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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화의 대만여행 시와 그림전 | Times and Places
T A I WA N
이 책자는 2011년도 안성시 지원금으로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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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화의 대만여행 시와 그림전 | Times and Pla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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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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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s
04 | 그때 그곳을 기획하며 07 | 석아화 49 | 별의 시장 76 | 다시 만난 그때 그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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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곳Ⅱ - 조병화의 대만여행 시와 그림展을 기획하며
타이완의 1950년대와 1970년대를 만난다. 1950년대 후반 타이완(중화민국)은 우리에게 무엇이었던가. 처절한 동족상잔의 한국전쟁으로 국토는 양분되고 가족의 죽음과 이산의 아픔, 보릿고개의 배고픔에 시달리던 우리에게 중화민국은 어떤 나라였던가. 일찍이 타이완은 삼민주의의 기치 아래 잘 사는 나라, 아름다운 나라, 우리의 선망의 대상이 되었던 나라가 아니었던가. 길 위에서 시를 쓴 영원한 보헤미안 조병화 시인을 통하여 우리에게 한때 선망의 대상이었던 나라 타이완을 만난다. 1957년 문화친선방화단의 일행으로 타이완을 방문한 이래 7차에 걸쳐 타이완을 여행하며 그곳의 풍물과 인정을 시와 그림으로 담아낸 조병화 시인, 그의 눈에 비친 타이완은 인간의 이상이 실현된 땅, 사람들마다 천상의 별처럼 지상의 꽃처럼 꿈을 안고 고요히 살아가는 낙원 같은 곳. 그런 타이완의 1957년과 1971년의 풍정風情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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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으로 인생을 발견하며 살아온 조병화 시인을 만난다. 그는 여행을 이동하는 작업실로 삼아온 시인. 항상 새롭게 전개되는 풍물을 접하며, 그것에서 얻어지는 새로운 경험, 그 발견, 그 놀라움, 그 즐거움, 그 확인, 그 깨달음, 그 해후의 흔적들을 소재로 해서 쓴 많은 작품들, 그 속에 담긴 순수허무와 순수고독의 인간 존재를 만난다. 뿐만 아니라 우리의 우방으로서 자유 수호와 근대화에 큰 도움을 주었던 고마운 나라 타이완, 국제정세의 격변 속에서 잠시 소원해진 오늘 우리의 마음 속에 함께했던 과거를 돌아보고 새로운 앞날을 모색하는 우의의 계기도 마련한다.
2011년 5월 조병화문학관 관장 조 진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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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두기 대만의 수도를 칭하는 시어‘타이페이’ 는 현 국립국어원 외래어표기법에 따르면‘타이베이’ 이다. 『석아화』 와『별의 시장』 에 사용된‘타이페이’ 는 당시 발행된 시집에 수록된 것을 참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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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8.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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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가 내린 여의도 살풍경한 풀밭에서 비행기가 뜬다 아침 아홉시 바라크 같은 여의도 비행장 건물 앞에서 쬐끄만 가족들이 손을 흔든다 어머니 혹은 아내 혹은 딸・아들 혹은 애인 모두 호주머니 돈 톡톡 털어 보내는 마음 나는 문득 두꺼비 만화를 생각한다 「여의도-57. 12. 3. KNA」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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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드높은 타이페이의 망루 웬싼판덴(圓山飯店) 진룽팅(金龍廳) 그랜드・테이블 친절한 분들이 우리를 위하여 잔을 든다 쇼싱쥬(紹興酒) 물들은 잔에 마음이 젖어 내린다. 깐베이(乾杯) 죠센슝(趙先生) 나는 인색치 않은 마음 정에 못 견디어 온 몸이 정에 차도록 정에 넘치도록 정에 젖어 흐르도록 깐베이 술을 마신다. 「圓山飯店-타이페이의 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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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 대학교에서 오래 교수를 하던 분이 지금의 타이완 대 학에서도 역시 교수를 하고 있다 한다. 어느 날 시험 시간 에 한 학생이 컨닝을 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이 교수는 복도에 나가 울고 있었다는 것이다. 교수는 눈물을 씻고 다시 들어와 조용히 학생들에게 호소했다는 것이다. “우리가 여기까지 쫓겨 와서까지 컨닝을 해야 합니까” 그 후 이 교수 시간은 물론 학생들의 태도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臺灣대학 2. 