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월간 겨울호 국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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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WINTER VOL . 03 |

Special Theme | 한식의 밥 | Tasty Story | 식문화 리포트 음식에 담긴 문화를 맛보다, 프랑스 미식 문화 | Culture Story | 한식 문화 읽기 농가의 겨우살이 준비, 김장


CONTENTS 2014 WINTER VOL.03

主食 이상의 그 무엇, 한식의 밥


Special Theme | 한 상 차려진 한식 이야기 한식의 밥 ………………………………………………………………………… 04

View Column_첫 번째 이야기 Column_두 번째 이야기 Column_세 번째 이야기 Theme Info

한식의 중심, 밥을 논하다 ………………………………………………… 10 정신에 기반을 둔 밥의 특별함 ………………………………………… 14 쌀 중심 음식 문화의 새로운 가치……………………………………… 16 밥상 위 터줏대감, All About The RICE ……………………………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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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sty Story | 나눌수록 더 맛있는 한식 이야기 종가의 맛

파평 윤씨 사증 종가의 부각 ……………………………………………… 22

계절의 맛

보글보글 겨울에 제 맛, 찌개 …………………………………………… 30

한식 보감

발효가 만든 오묘한 맛과 영양, 김치 ………………………………… 34

시즌 레시피

겨울 퓨전 한식 요리 ………………………………………………………… 38

식문화 리포트

음식에 담긴 문화를 맛보다, 프랑스 미식 문화 ………………… 42

참맛 기행

벌교 꼬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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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Story | 알수록 재미있는 한식 이야기 K-FOOD ISSUE 1 K-FOOD ISSUE 2

제1회 한식사랑 한식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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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금의 궁중상차림’ 재현 행사 ……………………………………… 58

한식 문화 읽기

농가의 겨우살이 준비, 김장 …………………………………………… 60

한식 로드

한식, 한류 열풍의 주역이 되다 IN BEIJING, CHINA …… 66

한식 사전

호박죽과 만둣국의 외국어 표기법 …………………………………… 72

문화 클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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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SIK ISS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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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 29초 영화제> 시상식 ……………………………………………… 76

HANSIK NEWS Thank You / 독자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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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강민수 발행일 2014년 12월 23일 발행처 (재)한식재단 (www.koreanfood.net, www.hansik.org) 한식홍보팀 원지숙, 이세미, 김비니 주소 서울시 서초구 강남대로 27(양재동) aT센터 1306호 전화 82.2.6300.2054 팩스 82.2.6300.2055

www.koreanfood.net, www.hansik.org, twitter.com/hansikkorea, facebook.com/hansikkorea, weibo.com/thetasteofkorea 기획・취재・디자인 (주)이팝 (www.eepop.co.kr) 전화 82.2.514.7567 ※ 본지에 실린 글은 필자의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한식세계화 소식지 <한식>은 한식세계화 공식 포털 사이트(www.koreanfood.net, www.hansik.org)에서 다시 볼 수 있습니다. 앱스토어,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한식세계화 소식지 앱을 다운로드 받거나 좌측의 QR 코드를 스캔하시면 스마트폰에서도 디지털 매거진 형태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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主食 이상의 그 무엇, 한식의 밥 온 우주를 담은 음식인 한식, 그 중심에서 밥은 묵묵히 자신의 가치를 드러낸다. 국, 찌개, 나물, 적 등의 반찬을 빛나게 한다. 밥은 한식 고유의 음식 문화를 설명하는 시작점이다.


매일 우리의 상차림에 오르는 밥, 때론 메가 되어 제사상에 오르고 특별한 날, 기쁘고 좋은 날이면 떡이 되어 아름다움을 뽐낸다. 떡은 우리에게 신성함을 간직한 특별한 그 무엇이다.


유사 이전부터 우리는 곡물을 사랑한 민족이다. 그러나 곡물은 우리에게 역설의 식재료이기도 하다. 곤궁했던 시기, 부족한 쌀을 보충하기 위해 먹었던 조, 기장, 수수, 옥수수 등 잡곡들은 이제는 건강식이라는 이유로 한식의 또 다른 상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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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및 스타일링 이윤혜(사이간) 사진 최재인 장소 협찬 중요민속문화재 제258호 금성당(서울시 은평구 진관동)

계절과 만난 쌀은 새로운 매력을 지닌다. 산과 들, 바다의 제철 재료와 만나 특별한 시식을 만든다.


추운 겨울, 갓 지은 따스함으로 속을 채워주고 이른 아침, 죽이 되어 빈속을 편안하게 다스려주는 밥. 비록 드러나지 않아도 늘 한자리에서 자식 같은 부식들을 돋보이게 하는 어머니의 품같이, 무한한 포용의 마음을 가진 밥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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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첫 번째 이야기

한식의 중심, 밥을 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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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은 많은 특징을 지니고 있다. 그중 가장 큰 특징은, 한식은 모든 것이 밥에서 시작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먹는 한 그릇의 밥에는 음식을 만들고 먹었던 우리의 역사와 문화가 담겨 있다. 한류와 더불어 한식세계화가 화두가 된 지금, 우리 음식의 문화와 철학이 빠진 한식세계화가 과연 의미가 있을까? 우리 음식 문화의 기본이자 중심이 되는 밥을 이 야기한다. 글 김상보(대전보건대학교 전통조리학과 교수)

4000년의 역사를 간직한 우리의 주식, 쌀 우리 밥상에서 가장 중요한 중심을 차지하는 것은 주식인 밥이다. 우리가 쌀을 주식으로 삼은 이유는 좁은 경작지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먹고 살 수 있는 수확량이 얻어지는 곡물이 바로 쌀이기 때문이다. 쌀은 밀 에 비해 단백질 함량은 낮지만 밀보다 좋은 단백질에 비타민도 함유하고 있어서 쌀을 주식으로 삼으면 영 양적으로 다른 부식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 그러나 처음에 우리는 좁쌀을 주식으로 삼았다. 그 시기는 대 략 4000년 전으로 당시 쌀은 상당히 귀한 곡물이었다. 주나라의 주공이 약 3000년 전에 기록한 <의례(儀 禮)> ‘공식대부례(公食大夫禮)’에는 “공이 대부를 위해 접대할 때 정찬과 가찬을 차린다”라는 구절이 있다. 정찬은 반드시 차려야 하는 음식을, 가찬은 손님에게 공경하는 마음을 나타내기 위하여 차리는 음식을 말 하는 것으로 정찬에는 좁쌀밥이 오르고 가찬에는 쌀밥이 올랐다. 청동기시대가 끝나고 삼국시대에 돌입 하자 백제는 다루왕 6년에 나라의 남쪽에 있는 주(州)와 군(郡)에 국가적인 차원에서 임금의 명으로 논농 사를 짓도록 했다. 드디어 신이나 가장 귀한 손님에게만 올리던 쌀밥을 일반 민중도 먹게 된 것이다. 이러 한 배경에는 쌀이 지닌 맛의 탁월함도 있지만, 계획 재배가 가능하고 계량·수송·분배·보존성 또한 뛰 어나다는 장점이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벼 이외의 곡물은 잡곡이 되고 벼가 주곡식이 되어 백제 왕조는 세금으로 쌀을 거둬들였다. 이렇듯 다루왕 6년 이후 도작 사회가 성립된 뒤에도 사람들은 매일 식탁에 쌀 밥이 오르는 것을 이상으로 하는 생활을 꿈꾸어왔다. 쌀은 오랫동안 민중을 매료시키는 곡물로서 대접받 아왔으며 쌀을 이용한 식품은 제사나 혼례 같은 의례 음식의 주인공이 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쌀밥이 가져온 우리 전통 식문화의 발달 논농사는 호수나 하천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 논에서는 담수 어업이 발전한다. 벼 재배를 위해 논에 물 을 대고, 이 물에서 붕어, 잉어, 쏘가리, 민물 새우 등이 서식하면 사람들은 논에서 민물 생선을 잡아 식생 활에 이용하기 시작했다. 작은 생선은 젓갈로, 큰 생선은 식해로 만들어 저장 식품으로 활용했다. 쌀 농사 를 지으면서 쌀밥은 주식, 젓갈과 식해는 부식이 되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식해는 민물 생선의 배를 갈라 내장을 없애고 소금에 절였다가 배 속에 소금 간한 쌀밥을 집어넣고 발효시킨 전통 저장 식품이다. 이는 더욱 발전하여 다양한 채소와 소금 간한 쌀가루죽을 넣고 발효시킨 형태로 발전했다. 그리고 이것이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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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먹고 있는 김장김치로 발전한 것이다. 논농사로 시작된 쌀밥은 젓갈, 식해, 김치로 이어지며 한식 의 중심을 이루는 음식 문화를 이루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하나, 우리 한식의 특징 중의 하나가 바로 국을 먹는 식문화다. 이것은 우리 쌀의 품종과 관련이 깊다. 우 리가 먹는 쌀밥은 자포니카(Japonica) 계열로, 상당히 차진 특징을 지니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밥을 지어 먹 을 경우 목이 메기 쉬워 국물과 함께 먹는 게 좋다. 그래서 국을 먹는 식문화가 발달한 것이다. 이렇게 밥과 국을 함께 먹은 사실은 고구려 동천왕 원년(227년)에 왕후가 왕의 마음을 알아보기 위해 근시를 시켜 밥상 을 올릴 때 왕의 옷에 국을 엎지르게 했다는 기록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밥과 국이 한 조가 되는 식생활을 고구려 왕실에서 이미 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다양한 변주를 통해 한식세계화의 중심이 되다 쌀밥, 국, 젓갈, 김치, 젓가락과 숟가락으로 구성되는 우리의 전통 상차림은 조선 왕조에 들어서 유교와 결 합하면서 정례화되었다. 하지만 현재 우리 앞에서 전개되고 있는 한식의 역사는 문헌적인 기록으로만 보 더라도 2000년이 넘으며 제사, 결혼식 등에 반드시 올라가는 쌀로 만든 떡 역시 의례 음식으로서 역사가 2000년을 훌쩍 넘는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과 더불어 우리 조상들이 음식 하나하나에 깊은 의미를 담고 표 현하고자 했던 것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 한 끼 식사를 마련하면서 단순한 먹거리를 내놓는 밥상이 아 닌, 온 세상의 이치를 담아낸 밥상을 지으려고 했던 노력을 보아야 한다. 특별히 정성을 들여 이것을 지킨 것이 제사상이다. 오늘날의 제사상은 까다로운 유교적 상차림이 되었지만, 본래 제사상은 우리 조상들이 생각했던 가장 이상적인 밥상이었다. 세계는 한식의 건강함에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꼭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한식의 건강함만을 강조 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밥 문화를 시작으로 어떻게 한식이 발전해왔는지, 왜 건강식이 되었는지, 그 역사 적 근거와 문화 역시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세계인뿐만 아니라 자국민 역시 꼭 알아두어야 할 부분 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단순히 음식만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 음식의 철학과 문화가 포함되지 않은 한 식 세계화가 과연 옳은 것일까? 이제 단순히 음식만을 이해하는 시대는 지났다. 음식에 담긴 문화가 더욱 인정받고 있는 요즈음, 우리 민족은 단순히 생존을 위해 음식을 먹은 것이 아닌, 몇 천 년 동안 고유의 음식

