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0 1 6 a r t e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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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문화예술교육 지원법」에 의거해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입니다.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을 통해 개개인의 문화예술 향유 능력 및 창의력을 함양시키고, 전 국민의 문화적 삶의 질 향상과 국가의 문화역량 강화를 위해 학교 문화예술교육 지원, 사회 문화예술교육 지원, 문화예술교육 전문인력 양성, 문화예술교육 학술연구 및 조사, 문화예술교육사 자격제도 운영, 문화예술교육 국제교류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www.arte365.kr 일상 속의 문화예술교육을 실천하는
웹진 [아르떼365]는, 문화예술교육의 이슈와 동향을 담고, 문화예술교육 현장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또 하나의 이름 ‘아르떼’
만나고, 보고, 그려내며 정책과 현장, 정보와 사람을 잇는
아르떼에서 사람이 함께 성장하는 문화예술교육을 위해
문화예술교육 지식·정보 플랫폼입니다.
다각적인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 속에서 일어나는 다
매주 화요일 발행되는 뉴스레터를 통해 전문가에게 듣는
양한 현장의 소리와 정보를 문화예술교육 전문 웹진 [아르
문화예술교육의 오늘과 내일, 문화예술교육 현장, 국내외
떼356]가 전합니다.
문화예술교육 관련 정보를 전하고 있습니다. 문화예술교육
아르떼란,
의 긍정적인 효과와 더불어 현장의 고민들까지 함께 나눌 수 있도록, 문화예술교육이 결코 여러분과 먼 거리에 있지 않음을 느낄 수 있도록 [아르떼365]가 함께합니다.
목차 01
특집
04
01-01
아르떼, 새로운 10년을 말하다
06 07
서로를 자극하는 긍정의 에너지 예술가와 문화예술교육 / 강예진
106
질적 강화와 내실화를 통한 선순환체계 구축 ① 예술협력사업본부 / 노준석
10
서로의 질문과 고민을 올려놓고 성장을 위한 공유와 토론의 장 / 김준영
108
더 가까이서, 더 먼저, 변화를 이끈다 ② 교육개발센터 / 김세린
12
시니어 뮤지션, 예술로 삶의 생기를 더하다 일상 속에 문화예술 끌어들이기 / 이한철
110
교육참여자의 관점에서 다시 생각하기 ③ 교육인력지원본부 / 김재경
14
예술보다 더 예술적인, 삶을 캐내다 일상을 발견하는 문화예술교육에 대하여 / 전고필
112
문화예술교육 3.0: 과거에 대한 성찰에서 출발하기 ④ 기획사업단 / 정연희
변화와 성장의 핵심은 ‘사람’ 지역문화예술 전문인력 양성 / 임진아
114
관습적인 틀을 깨고 ‘행동하는 예술가’로 예술강사 영역을 이해하기 위한 7가지 요소 / 에릭 부스
116
만나다
120
손끝에 맺히는 마음이 알알이 즐겁다 안령 예술강사 / 박유미
122
01-02
01-03
01-04
02
03
문화예술교육 확장과 진화의 동력으로 104 대학 예술교육의 도전, 문화예술교육 전문인력 양성 / 박건배
한국 문화예술교육의 변화와 전망
16
다시, 문화예술교육의 본질과 마주할 때 좌담 ① / 김재웅, 박영정, 신승환, 윤현옥
17
인적 역량 강화와 유기적인 협력체계 구축이 관건 좌담 ② / 권영오, 김태수, 김혜경, 안태호, 임선영, 정연희
25
국공립예술기관과 문화예술교육
35
예술, 예술가 그리고 문화예술교육 연결하기 좌담 / 이수현, 정선희, 제환정, 황지영
36
나를 열고 우리를 나누다 신규빈, 남상철(신남전기)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참여 예술가 / 전혜현
125
문화예술교육사와 문화예술교육 매개자 양성
48
128
매개하고 협업하는 전문 인력으로 좌담 / 김석범, 김태수, 여숙기, 임학순
49
경계에서 공존을 외치다 구수현, 김채린 2016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 행사 예술체험 워크숍 참여 예술가 / 박유미 내 생각이요? 음악으로도 표현합니다 원태현 꼬마작곡가, 소수정 강사
131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연극 교육 이보늬 예술강사 / 홍은지
136
함께하는 호흡, 새로운 가치창조 이자영 한국장애인복지관협회 문화예술교육 담당 / 서민지
140
“예술엔 정답이 없다는 것을 아이들은 알고 있다” 최나영 문원초등학교 문화예술교육 담당 교사 / 이초영
143
문화예술교육 기획을 위한 지속적인 호기심과 배움 권효진 문화예술 기획자, 학습공동체 ‘아르떼 동아리’ 멘토 / 이엄지
146
04
인터뷰
58
‘내러티브'를 잘 듣는 것부터 시작하자 신동호 (사)인문사회연구소장 / 고영직
60
“잘 작동하는 예술은 그 자체로 교육이 된다” 윤현옥 aec비빗펌 대표, 문화기획자 / 백기영
65
삶이 담긴 공간에는 문턱이 없다 이영범 경기대학교 대학원 건축설계학과 교수 / 남은정
69
서툴러도 즐겁게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이춘아 대전 한밭문화마당 대표 / 소종민
76
“좋은 작품과 좋은 교육은 별개가 아니다” 유홍영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장 / 김소연
81
새로운 세대를 위한 내일의 노래를 찾아서 최상일 문화예술 명예교사, 전 MBC라디오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 PD / 남은정
86
꿈꾸는 몸이 그리는 빨주노초파남보! 도황주, 장홍석 국립현대무용단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무용도전> 강사 / 양은혜
끊임없이 도전하고 끊임없이 설득한다 로나 매터슨 스코틀랜드 스타캐쳐스 대표 / 김소연
93
전통과 ‘뛰놀’ 동안, 아이들은 자란다 159 윤혜진 연출가, 정동극장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주강사 / 홍은지
칼럼
100
명확한 목표와 유연한 협력이 관건 자유학기제와 문화예술교육 / 김성기
102
같은 눈높이로 ‘살아있는’ 지식을 나누다 149 박설, 이은아, 전오미 2016 복지기관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예술강사 오픈수업&네트워킹 참여자 / 상상놀이터(정리) 156
세상에 없던 여행 도구, 장롱 속 악기 163 김동재 신나는섬 멤버, 주말문화여행 ‘장롱에서 꺼낸 악기와 떠나는 여행’ 주강사 / 송현민
아이들이 그리는 상상과 일상 최예지 일상 예술가, ‘어린이는 무엇을 믿는가’ 참여 예술가 / 강나경
168
70대 상이군경과 20대 현역 군인의 콜라보 171 임승규 낭만기획 대표, 김보성 C.ART컴퍼니 대표 / 이초영 예술과 삶의 접점을 찾는 미술선생님 박해원 반여고등학교 수석교사, 2016 ‘상상만개 고3 아트페스티벌’ 기획자 / 박유미
마음의 여백에 생각의 창을 내는 아이들 232 ‘어린이는 무엇을 믿는가’ <어린이 예술작업실 담길> / 신지혜
06
175
해외리포트
236
예술가의 사회 참여적 활동으로서의 문화예술교육 영국 폴햄린재단의 예술가 역량개발 프로젝트 / 이은경
238
예술적 기량부터 파트너십 구축까지, 예술강사 핵심역량을 242 생각하다 미국 링컨센터 에듀케이션의 예술강사 역량개발 과정 / 손지혜
05
보다
178 아이들에 의한, 아이들을 위한 문화예술교육 예술교육을 통한 창의 언어 발달 - LATTA / 김가영
공적개발원조의 새로운 패러다임 180 2016 한국예술경영학회 학술심포지엄 ‘국제 문화예술교육 교류 협력: 성과와 향후 과제’ / 염혜원 청년, 문화예술교육 전문가로 피어나다 2016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 ‘아르떼 펠로우’ / 이선옥
245
‘예술하기’로서의 예술교육 248 바비칸-길드홀음악연극대학 협력 창의학습 프로그램 / 권민영
183 뮤지엄3.0 : 예술소비에서 생산의 기지로 254 ‘창작자로서의 관람객’, 영국 미들즈브러현대미술관 / 권민영
예술 확장으로서의 교육을 논하다 186 2016 한중일 문화예술교육 포럼 ‘예술가와 예술교육’ / 이선옥
259
학교 교육과 예술의 유기적 협력 2016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 마음탁자10 ‘교사가 말하는 문화예술교육’ / 송혜경
190
문화다양성을 살리는 예술기관과 학교의 협업 2016 해외 탐방 리포트① 호주 학교문화예술교육 ‘프레쉬 에어’ / 백지훈, 민빛나래
262
일상에 뿌리내리는 예술교육을 위하여 2016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 마음탁자9 ‘시민 문화예술교육을 말하다’ / 강유나
193
예술교육의 철학과 비전으로 이끄는 역량개발 2016 해외 탐방 리포트② 미국 워싱턴주 예술강사 역량개발 ‘TAT Lab’ / 이현정, 신예린, 이초록
예술을 향하는 교육, 교육을 품은 마을 경기 세월초등학교 통합문화예술교육 / 이선옥
196
아이디어
266
199
본능은 공간을 상상한다 상상력을 깨우는 공간 / 김성원
268
편견이라는 철문에 빗장을 열다 극단 진일보 ‘연극 놀이를 통한 창작 뮤지컬 교육’ / 송경화
202
관행을 깨는 수업혁명을 위하여 책으로 만나는 문화예술교육 / 고영직
272
문화예술교육 전문성의 근원을 찾아서 문화예술 NGO 예술과 시민사회 ‘2016 부처 간 협력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 백기영
놀이와 게임, 그 능동성과 수동성의 차이 뉴미디어와 문화예술교육 / 최창희
274
섬마을 어르신들, 한 수 배워 갑니다 2016 움직이는 예술정거장 <동네방네 춤 메들리> / 석수정
205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 상상과 현실의 접촉 아르떼 아카데미 해외전문가 연계연수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 / 홍은지
209
오늘의 예술로 여는 내일의 가능성 2016 자유학기제 연계 ‘오늘은 예술학교’ 거원중학교 만화반 / 주소진
212
‘꿈’의 오케스트라, 오케스트라를 통해 꾸는 ‘꿈’ 2016 꿈의 오케스트라 합동공연 / 이은진
215
눈을 감으면 또 다른 세상이 열린다 218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주말문화여행 <댄싱 인 더 다크> / 홍은지 우리가 만드는 무대, 드림스쿨 221 2016 드림스쿨 원주여자중학교 뮤지컬 동아리 ‘뮤지컬러’ / 염혜원 예술이 심은 씨앗은 자라서 무엇이 될까 226 2016 예술꽃 씨앗학교 성과 공유회 ‘예술이 꽃피는 숲’ / 이은진 전문 인력 심화교육, 문화예술교육의 뿌리를 단단하게 2016 KCP(우수 교육 프로그램 수료과정) 성과공유회 / 염혜원
229
07
그리다 그냥 파출소? 아니 아니 문화파출소! 문화파출소 강북 / 조숙경
46
특별한 씨앗 사용설명서 ‘글마루한옥어린이도서관, 문학으로 물들다’ / 조숙경
74
우포늪에 일곱 빛깔 거미들이 떴다 2016 창의예술캠프 우락부락 시즌11 경남 <무지개가 떴다> / 조숙경
134
흙, 나무, 돌에 사람의 온기를 더해 2016 문화예술 명예교사 ‘특별한 하루’ <도심 속 한옥에서의 특별한 하루> / 조숙경
166
아이들이 눈송이가 되어 내리는 시간 2016 유아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계절이 보내준 선물’ / 조숙경
224
고흐흐흐삼의 절규 252 2016 상상만개 문화체험형 프로그램 ‘상상예술학교’ / 조숙경
01 p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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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arte 365
1
특집 문화예술교육 전반의 구도와 방향성을 조망합니다.
아르떼, 새로운 10년을 말하다
한국 문화예술교육의 변화와 전망
국공립예술기관과 문화예술교육
문화예술교육사와 문화예술교육 매개자 양성
PART 1 특집
5
특집 part 01-01
아르떼, 새로운 10년을 말하다
2016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주요 어젠다 2016년은 문화예술교육 10년의 성과를 이어나가는 새로운 변화와 성장의 출 발점에 선 해이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문화예술교육을 둘러싼 미래 환경 변화와 시대적 요구에 맞추어 그 역할과 방향성을 재정립 하는 움직임을 적극적 으로 시작하고 있다. [아르떼365]에서는 새롭게 재정비된 정책사업의 추진체계 와 방향 등을 보다 자세히 들어보기 위해 ‘아르떼, 새로운 10년을 말하다’를 주제 로 특집을 연재한다. 본격적으로 2016년 정책사업 현장을 만나기에 앞서 교육 진흥원이 고민하고 있는 현재와 미래에 대해 살피고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마 련하고자 한다.
① 예술협력사업본부 / 노준석 ② 교육개발센터 / 김세린 ③ 교육인력지원본부 / 김재경 ④ 기획사업단 / 정연희
6
2016 arte 365
질적 강화와 내실화를 통한 선순환체계 구축 아르떼, 새로운 10년을 말하다① 예술협력사업본부
사회 문화예술교육의 정체성과 주체성 노준석 예술협력사업본부장
「문화예술교육 지원법」 상에서 사회 문화예술교육은 ‘문화예술교육 시설 및 단 체 등에서 행하는 학교 문화예술교육 외의 모든 형태’로 정의하고 있다. 이와 같이 문화예술교육을 학교 안팎으로 구분하여 학교는 교육과정에서, 사회는 교육시설과 단체라는 공간과 수단으로 구분하는 형태적 정의보다는 ‘국민 모 두가 일상에서 문화를 향유하고 누릴 수 있는 기반과 환경을 조성하고, 창조력 함량을 위한 교육을 지향’하는 개념적 정의가 사회 문화예술교육의 의미와 가 치, 목적과 방향성을 포함한다. 이러한 점에서 사회 문화예술교육은 문화복지, 생활문화 등 문화정책사업과 비교할 때 공통점과 차별점을 지닌다. 즉, 지원방식에 있어서 소외층을 중심 으로 문화 또는 예술 프로그램을 감상하고 향유하도록 지원하는 문화복지정 책과 일반 국민들이 문화 또는 창작 활동에 직접 참여하도록 지원하는 생활문 화정책을 모두 포함한다. 반면, 차별점으로는 문화 향유와 참여가 이루어지 기 위해 필요한 능력과 감수성을 의미하는 문화역량을 배양하는데 핵심 역할 을 수행함으로써 여가문화 외에도 자기표현, 소통과 공감의 상호이해, 감성과 창의성 발현, 자아성찰과 전인적 조화 등을 가능케 한다. 따라서 예술교육(arts education)과 예술을 통한 교육(education through arts)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수단인 동시에 목적이다.
비약적 성장 이룬 사회 문화예술교육 사회 문화예술교육 사업 예산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출범한 2005년 9 억에서 올해 약 500억으로 비약적 성장을 이루었다. 지난 10년간 사회 문화예 술교육 사업을 통해 70여 기관 및 단체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하였고, 매 개자로서 사회 예술강사는 7,400여 명이 참여하였으며, 8,300여 개의 참여시 설에서 32만 명에게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였다. 수혜자는 노인, 장 애인, 아동 복지시설의 사회취약계층부터 군인, 의경, 수감자, 산업단지 근로 자, 학교 밖 위기 청소년, 지역아동센터, 도박중독자, 북한이탈주민, 국가유공 자, 폭력 및 범죄피해자 등 각 부처(국방부, 법무부, 산업부, 복지부, 여가부, 통일부, 보훈처, 경찰청 등)에서 담당하고 있는 다양한 특수시설 계층을 대상 으로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하고 협력을 통해 효율적으로 접근성을 확대해 왔다.
PART 1 특집
7
그 결과, 복지시설 및 부처 간 협력사업은 사회적 약자이자 문화소외자에게 문화 기본권으로서 문화격차를 해소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며, 사회경제적 비용을 절감하는데 기여하는 등 새로운 문화안전망으로서 정책사업의 우선순위였다. 2016년 사회 문화예술교육의 지원 대상 범위 계층별 생애주기별 일반 대상
유아·아동·청소년 · 유아(유치원/어린이집) 예술교육
청·장년
노년
· 시민 문화예술교육
·노인복지관
·직장인 동호회
·노인미디어 활동
·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미술관, 박물관, 도서관, 국공립기관, 꼬마작곡가, 건축문화, 진로 등) · 청소년 예술캠프 (우락부락) ·방과후 청소년 ·명예교사 가족 ·꿈다락 토요문화학교(가족오케스트라·합창/주말문화여행 등)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 소외/특수 대상
· 상이군경 어르신
·지역아동센터
·산업단지 근로자
·아동복지시설
· 장애인복지관,
(보훈복지
장애인 활동가
문화대학)
·꿈의 오케스트라 · 소년원, 소년범죄예방센터 ·학교밖(위기) 청소년
·군대, 의경부대 · 교정시설, 보호관찰소, 치료감호소
가족 ·북한이탈주민 ·농산어촌 움직이는 예술정거장 ·예술치유 ·예술파출소
한편 사회 문화예술교육이 소외되고 특수한 계층에만 지원한다는 시각이 있 다. 하지만 지원 범위를 지역, 커뮤니티, 가족 등으로 세분화해보면 보다 다양 한 영역으로 확장된다.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사업’(307억)은 16개 지역 문화 예술교육지원센터,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를 통 해 아동·청소년 및 가족이 주말에 문화예술 소양을 키우고 소통과 공감을 통해 여가문화를 조성하고 확산하는 사업이다. 또한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사 업’(60억)은 16개 지역 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를 통해 지역의 문화적 환경과 자
8
2016 arte 365
원을 특성화하여 지역주민 대상 문화예술교육 사업을 기획·운영한다. 특히 ‘꿈 의 오케스트라사업’(50억)은 소외 아동·청소년과 일반인이 오케스트라 합주교 육을 통해 음악의 세계를 발견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추 구하는 일종의 지역사회 복지개발 프로젝트라 할 수 있다. 이밖에 자발적인 문 화예술교육 활동이 지속적으로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토양을 만들어 주는 ‘시민 문화예술교육 사업’(8억), 시설 중심에서 지역 중심 접근으로 버스, 트럭, 병원 선을 이용하여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농산어촌 움직이는 예술정 거장’(8억), 직장인들의 스트레스 해소와 기업의 생산성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 는 ‘직장인 동호회 지원사업’(3억), ‘아동·청소년 창의예술캠프’(5억) 등 일반 국 민들까지 다양한 문화 참여 기회를 확대하고 있다.
과제 : 차별성에서 기능대안성으로 사회 문화예술교육 미션이 전 생애주기에 걸쳐 각 시기와 상황에 필요한 문화 예술교육을 통해 ‘사회적 역할과 가치를 확산’하는 것이라면, 향후에는 대상과 지원 범위를 생애주기별(모태에서 무덤까지) 뿐만 아니라 구조적 상황(환경의 중요성과 영향)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사회 문화예술교육의 사 각지대에 있는 계층들로서 임산부 산전·후, 취학 전 아동, 미취업 청년, 실직 중장년, 장기 환자 등이 있다. 이들이 갖고 있는 개인적 고민이 가정으로 확대 되어 사회적 이슈나 문제적 갈등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아기부터 문 화예술교육이 중요하고 필요하다는 점은 2000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 스 헤크먼(James J. Heckman)을 통해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인적자본 투자대 비 회수율이 가장 높게 나타나는 영유아기의 초기 학습이 생애 전반의 학습기 반을 마련하며, 영유아를 위한 투자는 다음 단계 교육 투자보다 비용대비 훨씬 더 높은 효과를 가져 온다고 하였다. 즉, 사회성, 도덕성 발달과 같은 전인적 발달을 촉진하며, 이후 학령기에 이르러 학교부적응 예방 및 높은 상급학교 진 학률, 경제활동 참가율 및 소득수준의 증가, 신체적 건강, 낮은 복지의존도 및 범죄율, 나아가 경제성장 촉진 및 공공지출 절감 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사회 문화예술교육과 타 사업 간의 유사·중복성도 조정될 필요가 있다. 예컨 대, 지역특성화 사업, 토요문화학교 지역연계 사업, 생활문화공동체만들기 사 업, 마을(공동체)만들기 사업, 시민문화예술교육 사업 등과 같이 동일 지역에 서 여러 사업들이 추진되면서 수행단체와 수혜대상이 중복지원으로 나타나 고 있다. 수요측면에서도 지역의 이슈와 문제가 유사하거나 겹치다보니 차별 노준석 예술협력사업본부장 yes0253@arte.or.kr
성과 연계성을 명확하게 찾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그렇다보니 사업별로 차별 성을 찾기 위해 중간에 사업의 본질과 목적을 바꾸는 상황도 생길 수 있다. 차 별성을 찾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지역 현장에 혼란을 가중시킬 뿐 궁극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따라서 지역사회 문화예술교육 사업에 대한 중장기 관점에 서의 재검토, 새로운 기능 발견과 함께 수요를 연계하고 창출하기 위하여 사업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6년 3월 8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총괄적으로 기능을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2016년은 예 술협력사업본부가 질적 성장으로 나아가기 위한 원년으로서 프로그램의 질적 강화와 내실화를 통해 사회 문화예술교육의 선순환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 을 다하고자 한다.
PART 1 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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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가까이서, 더 먼저, 변화를 이끈다 아르떼, 새로운 10년을 말하다② 교육개발센터
교육개발센터는 예술교육연수와 대외홍보·국제교류, 그리고 신설되는 정보관 과 아츠랩(Arts Lab)을 기획하고 운영하기 위해 교육개발팀과 대외협력팀으로
김세린 교육개발센터장
조직되었다.
변화와 흐름을 반영한 통합 프로그램 교육개발팀은 교육환경 변화에 맞는 문화예술교육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국내 외 문화예술교육계의 동향을 파악하고 현장에서의 고민을 연수에 반영하기 위 해 노력해왔다. 문화예술교육을 경험하는 다양한 사람들에게 문화예술교육의 진정한 즐거움과 가치를 보다 효과적으로 전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분야 별 전문가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어 연수를 기획하고 운영하고 있다. 예술강사, 교원, 문화예술교육계 실무자, 행정가들을 대상으로 연수를 제공하고 있으며, 특히 작년부터 교원 연수의 수요 증대에 따라 교원 연수를 확대해왔다. 또한 문화예술교육 관계자들을 위한 선택 연수의 전문화 및 다양화를 꾀하여 신규 문화예술교육 인력뿐 아니라 기존 인력들의 지적 호기심과 현장에서의 고민들 을 해결해줄 수 있는 자기 계발의 기회를 확대 제공해오고 있다. 지난 10년 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하 교육진흥원)의 다른 사업 부문들 과 마찬가지로 문화예술교육 전문인력 양성사업 또한 괄목할만한 양적 성장을 이루었다. 특히 2015년은 교육진흥원 설립 10주년을 보내면서 질적 성장을 위 한 연수 커리큘럼 연구와 개발에 더욱 힘쓴 한해였다. 예술강사들이 여러 분야 의 예술세계를 체험하고, 몰입의 즐거움을 느끼며, 문화예술교육의 가치를 체득 하고 전달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이끌어내는 통합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시행 하였다. 앞으로도 변화하는 문화예술교육계의 흐름과 수요에 맞추어 연수의 내 용을 보완해 나가고, 개발하기 위한 심도 있는 고민과 노력을 끊임없이 이어갈 것이다.
문화예술교육의 허브이자 선도적 역할 정보관은 기존의 자료실에서 규모를 늘려 교육진흥원 직원뿐 아니라 일반인들 도 문화예술교육에 관한 자료를 온·오프라인으로 검색하고 활용할 수 있는 시 설로 운영할 계획이다. 특히 아츠랩은 교육진흥원에서 기획하는 차별화된 문 화예술교육 프로그램들을 실제로 시연해 볼 수 있는 공간으로, 문화예술교육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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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인력을 위한 연수뿐 아니라 일반인을 위한 프로그램도 기획하여 운영할 예정이다. 이러한 변화와 노력은 교육진흥원이 중앙 문화예술교육 행정기관으 로 동떨어져있는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문화예술교육의 허브(hub) 로 자리 잡기 위한 준비의 일환이다. 김세린 교육개발센터장 skimhong@arte.or.kr
새롭게 재정비된 대외협력팀은 기관 및 사업 홍보뿐 아니라 국내외 유관 기관 들과의 협력체계를 공고히 하고, 그간의 201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교육 대 회 개최 등 국제사회에서 문화예술교육으로 리더십을 발휘한 경험들을 바탕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준비를 이어가고자 한다. 이를 위해, 국내외 문화예술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6년 3월 15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교육계의 동향을 파악하고, 문화예술교육계에서 다루어져야할 논의가 펼쳐질 수 있도록 다양한 온·오프라인 장을 마련하고자 한다. 기존의 방식에 안주하지 않 고, 홍보의 방향성을 구체화하고 다각화하여, 한국과 국제사회에 문화예술교육의 가치를 가장 효과적으로 널리 알릴 수 있는 방안들을 시도해보고자 한다. 인터넷을 통해 언제 어디에서든 원하는 정보를 검색할 수 있게 되었지만, 해외 문화예술교육계의 동향을 생생하게 경험하고 실제적 교류기반을 모색하기 위 해 현지 학술대회나 국제회의 참가와 더불어 예술강사들의 참가를 지원하여 국제교류의 범주를 넓혀가고자 한다. 국가 간 협력체계를 구축하여 가까이는 세계 이웃인 아시아권에서 ODA(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공적개발 원조) 사업을 통해 문화예술교육 방법론을 공유하고, 현지 문화와의 교류를 통 해 풍성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나갈 것이다. 이러한 활동은 하나 의 사업을 넘어 문화예술교육을 통한 민간 외교의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뿐 만 아니라 현지에서 실행한 프로그램이 다시 우리나라로 환류 되면서 다양한 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 그동안 서구의 문화예술교육을 중 심으로 방법론과 사례가 연구되어온 것을 넘어서서, 이제는 아시아권의 풍성 한 문화유산들을 활용하여 아시아만의 문화예술교육을 선도해 나가고자 한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보다 전문화되고 고도화된 프로그램과 다양한 협 력관계들을 바탕으로 대한민국뿐 아니라 세계에 문화예술교육의 가치를 확산 하고 문화예술교육의 발전을 위해 선도적 역할을 수행해 나갈 수 있도록 교육 개발센터는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10년을 내다보며 나아갈 것이다.
PART 1 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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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참여자의 관점에서 다시 생각하기 아르떼, 새로운 10년을 말하다③ 교육인력지원본부
교육인력지원본부는 학교 예술강사 지원사업을 담당하는 교육운영1팀과 복 지기관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문화예술교육사 자격제도를 담당하는 교육
김재경 교육인력지원본부장
운영2팀으로 구성되었다.
수혜자 관점의 유기적 협력 구조 마련 기존 문화예술교육 사업은 큰 틀에서 보면 공교육 내 문화예술교육을 지원하 는 학교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과 소외계층의 문화예술교육 환경을 조성하 는 사회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으로 추진되어 왔다. 이러한 구분은 사업을 운영하는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을 수 있지만 수혜자의 입장에서는 다르게 생 각할 수 있다. 수혜자들은 ‘어디에서’ 문화예술교육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가 보다, ‘어떤 프로그램에 참여 할 수 있는가’ 또는 ‘어떤 예술가와 함께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부분이 더욱 중요하지 않을까? 지난해부터 단계적으로 진행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조직개편의 상황을 살펴보면 위와 같은 고민의 결과로 교육현장 및 수혜자를 중심에 두고 사업 운영의 방향성을 재설정하고 관련 사업들을 재구조화하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전년도 비정규 조직(TF)으로 운영되던 문화예술교육사 자격제도 업무 를 정식 팀제로 편성하였고, 올해는 교육인력지원본부에 교육운영1팀(학교 예술강사 지원사업), 교육운영2팀(복지기관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문화예 술교육사 자격제도 운영)을 두었다. 그간 해당 사업이 서로 다른 본부로 분 산되어 비효율적으로 운영되던 한계를 극복하고 유기적 협력이 이뤄질 수 있는 구조로 조정하였다. 학교 예술강사 지원사업이나 복지기관 문화예술교 육 지원사업, 문화예술교육사 자격제도와 같이 수혜자와 문화예술교육 매개 자가 서로 직접 대면하는 사업의 경우 더욱 수혜자 관점에서 사업을 운영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변화된 환경 반영한 제도 개선 필요 학교 예술강사 지원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 교육부, 16개 시·도 지자체 및 교육청, 지역 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및 국악운영단체, 전국의 8천여 개 초· 중·고등학교와 5천여 명의 예술강사가 참여하는 사업이다. 규모가 큰 만큼 이해당사자들이 복잡하게 관계하고 있어서 사업을 운영함에 있어 고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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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사항이 많고 참여주체들 각각의 입장을 조율하는 측면에서도 상당한 노 력이 필요하였다. 학교 예술강사 지원사업은 공교육 내 문화예술교육 활성 화를 위한 정책이 지속적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정책구조를 수립하였고, 수 혜자들에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현장의 높은 만족도를 이끌어 낸 성과가 있다. 하지만 2000년 도입된 국악 강사풀제를 기반으로 설계되어 15 년 이상 사업이 지속되면서, 급속한 양적성장은 이루었으나 변화된 교육현 장의 상황을 적극적으로 반영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예술강사의 처우 에 대한 개선이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못한 부분이 있으며, 참여주체 간 역할 분담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함께하지 못하는 등 여러 측면에 한계가 있어서 내·외부적으로 예술강사 제도의 전면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데 한목소리 를 내고 있다. 복지기관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은 2007년 한국메세나협회에서 사업을 이 관 받은 후 아동·노인·장애인을 대상으로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 한국 장애인복지관협회와 협력하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의 경우 전국 600 여 개 복지관의 1,000여 개 반에서 약 500명의 예술강사가 활동할 예정이다. 복지기관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아서 수혜자들의 특성을 고려한 교육프로그램 운영을 할 수 있었고, 협력기관과의 긴밀한 소 통구조를 확립하여 교육현장을 고려한 사업운영이 가능한 측면이 있었다. 최근에는 아동 및 장애인 복지정책의 변화, 사회의 급속한 고령화 진행과 수 혜자들의 요구사항이 점차 세분화되는 점 등 향후 사업추진에 있어서 고려 해야 할 사항들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핵심인력 성장, 양질의 프로그램 등 정성적 성과 지향 한편, 올해 1분기 문화예술교육사 자격 신청자는 2,125명으로 전년도 1분기 신청자(1,136명)에 비해 2배가량 증가했다. 2012년 문화예술교육사 자격제 도가 법제화된 이후 매년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예술강사 지원사업 의 확대, 문화예술교육 활동에 참여하고자 하는 ‘교육 매개자’의 수요와 활동 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여 제도의 세밀한 관리와 운영이 필요 하다. 특히, 문화예술교육에 참여하는 핵심인력들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김재경 교육인력지원본부장 jkkim@arte.or.kr
만들고, 수혜자들에게 양질의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 제공될 수 있을지의 관점에서 제도 운영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현재 시점에서 예술강사 지원사업 등 관련 사업이 교육인력지원본부 안으로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6년 3월 22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묶이면서 물리적 협력구조는 갖추었으나 당장 그 효과를 가시화시키기는 어 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사업단위를 기계적으로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수혜 자의 관점으로 사업추진의 방향을 바꾸는 것은 문화예술교육 정책의 흐름에 서 중요한 계기가 될 것임이 틀림없다. 특히, 지난 10년간 정량적 성과에 집 중한 문화예술교육 정책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앞으로는 정성적 성과를 지향 하도록 사업을 운영할 방침이다.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 활동하고자 하는 사 람들이 학교 및 복지기관 등 다양한 시설에서 활동하면서 자연스럽게 개인의 비전을 찾아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PART 1 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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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교육 3.0: 과거에 대한 성찰에서 출발하기 아르떼, 새로운 10년을 말하다④ 기획사업단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하 교육진흥원)에 ‘기획사업단’이라는 신생 조직이 생겼다. 기획사업단은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 행사를 포함하여 교육진흥원이
정연희 기획사업단장
주도적으로 기획·특화하여 추진해 오던 기존의 문화예술교육 정책·사업들에 대하여 문화예술교육 3.0 시대에 부합하는 새로운 정체성을 확립하고 해당 사 업의 본질적·공공적 가치를 추구하고자 한다. 이러한 미션 설정은 기획사업단 내부의 토론과 합의를 통해 이루어졌다. 문화예술교육 3.0은 모든 국민 개개인 이 자신이 원하는 양질의 문화예술교육을 경험할 수 있도록 정책 및 사업과정 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스마트 환경에 부합하는 열린 구조의 문화예술교육 전달체계를 함께 만들고 실천함을 의미한다. 기획사업단이 이를 구현하기 위 해서는 기존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성찰로부터 출발할 필요가 있으며 정부 3.0 이 주창하는 개방, 소통, 공유, 협력의 핵심가치가 그 기준이 될 것이다.
개방, 소통, 공유, 협력으로부터 그 첫걸음으로서 오는 5월 넷째 주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을 기념하기 위한 행 사를 기획 중이다. 행사기획 과정에서 제일 먼저 던져진 질문은 ‘세계문화예술 교육 주간 행사의 전 과정을 관통해야 할 문화예술교육의 핵심적 가치는 무엇 인가?’였다. 문화예술교육은 예술적 역량을 넘어 문화적으로 다양한 학습자들 을 포용하고 학습자 간 형평성과 가족·지역사회·학교 간의 긍정적인 상호협력 을 촉진한다. 또한 세계, 문화, 예술의 다양성을 교육 내용에 포함하고 이를 통 해 학습자들의 학습동기를 부여하며 도전의식을 고취시킨다. 현재 기획사업단 은 이러한 문화예술교육의 지향점을 개방, 소통, 공유, 협력이라는 가치 추구 를 통해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관 주도의 행사 기획 및 추진체 계를 개방하여 현재 문화예술교육 현장과 학계에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 는 이해관계자들의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참여를 촉진하고자 한다. 전시성 행 사를 지양하고 지속가능한 대표 프로그램으로 안착시킴으로써 문화예술교육 관계자들이 매년 함께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을 기다리고 준비하는 문화예술 교육계의 축제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기획사업단의 다음 과제는 주어진 사업 및 세부사업들의 정체성을 재확립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각각의 단위 사업들이 전체적인 문화예술교육 정책의 구조 속에서 어디에 위치하고 있으며 무엇에 초점을 두고 있는지 살피고 앞으로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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떤 태도와 관점으로 접근할 것인지 고민하여야 한다. 문화예술 명예교사 ‘특별 한 하루’ 프로그램, 창의예술캠프 ‘우락부락’, ‘움직이는 예술정거장’, 고3 수험 생 문화예술교육 ‘상상만개’ 등은 독자적인 브랜드를 갖고 전문 대행업체에 위 탁하여 추진해 온 사업들이다. 사업을 추진할 당시에는 합목적성과 정당성을 인정받아 장기적 지속사업으로 출발했다고 하더라도 정책 및 사업 환경과 여 건이 변화된 현재 시점에서는 새로운 모색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개혁적 모색을 하기 위해서는 해당 사업의 피상적 상황보다는 그 내부의 구조와 작동 시스템을 면밀하게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새로운 모색이 만드는 지속가능성 정연희 기획사업단장 artnote@arte.or.kr
현재 문화예술교육계는 지난 10여 년간 정책·사업의 양적 성장에 비해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합리적 제도와 시스템적 성장이 그에 미치지 못함으로써 발 생하는 여러 문제들로 진통을 겪고 있다. 소규모 단위사업에서의 고민이라고 해서 관련 법령이나 제도적 장치와 별개일 수는 없다. 기획사업단 직원들은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6년 3월 29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교육진흥원 내에 이러한 도전적 조직이 생겨난 이유와 의미를 ‘지금, 여기’가 아니라 보다 깊은 맥락 속에서 이해하고 성찰하기 위해 오늘도 즐겁게 그리고 진지하게 업무에 임하고 있다.
PART 1 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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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part 01-02
한국 문화예술교육의 변화와 전망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2016년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5.21~27)을 맞이 하여 문화예술교육 정책의 진단과 발전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를 두 차례 마련 한다. 그 첫 번째 좌담회로서 문화예술교육 정책 초기부터 각기 다른 위치에 서 정책의 변화과정을 지켜봐 온 네 명의 전문가와 함께 사회적 맥락에서 문화 예술교육 정책을 진단하고 그 가능성을 발견해 보고자 한다. 두 번째 좌담으로 는 문화예술교육의 주요 현장과 기관에 있는 다섯 명의 전문가들과 함께 문화 예술교육에 대한 접근성을 확대하고 양질의 수준을 확보하고 유지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해 보았다.
좌담 ① 다시, 문화예술교육의 본질과 마주할 때 좌담 ② 인적 역량 강화와 유기적인 협력체계 구축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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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문화예술교육의 본질과 마주할 때 좌담 - 한국 문화예술교육의 변화와 전망①
2016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 1차 사전 좌담회 주제 한국 문화예술교육의 변화와 전망 서울 어젠다: 예술교육 발전목표를 중심으로 일시 2016. 3. 29.(화) 오후 3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2016년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5.21~27)을 맞이 하여 문화예술교육 정책의 진단과 발전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를 두 차례 마련한 다. 그 첫 번째 좌담회로서 문화예술교육 정책 초기부터 각기 다른 위치에서 정 책의 변화과정을 지켜봐 온 네 명의 전문가와 함께 사회적 맥락에서 문화예술교 육 정책을 진단하고 그 가능성을 발견해 보고자 한다.
먼저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지난 11년간의 문화예술교육 정책에 대한 평가를
장소 카페 하우
부탁드린다.
참석자 김재웅(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 교수) 박영정(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 신승환(가톨릭대 철학과 교수) 윤현옥(aec비빗펌 대표)
신승환
2006년 문화예술교육의 철학적 정립을 위한 기초연구에 참여했었다. 당
시 문화예술교육의 개념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있었다. 그리고 10년의 세월이 지났다. 최근 3년 정도 문화재단 등을 통해 지원사업 현장 모니터링을 간 적이 있는데 현장이 너무 열악해서 놀랐다. 작년 연말에 지역 문화재단이 주관하는 사업의 평가에 참여했었는데 현장에서 문화예술교육을 하시는 분들의 문제점 을 알 수 있었다. 여전히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실 제로 현장에서 교육을 실행하는 사람에 대한 교육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정
PART 1 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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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하고 싶은데 몰라서 못하는 경우가 많다. 현장에서 보면 창의성보다는 기법 을 가르친다.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인식과 이해를 돕는 교육이 필요하다. 적어 도 ‘문화예술교육이 무엇이어야 한다.’는 합의된 내용이 없다는 생각을 했다. 김재웅
교수님 말씀에 공감한다. ‘서울 어젠다: 예술교육 발전목표’는 예술교육이
어린이와 청소년의 조화로운 창의적·인지적·감성적·미적·사회적 발달의 근간 으로서 접근성을 확보하여야 하며 이를 위해 모든 예술교육 활동과 프로그램 은 그 기획과 운영에서 양질의 수준을 유지할 것을 주창하고 있다. 또한 예술 교육이 예술적 원리와 실천을 적용함으로써 오늘날 세계가 직면한 사회적·문 화적 도전과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 확장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대로만 된 다면 이상적인 문화예술교육이 될 수 있겠으나, 현실에 부딪혀 보면 그렇지 않 다. 삶, 혹은 제도와 관련된 실질적인 부분이 다르다는 생각은 항상 하고 있다. 교육이라는 것도 사실은 서로에 대한 교감을 통해서 성장해 나가는 건데 의도 적인 틀 안에서 시행하다보니 제도와 예산이 투입됨에도 불구하고 효율성은 떨어져 안타깝게 생각한다. 보고서를 보면 항상 굉장히 화려한 문장으로 채워 져 있지만, 교육현장에서 얼마나 실천이 되고 있는가도 궁금하다. 기법위주의 예술교육은 지금도 사실 문제가 되고 있다. 현장 평가를 가보면 교육적인 측면 에서도 단순히 기능전수에 많이 치우쳐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윤현옥
1999년 귀국했을 당시 개인적으로 이전의 입시교육이 아닌 좀 다른 교육
을 하고 싶다는 욕망이 있었다. 마침 2005년에 학교 문화예술교육 공고가 나 서 그동안 해왔던 내용, 혹은 하고 싶었던 내용으로 기획서를 썼고 본격적으로 문화예술교육 정책사업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문화정책이 세상을 이렇 게 바꿀 수 있구나, 사람을 이렇게 바꿀 수 있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문화예술 교육 개념연구를 하는 신승환 교수님을 만나서 철학적 바탕도 배울 수 있어서 굉장히 좋았다. 초기에서부터 지금까지 문화예술교육이라는 명칭에 대해서도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비판들도 있지만, 사실 시작은 기존 예술교육에 문제 가 있고 기존과는 다른 교육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숨겨져 있었던 것이다. 초기에 학교 문화예술교육, 사회 문화예술교육의 기획, 실행을 주로 작가들하 고 했었는데 우리에게 가장 큰 이슈는 ‘작가냐, 교육자냐’였다. 우리는 예술가 였기 때문에 돈을 벌기위해서 교육을 하는 것은 아닌지 반성했고, 교육자가 되 려면 교육자로서 아이들의 인성, 변화, 발달도 학습하고 교육방법도 충실히 학습을 해서 학생들 앞에 서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 답을 ‘커뮤니티 아트 (Community Art)’를 하면서 찾았다. 기존의 잘 발전된 교육 틀대로 하기는 어 렵지만, 다른 형태의 교육도 있다고 생각했다. 교육은 어떻게 일어나는가를 고 민했는데,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상호작용에 의해서 스스 로 일어나는 것이 교육이라고 나름대로 정의했다. 최근 인기 있는 자크 랑시에 르(Jacques Rancière)의 ‘무지한 스승’이라는 개념이 우리의 그러한 교육행위들 에서 학생들 스스로 알아서 학습한다고 하는 점을 지지해주는 것 같아 더욱 자 신감을 갖게 되었다. 당시에 같이 했던 작가들 중에는 김월식, 이철성 같은 분 들이 계신데 지금도 예술현장에서 활발하게 작가활동을 하고 있다. 나의 경우 는 좀 더 삶의 현장으로 가게 되면서 문화기획이나 지역재생 등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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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국 작가의 경우도 초기에 밀머리미술학교로 문화예술교육에 기여하신 분 으로 커뮤니티아트, 공공미술 등 여러 영역에서 활동했고 최근에는 청년들과의 상호작용활동도 활발한데 예술과 교육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고 있다. 박영정
문화예술계에서는 오랫동안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논의와 실행이 있었지
만, 2005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설립되고, 문화예술교육 지원법이 만 들어지면서 문화예술교육이 사회적 이슈로서 본격화되었다. 이후 지난 10년간 의 문화예술교육은 정부주도형 고도성장 모델로 부를 수 있을 만큼 양적 성장 이 눈부실 정도다. 제도화 초기를 돌아보면 예술교육이냐, 문화예술교육이냐 하는 논의가 활발했고, 결국 문화예술교육으로 귀결되었는데, 그것은 우리의 문화예술교육이 기존의 학교 예술교육이 기능 중심의 예능교육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했다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는 문화예 술교육이 단순 기능교육을 넘어서서 참여자의 문해력이나 창의성 증진에 기여 하길 바라는 바람이 들어 있다. 그런데 지난 11년간 예술교육이라는 용어 사용 을 회피하면서 문화예술교육의 중심 영역인 예술교육의 본질적 가치가 제대로 구현되지 못했던 것 같다. 문화예술교육에서 가장 핵심적인 에너지가 예술교 육에 있는데 이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고, 그래서 뭔가 비어 있는 상태에서 외 적인 프로그램들이 활발하게 개발, 운영되었던 것 같다. 예술(또는 예술 활동) 그 자체에 창의성이나 교육성의 원천이 있기 때문에 예술교육을 진행하는 예 술가 정체성을 갖는 예술강사가 필요했던 것인데, 그동안의 문화예술교육에서 예술강사는 주로 예술교육가로서의 전문성보다 또 다른 교육 전문가로서의 전 문성을 요구받았던 것 같다.
네 분의 견해를 종합해 보면 문화예술교육 정책은 사회적 요구에 따른 필연적인 것이었으나 여전히 그 개념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음으로 써 현장의 혼란이 지속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에 대해 좀 더 말씀을 나누시 면 좋겠다. 신승환
원론적으로 얘기하면 문화예술교육을 정책적으로 실시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이율배반적이다. 그래서는 안 되는데 또 그렇게 함으로써 정책효과가 나는 것도 사실이다. 독일의 경우 문화예술교육이 필요하다는 자각에서 그렇 게 한다기보다 그들의 삶 안에서 문화예술 수요가 늘어나면서 자연적으로 문 화예술교육도 함께 형성되었다. 반면 우리는 문화와 예술에 대한 기반이 취약 하기 때문에 문화예술교육 또한 자연적인 형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본다. 11 년 동안 많은 일을 했지만 사실은 문화, 예술, 교육의 개념 연결이 안 된다. 문 화예술교육 개념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부족하다 보니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반조성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적인 수준이 어느 정도 올라가면 문화나 예술이 나온다. 문화예술교육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적인 토 대와 기반이다. 독일에는 두 가지 방식의 교육이 있다. 관료제하고도 연결되어 있지만, 훈육을 하려고 하고 내가 보는 틀을 그대로 주입하려는 방식과 자신 스스로를 양성하 는 것이 있는데, 교육 패러다임을 후자로 바꿔야 한다. 그래서 매개자 교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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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교육 패러다임을 바꿔서 그들 스스로가 그렇게 양성이 되고 예술적으로 형성되어야 한다. 기존 교육방식을 다른 말로 하면 산 업화 패러다임이고, 일정부분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문화예술교육을 그렇 게 접근하면 역기능이 벌어지는 거다. 문화예술교육 자체가 산업화 이후나 탈 산업화를 겨냥한 거다. 한국 공교육은 사실 산업화시대의 패러다임인데 그것 에 대한 자각이 없으니 문제가 벌어지는 것이다. 김재웅
산업화의 폐해는 현재 예술대학에서 여실히 발생하고 있다. 예술학과나
인문학과의 통폐합이 물리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런 부분에서 우리나라 가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 문화예술교육 정책과는 결을 달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문화예술교육사 제도가 시행되면서 대학의 교육 과정이 문화예술교육을 중심으로 흘러가는 것은 사실이다. 예술대학에서 문화 예술교육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매우 긍정적이나 만만치 않은 문제점들이 발 생하고 있다. 여전히 질적 성장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문화예술교육 사 자격취득자가 폭발적으로 양산되고 있다. 이에 대한 보다 실천적인 해법이 필요하다. 문화예술교육사 교육과정은 교수 업무 뿐 아니라, 교육 프로그램 기 획 업무에도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현장에서는 오래전부터 이와 유사한 역할 을 하고 있는 에듀케이터들이 있어 왔다. 차별화되는 지점이 필요하다. 조정자, 커뮤니케이터, 코디네이터, 행정가 등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문화예술교육 정책의 실현에 있어 무엇보다도 우선시되어야 할 것은 사회적 토 대와 기반을 조성하는 것인데 과연 정책이 우선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정책 평가에 있어 예술강사 지원사업에 대한 평가는 매우 중요한 부분인 것 같다.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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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강사 지원사업을 포함하여 앞으로의 문화예술교육 정책은 지속성을 담보하기 위해 어떠한 해법을 강구해야 할까? 박영정
예술강사 지원사업의 성과는 따로 말할 필요 없이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는 부분이고, 그 문제점을 살펴보자면 예술강사 지원사업이 일자리정책과 맞물리게 되면서 예술교육이 지닌 핵심적인 가치가 간과되었던 같다. 그로 인 해 창의적인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은 매우 많았지만, 현장의 교육 진행은 창 의적이지 못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지금부터라도 그동안의 문화예술교육 에 대한 성찰을 통해 비어있는 부분을 회복하면서 재정비해 나가야 하지 않을 까 한다. 우리는 다양한 맥락에서 예술교육의 가치를 재발견해야할 필요가 있 다. 그동안 우리의 문화예술교육이 정책 주도로 이루어지다보니 수혜자수, 예 술강사 일자리 수 등 성과 중심으로 운영된 측면이 있다. 또한 소외계층 대상 복지 프로그램에 대한 과도한 강조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특히 예술강 사 정책에서는 일자리 정책으로 접근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고용 여건 마련 없 이 추진되어 오히려 예술강사의 자존감도 복지환경도 만족스럽지 못한 상황에 놓인 것 같다. 문화예술교육 서비스를 개발하여 제공하는 가운데 예술강사의 일자리가 안정화되는 선순환 구조 마련이 필요한 때이다. 김재웅
문화예술교육 정책사업과 유사한 사업을 타 부처에서 중복 시행함으로써
발생되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과연 지금처럼 접근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 고민이 필요하다. 정책을 입안하는 과정에서는 사업이 생겨 난 취지나 사업의 특징이 있었을 텐데, 현장에서 이를 실행하는 예술강사는 어 떤 정보나 별도의 연수를 제공받지 못하다 보니 차별성을 반영하지 못한 채 유 사한 프로그램을 실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윤현옥
소위 ‘향유자 지원’이라는 문화예술교육 정책은 지난 11년간 엄청난 일을
이루었고 여러 분야에서의 영향도 커져 그 성과를 높이 평가할 만하다. 문화예 술교육 관계자들이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사회 패러다임의 변화는 누군 가 인위적으로 무엇을 바꾼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흐름을 만들어내는 것이어 서 그 흐름 가운데 도태되는 것과 살아남는 것 그리고 새로이 무언가 생겨나는 것도 있을 것이다. 정책은 분배, 나눔이라고 본다. 바다 속에 구조물을 넣어서 생태계가 만들어지도록 하는 것처럼 비어있는 곳에 정책을 넣어주는 것이다. 행정은 하나의 시스템으로 정책을 실행하는 것이다. 그런데 산업화하는 시스 템에 교육이나 예술을 넣게 되면 충돌한다. 왜냐하면 예술이란 기존의 것을 깨 고 자기점검을 하도록 요구하기 때문이다. 문화부나 교육부는 틀을 만들어내 고 그것을 고착화하고 싶어 한다. 좋은 프로그램을 개발하면 어느 순간 경화하 여 현장에서는 본질적인 취지는 사라지고 형태만 남는 방향으로 변해간다. 그 래서 바닥 생태계가 살아있을 수 있도록 기본 틀을 만들어주고 자유롭게 살아 가도록 하는 행정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즉 흥성, 우연성, 자율성과 같은 예술의 언어를 행정의 언어로 바꿔주는 번역과 같은 작업이 필요하다. 그동안 탁월한 문화정책들이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간 것이 큰 장점이기도 하 지만 현장보다 앞서가는 것이 늘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생태계에서 자연스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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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형성되는 문화와 요구가 성숙하여 문화정책이 되는 상향식 지원시스템이 필요한 시점이다. 예를 들면 원주문화재단에서 생활문화 정책을 토론하면서 제안했던 것처럼 한 해의 예산 가운데 일정 부분을 ‘주민참여예산’과 같이 몫 을 미리 정하지 않고 있다가 한 해 동안 시민의 활동을 통해서 발굴, 제안된 사 김재웅 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 교수. 홍익대학교 대학원과 독일 슈투트가르트 국립조형예술대학에서 수학하였다. 애니메이션 정책과 기획, 조형이론과 기획·제작, 애니메이션을 활용한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학문적 체계를 연구하였다. 앙시애니메이션페스티벌 등 세계적인 페스티벌에서 10여 편의 단편애니메이션 상영, 월드컵개막식 영상 등 산학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국내외 저명 논문집에 40여 편의 논문을 발표하였다.
업에 쓰도록 하는 방식이다. 정부주도의 하향식 지원의 한계를 넘어서려면 시 스템 안에서도 가능한 방법을 조금씩 찾고 이를 점차 늘려가야 한다. 최근에는 많은 지자체들이 이와 같은 예산을 운영하고 있다. 박영정
문화예술교육은 정부 지원 없이 존속하기 어려운 만큼 문화예술교육 정
책의 역할에 기대는 부분이 크다. 다만 정책은 그 환경을 조성하되, 문화예술 교육계와 참여자들의 자율적 움직임이 강화되어야 그 기반이 탄탄해질 것이 다. 관료제의 틀 안에 있는 문화예술 정책만으로는 우리 문화예술교육의 새로 운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서 현장의 노력이 더욱 중요하다. 지금 문화 예술교육이 정책 주도로 이루어지는 것은 현장 기반이 약하기 때문이기도 하 다. 현장의 문화예술교육가 입장에서 정책 프로그램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관점에서 현장과 정책이 결합되어야 할 것이다.
문화예술교육 개념에 대해 좀 더 이야기 나누어 보면 좋겠다. 결국 문화예술교육 정책이 문화부뿐만 아니라 여러 정부부처 정책 내에 어떤 흐름을 만들어 내었다 는 것인데 이렇게 이 시대의 우리 사회가 ‘예술’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박영정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위원. 건국대학교 대학원에서 국어국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통일문화연구센터장,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진흥기금 사업 평가위원 등을 맡고 있다. 「2015 사회문화예술교육 중장기 연구」 「2013 시민문화예술교육 활성화를 위한 기초 연구」 「지역문화예술교육 활성화 방안 연구」 등 다수의 연구에 참여했다.
신승환
‘문화예술교육’이라는 이름은 잘 붙인 것 같다. 그런데 ‘문화’에 대한 배려
가 없지 않냐는 생각을 많이 했다. 문화를 예술적인 결과나 문화재로만 보려고 한다. 그러니까 문화를 분리시키거나 뭔가 다른 어떤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데, 사실 60년대 이후에 철학계에서 문화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우리의 일상과 삶 자체를 스스로 만들어가고, 이성적 원리에 따라 자신을 계몽하는 방향에서 주 어졌다. 즉 문화와 예술을 작품이나, 그 결과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자 신을 이해하고 성취해가는 과정으로 받아들이려는 전환에 따른 것이다. 또한 문화와 예술은 이러한 이해를 재현하는 과정으로 이해한다. 문화예술교육 역 시 기술전수나 예술작품에 대한 감상, 비평의 능력이나 지식이 아니라, 이를 수행하는 주체의 이해와 이해의 재현으로, 이를 통한 존재 실현으로 받아들이 는 것이다. 이는 명확히 문화예술에 대한 철학적 이해의 전환이다. 문화예술교 육 역시 교육에 관계하는 모든 이들, 교육자와 매개자, 교육받는 이들 모두가 이러한 과정을 통해 변화될 뿐 아니라 자신의 존재를 도약시키는 계기로 이해 해야한다. 문화라는 측면을 중심으로 일상적인 삶 안으로 확산시킬 수 있으면 된다. 현장 활동에 문화적 토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주입식이나 끌어가는 식 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윤현옥
예술은 결국 사회와 삶에 대한 관심, 그리고 상호작용에서 시작한다. 다
시 말해 예술이 삶과 관계를 긴밀하게 묶어주면서 그것이 하나의 공공적 지위 를 얻게 되고 이러한 측면에서 여러 정책들이 ‘예술’에 주목하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예술교육의 방법도 중요하지만 관계를 맺는 방식과 관심영역이 좀 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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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졌으면 한다. 예술, 예술교육을 공공재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화예술교육 정책에서는 문화, 예술, 교육의 개념 외에도 공공성, 행복 등 유의 신승환 가톨릭대학교 철학과 교수. 독일 뮌헨 철학대학과 레겐스부르크 대학교에서 신학과 철학을 공부하고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문화예술교육의 철학적 지평』(2008),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성찰』(2003) 등 다수의 저서와 역서가 있으며, 「근대와 탈근대의 문화해석학」 「생명철학」 등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였다.
해서 사용해야 할 개념들이 자주 등장한다. 문화예술교육에서 왜 이러한 개념들 이 중요하며 어떤 의미로 이해되어야 할까? 문화예술교육 정책을 통해 과연 국 민의 행복에 이를 수 있을까? 신승환
지금 논의의 핵심은 공공성이지 않을까. 정책 초기부터 많이 이야기 했던
것인데, 공공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공공장소에 내놓은 공공예술이나 일 반사람들이 가꾸는 조건일 때 공공이라 하는데, 거기에 대한 반성과 새로운 생 각이 필요하다. 공공성을 담보하기 위해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다. 이것은 ‘서 울 어젠다: 예술교육 발전목표’가 제시한 ‘문화예술교육이 오늘날 세계가 직면 한 사회적·문화적 도전과제를 해결하는데 기여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과 연관 되어 있다. 공공(公共)에서 앞의 ‘공(公)’은 공익, 공정 등에서의 쓰임과 같다. 그러나 뒤에 있는 공동체를 의미하는 ‘공(共)’과 앞에 있는 ‘공(公)’이 붙으면 공 평, 공익, 공정 등 제 3의 의미가 된다.
윤현옥 2016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 디렉터. aec 비빗펌 대표. 홍익대학교 대학원과 독일 슈트가르트 주립조형예술대학에서 수학했다. 2000년 재개발아파트 프로젝트 《대원연립 가동 101, 102호》를 시작으로 제3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놀자, 방방!’(2010), ‘통인시장의 발견 프로젝트’(2011) 등 다양한 공공예술 프로젝트와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등 장르와 분야를 넘나들며 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다.
윤현옥
영어의 퍼블릭(public)을 공공(公共)으로 번역하는데 공동체(共)보다 공
익(公)만 너무 강조되어 왔다. ‘공(共)’은 함께, 나눔의 의미이다. 개인을 타자화 하는 공공이나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개별적인 것 다양성을 인정하는 공공이 다. 그동안 퍼블릭에 중점이 있던 것이 변화해야한다. 신승환
시장이나 백화점은 공적인 장소이면서 사실 굉장히 사적이다. 개인적인
이익을, 쾌락을 채우기 위해 온다. 시장이, 백화점이, 마트가 퍼블릭이냐 공 (公)이냐 사(私)냐, 이렇게 따지면 공공에 대한 생각이 달라진다. 결국 공공을 보는 관점이 중요하다. 예술이나 문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개념이 ‘차이’이 다. 차이를 만들어내고, 이해하고, 생산해내는 것이 예술인데, 예술에서 차이 를 빼버리면 뭐가 있나. 차이를 말소시키는 퍼블릭이어서는 곤란하다. 윤현옥
예술적 원리에 대해 좀 더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리고 문화적
과정에 대해서도 좀 더 세밀하게 들어갔으면 한다. 행복한 삶이라는 것은 당 연히 지향해야 할 가치인데 행복한 삶이라는 게 모든 여건을 갖추는 것은 아니 다. 예술에 대해서도 예쁜 것을 보거나 위로하고 치료하는 것, 행복한 것이라 고 보는 경향이 있다. 예술은 오히려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을 깨트리면서 불편 하게하고 되돌아보도록 계기를 만들고 다시 세워나가도록 하는 힘이라고 본 다. 그래서 때로는 낯설고 엉뚱하고 기괴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사회에서 예술은 경화된 시스템에 침투하는 바이러스와 같이 세포벽을 부서트리고 내부 를 교란하는 악성인자로 기능한다. 당연히 타자를 퇴치하기 위해 맹렬히 투쟁 하다보면 내부의 기능들을 점검하고 벽도 보수하고 다음에 올 적에 대비하기 위한 계획도 세우면서 분주하게 돌아가게 된다. 일정 시간이 흐르면 서로 적응 하고 순화되어 일부로 흡수된다. 당연히 위로하고 편안한 존재보다는 불편하 고 낯선 것일수록 강력한 변화를 만들어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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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어려운 개념이다. 행복을 충족이나 풍요로 생각하는데, 언제까지
충족되어야 하는가? 충족을 요구하다가 그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서 절제로 넘어가는데 우리 자본주의 사회, 현대에서는 절제의 삶을 매우 싫어 한다. 사실 행복은 결여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결여를 어떻게 알아듣느냐, 어떻게 수용하느냐, 그것이 행복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예술은 자본주의 사회 의 필요를 충족시키거나 그 빈틈을 메우는 것일 수 없다. 그것은 예술에 대한 배반이다. 예술은 존재론적 결여를 재현하고, 이를 작품을 통해 드러내는 것이 어야 한다. 박영정
문화예술교육 정책의 궁극적 목표이자 효과는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이다.
특히 문화예술교육이 국민 행복으로 연결되려면 단순히 좋은 문화예술교육 프 로그램을 만들어 더 많은 국민이 그에 참여하는 것만으로 한계가 있다. 본질적 으로 좋은 프로그램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수요에 맞추어진 프로그램이 좋 은 프로그램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이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지역 문화 예술교육지원센터가 문화예술교육 정책의 전달체계로서의 기능에서 나아가 문화예술교육 현장의 플랫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재탄생했으면 한다. 그때 문 화예술교육과 사회문제가 상호 교섭하면서 사회문제 해결에도 기여하고, 궁극 적으로 국민 행복감 증진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정부 주도의 거대한 정책에서 지역 현장 중심의 작은 움직임으로 중심축이 이전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요즘 에 자주 언급되는 지역공동체형 문화활동이나 시민참여형 문화활동의 경우에 도 적절한 방식의 문화예술교육이 결합되지 않으면 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 다. 문화예술교육이야말로 시민들의 자발적이고 창의적인 문화활동 역량을 키 워주는 발판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볼 때 새로운 문화정책의 미래도 문화예술 교육의 질적 전환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윤현옥
시장에 적합한 노동인력을 빠르게 많이 키우는 교육의 시대가 지나가고 있
다. 점차 창의적인 능력이 중요해지고 변화를 감지하고 적응하는 시스템이 필요 한 시대이다. 이러한 시점에 문화예술교육 10년의 역사는 매우 소중한 자산이 다. 그러나 아직 문화나 예술은 여유로운 사람들의 것이고 인기 있는 문화예술 교육 프로그램에 새벽부터 줄을 서야하는 상황은 소외된 사람들을 더욱 소외시 킨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예술교육의 공공적 가치에 주목하고 교 육을 담당할 사람을 키워내는 변화가 시급하다. 독일과 같은 사회민주주의국가
사진 마루스튜디오
들은 교육을 공공의 책임이라고 본다. 앞으로의 10년은 문화예술교육을 공공재 로 바라보면서 생태계의 건강성을 만들어가는 새로운 길이 되기 바란다.
정리 기획사업단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6년 4월 12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문화예술교육 정책의 진단과 발전방향의 모색에 있어 보다 근본적인 접근이 이 루어진 자리였다. 다음 좌담에서는 지난 11년간 문화예술교육의 접근성과 양질 의 문화예술교육 수준을 유지하는 측면에서의 실제적인 변화에 대해 진단해 보 고자 한다.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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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 역량 강화와 유기적인 협력체계 구축이 관건 좌담 - 한국 문화예술교육의 변화와 전망② 2016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 2차 사전 좌담회 주제 한국 문화예술교육의 변화와 전망 - 서울 어젠다: 예술교육 발전목표를 중심으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2016년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5.21~27)을 맞이 하여 문화예술교육 정책의 진단과 발전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를 두 차례 마련한 다. 그 두 번째 좌담으로는 문화예술교육의 주요 현장과 기관에 있는 다섯 명의 전문가들과 함께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접근성을 확대하고 양질의 수준을 확보
일시 2016. 4. 22.(금) 오후 2시 장소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대회의실 사회자 정연희(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기획사업단장) 참석자 권영오(남원초등학교 교사) 김태수(전남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팀장) 김혜경(경기도교육청 장학사) 안태호(부천문화재단 문화진흥팀장) 임선영(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지역활성화팀장)
하고 유지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해 보았다.
지난 10년간 전 국민이 전 생애에 걸쳐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접근성을 강화하는 것이 정책적으로 큰 이슈였다. 이번 좌담에서는 현장에서 문화예술교육의 접근 성 강화가 어떻게 구현되어 왔는지, 양질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지 두 가지 주 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한다. 먼저 각자의 입장에서 2010년 서울 어젠 다가 채택되기 이전과 현재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차이점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 는지 말씀 부탁드린다. 김혜경
2010년에는 학교현장에서 활동했고, 그 이후 행정적 업무를 해왔다.
2010년도를 기점으로 어떻게 문화예술이 변화해왔는지를 떠올리면 가장 크게 는 양적으로 굉장한 성장이 있었던 것 같다. 현장에 있었을 때는 예술 또는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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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예술교육의 정책적 수혜를 받는 사람이 굉장히 소수였다. 교사로서 예술수 업을 할 때도 인식이나 공감대가 적어 어려운 상황이었다. 현재는 국가의 특 정 과제와 문화융성이라는 커다란 정책적 기반 하에 이루어지는 것이 많아졌 다. 경기도에만 600여 명의 예술강사가 있고, 우리나라 지역축제만 2,300개가 있다고 한다.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나 교육기관에서 문화예술 정책을 통 해 할 수 있는 부분이 양적으로는 성장했지만 지자체나 교육기관이 협력체계 를 구축하여 시너지를 내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드는 부분이 있다. 정책 적으로 문화예술 향유에 대한 보편적 접근을 추구함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는 전문적이고 기능적인 방식에 집중해왔던 것 같다. 경기도교육청(이하 교육청) 의 정책 역시 더 많은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는 문화예술로 가기를 바라지만, 실제로는 예산 부분이 약하다. 교육청은 주로 교육부에서 내려오는 예산을 중 심으로 운영되는데,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와 교육부 사업이 겹치는 부 분이 있다. 예를 들면 꿈의 오케스트라(문화부)가 있지만 학교 오케스트라(교 육부)가 있고, 예술꽃 씨앗학교(문화부)가 있지만 예술드림학교(교육부), 예술 거점학교(교육부)가 있다. 정책적 방향이 굉장히 비슷한 성격을 띠고 있지만 각 행정기관별로 다르게 접근을 하고 있다. 김태수
2010년은 개인적으로도 큰 변화가 있었던 시기다. 학교교직 생활을 마
감한 이후 2006년부터 사비를 털어 농촌지역에서 청소년 오케스트라를 운영 했었다. 201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와 관련한 다큐멘터리 출연 을 계기로 전남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에 입사하게 되었다.(웃음) 우리 세대는 문화예술교육이란 말보다 ‘예술교육’이라는 말을 듣고 자랐다. 특히 기능 위주 의 예술교육에 익숙하다. 2010년은 ‘예술교육’에서 ‘문화예술교육’으로 가는 전 환점이 되지 않았을까. 2005년 문화예술교육 지원법이 만들어졌지만, 기관이 나 단체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대다수였다. 특히 행정에서는 가시적인 성과가 바로 나오지 않기 때문에 다른 예산에 비해 문화예술 예산은 순위가 뒤처진다. 김태수 전남문화예술재단 전남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팀장.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음악교육학과 상담교육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조선대학교 대학원 문화학과 박사과정 중에 있다.목포시립교향학단 단원과 해남송지중학교 교사를 역임했다.
그런데 2010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를 통해서 기관이나 행정가, 일반인, 예술가, 예술교육가 등 많은 사람들에게 단순히 기능 위주의 예술교육 에서 벗어나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문화예술교육이 필요하다는 새로운 인 식을 심어준 것 같다. 그러나 지방은 서울에 비해 인식이 부족하고, 보편적이 고 양질의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기에 예산 등 여건이 열악하다. 그 래서 사회복지공동모금회나 복지재단, 지역아동센터 지원사업 등 형식이 다를 뿐 내용은 예술교육으로 이루어진 부분을 찾고 협력할 필요를 느낀다. 문화예술교육 정책 예산뿐만 아니라 목적성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 다양한 정부 부처 예산을 통합적으로 기획하고 이를 통해 지역성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방 법을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 학교 현장에서의 체감은 어떠한가? 권영오
학교 교사로 활동한지 15년째다. 학교에 문화예술교육이 들어온 지는 10
년 쯤 된 것 같다. 그 동안 많이 보편화되었다. 이전에는 교과목에 있는 음악, 미술 정도가 전부였는데, 그 외 다른 교육이 많이 들어와 있는 상태다. 하지만 문제점이나 한계도 많이 보인다. 교육부나 문체부 공모 사업을 운영해 본 학교 는 아이들에게 다양한 문화예술교육의 기회를 줄 수도 있고, 교사들의 인식도 더 넓어진다. 하지만 일반학교에서는 아직까지 그 영향이 미미하다. 일반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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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관심이 굉장히 적다. 중요 한 건 학교에서 문화예술교육과 연계한 교육과정을 편성하기에는 학교 운영상 의 많은 한계점을 지니고 있으므로 교육청 차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학교 교육과정 자율화로 몇몇 관심 있는 교사가 근무하는 학교에서는 다양한 시도들을 하고 있고, 의미있는 수업들이 진행되고 있지만, 대부분의 학 교들은 전혀 움직임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학교 문화예술교육 중 가장 보편적 으로 적용되는 사례가 예술강사 지원사업이다. 이 사업을 통해 문화소외지역 의 소규모 학교에서도 아이들이 다양한 문화예술 장르를 경험할 수 있는 소중 한 기회를 얻고 있다. 학교나 지역에서 접하기 힘든 문화예술 수업을 전문 예 술강사가 진행함으로써 아이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안목과 흥미가 높아진 것은 매우 긍정적인 사실이다. 다만, 학교 교육과정과 동떨어진 채 일회적으로 운영 되고 있는 부분이 조금 아쉽다. 교육과정과 지속적으로 연계된 장르와 예술강 사의 수업이 만났을 때 더욱 큰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안태호
부천문화재단은 부천의 문화예술교육을 포함한 교육정책에 대해서 어떻
게 제안을 할 것인지, 혹은 어떻게 정책에 발맞춰 나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있다. 예를 들면 부천시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하 교육진흥원)의 예술 강사 지원사업과 비슷하게 부천 아트밸리 사업을 추진해왔다. 재단은 이 사업 에서 일정 부분 역할을 요구받는다. 당연히 요구받는 것 이상의 역할을 어떻 게 할 것인지를 생각할 수밖에 없다. 또 우리는 지역의 문화예술단체들을 어떻 게 육성 지원할 것인가를 계속 고민한다. 그러나 기초 자치단체 문화재단도 예 산 확보가 어려워 중앙(기관)의 공모 사업 운영 비중이 높다. 문화예술교육으 로 보자면, 꿈다락 토요문화학교나 꿈의 오케스트라 등을 지속적으로 수행하 고 있기 때문에 다른 사업들과 균형을 잡아야하는 문제가 있다. 재단은 지역의 단체들과 함께 하는 사업을 계속 만들고 싶어 하고, 이를 통해 단체와 관계를 잘 유지하고 싶다. 인력과 예산 등 여건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관련 활동의 효과가 전혀 없진 않았다. 과거에는 재단은 물론이고 지역단체들 역시 여건이 안 되어 협업이나 네트워킹 등 수평적 관계를 맺는 것이 어려웠다. 다행스럽게 도 경기문화재단에서 2014년부터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사업을 통해 기초 자치단체 문화재단 중 몇 군데를 거점 기관으로 정하고 ‘네트워크스튜디오’라 는 이름으로 이러한 부분을 보완하고 있다. 단체를 직접 만나 구체적인 사업을 논의하게 되면 언제나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는 것 같다. 김혜경
교육부에서도 2011년부터 학교 오케스트라 지원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6년 동안 예산을 지원해서 악기를 구입하고, 강사를 투입해 학교 오케스트라 의 기반을 만들었다. 문제는 오케스트라를 할 수 있는 공간이나 악기는 있는데 오케스트라 담당 교사가 전근을 가면 더 이상 운영이 불가능하다. 담당 주체가 빠지면 사업을 중단하고 싶어 하는 학교가 간혹 발생한다. 그러다보니 사업의 지속성이 유일한 정답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아이들을 위해서 시작했다면 아 이들이 효과적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의지가 있는 학교를 지원하도록 변 경하는 것이 어떤지 고민하고 있다. 임선영
학교는 매년 아이들이 진급하고 졸업한다. 꿈의 오케스트라 사업도 아이
들이 자라서 나가는 순환이 빠르다. 그래서 6년을 지원했다고 해도 꼭 6년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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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또한 지속성을 담보하기 위해서 예술꽃 씨앗학교 가 꼭 학교에 국한되어야 하느냐는 질문도 나오고 있다. 이상적일 수도 있지만 군 단위 교사들이 모일 수 있는 연구회를 만들거나 예술꽃 씨앗학교 학부모들 도 예술활동을 할 수 있는 동아리를 만든다면 나중에 이런 기반이 빠져나갔을 때 인근 학교에서 교사가 오거나 학부모가 어떠한 역할을 해주는 등의 체계를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 같다. 2003년 쯤 문화예술교육이 처음 시작될 때 전국 적으로 사례조사를 했는데, 의외로 훌륭한 문화예술 기반 시설이 있는 곳 보다 는 열악하지만 열정 하나로 뭉쳐서 하는 곳에서 좋은 사례를 발견했다. 예산만 으로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지속성’은 단순한 예산을 투입하고, 악 기를 사주는 것으로 해결되는 지속성이 아니라, 교사가 접근할 수 있고 계속해 서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접근하게 만드는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 교사가 예 술과 긴밀히 협력할 수 있는 시스템을 조성하는데 집중해야한다. 정책적으로 몇 개 학교를 지원했느냐에 집중하면 지속성이 담보될 수 없다. 김혜경
모든 정책의 답은 현장에 있다. 학생이 중심이 되기 위해서 계획을 세우
고 아이들을 이끌어 가는 교사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 교육청이 계속 지원을 해주는 게 맞다. 그래야 예산 없이도 지속 될 수 있다. 열정을 가진 한 사람만 있어도 학교는 바뀔 수 있다. 그 열정을 가진 선생님을 어떻게 양성할 것인가 에 대한 부분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과제이다. 단지 일상적인 수업 사례를 나 누는 것을 넘어서 인식을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정책적 방향 이 현장에서 수시로 모니터링 되고, 모니터링 결과가 다시 교육청으로 들어와 서 정책이 구현되는 유기적인 순환관계가 필요하다. 경기도 2,300개 학교 중 뮤지컬, 연극, 오케스트라로 예산을 받을 수 있는 학 교는 126개 밖에 안 된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그 외에 학교는 열정을 가진 교 사들이 직접 뛰어다니면서 예산을 만들거나 학부모 기부를 받아서 오케스트라 를 운영한다. 연극교과가 일반선택교과목으로 편성되기 전부터 몇몇 교사들은 경기도 25개 교육지원청을 돌아다니고 연천, 가평, 수원, 화성까지 뛰어다니면 서 연극에 대한 열정을 나눠왔다. 역량과 열정을 가진 교사들을 발굴하고 전폭 적으로 지원을 해줘야 한다고 본다.
인적자원의 역량강화가 지속가능한 문화예술교육 시스템의 중요한 한 축이라는 점 은 교사뿐만 아니라 예술강사, 문화예술교육단체 활동가들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김태수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아무리 시스템
이 좋아도 가르치는 사람의 열정에 따라 달라진다. 현재 다양한 오케스트라 교 육이 전국적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예술교육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지속가 능한 환경을 만드는데 부족한 감이 있다. 예를 들면 초창기에 오케스트라 지휘 자와 악기별 지도교사를 외부강사로 의존한 결과, 외부강사가 떠나면 오케스 트라 교육이 한동안 침체되거나 연속성을 지니지 못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학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지휘 연수를 진행한 바 있다. 좋은 정책이었는지는 모 르겠지만 이러한 방식으로 다양한 대안을 찾아보면 어떨까 싶다. 즉, 수요 예 측과 예비인력의 공급을 위한 네트워크가 부족했음을 언급하고 싶다. 아직까 지도 학교의 문화예술 접근성이 활발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나마 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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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 것이 방과후학교인데, 방과후학교가 문화예술교육에서 어떤 포지션을 갖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예술꽃 씨앗학교를 통해서 학교가 잘 되면 주변 학교까지 전파가 되어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그렇지 않다. 한편 문화예술교육이 지역예술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 각이 들 때도 있다. 지역에서 문화예술에 대한 접근성과 보편성은 높아졌지만, 예술가들이 창작에 힘 쏟을 시간 줄어들었다. 예술강사나 문화예술교육자가 많아지는 것도 좋지만, 이에 대한 세부적인 고민이 필요한 것 같다. 안태호
맞는 말씀이다. 현장에서 예술가들의 볼멘소리를 많이 듣는다. 과거에 비
해 창작에 대한 지원 비율이 많이 줄어들었다. 그러나 그건 별도의 고민이 필 요한 사안이다. 문화예술교육의 접근성이 높아진 것을 부정적으로 볼 건 아니 다. 오히려 양적으로 늘어난 부분을 질적으로 어떻게 견인하고 채울 것인가가 관건 아닌가. 우리가 예술교육과 문화예술교육을 개념적으로 분리하고, 마치 예 술교육을 통해서는 창의성을 조명하지 못하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도 돌아봐 야 한다. 기능교육이라고 해도 예술교육 자체에 창의성 발굴의 요소가 분명히 존재한다. 오케스트라 교육에서 단지 기능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종합적인 교육 의 효과를 보는 것도 같은 유사한 측면이 있다. 이러한 부분을 어떻게 나눌 것인 가, 혹은 어떻게 심화시켜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훨씬 더 중요하게 느껴진다. 안태호 부천문화재단 문화진흥팀장.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정책기획팀에서 일했고 「창조도시 부천만들기 기본계획 연구」(2011) 등 다수의 연구에 참여했다. 2012년까지 월간 빅이슈코리아 편집위원으로도 활동하였다.
임선영
나는 접근성이 좋아졌다고 보지는 않는다. 아직까지도 시골은 굉장히 열
악하다. 내가 어렸을 때는 학교 교사들이 미술과 서예를 가르쳐주고 직접 동아 리를 운영했다. 그때도 이미 어느 정도의 학교 예술교육은 있었다고 생각한다. 합창 쪽에 능력 있는 교사는 학교 밖에서 합창단을 크게 꾸리기도 했고, 민간 오케스트라도 많았다. 과거에 민간에서 자율적으로 하던 교육은 축소되고 외 부강사가 하는 교육이 많아진 것뿐이다. 과거 민간의 자율적인 교육에 현재 정 책적인 문화예술교육이 함께 보태졌다면 접근성이 정말 좋아졌을 것이다. 김혜경
그런 사례가 없진 않다. 다만 초등학교에서는 방과후학교가 있다 보니 동
아리를 찾기가 어렵다. 입학사정관제도 때문에 대학입학 시 학생기록부에 기 재되는 내용이 주효해지면서 어떤 고등학교에서는 20개 동아리를 관리하기도 한다. 그렇게 동아리가 활성화된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그 안에서의 경험을 온 전히 가져갈 수 있다. 학생들이 선배를 멘토로 삼기도 하고, 그 안에서 예술경 험을 하기도 한다. 교육과정 상에서 예술교육 시수가 아주 많이 줄었다고 볼 수 없다. 다만 2015년부터 연극이 일반교과 선택과정으로 들어오면서 음악과 미술 교사의 시수가 조금 줄어들긴 했다. 하지만 이건 교사의 시수 문제이다. 오히려 넓은 의미에서는 교과과정에서 예술에 대한 선택권을 음악, 미술, 연극 으로만 제한할 것이냐는 문제도 있다. 권영오
학교 정규 교육과정에는 예술교육에 대한 선택의 폭이 적다. 교과서 과
목이 제시되고, 지도해야 할 성취기준이 제시된 상황에서 기존의 틀을 깨고 예 술교육을 진행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음악과 미술 수업도 옛날에 배우 던 교과 내용과 달라진 게 없다. 제한된 교육과정으로 인해 아이들에게 전해질 수 있는 건 기능적 요소 외에는 거의 없다. 교사들의 관심과 전문성에서도 어 려움을 찾아볼 수 있다. 교육과정, 특히 예술교과는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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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한다. 한편으로는 학교에 기대는 부분이 분명히 있는 것 같다. 공적인 장소 (학교)이니 예산 투여도 쉽고 적용하기 편할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더 의미 있 는 문화예술교육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학교 밖으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케스트라 같은 많은 악기와 여러 분야의 전문 강사가 필요한 사업은 특히 그 렇다. 관리자와 담당교사로 인한 변수가 많은 단위 학교보다는 지역사회에서 큰 그림을 그리고 지속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더 안정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문 화는 삶 그 자체다. 학생 개개인의 삶과 지역사회가 만났을 때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아이들에게 전해주고 하는 본질에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학교 안 에서는 예술교과를 통해 기본적인 예술 소양만 가르치고, 오히려 문화예술교 육은 사회나 지역단체로부터 활성화되어야 한다. 지역 내 예술기관이나 단체 들이 활성화 되고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기획하면 아이들이 방과 후에 자연스 럽게 원하는 곳으로 찾아갈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김혜경
해외 사례를 보면 학교에서 예술교육을 몇 시간 하느냐 보다 얼마나 지
역의 자원을 활용해서 아이들이 접할 수 있도록 접근한다. 경기도에도 지역센 터들이 있지만 아이들을 위해서 얼마나 개방이 되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다. 교육청 차원에서 반성하는 건 17개 시·도 중에서 경기도와 세종시만 학생 을 위한 문화센터가 없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언제든지 활동을 할 수 있는 곳 이 필요하다. 교육청이나 학교와 연계할 수 있는 하자센터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이 지역에서도 산발적으로 생겨나면 좋겠다. 실제로 필요한 자원이 서 로 공유가 되고 거기서 협력 체계를 구축하면 우리가 고민하는 부분들이 훨씬 더 빨리 퍼져나갈 수 있을 것이다. 안태호
학교는 가장 안정적인 수요층을 만날 수 있는 매력적인 공간이다. 지역의
단체들과 문화다양성 프로그램을 기획해서 혁신학교의 자유학기제에 실행해 본 경험이 있다. 교사가 교안 작성에 함께 참여해 학년 전체를 대상으로 한 학 기 동안 진행했다. 처음 해본 일이라 한계도 있었지만 반응이 좋았다. 지역 단 체나 학교 모두 이런 종류의 접근을 원한다. 그런데 단체는 프로그램의 지속가 능성을 걱정한다. 며칠 전에 인터뷰했던 문화예술교육 단체의 대표는 공공과 민간단체의 파트너십이 때로는 구매하는 고객과 판매하는 직원의 관계처럼 기 계적이고 형식화되는 느낌이 많다고 토로하더라.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원하면 가끔은 명예로운(?) 지원사업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한다.(웃음) 그러면 단체의 입장에서 동기부여가 되고 힘도 날 것 같다는 거다, 지금은 역량이나 도덕성에 대해서 매번 의심을 받는 것처럼 느껴지는 심사를 받으면서 괴롭다는 이야기다. 김태수
광역에서도 그런 경우가 많다.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장기적으로 세팅되었
으면 좋겠다는 말이다. 단체나 예술가들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비전과 예술성을 펼쳐보고 싶은데 예산을 받고 나서 꼭 맞춰서 해야 하는 틀이 있기 때문에 어렵다고 한다. 최소한 3년을 할 수 있는 사업이 만들어졌으면 좋 겠다는 의견도 많다. 농어촌 특히, 도서벽지 지역에서의 학교 문화예술교육에서 접근성 확대를 위 해 예술강사 지원사업도 개선이 되었으면 좋겠다. 예술강사 관련 지원사업 틀 이 조금 더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도서벽지에서는 이동만 몇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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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걸리고, 날씨가 안 좋으면 배가 운행을 안 해서 숙박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 생한다. 도서벽지 수당이 있기는 하지만 그 예산으로 우수한 인력을 배치하긴 힘들다. 또한 현재 학교 예술강사 지원사업에서 미배치의 문제가 있는데, 모든 예 술강사가 많은 시수 보장을 원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교육자로, 예술가로서의 활 동을 할 수 있는 환경조성이 우선적으로 실현되어야 하며 배치 희망지역이 아니 거나 분야나 교육방식이 안 맞을 수도 있는데, 다양한 지역여건을 반영한 사업운 영 구조 설계를 위해 많은 부분에서 지역으로 권한 이양이 되었으면 한다. 임선영
접근성은 특히나 형평성의 문제와 관련이 있고, 그러다보니 지리적인 접
근성, 이용가능한 편의성, 비용적 접근성 쪽으로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그 런데 서울 어젠다에서는 심도 있는 예술교육을 위해 접근성이 필요하다고 나온 다. 단순히 복지적 차원의 ‘접근성’이 아니라 미래지향적인 ‘접근성’으로 새롭게 생각해봐야 한다. 아까 오케스트라 이야기가 나왔지만, 일부 해외에서는 국가 나 민간에서 악기 대여센터를 운영하고, 한 달에 1~2만원에 악기를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 지역센터에서 악기기부은행이라는 걸 운영 해본 적이 있었 는데 악기를 기부를 받아서 아나바다처럼 필요한 곳에 주는 방식으로 사용한다. 지역 사회가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매우 짧은 시간 안에 접근성을 확대하고, 시민의 인식도 높아지고, 안정적으로 확산·공급할 수 있는 계기를 만 임선영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지역활성화팀장. 방송국에서 7년쯤 일하다가 공연예술에 필을 받아 추계예대에서 예술경영을 전공했다. ‘어린이문화 맘스’를 설립해 공연과 교육을 기획하였으며, 충남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팀장을 역임했다.
들어낸다. 정책적으로 봤을 때 결국 ‘어디를 지원할까’가 아니라 ‘어떤 시스템을 만들어서 지역에 확산할까’를 고민하면 많은 접근성 문제가 해결될 것 같다. 김혜경
현재 교육청에서도 악기 기부 시범 사업을 운영을 한다. 예전에는 학교에
악기 구입예산을 줬지만 이건 교육청에서 관리하는 방식이다. 악기를 학교 소 유로 보지 않고, 학교가 더 이상 가르칠 수 없으면 잠자는 악기를 옆 학교로 관 리전환 시킨다. 서로서로 필요한 학교에 악기를 줘서 순환이 되도록 한다. 거점 센터나 학교에서 악기를 관리하면 좋겠지만, 그렇게 하려면 인력이 필요하다.
핀란드, 베이징에는 학교 시스템과 별개로 예술교육만 하는 기초 학교가 있다. 여기는 예술전공 교장과 상근이나 반상근 예술강사로 구성되어있다. 그러다보 니 거점이 되어서 학생교육과 더불어 교사 연수, 예술강사 재교육, 스터디 등이 자율적으로 운영된다. 성인부터 유치원 교육까지 공간과 콘텐츠를 생성하고 공 유하는 기능까지 하는 시스템이 지역에 있는 것이다. 안태호
지역에서도 그런 것을 꿈꾸는 것 같다. 부천에 약 126개 학교가 있는데,
100% 가까이 부천 아트밸리 사업을 하고 있다. 시수를 보면 놀랍게도 교육진 흥원 예술강사의 두 배 정도다. 지자체가 의지를 가지고 한다면 그 정도 양적 확대는 가능한 것 같다. 다만 질적으로 어떻게 심화시키느냐가 문제다. 재단이 몇 년간 아트밸리에 참여하는 교강사들과 워크숍을 해왔는데 예산이나 여건이 좋지 않아서 어려움이 있다. 교육방법론과 사례공유, 예술체험, 새로운 교안작 성 등을 포함한 워크숍과 자율연구모임을 같이 하지만 충분하다고 보기 어렵 다. 핀란드, 베이징과 같은 여건이 갖춰진다면 다른 환경이 펼쳐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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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경
부천 아트밸리 사업은 교육청도 함께 협력해서 한다. 하지만 실제 교육청
담당자의 입장에서는 협력관계이기 보다는, 예산 주체인 시에서 주도권을 가 지고 있고 학교는 예산을 받아서 쓰는 장소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 어떤 점 에서는 교육부와 중앙부처 간의 협력적 관계로부터 시작되었지만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중앙부처간의 협력적 관계가 긴밀하게 이 루어져야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교육청과 문화재단도 그래야한다. 그래야 사업 방향을 같이 공감할 수 있고 시너지효과도 훨씬 높아질 것 같다. 지속적인 관 계의 관건은 협력체계의 구축이 아닐까 생각한다.
근본적 지속적인 측면에서 접근성을 고려하게 되면 양질의 예술교육이 저절로 같이 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하지만 현재 복지차원에서의 접근성, 소외계층을 위한 접근성으로만 집중을 하는 것 같다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양질의 문화예술교육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임선영
양질의 문화예술교육에 대해서 이야기하기에 앞서 우리가 지원사업을 할
때 질적 목표에 대한 정의를 정립했는지 의문이 든다. 영국 꿈의 오케스트라 사업 ‘인하모니(In Harmony)’를 보면 국가 정책적으로 질적 목표가 정의되어 있다. 그리고 사업 후 질적 목표에 부합했는가를 평가한다. 우리의 경우 사업 계획서나 콘셉트를 중요시 여기지 질적 목표를 심도 있게 고민하지 않는다. 이 건 각 기관에서 놓치고 있는 부분이다. 안태호
어떻게 보면 신뢰의 문제다. 우리 현실에서는 주로 양적 지표가 압도적이
고, 질적 평가는 전문가들의 모니터링으로 커버하는 정도다. 지역기관들과 교 육진흥원이 사전에 질적 목표들을 합의하고 확산할 수 있다면 이상적인 구조 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김혜경
목표라는 건 예술교육에서 전반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지향점이라고 생
각한다. 문화예술교육에서 학교뿐만 아니라 지역과 연계하였을 때 어떤 사람 을 양성하고자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문화소양인으로서의 향유능력 을 가진 인간을 성장시킨다는 건 굉장히 추상적일 수 있지만 이러한 정책적 목 표에 따라 추진을 하고, 모든 사업에서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를 생각해봐야 한 다. 다만 양질의 문화예술교육에 대해 고민되는 건 아까 이야기가 나왔듯이 소 외계층에 대한 복지차원으로 가다보니 일반인을 위한 문화예술교육 접근이 조 금 소외된다는 점, 그리고 영재성을 가진 아이들을 위한 양질의 문화예술교육 도 고민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문화예술교육을 수혜 받는 일반인은 소양을 기 김혜경 경기도교육청 문예교육과 창의예술교육담당 장학사. 한국교원대학교 대학원에서 미술교육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예술을 향유하고 누리고, 즐길 수 있는 보편적 예술활동으로 모두가 행복한 삶을 가꾸어 나가길 소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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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수 있는 반면 영재성을 가진 아이들을 위한 교육적 접근은 어떻게 해야 하 는가? 지역센터에서 이런 아이들이 예술경험을 하고 예술을 배우는데 아이가 더 배우고 싶다고 했을 때 공교육에서 선택할 수 있는 건 예술고등학교 밖에 없다. 일반 고등학교에서 교육을 받는다고 이러한 아이들이 정말 예술인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학원, 사교육에서 교육을 받지 않는 이상 어렵다. 더 나아 가 시골에서 영재성을 가진 아이가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도 함께 고려하고 있 는 것인가. 그런 차원의 양질의 문화예술교육도 질문을 던져봐야 접근의 다양
성이 생겨날 것 같다. 보통은 지속가능성과 일반학생들이 할 수 있는 문화예술 교육으로만 접근하지만, 양질의 층위에 대한 고민이 더 있어야 할 것 같다.
요즘에 심화교육에 대한 이야기가 대두되고 있기도 하다. 왜 양질의 문화예술교 육이 왜 어려운가? 권영오
예술교육에 대한 교사의 역량이 부족한 건 사실이다. 교사 역량강화 측면
에서 연수활동이 필요하고 교사들에 대한 인식개선이 필요하다. 교육진흥원에 서 방학 때 실시하고 있긴 하지만 일부 지역에 편중되어 지방에 근무하는 교사 가 참여하기에는 너무 멀다. 또한 교사와 예술강사가 함께하는 연구회가 육성 되었으면 한다. 교사만 있거나 예술강사들만 있으면 해결이 안 될 것 같다. 전 북에 예술강사들만의 모임도 있고, 학교 교사와 함께 하는 모임도 있다. 이런 연구회 성격의 모임들이 더욱 활성화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의 시스템은 변화 가 필요하다. 예술강사가 수업을 계획하면 지역센터나 재단에서 학교로 보내줬 으면 한다. 학교의 입장에서는 학교와 예술강사가 서로 선택하고 연결되면 좋 권영오 전북 남원초등학교 교사. 남원초등학교 예술꽃씨앗학교 2기 담당교사로서 남원 공설시장과 함께하는 ‘시장에 가면’, 조산마을과 함께하는 ‘동네 한 바퀴’ 프로젝트를 기획·운영했다.
겠다. 김태수
계속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이 학교 밖 예술교육과 학교 안 예술교육을
구별하지 않고 연계를 해야 한다는 부분이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 학교 쪽에서 조금 더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역센터나 기초 문화재단의 한 계는 공간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만약 공간이 필요하다면 학교 강당이나 시설 등을 개방해준다거나 학교의 빈 공간들을 함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 김혜경
그런 부분이 많이 활성화 되어야 하는 것 같다. 학교에서 수영장을 만들
어서 거기에 모든 아이들이 와서 수영을 할 수 있도록 개방을 하는 경우도 있 다. 혹은 BTL(Build-Transfer-Lease, 임대형 민간 투자사업) 방식으로 학교의 개방을 지역주민이 요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시설 유지보수나 안전 문제 등 학교에서 받아들일 때 부담스러워할 수밖에 없는 부분들이 있다. 지역에 인프 라가 필요한데, 학교에 빈 공간이 있고, 학교에서 예술활동을 위한 기여를 할 수 있다는 인식을 함께 심어줘야 한다. 안태호
학교는 아이들이 있는 공간인 만큼, 수천 가지 이유로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당연히 그걸 전제로 하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부천에서는 앞서 이야기 한 학교 아트밸리의 성과를 확대해 예술교육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넓히겠다 는 취지로 ‘시민 아트밸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사업을 통해 예술 동호회 인구 를 전폭적으로 늘리고 연습할 수 있는 공간도 확충하는 게 부천시의 목표다. 그 중 연습 공간의 일부를 학교와 연계해 접근하고 있는데, 역시 학교 개방이 잘 안 되는 것 같다. 지자체에서 시스템으로 접근해도 쉽지 않은 문제다. 김혜경
지역에 맞게 운영을 하기 위해 교육청에서 기획하고 있는 학생 축제와 지
역 축제를 연계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분명히 가능한 방법이고 양평, 가평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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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그렇게 하는 곳도 있다. 지역 내 예술가들과 교육청이 협력체계가 되면 작은 학교에서 전교생이 연극을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도 있다. 예술교육의 지속가능성을 지역과 함께하는 부분이 있고 그런 차원에서 인적, 물적 자원을 가진 학교 등과의 협력 등이 현재의 교육적 흐름과 방향이 아닐까 생각이 된다. 임선영
결국 문화예술교육의 질적 성장을 위해서는 양질에 대한 정의와 합의, 문
화예술교육의 질적 목표, 실행하기 위한 방법론이 필요한데 아직 명확하게 정 립되지 않은 것 같다. 예술단체와 예술강사들이 교육을 하면 정해진 교사학습 지도안보다 진행되는 흐름을 타고 더 나은 수업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미 나 와 있는 방법론을 가르치지는 것이 해결책이 되지는 않겠지만, 이제 막 시작하 는 교육가들을 위해 기관이나 지역센터에서는 양질의 교육을 실천하기 위한 방 법론을 잘 전달하여야 한다. 특히 기관에서는 조금 더 체계화된 질적 방법론에 대한 부분은 갖고 있어야 하고, 그래야 질적 목표도 나올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예술의 풍부한 실천적 교육은 예술교육자들 본인이 직접 만들어가야 하는 부 분이다. 이에 대한 연수나 연구, 토론이 많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아이들 입 장에서도 배우는 것들이 어떻게 작용되고, 이를 어떻게 이끌어야 하나에 대한 밀도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 기관에서는 양에서 질로 전환하는 문화예술교육 에 대한 답을 함께 찾아야하는 것 같다. 전반적인 교육 프로그램의 질적인 부 분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요인들이 작용하는지에 대한 연구결과들이 있 다. 그런 논의들이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가시적으로 드러날 수 있도록 확산되 고 이슈화되어야 한다. 사진 마루스튜디오
김혜경
질적인 것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면 ‘평가’라는 부분
과 맞닥뜨리게 된다. 평가에 대해서도 고도화하고 세밀하게 정립되어야 한다.
정리 상상놀이터
예술강사 뿐 아니라 교사들의 입장에서도 예술교육이 질적 성과가 어떻게 이 루어졌는가, 이 질적인 부분이 도대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으로부터 출발해 야 한다. 그림을 잘 그리는 것이 질적 향상인가? 혹은 자기 자신에 대한 비하가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6년 5월 2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심하던 아이가 예술활동을 통해 치유되고, 성장하고, 자아의식을 느끼는 부분 을 질적 향상이라고 볼 것인가? 예술강사를 위한 연수를 할 때 현장에 있는 교 사들도 함께 했으면 좋겠다. 예술강사와 교사가 만나는 시간들을 만들어줘야 한다. 교육진흥원이나 일부 기관에서 하긴 하지만 이런 기회가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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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part 01-03
국공립예술기관과 문화예술교육
국공립예술기관에 있어 문화예술교육의 역할은 무엇이며 어떠한 방향으로 발 전해왔을까? 「문화예술교육 지원법」 제정과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설립 이 후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졌고, 다양한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최근 국공립예술기관의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자체적인 콘텐츠와 인 프라를 활용하여 감상이나 실기교육을 넘어서 일반 시민의 주체적인 참여와 예술향유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으로 진화하고 있다. 주요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4명의 문화예술교육 전문가들로부터 국공립예술기관 문화예술교육의 현 황과 변화, 제언을 들어보았다.
일시 2016.9.28.(수) 오전 10시 장소 국립중앙박물관 사회자 황지영(국립현대미술관 교육분야 학예연구사) 참석자 이수현(정동극장 공연기획팀 팀장) 정선희(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전문위원) 제환정(국립현대무용단 자문, 국민대학교 공연예술학부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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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예술가 그리고 문화예술교육 연결하기 좌담 - 국공립예술기관과 문화예술교육 주요 국공립예술기관에서 문화예술교육을 기획하는 분들을 한자리에서 뵙게 되 어 반갑다. 웹진 [아르떼365] 독자들을 위해 간단히 각 기관의 문화예술교육 프 로그램 소개를 부탁드린다. 정선희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하 아시아문화전당)은 작년 11월 개관 후 이제 막
1주년을 앞두고 있다. 아시아문화전당은 5개 공간을 중심으로 구성되었으며, 콘텐츠 중심의 운영 체계를 갖고 있다. 설립 전부터 10여 년 정도 콘텐츠 구축 과 시설공사에 노력을 기울였다. 주요 콘텐츠는 전시, 공연, 창·제작이 있으 며, 개관 이후에는 어린이에서부터 청소년, 시민, 예술가 또는 예비 전문가 등 다양한 타깃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을 구축해오고 있다. 이수현
1995년 설립된 정동극장은 현재 주로 관광형 상설 극장의 역할을 하고
있다. 공익사업 파트에서는 교육, 페스티벌, 공연 제작, 인큐베이팅 과정이 있 고, 경주 정동극장에서도 동일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교육사업은 주로 경주 에서만 추진해왔으며, 서울에서는 올해 꿈다락 토요문화학교(이하 꿈다락)를 계기로 본격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되었다. 정동극장은 오랫동안 전 통을 기반으로 공연 제작을 해왔기 때문에 교육 프로그램도 이러한 콘텐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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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반으로 구성하고 있다. 제환정
3년 전부터 국립현대무용단에서 외부 전문가로서 지역사회 연계 활동
(community outreach)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무용 전문가나 일반인을 대 상으로 하는 ‘무용학교’ 프로그램, 어린이 대상 꿈다락 등을 무료로 진행하고 있다. 무용을 통한 지역사회 연계 활동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방향성에 대 해 고민하고 있다.
예술기관에서 문화예술교육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는 것 같다. 각 기관의 교육 프로그램을 소개해주셨는데, 최근에 특히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운영하고 있 는지 조금 더 자세하게 얘기해주면 좋을 것 같다. 정선희
아시아문화전당은 10년 전부터 ‘어린이 문화원’이란 공간을 함께 구상해왔
기 때문에 개관 이후 어린이 프로그램 개발을 주로 해왔다. ‘어린이 문화원’에는 콘텐츠를 체험하고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는 ‘어린이 창작 실험실’이 따 로 있다. 그 외에도 ‘어린이 도서관’, ‘다목적홀’, 국내 유일의 ‘어린이 극장’ 등이 있어 공간을 중심으로 어린이 프로그램이 개발되고 있다. 프로그램은 4주 이상 진행하는 정기형과 당일 진행하는 수시형 등으로 분류되고, 문화다양성과 예술 적 창의성을 주제로 단체나 유아·어린이 대상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최근에는 교육사업본부가 생겨 어린이와 함께 청소년이나 일반 시민 대상 프 로그램을 전체적으로 기획하고 운영하고 있다. 아시아문화전당은 동시대 예술 을 하는 곳이기 때문에 규모도 크고 콘텐츠도 광범위하여 일반 시민이 다가가 기 어려운 공간일 수 있다. 그래서 하나의 중심 콘텐츠만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복합 예술을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을 살려 일반 시민과 청소년, 광주 지 역뿐만 아니라 전국 어디에서든 찾아와서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대상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올해 상반기부터 시작해 현재는 어느 정도 체계를 잡아서 내년도 사업을 구상 중이다. 주로 아시아문화전당의 콘텐츠를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 대상별로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이것이 숙제이다. 자체적인 콘 텐츠를 생산하는 국공립기관에서는 문화예술교육을 어느 선까지 끌어내야 하 는지 고민된다. 생산되는 콘텐츠와 참여자 간의 연결이 있어야 하는데, 이 연결 지점은 미술관에서의 전시연계 프로그램과는 또 달라야 한다. 그걸 풀어야 하 는 것이 숙제이지만 교육이기 때문에 조급하지 않게 차근차근 시작해서 단계를 올려 나가고 있다.
아시아문화전당은 공간을 중심으로 굉장히 복합적인 요소들을 고려해서 콘텐츠 를 기획하고 운영하기 때문에 힘든 점이 있을 것 같다. 정동극장은 외국인이 많 이 방문하는 극장으로서 외국인 대상 교육에 대한 인식이 남다를 것 같기도 하 다. 그런 부분에서 최근에 변화가 있었는가? 이수현
정동극장은 한동안 교육 프로그램을 중요하게 운영하지 않았고, 경주 정
동극장에서만 <천으로 배우는 우리 무용> 같은 체험형 프로그램을 운영하곤 했 었다. 2010년에 특성화 사업으로 인해 다양한 형태의 포맷을 시도하다가 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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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상설공연을 여는 극장으로 성격이 바뀌게 되었다. 그 전에는 복합극장처럼 여러 공연을 해왔는데, 7~8년 동안 큰 변화가 생긴 셈이다. 말씀하신 것처럼 외 국인이 많이 찾는 극장이 되었는데, 외국인 대상 교육은 깊이 있는 문화예술교 육이라기보다 일차적인 체험교육, 체험사업에 가깝다. 예를 들면 외국인 대상 장구 체험 같은 프로그램인데, 한국 문화를 알리는 것보다는 티켓 판매를 위한 여러 가지 프로그램 구성 중 하나에 가깝다. 올해부터 꿈다락에 참여한 이유는 내국인 관객에 대한 극장 이미지를 높이기 위함도 있다. 정동극장은 제작극장이기 때문에 공연 제작 시스템과 인큐베이팅 하는 과정이 있다. 따라서 강연 형식이 아니라 우리 극장의 콘텐츠에 맞게 공연 제작 프로세 스 자체를 교육 프로그램으로 만드는 게 어떨까 싶었다. 예를 들어 공연을 만드 는 과정 속에서 우리가 콘텐츠를 정하고, 그 텍스트를 공부하고, 표현을 연습 하는데, 그걸 교육이라는 개념으로 새롭게 접근을 하면 아이들과 재미있게 만 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보통 이런 형식으로 진행하면 강사가 이야기나 주 제를 전달하고 실행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우리는 어린이들과 함께 이야기하고 본인의 이야기를 직접 끌어내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앞으로 2~3년 동안 그런 부분을 세부적으로 견고하게 만들어나갈 것이다.
중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문화예술교육이 활발하게 이루어진 지 10여 년 정 도 되었지만, 아직까지 공연장의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활성화에 아쉬운 부분 이 많다. 백스테이지 투어, 관계자 특강 등에서 나아가, 말씀하신 부분처럼 극장 의 콘텐츠에 맞게 공연제작 프로세스 자체를 교육프로그램화 하는 부분이 더 활 성화되어야 하겠다. 그런 점에서 정동극장은 극장 규모와 자체적인 콘텐츠를 제 작하기 때문에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나가기 좋은 환경인 것 같다. 이수현
실제 공연을 만들려면 매일 참여해야 한다. 하지만 학생들은 학교에 가기
때문에 주말에만 참여한다. 그래서 연계성을 갖기가 굉장히 어렵다. 이번 프로 그램을 공연으로 마무리했는데, 무대에서 리허설하고 연습하는 순간까지 일반 공연처럼 할 것인가 말 것인가 고민했다. 일주일에 한 번으로 전체적인 공연의 제작과 교육이 같이 가는 프로세스는 만드는 것도, 참가자를 설득하는 과정도 쉽지 않다. 좀 더 해보면 가능하지 않을까. 정선희
예술 콘텐츠를 교육 용도로 사용하면 작품 관계자들이 부담스러워하지는
않나? 작품 제작 프로세스가 있는데 교육 과정을 연결하고 협업하려고 하면 연 출자, 관계자, 기획자들이 불편해하고 벽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다. 이수현
이번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전통’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로 아이들에게
접근할 때 다양한 의견을 나누다 보니 무대에 한 번 서보는 게 재밌지 않겠냐는 아이디어가 나오게 되었다. 그런데 무대에 서는 게 목적이 되면 그 과정이 쉽지 만은 않다. 그래서 즐겁게 놀아보자는 방식으로 접근하되 전체적인 구성의 모 양새는 공연을 제작하는 과정처럼 진행해보자는 목표가 있었다. 교육만을 목적 으로 공연을 제작한다면 아티스트와 교육적인 목적 사이에서 굉장히 많은 충돌 이 생기고 접합 지점을 찾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17~18회차 동안 단순히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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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의 교육을 했을 경우 어떠한 결과물이라고 불릴만한 성과를 만들기가 어려 웠겠지만 우리는 교육을 재미있는 놀이처럼 하고 결과물로 공연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오히려 고민이 되었던 지점은 주강사가 연극 연출가이기 때문에 공 연을 만들 때 완성도를 민감하게 따질 수밖에 없어서 이 부분의 밸런스를 어느 정도 선까지 조절할 것이냐 하는 부분이었다.
