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270
January 2023
Extraordinary Lights
Following the light of the setting sun to the stars, the Extraordinary Lights high jewelry collection takes you on an enchanting journey through the night, highlighted by the elegance of Piaget. A unique spectacle that lends an eternal sparkle to diamond jewelry.
2023/1 NO. 270 THE VALUE OF TRADITION
The Origin of K
With K-pop sensation BTS and television series “Squid Game” leading the way, K-content is now enjoying unprecedented boom. This hasn’t happened by accident. It all started from the roots of our culture we continue to develop in order to spread the soft power around the world. What lies behind this global success of Korean popular culture? It is our tradition that is being continued up until the present day.
writer AHN SANG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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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ETEOR SHOWER / Shutterstock.com
1990년대는 세계화의 기점이 된 시기다. 그 시기
세계화에 대응하는 우리의 슬로건은 하나였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 때로는 궁금했다.
이 말은 진실일까? 그리고 가장 한국적인 것은 과연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가장 한국적인 것은 전통문화라고
여겼다. 하지만 한식이나 우리 문화가 세계에 널리
퍼지게 된 것은 전통문화의 우수성 때문이 아니라 영화나
드라마, 음악 같은 우리 대중문화와 콘텐츠의 우수성
덕분이었다. 그렇다면 전통문화는 도대체 무엇일까?
아니, 그렇게 질문하기보다 이렇게 물어보는 편이 낫다.
우리가 전통문화를 인식하는 순간은 언제일까? 10년
전이었다면 아마 박물관의 고려청자 상설전이나 전통
사찰, 동양화가의 개인전,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읽을
때, 무심코 켠 TV에서 교양 프로그램인 <국악한마당>이
나올 때라고 대답했을 거다. 지금은 다르다. 콜드플레이의
뮤직비디오 <Higher Power>에서, 구찌가옥에서, 에미상 시상식에서, 뉴욕이나 리옹의 <미쉐린 가이드>
스타 레스토랑의 테이블 위에서 우리의 새로운
전통문화를 봤다.
이유는 하나다. 이전까지 전통을 낡고 고루한 것이라
느꼈다면 이제는 전통을 우리가 생각하고 느끼고, 표현하는 것에 스며들어 있다고 믿어서다. 전통을
인식하는 방법이 변화했기 때문이다. 이전까지 전통이란 ‘원형’을 보고 느끼는 것에 가까웠다.
전통은 변화하기보다 그대로 있는 것, 옛것이나
다름없었다. 이제 전통은 ‘본질’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에이도스Eidos’라 말하는
사물에 내재하는 본질이다. 오방색을 전통문화라 말하기보다
다섯 색상의 대비와 조화에 깃든 감각이 현재의
전통문화다. 민족 특유의 흥이나 한이 전통이 아니라
그 흥과 한을 유발해내는 우리의 차별화된 현재와 일상이
전통이 되는 것이다.
그 차별화된 감각과 일상이 담긴 것이 바로 ‘K-콘텐츠’다.
코로나 팬데믹이 전 세계를 지배한 지난 3년간 우리는 좁은
일상의 테두리에 갇혀 있었지만, 우리의 전통을 담은 문화
콘텐츠는 유튜브와 OTT, SNS,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등을 통해 전 세계로 뻗어 나갔다. 하나로 묶어 규정짓기를
좋아하는 언론이나 과대 포장과 선전을 좋아하는 관공서
때문인지 그 모든 것이 K-콘텐츠라고 명명됐지만, 사실
‘K-’라는 접두사는 ‘Made in Korea’라는 단순한 원산지
표기나 다름없다. K-아트, K-팝, K-드라마, K-영화,
K-클래식, K-웹툰, K-퍼블리싱, K-푸드 등 모두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지난해 열린 아카데미나 에미상, 반 클라이번
콩쿠르 시상식과 카타르 월드컵 개막식에서 본 것은 접두사
‘K-’의 현재였다. 문화에 대한 자격지심과 문화 사대주의에
젖은 시기도 분명 있었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자신의 길을
묵묵히 나아가는 이들이 있었던 덕분이다. 그리고 지금의
‘K-’ 열풍은 그런 자생적 문화의 결실이자 수확이다. 그
속에는 우리의 원형은 아닐지라도 본질이 있다. 우리의
원형이 수많은 우리의 일상과 만나 세월에 따라 변화하고
응집하며 다시 흩어져 모이는 과정을 반복한 것이다. 전통과
현대의 조화가 끊임없이 일어나는 것이다. 자생적으로
깊이를 쌓아온 개개인의 그런 역동적인 변화가 ‘K-’라는
원산지 표기가 세계로 뻗어 나가게 된 원동력이다. 봉준호
감독은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수상하며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말을 인용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세계화를 열망한 30년 전의
슬로건이 저 말 위로 겹쳐진다. 전통과 본질을 밑거름 삼은
우리의 세계화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N
It was believed that tradition was something to be preserved in its “original” state. Rather than changing or developing it, tradition was supposed to be just as it was in the old days. Now, we need a different approach to the concept of tradition, taking the “essential nature” of it into accou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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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Touch to Revive the Past
As the saying goes, “imitation precedes creation”, all the creative works in the world are derived from copying the great legacy of the past. A tradition is part of spiritual and cultural legacy passed down through generations up to date.
Giving old art a new lease on life, art restorers are paving the way for a bright future to those who forgot the past, just to live in the moment.
editor PARK HYUN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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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
복원 처리를 완료한 ‘종이꽃’ 모습,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보존과학자 전지연이 ‘안동권씨족도’를 보존 처리 중인 모습, 국립민속박물관
글씨와 그림을 고치는 복원과학자 전지연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서화 보존 처리를 17년간 담당해온
보존과학자 전지연 학예사는 서화 유물 1100여 점을 복원, 관리했다. 보존 처리 과정에는 수많은 전문가와 협업하게 된다. 자연과학자와 정밀한 재질을 분석하거나 민속학자, 미술사학자 등과 문헌을 연구하기도 한다. 두루마기, 족자, 병풍 등 서화를 보호하기 위한 장황粧䌙은 한지장, 소목장, 칠장, 각자장 등 여러 장인과 협업해 복원한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 이전에 복원한 유물을 2차 처리하는
경우도 있다. 올해 전지연 학예사가 복원할 보물 ‘신·구법천문도 병풍’은 2000년에 병풍 장황 형태를 알 수 없어 낱장으로 1차 처리를 했다. 최근 유사 병풍이 발견돼
2차 복원을 진행할 예정이며, 현상 영인(복제)본도 함께 제작한다.
전지연 학예사가 보존 처리 과정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점은 무리한 복원을 하지 않는 것과 유물이 손상되지
않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다. “의욕만 앞서면 문화재에
해를 가하게 됩니다. 그러나 직접적인 보존 처리보다
우선적으로 소장품이 손상되지 않도록 안전한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때로는 복원을 위한 기술을 개발하기도 한다. 2006년
입사 당시 요청받은 ‘안동권씨족도’는 비단의 열화가 너무
심해 만지면 부서질 정도였다. 당시 국내에는 열화견 제작
기술이 없어 자외선 열화견 제작 기술을 개발해 특허를 출원했고, 2011년이 되어서야 보존 작업에 착수했다.
전지연 학예사는 다양한 민속품이 모이는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일하다 보니 근현대 민속자료를 접할
기회도 많다고 설명한다. 현재 그가 보존 처리하고 있는
유물은 석남 송석하가 수집한 ‘김해 꽃고깔’과 ‘통영꽃
패랭이’ 등 종이꽃 민속자료다. 민속품은 종이로 만든 입체 형태가 많은데, 제작 과정을 파악하는 과정이 흥미롭다고. 최근에는 껌 포장지의 보존 처리를 진행했다.
“새로운 유물을 만날 때마다 또다시 새로운 연구가
시작되죠. 그래서 서화 보존 처리는 지루할 때가 없고
항상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작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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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보존 처리를 완료한 ‘삼국지연의도’, 국립민속박물관 제공
도자 문화재 보존·복원가 정수희
유물의 의미를 존중하는 도자 문화재 보존·복원가 정수희
도자 문화재 보존·복원가 정수희는 “도자기를 알면
세상이 보인다”고 말한다. 정수희 복원가는 프랑스
세브르 국립도자박물관 복원연구소에서 유물 보존·복원
처리 연구원으로 일했다. 세브르 국립도자박물관에
소장된 도자기 유물 약 5만 점 중 한국 도자기는 230여
점이 있다. 정 복원가는 ‘관리 상태가 충격적이었다’고
회고했다. “철제 캐비닛 안에 아무렇게나 쌓여 있었어요.
제대로 연구된 적도, 전시된 적도 없다는 의미예요.” 이후
우리나라 도자기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5년 전 귀국했다.
도자기는 고온에서 안정화된 물질이기 때문에 영구 보존이 가능하다. 하지만 파손되면 ‘완벽한 복원’이 어렵다.
“흔적이 많이 남는 복원이 결코 잘못된 복원은 아니에요.
깨질 수밖에 없었던 도자기의 역사를 존중합니다.”
그는 세브르 국립도자박물관에서 11세기 초 고려청자
주병의 목 부분을 복원하면서 조상의 기술에 경외심을
느꼈다. “유약 아래층의 깨끗한 흙, 균일한 두께,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얇게 발린 청자유. 유물이 깨졌기에
복원가에게만 허락되는 아름다운 모습이 있어요.”
복원 작업 시 충전재로 보강하거나 무늬·유약을
재현하기도 한다. 개인 소장품은 미적 가치 복원에
비중을 두고 박물관 유물은 역사적 가치와 예방
보존에 중점을 둔다. 고려도요 고故 지순탁 명장의
청자상감모란국화학무늬 항아리는 보존 상태 그대로
복원했다. 이 거대한 청자 항아리는 가마에서 구연부가
파손됐는데, 지순탁 명장과 자손들이 노끈과 테이프로
감아 보관해왔다. “하얀색 플라스틱 노끈과 노란색
테이프는 손대면 바스러질 것처럼 삭아 있었어요.
