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idging the Gap between Art and Life
If you could depict your life with colors and patterns, what would they be? What kind of painting would be created if you filled the canvas with traces of your everyday life that you would otherwise probably ignore. Take inspiration from the following and think about how to bring art into the monotonous routine of your life.
writer AHN SANGHO얼마 전 다섯 살 난 아이와 한강으로 산책을 나섰다.
손을 잡고 같이 걷던 아이가 무엇을 발견했는지 갑자기
열심히 뛰기 시작했다. 한강공원 편의점 앞에 놓인, 높이
260cm의 기둥이 아주 긴 검은색 목마였다. 아이는 평소에
보지 못했던 신기한 놀이 기구라고 생각했는지 목마의
지지대를 붙잡고 시소를 타거나 그 아래서 빙글빙글
돌면서 숨바꼭질을 하며 깔깔거렸다. 아이가 목마를
타고 싶다고 졸라댔지만, 너무 높아 태울 수는 없었다.
하지만 아이의 톡톡 튀는 웃음소리가 너무도 행복하게
들렸다. 그리고 목마를 지나칠 때마다 웃음의 여운이
맴돌아 목마와 함께한 짧은 시간이 사뭇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 목마처럼 독특한 형태의 조각은 한강공원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는데, 2022 한강조각프로젝트
<낙락유람>에 출품된 작품들이었다. 별생각 없이 지나치던
산책길이 어떤 이에게는 갤러리로, 또 다른 이에게는
신기한 놀이공원으로 변신한 셈이다. 검정 목마는 송지인
작가의 ‘흔들목마’로, 유년 시절의 장난감인 목마와 실제
말, 자연림과 인공 자연인 공원, 이상과 학습되고 현실과
괴리된 이상의 차이를 표현한 작품이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나들목 앞에 자리 잡은 조영철의 ‘파란 사슴’은
3D 모델링한 사슴 모형에 LED 조명을 심어 마치
연말의 일루미네이션 조형 같은 효과를 줬다. 한강을
오가는 젊은 남녀의 인파 속에 오롯이 빛나는 모습이
꽤 설렌 풍경을 연출했다. 예술이 일상의 빛깔을 바꾸는
순간이다. 최근 예술에 대한 높은 관심도 아마 예술이 가진
순기능이 좋은 작용을 했을 거라 생각한다. 같은 시기에
국립현대미술관과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이건희 컬렉션
기념전>이, 코엑스에서는 아트페어인 <프리즈 서울>과 <키아프>가 개최되어 성황을 이루는 것만 봐도 그렇다.
간혹 스스로 그런 형태의 질문을 던졌다. ‘예술이 무엇을
바꿀 수 있을까?’ 지금 돌이켜보면 그 질문의 유효기간은
2000년대까지였다. 예술과 일상의 경계가 확연하던 시절의
이야기다. 그때까지만 해도 예술은 사람의 삶은 담고
있었지만 사람 속에 있지는 않았다. 미술관이나 박물관,
공연장이라는 일상과는 담을 쌓은 공간에 머물러 있었다.
예술과 사람과 일상의 공간이 제각각이었다. 지금은 많은
예술이 세상과 일상을 바꾸고 경계를 허문다. 텍스트와
이미지, 조형과 사운드 등이 전방위적인 형태로 일상
속에 들어온다. 호텔이나 교외의 아웃렛으로 쇼핑을 가서
디자이너 하이메 아욘이 디자인한 정원을 거닐거나 유명
화가의 화폭에 담긴 망원동 선착장의 쓸쓸하면서도 따뜻한
정경을 떠올리며 모래내를 걷는다. 동네 카페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무단복제된 앙리 마티스의 드로잉은 이제
전국의 이발소 벽면을 장식하던 돼지 그림이나 밀레의
만종 모작 같은 것이 됐다. 그 모작 속에서도 예술은
살아 있다. 예술의 형태는 고정된 것이 아니다. 같은
일상 속에서도, 진품이 아닌 모작 속에서도, 같은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면서도 받아들이는 이의 시선과 감성에 따라 예술은 전혀 다른 모습과 형태로 다가온다.
테드TED에서 ‘보는 방법Ways of Seeing’에 관한
강연으로 유명한 랍 포브스는 자신의 저서 <일상이 예술이다>에서 이렇게 말한다. “빛은 종종 뒷문을 통해서 우리에게 다가온다. 배경에서 조명을 받고 있는 간판, 전화, 휴대용 노트북 그리고 LCD는 인테리어 불빛 속에서 물결의 변화를 만들어낸다. 우리가 빛을 인식하고 그 가치를 인정할 때, 빛이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빛의 가장 순수한 형태 속에서 빛에 대해
더 많은 호기심을 갖도록 영감을 주는 것만은 틀림없다.”
MZ세대의 전방위적 활약으로 최근 국내 미술시장이 급부상하고 아트테크 열풍이 분다지만, 예술에 대한 가장
순수한 접근은 여전히 유효하다. 랍 포브스의 말 중 빛을 예술로 바꿔 읽으면 가슴에 더 와닿는 것도 그런 연유일 것이다. “예술은 종종 뒷문을 통해서 우리에게 다가온다. (중략) 우리가 예술을 인식하고 그 가치를 인정할 때, 예술이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예술의 가장 순수한 형태 속에서 예술에 대해 더 많은
호기심을 갖도록 영감을 주는 것만은 틀림없다.”
그것이 일상 속일지라도. N
Advocates of the Art World
For all ages and countries, artists have struggled to continue their career. Regular financial support is essential for artists to further their artistic practice. Behind a great artist is a generous patron who is willing to provide full support. Find out more about art patrons who have significantly contributed to art production by strongly advocating for artists and investing in their artworks.
editor PARK HYUNJUNG혜원 신윤복의 ‘미인도美人圖’.
간송 전형필은 단원 김홍도, 혜원 신윤복을 비롯해 사라질 뻔한
조선 미술품을 한평생 수집했다 © 간송미술문화재단
미국 뉴욕에 있는 근대미술관MoMA은 록펠러
가문의 대표적 문화 메세나의 결과물이다 © Gabriel_Ramos / Shutterstock.com
이중섭의 ‘황소’. 삼성의 창업주 이병철 초대 회장과 이건희 선대 회장은 대를 이어 미술품을 수집해왔다. 리움미술관 소장 © 국립현대미술관
피렌체에 있는 팔라초 메디치 리카르도의 모습. 근대 예술의 부흥기인 르네상스의
배경에는 이탈리아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이 있었다
재능 있는 예술가가 지속적으로 활동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창작에 대한 열망도 중요하지만, 예술 활동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환경부터 갖춰져야 한다.
경제적 부분에서 문화적 인프라까지, 환경은 예술가
혼자 조성하기 어렵다. 역사상 위대한 학자와 예술가
뒤에는 이들을 전폭적으로 밀어주던 후원자가 있었다.
예술의 균형을 이루는 이들을 더러 메세나Mécénat라고
일컫는다.
피렌체에 가야만 하는 이유
14세기 후반부터 이탈리아 피렌체를 중심으로 유럽
여러 나라에서 인간성 해방을 위한 문화 혁신 운동인
‘르네상스Renaissance’라는 새로운 바람이 불었다.
르네상스 사상의 중심에는 무수히 많은 예술가와 학자, 사상가는 물론, 피렌체를 다스린 메디치Medici 가문의
막강한 부와 권력이 있었다.
소규모 은행업으로 시작해 광산, 제조, 보험업 등에서
부를 축적한 메디치 가문은 문화·예술과 공공건물 건립
등을 지원하며 르네상스의 부흥을 이끌었다. 코시모 데
메디치는 피렌체의 문예와 산업을 진흥시키고, 이탈리아
르네상스기에 교육과 예술, 건축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위대한 자(Il Magnifico)’라고 불린 로렌초 데 메디치는
학교를 설립하고 레오나르도 다빈치, 보티첼리, 베로키오
등 당대 뛰어난 예술가들이 후원을 받도록 도왔다. 또
어린 미켈란젤로의 재능에 감명받아 양자로 삼고 메디치
리카르디 궁전에서 비서 역할을 맡기기도 했다.
3세기 동안 피렌체의 권력자이자 르네상스 예술의 대표적
후원자였던 메디치 가문은 대가 끊겨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그들의 유산은 피렌체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마지막 후계자 안나 마리아 루이사 데 메디치는 1743년
사망하면서 가문이 소장하고 있던 모든 예술품을 피렌체
밖으로 반출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시에 기증했다.
지금도 메디치 가문의 문화적 자산을 보기 위해 수많은
관광객이 피렌체를 찾는다.
현대미술 불모지에 세운 미술관
문화와 예술에 대한 지원 활동이나 지원자를 일컫는
메세나는 문화·예술 후원의 대명사 가이우스
마에케나스Gaius Cilnius Maecenas에서 비롯했다.
미국 체이스 맨해튼 은행The Chase Manhattan Bank의
회장이자 록펠러 가문의 수장 데이비드 록펠러David
Rockefeller가 1967년 기업의 사회 공헌 예산 중 일부를
문화·예술 분야에 할당하자고 건의, 이를 계기로 미국
기업예술후원회가 발족하면서 메세나라는 용어가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록펠러 가문은 메디치 가문에 비견될 정도로 사회 환원과
후원에 적극적이었다. 록펠러 가문의 창업주인 석유왕
존 D. 록펠러 1세는 시한부 인생을 통보받은 후 남은 삶을
이웃과 나누는 삶에 쏟아부었다. 1913년 록펠러 재단을
세워 고아원과 도서관을 설립하고, 교육·의학·과학 분야의
연구를 지원했다. 록펠러 가문의 대표적 문화 메세나로는
미국 뉴욕에 있는 근대 미술관Museum of Modern Art이다. 존 D. 록펠러 2세의 부인 애비 올드리치는 친구
2명과 1929년 11월 7일 고흐와 고갱, 세잔, 쇠라 4인을
근대미술의 아버지라고 소개하는 개관전을 개최했다.