도서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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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의 밤은 깊은 바다 속 깊이 생각에 젖은 밤 생각을 하는 밤 항시 움직이고 있는 밤 피곤한 사람들에 휴식과 사랑의 옷을 덮어 주는 밤 장미 송이송이 새맑은 내일을 마련해 주는 밤 타이완의 밤은 사랑을 재우고 잠자지 않는 밤이다 「臺灣의 별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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愛國西路 리버티・하우스 207호 실에서 기거를 한다 아침에 일어나 창 밖을 내려다 보니 창 밖엔 가벼운 비다 바람이 분다 가벼운 비에 젖어 한 노인이 코리안・그라스 잔디를 가꾼다 「旅社 窓外風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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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은 뜰마다 장미 장미가 피는 나라 고요한 나라 우리들 극동의 남쪽 물결치는 나라 고요한 나라 모두들 한 가족 장미를 키우는 나라 마음마다 한 그루 따뜻한 나라 고요한 나라 어질고 순박하고 따뜻이 정과 사랑이 흐르는 나라 장미를 키우는 나라 「장미의 선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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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은 타이페이 시의 간선 도로의 하나다. 淡水, 北投, 陽明山 방면 모두 이 길을 통해 간다. 이 그림은 국부사적기념관國父史蹟紀念館 앞에서 스케치한 복흥교復興橋라는 다리다. 復興橋는 밤에 보는 가로등이 아름답다. 「中山 北路」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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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안西海岸 흰 물결 굽이치는 타이완 해안선 온 동양의 신경이 움직이는 자유의 선線 나는 지금 자유의 날개를 타고 자유 중국 타이완 하늘에 떠서 북회귀선 위도를 넘는다 정비석 송지영 나란히 앉아 중국의 연초煙草 쌍희囍를 물고 주요섭 단장은 타이완 농산물을 이야기한다. 「타이완 하늘에 떠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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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탕수수밭 사탕수수밭 우리는 사탕수수가 우거진 철도 연선을 북상하는 것입니다. 오리 오리새끼들이 놀고 물소 가 한가히 물 속에서 쉬고 하는 이국 풍경을 내다보며 바 나나 빠빠야 야자수 상록의 남국 바람을 창가에 만지며 심 심풀이 타이완 차를 마시며 밀감을 씹으며 우리 코리아를 평하며 타이완을 평하며 예절의 나라 양반들을 실은 중국 열차 한 자리에서 나는 수학 여행하는 소년처럼 신기로웠 습니다. 멀리 창 밖에 중앙 산맥 높은 봉우리들이 구름 구 름 위로 솟아오르고 구름 아래 전개되는 타이완 벌판 바다 가까운 곳을 자꾸만 북상하는 것입니다. 꼭 코리아 여름철 을 여행하는 거와 같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高雄・彰化 沿線 - 까오슝
창후아 기차를 타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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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 멍하도록 고요한 이 밤 어디선지 자꾸만 들려오는 소 리. 먼 나의 소리. 물 건너 고사족高砂族 마을에서 들려오 는 소리. 먼 나의 소리. 마냥 삶과 사랑의 소리. 먼 나의 소리. 그것은 귀에 들려오는 소리가 아니다. 내 살 속 내 피 속 내 뼈 속 저쪽으로부터 솟아오르는 먼 옛날의 그 소 리다. 지금 나는 진행이 없는 시간에 누워 있는 것이다. 우주와 한자리 떴다 가라앉았다 달빛 물빛 위에 사르르 누 워 떠 있는 것이다. 「日月潭 失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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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아까이 보당’ 이라 한다 ‘아까이 보당’ 이 무엇이냐 물으면 모른다고 웃는다 어떻게 쓰느냐고 물으면 모른다고 웃는다 학교엔 다녔냐고 물으면 모른다고 또 웃는다 왜 시집을 가지 않느냐 물으면 고개 넘어 마을에서 사내가 오길 기다린다고 또 웃는다 몇 살이냐 물으면 ‘스물 하나’ 라고 웃는다 「高砂族의 낭자-石阿花의 이야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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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 또 산길 고갯길 또 고갯길 비탈길 또 비탈길 바나나 를 심은 경사진 산을 꼬불꼬불 우리는 자꾸만 내려오는 것 이다. 산을 다 내리니 난토우(南投) 타이충 간엔 연초밭 또 연초밭이다. 「日月潭 臺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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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산은 온 산이 모두 암석이다. 절벽 같은 큰 암석에 草 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蔣총통의 필적 무망재거毋忘在 呂