정동극장은 극장 내 예술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변화와 함께 공연 제작 프 로세스 자체를 교육프로그램화 하는 과정, 놀이로서의 예술교육의 관점 등 최근 동향을 말씀해주셨다. 국립현대무용단 또한 최근 다양한 교육 사업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제환정
국립현대무용단은 극장이 아니라 예술창작단체이다 보니 교육을 위한 공
간이나 인력이 제한적이다. 이러한 제약 때문에 프로세스를 아주 잘 계획하고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 소규모 엘리트 관객 외에 대부분 일반인은 국 립현대무용단을 잘 모를뿐더러 현대무용에 대한 개념도 거의 흐릿하다. 우리의 첫째 명제는 어려운 현대무용과 관객과의 갭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 이며, 그 갭 을 메우기 위해 지역 기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어떤 정해진 스타일이나 양식 이 없는 것이 현대무용의 특징인데, 어떻게 보면 장점일 수도 있지만 가르칠 때 는 난감하다. 또, 좋은 예술가가 모두 좋은 예술교육가(Teaching Artist)는 아니라는 점도 주목 해야 한다. 이게 사실 예술교육에서 중요한 요소인 것 같다. 아티스트들이 많은 프로젝트를 실행하며 가르치는 경험을 갖게 되지만, 예술가를 꿈꾸지 않는 아 이들에게 무엇을, 어떤 목표로 가르칠지 질문을 던져보면 명확한 답이 없다. 현 대무용은 재미있게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고 예술가들에게도 창의적인 아이 디어가 많다. 그러나 그것을 전달하는 방식에서 공연이 목적이 되다보면 아이 들에게 결과를 강요하게 된다. 그런데 예술교육은 결과만이 아니라 프로세스에 관한 것이다. 한편으로는 정교한 완성도에 이르는 것보다 다양한 것과 충돌하 는 방식 자체가 참여를 유발하는 현대무용의 핵심이 되기도 한다. 지금 프로그 램에 참여하고 있는 아이들의 결과물 자체가 그 경계 선상에 있다고 본다. 현대무용 자체가 일정한 양식이 아닌 모든 것이 모이는 사이트에 가깝기 때문 에 강사가 어떤 것이든 가져올 수 있게 한다. 무용학교에서는 일반인을 프로세 스로 끌어들이고 꿈다락에서는 뮤지션 혹은 다른 장르의 전문가를 게스트로 초청하는 식이다. 글쓰기, 그림 그리기, 노래 부르기, 이야기하기 같은 것을 억 지로 넣는 게 아니라 필요하다면 자연스럽게 프로그램에 녹아들게끔 한다. 그 래서 모든 프로그램을 할 때 항상 상주하는 뮤지션이 있고, 앉아서 발 만지고 몸 풀 때 뮤지션들이 건반과 드럼을 연주한다. 가장 중요한 건 춤추기(dancing) 를 위한 수업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춤추기는 이미 너무 많다. 많은 무용교육기관들이 ‘춤이 곧 춤추기(dance = dancing)’임을 표방한다. 보고 따 라 하고 학습해서 재생하는 수업이다. 그런데 그 프로세스는 창의성과는 거 의 관계가 없다. 꿈다락이나 무용학교에서는 춤추기가 아닌 ‘춤 만들기(dance making)’를 시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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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간 문화예술과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인식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몇 년 전만 해도 전공자를 위한 예술, 또는 장르 중심의 예술을 떠올렸지만, 현재는 창의성, 삶의 요소로서의 문화예술, 결과물 중심이 아닌 과정으로서의 문화예술 교육이 강조되고 있는 것 같다. 현장에서 이러한 변화를 구체적으로 느끼게 되 는 지점이 있는지, 혹은 변화가 더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는지에 대해서 얘기해주시면 좋겠다. 이수현
공연을 제작하고 올리면서 관객과 직접 만나는 지점에서 다양한 변주가
이루어져야 한다. 실제로 공연 제작 프로세스를 부분적으로 쪼개면 문화예술 교육의 측면에서 같이 갈 수 있는 여지가 크다고 본다. 우리 프로그램은 무언가 지식을 얻고 배움을 얻어가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거칠게 표현하자면 아이들이 와서 진을 다 뺄 정도로 미친 듯이 놀고 가는 프로그램이다. 무조건 목적을 향 해 가기보다는 과정이 완성될 수 있도록 한 스텝, 한 스텝 완성도 있게 가야 목 적에 대해 자유로울 수 있는 것 같다. 이러한 부분에 조금 더 중점을 두고 가야 하지 않을까. ‘교육에서 공연까지’라는 타이틀에 대해서도 참여자마다 초점을 두는 부분이 다르다.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지점을 동일하게, 평균치를 유지하면 서 진행하는 게 쉽지만은 않다. 그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개별화시키는 방 법이 나와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선희
우리 또한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창작 과정과 교육을 결합시켰을 때,
창작하는 예술가의 입장에서 교육은 왠지 귀찮은 것인 듯하다.(웃음) 정동극장 과 국립현대무용단의 사례를 보면서 배워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아시아문화전 당은 개관 전부터 아시아문화전당이 가진 ‘문화다양성’이라는 지점과 예술교육 이 가진 ‘창의성’을 활용해서 교육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프로그램의 방향성이 있었다. 한 때 ‘에듀컬쳐’ 사업을 통해 교과서 내용을 활용해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려는 연구도 있었으나, 개관 전 개발 단계에서부터 이러한 큰 방향성을 다양한 예술의 형태와 놀이가 접목된 교육 프로그램으로 풀어야 하 는 어려운 숙제를 갖고 있었다. 최근 3~4년 사이에 이슈가 된 게 장르 통합이다. 어떻게 보면 아시아문화전 당 자체가 장르 예술을 말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장르가 사라지고 경계도 없 어지고 있다. 콘텐츠는 광범위해졌지만, 교육 커리큘럼이나 기획은 여전히 2 개 장르를 섞어 보는 형식에서 멈춰있다. 단순 장르 통합을 넘어 아시아문화전 당의 융복합 성격을 살려서 아이들의 ‘문화다양성’과 ‘창의성’을 키우는 교육을 개발하는 것은 정말 어렵다.(웃음) 최소한 미술은 그림을 그리는 것이고, 무용 은 춤을 추는 것이라고 분류를 하지 않게끔, 내 안에서 창조해낼 수 있게끔 몸 이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 정말 큰 과제인 것 같다. 이런 부분과 함께 어른들 도 어려워하는 아시아 문화 자원, 문화다양성을 어떻게 아이들에게 교육할 것 인가에 대한 고민이 계속되고 있는 것 같다. 지금은 3~4기 수료를 마친 상태 라 어느 정도 사례들이 쌓이긴 했다. 아시아문화전당의 환경, 공간의 특성, 콘 텐츠의 특성을 토대로 계속해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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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사람들의 피드백이 궁금하다. 정선희
장르교육이든 통합교육이든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고민하는 사람들
은 공감하겠지만,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어린이나 학부모들에게 우리가 인식할 수 있을 만큼의 피드백이 오진 않는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이런 프로그램은 처 음이다.”라는 의견이 많았다. 아시아문화전당의 모든 프로그램은 유료로 진행 된다. 사설 기관이나 대학 영재 교육원이 아닌 이곳에 등록해서 12주 이상 참석 한다는 것은 스스로 어떠한 선택을 했다는 것이고, 우리 전당에 대한 기대치가 있다는 것이다. 고학년을 위한 프로그램에서 ‘해킹’을 주제로 현대미술의 핫이 슈를 교육 관점으로 풀어갔다. 여기서 아이들은 단순히 자전거를 뜯어보는 체 험을 하는 게 아니라 테이프를 가지고 놀면서 접착의 수단이 아닌 다른 용도로 해킹하여 창작하는 것을 알게 되고 집에서 하지 말라는 것을 다른 방식으로 용 도를 변경해 보면서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지점이 있었다. 융복합이 잘 실현되 었다고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러한 변화와 피드백들이 오고 갔던 것 같다. 제환정
초창기에는 참가자 모집도 쉽지 않았는데, 지금은 마감도 빠르고 경쟁이
치열해졌다. 꿈다락이나 무용학교 프로그램 마지막은 항상 쇼케이스로 끝나는 데, 조명도 준비하고, 티셔츠도 맞춰 입는다. 그리고 타이틀에 ‘12번째 수업에 관객을 초대합니다’라고 꼭 쓴다. 초반에는 조금 더 나은 퀄리티의 춤을 배우 기 위해, 혹은 아티스트에 대한 동경 때문에 국립현대무용단 수업에 오는 사람 들이 많았는데, 이제는 그런 참여자들이 별로 없는 것 같다. 이전에는 관객으 로서 체험하고 배우려는 참여자가 많았다면 지금은 도전하려는 모험가가 많아 졌다. 나는 이들을 참여자가 아니라 ‘댄서’라고 호칭한다. 무용학교의 슬로건이 “모든 인간은 무용수다”이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동안은 모두가 무용수이다. 현대무용을 통해 자신의 자전적인 이야기, 자신의 결정에 관한 부분을 준비하 고 오게 되는 것 같다. 아이들의 경우 그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기존에 다른 것을 많이 배우고 지나치 게 학습해서 오히려 자신의 결정을 말하지 않거나 굉장히 세련된 방식으로 모 방하는 아이들이 있다. 수업에서 그림을 그리거나 글을 쓰는 행위는 사실 도구 일 뿐이다. 이러한 도구를 활용해서 스스로 지도를 만들어보고, 집에서 여기까 지 오는 길을 그려보고, 바닥에 맨날 그림을 그리듯이 노는 것이다. 결국은 자 신의 결정,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끝날 때 아이들과 학부모에 게 어땠는지 물으면 가장 많이 나오는 답이 “행복했다”는 것이다. 그게 정말 감 사하다. 좋을 수도 있고, 싫을 수도 있고, 안 맞을 수도 있고, 자기 스타일이 아 닐 수도 있지만 자기 취향에 대해서 알게 되는 것, 사실은 그게 미학의 기본이 고 예술을 배우는 이유이다. 아이들이 고급단어로 이야기하진 않지만, 예술가 들과 보내는 시간을 통해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청소년의 경우 수업이 끝난 뒤 강사들과 간단한 음식을 함께 먹으면서 그날 했던 활동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면 일상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게 된다. 그 시간이 굉장히 중요하 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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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언어로 문화예술을 이해하고 경험하는 과정은 중요한 지점이다. 말씀하신 내용을 들으며, 현장에서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개념도 많이 변화하고 있고, 문 화예술교육의 본연의 의미에 점차 다가가고 있다고 생각된다. 말씀 중에서 꿈다 락 이야기도 많이 나왔는데 기관별로 기존에 운영하고 있던 교육 프로그램과 꿈 다락 간에 다른 점이 있는지, 어떤 부분이 차별화되는지에 대해서 얘기해주면 좋을 것 같다. 또한, 고민되는 지점은 무엇인가? 기존에 운영하던 프로그램과 유사한 점이나 다른 점에 대해 말해 달라. 정선희 아시아문화전당은
내년부터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하 교육진흥원)
과 협업하여 꿈다락 참여를 준비할 계획이다. 꿈다락이 국공립예술기관으로 왔 을 때는 아시아문화전당의 특성을 반영해서 조금 다른 방식으로 풀어내야 할 것 같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아웃리치 형태와 아시아문화전당의 공간 특성 을 살리는 방식으로 계획해보고 싶다. 아시아문화전당은 지역의 예술가들과 연 계되는 부분이 많다. 현재 자기 사업으로 꿈다락을 진행하고 있는 지역 예술가 들과 협업하여 아시아문화전당이 광주광역시, 전라남도 등 호남권의 지역성을 가지고 허브 역할을 하면 어떨까. 아시아문화전당의 특성과 지역 예술의 특성 을 연계하여 공간과 콘텐츠를 교류할 수 있는 방식으로 꿈다락 프로그램을 계 획해보고자 한다. 이수현
어떻게 보면 정동극장에선 꿈다락이 있었기 때문에 교육 프로그램을 밀어
붙일 수 있었다. 그 점에서 고마운 사업이다. 올해는 <우리 놀이와 이야기로 북 치고 장구치고>, <천으로 배우는 우리 무용> 처럼 공연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함께 경험하는 프로그램으로 운영했다. 내부적으로 우리가 가진 소스를 어떻게 견고하게 만들 것인가, 어떠한 포맷으로 만들고 어떠한 아이디어들이 변주되어 들어갈 수 있는가가 가장 큰 고민이다. 2~3년 차가 아니기 때문에 이런 고민이 생기는 것 같다. 작년 경주에서 시작했고, 올해 서울에서 꿈다락을 운영하며 기 본적인 포맷은 잡힌 것 같다. 올해 했던 방식을 견고하게 만들고 대신 조금 더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내용과 구성 자체를 매년 바꾸 기는 어렵다. 서울과 경주에서 같은 프로그램을 돌리고 지역 차를 확인해보면 좋겠지만 현재로써는 어려운 지점이 있다. 서울은 서울 시내 중심가에 있고, 경 주는 외곽에 있어 프로그램을 이원화시켜서 운영했을 때 반응의 차이가 확실 하게 나올 것 같았다. 이런 차이를 살펴보고 지역에 맞게 적용해볼까 생각한다. 꿈다락은 연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에 큰 도움이 된다. 제환정
연결해서 말하자면 꿈다락은 융통성 있게 진행할 수 있도록 열려있는 제
도여서 나름대로 다양한 실험을 해볼 수 있었다. 가장 큰 장점 중 하나가 예술 교육가가 드문데, 꿈다락을 통해 예술가들이 변화하는 지점이 생긴다는 점이 다. 그게 가장 보람이 있다. 사전에 가이드라인을 드리기도 하지만 그보다도 아 이들과 만났을 때의 반응과 피드백을 통해 예술가들의 교육적 관점이 많이 변 한다. 예술가는 자신의 관객에 대해서 학습해 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역설적으 로 이러한 교육 경험이 공연을 만들 때의 관점에도 많은 변화를 일으킨다. 관객 에 대한 학습이 이루어진 셈이다. 예산에서는 가장 크게 쓰이는 항목은 인건비로 재료나 물리적 자원은 최소화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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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단에 있는 걸 활용한다. 12~13주차 안에 공연하는 것을 강사들이 부담스러워 하지만, 프로세스를 통합해야 하기 때문에 마지막 3주 외에는 공연 준비를 하지 못하도록 한다. 강사들은 마지막 2~3주에 아이디어를 함께 생각하고 평소에 수 업에서 생각한 것을 엮어 쇼케이스를 한다. 그러나 이 과정은 굉장히 중요하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국립현대무용단, 정동극장이라는 각 기관의 특성이 드러 나는 문화예술교육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작년은 문화예술교육 정책을 추 진한 지 10년이 되는 해였다. 그동안 문화예술교육 분야에 큰 성장이 있었고 최 근에는 다양한 기관·단체와 협력하며 문화예술교육의 질적인 측면에서 끊임없 이 고민하고 있다. 또한, 전문인력에 대한 큰 정책적 이슈를 가지고 있는 시점 이기도 하다. 이 시점에서 그동안 추진된 문화예술교육 사업들은 현장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하는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한국문화예술교육 진흥원의 역할과 기대하는 바에 대해서 말해 달라. 제환정
저는 무용 전공인데 교직을 이수하면서 체육 교사 자격증을 받았다. 축구
를 몇 명이 하는지도 모르는데 말이다.(웃음) 지금까지의 예술 전공교육은 예술 가 만들기 위주로만 이루어져 있었지만 최종 전달자인 예술교육가에 대한 교육 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예전에 비해 예술교육가를 준비 할 수 있고 예술교육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경로도 많아진 것 같다. 참여자들이 자발적으로 동기부여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예술교육가들의 가장 큰 숙제인 것 같다. 문화예술교육을 말할 때 치료(therapy)나 치유(healing)가 종종 사용되는데, 문화예술교육은 치료적(therapeutic) 접근이지 치료 그 자체는 아니 다. 문화예술교육이 더 길게, 전문적으로 깊이 있게 가려면 사용하는 용어부터 정리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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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문화전당의 경우 교육 기능이 굉장히 큰데, 현실적으로는 예술교육
을 하는 강사의 전문성 문제가 있다. 프로그램 운영 초기에는 개발에 참여한 예 술가가 전체 프로그램의 주강사로서 끌고 가고, 문화교육가(educator)가 보조강 황지영 국립현대미술관 교육분야 학예연구사.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창립멤버로 교육개발팀장, 창의사업팀장을 역임했다. 문화예술교육 전문인력, 문화예술교육 정책 효과분석, 미술관교육을 주제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사로 들어갔다. 현재는 문화교육가였던 선생님이 주강사가 되고 특강같이 전문 가가 필요할 때 예술가를 초대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교육이 필요한데, 광주에도 문화예술교육사 양성기관 2곳이 있지만, 아시 아문화전당의 변화하는 방향성을 재교육 해야 해서 우리 기관 자체적으로 교육 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내년 사업에서는 아예 조금 더 구조화하려고 한다. 예술을 전공한 예술교육 예비인력, 지역에서 다양한 경험을 가진 예술단체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과 문화교육가를 위한 재교육을 체계화하는 단계에 와있다. 자체 전문교육인력 시스템을 구성하고 개발하기 위한 환경을 만들고 있다. 이 는 우리가 품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한다. 제환정
우리는 자체적으로 제작한 자기 평가서를 강사들에게 나눠준다. “아이들
을 가르칠 때는 눈을 마주쳐야 해요.”, “아이들이 손들지 않아도 얘기하게 해 주 세요.” 말로 하면 잔소리처럼 들린다.(웃음) 그래서 항상 수업 전에 그 날 강의 계획서와 자기 평가서를 보고 스스로 진단할 수 있게 해드린다. 제환정 국민대학교 공연예술학부 강의전담교수. 템플대학교에서 무용전공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4년부터 국립현대무용단 교육프로그램 자문 역할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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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나온 얘기 중 좋은 예술가가 곧 좋은 예술교육가는 아니라는 말에 정
말 공감한다. 예술교육에 관심 있는 예술가는 조금 다른 측면으로 다가가고, 대 상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연극배우 중 예술강사를 하는 분들을 많 이 만나게 되는데, 10~15년 전까지만 해도 예술교육을 부수적으로 생각하는 연 극배우들이 많았다. 그런데 지금은 진로를 아예 문화예술교육 쪽으로 바꾼 사 람들도 많다. 이제는 문화예술교육이 독자성을 가지고 인정받고 있는 시기라는 생각이 든다. 순수예술을 하는 예술가나 공연단체가 예술교육과 만나는 지점이 더욱 많아져야 하는데 아직은 실질적으로 어려운 부분이다. 개인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예술교육도 좋지만, 이러한 문화예술교육이 결국 예술을 향유하기
이수현 정동극장 공연기획팀 팀장. 두산아트센터와 (재)국립극단 프로듀서를 역임했고, 연극을 비롯한 다양한 공연예술분야에서 프로듀서로서 활발히 활동해왔다.
위한 연결고리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 되려면 앞으로 더 긴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단계적으로 향유의 지점까지 도달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과 사 업화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정선희
정책적 지원이 시작된 2005년에 비해서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인지도나 필
요성이 크게 높아졌고, 성과도 정말 많았다. 교육진흥원의 공모지원사업이 문 화예술교육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했지만, 프로그램이나 운영방식을 정 형화시켜버린 점도 있는 것 같다. 대상만 확대하다 보니 프로그램의 질이 평준 화되어 버린다. 문화예술단체가 프로그램에 대한 고민보다는 지원사업에 선정 되는 방법과 정산에만 몰두하는 경우도 보게 된다. 정책적 방향과 지원의 방식 정선희 미술관, 지역 커뮤니티에서 문화예술교육을 해왔으며 현재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어린이문화원과 교육사업의 전문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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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다시 고민해야 할 때이다. 제환정
교육진흥원에 제안 드리고 싶었던 것 중 하나는 안전에 대한 부분이다. 특
히 성인이 아닌 참여자들과 수업을 할 때는 신체적인 안전도 중요하지만, 정서 적인 부분을 포함해서 여러 가지 안전 문제가 발생한다. 대상의 특성을 고려해
야 밀접한 관계를 만들어낼 수 있는데 참여자들이 어떤 상태인지 파악하기 쉽 지 않다. 우리는 내부에서 담임교사들과 사전 인터뷰를 해서 아이들의 특성과 성격, 장점 등을 미리 파악한다. 교육진흥원에서 이런 부분에 도움을 주거나 가 이드라인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 또한, 사업 보고에서 정량적인 보고 외에도 현장에서의 정서적 반응이나 강사들에 대한 자기 평가 진단을 공유할 수 있으 면 좋겠다. 정선희
오늘 다른 두 기관의 활동 이야기를 들으면서 많은 공감이 되고 연계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는 걸 알았다. 이러한 소통창구가 앞으로 많았으면 좋겠다. 사 례발표 외에도 조금 더 깊이 있게 논의하고 이런 구심점에 대해 어떻게 협력하 고 함께 연계할 수 있는지, 서로의 역할을 어떻게 설정할 수 있는지 얘기해볼 수 있는 자리가 많아졌으면 한다.
바쁘신 가운데 참석해주시고, 좋은 의견을 나눠주셔서 감사하다. 국공립예술기관 의 문화예술교육의 현재와 앞으로의 방향성, 고민의 지점들에 대하여 논의하는 의 미 있는 자리였다. 저는 오늘 사회자이지만 국공립예술기관에서 교육사업을 기획 하는 입장에서 교육진흥원에 바라는 점에 대하여 제언을 덧붙이자면, 문화기반시 설에서 프로그램을 기획·운영 하려고 할 때 관련된 콘텐츠와 전문가와의 만남을 늘 기다리고 있다. 관련 콘텐츠를 다루는 기획자, 예술강사, 전문가를 찾는 일이 쉽 지만은 않다. 얼마 전 웹진 [아르떼365] ‘만나다’에서 동영상으로 예술강사 인터뷰 사진 마루스튜디오 정리 상상놀이터
와 활동 모습을 봤는데 그런 콘텐츠가 강화되었으면 좋겠다. 자신의 콘텐츠를 이 야기하고, 의미가 담긴 현장이 촬영된 영상이 많았으면 좋겠다. 문화예술교육 콘 텐츠가 공유되고 공개되는 일이 많아져야 다양하게 연결되는 기회가 생길 수 있 다. 문화예술교육 관련 정보를 찾아볼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 그런 점에서 교육진 흥원 홈페이지나 웹진 [아르떼365]가 담당하고 있는 문화예술교육 정보의 허브 역 할이 매우 중요하고, 앞으로 더 많이 고민해주었으면 좋겠다. 또한, 앞서 말씀하신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6년 10월 18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것처럼 지원 대상의 특성을 반영할 수 있는 ‘열려있는 지원 구조’를 만들고, ‘유연한 콘텐츠의 공유 구조’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거대한 정책 어젠다 보다는 유연성을 어디서 어떻게 발휘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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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파출소? 아니 아니 문화파출소! 문화파출소 강북
문화파출소 동네를 두루 살피고, 주민을 안전하게 지키는 파출소(치안센터)가 치안기능 뿐만 아니라,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며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는 동네 문화예술 사랑방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경찰청이 공동으로 추진하는 ‘문화파출소’는 서울, 경기, 대구, 울산, 전라, 제주, 강원, 충청에 위치한 10개 치안센터를 리모델링하고 주민들이 직접 제안한 문화예술 활동과 범죄피해자·가족을 위한 예술치유 프로그램 등을 운영한다. 그중 ‘문화파출소 강북’은 수유6치안센터를 리모델링한 제1호 문화파출소이다. 지난 6월 10일(금)에 열린 개소식에서는 경찰관들의 이색적인 인형극을 시작으로 다양한 공연과 문화예술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조숙경 글쓰기와 그림그리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며, 따뜻한 마음과 생각이 담긴 그림책을 만들고 싶어 한다. <오뚝이는 내 친구> <돌아와 악어새> <북극곰이 곰곰이> <한나도 우리 가족이에요> <야옹이 어디간다> <그날 무슨 일이 있던 걸까> <배탈 난 호주머니> <쑥쑥요가> 등의 그림책을 출간했다. sasa57@hanmail.net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6년 6월 28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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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파출소엔 다락방이 있고, 사랑방도 있어. 그곳에서 우린 서로 마음을 나누지. 너도 한번 놀러 오지 않을래? 네 마음도 궁금해.”
특집 part 01-04
문화예술교육사와 문화예술교육 매개자 양성
문화를 ‘소비’하는 시대에서 적극적으로 ‘향유’하는 시대로 변화하면서 문화예 술교육 영역이 확대되고 그에 따른 전문인력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2011년 12월 「문화예술교육 지원법」 개정에 따라 2012년 시행령 개정 및 시행규칙 제 정이 이루어지고 문화예술교육사 제도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지난 4년간 1만여 명 이상의 문화예술교육사가 양성되었다. 국가 자격제도를 통해 인증된 전문 인력을 배출할 수 있다는 기대감과 성과도 있지만 새롭게 배출된 인력을 어떻게 양성하고 배치할 것인가에 대한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문화예술교육 현장의 전문가들을 만나 문화예술교육사와 문화예술교육 매개자 양성에 대한 현황과 제언을 들어보았다.
일시 2016.12.7.(수) 오전 10시 장소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12층 회의실 사회자 임학순(가톨릭대학교 미디어기술콘텐츠학과 교수) 참석자 김석범(수원대학교 공연영상학부 교수) 김태수(전남문화관광재단 팀장) 여숙기(국민체육진흥공단 과장, 전 소마미술관 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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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개하고 협업하는 전문 인력으로 좌담 - 문화예술교육사와 문화예술교육 매개자 양성 오늘의 주제가 ‘문화예술교육사와 문화예술교육 매개자 양성’이다. 오늘 서로 다 른 위치에 계신 전문가들이 나오셨는데, 문화예술교육사에 대한 각자의 경험을 토대로 소개 부탁드린다. 김석범
수원대 공연영상학부(영화영상전공) 교수로 재직하면서 영화 제작 일을
계속 해왔다. 2003년 어느 날 초·중·고등학교 영화교육에 대해서 도움을 달 라는 요청이 와서 그때부터 공교육 현장에서 영화를 문화예술교육의 시각으로 어떻게 바라볼까를 고민하면서 매뉴얼 제작 등을 했었다. 현재는 한국문화예 술교육진흥원(이하 교육진흥원)에서 운영하는 문화예술교육사 운영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김태수 전남문화관광재단에서
6년간 문화예술교육팀장으로 근무하다가 얼마 전
기획경영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 이전에는 교직 생활을 했었다. 우리 세대 는 문화예술교육보다는 예술교육을 받고 자란 세대이다. 문화보다는 기능을 전수받는 교육을 받았다. 전남의 경우 가장 난감한 게 도서벽지 지역이다 보니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지 않는다. ‘지역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예술강사 사업’, ‘매개인력 양성 사업’과 접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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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기게 되었다. 부족한 학교 예술강사와 문화예술교육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호남대 문화예술교육원과 연계한 문화예술교육사 양성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여숙기
소마미술관 교육부장으로, 미술관 에듀케이터(학예사)로서 문화예술교
육 현장에서 15년간 일했다. 최근 ‘문화예술교육사 진로워크숍’ 강사로 이화여 자대학교, 인하대학교, 부산대학교의 문화예술교육원을 다녀왔다. 미술관·박 물관에는 학예사 제도가 있다. 그래서 처음 문화예술교육사 자격제도에 대해 또 다른 자격증을 남발하는 제도는 아닌가 하는 약간은 부정적인 시선으로 봤 었다. 하지만 내 주변에서도 문화예술교육사 과정을 수강하는 사람들이 많아 지고, 진로워크숍 현장에서도 특강을 진행하면서 문화예술교육사에 대한 높은 관심을 확인하고, 앞으로 이 제도를 잘 이끌어 나가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2년도 ‘문화예술교육사 제도 도입 방안 연구’를 맡게 되었다. 처음에는 의구 심으로 시작했는데, 그 당시 ‘예술강사 지원사업’에 참여했던 예술강사를 분야별 로 만나서 이야기를 들으며 이 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학교에서는 예술강사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서 국가 자격증을 주면 최소한의 현장 합의 기준 이 있지 않겠냐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아직 정착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것 같 다는 생각이 든다. 2012년에 제도가 본격 도입된 후 4년 동안 1만여 명의 문화 예술교육사가 배출되었지만, 자격제도의 개념이나 기존 문화예술교육 환경에서 어떻게 자리할 것인지에 대한 혼란도 존재하고 있는 것 같다. 각자 계신 분야나 위치에서는 이 자격제도에 대해서 어떤 관점으로 보고 계신 지 궁금하다. 김석범
현재 문화예술교육사 자격증은 2급만 시행되고 1급은 시행되지 않고 있
다. 2급이 처음에는 진입장벽이 조금 높았던 것 같다. 처음에는 9과목을 이수 해야 했지만 교육과정이 변경되면서 5과목으로 줄었다. 그러면서 문화예술교 육사가 많이 양산되었는데, 정책 입안 뒤 가장 큰 성과는 자격증 취득자가 양 적으로 많아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1만 명 가까이 되는 숫자를 어떻게 안고 갈 것인가가 큰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국가 자격증을 만들어놓고 이것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되는 건 사실이다. 그와 더불어 1급 자격 증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자격제도 심의 를 하면서 걸렸던 부분은 ‘질적 관리’ 측면이다. 과연 고졸 이상의 학력자가 직 무역량 5개 과목, 예술전문성 10개 과목을 이수하고 현장에서 문화예술교육사 에 걸맞은 기능과 역할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 의문이 든다. 매개자 혹은 교육 주체는 문화예술교육에 대해 정확히 인지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지식이 충분히 있어야 한다. 또한, 전국에 문화예술교육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지정교육기관으로 10개 기관이 있는데, 지역마다 편차가 심하다. 그렇기 때문 에 배출되는 인력 역시 질적 관리 측면에서 의문이 드는 지점이 있다. 김태수
예술이라는 것을 과연 가르칠 수 있는 것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과연 느
낌이나 감정을 가르칠 수 있는 것인가. 전문성을 가진 문화예술교육사를 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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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다는 건 지식으로만은 해결될 수 없는데, 현재의 과정은 교과목으로만 나눠 서 교육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2급 자격증을 취득한 문화예술교육사가 갖춰 야 할 역량이 너무 높지 않나 생각한다. 예를 들어 문화예술교육 기획, 진행, 평가를 수행한다고 하는데 이는 대학교수들도 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2급의 경 우 문화예술교육을 진행 및 소화하는 과정에 중점을 두고, 1급은 기획, 평가, 분석을 바탕으로 심화 과정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또 다른 관점 에서 봐야 할 부분은 이 과정을 이수했을 때 전문성을 갖췄느냐가 내적인 고민 이라면, 문화예술교육사를 취득하고 나서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 가 외적인 고민인 것 같다. 여숙기
문화예술교육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전문가로 활동하
는 사람들도 지정된 교육원 과정을 새롭게 들어야 한다. 문화예술교육 전문가 들이 문화예술교육사 자격증을 취득하려면 기본 교육과정을 다시 이수해야 하 는 부분이 아이러니하다. 비슷한 사례로, 학예사 자격제도를 살펴보면 전문적 인 석사 과정을 졸업하거나 국가공인 자격시험인 준학예사 시험을 합격한 후 에 분야별 인증된 기관에서 경력을 쌓아야만 자격증이 부여된다. 기본적인 자 격과 현장의 실무경력이 매칭 되어야 자격증이 부여되는 시스템이다. 이에 비 해 문화예술교육사제도는 1년 교육과정을 이수하면 바로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 전문성과는 별개의 영역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문화예술교육사 자격제도가 문화예술교육 생태계에서 인적자원의 중요성을 알렸고, 문화예술교육 인력의 직무와 역량의 기초적인 틀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문화예술교육사는 자격증 취득 후 기본적인 직무와 역량을 파악하고 학교나 사회 현장에 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 것 같다. 국가 자격제도가 사실상 그 분야의 전문성을 이해하는 기 본적인 출발점이 되는데, 그런 의미에서 문화예술교육사 제도가 문화예술교육 에 대한 기초적인 인식과 이해의 바탕을 마련하는데 어느 정도의 역할과 기능을 해왔다고 보는가? 김태수
문화예술교육사의 순기능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전남은 전통문화가 강
세인 지역이다 보니 예술교육에 종사하는 고령층 어르신이 많은데 이런 분들 을 설득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문화예술교육사 제도를 통해 그런 분들까지 설 득할 수 있다. 왜냐하면, 자격제도의 교육과정을 통해 문화예술교육을 하기 위 해서는 예술적인 능력 뿐 아니라 교육역량과 행정능력도 필요하고 이런 능 력이 갖춰질 경우 시너지 효과가 난다는 것을 알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 실 기존에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기능이 많다. 전남의 경우 인력난이 심 하다. 문화예술교육을 하고 싶어도 매개인력이 상당히 부족한데 ‘문화예술교 육사 양성 사업’을 통해 많은 문화예술교육사가 배치되었고, 4년이 지난 지금 그들이 전남 지역의 문화예술교육이 지속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되어 큰 성과 를 가져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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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범
2급의 본래 취지는 학교나 현장에서 교수자 역할을 할 수 있는 인력 양성
을 목표로 나온 제도인데 이 역할 기능은 이미 상실했다고 생각한다. 취지에 걸맞지 않게 너무 많은 인원이 배출되었고, 배출된 인원이 질적으로 현장에 바 로 투입될 수 있을 정도의 자격을 갖췄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지점들이 있다. 장르별로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문화예술교육에 종사하겠다는 인력보다는 ‘자격제도가 필요할지도 모르니 일단 해보자’는 모험성을 전제로 도전하는 사 람들이 많다. 중앙대학교 문화예술교육원에서 문화예술교육사 과목 수업을 한 적이 있었는데 수강생의 90%가 전공과 상관없는 직장인이었다. 2급이 진입장 벽이 높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낮다는 생각이 들고, 지금 낮아진 걸 오히려 더 낮춰서 모든 사람이 참여할 수 있도록 개선할 수 있는 연구가 진행되어야 할 것 같다. 여숙기
우선 ‘문화예술교육사’라는 명칭을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상징적
이다. 문화예술의 주체로 예술가가 중심에 있지만 문화를 소비하는 방식이 ‘향 유’를 중심으로 변화하면서 문화예술교육가의 역할이 중요하게 인식되었다. 예술가와 문화예술교육가의 그 역량은 분명 다르다. 뮤지엄 학예사의 경우 도 요즘은 교육학예사로 구체화하기도 하지만 과거에는 학예사 내에서 전시 를 중심으로 교육은 부수적인 업무형태로 병행하는 일이 많아 교육 전문인력 이 많지 않았다. 또 ‘에듀케이터’라는 역할에 대해서도 기획가와 강사(Museum Teacher)를 혼동하기도 했었다. 2005년에 교육진흥원이 출범하면서 문화예술 을 ‘교육해야 하는 것’으로 세분화시키고 특화시켰다. 그 안에 ‘문화예술교육사’ 라는 단어가 만들어진 것은 문화예술을 가지고 놀 수 있는 방법을 ‘교육’이라는 콘텐츠와 연결시켜서 하나의 장르로, 직업으로 만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 가 자격증은 이 직무 자체가 사회적인 정체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문화예술 교육사’라는 단어를 통해 문화예술교육이라는 분야가 구체화되고, 이 영역의 사람들을 직업군으로 분류했다는 건 굉장한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까지도 현장에서는 예술강사가 ‘예술가’인가 ‘교육자’인가에 대한 정체성 혼 란이 있는 것 같다. 또한, 문화예술교육이 지역과 사회의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 하면서 예술가의 ‘사회적 참여’ 관점에서 바라보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사회 문화예술교육 사업에 참여하는 경우 예술가로서 사회적 참여를 하는 것이 라고 생각한다. 문화예술교육사는 ‘사회적 참여’인가, ‘전문 직업’인가에 대한 물 음도 중요한 이슈인 것 같다. 자격제도 자체의 정교한 설계만큼이나 기존의 환경 안에서 잘 안착되어 선순환 을 이룰 수 있게 하는 것이 사실 굉장히 중요한 문제다. 자격 제도에 대한 현장 의 반응, 수용도, 기대가 어느 정도라고 생각되는가? 여숙기 과장께서 올해 ‘문 화예술교육사 진로 워크숍’ 강연을 다녀오셨는데, 현장의 반응은 어땠나? 여숙기
문화예술교육사 교육기관인 문화예술교육원을 대상으로 다녔는데, 지역
편차와 참여자의 관심사가 달랐던 것 같다. 이화여자대학교 문화예술교육원에 서는 대부분 연령층이 높고 현장 경험이 많은 분들이 참석했고, 인하대학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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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학교 문화예술교육원은 자격증에 관심이 많은 대학(원)생이 참여했다. 대학(원)생들은 문화예술 장르가 취업과 연결될 수 있는 사례가 많지 않아 현 장사례와 취업에 대해 궁금증이 많았던 것 같았다. 문화예술교육 현장에 계신 분들은 자격증을 하나라도 취득하면 자기 영역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 각으로 오는 분들도 있었다. 문화예술은 100% 현장에서의 경험을 기반으로 한 다. 프로그램 관련 기존 교안이 있어도, 참여해본 경험이 있어도, 누군가를 쉽 게 가르칠 수 있는 건 아니다. 특히 대학생에게는 이 자격증이 바로 취업으로 연결되는 것이 아님을 강조하고 현장 경험치를 쌓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이야 기 나눴다. 다른 한편으로 문화예술교육이 요즘 융복합이라는 트렌드로 움직 이고 있는데 사실 다른 장르와의 네트워크 형성이 그리 쉽지는 않다. 이에 문 화예술교육사 교육과정을 통해 다른 장르를 접해보고 다른 분야 사람들의 사 례도 경험해 보면서 재교육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 을 하게 되었다. 김태수
올해 여름에 지역 소재 대학의 학생들이 직업체험을 하러 우리 재단에 왔
는데, 비예술 전공자인데도 문화재단에서 근무하고 싶다거나 비예술 전공 인 력들이 우리 재단에 지원한 적이 있다. 이런 걸 보면 예술과 전혀 관련 없는 사 람들도 문화예술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문화예술교육사 과정 수 강생들에게 물어보면 교육과정을 처음 할 때와 수료 후 반응이 굉장히 다르다. 처음에는 보험 성격의 자격증 취득을 하기 위해 왔다가 끝날 때는 우리가 뭔가 를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갖는다. 이 프로그램의 장점 중 한 가지는 개인 이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 전문가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는 것이 다. 실제로 과정이 끝나고 그들끼리 새로운 협동조합이나 단체를 만들기도 한 다. 이런 사례들이 기존에 틀에 박힌 프로그램 외에 창의적이고 지역문제를 해 결할 수 있는 실용적인 프로그램이 나올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것 같다. 김석범
지식정보사회에서 창의성과 감성, 소통이 중요한 사회로 급변하면서 문
화예술의 가치가 인정받게 되었다. 부처 간 협력도 이루어지기 시작하고, 지역 안에서도 수혜자, 수용자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제 해야 할 일은 현 재 제도에서 한 걸음 더 진보할 수 있도록 정책과 교육과정의 질을 높이고 정 비하는 것이다. 지역별로 차이가 있긴 하지만 10개의 지정 교육 기관의 형태를 보면 여전히 장르 중심적이고 어느 특정 장르에 국한되어 있는 교수자가 교육 하다 보니 문화예술교육 전체를 아우르기에는 과정이 애매하다.
국가 자격제도이기는 하지만, 개인이 이 제도를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더 중요하 다. 사회적 참여에서 머무를 것인가, 전문 직종으로 갈 것인가, 혹은 교사가 될 것인가, 문화예술교육 기획자로 경력을 확장할 것인가 등 여러 가지 고민 속에 서 문화예술교육자 자격 제도를 바라봐야 한다. 그렇다면 이 불확실성을 말끔히 해소하는 방안은 무엇일까. 미술관, 사회복지, 평생교육, 공공도서관 등 기존의 문화예술교육과 관련된 기관이 많다. 초기에 평생교육 차원으로 강좌형 사업을 해왔던 기관들이 문화예술교육과 만나서 새로운 시각과 접근법에 대해 긍정적 인 반응을 보였다. 예를 들어 노인종합복지관에서는 그동안 한 사람이 여러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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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을 가르치는 양상이 많았는데, 문화예술교육은 과정 관리를 해가면서 참가자 한 명 한 명의 특성까지 파악할 정도로 정교하다. 그리고 협업 기반의 통합 예술 교육 프로그램도 시도되고 있다. 현장에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 지속, 발전 하고,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신뢰가 형성된다면 문화예술교육사 의 활동 무대가 넓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숙기
이번 진로 워크숍 참여자 중에서 문화예술계 경력단절 여성분이 있었는
데 문화예술교육사 제도를 통해 새로운 시도의 기회를 얻고자 하는 경우도 있 었다. 한 어르신 참여자는 남은 생(生)을 문화예술교육으로 사회적 참여를 하 고 싶다고 했다.
기존에는 현장에서 자생적으로 성장, 활동한 매개인력들이 현장을 이끌어왔다 면, 앞으로는 자격제도를 통해 배출된 매개인력들의 비중도 점차 늘어날 것이 다. 문화예술교육이 생소한 시설이나 기관에 문화예술교육사 제도는 매개인력 을 만나는 기초적인 접근지점이 될 것이다. 따라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문 화예술교육사에 대한 신뢰가 곧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신뢰로 이어질 수 있기 때 문에 문화예술교육사의 수준에 대한 관리는 곧 문화예술교육 질적 제고와 밀접 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문화예술교육사 질 관리가 어떤 방 식으로 이루어져야 하는지, 많은 이야기가 나왔지만 조금 더 세부적으로 앞으로 의 대안에 대해서 의견 부탁드린다. 김석범
질적 제고를 위해서는 지정교육기관과 운영교육기관의 공급자 역할을 고
민해봐야 한다. 공급자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냐고 묻는다면 아까 얘기 했듯이 지역마다 편차가 크다. 실질적으로 평가와 관리를 하겠다면 교육기관 보조금 등 유인책이 필요하다. 지금 문화예술교육사는 1만 명이고 운영기관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3~4년 후에는 더 많은 자격증 취득자들이 쏟아질 것이다. 하지만 이들을 바로 현장에 투입하기 위한 검증이 어려운 상태이다. 그래서 개선책으로 그들이 문화예술교육 분야에 종사하고 가치를 두고 활동하 기 위해서 인큐베이팅이 필요하다. 자신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제도적인 프로 그램이나 지원을 보완해서 2급 취득 이후에도 자신의 경력을 쌓아서 1급까지 될 수 있게끔 만들어야 한다. 1급은 매개자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양성해야 한 다. 그런 교육기관에 대한 지원책과 자격증 취득자들의 지원, 그들의 역량을 어떻게 보완하고 교육할 것인가 고민이 필요하다. 여숙기
문화예술교육사 자격증은 과목 이수를 통해 쉽게 취득할 수 있다. 물론
교과과정 중에 실습이 있지만, 그 과정이 짧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유사한 다 른 자격증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학예사의 경우, 실습인증이 까다로워서 자원 봉사나 도슨트가 아닌 직원으로서 최소 2년의 경력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인 턴십 프로그램이나 인력지원사업이 많은 편이다. 평생교육사 자격증의 경우도 160시간을 이수해야만 자격증을 얻을 수 있다. 문화예술교육사는 지정교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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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에서의 수업이수만으로도 자격이 가능하다. 강좌수강만으로는 문화예술교 육사의 질적 관리가 힘들 것으로 생각된다. 수강생들이 실제 프로그램을 기획 해서 운영해볼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문화예술교육 현장을 경험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커리큘럼에서의 실습설계나 현장지원 등 다양한 문화예술교 육 실습기회 제공이 필요할 것 같다. 또 문화예술교육사 자격과정을 수강하는 분들의 경력이 전문가에서 입문자까지 상이하고, 장르 또한 분야별로 다양해 서 그 수요에 맞는 커리큘럼을 개발을 연구하는 것도 필요한 상황으로 보인다. 김태수
한때 예술 대안학교를 세우는 꿈이 있었다. 그래서 뒤늦게 상담 교육도
전공해보고, 대학원도 다니고, 평생교육사 공부도 도전해봤다. 하지만 정말 힘 들었다. (웃음) 사회복지사 자격증 공부를 할 때 힘들었던 것 중 하나가 실습이 었다. 실습 기간이 굉장히 길고 4대 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사람은 평일에 실습 할 수 없다. 하지만 문화예술교육사 교육기관의 현장 실습 과목은 실습 시간이 너무 짧은 데다 자신의 영역과 맞는 기관과 연결되는 것도 중요하다. 자신의 장르와 전혀 다른 곳에서 실습하면 다른 영역을 접하는 할 수도 있지만, 전문 성과는 별개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영역과 맞는 기관으로 가이드라인을 줘야 한다. 전남 지역은 문화예술교육원을 운영하는 호남대와 현장실습 기회를 만 들고 있다. 학교 방과후교실 같은 프로그램에 보조강사로 참여하면서 교육의 스킬을 배우는 과정 등 만족도가 높다. 획일적인 질 관리는 의미가 없다. 이런 부분들은 지역 재단이나 운영하는 교육기관, 대학과 공통 과정을 만들어서 여 건이 맞는 부분은 공동으로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
중앙정부나 지역이 일정 틀을 짜는 것도 좋지만, 문화예술교육사 스스로 다양 한 시도를 해보면 좋을 것 같다. 스스로 커뮤니티를 구성해서 탐색하고, 문제 해 결과 연구 개발을 포함한 자기주도적 학습 방법을 모색해봤으면 한다. 이런 시 도를 통해 문화예술교육사의 지평을 다양하게 넓힐 수 있지 않을까. 한편, 중요 무형문화재가 문화예술교육사로 활동하는 경우, 자기 분야에 대해서는 굉장히 잘 알지만, 현장에서 학생들과 만나서 상호작용하는 부분은 약할 수도 있다. 이 럴 때 기획자와 중요무형문화재의 새로운 형태의 협업을 개척해줘야 현장성을 반영한 질 관리가 되지 않을까 싶다. 문화예술교육에 있어서 기획 관리자의 위 상이 커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연결해서 향후 정부-교육진흥원의 역할 에 관해서 이야기 나눴으면 한다. 조금 더 큰 틀과 전략 안에서 자격제도의 안착 과 활용에 대한 전방위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진흥원 이나 중앙부처에서의 전략적인 접근과 고민이 필요할 텐데, 이와 관련해 정책적 대안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 김태수
먼저 기존에 있는 사업에서부터 뭘 적용할 수 있을지 고민해보면 좋겠다.
‘학교예술강사 지원사업’의 경우 우리 지역은 5단계 배치가 끝나도 배치가 안 돼서 조정하는 경우가 많다. 배를 타고 3~4시간 들어가야 하는 학교는 학교예 술강사 지원사업이 종료될 때까지 예술강사 배치가 안 되는 경우도 있다. 기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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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강사가 안 되면, 가고 싶어 하는 문화예술교육사를 배치해달라는 것이다. 문화예술교육사 자격이 있는데도 기회조차 없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문화예 술교육사들은 소규모 학교에서 더 경험을 쌓고 아이들과 만날 수 있는 접점이 넓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임학순 서울대학교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고, 행정학 석사와 박사를 받았다. 한국문화정책개발원과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에서 근무했으며, 현재 가톨릭대학교 미디어기술콘텐츠학과 교수 및 문화비즈니스연구소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주요 관심 영역은 문화정책, 문화예술교육정책, 콘텐츠산업, 예술경영, 문화유산정책이며, 문화예술교육정책에 대해서는 2005년부터 연구와 현장 모니터링 등을 계속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나 교육진흥원 차원에서 문화예술교육사가 활동할 수 있는 사 업을 만들어주면 좋겠지만, 예산의 구조상 쉽지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문화체 육관광부 산하 기관을 들여다보면 문화예술교육사 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공 공사업이 충분히 있다. 예를 들면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가 추진하는 ‘문화예 술회관 문화예술교육지원 프로그램’은 문화예술교육사에게 적합한 사업이라 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신나는 예술여행(소외계층 문 화순회사업)’의 경우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향유 프로그램이니 문화예술교 육사가 참여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부처 내에서 협력 이 안 되고 있는 것 같다. 보건복지부에서 바우처 사업으로 하는 ‘아동정서발달 지원사업’도 기존의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과 다르지 않은데, 이 사업은 자격 기준 없이 4년제 대학만 나오면 된다. 이런 부처 간 협력만 이끌어낸다면 문화 기반시설에서 고용할 수 있는 빈틈을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다. 여숙기
내년 문화예술교육사 진로 워크숍에서 어떤 방식으로 교육대상자에 따
른 편차를 줄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게 된다. 각 기관별로 공통적으 로 운영하는 문화예술교육사 기본 교과 과정이 있어야 한다. 문화예술교육사 는 장르가 다양하기 때문에 하나의 과정으로 정립하기가 어렵다고 생각한다. 김석범 수원대학교 영화영상전공 교수이다. 노스텍사스대학교(University of North Texas)에서 방송영화과(Radio, TV & Film) 전공 대학원을 졸업했다. 2002월드컵 공식기록영화 자문위원, 여수 세계엑스포 영상제작 자문위원, 영상물 등급위원회 위원, EBS 국제 다큐멘터리 페스티벌 자문위원, 대한민국 대학영화제 집행위원장, EBS ‘시네마천국’ 진행자, 현재 문화예술교육사 운영위원 및 한국연구재단 전문위원 등으로 활동 중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문화예술교육사의 재교육에 대한 논의와 연구가 필요하 다. 현장에서는 문화예술교육 전반에 걸친 기획역량이 필요한데 분야별 수업 (teaching) 기술에만 집중하다 보니 업무에 따른 다양한 다른 역량을 놓치거나 기본적인 부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런 부분들 을 공통단위 교육이나 지역단위 네트워킹 프로세스를 통해 체계화된 통합적 커리큘럼이 만들어져야 한다. 사업에 대한 안내와 문화예술교육 현장 인터뷰 외에도 현재 진행 중인 과정들의 커리큘럼을 분석해서 편차를 줄여야 한다. 또 한 그들의 관심과 수준에 맞춰 어떤 식으로 현장과 연결시켜야 할 것인가에 대 한 정책적 고민이 병행되어야 한다. 김석범
처음에 예술강사 개념이 해외에서 들어올 때도 예술교육가(Teaching
Artist, TA)의 개념으로 들어왔다. TA는 예술을 바라보는 것을 전제하고 교육 을 하는 것인데, 지금 우리의 예술강사는 제도적으로 급하게 만들다 보니 정체 성이 모호하다. 교사와 예술가사이에서 정체성의 혼란은 결국 질적인 부분에 서 문제제기를 하게 된다. 예술강사가 학교 문화예술교육을 할 때, 자꾸 교과 과정 안으로 들어가니까 교과적 프레임 안에 갇히게 된다. 문화예술은 자율성 이 보장되어야 한다. 교과과정 안으로 들어가면 15회차의 수업 지도안이 나와 야 하고 정확하게 교육적인 효과나 목적을 달성해야 한다. 하향식(Top-down) 정책사업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정책은 이루어졌고 제도도 만들어졌으니 나머 지 부분은 다양한 사업과 지원 프로그램으로 채워나가야 한다. 청년 취업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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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창출로만 연결하면 답이 나오지 않는다. 문화예술교육 사업은 학교에 가서 교수 역할을 하는 것도 아니고 공공사업에 가서 기획자 역할만 하는 것도 아니다. 교육진흥원이 사회 곳곳에 문화예술이 미칠 수 있는 사업이 무엇인지 조사하는 등 연구기관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했으면 한다. 그렇게 다양한 방향 김태수 전남문화관광재단 문화예술교육팀장을 거쳐 지금은 기획경영팀장으로 재직중이다.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음악교육학과 상담교육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조선대학교 대학원 문화학과 박사과정 중에 있다.
으로 열어두면 현재 획일적인 문화예술교육사의 길을 조금 더 다변화할 수 있 지 않을까. 결국, 연구 개발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첫째는 문화예술교육사에 대한 전문인 력 실태조사를 통해 경력에 따라 어떤 수요를 갖고 있는지, 어떠한 형태로 예술 활동을 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어떠한 수요가 존재하는지를 조사해서 그 데이 터를 축적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그다음에 장기적으로 공급, 즉 환경적인 부 분에 대한 고민과 대안이 필요하다. 문화예술교육사가 기존의 교육시스템 안에 서 이루어지는 사업에 참여하는 것만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문화예술교육에서 의 경험과 노하우는 생활문화공동체나 커뮤니티, 지역 등 다양한 형태의 프로젝 트와 협업 관계 속으로 스며들 수 있다. 그런 연결성을 만들어나가는 게 중요하 다. 세 번째로 문화예술교육의 소통과 공유, 협업이 가능한 플랫폼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교육진흥원에서 노력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교육 연수에 대한 연구가
여숙기 소마미술관 교육부장을 역임했고, 현재 국민체육진흥공단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대학원에서 문화예술경영학 (박물관미술관경영) 석사학위를 받았고, 문화예술현장에서 성인, 어린이, 장애인 등 다양한 계층을 대상으로 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15년간 일 해왔다.
필요하다. 문화예술교육사의 층위가 다양하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조사·연구하 고 다양한 시범 사업 등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사진 마루스튜디오 정리 상상놀이터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6년 12월 20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PART 1 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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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p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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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문가들이 말하는 문화예술교육의 가치와 역할에 대해 들어봅니다.
신동호 (사)인문사회연구소장 윤현옥 aec비빗펌 대표, 문화기획자 이영범 경기대학교 대학원 건축설계학과 교수 이춘아 대전 한밭문화마당 대표 유홍영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장 최상일 문화예술 명예교사, 전 MBC라디오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 PD 로나 매터슨 스코틀랜드 스타캐쳐스 대표
PART 2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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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러티브’를 잘 듣는 것부터 시작하자 신동호 (사)인문사회연구소장 칠곡 할매들이 쓴 시를 모은 시집 『시가 뭐고?』(삶창)가 지난해 큰 화제가 되었
고영직 문학평론가
다. 칠곡 인문학도시 총서로 출간된 시집 『시가 뭐고?』를 기획하고, 2020년까지 칠곡군이 추진하는 인문학도시 사업을 주관하는 인문사회연구소 신동호 소장을 대구 사무실에서 만났다. 우리 시대 노인은 누구이고, 노년 문화예술교육은 어 떠해야 하는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시집 『시가 뭐고?』가 인기를 끌고 있다. 시가 외면당하는 시대에 하나의 ‘사건’이라고 생각된다. 지난해 10월 말 발행 후 현재까지 4쇄 찍었다. 할매들은 “내가 쓴 글이 시가 되 는구나.” 말씀하시고, 자녀 세대인 학부모들은 시를 읽으며 “엄마 생각이 난 다.”고 말한다. 머리맡에 두고 한 편씩 곱씹으며 읽는다는 분도 계시다. 시인들 은 할매들 시는 시의 초심(初心)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힘이 있다고 말한다. 좋 아하는 시는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이레 속고 저레 속고>, <시방>, <시가 뭐고>, <컵피>같은 작품들을 좋아한다. 앞으로 할매들 시를 어린이·청소년을 비롯해 동네 사람들과 공유하는 작업을 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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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입말[口語]의 매력이 참 대단하다. 시집 「기획의 말」에 쓴 그대로 마을에서 만난 할매들은 “인문학, 그기 뭐고? 우 리 사는 모습이 인문학이지”라며 말씀하시더라. 할매들은 “경로당 화투 치냐” 며 면박을 주는 타짜였고, 텔레비전 드라마를 끊임없이 삶의 경험들과 직조하 는 스토리텔러였고, “먼저 간 영감이 못 알아볼까봐 들고 갈라고” 혼서지(婚書 紙)를 보관한다는 로맨티스트이셨으며, “찬바람 고들고들 할 때 볕에 날라리날 라리” 무말랭이를 말린다는 이야기꾼이셨다. 다시 말해 살아 있는 구술(口述)의 세계에 사시는 분들이셨다. 문사철(文史哲) 같은 강단 인문학이 아니라 삶의 인 문학, 생활의 인문학을 이미 암묵적으로 터득해 평생을 살아오신 분들이셨다.
시집의 성과가 어디에서 비롯하는지 진짜 궁금하다. 2012년부터 추진해온 칠곡 인문학도시 조성사업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 칠곡 인문학도시 조성사업의 가장 큰 특징은 ‘느리게 가는 힘’이라고 말할 수 있다. 빨리 성과를 내려고 하지 않고, 우리가 왜 이 사업을 하고 뭘 얻으려 하 는가 질문한다. 처음 인문학도시 사업을 시작할 때, 가장 많이 한 일이 지역 주 민들을 만나 ‘간담회’를 조직하고 진행한 것이었다. 나중에 마을 단위에서도 ‘생 각밥상’이라는 이름으로 주민 간담회를 진행했다. 인문학도시 사업은 마을당 한두 개 사업이 전부이고, 예산도 많지 않다. 다시 말해 무엇을 만들려고 하지 않았다. 지역의 농업인 단체, 로타리클럽, 라이온스클럽 사람들 다 만나서 소 셜디자이너 양성교육하고, 마을을 하나씩 맡아달라고 했다. 돈은? 당신들 돈 으로 해라 했다!(웃음) 지자체에서는 당장 사업성과를 내기 힘든, 시간이 드는 일은 생략하려고 한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올 한 해 잘 놀고 잘 살았다”라 고 말하는 주민들이 많아지더라. 그런 주민들이 성장하며 스스로 리더가 되어 갔다. 사업설명회 때도 그분들이 직접 다 하신다. 마을사업하다 올해 쉬고 싶 다 그러면 쉬게 한다. 사업평가를 할 때도 냉철한 분석보다 ‘올해 어떤 점이 아 쉬웠는데, 우리 내적 역량이 부족했다’는 식으로 평가를 한다. 분석적으로 하다 보면 서로 관계가 파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인문(人文/人紋)정신은 ‘함부로 하지 않는 것’과 관련이 있다. 어르신들에게 배 움이 갖는 의미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어르신들에게 배움은 중요한데, 그것은 공동체에서 같이 놀고, 즐기고, 소통하 는 가치라고 할 수 있다. 예전에 의정부 축제에서 실버 록밴드그룹에서 신시사 이저를 연주하던 할아버지 한 분을 만난 기억이 난다. 그 어르신은 음악교육을 배우며 록밴드를 결성했다. 그런데 음악교육 때는 악보 원곡(元曲)이 복잡하니 까 쉽게 익힐 수 있도록 편곡을 해서 연습했는데, 축제 공연에서는 원곡 악보 를 보고 연주하시더라. 집에서 혼자 원곡 악보로 열심히 연습하신 것이다. 배 움에 대한 각별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어르신들은 평생 ‘손’으로 살아온 세 대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살아오면서 습득한 지혜와 삶의 기술을 가진 ‘삶 의 장인’인 것이다. 인문학도시 조성사업을 하면서 어르신들이 갖고 있는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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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삶의 기술을 공유하고 싶었다. 무엇인가를 가르치기보다는 어르신들이 이 미 가지고 있는 걸 끄집어내고 발견하려고 했다. 노인 문화예술교육을 진행할 때는 강사들이 ‘매개자’가 돼야 한다. 어르신들을 교육 대상이 아니라, 교육의 주체로서 함께하려는 과정 설계가 중요하다. 노년 문화예술교육의 관점 변화 가 필요하다.
노인을 ‘문제’의 대상이 아니라 노인 한 분의 ‘존재’를 보아야 한다는 말씀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문화예술교육은 노인뿐만 아니라 모든 교육 방식이 강사를 파견하고, 프 로그램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언젠가 사람들 이야기를 듣고 할매들 이 그림 그리는 수업을 진행한 적이 있었다. 그림을 잘 그리거나 못 그리는 건 중요치 않았다. 할매들은 그 사람 이야기를 듣고 그림에 덕담을 써주셨다. ‘속 구치 말고 살그래이’(속지 말고 살아라) 같은 덕담을……. 구술(口述)이 가진 힘 이 여기에 있다. 그것은 야생(野生)의 사고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한글로 소 통한 역사는 1백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할매, 할배들 이야기는 땅에 착 달라 붙은 언어들이다. 이것을 되살려야 한다. 학생이건 노인이건 교육 대상자들을 ‘문제’가 아니라 ‘존재’로 인식하려는 시선 전환이 필요하다. 무엇인가를 가르치려고 하기 전에, 그들의 세계를 탐문(探 問)하는 과정이 먼저다. 예를 들어 마을에서 1년이면 두세 번씩 버스 대절해 관 광을 가곤 한다. 예전 식으로 말하자면 화전놀이, 봄가을 놀이 같은 것이다. 관 광버스에서의 놀이는 그분들이 에너지를 발산하는 다른 방식인 것이다. 그런 데 관광버스에서 노는 것은 위험하고, 나쁜 것으로만 이야기한다. 그런 문화를 인정하고, ‘문화버스’ 같은 것을 개발해야 한다. 사실 버스에 뭘 싣고 가느냐가 제일 중요한 거 아닌가. 그처럼 매개자 역할이 중요한데, 그 역할은 ‘잘 노는’ 일이다. 문제는 문화예술교육이 하향 평준화되었다는 점이다. 지역 사회에서 뭘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없고, 지원사업으로만 존재한다. 물론 이해는 되 지만,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현장과 멀어지며 급격히 관리체계로 가고 있 고, 해가 바뀌면 지역센터 담당자가 50%씩 바뀌고, 한정된 예산에 사업 가짓 수가 늘어가면서 문제가 더 심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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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개자를 ‘재(再)매개’하는 교육이 중요해졌다. 문화예술교육이 시작된 지 10년 되었는데, 이제는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패러 다임이 변해야 한다. 민(民)과 관(官)의 협력이 필요한데, 지금은 ‘관리’만 남아 있는 것 같다. 예술강사건, 예술(교육)단체건, 일종의 ‘매개자’로서의 제 기능을 수행해야 하는데, 일선 현장에서는 기능 내지는 강습 위주로 교육이 진행된다. 학습을 구매하는 것이다. 창의성, 자기 주도성을 중시하려면 무엇보다 참여자 들의 ‘내러티브(narrative)’를 잘 들어줘야 한다. 참여자들의 내러티브를 잘 듣 는 과정에서 공동체적 시민성이 만들어지는 것 아닌가. 시민성, 관계 설정, 공 동체에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문화예술교육이 되려면 조금 느리게 가야하고, 잘 놀아야 한다. 교육은 자극이고, 강사는 길을 안내하는 사람이다. 교육자-피 교육자 구조를 깨는 발상 전환이 시급하다. 시민 문화예술교육이라는 큰 틀에 서 학교 문화예술교육-사회 문화예술교육 간 통합이 필요하고, 평생 문화예술 교육을 설정해야 한다. 다시 말해 공적 주체로서의 시민, 자율적이고 창의적이 며 통합적인 사고를 하는 그런 시민 양성이 요구되는 것이다.
정책사업은 있지만, 노년문화 담론이 부재한 것 아닌가. 지난해 12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원연합회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고영 직 선생이 언급한 것처럼, 문화정책은 ‘추진’하는 것인가 ‘추구’하는 것인가 하 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내가 만난 어르신들은 다들 삶의 에너지가 있는 분들 이었다. 그런데 지난 정부 때 ‘일자리’ 프레임이 세팅되면서 동아리를 만들고, 지역문화 공동체 같은 작업을 하는 것이 더 어려워졌다. 이제는 ‘호모 헌드레드 (homo-hundred)’라고 말하는 100세 시대이다. 프로그램 자체도 그렇지만, 과 정 자체도 더 섬세해져야 한다. 예전에 농촌진흥청에서 품질 관리 같은 거 말 고, ‘게으른 농업’인 태평농법 같은 농법을 암묵지로 알고 계시는 할아버지·할 머니들을 모셔서 농법을 전수받아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지금 문화예술교 육처럼 음악, 미술, 연극 같은 장르 나열적 접근으로는 한계가 있다. 누구나 통 합성을 말하지만,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이고 심도 있는 논의가 없다. 어르신들 스스로 디벨로프(develop)할 수 있는 교육과정 설계가 요구된 다. 결국, 집단지성의 힘을 신뢰해야 한다. 자꾸 현장을 모르는 어떤 사람들이 교과과정을 설계하고, 여전히 학교교육 체계대로 세팅해 현장에 적용하려 한 다. 교육과정과 경로 설계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 그리고 공적 주체로서의 시 민이 된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논의해야 한다.
최근 세대 간 갈등이 문제되고 있다. 마을 차원에서는 그런 문제가 나오지는 않는다. 농촌 마을의 경우 덜한 편이 다. 그럼에도 청년들이 실제로 매개할 수 있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인구 13 만 명이 사는 칠곡의 경우 대다수 20-30대는 아파트단지에 산다. 젊은 세대 가 전통마을에 가서 교사가 되거나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벌써 3년이라 는 시간이 쌓이다보니, 아파트단지 아이들이 어르신들을 잘 알고 인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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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세대들도 계모임을 식당가서 하는 대신에, 그쪽 마을회관 가서 1박2일 머 무르며 하곤 한다. 매개 프로그램을 권하고 있고, 스스로 만들기도 하는 것 같 다. 주민들이 구경꾼 신세가 되는 일은 하지 않고, 마을과 깊게 교류하는 방식 을 더 만들려고 고민한다. 신동호 문화정책, 축제/문화행사, 문화예술교육, 마을/공동체/지역재생, 사회적기업/사회적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평가위원 및 컨설턴트, 대구예술발전소 운영위원, 경상북도 문화예술진흥위원 등을 맡고 있다. 2012년부터 칠곡군 인문학도시 사업단장을 맡아 주민들과 함께 협력하며 10년 이상 평생학습 체제를 구축하고 주민주도형의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왔다. 칠곡 할매들의 시를 묶은 『시가 뭐고?』(2015) 매물도 섬놀이를 담은 『이 바다를 너와 함께 함께 걷고 싶다』(2012) 등 10여권의 책을 기획/ 출판 했으며, 현재 (사)인문사회연구소 상임이사 겸 소장, 코뮤니타스 대표를 맡고 있다.
인문학도시 사업은 어떻게 진행되는가. 이번에 통계를 내보니 인문학도시 사업에 참여하는 주민 수가 2만여 명이고, 관련된 사업에 참여하는 분을 포함해 3만~4만5천여 명 되더라. 앞으로 2020 년까지 인문학도시 조성사업은 인문학 여행과 문화귀촌 콘셉트로 진행하게 된 다. 시집 『시가 뭐고?』를 지역 어린이·청소년들 교과서로 만드는 걸 추진할 계 획이다. 적어도 지역에서 ‘3만부’ 정도는 읽어야 한다. 노트도 아이들이 워크북 형태로 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할매들 마음을 지역 어린이·청소년들이 이 해하고 공감하고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쉽지 않겠지만, 교육청과 논의할 예 정이다. 그리고 인문학축제도 허브형 축제 형식에서 벗어나 19개 인문학마을 스스로 ‘작은 축제’ 형태로 분산해 진행하도록 할 계획이다. 특히 지역 내 인력 양성에 신경 쓰려고 한다. 외부 단체가 참여할 경우, 무조건 지역 인력 1명을 채용하도록 할 계획이다. 점차 예산을 줄여나가되 나중에 스스로의 힘으로 추 진할 수 있는 자활(自活)의 힘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쓰레기 없는 마을, 이런 콘셉트를 어떻게 적용할까 고민하고 있다. 결국 인문학도시 조성 사업이란 우리 ‘몸을 바꾸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더 욕심을 낸다면, ‘교과서’적 으로는 알고 있지만, 실제 사업 현장에서는 잘 안 되는 것들을 ‘모조리’ 한 번씩 직접 부딪쳐가며 하고 싶다.
고영직 문학평론가. 문화예술교육 웹진 [지지봄봄] 편집위원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겨레신문]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gohyj@hanmail.net
사진 마루스튜디오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6년 1월 19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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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작동하는 예술은 그 자체로 교육이 된다” 윤현옥 aec비빗펌 대표, 문화기획자
백기영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부장
최근 시흥시 배곧생명공원에서 ‘2015 배곧 대학생 공공미술프로젝트’를 추진하 고 있는 윤현옥 총괄계획가(aec비빗펌 대표)를 만났다. 배움터라는 의미를 가 진 장소에서 대학생들이 서로 교류하고 학습하며 경험을 쌓고, 지역에는 젊은 에너지와 참신한 아이디어를 불어넣는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윤현옥 총 괄계획가는 2000년대 초반 공공미술 프로젝트로 시작해서 2005년 문화예술교 육 프로그램을 조직하고 운영하는 일에서, 재래시장과 지역재생사업에서 문화 와 예술의 역할을 모색해왔다.
작가로서 여성주의와 생태주의 등 사회 공공적인 영역에서의 미술이 접촉하고 있는 전통이나 순수한 예술형식으로서 회화와 오브제, 또 나아가서 조각과 설치 영역으로의 조형언어 확산을 실험해 왔다. 2004년도엔 안양에서 안양천 프로 젝트를 함께 진행한 바 있고 그 이전엔 기획자로서 잠실에서 있었던 재건축 프 로젝트에 참여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작가로서의 작업이 지금의 활동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 있다면 어떤 것들인가? 1990년대 독일 유학 후 10여년 만에 돌아오니 작가로만 활동하기에는 여러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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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어려움이 있었다. 예술가로서의 창작행위 뿐 아니라, 때로는 전시기획이나 교육프로그램에도 참여하면서 아이도 길러야하고 생활고도 해결해야 했는데, 이런 한계적인 상황이 다양한 활동을 겸하게 했던 것 같다. 그 당시만 해도 작 가들이 나서서 기획을 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2000년대 초반 아직 우리나라에 서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붐을 이루지 않았던 시기에 재건축하는 건물에서 생 활의 흔적이 담긴 버려진 가구나 기물들을 모아 《대원연립 가동 101호, 102호》 전시를 기획했다. 처음에는 개인전으로 시작했는데, 이게 점점 여러 작가들이 참여하는 ‘잠실 재건축 프로젝트 2002’로 커졌다. 2000년에 올림픽대로를 지 나가다가 아는 작가가 사는 오래된 아파트가 재건축하느라 창문을 다 떼어놓 은 모습을 발견했다. 마치 해골 같은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이것이 재건축 프 로젝트의 시작이었다. 이 프로젝트는 어떤 건물이 용도를 다해서 부서지고 다 시 땅으로 돌아가는 순환 과정에 개입한 것이었다. 이런 공간에서의 예술활동 이 알려지지 않았던 당시에는 자유롭고 참신한 실험들이 여기저기에서 쏟아져 나왔다. 그 후에는 여성작가들에게 전시기회도 많지 않았기 때문에 백미현, 김 미경, 성경화, 오귀원 등의 작가들과 모여 《나쁜 엄마들 땅에 발붙이다. 2003》 전시를 만들었는데, 이 전시는 당시 제 현실적 한계를 넘어서려는 저항이었다 고 볼 수 있다.
며칠 전 우연히 청주대 엄기홍 교수님과 김주연 작가님을 만나 한국 모더니즘 미술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한국 모더니즘 세대로부터 교육받 은 선생님께서 사회정치적인 주제는 물론, 교육자로서의 예술가나 최근 청년 세 대들과 함께 진행하신 다양한 공공미술 프로젝트에 몸담게 된 배경이 있다면 말 씀해 달라. 예술이 ‘작동하는가’에 관심이 있었다. 미니멀리즘과 민중미술이 양분되던 시 기에 공부하고 작가로서 활동을 시작했는데 왠지 둘 다 제 길이 아닌 것 같았 다. 미니멀리즘은 정말 아무것도 안하는 것 같아서 젊은 나에겐 답답했고 민중 미술은 뭔가 자신들이 너무 옳다고 믿는 태도가 계몽적이라고 느껴졌다. 뭔가 다른 것, 사회 안에서 작동하면서 잘난 척하며 가르치지 않은 예술이 무엇인가 를 늘 고민했던 것 같다. 잠실에서 있었던 재건축 프로젝트 때부터 학생들과 함께 작업하게 되었는데, 당시 제가 출강하던 대학교를 포함해서 청주대, 경원대, 계원대, 서울대, 홍대 등 학생 80여명이 참여해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독일의 쿤스트 아카데미는 입학하면서 다양한 현장 프로젝트에 교수와 학생들이 함께 참여하면서 학생들 에게 졸업 후에 현장에 나가서 어떻게 작업해야 하는지 가르쳐 준다. 그런 경 험을 한국에서도 하고 싶었고 다행히 여러 대학의 교수님들께서도 적극적으로 도와주셨다. 또 흥미로운 것은, 학생들 뿐 아니라 고승욱, 김주연, 김월식, 김 해심, 손성진 등 이제는 예술계에서 유명해진 작가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추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잠실아파트 주민대표가 아파트를 못 쓰게 해서 장소를 찾다가 안양 석수시장에서 시작된 스톤앤워터에 옮겨와서 전시하 는 계기가 되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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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부터 적극적으로 활동하신 문화예술교육 영역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 다. 스톤앤워터에서 문화예술교육 활동을 체계화하고 이후 aec비빗펌이라는 단 체를 결성하기도 했다. 선생님께 문화예술교육은 어떤 의미가 있나?
윤현옥 홍익대학교, 대학원와 독일 슈트가르트 주립조형예술대학에서 수학하였으며, 홍익대, 추계예대, 청주대, 충북대, 공주교대, 수리고등학교,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등에서 강의한 바 있다. 현재는 공공예술, 문화예술교육전문단체 aec비빗펌의 대표이며, 청주대학교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2000년 재개발아파트 프로젝트 《대원연립 가동 101, 102호》를 시작으로 제3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 ‘놀자, 방방!’(2010), ‘통인시장의 발견 프로젝트’(2011) 등 다양한 공공예술 프로젝트, 학교문화예술교육 시범사업(2005, 2006), 관악어린이 창작놀이터(2011, 2012) 등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등 장르와 분야를 넘나들며 기획자로 활동해왔다. 2015년부터 시흥시 배곧 예술작품조성 사업의 총괄계획가이자 지역발전위원회 문화복지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며 청년 예술가들과 함께 예술의 미적 요소와 더불어 사회적인 기능에 대해서 고민하고 학습하고 있다. 작가와 문화기획자로 예술의 역할과 소통에 관심을 가지고 문화예술교육, 공동체예술, 문화기획 등의 일을 하고 있다.
나에게 문화예술교육은 가교와 같은 것이었다. 예술과 일상생활, 사람과 사람, 사람과 공동체를 이어주고 연결해서 무엇인가 이전에 없던 새로운 눈을 뜨게 하는 활동성이다. 개인들이 각자의 활동성을 가지고 움직이면서 연결되고 뭉 쳤다 흩어지고 다른 연결을 만들어내기도 하면서 자기 삶의 주인이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 미술대학교 교육에서 가장 부족한 것이 ‘리 터러시 교육’이라 생각한다. 다시 말하면, 자신의 위치에서 사회적으로 네비게 이션(navigation)이 가능한 능력인데, 변화하는 사회를 통시적으로 사고하고 비평적으로 사고해야 예술이 됐든 뭐든 작동할 텐데, 이게 전혀 안 되는 거다. 그나마 건축이나 디자인 쪽에서는 클라이언트의 입장을 반영하는 노력을 하다 보니 세계 해독능력이 순수예술 학과 학생들 보다는 나은 거 같다. 스톤앤워터 에서 문화예술교육을 처음 시작할 때도 석수시장이나 지역사회에서 필요로 하 는 프로그램들을 ‘나’에서부터 출발해서 ‘너’ 그리고 ‘우리’로 확장되는 관계교육 을 우선시 했던 것 같다. 가장 기초적인 것들을 다루다 보면 여기에서 문화예 술이 어떻게 세계를 설명하는데 도움을 주는지도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작가 혹은 기획자로서 문화예술교육에 종사하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다. 최근 예 술강사가 늘어나면서 여러 가지 제도, 정책적인 문제들이 생기고 있다. 선생님 께서는 작가 교육자나 기획자 교육자들이 어떤 태도로 문화예술교육 활동에 임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스톤앤워터에서 ‘우리의 정체성은 예술가인가 아니면 교육자인가’라는 주제로 토론을 했던 기억이 있다. 결론은 ‘우리는 교육하는 예술가다, 교육도 예술이 다. 좋은 작가가 좋은 교육도 할 수 있다. 현대미술이 갖는 내재적 성격이 교육 을 가능하게 한다.’였다. 그에 따라서 교육의 방식이나 방향, 프로그램을 계획 했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교육계획안을 짜고 그에 따라서 교육을 하며 맞추는 것이었는데, 우리는 학생들과의 즉흥적인 상호관계를 중요시했기 때문이다. 이 생각은 여전히 유효하다. 작가로 살아남기 위해 생활비를 버는 ‘일자리’라는 점도 없지는 않았지만 우리가 하는 교육이 스스로의 예술작업과 연결되기를 바랐고 상호적이기를 원했다. 당시 함께했던 김월식, 백미현, 이철성 작가님들 은 문화예술교육 분야만이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작가로, 공동체예술 전문 가로, 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다. 당시 경기문화재단과 함께 예술강사 연수프로 그램 ‘태도가 교육을 만든다’도 3회 운영했는데, 이 과정을 이수했던 많은 분들 이 현장에서 작가, 공동체 활동가, 기획자 등 매우 다양한 영역에서 활발한 활 동을 펼치고 있다. 현재는 문화예술교육의 영역이 넓어지면서 작가가 아닌 전문 강사들이 더 많 아진 것 같다. 그래서 좀 더 표준화되고 체계화되고 있다는 생각인데 각자의 장단점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가 시작했던 초심을 생각하면 저 는 예술이 작동하는 방식이 교육이 되는 것에 여전히 더 흥미가 있다. 잘 작동 하는 예술은 그 자체로 교육이 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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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시흥시 배곧생명공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공공미술 프로젝트는 청년 대 학생들이 주축이 되어서 진행되는 프로젝트라고 들었다. 이 프로젝트에서 청년 들은 어떤 역할을 하고, 청년들에게 이런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교육 과정은 어 떤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하나? 공공미술의 중요성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고 점차 시장도 넓어지고 있지만 대학에서 이를 체계적으로 다루고 있지 않고 전문비평도 부족한 상황이다. 많 은 작가들이 현장에서 직접 부딪히며 배우고 십여 년간 쌓인 노하우가 학생들 에게 전달되지 못하고 있다. 이번 배곧 대학생 공공미술 프로젝트는 여러 장르 를 전공하는 대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이고, 공동학습을 하면서 자신들의 아이 디어를 발전시켜 실제 현장에 적용해보는 프로젝트다. 전문가, 멘토교수들로부터 공공미술의 의미와 가치, 방향성에 대한 이야기를 백기영 1969년 강원도 평창 봉평에서 태어나 홍익대 회화과(학사)를 졸업하고 독일 뮌스터 쿤스트 아카데미에서 미디어 예술(석사)을 전공하였다. 안드레아스 쾌프닉 교수의 마이스터슐러(2002)를 거쳐 귀국 후, 영상미디어 작가로 광주비엔날레(2004, 2008),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2005), 공주자연미술비엔날레(2004) 등에 참여하였다. 2006년 광주 의재창작스튜디오 디렉터를 거쳐, 2007년 안산 원곡동에서 커뮤니티 스페이스 리트머스를 설립하여 디렉터를 역임했다. 2009년 경기창작센터를 새로 개관하여 경기도미술관 학예팀장(2012), 문예지원팀 수석학예사(2014), 북부사무소장(2015)등의 직책으로 경기문화재단에서 일하다가 지난해 11월부터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kpeik@hanmail.net
듣고 고민하고 토론하면서 자기 안의 담론을 고민하는 것도 중요하고, 실제 현 장과 사람을 조사하면서 미술이 놓이는 공간, 공동체, 사람들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미술이 어떻게 사회와 상호작용하며 기여할 수 있는가를 배우기도 하 는 장(場)이다. 또 자신의 아이디어를 작품으로 만들어보는 기회를 통해 실무 를 배우는 과정이라는 점도 중요하다. 2박3일간의 워크숍에서 순수예술 전공자들은 건축 전공자의 체계적인 조사와 연구방법을 보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 건축과 역시 순수예술 분야의 색다른 시 각을 보면서 새로움을 느꼈다고 한다. 클라이언트를 설득해야하는 건축의 특 성과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미술의 조우만으로도 매우 신선했다. 1차 심사에서 8개의 안을 발표했는데 학생들은 그야말로 숨소리하나 없이 발표를 경청하는 분위기였다. 단순히 경쟁공모에 이기고 싶다는 욕망보다는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한 열기였다. 요즘 제가 주로 관심을 가지는 분야는 ‘복잡계(複雜系)’이다. 여러 가지 자원들 을 찾고 모아서 연결하는 판을 벌이고 연결 속에서 새로운 창발을 이끌어내는 것인데, 제가하는 ‘기획’의 가장 기본적인 틀이고 이번 배곧 대학생 공공미술 프로젝트 역시 이러한 기획 중 하나이다. 30여 년 전 제가 미술을 전공하고 작 가로 데뷔했을 때는 ‘기획’이라는 분야는 존재하지 않았다. 다만 ‘작동’하는 미
사진 마루스튜디오
술에 대한 열망이 지금의 길을 가게 한 것이다. 지금 눈에 보이고 알 수 있는 길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미래에는 다른 많은 새로운 일들이 펼쳐질 것이므로 직업으로써의 미술가가 아니라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집중하면 좋겠다.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6년 2월 16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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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하다. 시흥에서 흥미로운 프로젝트들이 성공적으로 실현되기를 기원한다.
삶이 담긴 공간에는 문턱이 없다 이영범 경기대학교 대학원 건축설계학과 교수
남은정 상상놀이터
지난 6월 10일 수유6치안센터가 ‘문화파출소 강북’으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문 화체육관광부와 경찰청,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함께하는 문화파출소 사업 은 치안센터 공간을 리모델링하여 지역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다 양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사업으로 올해 총 10곳을 개소할 예정 이다. 주민들의 삶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공공 공간이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주민의 품으로 되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주민참여에 기반한 문화예술교육, 삶의 이야기를 담은 공간과 장소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2016 문 화파출소 조성·운영사업 자문위원을 맡은 경기대학교 이영범 교수를 만났다.
그간 도시재생, 마을만들기와 관련된 크고 작은 프로젝트에 참여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 건축 전문가이시면서 도시재생이나 마을만들기와 인연을 맺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지나치게 현란한 건축물이나 개인화된 작업, 엘리트주의적이고 개념화된 용어 들을 보면서 과연 건축이 건축가들만의 철옹성 같은 세계로 지속하는 게 맞을 까 하는 생각을 했다. 개인적으로 건축의 사회적 참여에 관심을 갖고 있던 중 2002년 ‘도시연대’라는 시민단체에 참여하게 되었다. 거기서 도시의 버려진 공 간을 실제 생활 속에서 주민과 함께 바꿔나가는 주민참여형 커뮤니티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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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시작했다. 그중 한평공원 만들기는 서울시 지원사업으로 시작하여 10년간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신한은행의 지원을 받아 40개가 넘는 공원을 조성 했고, 외부지원이 중단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활동에 살이 붙고 커 지면서 마을만들기와 도시재생으로 연결된 것 같다.
도시재생이나 마을만들기에 있어 문화예술교육은 언제나 빠지지 않는 요소인 것 같다. 이것은 문화예술교육의 어떤 측면 때문일까? 문화예술교육의 패러다임이 일방적인 교육 개념에서 경험이나 체험, 즐기는 것 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의도적으로 문화예술을 체험하는 경우도 있지만, 문화예 술은 이미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고 보편적인 삶의 방식이다. 콘텐츠나 프로그램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문화예술교육이 삶을 풍요롭게 하고 관계망을 확장하는데 기여하는 것 뿐 아니라 도시재생이나 마을만들기의 과정을 편안하고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형성되도록 해주는 것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닌가 싶다.
그동안 경험하신 다양한 프로젝트 중 문화예술교육이 효과적으로 잘 작동했던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 달라. 마포 민중의집에서 진행한 <할머니 밥상>이 기억난다. 문화예술 생산자나 소비 자가 된다고 생각해본 적 없었던 할머니세대를 지역에서 문화예술의 주체로 발 굴한 것에 큰 의미가 있었다. 할머니의 인생을 재조명하고 문화예술적으로 끄 집어내서 그분들이 ‘아, 내가 가치 있는 인생을 살았구나.’하는 인생의 자존감 같은 것들을 키워줄 수 있었다. 이런 것이 문화예술교육의 역할이나 힘이라고 생각한다. 또 다른 흥미로운 사례로는 충북 괴산 탑골만화방이 있다. 농사짓는 나이든 노인 분들만 사는 시골에 내려가 만화방을 열어 마을 안팎으로 접점을 만들고 있다. 만화방은 우리 세대에게 매력, 향수 같은 게 있다. 숙박을 무료로 제공해 타지에서 가족단위로도 방문한다. 또 운영자가 치밀하게 운영하는 게 아니라 방문자들이 스스로 알아서 쓰고, 퍼질러 만화 보다가 마을 산책도 하고 그런 식이다. 그러다보면 마을을 알게 된다. 이처럼 문화예술이 제도화된, 기획 된, 상품처럼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영역 안에서 자연스럽게 체험할 수 있 게 만들어준 사례가 아닌가 한다. 이 밖에도 좋은 사례는 굉장히 많다.
집필하신 책 중에서 주민참여가 마을만들기의 해답이 아니라 마을 내부의 갈등 의 표현이라고 하신 것이 흥미로웠다. 사실 갈등을 드러내거나 해결하는 과정은 쉽지 않을 것 같다. 이런 과정에서 참여 주체들이 가져야할 태도는 무엇일까? 첫 번째는 참여가 꾸준하고 적극적이어야 한다. 참여가 들쑥날쑥하면 함께하 기가 힘들다. 갈등을 해결하기 이전에 갈등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상대방을 인정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상대방이 나와 다를 수 있다는 것 을 인정하면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아량이 생긴다. 그런데 대부분 이게 잘 안 된다. 항상 자기중심으로 이야기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알아서해, 난 안 나와.’ 이렇게 된다. 사실 갈등에 끝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 다. 그러나 그것을 누가 대신 찾아줄 수는 없다. 한번 만나서 되는 것이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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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꾸준히 참여해야 하는 것과 연장선상이다. 문제제기와 함께 해결방법을 고 민하며 갈등관계를 노출시켜야 한다.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결국 문제를 풀 수 있는 당사자다. 이걸 이해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그리고 시간에 여유가 있어야 한다. 해결이라는 용어를 어떻게 보느냐에 차이 가 있겠지만, 갈등이 100% 해결되진 않는다. 갈등이 일정정도 해소되면 그 다음 단계로 끌고 나가야한다. 거기에는 여전히 불만족스러운 집단이 존재할 수 있고, 무관심하거나 비협조적인 상황들이 생겨나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 이후 단계에서 변화나 해결할 수 있는 다른 뭔가가 나온다. 단계별로 계속 풀어가야 한다. 이 과정 이 중요하다. 이렇게 가려면 시간이라는 변수가 중요하다. 짧은 시간 내에 급하게 하려고 하면 안 된다. 대부분 행정이 주도하는 사업은 시간에 대해서 관용을 베풀 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주민참여, 주민합의, 주민주체로 만들라고 한다. 몇 번 회의 하고 몇 명 참여했다고 주민주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시간 투자가 필요하다.
행정이 주도하는 사업의 모순을 지적하셨지만, 사업화하고 예산을 확보하는 과 정에서 어느 정도의 형식화는 불가피하기도 한 것 같다. 예산 지원과 그에 따르 는 관리감독, 주민자치 사이에 적절한 타협점이 있을까? 행정이 갖는 경직성을 제도를 바꿔서 해결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행정은 항상 예산 편성에 따른 합목적성이나 단기성과를 만들어내야 하고, 그 연속선 상에서 관리감독이 이뤄진다. 주민자치나 마을만들기, 문화예술교육은 삶의 보편적인 자연스러움 속에 있는 것인데, 여기에 규범적인 딱딱한 틀, 제도가 결합되기 때문에 불편하고 안 맞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거기서 많은 갈등이 생 겨나고, 하고 싶은 것 대신 행정이 원하는 것을 하게 된다. 그러면 진정성이 떨 어지고, 예산은 예산대로 썼는데 제대로 된 성과는 안 만들어지고, 주민은 주 민대로 불만이 많고……. 그래서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 켜주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또한 사업을 담당하는 공무원 개인의 의지나 역 량과도 밀접하게 연관이 있다. 제도는 큰 틀을 규정할 뿐, 그 틀을 해석하거나 운영하는 것은 사람의 몫이다. 결국 그것을 풀어나가는 참 여 주체들의 문제 이고, 그 속에 주체로서의 공무원 개인, 기획자도 있는 것이다. 끊임없이 서로 가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 열정, 상대방에 대한 이해를 공유해야 한다. 또한 자 기가 담당해야할 몫이 무엇인가, 내가 무엇을 해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를 철저하게 고민해야 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타협점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각자 원하는 것이 다른 것처럼 보이겠지만 접점을 찾기 위해서는 서로 만나서 계속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접점을 찾아가려는 노력, 그것이 바로 대화이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는 올해부터 치안센터 공간을 활용한 문화파출소 사업을 시작했다. 파출소는 접근성이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는 만큼 주민들의 생활에 밀착한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된다. 이 사업의 자문위 원으로서 가장 강조하셨던 점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파출소와 문화가 만나는 접점이 뭘까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지역 주민들이 수 용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설계되면 좋겠다. 사전에 방문했던 양천구 신월동의 경 우는 지역 중·고등학교 청소년들이 지구대, 파출소에서 경찰관을 통해 교육 을 받게 하는 일종의 학교 밖 청소년 선도 프로그램이 있었다. 이처럼 지역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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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지역성이나 요구가 다를 것이다. 그래서 파출소와 지역성, 문화, 이 세 가지 의 접점 안에서 좀 더 창의적인 프로그램을 시도해봤으면 좋겠다. 또한 문화예 술 기획자나 예술가 같은 전문가들이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너무 외부의존적인 것보다는 경찰관들이 문화를 체험하고 경찰관들과 지역 주민들, 청소년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돌릴 수 있었으면 한다. 당사자인 경찰관들 에게도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 ‘우리동네 예체능’이라는 TV 프로그램처럼 지구대에 있는 젊은 경찰관이나 전경들이 지역 청소년들과 길거리 농구를 같이 한다든지, 운영의 경직성에서 탈피할 필요도 있다. 공간적인 측면에서는 가급적이면 파출소, 치안센터의 원형을 최대한 살리면서 그 안에 문화예술이 담길 수 있는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고정된 형태로 공간 의 기능이나 시설을 배치하는 게 아니라, 다양한 주체들이 원하는 대로 다양하 게 쓸 수 있게 유연하게 리모델링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치안센터 공간 이 생각보다 좁기도 하고, 공간조성 예산도 좀 적었다. 시설을 조성해놓고 그 다음에 운영을 고민하기 보다는, 먼저 운영을 고민하고 운영자들이 원하는 공 간에 맞춰 시설이 따라가는 방식이면 좋겠다고 얘기했었다.
문화파출소 사업 뿐 아니라 지역의 유휴공간을 문화예술로 채우는 사례가 많이 있고, 앞으로도 이러한 공간의 쓰임새를 찾는 일이 늘어날 것 같다. 이러한 공간 이 가져야 할 덕목이 있다면 무엇일까? 누구에게나 친숙하고, 문턱 없이 접근 가능한 공간이어야 한다. 홍대 근처 동사무 소를 재활용한 서교예술실험센터의 경우, 살짝 들어가 있긴 해도 굉장히 좋은 위 치에 있다. 그렇지만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훨씬 더 개방성을 가질 필요가 있 다. 개별적인 공간이 갖는 개방성과 접근성도 중요하지만, 어느 한 공간을 문화예 술로 채우는 것만으로는 성공하기가 어렵다. 지역에 있는 다른 유사한 공간과 어 떻게 네트워크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하나의 공간만으로는 물리적인 규모의 한 계, 운영되는 프로그램의 한계, 예산의 문제도 있다. 네트워크화 된 공간의 쓰임 새를 생각하는 것은 개별적으로 쓸 때와는 확연히 다르고, 해결할 수 있는 것이 많다. 프로그램의 다양성도 마찬가지다. 네트워크로 가면 그걸 꼭 우리 공간만 해 야 할 것은 아니다. 그것이 서로 엮여가는 공간의 힘이다. 하나의 공간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는 것이 좋다. 물론 개별 공간이 갖는 힘도 반드시 있어야한다. 그렇지만 규모도 작고, 운영의 한계도 있을 때는 네트워크의 힘으로 가야한다. 여기에는 작은 공간끼리의 네트워크도 있지만, 제도화된 큰 공 간, 전혀 성격이 다른 공간과의 네트워크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홍대 지역에서 대학이 해야 할 역할 같은 것이 네트워크 속에서 풀어진다면 좋겠다.
지역 속에서 네트워크나 역할분담의 필요성을 알면서도, 결국 각자 고군분투하 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네트워크가 갖는 효과는 어느 한쪽이 독점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꾸 칸막이를 하고 자기 성과를 강조하려는 부분이 있긴 하다. 결국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방법 역시 지속적인 문제제기와 사람의 노력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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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파출소가 잘 운영되기 위해서 운영주체들이 유념해야할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 철저하게 지역기반으로 해야 한다. 프로그램을 돌리고 빠져나오는 것은 안 된 다. 주민과의 접점이 있어야하고, 운영주체들이 결국 주민이 되는 ‘주민화전략’ 이 필요하다. 주민을 알아야한다. 주민을 모르면, 운영주체들의 머릿속에서 기 획자 마인드로 프로그램이 나오고 주민들은 굉장히 수동적으로 소비하는 일방 향적인 관계가 생겨난다. 물론 프로그램 기획은 전문가-운영주체의 역할이다. 그렇지만 지역 특성과 주민들의 요구에서 나오는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 전단계가 필요하다. 기획자가 그것을 피상적으로 읽거나 파악하려고 하면 안 된다. 굉장히 많은 주민과의 대화와 접점이 필요하다. 결국 시간을 얼마나 투자하느냐, 주민처럼 사느냐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테면 주민의 요구를 기획의 언어, 행정의 언어로 다듬어내는 역할, 번역자 의 역할인 것 같다. 이영범 서울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1993년 영국 AA스쿨 대학원에서 도시공간이론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도시재생, 공공성, 커뮤니티 디자인에 관심을 갖고 현장과 이론을 넘나들며 활동하고 있다. 현재 경기대학교 대학원 건축설계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도시의 죽음을 기억하라』(2009), 『건축과 도시, 공공성을 읽다』(2011, 공저), 『우리, 마을만들기』(2012, 공저), 『창조도시를 넘어서』(2014, 공저) 등 다수의 저서를 펴냈다. 시민 문화예술교육 ‘시시콜콜’ 공간 컨설턴트와 2016 문화파출소 조성·운영사업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남은정 상상놀이터 www.facebook.com/archive0721
사진 마루스튜디오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6년 6월 28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비유를 잘 들어주었다. 번역자는 번역자만의 전문성과 언어가 있다. 그러나 출 발지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면 도착지 언어로 표현되는 것이 훌륭할 수 없다. 좋은 번역을 하려면 서로 떨어져서 책 한권 읽는 게 아니라 원작자와 번역자가 끊임없이 소통하고 대화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문화기획도 그렇다. 주민 들이 살아가는 삶의 문제, 생활 속에 담긴 문화예술을 기획의 언어로 풀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보통 운영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자기 아이디어로 프로그램 을 제안하고, 확정되면 그대로 운영하면서 예산 집행하고, 주민들은 수동적인 소비주체가 되는 것이 전형적인 패턴인데, 프로그램을 발굴하는 것도 문화예 술교육 과정이 아닌가 싶다.
쉽지 않은 일인 것 같다.(웃음) 그렇지만 문화파출소 사업은 교수님께서 조언해 주신 것처럼 문화예술교육 전문가들이 운영자로서 지역 주민과 경찰관 등 참여 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함께 고민하며 프로그램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들었다. 마 지막으로 [아르떼365] 독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건축이든, 문화예술교육이든, 커뮤니티아트이든, 사람이 주인인 도시를 만들 었으면 한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사람들이 그것 을 즐기고 체험할 수 있게 하고, 살아가면서 존중받고 있다는 것을 매 순간 느 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유모차를 밀고 가는 누군가에게는 아주 낮은 턱도 불 편할 수 있다. 그 턱을 메워 경사로를 만들어주는 섬세한 배려, 그것이 사람이 주인인 도시이며, 도시가 하나의 권리가 되는 것이라고 본다. 각자의 분야와 전문성은 다르지만, 각자의 영역에서 제도에 연연하지 않고 삶에서 실천할 수 있는 고민을 끊임없이 이어갔으면 한다.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할 수 있는 것, 사회가 원하는 것 간에 접점을 찾으려고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기본적인 가치는 변하지 않지만 패러다임은 변화한다. 사고가 어느 한순간에 머물러있 으면 안 된다. 사회의 변화나 사회 내부의 고민들을 끊임없이 들여다보고, 그 것이 지금 나의 영역에서 어떻게 만나는가, 사회와 어떻게 소통하고 접점을 만 들 것인가 고민하는 사회화과정이 필요하다. 제가 갖고 있는 원칙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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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씨앗 사용설명서 2016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글마루한옥어린이도서관, 문학으로 물들다>
2016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도서관 연계 프로그램 <글마루한옥어린이도서관, 문학으로 물들다> ‘글마루한옥어린이도서관, 문학으로 물들다’는 전통한옥으로 지어진 도서관의 특성을 살려 전통과 문학이 공존하고 문학적 상상력과 표현력을 기를 수 있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지역 초등학생 60명을 대상으로 하는 이 프로그램은 4월부터 시작하여 총 13주차에 걸쳐 진행되었다. 아이들은 ‘나’라는 세계에 깊숙이 들어와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사물이나 타인의 감정을 상상하면서 문학 여행을 떠났다. 지난 7월 2일 마지막 수업은 아이들이 직접 만든 다양한 작품을 전시하고 스스로 쓴 시를 낭독하는 결과발표회로 진행되었다.
조숙경 그림책작가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6년 8월 23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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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씨앗은 땅에 심지 말고, 마음에 심어야 해요. 그리고 문학으로 물을 줘야 되지요. 그럼 당신의 생각은 깊어지고, 감성은 풍부해질 거예요. 이제 어떤 꽃이 필지는 당신 하기 나름이지요.
서툴러도 즐겁게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이춘아 대전 한밭문화마당 대표
소종민 문학평론가, 북클럽 체홉 대표
지난 5월 열린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 행사 가운데 현장이야기마당 ‘마음탁자’ 에 참여한 많은 이들은 참여자(수혜자)를 알기가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참여자 의 수요로부터 출발하는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고민을 풀어놓은 것이다. 대전지 역의 여성들과 함께 지역의 수요를 읽고, 수혜자의 눈높이에 맞춘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는 한밭문화마당 이춘아 대표를 만나 수혜자를 이해하는 방법과 원칙 에 대하여 들어보았다.
2001년 대전으로 거처를 옮기신지 2년 만에 ‘한밭문화마당’을 여신 것으로 안다. 그 창립과정은 어떻게 이루어졌는가. 2001년 5월에 대전 문화유산해설사 교육을 받으면서 알게 된 동료들과 함께 한밭문화마당을 열게 되었다. 내 자신이 딛고 있는 땅을 알고 사랑하지 않으면 지역문화를 꽃 피울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자신의 정체성을 모색하는 문제와 도 결부되어 있었다. 서울은 나에게 직장이 있는 곳 정도의 의미 밖에 없었다. 그런데 대전에 정착하고 문화유산을 공부하면서 사는 것이 재미있었다. 그러 다 더 새롭고 재밌게 살아가는 방식을 함께 찾아보자는 뜻에서 단체를 만들었 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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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강의를 하면서 내 소개를 할 때, “어려서는 낙동강 물을 먹고 자라, 성인이 되어 한강 물을 먹고 살다가, 중년이 되어 금강 물을 먹으며 살고 있는 데, 노년에는 무슨 물을 먹고 살게 될까요?”라곤 한다. 요즘 지역학 개념으로 대전학, 충청학 등의 말을 하곤 하지만, 산하(山河), 즉 산과 강으로 지역을 이 야기하는 것이 더 큰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아무튼 내가 살고 있는 터와 나 자 신을 일치시켜 가는 것으로 정체성을 깨닫고 역사적 의미를 가중시켜 가는 재 미를 알게 되었다. 외국에 입양 갔다가 한국인으로서 나는 누구인가, 나의 부 모님은 어떤 분인가를 알기 위해 고국을 찾아오는 사례와 비슷하다고 본다. 문 화예술교육은 결국 나를 표현하는 방법을 찾게 하고, 삶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방법을 깨닫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방법상으로는 문화예술 장르 를 선택해서 나 자신을 확장시켜 나가는 것, 그것이 문화예술교육이다. 한밭 문화마당에서는 우리가 지내고 있는 터의 아름다움을 알기 위하여 문화유산을 교육 소재로 삼고 있다. 그래서 ‘한밭’은 대전, ‘문화’는 지역 사랑이자 확장된 자신의 정체성이며, ‘마당’은 만남과 생산의 장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현재 한밭문화마당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가운데 가장 주력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올해 2016년 사업으로 문화유산 학교방문교육과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문화 재 지킴이 기본교육과 활동, 생생문화재 사업, 공개강좌와 지역답사 등의 사업 이 있다. 5월부터는 자유학기제 관련 사업으로 중학생 지역교육도 진행하고 있 다. 먼저 문화유산 학교방문교육은 우리 단체의 모태 교육사업이다. 1년 과정 에 400여 학급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다. 올해 첫 사업은 생생문화재 사업인 데, 대전지역의 전통문화유산으로서 이사동에 위치한, 500년 된 1천여 기(基) 분묘와 석물이 있는 공간에서 여는 전통문화 교육사업이다. 서산(書算), 전통 책, 책걸이, 전통제사상, 마을 한천제 재연, 전통 상여 행렬 재연 등 체험과 재 연행사에 참여하면서 진행된다. 꿈다락 토요문화학교의 경우, 유형 문화유산 교육 중심으로 진행하다가 무형문화유산 교육을 도입하기 위해 자체 강사교육 을 하고 있었다. 4년 전부터 대전무형문화재전수회관과 연계하여 꿈다락 토요 문화학교에 참여하게 되었다. 대전의 무형문화유산을 중심으로 ‘보이지 않는 문화재에 날개를 달다’라는 주제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문화예술교육 지원법」이 개정되면서 교육 분야에 문화재가 추가로 들어갔기 때문에 가능하 게 되었다. 유형문화재뿐만 아니라 이렇게 전통 무형문화재를 이해하고 전수 하는 문화예술교육은 매우 소중하고, 또 바람직하다고 본다. 현재까지 악기장 (북), 불교조각장, 웃다리 농악, 단청, 입춤 등 대전의 22개 무형문화재를 활용 하였고, 가족 단위로 참여 가능한 프로그램이다.
문화예술교육 사업에서 지역의 수요를 파악하는 방식 그리고 그 수요에 맞춘 교 육 프로그램은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 더불어 참여자(수혜자)를 어떤 방법으로 모집하는가. 내 경험으로는 무엇보다 개인이나 단체가 끊임없이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문화예술교육 강사 개인보다 단체가 좀 더 유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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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은 개인의 아이디어를 여럿의 힘으로 함께 풀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하 고자 하는 프로그램에 대한 논의를 한 후에 완성된 프로그램을 한밭문화마당 온 라인 카페에 게시하는 것으로 홍보한다. 리플릿도 좋은 매개가 된다. 좋은 프로 그램의 경우 하루 만에 마감이 된다. 누군가가 늘 보고 있다는 거다. 좋은 프로그 램을 찾는 수요자는 늘 있다. 우리 단체는 아이들을 키워본 경험이 있는 주부들 이 주축이어서 아이들에게 필요한 문화예술교육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그렇 게 우리는 어린이와 청소년 문화예술교육에 주력하고 있다. 일반 시민도 다수 참 여한다. 문화소비자에만 머물렀던 주부들을 문화봉사자, 다시 말해 문화생산자로 양성하는 것을 우리 단체는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렇게 실행하고 있다. 활동인력이 20명 정도인데, 우리 단체의 좀 특기할 만한 점은 사무국장의 임기 가 1년이라는 것이다. 로테이션 형식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회원 모두가 각각 의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고, 단체 전반의 업무에 대하여 누구든 총괄적인 관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각 회원의 잠 재력을 끌어내기 위해서 매회 돌아가면서 중도일보 시민기자 활동을 하며 대 전의 역사와 문화에 관계된 다양한 기사들을 작성하는 일도 했다. 대표도 공동 대표제로 하여 업무를 나누어 맡고 있다. 그렇게 우리 단체는 30대 초반에서 50대 중반의 주부들이 주축을 이루어 문화생산자로 거듭날 수 있는 구조를 갖 추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지역 문화예술교육 사업에 있어 가장 큰 애로사항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어 떤 방법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을까. 우선 교육사업을 추진하는 문화단체 자체의 내부 역량 문제를 들 수 있다. 2~3 명이 문화예술교육을 진행하는 경우가 있는데, 1년 프로그램을 그렇게 소수 인 원으로 운영하다보면 교육은 부실해질 가능성이 크고, 또 지속성이 떨어지기 쉽다. 좀 더 많은 인력이 해당 사업의 기획에서 실행에 이르기까지 사업에 관 한 이해력을 기르고, 사업 추진과정에서의 결속력을 강화해야만 성공적인 지 역 문화예술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본다. 학교 문화예술교육의 경우, 예술 강사 혼자서 외롭게 교육을 진행하는 사례가 많다. 사업 전반에 관한 공공적인 마인드를 지니고 활력을 잃지 않으려면, 단체 기획자와 강사, 교육기관 담당자 가 만나는 횟수를 늘려야 한다. 그렇게 친목을 도모하고 일에 대해서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교육사업에 관한 지 원을 맡고 있는 문화재단(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역시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지원사업이 잘 되기 위한 방안을 세심하게 검토하고, 지역 문화 생태계를 염두 에 둔 다각적인 지원방식을 항상 고민할 필요가 있다.
