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해윰-기록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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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해윰 - 기록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소개합니다 -

홍원기 국회기록보존소 기록연구관

1. '기록해윰' 이 낯선 사람들을 위한 소소한 배려

기록해윰은 학생회를 중심으로 결성된 연구모임이다. 해윰은 생각하다는 의미를 가진 순우리말 '혜윰'에서 착안한 것으로, ~하자!!"라는 청유형 문장을 '~해윰'이라는 친구 사이의 편한 대화체로 바꿔 부르는 의미를 담고 있다. 따라서 기록해윰의 성격을 정의 하면 기록관리를 함께 고민하고 생각하자고 편하게 제안하는 연구모임이라고 할 수 있다.

연구모임에 관심 있는 대학원생들을 처음 만난 건 2016년 11월 초의 일이었다. 내 수업을 수강했던 학생들부터 학생회 임원들까지 그 구성은 다양했지만, 학과 수업과는 별개로 연구모임이 필요하다는 것에는 인식을 같이 했다. 그것이 기록 해윰의 시작이었다. 정보‧기록학과가 신설된 지 15년이 지난 시점이었고, 학과 차원에서는 누가 봐도 안정과 도약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였다. 하지만, 후배들은 내가 처음 기록관리학을 시작했던 2000년대 초반의 고민들을 반복해서 하고 있었고, 그 시기의 내 모습과 묘하게 오버랩 되는 구석이 있었다. 그것이 오롯이 학과 운영의 부실에서 기인한 것만은 아닐지라도, 학과 커리큘럼에 대한 결핍, 기록관리 관련 연구정보의 부재, 졸업생을 포함한 외부 연구자와의 교류 부족 등의 문제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던 것이다. 대학원을 먼저 거쳐 간 졸업생 선배로서, 기록관리전문요원으로 기록관리 실무를 먼저 접한 선진 연구자의 입장에서, ‘아키비스트 액티비즘(Archivist Activism)’을 요구받는 순간이었다. 다소 거창한 사명감이라 오해할 수는 있겠으나, 작은 실천과 행동 정도로 이해하면 그리 부담스럽지만은 않은 키워드일지도 모르겠다. 먼저, 연구모임에서의 내 역할을 신중하게 고민해야만 했다. 자칫 재학생들과 제대로 융화되지 못하고 겉돌 수도 있을 테고, 잘난 척, 아는 척만 하다가는 꼰대가 되기 십상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고민 끝에 나온 것이 코디네이터(coordinator)와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로서의 역할이었다. 나는 연구모임이 당초 구상했던 취지에 맞게 운영될 수 있도록 방향성을 유지하고 조율하는 ‘조정자’이면서, 특강이나 주제 토론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의 역할에 포커스를 맞췄다. 어차피 연구모임의 주체는 학생회를 중심으로 한 재학생이어야 하고, 그들이 주인공이 되어 지속가능한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 1 -


그 다음으로 연구모임의 성격과 방향성을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었다. 우선, 기록해윰은 누군가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구조에서 벗어났으면 했다. 강의는 학과 커리큘럼을 통해 지겹게 듣게 될 것이므로 굳이 연구모임에서까지 수업을 이어나갈 필요성은 없어 보였다. 설령 외부 전문가 특강에서 강의식 발표를 하게 되더라도, 되도록 회원들의 자유토론을 유도해서 수동적으로 듣다만 가는 구조는 피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재학생을 중심으로 한 연구모임임을 감안해 참여한 학생들의 다양한 니즈 (needs)를 최대한 충족시켜 주고 싶었다. 그래서 연구주제를 정함에 있어 기록관리 이론과 실무의 비율을 적절히 배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학문적 탐구심을 갖고 접근하는 학생들이 있다면 학계의 연구동향을 제시함으로써 다양한 연구주제를 고민할 수 있게끔 하고, 실무경험에 대한 결핍을 메우는 것이 목적인 학생들에게는 현장의 살아있는 경험과 사례를 제시해 주는 것이 필요했다. 마지막으로, 단발적으로 결성되었다 해체되는 스터디 모임이 아니라, 학과의 전통 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연구모임의 모델을 실현해 보고자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연구모임이 재학생 선‧후배간의 만남의 장, 재학생‧졸업생 간의 교류의 장으로 기능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더 나아가 학과 내에서만 제한적으로 활동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일종의 ‘아웃 오브 더 박스(Out of the Box)'를 지향하기 위한 외부 전문가와의 소통 창구 역할도 중요한 요소였다.