이었다. 송지영 씨 보고 그 의미를 물었더니‘고향을 잊지 말라’ 라는 뜻이라 했다. 그럴 듯한 말이었다. 내 마음에 뜨거운 것이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金門島-太武山」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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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은 화려한 잔디 따뜻한 마음 멀리 조국 순례를 하는 화교들의 마음의 고향이다. 「僑園」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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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당신과 함께 걷고 싶은 길이었습니다. 참으로 당신과 함께 앉고 싶은 잔디였습니다. 당신과 함께 걷다 앉았다 하고 싶은 나무 골목길 분수의 잔디 노란 밀감나무 아래 빈 벤치들이었습니다. 「陽明山. 7 산책」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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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페이 번화한 중앙지에서 싼린처(三輪車)로 타이완 돈 십원元을 주면 셰셰하는 거리에 종합운동장이 있다. 벌판 잔디밭에 신설한 이 운동장은 국제 경기에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잘 설계되어 있는 운동장이다. 태극기와 청천 백일 기가 타이완 하늘에 날린다. 나는 이 날 桃園농촌 참관 일 정에서 빠져 우리 원정단(MIG팀)과 타이완 연대의 게임을 보았다. 우리 육군팀은 대 대북 연대전에 패. 대 대만 연 대전에 승. 대 대중 연대전에 승. 대 대남 연대전에 승. 대 나동 연대전에 패. 5전 3승 2패의 성적으로 제1회 자유 중 국과의 친선 시합을 마쳤다. 세상에서 스포츠같이 아름다 운 것은 없다. 그것은 질서를 말하는 것이기에. 「종합운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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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차를 타고 긴 다리를 꼬고 바람에 날리는 스커트를 잡으 며 지나가는 연인들이 아름다움은 이 나라 아니곤 볼 수 없는 풍경이다.
이 양차들은 제 순번 아니면 손님을 태우지 않는다. 순번 을 기다리는 동안은 낮잠을 잔다. 이렇게 친구들의 의리와 질서를 지키며 하루 수입이 약 사십 원꼴이란다. 한 달에 약 구백 원꼴. 대학 교수 월급쯤 되는 셈이다. 「타이페이 시의 풍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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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과 벽돌로 되어 있는 집이다. 항시 청천 백일기가 자유 중국 타이완 하늘 높이 솟아 기운차게 휘날리고 있는 집이 다. 이 집은 지금 자유 중국의 심볼이다. 자유 중국 통일 의 아침을 위하여 잠시도 잠자지 않는 집이다. 「총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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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들의 정엔 끝이 없다. 말은 통하지 않아도 술은 그대 로 시가 된다. 술과 시가 범벅이 되어 인간의 정 속에 빙 빙 돈다. 깐베이乾杯 깐베이 수없이 깐베이를 한 나에게 노 래를 청한다. 나는“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 를 부른다. 앙콜이다. 나는 앙콜을 한다.“아리랑 아리랑 아 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 리도 못가서 발병이 난다.”한국인지 중국인지 한계가 없어진다. 「시인의 초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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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이룽은 하루 십 이 분지 삼이 개이면 십 이 분지 아홉은 비가 내린다 한다 이것은 이곳 사장님의 이야기다 키이룽은 북으로 열린 타이완 바다의 문 검푸른 바다 먼 방파제에 비가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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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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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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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49
197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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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하나 푸른 품에 만민의 인간, 사랑을 품고 마냥 넓지만
지구는 지금, 한 점의 흙덩이 온 몸에 불을 안고 하늘을 돈다. 「천상과 지상-아시아 하늘을 날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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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51
1971. 7. 31 23.9×17.5cm, 개인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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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52
닉슨 독트린이 태풍을 몰고 온 타이페이 아시아는 폭풍우 돈과 목숨이 종이처럼 뜬다.
꽃은 피다 다하지 못하고 지고 나무는 가지가지 찢기어 처지고 마냥 뿌연 하늘, 눅눅한 바람 강한 놈만이 땅에 붙어산다. 「臺北-꽃 떨어진 榮星花園에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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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53
1971. 8. 5 19.3×12cm, 개인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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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54
亞士都飯店 유리 속에서 바라다보는 태평양 서안 남지나해 깊숙한 남쪽 하얀 등대 등대의 눈은 어둠을 본다.
