할 수 있는 시간을 공유한다.

대화하는 방법으로 ‘육감’을 끄집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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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활동가 파견사업

“육감원칙”

“육감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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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 자석 개발 자신의 개성이 드러난

호호~ 화로구이 고구마, 마시멜로 구워

예쁘게 먹기 간단한 틀 도구를 이용해

캐릭터를 고무자석판 위에 그려 프로필

먹기

스스로 먹을 빵 모양 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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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찌 하나로 멋쟁이 되기 천연석으로

팥죽 먹은 동지귀신 귀신 분장을 하고

빛나는 우주 다양한 야광 플라스틱

자신만의 액세서리 만들기

팥죽 먹기

조각으로 공간 꾸밈

자석 만들기

프로젝트 진행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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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장애인복지관협회 담당자 미팅

•비둘기주간보호시설 담당자 면담

안녕! 어깨야~ 넌 잘 돌아가는구나

•기획 회의

펠덴크라이스 기법을 응용한 몸 탐구

25 MT 가상의 MT를 떠나 함께 먹고, 자고,

생활하며 추억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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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에 호랑이 있다 헤나 타투/

오아우~ 보이스 뮤직 음성 내기→셀프

모닝 파티 형광스틱을 이용한 클럽 놀이

페이스페인팅 물감으로 자기 표현

녹음/편집하기→사운드 제작

•프로젝트 방향 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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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 치자! 줄을 잇고, 끊고, 묶으며

프로젝트 중간 회의

불량식품, 불량 친구 옛날 과자를

공간 변형

10 커피 향기 음악과 함께 커피를 즐김

대접하며 같이 먹고 놀기

가까워지기 위해 필요한 시간

워 있다가 앉아 있다가 곁눈질하기를 반복했다.

혜화역 1번 출구로 나와 골목길을 따라 10분쯤 올라가면

“육감원칙” 팀은 활동가와 참여자 간의 거리를 느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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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주간보호시설을 만날 수 있다. 가는 길에는 아기

수 없다는 게 가장 뚜렷한 특징이었다. 대충 훑어봐서는

과자의 집 과자로 시설 공간을 채우고

필독서로부터 잡지 읽고, 찢고, 오려내기

자기한 카페나 상점들이 꽤 있고, 가까운 곳에 극단도 많

누가 활동가인지 알아차리기 어려웠다. 그만큼 이미 서

아 다른 시설에 비해 문화적 혜택을 누릴 기회가 좀 더 많

로 동화되어 있기 때문이리라. 프로그램 참관이 끝나고

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뷰하면서 이에 대한 질문을 했다. 처음에 누가 활동

즉석 놀이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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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잡지에서 오려낸 사진을 종이

어디에 있을꼬? 어디에 쓰는 물건일꼬?

그림자 여행 벽면에 동영상 투사, 삼차원

위에 붙이며 자신의 이야기 구성

낯선 물건, 자연물에 꼬리표를 달고 보물 찾기

시설의 2층 방으로 들어섰을 때는 이미 프로그램이

가인지 알아보기 힘들어서 놀랐다고. 이렇게 자연스럽

세계를 여행하듯 바라보며 그림자를

진행 중이었다. 너른 바닥에 활동가와 참여자들이 모여

게 한데 뭉쳐 있는 팀은 처음이라고. “아, 그렇구나. 저는

만들어 개입

앉아 만들기가 한창이었다. 새로운 사람이 공간에 들어

시간 되는 날은 두세 시간씩 먼저 시설에 와 있었어요.”

서면 일제히 시선이 집중되던 지난 경험에 반해, 이곳 참

준비를 위해 30분이 아니라 두세 시간이라니. 놀라지 않

여자들은 하던 일에 대한 집중력이 대단했다. 이날은 일

을 수 없었다. “이 사업의 목적이 장애인인 참여자와 예술

회용 접시를 도화지 삼아 색 점토를 비롯한 다양한 재료

가인 활동가가 서로 소통하면서 친구 같은 관계가 되고

를 활용해 자기 작품을 만들고 있었다. 물론 전혀 관심을

그러면서 참여자의 예술적 가능성을 발견하고, 그것을

보이지 않는 참여자도 있었다. 아예 무리에서 벗어나 누

키우기 위한 방법도 모색하는 것으로 알고 있거든요. 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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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짝! 조개 캐스터네츠

커졌다 사라졌다 비눗방울 디자인

실크테라피, 실크로드 천을 던지고,

휘감고, 눈을 가리고 걷는 등의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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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활동가 파견사업

“육감원칙”

별히 뭘 하겠다는 생각으로 온 건 아니었어요. 친구를 사 귈 때도 뭘 한다고 갑자기 친구가 되는 게 아니잖아요. 시 간이 필요하죠. 그래서 그냥 와서 앉아 있었어요. 같이.” 말 그대로였다. 참여자들 사이에 앉아 있었다. 그러 다 한두 명의 참여자가 활동가에게 말을 걸어왔다. 도미 노나 카드 놀이를 하자고. 같이 놀다가 차도 마시고 TV를 보기도 했다. “언어로 소통할 수 있는 참여자가 거의 없 어서 굳이 대화를 안 해도 되더라고요.” 사실 언어로 대 화하는 비장애인끼리도 정작 소통이 되지 않을 때가 얼 마나 많던가. 서로 말은 하고 있지만 전혀 이해하고 있지 못한다고 느꼈던 순간들이 스쳐갔다. 언어가 중요한 게 아니란 걸 다시금 깨달았다.

감각에 의한 소통

한 평소에는 잘 잡지 않는 두 손을 마주 잡아보거나 자신

활동가들은 오감이 전부

의 신체 일부분을 만지고 인사하며 일종의 ‘말 걸기’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참여자들이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매 순간 오감을 넘어서는

장애인인 참여자들과 일정 시간 동안 무엇을 할 수 있을

이후 활동가들은 프로그램 전반에 걸쳐 참여자들과

까? 사실 활동가 세 명도 이번 사업을 기회로 처음 만난

신체적 접촉을 자주 시도했다. 손을 잡고 등을 어루만지

예술을 추구하는 자신들에게

사이였다. 이런 고민 속에서 활동가들은 서로 다른 이들

면서 듣지 못하는 참여자, 말하지 못하는 참여자, 혹은 두

또 다른 영감을 주었다고 말했다.

이 각자 고유한 특성을 발휘하되, 교류하면서 세계를 확

가지 모두 어려운 참여자와 어느 정도 소통할 수 있었다.

장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

이 소통은 비록 특정 정보 전달에는 취약했지만 마음이

서 만들어진 주제는 “육감원칙”. 참여자와 활동가가 함

나 의지, 정확히 단어로 표현할 수 없는 그 ‘무엇’을 전달

이었다. 활동가들은 오감이 전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께 오감을 넘어서는 새로운 차원의 감각을 발휘해보고

할 수 있었다. 아니, 충분히 느껴졌다.

참여자들이 매 순간 오감을 넘어서는 예술을 추구하는

그러다 활동가들은 누구와 누구의 만남이냐에 따라

자 했다. 그러기 위해서 우선 오감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자신들에게 또 다른 영감을 주었다고 말했다.

규칙적인 소통의 코드가 발견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단

프로그램을 통해 육감 발견하기에 나섰다. 활동가들은 육감을 물리적 감각이 아닌 마음을 통해

다. 예를 들어 비장애인들은 만나면 ‘안녕하세요’ ‘잘 지

관계 맺기, 그리고 그 후

정보를 얻는 초감각적 지각 혹은 직관적인 정신 작용이

냈어요?’ 등의 언어로 인사를 하지만, 참여자들은 만나

공동체 예술을 하는 활동가는 다양한 분야의 많은 사람

자마자 손을 높이 들어 세게 내리치거나, 무조건 가위바

을 만나봤지만 장애인과의 작업은 처음이라고 했다. “익

위보를 하는 등 언어가 아닌 그 사람만의 특정한 행동으

숙하지 않아서 그런지 확실히 체력적으로는 힘들었어

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개 ‘육감적으로 알 수 있다’ 는 말처럼, 몸이 느끼는 본능적인 느낌, 사람과 사람 사이 의 상호작용까지 포함해 프로그램에서 다루기로 했다.

“친구를 사귈 때도 뭘 한다고 갑자기 친구가 되는 게 아니잖아요. 잖아요.

로 인사를 했다. 이렇게 알아차린 또 다른 소통 방식은 활

요. 그런데 만나고 오면 마음이 참 좋고 편하더라고요. 장

활동가에게도 친숙하지 않은 재료를 일부러 구해 오거

시간이 필요하죠. 그래서 서 그냥

동가들과 참여자들을 교감의 세계로 이끌어줬다. 그리

애인에 대한 인식의 변화같이 거창한 건 없어요. 몰랐던

나 평범한 사물들을 낯설게 대하고 활용하기도 했다. 또

와서 앉아 있었어요. 요. 같이.”

고 바로 이것이 활동가들이 맨 처음 나누고자 했던 육감

걸 알게 되었다는 느낌이죠. 어떤 특정 장애를 가진 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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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활동가 파견사업

“육감원칙”

활동가 후기

우리 사이에 발전된 상호 감각이 바로 우리가 말하는 ‘육감’일 것이다.

으로 보기보다 한 명 한 명 모두 개성을 지닌 개인으로 받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얼마 전부터 앞으로 이 인연을

아들이게 되었어요. 제 인생도 조금은 달라질 것 같은 기

어떻게 이어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어요. 활동

분이고요.”

이 끝나면 지금만큼 물리적으로 자주 볼 수는 없겠죠. 하

이렇게 좋은 마음이 남은 반면, 고민도 숙제로 남았 다. “활동가 셋이 붙어 있고, 복지사 선생님들이 도와주

지만 저 나름대로 여기에서 했던 경험과 생각을 삶과 작 업에 간접적으로나마 이어가려고 해요.”

시기도 하는데 그에 비해 참여자의 숫자가 좀 많다는 느

육감이라는 주제를 통해 참여자들과 함께한 경험을

낌이에요. 프로그램에 한창 열중하다 쓱 둘러보면 어느

지속적으로 이어가고자 하는 활동가의 말이다. 또 넓게

새 그룹핑이 되더라고요. 참여자 개인의 감각을 이끌어

는 그간 보편적으로 기업과 개인들이 해오던 장애인 지

내려면 좀 더 깊이 있는 관계 속에서 진행되어야 할 것 같

원사업에 대해서도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고도

아요. 저희도 우왕좌왕하다 끝난 것 같아서 아쉽기도 하

말했다.

고요.”

“장애인 시설에 물질적인 지원은 많이 들어와요. 심

사실 활동가 수에 비해 참여자 수가 많아 아쉬웠다고

지어 어떤 물품은 넘치기도 하고요. 표면적인 지원은 많

우리 친구 중 한 명이 먹는 것 외에 유일하게 관심을 보이

말한 활동가들은 이전에도 꽤 많았다. 예술 분야 전문가

다는 거죠. 하지만 정말 장애인들이 누려보지 못한 ‘경

는 것은 ‘사운드’였다. 이것을 알기까지 우리에게는 많은

인 활동가들이 사업의 회기를 거치면서 예술적 감각을

험’에 대한 부분, 그러니까 문화적인 지원은 소홀해요.

만남과 시간이 필요했다. 자폐성 중증장애를 갖고 있는

지닌 참여자들을 발견하기도 했지만 그 감각을 더 발전

이 시설은 대학로 주변에 위치한다는 지리적 이점 때문

그에게 소리는 오감을 넘어선 표현과 소통의 감각으로,

시키거나 계발해주고 다른 프로젝트로 이어가기에는 여

에 덜한 편이에요. 노래방이나 극장에도 가고 종종 연극

그와 우리 사이에 발전된 상호 감각이 바로 우리가 말하

유가 없는 경우가 많았다. 예술가 발굴을 위한 프로그램

도 보러 가는 것 같더라고요. 하지만 그렇지 못한 시설과

는 ‘육감’일 것이다.

