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2014년 3,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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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99 2014.03*04

대학가

나 같이 산다


선교의 꿈을 꾸고 있다면, 나를 가둔 알껍질을 깨뜨릴 용기가 있다면 바로 당신을 위한 기회입니다.

제 6기

egg

(experience & grow global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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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생 모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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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집기간: 4월 1일(월)-5월 2일(금) 사역기간: 8월 말~2015년 2월 초 파송국가: 인도, 영국, 뉴질랜드 (단, 뉴질랜드의 경우 기간이 변동될 수 있습니다.)

모집인원: 총12명

지원자격 * IVF에서 3학기 이상 활동하고 1학기 이상 리더 경험이 있는 학생, 또는 졸업한 지 1년 이내의 신입학사 * 기본적인 영어 소통 능력이 있고 성실하게 영어와 현지어를 배울 수 있는 사람 * 육체적, 정서적으로 건강하고 타문화권 선교에 대해 열린 마음과 적극성을 갖춘 사람 * 출국 전 국내훈련을 비롯한 준비 과정과 귀국 후 캠프를 비롯한 후속 과정에 빠짐 없이 참석할 수 있는 사람 * 지방회와 지부 담당간사의 추천을 받은 사람

문의 : IVF 선교부 (070-8275-6320 / mission@ivf.or.kr / facebook.com/ivfmissions)


FOCUS

별에서 온 <대학가> 200호 2014년 봄, 5*6월엔 <대학가> 200호가 여러분 곁을 찾아갑니다.

POST

<대학가> 200호 사진공모전 2014.3.1(토)-3.31(월) 응모자격: <대학가>와 사진을 좋아하는 누구나 응모주제: Life 상 - 캠퍼스의 아름다운 일상을 담은 사진 Together 상 - 선배, 동기, 후배와의 사랑, 우정 등을 표현한 사진 200호 상 - <대학가> 200호를 기념하여 숫자 200과 함께 찍은 사진 응모방법: - 디지털 카메라 작품: 제한 없음 - 필름 카메라 작품: 흑백 또는 컬러 인화 사진, <11X14>인치 ※ 3,000픽셀 이상의 원본 제출 필요 - 출품수 1인 2점 이하 응모접수: m938k@naver.com 응모발표 : 2014년 4월 중 개별 통지 시상내역 : 최우수(1명) 5만원 / 우수(1명) 3만원 / 입선(5명) 1만원 상품권 <대학가 > 애독 자를 찾 대학가 습니다 를 사랑 ! 해서 지 히 모으 금까지 며 읽는 열심 독 자를 찾 문의: d 습니다 aehak . ga@iv 070-8 f.or.kr 275-6 335(안 혜진 간 사)

참여자 전원 <대학가> 200호 기념 동방 벽시계

1


CONtENTS

campus

2

04

캠퍼스 생중계 전국 겨울 수련회 주제 모음

06

캠퍼스 리포트 그 겨울, 사랑이 분다_ 박성령 외

09

캠퍼스 리서치 공동체 하우스 현황이 궁금하시죠?_ 정석률

12

오지의 세계로 꽃피는 봄이 오면_ 오지현

14

직업의 발견 “바람 불어도 괜찮아요.”_ 귀농인 구본근 학사 인터뷰

17

그린라이트 안녕? 男자 사람, 女자 사람?_ 한선미


CAMPUS

focus+ 20

intro

22

포토에세이 집 _ 박예은

26

사례 포스트 모던하우스 에피소드_ 정동녘 외

29

book 공동체가 궁금하면 it 책이 갑!_ 박하늘 외

32

커버스토리 러브 하우스 _ 고명수

36

일상기도 공동체로 살면서 드리는 기도_ 정한신

37

intro

38

성경 속 인물 깨어지기 쉬운 반석_ 최진승

42

안코멘트 A4 한 장으로 세상 읽기_ 안성영

44

선교단꿈 리턴즈 사랑으로 열매 맺은 19년의 우정_ 유수진 학사 인터뷰

46

이 영화 봤어? 영화 ‘변호인’_ 강동훈

48

편집실에서_ 안혜진

view

33


캠퍼스 생중계

전국 겨울 수련회 주제 모음

따뜻한 이불 속에 쏙 들어가 귤을 까먹던 방학이 지나고 새 학기가 시 작되었습니다. 부랴부랴 신입생을 모집하느라 분주한 중에, 지난 겨우 내 누렸던 은혜는 ‘별에서 온 그대’ 종방과 함께 눈 녹듯 사라진 것은 아닌지요? 그러면 앙돼요~ 이번호에서는 각 지방회 별 수련회 주제를 모아 보았습니다. 자, 우리 다시 은혜의 순간을 떠올려 보아요. 줄 서서 밥을 먹고 화장실도 여럿이 같이 쓰는데다, 잠자리까지 불편했지만 마 음만은 참 따스했던 그때 그 시간을요. 우리 함께 그 은혜를 나누며 힘 차게 새 학기를 시작해 보아요.

동서울, 제주 - 사랑고백 동서울 지방회는 지난 12월 30일부터 1월 4일까지 제주 지방회와 함께 섬김이 수련회와 일반 겨울 수련회로 나누어 진행하였다. 이 수련회를 통하여 힘든 상황에서도 하나님과 함께하는 친구, 사랑받는 존재로 자유하게 된 친구, 과거의 상처로 인해 하나님과 씨름한 친구, 하나님의 사랑을 느낀 친구들을 보며 그분의 살아계심을 절로 고백하게 되었다. 지하은 한국외대 스페인어통번역학 11

서서울 - 파괴하라. 그 겨울 바람이 분다! 돈과 스펙, 권력 등을 요구하는 세상의 흐름에서 벗어나 말씀과 기도로써 우리가 파괴할 것과 다시 세워야 할 것이 무엇인지 점검하고 실천하는 시간이었다. 주강사님이 누가복음 11:1~13 본문으로 메시지를 전하셨는데 특 히 우리를 찾아오는 이들을 위해 성령을 구해야 한다고 하셨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비록 교회와 캠퍼스 선 교단체가 점점 축소되고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사람들을 찾아가서 소통해야 할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찾아오 는 사람을 위해 성령을 구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절실하게 다가온 시간이었다. 오효민 연세대 대기과학 10

경기남 - 내가 사랑하는 줄 주께서 아시나이다 나는 조장이었지만 준비를 하지 못했고 상태도 좋지 못했다. 하지만 하나님은 부족한 나를 통해서도 일하셨 다. 주님이 얼마나 크신지를 깨닫게 하셔서 교만했던 내가 하나님께 모든 영광을 올리게 되었다. 최강욱 협성대 중어중문학 12

대전중부 - 응답하라 2014 2014 겨울 LTC 자봉으로 섬겼다. 섬김을 즐거워하고, 효율보다는 함께 일하면서 친해지는 것을 택한 자봉 팀 은 서로 기쁨으로 LTC를 섬겼다. 간간이 했던 묵상과 홀로 있던 시간, 강해 말씀 나눔은 육체노동뿐이었던 자 봉 일에 활력소가 되었다. 지부 멤버들을 조금은 거리를 둔 채로 보았고, 아침과 밤에 조식과 야식 조달로 바빴 지만 내 자리에서 기쁘게 섬기고 돌아왔다. 김수현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 09

부산 - 아벱의 조건 리더 훈련을 받으면서 소그룹이 뚝딱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과 리더는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 다. 또 하나님 나라에 대해 잊고 있던 생각을 다시 꺼내었던 시간이었다. 특별히 기독교 세계관을 우리가 겪는 일들로 토론하고 성경을 찾으며 워크숍을 한 후 발표했던 시간이 인상 깊었다. 김하연 고신대 사회복지 12 4


CAMPUS

강원(춘천)

북서울 남서울

아볼로 훈련(1학년), 섬김이 훈련(2학년), Bible & Life Conference(3,4학년)

TDC 아바를 노래하는 백성 LTC 중간계투

보라 내가 너희를 만나고 만나고 만나기를 원하노라 강릉

경인

Recover 원주 위풍당당 충남 제자, 삼으라 영남동부

ROAD to the LORD N.O.W (No Other Way)

전북 Freedom Of The Gospel

부제: 사생결단

광주전남

대구 사랑이 it 多

경남 대구가톨릭대+한의대

살리라 경북대+안동대+동양대

faith painting

영남대

예기치 못한 기쁨

영진전문대+영남이공대+보건과학대

하나님의 목소리가 들려

응답하라 2014

5


캠퍼스 리포트

그 겨울,

사랑이 분다

“방학 동안 뭐했어?” 개강과 함께 피할 수 없는 질문이 시작 되었다. 두 달이 넘도록 집에서 꼼짝 않고 살찌는 소리만 들 었다고 대답할 수는 없는 노릇. 그런데 여기, 방학동안 다른 이들을 섬기기 위해 시간을 보낸 사람들이 있다. 우리에게 매일 똑같았던 나날을 특별하게 보낸 이야기들을 만나며 움 츠러든 시선을 틔워 보자.

선교여행? 제가 갈게요. 느낌 아니까~ 필 충만한 대구교대 선교 팀이 지난 1월 20일부터 29일까지 총 8박 9일간의 베트남&캄보디 아 선교여행을 다녀왔다. 지부 차원의 선교여행이라 더욱 특별하다. 작년부터 시작한 한 학 번 한 나라 품기 운동의 두 번째 선교여행으로 09학번들은 중국으로 떠났었다. 이번엔 베트 남과 캄보디아로! 베트남은 법적으로 선교가 금지된 나라다. 이곳 선교사님들은 사업이나 교 수 등의 다른 직종에 종사하면서 선교사의 직분을 수행하고 계신다. 베트남에서의 첫날은 시 내를 구경했다. 벤탐 시장, 사이공 스퀘어 등, 대구의 동성로 만큼 화려했으며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하지만 그 화려함 뒤에 숨겨진 가난함이 느껴졌다. 그날 우리 팀은 ‘하나님, 이 땅에서 하나님이 일하시는 증거를 보고 싶습니다.’라고 기도했다. 그리고 다음 날, 선교사님 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하나님은 우리가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일하심을 깨달았다. 베트남 을 떠나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에 도착했다. MK(선교사 자녀)를 위한 프놈펜 좋은 학교의 교장이신 선교사님과 함께 다양한 사역지를 둘러보고 많은 선교사님들을 만났다. 그중 ‘젊은 날의 헌신과 도전이 필요하다’는 말이 마음에 박혔다. 나는 한국에서 할 일을 다 마치고 은퇴 한 후에 선교를 가겠노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젊은 날의 헌신이 선교에 필요한 이유가 있었다. 하나님은 젊은 날의 열정과 헌신을 받기 원하시고 선교지의 사역에는 젊음이 필요하 다. 젊은 날의 열정은 다시는 오지 않는 것이며 젊음으로 하나님께 드리는 헌신이 얼마나 귀 하고 하나님이 기뻐하실지 생각해보라고 도전하셨다. 이번 선교 여행을 통해서 하나님은 3 가지의 주제를 던져 주셨다. ‘헌신, 도전, 신뢰’. 하나님께 헌신을 하기 위해서 지금의 안락함 이나 여러 가지를 포기해야 하는 도전이 필요하다. 이러한 도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하나 님을 향한 강한 신뢰가 필요하다. 하나님은 우리의 젊음을 받기 원하신다. 박성령 대구교대 체육교육 10

6


CAMPUS

하나님의 사랑이 몽~골 몽~골 피어오르는 그 땅으로~! 경기남 IVF는 지난 1월 16일부터 25일까지 몽골 울란바토르에 있는 FCS(몽골의 IFES 운동) 사무실로 단기선교 여행을 떠났다. 멤 버의 대부분이 해외 단기선교가 처음이었지만 선교로의 부르심과 열망을 품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선교 여행길에 올랐다. FCS 사무실에서 FCS친구들을 만났다. Special Camp의 형식으로 한국어, 매니큐어, 기타, 피아노반으로 나누어 수업을 했다. 체 육관에서 몽골 친구들과 농구할 때 한국 형제 팀이 몽골 자매 팀에게 가까스로 이겨 형제의 체면이 날아갈 뻔도 했다. 그리고 FCS 팀들과 예배하는 시간, K 형제가 기도회를 인도하는 도중 한국어로 ‘회복’이라는 단어가 통역이 안 되자 계속 혀를 굴리며 리커버리 를 외쳤다. 이때 통역하시는 몽골 윰비 간사님께서 “영어 못해, 한국어로 해.”라고 하셔서 기도를 하다 빵 터진 시간도 있었다. 몽골 친구들과의 5일 동안의 캠프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특별히 캠프 졸업식 때 ‘주님 다시 오실 때까지’를 한국어 찬양으로 불 렀는데 모두가 하나님의 임재를 느꼈다. 열악한 종교적 환경으로 인해 어려운 재정 속에서도 기도와 믿음으로 FCS를 이끌어 나가 는 청년들과 간사님을 보면서 하나님의 사랑을 동시에 느꼈다. 출국 전날 비행기 예약이 안 되어 출국 못할 뻔했던 일, 한국 오는 날에 남자 화장실 수도관에서 뜨거운 물이 터져서 입국 못할 뻔 했던 일, 만두를 먹다가 발 냄새를 경험했던 웃픈 일도 겪었다. FCS와 IVF의 ‘함께함’과 하나님의 사랑을 몽~골 몽~골 경험한 단기 선교였다. 이은비 칼빈대 목회비서학 12

일상의 선교를 배우다 국내 선교여행 Let’s Go~!!! - 지난 1월 15일에 동서울 선교센터에서 1박 모임을 시작으로 8박 9일간의 동서울 IVF 국내 선교여행 이 시작되었다. 첫 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지하철을 타고 안산으로 출발했다. 두 시간 만에 도착한 중앙역에 도착하자마자 다음 날 아침을 구입하는 것이 첫 스케줄이었다.(잘~먹는 우리 선교 팀. 이때부터 먹선(먹는 선교)은 시작된 것인가?) ‘안디옥 국제 선교회’는 인도네시아 근로자들이 모여 사는 신앙공동체이다. 선교 팀은 팀 모임을 시작으로 목사님과 함께 안산 지 역의 외국교회와 다문화센터 등을 방문하여 외국인들과 함께하며 알아가는 시간을 보냈다. 교제하면서 더 많이 나누고픈 마음에 네이버 사전을 검색하며 대화했던 일이 생각난다. 식사는 선교 팀이 준비했었는데 셋째 날 저녁에는 인도네시아 형제들의 현지 음 식도 대접받았다. 함께 지내는 동안 서로에게 점점 마음 문을 열고 관계 맺으며 편한 오빠동생처럼 지냈다. 7


