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류시화작가의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에는 퀘렌시아에 관핚 이야기가 나옵니다. 퀘렌 시아란 투우장에서 지친 소가 자기가 쉴 곳을 정해놓은 뒤 힘이 들 때마다 숨을 고르고 쉬었다가는 안식처라는 뜻의 스페인 단어입니다. 투우소를 생각하면 거칠고 공격적인 싸움을 하는 이미지가 가 장 먼저 떠오르는데 그런 투우소가 경기장에서 자싞의 쉴 곳을 미리 정해놓는다는 사실은 낯설고도 놀라웠습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투우경기가 일상인 투우소에게도 쉬어갈 공갂과 시갂이 필요하다면,우리들의 일상 속에도 스스로가 정해놓은 쉬는 시갂이 필요핛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 니다.
얶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서점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챀 순위에는 ‘지친 나를 위핚 위로’의 챀들이 빠지지 않고 올라와있었습니다. 건강핚 삶을 살기위핚 웰빙의 바람은 힐링의 바람으로 바뀌었고 나 의 마음을 돌보며 즐겁게 살자는 삶의 태도가 시대의 경향처럼 유행하기 시작했습니다. 서점에 줄줄 이 놓인 마음치유 서적들을 보고 있으면 일상 속에서 위로와 격려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짂 것 에 기쁘기도 하지만 핚편으로는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일상에 지치고 힘들어하며 위로를 얻고 싶어 하는 현실을 나타내는 것 같아 마음 핚 켠이 먹먹해지기도 합니다. 직장 일에 쫓기는 사람들, 생계유지를 위해 극심핚 노동에 시달리는 사람들. 학업과 취업 스트레스 에 짓눌릮 사람들. 제 각각 마음의 병을 안고서 갂젃핚 위로가 필요핚 사람들은 자싞만의 투우경기 장 안에서 매일 투우경기를 치르는 것 같습니다. 너무 열심히 경기를 하는 것에 집중핚 찿 쉬어가는 시갂의 소중함을 잊어버릮 것은 아닐까요? 쉰다는 것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낭비의 시갂이 아닙니다. 두 걸음을 걷기 위해서 핚걸음을 쉬어가 야 하듯이 ‘쉼’이란 더 나은 방향으로 가기위해 꼭 필요핚 시갂입니다. 고급스러운 해외여행을 가지 않더라도, 멋짂 자동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하지 않더라도 일상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커피를 핚 잒 마시며 쉬어가는 것이 바로 쉼이자 자싞만의 퀘렌시아일 것입니다. 김승희, 최미라 작가님의 ‘마시고 쉬어가는’ 그린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지고 그 냥 웃음이 났습니다. 두 분의 작가님의 작품에 녹아있는 ‘쉼’이 저에게 위로를 건네며 작은 휴식을 선물하는 듯 했습니다. 퇴귺 후 마시는 소주 핚잒, 오늘 하루 수고핚 나를 위해 따뜻핚 커피 핚잒, 그 리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모습들. 그린을 보고 있으면 꼭 내가 그린 속의 주인 공이 된 것처럼 기분 좋은 휴식의 기억들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그 린을 그리는 작가님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가짂 분들일까?’ 젂시를 준비하며 작가님들을 인터뷰를 하던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답변이 하나 있었습니다. 관람객들이 그린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하길 바라 는지를 묻자 두 분의 작가님들은 모두 이렇게 대답하셨습니다. ‘그냥 재밌게 보셨으면 좋겠어요. 그림을 보면서 즐거워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린 속에서 거창핚 의미를 찾는 것이 아니라 그저 그린을 통해 즐거움을 느끼는 것. 그럼으로써 그 시갂동안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것. 인터뷰를 통해 김승희, 최미라 작가님의 ‘마, 쉼’에 대핚 짂심이 작 품 곳곳에 녹아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시고, 쉬다’라는 의미의 ‘마,쉼’젂은 그 제목처럼 일상에 서 찾을 수 있는 소소핚 행복과 휴식으로 가득 찬 젂시입니다. 바쁜 일상 속의 달리기를 잠시 멈추고 ‘마,쉼’ 젂이 여러분들에게 따뜻핚 퀘렌시아가 되기를 바라봅니다. 큐레이터 장현영
김
희 승
이름은 김승희이고 아동미술학 원 운영하면서 그린을 그리고 있 습니다.
5년 젂쯤에 같은 아동미술학원 에서 선생님으로 만나서 함께 일 을 했어요. 일을 그만두고 나서 도 사적으로 친분이 생겼어요. 대화를 하면서 서로 미술활동을 좋아하는걸 알게 됐고 얶젠가 꼭 같이 작업을 하자고 얘기 했었어 요.
같이 시작했던 멤버들이 있어요. 이 젂에 젂시핛 때는 저와 최미 라 작가를 포함해서 총 4명이었 는데 이번 젂시 준비 기갂이 그 리 길지 않았던 터라 두 친구는 빠지고 최미라 작가와 저, 두 명 만 하게 되었어요.
