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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JEAN YOUN LEE JEAN YOUN, SPRING 2010 / FALL 2010 ‘C-THOU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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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스케이팅 선수 김연아가 올림픽 무대에서 1등을 했을 때 국민들이 가질 수 있는 기쁨과 자부심은 정말 대단했었다. 반면 디자이너 이진윤은 세계적인 패션 어워즈에서 1등을 하고도 국민들에게 줄 수 있는 메시지는 아무 것도 없었다. 그렇게 발버둥 칠 수 밖에 없던 상황을 우리는 잘 알지만, 그들은 전혀 알지 못한다. 디자이너 이진윤과 MBC 경제매거진 유재부 편집국장의 통화 내용 중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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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RING, FALL 2010 C - THOU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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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 BOTON MFA 2008 AU(RO)RA AU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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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JEAN YOUN DESIGN PHILOSOPHY
인터뷰집의 특성상 내용 중에 사용된 외래어나 외국어의 경우 따로 원어 표기를 하지 않았으며, 일부 패션 전문 용어도 사용되었음을 밝힙니다.
SP RI N G , FAL L 2 0 1 0 C - T H O UG H S P R I NG 2 0 1 0 PA RI S H A UT E C O U TU R E | J A N U A RY 27, 2010 FA L L 2 0 1 0 S E OUL FA S H I ON W E E K PT | M A R C H 28, 2010
리본그라피(이하 리본): ‘숯 숨 생 사 = C-THROUGH’라는 주제로 전개하셨던 파리 오 트쿠튀르는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나요. 이진윤(이하 진윤): 우선 한국적인 게 어떤 것인지 부터 고민했는데 일반적으로 패션 디자이너가 찾을 수 있는 게 한복이잖아요. ‘좀 더 다른 게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 고, 문득 시골에서 된장을 만들 때 간장 위에 솔잎과 숯, 빨간 고추를 넣었던 기억이 난 거예요. 당시 ‘저걸 왜 저기에 넣을까’라는 의문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정말 많은 효과 를 가지고 있던 거더라고요. ‘자신을 불태워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기도 하고, 김장을 할 때 배추의 숨을 죽이지만 결국 우리 몸에 좋은 음식이 되는 것처럼 이들이 생, 사와 연관되어 있다’라는 것을 깨달았죠. 이러한 모습을 옷으로 화려하게 부활시켜봐야겠 다고 생각했어요. 숯이 검은색이잖아요. 쇼의 시작은 블랙이 가지는 무게감을 가지고 다양하게 묘사했어요. 중반부에는 샌드색과 와인색으로 전개했는데 산소의 양에 따라 달라지는 숯의 색을 응용한 거예요. 그리고 마지막에 재가 되는 모습을 차콜 색상으로 화려하게 부활시켜봐야겠다고 생각해 큰 드레스로 만들어낸 거예요. 모델이 움직이면 서 옷의 주름도 같이 움직이니까 마치 연기가 나는 듯한 모습이 연상될 수 있게요. 리본: 음악 또한 상당히 인상적이었어요. 진윤: 이번 시즌에는 어울릴 만한 곡들을 제가 선택하기도 했고, 효과음을 상당히 많 이 사용했어요. 숯과 연관 시켜서 효과음을 만들었거든요. 대학 후배 중에 음악을 하는 후배가 있어요. 그 후배와 계속 맞춰가면서 숯이 불에 타 재로 되는 그 순간에 대한 묘 사를 했죠. 제가 태어났던 시골에서는 아궁이 옆에 닭이나 참새들이 앉아 있어요. 거기 가 워낙 따뜻하니까. 그러다가 불을 지피면 뜨겁고 연기가 나니까 ‘타다닥’ 날아가거든 요. 그런 순간들을 그대로 묘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깃털 소리, 말발굽 소리,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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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불에 태워 만들어진 숯이 생명력이 없는 것 같지만 자신을 불태워 새로운 것 을 창조하는 것과 김장할 때 배추의 숨을 죽이지만 결국 우리 몸에 좋은 음식이 되는 것이 비슷해 이를 생과 사에 연관이 된다는 의미를 그린 것이다. 패션쇼에 흘렀던 음 악 역시 아궁이에서 숯이 타는 효과음을 이용해 컨셉을 극대화하는 역할을 해냈다.