글을 쓴 김상보 교수는 대전보건대학교 전통조리학과 교수로, 한식 분야에 다수의 논문과 저서를 발간했다. 저서로는 <다시보는 조선왕조 궁 중음식>, <현대식으로 다시보는 수문사절>, <우리음식문화 이야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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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최재인

문화를 축적하며 섭생과 문화를 지키고 살아온 민족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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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두 번째 이야기

우리나라는 쌀을 중심으로 한 곡류 문화권으로 기원전 2000년경 벼농사가 시작된 이래 곡류가 주식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또한 밥은 농경 사회가 본격화된 삼국시대 후기부터 식문화의 중심이 되어 오늘날까지 주식의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농경을 기반으로 이어온 반만년 역사 속에 녹아 있는 우리 정신의 DNA에 서 ‘밥’에 대한 가치는 절대 진리이기도 했다.

밥은 최상의 가치이자 우리의 삶 자체 옛날부터 우리 조상들은 ‘밥이 보약이다’라고 할 정도로 밥을 최상의 가치로 삼았고, 그만큼 밥 짓기에 정 성을 다했다. 밥과 반찬으로 이루어진 우리의 밥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밥이고, 밥이 맛있으면 다른 반 찬이 간소해도 맛있게 먹을 수가 있었다. 또한 밥은 어느 반찬하고도 잘 어울리고 질리지도 않아서 매일 삼시 세끼 먹을 수 있었다. 매운 것도, 쓴 것도, 짠 것도, 싱거운 것도, 향긋한 것도…. 모든 것을 품고 조화 로움 속에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것 중에 ‘밥’만 한 것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마 이런 이유로 한국 음식의 중심에 있는 ‘쌀’과 ‘밥’에 우리 조상들은 집중하고 정성을 다한 듯하다. 이런 생각은 제사 상차 림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그 많은 제사 음식을 준비하면서 가장 나중에, 그리고 가장 따뜻한 상태로 준비 하는 것이 다름 아닌 ‘밥’이기 때문이다.

정신에 기반을 둔 밥의 특별함 ‘밥이 없는 상차림’. 상상이라도 할 수 있을까?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 : 농업은 천하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큰 근본)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예로부터 우리는 농사를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고 쌀 한 톨을 아끼면서 살아왔다. 쌀 만 나는 한국인이 생각하는 ‘밥’에 대한 또 다른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글 윤숙자(한국전통음식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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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나은

이 우리 밥상에 올라오기까지는 88번에 이르는 농부의 손길이 닿아야 한다고 할 만큼 쌀은 귀한 식재료이기도 하지


쌀은 영양적으로 살펴보아도 우수성이 탁월하다. 쌀을 주식으로 삼으면 생활습관병 등 각종 질병 예방 및 퇴치에 탁월한 효과를 볼 수 있으며, 쌀 음식을 주기적으로 섭취하면 대장에서의 발효 과정에서 낙산 (butyric acid)이 생겨나 대장암 발생을 억제하고 혈중 콜레스테롤을 낮출 수 있다. 쌀에 함유된 섬유질 성분 은 구리, 아연, 철 성분 등과 결합해 해로운 중금속이 인체에 흡수되는 것을 막고, 수분 유지력이 커서 변 비를 예방하며, 인슐린 분비가 적어서 비만, 고혈압, 동맥경화 등 생활습관병의 예방을 돕는 등 쌀은 우리 몸과 궁합이 아주 잘 맞는 식품이다. 농경 사회에서 쌀은 곧 ‘풍요’를 상징하는 것으로, 쌀의 생산과 추수에 따라 우리 민족의 삶의 방향이 결정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봄에는 모내기를 하고, 여름에는 잘 가꾸어 가을에는 추수를 하며, 겨울에 는 농한기를 지내는 등 자연의 이치와 순리에 따라 쌀을 생산했다. 이렇게 생산한 쌀로 다양한 음식을 만 들었는데, 평상시엔 밥을 지어 먹고 아플 때는 죽을, 기쁜 일이 있을 때나 잔치를 할 때는 떡을 해 먹었다. 또 엿을 고고, 술을 빚고, 식초를 만드는 등 쌀의 등장으로 다양한 음식이 만들어져 우리 음식 문화에 지대 한 영향을 미쳤다. 심지어 고려시대를 지난 뒤부터는 물가의 기준과 봉급의 대상이 되어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서 쌀은 우리의 삶 자체를 의미하기도 했다.

쌀은 모든 것을 담아내고 정화시키는 존재 전통적으로 쌀은 우리에게 단순한 식량만은 아니었다. 굿이나 고사 등 신을 위한 제사에서 쌀은 제물의 중 심이기도 했다. 신을 위한 제사에 쌀을 올린 것은 보리나 콩 같은 곡물과 달리 쌀이 신성함을 지녔다고 생 각했기 때문이다. 경상도 지방에서는 성주단지나 삼신 그리고 용단지 등에 쌀을 담아두었는데 이들 단지 가 집 안에서 모시는 각 신들의 신체를 상징한다고 믿었기 때문이었고, 같은 맥락에서 무당들이 점을 칠 때 쌀을 이용하는 것도 쌀이 신의 뜻을 가장 잘 읽어낼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어촌에서 귀신들을 쫓 아낼 때도 쌀을 사용하여 배를 타고 가다가 풍랑을 만나거나 도깨비불 등이 나타나 괴롭히면 쌀을 배에 뿌 려 정화시켰다고 한다. 쌀의 신성한 능력은 볏짚에서도 찾을 수 있는데, 금줄이 좋은 예다. 일반 새끼줄은 오른쪽 방향으로 꼬는 데 금줄은 반대로 새끼줄을 왼편으로 꼰다. 당제를 지낼 때나 아기를 낳았을 때 당이나 대문에 금줄을 치 는데, 이 같은 행위는 금기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예다. 왜 볏짚으로 금줄을 만들까? 이것 역시 신성함과 잡 귀를 쫓는 주술적 능력을 지닌 쌀의 신통력에 의존하고자 하는 상징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한편 조상들을 위한 제사에도 쌀로 밥을 지어 올리거나 쌀을 이용하여 떡이나 한과 등을 만들어 제사상에 올렸다. 그리고 제사를 마치면 음복(飮福)이라 하여 밥을 포함한 제수(祭需)와 제주(祭酒) 등 그 복된 음식 을 나누어 먹었다. 음복은 제사에 참석한 가족들이 제수와 제주를 나누어 먹음으로써 가족의 일체감을 형 성하는 의미도 담고 있지만, 조상께서 내려주신 복된 음식을 먹음으로써 그 음덕으로 자손들이 창성하고 잘살게 해달라는 뜻도 지니고 있다. 이처럼 쌀과 밥은 우리 민족에게 단순한 식량이나 먹거리만이 아니라 정신의 기반을 다독이는 아주 특별 한 의미가 담긴 존재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벼농사가 시작된 이래 우리 몸과 정신의 바탕이 되어온 존재 가 바로 ‘쌀’과 ‘밥’인 것이다. 그 한 톨, 한 알의 가치는 예나 지금이나 하늘과 땅에 닿아 있다.