저는 평소에 음식을 소재로 드로 잉을 많이 해요. 최미라 작가는 주제가 굉장히 방대핚 스타일이 에요. 특이핚 캐릭터들을 많이 잘 그렸던 것 같아요.
제 그린을 보고 같이 위로 받는 느낌이 드셨으면 좋겠어요.
이번 젂시 주제는 ‘마,쉼’ 인데요. ‘마시고, 쉬다‘ 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직장 일을 마친 사람들이 멀리 가지는 못하고 가까이에서 쉬어 갂다고 생각해요. 아주 평범 하고도 금방금방 접핛 수 있는 것 이죠. 마시고 쉬는 일이 가장 소극 적인 탈출구라고 생각해서 ’마, 쉼 ‘ 주제를 잡게 되었어요. ‘잠시 쉬어가도 괜찮아'라는 주제 였어요.
네. 그런 것 같아요. 제가 작업하 는 형태가 주된 업무(직장)가 있고, 일탈이자 탈출구처럼 작업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작업자체가 저희에 게는 ‘쉽’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그런 의미에 어울리는 작 업을 평소에 많이 했던 것 같아요.
4명의 멤버들 모두 직장 일이 생 활젂선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시갂적인 조율이 힘들어요. 다들 시갂내기가 힘들 죠. 특히 저는 회사에 다니지는 않 지만 회사에 다니는 친구들은 야 귺이 많아서 핚 번 젂시를 함께 하는 것도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린을 보시는 분들도 같이 위로 를 받고 공감해주 실 수 있으면 좋겠어요.
네. 그런 것 같아요. 인물의 표 정이나 음식을 그릯 때요. 맛있 는 음식을 먹으면 하루의 피로 가 풀리고 기분이 좋아지잓아 요? 갑자기 맛없는 음식을 먹 으면 기분이 나빠지는 것처럼 요. 좋은 사람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하루의 고단 함과 스트레스를 푸는 것. 그런 모습을 그리면서 저 자싞이 위 로 받는 것 같아요.
젂시 경험이 많지 않아서 생각 을 많이 해보지는 않았는데, 이 번에 작업하면서 하고 싶은 것 들이 생겼어요. 이번에는 ‘술 핚잒’을 중심으로 작업했는데 앞으로는 조금 더 넓은 주제로 작업을 많이 해보고 싶다는 생 각이 있어요.
현재는 여자가 그려짂 그린밖 에 없지만 남자를 그리는 것도 생각해보고 있어요. 옛날부터 ‘술’은 직장을 다니는 아버지들 의 피로를 풀어주는 이미지였 지만 지금은 많이 바뀌었죠. 여 자들도 똑같이 사회생활을 하 고 힘들게 업무를 하며 퇴귺 후 술 핚잒을 기울여요. 그런 모습이 저와 저의 주변사람들 을대표하는 것 같아요. 나도 힘 들다.여자들도 술을 기울일 수 있다. 그런걸 표현하고 싶었어 요. 그래서 그런 모습을 먼저 그려보고 싶었어요. 주위에서 남자도 그려보라고 하는데 일 단여자캐릭터를 먼저, 나중에 천천히 그려보려고요.
김승희
배시시 53x72cm, Acrylic on Canvas, 2018 6
김승희
쪼록 53x72cm, Acrylic on Canvas, 2018 7
김승희
흐흐흐 53x72cm, Acrylic on Canvas, 2018 8
김승희
캬 53x72cm, Acrylic on Canvas, 2018 9
최
라 미
최미라
커피마시는 여인 28x40cm, Acrylic on paper, 2018 11
최미라
그 까페 40x28cm, Acrylic on paper, 2018
12
최미라
모닝 커피 40x29cm, Acrylic on paper, 2018
13
최미라
피크닉 40x29cm, Acrylic on paper, 2018
14
최미라
챀속의 커피 핚잒 가변적 설치 2018
15
전시장
16
전시장
17
외부 전경
오픈아트 스페이스
머지
최상의 전시 공연이 될 수 있도록 장비, 전시공간을 대관해 드립니다 openartsmerge@gmail.com www.openarsmerge.com 82 10 3859 5302 80 51 527 8196
18
openarts space MERGE? 는 문화예술의 다양성을 존중하며 문화예술이 가지는 무형의 가치를 유형의 가치로 바꾸는 일을 하고 있으며, 열린예술, 다원예술(open arts)을 지향하는 열린 공간(open space)입니다.
merge 미국식 [mɜ:rdƷ] 영국식 [mɜ:dƷ] 1. 합병하다, 합치다 2. (서로 구분이 안 되게) 어우러지다
MERGE? 로고의 ?물음표는
3. 뭐지? 4. 문화복합공간 머지 openarts space MERGE
다양한 문화예술이 합쳐지고 어우 러져 만들어내는 무한한 가능성은 어디까지인가? 에 대한 물음이자 공간이 만들어내는 확장성은 어디 까지 일까? 우리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기
도 합니다.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