지자체, 지역민, 여러 기관과 더불어 지역 문화예술교육을 해나가는 데 있어서 상호이해와 신뢰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장에서 그 신뢰의 연결망은 어 떻게 만들어지고 또 어떻게 유지되는지, 궁금하다. 상호이해와 신뢰는 무엇보다도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의 내용에 달려 있다고 본다. 참여 강사진의 열의가 매우 중요하다. 감동을 만드는 진정성, 열의, 정성 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난해 한밭문화마당에서 진행한 꿈다락 토요문화학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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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했던 한 아버님이 매우 좋은 프로그램이었다며 수박을 사가지고 교육장으 로 오셨다. 그렇게 열의와 정성을 다해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다음에는 꼭 참석 해 봐야겠다며 입소문이 난다. 그게 가장 중요하다. 어떤 사업을 집행하고 어 떤 성과를 낼 것인가 보다 더 우선되어야 할 것은 자발적 참여다. 즐겁지 않다 면, 또 어떤 다른 이득을 전제로 하는 행위라면 의미가 상실되어 버린다. 자발 성이 첫째다. 우리 단체는 지역 문화예술교육에서 전문성보다는 공공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어떤 높은 수준의 예술교육 성과보다 서툴지만 즐겁게 함 께 하고 있다는 것에 중심을 두어야 그 결과 역시 의미가 있다. 그렇게 되어야 열의와 정성이 생기고 신뢰가 만들어질 수 있다. 우리 단체는 그런 의미를 놓 치지 않으려고 한다. 최근에 ‘대전문화유산협의회’가 발족되어 매달 문화유산 관련 기관회의가 있 다. 이번 자유학기제 시행에 맞춰, 앞에 이야기한 청소년 문화탐방 교육을 대 전 시내 중학생에게 주 1회 진행하자는 제안이 나와 여러 기관·단체가 머리를 맞대고 예산에서부터 일정, 단체별 역할 조정 등 많은 현안을 협의하였다. ‘민 관 협력’이라는 단어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이러한 민관 협력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공직자의 확고한 의지와 열의가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대전시 문화재과의 담당자께서 매우 열정적으로 협의와 실행에 준비해주셔서 단체별로 교육 일정이 무리 없이 잘 조정되는 등 사업이 매우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지역 문화예술교육에서 있 어 ‘민관 협력’의 좋은 선례가 되는 것 같아 뿌듯하다.
한국문화의집협회 회장으로 선임되신 걸 뒤늦게 축하드린다. 문화의집은 지역 주민과 가장 밀착된 거리에 있는 만큼, 앞으로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 같다. 문화예술과 지역 주민과의 매개공간이라는 측면에서 문화의집이 앞 으로 나가야할 방향은 무엇이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부분은 어떤 것인가. 지역 생활문화공간으로 가장 기본적인 단위인 ‘문화의집’이 처음 만들어진 지 20년이 되었다. 문화의집이 있게 된 데는 돌아가신 이중한, 강준혁 두 문화기 획자분들의 공로가 크다. 현재 전국에 150여 곳이 있는데, 슬리퍼 끌고 갈 수 있는 거리에 있는 문화공간을 추구한다. 문화예술교육에서 말하는 자기주도적 학습, 즉 내가 하고 싶은 프로그램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을 모아 우리가 요 구하는 강사들과 함께 해보는 공간이 되고자했다. 문화의집은 하고 싶도록 유 도하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공간이다. 문화의집 직원은 지역민들이 가장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러한 목표로 오랫동 안 해오다보니 최근의 트렌드와 맞아 떨어지면서 문화의집이 다시 주목받게 되 었고, 이러한 가치관과 방향을 함께할 수 있는 ‘생활문화센터’라는 문화공간 리 모델링 사업이 3년 전부터 추진되고 있다. 2004년에 4년 정도 대전 유성문화 원 사무국장을 했을 때, 주민 대관사업을 추진한 경험이 있다. 각자 모두 악기 를 다룰 수 있는 어떤 가족이 문화원 공간에서 작은 가족음악회를 열었다. 비 슷하게 2013년, 전국에서 처음 시민 문화예술 활동 연습장으로 24시간 개방한 전 주시민놀이터 역시 지역의 생활문화공간 활용 차원에서 좋은 모델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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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문화예술교육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기관, 단체, 개인에게 드리고 싶은 제언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린다. 지난 10년 동안 ‘이것이 문화예술교육이다’라고 강조하는 시범프로그램이 중심 이춘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19831997)과 한국문화복지협의회 연구실장(1997-1999), 대전 유성문화원 사무국장(2004-2008) 등을 역임했다. 2001년 서울에서 대전으로 터전을 옮긴 후 문화유산을 공부하며 뜻 맞는 동지들을 만나 2003년 한밭문화마당을 만들었다. 2015년 (사)한국문화의집협회 회장을 맡아 ‘생활 속 문화공간’으로 재도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문화복지, 문화자원봉사, 생활문화 등과 관련한 다양한 사업에 평가와 자문도 맡고 있다. 지역 주민 스스로 지역의 문화를 만들고 함께 누리는 세상을 꿈꾼다.
소종민 문학평론가. 충북 청주에서 ‘북클럽 체홉’을 운영하고 있다. messai@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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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6년 7월 19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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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었다면, 앞으로는 문화예술교육 사업을 추진하는 분들이 지역주민들이 손수 진행하는 문화예술 활동이나 마을 만들기, 열린 문화공간 만들기 등 여러 다양 한 주체들과 협력하여 문화예술교육 장르를 확장시켜 나가야 할 것으로 본다. 문화공간에서 할 수 있는 프로그램, 마을로 찾아가는 프로그램 등이다. 예술단 체 및 공간이 주민들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참여자를 모집하거나 찾아 가는 방향, 마을 만들기처럼 주민주도형 문화프로그램으로 주민들이 공간과 강사를 찾고 예술단체와 협력하여 운영하는 방향 등 다양하게 운영되고 있다. 이처럼 점차 주민주도형 문화프로그램으로 확장해 나가는 것이 현재로서는 바 람직한 방향이 아닐까 한다. 지역문화 전문인력을 지속적으로 양성하는 일과, 마을 중심의 프로그램을 만들어보려는 사업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좋은 작품과 좋은 교육은 별개가 아니다” 유홍영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장
김소연 연극평론가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가 제작한 청소년극 프로그램북은 일반적인 공 연의 그것과는 그 구성이 다르다. 대부분의 공연이 관객의 이해를 돕기 위한 글 과 자료로 프로그램북을 구성한다면, 이들은 제한된 지면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내용 외에 제작과정에서 청소년들과 함께 진행한 프로그램을 비교적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내용을 보면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연습을 참관하는 데에서 그 치는 것이 아니라 해당 공연이 다루고 있는 테마에 대한 리서치, 토론, 다양한 형식의 발표 등이 진행된다. 리허설 참관이나 공연 관람도 단지 공연에 대한 이 러저러한 의견을 제안하는 방식이 아니라 ‘이야기판’ 등 청소년들을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이 프로그램북만으로도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 소가 공연을 제작하는 과정에서부터 어린이청소년에 대한 이해와 어린이청소년 극과 그에 연계된 활동에 대한 다양한 개념을 검토하고 새로운 접근들을 시도하 고 있다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의 활동 을 보면 공연제작의 비중이 적지 않지만, 제작과정에서부터 청소년 예술교육에 대한 다양한 시도들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창작과 교육의 연계, 아니 서로 독립 된 혹은 분리된 영역을 접합시키는 문제가 아니라, 창작의 과정에서 어린이청소 년 예술 활동의 다양한 계기와 가능성, 프로그램에서 지향까지를 시도하고 기록 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 좀 더 정확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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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는 국공립예술단체에서는 유일하게 대상을 특정 하여 설치된 기구이다. 유홍영 소장은 2010년 국립극단이 재출범하면서 설치된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 창립 때 부소장으로 합류한 이후 지금까지 연구소를 이 끌어 왔다. 마임이스트이자 교육극단 대표를 지낸 수십 년간의 현장 활동에서부 터 이야기를 시작했다.
예술교육과 어린이청소년극에 대해 일찍부터 관심을 가졌다. 마임도 그렇고 어린이극도 그렇고, 중요하고 필요한 일인데 아무도 하지 않아 서 관심을 가졌던 것 같다. 극단 목화 창단멤버로 참여했는데, 극단 생활이라 는 것이 대표나 연출이 작품을 안 하면 배우들은 마냥 기다려야 한다. 그래서 배우들끼리 연습을 하자, 극작가가 없으니까 마임을 하자, 그러면서 거리공연 도 하고 아이들도 만났다. 아르바이트일 때도 있었고 봉사활동도 있었는데, 작 은 공연이지만 아이들을 만날 때 성취감이 컸다. 큰 공연들도 있었다. 당시에 는 5월 5일 어린이날 국립극장 대극장에서 뮤지컬 <노예와 사자>(1988) 같은 공연이 올랐다. 공영방송사가 제작하니까 1회 공연인데도 대극장 제작비를 제 외하고도 수익이 났다. 80년대를 거쳐 90년대까지도 바탕골소극장, 파랑새극 장 등 대학로 극장들이 ‘오전에는 아동극, 오후에는 성인극’으로 유지되던 시절 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어린이극이 전문분야라는 인식이 없었다. 내가 계속 어린이극을 하니까, 선배가 “너 왜 그러냐.” 하고 걱정하는 말을 했었다.
극단 사다리는 최초의 교육극단이었던 것으로 안다. 1988년 극단 사다리를 창단하면서 교육극단이라는 정체성을 명확히 했다. 창 단은 88년이지만 그전부터 활동이 있었다. 10년 이상 현장에서 열심히 작업했 던 사람들이 모여서 독특한 공연을 만들었다. 공부도 많이 했다. 그때 최영애 선 생(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교수, 전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장)과 연극놀이 워 크숍을 했는데 우리가 고민하던 창조적인 작업에 굉장히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창작방법론으로 연극놀이를 접한 건가? 연극놀이를 교육이다, 혹은 창작방법론이다 라는 식으로 어떤 한 측면으로 수 용했다는 것이 아니다. 나중에 사다리연극놀이연구소가 분리되지만, 극단 사 다리에서는 창작과 교육이 항상 같이 있었다. 아이들을 많이 만나려고 했다. 공연만이 아니라 연극놀이 등으로 아이들을 계속 만났다. 어른들이 아이들을 위해 만드는 공연과는 다른, 과정과 방법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극단 사다 리 활동을 하면서 교육과 창작이 널뛰듯이 일어나면서 만들어지는 균형, 거기 에서 독특한 작업이 일어나는 것을 확인했다. 그래서 다른 팀들에게 워크숍도 많이 했다. 우리의 경험을 공유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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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예술교육이 활성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창작과 교육은 별개의 영역으 로 인식되고 있다. 당시 극단 사다리의 활동은 두 축이 같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많은 체험 프로그램에 연극놀이가 포함되어 있지만, 그 안에서 예술도, 교육 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예술교육을 하는 사람은 예술가로서 아 이들을 만나는 게 아니라 몇 가지 프로그램을 익히고 바로 교육 현장에 투입된 다. 예술교육이 일자리 정책과 연결되면서 오는 폐해다. 그렇다고 안정적인 일 자리도 아니다. 또 확산의 과정에서 교육이 사업이 되어 있는 것도 문제다. 교 육의 효과, 교육의 성과는 긴 시간의 관찰을 통해 확인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 게 사업이 되어버리니 짧은 시간에 성과를 내야하고 그걸 두고 평가한다. 예술 교육의 성과는 그 순간 아이들이 즐거워한다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이 아 니다. 긴 안목으로 봐야 한다.
어린이청소년 예술교육이나 체험 프로그램의 확산이 갖는 긍정성도 있다. 연극의 놀이성, ‘플레이(play)’라는 개념이 확장되는 토양이 만들어졌다는 것은 긍정적이다. 그런데 놀이성이 지금 이 순간 일어나는 자신의 삶 속에서 발견되 고 개발되어야 하는데 개념이나 관찰 없이 프로그램 몇 개 익혀서 아이들을 즐 겁게 하는 것으로 변질되는 것을 염려하는 것이다. 우리의 연극문화가 남의 것 을 빌려 오는 것에서 시작되고 여전히 그러한 문화 안에 있는 것처럼, 연극교육, 예술교육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놀이성을 많이 가지고 있는데, 제대로 못 하고 있는 거다.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생래적인 요소를 개발하고 미래의 예술가들이 함께 확장시킬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 마을문화, 가족의 놀이 등을 어떻게 연 극과 접목시키느냐를 고민한다. 그래서 나는 ‘놀이연극’이라는 말을 자주 쓴다.
‘연극놀이’와 ‘놀이연극’은 어떻게 다른가? 연극놀이는 연극적인 요소를 활용한 놀이라면 놀이연극은 놀이를 통해 연극성 을 확보하는 것이다. 무엇이 수식하는 것이고 무엇이 본래의 개념이냐의 차이 다. 놀이연극은 놀이를 통해 연극의 완성도를 높이고자 하는 거다.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는 예술교육 등 다른 부분보다 공연제작이 중심인 것처럼 보인다. 밖에서 드러나는 것은 그렇지만 과정은 그렇지 않다. 공연제작 과정에서 예술 가와 청소년의 만남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작업에 참여하는 예술가에게 늘 던 지는 질문이 ‘청소년을 아는가?’ 이다. 우리 모두 청소년기를 겪었지만, 그렇다 고 지금 현재의 청소년을 아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제작과정에 청소년을 계속 참여하게 한다. 그 과정에서 예술가들도 영향을 받고 또 청소년들도 자신의 말 을 들어주는 사람이 있고, 자기 말에 영향을 받아서 작품이 만들어지는 경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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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다. 그런 과정이 실제 있었고 연구기록도 남아 있다. 공연제작 외에도 ‘청소 년예술가탐색전’, ‘한여름밤의 작은극장’ 등도 진행하고 있다.
프로그램북을 볼 때 제작과정에 청소년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 인상 적이었다. 그런데 한편 청소년 프로그램이 청소년극의 리얼리티를 위한 것인가,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청소년들은 제작을 도와주는 사람들인가 하는 의문이 들 기도 한다. 청소년들도 과정에서 주체로서 보고 느끼고 행하는 것이 있을 것 같 은데, 그게 뭔지 궁금하다. 지금처럼 공연제작 중심으로 운영된다면 그렇게 비칠 수 있다. 공연제작 과정 의 한 프로그램처럼 보이니까. 각각의 프로그램으로 의도나 성과를 설명하기 는 어렵다. 각각의 프로그램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려면 무엇보다 이런 프로 그램들이 상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가 처음 출발할 때 국립어린이청 소년극단을 목표로 했던 이유다. 그동안 국공립예술단체들이 어린이청소년극 제작을 안 했던 건 아니다. 지금도 서울시극단 등에서 어린이청소년극을 올린 다. 하지만 우리가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로 별도의 기구를 운영한다 고 했을 때는 무엇을 해야 할까. 좋은 공연을 만드는 것이 다인가. 그럼 좋은 공 연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나는 좋은 공연을 위해서도 상시적으로 다양한 청소 년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청소년예술가탐색전’은 매년 다양한 분야 에서 주목 받는 젊은 예술가들이 함께 참여하여 청소년의 예술언어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창작의 동력을 얻고, 미래지향적인 청소년극의 모델도 개발하 는 프로그램이다. 이런 작업을 많이 해서 좋은 작품이 나오는 것이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공연과 좋은 교육 프로그램은 별개가 아니다. 국공립예술단체 로서 정말 해야 할 일은 그런 시스템을 만드는 거다. 이러한 사례와 노력에 대 한 기록과 연구에 힘을 쏟는 것도 마찬가지다. 극단은 물론이고 지금 여러 연극 단체가 있지만, 사업이 아닌 기록이나 연구를 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 우리가 무엇을 해왔고 무엇을 하고 있는지 기록하고 연구하는 것도 중요한 작업이다.
‘한여름밤의 작은극장’ (1~2인극 작품개발 워크숍을 통해 예술가로서 어린이청소년극 배우의 창작역량을 강화 하고, 지역과 학교, 문화기관으로 찾아가는 현장공연을 활성화하는 프로그램)도
벌써 4회를 맞았다. 배우 창
작 워크숍에서 시작되어서 지금은 독립 예술가 네트워크도 만들어지고, 축제 등 에서 공연도 활발하다. 배우 창작 워크숍은 이런저런 이유로 경력이 단절되는 배우들을 보면서 안타 까운 마음에 시작했다. 스스로 꿈을 포기하지 않으면 이룰 수 있다는 걸 알려 주고 싶었다. 나 역시 스스로 기회를 기다리지 않고 만들었다. 길에서 마임을 하면서 배우로서 자신감을 얻었다. 그리고 함께 모여서 하니까 힘도 생겼다. 하고 있어야 한다. 배우는 액터(actor), 행동하는 사람이다. 나는 그 말을 좋아 한다. 물론 환경이 척박해도 뛰어난 사람들은 살아남는다. 그런데 중요한 건 좋은 토양을 만드는 거다. 지금보다 더 많은 어린이청소년극,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예술경험의 장이 방방곡곡, 낙엽 사이사이, 구석구석, 더 넓게 퍼져가야 한다. 농사짓는 마음으로 그렇게 하면 관객과 참여자들도 달라지고 작품도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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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진다. 그런 시스템이 없으면 예술가들은 자꾸 시장으로 내몰린다. 관객들도 소비자로만 남는다. 그래서는 깊은 작업이 안 이루어진다.
유홍영 현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장. 한국마임협의회 회장과 극단 사다리 예술감독을 역임했다. 놀이와 마임, 연극놀이의 양식을 공연에 도입한 연출로 <이중섭 그림 속 이야기>, <꼬방 꼬방> 등 어린이뿐 아니라 남녀노소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족극 형식의 작품을 만들어왔다. 한국을 대표하는 마임이스트로서 독특한 오브제와 가면, 한국적 질감이 담긴 작품으로 공연 활동도 꾸준히 하고 있다. 독일, 미국, 싱가포르, 호주, 일본 등 다수의 해외 초청 공연을 했으며, 서울어린이연극제 연출상(1995), 히서 연극상(2000), 서울공연예술제 특별상(2001)을 수상 한 바 있다.
오늘 이야기를 들으면서 창작과 교육이 왜 별개가 아닌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그리고 국공립예술단체가 예술계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오랜 시간 관찰하면서 토양을 일구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생태적 환경을 만들 어야 한다. 화전민(火田民) 농사는 우리 스스로 후배들의 재산을 뺏는 거다.
마지막 질문이다. 국공립예술단체에서 문화예술교육이 좀 더 활발해지려면 어 떤 지원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긴 안목, 지속성을 어떻게 견지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특별한 방법이 없다. 어떤 일이 필요한 일이고, 필요한 일이 진행되고 있다면 그것을 지속할 수 있 도록 제도나 정책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하던 일을 두고 새로운 사업을 만들고 혹은 그때그때 평가가 달라져서는 지속성이 생길 수 없다. 꼭 당부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기록이다. 작품제작과 교육, 참여활동에 대한 현장 기록을 했으면 좋겠다. 좋은 기록을 만들고 그걸 현장에서 읽을 수 있도록 소통할 수 있는 노 력을 했으면 좋겠다.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에서 만든 자료집도 현장에까지 가 닿을 길이 협소하다. 내가 직접 들고 다니면서 필요한 사람들을 만나면 전해준
김소연 연극평론가. [컬처뉴스] [weekly@예술경영] 편집장을 지냈다. 경기문화재단 <커뮤니티와 아트> 콜로키움을 기획하고 편집했다. 무대가 어떻게 세상과 소통할 것인가에 대한 관심으로 글을 쓰고 잡지를 만든다. kdoonga@naver.com
다. 이런 기록이 잘 모아지고, 널리 공유될 수 있는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 기 록하고, 잘하는 것이 계속 유지되면, 물길이 생긴다. 물길이 생기려면 샘이 많 아야 하는데, 예술가들에게는 스스로 샘이 되라고 한다. 샘이 많아져서 물길이 생기면 관리, 치수(治水)가 필요하다. 이때 예술행정이 필요한 거다. 지금은 치 수한다는 사람은 많지만 샘이 없다.
사진 마루스튜디오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6년 10월 25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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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세대를 위한 내일의 노래를 찾아서 최상일 문화예술 명예교사, 전 MBC라디오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 PD “(에야 호) 가을이 오고 (에야 호) 여름이 가누나 (에 헤야 에야 호)”
남은정 상상놀이터
“(에야 호) 사랑하는 가족과 (에야 호) 함께 해보세 (에 헤야 에야 호)” 대청마루에 모여 앉은 가족들이 노래를 부른다. 아이들이 돌아가며 메기는 소리를 하면 “에야 호” 받는 소리는 모두 함께 부른다. 잘 부르건 못 부르건 박수와 웃음이 터진다. 오늘 처음 만난 가족들이지만 마치 오랜 이웃인 것처럼 화기애애하게 노 랫가락을 주고받으며 가을밤의 흥취는 깊어간다. 지난 가을 남산골한옥마을에서 열린 문화예술 명예교사 ‘특별한 하루’에서 진행된 <재미있는 토속민요 이야기>의 한 장면이다. 옛날 노래라고만 생각했던 민요가 아이들과 함께 새로운 공동체의 노래로 재탄생한 것이다. 전통문화예술이 오늘의 삶과 일상, 공동체에게 주는 의 미를 찾아보고자 이 프로그램을 이끈 최상일 문화예술 명예교사를 만났다.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는 라디오 시그널부터 정말 유명한 프로그램이다. 잘된 것만 골라 담은 것이 103장의 CD음반과 9권의 해설집으로 나왔다고 들었다. 이 방대한 프로젝트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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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쯤부터 특집 프로그램 기획으로 시작했다. 라디오 FM 음악 채널이다 보니 뭔가 색다른 소재, 흔치 않은 음원을 찾다가 토속민요를 취재해 보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처음엔 시시하다고 생각해서인지 결재가 잘 안 났는데, 89년 이 되니까 방송국 내부에서도 뭔가 해봐야겠다는 분위기가 되었다. 방송국 사 람의 감각으로는 찾으면 뭔가 나올 것을 알고 있었다. 대중의 느낌을 중요시하 는 방송국 사람들이 이 아이템이 대중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데 동의했다는 것은 전통문화를 되돌아보는 시대가, 때가 되었던 거라고 생각한다. 80년대 후 반은 너무 급히 달려온 산업화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는 시기가 아니었나. 시간 이 지나고 보니 여러 각도에서 이 프로젝트를 평가하게 된다. 개인적인 동기도 분명히 있었고, 방송국 차원에서나 사회적으로도 적절한 시기에 다행스럽게 그 일이 이뤄졌다.
개인적인 동기도 있다고 하셨는데, 어떤 계기가 있었는지?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 경기도 여주에 살았다. 전통문화의 끝자락에서 꽤 많 은 것을 경험했다. 집 앞으로 상여가 지나가는 것도 봤고, 아버님은 정월 대보 름 되면 윷놀이하면서 며칠씩 풍물을 치고 했다. 뱃놀이를 좋아하셨던 어머니 를 따라 온종일 배 타고 노래하며 놀기도 했다. 그때 들었던 것이 <배따라기> 같은 통속민요(전문 예능인이 민요를 통속화·대중화하여 부른 노래)다. 아버님이 갖고 계셨던 LP 음반 중 절반은 가요, 절반은 전통음악, 민요가 차지했다. 전통음악을 알게 모 르게 꽤 듣고 자란 마지막 세대다. 그런 환경에서 자라서 음악 PD를 하다 보니 특집 기획이나 프로젝트를 만들 때 당연히 그쪽으로 관심이 갔다.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향수랄까. 삶에 균형이 없고 과거의 문화유산이 남아있지 않은 것이 아쉬웠고 문제의식으로 가지고 있었다.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 이전에도 민요를 수집한 사례가 있었나? 방송국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프로젝트였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선구자들이 있었다. 대규모로는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가 최초지만, 그 전에 국문학과를 중심으로 교수님들이 그 지역의 민요 취재를 해 놓은 게 있었 다. 권오성 한양대학교 명예교수와 이해식 영남대학교 명예교수도 한국방송 (KBS)에서 PD로 활동하며 민요를 취재했다. 이분들을 만나보고 자문도 얻으 면서 제대로 한번 해보자 했다. 한국정신문화연구원(현 한국학중앙연구원)에 서도 『한국구비문학대계』를 냈다. 구비문학이라 하면 설화, 민요 등이 다 들어 간다. 그렇지만 민요를 문학으로 접근하는 것과 음악으로 접근하는 것은 완전 히 다르다. 문자만으로는 민요의 본질을 나타낼 수가 없다. 한창기 선생이 만 든 한국브리태니커에서 무형문화재 분들이 부른 토속민요를 LP로 만들어낸 것도 도움이 되었는데, 나는 숨어있는 걸 찾아내려고 했다. 조직과 장비, 인력, 매체, 예산이 있는 방송국이라면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기술적으로 녹음도 잘 하고, 영구적으로 보존할 수도 있고, 매체로서 방송도 한다. 해설도 해줄 수 있 고, 대중적으로 확산하기에도 좋다. 그때 문화방송(MBC) 라디오 청취율이 최 고였다. 1분짜리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가 많이 알려지게 된 것은 채널이 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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았기도 했지만, 라디오라는 매체의 특성을 고려하여 짧게 자주 방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을 썼기 때문이기도 하다. TV라면 현장을 영상으로 찍는 데 한계가 있었을 거다. 내가 라디오 PD가 된 데는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그 자리에서 할 수 있었던 최선의 일, 라디오 PD가 전통문화를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일이었던 것 같다. 아무래도 민요가 내가 라디오 PD가 되기만을 기다렸던 것 같다.(웃음)
수십 년간 우리 소리를 찾아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셨다. 지금까지 토속민요를 수집하고 널리 알리는 작업을 놓지 못하게 하는 민요의 매력은 무엇인가? 민요를 따라가다 보면 다양하고 소박하고 민중 문화가 줄줄이 달려 나온다. 지 역적으로도 다르지만, 하나의 종류라도 곡조, 가사가 다 다르고, 산만 하나 넘 어가도 또 달라지는 다양성이 있었다. 샅샅이 다 건져내야만 민요의 면모가 전 부 드러나니 그때까지 무조건 하는 거다. 수집하는 재미가 그런 거지. 어떻게 든 완벽하게 수집하려는 직업적 의식이 있었다. 민요는 옛 촌락공동체 속에서 만들어진 노래라서 그 안에 공동체 사회의 면모와 정신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 다. 전통 공동체 문화의 가장 뚜렷한 증거가 ‘민요’라는 생각이다. 다른 방법으 로도 탐구할 수 있지만, 민요, 특히 토속민요를 통하면 굉장히 쉽고 풍부한 콘 텐츠가 되기 때문에 가장 적합하고 중요한 유산이다. 민요 프로젝트 끝나고 혼 자라도 계속하려는 게 ‘민속기행’인데, 그걸 하게 된 이유도 민요를 들여다보면 볼수록 그 배경이 되었던 전통 공동체 문화가 궁금해져서다. 그때가 어땠기에 이런 좋은 노래가 쏟아져 나왔을까 하는 그 시대에 대한 관심이 커져서 혼자 몇 년을 돌아다닌 거다. 토박이 노인네들을 만나서 도대체 그 옛날에는 어떻게 살았고, 뭘 해 먹고, 무슨 재미로 살았나 물었다. 이게 놀이와 문화지. 내가 이 일을 끝까지 할 수 있었던 매력은 바로 그런 거다.
집필하신 『우리 소리를 찾아서』에서 풍물이나 민요가 우리 공동체 문화의 핵심 요소였을 뿐만 아니라, 예술적 욕구를 충족시키고 사람 사는 멋과 재미를 더하 는 역할을 했다고 말씀하신 것을 보았다. 요즘은 공동체적 삶이 사라져가는 것 뿐 아니라 가족 간의 소통도 턱없이 부족하다고들 한다. 무너져버린 공동체를 회복해야 한다. 그래야 살만한 사회된다. 자살률 높고 사 람들이 떠나고 그러는 것은 살만한 사회가 못 된다는 거 아닌가. 같이 살긴 하 는데 그 속에 공동체성이 없다. 재미도 없고, 왜 사는지 모르겠고, 정체성에 혼 란이 오고, 상호부조 개념이 없어진다. 그래선 안 된다. 옛날에도 빈부격차가 있었지만, 그래도 다 같이 살 만큼 어떤 장치랄까 문화가 있었던 거다. 결국, 전통문화를 탐구해야 하는 이유를 한마디로 얘기하자면 전통사회에서는 풍부 하게 남아있었던 공동체 정신을 회복하기 위해서다. 먼저 공동체 정신이 무엇 인지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끄집어낼 것이 무엇인가, 그것이 문화 적으로는 어떻게 표현되었나를 연구하고 기록하고 탐구해야 한다. 그럴 때 좋 은 소재가 음악, 문학, 그림, 풍속 같은 전통문화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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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개인화·개별화되어가는 삶에서 가족과 일상, 공동체를 회복하는데 민요 혹은 전통예술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민요가 오늘의 우리 삶에 어떻게 접목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쉽진 않다. 누군가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사회를 어떻게 끌고 갈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니까. 전통문화 속의 공동체 정신을 탐구한 후에 그것을 현대에 어 떻게 적용해서 살려 나갈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방면으 로 정말 창의적인 생각이 필요하다. 요즘 예술가들과 활동가들이 마을도서관, 공동육아, 축제, 마을 만들기 같은 것을 많이 하지 않나. 사람 살만한 동네를 만드는 것, 결국은 공동체성을 살리는 거다. ‘생활 속 민요 다시 부르기 운동’도 해보고 싶다. 예를 들어 <축제>(임권택 감독, 1996)라는 영화를 보면 발인(發 靷) 전날 밤에 마당을 돌며 노래하는 장면이 나온다. 상여 메고 나갈 때, 봉분 만들 때 부르는 노래도 많다. ‘호상 놀이 노래’라고 상여 나가기 전에도 밤새우 면서 불렀다. 이런 것을 응용하면 문상을 가서 그냥 밥만 먹고 올 게 아니라 명 복도 빌고 가족도 위로할 수 있게 다 같이 한 번씩들 부르면 좋잖나. 이런 것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데, 누군가 실제로 해야지.(웃음) 농업전문대학교 학생들이 옛날 모심기를 재현하면서 어떤 민요를 부르는 게 좋을지 물어보기에 이왕이면 그 동네 민요를 부르도록 추천해주기도 했다. 그 런 시도를 해보면서 옛사람들의 흥취를 느끼고 ‘노동요’라는 것이 주는 느낌을 체험하는 거다. 공동체 정신이 살아난다고 해도 옛날 노래 그대로는 안 되지 않나. 새로운 민요를 만들어야 한다. 꼭 민요가 아니라도 자기들 노랠 부르면 된다. 학교, 군대, 회사도 공동체이고, 교가나 군가도 공동체의 노래다. 누가 작곡한 노래가 아니라 구성원들이 만들어나가면 그건 새로운 민요가 되는 거 다. 음악적으로는 전통 민요를 발전시켜서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 새로운 음 악을 창작할 때 민요를 소재로 삼는 것은 굉장히 좋은 아이템인데 안타깝게도 창작하는 사람들이 잘 못 써먹는다.
재미있고 좋은 아이템이지만, 여전히 편견도 있는 것 같다. 그것도 세대별로 다르다. 일제 강점기를 살았던 우리 아버지 세대는 조선의 풍 속을 다 없애버리고 빨리 적응해야 살 수 있다고 믿었던 분들도 많다. 그러다 보니 전통문화를 좋아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싫어하게끔 된 것이다. 우리 세 대는 그분들과는 좀 다르지만, 이전 세대가 만들어놓은 교육이나 대중매체 속 에서 자라다 보니 보고 들은 게 별로 없다. 게다가 팝송이 들어오고 서양음악 이 판을 주도하니 전통음악은 슬슬 없어지는 거다. 내가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김세레나, 김부자, 김상국, 하춘화 같은 신민요의 전통이 있었고 히트곡도 많 았지만 그나마 70년대 중반 이후 맥이 끊어졌다. 지금은 또 다른 세대다. 발전된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우리 역사나 전통문화에 대한 콤플렉스가 없고, 민요를 다 시 새로운 음악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거다. 교육과정에서도 국악, 민요가 반영 되기 시작했다. 같은 전통문화지만 받아들이는 것에서도 세대 차이가 난다. 감 각이 전혀 다르다. 지금 세대는 전통문화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 없기 때문에 잘 만하면 좀 더 살아날 수 있다고 본다. 창작하고 경험을 쌓는 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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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명예교사 ‘특별한 하루’에서 가족들을 대상으로 <재미있는 토속민요 이 야기>를 진행하셨다. 민요의 맛과 멋을 강의로 설명해주신 뒤 아이들이 직접 민 요를 지어 불러보게 하신 것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요즘 아이들은 뭔가 시키는 걸 좋아한다고 하더라.(웃음) 늘 혼자 마이크만 놓 고 방송을 했었는데, 아이들에게는 그렇게 하는 게 교육적인 효과가 높은 것 같다. 민요가 마침 열린 구조로 되어 있어서 애들에게 뭘 시키기 딱 좋다. 보 통 토속민요는 시작도 끝도 없다. 맘만 먹으면 온종일도 할 수 있다. 메기는 소 리만 해주면 후렴은 계속 받아간다거나, 돌림노래처럼 계속 비슷한 곡조에 노 래가사만 바꿔서 한다든가. 어려운 곡조면 못 부르지만 쉬운 뱃노래는 얼마 든지 부를 수 있다. 말꼬리 잇기처럼 ‘도토리는 동그랗다’ 하나 줬더니 ‘동그라 면……’ 하면서 그 자리에서 막 쓰더라. 아이들도 좋아하고 나도 재미있었다.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반응이 빠르다. 특히 초등학교 음악 교과서에 토속민요 가 많이 들어있어서 아이들이 민요를 제일 많이 안다.
요즘은 음악 시간에 국악과 민요를 꽤 다룬다고 들었지만, 아이들이 민요를 접하 고 배우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옛날에 아이들이 노래를 배우는 방식은 어땠나? 할머니들이 어떻게 노래를 배웠냐 하면, 엄마들 틈에 끼어서 일 배우면서 노래도 배웠다고 한다. 몇 시간씩 길쌈을 하면 심심하니까 재잘대고, 얘깃거리가 난무하 고, 간식도 먹고, 노래가 나오는 거다. 아이들이 어른들 틈에 끼어서 일을 배우면 서 바로 어른들 노래를 배워버린다. 아이들 문화가 따로 있지 않았다. 옛날에는 가족끼리 노는 문화는 별로 없었다. 그때는 가족 단위보다는 동네 단위로, 두레나 품앗이하면서 모여서 농사짓고, 잔치가 열려도 동네 사람들이 다 같이 모여서 하 거든. 이웃 간에 넘나들고 다 그렇게 컸던 거다. 지금은 가족이 최고라고 하지만, 가족이 너무 강조되면 공동체가 이뤄지기 어렵다. 이웃 간에 소통도 안 되고 더 큰 공동체가 형성되지 않는다. 난 가족주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가족이 중요 하지만, 굳이 중요성을 강조해서 거기 초점을 맞출 필요는 없다는 거다.
생각해보니 어렸을 때 할머니가 ‘자장자장’ 불러주시던 것이 토속민요인가보다. 애들 키울 때는 아이 어르는 소리로 ‘둥개둥개’도 하고 ‘들강달강’도 하고……. 자장가 이야기를 하려면 거품 물고 얘기해야 한다.(웃음) 모차르트, 슈베르트, 브람스 자장가는 알면서 우리 자장가는 너무 부르기 쉬운데도 불러주지 않는 다. 아기 재울 때는 전통 자장가가 최고다. ‘자장자장 우리애기 잘도잔다 우리 애기’만 반복해도 된다. 가사만 4·4조로 붙이면 된다. 우리 민요의 음수율은 4·4조가 기본이다. 라디오에서 청취자들에게 만들어보라면 곧잘 만든다. ‘우 리남편 보기싫다 술만먹고 잠만자네’ 이런 식으로.(웃음) 우리 언어구조가 4·4 조와 잘 어울리고 만들어 부르는 재미가 있거든. 게다가 리듬이 토닥토닥, 2/4 박자, 심장 박동과 같다. 아기가 배 속에 있을 때 엄마 심장 소리가 쾅쾅 울린 다고 한다. 엄마가 안고 토닥토닥해주면 태아 때 듣던 심장 소리와 같다는 거 지. 아이 재우는 게 목적이면 그보다 좋은 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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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개인적으로 민요를 배운 적이 있다. 마음만큼 따라 부르기가 쉽진 않았다.(웃음) 늴리리야, 태평가, 수심가 같은 통속민요는 공연용으로 만든 세련된 음악 이기 때문에 부르기가 쉽지 않다. 내가 말하는 민요는 토속민요다.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부르던 거라 어렵지 않다. 그런데 토속민요 공연을 본 적 있나? 아직도 토속민요를 어려워하고 낯설어하고 예술성이 없는 것 처럼 인식하고 있다. 그렇게 오랫동안 방송을 했는데도 아직 멀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막상 토속민요를 활용해야할 사람들이 안 하거나 못하는 거 다. [아르떼365] 독자들은 예술교육이나 창작활동을 많이 하실 텐데, 이 런 분들이 그 역할을 해줘야 한다. 민요가 가진 고향의 느낌, 소박한 민중 의 정서, 공동체 정신을 대중들은 이미 알고 있다. 그걸 활용해서 공연이 나 교육을 하는 것은 예술가, 창작자, 교육자들이 해야 한다. 활용 단계에 가면 공부를 좀 해야 한다. 가사도 짧게 시적으로 표현되어있기 때문에 배 경을 모르면 이해가 안 된다. 그러고 나면 아이들을 가르칠 때도 훨씬 깊 이 있게 흥미롭게 가르칠 수 있다.
말씀하신 것처럼 [아르떼365] 독자 중에는 전통문화에 편견이 없는 요즘 세대들과 문화예술로 소통하는 분들이 많다. 독자들께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어떤 분야에서나 마찬가지겠지만, 교육은 참 중요하다. 전통문화가 어떤 배경에서 이렇게 이뤄졌는지를 깊이 있게 탐구하면서 가르치면 좋겠다. 단편적으로 민요면 민요, 악곡 하나만 가지고 얘기하면 금방 끝나고 단순 하다. 가사도 음미하고 사회적 배경 같은 것도 탐구해서 연관된 전통문화 를 폭넓게 가르치면 좋겠다. 그래야 쉽게 잊어버리지 않는다. 노래 따로 그림 따로, 따로따로 하면 종합하는 능력이 부족할 수 있고 효과가 작다. 종합적 시각을 가지면 가르치는 분들도 재미있을 거다. 나는 민요를 설명 할 때 김홍도, 신윤복, 김준근, 김득신 같은 분들의 풍속화를 활용한다. 풍 속화는 백성들의 삶과 직결된다. 그걸 음악의 현장으로도 설명해줄 수 있 다. 난 그 속에서 민요가 막 들린다.(웃음) ‘디딜방아 찧는 소리’를 설명하 려면 디딜방아의 원리도 알아야 하고 어떤 역할에 몇 사람이 필요한지도 알아야 한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전통문화에 파고들게 되어 있다. 그 재 미를 느끼고 공부하면 아이들과 나눌 얘기가 풍부해지고 아이들도 빠져들 게 된다. 이렇게 공부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전통문화에 대한 종합적 인 지식을 섭렵할 필요가 있다.
강연이나 저술활동 외에도 홈페이지, 소셜네트워크(SNS) 등을 통해 민요 를 기록하고 연구하고 널리 알리는 작업을 오래 하셨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도 듣고 싶다. 그동안 민요 관련한 일을 많이 했지만, 책을 한두 권 더 내고 싶다. 그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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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요 소리꾼들 인터뷰를 많이 해 놨다. 그분들의 생애를 인터뷰해놓고 나만 알 고 지나가기엔 아깝다. 또 민요를 공부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종합적이고 이론 적인 연구를 담은 책도 하나 쓰고 싶다. 그리고 민요에 나오는 특이한 용어들, 관용어, 또 전통사회에서 많이 쓰던 용어지만 지금은 전혀 안 쓰는 용어 등을 최상일 1981년 문화방송(MBC)에 입사하여 2015년까지 우리나라 구석구석을 다니며 이 땅에 사라져가는 수많은 토속민요를 취재하고 소개했다. 『우리 소리를 찾아서 1, 2』(2002), 『백두대간 민속기행 1, 2』(2009), 『어야디야차 우리 소리에 풍덩실 빠져보자』(2014) 등 다수의 저서와 음반을 펴냈고, 1991년 특집프로그램 <풍물굿>으로 ‘아시아태평양방송연맹(ABU) 방송문화상’, 1995년 <한국민요대전> 프로젝트로 ‘한국방송대상’을 수상했다. 현재 국립국악원, 서울시 민요박물관 건립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며, 성공회대 문화대학원 초빙교수와 국악방송 <세계의 전통음악> 진행과 연출도 맡고 있다. 올해는 문화예술 명예교사로서 어린이와 가족이 함께하는 ‘특별한 하루’도 보내고 있다. MBC 한국민요대전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 홈페이지(www.urisori.co.kr)와 우리소리연구소 블로그 (http://blog.daum.net/sichoi2), 페이스북(www.facebook.com/ woorisori.lab)을 운영하고 있다.
남은정 상상놀이터 www.facebook.com/archive0721
사진 마루스튜디오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6년 11월 22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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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은 ‘민요사전’ 작업도 두고두고 해야 할 것 같다. 그동안 많이 못 다녔던 섬 같은 곳을 찾아 인터뷰를 더 해봤으면 좋겠다. 사라지는 것들을 기록하는 일을 계속하고 싶다. 최근엔 틈나는 대로 다른 나라 민속 음악도 수집하고 있는데, 더 열심히 다녀 야 하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 하다 보니 언어 소통도 어렵고, 시간·비용도 많이 들고, 방법론도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그렇지만 사라질 위기에 처한 세 계 전통음악을 섭렵하고 기록할 수 있으면 좋겠다. 유네스코 산하 아태무형유 산센터가 그런 일을 하고 있긴 한데, 거기도 소규모 조직이라 크게 일을 못 벌 인다. 아시아 대부분의 나라가 우리의 전철을 밟고 있는데, 그 와중에 자기네 전통문화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그들 스스로 전통문화 를 기록하는 작업을 할 수 있게 도와주고 싶다. 그동안 쌓은 경험이 거기에 활 용될 수 있길 바라지만, 혼자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 같기도 하 다. 우리나라가 국제적으로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지 않을까 싶다. 주변을 보면 확실히 때가 오고 있다는 느낌이 온다. 요즘은 민요가 아니라 세계전통음악에 대해 특강을 해달라는 요청이 많아졌다. 내가 충분히 준비되어있는지는 모르 겠지만 내 역할이 그거라면 할 수밖에 없다. 공부를 많이 해야지. 그래도 요샌 공부하긴 좋다. 인터넷을 비롯해 정보가 넘치니까. 목디스크만 조심하면 된다.
끊임없이 도전하고 끊임없이 설득한다 로나 매터슨 스코틀랜드 스타캐쳐스 대표
김소연 연극평론가
스코틀랜드 스타캐쳐스(Starcatchers)는 0세부터 5세까지의 영유아 대상 공연을 개발·제작하는 전문예술기관이다. 지난 12월 초 한국을 방문한 이들은 서울과 광 주에서 워크숍을 진행하고 ‘2016 유아 문화예술교육 콘퍼런스’에서는 영유아 대상 움직임을 이용한 발달 프로젝트 ‘무빙매터즈(Moving Matters)’ 등의 사례를 발표 했다. 워크숍과 컨퍼런스에서 소개된 이들의 프로그램들은 유아의 창의적 경험을 이끌어내는 효과적인 교육 프로그램의 사례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한편 이들의 참신하고 효과적인 방법론만큼이나 주목을 끄는 것은 이들의 활동방 식이다. 2006년 출발 이래 지금까지 30개 이상의 공연을 기획·제작하고, 160명 이상의 예술가, 공연기획자가 활동하고 있으며, 17만 명 이상의 영유아, 아동, 부 모, 보호자, 영유아 교육자들이 이들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벌 이고 있다. 이러한 활동이 말해주는 것은 활동의 규모만이 아니다. 0~5세 영유아 로 대상은 한정적이지만 이들의 활동은 복합적이고 광범위하다. 스타캐쳐스가 표 방하는 비전과 핵심활동에는 공연 창작만이 아니라 ‘창의적 스킬 프로그램’이라는 문화예술교육 활동 그리고 지역참여가 포함되어 있다. 창의적 스킬 프로그램은 영 유아 대상 보육/교육을 담당하는 성인 대상의 교육프로그램이다. 이처럼 영유아의 창의적 경험을 위해 이들은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현재 스코틀랜드 영유아 예술활동 관련 다수의 국가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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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의 출발은 단기 시범 프로젝트였다고 한다. 이때 주목할 점은 이 파일럿 프로젝 트를 기획하면서 예술가 레지던시 모델을 적용했다는 것이다. 지역 아트센터에 예 술가들이 상주하면서 영유아 대상 공연 및 창작 활동을 개발했다. 즉, 영유아라는 한정적인 대상에 대한 예술활동 프로젝트였지만 구체적인 지역과 공간을 매개로 지역민들과의 작업으로 진행된 것이다. 이러한 출발은 지금 이들의 비전과 활동을 이해하는 데에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이들의 비전과 활동은 외부에서 주어진 것 이 아니라 자신들의 활동 속에서 정리된 것이다. 스타캐쳐스의 활동을 살필수록 ‘아이들이 자라기에 가장 좋은 곳이 되어야 한다’는 국가 정책의 목표가 어떻게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예술활동을 낳고, 그것이 어떻게 지역민들의 삶에 파고들며, 이를 통해 어떻게 예술이 다양한 사회 적 문제들과 연계되면서 예술의 창의성과 사회적 역할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만들 어 가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커져갔다. 로나 매터슨(Rhona Matheson) 대표는, 비 록 짧은 시간의 대화였지만, 많은 질문에 대해 즐겁고 흥미로운 답변을 해주었다.
스타캐쳐스에 대해 소개해 달라. 어려운 질문이다. 우리를 소개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웃음) 스타캐쳐스 는 비영리단체로서 0~5세까지의 영유아와 그 보호자들을 대상으로 예술과 창 의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그 대상은 0~5세까지의 영유아들과 그 보호자들이 다. 2006년 파일럿 프로젝트로 시작했다가 프로젝트의 규모가 점점 커져서 지 금은 독립된 기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연극인들을 중심으로 시작하고 성장했지 만, 영역이 확대되면서 영유아 교육자들, 아이들의 보건이나 사회복지를 담당 하고 있는 전문 인력들과도 손을 잡게 되었다. 이제는 아이들에게 예술적인 즐 거움과 창의적인 활동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서서 어린 나이부터 예술을 통해 아이들을 지원하고 예술을 기꺼이 변화의 도구로 활용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예술은 영유아들의 발달에 굉장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단체 소개를 보니 규모가 상당하다. 어떤 예술가들이 활동하고 있는지, 어떻게 해 서 이렇게 많은 예술가들이 영유아 대상 예술활동에 참여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첫 파일럿 프로그램에는 두 명의 예술가가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한 사람은 영유아 연극 제작자였고, 다른 한 사람은 드라마 뮤지컬 관계자였는데, 전혀 이 분야에 경험이 없었던 사람들을 발굴하게 된 거다. 이것이 모든 것의 시작이 되었다. 파일럿 프로젝트를 통해 <리틀 라이트(little light)>라는 연극 을 만들게 되고, 이후에 한 예술가가 <마이 하우스(my house)>라는 작품을 독 립적으로 제작했는데, 우리가 주최한 국제심포지엄에서 이 작품을 선보이면서 영유아 예술활동에 대한 예술가, 예술 관계자, 교육자들의 주목을 받게 되었 다. 우리가 시범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는 ‘이매지네이트’(Imaginate)(0~18세 영유아, 어린이, 청소년 대상 공연예술을 지원하는 국가진흥단체)에
소속되어 있었는데, 여기에 속해 있는
많은 예술가들에게 우리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알릴 수 있었다. 그런 과정을 거 치면서 점점 많은 예술가들이 영유아 예술활동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또 한편 으로는 어린 자녀를 두고 있는 예술가들이 아이와 함께 참여할 활동을 찾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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었고, 직접 참여해서 자신의 아이를 위해서 창작하고 싶다는 의사로 합류한 경 우도 있다. 그동안 160여 명의 예술가들과 일을 할 수 있었다. 우리는 운이 좋 았다. 짧은 기간 함께 한 예술가들도 있고 계속 우리와 함께 하고 있는 이들도 있다. 우리는 계속 그 범위를 확대해 가고 있다. 재밌는 것은 연극이든, 설치미술이든, 시각예술이든 아이들을 대상으로 창작 하는 것은 어떤 것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제한이 없다. 물론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들이 있지만, 추상적으로 접근하든, 아이들이 직접 참여하는 방식이든, 관습적으로 일방적인 관람자의 역할로 두든, 그 어떠한 것도 가능하다. 우리는 그런 모든 방법들을 탐구하고 시도해 보았다. 예술가 입장에서는 이것이 엄청 난 자유를 주기 때문에 관심을 갖는 것 같다. 참여하는 예술가들은 이러한 새 로운 시도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동시에 열린 마음으로 임하게 된다. 아이들은 굉장히 솔직하고 반응이 즉각적이기 때문이다. 재미가 없으면 피드백이 바로 온다. 그래서 굉장히 도전적인 작업이다.
모든 것이 열려 있는 무궁무진한 세계라고 말하고 있다. 참 매력적인 말이지만 다른 한편 어떤 가이드도 없는 세계라는 말도 된다. 지금은 10년간의 활동이 있 지만 처음 시작할 때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나.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초기 과정이 분명히 있다. 시범 프로젝트를 통해 만 들었던 <리틀 라이트>를 돌아보면 첫 작품이라는 티가 많이 난다. 영유아 공연 이라고 할 때 예상 가능한 모든 것들이 다 들어가 있다. 풍선, 비눗방울, 깃털, 공, 음악, 리듬, 운율이 다 있다. 지금 보면 ‘이건 빼도 되는데’ 하는 것들이 있다. 뭘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에 모든 것을 다 쏟아 부어 놓은 것이다. 필요하지 않은 것들이 막 들어가 있다. 그런데 그러한 과정은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영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연극은 내가 보기엔 ‘단순함의 복잡성’이 있어야한다. 최대한 단순하지만 다양한 층이 있어야 한다. 다양한 이야기들을 일관되게 풀 어나가기 위해서는 굉장히 복잡한 과정이 필요하다. 예술가의 비전과 목적 또 한 분명해야 한다. 쉽게 만든다고 편안한 대안으로 돌아가면 안 된다. 안타깝 게도 많은 경우에 이런 단순함을 지키면서 어려운 과정을 거치기를 원치 않아 서 쉬운 방법으로 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단순함의 복잡성’이라는 말이 굉장히 와 닿는다. ‘형태는 단순하더라도 여러 겹 을 가져라’라는 의미로 이해해도 되겠는가. 정확하게 이해한 것 같다.
초기의 시행착오는 당연히 거쳐야 할 과정이라고 했다. 예술가들이 ‘영유아’라는 새로운 대상에 대해 작업할 때 가장 어려워하는 것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것은 예술가가 새로운 시도를 자신감 있게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잘못되었을 때, 그러니까 예상치 않은 반응이 왔을 때, 그에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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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할 수 있는 열린 마음을 갖는 것이다. 작품을 만들 때 예술가가 뭔가 방향을 설정하고 ‘이런 반응을 유도 해야겠다’ 하는 것이 아니라, 영유아가 직접 주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청중의 반응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초창기에 우리와 협업했던 예술가와 몇 년 전에 다시 작업했다. 2~4세 아동을 위한 작품 활동을 많이 한 경험 많은 예술가다. 베를린에 있는 단체와 같이 협 업을 하는데, 장기간에 걸쳐서 의견을 나눴다. 5~6년간 아이디어를 주고받고, 아이디어를 구체적으로 발전시키는 1년의 과정이 있었다. 4주에 걸쳐 집중적 인 작업도 있었다. 거의 완성 단계에서 독일에 있는 유치원 아이들을 대상으로 리허설을 했다. 그런데 아이들이 전혀 이해를 못 하는 거다. 공연까지는 3주 남 은 상태였는데, 우리들은 수년에 걸친 프로젝트를 전부 폐기하고 아이들의 피 드백을 중심으로 새로 만들었다. 그 상황에서 “원래의 아이디어를 계속 밀어 붙이겠다”고 하지 않고, 과감하게 “다시 시작 하겠다”를 선택한 것이 굉장히 중 요했다고 생각한다.
스타캐쳐스는 핵심 활동을 세 가지로 꼽고 있다. 기획 및 투어, 영유아 교육자를 위한 창의적 스킬, 지역사회 참여. 공연, 교육, 지역사회 참여를 모두 주요 활동 으로 삼고 있는데, 이러한 활동의 다양성은 ‘영유아’라는 대상의 특징 때문인가? 또 이 세 가지 핵심 활동이 각각 진행되는지, 연계되어 진행되는지 궁금하다. 서로 긴밀하게 연결이 되어있다. 종합적인 접근 방식이라고 보아줬으면 한다. 세 가지 핵심 활동은 초창기 프로젝트에서 뻗어 나간 것이다. 레지던시 프로그 램은 오랜 기간에 걸쳐서 진행되는데, 예술가가 동일한 그룹의 아이들, 부모, 보호자들과 함께 작업한다. 어려움이 있는 가정이 많고 지원이 많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가난, 마약이나 알코올 중독 문제, 부모의 건강문제 등 여러 문제가 있다. 부모와 아동의 관계를 관찰하는 것도 프로그램 안에 포함되는데, 이 또 한 창작활동이자 지역 참여 활동이다. 창의적 스킬은 교육기관, 유치원의 선생님들이 요청했던 것이다. 우리가 레지 던시 프로그램을 여러 영유아 교육기관에서 진행했는데, 그곳 선생님들이 우 리도 이것을 할 수 있게끔 교육해 달라, 지원해달라고 해서 시작되었다. 유치 원 선생님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가족지원 단체들도 참여했다. 사회복지 담당 자, 교육 담당자, 놀이 전문가 등 다양한 분들이 참여해서 자신의 경험을 공유 하기도 하고 우리의 프로그램으로 교육을 받았다. 창작은 우리의 핵심 활동 중에서도 가장 중요하다. 우리는 가능한 한 스코틀 랜드의 많은 아이들이 연극, 시각예술 등 양질의 예술적인 경험을 누릴 수 있 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유엔 아동권리협약(Convention on the Rights of the Child) 제31조에도 나와 있듯이 모든 아이들이 예술과 문화생활 을 영위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에게 창작은 빠질 수 없는 중요한 활동이다. 아이들과 활동을 하는 동안 예술가는 세 개의 활동을 다 담당을 하고 아이들도 한 가지, 많게는 세 가지 활동에 속해서 누린다. 이 모든 활동에서 우리는 예술 의 형태를 특정하지 않는다. 창작이든 여타 활동이든 과정과 성격이 특정한 예 술의 형태로 한정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감독이 ‘디자인은 이 사람이 맡고, 연 극은 저 사람이 맡았으면 좋겠다’라고 정하고 각각의 영역을 담당하는 것이 아 니다. 모든 활동은 시각예술가, 디자이너, 뮤지션 등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이루 어지기 때문에 특정한 하나의 예술형태로 한정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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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지역사회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이 많다. 지금까지 했던 지역사회 프 로그램 중 가장 의미 있었던 작품을 꼽는다면 어떤 작품인지, 또 이유는 무엇인 지 궁금하다. 어떤 하나를 꼽기가 어렵다. 다 의미 있고 다 중요하다.(웃음) 먼저 ‘플레이그라 운드(The Playground)’에 대해서 말하자면, 스타캐쳐스가 독립하고 나서 처음으 로 맡은 대형프로젝트였다. 우리의 활동이 아트센터 기반에서 교육기관 기반으 로 옮겨가는 거였다. 이전까지 예술가가 아트센터 레지던시 프로그램에서 대상 을 찾으러 나가는 거였다면 이제는 교육기관에서 상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유 치원에 1년 정도 상주하게 되었다. 아이들은 물론 부모들에게도 프로그램을 진 행하고 또 교사들의 트레이닝도 진행했다. 아예 접근 방법 자체가 많이 달랐기 때문에 아주 중요했었다. 그 전에 진행한 ‘인스파이어 프로젝트(Inspire Project)’ 에서도 교육기관과의 협업이 있었지만 한 교육기관에 가서 일주일 하다가 다 른 곳으로 가는 식이었다. 그래서 일관성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했고, 그게 ‘플 레이그라운드’였다. 우리의 활동이 영향력을 갖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진행해 야 한다. ‘토킹 테일즈(Talking Tales)’, ‘무빙 매터즈(Moving Matters)’도 6개월 정도로 진행이 되기 때문에 장기적 프로젝트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프로젝트 펀딩 방식이다 보니 기한이 정해져 있다. 그 이상 끌어가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 다. ‘플레이그라운드’와 같은 접근 방식이 중요한 것이, 궁극적으로 스코틀랜드 모든 영유아 교육기관에 예술가가 상주하는 것이 목표다. 아직은 나의 개인적 소망일 뿐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창의적 스킬 프로그램이 중요한데,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영유아 교육자들이 창의적인 예술활동을 도구 삼아서 아이 들을 지원한다면 어느 정도 우리 목표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익스펙팅 썸싱(Expecting Something)’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싶다. 역시 장기 적인 소통 프로그램이지만 조금 다른 것이, 취약계층의 엄마들과 그 아이들이 대상이라는 것이다. 25세 이하의 엄마들을 임산부 때부터 아이가 만 2세가 되 기 전까지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이것도 처음에는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시 작했다. 스코틀랜드에는 ‘가족 간호사 파트너십(Family Nurse Partnership)’이 라는 보건 프로젝트가 있다. 10대 엄마들을 임산부에서부터 아이가 30개월이 될 때까지 지원하는 거다. 이러한 지원도 분명 필요하고 도움이 되는 것이지 만, 여전히 10대 엄마들이 고립되고 소외되어 있는 문제가 남는다. 이 단체의 소개를 받아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엄마와 아이들이 모여서 함께 하는 프로그 램을 시작했다. 우리는 부모의 관심사에서 출발했다. 예술가가 제안하는 것이 아니라 엄마가 어떤 예술활동을 하고 싶어 하는지 듣고, 예술가는 엄마가 관심 있어 하는 활동에 아이를 어떻게 참여하게 할지 고민한다. 엄마와 아이들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다른 가족들, 또 지역사회와 소통하게 되는 것이다. 프 로그램의 영향력이 확인되면서 펀딩을 받게 되어 확대되었다. 2년간의 펀딩을 받아서 18개월째 운영을 하고 있고, 최근 차기 2년도 예산이 확보되었다는 소 식을 들었다. 다양한 엄마들, 아이들에게 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부처, 기관과의 협업이 중요한 것 같다. 중요한 일인 만큼 쉽지 않다. 스 타캐쳐스는 그들을 설득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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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끊임없이 많은 장애물에 맞닥뜨린다. 왜 영유아를 위해서 예술활동을 하느냐, 조금 더 기다렸다가 5~7세쯤에 하지, 하필이면 왜 영유아를 대상으 로 연극을 하느냐, 이런 질문을 하는 이들을 지금도 여전히 만난다. 가장 좋은 설득 방법은 우리가 뭘 하는지 직접 보여주는 것이다. 보고 나면 충분히 이해 하더라. 스타캐쳐스가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해온 것은 다른 분야의 분들이 우 리의 접근 방법을 포용할 수 있도록 연결고리를 잘 맺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 다. 스코틀랜드에는 다양한 영유아 정책들이 있다. 모든 영유아 관계자들이 지 켜야하는 아동의 삶의 질 개선 및 지원을 위한 스코틀랜드 국가 정책 ‘Getting it right for every child(GIRFEC)’는 모든 어린이들이 건강하게 존중을 받고 살 아갈 수 있게 지원하는 전략이고 이외에도 다양한 지표들이 있다. 청소년 예술 전략도 있고, 창의력 전략도 있다. 그런 것들이 우리가 하는 많은 활동과 연결 이 되어 있다.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우리의 활동이 그러한 전략을 충분히 지 원하고 뒷받침한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지금도 그러한 일들 을 계속하고 있다. 우리는 정치적인 활동도 나름대로 많이 한 거다.
교육의 목표나 평가에서 참가자들의 자신감을 중요한 지표로 언급하고 있다. ‘자 신감’은 스타캐쳐스가 예술활동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인가? 아니면 당 신의 개인적인 신념인가? 개인적인 신념이면서 영유아 예술활동의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창의적 스킬’을 하면서 많은 선생님들이 창의성을 활용하는 데 자신감이 결여되어 있 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에 이를 강조하게 되었다. 여러 스킬과 도구를 활용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으면 아이들에게 다양한 시도를 끊임없이 할 것이 다. 지역 참여 활동에서도 영유아와 가족에게 자신감을 주는 것이 중요한 목표 다. 취약계층 부모들이 자신감을 갖게 되고 스스로의 역량을 확신하게 되면 내 가 자라온 환경과는 다른 나은 삶을 추구할 수 있구나, 우리 아이를 위해서도 뭔가 더 나은 게 있겠구나, 라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아이들도 자신감 을 갖게 되면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도 훨씬 더 잘 맺고, 궁극적으로는 훨씬 더 능력 있고 창의적인 성인으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 큰 그림은 결국 사회가 더 나은 곳이 되게끔 변화를 이끄는 것이다. 스코틀랜드 정부는 ‘스코틀랜드를 아 이가 자라기에 세상에서 가장 좋은 곳으로 만들겠다’는 정책 목표가 있다. 그걸 이루기 위해서도 우리가 다양한 층위에서 자신감을 가지고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타캐쳐스의 자료를 보면서 ‘창의성은 어떻게 배우는지의 문제다’, ‘창의성을 함 양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다’ 등이 인상적이었다. 그 런데 당신들이 정의한 창의성은 꼭 예술을 통해서만 계발되는 것은 아닌 것 같 다. 그렇다면 창의성 계발에 있어 예술의 특별한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예술만이 가질 수 있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 탐구하게 하는 것이 가장 큰 열 쇠라고 생각한다. 예술은 많은 변화를 가져온다. 일단 아이의 입장에서는 상상 력을 불러일으키고 놀이를 통해서 세상을 다른 관점에서 보게끔 한다. 교육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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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도 마찬가지다. 예술을 통해서 자기표현을 하게 되고, 궁극적으로는 인간이 주변과의 관계를 맺고 또 소통하는 것과 연결이 된다. 다양한 감각을 활용하면 서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창의성은 광범위한 개념이고 우리는 그중 예술에 집중한다. 그리고 우리의 활동에 대해서 오해가 없었으면 하는 것은, 우리는 과 로나 매터슨 (Rhona Matheson) 글라스고대학교 스코틀랜드 역사 및 연극 석사를 졸업했다. 스코틀랜드 연극 및 인형극단에서 프로듀서 및 기획자로 활동해왔고, 2006년부터 스타캐쳐스에 합류해 프로그램 매니저, 디렉터를 거쳐 현재 대표로 정부 기금사업을 비롯한 다양한 스펙트럼의 프로젝트를 총괄하고 있다. 유아 및 아동을 위한 예술, 창의 활동 분야의 프로듀서와 기획자로 다년간 활동하였으며, 예술, 교육, 보건, 보육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정뿐만 아니라 예술 그 자체, 결과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아름 다움을 추구하는 것이다. 물론 과정 역시 즐겁고 흥미진진한 것이지만 말이다.
서울과 광주 워크숍에서 ‘어린이 중심’, ‘어린이 주도’를 상당히 강조했다고 하더라. 중요한 지적이다. 스타캐쳐스는 그러한 원칙을 견지하는 데에서 겪었던 시행착오 는 없었나? 어린이 중심을 지키기 위해서 예술가들이 경계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 이번 워크숍은 매우 즐거웠다. 우리가 제시한 방법들에 대한 도전과 열정이 대 단했다. 어린이 중심, 어린이 주도란, 아이들에게 ‘이거, 이거 할 거야’라고 지 시를 내리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이에게 원하는 대로 하라고 방임하는 것 도 아니다. 일정한 구조를 가지고 진행하되 탐구를 하고 아이들이 이끄는 방향 이 내 방향과 다르다면 그쪽을 충분히 탐색할 수 있도록 한 다음에 다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어떻게 잘 유도할 수 있을지, 마치 춤추듯이 주고받으면서 아 이의 반응에 따라 적절하게 지도하며 다시 돌아오게끔 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아이들과 피드백을 주고받으면서 예술가는 자기 나름대로 열린 방식을 수행
김소연 연극평론가. [컬처뉴스] [weekly@예술경영] 편집장을 지냈다. 경기문화재단 <커뮤니티와 아트> 콜로키움을 기획하고 편집했다. 무대가 어떻게 세상과 소통할 것인가에 대한 관심으로 글을 쓰고 잡지를 만든다. kdoonga@naver.com
해야 한다. 아이의 반응에 내가 적절히 대응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임 해야 한다. 우리 역시 영유아 교사들, 예술가들, 부모들과 함께 아이 주도로 활 동을 하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끊임없이 토의하고 만들어나가는 과정이다. 아 이가 충분히 자신의 창의력을 발산할 수 있도록 자유를 주면 아이들도 더 나은 경험을 하고, 부모들의 만족도도 더 높고, 예술가도 충분한 자유를 누릴 수 있 다는 것을 점차 깨닫고 있다. 정답도 없고, 오답도 없다. 위험을 과감하게 선택 하고, 아이들이 우리를 여정으로 이끌어나간다는 생각으로 임해야 한다. 아이
사진 Studio E
들과 함께 하는 것은 예측 불가능하지만, 재미있고 흥미로운 여정이다.
어린이와 교사, 예술가의 관계를 연기의 액션과 리액션으로 이해해도 되나?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6년 12월 27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물론이다.
스타캐쳐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영유아 예술활동이 다양한 분야와 연계되는 중요한 활동이라는 것, 그리고 예술의 창작에서도 도전적인 영역이라는 것을 이 해하게 되었다. 또 예술이 사회적 도구로서의 효용을 가지면서도 예술 그 자체 의 결과에 대해 엄격한 점도 인상적이다. 긴 시간 감사하다.
PART 2 인터뷰
99
03 p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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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arte 365
3
칼럼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철학과 관점을 나누는 자유로운 발언의 장입니다.
명확한 목표와 유연한 협력이 관건 / 김성기 문화예술교육 확장과 진화의 동력으로 / 박건배 서로를 자극하는 긍정의 에너지 / 강예진 서로의 질문과 고민을 올려놓고 / 김준영 시니어 뮤지션, 예술로 삶의 생기를 더하다 / 이한철 예술보다 더 예술적인, 삶을 캐내다 / 전고필 변화와 성장의 핵심은 ‘사람’ / 임진아 관습적인 틀을 깨고 ‘행동하는 예술가’로 / 에릭 부스
PART 3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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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한 목표와 유연한 협력이 관건 자유학기제와 문화예술교육 김성기 통진중학교 교사
지난 10년 동안 학교 예술강사 지원사업이 지속적으로
여 운영할 수 있다. 수업 방법도 토론, 실습 등 학생 참
추진되면서 초중고등학교 각 단위에서 학생들이 접할
여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교과 간의 융합 수업도 가능
수 있는 문화예술교육이 과거에 비해 대폭적으로 다양
하며, 학생 선택을 최대한 반영한 다양한 체험활동도
화되고 활성화된 것이 사실이다. 특히 문화예술 인프라
이루어지게 된다. 또한 다양한 분야의 외부강사를 초빙
가 갖춰져 있지 않아 학교가 문화예술교육의 중심 역할
하여 수업을 진행할 수 있으며, 지역의 다양한 시설을
을 하는 지역일수록 문화예술교육의 효과는 더욱 크게
이용하여 활동 중심의 수업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
나타나고 있다. 그 효과란 무엇일까? 전문적인 교육학
다. 기존의 학교 교육에서는, 교사들은 교과 교육과정,
용어를 사용하지 않더라고 전문가들이 가르쳐 주는 문
학생들은 시험이라는 틀 때문에 교실이라는 공간에서
화예술 경험은 학생들에게 자신의 끼와 가능성을 찾을
지식 위주의 교과 내용을 교사가 중심이 되어 운영할
수 있도록 하고, 자신감을 가지게 하며, 기존의 틀과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자유학기제에서는 이러한 제한
다르게 새롭게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는 점이다.
된 틀에서 벗어나 체험 중심의 다양한 활동들을 학교에
또한 문화예술교육을 경험한 학생들이 앞으로 문화예
서 시도해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술을 당당히 향유하고 즐길 수 있는 수준 높은 문화예술 소비자가 되는 것은 물론, 나아가 미래 우리나라 문화예
자유학기제가 전면 시행되면 학교 교육에서 문화예술
술을 이끌어갈 뛰어난 예술인 또는 문화예술 산업을 주
교육이 더욱 활성화 될 것이다. 예술체육활동이 주당 3
도할 CEO도 될 수 있는 디딤돌이 되었다는 점이다.
시간에서 5시간 정도 배정되어 학생들이 문화예술교육 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되고, 다양한 문화예술 과 목을 개설할 수 있으며, 교육 내용을 자유롭게 구성할
자유학기제를 통한 문화예술교육 활성화 기대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문화예술 분야 전
문화예술교육의 중요성이 점점 부각되는 요즘 학교 현장
문가를 초빙하여 수업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
의 화두는 ‘자유학기제’다. 자유학기제란 중학교 과정 중 한 학기 동안 학생들이 중간·기말고사 등 시험부담에서
울러 외부 문화예술시설을 이용할 수도 있고, 2,3차시 를 묶어서 운영할 수 있는 블록타임(block time) 수업
벗어나 꿈과 끼를 찾을 수 있도록 수업 운영을 토론, 실
도 가능하여 다양한 문화예술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 환
습 등 학생 참여형으로 개선하고 진로탐색 활동 등 다양
경이 마련된다. 또한 진로탐색활동, 주제선택활동, 동아
한 체험활동이 가능하도록 교육과정을 유연하게 운영하
리활동 등에도 문화예술 관련 활동을 넣을 수 있다. 예를
는 제도이다. 이 제도는 2013년 42개 연구학교로 처음
들어 진로탐색활동에서 문화예술 산업 직업군에 대해 알
시행되어, 2014년 25%, 2015년 79%, 그리고 올해 전국 중학교를 대상으로 전면 시행될 예정이다.
아보는 활동도 할 수 있고, 주제선택활동에서 문화예술 과 관련된 프로젝트 수업도 운영할 수 있으며, 동아리활 동에서는 다양한 문화예술 동아리를 개설할 수도 있다.
자유학기제가 운영되면 오전에 일반교과 수업이 이루 어지고, 오후에 자유학기 활동으로 주당 12시간에서 15시간 정도 진로탐색활동, 주제선택활동, 예술체육활
목표 명확히, 협업과 협력으로 좋은 내용물 담아야
동, 동아리활동으로 나누어 진행하게 된다. 그리고 학
그러나 제도는 하나의 형식이기에 이러한 제도가 마련
교의 실정에 따라 4가지 영역을 각각 비중을 다르게 하
되었다고 해서 무조건 문화예술교육이 활성화될 것이라
102
2016 arte 365
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자유학기제’라는 좋은 그릇에 어
업, 학교 교사나 다른 분야 전문가와 함께하는 융합 수
떠한 내용물을 담느냐에 따라 결과는 얼마든지 달라질
업, 학생들이 스스로의 꿈과 끼를 발견할 수 있는 수업,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교육적으로 의미 있는 문화예술
진로를 탐색할 수 있는 수업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교육을 학생들에게 제공하기 위해서는 학교, 지역 공공
고민해야 할 것이다.
기관, 교사, 문화예술 전문가(예술강사)들의 의지와 협력
담당한다면, 교사와 문화예술전문가는 프로그램 기획이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에서는 작년에 1학년을 대상으로 자유학기제를 운영하였고, 2학년을 대상으로 무용 예 술강사 지원사업을 진행하였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은
나 교육과 같은 소프트웨어적인 부분을 책임지고 담당
일반 교과 시간에서 배울 수 없었던 다양한 문화예술교
해야 한다. 그러나 실행에 앞서 먼저 고민해야 하는 것
육을 접할 수 있었다. 당연히 학부모와 학생들의 만족
은 자유학기제에서의 문화예술교육의 목표가 무엇인지
도가 높았을 뿐만 아니라 학년말에 있었던 문화예술제
를 명확히 하는 것이다. 이를 명확히 해야 자유학기제에
에서 의미 있는 공연도 하였다. 학교 교육에서 문화예
서의 문화예술교육이 일회적인 이벤트 행사, 교육적으
술교육이 활성화 될수록 학생들의 자신감 및 창의성은
로 의미 없는 체험활동, 시간 때우기 식의 운영, 기존 교
더욱 향상될 것이고 인성도 좋아질 것이라고 믿는다.
과 수업과 차별화 되지 않은 수업 방식, 획일화된 프로
이것이 바로 우리가 문화예술을 강조해야 하는 이유다.
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할 것이다. 학교와 지역 공공 기 관은 예산이나 체험 장소와 같은 하드웨어적인 부분을
그램 운영, 모든 자유학기제 활동을 학교 교사가 담당해 야 한다는 강박 관념, 안전 문제를 이유로 대부분의 체 험 활동을 학교 내에서만 하고자 하는 생각 등에서 벗어 날 수 있을 것이다. 자유학기제에서의 문화예술교육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 기 위해서는 학교 교사의 역할과 외부 문화예술 전문가 (예술강사)의 역할이 조금 구분될 필요가 있다. 학교 교 사는 본인의 전공과 관련된 일부 활동을 교육할 수 있 다. 그러나 자유학기제의 모든 교육을 담당할 수는 없
김성기 통진중학교 교사, 방과후학교 부장. 국민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였다. 2002년부터 통진중학교에서 교과 교육 이외에 풍물 및 무용동아리를 운영해오고 있다. 2008년부터 현재까지 통진중학교 예술강사 지원사업 담당하고 있다. janyang@unitel.co.kr
다. 따라서 학교 교사는 프로그램 기획, 우수 외부강사 초빙, 외부 문화예술 시설 및 기관과의 연계, 외부 전문 가와 학생의 눈높이를 조절하는 것과 같은 일종의 매니
사진제공 통진중학교
저 역할을 해야 한다. 그리고 외부 문화예술교육 전문가 는 학교 교사와 협력하여 학생 참여 중심의 수업, 미래 지향적 역량(창의성, 인성, 사회성 등)을 키울 수 있는 수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6년 3월 8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PART 3 칼럼
103
문화예술교육 확장과 진화의 동력으로 대학 예술교육의 도전, 문화예술교육 전문인력 양성 박건배 계명대학교 문화예술교육원 원장
2013년부터 시행된 문화예술교육사 자격제도가 어느 덧 3년이 지났다. 기존 학교와 사회 문화예술교육에 종
지난 3년간의 문화예술교육사 제도와 관련 사업, 특히 ‘예술교육이 바뀐다’는 대학 예술교육의 사회적 가치와
사한 전문 인력의 법적 지위 확보와 대학 예술교육을 기
역할에 새로운 시도와 변화를 일부 이끌어 낸 것도 사
반으로 교육자로서의 인성 및 자질을 갖춘 문화예술교
실이다. 전통적 창작 중심의 예술교육에서 사회 참여형
육사를 양성하고자 대학과 지정교육기관(문화예술교육
예술교육으로 변화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예술의 사
원)에 문화예술교육사 자격 교육과정을 설치하여 문화
회적 가치와 역할로서 재능기부, 나눔 및 도시재생프로
예술교육의 질적 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제도이다. 보다
젝트 학습과 사회공헌 및 기여, 공공서비스 개념의 예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문화예술교육사 자격제도 관리를
술교육과 연계하는 등의 움직임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
통해 얻은 양적·질적 성장, 사회적 확산 등의 성과는 고
이다. 예술을 통해 사회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하는 프
무적이다. 특히 문화예술교육 현장의 수요를 반영한 교
로젝트들은 많은 긍정적 효과를 보여 주었으며, 그러
육과정 개편과 ‘예술교육이 바뀐다’ ‘문화예술교육사 활
한 결과를 토대로 공동체를 위한 공공적 문화예술 표현
용모델 발굴 지원사업’ ‘국공립문화기반시설 문화예술
방식이나 특정 지역 재생프로젝트와 같은 형태로 대학
교육사 활용시범사업’ 등은 문화예술교육사의 역할과
예술교육이 확장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을
활동에 대한 방향을 제시했다. 또한 예술 대학 졸업생들
‘제공한다’라는 공급 개념과 결과 중심적 성격이 강하
의 일자리 확대 측면에서도 희망적이며 문화예술교육
여 수동적 예술향유로서 진정한 예술가치 확산과 향유
의 새로운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지난 3년
에 한계가 보인다. 이러한 현상은 기존의 문화예술교육
간은 문화예술교육사 자격제도 도입과 정착, 성장기반
프로젝트에서도 볼 수 있었는데 예술 공급을 통해 우리
조성에 성공적이라 평가할 수 있다. 이제는 문화예술교
의 삶을 고양시켜야 하는 사명감 때문일 수 있거나, 문
육의 진정한 질적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한국문화예술
화예술교육의 가치는 예술가의 재능과 열정 그리고 교
교육진흥원, 대학, 지정교육기관 등 문화예술교육사 관
육경험에 의해 실현될 것이라는 믿음이 작용했을 수도
련기관의 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협력체계와 역할분
있다. 그러나 더욱 근본적인 한계는 이분법적 접근과
담, 공동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태도에 있다고 생각된다. 공급과 수혜, 교육자와 학생, 예술가와 향유자, 기관과 시민 등과 같이 분리된 집단 의 주체와 객체처럼 문화예술을 수용한다는 점이다.
대학 예술교육의 새로운 변화와 시도 최근 대학 예술교육은 위기에 직면해 있다. 정부의 산업수 요 맞춤형 고등교육정책, 특히 취업률을 반영한 대학 교육
수요자 관점의 문화예술교육사 양성과 훈련
체제 개혁 요구와 프라임 사업(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
문화예술교육의 사회적 가치와 질적 성장은 향유자 스
대학 사업)은 예술관련 학과의 정원 축소 또는 폐과 현상
스로가 문화예술 수용 태도를 바꿔보려는 능동적인 참
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순수예술분야 관련 학과들은 대
여를 자극하는데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문화예술
학 입학자원의 감소 등으로 존폐 위기에 처해있어 대학 예
을 전수하고 가르친다는 공급의 자세와 태도에서 벗어
술교육의 위기극복과 새로운 변화 모색 방안으로서 문화
나 예술적 감성과 경험을 이끌어내고 창의와 인성, 관
예술교육사 제도와 관련 지원사업은 돌파구가 될 수 있다.
계성과 공동체성을 실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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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는 자세와 태도를 갖춘 문화예술교육사 양성과 훈련
술교육사 양성이 필요하다. 특히 각 대학과 문화예술
이 요구된다. 또한 수혜자가 아닌 수요자 관점에서 최
교육원이 역할분담을 통하여 공간(학교, 사회), 대상(생
고의 문화예술교육을 서비스하고 만족감을 극대화시킬
애주기, 계층)에 따른 특화된 수요맞춤형 문화예술교
때 문화예술교육의 가치와 존재성은 더욱 빛나고 수요
육사 양성프로그램 개발과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확장과 창출로 연결되어 창조산업으로서 진화가 가능
간접지원 정책이 확대될 필요가 있다. 또한 문화예술
하다. 또한 사회 변화와 문제에 대한 통찰력으로 수요
교육의 사회적 역할과 관련한 기획, 분석 및 연구, 매
를 파악하고 수요자에게 서비스하는 자세와 태도로 무
니지먼트 등을 담당하는 문화예술교육 전문가로 문화
장되면 문화예술교육사와 관련된 여러 문제들이 자연
예술교육사를 양성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마지막
스럽게 해결될 것이다. 이와 동시에 문화예술교육이 성
으로 창조산업과 연관된 공동의 인식을 바탕으로 수요
장하고 발전하는 가장 강력한 동력이 되고 문화예술교
발굴과 일자리창출, 문화예술교육분야 생태계 조성을
육분야 생태계 조성이 기대되어 예비 문화예술교육사
위해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대학, 문화예술교육원
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다. 한편 문화예술교육사
이 서로 협력하고 역할을 분담하여 함께 성장하는 기
들의 이러한 노력은 공간과 생활영역 창조에 있어 문화
반을 마련하길 기대한다.
예술의 역할을 키우고 보편적 시민을 위한 공공서비스 개념으로 폭넓게 확장된다. 또한 문화예술교육이 지역 과 사회, 집단의 부가가치 제고에 적극적으로 개입함으 로써 창조적 사회로의 변화를 이끌어낼 것이다. 이러한 희망적 기대에는 선결 과제가 있다. 현재 문화 예술교육사의 주요 활동은 학교와 사회 문화예술교육 이다. 예술을 기반으로 일상의 삶에 대한 태도와 관계 를 모색하는 공통점은 있으나, 학교 문화예술교육은 예술을 기반으로 창의력과 인성을 기르는데, 사회 문 화예술교육은 예술을 기반으로 관계성, 공동체성 형성
박건배 계명대학교 문화예술교육원 원장 계명대학교 미술대학 산업디자인전공 교수 kbp621@hanmail.net
으로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를 구현하는데 가치와 방향 성에 차이가 있다. 이에 대한 공동인식과 이해를 통하 여 보다 정교한 세분화와 전문화된 수요맞춤형 문화예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6년 4월 5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PART 3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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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자극하는 긍정의 에너지 예술가와 문화예술교육 강예진 작곡가, 꼬마작곡가 강사
최근 예술가들이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움
데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 아이들뿐만 아니라 강사
직임이 점점 늘고 있다. 예전에는 자신의 분야에서 전문
인 나 자신도 여러 가지로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을 느
성을 발휘하면서 활동하고 제자를 양성하는 것에 주로
꼈다. 비록 15주 동안의 짧은 과정이지만, 꼬마 작곡가
집중했다면 이제는 활동범위를 좀 더 넓혀 사회적으로
들이 겪게 되는 어떤 현상들은 기존 예술가들도 충분히
다양한 연령층을 대상으로 음악, 미술, 무용, 연극 등 각
경험할 수 있는 것이었다. 많은 작곡가들 혹은 예술가들
분야의 전문가들이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기획 단계부
이 창작을 할 때 더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한 진통을 겪
터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그들의 아이디어를 담은 새로
는다. 마찬가지로 아이들도 더 좋은 선율, 리듬 등을 만
운 프로그램을 만들어내고 있다. 자신이 전공한 분야에
들기 위해 무척 고심한다. 심한 경우에는 고민을 너무
한해서만 다룰 때도 있지만 여러 장르의 전공자들이 함
많이 하다가 창작도 진행되지 않고 완성하기 전에 지쳐
께 아이디어를 내고 협업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렇게
버리는 슬픈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를 지켜보면서,
만들어진 프로그램들은 참여하는 대상들의 창의성이나
나 역시 곡을 쓸 때 힘들어했던 이유가 이 곡을 듣게 될
감성을 자극하여 작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새로운 모습
누군가가 하게 될 엄격한 평가를 두려워하여 부담감을
의 ‘나’를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더 나아가
느꼈던 것은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다. 곡을 너무 못썼다
개인의 삶과 사회의 질을 높이는데 이바지하는 것이다.
며 자책하는 아이에게 해주었던 여러 가지 위로와 조언 들을 나 자신에게 해주면서, 그 뒤로는 좀 더 편한 마음
뉴욕 필하모닉과의 협력 프로그램으로 한국문화예
으로 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술교육진흥원에서 주관하는 ‘꼬마작곡가(Very Young Composers)’는 선정된 지역기관에서 초등학교 3~6학년
꼬마작곡가 프로그램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강사
을 대상으로 15주 동안 진행된다. 그동안 아이들은 생애
들은 함께 모여서 전체 수업 계획을 상세히 의논한다.
첫 자작곡을 완성하고 극장에서 전문 연주자들이 연주해
뉴욕 필하모닉에서 제시한 기본 매뉴얼을 바탕으로 아
주는 발표회도 연다. 악기 편성도 6~7개 정도로 작은 규
이들에게 부족하거나 필요한 과정들을 구상하여 추가한
모가 아니다. 이 프로그램의 특별한 점은 음악을 배운 적
다. 새로운 것을 끈기 있게 생각하여 작품을 만드는 작
없는 아이도 교육과정 속에 있는 여러 가지 활동들을 경
업이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을 위해서는 주변에서 편하
험하면서 강사의 음악적 개입 없이 아이의 순수한 생각
게 또 쉽게 상상할 수 있는 소재를 가지고 연상되는 소
만을 가지고 자연스럽게 곡을 만들어 나간다는 것이다.
리나 낱말들을 엮어서 이야기를 만들고 곡으로 연결시
작곡하고 발표하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자신들의 창의성
킨다. 이 때 창의성을 발현하고 감성이 자극받는 것은
을 발휘하고 작품완성의 성취감도 함께 느낄 수 있다.
비단 아이들뿐만이 아니다. 강사들도 수업을 진행하면 서 함께 소리를 주의 깊게 듣고 상상해보는 작업들을 통 해서 자극을 받고 자신의 작업에서는 어떻게 적용시켜
나를 비춰보는 거울 같은 만남
서 시도할 수 있는지 생각하게 된다.
3년 전, 처음으로 ‘꼬마작곡가’ 강사가 되었을 때, 나는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이들이 작곡하는 데 필요한 특 별한 테크닉이나 긴 연습과정을 거치지 않고 어떻게 곡
작업과정 공유하기, 또 다른 창작 에너지의 발견
을 완성해낼 수 있을지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곡을 다듬거나 연주자들이 보기 편하도록 악보를 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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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과정에서는 아이들과 곡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
이렇게 일정기간 동안 여러 예술분야의 전문가들과 함
누게 된다. 곡을 쓰면서 힘든 점, 표현하고 싶은 아이디
께 그 분야를 체험해보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들이
어 등을 듣고 강사로서 조언을 해준다. 나의 창작활동에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지
서는 이러한 과정이–학교에 다닐 때 선생님께 레슨 받
고 성장하고 있다. 단순히 ‘교육’의 차원을 넘어서 예술
는 것 이외에는–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나는 완성되지
가와 프로그램을 듣는 예비 예술가들이 만나서 함께 창
않은 상태에서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그렇게 좋
의적인 예술작품을 만들고, 그 과정에서 서로에게 자극
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동안 동료
을 주면서 개인과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것
나 가족들에게 작품과 작업과정을 이야기하면서 서로
이다. ‘문화예술교육’이 또 하나의 예술 장르로 자리 잡
공감하는 것 또한 창작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에너지로 삼
아 가고 있다는 생각도 한다. 더 많은 예술가와 다양한
을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 이후로는 음악작업을 할
연령층이 함께 할 수 있는 문화예술교육의 발전과 선순
때 구상하는 아이디어나 힘든 점들이 생기면 주변 동료
환을 기대해본다.
들에게 이야기하고 의견을 들어보면서 내 생각의 시야 를 좀 더 넓히게 되었다. 사실 많은 예술가들은 이미 자 신의 작품, 작업과정이나 고충에 대해 SNS나 인터넷 카 페 등에 글을 올리면서 더 많은 사람들의 공감대를 얻고 반응에 힘을 얻으면서 활동하고 있다. 마지막 15주차에는 꼬마작곡가들이 곡을 완성하고 최 종발표회를 연다. 초대되어 온 손님들은 작곡가가 직접 설명해주는 곡 해설을 듣고 그동안 작업했던 악보와 함 께 연주를 볼 수 있다. 내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내 친구는 평소에 어떤 상상을 하고 있는지, 말이 아닌 음 악의 형태로 작곡가가 그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듣는 것이다.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사회에서 예술가로 활동
강예진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작곡과 예술사와 전문사 과정을 졸업하고 다수의 뮤지컬과 연극, 영화에서 작곡 및 편곡자로 활동하고 있다. 부산예술중학교와 부산예술고등학교에 출강하고 있으며,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꼬마작곡가 프로그램에 강사로 참여한 바 있다. jn77andk@gmail.com
하고 있는 나는 작품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청중들에게 보내야 하는지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6년 5월 10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PART 3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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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고민과 질문을 올려놓고 성장을 위한 공유와 토론의 장 김준영 빙고믹스 대표
문화예술교육을 이야기하면서 나오는 여러 키워드 중에
되었다. ‘오픈 소스’는 유용한 기술을 공유하여 누구나
는 ‘과정’과 ‘공유’가 있다. 그리고 그 두 가지의 키워드를
개발·개량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보다 우수한 소
생각할 때면 떠오르는 두 가지의 장면이 있다. 하나는
스를 만드는데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바탕을 두고 있
지원사업에 참여하고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동안 지원사
다.(두산백과) 이후 현장의 고민들과 멋있는 결과물 사
업 주관기관인 재단에서 컨설팅을 위한 전문가가 방문
이의 연결 지점, 우리 단체와 다른 단체들, 더 나아가 문
한다는 연락을 받을 때다. 평가를 위한 방문이 아닌, 사
화예술교육 영역에 관계하고 있는 다양한 대상들 간의
업의 방향과 추진 과정의 자문 역할로 방문하는 것이니
연결 지점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
부담 갖지 말라는 이야기도 함께 듣지만, 그러기가 쉽지
까지도 ‘과정의 공유’ 혹은 ‘고민의 공유’라는 키워드로
는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 주에는 프로그램 참여자들에
자리 잡고 있다.
게 참가 독려를 위한 연락도 하고, 혹시 프로그램 진행 에서 부족한 부분은 없는지 팀원들 간 회의도 한 번 더
문화예술교육의 기획과 프로그램 진행과정에서도 이런
하는 우리 팀의 모습이다. 다른 하나는, 사업의 결과 워
오픈 소스 개념의 도입이 가능할까? 어떻게 하면 서로
크숍이 진행되는 날이다. 사업에 참여한 사람들이 모이
의 고민과 과정을 공유하고 도움을 주고받으며 함께 성
고 그중 몇 팀의 사례 발표를 들어본다. 특히 참가자의
장할 수 있을까? 이러한 생각에 덧붙여 지원 사업에 참
인터뷰 영상은 그 날의 하이라이트일지도 모른다. “이
여하는 개별 단체가 가진 한계는 어떻게 해결 할 수 있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를 정말 잘했습니다.”, “이 사업을
을 것인지, 해결은 가능한 것 인지에 대한 생각들까지.
통해서 제 삶이 풍요로워진 것 같아요. 앞으로도 계속
이런 고민과 생각들을 갖게 된 이후 사업 결과발표나 사
진행했으면 좋겠습니다.” 등의 참가자 인터뷰 영상은 보
례공유 자리에서 사례 발표에 앞서 우리 단체가 가고자
는 사람들마저 뿌듯함과 감동을 느끼는 장면이다.
하는 방향성을 보다 자세히 소개하기 시작했다. 교육 프 로그램 진행 과정에서 어떤 점이 힘들었고, 그 이유가
문화예술교육단체의 일원으로 지원사업 기획에 참여하
무엇 때문이라 생각하는지, 우리 팀은 무엇을 잘못 판단
고, 현장에서 활동을 하면서 언제나 위의 두 장면 사이
했고 그래서 어떤 실수를 했는지를 이야기하게된 것도
어딘가에서 고민을 한 기억이 있다. 우리가 멋있게 작성
그 때부터다.
한 기획서를 실제로 실행할 때 참가자 모집이나 과정에 서 예측할 수 없는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한다. 어찌 보
처음으로 지원사업을 진행하면서 실수했던 부분들이나
면 단체 내부의 고민이라 할 수 있는 이러한 문제들을
그 과정에서의 고민들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혹시 나의
누구와 어디까지 공유할 수 있는 것인가. 그런 문제들을
기획과 실행 능력이 부족함을 스스로 떠들고 다니는 것
드러내지 않고 멋진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으면 자연
은 아닌지 하는 부담감도 있었다. 그 때 주변의 선배들
스럽게 해결될 문제인 것인가. 괜히 과정상의 문제들이
이 해줬던 조언이 큰 용기가 되었다. ‘지원 사업에 선정
나 고민들을 이야기하고 다니면 우리 팀의 역량을 의심
되려고 문화예술교육을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이 영
받고, 오히려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닐지 조
역에서 활동을 하는 근본적인 이유와 동기만 잊지 않고
심스러운 때도 있었다.
동료들과 함께 나눌 수 있다면 그 과정에서의 작은 문제 들은 너를 성장시키는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에 ‘오픈 소스’라는 개념을 알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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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arte 365
2016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을 맞아 5월 24일부터 26 일까지 3일간 ‘현장이야기마당 – 마음탁자’가 진행되
어지고, 그 안의 다양한 관계들은 점점 복잡해지고 있
었다. ‘예술-행정, 눈 맞추기’, ‘예술강사, 미래 열기’, ‘현
단체와 활동가, 그리고 행정가들은 서로 어떤 가치와 질
장-사람, 열쇠 찾기’라는 주제로 문화예술교육 현장의
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고 있는지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
활동가들과 관계자들이 교류하고 소통하기 위한 자리가
를 나누는 자리가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앞으로 진행
마련되었다.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가 및 강사,
될 마음탁자는 여러 참가자들이 모여 그들의 활동에 대
문화예술교육에 관심 있는 대학생, 그리고 지역 재단 실
한 건강한 고민과 질문을 찾아가는 자리로, 보다 새로운
무자 등 문화예술교육 현장의 여러 참여자들이 모여서
질문을 던지고, 함께 모여서 편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고, 그래서 더 많은 준비가 필요
는 다양한 형태와 의미로 발전하기를 기대해본다.
다. 따라서 문화예술교육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러
한 시간이었다. 이번에 직접 진행을 맡은 마음탁자1 ‘문화예술교육 지 원사업, 어디까지 해봤니?’ 역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 이 모여서 지원사업의 구분에서부터 행정까지 전반적인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문화 예술교육과 관련해서 ‘어떻게’라는 방법에 대한 질문에
까 생각한다.
김준영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국제경영을 전공했다. 대학 졸업 전부터 문화예술 현장을 누비며 다양한 일을 했다. 현재는 빙고믹스 대표로 어린이, 청소년, 어르신 등을 대상으로 한 통합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연구, 기획·운영하고 있다. 서울아현시장 상인 예술동아리 총괄(2015), 강화풍물시장 상인 DJ 양성(2014) 등 다수의 시장에서 커뮤니티 활성화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했으며, 아르떼 예술강사 교육 연수(2015), 교원 대상 창의적 축제 만들기 기획워크숍(2013) 등 문화기획 관련 강의도 병행하고 있다. bingomix@naver.com www.bingomix.co.kr
2005년 12월 「문화예술교육 지원법」 제정 이후 10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그간 문화예술교육 영역의 폭은 더 넓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6년 6월 14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더 초점을 맞춰서 진행되지는 않았나 하는 것이다. 매 년 초에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또는 각 지역의 재단 에서 진행되는 지원사업 설명회나 사업 참여 단체 간 워 크숍이 아닌 만큼 문화예술교육과 관련해서 ‘어떻게’보 다 ‘왜’라는 질문에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면 기획자, 강 사, 행정가 등 다양한 위치에서 문화예술교육을 바라보 고 고민하는 ‘진짜’ 이야기들을 서로 나눌 수 있지 않을
PART 3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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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뮤지션, 예술로 삶의 생기를 더하다 일상 속에 문화예술 끌어들이기 이한철 가수 겸 작곡가
작가 한강이 한국소설로는 최초로 세계 3대 문학상인 맨부커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에 한국이 한동안 떠들썩
젊은이들의 취업난이 이어지고 각종 우울한 뉴스 속에
했다. 작가 개인의 성취이기도 하지만 한국문학이 세계
혹자는 팍팍한 현실 속에서는 문화와 예술을 논하는 것
적인 명성을 얻었으니 정말 축하할만한 일이다. 축하
자체를 ‘사치’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
분위기 속에서 문득 올해 초 한국 사람들은 별로 책을
화와 예술은 다른 어떤 것 보다 우리의 삶에 가깝고 밀
읽지 않으면서 노벨 문학상 수상을 원한다는 내용의 외
접하다. 힘든 일이 생겼을 때 우리에게 힘을 실어주는
신기사가 떠올랐다. 참고로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
요소는 다양하겠지만,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가
(OECD)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독서량은 전체 192 개국 중 166위로 매우 낮다. 나는 이 기사에 대해 전부
사, 내 이야기를 담은 것 같은 영화 한 편과 같이 문화
동의하지는 않지만 한편으로는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
자는 중·장년층과 함께 하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에
다. 단순히 독서량을 탓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문화
참여하면서 문화예술이 우리 삶에서 얼마나 큰 긍정적
예술이 자신과는 동떨어진 특별한 것쯤으로 생각한다.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몸소 느꼈다. 현직에서 은퇴한
문화예술이 일상과 조화롭게 스며들지 않았기 때문에
시니어 뮤지션들과 공동창작 워크숍이라는 형태로 음
이러한 세계적인 ‘상’에 유독 열광하는 것은 아닐까.
반을 제작했는데, 이 과정에서 시니어들의 젊은이 못지
서 유독 반짝반짝 빛났던 맨부커상 수상 소식이었지만,
예술에서 위안을 받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최근 필
않은 열정을 체감한 것이다. 스스로 창작하고 연주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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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정에서 얻은 기쁨이 삶 전반에 생기를 불어넣어줬다
동떨어져 있는 존재도 아니며, 젊은이들만 즐기는 특권
고 하는 시니어들의 말이 공감됐다.
도 아니다. 우리 일상 속에서 소소하게나마 문화와 예 술을 접하는 기회가 늘어난다면, 문학계의 맨부커상 수
실제로 국내외에서 발표된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문화
상 못지않게 우리 일상도 조금은 더 풍요로워 지지 않
예술교육이 중·장년층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을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프로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문
그램이 공기처럼 우리 삶에 스며들어 보다 풍요로운 문
화예술교육은 시니어 스스로 자존감을 회복하고, 가족
화예술의 꽃을 활짝 피우길 기대해본다.
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위치를 찾아가며, 삶의 새로운 활 력을 만들어 결국엔 삶의 질을 향상시켜준다는 국내 연 구 결과가 있다. 미국의 연구 결과에서는 문화예술교육 이 알츠하이머 발병 예방과 파킨슨병 개선 등 건강 측면 의 효과를 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중·장년층을 위한 문 화예술교육은 그들의 삶에 활력을 주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으며, 우리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도 한몫하고 있다. 다만 문화예술교육은 단기간에 효과가 나타나는 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지속적인 투자와 연구가 수반되어야 한 다. 그리고 문화예술이 어려울 것이라는 선입견을 없애 고 국민들이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려면 일상 속 에 문화예술 체험의 기회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지난 5월 상암동에서 열린 2016 세계문화예술교육 주 간은 일상 속에서 문화와 예술을 즐길 수 있다는 취지
이한철 가수 겸 작곡가. 튜브앰프뮤직 대표이자 동아방송예술대학 영상음악계열 겸임교수를 맡고 있다. 1993년 제5회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동상, 1994년 MBC 대학가요제 대상을 수상하고, 이듬해 1집 앨범 《DEBUT 1995》를 발표하며 음악활동을 시작했다. ‘불독맨션’ 등 그룹으로도 활동하며 다수의 앨범을 발표했다. 제4회 한국대중음악상(2007년) ‘올해의 노래’와 ‘최우수 팝(싱글 부문)’ 부문을 수상한 바 있으며, 영화 <넘버3>(1997년), <주유소 습격사건>(1999년), <고양이를 부탁해>(2001년) 등에 음악으로 참여했다. 2012년, 2013년에는 문화예술 명예교사로 활동한 바 있다. 블로그 http://blog.naver.com/volcam 트위터 @Caraces
가 눈길을 끌었다. 어린아이부터 어르신들까지 우리가 어렵게만 생각했던 문화와 예술을 일상 속에서 즐기는 모습이 진심으로 느껴졌다. 문화와 예술은 우리 삶과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6년 7월 5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PART 3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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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보다 더 예술적인, 삶을 캐내다 일상을 발견하는 문화예술교육에 대하여 전고필 대인예술시장 총감독
2000년대 중반 문화예술교육이 시작될 때였다. 소소한 개인의 삶 속에 자신만의 태도와 방식을 통해 문화적 자
삶의 풍정 안에서 우리는 작고 사소한 것에 가치와 의미
장을 형성하고 있음을 찾아보자는 논의가 시작됐다. 우
공유하고자 한다. 이 낡고 오래된 것이 취득하게 되는 생
선 문화의집을 이용하는 분들의 가정을 방문하고 그분들
명력은 주인과의 교감 안에서 생성되고 발전하다 때론
을 통해 주변 분들까지 찾아뵈며 각각의 특성을 가진 추
말소되거나 소멸되는 운명을 가진다. 그런 사물이 전시
억이나 물건들을 수집했다.
장으로 초대되었을 때 상황은 급격하게 반전된다. 우선
를 부여하며 희로애락을 느끼고 저마다의 방식을 타자와
은 어찌 저런 평범한 것이 전시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 아파트에 사시는 어느 할머니는 가장 애지중지하는 것
이 일고, 그 이유를 찾게 되고, 마침내 취득한 정보를 통
으로 ‘떡시루’를 내놓았다. “이것이 우리 식구들 생일이랑
해 고개를 끄덕거리며 동의한다. 동의는 다시 내게도, 내
제삿날을 다 아는 진귀한 것이여.”라는 말씀과 함께 시루
집에도, 이런 물건들은 얼마든지 있는데 라면서 가족과
의 구입 배경을 말씀하신다. 70년대까지 무겁고 자칫 깨
추억이 깃든 물건들을 호명해 보기 시작한다.
지기 쉬운 옹기 시루를 가지고 있었는데 양은 시루가 나 오니 사고 싶으셨단다. 하지만 가계를 책임지는 남편은
문화예술교육은 그래왔다. 예술이라고 하면, 한 분야의
돈을 내놓지 않고 그냥 쓰던 것 쓰라고 핀잔만 주더란다.
일가를 이루지 못한다면 접근하기 어려운 것, 생활과는
심상한 당시의 새댁은 ‘두고 봐라’ 하면서 인접 시골의 모
다른 차원이 높은 것, 감식력이 없으면 말하기 힘든 것
심는 일로 일당을 모았단다. 며칠을 허리가 아프게 일했
등으로 실생활에서 넘어야 할 관문이 너무 높았다. 그런
지만 막상 사려고 하니 돈이 부족해서 이왕 마음먹은 김
데 예술이 학교를 통해, 일상을 통해 서서히 접근해 오면
에 저지르기로 하고 머리를 잘라 팔았단다. 그 돈으로 양
서 우리는 예술의 갈래를 새롭게 해석하고 교집합을 해
은 시루를 떡 하니 사가지고 떡을 쪄서 동네에 돌리고 이
보고 스스로의 창조적 열정을 쏟아 보았다. 그러면서 ‘향
리저리 빌려주기도 하면서 아껴왔던 것이라 하셨다. 그
유자’라는 말을 넘어 생산과 소비를 동시에 할 수 있는
러니 일반주택에 살다가 이곳 아파트로 이사를 오면서
‘생비자’(生費者, Prosumer)로서의 위상을 갖추기 시작했
도 차마 버리지 못했고 아직도 방앗간에 맡기지 않고 직
다. 앞서 소개한 광주북구문화의집에서 이뤄진 전시는
접 떡을 하신다는 것이었다. 당연히 그분의 애지중지하
단순하게 그 자체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물건에 깃든 얘
는 시루가 전시장으로 초대될 수 있는 근거였다. 전시 작
기를 주고받는 시간이었고, 애지중지하는 물건에 깃든
품의 캡션이 <우리 가족의 생일과 제삿날을 기억하는 시
사람 사이의 관계를 다시 이어주는 매개체 역할을 했다.
루>로 붙었을 때 그 공명은 여러 사람에게 전율로 다가
할머니에서부터 손주까지 함께 찾아오면서 이뤄지는 소
왔던 기억이 있다. 비슷하게 어느 할아버지는 첫딸을 얻
통과 공감의 마당은 매우 유용한 자리가 되었다. 서로를
은 해에 워낙 더워서 ‘구렁이 알’ 같은 돈을 꺼내 선풍기
이해하고 존중하는 자리이면서 시대의 간극을 초월하는
를 샀다고 한다. 딸애의 성장과 더불어 가족에게 쾌적함
토대로서 작동하게 된 것이다.
을 선물해준 선풍기는 35년이 지나 에어컨이 나오고 온 갖 신제품이 나오더라도 버릴 수 없어 닦고 조이고 기름
대인예술시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시장 상인들
치며 오늘까지 사용하신다고 내어놓았다.