글을 쓴 윤숙자 소장은 (사)한국전통음식연구소 소장, 떡 박물관 관장이자 한국 음식 조리법 표준화 연구・개발 사업의 책임연구원으로 한국 음 식의 대중화와 세계화에 앞장서고 있다. 숙명여자대학교 식품영양학 석사 과정과 단국대학교 식품영양학 박사 과정을 졸업했고, 배화여자대학 전통조리학과 교수, 전국 조리학과 교수협의회 회장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아름다운 세시음식 이야기>, <한국인의 소울푸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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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세 번째 이야기

쌀 중심 음식 문화의 새로운 가치 우리 음식이 건강식으로 세계인의 관심을 받은 지 오래다. 우리 밥상은 비만, 암 등 현대인의 생활습관병 예방에도 효 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우리 음식의 중심 에는 쌀이 있다. 우리의 음식 문화를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 할을 한 쌀이 이제 세계 속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글 전혜경(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장)

밥을 주식으로 한 우리 고유의 식문화 형성 우리가 매일 먹고 있는 음식은 단순한 먹을거리의 차원을 넘어 민족의 생활과 혼이 깃들어 있는 문화의 산물 이다. 특히 우리 음식 문화는 지리적·역사적 환경에 가장 적합하도록 조상들이 창안하고 발전시켜온 민족 적 지혜의 총화이다. 여름의 고온다습한 기후는 우리 농업을 벼농사 중심으로 발전시켰으며, 쌀밥을 주식으 로 하는 우리 고유의 식문화를 형성하도록 했다. 비록 식습관의 변화와 더불어 쌀 소비량이 감소하고 있지만 지금도 우리 국민이 가장 많이 먹고 있는 식품이 바로 쌀이며, 쌀밥 중심의 식생활은 국민 건강 유지의 근간 이 되고 있다. 주식인 쌀밥에 다양한 반찬을 곁들인 우리 음식은 현대인의 생활습관병 예방에도 효과가 있는 건강식으로, 식단 구성이나 식재료, 조리법 등 여러 측면에서 독창성을 지니고 있다. 쌀은 양질의 탄수화물 급원 식품으 로 밀, 카사바 등 다른 탄수화물 급원 식품에 비해 우리 몸에서 서서히 소화·흡수된다. 동시에 밥과 반찬을 번갈아 먹음으로써 혈당이 천천히 올라가고 포만감을 느낄 수 있다. 쌀에 콩류나 팥, 수수 등의 잡곡을 섞어 밥을 지어 먹으면 이러한 효과는 더욱 높아진다. 또한 밥과 반찬으로 이루어진 음식 문화는 한 끼 식사를 통해 곡물은 물론 채소류, 콩류, 육류, 생선류 등 여 러 종류의 식품을 먹을 수 있고, 영양의 균형을 이루는 저에너지 식단을 짤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특히 우리 밥상에 종종 올라오는 콩류와 양념류, 향신료 속에는 항산화제나 식물성 유래 유용 성분(phytochemical)이 많

효과적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밖에도 한식은 담백한 조리법과 발효 식품을 많이 이용한다는 특징이 있다. 구이, 찜, 데치기, 무치기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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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나은

이 들어있고 김치와 나물 등에는 식이섬유가 많이 함유되어 있어 비만, 암 등 현대인의 생활습관병 예방에


지방함량을 적게 하는 담백한 조리법을 활용해왔고, 동물성 지방에 비해 불포화지방산 함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참기름, 들기름 등 식물성 기름을 주로 이용해왔다. 김치류, 장류 등 발효 식품은 장의 건강과 만성질환 예방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2012년 국민건강통계(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이 하 루에 섭취하는 식품 1,435.5g 중에서, 식물성과 동물성 식품분율(%)은 79.4 : 20.6, 탄수화물 : 단백질 : 지방의 에너지 섭취분율(%)은 65.6 : 14.7 : 19.7로 일반적인 권장 비율 60~65 : 15~20 : 20에 아주 근접해 있다. 우리 국민의 비만율이 미국 등 다른 OECD 국가에 비하여 현저히 낮은 것도 밥 중심의 식생활 덕분으로 평 가되고 있다. 한국전쟁 참전 미군의 혈관에는 찌꺼기가 많은 반면 한국군의 혈관은 깨끗했다는 앤셀 케이 (Ancel Key) 박사의 연구 결과나 미국 듀크 대학교에서 쌀 다이어트(Kempner’s Rice Diet)를 개발·운영한 것, 일본에서 ‘스즈키 쌀 다이어트’가 유행한 것 등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농촌진흥청에서는 지난 2009년부터 2012년까지 4년간 미국 농업연구청 벨츠빌 인체영양연구센터(USDAARS Beltsville Human Nutrition Research Center), 존스홉킨스대학과 공동연구를 통해 한식의 섭취가 비아시안 계 미국인에게 심혈관 질환, 당뇨병 등과 같은 생활습관병 위험 요인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밝힌 바 있다. 이는 우리 음식의 식품영양학적 우수성을 객관적으로 입증하는 계기가 되었다.

쌀 중심 음식 문화가 소중한 문화 자산으로서 재인식되어야 최근 우리는 개개인의 기호나 건강 상태에 맞춰 쌀을 선택하는 것이 가능한 ‘최첨단 시대’에 살고 있다. ‘밥맛 도 아주 좋고 사람에게 꼭 필요한 필수아미노산 함량이 많아 학교급식에 자주 사용되고 있는 ‘하이아미’를 비 롯하여 ‘삼광’, ‘칠보’ 등 최고 품질을 지닌 쌀이 널리 보급되고 있다. 또 늘어나는 현미 수요에 부응한 현미밥 용 멥쌀인 ‘보드라미’가 새롭게 선을 보였고, 우리 국민에게 부족한 칼슘 등 무기질이 많은 ‘고아미4호’, 다이 어트용 ‘고아미2호’, 알코올 섭취를 줄이는 데 효과가 있는 ‘눈큰흑찰’, 위염 원인균 억제 효과가 있는 ‘조생흑 찰’ 등 다양한 기능을 지닌 각종 맞춤형 쌀이 개발되어 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혀주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쌀 중심 음식 문화의 우수성과 가치가 점점 잊혀져가고 있다. 우리 쌀의 이름(품종명)에 대한 인지도마저 미약한 실정이다. 그렇지만 쌀에 관해서는 우리나라가 세계 어느 나라에도 뒤지지 않는다. 세계적 수준의 기술과 연구 인력, 생산 기반 등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식생활 패턴이 변한다 해도, 지난 세월 동안 그래왔듯이 미래에도 역시 ‘쌀 중심의 음식 문화’는 우리의 아름다운 문화유산으로 우리 국민 과 사회를 건강하게 지켜주는 버팀목이 될 것이다. 21세기는 문화가 산업이 되는 시대다. 소중한 문화 자산으로서 쌀 중심 음식 문화의 중요성이 재인식되면서 쌀이 우리나라 문화 산업의 핵심 소재로 떠오르길 기대해 본다. 우리 국민 모두가 쌀 중심의 우리 음식을 즐 기며 애정과 자부심을 갖고 발전시켜 나간다면 우리 음식 문화는 충분히 세계인이 즐겨 찾는 문화 상품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우리의 소중한 문화 자산인 쌀 중심 음식 문화의 가치를 새롭게 조명하고 창 조 문화 산업으로 꽃피울 때이다.

글을 쓴 전혜경 원장은 이화여자대학교 과학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식품영양학 석사, 숙명여자대학교 대학원 식품학 박사 학위를 취 득했다. 농촌진흥청 연구개발국장,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한식세계화연구단장, 농식품자원개발부장,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굿모닝 한식입니다>(공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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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me Info

밥상 위 터줏대감,

All About The RICE

신석기시대부터 현재까지 쌀은 한민족에게 없어서는 안 될 주 식으로 자리 잡았다. 2000년을 전후로 서서히 쌀 소비량이 줄 고 있지만 이른바 ‘밥심’으로 사는 한국인에게 쌀은 명불허전, 밥상 위의 터줏대감이다. 갖가지 반찬과 궁합을 자랑하며 영양 까지 책임지는 쌀. 알아두면 유용한 쌀에 관한 정보를 담았다. 참고 자료 <잘먹고 잘사는 법> 시리즈 44 ‘쌀’편

쌀의 기원과 역사

대한민국 도별 생산량 1위, 전라남도

우리나라가 쌀을 먹기 시작한 것

전라남도 173,000ha

은 약 3000년 이전인 신석기시대 로 추정하고 있으며, 삼국시대에 는 쌀을 주식으로 먹기 시작했다.

충청남도 153,000ha 전라북도 130,000ha

20% 18% 15% <출처 : 농림축산식품부>

도정에 좌우되는 밥맛 도정이란 벼 열매의 껍질을 벗겨내어 먹을 수 있게 가공한 것을 말한다. 도정은 정도에 따라 1~13분도로 나뉘는데 숫자가 높을수 록 도정이 많이 된 것이다.

0분도) 탈곡한 벼에서 왕겨만 벗겨낸

• 현미(

상태. 쌀눈과 쌀겨가 그대로 있어 영양이 풍부하다. •

5분도미 현미와 백미의 중간 단계로, 쌀눈 과 쌀겨가 남아 있어 현미에 가까운 영양을 섭취할 수 있다.

10~13분도) 소화 흡수율이 뛰어나고

• 백미(

입안에서 느껴지는 밥맛이 좋으나 쌀겨와

놀라운 영양소의 집합체, 쌀겨 쌀겨에는 비타민 A를 비롯해 B1, B6, 철분, 인, 미네랄 등 다양한 영양소들이 가득하다. 또한 변비 예방에 노화 방지, 기미・잔주름 개선, 클렌징 효과까지 팔방미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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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바이윤

쌀눈이 깎여 영양소 손실이 크다.


좋은 쌀 고르는 법

쌀의 올바른 보관법

하나, 쌀알이 광택이 나고 맑은

하나, 온도가 낮고 밀페된 공간에

것이 좋아요.

보관.

1인당 쌀 소비량의 변화

둘, 쌀알의 모양이 균일한 것이

밀폐용기나 페트병에 담아 냉장 고 야채실에 보관하는 것을 추천!

1982년 130kg

좋아요. 셋, 쌀알에 부분적으로 변색이 없

둘, 남은 쌀 위에 쌀을 붓는 것은

는 것이 좋아요. 넷, 금이 간 쌀은 NO!

NO! 오래된 쌀의 쌀겨가 새로운 쌀을

다섯, 생산 일자와 도정 일자가

빨리 상하게 만든다.

오래되지 않은 것이 좋아요.

셋, 고추 2~3개를 쌀통에 퐁당!

1990년 119.6kg 2000년 93.6kg 2012년 69.8kg <출처 : 농림축산식품부>

쌀벌레가 생기는 것을 막아준다.