이 아닌 이상, 감각이 없는 다수의 참여자를 배제할 수는

장애인이 훨씬 많습니다. 정말 이들에게 필요한 도움이

육감은 평소에 오감만으로 세상을 인식하던 이들이 서로

없었기 때문이다.

어떤 건지 질적인 측면에 대해 꾸준히 고민해봐야 할 문

소통하던 익숙한 방식을 넘어서 새로운 세계 인식과 의사

제입니다.”

소통의 원칙을 제안한다.

“그래도 관계를 맺었다는 것 자체에 커다란 의미가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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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향의 전달이 양방향의 소통으로 전환되다

프로젝트 개요

활동가들

프로젝트명

김지연 생태와 환경에 관심이 많은 음악가다. 환경 녹음,

“소리와 글을 통한 놀이”

작곡, 싱어송라이팅, 오디오비주얼, 소리 설치 등의 작업

기간

을 해오며 생태학적 관심사와 음악의 경계를 고민하고 있

2014년 9월~2015년 1월

다. 아트센터, 대안학교, 문화예술 캠프 등에서 소리 환경

활동가

과 듣기에 대한 수업을 꾸준히 하고 있다.

여덟 번째

김지연, 류예지, 배정식, 이강일

류예지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했다. 졸업 후 잡지사,

프로젝트

참여기관 및 참여자

출판사 등에서 글을 쓰고 책 만드는 일을 해왔고 웹 사이트

공동생활가정(그룹홈) - 기쁜우리복지관 공동생활가정

<한 페이지 단편소설>, 문화잡지 <보일라> <싱클레어>, 팟

발달장애인 7명

캐스트 <책 읽는 라디오> 등에 소설 및 리뷰 등을 기고해왔

2013년에 이어 2014년에도 활동가 파견사업에 참여한

주요 내용

으며 앞으로도 소설을 쓰면서 글과 관련된 다양한 문화 활

4개 팀 중 하나였던 이 팀은, 그중에서도 같은 참여자들과 진행한

하나의 목표를 위해 장기적으로 진행하는 방식은 결과물

동을 할 예정이다.

유일한 팀이었다. 특이한 점은 참여자들도 그룹홈 시스템으로 묶여

이 분명하다는 좋은 점도 있지만, 여러 친구의 다양한 문화

배정식 록밴드의 드러머와 기타리스트로 음악을 시작했

예술적 관심사를 만족시키기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전

다. 프로그래밍과 피지컬 컴퓨팅을 접목한 미디어아트 전

체적인 방향을 ‘잘 노는 것’으로 잡았다. 10회 정도는 참여

시와 사운드아트 공연을 해오고 있다. 현재 어린이대공원

자들이 원하는 것을, 이후에는 활동가들의 전문 분야와 연

식물원에서 여러 대의 스피커와 센서를 이용한 설치 작업

관된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주로 소리와 녹음이라는 매

을 진행 중이다.

개를 활용하고자 했다.

이강일 음악 테크놀로지를 전공했고 전자회로, 컴퓨터 프

“소리와 글을 통한 놀이”

한집에서 생활하는지라 가족같이 높은 친밀도가 형성되어 있다는 것이었다. 따로 친해질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으니 좀 더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지 않았을까? 결론은 그렇지도 않다는 것. 같은 사람이어도 취향이나 선호도는 시간이 지나면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남은 게 있다면 역시 사람. 참여자에게 건넸던 인사는 활동가들에 대한 배려로 바뀌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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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래밍 등의 기술적 요소를 활용해 소리와 관련된 작업 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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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활동가 파견사업

“소리와 글을 통한 놀이”

주제를 정하지 않고 시작한 2차연도 프로그램

눈발이 날리던 새해 1월 첫 주에 가양동에 있는 기쁜우리

“소리와 글을 통한 놀이”

복지관을 찾았다. 초등학교 건물과 흡사한 형태의 복지 관은 조용한 아파트단지 밀집 지역에 있었다. 저녁 7시 30분에 시작하는 프로그램을 참관하기 위해 복지관에 도착한 시각은 7시 20분. 직원 분들이 한창 퇴근하고 있

프로젝트 진행 과정

었고 나는 담당 복지사 선생님의 안내를 받아 3층으로 올 라갔다. 시작할 무렵이 다 되었지만 교실에는 활동가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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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나기

돌고래 다큐 시청

카페 토크

과 참여자 한 명만이 앉아 있었다. 추운 날씨 탓일까? 40 분이 되어서야 한 명이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앉아 있 던 참여자가 말했다. “아마 그 친구일 거예요.” 문이 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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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전 부치기

마블링 실습

팟캐스트 만들기 준비

고 참여자가 들어왔다. 활동가들은 왔느냐고 반갑게 인 사하는 동시에 누군지를 맞힌 참여자에게 어떻게 알았 느냐고 물었다. 참여자는 휴대전화에서 시선을 떼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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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좋아하는 것들, 싫어하는 것들

팟캐스트 : 노래 가사 바꿔 부르기

초상화 그리기

은 채 “그냥요”라고 짧게 답했다. “여기 있는 분들은 그룹홈에 함께 사시는 분들이에 요. 그룹홈은 장애인 분들이 공동생활을 하면서 사회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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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낭독

가방 만들기

그림책

과 자립심을 키울 수 있게 도와주는 시스템이죠. 동성의 4인 정도가 한 가정에서 산다고 해요.” 이 교실에 모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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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파티

와인잔 연주회

소리 건반 만들기

만들었다. 참여자 대부분은 신기해하고 좋아했다. 그러나 관심이 전혀 없는

발소리만 들어도 누군지 알 수 있었던 것이다.

참여자도 있었다. 그런 참여자들이

시작했다. 스피커와 벨, 몇 가지 이름 모를 소리와 관련 있 소리 건반 연주회

나무판자에 두 줄을 달아 나무 기타를

참여자는 8명 남짓. 같은 그룹홈에 살다보니 도착 시간,

그렇게 하나둘 모여들더니 이내 활동가들이 진행을

20

2013년에는 주제가 분명했다.

마음에 걸렸던 활동가들은 2014년에는 일부러 주제를 정하지 않았다.

어 보이는 도구들이 나왔다. 책상 주위에 모두 둘러앉거 나 서 있었지만 몇몇은 가까이에 다가와 관심을 보였고, 몇몇은 휴대전화를 계속 들여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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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나무판자에 두 줄을 달아 나무 기타를 만들었다. 두

세 활동가는 이번 활동가 파견사업이 처음이 아니다.

줄로 만든 건 한 줄은 한 음밖에 낼 수 없지만 두 줄은 화

한국문화예술진흥원과 이미 몇 건의 프로젝트를 진행했

음을 만들어내기 때문이었다. 참여자 대부분은 자신이

고, 2013년 처음 예술가 친구 사귀기라는 이름으로 이 사

만든 악기로 연주하고 어떤 음악이 구성되는 과정을 신

업의 1차연도부터 참여했다. 2013년에는 주제가 분명했

기해하고 좋아했다. 그러나 관심이 전혀 없는 참여자도 69


2014 활동가 파견사업

“소리와 글을 통한 놀이”

있었다. 그런 참여자들이 내내 마음에 걸렸던 활동가들

요. 시어의 의미나 내용을 파악하기는 어려웠지만 좋았

은 2014년에는 일부러 주제를 정하지 않았다.

어요. 숙연해지고 진지한 분위기도 생기고. 색달랐어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동안 대화 내용을 녹음한 뒤 팟

어떻게 하면 잘 놀 수 있을까?

캐스트(www.podbbang.com/ch/8312)에 올리기도 했

다만 큰 목표를 하나 정했다. ‘어떻게 하면 잘 놀 수 있을

다. 이들은 입에서 나오는 말이 어떤 도구를 거쳐 재생되

까?’였다. “올해와 마찬가지로 2013년 사업이 2014년 1

면서 소리가 되는 과정을 경험할 수 있었다. 현재 총 4회

월쯤에 끝났어요. 그리고 여름에 다시 만났죠. 작년에 함

의 프로그램 내용이 올라가 있는데, ‘사랑 시 낭독’에서

께했던 참여자들이 거의 그대로였어요. 그래도 참여자

는 윤동주의 시 ‘별 헤는 밤’을 낭독하고 이들이 나눈 대

들이 뭘 좋아하고, 뭘 하고 싶은지 알아야겠더라고요. 같

화를 확인할 수 있다.

은 사람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취향이나 선호도가 달라

“누군가가 들어주길 원해서 팟캐스트에 올린 건 아

질 수 있으니까요.” 다시 만난 이들. 활동가들은 예비 참

니에요. 우리가 한 작업을 꺼내보고 싶을 때 들어보기도

여자들에게 칠판에 뭘 하고 싶은지 적어보라고 했단다.

하고, 불특정 다수와 공유해도 좋겠다 정도의 생각이었

요리부터 음악, 만들기, 체험 활동까지 두서 없이 다양한

던 것 같아요.” 시 낭송을 한 뒤에는 4회에 걸쳐 가방 만들

분야가 나왔다. 굳이 어떤 목표나 주제를 정하려고 하지

기를 했다. 좋았던 문장을 손 글씨로 쓴 뒤 스텐실 기법으

않고 참여자들이 원하는 것을 다 해보자 싶었다.

로 가방에 찍어내는 작업이었다.

트에서 흔히 사용되는 기법으로 특정 소리를 원하는 타

다. 어쩌면 활동가들이 참여자에 비해 훨씬 더 관습적인 사고방식과 고정관념을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

첫 시간에는 복지관 내 조리실에서 부침개를 만들어

인터뷰 당일은 19회차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날이었

이밍에 원하는 피치로 소리 나게 하는 방법이다. 종소리,

먹었다. 돌고래 다큐멘터리도 시청했다. “남들이 보면 체

다. 주제는 소리 건반 만들기. 샘플러 기법을 사용해 건반

책장 넘기는 소리 같은 걸 녹음할 수도 있고 참여자가 말

“모르죠. 참여자들이 어느 정도의 고정관념을 갖고

계도 없어 보이고 편하게 쉬운 것들만 한 것 같지만 오히

마다 다른 소리를 입히는 작업이다. 샘플러는 사운드아

하는 문장, 카카오톡 메시지의 알림음으로 음을 만들 수

있는지는요. 다만 이런 방식도 있다, 그간 우리가 봐온 게

도 있다.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는 확장성을 경험해볼 수

려 주제가 없는 게 더 힘들더라고요. 매주 기획하고, 준비

있게 해주고 싶었어요.”

해야 하니까요. 그래도 10회 정도까지는 참여자들이 하

“참여자들이 이전에 복지관의 여러 수업을 통해 웬

고 싶다는 걸 주로 했고, 이후부터는 주제를 좀 가져야겠

만한 악기는 다뤄본 것 같더라고요. 어떤 악기에서 어떤

다 싶어서 방향을 정했어요.”

소리가 나는지 대충 알 테니까 이번에는 응용해서 참여

기대는 내려놓고 현재에 충실할 것

자들의 소리로 음을 만들어보자 한 거죠. 봤을 때는 일반

이 팀은 같은 참여자들과 2년 동안 프로그램을 함께 한

활동가들은 사운드아트를 하고 글을 쓰는 예술가로 구성되어 있었다. 말과 글, 소리를 다룰 수 있는 프로그램

“이런 방식도 있다,

건반인데 누를 때마다 전혀 다른 소리가 나면 재미있잖

유일한 팀이었다. 모든 활동가에게 정해진 기간은 짧았

을 기획해보자 싶었고 그렇게 해서 나온 게 시 낭송과 팟

그간 우리가 봐온 게

아요.”

