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271
February 2023
Issue 271
February 2023
Happiness is a by-product of life, not the purpose of life. If so, where does our happiness come from?
writer AHN SANGHO
행복을 논할 때면 늘 한 시인과의 대화가 먼저 떠오른다.
그는 자신은 새 옷을 사면 최소 일주일은 장롱에
걸어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 옷의 의미와 행복의 의미는
새 옷을 입기 위해 기다리는 순간에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나의 행복은, 혹은 당신의 행복은 어느 순간에, 어디로부터
오는 것일까? 불안과 초조, 우울, 고통이 끝나면 행복이
오는 것일까? 아니면 그 가운데서도 행복은 있는 것일까?
개인적으로는 행복의 큰 변곡점을 만든 계기가 있다.
인파가 가득한 주말 오후였는데, 그날 백화점에서 눈여겨본
반지를 샀고, 서점에 들러 소설 코너를 두리번거리다
소설책 한 권과 인문 서적 한 권을 골랐다. 펭귄출판사에서
출간한 이반 투르게네프의 <첫사랑>과 장 자크 루소의
<사회계약론>이었다. <첫사랑>의 표지를 넘겨 내지에
인쇄된 제목 아래에 짧은 편지를 썼다. “읽다 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지겨워서 책을 덮을 때도 있겠지만 다시
펼쳐서 읽어가면 기쁨과 슬픔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다양한 감정이 지나치겠지. 그리고 맨 마지막 문장마저
읽고 나면 우리가 읽은 책이 어떤 것이었는지 어떤 행복의
의미가 있었는지 드디어 알게 되겠지. 그러니까 나랑….”
말줄임표는 내가 이 책을 선물할 이에게 직접 전할
메시지였다. 그렇다. 내게 행복의 변곡점은 결혼이었다.
결혼 자체에 행복이 깃들어 있어서도, 너무 이상적인
상대를 만나서도 아니다. 내게 행복은 1인칭보다 2인칭과 3인칭 시점에서 더 가시적이었다. 그리고 책을 모두 읽은
뒤가 아니라 읽는 와중에 느끼는 다양한 감정에서 행복이 흘러나왔다. 결혼은 과거와 결별한 새로운 구성원으로서의
나로 살아가는 것도 아니고, 다른 구성원 간의 표면적인
관계만으로 이뤄지는 것도 아니었다. 마치 자력처럼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고 무엇이든지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서로 간의 움직임에서 비롯하는 것이었다.
행복은 그 부산물이었다. 그리고 그건 꼭 가족에서만
비롯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과의 부대낌 속에서도 비롯한다.
또 알아야 할 한 가지가 있다. 만족과 행복의 차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기만족을 추구한다. 이기적인
만족이든 이타적인 만족이든 중요치 않다. 하지만 누구나
자기 행복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만족은 오감이나 기본적인
욕구와도 같다. 만족을 줄이는 것은 체념이지만 부족한
상황에서도 기쁨을 길어 올리는 것은 행복만이 가능하다.
만족의 동의어나 유사어가 충만, 충족, 포만, 흡족, 자족이라면 행복은 축복, 행운, 희열, 기쁨이다. 결국 만족을
위해서는 채워야 하지만 행복을 위해서는 자신의 상태와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이 더 중요하다. 누군가 말했듯이
행복해지기 위한 마법은 없다. 일상을 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반응할 때 행복은 더 늘어난다. 행복의 시작점이
여기에 있다. 바로 불행을 떨치고 자신을 직시하는 것이다.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저서 <행복의 정복>에서 이렇게 말한다. “뭔가에 도취해야만 느낄 수 있는 행복은 거짓
행복이며, 충족감을 줄 수 없는 행복이다.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고 자신이 몸 담고 있는 세상을 완전히
인식하면서 느끼는 행복이야말로 진정한 행복감을 주는
행복이다.” N
“The happiness that requires intoxication of no matter what sort is a spurious and unsatisfying kind. The happiness that is genuinely satisfying is accompanied by the fullest exercise of our faculties, and the fullest realization of the world in which we live.” -<The Conquest of Happiness>(1930) by Bertrand Russell
There is no cutoff line in happiness. Our life is not a sprint race to cross the finish line ahead of others, but a marathon journey that is a long battle with the self. Do not compete with others, but with yourself. There is no uniform standard of happiness, but universal conditions for a happy life exist for all times and places. Here’s about the various types of happiness.
editor PARK HYUNJUNG‘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빌런 타노스는
행복했을까? 굳건한 사상으로 대업을 이루고 자신만의
정원에 앉아 있던 타노스의 뒷모습은 되레 불행해 보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이 사는 목적은 ‘행복’이라고 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는 행복은 ‘타고난 재능을 최상으로
발휘하는 삶’을 말한다. 하지만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만이 행복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사람의 수만큼 각자의
행복이 다르고 시대에 따라 행복의 요소는 달라졌다.
사람들은 특별하지 않은 소소한 일상에서 기쁨을 느끼기도
한다. 대체 행복은 무엇이고 어디에 있는 걸까.
미래를 위해 지금 충실할 것
행복이 삶의 모토가 된 지는 꽤 오래되었다. 고대 이집트
하면 파라오의 강력한 압제 밑에서 피라미드를 짓는
사람들의 모습이 떠오르지만, 고대 이집트인은 진정으로
즐거움을 아는 이들이었다. 그들은 지상에서의 삶이
영원히 지속되는 내세가 있다고 여겼다. 현세의 계급과
상관없이 모든 이집트인은 내세에서 신이 될 수 있었다.
이들은 죽으면 인생에서 행복을 찾았는지, 누군가를
행복하게 해주었는지 질문을 받는다고 믿었다. 나일강의
풍부한 자원으로 풍요와 번영을 누린 이집트인은 오락에
가능한 한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일과가 끝나면 하키, 핸드볼, 양궁, 수영, 조정 등을 즐겼고, 춤과 음악을
사랑했으며, 친구나 가족과 보드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풍요의 삶을 영위한 이집트인에게 인생은
누구에게나 즐거운 것이었다.
주체적인 삶을 위하여
고대 로마 철학자 중에서도 ‘행복’ 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있다. 저서 <행복론>으로 잘 알려진 세네카는
스토아학파의 대표 철학자다. 삶과 죽음, 행복의 의미를
본질적으로 탐구한 세네카는 “신뢰할 만하고 올바른
판단에 바탕을 두고 있어 어떤 경우에도 흔들리지 않는
것”이야말로 진정 행복한 삶이라고 했다. 그는 금욕과
절제를 통해 내면의 덕을 키울 것을 강조했고, 삶의 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하고 미덕을 실천하며 인생의 주인으로
사는 것을 중요시했다. 자신이 바꿀 수 없는 운명적인 삶에
불만을 가져서는 행복할 수 없다. 세상 모든 일에 초연하고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며 인생의 주인으로 사는 삶이야말로
세네카가 지향하던 바다. 그의 주체적인 사상은
21세기에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으며, 쾌락과 비이성에
젖어 있는 이들에게 자기 자신을 성찰하게 한다.
돈과 행복의 상관관계
돈이 많으면 우주여행도 할 수 있는 현대에 과연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있을까? 돈이 없으면 생존이 불가능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가능하다. 하지만 행복을 ‘전부’
살 수는 없다. 돈이 행복에 미치는 영향은 10% 남짓.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과 경제학자
앵거스 디턴Angus Deaton이 미국인 4만 명을 조사한
결과, 연 소득 4만~5만 달러부터 돈이 행복에 미치는
영향이 감소하다가 7만 달러 즈음 멈췄다. 카너먼은 연
소득이 4만~5만 달러에 이르면 돈으로 먹고 싶은 음식을
사거나 사람을 만나거나 여가를 즐기는 데에 대한 제약이
어느 정도 사라진다고 보았다. 여기서 중점은 ‘돈이 얼마나
많은지’가 아니라 ‘돈을 어떻게 쓰는지’다. 같은 돈이라도
어떤 물건을 구매하기보다 경험을 소비하는 사람의
행복도가 더 높았다. 의미를 담은 소비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새로워져 소비했을 때 느끼는 기쁨을 오랫동안 누릴
수 있다. 환경운동가 마이클 노턴Michael Norton은
실험을 통해 금액과 상관없이 돈을 타인에게 사용할수록
행복지수가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는 말한다.
“만약 당신이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돈을 잘못 쓰고 있는 것이다.”
행복은 만들어가는 것
각자의 행복은 다르다고 하나, 행복을 위한 공통된 법칙이
있지는 않을까? 조지 베일런트George Vaillant 하버드대
심리학과 교수는 ‘행복하고 건강한 삶에도 법칙이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책 <행복의 조건Aging
Well>에 따르면, 베일런트 교수와 연구팀은 1930년대
말 하버드대에 다닌 2학년생 268명의 삶을 72년간
추적하기에 이른다. 그 결과 행복의 조건 7가지를 찾았고, 이를 50세 이전에 얼마나 갖추느냐에 따라 행복감을
느끼는 게 달랐다. 조건 7가지는 ‘고난에 대처하는 자세’
‘평생에 걸친 교육’ ‘안정적인 결혼 생활’ ‘45세 이전의
금연’ ‘알코올 중독 경험이 없는 적당한 음주’ ‘규칙적인
운동’ ‘적당한 체중’이다. 50세를 기준으로 5~6가지를 갖춘
50%가 80세에도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고 있었고, 3가지
이하는 4가지 이상 조건을 갖춘 사람보다 80세 이전에
사망할 확률이 세 배 높았다. 무엇보다 연구 결과는 행복이
돈이나 명예, 권력에서 오는 게 아니라 인간관계에서 오며, 그 핵심은 사랑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그러니 기본적인
인간관계인 가족이야말로 행복의 원천이 아닐까.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 죽음으로 달려간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인생, 후회 없이 사는 삶이 행복 아닐까.