의 억척스러움은 익히 다 아는 것이지만 그분들 또한 문 화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해종일 좌판에 있어 시민의 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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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을 책임져야 하는 몫이지만, 한편으로는 좋아했던 노 래도 그림도 글쓰기도 놓아야 하는 삶이었다. 그런 상인 들의 삶을 관찰자의 태도를 넘어 생애사를 들어보고 기 록하는 시간을 가졌다. 어느 가게에 버려진 듯 버려지지 않는 칼을 보며 용도를 물으니 “그 칼이 내 남편과 아이 들을 건강하고 바르게 성장시켜준 칼”이라고 말할 때 칼 은 생명을 품고 전시장으로 초대되었다. 《나이프 이즈 라 이프(knife is Life)》라는 제목을 달고 장어집의 칼, 삼 겹살집의 칼, 횟집의 칼, 채소전의 칼, 분식집의 칼, 과 일가게의 칼이 각각 의미망을 담은 채 시장의 공감대 와 자긍심을 형성했다. 그리고 전시장에 운집한 칼 중 에 나의 칼을 찾아 상인들이 걸음 하였고, 손님과 이웃 과 자제분들이 함께 칼의 노고를 격려했다. 그 칼을 사 용하는 상인들의 분투도 함께. 이런 경험은 문화기획을 하는 나 자신의 생각의 범주를 확장하는 것뿐만 아니라 활동하는 영역 안에서 삶이 얼
전고필 문화기획자. 경기대학교 대학원에서 관광경영학 석사학위를 받고, 전남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화재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광주북구문화의집 상임이사, 광주문화재단 문화관광팀장, 서울시 청년일자리허브 청년사업팀장 등을 역임했다. 2010년과 2014년 대인예술시장 프로젝트 총감독을 맡았고, 올해 다시 대인예술시장 총감독을 맡아 새롭게 힘껏 뛰고 있다. tournote1@daum.net
마나 문화적이고 창조적인 것인지를 다시금 깨닫게 한 다. 일상으로 들어간 문화예술교육은 예술보다 더 예술 적인 삶에 천착하며 이 사이를 이어주고 소통하며 공감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6년 11월 15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하는 마당까지 만들어내는 힘을 가졌다. 시장에서 닭을 다듬으시는 함평닭집의 어머니가 제일하고 싶은 예술활 동이 그림이었고, 첫 작품이 바로 닭이었다는 사실에서 목이 멜 수밖에 없는 이유다.
PART 3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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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와 성장의 핵심은 ‘사람’ 지역 문화예술교육 전문인력 양성 임진아 전라북도문화관광재단 문화예술교육팀장
「문화예술교육 지원법」이 제정되고 한국문화예술교육
것에 대응하는 문화예술교육사업이 많아지고 그만큼의
진흥원이 설립된 2005년을 문화예술교육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 그러고 보니 벌써 문화예술교육 10년이다.
지원예산도 늘어나게 마련이다. 언뜻 보면 지역 문화예
2005년 국악강사풀제로부터 출발하여 학교 예술강사 지원사업이 시작되었고, 현재의 지역특성화 문화예술
술교육의 범위와 판이 넓어지는 것이지 성장은 아니었
교육 지원사업은 사회취약계층 문화예술교육, 지자체
로 활동하면서 자신의 예술 콘텐츠를 교육 대상에게 일
협력 문화예술교육, 지역사회 활성화 문화예술교육으
방적으로 전달하는 식의 프로그램이나 장르 중심의 동
로 그 타이틀을 바꿔가며 사회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아리 활동도 문화예술교육이란 타이틀로 진행되고 있
을 대표하고 있다.
었다. 변화가 필요했다.
이렇게 학교·사회 문화예술교육을 범주로 하는 다양한
당시 전북에서도 지역특성화, 토요문화학교 기획자 대
국가 차원의 지원사업이 만들어지면서 이후 2009년부 터 지역 기반 문화예술교육 사업의 기획과 실행을 목적
상 교육이 단기 워크숍의 형태로 운영되고 있었지만 프
으로 ‘광역 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를 16개 광역시·도 에 단계적으로 지정하게 된다. 전북도 2011년 4월, 적
리가 있었고, 더욱 큰 범주에서의 문화예술교육을 고민
은 예산으로 지역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국민 모두가
로 접근할 수 있는 현장 전문인력이 필요했다. 지역 문
일상생활 속에서 문화와 예술을 향유함으로써 문화적 삶
화예술교육의 키워드는 바로 사람에게 있다는 확신이
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목적의 문화예술교육 사업이 공모
생겼다. 이런 고민 끝에, 점차 확장되고 있는 지역 문화
의 형태로 지역에 내려오기 시작했고, 지역에서는 다양
예술교육의 판을 피라미드 형태로 끌어올리기 위한 전
한 사례발굴과 지역 내에서의 공유가 필요하다는 공감대
북의 문화예술교육 기획자 양성사업 <성장아카데미>가
가 형성되면서 제각기 각자의 사업에만 집중하고 있었
본격 시작되었다.
술교육이 성장해나가는 듯했지만 엄밀히 말해 문화예 다. 게다가 대부분 지역 예술가가 문화예술교육 기획자
로그램에 대한 교육이지 인력양성의 취지와는 다소 거 하고 지역의 콘텐츠와 문화환경을 문화예술교육적으
던 기획자, 강사들이 모여 자신들이 경험한 교육의 현장 과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고 서로 개선해나가야 할 점들 을 지역의 관점에서 토론하기 시작했다. 바로 이것이 지
인력양성의 목적과 원칙
역관계망, 문화예술교육 네트워크의 시작이었다.
문화예술교육. 너무 어려운 단어다. 예술진흥 사업은 지역의 우수한 예술가의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뚜렷한 목적성을 가지고 있고, 그 결과에 대한 평가도 비교적
지역 문화예술교육의 키워드
심플하다. 또한, 주로 ‘찾아가는…’으로 시작되는 문화
아무튼, 당시 얼마 안 됐던 예산으로 많은 사업을 시도
예술사업도 소외계층, 소외지역 주민의 문화향유권 보
했다. 아니 그만큼 지역 문화예술교육의 환경이란 게
장이라는 목적 하에 문화복지 개념으로 접근되고 있다.
참으로 척박했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기획자가 누구고
그에 반해 문화예술교육 사업은 지원체계도 복잡하고
어떤 단체가 있는지조차 정리되지 않았다. 학교 주5일
프로그램의 설계 시 고려할 사항이 많은 것도 사실이
제가 시행되고, 새로운 도시설계에 따라 지역의 유휴공
다. 예술가와 기획자를 문화예술교육 사업의 주체로서
간과 폐시설이 생겨나는 등 사회현상이 변화하면서 그
규정하고 있고 「문화예술교육 지원법」상의 “모든 국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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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arte 365
은 “지역 내 모든 주민”으로 해석되어 소외지역, 소외계
“대상자들의 수업만족도는 출석률이 증명한다. 그리
층을 넘어 일반시민을 사업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고 만족도라는 것은 강사만으로 100% 결정지어지지
즉 사업주체인 예술가와 기획자를 통해 양질의 문화예
않는다. 수요자의 요구가 반영되고 변화를 기대하는
술적 관점의 프로그램에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
문제의식의 출발점으로서의 진지한 기획. 그리고 기
는 구조다. 지역 문화예술교육 기획자를 위한 인력양성
획서의 텍스트가 성공적인 현장이 되기 위해서는 역
프로그램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나 사람이 그 중심에 있어야 한다. 두 달여간의 성 장아카데미가 그랬던 것 같다. 강의자는 전달자로서
문화예술교육 기획자 양성사업을 운영함에 있어 전북
의 충실한 자기 역할로 축적된 경험을 공유해주셨고,
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가 고수하는 몇 가지 원칙들이
30여 명의 수강생은 여덟 번의 월요일 저녁, 센터에
있다. 첫째는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이론적 접근에 앞서
준비된 의자를 한결같이, 꼬박꼬박 채워주셨다. 강사
자기 현장의 경험이 있는 기획자를 강사로 구성한다는
와 수강생을 이어주는 우리 센터는 최상의 환경을 지
것이고, 두 번째는 교육대상을 선정할 때, 교육과정을
원하기 위해 각자의 위치에서 본인의 역량을 최선으
통해 성장하는 역량을 자기 안에 머무르지 않고 지역
로 발휘하였다. 이 중요한 세 점이 순환될 때 사람과
과 사회에 환원하기 희망하는 사람으로 엄격하게 선정
지역의 긍정적 변화와 성장이 이루어지는 게 아닐까.
하는 것이다. 공적 예산이 투입되고, 이것을 기획하고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시작한 성장아카데미가 일곱 분
관리하기 위해 센터 인력의 에너지가 소모되고, 강의를
의 강사 선생님에게, 서른 분의 교사, 기획자, 예술가,
준비하는 전문가들의 노고가 깃들어있는 이 사업이 그
예술교육가에게, 그리고 우리 센터까지, 이 모두에게
가치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지역에 환류 될 수 있는 기
남긴 무엇 하나쯤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무엇이
준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나와 내 주변과 우리와 우리의 주변으로 소소하게나 마 확장되었으면 좋겠다.”
판을 깔고, 넓히고, 자극하는 아카데미 해를 거듭할수록 아카데미의 교육내용과 설계도 진보 하고 있다. 올해는 “지역 문화예술교육 인력 양성을 위 한 판을 깔다. 전북 문화예술교육의 판을 넓히다. 문화 예술교육 인력으로의 성장판을 자극하다.”라는 슬로건 으로 진행한 <2016 전북 문화예술교육 성장판>이 지 난 11월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 그간 각 주제에 맞는 10명의 강사가 10주의 과정을 이끌어가는 구조였다면 올해는 문화예술교육의 흐름과 맥락에 집중한다는 관 점에서 담임강사제를 운영하였고, 이를 맡아주신 드라 마고 대표(생활문화협동조합 퍼포먼스 반지하)는 3개 월간 매주 인천에서 전주를 오가는 수고로움을 마다하 지 않으셨다. 전북의 성장아카데미 과정을 수료한 사람 은 해마다 30여 명, 올해까지 어림잡아 150여 명에 이 른다. 지원사업 예산 규모나 지역 인력의 상황으로 볼 때 많은 수는 아니지만, 그 인력들이 바꿔나갈 지역의 잠재성과 가능성은 무한하다. 그리고 우리는 이러한 인 력들을 통해 사람 중심의 문화예술교육 현장, 사람과 사람을 잇는 문화예술교육, 사람들의 가치와 감동을 발
임진아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공예전문 큐레이터, 사설갤러리 큐레이터 활동으로 30대를 보내고 전북이 광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로 지정된 시기부터 현재까지 문화예술교육 사업들을 설계, 운영하고 있다. 예술꽃 씨앗학교 컨설팅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며, 현재는 전라북도 문화관광재단에서 문화예술교육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woodlja@hanmail.net
견하는 문화예술교육을 꿈꾼다. 몇 년 전 성장아카데미를 마치고 그 날의 기록을 공유 한 글이 생각이 난다. 이 글로 원고를 마무리할까 한다.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6년 12월 20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PART 3 칼럼
115
관습적인 틀을 깨고 ‘행동하는 예술가’로 예술강사 영역을 이해하기 위한 7가지 요소 에릭 부스 미국 예술교육 전문가
다양한 참여와 영향으로 확장되고 있는 예술가의 영역
은 삶의 질을 높이는 것에서부터 학교수업 참여도를 높
은 마치 형태가 일정치 않은 단세포생물과 같아 명확
이고 감옥의 상습적 범죄와 노인들의 약물 처방을 줄이
한 무엇이라고 정의하기가 어렵다. 예술가라는 직업에
는 것까지 수많은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예술에 관심
는 예술강사(teaching artist), 커뮤니티 아티스트, 시 민 예술가, 입주작가(artist-in-residence), 예술활동
이 없는 사람들, 치매에 걸린 사람들까지 누구나 이들
가(artist-activist) 등 다양한 직업군이 포함되어 있 다. 이러한 직업군들은 ‘예술가’만으로 설명될 수 없는
동체가 원하는 ‘도구적’ 성과를 만들어낸다. 이를 성취
각각의 역사, 문화와 복잡한 이해관계가 있다. 각 직업
을 작동시키는 것이다.
의 관객이 되고, 참여자가 된다. 예술가들은 기관 및 공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참여자들의 ‘고유한’ 예술성
군으로 보든, 하나의 큰 생태계로 보든, 현역 예술가 (practitioner)의 영역은 비조직적이며, 시작과 성장을
보통 미국의 예술가들(현역 예술가, 예비 현역 예술가
가늠할 수 있는 명확한 로드맵이 없다. 간혹 도움이 되
와 이들의 고용주까지 포함)은 고용형태, 예술 활동 지
는 네트워크 기관·단체와 빛나는 사례가 있긴 하지만
역, 프로젝트의 종류에 따라 나뉜다. 이들은 ‘예술강사’,
이들을 뒷받침할 수 있는 큰 시스템은 여러 가지 이유
‘커뮤니티 아티스트’ 등 흔치 않은 여러 가지 용어로 분
로 부재한다. 우리는 이렇게 완벽하지 않고 불명확한
류된다. 이러한 관례는 예술가들이 서로 동떨어진 개체
구조를 어떠한 시선으로 봐야 할까.
라고 느끼게 하며, 예술가들의 분열을 고조시킨다. 실 제로는 같은 예술가가 고용, 또는 독립적으로 다양한 작업 환경에서 서로 다른 목적을 지닌 역할을 수행하고
예술가 영역에 대한 관습적인 시선
있다. 예술가에 대한 관례적인 인식과는 달리 예술가
현재 확장되고 있는 ‘예술가’의 영역을 조금 더 명확하
사이에는 훨씬 높은 응집력과 공통성이 있다.
게 정의하면 다음과 같다. 학교와 커뮤니티에서 작업하는 예술가들은 ‘행동하는
예술가 영역을 재구성하는 7가지 목적 요소
예술가’이다. 이들은 예술 속에서, 예술을 통해, 다양한 참여자들과 함께 예술에 대한 학습 목표와 광범위한 사
지난 5년간 필자는 실질적으로 예술강사가 어떠한 시 스템 속에서 활동하는지 이해를 돕기 위한 몇 가지 요
회적 다양성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기술과 호기심, 습
소를 구조화하였다. 개별 목적 요소들은 때에 따라 서
관을 개발한다.
로 겹치기도 한다. 하나의 목적을 먼저 달성하면 다른
Artists who work in schools and communities are practicing artists who develop the skills, curiosities, and habits of mind needed to achieve a wide variety of social and learning goals in, through, and about the arts, with a wide variety of participants.
목적이 부수적으로 달성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요 소들은 “예술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목적이 무엇인가”, “예술 활동의 효과와 영향력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 여야 하는가”와 같은 질문을 즉각적으로 생각할 수 있
여기에서 강조하고 싶은 건 그들이 ‘활동적인 예술가’
어 가치 있다. 예술가 훈련의 질을 높이고 개선할 수
라는 사실이다. 예술가들의 내재화된 시도와 경향으로
도 있으며, 명확한 목적을 알고 실행의 효율성을 높일
부터 탄생하는 작업은 단지 재료상자만 있으면 누구나
수도 있다. 또한, 예술가들이 자신의 커리어를 이해하
만들어낼 수 있는 단순한 것이 아니다. 그들의 전문성
고 발전시키며 특정 예술 작업에 대한 효과를 평가하
116
2016 arte 365
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시작 단계 동료들의 역할
비예술 콘텐츠 학습에 촉매작용을 한다. 예술 학습을
에 빛을 조명해주기도 하고, 예술가 영역 밖 광범위한
다른 과목과 복합적으로 교육함으로써 참여자 개개인
세계와 예술가들을 신뢰하는 수많은 관계들을 보여주
이 깊이 있게 성장·발전할 수 있다. 여러 가지 복합적
기도 한다. 이 목적 요소들은 미국 링컨센터 에듀케이
인 콘텐츠가 있는 만큼 균형 잡기가 어려울 수 있으며,
션(Lincoln Center Education)의 국내 및 국제 예술 강사 연구소(national/international Teaching Artist Development Lab)를 구조화하기 위해 정리되었다.
지루한 교육과정에 재미만을 더하거나 만들기에 치중 하는 등 예술의 교육적인 가치가 주목받지 않을 수 있 다. 따라서 교과 통합 과정에서는 주로 예술강사가 주 도하며, 예술보다 다른 교과목을 중요시하는 학교에
1. 예술 작업 예술을 접할 다양한 기회들을 만들어낸다. 예술을 소
서 통합교육을 계획할 때는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 미
개하고, 예술의 즐거움과 관심을 증대하는 ‘아웃리치’ 프로그램의 목적과 일치한다. 예술강사 개념을 창안
육 과정)에서 STEAM(STEM에 예술이 포함된 교육 과정)으로 변화하는 등 예술 통합에 대한 연구와 커리
한 링컨센터 에듀케이션은 ‘심미적 교육’을 핵심적으
큘럼이 동시다발적으로 생겨나고 있다. 레너드 번스타
로 수행하고 있으며, 미국의 가장 크고 오래된 네트워
인 센터(Leonard Bernstein Center)의 아트풀러닝 (Artful Learning), 국립 프로그램인 영오디언스(Young
Work of art
크인 영오디언스(Young Audiences)의 주요 작업 또 한 이와 관련이 있다. <청소년 연주회(Young People’s Concerts )>를 시작한 레너드 번스타인(Leonard Bernstein)의 직관, 박물관의 시각적 사고 전략(Visual
국 전역에서는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의 통합 교
Audiences), 케네디 센터(The Kennedy Center), 링 컨 센터 에듀케이션(Lincoln Center Education) 등에 서 학교와 연계한 예술 통합 교육을 시행 중이다. 이 영
Thinking Strategies)은 모두 예술 작업으로부터 시작 된다. 이 영역의 예술강사들은 참여자들이 예술작품을
역에서는 예술과 다른 교과목의 학습 요소들을 기준으
감상하거나 창조하게 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이들은 예
학생들이 역사적 지식을 얼마나 습득하였는지와 더불
술과 참여자 간의 관계가 깊어지도록 만들며, 예술 활
어 역사를 각색한 연극 대본 등을 함께 평가한다.
로 평가한다. 예를 들어서 연극-역사 프로젝트에서는
동 참여도와 만남의 지점에 끼친 효과 등을 평가 기준 으로 삼을 수 있다.
4. 커뮤니티 생활 Community life 커뮤니티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커뮤니티 예술가
2. 예술적 능력 향상 Art skills development 예술적 기능을 성장시키는 것에 초점을 둔다. 예술강
와 예술강사가 커뮤니티와 관련된 예술 자산을 활성
사 영역에서는 논란이 되기도 한다. 어떤 사람들은 기
부분을 채워주는 전 세계적인 커뮤니티 아티스트들
술적인 부분만 가르치는 강사가 예술강사의 자격을 갖
의 기반이 되는 활동이다. 여기에는 전 세계의 커뮤니
췄는지 의문을 갖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경험있는
티 합창단, 벽화 프로젝트, 미국의 창조적 공간 만들
예술강사들은 그들의 방식으로 기술을 가르치기도 하 지만, 이를 넘어 심화된 발전을 이끄는 값진 것을 추
기(Creative Placemaking) 등 무궁무진한 프로젝트 들과 다양한 참여자들을 내포한다. 미국에는 아팔숍
가하기도 한다. NY필하모닉 학교 연계 프로그램(NY Philharmonic School Partnership Program)에서
(appalshop), 필라델피아 벽화 프로젝트(Philadelphia Mural Project) 등 전통 있는 커뮤니티 생활 프로그램
는 학생들에게 리코더를 가르치며 또 다른 배움의 장으
들이 많다. 이 영역에서는 공동체 멤버들에 끼친 영향
로 확장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낸다. 시카고 마르웬
과 그들의 시선과 태도 변화, 공동체 내에서 변화한 멤
(Marwen)에서는 비범하고 젊은 시각 예술가들을 양성 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삶을 변화시킨다. 이 영역에서는
버들의 위치와 활동 등을 평가한다.
학습자들의 동기부여 및 학습 의욕 유발, 학습자 개개 인이 내는 목소리와 기술적 발전, 예술 창작에 대한 기
5. 행동주의/실천 Activism 예술가가 정치적 혹은 사회적 움직임에 영향을 준 활동
여도, 학습자와 예술 간의 관련성 등을 평가한다.
을 일컫는다. 커뮤니티 생활 영역과 연결되며 긴 공적 역
화하고 향상시키는 영역이다. 이는 공동체에 필요한
사가 있다. 때로 ‘프로파간다’로 불리는 예술 작업이 포함 3. 예술 통합 현재 미국 예술교육이 시도하고 있는 주요 영역으로, Arts integration
되며, 주로 논쟁적이거나 선동적인 성향을 띤다. 사회 발 전을 위한 연극(Theater for Social Development),
PART 3 칼럼
117
코너스톤 씨어터 컴퍼니(Cornerstone Theater Company), 거리극장, 합창, 정치적 예술, 그래피티, 공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개인의 예술성을 활성화한다. 아
공예술 등 인식을 바꾸고 연대를 쌓는 예술 작업들이 있
직 정식 요소로 보기는 어렵지만, 필자는 그래야 한다고
다. 이 영역은 미국 흑인 생명권 운동에서부터 뱅크시
판단한다. 디지털 영역에서 예술강사들이 이해하고 할
의 작품까지 확대되고 있다. 많은 예술가들은 자신이 관
수 있는 것은 극히 한정적이다. 예술강사들이 인터넷으
심 있는 문제들에 대해 예술로 작품을 만들고 메시지를
로부터 가져올 수 있는 특별한 요소는 무엇이 있을까?
전달하며, 몇몇 예술가는 행동주의적인 기술을 발휘하
예술강사들의 작업은 디지털 미디어 포트폴리오에 등장
여 공동체와 정치 조직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이 영역에
하고, 검색과 통신, 워크숍 등에서 나타나지만, 예술교육
서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영향을 끼치고, 그들의 마음을
의 본질적인 능력은 아직까지 인터넷에서 발휘되지 못
오랫동안 움직였는지에 대해 평가한다. 오바마 대통령
하고 있다. 필자가 디지털을 하나의 요소로 제안하는 것
을 향한 세퍼드 페어리(Shepard Fairey)의 그림 <희망 (Hope)>처럼 모방 작품 또한 영향이 될 수 있다. 예술 행동주의는 활동가의 운동, 1960년대 나이지리아 록 음악, 1990년대 LA의 춤곡 형식인 크럼핑(krumping)
도 그러한 의미에서이다. 카네기홀의 글로벌 익스체인
+8. 디지털 Digital
지(Global Exchange)와 몇몇 예술가들이 독립적으로 하는 창의적 온라인 프로젝트들은 있지만, 앞으로 이 영역의 무궁무진한 발전을 기대해본다.
등으로부터 탄생하였다. 6. 사회적/개인적 발전 Social/personal development 예술을 통해 발견하는 개인과 사회적 수용력의 발전가능 성은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예술강사들은 사회적 단체와 협업하고, 사회적 목표를 달성한다. 전 세계적으 로 가난한 어린이들의 삶을 지속적인 오케스트라 활동으 로 변화시키는 엘 시스테마가 여기에 해당된다. 이 영역 에서는 예술강사 영역에서 현재 떠오르고 있는 ‘창의적 노년’(Creative aging) 영역과 교정시설·소년원 예술 프로그램, 미혼모와 아이의 유대감을 강화하는 카네기 홀의 룰라바이(Lullaby) 프로젝트 등을 포함한다. 이 영 역에서는 사회적으로 개선된 점, 노인복지관에서 시니어 들의 약물 복용 축소, 도덕성 개선, 건강 문제, 그리고 엘 시스테마 청소년들의 상습적 범행 및 범죄 감소와 졸업 등을 고려하여 평가한다. 7. 비예술적 목표를 위한 협력 Partnering for non-art goals 이 영역의 목적은 기관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비예술 적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다. 기업과 작업하며 혁신을
에릭 부스(Eric Booth) ‘티칭 아티스트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미국 예술교육 전문가 에릭 부스는 줄리아드 음대, 스탠퍼드 대학, 뉴욕대학, 링컨센터 예술교육연구소, 케네디센터 등에 출강하면서 예술교육의 영향력 있는 교육자로 활동 중이다. 미국 엘 시스테마 수석 고문으로 오케스트라 교육개발에 참여했고 제1회 유네스코 예술교육컨퍼런스 폐막식 연설(2006)을 맡았다. 2014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에서는 ‘예술강사의 중요성’에 대한 주제로 개막 강연을 발표했다.
가져오고, 팀워크, 리더십, 창의력을 증진시킨다. 의사 들의 명민한 진단과 환자와의 공감대를 이끌어내고, 도 시계획위원회가 창의적이고 생기 있는 도시계획을 할 수 있도록 협력한다. 이 영역은 사업단체들이 자신들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창의적으로 개입하는 방법을 물 색하면서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성장하고 있다. 예 술강사 사이에서는 한정적인 고용 환경으로 인해 이 영 역에 대한 명확한 조사내용이 없다. 이 영역에서는 프
요약·번역 상상놀이터 * 본 기사는 미국 뉴욕 링컨센터에듀케이션 “A New Framework for Understanding the Field of Artists Who Work in Education and Community Settings”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로젝트의 목표와 달성도를 기준으로 평가한다.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6년 8월 9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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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p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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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만나다 문화예술교육 현장을 움직이는 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문화예술교육 현장에는 자신만의 교육철학과 소신을 가지고 열정을 불태우며 활발하게 활동하는 많은 분들이 있습니다.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지고 있는 문화예술교육의 가치와 힘,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와 삶의 모습을 인터뷰어의 시각에 담았습니다. 문화예술교육 현장을 가득 채우고 있는 다양한 생각과 시선, 움직임이 일곱 빛깔 무지개처럼 고스란히 드러나길 바라며, 지금 만나러 갑니다!
안령 예술강사 신규빈, 남상철(신남전기)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참여 예술가 구수현, 김채린 2016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 행사 예술체험 워크숍 참여 예술가 원태현 꼬마작곡가, 소수정 강사 이보늬 예술강사 이자영 한국장애인복지관협회 문화예술교육 담당 최나영 문원초등학교 문화예술교육 담당 교사 권효진 문화예술 기획자, 학습공동체 ‘아르떼 동아리’ 멘토 박설, 이은아, 전오미 2016 복지기관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예술강사 오픈수업&네트워킹 참여자 도황주, 장홍석 국립현대무용단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무용도전> 강사 윤혜진 연출가, 정동극장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주강사 김동재 신나는섬 멤버, 주말문화여행 ‘장롱에서 꺼낸 악기와 떠나는 여행’ 주강사 최예지 일상 예술가, ‘어린이는 무엇을 믿는가’ 참여 예술가 임승규 낭만기획 대표, 김보성 C.ART컴퍼니 대표 박해원 반여고등학교 수석교사, 2016 ‘상상만개 고3 아트페스티벌’ 기획자
PART 4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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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에 맺히는 마음이 알알이 즐겁다 안령 예술강사 박유미 미술작가
“레이먼이 꽃병을 그리고 있을 때,
있도록 자연스레 유도하는 모습이 과연 노련하다. 막
형 레온이 웃음을 터뜨리며 뭐라고 했지요?”
힘없는 수업 진행에 감탄을 표하니, 그녀는 명랑하게
아이들이 너도나도 손을 들고 레온을 흉내 낸다.
웃으며 처음 수업하던 날의 한 조각을 꺼내 보인다.
“하하하하, 너 도대체 뭘 그리는 거야?” 레온의 비웃음에 그림을 그리던 종이를 던져버린 레
“처음 예술강사가 돼서 수업하러 간 곳이 흥인초등학교였
이먼. 다시는 그림을 그리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하지
어요. 첫날이라 나름대로 차려 입는다고 기다란 코트에 높
만 여동생 마리솔 덕분에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은 뾰족구두를 신고 핸드백을 메고 갔죠. 담당 선생님이 저
“레이먼, 이제 어떻게 그림을 그릴 거예요? 표현은
를 딱 보시자마자 한숨을 쉬셨어요. 수업을 해보니까 그 의
어떻게 하면 되나요?”
미를 알겠더라고요. 첫날 너무 피곤했어요.”
이번에는 아이들 모두가 레이먼이 되어 한 목소리로 대답한다.
그토록 능숙했던 안령 예술강사의 모습은 끊임없는
“느끼는 대로!”
배움을 통해서 다져진 결과였다. 처음 예술강사 모집 공고를 우연히 발견하고 지원했을 때에만 해도 그녀
도봉초등학교에서 공예수업을 하고 있는 안령 예술
는 예술강사가 무엇인지, 현장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
강사의 수업은 피터 레이놀즈(Peter H. Reynolds)의
해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그저 대학에서 하던 강의
동화 『느끼는 대로』로 시작했다. ‘느끼는 대로 표현하
와 별 다를 바 없겠거니, 가볍게 생각했다. 하지만 초
기’ 얼핏 당연한 듯 쉬워 보이지만 곱씹어 보면, 깊고
등학생들에게 공예를 가르치는 일이란 녹록지 않았
어려운 과제이다. 안령 예술강사의 수업에서 아이들
다. 말 안 듣는 초등학생들을 단속하고 주목시키는
은 무엇을 느끼고 어떻게 표현할까.
일도 쉽지 않았을 뿐 아니라, 전공인 도자 공예만 주 구장창 가르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아이들에 대한 지도방법은 물론, 콘텐츠의 다양화에 대한 고민도 절
가르침을 위한 배움
실했다. 안령 예술강사는 특유의 적극적인 태도로 배 우고 또 배웠다. 먼저, 현장 교사들의 조언을 귀담아
안령 예술강사는 공예부문 예술강사가 처음 모집되
듣고 그들의 교수법을 모방하며 흡수했다. 예쁘고 화
었던 해부터 지금까지 쉬지 않고 학생들을 만나온 7
려한 외모의 선생님을 좋아하는 아이들의 기호에 맞
년차 베테랑이다. 쌓인 시간만큼이나 수업을 준비하
춰 “샤방샤방한” 옷도 입었다. 같은 공예분야 예술강
는 자세와 진행하는 방식에 여유가 묻어난다. 학생들
사들과 자체 연수를 만들어 정기적으로 세미나를 열
의 눈높이에 맞춰 제작 기법을 설명하는 노하우도 돋
고 프로그램도 공유했다. 원체 무엇이든 배우기를 좋
보였다. 아이들에게 젖은 한지와 마른 한지의 물성
아하는 그녀였기에 가르침을 위한 배움 또한 자연스
(物性)을 이해시키기 위해 “교실 안에서 한지를 찢는
러웠다. 이러한 배움은 예술강사 7년차인 지금까지
소리가 나지 않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질문
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을 던졌다. 아이들은 한지를 조심스럽게 찢어보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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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빠르게 찢어보기도 하면서 방법을 찾았다. 정답
“현장에서 예술강사로 활동하며 아이들을 가르치다 보니
을 던져주기 보다는 아이들이 스스로 해답을 찾을 수
오히려 더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그렇게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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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다 보니 자연스럽게 가르치는 방법에 대해서도 관심을
시적 결과와 통계, 효율성을 요구하는 현실 속에서
갖게 되었고요. 교육학적인 이론들을 더 공부해야겠다는
도 문화예술교육이 꼭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
생각을 하게 된 거죠. 3년을 고민하고 3년 동안 학교를 찾
다. 하지만 현장의 한계와 현실적인 규제에 무기력해
았어요. 그렇게 지금의 지도 교수님을 만나게 되었고, 다시
지다 보면 의미보다는 당장의 결과물만을 좇기 쉽다.
대학에서 교수학습공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예술’교육이 아닌 단순 ‘만들기’수업에만 안주하게 되 는 것이다. 안령 예술강사는 현장의 어려움을 직시하 는 동시에, 이를 자신만의 방법으로 극복하려 노력했
살아 숨 쉬는 교육
다. 2011년 제 1회 예술강사 교안 공모전에서 최우 수상을 받은 프로그램 ‘자연에게 받은 선물, 자연에
인터뷰 당일 우리가 참관한 피터 레이놀즈의 동화로
게 주는 선물’이 그 대표적인 예다. 사실 학교 입장에
시작한 수업은 예상 외로 한지와 유리병을 이용해 꽃
서는 무언가를 만드는 수업이 그리 달갑지 않다. 재
병을 만드는 활동으로 이어졌다. 언뜻 보기에는 연관
료 준비부터, 작품 관리, 수업 후의 청소까지 번거로
성이 잘 잡히지 않는다. 하지만 여기에는 안령 예술
운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안령 예술강
강사만의 지향점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녀는 결과
사는 도자 수업을 꺼리는 학교의 입장을 고려하면서
물 위주의 수업을 거부한다. 생각 없이 만들어내기에
도 교육적인 의미를 담을 수 있는 수업을 고민했다.
만 급급한 수업은 아이들에게나 강사에게나 좋을 것 이 없다는 입장이다. 결과물 위주의 수업에만 익숙해
그녀는 1년 동안 수업을 하면서 발생한 자투리 흙을 마지막 수업 시간에 아이들과 함께 교실 밖 화단으로
지다 보면, 아이들은 내가 ‘무엇을’, ‘왜’ 표현해야 하
들고 나갔다. 시간과 추억으로 한데 모인 흙을 화단
는지를 곱씹을 수 없고, 강사들은 아이들의 창의성을
곳곳에 올려 두고, 이 흙이 어떻게 자연으로 돌아가
발견할 수 없다. 물론 백번 지당한 생각이다. 하지만
는지 아이들이 관찰할 수 있도록 했다. 자투리 흙이
결과물을 요구할 수밖에 없는 학교 현장에서 실효성
바람을 맞고 비를 맞아 다시 땅 속으로 스며드는 과
이 있을지 의문이 생긴다. 이에 안령 예술강사는 “쉽
정을 통해 자연의 순환을 알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지 않은 것이 사실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예술강사가 더욱 많이 고민해야 한다.”고 답한다. 꽃병 하나를 만
“좋은 교육 프로그램은 화석이 아니에요. 완결된 프로그램
들면서도 표현의 즐거움과 자유로움을 조금이라도
이라도 언제 어디서,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변화하고 성
더 전달하려는 그녀의 마음이 바로 보이기 시작한다.
장할 수 있어야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해요. 살아 숨 쉬
깊고 세심하다.
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예술강사로서의 저의 역할인 것 같아요.”
“공예는 손으로 하는 언어이자 표현이죠. 머리와 마음에 있 는 생각과 감정들이 손으로 연결되어 손끝에서 표현되는 것 이 바로 ‘공예’라고 생각합니다.”
즐거운 교실에서 움트는 창의성
모든 표현에는 내밀한 의미가 존재한다. 그리고 예술
장담컨대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을 데리고 공예
은 그 의미를 확장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해준다. 가
수업을 하는 일은 단연코 쉽지 않다. 필자 역시 10
PART 4 만나다
123
년 넘게 초등학생 대상의 미술 수업을 하고 있는
시간이 지나도 문득 기억나는 선생님으로 남고 싶
데, 아이들이 마음처럼 움직여주지 않을 때는 여전
은 그녀는 시간이 흐르고 어른이 될 아이들에게 봄
히 한숨부터 내쉬게 된다. 화를 내거나 엄하게 다
볕 같은 온기로 마음을 감싸는 추억이 되고 싶다.
그칠 때도 있다. 차분하게 그림 그리는 수업만 해
안령 예술강사는 오늘도 아이들의 작품과 아이들
도 만만치가 않은데 하물며 활동이 많은 공예수업
이 준 쪽지, 사탕 부스러기까지도 소중히 모아둔다.
을 진행하면서도 안령 예술강사는 아이들에게 큰 소리 한번 내지 않고 연신 웃는 얼굴이다. 비결을
예술강사 활동이 10년차에 접어드는 2020년이 되면, 아이들과의 시간을 굽이굽이 펼쳐 전시할 예
묻자, 그저 마음을 평안하게 다스리려고 노력할 뿐
정이다. 그 날, 아이들은 어떤 모습으로 그녀를 찾
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대답한다.
아올까.
“저는 아이들이 최대한 즐거웠으면 좋겠어요. 조금 시끄럽 다고 조용히 하라고 소리를 지르거나 야단을 치면 주눅이 들잖아요. 그래서 아이들과 저만의 약속을 만들어서 재미 있고 자연스럽게 수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요.” 아이들이 조금 소란스러워질라치면, 그녀는 “짝! 짝! 짝짝짝!” 리듬 박수를 친다. 그러면 아이들도 자 연스레 따라서 박자를 맞춘다. 박수 몇 번의 짧은 순간에 산만했던 교실이 다잡아지는 모습이 신기 할 따름이다. 즐거운 교실을 위한 안령 예술강사의 노력은 프로그램 안에도 속속들이 배어있다. 공예 의 형식에서 벗어나 감정을 몸짓이나 소리로 표현 해보는 수업을 진행하기도 하고, 공예의 기본을 지 루하지 않게 가르치기 위해 노래도 만들어 가르친 다. “도기와 자기 합쳐 도자기 짝짝!” 그녀가 만든 < 도자 콕콕송>은 듣자마자 절로 흥얼거리게 될 정도 로 꽤 중독성이 강하다.
안령 경희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도예학을 전공했고, 올해 교육공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다양한 공모전과 전시 활동을 하며 대학 강의를 하던 중 1기 공예분야 학교 예술강사 모집으로 아이들과 만나게 되었다. 매년 새로운 학교, 새로운 아이들과 만나며 예술강사로서 안주하거나 멈춰있지 않으려고 한다. 삼육보건대, 경희대 교육대학원 등 대학 강의도 병행하고 있다. 배움을 통해 가르친다는 교육철학을 바탕으로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연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겸재정선미술관과 출강하는 학교 아이들이 함께하는 새로운 프로젝트로 즐겁고 즐겁다.
안령 예술강사는 아이들만 보면 예뻐서 어쩔 줄을 모른다. 아이들 모두가 마냥 귀하고 사랑스럽다고 말하는 그녀의 눈이 어느새 하트를 그린다. 하지만 이는 그저 예쁘다, 스쳐 지나가는 가벼운 마음이 아니다. 아이들에 대한 그녀의 책임감과 사명감은 보다 묵직하다. “초등학교 때는 아이들이 다양한 경험을 해야 하는 시기라 고 생각해요. 제가 그 경험에 일조 할 수 있고, 일조해야 한 다는 사명감이 있고요. 선생님은 물을 주는 사람이에요. 제
박유미 설치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매체에 관심이 많은 미술작가. 2013년 개인전 《what a wonderful world》 외 다수의 전시에 참여했으며 2014년 아르코 퍼블릭아트 프로젝트 ‘마로니에 다방’을 기획했다. 어린이 예술교육에도 관심이 많다. 여전히 예술로 말하고 예술을 가르치는 작가 겸 강사로 목하 활동 중이다. Gomako1983@hanmail.net
가 예술의 물을, 공예의 물을 주면 아이들 마음속에 있던 씨앗들이 그 물을 먹고 자라면서 다양한 경험의 층위들을 만들어내는 것 같아요. 이 경험의 층위 속에서 창의성이 발
사진 윤영욱(미술작가)
현되는 것이죠. 창의성은 느닷없이 발현되는 것이 아니라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6년 4월 12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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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arte 365
나를 열고 우리를 나누다 신규빈, 남상철(신남전기)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참여 예술가
전혜현 미술평론·미디어이론가
신규빈(왼쪽), 남상철
진 팀이다. 이들이 구상한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청소년 문
2009년 초에 처음 만났다. 당시 중앙대학교 대학 원 랩에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온종일 연구실
화예술 진로탐색 프로그램 <빛나고 신나는 뉴미디어 놀이
에 틀어박혀 작업에 몰두했었는데, 그때 서로 도움
터>가 대학로에 위치한 콘텐츠코리아랩에서 진행 중이다.
을 주고받다가 공통의 관심사를 알게 되었다. 내친
예술관련 워크숍이나 특강 등에 예술가가 일정한 게스트로
김에 팀을 이뤄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어보자, 제대
참여하는 일은 종종 있지만, 이렇게 예술가가 직접 예술교
로 한번 해보자는 생각에서 2014년 12월부터 “신 남전기”의 이름으로 본격적인 협업을 시작했다.
신남전기는 신규빈과 남상철, 두 미디어아티스트로 이루어
육프로그램을, 그것도 1년의 반 이상을 할애하는 장기 프로 그램을 구상하고 진행하는 일은 흔치 않다. 작업실에서 자 신들의 창작활동에 온 시간을 매진해도 아쉬울 예술가들이 왜 이 긴 여정을 시작했을까. 궁금증을 풀기 위해 그들의 프
개성 강한 예술가 둘이 협업을 한다는 게 쉽지 않을 텐데,
로그램 일부에 잠시 동참했다.
협업의 문제나 한계는 없는지, 그리고 이를 극복하는 나름
때는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빛나고 신나는 뉴미디어 놀
의 방법이나 노하우도 알고 싶다.
이터> 수업이 한창 진행 중인 4월 마지막 주 토요일 한낮. 중·고등학생들이 각자의 노트북에다 무언가를 뚝딱뚝딱,
창작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나름대로 각자 전하고자
알음알음, 바쁘게 주고받는다. 노트북을 사이에 두고 분주
수 있는 상황에서 하나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서로
히 오가는, 보이지 않는 저 무언가는 분명 프로그램 정보
다른 점들을 조율하는 게 쉽지는 않다. 게다가 개인
일 터. 입체조형물처럼 쌓아올려진 정육면체의 종이박스들
작업은 하다 힘들면 스스로 포기할 수도 있지만, 협
에 그래픽이미지가 투사되는 순간, 프로그램에 갇혀있던
업에서는 그 책임감이 더 부담스럽기도 하다. 그럼
그 무언가가 실체를 드러낸다. 드디어 빛으로 통하는 세상
에도 불구하고 눈에 확연히 드러나지 않는 공동작
이 열리고, 예술가로 거듭난 학생들은 각자 자신이 연출한
업의 과정들이 더 득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신세계를 바라보며 흐뭇해한다. 종이박스가 미디어 파사드
어가고 있다. 각자의 역할을 명확하게 분리하기보다
(Media Facade)로 변신하는 이 빛의 세계에서 미디어아 트그룹 신남전기를 만났다.
는 매사 대화를 통해 서로의 부분들을 만들어나간
하는 소재나 메시지가 있기에, 자칫 선장이 둘이 될
다. 서로 다른 표현들을 쓰기 때문에 다른 줄 알았는 데, 대화로 작업을 이어가는 중에 결국 같은 이야기 를 하고 있었음을 깨닫기도 한다. 그래서 작업의 본
‘신남전기’라는 팀 이름의 뜻 혹은 의도를 소개한다면. 전기가 원동력인 우리의 작업을 신나고 즐겁게 열심
질에 좀 더 집중하려고 애쓰게 된다. 이런 과정들을 거쳐 나온 결과물에 더 큰 보람을 느끼게 된다.
히 하다보면 보는 사람도 신나지 않을까 생각했다. 작업하는 사람도 신나고 보는 이도 신났으면 하는 바 람에서, 그리고 우리 각자의 이름인 신규빈, 남상철의
협업을 추구하는 성향이 타인과 관계하는 교육활동과도 무
각 성(姓)을 따서 ‘신남전기’라는 명칭을 만들었다.
관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신남전기가 결성된 후로 문화예 술교육 프로그램 활동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는데, 특별 한 계기나 이유가 있는가.
언제부터 두 분이 함께 팀을 이뤄 신남전기로 활동했나.
팀을 꾸린 초창기부터 이런 교육프로그램에 동참
PART 4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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했던 건 아니다. 기존에 예술관련 워크숍과정에는
않도록 조심한다. 서로 다를 뿐, 틀린 것은 없다.
많이 참여했지만, 구체적인 교육프로그램 활동은
물론 우리가 다양한 워크숍을 하면서 오픈해서 나
작년에 꿈다락 토요문화학교에서부터 시작됐다. 미
누는 것들을, 때로 누군가는 배워서 영리목적으로
디어아트 관련 교육은 근래 대학교에 정규수업이
이용하기도 한다. 처음에는 그런 일들로 상처를 받
많이 생겨서 어느 정도 해소가 되고 있지만, 중·고
기도 하고 고민도 많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등학교 교육과정에서는 그 기회가 매우 빈약하다.
다 나눠주고 싶다. 분명 선순환적인 결과가 있다고
현재의 우리를 있게끔 만들어준 시기는 청소년기인
믿는다. 수업과정을 마치고 나면 대부분의 학생들
데, 그렇다면 가장 상상력이 활발한 청소년들을 위
이 우리를 ‘형’이라고 부른다. 이런 것들이 바로 우
해 우리가 무얼 할 수 있을까. 진지하게 고심하다가
리가 교실에서 꿈꿨던 것들이다. 어렸을 때 꿈꿨던
한번 해보자 해서 시작된 것이 꿈다락 토요문화학
것들. 가르치고 배우는 사람들이 서로 연결되면 좋
교 <빛나고 신나는 뉴미디어 놀이터> 프로그램이다.
겠는데, 아이들이 올라올 수는 없다. 내가 내려가
대학교육과 심지어 대학원교육을 마칠 때까지도
야 맞춰질 수 있다. 아이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것
우리는 미디어아트 관련 테크닉을 손수 땅을 파듯
을 줘서 그들이 올라가도록 눈높이를 맞추려고 노
독학으로 터득했고, 그래서 아쉬움도 컸다. 이 기술
력한다. 작년에 이 프로그램을 처음 시작했을 당
들을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고 즐길 수 있게 된다
시에는 우리의 열정이 너무나 강한 나머지, 기초부
면, 우리가 설 토양도 그만큼 더 넓어지고 함께 할
터 고급단계까지 지나치게 많은 것들을 퍼줬다. 그
활동들도 더 풍부해지지 않을까, 자라나는 새싹들
랬더니 정작 아이들이 못 받아들이더라. 아무 것도
에게 이런 것도 있다고 알려주고 보여준다면 그들
모르는 단계에서 시작하는 중·고등학생들에게 필
이 얼마나 더 큰 상상을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들
요한 건 흥미다. 여러 가지를 흥미롭게 경험하는
로 지원했다. 처음 시작한 작년에는 한겨울에 추위
가운데 깊이를 찾을 수 있도록 교육하고자 한다.
에 떨면서도 야외에서의 현장작업을 온몸으로 부딪 히며 경험했다. 아이들이 실제로 다양한 경험들을 할 수 있게끔 도와주고 싶어서다. 다행히 이 경험들
나눔의 교육관이 인상 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가로
의 결과가 조금씩 보여서 한 해 더 지속할 수 있는
서 작업의 프로세스를 전부 공개한다는 게 쉽지 않을 텐데.
기회도 갖게 되었다. 작년에 함께 했던 학생들이 다
모두 오픈한다. 웹에서 파일을 공개하는 것은 마인
른 친구들한테도 권해서 참여하게 되거나, 우리 수
드의 공유와 같다. 그리고 거기서 신뢰가 생겨난다.
업을 들었던 선생님이 그 학교 학생에게 추천해서
많은 미디어기술들이 애초에 미디어아트를 위해
오기도 하고. 우리의 노력들을 인정해주는 것 같다.
생산된 것은 아니었지만, 오픈 소스와 하드웨어를 공유하고 그걸 통해서 더 새로운 것을 나눠 다음 단계로 함께 발전하고 있지 않은가. 지식을 나누고
그 때문에 힘들어도 이 프로그램과 예술교육 활동을 쉽게
공유하는 정신, 그걸 믿고 할 수 있다. 작품을 전시
내려놓을 수 없을 것 같다.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간에 어
하고 나면 소스를 원천 공개한다. 우리의 것 역시
떤 식으로든 파급효과가 나오는 걸 보면 한편으로는 두렵
누군가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처음이 힘들
지 않나.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신남전
지, 하다보면 자신을 오픈해야 또 발전할 수 있음
기가 염두에 두는 교육관이나 가치관이 있다면.
을 깨닫게 된다.
사실 1년 52주 중에 총 30주의 매주 토요일을 이 교육프로그램 수업으로 채운다는 것이 쉬운 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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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다. 특히 수업과 별개로 진행하는 우리의 미디
신남전기의 이런 마인드가 웹의 네트워킹을 넘어 오프라
어아트 작업이 보통 주말에 이루어지는 공연행사들
인, 즉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과 연계될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마음을 열지 않
신남전기의 말대로 교육은 서로 나누는 것이다. 그렇다면
으면 쉽지 않다. 우리가 누굴 가르치는 게 아니라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변화하듯,
나눈다고 생각한다. 내가 아는 걸 누군가에게 준다
신남전기에도 어떤 변화가 있지 않을까.
면, 거기서부터 시작해보면 더 좋은 무언가가 나오
프로그램의 마지막 수업은 각자의 최종작업을 발
지 않을까, 그런 마음으로 임한다. 나눔은 분명 배가
표하는 시간으로 이루어진다. 이때 작업을 좀 더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 나를 기준으로 획일화되지
완성도 있게 마무리하려고 자신의 발표를 끝까지
2016 arte 365
미루는 학생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잊고 있던 예
그 문제를 극복했기 때문이다. 그 외의 또 다른 부
전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전공자나 전문가가 아닌
정적인 문제들은 맞서 싸우기 위해 힘을 기르고 있
데도 불구하고, 혹은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매달
다. 항상 긍정적일 수는 없지만, 기왕이면 부정도
리게 되는 열정과 의지를 보면서 어릴 때 무작정 공
신나게!
부하던 아마추어적인 나의 모습을 떠올리곤 한다. 또 한 가지, 밝은 아이들에 감동하게 된다. 뉴스에 서 접하는 학생들은 항상 입시에 매여 표정이 어둡 고, 그래서 그들의 영혼도 어두울 것이라 넘겨짚고
마지막으로 신남전기에게 ‘토요일’이란. 근무일. 월요일. 신남이 넘치는 요일. 신나요일. 신남!
는 지레 주눅 들지 않으려 했었다. 그런데 세상이 어둡지, 오히려 아이들은 너무 밝다. 우리가 전하려 는 바를 수학문제 풀듯이, 입시문제 대하듯 해석하 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마치 좋아하는 동화책을 읽 는 듯한 표정으로 수업에 임하는 모습을 볼 때 가 장 큰 보람을 느낀다. 툴을 만든 사람보다 더 창의 적으로 툴을 사용하는 아이들. 포토샵을 포토샵 이 상으로 쓸 줄 아는 상상력. 순수한 마음으로 수업 에 임하는 아이들에게 늘 감동받는다.
신남전기의 비전을 알고 싶다. 일단 상반기에 해야 할 일들을 잘 끝내고 싶다. 미 디어아트를 시작한지 벌써 수년이 지났다. 그 사이, 처음에는 우리가 독보적으로 다루었던 기술들이 20분 정도면 누구나 터득할 수 있을 정도로 주변 환경도 많이 변했다. 툴은 이미 준비되어 있다. 이 제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뭘 만들지, 뭘 할지의 생각이 중요하다. 생각이 머무르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움을 향해 나아가길 바란다. 매순간 최전방에 서고 싶은 마음이다. 앞으로 갈 길을 몰라도 두려 워하지 않고, 이미 했던 것을 되돌아볼 용기를 갖 고 싶다. 그래서 내가 지금 알고 있는 것으로 끝내
신규빈, 남상철(신남전기) ‘신나는 일상’을 모토로 2015년 설립했다.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의 구분 없이 뉴미디어 테크놀로지와 기존 예술의 결합을 통해 예술적 역량을 강화하고 새로운 문화예술 콘텐츠와 기술 개발, 미디어아트 교육 등을 주로 하고 있다.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외에도 ‘한강 가을 빛 축제’ ‘여행을 나누는 기술 –코아프로젝트’ 등에 참여하여 다양한 미디어아트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때로 각자 예술가로서의 고유한 개성을 잃지 않기 위해 개인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2016년 5월 21일부터 27일까지 서울 마포구 상암동 누리꿈스퀘어 일대에서 펼쳐진 2016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행사 예술체험 워크숍에 참여하여 <VJing과 미디어파사드>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www.shinnamjeongi.com
지 않고 모르는 것을 탐색하고 연구하는 작업을 계 속 이어갔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우리 둘 다 건강 해야 한다. 너무 작업에만 몰두하느라 갇혀있는데, 몸도 챙겨야겠다. 마지막으로, 나눔의 정신을 끝까 지 잃지 말자. 그리고 우리가 만드는 작업, 교육, 콘 텐츠들로 인해 다른 사람들도 긍정적인 마음을 갖 길 바란다. 이게 평소 우리의 대화다.
요즘도 신나는가. 살 맛 나는지 궁금하다. 가끔 서로에게 묻곤 한다. “형, 요즘 우리 신나요?”
전혜현 대학에서 미디어아트이론과 매체철학 등을 가르치며 미디어이론가이자 미술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창제작센터 매체담론연구랩에서 디지털문화예술현상의 학제간 담론을 연구했고, 기술미디어와 문화예술의 융복합현상과 그 이면에 대해 관심이 많다. wjsgpgus@hanmail.net
초창기에는 ‘매우 신남’부터 ‘매우 우울’까지 단계 별로 상태를 돌아보는 일지를 썼었다. 지금 우리 가 어떤 문제에 관해 웃고 긍정적일 수 있는 것은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6년 5월 10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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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에서 공존을 외치다 구수현, 김채린 2016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 행사 예술체험 워크숍 참여 예술가
박유미 미술작가
칸칸이 빽빽한 점포가 뱀처럼 꿈틀대며 이어선 을지
“작가로서 활동을 하는 과정은 수동적으로 누군가의 선택을
로. 빈틈없이 퇴적된 시간처럼 응축된 만물(萬物)이
기다리는 과정입니다. 선택 받아야 하는 입장에서 벗어날 수
가관이다. 미술작가들에게 을지로는 운명적인 공간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하다가 직접 전시를 만들기 시작했
이다. 작업을 하다보면 한번쯤은 보물찾기 하는 어
고, 같은 생각을 가진 작가들이 모이기 시작했어요.”
린아이의 마음으로 어느새 을지로 골목을 헤매게 된 다. 작가들은 종종 골목과 골목 사이, 만물과 만물 사
구수현, 김채린 작가를 포함한 3명의 예술가가 주축
이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물질을 탐색하고 사고를 실
이 되어 결성된 아티스트 프로젝트 그룹 ‘을지로 하
험한다. 그러고 보니 을지로 ‘아저씨’들이 모이면 로
와이’의 활동이 흥미로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보트 태권브이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우스갯소리
을지로 하와이는 주체적으로 담론을 제시하며 스스
를 하곤 했었다. 정말로 을지로 어딘가에 박사님의 실험실이 있다면 세운상가 지하벙커 쯤이 아닐까.
로 전시를 기획한다. 핵심 멤버인 3명의 작가가 운을 떼면 객원 작가들이 모여 판을 키운다. 그들은 따로
분명 그랬을 것이다. 생업과 작업, 만물과 예술, 의미
또 같이, ‘을지로’라는 공간의 특수성을 고민하며 지
와 무의미, 장인과 예술가의 시간이 공존하는 청계
역과 예술가의 관계를 실험하고 예술가의 역할에 대
세운상가에서 작품활동과 함께 문화예술교육을 실
해 질문한다. 2015년 세운청계·대림상가 ‘청계 추계 체육대회’는 이러한 을지로 하와이의 지향점을 여실
천하고 있는 구수현, 김채린 작가를 만났다.
히 담아냈다. 체육대회인 듯 미술 전시이고, 가벼운 듯 진지한 이 프로젝트에서 작가들은 기획자이자 참 따로 또 같이, 을지로 하와이
여자였고, 운영자이자 비평가였다. 그래서인지 프로 젝트에 담긴 전시와 사건, 예술과 놀이, 일과 작업 사
구수현, 김채린 작가는 2014년 경남예술창작센터 의 입주작가로 만나 그 인연을 시작했다. 각자 꾸준
이에 얽혀 있는 다양한 관점들이 더욱 재미있다.
히 개인 작업을 해왔던 그들이 함께 활동하게 된 이
“(프로젝트 그룹 활동은) 개인 작업에서는 하지 못하는 것들
유는 예술가의 수동성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목표를
을 하기 위해 모이는 것이니만큼, 개인 작업할 때의 예민함
공유했기 때문이다.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작가
은 잠시 내려놓고 즐겁게 하려고 하고 있어요.”
개인의 내적 원동력으로 이루어지지만, 완성된 작품 을 발표하는 활동은 창작과는 다른 메커니즘을 가진 다. ‘창작’이 관찰과 고민과 작가의 손 사이를 오가며
몸을 넘어선 의미, ME WE
이루어진다면 ‘활동’은 이력서와 포트폴리오와 관계 자 미팅과 작품 계획서와 전시 공모 마감일과 누군 가의 선택을 오가며 이루어진다. 때문에 창작의 주
구수현, 김채린 작가는 2016 세계문화예술교육 주 간행사(5.21~27)에서 <나의 조각 우리의 작품 : ME
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구수현, 김채린 작가는 예술
WE>(이하 ME WE) 프로그램으로 예술체험 워크숍을 진행한다. ME WE 프로그램은 2015년 움직이는 예
가가 활동의 주체가 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술정거장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바 있는 예술교육
체인 작가도 활동을 위해서는 대상이 될 수밖에 없
프로그램이다. 예술하며 살기에도 팍팍한 작가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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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arte 365
김채린(왼쪽), 구수현
개인 작업하랴 프로젝트 기획하고 운영하랴 바쁠 만
던진다. “무엇이, 어떻게 느껴지는가?” 쇠퇴한 감각
도 한데, 여기에 예술교육 프로그램까지 진행한다니
을 극대화하고, 보다 구체적인 표현으로 끌어올리기
업무가 너무 과중한 것이 아닌가, 잠시 주제 넘는 염
위해서다.
려가 치밀었다. 하지만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그들의 관심은 지극히 당연하고 자연스러웠다.
2015년 움직이는 예술정거장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 했던 이 프로그램의 참여 대상은 노인이었다. 때문에
“제가 하고 있는 작업들이 대중들에게 이해받고 공유되기
구수현, 김채린 작가는 어르신들의 손이 가진 ‘기록’
위해서는 교육이 실천적으로 병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으로서의 의미에 집중했다. 굽이굽이 주름진 당신들
특히 어린 친구들이 교과서의 정형화된 루트를 벗어나 좀
의 손에 고단한 인생이 고스란히 새겨져 있음을, 그
더 자유롭게 미술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면 좋겠어요.”
리고 그 손이 지닌 삶의 기록이 얼마나 중한지 이야 기했다. 신체를 재발견하는 과정을 보다 친근하게 이
가만히 앉아 이해받기를 기다리기보다 대중과 함께
해할 수 있도록 종이에 자신의 손을 대고 따라 그리
성장해나가야 한다는 생각은 선택을 기다리는 대상
는 드로잉 과정을 추가하기도 했다. 어르신들 중에는
에서 벗어나 주체가 되고자 ‘을지로 하와이’를 결성한
‘나는 예쁜 곳이 하나도 없다’며 손사래를 치는 분들
그들의 행보와 겹쳐진다. ME WE 프로그램은 참여자
도 계셨다. 손에 장애가 있거나 상처가 있어 부끄러
캐스팅(casting)(석고나 알지네
워하는 분들도 여럿이었다. 그러나 캐스팅된 삶의 기
들이 자신의 신체 일부를
이트 등으로 본을 뜸)한 후, 개별 결과물들을 모아 공동의 작
록을 바라보는 시선은 각별했다.
업으로 만들어보는 과정으로 구성된다. 여기에서 구 수현, 김채린 작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은 참여
“어르신들은 결과물을 아주 소중하게 생각하셨어요. 만들
자들이 자신의 감각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갖도
어 놓은 조형물이 어쩌다 손가락 하나만 부러져도 큰일이
록 하는 것이다. 참여자들은 알지네이트를 바르고 몇
라도 난 듯 어쩔 줄 모르는 모습을 보이셨고요. 나 죽고 나
분 동안 정지해 있어야 한다. 내 몸에 닿은 낯선 물질
면 이 손을 내 분신처럼 집에 놔두라고 해야겠다, 말씀하시
을 가만히 견디다보면, 시시각각 달라지는 온도나 압
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그런 말씀을 듣다보면 진정한 조각
력의 변화에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이때를 놓칠세라
작품의 의미가 이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구수현, 김채린 작가는 참여자들에게 끈질긴 질문을
PART 4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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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몸에서 떨어져 나온 나의 몸, 캐스팅되어 나온
줄타기를 하고 있다. 위태해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
결과물은 나를 닮았으나 내가 아니다. 때문에 어르신
만 그들은 기꺼이 외줄 위에 선 예술가이기를 자처한
들은 자신을 닮은 조각품을 통해 매일 마르고 닳도록
다. 외줄을 타는 사람의 시선은 결코 줄 위에 있지 않
사용했지만 평생 주목해본 적 없었던 당신의 손을 하
다. 정면을 똑바로 응시하고 저 너머를 바라본다. 그
나의 대상으로 직면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시
들의 시선이 닿는 곳이 궁금하다. 다만 어렴풋이, 그
선은 삶과 죽음, 그 어느 것도 어색하지 않은 자의 것
곳에 공존이 있지 않을까, 짐작할 뿐이다.
이었다.
경계에 선 예술가의 시선 ME WE 프로그램은 참여 대상에 따라 다양한 의미 로 접근할 수 있다. 앞서 진행한 것처럼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할 때에는 손이 지닌 기록의 의미에 중점을 두었다면, 청년들을 대상으로 할 때에는 파편화되고 대상화된 신체의 의미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 어린 이들을 대상으로 신체의 재창조를 경험할 수 있도록 변형해보고 싶기도 하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ME WE 프로그램을 진행해 보고 싶 어요. 캐스팅된 자기 신체의 일부를 전부 파괴하고 그 파 편들을 조합해서 새로운 추상적 조형물을 만드는 과정으로 변형해서요. 아이들이 자기 신체를 파괴하면서 느끼는 희 열이 무엇을 창조해낼지 기대가 돼요.” 그들은 여전히 할 말이 많다. 자연히 해야 할 일도, 하 고 싶은 일도 많다. ‘가만히 있지를 못 한다’며 서로를 타박하는 모습이 오히려 서로를 독려하는 것처럼 보 인다. 앞으로의 계획을 물으니, 눈을 반짝이며 신나게 설명한다. 듣자하니 작업실 은둔형인 필자로서는 엄
구수현, 김채린 2014년 경남예술창작센터 입주작가로 처음 만났다. 함께 세운청계상가에 둥지를 틀고 주변 작가들과 함께 그룹 ‘을지로 하와이’를 결성해 예술가가 활동의 주체가 되는 전시프로젝트 《하와이언키친》(2015), 《청계추계체육대회》(2015)를 진행했다. 작품 활동 이외에도 대중과의 소통과 공유를 위한 문화예술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2015년 움직이는 예술정거장 사업에 참여한 바 있으며, 2016년 5월 21일부터 27일까지 서울 마포구 상암동 누리꿈스퀘어 일대에서 펼쳐진 2016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 행사 예술체험 워크숍에 참여하여 <나의 조각 우리의 작품 : ME WE>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구수현 www.koosoo.org 김채린 www.kimchaelin.com
두가 나지 않을 정도다. 구수현 작가는 올해 개인전 을 계획하고 있다. 을지로에 있는 공간들을 임대해서 투어형 전시를 만들어보고 싶단다. 대관이나 초대, 공 모를 통한 전시가 아니라 임대 전시라니, 솔깃해진다. 김채린 작가는 일과 작업이 어떠한 비율로,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그룹전시 를 기획 중이다. 작업과 노동 사이에 선 예술가들의 고민을 엿볼 수 있는 전시가 될 것 같다. 을지로 하와 이로서는 예술가들의 공간 특정적 아이디어를 모은 책을 준비 중이다. 배경은 물론, 을지로다. 이름하야 <을지로 것들_을지로에서 하고 싶은 것들>. 구수현, 김채린 작가의 활동은 현재 경계에 서 있다. 주체와 대상, 예술과 노동의 경계 위에서 한 발 한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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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미 설치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매체에 관심이 많은 미술작가. 2013년 개인전 《what a wonderful world》 외 다수의 전시에 참여했으며 2014년 아르코 퍼블릭아트 프로젝트 ‘마로니에 다방’을 기획했다. 어린이 예술교육에도 관심이 많다. 여전히 예술로 말하고 예술을 가르치는 작가 겸 강사로 목하 활동 중이다. Gomako1983@hanmail.net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6년 5월 24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내 생각이요? 음악으로도 표현합니다 원태현 꼬마작곡가, 소수정 강사 송현민 음악평론가
원태현(왼쪽), 소수정
경기도 하남시 신평중학교에 다니고 있다는 태
야 한다. 가슴으로 하는 것이 예술이라곤 하지만,
현이는 밝고 힘찬 중학교 1학년생이었다. 두 곡 을 ‘작곡’했다는 그에게선 모차르트의 광기도, 베
수많은 작곡기법을 머리에 입력해야 하고, 작곡
토벤의 고뇌도 보이지 않았다. 또래의 남학생들처
예술’로 취급되기도 한다. 모차르트, 베토벤 같은
럼 적당할 만큼의 까불까불한 모습과 장난 끼가 얼
천재 작곡가들의 초상화에서 그들의 표정이 남다
굴에 서려 있다. 태현이는 초등학교 6학년 때, 한 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꼬마작곡가(Very Young
른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태현이
Composers )’ 프로그램과 만났다. 이 프로그램 을 통하여 <시계>와 <우주의 미래>라는 제목의 두
마작곡가 프로그램과 만나기 전에 음악은 먼 나
과정에 적용·응용해야 하기에 ‘머리로 해야 하는
는 이러한 작곡 공부를 해 본적이 없다. 아니, 꼬 라 이야기였다.
곡을 작곡했다. 지난 6월 4일에는 한국과 뉴욕에 서 생중계(미국시각 오전 11시, 한국시각 밤 12
“피아노를 처음 배웠고요, 지금도 피아노를 계속 하고 있어
시)로 진행된 공연에서 <우주의 미래>를 발표했
요. 아! 그 사이에 드럼도 잠깐 배웠어요.” (원태현)
다. 뉴욕에 위치한 내셔널소더스트(NATIONAL SAWDUST)에서 열린 이날 연주회는 뉴욕 필하
“엄마한테 끌려서 피아노 학원에 간 거죠?”라고
모닉 ‘ Very Young Composers’ 20주년을 기념 하는 공연이었다. ‘미래의 모습은 어떨까?’라는 주
물으니, “오! 어떻게 알았죠?”라고 답할 정도로
제로 한국·미국·핀란드·베네수엘라 출신의 ‘꼬마
을 차지하지 않았다. 부모님 또한 음악을 전공하
작곡가’들이 작곡한 7곡이 오른 시간이었다. 이들 은 한국 나이로 초등학교 3~6학년에 속했다.
지 않았다. 다만 정서적 교육 차원에서 태현이의
‘진지한 음악 공부’는 태현이의 삶에서 많은 비중
큰 형은 클라리넷을, 둘째 형은 바이올린을 취미 삼아 공부했을 뿐이란다. 어쨌든 태현이는 피아
“다들 대단하더라고요. 각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음악으
노 선생님으로부터 꼬마작곡가 프로그램을 추천
로 뚜렷이 말하는 것 같았어요. 다른 아이들의 곡을 들으면
받았다.
서 부럽다는 생각도 들었고, 제 곡의 발표가 끝나고 나니 살짝 부끄럽기도 하더라고요. 각자 나와서 곡을 소개했는
‘꼬마작곡가’는 아이들의 손에 음악의 미래를 걸고 있
데 저는 말실수도 많이 했거든요. (웃음) 그런데 발표하고
는 뉴욕 필하모닉의 교육프로그램이다. 한국문화예술
나니 뿌듯하긴 했습니다.” (원태현)
교육진흥원은 뉴욕 필하모닉과 파트너십을 맺고 3~6 학년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꼬마 작곡가’ 프로그램을
음악과는 거리가 멀었던 꼬마작곡가
도입하여 운영 중이다. 2013년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를 통해 처음 국내에 도입된 후 안착 중인 이 프로그 램의 목적은 ‘작품 생산’이나 ‘작곡가 발굴’이 아니다.
여기까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태현이는 혜성처 럼 등장한 ‘천재 작곡가’ 같다. 사실 작곡이란 기
“규칙이나 정형화된 것에 제한받지 않고 아이들이 음악을
악·성악과 달리 많은 공부를 필요로 한다. 악기
놀이 삼고, 매개체 삼아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프로
도 다뤄야 하며, 음악을 받아들이는 귀도 예민해
그램이에요.”(소수정)
PART 4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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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에 덩치가 가장 크고, 낮은 소리가 저에게 호감을 줬거든 소수정 강사도 이 프로그램을 통하여 태현이를
요. 아무 생각 없이 시계만 보고 있다가 생각해낸 곡이 <시
처음 만났다. 인터뷰 내내 태현이는 밝은 모습이
계>예요. 시계를 볼 때마다 저의 삶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었지만 소수정 강사가 기억하는 태현이의 첫 인
요. 제가 좋아하는 것을 하고 있으면 시간은 빨리 흐르고,
상은 지금과 달랐단다.
반대로 싫어하거나 힘든 일을 하면 늦게 가는데, 그러한 생 각을 곡에 담은 거죠.” (원태현)
“첫 인상은 어두웠어요. 학생들이 모이면 구석이나 모서리 가 태현이의 자리였어요. 아마 태현이보다 어린 3학년 학 생들이 많았고, 6학년 또래 학생이 없어서 그랬는지도 몰
“곡을 쓰면서 태현이가 물어요. ‘선생님, 여기는 더 느리게
라요. 아무튼 표현도 익숙지 않았고 낯을 많이 가린 학생이
요. ‘다른 악기도 넣어볼까?’라고요. 이런 식으로 진행돼요.
었어요.” (소수정)
학생들에게 주제를 정하라고 했을 때, 가상의 주제를 많이
해볼까요?’라고요. 그렇게 뭔가가 바뀌면 또 제가 물어봐
택하는데 태현이는 이와 달리 일상에서 소재를 택해서 좀 놀랐어요.” (소수정) 일상의 이야기, 음악으로 말하기 꼬마작곡가의 수업 방식은 남다르다. 리듬감 익히
<시계>는 2014년 1월 하남문화예술회관 아랑홀 에서 가진 지역결과발표회에서 연주되었다. 시침·
기, 음감 익히기, 악기 인터뷰(악기 체험), 그리고 작
분침·초침의 바늘이 제각각 움직이는 모습을 재밌
곡 순으로 진행된다. 수업이 시작되면 강사와 학생
게 그렸다. 그런데 태현이는 <우주의 미래>를 작곡
들은 이 수업에 나온 모든 생각과 의견을 존중해야
할 때는 복병을 만났다. <시계>는 일상에서 찾은 주
한다는 약속을 한다. 진행 중 강사는 작곡에서 필요
제였던 반면, <우주의 미래>는 뉴욕 필하모닉이 각
로 하는 어떠한 형식과 법칙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국의 꼬마작곡가들에게 ‘미래’라는 공통의 주제를
음악이라는 ‘그릇’에 담길 그 어떤 이야기든, 음악에
내주었기 때문에 약간의 제약을 받았던 것이다. 태
매달 상상의 날개가 웃기게 생겼든 모든 것은 존중
현이는 살짝 힘들었다. 하지만 <시계>를 함께 완성
받는다. 그리고 나중에 완성될 곡에 사용할 악기부
시켜준 소수정 강사는 용기를 불어넣었고 상상력
터 음정, 리듬은 모두 학생들이 선택한다. 그 과정에
을 부채질했고 또 다시 손과 발이 되어주었다.
서 아이들의 상상력을 끌어내고 유도하는 건 강사 의 몫이다. 상상력을 오선지의 음표로 바꿀 때, 강사
“힘들었어요. 그래서 선생님과 첫 수업시간엔 그냥 신나게
는 아이들의 손과 발이 되어주기도 한다. 태현이도
놀았어요. 다음 수업에는 한 가운데 동그라미를 그리고 그
이러한 과정을 거쳐 <시계>를 완성했다. 바이올린,
안에 ‘미래’라고 적은 종이를 주셨어요. (마인드 맵 수업을
비올라, 첼로, 플루트, 클라리넷, 타악기가 함께 연
통하여) 선생님과 이 주제를 놓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
주하는 곡이다. 이 악기들은 ‘악기 인터뷰’를 통하여
어요. 예를 들어, ‘우주의 과거는 평화로웠을 것이다’ <우주
그 소리를 익히고, 태현이가 직접 고른 것들이다.
의 미래>는 기계 돌아가는 시끄러운 소리가 날 것이다’ 이 런 의견들을요. 선생님과 피아노 앞에서 앉아서 두드려보
“가장 기억에 남고 제일 좋아하는 악기는 첼로예요. 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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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리듬도 같이 만들었어요. 때로는 사다리타기로 사용할
음들을 정하기도 했고요.”(원태현) 그 과정에 평화를 상징하는 음의 흐름은 곡선으로, 날 카로운 소리는 지그재그 등으로 그려졌다. 그리고 소수 정 강사는 태현이의 상상력을 음표로 바꾸기 시작했다.
음악으로부터 온 삶의 변화 그렇게 <우주의 미래>를 완성한 태현이는 음악에 대한 보다 넓은 생각과 안목을 갖게 되었다. 음악 을 통한 생각의 성숙. 그것은 단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꼬마’만의 것은 아니다. 꼬마작곡가 프 로그램의 국내 도입 후 지금까지 함께 하고 있는 소수정 강사도 많은 것을 배운단다. “어떤 곡이 더 인상적이었냐고 물으신다면 저는 <우주의 미 래>를 꼽고 싶어요. <시계>는 연주자들이 힘들어 한 것 같 아요. 물론 <우주의 미래>도 연주하기는 힘든데요, <시계> 는 한 명의 타악주자가 여러 대의 타악기를 번갈아가며 연 주해야 했거든요. 그래서 <우주의 미래>를 만들 때는 이 점 을 좀 유의했어요. 그래서 <우주의 미래>가 좀 더 매끄럽게 연주된 것 같아요.” (원태현)
원태현, 소수정 원태현은 신평중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이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부모님의 권유로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꼬마작곡가’ 프로그램에 참여해 생애 첫 곡인 <시계>를 작곡했다. 올해 뉴욕필하모닉 20주년 기념 공연을 위해 두 번째 곡인 <우주의 미래>를 작곡하였고, 이곡은 6월 4일 미국 뉴욕 내셔널소더스트에서 열린 ‘2016 뉴욕필하모닉 VYC 콘서트’에서, 뉴욕 필하모닉 단원들의 연주곡으로 공연되었다. 소수정은 성신여자대학교대학원 음악학과 석사과정을 마쳤다. 2013년부터 현재까지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꼬마작곡가 음악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2013 범음악제(Pan Music Festival 2013)에서 젊은 작곡가 부문으로 선정되었으며, 단편영화 <사랑의 무게> 음악감독으로 참여했다. 문화예술교육과 함께 작곡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생각했던 것보다 아이들의 세계가 넓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돼요. 가끔은 아이들의 상상력과 큰 생각을 담아내지 못할 때 가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내가 갇혀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 었어요. 어른들이 제한하지 않았을 때에 더 좋은 것들이 나온 다는 것을 느끼기도 하고요. 이렇게 아이들이 자유롭게 이야기 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소수정) 컴퓨터 게임으로 건물을 만들고 조각하는 걸 좋 아한다는 태현이의 꿈은 건축가란다. 그런데 꼬 마작곡가에 참여한 후 미래에 대한 고민이 생겼
송현민 음악평론가. 월간 [객석] 기획실장. 음악 듣고, 글 쓰고, 음악 하는 사람 만나며 책상과 객석을 오고간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공부했고, ‘한반도의 르네상스’를 주장했던 음악평론가 박용구론으로 제13회 객석예술평론상을 수상했다. bstsong@naver.com
다. “음악은 일단 해보다가…….”라며 말끝을 흐 린다. 하지만 그것은 자신 없는 생각에서 나오는 말 줄임이 아니었다. 눈앞에 선택이 많아진 어린
사진 마루스튜디오
소년이 행복한 고민을 할 때의 표정이었다. 먼 훗 날 이 표정의 주인공은 작곡가가 되어 있을까, 아 니면 건축가가 되어있을까.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6년 7월 5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PART 4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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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포늪에 일곱 빛깔 거미들이 떴다 2016 창의예술캠프 우락부락 시즌11 경남 <무지개가 떴다>
2016 창의예술캠프 우락부락 시즌 11 창의예술캠프 ‘우락부락(友樂部落)’은 아이들이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공간에서 ‘예술가와 함께 놀며, 작업하는’ 경험을 통해 예술을 즐길 수 있는 캠프로 2016년 8월 1일(월)부터 17일(수)까지 강원 춘천, 충남 공주, 경남 창녕, 전북 고창 등 4개 지역에서 진행되었다. 전국에서 모인 640여 명의 11~13세 아동·청소년들은 2박 3일 동안 폐역사, 산, 바다, 늪 등 낯선 곳에서 연극, 무용, 음악, 설치미술 등 다양한 분야의 지역 예술가들과 함께 예술하고, 놀이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펼쳤다. 그중 경남 창녕 <무지개가 떴다> 캠프는 우리나라 최대 자연 늪지인 우포늪에서 7명의 지역 예술가와 아이들의 새로운 예술 아지트가 되었다.
조숙경 그림책작가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6년 8월 23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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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가 줄을 타고 올라갑니다~♬♪ 비가 오면 끊어집니다~♬♪ 해님이 방긋 솟아오르면 거미가 줄을 타고 내려옵니다~♬♪ 일곱 빛깔 거미들이 내려옵니다~♬♪ 일곱 빛깔 무지개가 떠있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잇는 연극 교육 이보늬 예술강사 홍은지 공연예술 연출가
이보늬 예술강사를 만나기 위해 ‘문화파출소 강북’을 찾았
아이들이 피아노를 치고 싶어 놀러 왔다가 평소
다. 이곳은 수유6치안센터를 리모델링한 제1호 문화파출 소로, 이 지역의 치안기능 뿐만 아니라 지역주민의 문화
에 궁금한 것들을 묻기도 한다. “내가 친구를 한
예술 활동이 함께 이루어질 수 있도록 마련된 일종의 문
것들. 그럼 치안센터장님이 대답을 해주신다. 문
화예술 사랑방이라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곳에 문화보
턱 없이 누구나 쉽게 드나드는 공간으로 자리 잡
안관으로 상주하고 있는 이보늬 강사는 인터뷰 당일에도
아 가고 있다.
대 때렸는데 이게 폭행인가요, 아닌가요?” 같은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에서 연극수업을 마치고 바람처럼 달려왔다. 활기 넘치는 모습으로 지난 11년간의 예술강사 활동에 대해 얘기를 나누는 동안, 그에게는 언제나 ‘사람’
예술교육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과정에 대해 듣고 싶다.
이 중심에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조금 특별한 사연이 있다. 학교를 다니며 연극을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어 그것을 드러냄으
하고 싶어서 극단 활동을 시작했는데, 우연한 기
로써 자존감을 되찾고, 그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 사
회에 천안에 있는 교도소 재소자들과 함께 연극
람 사이의 틈을 발견해 그 틈을 넓혀 더 넓은 곳으로 함께
을 하게 되었다. 그곳은 만 24세 이하의 청소년들
나아갈 수 있는 길. 그것을 찾아가는 것이 예술교육이 할
만 있는 곳이었는데, 준비하는 연극 공연에 여자
수 있는 일이라 말하는 그는 ‘문화는 사람이 만든다’는 어
배우로 참여하게 되었다. 극단과 연계해 교육연
쩌면 당연한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해 주었다.
극을 만들면서 1년에 한 번씩 3년을 가게 되었다. 청소년 재소자들이 연극을 통해 꿈을 키워가고 변화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교육연극단체에 들어
문화파출소 강북은 어떤 곳인지, 그리고 이곳에서 어떤 일
가 보조강사부터 시작했다. 그 후 교육연극에 대
을 하시는지 궁금하다.
한 궁금증과 관심을 더 갖게 되었고 공부해 나가
지역의 치안센터들이 통폐합되면서 이 공간을 어
다보니 예술강사로 입문하게 되었다.
떻게 사용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과정에서 만들 어졌다. 여기에는 나눔부엌, 다락방, 사랑방 등 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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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한 이름의 작은 공간들이 있다. 누구든 이곳에
다양한 연령대와 환경에 있는 수혜자와 함께 프로그램을
와서 쉬고, 이웃과 만나고, 재능을 나누고, 또 치
진행해 오신 것으로 알고 있다. 주로 어떤 활동을 하셨는지
안과 관련된 치유의 시간을 보낼 수도 있는 생활
이야기해 달라.
밀착형 통합공간이다. 이곳에서 나의 주된 업무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 놀이 형식으로, 고학년은
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이를 지역
토론연극 수업을 주로 한다. 또래 관계에서 갈등
민과 연결될 수 있도록 돕는 매개자 역할인데, 앞
이 많은 아이들에게는 서로 역할과 입장을 바꾸
으로는 이 지역 예술가들과 운영 방향을 함께 논
어 생각해보면서 거리감을 좁혀갈 수 있도록 기
의 할 수 있는 정기적인 모임도 고려하고 있다. 6 월 10일 개소식을 하고, 이번 주에는 프로그램을
회를 마련해준다. 청소년들과는 공연 제작 수업을
개강했는데 호응이 좋은 편이다. 프로그램뿐 아니
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물어보면서 함께 공
라 지나가던 주민들이 호기심에 들르시기도 하고,
연을 만들어간다. 성인들은 대체로 교육연극에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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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있는데, 아이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바탕으
심이 많은데, 내가 경험했던 것들을 나누면서 토
램에 대한 고민이 많은 편이다. 그런데 일반학교
론연극이나 가정드라마 등을 주로 한다. 다문화
수업을 하는 경우에는 또 다른 고민들이 생긴다.
청소년들의 경우, 통합예술로 접근한다. 애니메이 션, 무용 등 타 분야 선생님들과 함께 대상자들이
한 반에 주어진 시간 40분이 끝나면 다음 반이 들 어오는 방식으로 진행되는데, 이 경우 참여자들과
이 프로그램 안에서 자기 이야기를 내놓고 자신을
워밍업을 통해 서서히 관계를 맺으며 친근함을
표현하면서 만족감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통
느낄 수 있는 과정은 생략될 수밖에 없다. 기계처
합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회화, 연
럼 아이들을 대하고 있는 나 자신을 보면서 원래
극, 미디어 등을 연결해서 지역민들과 함께 공동
하려고 했던 게 이게 맞는지, 왜 이걸 하려고 했
체예술을 시도해보고자 한다. 지금 벽화작업을 하
는지 스스로 묻게 된다. 또 학교에서 수업결과로
고 있는데, 그 집에 살고 계신 분을 인터뷰해서 다
공연을 하길 원하는 경우가 있다. 연극 공연을 하
큐멘터리 영상물로 제작해보는 것이다. 벽화작업
는 것만이 주목적은 아닌데 반드시 해야 하는지
이 끝나면 그곳에서 버스킹 공연도 할 예정이다.
의문이 들기도 한다. 특히 5분짜리 공연을 요청해
이런 과정을 나 혼자 할 수는 없다. 다른 강사에게 제안을 했더니 흔쾌히 동의해 진행할 수 있었다.
오면 당황스럽다. 5분 동안 무엇을 할 수 있겠나. 대사 한 줄씩 돌아가면서 하면 끝난다. 그나마 아
물론 그만큼 한정된 예산을 쪼개고 나누는 것을
이들이 만족한다면 다행이지만 부모님이 오셔서
감수해야 하지만 이런 과정이 훨씬 흥미롭다.
‘너 왜 대사 한 줄밖에 없었냐’고 물어 아이가 상 처받은 적도 있었다. 그럴 땐 누굴 위한 공연인가 싶다. 이런 지점들이 힘들고 고민되는 부분이다.
문화예술교육을 준비하면서 기획 방향이나 예상했던 상황들
하지만 일반학교에 갔을 때 당황하고 고민했던 점
이 막상 현장에서는 다른 상황에 부딪치는 일도 있을 것 같다.
들을 어떻게 해결해야할까 생각하면서 공부가 되
이 과정에서 어려운 점이나 힘든 경험은 없었는지 궁금하다.
었다. 늘 처음 시도에는 고민이 따른다. 예전에 혁
참여자들의 요구를 어디까지 들어주어야 할지, 그
신학교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없을까 고민
상한선은 어디로 잡아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하
하다가 예술강사로 오신 무용 선생님과 서로 묻고
면서 아이들을 만나왔다. 주로 혁신학교 수업을
이야기를 나누면서 함께 해볼 수 있는 부분을 찾
맡고 있어서 학교로부터 받는 압박보다는 프로그
아간 적이 있다. 방학기간에 만나 협업수업을 준
PART 4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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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고 학교에 제안을 했더니 처음에는 힘들겠다
할 수 있게끔 연결해주는 충분한 네트워크가 확
는 답변을 주셨다. 하지만 한번 수업을 보시고는
보되어 있었다. 우리도 현장에서 더 많은 사람들
제안을 받아들이셨고 단계를 거치면서 계속 이어
이 여러 분야에서 전문성을 발휘하여 프로그램을
나갈 수 있게 되었다. 그 후 예술강사 수업은 폐강
확장해나갈 수 있는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있으면
되었는데도 학교 예산을 들여 수업을 열어주었다.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만나고 있는 이주
그 때 만난 1학년 아이들이 6학년이 될 때까지 함
센터 청소년들은 한국에 살고 있지만 한국인 친
께 해오다가 졸업도 같이 한 경험이 있다.
구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곳에서 친구와 이웃을 만들어가는 시스템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교육 참여자들의 상황을 있는 그
문화예술교육을 하다보면 수요자 혹은 참여자에 대해 고민
대로 보고, 내가 할 수 없는 일들은 타 분야의 사
하지 않을 수 없다. 참여자 스스로 주체가 되는 문화예술교
람들과 협업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만들어가는
육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것. 연수를 통해 얻게 된 값진 경험이다.
참여자가 주체가 되어 스스로 뭔가를 할 수 있게 만들어가는 과정은 중요하다. 하지만 처음부터 네 가 알아서 해야 한다고 하면 아이들은 어떻게 해
예술강사로 활동하면서 기억에 남는 인상적인 경험이 있다면?
야 할지 몰라 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기존의 방식
파평초등학교에 예술강사 수업을 갔었는데, 한 반
대로 먼저 제안하고 경험할 수 있도록 하면서 조 제와 방치 사이에 적절한 선을 찾아 상황에 따라
에 학생 6명 정도로 인원이 많지 않았다. 담임선 생님이 5, 6학년 수업을 같이 진행하길 원하시기 에, 연극 수업과 교과목 수업을 같이 할 수 있는
병행하되, 일방적으로 기능을 전달하거나 베풀기
방법을 찾아보자고 제안 드렸다. 먼저 통합수업
보다는 스스로 목표를 향해 갈 수 있는 방법을 찾
안과 교과 관련 연구안을 준비해 함께 수업계획
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을 짜나갔다. 통합수업과 교과수업을 번갈아 진행
예술교육을 통한 교육적 효과는 바로 나타나지
한 뒤, 쉬는 시간에 함께 평가하고 토론하기를 반
않는다. 하지만 일 년이 지나 마무리할 때가 되면
복하며 다음 수업을 준비해나갔고, 그렇게 일 년
또래 관계 형성도 좋아지고 자신감이 생겨서 자
을 계속했다. 나중에 선생님께서 교사연수 교육연
기표현을 하는데 적극적이 된 아이들을 발견하게
극 과정보다 함께 만들고 실행하면서 배우고 느
된다. 한 학교에서 제 수업을 보신 담당 선생님께
낀 점이 더 많았다고 말씀하셨다. 지금도 그때의
서 처음에는 ‘저게 연극수업이야, 노는 거야?’라
수업과정 일부분을 활용해 놀이수업을 병행하신
고 생각하셨단다. 그런데 어느새 아이들이 공연을
다며 연극적인 부분에서 궁금한 점을 의논하신다.
올리고 있는 모습에 놀라워 하셨다. 교과 담당 선
이 경험을 통해 새로운 시도를 적극적으로 제안
생님들은 예술교육이 어떤 효과가 있는지 잘 모
할 수 있는 용기와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
금씩 풀어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자유와 방임, 통
르시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럴 때는 사례를 들어 이야기하거나 자료를 보여드리면서 더 적합한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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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끊임없이 제안한다. 수
동료들이나 앞으로 예술강사가 되고자 하는 분들과 공유하
업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주고받는다. 그러면 선생
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님께서도 관심을 가지고 필요한 부분들을 바꾸어주
자기 투자를 많이 해야 한다. 관심 있는 분야가
신다. 예술강사는 수업 자체도 중요하지만, 선생님들
있다면 워크숍을 찾아다니고 시도해보는 것이 필
과 관계 형성을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요하다. 통합과정이 필요하다면 함께 할 수 있는
작년, 문화예술교육 매개자 해외탐방조사에 참가
협력자를 찾아 같이 해보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
해서 미국에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문화예술 통
다 보면 경험치도 쌓이고 성장해나갈 수 있다. 주
합분야에 대한 과정에 참여하여 많은 것을 배우
어진 조건이나 역할에 한정 짓지 않고 확장해나
게 되었는데, 가장 인상에 남는 것 중 하나는 대
가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해결되는 지점들이 생
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
긴다. 물론 시간도 없고 이런저런 일들이 생기기
지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좀 더 전문
도 한다. 하지만 그것도 투자라고 생각하고 어떻게
적으로 접근하고 싶어 하는 경우, 선생님들은 연
든 짬을 내어 서로 만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
계된 단체에 아이를 보내주어서 더 많은 경험을
과 사람이 만나 특별한 뭔가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
2016 arte 365
만 일단 수다를 떠는 시간도 중요하다. 수다를 통 해 관계를 형성하고, 해보고 싶은 것들을 서로 나 누면서 영역을 확장시키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또 한편으로는, 내가 어디에 목적을 두고 있는지 에 초점을 두고 대상을 바라보는 것도 중요하다. 내가 원하는 것을 막상 아이들이 재밌어하지 않 고 원치 않을 수도 있다. 그럴 땐 아이들이 원하 는 것을 먼저 경험하게 해주면 주체성이 살아나 고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게 된다. 아이들이 단계별로 찾아갈 수 있게 도와주고 그다음에 내 가 원하는 것과 결합시키는 과정을 거치다 보면, 다음번엔 아이들이 먼저 무엇인가를 원하게 된다. 그러면서 시야도 넓어지고 성취감도 생긴다. 마지 막으로 참여자도 즐거워야겠지만 스스로가 행복 했으면 한다. 이따금 회의감이 들 때 내가 무엇을 원하고 어떨 때 행복한지 한 번씩은 뒤돌아보고 점검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당신에게 ‘관계’란?
이보늬 2002년부터 배우, 연출로 연극, 뮤지컬, 방송활동을 하고 있다. 우연한 기회에 천안 충의교도소 교육연극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문화예술교육에 몸담게 되었다. (사)연극놀이터 해마루(2005~2014년), 기린배움터 대안학교(2006년), 광주시립도서관(2008년), 남북어린이어깨동무 ‘공감의 방’(2012년), 안산이주아동청소년센터(2015~2016년), 양평 세월초등학교(2012~2016년) 등 다양한 현장에서 어린이·청소년, 교사, 일반인 등 폭넓은 참여자들과 문화예술교육으로 만나왔다. 장르·분야의 경계를 넘어 다양한 전문가들과 네트워킹하며 통합문화예술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현재 문화파출소 강북 문화보안관으로 지역주민들과 문화예술교육으로 만나는 시도도 함께하고 있다.
‘자유로움’이라고 생각한다. 관계가 잘 형성되면 자유로워지지만 그렇지 못하면 어딘가에 매이고 전전긍긍하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걱정하게 된다. 관계가 잘 형성되면 나를 막던 테두리가 사 라지면서 앞으로 더 나아갈 수도 있고 안전한 보 호막도 생긴다. 이를 위해서는 일단 마음을 내려 놔야 할 것 같다. 너무 많은 기대를 갖거나, 내가 준 것을 되돌려 받으려 하지 말고. 때로는 내가 완벽하지 않음에 감사할 때가 있다. 내가 잘 못하 고 모르기 때문에 관심도 가지게 되고 배울 기회 도 생기는 것 아닐까. 완벽하지 않더라도 느슨한
홍은지 다양한 공연방식을 고민하고 고안 중인 공연예술 연출가. 얼라이브아츠 코모(alivearts como, collectors of moments)에서 여러 분야의 아티스트들과 함께 순간을 채집하고 그 흔적을 담아내고자 노력하고 있다. <팰름시스트>, <벙어리시인>, <카페더로스트> 등을 연출했다. eufy6542@hanmail.net
틈이 있어 함께 할 수 있는 것 같다. 이곳 문화파 출소도 그런 곳이 되었으면 한다. 서로 관심을 갖 고 지켜봐 주는, 작지만 큰 공동체의 연결고리가 되기를 바란다.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6년 7월 12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PART 4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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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호흡, 새로운 가치창조 이자영 한국장애인복지관협회 문화예술교육 담당
서민지 서울문화재단 잠실창작스튜디오
지난 5월 ‘2016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에는 예술강사, 협력기관 관계자, 교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문
무용을 전공하신 것으로 아는데, 어떤 계기로 장애인 문화
화예술교육 공헌자 시상이 있었다. 그중 장애인 문화예술
예술교육을 담당하게 되었나?
교육 사업의 원활한 운영과 사업 개선에 기여하여 공로상
대학 졸업 후 무용단에서 작품 활동과 함께 학생
을 받은 한국장애인복지관협회(이하 협회) 이자영 담당자
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다가 공부가 더 필요하다
를 만났다. 망원동에 위치한 협회 사무실에 들어서자 업
고 느껴 예술경영대학원에 진학하게 되었다. 그때
무에 집중하고 있는 운영진들의 열기가 바깥 무더운 날씨
부터 누구나 문화예술을 접하고 향유할 수 있어야
보다 한층 더 뜨겁게 느껴졌다. 그 가운데 곱고 가녀린 한
한다고 생각했고, 문화예술에 소외된 사람들을 위
분이 웃으며 인사를 한다. 한눈에 이자영 담당자임을 알
한 문화예술정책이나 연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수 있었다.
했다. 대학원 졸업 후 한 재단에서 문화예술복지
이자영 담당자는 협회에서 복지기관 문화예술 지원사업
업무를 담당하면서 그중 가장 필요하다고 여겨지
(~2016년), 장애인 가족이 함께하는 방학·주말 프로그램
는 장애인 문화예술교육 분야에서 일하게 되었다.
사업(2013~2016년), 활동가 파견사업(2013~2015년) 등 문화예술교육 사업을 맡고 있다. 예술전공자로서의 이 해를 바탕으로 예술가들과 교류하며 장애인 문화예술교
장애인 문화예술교육을 담당하면서 어려운 점이나 힘든 경
육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예
험, 기억에 남는 인상적인 경험이 있다면?
육 정책·사업에 대한 애정이 느껴져 뭉클해지는 마음을
2013년부터 2015년까지 3년 동안 기획사업 중 하나로 ‘(장애인 문화예술교육) 활동가 파견사업’을
감출 수 없었다.
시범 운영했다. 보통은 복지사가 참여자들의 장애
술을 향한 사랑만큼 커져 버린 그녀의 장애인 문화예술교
정도나 성향 같은 정보를 갖고 있기 때문에 복지 사의 의견에 따라 프로그램의 방향이 정해지는 것 한국장애인복지관협회는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궁금하다.
이 일반적이다. 그에 비해 활동가 파견사업은 예술
장애인복지관 상호 간의 교류 협력을 강화하고, 복
가가 직접 기관을 방문하여 예술가의 시선으로 참
지관 종사자들의 전문성 제고를 통하여 장애인복
여자들의 욕구를 확인하고 발견하며 진행했다. 처
지관을 지역사회 재활시설의 구심체로 육성·발전
음 이 사업이 시작되었을 때는 ‘예술가 친구사귀
시킴으로써 장애인의 사회참여 및 복지증진 확대
기’라는 타이틀로 진행되었다. 기존에 많은 문화예
역할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2011년 한국문화예술
술 프로그램이 참여자의 변화나 명확한 성과를 요
교육진흥원과 협회 간 업무협약체결을 시작으로
구하고 그것에 맞게 운영되었기 때문에, 복지시설
장애인 문화예술교육 활성화를 위한 협회차원의
담당자들은 결과물이나 목표 없이 ‘그냥 친구가 되
역할을 하고자 한다. 2016년에는 장애인복지관 218개소, 주간보호센터 및 보호작업장 32개소, 총 250개 복지시설과 182명의 예술강사, 예술가 와 함께 장애인 문화예술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면 되는 것이냐?’며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었다. 예 술가도 마찬가지로 본인들이 가진 예술적 감각과 실천이 어떻게 친구가 되는 과정 속에 만들어지는 지 어려워하기도 했다. 하지만 문화예술을 매개로 친구가 되고자 했던 예술가들의 마음이 통해서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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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arte 365
는지 참가자들이 점점 자신들이 좋아하는 것을 표
수 있는 문화예술이며, 그 울타리 안에 장애인도
현하고 즐기기 시작했다. 그중에 자폐성 장애인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고 장애인 문화예술이 특별함
나 지적 장애인이 서로의 속마음을 끌어내 인터뷰
에서 평범함으로 자리를 조금씩 옮겨가고 있다고
하는 대화 속에 재미있는 음악 작업을 했던 예술가
생각한다. 그리고 가족이나 복지사 등 이들의 삶
와 장애인들의 작업이 인상적이었다. 예술을 향유
을 지지하는 많은 사람들이 진정 그들이 원하는
하는 것을 뛰어넘어 그들의 삶을 통해 완성된 음원
것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노력을 하고 있다.
속 목소리와 이야기는 엉뚱했지만 재미있고 편안 했다. ‘무엇이든 예술이 되고 즐거움이 될 수 있다’ 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와 함께 살아
장애인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가장 중요하게
가는 이 친구들의 이야기를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
여기는 것은 무엇인가?
할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최근 장애인의 자기결정권, 인권에 대한 부분이
가족이 함께하는 ‘방학·주말 프로그램’은 올해로
더욱 대두되고 있다. 자기결정권이라는 측면에서
4년째 진행되고 있다. 기존 복지기관 문화예술교 육 지원사업과 활동가 파견사업이 장애인 당사자
문화예술교육이 얼마만큼 장애인에게 당연한 선
만을 대상으로 한 사업이라면, 이 프로그램은 장
그램의 기획 및 구조적인 운영방향이 그것을 지
애인을 중심으로 가족 구성원이 함께 참여할 수
지하고 있는지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를 실천하
있는 프로그램이다. 장애인 가족이 돌봄의 대상이
기 위해 사업에 참여하는 복지시설 실무자, 예술
아닌 협의의 주체이고, 지원의 대상이 아닌 주인
강사(예술가)들과 의견을 조율하며 공감대를 찾아
공이 되는 관점의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지난 3년
가고 있다.
택의 기회를 주고 있는지를 고민하고 있고, 프로
간 많은 가족이 함께 춤추고 노래하며 서로를 바 라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중 평일에는 장애아동과 많은 시간을 함께하기 어려운 아버지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문화예술과 복지 중 무엇에 더 중점
<아빠는 슈퍼맨> 프로그램이 인상적이었다. 아버
을 두고 기획하는지?
지가 즉흥적으로 움직이는 장면에 아이가 반응하
초창기에는 복지적 측면에서 문화예술 향유를 위
며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그런 모습의 아빠를 본
한 방식을 많이 고민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문화
적 없어서인지 아이들이 넋을 잃고 쳐다보기도
예술이 이들의 삶을 지지하는 도구로써 삶 속에
하고, 아빠를 따라 하는 몸짓 속에 모두가 또 함
서 자연스럽게 발휘될 수 있도록 장기적인 관점
께 웃기도 했다. 짧은 시간이지만 이렇게 가족과
의 기획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를 위해 낯설지만
관계를 형성해가는 모습을 통해 ‘이런 게 바로 문
새로운 시도를 고민하고 있고 실행하고 싶다.
화예술교육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기획한 프로그램 중 가장 성공적이라 생각되는 장애인 문화예술을 특별한 시선으로 봐야 할까, 아니면 문
프로그램이 있다면?
화예술이라는 하나의 큰 틀에서 동일하게 바라보아야 할
활동가 파견사업과 방학·주말 프로그램을 기획했
까? 장애인을 특별하게 생각하는 것 자체를 누군가는 불편
는데, 운영 구조적으로 차이는 있지만 두 사업의
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 같다.
공통점은 문화예술교육 접근에 대안을 제시한 협
어떤 것이 정답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지만,
업의 형태였다. 협업이라 함은 프로그램을 진행하
저는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의 소리,
는 예술가뿐만 아니라, 복지시설 실무자, 참여자가
말, 행동이 그들에게는 중요하고 짜릿하고 행복한
함께 만들어 나가고, 기록하고, 과정을 남겨 이들
순간들일 수 있다. 우리가 행복한 순간을 맞이할
에 의해 생태계처럼 자라고 순환하는 구조를 설계
때 반응하고 표현하는 것처럼, 그들이 느끼는 문 화예술을 통한 즐거움을 함께 나누고 소중히 해
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2년째 참여한 복지시설에 서 음악, 영화, 미술의 협업 활동을 통해 단순 향유
주는 것이 우리가, 그리고 문화예술이 가진 힘이
에서 나아가 서로의 모습을 관찰하고 소통을 위한
라고 생각한다. 또 지금은 누구나 경험하고 즐길
또 다른 통로를 만들어가며 장애인뿐 아니라 가족
PART 4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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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즐겁게 참여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새로운 시도와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장애인 문화예술교육에 몸담고 있는 동료, 앞으로 이 분야 를 이끌어갈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복지시설과 예술강사(예술가) 간 필요와 요구를 조율하는
장애인이 문화예술을 통해 무엇인가 경험하고 고
특별한 노하우가 있다면?
백할 수 있고 그것을 지지할 수 있는 우리가 되면
먼저 복지시설 담당자, 예술강사(예술가) 간 필요
좋겠다. 현장에서 느꼈던 그들의 알 수 없는 음성
와 요구조건이 생겨난 원인이 무엇인지 고민한다.
과 표현들, 그 세계에서 뭔가 즐거우면서도 자유
큰 틀에서 같은 목적으로 고민하는 예술가들의
로운 공기를 많은 분들과 함께 느끼고 싶다.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함을 전하는 것에서 시작했 다. 각각의 위치에서 사업 참여자들 간 역할에 대 해 충분히 공유하는 것이 필요했다. 장애인에 대
마지막으로 당신에게 ‘장애인’이란?
한 이해는 높지만, 문화예술에 대한 이해는 예술
‘가치창조’라고 말하고 싶다. 장애인이라는 이름.
가에 비해 다소 취약한 복지시설 실무자와 예술
누군가는 특별하다고 안타까워할지 모르는 그들
가의 역동성이라는 두 가지의 측면에서 시너지를
의 삶이 누구도 상상할 수 없는 최고의 가치를 만
발휘할 수 있도록 돕고자 했다. 세부사업별로 협
들 수 있다. 문화예술을 매개로 그 가치를 발견할
회의 중간자역할에 차이가 있었는데, 복지기관 문
수 있도록 많은 사람들과 함께 공감하고 만들어
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은 복지시설 담당자들의 사
가고 싶다.
업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오리엔테이션과 워 크숍을 진행한다. 활동가 파견사업 및 방학·주말 프로그램의 경우 장애인을 둘러싸고 그들의 삶 을 지지하는 매개자들의 에너지와 다양한 아이디 어를 함께 공유하는 간담회나 워크숍을 개최하여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의견을 조 율하고 있다. 의견수렴이 어려울 경우 현장에 대 한 자세한 모니터링과 논의를 통해 필요와 요구 를 조율하는 방향을 찾고 있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진행된 활동가 파견사업의 성과 를 정리하셨다고 들었다. 장애인 문화예술 분야에서 활동 하는 많은 분들에게 좋은 참고자료가 될 것 같다. 수혜자 중심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 있어 역 점을 두었던 ‘차이를 인정하고 다양성을 존중’하
이자영 학부에서 무용(현대무용)을 전공했고, 예술경영 대학원을 졸업했다. 공연기획사에서 문화예술공연 관련 행정업무를 담당하며 현장에 첫 발을 디뎠고, 문화 복지 재단에서 농어촌 청소년, 장애인, 소외계층 등을 대상으로 문화사업을 기획했다. 2014년부터 (사)한국장애인복지관협회에서 복지기관 (장애인분야)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실무를 담당하고 있다.
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 사례집을 제작했다. 연구 원들과 현장 인터뷰를 통해 고민과 사업의 방향, 과정을 심도 있게 바라봤다. 예술가와 복지시설 담당자가 함께 설계했던 지점들이 때로는 생각 처럼 진행되지 못할 때도 있었지만, 그것조차 우 리에게는 다른 의미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었기 때문에 유의미한 것이었다. 또한 사업을 기획했던 협회뿐만 아니라 예술가, 복지시설 담당자의 고 민을 깊이 알 수 있었고, 기획자로서 정책과 대안,
서민지 성신여자대학교 서양학과, 동대학원 교육대학원을 졸업했다. 2011년부터 서울문화재단 잠실창작스튜디오에서 장애예술가 지원 프로그램을 기획·운영하고 있다. nesquik17@naver.com
구조적 기회를 더 많이 마련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로움과 가능성을 꿈꾸게 한 특별한 만 남』이라는 사례집 제목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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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arte 365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6년 7월 26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예술엔 정답이 없다는 것을 아이들은 알고 있다” 최나영 문원초등학교 문화예술교육 담당 교사 이초영 문화기획자, 별일사무소 대표
초등학교 졸업 이후 처음으로 교실에 들어섰다. 정면에는
들 앞에 서서 이야기하는 직업을 가지게 될지 몰
칠판과 시청각 TV, 가운데에는 30여 개의 작은 책상과 의
랐다.(웃음) 진로에 대해 방황하다가 대학교 3학 년 때 학교 홈페이지에서 ‘문화예술교육 컬처펍
자가 줄지어 놓여 있었고, 뒤편 사물함 위엔 학급문고와 뒷벽에는 학생들이 직접 기획한 책표지가 그려진 발표자
(Culture P.U.B, 현 아르떼 아카데미 예비전문인 력 양성과정 ‘문화도담’, 이하 컬처펍) 연수 참여
료, 복도 창문 아래는 식물의 일생이 담긴 한 컷 만화 모음
자 모집’ 공지를 봤다. 그때 처음으로 문화예술교
이, 그 위는 태양계 입체 모빌 몇 개가 공중에 매달려 있었
육 분야가 따로 있다는 것을 알았다. 컬처펍 연수
다. 어린 날, 마냥 넓어 보였던 교실은 커버린 몸에 비해 매
를 마치고 난 후, ‘교사가 되어서도 문화예술교육
우 작아졌지만, 그곳에 모여 공부하고 친구를 만나는 아이
을 위해서 일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찰흙으로 빚은 상상 동물 미니어처가 늘어서 있었다.