다. 이제 겨우 친해졌는데 아쉽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

캐스트에 녹음 파일 올리기, 소리 건반 만들기 같은 것이 었다. 활동가 중 한 명은 시집 낭독 시간을 가장 기억에 남

전부는 아니라고

활동가들은 사실 소리 건반 만들기는 표면적인 주 제이고 활동가들의 생각, 그러니까 좀 더 일상적이지 않

다. 그런 와중에 이 팀은 두 배의 시간을 함께했으니 뭔가 좀 다르지 않았을까?

는 시간으로 꼽기도 했다. “시집을 하나씩 선물하고 같이

생각할 수 있는 확장성을

은, 비관습적인 것을 나눠보고자 하는 게 진짜 의도라고

“확실히 자기 표현이나 주장을 더 잘하는 것 같아요.

읽어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읽어 오라면 안 읽어 올 테니

경험해볼 수 있게

했다. 본래의 소리를 다른 소리로 바꿔보는 것, 6개의 기

서로가 익숙해진 거죠. 한 참여자는 작년에는 거의 한마

까. (웃음) 각자 좋아하는 시나 문장을 찾아서 읽는 거예

해주고 싶었어요.”

타 줄을 2개로 바꿔보는 작업은 모두 그런 의도에서 나왔

디도 안 했는데, 이번에는 얘기를 굉장히 많이 하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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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활동가 파견사업

“소리와 글을 통한 놀이”

활동가 후기

“저는 평소에 친구들을

‘그림 안 그리고 몽쉘만 먹고 있는…’ 이라는 그림처럼

세심하게 챙기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작년에 사업 끝났을 때는 잘 지낼까 궁금하지 않았는데,

사실은 그림 안 그려도 좋으니 잘 놀고 싶었습니다. 그래

모여 서로 안부를 묻는 것만으로도 좋았습니다. 모든 프

이번에는 많이 보고 싶을 것 같아요.”

서 프로그램의 시간 단위를 짧게 하고, 하고 싶은 것에 대

로그램에 참여자 모두가 열정적으로 임하지는 않았지만,

한 의견이 모아지면 맞춰갈 수 있도록 충분히 즉흥적인

모임이 끝날 때쯤 함께 나눠 먹는 간식 시간만큼은 모두

마음가짐을 가지고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또다시 마무리

가 즐거워했던 것 같습니다.

할 때가 다가오니 ‘잘 노는’ 것은 역시 더 기본적인 소통, 마음의 열림 같은 것이 중요한 전제가 되는 것이 아닌가

보통의 만남처럼 자연스러운 확률로 다시 만나게 되기를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바랍니다.

모임을 갖게 된 2년 차에 초등학생이던 친구가 중학생이 되었고, 몸이 아파 한동안 나오지 못한 친구도 있었습니

는 날 힘들었어요. 특히 진행이 잘 안 되는 날이 있는데,

다. 누군가는 키가 더 자랐고, 누군가는 머리가 좀 더 빠

한 참여자는 활동가들에게 힘들지 않으냐고 물을 만

그런 날은 집에 가면서도 내내 마음이 좋지 않아요. 한 명

졌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변하는 모습에도 학교 수업이

큼 이들을 배려하는 마음도 생겼다. 개인적인 취향도 공

한 명에게 관심을 갖지 못했던 날은 후회도 많이 남고요.

끝나고, 일터에서 퇴근하고 피곤해지는 월요일 저녁마다

유하게 되었다. 누구는 음악을 좋아하고, 누구는 스포츠

두 번째니까 작년보다 잘하겠지 싶었거든요. 근데 아니

를 좋아하고. 또 스포츠 중에서도 축구를, 농구를 더 좋아

더라고요(웃음).”

요. 일방적인 소통에서 쌍방향 소통이 가능해진 거죠.”

하는지 같은 것들. 취향은 사람을 연결해주는 매개 같은

강의였으면, 학교였다면 훨씬 쉬웠을 거다. 익숙한

것이라 알수록 더 가까워지게 한다. 어디선가 축구공을

환경이고 같은 주제를 반복해서 가르치면 되는 일이니

보면 그 참여자가 떠오르겠지. 기억에 남는 수업은 꼽기

까. 다만 이 사업은 관계를 맺는 일. 어떤 하루도 어제와

어려워도 가장 정이 많이 든 친구에 대해서는 선뜻 얘기

같기는 어려웠다. 행위의 예측 가능한 패턴이 없는 장애

하는 활동가를 보며 생각했다.

인의 경우 더 그랬다. 그래서 기대를 내려놓고, 오늘 참여

아무리 재미있게 놀자고 시작한 일이었다고 해도 한

자들이 보여주는 반응에 집중하게 됐다. 전날과 다르게

켠에는 마음의 부담이 계속 있었다고도 했다. “참여자

활동가들에게 관심을 보인다든지, 성숙해진 태도를 보

들에게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을 꾸려야 한다는 강박에

인다든지 하면 기뻤다. 그걸로도 충분했다. “저는 평소에

서 벗어나기가 어렵더라고요. 협회에서는 결과물에 대

친구들을 세심하게 챙기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작년에

한 부담 없이 하라고 하셨지만 어쨌든 참여자들도 시간

사업 끝났을 때는 잘 지낼까 궁금하지 않았는데, 이번에

을 내서 오는 거잖아요. 내가 도움이 되는지 확신이 안 드

는 많이 보고 싶을 것 같아요.”

72

73


조금 느리고, 미숙하다면 기다려주면 될 일이다

프로젝트 개요

활동가들

프로젝트명

김보람(‘구름’), 임철민(‘달구’) 참여활동가인 ‘보람’과

“관계를 깨우는 손 작업”

‘철민’은 길공방이란 이름으로 함께 활동하고 있다. 길공

기간

방은 목공 작업을 주로 한다. 필요를 통해 기술을 익히고

2014년 10월~2014년 12월

필요를 찾아 작업을 나서는 생활형 작업자들로, 기술이 어

활동가

떻게 쓰일지 가치 있는 수준의 의미와 관계의 길을 열어가

아홉 번째

김보람(‘구름’), 임철민(‘달구’)

는 것을 고민한다. 작업을 통해 곳곳의 사람들과 연대하기

프로젝트

참여기관 및 참여자

위해 한곳에 머무르는 공방의 형태를 취하지 않고, 필요에

장애인아동부모회 - 서대문구장애인부모회

따라 자유롭게 움직이며 현장에서 작업하고 있다. ‘좋은 공

발달장애인 9명

연 제작소’ ‘마을이야기학교’ ‘풀무질 어린이 책 놀이터’ ‘가

참여자들 중에는 언어 소통이 되지 않는 친구들이

주요 내용

람 어린이 아지트’ 등을 만들고 가꿨다.

몇 있었다. 언제나 제3자를 통해 말하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공 모빌 만들기, 천 펠팅으로 필통 만들기 등의 양모 작업,

말 대신 몸동작이나 한 음절로 의사표현을 하는 친구도 있었다.

실 감기나 원형 직조를 하는 실 작업, 벤치를 만들고 나무

“관계를 깨우는 손 작업”

하지만 몇 가지 재료와 만들기를 통해 활동가들과 참여자들은 서로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었고, 마음과 마음을 나누었다. ‘오른손은 왼손을, 왼손은 오른손을/서로 도와가며

를 깎아 숟가락을 만드는 나무 작업 등 다양한 손 작업을 통해 활동가들과 참여자들의 ‘관계’를 단단하게 다지는 데 초점을 둔 프로젝트다.

아름답게 세상을 엮어갑니다’라는 시처럼, 그들은 함께였다.

74

75


2014 활동가 파견사업

“관계를 깨우는 손 작업”

“관계를 깨우는 손 작업” 프로젝트 진행 과정

01

02

03

어떤 현장을 만날 것인가의 고민과 탐색

서대문구장애인부모회를 만나다

작업 내용

•지난해 참여 경험을 바탕으로 나름의 기준으로 기관 탐색

•부모회와 몇 차례 회의를 통해 함께

•생활과 주거를 중심에 두고 있는 곳,

•참여자 성향 및 능력 편차에 따라 2개

장애의 종류는 무관, 손 작업의 욕구가

반으로 총 22회 수업 진행

있는 단체를 찾다.

•양털, 실, 나무를 재료로 작업할 수 있는 만들기 활동 시작

활동의 흐름과 시스템 구성

•물펠팅, 니들펠팅, 드림캐처, 직조 작업 등 •나무로 공간에 필요한 것(벤치)과 일상에 필요한 것(숟가락) 만들기

04 만들기를 위한 환경 만들기

이었다. 활동가들에게 칭찬받으며 신 나게 나무를 깎던

가가 묻는다. “다른 거 더 할래요?” “아뇨. 오늘은 힘들어

그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나무 찌꺼기들을 모아 버리러

요.” 단박에 거절하고 부르던 콧노래를 마저 부른다. 또

나간다. “지저분한 걸 못 참아요.” 물을 마시러 잠깐 방을

갑자기 나가더니 어디선가 믹스 커피를 타다 나에게 건

나왔는데 그가 이번엔 신발장 청소를 하고 있다. 정리 안

넨다. “다른 사람한테 커피 타주는 걸 좋아하거든요.” 활

서로에 대한 관찰의 시간,

된 신발장이 거슬렸는지, 휴지를 가져다가 신발장을 닦

동가가 대신 변을 해준다. 서로가 어떤 성향을 가졌는지,

그리고 마음이 만들어준 관계

고 신발을 가지런히 정리한다. 본인의 마음에 들 때까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다 알고 있다. 편한 친구 사이라는

내일키움직업센터는 서대문구청 근방에 위치해 있다.

정리를 마치고는 다시 방으로 들어와 사포질을 시작한

것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연희동 단층 건물 사이와 골목을 지나 내일키움직업교

다. 서걱서걱, 쓱삭쓱삭. 나무 깎는 소리와 사포질하는 소

육센터에 도달했다. 2층짜리 신축건물. 조용한 주택가에

리가 기분 좋게 오간다.

•부모님들과의 작업(총 4회), 우리가 만든 것들로 공간 꾸미기

서로가 어떤 성향을 가졌는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다 알고 있다.

76

김보람, 임철민 활동가가 뜻을 모아 만든 길공방은 2013년 예술가 친구 사귀기 프로젝트를 진행한 다섯 팀

농담하듯 핀잔을 주고 잔소리하는 활동가와 그런 활

중 한 팀이었다. “이번 사업은 작년과 변한 지점이 몇 있

활동가 두 명과 장애인 세 명, 보호자 한 명까지 모두

동가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웃어 넘기는 참여자들. 오랜

어요. 그중 한 가지가 참여기관을 스스로 탐색해볼 수 있

어울리는 아늑한 공간에서 수업이 진행 중이었다.

여섯 명이 나무 깎기 작업에 한창 열중하고 있었다. 언뜻

시간 서로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쌓여야 가능한 관계다.

는 것이었는데, 지난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나름의 기준

편한 친구 사이의 느낌이

봐도 가장 잘하는 듯 보이는 참여자 한 명의 집중력이 대

손재주가 좋아 1시간 만에 숟가락을 완성한 한 참여자

을 세우고 기관을 찾았습니다. 생활과 주거를 중심에 두

고스란히 느껴졌다.