영화 <버킷리스트>는 갑작스러운 병으로 각자 시한부
인생을 살게 된 백만장자 에드워드와 자동차 정비사
카터의 이야기다. 에드워드는 카터가 장난스레 적어둔
버킷리스트를 보고 몇 가지를 추가해 이 리스트대로 해볼
것을 제안한다. 장엄한 광경 보기, 모르는 사람 도와주기, 눈물이 날 때까지 웃기, 가장 아름다운 미녀와 키스하기, 오토바이로 만리장성 질주하기 등. 비록 힘든 여행이지만, 그들은 리스트를 이뤄가는 과정에서 행복이 멀리 있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카터와 에드워드처럼 여유를 핑계로
미뤄온 소망, 너무 늦기 전에 시도해보면 어떨까. N
Moles, who are working alone to burrow underground, are finally in the spotlight. Stanning, a neologism that means being overzealous or hyper-enthusiastic to a specific person or thing, turns into digging in a subtle way. Finding your taste and digging deep into it would be heavenly happiness, wouldn’t it?
editor PARK HYUNJUNG매년 연말연시가 되면 사람들이 찾는 책 한 권이 있다.
바로 김난도 교수의 저서 <트렌드 코리아>. 2023년을
강타할 수많은 흐름 가운데 ‘디깅digging’이 본격적인
트렌드 궤도에 올랐다. 땅을 판다는 의미의 단어 ‘dig’에서
출발한 디깅은 그리 생소한 단어가 아니다. 1970년대
일본에서 시작된 ‘오타쿠’ 문화는 21세기 아이돌 ‘팬덤’
문화로 진화했다. 팬덤과 오타쿠 사이에서 뭔가를 강렬히
‘좋아하는 것’은 곧 ‘판다dig’라는 용어로 쓰였다.
어느 순간부터 일상 언어로 자리 잡은 디깅, 시작은 DJ다.
자기만의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야만 공연을 할 수
있었던 DJ, 이처럼 음악을 찾아 특색 있는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었다는 데서 디깅이 출발했다. 뭔가를 찾아 좋아하고, 더 깊이 파고들어 스스로의 취향을 만들어가는 탐험, 디깅은 행복을 발견하는 MZ세대만의 새로운 방법이다.
나만의 플레이리스트를 채우는 방법
책 <트렌드 코리아 2023>에서는 디깅 모멘텀을 크게
세 유형으로 나눴다. 몰입하는 재미를 위해 콘셉트에
열중하는 콘셉트형,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이 상호
소통하며 몰두의 정도를 높이는 관계형, 특정 물건이나
경험을 수집하는 수집형이다.
DJ에서 시작된 전통적 디깅의 의미 역시 수집형에
해당한다. 플레이리스트를 수집하는 DJ처럼 음악을
디깅하는 디깅러가 많다. 이들은 멜론, 벅스, 유튜브 뮤직, 사운드클라우드 등 온라인 음원 사이트에서 자신만의 음악 취향을 찾고 플레이리스트화해 커뮤니티로 공유한다. 이런 시스템을 가장 활발하게 활용하는 곳은 벅스로, 회원은 ‘뮤직PD’가 될 수 있는데 주제를 정하고 그에 맞는 음악을 선곡해 다른 회원에게 추천하는 방식이다. 2020년 기준 벅스 뮤직PD는 1500여 명. 이렇게 지정된 ‘뮤직PD
앨범’은 유튜브 채널 ‘essential;(에센셜)’에 업로드되고, 독특한 콘셉트와 감성적인 이미지로 선풍적 인기를
얻었다. 현재(2023년 1월 기준) 에센셜 채널의 구독자
수는 115만 명에 달한다. 뮤직 플레이리스트 흐름에 따라 유튜브에서도 개인 플레이리스트 채널이 생기고 있으며, 유튜브 이용자는 플레이리스트에 댓글을 달며 또다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관계형 디깅러로 진화하고 있다.
디깅러는 온라인상에서 디깅하는 데에만 그치지 않고 LP, CD, 테이프 등 아날로그 방식으로 음악을 수집하기도
한다. 서울 한남동에 2030세대가 드나드는 방앗간이 있다. 현대카드 아트 라이브러리는 컨템퍼러리 아트를 주제로
서적 6000여 권과 자료를 보관하는 일종의 도서관인데, 1층에서 LP를 청음하고 구매할 수 있어 주말만 되면 젊은 디깅러로 북적인다. 플레이리스트를 만들 뿐 아니라 직접
노래를 부르거나 음원을 만들기도 하고, 이를 통해 앨범을
내는 일반인도 많다. 디깅의 끝은 좋아하는 것을 찾는 데
멈추지 않고 자기만의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지금 에어팟을 끼고 있는 당신, 무슨 노래를 듣고 있는가?
혹시 뉴진스의 ‘Hype boy’?
개인의 취향은 문화를 바꾼다
면세점에 들르면 꼭 주류 코너를 기웃거린다. 와인과
위스키는 물론, 코냑이나 고량주, 증류식 소주까지
시중보다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기 때문. 면세 한도도
2병으로 늘어 공항에 방문할 생각만 하면 가슴이
설렌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요사이 면세점 주류 코너 선반에는 위스키 대신 죄다
종이를 붙여놨다. 종이에 커다랗게 적혀 있는 문구는
‘전 품목 품절!’
중장년층이 주요 소비층을 이뤘던 위스키, 요즘은 주로
MZ세대가 소비한다. 팬데믹으로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MZ세대를 중심으로 ‘홈바’ ‘홈텐딩’ ‘홈술’이
유행했는데, 이를 계기로 위스키에 입문한 사람이 많아진
것. 이들은 취하기 위해서 술을 마시는 게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주류 취향을 찾는다. 위스키 디깅러가 소비하는
위스키는 발렌타인이나 조니워커 같은 블렌디드 위스키가
아닌 싱글 몰트위스키다. 팬데믹 동안 집에서 착실히
위스키 취향을 쌓은 위스키 디깅러는 대면 활동이 잦아진
요즘, 청담동, 성수동, 한남동 등지의 싱글 몰트위스키
바를 찾아 각자 원하는 취향의 술을 찾고, 테이스팅 노트를
작성하거나, 디스틸러리 투어에 나서기도 한다.
와인 역시 탄탄한 디깅층을 갖춘 술이다. 홈술 트렌드에
따라 이제는 편의점에서도 희귀 와인을 쉽게 살 수 있다.
와인 디깅러는 병째 구매해서 마시기보다는 글라스로
조금씩 다양한 술을 마시는 걸 선호하는데, 디깅러를 위해
콘텐츠가 있는 와인 모임, 와인 시음회도 생기고 있다.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와인모임’은 게시물이 8만8000여
개(1월 기준). 혼자 한 병을 오픈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이들이 소규모로 모여 어울리는 음식과 페어링하고
와인에 대한 정보도 알아가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이런
트렌드는 GS25가 성수동 연무장길 카페 거리에 오픈한
GS25 도어투성수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곳은 일종의
‘편의점의 플래그십 스토어’인데, 와인과 맥주 시음 코너를
따로 마련했다. 가격은 70ml당 3000원 남짓. 적극적인
의사소통과 소비를 바탕으로 확장되는 디깅은 이제 기업의
전략 방향을 주도하기에 이른다.
콘셉트로 ‘갓생’ 살기 코로나 이후 인스타그램, 핀터레스트, 틱톡 등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은 ‘콘셉트’가 있다. 바로 ‘다크 아카데미아Dark Academia’. 빈티지한 물건으로 고대 그리스나 고딕,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의 클래식한 이미지를 만드는데, 그걸 보면 마치 영화 <해리포터>의 호그와트나 드라마 <웬즈데이>를 연상시킨다.
미학을 뜻하는 단어 ‘aesthetic’은 이런 ‘예쁘고 낭만적인’ 콘셉트를 향유하는데 다크 아카데미아는
에스테틱의 일종으로, 지식을 배우는 아카데미적 행위를
낭만화한 것을 가리킨다. 인스타그램에서 해시태그
‘#darkacademia’를 검색하면 게시물이 200만 개가
넘을 정도. 다크 아카데미아를 좋아하는 사람은
‘미스터리하고 고전적이고 마법스러운 학교를 다니는
학생’을 콘셉트로 한다. 프레피 룩이나 고스 룩 같은
패션으로 표출하고, 깃펜이나 책, 캔들, 조각상 등
오브제로 인테리어를 꾸미기도 한다.
이런 콘셉트형 디깅은 이미지를 소비하고 향유하는
것뿐 아니라 공주 콘셉트, 미국 하이틴 퀸카 콘셉트, 헤르미온느 콘셉트, 로스쿨 콘셉트 등 학생 사이에서 일명
‘과몰입 공부법’으로 유행하고 있다. 콘셉트형 디깅러는
결코 혼자 콘셉트를 즐기지 않는다. 가령 인스타그램에
예쁘게 찍은 콘셉트 사진이나 공부 인증 사진을, 유튜브에
‘공부 브이로그’를 올린다. ‘갓생’ 트렌드와도 연관이
있는데, 갓생은 욜로족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생산적이고
계획적인 바른 생활을 부지런히 꾸려가는 삶을 뜻한다.
콘셉트에 과몰입하거나 뭔가를 수집하는 모든 취향을 존중해주자. 각자의 행복을 위한 방법이니까. N
In the East Asian cultural sphere, historically influenced by Chinese culture, the word “happiness” refers to a state of being blessed with all the luck. The cultural practice of wishing the best of luck can still be found everywhere. Let’s meet 3 artisans who are embroidering wishes and desires with their traditional needlework.
editor PARK HYUNJUNG조각보 오브제 작가 소소영
도상 속에 담긴 소망, 조각보 오브제 작가 소소영
책거리는 조선 후기 왕실부터 서민까지 전 계층이 향유한
그림이다. 소소영 작가는 그림과 조각보로 한국 채색화 속 정서를 표현한다. 소소영의 대표작 ‘사물놀이’ 시리즈는
옛 선조가 책거리 속 도상에 담은 소망과 의미에 집중한
것이다. 그는 책거리를 SNS에 비유했다. “본인이 자랑하고 싶은 물건, 평소 아끼는 물건을 배치해 그린 것을 보고
SNS에 자신의 소망과 욕망을 표현하는 것과 닮았다고
생각했어요. 선조와 우리가 다른 시대를 살아도 서로 같은 마음이지 않을까요?”