작품을 귀하게 여긴 도공의 마음과 사연을 지키려고
세척과 고착화 작업만 해서 흔적을 살렸습니다.”
문화재 복원을 대중에게 알리려고 올봄 아엘시즌과
개인전을 준비 중인 정수희 복원가는 할머니, 할머니의
어머니가 쓰던 손때 묻은 물건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말한다. “오래된 것을 돌아보며 의미와 쓰임을 부여하는
마음이 우리 사회에서 더 커지길 바라요. 제가 가진 정보와
기술,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보탬이 된다면
기쁘게 동참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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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VE
프랑스 세브르 국립도자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한국 도자기 노끈과 테이프을 고스란히 보존한 고려도요 고故 지순탁 명장의 청자상감모란국화학무늬 항아리
화사하게
문화의 뿌리를 되살린 한상묵 먹장
벼루에 연적으로 물을 받아 먹을 가는 행위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방울과 쟁기로 밭을 가는 농경 사회의 모습을 닮았다. 한상묵 먹장은 충북 음성에서 취묵향공방을
운영하며 국내에서 유일하게 전통 방식으로 우리 먹을
만든다. “먹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 콘텐츠예요.
훈민정음, <조선왕조실록> 같은 문화유산이 우리 먹으로
쓰였으니 문화의 뿌리죠.” 하지만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전통 먹이 사라지고 석유나 석탄을 태운 카본Carbon에
합성수지를 섞은 먹이 빈자리를 차지했다. 한상묵 먹장은
전통 먹을 만들기 위해 중국 황산에서 송연 만드는 법을 배우고, 전통 가마 유적지를 답사해 흔적을 찾아야만 했다.
한국의 전통 먹은 고대부터 찾아볼 수 있다.
<철경록輟耕錄>에는 고구려가 송연묵을 당나라에 세공歲貢으로 바쳤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당시 중국은 먹이 물러서 뚝뚝 끊어졌죠. 7세기
신라에는 단단한 신라 먹을 생산했을 정도로 기술이
좋았어요. 고려시대에는 콩기름에 먹을 개어 유성으로
만들었기에 <직지심체요절>을 인쇄할 수 있었죠.”
전통 먹은 소나무를 태운 그을음에 아교와 향료를
섞은 ‘송연묵松煙墨’과 식물성 기름의 그을음을
모은 ‘유연묵油煙墨’으로 나뉜다. 송연묵은 여명처럼
푸르스름하고, 유연묵은 해 질 녘의 붉은빛이 돈다.
한상묵 먹장에게 먹 작업은 ‘뜬구름을 잡는 일’이다.
소나무 1톤을 600~800℃ 가마에서 태우고 하루를 식혀야 연통에 먹 100개를 만들 송연이 달라붙는다. 연통 가장
안쪽에 있는 그을음은 입자가 가장 곱기에 ‘현玄’이라고
한다. ‘현’으로 먹을 만들면 배접을 해야 비로소 보이는
‘맹물 같은 먹’이 나온다. “먹 하나에 색이 50가지 단계가
나와야 극상의 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상묵 먹장의 먹은 2013년부터 규장각 소장품 복원 사업인 <조선왕조실록> 복제품 인쇄 사업 등에 쓰이고
있다. 송연과 특수한 식별 물질을 넣은 프린트 잉크도
개발하고 있다. 이제 그는 먹 만드는 기술이 사라져도 남을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자 한다. “전통은 지키고 싶어요.
유지되면 좋은 전통이 많은데 유지가 잘 안 되더라고요.
그러니 좋은 전통을 만들어가는 게 더 중요해요.” N
23 먹장 한상묵 cooperation National Folk Museum of Korea (82 2 3704 3114) 정수희 도자 문화재 보존·복원가 (@ile__sh) 취묵향공방 (82 43 872 7223)
2차 먹 건조장. 먹을 말리는 데는 1년에서 10년의 시간이 걸린다
장식한 유연묵
Ceaseless Expansion of Traditions
History builds on constant conversations between the past and present. Traditional craft art is a rich cultural heritage with unique craftsmanship accumulated over the centuries. With their own stories and sophisticated touches, Korean master artisans and young craft artists are seeking to preserve the valuable legacy of the past and add a contemporary flair to it for the purpose of creating a new culture.
editor PARK HYUNJUNG
오늘 하루 당신이 집거나 사용한 물건은 어디서 왔는가?
맞춤 제작이거나 대대로 물려받은 빈티지일 수도 있지만, 우리 주변을 구성하고 있는 물건은 공장에서 대량생산한
것이 많다. 당신이 하루 종일 쥐고 있는 휴대폰부터 말이다.
획일화되어 몰개성한 물건이 많을수록 수공예는 빛을
발한다. 전통 공예의 명맥을 이어오는 이들과 신구의
조화로 새로운 전통을 만드는 작가가 있다.
전통 공예가들의 명과 암
공예품은 일상생활에 필요한 실용적인 물건에 아름다운
장식을 더해 만든 물품을 말한다. 쓰임새가 있으면서도
미감을 더해야 하기에 숙련된 장인이 만들수록 값어치는
높아진다. 하지만 공장제 물건이 넘쳐나는 이 상황에서
전통 방식으로 피땀 들여 만든 공예품은 실용성을 잃고
작품으로만 존재하고는 한다.
역사적·예술적으로 보존할 가치가 있는 문화재는 형태에
따라 유형문화재와 무형문화재로 분류된다. 무형문화재는
공연 예술, 공예 미술 등에 관한 전통 기술과 전통 지식
등 7개 분야로 나뉘는데, 이 기술을 보유한 이들을
인간문화재라고 한다. 국가가 지정하면 국가무형문화재, 지방자치단체가 정하면 시도무형문화재가 되는 식이다.
무형 유산은 다음 세대의 사람에게 전수하지 않으면 맥이
끊어져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전통 공예는 문화재로
지정될 만큼 가치 있지만 습득 난도가 매우 높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전수받을 수 있다. 또 사람의 감각에
의존할 때가 많아 대부분 도제 방식으로 이수된다.
기술 습득과 함께 가장 큰 어려움은 경제적인 부분이다.
서구에서 도입한 현대 공예와 달리 전통 공예는 옛것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 수요는 물론 관심조차 없어 장인
가운데서는 맥이 끊긴 기술을 되살렸는데, 배울 사람이
없어 전승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 장인의 자녀가
기술을 이어받는 경우가 많다.
한국의 다도·향도를 모티프로 한 로얄살루트×양태오 스페셜 리추얼 키트
24 TREND
루이 비통과 박서보 화백이 만난 루이 비통×박서보 ‘아티카퓌신’ 백 컬렉션
26 TREND 에르메스×텍스타일 디자이너 이슬기 ‘Le Tigre Qui Fume(호랑이 담배피던 시절)’ 플래드 예올×샤넬 프로젝트 2022 ‘올해의 장인’ 금박장 박수영의 금박 작품 2022 제5회 로에베 재단 공예상 최종 우승자 정다혜 작가의 ‘A Time of Sincerity’ 예올×샤넬 프로젝트 2022 ‘올해의 젊은 공예인’ 유남권의 옻칠 작품
cooperation LOEWE (82 2 3479 1785) CHANEL (82 80 805 9628) LOUIS VUITTON (82 2 3432 1854) HERMÈS (82 2 542 6622) Pernod-Ricard Korea (82 2 3466 5700)
전통과 현대를 접목한 젊은 작가들의 약진
전통을 고루하다고 여기는 이들도 있지만, 전통 공예에
모던한 감각을 더해 작품을 선보이는 이들도 늘고 있다.
전통이라는 뿌리는 지키면서 보편적이고 현대적인 문법을
더한 경우다.
말총공예 공방 ‘총방’을 운영하는 정다혜 작가는 말총으로
아주 작은 고리를 만들고 바늘로 엮어 입체적인 패턴을
완성한다. 조각과 텍스타일을 전공한 작가는 제주의
망건장과 탕건장에게 말총 다루고 짜는 기술을 배웠다.
잊힌 공예 기술을 되살린 작가는 2022년 ‘제5회 로에베
재단 공예상’에서 최종 우승했다.
한국 문화유산을 보호하고 발전, 확산시키려고 설립한
재단법인 예올은 우리 문화유산을 아끼고 사랑하며 전통
공예의 가치를 올바르게 성찰하고 미래의 새로운 전통을
만들어가고자 매년 ‘올해의 장인’과 ‘젊은 공예인’을
선정하는 ‘예올 프로젝트’를 운영한다. 2011년 옹기장
이현배를 시작으로, 2013년 소목장 고故 조석진, 2014년
유기장 김수영, 2015년 화혜장 안해표를 ‘올해의 장인’으로
선정했다. 2022년에는 샤넬이 예올과 5년간의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2022년 예올×샤넬은 ‘올해의 장인’으로
국가무형문화재 제119호 금박장 이수자 박수영을, ‘올해의
젊은 공예인’으로 전통 옻칠 기법인 ‘지태칠기’를 활용해
작품을 만드는 옻칠공예가 유남권을 선정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의 재발견
‘K-열풍’이 불면서 한국의 전통과 문화가 세계 시장에서
인기를 얻자 럭셔리 브랜드도 한국을 모티프로 삼거나
한국 작가와 컬래버레이션하는 경우가 늘었다.
루이 비통은 2018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서영희와
한국의 전통문화를 담은 함 트렁크를 제작했다. 루이 비통
아니에르 공방에서 제작했으며, 한국 전통 색실 누비
김윤선 장인이 봉황 모란도를 수놓아 장식했다. 2020년
9월에는 방짜유기 스페셜 오더 트렁크를 공개했다.
방짜유기는 놋쇠를 망치로 두드려 빚는 한국 고유의 제작
기법이다. 트렁크 내부에는 신옥식기 밥그릇과 국그릇, 쟁첩, 사각 접시, 찜기, 고려 꽃접시, 오얏 꽃접시 등 다양한
크기의 방짜유기 반상기가 수납되어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 박서보 화백과 함께 전시 <아티카퓌신>을 개최하고 협업 제품을
선보였다. 박서보 화백의 아티카퓌신 백은 대표작 ‘묘법’
중 2016년 작을 기반으로 디자인되었다. 카프스킨 위에
붓질과 고도의 3D 고무 사출 작업으로 작품의 독특한
촉감과 질감을 살렸다.