단했다. 비장애인을 넘어 창작자, 공예가에 가까운 수준

는 일찍 끝내고 남은 시간 내내 콧노래를 흥얼댄다. 활동

는 곳, 장애의 종류는 무관하며 마지막으로는 손 작업의 77


2014 활동가 파견사업

“관계를 깨우는 손 작업”

욕구가 있는 단체를 원했습니다.” 수소문해 소개를 받아

피기에 2명으로는 힘들었다. 자원봉사 선생님들이 도와

양한 모양을 만들 수 있다. 먼저 양모를 자기가 좋아하는

만난 곳이 서대문구장애인부모회였다. 장애인부모회는

주었지만 긴밀하게 소통할 수 없어 아쉬웠다. 그 점을 올

색으로 동그랗게 빚는 작업을 진행했다. 장애인은 손의

다른 시설과는 다르게 부모들이 중심이 되어 프로그램을

해는 분반 시스템으로 풀었다. 5명 안팎의 소규모 반이

힘 조절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에 무언가를 만들거나 다

기획하고 운영해나간다. 지역사회에서 장애인들이 행복

라 참여자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고 프로그램

듬는 행위가 미숙할 수밖에 없다. 손에 힘을 빼는 연습을

하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마

을 경험할 수 있는 참여자의 절대적 숫자가 줄지 않는다

계속하면서 활동가와 참여자들은 같이 손에 양모를 굴

침 부모회에서는 발달장애인들을 대상으로 한 보호작업

는 점도 좋았다.

렸다. 양모공은 감, 지구, 메주, 별 등 다양한 형태로 완성

장인 내일키움직업교육센터 오픈을 앞두고 있었다.

프로그램은 자연 재료인 양모, 실, 나무를 중심으로

됐다.

하는 손 작업 위주로 진행해나갔다. 굳이 자연 재료를 선

실로 할 수 있는 작업은 더 많다. 뜨개질에서도 대바

혼자 해낼 수 있게 기다려주는 것

택한 것은 재료를 충분히 감각으로 느끼고 조금씩 다듬

늘, 코바늘이 있고, 실을 교차하는 직조, 매듭을 이용하는

2013년에 길공방은 부평장애인종합복지관 주간보호센

어지는 모양을 통해 무언가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드림캐처 등등. 작업은 참여자들의 성향과 능력의 편차에

터의 중증장애인 12명과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의사소

생각 때문이었다고 한다. 첫 만들기 작업 재료인 양모는

따라 나눠서 진행됐다. 매듭을 묶지 못하는 참여자는 매

통이 어려운 상황에서 장애인 12명의 손 작업을 두루 살

부드러운 감촉으로 염색도 가능하고 다듬기에 따라 다

듭을 묶는 것부터 천천히 해나갔고, 개개인의 선호도 및 특성에 따라 나뭇가지에 실을 감는 것, 세 나뭇가지를 교 차하고 거미줄처럼 감아나가는 것, 동그랗게 말린 나뭇가

“어떤 과정 하나도

지에 원형으로 직조하는 것 등 다양한 활동을 했다. 실 작

루는 도구들이 꽤 위험하기 때문에 안전이 가장 중요했

기술적인 언어로 알려주고

업은 정말 혼이 쏙 빠져나갈 만큼 정신없이 진행됐다.

다. 벤치 만들기는 모두 함께, 숟가락 깎기는 친구들의 편

설명하기보다 보여주고,

실 작업은 반복되는 행위들이 더해지면서 실이 면이

차를 생각해 일부 참여자만 대상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되기도 하고(원형직조), 매듭이 되기도 한다(드림캐처).

2개 반으로 나누어 11회씩 총 22회를 함께하고 남은 4회

되도록 쉬운 단어로 알려준 다음에

활동가들은 이 작업을 하면서 ‘기다림’의 중요성을 깨달

는 참여자의 부모님을 초대해 프로그램을 이어갔다.

우리는 그저 기다렸어요.

았다. “어떤 과정 하나도 기술적인 언어로 알려주고 설명

“우리가 떠난 후에도 계속 일상적으로 만들기를 할

지켜보고 있노라면 답답하니까

하기보다 보여주고, 되도록 쉬운 단어로 알려준 다음에

수 있으려면 같이 만드는 작업자가 있다든지 도구나 재

대신 해주면 그만인데,

우리는 그저 기다렸어요. 지켜보고 있노라면 답답하니

료가 가까이 있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책이

까 대신 해주면 그만인데, 나중에 우리가 없더라도 혼자

곁에 있고, 책 읽는 사람이 주변에 있으면 자연스레 책을

할 수 있어야 하잖아요. 생각보다 더 속도가 느려서 기다

읽게 되는 것처럼요. 손 작업은 장애인뿐 아니라 비장애

리는 게 힘들긴 했는데 결국에는 혼자 해내더라고요.”

인에게도 무척 이로운 활동입니다. 신체를 사용하는 물

나중에 우리가 없더라도 혼자 할 수 있어야 하잖아요. 생각보다 더 속도가 느려서

78

리적인 작업이지만 감각을 일깨우고 정신을 집중시키고

기다리는 게 힘들긴 했는데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끌어내고 기억해주는 일

영감을 주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부모님들을 프로그램

결국에는 혼자 해내더라고요.”

양모, 실, 나무의 재료 중에 마지막인 나무 작업은 길공방

안으로 끌어들였어요. 뭔가 만들고 싶을 때 언제든 도와

에서는 가장 흔하게 쓰는 재료이지만 참여자들에게는

줄 누군가가 있었으면 했거든요.” 예상대로 반응은 좋았

가장 접하기 어려운 재료였다. 특히 나무 작업은 이를 다

다. 그리고 이 초대를 통해 활동가들은 어디서도 들을 수 79


2014 활동가 파견사업

“관계를 깨우는 손 작업”

활동가 후기

만들기를 통해 생각을 나누다

불광천을 따라가다보면 다정한 주택들이 모인 골목길 끝자

작업자의 시간

락에 내일키움직업교육센터가 있다. 이곳은 ‘함께 가는 서

바람에서 점점 겨울 냄새가 나기 시작할 무렵, 우리는 재료

대문구 장애인부모회’에서 올해 문을 연 보호작업장이다.

에 점점 익숙해졌다. 무조건 도와주기보다 느리더라도 스스

없었던 새로운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다. 바로 장애를 가

2층으로 된 단독주택 주변에는 우리가 함께 만든 벤치가

로 해볼 수 있게 기다려주는 마음이 중요했다. 스스로 재료

진 자녀를 둔 부모님과 가족의 이야기, 비장애인과 장애

있고 올라가는 계단에는 친구들과 만든 모빌이 총총히 달

를 다듬고 모양을 만드는 것에 점점 빠져들고 집중하는 시

인이 한데 섞여 살아가는 삶, 사회로 나왔을 때 타인이 보

려 있다. 그리고 그 안에 큰소리로 인사해주는 친구들이 있

간. 그 순간! 작은 방의 풍경을 바라보니 참 좋았다. 자신에

내는 시선, 처음 아이가 장애를 가진 사실을 알았던 날의

다. 이제는 부쩍 친해져서 짐도 들어주며 맞이해준다. 시끌

게 맞는 속도를 찾아가며 각자의 작업에 빠져들고 나와 철

기억까지. 서너 명의 부모와 활동가들은 한 테이블에 둘

벅적하고 재미난 공기가 가득하다. 2013년에도 우리는 같

민도 각자의 손 작업을 자연스레 하고 있었던 것이다. 자기

러앉아 손 작업을 하며 마음을 나눴다.

은 사업에 참여했는데, 그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 중요하게

의 것을 만들어가는 작업자들의 시간으로 채워지고 있었다.

인터뷰차 기관을 방문한 날이 프로그램의 마지막 날

생각했던 지점이 ‘어떤 현장과 함께할 것인가’였다. 일상을

이었다. 시간이 흐르고, 프로그램이 종료됐다. 도구와 재

나누며 생각을 함께할 수 있는 현장을 만나고자 했다. 생각

무럭무럭 자란 건

료를 정리하는 내내 활동가들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역

보다 쉽지 않았지만 연이 닿은 곳이 바로 이곳이다.

친구들 한 명 한 명 하고 싶은 말이 많다는 것, 헤아릴 수 있 는 이야기가 많아졌다는 것, 친구들에게 애정이 무럭무럭

력했다. 내내 “우리 오늘 마지막이야. 알고 있어?”라고 물었을 정도니까. 하지만 참여자 대부분이 ‘마지막’의 의

손으로 소통하기

자라났다는 것. 그게 얻은 것이고 제일 좋았다. 작년에 느

미를 알지 못하는 듯했다. 다음 주에 또 만날 것처럼 자기

언어 소통이 되지 않는 친구가 몇 있다. 말을 하진 못하지

꼈던 점이 ‘새로운 세상이 열렸구나’였다면, 올해는 ‘그 세

가 만든 작품만 챙겨 쓱 방을 나가버렸다.

만 몸동작이나 한 음절로 표현하는 친구, 제3자를 통해 소

상에 몇 걸음을 내디뎠다’는 것이다. 함께였기에 내디딜 수

“지금도 누가 어떤 장애가 있는지는 정확히 몰라요.

통하는 친구 등 각각 소통 방식도 달랐다. 우리가 함께한

있는 발걸음이었다. 부모들의 속사정이며 소소한 생활담

조심스러워서 처음에는 묻지 못했는데, 이제와 생각해

시간은 고작 3개월이고 그 짧은 시간 동안 손 작업의 능력

을 꾸밈없이 들려주셔서 더 깊이 이해하고 다가갈 수 있었

보니 그건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2013년, 2014년 활

이 얼마나 향상되었는지는 평가할 수도 없고, 평가하고 싶

음에 감사하며, 마지막으로 시 한 편을 옮겨본다.

동가 파견사업에 참여했지만 어떤 장애에 어떤 특징이

지도 않다. 어쩌면 우리가 가진 재료와 도구 그리고 작은

“손 작업은 장애인뿐 아니라

있는지 그런 전문적인 건 모르겠어요. 다만 친구들 하나

기술은 단지 친구들과 소통하는 매개가 아니었을까? 각각

<손을 위한 시>

비장애인에게도 무척 이로운 활동입니다.

하나의 특징은 또렷이 기억나요. 누구는 이런 손 작업을

소통 방법이 다른 친구들이지만 만들기를 통해 우리는 서

멀고 먼 저 별에서 나는 여기에 왔습니다.

좋아하고, 말을 어눌하게 하는 편이지만 생각이 담겨 있

로에게 말을 걸고, 생각을 나누었다. 같은 것을 만들더라도

두 손을 쓰기 위해 나는 여기에 왔습니다.

신체를 사용하는 물리적인 작업이지만

고, 누구는 어떤 걸 좋아한다 같은 거요. 손재주가 좋은

색과 모양이 조금씩 다르고, 그것을 바라보며 친구들을 기

오른손은 왼손을, 왼손은 오른손을

감각을 일깨우고 정신을 집중시키고

친구들의 부모님들은 작은 공방을 열 계획도 있는 것 같

억할 수 있다. 굳이 언어가 아니더라도 친구들의 에너지를

서로 도와가며 아름답게 세상을 엮어갑니다.

영감을 주기도 하거든요.”

아요. 언제든 우리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돕고 싶어요.”

느낄 수 있다.

80

- 김보람(‘구름’) 81


장애인의 사고방식을 이해하고 대화하는 법을 배우다

프로젝트 개요

활동가들

프로젝트명

김장원 대학에서 공간 연출을 전공했다. 현재는 프로덕션

“자폐힙합”

디자인 분야에서 일하고 있으며 영화미술, 작가로도 활동

기간

하고 있다. 소외된 것들이 품고 있는 개성을 매력 있는 형

2014년 9월~2015년 1월

태로 표현하는 것이 주된 창작 주제다. 다른 창작자들과의

활동가

적극적인 교류를 통해 꿈꾸는 모든 것을 실현하고자 하는

열 번째

김장원, 한지헌

욕심을 품고 있다.