소소영의 ‘사물놀이’는 위치, 색상에도 이야기가 담겨 있다. “어떤 물건이나 사물이 내 주변과 깊이 관련되어 그 자리에 있기까지 이야기를 품고 있어요.” 작은 클립 하나, 연필 한 자루에도 어떤 상황에 그 사물을 사용했다는 이야기가 내재돼 있다는 의미다. “사물의 질서는 내 생활을, 그리고 내 이야기를 반영하고 더 나아가 인생을 짐작하게도
만들죠.” 그는 조각보에 오방색을 이용해 의미를 살린다.
오방색은 액운을 막고 복을 주는 색상을 일컫는다.
소소영은 조각보로 작업하기 전 채색화 작업을 진행한다.
전통 재료인 한지와 분채, 먹 등으로 그림을 그린
뒤 컴퓨터로 옮겨 조각보 시접에 맞게 단순화한다.
소소영에게 조각보는 평면의 그림과 입체물의 오브제를
함께 표현하고자 시작한 입체 표현의 도구다. “조각보는
곧 창작의 무한성을 표현해요. 작은 조각의 이야기가 이어 하나의 큰 덩어리가 되고, 그 이야기는 또 다른 이야기와 연결되죠. 거대한 우주 속 우리처럼 무한한 표현이
가능해요.” 옥사·노방·한지 조각을 손바느질로 하나하나
잇는 건 인내심이 필요한 작업이다. 그는 “앞면과 뒷면을 동일하게 바느질하는 쌈솔 기법을 활용하는데 형상을
유지하면서 연결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소소영은 지난해 청주시 한국공예관 기획전 <평범의
세계>와 개인전 <색의 시간>을 통해 작품을 선보였다.
올 4월까지 오스트리아 빈 자연사박물관에서 ‘희희낙락
화병’을 전시하며, 3월에는 ‘바카라’와 한국 채색화
컬래버레이션 전시를 개최할 예정이다. “올해는 채색화
작업과 다양한 소재를 탐구하고, 새로운 오브제를
만드는 데 집중하려고 합니다.”
‘희희낙락 옥사 화병’ ⓒ 소소영
가죽공예가 문순원
비움을 위한 채움, 가죽공예가 문순원
책거리 속 ‘소과도蔬果圖’는 길상구복吉祥求福의
상징물로서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공예가 문순원은
선조가 민화에서 느꼈던 정서가 현대에도 유효하다고
본다.
문순원은 베지터블 가죽 염색, 성형, 페인팅, 바느질
작업까지 직접 해서 작품을 만든다. 식물에서 추출한
타닌으로 무두질한 베지터블 소가죽은 친환경적이고
공예적인 감성을 표현할 수 있는 소재다. “손바느질은
친숙하면서도 정형화되지 않은 감각을 선사합니다.
닮음과 다름을 느끼게 하는 작업 방식입니다.”
대표작 ‘Container’ 시리즈는 즐거움, 풍요로움, 작가의
가치관 등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문순원의 가죽공예품은
‘채움’을 모티프로 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채움’은
‘비움’이란 주제를 표현하기 위해 시작했다고. “채움
없는 비움에는 한계가 있더군요. ‘비움’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채우고, 기원하고, 소망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했습니다.” 그는 재단본을 만들 때 사이즈를 정확하게 잰
뒤 좌우 재단선을 맞춰 형태를 만든다. 탄성으로 쭈그러진
가죽의 단면은 습기를 이용해 밀대로 밀며 전체 형태를
마무리하는데, 소재의 물성으로 인해 의도치 않은 이차적
비정형 형태가 나오기도 한다. “그것은 나의 삶에 대한
기대감이기도 하고, 작업 과정의 즐거움이기도 합니다.”
문순원이 다루는 가죽과 금속은 상반된 속성을 지녔다.
“다양한 재료와 소재를 곁에 두고 속성과 물성을
알아가면서 작품으로 표현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다른
속성의 소재로 유기적인 관계성을 표현하는 것이 작업
과제입니다.” 문순원이 금속으로 만든 ‘Time Story’
시리즈는 구름, 새, 동백, 연못 등에 각각의 상징성을
담아 이야기를 만들었다. 작가는 이제 ‘정물Still Life’
시리즈로 변주해간다. 정물 시리즈는 시공간을 상징하는
평면 작업과 정체성을 표현하는 정물 작업으로 이뤄졌다.
페인트를 바르고 말리고 갈아내는 일을 반복해 시간과
공간을 표현한다. 거기에 삶과 생명, 풍요, 결핍 등을
나타낸 여러 모양의 정물을 만든다. 문순원은 정물과
‘Container’ 시리즈를 이어가며 다양한 표현 방법과
조형성을 고찰하고 소재 간 유기적 표현을 만들어간다.
‘정물Still Life’ ⓒ 문순원
studio (www.sosoyoungstudio.com) moonscraft ( @ msw.craft) byoryang (byoryang.com)
섬유공예가 김보람
손 닿는 모든 곳이 아름답기를, 섬유공예가 김보람
누비는 원단에 솜을 덧대고 꿰맨 전통 바느질 기법이다.
긴 실은 오래전부터 장수를 뜻했고, 한땀 한땀 이어진
모양새는 빗줄기 내지는 밭고랑과 유사해 풍요를 상징했다. 브랜드 ‘뵤량’을 운영하는 섬유공예가 김보람은
누비 작업으로 ‘누비꽃’ 시리즈를 만들어 일상의 소소한
아름다움을 전하고 있다. “면에 바느질을 차근차근
누비면 딴딴하고 촘촘해져요. 누비가 제게는 나무의
나이테 같았어요. 자연의 아름다움처럼 오래 봐도 질리지
않고 단단하게 만들어져 일상 속 소소한 아름다움으로
자리하기를 바라요.”
김보람의 대표작 ‘누비꽃’ 시리즈는 ‘일상생활에서
섬유가 제일 쓰이기 좋은 곳은 어딜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차를 즐겨 마시는 작가는 ‘꽃이 핀 찻자리’를
만들어 차 한 잔의 여유를 담고 싶었다. “꽃은 사람을
특별하게 만들어줘요. 보고만 있어도 예쁘고 행복하잖아요.
사랑스러운 존재죠. 시들지 않고 곁에 두고 볼 수 있게
디자인하고 싶었어요.” ‘누비꽃 바구니’는 정리를 위한
실용적인 용도는 물론, 한국적인 오브제를 만들고자
시작했다. ‘누비꽃 바구니’를 겹치면 소담한 꽃 한 송이가
된다. 김보람의 또 다른 대표작 ‘복주머니’는 친구의 결혼을 축하하려고 만든 게 시초다. 선조가 복주머니 안에 복되고 귀한 것을 담은 것처럼 친구가 결혼 생활을 하며 복주머니 안에 귀한 것을 넣어 보관하라는 의미를 담았다. 작가는 리넨과 면을 혼합한 원단을 사용한다. “옛 ‘백색’은
인위적인 밝은 흰색이 아니라 누르스름한 흰색이에요.
이 혼합 원단은 누비꽃에서 ‘따뜻함’을 느낄 수 있게 합니다.” 김보람은 원단과 원단 사이에 얇은 솜을 누벼
누비꽃을 만들며 절개선이 보이지 않도록 작업한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최대한 깔끔하고 세련되게
만든다고. 지난해 7월 열린 전시 <집의 사물들-삶의
품위>에서 작가는 형광핑크색 박과 형광주황색 실로
화사하면서도 색다른 꽃무늬 패턴을 선보였다.
어떤 일이든 ‘내가 좋아하는 것’부터 한다는 작가는 앞으로도 새로운 시선으로 일상에 필요한 제품을 디자인하고 싶다고 밝혔다. 나다운, ‘뵤량’스러운 신박한
공예품을 제작하겠다는 포부를 다지며. N
마이소르의 랜드마크인 마이소르 궁전
아쉬탕가 요가를 수련하는 남인도 마이소르
인도 남부에 위치한 마이소르Mysore는 세계 요가 진원지
중 하나다. 오직 요가를 수련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요가
애호가 수천 명이 이곳을 찾는다. 몇 주에서 몇 달까지
마이소르에 머물며 요가를 연습하고 영혼을 채우는 여행을
하기 위해서다.
마이소르에는 아쉬탕가 요가를 수련할 수 있는 학교가
다수 포진해 있다. 그중 아쉬탕가 요가의 수련 체계를
정립한 대가 파타비 조이스의 수련법을 이어받은 학교가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다. 올바른 호흡과 자세와 응시하는
연습으로 감각을 통제하고, 자신을 깊이 인식함으로써
몸과 마음의 안정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곳의 수련
목표다. 파타비 조이스의 손자이자 계승자 샤랏 조이스가
인도 유적지에서 요가를 수련하는 모습
운영하는 샤라스 요가 센터Sharath Yoga Centre에는
많은 아쉬탕가 요가 수련자가 찾는다. 샤랏 조이스는
마이소르에서 1년 내내 가르치지 않으므로 그에게 요가를
배우고 싶다면 웹사이트에서 교육 일정을 미리 확인해야 한다. 다른 요가 교사가 수업하는 정규 수업 및 요가
철학과 산스크리트어 수업도 마련되어 있다. 이 외에
마이소르에는 아쉬탕가 요가를 전파하는 세 자매들The Three Sisters과 아쉬탕가 사다나Ashtanga Sadhana 등
요가 센터가 있으니 자신의 요가 스타일과 상황에 맞게
선택하자.
마이소르 요가 학교에는 현장에서 참석할 수 있는 수업도
있지만, 대다수는 사전 등록이 필요하므로 진정한 요기로
거듭나고 싶다면 웹사이트를 통해 알아본다.
You often think that nobody knows you better than you know yourself, but in fact, you may not know yourself as well as you think. How about focusing on your body and mind through meditation to awaken your senses and discover new possibilities?
editor CHOI YUNJUNG명상의 숲 뉴질랜드 얼스빌리지
얼스빌리지는Earth Village는 세계적인 명상가이자 자연
치유의 권위자로 유명한 ‘일지 이승헌’이 설립한 명상
숲이다. 뉴질랜드 북섬의 케리케리Kerikeri 근처의 푸케티
숲Puketi Forest 가장자리에 위치해 있으며, 약 156만
m²(156헥타르) 규모의 천연 뉴질랜드 숲과 소나무 군락에 둘러싸여 있다. 산책로, 명상 플랫폼, 정원 등과 어우러진
자연 풍광이 고요한 감각을 일깨운다.
