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blian 2022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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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 irresistible emblem of metamorphosis, the Serpentis Ocean Treasure necklace guards a showstopping cornflower blue sapphire totaling 61.31 carats.

2022/7 NO. 264 TRAVELING INTO BOOKS

Connected Time

Pick up a book, open it up and start reading. This simple action serves as the beginning of your daily escape for connecting you to a new world. Free from your everyday worries, have some quality reading time. Books have the magic power to whisk you away to another universe with a different life in a different place.

16 OBJECT

무언가에 치여 (그것이 무엇이든지) 삶이 고단해질 즈음

훌쩍 떠나고는 했다. 타인의 시선이 (사실은 내가 보는

시선이), 과거의 결단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지만),

자존감을 흔들어버릴 때 (자신의 주관으로 살아본 적도

없으면서) 더 그렇다. 그럴 때는 늘 책 두 권을 에코백에

챙겨 넣는다. (독서등을 켠 비행기 좌석에 앉아, 리조트의

선베드에 누워 칵테일 한 잔을 사이드 테이블에 놓고

여유롭게 책을 읽는 자신을 떠올리면서) 대체로 한 권은

시집, 한 권은 문장을 곱씹어 읽어야 할 것 같아 평소

쉽사리 손이 가지 않는 책이다. 여행에서 책 두 권이 주는

무게는 생각보다 무겁다. 걸을 일이 많은 여행은 특히 더

그렇다. 그 무게를 견디며 여행지를 누비는 것은 낯선

공간에서 시간과 독서가 주는 묘한 동질감 덕분이다. 물론

그 와중에도 새로 산 선글라스와 샌들, 에코백을 걸치고,

리넨 소재 셔츠와 쇼트팬츠를 입은 채 무심하게 놓은

(그렇게 보이도록 애쓴 흔적이 역력한) 에코백 사이로

책 두 권이 슬쩍 나온 순간도 놓치지 않고 사진으로

찍는다. 그것도 여행의 맛이니까. 하지만 어느 순간 문득 깨달았다. 책장을 넘기는 횟수보다 셔터를 누르는 횟수가

수백 배나 되는 것을. SNS에 게시물을 시도 때도 없이

올리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사진을 열심히 찍는 건 무슨 연유에서일까. 남과 같은 속도로 달리지 않으면 (이미

이삼십 대의 속도는 따라잡지도 못하면서) 도태될 거라는

불안감을 달래기 위한 여행이었는데, 결국 심리적 위안은

쇼핑이나 사진 속 모습에서 느끼는 만족감으로 대체하고

있었다. 아들러 심리학을 연구한 철학자 기시미 이치로는

<오늘부터 가벼워지는 삶>에서 이렇게 썼다. “허영심이

일정 한도를 넘으면 대단히 위험해진다. 실제의 모습보다

타인에게 어떻게 생각될지에 구애되어 여러 도움되지 않는

일이나 소비로 사람을 압박하고 쉽게 현실과의 접점을

잃어버린다.” 그의 말처럼 결국 여행지에서도 현실과

타인의 시선을 떨쳐내지 못했다.

김선우가 최근 낸 시집을 펼친다. <내 따스한 유령들>이다.

그녀의 시는 대학생 시절 처음 읽었다. 적어도 허영심이

아니라 열정과 치기가 가득하던 시기였다. 딱히 첫

페이지부터 펼치지는 않았다. 무심코 펼친 페이지다.

“내가 티끌 한점인 걸 알게 되면 / 유랑의 리듬이

생깁니다 // 나 하나로 꽉 찼던 방에 은하가 흐르고 / 아주 많은 다른 것들이 보이게 되죠.”

자신이 티끌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은 없지만 자본주의라는

틀 안에서 개인은 결국 티끌 한 점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녀의 티끌은 다르다. 그걸 인정하면서 유랑의 리듬이

생기고 은하가 흐르고, 다른 것이 보인다. 책, 아니 책

읽기의 단초가 여기 있다. 첨단과 동질성, 허영심으로

둘러싸인 우리의 현실을 잠시 내려놓고, 진정한 타인의

시선과 시간, 공간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이다. 바로

디지털로 엮인 현실의 관계를 끊고, 진정한 자아와

연결되는 시간이다. 그리고 책은 다른 세계로 가는

통로지만 내가 디지털이 아닌 현실이라는 창조적인 세상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걸 알려주는 부싯돌임을 깨닫게 된다. 독서도 연습이 필요하다. 연습이 반복되면 경험이 쌓이고 노하우가 생긴다. 이삼십 대의 독서는 책과 책 속의 세상을

다 안다고 생각하며 읽었지만 읽다 보니 그때와 그 이후의 시간은 확실히 다르다. (이후가 훨씬 낫다) 진정한 독서의 목적과 진실은 열정적이고 창조적인 대화와 일상에 있다. 현실의 속도에 순응하는 일상이 아니라 스스로 걷거나 달려가는 일상을 일깨운다. 총체적 독서이자 총체적 삶이다. 그것은 여행의 여유로움을 넘어 삶이라는 긴 여행의 리듬을 은하에 싣고, 유랑하는 일종의 영원의 스텝이다. N

“When vanity exceeds a certain limit, things will be extremely dangerous. Obsessed with how you are seen by others instead of how you see yourself, you tend to go for thoughtless behavior and impulsive consumption. You will eventually end up with easily losing your point of contact with real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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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Great Library Where Your Inspiration Begins

If you are a book lover, it will be a delightful experience to explore local books and get inspired during your trip. One of the best destinations for bibliophiles is a library where reading can be the ultimate way to rela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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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CE
뉴욕 시민들에게 정보와 영감을 주는 공간 © MACH Photos / Shutterstock.com 뉴욕 42번가와 5번가가 만나는 지점에 위치한 뉴욕 공립 도서관 © PriceM / Shutterstock.com

뉴욕 공립 도서관 내부 © fukez84 / Shutterstock.com

모두에게 열려 있는 공간, 뉴욕 공립 도서관 2018년 도서관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가 개봉했다. 프레더릭 와이즈먼 감독의 <뉴욕 라이브러리에서EX

Libris: The New York Public Library>다. 감독은 12주에

걸쳐 뉴욕 공립 도서관New York Public Library의 이모저모를 담았다. 배우려는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무료로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고, 시민 의식과 사회 참여를 통해 지역사회를 튼튼히 한다는 뉴욕 공립 도서관의 사명이 어떻게 실현되는지 살필 수 있는 영화다. 도서관의 역사는 100년이 훌쩍 넘었다.

바야흐로 콘텐츠가 차고 넘친다. 트위터와 블로그의 시대에는

짧고 긴 무수한 글이 우리 곁을 스쳐갔다. 유튜브가 대세인

지금, 손가락 끝이 만들어내는 분기점을 따라 영상의 바다를

떠다니다 보면 순식간에 시간이 흘러간다. 분명 수많은

콘텐츠를 눈에 담고 또 담았는데, 별로 남는 것이 없어 허전한

기분이 들 때가 있다. 과연 검증되고 진실한 내용이었는지

의문이 들 때면 공허의 감정은 증폭된다. 그럴 때 다시 기대어

비빌 언덕이 묵직한 무게감을 쥔 손에 전해주는 한 권의

책이다. 물론 책이라고 완전무결하지는 않다. 다만 저자가

책 한 권을 쓰는 동안, 출판사가 출판을 고심하는 동안, 인쇄소에서 인쇄하고 제본하는 동안, 서점에서 책을 들여놓고

진열하는 동안 들인 시간과 노력이 물리적 실체로 내 앞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괜스레 든든할 뿐이다. 모처럼 떠나는

여행을 앞두고 꾸리는 짐에 굳이 무게와 부피가 부담스러운

책 한 권을 끼워 넣는 것도 같은 이유다. 기차나 비행기에서, 마침내 도착한 여행지에서 한가로움을 알차게 보내고 싶어서다.

여기에 공감하는 여행자라면 여행지에서 그곳의 책을 살펴보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다. 책을 만나기에 좋은 곳 중

하나가 바로 도서관이다.

19세기 후반 뉴욕은 세계 최고의 도시로 성장하고 있었다. 그 명성에 걸맞은 문화를 가지려면 좋은 도서관이 있어야 한다는 데에 당대 저명인사들의 마음이 모였고, 수백만 달러가 넘는 돈을 도서관 건립 프로젝트에 기부했다.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도 기부자 중 하나다. 뉴욕 공립 도서관이라는 이름을 쓰지만, 시가 아닌 민간 재단이 운영의 주체인 이유다. 공공을 위한 도서관답게 뉴욕

곳곳에 도서관 92곳을 두었다. 가장 유명한 곳은 42번가와 5번가가 만나는 지점에 있는 도서관이다. 건물 정면에

높은 아치 3개가, 그 아래에 출입문이 있다. 왼편과 오른편에는 늠름한 사자 석상이 자리하고 있는데, 각각

‘인내Patience’와 ‘불굴의 용기Fortitude’라는 이름이 붙었다. 피오렐로 라과디아 뉴욕 시장이 대공황 당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 두 자질이 뉴욕 시민에게

필요하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란다. 영화 <투모로우

The Day After Tomorrow>의 주인공들이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을 피해 잠시 몸을 피하는 건물이 바로 이곳이다.

뉴욕 공립 도서관이 한 세기 넘는 동안 시민을 위해

기울여온 노력을 생각하면 영화에 등장하는 남녀노소, 부자와 가난한 이들이 모두 여기에 피신한 것도 그리 어색하지는 않다. 게다가 그들에게 필요한 것이야말로

인내와 불굴의 용기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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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visit to Trinity College Library, a copyright library with an extensive collection of manuscripts in Dublin, Ireland, will let you know that a book can be such a precious treasure.