들에게는 미래를 준비하는 꿈의 교실인 것만은 변함이 없 었다. 학생들의 꿈을 이끌어주고 그들의 성장을 사랑으로 함께 지켜봐 주는 중요한 사람, 최나영 선생님을 만났다.
2012년 컬처펍 연수는 문화예술의 사회적 가치와 필요성 등을 강의와 현장탐방, 네트워킹 등으로 풀어냈다고 들었 다. 처음 참여한 아르떼 아카데미는 어땠나?
문화예술, 문화예술교육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가 있었나?
참여자가 참 다양했다. 대학생, 대학원생, 실제 문화
아버지가 미술에 관심이 많으셔서 집에 관련 책
예술분야에 종사하는 문화예술교육자도 있었다. 이
이 많았고, 어머니도 취미로 유화를 그리신다. 어
런 분들을 가까이서 만날 기회가 없었는데 함께 이
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문화예술을 많이 접했던
야기 나누고 활동한다는 자체가 즐거웠다. 그때 주
것 같다. 외국어고등학교 재학 시절에는 선생님들
된 활동 중 하나가 모둠별로 문화예술교육 현장 탐
이 문학, 연극, 뮤지컬 등을 자주 경험하게 해주셨
방을 하고 각자 블로그에 포스팅하기가 있었다. 현
다. 그게 재미있어서 친구들과 자발적으로 프랑스
장탐방을 하면서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시간을 오
어 연극동아리를 꾸려 활동했고 입상도 했다. 대학
래 가졌다. 글을 쓰면서 깊이 공부하고 사유할 수
생 때도 프랑스어 연극 활동을 계속했다. 고등학교
있었던 시간이었고 가치관과 교육관을 정립하는 계
연극동아리를 기억하면 참 즐거웠고 자유로웠다.
기가 되었다. 사람은 죽을 때까지 늘 성장하기 때문 에 교육은 눈뜨고 있는 모든 순간에 일어나는 모든 것, 아주 작게라도 삶의 영향을 끼쳐서 내가 달라지
교사가 되기 전부터 아르떼 아카데미에 참여하신 것으로
는 것, 이게 바로 교육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알고 있다. 이전부터 학교 교육과 문화예술교육을 연계하 는 교사를 꿈꾸었나? 사실 고등학교 졸업하고 교육대학교에 진학했
컬처펍 이외에도 교원 연수, 예술강사 대상 창의키움 연수
는데 적성에 안 맞았다. 전공 공부도 단소 불기,
등에 참여했다. 연수과정마다 특징이 있을 것 같다.
앞·뒤구르기 같은 초등교과 내용을 배우니까 더
각 연수과정의 도드라지는 특징은 연수 대상자가
하기 싫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다른 사람
다르다 보니 과정마다 만나는 사람들의 층위가
앞에서 말을 잘 못 하는 성격인데 이렇게 사람
매우 다양하다는 것이다. 컬처펍은 대학생 등 젊은
PART 4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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았다. 특히 나에게는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인식과
는 것이 보였고, 1년을 이렇게 지내면 모두 행복 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협동화를
이해를 가지게 된 출발점이 되었다. 교원 연수는
만들면서 한 번도 이야기한 적 없는 친구와도 서
교사 부임 이전인 2014년과 이후인 2015년 두 번 참여했는데, 실제 교실에서 적용할 수 있는 사
로 의논하면서 사이가 좋아진 것 같다. 완성한 협
사람들이 많아서 서로 의기투합하는 분위기가 좋
동화도 소중하게 여긴다. 그 외에도 일주일에 한
례나 방법을 많이 배웠다. 2014년에 들은 <예술로
번 아이스브레이킹(icebreaking) 수업을 한다. 몸을
만드는 역사 교과서>는 학생들에게 재미있게 역사
직접 부딪치고 뒤섞여서 놀게 하니까 어색함이 많이
지식을 전달하는 법, 흥미를 가지게 하는 교수법
해소되는 게 보인다. 그래서 놀이 활동을 통해 어떻
등을 알게 되어 도움이 많이 되었다. 예술강사 과
게 하면 재밌게, 좋은 관계로 이끌 수 있을까에 대해
정인 ‘창의 키움 연수’는 사고방식, 표현 방법이 남
서 꾸준히 연구하고 있다. 올해 꼭 해보고 싶은 것은
다른 예술가들을 직접 만나서 무척 신선하고 즐거
조선의 건국과정이나 왕자의 난 같은 역사와 연극을
웠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수업은 마임 수업이다. 작
결합한 수업이다. 모둠별로 사건과 주제를 연극으로
가 한 분이 공간에 그림을 그리듯 황홀하게 표현하
구성하여 공연하면 각 사건과의 인과관계를 쉽게 깨
는 모습을 보며 예술가가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다.
닫고 더 즐겁게 공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교실에서 적용할 수 있는 사례나 방법을 많이 배웠다고 했
교과와 문화예술교육을 연계한 수업을 할 때 아이들의 반
는데, 그동안 진행했던 프로그램이 있다면 소개를 부탁한다.
응은 어떤가?
그리고 앞으로 해보고 싶은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 있다면?
교과수업은 정답이 있고, 아이들이 틀렸을 때 오
작년에 2학년 아이들과 전래동화 <팥죽 할머니와 호랑이>로 극본을 만들고 상연까지 했다. 아이들
류를 잡아 주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이 위
의 풍부한 상상력만으로도 정말 재미있게 극을 꾸
문화예술교육 활동을 할 때는 정말 자유롭게 자
밀 수 있었다. 직접 의견을 내고 만드는 과정을 보
기 의견을 표현한다. 예술엔 정답이 없다는 것을
니 대견하면서 신기했다. 글을 읽는 데 그치지 않
아이들은 알고 있다. 다양성이 존중된다는 사실을
고 아이들이 직접 극본을 만들어 상연까지 마치니
알고 있어서 더욱 자신 있게 활동한다. 저도 열린
까 표현력도 늘고 국어 교과에 더 흥미를 느끼게
마음으로 함께 하려고 한다.
축되거나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반면
되더라. 아이들이 극본을 극화하는 것을 어려워해 서 연극부 때의 기억을 되살려 도움을 주었다. 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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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는 교실 벽 한 면을 채울 만큼 커다란 협동화를
교과 학습지도를 문화예술교육과 연계 또는 결합한 시도가
만들었다. A4 크기로 그림을 나눠서 각자 한 장 씩 색칠한 후 퍼즐처럼 맞춰 교실 벽에 부착했다.
돋보인다. 그 과정에서 어려운 점이나 아쉬운 점은 없었나?
함께 그림을 그리고 완성하는 과정을 통해 협동
자체에 문화예술교육이 연계된 부분이 많이 있다.
하는 자세, 돕는 마음을 깨닫기를 바라서였다. 5 학년들이다 보니 어울리기 싫은 애들을 따돌리
비록 문화예술교육이 목적은 아니지만 국어 교과
2016 arte 365
학교 교육과정도 많이 달라져서 요즘은 교과과목
를 연극을 통해 배우거나, 만들기와 그리기를 통
해 하나의 주제를 익히는 방식 등을 쓰고 있다. 2 학년 국어 교과 중에도 <연극>, <인형극>이라는
마지막으로 당신에게 ‘선생님’이란?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사람인 것 같다. 얼마 전,
단원이 있다. 그런데 저학년은 연극 상연까지 전
인터넷에서 교사로 재직하다가 그만두고 장기간
체 과정을 실습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가능하
세계여행을 다녀온 선배의 이야기를 보게 되었다.
지만, 고학년이 되면 학습량이 많아져서 실습을
어느 날 수학 시간에 ‘아이들은 내일 구구단을 할
진행하기 힘들다. 연극에 시간을 많이 소요하면
수 있게 되겠지만 나는 달라질 게 없겠지?’라는
다른 진도를 나가지 못하게 된다. 교과서에서 ‘이
생각이 들어 바로 그만두고 여행을 떠났다고 하
렇게 해라’라고 쓰여 있지 않은 한, 교양을 높일만
더라. 그 기사를 보며 선생님은 학생들과 같이 생
한 문화예술 관련 교육은 뒤로 미루게 되는 게 현
활하면서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이다. 현재 5학년은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여러 교과가 통
처음 교사를 시작한 2년 전의 나와 현재의 나는 이미 많이 달라졌다고 확신한다. 항상 멈추지 않
합된 수업이다. 프로젝트 수업의 장점은 하나의
고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교사가 되고 싶다.
주제에 집중하여 아이들이 더 자연스럽게 주제에 녹아들어 학습에 임하고 다방면으로 이해하게 된 다. 교사의 입장에선 정해진 시간에 높은 학습효 과를 얻을 수 있는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수업이 다. 고학년들의 문화적 소양을 키우는 것도 이런 교육 방식에서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이 풍부한 문화적 체험을 하기 위해선 학교 안에서 뿐 아니라 학교 밖의 관심과 지원도 많이 필요할 것 같다. 우리 학교 오케스트라와 합창부는 전국적으로 매 우 유명하고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단소, 오카 리나, 미술 등 1인 1특기 수업도 진행하고 있다. 외부기관으로는 과천시 청소년수련관, 장애인복 지관, 시민회관, 한국마사회 등에서 많은 활동을
최나영 경인교육대학교를 졸업하고 과천 문원초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다. 대학생 때부터 문화예술교육에 관심을 두고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아르떼 아카데미의 다양한 연수 과정에 참여했다. 2014년 과천 문원초등학교로 처음 발령을 받아 3년째 초등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며, 올해는 문화예술교육 업무를 맡아 학교 내 문화예술교육 발전을 위해 힘쓰고 있다. 학생들과 함께 배우며 성장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교사가 되는 것이 목표이다.
지원해준다. 학교 운동장에서 직접 말타기 체험도 했고, 장애인분들이 직접 수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청소년 수련관에서는 5학년을 대상으로 댄스, 암 벽등반, 음악 줄넘기, 연극 동아리가 활동 중이다.
교사로서의 보람이나 어려움이 있다면? 아이들과 통하는 게 느껴질 때 기쁘다. 마냥 철없 고 말 안 듣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지만, 그래도 선생님을 이해해주는 것이 느껴질 때가 있다. 방 학이 있다는 점도 즐겁다.(웃음) 보람도 아이들 때 문이지만, 힘든 점도 아이들이다. 요즘은 사춘기 가 빨리 오다 보니 화장을 하거나 욕을 쓰기도 하
이초영 문화기획자. 별일사무소 대표. 홍대 앞 시민작가들의 모임인 ‘희망시장’을 거쳐 성남문화재단, 서울디자인재단 등에서 다수의 커뮤니티 연구와 실행을 맡았다. 함께 사는 내일을 고민하는 문화예술 분야의 기획사 대표답게 그간 현장에서 만나 온 사람들의 마음을 관찰하여 무엇인가 만들 준비를 하는 중이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웹진 [들음] 에디터, 안양문화예술재단 [터무늬ZINE] 편집위원으로 참여한 바 있다. eve-26@daum.net
고, 왕따까지는 아니지만 따돌림 같은 것이 보일 때가 있다. 자기 잘못을 깨닫고 고치려고 하는 아 이들이 대다수이지만 몇몇은 속을 썩인다. 그럴 때 힘들고 좌절하기도 한다.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6년 8월 9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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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교육 기획을 위한 지속적인 호기심과 배움 권효진 문화예술 기획자, 학습공동체 ‘아르떼 동아리’ 멘토
이엄지 예술강사, 옴브라쏨브라 공동대표
지하철역 도보로 5분 거리 아파트 사이, 요즘 보기 드문 터줏대감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낡은 건물이 나왔다.
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무용은 단순히 몸만 움직
간판 하나 없는 겨자색 벽에 ‘행화탕’이라는 글씨가 마음
우러진 종합적인 예술이다 보니, 기획하면서 전체
을 포근하게 만들었다. 건물 안은 어떤 예술 공간이 펼쳐
를 아울러 보는 시각을 가지게 된 것이 무용을 전
져 있을지 상상하며 들뜬 마음으로 문을 두드리니 안에서
공한 장점인 것 같다.
이는 것이 아니라 음악, 연출, 무대, 의상 등이 어
권효진 기획자가 반갑게 맞아주었다. 밝은 목소리로 행화 탕에 대해 설명하는 그녀의 눈빛에는 일에 대한 확신과 즐거움이 담겨 있었다.
살롱다트(Salon d’Art)로 2014년 학습공동체, 아르떼 동 아리(이하 아르떼 동아리)에 참여했다. 아르떼 동아리 활동 이 어떤 도움이 되었나?
지금 진행하고 있는 <예술로 목욕합니다>는 원
살롱다트는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CoP(학 습공동체, Community of Practice, 이하 CoP)이
래 목욕탕이었던 행화탕을 복합문화공간으로 재
다. 무용과 국악에 관심을 가진 나와 시각예술분
탄생시키는 프로젝트이다. 10명의 기획자가 함께 운영하고 있는데, 나는 주로 시민 문화예술교육
야의 기획자 두 명으로 구성된 팀이었다. 우리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뉴타운인 아현동에서
을 제작하는 것으로 주제를 정했다. 가이드북을 만
이주민과 정주민이 서로 동네 친구로 만날 수 있
들기 위해 스터디를 하면서 팀원들로부터 시각예
는 생활밀착형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술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얻을 수 있었다. 반면, 미
행화탕 프로젝트에 대해 소개 부탁한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공연/시각예술 감상가이드북
술에 생소한 나는 시각예술 부분에 대해 일반인의 시각에서 피드백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학창시절 무용을 전공했는데, 문화예술교육에 관심을 갖게
이와 같은 상호교류가 현대예술을 감상하는 또 하
된 계기는 무엇인가?
나의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시각예술의
무용수는 연습과 노력, 그리고 타고난 무언가가
감상 방식을 적용하여 무용을 바라보는 신선한 접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고등학교 때부터 무용
근이 나의 영역을 확장시키는 것을 느꼈다.
수의 길 보다는 기획자의 길을 걷고 싶었다. 서울 발레시어터에서 지역특성화 사업으로 노숙인 발 레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진행하면서 문화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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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다트의 진행 과정과 성과가 궁금하다.
술교육 기획을 처음 접하게 되었다. 그 후 아르떼
우리 팀은 관객들이 예술작품에 최대한 쉽게 접
아카데미에서 열리는 연수도 참가하고, 문화예술
근하고, 작품을 느끼고 즐기는 방법을 가이드북에
교육사 자격증을 취득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문
담고자 했다. 각자 소속이 다르고 하는 일이 있다
화예술교육 관련 종사자들과 교류하게 되었다. 이
보니, 가이드북을 지속적으로 보급할 수 있는 채
과정에서 내면에 숨겨진 나를 승화시키는 점에
널을 만들지는 못했지만, 지인이나 예술에 관심이
매력을 느껴 본격적으로 문화예술교육 기획을 시
있는 분들에게 전달했다. 아르떼 동아리를 하면
작하게 되었다. 과정의 순간순간이 즐거워 내 일
서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과정을 즐겼던 것 같다.
2016 arte 365
이후에도 각자의 영역에 활동하면서 아직도 예술 에 대한 이슈를 공유하고 고민을 나누는 동반자 가 되고 있다. CoP는 다른 분야의 훌륭한 전문가 들을 만나는 인맥의 장이 될 수도 있다.
CoP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조언해준다면? 다른 기관에서 하는 CoP도 많지만, 아르떼 동아 리처럼 주기적으로 열리는 경우는 없는 것 같다. CoP는 과정이 중요하므로 결과를 정해놓고 과 제를 설계하는 것은 의미가 없는 것 같다. 우리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겠다고 이야기하기보다는,
2015, 2016년에는 아르떼 동아리 멘토로 참여했는데, 참 여자들이나 연구주제에서 달라진 점이 있나?
왜 CoP를 하고 싶은지, 왜 이 대상과 이 주제인 지에 대해 진정성을 어필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
2015년에는 팀이 구성된 지 얼마 안 된 초기 워 크숍에 참여하여 전년도 경험자로서 CoP에 대한
다. 평소에 철학이 맞는 멤버들과 미리 팀 구성을
맥락 정도만 설명했다. 2016년에는 중간과 최종 워크숍에 두 번 참여했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야에 대해 모르는 누군가에게 제안서를 보여주고
하고 나서 함께 한다면 더 좋을 것 같다. 또 이 분 설명하는 연습도 필요한 것 같다.
아르떼 동아리 참가자들이 점점 현실적인 주제를 잡는 것 같다. 중간 워크숍 때는 명확한 주제는 있 지만, 방향성에 대해 자신이 없었던 팀도 있었던
문화예술분야의 기획자로서 자기계발과 전문성 강화를 위
것 같다. 그래서 과거 현장에서 관찰하고 경험했
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던 사례 등을 바탕으로 조언을 드렸다. 최종 워크
내가 축적한 모든 지식을 프로젝트에 열정적으
숍에서는 연구주제를 실제로 실행했던 팀도 있었
로 쏟아 낸 후엔 늘 새로운 배움을 갈구하게 된
고, 모든 팀이 중간발표 때보다 팀별로 명확한 주
다. 그 첫 번째 노력이 CoP 활동이다. 공모기간 이 촉박한 프로젝트를 기획할 때, 시간에 쫓기면
제와 결과들이 있어서 자신감이 생긴 것 같았다. 스스로 알아가게 되는 과정이 CoP에서 가장 중요 한 의미라 생각하는데, 올해 참여자들은 무엇을
완성도가 높지 않아 아쉬운 면이 종종 있었다. 반
보충해야 하는지 스스로 깨달은 것 같다. 시간이
면 CoP의 특성은 결과가 아닌 과정에 초점이 맞 춰져 있고 체계적이고 단계적인 준비를 할 수 있
지날수록 참여자들의 수준이 높아지는 것을 느꼈
어 차후 프로젝트에 좋은 밑거름이 된다. 두 번째
다. 2018년에는 나도 다시 한 번 도전해보고 싶다.
는 드로잉이나 훌라춤 등 평소에 관심 있던 장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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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배우려 노력한다. 다양한 장르와 관심사를 내 몸과 머리에 채워 넣고 기획자로서의 활동에 기 폭제가 되도록 미리 축적해놓는다. 이런 경험들이 다음 프로젝트를 기획할 때 더욱 알차고 신선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해준다.
평소 기획 아이디어를 어디서 얻고 있나? 요즘 관심을 두 는 분야는 무엇인지도 궁금하다. 나와 관련된 일상생활의 주제가 기획의 바탕이 된다. 예를 들어, 주부가 되니 의식주에 관심을 가 지게 되고 그것이 기획으로 연결이 되는 경우이 다. 내가 기획한 프로그램 참여자들도 공통된 관 심사를 가지고 주제에 접근했던 것 같다. 또, 호기 심을 자극하는 새로운 콘텐츠를 찾으려고 노력한 다. 웹진 [아르떼365], 다른 문화재단의 웹진, 트 렌드에 예민한 패션 잡지, SNS, 뉴스 등을 통해 사회의 이슈 등을 꼼꼼히 파악하고 다른 단체들과 그 이슈에 대한 대화를 나누면서 아이디어를 얻곤 한다. 요즘 홈가드닝에 관심이 생겼는데 이는 생 활예술의 또 다른 방식이고 표현방법인 것 같다. 예술이 유통되는 또 다른 채널을 경험하고 싶어서 홈가드닝으로 프리마켓에 도전해보려고 한다.
문화예술 기획자로서 자신만의 자세와 철학이 있다면?
권효진 이화여자대학교에서 한국무용을 전공하고 경희대학교에서 문화예술경영 MBA를 수료했다. 2012년 서울발레시어터에서 <노숙인 발레교육>으로 문화예술교육 기획을 시작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국립국악원, 경기도문화의전당, 과천시민회관 등 여러 기관에서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했다. 현재 동료들과 아현동 재개발지역에 문 닫은 목욕탕 ‘행화탕’을 다시 열고 <예술로 목욕합니다>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독립기획자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기획자로서 참여자들을 직접 만나기보다 예술가 나 예술강사들을 만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 행화탕 프로젝트는 달랐다. 시민들과 함께하면서 참여자들에게 애착이 많이 갔고, 그들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행화탕에 놀러 온 남자아이가 대 화 중에 “예술은 마음이 편해져요.”라고 하더라. 어린이도 예술을 이렇게 느낄 수 있구나 싶은 생 각이 들었다. 나도 마음이 편해질 수 있는 예술을 기획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다른 프 로젝트에서도 지금처럼 참여자들에게 애착을 갖 고 그들을 진심으로 대하고 싶다.
이엄지 성균관대학교에서 무용을 전공하고 동대학원에서 교육학 석사를 받았다. 현재 학교 예술강사로 활동하면서, 문화예술교육 기획자이자 통합문화예술교육단체 옴브라쏨브라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아 동부터 노인까지 다양한 연령과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일상에서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예술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여러 기관에서 강의하고 있다. artist_umji@naver.com
마지막으로 당신에게 ‘CoP’란? 나에게 CoP는 연료와 같다. CoP를 통해 공부하 면서 지식도 쌓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맺고, 새로운 기회를 향해 정진할 수 있게 하는 연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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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arte 365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6년 8월 23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같은 눈높이로 ‘살아있는’ 지식을 나누다 박설, 이은아, 전오미 2016 복지기관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예술강사 오픈수업&네트워킹 참여자 정리 상상놀이터
헝가리 출신 과학자이자 철학자인 마이클 폴러니(Michael
지난 7월, 8월 동안 5개 지역에서 7차례에 걸쳐 오픈수업
Polanyi)는 오랜 경험이나 자기만의 방식으로 체득한 지식, 노하우인 암묵적 지식(tacit knowledge)의 중요성을 강조
이 진행되었고, 진행 과정을 잘 알고 계신 세 분을 이 자리
했다. 책에 쓰인 것보다 더 깊고 넓은, 몸에 밴 지식이기 때
면 좋겠다.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에 모셨다. 오늘은 오픈수업을 하듯 편하게 말씀을 나눴으
문이다.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상호작 하우는 어떻게 전달될 수 있을까? 사회 예술강사의 교육역
2007년부터 지금까지 아동 음악분야에서 활 동하고 있다. 이번 오픈수업 중 전주에서 열린 아
량을 강화하고 예술강사 간 활동경험을 공유하고자 열린
동·장애인 음악분야 예술강사 대상 ‘똑! 똑! 똑!’ 퍼
‘2016 복지기관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예술강사 오픈수
실리테이터를 맡았다. 전라지역에서 처음 열리는
업&네트워킹’(이하 오픈수업)에 대한 솔직한 소감과 예술강
것이라 기대와 긴장이 되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
사 간 지식과 정보 교류, 네트워킹의 필요성에 대한 의견을
들이 멀리서 까지 찾아와주셨고, 연수 때 뵈었던
나누기 위해 박설, 이은아, 전오미 예술강사를 만났다.
분도 많아서 감사했다. 생각보다 시간이 너무 짧아
용과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경험,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노
박 설
서 아쉬웠다. 전오미
일시 2016. 8. 27.(토) 오후 2시 장소 대전 북카페 ‘이데’
장애인분야 예술강사 대상 ‘느림보 거북이들
의 유쾌한 마실’ 퍼실리테이터를 맡았다. 2006년 부터 학교 예술강사로 활동했고, 2014년에 장애분 야 사회 예술강사를 시작했다. 2015년 사회 예술 강사 의무연수 체계가 변경되면서 예술강사 간에 만나서 이야기를 풀고 공유할 자리가 점점 적어졌
사회자 최영희(교육운영2팀 대리) 장정희(교육운영2팀 주임) 참석자 박 설(아동 음악 예술강사, ‘똑! 똑! 똑!’ 중심강사) 이은아(노인 미술 예술강사, ‘도란도란 살롱:반상회_경상편’, ‘신도시골 노인수업 묶기와 매듭짓기’ 참여) 전오미(장애 연극 예술강사, ‘느림보 거북이들의 유쾌한 마실’ 중심강사)
다. 그래서 마음 맞는 예술강사들과 함께 우리부터 공유할 사람들을 만나러 다니자 해서 2015, 2016 년도 CoP를 하게 됐다. 모인 취지가 예술강사 간 에 정보를 공유하기 위함이었고, 그동안의 활동 결 과를 함께 나눌 자리가 필요했던 차에 용기 내서 오픈수업까지 하게 됐다. 예술강사들이 뭘 원하는 지 알기 위해 수요조사부터 했는데, 장애 유형에 따른 수업활동 문제점, 프로그램 풀(pool), 진행방 법 공유 등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많이 나왔다. 우 리 CoP가 장애 유형별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내용 이었기 때문에 다른 장르 강사들과는 어떻게 풀 수 있을까 궁금했다. 요즘 통합 문화예술교육, 융합 문 화예술교육이라는 말이 많은데, 다른 분들과 고민 과 이야기를 풀면 우리 보따리가 더욱 풍성해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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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전오미, 박설, 이은아
않을까 생각했다. 음악, 무용, 미술 분야 등 많은 분
서 ‘열어보자’라는 의미에서 ‘똑! 똑! 똑!’으로 정했다.
이 참석해주셔서 기관에 대한 이야기, 프로그램에
같은 분야니까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을까 했다. 이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좋은 자리였다.
지역에 음악분야로 어떤 예술강사들이 활동하시는 지 궁금했고, 아동 대상이 아닌 분들이라도 같은 음
2014년부터 매년 오픈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작년에는 퍼실리테이터를 맡기도 했는데, 올해는
악분야로서 좋은 얘기를 해드릴 수 있겠다 싶었다.
참가자로 부산에서 열린 ‘도란도란 살롱:반상회_경
면, 강의를 마치고 밤에 같이 모이는 시간이 참 좋았
상편’과 서울에서 진행된 노인분야 예술강사 대상
다. 거기서 프로그램 소스가 많이 나왔었다. 돌이켜
‘신도시골 노인수업 묶기와 매듭짓기’에 참여했다.
보면 강의도 도움이 되었지만 중간 중간 서로 이야
노인 미술분야 모집이 처음 시작된 2013년부터 예
기했던 것에서 많은 것을 얻어갔던 것 같다. 지금도
술강사를 시작했다. 마침 그때 노인 요양병원에서
그런 것을 원하지 않나 싶다. 네트워킹하자는 의미
미술 치료로 봉사하고 있었고, 치매가 있는 어르신
가 컸고, 시간이 짧았던 것 빼고는 다 좋았다.
이은아
지금은 없어졌지만 사회강사 의무연수를 생각해보
들에게 미술이 효과가 좋았다. 어르신들과 소통하는 게 어렵지 않고 즐거워서 저에게 잘 맞는 것 같다.
이은아
‘도란도란 살롱: 반상회_경상편’에 참여하고자
서울에서 부산까지 멀리 갔는데 시간이 짧아서 아쉬 웠다. 사회 예술강사를 대상으로 해서 참석하신 분 고민과 해법을 나누다
들 간에 분야도, 대상도, 장르도 달랐지만, 사회 문화 예술교육에 몸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공감대가 형
올해 오픈수업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이야기해 보자. 먼
성되고 고개 끄덕여주는 것만으로도 치유가 되었다.
저 박설 강사님부터 말씀해 달라. ‘똑! 똑! 똑!’에는 음악분
서로 이야기 듣고 첫 수업에 대한 자기 사례를 이야
야 예술강사가 모였다. 그렇게 하고자 했던 이유가 있나?
기하면서 수다를 떨듯 편하게 이야기했다. 쌓였던 스트레스가 모두 해소되는 느낌이었다.
음악 하는 분들은 학생 때부터 개인 연습실에
노인분야 예술강사 대상 ‘신도시골 노인수업 묶기
서 혼자 연습하다 보니 누가 관여하는 것에 익숙하
와 매듭짓기’는 서울역 회의실에서 열렸는데, 목말
지 않은 편이다. 자기를 오픈하는 것도 꺼린다. 그래
라하던 고민을 많이 해소했다. 지금의 노인은 우리
박 설
150
2016 arte 365
편견 속의 노인과 다르다. 일상을 접목해서 수업하
의 괴리가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짧다 보니
는 쪽으로 최근 사업방향이 변화하는 추세이다 보니
더 많이 나누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 다시 오픈수
2016년을 살아가는 노인들의 서브컬처(subculture) 나 관심사를 알고 싶었다. 수업을 준비할 때 인터넷
업을 연다면 서로의 고민을 나누고, 공감대를 찾아
뒤져서 모방도 하고 연수에서 들었던 것을 재구성해
마음이 있다.
가는 부분에 역점을 두고 얘기하고 해결해보고 싶은
서 넣기도 하는 것에 한계를 느낄 때였다. 오픈수업 에서 참여해보니, 나만 그런 게 아니라 3~4년 차쯤
전오미
된 분들은 다 같은 고민이 있구나 싶었다. 각자 다르
만, 우리가 몇 년간의 경험이 쌓이면서 알게 된 모
지만 모여서 풀고 나니 노인이라는 대상자를 이해하
든 것을 한꺼번에 알아야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는 데 뭔가 명확해지는 느낌이었다. 노인분야에 대
그런데 이렇게 같이 모이면서 굳이 지금 알지 않아
한 고민이 많은 분들이 한 자리에 모이다 보니 열기
도 될 것들을 알게 되는 것도 있었다. 신규강사와
가 높았던 것 같다.
기존강사를 나눈다든지, 그런 부분을 진행자가 미
신규강사가 지금 당장 알아야 할 것들도 있지
리 인지했으면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남긴 한다. ‘느림보 거북이들의 유쾌한 마실’을 진행하면
다른 하나는, 우리가 준비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
서, 사회 예술강사는 자기 마음을 움직일 수 있어야
기보다는 자기 고민을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분들
참여자의 마음도 움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
이 많았다. 참여자들의 이야기를 풀어줄 자리도 필
다. 사실 장애 유형들이 책에 나와 있어도 실제로 기
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그렇게 진행했지만, 제
관에 가보면 책에 있는 그대로는 아니다. 말 그대로
가 목표한 것을 완성하진 못했다. 진행능력이 필요
정말 변수가 많은데, 예술강사들이 직접 겪은 얘기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창까지 오는 내내 반성하
가 매뉴얼처럼 될 수 있다. 2006년부터 장애 대상 수
면서 내려왔다.(웃음)
전오미
업을 쭉 해왔지만 시각장애인복지관은 작년에 처음 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어떻게 하지? 연극 대본을 내가 읽어줘야 하나?’ 이런 고민부터 시작했
다른 오픈수업에서도 퍼실리테이터와 참가자 간에 이야기하
었다. 그런데 이런 얘기를 서로 공감하면서 나누고
고 싶은 것에 간극이 있었던 것 같다. 함께하고자 하는 주제,
각자 팁을 주니까 좋더라. CoP에 함께했던 4명의 예 술강사가 각자 소개하고 싶은 프로그램을 하나씩 보
이슈가 도출된 것도 무척 좋았지만, 각자의 고민이 충분히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참여자 입장에서는 어땠나?
여주면서 진행 과정과 문제점을 이야기하면, 참여자 오픈수업에 참여하면서 정보를 많이 공유하겠
들이 자기 기관에서 있었던 일들을 바탕으로 이야기
이은아
를 풀어나가도록 오픈수업을 준비했다. 직접 만나서
다거나 대단한 소스를 얻어와야겠다는 마음으로 가
얘기하는 것이 좋았던 것 같다.
진 않는다. 같은 분야에서 활동하는 같은 고민을 가 진 분들과 얘기하고 싶은 거다. 오픈수업만큼은 목 적이나 결과, 솔루션이 뚜렷하지 않아도 좋을 것 같
오픈수업을 진행하면서 느꼈던 아쉬운 점이 있다면? 박 설
‘똑! 똑! 똑!’에는 신규 예술강사가 많았던 것 같
다. 다들 해소되고 치유되는 자리였으면 한다. 박 설
퍼실리테이터로 욕심이 좀 컸던 것 같다. 자연
다. 그분들의 궁금증을 해결해주는 것이 우선이었다.
스럽게 이야기가 덧붙여질 줄 알았는데, 얘기하는
교육활동 전반이나 시설 관계자와의 관계에 대한
사람 따로, 받는 사람 따로 있었다. 중간에서 내가
어려움 등 어떻게 수업을 이끌어가야 하는지를 많
조율을 잘 못 한 것 같다. 준비과정에서 참여자에
이 궁금해 했다. 일단 자료를 받아야 한다는 갈급함
게 주고 싶은 게 많아서 글도 써보고 했었다. 그런
과 프로그램에 대한 고민이 굉장히 많았던 것 같다.
데 결국 원하는 방향으로 가진 않았다. 준비한 키
기존강사와 신규강사 간에 공감대가 형성되는 부분
워드를 다 풀지 못했다. 결과물을 내야 한다고 오
도 있지만, 신규강사 먼저 모인 후에 기존강사와 합
해하신 분들도 계셨다.
쳐져서 만난다면 더 좋은 시너지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아직 기존강사와 신규강사
PART 4 만나다
151
서로 묻고, 보태고, 토닥이고, 답하기
하게 대답하는 분이 많지 않았다. 스스로 하는 일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연구하면서 일하고자 하는 마음
오픈수업에 주로 어떤 분들이 모이셨고, 어떤 얘기를 나눴
가짐으로 임하면 좋겠다. 키워드 질문 외에, 자기 수
는지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면 좋겠다.
업경험을 중심으로 어떤 게 좋았는지 나누고, 거기 사람들이 덧붙여서 응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들이 나
부산 ‘도란도란 살롱’에선 한적한 갤러리 카페
왔다. 좋은 매뉴얼, 커리큘럼을 적용하려고만 하지 말
에 모였다. 누군가의 자취방에 우르르 몰려가서 수
고, 아이들과 라포(rapport, 신뢰와 친근감으로 이루어진 인간관계)
다 떨고 노는 분위기로 시작했다. 다 모이니까 방
형성을 굉장히 중요시했으면 좋겠다는 얘기도 했다.
이 비좁을 정도로 많은 분이 오셨다. ‘나의 첫 수업’
다른 예술강사들이 하는 얘길 많이 듣고, 자부심과
을 주제로 첫 수업 때 있었던 이야기, 고민, 당황스
열정을 가지고, 자료도 많이 찾고 연구해서 내 걸로
러웠던 상황을 적어 주머니에 넣고, 뽑기 형식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은아
소개했다. 공교롭게도 같은 복지관에 나갔던 예술 모든 내용을 꼼꼼히 다 적는 강사가 있었는데,
강사 네 분이 계셨는데, 입을 모아 한 아이 얘기를
전오미
했다. 첫날부터 떼를 부리고 그 애 때문에 수업 진
그분께 우리가 하는 것이 다 정답이 아니다, 적용하
행이 안 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한 아이였다. 그 이
다 보면 실패할 수도 있다는 얘길 했다. 자기 것을
야기를 듣고 함께 걱정하는 마음으로 그럴 땐 어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존강사 간에도 서로
떻게 해야 할까 같이 고민하고 진지하게 얘기했다.
피드백과 팁을 주면서 시너지가 있었다. 우리가 하
정서를 안정시키고 변화시키고 싶은 마음에 이런
는 수업이 그런 것처럼, 마침표를 못 찍더라도, 결과
저런 방법과 사례가 계속 나왔다. 그런데 한 예술
물이 빨리 나오지 않더라도, 융통성을 가지고 이끌
강사가 “그렇게 하는 것도 좋지만, 그 아이에 대해
어갈 수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하지 못했다고 나를 비난하거나 죄책감을 느 수업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수업계획안을 달
끼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마무리를 해주신 게
박 설
인상적이었다.
라고 연락하신 분이 있었다. 그래서 제 수업계획안
노인분야 예술강사들이 모인 자리에서는 각각 도
을 보내드리면서 아이들 특성에 맞춰서 잘 사용하
시, 신도시, 시골에서 활동하는 예술강사가 모둠
되, 그 대신 계속 연락을 달라고 했다. 먼저 그 분의
을 나눠서 그 지역의 어르신들이 어떤 생활을 하는
수업계획안을 받아 피드백을 드리며 제 것을 보내드
지 일상을 나열했다. 오픈수업 전에 미션이 있었는
렸다. 그런 피드백이 서로 오가는 것도 좋더라.
데, 어르신들의 하루 일과, 저녁 시간에는 뭘 하는 지, 지난 일 년간 가장 큰 이슈는 무엇인지 등 설문 을 받아오게 되어 있었다. 그걸 토대로 어르신들의
네트워킹을 이어가기
관심사와 일상을 정리해서 각자 어떤 수업이 필요 한지 지역별로 정리해봤다. 오늘을 살아가는 각 지
작년 오픈수업 때 장애분야 신규강사 한 분이 “수업은 하
역 어르신들의 관심사와 그들만의 문화를 이해하
면 되는데, 수업 중간 쉬는 시간이 너무 힘들다. 쉬는 시간
고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에는 어떻게 하면 되냐?”고 묻더라. 그냥 편히 쉬라는 평범 한 말 한마디에 위안을 얻는 것 같았다.(웃음) 이런 작은 위
저도 약간 놀랐던 것이, 노인분야 오픈수업에서 도시, 신도
안과 정보 공유, 경험을 쌓는 등 다양한 목적으로 오픈수업
시, 시골로 나눴는데,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 활동유형이
을 찾는다. 그렇다면 이런 네트워킹이 어떻게 지속해나갈
지역별로 다르게 나왔다. 또 예술강사님들이 인터뷰 해온
수 있을지 궁금하다. 대구·경북지역 ‘인디언캠프 예술강사
상황을 들으니 서울은 구(區)마다도 노인의 특성이 다르더
밥상토크’에서는 단체 카카오톡 방(단톡방)을 만들기로 했
라. 일반화 하기는 어렵겠지만 지역마다 다른 점들을 어떻
다고 하더라. 바쁘면 못 만나고 누군가 주축이 되지 않으면
게 적용해야 할지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언젠가 흐지부지될 테지만, 내가 힘들고 필요할 때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을 만난 게 시작인거 같았다. 그게 꼭 사업이
박 설
오픈수업 현장에서 몇 가지 키워드로 제시한
질문 중에 ‘예술강사로서의 철학’이 있었는데, 확실
152
2016 arte 365
나 프로그램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의미가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혹시 오픈수업 후에 이어지는 후속 모임이 있나?
뒤풀이를 겸한 치맥파티 얘기가 나왔다. 눈치 보지
2014년 처음 참여했을 때는 사회 강사 2년 차 였고, 아이디어나 정보에 목말라서 그런 것을 찾는
말고 하고 싶은 얘기 다 하자며 조만간 다시 모이기
데 집중했던 것 같다. 작년에는 오픈수업에서 나의
로 했다. 교육진흥원 담당자분들도 오셔서 같이 고
고민을 누군가와 함께 해결하고 싶은 마음에 퍼실리
민을 이야기 하자.(웃음)
테이터를 했다. 그때는 주제가 지역 이야기였다. 인
박 설
우리도 전체 단톡방을 만들려고 한다. 그리고
이은아
터넷에 떠도는 그런 것 말고 나만의 특화된 것을 찾 부산 ‘도란도란살롱’에서도 꼭 번개하자고 약속
으려면 이 지역 어르신들의 일상과 접목해야겠다는
했다. 서울 노인분야 오픈수업에서도 뒤풀이 차 모
생각에 지역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었다. 올
임이 있었는데 일정상 참석을 못 해 아쉬웠다.
해는 나름 체계가 생겨서인지, 아이디어나 정보보다
이은아
는 공감을 받고 싶었다. 그냥 수다 떨고, 공감 받고, 전오미
우리는 그날 바로 밴드를 만들어서 각자 기관
토닥토닥해주고.
에서 하고 있는 고민에 서로 답 달아주고 있다.(웃음) 진행해도 좋을 것 같다. 기관 담당자나 교육 참여자
저도 2014, 15년에도 참여했다. 14년에는 장르 도 분야도 다른 분들이 모였고, 저 역시 다른 사업에
와의 네트워킹 자리도 필요할 것 같다. 그 자리에 오
서는 장애뿐 아니라 노인이나 아동과 함께 교육활동
고 싶어 하는 담당자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몇 분 모
을 하고 있다 보니 공유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편하
시고 함께 얘기하면 재밌을 거 같다.
게 오갔다. 15년에는 사람이 무척 많이 모였다. 그래
오픈수업을 상반기뿐 아니라 하반기에 한 차례 더
전오미
서 편히 이야기하긴 조금 힘들었다. 3년의 성과, 변화의 지점들 전오미 강사님은 CoP와 오픈수업을 모두 경험하셨다. 각 이은아 강사님은 2014년부터 매년 오픈수업에 참가하고 계
각 차이점이 있었나?
신다. 혹시 개인적으로 느끼거나 변화된 지점들이 있었는지? CoP는 연구결과를 내야 하니까 구성원들이 굉 장히 치열했다. 결과발표회 날이 출산 일주일 전이
전오미
PART 4 만나다
153
었는데, 혹시나 싶어 친정어머니를 모시고 갔다.(웃
이은아
음) 오픈수업은 그런 치열함이나 옥죄는 느낌은 없
와 같은 고민과 어려움을 느끼는 분들과 소통한다
명확한 해답이나 좋은 정보가 없어도 좋다. 나
었지만, 책임감 때문에 CoP보다 더 열심히 준비했 다. 그런 게 다른 매력인 것 같다. 또다시 한다면 서
는 것만으로도 위로되고 치유된다. 오픈수업에서 스
로의 고민이 오갈 수 있도록 진행을 잘 해야겠다고
기 싫었던 당황하고 실수한 상황을 오픈수업에서 얘
생각했다.
기하고 나서, 그것이 좋은 추억, 나를 성장시킨 계기
스로 일어나는 법을 배워가는 것 같다. 다시 떠올리
로 아름답게 기억되었던 것도 좋았다.(웃음) 고민이 많은 분이 오면 좋겠다. 예술강사로서 마음이 힘들 오픈수업이라는 판을 준비할 때, 연수에서 미처 다루지는
거나 자긍심이 부족하거나 중심이 잡히지 않는다면,
못하지만 예술강사들이 활동하며 하게 되는 소소하지만 중
스스로 자립하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요한 고민들을 함께 공유하면서 스스로 해답을 찾아나갈 수 있는 자리가 되기를 바랐다. 박설 강사님은 연수 프로그
전오미
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예술강사라는 참여자 그룹이 같기
다. 지금 내가 잘 하고 있는지, 내가 만나고 있는 참
때문에 공통점도 있지만, 연수와 오픈수업 간에 서로 다른
여자들과 라포 형성이 잘되고 있는지, 내가 하는 활
특성이 있을 것 같다.
동에 길을 찾고 싶다면 참여해야 할 것 같다. 나 역
나를 알고 싶은 사람에게 오픈수업을 추천한
시 그렇게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길이 보이고 방법을 연수는 강사가 가진 것을 연수생에게 풀어주는
알아갔다. 문을 두드려야 성장할 수 있다. 그렇지 않
것이고, 오픈수업은 같은 위치에서 같이 고민하고 공
았으면 난 계속 수업만, 걱정만 하는 사람이었을 거
감대를 형성하면서 풀어간다. 둘 다 자발성이 있지만,
다. 참여자들에 대해 좀 더 고민하게 되었고, 그들 편
주안점이 어디에 있냐에 따라 받아들이는 것이 다른
에서 생각할 수 있는 사람, 나와 같은 일을 하고 싶
것 같다. 오픈수업도은 퍼실리테이터가 무한책임을
어 하는 친구들에게 이 길을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이
갖기보단 구심점이 되어 다 같이 돌아가면서 다 같이
된 것 같다. 얼마 전, 옛날 제자가 올해 신규 사회 예
이끌어가는 식으로 진행해도 좋을 것 같다.
술강사가 되었다고 연락이 왔다. 너무 감정이 북받
박 설
치더라. 전오미
연수는 계획한 내용을 전달해야하는 목적이 있 나를 버리고, 나를 열 수 있는 사람, 열린 마음
어 다소 일방향적일 수 있다. 오픈수업은 기존강사
박 설
와 기존강사, 신규강사와 기존강사가 만나면서 서로
을 가진 사람이 참여했으면 좋겠다. 내 마음이 닫혀
오가는 나눔이다.
있으면 교육 참여자도 열릴 수 없다. 자기계발을 좀 더 많이 했으면 좋겠다. 책도 많이 보고, 연수도 많이
연수에서는 많은 정보와 수업스킬, 프로그램
참여해보고. 시간이나 환경의 제약이 많겠지만, 나를
아이디어 같은 것을 얻기 위해 목적성을 가지고 참
성찰하지 않고서는 계발할 수 없다. 나를 가꾸고 자
여하기 때문에 복지기관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에
기를 좀 더 사랑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이은아
대한 사례나 고민에 대한 소통은 부족한 것 같다. 박 설
어떤 동기부여를 해주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 이번에 많이 배웠다.
열린 마음으로 고민을 나누고자 어떤 분들에게 오픈수업을 권하고 싶은가? 아직 오픈수업 을 경험하지 못한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154
2016 arte 365
2016 복지기관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예술강사 오픈수업&네트워킹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는 2014년부터 복지기관 문화예술교육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전문적 이론이나 지식 뿐 아니라 현장에 대한 예술강사 간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로 ‘예술강사 오픈수업&네트워킹’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는 7월30일부터 8월22일까지 약 한달 간 서울, 전주, 대구, 부산, 제주 등 전국에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회 예술강사를 대상으로 7차례에 걸쳐 열렸다.
박설 전남대학교 예술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했다. 2007년부터 광주·전남지역 음악 예술강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2014~15년에는 지역 곳곳 문화소외계층을 찾아가는 ‘움직이는 예술정거장’ 대표 예술강사로 참여한 바 있다. 현재 목포시립합창단 베이스 상임단원으로 연주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전남문화관광재단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강사로도 활동 중이다.
이은아 목원대학교 미술교육과를 졸업하고, 현재 공주대학교 대학원 미술학과에 재학 중이다. 2013년부터 대전, 충남, 충북 지역에서 노인 미술분야 사회 예술강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대전시 국공립유치원 특성화 미술 강사, 대전문화재단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주강사로 활동 중이다.
사진 마루스튜디오 전오미 경성대학교에서 연극영화, 경기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연극교육을 전공했다. 2006년부터 부산, 울산, 경남 지역 학교, 사회 예술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2009년부터 경남 거창에서 면단위 각 마을에 ‘경로당활성화사업’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고, 올해는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으로 농촌 지역 주민들과 탈가면극도 만들고 있다.
정리 상상놀이터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6년 9월 20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PART 4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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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몸이 그리는 빨주노초파남보! 도황주, 장홍석 국립현대무용단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무용도전> 강사
양은혜 기자, 웹진 [춤:인] 편집위원
오늘은 토요일, 예술의전당 국립현대무용단 연습실에는 아
지하면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함께 수업을 한 지
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하다. 아이들은 몸의 움직임과 박
벌써 반년이 지났고 두 번째 학기를 맞게 되었다.
자로 자신을 소개하고 서로 다른 속도로 ‘녹다’를 표현한다. 쑥스러운 얼굴로 서로의 눈을 바라보고 상대방과 속도를 맞춰 움직이는 아이들은 어느새 새로운 경험에 관심을 가
오늘 수업에서 두 분의 파트너십이 돋보였다. 오늘의 주제
지기 시작한다. 친구들의 몸을 뛰어넘고 자신과 상대방의
는 어떤 것이었나?
거리를 경험하며 종이와 색연필로 이를 그리는 작업은 아 어떻게 하면 아이들의 신체를 능동적으로 움
이들의 상상력을 무한대로 이끌어낸다. ‘꿈다락 토요문화학
장홍석
교-국·공립기관 연계’ 프로그램으로 국립현대무용단이 진
직이게 할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한다. 매주 초점을
행하는 <무용도전> 가을학기 초등 고학년반 강사를 맡은 도
맞추는 주제는 있지만, 명확하게 아이들에게 무엇
황주, 장홍석, 두 안무가를 만나 보았다.
을 주겠다든가 무엇을 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은 정 하지 않는다. 우리가 가진 소스를 기반으로 매주 아이들의 상태와 공감대가 형성된 것을 반영해 다
꿈다락 토요문화학교에 어떻게 참여하게 되었나?
음 수업을 만들어간다. 수업 내용을 사전에 모두 정하고 그에 맞춰 진행하는 것보다 좋은 것 같다.
작년 국립현대무용단 꿈다락 토요문화학교(이
지난 학기에는 한 주마다 무엇을 할지 수업내용
하 꿈다락) 초등 저학년반에서 보조강사를 했었다. 주
을 철저히 짰었다. 그런데 어느 날, 수업 재료로 사
로 예술작업을 중심으로 활동을 하고 있고 교육에 대
용한 스티로폼 스틱을 가지고 아이들이 줄넘기도
한 관심이 많은 편은 아니었는데, 꿈다락에서 아이들
하고 공간도 구획하고 림보게임도 하면서 놀더라.
을 만나고 다른 곳에서 성인 대상 워크숍을 진행하
그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에게 잠재되어있는 즉흥
면서 예술교육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올해는 도황주
성을 보게 되었다. 아이들이 좀 더 놀 수 있는 판
강사와 함께 초등 고학년반을 맡아 진행하고 있다.
을 만들어 주는 것이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
장홍석
강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업을 준비하는 국립현대무용단에서 무용수로 활동하던 중 우
우리로서는 허탈해진 적도 있었지만, 아이들이 수
연히 꿈다락 쇼케이스를 보게 되었는데, 아이들의
업을 스스로 채워나가고 있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움직임이 훈련된 무용수들의 움직임과 달라 신선
서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도황주
한 충격을 받았었다. 그 후로 매해 꿈다락 쇼케이스 를 챙겨 보게 되었다. 아이들에게는 학습에 의한 것 이 아닌 동심이 가득하고 순수한 상태에서 바라보
오늘은 무용과 미술이 연계된 그리기를 했다. 몸의 움직임
는 아이들의 시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러면
이 그리기까지 어떻게 연장되었는지 알고 싶다.
서 자연스럽게 나의 마음도 움직이게 되었고, 꿈다
156
오늘 수업은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신체를 움
락 수업 제안을 받아 함께 하게 되었다. 어린 친구
장홍석
들을 지도해 본 경험이 없어 걱정이 됐었지만, 다행
직이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으로부터 출발한 것
히 파트너인 장홍석 강사가 경험이 있어서 많이 의
같다. 그림을 그냥 그릴 수도 있지만, 액션이 들어가지
2016 arte 365
않았나. 파트너가 되어 제자리에 서거나 누워 색연필
장홍석
놀이가 끝난 후 종이 위에 그려진 빨간색, 파란
로 종이에 터치하려는 아이, 종이를 대었다 떼었다 하
색, 검은색을 보고 태극기라고 말하는 아이가 있었
는 아이들의 액션은 마치 펜싱경기를 떠올리게 한다.
는데, 이러한 점이 중요한 것 같다. 성인이 봤을 때 낙서처럼 보일 수 있지만, 아이들은 전혀 다른 시선 으로 본다는 것이다.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즉흥적
몸이 녹아내리는 것부터 서로의 몸을 뛰어넘는 동작까지,
인 결과였다. 한대 ‘팍’ 맞은 듯한 느낌이다. 이러한
반대되는 에너지를 사용함으로써 아이들의 몸의 감각을 깨
교육을 통해 상상력을 키워줄 수 있지 않을까?
우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수업을 준비하면서 예상했던 것 과 아이들의 반응 간에 차이점이 있었나? 서로 다른 지역과 환경에서 살고 있는 아이들이 수업에 참 도황주
아이들의 에너지는 굉장히 짧고 강렬하다. 주제
를 자주 바꿔서 아이들의 흥미를 계속 끌어내야 그
여한다. 이들의 공통점이라면 ‘또래’라는 것밖에 없을 텐데, 아이들이 잘 적응하는지 궁금하다.
시간 안에서 여러 가지를 접해볼 수 있는 것 같다. 오 지금 우리가 맡은 연령대는 초등학교 고학년
늘도 마찬가지였다. 아이들이 뛰어놀 때는 열정적이
도황주
고 그 시간이 길게 가는 편인데, 평소에 놀지 못하고
으로 사춘기가 빨리 온 아이들도 있다. 여학생들은
분출하지 못하는 것이 여기에서는 허락되기에 그런
내가, 남학생들은 장홍석 강사가 이야기를 끌어준
것 같아 안타까워 보일 때도 있다. 오늘 예상치 못했
다. 남녀 강사가 한 조를 이룬 게 좋은 역할을 하는
던 점은, 색연필로 그림 그리기를 할 때 자기 뜻대로
것 같다. 아이들끼리는 금방 친해져서 마치 바닷속
되지 않자 짜증나고 화가 난다는 표현을 공격적으로
물고기들처럼 그룹이 됐다가 해체되면서 움직임이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었다. 평소 아이들이 어떤 환경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에서 지내는지를 좀 더 생각하게 되었다. 장홍석
수업 당일 아이들의 반응을 바로 느끼기는 쉽
지 않다. 다음 주에 아이들이 가져오는 워크북을
두 분은 안무가로서 공연활동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 문화예술 교육을 병행하는 것이 창작작업에도 영향이 있는지 궁금하다.
보면서 아이들의 반응과 상태를 알 수 있다. 수업 아이들과 만날 때는 그들로부터 순간순간 오는
끝나고 가면서 좋았다, 안 좋았다고 말해도, 워크북
장홍석
에는 다르게 쓰더라.(웃음)
감흥들이 있다. 그것이 작업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 지는 아직 고민 중에 있다. 일반 성인 대상 수업에서 영향을 많이 받는다. 아이들은 아직 몸에 경험의 기억
마지막에 아이들끼리 서로의 작품을 보고 피드백을 주는
들이 많이 쌓여 있지 않은 상태이지만, 나이가 있는
것이 좋았다. 친구들끼리 예상치 못한 또 다른 상상으로 해
몸일수록 경험한 기억의 켜가 많이 쌓여 있어 별것
석해 주는 것이 향후에는 예술작품을 해석하는 것으로도
아닌 움직임에서도 사람들은 자신의 서사를 붙인다.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서사들이 이 시대와 맞닿아 있는 것이 굉장히 많 은데, 그런 것을 보면서 작업에 도움을 많이 받는다.
PART 4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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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황주
아직은 잘 모르겠다. 나도 혼란을 겪고 있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창의력을 계발하는 열린 수업을 선호하고 그렇게 진행하고 있지만, 다 른 수업, 특히 입시교육을 할 때는 굉장히 주입식 일 수밖에 없다. 너무도 대조적인 교육 방법론으로 나 스스로 혼란을 겪고 있다. 그러나 지금 아이들 과의 수업을 경험하면서 어떤 영감을 받고 있기에 앞으로 분명히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
도황주 국립현대무용단 창단멤버로 (2010), <불쌍>(2014)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했고, 홍승엽, 안애순, 정영두 등 여러 안무가의 작업에 참여했다. 안무작으로 <그래서 그런겁니다>(2015), (2016) 등이 있으며, 2014년 국제현대무용제 MODAFE Sparkplace에서 <식탁>으로 신인 안무가상을 수상했다. 작품 활동에 몰두하던 중 우연히 문화예술교육을 만나 요즘은 매주 토요일마다 아이들과 무용에 ‘도전’하고 있다.
대표적인 주입식 교육인 입시교육과 아이들의 능동성을 성 장시키는 데 초점을 맞춘 교육, 그리고 아티스트로서 창작 작업을 병행하면서 느끼는 혼란은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보 인다. 시간이 좀 더 흐르면 창작작업과 교육활동이 유연하 고 순조롭게 협업을 이루게 되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 꿈다 락 또는 문화예술교육을 하면서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장홍석
수업할 때 아이들은 마음이 동해야 움직여지는 부
분이 굉장히 많다. 마음이 동한다는 게 쉬울 수도 있지 만 어렵게 진행될 때도 있다. 어떻게 하면 수업 안에서 나와 아이들의 마음이 같이 움직일 수 있을까 고민하면 서 아이들과 관계를 잘 맺어가는 것이 나의 목표이다. 도황주
장홍석 <INTER FACE>(2013), <소설화 하는 몸>(2014), <저장된 실제> (2015)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하였으며, (2013), <기술이 실패할 때> (2015), <난 여기 뒤에 숨어 있었다>(2016) 등 안무가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국립현대무용단 안무랩에서 <그것인지>(2015), <빅빅빅땡큐>(2016, 공동안무) 등의 작업을 했다. 국립현대무용단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2년차 강사이며, 예술교육에서 창작의 영감을 받으며 새로운 작업을 만들어가고 있다.
사회가 너무 바쁘지 않은가. 나뿐만 아니라 아
이들도 바쁘다. 이 시간만큼은 아이들의 시선으로 바라봐주고 같이 생각하면서 스스로 원해서 무언가 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주려고 한다. 이를 통해 아이들이 자신을 바라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는 무엇을 원하지? 나는 무엇을 하고 싶지? 나는 어떤 걸 좋아하는 사람이지?’라는 물음을 스스로 던지면 서 자신을 바라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에 게도 이 수업이 일상과 다른 공간과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 같다. 멀리 바라보았을 때, 이 런 예술교육을 통해서 아이들이 좀 더 자유로워지 다 보면 우리 사회도 여유로워질 수 있지 않을까?
양은혜 기자, 기획자, 드라마터그, 작가. 대학교와 대학원에서는 현대무용과 러시아어문학, 영어영문학을 공부했다. 무용월간 [춤과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건축웹진 [마실와이드] 건축전문기자, 서울무용센터 웹진 [춤:인] 편집위원, 독립기획자로 활동 중에 있다. snowtanz7@gmail.com www.facebook.com/choreographyview eufy6542@hanmail.net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6년 9월 27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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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과 ‘뛰놀’ 동안, 아이들은 자란다 윤혜진 연출가, 정동극장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주강사
홍은지 공연예술 연출가
2012년부터 시작된 ‘주 5일 수업제’를 맞아 매주 토요일 마다 아동·청소년과 그 가족을 대상으로 학교 밖 문화예술
면서 주제도 잡고 쓰고 싶은 이야기를 정하여 희곡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온 ‘꿈다락 토요문화학교(이하 꿈
직접 만나면서 사실 우리가 더 많이 배웠다.
을 쓰고 이를 낭독공연으로 연결했다. 지역주민과
다락)’는 그 취지에 공감하는 국공립기관과 연계 프로그램 을 진행해오고 있다. 올해 상반기 정동극장에서 펼쳐진 <우 리 놀이와 이야기로 북치고 장구치고>(이하 <북치고 장구치
지난달까지 정동극장에서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북치고 장
고>) 역시 그중 하나로, 초등학교 3~6학년 23명의 아이들
구치고>를 진행했다. 어떻게 참여하게 되었나?
이 참여했고, 8월에 극장공연을 올리며 마무리되었다. <북치
작년에 일반 시민들에게 다가가는 문학 콘서트 프
고 장구치고>는 우리 전통놀이와 노래, 전래동화, 구전동화
로그램에 참여했었는데, 그 경험의 연장선에서 정
등 다양한 전통문화를 자유롭게 체험하고 그 과정을 모아 하
동극장 프로그램을 제안받게 되었다. 초등학생을
나의 공연으로 무대화하는 것까지 연결된 통합예술문화체험
대상으로 하는 만큼 정동극장이 기반을 두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과정 내내 참여자들의 호응이 매우 좋았고, 공
‘전통’이라는 키워드를 아이들에게 어떻게 쉽고 재
연 이후 반응 또한 뜨거웠다. 공연을 올린 지 약 한 달이 지난
밌게 경험하게 할 수 있을까라는 공통의 관심사 하
9월, 이 프로그램의 주강사이자 대표 연출을 맡아 진행한 윤혜진 연출가를 만나 그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로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 었으면 좋겠다는 것과 전통에 관한 체험을 통해 정 동극장 공간에서 마지막에 공연을 경험하면 좋겠 다는 두 가지를 염두에 두었다. 그래서 ‘뛰놀’(뛰어
현재 연출가로 현장에서 활발하게 창작활동 중이다. 예술
놀다)과 ‘전통’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삼고, 어
교육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과정에 대해 듣고 싶다.
렵고 딱딱한 전통이 아니라 전통 놀이와 전래동요,
작년에 함께 했던 ‘자큰북스’라는 독립 출판사를 통
전래동화를 체험하게 했다. 그 후, 이야기를 선택하
해 청년 예술가들과 상생하자는 취지의 프로젝트
고 그에 맞는 노래와 놀이를 골라 음악극 형식으로
를 진행하면서 지역주민들과의 ‘예술치유’를 주요사
공연을 만드는 것에 목표로 두고 시작하게 되었다.
업으로 하는 성북예술창작센터에 입주하게 된 것이 계기가 됐다. 우리 단체와 맞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희곡 쓰기를
요즘 아이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전통놀이에 어떻게 접근해
진행했는데, 우리가 예술교육 전문가가 아니었기
나갔는지 궁금하다.
때문에 일반인의 경우라면 희곡을 쓰기 위해 뭐가
첫 주차에 아이들과 함께 ‘전통’이 무엇인지 이야기
필요할까, 어떻게 하면 희곡쓰기가 재미있을 수 있
를 나누면서 이해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우리는 ‘쌀
을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감
밥을 먹는다’, ‘신발을 벗고 집에 들어간다’, ‘명절에
각을 바탕으로 연극 만들기 과정을 시도해 나갔다.
떡국을 먹는다’ 등의 이야기가 나왔고, 우리가 일상
희곡 쓰기라고 해서 공부하듯 글을 잘 쓰는 방법을
에서 접할 수 있는 것으로부터 어렵지 않게 전통에
배우는 게 아니라, 참여자 각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대해 다가가려고 했다. 또, 프로그램이 시작되기 전
독백으로 써보고 그것으로 장면 만들기를 하는 방
에 참여 강사들과 함께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전
식이었다. 연극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몸으로 느끼
래놀이를 연구하고 공유했다. 국립극단 어린이청
PART 4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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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극연구소를 방문하여 자문을 구하기도 했는
‘뛰놀’의 과정을 엮어 하나의 공연으로 녹여내기까지 어려
데, ‘선생님의 입장보다 아이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움은 없었나?
야한다’, ‘수업 전 선생님들이 무조건 먼저 놀이를
최종적으로 세 팀이 세 개의 이야기를 만드는 옴니
해봐야 한다’는 말씀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실제로
버스 형태가 되었다. 아이들이 <팥죽할멈과 호랑이>,
수업 전에 강사들이 땅따먹기, 고무줄놀이 등을 해
<별주부전>, <옹고집전>을 선택했는데, 누구나 알 법
보았는데 기억 속 놀이를 머리로만 떠올리던 것과
한 이야기들이어서 장면 만들기에 큰 어려움은 없
정말 달랐다.
었다. 다만 아이들이 너무 놀고 싶어 해서 연습 진
첫 2주 동안은 처음 만난 아이들이 서로 친해질 수 있는 놀이 위주로 진행했다. 아이들에게 익숙한 형식
행이 잘 안되기도 했다.(웃음) 그럴 때는 고학년 아
으로 전통놀이를 즐길 수 있도록 연습실에 공기놀이,
박하자 자신들이 무대에 선다는 것을 아니까 긴장
제기차기, 꼬마야꼬마야 등의 놀이를 배치하고 미션
하며 집중하기 시작했다. 초반부터 연극을 하는 방
을 마치면 도장을 받을 수 있게 준비했는데, 의외로
법을 몸으로 많이 체험한 것이 도움된 듯하다. 정동
아이들이 놀이 방법을 몰라 놀지 못하는 모습들이 안
극장에서 현재 공연 중인 작품의 무대세트가 세워
타깝기도 했다. 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아이들은 너
져 있는 상태로 마지막 공연이 진행되다 보니, 무대
무나 신나게 뛰어놀며 다음을 기대했고, 공연 연습을
장치 없이 간단한 소품만 사용해서 마당극 형태로
하다가도 (이 모든 과정이 ‘뛰놀’임에도 불구하고) “뛰
풀어냈다. 아이들이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표현하고,
놀은 언제 해요?”라는 질문을 많이 했다.
배운 노래들을 개사하는 등 상상 이상으로 무대 위
이들이 분위기를 주도해 나가기도 했고, 공연이 임
에서 잘 놀아주었다. 극장 공간이 아이들에게 위험 할 수도 있어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아이들은 모든 전통놀이로부터 공연발표로 이끌어간 전반적인 과정을 듣
과정을 충분히 잘 이해하고 따라와 주었다.
고 싶다. 초반 1, 2회차는 ‘소통하기’ 시간으로, 연습실에서 마음껏 뛰어놀며 서로 친해질 수 있도록 했다. 중
<북치고 장구치고>는 참여자와 사업 담당자 등 모두에게 반응
반에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놀이와 노래를 곁들여
이 좋았다고 들었다. 스스로 어떤 점이 좋았다고 생각하는가?
짧은 장면을 만들기, 음악과 춤 배우기 등을 진행
담당자들도 처음부터 모든 걸 계획하고 준비해서
했다. 이후에는 공연을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진행
프로그램을 만들었던 건 아니었다. 초반에 아이들
해서 공연을 올리고 마지막으로 아이들과 소감 등 이야기를 나누고 마무리했다. 매주 수업마다 삼십
이 친해질 수 있도록 2주의 시간을 보내는 동안 우 리도 아이들을 탐색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었다. 처
분 동안 놀이를 하고 삼십 분은 노래를 배우고 나
음부터 틀을 짜지 않고 아이들의 특성에 맞게 프로
머지는 극만들기를 했다. 특히 아이들에게 이야기
그램을 만들고자 유연하게 운영을 했다. 이번 꿈다
를 책으로 읽어오지 말고 꼭 부모님이나 가족에게
락이 좋았다고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강사들이 아
옛날이야기로 듣고 와서 그 이야기를 다시 친구들
이들과 밀착해서 함께 뛰어놀았던 부분 때문이 아
한테 전해주도록 했다. 그러면 서로 이야기를 나누
닐까 싶다. 나를 포함한 강사들이 프로그램을 진행
고 그중 가장 맘에 드는 이야기를 뽑아 우리가 알
했는데 일대일로 아이들을 많이 품으려고 노력했
고 있는 놀이와 노래를 접목해 장면 만들기를 했
고 가능한 스킨십을 많이 했다. 아이들이 어떤 성
다. 그리고 조별로 발표해서 다 같이 공유하는 방
향인지 파악해서 수업이 끝나면 서로 발견한 점들
식으로 매번 다른 이야기로 3~4분짜리 장면 만 들기를 진행했다. 가능한 한 아이들이 자기 얘기를
을 공유하며 다음 수업에 참고했다.
할 수 있게끔 유도했고, 중반부를 넘어갈 때 즈음 최종적으로 조를 확정했다. 그 속에서 원하는 이야
연출가로서 예술교육 과정에 접근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를 선택한 후 덧입히는 대본 쓰기를 했다. 그러
지점이 있다면?
니까 장면을 먼저 만들고 그걸로 대본을 쓰는 식으
아이들이 좀 더 가깝게 예술을 즐길 수 있는 계기
로 최종 대본을 완성해나갔다.
를 만들어주려 했고, 뭔가를 배우거나 학습해야 하 는 것들은 가급적 배제하려고 했다. 이미 이런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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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을 많이 해서 장구나 북을 잘 치는 아이에게는 극
킨십이나 협동하는 부분에 어려움을 느끼는 아이
안에서 역할로 자연스럽게 녹아나도록 유도했을 뿐,
들도 있었다. 몸을 써서 반복적으로 배워야 하는
공연을 위해 특별히 훈련을 시키거나 하지는 않았
과정에 참여하기를 거부하며 이의를 제기하는 아
다. 프로그램 중간에 탈춤, 강강술래, 장구 등을 배우
이들도 있었다. 그랬던 아이들이 ‘뛰놀’면서 서서히
는 시간을 구성하긴 했지만, 그것이 주된 목적은 아
적극적으로 변해갔다. 후반으로 갈수록 함께 술래
니었다. 부모님 입장에서는 이런 부분을 아쉬워하는
잡기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며 스스럼없
분들도 있긴 했지만, 과정 내내 아이들의 얘기를 많
이 어울려 뛰어놀게 된 아이들의 변화가 인상적이
이 듣고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도록 많이 노력했
었다. 초반에 어려움을 보였던 아이들도 끝까지 참
다. 늘 이렇게 해야 돼, 저렇게 해야 돼 라는 말을 듣
여해 마지막엔 모두 아주 즐겁게 공연을 했다.
던 아이들에게 “넌 어떻게 생각하니?”, “이 장면은 네가 한번 만들어봐.”라고 말을 걸어주며 스스로 주 체가 될 수 있게 해주었던 부분이 아이들을 조금씩
창작활동을 하는 것과 교육과정 안에서 공연하는 것 사이
변화시킨 것 같다. 수업을 마친 후에도 학교나 집으
에 차이가 있다면 어떤 지점일까?
로 돌아가 컴퓨터 게임이나 TV만 보지 말고 이런 놀 이를 계속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비단 여기에
창작할 때, 전달하고자 하는 의도나 메시지보다는
서만의 놀이나 이야기 나누기가 아니라 생활 속에서
작용들에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작업을 해왔다. 가
지속되었으면 좋겠다. 부모님들이 그냥 책만 사주는
능한 열린 텍스트를 가지고 관객들이 그것을 매개
게 아니라 아이들이 부모님의 목소리를 통해서 옛날
로 사유를 확장해나갈 수 있는 작업을 하려고 노력
이야기를 전해들을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지기를
하는 편이다. 예술교육을 진행할 때도 이런 관계미
바랐고, 그런 마음을 전달하려고 애썼다.
학적 작업을 할 때와 마찬가지의 생각을 기반으로
공연자와 관객 사이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현상들,
접근했던 것 같다. 예술교육은 참여자들의 변화가 시간대별로 다 느껴진다. 서로 계속해서 질문하고 예술교육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인상적인 사건이나 힘든
답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예기치 못했던 상황이 벌
일이 있었는지.
어지기도 하고 연극보다 더 연극적인 순간들을 만
프로그램이 무료로 진행되다 보니 재미있다는 것
나게 되기도 하는데, 이렇게 살아있는 삶의 진실한
을 알고 자발적으로 온 친구들도 있지만, 부모님
모습에 다가가게 될 때 감동을 느낀다. 이번에 아
에 의해 참여하게 된 친구들도 있다. 그런 경우 참
이들과는 처음 수업을 했는데 학습이나 훈련에 길
여도가 달라진다. 의무적으로 온 친구들은 이 시간
들여진 모습에서 벗어나 새로운 감각을 열어가는
을 즐기지 못하고 견뎌야 하는 것이다. 초반에 몇
변화의 과정이 정말 감동적이었다. 끝나고 나서 나
몇 아이들은 꿈다락에는 나오겠지만, 공연에서 빼
자신도 성장과 보람을 느꼈다.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초반 뛰놀 과정에서 놀 이를 하다 보면 서로 부딪치거나 할 경우 바로 공 격적인 태도를 보여 갈등이 생기거나, 남학생과 여
앞으로 문화예술교육을 하고자 하는 분들과 공유하고 싶은
학생 사이에 손잡는 것을 완강하게 거부하는 등 스
이야기가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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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교감하는 것이 중요하다. 교감하기 위해서 는 서로 상호관계가 되어야지 일방적이 되면 불가 능해진다. 교감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이거다’라고 딱 잘라 말할 수 없는 것이 상대에 따라, 상황에 따 라, 방법이 계속 달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을 충분히 관찰하고 상대에 맞는 방법들을 계속 찾아 가야 하지 않을까. 그 상대가 아이들이라면 함께 뛰 어놀면서 아이들의 말에 귀 기울이고 정답을 주기 보다 질문을 많이 하면서 아이들의 생각을 들으려 고 노력하다 보면 더욱 풍성한 것들을 만나게 되지
윤혜진 극단 전망에서 연출로 활동하고 있다. 작품으로는 <아무것도 없는>(2016), <해맞이>(2015), <뼈의 노래>(2015), <어느여름날>(2013) 등이 있다. 2013 아르코 차세대 연출가, 2014 유망예술육성지원 NArT 지원사업, 2015 공연예술스타트업–대학로예술생태 프로젝트에 선정된 바 있다. 늦은 오후,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 한 장의 시(詩)와 같은 무대를 꿈꾼다.
않을까. 예술은 본질적으로 놀이를 근간으로 한다 고 생각한다. 예술교육에서 틀에 짜인 학습이 아니 라 놀이로부터 접근한다면 충분히 즐기면서도 그걸 통해 예술을 체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예술 교육의 기회들이 앞으로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홍은지 다양한 공연방식을 고민하고 고안 중인 공연예술 연출가. 얼라이브아츠 코모(alivearts como, collectors of moments)에서 여러 분야의 아티스트들과 함께 순간을 채집하고 그 흔적을 담아내고자 노력하고 있다. <팰름시스트>, <벙어리시인>, <카페더로스트> 등을 연출했다. eufy6542@hanmail.net
인터뷰 사진 마루스튜디오
수업 사진 제공 정동극장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6년 10월 4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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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없던 여행 도구, 장롱 속 악기 김동재 신나는섬 멤버, 주말문화여행 ‘장롱에서 꺼낸 악기와 떠나는 여행’ 주강사
송현민 음악평론가
장롱 속에는 엄마의 운전면허증이, 장롱 위에는 내
악기 셰이커(Shaker), 입으로 불어서 소리 내는 카
가 어릴 적 연주하던 악기들이 잠들어 있을지도 모
주(Kazoo)가 제공된다. 누구든지 곧바로 손쉽게 소리 낼 수 있는 악기다.
른다. 그 악기의 잠을 깨우는 순간, 우리는 어디론 가 떠날 수 있다. 왜? 꿈다락 토요문화학교의 ‘주말 문화여행’이 있으니까.
“길을 걸어갈 때 악기 든 사람을 많이 볼 수 있어요. 우쿨렐
이 주말문화여행의 하나인 ‘장롱에서 꺼낸 악기와
레, 기타 등등 말이죠. 생각해보면 집에서, 장롱 속에서 잠
함께 떠나는 여행’(이하 ‘장롱악기여행’)은 어쿠스
자고 있는 악기들이 많을 겁니다. 어느 날 그것들을 깨워
틱밴드 ‘신나는섬’과 함께 떠나는 여행이다. 올해 9
여행을 가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오랜만
월부터 시작된 ‘장롱악기여행’은 좀 독특한 여행이
에 꺼낸 악기를 연주한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닐 거예요. 연
다. 먼저, 참가 신청을 받고 한 기수를 선발한다. 참
습과 연주를 자주 하면 악기를 왜 장롱에 넣어두겠어요.(웃
가자들은 학령기 아동 청소년을 포함한 가족 단위
음) 그래서 처음 만난 가족들과 ‘더듬더듬’ 함께 할 수 있는
로, 몇 가족이 함께한다. 그들은 신나는섬과 두 번
노래들을 골라서 함께 합니다.”
만난다. 2~3시간 동안 진행되는 첫 번째 만남은 신나는섬과 참가 가족들이 서로의 얼굴을 익히는
생면부지의 사람들은 다 함께 모여 <곰 세 마리>,
시간이다. 그리고 1주일 뒤에 모두들 다시 만나 본
<동네 한 바퀴>, <섬집아기>, <퐁당퐁당>, <앞으로>
격적인 여행을 떠난다. 손에는 각자의 악기가 들려
등을 함께 연주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섬이 있
있는, 당일치기 여행이다.
다”는 시구처럼, 이들, 그 사람과 사람들 사이에는 음악이, 그리고 신나는섬이 있다.
당신의 동심을 찾아드립니다
“역시 예상대로 합주는 더듬더듬했어요.(웃음) 여행을 가면 서 참가한 가족들과 신나는섬의 멤버들이 석양이 지는 하
김동재는 신나는섬의 멤버이자 ‘장롱악기여행’의
동 벌판을 배경 삼아 <앞으로>를 연주하면서 걸어가는 것
가이드다. 그는 발길 닿는 대로 처음 만난 가족들
을 상상했는데, 그것이 현실이 되기도 했죠.”
을 이끈다. 김동재는 ‘장롱악기여행’을 다녀온 뒤, 참가자들이 “낯선 사람과의 만남은 처음 보는 악기와 조우하는 것 같아
추억을 되새길 수 있도록 사진들을 연이어 영상을
요. ‘어떻게 연주해야 하지?’라는 호기심처럼, 처음 만나는
만들어 게재한다. 하지만 낯선 이들과의 여행이 어
사람들과 ‘어떻게 해야 친해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늘
디 쉬울까.
들어요. 약간의 두려움과 호기심 같은 거 말이죠.” “그렇죠. 힘들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네 가족이 참 ‘장롱악기여행’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장롱
여한 여행이었어요. 아이들은 언제 봐도 늘 귀여워요. 그런
속 악기를 챙겨올 필요는 없다. 장롱이란 그저 그
데 아버지들이 늘 힘들게 하세요.(웃음)”
동안 잊고 있던 동심과 추억의 상징일 뿐. 빈손으 로 온 가족들에게는 손으로 흔들어 소리 내는 리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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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아버지. 그들은 강하다. 그 강인함은 하
음악과 여행이 어우러지도록
나밖에 없는 가족을 모진 세상으로 지켜내는 큰 힘 이지만, 때로 자신을 드러내고 싶을 때도 그 감정
‘장롱악기여행’을 함께 하는 신나는섬은 바이올린,
과 기분을 채우는 단단한 자물쇠가 된다. ‘장롱악기
아코디언, 퍼커션, 기타, 우쿨렐레, 하모니카 등으
여행’이 빗장을 푸는 것은 악기를 재우고 있는 장
로 구성된 5인조 밴드다.
롱의 문뿐만 아니라 이런 이들의 마음이기도 하다. “밴드의 명칭은 사실 별다른 생각 없이 지었어요. 그런데 “경상도 분이셨어요. 여행 시작부터 끝까지 한마디도 안 하
지어놓고 보니 ‘신나는’과 ‘섬’이라는 부조화가 재밌게 다가
시더라고요. ‘꿔다놓은’ 보릿자루 그 자체셨죠.(웃음) 신나
오더라고요. 섬은 흔히 고립을 뜻하잖아요. 이율배반에서
는섬 멤버들과 참가자들의 합주를 위해서 셰이커나 카주의
오는 재미? 우리는 늘 동화에서 일어날 법한 상상을 많이
기본적인 연주법을 알려드리는데, 저희가 알려드린 것만
해요. 우리의 노래 중 <야옹군 답장 부탁해>는 고양이한테
묵묵히 열심히 하시더라고요. 별다른 감흥이 없으신가보
편지를 주는 내용이고요, <크루멜리스>는 동화 속 말괄량
다 했어요. 그날 작별 인사를 하면서 신나는섬 멤버들과 멀
이 삐삐가 먹었던 초록색 콩의 이름이에요. 우리의 음악을
리서 서로 안녕을 외쳤죠. 그런데 그분이 웃는 얼굴로 “저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가족 어드벤처’라고 할까요?”
희도 즐거웠어요!”라고 크게 인사를 하시더라고요. 또 다 른 일화는 2기랑 함께 갔던 경기도 포천에서의 일이에요. 블루베리 농장이 있었는데, 한 분이 그 잎사귀를 따더니 그
김동재는 고교 시절 사물놀이를 접하며 음악에 눈
것으로 풀피리를 부시더라고요. 참으로 무뚝뚝해 보이셨는
들으며 깨닫는다. 세상에 이렇게나 많은 음악이, 신
데. 그 모습이 아직도 제 기억에 선명히 남아 있어요.”
기한 음악들이 있다니! 아버지가 취미로 치던 기타
떴다. 그러던 중 신해철과 그룹 넥스트의 음악을
를 잡은 때는 고3 시절. 대학에서는 신문방송학을 장롱 속 잊고 있던 악기, 마음속에 잊고 있던 동심.
전공했고 노래패에서 활동했다. 졸업 후 사회단체
그것을 찾는 기쁨, 찾아주는 기쁨이 ‘장롱악기여행’
에서 활동하다가 20대 말미에 음악으로 삶의 방향
이 김동재에게, 참가자들에게 주는 소소한 기쁨이다.
을 결정했다. 2011년부터 신나는섬을, 그리고 작 년에 또 다른 밴드 ‘오즈(OZ)’를 결성하여 활동하고 있다. 기타, 우쿨렐레, 하모니카, 타악기를 다루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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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는 만돌린과 벤조(기타 모양의 민속악기) 배우
이 함께 모여 연주를 하는 거예요. 엄마와 아빠, 딸과 사위
기에 빠져 있다.
가 함께요. 연주를 하면서 이야기를 하고, 서로의 악기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연주하는 동안 눈 맞춤을 하고요.
“현재 지역아동센터에서 수업도 하고 있어요. 8~9년 정도
서로를 알아가는 순간이죠. 음악과 함께.”
되었죠. 제가 사회에 처음 나가 가르쳤던 초등학생 중에 지 금은 대학생이 된 아이들도 있어요. 그중에 음악 관련 협동
그렇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아무
조합을 만들어 사회활동을 하는 친구들이 있더라고요. 어
것도 살지 않을 때, 그 사이는 적막하다. 하지만 그
린아이들의 삶에 다가간 음악이 그들의 삶을 바꿔놓을 수
섬이 ‘신나는 섬’이어서 음악이 함께 할 때, 그동안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잊고 있던 너와 나, 가족의 소중함이 새롭게 다가올 것이다. 오늘, 우리 집의 장롱을 한번 뒤적여 보자.
김동재와 신나는섬은 유랑프로젝트 ‘다니다’ 등을 비롯하여 여행과 음악이 함께 하는 길을 걷고 있다. 2015년 라오스에서의 일이다. 여행 도중 김동재 가 탄 버스가 고장 났다. 무료함 속에 그는 우쿨렐 레를 꺼내들었다. 연주가 시작되고 음악이 번지니 ‘2시간 30분’ 동안의 기다리는 시간은 곧 공연 시 간이 되었다. 누군가는 빈 깡통에 돌을 넣어 옆에서 ‘합주’를 하기도 했다. 게스트하우스에 들려서는 우 쿨렐레를 신기하게 바라본 사장에게 악기를 알려주 고 귀빈 대접을 받기도 했다. 음악이 있는 길을 걷 는 것이 아니라, 길 위에 음악을 입히며 재밌게 살 고, 음악을 통해 교감하는 법을 체득하고 있다. 때로 는 우락부락 캠프와 같은 문화예술 캠프에 참가하 여 이러한 노하우와 경험을 공유하기도 한다.
음악이 있는 섬, 신나는 섬으로! 김동재는 ‘장롱악기여행’을 통하여 참여하는 가족 들과 함께 여행하고 싶은 곳이 많다. 세상은 넓고,
김동재 어쿠스틱밴드 ‘신나는섬’ 멤버로 기타와 보컬을 맡고 있다. 2011년 음악으로 만난 지인들과 결성한 ‘신나는섬’에서 어쿠스틱 악기들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사운드에 대한 시도를 거듭하며 창작과 공연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역아동센터에서 음악으로 아이들과 만나왔으며, 2015 인문예술캠프 ‘달빛감성’ 청년참여형 프로그램, 2016 창의예술캠프 ‘우락부락’, 2016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주말문화여행에 작가로 참여했다. 신나는섬 홈페이지 www.bandpage.com/joyfulislan
음악은 많으며, 장롱 속에서 잠을 털어내지 못한 악기는 얼마나 많던가! “여행지를 선정할 때는 사람이 많지 않은 곳을, 그리고 여 행은 ‘유유자적’ 콘셉트로 합니다.” 주어진 시간은 당일 하루지만, 음악과 함께 최대한 유유자적하려 한다. 목적 없는 느린 시간과 흐름 속에서, 너와 나 사이에 잊고 있던 소통의 기운을 참가 가족들이 발견하게 하기 위해서다.
송현민 음악평론가. 월간 [객석] 기획실장. 음악 듣고, 글 쓰고, 음악 하는 사람 만나며 책상과 객석을 오고간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공부했고, ‘한반도의 르네상스’를 주장했던 음악평론가 박용구론으로 제13회 객석예술평론상을 수상했다. bstsong@naver.com
“가족 밴드! 멋있지 않아요? 악기를 연주한다는 건 내 소 리를 듣는 것도 있지만, 남의 소리를 듣는 것도 중요하잖아 요. 예전에 일본에 초청을 받아 간 적이 있었는데 한 가족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6년 11월 15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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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 나무, 돌에 사람의 온기를 더해 2016 문화예술 명예교사 ‘특별한 하루’ <도심 속 한옥에서의 특별한 하루>
2016 문화예술 명예교사 ‘특별한 하루’ 명예교사로 위촉된 문화예술계 저명인사와 시민이 만나 함께 이야기하며 문화예술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경험을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그중 전통특화 프로그램은 우리 문화의 정체성, 전통문화의 특성을 이해하고 그 속에서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를 준비했다. <한옥 스테이, 도심 속 한옥에서의 특별한 하루>는 서울 도심 한복판, 남산골 한옥마을에서 하룻밤 머물면서 명예교사와 함께 전통문화와 예술을 체험해보는 귀한 시간을 가졌다. 첫날밤에는 최상일 명예교사와 함께 민요 이야기도 듣고 직접 노래를 지어 불러보는 <재미있는 토속민요 이야기>, 둘째 날 아침에는 조인숙 명예교사와 함께하는 <한옥 이야기Ⅱ-남산골 한옥마을>로 남산골 한옥마을을 구석구석 둘러보며 한옥의 깊은 멋을 느껴보았다.
조숙경 그림책작가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6년 9월 27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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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른 돌 위에 단단한 소나무로 몸을 바로 세웠어. 양팔을 곧게 뻗어 뜨거운 불을 견뎌낸 흙 기와를 올렸지. 까만 머리 위론 파란 하늘이 얹혀 졌어. 그리고 사람의 온기가 더해지자 비로소 한옥이 되었다고.
아이들이 그리는 상상과 일상 최예지 일상 예술가, ‘어린이는 무엇을 믿는가’ 참여 예술가
강나경 제주문화예술재단 문화예술교육팀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어린이는
왔던 사진들을 엮어서 독립출판물을 준비하고 있
무엇을 믿는가’는 어린이가 바라본 세상을 시각예술분야의
었다. 그때 편집 일을 하고 있던 지인이 소개해준
예술가와 함께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기획된
출판사에서 제주와 관련된 출판물을 기획 중이라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으로‘어린이의 세계를 믿는다’라는
며 작업에 참여해 줄 것을 제안했다. 제주와 관련
주제로 자신만의 세계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도록 2013 년부터 시행되었다. 올해는 드로잉, 목공, 사진, 설치미술 등
된 20개의 콘텐츠를 작성하는 작업이었는데 거기 에 참여하게 되면서 제주와 인연이 닿았다. 그때 만
각 분야의 예술가들이 지난 9월부터 서울, 충북(제천), 전북
났던 제주가 인상 깊어 작업을 마무리하고도 제주
(진안), 경남(거창), 제주 등지에서 프로젝트에 동참하고 있
에 남게 되었다.
다. 제주에서는 산티아고 여행담을 담은 산문집 『의외로 간 단한:)』, 아트북 『제주를 그리다』의 저자이기도 한 최예지 작 가가 <우리는 모두 일상 예술가>라는 프로그램으로 아이들
작가 활동을 중심으로 하다가 이번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어
과 함께하고 있다. 제주의 다채로운 풍경만큼이나 다양하고
린이는 무엇을 믿는가’에 참여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상상력 넘치는 제주 어린이들의 일상을 함께 그려나가고
조금 더 제주에서 자리 잡게 되면 ‘예지 이모네 미
있는 최예지 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술방’을 만들어 아이들과 일상 속 이야기를 그림으 로 그리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이 들과 그림 그리는 과정, 아이들이랑 있었던 에피소
‘일상 예술가’라는 타이틀로 활동하고 있는데 주로 어떤 방
드를 같이 그림과 글로 엮어서 『아이들의 눈』이란
향으로 작업하고 있나?
제목으로 책을 내면 어떨까 하고 있었는데 ‘어린이
일상에서 내가 보는 모습과 느끼는 것을 글과 그림
는 무엇을 믿는가’ 프로그램이 내가 생각하고 있던
으로 표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25년 동안 서울 에서 살다 우연한 계기로 제주로 오게 되었는데, 제
부분과 너무 잘 맞아 참여하게 되었다.
주에 와서 보니 계절의 변화 등 자연의 모습이 무 척 신기하게 느껴졌다. 나는 주로 눈에 보이는 것들
프로그램 제목이 <우리는 모두 일상 예술가>이다. 수업하
을 그리는데 처음 제주에 와서 신기하게 보았던 게
면서 본 아이들의 일상 모습은 어땠나?
‘당근’이었다. 지나가다 줄기가 긴 식물을 보고 “할
제주 아이들은 좀 더 자연과 가까운 삶을 살고 있
머니, 그게 뭐예요?”라고 물었는데 당근이라고 말
을 줄 알았다. 그런데 제주에 있는 아이들도 도시
씀하셔서 굉장히 신기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부터
아이들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아 놀라웠다. 물론
내가 보지 못했던 것들,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여기 오는 아이들이 모든 제주 아이들을 대표한
모습을 중심으로 작업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도시의 아이들처럼 학교에 다녀와 학원에 가는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그림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아이들이
서울 생활을 하다 산티아고로, 그리고 제주로 와서 활동하
바다나 오름같이 눈에 보이는 자연적인 소재를
고 있는데 많은 도시 중 제주에 온 이유가 있다면?
많이 그릴 줄 알았는데, 결국 자기 머릿속에 있는
우연한 기회로 산티아고에 다녀오게 되었고, 다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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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들을 도화지에 옮기고 있었다. 마을지도 그리기
시간에도 길옆에 공룡이나 토끼를 그린다. 자기가
있는 나무를 그릴 줄 알고 어떻게 그릴지를 상상했
좋아하는 무언가를 도화지에 옮기는 것이었다.
다. 그런데 나무를 그리는 아이는 아주 조금밖에 없 었고 대부분은 우리 모두의 예상을 비껴가는 그림을 그렸다. 물감을 손으로 문대고 지문을 찍는 등 우리
처음으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아이들과 만
가 보기에 일정한 형태가 있는 그림을 거부하는 듯
나면서 달라졌거나 느낀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한 그림을 그렸다. 마치 놀이 같았다. 그 수업이 굉장
그림을 그리기 전에 아이들과 일주일 동안 무엇
히 인상에 많이 남는다. 특정 형태가 아닌 아이들 상
을 했는지 충분히 이야기하고 수업을 진행한다. 그
상 속의 무엇인가를 표현해 내는 것 같았다.
런데 프로그램 초반에는 “뭐했지? 뭐했지?” 하면 서 이야기를 못 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왜 대답을 못 하나 생각했는데, 막상 반대로 나에게 “작가님
아이들이 ‘자신만의 세계를 믿는다’는 건 어떤 것일까?
은 일주일 동안 뭐하셨어요?” 라고 물어보니 나도
아이들이 무엇을 믿고 있는지 우리가 직접 질문한 적
대답을 할 게 없었다. 나도 작업을 할 때 주변에 보
은 없다. 다만 아이들 그림을 보면서 느껴지는 것은
이는 것 중심으로 그리기 때문에 흰 도화지를 주고
각자의 머릿속에 생각하는 것이나 스스로의 관심사가
그리고 싶은 걸 그려보라고 하면 어떻게 시작해야
많이 반영되어 있다는 것, 그리고 가장 알고 싶고 오
할지 무척 고민하게 되는데, 아이들과 함께 프로그
히려 몰라서 궁금한 세계를 믿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램을 진행하면서 그런 부분을 깨고 있는 것 같다. 생각하고 상상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가지는 방향으 로 점점 더 변화되는 것 같다.
앞으로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이루고 싶은 것이나 참여한 아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괜찮아, 네 마음대로 해”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프로그램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이 말을 자주 하는데, 학교
통유리로 되어있는 교육장소 창문에다 그림을 그리
에서든 집에서든 이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어 더
는 시간이었다. 근처에 산이 있어서 나무가 굉장히
혼란스러워 하는 것 같다. 정말 이렇게 해도 되는
많이 보인다. 우리는 아이들이 창을 통해 바로 볼 수
건가 하는 의심이 있는 것 같다. 우리도 처음에는
PART 4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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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을 어떻게 이해시킬 수 있을지, 어느 정도까 지 아이들에게 가이드라인을 줘야 하는지 판단하 기 어렵고 힘들었다. 매번 수업을 마치고 운영진과 한 시간 넘게 회의를 한다. 그런데 그럴 때마다 우 리가 너무 많은 가이드라인을 주면 학교 수업과 이 프로그램의 차이점이 뭔가, 하는 질문을 하게 된다. 이 프로그램에서만큼은 아이들이 무엇을 해도 괜 찮다는 말을 많이 듣고 갔으면 좋겠다. 나중에 이 아이 중 한 명이라도 ‘내가 자라면서 무엇을 해도 괜찮다는 말을 누군가는 해 주었어, 지지해 줬어’라
최예지 어느 날 갑자기 주어진 비행기 티켓을 받아들고 떠난 산티아고 여행담을 산문집 『의외로 간단한:)』(2014)으로 펴내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는 일상 예술가로 활동하며 에세이 『계절을 기다릴게』(2015), 아트북 『제주를 그리다』(2016)를 집필했다. 《봄과 바다》(2015), 《나의 제주》(2015) 등 개인전을 열며 일러스트레이터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2016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어린이는 무엇을 믿는가’ 참여 작가로 제주 아이들과 만나고 있다. www.art-ye.com
고 기억할 수 있다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당신에게 문화예술교육이란? 아이들이랑 함께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만 가지 고 있었지 ‘문화예술교육’이라는 단어를 구체적으로 떠올린 적은 없었다. 문화예술교육을 연구하거나 전 문적으로 배운 것은 아니지만, 분명 그동안 내가 그 것을 품고 있었기 때문에 지금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은 내가 가지고 있었던 ‘표현
강나경 대학에서 미술교육과 심리학을 공부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를 거쳐 현재는 제주문화예술재단에 근무하며 그간 경험을 토대로 제주에서 무엇을 하면 좋을지 고민하는 중이다. museum1013@hanmail.net
에 대한 가치’가 이런 기회를 통해 실현되는구나 싶 다. 그리고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문화예술교육이 라는 단어는 내가 앞으로 작업 활동을 할 때도 계속 함께 가져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문가들이 보기에 부족한 부분도 있겠지만, 지금 이렇게 가고
사진 김승환(영상작가, 재주도좋아)
있는 방향이 맞다,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믿음 이 생긴다. 지금처럼, 끝까지, 아이들을 지지하는 사 람으로 문화예술교육을 접하자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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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6년 11월 29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70대 상이군경과 20대 현역 군인의 콜라보 임승규 낭만기획 대표, 김보성 C.ART컴퍼니 대표 이초영 문화기획자, 별일사무소 대표 임승규(왼쪽), 김보성
2016년 10월 20일, ‘2016 부처 간 협력 문화예술교육 지 원사업’의 일환으로 70대 상이군경과 20대 현역 군인의 합
께 하는 문화예술교육이라는 문구를 봤다. ‘한번 도 전해볼까?’하고 시작했는데 무척 즐겁다.
동공연 <우리의 노래, 함께하는 울림>이 열렸다. 낭만기획 과 C.ART컴퍼니가 공동 기획한 이 공연은 그동안 단체 간 의 협업(Collaboration)이 많았을 것이라는 추측을 깨고 첫 합동공연으로 회자되고 있다. ‘2016년 부처 간 협력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군부대)’에 선정된 낭만기획은 육군 제1포병여단 직할대 733대대 외 3개 대대에서 합창과 아카펠라 교육을 진행 중이다. ‘2016 부처 간 협력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상이군경)’에 선정된 C.ART컴퍼니는 보훈복지문화대학 대전캠퍼스에 소속된 8 명의 상이군경과 6명의 미망인이 만든 난타 커뮤니티 ‘큰
두 분 모두 교육대상을 잘 이해하고 계셔서 프로그램을 직접 기 획할 때부터 남달랐을 듯하다. 어떻게 접근하기 시작했는가? 김보성
상이군경은 투철한 애국심과 높은 자긍심을
가진 반면 보수적 사고가 강한 분들도 계셔서 걱 정스러웠다. 보통 60~70대 노인이며 부상 후 장 애가 있기도 하다. 따라서 장애인 대상, 노인 대상 의 음악 교육 전문가들과 함께 어떻게 교육적으로
울림’의 교육을 2년째 진행 중이다. 같은 듯 다른 활동을 하
접근해야 마음을 여는 동시에 자신감, 성취감을 줄
고 있는 두 단체가 협업하여 <우리의 노래, 함께하는 울림>
수 있을까에 대해 자문회의를 진행했다. 또 아르떼
공연을 올리기까지의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낭만기획
아카데미 연수 참여 시, 노인 대상 음악프로그램을
임승규 대표, C.ART컴퍼니 김보성 대표를 만났다.
진행한 강사들에게도 많은 조언을 들었다.
군인 대상의 문화예술교육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를 알고
현역 군인들은 상이군경과 정반대이다. 20대 의 젊고 건강한 청년들이다. 다재다능하고 끼 많은
싶다.
이들이 제한된 자유만 허락된 환경에 살고 있다.
임승규
사실 군인들이 느끼는 결핍은 누구도 해결해줄 수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꼬마작곡가 프로그램을
없다. 전역하면 해결된다.(웃음) 결핍을 채우는 제
통해 문화예술교육 분야를 알게 되었고 4년간 진 행하면서 더욱 관심을 가졌다. 어린이뿐만 아니라
일 좋은 방법은 시간이 잘 흘러갈 수 있도록 도와
다른 교육 대상과 함께 하는 새로운 방식의 문화예
대한 표현하고 발산해야 흥미와 즐거움을 느끼며
술교육을 꿈꿨는데 부처 간 협력사업인 ‘군부대 문
다음 주를 기다릴 수 있다. 어떻게 가르치는가 보
화예술교육’을 알게 되었다. 군복무 했던 기억을 되
다는 가진 재능만 발견해 주고 즐길 수 있도록 만
살려 군인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드는 게 나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임승규
주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재능과 끼를 최
그래서 시작했다. 김보성
어르신들은 쉬운 동작의 반복 연습이 필요하
저도, 우리 단체 강사 중 한 분도 아버지가 월
다. 허리, 고관절 질환 등의 신체적 특성으로 인해
남전 참전 국가 유공자이다. 워낙 어릴 때부터 군 인에 관해선 익숙했다. 나 역시 공연자, 연출가 외
15분 이상의 수업진행이 힘들다. 그래서 빨리 눈 에 띄는 성과를 보이기 어렵다. 하지만 성과에 치
에 다른 가치 있는 일을 찾던 차에 상이군경과 함
우치면 과정에 대한 의미가 사라진다.
김보성
PART 4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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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동공연 <우리의 노래, 함께하는 울림>에 대해서 자세히
물리적으로도 거리가 있는 두 그룹의 연습 과정뿐 아니라,
알고 싶다. 어떻게 합동공연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어떤 목
체계가 엄격한 군부대의 협조를 구하는 과정까지 합동공연
적을 가졌는지 궁금하다.
준비가 쉽지 않았을 거라고 짐작된다. 두 단체는 어떻게 협 업했는가?
김보성
우리는 눈 내리는 날에 처음 만났다.(웃음) 문 ‘무조건 공연하자’는 공동 목표를 세우고 조
화예술교육에 대해 고민이 생길 때쯤 임승규 대표를
김보성
만나서 이야기가 잘 통했던 것 같다. 사실 단체 입장
명, 음향, 버스 대절 등의 공연 준비목록을 작성해
에서는 기존 프로그램을 해오던 대로 진행하면 더
서 서로 해야 할 일을 나눴다. 군부대 사업을 하는
편하겠지만 똑같이 진행하기 싫었고 작년과 다른 형
낭만기획이 호스트가 되어 저희를 초청하는 입장
태의 발표회를 고민 중이었다. 작년 시범사업의 경
이라 할 일이 더 많기 때문에 우리도 많이 준비하
우, 공연을 준비할 때 어르신들이 스스로 모여 자발
려고 노력했다.
적으로 연습하는 열의를 보였기 때문에 이번 공연에 서 그들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올리고 싶었다.
현재 3개 부대에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진행 중인데 공연은 그 중 육군 제1포병여단 직할 임승규
사업설명회에서 잠깐 이야기를 나눈 계기가 이런
대 733대대와 함께 진행했다. 힘들었던 점은 공연 관련하여 부대 협조사항을 공문으로 전달했는데,
결과로 이어졌다.음악을 통한 세대 간의 소통과 화
내부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사전 논의로 허락
합을 이번 공연의 목적으로 설정하고 시작했지만
된 사항들이 공연 당일에 제재를 받은 것이다. 군
돌이켜 보면 그것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너무 부족
부대의 협조를 위해서는 공문이 제일 중요하다는
하다. 이번 공연기획의 시작은 개인적인 열정 또는
점을 알게 되었다. 요청사항과 변경사항이 생길 때
욕심을 넘어 각기 다른 교육 대상자들에게 더 좋은
마다 무조건 문서화하여 공문 방식으로 전달해야
경험과 의미를 제시하고자 하는 김보성 대표와의
하고 해당부서까지 잘 전달되었는지도 꼼꼼하게
공통된 고민에서 시작되었다. 그간 한국문화예술
점검해야 한다.
임승규
우리 둘은 전혀 모르는 사이였다. 우연찮게
교육진흥원 사업을 보면서 당연히 단체들끼리 연 파주와 대전이라는 거리로 인해 합동연습이
합한 합동공연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우
김보성
리가 처음이라고 들어서 의아했다. 사실 다른 단체
어려워서 공연이 기획된 4월부터 SNS 밴드를 만
의 대표들과도 안면을 텄지만 본인들의 교육적 노
들어 각 그룹이 연습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
하우 유출에 대한 걱정 때문인지 구체적인 일 이야
하여 공유했다. 두 그룹에게 서로의 모습을 보여주
기를 꺼려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김보성 대표와
고 공연에 대한 코멘트도 달면서 의사소통했다.
는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고민을 의논하면서 서로 공연 연습은 미리 레퍼토리를 정하고 파트별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눴고 무엇이든 같이 해보
임승규
자는 의견이 합동공연으로 이어졌다. 아이디어를
로 나눠서 연습했다. 객관적으로 봐도 합동공연은
나누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매우 성공적이었다. 사실 잘 마칠 수 있을까 긴장했 다. 노래를 잘 하고 난타를 잘 치는 것도 중요하지
이번 합동공연은 나라를 위해 애국하고 수호
만 두 그룹이 공연에 몰입한 모습이 최고였다. 아무
한 선배들에게 존경의 의미를 담은 후배들의 선물이
래도 오전에 상이군경 어르신들과 함께 시간을 보
다. 합창과 타악으로 모두가 하나의 소리를 내면서
내면서 군인들의 태도에 변화가 생긴 것 같았다.
김보성
느낄 수 있는 희열과 즐거움이 공연의 목적이었다. 특히 가장 큰 감동을 주는 건 진솔한 공연이라고 생 각한다. 평균 74세(최저 68세, 최고 76세) 어르신 들이 어떻게 연습했는지, 20대 현역 군인들이 어떤 마음으로 공연을 준비했는지의 과정이 소중하다.
군인들의 태도 변화는 어떤 지점인지 궁금하다. 임승규
행사 당일 공연 전에 ‘마음의 편지’를 진행했
다. 자신의 마음을 가사로 적어서 합동공연에서 랩 으로 발표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처음 만난 두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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룹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며 술술 가사를 적 어 내려갔다. 힙합의 랩 가사에는 비속어도 나오는 데, 어르신들이 나서서 “하고픈 이야기 있으면 다 해!”하며 북돋아주셨고, 힘든 일이 있던 장병 이야 기를 듣고 “애들아, 우리 찬희 괴롭히지 마라.”하고 대신 가사를 써주셨다. 공연 이후, 장병들과 합동 공연에 대한 합평회 시간을 가졌는데 말로 표현하 기 어렵지만 뭉클함이 있었다고 했다. 이런 계기를 통해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켰던 군인과 그들의 미 망인을 보며 여기서 이렇게 나라를 지키고 있는 이 유를 조금은 찾았다고 생각한다. 공연 또한 장병들 스스로 최고의 열정을 쏟았기 때문에 희열 이상의
들, 손자인거다. 또 군인들은 어르신들과 손잡고 팔짱
감동을 각자 얻어가지 않았을까. 이런 개인의 변화
을 끼면서 친근하게 대했다. 우리는 공연만 계획했을
는 강사가 절대 만들어 줄 수 없다.
뿐, 자연스러운 분위기는 그들이 스스로 만들었다.
김보성
‘마음의 편지’ 프로그램은 판소리의 ‘사설’과
임승규
상이군경 어르신 한 분이 병상에 있는 부인에
유사하다. 프로그램 중 어르신들이 속마음을 적은
게 농담으로 “죽더라도 공연 다녀온 것 보고 가야
사설을 악기를 두드리면서 표현하는 과정이 있다.
해.”라고 하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꼭 공연영상을
장르만 달랐지 어르신들도 경험이 있었고 준비가
보내드리고 싶었는데 촬영에 제약을 받아서 보내
되어 있었다. 이런 시도를 세대 간 통합, 상대를 대
지 못했다. 죄송스럽고 마음이 아팠다.
하는 태도의 변화로만 해석하기엔 뭔가 아쉽다. 두 단체는 물론 참여한 어르신들과 군인 모두가 기억에 남 합동공연에서 실제 공연은 어떻게 이뤄졌나?
을만한 공연이었던 것 같다. 한 번으로 끝나기엔 아쉬움이 많겠다. 앞으로 합동공연을 다시 추진할 의향이 있나?
