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lower&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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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화문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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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04 비밀의 시화, 꽃과 사랑展에 부쳐 07 당신의 먼 얼굴이 비쳐오르도록 술을 마셨어요 09 오늘밤엔 이 따사로움에 11 쓸쓸한 이야길랑 하지 않겠어요 13 당신 생각에 잠이 듭니다 15 이제는 이별이 없으면 좋겠는데 17 애당초 우리는 그것이 아니었습니다 19 검은 물가로 돌아와 당신을 생각합니다 21 며칠이고 지금 당신이 없는 날이 지나 갑니다 23 어머니 당신 아들에게서 약한 인간이 지닌 모든 그것을 25 어제는 내가 견딜 수 없이 쓸쓸했습니다 27 어머니 당신 아들은 지금 29 나에게 사랑함에 있어 부족함이 있음은 31 사랑의 바람이 뜨거이 불어옵나이다 33 나도 피곤에 젖어 오늘밤엔 35 이 인생 문간방에 초라히 37 나뭇잎이 떨어진 지구 한구석 적적한 자리 39 당신을 위하여 세상 좋은 일을 많이 하고 싶어졌습니다 41 애당초 우리는 그것이 아니었습니다 43 나는 내 고운 노래를 다시 가슴에 묻고 45 그리고 당신을 생각했습니다 47 너의 이름 없이는 불쌍한 한 사나이가 있다 49 당신과 한 몸이 되어 있을 때 51 그것으로서 작은 생명 스스로 구원을 받으며 스스로 눈 감아 53 봄이 오면 무서워요 55 나는 오늘 아침 조간 한구석에서 슬픈 기사를 발견했습니다 57 당신이 돌아가면 남은 자리 너무나 텅 비어서 59 고운 당신을 앞두고 쓸쓸한 이야길 한 것은 61 하나하나 버리며 62 ‘꽃보다 아름다운’ 그대를 향한 연가