웅장하고 고풍스러운 아일랜드 더블린의

트리니티 칼리지 도서관

책은 대단한 물건이다. 수천, 수만 시간에 걸쳐 쌓아 올린

누군가의 경험과 생각이 글자에 담겨 다른 시공간에

존재하는 이에게 전달될 수 있었던 것은 오직 책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책을 통해 인류는 지식을 축적할 수

있었고, 문명은 지식의 토대 위에서 발전했다. 책으로

남길 만큼의 내용을 준비하는 것도 대단한 일이지만, 책 자체를 제작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점토, 동물

가죽, 종이 등 책의 재료는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구하거나 만들기가 녹록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같다. 한줄

한줄 새기거나 써서 한 권을 완성하는 데도 어마어마한

수고가 필요했다. 책 한 권이 이토록 귀하다는 사실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이 아일랜드 더블린의 트리니티

칼리지 도서관Library of Trinity College Dublin이다.

트리니티 칼리지 더블린의 역사는 15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1세는 오랜 식민지였던 이

땅에 훗날 유럽의 명문으로 자리매김할 대학교를 세웠다.

성공회를 국교로 삼은 영국이 가톨릭의 전통이 굳건한

아일랜드에 성공회 신자만이 입학할 수 있는 대학교를

지었다는 점에서 애초의 목적이 무엇이었는지는 대략

짐작할 수 있다. 물론 독립국 아일랜드의 대학교인 현재, 성공회 신자인지 여부는 중요한 사항이 아니다.

<고도를 기다리며>를 썼고, 노벨문학상을 받은 사뮈엘

베케트가 공부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매년 수십만 명을

이곳으로 이끄는 것은 롱룸Long Room으로 불리는

도서관과 그곳에 소장된 <켈스의 서The Book of Kells>다.

도서관은 말 그대로 크고 긴 방의 형태다. 가운데 복도를

중심으로 양옆으로 천장까지 빼곡한 서가가 줄지어 늘어서

있고, 아치 형태의 높은 천장이 복도를 따라 이어진다.

책과 공간이 만들어내는 웅장한 기품이 대단하다.

680페이지에 달하는 <켈스의 서는> 9세기경에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다. 라틴어로

썼으며 페이지마다 그림과 각종 장식으로 화려하게

꾸며놓았다. 중세의 수도원은 필사를 통해 책을 제작하고

보급하는 역할을 수행했지만, 이 정도로 예술성이 높은

책은 보기 힘들다. N

(heritage.unesco.or.kr)

20 SPACE reference UNESCO
HERITAGE
&
New York Public Library (www.nypl.org)
아일랜드 더블린의 트리니티 칼리지 © POM POM / Shutterstock.com <켈스의 서>가 소장된 롱룸 © Marc Lechanteur / Shutterstock.com

Hotels, the Cradle of Creation

When staying at a hotel, you don’t need to worry about doing household chores such as cleaning rooms or washing dishes. Whether they are in a city or at a faraway beach, hotels always welcome you being very clean and organized. Creators of all ages and countries would stay at hotels for inspiration and continue to create their works. Take a look at some hotels and creators who used them as a library for creation.

22 STORY 아일랜드 더블린의 호텔 리우 플라자 더 그레셤 © Hotel Riu Plaza
The Gresham

우리는 명사, 즉 자신의 분야에서 독창적 활동을

한 창작자가 어떤 자양분을 기반으로 성공했는지

관심을 쏟는다. 명사들이 추천하는 책, 영화, 물품

등이 베스트셀러에 오르거나 그들이 방문한 여행지와

공간, 나아가 집과 서재에도 큰 관심을 갖는다. 서재는

사색과 휴식의 장소인 동시에 쌓인 책만큼 지식이

보관되어 있는 보물섬이다. 그러나 예부터 창작자 중

자신만의 공간을 두기보다 호텔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많다. 소설가 김영하는 산문집 <여행의 이유>에서

“호텔은 집요하게 기억을 지워 삶이 항상 리셋되는

기분을 느끼게 한다”고 서술했다. 어떤 명사들이

본인만의 서재 대신 호텔을 서재로 이용해왔는지

알아보자.

술과 문학, 작가의 공간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은 조너선 스위프트, 윌리엄 예이츠, 조지 버나드 쇼 등 걸출한 문인을 배출한 문학의 도시다.

더블린 시내에는 오스카 와일드, 사뮈엘 베케트 등이 수학한 트리니티 칼리지 더블린이, 이곳에서 시내를

가로지르는 리피강을 건너면 호텔 리우 플라자 더

그레셤Hotel Riu Plaza The Gresham이 있다. 1817년

문을 연 4성급 호텔인 그레셤은 아일랜드에서 오래된

호텔 중 하나다. 그레셤이 특별한 이유는 역사가 깊기도

하지만, 소설 <율리시스>를 지은 제임스 조이스의

흔적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레셤 호텔에는 라이터스

라운지Writers Lounge라는 바가 있다. 호텔 1층 바에

‘작가들의 라운지’라는 이름을 붙인 것도 문학 펍Literary

Pubs이 즐비한 더블린이기 때문일 것이다. 차와 맥주, 칵테일, 와인 등을 판매하는 라이터스 라운지에서

조이스는 단편집 <더블린 사람들Dubliners>의 마지막

단편소설 ‘망자The Dead’를 1914년 완성했다.

눈의 세계에서의 글쓰기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설국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설국>은 첫

문장만으로도 독자를 새하얀 세상으로 이끈다. <설국>에서

첫 문장만큼 유명한 것은 배경이 된 일본 니가타현의

에치고유자와 온천이다. 유자와는 인구 8000명 정도의 작은

마을이지만, 일본에서 눈이 가장 많이 내리는 지역답게

스키와 온천을 즐기려는 관광객으로 북적인다. 이곳에는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설국>을 집필한 다카한高半 료칸이 있다. 다카한은 900여 년 전 에치고유자와 온천을 처음

발견한 다카하시 한로쿠의 이름을 따서 문을 연 료칸이다.

가와바타 야스나리는 2층 ‘가스미노마(かすみの間, 안개의 방)’에 머물면서 계절의 변화를 살폈고, 다다미 8장 크기의 이 공간은 <설국>의 세계로도 묘사됐다. 다카한

료칸은 1980년대 6층짜리 건물로 증개축해 가와바타

야스나리가 머물던 1930년대 모습은 찾아볼 수 없지만, 가스미노마는 당시의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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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에치고유자와의 다카한 료칸 내 독서 라운지 © Takahan Ryokan

보헤미안 예술가의 아지트

팝 아티스트 앤디 워홀의 회화 작품은 널리 알려졌지만,

그가 영화를 제작했다는 걸 아는 이는 많지 않다. 1966년에 제작한 실험영화 <첼시 걸스>는 니코, 브리짓 베를린, 온딘 등 앤디 워홀이 사랑한 스타가 대거 출연한다. 배경이

된 호텔 첼시Hotel Chelsea는 뉴욕 맨해튼의 상징적

공간이다. 1884년 첼시는 뉴욕시 최초의 민간 협동조합

아파트가 시초였다. 첼시는 부유층을 위한 넓은 생활

공간과 예술가를 위한 스튜디오로 구성됐으며, 1905년

호텔로 리뉴얼하면서 250개로 증축됐다. 비트 제너레이션

작가 잭 케루악, 앨런 긴즈버그는 물론, 마크 트웨인, 아서

밀러, 장 폴 사르트르, 시몬 드 보부아르 등 문인과 밥 딜런, 롤링스톤스, 지미 헨드릭스, 패티 스미스 등의 뮤지션도 첼시를 찾았다. 예술가의 스튜디오로 첫발을 내디딘 만큼

잭슨 폴록, 프리다 칼로, 앤디 워홀 등의 아티스트는 첼시를

소재로 다양한 창작 활동을 펼쳤다. 첼시는 2011년 경영난

악화로 문을 닫았으나, 올 2월 조용히 다시 열었다.

영원한 안식처가 되다

러시아계 미국인 소설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아내

베라 나보코프와 말년을 보낼 공간으로 스위스의

페어몬트 르 몽트뢰 팰리스Fairmont Le Montreux Palace 호텔을 택했다. 몽트뢰는 스위스 제네바의 레만

호수 기슭에 자리해 잔잔하고 드넓은 호수와 웅장한

알프스산맥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나보코프는

러시아 제국의 명문가에서 태어났으나 혁명을 피해

영국과 독일, 프랑스를 오가며 유럽에서 생활했고, 다시

나치를 피해 미국으로 이주했다. 미국 정착 이후 1955년

소설 <롤리타>를 발표한다. 이 소설은 미국 출판 3주 만에 판매고 10만 부를 기록하면서 나보코프에게 경제적

풍요로움을 안겨주었다. 이후 나보코프는 페어몬트 몽트뢰

르 팰리스에 머물며 1977년 폐병으로 사망할 때까지 작품 활동과 나비 수집을 이어갔다. 일생의 대부분을 이민자로

살아야 했던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에게 중립국인 스위스는

고급 휴양지를 넘어 안식처가 되었을 것이다. 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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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잔잔한 호수와 웅장한 알프스산맥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스위스 대표 휴양지 몽트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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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재개장한 뉴욕 호텔 첼시 © Hotel Chelsea 페어몬트 르 몽트뢰 팰리스 호텔 내 레스토랑 © Gnoparus / Shutterstock.com

A Trip to Embrace Yourself

One of the easiest ways to make your ordinary life extraordinary is reading and traveling. “Book Stay” is a great way to enjoy both reading and traveling, focused on having “me time” to reduce stress and restore energy. Step out of your comfort zone and bury yourself in a book to spice up this summer.

엔데믹이 도래했다고 하나 여전히 해외여행을 쉽게 떠나지

못하고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비행기 티켓 요금 탓에

MZ세대는 중소도시로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자신만의

취향 찾기에 진심인 MZ세대는 핸드폰과 노트북을 끄고

자연 속에서 책을 읽으며 자신을 되돌아보는 경험을

즐긴다. 우리는 무수히 많은 소음에 둘러싸여 살고 있다.

도로 위를 지나다니는 차의 엔진 소리, 사람들의 대화

소리, 가게에서 틀어놓은 노랫소리, 도로 공사를 하는 소리

등 현실의 갖가지 소음부터 TV,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인터넷에서 만들어내는 파도 소리까지 우리의 오감은 외부

자극을 받아 365일 예민한 상태다. 여행과 독서는 우리를

일상과 분리시켜 새로운 세계로 이끈다. 자연에 파묻혀

책을 읽으며 하룻밤 보내는 경험은 감각을 재생시키는

휴식이 되어줄 것이다.