‘우리집’은 새터민 청소년 생활공동체이다. 우리집에서는 선교 팀이 기획한 여러 프로그램을 가지고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미 션이 있는 아웃팅을 하며 롯데월드도 가고 요리 대회도 하면서 아이들과의 나눔을 시도했다. 특별히 동서울 IVF가 오는 걸 기대했다는 우리집 아이들! 아이들은 준비한 프로그램 하나하나에 참여하며 반응했다. 특히 이번에는 이전 국내 선교 팀원들과 함께 식사하는 시간 도 가졌는데, 아이들이 이전 팀원들도 기억하고 있어 반가운 얼굴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맑고 순수한 영혼을 가진 아이들을 사랑해 주려 왔는데 오히려 사랑을 듬뿍 받고 왔다. 이번 국내선교를 통해 소외된 자를 향한 하나님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느꼈다. 선교여행은 끝났지만 일상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그들과 함께하고 싶다. 선교 기간에도 우리의 일상처럼 여전히 분주하고 의지가 가득 들어간 채로 보냈지만 일상에서 함께하실 주님을 소망하며! 일상의 선교를 이루며 살고 싶다. 김주희 한양여대 외식산업 12

아트캠프, 우리들의 ‘나니아’ 졸업을 코앞에 둔 ‘취준생’으로 하루하루 살던 내게 일탈의 기회가 생겼으니, 바로 ‘아트캠프’. 멤버 시절부 터 이야기는 들어왔지만 미술이나 음악 전공자가 아니면 참가하기 어렵다는 느낌 탓에, 다른 일정들과 꼭 겹치는 시기 탓에, 미루고 미루다 마지막 기회를 잡았다. 나는 미술이나 음악 전공자는 아니었으나 아트캠 프는 예술을 좋아하는 이, 예술가로 살고자 하는 이라면 두 팔 벌려 환영하는 곳이었고 나는 이미 둘 다였 다. IVF 캠프라고 해서 일반적인 수련회를 떠올렸다면 그 생각을 깨는 것에서부터 시작이다. GBS와, 성경강 해, 기도회 시간은 아트캠프에서 찾아볼 수 없다. 대신 각자의 재능을 공유하는 ‘아트 장날’이 열리고, 생각 지도 못했던 우아한 브런치와 경주로 떠나는 아웃팅을 맛볼 수 있다. 거기에다 선배들의 이야기 속에 우리 를 예술가로 부르시는 하나님의 이야기까지, 내가 경험한 수많은 IVF 캠프 중에서 자유롭고 시간이 아깝지 않은 캠프였다. 무엇보다도 그 공간을 가득 채우는 분위기가 좋았다. 향긋한 커피 향이 자욱하게 퍼지고 한 쪽에서는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한 쪽에서는 그림을 그린다. 누군가가 찍은 사진에 깊이 감동하며 잘 알지 못했던 삶의 이야기가 나눠진 시간과 공간이 좋았다. ‘창조주이신 하나님을 닮고 하나님이 지으신 세 계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삶. 이와 더불어 가려지고 왜곡된 하나님 나라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삶’. ‘우리 의 삶이 그러했구나.’, ‘우리 앞으로도 그렇게 살자.’며 함께 다짐하고 소망했던 시간이었다. 누군가가 말했다. 자신에게 아트캠프는 ‘나니아’와 같다고. 이제는 일상으로 돌아갈 시간이라고. 일상으로 돌아온 나는 이제 여러분을 ‘나니아’에 초대한다. 망설이지 말고 옷장 문을 열자! 그리고 함께 ‘나니아’로 놀 러 가자! 우리가 함께 만들어 갈 ‘나니아’의 다음 이야기가 기대된다. 허지선 홍익대 건축학 08

8


캠퍼스 리서치

자료, 글_정석률 CAMPUS

공동체 하우스 현황이 궁금하시죠? 이번호 주제가 ‘공동체 하우스’군요. 혹시 전국에 IVF 공동체 하우 스가 얼마나 있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2013년 시행된 캠퍼스 현 황 조사 중 공동체 하우스와 관련된 항목을 여러분에게 공개합니다. 자, 보실까요?

01

전국 18개 지방회의 공동체 하우스 수는? (2013년 2학기 현재)

서울권

강원권

동서울(14), 서서울(32),

강원춘천(4), 원주(0), 강릉(0)

남서울(25), 북서울(22)

- 총 4개

- 총93개 경기권 경인(6), 경기남(12) - 총18개

경상권 영남동부(3), 대구(38),

충청권

부산(3), 경남(4)

대전중부(17), 충남(23)

- 총 48개

- 총 40개 전라․제주권 전북(4), 광주(1), 제주(1) - 총 6개

전국 지방회 중 공동체 하우스 숫자가 가장 많은 지방회는 대구 지방회로 38개가 있네요. 권역별로 나누어 보면 서울권 4개 지방회가 93개로 서울에서 공동체 하우스를 가장 많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9


02

권역별 멤버십과 공동체 하우스 비율 (2013년 2학기 현재) 권역

멤버십 수(전국 대비 비율)

공동체 하우스 수(전국 대비 비율)

전국

4,065명(100%)

209개(100%)

서울권

1,354명(33.3%)

93개(44.5%)

경기권

279명(6.8%)

18개(8.6%)

강원권

377명(9.3%)

4개(2%)

충청권

519명(12.7%)

40개(19.1%)

전라․제주권

186명(4.6%)

6개(2.9%)

경상권

1,350명(33.2%)

48개(22.9%)

전국 멤버십 대비 비율에 비해 공동체 하우스 수가 많은 권역은 서울권, 경기권, 충청권이네요. 이 지역들에 있는 지방회 가 다른 지방회에 비해 멤버십 대비 공동체 하우스가 많이 운영되는 곳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그 이유가 뭘까요? 궁금하 지만 아쉽게도 여기에 관련된 항목은 2013년 캠퍼스 현황 조사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답니다. 독자님들이 그 이유를 분석 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공동체 하우스를 어떻게 운영하면 좋을까요? 공동체 하우스에서 생활하시는 IVFer 여러분. 공동체 하우스에서 어떤 활 동들을 하시나요? 하우스 기도회, 예배, 성경 읽기 모임을 비롯한 경건 활동, LOL, TV 시청, 야식 먹기? 저는 공동체 하우 스가 좋은 경건 훈련, 생활 훈련의 장으로 활용되기를 소망한답니다. 이런 부분을 자극하는 통계들을 보여 드릴게요.

03

IVF의 어떤 부분이 가장 만족스러우신가요? (년차별 상위 항목)

1년차

내가 속한 지부 전체 분위기 11.8%

LGM 16.1%

2년차

인간관계

인격의 성숙 10.6%

3년차

하나님과 관계에 대한 도움

22.9%

소그룹 32.4%

기독교 세계관 11.1%

16.0%

공동체의 좋은 분위기 28.9%

복음주의적이고 성경적인 IVF정신

PBS 13.5%

하나님 나라 관점에 대한 제시 소그룹운동 26% 10%

10%

1, 2년차들은 주로 공동체 안에서의 관계, 분위기에 많은 감동을 받네요. 리더들은 이런 관계보다는 운동론 쪽에 관심이 더 많군요. 역시 리더들답죠? 어쨌든 1, 2년차들은 공동체가 관계에 있어 많은 도움을 줄 때 공동체 적응력이 높아지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부분에 공동체 하우스가 활용되면 어떨까요? 공식 모임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관계에 대한 갈망을 채워 주는 장소로서 공동체 하우스가 역할을 다한다면 1, 2년차들이 IVF에 매료되지 않을까요?

10


CAMPUS

04

리더들에게 물었습니다. 현세대에 IVF가 가장 주안점을 두어야 할 사역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상위 항목 5개만 표시) 8%

8.5%

리더들이 현세대에 IVF가 해야 할 사역 중에 첫 번째로 꼽은 것이 바로 공동체 운동이네요. 리더

20.6%

16.6%

16.8%

05

들이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은 현재 대학생들에게

세계관 운동 16.8%

공동체적 삶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겠

복음 전도 16.6%%

지요. 맞습니다. 올바른 공동체 운동이 절실한 시

캠퍼스 이슈 참여 8.5%

대입니다. 우리 공동체 하우스가 공동체적 삶을

성경공부 8%

살아가는 좋은 장이 되는 것, 정말 중요하겠죠?

하루 평균 경건생활(QT, 기도 등 포함) 시간은 얼마입니까? (년차별 비교)

100% 80%

공동체 운동 20.6%

28.3% 27.3%

35.8% 40.2% 35%

25.6%

60%

18.8% 18.2%

40% 10.9%

13.6%

20% 0%

6.4%

3.8%

1.5% 0.8% 2.7%

거의없다 10-20분 20-30분 30-40분40-50분 50-60분 1시간 이상

8.2% 6.4%

5%

4.6%

6.5% 6.5%

거의없다 10-20분 20-30분 30-40분40-50분 50-60분 1시간 이상

거의없다 10-20분 20-30분 30-40분40-50분 50-60분 1시간 이상

2년차

리더

1년차

가장 많이 나온 대답은 모든 계층이 동일하네요. 1년차, 2년차, 리더들 모두 하루 평균 경건생활 시간이 10-20분이라는 대답이 가 장 많이 나왔습니다. 조금 심각한가요? 경건생활 시간(습관)은 생활 습관과 무척 깊은 연관이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야행성 습관, 지나친 SNS 활동, 게임에 대한 몰입 등은 경건생활을 못하게 하는데 큰 영향을 미친답니다. 공동체 하우스가 이런 면에서 생활 훈 련의 장이 되면 어떨까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훈련, 밥 제 때 먹는 훈련, TV 절제하기 훈련, SNS 절제하기 훈련 등이 이루어 진다면 IVFer들의 경건생활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자, 지금까지 공동체 하우스와 관련된 항목들을 살펴보고 제 나름대로의 제안도 해보았습니다. 어떠하셨나요? 공동체 하우스가 그저 잠만 자고, 야식만 먹는 곳이 아니었으면 한답니다. 함께 자라가는 곳,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곳이 된다면 좋겠죠? 그럼 다음 호에서 다 시 찾아뵐게요. IVFer들, 파이팅!! 정석률 IVF 캠퍼스 사역연구소, 자료개발부, 시심 담당 간사 3개의 직책을 도맡아 손과 발로 섬기는 간사, 저서로는 IVP [성경연구핸드북]이 있다. 11


오지의 세계로

12

그림_오지현


CAMPUS

오지현 조선대 애니메이션학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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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의 발견

인터뷰_하우림, 엄창근

“바람 불어도 괜찮아요.”

부르심을 따라 아무 연고도 없는 울진으로 떠난 귀농 3년차 구본근 학사님은 “바다가 정말 넓다”시 며 매일 보는 바다에도 감탄을 금치 않으신다. 팍팍한 도시의 사람들에게 귀농/귀촌이 봄바람처럼 불며 ‘붐’이 되고 있지만 붐 대신 부르심으로 보이지 않는 곳에 한 발, 한 발 내딛으신 학사님의 이야 기에는 하나님의 섬세한 인도하심이 한가득이다. 아름다운 울진 바다에 펼쳐진 가슴 뛰는 학사님의 귀농 이야기에 함께 빠져 보자.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건대 경영정보 99학번 구본근입니다. 아내 김나애(서울여대, 01)와 결혼 한지 6년째고요, 주안(6세), 주와(5), 세아 (2) 세 아이를 두고 있어요. 서울 토박이고 울진 살이 3년차에요. 주업은 농사구요, 대게빵 장사를 부업으로 하며 마 을 공동체를 꿈꾸는 사람입니다.

귀농을 모르는 학생들에게 귀농을 간략히 소개해 주세요 우선 귀농과 귀촌의 차이를 알아야 하는데요. 귀농은 자신의 직업이 농업이 되는 것, 귀촌은 시골에서 살되 원래 갖 고 있던 직업을 활용하는 거죠. 저는 주로 농사를 주된 업으로 삼기 위해 내려왔기 때문에 귀농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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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PUS

귀농 전에는 어떤 삶을 사셨나요? 원래 귀농을 꿈꾸셨나요? 학생 때는 무조건 취업 생각만 했어요. 아무리 IVF에서 훈련 받아도 취업 걱정이 가장 컸어요. 어떻게 살지 보다는 ‘일단 취업을 한 후 직장에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야지.’ 하는 막연한 고민을 했죠. 그때는 그저 직장에 들어가서 인 정받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세속적이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귀농 전에는 평범한 직장인이었어요. 울진에 오기 전 *

다니던 직장에서는 자본주의의 꽃이라 할 수 있는 공시 담당자였어요. 학사들이라면 다들 공감하실 텐데 평일엔 하 루 종일 직장에서 살고 주일엔 교회에 있는 삶을 살았어요. 겉으로는 평범한 기독교인으로 살았고요. *공시 : 사업 내용이나 재무 상황, 영업 실적 등 기업의 내용을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에게 알리는 제도

귀농을 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해지네요. 결정적 계기와 주변의 반응도 궁금합니다 어떻게 가치 있는 삶을 살 것인가 고민했었는데요, 묵상 훈련을 하던 중에 창세기 12장(창12:1b 너는 너의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나 내가 네게 지시할 땅으로 가라) 말씀이 결정적 계기가 되었죠. 평범한 삶을 접고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삶

에 대해서 하나님께 묻고 인도하신 대로 울진에 왔어요. 주변 사람들에게 이런 오해를 많이 샀어요. “회사 생활하기 싫어서 현실을 도피한다, 아직 치열하게 살지 못했다, 시골 가서 유유자적 하게 살고 싶어서 그런다, 막상 가면 고생 한다 등등.” 하지만 저는 그런 인간적이고 논리적인 생각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마음을 주신 대로 내려왔어요. 아무 것도 계산하지 않고 준비되지 않았음에도 내려온 시간은 믿음을 테스트하기에 충분했죠. 처자식이 있으니 그런 결 정이 더 쉽지 않았어요. 주변에서 “너는 좋아서 가는 건데 자식들, 아내는 어떡하니.”라는 말도 들었어요. 그럼에도 저에게는 분명 하나님의 음성이 있었기 때문에 아내와도 소통하며 결단하고 내려왔어요.