공연은 총 1시간 정도 진행되었다. 상이군경 이 난타, 군 장병이 합창 공연을 하고, 마지막엔 두
임승규
김보성
당연히 있다. 하지만 먼저 내년 지원사업에
그룹이 함께 군가를 연주하고 노래했다. 저희는 군
선정되어야 한다.(웃음) 생전 처음으로 조명도 담
가 합창대회를 나갔기 때문에 이미 군가 레퍼토리
당했고 동대문에서 천을 사 와서 직접 무대도 꾸몄
를 가지고 있었다.
다. 이번 합동공연에서 노하우가 많이 쌓였다.
김보성
군가는 두 그룹이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면서도
임승규
꼭 합동공연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형태의 결
상이군경 분들을 위한 곡이기도 했다. 공연 중 <멸
과로 나올 수 있다. 다음엔 교환강의를 하거나 서
공의 횃불>에 맞춰 군인들이 노래하면 2절 간주에
로의 교육현장을 견학하는 등의 방법도 논의했다.
서 어르신들이 등장해 북을 친다. 이 때 어르신들
무엇이든 새롭게 시도할 수 있다.
이 쳐야할 북을 군인들이 들어서 무대로 함께 옮겨 주는 장면이 무척 인상 깊었다. 앞으로 군인 대상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할 사람들 을 위해 조언을 부탁한다. 군인 대상 문화예술프로그램은 합동공연을 진행하면서 특별하게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김보성
참여자 중 김복자 어르신이 733부대 근처부터
어디에 주안점을 두어야 할까? 임승규
군대에서는 ‘내(나)’가 없어진다. 독자적인 주
계속 눈물을 흘리셨다. 알고 보니 당신의 아들이 복
체를 지우고 획일화된 단체로 만든다. 그 결핍에
무했던 부대였다. 이분들에게 장병들은 모두 자기 아
집중했다. 우선 프로그램 전반부에 상대방과 생각
PART 4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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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주고받으며 본인은 물론 서로 다른 존재를 인 정하고 존중하는 계기를 주려고 노력했다. 그 다음 엔 음악을 통해 군 생활의 피로와 스트레스를 해소 할 수 있길 바랐다. ‘오늘은 뭐할까?’하는 기대감과 흥미를 느끼게 하는 프로그램을 계속 고민 중이다. 체계적이면서도 따뜻한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김보성
‘관계’에 주목한다. 우리 단체는 상이군경 외에
현역 군인 대상 프로그램도 진행 중인데 참가자를 호칭할 때 개인의 이름으로 부른다. 그들의 진실한
임승규 낭만기획 대표. 추계예술대학교에서 작곡을 전공하고 2013년부터 익산문화재단, 대구 남구청소년창작센터, 의정부예술의전당 등에서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꼬마작곡가 TA로 활동하고 있으며, 2015년부터 부처 간 협력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국방부)을 진행하고 있다. ‘당신의 낭만을 기획해드립니다’라는 단체 모토아래 느끼고, 소통하고, 즐기고, 숨 쉬는 문화예술교육 콘텐츠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야기를 교육프로그램으로 풀어내도록 기획한다. 군 생활 중에 또 다른 즐거움을 찾기 바라는 마음으 로 교육자로서, 기획자로서 열정을 쏟아 붓고 있다.
마지막으로 두 분에게 ‘문화예술교육’이란? 임승규
예술은 배우는 게 아니다. 예술을, 음악을 배
우는 것이라 인식하는 이유는, 어린 날 토막 난 클 래식음악을 듣고 곡목을 외운 주입식 교육 때문이 다. 예술을, 음악을 느끼고 즐길 수 있는 힘 기르기,
김보성 C.ART컴퍼니 대표. 두드락, 타악그룹 좋은친구들, 타악단 쾌 등을 거치며 다수의 공연에 출연하고 연출했다. 2013년부터 예술강사로 활동하며 2015, 2016년 부처 간 협력 문화예술교육(상이군경 대상)을 진행하고 있다. 창작 스튜디오 ‘공간3’을 통해 다양한 장르와 교류하며 여러 사람, 여러 곳에 두드림의 즐거움을 함께 나누기 위해 활발히 활동 중이다.
이것이 문화예술교육이다. 김보성
문화예술교육은 여행과도 같다. 떠나기 전 설
렘부터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까지 수많은 우연과 변수를 겪는 과정이 서로 닮았다. 그동안 겪은 여 행의 경험을 통해 성숙한 여행자가 되어 문화예술 을 처음 접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멋진 추억과 경험 을 남겨주고 싶다.
이초영 문화기획자. 별일사무소 대표. 홍대 앞 시민작가들의 모임인 ‘희망시장’을 거쳐 성남문화재단, 서울디자인재단 등에서 다수의 커뮤니티 연구와 실행을 맡았다. 함께 사는 내일을 고민하는 문화예술 분야의 기획사 대표답게 그간 현장에서 만나 온 사람들의 마음을 관찰하여 무엇인가 만들 준비를 하는 중이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웹진 [들음] 에디터, 안양문화예술재단 [터무늬ZINE] 편집위원으로 참여한 바 있다. eve-26@daum.net
사진 마루스튜디오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6년 12월 6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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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삶의 접점을 찾는 미술선생님 박해원 부산 반여고등학교 수석교사, 2016 ‘상상만개 고3 아트페스티벌’ 기획자 박유미 미술작가
지난 11월 30일, 부산 놀이마루(부산청소년복합문
간 동안 아이들이 스트레스도 풀고, 문화예술도 즐기고, 힐
화센터) 운동장이 분주하게 들썩였다. 운동장에 기
링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줄 수는 없을까 생각했죠.”
역 자로 둘러쳐진 6개의 천막에는 옹기종기 모여 앉은 학생들로 가득 찼다. 모두 얼마 전 수능 시험
박해원 교사가 ‘상상만개 고3 아트페스티벌’의 프로
을 마친 고3 학생들이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안도 감과 피로감이 뒤섞여 있었다. 그래도 손을 꼼지락
그램을 기획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바로 ‘치
대며 쉴 새 없이 재잘대는 학생들의 모습은 역시나
메랑 날리기, 행운 주사위 놀이, 소망 인형 만들기,
명랑하고 경쾌했다. 11월 29일부터 12월 6일까 지 진행된 2016 ‘상상만개 고3 아트페스티벌(Art
치유 몬스터 만들기, 예술악기 연주해보기로 구성
Festival)’은 새로운 시작을 앞둔 부산의 고3 학생 들에게 보내는 선생님들의 응원과 격려였다. 현직
험이나 거창한 목표를 지향하지도 않는다. 학생들은
교사로서 이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하고 진행한 부
수다를 떨 수도 있고, 직접 만든 아기자기한 부메랑
산 반여고등학교 박해원 수석교사가 수험생들에게
이며 딱지를 가지고 게임을 할 수도 있다. 현장에서
전하는 마지막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유’와 ‘놀이’다. 커플가면 만들기, 예술딱지 치기, 부
된 활동 프로그램은 단순하고, 소소하다. 새로운 체 꼬물꼬물 손을 움직이며 친구들과 마주 앉아 그간의
처음 보았을 때는 고3 대상의 프로그램치고 너무 단순한 것이 아닐까, 의구심이 든 것도 사실이다.
사소한 활동 속에 담긴 소소한 의미 “현실적으로 고 3학생들은 수능이 끝나면 진짜 아무것도 하 박해원 교사가 고3·수험생 대상 문화예술교육 프
고 싶어 하지 않아요. 아무리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제시해도
로그램 ‘상상만개’를 처음 알게 된 것은 2년 전의 일이다. 프로그램의 방향성과 내용을 보고 ‘우리 지
아이들은 잘 참여하지 않더라고요. 오죽하면 ‘난 바위가 되고
역, 우리 학생들도 참여할 수 있었으면’ 하고 눈독
거죠. 그래서 최대한 즐겁게 놀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상
을 들였다고 한다. 실제로 작년에 박해원 교사가
처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싶어요.’ 라는 학생들도 있어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근무 중인 반여고등학교에서 한차례 워크숍을 진 행하기도 했는데, 그 짧은 일회성의 이벤트가 그는
돌이켜보면 수능이 끝난 후, 시간은 참으로 길고
못내 아쉬웠다. 그는 조금 더 많은 지역에서, 더 많
느리게 흘렀다. 지금의 고3 학생들 역시 그 더딘 시
은 학교에서 적극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간에 잠겨 초조하지만 나른하고 한가하지만 무기
고민했다. 마침, 2016년 상상만개에는 학교와 현 직 교사들이 직접 만들어나가는 문화창작형 프로
력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박해원 교사는 그들
그램이 신설되었고, 그의 노력으로 부산 지역 6개 학교 학생들이 이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속에 담긴 소소한 의미를 발견하기를 바랐다. 학생
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저 사소한 활동 들은 그동안 하고 싶었지만 못 해봤던 일들을 직접 만든 주사위에 적어보기도 하고, 자기가 만든 한지
“고3 수험생들에게는 대단히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학교 현장에서는 수능 시험 치고 나면 별로 할 것이
등(燈)에 소망을 쓰기도 했다. 상처받은 마음은 치
없어요. 말 그대로 시간을 때우면서 보내게 됩니다. 그 시
은 부메랑에 적어 날렸다. 그 모든 바람이 꼭 이루
유 몬스터 위에 그려 넣었고, 버리고 싶었던 습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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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질 것이라 믿을 만큼 어리진 않지만, 자신의 꿈과 소망을 적고 그리고 나누면서 마음이 조금은 따뜻 해졌을지도 모른다.
종횡무진 수석교사 박해원 교사는 올해로 28년째 교직에 몸담고 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아이들과 소통하고, 함께 수업 하는 것이 재미있다. 새로운 교육 방법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데도 열심이다. 때문에 그가 관리자의 길 이 아닌 수석교사의 길을 선택한 것이 무척이나 자
고 있다. 특히 부산학생비엔날레는 타 지역에서까
연스럽게 느껴진다. 그는 현재 부산 지역 내 고등
지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청소년 문화예술 행사
학교 미술 교사 중 유일한 수석교사이다. 수석교사
로 성장하고 있다. 아무리 수업 시수가 적은 수석
는 현장 수업은 물론이고, 교육청을 통해 신청한
교사라 할지라도 이 많은 일들을 학교 업무와 병행
타 학교 교과 교사들의 수업 컨설팅까지 병행한다.
하는 것이 쉽지는 않아 보였다. 무엇보다 막 부임
교사 대상 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한다. 그
해 혈기왕성한 초임 교사도 아니고, 28년이나 교직 생활을 한 미술 교사가 이렇게나 왕성한 활동을 하
는 이 바쁜 업무 중에도 부산 중등미술교사연구회 를 2년째 이끌고 있다. 연구회 이야기를 할 때 유 독 강한 애정과 자부심을 드러냈는데, 실제로 이번
고 있다니, 왠지 낯설다. 하지 않아도 될 일을 굳이,
‘상상만개 고3 아트페스티벌’만 하더라도 연구회 소속 교사들의 도움이 매우 컸다고 한다. 기획부터
번 힘들지 않은지 되물으니 박해원 교사는 별 대수
애써, 만들어 사서 고생하는 듯하다고, 짓궂게 여러 롭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
실행에 이르기까지 연구회를 중심으로 이루어졌으 며 행사 당일에도 연구회 교사들은 주강사로서 프
“제가 즐겁고 재미있으니까요. 또 모든 것이 아이들을 위해
로그램을 함께 진행하고 있었다.
서 하는 일이다 보니 힘든 것을 잘 못 느낍니다.”
“우리 연구회는 역사가 꽤 오래된 편인데요. 교사들이 현장에 서 수업을 잘할 수 있는 방법을 토의하고 연구하고 현장 연수
가치를 아는 삶을 위한 예술교육
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관(官)의 주도가 아니라 선생님들이 스 스로 더 나은 교육을 위해서 주체적인 활동을 지속하고 있는
이쯤 되니 박해원 교사의 평소 수업 모습은 어떨까,
거죠. 사실 지역마다 교사들의 교육 연구회가 많이 있습니다.
궁금해졌다. 대학입시가 가장 중요한 과제인 인문계
이런 연구회를 잘 활용한다면, 상상만개 같은 문화예술교육
고등학교에서 미술 교과는 그리 대접받지 못하는 것
프로그램들이 지역적으로 더 많이 확장될 수 있을 겁니다.”
이 현실이다. 학생들은 수업 내용보다 수행 평가에만 집중하기 십상이다. 시험 기간이 되면 미술 시간에
박해원 교사는 학교 안에서의 수업뿐 아니라 학교
다른 과목 공부를 하게 해달라고 선생님에게 조르기
밖 문화예술교육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학
도 한다. 박해원 교사 역시 현장에서 늘 겪는 일이다.
생과 문화예술 간의 접점이 더 많이 필요하다고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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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하기 때문이다. 부산미술협회와 함께 ‘부산청소
“학생들에게 ‘예술작품’은 너무 어렵고 지겨운 것이에요. 미
년미술캠프’를 기획하여 학생들이 작가와 함께 작
술관에 데려가 보면 아이들은 그저 보는 둥 마는 둥, 30분
업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도 했고, 교사 작품 전
도 안 돼서 그냥 나와요. 왜 이렇게까지 우리 아이들이 예
시 중심이었던 연구회 정기 전시회를 사제간 협업
술을 즐기지 못할까, 의문이 들었습니다. 예술을 즐기기 위
전시 ‘사제동행 아트쇼’로 재탄생시켰다. 뿐만 아
해서는 기본적인 이해가 필요합니다. 스포츠도 규칙을 모
니라 2014년부터는 교육청 및 일선 교사들과 협 력하여 ‘부산학생비엔날레’를 개최하는 데 참여하
르고 보면 아무런 흥미를 느끼지 못하잖아요? 아이들이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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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했던 거죠.”
그의 수업은 ‘감상’과 ‘놀이’를 중심으로 이루어진
교로 만드는 것에 전력투구 중이다. 그는 자신의
다. 기능 중심의 표현 교육은 지양한다. 잘 그리고
역할이 단순히 예술가를 육성하는 데에만 있다고
잘 만들라고 강요하는 것은 학생들이 예술과 친
말하지 않는다. 그의 교육은 예술과 함께 하는 삶
해지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박해원 교
을 추구한다. 예술과 삶의 접점을 찾는 미술 선생
사는 학기가 시작할 때마다 학생들에게 장담한다.
님. 제도권 내의 예술교육 문화를 바꿔 나가고 있
“선생님이랑 1년만 수업하면 100명 이상의 작가, 100점 이상의 작품을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는 박해원 교사의 묵묵한 행보가 잔잔한 파장이 되 어 넓게 퍼져나가기를 바란다.
목표는 1년 동안 놀이 수업을 통해 이루어진다. 박 해원 교사는 퀴즈나 게임의 방식을 수업에 적극 차
“우리 아이들이 예술과 함께 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
용한다. 요즘 학생들 사이에 유행하는 TV 예능 프 로그램을 보면서 그 방식을 참고하기도 한다. 좋은
이 지금의 미술 교사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어
전시가 있으면 기회가 될 때마다 미술관 수업도 진
도록 말이죠.”
른이 되어서도 평생, 예술을 부담 없이 친구처럼 즐길 수 있
행한다. 물론 그냥 데려가지는 않는다. 미술관 큐레 이터에게 부탁하여 사전 교육을 실시하거나 수업 시 간을 활용해 관람 미션지를 만들어 보도록 한다. 한 번을 봐도 좀 적극적으로 보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수업 내용과 노하우를 공유하는데도 적극적이다. 특히 SNS를 많이 활용한다. 교사들의 온라인 그룹(밴드)을 운영하면서 아이들이 좋아했 던 수업 내용이나 효과적이었던 방법을 공유한다. 지금은 많은 선생님들이 함께 참여해 주고 있어 수 업 공유가 대단히 활성화되었다. 미술 감상 교육에 대한 책과 자료집, 워크북을 만들기도 했다. ‘어떻 게 하면 학생들이 예술과 친해질 수 있을까’ 하는 단순한 의구심을 해결해보고자 한 노력들이 다년 간의 고민과 연구를 통해 점점 확대된 셈이다. “아이들이 좋은 것을 좋다고 느끼고, 가치 있는 것을 알아볼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삶을 살기를 바랍니다. 좋은 성적 받아 서 좋은 대학 가는 것도 물론 중요하죠. 하지만 살면서 진짜
박해원 부산대학교 미술교육과를 졸업하고 신라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컴퓨터교육을 전공했다. 금정고등학교, 부산다자인고등학교 등에서 미술교사로 근무했으며, 2012년 수석교사의 길을 선택하고 교과수업과 연구, 컨설팅을 병행하고 있다. 1990년부터 활동한 부산중등미술교육연구회, 컴그림연구회, 창의체험자원발굴연구회, 부산예술교육연구회 등 다양한 연구회 활동을 하고 있다. 미술영재교수학습자료 개발(2007), 고등학교 문화예술교육 수업자료개발(2009) 등 63편에 달하는 자료개발과 고등학교 문화예술교육 자료집 「미술감상수업」(부산광역시 교육청, 2009), 2015개정 『고등학교 미술교과서』(해냄에듀) 등을 집필했다. 현재 반여고등학교 수석교사로 재직하며, 부산청소년미술캠프 운영위원, 부산학생비엔날레 운영위원으로 청소년을 위한 다양한 예술 프로그램을 만들어가고 있다.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돌이켜보면, ‘가치를 아는 삶’을 살아가 는 것이 아닐까……. 그러기 위해서라도 예술을 더 많이 접하 고, 더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박해원 교사가 근무하고 있는 반여고등학교가 올 해, 부산에서는 처음으로 미술 중점 학교로 선정 되었다. 현재의 미술 대학 입시는 전반적으로 예 술 고등학교에 유리하다. 인문계 고등학교에 재학 하는 학생들이 미술 대학을 가려면 실기는 필히 사 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미술 중점 학교는 인 문계 고등학교와 예술 고등학교의 장점을 모아, 공
박유미 설치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매체에 관심이 많은 미술작가. 2013년 개인전 《what a wonderful world》 외 다수의 전시에 참여했으며 2014년 아르코 퍼블릭아트 프로젝트 ‘마로니에 다방’을 기획했다. 어린이 예술교육에도 관심이 많다. 여전히 예술로 말하고 예술을 가르치는 작가 겸 강사로 목하 활동 중이다. Gomako1983@hanmail.net
교육 시스템 안에서도 미술 대학 진학이 가능할 수 있도록 만들어보자는 취지의 정책이다. 박해원 교 사는 요즘 반여고등학교를 성공적인 미술 중점 학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6년 12월 20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PART 4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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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p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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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다양한 시각으로 문화예술교육 현장 사례를 발굴합니다.
공적개발원조의 새로운 패러다임 청년, 문화예술교육 전문가로 피어나다 예술 확장으로서의 교육을 논하다 학교 교육과 예술의 유기적 협력 일상에 뿌리내리는 예술교육을 위하여 예술을 향하는 교육, 교육을 품은 마을 편견이라는 철문에 빗장을 열다 문화예술교육 전문성의 근원을 찾아서 섬마을 어르신들, 한 수 배워 갑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 상상과 현실의 접촉 오늘의 예술로 여는 내일의 가능성 ‘꿈’의 오케스트라, 오케스트라를 통해 꾸는 ‘꿈’ 눈을 감으면 또 다른 세상이 열린다 우리가 만드는 무대, 드림스쿨 예술이 심은 씨앗은 자라서 무엇이 될까 전문 인력 심화교육, 문화예술교육의 뿌리를 단단하게 마음의 여백에 생각의 창을 내는 아이들
PART 5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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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개발원조의 새로운 패러다임 2016 한국예술경영학회 학술심포지엄 ‘국제 문화예술교육 교류 협력: 성과와 향후 과제’ 염혜원 자유기고가
지난 4월 16일 대학로 예술가의집 다목적홀에서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사업영역 중 하나인 ‘국
의 사업 내용을 인바운드(inbound), 아웃바운드
제 문화예술교육’ 부문을 주요하게 다룬 학술심포지
(outbound), 네트워크/협력, 지식정보 구축 등의 네 가지 사업 영역으로 구분하고 유형화하면서 구체적
엄이 열렸다. 한국예술경영학회와 한국문화교육학
인 정책 방안 및 사업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그는 향
회가 공동 주최로 나선 이번 심포지엄은 양지연 동
후 달라질 정책 환경과 맞물린 새로운 정책 방향이
덕여자대학교 큐레이터학과 교수가 사회를 맡았고,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다섯 가지의 과제를 도
세 발제자의 주제 발표에 이어 네 명의 지정 토론자
출했다. 명확한 포지셔닝과 인식 공감, 수요기반의
와 관련 주제에 참가한 연구자가 모여 이야기를 나
정책수립, 협력형 거버넌스 중심 사업추진, 사업 효
누는 순서로 진행되었다.
과성 제고를 위한 시스템 혁신, 사업 효율성 제고를 위한 프로세스 혁신을 내세웠다. 그리고 이러한 정
먼저, 첫 번째 발제는 ‘국제 문화예술교육 교류·협력
책 방향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문화예술교
의 정책방향과 과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정
육 인적자원의 역량 강화가 중요하다는 것을 재차 강
책 사업을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정종은 한국문화
조했다. ‘해외전문가 초청워크숍’과 같은 인바운드 사
관광연구원 부연구위원이 발표했다. 정종은 부연구
업을 국내 환경에 맞춰 내용을 다각화하고 향후 해외
위원은 지난 10년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국 제 문화예술교육 사업의 성과와 추진과정을 설명했
현지에서 워크숍을 개최해 국내 인력의 해외진출을
다. 그는 해당 영역이 문화예술교육 정책의 형성기
있다고 했다. 또한, 국제교류의 감각을 지닌 코디네이
부터 나름 한 축을 담당해 왔음을 주지시켰고 동시
터 양성이 필요하며 이와 관련된 연수 프로그램이나
에 이러한 사업들의 위상이나 맥락이 명확하게 정
직접적인 사업 연계 방식을 통해 현장성을 기반으로
립되지 않았음을 밝혔다. 특히 사업의 지속성이 확
한 전문인력을 양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위한 쌍방향 채널로 전환하는 것도 염두에 둘 필요가
보되지 않았다는 점과 전략적이며 단계적인 중장기 적 계획 수립이 부재했다는 점을 거론했다. 한편 정
한편,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베트남 ODA 사업
부의 공적개발원조사업인 ODA(Official Development
이 2017년에 종료됨에 따라 그간의 성과를 종합적
Assistance) 예산 확대와 문화예술교육 ODA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으며, 동시에 국제 문화예술교육
이고 다각적으로 고찰하여 향후 문화예술교육 ODA 에 대한 실천적 방향과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하
교류·협력에 대한 정책적 수요가 커질 것이라고 전
는 계기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전략적이고 다층적인
망했다. 또한 이러한 현황과 전망의 연장선에서 새
문화예술교육 ODA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민간이나
로운 사업 추진과 전략적인 교류협력 방안이 모색되
다른 부처 ODA 사업과 연계한 상호작용이나 지속 성을 확보할 수 있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어야 함을 강조했다.
외에도 국제 네트워크 및 지식기반 구축사업을 중심 으로 기관이나 단체의 협력 사업을 추진하는 동시에 전략적·단계적 중장기 계획 수립 필요
‘프로젝트 지향 다자간 협업 플랫폼 운영’을 통해 문 화예술교육 활동의 새로운 가능성을 매개로 해외 국
정종은 부연구위원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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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들과의 협력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할 수도 있
는 새로운 유형의 사업을 제시하기도 했다.
예술교육 사업 부문의 지속적인 교류와 협력을 위해 서는 전략적인 사업 운영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것 을 강조하면서 사업의 지속성을 유지하면서도 국가
전문인력의 소통과 협력체계 구축
간의 공동 문제에 대처하고 협업할 수 있는 실질적 인 협력 기반을 지향하는 네트워크형 워크숍으로 확
두 번째 발제는 ‘해외문화예술교육 전문 인력과의
대, 발전할 필요가 있음을 제시했다.
교류협력 방안: 해외전문가 초청워크숍 사업을 중심 으로’라는 내용으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국 제 문화예술교육 교류에 관한 대표적인 정책 사업을
경제원조에서 문화원조로의 전환
놓고 실태적인 자료조사와 참여자 설문 조사 등을 통해 도출한 실증적인 분석 결과를 다뤘다. 국내 문
세 번째는 ‘문화예술교육과 공적개발원조(ODA)’를
화예술교육 초창기 버전의 정책이라 할 수 있는 ‘해
주제로 황규홍 부산대학교 교육학과 BK21플러스 연구원이 발표했다. 해방 이후 개발도상국으로 공적
외전문가 초청워크숍’은 문화예술교육 전문인력 양 성방안 중 하나로 지난 10년간 지속사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간 이 사업에 참여한 해외전문가는 총
개발원조를 받았던 한국은 2010년부터 OECD 개발
10개국 59명으로 미국과 유럽 등으로 치중된 경향 이 있으며, 주로 예술교육 부문의 선진 사례를 받아
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도약한, 세계적으로 전례
들여 노하우나 경험을 강연식으로 전수해 국내 인력
과정에서 축적한 경험과 지식이 이 분야의 차별화된
의 역량 강화를 목적으로 했다. 물론 사업의 분석 결
프로그램으로 제공될 수 있다는 점을 환기했다. 하
과를 통해 참여자의 만족도나 개별 성과부문은 높은 만족도를 얻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워크
지만 그간 우리나라가 수행해온 교육 분야의 ODA 는 주로 한국형 경제개발 경험의 전수와 경제발전을
숍의 주제나 내용 측면은 상황이나 환경에 따라 가
강조하는 쪽으로 치우쳐 왔으며, 한류 등의 편승을
변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현장에
통한 단편적이며 일회적인 프로그램이 많았다. 이
서 활동하는 전문인력의 소통과 협력체계를 기반으
러한 상황 속에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을 중심
로 워크숍의 구성과 기획 과정 등이 이들의 요구를
으로 진행된 문화예술교육 ODA 사업의 추진현황과
충분히 반영할 필요가 있으며 교육과정의 적합성 또
쟁점 요소들을 파악하고 향후 나아갈 방향성을 도출
한 주요하게 다뤄야 함을 제시했다. 즉, 강의식의 일
하는 것이 ODA 분야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과 방법
방적인 내용 전달이 아닌 ‘참여형’ 또는 ‘교류형’ 등
론으로도 자리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것이 이번
교육 방식을 다양화하고 교육 대상에 따른 관심 주
연구를 통해 강조된 내용이다.
원조위원회의 정식회원국으로 활동하게 되면서 원 가 없는 최초의 사례가 되면서 우리나라의 경제발전
제와 교육방법을 세분화할 필요가 있음을 밝혔다. 특히 2000년대 이후 전 세계적으로 ODA의 패러 해당 연구는 임학순 가톨릭대학교 미디어기술콘텐
다임이 경제원조에서 문화원조로 전환되었다는 것
츠학과 교수와 김명하 충북발전연구원 연구원이 진
을 상기하면 구체적인 사업 수행으로 연계된 국제
행한 것으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국제 문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은 유의미한 측면이 많음을
PART 5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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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앞서 논의된 발제내용에
이해 등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특히 문화상
서도 거론된 부분이지만 전체적인 사업 수행의 중
호주의적 입장에서 상대국에 대한 존중과 이해, 관
장기적 비전이나 방향성이 부족하고 단발적인 사업
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서로가 도움이
진행은 여전히 문제가 있다고 보았다. 창의성, 상상
될 수 있는 입장과 시선을 교환하는 것이 중요하
력, 관용, 미적 성찰, 미디어 역량 중심의 문화예술
다는 것을 밝혔다. 또한 심포지엄에 참가한 김자현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논의가 지속해서 필요하다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대외협력팀 팀장은 그간
것을 포함하는 동시에 이러한 문화 역량 프로그램
해당 사업을 수행하는 조직 편성과 예산에 따라 그
이 넓게는 도시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제공하
형태와 내용이 변화한 점, 선제 전략이나 기획력이
고 도시의 문제를 해결할 방안까지 나아갈 수 있는
부족했던 점이 있으나, 교육진흥원 내부에서도 해
당위성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는 것을 제시했다. 그
당 사업에 대한 공감대 확보를 비롯해 매개인력과
만큼 지금 시점에서 문화예술교육 ODA에 대한 방
관계자들이 효과적으로 만날 수 있을지에 대한 구
향성 설정이나 전략이 중요하다는 의미라고 본다.
체적인 방안을 고민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지속적 인 관심을 요청하기도 했다.
해당 연구에서는 이러한 가능성을 염두에 둔 일곱 가 지의 발전방안을 제시했는데 우리나라가 원조를 할
심포지엄을 마무리하면서 사회를 맡은 양지연 교수
수혜국별 지역조사가 사전에 좀 더 면밀하게 조사·
는 국제교류에 관한 일반적인 공통분모에다 문화예
연구되어야 하며, ODA도 연구·개발(R&D)을 기반 에 둘 때 성공 가능성이 높을 뿐 아니라 다른 ODA
술교육이라는 특수성을 놓고 앞으로 학계와 정책 분
사업과의 전략적인 파트너로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자와 연구자들의 제기한 내용을 토대로 사업의 지
높인다고 봤다. 또한, ODA 전문 문화예술교육 인력
속가능성을 위한 방향성 수립과 단계적 방안 모색,
을 양성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는 대학연구소와 연계
새로운 사업 유형이 제시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
해서 인력풀을 확대, 양성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
다. 물론 이러한 사업의 전제는 문화상호주의적 대
외에도 수혜국의 지역활동가와 지역의 특정 문제를
등한 시선을 놓고 출발해야 한다는 것도 환기했다.
야 간의 긴밀한 소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앞서 발
해결하기 위해 문화예술교육을 활용하고 적용해 지 역문제 해결형(또는 지역 기반형) 문화예술교육 프로 젝트를 운영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 등을 밝혔다. 아울러 지속가능성과 미래형 지식 기반을 확보하려 는 노력과 정책에 따라 향후 문화예술교육 ODA의 질적인 제고에 이뤄진다는 것이 강조되었다.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관점으로 이번 심포지엄에서 다룬 국제 문화예술교육 교류· 협력에 관한 부문은 그간 예술경영이나 예술교육 분야에서 심도 있게 다뤄진 적이 없었다고 한다. 2005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설립되면서부 터 대개 단발적인 사업으로 진행된 국제 문화예술
염혜원 자유기고가. 연극을 공부했고 월간 [한국연극], 국립오페라단,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일했으며, 현재 자유기고가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나오시마 삼인삼색』(웅진리빙하우스)이 있고, 『연극 속의 청소년극, 청소년극 속의 연극』(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 등을 기획·편집했다. byeyum@empas.com
교육 사업의 지난 과정을 되돌아보고 점검하는 계 기가 마련된 셈이다. 한편 발제가 끝나고 이어진 토론 자리에서는 사업에 참여한 현장인과 연구자
사진 제공 한국예술경영학회
들의 소감을 단편적으로 확인할 수가 있었는데 프 로젝트 수행을 위해서는 좀 더 장기적이며 거시적 인 시선 확보가 중요하며 상대국에 대한 사전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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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기사는 웹진 [아르떼 365] 2015년 4월 26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청년, 문화예술교육 전문가로 피어나다 2016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 ‘아르떼 펠로우’ 이선옥 자유기고가
2016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을 맞이하여 문화예 술교육 프로그램 기획자 육성을 위한 ‘아르떼 펠 로우’ 행사가 5월 22일(일) 한국문화예술교육진 흥원(이하 교육진흥원) 강당에서 진행되었다. 올
와 응원의 박수, 생각처럼 유도되지 않는 객석 반 응, 그러다 갑자기 빵 터지는 웃음. 이 날 오후 2 시부터 6시까지 진행된 ‘아르떼 펠로우’ 발표의 장 역시 각 팀이 정성껏 준비한 프로그램 기획안,
해 행사 슬로건–‘예술, 스스로 피어나 서로를 물
제작 키트, 맛보기 공연 등이 어우러져 소박한 놀
들이다’–이 이야기하듯, ‘아르떼 펠로우’는 예술
이와 작은 축제의 자리가 되기도 했다. 평소 각자
과 교육이 만나는 장(場)에서 청년이 문화예술교
의 예술작업 또는 교육프로그램에 갇히기 쉬운
육 전문가로 성장하는 가능성을 탐색하는 프로그
기획자들과 교육자들에게는 진지한 상호학습의
램이다. 청년 예술가와 예비 기획자들에게 다양한
기회가 되었을 것이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권순
장르를 바탕으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직접
석 문화컨설팅 바라 대표, 정민룡 광주북구문화의
기획하고 실행해볼 기회를 제공하고 우수 기획자
집 관장, 현혜연 중부대학교 사진영상학과 교수는
와 프로그램을 발굴하는 데 목적이 있다. 지난 4 월 진행된 사전 공모에 총 61개 팀이 접수했고, 1
12개 참여 팀들의 개별 발표와 시연이 끝날 때마 다 날카로운 심사평과 현실적인 조언을 넘나들며
차 서류심사를 거친 12개 팀이 5월 22일 프로그 램 기획안 발표와 시연에 참여하였다. 최종 선정
현장의 긴장감과 집중감을 높였다.
된 6개 팀은 올해 하반기 교육진흥원 기획사업인 농어촌 및 도서산간지역 주민 대상의 ‘움직이는 예술정거장’과 고3·수험생 대상의 ‘상상만개’ 프 로그램에 참여하여 실제로 사업을 실행하게 된다.
이야기, 다르게 바라보고 생각하기 농어촌 및 도서산간지역 주민 대상의 ‘움직이는 예술정거장’은 개조한 버스, 트럭 등으로 전국을 찾아가는 교육프로그램이다. 이 분야에 지원하여,
다양한 싹들을 직접 만나는 즐거움
1차 선정된 6개 팀은 춤, 미술, 건축, 인형극, 아트 북 등 다양한 장르를 기반으로 아동 및 노인 대
“놀이는 어떤 고정된 시간과 공간의 한계 속에서 수행되는,
상 프로그램을 제안하였다. ‘창작집단 움스’의
그리고 자유롭게 받아들여진, 그러나 절대적 구속력을 갖
<동네방네 춤 발명가>는 아이들의 즐거움과 자유
는 규칙에 따라 수행되는 자발적인 행위 또는 일로서, 그
로움이 몸으로 표현될 수 있도록 감각놀이, 춤 악
자체의 목적이 있으며, 또 거기에는 어떤 긴장감과 즐거움
보, 이야기 끌어내기 등 여러 요소를 활용하여 현
이 따르며, ‘일상생활’과는 ‘다른’ 것이라는 의식이 따른다.”
장의 즉흥성을 반영한 교육프로그램을 제시하여
- 요한 호이징하, 『호모 루덴스』 중에서
호응을 얻었다. ‘톡톡창의’의 <면사포 휘날리며~ 그 시절로 돌아가요!>는 오랫동안 현장에서 어르
경연 방식에 대한 각자의 호불호가 있겠지만, 경
신들을 만나왔던 단체의 경험을 밑거름으로 하여
쟁에는 놀이의 긴장감과 즐거움이 일정 정도 담
기획되었다. 노년의 로망 중 빠지지 않고 등장하
겨있다. 열심히 만들고 다듬은 발표 자료와 원고,
는 웨딩드레스에 주목하여 도일리 페이퍼로 웨딩
늘 촉박하기만 한 발표 시간, 떨리는 목소리, 격려
드레스를 만들고 냅킨아트 형태의 드레스룸 극장
PART 5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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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마련하여 어르신들 스스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그램을 제안했다. 없는 게 없는, 탱크도 만들 수 있
리마인드 웨딩도 해본다는 발상이다. 각종 재료와
다는 세운상가에는 실제로 공대나 미대 학생들이 작
드레스 의상까지 꼼꼼하게 준비하여 인상적인 시
업에 조언을 구하러 찾아뵙는 업계 선생님들이 계신
연을 보여주었다. ‘발견 프로젝트’는 콩 악세서리
다. 이날 발표에 동행한 세운상가 신우사의 김형률
로 포인트를 주고 등장한 2명의 배우로 이뤄진 팀
선생은 상상이 현실로 되는 데 필요한 지식과 경험
으로 어린이 대상의 <살짝 콩, 깜짝 콩?, 활짝 콩!>
을 나눠왔던 분으로, 간단한 선풍기 만들기 키트를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개성을 가진 ‘콩’에 주목
준비해 왔다. 이 사례는 문화예술교육의 영역과 소
한 체험, 공연, 아트북 만들기를 제안하였다. 배우
재 확장성 면에서 호응을 얻었다.
팀의 강점을 살려 메주콩이 등장하는 맛보기 공 연도 살짝 공개하여 주목을 받았다.
너무 익숙한 나머지 별 볼일 없다 생각한 우리 동 네(대전)를 구경하러 온 외국인 관광객을 만나 컬
이외에도 주변의 흔한 소재인 소쿠리와 실로 탐
처 쇼크를 받은 것이 계기가 되어 기획한 ‘예문지
색(Outside-in)과 협업(Inside-out) 작업을 제안한 ‘행행’의 <고물꼬물~ 상상공방>, 청년 소셜벤처
기’의 <동네 : 사진기에 담는 추억>, 곧 학교를 떠
‘플레이빌드’가 화성 속 돔, 꿈꾸는 놀이터, 30년 후 나의 집을 주제로 제안한 어린이 건축 프로그
별과 새로운 시작을 기원하는 ‘예술나래’의 미술&
램 <만들고 놀자! 플레이빌드>, ‘프레임in’의 구체 관절인형을 통한 일종의 캐릭터 놀이 프로그램인
나 새로운 문을 열게 될 고3·수험생의 건강한 이 연극 프로그램 <안녕! 나의 고3 가면무도회>, 나 만의 이야기를 담아 개사한 노래와 무대공연으로
<찾.칵!(찾았다, 찰칵!)>도 각자 준비한 프로그램을
이루어진 ‘MAP’의 <슈퍼스타 KO.3(고삼) - 나만 의 힐링콘서트> 역시 상상을 만개하는 독특한 아
진지하고 재미있게 소개했다.
이디어를 소개했다. 심사위원들은 ‘아르떼 펠로우’ 발표를 통해 또 다
진심으로 귀 기울이기, 함께 즐기기
른 실험과 동력을 상상할 수 있었던 즐거운 시간 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경계를 확장한 신선한 시
고3·수험생 대상의 ‘상상만개’ 프로그램에서는 그
도도 있었고, 익숙한 사례여도 새로운 기획의 시
림, 사진, 미술, 연극, 음악, 기술 등 다양한 장르가
선이 느껴지기도 했다는 것. 그러나 아이디어를
융합된 6개 팀의 발표가 이어졌다. ‘굿봄스퀘어’는 삶을 그리는 화가로 자신을 소개한 박성경 작가가
교육 현장에서 실현하는 데에는 고민의 지점이 많
중심이 되어 자신의 체험으로부터 출발한 <꿈그리
영향을 줄 것인가를 생각한다면 프로그램의 발전
삶>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그동안 호떡가게 아줌마,
가능성과 책임성에 대한 고민은 더 커지게 마련
서울역 노숙자, 영화제 관객 등 많은 사람들을 만나
이다. 프로그램 기획자에게 콘텐츠의 질적 측면과
면서 이야기를 경청하고 그 삶을 그려온 경험을 바
교육문화적 환경에 대한 고려가 강조되는 이유이
탕으로 고3 학생들의 꿈을 그려보려 하였다. ‘아트
다. 심사위원들은 인력의 성장가능성과 사업의 실
플레이’가 제안한 <학교를 누비다>는 음악에 맞춰
행력을 함께 고려하여 최종 6개 팀을 선정하였다.
다는 지적이다. 특히 예술가가 타인의 삶에 어떤
립싱크를 하는 뮤직비디오 형식의 영상을 만드는 립덥(Lip-dub) 프로그램의 일종으로 고3·수험생 들이 힘든 조건 속에서도 유쾌한 에너지가 있음에
지속가능한 탐색과 상호학습의 장을 상상하며
주목한다. 수능 끝난 학생들이 학교 공간을 활용 하여 스스로 동선을 짜고 음악에 맞춰 즐거운 추 억을 원테이크(one take)로 영상에 담아 공유하는 비교적 쉬운 접근성으로 관심을 받았다. 청계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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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간 동안, 12개 팀의 기획안 발표와 시연을 지켜 보면서 필자 역시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 시도되고 있는 ‘현재’와 앞으로 시도를 꿈꾸는 ‘미래’를 동시에
예술작가 네트워크 ‘800/40+Slow Slow Quick Quick’은 세운상가 일대 기술자, 상인을 선생님으
지켜보는 즐거움을 느꼈다. 각 팀들의 아이디어와 계
로 모시는 <청계천 기술학교, 선생님 좋아요> 프로
교육 현장의 몇 가지 이슈를 발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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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 그에 대한 심사위원들의 피드백을 통해 문화예술
첫 번째는 프로그램의 기획성과 자율성이다. 프로
능성들을 탐색하면서 서로 자극받을 수 있는 무
그램은 사전에 어디까지 정교하게 기획해야 하고
대가 지속적으로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현장성에 대해서는 얼마나 열려 있어야할 것인가 에 대한 부분이다. 좋은 프로그램이란 기획자(교 육자)의 기획성과 참여자의 자율성 사이에서 펼 쳐지는 상호작용이다. 결국 다양한 현장의 변수 를 고려하고 그에 따른 경우의 수를 대비하는 기 획의 치밀함이 프로그램의 질을 좌우한다. 또한 문화예술교육 분야의 전문화와 분화에 대한 부분 도 발견할 수 있었다. 기획자와 교육자의 분업(기 획자 or 교육자)이 좀 더 필요한가, 오히려 경계를 넘나드는 멀티플레이어(기획자 and 교육자)가 융 합의 시대에 더 적절한 것인가. 이 문제는 문화예 술교육 분야 전문인력 육성 방향의 핵심 중 하나 라고 할 수 있다. 다음은 전문인력의 성장 가능성 을 자유롭게 탐색하는 것과 그들이 투입될 사업
2016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 ‘아르떼 펠로우’ ‘아르떼 펠로우’는 참신하고 새로운 문화예술교육 기획자를 발굴하는 등용문으로 마련된 프로그램이다. 문화예술교육 기획자로 성장하고픈 예술가 및 문화예술교육사가 제안한 아이디어들이 실제 정책사업 기획과 실행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지난 4월부터 공모를 통해 신청한 61팀 중 1차 선정된 총 12개 팀이 기획안 발표와 시연을 통해 최종 6팀을 선발하였다. 선발된 팀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주관하는 고3·수험생 대상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상상만개’와 농어촌 및 도서산간지역 주민 대상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움직이는 예술정거장’ 사업을 통해 프로그램 실행 기회를 갖게 된다.
실행력을 높이는 것은 동시에 가능한가 하는 것 이다. 누구나 성장하기 위해서는 시행착오의 권 리가 있지만, 그 과정이 어떤 교육 참여자에게는 잊지 못할 악몽의 순간이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예비인력의 경우 계획의 구체화와 시뮬레이션 작 업에 더욱 충분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 마 지막으로, 문화예술교육계는 새로운 예술 트렌드 와 예술가를 정말 만나고 싶어 하는가 하는 점이 다. 이들을 문화예술교육으로 유입시키고자하는 욕구와 필요성이 있고, 그러한 장을 어떻게 마련 할 것인가 고민한다면 기존 지원사업 형태나 교 육방법론과는 다른 관점과 장치가 필요할 것이다. 올해 ‘아르떼 펠로우’가 즐거운 가능성을 찾았다 면, 내년에는 좀 더 본격적으로 즐거운 상호학습
이선옥 예술교육과 예술경영, 정책과 현장을 가로지르며 일해 왔다. 서울프린지네트워크, 하자센터,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문화재청, 예술경영지원센터 등에서 프로그램 기획홍보, 연구조사, 컨설팅 업무를 담당했다. 이메일 dal0310@naver.com 블로그 http://blog.naver.com/dal0310
의 축제로 재구성해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이미 정책화되고 보편화된 문화예술교육의 영역과 개 념을 확장하고, 새로운 자원이 순환될 수 있는 가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6년 5월 31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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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확장으로서의 교육을 논하다 2016 한중일 문화예술교육 포럼 ‘예술가와 예술교육’ 이선옥 자유기고가
2016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행사의 일환으로 지 난 5월 24일(화) 누리꿈스퀘어 3층 국제회의실에서
인간이 노동을 기계에 의지하면서 자신의 신체성
2016 한중일 문화예술교육 포럼이 개최되었다. 이 포럼은 한국, 중국, 일본의 문화예술교육 관계자와
으로 남게 되고 관객은 대리만족에 머무른다. 그러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예술의 가치와 힘에 대
하고 또 춤을 출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동안 하자
한 국가별 관점을 살펴보고, 최근의 이슈와 사례를
작업장학교의 청소년들이나 일반인 대상의 즉흥무
공유하는 자리이다. 2013년 서울을 시작으로 일본,
용 경험을 통해 신체와 신체가 만나 효과적인 소통
중국에서 매년 순회 개최되어온 포럼은 올해 다시
이 이루어지는 것을 실제로 확인해왔기 때문이다.
서울로 돌아와 ‘예술가와 예술교육’을 주제로 진행
일각에서는 예술교육과 예술비평은 실패한 예술가
되었다. 오전에 이루어진 정부관계자 발제에 이어,
가 하는 일이라고 빈정대기도 하지만, 예술이 인간
오후에는 각국 7명의 분야별 전문가들이 다양한 사
의 변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믿음 속에서 무대보다
례를 발표하였다. 가깝지만 멀게 느껴졌던 동아시
교육을 통해 나누는 것이 더 즐거운 예술가들에게
아 3국의 예술교육 현장이 일궈가고 있는 여러 시 도와 고민들을 공유할 수 있는 자리로 마련되었던
예술교육은 중요한 선택지가 될 수 있음을 제안하
만큼, 많은 문화예술교육 관계자들이 함께 하였다.
려면 예술가의 교육자로의 자세와 자질, 콘텐츠에
을 상실해가는 현대사회에서 무용은 전문가 영역 나 남정호 교수는 모든 사람들이 춤을 추고 싶어
였다. 그러한 선택이 교육 현장에서 유의미하게 되 대한 접근이 중요함을 강조하였다.
예술가, 예술교육을 만나다
카즈미 미노구치 강사(동경예술대학대학원 국제 예술창조연구과)는 클래식음악의 보급프로그램에
‘예술교육자로서의 예술가’를 주제로 발제에 나선
관심을 가지고 젊은 공연자들과 다양한 아웃리치
남정호 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는 화려하
(outreach) 프로그램과 협력 프로젝트를 시도해왔
게 포장된 춤 무대를 전수하고 이에 필요한 자금을
다. 그에게 음악교육 현장은 타 예술분야와 비교할
모으는 것에 대한 피로감에서 회의가 밀려왔다는
때 “연주자가 공연장 무대에서 연주하는 것과 같
고백으로 시작했다. 그런 회의감에도 불구하고 자
은 수준의 음악을 교실에서 제공할 수 있고, 하나
신이 무용을 하는 이유를 묻고, 공연이라는 형식을
의 작품을 원작의 형태로 제시할 수 있다”는 특징
통하지 않더라도 자신이 하고 있는 것을 보여줄 수
이 있다. 흔히 음악감상 교육을 창작·실습 워크숍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서 공연 횟수를 줄이고 교
프로그램에 비해 수동적이라 생각하지만, 잘 듣는
육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그에게 잘 가르치는 것
행위는 듣는 자의 적극적 관여를 필요로 한다. 커
은 동작 따라 하기 식의 수업이 아니라 자신의 춤
뮤니케이션 능력은 자신이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하
을 발견하는 것, 즉 자신의 존재를 깨닫고 움직이
는 게 아니라, 타인의 이야기를 잘 듣는 것에서 출
는 것이기에 내면을 끌어내는 ‘즉흥’에 초점을 맞추
발한다는 점에서 감상 수업은 아이들이 상대를 이
게 된다. 이 지점에서 교육은 또 다른 예술작업의
해하도록 마음의 성숙을 유도한다. 예술가로서 연
확장으로 이어진다.
주자들의 경우에도 단지 연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을 경청하는 능력, 나의 음악에 대해 발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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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정호(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
이해한 것을 음악으로 전달하는 능력, 즉 커뮤니케
카즈미 미노구치(동경예술대학대학원 국제예술창조연구과 강사)
예술가, 예술교육을 펼치다
이션 능력이 중요하다. 코이치 우에노 회장(일본 미술을통한학습연구회) 카즈미 강사는 일반재단법인 지역창조가 1998년 부터 실시해 온 ‘공공 공연장 음악활성화 사업’을
은 ‘예술가와 함께하는 미술감상 교육’을 주제로,
사례로 제시했다. 이 프로그램은 보통 4일간 6~8
점검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들을 소개하였
곳에서 음악감상 수업 형태로 진행된다. 한 사례
다. 일본 초중등학교에서 미술감상 교육은 대화와
를 소개하자면, 젊은 유명연주자가 간사이 지방의
비평을 통해 서로 다름을 이해하고 자신을 상대화
한 초등학교에서 친근하게 간사이 사투리를 쓰면
하면서 새로운 의미를 찾아간다는 고유의 목적이
서 슈베르트의 <마왕> 이야기를 흥미롭게 들려주
있다. 그러나 실제 교육 현장에서는 그림그리기나
고 마치 실제 공연장에서 하듯 주요 멜로디를 바
제작 수업에 비해 감상 수업 시간이 부족하고, 미술
이올린으로 훌륭하게 연주한다. 아이들은 연주를
관이 가까운 곳에 없으며, 감상수업에 대한 교사의
들으며 <마왕>에서 삶과 죽음을 넘나드는 병든 아
지식이 부족한 문제 등이 있다. 한편 미술관은 교육
이가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활동 역사가 짧고 담당자가 교육 전문가가 아닌 경
된다. 실제로 적극적 청취를 통해 아이들은 음악
우가 많으며, 교육활동이 종종 학술 또는 오락의 양
에 대한 놀라운 해석력을 보여준다. 카즈미 강사
극단에 있으며 공유된 학습지도 요령이 부족했다.
일본 학교·미술관의 미술감상 교육이 가진 과제를
는 예술가들이 무대공연이라는 협소한 커리어 관 점에서 벗어나 미래의 관객을 만나는 다양한 아웃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코이치 회장이 소
리치 프로그램을 훌륭한 커리어 선택지로 인식할
속된 미술을통한학습연구회는 지도자 육성, 정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발신, 학습지원 등 다양한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미술관이 없는 동네의 생애학습시설에 작품
중국의 중앙문화관리간부학원 사회교육과 부책임
전시와 대화를 통한 초등 미술감상 교육, 학교가
자 왕 짠핑은 현재 당 정부 지도자 간부와 문화경
작가를 초대하여 작품을 전시감상하거나 작가와
영관리인재에 대한 육성과 훈련업무를 담당하고
함께 자연을 감상하고 발상한 것을 조형하는 활동,
있다. 그는 전문 엘리트교육과 대중교육으로 나뉘
조각 보전 복원가의 지도에 따라 학생들이 스스로
어 있는 중국 예술교육 중 대중을 위한 예술교육
주변 야외 조각을 유지 관리하는 활동, 지역의 전
현황과 본인이 소속되어 있는 중앙문화관리간부학
통을 배우고 감상에서 창조로 나아가는 활동의 일
원의 사례를 소개하였다. 중국 대중예술교육은 전
환으로 전통 화과자의 점토 제작 등 여러 흥미로운
국 단위에 분포한 44,423개 문화관에서 다양한 장
사례를 소개하였다.
르로 진행되고 있는데, 특히 전통문화 계승을 중심 으로 전통과 현대의 융합을 꾀하는 특징을 보인다.
노주희 소장(한국오디에이션교육연구소)은 화성감 수성에 기반한 수업을 짧은 시연으로 준비했다. 화 성감수성은 화음과 그 진행에 대해 섬세하게 느끼 고 자유롭게 즐기는 오디에이션(audiation) 능력
PART 5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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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 짠핑(중국 중앙문화괸리간부학원 코이치 우에노(일본 미술을통한학습연구회 회장) 사회교육과 부책임)
노주희(한국오디에이션교육연구소 소장)
을 일컫는데, 전체와 부분의 소리를 이해하게 하면
간예술단 상호파견, 한중일 사례 공유 사이트 구축
서 즉흥연주와 창작의 기반이 된다. 포럼 참가자들
등을 제안했다.
은 악보 없이 소리를 듣고 화음을 경험하며 이해하 는 교육활동으로 연령별 다양하게 변주되는 ‘나무 와 바람’에 참여하면서, 잠깐이지만 각자 500년 동
가깝고도 먼 한중일, 새로운 발견과 협력을 기대하며
안 외로웠던 나무의 노래에 찾아든 바람, 해님, 구 름, 소년의 하모니가 되어보았다.
종합토론에서는 박영정 연구위원(한국문화관광연
일본 예능실연가단체협의회(이하 예단협)의 ‘키즈
구원)의 사회로 7명 발제자들의 경험과 사례, 각국 의 예술교육 정책 현황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전통예술체험’ 프로그램을 맡아 온 카오리 가와시
글로벌 시대에 더욱 가까워진 한국, 중국, 일본이지
마 디렉터는 전통예술에 주목하여 ‘아이들 속에서
만, 각국의 예술교육 사례를 들여다보면 공통의 이
전통문화가 숨 쉴 때: 접근법과 예술가의 역할’에
슈 외에 문화적 풍토와 정책 지형의 차이도 적지
대하여 발표했다. 일본에서 1950년대까지 강습의
않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일본의 경우 민간 협회 차
주류였던 전통예술은 라이프스타일이 바뀌면서 그
원에서 학교 단위와 연계한 새롭고 다양한 감상 및
중요성에 비해 실질적 관심은 줄어드는 추세이다.
제작·실연 등의 시도가 활발함을 볼 수 있는 반면,
한편 국제화의 진전과 함께 오히려 일본문화의 중
중국은 국가 주도 하에 지방 단위 문화관과 문화센
요성이 부각되고 있기도 하다. 실연예술분야 68개
터 등 수많은 거점기관을 중심으로 다수의 대중을
단체가 회원인 공익법인 예단협은 아이들에게 전
위한 예술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통예술이 고리타분하다는 선입견을 벗어나 새로운 체험을 통해 예술가들에 대한 동경심과 전통예술
이번 포럼은 예술교육에서 예술가의 역할과 관련
에 대한 애정을 품을 수 있도록 2008년부터 도쿄
한 근원적 질문부터 각국의 장르별 현장사례, 한중
도 문화정책의 일환으로 ‘키즈전통예술체험’ 프로
일 교류와 협력방안 등 굵직한 이슈가 포괄적으로
그램을 진행해오고 있다. 전문 강사가 투입되어 전
진행되었다. 가깝고도 먼, 세 나라의 예술교육 정책
문 연습장과 발표회장에서 아이들 대상의 교육을
과 현장을 상호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흔하지 않
6개월간 장기 프로그램으로 진행하면서 전통적 감 성을 키우고 선생님에 대한 동경, 정체성 인식 등
기에 이 또한 의미 있는 작업일 것이다. 그러나 문
의 교육적 성과가 있었다고 한다.
발견하고 이해하면서 교류와 협력의 실질적 바탕
화예술교육 현장 전문가들 간 보편성과 특수성을 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좀 더 세분화된 주제로 밀도
마지막으로 중국 중앙문화관리간부학원 국제교류
있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장이 필요하다. 오늘의
과 책임자인 쬬우 메이펀은 한중일 문화예술교육 포럼의 플랫폼을 통한 실무 협력 강화, ‘아세안+3
만남이 한국-중국-일본의 예술교육 현장에서 또
문화인력자원개발 협력 워크숍’을 통한 교류와 협
남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력, 한중일 예술교육 연맹 결성, 국제민속축전기구 협의회(C.I.OF.F)를 통한 상대국 민간예술제에 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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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arte 365
다른 흥미로운 발견과 협력 작업을 위한 내일의 만
카오리 가와시마(일본 예능실연가단체협의회)
이선옥 예술교육과 예술경영, 정책과 현장을 가로지르며 일해 왔다. 서울프린지네트워크, 하자센터,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문화재청, 예술경영지원센터 등에서 프로그램 기획홍보, 연구조사, 컨설팅 업무를 담당했다. 이메일 dal0310@naver.com 블로그 http://blog.naver.com/dal0310
쬬우 메이펀(중국 중앙문화관리간부학원 국제교류과 책임자)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6년 6월 7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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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교육과 예술의 유기적 협력 2016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 마음탁자10 ‘교사가 말하는 문화예술교육’ 송혜경 지역활성화팀
2016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 행사의 일환으로 문 화예술교육의 다양한 주제로 현장이야기를 듣고 지
교육이 정착되어야 하는 이유와 배경, 정책의 현
식으로 공유하는 ‘현장이야기마당 마음탁자’(이하
엇인지에 대한 이야기로 마음탁자를 열었다. 먼
마음탁자)가 지난 5월 24일부터 3일간 펼쳐졌다. 총 10개의 마음탁자 중 ‘교사가 말하는 문화예술교
저 7차 교육과정 개정(2000년)에서부터 2009년 개정 교육과정까지 공교육의 제도적인 변화에 따
육’ 세션은 학교 내에서 문화예술교육이 정착되기
른 예술교육의 확대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이를 통
위해서 교사와 예술교육 전문인력의 협력, 더 나아
해 학교의 자율성이 강화되어 창의적인 인재를 키
가 문화·교육 정책의 개선점까지 학교 문화예술교
우는데 중점을 두면서 획일적 교육 운영에서 벗어
육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다.
나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창의적 체험활동을 강화
실과 이상의 괴리를 해결하기 위한 과제들이 무
하여 체험 중심의 다각적인 교육을 펼칠 수 있게 되 공교육 속 문화예술교육을 지원하는 ‘예술꽃 씨앗
었다. 한편으로는 예술강사 지원사업, 학교와 지역
학교 지원사업’ 담당자로서 문화예술과 공교육 제
사회 연계 등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예술교육을 확
도의 결합이 결코 녹록하지 않다는 것을 매일 실
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예술교육 전문인력과
감하고 있다. 선생님들에게 교과과정과 연계한 문
교사 간 협력수업은 실질적으로 잘 구현되지 못하
화예술교육 기획이 필요하다고 말은 하지만 이상
고 있으며, 학교 밖에서 문화예술교육 활동을 할 수
적이고 추상적인 문화예술교육에 대해 설명하기
있는 시설 수는 매우 적은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란 쉽지 않다. 또한 외부 전문가(예술가)가 학교 안으로 들어가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진행
우리의 아이들이 창의적 인재, 감성적 인간으로 성
하다가 학교 환경에서 예술교육 활동의 한계점에
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식 중심 교육이 아
부딪쳤을 때 느끼는 괴리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를
닌 실천과 경험을 중심으로 교육을 펼쳐 나가야 하
듣기도 한다. 사회의 변화에 따라, 인재상의 변화
며 그 핵심이 ‘예술교육’에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잘
에 따라 교육과정도 이에 맞춰서 개정이 되고 있
알고 있다. 하지만 정책과 실제 현장과의 괴리를 어
지만 정작 그 안에서 움직이고 있는 관계자들이
떻게 해결해 나가야 하는 것일까? 이제 ‘예술’이 소
서로 간에 입장을 이해하고 있는지, 공교육 안에
수자들의 특권이 아닌 보편적인 향유능력으로 패러
서 문화예술교육이 가지는 참의미를 발휘하기 위
다임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시점에서 국내의 문화
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해봐야 하는 시점
정책과 교육정책에 대한 의미를 제고하고 지역사회
이어서 개인적으로도 의미 있는 자리였다.
와 연계한 학교 문화예술교육이 활성화됨으로써 모 두가 경험할 수 있는 학교 문화예술교육 정책을 구 현해야 한다고 마무리하였다.
학교 문화예술교육, 오늘을 읽고 내일에 답하다 두 번째 발제자인 갈천초등학교 정수기 교사는 ‘초
190
첫 번째 발제자인 경기도교육청 김혜경 장학사는
등교육에서 문화예술교육의 현황과 과제’라는 주제
‘학교 안에서 문화예술교육 변화와 전망’이라는
로 경기도교육연구원에서 진행한 「학교 주도 문화예
주제로 미래가 바라는 인재상과 학교에 문화예술
술교육 활성화 방안 연구」와 갈천초등학교의 사례
2016 arte 365
를 소개했다. 예술적인 예술강사와 교육적인 교사의
통해 경기도 각 지역에 흩어져 있는 교사들이 모이
괴리는 정책만의 문제가 아니라 현장에서의 노력도
게 되면서 함께 고민을 나눌 수 있는 끈이 생겼다
필요하다며, 학교가 자발적인 참여와 주도성을 강화
고 했다. 연구회에서 다양한 교사 연수 프로그램뿐
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에 대해 정책 현황과 현
만 아니라 학기 초부터 예술강사와의 협력을 통해
장 사례들을 다각적으로 분석함으로써 학교 안에서
수업계획을 구성하고 전문가 컨설팅까지 이루어지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갈천초등학교에서는 교
는 체계적인 예술강사 협력 수업안 개발에 대한 사
사의 문화예술교육 실천역량을 파악하고 예술교육
례 등을 소개했다. 교사와 예술가, 전문가 간의 협
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 후 교육방향과 연수내용을
력과 의견 수렴의 과정을 거치면서 만들어진 교육
협의·개선하고 있다.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위
연극수업의 결과물이 어떠한 것인지, 어떻게 운영
해 학생자치회 운영 프로그램 기획에 학생들의 의견
하였는지 참여자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을 수용하고 재능을 접목시킬 수 있는 방법을 모색 해 프로그램 참여의 몰입도를 높일 수 있었다. 정수
또한 앞서 김혜경 장학사가 말한 ▲학생중심수업 ▲
기 교사는 예술교육을 “귀찮고 싫은데, 해보면 좋은
자유학기제 ▲인성교육강화 ▲마을공동체-마을축
것”이라고 정의했다. 경험에서 우러나온 이 한마디
제 ▲교과예술융합교육 ▲2015 개정교육과정 연극
가 마음탁자 참여자들에게 큰 공감을 얻었다.
단원 신설 및 2018년부터 고교 일반선택 연극교과 신설 등 교육 패러다임의 변화를 다시 한 번 언급하
마지막으로 매홀고등학교 유수미 교사는 ‘교사 주
면서 예술교육 활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고, 특히 연
도의 문화예술교육 실천을 위한 방안’을 본인의 사
극 교육은 다양한 장르와 종합적으로 어우러질 수 있
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기술교과를
는 분야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편, 예술교육 활동을
담당하고 있는 유수미 교사는 청년시절부터 연극
꾸준히 해오면서 학교에서 예술교육을 실현하기 위
을 좋아하여 연극 동아리 활동을 꾸준히 해왔다.
해 교사가 해야 할 일은 어디까지인가 스스로 질문
교사가 된 후, 그 경험을 바탕으로 경기도 교육연
해보곤 했다면서, 어려운 점도 많고 혼자만의 열정으
극연구회 예비모임을 결성했고, 여러 차례 우수교
로 시작해서 실패하는 사례도 많이 보았지만, 지역사
육연구회, 지역연계 학교예술교육 활성화 수업연
회와 연계하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사람들의 모
구회로 선정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러한 활동을
임이 예술교육을 지속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가장
PART 5 보다
191
큰 원동력이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들
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이해와 지혜가 담긴 교육과
이 변화하는 모습이 힘들지만 계속해서 예술교육을
정이여야 하고, 그 과정에서 교사는 자신의 수업과정
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라고 말했다.
을 객관적으로 직시하고 끊임없이 개선해나가는 자세 와 함께 아이들을 관찰하고 관심 깊게 바라보는 노력 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또한 아이들의 다면
학교 문화예술교육이 가야할 길
적인 성장을 위해 교과목 간 융합교육이 활성화되어 가고 있지만 아직까지 융합교육의 진정한 의미와 예
3명의 발제가 끝나고 마음탁자 참여자들과 발제자 들의 토론이 이어졌다. 토론의 주제는 ‘미래사회 대
술교육에 대한 인식은 교사나 예술교육 전문인력 모
비를 위한 학교 문화예술교육 방향’으로 미래사회
이해하고 채워갈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의
의 변화와 감성적 인간 육성을 위해 학교가 어떻게
견이 있었다. 사회는 융합적 사고를 지향하고 있지만
나아가야할 것인가에 대해 예술강사, 아이디어 디
아직 현장인력, 교육환경 등 다각적인 면에서 많은 개
렉터, 통합예술 치료사 등 현장에서 다양한 활동을
선과 노력이 필요한 시기라고 입을 모았다. 또한 보다
하고 있는 관계자들이 함께했다.
체계적인 정책과 관계자·학부모·학생들이 공감하고
두에게 부족한 부분이 있으며, 연수 시 이러한 부분을
실현 가능한 교육 방향이 제시되길 바랐다. 점점 작은 학교가 늘어나고, 학교 간 네트워크가 매우 중요해지고 있으며, 넘쳐나는 교육콘텐츠 속에 아이
아이들과 교육이라는 경계에 서서 중간자의 역할을
들의 콘텐츠에 대한 흡수력이 매우 빨라져서 기존 교
하고 있는 청년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참가자의
육과정을 뛰어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때문에 일
“예술교육을 알아갈수록 표면적인 예술교육이 되는
방적인 전달 방식으로 교육이 평준화되기 보다는 이
것 같다.”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문화예술교육을 위
제는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여 경험하고 깨닫게
한 다양한 정책이 펼쳐지고 있지만 보여주기식 성과
해줘야한다는 의견과 함께 호기심을 자극하는 가장
를 위해 우리가 바라는 이상향을 말로만, 글로만 하고
좋은 매개는 예술 분야라는 의견이 나왔다. 그리고 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문화예술
령화 시대에 대비하여 지역사회와 연계한 학교 교육
교육의 진정한 실천과 실현을 위해 현장의 소리에 귀
의 중요성도 언급되었다. 교육이 소규모화, 세분화되
기울이고, 교사의 열정만이 아닌 현실적인 지원과 정
면서 교육대상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통한 맞춤형 교
책이 체계적으로 잘 만들어져 예술과 교육이 수평적
육과 교육콘텐츠의 질적 성찰이 필요한 시기라는 점
인 개념을 가지고 융합이 잘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에 동의하면서 가장 근본이 되는 ‘교감과 소통’을 잘
모두의 바람으로 오늘의 마음탁자는 마무리되었다.
할 수 있는 교육이 절실하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그렇다면 이러한 미래사회를 대비한 교사 인성교육이 나 연수, 학교 문화예술교육의 방향은 어떻게 가야할 까? 미래사회의 교육은 단순히 입시와 진로 설정으로 귀결되는 교육과정이 아닌, 아이들에게 타인과 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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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arte 365
송혜경 지역활성화팀 shk@arte.or.kr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6년 6월 14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일상에 뿌리내리는 예술교육을 위하여 2016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 마음탁자9 ‘시민 문화예술교육을 말하다’ 강유나 사회교육팀
지난 5월 26일 아홉 번째 현장이야기마당 마음탁자
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이 마주한 삶의 문제를 해결
(이하 마음탁자) ‘시민 문화예술교육을 말하다’가 상
하는 과정으로서의 문화예술교육을 경험했기 때문
암동 스탠포드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렸다. 시민 문
이라고 설명했다. 문제 해결 과정으로서의 문화예
화예술교육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던
술교육 활동을 통해 일상의 변화를 목격한 참여자
이번 마음탁자는 ‘현장-사람, 열쇠 찾기’라는 3일차
들은 향후 일상 속 문화예술 활동에 더욱 적극적으
테마에 맞게 현장 활동가 및 전문가가 사례를 공유
로 참여하게 되며, 활동의 지속을 위한 보조적 역할
하고 시민 문화예술교육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눌
부터 재원 형성까지 분담하는 주체로 성장한다. 누
수 있었던 자리였다. 예술교육, 공간, 지속성이라는
군가에 의해 필요하다고 정의되고 제공받는 서비
세 가지 주제로 현장 활동가의 사례공유와 전문가의
스로서의 교육이 아닌, 개개인의 이슈와 필요를 반
분석의견 제시가 이어지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영하고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교육 환경과 이 슈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문화예술교육 활동을 통해 문화적, 사회적 시민으로서 성장하도록 하는 것이
일상의 변화를 실천하는 시민,
시민 문화예술교육이며, 이를 통해 만들어지는 지
협업과 성장과정으로서의 문화예술교육
지와 협력의 씨앗을 통해 우리는 일상에서 지속가 능한 문화 환경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부는 2014년부터 지금까지 시민 문화예술교육 활동 지원사업 ‘시시콜콜’(이하 시시콜콜)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극단 진동 최소진 대표가 동네 이웃
시민, 문화예술 콘텐츠, 공간의 선순환
과 함께 만들어가는 ‘마을극장 수유리’의 사례를 공 든 세대의 주민이 함께하는 공동창작 프로젝트까
2부에서는 시민문화거점공간 조성 사업에 참여 한 민중의집 사례를 중심으로 공간을 활용하는 시
지 다양한 주민주체의 요구를 반영한 예술교육 프
민 주체(휴먼웨어)와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소프
로그램과 마을 내 다양한 욕구를 반영하기 위한 주
트웨어) 그리고 공간(하드웨어)의 관계에 대해 살
민운영위원회 사례를 통해 마을 주민들의 자발성
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민중의집 오김현주 대표는
과 협업을 이끌어내는 콘텐츠와 운영구조에 대한
공간 내 많은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 운영했던 ‘채
고민과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욕심을 내지 말 것,
우기’ 방식에서 콘텐츠를 가진 지역의 다양한 주
그리고 함께 만들어가는 구조를 늘 고민할 것. 수
체들과 연계하여 협업을 추구하는 ‘비우기’ 방식으
년간의 마을 활동을 통해 이 두 가지를 깨닫게 되
로 공간 운영 방식을 전환함으로써 민중의집이 지
었다는 말과, 최종적으로는 주민들이 조합원이 되
역 주체들의 발굴, 소통, 새로운 모임의 계기를 제
는 일상예술커뮤니티 협동조합이 되기를 바란다는
공하는 네트워크형 거점공간으로 성장하게 된 과
마을극장 수유리의 꿈을 공유하며 발표를 마쳤다.
정을 공유했다. 특정 공간이 거점 공간으로 성장
유하며 시작되었다. 세대별 연극 프로그램부터 모
하기 위한 핵심은 ‘관계를 어떻게 만들어내느냐’에 이어 이광준 소장(바람부는 연구소)은 극단 진동과
있음을 강조하였다. 단체가 소유한 물리적 공간만
함께 한 주민들이 자발적 문화 활동의 주체로 성장
을 생각하면 활동과 주체의 범위는 한정적일 수밖
PART 5 보다
193
에 없지만, 동네 공원, 밥집도 우리의 문화놀이터
하면서, 단체 기획자나 프로그램 담당 강사의 역량
가 될 수 있다는 상상력을 가지고 지역을 바라보
만으로는 추진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면 새로운 지역 거점을 발굴하거나 기존 공간과의
프로그램에 관심이 있을만한 청소년들을 소개해주
연계, 상호 발전이 가능하다는 말을 남겼다.
기도 하고, 활동 공간을 제공하기도 하며, 진로 체험 멘토가 되어주기도 하는 마을부녀회, 지역 사찰과
이영범 교수(경기대학교 건축대학원)는 민중의집
성당, 동네 공방 주인들부터 지역 내 청소년 교육에
이 공간을 단순한 문화예술시설이 아닌 ‘거점’으로
대해 함께 고민하는 인근 학교, 기관에 이르는 공감
보는 시선에 주목했다. 거점 공간의 활성화란 삶과
과 지지의 네트워크가 있기에 달꽃창작소의 시민
문화의 관계망이 확장되는 것이라는 이해를 바탕
문화예술교육 활동이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이다.
으로 프로그램형 공간(콘텐츠 중심의 학습장)-플 랫폼형 공간(개방형 거점 공간)-네트워크형 공간
마지막 발표자인 장대철 교수(KAIST 경영대학원)
(협력적 연계의 장)으로 진화한 좋은 사례라고 설
는 달꽃창작소의 사례를 다시 언급하며 지역연계
명했다. 공간의 성격이 변화함에 따라 프로그램 역
망 뿐 아니라, 조직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정립했다
시 학습형 프로그램에서 사용자 주도형 프로그램
는 점,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을 동시에 활용하여 자
으로, 공간 운영 주체는 기획자에서 기획자+참여
신의 수입구조를 균형적 포트폴리오로 구축하여
자+지역단체로 확장된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
사업을 운영하고자 하는 점, 조직 운영비용을 후원
다고 말했다. 프로그램과 공간을 별개로 보는 것이
에 의해 해결하고자 하는 모습과 지역 내 열성지지
아니라 프로그램의 목적과 공간의 의미에 대해 먼
자의 폭을 넓히고 있다는 점들이 달꽃창작소 조직
저 고민하고 둘 사이의 연계 구조를 잘 설정할 때
과 활동의 지속성과 확장성을 기대해볼 만한 이유
거점공간을 통한 참여주체의 발굴과 역량 강화, 지
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조직운영에 대한 고민은 사
역사회로의 가치 확산이라는 시민 문화예술 활동
업 초기단계부터 필요한 중요한 과정임을 강조했
의 선순환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 또한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싶다면 현재 조직의 기능성(정체성), 비용 회수가능성(기능을 수 행하기 위해 발생하는 금전적, 비금전적 비용에 대
시민 문화예술교육 활동, 조직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조건
한 실질적인 보상체계), 예측가능성(조직의 상태나 활동에 대한 계량화에 기초한 재원 마련, 조직 구
‘달놀이 꽃연극’이라는 지역기반 연극놀이 프로그
성 등에 대한 지속가능한 계획의 수립)을 반드시
램으로 2015년 시시콜콜 사업에 참여한 달꽃창작
검토해볼 것을 당부했다.
소 최규성 대표의 사례 공유로 3부가 시작되었다. 활동과 조직의 지속성 확보를 위한 다양한 시도와 고민 중 인상적인 지점은 지역 연계망이었다. 최
다양한 가능성의 씨앗이 싹틀 수 있는
규성 대표는 ‘지역은 청소년의 놀이터’가 되기를
시민 문화예술교육의 토양을 꿈꾸며
바라며 ‘다양한 사회연계망을 통한 성장교육’을 지 향하는 달꽃창작소의 문화예술교육 활동을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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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arte 365
각 주제별 현장 활동가와 전문가의 발표 이후에
는 모든 참여자들이 ‘내가 생각하는 시민 문화예술
확산이 아닌 현장이 품고 있는 다양한 가능성의
교육의 키워드’에 대해 자유롭게 공유하는 시간이
씨앗들이 오롯이 싹틀 수 있는 토양을 어떻게 만
이어졌다. 참여자들은 ‘소통’, ‘일상’, ‘공유’, ‘반복’
들어 갈 것인가에 대한 큰 방향과 제도에 대한 고
과 같은 짤막한 키워드를 제시하였고, 시민 문화
민도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예술교육이란 ‘답을 내기 보다는 소통하는 과정’이 며 ‘프로그램보다도 생활과 삶을 공유하는 환경이 중요’하고 ‘주기적이고 반복적으로 만나는 작업’이 꼭 필요하다는 세부 의견을 함께 나누었다. 시시콜콜 사업은 시간, 장소, 대상에 국한된, 하향 식 공급형태의 기존 지원구조를 넘어 일상 속 누 구나, 언제나, 어디서나 가능한 문화예술교육 모 델을 발굴하기 위해 시작되었고, 올해 시범사업의 마지막인 3년차를 맞이했다. 이 사업의 담당자로 서 이번 마음탁자를 비롯한 2016 세계문화예술교 육 주간행사는 ‘예술, 스스로 피어나 서로를 물들 이다’라는 슬로건에 담긴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참 여’, ‘확장성’, ‘지속성과 자생성’의 가치를 현 시민 문화예술교육 정책에 대입해보며 향후 정책 방향
강유나 사회교육팀 yunakang@arte.or.kr
과 지원구조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하게 되는 시 간이었다. 전 국민의 자발적, 능동적 문화 참여 기 회 확대와 문화예술교육의 일상화의 과제를 안고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6년 6월 28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있는 지금, 문화예술교육 전체 틀 안에서 가지는 시민 문화예술교육의 역할을 명확하게 설정할 필 요가 있다. 단, 특정 사업모델의 복제를 통한 양적
PART 5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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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향하는 교육, 교육을 품은 마을 경기 세월초등학교 통합문화예술교육 이선옥 자유기고가
공사 구간과 굽이굽이 고개를 넘어 물 맑은 경기도
2007년 교사연수를 통해 인연을 맺게 된 교육연극 연구소 프락시스 김지연 대표(현재 세월초등학교
양평에 어렵게 도착했다. 아담한 세월초등학교에 들
문화코디네이터)와 의기투합하여 2008년 마을학교
어서자 다행히 비는 멎었고, 막 2교시 끝나고 쉬는 시간이라 아이들 재잘거리는 소리와 발걸음으로 활
축제를 기획했다. 축제를 매개로 3월부터 준비과정
기참이 느껴졌다. 교정 곳곳에는 고사리 손으로 직
고, 그렇게 만들어져 진행된 교육과정을 마을과 학
접 가꿔 제법 영근 고추, 가지, 오이로 빼곡한 텃밭과
부모, 학교가 함께 공유하는 소통의 축제로 만들었
해마다 벽면을 다양하게 채워나가는 타일아트, 시계
다. 빠듯한 예산에도 서로의 마음이 모여 시작된 축
탑을 채색한 벽화, 반짝이는 은박지 옷을 입은 석고
제는 지금까지도 지속되고 있어, ‘농촌 지역의 새로
상, ‘짜증’, ‘답답함’ 등 아이들이 밟고 싶은 단어들로
운 교육 공동체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아침부터 서둘러 세찬 소나기를 뚫고 여기저기 도로
의 일환으로 전문가가 결합하여 교육과정을 개발하
채워진 계단 등 아이들의 흔적이 여기저기 묻어있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분교, 폐교 위기에 처해있던 학 교가 어떻게 새로운 활력으로 되살아났을까.
마을로 나가는 학교 마을과 학교를 살리겠다는 노력으로 출발하여 2010년 혁신학교, 2015년 예술꽃 씨앗학교에 지정 된 세월초등학교는 주제중심 문화예술교육을 다양
운명적 만남 전교생 50명 안쪽이던 시절, 세월초등학교는 폐교 위기에 몰렸고 학교를 살리자는 목소리가 교사들,
한 전문가와 교사들이 협업하여 시도하고 있다. 학
동문들, 마을주민들을 중심으로 커져갔다. 2007년 부임했던 남궁역 교사는 그 시절을 기억하며, 하고
는 마을-학교’로, 작년에는 ‘마을-공간’ 중심의 탐
싶은 교육을 하자는 마음으로 교사모임 ‘작은교육 연대’를 통해 교육과정을 만들어갔던 경험을 들려
아트(community art, 공동체 예술)를 실험해보았다. 올해는 ‘마을-관계’ 중심으로 마을과 학생들 삶의 관
주었다. 무엇보다 교사연수를 통해 교육연극을 체
계를 확대하려 한다. 전교생이 참여하는 프로젝트형
험했던 것이 터닝포인트가 되었다.
공동체예술교육 프로그램을 학기별로 운영하고, 수
교가 집중하는 방향은 ‘커뮤니티 아트로 만들어가 색을 시도하면서 배움의 공간을 확대하고 커뮤니티
업은 매주 목요일로 집중하여 학년·분야 간 통합운 “제가 수학, 이과 쪽을 전공해서 사실 예술은 늘 멀게 느껴
영이 자연스럽고 탄력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했다.
졌어요. 그런데 2007년 연수과정에서 연극을 통해 내 안의 것을 끄집어내는 놀라운 경험을 했죠. 그 후 예술에 대한 두
취재차 방문한 날은 마침 ‘예술꽃데이’가 진행되는
려움이 사라지고, 오히려 예술로 아이들을 좀 더 깊이 있게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연수 때 경험한 것을 하반
목요일. 1학년 교실은 마을연계 이야기 구성을 통해 무대소품을 만들고, 2학년은 발도르프 교육(20세기
기에는 직접 아이들에게 적용하기도 했고요.”
초 오스트리아의 인지학자 루돌프 슈타이너가 제
- 남궁역 교사
창한 교육 사상) 기반 습식수채화를 직접 익힌 남궁 역 교사의 수업이 한창이다. 3학년은 공동체예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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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의 일환으로 담임교사와 김현주 강사(시각예술가)
고 있어 세월초등학교 아이들도 자주 들락거리는 마
가 화분 만들기를 이끌어가고 있었다. 아이들은 고 무장화부터 페트병, 재활용 화분까지 다양한 소재에
을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근처에는 6월 29일 오픈 한 마을갤러리 ‘세월 달빛 갤러리’가 있어 마을 짚풀
물감으로 채색하느라 정신이 쏙 빠져있다. 여기까지
달인 임경재 어르신의 짚풀공예전이 열리고 있었다.
오는 과정은 보기보다 간단치 않았다. 마을을 직접
이 갤러리는 최근 강상면사무소에서 제공한 컨테이
탐색하는 작업부터 시작해 화단의 용도를 함께 궁리
너를 이용, 마을 주민의 힘을 모아 오픈했는데 부녀
하면서, 3시간여 협의 끝에 설치 장소를 학교 계단으
회원들의 자발적 참여로 기획 운영될 예정이다.
로 결정했다. 화단을 구체적으로 계획하기 위해 아 이디어를 스케치하고 관리 계획도 세워봤다. 교사들
시간을 내어 둘러본 마을 곳곳마다 세월초등학교
과 전교생의 관심과 참여를 얻기 위해 화단조성계획
아이들의 흔적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이들이 올
광고지를 만들어 돌렸고 이들로부터 화분으로 쓸 재
라가기 좋게 생긴 나무 주변으로 형성된 자연 놀이
활용 소재들을 한보따리 받아두었다.
터는 가을이면 마을축제 무대로 탈바꿈한다. 모두 를 품어주는 넉넉한 할머니의 성품을 느끼게 하는
2015년부터 자문위원으로 세월초등학교를 지켜봤던 김현주 강사는 장소특정형 작업과 커뮤니티 아트 작
‘느티나무 같은 할머니’, 지금도 맑은 물이 흐르는
업을 주로 해왔다. 학교가 배움터이자 놀이터인 마을
적인 문패는 2014년 학생들이 직접 이야기를 만들
과 어떻게 관계를 맺을 것인가에 집중하면서 ‘공동체
고 뚝딱뚝딱 작업해서 붙여둔 작품들이다. 마을 어
예술’ 과목을 맡아 진행하고 있다. 공동체예술에 대한
귀의 버스정류장은 목공 수업의 결과로 만들어졌는
접근이 다양할 수 있겠지만, 교육의 목적은 “마을의
데, 나중에 양평군에서 아이들 작업물 바로 옆에 공
익숙한 장소, 그 일상성을 미술이라는 낯선 매개를 통
식정류장을 설치했다고 한다. 버스를 기다리는 마
해 특별한 관계와 경험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을 사람들은 어느 쪽 정류장을 이용할까?
예술로 물드는 마을
옛 빨래터에 붙은 ‘물은 강으로 가고 싶다’ 같은 시
교사의 내적 수요부터 유연한 시스템까지
‘마을-학교’의 구성원들은 교사와 전문가, 학생뿐만
그동안의 노력으로 세월초등학교는 폐교 위기에서
아니라 학부모를 포함한 마을 주민을 포괄한다. 현 재 세월초등학교 인근의 마을주민은 300~350가구
벗어났고, 현재 학년별 1학급씩 총 6학급, 전교생 84명의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마을을 살리기 위한
정도인데, 여기서 나고 자란 원주민 외에도 교육 때
동문회와 마을 설득 작업도 있었지만, 핵심은 결국
문에 시내에서 이주한 사람들도 있다. 사물놀이 등
교사들과 교육과정에 있었다. 흔히 교육 수요에 대
마을 주민이 중심이 된 동아리 활동도 늘어나고 있
한 이해를 최종 수혜자인 교육 참여자들로부터 출
는데, 2014년 마을회관 2층을 리모델링한 ‘마을사랑
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월초등학교 사례는 이
방’에서는 마침 마을 주민 10여명이 가죽공예 활동
와 더불어 학생들을 가장 가까이 만나는 교사들의
을 하느라 분주했다. 이곳은 카페와 공방 역할을 하
내적 수요, 즉 그들의 드러난 혹은 잠재된 열정과
PART 5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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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을 발현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것, 마음
는 게 아닐까. 마을과 학교의 경계를 트는 세월초등
맞는 교사와 전문가의 협업으로 새로운 자극과 방
학교의 ‘마을로 나가는 학교, 예술로 물드는 마을’의
법론을 개발할 기회를 가지는 것의 중요성을 일깨
실험이 지속되기를 바란다.
워준다. 교사는 해당분야 전문가의 작업을 관찰하 고 아이들의 구체적 반응에 대해서 기록하고 피드 백하면서 함께 교육방향과 교육과정을 함께 발전시 켜 나갈 수 있다. 교사 중심, 주제 중심의 교육과정 은 예술의 장르적 구획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시도 를 해볼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준다. “지금까지의 노력을 통해 만들어진 성과라면 우선 선생님 들의 행복감을 얘기할 수 있어요. 학교에 문화가 쌓이는 과 정에서 새롭게 배우는 것으로부터 행복감을 느낍니다. 공 립학교 교사다보니, 중간에 2년 동안 다른 학교에 있었는 데 껍데기만 남은 것 같은 허전함을 떨칠 수 없었죠. 그래
예술꽃 씨앗학교는 전교생 400명 이하의 소규모 학교에 최대 4년간 전교생의 문화예술교육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선정된 학교에는 전문 예술강사 활용, 교육기자재 구입, 예술 현장 관람 등을 위한 예산이 지원된다. 학교는 국악, 관현악, 미술, 연극, 통합예술교육 등 자율적으로 분야를 선택해 특색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학생들은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 문화적 감수성과 창의성, 표현력과 협동심을 함께 키운다. 또한 농산어촌 등 문화소외지역의 학교들을 중점적으로 선정하는데, 학교와 지역사회 연계 차원에서 학부모 강좌와 재능 나눔 활동 등을 통해 지역 공동체에도 활력을 불어넣게 된다. 현재 전국에 총 50개 예술꽃 씨앗학교가 운영되고 있다. 홈페이지 http://flower.arte.or.kr
서 올해 다시 세월초등학교에 돌아왔습니다.” - 남궁역 교사 남궁역 교사는 뜻 맞는 교사, 전문가들을 만난 것도 행운이고 이들과 함께여서 행복하다고 자부하지만, 교사들 사이에 생각의 차이를 협의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쉬운 것만은 아니라고 한다. 주기적으로 전 근할 수밖에 없는 공립학교의 특성상 교사 개인 중 심의 활동은 지속성에 한계가 있기에, 유연한 시스 템을 만드는 것이 과제다. 적정 규모에서의 삶은 불가능한 꿈처럼 보이는 많
이선옥 예술교육과 예술경영, 정책과 현장을 가로지르며 일해 왔다. 서울프린지네트워크, 하자센터,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문화재청, 예술경영지원센터 등에서 프로그램 기획홍보, 연구조사, 컨설팅 업무를 담당했다. 이메일 dal0310@naver.com 블로그 http://blog.naver.com/dal0310
은 것들을 가능케 하는지도 모른다. 300가구 정도 의 마을, 84명의 학생과 11명의 교사, 1명의 씨앗가 꿈이와 8명의 전문강사는 ‘마을-학교’라는 가능성 을 탐색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이 되어준다. 적정 규
사진제공 세월초등학교
모에서는 교육 수요도 좀 더 구체적 삶에 밀착할 수 있기에, 생활예술과 문화예술교육의 경계는 허물 어지고 프로젝트를 위한 프로젝트에서 자유로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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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arte 365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6년 7월 12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편견이라는 철문에 빗장을 열다 극단 진일보 ‘연극 놀이를 통한 창작 뮤지컬 교육’ 송경화 연극연출가
정심여자산업고등학교(법무부 안양소년원, 이하 정
기 나누는 과정을 통해 상대와 자신의 마음을 헤아
심여고)의 굳게 닫힌 철문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방
리고 살펴보는 방법에 대해 조금씩 배워가고 있었다.
문 목적과 신분증을 제시해야 한다. 덕분에 조금 긴장한 채 작은 언덕에 오르자 붉은 얼굴로 만개한
대본 리딩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연극을 만들기 위해
꽃들로 아름다운 교정은 멀리서 들려오는 소녀들
역할을 나누자 아이들은 기다렸다는 듯 어떻게 대사
의 웃음소리와 어우러져 여느 여고의 풍경과 다를
를 읽을까, 어떻게 움직여야 할까, 무대는 어떻게 구
바 없이 평화로우면서도 활기 넘쳤다.
성될까 고민하면서 대사를 읽을 때보다 적극성을 띄 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로 대사를 주고받을 때는 자
정심여고는 학생들의 전인적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신이 맡은 역할에 감정을 이입하여 때로는 격양되고
관악대, 골프 등 총 7개의 동아리를 운영하고 있는 데, 그 중 스무 명 남짓한 소녀들이 자발적으로 참
때로는 호소하며 아주 진지하게 연기를 이어갔다. 저
여한 연극동아리에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것을 극이라는 형태로 다시 만나 이야기할 때, 가해
부처 간 협력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으로 극단 진
자가 아닌 다른 역들(판사, 변호사, 피해자, 가해자 엄
일보(대표 김경익)의 ‘연극놀이를 통한 창작 뮤지컬
마 등)을 맡으면서 아이들이 어떻게 이 연극을 받아
교육’을 진행 중에 있다. 극단 진일보는 연극놀이뿐
들이고 있었는지 자못 궁금해졌다. 짧은 연극이 끝나
만 아니라, 미디어 교육, 창작 뮤지컬 제작 등 입체
고 김경익 강사가 아이들에게 각자 맡은 역할의 입장
적 문화예술교육으로 자존감이 낮아져 있는 소녀들
에서 사건을 바라보았을 때 어떻게 느껴졌는지 질문
에게 ‘나’라는 사람에 대한 자긍심을 함양시키고, 상
을 건네자, 각 인물마다 사건이 다르게 받아들여지고
대방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체득
있었던 점에 대해 흥미롭게 이야기했다. 재판을 받을
할 수 있도록 접근하고 있다.
당시에 밉게만 보이던 판사가 왜 자신에게 그런 말을
마다 조금씩 내용은 다르지만, 재판을 경험했고 이
했는지 알았다며 수긍하기도 하고, 가해자의 철없는 행동에 대해 비난하기도 했다. 이어 강사는 이 이야 세상의 모든 불편함으로부터 해방되는 법
기를 인물들이 아닌 제3자, 관객의 입장에서 한 걸음 떨어져서 바라보자고 제안했고, 이 상황을 해결하기
필자가 방문한 날은 ‘우리들의 이야기를 연극으로’라
위해서는 각 인물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할
는 주제 아래 아이들이 직접 써내려간 대본 중 재판
지 물었다. 아이들은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다. “하루
을 다룬 이야기를 선정하여 함께 읽고 역할을 나누
라도, 한 순간이라도 무언가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어 연극을 만들기로 한 날이다. 소녀들은 처음 대본
것이 없는 날이 과연 있었을까.” 반문하듯 이어지는
리딩을 시작할 때와 달리 점점 이야기에 빠져들더니
강사의 이야기를 통해 나는 그제야 이 연극의 궁극
자신의 차례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연신 ‘아, 나도
적인 목표를 깨달았다. 생활 속에서도 끊임없이 ‘나’
하고 싶다.’라거나 다른 친구들이 대사를 읽을 때 따
라는 존재를 객관화하여 바라보고, 나를 불편하게
라 하는 등의 적극성을 보이기도 했다. 또한 대본의
하는 순간들을 만날 때마다 어떻게 말하고 행동하는
역할을 서로 바꿔 읽어보면서 등장인물이 왜 이런
것이 진짜 나를 위한 최선일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볼
말을 했는지 어떤 마음으로 했을지 생각해보고 이야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말
PART 5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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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익 강사
이지영 교사
이 있다. 김경익 강사는 연극이라는 예술을 통해 상
면 어떤 감정들이 내 안에서 생겨나면서 사이다처럼
대와 나, 그리고 우리들이 마주하는 불편한 상황들을
시원해지는 것을 느낀다. 무엇보다 강사 선생님의 격
스스로 통제하는 방법에 대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려, 관심, 응원을 통해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
받아들일 수 있도록 접근하고 있었다. 가장 예민한
었다. 선생님이 우리의 사소한 이야기까지 귀 기울여
사춘기 시절, 사회의 편견과 어른들의 이기로 밖으로
주시고 때로는 아빠처럼, 삼촌처럼, 오빠처럼 대해주
내몰린 아이들에게 도덕과 윤리를 앞세운 강압적인
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전했다. 인터뷰를 통해 지금
훈계 혹은 교육은 세게 던지면 더 세게 튕겨져 나가
까지 아이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주고 공감해주
는 고무공처럼 아이들을 튕겨져 나가게 만들고 있는
는 사람의 부재가 느껴졌다.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하는 대목이었다.
제대로 배우지 못한 채, 사회의 편견으로부터 위축되 고 억눌린 감정들을 통제하지 못하고 잘못된 길로 들 어서게 된 것 같아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억눌린 감정을 몸으로 표현하기 벌써 2년 째 연극반을 하고 있다는 세린(가명)이는 “처음에 ‘내가 이걸 왜 해야 하지?’ 생각했는데 요즘
마음을 여는 신뢰의 글쓰기, 프리덤 노트
은 하기 싫다고 말하면서도 더 열심히 하고 있는 자
유리장처럼 위태로운 소녀들의 마음에 문을 열고
신을 발견한다. 원래 자신감이 없었고 주변에서 나
무슨 말이든 터놓을 수 있는 선생님이 된 비결은
를 향한 편견으로 안 된다는 생각만 가지고 있었다.
과연 무엇이었을까. 극단 진일보의 대표이자 주강
나무의 나이테는 인고의 세월을 겪을수록 예쁜 모양
사 김경익은 “마음을 열고 무언가 시도해야만 변화
이 된다는 이야기를 강사 선생님께 듣고 나도 잘할
가 생기는 연극이라는 과정에서, 움츠러들어 있는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지은(가명)이
아이들을 자발적으로 할 수 있도록 끌어내는 일이
는 연극반을 선택하게 된 이유에 대해 “여기 온 친
가장 어려웠다. 그러려면 아이들의 이야기를 끊임
구들은 다 각자 마음이 아픈 부분이 있을 거다. 학교
없이 들어줘야 하는데 일주일에 한 번, 1시간 40분
다닐 때 선생님들이 쟤는 범죄 저지른 애라며 무시
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에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
하고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게 했었는데, 뮤지컬을
래서 수업 시간을 이용하는 대신 일주일 동안의 이
통해서 쟤는 소년원 출신이라 안 된다는 사람들의
야기를 자유롭게 적어달라고 했다. ‘프리덤 노트’라
생각과 편견을 바꾸고 싶었다.”고 말했다.
고 이름붙인 공책에 아이들의 쓴 글 하나하나마다 시행착오와 지혜로운 선택을 하는 방법들에 대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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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 모두 연극반을 하면서 달라진 점에 대해 “서
문의 댓글을 적어주었다. 처음엔 숙제처럼 대했던
로 어색하고 눈치 보는 게 있었는데 이제는 의견충돌
아이들은 자신이 써놓은 댓글을 보며 선생이라는 존
이 있을 때 서로의 생각을 들어보려고 노력하고 싸
재를 소통의 대상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고 말했
우지 않으려고 하는 점”이라고 말했다. 연극반을 하
다. 이것은 다시 선순환 되어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
며 가장 좋은 점은 “무엇보다 내 몸으로 무언가 표현
여하고 칭찬받으면서 굳게 잠겨있던 마음의 문을 열
하는 것이 가장 즐겁고 기대된다. 몸으로 표현하다보
게 되었다. 김경익 강사는 평범한 학생들보다 소년
2016 arte 365
원 학생들의 비자발성이 특히 심각한 이유를 신뢰의 상실 때문이라고 말한다. “아이들이 남 앞에 서는 것 에 대해 두려워하는 이유는 자존감이 낮아서 내가 이렇게 해도 되나 생각이 많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성장 과정에서 어른들에 의해 ‘신뢰’라는 가장 기본 적인 것이 상실되었기 때문에 마음을 열지 않는 것 이다. 그걸 극복하기 위해서 제일 먼저 신뢰를 쌓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프리덤 노트를 시작하게 되 었다.” 2년째 정심여고에서 연극 수업을 하고 있는 강사의 아이들을 향한 마음이 느껴졌다. 정을 통해 아이들에게 새로운 안목을 제공하는 것 ‘나’를 마주하는 예술교육, 시스템의 변화 필요 김경익 강사는 청소년들 특히 소년원에서 연극 프 로그램을 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에 대해서 “일반 인들도 마찬가지지만, 어떠한 좌절을 맛본 사람에 게 연극을 통해 ‘나’를 다시 발견하는 일은 너무 중 요하다. 특히, 감정의 격한 변화를 겪는 청소년 시 기에 어떤 배역을 맡아 그 인생을 대신 살아보면 서, 지금 네가 겪고 있는 너는 원래의 네가 아니라 고 말해주는 것이다. ‘너’라는 사람이 원래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 얼마나 가능성이 많은 사람인지, 진짜 ‘나’를 제대로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 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아이들은 세상에 나가 진 짜 아름다운 ‘나’를 드러내며 살 수 있을 것”이라며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들 과 함께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늘어날 필요가 있고, 소년원이라는 특수한 조건을 대상으 로 하는 만큼 교육 전후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아카 이빙 하는 일을 통해 예술교육의 중요성을 알리고 영역을 넓혀야한다고 강조했다.
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인생이 예술이잖아 요.”라고 말씀하시고는 밝게 웃으셨다. 인터뷰를 마치고 정심여고를 빠져나오면서 굳게 닫혀있던 철문은 소년원 문이 아니라 아이들에 대 한 우리의 편견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마 치 5월 한때의 꽃처럼 수줍으면서도 생기 있고, 여 려 보이면서도 강인함이 숨어있는 이 아름다운 소 녀들이 앞으로 맞이하게 될, 어쩌면 지금보다도 더 혹독할지 모를 사회의 편견과 이기로부터 아름다 운 ‘나’를 지키기 위해 애쓰며, 지혜롭고 건강하게 이겨낼 수 있기를 열렬히 응원한다.
부처 간 협력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문화예술을 접하기 어려운 환경에 놓인 이들을 대상으로 문화예술 활동에 참여케 하여 어렵고 멀게만 느꼈던 예술에 대한 거리감을 좁히고, 사회성과 자존감 등을 회복하는 기회를 마련하고자 여러 정부부처 및 산하기관과 협력하여 다채로운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2005년 국방부와 법무부 2개 부처, 8개 시설에서 시작되었고, 2015년에는 산업통상자원부, 여성가족부, 경찰청, 통일부 등 총 8개 부처, 1,160개의 시설에서 1,236개의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올해는 1,196개의 시설에서 1,277개의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인생이라는 예술에 새로운 안목을 제공하는 연극 작년부터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고 계신 정심 여고의 연극반 담당 선생님께서는 연극반을 통해 얻은 자신감이 개인의 생활에서도 나타나기도 한 다면서, 마음을 나누고 만지고 접촉하면서 눈빛이 순화되고 변화하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아무래 도 이론 위주의 교육보다 연극 프로그램은 현장감
송경화 2004년 극단 목화에서 배우로 연극을 시작했으며, 2009년 낭만유랑단을 창단하여 대표, 연출, 작가, 배우를 겸하고 있다. 2015년 「프라메이드」로 서울신문 신춘문예 희곡부문으로 등단 했으며, 현재 혜화동1번지 6기 동인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layaire@hanmail.net
이 있어 아이들의 생활과 밀접하게 닿아있고, 장 면을 새롭게 해석하고 역할을 바꿔 생각해보는 과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6년 7월 26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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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교육 전문성의 근원을 찾아서 문화예술 NGO 예술과 시민사회 ‘2016 부처 간 협력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백기영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부장
2005년 문화예술교육 지원법 제정 이후 지난 10 년간 우리는 학교나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유형의
로 하는 통합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자 했다.
교육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그만큼 문화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기반이 되는 철
예술교육에 종사하는 강사도 늘어났고, 방과 후 학
학이 필요했다. 미국의 STEAM 교육(Science[과학],
교는 물론, 지역의 다양한 문화시설, 교육시설 등
Technology[기술], Engineering[공학], Art[예술], Mathematics[수학]를 통
을 활용한 연계프로그램도 많아졌다. 하지만 다른
합한 융합 인재 교육) 과정이나
한편에서는 양적으로 늘어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
아(Reggio-Emilia, 이탈리아 북부 레지오 로마냐 지역 에밀리아 시립 유치
램의 질적 성장이나 예술교육 종사자들의 역량을
원에서 시작되어 양질의 교육과 탁아를 성공적으로 조화시킨 종일제 교육 프
이탈리아의 레지오 에밀리
독일의 발도르프 학교(Waldorf school, 루돌프 슈타이
강화할 수 있는 전문 인력 양성 프로그램의 필요
로그램),
성도 대두되고 있다. 2016년 부처 간 협력 문화예 술교육 지원사업으로 경기지역 20개 지역아동센
너 교육사상에 기초하여 초·중·고교 구분 없이 함께 배우고 익히는 대안학교),
터에서 21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문화예술
에서 적게 가르칠수록 많이 배운다’는 교육철학으로 학생의 자율성과 창의성
NGO 예술과 시민사회’(이하 예술과 시민사회)와 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프로그램의 질적 성장을 위
을 극대화시키는 혁신학교)
다. 연구진은 서구의 대안교육을 보면서 각 문화별
한 노력을 살펴보았다.
로 얼마나 다른 교육철학을 적용하고 있는지 알 수
스웨덴의 비트라스쿨(Vittra school, ‘교실, 책상, 의자가 없는 학교 등의 대안교육을 참조했다고 한
있었다. 기능교육을 넘어 미술을 매개로 한 통합교육으로 예술가의 사회적 실천으로부터 예술과 시민사회는 2010년 문화예술교육 활동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적기업으로 설립했다. 예술가
예술과 시민사회 오상길 대표는 미술계에서 작가
들이 주축이 되어 기존의 학교교육이 하지 못하는
로서 활발한 활동을 했고, 한때 한원미술관 관장이
창의적인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단체의 설
자 전시기획자로도 활동했으며, 2000년대 중반까
립목표였는데, 무엇보다도 기능교육 위주의 학교예
지 『비평가들이여 내 칼을 받아라』, 『한국현대미술
술교육, 나아가서는 입시교육의 문제를 넘어서 학
다시 읽기』 시리즈를 출판하면서 한국미술 비평계
습자 스스로 ‘미의식’을 발현시킬 수 있는 교육프로 교육이 기능교육에 머물러 있었던 것에 대해 대학
에 뜨거운 쟁점을 만들어 냈던 장본인이다. 1980 년대와 90년대를 가로지르면서 모더니즘과 민중 미술이 대립각을 세우던 시기에 오상길 대표는 한
교육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고 보았다. 강사들 자
국적 현실을 반영한 포스트모더니즘의 수용에 관
신이 대학에서 교육받은 장르 중심적·기능적 교육
하여 고민했고, 매체확장적인 소그룹 운동과 북악
을 사회에 나와서도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청년아카데미와 같은 청년대학생들이 함께하는 전
다. 이렇게 미술수업이 기능교육에만 치중하게 되
문예술가들의 아카데미 운영에도 관여했다. 필자
면 타 교과목의 지식과 정보와 분리된 채 고립될 위
도 대학 시절 그들이 발간한 비평서를 통해서 공
험이 있다. 그래서 예술과 시민사회는 미술을 매개
부했다. 그는 미술계에 꽤나 영향력 있는 작가이자
그램을 개발하고자 했다. 또한 그동안의 문화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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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가였다. 그런 그가 미술을 넘어서 문화예술교
융합한 통합교육이란 무엇일까? 교과목을 통합하
육에 매진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이 매우 낯설어서
는 상상력을 기반으로 교육프로그램을 구성한다는
어떤 계기와 고민이 있었는지 질문했다.
것은 기본적인 인식전환이 필요했다. 그의 말대로 지난 수십 년간 우리 사회의 경제적 발전으로 인해
“그 당시 내 활동은 예술뿐 아니라, 예술가로서 사회적 실천
서 학교의 교육 환경이 많이 달라졌다. 하지만 정작
에 대한 고민에서부터 출발한 것이었다. 교육은 지금 현재만
교육의 방법이나 내용, 커리큘럼 등은 우리가 어릴
이 아니라, 다가오는 세대를 보고 해야 하는 것이다. 특히, 서
때 배웠던 것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예술과 시
양의 근대적 교육철학이 낳은 분과적 분절주의를 넘어서는
민사회가 만난 일선의 교사들 중에는 교과목을 융
‘통합적인 세계관’을 다시 회복해야 한다. 미술을 매개로 하는
합하는 수업이나 특히, 미술과 같은 활동을 바탕으
융합교육은 교과목을 통합적으로 사고하는 실험의 첫 단계가
로 이루어지는 수업을 낯설어하는 경우도 많았다.
될 것이며, 특히, 초등학교의 교과목들을 통합적 프로그램으로
무엇보다 교사와 학생 간의 관계설정에서부터 문제
개발하고 있다. 이런 수업을 개발하려면, 미술가들로만 이루어
가 발생하기도 했는데, 이는 교사가 교육의 내용을
진 연구진으로는 불가능하고 타 교과목의 선생님들과 공동연
주도하고 아이들은 수업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여야
구가 필수적이다. 사실, 오랜 시간 연구를 통해서 프로그램을
하는 구조에 익숙하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구상하기는 하지만, 수업을 진행하면서 아이들이 즉흥적으로 ‘미의식’을 발휘하는 것을 통해서 그동안 내가 습득해왔던 현
예술과 시민사회는 제일 먼저, 학습의 주도권을 강
대미술이 매우 무기력하게 느껴지는 것들을 많이 경험했다.
사에게서 학생에게로 옮기도록 했다. 수업에서 강
그래서 우리는 가급적이면 참여하는 어린이나 학생들이 자유
사는 아이들의 학습 과정을 지켜보는 관찰자 역할
롭게 참여할 수 있는 ‘열린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한다.”