취향을 발굴하는 숲속 아지트, 이후북스테이

강원도 영월은 양양, 속초, 강릉에 비해 사람들이 찾지 않아

자연 속에서 조용하게 힐링하기 적합하다. 그중에서도

이후북스테이는 영월 시내에서 벗어나 동강을 따라

차로 10분을 달려야 찾을 수 있다. 이후북스테이는 서울

망원동의 독립책방 이후북스와 스테이가 결합된 공간이다.

이곳에는 TV도 와이파이도 없다. 대신 LP 플레이어와

노래방 기계가 심심함을 풀어준다. 또 강아지 방울이, 맹자, 몽실이가 상주하고 있어 숙소 앞 동강까지 노련하게

이끌어준다. ‘플라스틱 프리’한 하룻밤을 경험할 수 있는

점도 힐링 포인트다. 제로웨이스트샵 지구살림의 고체

치약, 비누 등이 종이 포장되어 어메니티로 제공된다. 숲속

작은 숙소에서 외부와 단절된 채 독립 서적을 읽노라면

자기 자신도 몰랐던 취향을 발견할 수 있다.

26 TREND

동심으로 돌아가는 작은 도서관, 썸원스페이지숲

춘천은 산으로 사방이 둘러싸여 있고 북한강과 소양강이 만나는 비옥한 땅이다. 강원도 내에서 철원평야

다음으로 평지가 넓고, 교외 지역에서는 도시를 조망할 수 있어 전망을 보러 관광객이 찾고는 한다.

춘천 시내에서 조금 벗어나면 소설가 김유정의 이름을 딴 경춘선 김유정역이 자리하고 있다. 이곳에서

차로 10분, 북스테이 썸원스페이지숲이 손님을 맞이한다. 이곳은 등 뒤로 금병산과 굽이굽이 흐르는

물줄기를 끼고 있어 자연에 파묻히고 싶은 이들에게 제격이다. ‘자발적 고립의 공간’이라는 부제를 갖고

있는 만큼 와이파이도 원활하지 않아 휴대폰을 끄고 온전히 디지털 디톡스를 즐길 수 있다. 공용 공간

‘숲속의 서재’에는 책 1000여 권과 함께 게스트들이 기증한 책이 비치돼 있어 읽고 싶은 책을 숙소에 빌려

갈 수 있다. 정갈한 느낌의 스테이는 3개의 객실로 구성돼 있다. 최대 4인까지 머물 수 있는 ‘에반스의

서재’는 50m2(약 15평)의 독채로 돼 있어 가족이 머물기 적합하다. 맑은 날 밤에는 주인장인 ‘썸장’에게

천체망원경을 빌려 쏟아지는 별을 관측할 수 있다. 이곳에서 하룻밤 머문 뒤 근처 김유정문학촌에 들러

김유정의 창작 세계를 엿보는 것도 북스테이를 마무리하는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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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끌고 왔다면 25분가량 달려 카페 감자밭의 감자빵을 즐기며 잠시 ‘점순이’가 되어볼 수도 있다. 춘천에서의 하룻밤은 책과 별, 자연을 사랑하던 어릴 적으로 돌아가게 해준다.

이야기 속 주인공이 되는 경험, 로텐바움

1967년, 프랑스 사진작가 조르그 로텐바움은 알자스 로렌에 사는 친구 요한의 집에 잠시 머문다. 조르그는

요한이 영화 촬영 차 미국으로 떠난 사이 집수리와 정원 관리를 맡게 되었다. 조르그는 고양이 요르고스와

함께 집을 가꿔간다. 서울에서 이곳까지 약 218km, 요한의 집은 전라북도 전주시 완산구 서학동 예술마을에

있다. 로텐바움은 부산 광안리의 스테이 ‘ 에버’를 제작한 시각 연출 스튜디오 27club의

두 번째 도시재생 공간이다. 오래된 2층 단독주택을 7개월간 수리했으며 프랑스와 독일의 국경에 사는

젊은 사진작가의 집을 상상하고 만들엇다. 건물 전반에 쓰인 따뜻한 색감의 호두나무와 미드센추리 빈티지

가구가 1900년대 중반의 느낌을 살린다. 1층 거실에는 정원으로 이어지는 커다란 폴딩도어가 있어 아침의

상쾌한 바람을 집 안으로 들이기에 제격이다. 다이닝룸에는 다양한 책과 통창, 턴테이블이 있어 식사 후

책과 LP 한 장을 곁들이는 여유를 즐길 수 있다. 한편에는 일회용 필름카메라로 하루를 남기며 조르그가

되어보는 경험도 할 수 있다. 사진은 추후 현상해 인스타그램(@rotenbaum official)에 업로드된다.

로텐바움은 독서를 통한 몰입을 현실로 가져온 케이스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과 역할에서 벗어나

이야기 속 주인공이 되는 경험은 색다른 자극을 받게 한다. 로텐바움에 들르기 전 조르그 로텐바움의

인스타그램(@zorg rotenbaum)을 접속해 수리 과정을 훑어보면 몰입도가 배가된다.

28 TREND

‘생’이라는 장편소설의 동기를 찾아서, 모티프원

서울에서 차를 타고 자유로를 따라 1시간가량 달리면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이 모습을 드러낸다. 헤이리

예술마을은 다양한 문화예술인이 모여 살아가고 있는 국내 최대 예술마을이다. 유흥·오락 시설은 찾아볼

수 없고 자연과 예술가, 갤러리, 박물관 등이 어우러져 있다. 이 조용한 마을에는 ‘글로벌 인생학교’

모티프원(motif#1)이 있다. 모티프는 예술 작품의 구성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요소로 작가가 세상과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모티프원은 방문하는 모든 이들이 인생의 가장 중요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 ‘삶의 제1동기’를 얻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 모티프원에는 마음을 어지럽히는 ‘바보상자’가

없다. 대신 1만4000여 권을 품고 있는 ‘라이브러리0(library0)’이 손님을 맞이한다. 거실에는 시원하게

뚫린 통창이 있어 건물 주변으로 주인장이 직접 심고 가꾼 나무가 있어 온몸으로 숲을 받아들이게 한다.

밤 5개에도 오래된 나무로 만든 가구와 커다란 창, 갖가지 책이 있다. 켜켜이 쌓여 있는 서가에서

책 한 권을 뽑아 그 속에 파묻히다 보면 나를 둘러싼 소음에서 벗어나 내면의 목소리를 만날 수 있다.

책에 집중하지 못해도 괜찮다. 16년간 모티프원을 이끌며 수많은 ‘휴먼북’을 만나온 주인장

29
이안수 작가가 길 잃은 자들의 북극성이 되어줄 것이다. 대화와 독서로 마음을 정돈하고 나면 헤이리 마을을 둘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문화 예술의 보고가 풍부한 자극으로 영감을 채워줄 테니. N cooperation Afterbookstay (82 10 8978 8142) Someonespage forest (82 10 4254 5401) RotenBaum (82 504 0904 2450) motif#1 (82 31 949 0901)

Explore Havana in Memory of Hemingway

Earnest Hemingway lived in Havana, Cuba when he wrote his novel <The Old and the Sea>, which made him an international celebrity. He passed away in 1961, one year after leaving Cuba.

JOURNEY
쿠바 아바나

84일 동안 고기를 잡지 못하던 한 늙은 어부가 거대한

청새치를 잡는다. 돌아오는 길에 만난 상어의 공격으로

값나가는 부위를 잃는다. 가까스로 항구로 돌아온

그에게는 거대한 물고기의 뼈와 머리만 남았다. 어찌 보면

줄거리가 간단한 소설 <노인과 바다>는 1952년 발표했고, 헤밍웨이는 다음 해 퓰리처상을 받았다. 다시 1년 뒤에는

노벨문학상을 받는다. 그는 같은 해 비행기 사고로 크게

다쳤고, 결국 노벨상 시상식에는 가지 못했다. 헤밍웨이는

<노인과 바다> 이후로 그만큼 인정받은 작품을 세상에

내보이지 못했다. 그는 쿠바 아바나에서 살던 시기에 이

작품을 썼다. 쿠바를 떠난 1년 뒤, 그는 세상과 이별했다.

헤밍웨이는 미국인이며,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그리고

아프리카를 누볐다. 그러나 그를 추억할 때 쿠바가

함께 떠오르는 것은 마지막 불꽃이 그곳에서 타올랐기 때문이다.

켜켜이 쌓인 시간이 멈춘 도시, 아바나

쿠바는 오랜 시간 스페인의 식민지였고, 혁명을 거쳐

오늘에 이르면서는 교역의 제한과 경제난을 겪었다.

발전이 더딘 탓에, 혹은 그 덕분에 시간이 멈춘 듯한

풍경이 남았다. 근대와 20세기 중반이 묘하게 뒤섞인

고색창연한 도시 분위기는 쿠바만이 갖고 있는 이국적인

느낌을 만들었다. 쿠바 수도 아바나의 여행은 주로

구시가에서 이뤄진다. 아바나 항구까지 들어온 내해의

서쪽 지역이다. 국회의사당Capitolio Nacional de Cuba, 아르마스 광장Plaza de Armas, 혁명 박물관Museo de la Revolución을 잇는 삼각형 안에 볼거리가 모여 있다.

카피톨리오라 불리는 국회의사당은 구시가를 대표하는

명소다. 주위를 걷기에도, 잠시 주저앉아 느릿한 공기 속에

멈춰 쉬기에도 좋은 장소다. 가까이에 헤밍웨이가 즐겨

찾았다는 식당 플로리디타Floridita가 있다. 식당 안에는

헤밍웨이의 동상이 있다. 그를 떠올리는 시간을 갖지

않을 수 없는 곳이다. 16세기 프란체스코 수도회가 세운 아바나 대성당은 바로크 양식의 파사드에 먼저 눈길이 간다. 앞에는 광장이, 좌우에는 높은 종탑이 있다. 인근의 바 라 보데기타 델 메디오La Bodeguita Del Medio 역시

헤밍웨이로 유명해진 곳이다. 그가 자주 찾았다는 증거로,

친필이 걸려 있지만 후에 사실이 아니라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대세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지 인기는 여전하다.