엉이가 ‘구구구’하면서 우는 소리를 나무 장작이 타는 소리와 함께 쇼가 시작하고 4분 동안 그대로 틀었어요. 관객들은 이게 무슨 소리인지 의구심이 생기고 마치 동굴 속에 들어왔다는 느낌이 들게끔 했거든요. ‘쇼의 시작은 1번 모델이 나왔을 때가 아니라 관 객이 들어 왔을 때’라는 메시지를 놓치지 않으려 했던 것이고, 그러면서 알레그리아 서 커스에 나오는 여자가 불어로 부르는 곡으로 쇼가 시작되었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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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투와 갓을 현대적으로 시각화했던 오트쿠튀르의 헤어(좌)와 동양적 인 신비로움이 묻어나게끔 한 서울 패션 위크 PT쇼에서의 헤어(우)
리본: SETEC에서 진행된 PT쇼는 오트쿠튀르에서의 헤어 연출이 빠져서 많이 아쉬웠 어요. 상투와 갓을 현대적으로 시각화 하셨던 부분이 상당히 인상적이었거든요. 진윤: 그 부분을 없앤 이유는 두 가지 정도가 있어요. 우선 파리에서 선보인 헤어는 난이 도도 높았고 좋았어요. 상당히 스페셜했고, 어려운 거였거든요. 높이, 발란스 모두 살피 면서 정말 오랜 시간 동안 컨펌을 했고, 돈도 정말 많이 들었어요. 우선 국내에서 할 수 없 었던 이유는 일단 모델의 나이가 있었어요. 그 연출로 하여금 젊고 발랄한 느낌이 있을 수 있어요. 자연스럽고 유치하지 않아야 되는데 나이 마흔 넘는 모델의 머리를 그렇게 묶 어 올릴 수 없었거든요. 또 한편으로는 동양적인 신비로움이 묻어나게끔 무대를 만들기 로 했어요. 실제 중전마마들이 했던 머리처럼 올 하나도 빠지지 않게 하려고 ‘포머’라는 걸 사용해서 한국적인 머리를 연출했어요. 그건 세제로 머리를 감아야 된다고 하더라고 요. 워낙 안 빨리는데도 그거를 바른 거예요. 파리에서 했던 헤어를 처음에는 끝까지 고 집을 하려고 했는데 피날레 모델 같은 경우는 60년대 생이기도 하고 몇 몇은 머리가 너 무 짧았던 상황이어서 자연스러운 분위기 연출이 좋겠다 싶어 바꾼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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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산 아나콘다 가죽을 사용했던 이진윤의 컬렉션 의상
리본: 이번 시즌 굉장히 고가인 소재들이 사용되기도 하면서 프라이스 포지션이 상당 히 높아졌을 거 같아요. 진윤: 보통 드레스 같은 경우는 1,000만원에서 1,500만원 이상이에요. 아나콘다 가죽 은 전부 아프리카산이고 샤넬이나 디올 같은 글로벌 브랜드들에서 쓰는 거거든요. 소 재 자체만 200~300만원 정도 하기 때문에 1,500만원 이상 씩 받지 않으면 맞지 않아 요. 처음부터 저가를 다루지 않으려고 했고, 프렌차이즈도 고가형을 생각하고 있어요. 콜롬보의 악어가죽 백 같은 경우 1,000만원 정도 하잖아요. 그런 글로벌 브랜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상품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이번 오트쿠튀르에 서 선보였던 블라우스들은 모두 판매되었어요. 블라우스 하나에 150만원씩 하는 고가 였는데도요. 리본: “오트쿠튀르와 프레타포르테의 중간 단계를 접목시킨 새로운 뉴룩을 창조했다” 라는 말들과 함께 이번 시즌을 통해 디자이너 이진윤이 가진 시그너처를 끌어 낼 수 있지 않았나 생각되는데요. 진윤: 쇼를 전개하기 위한 방법은 여러 가지인데 ‘내가 가지고 있는 아이덴티티를 몇 퍼센트 둘 것인가’를 먼저 생각해요. 매 시즌마다 새롭게 시도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 만 내가 가장 잘 아는, 가장 잘하는 것을 버리지 않고 유지하면서 새로운 룩이 보여 질 수 있게끔 하는 게 정말 중요해요. 