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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화 육필원고전 | Remote Promise
조병화문학관 2009. 5. 9 ~ 10. 31
먼저 간 아내 시영詩影 김준金俊에게
시영詩影은 진명여학교 담임선생이 지어주었다는 김준의 호
먼 약속을 기획하며 여기에 묶는 마흔여덟 편의 육필시들은 이미『먼 약속』이라는 이름으로 1998년에 간행된 시집에 수록된 시들이다. 이미 시집으로 발표되었던 원고들을 다시 전시하고 도록으로 묶는 것은 그 시들 속 에 담긴 시인의 내밀한 사연을 시인의 체취가 배어 있는 육필로 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 시집은 "먼저 간 아내 시영詩影 김준金埈에게"라는 헌사로 시 작된다. 시영 김준은 나의 어머니이다. 마치 한 여인의 운명을 예견 이라도 하듯 진명여학교 은사님은 당신에게 詩影(시의 그림자)이라는 호를 지어 주셨고, 당신은 그 후 시인의 아내가 되었다. 1945년 9 월 13일, 스물두 살의 신부가 된 당신에게 결혼 생활은 아버지의 시 처럼 낭만적인 것일 수만은 없었다. 해방 정국과 사회의 혼란, 이어 지는 참혹한 전쟁, 그 상처와 가난 속에서 당신은 자식을 지키는 강 한 어머니가 되어야 했고, 꿈을 쫓는 로맨티스트 시인 대신 가계를 꾸려나가는 강한 아내가 되어야 했다. 시로 사는 아버지가 이상의 세계에 있었다면 ‘시의 그림자’로 사는 당신은 현실의 세계에 있을 수밖에 없었고, 이상의 세계와 늘 사소한 부딪침을 감수하지 않을 수 없었다. 두 분은 모두 유달리 자존심이 강했다. 동경고등사범학교를 나 온 아버지, 서울여자의학전문학교을 나온 어머니, 당대의 최고 엘리 트들이라 할 두 분은 서로의 주장을 꺾지 않았고, 서로가 서로를 마
음으로는 이해하면서도 겉으로는 용납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 집 에는 자주 이상주의와 현실주의가 부딪치는 회오리바람이 일었고, 이상주의는 밖에서 현실주의는 안에서 각자의 상처를 달래는 침묵의 시간이 흐르곤 했다. 그러한 부딪침의 세월이 곰삭아 시가 되었다. 마음으로는 이해 하면서도 겉으로는 표현하지 못했던 사랑의 말들, ‘시’가 ‘시의 그림 자’에게 낮은 목소리로 들려주고 싶었던 진실들이 시의 이름으로 원 고지에 채워졌다. 시인은 운명을 앞둔 아내에게서 본 “한평생이 고 여 있는 눈물”을, “한평생이 맑고 투명한 눈물로 고여 있는 사랑과 미련”을, 시로 써 내려갔다. 한평생의 반려자에게 바칠 수밖에 없는 고해의 말들, 힘겨운 병상의 아내에게 보낼 수밖에 없었던 화해와 감사의 마음을, 삶이란 결국 이런 것이라고 원고지에 담았다. 그 슬프고도 아름다운 생의 한 진실을 시인의 육필 그대로 전 시하고 도록으로 묶는다. 원고 곳곳에는 고치고 또 고친 자국들이 있고 어법에 어긋난 구절도 있다. 그러나 원고 그대로 싣기로 한 다. 어쩌면 그 속에 일흔여덟의 혜안과 마음이 깃들어 있을지도 모 르기 때문이다.