헤밍웨이가 머물며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집필했다는 암보스 문도스Ambos Mundos 호텔도 가깝다.

511호 객실을 그를 기려 꾸며놓았다. 아르마스 광장은

식민지 시절 귀족의 저택을 근처에 많이 지어 스페인식

건축의 면모를 살필 수 있는 곳이다. 쿠바 역사에 관심

있는 여행자라면 혁명 박물관Museo de la Revolución에

들러보는 것이 좋다. 옛 대통령 궁이었던 건물은 지금

쿠바 혁명의 이모저모를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이 됐다.

혁명 박물관에서 바다가 나올 때까지 북쪽으로 걸으면

푼타 요새Castillo de San Salvador de la Punta에 닿는다.

항구로 진입하는 해로를 사이에 두고 건너편 모로

성Castillo De Los Tres Reyes Del Morro과 함께 아바나를

지키기 위해 17세기에 세운 방어 시설이다. 요지에 터를

잡고 해적과 영국의 침입으로부터 아바나를 지켰다.

해로를 따라 좀 더 안쪽으로는 카바나 요새Fortaleza de San Carlos de la Cabaña가 있다. 앞의 두 방어 시설이

바다에 있는 적을 견제하는 역할이라면, 이곳은 상륙한

적으로부터 육지를 지키는 방어 거점의 역할을 한 것 같다.

아바나 시내로부터 좀 떨어진 언덕에 있어 지금은 저녁

무렵 석양과 함께 도시를 조망하기에 좋다. 구시가에서

서쪽으로 좀 떨어진 곳에 혁명 광장이 있다. 쿠바의 독립에

중요한 역할을 한 시인 호세 마르티의 동상과 혁명 탑, 체 게바라의 얼굴이 외벽을 장식한 건물을 볼 수 있다.

상징적인 장소지만 넓은 규모에 비해 오가는 사람이

많지는 않다. <노인과 바다>의 배경은 아바나의 동쪽에

자리한 어촌 코히마르Cojímar다. 작고 조용한 이 마을에는

시간의 흔적이 자연스러운 헤밍웨이의 흉상이 있다.

아바나의 그것과는 사뭇 분위기가 다른 단골집 라 테라차

데 코히마르La Terraza de Cojímar도 바다를 마주하고

있다. 창밖으로 보이는 바다를 보면 아무래도 그와 그의

작품을 떠올리기에는 이곳이 가장 적절하지 않을까 싶다.

36 JOUR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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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웨이가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집필한 암보스 문도스 호텔 © The Visual Explorer / Shutterstock.com 헤밍웨이로 인해 유명해진 바인 라 보데기타 델 메디오 © Ismel Leal Pichs / 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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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세오 델 프라도 거리 © Richie Chan / Shutterstock.com <노인과 바다> 배경이 된 어촌 마을 코히마르 © Thitinun Lerdkijsakul / Shutterstock.com

Drink like Hemingway. One of the world’s most sought-after concoctions, Mojito is reportedly Hemingway’s favorite drink. A mix of fresh mint leaves, white rum, lime juice, sugar and soda water turns into a crisp, sweet and refreshing cocktail perfect for summer.

사탕수수와 럼, 모히토의 달콤쌉싸름한 이야기

사탕수수를 짜서 즙을 내고, 즙을 끓여서 설탕을 만들고

나면 당밀이 남는다. 당밀을 발효한 뒤 증류해서 만든

술이 럼이다. 콜럼버스가 이른바 공식적으로 신대륙을

발견했지만, 금은보화를 충분히 얻지는 못했다. 대신

스페인은 이 지역 일대에서 사탕수수로 막대한 부를

얻었다. 사탕수수는 동남아시아와 인도에서 주로

재배하는 작물이었다. 후에 아랍과 중국으로 퍼져

나간다. 유럽은 십자군 전쟁을 거치며 아랍을 통해

사탕수수의 결실, 설탕의 맛에 매혹됐다. 그전에는

달콤함의 즐거움을 꿀에서나 맛볼 수 있었다. 그러나

유럽은 남쪽의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사탕수수

재배에 적합한 땅을 갖지 못했다. 그러다 열대기후

지역인 신대륙을 손에 넣게 된 것이다. 콜럼버스는

신대륙을 향한 두 번째 항해에 사탕수수를 가져가서

심었다. 대량으로 사탕수수를 재배하는 데 부족한

노동력은 아프리카에서 끌고 온 노예들로 대신했다.

비옥한 토양에 값싼 노예 노동이 투입되자 설탕은 점차

대량생산되기 시작했다. 환금성이 높은 작물을 대량

재배하는 플랜테이션 농업은 그렇게 카리브해 인근에

빠르게 자리 잡았다. 훗날 신대륙에서 대량생산되어

저렴해진 설탕은 영국의 산업혁명 시기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때로 한 끼 식사를 간단히

때우느라 들이켠 달고 진한 홍차 잔에 담겼다. 쿠바의

대표 상품인 사탕수수와 담배, 인도와 스리랑카에서

대량생산한 찻잎 모두 플랜테이션 작물이다.

헤밍웨이가 좋아했다는 모히토는 민트 잎과 탄산수, 라임 주스, 설탕과 럼을 섞어 만든 칵테일이다.

상큼하면서도 달고, 쌉싸름하면서도 향기로운 술이다.

힘들고 처연했던 오랜 수난과 역경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흥이 많고 밝은 성정을 가진 쿠바 사람에게도

왠지 잘 어울린다. 헤밍웨이는 성공한 작가였지만 주로

쓸쓸한 정조가 감도는 글을 썼다. 하지만 쿠바에서의

삶은 그래도 괜찮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쿠바의

화창한 날씨와 명랑하고 넉넉한 사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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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씨, 그리고 쓰면서도 단맛이 나는 모히토가 그에게 약간은 위로가 되지 않았을까 싶어서다. N
쿠바를 대표하는 칵테일 모히토 © T photography / Shutterstock.com

WHERE EVERY MOMENT LASTS

GOOD READS AND TIME TO RELAX

What’s better than lying on a lounger in the sun at a summer resort, absorbed in a whirlwind romance or the latest page-turner thriller? One of the best parts of summer is kicking back on a warm beach with a good book. There’s no better time to fall into a good book than when you are totally relaxed with your toes in the sand. In fact, it often happens that you don’t finish a single book, you’re not even halfway through. However, you tend to pack books in your suitcase for your vacation. Try to find some quality reading time in your busy schedule because a good summer read is the perfect way to relax and unwind.

41 SIGHT

여행을 떠날 때, 꼭 필요하지는 않지만 챙기는 것이 있다. 바로 책이다. 캐리어가 무겁지 않게 가볍고 작은 것으로.

무게만큼 내용도 읽기 편한 가벼운 스토리의 소설이나

에세이로 고른다. 가끔 갖고 간 책을 반도 못 읽기도 한다. 때로는 ‘괜스레 여행 가방을 무겁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드는데도 꼭 넣고야 만다. 미처 챙기지

못했을 때는 공항 서점에서 산 적도 있다. 왜 기어코 책을

챙기는 갈까?

여행의 목적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다.

다람쥐 쳇바퀴 같은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환경에서

리프레시하기 위함이다. 빡빡한 여행 일정 속에서도 책을

읽는 시간이야말로 여행자가 누릴 수 있는 사치이자

진정한 여유기 때문이다. 뜨거운 태양 아래 선베드에

누워 시원한 칵테일을 마시거나, 카페 테라스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보는 책 한 권의 여유야말로 우리가 꿈꾸던

휴식이다.

42 S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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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SIGHT

도심 속 사색의 시간

도심 속 호캉스에서도 책 한 권의 여유를 만끽하고 싶다면, 서울신라호텔에서 찾을 수 있다. 서울신라호텔은 곳곳에

책을 읽으며 사색에 잠기기 좋은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먼저 라운지&바 더 라이브러리는 이름 그대로 라이브러리

콘셉트의 원형으로 둘러싼 목재 기둥 안쪽에 진열된

서가에는 역사, 문화, 예술, 건축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이

진열되어 있다. 다크한 우드 톤 책장과 벽난로 인테리어가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해 조용히 책 읽기에 몰두할 수 있다.

낮에는 브런치와 커피를, 밤에는 풍미 가득한 싱글몰트

위스키 한 잔을 마시며 여유로운 시간을 즐길 수 있다.

23층에 위치한 더 이그제큐티브 라운지에서는 남산의

풍광과 도시의 전경을 바라보며 사색할 수 있다.

고급스러운 펜트하우스의 응접실을 콘셉트로 구현한

투숙객 전용 비즈니스 공간으로 다양한 아트북과 국내외

신문, 잡지 등이 비치되어 있다. 오후에는 애프터눈 티를

마시며 남산의 아름다운 풍광을 배경으로 책을 읽고,

밤에는 도심의 야경을 바라보며 식사와 와인을 맛볼 수

있다.

아늑한 객실은 오롯이 독서에 집중하는 데 최적의

공간이다. 특히 로열 스위트 룸은 모던한 분위기의

고급스러운 객실로 여유로운 응접실과 다이닝 룸, 업무

공간 및 침실로 구성되었다. 응접실 한쪽에 마련된 요트

콘셉트의 프라이빗 바는 위스키 한 잔의 여유를 선사하며, 세련된 디자인의 서재 공간은 책을 읽거나 글을 쓰고 싶은 욕구를 자극한다. MORE INFORMATION

45
서울신라호텔

책 속에서 찾는 휴식

눈부시게 빛나는 계절이다. 반짝이는 쪽빛 바다에서

스노클링과 서핑을 하고, 산과 오름을 트레킹해도 좋다.