프로젝트

참여기관 및 참여자

한지헌 컴퓨터공학을 공부했다. 아직 졸업 전이지만 힙합

직업재활센터 - 성모자애복지관 직업재활센터

작곡에 소질이 있다는 걸 발견하고 언더그라운드 힙합 프

지적장애인 10여 명

로듀서로 활동 중이다. 현재는 1990년대를 풍미했던 힙합

소리에 관심이 많은 김장원, 한지헌 활동가는

주요 내용

뮤지션들의 스타일을 재현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2012년

음악 활동을 주제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자 했다.

프로그램 초반에는 교실 앞으로 나와 친구들에게 자신의

‘P-Type Remix Competition’, 2013년 ‘장기하의 대단한

처음에는 이들이 내는 비장애인과는 다른 소리, 생활 속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시간을 가졌다. 이후 참여자 중 사회자

라디오 로고송대회’ 등에서 수상했다.

“자폐힙합”

만들어내는 규칙적인, 혹은 불규칙적인 소리를 녹음해 하나의 음악 또는 곡을 완성하려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어떤 결과를 위해 참여자들에게서 인위적으로 소리를

를 내세워 인터뷰 형식으로 이야기와 소리를 이끌어냈다. 음악 활동이라는 최초의 주제가 있었기 때문에 DDR 게임, 핸드벨을 이용한 릴레이 게임, MPC 음향기기를 활용한 음 악 퍼즐 등도 함께 진행했다.

이끌어내는 것이 의미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방식을 바꿔 참여자들을 인터뷰하고 그 장면을 녹음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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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활동가 파견사업

“자폐힙합”

“자폐힙합”

돌발 행동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다

“자폐힙합” 팀은 3호선 수서역 부근 성모자애복지관에 서 소리를 주제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운동장 프로젝트 구성

을 가로질러 별관 2층으로 올라갔다. 이번에는 어떤 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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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03

활동성을 보장하고 verbal 이외의 생생한

다수에서 개인으로 수업 스타일 변경

스스로의 이야기 이끌어내기

소리를 담기 위해 강당을 빌려 수업 진행

마이크, 녹음기, 카메라 등 다양한 기기와

참여자 인터뷰 진행, 자기 자신을 소개할

자기소개, 스피커로 음악 듣기.

접함.

뿐 아니라 친구들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짐.

동가와 어떤 참여자들을 만날 수 있을까. 문을 열기 직전, 가장 설레는 시간이다. 널찍한 교실에는 열 명이 훌쩍 넘는 참여자가 앉아 있었다. 몇 명의 참여자는 앞에 나와 서로 마이크를 주고 받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무슨 얘기를 나누는 걸까. 대화의 특정한 주제는 없었다. 사회자 역할을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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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음악 게임(DDR)

OST 감상/함께 노래하기

참여자가 일상생활이나 상대의 관심사에 대해 질문하면

리듬에 대한 반응을 살피고, 긴장을

애니메이션 OST 음악을 들으며 연주하는

인터뷰이인 참여자가 대답하는 식이었다. 대화는 진행

이완하는 시간.

모습을 따라 하고, 함께 캐럴 부르며

이 되기도 하고, 끊기기도 했다. 노래를 불러줄 수 있겠냐

어울리기.

는 사회자의 질문에 긍정인 듯 부정인 듯 알 수 없는 표정 을 지었다. 갑자기 부끄러운 듯 얼굴을 가리더니 춤을 추 인터뷰 1단계. 자기소개

인터뷰 2단계. 하고 싶은 말 발표하기

인터뷰 3단계. 그룹 인터뷰

초기 참여자들은 자기 자신을 어떻게

대체로 하고 싶은 것에 대해 발표함. 정말

참가자 개개인의 특성을 몰라 짝을 지어

소개해야 할지 몰랐음.

하고 싶은 말이 있는 참가자는 쉬는 시간에

인터뷰 진행. 참가자들이 평소 쌓아둔

을 틀고 춤을 췄다. 한눈에 봐도 최소한의 의사소통도 겨

11개 팀을 인터뷰하러 다니다보니

스스로 녹음을 진행하기도 했음. 내용은

관계를 들여다볼 수 있었음.

우 해내는 듯한 이전 팀 참여자들에 비해 대화도 잘되는

매번 공통적으로 느끼는

가족에게 보내는 음성 편지.

겠다고 했다. 그러더니 참여자 스스로 노래를 찾아 음악

수준임을 알 수 있었다. 11개 팀을 인터뷰하러 다니다보니 매번 공통적으로 느끼는 참여자들의 특성이 있었다. 경계가 없다, 그리고

경계가 없다, 그리고 상대의

상대의 눈치를 살피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날도 마찬가

눈치를 살피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터뷰 4단계. 제3자 개입 인터뷰

한 명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으면 방송 청취자처럼 지켜보는 참여자들이 반응을

지였다. 한 참여자는 앉아 있는 나에게 갑자기 얼굴을 들

하는 식으로 진행. 질문을 외부에서

이밀면서 취조하듯 어디에 사느냐고 물었고, 다른 참여

가져오기보다 그룹 내에서 그들을 관찰하는 것이 흥미로운 인터뷰로 이끌었음.

참여자들의 특성이 있었다.

자는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2시간 내내 내 앞에 앉아 빤히 얼굴을 쳐다보았다. 또 다른 참여자는 대뜸 내게 뭐하는 사람이냐고 물었고, 이름을 묻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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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활동가 파견사업

“자폐힙합”

녹음된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보는 경험

공을 차는 시늉을 하고, 마이크를 들려주면 노래하는 시

상하며 대화를 나눠보자는 취지로는 갈 수 있는 거잖아

“자기 얘기를 해보라는 게

김장원, 한지헌 활동가는 전체 활동가들 중에 나이가 가

늉을 한다. 어떻게 하면 참여자들의 이야기를 이끌어낼

요. 그분 통해서 참 많이 배웠어요. 어떤 방식으로 대화를

결국 자기 표현을 해보라는 거 거든요.

장 어리다. 그만큼 이번 활동가 파견사업에 대한 열정도

수 있을까. 고민하던 활동가들은 일단 마이크를 쥐여 주

이끌어가야 하는지, 또 상대를 기다려줘야 하는 타이밍

남달라 보였다. “지적장애인들은 가끔 비장애인이 이해

기로 했다. 자신의 목소리가 울리고 크게 들리는 게 신기

은 언제인지 같은 것 말이죠.” 대화는 녹음되었고, 매 수

하기 어려운 소리를 낼 때가 있어요. 어떤 의미가 있을 수

했는지 조금씩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업 마무리 때마다 녹음한 것을 함께 들었다. 대부분 자신

우리도 그렇지만 참여자들은 더

자기 목소리를 듣고 자기 이야기를 하고.

도 있고, 없을 수도 있죠. 그런 소리를 담아서 음악을 만들

“자기 얘기를 해보라는 게 결국 자기 표현을 해보라

의 목소리를 알아채고 신기해했지만 당연히 전혀 모르

과거에 대한 회상을 해볼 기회가

면 재미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참여자들의 육성뿐

는 거 거든요. 자기 목소리를 듣고 자기 이야기를 하고.

고 지나치는 참여자들도 있었다. “확실히 녹음된 목소리

없을 것 같더라고요.

아니라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내는 다양한 소리도 있잖

우리도 그렇지만 참여자들은 과거에 대한 회상을 해볼

는 다르거든요. 비장애인도 그렇지만 참여자들한테도

목소리를 통해 그런 경험을

아요. 책상이나 의자를 마구 두드린다거나 손뼉을 갑자

기회가 더 없을 것 같더라고요. 목소리를 통해 그런 경험

즐거운 경험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기 친다거나 하는 것처럼요. 좋은 재료가 될 수 있을 것 같

을 해보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하지만 참여자들 스스로

또 하나 활동가들이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참여자들

았고 그 박자감만 사용해서 완성된 곡을 만들고 싶었어

본인의 이야기를 이어가는 게 쉽지 않았다. “이야기를 이

에게도 사회적 역할에 대한 욕구가 있다는 것. 프로그램

요.” 공간 연출을 전공한 김장원 활동가는 이런 소리를 기

끌어내자고 우리가 이것저것 질문하는데 대답이 잘 안

내내 사회자 역할을 도맡아 해주었던 참여자는 TV에서

술적으로 담아줄 수 있는 다른 활동가를 찾았다. 그렇게

나오더라고요. 일단 우리는 외부인이라 어색하고 어려

본 보도 기자나 아나운서에 대해 언급하며 잘 해내고 싶

만난 게 언더그라운드 힙합 음악가 한지헌 활동가였다.

운 것도 있었겠지만 그것보다 대화하는 방식을 잘 몰랐

다는 의지를 보여주기도 했단다.

활동가들의 본래 목적은 일상에서 듣기 힘든 참여자

던 것 같아요. 우리 기준으로 생각한 거죠.” 어제 무엇을

들의 의사소통 방식을 장애가 아닌 개성으로 바라보고

했느냐고 물으면 친구를 만났다, 아침으로 뭘 먹었느냐

자 함이었다. 하지만 점차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참여

고 물어보면 빵을 먹었다, 이렇게 답이 나올 것이라 생각

자들을 대상이 아닌 친구로 느끼게 되었다고 했다. 소리

했다. 그러나 활동가들이 예상한 답은 나오지 않았고, 재

를 수집해 음악만 만들려면 얼마든지 그렇게 할 수 있었

차 묻자 참여자는 입을 다물었다. 질문하면서 이끌어줄

다. 하지만 참여자들도 과연 그 음악에 관심과 애정을 가

‘다른’ 사람이 필요했다. 그래서 내부 사람, 참여자 중에

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참여자들을 위해 해줄

한 명을 인터뷰어로 내세우기로 했다.

해보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수 있는 무언가를 고민하게 되었고 이내 그들의 소리를 무작위로 녹취하는 지루한 작전을 버리고 참여자들의

장애인의 입장을 이해하고 대화하는 법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해보자는 생

확실히 달랐다. “우리가 물어보면 단답형으로 끝나요. 그

각에 이르렀다.

런데 그 사회자는 대화의 박자감을 안다고 해야 할까요?

아무것도 들고 있지 않은 상대에게 어떤 행동을 해보

자기가 한 질문에 참여자가 대답을 하지 않으면 바로 알

라고 시키면 사람들은 대부분 손을 움직이는 제스처를

아채고 아예 다른 질문으로 돌려요. 그 참여자가 대답할

취한다. 사진 촬영할 때를 예로 들 수 있다. 카메라 앞에

만한 걸로요. 결국 묻는 사람이 원한 답을 얻을 수는 없을

서 포즈를 잡지 못하는 사람에게 공이든 인형이든 손에

지 모르겠지만 일단 대화는 이어지더라고요. 본래 이걸

들려주면 자세가 훨씬 자연스러워진다. 공을 들려주면

시작한 목적. 참여자들의 이야기를 끌어내고 과거를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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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활동가 파견사업

“자폐힙합”

활동가 후기

우리만의 ‘대화하는 법’

“어떤 방식으로 대화를 이끌어가야 하는지, 또 상대를 기다려줘야 하는 타이밍은 언제인지 같은 것 말이죠.”