2. 우리의 생각과 고민, 그리고 연구활동 기록해윰은 2016년 11월부터 학생회를 중심으로 결성되어, 그 간 기록관리 현안과 쟁점에 대한 특강 및 토론을 진행해 왔다. 지금까지 진행한 주요 연구주제로는 ❶ 대통령기록물 관리 관련 쟁점, ❷ 기록관리시스템 바로 이해하기, ❸ 기록관에서 기록연구사로 살아남기, ❹ 기록학 개론에서 답을 찾다 등이 있다. 시범적으로 ‘대통령기록물 관리 관련 쟁점’을 첫 번째 주제로 선택했다. 당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발생하면서 대통령기록물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던 시기 였고, 기록관리를 연구하는 입장에서 관련 쟁점에 대해 냉정하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우선,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을 중심으로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대한 이론적인 배경을 검토한 후, 역대 대통령기록물과 관련된 주요 쟁점에 대한 토론을 진행했다. 2008년 봉하마을 대통령기록물 유출 논란부터 2013년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이슈까지 대통령기록물의 수난사이자 기록학계의 최대 이슈였던 사건들을 폭넓게 다루는 시간을 가졌다. 이 밖에도 대통령기록물 관련 도서에 대한 서평 토론회, 대통령기록물 관리 전문가 초청 간담회 등을 진행하면서 앞으로 연구 모임에서 적용 가능한 포맷들을 점검해 보았다. 두 번째로 학과 커리큘럼으로는 대학원생 입장에서 실제적인 접근이 어려운 주제를 다뤄보자는 의견이 제기되었고, 별 다른 이견 없이 ‘기록관리시스템’이 주제로 선정 되었다. 시스템은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는 전문요원이 아니면 쉽게 접하기 어렵다는 점과 이론적인 학습만으로는 시스템의 전체적인 구조를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 2 -


것이 주제선정의 주된 이유였다. 본격적인 연구에 앞서 기록관리 기능요건 및 데이터 연계 기술규격 등의 표준과 정보화전략계획(ISP) 산출물 등에 대한 이론적인 검토를 선행하였다. 그리고 실제 기록관리시스템 개발자, 시스템 관련 표준 작성 참여 연구진 등의 외부 전문가 특강을 통해 업무관리시스템을 중심으로 한 기록생산시스템, 표준 기록관리시스템(RMS), 영구기록물관리시스템(AMS) 등 기록물관리 프로세스별 시스템들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기회를 가졌다. 세 번째로 ‘기록관에서 기록연구사로 살아남기’라는 주제로 각급 공공기관에 배치된 기록연구사들과의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 연구주제는 미래의 기록물관리전문요원으로 성장할 재학생들의 직무 전문성을 강화하고, 실제 기록관리 현장에 배치되었을 때 직면하게 되는 여러 현안과 쟁점에 대한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 기획되었다.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연구사들이 ‘1인 기록관’ 체제하에서 겪었던 고군분투기를 청취함으로써, 가까운 미래에 학생들이 기록관리 실무현장에서 실제로 겪게 될 문제들을 시뮬레이션 해 보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간담회는 기록학계 및 실무 현장 에서 전문성과 성과를 인정받은 기록연구사를 초청하여 특강과 주제토론을 진행 하였는데, 총 7회에 걸친 연구활동의 세부내역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구 분 연구사의 직무 기록물 평가 및 폐기 기록관리 실무교육 기록의 분류 및 조직화 처리과 지도점검 기록정보 서비스 기록관 조직 확대

강의주제

특강자

소속기관

기록관에서 연구사는 무슨 일을 하는가?

이준봉

경인지방병무청

폐기는 나의 것-기록물 평가

함가경

처리과 기록관리 실무교육 시뮬레이션

손성호

서울시 동작구청

지방자치단체 BRM 단위과제 구축

문찬일

서울시 강북구청

처리과 지도점검과 기록관의 공개 재분류

임희연

서울시 서부교육지원청

기록관의 기록정보 서비스 우수 사례

왕영훈

대전시 유성구청

검찰 특수기록관 설립 사례 및 향후 전망

이현정

대검찰청

(前)경북지방경찰청 (現)국회기록보존소

마지막으로 하계 방학기간을 맞아 ‘기록학 개론에서 답을 찾다’는 주제로 기록 관리의 기본개념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연구모임의 중간 평가 차원에서 회원 들의 의견수렴을 해본 결과, 그 간의 연구활동이 총론(總論) 보다는 각론(各論)에 너무 치중한 것은 아니냐는 아쉬움을 토로하는 회원들이 많았다. ‘기본으로 다시 돌아가자’는 차원에서 기록학 개론서의 세부 주제별로 발표자와 토론자를 정해 핵심 이론과 관련 쟁점 등을 같이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였다. 연구에 활용된 교재는 국가기록원에서 발간한 기록관리학 총서 시리즈 1권 󰡔기록학개론󰡕을 기본서로 하고, 한국국가기록연구원의 기록학 교육총서 시리즈를 함께 활용하였다. - 3 -