이 계절을 만끽할 수 있는 다채로운 액티비티가 제주에

있다. 또 새롭게 오픈한 카페와 레스토랑을 다니며

식도락을 즐기고,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아트 투어도 놓칠

수 없다. 즐길 것이 많은 제주 여행을 만끽했다면 다음은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함께하는 실내에서의 여유로운

휴식을 즐겨보도록 하자. 제주신라호텔 로비가 있는

6층에는 라이브러리 콘셉트의 공간인 ‘라운지 에스’가

있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책장이 대저택의 서재와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책장에는 소설, 에세이 등 다양한

장르의 책이 구비되어 있고, 책 외에 신문, 잡지도 마련되어

취향에 맞게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어떤 책을 읽을지

망설여진다면 추천 도서 목록을 참고하면 된다.

THE SHILLA JEJU has ‘Lounge S’, a librarythemed private place at the lobby area on the 6th floor. Reminiscent of a traditional library in a palatial mansion, it features an impressive floor-to-ceiling built-in bookcase that covers an entire wall, stocked with books in all genres including novels and essays as well as newspapers and magazines. Find your favorite reads and take a book break in a relaxing and elegant atmosphere.

라운지 에스에는 시간대별로 다른 종류의 디저트가

제공된다. 오픈 시간인 오전 10시에는 빵 4종과 과일이, 낮 시간대에는 다양한 티와 함께 건과일, 쿠키, 구움 과자, 케이크 등 달콤한 디저트류가 준비된다. 저녁 시간에는

시원한 맥주, 레드와인, 화이트와인과 함께 치즈와 크래커, 샐러드가 제공돼 낭만적인 제주의 밤을 즐길 수 있다. 라운지 에스는 실내 공간뿐 아니라 발코니도 매력적이다.

천막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과 함께 라탄 의자, 짙은

초록의 잎, 활짝 핀 꽃이 어우러져 이국적인 분위기를

선사한다. 저녁이 되면 연보랏빛으로 물드는 제주의

하늘과 함께 하나둘 켜지는 조명으로 더욱 로맨틱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여행에서의 여유로운 시간을 만끽할 수 있는 라운지 에스는

10시부터 22시까지

MORE INFORMATION

46
운영하며, 프리미어 오션뷰 룸 이상 예약 고객에게는 라운지 에스 2인 혜택이 제공된다. N
제주신라호텔 SIGHT
47 cooperation THE SHILLA SEOUL (82 2 2230 3310) THE SHILLA JEJU (1588 1142)

SUMMER DELIGHT WITH MANGO

As the summer heat is in full swing, it’s time to chill out with apple mango treats. The delectable tropical fruit features honeyed apple flavor and smooth juicy flesh. With the apple mango now in season, THE SHILLA SEOUL is offering a variety of desserts made with fresh apple mangoes from Jeju Island. Get to enjoy its sweet and savory menu that includes fluffy soufflé, soft Anglaise roll, and custard cream-filled éclair.

48 GASTRONOMY
패스트리 부티크에서 선보이는 다양한 애플망고 디저트

은은한 사과 향과 달콤한 과육이 일품인 애플망고의

계절이다. 애플망고 시즌이 되면 서울신라호텔

더 라이브러리에는 애플망고 빙수를 맛보기 위해 오픈

전부터 많은 고객이 대기하고 있다. 애플망고 빙수 대기가

너무 길다고 포기하지는 말 것. 패스트리 부티크에서는

폭신한 수플레, 부드러운 앙글레이즈 롤, 그리고 슈크림이

가득 들어 있는 에클레어까지 제주산 애플망고를 가득

올린 다채로운 디저트를 준비했기 때문이다.

망고 치즈 수플레는 부드럽고 진한 치즈 수플레 안에

제주산 애플망고 콤포트로 채우고 생크림을 올린 후

큼직한 애플망고 조각을 얹었다. 망고 앙글레이즈 롤은

이번 시즌 처음으로 출시한 상품으로, 부드럽고 촉촉한

시트에 바닐라 크림을 채우고 제주산 애플망고 조각을

샌드한 롤케이크다. 망고 에클레어는 슈 페이스트리에

패션 망고잼과 앙글레이즈 크림으로 속을 채우고 그 위에

망고잼과 제주산 애플망고 과육을 올렸다.

다채로운 애플망고 디저트를 한 번에 맛보고 싶으면 여름 시즌을 맞아 새롭게 선보인 더 라이브러리의

로열 티 세트를 추천한다. 향긋한 풍미의 애플망고 디저트, 제철 페이스트리로 이뤄진 2단 트레이, 샴페인(하프 보틀)과 최상의 궁합을 이루는 세이버리 컬렉션, 그리고 티로 구성된다.

2단 트레이 상단의 프티 푸르Petit Four에는 망고 패션 시럽에 담가 부드럽고 촉촉하게 만든 망고 럼바바, 요거트 무스에 향긋한 패션 망고 젤리를 올린 망고 요거트 무스, 망고 쇼트케이크, 망고 에클레어, 바닐라 밀푀유, 카눌레가 올라간다. 프티 패스트리Petit Pastry에는

칠면조 햄과 스위스 치즈로 만든 클래식 샌드위치, 연어와 야채, 바질페스토를 토르티야로 감싼 연어 토르티야

롤, 스콘 3종으로 구성된다. 샴페인과 함께 즐기는

세이버리Savoury에는 캐비아를 얹은 브리치즈 무스, 샤퀴테리 2종, 트러플 향을 곁들인 퀴시에 전복 세비체를

올린 전복 퀴시, 푸아그라와 무화과 무스의 포트와인

젤리가 제공된다.

로열 티 세트에 구성된 샴페인은 세계 5대 샴페인 브랜드 ‘로랑 페리에Laurent Perrier’의 ‘라 뀌베 브룻La Cuvee Brut’ 하프 보틀이다. 로랑 페리에는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도 “뛰어난 균형감과 세련된 맛을 보여주고, 기품과 우아함을 지닌 최상의 샴페인”이라고 극찬한

샴페인으로, 라 뀌베 브룻은 신선한 시트러스와 풍부한 화이트 플라워 향이 특징이다.

더 라이브러리의 로열 티 세트와 패스트리 부티크의

애플망고 디저트는 8월 31일까지 즐길 수 있다. N

49 cooperation PASTRY BOUTIQUE (82 2 2230 3377) THE LIBRARY (82 2 2330 3388)
여름
메뉴로 새롭게 단장한 더 라이브러리의 로열 티 세트

WHISKIES WITH GRATITUDE

The prolonged COVID-19 pandemic has brought changes in drinking practices with more people opting to drink alone at home to avoid crowded bars or restaurants. The shift in drinking culture contributes to the rising demand for premium alcohols. However, drinking in a more fitting place and ambience can be the best way to enjoy alcohols properly, especially if you go for the good stuff. The Library at THE SHILLA SEOUL, known for its cozy and inviting atmosphere to savor the harmony of flavors and aromas in whiskies, is offering a promotion with a selection of 29 popular whiskies available at special prices.

오랜 팬데믹으로 혼술과 홈술을 즐기는 이들이 늘었다.

혼술이나 홈술도 좋지만, 진짜 좋은 술은 그에 걸맞은

장소와 분위기에서 즐겨야 풍미를 제대로 만끽할 수 있다. 서울신라호텔 라운지&바 더 라이브러리는 조용하고

아늑한 분위기에서 오롯이 위스키의 맛과 향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다. 다양한 싱글몰트 위스키와 최고급 위스키

셀렉션을 보유한 곳으로 위스키 애호가에게 정평이 났다.

뛰어난 개성이 돋보이는 다수의 몰트 위스키 외에 소장

가치가 높은 레어 위스키도 만날 수 있다.

라운지 바에서 남산을 바라보면서 라이브 재즈 연주를

감상하며 와인을 즐기거나, 벽난로가 있는 서재 콘셉트의

더 라이브러리 바에서 위스키 한 잔을 음미해도 좋다.

지인과 독립된 공간에서 안락하게 즐길 수 있는 프라이빗

룸도 준비되어 있다.

위스키 애호가라면 놓칠 수 없는 소식이 있다. 더

라이브러리에서 지난 4월부터 고객에게 인기 있는

위스키를 특별한 가격으로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블렌디드 위스키인 조니워커Johnnie

Walker, 발렌타인Ballantine’ s, 시바스 리갈Chivas

Regal, 로얄 살루트Royal Salute와 싱글몰트 위스키

글렌피딕Glenfiddich, 글렌리벳The Glenlivet, 맥캘란The Macallan, 글렌모렌지Glenmorangie 8개

브랜드, 29종으로 선보인다.

조니워커는 블랙, 스윙, 플래티넘, 블루가, 발렌타인은

12년, 17년, 21년, 30년이, 시바스 리갈은 12년, 18년, 25년이, 로얄 살루트는 21년 500ml와 700ml가 준비되어

있다. 조니워커 스윙 라벨은 1930년대 호화 여객선을 타고

세계를 여행하던 유럽 귀족을 위한 위스키로, 흔들리는

50
DRINK

여객선 안에서도 넘어지지 않도록 병의 아랫부분을 넓게 디자인했다. 버번 위스키처럼 달콤한 향이 지배적이며, 희미하게 피트 향이 난다. 글렌피딕과 글렌리벳은 12년, 15년, 18년, 맥캘란은 12년 더블 캐스크와 셰리 캐스크, 15년, 18년이 리스트업되었다. 글렌모렌지는 10년과 18년, 라산타Lasanta, 퀸타 루반Quinta Ruban, 넥타도르Necta d’Or, 시그넷Signet 등 다양한 제품이 프로모션에

추가된다. 글렌모렌지는 스코틀랜드 하일랜드 지역에서

생산되는 싱글몰트 위스키로, 하일랜드 위스키지만

피트를 사용하지 않고 다양한 오크통을 사용해 맛과 향을

다양화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라산타는 버번캐스크에 10년

숙성 후 셰리캐스크에 추가로 2년 더 숙성해 꽃과 과일향, 스위트한 맛이 특징이다. 넥타도르는 최고급 스위트

와인으로 유명한 소테른와인 캐스크에 2년 이상 위스키

원액을 숙성해 달콤한 포도와 허니 향을 느낄 수 있다.