특별히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으시다면? 한 번은 묵상을 하다가 제 삶의 목적이 하나님을 드러내는 거래요. 그날은 어떤 마을 어르신 농사일을 도와드리기로 했어요. 보통 귀농을 하면 고향으로 내려가요. 그래서 그 어르신이 자꾸 물어보셨어요. “왜 왔냐고, 아버지 누구시냐 고.” 그냥 귀농 왔다고 대답하려는데 그날 묵상이 생각나서 “여기 교회 다니는 청년이에요. 예수님 말씀대로 살려고 왔어요.”라고 했죠. 닭살 돋지만.(웃음) 그런데 되게 무뚝뚝하시고 무서워 보이던 어르신이 “나 여기 감리교회 장로 요.”하시는 거예요. 그 후에 절 예쁘게 보셨나 봐요. 나중에 어르신께서 허리가 안 좋아지셨을 때, 500평 남짓한 딸 기밭을 거저 주셨어요. 하루를 말씀대로 살려고 노력하니까 채워 주시는 은혜들이 이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었어요. 내려오자마자 일이 없어서 한량처럼 두세 달을 살았는데, 누군가 집 앞에 쌀이랑 토마토를 두고 가신 거예요. 알고 보니 마을 어르신이었는데 저희 교회 집사님이셨어요. 15


귀농하길 잘했다고 느꼈던 순간이 있나요? 한날은 첫째 주안이가 바닷가에서 노는데 이런 노래를 부르는 거예요. “바람 불어도 괜찮아요, 파도 일어도 괜찮아 요. 나는, 나는, 나는, 나는 괜찮아요. 바람을 만드신 하나님~” 그때 소름이 끼쳤어요. 바람과 파도 앞에서 이 아이가 찬양을 제대로 부르는 거예요. 예배당에서 부르는 찬양이 아니라 삶에서 부르는 살아 있는 찬양인거죠. 그때 ‘아 정 말 잘 왔다’ 생각하니 너무 행복했어요.

IVFer들은 꼭 귀농을 꿈꾸지 않더라도 대안적인 삶의 방식, 공동체적 삶에 관심이 많습니다. 해 주실 말씀이 있으실까요? 주시는 말씀에 사로잡히면 누구나 하나님 안에서 가슴 뛰는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살고 싶은지 생각 할 수는 있지만 익숙했던 삶을 포기하는 것은 말씀이 아니면 감당하고 극복할 수가 없어요. 그 원동력은 하나님이 주 셔야만 해요. 우린 훈련생이기 때문에 실패해도 괜찮아요. 긴가민가하다면 일단 해보세요. 하나님이 인간의 몸으로 우릴 구원하신 것 자체가 급진적 모험이에요. 우린 그분의 급진적이고 열정적인 성품을 닮은 사람들이에요. 제가 혹 시라도 실패하여 다시 도시로 돌아가 “그럴 줄 알았다.”는 말을 듣더라도, 하나님과 함께 한 이 시간은 무엇과도 바 꿀 수 없어요. 하나님이 인도하신다는 확신이 있기에 두렵지만 믿음으로 가는 거예요. 저는 그 어떤 사람의 말도 하 나님의 말씀보다 크지 못했어요. 한 걸음이 중요해요. 말씀에 순종하여 결단하고 한번 내려오니까 이미 난 던져진 몸 이고 하나님 밖에 없어요. 인도하심을 경험하는 게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도전이 되는 말씀 감사합니다. 끝으로 학사님의 꿈은 무엇인가요? 마을 공동체 안에서 선교적인 리더십을 준비하는 거예요. 우리 세대나 다음 세대에 통일이 될 텐데 이들이 통일에 중요한 역할들을 감당하게 될 거잖아요. 그래서 이들에게 필요한 리더십은 공동체적 리더십일 거라고 생각해요. 이 런 꿈을 가지고 IVFer 선배로서 후배와 연결되고, 그렇게 그들이 울진에 오게 되어 울진이 공동체 리더십을 배우고 생태적인 삶을 경험하는 장이 되길 바라고 있어요. 여기는 수확 체험이나 고구마, 배추 심기, 마을 활동, 농촌 활동, 심지어 물놀이, 해수욕도 할 수 있는 곳이에요. 외진 곳에 있어 아쉽지만 그만큼 좋은 자연을 접할 수 있으니까요. 저 를 통해서 많은 분들이 찾아와서 함께 꿈꿨으면 좋겠어요. 사실 대게빵 사업을 시작한 것도 공동체 사업을 통해 학사 들을 끌어들이려는 은근한 의도가 있거든요. 오셔서 같이 꿈을 꿨으면 좋겠네요.

하우림 광운대 영어영문학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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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창근 기자


그린라이트

글_한선미

CAMPUS

안녕?

男자 사람, 女자 사람?

영원할 것 같던 겨울왕국이 끝났다. 아직은 새침한 봄바람에 목 언저리가 시큰하지만 싫 지는 않다. 새학기란 이런 느낌이었으니까. 개강과 함께 반가운 얼굴들과 마주하며 지난 방학의 아쉬움을 훌훌 털어낸다. 이야기꽃이 피는 사이, 바야흐로 봄이 왔다. 늘 오고 가던 봄이지만, 캠퍼스의 봄은 언제나 우리를 설레게 한다. 다이어리에 새로운 계획들을 적다 보면 저 마음 한 구석에서 이런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아, 온통 소그 룹, 리더 모임, 멤버들 생일만 가득해…. 나도 이제 말랑말랑한 연애 기념일을 소중히 여 기고 싶다규!!!’ 이런 로망도 없는 캠퍼스의 봄은 상상할 수 없다. 하지만 이쯤에서 질문하 고 싶다. “당신의 성(性) 에 대한 자세는 어디쯤 와 있나요?”

IVF 공동체에는 그리스도인이기 이전에 하나님이 지으신 남자 사람과 여자 사람이 살고 있다. 우리가 각각의 이성에게 관심과 사랑을 받고 싶은 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많은 금기의 족쇄가 철컥, 채워져 있는 것 같다. ‘성’이라는 주제를 꺼 내기만 해도 누군가는 얼굴이 빨개지고, 누군가는 우리를 음란한 사람이라고 정죄하는 눈총을 쏠지도 모른다. 덕분에 우리는 이 주제를 제대로 다뤄 본 적이 거의 없다. 비록 육체는 예전부터 성인이었고 이제는 법과 사회적으로도 성인이지만 성은 오해와 편견과 궁금증이 뒤섞인 형태로 공동체 속에 말없이 축적되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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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니, 남자와 여자는 신생아 시절부터 다르다는 것을 발견한다. 갓난아 이들도 에너지가 다르고 취향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때면 깜짝 놀라곤 한다. 그렇게 다른 우리가 성인이 되어 한 공동체에서 지내고 있다. 우리는 하나님이 서로를 다르게 지으신 것이 얼마나 신비롭고 우리를 풍성하게 하는지 알아가야 한다. 먼저, 남녀는 생물학적으로도 구조가 다르다. 당연히 생각이나 몸의 반응도 다르다. 간단한 예를 들어 보자. 형제들은 보는 것에 약하다. 자매들이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고 핫팬츠를 입 으면 눈길이 갈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자매들은 그런 형제들에게 짐승이라는 둥, 어딜 쳐다보 냐는 둥 불쾌해 한다. 형제는 그런 자매들이 야속하다. ‘아 눈을 뽑을 수도 없고…’ 또 이런 예 도 있겠다. 자매들은 월경 전후로 몸이 많이 힘들다. 이것은 생명을 준비하는 일이기 때문에 너무나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형제들은 그런 자매들을 보고 “의지가 약하다.”,“기분파다.”, “허구 헌 날 우울하다.”며 핀잔을 준다. 그러나 자매들은 이 문제를 또 대놓고 설명하자니 부 끄러워진다. 그렇게 오해와 갈등이 생긴다. 서로의 성에 대해 무지한 상태로 이성교제를 시작하는 형제, 자매들도 많다. 이팔청춘의 남 녀가 만나면 스킨십이라는 주제는 피할 수 없다. 스킨십은 기본적으로 사랑하기 때문에 서로 좋아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나 남자이기 때문에 갖게 되는 욕망과 욕구, 자매이기 때문에 갖게 되는 기대치가 다를 때도 있다. 몸이 반응하는 속도가 서로 다르고, 원하는 진도 가 다르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에 대해서 알고 공부해야 한다. 성에 대해 무지한 것은 순수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어쩌면 무책임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공동체 안에서 ‘성’ 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 우리는 공동체 형제, 자매들, 간사님과 리더들, 멤버들, 동기들, 서로 많은 이야기 줄로 얽혀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많은 주제들 안에 ‘성’ 이야기는 거의 빠져 있다. 많으면 일 년에 한 두 번, 엘지엠과 수련회 선택식 특강이 전부이다. 다른 이야기 - 정치, 경제, 연예, 가족사, 과거사 - 들은 다 하면서 성 이야기만 안 하는 것이 더 이상한 일 아닐까? 우리가 이 주제를 서로에게 꺼내지 않고 비밀스럽게, 그리고 은밀하게 키워갈수록 우리의 ‘성’은 왜곡될 수밖에 없다. 성경에서 말하는 ‘성’ 문제는 ‘무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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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PUS

거룩하라, 그러니 절대로 성은 이야기를 꺼내서도, 관심을 가져서도, 궁금해 해서도 안 된다’ 가 전부가 아니다. 더 큰 주제와 관점들을 찾아보아야 한다. ‘성’에 대한 책도 의외로 많다. 함께 읽고 형제들끼리, 자매들끼리, 또 함께 모여서 형제들의 생각은 어떤지, 자매들의 느낀 점은 어떤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해 보자. 그러면서 각자의 성 정체성, 성 역할, 성적 고민에 대한 이야기들을 이성에게 설명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남자 사람, 여자 사람 설명회’, 이런 대화의 장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겠는가. 우리라면 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깨어진 성, 깨어진 이성관은 결국 깨어진 가정으로 연결된다. 때때로 부부라는 이름으로 맺어진 남자, 여자들마저 서로를 비난하기 바 쁘고, 이용하려는 사회 속에서 우리는 이미 그 피해자일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더욱 깨어진 성에 깨어 있어야 한다. 오히려 성에 대해 일상처럼 익숙해지고 편안해지자. 서로의 다름에 대해서 환영하고 기뻐하자. 다름에서 오는 차이와 그래서 몰랐던 사실들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경청하고 이해하자. 배려하고 이해한다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저 리더 오빠를 위해 패션 피플이기를 잠시 포기하는 것, 자매 멤버를 위해 중보기도를 해 준다며 아무런 사심이 없어도 몸을 터치 하지 않는 것, 누나 리더가 형제 멤버가 아무리 귀여워도 엉덩이를 토닥거리는 일을 하지 않 는 것 등등 배려와 이해는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 함께 나눌 이야기 1. ‘성’, ‘남자’, ‘여자’ 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 당신의 생각과 느낌은 어떠한가? 2. 공동체 형제, 자매들과 ‘성’ 에 관련된 책을 찾아 읽고, 도서 목록을 만들어 보자. 또는 공동체 사람들과 짧게 나눌 20분 정도의 강의안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겠다. 3. 잠포, 소그룹, 큰모임에서 형제, 자매의 성에 대해 이슈를 만들어 나누고 질문, 역 할극 같은 것으로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을 가져 보자. 4. 서로가 배려해 주길 원하는 것들, 서로가 지켜줘야 할 것들의 리스트를 만들고 나눠 보자.

* 혼자서만 끙끙 앓던 고민은 이제 그만~ 그린라이트는 여러분의 사연을 모집합니다. 평소 이성교제, 성, 호감 있 는 사람 등에 관한 고민들을 daehakga@ivf.or.kr로 보내어 속 시원히 풀어주세요. 이름과 학교를 밝히지 않아도 괜찮아요. 우리, 함께해요.