2009년 5월 조병화문학관 관장
조진형
조병화 시인의 육필원고전에 부쳐 문체도 그렇거니와 필체도 그 사람의 불가피한 기질과 취향, 사 람 됨됨이를 드러낸다. 필체에는 그 사람의 인격과 살아온 역정歷程 이 그대로 내비친다. 그러므로 필체와 그것을 쓴 사람은 분리할 수 가 없다. 필체와 인격은 마주 보는 거울처럼 상호조응한다. 이번 육필원고전에서 선보이는 글씨는 선생님의 마흔 일곱 번째 시집 「먼 약속」을 위해 썼던 원고 글씨다. 이때 선생님의 연세는 78 세였다. “나의 유언에 가까운 시들”이라고 말한 시들 중에는 묘비명 으로 쓴 「꿈의 귀향」도 들어 있다. “어머님 심부름으로 이 세상 나왔다가 이제 어머님 심부름 다 마치고 어머님께 돌아왔습니다.”
도 않다. 선생님의 필체는 소탈하고 담백하다. 그렇다고 어디 한 군 데 흐트러진 구석을 보이지도 않고, 조석朝夕으로 만변萬變하는 글씨 도 아니다. 글씨들은 시의 전달이라는 제일의적 소명에 충실하면서 도 제 품격을 시종으로 지킨다. 견결한 인격의 통어가 그대로 드러 나는 대목이다. 조병화 시인은 시와 인품과 글씨가 하나인 분이다. 이런 귀한 기회를 마련하신 조병화문학관에 감사드린다.
2009년 5월 장석주 시인, 문학평론가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을 어머니 심부름 나온 것으로 여기셨다. 이 소박한 은유에서도 선생님의 인생관을 엿본다. 조병화 시인은 낭 만적 허무주의자다. 낭만과 허무는 선생님의 시를 떠받치는 중요한 두 축이다. 선생님의 시들은 나고 죽는 것, 만나고 헤어지는 것, 삶 에 어리는 우수, 존재의 고독을 노래한다. 선생님 시는 간결하고 쉽다. 누가 읽어도 이해에 어려움이 없 다. 그 시들은 선생님의 소탈한 인품을 엿보게 하는데, 글씨 또한 그러하다. 글씨들은 화려하지 않고, 모나지 않고, 너무 크지도 작지
목 차
머리말
16
꿈의 귀향
58
원행심보살(遠行心菩薩)
17
억 년의 인연 순간의 만남
62
우주는
94
꽃과 사람
19
그곳은
63
지구는 하나의 마을로
96
시를 쓰는 나에게
22
먼 약속
65
고향
24
천도제
67
고승과 시인
100
황혼에 서서
26
지금 이 자리
70
생명
102
말없는 이별
29
꽃은 피는데
72
다리를 다친 비둘기
105
인사
31
기도를 올려도
75
생존하는 것이 모두 눈물이로다
106
원고료
34
운명 앞에서
77
눈
109
맥없는 눈물
37
지금 나는
79
봄은 돌아와도
111
암
40
높은 하늘 철새를 보며
81
서로 그립다는 것은
113
먼 하늘
43
모든 인연을 돌려보내는 기도
83
산
115
관망
46
비할 수 없는 눈물
85
그리움
118
바다
50
고향의 하늘
87
공작
121
때때로 수시로 나도 모르게
53
소라의 비밀
89
겨울 편운재
123
약속 시간이 되어오면서
56
병실은 태고처럼
90
먼 여행
126
이젠
91
98
그리움은
시는 조물주의 은총이련가
10 ▪ 먼약속
먼약속 ▪ 11
12 ▪ 먼약속
먼약속 ▪ 13
14 ▪ 먼약속
먼약속 ▪ 15
16 ▪ 먼약속
먼약속 ▪ 17
18 ▪ 먼약속
먼약속 ▪ 19
20 ▪ 먼약속
먼약속 ▪ 21
22 ▪ 먼약속
먼약속 ▪ 23
24 ▪ 먼약속
먼약속 ▪ 25
26 ▪ 먼약속
먼약속 ▪ 27
28 ▪ 먼약속
먼약속 ▪ 29
30 ▪ 먼약속
먼약속 ▪ 31
32 ▪ 먼약속
먼약속 ▪ 33
34 ▪ 먼약속
먼약속 ▪ 35
36 ▪ 먼약속
먼약속 ▪ 37
38 ▪ 먼약속
먼약속 ▪ 39
40 ▪ 먼약속
먼약속 ▪ 41
42 ▪ 먼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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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 먼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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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 먼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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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 