기능성 쌀 버섯쌀 쌀 표면에 영지, 상황 등 버섯균을 배양시킨 쌀로, 면역 증 강과 항암 작용이 뛰어나다. 인삼쌀 인삼 성분을 추출해 백미 에 코팅한 쌀로, 숙취, 피로 해소 에 좋다.

밥 한 그릇에 이렇게 많은 영양이! 밥 1공기 (150g, 252kcal)

우유 1/2잔, 셀러리 1/3대, 감자 3개, 양배추 2장, 시금치 2장, 브로콜리 1/2개 <출처 : 농촌진흥청>

동충하초쌀 쌀 표면에 동충하초 추출액을 코팅한 것으로 항암 작 용, 항균 작용, 신장 보호 등의 효 과가 있다.

MARK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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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sty Story

| 나눌수록 더 맛있는 한식 이야기


22 종가의 맛 - 파평 윤씨 사증 종가의 부각 30 계절의 맛 - 보글보글 겨울에 제 맛, 찌개 34 한식 보감 - 발효가 만든 오묘한 맛과 영양, 김치 38 시즌 레시피 - 겨울 퓨전 한식 요리 42 식문화 리포트 - 음식에 담긴 문화를 맛보다, 프랑스 미식 문화 48 참맛 기행 - 벌교 꼬막


Tasty Story 종가의 맛 ➌ 파평 윤씨 사증 종가의 부각

조선시대 양반의 풍취를 담다 파평 윤씨 사증 종가의 부각

22


파평 윤씨 사증 종가로 출가한 오희숙 종부는 거창에서 살게 되면서 시어머니로부터 300여 년 동안 지켜온 종가의 내림 음식을 하나씩 전수받았다. 그중에서 종부의 마음이 가장 많이 담긴 것이 바로 부각이었다. 재료 손질부터 만드는 과정 하나하나가 여간 손이 많이 가는 게 아니었다. 하지만 자 신이 아니면 이토록 훌륭한 종가의 부각이 사라질 것만 같았다. 오랜 세월, 우리의 전통 음식으로서 이어져온 사증 종가의 부각과 이를 지키기 위해 애써온 오희숙 종부를 만나본다. 글・사진 그레고리 데이비드 샘볼스키 장소 및 음식 제공 오희숙(파평 윤씨 사증 종가 12대 종부)

23


부각(Bugak)

파평 윤씨 사증 종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Welcome to Yoon Gyeong Nam House Twenty-four stories above the golden valley floor, we

우리는 아득한 금빛 계곡을 내려다보며 산맥을 이쪽

traversed from one mountain range to another. All

저쪽으로 넘나들었다. 푸른 상록수와 대비되는 갈색

that remained of the fall colors were bright dapples

과 노란색의 알록달록한 단풍은 떨어지기 전에 며칠

of browns and yellows against the evergreens—dead

더 버텨보겠다는 듯 마지막 가을빛을 뽐냈다. 새털구

leaves determined to stay off the forest floor a few

름이 걸린 담청색 하늘 아래 펼쳐진 가을 풍경을 보니

more days. The pale blue sky, brushed with wispy

꼭 수채화 한 폭을 감상하는 기분이었다.

strands of cloud, completed a scene that looked

거창의 어느 작은 마을에 자리한 파평 윤씨 종갓집에

more like a watercolor than reality.

도착했다. 지금까지 방문한 종갓집 세 곳 중에서 가장

We arrived at the Yoon family house in the small

아담하다. 축구장 절반만 한 터에 주 생활 공간인 ‘안

town of Geochang. It was the smallest of the three

채’와 객실인 ‘사랑채’를 따로 지었고 각각 마당이 딸

jonggajip I had visited so far. On a property, about

려 있다. 대문을 열고 들어가니 고풍스러운 한옥이 눈

half a soccer field in size, was the main living area

에 들어왔다. 마당에는 모래와 흙이 깔렸고 헐벗은 관

(Anche) and separate guest quarters (Sarangche)

목이 가장자리를 둘렀다. 두 번째 문을 통과해 작은

both with their own courtyards. A set of giant doo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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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d us into the quaint property. The yard was mostly comprised of sand and dirt, with some bare bushes around the edges. At the second door, a large stone arched over a small drainage slot and led us into the main courtyard in front of the living quarters. The sitting area was like most I’ve seen — deep brown wooden plank floors, orangy-yellow clay walls, and glassless windows that opened out onto the mountain behind. On the veranda, five shallow wicker baskets were laid out in a patch of sunshine. Each basket contained thin slices of vegetables, including bright orange carrot discs, dried lotus root, seaweed and others I was not familiar with. These are what I had come to taste today.

Bugak - A Brief History & Process I sat down with Mrs. Oh, a certified “Korean Food Master”, to learn more about Bugak. Mrs. Oh’s distant father-in-law, Yun Gyeong Nam, had contributed towards many victories during the Japanese invasion of Korea from 1592-1598. With 도랑을 잇는 돌다리를 건너자 안채에 딸린 뜰이 나타

victory came status and thus many visitors to the

났다.

Yoon home, so a good host always had to have some

진한 갈색 대청마루에 치자색 벽은 그동안 보아온 일

fine food on hand. These foods needed to store

반 한옥과 크게 다르지 않았고, 유리를 끼우지 않은 창

well, look good, taste exceptional and be ready in an

문을 활짝 열어놓아 집 뒤쪽의 산이 내다보였다. 볕이

instant. Bugak fit the bill.

드는 툇마루에 버드나무로 짠 바구니 다섯 개가 있었

Bugak is made by deep frying an assortment of roots

다. 바구니 안에는 둥근 판 모양의 주황색 당근, 말린 연근, 해조류와 그 밖에도 가늘게 썰어 말린 여러 가지 채소가 담겨 있었다. 오늘 맛보게 될 음식들이다.

사증 종가 부각의 역사와 조리 과정 ‘한국식품명인’ 오희숙 종부와 마루에 나란히 앉아, 부각에 대한 설명을 듣기 시작했다. 오희숙 종부의 시댁인 파평 윤씨 가문의 조상인 윤경남은 임진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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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1592~1598년) 때 많은 공을 세워 관직을 얻었다. 그 후로 종가에 많은 손님이 찾아들었는데, 종부들은 언 제든지 손님에게 훌륭한 상을 차려낼 수 있어야 했다. 쉽게 저장할 수 있고, 보기 좋고, 맛도 좋으며, 필요할 때 곧바로 상에 나갈 수 있는 음식이 필요했다. 부각 은 이 모든 조건에 딱 들어맞았다. 부각은 다양한 채소를 튀겨내 만든 음식으로, 대부분 의 서양인에게는 무척 생소하게 다가오는 재료가 많 다. 감자, 당근, 고추, 김은 익히 들어보았지만, 동백 잎, 우엉, 국화 잎, 가죽나무 순은 잘 알려져 있지 않 다. 이 재료들을 알맞게 썰어 햇볕에 말린 뒤 끈기가 많은 찹쌀풀을 발라 보관하고, 먹을 때는 들깨기름이 나 콩기름에 튀겨낸다. 재료를 모으고, 씻고, 썰고, 말리고, 풀을 입히고, 튀

and vegetables, many of which most Westerners

기고, 포장하는 과정에 품이 많이 들기 때문에 부각

have never heard of. The more familiar ingredients

은 그만큼 귀했다. 게다가 옛날에는 부각을 만드는 데

include potatoes, carrots, chili pepper and Korean

쓰이는 기름과 곡물이 귀해 값이 비쌌다. 그런 까닭에

laver. Camellia, burdock and chrysanthemum

부각은 주로 양반층에서 별미로 즐기던 과자였다. 양

leaves, along with shoots of Ailanthus altissima, f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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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과는 거리가 먼 나 같은 사람이 이런 귀한 것을 맛

into the lesser known category. These ingredients

보다니!

are hand-cut, sun dried, and then coated with chapssalpul, a glutinous rice paste which helps preserve food, and then they are fried in perilla or

오늘날의 부각

soybean oil. As you can imagine, collecting, washing, cutting,

부각을 처음 접했을 때 ‘제대로 먹으려면 어떻게 해야

drying, battering, frying and packaging Bugak was

하지?’라고 생각했다. 전통적으로 부각은 젓가락으로

a labor-intensive process, and increased the value

먹었지만, 오 여사는 요즘은 손으로 집어 먹는 방식으

of the cuisine. Furthermore, in earlier times, the oil

로 바뀌었다며 내게도 손으로 먹어보라고 권했다. 소

and grains used in the process were rare and thus

라 껍데기처럼 생긴 부각 하나를 집어 입에 넣었다.

expensive. Therefore, Bugak was mainly a specialty

오도독, 오도독. 식감이 무척 좋다. 가볍고, 폭신하고,

snack for nobles. I felt honored to be given a taste

단맛이 나면서도 약간 짭짤했다! 솔직히 말해, 몸에도

despite my lack of nobleness!

좋아 보이는 음식이 이렇게 맛까지 좋을 줄은 몰랐기 에 깜짝 놀랐다. 개인적으로는 적당한 정도로 매콤한 맛이 스민 고추부각이 제일 맛있었다. 한국 고유의 음

Bugak Today

식인 부각이 해외에서도 인기를 끄는 이유를 이제 이 해할 수 있게 됐다.

My first thought was, “What’s the ‘proper’ way to

해가 서산으로 저물어간다. 나는 오희숙 종부가 인심

eat these?” Mrs. Oh explained that traditionally

좋게 들려준 거창 사과와 감, 온갖 부각이 가득 든 상

chopsticks were used but recently Bugak had

자를 트렁크 가득 싣고 종갓집을 떠났다. 사실 돌아오

become a finger food, which she fully endorsed.