한선미 한성대 99 캠퍼스 간사 6년을 포함, 20대를 고스란 IVF에서 뒹굴뒹굴하다 지금은 살림과 육아에 전념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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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포커스+intro

이제는 1인 가구가 대세. 나 혼자 사는 것에 관심 갖는 세상에서 같이 산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이번호에서는 왜 함께 살아야 하는지부터 생활공동체에서 일어나는 웃픈 에피소드, 공동체 관련 책 추천과 함께 드리는 기도까지 담았다. 다가오는 봄, 널따란 잔디밭에 누워 “우리 같이 살아볼래?” 얘기 나누며 그 과감한 몸짓에 용기를 실어 보는 건 어떨까? 물론 이성끼리는 앙돼요! 20


FOCUS

22P_집 26P_ 포스트 모던하우스 에피소드 29P_ 공동체가 궁금하면 it 책이 갑! 32P_ 러브 하우스 36P_ 공동체로 살면서 드리는 기도 21


포커스+포토에세이

글, 사진 _ 박예은

집 22


FOCUS

나의 선배들과 IVF는 외로운 나에게 집과 같은 존재였다. 지친 나를 기다리는 엄마가 있는 집, 사랑의 잔소리로 나를 안아 주는 그런 집, 말이다. 스물이 넘어 처음 엄마와 떨어져 살았 다. 좋았다. 더 이상 엄마의 잔소리를 듣지 않는다고 생각하니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었다. ‘TV로만 보았던 로망 포텐을 혼자 살면서 터트리겠노라’며 행복한 상상을 했다. 그런데, 혼자 살면 살수록 점점 폐인이 되어 갔다. 집은 항상 어지러웠고, 끼니는 늘 대충 때웠다. 새벽녘, 술에 취한 친구가 찾아와 진상을 부릴 때면 정말 뺨을 갈기고 싶었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고 이러나…. 이윽고 엄마가 보고 싶어졌다. 아니, 나는 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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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IVF 선배와 원투원을 했다. 선배는 “혼자 살면서 가장 힘든 게 뭐냐?”고 물었다. 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외로워요, 혼자 사니까.” 다음 날, 선배는 나를 IVF 상기관(한림대 생활공동체)으로 불렀다. 밥 한 끼 먹고 가라며. “그냥, 혼자 먹으면 심심하잖아.” 선배는 멋쩍게 웃었다. 참치가 들어간 김치찌개, 집에서 가져온 밑반찬, 그리고 계란 프라이와 쌀밥. 나는 쌀 한 톨도 남기지 않고 밥 그릇을 싹싹 비우고도 모자 라 한 공기를 더 먹었다. 그 날 이후, 나는 상기관에 자주 들렀다. 할 일이 없으면 가서 그냥 멍하니 앉아 있고 졸리면 들어 가 잤다. “제발 선배님들! 집 좀 치우고 사세요!” 라며 매일 더럽다고 놀렸지만 나는 그곳이 묘하 게 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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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되돌아보면 난 선배들을 참 귀찮게 했다. 버릇이 없었고, 가끔은 선배들을 가르치려 들었다. 왜 그리 선배들을 못 잡아먹어 안달이었나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외로워서였던 것 같다. 그 래서 외로움이 나를 잡아먹지 못하도록 최선을 다해 몸부림쳤다. 그 마음을 선배들은 알았는 지 몰랐는지 알 수는 없지만 선배들은 나를 보며 묵묵히 웃어 줬다. 스물, 스물 하나. 그렇게 상기관을 내 집처럼 다녔다. 그러면서 내 몸 하나, 누이는 곳이 있다 는 것과 그곳에는 나를 웃으며 반기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이 얼마 나 큰 행복인지 깨달았다. 선배들과 IVF는 외로운 나에게 집과 같은 존재였다. 지친 나를 기다리는 엄마가 있는 집, 사 랑의 잔소리로 나를 안아 주는 그런 집, 말이다. 3월이 다가오는 오늘, 철없던 스물의 나를 따 뜻하게 안아 줬던 선배들과 그 한 번의 밥상이 유난히 떠오른다.

박예은 한림대 러시아학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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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사례

포스트 모던하우스 에피소드

한 데 모여 사는 데서 오는 즐거움과 켜켜이 쌓이는 갈등, 우리 는 하나라는 묘한 자부심. 이 모든 게 공동체 하우스의 이야기 다. 적당한 관계를 유지할 수도 있을 텐데 굳이 함께 사는 이들 의 일상은 어떤 모습일까? 그래서 지난 1월, <대학가>가 페이스북에서 공동체 하우스 의 에피소드를 모집했다. 이웃과 함께한 즐거운 이야기, 애완 동물을 떠나보낸 슬픈 이야기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응모되었 다. 자, 그럼 궁금하고 신기한 공동체 하우스의 이야기 속으로 함께 떠나 보자.

위험한 초대 경희대의 생활공동체 형제들은 한 원룸 건물에 모여서 살고 있다. 이 건물에는 함께 모여 사는 또 한 무리가 있으니. 그 들은 바로 이슬람계 유학생들이다. 중동 분들이라 인상이 무서워서 마주쳐도 인사를 하지 않았고 서로간의 교류도 없 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분들이 우리의 집 문을 먼저 두드리셨고 식사에 초대해 주셨다. 그분들이 한국어를 할 줄 모르 셔서 영어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했는데, 다들 대학생들의 영어 수준이 어떤 지를 짐작하시리라. 툭툭 끊기는 대화와 어색한 미소만 난무하던 그런 분위기를 반전시킨 건 바로 식사! 만날 냄새만 맡던 치킨 카레를 대접해 주셨는데 이게 생각보다 맛있었다. 우리가 평소에 즐겨 먹던 카레와는 향과 맛이 조금 달랐다. 맛있는 음식이 들어가니 분위기는 한결 가벼워져서 보디랭귀지를 써가며 농담도 오가게 되었다. 그날 이후 서로 인사하며 지내는 사이가 되었고, 그분들이 이 웃을 사랑하며 섬기라는 말씀을 선행해 주어서 새로운 도전 속에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정동녘 경희대 우주과학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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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생선이와의 행복한 시간 공동체 하우스에서 애완동물을 키운 적이 있는가. 나는 멤버에게 자신이 생일 선물로 받은 기니피그 를 키워달라는 부탁을 받게 되었다. 기니피그의 이름은 생일 선물로 받았기 때문에 ‘생선이’라고 지었 다. 애완동물을 좋아하는 나는 자연스럽게 생선이를 키우게 되었고 귀가할 때면 생선이 생각에 마음이 들떠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예뻐했다. 하지만 바쁜 삶을 살며 생선이를 키우는 것은 벅찬 일이었을 까. 어느 날 생선이의 상태가 심하게 좋지 않았고 병원에 데려가야 할 지경에 이르러 급하게 데려갔지 만 이미 늦어버렸다. 4개월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거실에서 뛰놀 것만 같은 생선이의 죽음이 믿기지 않 는다. 생선이는 좋은 곳으로 갔겠지? 서미해 대구가톨릭대 심리학 11

나만 몰랐던 알람 *허들링(Hudding) - 알을 품

우리 ‘허들링’하우스는 잠이 참-많다. ‘허들링’*이라는 하우스 이름에 걸맞게 자매 여섯 명이 안방에서

은 황제펭귄들이 한데 모여 서

다함께 잠이 든다. 알콩달콩 떠들며 잠들 때는 좋지만 문제는 새벽이다. 밀려 있는 과제 때문에 조금이

로의 체온으로 혹한의 겨울 추 위를 견디는 방법으로 무리 전

라도 일찍 일어나려고 오전 5시 30분에 알람을 맞춰 놓는다. 그날 이후 이른 새벽에 5회 반복으로 울

체가 돌면서 바깥쪽과 안쪽에

리는 알람 때문에 몸이 움찔움찔한 것이 화근! 본인은 못 일어나고, 옆자리 지체가 더 이상 못 참겠는

있는 펭귄들이 계속해서 서로

지 알람을 대신 꺼준다. 그러다 보니 심지어 한학기동안 자신의 알람 소리를 모르는 지체도 있었다. 이

의 위치를 바꾸는 것이다. 바 깥쪽에 있는 펭귄들의 체온이 떨어질 때 서로의 위치를 바

리하여 하우스 모임 때 진지하게, 오전 6시 이전에는 알람을 맞추지 말자는 규칙을 제정하기에 이르렀 다. 잠잘 때 건드리면 큰일 난다!

꾸므로 한겨울의 추위를 함께 극복한다.

최해원 홍익대 세종캠퍼스 커뮤니케이션디자인 12

BOKAUS Story 홍익대, 고려대 세종캠퍼스 형제 하우스인 복하우스를 소개한다. 최근까지 방영했던 응답하라 1994의 신촌 하숙을 연상케 하는 하우스다. 과묵한 경상도 남자 원중, 가부장적 리더십 태호, 돌 아이를 연상케 하는 성우, 일본 문화에 관심이 많은 성복, 깐족의 제왕 상민, 모든 행동이 한 박자 느린 영수. 이렇다 할 공통점이라고는 하나도 찾아 볼 수 없는 개성이 넘치는 형제들이 만들어 가는 이야기 중 하나를 소개 한다. 강원중이라는 과묵한 경상도 남자가 군복무를 마치고 2학기에 전격 합류했다. 기존의 하우스 형 제들은 한 학기를 같이한 상태여서, 갑자기 공동체 하우스로 돌아오는 원중이에 대한 걱정을 했다. 원 중이가 평소에 말수도 적고 내향적인 친구라서 ‘하우스에 동화될 수 있을까’하는 고민이었다. 그런 걱 정을 하던 도중 한 사건이 터졌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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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중이는 원래 부산이 집이다 보니 평소 추위에 약한 모습이었다. 그래서 남들보다 내복을 먼저 입었는데, 워낙 조용하고 나름의 포스를 지닌 친구라서 자신이 내복 입는 모습을 동생들에게 들키기 싫었던 것이다. 그래서 원중이는 옷 방에서 몰래 내복을 입고 있었다. 그때 상민이가 옷 방에 들어왔고 순간 둘의 눈은 마주 쳤다. 상민이는 평소 볼 수 없던 원중이의 모습을 보고 웃기 시작했다. 그리고 원중이도 난처한 표정으로 내 복을 입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는 눈치로 가만히 서있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원중이는 하우스에 깊 이 들어오게 되어 하우스의 개그맨으로 거듭났다. 하우스에서 ‘내복맨’으로 불리면서. 박성우 홍익대 세종캠퍼스 광고홍보학 09

지민이의 평범한 일상 카이스트 공동체 하우스에는 지민이라는 친구가 살고 있다. 이 친구는 마음이 편안해지면 사람들을 만날 때 쓰던 가면을 벗어 던지고 멘탈을 자유롭게 푸는 특징이 있다. 자유로운 멘탈이 저지르는 일들이 많지만 오늘은 그중 하나만 소개한다. 어느 나른한 가을날, 지민이의 친구 주평이는 점심 식사가 끝난 후 조용히 설거지를 하고 있었고 방안에서 는 식사를 마치고 마음이 편안해진 지민이가 흥얼거리고 있었다.(설거지 중이라 잘 안 들림) 여느 때와 다름없이 지민이는 자신의 노래에 심취하여 노래를 애절하게 부르고 있었고 갈수록 감정이 실려서 소리가 커졌다. 그 런데 주평이가 자세히 들어 보니, 오늘따라 노래가 조금 다른 것이 아닌가! 절묘한 순간에 끊었다가 중얼거 림. 이어서 다시 들려오는 노래. 비록 주평이는 설거지 때문에 지민이의 목소리가 잘 안 들렸으나 그 목소리 가 점점 커져서 결국 그 가사를 듣고 말았다. 지민이는 명성황후 OST의 ‘나가거든’ 을 부르던 중이었는데…. 노래하는 지민 : (애처롭게 소리 지르며) 이 삶이 다하고 나야 알게 될 텐데 내가 이 세상에 다녀간 그 이유! (노래 끊고) (울부짖으며) 내가… 내가! 조선의 국모다!!! 이 500년 역사의 조선을 너희 일본에게 절대로 넘 겨줄 수 없다! 나, 가고 기이~억 하는 이 나 슬픔 까지도 사랑했다~(울면서) 내 비록 이 자리에서 죽으나 조 선의 의지는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이놈들! 부디 먼 훗날~ 나 가고 슬~퍼 하는 이~ 내 슬픔 속에도~ 행복했 다~! 믿게 해~ 주평 : ….(중간에 어이가 없어서 설거지를 멈춤) 지민 : (엉금엉금 기어서 방 밖으로 나와, 자기도 웃긴지 허허 웃으며) 이것을 솔로 뮤지컬이라 하오. 지민, 주평, 친구들 : …. 김주평 KAIST 수리과학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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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book FOCUS

공동체가 궁금하면 it 책이 갑! 이번호 <대학가>는 페이스북에서 책 찜하기 이벤트를 열었 습니다. 전국의 간사님들이 공동체와 관련해서 추천해 주신 책 중에 읽고 싶은 책을 골라 댓글을 달면 책을 보내 주는 이벤트 였지요. 간사님들은 어떤 책을 추천해 주셨을까요? 공동체가 무엇인지 고민하며 책을 읽었을 학생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집 니다!

얼마나 좋은가 한 데 모여 사는 것 이종연 저 | 올리브북스 | 9,000원 이 책은 생활공동체를 만들고 운영하는 사람들과 그 공동체를 열망하는 가지각색의 사람들 을 만나게 해 주었다. 이 책은 자신의 길을 기꺼이 포기하고 하나님의 뜻을 좇아 만든 11개의 기독교 생활공동체를 소개한다. 디아코니아자매회부터 풀무학교, 시골집, 민들레공동체, 산 위의마을, 그나라공동체, 해뜨는바다, 오두막공동체, 성 프란시스 수도회, 예수원, 개척자들까 지. 그곳 사람들은 나보다 상대를 존중하는 삶,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고 있었 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글이나 강의가 아닌 농촌학교를 세워 운영하고 논바닥을 긁고 당근을 뽑으면서 자연과 더불어 피부로 느끼는 행복을 누리고 있었다. “공동체는 다른 사람들이 나 의 경쟁자, 내 인생 성공의 걸림돌이라고 생각하는 익명적 각축의 자리인 도시 문명에서는 꽃피기 힘든 문화이다.”(이 책의 서문 중에서) 이런 현대의 순리(?)를 벗어나 몸과 숨으로 하나님 을 닮아가려는 11개의 생활공동체. 이 책은 도시인에게 쉼이 되고, 순박한 열망을 끌어내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형제들이 심지어 연합하여 함께 사는 것이 얼마나 어찌 그리 선하고 유쾌 한가! 머리에 있는 좋은 기름이 수염에 흘러내림 같도다!” 박하늘 조선대 영어영문학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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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을 세우는 관계의 공동체 래리 크랩 저 | 김명희 역 | IVP | 14,000원 이 책은 뭇 그리스도인들과 공동체를 이루어 살길 원하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하 다. 저자는 우리의 공동체가 어떤 모습인지, 그렇다면 영적 공동체는 어떤 것인지, 영적 공동 체를 세우기 위해 우리는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영적 공동체를 설 명하는 대목이 인상적이었다. 저자는 이혼 위기에 처한 친구와의 대화를 통해 영적 공동체에 대해 말한다. 가장 중요한 일을 우선순위에 두고 부차적인 일은 나중에 하라는 루이스의 말을 인용하며 “우리에게 최우선 순위는 성령께서 살아 역사하시는 마음의 방을 찾는 것”이라 고 한다. 하지만 우리를 죄어 오는 어려움에 처한 상황과 삶의 긴장은 우리의 감동을 가리며 안정된 세계로 우릴 붙잡는다. 또 “성령은 우리 영혼에 항상 깨끗하고 가구 배치가 잘 된 또 다른 방을 만드셨다”고 말한다. 영적 공동체는 지금 속한 방을 깨끗이 치우는 것을 돕는 것이 아니라 머물던 방에서 나와 하나님이 주신 깨끗한 방에 거하길 권하고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사도행전 3장을 보면 베드로는 못 걷는 이에게 은과 금은 없지만 나사렛 예수의 이름을 주며 그를 걷게 한다. 영적 공동체의 핵심은 당장의 상황이 나아지는 도움보다 그분의 이름을 전하 고 하나님의 능력으로 사람의 변화를 함께 꿈꾸며 돕는 것이다. 래리 크랩은 이 책을 통해 영 적 공동체를 세세하게 다루며 진정한 영적 공동체를 세워갈 것을 권한다. 지윤근 경희대 수학 11