다음 시즌 보여줄 쇼도 오간자가 가진 메시지를 새 롭게 표현하는 거예요. 그 부분을 버리지 않고 유지하면서 나아갈 생각이고, 한동안 진 이라는 걸 계속 안 보여줬거든요. 주변에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번에는 진과 함께 재미있게 보여주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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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렉션의 피날레 장면과 컬렉션을 마치고 해외 프레스와 바이어 로부터 큰 관심과 인터뷰를 받고 있는 디자이너 이진윤
리본: ‘한국적’이라는 것에 대해 많이 고민하시고 이를 패션으로 담아내려는 시도들이 눈에 띄는데요. ‘한국의 정체성’이라는 책의 저자 철학자 탁석산은 책에 이런 말을 담 았어요. “서편제보다 쉬리가 더 한국적이다.” 이를 판단하는 기준은 현재성, 대중성, 주 체성이라는 것인데요. 한국의 정체성을 담은 패션 디자인, 어떤 관점으로 보고 계신지 궁금한데요. 진윤: 너무 중요한 부분인데요. 어떤 뜻에서 그런 말씀을 하신지에 대해 공감이 되네 요. 저는 우리 것을 한 번도 ‘세계적이다’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우리 것은 서양 것과 이질적인 거예요. 조선 복식이라는 다른 복식문화를 가지고 있는 것이고 한옥이 라는 새로운 건축문화를 가지고 있는 거예요. 하지만 이게 좋은 건 절대 아니에요. 한 옥이 좋으면 다 한옥에서 살았겠죠. 하지만 우리는 지금 아파트에 살고 있잖아요. 그 렇지만 우리 것은 틀림없이 세계 시장에 경쟁력이 있다. 왜냐하면 서양의 것과 다르기 때문에. 그 부분을 강조하고 옷으로 풀고 문화로도 풀어야 되요. 자꾸 우리 것을 감싸 안으려고만 하지 말고 함께 융화돼서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이것에 대해 감동을 받 고 보편타당하게 만들어야 하는 게 우리 세대가 해야 할 역할인 거예요. 한복 입은 외 국 배우 보셨나요? 우리나라 소리가 너무 좋다고 해서 대중가요에 꽹과리 소리 넣고 북 치고 장구 치고 해서 되는 게 아니라는 거죠. 우리의 것을 잘 포장하고 많은 외국인 들이 공감을 했을 때 다가오는 것이지 옷에 한글을 그대로 찍고, 한복을 그대로 만들 어서 될 문제는 아니라는 거죠. 우리 세대는 교육받은 세대잖아요. 교육 받은 세대이기 때문에 과거 선생님들과 해야 할 것, 보여줘야 할 것들의 역량이 다른 거예요. 그것에 대해 우리 세대들은 똑똑하게 처신하고 다가서야죠. 이런 얘기를 이렇게 짧은 시간에 하지만 제 개인적으로 10년이라는 오랜 시간동안 공부해 느낀 거예요. 조선 복식 미 학, 복식 조형을 보는 시각, 복식 미학 강의 등과 같은 책을 읽고, 한옥에 대한 강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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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학기 동안 들었어요. 지금 이 곳도 한지를 다 발라놨잖아요. 우리 것에 대한 관심이 정말 많거든요. 서양 복식 문화의 기본은 코르셋을 입고, 자켓을 입고, 그러면서 가슴 을 쫙 펴고, 고개를 세우고, 상대방을 보는 거예요. 반면 우리나라는 전통 복식의 특성 상 어깨가 좁아야 되고, 앞으로 숙여져야 하고, 손이 앞으로 나와야 하고, 고개가 숙여 지는 복식 문화를 가졌어요. 복식을 대하는 태도부터 다른 거예요. 의복만으로 변화를 줘서 되는 게 아니라 우리가 이 옷을 다룰 때, 복식이 가진 태도가 다르기 때문에 이 태 도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를 고민해야죠. ‘선비들이 옷을 입을 때 왜 갓을 썼을까? 갓 은 채광이 잘되는 것도 아니고 보온성이 있는 것도 아닌 데 왜 썼을까? 