에르메스는 2018 S/S 시즌 플래드 블랭킷으로, 텍스타일 디자이너 이슬기 작가의 세 작품을 에르메스 캐시미어에 ‘통영 누비’ 기술로 접목했다. 어릴 적 덮었던 누비 담요를 연상시키는 이 작품들은 ‘옛날 옛적에’ ‘새옹지마’ ‘당랑거철’ 등 한국의 속담과 사자성어를 주제로 하고 있다. 2019 S/S 시즌에는 디자이너 알린 오노레가 한국자수박물관에 소장된 보자기 작품을 보고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스카프 ‘보자기의 예술L’artdu Bojagi’을 공개했다. 에르메스는 해당 스카프의 판매 수익금 일부를 국내 문화유산의 보존을 돕는 활동을 후원하는 데
기부했다.
명품 패션 브랜드뿐 아니라 위스키 브랜드 로얄살루트
역시 지난해 로얄살루트 30년 출시를 기념해 한국적인
미감으로 현대적인 ‘한국의 미학’을 만드는 양태오
디자이너와 스페셜 리추얼 키트를 선보였다. 양태오
디자이너는 한국의 다도茶道와 향도香道 문화에서
영감 받아 위스키의 향, 색, 맛을 오감으로 즐길 수 있게
키트를 구성했다. 또 소목장 장인의 소반과 우드 트레이, 유리공예가 양유완 작가의 잔이 더해졌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이 있다.
수많은 시간이 쌓여 형성된 전통은 그 자체로도 값지고 아름답다. 전통을 지키고 발전시키면서 우리의 전통은 또 새롭게 다시 쌓이고 있다. 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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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fts Infused with Tradition
The year of Black Rabbit has dawned. Seollal, one of the biggest holidays in Korea, is just around the corner. If you want to express your feelings to your loved ones in celebration of the New Year, choose practical ones that embrace traditional Korean beauty. Here are our top picks for the best New Year’s gifts infused with tradition that will satisfy both the giver and receiver.
editor. PARK JEESU
제품을 선보인 것은 우리나라가 최초다.
덴마크 왕실 도자기 특유의 멋과 단아한 한국적 곡선이 만난 로얄코펜하겐의 한식기 컬렉션에서는 독보적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첫 출시 이후 10주년인 2023년, 로얄코펜하겐은 도자기 공예술의 정점을 보여주는 ‘블루 풀 레이스’
한식 그릇을 새롭게 선보인다. 밥그릇과 국그릇 2종으로 구성된 이번 컬렉션은 장인이 수공예로 가장자리 홀을 내비침
세공했다. 또 수천 번의 붓질로 핸드페인팅으로 장식한 레이스 패턴은 한식 상차림에 품격을 더해준다. 밥그릇에는
로얄코펜하겐의 오랜 헤리티지를 고스란히 담은 바다달팽이 모양이, 국그릇에는 가장자리 풀 레이스 세공과 더불어
한국적인 곡선이 새겨져 있다.
30 ITEM
COPENHAGEN 247년 전통의 덴마크 왕실 도자기 브랜드 로얄코펜하겐은 지난 2013년 한국의 식문화를 존중하는 의미로 국내 시장에 한식기를 처음으로 출시했다. 로얄코펜하겐이 특정 국가를 위해 현지화한
ROYAL
Sulwhasoo
설화수가 2023년 토끼해를 맞아 풍요와 길상의
상징인 토끼 한 쌍과 매화를 새긴 ‘윤조에센스
리미티드 에디션’을 선보인다. 또 이를 표현하는
방식으로 우리나라의 민화 ‘백납도’를 선택해
한국적인 미감을 표현하려고 했다. 패키지에 담긴
토끼의 풍성하고 흰 털을 통해 풍요로운 해가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그뿐 아니라 설화수
‘윤조에센스 리미티드 에디션’에는 토끼 모양의
지함보 포장이 함께 제공되며, 지함보를 묶고 있는
흰 토끼털 같은 밴드는 머리끈으로도 활용 가능하다.
한편 1997년 첫 출시 이후 25년간 브랜드의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은 윤조에센스에는 원료
선별부터 가공, 제조까지 심혈을 기울인 자음단™
성분이 가득 담겨 있다. 이는 설화수만의 특별한
황금 비율 공식으로 탄생한 독자적 기술 성분으로
주름 개선 효과와 함께 피부에 건강한 윤기를
선사해준다.
KwangJuYo
합은 뚜껑이 있는 그릇으로, 음식의 냉·온기 유지 기능이 탁월해 예부터 귀한 자리에 올려왔던 전통 식기다. 물론 현대에는
액세서리를 담는 보석함이나 장식용 오브제로도 쓰이는 실용적인 아이템이 되었다. 전통 도자기 브랜드 광주요는 2023년
계묘년을 기념하기 위해 청자 음각 목단문 ‘십이지신 토끼 합’을 한정 수량으로 선보인다. 새해의 안녕을 기원하는 선물로
제격인 십이지신 토끼 합은 고려청자의 독자적인 유약 기술을 계승해냈다. 우아한 비색을 띠는 크랙청자를 구현한 뒤 광주요만의 분청소지에 목단문을 음각 기법으로 정교하게 새긴 것. 이처럼 선조의 지혜와 예술성을 갖춘 광주요 십이지신
토끼 합은 실용적이면서도 센스 있는 명절 선물이 되어줄 것이다.
31
The history of Whoo
예부터 조선 궁중에서는 다양한 재질과 형태의
보자기가 널리 사용되었다. 중요한 예물은 비단
보자기와 끈으로 정성스레 포장해 예를 갖춘 것.
궁중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더 히스토리 오브 후’는
장수와 부귀, 평안의 의미를 담은 궁중 보자기, 봉황문인문보를 모티프로 한 디자인의 ‘환유 동안고
스페셜 에디션’을 선보인다. 봉황, 연꽃, 과실, 보문 등을 감각적이고 영한 느낌으로 표현했다. 한 해를
풍성하게 시작하라는 기원의 마음을 담아 준비한
이번 에디션에서는 길상을 상징하는 문양의 우아한
컬러감을 통해 왕실의 헤리티지를 감상할 수 있다.
더 히스토리 오브 후의 ‘환유’ 라인은 5월부터 9월
사이에만 얻을 수 있는 산삼전초를 담아 산삼의
영양분을 피부에 고스란히 전달해준다. 태양을
상징하는 골드 컬러 아이 크림, ‘환유 동안고 골드’를 메인으로 환유 라인 미니어처 6종으로 구성된다.
ROYAL SALUTE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의 대관식에 헌정되며 탄생한 로얄살루트는
70여 년이 흐른 지금까지 명성에 걸맞은 21년 이상의 최고급
스카치위스키만을 고집한다. 이는 독보적인 고연산 블렌딩 기술과 더불어
끊임없이 혁신의 자세로 연구를 거듭해왔기에 얻을 수 있는 명성이다.
로얄살루트의 집약된 기술력을 증명하는 라인업 중 하나가 브랜드 최초
몰트위스키 ‘로얄살루트 21년 몰트’다. 로얄살루트는 설날을 모티프로
동양적 요소와 사자, 예포 등이 한데 어우러진 리미티드 에디션 ‘로얄살루트 21년 셀러브레이션 패키지’를 출시한다. 이는 최소 21년 이상 숙성 원액만
엄선한 후 블렌딩 과정을 거쳐 탄생한 로얄살루트의 대표 제품 중 하나로, 풍부한 과일 향과 달콤한 가을 꽃향기가 특징. 신선한 배와 잘 익은 멜론의
달콤함이 혀를 휩쓸면 이어 드라이하고 스모키한 오크 향이 풍부하고
긴 여운을 남긴다. 또 ‘로얄살루트 21년 시그니처 블렌드’는 새로운
루비 컬러의 플라곤(보틀)으로 구성돼 선물로서의 가치를 더욱 높여준다.
32 ITEM
SOLUNA LIVING
우리나라의 자연스러운 멋이 느껴지는 실용적인 명절 선물을 찾는다면, 한국 공예 작가들과 협업으로 전통의 가치를
발견하고 재해석하는 브랜드 솔루나리빙의 아이템을 주목할 것. 아시아 컨템퍼러리 아트&생활용품을 소개하는
솔루나리빙에서는 2023년 설을 맞이해 ‘스페셜 에디션 미니 토끼잔’을 선보인다. 우리나라의 전통 기법인 물레 성형으로
만든 백토 위에 앙증맞은 토끼의 모습을 청화로 그려 넣고, 전 부분을 금으로 장식했다. 솔루나리빙의 소속 작가 강인경과 협업한 이번 에디션은 2종류의 형태와 10가지 이상의 문양으로 제작된다. 때문에 원하는 형태와 문양이 새겨진 작품을
고를 수 있으며, 받는 사람은 물론 선물하는 이에게도 즐거움을 준다. N
33 cooperation. ROYAL COPENHAGEN (82 2 749 2002) Sulwhasoo (82 80 023 5454) KwangJuYo (82 2 400 9939) The history of Whoo
80 023 7007) ROYAL SALUTE
3000) SOLUNA LIVING (82 2 736 3618)
(82
(1688
The Power of K-Culture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 프리어 갤러리에 위치한 한국실 전경 © 국립중앙박물관
미국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
2022년은 한국이 아시아 미술시장의 새 거점으로
도약하는 해였다. 세계 3대 아트페어 <프리즈>가 성황리에
막을 내리고, 글로벌 갤러리들이 앞다퉈 서울에 분점을
내며 새로운 아트 허브로서 한국의 위상을 증명했다.