교회다움 팀 체스터, 스티브 티미스 저 | 김경아 역 | IVP | 12,000원 교회의 어떤 모습을 볼 때 ‘교회답다’라고 생각하는가. 열심히 전도하는 모습? 목사님의 설교 를 경청하는 모습? 신나게 찬양하는 모습? 등이 떠오를 수 있겠다. 그 중에서도 이 책은 복음 과 공동체가 교회의 핵심 원리라고 말한다. 오늘날 교회에서는 복음 전도, 사회 참여, 교회 개 척, 세계 선교 등의 활동을 한다. 어느 것 하나 빠짐없이 중요한 것도 사실이며 우리에게 맡겨 진 소명이다. 하지만 복음과 공동체가 바로 잡혀야 이러한 사역들이 이루어질 수 있다. 그동 안 교회에 대한 많은 책을 읽었다. 성공한 교회를 만드는 팁을 주는 책, 교회 내의 문제를 다룬 책, 현 교회의 문제를 비판하는 책도 읽었다. 이 책은 그동안 접했던 책과 다르게 도전과 소망 을 주었다. 오늘날은 ‘복음의 말씀’과 ‘복음의 공동체’를 지키며 경험하고 소개하는 일이 필요 하다. 이 책은 그 필요와 소망을 함께 담고 있다. 내용이 어렵거나 지루하지 않은 장점이 있으 니 이 책을 읽고 소망이 나눠지는 일이 있기를 바란다. 류푸른 경희대 서울캠퍼스 수학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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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신도의 공동생활 디트리히 본회퍼 저 | 정지련, 손규태 역 | 대한기독교서회 | 14,000원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하기 때문에 때때로 공동생활과 맞지 않다고 여긴 적이 있다. 그런 데 천천히 책을 읽으며, 공동체로 살기에는 추악한 자아를 보게 되었다. 성공에 집착하고, 홀로 인정받고 싶고, 자아실현이 되기만을 바라는 자기중심성이 도사리는 모습을 말이다. 그래도 IVF를 만나 공동체를 알게 되고, 그 새롭고 대안적인 삶의 방식에 두근거린 그때를 기억하며 다시 고백한다. 이따금씩 공동체를, 나의 이상을 실현시키기 위한 도구로 생각해 왔던 것을 회 개한다고. 비로소 나의 뜻이 꺾이고 소멸되어야만 하나님의 뜻이 온전히 펼쳐질 것임에 가슴 이 새로 뛰기 시작한다. 공동체는 분명 그런 곳일 테다. 지금은 상상조차 되지 않는 시대의 악, 나치에 저항하며 순교의 길을 택한 본회퍼. 그가 설명하는 공동생활을 통해 거룩한 삶의 원동 력을 이해할 수 있다. 그건 단연코 예수 그리스도에게 이끌린 삶의 결과다. 특별할 것 같지만 별다를 것 없이 그가 공동생활의 중심에 둔 예수님은 나와 당신이 주로 고백하는 예수 그리스 도다. 우리 사이에 존재하는 그리스도가 주인인 공동체. 그 거룩한 삶으로 주님은 우리를 부르 신다. “형제를 사랑하는 데 인색하다면 우리는 분명 하나님의 자비와 사랑으로부터 사는 것이 아니다. (중략) 자신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간들 그것이 무슨 해가 되겠는가? 자신의 뜻 을 관철시키는 것보다 이웃을 섬기는 것이 더 낫지 않은가?” (본문 중에서) 하우림 광운대 영어영문학 08

희열의 공동체 마르바 던 저 | 이종태 역 | 복있는사람 | 12,000원 이 책은 로마서 12장을 통해 하나님이 말씀하시는 공동체가 어떤 모습인지 알려 준다. 참된 공동체, 이 땅 위에 구현된 하나님 나라를 소망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추천한다. 혹은 같은 꿈을 꾸는 동역자가 있다면 함께 읽고 나누는 것을 권한다. 각 장마다 나눔이 가능하도록 질문 을 던지고 있어서 비전을 나눌 수 있고, 구체적인 그림도 그릴 수 있다. 이 책은 청년의 입장에 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었다. 여전히 많은 의문과 막막함이 든다. 특히 오늘날 희열 의 공동체를 이루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하지만 저자는 로마서 12장의 삶은 이미 존재했었고, 공동체를 이룰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친밀함과 기쁨을 상실한 세상에서 답 이 될 수 있는 곳은 단언컨대 희열의 공동체일 것이다. 공동체를 통해 하나님께서 주시는 참된 희열을 알고 싶은 자, 개인의 은사로 공동체와 세상 을 섬기고 싶은 자라면 이 책이 그 답을 찾아 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얽매이기 싫어서 혼자이기를 자처한다. 두려움을 넘어 공동체를 통해 자유를 누리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오혜찬 대구가톨릭대 사회복지학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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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커버스토리

글 _ 고명수

러브 하우스

크리스천이라면 사도행전을 보면서 한번쯤은 ‘초대교회의 삶 처 럼 살아보는 것은 어떨까?’ 라고 생각해 보았을 텐데요. 요즘 분위 기로는 ‘응답하라 초대교회’라고 외치기도 하고 ‘초대교회처럼 살 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 음식을 같이 나눠먹어야 하나? 돈도 다 모아야 하나? 아니면 모든 것을 접고 매일 모임만 해야 하나? 우리는 대학생인데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지…’ 이런 마음에 공동 체를 탐방해 보고 공동체와 관련된 책도 보지만… 답답한 마음을 위로해 주기는 힘들지요. 대학 생활을 하는 우리에게 공동생활은 멀게 느껴지는 것이 현실이니까요. 하지만 너무 답답해하지 마세요. 대학생 때부터 공동생활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있거든요. 기숙사요? 아니고요. 자취요? 비슷하긴 한 데… 다르고요. 바로 ‘하우스’라는 방법이에요.(저의 표현으로 하우스 라고 하는데 다른 학교에서는 뭐라고 하는지 궁금하네요.) 하우스는 IVF에 서 받은 훈련을 실천해 보는 장이기도 하고 말로만 듣고 말로만 했 던 하나님 나라의 축소판을 경험하기도 하는 곳이 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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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Q. 왜 함께 살아야 하나요? 첫 번째 질문이 중요하지만 쉽게 대답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네요. 제가 처음 함께 살겠다 고 생각한 동기는 포항에서 울산대로 와서 기숙사에 머무는 귀여운 동생이 저희 공동체 에 들어오면서 부터에요.(참고로 형제입니다) 이 동생과 원투원을 하던 어느 날, 함께 살 면서 영적인 부분이나 정서적인 부분에서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기 숙사를 포기하고 따로 나가서 살려면 개인적인 유익을 포기해야 했어요. 하지만 기도하 면서 저의 유익을 포기하며 동생을 도와주는 게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일이라 생각했 고, 그 뒤로 동생과 같이 살기로 했어요. 처음에는 동생을 돕기 위해 시작된 생활이었는 데 막상 살아보니 내게도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하나님께서 아담에게 하와 를 돕는 배필로 주시지만 꼭 결혼할 배우자만이 돕는 배필이 되라는 것은 아닌 것 같아 요. 아담과 하와 부부가 가장 작은 공동체의 모습으로 돕는 배필이 되었다면 ‘대학생 때 는 같이 사는 하우스가, 캠퍼스 공동체가 서로를 돕는 것 아닐까?’하고 생각해요. 대학 오기 전 열심이 있던 동생들은 타 지역에 가면 영적으로나 정서적으로 힘들기 때문 에 선배와 친구들에게 의존하게 되죠. 이것이 공동체 선배나 동기라면 더 좋아요. 우리는 외로울 때나 아무도 보는 이 없을 때 죄를 많이 짓게 되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아무도 보 지 않는 공간을 만들지 않는 것이 죄를 짓지 않는 방어책으로 많은 도움이 된답니다.

Q. 공동체 하우스와 자취방의 차이가 무엇인가요? 우리가 시작한 삶이 하우스인지 자취방인지 고민을 많이 하게 되죠. 하우스와 자취방은 처음 시작할 때는 비슷해요. 친밀하거나 비슷한,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시작하는 거죠. 하지만 점점 함께 살아 보면 차이점을 확실히 알게 되는데요. 자취방은 한 개인이 중심이 기 때문에 모든 계획이 자신에 맞추어서 돌아가요. 여러 사람이 함께 살더라도 각자의 계 획이 더 중요한 거죠. 그렇기 때문에 각자의 시간 사용이나 생활 방식, 돈을 사용하는 부 분까지 각자 알아서 하는 거죠. 그런데 하우스는 다른 부분이 많아요. 우선 하우스를 시 작할 때 멤버들끼리 하우스 챕터를 하죠. 거기서 다음 학기 공동체의 방향성에 따라서 하 우스의 방향성을 결정해요.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 한다면 제가 있었던 형제 하우스는 모든 멤버가 공동체의 공적인 모임에 필참 하는 것이 기본이에요. 좀 힘들죠? 물론 부득 이한 사정으로 공적 모임에 못 갈 수도 있어요. 그때는 하우스의 큰형에게 미리 이야기하 는 것이 기본 원칙이구요. 그리고 저희는 매주 수요일 저녁마다 하우스 예배를 간단히 드 리면서 나눔을 했어요. 이 자리는 하우스 형제들이 함께 자신의 삶을 구체적으로 나누고 서로 기도해 주는 시간이었어요. 다른 모임보다 이 시간의 나눔이 가장 투명했어요. 형제 들의 죄성과 현재 가장 치열하게 직면하는 부분까지 나누면서 때로는 뜨거운 눈물을 흘 리며 서로를 위해서 뜨겁게 기도해 주었지요. 이렇게 살다 보면 공부는 언제 하는지 물어 보시는데…. 학업에 최선을 다하도록 선배들이 옆에서 도와주기도 하고, 후배들이 공부 를 안 하면 야단치기도 하고, 심지어 하우스 큰형은 동생들 성적도 확인해서 일상의 삶도 방치하지 않도록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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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공동체 하우스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는 공동체에 있다 보면 항상 관계를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 고민하게 되죠. 그런데 하우스는 생활을 같이 하

하우스 생활은 생각보다 쉽지 않답니다. 하우스에 사는 멤버들

기 때문에 더 많은 관계의 문제가 생기게 돼요. 형제들이 함께 사

에게 공동체에서 어떠한 역할을 하라고 하면 큰 부담이 생기기 때

는 하우스는 자매들이 함께 사는 하우스보다는 덜하죠. 저희는 마

문에 하우스 생활을 하기 전부터 포기할 수도 있어요. 그렇기 때

음이 맞는 형제들이 모여도 서로 다름에 대해서 인정하고 받아들

문에 하우스에게 어떤 역할을 기대하기보다 하우스의 멤버들이

이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을 배웠어요. 선배들은 후배들에게 자신

잘 생활하도록 돕는 것이 필요해요. 그럴 때 자연스럽게 공동체에

의 경험과 생각을 강요하기 쉽고, 후배들은 어려움이 있어도 선배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어요. 하지만 반대로 하우스 멤버들이 공

들에게 말하기 어려울 때가 많아요. 이런 하우스에게 가장 중요한

동체와 별개로 존재하는 것도 이상하겠죠?

것은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선배들은 후배들에게 생활하는 부분 에서 아침에 일어나는 것부터 이불은 어떻게 정리하는지, 청소는

저도 처음에 동생들과 함께 살면서 처음 겪은 1학기가 기억에 남

어떻게 하는지, 설거지는 어떻게 하는지…. 등등 개입을 할 때가

아요. 1학기가 시작할 때면 공동체가 신입생 모집을 하느라 떠들

많아요. 그런 개입을 할 때 후배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한 영혼을

썩하잖아요. 그때 저희 하우스 형제들은 신입생 모집 포스터를 붙

세우고 싶어서 개입하는 건 아닌지, 자신의 마음을 깊이 돌아보

이는 역할을 맡았죠. 그래서 열심히 포스터를 캠퍼스 곳곳에 붙였

고 개입해야 할 것 같아요. 후배들은 선배들과 함께 살면서 때로

는데 학교에서 청소해 주시는 아주머니들이 포스터를 붙이는 즉

는 선배들의 생활 중에서 ‘이건 아니다’라고 생각 될 때가 있을 거

시 떼어 내셨어요. 그래서 매일 밤마다 많은 양의 포스터를 붙이

예요. 그럴 때 선배들에게 실망하지 말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선배

고 다녔어요. 공동체의 필요 때문에 학교 근처에 사는 형제 하우

들에게 말해 주어야 해요. 그러면 선배들은 더 긴장하면서 생활할

스가 이 역할을 맡은 거죠. 그런데 이 일이 1주일 이상 계속되고

거예요. 이런 것이 서로를 세우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선배들이 하우스에 산다고 이런저런 일을 맡기는 일이 반복 되다 보니 하우스 후배들이 하루는 저보고 그러더라고요.“형~~ 저희

그리고 서로의 생각이 다를 때가 많을 거예요. 그럴 때마다 하우

는 하우스에 살려고 한 게 공동체의 일을 하기 위해서가 아닌데

스 회의를 통해서 서로의 이견을 조율할 필요가 있어요. 어떤 한

계속 일만 시키는 것 같아요. ”그때 할 말이 없더라고요.