얼스빌리지의 설립 취지는 ‘자연에서 인간성을
발견하라Discover Humanity in Nature’를 모토로, 휴머니티를 경험할 수 있는 자연 속 안식처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진정한 가치 발견을 위한 다양한
액티비티가 마련되어 있다. ‘영혼 완성의 120계단’은
이름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 120계단을 오르며 마음속에
피어나는 중요하지 않은 생각을 지우고 삶의 균형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 폭포 3곳에서 각기 다른 물의
소리를 들으며 치유를 경험하는 프로그램도 갖추고 있다.
이로써 묵은 감정을 배출하고 마음을 정화하며 새로운
에너지를 가득 채울 수 있게 된다.
얼스빌리지는 매달 리트리트 프로그램도 제공하는데, 그중 포레스트 힐링 리트리트Forest Healing Retreat는
자연에서 몸과 마음, 영혼의 균형과 조화를 회복함으로써
힐링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오두막집에 머물며 숲속 걷기, 요가와 호흡 수련 등 얼스빌리지의 안내에 따라 액티비티를 즐기면 된다. 개인뿐 아니라 단체 리트리트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불교의 성지 티베트 라사
‘신들의 땅’이라 불리는 티베트 불교 성지 라사拉薩로
향하는 티베트의 작은 마을 니이마를 지나는 순례단의
장엄한 여정을 그린 로드 무비 <영혼의 순례길>.
이 작품에서 순례단은 라사와 카일라스산까지 2500km에
달하는 거리를 삼보일배 행진하며, 1년간 순례길에 오르는
대장정을 떠난다. 티베트 불교는 티베트를 중심으로
부탄, 몽골, 러시아까지 티베트어를 사용하는 지역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완성된 불교를 뜻한다. 티베트에서는
영화처럼 삼보일배로 오체투지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오체투지는 티베트인의 신앙심을 보여주는 성스러운
종교 행위로, 이들이 육신을 이끌고 가는 순례의
종착지가 티베트 불교 사원 조캉 사원이다. 티베트 불교의
중심지이자 성지인 조캉 사원은 티베트를 최초로 통일한
송첸캄포 왕이 7세기경 당나라 문성공주를 아내로 맞아
왕비가 가져온 12세의 석가모니 조각상 ‘조오 석가모니
불상’을 모시기 위해 지었다. 사원에는 달라이 라마의
동상을 비롯해 길이 1km에 달하는 티베트 벽화 등 다양한
볼거리가 눈길을 끈다. 라사에는 조캉 사원 외에 수많은
사원이 여행자의 시선을 붙잡는다. 라사 3대 사원으로
꼽히는 드레풍 사원, 세라 사원, 간덴 사원에서 잔잔하고
고요한 휴식을 누려도 좋다.
라사 훙산 기슭에 위치한 요새형 궁전 포탈라궁도
빼놓을 수 없다. 1994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록된
포탈라궁은 해발 3600m의 고원 지대에 7세기 무렵
지어졌으며, ‘포탈라’라는 이름은 관세음보살이 사는
산으로 알려진 포탈리카산에서 유래했다. 포탈라궁은
바이궁(백궁)과 훙궁(홍궁)으로 나뉘어 있다. 바이궁은
달라이 라마가 거주하며 정치 활동을 하는 곳이고, 훙궁에는 역대 달라이 라마의 영탑 8기와 다양한
불교 사원이 있다.
사색의 공간 군위 사유원
경북 군위에 자리한 사유원은 오랜 풍상을 이긴 나무와
마음을 빚은 석상, 아름다운 건축물이 조화를 이루는
고요한 사색의 공간으로, 수목원 관람 외에 원내를
거닐면서 자아를 돌아보고 깊은 생각에 잠길 수 있다.
사유원은 ‘숲을 보다’와 ‘숲을 그리다’ 두 코스로 구성되어
있다. 1코스 ‘숲을 보다’는 사유원의 대표 건축물과 정원을
관람할 수 있으며, 이곳을 처음 찾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2코스 ‘숲을 그리다’는 사색에 잠겨 사유원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두 코스 모두 3시간 정도 소요된다. 자연과
건축과 어우러진 사색을 지향하는 사유원에서 눈여겨볼 것은 단연 건축물. 건축가 알바루 시자와 승효상, 최욱이
설계한 건축물 덕에 건축 랜드마크로도 거듭나고 있다.
포르투갈 건축가 알바루 시자가 설계한 건축물은 ‘소요헌’
‘소대’ ‘내심낙원’이다. ‘숲을 보다’ 코스에서 꼬부랑길을
지나면 ‘새 둥지 전망대’라는 뜻의 소대가 보인다.
높이 20 5m의 전망대에 오르면 사유원과 팔공산의
전경을 조망할 수 있다. 소대에서 거님길을 지나면 나오는
건물이 소요헌이다. 장자의 저서 <장자> 내편의 ‘소요유’
편에서 이름을 가져온 소요헌은 ‘자유롭게 거닐며 다니는
집’이라는 뜻을 지녔다. 다양한 전시와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장소로, 바람 소리를 들으며 사색에 빠지기 좋다.
‘내심낙원’은 동양철학과 그리스도교의 만남을 통해
찾아가는 마음의 정원으로, 석학 김익진 선생의 가톨릭
번역서 <내심낙원>에서 이름을 본떴다. 또 건축가
승효상이 설계한 벽을 따라 흘러내리는 물소리를 들으며
명상을 즐기는 사유원의 대표 건축물 ‘명정’도 빼놓을
수 없다. 다양한 건축물을 비롯해 느티나무, 배롱나무, 모과나무 등 자연이 어우러진 곳곳을 둘러보고 건축가
최욱이 설계한 북카페 ‘가가빈빈’에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누린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N
In the era of the New Normal, we should meet people who have different criteria for measuring happiness when you are willing to rearrange your priorities in life and move towards new directions. Nestled on the edge of the Eastern Himalayas, between Tibet in the north and India in the south, the Kingdom of Bhutan is the very place where happiness is a way of life and Gross National Happiness (GNH) is esteemed more than GDP. Bhutan is The Land of Happiness, consistently ranked as one of the happiest countries in the world when it comes to the “world happiness index”. This is the reason to visit the country now.
writer RYU JIN낯섦과 끊임없이 마주치는 곳, 부탄
부탄의 남다름은 수도 팀푸Thimohu에 들어서자마자
접하게 된다. 도시의 중심, 국립 기념탑National Memorial
Chorten 앞을 배회하는 승려, 21세기에도 여전히 전통
복식 ‘고(Gho, 남성용)’와 ‘키라(Kira, 여성용)’를 입는 부탄
사람과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등산복 차림의 여행자가
뒤섞인 장면을 보면 시공이 모자이크 조각처럼 흩어지는
기분이다. 평양과 함께 ‘신호등이 없는’ 유일한 도시 두
곳 중 하나. 첫눈이 내리는 날이 ‘공휴일’이 되는 나라.
예상 밖을 벗어나는 부탄의 수식어는 베일에 싸인 이
나라를 더욱 궁금하게 만든다. CNN, <인사이더Insider> <트래블앤레저Travel and Leisure> 같은 방송과 잡지
등에서 ‘2023년에 꼭 가봐야 할 여행지’ 목록에 부탄을
꼽은 이유 역시 ‘히말라야’만큼 아득하고 신비한 이미지
때문일 것이다.
부탄이 ‘은둔의 왕국’으로 불리는 까닭은 단순하다.
접근이 쉽지 않아서다. 팬데믹 이전까지 부탄은 1년에
단 7500명에게만 여행 비자와 입국을 허락했다. 매일
200~300달러의 체류비와 경비를 내야 하며, 국가가 공인한
여행사 가이드의 인솔 아래에서만 여행이 허락됐다.
‘높은 부가가치 적정 수의 입국자(High Value Low Volume)’를 목표로 여행자 수를 통제하는 관광 정책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국경이 다시 열리면서 체류비가
하루 65달러에서 200달러로 오르고, 고정된 숙식과 가이드
요금제는 폐지됐다. 지속가능한 개발 요금(Sustainable Development Fee, SDF)이라는 명목의 비용을 더 내는
대신 여행 경비는 각자의 일정과 여정대로 지불하는
방식으로 바뀐 것. 까다로운 입국 조건이라는 문턱은
여전히 높지만, 부탄을 좀 더 자유롭게 경험하고 싶은
‘로망’이 있었다면 지금이 이 나라의 속살을 탐험할 적기다.
부탄에 천천히 스며드는 시간, 팀푸
팀푸는 부탄 왕국의 행정·경제의 중심지로 수도가 된 지
1세기가 채 지나지 않은 새 도시다. 해발 2320m에 위치한
고지대 수도에서 가장 먼저 찾아야 할 랜드마크는 국립
기념탑. 부탄의 수도를 푸나카에서 팀푸로 옮긴 왕 지그메
도르지 왕축Jigme Dorji Wangchuck을 기리는 사원으로, 부탄 사람들이 매일 기도로 하루를 여는 상징적 장소다.
안으로 들어서면 정교한 불상과 벽화가 먼저 들어오고, 탑 꼭대기에 오르면 시내 전망과 그 너머로 자연 풍광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그중 눈과 마음을 끄는 장면은 붐비는
도시의 풍경을 뒤로하고, 사원 안팎에서 초연한 표정으로
기도에 집중하는 부탄 사람들의 얼굴이다.
탑과 함께 도시의 랜드마크로 꼽히는 장소가 또 있다.
팀푸 계곡 맞은편, 높이가 51 5m에 이르는 세계 최대의
좌불상 ‘도르덴마Dordenma’다. 휘황찬란한 황금을 두른
이 불상은 현재 부탄 국왕의 취임을 기념해 세운 것으로, 하늘을 찌를 듯한 위용이 바라보는 사람을 압도할 정도로
규모가 엄청나다. 태국, 대만, 미얀마 등 주변 불교국에서
금을 보시해 만들었다는 이야기로도 유명하다. 불상 앞에
자리한 궁 쿠엔셀 포르당Kuensel Phodrang은 부탄의
국가적인 행사가 있을 때 대규모 집회가 열리는 곳.