한국 미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지금,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이하 NMAA)이 그 ‘흐름’을 전
세계에 소개한다. 체이스 로빈슨 관장은 개관 100주년을
기념하는 올해 여름, 새롭게 문을 여는 현대미술 전용
전시관의 첫 전시를 한국과 함께 진행한다고 밝혔다.
NMAA와 손잡은 한국 작가는 한국의 전통문화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는 미디어 아티스트 박찬경.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며 그 자체로 브랜드가 된 ‘이건희
컬렉션’도 NMAA만의 큐레이션을 거쳐 전시할 예정이다.
100주년의 피날레로 2024년엔 새 전시관 앞에서 서도호
작가의 설치미술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그 외에 새롭게
합류한 한국 미술 전담 큐레이터와 국립중앙박물관의
협업으로 다채로운 기획을 준비하고 있다.
34 SPACE
The prefix “K” is becoming a brand more than just a fleeting trend. From K-pop and K-content to K-art, Korea is increasing its cultural influence in various sectors around the world. Here are the world’s leading museums and galleries that offer a kaleidoscopic vision of Korean creativity, showcasing Korea’s art and culture which strengthens its presence in the global art scenes.
writer RYU JIN
미술관의 한국실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 보스턴 미술관
1870년에 개관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Metropolitan Museum of Art, The Met)에도 오로지 한국의 유물, 공예와 예술만을 집중 소개하는 공간이 있다. 1998년
개관한 The Met의 한국관은 금동반가사유상, 달항아리, 화조 병풍, 상감청자 같은 한국의 대표 예술품을
만나는 장이다. 초대전을 넘어 한국의 문화체육관광부, 국립중앙박물관, 뉴욕한국문화원 등의 기관과 교류하며
협력 연구, 출판 같은 프로젝트로도 확장하고 있다. 올해는
‘Jegi: Korean Ritual Objects’라는 주제로 한국의 전통
제사 의식의 종류와 의미, 철학을 세계에 소개한다.
전시는 10월 15일까지 계속된다. The Met과 함께 미국
3대 미술관 중 하나인 보스턴 미술관(Museum of Fine
Arts Boston, MFA)에도 한국실이 당당하게 자리하고 있다.
2012년 문을 연 ‘Arts of Korea’에는 전통 옻칠, 금속공예
작품과 현존하는 유일한 고려시대 은제 주전자 세트 등을
비롯해 11세기부터 18세기 사이의 미술·공예 작품을
상설전으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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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턴
전경 © Museum of Fine Arts, Boston
영국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박물관
한국 바깥에서 대중문화와 예술을 아우르는 ‘K-파워’의
흐름을 최초로 선보인 공간은 런던의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V&A) 박물관이다. 지난 2022년 9월에 시작한
전시 <한류! 코리안 웨이브Hallyu! The Korean Wave>는
개전 첫날 입장권 매진을 기록하며 한국 대중문화와
예술에 대한 세계의 관심을 입증했다. V&A 박물관과
합작해 소개하는 이번 전시는 문화 예술뿐 아니라 한국의
역사와 산업까지 아우른다. 일제강점기부터 2000년대까지
한국에 펼쳐진 격변의 서사를 해외 관람객이 이해하기
쉽게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으로 펼친다. 지난 1~2년간 전 세계를 강타한 한국의 드라마와 영화를 입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섹션에서는 <오징어 게임>과 <기생충>의 모형, 세트장 등을 만날 수 있다. K-팝 섹션에선 음악, 패션, 춤, 미디어 기술과 함께 융합, 발전한 한국 대중음악의 현재를 만난다. 한국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권오상의 ‘무제의 지드래곤, 이름이 비워진 자리’도 관람객의 눈도장을 받는 인기작. 6월 25일까지 계속된다.
36 SPACE
V&A 박물관에서 진행되는 <한류! 코리안 웨이브> 전시 전경 © Victoria and Albert Museum
태국 방콕 국립박물관 실감콘텐츠 한국실 전경 © 국립중앙박물관
태국 방콕 국립박물관
방콕 국립박물관은 태국 최초의 국립박물관으로, 그
자체가 유적이자 건축 작품이다. 1782년 ‘왕나Wang
Na’라는 이름의 왕실 별궁으로 지은 이곳은 1874년 라마
5세 재임 시절부터 박물관으로 역사를 잇고 있다. 태국과
타이 왕조의 역사, 예술을 망라하는 방콕 국립박물관
안에 ‘한국실’이 문을 열었다. 국립중앙박물관과의
합작으로 탄생한 공간에선 한국의 전통 문화유산을
첨단 미디어 기술과 사운드, 화려한 영상미로 소개한다.
두 ‘국립박물관’이 한국과 태국을 연결하는 접점으로 찾은
키워드는 ‘불교’. 조선시대 불교회화를 소개한 디지털
실감 영상 ‘영혼의 여정’은 한국인의 불교적 세계관과
사후 세계의 모습을 소재로 한다. 한국 통일신라시대의
관음 보살과 태국의 7세기경 작품으로 알려진 아미타불
화불을 한 공간에서 만나는 경험을 선사한다. 미디어아트
‘왕의 행차’는 태국에서도 인기를 끈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에 등장하는 조선 22대 왕 정조의 화성 행차 속으로
관람객을 초대한다. 전시는 5월 21일까지 만날 수 있다. N
37
국립중앙박물관
cooperation
(82 2 2077 9000) Museum of Fine Arts, Boston (www.mfa.org) Victoria and Albert Museum (www.vam.ac.uk)
WHERE EVERY MOMENT LASTS
RING IN THE HOPEFUL NEW YEAR
The New Year has come. The month of January is the time to make New Year’s resolutions to start afresh for a happy new year. Enjoy a relaxing staycation in the heart of the city, in the beautiful island of Jeju, or in the exotic Danang, Vietnam to say good-bye to the old year and welcome the new one.
editor JUN SUNHYE
47 SIGHT
48 SIGHT
THE SHILLA SEOUL is presenting its ‘Holiday Winery’ package, a seasonal event to celebrate the New Year. Indulge in the delightful feast with a variety of wine and food pairings while listening to live jazz concert in the grand ballroom adorned with fabulous decorations.
Holiday Winery
민족 최대 명절인 설이 다가온다. 음력 정월 초하루인 설은
‘아직 익숙하지 않은 날’ ‘새해에 대한 낯섦’ 등을 뜻한다.
1월 1일이 공식적인 새해 첫날이지만, 우리는 설을 쇠야
진정한 새해를 맞은 듯한 기분이 든다. 올해 설은
1월 22일로, 설 연휴는 1월 21일부터 24일까지다.
서울신라호텔은 설 연휴를 맞아 대표 명절 상품 ‘홀리데이
와이너리Holiday Winery’를 선보인다. 화려하게 꾸민
대연회장에서 다채로운 와인과 마리아주 안주, 그리고
감미로운 재즈 공연을 즐길 수 있다.
‘홀리데이 와이너리’는 서울신라호텔의 대연회장
‘다이너스티’에서 화려하게 진행된다. 만찬 테이블과 화려한 샹들리에, 은은하게 비추는 조명과 촛불이 영화
속 만찬장을 연상시킨다. 와인 10여 종과 마리아주 안주, 여기에 감미로운 재즈 공연이 더해져 낭만적인 밤을
선사한다. 스파클링, 레드, 화이트 등 다채로운 와인과 함께
2023년 토끼해를 맞아 토끼 라벨이 붙은 와인도 마련되니
놓치지 말 것. 여기에 와인과 어우러지는 마리아주
안주도 서울신라호텔의 대표 메뉴로 실속 있게 구성된다.
애피타이저부터 핫디시와 함께 달콤한 디저트까지 완벽한
디너를 선사한다.
이번 ‘홀리데이 와이너리’에서는 피아노, 콘트라베이스, 재즈 기타, 드럼, 색소폰, 트럼펫으로 구성된 6인조 라이브 재즈 공연이 진행된다. 새해에 어울리는
선율로 감미로운 라이브 세션이 펼쳐질 예정이다.
명절을 더욱 풍성하게 보낼 수 있는 ‘홀리데이 와이너리’는
설 연휴인 1월 21일부터 23일까지, 저녁 7시부터 2시간
동안, 재즈 공연은 저녁 7시 30분부터 1시간 동안
진행된다.
‘홀리데이 와이너리’ 이벤트는 홀리데이 와이너리
패키지를 통해 이용할 수 있다. 이 패키지에는 와이너리뿐
아니라 토끼해를 맞아 토끼 귀가 달린 모자를 쓴 신라
시그너처 신라베어가 포함돼 더욱 특별하다. 신라베어는
이번 설 패키지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한정판 에디션으로
소장 가치를 더한다.
‘홀리데이 와이너리’ 패키지는 디럭스 룸 1박 기준, ‘홀리데이 와이너리’ 입장 혜택(2인)과 토끼해 에디션
신라베어 1개, 체련장Gym, 실내 수영장(2인)으로
구성된다.
서울신라호텔 ‘홀리데이 와이너리’ 패키지로 새해의
새로운 시작과 희망찬 소망을 나누며, 반짝이는 신년의
추억을 만들길 바란다.
49
경쾌하면서도
대중에게 사랑받는 재즈 곡으로 구성해 아름다운 재즈
MORE INFORMATION 서울신라호텔 ‘홀리데이
와이너리’ 패키지
If you are planning for your first trip this year with your kids for the winter vacation in January, consider the ‘Dear My Family’ package offered by THE SHILLA JEJU. Designed for 2 adults and 1 child, this package includes a variety of benefits for family guests who want to share their unforgettable moments together in Jeju.
Dear My Family
새해가 밝았다. 1월은 새로운 마음과 다짐으로 한 해를
계획하는 시기다. 겨울방학을 맞은 아이와 2023년 첫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면 제주신라호텔 ‘디어 마이 패밀리’
패키지를 추천한다. 이 패키지는 성인 2인, 소인 1인
기준으로 다양한 혜택이 포함돼 온 가족이 제주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 수 있다.