사람의 생각이 절대적일 수 없기 때문에 서로의 생각을 들어보고 조율하고 대안을 찾으려고 노력해야죠. 또 갈등이 있을 때 갈등을

그런데 하우스 생활이 체계가 잡히면서 형제들의 삶이 안정되니

회피하거나 다음날로 미루지 말고, 자기 전에 갈등을 해결하도록

까 일을 하라고 하지 않아도 각자가 공동체의 중요한 역할을 맡아

노력하는 게 지혜로운 것 같아요. 갈등의 문제를 다음으로 미루다

서 하더라고요. 그래서 하우스 생활의 우선순위가 있다는 것을 알

보면 감정은 깊어지고 서로 언제 풀어야 할지 망설이다가 갈등은

게 되었어요. 우선 동생들 삶이 영적, 정서적, 육체적으로 안정되

깊어지게 되거든요.

도록 공동체가 기다려 주어야 하는 것이죠. 그래도 기본적으로 공 동체 하우스이기 때문에 하우스는 어떤 상황이든 공동체의 다른 멤버들에게 열려 있는 곳이어야 해요. 때로는 리더들이 때로는 동

Q. 대학생 때 함께 살아본 경험이 주는 유익이 무

생들이 하우스에 와서 영적, 정서적, 육체적으로 쉬고 싶을 때가

엇이었나요?

많거든요. 그럼 그런 친구들을 언제든지 환대해 줄 수 있어야 하 죠. 사실 이 부분이 쉽지 않아요. 어떤 분은 공동체 하우스의 환대 분위기가 그 공동체의 환대 분위기를 대변해 준다고 이야기하신 적도 있어요. 그만큼 하우스의 분위기가 좋을 때 공동체에게도 자 연스럽게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것이죠.

대학생 때 단지 자취가 아닌 하우스로 살아보는 것에 유익은 많 아요. 우선 자신이 얼마나 큰 죄인인지 더 확실히 알게 되죠. 공 동체에 착하다고 소문이 자자한 리더라도 하우스에 같이 살면 검 증이 돼요. 그만큼 하우스는 자신을 직면하는 곳이에요.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부분에서 많이 성숙하게 되죠. 서로

Q. 공동체 하우스에서 어떻게 관계를 세워가고 갈 등을 풀어가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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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어떻게 배려해야 하는지 알게 되고, 때로는 포기하는 것도 배 우게 되죠.


FOCUS

사실, 하우스 생활이 많은 유익이 되었다는 것을 결혼한 후에야

함께 나눌 이야기

알았어요. 살면서 서로의 다름을 조율하는 것이 익숙했던 저에게 결혼 생활에서 다름을 조율하는 것은 큰 어려움이 아니더라고요.

* 하우스를 위해서 집을 빌릴 때 보증금은 어떻게 하면 좋을까?

물론 형제와 자매의 차이는 존재하지만 그래도 조율하는 결혼 생

* 하우스 멤버십 교체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멤버십의 우선순위

활이 어렵지 않았어요. 직장 생활에서도 여러 사람들과 함께 지내

가 따로 있을 수 있는가?

는 것이 쉽지 않잖아요. 하우스 생활을 하면 선배들과 관계를 맺

* 하우스 재정 관리는 어떻게 하는 것이 지혜로울까?

는 법이나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가 넓어지죠. 하우스 생활 덕분

* 하우스 장이 준비할 부분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

에 직장에서도 별 어려움 없이 잘 지낸다고 말하는 동생들을 보면 서 감사하게 돼요.

함께 읽을 책들 Q. 공동체 하우스의 이름은 어떻게 짓나요?

디트리히 본회퍼. 「신도의 공동생활」. 정지련, 손규태 역. 대한기 독서회

공동체 하우스에는 대부분 이름이 있어요. 왜 이름을 만들까요?

고든 맥도날드. 「격려와 책망」. 김병년 역. IVP

하우스의 이름은 자신만의 공간이라는 생각을 공유하거나 하우스

게일 맥도날드. 「마음과 마음이 이어질 때」. IVP

의 정체성을 한 번에 드러내요. 공동체에서 하우스의 이름을 함께

폴 투르니에. 「강자와 약자」. 정동섭 역. IVP

부르면 하우스의 정체성을 알게 되고 하우스를 위해 기도해 줄 수 있겠죠. 때로는 하우스의 정체성이 올바른 목표를 담도록 주변에 서 도울 수도 있을 거예요. 하우스에 사는 멤버들은 그 이름을 기 억하면서 깊은 소속감도 경험하게 될 거고요. 전국 단위의 모임이 있을 때 자기 지부의 하우스에 어떤 이름이 있는지 학교별로 나누 어 봐도 재미있겠네요.

Q. 공동체 하우스가 없는 지부들에게 공동체에 하우스가 없다고 슬퍼마세요. 슬퍼하는 것보다 지금부 터 함께 살고 싶은 공동체 형제, 자매들이 생기도록 기도해 보아 요. 처음에는 함께 사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많을 텐데, 처음부터 거창하게 시작하기보다 작음 발걸음이라도 움직이는 게 중요하다 고 생각해요. 두려움을 버리고 용기를 가져서 지금부터 함께 살아 보는 시도를 해 보면 어떨까요? 사랑하는 IVFer 후배 여러분~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 만 부족한 표현력 때문에 아쉬움만 남네요. 하지만 제가 나누지 못한 부분들은 여러분의 학교 선배들과 이야기하면서 공동생활 에 대해 더 깊이 들어 보세요. 그리고 함께 살면서 몸으로 경험 해 보세요. 저도 여러분과 나눈 것을 학생 시절에 배웠고 지금도 ‘볕 좋은 동네’라는 공동체에서 몸으로 배우고 있답니다. 이 자 리를 빌어 저와 함께 살아 온 형제들과 공동체 식구들에게 감사 하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고명수 울산대 97 응답하라 1997년에 울산대에 입학해 IVF 공동체가 대안 이라 믿고 협동간사로 섬김.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 시작한 커피 때문에 현재는 카페잇다 대표로 있으며 포항 ‘볕 좋 은 동네’ 공동체에서 생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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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일상기도

글 _ 정한신

# 공동체로 살면서 드리는 기도 완전한 공동체이시며, 완전한 사귐이신 삼위 하나님, 우리를 공동체로 불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람 과 사람 사이의 막힌 담을 허무신 주님의 십자가로 인하여 하나 되는 기쁨을 누릴 수 있게 되었으니 이 것이야말로 놀라운 기적이고 놀라운 은혜입니다. 주님, 공동체이신 삼위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지음 받은 우리는 공동체가 아니면 온전해 질 수 없음을 고백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자아의 벽을 깨고 공동체로 발돋움하면 할수록 주님 당신을 더 깊이 알아가 고 성장해 갈 수 있음을 고백합니다. 주님, 우리에게 공동체를 향한 열망을 심어 주신 당신께서 우리를 온전한 공동체로 이끌어 주소서. 열 망은 강하지만 하나 되는 방법을 모르는 우리를 일깨워 주시옵소서. 여전히 강고한 자신의 벽과 모난 모습을 내려놓지 못하고, 자신을 주장하고 이기적으로 자신을 추구하는 우리를 변화시켜 주시옵소서. 주님, 우리는 솔직함과 무례함을 구별하지 못하고 관계를 향한 탐욕과 참된 친밀감의 욕구를 구분하지 못하여 주님이 아닌 불완전한 자아들이 중심이 되는 관계에 집착하곤 합니다. 주님, 오직 당신이 주인 되고 당신의 사랑과 말씀으로 하나 되는 건강한 공동체로 살게 하여 주소서. 주님, 공동체로 함께 사는 일은 서로의 민낯을 보고 일상을 만나는 일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서로의 치 부를 보고 생활 속에서 부딪칠 때마다 당신의 사랑으로 용납하고 용납 받는 것을 배우며, 우리를 향한 당신의 마음도 배우게 하여 주소서. 비난하기보다 기도하고, 배제하기보다 보듬는 은혜로 살게 하여 주 소서. 그래서 참 공동체 안에서 당신의 사랑을 만나고 참 쉼을 얻도록 하여 주소서. 주님, 우리 공동체가 당신의 나라를 드러내는 공동체가 되게 하여 주소서. 서로 깊이 사랑하고 나눔으 로 사람들이 우리 공동체의 모습을 보고 주님 당신께 영광을 돌리며, 당신의 나라를 맛보아 살아 있는 공동체가 되게 하여 주소서. 세상 속에 존재하면서도 세상에 속하지 않는 거룩한 공동체가 되게 하여 주소서. 우리 안에만 만족하 는 공동체가 아니라 온 세상을 회복하시는 주님의 뜻을 수행하는 보냄 받은 공동체가 되게 하여 주소 서. 제자들의 공동체를 이 땅에 남겨서 당신의 나라를 위해 일하게 하신 주님의 그 명령을 따르는 공동 체가 되게 하여 주소서.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정한신 부산대 94, IVF 일상생활사역연구소 기획연구위원 IVF에서 만난 사랑스러운 아내(한은정, 동아대 99학번)와 두 아들과 더불어 성숙하는 가정을 꿈꾸며 살고 있다. 캠퍼스에서 법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일상생활사역연구소에서 일터와 삶터 를 살아가는 영성에 대한 연구와 더불어 TGIM 운동, ‘일상기도’운동에 힘쓰고 있다. 일상생활사역연구소는 일상생활이 곧 예배이며 사역이라는 관점과, 성도들이 보냄받은 곳이 어디든 사역의 현장이며 선교의 장이라는 관점을 나누기 위하여 연구하고 운동하는 연구소입 니다. 일상의 다양한 주제를 기도로 드리는 훈련인 “일상기도”를 더 만나고 싶으신 분은 연구 36

소 홈페이지(www.1391korea.net)와 페이스북 페이지(1391korea)를 방문해 주세요.


VIEW+int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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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멀스멀 봄이 오고 있어요. 어떤 기대를 가지고 있나요? 어느 봄날, 봄바람에 마음이 살랑이고 괜히 싱숭생숭한 날엔 <대학가>가 친구 되어 드릴게요.

38P_ 깨어지기 쉬운 반석 42P_ A4 한 장으로 세상 읽기 44P_ 사랑으로 열매 맺은 19년의 우정 46P_ 영화 ‘변호인’ 37


성경 속 인물

글 _ 최진승

깨어지기 쉬운 반석1) -실패한 이들을 위하여-

흥미롭게도 초대교회의 수장이었을 베드로 사도가 예수님을 부인하 는 장면은 복음서 네 권 모두에 등장한다. 본문은 “마가복음 14:6672”의 내용을 기초로 하는데 베드로의 부인 과정이 가장 잘 묘사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글의 모티브는“마태복음 26:75”과 “누가복 음 22:62”에 나오는 구절인 “밖에 나가서 심히 통곡하니라”에서 얻었다. 울음은 인간의 본성을 가장 잘 드러낸다. 특히 베드로의 인생에서 전무 후무한 이 통곡에 그의 실패와 회복이 잘 담겼다는 생각이 든다. 전통 적 견해에 의하면 마가가 베드로의 증언을 토대로 마가복음을 기록했 다고 하는데 베드로가 복음서 기자인 마가 앞에서 자신의 실패담을 이 야기할 때 어떤 심정이었을지 궁금해진다.

1) 이 제목은 마이클 카드의 책 「깨어지기 쉬운 반석」(IVP)의 제목과 같다. 정말이지 베드로

새 학기에 독자들 대부분은 기대감에 차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모 두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어떤 이들은 인생의 어두운 터널을 통과하 거나 자신에 대한 실망으로 낙심해 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삶에서 베드로와 비슷한 경험을 한 번쯤은 하게 될 것이다. 현재든 미래든 베 드로와 같이 처절한 실패를 경험하더라도 다시 회복할 수 있음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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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설명하기에 이보다 더 뛰어 난 묘사가 있을까? 마이클 카드 는 이 책에서 베드로의 이야기 뿐만 아니라 베드로를 통해 예수 님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복음서 를 주의 깊게 읽은 흔적과 음악 가의 감성이 결합된 이 책의 일 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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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후회 두려움의 정체는 무엇인가? 한 사람을 이토록 대범한 인간에서 비겁한 인간으로 단숨에 추락시키는 두려움의 실체는 무엇인가? 두려움은 태초부터 영혼에 기생하기 시작하여 영 혼을 조종해 왔다. 두려움은 영혼을 갉아먹는 살쾡이와 같으며 무방비 상태에 쳐들어오는 적군이다. 나는 두려움에 압도당한 채, 내 업을 접고 전심으로 따라다닐 만큼 사랑한 예수 님을 투명인간으로 취급했고 저주까지 했다. 나의 완강하고 거센 부인에 사람들은 더 이 상 묻지 않았다. 그때 새벽 닭 울음소리가 두 번째로 들려왔다. 그 소리는 차가워져 얼음이 된 영혼을 깨트리는 망치와 같았다. 내 영혼은 망치에 맞은 유리처럼 산산조각 나버렸다. 급히 등을 돌려 그 자리를 빠져나왔다. 온 몸에서 기운이 연기처럼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당장에라도 쓰러질 뻔했다. 그러나 발은 마치 주문에라도 걸린 듯 재빨리 움직였다. 살겠 다는 본능에 충실한 발이 야속하기까지 했다.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리지 않을 만큼 걸음 을 옮겼을 때 난 털썩 무릎을 꿇고 앞으로 고꾸라졌다. 안도감이 들 줄 알았는데 속이 매스 꺼웠다. 위장에서 올라오는 것이 아니었다. 내 존재와 삶에 대한 역겨움이었다. 몇 번의 구 역질로 속의 거짓과 오만이 쏟아져 나올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내 존재의 심연에 서 묵직한 것이 분수처럼 치솟아 올라왔다. 어떤 힘으로도 제어할 수 없는 감정이었다. 목 구멍을 지나는데 하나의 불덩이였다. 눈물이 흘렀고 난 한참을 통곡했다. 죽고 싶었다. 이 부끄러움을 감출만한 어떤 것도 이 땅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았다. 어디 든 숨고 싶었다. 나를 아는 모든 사람들로부터 도망칠 수 있는 곳으로. 내 생애 가장 수치 스러운 날이었다. 난 결코 단단한 반석이 될 수 없다. 나를 게바라, 베드로라 부르지 마라!