‘월스트리트 대폭락’ 9일 만이었으나 5주간 관람객
5만 명이 방문하면서 대성공을 거뒀다. 1939년 록펠러
2세가 미술관 부지와 후원금을 지원했고, 지금까지 대를
이어 미술품 기증과 후원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골동품을 모으는 백만장자
로렌초 데 메디치가 책 사냥꾼까지 고용해 고대 그리스
서적을 수집했다면, 한국 미술사에서는 간송 전형필을
빼놓을 수가 없다. 10만 석 지기의 아들로 태어난 간송은
23세에 위창 오세창을 만나면서 전 재산을 털어 곳곳에
흩어져 있던 우리 문화재를 수집했다.
위창은 사라져가던 조선의 서예와 서화를 수집하고
보존해 책으로 엮어낸 인물이다. 간송은 위창이 펴낸
<근역화휘>와 <근역서화징>으로 문화재 보는 눈을
길렀다. 겸재 정선의 ‘인곡유거’를 시작으로 일본인의
손에 흘러 들어가거나 훼손될 위기에 처한 우리
문화재를 수집했다. 간송은 길바닥에 굴러다니는
그릇과 다 찢어져 너덜거리는 그림을 시세보다 비싼
값을 치르며 사들였다. 그리고 구매한 값보다 더 비싼
돈을 들여 복원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렇게 모은
문화재로는 청자상감포류수금문정병(국보 제66호), 청자상감운학문매병(국보 제68호) 등이 있었다.
간송은 수집한 문화재를 보관, 연구하기 위해 1938년
서울 한복판에 한국 최초의 사립 미술관 보화각葆華閣을
설립한다. 1940년대 들어 간송은 <훈민정음 해례본>
(국보 제70호)과 혜원 신윤복의 <혜원전신첩>(국보
제135호) 등 해외로 반출되었거나 될 뻔한 문화재를
사들였다. 1962년 간송이 갑작스럽게 사망한 후 후손은 한국민족미술연구소를 세워 수장품을 체계적으로
연구했으며, 1971년 가을에는 보화각의 이름을
간송미술관으로 바꾸고 대중에게 소장품을 공개하기 시작했다.
대를 이어온 미술품 사랑
국내에서 메세나 활동을 가장 많이 하는 재단은 단연
삼성문화재단(현 삼성재단의 시초)이다. 삼성그룹의
창립자 고 호암 이병철 초대 회장은 문화 복지 사업을
위해 10억원 상당의 주식과 33만여 ㎡의 부동산을 출연해
1965년 2월 삼성문화재단을 설립했다. 삼성문화재단은
호암미술관과 삼성미술관 리움Leeum, 악기은행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병철 회장은 고미술품에 조예가 깊은 수집광으로, 30년에 걸쳐 한국 미술품 1200여 점을 모았다.
그는 “긍지 없는 민족은 얼굴 없는 민족과 같다”며 문화재의 중요성을 피력해왔다. 삼성문화재단은
이병철 회장이 수집한 국보급 문화재와 미술품을
보관하고 누구나 쉽게 볼 수 있게끔 전시하기 위해
1982년 호암미술관을 개관했다.
이병철 회장의 수집 열정은 고 이건희 선대 회장에게
그대로 이어졌다. 이건희 회장은 값을 따지지 않고
작품을 구입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건희 회장의 유족이
국립박물관에 기증한 미술품은 총 2만3000여 점. 그중에는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국보 제216호), 단원 김홍도의 ‘추성부도’(보물 제1393호), ‘고려 천수관음보살도’
(보물 2015호) 등 지정문화재 60건도 포함되어 있다.
삼성문화재단은 올해 3월부터 1년간 안중근 의사의
가족사진첩 1점과 유묵 2점 등의 보존 처리를
리움미술관을 통해 지원하고 있다. 리움미술관은
내년 3월까지 유물의 보존 작업을 마치고
‘안중근의사숭모회’에 인계할 예정이다. N
- late Samsung chairman Lee Kun-hee, excerpt from the congratulatory address at the opening ceremony of Leeum Museum of Art in 2004.
“Even though it takes a tremendous amount of time and money to collect and preserve cultural assets and artworks, this is our mission to meet the demands of the times for the future of humanity and human culture.”
Seoul, the Newest Global Art Hub
Korea’s soft power has seen explosive growth since the late 1990s, raising Korea's cultural influence to a different level as a worldwide phenomenon. Seoul, home to many powerful galleries, prestigious museums, talented artists and amazing art collectors, is now replacing Hong Kong as Asia’s art hub. Benefiting from the current boom in the art market with its strong networks, Seoul has emerged as a global epicenter of art and culture.
editor PARK HYUNJUNG세계 4대 아트 도시로는 대부분 뉴욕, 파리, 런던, 홍콩 네 곳을 떠올린다. 하지만 홍콩이 정치적 상황이 불안정해지면서 글로벌 기업과 예술계는 아시아-태평양
시장을 대표할 새로운 도시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범세계적인 소프트파워를 자랑하는 서울은 매력적인 대체재로 급부상했다. 홍콩이 그러했듯, 세계 유수의 갤러리가 서울에 분점을 내고 있다. 세계 3대 아트페어 <프리즈Frieze>는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서 <프리즈 서울>을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2022년 예술계에서 가장
뜨거운 도시 서울에서 둘러볼 만한 메가 갤러리를 톺아본다.
팀랩 개인전
Inevitability of Alignment;
cooperation Pace Gallery (82 2 790 9388) Lehmann Maupin (82 2 725 0094) Thaddaeus Ropac (0507 1444 1760) Peres Project (82 2 2233 2335) Perrotin Dosan Park (82 2 545 7978)
페이스 갤러리
페이스 갤러리Pace Gallery는 한남동 갤러리
디스트릭트Gallery District의 대표 주자다. 1960년
미국 뉴욕에서 출발한 페이스 갤러리는 뉴욕, LA, 런던, 홍콩 등 9곳에 분점을 둔 메가 갤러리다. 2017년부터는
이태원에 전시 공간을 개관했다가 지난해 5월 한남동으로
옮겨 운영 중이다. 설립 초기부터 추상표현주의와 빛, 공간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예술가를 지원해왔으며, 알렉산더 칼더Alexander Calder와 바버라 헵워스Barbara
Hepworth, 마크 로스코Mark Rothko 유족 및 재단과도
수십 년간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페이스 갤러리 서울은 12월 24일까지 인터랙티브 디자인 그룹 팀랩teamLab의
전시 <Massless Suns>를 열고 있다. 11월에는 미디어
아티스트 트레버 페글렌Trevor Paglen의 전시로 찾아올 예정이다.
리만머핀
1996년 뉴욕에 설립된 리만머핀Lehmann Maupin은
전도 유망한 작가를 소개하는 세계 최정상급 갤러리 중
하나다. 지난 2017년 안국동 작은 공간에 서울 갤러리를
열고, 서세옥과 서도호, 이불 등의 작품을 한국 현대미술의
중요 작가를 세계시장에 선보여왔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빌리 장게와Billie Zangewa의
개인전을 끝으로, 안국동 공간에 이별을 고한 리만머핀은
지난봄 한남동으로 확장 이전했다. 리만머핀은 래리
피트먼Lari Pittman, 톰 프리드먼Tom Friedman, 캐서린
오피Catherine Opie, 맥아서 비니언McArthur Binion의
작품을 차례로 소개했으며, 11월 화가 이근민과 소속
작가 맨디 엘-사예Mandy El-Sayegh의 2인전을 선보일
예정이다.
타데우스 로팍 유럽에서 영향력 있는 갤러리 중 한 곳인 타데우스
로팍Thaddaeus Ropac은 지난해 10월 아시아 최초의
전시장으로 한남동을 찾았다. 포트힐 건물 2층에 자리
잡은 전시장은 양태오 디자이너가 공간을 연출했다.
길버트 앤 조지Gilbert and George, 아드리안 게니, 알렉스
카츠Alex Katz 등의 전시를 개최해온 타데우스 로팍은
서울에서 처음 선보일 작가로 20세기 후반 독일 예술에
큰 역할을 한 게오그르 바젤리츠Georg Baselitz를 택했다.
지난달 22일까지 안젤름 키퍼Anselm Kiefer의 신작
회화를 선보였으며, 제1차 세계대전 이후의 다다이즘을
계승한 20세기 미술의 거장 로버트 라우센버그Robert Rauschenberg의 전시 <Copperheads 1985/1989>를
11월 3일부터 진행한다.
페레스프로젝트
독일 베를린에 기반을 둔 페레스프로젝트Peres Project는
지난 4월 서울신라호텔 지하 1층 아케이드에 아시아
첫 분점을 열었다. 변호사 출신 갤러리스트 하비에르
페레스Javier Peres가 2002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처음 설립한 페레스프로젝트는 독일 베를린으로 이주해
다채로운 활동을 하고 있다. 올해 20주년을 맞이한
페레스프로젝트는 독특하고 신선한 작가의 작품을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라파 실바레스Rafa Silvares, 딜런 솔로몬 크라우스Dylan Solomon Kraus, 레베카
애크로이드Rebecca Ackroyd의 작품을 소개했으며, 12월 2일까지 베일로 히메네즈Bayrol Jiménez의 개인전을 열고 있다.
페로탕
서울에 가장 먼저 가지를 드리운 해외 갤러리는 프랑스계
글로벌 갤러리 페로탕Perrotin이다. 페로탕 갤러리는
파리, 홍콩, 뉴욕, 도쿄 등 7개 도시에 분점을 두고 있다.