여행자에게는 ‘붓다 포인트Budda Point’로 불리고, 시간을 잊은 도시 탐푸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장소다.
과거의 영광을 품은 옛 수도, 푸나카
‘불교’는 부탄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삶 그 자체다.
부처의 환생이자 티베트에 불교를 전한 파드마삼바바
Padmasambhava가 이곳을 지나며 영향을 미쳐 부탄에서도
불교의 역사가 시작됐다. 행정구역을 나누는 기준인
종카그Dzongkhag를 대표하는 기관이자 장소인
‘종Dzong’마다 사원을 둔 것은 불교를 종교 이상으로
여기는 부탄의 정신을 엿볼 수 있는 예. 부탄 여행 대부분은
가장 오래된 셈토카 사원Semtokha Dzong과 ‘가장
아름다운 사원’으로 꼽히는 푸나카 사원Punakha Dzong
등 주로 사원을 둘러보는 여정으로 꾸려진다.
팀푸에서 동쪽으로 향하다가 마을을 부드럽게 에워싸는
강과 야트막한 산자락에 이어지는 다랑이논, 그 사이에서
듬성듬성 모습을 드러내는 작은 집이 어우러진 서정적인
장면이 눈앞에 나타나면 그곳이 바로 푸나카다. 강을
따라 좀 더 올라가면 푸나카 사원이 모습을 드러낸다.
남성을 상징하는 포강Pho Chhu과 여성을 상징하는
모강Mo Chhu이 만나는 삼각주에 자리한 푸나카 사원은
‘물의 여신’이 지키는 곳이다. 행복의 궁전이라는 별칭이
붙을 만큼 상서로운 기운이 가득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부탄의 초대 국왕 대관식을 비롯해 역대 국왕의 결혼식을
거행한 역사도 품고 있다.
불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푸나카 사원에서 꼭 만나야
할 보물이 있다. 부탄을 건국한 샤브드룽Shabdrung이
티베트에서 가져온 관음보살상. 티베트 불교사에서도
중요한 유물로 꼽히는 이 불상 앞에는 오체투지를 비롯해
각자의 절실함을 담아 이곳을 찾은 신자들이 모여 있다.
초월적인 존재와 자연 앞에서 한결같은 성실함과
신심으로 다가가는 부탄 사람들의 삶. 푸나카 사원을
빛나게 하는 건 이 장소가 품은 역사와 빼어난 건축미가
아니라 그들의 존재다.
히말라야가 숨겨놓은 성지, 파로 탁상 사원
부탄을 여행하는 이유를 하나만 꼽으라면 많은 사람이
파로 탁상 사원Paro Taktsang을 지목것이다. 해발 3140m, 험준하고 가파른 절벽 틈새에 자리한 이 사원은 두 번째
부처로 불리는 파드마삼바바와 얽힌 일화로 유명하다.
747년, 수행을 위해 히말라야산맥의 곳곳을 둘러보던 그가
암호랑이의 등 위에 올라타 파로 탁상을 찾았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3140m라는 고도, 깎아지른 듯한 절벽 같은
단어에 멈칫했다면 안심해도 된다. 파로 탁상 사원으로의
여정은 해발 2600m에 자리한 주차장부터 시작된다.
관광객이 집결하는 이 만남의 광장에서 사원까지의
거리는 7 8km. 그마저 버거운 이들을 위해 암호랑이
대신 조랑말이 중간 지점까지 느린 걸음으로 태워다준다.
히말라야산맥 하이킹은 언감생심이지만, ‘맛보기’라도
경험하고 싶다면 짧은 트레일 여정 중 고산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절경과 감동을 경험해볼 것.
고산증과 사투를 벌이고 밭은 숨을 몰아쉬며 파로
탁상에 도달한 이들은 용과 사자, 호랑이 같은 동물들이
파드마삼바바의 도착을 기뻐하며 환희의 춤을 췄다는
전설, 그리고 ‘호랑이의 둥지’라는 별명이 마음속 깊이
와닿을지도 모른다. 파드마삼바바가 약 3년 동안 혹독한
히말라야 산자락 안에서 맨몸으로 고행 명상을 한 곳으로
알려진 사원 안은 그에 못지않은 고행이자 수행으로
알려진 ‘오체투지’로 성지를 찾는 부탄 사람들과 자욱한
향 연기로 가득하다. 가파른 벼랑에서 떨어지는 폭포수의
대찬 물소리와 기도 소리마저 침묵처럼 느껴지는 파로
탁상 사원의 위용을 온 감각으로 느끼다 보면 이곳에
레퍼토리처럼 따라붙는 제임스 힐턴의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 속 문장이 피부에 와닿는 순간을 만난다.
“아름다운 색채를 가진 누각이 산 중턱에 붙어 있는데
벼랑에 꽂힌 꽃잎처럼 수려한 모습이다.” 외부와 완벽히
단절된, 신비하고 평화로운 계곡, 모두가 영원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히말라야산맥의 이상향, ‘샹그릴라’가
파로 탁상 사원이다.
부탄의 스피릿을 만나는 베이스캠프, 아만코라
파드마삼바바에게 파로 탁상 사원이 안식처라면
아만코라는 짧은 머뭄으로 부탄의 정수를 경험하고
싶은 이들을 위한 둥지다. 부탄의 자연과 세월을 품은
전통 건축물과 완벽히 어우러지는 아만코라는 부탄
최초의 리조트로, 중부 및 서부 계곡에 있는 로지 5개로
구성되어 있다. 히말라야산맥 트레킹의 출발지로 유명한
파로 계곡과 팀푸, 푸나카, 갱테이, 붐탕 계곡에 위치한
로지에서는 쿠킹 클래스, 현지 마켓 방문 등 부탄 곳곳을
느낄 수 있는 액티비티가 준비되어 있다. 각 로지에는
프라이빗한 객실과 레스토랑, 스파 센터 등이 들어서 있다.
기암으로 가득한 산과 계곡, 다랑이논과 수수밭이 펼쳐진
마을 사이를 자유롭게 누빈 후 ‘둥지’로 돌아왔다면
부탄의 전통 오일로 몸과 마음을 이완하는 스파를
경험한 후 히말라야의 산물로 만들어내는 건강한
부탄 전통 식단으로 영혼을 채워보자. N
The entry requirements for foreign visitors are still strict, but Bhutan is a destination worth traveling to at least once in your lifetime. If you want to be inspired by the essence of everyday happiness and know the country shrouded in mystery and magic, now is the right time to explore the treasure box of a traditional Himalayan Life.
We are already halfway through the winter, and it is drawing to an end. Build happy memories with your loved ones before the season ends. THE SHILLA SEOUL opens its Kids Lounge equipped with books and toys for kids on their winter vacation while THE SHILLA JEJU is offering a package for couples who are planning a romantic winter trip. Known as a perfect destination for travelers on the hunt for winter sunshine, SHILLA MONOGRAM Quangnam Danang is presenting a package and dining promotions for those wanting to escape the winter cold and enjoy a rewarding trip with lots of benefits.
editor JUN SUNHYE추위와 함께 겨울방학도 이어지는 가운데 아이를 둔
부모의 고민도 깊어진다. 겨울방학은 여름방학보다
길지만, 추위와 미세먼지 등으로 야외 활동에 제약이 많아
아이들이 다채로운 체험을 하는 것이 쉽지 않다. 오늘은
또 아이와 무엇을 해야 하나 고민하는 부모와 매일 똑같은
놀이에 지친 아이를 위해 도심 속 ‘호캉스’를 통해 행복한
추억을 쌓아보자. 부모는 여유로운 휴식을, 아이들은
새로운 경험으로 모두가 즐거운 시간을 만끽할 수 있다.
서울신라호텔은 겨울방학을 맞아 아이를 동반한 고객을
위해 키즈 라운지를 확대 운영한다. 서울신라호텔 5층에
자리한 키즈 라운지는 ‘더 이그제큐티브 라운지’의
고급스러운 공간 연출을 모티프로 어린이의 오감을
사로잡을 요소를 접목한 것이 특징이다. 온화한
베이지색과 나무 질감의 인테리어로 차분하면서도
자연스러운 키즈 도서관을 연상시킨다. 책장에는 어린이
도서 수백여 권이 가득 꽂혀 있고, 유명 아티스트의 판화, 오브제 등이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또 오감 발달에
좋은 편백나무 칩 풀장 및 원목 장난감을 배치해 교육적
요소와 놀이 요소를 조화롭게 구성했다. 입구에 들어서면
보이는 포토존에서는 대형 신라베어와 특별한 추억을
남길 수 있다.
기존에는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특정 패키지 고객만 이용
가능했으나, 올해부터는 요일에 관계없이 전 일자를 투숙객에게 무료로 개방한다. 서울신라호텔 투숙객이라면
누구든 편하게 아이와 함께 방문, 이용할 수 있다.
단, 매월 세 번째 수요일은 정기 휴무다.
한편, 2월 28일까지 매주 월~목요일에는 아이와 케이크
및 쿠키를 만들 수 있는 베이킹 클래스를 운영한다.
월·수요일은 케이크 만들기, 화·목요일은 쿠키 만들기가
진행되니 아이와 함께 케이크와 쿠키를 만들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총
6타임으로 구성된다. 한 타임당 최대 3팀(아이+부모)이
참석해 약 30분간 열린다. 베이킹 클래스는 투숙객을
대상으로 하며, 선착순으로 참가할 수 있다.
MORE INFORMATION
서울신라호텔
‘키즈 라운지' 이용 안내
THE SHILLA SEOUL is opening its Kids Lounge for all guests accompanying children to have happy family moments for their winter vacation. In addition, baking classes take place Mondays to Thursdays.
제주신라호텔에는 겨울에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낭만이 있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때 석양빛으로
물드는 모습만으로도 낭만적이지만, 해가 진 후 그
낭만은 배가된다. 제주의 밤하늘이 별빛으로 반짝이고
제주신라호텔 곳곳에 수천 개의 조명이 하나둘 불을
밝힌다. 매해 겨울마다 호텔 곳곳에 수많은 조명을
장식해 제주신라호텔을 방문하는 고객에게 낭만적인
겨울밤을 선사한다.