2. 실패의 자리 난 겟세마네에서 약 200여명의 대제사장의 종들과 무리가 몰려왔을 때 다른 제자들처럼 바로 뒷걸음치며 도망치지 않았다. 숨겨둔 칼을 꺼내어 대제사장의 종 말고의 귀를 잘랐 다. 내 스승을 지키고 싶은 필사적인 저항이었다. 무서웠지만 이왕 이렇게 된 것, 갈 때까 지 가 보자. 대제사장들과 장로들이 보낸 무리와의 충돌은 불가피할 것이다. 예수님을 위 해서라면 목숨까지도 버리겠다고 한 내가 아닌가. 하지만 체포해 가는 무리를 향해 호통 치는 것 외에는 아무런 저항도 없이 순순히 자신을 내맡기는 예수를 보면서 내가 할 수 있 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무기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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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려가는 예수의 뒤를 멀찍이 따라갔다. 공회가 열린 대제사장의 집에 이르렀다. 요한은 아 는 사람이 있어서 안까지 들어갔지만 나는 그럴 수 없었다. 심문이 진행되는 동안 난 아랫뜰 에서 기다려야 했다. 공기는 낮의 열기와 달리 차가웠다. 얼마나 길어질지 모르는 심문 과정 을 기다리기 위해선 으스스한 몸을 녹여야 했다. 종들이 모여 있는 불가로 갔다. 종들이 피운 모닥불의 열기를 느끼자 몸의 긴장이 조금씩 풀렸다. 하지만 내 모든 신경은 온통 안뜰에서 벌어질 광경을 상상하는데 집중되어 있었다. 모닥불 주위에 누가 서있는지 신경 쓸 겨를이 없 었다. 누가 서있는지 살펴본들 내가 아는 사람을 찾지는 못할 것이다. 더구나 깊은 밤이 아닌 가. 탁탁 소리를 내며 타는 모닥불이 내 얼굴의 윤곽선과 코와 눈을 선명하게 비추는 조명 역 할을 하고 있다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모두가 빨리 공회가 끝나서 잠자리에 들기를 바랄 뿐이 라고 생각했다. 별 영양가 없는 얘기들만 오고 갈 것이 뻔했다. 난 아무 말 없이 적당히 웃거 나 침묵하면 될 것이다. 2) 한글 번역으로는 단순히 ‘여종’이

시간이 좀 지나 어둠에 시야가 적응이 되었을 즈음에, 전혀 본 적도 없어 보이는 종들 중에 나

라 하여 나이를 가늠할 수 없지만,

를 알아보는 종이 있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종은 겟세마네에서 내 칼에 귀가 잘린 종

원어로는 paidisk¢(servant girl, maid, slave girl)로 나이가 어린 여 종을 의미한다. 베드로는 가장 나

과 친척이었다. 그 종은 종들 중에서도 가장 어린 나이2) 였다.

이 어린 종 앞에서도 예수님을 부

나를 빤히 쳐다보던 그 종은 주위 사람들에게 내가 저 안에서 심문받고 있는 예수를 따라다

인했다는 것을 마가는 강조하고 있

니던 제자 중 한사람이라고 말을 했다. 모닥불 주변에 모인 사람들이 내 얼굴을 확인하기 위해

는 것 같다.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모닥불의 뜨거운 열기가 내게만 불어온 것처럼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름을 느꼈다. 나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그 자리에 아무도 없었다. 예수님이 홀로 공 회 앞에 서신 것처럼. 순간, 난 무기력한 자신과 마주해야 했다. 아니, 종들 중에서도 가장 나이 가 어린 여종에게서 추궁을 받고 있다는 생각에 수치심을 느꼈다. 난 당황하여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그 위기를 벗어나려면 단호하게 대처해야 했다. 나의 단호한 태도를 보면 저 어린 여종 의 말이 그다지 신뢰할만한 것이 못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그 여종은 집요했다. 어린 것이 포기할 줄을 몰랐다. 그 여종은 곁에 있는 사람들에 게 확실하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그 자리를 빠져나가는 나를 좀 더 가까이서 확인하려고 몸을 돌리고 있었다. 난 뒤를 돌아보며 머리를 가로젓고 아니라고 손을 흔들었다. 사람이 당황하 면 몸짓은 과장되기 마련이다. 사람들은 내가 갈릴리 사람임을 확신했다. 내 말투와 억양 때 문이었다. 난 지금까지 한 번도 내 억양이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고 느낀 적이 없었다. 난 표준 말을 쓰고 있다고 생각했다. 또한 내 억양을 부끄러워한 적도 없었다. 젠장! 하필 이때에 나도 분명히 구분할 만큼 갈릴리 사람들 특유의 느린 억양이라니! 갈릴리 말투가 이렇게도 부끄럽 게 느껴진 때는 없었다. 막다른 곳에 몰려 도망칠 수 없게 되었음을 아는 순간, 반사적으로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 사 로잡혔다. 난 독 안에 든 쥐와 같았다. 그들이 휘두르는 주먹 한 방이면 난 쓰러져 죽을 것 같 았다. 두려움에 사로잡히자 내가 이전에 했던 말에 대한 책임 의식도, 자존심도 소용없었다. 살고 싶은 욕구를 이기지 못했다. 그 두려움에게 무릎을 꿇고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아무리 치 졸한 일이라도 할 테니 목숨만은 살려달라고 했다. 그 두려움과 계약을 맺었다. 난 예수를 저 주하며 예수의 ‘예’자도 모른다고 부인했다. 그것은 두려움이 낳은 최고의 거짓말이었다. 두 려움과 맺은 계약은 잔인했다. 두려움은 목숨을 살려 준 대신 내게서 영혼을 앗아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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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용서 예수님을 따라 다니며 여러 번의 말실수를 했지만, 그 모든 실수를 합해도 이번의 것보다 더 수치스럽지는 않았을 것이다. 영혼을 잃어버린 내 존재는 겨보다도 더 가볍게 느껴졌다. 한참 을 울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었다. 철저한 실패와 무기력으로 인한 울부짖음과 비 참한 슬픔이 덮쳐 왔다. 결코 회복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렇게 한참이 흘렀다. 저 멀리서 여명 이 밝아 오고 있었다. 영원히 지속될 것 같던 후회와 나 자신에 대한 경멸의 감정도 시간이 지 나면서 차츰 가라앉기 시작했다. 감정의 소용돌이가 잦아들자 머리가 맑아졌다. 예수님이 하 신 말씀이 매우 또렷하게 떠올랐다. “그러나 내가 너를 위하여 네 믿음이 떨어지지 않기를 기 도하였노니 너는 돌이킨 후에 네 형제를 굳게 하라”(누가복음 22:6). 이 말씀을 하신 예수님은 내가 예수님을 모른다고 부인할 때에 가장 외롭고 힘든 순간을 보내 고 계셨다. 가까운 동료였던 제자 중 한 명에게 배신을 당하고, 열 명의 제자들에게 버림받았 으며 무방비 상태로 유대 법정에 홀로 서셨는데, 가장 가깝게 지냈던 나는 공개적으로 그분을 거절하기까지 했다. 그런데도 예수님은 나를 이미 용서하셨고 실패와 좌절의 나락에서 회복 하기를 원하셨다. 내가 넘어지기 쉽고 깨어지기 쉬운 존재임을 그분은 아셨던 것이다. 실패한 나를 향해 긍휼한 눈빛으로 바라보시던 모습이 떠올라서 눈물이 쏟아졌다. 3년 동안의 동고동락은 예수님을 신뢰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이 3년은 나 자신의 참모습을 깨닫는 데는 짧은 시간이었다. 예수님은 결코 내가 반석과 같은 존재여서 ‘베드로’라 는 이름을 주신 게 아니었다. 예수님은 내가 ‘반석’이 아니라 부서지기 쉬운 ‘흙덩이’임을 아셨 다. 반석이 어떻게 깨어질 수 있단 말인가! 그런데 나는 양심조차 지키지 못하는 그런 약한 존 재였다. 그것을 아시면서도 예수님은 나에게 ‘반석’이라는 이름을 주셨다. 현재의 연약한 내 모습이 아니라 미래의 나를 보고 계셨던 것이다. 연약하여 앞으로도 넘어지고 실패할 것이다. 사람을 실망시키기도 하고, 모순되는 자신의 모습에 역겨워도 할 것이다. 하지만 돌이킬 용기 를 주시는 분이 계신다. 그분은 가까운 이들에게서 버림받고 비웃음을 당하고, 수없는 폭력을 받으셨음에도 홀로 갈보리 언덕에 오르신 예수님이시다. 나와 우리 때문이다. “내 안에 거하라 나도 너희 안에 거하리라 가지가 포도나무에 붙어 있지 아니하면 스스 로 열매를 맺을 수 없음 같이 너희도 내 안에 있지 아니하면 그러하리라”(요한복음 15:4)

<도움을 받은 책> 마이클카드.「깨어지기 쉬운 반석」. 임혜진 역. IVP 이현주.「예수를 만난 사람들」. 생활성서사 톰 라이트.「마가복음」. 양혜원 역. IVP 박완서.「한 말씀만 하소서」. 세계사

최진승 영남동부 지방회 대표간사 세 명의 딸을 둔 딸부자 아빠. 말씀을 통해 하나님 음성 듣기를 좋아하고 연약한 사람 들을 돌보는 데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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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코멘트

글 _ 안성영, 사진 _ 구글 이미지

A4 한 장으로 세상 읽기

#1 KBS가 수신료를 인상하려고 한다. 수신료 인상도 인상이지만, TV수상기 가 있는 기기에만 부과하던 수신료를 각종 스마트 기기에까지 적용하려고 하면서 많은 이들의 속을 들끓게 만들었다. 이러한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KBS측에서는 ‘공영 방송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수신료를 인상해야 한다고 한다. 국민들이 지불할 수수료 인상만큼 공영 방송이 강화된다면 기 꺼이 수신료 인상안을 수용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지난 2월 5일 민경욱 전 KBS 앵커가 청와대 대변인으로 옮긴 일이 더욱 논란의 불씨를 키웠다. 민경욱이라는 인물됨의 평가는 뒤로하고서도,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청 와대로 옮기기 하루 전까지 KBS 보도국 문화부장으로 ‘뉴스 9’에 출연했을 뿐만 아니라 3개월 전까지 KBS의 간판 뉴스 프로그램인 ‘뉴스 9’의 앵커를 역임하며 공영 방송 KBS의 얼굴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그의 행보는 보통 언론인이 공직이나 정치권으로 진출하는 경우 최소한의 유예 기간을 거치는 ‘언론 윤리’를 무시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Ahn’s COMMENT

KBS윤리강령 1조 3항의 “KBS인 중 TV 및 라디오의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 그리고 정치 관련 취재 및 제작 담당자는 공영 방송 KBS 이미지의 사적 활 용을 막기 위해 해당 직무가 끝난 후 6개월 이내에는 정치 활동을 하지 않는 다.”라는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공영 방송 KBS가 과연 공영 방송인지 관영 방송인지를 보여 주는 척도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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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인상되는 요즘, 방송 의 공공성과 언론인의 윤리, 정 치 권력의 수준도 올라가는 것이 마땅하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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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임명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윤진숙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지난 2월 초 해임되었다. 특히 사퇴가 아닌 해임으로 마무리된 역대 장관이 1명밖에 안된다고 하니, 정부가 결연한 의지를 보여 주었다고 할 수 있다. 추정되는 해임의 사유로는 여수 기름 유출 사고 현장에 서 있었던 부적절한 행동과 언행,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의 문제점 등을 들 수 있다. 특 히 현오석 경제 부총리의 카드사 금융정보유출사건과 관련된 부적절한 언행 이후 박대통 령이 경고를 한 후라 이번 해임 건은 윤진숙 전 정관의 발언에 책임을 묻겠다는 박대통령 의 의지를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누리꾼들은 반응이다. 누리꾼들은 같은 날 있었던 국가정보원 대선개

Ahn’s COMMENT

입 의혹 수사를 축소, 은폐해서 선거에 악영향을 미친 혐의로 기소된 김용판 전 서울지방 경찰청장의 무죄 선고에 대한 여론을 호도하기 위해서 청와대가 윤진숙 전 장관 해임 카 드를 꺼내든 것 같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하긴, 그동안 윤진숙 전 장관의 부적 절한 발언에 대한 비판은 임명할 때부터 그토록 많았는데 이제껏 요지부동이었다가 전격 적인 ‘해임’카드를 쓴 것도 이상하고, 매번 국정원 관련 사건의 진실이 하나둘 밝혀질 때마

윤 전 장관이 자신을 향한 구설수가 자신의 인기 덕분이라고 했는데, 혹 청와대가 윤 전 장관을 연예인으로 착각해서...

다 발생했던 연예인 스캔들도 이번에는 전무한 상황이 이상하긴 하다.

#3 두 편의 영화가 있다. 한 편의 영화는 총 관객 수 1,100만을 넘어서 한국 영화 흥행 순위 8 위에 오른 ‘변호인’이라는 영화다. 아직 상영 중이기 때문에 순위 상승이 기대된다고 한다. 그리고 다른 한 편의 영화는 2월 초에 개봉해서 예매율 1위를 달렸음에도 불구하고 고작 100여 개의 상영관에서 개봉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진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이다. 보통

Ahn’s COMMENT

흥행이 예상되는 영화는 400여개 이상의 상영관을 확보하고, 예매율이 높으면 개봉관을 더 확보하는 것이 전례인데 이례적인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경제 성장과 경쟁의 논리를 최고로 여기는 대한민국에서, 경제 논리와 는 정반대의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데 방송이나 언론은 이에 대하여 철저히 침묵하고 있 다. 이렇게 소리 없이 1,000만을 넘긴 영화와 흥행과 상관없이 개봉관이 확보되는 영화가

역시 대한민국에서 최고는 능력도, 공부도, 돈도 아니고, 빽이 최고??? 그래도 줄서지 말고, 빽 없으면 끼리끼리 연대합시다!!!