퀸타 루반은 버번캐스크 10년 숙성 후 포트와인 캐스크에

4년간 추가 숙성한 제품으로, 포트와인 특성은 달콤한 맛이 느껴진다. 시그넷은 글렌모렌지 최고의 인기 상품으로

몰트 위스키 제조 과정에서 몰트를 로스팅하는 공정이

추가돼 에스프레소, 신선한 민트, 코코아를 뿌린 초콜릿

타르트 향을 선사한다.

이번 프로모션은 제품 소진 시까지 진행되며, 테이크아웃

및 업장에서 이용할 수 있다. 업장에서 마실 때 특별한

가격에 선보이는 만큼 별도의 스낵 메뉴는 제공되지

않는다. 위스키를 즐기다가 남으면 킵보틀 서비스도

제공하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인기 위스키는 이미

소진된 제품도 있으니 원하는 위스키가 있다면, 방문 전

확인이 필요하다. N

51 cooperation THE LIBRARY (82 2 2330 3388)

SUMMER ESCAPE

THE SHILLA SEOUL Green Summer with VILEBREQUIN

생활 속 환경보호와 환경오염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온 서울신라호텔은 친환경 라이프를

실천하는 새로운 객실 패키지 ‘그린 서머 위드

빌보콰’를 선보인다. 환경보호 및 동물보호를 꾸준히

추구해온 프랑스 하이엔드 수영복&리조트웨어

‘빌보콰VILEBREQUIN’와 협업한 이번 패키지에는

빌보콰 브랜드 로고가 각인된 친환경 칫솔·치약

세트와 서울신라호텔 브랜드명이 새겨진 텀블러가

제공된다. 일회용 어메니티 대신 친환경 칫솔·치약

세트가 주어져 플라스틱 줄이기에 일조할 수 있고,

구매 수익금 3%를 저개발국의 수질 개선 및 위생

교육 등에 기부해 착한 텀블러로 불리는

‘미르 텀블러’를 통해 자연스럽게 사회공헌 활동의

일원이 될 수 있다. 여기에 수영복 브랜드와의 협업에

걸맞게 서울신라호텔의 ‘도심 속 휴식의 섬’ 어번

아일랜드 올데이 이용 혜택이 포함돼 객실에서

여유로운 휴식과 함께 신나는 야외 수영으로 여름을

온몸으로 만끽할 수 있다. ‘그린 서머 위드 빌보콰’

패키지는 수페리어 스위트 1박 기준 어번 아일랜드

올데이 입장 혜택(2인), 빌보콰 친환경 칫솔·치약

세트 1개, 빌보콰 비치 타월 1개, 신라 텀블러 1개,

체련장 및 실내 수영장(2인)으로 구성된다.

상품은 7월 1일부터 8월 15일까지 이용할 수 있다.

MORE INFORMATION

서울신라호텔

‘그린 서머 위드 빌보콰’ 패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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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CHANTING

As the summer vacation season kicks off, many of us look forward to exploring new places on trips away from home. With most social distancing measures lifted in the country, the prospect of a real summer vacation is brighter than ever. Pamper yourself this summer with benefit-packed packages offered by THE SHILLA.

THE SHILLA JEJU

Sweet I Love for Baby

제주신라호텔은 어린아이와 함께 완벽한 휴가를 즐길 수

있도록 ‘스위트 아이 러브 포 베이비’ 패키지를 새롭게

선보인다. 36개월 미만 유아 동반 고객을 위한 패키지로

온돌에 침대가 놓인 객실에 여분의 이불도 준비되어

아이 동반 가족 고객에게 사랑받는 프리미어 테라스

룸이 제공된다. 여기에 아이의 창의력을 키우는 짐보리

장난감 맥포머스와 신라호텔의 시그너처 굿즈 신라베어가 선물로 주어진다. 객실 내에는 유아용 범퍼 침대와 그림자

동화 놀이가 구비되며, 투숙하는 박 수만큼 유아 간식도 제공된다. 첫째 날은 새콤달콤한 모둠 과일과 망고 요거트, 둘째 날은 부드러운 고구마 수프와 모닝빵이 준비된다.

또 레터링 문구를 올린 미니 케이크를 제공해 아이와

제주 여행의 순간을 기념하는 우리만의 파티를 즐길 수도

있다. ‘스위트 아이 러브 포 베이비’는 2박 이상 예약 전용 상품으로 유선 예약만 가능하다.

SHILLA STAY

Get Ready, Summer

신라스테이가 휴가철을 맞아 호캉스족을 겨냥한 다채로운

서머 호캉스 패키지를 출시한다. 먼저 신라스테이 해운대는

18층에 위치한 루프톱 풀 2인 입장 혜택이 포함된 ‘서머 다이브’ 패키지를 선보인다. 신라스테이 해운대 최상층인

18층에 위치한 루프톱 수영장에서 해운대 오션뷰와

해변의 석양을 한눈에 감상하며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신라스테이 서부산은 빌딩 숲 한가운데서 야외 수영을

할 수 있는 ‘서머 풀 바캉스’ 패키지를 출시한다. 패키지는

객실 1박, 야외 수영장 성인 2인 입장 혜택과 더불어

스웰처 캔 칵테일 1세트, 아비브 껌딱지 시트 마스크

2매가 제공되며, 9월 30일까지 이용 가능하다. 한편, 신라스테이 13개 전 지점에서는 스파클링 와인 ‘플라티노

블루 모스카토’ 1병과 객실 1박, 조식

2인으로 구성된 ‘겟 레디 서머’ 패키지를 7월 21일까지 진행한다.

53 cooperation THE SHILLA SEOUL (82 2 2230 3310) THE SHILLA JEJU (1588 1142) SHILLA STAY (82 2 2230 0700)
N
INFORMATION 제주신라호텔 ‘스위트 아이 러브 포 베이비’ 패키지
INFORMATION 신라스테이 ‘겟 레디 서머’ 패키지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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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RTWARMING POSITIVENESS TOWARD HUMANS

At the main gate of THE SHILLA JEJU, a boy and a girl stone standing statues welcome the visitors. Pass by them, walk down to the 3rd floor with restaurants, and you will see the ceiling-to-floor lattice windows that frame palm trees and lush landscape of the outdoor garden. One of the giant windows is flanked by two pieces of stone sculpture with white rounded bodies, which set the mood for the interior. These works are by Han Jin-sub, who breathes warmth into cold stone.

‘가족1’, 대리석, 30×30×46cm, 1997년

돌은 지구를 구성하는 근원적 물질로서

문명을 이룩하는 데 필수 재료로 쓰였다.

조각의 여러 갈래 중 석조는 가장 전통적

조각 방법이다. 조각가 한진섭은 정과 망치로

돌을 깎는 전통 조각 방식으로 ‘우리다움’을

탐구한다. 조형적인 제주신라호텔 입구와

3층 다이닝 공간에는 그가 인체의 단순화에

집중하던 초기 작품 4점이 공간에 무게를

싣는다. 모난 곳 없이 제작된 대리석 조각은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태도를 부각한다.

단순화와 다면화는 그의 조각 세계를

구성하는 중요한 개념이다. 48년간 돌을

깎은 한진섭 작가를 경기도 안성에 위치한

그의 작업실에서 만났다.

54
LISTEN
55
‘하나되어’, 145×60×210cm, 화강석과 시멘트, 201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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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안성시에 위치한 한진섭조각연구소
LISTEN
한진섭 조각가의 작업실 내부
57
‘앞으로 앞으로’, 대리석, 120×42×78cm, 2006년 ‘소녀입상’, 대리석, 40×39×158cm, 1990년‘소년입상’, 대리석, 44×38×167cm, 1990년

N. 제주신라호텔에 전시된 작품은 1980~90년대에 제작한

조각들로 단순화된 조각이 유기적으로 이어져 있어 인간의

습성을 떠올리게 한다. 인간에 대한 애정은 어디에서

기인했나.

H. 인간은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는 존재다. 사회가

개인화하면서 자기중심적인 사고방식은 더욱 강해지고

세상은 각박해졌다. 작품을 보는 사람들이 본래 인간이

지닌 따뜻한 마음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 작품은 각이 지지 않고 동화적이다. 인체를 볼륨과

곡선으로 표현해 편안하고 따뜻한 느낌이 나도록 한다.

N 48년간 뚝심 있게 돌을 깎아왔다. 초창기에는 대리석을

주로 쓰다가 최근에는 화강암을 사용한다. 대리석이 아닌

단단한 화강암을 깎는 이유는 무엇인가.

H. 돌은 나와 궁합이 맞는 재료다. 예술가는 작가, 작품

형태, 재료가 삼위일체를 이뤘을 때 최고의 궁합이

나온다. 화강암은 걸쭉하고 텁텁한 우리나라만의 느낌을

내는 데 적합하다. 대신 돌의 성질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결을 살려야 한다. 돌의 성격은 굉장히 다양해 같은

화강암이어도 어떤 돌은 포근하고 어떤 돌은 쨍쨍거린다.

돌을 잘 구슬러야 재료 고유의 맛을 낼 수 있다.

N. 이탈리아의 카라라는 비앙코 카라라를 채석하는

대리석의 고장이다. 유학 전후로 작품 스타일이

미니멀해지고 패턴화되었다. 카라라에서의 유학은

어떤 터닝포인트가 되었나.

H. 예술 작업은 작가의 성격과 환경을 그대로 반영한다.

유학 전에는 인체를 볼륨과 곡선으로 바라봤다.

카라라에서 수학하며 인체를 면으로 분할하기 시작했다.

곡면은 면 여러 개가 모여 만들어진다. 인체를 가장 큰

면으로 쪼개 극도로 단순화하자 세 덩어리가 나왔다.

그리고 카라라에서는 수백 년의 시간이 쌓여 둥글게

깎인 자연석을 쉽게 접할 수 있었다. 오래된 돌을 최대한

살리고자 돌을 쌓았다. 큰 조각을 만들고 싶을 때는 차로

싣고 올 수 있을 정도의 돌을 가져와 붙이게 됐다.

N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모자이크처럼 돌 조각을

붙이는 작업을 전개했다. 그렇게 한 이유는 무엇인가.

H. 돌은 소조의 개념이 없다. 통으로 깎아낸 돌은 건물이

무너질 위험도 있어 실내로 들이기에 적합하지 않다.