만 한다. 그렇게 되면 아이들이 해야 하는 역할이
- 오상길 대표
상대적으로 늘어나고, 수업의 주도권은 아이들에 게 돌아간다. 강사는 수업의 목표와 방법론을 세우 고 프로그램대로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수업에 몰
수업의 주도권을 아이들에게 그렇다면 예술과 시민사회가 말하는 타 교과목을
입할 수 있도록 하는 진행자인 것이다. 이들이 기획한 교과 통합 수업의 예는 다양한데, 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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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벤 피아노 소나타를 듣고 손가락으로 물감을 찍어
시에르가 『무지한 스승』에서 말한 ‘숲길을 스스
서 종이를 두드리며 하는 <음악과 미술 통합 수업>이
로 가도록 하는 스승’에 가까웠다. 하지만 강사의
나 문학과 연극 그리고 미술을 활용하는 어린왕자와
개입을 최소화하여 ‘아름다움(예술)은 오로지 그
함께 떠나는 <별이 빛나는 밤에>, 비행기와 로켓을 제
것을 발견하고 느끼는 사람의 몫’으로 열어 놓은
작해서 야외에서 퍼레이드를 벌이거나 아이들이 온
이 숲길은 막혀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강사
몸을 던져서 사계절의 나무를 그리는 대형 벽화제작,
와 학습자는 고민할 필요 없이 교구재, 조립설명
나만의 드림하우스 만들기 등이 있다. 디자인과 건 축, 구조역학이 통합된 드림하우스 만들기 같은 수업
서, 제작 동영상이나 학습보조 PPT 같은 것들을 통해서 주어진 과제를 수행하기만 하면 늘 같은
은 아이들이 함께 협력해야만 하는 공동수업이다.
결과에 이르게 되는 것은 아닐까? 예술과 시민사 회에서 4년째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정승채 강사 는 “개입을 최소화하지만, 아이들이 보내는 메시지
더 많은 아이들에게 더 나은 예술교육을
를 해독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역아동센터마다 분 위기도 다르고, 아이들의 에너지도 다르다. 과정상
예술과 시민사회의 교육프로그램은 어떻게 개발되고
의 문제점과 경험을 공유하고 수업방식을 보완해
일반에 공유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예술과 시민사
야 더 나은 수업을 할 수 있다. 그 속에서 아이들의
회는 더 많은 아이들에게 좀 더 나은 교육 혜택이 돌
가능성을 열고 감성적인 변화를 이끄는 것에 보람
아갈 수 있도록 애쓰는 사회적기업이다. 지역-계층
을 느낀다.”고 한다. 학습자에게 ‘숲길’을 지시하면
간 교육의 편차를 해소하는 것이 주요한 목표인 만큼,
서도 ‘곁길’을 허용하기 위해 매뉴얼보다 더 중요한
그들이 개발한 교육 프로그램은 이미 여러 차례 출판
것은 강사의 비전과 노력이라는 뜻일 것이다.
을 통해서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라고 한다. 다만, 프로그램의 운영에 있어서 참여하는 학생들이 매번 달라지기 때문에 여 기에 대한 조직적인 관리가 요구된다. 그들은 모든 수 업을 계획된 과정대로 진행하고 모든 진행 과정을 동 영상으로 기록해서 이후에 수업을 모니터링 하고 있 다. 그리고 ‘조슈아나무 교육연구소’를 부설하여 강사 교육 및 교육콘텐츠 개발, 학습용 교재 및 교구재 개 발을 진행하고, 강사 커뮤니티 카페를 통해서 강사들 상호간에 교육정보를 공유하고 수업이 나선형 식으로 성숙해 갈 수 있도록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있었다. “올해 지역아동센터 사업에 총17명이 참여하고 있다. 각 각의 프로그램이 질적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강사들 의 연구과정과 자기 스스로 성장에 대한 노력이 필요하다. 참여 강사들이 연간 13회차 정도의 교육을 받는다. 이러한 과정을 힘들어하는 분들도 있지만, 더 좋은 프로그램을 더 많은 아이들과 나누려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백기영 1969년 강원도 평창 봉평에서 태어나 홍익대 회화과(학사)를 졸업하고 독일 뮌스터 쿤스트 아카데미에서 미디어 예술(석사)을 전공하였다. 안드레아스 쾌프닉 교수의 마이스터슐러(2002)를 거쳐 귀국 후, 영상미디어 작가로 광주비엔날레(2004, 2008),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2005), 공주자연미술비엔날레(2004) 등에 참여하였다. 2006년 광주 의재창작스튜디오 디렉터를 거쳐, 2007년 안산 원곡동에서 커뮤니티 스페이스 리트머스를 설립하여 디렉터를 역임했다. 2009년 경기창작센터를 새로 개관하여 경기도미술관 학예팀장(2012), 문예지원팀 수석학예사(2014), 북부사무소장(2015) 등의 직책으로 경기문화재단에서 일하다가 지난해 11월부터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kpeik@hanmail.net
- 전상민 연구원 예술과 시민사회 예술교육 프로그램의 장점은 시 행과정과 교보재 등의 사용 매뉴얼을 체계적으
사진제공 문화예술 NGO 예술과 시민사회
로 구축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의 학습자 중심 예술교육 플랫폼은 교육이라기보다는 놀이에 가 까워 매우 이상적으로 보였다. 이는 마치 자크 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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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6년 8월 16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섬마을 어르신들, 한 수 배워 갑니다 2016 움직이는 예술정거장 <동네방네 춤 메들리> 석수정 창작집단 움스 대표
여름방학이 시작되는 7월이면 어김없이 찾아가는 문화 예술교육 ‘움직이는 예술정거장’이 전국을 누빈다. 올해
로그램 기획을 시작할 때 참여자와 함께 만들어가
도 지난 7월 14일부터 문화예술교육을 접하기 어려운 농산어촌지역에 예술가들이 직접 찾아가 연극, 설치미
작을 통해 가까운 거리에서 예술을 접할 수 있는
술, 무용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그 중 전라남
는 춤을 추고자 하는 정서적 시작점을 공유하기 위
도에서는 병원선과 연계하여 전남 도서지역에 의료서비
해 노랫말과 시를 도입해 수업을 전개해보기로 했
스와 함께 문화예술교육 체험이 가능한 ‘예술선’이 운영
다. 뽕짝부터 발라드, 국악과 탱고 등 다양한 음악
되었다. 지난 5월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에 열린 신진 문화예술교육자(예술가)를 대상으로 한 ‘아르떼 펠로우’
에 맞추어 춤과 시낭송 그리고 몸풀기 체조까지,
에서 선정된 창작집단 움스의 <동네방네 춤 메들리>는
네방네 춤 메들리>가 탄생했다.
는 프로그램을 고민했다. 참여자가 어렵지 않은 창 춤 수업을 만들고 싶었다. 기능적인 춤의 형태보다
절대 운동처럼 느껴지지 않게 메들리로 구성해 <동
‘예술선’을 타고 섬마을 주민들을 만났다. 창작집단 움 스의 ‘움직이는 예술정거장’ 일지를 통해 생생한 현장을
섬마을까지 가는데 선물로 라이브 음악을 들려 드
소개한다.
리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 악사를 수소문하던 끝에, 대학에서는 판소리를 공부하고 최근에는 아프리카 음악에 빠져 살고 있는 신보섭
어렵지 않은 춤, 즐기는 춤, 표현하는 춤
강사를 만나게 되었다. 우리가 내건 악사의 조건은
[준비과정] 시, 노래, 춤이 함께하는 섬마을 감성충전 프로젝트
까다로웠다. 즉흥연주가 빼어나고, 예술로서 나눌 마음의 여유가 있으며, 뽕짝부터 클래식까지 스펙
혹자들은 춤을 어렵게 생각한다. 사실 춤추기가 어
트럼이 넓을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뱃멀미를 극복
려운 것이 아니라 춤추기까지의 과정이 어려운 것
할 수 있을 것. 조건이 이러하다 보니 악사가 확정
이다. 춤추고 싶다는 마음과 상황이 만들어지기까
되기까지 프로그램을 기획한 만큼의 시간이 걸렸
지의 과정일 것이다. 3회차를 진행할 당사도와 예 작도로 향하는 뱃길에서 폭염 탓에 전복 수확이 어
다. 소리꾼이자 악사인 신보섭, 춤과 연극·노래지
려워져 어가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말씀을 들었다.
는 춤꾼 정진우로 구성된 팀은 섬마을 어르신들의
그와 더불어 프로그램 참여를 너무 독려하지 않아
신체 컨디션에 맞추어 단계를 조절하며 시, 노래,
도 된다는 조언도 해주셨다. 여유가 있어야 노래도
춤이 함께하는 다각적 감각의 수업, 말랑말랑해지
나오고 춤도 춰지고 시도 읊어지는 것이다. 이런
는 섬마을 감성 춤 메들리를 준비했다.
도가 가능한 석수정, 신체 컨디션을 살펴볼 수 있
마당에 어렵기까지 하다면 더더욱 안 될 터이고, 그렇다고 너무 경계를 나눠서 보고 듣기만 하는 수 업은 어르신들에게 한 수 배우기에 적절치 않고.
병원선에 춤과 노래를 싣고 [7월 26일] 1회차 - 전라남도 진도군 옥도, 눌옥도
<동네방네 춤 메들리>는 섬마을 어르신들과 건강한 몸, 감성적인 몸을 위해 음악과 춤 그리고 이야기
섬마을 어르신들에게 한 수 배우러 간다. 그 섬엔
가 함께 하는 추억 만들기 프로젝트이다. 처음 프
어떤 분들이 계실까? 생애 처음 가보는 곳, 어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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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병도 목사님
오른쪽부터 신보섭, 석수정, 정진우
딱 한 번 가게 될 곳. 그 섬으로 향해간다. 일방적으
가 바로 보이고 사방이 뚫려 있으니 더위만 극복하면
로 주는 형태가 아닌 서로가 서로를 물들이는 수업
춤추고 노래하기엔 이만한 장소도 없겠다 싶었다.
혹은 체험의 형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프 로그램은 시작되었다.
예상보다 어르신들의 몸 컨디션들이 좋지 않아서 대부분 앉아서 진행했다. 정자가 좁고, 또 앉아계신
첫 출항이다. 어제 차로 6시간 이동해 목포에 도착
분들의 눈높이를 맞추려고 무릎을 꿇고 진행하느
했다. 빈속이 오히려 멀미가 심하다고 해서 전날 이
라 고생스러웠지만 노래가 나올 때마다 표현하시
동으로 피곤함에도 이른 아침에 속 풀이 콩나물국으
고 잘 따라와 주셔서 첫 진행은 만족스러웠다. 인
로 배를 채우고 배에 올랐다. 병원선의 존재도 모르
사 후 보트를 이용해 다시 병원선으로 돌아와 점심
다가 ‘움직이는 예술정거장’으로 병원선을 처음 타게
을 먹고 두 번째 정거장인 눌옥도에 도착했다. 이
되었는데, 그 내부는 보통 병원을 옮겨 놓은 듯 치과
곳에서도 마을회관 앞 정자에서 진행했는데 눌옥
부터 한방치료까지 구비되어 있었다. ‘움직이는 예술
도 주민들 역시 순박하고 정이 넘쳤다. 어르신들이
정거장’ 예술선의 프로세스는 이러했다. 배가 섬 근
노랫말과 시구에 몸을 싣고 아이처럼 즐거워하는
처에 다다르면 의료진이 먼저 보트를 타고 들어가
모습이 오히려 강사인 나에게 많은 에너지를 주는
마을회관에서 진료를 본다. 우리 팀은 2차로 섬에 도착해 진료가 진행되는 동안 준비한 다음, 진료가
듯했다. 프로그램이 중반쯤 진행되었을 때, 방학을
끝나면 프로그램을 시작한다. 프로그램이 끝나면
보트로 돌아가는 길에 항 입구에서 손낚시로 바로
병원선에서 오는 주민들의 처방 약과 맞물려 우리
잡아 선물로 주신 노래미 몇 마리를 들고 다시 진
는 섬을 떠난다. 섬에 병원선이 들르는 횟수는 연
도항으로 이동했다. 진도항에 내려 남도소리전수
2~3회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처방 약은 마치 산 타클로스 보따리처럼 어마어마한 크기였다.
관 인근에 한옥으로 되어 있는 민박집에서 묵으며
맞아 찾아 온 손자들이 도착해 아이들도 함께했다.
다음날 외병도와 내병도 방문을 준비했다.
옥도의 주 경제활동은 톳과 미역이다. 섬 입구에는 톳이 마르고 있었다. 보트에서 내리자마자 2분 거리
더위보다 강한 어르신들의 흥과 멋
에 있는 마을회관에서 진료가 먼저 시작되었다. 우
[7월 27일] 2회차 전라남도 진도군 외병도, 내병도
리는 마을회관에서 프로그램 장소를 물색했다.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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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회관에 있는 2개의 방 중 한 곳은 진료실로, 나머 지 한 곳을 프로그램 공간으로 세팅했다. 진료만 받
외병도로 들어가는 뱃길은 안개가 자욱했다. 신보
고 가실까 싶어 급하게 우리가 준비하고 있는 방에
다. 보트를 타고 가는 내내 아무것도 보이지 않다가
할머니 몇 분이 침을 맞으러 들어오신다. 마음을 접
놀라울 정도로 갑작스레 섬이 나타났다. 안개를 뚫
고 침방으로 쓰시게 공간을 내어드리며 다시 공간 물
고 시작된 외병도에서의 프로그램은 방학으로 놀러
색에 들어갔다. 도착하면서부터 눈여겨보았던 마을
와 있던 손자들과 함께 진행했다. 섬에서는 아이들
회관 앞 정자를 첫 프로그램 장소로 확정했다. 바다
과 젊은이를 볼 수 없었기에 진귀한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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섭 강사는 <캐리비안의 해적> 영화 삽입곡을 틀었
답해 드렸더니, 갑자기 주민들이 모으기 시작했다.
얼마나 기다리다 꽃이 됐나 달 밝은 밤이 오면 홀로피어 쓸쓸히 쓸쓸히 미소를 띠는 그 이름 달맞이꽃
무척 더운 날씨였다. 정자에는 선풍기도 없고 바람
- 장사익 노래 <달맞이꽃> 중에서
리려던 것이었는데, 부채질을 해드리는 인간 선풍
한 점 없다. 소품으로 가져온 부채는 향을 전해드 기가 되어가고 있었다. 템포도 멘트도 더위를 극복
여느 할아버지가 그러하듯 남자 어르신들은 무뚝
하는 프로그램이 되어야 했다. 내병도에서는 소리
뚝하고 표현을 꺼리시는데 신명 나게 분위기를 띄
하시는 멋쟁이 어르신을 만나게 되었다. 김춘수의
워주신 한 어르신 덕에 장사익의 <달맞이꽃> 안무
시 <꽃>을 즉흥으로 소리로 들려주셔서 프로그램에
가 풍성해졌다. 달맞이꽃과 같은 분에게 한 수 배
흥과 멋을 더해주셨다. 여장부 이장님이 손수 타주
운 셈이다. 프로그램 진행 내내 ‘참 멋있는 분이다’
신 시원한 냉커피와 수박을 얻어먹고 병원선에 몸
생각했는데, 프로그램이 끝나고 보트를 타려는 우
을 싣고 서울로 다시 향한다.
리에게 “내가 누군지 아오? 이곳 외병도 목사요.”
네 번째 섬 내병도에 도착했다. 마을회관이 가파른
가는 배여 가는 배여 언제 우리 다시 만날까 꾸밈없이 꾸밈없이 홀로 떠나가는 배 바람소리 파도소리 어둠에 젖어서 밀려올 뿐 어둠에 젖어서 밀려올 뿐
계단 위에 있어 신보섭 강사와 나는 입구에 정자에
- 박은옥, 정태춘 노래 <떠나가는 배> 중에서
하시며 배웅해 주셨다. 서울에서 목사 퇴임을 하시 고 섬에 오신지 20여 년 되어 간다고 하셨다. 아직 도 섬마을 멋쟁이 목사님의 풍류가 눈에 훤하다.
프로그램 준비를 마치고는 노래하고 춤을 추며 기 다렸고, 정진우 강사는 혹시 몸이 불편해 못 오시는 어르신이 있을까 걱정하며 진료실로 가보았다. 이
바다와 섬은 번져 춤이 되고 노래가 되고
장님은 어업이 밀려 있어 많이 참여하지는 못할 거
[8월 24일] 3회차 - 전라남도 완도군 당사도, 예작도
라고 하신다. 내병도는 유일하게 여자 이장님이셨 다. 이장님이 다른 섬의 안부와 참여도를 물으셔서
2회차 프로그램이 끝나고 거의 한 달 만이다. 이번
PART 5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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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진행했는데, 이번에는 참여자들이 스스로 일
음악은 번져 그림이 되고 꽃은 번져 열매가 되고 여름은 번져 가을이 된다 또 한 번 저녁은 번져 밤이 된다
어나 흥을 보이신다. 약 스무 살 정도 더 젊은 섬이
- 장석남 詩 < 번짐> 중에서
에는 완도항으로 왔다. 당사도와 예작도는 전복이 주 경제활동이다. 그래서인지 1,2회차와 다르게 젊은 세대가 많다. 앞서 4개의 섬에서는 대부분 앉
었다. 이로써 ‘춤 메들리’도 두 가지 버전으로 리뉴 얼되기 시작한다. 프로그램 후 뭍에서 온 귀한 과 일들을 잔뜩 꺼내어 주시는 당사도 할머님, 전어회 와 인근 옥천막걸리를 대접해주시는 예작도 이장 님의 인심, 그리고 본인들을 캐스팅해서 함께 유랑 을 떠나보자고 제안하는 분들까지. 이제 춤 메들리 는 우리만의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순간 가까운 미래에 섬에 다시 오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섬마을 어귀를 돌아보고 눈과 마음에 담고 싶다. 일정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프로그램 후 섬에 서 숙식을 하는 줄 알았다. ‘전기는 들어오겠지?’ 막연한 걱정들이 있었다. 실제 당사도 외에는 민박 집 하나 없는 곳 이었다 .프로그램이 끝나고 30분 이내에 정리하고 섬을 빠져나오다 보니 이렇게 기 록하지 않으면 기억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글이 우리에게 장기기억으로 저장 될 것 같다. 처음 목포항에서 신안 쪽으로 가면서 흡사 산맥처 럼 바다 위에 표류하는 많은 섬들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아직 가보지 않은, 느끼지 못한, 만나 지 못한 그 많은 것들이 내게 밀려오고 있음을 잠 시나마 상상해본다. 그리고 다시 가방을 싸고 섬으 로 한 수 배우러 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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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arte 365
석수정 중앙대학교에서 현대무용을 전공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창작과 전문사를 졸업했다. 2003년 똥자루무용단 소속 안무가로 데뷔했다. 첫 안무작 <오렌지 도마뱀>을 시작으로 연극, 뮤지컬 등 다양한 영역에서 안무가로 활동했다. 2011년부터 일반인 대상 무용공연체험 프로그램 ‘우물쭈물 꿈꾸는 움직임’에서 <햄릿게임>, <트루나잇>을 연출하며 커뮤니티 댄스로 작업을 확장하여 비전공자와 전공자 경계를 넘나들며 창작안무의 영역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2014년 창작집단 움스를 창단해 안무와 연출, 교육프로그램과 워크숍을 기획하고 진행하며 그 과정을 발전시키고 있다. 이메일 sukdosa@gmail.com 홈페이지 www.momple.net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6년 9월 13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 상상과 현실의 접촉 아르떼 아카데미 해외전문가 연계연수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 홍은지 공연예술 연출가
즉흥춤은 미리 안무된 형식이나 구조에 구애받
을 현실로 변화시키는 방법에 대한 실행을 포함
지 않고 직관적으로 자유로운 흐름에 따라 매 순
하였다.
간 움직임을 만들어가는 표현방식을 의미한다. 특히 상대와의 신체적, 정신적 접촉을 유지해
참가자들은 둥그렇게 원을 그리며 둘러 앉아 방
나가며 움직임을 만들어가는 접촉즉흥(Contact
금 마친 실행(exercise)을 통해 자신들이 경험한
Improvisation)은 포스트모던 댄스에 하나의 분야 를 이루면서 예술적 가치뿐 아니라 최근 일반인
것에 대해 섬세하게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토론
에게는 심적 치유의 효과로도 주목받고 있다. 계
상세히 이야기하고, 그것에 대한 강사의 피드백이
획과 효과에 중점을 둔 교육과정 안에서 즉흥춤
덧붙여진 후, 다음 과정으로 넘어가기 위해 모두
은 어떤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을까.
자리에서 일어섰다. 두 사람씩 짝을 만든 후, 작은
에 집중하며 한사람씩 자신의 외적, 내적 체험을
접촉으로 시작하여 서로의 무게를 나누며 형태를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주관하는 아르떼 아
만들어가기까지, 신체 언어를 개발하고 표현할 수
카데미(ArtE Academy, AA)에서는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들의 전문성과 역량 강
있는 활동이 전개되었다. 그 과정에서 강사는 감
화를 위한 다양한 교육과정을 제공하고 있다. 그
계를 형성하며 신뢰를 구축하는 것, 움직임을 통
중 ‘해외전문가 연계연수’ 프로그램 과정 중 하나
해 서로 대화하고 탐색하고 나누는 공간을 만들
인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The Invisible Matters)’ 1차 과정이 지난 8월 15일부터 17일까지 용인에
어가는 것을 잊지 않도록 강조했다.
위치한 한라인재개발원에서 진행되었다. 접촉즉
오전 과정이 마무리된 후, 강사 막심 이안나렐리
흥과 움직임에 대한 해외 전문가 막심 이안나렐
를 만나 이번 워크숍의 진행과정, 구체적인 방법
리(Maxime Iannarelli, 바르셀로나 예술학교 전임 교수) 강사가 진행한 이 프로그램을 참관하기 위
론 및 그 의미에 대해 들어보았다. 먼저, 그는 한
해 무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8월 16일, 연수 2일차 수업 현장을 찾았다.
론 뿐 아니라 실제 활동에도 “마치 차가운 물이
각을 일깨우고 상대에게 접근하는 것, 서서히 관
국에서의 첫 워크숍 경험에 대해 참가자들이 이 가득한 수영장에 주저 없이 뛰어드는 모습을 보 는 것 같다”라고 표현하며, 배우려는 열정과 배운
전체 2박 3일 동안 진행된 이번 워크숍은 즉흥춤 에 기반한 공연예술에서의 여섯 번째 감각을 통
것을 공유하려는 의지가 매우 강하다며 감탄했다.
해 움직임을 탐구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화하고자 하는 태도를 지니고 있어 함께 작업하
조력자(facilitator)로서의 예술가의 역할에 대한 강 의를 시작으로, 사회와 교육 안에서 예술의 역할
기 수월하다며, 강사로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
이 점점 확대되고 있는 시점에서 사회적 예술가
때문에 이번 워크숍이 스스로에게 큰 도전이라고
가 된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가
소감을 밝혔다.
또한 이미 가지고 있는 교육 방법을 확장하고 강
긴 하지만 자신도 참가자와 같은 예술교육자이기
지는 한편, 즉흥춤을 통해 신체를 탐색하고 파트 너와 함께 창의성을 위한 공간을 설계하여 상상
PART 5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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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순간 깨어있을 책임감, 사회적 예술가
의 작업에도 매우 도움이 되는데, 늘 사회에서 거 부당하는 느낌을 많이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 그
이번 워크숍은 제목처럼 우리 주변에 있는 ‘눈에
들에게 안전지대를 확보하여 소속감을 가질 수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해 다루면서 그것을 느끼
있는 공간을 만들어 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고 시각화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
우리 모두 능력이 다른 것처럼, 각자에게는 다 장
로 예술가들이 창작에 임할 때 사회나 주변과 거
애가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서로 신뢰와 믿음을
리를 두고 떨어져서 창작에 몰두하는 경우가 종
확보해야 한다며 말을 이어갔다.
종 있는데, 여기에서는 다른 차원의 세계가 아닌 우리 사회에 지금 존재하고 있는 것들을 먼저 느 끼고 감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하며, 사회
대화와 교류를 위한 공간, 플랫폼
안에서의 이런 기본적인 책임감, 즉 주변에 있는 것들을 함께 느낄 수 있는 태도가 예술가에게 중
주어진 구조 안에서 단지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요하다는 점을 상기시키고자 한다.
아니라 상대방과 기초적이고 원초적인 관계를 회 복하고 신뢰를 쌓는 것에 대해 강조하면서, 그는
“우리가 감각을 열고 그것을 통해 성장하고자 한다면 아이
작업을 할 때 과제 지향적(task-oriented)으로, 과
들과 함께 작업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 감각을 통
제를 주면서 시작해서 조금씩 과제를 늘려가면서
해 바로 아이들에게 다가갈 수 있고 선생님들 또한 성장이
발전시켜 나가고, 그렇게 해서 한 번에 창의성이
가능하다는 점을 전하고 싶습니다.”
라는 단어를 마주하게 하는 게 아니라 점진적으
- 막심 이안나렐리
로 정교한 연습들을 통해 경험하게 하는 방법을 사용한다고 설명한다.
그는 사회구성원으로서 책임감에 대해, 서로 공유 하고 존중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매우 중
“궁극적으로는 플랫폼을 만들어서 학생들이 실제로 뭔가
요한 일임을 거듭 강조한다. 타인의 이야기를 들
를 할 수 있도록 만드는 작업을 하는 것이고, 이것이 교육
어주고, 또 그들의 호기심을 자극해서 나의 이야
에 있어 밑거름이 되는 역할을 합니다. 어떻게 하면 학생들
기를 듣고 싶도록 만들어가는 것이 그 과정의 일
이 작업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만들 것인가, 그리고 그 안
부일 것이며, 이번 작업은 이러한 생각들을 신체
에서 뭔가가 일어나게 만들 것인가의 문제가 모든 교육자
화(身體化)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예컨대 아
의 고민이기 때문에 플랫폼을 만드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이들을 대할 때 그저 이걸 해라, 저걸 해라라고
고 생각합니다.”
말하는 대신 그들의 존재를 느끼고, 알아가고, 이
- 막심 이안나렐리
야기를 들어주면서 아이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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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작업이 그들을 조금 더
그가 말하는 플랫폼은 학생들에게는 창의적인 움
창의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는
직임을 만들어 내거나 이해하기 위한 신체능력을
데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통합예술은 장애인들과
강화시켜 움직임에 적응하고 발전시켜 나갈 수
2016 arte 365
있는 발판을 만들어주는 것이고, 이 워크숍처럼
좀 더 재미있고 풍요로운 것으로 만들고 하고 싶
전문가-참여자들의 경우, 그가 먼저 상황을 만들
은 것들을 발견하게 해줄 것이라 믿었다. 이런 워
어 제공하면 그 위에서 참여자들이 피드백을 주
크숍의 경우에도 실제 공연을 하고 공연을 보는
고받고 의견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된다. 그는
것 같은 예술적 요소가 보완되면 좋겠다는 의견
이번 연수의 참가자들은 분명 이와 비슷한 활동
을 덧붙였다.
경험이 많은 분들일 거라 여겨진다면서, 새로운 활동보다는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다른 방식으로
시각에서 촉각으로 감각적 경험을 재조명하여 또
접근해서 새롭게 해석하고 이해하는 것을 제공하
다른 감각을 열어가고자 하는 접촉즉흥은 감각의
고 싶었고, 모두 다른 시각과 배경을 가진 분들이
대부분을 시각에 의존해온 우리의 체험을 변화시
기 때문에 기존에 느꼈던 것들과 다른 점을 발견
키고,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기존에 우리가 느껴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이
온 시공간을 재구성하는 원초적이고 강력한 체험
번 워크숍 과정의 참여자들은 어떤 기대를 가지
을 제공한다. 가치와 태도는 그것을 수행하는 몸
고 와서 어떤 경험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과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는, 통합적 경험의 출발점이 예술교육에 있어 또 하나의 가능성의
“강사의 움직임 접근법에 대해 기대하고 참여하게 되었는
시작이 아닐지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데, 공감이 되고 신뢰감이 생기면서 진행 과정에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단지 어떤 기술이나 도구를 배우는 것이 아니 라 각자가 체험하고 녹아들면서 새로운 경험의 장으로 이 끌어 주는 과정이었습니다. 강사에 대한 신뢰감이 수업에 더 몰입하게 한다는 점, 조력자로서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 왔습니다.” - 김옥희 무용분야 예술강사, 워크숍 참여자 이어 김옥희 예술강사는 예술을 교육하는 것이
아르떼 아카데미(Arte Academy)는 문화예술교육 분야 창의적 리더와 인재 육성을 위해 전문성 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학교와 복지시설에 출강하는 예술강사부터 문화예술교육 기획자 등 문화예술교육의 핵심 매개자 대상 내용별, 단계별 연수프로그램으로 문화적 역량과 전문성을 증진시킬 수 있는 연수를 제공한다. 또한, 문화적 가치 공감과 확산을 위해 각 부처 공무원, 교원 등을 대상으로 현장 중심의 다양한 연수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운영하고 있다.
아니라 예술을 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교육이 이 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예술가로서 교육에 접근할 때 늘 어려운 부분 중 하나인데, 이번 연수를 통 해 ‘사회적 예술가’로서 사회 속에서 예술의 가치 를 대상자들에게 좀 더 자연스럽게 전달할 수 있 는 가능성을 구현해본 것에 대해 고마움을 느낀 다고 답했다. 또한 현장에서 예술적 접근이나 체 험에 대해, 교육 과정의 결과들을 공연으로 가져 가려고 하는데 많이 어려워한다며, 이번 연수에 기대하는 것도 “결과에 눌리지 않고 어떻게 과정 들을 자연스럽게 공연이나 체험으로 더 확장해 갈 수 있는가에 대해 궁금하다”며 참여소감을 밝 혔다.
홍은지 다양한 공연방식을 고민하고 고안 중인 공연예술 연출가. 얼라이브아츠 코모(alivearts como, collectors of moments)에서 여러 분야의 아티스트들과 함께 순간을 채집하고 그 흔적을 담아내고자 노력하고 있다. <팰름시스트>, <카페더로스트>, <벙어리시인> 등을 연출했다. eufy6542@hanmail.net
마지막으로 막심 이안나렐리는 공연자로서 작업 을 선보이는 자리로 꼭 다시 올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예술교육에 있어 교육
사진 마루스튜디오
과정에 집중하다보면 실제 예술을 접하는 기회들 이 적어질 수 있는데, 여전히 그 역할이 중요하고 강조했다. 이러한 예술적 접근이 아이들에게 삶을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6년 9월 20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PART 5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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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예술로 여는 내일의 가능성 2016 자유학기제 연계 오늘은 예술학교 거원중학교 만화반 주소진 상상놀이터
서울 송파구 거여동에 위치한 거원중학교 1학년 아이들은 매주 금요일 점심시간이 끝나면 분주해
자신이 그린 표정을 보며 감상평을 내어놓는다.
진다. 5, 6교시는 교실을 이동하여 자신이 선택한 예술수업을 듣는 ‘오늘은 예술학교(Arts Day)’(이
이어 강사는 화난 표정을 짓게 된 경위를 물었다.
하 아트데이) 날이기 때문이다. 아트데이는 매주
답을 기다리던 그 순간, 아이들의 일상과 만나게
하루를 지정해 미술, 음악 등 예술교과와 자유학
되었다. “친구가 잘못 했는데 대신 혼나서요.” “친
기 예술활동 시간을 연계하여 다양한 예술교육
구한테 배신당해서요.” “지나가다가 축구공에 맞
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제반
아서 화가 난 거예요.” 코만 그려져 있는 얼굴 모
사항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올해 시범적으로 서
양의 원 안에 표정을 그리는 만화수업을 통해 아
울, 경기, 경남지역 35개 학교에서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매일 만나지만, 자세히 본적 없는 친구의
“비웃는 것 같아요.” “안쓰러워하는 것 같아요.” 스토리가 필요한 상황. 큰 기대 없이 아이들의 대
얼굴을 보며 눈을 맞추고, 자신의 일상을 자연스 럽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표정이 있는 수업 1학년 4반 교실에서 만난 만화B반 아이들 14명 은 책상 배열과 상관없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있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
려 앉은 아이, 책상 세 개를 줄지어 붙여 단짝친
5교시 수업이 끝나는 종이 울렸지만, 자리에서 일 어나는 아이들은 없었다. 박소연 강사는 아이들
구들과 모여 앉은 아이 등 제각각 자유롭다. 만화
사이를 오가며 작업을 봐주었다. 마지막 작업은
B반 수업을 맡은 박소연 강사는 오늘 수업 주제 인 ‘표정 그리기’를 설명하며 아이들에게 질문을
오늘 아침 등교하면서 지었던 자신의 표정을 넣
던졌다.
이 나오자 아이들은 자신의 캐릭터가 아직 없다
었다. 친구들과 얼굴을 마주 보기 위해 책상을 돌
어 캐릭터 종이 인형을 만드는 것. ‘캐릭터’란 말 며 어려워하는 눈치였다. 범위를 조금 넓혀 동물
“화날 때, 슬플 때, 즐거울 때 우리는 어떤 표정을 지을까요?”
이나 다른 캐릭터도 좋다는 말에 다시 잠잠해졌
“......”
다. 아이들의 입체 종이 인형 도안에는 개구리, 고
“그럼 표정을 지어보고 눈과 눈썹, 입이 어떤 모양으로 변하
양이 등 동물부터 머리 앞뒤, 위까지 모두 해골을
는지 서로의 얼굴을 보세요.”
그려 넣은 해골 인형까지 다양한 캐릭터가 그려 졌다. 집중하는 모습이 사뭇 진지해 보였다. 그도
대답이 없던 아이들은 활짝 웃으며 서로의 얼굴
그럴 것이 아트데이 사업은 ‘학생중심’으로 학생
을 관찰한다. “눈썹이 올라가요!” “입이 벌어져
의 수요, 관심사를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편성하고
요!” 아이들은 저마다 관찰한 친구의 표정을 읽기
있다. 거원중학교는 학생들이 좋아할 만한 몇 가
시작했다. 연이어 아이들의 종이 위에 각양각색의
지 예술수업을 선정하고 아이들에게 참가하고 싶
슬픈 표정, 화난 표정이 탄생한다. 발표를 시키지
은 수업을 3지망까지 받아 최대한 본인이 원하는 예술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좋아하는 웹
않았음에도 아이들은 새로운 표정을 그릴 때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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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arte 365
툰이 나오는 날은 꼭 챙겨본다는 만화B반 유리와
로 참여하고 있다. 박혜정 교사는 학교에서 운영
이준이에게 아트데이에 참여한 소감을 물었다.
하는 동아리 활동이 있지만, 운영이나 내용면에서 다른 점이 많다며 비교해 설명해주셨다.
“<외모지상주의>, <복학왕>, <스피릿 핑거스> 같은 웹툰을 좋 가 선생님께 직접 배우니까 좀 더 쉽게 그려지는 것 같아요. 친
“기존 학교 동아리 활동은 전 학년이 참여하지만 1년에 8 회, 많아도 10회를 넘어가지 않습니다. 회차에 비해 기간
구들도 저도 모두 학교에서 공부 이외에 이렇게 내가 원하는
이 너무 길어 연속성을 갖기 어렵죠. 아트데이는 주 1회 수
걸 하니까 이 시간이 기다려져요. 시험도 안 보니까 좋고요.(웃
업으로 연속성이 있고 집중되는 면이 있어요. 동아리 활동
음) 공부할 것도 많고 학원도 다녀야 해서 힘든데 스트레스도
은 예산문제로 재료비 등 필요한 비용을 아이들이 부담해야
좀 풀리는 것 같아요. 이번 학기만 하면 끝나서 아쉽지만 그래
하니까 아이들 입장에서 동아리 선택이 완전히 자유롭지는
도 없었던 수업이 생긴 거라 한 학기만으로도 만족해요.”
않아요. 아트데이는 1학년만 참여할 수 있지만, 아이들이 원
- 박유리 학생
하는 것을 제약 없이 선택할 수 있고, 평소 교과과정에서 미
아해요. 만화를 좋아하지만 잘 그리지는 못해요. 그런데 전문
처 다루지 못한 예술적인 부분들을 다루는 것도 좋은 점이에 “주로 액션 장르 웹툰을 즐겨 봐요. 좋아하는 작품은 박용
요. 아이들에게 아트데이는 자유롭고 편안한 수업이죠. 그래
제 작가의 <갓 오브 하이스쿨>인데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서 자리에 앉는 것도 자유롭게 앉게 하고, 모여앉아 이야기
웹툰을 좋아하게 되었어요. 따라 그려보고 싶었는데 그리기
나누더라도 수업 때처럼 크게 제재하지 않는 편입니다.”
너무 어렵고 잘 못 그려서 만화반을 신청했어요. 오늘 ‘표정
- 박혜정 교사
그리기’ 수업도 평소에 어려운 부분이었는데 쉽게 설명해주 미로 계속하고 싶어요. 만화수업도 듣고 있으니 앞으로 틈
거원중학교는 2013년부터 자유학기제 시범운영 학교로 지정되어 교과수업 이외에도 우쿨렐레, 바
틈이 그릴 생각이에요.”
이올린 등의 악기수업과 교사가 직접 진행하는 토
- 윤이준 학생
론수업 등을 운영해왔다. 올해는 아트데이를 통해
셔서 재미있었어요. 웹툰 작가가 꿈은 아니지만, 만화는 취
전문 강사가 수업하는 연극, 뮤지컬, 만화 등 더욱 다양한 장르의 예술교육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공간, 현실보다는 가능성을 열어주는
기자재 등 학교 여건과 아이들의 선호도를 고려해 프로그램을 선정했는데, 만화반의 경우 신청자가
수업 내내 모여 앉은 아이들 사이를 분주히 오가
많아 2개 반으로 늘어났다. 거원중학교 아트데이 사
며 이야기를 나누는 분이 있었다. 바로 만화B반
업을 담당하고 있는 어수정 교사는 아트데이 운영
을 맡은 박혜정 교사이다. 박소연 강사와 함께 아
단체와 사전 협의와 워크숍을 진행한 것이 큰 도움
이들의 소소한 질문에 대답해 주기도 하고, 작업
이 되었다고 말한다. 이 과정에서 예술수업 운영과
을 봐주기도 하며 격려해주었다. 거원중학교는 뮤
학교 일정 공유 등 다양한 논의를 할 수 있었다.
지컬, 연극, 웹툰, 난타, 노래, 디자인 등 총 7개 예 술수업을 운영하고 있는데, 각각 담당교사 1명을 매칭하고 전문 강사와 협의하여 수업에 적극적으
“매년 학교 축제인 <거원제>가 열리는데, 올해는 아트데이 와 연계해 개최할 계획입니다. 크든 작든 잘했든 못했든,
PART 5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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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작품을 발표하는 것이 의미 있는 거죠. 저희 학교
화B반에서 만난 아이들 중에는 만화작가가 아닌
에 대한 아트데이 지원이 내년에 계속 될지 알 수 없어 아
다른 장래희망을 가진 이들도 여럿 있었다. 아트데
쉽긴 합니다. 우리 학교는 자유학기제 4년 차로 아이들이 진로교육에 대한 인식이 어느 정도 있고, 이미 교육과정에
이를 이끄는 교사와 강사의 바람처럼 꿈에 대한 가
녹여져 탄탄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진로교육에서는 공연
워하지 않고 자신감을 가진 사람으로 자랄 수 있도
이나 연극 관련 종사자가 어떤 일을 하는지, 연출가가 되려
록 도와주는 것이 바로 아이들의 미래를 열어주는
면 어느 학교를 가야 하는지 등 현실적인 것을 보게 되는데,
예술교육의 역할 중 하나이리라. 오늘의 아트데이
아트데이에는 아이들이 직접 연극을 배우고 표현해볼 수 있
가 아이들에게 그러한 양분이 되기를 희망한다.
능성을 열어주고, 모르는 분야나 새로운 것에 두려
어요. ‘진로’라는 현실적인 것보다 예술 자체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해주어 더 많은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 같습니다.” - 어수정 교사
아이들에게 양분이 되는 예술교육 수업이 끝난 박소연 강사에게 아이들과의 만남에 서 바람이 있다면 무엇인지 물었다. 짧은 답변이 었지만 예술교육, 아트데이의 역할과 중요성이 여 기 있음을 알 수 있었다.
2016 자유학기제 연계 ‘오늘은 예술학교(Arts Day)’ 시범운영 기존의 예술교과(음악, 미술) 또는 자유학기 활동시간을 연계하여 매주 하루를 ‘아트데이’로 지정, 운영하는 예술활동 지원사업이다. 올해 시범적으로 서울, 경기, 경남 지역 35개 중학교를 선정하여 연극, 뮤지컬, 공예, 사진 등 총 230개의 다양한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집중 운영하고 있다. 학교별 맞춤형 예술 활동 프로그램을 설계, 장르별 예술가 지원, 각 분야 저명 예술가로 구성된 문화예술 명예교사 특별프로그램 및 국립 예술단체 연계 프로그램, 아트데이 참여 학교들의 성과를 공유하는 문화예술축제 등을 지원해 학생들이 더욱 효과적으로 예술체험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올해는 학교와 예술단체간 매칭 및 협업을 통해 1개 학교별 7개 이내 프로그램(프로그램별 최대 3시수씩 17주차)을 지원하며, 올해 진행되는 시범운영 결과에 따라 지원 학교를 전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예술교육은 창작하는 과정입니다. 아트데이 수업을 준비 하면서 아이들이 만화를, 예술을 어려워하지 않고 쉽게 만 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아직 1학년이라 조금 깊이 들어가면 어려워하는 부분도 있어 수업안을 계속 수 정하면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선 하나를 그으면서도 물어볼 때가 있어요. 함께 수업하면서 아이들 이 좀 더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주소진 상상놀이터 이메일 funkyiju@naver.com 페이스북 www.facebook.com/funkyiju
- 박소연 강사 자유학기제는 아이들에게 다양한 꿈과 끼를 발견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새로운 제도이다. 공무원 시 험에 합격하는 것이나 기업에 취업하는 것 외에 도 세상에는 많은 꿈이 있음을 알게 해주고 꿈을 키울 수 있도록 길라잡이 역할을 하는 것이다.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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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마루스튜디오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6년 10월 11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꿈’의 오케스트라, 오케스트라를 통해 꾸는 ‘꿈’ 2016 꿈의 오케스트라 합동공연
이은진 칼럼니스트
당 계단에 올라서니, 너른 한산도 앞바다가 불현듯
10월 1일 오후 콘서트홀에서 진행된 ‘TIMF 앙상블’ 공연 중간에는 아이들이 미리 제출한 질문에 대해
눈앞에 펼쳐진다. “히야, 좋다!” 감탄사가 저절로 나
전문 연주자들의 답변을 듣는 시간이 마련되었다. 잘
오게 하는 공연장 안팎으로 알록달록한 티셔츠를 입
알려진 것처럼 TIMF 앙상블은 통영국제음악제 홍보
은 아이들이 무리를 지어 어디론가 이동 중이다. 체
대사이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문 연주단체 중 하
두 마리의 날아가는 갈매기 모습을 한 통영국제음악
험 부스로 가는 아이들, 리허설 하러 가는 아이들, 로
나다. 어쩌면 아이들이 닿고 싶은 그곳에 먼저 도착
비에서 공연 입장을 기다리는 아이들까지. 고즈넉한
한 선배일 수도 있는 그들의 연주도 듣고 질문도 할
음악당이 오늘만큼은 시끌벅적 아이들의 에너지로
수 있는 시간. “처음엔 트럼펫을 했었는데 옆 친구가
가득 차 있다. 깊어 가는 가을, 2박 3일간 바다와 아
너무 잘해서 그 친구를 이겨보고 싶은 마음에 호른으
이들과 음악이 어우러지는 이곳은 ‘2016 꿈의 오케
로 바꾸었어요. 그런데 저한테 이 악기가 정말 잘 맞
스트라 합동공연’ 현장이다.
는 거 있죠.” 연주자가 내놓은 뜻밖의 대답에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하고, 자신만의 슬럼프 탈출법, 호흡
합동공연이라고 하니 혹시 각 거점기관 오케스트라
법 등을 설명해줄 때는 무척 진지한 분위기가 되기도
의 ‘발표회’ 성격이 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던
했다. 이날 TIMF 앙상블은 ‘꿈의 오케스트라’ 단원들
게 사실이다. 허나 이번 꿈의 오케스트라 합동공연은
과 일반 관람객들을 위해 브람스의 <호른 3중주 내림
‘합창으로 하나 되는 공연’, ‘오프닝 콘서트’, ‘영화가 있는 음악회’, ‘해설이 있는 음악회’, ‘로비 콘서트’ 등
마장조 작품 40 중 2악장, 4악장>, 프랑스 작곡가 미 요의 <르네왕의 벽난로>, 베토벤의 <클라리넷 3중주
다양한 주제와 공간을 활용한 알찬 구성을 꾀한 것으
‘거리의 노래’>, 풀랑크의 <피아노와 목관을 위한 6중
로 보인다. 이제는 내부 행사의 성격을 지양하고 완
주> 등의 레퍼토리를 연주했다. 무엇보다 꿈다락 토
성도 높은 공연, 참여하는 관객들 또한 즐길 수 있는
요문화학교 ‘꼬마작곡가’ 프로그램에 참가한 최민권
무대를 만들려 노력한 흔적들이 엿보인다.
어린이가 작곡한 <다람쥐가 아니라 고양이>라는 곡
“같은 학교 학부모가 같이 가자고 해서 왔어요. 아이들이 하
을 TIMF 앙상블의 연주로 들어볼 수 있었던 것이 무 척 인상적이었다.
는 공연이라고 해서 기대를 별로 하지 않고 왔는데 수준도 높은 것 같고 재미있어요.” – 김윤정 관객, 통영시민
연주가 시작되기 직전 시끌시끌 떠들어대던 아이들 은 (걱정이 무색하게도) 공연 시작과 함께 일순간 조 용해졌고, 누군가에게는 다소 지루할 수도 있을 긴 시간 동안 대체로 귀 기울여 듣는 모습이었다. 역시,
전문 연주자들과 함께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 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더니 ‘꿈의 오케스트라’ 단
“클라리넷의 높은 소리를 깨끗하게 낼 수 있는 방법이 궁금 합니다.”
원들은 많이 알고, 많이 좋아하고, 많이 즐기는 것임 이 틀림없었다.
“바이올린을 하면서 힘들 때 어떻게 이겨내시는지 궁금해요.” “왜 호른이라는 악기를 선택하게 되셨는지 궁금해요.”
PART 5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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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서는 안 될 오케스트라 단원 2층 로비에 공연을 앞둔 아이들이 대기 중이다. 꿈의 오케스트라 청주(청주꿈나무오케스트라) 단원들이다.
간에 발현되는 것이라는 사실에 새삼 감동적이었다.
혼자가 아닌 함께, 경쟁이 아닌 화합
다리는 달달 떨고, 배가 아픈지 몸을 잔뜩 웅크리고 앉은 친구에게 “많이 긴장돼요?” 하고 물었더니 “아
“원래 제 성격이 굉장히 어두웠거든요. 그런데 악기를 배우
~ 떨려요.” 하는 대답이 돌아온다. 오케스트라 단원
고 합주를 하다 보니 음악을 더 많이 알게 되고 마음도 많
이 된 지 1년이 좀 넘었지만, 공연을 앞두고 긴장되는 것은 여전하단다. 연신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던 옆
이 치유된 것 같아요.” – 최한결 꿈의 오케스트라 목포 단원
친구가 한 마디 툭 던진다. “그래? 나는 하나도 안 떨 리는데.” 어떤 악기를 담당하느냐 물었더니 ‘타악기’ 란다. 우연히 말을 붙이게 된 녀석들은 오케스트라의
“첼로를 연주하니까 뿌듯해요. 올해 합동공연에 처음 참가 했는데 신기하고 멋졌어요.”
‘타악기 3인방’이었던 것이다. “공연 잘 볼게. 파이팅!”
– 김태영 꿈의 오케스트라 안동 단원
극장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아이들이 등장하기를 기
“가슴에서 뭔가 끓어오르는 것 같아요.”
다린다. 객석의 박수 소리와 함께 단원 입장이 시작
– 허준원 꿈의 오케스트라 목포 단원
되었다. 앗, 녀석들이다! 녀석들이 제일 뒤 오른쪽 구 석 타악기 자리에 모습을 드러냈다. 박수 소리가 잦
“이제 공연 좀 그만 봤으면 좋겠어요~!” 하고 엄살을
아들고 잠시 정적이 흐른 뒤 첫 곡이 시작되었다. 떨
부리다가도 ‘음악이 준 선물’에 대한 ‘증언’들을 늘어
린다며 잔뜩 웅크리고 있던 녀석이 아주 의젓한 모습
놓는 아이들. 악기 가방 하나쯤 메고 다니면 ‘쟤네 집
으로 팀파니를 두드리고 있다. 아까 주야장천 게임만
좀 사는가 봐’ 하는 건 예전이나 지금이나 매한가지
하고 있던 녀석은 간간이 일어나 박자를 놓칠까 긴장
인데, 아마도 형편 탓에 꿈꾸기 힘들었을 이 악기가
한 표정으로 지휘자를 살피며 심벌즈를 챙! 챙! 친다.
아이들에게는 큰 힘이 되는가 보다. 아이들의 반짝이
북을 치다가 얼른 악기를 바꾸어 트라이앵글을 치기
는 눈을 보면서 부디 이 아이들만큼은 뭔가 할 수 있
도 하고, 긴 기다림의 순간에 지루해하는 옆 친구에
다는 자신감, 경쟁이 아닌 화합의 기쁨, 혼자가 아니
게 뭐라고 귓속말을 하며 독려하기도 한다.
라 함께하는 즐거움을 계속 지켜나갈 수 있기를 바라 게 된다. 아마도, 우리는 ‘꿈’의 오케스트라를 통해서
그래, 맨 앞에서 돋보이는 건 다른 악기들일 수 있어
그런 세상을 ‘꿈’꾸고 있는 것 아닐까.
도 둥! 둥! 팀파니가 웅장하게 받쳐주지 않는다면, 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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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순간에 챙! 챙! 하고 울리는 심벌즈가 없으면 안
음악으로 아이들과 ‘맨땅에 헤딩’하는 어른들의 헌신
될 일이지. 자신으로 인해 곡이 웅장해짐을 알기에 기
과 열정은 어디서 오는 걸까? 열악한 환경 탓에 교육
다릴 줄 아는 그 아이들을 보면서 ‘우연한’ 위로를 받
강사들이 직접 아이들의 통학을 지원하는 등 열정이
는다. 그리고 하나의 관현악곡이라는 것이 이런 한 사
남다르다는 ‘꿈의 오케스트라 청주(청주꿈나무오케
람 한 사람들의 삶과 시간이 모여 ‘지금 이 순간’ 한순
스트라)’ 이강희 음악감독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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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꿈나무오케스트라 지휘를 맡으신 지는 얼마나 되었나?
다. 다른 한편으로는 꿈의 오케스트라를 지속가능하
작년에 시작해서 2년 차에 접어들었다. 개인적으로 1982년부터 충청북도에서 어린이청소년교향악단을
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최
만들어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이들을 키워내는
도 지역사회에서 우리 아이들을 지원해줄 수 있도록
근 150명 후원회를 조직했다. 정부 지원이 끊기더라
일에 관심이 많았다. 꿈나무오케스트라의 첫 협연자
만들고 싶었다. 예전에는 소외계층 아이들의 연주회
이기도 했기에 관심 있게 지켜보던 중 마침 음악감독
라니까 초청장을 보내도 반응이 없더니 이제는 지역
을 모집하기에 결심하게 되었다.
사회 인사들과 정치인들도 관심을 보인다.
꿈의 오케스트라 청주 교육 강사님들이 무척 열정적이라고 들었다.
마지막으로 이번 합동공연에 대한 소감을 듣고 싶다. 통영국제음악당 무대에 서는 건 전문 연주자들에게
단원의 70% 이상이 어려운 가정 아이들이기 때문에 선생님들이 직접 차로 데려 오고 데려다 주고 하는
도 환상적인 일이다. 아이들이 이런 무대에 서 보는 것 자체가 큰 경험 아닐까. 2박 3일 내내 공연 준비
일이 잦다. 도심에서 떨어진 곳에 사는 아이들도 많
하고 공연하고 공연 보는 일이 아이들한테 쉬운 일은
고 부모들의 지원을 받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열심인
아니지만 그러면서 배우는 것들이 있을 거다. 꿈의
교육 강사들과 열심히 나오는 아이들 모두 기특하다.
오케스트라는 음악을 ‘위해서’가 아니라 음악을 ‘통해
서로의 관계 형성을 위해서 악기 연습만 하기보다는
서’ 하는 거다. 그러다 보면 결국 음악도 좋아지는 것
운동회같이 서로 어울릴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많이
같더라. 그러니 아이들 하나하나를 버릴 수가 없다.
하는 편이다.
꿈의 오케스트라가 그런 취지를 잃지 않고 계속 잘 운영되길 바란다.
실제로 느껴지는 아이들의 변화가 있는지? 처음 음악감독으로 와서 아이들을 면접할 때 ‘아저씨, 왜 저한테 말 거세요?’ 하며 차가운 눈빛을 보내던 아이가 있었다. 아버지에 대한 상처가 많아서 마음 이 닫혀 있었고, 남자 선생님께는 레슨도 받지 않겠 다고 거부하던 아이였다. 첫 부임 날 아이에게 그토 록 서늘한 눈빛을 받고는 정말 잠을 한숨도 못 잤다. 심각하게 고민했다. ‘이걸 할 수 있을까? 해야 할까?’ 그런데 어느 날 그 아이가 연주 끝나고 나에게 조그 만 초콜릿을 하나 주고 가더라. 정말 그 순간을 생각 하면 지금도 울컥한다. 지금은 그 애가 선배가 되어
2016 꿈의 오케스트라 합동공연은 꿈의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축제의 장으로 유네스코가 음악 창의 도시로 선정한 경남 통영에서 9월 30일(금)부터 10월 2일(일)까지 2박 3일간 개최되었다. TIMF 앙상블 공연 등 전문 연주자와의 만남, 다양한 콘셉트의 무대와 무료 체험 프로그램 등을 마련하여 전국 각지에서 모인 600여 명의 꿈의 오케스트라 단원 뿐 아니라 일반 관객, 학부모 등이 함께 참여하여 더욱 뜻 깊었다. 꿈의 오케스트라 홈페이지 : http://orchestrakids.or.kr
더 어린 친구들도 손수 챙겨주고 굉장히 열심히 한다. 그런 변화가 눈으로 보이니까 음악이 위대하다는 생 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음악감독으로서 어떤 점에 신경을 쓰시는지 궁금하다. 우리 아이들이 다른 아이들에 비해 결코 뒤처지지 않 는다는 인식을 심어주려고 노력한다. 이제는 지역에 다른 연주 단체가 많은데도 전공자들까지 우리 오케 스트라에 들어오려고 하는 걸 보면서, 우리 수준과 프로그램이 많이 좋아진 것을 느낀다. 작년 12월에 는 우리가 주도하여 청주의 다른 오케스트라들을 초 청해서 페스티벌 형식으로 정기연주회를 했다. 200 명 합동 연주도 하고. 우리 아이들이 큰 무대, 많은 관객 앞에서 공연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
이은진 칼럼니스트. 지역, 교육 및 육아, 커뮤니티 언저리에서 끄적거리고 싶은 사람. 지리산 자락 경남 함양에서 커피를 내리며 산다. svjin96@gmail.com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6년 10월 18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PART 5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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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으면 또 다른 세상이 열린다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주말문화여행 <댄싱 인 더 다크> 홍은지 공연예술 연출가
매주 토요일, 학교 밖에서 다양한 문화예술을 접
어디론가 향해 나아간다. 눈을 가린 아이들은 긴
할 수 있는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프로그램 중 ‘주
장감을 풀려는 듯 느껴지는 모든 것들을 바로 입
말문화여행’은 미술, 음악, 무용, 사진, 문학 분야에
밖으로 꺼낸다. 어둠속의 행진이 이어지다가 어느
서 활동하는 예술가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 일상에
지점에 이르러 멈추면 이제 서로에게 연결되어 있
서 벗어나 새로운 경험을 나누는 과정이다. 그중
던 손을 떼어내고 한 사람씩 떨어져 독립된 시간
<댄싱 인 더 다크>(dancing in the dark)는 김주빈 현대무용가의 진행으로 눈을 감고 오롯이 내 몸의
을 보내야 한다. 그나마 안도감을 주던 다른 사람
움직임과 자연의 소리에 집중해 보는 시간을 가져
한다. 그렇게 보이지 않는 어딘가에서 혼자의 시
보고자 마련되었다. 이 과정은 1주차에 여행 방법 과 몸의 감각을 일깨우는 방법을 경험하고 2주차
간을 견디다보면, 어느새 자신을 둘러싼 흙냄새,
에 함께 여행을 떠나는 방식으로, 매 회 출발지도,
는 나무 옆에 서서, 누군가는 벤치 위에 누워서 그
여행지도 각각 다르게 구성된다. 주말문화여행 2 기 참가자들은 지난 주 대전에서 첫 번째 만남을
렇게 자기만의 시간 속에 머문다.
들로부터 떨어져 불안한 마음에 손을 뻗어보기도
손끝을 지나는 바람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누군가
가진 후, 오늘은 전주로의 여정을 떠났다. 여행하
“눈을 가리고 버스에서 내려 첫발을 내딛는 순간, 주변의
기 좋은 쾌적한 날씨의 10월 주말, 여섯 가족 열여
소리를 듣고 냄새를 맡으면서 머릿속으로 그 공간을 그리
섯 명이 참가한 <댄싱 인 더 다크>가 전주 자연생
게 됩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머
태체험학습원에서 진행되었다.
릿속으로 보고 있는 그림을 그리는 거지요. 그 과정이 끝나 면 안대를 벗고 내가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눈으로 확인하 고, 상상했던 이미지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맞추어 보면서
보이지 않는 세상으로의 여행
낯선 경험들을 통해 감각적 경험을 재구성하게 됩니다.” - 김주빈 무용가, <댄싱 인 더 다크> 주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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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의존도가 90%이상인 현대인들의 시각을 차 단한다면 어떻게 움직일 수 있을까? 게다가 실내
김주빈 강사는 혼자 떨어져 보내는 시간이 이 과
가 아닌 야외에서 시야를 가린 채 이동하게 된다
정의 클라이맥스라고 강조하며, 이 시간은 일차적
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모임 장소에서 여행지로
으로는 감각을 일깨우는 과정을 위한 것이지만 동
향하는 버스 안, 도착하기 5분 전 즈음이 되면 참 여자들은 안대를 받아 착용하게 된다. 여행지에
시에 보이지 않고 어디인지도 모르는 공간 안에서
대한 정보도 없이 시야가 가려진 상태에서 버스
보자는 의도도 있다고 말한다. 그는 5분에서 10분
가 멈추면 한 사람씩 조심스럽게 첫발을 내딛는
정도의 길지 않은 시간을 참여자마다 다른 방식으
다. 시야가 차단된 만큼, 첫발을 내딛을 때 발끝의
로 마주하는 모습에서 각자의 살아온 여정을 압축
느낌, 냄새, 주변의 소리, 손에 와 닿는 감촉 등 모
해 놓은 듯한 인상을 받게 된다고 덧붙였다. 익숙
든 것이 두렵고도 새롭다. 기차놀이를 하듯 앞 사
한 감각이나 감정의 통제로부터 벗어나 낯선 감각
람의 어깨에 손을 얹고 서로에게 의지한 채 안내
이 주는 두려움에 도전해 그 순간을 극복해 나가
자인 강사가 이끄는 대로 조심스레 한걸음씩 떼며
는 과정. 처음에는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만 차
2016 arte 365
잠시나마 자신의 내면에 집중해보는 시간을 가져
츰 확신을 갖고 자신의 의지로 스스로 헤쳐 나가며
을 많이 했어요. 나 스스로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에 빠지는
얻게 되는 자신만의 경험을 가져갈 수 있다면 성공
것을 매우 싫어하는 인간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적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아도 좋다. 개인마다 살 아온 시간이 다를 테니. 그래서인지 이 프로그램은
“눈을 가렸기 때문에 서로를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어
가족을 대상으로 하고는 있으나, 개인의 정체성을
요. 이런 상황을 겪어보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가지고 참여하는 것도 중요하다. 가족 단위의 참가
아이들은 안대를 벗고 싶어 하면서도 끊임없이 서로 재잘
자들에게 익숙한 자기표현인 ‘누구 엄마’, ‘누구 아
거리며 그 상황을 극복해 나가더라고요. 나중에는 그 상황
빠’가 아니라 온전히 ‘자기 자신’으로 참여하길 강
을 즐기는 것처럼 보였어요.”
조한다. 그렇게 독립적인 자기인식을 경험한 후 다 시 모이면 서로에 대한 인식에도 변화를 가져올 수
참가자들의 소감에 이어 강사는 이 과정을 통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다시 모인 가족끼
몸으로부터 느낄 수 있는 감각들을 다시 한 번 생
리 가족사진을 찍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각해보고, 일상을 조금이나마 다르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가지게 되기를 바란다며, 사물이나 대상을 바라보는 시선의 작은 변화에서 예술이 시
자신에게 다가가는 시간
작될 수 있음을 당부하며 과정을 맺는다.
여행을 마치고 출발지로 돌아가기 전, 참가자들에게
우리가 흔히 경험하는 여행의 코스는 비슷하다.
여행의 마무리를 스스로 계획하는 기회가 주어진다.
온라인을 통해 검색을 하고, 여행지의 명소를 찾
참가자들은 전주 시내에 들러 각자가 제안했던 여행
아가 눈으로 보고 사진 찍고 맛집에 찾아 가서 밥
지 중 두 곳을 선택하여 함께 방문하고 돌아가기로
먹는 것으로 끝난다. 안전하지만 어쩌면 뻔한 경
의견을 모은다. 마지막 여정을 남긴 버스 안, 마이크
험으로부터 여행을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보고 싶
를 쥔 강사는 참가자들에게 간단한 느낌을 묻고 나
다는 생각에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되었다는 김주
서 한사람씩 마이크를 넘겨 참가 소감을 듣는다.
빈 강사는 최대한 낯선 경험을 이끌어내기 위해 눈을 가리고 주변 환경을 다르게 느끼는 것으로
“과정 내내 남들보다 무서워했고, 정보가 통제된다는 생각
출발해보고자 했다. 참여자들이 평소에 잘 사용하
PART 5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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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않는 몸과 피부를 통해 마음 깊은 곳을 건드리 게 된다면 그것이 춤의 출발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고, 눈을 감은 채 온 감각을 곤두세우고 움직이 고 있는 것 자체가 춤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제한된 감각으로 인해 손 끝 하나하나에 엄청난 집중력과 에너지가 생기고, 계획되지 않은 우연의 순간 속에 내 몸 안의 충동을 따라 움직이게 되는 것, 그것이 ‘댄싱 인 더 다크’인 셈이다. 내 안의 충 동을 따라갈 수 있는 자신에 대한 믿음이 예술의 시작이 될 수 있으며, 자기 확신에 대한 경험이야 말로 예술과 가까워지는 첫 단계가 될 것이다. 안 무가이자 무용수, 사진작가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김주빈 강사는 “오랜 기간 기능적 숙련을 통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주말문화여행 꿈다락 토요문화학교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문화예술기관 및 단체 등과 하는 학교 밖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다. 주5일 수업제 실시에 따라 매주 토요일 아동·청소년 및 가족들이 문화예술 소양을 함양하고 또래, 가족 간 소통할 수 있는 여가문화를 조성하고 있다. 그중 ‘주말문화여행’은 미술, 음악, 무용, 사진, 문학 등 각 분야의 예술가들과 함께 문화여행을 떠나는 프로그램이다. 청소년 또는 가족단위로 참여하여 예술가와 함께 당일 또는 1박 2일로 여행을 떠난다. 2014년부터 시작된 ‘주말문화여행’은 올해 9월부터 시작되어 11월까지 6개 프로그램이 각 4회씩 진행된다. 홈페이지 www.toyo.or.kr
해 얻어지는 것만이 예술적 경험은 아닐 것이다. 자기 감각을 되살림으로써 나도 모르는 새에 예술 에 다가가는 경험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한다. 이 프로그램에는 한 사람의 창작자로서 시대를 바 라보는 시선이 반영되어있다. ‘주어진 대로 맞춰 흘러가면 잘 살고 있는 것으로 오해하기 쉬운 시 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개개인이 느끼는 내적 충동 을 발견하고 자기의식을 점검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예술교육을 통해 전해보고 싶었다’ 는 김주빈 강사의 말처럼, 짧은 2주간의 과정이지 만 일상을 탈주해 볼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 다시 일상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길 수 있는 힘으로 작 용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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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은지 다양한 공연방식을 고민하고 고안 중인 공연예술 연출가. 얼라이브아츠 코모(alivearts como, collectors of moments)에서 여러 분야의 아티스트들과 함께 순간을 채집하고 그 흔적을 담아내고자 노력하고 있다. <팰름시스트>, <벙어리시인>, <카페더로스트> 등을 연출했다. eufy6542@hanmail.net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6년 11월 1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우리가 만드는 무대, 드림스쿨 2016 드림스쿨 원주여자중학교 뮤지컬 동아리 ‘뮤지컬러’ 염혜원 자유기고가
“아이들이 관심 있어 하는 분야를 한 학기 동안, 그것도 시
드림스쿨’ 운영사업 공고를 보고 지원 신청을 하
험도 안 보면서 배운다고요? 나 학교 다닐 때는 상상도 못
게 되었다고 한다. 드림스쿨은 청소년의 예술동아
한 일이에요!”
리 활성화를 위해 중학생들이 직접 연극과 뮤지컬 등 예술 창작활동에 참여하여 기획부터 제작과 실
사실 취재 의뢰에 관한 전화를 받았을 때 나의 반
연까지 전 과정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프로그
응은 이랬다. 그간 방과 후 예술 활동이나 다양한
램이다. 5개 권역, 총 5개 학교에서 16회차 프로그
예술교육 프로그램의 내용을 전혀 몰랐던 것은 아
램과 마무리 공연이 진행되는데 강원권에서는 원
니지만, 올해부터 전국 중학교에서 전면 시행된다
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치악무대의 권오현 대표가
는 자유학기제는 다소 파격적이라고 느꼈다. 나의
연출을 맡고 엄소라 음악감독, 이지현 안무가 등이
학창 시절을 떠올려 보면, 고3 수험생 시절을 빼고
참여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는 학교에서 보낸 시간은 참 더디게 흘러갔다. 그 나마 동아리 활동마저 없었다면 이 시절의 기억은
“사실 자유학기제를 비롯해 동아리 활동에 학생들의 관심
좀 암울했을 것이다. 물론 지금의 학생들은 더 좋
이 많다고 해도 실질적인 프로그램이 활성화되는 건 아니
은 환경에서 더 많은 관심거리를 접할 기회가 훨
다. 무엇보다 학교의 의지, 담당교사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씬 늘어났다. 그런데 이러한 관심거리에 일정 시간
본다. 앞으로도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이나 예산은 늘어날
을 들여 학생들이 집중적으로 경험하거나 구체적
테지만 학생들이 이러한 프로그램을 경험하거나 참여하기
인 활동을 할 만한 여유는 그리 많아 보이지 않았
쉬운 편은 아니다. 당연히 노래하는 게 좋아서 뮤지컬러에
다. 그렇다면 자유학기제를 통해 청소년이 누리게
들어온 아이들인데, 지역 내 문화예술 인프라가 부족하기
될 경험의 가능성과 시간의 잠재적 가치를 측정하
에 학교 안에서 관련 활동 대부분을 해결하는 상황이다. 마
기란 어렵지 않을까. 바로 청소년기의 하루는 성인
땅히 연습할 공간도 확보하기 어려운데, 지난해부터 연습
의 그것과는 무게가 다르기 때문이다.
실로 쓰고 있는 컴퓨터실에 연습용 거울도 설치하고 카메 라도 구입할 수 있었다. 그래도 11월 공연을 앞두고 그동 안 연습했던 내용을 전체적으로 펼쳐놓고 확인해봐야 하는
공연예술분야 전문가와 함께하는 동아리 활동
데 그럴 만한 공간이 없다는 것이 참 아쉽다.” - 김영기 교사, 뮤지컬러 담당
원주여자중학교 뮤지컬 동아리 ‘뮤지컬러’는 7년째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정부의 지원금과 지자체 예 산을 통해 독자 사업으로 학생들에게 여름방학 뮤
11월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에 드림스 쿨 참여 학생들의 공연이 지역별로 진행될 예정이
지컬 캠프와 공연예술 전문가로 구성된 교육 프로
다. 뮤지컬러 동아리방을 방문하게 된 날은 공연을
그램을 제공했다. 뮤지컬러를 이끄는 김영기 선생
앞두고 캐스팅을 정하는 날이었던지라 학생들의
님의 의지와 사명감이 빚어낸 성과였던 셈이다. 그
표정은 다소 상기된 것처럼 보였다. <드리머, 꿈을
렇지만 한시적 예산을 반영한 것이라 올해 외부 강
꾸는 사람>(가제)이라는 대본을 학생들이 몇 차례
사를 초청해 동아리를 지원하는 게 불투명한 상황
읽어나가는 것을 바라보는 동안, 학교 안의 풍경은
이었는데, 마침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2016
낯설지가 않았다. 나이든 내가 젊은 나를 만나는
PART 5 보다
221
김영기 뮤지컬러 담당 교사
송지원 뮤지컬러 부장
권오현 치악무대 대표
된 소녀들이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대사 한 마디에
올해 1학기 때부터 뮤지컬러에서는 학생들 스스로 가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낼 대본 작업에 집중했다
집중하는 것을 보면서 이들이 지금 이 시간을 누리
고 한다. 작년 축제 때 공연한 대본을 기반으로 자
면서 얻고자 하는 그것이 무엇일지가 궁금해졌다.
신들이 진로 선택을 하면서 벌어지는 여러 개의 에
아마도 자신의 마음속에서 어떤 살아있는 것을 붙
피소드를 연결한 내용이다. 갈등의 중심에는 부모
잡으려는 건 아닐까.
와의 입장 차가 있으면서도 자신의 능력과 한계에
것 같은, 왠지 모를 그리운 기분이 들기도 한다. 앳
관한 고민도 담아있다. 물론 다소 과장된 내용과 “1학년 때는 합창반을 했지만, 작년부터 뮤지컬러에서 활
상투적인 설정이 없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들 속내
동하고 있다. 워낙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하는데 작년 여름
의 이야기가 오롯이 담겨 있다.
캠프를 통해서 알게 된 뮤지컬에 관심이 많이 생겼다. 아 은 간다. 사실 동아리 반이 학교 가는 낙이다! 다 같이 모여
2011년부터 원주 치악무대 대표로 활동하고 있 는 권오현 연출가는 지역에서 극단의 지속가능한
연기, 춤, 노래하면서 서로를 봐준다. 지난주 학교 축제 때,
활동 기반을 만들어나가는 데 노력하고 있다. 그는
25분짜리 갈라 콘서트 형식의 공연을 준비했었다. <써니> 버전으로 복고풍의 춤과 노래로 축제를 살렸다. 다들 우리
‘드림스쿨’ 사업 이전에도 일반인과 청소년을 대상
아니었으면 이번 축제에서 볼 게 없었다고 말한다.(웃음)”
화 인프라를 확보하는 데 필요한 과정이라는 것을
- 송지원 학생, 뮤지컬러 부장(3학년)
인식하고 있었다. 특히 다른 프로그램의 경우 대개
직 이 분야를 진로로 결정한 것은 아니지만 계속해서 관심
으로 하는 예술교육 활동이 잠재적 관객 개발과 문
주강사 혼자서 수업을 진행하는 것에 비해 ‘드림스 쿨’은 다른 전문가와 함께 수업의 내용을 공유하고 관계를 배우고, 무대를 경험하다
분담하며 협업하면서 보다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
뮤지컬러는 24 명의 학생이 배우와 스태프 활동 에 참여하고 있다. 중학교 전 학년이 고른 비중으
222
임을 피력했다.
로 함께 활동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들 선후배 사
“아이들에게 재미와 호기심을 채워줄 예술교육 프로그램이
이에는 나름의 위계질서가 잡혀 있는 듯하다. 이건
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연기 외에도 뮤지컬 제작
학생들의 인사법과 발성을 통해서 파악된다. 1학년
에 관한 여러 경험치를 제공하는 데 신경을 쓰고 있다. 아
학생들보다 3학년은 대사를 하는데 제법 배에 힘 이 들어가 있다. 이제 3학년이 되어서야 앞서 동아
이들에게 극장이라는 메커니즘을 직접 경험하게 하는 것이
리를 거쳐 간 선배들의 고충과 심정을 알겠다는 송
다. 그래도 뮤지컬러는 별도의 연습 공간도 있어서 그나마
지원 학생의 마음을 나름 헤아리게 된다. 동아리는
환경이 좋은 편이라고 본다. 이번 기회를 통해 학생들에게
어느 정도 학생들의 자율과 자치권이 부여되고 있
제작에 관한 여러 노하우를 전달하고 싶다. 연기 외에도 제
는데 이것이 그들에게는 소속감과 자부심을 부여
작에 관한 다양한 분야가 있다는 것을 전하고 싶은 것이다.
하는 측면도 있다.
한편,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면서까지 성과나 결과를 주
2016 arte 365
가장 이상적인 방법이지만 현실적인 여건이 충분하지 않
장하고 싶지는 않다. 그래도 400석 공연장 무대에 선다는 것은 학생들에게 흔치 않은 경험이 될 것이다. 그 시간을 학 생들이 온전히 느낄 수 있게끔 모든 준비를 다 할 것이다.” - 권오현 연출가, 치악무대 대표 보통 중학생쯤이면 자신의 진로에 관심을 둘 만한 시기이다. 이런 시기에 제대로 된 탐색 경로를 통 해 자신의 관심거리를 발견하고 집중할 뭔가를 알 아챌 기회를 얻는다는 것은 얼마나 큰 힘이 될까. 이들의 꿈 꿀 권리는 당연히 보장되어야 한다.
염혜원 자유기고가. 연극을 공부했고 월간 [한국연극], 국립오페라단,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일했으며, 현재 자유기고가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나오시마 삼인삼색』(웅진리빙하우스)이 있고, 『연극 속의 청소년극, 청소년극 속의 연극』(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 등을 기획·편집했다. byeyum@empas.com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6년 11월 8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2016 드림스쿨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자유학기제가 전면 시행됨에 따라, 중학생을 대상으로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과 결합하여 더욱 심도 있는 문화예술 경험을 확대하고자 중학교 연극, 뮤지컬 동아리에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중학생들이 직접 예술창작 과정에 참여하여 기획부터 제작과 실연까지 전 과정을 경험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드림스쿨’ 사업은 올해 수도권, 강원, 충청, 전라, 경상 등 권역별 1개 학교씩 총 5개 학교를 선정 지원하여 16회차의 프로그램이 진행되며, 11월 마지막 수요일(30일)에는 참여학생 공연이 개최될 예정이다.
PART 5 보다
223
아이들이 눈송이가 되어 내리는 시간 2016 유아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계절이 보내준 선물>
2016 유아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연극놀이를 통한 통합예술교육 <계절이 보내준 선물> 유아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은 생애주기별 문화향유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지난 5월부터 전국 255개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유아 예술강사를 파견하여 프로그램을 지원해왔다. 그중 연극놀이 통합예술교육 프로그램 <계절이 보내준 선물>은 수도권과 제주도의 국공립 및 사립 유치원 어린이를 대상으로 총 24주에 걸쳐 동화와 연극놀이를 통해 계절과 환경, 순환과정에 대해 생각해보는 프로그램이다. 오늘의 계절은 겨울. 눈처럼 하얀 거위들의 빛나는 깃털을 모아 이불을 만들고 눈을 내리게 하는 『겨울 할머니』의 이야기가 시작되고 아이들은 눈이 내리는 과정을 상상하며 스스로 눈이 되어 세상을 하얗게 만드는 일에 동참한다. 반짝반짝 빛나는 눈, 빠른 눈, 느린 눈 등 아이들은 저마다의 특성을 움직임으로 표현한다.
조숙경 그림책작가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6년 11월 29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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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arte 365
꽥꽥거리던 아이들은 가벼운 깃털이 되어 훨훨 날아올라 달처럼 빛나는 새하얀 눈송이가 되었다.
예술이 심은 씨앗은 자라서 무엇이 될까 2016 예술꽃 씨앗학교 성과 공유회 ‘예술이 꽃피는 숲’ 이은진 칼럼니스트 충북 음성초등학교 창작음악극 <오선이의 꿈>
“난, 너를 사랑해에~~ 이 세상은 너뿐이야!”
“아무래도 무대에 섰을 때가 가장 짜릿하죠. 이제는 어떤 타이밍에 박수가 나오는지, 이 친구가 나오면 어떤 반응이
울산 함월초등학교 오케스트라의 <붉은 노을> 연
벌어질지 대충 감을 잡을 수도 있게 됐어요.”
주에 관객들의 우렁찬 소리가 더해지니, 대극장의
- 김민균 경북항공고등학교 3학년
열기가 한층 후끈 달아오른다. 중·고등학교 언니 오빠들의 엄청난 호응 속에 연주자로 무대에 선
울산 함월초등학교 함월예술꽃씨앗오케스트라의
초등학생들의 흥도 더해진다. 무대에 선 이들도,
<천국과 지옥-캉캉>과 친숙한 ‘이문세 모음곡’ 연
객석에 앉은 이들도 ‘함께 호흡’하는 느낌이 있는
주를 시작으로 경남 거제 성포중학교의 성포하모
곳, 예술꽃 씨앗학교 성과 공유회 ‘예술이 꽃피는
니앙상블의 <가브리엘 오보에(Gabriel’s Oboe)>, <마이 웨이(My Way)>, <힐 더 월드(Heal the World)>의 따뜻하면서도 울림 있는 연주로 1부 ‘흠
숲’을 찾았다.
뻑흠뻑 예술로 물들이자’ 공연이 이어졌다. 음악과 저마다의 빛깔, 공연으로 말하다
공연에 익숙해져 있는 학교들이 모여서 그런지 관 객의 반응이 뜨거웠다. 특히 작년과 달리 중·고등
10월 31일부터 11월 2일까지 2박 3일 동안 무주 태권도원에서 열린 2016 예술꽃 씨앗학교 성과 공유회 ‘예술이 꽃피는 숲’에는 전 일정에 참여한
학생들이 함께 참여해서 적극적인 호응과 반응들
4기 3개 초등학교와 2일차에 합류한 5기 3개 중· 고등학교까지 총 6개 학교 450여 명이 참여하였
들이 공부만 강요당하는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음
이 공연을 더 재미있고 뜨겁게 만들어주었다. 충북 음성초등학교의 창작 음악극 <오선이의 꿈>은 아이 악극에 담아내어 큰 울림과 감동을 주었다.
다. 작년에 비해 규모가 작아져 그런지 좀 더 차분 하고 소박한 분위기에서 행사가 치러지고 있었다.
“행사 준비 하면서 만났을 때는 각 학교 담당교사들이 걱정
하지만 각자 준비한 공연을 보니, 각 학교와 학생
을 그리 많이들 하시더니, 오늘 공연 보니 그게 다 엄살이
들의 열정과 담아내고자 하는 내용은 그 어느 때
아니었나 싶어요.(웃음) 다들 너무나 잘하더라고요. 하나하
보다 빛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나 공연에 정말 감동 받았어요.” - 박찬희 경북항공고등학교 교사
예술꽃 씨앗학교는 학교의 특성에 따라 통합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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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예술, 시각예술, 음악예술 등의 분야로 나뉜
그 외에도 전북 군산남고등학교의 창작 뮤지컬
다. 그중에서도 올해 참여한 학교는 음악과 공연 예술을 기반으로 예술꽃 씨앗학교 프로그램을 운
<땡큐 포 더 뮤직(Thank You for the Music)>, 경 북항공고등학교의 합창 ‘레미제라블 메들리’와 ‘애
영하는 학교들이다. 자연스럽게 모든 학교가 공연
니메이션 메들리’가 대극장을 꽉 채워주었다. 특히
을 준비해 성과를 공유한 만큼, 각자의 이야기와
제주 북촌초등학교의 창작 뮤지컬 <사랑과 농경의
빛깔 있는 공연의 향연, 그것이 이번 성과 공유회
신 자청비>는 이 학교가 그동안 해온 제주 신화 뮤
의 핵심이 아니었나 싶다.
지컬로는 무려 다섯 번째 작품이다.
2016 arte 365
울산 함월초등학교 연주
경남 거제 성포중학교의 성포하모니앙상블
“제주에는 신화가 무척 많습니다. 여기에는 단순히 신뿐만
성과 공유회 둘째 날 도착한 중·고등학생들은 나래
아니라 제주의 자연과 문화, 제주 사람들과 제주어가 포함
홀에 모여 힙합크루 ‘라스트포원’과 전문 디제이의 디
되어 있어요. 제주 문화를 포괄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게
제잉을 관람하고, 댄서들과 함께 각자 자기 학교 응
바로 신화이고, 학생들과 관객들이 제주신화를 좀 더 가깝
원 동작을 만들어보는 것으로 교류 프로그램을 진행
게 느끼도록 하기 위해 최대한 친숙한 소재를 선택하여 뮤
하였다. 장르가 장르인 만큼 폭발적인(?) 반응을 예상
지컬을 만들고 있습니다.”
했지만, 막상 본인들이 직접 추려니 많이 쑥스러웠나
- 강성주 제주 북촌초등학교 교사
보다. 아마 다른 학교 학생들이 섞여 있어서 아직은 서먹하기도 했을 것이다. 다행히 그중 흥과 끼가 많 은 친구들이 분위기를 이끌어가면서, 아이들은 이내
만남이 있는 자리
댄서들과 함께 쉽고 즐거운 동작으로 자기 학교 응원 댄스를 발표하며 교류의 시간이 마무리되었다.
“느영 나영 혼디모영 오름에 올라와보난, 막 지꺼정 좋다게 ~ 다음에 또 고치오게~!” (너랑 나랑 모두모여 오름에 올라와보니, 막 재밌고 좋구나
잘하기보다는 재미있게, 부족함을 채워주는 예술의 힘
~ 다음에 또 같이 오자~!) ‘성과’라는 것은 사업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예 나래홀에서 오선초등학교와 함월초등학교 학생들
술꽃 씨앗학교를 통해서 우리가 학교 현장에 뿌리
이 제주 북촌초등학교 친구들에게 <오름올랑>이라
고 싶은 씨앗은 무엇일까? 이번 성과 공유회에서
는 제주어 노래를 배우고 있다. 외국어(?) 같은 제
만난 몇몇 교사들의 말 속에서 ‘경험’과 ‘자존감’이
주어가 신기한지 연신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라는 단어를 찾을 수 있었다. 아마도 그것이 예술
예술꽃 씨앗학교 성과 발표회에서는 공연만 하고
꽃 씨앗학교의 존재 이유이자 성과이리라.
보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가르치고 배 워보는 시간이 있다. ‘서로서로 예술로 배워보자’
“학예회 같은 걸 하면 다른 학교는 ‘걸그룹’ 댄스 하는 아이들
라는 교류 프로그램이 바로 그것이다. 제주 친구가
몇 명 정도 나갈까 말까 해요. 무대 경험이 없다 보니까 자신
가르쳐주는 가사 아래 ‘육지’ 말로 뜻을 적어보며
감도 없고, 자신감 저하가 누적되다 보면 점점 할 용기도, 기
진지하게 노래를 불러보기도 하고, 망설이다가 친
회도 없어지게 마련이거든요. 한데 우리 학교 아이들은 사람
구가 내미는 활대를 받아들고는 난생처음 바이올
들 앞에 서는 게 자연스럽고 자신감도 있죠. 무엇보다 공연을
린이라는 악기를 연주해보는 것도 이런 시간이 주
하다 보면 무대 디자인도 필요하고 춤도 춰야 하고 연기도 해
는 즐거움이다. 내가 배우고 있는 것을 다른 친구
야 하니까 각자 잘할 수 있는 것들을 길러줄 수 있기도 해요.
들에게 가르쳐보는 경험, 그리고 또래들끼리 서로
물론 학교에서 아이들을 예술가로 키워야지, 멋진 공연을 해
다른 예술적 경험을 나누는 시간은 아마도 학교에
서 방송 출연을 해야지, 하는 건 전혀 아니에요. 다양한 경험
서 경험하지 못하는 또 다른 배움의 장이 되리라.
을 주자는 취지로 교육과정이 운영되고 있는 것이죠.” - 강성주 제주 북촌초등학교 교사
PART 5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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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군산남고등학교의 창작 뮤지컬 <땡큐 포 더 뮤직>
경북항공고등학교의 합창 ‘레미제라블 메들리’와 ‘애니메이션 메들리’
“우리 학교는 예술꽃 씨앗학교가 된 뒤 밖으로 드러날 정도
런 것들을 떠올리니 덩달아 마음이 따뜻해진다. 덕
의 학교폭력이 없어졌어요. 항공정비사를 양성하는 학교라
유산에 단풍이 흐드러진 가을날, 행복한 아이들의
서 평생 기계를 만지며 살 아이들이 많거든요. 그래서 예술
모습을 뒤로하고 돌아오는 마음이 나쁘지 않다.
적 경험이 부족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교장 선생님
이 씨앗이 자라 무엇이 될지 누가 알까. 그저 꽃을
의지도 강하시고, 저도 더 열심히 하게 돼요. 아이들한테는
상상하며 한 개의 씨앗을 땅에 심을 뿐.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저희는 잘하기보다는 ‘좋아서’ 합니다.” - 박찬희 경북항공고등학교 교사 뿐만 아니라 예술꽃 씨앗학교는 학생 대상 만족도에 서 무척 높은 성과를 내고 있다. 자존감 영역(‘나 자 신에 대해 자신감이 생겼다’, ‘예술 활동에 참여하면 서 스스로 자랑스러웠다’), 사회적 영역(‘학교에 등교 하는 것이 즐겁다’, ‘친구와 함께 의견을 나누거나 조 별활동을 하는 등 함께하는 활동이 즐겁다’), 감성적 영역(‘다양한 표현 능력이 향상된 것 같다’, ‘창의적이 고 새로운 생각을 하게 되었다’) 등에서 모두 5점 만 점에 평균 4점 이상의 학생 만족도를 보이고 있는
예술꽃 씨앗학교 지원사업 2008년부터 시작된 예술꽃 씨앗학교는 문화체육관광부의 학교문화예술교육 활성화 지원사업의 일환이다. 지역이나 빈부 격차와 관계없이 전교생 모두가 문화예술교육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400명 이하의 소규모 학교가 대상이며, 단기 지원이 아닌 4년간의 장기 지원을 통해 예술꽃 씨앗학교의 학생들이 문화적 삶을 향유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돕고 있다. 공연예술, 음악예술, 시각예술, 통합예술 등 다양한 문화예술교육을 하는 예술꽃 씨앗학교는 올해 신규 선정된 7기 14개 학교를 포함하여 지금까지 총 87개 학교가 선정되었다. 홈페이지 http://flower.arte.or.kr
것이다. 여러 예술꽃 씨앗학교에서 재학생 수가 늘 어나고 있는 현상도 이와 연관이 있을 것이다. “처음 입학할 때는 계이름도 읽을 줄 몰랐는데……. 지금 돌아보면 3년이란 활동을 통해서 제 가치관이 다듬어지기 도 했고, 다른 친구들 성장하는 것도 보고 되게 좋았던 것 같아요. 느낀 것도 많고……. 고등학교 시절에도 이런 활동 이 필요한 것 같아요.” - 김민균 경북항공고등학교 3학년 “잘하기보다는 좋아서”라는 말은 전교생이 예술교 육을 받는 예술꽃 씨앗학교에서 무척 중요한 말이라
이은진 칼럼니스트. 지역, 교육 및 육아, 커뮤니티 언저리에서 끄적거리고 싶은 사람. 지리산 자락 경남 함양에서 커피를 내리며 산다. svjin96@gmail.com
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아이들이 잘하려고 하면 힘 들어지기 쉽지만, 모든 아이들이 좋아서 하면 이보 다 더 행복한 일이 어디 있을까. 모든 아이들이 좋아 서 하는 예술, 예술로 아이들이 행복해지는 학교,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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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arte 365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6년 11월 22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전문 인력 심화교육, 문화예술교육의 뿌리를 단단하게 2016 KCP(우수 교육 프로그램 수료과정) 성과공유회 염혜원 자유기고가
지난 11월 16일(목)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하 교육진흥원)이 개최한 ‘2016 KCP 성과공유
‘디자인 생각지도 탐험’은 디자인 교육을 다섯 가
회’(이하 성과공유회)가 진행되었다. KCP(KACES Certificate Program, 우수 교육 프로그램 수료과 정)는 올해 교육진흥원이 신규 도입한 심화 연수
공유-통합)으로 구분하고 이것을 디자인이 영향을
과정으로, 앞서 5월에 해당 사업을 수행할 디자인,
야말로 ‘생각지도’의 좌표를 세우고 이 좌표를 따라
연극, 음악 분야의 총 3개 연구 단체를 선발했다. 연구를 통해 개발한 프로그램으로 각 분야별 10회
연수 프로그램을 도입한 셈이다. 또한, 기존의 미술
에 걸쳐 총 80시간의 연수를 진행했으며, 이날 행 사는 그 과정과 결과를 공유하는 취지에서 마련
한정하는 부분이 많은 것을 극복하기 위해 촉각이
되었다. 성과공유회는 3개 단체의 사업 수행 내용 을 소개하고 각각의 단체가 수행한 프로그램 일부
고 밝혔다. 한편, 정의철 교수는 디자인 교육이 미
를 체험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행사장인 교육
데 그 역할이 강조되는 추세임을 인식하면서 이와
진흥원 12층 KACES Hall은 190여 명의 참가자로
관련한 검증된 교육 프로그램이 도입되어야 하며,
인하여 북새통을 이뤄 해당 연수 과정에 대한 문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 – 초중고 교육 현장에
화예술교육자의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관한 명확한 이해 등이 필요하다는 것을 덧붙였다.
지 활동(탐색·체험-발견·인식-발상·상상-소통· 미치는 사람과 사물, 공간, 사회라는 영역과 연결해 전체 틀을 만든 후 세부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그
교과 과정이 주로 시각을 기반으로 체험과 표현에 나 오감을 사용하는 프로그램 개발에도 주력했다 래사회가 요구하는 창의적 사고 과정을 형성하는
질문을 끌어내는 과정 중심 교육 모색
이날 진행된 ‘UX 공감 디자인 워크숍’은 사용자와 공
디자인 분야-서울대학교 산학협력단
감을 통해 인사이트를 끌어내는 과정으로 연수 과정 에서 참여자의 높은 만족도를 얻어 이번 성과공유회
먼저 서울대학교 디자인학부 정의철 교수가 책임
에서 소개하게 된 프로그램이다. 인터뷰를 매개로 디
연구원으로 진행한 ‘디자인 생각지도 탐험’이 소개
자인 교육의 다섯 가지 활동을 모두 접목한 과정인
되었다. 그는 기존 미술 교과 과정을 분석한 후 디
데, 질문하고 답하는 속에서 디자인적 사고방식을 키
자인 기반 문화예술교육의 방향 설정을 모색하고,
워나가는 감각과 태도를 제시하고 있다. 이날 체험
해당 분야의 교육 관련 주제에 관한 이슈 등을 고
프로그램에는 디자인 전공자뿐 아니라 다양한 영역
찰하면서 해당 프로그램의 설계 과정을 설명했다.
에서 활동하는 문화예술교육자도 참여해 영역 간의
특히 창의적인 사고력을 기반으로 과정 중심의 디
융합 과정으로 접목할 가능성도 확인할 수 있었다.
자인 교육 프로그램을 모색하고 있지만 아직 현장 에서 요구하는 결과주의에 대응하는 방법이 무엇 인지는 해결되지 않았음을 언급하면서도, 디자인
현장 연계 강화와 연수 과정 세밀화
교육을 통한 근본적인 사고의 과정, 즉 질문을 끌
연극 분야-사다리연극놀이연구소
어내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연극 분야 연구를 진행한 사다리연극놀이연구소
PART 5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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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민간에서 20여 년을 활동해온 단체로 신체극 과 아동극을 기반으로 하는 극단 사다리와 협업
아니라 연수 운영방식과 교수 방식이 프로그램의
을 하고 있는 곳이다. 이러한 활동을 기반으로 일
로그램 체험에서는 연극놀이 수업의 다양한 방법론
찍이 연극놀이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단체의 프
을 소개하면서 현장에서 적용 가능한 노하우를 제
로그램을 성과공유회를 통해 체험함으로서 단체의
공했다. 천이나 신문지 등 일상에서 쉽게 구할 수
역량과 노하우를 경험할 수 있었다. 사례를 발표
있는 소재를 활용해 특히 연극놀이 입문자에게 유
한 김선 책임연구원은 집중적인 단계별 연수 과정
용한 프로그램으로 ‘탐색-변형-역할과 이야기’ 구
을 설계하기 위해 구성주의적 교수법을 도입해 연
조로 전개하는 수업 모델이었다. 일반적인 놀이발
극 분야 문화예술교육자 등 연수 참여자의 자기 주
달 단계를 이용해 수업 대상자가 소재를 감각적으
도적 학습 태도를 제공하고자 했음을 밝혔다. 또한
로 느끼고 탐색하면서 연극놀이 활동에 참여하는
멘토링 과정을 통해 현장에서 활동해온 ‘선배’ 문화
데 필요한 질문과 수업 과정의 특성을 공유했다.
질적 향상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강조했다. 프
예술교육자와의 개인별 고민 상담과 위로나 격려 까지도 교육 과정에서 주요한 영역으로 다뤄졌다. 문화예술교육자의 감수성과 역량 강화 교육 내용은 연극놀이에 관한 기본적인 이해부터
음악 분야-한국오디에이션교육연구소
문화예술교육자가 연극놀이 수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유형별 구조와 방법론이 진행되었으며 자신
‘오디감수성’을 소개한 노주희 한국오디에이션교
의 연수 과정을 기록하는 성찰일지를 통해 매 과 정의 느낌과 내용을 점검하는 활동이 병행되었다.
육연구소 책임연구원은 1997년부터 ‘뮤직센터’를 운영하면서 “영·유아 어린이의 행복한 음악적 삶”
그리고 마지막 회차는 마포구에 위치한 초등학교
을 실현하기 위해 축적한 음악 교육 과정을 소개
로 현장실습을 나가 교육 과정에서 계획한 수업
했다. 그는 전문가 교육 프로그램의 목적에 적합한
내용을 팀별로 진행했다. 1, 2차에 거쳐 총 48명이 연수에 참여했고 강사진은 전체 프로그램을 총괄
10회의 커리큘럼을 소개하고 문화예술교육자의 소명의식을 강조했다. 이는 음악 교육에서 문화예
하는 책임연구원과 공동연구원 세 명이 커리큘럼
술교육자의 감수성 함양과 역량을 높이는 게 무엇
을 관장했으며, 현장 경력 15년 이상의 실습 강사 가 연극놀이 체험 수업을 진행했다. 네 명의 참여
보다 중요하며 영·유아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자가 한 팀을 이루는 모둠별로 강사가 한 명 씩 배
조한 것이다.
만큼 학습자 중심의 교육관이 확립되어야 함을 강
정되어 현장실습 멘토링과 모니터링을 담당했고, 이외에도 두 명의 담임강사가 참여자의 자기성찰
오디감수성 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두 명의 강사
시간과 연수생활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았다.
가 진행하며, 내용은 노래를 가르치기 위한 활동 을 기본으로 하면서 다양한 활동 영역이 결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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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 책임연구원은 연극놀이 전문가 양성 과정을
다. 노주희 책임연구원은 이러한 수업 과정을 음
통해 유기적이며 통합적인 현장 연계를 강조한 연
식에 담긴 그릇에 비유하면서 음악을 돋보이게 하
수 프로그램을 개발하고자 했으며, 연수 내용뿐
는 여러 그릇을 활용해 수업 대상자에게 다양한
2016 arte 365
음악적 경험을 ‘맛있게’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있었다고 한다. 김선 책임연구원도 “이번 연수 과정
이러한 방법론을 적용한 활동 영역은 동작, 소품,
참여자들은 자신의 교육방법론을 점검하고 향상하
악기, 이야기가 있는 음악놀이로 나뉘는데 특히
고자 하는 분명한 의지를 갖추고 있었다”고 했다.
‘이야기가 있는 음악놀이 과정’이 집중적으로 소개 되었다. 또한, 음악 전공자를 비롯한 복지시설이나
경력이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문화예술교육자의
특수시설의 기관 종사자, 대학 교수, 초·중·고 강
이러한 목마름은 성과공유회를 찾은 참가자 대부
사 등 연수 참가자를 대상으로 온라인 커뮤니티를
분이 안고 있다는 것을 현장 열기에서도 충분히
운영해 수업 내용을 업데이트해서 지난 과정을 복
가늠해볼 수 있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주
습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다고 한다.
성혜 원장은 KCP 수료식 현장에서 만난 우수 문 화예술교육 전문가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갈증을
오디 감수성 프로그램 체험은 앤서니 브라운의 『우
상기하면서 차기 연도에도 KCP 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리 엄마』라는 동화책을 매개로 ‘음악으로 읽는 그 림책’ 과정을 소개했는데, 기존 텍스트에 담긴 의미 뿐만 아니라 음악적 감수성으로 포착해낸 의미들 은 음악놀이의 매력을 충분히 전달했다. 노주희 책 임연구원은 “이야기가 있는 음악놀이 이외의 다양 한 교육방법을 개발해야 하며, 한국의 전래동화를 접목한 음악 감수성 프로그램 개발에 관한 후속 연 구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16 KCP 우수 교육 프로그램 수료과정 우수 교육 프로그램은 대상과 방법을 다각화하여 보다 전문적인 교육 방법론을 도입한 심화 교육 과정이다. 큰 시각에서 양질의 문화예술교육 확산의 기반을 마련하고자 시행한 ‘2016 우수 문화예술교육 전문가 교육 프로그램 개발 연구’의 일환으로 3개 전문 기관을 선정하여 디자인, 연극, 음악 분야 교육 프로그램을 시범 운영하였다.
세 단체의 성과공유 발표 이후 참가자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사례 내용에 관한 질문과 함께 현장에서 안고 있는 한계점, 특히 결과 중심에서 과정 중심의 예술교육에 관한 이해 확산을 어떻게 끌어낼지에 관한 화두가 제기되기도 했다. 안산 ‘아름다운 배움’ 에서 2년 째 활동하고 있는 안용세 연극놀이 강사 는 이번 연수를 통해 예술교육에 관한 명확한 비전 과 미래상을 세우고 자신의 “뿌리를 단단하게” 만들 게 되었다고 참여 소감을 전했다. 물론 이 뿌리의 단 단함은 10년 이상 활동해온 문화예술교육자에게도 적용되는 의미일 것이다. 또한, 함께 연수 과정에 참
염혜원 자유기고가. 연극을 공부했고 월간 [한국연극], 국립오페라단,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일했으며, 현재 자유기고가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나오시마 삼인삼색』(웅진리빙하우스)이 있고, 『연극 속의 청소년극, 청소년극 속의 연극』(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 등을 기획·편집했다. byeyum@empas.com
여한 선배들을 보면서, 오래 활동해온 문화예술교육 자 및 전문가들이 다시 초심으로 되돌아가서 자신 을 환기하는 과정이 얼마나 의미 있는지를 느낄 수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6년 12월 6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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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여백에 생각의 창을 내는 아이들 어린이는 무엇을 믿는가 <어린이 예술작업실 담길>
신지혜 문화예술협력네트워크 추진단
자락에 다다랐을 때, 눈에 보이는 풍광에 가슴이
2시에 프로그램을 시작한다고 해서 사전에 인사 도 드리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눌 겸, 나름 일찍
탁 트인다. 굽이굽이 산세에 둘러싸여 고요하고
도착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럴싸한 구색을 갖춰 세
점잖은 분위기를 자아내는 작은 마을, 백운면 평
워진 텐트들 사이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아이들과,
동마을의 첫인상을 마주한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아이들을 분주히 돕고 있는 운영스텝의 모습을 마
위의 표현에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할 것이다. 내
주하고는 ‘내가 시작 시간을 잘못 체크했나?’ 하고
아버지의 고향, 나의 유년시절 행복한 추억들이
조금 당황했다. 운영스텝의 말에 따르면 대체로
담뿍 담긴 곳에 ‘일하는 어른’의 모습으로 찾아가 게 되다니. 제천에서 진행되는 ‘어린이 예술작업
프로그램 준비가 완료되는 시간은 1시 30분 전후 즈음인데 몇몇 아이들은 시작 전부터 공터에 모여
실 담길’ 프로그램 취재 제안이 너무나도 반가웠
작가들과 운영스텝들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박달재 터널을 주욱 밟고 나가 이윽고 터널의 끝
다. 아이들과의 첫 만남을 상상하며 떨리는 마음 과 아이들과 함께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사람들
머루 작가와 함께 깎고, 뚫고 사포질하며 나무로
에 대한 궁금함이 혼재되어 기대감과 설렘은 점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나무공장’, 다양한 천 재료
점 커져만 갔다.
와 여러 종류의 줄과 끈을 소재로 한 솜 작가의 ‘베틀집’, 간식을 먹으며 노닥거리기도 하고, 만화 책도 보는 등 여러 딴 짓을 할 수 있는 ‘콩밭’, 물
자유롭게 넘나드는 놀이터
감과 크레용 등을 활용하여 자유롭게 칠하고 그 리는 ‘물들어집’까지, 총 4개의 섹션으로 이루어진
“머루! 나 이것 좀 들어줘!”
‘어린이 예술작업실 담길’ 프로그램은 아이들 스
“솜, 이거 자르는 것 좀 도와주지 않을래?”
스로 자유롭게 섹션을 넘나들며 매주 나무와 천을 활용하여 자신들이 원하는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백운복지회관 앞, 350년이 된 느티나무 아래 위 치한 공터에서는 이미 삼삼오오 몇몇 친구들이
다양한 활동들을 유도하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모여 분주하게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어떤 친구 들은 나무를 세워가며 저마다의 텐트를 세우기
스스로를 믿는 아이들
위해 뚝딱거리고 있었고, 다른 몇몇 친구들은 남 머루(이하 머루), 송민혜(이하 솜) 작가의 주변에
그날그날 예술가들이 준비해 온 여러 종류의 만
앉아 나무로, 털실로 각자가 만들고 싶은 것들을
들 거리를 공터에 툭 하고 내려놓으면, 아이들은
자유롭게 만들어 가고 있었다. 공터를 옹기종기
주저 없이 머릿속에 그려온 무언가를, 혹은 즉흥
둘러싸며 세워진 텐트 앞에는 만든 아이의 이름
적으로 만들어지는 무언가를 착착 완성해 나간다.
과 함께 ‘아무개의 텐트, 신발을 벗고 들어오시오’
작가를 포함한 운영스텝, 그 누구도 ‘어른’의 역할
라는 안내 문구가 팻말에 적혀 다소 귀엽고도 비
을 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아이들은 아이들의 사
장한 모양으로 주인 없는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고방식으로 자유롭게 사유하고 그것을 실행해나 가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하게 된다. 우리가 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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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으로 인지하고 있는 ‘어른’의 역할이란, 말하자
는 친구의 말에 또 한 번 성찰의 시간을 가졌다. ‘그
면 이건 이렇게, 저건 저렇게 라며 방법을 지시하
렇게 해도 다 만들어진다’는 말에 ‘혹여나 고정이
고 가르치는 ‘교사(敎師)’의 역할을 말하는데, 이
덜되어 나중에 넘어지면 어쩌니, 다른 친구들처럼
프로그램에서 ‘어른’은 먼저 해 봄으로써 아이들
못을 박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며 호들갑스럽게
이 스스로 결정을 내리고 그것을 실행할 때 손을
조언을 한 내 모습이 조금은 부끄러웠다. 용건이의
보태주는, 조수의 역할을 갖춘 ‘선생(先生)’이자
말처럼 그렇게 하니, 정말 다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친구’로서 존재한다. 스스로의 것을 만들고 완성 하는 과정에서 자세를 낮추고 이야기를 들어주며
“어른의 생각으로 판단하고 그로 인해 만들어진 틀, 그와 연
그 결정에 힘을 실어주는 ‘어른’의 역할 덕분에 아
관된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제시하지는 않는지, 언제나 경계
이들은 자신의 결정을 진취적으로 실행하고 나아
하고 조심하려고 해요. 아이들을 만날 때마다 놀라요. 공통
가는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으로 주어진 상황에서 각각의 아이가 접근하는 독창적인 방 식을 보며 항상 깨닫게 돼요. 아, 우리가 참 어렵게 생각하
“저는 여기 매주 왔어요. 지난번엔 형들이랑 나무로 창을 만
고 있구나. 어렵게 살아가고 있구나.”
들었어요. 그냥 우리가 만들고 싶어서 만든 거예요. 머루가
- 송민혜(솜) 작가
그래도 된대요. 그걸로 내년 여름에 형들이랑 물고기를 잡 기로 약속했어요. 이 텐트는 다 만들고 나면 옆면에 그림을
여덟 살 이다한 어린이는 솜 작가의 옆에 앉아 아
그릴 거고요, 앞에 계단도 만들 거예요. 다른 애들은 끈으로
까부터 계속 나뭇가지를 털실로 감고 있다. 왜 그
묶고, 못으로 쳐냈는데 저는 글루건으로 고정시킬 거예요.
러는지 물었더니 “나무가 겨울엔 추우니까 따뜻
그렇게 해도 다 만들어져요.”