먼저 객실은 아이를 동반하는 가족 고객이 가장 선호하는
정원 전망 테라스 룸으로 제공된다. 테라스 룸은 온돌
객실에 침대가 놓여 있어 객실에 들어서는 순간 내
집과 같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객실에서 짐을 푼 뒤
제주신라호텔의 하이라이트인 패밀리 풀로 이동해 따뜻한
온수풀에서 즐거운 수영을 즐겨보자. 1월 29일까지 야외
패밀리 풀에서는 겨울방학을 맞은 아동 고객을 위해
15시부터 17시까지 ‘플로팅 시네마’가 진행된다.
하늘 높이 뻗은 야자수로 둘러싸인 온수풀에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을 감상할 수 있다. 물놀이 후
허기진 배는 패키지 혜택으로 포함된 풀사이드 바의
바삭하고 촉촉한 수제 치킨과 따끈하고 포슬포슬한
감자튀김으로 달랠 수 있다.
‘디어 마이 패밀리’ 패키지에는 G A O. 숨비포토 혜택도
포함되어 있다. 제주신라호텔의 레저 엔터테인먼트
전문가와 함께 잘 가꾼 숨비정원을 산책하며 숨은
포토 스폿에서 온 가족이 여행의 순간을 사진으로 남길
수 있어 투숙객에게 사랑받는 프로그램이다. 촬영된
사진은 액자와 앨범으로 받을 수 있다. 기존에 일반 액자로
제공하던 것을 지난해 12월부터 캔버스 원단을 원목
틀에 감싼 형태의 캔버스 액자로 업그레이드했다. 캔버스
액자는 잊지 못할 소중한 추억과 함께 포인트 인테리어
아이템으로도 제격이다.
제주신라호텔에서는 1월 한 달간 새해맞이 ‘위시 컴 트루’
이벤트도 진행한다. 새해를 맞아 이루고 싶은 소망을
캘리그래피로 적어주는 이벤트로, 따스한 겨울 햇살이
비치는 3층 릴리 룸과 로즈 룸에서 진행되며 통창 밖으로
펼쳐진 야외 정원을 감상하며 휴식을 취할 수도 있다.
사랑하는 가족과 겨울 제주의 낭만을 선사하는 ‘디어 마이
패밀리’ 패키지는 2월 28일까지 이용 가능하며 성인 2인, 소인 1인 조식 또는 중식, G.A.O. 숨비포토(투숙 중 1회),
풀사이드 바 수제 프라이드치킨&감자튀김과 샐러드(투숙 중 1회)로 구성된다.
MORE INFORMATION
제주신라호텔
‘디어 마이 패밀리’ 패키지
50
S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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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forgettable Reunion on Tet Holiday
설 연휴를 맞아 온 가족이 여행을 떠날 계획이라면, 따듯한
날씨와 비행시간이 길지 않은 베트남 다낭이 제격이다.
베트남에도 우리나라의 설과 비슷한 최대 명절 ‘뗏Têt’이
있다. 2023년 뗏 연휴 기간은 1월 20일부터 26일까지 무려
7일이다. 베트남은 뗏 기간에 고향에 온 가족이 도란도란
모여 전통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새로운 한 해를 축하한다.
신라모노그램 다낭은 1월,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새해를
맞아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다채로운 식음
프로모션을 준비했다. 뗏 애프터눈 티Têt Afternoon Tea는
나른한 오후에 달콤함을 선사한다. 푸르른 다낭의 논누억
바다 전망이 바라보이는 바 M에서 베트남 전통 스낵과
페이스트리를 전통 티와 즐길 수 있다. 1월 16일~26일에,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베트남의 명절 분위기를 물씬 느끼고 싶다면, 1월 21일에
단 하루 진행되는 리유니온 디너Reunion Dinner를
추천한다. 베트남 각 지역에서 실제 가족이 설날에 모여
즐기는 전통 음식과 로컬 주류가 제공되어 이국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저녁 5시부터 10시까지 다이닝 M에서는
베트남 북부, 중부, 남부 3개 지역의 정통 요리를 경험할 수 있다.
한국의 최대 명절인 설 연휴를 해외 여행으로 놓쳐서
아쉬움이 남는다면, 1월 22일 하루만 진행되는
‘테이스트 오브 코리아A Taste of Korea’를 이용해보자.
다이닝 M에서 저녁 5시부터 10시까지 열리는
프로모션으로, 떡국과 LA갈비, 모둠전 등 한국 명절 음식을
맛보며 잠시나마 베트남 속 한국을 느낄 수 있다.
52 SIGHT
SHILLA MONOGRAM Quangnam
Danang is offering its food and beverage promotion for family guests to spend some quality time together and celebrate the New Year. It features ‘Afternoon Tea’ to enjoy a sweet treat on a lazy afternoon, ‘Reunion Dinner’ to savor traditional Vietnamese dishes made for the holidays, and ‘A Taste of Korea’ to experience authentic Korean cuisine in Vietnam.
53 cooperation THE SHILLA SEOUL (82 2 2230 3310) THE SHILLA JEJU (1588 1142) SHILLA MONOGRAM QUANGNAM DANANG (84 235 625 0088)
다가오는
한국 명절의
한국의
모노그램
MORE
신라모노그램 다낭 홈페이지
설 연휴를 맞아 해외로 떠나고 싶은데
분위기도 놓치고 싶지 않다면, 베트남과
문화와 음식을 모두 경험할 수 있는 신라
다낭이 최고의 선택지가 될 것이다. N
INFORMATION
THE BEAUTY KOREA SPOTTED AT THE SHILLA
THE SHILLA is Korea’s leading hotel which boasts a wonderful combination of traditional beauty of Korea and contemporary design as the iconic setting where tradition meets modernity. Traditional elements are everywhere from the entrance of THE SHILLA SEOUL to THE SHILLA JEJU, deeply impressing not only foreigners but also Korean guests.
editor JUN SUNHYE
54 TOUCH
국빈 만찬 장소로 사용된 영빈관
외국인이 온돌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서울신라호텔 코리안 스위트
해외여행을 가면 그 나라의 전통을 엿볼 수 있는 고궁이나
유적지부터 찾게 된다. 그리고 호텔도 세계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체인 호텔보다는 그 나라의 문화가 깃든
로컬 호텔이 더 매력적이다. 신라호텔이 한국을 대표하는
호텔인 이유다. 한국 전통의 아름다움을 품격 있고
모던하게 재해석한 최고의 호텔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신라호텔의 애정과
자부심은 호텔 곳곳에서 드러난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바로 모든 신부가 원하는 웨딩
베뉴인 서울신라호텔 ‘영빈관’이다. 영빈관은 과거 국빈을
위해 지은 진짜 영빈관이었다. 1959년 이승만 대통령의
지시로 이곳에 영빈관을 건설한 후 1978년 지금의 청와대
영빈관이 개관하기 전까지 국빈을 위한 숙소와 만찬장 역할을 했다. 서울신라호텔 영빈관은 서울신라호텔의
모태를 넘어 청와대 영빈관의 전신前身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전통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살린 공간일 수밖에 없다.
영빈관 뒤쪽 산책로를 따라 올라가면 조용하고 고즈넉한
팔각정이 나타난다. 산책하며 사색하기 좋은 곳이다.
시즌에 따라 명상이나 전통차 시음 등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한식당 라연은 한식의 격을 한 단계 높인 것으로 평가받는
국내 최고의 한식당이다. 지난 2013년 8월 오픈해
‘한국의 품격 있는 식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국내 대표
한식당’으로서의 소명과 역할을 다하고 있다. ‘한식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에서 출발해 전통 음식의
조리법뿐 아니라 한식에 담겨 있는 문화적 요소, 시기별
식기류, 상차림 방식까지 세세하고 깊이 있게 연구했다.
소금·장류 등 기본 식재료에 충실하면서 국내 최고의
제철·제산지의 식재료를 찾아 사용하고, 한식을 통해 국내
55
한국의 품격 있는 식문화를 알리고 있는 한식당 라연
식재료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특히 한식이 가진 아쉬운 점으로 꼽히는 ‘음식과 음료와의
페어링’을 개선하려고 소믈리에부터 전통주 명장까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참여해 한식에 가장 잘 어울리는
전통주, 와인, 차를 찾아내 선보이고 있다. 또 라연에서
사용하는 식기는 은기, 유기, 자기 등 전통 기물을 재현한
것들이다. 자기의 경우, 담백한 한국적 미를 강조하고
여백의 미를 더하기 위해 국내 작가와 협업해 백자로
개발했다.
영빈관과 라연 외에 전통의 미를 경험할 수 있는 또
다른 공간은 코리안 스위트 객실이다. 서울신라호텔
유일의 온돌 객실로, 한국 고유의 온돌 문화와 한국적인
인테리어가 특징이다. 한국 문화를 경험하고 싶은
외국인과 영유아를 동반한 가족 고객이 이용하기 좋다.
전통 창살의 문과 창문, 가구와 오브제에서 한국의 미를
느낄 수 있다.
제주신라호텔의 한식당 ‘천지’와 ‘테라스 룸’에서도 한국의
미를 찾을 수 있다. 한식당 ‘천지’는 한국 전통의 맛과 멋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우드 톤의 안락한 분위기에 벽면에는
한국 수묵화의 거장인 박대성 화백의 작품이 걸려 있어
전통미를 더한다. 한식당 천지에는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스페셜 메뉴가 있다. 제주 향토 음식을 천지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한 코스 요리인 ‘숨비 코스’다. 흑돼지
돔베 고기, 무태장어, 한치 물회 등 정갈한 제주의 맛을
느낄 수 있어 많은 고객에게 호평받고 있다. 이 외에
자연송이 맑은 탕, 한우 전복 신선로 등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다양한 한식 메뉴와 함께 전통주를 즐길 수 있다.
한국 전통의 온돌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테라스 룸은 온돌
한실에 침대가 세팅되어 있어 부모님이나 아이를 동반하는
가족 고객이 선호하는 객실이다. 객실에 들어서면 한실
고유의 따뜻한 분위기와 전통 한옥의 넉넉함, 집과 같은
아늑함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온돌은 온도 조절도 가능해
추운 겨울철 따뜻한 휴식을 선사한다. 객실에는 전통미를
살린 격자 창문과 좌식 테이블이 세팅되어 있다. 테라스
룸은 총 세 타입이며, 취향에 따라 선택 가능하다. 40㎡
객실에 더블 베드가 하나 놓여 있는 스탠다드 정원 전망
테라스 더블 룸은 온돌을 보다 넓게 이용할 수 있다.