2016년 4월 페로탕이 둥지를 튼 곳은 오랜 역사와 수많은 갤러리가 밀집한 삼청동. 세계적인 아트페어 <프리즈
>의 서울 전시 개막에 앞서, 올해 8월 2호점 페로탕 도산파크를 추가 오픈했다. 페로탕은 정창섭, 박서보, 김종학, 이배 등과 전속 작가 계약을 맺고 국제 무대에 소개했다. 페로탕 도산파크는 개관전으로 영국계 미국 작가 엠마 웹스터Emma Webster의 국내 첫 개인전 <ILLUMINARIUM>을 선보였다. 11월 중에는 일본의 새로운 도자 예술을 대표하는 작가 오타니 워크숍Otani Workshop의 전시를 개최할 예정이다. N
A New Impetus for Change in Life
A hotel with great art awakens your inner artist by providing new experiences that allow you to escape from the mundane moments of everyday life. Here are art-centric hotels that highlight local artwork and museum-quality pieces, hoping to attract a new breed of clients who want to be surrounded by art in all forms.
editor CHOI YUNJUNG중국 및 세계 예술가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호텔 에클라 베이징
Hotel Éclat Beijing
호텔 에클라 베이징
호텔 에클라 베이징Hotel Éclat Beijing은 중국 베이징
스카이라인에 위치한 랜드마크로, 세련된 객실 100여
개와 박물관 수준의 현대 예술을 경험할 수 있는 부티크
호텔이다. 호텔 곳곳에는 살바도르 달리, 앤디 워홀, 피에르
매터Pierre Matter, 쩡판지Zeng Fanzhi, 웨민쥔Yue
Minjun 등 세계적 예술가의 작품 100여 점을 로비와 객실
등 곳곳에 비치해놓았다. 호텔 로비를 지나며 살바도르
달리의 황금색 조각 작품과 피에르 매터의 청동 조각
작품을 감상하고, 아시아 및 세계 각국의 요리를 제공하는
조지 레스토랑에서는 앤디 워홀의 초상화 ‘마릴린 먼로’를
바라보며 식사하는 등 온종일 예술을 향유하는 특별한
시간을 만끽할 수 있다.
르 네그레스코에선 루이 14세 초상화 등 다양한 예술 컬렉션을 만날 수 있다. © Gregoire Gardette HD
르 네그레스코
프랑스 니스의 영국인 산책로 거리에 위치한 르
네그레스코Le Negresco는 1913년 앙리 네그레스코가
설립한 호텔이다. 이후 1957년 장-밥티스트 미나주JeanBaptiste Mesnage가 르
고풍스러운 분위기 덕에 영화 촬영지로도 인기 높은 르 네그레스코
© Gregoire Gardette HD
네그레스코
호텔을 인수했는데, 그의 딸 잔 오지에Jeanne Augier의 손길을 거쳐 고전 및
현대미술의 모자이크와 함께 예술 컬렉션 6000여 개를
갖춘 박물관 호텔로 거듭난다. 객실 102개와 스위트룸
26개는 각각 루이 13세 시기부터 현대 프랑스 미술까지
다양한 영감을 받아 제작된 가구로 꾸며놓았다. 이곳에는
루이 14세, 루이 16세, 나폴레옹 3세의 초상화를 비롯해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흉상과 프랑스 조각가 니키 드
생팔의 작품 ‘Nana Jaune’을 소장하고 있다. 그중 궁정화가
이아생트 리고Hyacinthe Rigaud가 그린 루이 14세의 초상화 세 점 중 두 점은 베르사유 궁전과 루브르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살바도르 달리, 루이 암스트롱, 비틀스 등 유명 인사들이 여름휴가를 위해 찾았으며, 고풍스러운 분위기 덕분에 영화 촬영지로도 인기가 높다.
In a museum hotel, you can take your own tour of the awe-inspiring artwork on display during your stay. A veritable art gallery in its own right, the hotel offers an opportunity to enjoy contemporary art masterpieces by internationally recognized artists.
호텔 아츠 바르셀로나
호텔 아츠 바르셀로나Hotel Arts Barcelona는 바르셀로나
올림픽 포트 지역 해안가에 위치해 있다. 탁 트인 전망을
자랑하는 이 호텔은 세계적 건축가 브루스 그레이엄이
디자인했으며, 노출 스타일의 유리와 강철로 지은 44층
규모의 고층 빌딩이다. 지중해를 마주한 워터 프런트
호텔로, 객실 455개와 럭셔리 펜트하우스 28개를 갖추고
있으며, 현대적 디자인과 카탈루냐 및 스페인 현대
예술가의 인상적인 작품 컬렉션이 조화를 이룬다.
호텔 아츠 바르셀로나는 마드리드의 대표 아트 갤러리
위컬렉트We Collect와 제휴해 유럽의 신진 예술가를
조명한다. 지난 7월 호텔 내에 위컬렉트 갤러리를 새롭게
열고, 바르셀로나 출신 아티스트 알렌 사스트레Alan
Sastre의 개인전을 포함해 아트 컬렉션 500여 점을
선보이며 미술 애호가에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독점적
기회를 제공했다. 또 위컬렉트는 호텔 아츠의 가장 큰
객실 중 하나인 시그너처 스위트Signature Suite를 전시
공간인 아트 스위트 바이 위컬렉트Art Suite by We
Collect로 개조해 호텔 아츠에서만 감상할 수 있는 국내외
갤러리 위컬렉트와 제휴해 유럽의 신진 예술가를 조명하는 호텔 아츠 바르셀로나 © Hotel Arts Barcelona
아티스트의 작품을 3개월마다 새롭게 설치한다. 30층에
위치하며 규모가 180m2(약 54평)를 넘는 아트 스위트 바이 위컬렉트에서 편안함과 화려한 바다의 풍경, 엄선된
예술 작품을 모두 만끽해보면 어떨까. 올 9월 중순부터
11월 중순까지 아트 스위트 바이 위콜렉트를 예약하면, 독일 뒤셀도르프 출신의 아티스트 로맹 블랑크Romain
Blanck의 강렬한 작품과 어우러진 공간에서 머무를 수 있다.
cooperation Hotel Éclat Beijing (www.eclathotels.com/beijing) Le Negresco (www.hotel-negresco-nice.com)
Hotel Arts Barcelona (www.hotelartsbarcelona.com) 21C Museum Hotels (www.21cmuseumhotels.com) © Hotel Arts Barcelona
21세기 뮤지엄 호텔
21C 뮤지엄 호텔21C Museum Hotels은
켄터키주Kentucky의 자선가이자 예술 수집가 로라 리
브라운Laura Lee Brown과 스티브 윌슨Steve Wilson이 시골 농장 지대의 무분별한 개발로 어려움에 처한 자신의
고향을 되살리려는 아이디어에서 탄생했다. 부티크 호텔과
셰프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을 결합한 현대미술관인 21세기 뮤지엄 호텔은 단순한 숙박 장소라기보다는 이름 그대로
21세기의 신진 예술가와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예술가의
현대 예술 작품을 선보이는 곳으로, 미국 남부 특유의
따듯한 환대와 전담 셰프가 만드는 요리의 창의성을
경험할 수 있다. 루이스빌, 루이빌, 신시내티, 시카고 등
9개 지역에 호텔을 오픈했는데 그중 루이스빌 웨스트 메인 스트리트에 자리한 호텔 외관은 멀리서부터 눈에 띈다.
튀르키예 출신 미국인 예술가 세르칸 외즈카야Serkan
Özkaya가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상’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원작의 두 배 크기의 조각 작품이 가장 먼저 호텔 숙박객을 맞는다.
내부로 들어가면 레스토랑 프루프 온 메인Proof on Main의 벽에 설치된 생동감 넘치는 설치 작품과 뉴욕
기반의 아티스트 듀오 조나 프리먼Jonah Freeman과
저스틴 로우Justin Lowe의 작품 ‘Asleep in the Cyclone’이 호텔 객실에 비치되어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또 전시 공간을 별도로 갖춘 박물관인 21세기 뮤지엄
호텔은 예술의 글로벌 특성을 반영하는 선별된 전시회와
장소별 설치 작품을 선보인다. 루이빌에서는 불확실성이
만연한 시대에 삶의 의미와 목적을 찾으려는 취지의
전시 <Still, Life! Mourning, Meaning, Mending>이
오는 12월까지 열린다. N
In a Melting Pot of Art and Culture
<아트바젤 2022> 모습 © Art Basel
Art Basel
세계에서 규모가 가장 큰 아트페어는 스위스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인 바젤에서 매년 6월에 열리는
<아트바젤Art Basel in Basel>이다. 1970년 10개국의 갤러리 90곳이 모여 전시를 연 것에서 비롯한
<아트바젤>은 홍콩과 마이애미에서도 각각 3월과 12월에 행사를 개최한다. <아트바젤>은 규모가 가장
큰 아트페어임과 동시에 글로벌 트렌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관찰하기 좋은 아트페어’다. 그림뿐
아니라 조각, 비디오 작품,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르의 현대미술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아트바젤>은
메인 섹터인 ‘갤러리즈Galleries’를 필두로 본격적인 행사가 개최되기 전날 라인강 주변 야외 공간에서
진행하는 ‘파쿠르Parcours’와 장내 대형 설치 작품을 전시하는 ‘언리미티드Unlimited’ 등으로 나누어
열린다. 올해 <아트바젤>에는 유럽, 북미, 아시아, 아프리카 등 40개국의 갤러리 289곳이 참가했다.