애초에 음악을 주제로 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겠다 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인터뷰 활동을 하면서도 꾸준 히 음악과의 접촉을 병행했다. 참여자들이 좋아하는 음 악을 틀어준다든지, DDR 게임, 핸드벨을 이용한 릴레이 게임, MPC 음향기기를 활용한 음악 퍼즐 등을 함께 했다. “개인적으로 기쁜 건 갈수록 프로그램 진행이 매끄 러워졌다는 거예요. 처음 몇 주간은 둘 다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 서로 얼굴만 쳐다볼 때도 있었거든요. 개인 특성 을 조금 아니까 돌발 행동에도 적응되고 좀 더 수월해진 것 같아 좋습니다. 그런 기운이 참여자들한테도 전해졌

아아. 김경아씨~ 안돼~ 자자자자, 이제부터 조용히 해주시고요. (기침) 창진씨 뭐 좀 물어볼게요. 아 그만해~ 김경아씨~ 보지마. 임창진씨 일어나주시구요. 거기거기 서있으시구요. 언제까지 하지요? 11월 2일. 감사합니다. 아 보지마~ 한시 팔분이에요. 한시 팔분. 성환씨. 제가 이제부터 질문할게요. 작업이요. 서희 작업이요. 없어요. 뻥치네 진짜. 다른 쪽으로 넘어갈게요.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석은씨. 기준씨 성원씨 창진씨 성안씨 경진씨 경아씨 안녕하세요. 신데렐라! 모하는 거야! 얼른 빨리 집안일 해! 깨끗하게 했어?! 미치겠네 어떡하지 진짜 흡. 아 맛있다. 전 프린스 찰리 연락받은 건 임창진이에요. 이름은? 이름은 홍성심입니다. 한명을 골라주는 것은 홍성심이에요. 기분 좋아요! 홍대 앞 공연하거든요? 리허설 할거예요. 감사합니다. 꼭 봐주세요. 감사합니다! 상우씨 자기소개 부탁드릴께요. 저는 이상우. 오성안입니다. 일년 동안 우편물 분류했습니다. 모르겠어요. 감사합니다. 주로 어떤 목적으로 하셨지요? 네. 맛있는 거 먹고 즐거운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1층 기관이요. 2016년 까지요. 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어요? 그건 비밀이에요 장동후씨. 그건 하늘만큼 땅만큼 정말 좋아해요. 호섭이에요. 김호섭이에요. 여기예요. 여기. 봄캠프니까 좋아해요. 피자 좋아해애. 먹을 거 줘서 좋아해요? 네. 첼로에 대한 소감은? 사랑의 인사 해요. 저는 이기용입니다. 그거 말고 소감은? 저는 이기용 입니다. 어머나입니다. 나가거든. 예에? 안가고 싶어. 기용씨 노래 장난아니게 잘불러요. 아주 멋있게 하거든요. 사랑의 인사는 음악이 너무 좋고, 강당에서 해요. 금요일날

연습해요. 아띠루 축제에서 사랑의 인사 해요 - 안녕히 계세요. 감사합니다. 저는 인터뷰 처음으로 했고, 방송국 여직원들 하는 것처럼 했는데. 앞으로도 열심히 할게요. 감사합니다. 두시 오분까지 쉴게요. 집중하세요? 여보쇼. 집중하세요. 저 이름은 한기준이구요. 가족을 말하겠습니다.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있습니다. 엄마 아빠 사랑해. 삼촌. 할머니. (뒤에 기용 노래 부른다) 꼭꼭 따라해요. 이 이쁘니까. 건강하기, 운동하기, 취업하기, 여행가기, 공부하기, 자전거 타기, 음악듣기. 12월 1일 수요일날 가고 싶어요 - 선생님이랑 친구들이랑 가고 싶어요 - 단풍나무도 보고 칸초도 갖고갈꺼야 - (뒤에서는 타타타타 발소리) 브람스 헝가리 교향곡 오번 입니다. 오번 입니다. 일요일. 홍상철. 무한도전 쇼 음악중심. 송해. 전국! 뭐야!? 우-! 노래자랑. 내일 십구일. 일요일이야? 전국 노래자랑. 잘 들어주세요? 우체국 가고 싶어요 우체국에 가고 싶어요. 산에 가고 싶어요. 자꾸 따라하니까. 그건 하늘만큼 땅만큼 좋아해요. 내가 이겼어. 경아 넌 진거잖아. 따라하고. 그래서 기분 너무 안좋아요. 그럼 언제부터 그랬는지 말씀해 주시겠어요? 임성환이 여자만 보고 그래서. 거꾸로 생각해 봤는데, 좋아하는 거 아니고, 포기하고, 좋아한다고 해주세요. 이유는 다섯 가지만. 얼굴보고 따라하고 흐흐흐. 정말! 싫어요! 흐흐흐. 며칠 된 거 같은데? 보지마! 성환씨는 여기 수업하려고 온 게 아니라. 연애할 목적을 갖고 온 거 같애 흐하하하. 아 왜그래애! 듣고 있어요 장동훈씨? 같은 반 친구인 게 사실인가요? 처음부터 끝까지 마지막이요? 어… 음. 이제 알 것 같아요.그래도. 같은 반 친구예요. 우리는 모두 친구다! 악수.

으면 좋겠어요.” 또 이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앞으로 같이 하고 싶은 아이디어가 자꾸 떠오른다고도 덧붙였다. 인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도, 불을 끄고서 가만히 음악을 들려주듯 그 옆에 있어주는 것.

터뷰 내내 웃으며 남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건 활동

훈민정음처럼 읽을 수 있는 글자와 가독 불능의 소리가 함께 있는 것.

가들이 이 사업에 진심으로 애정을 갖고 즐기고 있음이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읽지만, 그 옆의 글자들이 더 근본적일 수 있다.

오롯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88

- 김장원,한지헌, 배윤호 89


시간이 걸릴 뿐, 안 되는 건 없다

프로젝트 개요

활동가들

프로젝트명

최선희 한복 디자이너이자 최선희한복 대표. 현대적인 소

“직물을 기반으로 한 예술 활동”

재로 한복을 짓는 작업을 주로 하고 있다. 한복과 전통 공

기간

예를 주제로 수업을 진행한다. 2014년에는 세그루 패션디

2014년 9월~2015년 1월

자인 고등학교 한복수업, 서울문화재단 한복리폼 프로젝

활동가

트, 한복진흥센터 한복나눔 사랑나눔 프로젝트, 광장시장

열한 번째

나하나, 최선희

파노라마전 <이야기가 담긴 옷, 한복>, 종로구 육의전 패션

프로젝트

참여기관 및 참여자

쇼에 참여하거나 진행했다.

거주시설(종합복지타운) - 홀트일산복지타운

나하나 패브릭 디자이너이자 양순네 대표. 직물로 단순하

지적장애인 10여 명

고 오래 쓸 수 있는 물건을 만든다. 사용자의 취향과 필요

패브릭 디자이너와 한복 디자이너가 팀을 이뤘고,

주요 내용

를 반영한 직물 제품을 주문 제작하며 바느질, 실 그림 등

홀트일산복지타운에서 장애인 참여자들과 만났다.

직물을 기반으로 예술 활동을 하며 함께 시간을 보내고자

의 워크숍을 진행한다. 친구들과 함께 원남동에서 ‘꿀’이

무엇을 만들겠다는 목적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했다. 다양한 컬러의 네일아트 재료를 준비해서 원하는 컬

라는 작업실 겸 가게를 운영 중이다. 나만의 트랜스포머 보

러로 손을 치장하거나, 흰색 원단에 자유롭게 바느질을 하

자기 만들기, 손바느질 기초, 실 그림 워크숍을, 프로젝트

거나 한복 천을 찢어서 땋기, 패브릭용 크레용과 마커로 그

로는 풍년슈퍼 프로젝트, 광장시장 바느질 키트 3종 개발,

림을 그려 가방 만들기, 각자의 바느질을 넣은 한복 치마

전시 <좋아하는 게 뭐예요?>에 참여하거나 진행했다.

“직물을 기반으로 한 예술 활동”

다만 직물을 기반으로 예술 활동을 하며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가장 큰 목표였다. 그리고 그들 스스로가 다양한 작업 과정을 통해

만들기 등의 수업을 진행했다.

느꼈던 기쁨을 바바라방에 거주하는 ‘언니’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을 품고 있었다. ‘친구’나 ‘가르치고 이끌어야 하는 대상’이 아니었다. 나하나, 최선희 활동가는 참여자들을 ‘언니’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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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활동가 파견사업

“직물을 기반으로 한 예술 활동”

“직물을 기반으로 한 예술 활동” 프로젝트 구성

01

02

03

다양한 색상의 네일아트 재료를 준비하고

다양한 색상의 실을 준비해 좋아하는 색을

다양한 컬러의 한복 천을 찢어서 땋기

원하는 색으로 손을 치장하며 친밀감 형성

골라 흰색 천에 자유롭게 바느질하기

04

05

06

패브릭용 크레용과 마커로 그림을 그려

각자의 바느질을 넣은 한복 치마 만들기

점토로 도장 만들어 천에 찍어보기

가방 만들기

언니들에게 다가가기

바바라방에서는 언니라는 호칭을

일산 깊숙이 위치한 홀트일산복지관을 찾은 것은 2014

자주 들을 수 있다. 생활 시설이고

년의 마지막 날이었다.활동가들과 참여자들이 함께 있 다는 바바라방 주변에는 조용히 새해를 맞이하는 분위 기가 흐르고 있었다. 나하나, 최선희 활동가는 바바라방의 ‘언니’들과 패 브릭이나 캔버스 등 직물을 활용한 프로그램을 진행해

고, 복지사 선생님도 언니라고 부른다. 활동가들 역시 참

희도 부담이 훨씬 덜하더라고요. 교실이었으면 선생님

여자들을 ‘언니’라는 호칭으로 불렀다. 인터뷰 중에는 종

처럼 되어서 언니들한테 뭔가를 가르쳐줘야 할 것 같은

종 ‘우리 언니들’이라 언급하기도 했다. 그새 정이 많이

생각이 들었을 것 같아요.”

들었구나 싶었다.

활동가들이 준비해 온 재료를 책상 위에 늘어놓자 참

활동가들이 방으로 들어서자 참여자들이 삼삼오오

여자들이 이것저것 집어들며 바로 작업에 들어갔다. 색

거실에 모여 앉는다. 바바라방은 기능에 충실하게 집기

색의 클레이 점토가 나왔다. 점토로 도장을 만들어 물감

가 놓이고 설계된 공간이다. 거실 겸 주방을 중심으로 양

을 묻혀 천에 찍는 작업을 하려는 모양이구나 생각했다.

쪽에 방과 화장실, 세탁실이 있고, 테이블, 냉장고, 싱크

그렇게 하는 참여자도 있고, 점토로 동물 모양을 만드는

대, TV가 많은 사람이 한번에 움직여도 불편하지 않을 동

참여자도 있었다. 혹은 그냥 물감만 손에 묻혀 그대로 찍

선에 최적화되어 배치되어 있다. 복지사 선생님 외에도

는 참여자도 있고. 다른 시설과 비교해 눈에 띄는 점이 있

보조 선생님이 한두 명씩 더 있는데 무엇보다 청결 유지

다면 참여자 간에 소통이 잘 이루어진다는 점이었다. 서

에 무척 신경 쓰는 눈치다. “프로그램 진행이 수월했던

로 만든 것을 비교하거나 방법을 알려주기도 하고 상대

몇 가지 이유 중 하나가 공간 덕분인 것도 있어요. 교실이

가 잘하고 있으면 칭찬해주기도 했다. 늦은 오후, 누군가

아니라 집의 거실에서 하는 거잖아요. 하고 싶으면 나오

의 거실에 모여 조곤조곤 수다 떨면서 각자 하고 싶은 작

고, 하기 싫으면 방에 들어가면 되고요. 언니들의 공간에

업을 하는 분위기. 딱 그만큼의 온기가 바바라방에서 피

우리가 잠시 방문한다는, 놀러 간다는 기분이 드니까 저

어오르고 있었다.

따로 가족이 없는 무연고자가 많아 말 그대로 가족같이 지낸다. 그래서 서로를 자매처럼 여기고, 복지사 선생님도 언니라고 부른다.