비밀의 시화, 꽃과 사랑展에 부쳐

편운 조병화 시인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서랍 깊은 곳에서 한지로 정성들여 싼 묶음 하나가 눈에 띄었습니다. 그것은 엽서 크기의 스케치북에 그리고 쓴 육필 시화 50여 점이었습니다. 처 음엔 이미 출간된 육필시집의 원고이겠거니 했으나 시를 자세히 읽어보고 기 출간 시집들과 대 조를 해보니 어느 시집에도 수록되지 않은 미간행 원고였습니다. 꽃 그림 한 폭에 애절히 그리 운 마음 한 자락씩 담아 만든 시화들, 아마도 반백년을 서랍 속에서 비밀로 숨어 있었을 이 육필 원고에는 분명 무슨 사연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어 원고에 기록된 작성일과 시의 내용 등을 근거 로 그 사연들을 되짚어 보았습니다. 편운 시인의 자서전을 참고하면, 원고에 기록된 1958년을 전후한 시인의 정신세계는 절대 고독과 절대허무라는 실존적 고뇌에 휩싸여 있었습니다. 인간은 언제나 죽음을 앞두고 혼자 살 아야 한다는 것, 그래서 인간은 고독한 존재라는 것, 감상적인 외로움이 아니라 인간 실존으로 서 감당해야 할 이 절대고독에 맞서 몸부림치던 때였습니다. 그런데 이 시기에 시인은 숙명처럼 한 여인을 만나 연모의 정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깊이 사랑하게 됩니다. 그 마음을 시인은 30 여 년이 지난 뒤에 이렇게 토로합니다. 이 험악하고 거칠고 먼지 같은 세상에 저렇게 인간의 때가 묻지 않은 우아하고 순결한 여인 이 있을까? ..... 나는 나의 불결한 마음은 잊고 ..... 그 여인의 사랑으로 내 불결한 영혼을 쓸 어냈으면 했다. ..... 사랑은 슬프게 끝나야 했지만. - 『나의 생애 나의 사상』 중에서 이 슬픈 고백처럼 삼십 대의 시인 조병화에게는 비밀의 연인이 있었습니다. 죽음으로 지키 고자 했지만 시인의 어머님이 살아계셔서 그것도 실현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밤마다 꽃 그 림 한 폭에 그녀를 향한 애절한 그리움 한 자락씩을 담아냈던 것입니다. 그 시화들 한 뒷면에 ‘당신과 나만이 아는 노래’라고 적었듯이 편운 시인은 이것을 평생 간직하고 있었을 뿐 시집으 로 출판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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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속의 ‘당신’으로부터 촉발된 이 사랑은 긴 연작의 시화 작품을 만들 만큼 강렬했고, 평생 을 서랍 깊은 곳에 감추어 지킬 만큼 소중했습니다. 이 깊은 고뇌의 체험은 편운 시인에게 인생 철학의 한 명제를 안겨 주었습니다. 자연은 인간 생명의 고향이며/에로스는 인간 영혼의 고향이어라//인간은 이 두 고향에서/ 제한된 생명을 살아야 하는/그 위안으로서/끊임없이 예술 행위를 계속하는 것이다. - 『남은 세월의 이삭』 중에서 한 순간에 찾아온 사랑을 영원히 지키고자 했던 한 젊은 시인의 순수한 마음이 마침내 ‘사랑 은 인간 영혼의 고향’이라는 철학적 깨달음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래서 저희 문학관에서는 아름 다운 사연을 담은 이 시화들을 세상에 공개합니다. 이번 전시가 각박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 에게 잠시나마 위안이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2016년 5월 조병화문학관 관장 조 진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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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 1958, 종이에 펜, 13.5×21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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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당신의 먼 얼굴이 비쳐 오르도록 술을 마셨어요 1958.2.9, 종이에 펜, 13.5×21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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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쥬란 1958, 종이에 펜, 13.5×21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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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오늘밤엔 이 따사로움에 1958, 종이에 펜, 13.5×21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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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랑코에 1958, 종이에 펜, 13.5×21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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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쓸쓸한 이야길랑 하지 않겠어요 1958, 종이에 펜, 13.5×21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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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계 1958, 종이에 펜, 13.5×21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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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당신 생각에 잠이 듭니다 1958, 종이에 펜, 13.5×21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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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8, 종이에 펜, 13.5×21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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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이제는 이별이 없으면 좋겠는데 1958, 종이에 펜, 13.5×21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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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8, 종이에 펜, 13.5×21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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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애당초 우리는 그것이 아니었읍니다 1958, 종이에 펜, 13.5×21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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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선 1958, 종이에 펜, 13.5×21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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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검은 물가로 돌아와 당신을 생각합니다 1958, 종이에 펜, 13.5×21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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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8, 종이에 펜, 13.5×21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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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며칠이고 지금 당신이 없는 날이 지나 갑니다 1958, 종이에 펜, 13.5×21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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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꽃 1958, 종이에 펜, 13.5×21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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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어머니, 당신 아들에게서 약한 인간이 지닌 모든 그것을 1958, 종이에 펜, 13.5×21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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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스 1959.4.28. 종이에 펜, 13.3×21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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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어제는 내가 견딜 수 없이 쓸쓸했습니다 1958, 종이에 펜, 13.5×21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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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 종이에 펜, 13.5×21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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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어머니 당신 아들은 지금 1958, 종이에 펜, 13.5×21cm

27


1958, 종이에 펜, 13.5×21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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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나에게 사랑함에 있어 부족함이 있음은 1958, 종이에 펜, 13.5×21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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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8, 종이에 펜, 13.5×21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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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바람이 뜨거이 불어옵나이다 1958.1.27. 종이에 펜, 13.5×21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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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시랑 1958, 종이에 펜, 13.5×21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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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피곤에 젖어 오늘밤엔 1958.2.10. 종이에 펜, 13.5×21cm

33


다방 <파리> 1958.2.28. 종이에 펜, 13.5×21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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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생 문간방에 초라히 1958.2.12. 종이에 펜, 13.5×21cm

35


마가레트 1958.2.15, 종이에 펜, 13.5×21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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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이 떨어진 지구 한구석 적적한 자리 1958, 종이에 펜, 13.5×21cm

37


아자리아 1958, 종이에 펜, 13.5×21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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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위하여 1958.2.15. 종이에 펜, 13.5×21cm

39


아이리스 1958, 종이에 펜, 13.5×21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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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당초 우리는 그것이 아니었습니다 1958.2.16. 종이에 펜, 13.5×21cm

41


몬스테라 1958, 종이에 펜, 13.5×21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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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고운 노래를 다시 가슴에 묻고 1958.2.18. 종이에 펜, 13.5×21cm

43


아옥 1959.4.28. 종이에 펜, 13.5×21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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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당신을 생각했습니다 1958.2.22. 종이에 펜, 13.5×21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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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귀비 1959, 종이에 펜, 13.5×21cm

46


너의 이름 없이는 불쌍한 한 사나이가 있다 1958.2.27. 종이에 펜, 13.5×21cm

47


1958, 종이에 펜, 13.5×21cm

48


당신과 한 몸이 되어 있을 때 1958.4.8. 종이에 펜, 13.5×21cm

49


옥잠화 1958, 종이에 펜, 13.5×21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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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으로서 작은 생명 스스로 구원을 받으며 스스로 눈감아 1958, 종이에 펜, 13.5×21cm