로맨틱한 겨울 여행 계획을 세운 커플을 위해 제주신라호텔에서 ‘와인앤로맨스’ 패키지를 제안한다.
이 패키지에는 추운 겨울 따뜻한 실내 공간에서 와인과
함께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와인 페어링 프러포절’ 혜택이
포함되었다. 와인 페어링 프러포절은 아름다운 예술
조각품으로 장식한 우아하고 아늑한 공간으로, 유럽
저택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6층 라이브러리 바 올래에서
진행된다. 깊어가는 겨울밤, 사랑하는 사람과 감미로운
재즈 선율이 흐르는 공간에서 아름다운 제주신라호텔의
야경을 바라보며 즐기는 와인 한 잔이야말로 낭만 그
자체다. 와인 페어링 프러포절 이용 후 여행지에서의
추억이 담긴 와인을 집에서도 즐길 수 있는 스페셜
기프트 와인 혜택도 함께 포함되어 있다. 와인 페어링
프러포절에서 제공되는 다양한 와인 중 선호하는 와인을
선택하면 해당 와인 1병을 스페셜 기프트로 제공한다.
쁘띠 카바나 2시간 제공 프로모션도 놓치지 말 것.
따뜻하고 프라이빗한 휴식을 선사하는 쁘띠 카바나는
어덜트 풀에 위치해 있다. 어덜트 풀은 만 19세 이상
고객만 입장 가능해 보다 여유롭게 수영을 즐길 수
있다. 낮에는 따스한 겨울 햇살 아래 푸른 중문 바다를
바라보면서 수영을 하고, 밤에는 쏟아지는 별빛과
반짝이는 조명 아래 다채로운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어 커플에게 사랑받는 시설이다. 쁘띠 카바나 안에는
온풍기도 제공되어 추운 겨울에도 따뜻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다.
2월 28일까지 이용 가능한 와인앤로맨스 패키지는 조식
또는 중식 2인, 와인 페어링 프러포절 2인, 스페셜 기프트
와인 1병(투숙 중 1회)을 제공하며 쁘띠 카바나 2시간(투숙
중 1회), 바다 전망 디럭스 룸 투숙 시 라운지 에스 2인
제공 프로모션도 진행하고 있다. 신라리워즈 회원 전용
상품 페이지에서 예약 시 1박당 리워즈 1만 포인트를 추가 제공한다.
MORE INFORMATION
제주신라호텔
‘와인앤로맨스’ 패키지
THE SHILLA JEJU is offering its ‘Wine & Romace’ package for couples seeking a romantic winter getaway in the island. Guests can enjoy a wide variety of wines with a beautiful night view in the cozy and romantic atmosphere.
편안하고 여유로운 분위기에서 오로지 나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며 힐링하고 행복을 충전하고 싶다면, 신라모노그램 다낭으로 떠나자. 에메랄드빛 논누억 바다가 눈앞에 펼쳐지는 객실에서의 아늑한 휴식과 베트남 음식, 한식, 중식, 양식 등 다양한 요리가 준비된 다이닝 M에서는
미식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바 M에서는 눈으로만
봐도 행복해지는 예쁘고 달콤한 디저트가 가득한 애프터눈
티 세트로 여유로운 티타임을 누려보자. 겨울에도 따듯한
야외 수영장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수영장을 따라
프라이빗 비치로 산책을 즐겨도 된다. 좀 더 활동적인
체험을 원한다면, 다양한 패들보드, 서핑, 카약 등 신나는
액티비티도 이용할 수 있다. 베트남 전통문화를 물씬
느끼고 싶다면 패키지 혜택으로 제공되는 호텔 셔틀버스로
다낭 시내나 호이안 올드타운을 구경하는 것도 추천한다.
신라모노그램 다낭을 충분히 즐기기에 1박은 부족하다.
2박 이상 머무르며 신라모노그램 다낭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혜택과 프로그램을 모두 즐겨보자.
‘릴랙싱 스테이A Relaxing Stay’ 패키지는 2박 이상 투숙을
위한 패키지로, 상상만으로도 행복해지는 신라모노그램
다낭의 모든 것을 즐길 수 있다. 6월까지 예약 가능하니
상반기에 베트남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참고할 것.
한편, 밸런타인데이에 신라모노그램 다낭을 방문한다면, 2월 14일 단 하루 진행되는 다양한 프로모션도 확인해
보자. 다이닝 M에서는 보다 로맨틱한 시간을 즐길 수
있도록 사전 예약자에 한해 밸런타인 디너 세트 ‘튠 인 포
러브Tune in for Love’를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진행한다.
또 프라이빗한 분위기를 즐기고 싶은 커플이라면
룸서비스로 제공되는 ‘비 마인Be Mine’ 세트를 추천한다.
호주산 ‘더 스텀프 점프 시라즈The Stump Jump Shiraz’
와인과 달콤한 딸기 초콜릿으로 구성된 메뉴, 그리고
은은한 장미향 캔들이 룸서비스 혜택으로 제공되어
로맨틱한 분위기를 선사한다. N
Danang is offering its ‘A Relaxing Stay’ package for those looking for the ultimate relaxation in the perfect winter sun retreat. Treat yourself to much-needed and well-deserved ‘me-time', healing and filling you with happiness
THE LIBRARY, a contemporary lounge and bar at THE SHILLA SEOUL, is a versatile venue in various ways. It has recently added a new perspective to its character: being a sleek wine bar.
writer LEE HERIM photographer JOUNG JUNTAEK‘더 라이브러리’는 독특하다. 일반적인 도심 호텔의
로비 라운지는 호텔의 외부와 내부를 연결하는 중간계
역할을 한다. 산책 중에 잠깐 들러도 어색하지 않을 것
같은 개방성이 있다. 더 라이브러리는 되레 주 출입구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깊숙한 위치를 차지한다. 오가는
사람들의 불안정함으로 인한 번잡함이 없고 프라이빗하게
정돈되어 있다. 한결 고즈넉하고 평화롭다. 며칠간의
즐거움을 기대하는 흥분이 아닌, 지금의 안락함에
몸과 마음을 풀어놓을 수 있는 휴식을 준다.
더 라이브러리는 목재로 둘러싼 기둥 사이로 여유를
채운 듯한 서가에 온 것 같다. 온화한 조도의 조명 아래로
벽난로, 묵직한 테이블과 세련된 소파가 안정감 있게
배치되어 있다. 우아한 느슨함을 갖춘 편안한 공간은
시간대마다 다재다능한 개성으로 모습을 바꾼다.
해가 머무는 동안의 더 라이브러리는 명성대로다.
강력한 디저트와 음료 셀렉션을 갖춘 라운지면서
브런치 레스토랑으로도 출중하다. 부산스러운 아침
식사를 침구의 포근함에 양보하고 휴식을 취한 뒤 오전에
파이퍼 하이직 퀴베 브리와 스파이시 타이 쉬림프
더 라이브러리를 방문한다면 게으르고 느긋한 브런치
시간을 즐길 수 있다. 브런치 시간대를 지나 오후에
방문했다면 화려하고 유쾌한 인상이 남을 확률이 높다.
애플 망고, 딸기 등 제철 최고로 맛이 오른 과일을
재료로 쓴 시그너처 빙수 세트의 호화로운 플레이팅이나
‘로열 티’ 세트로 즐긴 티타임, 혹은 오후의 샴페인 사진이
휴대폰 사진첩에 잔뜩 찍혀 있을 테니까.
밤의 더 라이브러리는 낮과 또 다른 모습으로 인상을
바꾼다. 검은 숲이 된 남산의 실루엣이 인공 조명의
작은 불빛과 어울린 모습은 감상적이기까지 하다.
두툼한 와인 리스트를 갖춘 와인 바면서 전문 바
못지않은 싱글 몰트위스키와 칵테일 셀렉션을 가진
바이기도 하다. 그날의 저녁 분위기와 기분에 따라
와인 바로, 혹은 바로 기억에 남을 것이다.
어느 저녁, 더 라이브러리의 하우스 와인 세 종류와
리뉴얼된 푸드 메뉴를 느긋하게 즐겼다. 더 라이브러리가
저녁 시간대에 적용한 ‘애프터 글로우After Glow’라는
콘셉트가 녹아든 제안이다. 소믈리에가 엄선한 주류, 페어링 메뉴 모두 한층 날렵하면서도 산뜻한 모습으로
기대를 돋운다.
와인 바의 실력을 드러내는 첫인상은 하우스 와인이다.
더 라이브러리의 선택은 ‘역시나’다. 스파클링 와인은
샴페인이다. 파이퍼 하이직Piper-Heidsieck의 퀴베
브뤼. 섬세한 버블이 곱게 피어오른다. 붉은 사과와 무른
서양배가 맛의 균형을 이루고 고소한 듯 쌉쌀한 시트러스
향이 여운으로 남는다. 화이트 와인은 클래식한 루아르
푸이 퓌메, 명가로 꼽히는 샤토 드 트레시Château de Tracy의 소비뇽 블랑이다. 레몬의 상쾌한 산미와
보슬비 같은 미네랄이 미각을 꽉 채운다. 고소한
뉘앙스와 과실 향도 풍부하다. 레드 와인 역시 탁월하다.
나파 밸리의 부티크 와이너리 클로 뒤 발Clos Du Val의
카버네 소비뇽으로, 그 상징적인 ‘파리의 심판’ 10주년
테이스팅에서 1위로 꼽힐 만큼 명성이 자자하다.
짙은 베리 향에 초콜릿 향과 후추, 오크 뉘앙스가
화려한 풍미를 자아낸다. 역시 탁월하다. 만족도와
완성도에서도, 합리성에서도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운
하우스 와인 선택이다.
와인에 페어링하는 음식 역시 와인 바가 속한 충분
조건을 보여주는 판단 요인이다. 스몰 플레이트 위주로
마이너 리뉴얼을 거친 푸드 메뉴 또한 최선의 페어링을
위해 정교하게 고심한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 스파이시
타이 쉬림프는 샴페인에 제격이다. 부드럽게 조리한
새우와 프리제 등 다양한 재료에 피시소스, 고추, 레몬과
라임 주스로 만든 소스로 맛을 더한 차가운 디시다.