더블 침대와 싱글 침대가 세팅된 스탠다드 정원 전망
패밀리 트윈 객실로도 선택 가능하다. 더 넓은 객실을
원한다면 프리미어 정원 전망 테라스 룸을 이용할 것.
스탠다드 객실보다 넓고 2인용 소파가 마련되어 있어
보다 여유로운 휴식을 취할 수 있다. N
56 TOUCH
57 cooperation THE SHILLA SEOUL (82 2 2230 3310) THE SHILLA JEJU (1588 1142)
가족 고객에게 인기인 제주신라호텔의 프리미어 테라스 룸
한국 전통의 맛과 멋을 즐길 수 있는 한식당 천지
CULINARY DELIGHTS OF THE NEW YEAR
58 GASTRONOMY
상큼한 소스와 달큼한 대게살이 어우러진 대게 냉채
In January, there are as many gatherings as at the end of the year. LA YEON, THE SHILLA SEOUL’s Korean restaurant, is the perfect place for a memorable fine dining experience with your loved ones. Start the New Year with LA YEON’s new winter menu of culinary delights.
editor JUN SUNH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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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수란과 불향 입힌 불고기가 인상적인 불고기 수란
조선시대 궁중식 어만두를 재해석한 전복도미 어만두
연말만큼이나 모임이 많은 1월이다. 지난 연말에 만나지
못한 이들과 새해 첫 모임으로 ‘라연’만 한 곳이 없다.
라연은 제철 식재료를 이용한 겨울 그랜드 메뉴를 선보였다. 영양을 가득 품은 겨울 식재료를 먹으며 새해의 즐거움을 만끽하자.
점심 코스에는 문어 냉채와 삼치 간장구이를 새롭게 맛볼
수 있다. 문어 냉채는 겨울에 가장 맛있는 남해안 돌문어를 활용한 신메뉴로, 간장소스에 마리네이드해 저온으로
부드럽게 익힌 돌문어가 특징이다. 여기에 유자마늘소스로
버무린 배와 프리셰를 곁들이고 문어 육수로 만든
폼Foam을 올린다. 황금팽이버섯 피클, 밤 슬라이스, 메밀, 양파 파우더로 식감과 맛을 더했다. 겨울에 지방층이
두꺼워져 더 맛있는 삼치는 간장구이로 선보인다. 삼치를
된장으로 마리네이드한 후 간장소스를 바르며 부드럽게 익혔다. 삼치의 맛을 품은 무조림, 부드럽게 익힌 대파, 우엉튀김을 곁들이고 살짝 매콤한 간장소스로 감칠맛을 더했다.
저녁 코스에는 문어 냉채 대신 대게 냉채가 준비된다.
대게 또한 겨울이 되면 살이 가득 차올라 가장 맛있는 시기다. 대게 냉채는 달큼한 대게살에 유자마늘소스로
버무린 배추, 프리셰, 래디시를 곁들이고, 겨자채와 딜꽃, 비올라 잎으로 장식했다. 특히 ‘제주 감귤초’를 배합해 만든 소스로 상큼한 맛과 향을 더했다. 또 삼치간장구이 대신
불고기 수란이 저녁 코스의 신메뉴다. 강원도 춘천의 청정
지역에서 자란 ‘백봉오골계’의 초란(자연 방사, 무항생재, 유정란)만을 선별해 수란으로 만든다. 한우 1++ 소고기
60 GASTRONOMY
싱싱한 제철 굴을 가득 올린 굴솥밥
등심에 불향을 입혀 익힌 불고기, 대파채를 곁들이고
석이버섯을 고명으로 장식한다. 한우 1++ 소고기 양지로
진하게 우린 육수로 만든 우육간장소스로 감칠맛을 더했다.
불고기 수란 다음에는 전복도미 어만두가 이어진다.
조선시대 궁중식 어만두를 라연 스타일로 재해석한
요리다. 완도산 전복, 애호박, 도라지, 두부로 소를
만들어 도미살로 감싸 부드럽게 쪘다. 황금팽이버섯을
넣은 겨자향 양지육수를 소스로 붓고 향과 식감이
독특한 잎새버섯을 구워 곁들였다. 라연에서 직접 담근
세모가사리 장아찌가 포인트다.
저녁 식사로는 전복비빔솥밥, 육회비빔밥, 굴솥밥 중
선택할 수 있다. 바다의 우유라 불리는 굴은 겨울에 빼놓을
수 없는 제철 식재료다. 영양이 풍부한 통영 굴과 다시마로
육수를 내 밥물로 사용하고, 당일 도정한 쌀로 솥밥을
지었다. 여기에 들기름으로 맛을 낸 무나물과 톳, 부드럽게
쪄낸 굴을 얹어 겨울의 맛을 완성했다.
겨울 시즌 디저트는 사과 숙과 모과 셔벗이다. 부드럽게
익힌 사과 숙과 사과젤리 위에 라연에서 직접 담가 1년
이상 숙성한 모과청으로 셔벗을 만들어 올렸다. 곁들인
모과 젤리 위에는 꽃잎 칩, 모과 셔벗 위에는 사과 칩을
얹어 바삭한 식감을 주었고, 애플민트 파우더로 색감을 더했다.
예와 격을 갖춰 정성으로 차려낸 라연의 한식 정찬을 통해
새해의 힘찬 에너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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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peration LA YEON (82 2 2230 3367)
KOREAN TRADITIONAL LIQUOR
Wine or whisky is great for the New Year’s celebrations, but Korean traditional liquor will elevate your first party of the year to a more meaningful event. A selection of traditional liquors offered by La Yeon at THE SHILLA SEOUL will be the best gift for the New Year.
editor JUN SUNHYE photographer JOUNG JUNTAEK
62 DRINK
cooperation LA YEON (82 2 2230 3367)
부드럽고
달콤한 고도리 복숭아 와인, 최부잣집의
가양주
대몽재 1779, 아메리칸 오크통에서 숙성한 화요 X. 프리미엄
와인이나 위스키로 연말을 보냈다면, 새해 첫 모임에는
역시 전통주가 어울린다. 최근 몇 년 사이 전통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그 저변이 확대됐다. 막걸리와 소주, 그리고 청주로 대표되던 전통주는 젊은 생산자의 실험
정신과 지역 특산품의 결합 등으로 다채롭게 진화해왔다.
그리고 서울신라호텔의 한식당 라연은 한식과 어울리는
우리의 전통주를 소개하는 데 앞장섰다. 새해를 맞아
라연에서 추천하는 전통주를 만나보자.
첫 번째 전통주는 경주 최부잣집에서 전해 내려오는
가양주인 ‘대몽재大夢齋 1779’다. 천년 역사 신라의
경주에서는 예부터 귀족과 화랑이 즐겨 마시던 궁중
비주秘酒가 있었다. 비주는 빚는 방법과 음주법이
엄격해서 법주法酒라고도 했다. ‘대몽재 1779’는 경주 교동
최부잣집의 비법으로 만든 가양주로, 교동 법주와 함께
비주의 계보를 잇고 있다. 경주에서 직접 경작한 찹쌀로
죽을 쑤고 누룩을 섞어 만든 밑술을 몇 번에 걸쳐 담그고
받아내는 전통 방식으로 저온 숙성해 완성한다. 준비
과정부터 숙성, 발효까지 전통 방식을 고수하며, 자연의
법칙에 따라 미세한 맛의 정도를 세심하게 조절한다.
저온에서 100일간 숙성해 매월 300병 한정으로 생산한다.
찹쌀의 감칠맛에 은은한 누룩 향, 부드러운 풍미와 적절하게 어우러진 산미가 특징이다.
두 번째는 화요 X. 프리미엄Premium이다. 화요 41의
원액을 아메리칸 오크통에서 숙성해 영롱한 황금빛 앰버
컬러에 맛과 향의 균형미를 갖춘 최고급 싱글 라이스
목통주다. 기존의 증류식 소주에서 좀 더 숙성한 맛을
내려고 아메리칸 오크통을 사용해 풍부한 향과 맛을
더했다. 5년 이상 숙성해 밝고 선명한 골드색을 띤다.
주질이 원숙하고 부드러우며 어떤 첨가물도 넣지 않은
숙성 원액만으로 제조해 목 넘김이 부드럽고 피니시가
깔끔하다.
마지막으로 추천하는 전통주는 고도리 복숭아 와인이다.
경북 영천시에 위치한 마을 고도리에서 생산하는 지역
특산주로, 복숭아의 당도가 가장 높은 8월 말에 수확해
별도의 당을 첨가하지 않고 발효한 와인이다. 복숭아를
발효해 저도주로 빚은 디저트용 와인으로 끝맛에서
느껴지는 복숭아의 부드럽고 향긋한 맛과 향이 특징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촌진흥청이 협업해 자체 와이너리
조성 사업을 시작했는데, 고도리 와이너리는 이 사업에서
첫 번째로 선정되었다. ‘고도리 와이너리’ 제품은 2011년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 과실주 부문 우수상, 2015년
한국와인 베스트컬렉션 골드상, 2016년 대한민국 주류
대상 BEST OF BEST상, 2017년 아시아와인트로피
실버상, 2018년 대한민국주류대상 한국와인 부문 대상
등을 수상하며 뛰어난 품질을 인정받았다.