그건 우리 문화 는 선비 문화이기 때문인 거예요. 우리만이 가진 태도에 대해 연구하고 옷에 표현하고 자 했던 거예요. 단지 ‘한복을 어떻게 변형을 해야지’라는 접근이 아니었던 거죠. 그런 태도를 옷에 심기 위해 20대 동안 상당히 많은 고민과 연구를 했고, 30대가 되서 이러 한 생각을 버무릴 수 있었다는 것에 대해 다행스럽게 생각해요. 이게 우리 세대가 기 성세대와는 달리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생각돼요. 동양에서 느낄 수 있는 소리들을 음 악으로 표현하고, 한국적인 소재를 사용했지만 코르셋을 입혀 서양인들이 충분히 즐 겨 입을 수 있게 만들었어요. 아우어 글라스 실루엣으로 허리를 잘록하게 만들어 가슴 과 힙을 강조해 아름다운 몸매를 만들었던 거죠. 하지만 웨딩드레스처럼 이너라인을 만드는 게 아니라 그 위에 풍성한 라인의 오간자로 은근슬쩍 비치게 보여주며 또 다른 매력을 만들어내려 했던 거예요. 공부를 하면서도 머리를 비우려고 노력해요. 머리를 비운 다음, 손으로 직접 패턴을 뜨고, 만들고 했던 과정들이 이런 결과물을 만들어 냈 던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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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RO F I L E 2010
서울 컬렉션 참가 다수 Paris Haute Couture Show 참가 S/S Mango와의 Collaboration ‘LEE JEAN YOUN for Mango’ 진행 중
2009
제 2회 Mango Fashion Awards 그랑프리 수상
2006
홍익대학교 디자인공예학과 의상학 전공박사과정 중국 Chingdao Fashion Week 초청 디자이너쇼
2002
Paris ‘Who’s Next?’ Exhibition 참가 Hongkong Fashion Week Fashion Show & Exhibition 참가 서울 벤처디자인 콘테스트 대상 (고건 시장상) 21세기 우수인재상 대통령상 (김대중 대통령) Las Vegas Magic Show Exhibition 참가
2001
제 2회 두타벤쳐 디자이너 콘테스트 대상 제 1회 대한민국 웨딩드레스 콘테스트 대상 Fashion Show & Exhibition 참가 서울 벤처디자인 콘테스트 대상 (고건 시장상) 21세기 우수인재상 대통령상 (김대중 대통령) Las Vegas Magic Show Exhibition 참가
2000
제 2회 두타벤쳐 디자이너 콘테스트 대상 제 1회 대한민국 웨딩드레스 콘테스트 대상
S H OW RO OM 서울시 종로구 충신동 211-3번지 LEE빌딩 5층 070-8269-8296 leejeanyoun01@gmail.com www.leejeanyoun.com
REFERENCE Kim Hee June: pp6, 8, 15, 20, 26 Granny Geek: p13 Naver: p11 Lee Jean Youn: pp10, 12, 14-25, 27-28, 30-34, 46 Hanhuk Daily: : p13 Edward S. Curtis: p11 leahleaf: p13 heavensdarkangel: p13 Joystar: p17 Tlacuilo Pilo: p21 Polyhedra: p23 Aterballetto: p31
FASHION ACHIVE
LEE JEAN YOUN LEE JEAN YOUN, - FALL 2010
INTERVIEW INFO. 일시
2010년 4월 20일 월요일 오후 2시
장소
‘이진윤’ 쇼룸
인터뷰이
이진윤 (‘이진윤’ 대표)
인터뷰어
신동우 (‘리본그라피’ 대표)
사진
김희준 (‘321 프로젝트’ 실장)
참관
이남가 (‘이진윤’ PR)
PUBLISHING INFO. 발행처
리본그라피
발행일
2010년 6월 23일
편집
신동우
교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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