<아트바젤>에 참가하지 못한 중소 화랑은 행사가 열리는 동안 핫 아트페어Hot Art Fair, 볼타 쇼Volta NY 등 ‘위성 페어’를 개최해 도시 전체가 예술의 장으로 변신한다. <아트바젤>은
지난 10월 프랑스 파리에서 <아트바젤 파리+>를 개최하면서 봄(홍콩), 여름(바젤), 가을(파리),
겨울(마이애미 비치)의 사계절 라인업을 완성했다.
Where is the best place to have a closer look into the past, present and future of art? From non-professional art aficionados and novice collectors to investors and art world insiders, everyone involved or interested in art is sure to visit art fairs to explore their artistic side and get a more comprehensive view of the art market.
PARK HYUNJUNG<프리즈 런던 2022> 모습 © Frieze
Frieze Art Fair
지난 9월 <한국국제아트페어(KIAF)>와 함께 개최된 <프리즈 서울Frieze Seoul>의 영향으로 ‘프리즈’의
이름을 각인한 이들이 많을 것이다. <아트바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프리즈 아트페어Freize Art
Fair>는 역사가 비교적 짧은 신생 아트페어다. 영국 런던의 미술 잡지 <프리즈>의 발행인 어맨다 샤프와
매슈 슬로토퍼는 2003년 런던 리전트 파크에서 갤러리 120여 곳과 <프리즈 아트페어>를 열었다. 매년
10월마다 런던에서 개최하는 <프리즈 런던>과 함께 2012년 뉴욕, 2019년 LA, 2022년 서울로 영역을
넓혀 글로벌 미술시장을 휩쓸고 있다. <프리즈>는 신인부터 명성 있는 작가의 작품이 출품되는 ‘프리즈
아트페어’와 고전 작품 및 20세기 거장의 작품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프리즈 마스터스’로 나뉜다. 올해는
글로벌 갤러리 160여 곳이 참가했으며, 스포트라이트 섹션에는 여성 예술가에 초점을 맞췄다. 행사장 밖
리전트 파크에서 대형 조각 작품 19편을 전시하는 ‘프리즈 스컬프처’도 인기 있는 섹션이다. 이 시기에는 <프리즈 아트페어>의
<아모리쇼 2022> 전경 © Armory Show
Armory Show
세계 최초의 아트페어는 미국 뉴욕의 <아모리쇼Armory Show> 다. 미국 최초의 아트페어이기도 한
<아모리쇼>는 1913년 미국작가협회(AAPS)에서 만든 국제 현대미술 전시회로, 한 달가량 뉴욕시의 한
무기고에서 열렸다. 당시 프랑스 파리를 벗어나 새로운 활력을 얻고자 한 수많은 예술가가 <아모리쇼>에
출품했으며, 폴 세잔과 클로드 모네, 파블로 피카소, 빈센트 반 고흐 등이 이 아트페어를 통해 미국에
소개되었다. 미국 작가의 미술품 약 1000점과 유럽 작가의 미술품 500여 점이 전시된 이 행사는 19세기
미술과 구분되는 20세기의 비전을 제시한 일종의 ‘사건’이었으며, <아모리쇼>를 기점으로 미국의
현대미술사는 크게 바뀌었다. 당시의 <아모리쇼>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으나, 1994년 시작된
<그래머시 국제 미술박람회> 의 규모가 커지면서 1999년 <아모리쇼>로 이름을 바꿨다.
올해 <아모리쇼>는 지난 9월 8일부터 11일까지 열렸으며, 갤러리 247곳이 참여했다. 이번 전시에는
매년 2회 개최하는 <인디펜던트 아트페어Independent New York>, 종이 작업을 선보이는 <아트 온
페이퍼Art on Paper>, 독립 예술가를 위한 <클리오 아트페어Clio Art Fair> 같은 ‘위성 페어’도 함께해
뉴욕 아트위크를 뜨겁게 달궜다.
<아트021 상하이> 전경 © ART021
Shanghai Art Fairs
최근 아트페어는 급변하고 있다. 세계 3대 아트페어로 꼽히던 <피악FIAC>이 행사장으로 사용하던
그랑팔레를 <아트바젤>에 빼앗기면서 페어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고, 신진 작가의 작품을 원하는 젊은
컬렉터의 약진으로 소규모 아트페어에도 눈길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런던 사치 갤러리Saatchi Gallery의
<스타트 아트페어StART Art Fair>, 30년 전통을 가진 <아웃사이더 아트페어Outsider Art Fair> 등
‘위성 페어’도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올해 열리는 아트페어 가운데 주목할 곳은 <웨스트번드 아트 앤
디자인West Bund Art & Design>과 <아트021 아트페어ART021 Art Fair>다. 11월 중순 중국 상하이에서
함께 열리는 두 아트페어는 상하이의 화랑과 미술관을 발전시키려는 공동의 목표를 세웠다. 2014년
설립한 <웨스트번드 아트 앤 디자인>은 중국 본토에서 개최하는 가장 크고 권위 있는 미술 전시회로, 상하이의 블루칩 갤러리를 모아 연 부티크 아트페어다. 중국 유일의 국가 규모 예술제인 <중국 상하이 국제
예술제>에 공식 포함된 <아트021>은 2013년 젊은 컬렉터가 모여 결성했다. 상하이의 지역번호인 021에서
이름을 딴 이 아트페어는 보다 젊고 상업성이 짙은 작가군을 선보여 색다른 자극을 원하는 컬렉터를
끌어모으고 있다. N
Explore Contemporary Art in UK
Awash in art, London is home to the thriving contemporary art scene. Get a glimpse of the London art world with its rich artistic heritage and explore the city’s must-visit art galleries and treasures.
writer CHOI YUNJUNG런던 테이트모던의 내부 전시 전경 © Gimas / Shutterstock.com
1980년대 데이미언 허스트가 주축이 되어 기획한 전시
<프리즈Freeze>부터 1990년대 후반 단어 그대로 전
세계에 충격을 준 전시 <센세이션Sensation>, 세계적 미술 축제로 자리매김한 <프리즈 아트페어Frieze Art Fair>까지 영국 현대미술의 역사는 흥미로움으로 가득하다.
현대미술의 중심지가 된 영국 미술의 배경과 더불어 런던에서 꼭 가보면 좋을 갤러리를 소개한다.
영국 현대미술의 성공 요인
영국 현대미술의 성공을 논할 때 ‘yBa’를 빼놓을 수가
없다. ‘young British artists’의 줄임말로, 1980년대 말
이후 등장한 영국의 젊은 미술가를 지칭하는 용어다.
현대미술가 데이미언 허스트, 마크 퀸 등이 이에 속하는데, 대다수가 골드스미스 런던대 출신이다. 기존의 회화라는
틀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재치 넘치는 표현으로 주목받으며
영국 현대미술의 중심으로 급부상했다. yBa는 자신들의
전시를 준비했는데, 1988년 데이미언 허스트가 졸업을
앞두고 기획한 <프리즈>와 <센세이션>의 유명세와
더불어 컬렉터 찰스 사치의 후원은 yBa의 국제적 인지도를
높였다. 또 화이트 큐브White Cube, 안토니 윌킨슨
갤러리Anthony Wilkinson Gallery 등 새로운 갤러리가
문을 열며 이들의 작품을 선보였다. 데이미언 허스트, 더글러스 고든, 질리언 웨어링 등 yBa가 영국 최고 권위의
현대미술상 ‘터너상’ 수상의 영광을 차지했다. 이들이
다닌 골드스미스 런던대는 yBa를 탄생시킨 모태로, 마이클 크레이그-마틴Michael Craig-Martin의 지도하에
자신의 작품 세계를 펼치며, 전 세계에 도발적인 시도로
강렬한 눈도장을 찍었다. 1990년대 yBa를 이끈 작가들이 골드스미스 런던대를 나왔다면, 2000년 이후 포스트 yBa 작가 대부분은 영국왕립예술학교(RCA) 출신이다.
미술과 건축 등으로 유명한 RCA 출신에는 트레이시 에민, 데이비드 호크니, 헨리 무어 등이 있다.
한편 2003년 런던에서 시작한 <프리즈 아트페어>는
영국 현대미술과 세계 미술의 지형도에 큰 변화를
일으켰다. 현대미술 전문지 <프리즈Frieze>를 출판해온
어맨다 샤프Amanda Sharpe와 매튜 슬로토버Matthew
Slotover가 2003년 창설한 <프리즈 아트페어>는 소수
컬렉터뿐 아니라 다수의 미술 애호가가 즐겨 찾는 세계
3대 아트페어 중 하나다. 여기에 1990년대 말부터 10여
년간 영국 경제의 부흥과 함께 정부의 공공 미술관 및
미술 산업 장려 정책 덕분에 런던은 전 세계에서 찾아오는
현대미술의 중심에 설 수 있었다.
런던에서 꼭 가봐야 할 예술 공간
테이트 모던 2000년 런던 템스강 부근 화력발전소를
현대미술관으로 개조한 테이트 모던Tate Modern은
매년 약 600만 명이 방문하는 런던의 랜드마크 중
하나다. 스위스 건축가 자크 헤르조그Jacques Herzog와
피에르 드 뫼롱Pierre de Meuron이 지은 벽돌로 된 건물
가운데에는 높이 99m의 거대한 굴뚝이 솟아 있는데, 꼭대기에 반투명 패널을 활용해 등대처럼 빛나도록 했다.
내부에 들어가면 테이트 모던의 상징인 루이스 부르주아와
올라푸르 엘리아손Olafur Eliasson을 비롯한 예술가들이
작품을 설치한 터빈홀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지난 2003년
올라푸르 엘리아손은 작품 ‘날씨 프로젝트The Weather Project’에서 터빈홀의 천장을 거울로 덮고, 전구 수백 개를 활용, 인공 태양을 설치해 환경의 소중함을 일깨웠다. 길이
155m, 너비 23m, 높이 35m에 이르는 터빈홀은 전시 외에
강연과 공연 등 다양한 행사를 여는 장소로도 활용된다.