3. 기록해윰 1년, 앞으로의 또 다른 1년 기록해윰이 활동한지 이제 막 1년이 지났다. 그 간의 연구활동 성과를 평가해보면 만족스러움보다는 아쉬움이 더 크게 남는다. 아직 연구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고, 당초 계획했던 지속가능한 연구모임으로 정착시킬 수 있는 해법도 찾지 못한 상황이다. 그런 만큼 평가는 가혹해 질 수 밖에 없고, 아직 평가 운운하기에는 조심 스럽다. 그 대신 전환점에 서서 또 다른 1년을 준비하는 이야기를 꺼내고자 한다. 1주년을 앞둔 지난 10월, 연구모임 회원들과 새로운 연구주제를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회원들은 우리나라의 기록관리가 태생적으로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고, 그로 인해 공공과 민간의 기록관리 격차가 심화되었음을 잘 인식하고 있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공공영역을 벗어나 민간영역으로의 ‘기록관리 산책’을 떠나 보는 것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었고, 기록해윰의 다섯 번째 연구주제는 ‘공공 영역 밖의 기록관리 이야기’로 정해졌다. 사실 민간영역의 기록관리는 그 범주가 넓고, 사례 또한 다양해서 연구를 효율적 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연구대상을 적절하게 분류하여 범주화할 필요가 있다. 우선 일정 규모의 조직과 인력을 갖추고 일종의 사명감으로 조직화된 민간단체(NPO‧ NGO)에서의 기록관리 현황 및 쟁점을 검토하고, 한국 퀴어 아카이브(Queer Archive),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KARA) 아카이브 등 실제 운영사례를 살펴볼 예정이다. 둘째, 지리적 개념으로서 마을 아카이브, 사안 또는 주제와 관련한 공동체의 기록 관리를 다뤄 볼 생각이다. 우리 마을 프로젝트(우마프), 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 사업은 물론, ‘안녕, 둔촌주공아파트’ 프로젝트, 노근리 디지털 아카이빙 프로젝트 등에 대한 사례 특강을 준비하고 있다. 셋째, 기업의 운영 및 영리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서의 기록, 증거로서의 기록관리 등 비즈니스 기록관리도 소략하게나마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현대자동차 그룹, 차병원 그룹 아카이브(CHA Medical Group Archives) 등에 근무하고 있는 기록 전문가와의 간담회를 구상 중이다. 그렇다면 그 다음은 무엇을 연구할 것인가? 아직 그 부분에 대한 명쾌한 답을 찾지 못했다. 교육은 앞으로 백년을 준비하는 큰 뜻을 세워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우리 기록해윰은 ‘연구일년지대계(硏究一年之大計)’ 조차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현재로서는 지난 1년 동안 진행했던 연구 중에서 반응이 좋았던 주제를 대상으로 기존 포맷은 그대로 유지한 채 리부트(reboot) 하는 방식 정도를 고민하고 있을 뿐이다. 아마도 그렇게 된다면 ‘기록관에서 기록연구사로 살아남기 정부산하 공공기관 편’이 되지 않을까 전망해 본다. 하지만, 앞으로 1년 후에 기록 해윰에 대한 평가는 이렇게 내려지길 기대한다. “기록해윰에 한 번도 참여 안한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참여한 사람은 없다.”

Special thanks to... 귀중한 주말 시간을 할애해 「기록해윰」의 연구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신 문찬일, 손기영, 손성호, 심성보, 오진관, 왕영훈, 원종관, 이상민, 이준봉, 이지영, 이현정, 이현정 (한신대), 임희연, 전혜영, 주현미, 진숭식, 함가경 선생님께 기록해윰 회원들의 마음을 담아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연구모임에 열정적으로 참여해 준 연구 모임 회원들께도 격려와 응원의 메시지를 보냅니다. "차세대 기록관리 주인공은 너야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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