고요할만치 고요한 이 기슭 그리운 건 인간뿐이다.
어디선지 阿美族의 통나무 악기 다가드는 소리에 나의 귀는 산을 더듬는다. 「花蓮港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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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55
1971. 8. 6 12:00 a.m.
32
22.2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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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절벽으로 오슬오슬 열린 깎인 언덕 긴 해안 花蓮은 멀리 연기를 올리며 한가롭다.
바다 소리만 듣고 구름 위에 솟은 검은 산만 보고 자란 아이들 곁에 모여들어 위로 아래로 나를 살핀다. 「花蓮港Ⅱ」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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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57
1971.8.6 1:30 p.m. 32×22.2cm, 개인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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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58
文山 公路貧館에서 자고 아침을 하러 天祥으로 내려온다.
아침은 죽 산채山菜가 향기롭다.
햇살과 물소리, 엉켜서 감도는 산협山峽, 이 橫貫公路 정거장 실같은 길이 벼랑을 돈다. 「天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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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59
1971. 8. 7 32×22.2cm, 개인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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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60
梨山은 구름이 지나는 고원 과수원과 채전과 축사와 화원 제대 군인들이 촌락을 이루어 협산協産, 협존協存, 태양을 아끼는 언덕 사방이 울타리 없는 자연이다.
이곳엔 부귀도 비천도 영달도 낙오도 없다. 오로지 목숨을 가꾸는 마을 가꾸다 목숨 다하면 그뿐 구름에 묻힌다.
빛을 쪼이며. 빛을 가꾸며. 빛을 아끼며. 「梨山」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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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61
1971. 8. 7 3:00 p.m. 32×22.2cm, 개인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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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62
日月潭은 내 눈이 두 번째 보는 호수 호반은 젊음을 둘렀으나 나는 늙었다.
까만 머리 날리며 달 아래 배를 몰던 30대 후반, 아득하기만 했던 인생 그러나 지금 이 자리 끝이 보이는 세월 작별한 나를 찾으며 남은 나를 추린다.
변하는 거와 변하지 않는 거와 사랑하는 거와 사랑하지 않는 거와 미워하는 거와 미워하지 않는 거와 가슴 태던 세월 세월 떠나면 그뿐 물에 구름이 간다.
시간은 실로 유구한 거 변하는 건 인간사, 세월 생각이 흐려져 어제가 멀다. 「日月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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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63
1971. 8. 8, 6:00 a.m. 32×22.2cm, 개인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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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64
내려다보면 눈 닿는 끝까지 모두 하얀 솜구름 나는 이 엄청난 이불 위에서 해와 이야기한다.
내가 당신을 이곳으로 불렀습니다. 그러나 곧 떠나야 합니다.
阿里山 꼭대기 인간의 말이 필요 없는 곳. 「阿里山_日出」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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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65
1971. 8. 9, 5:30 a.m. 32×22.2cm, 개인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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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66
해발 2천 3백 미터 산령山靈과 수령樹靈이 아름아름 외출하는 구름의 마을 이 높이에서 천당을 보기는 처음이다.
이따금 사람의 목소리 들려도 그건 하늘을 따는 소리 삼라 만상이 무언이다. 「阿里山-山驛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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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67
1971. 8. 9, 10:00 a.m. 32×22.2cm, 개인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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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68
香賓大飯店 부근 菜館에서 중화 민국 고급 관리와 점심을 한다.
한국의 무역도 자기가 한다는 바 불량 상품, 썩은 오징어엔 질린다 한다.
같은 처지의 우방 국가로서 참아도 참아도 울화통이 터진다 한다.
악덕 관리, 악질 상인으로 인해 수출되는 불량 상품 국제 신용이 이 뭡니까 한다.