새콤하면서도 부드러운 사워 소스를 곁들여 파이퍼
하이직의 퀴베 브리와 좋은 조합을 보여줬다.
페퍼 소스의 큐브 스테이크는 깔끔한 맛을 내는 호주산
목초육 안심 큐브 스테이크에 파크뷰의 시그너처로
꼽히는 싱가포르 스타일의 페퍼 소스를 사용해 묵직한
레이어를 더했다. 클로 뒤 발의 카버네 소비뇽과의
페어링은 한 몸인 것 같은 물아일체의 경지였다.
더 라이브러리의 샤퀴테리 보드는 트러플 잠봉, 제주산
흑돼지 등심 론조, 덴마크산 돼지 목심 코파, 블루미
살라미와 한우 홍두깨 프로슈토, 주방에서 만든 훈제
닭다리살 등 샤퀴테리에 바질 페스토, 무염 버터, 멜론, 치즈, 건망고와 건포도, 그리시니까지 풍족한 구성으로
높은 만족도를 준다. 샤퀴테리 보드는 사실상 어느
와인 바에서나 갖출 정도로 어떤 와인과도 잘 어울리는
페어링의 정답이기도 한데, 하우스 와인 중 샤토 드
트레시의 스모키한 미네랄리티 넘치는 소비뇽 블랑과는
빼어난 마리아주를 보여줬다.
저녁을 즐기는 문화는 최근 몇 년 사이에도 급격한
변화를 거쳤다. 모임은 줄고 규모는 줄어들었다.
음식 못지않게 음료의 비중이 커졌다. 논알코올 음료의
가치가 급상승했고, 알코올 음료 선택 기준도 양보다
질로 옮겨갔다. 더 라이브러리가 보여준, 그리고 앞으로도
조용히 보여줄 모습은 현재 진행형보다 반보 앞서가는
우아한 진보로 여겨진다. N
Park Yungnam is an artist working like a farmer. He starts painting at sunrise and stops at sunset, trying to capture light on his canvas and turn it into a fertile “ground” just as a farmer evens the ground before planting seeds. Known as finger painting artist, he uses his own hand to explore the origins of nature through abstraction. Imbued with light, his black and white paintings in layers of charcoal powder will shine bright, strongly imprinted on the mind of viewers.
editor PARK HYUNJUNG photographer JOUNG JUNTAEK우리는 문명의 이기에 익숙해져 인간이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을 잊고는 한다. 자연은 인간의 질서가
아닌 자연의 질서를 따른다. 자연을 보고 무질서
속 질서를 발견하는 것은 인간이 자연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화가 박영남은 아래를 내려다보며 눈발
같은 안료 입자가 대지에 떨어지는 절체절명의
순간을 관찰한다. 자연의 순리를 따라 그림을 그리는
박영남 작가를 만났다.
박영남 1949년 서울 출생. 서울대 미술대학 서양화과 학사와 뉴욕시립대 회화과 석사를 받았으며 국민대 미술학부 회화 전공
명예교수를 역임했다. 인상화에서 영향을 받아 40여 년 동안 자연광에
의지해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려왔다. 섬세한 감각과 정제된 색채로
자연을 담아내는 것이 특징이다. 가나아트 전속 작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서울대미술관, 선재미술관, 코넬대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박영남 작가
N. 캔버스를 바닥에 두고 드론처럼 상공에서 내려다보며 작업합니다. 눕혀서 하면 신체적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어떤 마음가짐으로 그립니까?
P. 캔버스는 ‘그라운드Ground’예요. 그림을 그리려면
캔버스를 ‘배경’으로 만들어야죠. 그라운드의 또 다른
영역은 ‘대지’예요. 평면은 지평이고, 곧 대지죠. 그런데
대지에는 비가 내리고 눈이 쌓이고 바람이 불어요.
밭고랑도 있고 길도 있어요. 플로우 페인팅은 ‘무질서의
질서’를 찾아가는 과정이에요. 캔버스를 이젤에 세우지
않고 바닥에 눕혀서 그리면 전체 형상을 제대로 못 봐요.
정확히 무엇을 그리고 있는지 모른 채 작은 개미가 되어
대지를 다니는 거예요. 내가 겪었던 날씨, 기억은 내 손을
타고 기억의 방망이가 되어 대지를 두들겨요. 그러다
여긴 왜 갔을까 싶을 때도 있어요. 마음에 안 들면 눈도
녹이고 비도 뿌려요. 기우제도 지내죠. 그렇지만 흔적은
지워도 남아 있어요. 그게 삶의 모습과 굉장히 비슷해요.
Unexpected event comes out, 때로는 생각지도 못한
결과물이 나와요. Beyond me, 저 너머의 나를 보게 돼요.
그때의 기쁨은 쾌감으로 다가옵니다.
N. 캔버스 위에 내린 눈과 비는 무엇을 표현합니까?
P. 수화 김환기 선생이 1965년에 적은 일기를 보면
“아침부터 백설白雪이 분분紛紛”이라는 구절이 있어요.
제 그림을 보면 더러워질까 봐 손대기도 싫을 거예요.
정제되거나 깨끗하지 않아요. 핑거 페인팅은 굉장히
원시적Primitive이에요. 주제도, 형태도, 밑그림도 없어요.
목탄을 가루로 빻아 캔버스 위에서 용제Medium와 섞어요.
캔버스가 곧 팔레트죠. 점성이 생긴 안료를 손에 묻혀
캔버스에 발라요. 검은색으로 대지가 젖어들죠. 제 그림은
목탄 가루가 겹겹이 축적되어 있어요. 그렇지만 실제로
손대면 묻어나는 게 없어요. 안료의 입자가 서로 겹치고
쌓이면서 거리감을 만들고 빛을 머금어요.
N. 지난해 가나아트 나인원에서 개인전 <Day and Night>를 열었습니다. 작가님의 흑백은 빛과 그림자를
담고 있는 듯합니다.
P. 작업할 때는 전등을 켜지 않은 채 창문에 커튼을 치고
자연광만으로 그림을 그려요. 시야가 어두워지면서
빛의 입자가 보여요. 바람에 떠다니는 그 입자를 나도
따라가야지. 햇빛은 대지에 닿으면 반사돼요. 하지만
검정은 빛을 흡수하죠. 그런데 수많은 입자가 먼지처럼
쌓여 있으면 빛이 금세 돌아가지 못해요. 점성이 있는
안료를 여러 겹 발라 색의 입자를 쌓아요. 그러면 광선이
화면으로 들어왔다가 금방 나갈 수 없어요. 켜켜이 쌓인
안료의 입자가 거리감을 만들어요. 그림에는 깊이, 너비, 거리 세 꼭짓점이 있어야 해요. 공간감이 있어야 그림이 사람들에게 와닿죠. 작가는 꼭짓점의 좌표를 잊어버리고
그 사이를 계속 돌아다녀야 해요.
N. 2019년 개인전 <Monet before Me>에서는 대대적으로
모네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습니다. 박영남의 그림 역시
모네와 닮은 점이 많습니다.
P. 모네는 일종의 롤 모델이에요. 모네의 수련을 가까이서
보면 붓터치만 보이고 꽃은 보이지 않아요. 말년의 모네는
백내장 때문에 자연을 소재로 하지만 그대로 그릴 수
없었죠. 무질서한 붓터치만으로 ‘수련’을 표현한 것은
이미 체화되어 ‘약속된 땅’으로 향하기 때문이에요. 모네가
남긴 작품 수가 굉장히 많아요. 그림을 많이 그리지 않으면
그런 대작이 나올 수 없어요. 모네가 큰 캔버스를 이어
한꺼번에 그렸다면, 나는 따로따로 그린 화면을 이분할, 삼분할된 작품으로 이어서 완성해요. 모네처럼 살고
싶어요. 모네가 작업실을 3개 썼으니 나도 안성, 양주에
이어 한 곳 더 만들면 될까요?
N. <Monet before Me>에서 선보인 색채와 달리 최근
작품에서는 푸른색 정도만 사용하고 있습니다.
P. 역사적으로 청색은 성당에서 제단화를 위해 사용하는
로열 컬러였죠. 유럽에서 나지 않아 페르시아에서
수입하는 비싼 안료였어요. 흑백 너머에는 시원하고
높고 깊고 너른 푸른색이 있지 않을까요. 숭고하고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울 거예요.
N. 제주신라호텔에 가면 ‘고흐&몬드리안의 합작 3, 4’가 컨시어지 데스크에서 터줏대감처럼 반겨줍니다.
P. 신라호텔 설립 초기인 1990년, 이인희 고문이 이호재
가나아트 회장에게 주문 제작을 의뢰했어요. 미국에서
귀국한 지 1년 정도 됐을 때죠. 이인희 고문은 원로 화가의
작품을 걸기를 바랐어요. 그런데 이 회장이 40대인 저를 추천했어요. ‘고흐&몬드리안의 합작’이라는 이름은
건축의 수직, 수평, 밸런스에서 따왔어요. 대지에 무언가를
하려면 측량부터 해야 하잖아요. 몬드리안의 그림 역시
건축이죠. 3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제주신라호텔을 오가는
손님들을 마주하고 있어요.
N. 40년이 넘는 동안 동일한 기법으로 그림을
그려왔습니다. ‘자기 복제Self Replica’에 대해 관대한 것
같기도 합니다.
P. 나는 창의성이 없어요. 새롭게 하려고 한들 안 된다는
걸 알죠. 차이Difference만 있으면 돼요. 내 작품은 자기
복제를 해요. 작품이 30 40년간 스스로 진화하다 보면
완전히 달라져요. 작곡가는 오선지라는 우주에 좌표를
찍어 그 사이사이를 잇죠. 저는 이제껏 묘사를 해본
적이 없어요. 1973년 2월 서울대 회화과 졸업 작품전
하루 전날, 자화상을 그려 제출했어요. 유리 위에 검은색
물감을 묻힌 손가락으로 얼굴을 표현하고 국민학생 때
선물받은 르프랑Lefranc의 물감을 원색 그대로 발라
색을 더했어요. 인상파의 색을 바른 거예요. 유화 물감이
하루 만에 안 마르더군요. 그래서 뒤집어버렸어요. 이것
역시 오염 물질의 축적이자 무질서의 질서예요. 음악으로
치면 마찰에서 발생하는 소음이죠. 반세기 동안 핑거
페인팅으로 흑백 대작을 그린다는 것만 남으면 돼요.