존재하는 세상이 2014년의 대한민국이다. 안성영 IVF 사회부 담당 간사 곁에 있으면 누구보다 이 사회를 사랑하는 마음이 전해진다. 유쾌, 상쾌, 통쾌한 열정이 있어 주변을 매료시키는 매력이 있다. 43


선교단꿈 리턴즈

인터뷰어 _ 남궁화경, 인터뷰이 _ 유수진

사랑으로 열매 맺은 19년의 우정 페이스북을 보니 필리핀과의 인연이 보통이 아닌 것 같았어요 이걸 얘기하려면 먼저 춘천 IVF와 타클로반 IVCF의 인연을 먼저 이야기해야 해요. 춘천 IVF가 타클로반으로 처음 비전트립을 갔던 게 1996년이었어요. 그 뒤로 17년 동안 19번의 비전트립이 더 이어졌고 지방회 차원에서 매해 타클로반 캠퍼스 사역을 도울 단기선교사 도 파송해 왔지요. 그런데 지난 2011년, 지원자가 없어서 중단되고 말았어요. 이것을 계속 이어가야 한다는 선한 부담감이 생겼지요. 간사님들과 의논하니 필리핀에서 사역하려면 기도와 재정 후원자들이 필요하고 영어를 준비해야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후원자 들을 모집하는 동시에 우선 영어를 공부하기 위해 호주에 갔어요. 거기서 몇 개월을 보낸 후 2013년 초에 필리핀으로 갔죠.

타클로반 IVCF를 섬긴 춘천 IVF와 유수진 자매의 이야기

타클로반에서의 캠퍼스 사역은 어떻게 진행되었나요? 함께 일할 현지인 동 료들이 있었나요? 아니요. 현재 타클로반에는 IVCF 간사 팀이 없어요. 그래서 한국에서 단기선교사가 와 있

이 모든 것의 시작은 한 필리핀 IVCF(필

을 때는 학생들이 모이다가도 돌아가면 다시 흩어지는 등 어려움이 많죠. 전반적인 사역

리핀의 IFES 운동) 간사님이 페이스북에

은 한국과 비슷해요, 학생들을 만나서 모임을 하고 PBS도 했어요. 그렇지만 학생이 아닌

올린 짧은 글이었다.

외부인들은 학교 안으로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캠퍼스에서 LGM이나 DPM을 할 수는 없

“한국 IVF 친구들, 저희를 위해서 기도

었어요. 아침 6시에 학교 근처 바닷가에서 모여 함께 기도하던 DPM이 많이 생각났어요.

해 주시고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특히 유수진 자매가 저희를 직접 방문해 주어 정말 기뻐요!”

수진이가 만난 필리핀 학생들은 어떤 사람이었나요?

작년 11월 필리핀 타클로반과 세부를 강 타한 태풍 하이옌은 기상 관측 역사상 가

필리핀 사람들은 순수 그 자체인 것 같아요. 그리고 한국처럼 권위적이지 않고 나이에

장 강력한 태풍으로 기록되었으며 1만여

상관없이 모두 친구가 돼요. 상냥하고 따뜻한 사람들이죠. 그렇지만 시간 개념 자체가 우

명이 넘는 사상자를 냈다. 이 와중에 필리

리와 다른 점은 참 힘들었어요. 모임 시간에 2-3시간 늦는 것은 기본이었으니까요. 약속

핀을 직접 방문했다는 그녀는 누구일까?

에 늦는 학생들을 기다리면서 화도 많이 났지만 그 친구들을 향한 사랑도 같이 키워 갔

이런 궁금증을 안고 한국으로 돌아온 유

던 것 같아요. 그렇게 정을 쌓았기 때문에 갑작스럽게 필리핀을 떠나게 되었을 때 정말

수진 자매를 직접 만나 보았다.

슬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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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럽다니요? 무슨 일이 있었어요? 다리를 다쳤는데요. 거기에 염증이 생겨서 통증이 점점 심해졌어요. 시간이 지나도 낫 지 않고 점점 악화되더라고요. 그래서 치료를 받으러 돌아올 수밖에 없었는데 그게 10 월이었어요. 저도, 필리핀 학생들도 많이 아쉬워했지요. 한국에서 치료를 받아 상처는 나았지만 한동안 부정적인 감정 때문에 힘들었어요. 하나님께 한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는 패배감이랄까? 필리핀 학생들한테도 미안하고 ‘도대체 하나님의 뜻은 어디에 있는 걸까?’ 괴로워하기도 하구요. 그러다가 11월에 태풍 소식을 들었을 때 저도 모르게 ‘다 시 필리핀에 돌아가야겠다!’라는 생각에 간사님께 말씀드렸더니 그러면 “네가 직접 필 리핀에 가서 춘천 IVF에서 모금한 헌금을 집행하는 일을 해 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가자마자 제가 생활했던 장소들을 먼저 둘러보았어요. 정말 처참하더라고요. 학생들 을 만나서 그들이 경험한 끔찍한 이야기들도 들었어요. 라이언이라는 남학생은 쓰나미 가 몰려왔을 때 처음에는 지붕 위로 기어 올라갔다가 나중에는 전봇대에 매달려 있어 야 했대요. 바로 옆에서 사람들이 죽어가는 모습들을 지켜보면서요. 가족 중 9명이 죽 음을 당한 친구도 있었어요.

그런 상황 속에서도 타클로반 IVCF 친구들이 수진이를 다시 만나서 기뻐 했을 것 같아요 저도, 그 학생들도 기쁘고 감사했어요. 제가 다시 돌아온 것을 보고 고맙다고, 네가 진 정한 우리의 친구라는 걸 다시 알게 되었다고 이야기해 준 학생도 있었고요. 태풍으로 인한 물리적 피해들은 구호 작업이 시작되었지만 사람들의 마음속에 남은 심리적 트라 우마는 그보다 훨씬 오래갈 것 같아요. 그들을 위해서 기도하고 상담해 주는 등 정서적 인 지원이 계속 필요해요. 태풍 피해자들을 잊지 말아 주세요. 또 가톨릭이 강세인 필리 핀에서 개신교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많은 핍박과 어려움을 동반해요. IVCF 친구들과 간사들을 위해서도 기도 부탁드려요.

*이번에 필리핀 IVCF와 태풍 하이옌 피해자들 을 위해 춘천 IVF를 통해서는 약 6,800,000원 이, 중앙회 선교부를 통해서는 4,459,300원이 모금되었으며 이는 전액 필리핀 IVCF에 전달 되었습니다.

남궁화경 IVF 선교부 간사

유수진 한림대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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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봤어? 글_강동훈 사진_구글 이미지

영화 ‘변호인’ - 당연한 것에 대한 분노 -

이번 <대학가> 기사는 조금 무거울 것 같습니다. ‘정의’ 에 대해 이야기 해보죠. 혹 시 재작년에 가장 많이 팔린 책을 기억하시나요? 바로 마이클 샌델 아저씨의 「정의 란 무엇인가」입니다.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는 세상이 정의롭지 못하다고 생 각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이렇듯 우리는 정의로운 세상을 꿈꿉니다. 영화 ‘변호인’은 1980년대 인권변호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그가 변호했던 부림 사건을 모티브로 해서 큰 화제가 되었죠. 전두환 대통령 시절에 노무현 변호사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했기 때문에 영화에 대한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렸습니다. 개봉 초기에 극우사이트인 일간베스트 회원들에게 별점테러를 당하면서 큰 화제를 불 러일으키기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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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림 사건이란 ‘부산 학림 사건’의 줄임말입니다. 학림사건은 1981년 군사 쿠데타로 정 권을 장악한 전두환 등의 신 군부세력이 민주화 세력을 탄압하기 위해 학생 운동단체 등을 반국가 단체로 몰아 처벌한 사건을 말합니다. 이때 대학생 단체가 첫 모임을 가졌 던 대학로의 학림다방이라는 이름을 따서 학림 사건이라는 별칭이 붙었습니다. 신군부 세력이 정권 안정을 위해 날조한 대표적인 공안사건이라고 볼 수 있죠. 서울에서 정권 안정을 이루었으니 지방에서도 안정을 이루겠다는 심산이었나 봅니다. 신군부 정권의 최대 걸림돌인 김대중 전 대통령을 엮어 정치적 정적도 제거하기 위한 판을 짭니다. 이 판이 바로 부림 사건이죠. 극중 국밥집 아들 진우와 그 친구가 진술서에 적은 ‘서울에서 만난 김선생’의 정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아닐까 추측이 됩니다. 이 얼토당토않은 경찰의 행동에 관객들은 분노합니다. 그런데 이 말도 안 되는 행동들 이 법적인 근거를 가지고 있어 한 번 더 놀랍니다. 보편적 정의로는 말도 안 되는 사실 들이 법적 절차를 가져서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스크린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분노하지만 실제로 주변에서 일어나는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해서는 침묵합니다. 이러한 이야기는 세상의 이야기에 한정되지 않습니 다. 한 대형교회에서 9할 이상의 교인들이 교회 세습을 찬성했다고 합니다. 그 과정상 에 있어서 그 어떤 문제점도 발견되지 않습니다. 다수결의 원리에 의해 민주주의적인 방식으로 신도들이 보는 가운데 비밀투표로 진행되었으니까요. ‘이러한 세습이 과연 정 의로운 걸까’ 생각하는 순간, 목사님의 한마디에 신도들은 순종을 강요받습니다. 교회 를 사랑하고 헌신에 집중하라는 메시지죠. 이로써 신도들이 불의에 대하여 느끼는 불 편한 감정이 억압당합니다. 모두가 회피하기 바빴던 사실에 대해 앞뒤 가리지 않고 폭발하는 송변호사의 사자후는 절로 소름을 돋게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송변호사도 흔들립니다. 바로 불안감 때문이죠. 건설회사의 경제적 외압과 정치적 공격, 그리고 집 으로 오는 협박 전화까지. 정의의 감정을 흔드는 좋은 무기는 미래에 대한 불안입니다. 우리 시대의 청년들이 정 의에 대한 분노와 야성을 잃어버린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극대화 된 세대입니 다. 소수의 영웅들과 나의 삶을 끊임없이 비교하며 좀 더 나은 미래를 맞이하기 위해서 정의와 타협하라고 유도합 니다. 끊임없는 경쟁 덕에 선의를 생각할 겨를이 없고, 약자를 짓밟고 올라간 영웅을 찬양합니다. 각종 매스컴이나 신문 기사에 나오는 소위 ‘성공 사례’는 이 시대의 청년들을 더욱 더 불안하게 만들고 있죠. 이 메시지에 갇힌 청년 들이 정의와 마주할 정신은 없어 보이는군요. 사랑과 공의의 하나님을 믿는 그리스도인들에게 거룩한 분노는 반드 시 필요한 감정이지 않을까요? 영화 ‘변호인’은 불의를 마주했을 때, 상상만 했던 거룩한 분노의 감정을 꺼내 준 탁월한 영화였습니다.

강동훈 아주대 미디어학부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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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실에서 2월 중순, 동해안에는 며칠째 폭설이 내린다는 뉴스를 접합니다. 갑작스레 전해들은 이집트 의 사건과 경주 리조트의 사고 소식까지. 예기치 못한 소식들에 마음이 절로 무거워집니다. 그 무거움을 간직하며 일상을 어떻게 살아야할지 오늘도 고민합니다. 그래도 봄이 주는 기쁨과 설렘을 잃지 않겠노라 다짐하며 마음을 추슬러 봅니다. 파르스름한 14학번이 캠퍼스를 활보할 날이 머지않았네요. 그들에게 IVF가 가진 자산을 소개 하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이번호를 준비했습니다. 혼자 살기 바쁜 시대를 거슬러 같이 살기를 자처한 우리 운동의 가치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이번호를 작업하면서 아옹다옹 같이 살며 지 지고 볶았던 대학 시절이 아련하게 떠올랐습니다. 아픈 가정에서 자란 저는, 하우스(생활공동 체)에서 살면서 가족과 가정을 새롭게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당신들의 인생을 헤아려 보려 안 간힘을 쓰며 기도했고, 가족의 뿌리 깊은 상처를 나의 대에서 끊어내겠노라 결단하면서 미래 의 가정을 꿈꾸었습니다. 생활공동체로 살았던 경험이 없었다면 결혼 적령기가 되어서도 가정 을 꾸리는 일이 퍽이나 두려웠을 것 같습니다.(하지만 지금은 알콩달콩 신혼 생활을 하며 참기 름을 짜고 있답니다.) 아픈 가정을 보고 자라서, 가족과 결혼에 대해 소망이 없는 친구들이라 면 IVF에서 생활공동체 멤버가 되기를 강추합니다. 소망 없던 마음에 치유의 손길이 엄습해, 결혼 후에 저처럼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새해를 맞아 편집부 사무실에도 새 바람이 불었습니다. <대학가>에 새로이 합류한 엄창근(부 산고신대 07) 간사 덕분입니다. <대학가> 역사 상 최초의 형제 간사랍니다. 지부에서는 삼촌 으로 불리며 신입생들과 친해지려고 농을 던지며 열심히 명맥을 유지하던 부산 남자지요. 깨 알같은 농과 센스 있는 문장력을 수혈해 준 그의 존재 덕분에 이번호가 더욱 반짝입니다. 앞으 로 그의 선전을 기대해 주세요! 안혜진 <대학가> 편집인 | daehakga@ivf.or.kr

<대학가>는 IVF 공식 회보로서 학생 운동 전반과 그리스도인 대학생의 신앙생활을 위한 읽을거리를 싣고 있습니다. 한국기독학생회(IVF:Inter-varsity Christian Fellowship)는 ‘캠퍼스와 세상 속의 하나님 나라 운동’의 비전을 가진 복음주의 선교단체입니다.

발행일 | 2014년 2월 25일 발행처 | (사)한국기독학생회 121-837 서울시 마포구 동교로 156-10 전화 | 070-8275-6335 팩스 | 02-333-7361 E-mail | daehakga@ivf.or.kr 발행인 | 한기수 편집위원장 | 박종서 편집인 | 안혜진 기자 | 엄창근 디자인 | 문이선 김아롬새미 표지 | 지은실 제작 | 김효영 인쇄 | 예원프린팅 편집위원 | 김민영 권민우 김태경 박형석 조해근 호욱 고성지 김동현 신민경 학생기자 | 황지혜 임하은 김강산 강동훈 권기웅 이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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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소개_ 누군가가 궁금해지는 낯선 시작

Vol.199.2014. 03*04 | 대학가 | 나 같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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