는 길에 벌써 부각 한 봉지를 뜯었다. 이제 무엇보다

I picked up the nearest chip, shaped like a small

부각에 손이 가게 될 것 같다.

conch, and popped it into my mouth. Crun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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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unch crunch. It was delightful — light, puffy, a little sweet and a bit salty! Honestly, I was surprised that something which looked so healthy, could taste so good. My favorite chips were the chili pepper ones with just the right hint of spice. Now I knew why Bugak is considered a specialty in Korea and increasingly abroad. The sun dipped behind the mountains. Of course

파평 윤씨 사증 종가 윤경남 생가

it was impossible to leave without a trunk full of

거창의 대표적인 종가인 파평 윤씨 사증 종가는 대언공(代言

Geochang apples, persimmon and a big box filled

公) 윤안적의 후손인 영호 윤경남(1556~1614년)의 넷째 아

with a variety of Bugak from the gracious Mrs.

들 사증(思曾) 윤기가 시조인 가문이다. 윤경남은 임진왜란 때

Oh — actually, I’m munching my way through a

의병으로 참전해 전공을 세웠으며 장수현감, 운봉현감 등을 지냈다. 윤경남이 태어난 윤경남 생가(거창군 남하면 양항리)

package right now. I would choose Bugak over

는 종가의 부각 전통이 이어져 온 고택이다. 사증 종가에는 늘

crisps any day.

수많은 손님이 찾아들었고, 종부들은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깊은 골짜기에 자리한 종택에서 다양한 손님에게 언제라도 대 접할 수 있는 음식으로 부각을 만들어왔다.

파평 윤씨 사증 종가의 내림 음식 부각

부각은 다양한 채소나 해조류 등에 찹쌉풀을 입혀 말려뒀다가 글을 쓰고 사진을 찍은 그레고리 데이비드 샘 볼스키는 캐나다에서 온 사진작가이다. 사진 을 찍고 글로 기록하기를 좋아한다. 빛을 통 해 사람을, 사물을, 풍경을 이야기하며 현재 7년째 한국에 머물고 있다.

튀겨내는 우리의 전통 음식 중 하나다. 궁중이나 사대부 집안 의 내림 음식으로, 거창은 옛날부터 어느 지역보다 부각이 발 달했다. 특히 파평 윤씨 사증 종가의 부각은 집안 종부들이 대 대로 종가만의 노하우를 전수해 손님들에게 내놓음으로써 종 가만의 특별한 내림 음식으로 널리 알려지게 됐다. 특히 더덕 과 도라지, 인삼 부각은 문중의 큰 행사나 귀한 손님 상차림에 빠지지 않는 최고의 음식으로 종가의 자랑거리다. 현재는 오희숙 종부가 그 전통을 잇고 있으며, 30여 년간 종 가의 부각을 연구해 한국식품명인으로 지정되기까지 했다. 오 희숙 종부의 부각은 현재 유명 백화점과 큰 마켓에서도 만나 볼 수 있다. 종가의 내림 음식을 더욱 깊게 연구해 20여 종의 부각을 선보이고 있다.

윤경남 생가(도지정유형문화재 제326호) 찾아가기

승용차 이용

88고속도로(광주 방면) → 거창 IC → 거창읍과 남하면의 경 계인 양곡교를 지나 좌측으로 가면 남하면 양항리 상촌마을 초입에 위치. 대중교통 이용 남부 터미널/동서울 터미널(3시간 30분) → 거창 시외버스 터 미널 하차 → 택시로 10분 이동 → 윤경남 생가 도착 주소 : 경남 거창군 남하면 양항리 573-1 문의 : 055-940-3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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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sty Story 계절의 맛

보글보글 겨울에 제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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끓는 모습만 보아도 군침이 돌게 하는 찌개. 우리나라 사람에게 김치찌개는 국민 음식이나 다름없다. 직장인 에게는 점심 메뉴 1위이며, 추운 겨울에는 온몸을 따끈하게 데워주는 안주 메뉴로도 무한 변신을 하는 것이 바로 찌개다. 집집마다 고유의 맛을 간직한 절대 음식이기도 한 찌개에 대해 소개한다. 글 유지상(음식 칼럼니스트) 사진 최재인

어릴 적 겨울 오후 시간은 유난히 짧았다. 방과 후 칼바람

는, 굶주림이 일상이던 시절엔 ‘김장’ 자체도 호사였다. 된

을 헤치며 공 몇 번 차다 보면 바로 땅거미가 축구 골대에

장찌개도 마찬가지다. 장 자체는 <삼국사기>에 등장할 정

걸렸다. 서둘러 철봉 옆 책가방을 둘러메고 집으로 돌아

도로 오래됐지만 된장이 찌개 재료로 쓰인 기록은 100년

오면 누런 콧물을 힘차게 빨아들이며 킁킁거리게 만드는

이 채 안 된다. 일제 강점기의 조리서 <조선무쌍신식요리

냄새가 있었다. 연탄불 위에서 바글바글 끓고 있는 김치

제법(朝鮮無雙新式料理製法)>에 소개돼 있지만 그나마

찌개 냄새다. 코로 확인한 건 ‘시큼함’이지만 숭덩숭덩 들

서민의 토속적인 음식도 아니었다. ‘찌개’라는 음식의 형

어간 돼지고기 기름이 더해진 ‘비단결 시큼함’이다. 주체

태 역시 조선 말기에 나온 <시의전서(是議全書)>에 ‘조치’

할 수 없는 허기에 “엄마, 밥!”을 외치고 나선, 흙먼지를 씻

라는 이름으로 나온 걸 보면 고작해야 한 세기 정도밖에

지도 않은 채 밥상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안 된 음식이다.

내 어릴 적 김치찌개는 겨울 음식이었다. 아니 겨우내 물

그래도 김치찌개나 된장찌개만큼 한국인이 즐겨 찾는 음

리도록 밥상에 올라오는 단골 메뉴였다. 소를 버무린 김

식은 없다. 얼큰한 김치찌개 한 냄비, 구수한 된장찌개 한

장김치가 있어야 했고, 동장군의 찬바람에 느릿느릿 익

뚝배기를 가운데에 놓고 숟가락을 부딪치며 먹는 밥상 풍

은 신맛과 감칠맛이 최고조에 달한 숙성도가 있어야 했

경이 우리네 모습이다. 요즘의 김치찌개와 된장찌개는 참

다. 김치냉장고가 보편화되기 전까진 그랬다.

많이 달라졌다. 김치찌개의 경우 김장김치 대신 총각김치

한여름엔 된장찌개가 제철 메뉴였다. 하우스 재배로 동네

나 깍두기를 쓰기도 하고, 파김치를 넣어 단맛과 감칠맛

마트에 사시사철 애호박과 풋고추가 진열되기 전까진 그

을 더하기도 한다. 돼지고기 대신 참치나 꽁치 통조림을

랬다. 싸리문 옆 텃밭에 애호박이 열리고, 고춧대에 풋고

넣어 아이들 입맛까지 사로잡은 것도 나왔다. 된장찌개도

추가 매달리는 시기. 강렬한 햇볕을 고스란히 담은 싱그

팔색조가 됐다. 차돌박이를 넣은 차돌된장찌개, 우렁이

러움이 더해져야 구수한 된장 맛이 배가되기 때문이다.

를 넣은 우렁된장찌개, 해물을 넣은 해물된장찌개 등 식

여기에 소 기름까지 슬쩍 지나가면 코끝에 와 닿는 ‘쿰쿰

재료의 새로운 조합으로 선택의 폭을 넓혔다.

함’은 ‘럭셔리 쿰쿰함’으로 업그레이드됐다.

‘김치찌개는 냄비, 된장찌개는 뚝배기’란 말에 상관없이

김치찌개와 된장찌개는 한식 찌개의 쌍두마차다. ‘발효와

둘 다 여전히 내겐 엄마의 양쪽 젖가슴과 같은 솔(soul) 푸

숙성’이란 아이콘을 대표하는 김치와 된장이 각각의 주재

드다. 그래서인지 아직까지 꽁꽁 언 몸을 녹이는 데는 김

료다. 김치찌개나 된장찌개를 언제부터 먹었는지 유래를

치찌개가 최고고, 뜨거운 햇살을 피해서 먹는 된장찌개

따지는 건 별 의미가 없다. 변변한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가 가장 맛있다.

조각들을 모아 추측할 뿐이다. 고춧가루를 넣어 담근 김 치의 역사는 일천하다. 고춧가루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것 이 임진왜란 전후이고, 김장용 통배추가 재배되기 시작 한 게 조선 말기다.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으로 이어지

글을 쓴 유지상 음식 칼럼니스트는 전 중앙일보 음식 전문 기자로 10년 넘 게 맛나는 기사를 써왔다. 음식 분야에선 현장을 꿰뚤어보는 안목 있는 전 문가로 꼽힌다. 저서로는 <유지상의 테마 맛집>, <내 남자의 앞치마>,<일 본요리 쏙쏙 골라먹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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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글보글 칼칼한 맛

김치찌개

김치를 넣고 끓인 찌개

VS 정의

은근하고 구수한 장맛

된장찌개

된장에 여러 가지 재료를 넣고 끓인 찌개

궁중에서는 ‘김치조치’라고 했다. 우리나라 특유의 채소 가공식

된장찌개를 언제 시작됐고 언제부터 먹어왔는지 기록이 남아 있

품의 하나인 김치는 소금과 술지게미, 초, 술 등에 채소를 절여

지는 않다. 다만 <삼국사기>에 신문왕 3년 왕비를 맞이하여 쌀,

만들다가 조선 중기 이후 고추가 유입되면서 지금과 같은 김치 가 되었으므로, 김치찌개 역시 이런 김치를 담그기 시작하면서

유래

만들어졌으리라 추측된다.