화끈, 화끈 온몸에서 터지는 이 부끄러움 술잔만 비운다. 「高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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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69
11971. 8. 10, 7:00 a.m. 32×22.2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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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8.5 19.3×12cm, 개인소장
페이지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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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71
1971.8.6 1:00 p.m. 32×22.2cm, 개인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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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 11. 17 34.8×24.9cm, 개인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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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73
at Taipei National Martyrs 1971. 8. 1 33.5×24.8cm, 개인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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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 1. 31 33.5×24.8cm, 개인소장
페이지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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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75
1973. 1. 31 33.5×24.8cm, 개인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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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난 그때 그곳 ‘나의 인생은 여행이 나의 집이로다’ 위의 글은 조병화가 1998년 일본 홋카이도 여행을 했을 때 떠오른 생각이라고 한 다( 『편운재에서의 편지』 , 2003). 조병화에게 있어 여행은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여행은 보다 많은 인생을 사는 길이었고, 또 생존을 확인하는 수단이었으며, 시창작 의 모태였다. 본 전시는‘그때 그곳-조병화의 유럽여행 스케치展’ 의 후속 전시로 조병화의 대 만의 풍정과 인정을 담은 시와 그림을 소개한다. 조병화의 대만체험은 1957년 ‘한국 문화친선방화단’ 일행으로 참가하면서 시작되었다. 이후 그는 중화민국 문인들과 친 교를 가지며 7회에 걸쳐 중화민국을 여행하고 그 체험들로 시와 그림으로 형상화하 는데, 그 체험들은『石阿花』 『별의 , 市場』그리고『내일로 가는 밤길에서』 에서 만날 수 있다. 먼저『석아화石阿花』 는 조병화의 첫 번째 여행 시화집으로 1957년 12월, 2주일에 걸친 대만 여정을 담고 있다. 이후 이 서적은 중국어로 번역되어 1958년 9월 5일 대만(郭衣洞 역, 中國文學出版社)에서 발행되기도 하였다.『석아화』 는 옛 서울의 관 문이었던 여의도비행장에서의 출국을 다룬 시 <여의도>에서부터 대만의 수도인 타 이페이, 고사족高砂族의 삶터인 아리산阿里山 그리고 군사지역인 금문도金門島 등을 방 문하고 그곳의 풍물과 체험을 다룬 33여 편의 작품이 스케치와 함께 수록돼 있다. 조병화는 풍요로운 자연, 번화한 도시, 친절한 인정에 매료되어 대만을‘뜰마다 장 미가 피는 나라’ ,‘어질고 순박하고 따뜻이 정과 사랑이 흐르는 나라’등으로 묘사 한다. 그러나 낯선 이국에 대한 감상적인 시선 뒤에 이방인으로서 타자의 객관적 시 각이 담겨 있는데 이런 특징은 ‘석아화’ 라는 제목에서도 엿 볼 수 있다.‘석아화’ 는 ‘고사족’ 의 딸의 이름을 붙인 것으로, 돈 몇 푼을 벌기 위해 관광의 대상이 되는 현 실을 노래한 것이다. 그는 모든 것을 상품화하는 현대문명의 생리를 관광객으로서 향유함과 동시에 그 현실을 객관적 시선을 유지한다. 두 번째로『별의 시장』 은 대만을 비롯한 동남아 여행을 방문한 후 저술한 것으로 1971년 출간되었다. 이 시집에서 대만에 관한 시는「臺北」 을 비롯한 11편의 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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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록되었다.『별의 시장』 은“일월담日月潭”등 소재 면에서 1957년의 시편들과 중복 되기도 하지만“花蓮, 天祥, 梨山”등 새로운 지명이 시 제목으로 등장한다. 『석아화』 ,『별의 시장』이 두 시집은 여행 시화집이라는 것 이외에도 많은 공통점 이 있다. 