하게 해주려고” 답한다. 조그맣고 연약한 손끝으
- 김용건 참가자, 11살
로 어떻게 저렇게 촘촘하게 감쌌는지, 형형색색 다채로운 색깔의 털실을 꼼꼼히 감아낸 솜씨에서
눈눈인사를 나누자마자 얼떨결에 텐트의 골조를
한겨울을 견뎌야 할 나뭇가지가 안타까운 아이의
세우기 위해 나무와 나무를 글루건으로 고정시키
순수한 마음이 보인다. 그 마음이 나무에게로 전
는 일에 손을 보태게 된 나는, 재료를 가지고 진지
달되니 예쁜 털옷을 차려입은 세상에 하나뿐인
하게 방법을 고민해가며 텐트를 만들기 위해 애쓰
나뭇가지 작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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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이 만드는 여백과 놀이
지금은 그냥 아이들의 방법을 구경해요. 아이들에게 의도를 가지고 제안을 하면 아이들은 언제나 그 틀을 깨버려요. 그
어느덧 해는 슬슬 산 너머로 퇴근할 준비를 하는데
리고 새로운 놀이를 만들어내요. 아이들에게 자꾸 재촉하고
아이들은 여전히 고군분투 중이다. 시작 전엔 네댓
만들자고 쫓아다니고 하지 않으니깐 여유가 생기고, 그 여유
명의 친구들이 모여 있었는데 마무리가 될 때 즈음
가 어찌 보면 무언가를 그려낼 수 있는 마음의 여백이 되고,
주위를 둘러보니 다소 쌀쌀한 날씨임에도 열댓 명
아이들은 그 여백에 놀이를 그려내게 되는 것 같아요.”
의 친구들이 각자 자리를 잡고 나무를 깎고 털실을
- 남머루(머루) 작가
만지고 나무 주위를 뛰어다니며 활기를 더하고 있 가 하는 것을 보고 따라온 아이, 우연히 할아버지
10월부터 지금까지 야외에서 총 7번의 프로그램 을 진행했는데, 단 한 번도 비를 맞은 적이 없다며,
댁에 왔다가 또래들이 무언가를 하는 모습에 마음
이게 다 느티나무 할매의 보살핌 덕분이라고 했다.
이 동해 참여하게 된 아이…. 어떤 아이들은 처음
그 덕에 프로그램의 분위기나 흐름이 끊기지 않았
만나는 사이인데도 쭈뼛쭈뼛 서로를 어색해하거나
고, 아이들이 지속적으로 참여함으로써 공터가 편
불편해하는 기색 하나 없이 함께 과자를 나눠 먹으
하고 재미있는 공간으로 인식될 수 있었다고 말하
며 콩밭에 앉아 하하호호 웃음꽃을 피운다. ‘누구라
는 남머루 작가의 시선 끝에는 아이들이 있다.
었다. 아이들의 참여 계기는 꽤나 다양했다. 언니
도 함께하면 즐거울 수 있어!’라는 분위기를 조성하 기 위해 눈높이를 낮추고 자연스레 마음이 열릴 때
“우리 아이들이 프로그램 참여했을 때부터 함께해 왔어요. 이
를 기다리며 친구가 되기 위해 노력했을 두 작가의
제 3주 남짓 남았다고 하는데, 아이들이 많이 허전해 할 것 같
진심이 전달된 걸까.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공터 여
아요. 시골이라 널린 게 자연이라고 해도, 요즘 아이들에게는
기저기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냥 보이는 어떤 것에 불과해요. 이런 경험들을 할 수가 없어 요. 경험 하나하나가 아이를 성장시키는데 정말 중요한 요소
“저는 그냥 거들뿐이지, 아이들이 알아서 다 잘해요. 다음엔
인데…. 우리는 여기 살면서 참, 그런 것들이 필요했거든요.”
무엇을 할 것인지 아이들에게 생각해보라고 해요. 그럼 아이
- 송수경 다한&슬한 어머니
들이 일주일의 시간 동안 무엇을 만들지 생각하고 고민해서 오니까, 이제는 우리가 뭘 해보자고 이야기하면 싫어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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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아이들은 자신이 만든 나무 카주(Kazoo)
와 화살, 드림캐처 목걸이와 목도리 등을 두 손에 꼭 쥐고 간식을 기다리고 있다. 야외에서 라면을 끓여 먹었는데 작은 손들이 순식간에 냄비로 모였 다가 흩어지기를 반복하니 냄비가 국물만 남은 채 로 바글바글 끓고 있다. 여전히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들은 먹고 끓이고 또 먹기를 반복하면서도 깔 깔 웃느라 여념이 없다. 각자 먹은 자리를 알아서 정리하고 그릇을 들고 설거지를 하러 개수대로 가 는 아이들의 뒷모습이 제법 의젓하다. 정리가 끝 난 후 아이들은 머루, 솜을 다시 한 번 부르며 “다 음 토요일에 또 만나자. 다음에 또 만나.” 씩씩한 목소리로 인사를 건네며 공터를 떠났다. 우리의 인생에서 교사(敎師)가 아닌 선생(先生)을 만난 적이 과연 몇 번이나 있었을까. 내 경험으로 는 어른이 만든 규격화된 틀 안에 맞추기 급급해서 해야만 하는 대로 해내야만 했던 순간이 참 많았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어린이는 무엇을 믿는가’ ‘어린이의 세계를 믿는다’라는 주제로, 예술가가 예술 작업을 토대로 8~13세 어린이들의 재미나고 엉뚱한 세계를 지지하고 존중하는 시각예술교육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정규프로그램으로 회화, 사진, 설치미술 등 5개의 프로그램이 전국 5개 지역(서울, 충북, 전북, 경남, 제주)에서 진행되며 각 프로그램별로 10월부터 8~10주에 걸쳐 운영된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린이들은 예술가와 함께 자신이 믿고 있는 세계를 자유롭게 표현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생각과 판단을 스스로 믿을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프로그램 종료 후에는 5개 프로그램별 지역 전시가 개최되고, 12월 17일(토)부터 서울 선유도공원 이야기관에서 전체 프로그램의 결과물을 모은 통합결과전시회 및 예술가별 소규모워크숍이 개최되어 올해 추진사업의 과정, 시간, 이야기 등을 나눌 예정이다.
다. 그래서인지 오늘 만난 아이들이 내심 부러웠다. 아이들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 그 자체를 존중하 는 예술가를 만나 세상과 소통하는 자신만의 창문 을 만들어내는 아이들, 예술가 친구를 만난 아이들 의 미래지도는 앞으로 어떻게 그려질까. 서울로 올 라가는 차 안에서 오늘 만난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 을 때를 머릿속에 그렸다. ‘그때의 나는 참 좋은 어 른을 만났었지’하고 회상해주길, 아니 분명 그렇게 생각할 것이라는 확신과, 앞으로도 아이들의 순수 한 상상력과 엉뚱함을 공감하고 성장시킬 수 있는 기회가 더욱더 확산되길 바라는 마음을 창문 밖 멀 어지는 풍경을 바라보며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랐다.
신지혜 국문학을 전공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를 거쳐 문화예술협력네트워크 추진단에서 일하고 있다. 비정기적으로 혜화 일대에 배포되는 무가(쪽)지 [낙엽]을 발간하기도 한다. jhnala@gmail.com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6년 12월 13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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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리포트 해외 문화예술교육의 흐름과 이슈를 소개합니다.
예술가의 사회 참여적 활동으로서의 문화예술교육 예술적 기량부터 파트너십 구축까지, 예술강사 핵심역량을 생각하다 아이들에 의한, 아이들을 위한 문화예술교육 ‘예술하기’로서의 예술교육 뮤지엄3.0 : 예술소비에서 생산의 기지로 문화다양성을 살리는 예술기관과 학교의 협업 예술교육의 철학과 비전으로 이끄는 역량개발
PART 6 해외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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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사회 참여적 활동으로서의 문화예술교육 영국 폴햄린재단의 예술가 역량개발 프로그램
제3 회 국제예술강사대회(The Third International Teaching Artist Conference, ITAC3, 이하 대회)가 지난 8월 3일(수)부터 8월 5일(금)까지 영 국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개최되었다. 스코틀랜드 예술위원회(Creative
이은경 정책연구팀
Scotland)와 폴햄린재단(Paul Hamlyn Foundation)이 공동주최하고, 아트웍 스 연합(ArtWorks Alliance)이 협력하여 진행한 이번 대회는 2012년과 2014 년 각각 노르웨이 오슬로와 호주 브리즈번에서 열린 지난 대회에서 다루었던 문 화예술교육의 범주를 보다 확장한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영국의 시각을 제시했 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 이번 대회는 전 세계 약 220여 명의 예술교육자, 문화예술교육 관련 기관 담당 자, 관련 연구자들이 참여하여 ‘가장 우수한, 미래의, 급진적 참여적 예술 실천 (Best, next and radical practice in participatory)’이라는 주제로 라운드테 이블, 세미나, 워크숍 등을 통해 다양한 예술교육 현장사례와 관점을 공유하는 시간이 되었다. 특히 기조발제 ‘지역사회와의 공동창작과 협력(Co-producing and Collaborating with Community)’과 패널세션 ‘예술가 지원에 있어서 협 력적 실천의 가치’, ‘사회 참여적 예술창작에 대한 혁신적 접근으로부터 세계는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에서 강조된 바와 같이, 예술가의 사회적 참여 활동 중 의 하나로 교육 영역을 다루는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영국식 접근방식과 해석을 엿볼 수 있었고, 이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의 장이 되었다. 특히 이번 대회를 공동주최한 폴햄린재단은 영국을 중심으로 다양한 문화예술 교육 프로젝트와 연구를 진행하며 예술가의 역량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폴햄린 재단 수석 예술가(Senior Arts Leader)로서 예술가들의 컨설턴트이자 연구자 로 일하고 있는 수잔 번스(Susanne Burns)를 만나 폴햄린재단의 활동과 함께 영국 문화예술교육과 예술강사에 대한 인식, 그리고 앞으로의 지향점에 대해 들 어보았다.
예술가의 다양한 사회 참여적 활동을 지원하는 폴햄린재단 폴햄린재단은 1987년 독일 이민자 폴 햄린에 의해 설립된 이래, 다양한 예술지 원을 실천하는 영국의 대표적인 민간 재단 중 하나이다. 주로 사회적 약자나 청 소년들이 예술을 통해 자신의 삶과 자신이 속한 지역사회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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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가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약 100여 명의 예술가 파트너들과 함께 운영·지원 하고 있다. 수잔 번스는 “폴햄린재단은 학교, 병원, 교도소 등 다양한 현장에서의 예술가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2011년부터 아트웍스(ArtWorks, 하단 박 스 기사 참조)와의 협업하여 전문인력 양성과 관련한 예술가들을 훈련시키는 방 법을 연구하고,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예술 가가 본인의 예술 활동 영역을 넓혀 보다 다양한 참여자들과 예술을 통한 사회적 인 활동을 실천함에 있어서, 예술가 훈련과 프로그램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폴햄린재단과 아트웍스가 2015년에 발표한 ‘예술가 설문조사(Survey of Artists)’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78%가 꾸준히 자신들의 작업을 발전시키고자 시간을 투자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리고 앞으로 스스로 역량개발의 기회를 갖 겠다는 응답은 77%로 나타났다. 예술의 분야와 경력을 막론하고 예술가들 스스로 본인의 역량과 콘텐츠를 발전시키기 위한 기회를 원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타난 것 이다. 이를 통해 고용주들이 과연 예술가가 필요로 하는 훈련이나 역량 개발의 기 회를 충분히 제공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되었고, 폴햄린재단이 이와 같 은 기회와 활동 지원에 집중하게 된 배경이 되었다고 수잔 번스는 설명했다.
영국의 예술강사 = 다양한 환경에서 일하는 프리랜서 예술가 수잔 번스 인터뷰를 포함한 이번 대회 참가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문화예 술교육 또는 예술강사에 대한 영국 사회의 인식이었다. 수잔은 “영국에서 예술 강사(Teaching Artist)라는 명칭은 ‘다양한 환경에서 일하는 프리랜서 예술가’를 뜻한다.”며, 이들은 어떤 날은 학교, 다른 날은 병원이나 지역공동체 등에서 프 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예술(또는 예술강사)과 교육(또는 교 사)의 역할에 대해 “교사는 교육 역량, 예술가는 예술 역량이라는 서로 다른 전 문성을 가지고 협력하여 하나의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것이다. 예술강사가 예술 역량과 더불어 교육 역량까지 갖추면 좋겠지만, 예술강사의 핵심은 ‘예술’에 있 다.”고 강조했다. 또한 “교사와 예술가의 역량 및 역할에는 뚜렷한 차이가 있다 고 생각하기 때문에 한국이나 미국과 같이 ‘예술강사(Teaching Artists)’라는 명 칭을 사용하지 않고, 영국에서는 이들을 주로 ‘사회 참여적 예술가(Participatory Artist)’라고 부른다.”고 덧붙였다. 예술교육자(예술강사)에게 있어서 ‘예술 역량’ 을 중심에 두고 그들의 역할 중의 하나로 ‘사회 참여적 역할’을 제시하며, 그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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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참여적 활동 중의 하나로 ‘교육(Learning)’을 예로 드는 영국의 접근과 해 석이 돋보이는 대목이었다. 수잔 번스는 30년 전 무용가로 출발했다. “무용 강사로 활동하며 다양한 현장에 서 가르치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와 같은 관심이 관련 정책이나 전략을 수립하는 데에까지 이르렀다. 이 모든 것은 프리랜서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또한 수석 예술가라는 본인의 역할을 “끊임없이 후배 예술가들을 컨설팅하고 지 원함으로써 그들의 역량을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예술가의 역할과 활 동의 범위를 넓히고 스스로의 역량을 개발하기 위한 예술가 컨설턴트로서의 확 고한 사명감을 보였다. 수잔은 예술강사가 갖춰야 할 주요한 가치로 ‘동기부여’, ‘열정’, ‘인간애’, ‘커뮤니 케이션 능력’을 꼽았다. 반면 ‘예술가 설문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복잡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영국에는 약 5만 명의 예술가가 있는데, 응답자의 약 78%가 연간 수입 12,000파운드 이하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예술가들은 실제 생활비를 벌기 위해 다른 직업을 병행하기도 하고, 극심한 경제적·정서적 고충에 시달리 기도 한다.” 또한 문화예술교육 활동에 있어 예술 역량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뚜 렷한 동기부여와 열정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라고 거듭 강조하며, 앞으로의 문 화예술교육 정책과 활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함께 고민하고 공유하는 귀한 시 간을 선사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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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웍스(ArtWorks) 영국에서는 1960년대부터 건강, 교육, 범죄정의, 청소년 및 커뮤니티 환경 등 예술가의 사회 참여활동이 시작되었다. 이러한 활동은 종종 커뮤니티 아트(community art), 대화적(dialogical) 예술, 사회 참여적(socially engaged) 예술, 참여적(participatory) 예술 등으로 불리며 예술가, 예술기관, 분야 종사자, 커미셔너, 재정후원자, 평생교육대학, 대학, 연수제공자 등 다양한 파트너들이 참여하여 일상의 주요한 부분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그러나 예술 전문가 교육 영역에서 참여적 환경에서 요구되는 역량 교육이 주요하게 다루어지지 않았다. 이에 2011년 스코틀랜드 예술위원회과 폴햄린재단이 협력하여 참여적 환경에서의 예술 실행 개발 및 분야 발전을 위해 ‘아트웍스’를 출범하였다. 참여적 환경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를 위한 입문 연수와 지속적인 전문역량 개발 지원하여, 궁극적으로 예술기반 활동과 예술에 사람들의 참여활동의 질을 제고하고, 전문적이고 중요한 분야로서 문화예술교육(참여적 예술활동) 분야 가치, 중요성에 대한 인식 제고를 목적으로 한다. 아트웍스는 출범 이후 4년간 사례조사, 평가연구, 토론회, 조사보고서 등 49개의 자료를 발행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2015년 3월 종합보고서 「참여적 환경에서의 실행 역량 개발(ArtWorks : Developing Practice in Participatory Setting)」과 이니셔티브 보고서 「아트웍스 : 실행을 위한 부름 – 참여적 환경에서 어떻게 협력적으로 실행을 강화할 수 있는가?(ArtWorks : A call to action – How we can collectively strengthen practice in participatory settings)」를 발행했다. 연구 결과, 1) 연수 및 역량 개발, 2) 질 제고하기, 3) 변화를 위한 조건이라는 3가지 주요 분야에 대한 13가지 제안이 도출되었다. 이를 통해 관련 분야 간 협력체계 개선 및 현장의 질을 제고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제시하고 있다.
참고자료 ·제3회 국제예술강사대회 홈페이지(사진출처) https://itac3.com ·폴햄린재단 홈페이지 www.phf.org.uk ·「참여적 환경에서 실행 역량 개발」 연구보고서 ·「실행을 위한 부름」 연구보고서
「참여적 환경에서의 실행 역량 개발 연구」
이은경 교육운영1팀 eklee@arte.or.kr
「실행을 위한 부름」
보고서 발행 이후, 아트웍스 런던, 스코틀랜드, 웨일스(Cymru)가 각 지역별 2015-2018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으며, 주요과제를 실천하고 있다. 또한 커뮤니티아트, 사회 참여적 예술, 예술교육 및 학습, 예술봉사 등 참여적 예술과 관련해 활동하는 기관을 연결하는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6년 8월 30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아트웍스 연합(Artwork Alliance)’을 창설하고, 아트웍스 펠로우십, MOOC 개발(썬더랜드 대학교 협력) 등 새로운 이니셔티브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월 에든버러에서 개최된 제3회 국제예술강사대회 주최 또한 아트웍스 주요 이니셔티브의 하나로 추진되었다. 자료제공 대외협력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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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적 기량부터 파트너십 구축까지, 예술강사의 핵심역량을 생각하다 미국 링컨센터 에듀케이션의 예술강사 역량개발 과정
지난 8월 3일부터 3일간 영국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개최된 제3회 국제예술
손지혜 교육운영2팀
강사대회(The Third International Teaching Artist Conference, ITAC3, 이 하 대회)는 예술가의 사회적 참여 활동의 하나로 문화예술교육을 바라보는 영국 의 시각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었다. 이번 대회에서는 각국의 예술교 육 전문가들이 라운드테이블, 세미나, 워크숍 등을 통해 자국의 예술교육 프로그 램을 소개하고 예술교육을 바라보는 관점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중 다음 대회 개최 예정국인 미국의 학교 연계 예술교육을 위해 설립된 링컨센터 에듀케 이션(Lincoln Center Education) 호세 벨레즈(Jose Velez)와 진 테일러(Jean E. Talyor)를 만나 미국의 학교 문화예술교육과 예술강사를 바라보는 시각에 대 해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예술강사, 교사와의 협업을 통해 깊이 있는 예술교육 실현 링컨센터 에듀케이션은 1975년에 설립된 이래, 미국의 철학자 존 듀이(John Dewey)와 미학 교육의 대표적 학자 맥신 그린(Maxine Greene) 등의 교육철학 을 바탕으로 전문 예술강사(Teaching Artists) 양성 기관으로 성장해왔다. 현재 60명의 시각·공연 예술분야 예술강사가 활동 중이며, 유치원생부터 대학원생까 지 다양한 연령층을 대상으로 학교, 지역 문화센터, 보호소 등에서 예술교육 프 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예술강사부서 부디렉터를 맡고 있는 호세 벨레즈는 “미국, 특히 뉴욕에서는 많 은 학교가 예산이 적어지면서 더 이상 예술교육을 다루지 않게 되었고, 링컨센터 나 케네디센터 같은 기관이 나서서 예술교육을 이끌어 나갈 수밖에 없었다. 현재 뉴욕의 많은 예술관련 기관에서 예술강사를 학교로 보내는 일을 하고 있고, 예술 강사는 정규수업 혹은 방과후수업에 참여하여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예술강 사로 활동하는 진 테일러는 학교 예술교육 프로그램에 대해 “예술강사와 교사가 함께 각자의 전문성을 가지고 수업을 이끌 때 더욱 깊이 있는 수업을 할 수 있었 다. 예술강사가 예술가적 역량과 교육적 역량을 모두 갖추면 좋겠지만, 예술강사 의 핵심은 ‘예술’에 있다.”고 말하며, 교사와의 협업을 통해 교육적 역량이 더해질 때 더욱 깊이 있는 예술교육이 이루어짐을 강조하였다. 일반적으로 학교에서 행해지는 예술교육은 예술강사가 학생들을 가르치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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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한 발짝 물러나있는 형태였다면, 링컨센터 에듀케이션은 예술강사와 교사가 각 자의 전문성을 가지고 협력하여 수업을 이끌어간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더불어 링 컨센터 에듀케이션에서는 매년 여름방학 때 예술강사 뿐만 아니라 교사 대상 워크 숍 등 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예술강사에게는 교육실습을 통한 교육적 역량을, 교사에게는 예술 체험활동을 통한 예술적 역량을 개발할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예술의 끈을 놓지 않는 예술강사 링컨센터 에듀케이션에서는 기관에서 진행하는 사업에 필요한 인력이 얼마나 되는지에 따라 예술강사를 채용한다. 호세 벨레즈는 “우리 기관에 전념할 수 있 는 사람이 필요하여 신중하게 채용하고 있다. 자신만의 교육 철학과 기관이 추구 하는 예술교육의 방향성이 잘 맞는 사람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예술 강사가 갖춰야 할 요건으로 “자신의 예술작업을 이어나가고, 학생들과 잘 어울 릴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갖춰야한다. 또한, 다양한 교육방식에 대해 열 린 마음으로 함께 할 수 있어야 하며, 그 방식을 받아들이고 자신만의 것으로 만 들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진 테일러는 “나 역시 25년 가까이 예술강사 로 활동 중이며, 링컨센터에는 오랫동안 예술가이자 예술강사로 활동을 이어온 분들이 많다. 각자 다른 방식으로 활동을 해왔지만, 우리 모두 예술작품 활동과 예술교육의 끈을 놓지 않았기에 지금껏 활동을 유지할 수 있었다.”며 예술작업을 이어나가는 것에 대하여 거듭 강조하였다.
‘협력자’로서의 관계 확장 링컨센터 에듀케이션 호세 벨레즈, 진 테일러와의 인터뷰를 통해 학교 문화예술 교육과 예술강사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해볼 수 있었다. 예술강사와 교사 가 단지 서로에게 ‘관계자’가 아니라, 예술강사는 예술적 영감을, 교사는 교육적 관점을 공유하며 하나의 프로젝트를 완성해나가는 ‘협력자’로서의 관계로 확장 된다면 교육 대상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예술강사의 핵심을 ‘예술’에 두고, 예술활동을 이어가는 것이 예술강사 활 동을 지속할 수 있는 원동력임을 강조하는 미국의 시각을 엿볼 수 있었다. 2018년 제4차 대회가 뉴욕에서 링컨센터 주최로 개최된다. 예술강사의 오랜 역 사를 지닌 뉴욕에서 그동안 축적된 예술교육 자원을 바탕으로 문화예술교육에 대하여 어떠한 시각을 제시해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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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링컨센터 www.lincolncenter.org ·링컨센터 에듀케이션 http://lincolncentereducation.org/
링컨센터 에듀케이션 ITAC3 발제 ‘상상하라! 예술강사 역량개발 과정 만들기’ 링컨센터 에듀케이션의 호세 벨레즈와 진 테일러는 ITAC3에서 ‘상상하라! 예술강사 역량개발 과정 만들기’를 발표했다. 전임 예술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진 테일러는 예술교육 현장에서 많은 감동과 자부심을 느끼면서도 종종 예술강사의 기량이 교육현장에서 함께 협력하는 에듀케이터의 역량과 차별성을 느끼기 어려울 때가 있다는 자신의 경험으로 발표를 시작했다. 그리고 예술강사 역량개발 과정을 위해 링컨센터 에듀케이션이 예술강사와 전문가들과 함께
손지혜 교육운영2팀 chicsson@arte.or.kr
도출한 예술교육의 6가지 본질과 예술강사 역량개발 가이드 내용을 공유하였다. [예술교육의 6가지 본질]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6년 9월 6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① 예술적 기량 활성화(Activating artistry) ② 명민하고 세련된 창의적 과정(Sophistication and agility with creative processes) ③ 참여를 위한 환경 조성(Creating environments for engagement) ④ 질문과 되돌아보기 활동을 지속적으로 불어넣기 (Keeping inquiry and reflection infused and active) ⑤ 진정성(Authenticity) ⑥ 의미 있는 새로운 세계 만들기(Making meaningful new worlds) 예술강사 역량개발 가이드는 예술교육 분야에 탁월성과 지속성을 이끌어내기 위해 예술교육 역량의 핵심요소를 발견, 정의, 개발하기 위해 제작되었다. 예술강사들의 예술교육 실행 경험을 되돌아보면서 여러 차례 토론과 워크숍을 거쳐 도출되었으며, 강사가 스스로 자신의 역량을 체크하고 개선해 나가는 지표로서의 목적을 갖고 있다. 예술강사 역량의 핵심요소 예술적 기량 예술강사의 예술적 기량, 기술, 열정을 교육의 모든 과정에 적용하고 타인의 예술적 기량을 촉진하는 데 능숙함 활동/교육/
학습자들에게 예술적 과정을 열어주는 활동, 교육, 워크숍 기획의 역량이
워크숍 기획 있음 환경과 시설 명확성, 체계성, 민감성을 갖추어 다양한 학습자들이 편안하게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의 안전한 환경을 조성하고 학습자들을 만족스러운 여정으로 이끎 참여
진정성 있는 상호학습자(co-learner)이며 다른 사람들을 창의적 학습 과정에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시키는 역량
질문/탐구
질문과 탐구의 과정(궁금해하기, 다양한 관점 고려하기, 깊이 파고들기, 다시 해보기, 되돌아보기, 자기 평가 등)을 능숙하게 시연
되돌아보기/ 예술강사가 앞선 활동, 현재의 활동, 그리고 미래의 활동에 대한 성찰의 반영
과정을 교육에 활용, 학습자들이 이를 통해 스스로의 개인적 발견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이끌 수 있음
파트너십과
창의적 파트너로서 추구하는 학습 목표를 이루기 위해 교사, 학생, 기관,
협력
지역사회 일원과 파트너십과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역량
이 가이드는 7가지 핵심요소 별로 ‘보통, 우수, 이상적' 성취 상태에 대해 단계적으로 기술하여, 예술강사 스스로 역량을 진단하고 개선방향을 찾을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자료제공 대외협력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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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 의한, 아이들을 위한 문화예술교육 예술교육을 통한 창의 언어 발달 - LATTA
김가영 대외협력팀
생애 학습의 기초능력이 집중되는 시기인 유아·아동기의 문화예술교육은 아이 들의 전인적 성장발달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자양분이 된다. 그러나 아이들 개 개인의 흥미와 특성, 발달지점 등을 모두 고려한 양질의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을 제공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고민에서 출발하여, 아이 들과 직접 만나 다양한 예술교육을 진행한 전문가들이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 회(European Commission)는 유럽 국가 간 동반 사업으로 두 교육기관이 협 력하여 진행하는 코메니우스 레지오(Comenius Regio)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중 스웨덴과 덴마크의 ‘예술을 통한 아동 발달에 관한 관찰 연구 프로젝 트-LATTA’를 소개한다. 예술을 통한 창의 언어 발달에 관한 프로젝트 - LATTA(Developing Creative Language Skills through the Arts – LATTA)는 유치원 아동을 대상으로 약 2년간 스웨덴과 덴마크 지역의 유치원 및 문화학교, 음악학교에서 진행되었다. 유아·아동의 ‘창의적 표현’은 어떻게 발현되는지, 또 예술교육 과정에서의 아이 들의 언어능력은 어떻게 개발되는지를 관찰하기 위한 연구로 스웨덴의 문화학 교, 스톡홀름 시립 도서관 및 후딩예 콤뮨 도서관에서 관장을 역임한 프로젝트 리더 마가레타 린트(Margaretha Lindh)와 덴마크 링뷔-타르백 음악학교 교장 아스트리드 브레인홀트(Astrid Breinholdt)를 중심으로 각 지역의 음악, 미술, 연극분야 교육자들이 참여했다. LATTA는 아이들이 하나의 예술 활동 경험으로 또 다른 예술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예술 언어’를 경험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에 따라 워크숍 구성도 음악 감상 교육에서 출발하여 연극 교육으로, 연극 교육에서의 결과물을 다시 미 술 수업에서 활용하고, 미술 작품을 연기 활동으로 전환하며, 다양한 예술 언어 를 습득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기획되었다. 또한 각 분야의 교육 담당자들은 아이들이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아무런 제약 없이 표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서 아이들의 유치원 활동 모습이 담긴 영상을 살피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 스웨덴 스쿠고스(Skogås)에 위치한 리크탄 갤러리(Galleri Lyktan)에서 스발란 유치원(Forskolan Svalan) 아이들 대상 음악 감상 교육으로 프로젝트 워크숍은 시작된다. 음악 교육 담당자들이 아이들 앞에서 바이올린과 첼로를 연주하면, 아 이들은 두 악기 소리의 차이 및 감상을 자유롭게 이야기한다. 교육자들은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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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예술분야를 접목한 전체 활동
미술 워크숍
이 무엇을 듣고, 느끼고, 이야기하고 싶은지 연속으로 열린 질문을 던지며 자유롭 게 표현할 수 있도록 격려해 준다. 그리고 다시 연주를 시작한다. 이번에 아이들은 음악에 맞추어 몸을 움직이고, 동작을 선보이며 더 적극적으로 자신을 표현한다. 음악 워크숍이 끝나면 연극 교육 담당자가 기쁨, 화남, 슬픔, 두려움의 표정이 담 긴 그림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각각 다른 장소에 펼쳐 놓는다. 그리고 음악 교 육자들이 그림에 해당하는 감정들을 연주한다. 아이들은 음악을 듣고, 그 음악이 어떤 감정을 표현한 것인지를 판단하여 자신이 느낀 감정의 공간으로 이동하여 기쁨의 춤을 추거나 두려움에 숨는 동작 등을 표현하는데, 이때 교육자들은 아이 들이 더 자유롭고 적극적으로 감정을 표현해 낼 수 있도록 같이 춤을 추며 유도 하는 역할을 해 주어야 한다. 활동이 끝나면 아이들이 활동 감상을 언어로 표현 하는 것으로 첫 워크숍은 마무리된다. 음악과 연극이 융합된 워크숍 후 미술 교육이 진행된다. 미술 교육 담당자는 아 이들과 함께 리크탄에서 진행했던 활동 영상을 보면서, 아이들이 자기 자신을 어 떻게 바라보고, 무엇에 관한 활동을 했는지 살펴본다. 그리고는 각자의 경험들을 그림으로 표현하게 한다. 우선 각자 펜과 종이를 들고 워크숍에서 들었던 음악 을 감상하며 감정을 표현하게 하면 아이들은 워크숍의 네 가지 감정만을 표현하 기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더 다양한 표현을 발산시키기 위해, 커다란 종이에 다 른 아이들과의 공동 작업으로 물감으로 칠하게 한다. 이렇게 하면 이전에 비해 내용과 표현이 훨씬 자유로워진다. 그러나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아이들에게 ‘그 림을 그리는 것’만으로는 수많은 감정을 표현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있다. 그래 서 LATTA에서는 미술 교육에 음악 교육을 다시 접목시켜 아이들이 자신의 경험 을 말로 표현하고, 음악을 들으며 각기 다른 감정들이 어떤 색일지 눈을 감고 느 껴보게 한다. 예를 들면 ‘화’는 빨강, 노랑, ‘두려움’은 검정, 회색. 그리고 물감으로 색을 칠하며 계속 음악을 듣는다. 복합적인 예술적 영감을 받은 아이들은 훨씬 다양한 느낌과 형태로 그림을 그리게 된다. 미술 워크숍에서 아이들의 그림에는 주로 다양한 감정을 가진 사람이 등장한다. 연극 교육 담당자는 이 작품들을 복사하여 종이인형으로 만든다. 그리고는 아이 들에게 종이인형에 스토리를 입히는 작업을 진행한다. 이야기를 끌어 모으기 위 해 강사는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면서 아이들이 자유롭게 상상을 펼칠 수 있게 돕고, 아이들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스토리가 있는 한 명의 인물을 만들어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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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감상 교육
이 인물들이 모인 한 편의 동화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아이들은 이 동화 속 인물 을 연기한다. 연기가 익숙지 않은 아이들은 처음에는 어색해하지만 곧 자신이 만 든 동화에 빠져들어 인물을 상상하며 몸짓, 대사로 인물을 표현하고, 상대방과 역할을 바꾸어 보는 활동을 통해 더욱 풍부한 경험을 하게 된다. 이렇게 다양한 예술분야가 접목된 워크숍과 활동들은 아이들에게 내재된 감정 의 장치를 켜는 역할을 하게 되고, 이 활동들을 통해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춤, 사진출처 「예술교육을 통한 창의 언어 발달LATTA」보고서
연극, 미술, 음악 등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에 점점 거리낌이 없어지고 흥 미를 갖고 참여하게 된다. 또한, 전 연령의 아이들이 모두가 같은 조건 아래에서 동작으로 표현하는 워크숍 환경에서, 나이가 어릴수록 육체적 표현이 큰 의미를 갖는다. 이는 언어로 표현이 서툰 어린아이들일수록 언어보다 몸으로 이야기하
김가영 대외협력팀 kykim@arte.or.kr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6년 7월 19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는 것이 자유롭기 때문이다. LATTA 프로젝트는 아이들의 성장발달에 있어 문화예술교육은 아이들의 내재적 감정이 자연스럽게 표현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고, 발현될 수 있도록 돕는 교 사의 역할이 더해질 때 효과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렇게 아이들을 위해, 아이들의 관점에서 출발한 LATTA 프로젝트는 양질의 문화예술 교육 프로그램을 고민하는 우리 모두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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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하기’로서의 예술교육 바비칸-길드홀음악연극대학 협력 창의학습 프로그램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의 본거지이자 영국의 대표적인 예술센터 바비칸
권민영 대외협력팀
(Barbican)은 보통의 예술센터와는 달리 콘서트홀, 극장, 영화관, 갤러리, 도서 관 등의 복합문화예술시설뿐만 아니라 길드홀음악연극대학(이하 ‘길드홀대학’) 등의 교육기관, 그리고 주거시설이 함께하는 복합문화단지를 구성하고 있다. 지 난 8월 바비칸-길드홀대학 창의학습부서 디렉터 션 그레고리(Sean Gregory) 를 만나기 위해 바비칸을 찾았을 때, 안내 직원은 미래도시의 모습을 지향하며 모든 요소에 공을 들여 설계한 장인적인 실험정신에 대한 자부심을 내보였다. 한 때 바비칸은 가장 못생긴 건축물이라는 불명예를 얻었으나, 지금은 현지에서 가 장 감각적인 공간으로 손꼽히는 곳이 되었다고 한다. 수십 개의 건물을 연결하는 공중 도보가 주는 묘한 분위기와 일반주거시설과 공공문화시설마저 서로 이어 지는 구조가 주는 당혹감은 분명 미래적이었다. 션 그레고리 디렉터와의 면담을 통해 만난 바비칸-길드홀대학의 예술교육에 대한 비전은 건물의 독특한 스타일 만큼이나 관점에 따라 매우 진보적이고 미래지향적이었다.
예술센터와 대학의 파트너십과 시너지 바비칸과 길드홀대학이 협력해 시행하고 있는 창의학습(Creative Learning) 프 로그램은 어린이·청소년 대상의 다양한 예술체험부터 진로 및 전문 예술교육까 지 예술에 대한 다양한 접근 경로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30여 년 전부터 인근 런던 동부지역 아웃리치 사업을 진행해오던 바비칸과 길드홀대학 은 예술접근성과 예술경험의 질을 제고하고자 하는 공통 목표의식을 중심으로 자연스러운 교류관계를 쌓게 되었고, 7년 전부터 본격적인 파트너십을 맺게 되 었다. 2009년 창의학습부서가 발족되면서 길드홀대학의 창의·전문성센터 학장 으로 있던 션 그레고리가 디렉터로 부임하였다. 양 기관의 파트너십으로 바비칸 의 예술 콘텐츠/인프라, 플랫폼, 예술가 풀과 길드홀대학의 교육과정/철학, (예 비)신진예술가들이 만나 예술프로그램 보급부터 전문인력 양성에 이르기까지 시 너지를 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창의학습 프로그램은 예술에 대한 기본적인 문턱을 낮추기 위해 야외 행사장에 서 다양한 예술 워크숍을 체험할 수 있는 무료행사부터 지역기관 및 학교와 연계 하여 학교현장에 찾아가 진행하는 예술교육 프로그램, 그리고 14~25세 청소년 대상으로 음악·시·영화 등 다양한 장르의 창작 프로그램과 진로 교육 등 다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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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비칸 센터 전경 사진출처 ©Herry Lawford (CC-BY-2.0)
학교 연계 프로그램 : 박스 프로그램
층위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전문인력 양성 또한 다각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지 는데 영국에서는 문화예술교육을 예술가의 작업과 분리된 별도 분야로 보지 않 기 때문에 예술교육가(창의적 리더)와 예술가 양성 과정을 분리하는 대신 전문 예술가에게 필요한 하나의 역량으로서 창의성 촉진, 관계/소통 역량을 개발하는 과정을 제공하는 경향을 보인다. 전문 예술교육에 대한 길드홀대학의 철학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리더십 석사과 정은 전문 예술가로 양성된 학생들이 자신의 예술 역량, 기량을 다른 방식과 환경 에 활용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하는 과정이다.(교육과정의 명칭도 ‘리더십 프로그 램’이다.) 전문 예술 기량 교육과 더불어 다양한 사회적 환경에서의 예술가 역할과 필요 역량을 함께 교육하고 있다. 1984년 시범과정 도입 후, 1987년 준석사(Post Graduate Diploma) 과정이 개설되었으며, 현재는 정규 석사과정으로 운영되고 있다. 바비칸과의 협력을 통해 많은 재학생들이 창의학습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아동청소년들과의 작업경험을 쌓으며 창의학습 예술가 리더로 성장하게 된다. 바비칸은 이 외에도 자체적인 러닝랩(Learning Labs)을 운영하며 다장르 간 예 술협업, 창작 및 창업, 예술·건강·취약노인과 작업하기 등 특수한 맥락에 맞는 역 량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러닝랩은 길드홀 대학 리더십 석사과정 입학을 고려하 고 있는 예술가를 위한 준비과정의 역할도 겸하고 있다. 또한 아트웍스1) 펠로십 을 통해 2013년부터 참여적 환경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이 맞춤형 역량개발을 할 수 있도록 필요에 맞는 예술기관을 매칭하고, 각 4,000파운드(한화 약 570 만원)를 지원하고 있다. 2015-2016 프로그램에는 현재 BALTIC Centre for Contemporary Art, Literature Wales, National Glass Centre가 참여하고 있다.
예술교육자가 아닌 ‘창의적 리더’ 양성 바비칸과 길드홀대학의 창의학습 추진에 있어 예술가 리더 양성을 위한 노력은 변 화하는 시대에 직업적 ‘예술가’에게 요구되는 역량(예술적 기량, 대인관계 기술, 창 의적 역량, 소통역량, 태도 등)이 다양화되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이루어지고 있어 ‘예술교육자’ 양성과는 다른 개념으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 예술을 둘러싼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변화 가운데 직업적 예술가의 역할/역량 변화가 불가피한 환경에 서, 예술대학과 예술기관이 동참하여 예술과 전문예술가 육성에 새로운 방식을 탐 색해야 할 필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보이며 이를 몸소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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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노력은 그러나 예술을 사회의 필요에 따라 도구적으로 활용하는 관점과 는 분명한 거리를 두고 있다. 2013년 발간한 「Being-In Tune」 보고서와 션 그 레고리 디렉터와의 면담에서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예술교육을 이끄 는 예술가의 작업을 ‘예술가의 예술활동’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다. “예술은 사람들이 자신을 드러내거나 무언가 자발적으로 하기에 안전하다고 학교 연계 프로그램
느낄 수 있는 맥락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말하지 않고서도 말이죠. 감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미묘하게 일어날 수 있습니다. 다른 모든 사람들이 보지 않는 사이에 일어날 수 있죠. 그렇지만 좋은 매개자는 그것을 알아챌 것이고 그것을 드러내는 능력이 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참여자는 작업에 자신의 흔적을 남 기게 됩니다. (참여적 환경에서 일하는 예술가는) 자신의 예술양식에 대한 근 본적인 관심과 그것을 창의적으로 가져가고자 하는 열망이 있어야만 합니다. 그리고 타인에 대한 매료, 그러니까 타인에 대해 배우고 알고 싶어 하는 그런 마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리더십과정 학생들이 커뮤니티일원과 함께한 공연
당신은 창작하고, 예술적 환경을 제공하는 예술가로 그 자리에 있습니다. 치료 사의 역할과 종종 혼동하는 경우가 있지만, 그래서는 안 됩니다. 우리의 작업이 성공적이면 분명 치유의 효과가 있겠지만, 이것은 분명히 사람의 행동을 변화 시키기 위해 기획된 치료과정과는 다른 것입니다. 참여적 예술활동에서 우리는 행동의 변화를 목적에 두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변화하겠지만, 그것은 목적이 아닙니다. 그런 변화는 함께 예술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 Julian West, ‘삶을 위한 음악(Music for Life)’ 참여 예술가
학교, 사회시설, 지역사회 등 다양한 사회적 맥락과 환경이 예술가가 자신의 예 술적 기량을 펼칠 수 있는 참여적 환경인 것이다. 다만 정통적인 환경과 다른 맥 락과 환경에서 예술적 기량을 펼쳐야 하는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요구되는 역량 의 스펙트럼 또한 다양한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참여적 예술활동을 하는 예술가 에게 요구되는 예술가적, 인간적, 전문가적(직업적) 기량이 서로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모두 서로 유동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관점이다.
“신진 예술가들이 가졌으면 하는 것은 ‘장소(place)’에 대한 깊은 이해예요. 맥락이 나 세팅, 커뮤니티보다는 ‘장소’라는 말이 더 많은 층위가 있다고 생각해서 그 표 현을 쓸게요. ‘장소’가 학교 혹은 병원, 보호시설, 혹은 교도소일 수 있겠죠. 어떤 경우 사람들이 복합적으로 다른 방식으로 연결된 장소의 개념이 있을 수 있어요. 예를 들어, 관계의 네트워크에 대해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 치매 환자나 재소자, 혹은 학교에서 만나는 아이들이건, 방 안에 함께 있지는 않지만, 이들이 경험하는 ‘보이지 않는 관계들’이 있잖아요. 장소에 대해서, 이 사람들이 연결되어 있는, 혹 은 도망치고자 하는 장소들에 대해서 조금 더 깊이 사고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 Helen Nicholson, 로열홀리웨이대학교 연극공연예술 교수 “장소와 타인에 대한 개방성/열린 자세는 어떠한 협력적 창의활동 과정에 있 어 참여자의 정체성/정체성들에 대한 이해를 위한 전제조건입니다. 참여자의 복합적 정체성을 이해하는 것은 이들과 함께 예술적 언어, 예술적 목소리를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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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하는 데 매우 근본적입니다. (...) ‘예술은 (타인에게) 집중하도록 초대합니다.’ 그리고 예술가의 책임은 온전한 관심을 쏟을 수 있도록 하나를 충분히 붙잡고 있는 것입니다.” - Peter Renshaw, 「Being-In Tune」 저자 / 바비칸-길드홀대학 연구원
아트웍스(Artworks) 참여적 환경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를 위한 전문역량 개발을 지원하여, 궁극적으로 예술기반 활동과 예술에 대한 참여활동의 질을 제고하고, 전문적이고 중요한 분야로서 문화예술교육(참여적 예술활동)분야의 가치와 중요성에 대한 인식 제고를 목적으로 폴햄린재단과 스코틀랜드 예술위원회가 발족한 프로젝트
예술은 자기 자신, 타인, 그리고 다른 것들을 섬세하게 탐색하고 이해하고 표현 하는 과정을 동반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예술가가 예술 작업을 다양한 ‘장소’ 에 놓인 타인들과 함께 해 나가고자 하는 열망과 역량이 있을 때 예술가는 다 양한 환경 속에서도 자신의 예술적 기량을 발휘하며 예술의 힘을 나눌 수 있다 는 것이다. 그리고 예술가가 예술을 통해 스스로 자기이해, 세상에 대한 감각 과 생각, 표현의 확장을 경험했듯이 함께하는 참여자도 그 성장을 경험할 수 있 다. 이 대목에서 길드홀대학이 리더십 과정을 통해 교육하고자 하는 것을 예술 교육자로서의 역량이기보다는 ‘예술가가 다양한 환경에서 자신의 예술적 기량 을 발휘’할 수 있기 위해 필요한 역량이라는 표현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예술 가가 주어진 환경과 만나는 사람과 소통하고 관계 맺는 역량을 제대로 갖추었
참고자료 ·바비칸센터 홈페이지 www.barbican.org.uk ·길드홀음악연극대학(사진출처) www.gsmd.ac.uk ·Guildhall School of Music&Drama and Barbican Centre, 「Being–In Tune: A Provocation Paper」 (2013)
을 때, 예술가는 참여자를 동료 예술가로서 함께하는 예술작업 안으로 초대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예술 본연의 활동이 잘 이루어질 때 예술교육은 우리의 삶 을 변화시키는 힘을 발휘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바비칸 전속예술단체 Boy Blue Entertainment 안무가의 말로 마무리를 대신한다. “무의식적으로 다른 사람들이 ‘자기 존중, 자긍심, 자신감’을 갖도록 밀어붙인 이유가 (힙합 댄서로서) 제 삶의 경험으로부터 나온 것 같아요. 예술을 하기 위 해서는 바로 그런 것이 필요하거든요. 이 분야에서 무언가를 표현하는 예술가 가 될 수 있다고 스스로 느끼기 위해서는 자신의 작업의 가치를 믿어야 합니다. 우리는 ‘의견들’이 넘치는 세계에 살고 있어요. 자신이 한 것에 대해 100% 확신
권민영 대외협력팀 mkwon@arte.or.kr
을 갖기 위해서는 그런 ‘의견들’보다 우리는 스스로 강하고, 더 강해져야 해요. 아이들과 작업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목표는 춤의 기량이나 스타일을 배우 고 이해하는 것만큼 ‘스스로에 대해 이해’하는 것입니다. 프리스타일이나 솔로 작업에서 처음 안무를 배울 때는 아이들은 시스템 안에 들어갑니다. 순서에 대
* 제목으로 사용한 ‘예술하기’는 「ArtE Academy 인문키움 2012」 이지애 교수(이화여대 철학과) 강의안에서 발췌, 인용하였음.
한 감각을 익히고 많은 청소년들이 그런 순서에서 편안함을 느끼죠. 그런데 자 신의 방향을 스스로 만들어가야 하는 자리에 놓일 때, 그때부터 자신감을 잃 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바로 이때, 아이들이 각자 자기 특유의 움직임에 대 해 자신감을 갖는 과정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런 후 각 개인이 다시 팀으로 모 였을 때 더욱 강한 팀이 될 수 있죠. 저희가 적어도 아이들이 자신의 춤 안에서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6년 9월 6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할 수 있다면, 그로 인해 그들의 자신 없어 하는 다른 삶, 다른 영역으로까지 나아갈 희망이 있죠.” - Kenrick, Boy Blue Entertainment 안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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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흐흐삼의‘절규’ 2016 상상만개 문화체험형 프로그램 <아트캠퍼스>
2016 고3·수험생 대상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상상만개’ 문화체험형 프로그램 <아트캠퍼스> 수능을 마친 학생들의 마음을 문화예술로 녹이기 위해 ‘상상만개’가 펼쳐졌다. ‘상상만개’는 수험생들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스트레스를 풀고, 새로운 일상을 스스로 준비하는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다. 그중 문화체험형 프로그램인 <아트캠퍼스>는 수도권, 전라권, 충청권에 있는 5개 고등학교에서 해당학교 전체 고3학생을 대상으로 일일 예술학교 커리큘럼으로 진행되었다. 지난 11월 29일(화) 부천정보산업고등학교에서는 웹툰 작가 김풍의 ‘도전하지 않는 삶’ 강연을 시작으로 응원, 댄스스포츠, 캐리커쳐, 연극, 등 6개 분야 대학 동아리 선배들로부터 문화예술을 직접 배워보는 ‘선배들의 아트캠퍼스’, 다함께 흰 캔버스에 물감을 칠하고, 튀기고, 스펀지로 찍어 졸업 작품을 만드는 ‘액션 페인팅’ 등이 진행되었다. 함께 만들어서 더욱 의미 있는 졸업 작품을 배경으로 고3 수험생들의 진짜 축제가 시작된다. 선배들로부터 배운 문화예술 작품을 나누고, 몇몇 학생들은 뭉크의 <절규>, 마네의 <풀밭위의 점심식사> 등 명화 속 주인공이 되어보는 포토존에서 서로 사진을 찍으며 축제의 흥을 더했다.
조숙경 그림책작가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6년 12월 27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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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십대의 겨울 날 고3 입시의 긴장감은 세상을 향한 자유를 향한 외침이 되어 상상은 또 만개한다.
뮤지엄3.0 : 예술소비에서 생산의 기지로 ‘창작자로서의 관람객’, 영국 미들즈브러현대미술관
지난 10월 14일과 15일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30주년을 기념해 개최된 국제
권민영 대외협력팀
컨퍼런스 ‘변화하는 미술관: 새로운 관계들’의 가장 마지막 세션으로 <창작자로 서의 관람객>이 진행되었다. 이날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영국 미들즈브러현대미 술관 알리스테어 허드슨 관장은 전시, 교육, 지역참여 활동 간의 경계가 허물어 지고, 미술관의 사용자인 지역주민들이 예술 생산의 주체가 되는 ‘뮤지엄3.0’의 개념을 소개하였다. 예술창작의 주도권을 모두의 손에 이양하는 것이 문화예술 교육 현장의 기본적인 전제라면, 예술가와 그의 창작물이 중심을 차지하는 미술 관에서는 낯선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아르떼365]에서는 예술과 일상, 창작과 관 람, 결과와 과정의 구분을 넘나드는 새로운 미술관을 제안하는 미들즈브러현대 미술관의 사례를 그의 발제와 질의응답 내용을 바탕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전시와 교육의 경계를 허무는 미술관 예술 관람이나 참여가 아닌 예술의 ‘사용’을 말하는 미술관이 있다. 뮤지엄3.0 개 념에 기초하고 있는 영국 미들즈브러현대미술관(Middlesbrough Institute Of Modern Art, MIMA)이다. 훌륭한 예술작품을 전시하고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뮤지엄1.0이라면, 사람들이 와서 예술에 직접 참여하는 것이 2.0이다. 그리 고 3.0은 이미 마련된 구조에 참여하는 방식을 뛰어넘어 보다 적극적인 사용자 기반(usership) 개념에 기반을 두고 있다. 뮤지엄3.0 시대의 미술관은 모든 사용 자의 행동의 총합으로 그 최종적인 의미가 부여되고 창조된다. 뮤지엄3.0의 접근은 기존의 소장품과 전시 중심의 운영 위계구조를 뒤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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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리즘≫ 전시
공공프로그램이 기본이 되고 소장품과 전시가 미술관의 토대로서 이런 활동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패러다임 안에서 전시와 교육, 지역사회 참여 활동이 하나의 어젠다 아래 함께 하게 된다. 실제로 MIMA는 이러한 접근을 실제 운영 에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전시와 교육부서가 하나다. 그리고 예산을 동등하게 반반 편성했다. 영국 미 술관에서도 전통적으로 전시부서가 가장 화려한 부서이고, 교육부서는 그 끝 에서 지원하는 부서라는 인식이 강하다. 긴장관계가 있다. 교육, 전시가 같이 일하고 같은 어젠다를 갖고 일하기 원했다. 그래서 부서를 구별하지 않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시작이었다. 거대한 기관이 아니라 오히려 가능했다고 본다. 그 렇지만 많은 미술관에서 교육부서를 재정립하는 노력들이 많다고 본다. 그리 고 매우 창의적인 작업이 교육·학습 부서에서 나오는 것을 종종 목격한다. 경 험에 비추어 말하자면 대부분 교육파트가 예술활동 배경의 사람들이 주도하는 반면, 전시기획은 이론적 배경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단어로 규명된 세상에 기초하는 후자의 경우보다 전자가 더 재미있고 창의적인 접근이 가능하지 않 겠나. 예술계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서 미술관 운영의 모든 면에서 창의적일 책 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허드슨 관장은 미술관의 기원이 교육, 즉, 예술의 가치를 공유하는데 있었음에도 1851년 런던 대박람회(The Great Exhibition) 이후 관객성(spectatorship)이 이것을 삼켜버렸다고 말한다. 그 결과 사람들은 소비할 줄 알았지, 생산할 줄 모 르게 된 것이다. 미술관이 계속 이런 모습에 머물러 있다면 새로운 시대에 사람 들은 예술을 다른 곳에서 찾게 될 것이고 미술관은 더 이상 제공할 수 있는 것이 없게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미 우리는 그런 시대에 살고 있다. 젊은 세대들은 온라인 동영상을 제작하고, 게임, 기술 등 자신의 삶에서 무언가 창작 할 수 있는 무궁무진 자원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그래서 그는 관객 중심에서 사 용자 중심의 모델, 뮤지엄3.0을 제안한다.
미술관, 사용자의 삶의 맥락과 연결하기 영국 북부지역에 위치한 미들즈브러는 한때 지역경제를 이끌었던 철강 산업이 쇠락하면서 급격한 쇠퇴를 보였다. 그리고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이 지역 예 술공간 3곳에 흩어져있던 소장품을 모아 2007년 1월 MIMA가 설립되었다. 그 러나 세련된 미술관 외관과 달리 조금만 걸어 나가면 여전히 실업, 가난, 이주자 문제로 고통 받고 있었다. 2014년 부임한 알리스테어 허드슨 관장은 미술관의 사용자인 지역사회와 주민들의 삶의 맥락에서 벗어난 미술관이 다른 방식으로 작동해야할 필요를 느꼈다. MIMA의 철학은 최근 유럽을 중심으로 10여 년 전부터 논의가 본격화 된 아르 테 유틸(Arte Util)에 많은 근간을 두고 있다. 아르테 유틸은 그대로 직역하면 ‘도 구로서의 예술(Arts as a tool)’이지만, 단순히 예술을 도구나 장치로 보는 관점 은 지양한다. 천재적 개인으로서의 예술가 개념은 약화되고, 작가(author)는 이 니시에이터(initiator)로, 관람객은 사용자로 대체된다. 아르테 유틸은 예술이 사 용자에게 실용적이고, 도움이 되는 결과를 가져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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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시스템’으로서 미학을 재건할 것을 제안하며 예술이 기존의 프레임을 넘 어, 일상적인 삶에서 작동하도록 하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다. 이러한 정신은 예 술이 그 자체로 존재 목적을 가진다는 근대 시대의 예술 개념에서 벗어나 예술 을 사회 변화의 도구로서 이해하고, 예술의 역할이 일상 속에 녹아있는 ‘과정’에 있다고 보는 관점을 계승하고 있다. “예술의 의미는 그 사용에 있다. 예술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질문해야 한다. 그저 예술품 자체만 바라보게 되면 사회는 그것의 가치를 온전히 활용하고 있 다고 보기 어렵다. 소장품과 예술작품, 예술가, 전시를 모두 우리가 활용해야 할 자원이지, 그 자체로 존재해야하는 것으로 보지 않는다.” 허드슨 관장은 정작 이러한 가치에 기반한 미술관에서 어떤 전시가 가능할지, 무 엇을 할 수 있을지 잘 상상되지 않았다고 한다. “과정을 통해야하고, 유기적으로 생겨나야 한다. 우리 사용자를 통해야 한다. 그렇지만, 어떤 가이드가 필요했다.” 그런 고민을 담아 2015~2018년 비전을 정리하여 발표하였다. 그리고 “고정된 전시 프로그램에서 벗어나 더 폭넓고, 연결된, 상호 반응하는 활동”을 하고, “모 든 것이 교육이자, 모든 측면에서 예술 프로젝트로 이해한다.”고 제시한다. 그리 고 결과물에 대한 생각을 규정하기 보다는 가치(value)와 목표(aim)로 그 방향성 을 설정하고 있다. 가치 1. 예술은 무언가를 하는 과정이다 2. 예술은 사회적 영향을 위한 도구이다. 3. 예술은 교육이다.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4. 예술은 일상을 위한 것이다. 5. 예술을 모두를 위한 것이다. 6. 예술은 무엇의 문제가 아니라 방법의 문제이다. 7. 예술은 작품 모음이 아니다. 8. 예술은 정치적이다. 9. 예술은 역사를 시각화하는 방법이다. 목표 1. 하나의 팀 : 모두가 같은 미션을 향해 함께 일한다. 2. 전체적인 교육적 접근 : 우리가 하는 모든 것이 교육이다. 예술이 우리가 어디에서 어떻게 사는지를 창조하고 발전시키는 열쇠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3. 부서의 통합 : 교육자와 큐레 이터 간의 구분이 없다. 건물과 직원 모두 한 지붕 아래 있다. 4. 중립적 공간이 아니다 : 그보다는 상호주관적 인터페이스로 성격이 있고 메시지가 있는 기관이다. 5. 예술가에게 영감을 준다 :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고, 함께 작업할 수 있는 흥미롭고 창의적인 환경/맥락을 제공한다. 6. 선도적 기관 : 국내외적으로 문화에 영향을 끼치고 길을 제시한다. 아이디어를 수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내보내기도 한다. 7. 공적 기관 : 이미 가진 것들을 발전시키고, 개선시키며 지역 경제와 생태에 기여한다. 8. 모든 것이 프로젝트다 : 예술에 대한 신념이 있다면, 모든 일을 예술적(artfully)으로 해야 한다. 9. 미학에 대한 재고찰 : 예술은 쓸모없지도, 현실세계와 분리되어 있지도 않다. 변화의 영역으로서 미학을 재건해야 한다. 모든 활동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감각의 영역에서 정의되고 형성되기 때문이다. 미학에 대한 주도권을 갖는 것은 우리 삶을 주도하고 관리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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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리즘≫ 전시
미술관 입구의 텅 빈 아트리움은 단순히 갤러리가 제공해주는 경험을 안내하는 공간이 아니라 그 자체로 프로젝트가 된다. 사람들이 함께 모이고, 경험할 수 있 는 공간으로 바뀐다. 지난 2년간 진행된 다양한 프로젝트 중 컨퍼런스 발제를 통 해 소개된 2가지 주요 사례를 소개한다.
지역사회와 함께 만드는 예술의 서사 ≪로컬리즘(Localism)≫ 전시는 지역사회와 함께 예술의 서사를 만드는 시도였 다. ‘어떻게 미들즈브러에서 예술이 탄생하게 되었는가?’, ‘공동체 집단으로 우리 는 어떻게 함께 만들어갈 수 있을까?’의 질문을 따라간다. 전시에 들어가는 작품 도 전시의 내용이 어떤 것이 되는지 일반 주민이 정하도록 해서 드로잉, 회화, 아 카이브 등을 3개월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내내 들어오게 한다. 전시기간 동안 계 속 변화하고, 컬렉션이 쌓여 보관창고처럼 많은 물건이 들어오게 되는데, 동시대 의 것에서 부터 역사적인 유물들도 전시되었다. 지역에서 유명했던 도자기 제작 방식을 엿볼 수 있는 유물도 있었고, 여기서 착안해 지역사회에 내에 있는 예술가 들과 함께 도자수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과거의 도자기 만들던 사람들이 쓰던 똑 같은 흙을 활용해서 주민들이 새로운 도자기를 만들게 되고, 이 프로젝트를 통해 사회적 기업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 활동은 단순히 어떻게 도자기를 만드는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창작으로 통해 배우도록 모이게 하고, 자기 환경 을 디자인하고, 사회적 맥락을 함께 만들어가 가는 활동으로서 의미를 지닌다.
도구이자 과정으로서의 전시 ‘모든 관계가 균형을 이루면, 이 건물은 사라질 것이다(If All Relations Were 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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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미들즈브러현대미술관(사진출처) www.visitmima.com ·아르테 유틸 www.arte-util.org ·국립현대미술관 ‘2016 국제컨퍼런스’ 개최 보도자료
Reach Equilibrium, Then This Building Would Dissolve)’ 프로젝트는 연구, 전시, 공공 프로그램을 아우른다. ‘이주민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 원하는 것을 제공하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함께 일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따라 ‘이주’ 현 상을 현대사회에 힘을 더하는 중요한 양상으로서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과정이 었다. 미술관이라는 공간을 통해 문화적으로 그들이 대표되도록 하는 노력이 곧 하나의 커뮤니티가 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기초가 되었고, 예술가와 커뮤니티 일 원들이 모이는 장으로 기획되었다. 전시는 이주자들이 이웃, 친구들과 함께 만들
권민영 대외협력팀 mkwon@arte.or.kr
었다. 전시가 그 자체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젝트를 견인하는 도구이 자 과정이 되었다. 미술관에는 그들에게 필요한 자원을 제공하는 플랫폼이 만들 어졌다. 인터넷에 대한 접근, 무료 점심, 지역주민을 위한 창의적 워크숍, 동네를 돌아다니며 서로 만나 대화하는 시간 등 사람들이 모여 동네의 미래를 함께 디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6년 11월 1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자인하고 구상할 수 있는 환경과 공간 등이 제공되었다. 컨퍼런스에서 허드슨 관장의 발제가 끝나고 난 후, 미술관의 역할이 확장되고 변 화되어야 한다는 것에 공감하면서도, ‘관람객은 적극적 주체가 될 준비가 되어있 는가?’라는 의구심 섞인 질문이 던져졌다. 문화예술교육에서는 그리 낯설지 않 은 질문이지만, 예술가가 생산의 주체가 되는 영역에서 던져졌다는 점에서 무척 흥미로웠다. 모든 사람이 자기 문화향유의 주체가 되고, 누구나 자신의 서사를 만들고, 창작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관점은 문화예술교육의 가장 기본적인 전제가 되어왔다. 예술가는 창작의 주도권을 학습자에게 이양하고, 예술적 사고 와 표현을 촉진하는 매개자(facilitator)로 존재하게 된다. 우리 각자에서부터 문 화가 생산되고, 예술 경험이 촉발될 수 있는 방식들이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는 꾸준히 탐구되고 있는 셈이다. 문득, 그 현장들이 다름 아닌 예술의 미래를 준비 하는 생산의 기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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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다양성을 살리는 예술기관과 학교의 협업 2016 해외 탐방 리포트① 호주 학교문화예술교육 ‘프레쉬 에어’
백지훈, 민빛나래 교육운영1팀
지난 10월, 국내 학교 문화예술교육의 현 주소를 진단하고, 운영 및 제도 참고 사례를 발굴하고자 호주를 찾았다. 호주는 주(州) 정부기관부터 극장, 비영리 민 간단체까지 각 기관별 설립목적, 비전 등 특성에 따라 운영하고 있는 프로그램 의 성격, 구조, 방식은 각양각색이지만, 호주의 사회·문화적 특성과 배경에 기반 을 둔 공통 맥락이 전제되어 있다. 호주의 학교문화예술교육 사례 중 하나로 아 츠뉴사우스웨일스(ARTS NSW, 이하 아츠 NSW)의 ‘프레쉬 에어(Fresh AIR: Artists-in-Residence-in Schools)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아츠 NSW는 호주 뉴사우스웨일스(New South Wales) 주(州) 시드니에 위치한 주 정부 문화예술 정책·투자 담당 기관이다. 주 내 문화예술 사회기반시설 구축 및 펀딩 프로그램 투자 지원, 문화예술 자원 및 컨설팅 제공, 아마추어에서 전 문가를 어우르는 예술 활동 참여자 및 예술단체 지원·육성 프로그램을 제공 등 호주 문화예술교육의 발전을 위한 역할을 하고 있다. 아츠 NSW의 ‘프레쉬 에 어’는 학교에 3년간 전문 예술가를 파견하여 문화예술교육을 할 수 있도록 지원 하는 학교 문화예술교육 지원 사업으로, 크게 3개의 프로젝트와 프로그램 평가 및 개선·보완을 위한 조사·연구 파트로 구성되어 있다. 프로젝트들 중 ‘파크 로 드 스튜디오: 아티스트 인 레지던스’(Park Road Studio: Artist in Residence) 는 알렉산드리아 파크 커뮤니티 학교(Alexandria Park Community School) 와 국립원주민문화센터(National Centre for Indigenous Excellence)가 협 력하여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다. 무용, 음악, 시각예술 분야 각각 3명의 원주민 (aboriginal) 예술가들은 국립원주민문화센터의 아웃리치 프로그램을 통해 유치 원생부터 1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장르별로 1년 동안 예술 작업을 진행한다. 올해로 3년째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알렉산드리아 파크 커뮤니티 학교 교장 다 이앤 패더스톤(Diane Fetherston)은 명성 있는 예술가와 함께하는 것은 학교의 입장에서도 영광스러운 일로 이 사업에 관한 연락을 받자마자 그 자리에서 바로 참여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이는 학교에서 예술과 예술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얼 마나 높은 이해와 신뢰를 갖고 있는지 보여준다. 또한, 패더스톤 교장은 “학교는 유연하고 수용적인 태도를, 예술가는 학교와 학교의 교육체계에 대한 이해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며, 서로를 믿고 이해하는 것이 성공적인 프로그램 운영에 있 어 가장 중요한 점”이라고 강조하며, “예술가 레지던스 프로그램은 학생뿐만 아 니라, 교사의 역량 개발에도 굉장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덧붙였다. 이 레
PART 6 해외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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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드리아 파크 커뮤니티 학교 안(왼)과 학교 내 예술가 스튜디오
지던스 프로그램의 상주 작가인 토니 알버트(Tony Albert)는 호주에서 매우 높 은 평가를 받고 있는 원주민 예술가(Australian Indigenous artist)이다. 학교 내에 있는 그의 스튜디오는 1년 동안 많은 재료와 작품들로 채워져 있고, 항상 문을 열어두어 아이들이 주저 없이 들어와 이야기하거나 재료를 빌려 간다. 그는 예술가로서 활동하기에 적합한 스튜디오를 갖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 라고 말하며, 그런 점에서 이 프로그램은 예술가에게도 유익한 혜택이 될 수 있 음을 간접적으로 언급했다. 원활한 프로그램 운영을 위한 모든 관리는 캐리지워크스(Carriageworks)가 진 행한다. 캐리지워크스는 현재 호주의 아트센터 중 가장 큰 복합문화공간이다. 원 래 낡은 기차를 수리하던 곳이었는데, 이곳의 근로자들은 이민자와 원주민에 관 계없이 동등한 급여를 받는 등 당시의 호주에서 유일하게 원주민에 대한 차별이 없었던 곳이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가진 캐리지워크스는 더 이상 활용하지 않 게 된 장소에 현대 미술을 접목시켜 10년간 유지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주말마 다 지역주민들이 지역 특산품을 직접 사고파는 야시장이 열리며, 문화예술 공연 과 전시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캐리지워크스의 프로그램 담당자 샬롯 가예 기요스(Charlotte Galleguillos)는 내년 2월 시작하는 프로그램을 위해 올해 10 월부터 준비 중인데, 예술가의 학교 안 레지던스 프로그램에서 제일 힘든 점은 ‘예술가와 학교 간의 이해관계’라고 한다. 예술가는 학교의 계획, 커리큘럼, 기간 (학기) 등 학교 운영 체계에 대한 이해가 다소 부족하고, 이런 예술가들을 이해하 지 못하는 학교 사이에서 간혹 문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캐리지워 크스는 이를 예방하고 중재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여러 관계자들과 연락하 고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것은 한 학교의 예술교육 지원을 위해서 예술가, 학교 관계자, 학생들 그리고 운영기관의 다양한 이해 관계자가 존재하며, 이들 모두가 함께 나아가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을 시사한다. 우리나라의 문화예술교육 사업 운영에 있어서도 다 양한 참여주체 간 소통과 합의된 목표를 갖는 것은 어려운 숙제이며, 달성의 문 제가 아닌 지속적인 개선의 문제라는 점에서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또한, 난민, 원주민 등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이 모여 사는 호주의 문화적 다양성, 사회적인 이슈에 사회 참여적 예술교육이 깊이 뿌리내려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프레 쉬 에어’는 ‘원주민 예술가의 참여’ 그리고 ‘3년 동안의 장기 운영’이라는 차별점 을 갖고, 예술가의 작품세계를 다양한 문화 배경을 가진 아이들과 집중적으로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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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아츠뉴사우스웨일스(ARTS New South Wales) 홈페이지 www.arts.nsw.gov.au ·캐리지워크스(Carriageworks) 홈페이지 http://carriageworks.com.au
유하는 특성이 있다. 문화다양성에 대한 인식이 최근에서야 높아진 우리나라와 는 달리 다인종, 다문화의 긴 역사적 배경을 가진 호주는 오랜 시간 고민해왔음 을 교육 체계 및 환경 등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한 호주 문화예술교육 관계자는 ‘프레쉬 에어’는 “매우 아츠뉴사우스웨일스적인 프로그램”이라고 표현했다. 알렉산드리아 파크 커뮤니티 학교의 ‘프레쉬 에어’ 프로그램은 올해를 마지막으 로 3년간의 운영이 종료된다. 알버트는 아이들과의 마지막 작업 중의 하나로 ‘책 발간 및 판매’를 진행한다. 아이들이 작업한 400여 개의 작품 중 일부를 한 권의
백지훈, 민빛나래 교육운영1팀
책으로 엮어내는 것으로, 작품 선정은 아이들과의 협의를 통해 진행되었다. 이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6년 11월 29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
과정에서 아이들은 물리적인 작업만이 배움의 과정이 아니라 서로 논의하며 책 에 실을 작품을 선정하는 것에서도 (자신의 작품이 선정될 수도, 그렇지 않을 수 도 있기 때문에) 감정적으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고, 책 만들기를 위한 인고의 시간을 버티는 체험도 할 수 있다. ‘프레쉬 에어’의 사례는 국내 학교 문화예술교육의 방향성에 참고할만한 사례로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었다. 첫째,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프로그램을 기 획·운영하는 것의 긍정적인 효과를 확인했다. 자체적인 운영 동기를 갖고 지역에 서 활용 가능한 자원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운영하는 것은 특색을 살릴 수 있 을 뿐 아니라 지역주민이기도 한 관계자들의 주도적인 운영을 가능케 할 수 있다 는 장점이 있다. 둘째, 프로그램 참여자, 관계자의 충실한 역할 이행은 성공적인 운영의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호주 현장에서 만난 프로그램 운영자, 학교 관계자 그리고 참여자 모두가 맡은 역할에 충실하며, 협력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 모든 요 인들이 호주에서 학교 문화예술교육이 빛을 발할 수 있는 이유일 것이다.
원주민 예술가 토니와 아이들이 작업하여 발간한 책
캐리지워크스, 아츠NSW, 알렉산드리아 파크 커뮤니티 학교 교장과의 간담회
PART 6 해외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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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교육의 철학과 비전으로 이끄는 역량개발 2016 해외 탐방 리포트② 미국 워싱턴주 예술강사 역량개발 ‘TAT Lab’
지난 11월, 문화예술교육 매개자 교육 프로그램 참관을 통해 국내 인력양성 프
이현정, 신예린, 이초록 교육개발팀
로그램을 자가진단하고, 방향성에 대해 고찰해보고자 미국 시애틀을 방문하였 다. 시애틀이 속한 워싱턴주(州)는 공교육 내에서 이루어지는 예술교육의 중요성 에 깊이 공감하고 정부 차원에서 예술교육을 지원하고자 하는 시도가 많은 편이 다. 그중 워싱턴주 예술강사의 역량개발을 위한 프로그램인 ‘티칭 아티스트 트레 이닝 랩(Teaching Artist Training Lab, 이하 TAT Lab)’을 소개한다.
공유하고 공감하는 공동체 학습 TAT Lab은 워싱턴주 예술위원회(Washington State Arts Commission)와 유 치원부터 12학년(우리의 경우 고3)까지 공교육을 관리 감독하는 워싱턴주 공립 교 육감실(Washington State Office of Superintendent of Public Instruction, OSPI), 시애틀 어린이극장(Seattle Children’s Theatre)이 협력하여 워싱턴주 예술강사의 역량개발을 위해 진행하는 매개자 교육 프로그램이다. 전체 프로그램 은 8개월간 진행되는데, 29명의 예술강사를 대상으로 6명의 교육강사가 9월, 11 월, 4월 총 3회의 집체식 워크숍을 진행한다. 워크숍 기간 외에는 전화 상담, 개별 학습계획 수립(과제 수행), 현장실습 등의 다양한 활동이 진행된다. 이때, 교육강사 6명은 29명의 참여자를 4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씩 담당하게 된다. 3회의 워크 숍은 시간적 간격을 두고 진행되는데, 이는 예술강사들이 스스로 성찰할 시간을 충 분히 갖게 하기 위함이다. 이렇게 철저하게 고민한 내용들을 본인의 교육 프로그램 에 반영하고, 지속적으로 끌고 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목적이다. TAT Lab은 다양한 경력과 경험을 지닌 예술강사들이 학습 공동체를 이룰 수 있도 록 설계되었다. 또한, 참가자들이 자신이 지닌 경험 및 극복할 과제를 서로 공유하 게 하고, 다양한 예술 장르를 접할 기회를 제공하는 공동체 학습을 지향한다. 참여 하는 예술강사는 경력에 관계없이 예술교육에 대한 이해력과 기술을 향상시키고, 궁극적으로 TAT Lab에서 추구하고자 하는 다음과 같은 목표를 달성하게 된다. TAT Lab 학습목표 • 예술교육의 가치를 널리 알리기 • 예술강사 본인의 학습 역량 및 관점 파악하기 • 학교, 교사 및 학생과의 관계 형성하기 • 안전하고 효과적인 학습 환경 조성하기 • 학습 기획, 분석 및 평가의 중요성과 가치 인식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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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의 힘(Power of Observation) 수업
우리가 참관한 11월 2차 워크숍은 이틀 동안 약 15시간에 걸쳐 진행되었다. 9 월 1차 워크숍에서는 하나의 교육 프로그램 사례를 직접 체험해봄으로써 타 분 야에 대한 벽을 깰 뿐 아니라 수업 계획 등 전반적인 부분에 대하여 인지할 수 있는 시간으로 진행되었다. 2차 워크숍에서는 ‘사회적 정의(Social Justice)’를 주제로 예술이 사회적 영향력에서 분리될 수 없다는 예술가의 기본적인 태도를 다시 상기하며, 교육 현장에서 일어나는 ‘차별, 편견’의 구체적인 상황을 함께 공 유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워싱턴주 공교육과 관련된 기본적인 강의, 본격 적인 학습계획 수립에 있어서 필요한 학습계획 디자인(Learning Plan Design), 형성 평가의 기준(Formative Assessment Checkpoint) 등을 다루는 수업이 진행되었다.
스스로 설계하고 평가하는 전문가 TAT Lab 담당자인 리사 자렛(Lisa Jaret)은 “이 프로그램의 핵심은 학교와 협 력하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이다. 예술교육의 가치를 학교 관계자와 학부모를 설 득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예술강사들이 예술교육 전문가가 되어야 한 다. 그들이 지닌 예술적인 영감과 재능은 뛰어나나, 이를 교육 프로그램으로 설 계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고 말했다. 따라서 TAT Lab은 예술교육 전문가로서 그들의 예술적인 재능을 교육으로 설계하는 역량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이며, 이 를 위해 ‘빅 아이디어(Big Idea)’와 ‘형성 평가의 기준(Formative Assessment Checkpoint)’을 설정하는 것을 워크숍의 핵심 내용으로 삼는다. ‘빅 아이디어’ 란 이 수업이 왜 중요한지 일깨워주는 ‘목적’과 같은 개념으로서, 이를 자신의 수 업에서 명료화할 수 있어야 함을 강조한다. 또한 ‘형성 평가의 기준(Formative Assessment Checkpoint)’(프로그램 개발 중 혹은 실행 초기 단계에서 프로그램을 개선하고 조정하기 위
PART 6 해외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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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계획 디자인(Learning Plan Design) 수업 한 방안을 모색하려는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평가)을
사회정의(Social Justice) 관점의 예술강사의 역할 수업
예술교육의 중요한 요소로 여기고, 실제로 프
로그램에서 평가의 기준을 설정하며, 직접 학생들을 평가해보는 시뮬레이션을 경험한다. 평가의 중요성에 대해서 교육강사인 티나 라파듈라(Tina Lapadula)는 “예술가 에게 평가는 숙명과 같은 것이다. 예술가는 자신의 작품 혹은 영감을 나누기 위 해서 스스로를 지속적으로 평가할 수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예술교육자로서 학 생들이 얼마만큼 성장했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교육 자의 역할이다.” 라고 설명했다. 단순히 등급을 매기는 평가가 아니라 학생들의 성장 정도를 보여준다는 의미의 평가는 예술교육에서 매우 중요하며, 객관적이 며 타당한 기준을 설정한 점검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또한, ‘자신을 성찰하고, 들 여다보는 활동 모두가 프로그램 내에서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프로그램 진행의 충분한 기간이 주어져야 한다는 점’을 가장 강조했다.
방법론을 넘어 철학적 사유와 공감대 중요 프로그램을 참관하면서 인상적이었던 점은 교육강사의 역할이었다. 6명의 교육 강사는 8개월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3회의 워크숍을 구성하고 운영한다. 교과목마다 교육강사 각자의 분야와 강점을 살린 강의들이 진행되며, 서로 유기 적으로 연결되어 수업을 이끌어간다. 교육강사 간 끊임없는 의견 교류와 노력을 통해 더욱 매끄러운 워크숍이 진행되었다. 또한 예술강사로서 어떤 전문적인 역량을 갖추어야 할지에 대한 실질적인 내용 에 앞서서, ‘왜 예술이 교육과 만나야 하는지’에 대하여 예술가들을 이해시키는 것, ‘예술교육을 통해 이루고 싶은 궁극적인 목적’에 대하여 지속적인 논의를 통 해 공감대와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 등 방법을 습득하기 이전에 철학을 심도 있 게 공유하는 장이 워크숍 내에 이루어졌다. 그리고 당장에 방법적인 습득이 이 루어지지 않아도, 교육강사와 참여자 모두 철학과 비전을 논하는 시간을 아까워 하지 않았다. 진정한 역량개발이란 공고히 내면화된 철학에서 시작한다는 것, 그 중요성과 가치를 그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이처럼 매개자 교육에 있어서 예술적 역량 강화도 중요하지만, 방법 이전에 철학이 선행된 매개자 교육을 보면서 ‘왜’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프로그램 내에서 함께 고민하며 확고한 철학이 정립되고 공유되는 일의 중요성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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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 시뮬레이션(Assesement Simulation) 연출 수업
참고자료 ·시애틀어린이극장 홈페이지 www.sct.org/For-Educators/TAT-Lab/
지금 우리나라는 문화예술교육이란 무엇이며 문화예술교육자들은 어떤 철학 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과 궁금증을 갖고 있는 도전의 시기에 있다. 도전 할 수 있다는 것은 성장할 수 있다는 기회를 뜻하기에, 두려워하지 않고 더 나은 문화예술교육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끊임없는 고민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 야 한다. 또한, 그러한 기회를 제공하는 매개자 교육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여
교육개발팀 이현정 hellohj27@arte.or.kr 신예린 yerinchannel@arte.or.kr 이초록 crlee@arte.or.kr
야 할 것이다. 문화예술교육자들이 자아성찰을 통해 예술교육을 바라보는 시각 을 지닐 수 있도록 매개자 교육을 마련하고자 하는 것, 우리에게는 그러한 도전 의 자세가 필요한 순간이다.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6년 12월 13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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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p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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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 일상과 문화예술교육 현장에 영감을 주는 새로운 시도와 트렌드를 소개합니다.
본능은 공간을 상상한다 관행을 깨는 수업혁명을 위하여 놀이와 게임, 그 능동성과 수동성의 차이
PART 7 아이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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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능은 공간을 상상한다 상상력을 깨우는 공간
김성원 적정기술, 기술놀이교육 연구가
상호지지구조(Reciprocal Frame)
어렸을 적 가장 즐겨 놀던 놀이기구는 정글짐이었다. 정글짐은 나무나 철봉을 종횡으로 연결해서 만든 상자 사다리다. 나는 정글짐 위로 오르고, 뛰어 내리고, 회전하고, 건너뛰고, 통과하고 걸터앉으며 놀았다. 정글짐은 나의 상상 속에서 밀림이 되고, 높은 마천루가 되고, 전쟁터가 되거나 동굴이 되었다. 성공적인 놀 이터와 시설은 언제나 아이들의 상상 속 공간과 중첩된다. 아이들은 놀이 공간 과 주어진 놀이 기구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아이들은 새롭게 발견하고 창조한다. 과거 학교 운동장을 제외하고 변변한 놀이기구를 찾을 수 없던 시절 아이들은 오징어 가이상, 장석 치기, 땅따먹기와 같은 놀이를 즐겼다. 단지 땅 위에 활석으로 선을 긋고 다양한 놀이의 규칙이 적용되는 공간으로 만들어냈다. 폭설이 내린 다음 골목 한켠으로 치워놓은 눈덩이를 파고 들어가 에스키모 흉 내를 내며 놀았던 기억이 떠오른다. 어디 그 뿐일까. 의자 4개위에 이불을 덮고 형제들과 들어가 도무지 알 수 없던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던 추억, 박스를 쌓아 만든 중세의 성… 아이들은 숲 속에서 움막을 짓던 인류의 ‘건축 본능’을 자신들도 모르게 놀이로 재현하고 있는 것일까. 아이들이 가진 ‘공간을 만드는 능력’, 아니 정확히 말해 ‘공간을 상상하는 능력’에 주목한다. 그러기에 아주 어설픈 공간이라 도 상상이 개입할 수 있다면 아이들에게 그곳은 놀이터로 발견되고 창조 된다.
서로 엮이고 지지하며 스타돔(Star dome)은 일본 기타큐슈(Kitakyushu) 대학의 다이스케 타케카와 (Daisuke Takekawa) 교수가 개발한 가장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돔 구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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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그물망 놀이터, (아래)아치(Arch) 구조 만들기
대나무, PVC 파이프, 활대 등 탄성 있는 긴 막대로 1시간 만에 만들 수 있다. 아이들과 대나무로 크고 작은 스타돔을 만들어 본 경험이 있다. 스타돔을 만들 며 약한 부재가 서로 엮이면 강한 구조가 만들어진다는 걸 배우고 경험하게 된 다. 아이들은 돔이 크건 작건 그 안과 밖을 오가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곤 한다. 돔 구조가 만드는 공간 감각을 아이들은 즐기게 된다. 상호지지구조(Reciprocal Frame)는 기둥이나 장선 없이 부재들이 서로 엮이며 지지하면서 만들어지는 구조다. 러시아를 비롯해 유럽에서 상호지지구조 게임 은 건축교육과 놀이를 결합하는 좋은 방법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관(종이 관) 이나, 대나무, 각재, 빨대, 연필 등 다양한 크고 작은 부재를 연령에 맞춰 사용 할 수 있다. 상호지지구조 만들기는 구조 감각, 건축 감각을 갖게 한다. 아이들 에게 몇 가지 기본 상호지지구조 유형을 알려주면 같은 구조를 무한대로 확장 하며 놀게 된다. 이렇게 놀이는 배움이 되고, 그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자신만 의 공간을 만들게 된다. 그 공간은 다시 아이들의 놀이터가 된다. 하버드대 도널드 인버그 교수는 생명체는 인장력과 압축력이 구조 전체에 균 형 분배되어 자기조립하는 안정적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고 말했다. 1960년대 벅 민스터퓰러는 tension(인장력) + integrity(통합)이란 단어를 조합하여 텐세 그리티(tensegrity, 인장통합구조)란 용어를 만들어냈다. 인장통합구조는 인장 력과 압축력이 구조 전체에 균형 분배되어 자기 조립하는 안정적 구조다. 현대 유선형 건축의 기본 구조이기도 하다. 이 구조는 주로 봉과 같은 단단한 부재 와 힘줄로 구성되는 데 각각의 부재는 서로 직접 접합되지 않고 줄에 의한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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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마쿠나이마 브릿츠 공원 흙마을
독일의 흙건축 프로젝트 렘바우 미트 킨더른
장력과 압축력을 균형 있게 분배하여 구조를 이룬다. 인장압축구조(tensegrity) 는 현대 건축에 응용되거나 경관 조경물, 놀이 시설, 놀이 기구, 가구 제작에도 적용된다. 상호지지구조와 같이 짧은 막대, 철봉, 연필, 빨대 등 다양한 부재와 고무줄, 끈 등 인장력을 더할 수 있는 재료를 가지고 크거나 작은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아이들은 부동압력구조를 만들거나 그 구조로 만들어진 놀이기구를 가지고 놀거나 놀이 시설 내부에서 감각적으로 구조, 건축, 인장력, 압축력, 균 형 등을 익힐 수 있다. 아치(Arch)는 건축(Architecture)의 오래된 어원이 될 정도로 건축의 기본 구조 다. 아치를 벽돌, 나무벽돌, 종이 상자를 이용해서 쌓아보면서 하중의 분산과 지지, 기하에 대해 이해하게 된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직접 만든 아치를 통과 하며 새로운 공간을 체험하게 된다. 또한 아이들은 노동과 협동, 사회를 실재 로 이해하고 몸으로 체득하게 된다. 아치를 만드는 놀이는 건축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을 아이들로부터 이끌어낸다.
흔들리는 예민한 공간 줄, 실, 밧줄, 도르래, 몇 가지 매듭 기술만 있다면 아이들과 그물망(Net playgorund) 모험 놀이터를 만들 수 있다. 어쩌면 아이들은 수많은 넝쿨로 미 로 같은 정글 숲 속을 기억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숲속에서 놀았던 인류의 놀 이 본능. 숲으로 돌아가고 싶은 본능은 숲을 모사하는 공간을 만들어 낸다. 앞 에서 소개했던 정글짐은 밧줄과 그물로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다. 이러한 놀이 시설들은 로프 스페이스넷(rope spacenet) 또는 로프 타워(rope tower)라 불리 기도 한다. 언젠가 밧줄만으로도 학교를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을 했다. 벌써 그런 사람들이 나타났다. 벌써 그렇게 멋진 밧줄 놀이터를 만드는 사람들이 있 다. 흔들리고, 출렁이고, 아찔하고, 쫄깃한 느낌… 옛날 정글짐에서 놀던 느낌 이 살아난다. 그물망 놀이터를 ‘떠 있는 전경(Floating Landscape)’으로 만들어 낸 사람들 이 있다. 공간예술 그룹인 누멘(NUMEN)이 그들이다. Sven Jonke(독일), Christoph Katzler(오스트리아), Nikola Radeljković(크로아티아) 3인의 협력 작업을 통해 공중에 새로운 풍경과 공간적 경험과 놀이를 제안했다. 이들은 주 로 줄(string), 그물(net), 그물관(tube), 비닐 랩(tape) 등을 이용하여 건물과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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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렘바우 미트 킨더른 프로젝트 홈페이지(이미지 출처) www.lehmbau-mit-kindern.de ·마쿠나이마 브릿츠 공원 흙마을 홈페이지(이미지 출처) www.interglotz.de
물 사이, 건물 내의 빈 공간에 떠 있는 풍경과 놀이공간을 만든다. 그물망 놀이 터를 만드는 과정은 놀이가 되고 완성된 그물망 놀이터는 또한 놀이공간이 된 다. 환경예술가 아테페 카(Atefeh Khas)의 작품은 줄을 이용한 또 다른 공간 과 놀이를 제안한다. 어떤 공간을 거미줄처럼 분할하거나 가로 막고 연결하면 그 어느 때보다 섬세하게 공간을 느낄 수 있다. 예민한 공간 속에서 자신의 동 작을 주목하게 되고 빛과 보이지 않았던 좌표와 자신의 위치를 의식하게 된다. 얼마나 놀라운 기적인가. 아이들과 함께 놀아보자.
만들어가는 흙건축 놀이 배움터 건축과 예술, 놀이가 결합된 흙건축 놀이 배움터는 건축 중심의 활동을 넘어서 김성원 전환기술사회적협동조합 이사를 역임했으며, 현재 흙부대생활기술네트워크 매니저이자 (사)한국흙건축연구회 기술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이웃과 함께 짓는 흙부대집』(들녘, 2009), 『점화본능을 일깨우는 화덕의 귀환』(소나무, 2011), 『화목난로의 시대』(소나무, 2014). 『근질거리는 나의 손』(소나무, 2015) 등이 있다. 흙부대생활기술네트워크 http://cafe.naver.com/ earthbaghouse 이메일 coffeetalk@naver.com 페이스북 http://www.facebook.com/ fatdogfish
흙을 이용한 예술교육, 도예, 조소와 벽화, 건축 과정을 버무려 놀이와 협동의 계기로 만든다. 이 놀이 공간은 미리 전문가에 의해서 주어지는 공간이 아니 다. 아이들과 부모가 함께 건축 과정 또는 놀이에 참여하며 만들어내는 공간이 다. 참여적이며, 동적이며 가변적으로 구성되어가는 놀이터이다. 이러한 구상 을 독일의 렘바우 미트 킨더른(Lehmbau mit kindern) 프로젝트는 이미 현실 로 만들어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흙건축 프로젝트이다. 이 프로젝트는 베를 린 교육예술 프로젝트로 개발되었다. 이 프로젝트는 1990년부터 인터글로츠 아트네트워크(Interglotz artnetwork)에 의해 10곳에서 1만 명의 아이들이 참 여했다. 독일 이외에도 이탈리아, 스웨덴, 영국 등 20개 지역에서 흙건축 놀이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프로젝트에 의해 만들어진 대표적인 공원 은 마쿠나이마 브릿츠 공원 흙마을(Makunaima, BRITZ Lehmdorf)이다. 이곳 은 베를린에서 아이들이 일 년 내내 찾는 가장 아름다운 공원 중의 하나다.
건축본능은 삶의 능력을 증명하는 일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6년 1월 19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버나드 루도프스키(Bernard Rudofsky)는 『건축가 없는 건축』에서 인류가 지은 건물 중에 건축가가 지은 건물은 5%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지구 에 살아왔던 대다수 사람들은 직업 건축가가 아니었다. 보통 사람들은 자신의 손으로 집을 지었다. 수 만년 동안 그들은 자신들이 살 집을 가족들과 함께, 때 로는 이웃들과 함께 집을 지었다. 근대 이전 평민들은 건축가의 멋진 설계보다 지역 기후와 조건 아래 오랜 시간 검증된 토착 건축양식에 따라 지었다. DNA 가 인류의 반복된 오랜 경험과 기억의 생물학적 기록이라면 건축의 경험은 분 명 우리의 DNA에 유전적 정보로 남아 본능이 되었을 것이다. 자신의 손으로 집을 짓거나 꾸미고 싶은 욕망, 처음 집을 짓는 사람에게서도 발견되는 건축 감각들, 허술한 그 어떤 재료로도 공간을 상상하고 창조하는 아이들의 놀이. 이것을 ‘건축 본능’이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자신의 손으로 집을 짓고 나면 누 구나 느끼게 되는 무한한 자부심과 안정감, 삶의 확신은 또한 인류의 오래된 건축 경험에서 나온 직감일 것이다. 자신의 공간을 만드는 놀이란 바로 자신의 맥락을 갖는 장소를 만드는 본능적 행위이자 삶의 능력을 증명하는 행위라 할 수 있다. 아이는 자신이 상상한 공간을 자신의 손으로 짓고 그곳에 들어가 놀 고 싶어 한다.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삶을 준비한다.
PART 7 아이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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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행을 깨는 수업혁명을 위하여 책으로 만나는 문화예술교육
교사(예술강사)의 성찰과 성장은 어떻게 가능한가. 문화예술교육 현장을 자주 모니터링하면서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자주 던지곤 한다. 교육의 질은 교사
고영직 문학평론가
의 수준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점에서 한 사람의 예술강사 혹은 교사의 성찰과 성장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런 성찰과 성장을 위한 ‘도구’가 부재하다는 점을 실감한다. 한 사람의 교사 혹은 예술강사가 일종의 매개자라고 할 때, 그런 매 개자들을 ‘재(再)매개’할 수 있는 교육적 도구로서 ‘수업비평’을 활성화해야 하 는 것이 아닐까.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서 진행되는 컨설팅 혹은 모니터링 같은 제도들이 의미 없다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지금의 컨설팅과 모니터링 제도로는 ‘자족과 자폐 의 나르시시즘’이라는 회로 안에 갇힌 것으로 간주되는 학교 안팎의 문화예술 교육 현장을 바꾸는 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컨설팅은 하나의 팁(tip)에 불 과하고, 모니터링은 평가지표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지금은 ‘더 나은 실패’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2003년 12월부터 지금까지 학교 교사들이 중심이 되어 동료들과 함께 수업비평 워크숍을 진행하는 교육과 나눔의 공동 체 ‘다온’의 수업비평 경험은 학교 안팎에서 이루어지는 문화예술교육 수업의 변화를 위해 참조할 점이 적지 않다. “최신 트렌드와 메이크업 기술로 시선을
『수업비평』(윤양수, 살림터, 2014)
사로잡는 스펙터클한 수업공학이 탄생한다”고 한 윤양수 선생님의 날선 비판 은 문화예술교육 수업의 경우 또한 동일한 문제점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윤양수 선생님의 『수업비평』은 교육이 추구해야 할 새로운 ‘생성문법’을 수업비 평에서 찾고자 한 학교 교사들이 모둠을 이루어 워크숍을 진행한 결과물을 묶 은 것이다. 책에는 초등학생 및 고등학생들과 진행한 수업에 대한 자세한 비평 문이 수록되어 있다. 초등학교 5-6학년생들과 함께 수양대군이 단종을 폐위한 계유정사를 다룬 조경삼 선생님의 수업에 대해 “이 수업에서는 ‘동전 던지기’를 생략하고 있다”고 언급하는 식이다. 재판 형식과 디베이트(debate) 포맷의 혼 용에 따른 혼란이 원인이라는 것이다. 디베이트와 토론의 차이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는 예리한 지적이다.
『예술수업』(오종우, 어크로스, 2015)
나는 이 책에서 일본 교육자 사토 마나부가 제안한 ‘배움의 공동체’를 기반으로 한 협력수업을 수년째 진행하는 이우학교 방지현 선생님의 고3 대상의 독서 수업이 퍽 인상적이었다. 윤양수 선생님은 이 수업에 대해 “교과의 경계와 중 력을 터널링(tunnelling)하고 있다”고 상찬한다. 수업문화의 변화를 꾀하려는 ‘균열의 쾌감’을 맛보았기에 가능한 표현이었으리라. 윤양수 선생님이 지금 여 기의 교사는 학습하는 전문가(professional learner)로서 학인(學人)들의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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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이루어야 한다고 제안하는 것도 수긍이 된다. 수업비평을 내부자비평 혹은 동료비평이라고 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을 법하다. 그런데 수업비평은 문화예술교육 현장에야말로 더 절실히 필요한 교육적 도구가 아닐까 한다. 수업비평 워크숍을 통해 예술강사 동료들과 함께 동반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문화예술교육에 참여하는 예술강사들이 자신의 수업 내용을 얼 마나 외부에 ‘개방’하는 용기를 발휘하느냐 하는 점이다. ‘자족과 자폐의 나르시시 즘’을 벗어나기 위한 차원에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각 광역센터에서 예술강 사들에 대한 ‘재매개’ 교육을 더 강화하고, 모니터링 방식에서도 예술강사의 성장을 돕는다는 차원에서 새로운 변화를 주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나도 편집위원으로 참 여한 적 있는 [지지봄봄](경기문화재단 경기문화예술교육센터 발행) 같은 문화예술 교육 비평 웹진을 각 광역센터에서 발행하는 것도 적극 검토해 볼 만하다. 수업혁 명은 현장에서 새로운 ‘수업의 전환’이 이루어져야 가능한 것 아니겠는가. 이 점에서 『예술수업』은 좋은 참고서가 될 법하다. 성균관대 오종우 교수가 2009년부터 진행해온 교양강좌 <예술의 말과 생각> 강의록을 정리한 『예술수 업』은 ‘인문학의 전위(前衛)’로서 예술(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책이다. 인문학자의 강의실이라는 콘셉트에 맞게 예술 장르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안 목으로 예술-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예술수업』을 예술강사 동료들과 공부 하는 것으로 수업비평을 시작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 책은 무엇보다 특정 예술장르의 기법이 아니라 예술 전체를 관통하는 정신을 다루고 있는 책이다. 문화예술교육 수업 현장에 모니터링 등을 가보면 간혹 곤혹스러울 때가 있다. 이미지 제공 살림터, 어크로스
특정 예술장르의 ‘기법’을 가르치는 것이 전부인 것처럼 교육이 진행되기 때문 이다. 기법 혹은 기능교육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문제는 기법을 가르치 느라 “예술의 반대말은 추함이 아니라 ‘무감각’”이라는 중요한 본질을 놓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책에서 미국 화가 에드워드 호퍼 <간이휴게소>(1927)라는 그림을 설명하면서 “타력(惰力)이 붙어 관습화하면 그것의 의미를 삭제한다”는 표현에 오래 눈길이 머문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고영직 문화예술교육 웹진 [지지봄봄] 편집위원을 역임했으며, 현재 [한겨레신문]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최근 『자치와 상상력』(공저)이라는 책을 펴냈다. gohyj@hanmail.net
우리나라 문화예술교육의 타력(惰力)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나도 알고 당신도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수업 현상을 함께 관찰하고 연구하고 소통하는 실천공동체에서 방법을 찾아야 한다. 예술강사의 성찰과 성장의 도구 로서 ‘수업비평’을 적극 검토하며, 문화예술교육이라는 제도의 ‘외부’를 생각해야 할 때이다. 윤양수 선생님 등이 참여한 『수업의 정치』(2015)라는 책을 곁들이면 더 좋은 길라잡이가 되리라 믿는다. 안톤 체호프의 단편소설 「개를 데리고 다 니는 부인」(1898)에 대해 러시아 작가 막심 고리키가 “이 작품을 읽고 나니 다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6년 2월 16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른 작가의 작품들은 모두 펜이 아닌 막대기로 쓴 것처럼 여겨지는군요”라고 한 평이 『예술수업』을 덮고 난 뒤에도 잊히지 않는다. 문화예술교육 수업 현장에 서도 그런 강렬한 경험이 실현되는 수업혁명이 이루어지길 나는 희망한다.
PART 7 아이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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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와 게임, 그 능동성과 수동성의 차이 뉴미디어와 문화예술교육
10대 청소년들의 학부모들은 자녀의 게임 시간으로 걱정이 많다. 스마트폰 의 확산으로 모바일게임 이용이 늘면서 남학생들의 주요 문제 거리였던 것
최창희 감성정책연구소 소장
이 여학생들도 예외사항이 아니라고들 한다. ‘언제 어디서나’라는 ‘유비쿼터스 (ubiquitous)’ 개념이 가능한 모바일 문화가 삶의 윤택함과 더불어 게임중독을 더욱 부채질했다고 판단하는 이들도 많다. 그러나 게임중독이 비단 어제오늘 일만도 아니며, 청소년만의 문제도 아닌 건 틀림없다. 이러한 게임 중독의 원 인과 해결책을 다양하게 내어놓고 있지만 그렇다고 별다른 개선이 되는 것 같 지는 않다. 아마도 그것의 원인은 다른 데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한 게임 산업 관계자에 따르면 게임은 기본적으로 ‘중독’을 목표로 개발이 이루어진다고 한 다. 따라서 산업화된 게임에서 어느 정도의 중독은 필연적인 부분일 것이다. 이러한 인터넷 또는 모바일 게임에 관한 연구에서는 게임의 정의와 기원을 ‘놀이’ 개념과 연관하여 분석하고 있다. 『한국 게임의 역사』(윤형섭, 북코리아, 2012)에서는 요한 호이징아(Johan Huizinga)의 『호모 루덴스(Homo Ludens)』 를 인용하며 유희적 인간으로서 ‘놀이’의 불확실한 결과와 비생산적 활동 등을 언급한다. 이러한 자발적인 행위로서 놀이를 현대사회의 게임과 연장하여 이 해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 일일까?
소통과 만남을 주선하는 게임 올해 여름에 게임과 놀이에 대하여 생각하게 하는 몇 가지 사건(?) 중 두 가지를 좀 더 자세히 거론해보고자 한다. 그 중 첫 번째가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었던 게 임, ‘포켓몬고(Pokémon GO)’이다. 게임 이용자들을 컴퓨터 앞이 아닌 야외 공 간으로 이동시켰다는 이 게임은 올해 7월 5일에 호주와 뉴질랜드를 시작으로 미 국, 독일, 영국 등에서 출시된 위치기반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 기술 을 바탕으로 하는 모바일 게임이다. 증강현실은 현실세계에 가상세계를 합쳐 하 나의 영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서 혼합현실(Mixed Reality, MR)이라고도 한다. 1990년대 개발되어 새로울 것도 없는 이 기술은 심지어 게임으로도 여러 번 사 용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이 활개를 친 이유는 게임이 가진 방식이 자 내용인 콘텐츠일 것이다. 온라인 게임은 온라인에서만 만나서 가상공간에서 함께 게임을 진행하는데 ‘포켓몬고’는 게임 이용자가 실제 오프라인 공간에서 만 포켓몬고 게임 이미지 [출처] https://youtu.be/2sj2iQyBTQs
나서 함께 게임을 할 수도 있으며, 채집한 포켓몬을 교환할 수도 있다. 이 게임은 현실공간과 가상공간을 혼합하였을 뿐만 아니라 가상공간에서만 펼쳐지던 게 임을 실제공간으로 옮겨놓았으며, 또한 사람들을 만나서 소통하게 한다.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넘나들게 하며 새로운 지각체험을 제공하는 ‘포켓몬고’는 만남과 소통의 차원에서 게임을 놀이의 형식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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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이커가 되어 놀이하며 소통하기 디지털 게임과 현대 미디어아트와의 상호 연관성을 주목하는 《뉴 게임플레이》 전시가 지난 7월부터 내년 2월까지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열린다. ‘게임의 맥락 에서 본 미디어아트’와 ‘게임과 사회’ 등 6개의 섹션으로 구성된 전시는 백남준 이 일방향 소통의 대안으로 제시하였던 비디오아트의 개념을 확장하여 놀이와 소통이 가능한 미디어로서 예술과 게임을 조망하고 있다. 초기 첨단매체 환경 에서 가장 주목하였던 개념은 상호작용성이었다. 상호작용적이라는 것은 사람 과 기술, 사람의 자유로운 소통을 의미하는데, 이것의 가장 최적의 매체는 당 연히 게임이다. 《뉴 게임플레이》 전에서는 이러한 상호작용적 게임에서 진정한 소통이 발생되고 있는지를 문제제기 하듯이 예술과 기술, 그리고 놀이와 소통 의 개념을 중심으로 다양한 미디어아트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뉴 게임플레이》 전시 교육프로그램 <게임메이커> [사진제공] 백남준아트센터
전시만으로도 다양한 흥미를 제공하지만, 무엇보다 주목되는 것은 이 전시와 함께 마련된 청소년 대상 교육프로그램 <게임메이커>이다. 이 프로그램은 6 개의 전시 섹션 중 ‘게임과 사회’를 중점적으로 관람한 후 게임의 규칙과 과정 을 새로이 재구성하여 게임을 만드는 것이다. 사회적인 문제 등이 반영된 게임 형식의 미디어아트 작품을 감상한 학생들은 사회에 대한 다양한 문제들에 대 하여 토론한다. 이것의 연장활동으로 그 사회적 문제들을 게임의 방식으로 표 현하는데, 구체적인 게임의 규칙과 방법 등을 고민하여 다양한 형식의 게임으 로 만드는 것이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와 같은 퍼포먼스 놀이부터 보드게 임, 디지털 게임의 소프트웨어 구성 등 다양한 형식으로 게임을 구성한 학생들 은 이전의 수동적인 방식으로 게임을 참여하여 그 규칙을 따르는 것과는 완전 히 상반된 형식으로 게임의 규칙을 만들고 변형하고 새롭게 해석하는 능동적 인 주체가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첨단 기술 환경 속 청소년들의 놀이와 미적 교육 처음의 문제제기를 상기해보자. 아이돌스타가 CF에 등장할 정도로 산업화 된 게임은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에 이르기까지 그것에 빠져들게 만든다. 하 지만 게임 중독은 자발적 주체로서 게임 이용자가 아닌 노예적 차원의 수동성 최창희 영은미술관, 예술경영지원센터를 거쳐, 현재 문화예술공동체를 위한 감성정책연구소를 운영하며 예술을 통한 함께 살기에 대한 정책연구 등을 하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공미술사업 평가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대학에서 미학을 가르치고 있다. mediaaura@hanmail.net
을 강화하는 것으로 이해 가능하다. 그러나 놀이는 다르다. 많은 현대 철학자 들이 놀이로서 ‘유희’ 개념을 주목하는 데에는 그것이 지니는 자율성에 기인한 다. 프리드리히 실러(Friedrich Schiller, 18세기 독일의 극작가이자 철학자)는 그의 저서 『인간의 미적 교육에 관한 편지』에서 “인간은 유희하는 경우에만 완 전하다”라고 하며, 유희를 중심으로 하는 미적 교육을 통해서야 인간의 자율적 상태가 가능하다고 이야기한다. 게임 중독에 대하여 많은 원인 분석과 해결책 을 제시하지만, 궁극적인 개선이 이뤄지고 있지 않은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자본주의사회에서 산업화된 게임은 인간의 자율성을 저해하기 때문일 것이다. 실러에게서 답을 찾아보자.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유희’
* 본 기사는 [아르떼365] 2016년 11월 8일자 뉴스레터에 게재되었습니다.
상태가 가능하게 하는 미적 교육을 통해 현대 첨단 기술 환경 속에서 자라나는 청소년들을 자율적 상태로 존재하게 하는 방법을 모색하여야 한다.
PART 7 아이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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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arte365 기사모음집 발행인
주성혜
발행일
2017년 2월
발행처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기획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대외협력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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