술, 기름 등과 장을 함께 보냈다는 기록을 통해 삼국시대부터 된 장을 먹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찌개라는 말은 <시의전서>에 처 음 소개되었으며, 원래는 서민의 토속적인 음식이 아닌 귀한 귀 족 음식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측된다.

김치, 돼지고기, 꽁치, 고등어, 참치, 쌀뜨물, 두부, 파, 마늘, 고

재료

된장, 쌀뜨물, 양파, 호박, 버섯, 두부, 파, 마늘 등

춧가루 등 1 배추김치는 국물을 꼭 짜서 5cm 길이로 썰거나 또는 배춧잎

1 양파, 호박 등의 채소를 먹기 좋게 썰어서 뚝배기에 담는다.

이 넓은 것은 길이대로 2~3갈래로 갈라 잘게 썰어 준비한다.

2 된장을 물에 잘 갠 다음 쌀뜨물에 섞어 채소를 담은 뚝배기에

돼지고기도 잘게 썰어놓는다. 2 냄비에 잘게 썬 김치와 돼지고기(또는 꽁치, 고등어, 참치

붓는다. 조리법

등)를 담고 쌀뜨물을 부어 끓인다.

3 뚝배기를 중간 불에서 끓이다가 기호에 따라 알맞게 썬 두부 와 버섯, 어슷 썬 파, 다진 마늘 등을 넣고 다시 한 번 끓인다.

3 뭉근히 끓여 충분히 익으면 기호에 따라 알맞게 썬 두부, 다 진 마늘, 어슷 썬 파, 고춧가루 등을 넣고 한소끔 끓인다. 김치찌개와 찰떡궁합을 이루는 반찬은 바로 달걀말이다. 김치찌 개의 칼칼한 맛을 고소하면서 기름기 도는 달걀말이가 순화시켜 김치찌개의 맛을 한층 끌어올린다. 먹다 남은 김치찌개에는 당

된장찌개와 고기는 찰떡궁합이다. 기존의 된장찌개에 차돌박이 맛있게 먹는 법

면이나 가래떡을 넣고 물을 조금 넣어 끓이면 별미다.

해주며 감칠맛을 돌게 한다.

이화김치찌개(서울시 중화동), 은주정(서울시 주교동) 한옥집 (서울시 냉천동), 다발김치찌개(서울시 창천동) 현대정육식당 (서울시 청담동), 대청마루(서울시 서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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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넣으면 푸짐하고 진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또 하나, 비빔밥과 함께 먹는 된장찌개는 다소 퍽퍽할 수 있는 비빔밥을 부드럽게

소문난 맛집

거림골(경상북도 경주시), 또순이네(서울시 양평동), Mr.박 돈워 리(서울시 중구), 투뿔등심(서울시 태평로), 서일농원(경기도 안 산시), 산더미(서울시 구로동)


충청남도

정리 임성은 사진 출처 <전통향토음식 용어사전>(농촌진흥청), <한국민족문화대백과>(한국학중앙연구원)

지역의 찌개를 소개합니다

황해도

황해도

충청남도

청국장찌개

우럭젓국찌개

청국장찌개는 ‘청나라에서 전래된

우럭젓국찌개는 충청남도 지역의

장’이라는 뜻에서 청국장, ‘전시에

향토 음식으로 포를 떠서 소금 간

부식으로 시급히 필요할 때 단시

한 우럭살을 햇볕에 말려두었다

간에 제조할 수 있다’ 하여 전국장

가 쌀뜨물에 우럭포, 무, 새우젓이

으로 불렸다. 특유의 향을 싫어하

나 액젓을 넣고 끊이다가 어슷하

는 사람도 있으나 일반 가정에서

게 썬 대파, 다진 마늘, 미나리 등

각광받는 대표적인 기능성 건강

을 넣어 끓인 맑은 탕 같은 찌개다.

식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시원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충청남도

전라북도

갯국지찌개

순두부찌개

갯국지찌개는 서산의 향토 음식

양념한 돼지고기와 김치를 함께

으로, 양념한 배추김치와 절인 무

볶다가 순두부를 넣고 끓이는 찌

를 납작납작하게 썰고, 다진 게살

개로 전라북도의 향토 음식이다.

과 새우 등을 넣어 함께 버무린 후

전라북도에서는 다진 돼지고기에

숙성시킨 갯국지를 넣어 끓인 찌

청주를 약간 넣고 참기름으로 볶

개이다. 젓국과 꽃게가 많이 생산

다가 조개 국물을 넣고 조리하는

되는 서해안의 지리적 특성이 낳

것이 특징이다. 칼칼하면서도 시

은 향토 음식이다.

원한 맛이 특징이다.

서울, 경기

서울, 경기

호박지찌개

되비지탕

돼지갈비콩비지찌개

부대찌개

호박지찌개는 김장 끝에 늙은 호

되비지탕은 돼지갈비와 콩비지,

각각 데쳐서 양념한 돼지갈비와

부대찌개는 의정부 미군 부대 근처

박과 무청을 버무려 호박지를 만

우거지를 넣고 푹 끓인 빡빡한 찌

연배추, 무채를 함께 볶다가 멸치

식당에서 처음 만든 음식으로, 부

들어두었다가 겨우내 지져 먹는

개로 구수하고 깊은 맛이 환상적

또는 황태 머리로 낸 국물을 부어

대찌개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 미국

찌개로 황해도 별미 음식이기도

으로 어우러진다. 영양적 가치가

푹 끓인 후 콩물을 부어 은근히 끓

대통령 린든 B. 존슨의 성을 따서

하다. 늙은 호박과 무청, 배추, 돼

우수한 별미 음식이며 이른 봄에

인 찌개다. 새우젓 양념장이나 간

존슨탕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부대

지고기가 주재료이며, 칼칼하면

는 쑥을 넣어 끓이기도 한다. 황해

장 양념장을 곁들여 먹으며 구수

찌개는 즉석에서 보글보글 끓여가

서도 달큼한 맛이 특징이다.

도 향토 음식이지만 북한 전역에

한 맛이 일품이다.

며 먹어야 소시지가 부드럽고 기름

서도 모두 즐겨 먹는다.

이 겉돌지 않아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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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sty Story 한식 보감

발효가 만든 오묘한 맛과 영양

김 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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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을 대표하는 음식을 꼽으라면 단연 김치다. 김치는 우리나라 사람은 물론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국제적인 식품 으로 자리 잡고 있다. 추운 겨울 우리 조상들의 훌륭한 저장 음식이던 김치는 겨울철 섭취하기 힘든 비타민 C의 보고 이며 발효 과정을 통해 영양적 가치가 더욱 높아지는 뛰어난 식품이다. 글 김지현(광주여자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사진 최재인

김치, 삼국시대 이전부터 먹기 시작

쌀이 주식인 우리나라 음식은 밥을 중심으로 국과 발 효 음식인 김치 그리고 젓갈, 장류 등을 반찬으로 차리 는 반상차림이 기본이다. 우리는 식의동원(食醫同源), 약식동원(藥食同源)에 뿌리를 둔 5000년의 음식 문화 를 계승·발전시켜왔다. 그중에서도 각종 채소에 고춧 가루, 파, 마늘, 생강, 깨 등을 혼합하여 발효시킨 김치 는 한 차원 더 높아진 감칠맛을 낼 뿐만 아니라 김치에 들어가는 각종 천연 조미료가 상승 보완 작용으로 보약 (補藥)의 기능을 하며 양념(藥念) 역할을 한다.

김치는 유산균 발효 식품으로 익어갈수록 독특한 신맛, 즉 산미(酸味)가 생성된다.

우리 역사에서 ‘김치’라는 명칭은 배추를 소금에 절여 담 근다는 ‘침채(沈菜)’에서 비롯되었다. 수분이 많아 장기 간 보관이 어려운 제철 채소를 보존하기 위한 수단으로

료와 소금, 첨가되는 부재료, 담그는 과정이나 용기, 발

소금을 이용한 것은 신석기시대부터라고 하지만 바닷

효 조건 등에 따라 다양한 재료가 서로 혼합되면서 새로

가에서는 그 이전부터 바닷물의 소금기를 이용한 것으

운 맛을 만들어낸다. 생산하는 지역이나 첨가하는 재료

로 추정된다. 또한 삼국시대에는 이미 지금과 같은 각종

등에 따라 만드는 방법이 각기 다르며, 기후에 따라서

채소류를 이용했다는 기록을 볼 수 있어, 이미 그 이전

도 종류와 맛이 다르게 발달되었다.

부터 김치류를 담갔을 것으로 짐작된다. 백제시대 절임 채소(침채)로부터 시작하여 짐채, 짐치가 되고 다시 오

김치에서 느끼는 오미(五味)

늘날 김치로 정착하게 되었다. 묵은지, 싱건지, 오이지,

배추나 무 같은 주재료를 소금에 절이고 어패류로 담근

젓국지, 파지, 짠지 등 ‘지’라는 끝말이 붙는데 이것은

젓갈, 해산물 등을 첨가 재료로 사용하는 김치는 단백

‘디히’라는 말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나 그 어원은 아직 밝

질이 분해되면서 새로운 맛이 생성되는 ‘숙성(熟成)’, 즉

혀지지 않고 있다. ‘침채’나 ‘디히’는 다 같이 겨우살이용

발효가 일어나 감칠맛이 난다. 김치는 유산균 발효 식품

채소 저장 가공식품을 말한다.