라연에서 추천한 전통주 3종은 새해 첫 모임은 물론 품격
있는 설 선물로도 제격이다. 약주, 증류주, 과실주로 다양한
우리 술을 즐겨보자. N
There has been growing interest in traditional liquors in recent years, which leads to expand the market base. THE SHILLA SEOUL’s Korean restaurant La Yeon is at the forefront to introduce traditional liquors that are best paired with K-f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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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PLORE THE ROOTS WITH THE BRUSH
Now we all live in the age of globalization. Although the whole world is seen as a comprehensively connected and integrated community, we develop our own culture by building harmony between nature and civilization. Korean artist Park Dae Sung is known for his contemporary reinterpretations of Korean traditional ink-and-wash paintings with his creative modern brushstrokes while embracing the traditional styles of “true-view landscape” paintings. Park’s unique techniques and perspectives on the beauty of old things give the viewers an insightful glimpse into the roots of landscape painting.
editor PARK HYUNJUNG photographer JOUNG JUNTAEK
우리는 보이는 것에만 매몰되어 보이지 않는
것을 쉽게 잊고는 한다. 특히 기초적이고
본질적인 부분일수록 보이지 않는다. 전통은
역사적으로 전승된 문화다. 현재 향유하는
문화의 뿌리지만 고루한 인습이라 여기며
새로운 것으로 대체하려고 한다. 소산 박대성
화백의 산수화는 이럴 때일수록 전통과 자연, 본질의 가치를 되새기게 한다. 매일 새벽마다
글씨를 쓰고 25시간씩 치열하게 그림을 그리는
박대성 화백는 진경산수에 바탕을 두면서
현대적인 미감을 더해 자신만의 수묵화를
완성했다. 그를 경주 남산 자락의 작업실에서
만나 예술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소산 박대성 화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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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S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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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성, ‘몽유 신라도원도’, 2021, 종이에 수묵, 1200×500cm, 경주솔거미술관 제공
박대성, ‘삼릉비경三陵秘境’, 2017, 종이에 수묵, 800×400cm, 경주솔거미술관 제공
N. 제주의 다양한 풍경을 그려왔지만 ‘일출봉’ 연작은
우뚝 솟은 일출봉이 담대하게 느껴진다. 여러 연작 중
제주신라호텔 3층에 걸린 ‘일출봉’은 여름의 세찬 바람과
부서진 듯한 나무 울타리가 인상적이다.
P. 제주에 오래 머물면서 성산일출봉을 여러 각도에서 많이
그렸다. 제주신라호텔에 있는 그림은 여름의 일출봉을
그린 거다. 일출봉 주변은 경관이 아름답고 갈대밭도 있어
그릴 요소가 많다. 그 가운데 일출봉이 가장 잘생겼다.
우리는 자연을 거스르려고 하는데, 자연의 흐름에 몸을
맡겨야 한다. 나무 울타리도 세월이 지나면 기울어지고
넘어지기도 한다. 그게 자연이다. 자연스러운 것, 자연 그 자체를 그려왔다.
N. 현재까지 왕성하게 활동하는 한국 산수화가 중 한 명이다. 한평생 자연에 눈길을 두고 그림을 그리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P. 어릴 적부터 그리기를 좋아했다. 다섯 살이던 1949년
공산주의자들에 의해 한쪽 팔을 잃었다. 학교에 가면
학생들이 놀리니까 학교 공부와 멀어졌고 그림에
몰두하면서 불편함을 잊으려고 했다. 사람들은 물질에
눈이 기울어 있다. 그래서 전쟁 같은 참극이 반복된다.
물질적인 것에서 벗어나 자연스럽게 살아야 한다.
생산적으로 살면서 사람들에게 보탬이 되는 그런 삶.
가다가 한 번씩 과거를 되돌아볼 수도 있고, 그로 인해
새로운 발견을 하고 재구성해 진일보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그런 생각을 담아 그림을 그린다. 그런데 지금껏
그림을 그리다 보니 끝이 없다. 끊이지 않고 해야 하니
학문이고 연구다. 동양화는 추상으로 했고, 재료 역시
태양의 빛으로 얻은 색이 아닌 먹으로 그린다. 먹은 불의
심판을 받은 그을음으로 만든다. 그러니 동양철학의
바탕이다. 먹 하나와 간단한 채색으로 그림을 그리면서
인생을 연구한다. 인생에는, 노력에는 졸업이 없다.
계속 새로운 게 생기고 진화하는 거다.
N. 대작을 그린 작품이 많다. 갈묵渴墨을 써서 질감을
표현하기도 하고 힘 있게 획을 긋기도 한다. 마치 오래된
비석 위에 탁본을 뜬 것 같은 느낌도 있다. 그림 자체에서
엄청난 힘이 느껴진다. 주로 어떻게 그리는 편인가?
P. 감정도 시시각각 변하고 소재에 따라서도 그림 그리는
방법이 달라진다. 순식간에 그리는 그림이 있고 천천히
그리는 그림이 따로 있다. 오래 그린다고 좋은 작품이 되는
것도 아니고, 간단히 그린다고 작품성이 없는 것도 아니다.
나쁜 그림은 없다. 스스로 생각하던 것이 여러 가지가
맞아서 잘 전달되었느냐 안 되었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N. ‘불국설경’ ‘경주 남산’ ‘삼릉 비경’ 등 신라시대의
유적이 깃든 경주의 모습을 많이 담아왔다. 경주를
배경으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가?
P. 뿌리를 말한다. 지금 우리나라는 고유의 정신을
잃어버린 나라, 즉 뿌리 없는 나무다. 신라는 8세기에 인구
100만이 넘는 세계 4대 수도이자 문화의 종주국이었다.
그런데 아무도 모르지 않나. 한국의 우수한 예술은
경주에서 완성된다. 우리가 무엇을 했는지, 그것이 바로
문화다. 외국인이 오면 궁궐을 보고 유적지에 가서 그
나라의 문화를 본다. 우리의 것을 재정비해서 도약해야
할 게 아닌가. 한류도 중요하지만 지금같이 전 세계가
문화 전쟁을 펼치는 시대에 본래의 문화를 잘 보존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더 필요하다.
68 LISTEN
N. ‘불국설경’은 불국사를 세 시점으로 나눠 한 화면에
담았다. ‘몽유 신라도원도’는 부감법과 다시점多視點을
이용해 담아냈다. 전통적이면서도 색다른 구도가 인상 깊다.
P. 구도는 오랜 시간 홀로 고민한 결과다. ‘불국설경’을
그릴 때 불국사의 아름다운 석축과 긴 회랑을 표현하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다. 예술은 신선미가 있어야 한다.
전통에 충실하되 오늘날의 의식에 맞게 재구성하려고
노력했다. 전통은 뿌리다. 하지만 전통은 전통으로
흘러가버려서는 안 된다. 우리가 사는 패턴 자체가
전통이다. 패턴을 시대에 맞게 조형언어로 만들어줘야
한다. 우리를 이루고 있는 건 전통이지만, 우리는 계속
진화하고 있기에 현실에 맞춰서 전통도 진화해줘야
한다. 하지만 현대적인 것에만 치우치면 향기가 없다.
오늘날 현대인이 신선함을 느끼려면 향기가 있어야 한다.
현대인의 보편적 진리를 담아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공감을 끌어낼 수 있도록.
N. 산수화 이전에 글씨를 근간으로 삼고 매일 서예를 연마해왔다. 추사체, 마오체는 물론 갑골문도 공부했으며
소산체도 만들었다. 필사적으로 글씨를 쓰는 이유는 무엇인가?
P. 동양화가에게는 글씨가 근간이다. 글씨와 그림은 반드시
함께해야 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기도하고 남산을 맨발로
걸으면서 정신을 단련한다. 그러고 나서 그림을 그리기
전 매일 한두 시간씩 글씨를 쓰면서 연구에 매진한다.
기초 닦는 걸 30년쯤 했을 때 ‘됐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기초는 평생, 죽을 때까지 해야 한다. 여든을 앞두고
있지만 청년처럼 공부하고 있다. 현재는 조선 후기
서화가 이인상의 글씨를 연습 중이다. 글씨를 쓰지 않는
동양화가는 뿌리 없는 나무에 매달린 열매에 신경 쓰는
것과 마찬가지다. 보이지 않는 게 무서운 법이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을, 기초를 항상 신경 써야 한다.
N. 지난해 미국, 독일, 카자흐스탄, 이탈리아 등 끊임없이
국외 전시를 열었다. LA카운티뮤지엄(LACMA) 전시는
선풍적인 인기에 힘입어 연장되기까지 했다. 올해도
이 흐름을 이어갈 계획인가?
P. 2022년 12월 24일부터 2023년 3월 19일까지
다트머스대 후드미술관에서 전시를 열고, 뉴욕주립대
스토니브룩, 메리워싱턴대에서도 계속할 예정이다.
하지만 피로가 쌓여서 이후 계획된 해외 전시는 없다.
경주솔거미술관에서 5월 28일까지 열리는 <코리아
판타지>에서 ‘코리아 판타지’ ‘청산백운’ 같은 큰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N
소산 박대성 겸재 정선과 이상범, 변관식으로 전해 내려오는 진경산수화의 명맥을 잇는 현대 수묵화가다.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에서 8번 수상하고, 1979년 중앙미술대전에서 대상을 받았다. 1984년 가나아트의 1호 전속 화가이며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이 후원한 신진 작가 1호다. 1988년 호암미술관에서 100여 점으로 개인전을 개최했다. 호암미술관, 청와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LA카운티뮤지엄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으며, 2008년 작품 기증 의사를 밝혀 2015년 8월 경주솔거미술관이 개관했다.
박대성 화백은 그림 그리기 전 매일 1~2시간씩 서예를 연마하며 기초를 닦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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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Oegyujanggak Uigwe, Books for the King
70 HERITAGE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외규장각 의궤, 그 고귀함의 의미>에서 공개된 외규장각 <의궤> 전권,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We leave behind records to review the past. Just a few lines of records can restore lost culture or even change history. Let’s take a look into the essence of Joseon's archival culture from the detailed texts and vivid illustrations of the ‘Oegyujanggak Uigwe’.
editor PARK HYUN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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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효세자책례도감의궤文孝世子冊禮都監儀軌>(외규211), 1784년(정조 8), 49.7×34.1×9.0cm,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본디 조선은 기록의 나라다. 태조부터 철종까지 조선
왕조 500년을 방대한 양으로 남긴 <조선왕조실록>(이하
<실록>)과 국왕의 명령 및 각 부서 간 소통을 고스란히
담아낸 <승정원일기> 등 각종 기록유산이 현재까지
보관되어 내려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국 중 아시아 1위, 세계 5위를 당당히
차지할 만큼 기록문화의 강국이다. 기록유산이 지금껏 남아
있기에 우리는 역사를 알고, 기억하며 당시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다. 역사를 기억하는 것, 그것이 기록유산의 가치다.