모던 아트와 인더스트리얼 건축의 역동적 컬래버레이션을
이루는 이곳에서 라이브 아트를 감상하고, 10층 전망대로
올라가보자. 템스강과 이를 가로지르는 보행자 전용의
밀레니엄 브리지가 세인트폴 성당과 어우러져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런던의 전경을 담을 수 있다.
테이트 모던은 파블로 피카소, 에밀리 카메 킁와레예Emily
Kame Kngwarreye, 제니 홀저Jenny Holzer 등 1900년대
초반의 모더니즘에서 현대미술까지 다양한 장르의 예술
작품을 보유하고 있다. 또 2023년 8월 28일까지 일본
현대미술가 야요이 쿠사마의 전시 <야요이 쿠사마:
인피니티 미러 룸스Yayoi Kusama: Infinity Mirror
Rooms>를 연다. 형형색색 LED 조명을 이용한 미러
룸에서 삶의 찬란함을 담은 전시로, 2012년 테이트
모던에서 열린 그녀의 회고전에서 선보인 거대한
설치 작품 ‘Infinity Mirrored Room – Filled with the Brilliance of Life’를 만날 수 있다.
사치 갤러리 세계적인 미술품 컬렉터 찰스 사치Charles Saatchi가 1985년 런던에 세운 사치 갤러리Saatchi
Gallery는 영국 미술 발전에 견인차 역할을 한 현대미술
갤러리다. 런던 북부에서 시작해 여러 지역을 거쳐 현재
첼시에 자리하고 있다. 사치는 영국 젊은 작가의 작품을
수집하며 세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컬렉터가 되었다.
런던의 미술 대학 졸업전을 순례하며 청년 작가의 작품을
구입했는데, 데이미언 허스트와 그의 동료들이 기획한
전시 <프리즈>가 대표적 예다. 알려지지 않은 신진
작가나 저평가된 중견 작가의 작품을 후원하며 자신의
예술에 대한 열정을 지속적으로 드러냈다. 사치 갤러리는
한국 동시대 미술을 전 세계에 알리는 전시회 <코리안
아이Korean Eye> 2009, 2010, 2020을 개최하기도
했다. 한편 이곳에서는 동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흑인
패션 포토그래퍼의 예술과 패션의 경계를 오가는 사진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 <The New Black Vanguard>가
10월 28일부터 2023년 1월 22일까지 열린다. 캠벨
애디Campbell Addy, 퀼 레몬Quil Lemons, 다니엘
오바시Daniel Obasi 등 흑인의 몸과 삶을 주제로 예술과
패션을 재구성한 창조적 결과물을 확인함과 동시에 흑인
초상화의 새로운 미학을 탐구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London is a real treat for art lovers. No visit to London is complete without checking out its fantastic selection of museums and galleries. Discover the cultural delights of London with an art-themed tour, see iconic works of art and learn about their history to satisfy your cultural cravings.
화이트 큐브 1993년 세계적인 갤러리스트 제이
조플링Jay Jopling이 런던 세인트 제임스에 개관한
화이트 큐브White Cube는 ‘1인 1전시’를 원칙으로
삼는다. 조플링은 1980년대 후반부터 데이미언 허스트를
비롯해 동시대 젊은 작가와 교류하며 트레이시 에민, 샘
테일러우드Sam Taylor-Wood 등 yBa를 알린 갤러리로도
유명하다. 이후 2011년 런던 동쪽에 있는 버몬지에 창고
건물을 개조해 새로운 공간을 오픈했다. 영국의 젊은
예술가 그룹 yBa, 안토니 곰리, 데이비드 하몬, 박서보
등이 소속되어 있다.
이 외에 런던에는 영국의 아트 딜러 니콜라스 록스데일이
1967년 설립한 ‘리슨 갤러리’, 건축 프로젝트 서펜타인
파빌리온으로 유명한 ‘서펜타인 갤러리’ 등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갤러리가 포진해 있다. 또 아트 마켓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소더비’와 ‘크리스티’ 경매 프리뷰 현장을
찾아보는 것도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영국 현대미술의 역사를 되새기며 런던의 갤러리를
탐방하는 아트 투어로 몸과 마음을 충전해보자. N
화이트 큐브 © cktravels.com / Shutterstock.com
WHERE EVERY MOMENT LASTS
FEEL THE AUTUMN
Autumn is in full swing with golden fields of reeds, colorful fall foliage and gorgeous sunset glow. Seize the fleeting moments and embrace the beauty of autumn.
editor JUN SUNHYE가을 감성을 캔버스에 담다
감성이 충만해지는 계절, 가을이다. 서울신라호텔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아트
클래스가 포함된 ‘어텀 힐링 아트Autumn Healing Art’
패키지를 선보인다. 이 패키지에 포함된 아트 클래스는
‘가을’이라는 특별한 계절을 온전히 즐길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서울신라호텔에서 꼭 방문할 곳으로 손꼽히는
한적하면서도 아름다운 자연을 만날 수 있는 ‘산책로’와
‘팔각정’에서 가을 계절감을 오롯이 느끼며 아트 클래스가
펼쳐진다. 맑은 하늘과 붉게 물드는 나뭇잎을 배경 삼은
공간은 색다른 아트 스튜디오가 된다. 아트 클래스는
체크인 당일 16시 30분부터 약 1시간 30분가량 진행된다.
먼저 산책로를 천천히 거닐며 마음에 드는 낙엽, 솔방울
등을 모아 메모리즈 힐로 돌아와 수집한 소재를 사용해
캔버스 위에 유화 물감과 함께 나만의 작품을 만든다.
선선한 바람과 상쾌한 공기를 편안하게 즐길 수 있어
힐링의 시간을 선사한다.
간단한 선 그리기부터 색을 칠하는 과정에서 정서적
안정감을 얻을 수 있고, 심리적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어 미술과 관련된 활동은 직장인과 성인 사이에서
꾸준한 인기를 끈다. 서울신라호텔은 지난해 튜토리얼
영상을 통해 그림 그리기를 포함한 패키지를 출시해
큰 인기를 얻었다. 이번 가을에는 엔데믹을 맞아 대면
수업으로 전환해 선보인다. 복잡한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자연에서 얻은 소재로 자유롭게 그리다 보면 마음이
편해질 수 있으며, 도심 속에서도 쉽게 힐링할 수 있는
순간을 만들고자 기획한 이번 상품은 취미 미술 수업 전문
‘마이팔레트’와 함께해 전문 강사의 설명대로 따라 하다
보면 어느새 나만의 작품이 완성된다.
‘어텀 힐링 아트’는 디럭스 룸 1박 기준, 아트 클래스
참여(2인, 만 13세 이상), ‘마이팔레트’ 스튜디오 프리미엄
클래스 할인권 2매, 체련장Gym 및 실내 수영장 입장
혜택이 제공되며, 11월 19일까지 매주 금·토요일에
진행된다.
THE SHILLA SEOUL is offering an art class to enrich your cultural experience during your stay at the hotel. Take a leisurely stroll along the ‘Walking Trail’ and capture the charm of the season on the ‘Memories Hill’ where an art class takes place.
THE SHILLA JEJU is offering its ‘Awesome Moments’ package for travelers seeking a relaxing staycation in a private environment. Immerse yourself in the romantic autumn night vibes and enjoy the ‘In Room Delight Moments’ benefit in the comfort of your room.
객실에서 즐기는 가을밤의 낭만
완연한 가을이 찾아와 제주 여행을 즐기려는 여행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제주로 향하는 많은 사람의 여행 스타일은 저마다 다르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즐기는 액티비티한 여행을 선호하는 활동파와 호텔에서
휴식을 취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는 휴식파 등이 있다. 제주신라호텔에서는 프라이빗한 휴식을 즐기려는
여행객을 위해 ‘어썸 모먼츠Awesome Moments’ 패키지를
선보인다. 이 패키지는 객실에서 즐기는 ‘인 룸 딜라이트 모먼츠’ 혜택이 포함돼 진정한 호캉스의 여유를 선사한다.
제주공항에서 차로 1시간 남짓 달리면 아름다운 제주
바다가 눈앞에 펼쳐지는 제주신라호텔을 만날 수 있다.
호텔 정문에서 내리는 순간 벨데스크 직원의 따뜻한
미소와 함께 제주신라호텔의 여정이 시작된다.
짐 딜리버리 서비스가 제공되어 객실까지는 양손 가볍게
이동할 수 있다. 객실에 짐을 내려놓고 창밖으로 펼쳐진
야자수, 야외 수영장, 숨비정원의 모습을 감상해보자.
잠시 휴식을 취한 뒤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을
간직한 숨비정원에서 산책을 즐겨보자. 계절마다 다른
매력을 뽐내는 숨비정원은 바쁜 일상에 지친 몸과 마음에
힐링을 선물한다. 제주의 가을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는
황금빛 억새와 에메랄드빛으로 반짝이는 중문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남기는 것도 좋다. 숨비정원에서의
산책이 끝나면 제주신라호텔의 메인 시설인 따뜻한
온수풀에서 수영을 즐기고, 자쿠지와 사우나에서 여행의 피로를 풀어보자.