으로 익어갈수록 독특한 신맛, 즉 산미(酸味)가 생성된

우리 조상들은 오래전부터 채소를 소금, 젓국, 식초 등

다. 김치에는 고춧가루와 소금만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에 절여 저장하면서 먹었는데 이를 통틀어 김치라고 하

배추와 무 그리고 배나 사과 같은 과일도 넣어 단맛을

며 현재는 소금에 절인 채소에 고춧가루를 넣어 버무린

낸다. 이처럼 김치는 신맛 외에도 시원하고 매콤한 맛

김치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김치는 배추나 무 등의 주재

뒤에 달콤한 맛이 남는 특징이 있다. 또 쓴맛이 섞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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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김치 맛이 난다고도 한다. 채소를 천일염으로 절여

을 만들 수 있었다. 김치의 주재료는 배추, 무, 갓, 오이,

청각, 마늘, 생강 등의 양념을 넣어 막 담근 김치에는 살

파, 깻잎, 열무, 고추, 부추, 양파 등이며, 변질을 막기

짝 쓴맛이 맴돈다. 그 쓴맛을 즐기는 김치가 바로 고들

위해 소금 간을 한다. 김치 양념은 고춧가루, 찹쌀풀과

빼기와 갓김치이다. 맵고, 짜고, 시고, 달고, 쓴맛의 오

조기젓, 멸치젓, 황석어젓, 새우젓 등의 젓갈이 사용되

미(五味)가 조화를 이루는 김치는 감칠맛, 시원한 맛,

고, 양념 소로 생새우, 굴, 낙지, 전복, 돼지고기, 청각,

얼큰한 맛, 깊은 맛이 더해진 최고의 맛을 낸다. 이런 김

홍갓 등 갖가지 해물을 넣는다. 이런 다양한 재료가 독

치를 가장 맛있게 만드는 숙성 온도는 5~10℃이며, 가

특한 맛을 내 막 담근 생김치도 맛이 있다.

장 알맞은 숙성 기간은 15~20일, 가장 적당한 산성도는

전라도에서는 멸치젓과 갈치젓을 많이 넣어 김치를 담

pH 4.3 정도이다. 김치의 숙성은 온도가 높을수록, 식염

그고, 여름철에는 김치가 빨리 시어지므로 마른 고추나

농도가 낮을수록 빨리 일어난다.

홍고추를 갈아 넣고 멥쌀풀, 보리밥, 밀가루풀, 감자풀 등을 넣기도 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따라 제철에

조리법, 재료별 김치의 종류

생산되는 채소로 다양한 김치를 담글 수 있다. 봄에는

우리나라는 넓은 들과 깨끗한 바다가 3면으로 둘러싸

봄동김치, 얼갈이배추김치, 파김치, 돌산갓김치, 곰보

인 지리적 특징으로 인해 음식 재료가 풍부하다. 기름진

배추김치, 냉이김치, 달래김치, 두릅김치, 돌나물김치,

평야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곡물과 청정 해역과 갯벌에

미나리콩나물김치 등을, 여름에는 열무김치, 오이소박

서 길어 올린 싱싱한 해산물, 산악 지대에서 걷어 들이

이, 알타리무김치, 파김치, 깻잎김치, 부추김치, 나박

는 각종 나물들. 이러한 천혜의 자연환경이 좋은 식자재

김치, 고구마줄기김치, 고추김치, 상추김치 등을 주로

를 공급해왔고, 이를 이용해 다양하면서도 맛깔난 음식

담근다. 가을에는 경종배추김치, 백김치, 반지, 깍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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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물보쌈김치, 비늘김치, 홍갓김치, 고들빼기김치 등 을, 겨울에는 김장김치, 무동치미, 깍두기, 파래김치 등

지역의 향토 김치

을 주로 담가 먹는다.

김치의 영양

김치는 주재료인 배추, 무 등의 식물성 식품과 젓갈 등 의 동물성 식품으로 담그며 양념으로 고추, 찹쌀풀 및 기타 부재료를 섞는다. 각종 채소는 비타민, 무기질의

바위옷묵김치(전라남도 신안군 향토 김치) 재료

공급원이며, 식이섬유를 함유하고 생리적 활성을 띠

주재료 : 바위옷 1kg

는 기능성 성분 피토케미컬이 들어있다. 젓갈에는 고

부재료 : 쪽파 30g, 양파 200g, 식초 2큰술

김치 양념 : 청양고추 50g, 홍고추 50g, 마늘 30g, 청장 2

도의 불포화지방산인 DHA가 들어 있어 두뇌 발달에

큰술, 참기름 1큰술, 참깨 1큰술

도 도움을 준다. 고추와 마늘은 김치를 발효시키는 유 산균의 번식을 도우며, 발효를 통해 맛과 향미, 조직감 을 증진시킨다.

만들기 1 바위옷(바옷)을 물에

30분간 불린 다음 지저분한 이물질

을 잘 씻어낸다.

고추는 비타민 C가 매우 많으며, 고추에 함유된 매운맛

2 곰솥에 바위옷 2배 부피의 물을 붓고 2시간 동안 끓인다.

성분인 캡사이신과 비타민 E는 비타민 C의 산화를 막는

바위옷이 물에 녹으면 불을 끄고 식초 2작은술을 넣어 10 분이 지난 다음 체에 걸러 사각 용기에 담는다. 20℃에서

작용을 한다. 영양적 우수성은 사용하는 재료 자체뿐만

5시간 정도 굳혀 바위옷묵을 만든 뒤 1×1×6cm 길이로

아니라 발효 과정 중에 생성되는 유산균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유산균은 대장의 정장 작용을 하는 유익한 미 생물로 프로바이오틱스라고도 한다. 부패성 세균이나

채 썬다. 3 쪽파는 3cm 길이로 썰고, 양파는 채 썬다. 4 청양고추, 홍고추, 마늘을 다진다. 5 채 썬 바위옷묵에 쪽파, 양파, 다진 고추와 마늘, 청장, 참

식중독균 같은 병원균이 잘 자라지 못하게 해 식품의 저

기름을 넣어 버무리고 참깨를 뿌린다.

장성을 증진시키는 역할도 한다. 김치는 이처럼 발효 과 정을 통해 독성 물질 파괴, 소화성 증진, 필수 비타민 생 성 등이 이뤄지면서 영양적으로 가치가 더욱 높아진다. 김치는 이제 명백히 세계적인 식품의 하나가 되었다. 농림부와 식품 의학 관련 학계가 혼연일체로 노력한 결과, 마침내 2001년 7월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

얼갈이배추된장김치(전라남도 보성군 향토 김치)

Alimentarius Commission) 총회에서 김치 코덱스 규격이

재료

채택되었다. 김치 코덱스 규격에서는 배추김치에 대한 국제 통용명을 ‘Kimchi’로 규정하고, ‘주원료인 절인 배 추에 여러 가지 양념류(고춧가루, 마늘, 생강, 파 및 무

주재료 : 얼갈이배추 2kg

부재료 : 풋고추 50g, 홍고추 50g, 쪽파 30g

김치 양념 : 된장 100g, 고추장 100g, 마른 고추 50g, 마 늘 50g, 생강 20g, 설탕 2큰술

등)를 혼합하며 제품의 보존성과 숙성도를 확보하기 위 해 저온에서 젖산 생성을 통해 발효한 제품’으로 김치를 정의하고 있다.

만들기 1 얼갈이배추를 다듬어 씻고 물기를 뺀 다음 먹기 좋게

6~7cm 길이로 끊는다. 2 풋고추와 홍고추는 어슷 썰며, 쪽파는 3cm 길이로 썬다.

글을 쓴 김지현 교수는 광주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한식의 이론과 실습에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발효 음식, 향토 음식을 교육하고 있다. 서울국제요리경연대회에서 전통 음식 김치 부분 금상을 수상하였으 며 그 외에 국무총리상, 국회의장상,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상 등을 수상하 였다. 저서로는 <한국의 맛 광주김치>, <김치, 음식에서 문화로, 한국에서 세계로> 등이 있다.

3 마른 고추를 물에 불려두었다가 마늘, 생강을 넣고 간 다

음 된장, 고추장, 설탕을 섞어 2시간 동안 숙성시킨다. 4 얼갈이배추에 고추와 쪽파를 섞은 뒤 숙성시킨 양념을 넣

어 가볍게 버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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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sty Story 시즌 레시피

계절의 신선함을 머금은 제철 식재료로 꾸민

겨울 퓨전 한식 요리 차디찬 바람만큼 싱싱함을 자랑하는 것이 바로 겨울 해산물이다. 가을에는 산과 들의 먹거리 들로 가득 찼다면 추운 겨울이 다가올수록 바다의 향을 머금은 제철 해산물이 제 맛을 뽐낸 다. 추운 겨울 우리의 몸을 건강하고 따뜻하게 해줄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요리를 제안한다. 요리 및 스타일링 이윤혜 요리연구가 (사이간) 진행 임성은 사진 김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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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막채소매콤샐러드 쫄깃하면서도 특유의 감칠맛으로 예전부터 밥반찬으로 사랑받아온 꼬 막을 샐러드로 즐겨보자. 매콤한 양념장에 다양한 채소가 어우러져 입 안을 상큼하게 만든다.

• 재료

꼬막 1kg, 방울양배추 3개, 미나리 30g, 도라지 50g, 오이 1/3개, 깻 잎 5장, 풋고추・홍고추 1개씩, 통깨 1/2작은술, 참기름 약간 양념장 : 고추장・고춧가루・매실청 2큰술씩, 다진 마늘・다진 파・물엿 1큰술씩, 식초 1작은술

• 만드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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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막은 여러 번 비벼 깨끗이 씻는다. 끓는 물에 꼬막을 저어가며 삶아 건 진 뒤 살만 발라내어 참기름에 무 친다. 방울양배추는 밑동을 자르고 한 잎 씩 뜯어 끓는 소금물에 데치고, 미 나리는 4~5cm 길이로 썬다. 도라지는 가늘고 짧게 손질해 소금 에 주물러 쓴맛을 뺀 뒤 찬물에 씻 어 건진다. 오이는 어슷 썰고, 깻잎은 4등분한 다. 고추는 곱게 채 썬다. 양념장을 섞은 다음 준비한 모든 재 료를 버무려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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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떡국 겨울 하면 생각나는 대표적 해산물이 바로 굴이다. 새해 첫날 먹는 떡국 에 굴을 이용하면 어떨까? 기존의 사골 국물로 맛을 낸 떡국과 달리 시원 하면서도 깔끔한 국물 맛이 으뜸이다.