51


1958, 종이에 펜, 13.5×21cm

52


봄이 오면 무서워요 1958, 종이에 펜, 13.5×21cm

53


1958, 종이에 펜, 13.5×21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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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 아침 조간 한구석에서 슬픈 기사를 발견했습니다 1958, 종이에 펜, 13.5×21cm

55


히아신스 1958, 종이에 펜, 13.5×21cm

56


당신이 돌아가면 남은 자리 너무나 텅 비어서 1958, 종이에 펜, 13.5×21cm

57


1958, 종이에 펜, 13.5×21cm

58


고운 당신을 앞두고 쓸쓸한 이야길 한 것은 1958, 종이에 펜, 13.5×21cm

59


1959, 종이에 펜, 13.5×21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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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하나 버리며 1959, 종이에 펜, 13.5×21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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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아름다운 그대’를 위한 연가 박윤우 서경대 교수, 문학평론가

한국 현대시 100년사의 흐름 속에 명멸한 셀 수 없이 많은 시적 창작물 중 하필 ‘꽃’의 이름으로 쓰인 작 품이 가장 많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할까? 그 이유를 흔히는 아름다움과 사랑을 노래하는 일을 ‘서정’의 본원적 임무로 여겨왔던 낭만주의 시대를 지배한 원론적 관점에서 찾을 수도 있겠고, 은유와 상징, 이미지 를 통한 관념의 은폐성과 감각의 형상성을 시적 글쓰기의 목적으로 생각하는 작가적 입장에서 이해할 수 도 있겠으나, 기실 그 관습은 의미를 발견하고 새롭게 창조해내기에 턱없이 부족한 언어의 감옥을 탈출하 려는 시인의 지난하고도 힘겨운 고통의 몸부림이 빚어낸 또 하나의 감옥이었다면 조금은 과한 말일는지... 편운 조병화 시인은 평생의 시작업을 일관하여 어쩌면 이러한 언어의 굴레로부터 벗어나는 모습을 솔 선해 보여주고자 한 시인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에게 궁극적인 시적 대상은 세상의 삼라만상이라기보다는 그가 함께 하고자 하는, 그가 마주하고 이야기하고자 하는 ‘사람’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이번에 새로 발굴, 정리된 시편들은 연작과 시화의 성격을 지닌 채 일종의 기획된 의도와 함께 쓰인 작 품들이라는 점에서 시인의 여느 창작과정보다 더 선명하게 시적 담론과 시적 진술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 인지에 대한 하나의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그것은 어쩌면 그만의 고유한 ‘사랑학’이, 그리고 그 휴머니 즘에의 끈질긴 지향이 만들어낸 담백하고도 찬연한 결과물일지도 모른다. <비밀의 시화>라는 제호로 묶인 새 시편들은 “꽃 그림 한 폭에 애절히 그리운 마음 한 자락씩 담아 만 든 시화들”이라는 간행사의 설명처럼 조병화 시인의 초기시에 잘 나타난 전형적인 사랑의 서정을 읊조린 시편들임에 틀림없다. 다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사실은 책자에 수록된 28편이 모두 별다른 제목이 없는 채 쓰인 것이라는 점과, 대부분의 작품들이(꽃의 스케치를 포함하여) 모두 쓴 날짜를 정확히 기록한 작품 들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그 시기가 1958년 2월부터 봄에 이르는 짧은 시기에 집중되어 있다는 것도 고려 의 대상이 된다. 물론 책자의 해제에서처럼, 그리고 그 스스로의 자전적 술회에 따라 시인이 이 시기 겪었던 사랑의 열 병을 이야기해도 좋을 것이며, 흔히 논자들에 의해 평가되는 ‘절대고독’과 ‘허무’의 사유를 다시 언급하는 것도 무방할 것이나, 그와 같은 일반론적 평가를 이 새로운 <노트의 기록물>에 기계적으로 대입하는 것은 생산적인 일이 아니다. 