하늘이 붉게 물들면 ‘어썸 모먼츠’ 패키지의 하이라이트를
즐길 시간이다. 바로 객실에서 가을밤의 낭만을 만끽할
수 있는 ‘인 룸 딜라이트 모먼츠’ 혜택이다. 지난 5월, 한식당 천지, 일식당 히노데, 라이브러리 바 올래에서
선보인 딜라이트 모먼츠 프로모션을 ‘어썸 모먼츠’ 패키지
이용 고객을 위해 객실에서 여유롭고 프라이빗하게 즐길
수 있도록 구성했다. 각 업장의 추천 주류와 안주의 페어링
메뉴 3종을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한식당 천지 추천
메뉴는 깔끔하고 부드러운 느낌의 경주법주 초특선과 함께
한우 편육과 야채 말이 & 모둠튀김이며, 일식당 히노데
추천 메뉴는 은은한 풍미의 히노데 준마이 다이긴조와
함께 제철 2종 생선회와 콜라비 샐러드 & 광어 센베이다.
라이브러리 바 올래는 깊은 풍미의 몰트위스키 4잔과
하이볼 2잔, 야채를 곁들인 참치 구이와 모둠 카나페를
추천 메뉴로 제공한다.
객실에서 여유롭고 편안하게 깊어가는 가을밤을 즐길
수 있는 낭만의 시간을 제공하는 ‘어썸 모먼츠’ 패키지는
산 전망 스탠다드 룸 1박 기준, 조식 또는 중식 2인, 인 룸 딜라이트 모먼츠(메뉴 3종 중 택 1), 바다 전망
디럭스 룸 이상 투숙 시 라운지 에스 2인이 추가 제공되며 12월 22일까지 이용 가능하다.
MORE INFORMATION
제주신라호텔
‘어썸 모먼츠’ 패키지
온 가족이 함께하는 럭셔리 빌라에서의 하루
팬데믹이 잦아들고 날씨가 추워지면서 인원 제한으로
여행을 떠나지 못한 대가족이 다 함께 따뜻한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추세다. 베트남 다낭은 따듯한 기후에
아름다운 해변이 많아 휴양지로 각광받는 곳이다.
다낭의 비치는 미국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6대 해변 중 하나다. 또 비행시간이 길지 않고, 아름다운 자연과 신비한
유적은 물론 신나는 테마파크, 시원한 마사지까지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가득해 조부모, 부모, 아이까지
3대가 함께 여행하기에 알맞다.
신라모노그램 다낭은 베트남 대표 휴양지 다낭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호이안 사이에 위치해 있다. 최근에 예약이
오픈된 모노그램 빌라는 최대 성인 8인, 어린이 2인이 이용
가능해 온 가족이 함께 머물 수 있는 곳으로 주목받는다.
모노그램 빌라는 총 3층으로 되어 있는 단독 빌라로, 바다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자리해 조망이 뛰어나다.
약 1000㎡ 크기의 여유로운 공간에 논누억 비치가
바라보이는 침실과 욕실이 각 4개씩 있어 온 가족이
함께 지내면서도 각자의 공간에서 휴식을 취하기 좋다.
별도의 주방 공간이 총 2개 있어 간단한 요리를 할 수
있으며, 큰 테이블이 비치된 다이닝 룸은 함께 식사하기에
완벽하다. 빌라를 예약하면, 호텔 공용 수영장과 별개로
빌라에 위치한 프라이빗 수영장 2개를 이용할 수 있어
여유로운 휴식이 가능하다. 오랜만에 떠나는 해외에서의
럭셔리한 가족 호캉스를 꿈꾼다면 신라 모노그램 다낭의
모노그램 빌라를 방문해보자. N
SHILLA MONOGRAM QUAGNAM DANANG’s Monogram Villa is a spacious 3-storied building located closest to Non Nuoc Beach. In this 1,000 square-meter space, guests can enjoy an unparalleled level of privacy and comfort for their unique moments of relaxation.
INFORMATION
ART AT THE SHILLA JEJU
Bringing art into everyday life is not new. Art is everywhere. You don’t need to visit an art gallery or museum to appreciate art. Without exception, you can find art in a travel destination as well. THE SHILLA JEJU is a great place to see an extensive collection of artworks by leading domestic and foreign artists.
editor JUN SUNHYE photographer JOUNG JUNTAEK예술이 일상으로 들어온 지 오래다. 우리는 미술관이나
갤러리를 찾지 않아도 일상 곳곳에서 예술을 만난다.
여행지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제주신라호텔은 갤러리
못지않은 국내외 유수의 예술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제주신라호텔 입구부터 아트 투어는 시작된다.
입구의 회전문을 통과하자마자 양쪽으로 한진섭의 조각상
‘소년 입상’과 ‘소녀 입상’이 고객을 맞는다. 한진섭은
전통적 석조에서 출발해 45년간 외길을 걸어온 조각가로, 서구 조각의 현대성과 한국 미술의 전통적 특징을 결합해
특유의 조형 양식을 창출했다. 리셉션과 컨시어지가 있는
프런트 데스크에는 박영남의 ‘고흐와 몬드리안의 합작’이
걸려 있다. 박영남은 손가락을 사용해 화폭에 광대한
자연을 옮겨내는 추상화가다. ‘고흐와 몬드리안의
합작’은 제목처럼 강렬한 색채의 표현은 반고흐에게서, 이 강렬함을 담는 구조물로서의 그리드는
몬드리안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호텔 로비
라운지 양쪽에는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김창열의
‘물방울’과 김홍주의 ‘무제’(꽃그림) 2점이 전시되어 있다.
생전에 ‘물방울 화가’로 유명했던 김창열은 영롱하게
빛나는 물방울을 통해 회화의 본질을 독창적으로
사유한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이다. ‘물방울’은 김창열이 프랑스에서 지내던 1970년대에 탄생했다. 그는 화폭에
맺혀 아침 햇살을 받으며 영롱한 빛을 발하는 ‘물방울’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작품의 주요 모티프로 삼기
시작했다. 김홍주의 ‘무제’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을 표현했다. 꽃이라는 형태에 대한 강박감이나
원근법에 얽매이지 않고 색을 채워가는 방식을 통해
낯익음과 낯섦의 상반되는 요소를 동시에 보여준다.
김창열의 ‘물방울’ 옆에는 최종태의 ‘얼굴’이 설치되어
있다. 부드러우면서도 대담하게 처리한 선 속에서
직각으로 꺾인 얼굴은 작품 전체에 긴장감을 주며, 작가의 예술에 대한 사랑과 고뇌를 느낄 수 있다. 맞은편
라이브러리 바 올래 측면 벽에는 유의랑의 ‘꽃’ 시리즈
5점이 걸려 있다. 예리한 감성으로 꽃과 나뭇잎과 풀과
과일 등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꽃’ 시리즈를 감상하며
걸어가면 유의랑의 또 다른 작품 ‘꽃과 나무’를 만날 수
있다. 커다란 캔버스 위에 일상의 소재를 섬세하게 묘사한
달밤은 주변의 분위기를 편안하게 해준다. 화사한 색깔과
장식적 문양, 꼼꼼한 붓 터치로 꽉 짜인 작고 섬세한 요소가
서로 긴밀하게 결합해 풍부한 이야기를 전한다.
다시 라이브러리 바 올래 쪽으로 가면 입구에서 프랑스
누보 레알리즘의 대표 작가인 아르망 피에르 페르낭데의
‘무희Bayader’를 만날 수 있다. 부서진 바이올린 등
일용품을 소재로 쌓고, 절단하고 태워 작품을 완성했다.
안으로 들어서면 김동우의 ‘연주하는 여인’이 비치되어 있다. 첼로를 연주하는 여인을 통해 따뜻하면서도
원시적이고 인간적인 사랑을 표현했다. 가장 안쪽에는
현혜성의 ‘바다이야기’가 있다. 돌의 물성과 상반되는
오브제를 제작해 작품을 보는 순간 관념으로의 일탈을
꿈꾸게 하는 작가는 대리석의 양면성을 최대한 살려 날카로움과 부드러움이 공존하는 작품을 선보인다.
로비에서 3층으로 내려가는 계단 바로 앞에는 초현실주의
작가 살바도르 달리의 ‘스페이스 비너스Space Venus’가
놓여 있다. 고전적 미의 여신을 상징하는 비너스 형상에
늘어진 시계, 달걀, 개미를 통해 육체의 아름다움은
일시적이며, 죽음은 피할 수 없음을 표현했다.
김홍주의 ‘무제’를 지나 연회장 쪽 복도로 가면 안병석의
‘바람결’ 2점을 만날 수 있다. 안병석은 자연의 모방이
아니라 자연의 느낌을 묘사함으로써 일어나는 실존의
자각을 지향하는 화가다. ‘바람결’은 철선으로 긁은
균일하고 규칙적인 선으로 표현한 풀잎의 유기적이고
감성적인 이미지를 통해 자연의 아름다움과 현대인의
자연에 대한 그리움을 나타냈다.
연회장 공간을 지나 복도 끝에 다다르면 전국광의
‘생의 기원’이 나타난다. 전국광은 한국 현대조각
주지주의적 경향의 창시자로 불린다. 자연에 대한
그리움을 논리적으로 풀어냈다는 평을 받는 전국광의
작품은 자연에 내재하는 힘과 정신을 구현한다.
‘생의 기원’ 뒤쪽 벽에는 방혜자의 ‘세포의 빛’이 걸려
있다. 방혜자는 내면의 세계를 ‘빛’으로 표현하는 특유의
기법으로 후불탱화를 조성하면서 화제가 되었다. ‘세포의
빛’은 한지에 색을 켜켜이 쌓아 올려 빛을 표현한 작품으로, 고려시대 불화에 사용한 화법인 한지의 양면에 색을
칠하는 배채법으로 작업했다.
계단을 따라 3층으로 내려오면 이일호의 ‘색즉시공’을 만날 수 있다. 현실과 초현실, 현실과 신화의 경계가 허물어지며
하나로 통합되는 일련의 작업을 진행하는 작가는 잠재된
인간의 성적 충동, 나르시시즘, 본질에의 회귀 등 인간의
가장 깊은 내면 풍경을 구체적 모티프로 이끌어낸다.