여행 경로가 작품의 배열 순서와 일치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여행 중에 담 은 풍경 스케치가 삽화로 담겨있어, 여정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또『석아화』 에 담긴 산문 중에는‘이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여학생이 대여섯 지나가다 발을 멈춘다. 무 어라고 서로 웃다간 다시 돌아들 간다. 그림이 싱겁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나 도 웃어버린다’ 「臺灣대학 ( 2 도서관」중에서)와 같이 작가가 스케치를 하는 상황이 묘사되어 시간 혹은 공간 속 체험을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효과를 준다. 그렇다면 조병화의 대만 스케치는 13년의 간격동안 어떤 차이가 있을까? 먼저 『석아화』 를 살펴보면 한지 질감의 두꺼운 합판지가 겉표지로 사용되어, 표지가 주 는 촉각성은 사람의 손길을 자극한다. 시가 있는 모든 페이지에는 삽화가 함께 등장 하는데, 이 작은 서적에 삽화의 사용은 무려 73면에 달한다. 한 면에 시와 동일한 분량으로 담긴 삽화는 여행이 빈번하지 않았던 시기, 글의 심상을 전달하는데 큰 몫 을 했을 것이다. 채색이 되지 않은 이 펜화들은‘타이페이시’ 를 비롯한 풍경 스케 치, 여행경로를 기록한 지도 스케치, 조명 스케치 등 대만의 풍정을 고스란히 소재 로 담아내고 있다. 묘사법 역시 다양한데, 제 각기 다른 형태를 가진 가로등은 사물 의 특징성이 부각되어 2차원의 평면 형태로 표현되고, 소실점으로부터 길게 뻗은 타이페이 시가지 풍경은 3차원 원근법을 사용하여 풍경화로 그려졌다. 작품들은 주제와 부제의 구분이 모호하고, 다소 서툴러 보이는 표현에서 습작의 느낌을 강하게 풍긴다. 그러나 이 삽화들에 대해 실력을 운운하는 것은 의미가 없 다.「高雄・彰化 沿線 - 까오슝 창후아 기차를 타고」 에 사용된 삽화에는 ‘까오슝’ 지 방에서‘창후아’ 지방까지 이동 경로를 글로 기재한 것을 볼 수 있는데, 이와 같은 삽화 속 텍스트는 작가가 사실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기보다는 이방인으로서 낯선 공간을 묘사하려는 기록적 속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또한 실제 사물과는 다른 가로 등의 크기와 비율, 그리고 생략된 묘사에서 사물이 가진 특징은 더욱 강조되고, 독 자는 더 직접적으로 그 형태를 감지하게 된다. 『석아화』 로부터 13년 후에 출간된『별의 시장』 . 우리는 이 서적에서 조병화의 또 다른 대만체험을 만나게 된다. 시간이 농익은 만큼 작가의 실력 향상은 말할 나위도 없다. 그리고 이전에 혼재되어 나타나던 평면적 형태들은 사라지고 원근법을 살린 풍경들이 일관되게 나타난다.『별의 시장』 은 1971년 대만의 체험을 다룬 13점의 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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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치(현재까지 밝혀진) 가운데 10점이 선정되어 삽화로 사용되었다. 밑그림 없이 직접 펜화로 그려진 이 작품들은 대부분 구도에 있어서도 안정적이고 적절한 여백 을 통해 여유로움 마저 감돌게 한다. 13년 만에 다시 만나는 대만의 풍경들은 이전에 비하여 시간적 정황이나 공간적 정황을 더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담아낸다. 일례로 시「아리산 일출」 은 ‘아침 5시 30 분 천지를 뚫고 솟는 햇살’ 이라는 시 구절에서 볼 수 있듯이 아리산의 장엄한 일출 을 담아내 정확한 시간성을 구현한다. 이에 맞춰 스케치 왼쪽 상단에는 ‘阿里山 觀 日樓에서 日出을-四方天下 雲海, 해발 2300m, 1971. 8. 9, 5:30 a.m’ 라는 표기 로 장소와 시간을 기재하여 그 정경을 재현한다. 또한 오른쪽 상단 떠오르는 태양을 강조하기 위해 빛의 이미지를 방사형으로 선을 강조한다. 조병화의 스케치는 이렇 게 재현의 사실성보다는 상황의 사실을 재현한다. 2011년. 대만의 향기가 가득한‘그때 그곳Ⅱ-조병화의 대만여행 시와 그림’ 展이 안성 난실리 조병화문학관에서 펼쳐진다. 잠시 하던 일을 접어 두고, 시계의 시침과 분침이 향하는 시간, 1957년 12월 3일 아침 9시, 조병화가 여의도비행장을 출발했 던 그 시간 속으로 시간여행을 떠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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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곳Ⅱ 조병화의 대만여행 시와 그림전 2011. 5. 14 - 10. 30
조병화문학관 책 임 : 김용정 진 행 : 이창숙 발행일 : 2011년 5월 14일 발행처 : 조병화문학관 경기도 안성시 양성면 난실리 337 ☎ 031-674-0307, 02-762-0658 http://www.poetcho.com E-mail: poetcho@naver.com 기 획 : 조병화문학관 디자인 : 신우 / 02-2273-5766 인 쇄 : 프린팅하우스 ⓒ 조병화문학관 2011 이 책에 담긴 모든 자료는 무단으로 복사, 전재하거나 변형하여 사용할 수 없습니다. ⓒ Cho Byunghwa Museum All rights reserved including the right of reproduction in whole or part in any for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