그것은 어쩌면 ‘부치지 못한 편지’와도 같은 것이며, ‘비밀일기’에 해당하는 것일 수 있으나, 분명한 것은 조병화 시인에게 ‘고독’이란 결코 그 자신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는 이미 그 것을 인간의 성정에 편재한 것으로서 현실화할 수 있는 그만의 언어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기왕의 평가에서 인정된 것처럼 조병화 시인의 시에 가장 두드러지게 등장하는 “당신” 혹은 “그대”와 같은 2인칭의 지시어는 이미 그의 시작 초기부터 확고한 그만의 고유한 자장을 지닌 채 사 용되고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 점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그러기에 그의 시에서는 화자의 내면적 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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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조차 ‘당신’을 향한 소통과 대화의 담론이 된다. 시인에게 ‘당신’은 그저 옆자리에 함께 있는 ‘벗’과도 같은 존재이다, 그의 시에 고유한 서간체의 문장 은 결국 주체의 내면에 대한 개인적 표출의 목적으로서보다는 누군가 그 주체가 마음을 주는 또 다른 주체 에게 자신을 전달하고자 하는 소통의지의 표현도구이며, 동시에 대화적 상상력이 만들어내는 상호교감과 상호주체성의 인식을 가능케한다. 그것이 천생의 ‘고독’을 치유할 수 있는 시적 방법론이며, 아울러 그 치 유의 방법론은 ‘당신’을 향한 이타적인 것이라는 점에서 결코 자의식의 심연 속에 유폐된 상상력이 아니라 만인을 향한 휴머니즘의 발로로서의 진정한 대화적 상상력으로 구현되어 나타나는 것이다. 꽃 한 포기의 스케치에 시 한 편을 꼬박꼬박 적어내면서도 그의 ‘시의 꽃밭’에는 꽃이 없다. 아니 꽃에 대한 언급조차가 없다. ‘어머니’를 노래하며 붓꽃을 그리고(14; 22p), 아이리스를 스케치한다(16; 27p). 모 성과 육친애를 그저 그리 진솔하게 풀어놓은 그에게 꽃의 형상은 결코 그만의 특별한 은유적 심상을 만들 어내기 위한 작위적 대상이 아니다. 이 꽃들은 마치 소월의 언급처럼 그저 ‘거기 그렇게’ 있기에 아름다울 따름이며, 아니면 그만의 존재가치를 알아주는 누군가에 의해 그렇게 아름다운 것이다. 그러므로 여기서 ‘그만의 존재가치’란 꽃으로 하여금 스스로 아름답게 피어나도록 두는 일과 통하며, 시인은 단지 그 ‘자체 발광’으로 인해 시인의 넘쳐흐르는 ‘그리움’과 ‘사랑’의 감정을 또한 시인 스스로의 언어로 써내려갈 수 있 게끔 한 것이다. 조병화 시인의 이번 발굴 작품들은 새삼스레 시인이 평생 일관되게 견지해온 창작적 메시지를 보다 선 명하게 각인시켜주기에 충분하다. “대화가 없으면 시인은 이 지상에 살아 있을 의미를 잃어버리게 되는 것 이다.”라는 이 평가적 단언은 한편으로 그의 시가 추구한 존재의 고독에 대한 성찰과정이 ‘대화의 목마름’ 을 결과하였음을 해명해주기도 하지만, 이 갈망과 끝없는 그리움에의 지향은 기실 조병화 시인의 시로 하 여금 서정시의 관념세계를 과감히 뚫고 나와 인간의 삶이 지닌 현실성과 일상성에 대한 자각을 보편적 정 서로 승화시키는 힘으로 작용한다. 그리고 이것이 가능하도록 한 근본 동력은 시인의 대화적 상상력이 지 닌 자유와 소통에의 의지였음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조병화 시인은 처음부터 고독의 한복판에서 고독과 벗하였기에 스스로 고독으로부터 탈출하고 그것을 초극할 수 있는 성찰과 사유의 공간을 언어로 진술해나가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 러기에 시인의 독백과 대화는 오히려 이 도저한 대중의 시대에 서정의 언어가 그들에게 줄 수 있는 또 하나 의 선물이 될 수 있다. 가장 진솔하고 가장 현실적인 시인의 반성적 사색과 대화적 소통의지는 그들로 하여 금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배반의 역설 혹은 진리를 잉태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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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5. 7 ~ 6. 30 조병화문학관

기획총괄 조진형·김용정 진행 김영은·장우덕 발행일 2016년 5월 7일 발행처 조병화문학관 경기도 안성시 양성면 난실길 14-1(난실리 337) tel. 031-674-0307, 02-762-0658 e-mail: poetcho@naver.com http://www.poetcho.com 디자인 편집전문회사 꿈과 놀다 tel. 02-2277-3986 인쇄 예작만들기

© 조병화문학관 2016 이 책에 담긴 모든 자료는 무단으로 복사, 전재하거나 변형하여 사용할 수 없습니다. © Cho Byunghwa Museum 2016 All rights reserved including the right of reproduction in whole or part in nay fo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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