로터스홀 맞은편에는 이왈종의 ‘생활속의 중도’가 걸려
있다. ‘제주 화가’로 불리는 이왈종은 제주의 풍정에
매료되어 1990년부터 서귀포에 거주하며 작품 활동에
전념하는 작가다. ‘제주생활의 중도’ 시리즈는 ‘세상
만물은 모두 평등하다’는 중도中道의 철학에서 시작해
복잡한 일상 속에서 천혜의 자연과 하나 됨을 표현한
작품이다. 3층에서 야외 정원으로 나가는 문 앞에 전병현의
‘적’이 있다. 리얼리즘, 극사실주의, 색면 추상, 사군자
등 다양한 실험을 거친 전병현은 자신만의 한지 작업을
개척했다. 어머니의 저고리에서 오방색의 아름다움을
발견했으며, 물감을 벗겨내는 독특한 작업 과정을 통해
빛바랜 색이 갖는 세월의 깊이와 은은한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3층 천지와 히노데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유리지의
‘휴식공간을 위한 마케트’가 설치되어 있다. 한국 현대
금속공예의 기반을 마련한 작가로 평가받는 유리지는
풍경을 구성하는 바다, 호수, 하늘, 바람, 파도, 구름, 새, 달, 섬 같은 여러 요소의 대표적 이미지를 서정성이
깃든 추상적 조형 언어로 변형시켜 표현했다. 레스토랑
프런트 데스크 뒤에는 박대성의 ‘일출봉’이 걸려 있다.
‘한국 수묵화의 대가’로 불리는 박대성은 겸재 정선에서
시작한 진경산수화의 맥을 지켜내면서도 전통 수묵화를
현대적으로 표현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청명한 갈필과
은은한 먹빛의 조화를 통해 전통적 회화 정신을
이어가면서도 현대적 조형 감각을 보여준다.
야외 숨비정원에서는 현혜성의 ‘숲의 소리’와
호텔 후정 잔디광장에 설치된 현혜성의 ‘숲의 소리’
김수현의 ‘기원’을 만날 수 있다. ‘숲의 소리’는 호텔
후정 잔디광장에 설치되어 있다. 자연의 숨결을 따라
흐르는 경쾌한 율동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기원’은
피리를 부는 여인의 모습을 반추상 기법으로 조각해
선의 아름다움이 살아 있는 작품으로, 3층에서 수영장으로
내려오는 계단 아래쪽에 있다.
한식당 천지에는 민화계의 대부인 파인 송규태의 ‘연화도’
‘십장생’ ‘어해도’ 등 작품 4점이, 더 파크뷰에는 정찬섭, 김홍주, 이기봉, 고트프리드 호네거의 작품이 걸려 있다.
1층 수영장과 피트니스 센터 입구와 복도에도 김상구, 성옥희, 미하일 체미아킨, 김병종 등의 회화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 외에 로비를 중심으로 3층과 1층 공용부, 그리고
숨비정원까지 호텔 곳곳에서 회화와 조각품 등 다양한
예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앞서 소개된 주요 작품은 컨시어지에게 받을 수 있는
‘갤러리 맵’에서 작품의 위치와 설명을 확인할 수 있다.
제주신라호텔에서 편안한 휴식과 함께 수준 높은 작품
감상을 통해 예술적 감성까지 충전해보기를 추천한다. N
AUTUMN DELIGHTS, A FEAST FOR THE SENSES
캐비아 농어구이
가을을 담은 프렌치 정찬
미식의 정점에 위치한 프렌치 다이닝과 제철 식자재의
만남. 서울신라호텔 프렌치 레스토랑 콘티넨탈에서는 제철
식자재를 이용한 가을 신메뉴를 선보인다. 콘티넨탈만의
창의력을 더한 프렌치 다이닝의 미감을 즐겨보자.
프렌치 다이닝의 시작은 바로 세계 3대 진미 중 하나인
캐비아다. 국내산 홍새우 타르타르에 프랑스 카비아리
캐비아와 펜넬크림, 메밀칩이 함께 제공된다. 바삭한
메밀칩 위에 부드러운 펜넬크림을 바르고, 그 위에
캐비아를 올리면 짭조름한 캐비아의 풍미와 어우러져
입맛을 돋운다. 숨은 맛의 포인트는 캐비아에 곁들여
제공되는 제철 버섯을 발효해 만든 피클 주스다. 도드라지지
않는 감칠맛으로 캐비아 요리를 더욱 빛나게 해준다.
이어지는 요리는 치킨 아뇰로티가 올라간 버섯 크림 수프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비롯해 유럽인이 가을에 즐겨 먹는
포르치니 버섯으로 만든 가을 수프다. 닭 가슴살로 무스가
들어간 작은 만두 모양 아뇰로티와 수프를 함께 즐기고, 부드러운 브리오슈를 수프에 찍어 먹는 맛 또한 별미다.
다음으로는 미국 메인주 지역 가리비를 사용한 가리비
요리가 제공된다. 점심에는 상큼한 가비리 세비체, 저녁에는
The finest French cuisine meets fresh seasonal ingredients. THE SHILLA SEOUL’s French restaurant CONTINENTAL is offering its new autumn menu made with fresh in-season ingredients. Indulge in the luxury of French fine dining imbued with the creativity of CONTINENTAL.
editor JUN SUNHYE photographer JOUNG JUNTAEK(Drink)가리비구이로 구성된다. 저녁 메뉴인 가리비구이는 부드럽게 구운 가리비에 가쓰오의 훈연 향과 감칠맛, 사바용 소스의 부드러움이 더해져 최적의 맛을 선사한다.
농어구이는 점심에 제공되는 신메뉴다. 농어는 여름이
제철이라지만 산란 직전인 가을부터 초겨울 사이에 살이
오르고 지방을 찌우기 때문에 여름보다 더 맛있는 농어를
즐길 수 있다. 콘티넨탈에서는 숙성 기간을 엄격하게 지켜
신선하면서도 부드러운 농어를 맛볼 수 있다. 마늘과
타임을 더해 구운 후 버섯 육수로 감칠맛을 낸 머스터드
소스와 새우로 만든 오렌지 비스크 폼을 올려 농어의 맛과
풍미를 더했다. 메인 식사로 제공되는 한우 안심 스테이크는
국내산 1++ 안심을 20일간 숙성해 부드러움을 최대한
살렸다. 콘티넨탈만의 레시피로 가벼우면서도 크리스피한
상태를 유지한 양파 튀김과 마데이라 와인 소스를 더해
부드럽고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점심 코스의 디저트는
초콜릿 무스, 저녁 코스는 콘티넨탈의 대표 디저트인 애플
시나몬 수플레가 제공된다. 올가을에 선보이는 애플 시나몬
수플레는 사과파이에서 영감 받아 수플레 안에 사과와
쿠키가 숨어 있다. 함께 올려주는 수제 바닐라아이스크림이
따뜻한 수플레와 어우러져 입안 가득 행복감을 선사한다.
CONTINENTAL’s wine pairings are always on point. With its new autumn menu, the French restaurant is serving a curated selection of wines that includes appetizing sparkling wine, luscious white wine and full-bodied red wine as well as richly sweet dessert wine.
가장 완벽한 와인 페어링
프렌치 미식을 즐길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와인이다.
콘티넨탈은 가을 신메뉴와 어울리는 와인 페어링을
선보인다. 입맛을 돋우는 식전주를 시작으로 섬세한
샴페인, 감미로운 화이트 와인, 깊은 풍미의 레드 와인, 그리고 달콤한 디저트 와인까지 세심하게 준비했다.
식전주는 ‘도메인 앙리 부르주아 상세르 레 바론Domine
Henri Bourgeois, Sancerre, Les Baronnes 2020’이다.
앙리 부르주아는 10대째 와인을 양조하는 명실상부 지역
대표 와인 생산자로, 루아르 밸리 중에서도 손꼽히는
와인 산지인 상세르 지역의 중심인 사비뇰 마을 최고의
포도밭을 보유하고 있다. 레 바론은 상세르 지방에 펼쳐진
찰흙과 석회석이 풍부한 포도밭에서 자란 엄선한 포도로
양조된다. 100% 소비뇽 블랑으로 만든 화이트 와인으로
상쾌하고 신선한 청명감이 특징이다.
섬세한 기포가 매력적인 샴페인은 캐비아와 함께
제공된다. ‘루이나 블랑 드 블랑Ruinart, Blanc de Blancs’은 샤르도네 100%로 우아함과 정교성을 겸비한, 신선하면서도 가벼운 매력이 돋보이는 샴페인이다.
탁월한 신선함 덕분에 관능적이면서도 과하지 않은
질감과 와인의 향이 두드러진다.
수프와 가리비 요리에는 100% 샤르도네로 만든
‘부샤르 페레 에 피스, 풀리니-몽라셰Bouchard Père&Fils, Puligny-Montrachet’가 어울린다. 풀리니 몽라셰는
부르고뉴의 핵심 와인 산지로 ‘황금의 언덕’을 뜻하는 코트
도르Cote d’Or 지역의 남부인 코트 드 본Cote de Beaune
지역을 대표하는 화이트 와인이다. 옅은 사과 향기의
신선함과 함께 탁월한 균형감과 풍부한 미네랄이 주는
복합적인 풍성함이 특징이다.