먼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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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 먼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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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화 (1921. 5. 2 ~ 2003. 3. 8) 趙炳華. 시인. 호는 편운片雲. 1921년 5월 2일 경기도 안성시 양 성면 난실리에서 태어났으며 경성사범학교와 동경고등사범학교에서 수학했습니다. 1949년 서울중고등학교 재직 중 제1시집『버리고 싶 은 유산』 을 출간하면서 문단에 나왔습니다. 이후 경희대학교와 인하 대학교 교수로 재직했으며 문학과 예술적 세계를 인정받아 대만 중 화학술원 명예철학박사, 중앙대학교 명예문학박사, 캐나다 빅토리아 대학 명예문학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시인은 창작시집 53권을 비롯한 160여권의 저서를 출간했으며, 외로운 도시인의 실존적 모습, 허무와 고독으로서의 인간존재가 꿈 과 사랑으로 실존 자아에 이르는 생의 아름다움을 이해하기 쉬운 낭 만의 언어로 노래했습니다. 또한 시뿐만 아니라 회화에도 능해 20여 차례의 유화 및 시화 전시회를 가졌습니다. 시인의 그림은 마치 시 세계와 흡사하여 아득한 그리움과 꿈이 형상화된, 실존적 상상의 세 계로 이끈다는 특징을 지닙니다. 대한민국 예술원 회장을 역임하였으며 아세아문학상, 한국시인 협회상, 대한민국예술원상, 대한민국문학대상 등을 수상하였고 대한 민국 동백장, 모란장, 금관문화훈장을 수장했습니다. 팔순을 지난 나 이에도 시와 산문, 그림 등에서 예술혼을 꽃피우다 2003년 3월 8일 영면했습니다.
김 준 (1923. 4. 13 ~ 1998. 3. 13) 金 埈. 의사. 호는 시영詩影. 편운 조병화 시인과 생애를 함께 한 김준 여사는 1923년 4월 13일 충청남도 예산군 예산면 산정리에 서 부여 및 서천군수를 지낸 광산光山 김金씨 가문의 문숙공파 34대 손인 아버지 김기정金箕貞과 어머니 윤동성尹東宬의 3남 2녀 중 2녀로 태어났습니다. 예산공립보통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상경, 졸업한 뒤 경성여자의학전문학교에 진학, 의사의 다. 조국이 해방되던 해인 1945년 9월 13일 당시 물리 화학을 가르치던 25세의 청년교사 조병화와 습니다.
진명고등여학교를 길로 들어섰습니 경성사범학교에서 부부의 연을 맺었
이후 산부인과를 경영하는 여의사로서, 1남 3녀를 훌륭히 키운 어머니로서, 그리고 시인을 묵묵히 내조하는 아내로서 일생을 보냈 습니다. 진명여학교 시절 담임선생이 지어준 아호 시영詩影이 말해 주듯 여사는 시의 그림자, 또는 시인의 그림자로서 말없이 뒤에서 평생 인내하며 조병화를 우리나라 대표 시인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 록 도운 부지런하고 현숙한 여인이었습니다. 생전 원불교에도 깊이 귀의하여 정타원靜陀圓 정사正師 칭호를 받 았으며 1998년 3월13일 76세를 일기로 타계하여 조병화시인의 고 향인 안성 난실리에 고이 잠들었습니다.
조병화 육필원고전 2009. 5. 9 ~ 10.31
조병화문학관 주 후
최 : 조병화문학관 원 : 안성시, (사)조병화기념사업회
발 행 일 : 2009. 5. 9 발 행 처 : 조병화문학관 경기도 안성시 양성면 난실리 337 Tel. 031-674-0307, 02-762-0658 http://www.poetcho.com E-mail: poetcho@naver.com 기 획 : 조병화문학관 전시진행 : 김용정, 장희선 디 자 인 : 이현섭 인 쇄 : (주)프린팅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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