그렇지만 공간의 개념이 확대되면서 조각도 실내로, 실생활로 들어갈 필요가 있다고 봤다. 조각은 순수예술의

영역이지만 회화에 비해 인기가 현저히 떨어진다.

이 때문에 2002년에 아트 벤치를 처음 만들었다.

안을 가벼운 특수 소재로 제작하고 돌을 조각내

메지(줄눈)로 이어 붙였다. 생활용품을 작품화하니까

관람자도 작품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됐다.

For over 40 years, the artist has been splitting stone with a hammer and chisel to create his works that portray heartwarming and humorous moments focused on humans and animals. Simplified forms, curved lines and chunky bodies are his signature features defining his time-consuming works crafted with strenuous physical labor, which also reflects the way he has lived in the world.

58 LISTEN

한진섭 고등학생 시절 만난 선생님의

영향으로 돌을 깎기 시작해 48년간

석조 외길을 걸었다. 홍익대 미술대

조소과 학사, 조각과 석사를 거쳐

이탈리아 카라라 국립미술아카데미

조소과를 졸업했다. 유학 당시 1983년

이탈리아 환나노국제조각심포지엄

특별상, 카라라국제조각심포지엄 1등상, 피사국제미술공모전 조각부문 1등상을

연달아 수상하면서 세계적인 조각가의

반열에 올랐다. 인간과 동물로 한국적

전통과 서구적 전통의 교집합을 잇고

있으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프랑스 대통령궁, 중국 칭화대 등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2021년 9월

서울 강동구 일자산 허브천문공원 내

한진섭조각공원이 개원해 시민에게

‘일상에 녹아든 예술’을 선보였다.

N. 돌연히 동물을 의인화해 소재로 삼았다. 동물의 표정을

보면 해맑게 웃거나 익살스럽다. 어떤 주제를 담고 있나.

H. 크라운제과가 해태제과를 인수하면서 2007년에 해태상

제작 의뢰가 들어왔다. 가상의 동물인 해태를 표현하기 위해

동물을 연구하다 보니 하나의 테마로 자리 잡았다. 이후

십이지十二支를 주제로 동물상을 만들었고, 스토리를 붙여 2014년 개인전에서 선보였다. 동물상을 만들 때 고정관념을

깨려고 한다. 가령 말은 자동차가 없던 시절 이동 수단으로

이용해왔다. ‘앞으로 앞으로’(2006)는 말이 사람을 태우고

달리는 것이 아닌 롤스로이스에 태워 운전하도록 했다.

내 작품의 동물은 소가 오토바이 뒷좌석에 타서 사람에게 운전을 시키고, 호랑이가 비행기를 타고 날아다닌다.

N. 한국 조각가를 대표하는 중견 작가로서 쉬지 않고 달려왔다. 다음 여정은 무엇인가.

H. 내년 6월 가나아트 나인원에서 개인전을 열 예정이다.

인간과 동물, 종교까지 모든 것이 합쳐지는 작품을 선보일 것이다. 종교는 또 다른 테마 중 하나다. 가톨릭교도로서

‘우리다운’ 교회 조각을 남기려고 한다. 조각가로서 어떤

역할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내가 하고 싶은 예술, 궁극적으로 ‘우리’적이고 시대를 반영하는 조각, 독창적이고

한진섭다우면서 생명력이 긴 작품을 할 것이다. N

한진섭 작가

59

A Colorful World in Bloom

Favored by people from a wide array of social classes ranging from royal families to commoners, Korean polychrome painting encompasses folk, religious, decorative and documentary paintings. It has played important roles in the lives of Korean people to ward off evil spirits, attract good fortune, deliver moral messages, and document important historical events. While polychrome painting takes up a significant portion of traditional Korean art, it has long been excluded from the mainstream art scene due to the popularity of ink-and-wash painting, which often regarded as a classic example of traditional Korean paintings for the literati.

시대를 초월한 색

한국화는 크게 수묵화와 채색화로 나눌 수 있다. 수묵화는

사물의 형태보다는 내용이나 군자의 정신에 집중해

그려져왔으며, 먹의 농담을 이용해 제한된 색을 사용했다.

반면 채색화는 색과 채도가 짙고 덧칠을 할수록 색감을

진하게 표현할 수 있어 실제를 묘사하거나 기록하는

용도로 주로 쓰였다.

화선지에 그리는 수묵화와 달리 채색화는 종이, 비단 등

바탕 위에 물감이 잘 스며들지 않도록 아교포수阿膠泡水를

해야 한다. 아교포수는 아교와 물, 명반을 섞어 만든

아교반수를 여러 번 바르고 말리는 과정을 말한다. 유화를 그리기 전 캔버스 위에 젯소 칠을 하는 것과 유사하다.

아교포수는 바탕재 보호와 안료의 번짐 차단, 안료를 정착시키기 위한 사전 작업이다. 이는 사용하는 물감의

성질 때문으로, 보통 광물을 빻아 만든 석채를 사용했다.

물에 녹아 염색하듯이 바탕에 스며들게 하는 염료와 달리

안료는 아교와 섞어 사용해야 하며, 입자 크기에 따라 색의

선명도가 달라진다.

한반도에서 색을 사용한 것은 삼국시대 고분벽화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고분벽화는 장의미술에 속하며

공예화적인 요소를 짙게 지닌다. 무덤의 벽에 생활

풍속, 장식 등을 기록했으며 불교와 도교의 상징물

등으로 내세의 평안을 형상화했다. 특히 고구려

고분벽화는 회칠을 하고 물감과 묵으로 그림을

그리는 화장지법化粧地法과 돌 위에 그림을 그리는

조벽지법粗壁地法으로 나뉜다. 회가 마르기 전에 그림을

그리는 습지벽화법은 서양의 프레스코화법과 유사하며

안료의 산화와 퇴색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무용총의

벽화는 적색, 황색, 갈색 등이 주로 쓰여 색감이 차분하다.

채색화는 수묵화에 비해 준비할 과정이 많아 민간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웠다. 그마저도 채색화 자료가 남아

있는 것은 궁중화, 종교화, 조선 후기의 민화 정도다.

고려 말에서 조선시대에 이르러 유교가 사회 전반에 자리

잡으면서 색을 멀리하는 풍조가 커졌고 근현대까지도

수묵화에 밀려 채색화에 대한 탐구는 활발하지 못했다.

최근 민화의 인기와 함께 채색화 연구도 빛을 보고 있다.

60 HERITAGE

기록에서 장식으로, 궁중 채색화

조선시대 회화는 도화서圖畵署 화원을 중심으로

발달했다. 도화서 화원은 주로 의례・제례・의장 등을

그린 의궤도儀軌圖와 초상화, 장식화 등에 투입되었다.

의궤도는 왕실과 국가의 각종 행사를 시각화한 그림으로

궁중 회화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주로 궁중에서

열리는 잔치를 다뤘으며, 1795년 정조가 혜경궁의 회갑을

기념하려고 사도세자의 현륭원 참배를 위해 화성으로

행차한 사실을 그린 ‘화성능행도병풍’ 등이 주요 작품으로 꼽힌다. 19세기에 이르면서 궁중 기록화는 병풍 그림으로

크게 유행하게 된다.

왕의 초상화를 말하는 어진은 대표적 궁중 채색화다.

도화서 화원 가운데 어진화사御眞畵師 6~7명을 선발해 집필화사執筆畵師, 동참화사同參畵師, 수종화사隨從畵師

등 각기 다른 역할을 부여하고 분업을 통해 완성했다.

삼국시대와 고려시대에 그린 어진 원본은 사실상 없으며, 조선시대의 어진도 태조, 원종, 영조, 순조, 문조, 철종, 순종의 어진만 남아 있다.

이 외에 궁중 채색화는 상징성과 길상성을 지닌 장식화 역할을 수행했다. 일월오봉도日月五峰圖는 어좌 뒤편이나 어진을 모시는 진전에 반드시 병풍으로 펼쳐져 최고

통치자의 존재를 나타냈다. 다섯 봉우리의 산과 해, 달, 폭포, 소나무 등을 좌우대칭 형식으로 그려 덕의 영원성과 장엄함을 드러냈다.

길상吉祥은 현실 생활에서의 부귀와 행복 등 염원을

사물에 의탁해 그린 그림으로 세화歲畵, 선물, 병풍 그림

등 주거 장식용으로 많이 그렸다. 궁중에서 길상도로 주로

택한 것은 모란도, 십장생도 등이 있다. 모란도는 꽃송이를 과장되고 화려하게 그려 왕실의 위엄과 번창을 상징했다.

십장생도는 오래 사는 생물 10가지를 말한다. 경우에

따라 대나무, 천도복숭아 등이 더해져 신선계의 경치를 묘사한다. 왕비의 자리 뒤편을 장식하거나 왕이 매년

12월 20일경 중신에게 새해 선물로 하사하는 세화로 제작되었다.

궁중 채색화 중 현재까지도 민화의 단골 소재로 쓰이는 그림이 있다. 18세기 후반 정조가 구상한 책가도冊架圖는

문치를 위한 정조의 염원이 담긴 상징화다. 책과 도자기, 진귀한 물건을 장식장에 진열한 모습으로 주로 그렸다.

정조의 의지에 따라 양반은 책가도를 수용하며 같이

향유했으며 19세기에 이르러 민화의 영역으로 확장된다.

63
‘영조어진(英祖御眞)’, 조석진, 채용신,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매화 책거리도’, 작자 미상, 개인 소장,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민화, 민중이 꽃피운 색

17세기 후반, 조선의 경제가 성장하면서 서민이

문화・예술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채색화는 민중의 영역으로 넘어가 발전하게

된다. 민화는 민중에 의해 그려지고 민중이 소비하는

그림을 일컫는다. 초창기 민화는 민가에서 궁중 미술을

즐기는 수단으로 궁중 미술의 형식과 상징성 등을 모방해

그려졌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실생활에 활용하기 위한

그림으로서 독자적 양상을 구축한다.