왔다. 바바라방에서는 언니라는 호칭을 자주 들을 수 있 다. 여기 참여자들은 30대 후반에서 50대 후반의 중복 장 애를 가진 여성들로 일산홀트복지타운 바바라방이 집이 다. 생활 시설이고 따로 가족이 없는 무연고자가 많아 말 그대로 가족같이 지낸다. 그래서 서로를 자매처럼 여기 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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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활동가 파견사업

“직물을 기반으로 한 예술 활동”

도 천을 활용한 생활예술에 관련된 프로그램을 진행해

들기 등의 수업을 진행했다.

주기를 원했다. 평소에 다뤄온 분야였고, 여자들만 모인

프로그램의 횟수가 지날수록 활동가들이 느낀 건 두

가족적인 분위기라 어렵지 않게 해나갈 수 있었다. 매주

가지였다. 참여자들이 예상보다 잘한다는 것, 결과물의

재료를 바꿔가면서 다양한 시도를 해봤다. 결과물에 대

수준이 결코 낮지 않다는 점. 아니 오히려 참여자들의 작

한 기대는 전혀 없었고, 어디까지 해보자는 계획을 가지

품에서보이는색감은흔히볼수없는‘또다른’것이었다.

고 간 것도 아니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참여자들의 호응

“워낙 언니들이 거침없기는 해요. 색을 쓰는 데 눈치

도가 높아 활동가들이 오히려 더 고무되기도 했다.

보거나 주저하는 게 없죠. 우리는 쓰기 전에 먼저 머리로

뾰족한 바늘을 사용해야 하는 바느질에는 조금 걱정

생각하잖아요. 예상하고. 근데 언니들은 눈에 띄고, 좋아

이 앞섰다. ‘언니들이 할 수 있을까?’ 물론 기우에 불과했

하는 색을 일단 쓰거든요. 그림에서 나온 색감만 가져다

다. 바바라방에 머무는 참여자 대부분이 바느질을 처음

가 제 작업에 응용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경험했는데, 의외로 바늘과 실을 잘 다루고 바느질을 좋

요.” 마침 인터뷰를 진행한 복지관 내의 카페에는 장애인

아했다. 바느질이라고 해봐야 흰 천에 홈질을 반복적으

들의 작품에서 따온 그림이나 모티프가 들어간 제품을

로 하는 수준이었지만 정말 ‘해볼 기회가 없어서 못 했던

판매하고 있었다. 활동가들은 바바라방 언니들의 작품

거구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잘하는 참여자도 있었다.

도 조금만 다듬으면 충분히 예술 상품으로서의 가치를

이 작업에서도 참여자들의 양상은 다양하게 나타났다.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비장애인들은 홈질에 대한 기본 지식이 있어서 일정한 선을 따라 혹은 모양을 만들기 위해 곡선 형태로 바느질

비우고 와서 채워 돌아가는 마음

언니들이 할 수 있을까?

“언니들이 작업하다가

을 하기 마련이지만 참여자들은 그런 것 없이 그야말로

활동가 파견사업에 대해 활동가와 시설의 담당 복지사

활동가들은 처음 참여자들을 만났을 때를 생생하게 기

자기 흥에 겨워 좋아할 때가 있어요.

독창적인 기법을 구사해 바느질을 해나갔다. 발로 바느

선생님 모두 큰 만족감을 표했다. 참여자들에게는 새로

질을 하기도 했다.

운 경험과 자극을 줄 수 있어 좋고, 활동가들에게는 본인

억하고 있었다. “언니들을 만났는데, 다들 너무 소녀 같

그림을 그리거나 바느질하다가

활동가들은 가장 기억에 남는 시간으로 바느질하던

작업에 대한 영감을 얻을 수 있어 좋은 ‘서로 윈윈하는 의

걸 좋아하는 거 같아서 첫 시간에는 다양한 컬러의 네일

너무 신나나 봐요. 그때 순간적으로

순간을 꼽았다. “언니들이 작업하다가 자기 흥에 겨워 좋

미 있는 사업’이었다고 전했다. “처음 기획에 대해 들었

아트 재료를 준비해 원하는 컬러로 손을 치장하며 친해

몸서리를 치고 또다시 작업에 열중해요.

아할 때가 있어요. 그림을 그리거나 바느질하다가 너무

는데 의아할 정도로 자유롭더라고요. 다른 강의 같은 경

지는 시간을 가졌어요.” 참여자들은 활동가 또래보다 더

그 순수한 모습이 정말 예뻤어요.”

신나나 봐요. 그때 순간적으로 몸서리를 치고 또다시 작

우는 ‘해당 반 학생들과 한 학기 동안 한복 네 벌을 만들

나이대가 높은 편이었다. 그래서 참여자들에게 ‘예쁨’ 받

업에 열중해요. 비장애인들은 아이들도 다른 사람 신경

어주세요’ 이런 식으로 제안을 받았었거든요. 해보니 이

고자 노력했다고 한다. 친구보다는 엄마나 고모에게 다

쓰느라고 그렇게 솔직한 감정 표현을 안 하거든요. 근데

유를 알겠더라고요. 그 주 관찰해보고 기획해서 수업을

가가듯이. 그런 활동가 둘을 바바라방의 참여자들은 따

언니들은 안 그러니까. 그 순수한 모습이 정말 예뻤어요.

준비하는 식으로 매회 혹은 매주 단위의 기획이 필요했

뜻하고 살갑게 맞아주었다.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이후로도 다양한 컬러의

습니다. 수업 준비가 조금 힘들기는 했는데, 와서 매우 즐

두 활동가는 모두 천을 다루는 예술가다. 처음 한국

한복 천을 찢어서 땋기, 패브릭용 크레용과 마커로 그림

거우니까 심적 부담은 전혀 없었고요.”

문화예술진흥원의 담당자가 이 사업 참여를 제안할 때

을 그려 가방 만들기, 각자의 바느질을 넣은 한복 치마 만

은 거예요. 매니큐어를 바르고 있었고 예쁜 거, 치장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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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사 선생님들의 ‘적절한’ 협조도 활동가들이 프 95


2014 활동가 파견사업

“직물을 기반으로 한 예술 활동”

활동가 후기

“협동 작품을 하면서 많이 달라진 걸

‘언니’들은 늘 새롭고 과감했다

느꼈어요. 예전 같으면 으르렁거렸을 관계인데 서로 색칠하는 걸 도와주고 격려해주고 하더라고요. 자연스레 자신이

‘새로움’이란 예술 분야에서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한다. 바

홀트 바바라방에는 손 사용이 어려운 분들이 있어서 작은

원하는 것을 요구할 때 말투나 태도, 방식도

바라방 언니들은 늘 새롭고 과감했다. 숨겨진 금광을 찾은

바늘로 작업이 가능할지 걱정했었는데, 세 번째 수업에서

많이 부드러워졌고요.”

기분이었고, 가치 있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뿌듯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음을 알게 되었다. 속도는 다 다르지

했다. 프로젝트 로젝트 자체가 결과물을 강요하지 않았기에 그분

만 다행히 바느질에 흥미를 느끼고 재미있어 하셨다. 결과

들의 수용해 작업을 진행할 의 예측 불가능함을 탄력적으로 탄력적

물이 꼭 나와야 한다는 압박감도 없었고, 바바라방은 언니

놀라운 결과물이 나와 많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놀

들이 살고 있는 집이라 수업 환경을 만들고 활동을 한 것이

작업은 우리와 주변 사 은 사람이 탐내기도 했다. 언니들의 작업

아니라서 자연스럽게 ‘내가 하는 작업을 언니들과 함께 하

기회가 더 많아 람들에게 놀라움과 행복감을 주었다. 이런 기

며 시간을 보내기’가 가능했던 것 같다.

로그램을 수월하게 진행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담당 복

소개되었으 져 드러나지 않은 장애인 예술가들이 더 많이 소개

나는 내가 들인 시간과 공에 비례해서 눈에 보이는 결과물

지사는 이런 활동의 경우 자신들이 완전히 빠져야 된다

면 한다.

이 나온다는 점에서 직물을 다루는 작업에 처음 흥미를 느

는 걸 이전에 유사 프로그램을 통해 배웠다고 했다. 그래

꼈는데, 언니들도 그랬던 걸까. 바느질을 하다가 갑자기 희

야 낯선 활동가들과 빠르게 친해지기 때문이다. 정리가

열에 열 찬 표정을 지으며 자기가 한 바느질을 보고 좋아하던

안 되는 때만 반짝 나타나서 도와주고 다시 빠지는 식이 이

언니들의 모습이 한동안 계속 생각날 것 같다.

었다. 김순영 담당 복지사는 협동 작업을 했을 때를 를 떠올

- 최선희

- 나하나

리면서 참여자들의 정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순간이 었다고 기억했다. “생활 시설이라서 단체생활을 하다보 니까 언니들이 자기 물건에 많이 예민한 편이에요. 자기 영역을 침범하는 걸 굉장히 싫어하죠. 그런데 협동 작품 을 하면서 많이 달라진 걸 느꼈어요. 예전 같으면 으르렁 거렸을 관계인데 서로 색칠하는 걸 도와주고 격려해주 고 하더라고요. 자연스레 자신이 원하는 것을 요구할 때 말투나 태도, 방식도 많이 부드러워졌고요.” 활동가들은 매 회기 어떤 재료는 준비해왔지만 마음 은 비운 채로 이곳에 왔다. 그리고 그 마음을 매번 가득 채워서 발걸음을 돌렸다는 걸 “우리 언니들 너무 귀엽지 않아요?”라는 말만 듣고도 알 수 있었다.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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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활동가 파견사업

시설 담당자 대담

니다. 이렇게 올해 사업이 끝났다는 게 아쉽고요. 김현철 자폐힙합 팀 참여자들의 경우 직업 훈련을 받고

있는 분들이었어요. 기존에는 참여자들의 직업적 특성과 성향을 알아내는 데 프로그램이 집중되어 있었던 반면 이 번에는 조금 더 다양한 방향의 특성을 발견할 수 있는 시간 이 아니었나 싶어요. 다른 기관 참여자들에 비해 장애 정도 가 경한 편이라 상대적으로 결과물도 잘 나온 편인 것 같고 요. 본인들의 목소리를 듣게 되면 본인들에게도, 부모님들 에게도 또 다른 감동을 주지 않을까요.

활동가들이 예술가로 구성된 점이 기존 프로그램에 비해 어떤 부분에서 차별성이 있었다고 생각하세요? 김경일 참여자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고 다른 행동

을 한다든지, 밖으로 나간다든지 할 때도 제지하지 않고 그 것조차 수업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 게 달랐어요. 우리 가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에는 억지로 참여시키면서 끌고 가려는 편이거든요. 그런데 활동가들은 그걸 기다려주고 함께해주는 자세가 있더라고요. 윤영주 저희는 결과물에 연연해요. 그런데 활동가 분들은

2014 활동가 파견사업 참여 기관 담당자 대담

2014년 활동가 파견사업이 종료되었습니다. 그간 어떻

처음 오셨을 때부터 “저희는 결과물을 위한 프로그램을 하

게 이 사업을 봐오셨는지 소회가 궁금합니다.

러 온 게 아닙니다. 다만 재미있게 놀겠습니다.” 하시더라

윤영주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했던 매체, 새로운 도구와

고요. 그래서 제가 제안했어요. 하고 싶은 걸 하시고 나중에

장애에 대한 선입견을 허물고,

재료, 자극과 경험이 들어오니까 참여자들도 재미있어했

끝날 때 결과물로 공연을 보여달라고요. 그랬더니 이 사업

다양한 경험과 이야기를 만들어가도록

고, 지켜보는 우리에게도 신선한 자극이 되었습니다. 참여

의 취지는 그런 게 아니라면서 거절하시더라고요.

코끝 시린 찬 공기가 익숙해진 겨울. 채광 좋은 한 카페에서

자 부모님들도 좋아하셨고요.

