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도서관』 6월호 : 국회도서관 속 보물 - 미국 버지니아주 동해병기 법안 및 기념 서명펜 -
홍 원 기 국회기록보존소 기록연구관
2015년 6월 1일 대한민국 국회는 뜻깊은 행사를 가졌다. 미국 버지니아 주 한인단체 인사들이 2014년 3월 28일 테리 매컬리프(Terry McAuliffe) 버지니아 주지사가 서명한 동해병기 법안 원본과 서명펜을 국회에 기증하는 행사였다. 이로써, 동해병기 법안이 법으로서의 효력을 발생한 역사적인 순간을 국회의 영구기록물로 보존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동해 법안과 주지사가 서명한 기념펜은 한인들의 것입니다. 가져가서 잘 보관해 주시기 바랍니다. ” 마스덴(David W. Marsden) 상원의원이 매컬리프 주지사에게 법안서명 기록을 인계받아 버지니아주 한인단체에 전달하면서 당부했던 말이다. 동해 병기 법안이 통과되기까지 전폭적인 지지를 아끼지 않았던 그의 바람처럼, 관련 기록은 한인단체에 전달되었고, 다시 한인들이 뜻을 모아 고국의 국회에 기증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현재 국회도서관 국회기록보존소는 이 기록을 영구기록물로 안전하게 보존하고 있으며, 다수의 이용자들이 연구‧활용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http://archives.nanet.go.kr)를 통해 서비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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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주 동해병기 캠페인은 2012년의 백악관 청원(We the People) 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이후 청원 운동은 공식적인 법안 발의로 이어졌고, 찬성과 반대를 거듭한 끝에 2014년 3월 5일 하원 본회의에서 찬성 82표, 반대 16표의 압도적인 차이로 법안이 통과되었다. 같은 해 7월 1일 법이 공식적으로 발효되면서 버지니아주의 모든 공립학교 교과서에는 ‘일본해 (Sea of Japan)’와 ‘동해(East Sea)’를 함께 표기하도록 의무화되었다.
미국 역사상 다른 국가의 해양 및 영토 문제를 다룬 법안이 통과된 것은 처음이며, 다른 주에서도 그 전례를 찾기 힘든 대 사건이었다. 특히, 당시에 일본 정부가 직접 나서서 전문 로비스트를 고용하고 일본 대사를 주 의회에 급파하는 등 법안을 저지시키기 위한 노력을 총동원한 상황임을 고려할 때, 이 법안이 갖는 의미는 더욱 크다고 하겠다. 이러한 성과는 버지니아주에 거주하는 15만 한인들이 힘을 한데 모아 이뤄낸 것이며, 마스덴 상원의원, 팀 휴고(Tim Hugo) 하원의원 등 한인들과 역사 인식을 함께한 정계 인사 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버지니아주 공립학교 교과서에 잘못 표기된 바다 이름이 있습니다. 바로‘일본해’ 입니다. 이 바다를 대한민국 사람들은‘동해’라고 부릅니다. 우리 아이들은 우리가 지금까지 일본해만 가르쳐서 동해란 바다를 모릅니다. 이는 절대 올바른 교육이 아닙 니다. 잘못된 교육 문제를 바로 잡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하원 의원 여러분은 이 문제를 교육적인 차원에서 바라보고 법안에 찬성해 주십시오.” - 동해병기 법안을 발의한 팀 휴고 의원의 하원 전체회의 공식발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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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으로 볼 때 동해는 우리 민족이 2,000년 이상 사용해 온 고유한 명칭으로 대한민국의 역사와 문화를 관통하는 키워드이다. 동해는 광개토대 왕릉비, 『삼국사기』 동명왕편 등에 기록되어 있으며, 이후 조선시대를 거치면서 ‘조선해’와 함께 각종 사료와 고지도에 자주 등장한 명칭이다. 그러던 것이 20세기 초 일본 제국주의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세계 각국의 출판물 및 지도에 동해 대신 일본해가 단독으로 표기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국제적인 흐름에 결정적인 단초를 제공한 것이 1929년 국제수로 기구(International Hydrographic Organization, IHO)에서 발행한 『해양과 바다의 경계(Limits of Oceans and Seas)』이다. 당시는 우리나라가 일제 강점기를 겪으면서 국제사회에 동해 명칭의 정당성을 주장할 수 조차 없었고, ‘일본해’ 표기의 국제적 확산을 그저 지켜볼 수 밖에 없었던 시기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버지니아주 동해병기 법안은 일제의 한반도 강점 과정에서 생긴 역사적 오류를 바로 잡으려는 노력이 맺은 결실이라고 하겠다.
이는 비단 버지니아주에만 머무르는 성과는 아닐 것이다. 동해병기 법안은 공립학교의 교과서 및 지도를 제작하는 미국의 대형 출판사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오랫동안 버지니아주의 교육 정책을 따르며 같은 교과서를 채택해 왔던 주변 7개 주에 미치는 파급력 또한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뉴욕주와 뉴저지주, 그리고 서부의 워싱턴주, 캘리포니아주 등에서 잇따라 유사한 법안이 발의되면서 동해병기 움직임은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는 추세이다. 버지니아주의 동해병기 사례가 우리나라와 관련한 역사 왜곡을 바로 잡고, 올바른 인식과 이해를 국제사회로 확산하는데 마중물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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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주 동해병기 법안 원본(An Act to require approved textbooks to refer to the Sea of Japan as the East Sea) ⇰ 2014년 3월 28일 테리 멕켈리프(Terry McAuliffe) 버지니아 주지사의 서명과 상․하원 의장들의 서명을 통해 버지니아주 동해병기 법안이 2014년 7월 1일부로 발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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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주 동해병기 법안 서명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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