민화는 종교적 민화, 비종교적 민화로 구분할 수 있다. 종교적 민화로는 앞서 언급한 십장생도와 호환虎患을

피하기 위한 벽사, 길상, 탱화, 문자도 등이 포함된다.

종교적 민화는 도교, 불교, 유교, 무속신앙 등 조선시대

민중의 문화가 화폭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즉, 종교적 민화는 단순한 장식으로서의 그림이 아닌

실생활에 쓰이던 실용예술이었다.

비종교적 민화는 장식화의 역할을 수행했다. 양반이

즐기던 산수화와 사군자 등이 민간으로 확장되었으며

책가도, 문방사우도 같은 정물화가 평등에 대한 민중의

염원을 담고 있다.

현대에서 재해석한 채색화

채색화는 고대부터 근대까지 한국 전통 회화의

일부분을 당당히 차지하지만, 기복祈福과 장식의

역할을 지닌 회화를 순수예술로 보지 않은 탓에

최근까지도 소외돼왔다. 특히 강렬한 색깔을 지닌 회화는

일제강점기를 지나면서 왜색 시비 때문에 기피되었다.

한국의 미술사는 조선시대 문인의 수묵 감상화를 위주로

연구・발전했다.

최근 들어 민화의 인기가 부상하면서 한국 미술사가 양반

중심으로 기울어져 있음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은 국립현대미술관 최초로

한국 채색화의 전통적 역할을 주목한다. 전시 <생의

찬미>는 채색화의 역할에 따라 19 20세기 초에 제작한

민화와 궁중 장식화, 20세기 후반 이후 만든 창작 민화와

공예, 디자인, 서예, 회화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 80여 점을

아우른다. 벽사와 길상, 교훈과 감상 총 네 가지 주제, 6개

섹션으로 구성하고 전통 채색화와 최근 회화, 영상을 연결

짓는다. 선명한 색깔로 존재했으나 사람들 사이에서 잊힌

채색화를 현대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경험이 될 것이다.

전시는 오는 9월 25일까지 진행된다. N

64 HERITAGE
65 cooperation NATIONAL MUSEUM OF KOREA (82 2 2077 9000)
‘화성능행도병풍華城陵幸圖屛風’, 19세기 후반,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For me, the camera is a sketchbook, an instrument of intuition and spontaneity, the master of the instant which, in visual terms, questions and decides simultaneously. Photography is not like painting. There is a creative fraction of a second when you are taking a picture. Your eye must see a composition or an expression that life itself offers you, and you must know with intuition when to click the camera. That is the moment the photographer is creative. The Moment! Once you miss it, it is gone forever.”

Henri Cartier-Bresson : The Decisive Moment

Henri Cartier-Bresson’s <Images à la Sauvette>, acknowledged as one of the most famous books in the history of photography. The exhibition will be a chance to appreciate his photographs and see how these historic works were born.

66 GALLERY
Henri Cartier-Bresson photographed by Martine Franck. Forcalquier, France, 1972. © Martine Franck / Magnum Photos
1973

Dedicated to Cartier-Bresson’s famous publication

<The Decisive Moment>, this exhibition presents a selection of original vintage prints, owned by Henri Cartier-Bresson Foundation, as well as many archival documents related to the adventure of this book. It features the first 1952 editions in French and English, letters he exchanged with editors and artists, his video interviews, and a Leica camera he used. Lavishly embellished with a collage cover by Henri Matisse, <The Decisive Moment> has received an overwhelming success since its publication in 1952. Considered as “a Bible for photographers” according to Robert Capa’s words, the book’s innovative design struck the art world with its refined format, the heliogravure quality and the strength of the image sequences. Revealing the inherent duality of CartierBresson’s work between the photographer’s intimate

interpretation and his documentary approach, the book and its images have influenced generations of photographers. The book features Cartier-Bresson’s major bodies of photographic reportage spanning from 1932 to1952 when he traveled the globe as a photojournalist in the US, India, China, France and Spain. He documented some of the great upheavals of the 20th century such as the assassination and funeral of Mahatma Gandhi, the coronation of King George VI, and the deportation camp in Dessau, Germany.

The photo exhibition <Henri Cartier-Bresson: The Decisive Moment>, which runs through October 2, 2022 at the Seoul Art Center, celebrates the 70th anniversary of his first major book “The Decisive Moment”, assembling Cartier-Bresson’s best work from his early years. N

69 cooperation SEOUL ARTS CENTER (82 2 747 7790)
Henri Cartier-Bresson, Images à la Sauvette (Verve, 1952), p. 25-26, Italie, 1933 © Henri Cartier-Bresson / Magnum Photos

‘Inwangjesaekdo’, an Iconic Korean Painting

Regarded as the masterpiece of “true-view” landscape paintings from the Joseon Dynasty, <Inwangjesaekdo (Scene of Inwangsan Mountain after Rain)> by Jeong

Seon is an iconic Korean painting from the bequest of the late Samsung chairman Lee Kun-hee. The famous painting becomes a great cultural legacy to all of us, offering an invaluable opportunity to appreciate the beauty of Korean art.

70 VIEW
정선, ‘인왕제색도’, 조선 1751년, 족자, 종이에 먹, 79.2×138.0cm, 2021년 故 이건희 기증, 국보,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MUSEUM OF KOREA (82 2 2077 9000)

1751년 7월 하순 76세의 노대가 정선(鄭敾, 1676~1759)은

비 갠 인왕산 풍경을 담은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를

그렸다. 이 그림은 20세기 이래 한국 전통 회화의

대표작으로 평가받았다. 2021년 4월 故 이건희(李健熙, 1942~2020) 회장 유족이 이 작품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하면서 더욱 주목받으며, 여러 사람이 작품의 가치에

공감하고 찬사를 보냈다.

오로지 먹으로 표현한 산수의 깊은 멋

그러나 처음 이 그림을 마주하면 다소 당황하기도 한다.

높이 79 2cm로, 조선 회화 중 규모가 큰 편이지만 높이 2m

이상의 작품에 익숙한 현대인에게 크기에서 주는 압도감은

미약하다. 게다가 먹으로만 그려 심심해 보이는 데다 대상을

똑같이 그린 것도 아니고, 붓놀림이 정교하지도 않고,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을 만한 세부 요소도 없다. 그런데도

‘인왕제색도’에 매료되는 이유를 오로지 먹으로만 구현한

공간감과 실체감, 그리고 먹색의 깊이에서 찾을 수 있다.

가까이서 이 작품을 보면 힘찬 필치가 눈에 들어온다. 한발

떨어져서 보면, 화면 아래쪽 안개구름이 내게까지 와서

내 앞으로 너른 공간이 펼쳐지고 저 멀리 우뚝 솟은 산을

마주하는 느낌이 든다. 진한 먹으로 쓱쓱 그어 내린 바위는

높이 338 2m의 인왕산 주봉인 치마바위다. 치마바위 주변

산세 표현에도 거침이 없다. 먹물을 묻힌 붓질을 덜해

바위가 솟아 보이게 하고, 붓질을 더해 그늘진 골짜기를

표현했다. 군데군데 나무를 간략하게 그려 넣고 여기저기

점을 찍어 산의 표면을 더 풍부하게 했다.

치마바위 옆으로 점을 찍어 한양 성곽을 표현할 정도로

인왕산 요소요소를 화폭에 담았지만, 실제 경관과는 차이가

있다. 치마바위는 실제 비율보다 높이 그렸고, 치마바위

아래 폭포 줄기는 실제로는 멀리서 보이지 않는 경관이다.

산수화는 사실적 표현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산의 기세와

정취가 살아 있어 보는 사람에게 그 공간에 함께 있는 듯한

환상을 주어야 한다. ‘인왕제색도’를 보면 인왕산이 실제

어떤 형상인지 몰라도 내가 멋진 산수 공간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심지어 그림 아래쪽 안개구름은 금방

몽글몽글 피어오를 듯 생생하다.

가장 잘 아는 대상의 특별한 순간을 포착

정선이 인왕산의 비 갠 정취를 십분 전달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인왕산 인근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을 후원해준 안동 김문 어르신도, 평생지기

이병연(李秉淵, 1671 1751)도 인왕산 아래에서 살았다.

정선은 10대부터 집안을 이끌었으나 36세에 뒤늦게

화가로 명성을 얻고, 41세에 관직에 올라 점점 화가로

성공해 말년에 풍족한 삶을 누리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벗 이병연이 아프다는 소식을 들었다. 76세의 정선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면서 삶의 터전이 된 인왕산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떠올리며 비 갠 인왕산의 특별한

순간을 한 폭의 그림으로 펼쳐냈을 것이다.

그는 스스로 ‘인왕제색仁王霽色’, 즉 “인왕산 비가

개다”라고 제목을 지어 넣었다. 자신의 호 ‘겸재謙齋’와

함께 ‘신미윤월하완(辛未閏月下浣, 1751년 윤 5월 25일)’이라는 제작 시기도 명확하게 밝혀두었다.

조선 회화 중 화가가 그림 제목을 직접 남기는 예는 드물다.

그만큼 ‘인왕제색도’는 정선에게 특별한 작품이다.

정선 인생의 역작 ‘인왕제색도’는 여러 소장자를 거쳐

이건희·홍라희 부부의 첫 번째 수집품이 되었고, 이제는 ‘기증’이라는 새로운 서사가 덧입혀졌다. 앞으로도 이 그림을 향한 뜨거운 관심이 이어져 작품을

감상하는 사람에게 끊임없는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N

이수경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에서 한국회화사를 전공했으며, ‘조선시대 효자도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고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2002년 국립중앙박물관에 입사해 <추사 김정희: 학예일치의 경지> <세한-한겨울에도 변치 않는 푸르름> <어느 수집가의 초대-고故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 등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을 기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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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ing into Books

Reading a book is one of the best ways to pass time during your travels whether you are on a long-haul flight or at a romantic beach getaway while sipping a cocktail on a sunlounger. Reading books during your time off can be truly relaxing. Books will be a great travel companion leading to a new journey through the stories where you’ll find yourself in another world when you spend leisurely hours reading them in the comfort of your room with refreshingly cool winds from air conditioners to escape from the heat waves and rainy spel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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