2014년 활동가 파견사업 참여 시설 담당자 간 대담이

김경일 그간 파란마음주간보호센터 내부에서도 미술, 음

진행 과정은 어땠나요?

진행되었습니다. 김경일 파란마음주간보호센터 시설장,

악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했어요. 그런데 확실히 예술

윤영주 김경일 시설장님이 말씀하신 것과 같았어요. 예

윤영주 성모주간보호센터 사회복지사, 김현철 성모자애복지관

가라 그런지 활동가 분들이 준비하는 방향이나 의도가 훨

를 들어 종이 10장을 붙이는 수업을 진행한다고 가정했을

씬 신선하더라고요. 장애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어서 처음

때, 참여자가 수업에 따라오지 않고 있으면 우리는 어떻게

부터 진행이 매끄러웠던 것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좋았습

든 10장을 다 붙이게 하죠. 도와주거나 끌고가거나. 그런

직업재활센터 팀장 세 분이 참석해 시설 담당자 입장에서 이번 사업에 대해 느낀 점과 향후 개선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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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활동가 파견사업

시설 담당자 대담

연스레 낮아지죠. 그런데 이 프로그램은 잘하든 못하든 누 구나 참여할 수 있고 자연스레 한 팀이 되어 끌고 가더라 고요. 한순간에 전체의 집중을 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각자 의 의견을 조합하듯, 특성을 잘 엮어서 힙합 곡을 만들었어 요. 참여자들에게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정서적인 부분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었을 겁니다.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김경일 우리와는 또 다른 재능을 가진 활동가와 참여자들

의 만남이 정말 좋았습니다.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지속 적으로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활동가들이 참여자들의 장 애 특성에 대해 인지하고 있으면 더 좋을 것 같고요. 윤영주 저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생각이 조금 달라요. 봉

사활동을 오는 친구들한테 장애에 대한 교육을 해봤더니 괜한 선입견만 생기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는 활 데 활동가들은 하나만 붙이고 끝나더라도 그냥 그대로 내

김현철 기관들이 보통 결과물이나 가시적인 성과가 없으

그램 중반부에 들어서니까 인터뷰를 자기들이 주도하더라

동가에게 먼저 알려주지 않고 물어볼 때만 얘기해줬어요.

버려두더라고요.

면 예산 투입도 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비추어봤을 때 확실

고요. 그때 다른 프로그램에서 볼 수 없었던 적극성을 볼

활동가들도 장애인의 어떤 부분을 개선하러 온 게 아니라

김현철 잘못된 부분을 교정하고 훈련하고, ‘이건 잘못됐

히 새로운 시도의 사업인 것 같아요.

수 있었어요. 그게 실제로 변한 건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

지금 이 상태에서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을 거라고 했

만요.

고요. 결과적으로는 그 말도 맞구나 싶어요. 많은 시설에

어, 앞으로는 이렇게 해야 해’라기보다는 있는 그대로를 받 아들인다는 점에서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참여자

프로그램 참여자들의 태도가 이전에 비해 달라진 게 있

와의 관계에서도 복지사 선생님들과 친해지는 거에 비해

나요?

연극 연출, 힙합 뮤지션, 배우, 사운드아티스트 등 활동가

도 고려해보았으면 합니다.

활동가들은 훨씬 더 빠르게 경계의 끈이 풀어지더라고요.

윤영주 참여자들이 장애인이다보니 사실 몇 개월짜리 프

들의 분야가 다양한 편입니다. 이런 다양성도 도움이 되었

김현철 이 일을 15년 하다보니까 나도 모르게 편견이 생

재활기관이라 지시하고 가르치려는 사람이 유독 많은 공

로그램 가지고 변화를 확 느끼지는 못해요. 그래도 조금 적

다고 느끼시나요?

기는 것 같아요. 이런 장애를 가진 사람한테는 이렇게 해야

간인데, 거기서 자기를 편하게 받아들여주는 사람이 있다

극적으로 변한 부분은 있어요. 이 프로그램에서는 자기 것

김경일 복지사 선생님들에게도 자극이 되었던 것 같아요.

한다, 저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야 한다는 식으로 무의식

는 게 큰 의미로 다가오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을 찾더라고요. 새로운 도구나 재료가 신기해서인지.

‘우리는 왜 이런 생각을 못해봤지? 다음에는 이런 방향으

중에 매뉴얼 같은 게 생긴 거죠. 장애에 대해 잘 모르는 사

김경일 외부에서 강사가 오면 계획서를 받고 프로그램을

김현철 맞아요. 3개월은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에

로 수업을 해보자’ 하고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죠.

람들이 어떻게 이런 걸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오히려 한

어떻게 진행해나갈 것인지에 대한 얘기를 사전에 나누거

는 짧은 시간인 것 같아요. 취업된 훈련생들은 기관을 떠나

김현철 새로운 장르와 기법을 참여자들의 상황과 환경에

명 한 명의 개성을 봐주니까 참여자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

든요. 뭐 하나를 해도 틀이 있는데 활동가들은 그런 게 전

게 되는데 남아 있는 분들은 취업을 준비하거나 실패해서

맞게 활용하셔서 놀라웠습니다. 만약 복지관에서 발표회

을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내년에도 이 사업이 계속 진행

혀 없으니 처음에는 ‘하겠다고 한 게 잘한 건가?’ 싶기도 했

재훈련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요. 취업 실패 요인은

를 열게 되면, 결국 잘하는 이용자 위주로 가게 되어 있어

되어 더 많은 시설과 참여자가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으면

어요. (웃음)

대부분 사회성 결여 및 수동적인 태도에 있죠. 그런데 프로

요. 그러다보니 잘 못하는 이용자의 기여도나 참여도는 자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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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루 혜택이 가는 것도 좋지만 지속적으로 지원하는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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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활동가 파견사업

2014 활동가 파견사업 쌀롱(워크숍)

쌀롱의 기록

활동가의 이야기

가감 없이 밝혔습니다. 특히 장애인의 예술 욕구를 파악해

청명한 10월의 끝자락에 활동가 파견사업에 참여하는 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참여

동가, 장애인복지관 및 유관단체 담당자, 한국문화예술교

자들의 특성을 파악하고 활동가 간, 활동가와 시설 간 협업

육진흥원 담당자, 한국장애인복지관협회 담당자 등 총 43

이 원활하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명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활동가 파견사업이 본격적으

강조했습니다.

로 시작되고 약 한 달의 시간이 흘렀을 즈음입니다. 프로젝

또한 장기적 계획을 갖고 프로젝트를 효과적으로 이

트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발전적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진

끌기 위해서는 사업 시기를 앞당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

행된 워크숍(쌀롱). 그들은 각자 어떤 이야기를 품고 쌀롱

습니다. 그뿐 아니라 총 11개 팀 가운데 부산의 “직물을 기

그리고 남은 이야기

을 찾았던 것일까요?

반으로 한 예술 활동” 팀 외에는 모두 서울・경기 지역에만

활동가 파견사업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시설 담당자

활동가 이야기 1 프로젝트 시작이 예정보다 늦어지면서

밀집되어 있어 향후 소외 지역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가기

들은 눈높이에 맞는 프로그램을 통해 참여자와 활동가 모

사업 안팎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활동가 개인 일정에 차질이 생겼고, 뒤늦게 섭외된 시설 측

를 바란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두에게 내외적으로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사

비전을 공유하다

도 이미 꽉 짜인 1년 계획 중 이 프로젝트를 위해 일부를 변

쌀롱(워크숍)은 활동가 파견사업의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향후

경했다고 했습니다. 서로 급하게 조율된 일정 탓에 회당 시

2년차 활동가 이야기(2013년 참여)

애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그들의 욕구

간이 예상보다 줄어들면서 작업 범위가 다소 줄어든 것도

2년차 활동가 이야기 1 일반적인 문화예술교육 프로그

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으므로, 이 부분에 대

사실입니다.

램과 환경을 활동가 파견사업의 취지에 맞게 활동가 스스

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또한 장애인 예

쌀롱을 통해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고, 해외의 우수 사례를

활동가 이야기 2 일이 여유 없이 진행되다보니 올해 처

로 개성과 유연성을 발휘해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술 욕구 도출을 위한 신규 프로그램의 필요성과 더불어 참

공유함으로써 사업 발전 방향에 대한 의견을 주고 받았습니다.

음 참여하는 활동가나 시설 모두 정작 이 프로젝트의 취

2년차 활동가 이야기 2 기존 예술 활동의 기준에 얽매이

여자들을 편견 없이 바라보고, 인지하며, 진심으로 이해할

지나 성격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던 부분도 있었던

지 않고 열린 마음으로 참여자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수 있는 마음가짐이 필수라고 강조했습니다.

것 같습니다. 향후 프로젝트 시작 전 활동가와 시설 담당

시간과 연습이 필요합니다.

자가 함께 참여하는 워크숍이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보입

2년차 활동가 이야기 3 계획한 프로그램을 목표로 두고

원 담당자들은 기존의 장애인 대상 문화예술 교육의 한계

니다.

활용하되, 결과 중심의 작업이 되지 않도록 회기마다 참여

를 지적하며, 좀 더 다양한 분야의 예술을 참여자들에게 소

개요

활동가 이야기 3 처음에 시설 선생님들이 우리가 하려는

자와 소통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개하고 대상자의 눈높이에 맞는 단계적 접근 방식을 토대

행사명 2014 활동가 파견사업 워크숍(쌀롱)

것에 대해 잘 모르고 계셨습니다. 프로젝트 시작 전에 시설

2013년에 이어 두 번째로 활동가 파견사업에 참여

담당자 분들과의 충분한 소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

한 활동가들은 스스로의 경험을 토대로 활동가들에게 조

습니다. 사전 전체 워크숍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언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2013년 사업에 참여했던 활동가

활동가와 장애인 참여자가 만나 예술적 오감 표현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담당자 2명

활동가 이야기 4 프로그램 진행 공간에 대해 아쉬운 부분

들은 대부분 사업 본래의 목적처럼 새로운 콘텐츠 및 결과

통해 소통하고,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기획된 활동가 파견

한국장애인복지관협회 담당자 2명

도 많았습니다. 독립된 공간이 없어 참여자들의 주의가 산

물을 창출하기보다는 활동가의 전문 분야를 토대로 장애

사업. 향후 더 많은 참여자가 더 깊이 있는 문화예술을 향

만해지고, 방해가 될 때도 있었습니다.

인과 함께하는 과정에서 장애인의 문화예술 욕구를 이끌

유하고, 활동가들 또한 신선하고 따뜻한 경험을 쌓아갈 수

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게 되었다고 입을 모았습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더 굳건히 다지는 시간이었

니다.

습니다.

계획 및 방향성을 재검토하기 위해 활동가, 장애인복지관 및

업의 의의를 밝혔습니다. 그러나 참여자들이 갖고 있는 장

유관단체 담당자 등 다양한 관계자를 한자리에 불러 모아 진행한 워크숍을 말합니다. 활동가 파견사업을 이끌고, 참여해온 사람들은

현장에서 느끼는 애로사항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그에 대한 발전적 대안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저마다의 열정을 느낄 수 있었던 쌀롱의 기록을 소개합니다.

일시

2014년 10월 29일

참석자 활동가 21명

기관 담당자 7명

문화예술사업 질적 연구원 2명 목적

로 이 사업이 장애인 문화예술 교육의 새 지평을 여는 기회 가 되기를 바란다는 소망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팀별 활동 내용 발표 팀별 진행 상황 공유 및 상호 피드백 참여시설 및 참여자 특성 공유, 회기별 기록 관련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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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 파견사업을 기획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

사업의 가장 중요한 주체라 할 수 있는 활동가들은 약 한 달간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느낀 애로사항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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