N. 핑거 페인팅, 흑백, 대작. 박영남 작품의 특징 세 가지를
꼽았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작가로 남고 싶습니까?
P. 내 화업畵業은 수동태예요. 미국에 유학을 갔을 때
하나의 화두가 된 게 있어요. 예술 작품은 ‘송신소’가
되어야 해요. 화가는 그림을 남기고 가잖아요. 작품이
송신소가 되면 후환이 없어요. 많은 작품이 필요하지
않아요. 두세 개만 남기면 돼. 송신소에서 내보내는
주파수는 관객에게 맞추면 돼요. ‘박영남은
어떤 사람이었지?’ ‘그 사람의 작품은 어떤 작품일까?’
이 두 가지 궁금증만 남기면 족해요. N
Photography was introduced in Korea in the mid-19th century. Since then, it has been around us over 120 years capturing great moments in history as a visual art form. Let’s look back on the history of Korean photography from the year 1929, when the first-ever photo exhibition was held in Korea, to the year 1982, which marked the moment when photography began to be recognized as an independent art form.
editor PARK HYUNJUNG사진, 포토그래피Photography. 두 단어가 가리키는
대상은 같으나 의미는 다르다. 1826년 세계 최초의 사진
발명가 조제프 니세포르 니엡스는 사진을 헬리오그래피
Heliography, 즉 ‘태양으로 만든 그림’이라고 칭했다.
사물을 빛으로 그려내는 서양의 ‘포토그래피’와 달리
한국은 사물의 형태를 있는 그대로 베끼면서 사물의 본질, 정신을 담는다는 의미인 ‘사진寫眞’이라고 쓴다.
한국 사진은 한국인이 한국인의 정체성을 갖고 근현대를
담아낸 작업과 활동이다. 한국의 근대 사진은 짧은
시간 내에 초상 사진, 보도 사진, 나아가 예술 사진으로
인정받으며 격동의 시기와 함께 진화했다.
접촉이었고, 서양의 포토그래피를 ‘사진’이라고 칭한
최초의 사건이었다. ‘사진’이라는 단어는 고려시대부터
썼는데, 인물의 온전한 외관과 정신을 담은 초상화를 지칭했다.
사절단의 수행관 중 하나인 이항억은 사진 찍은 일을 <연행일기燕行日記>에 기록했다. 그는 음력 1월 28일
일기에 관 내부에 걸린 사진을 보고 “가까이 나아가 본즉
화상畵像을 벽에 걸어놓은 것이었다. 틀림없이 살아 있는
사람인데, 어찌 화상이라고 생각했으랴”라고 적었다.
다음 날 이항억 일행은 러시아관을 찾아 자의에 의한
피사체로서 사진을 찍게 된다.
그들이 찍힌 흑백사진은 영국의 의료 선교사 윌리엄
록하트가 구매해 영국으로 가져갔으며, 현재 소아스SOAS
조선에 사진이 도입된 순간
1863년 음력 1월, 연행 사절단은 중국 청나라 수도
연경(현 베이징燕京)의 아라사관(러시아관)에서 러시아
사진가에게 사진을 찍었다. 우리나라 사람 최초의 사진
런던대에서 관리하고 있다. 이 외에 청나라를 방문한
조선의 지식인들이 사진을 찍었고, 이들에 의해 조선에도
사진이라는 신문물이 전해졌다. 이런 사진 체험은 개화를
앞당기는 기폭제로 작용했다.
조선인에 의한, 조선인을 위한 사진관
조선이 문호를 개방한 후 1880년대 한성에도 사진관이
생겼다. 처음 사진관을 개설한 사람은 일확천금을 노리고
한반도에 진출한 일본인이었으나 조선 왕실 도화서圖畵署
화원畵員 출신의 김용원이 1883년 서울 중구 저동에
‘촬영국’을 개업하면서 한국인이 운영하는 사진관도
생겼다. 일본에서 사진술을 배운 지운영은 조선인
사진사로서는 처음으로 촬영국을 설립했다. 당시 장안의
화제였던 지운영은 고종의 어사진御寫眞을 촬영한
최초의 조선인이다.
초창기 사진관은 가격이 워낙 비싼 탓에 왕실이나
양반을 상대로 영업해왔다. 황실 서화가이자 영친왕에게
서법을 가르친 김규진은 일본에서 사진술을 배우고
돌아와 사진사 박주진과 1907년 서울 석정동의 집
행랑 뜰에 민간인을 위한 ‘천연당사진관’을 열었다.
또 김규진의 부인 김진애가 여성의 사진을 담당하는
부인 사진사로 활동해 여성도 사진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덕분에 천연당사진관은 성황을 이뤘고, 교육생을 모집해 사진을 가르치며 사진의 대중화에 앞장섰다.
19세기 말~20세기 초 사진을 향유하던 이들은 주로
남성이었다. 남녀가 유별하다는 관념 탓에 부녀자는
사진을 찍는 것도, 사진사로 활동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사진사 김진애에 이어 두 번째는
이홍경이다. YMCA에 설치한 황성기독교청년회학교
사진과에서 사진을 배운 이홍경은 1919년 남편 채상묵과
인사동에 ‘경성사진관’을 열었다. 이홍경은 1921년 종로
관철동에 여성 고객 중심의 조선부인사진관을 세워 사업을
확장했다. 1910~1920년에 한국인 사진사들이 사진관을
개업하고 후학을 가르치면서 사진사는 직업인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예술 사진으로 발전 1920년대에는 경성사진사협회, 경성사구회, 경성아마추어사진구락부 등 사진사 모임을 중심으로
예술 사진이 유행했다. 19세기 유럽 회화주의
사진Pictorialism이 일본에서 유행했고, 일본에서
유학한 한국인이 일본의 예술 사진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당시 이익을 추구하지 않던 아마추어
사진사가 늘어났는데, 이해선과 이형록, 임응식, 정도선, 최계복 같은 사진사는 영업 사진사나 사진기자가 아닌
아마추어 사진사였다.
정해창은 사진을 예술 매체로 삼아 개인전을 연
최초의 사진가였다. 한국 사진사에서의 본격적인
예술은 정해창이 1929년 광화문빌딩 2층에서 전시
<예술사진 개인전람회>를 열면서 시작된다. 그가
7 8년간 독학 연구한 풍경 사진 50여 점이 공개되었는데,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매일신보 등도 ‘예술 사진’과
‘조선인 최초’라는 데에 방점을 찍어 전시회를
소개했다. 그의 사진은 본인 스스로 예술가로서의
자의식을 갖고 있었고, 한국적 정서를 미학적으로
잘 표현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렇게 시작된 한국 근대 예술 사진은 임응식을 빼놓고
논할 수 없다. ‘생활주의 리얼리즘’을 주장한 임응식은
포토그래피보다 조선시대의 사진에 더 가깝다. 그는
피사체인 인물의 진상眞像과 빛, 그 내면에 있는 인물의
정신도 담으려고 했다. 임응식은 1935년 강릉우체국에
근무하면서 강릉사우회를 조직했는데, 이때 이형록과
인연을 맺으면서 리얼리즘 사진을 이끌게 된다.
1950년대부터 ‘생활주의 리얼리즘’이라는 사진 이념을
주장했는데, 이는 공모전 중심의 살롱 사진과 결별하고
현실의 모습에 직면해 전후 고단한 삶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리얼리즘의 일종이었다.
지음, 문학동네 펴냄)
새로운 노선의 리얼리즘
임응식이 시작한 리얼리즘 사진은 사회주의 리얼리즘을
담아낸 임석제와 한국전쟁을 기록한 임인식 형제를 거치고
1950년대 사진가 그룹 신선회가 결성되면서 주류로 자리
잡는다. 리얼리즘을 연구하려고 1956년 설립한 신선회는
‘새로운 노선의 모임’이라는 파격적인 이름처럼 사진을
선도한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Henri CartierBresson, 로버트 카파Robert Capa, 데이비드 시모어David
Seymour 등이 1947년 설립한 사진가 그룹 매그넘
포토스가 리얼리즘 사진계를 이끌고 있었다. 매그넘
같은 사진가 그룹은 한국에도 있었다. 1957년 신선회는
동화백화점(옛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서 신선회 창립
발표회를 열며 사진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주로 풍경
사진을 찍던 당시의 주류에서 일탈해 인물 사진을 그대로
찍었기 때문이다. 이형록, 손규문, 조규, 정범태, 한영수, 이해문 등 젊은 사진작가가 삶의 리얼리티를 담아내기
위해 노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대상만 좇아 찍는 리얼리즘에 환멸을 느낀 작가들이 신선회를 탈퇴하면서
유야무야 사라졌지만, 신선회가 사진계에 던진 담론은 강렬했다.
50년의 한국 사진사
1930년대에는 신문사가 주최한 공모전으로 사진가들이
예술적·사회적 인식을 확립했다면, 1950~60년대에는
해외 공모전으로 확대되어 사진가 개인의 이력을 키우게
된다. 그 후 공모전을 통한 예술 사진의 시대는 1982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임응식 회고전>이
열리면서 수그러든다. 이 회고전은 사진가 개인의 예외적
성취라기보다 사진이 독자적 예술 매체로, 순수미술의 한
분야로 인정받은 사건이다.
한미사진미술관은 2022년 12월 삼청동에 뮤지엄한미 삼청 신축 개관전 <한국사진사 인사이드 아웃, 1929 1982>를 마련했다. 1929년 예술가로서 사진전을 열었던 정해창의
<예술사진 개인전람회>부터 공모전 사진의 막을 내린
1982년 <임응식 회고전>까지 한국 사진사 50년을 정리했다. 빈티지 프린트와 자료 총 300여 점으로 구성한
해당 전시는 오는 4월 16일까지 뮤지엄한미 삼청에서
열린다. N
“A photographic work doesn’t necessarily portray beauty only. It should show everything that happens in our lives. Whether beautiful, ugly or terrible, all things are subjects for photography.”
- Limb Eung-sik, photographer김종헌, ‘격정’, 1965, Gelatin Silver Print, 97×66cm, 개인 소장 ⓒ 김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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