대를 이어 내려온 왕실의 보고서
조선시대 기록유산의 꽃은 단연코 <조선왕조의궤>
(이하 <의궤>)다. <의궤>는 나라에서 큰일을 치를
때 후세에 참고하려고 그 일의 경과를 자세하게 적은
책을 말한다. 법전인 <경국대전經國大典>이나 예서인
<국조오례의國朝五禮儀> 등도 의례에 대한 기본 정보가
있으나 후대가 행사를 열 때 자세한 내용을 알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태조 이성계의 상장례喪葬禮를 담은 <태조강헌대왕상장의궤太祖康獻大王喪葬儀軌>, 경복궁
건설 내용을 기록한 <경복궁조성도감의궤景福宮造成儀軌>
등을 제작한 것으로 보아 조선 초기부터 <의궤>의 중요성을
인식한 것으로 파악된다.
<의궤>에 담긴 국가 의례나 행사 중에는 상시적으로 지내는
제사, 의례, 건물과 악기 수리 등과 국왕·왕세자의 혼인과
책봉, 장례, 사신 접대, 궁궐 중건 등 특별한 이유 때문에
비상시적으로 치르는 의례나 행사로 나뉜다. 이런 큰 규모의
행사를 후대가 참고할 수 있도록 행사에 동원된 인원, 행사 내용, 사용된 재물, 행렬의 배치, 의식과 절차 등으로
상세히 정리해 남겨두었다.
국왕과 조정이 어떤 논의와 결정을 했는지는 <실록>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실록>에서 확인할
수 없는 내용도 분명 존재한다. 헌종이 효명세자의 묘를
이전하기 위한 논의는 <헌종실록>에 짧게 나와 있지만, <의궤>는 2종 9책이나 된다. 덕분에 국왕이 신하들과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을 상세하게 살펴볼 수 있다. 이렇듯 <의궤>는 실용적인 책이기도 했으며, 국왕의 전횡을 막고
정치의 투명성을 담보하는 견제 수단이 되기도 했다.
문효세자 왕세자책봉 옥인文孝世子 王世子冊封 玉印, 1784년(정조 8), 10.5×10.5×11cm,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72 HERIT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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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고급 비단과 놋쇠 판, 국화동박철로 장황한 어람용 <의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기사진표리진찬의궤己巳進表裏進饌儀軌>, 1809년(순조 9), 47.2×33.5cm, 어람용, 국립중앙박물관 복원 제작,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왕을 위한 책의 품격
임진왜란을 겪으면서 조선 초기부터 17세기까지의
<의궤>는 모두 소실되었다. 현재 남아 있는 <의궤>는
임진왜란 이후 제작한 것이다.
<의궤>는 왕이 열람하던 ‘어람용御覽用’과 행사를
진행하는 관원을 위해 제작한 ‘분상용’으로 나뉜다. 대부분
어람용 1부와 분상용 여러 권으로 제작되는데, 어람용은
왕의 손길이 닿기에 그에 어울리는 품격을 갖춰야 했다.
표지는 초록색 고급 비단을 사용했고, 반짝이는 놋쇠 장식, 국화꽃 모양의 못(국화동박철)을 박아 책을 고정했다. 책지는 닥나무로 만든 두껍고 매끈한 초주지草注紙를 사용했고, 내용은 사자관寫字官을 선발해 해서체楷書體로
반듯하게 써서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반차도’ 역시 화원이
손으로 일일이 그린 후 채색했다. 반면 분상용은 반복되는
인물을 나무에 새겨 도장처럼 찍은 후 채색했다.
어람용은 그야말로 국가 경영 지침서였다. 내용은 행사나
의례가 끝난 후 공문서를 모아 그대로 베껴서 엮었기
때문에 모든 것이 빠짐없이 기록되어 있다. 행사의 추진
배경과 일이 진행되는 맥락도 같이 설명한 것이 특징이다.
다만 분상용은 일부 생략된 설명이 있어 모든 내용을 담고
있는 어람용의 가치가 훨씬 높다.
김석주金錫胄, ‘보사공신화상保社功臣畫像’, 1680년(숙종 6), 비단에 채색, 176.5×103cm, 실학박물관 소장,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The kings of the Joseon Dynasty pursued the rule of propriety by practicing proper rituals, and established the social order that all the people voluntarily followed to live in harmony. A unique form of documentary heritage that cannot be found anywhere else in the world, the Uigwe is in itself a historical and cultural identity of the Joseon Dynasty.
74 HERITAGE
예치로 이끄는 이상적인 조선
사회 구성원 모두 각자의 역할에 맞는 예를 갖추고
자발적으로 실천하며 함께 만드는 질서, 조선이 이루고자
했던 이상적인 사회 모습이다.
유교 사상이 중심을 이룬 조선에서는 국가 의례나 행사로
국왕의 권위를 바로 세웠다. 이 때문에 바른 예법을 잘
따른 의례가 필요했다. <국조오례의>가 의례에 맞는
예법을 규정한 것이라면, <의궤>는 예법을 실질적으로
적용하기 위해 어떻게 했는지 방법과 경험을 모은 책이다.
왕은 신화와 백성이 자신을 기꺼이 따를 수 있게 권위를
보이는 것이 중요했다. 책례冊禮를 통해 정당한 후계자를
공표해 왕위의 정통성을 입증하고, 왕실 구성원의 존호를
올려 왕실의 지위를 격상시키는 등 의례를 지냈다.
또 충신을 기려 신하의 충성심을 다잡고, 풍년을 위해
선농단에서 농경신에게 제사를 올리거나, 모범적인 혼례
의식 정착을 위해 친영례親迎禮를 치르는 등 예치를 통해
신하와 백성을 다스렸다.
바다 위 왕실의 서고, 외규장각
<의궤>는 보통 5 9부를 제작해 전국 각지에 보관했다.
어람용은 왕실 도서관인 규장각이나 외규장각에
보관했고, 분상용은 춘추관春秋館과 지방의 중심지 및
산간 지역에 설치한 사고史庫,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관서
등에서 보관했다.
정조는 1782년 2월 규장각의 부속 도서관으로 외규장각을
강화도에 설치했다. 한강이 끝나는 바다 위 강화도는
외적의 침입으로부터 국가와 왕실의 안전을 지켜주는
후방이자 ‘보장지처堡障之處’였다. 가장 안전한 땅에
지은 외규장각에는 규장각에서 보관하던 어람용
<의궤>와 왕실의 상징인 금보金寶, 옥책玉冊, 선왕의
글귀, 왕실 족보 등 수장품 5000여 점을 보관했다. 이 중
어람용 <의궤>가 가장 많았다. 그러나 고종 3년(1866)
프랑스군이 강화도에 쳐들어왔을 때 <의궤> 297권을
포함한 도서 359점을 약탈하고, 나머지 책과 건물은 전부
불태워버렸다.
이후 1975년 프랑스국립도서관의 촉탁 직원으로 일하던
고 박병선 박사가 국립도서관 베르사유 별관에 외규장각
어람용 <의궤> 297권을 비롯한 관련 도서를 무더기로
발견했다. 당시 국내에는 어람용 <의궤>가 남아 있지 않고
분상용만 있어 어람용의 원형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프랑스국립도서관은 박병선 박사가 비밀을 누설했다는
이유로 사표를 강요했지만, 그는 개인 자격으로 10년간
도서관을 드나들며 외규장각 <의궤>를 정리했다. 박병선
박사가 1985년 발간한 책 <조선조의 의궤>를 기반으로
1992년 정부는 프랑스에 정식 반환을 요청했고, 2011년
6월이 되어서야 외규장각 <의궤>를 5년마다 계약을
갱신하는 임대 형식으로 반환받았다.
반환 10주년, 한눈에 보는 연구의 성과
145년 만에 고국의 땅을 밟은 외규장각 <의궤>는 반환
10주년을 맞이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 10년간
외규장각 <의궤>를 연구하고 성과를 공개해왔다.
외규장각 <의궤> 297권의 해제와 원문, 반차도, 도설 등
모든 정보를 데이터베이스(DB)로 구축해 누구나 확인할
수 있도록 인터넷에 공개했다. 또 그간 축적된 외규장각
<의궤>의 연구 성과를 대중적인 시선으로 풀고 고 박병선
박사의 11주기를 기념해 특별전 <외규장각 의궤, 그
고귀함의 의미>를 개최했다. 전시는 어람용 <의궤>의
가치를 조명한 ‘왕의 책, 외규장각 의궤’, 조선의 예치가
담고 있는 통치 철학을 다룬 ‘예로서 구현하는 바른
정치’, 그리고 예를 통해 추구한 조선의 이상적인 사회를
알아보는 ‘질서 속의 조화’ 총 3부로 구성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외규장각 <의궤>가 전량 전시된
대형 서가와 의궤 및 도안, 물품 실물은 물론, <의궤>의
기록을 토대로 복원한 여령(행사의 진행을 도운
전문 예인), 잔치를 꾸민 준화 등으로 전시를 꾸렸다.
영국국립도서관이 구매한 <기사진표리진찬의궤> 내용과
도설을 활용해 기사년(1809)의 진표리와 진찬 행사를
3D 영상으로 재구성한 것도 관전 포인트다. 기사년의
진표리는 혜경궁이 궁궐에 들어온 지 60주년을 기념해
순조가 할머니를 위해 개최한 진찬이다. 귀한 <의궤>를
통해 화창한 봄날에 벌어진 왕실의 경사스러운 행사를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 전시는 3월 19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 열린다. N
75 cooperation National Museum of Korea (82 2 2077 9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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