레드 와인, ‘샤토 라 세르 생떼밀리옹 그랑 크뤼
클라쎄Château La Serre, Saint-Émilion, Grand Cru
Classé 2012’은 한우 안심 스테이크와 페어링된다. 멜롯
80%, 카베르네 프랑 20%로 블렌딩해 미디엄과 풀 보디
사이의 무게감을 가지며, 자두와 검은 체리, 그을린 느낌, 흙내음 같은 복합미를 가진다. 꽉 찬 볼륨감과 풍부한
아로마, 그윽한 부드러움과 복합미 등 생떼밀리옹의
화이트 와인인 도메인 앙리 부르주아 상세르 레 바론, 부샤르 페레 에 피스 풀리니-몽라셰와 레드 와인인 샤토 라 세르 생떼밀리옹 그랑 크뤼 클라쎄
고급 와인이 갖출 여러 모습을 고루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제공되는 디저트 와인은 ‘디즈노코 토카이, 아쑤 5 푸토뇨스Disznoko Tokaji, Aszu 5 Puttonyos
2012’이다. 헝가리 동북쪽에 위치한 토카이는 2002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와인 산지다. 프랑스
소테른보다 200년, 독일 리슬링보다 100년 빠르게 탄생해
귀부 와인의 원조로 일컬어진다. 디즈노코 토카이, 아쑤 5
푸토뇨스는 사과, 라임, 레몬, 복숭아, 살구, 모과, 파인애플
등 갖가지 과일 향이 꿀, 견과, 바닐라 등 다채로운 풍미와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 단맛이 강하지만 주 품종인
푸르민트 특유의 강한 신맛 때문에 당도와 산도의 밸런스가
좋아 끈적임이 없고 와인이 경쾌하다. 토카이 아쑤는
30 40년의 오랜 숙성 잠재력을 자랑한다. 숙성할수록
와인색이 금빛에서 호박색으로 바뀌고, 복합미도 증대해
진가를 더욱 발휘하는 와인이다.
무르익는 가을, 콘티넨탈에서 준비한 가을 신메뉴와 페어링
와인으로 계절의 풍요로움을
만끽해보자. N
Connecting Art and the National Spirit
Artworks and artifacts are often damaged or destroyed with the passage of time. After having gone through multiple wars and the Japanese colonial period, Korea lost countless historical and cultural assets. Some were plundered and others were illicitly taken out of the country by smugglers. Wichang Oh Se-chang, a brilliant literary scholar and famous calligrapher, dedicated his life to collecting Korean calligraphic works and paintings from the Joseon Dynasty and making a comprehensive survey of them during the turbulent years. Wichang was a true art connoisseur who made remarkable achievements in the history of Korean art to look back on the legacy and revive the lost national spirit.
editor PARK HYUNJUNG인류는 역사 초기부터 무엇인가를 수집해왔다. 보석, 화석
같은 돌이나 동물의 가죽, 뼈, 뿔 등을 모았으며, 한때
우표나 동전은 수집 붐이 일기도 했다. 수집가는 ‘수집이
마약보다 중독성이 강하다’고들 한다. 수집품을 만지고
닦으면서 애착을 갖게 되면 수집하는 재미에서 헤어 나올
수 없다는 것이다. 예술품은 여러 수집 품목 중에서도
진입 장벽이 높다. 구매부터 적잖은 돈이 들거니와 정확한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국 미술사의 큰 어른
한국에서 나고 자라 교육을 받았다면 고미술에 조예가
않더라도 단원 김홍도, 혜원 신윤복, 추사 김정희,
겸재 정선 등 조선 대표 화가와 문필가 두세 명은 알고
있을 것이다. 몇백 년 전에 살았던 이들을 현재까지
기억할 수 있는 것은 그들이 남긴 흔적을 지금도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화파 정치인이자 독립운동가, 서예가로 활동한 위창
오세창은 일제강점기에 사라져가는 우리 미술 문화를
보존하고 후세에 전하고자 조선시대 화가의 작품을 한
점씩 수집해 책으로 펴냈다. 오세창은 다양한 업적을
남겼으나 그중 가장 높이 평가받고 스스로도 심혈을
기울인 것은 서화 수집과 정리였다.
오세창은 서화를 수집하면 유물의 상세한 정보와 서평
내용, 입수 경위를 제발題跋로 상세히 정리해두었다.
그는 수집한 서화와 서예를 <근역화휘槿域畵彙>
<근역서휘槿域書彙> <근묵槿墨> 세 권의 책으로 묶었고, 조선 서화가의 인명사전 <근역서화징槿域書畵徵>과
조선 초기부터 광복 이전까지 서화가와 학자의 인장을
모아 엮은 <근역인수槿域印藪>를 펴냈다. 여기서 사용한
‘근역槿域’은 ‘무궁화의 땅’이라는 의미로, 일제에 나라와
국호까지 빼앗긴 조선인의 애환이 깃든 단어다. 여기서
오세창은 무궁화의 땅이라는 의미의 근역을 빼앗긴 국호
대신 붙이게 된다. 그가 일생을 바쳐 모은 자료는 해방 이후
한국 서예사와 미술사를 정리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화폭에 옮긴 자연
산수화는 산과 강 등 자연경관을 소재로 그린 그림을
일컫는다. 우리나라에서 산수는 성리학적 사상의 진리를
담고 있는 요체要諦로 여겼다. 농경 중심 사회였던
우리나라는 자연을 절대적인 존재이자 생동하는 존재로
인식해왔다. 문인은 화폭에 그려진 산수 풍경을 감상하는
행위를 ‘와유臥遊’로 표현했다. 와유는 ‘편하게 누워 그림 속
산수를 유람한다’는 의미로, 문인의 유유자적한 삶이 담겨
있다. 겸재 정선은 도화서 화원으로 천거되어 현감에 이른
조선시대 대표 화가이자 문신이다. 한국 산수화의 독자적인
특징을 살린 진경산수眞景山水는 겸재에서 비롯했으며, 전국 명승을 찾아다니면서 수많은 산수화를 그렸다. 겸재의
‘혈망봉도穴望峰圖’는 금강산 정양사正陽寺 뒤편에 있는
혈망봉을 그린 것으로, 화폭은 작으나 섬세하면서도 힘
있는 화법이 특징이다. 청색이 섞인 담묵으로 처리해
혈망봉의 높고 험준한 기세를 고고하고 깔끔하게 표현하고 있다.
네 군자의 지조
일제강점기에 서화書畵는 유교 문화의 산물로 치부돼
지식인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특히 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 네 가지 식물인 사군자는 어떤 고난과 악조건
속에서도 견뎌내는 군자의 지조와 절개를 의미해 선비의
사랑을 받았다. 조선 후기의 뛰어난 문필가 추사 김정희는
평소 초서, 예서를 쓰듯 난초를 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사의 ‘묵란도墨蘭圖’는 그가 추구했던 간결한 필치의
난초 그림을 잘 보여주는 대표작이다. 간결한 듯 보이지만
길게 뽑은 난초 잎으로 위, 대각선, 아래로 뻗어가게 구성해
균형감 있는 구도를 만들어냈다. 또 잎에 굴곡을 주는
필법인 삼전법을 사용해 리듬감을 가미했다. 반면 19세기
후반~20세기 초 활약한 김응원의 ‘묵란도墨蘭圖’는 난초
잎을 깔끔하게 직선으로 빼 절제미를 주었고, 꽃 부분은
연한 먹을 써서 부드러운 느낌으로 잎과 서로 조화를
이루도록 그렸다.
그림에 담아낸 염원
동물 그림은 선사시대부터 동굴 벽화나 암각화 등으로 줄곧
그려져 왔다. 대부분 현실의 소망을 담은 길상적 성격을 띠고
있으며, 사군자와 달리 신분의 높낮이 없이 즐겨 그렸다.
소재는 단독 또는 두 개 이상을 조합해 묘사했으며 화조, 동물, 어해, 식물 등을 아우른다. 잉어는 등용문 고사와 연결되어
과거에 합격하길 바라는 염원을 담아 어해도魚蟹圖의 주요
소재가 되기도 했다. 역동적인 움직임을 자랑하는 말은
팔준도八駿圖처럼 건국의 위업을 드러내려고 그리기도 했다.
화조도花鳥圖는 화조, 화훼, 초충 등 주로 꽃을 중심으로 여러
동식물과 곤충이 함께 등장하는 그림이다. 비단에 채색하는
경우도 잦았으며, 아름다운 꽃이 화사하게 피어 누가 언제
감상하더라도 쉽고 즉각적으로 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화조 역시 다양한 의미를 담은 길상의 역할을 했다. 조선의
문인은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고고한 새 한 마리를 그려
자신의 마음과 정체성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기도 했고, 나비를 그려 장수를 기원하기도 했다.
과거와 미래를 연결한 수집욕
만해 한용운이 1916년에 남긴 기록에 따르면, 오세창이
엮은 <근역화휘>는 191명의 그림 251점이 수록된 총 7권의 책이었다. 이후 전형필과 박영철이 <근역화휘>를
나누어 소장하면서 원본이 분리되었다. 1940년 박영철은
그림 67점이 담긴 <근역화휘>를 서울대학교박물관에
기증했다. 서울대학교박물관이 개최한 기획특별전 <붓을
물들이다: 근역화휘와 조선의 화가들>은 2002년 개최한
<근역화휘·근역서휘 명품선> 이후 20년 만에 <근역화휘>의
모든 작품을 다시 선보이는 자리다. 나라 잃은 한 노인이
수집욕을 내지 않았다면 우리는 조선의 문화재를 결코
알지 못했을 것이다. 오세창이 수백 년 역사를 지닌 서화를
집요하게 찾아내고 기록해 책으로 엮은 것은 우리의 얼을
잇는 행위이기도 했다. 조선시대 회화사를 통틀어 볼 수
있는 <붓을 물들이다: 근역화휘와 조선의 화가들>은
서울대학교박물관에서 2023년 1월 31일까지 열린다. N
조석진, ‘어해도魚蟹圖’, 19세기 후반~20세기 초반, 종이에 엷은 색, 131×39.8cm, 서울대학교박물관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