• 재료

가래떡 500g, 생굴 1컵, 무즙 1큰술, 두부 1/4모, 멸치 육수 5컵, 송송 썬 부추 1/2컵, 다진 마늘 1/2작은술, 국 간장・소금 약간씩

• 만드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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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은 엷은 소금물에 씻어 건진 뒤 무즙을 뿌려둔다. 두부는 1x1x1cm 크기로 깍둑썰기 하고 부추는 송송 썬다. 끓는 멸치 육수에 얇게 어슷 썬 가 래떡을 넣고 익으면 굴과 두부를 넣어 끓인다. 다진 마늘을 넣고 국간장과 소금으 로 간한다. 그릇에 담고 송송 썬 부추를 올린다.


시래기버섯찜 비타민 A와 C가 풍부한 시래기는 오래전부터 우리의 밥상에서 만능으 로 쓰던 식재료였다. 버섯과 함께 찜으로 만들면 감칠맛이 나면서 구수 한 맛을 자랑한다.

• 재료

삶은 시래기 150g, 느타리버섯 150g, 들기름 2큰술, 멸치 육수 2컵 양념장 : 된장 2큰술, 고춧가루・다 진 파・다진 마늘 1큰술씩, 멸치 육수 1/2컵

• 만드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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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래기는 물에 불려 삶은 다음 한 입 크기로 잘라둔다. 버섯은 손으로 길게 찢어놓는다. 한 입 크기로 잘라둔 시래기와 손질 한 버섯을 양념장에 버무린다. 달군 냄비에 들기름을 두르고 양념 한 시래기를 넣어 볶는다. 볶은 시래기에 멸치 육수를 두 번에 나누어 부어가며 약한 불에서 뭉근 히 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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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sty Story 식문화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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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에 담긴 문화를 맛보다 프랑스 미식 문화 “당신이 무엇을 먹는지 말해달라. 그럼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 주겠다.” 미식의 아버지라 불리는 프랑스의 장 앙텔름 브리야 사바 랭(1755~1852년)이 1848년에 집필한 그의 저서에서 남긴 말이 다. 짧지만 강렬한 사바랭의 언급처럼 우리가 먹는 하나의 음식은 그 사람을 말해줄 수 있을 정도로 힘이 막강하다. 뿐만 아니라 한 나라의 음식을 통해 사람들의 습관과 취향은 물론 역사와 문화까지 파악이 가능한데, 이는 음식을 만들고 먹는 것이 역사를 반영한 사 회・문화적 행위이기 때문이다. 글 황경순(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 사진 한식재단, UNE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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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랑스 미식 문화’의 탄생

이탈리아인은 옷에, 독일인은 집에, 프랑스인은 음식 에 평생을 바친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프랑스인은 잘 먹는 것을 좋아한다. 프랑스 사회에서 식사 시간은 일과 중에서도 매우 중요하게 인식되며 ‘미식가의 나 라’라는 명성에 걸맞게 국민의 대부분이 먹는 일 그 자 체에서 삶의 보람을 느낀다.

2

상업화를 우려하여 음식 관련한 유산은 인류무형문화 유산 대표 목록으로 등재하지 않던 유네스코 정부간위

중요한 순간을 기념하기 위한 사회적 관습으로서 훌륭

원회에서 2010년에 ‘프랑스 미식 문화(The Gastronomic

한 음식과 음료를 즐기면서 사람들의 결속을 유도하

of the French)’의 등재를 결정했다. 음식 문화가 등재된

고, 상차림과 음식을 맛보는 즐거움, 인간과 자연 생산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유네스코에서는 ‘모든 문화

물 간의 균형, 사회적 연대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는 점’

공동체에게 생존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며, 저마

이 높이 평가되었다. 포도주 한잔을 마시면서도 수백

다의 역사적 과정을 거쳐 전해온 공동체의 지식이라는

가지의 형용사를 구사하면서 맛의 미묘한 차이를 표현

점’에서 음식을 인류의 문화적 표현으로 상정하고 있

할 줄 아는 프랑스인의 음식 문화 전통이 ‘프랑스 미식

다. 프랑스 미식 문화의 유네스코 대표 목록 등재는 음

문화’라는 이름의 인류무형문화유산을 낳은 것이다.

식을 단순히 먹는 것 이상의 사회적 관습이자 문화적

프랑스 사회의 미식 문화가 태초부터 존재했던 것은

행위로서 중시한 프랑스인의 식문화적 가치가 전 세계

아니다. 미식도 학습 과정을 거쳐 발전해왔는데, 그

적으로 인정받게 된 기념비적인 일이었다. 특히 ‘출산,

기틀이 잡힌 때는 18~19세기이다. 마리 앙투안 카렘

혼인, 생일, 기념일 등 개인의 삶과 공동체의 역사에서

(1784~1833년)은 여러 단품 요리를 한 상에 차려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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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던 프랑스 요리에 코스의 개념을 도입한 첫 요리사로 <19세기의 프랑스 요리> 등 많은 저서를 통해 요리의

오감(五感)으로 음식을 먹

사회적 의미를 찾으려 했다. 이 밖에 알렉상드르 그리모

으며, 즐거움을 만끽하는 문

드 라 레이니에르(1758~1837년) 같은 미식 평론가가

화적 행위가 바로 프랑스의 미식 문화이다.

활발히 활동하고, 정기적으로 발간한 레스토랑 비평지 <미식가 연감>이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하면서 요리를 감상하고 음미하는 문화가 사회 저변으로 확산되었다. 특히 <미식가 연감>은 엄격한 기준으로 선발한 ‘미식 심

치의 맛과 건강성에 매료된 것이리라. 아니 어쩌면 장,

사위원회’의 평가 결과를 토대로 이루어졌으며, 이들의

김치, 젓갈, 식초, 술 등 우리나라 음식 문화 전반에 영

움직임에 힘입어 프랑스는 미식의 기틀을 닦았다. 21세

향을 끼친 발효법과 김치가 만들어내는 다양한 음식 및

기 미식의 지침서라 할 <미슐랭 가이드>는 이러한 원조

문화적 영향력에 빠져든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미식가들의 움직임에 힘입어 1922년에 레스토랑 정보

김치는 지역과 계층을 막론하고 한국인의 식사에서

만을 담은 가이드를 출판했다. 오늘날 TV 프로그램에

빠질 수 없는 음식이다. 김장의 방식과 재료는 지역에

서 종종 만날 수 있는, 전문 평가위원을 고용해 레스토 랑에서 몰래 식사한 후 별점을 매기는 방식도 <미슐랭 가이드>에서 1933년부터 시작했던 것이다. 프랑스인에게 미식(美食)이란 생존을 위해 식욕을 채

1,2. 음식을 인류의 문화적 표현으로 상정하고 2010년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 목록으로 등재된 ‘프랑스 미식 문화’ 3. 프랑스인들에게 음식은 어려서 부터 개인의 삶에서 절대 빠지지 않는 문화이다.

우는 단순한 섭식 행동을 넘어서는 것이며, 그렇다고 호화나 사치를 의미하지도 않는다. 오감(五感)으로 음 식을 먹으며, 이런 경험을 통해 즐거움을 만끽하는 문 화적 행위가 바로 프랑스의 미식 문화인 것이다. 우리 가 즐겨 먹는 카망베르 치즈, 노르망디 지방의 크레페, 부르고뉴의 코코뱅, 남부의 푸아그라 요리는 바로 이 러한 프랑스의 미식 문화 속에서 탄생한 세계적인 음 식이다. 김치를 먹다, 문화를 나누다

프랑스에서 한국으로 자리를 옮겨보자. 2006년 프랑스 에서 발간된 한 도서에서는 반드시 맛보아야 할 한국 의 음식으로 김치를 소개해 시선을 끌었다. 비록 치즈 에 맛들인 외국인이라 할지라도 진정한 미식가로서 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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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자연을 이용한 지혜와 사회 결속 기능 돋보여

따라, 그리고 가정 내 여성에 의해 여러 대에 걸쳐 전 승되었고, 어떤 재료를 사용하고 어떻게 저장하는지 에 대한 지식도 대부분 경험과 구전으로 축적되어온 가족의 중요한 전통이다. 자연의 순리에 맞추어 사는

프랑스는 지형적으로 유럽에서 유일하게 북해, 영국해

우리 민족의 창의성까지 엿볼 수 있는 김장이 유네스

협, 대서양, 지중해 등 4개 바다와 접해 있는 나라다. 이

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다는 것은 우리 식

러한 지형적인 조건으로 인해 땅과 바다로부터 다양한

문화의 독창성과 우수성을 확인할 수 있는 뜻 깊은 일

식재료를 얻을 수 있어 세계적인 요리가 발달했다. 오

이라 할 수 있다.

늘날과 같은 프랑스의 식도락 문화는 축산업과 낙농업

김장은 한국인의 정체성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해왔

이 고루 발달한 자연·생태적 기반과 사회·문화적 배

다. 도시화, 서구화, 상업화 시대에도 한국인이 가정에

경이 어우러져 빚어낸 것이다.

서 직접 김치를 담그거나 친척들이 정기적으로 제공해

우리나라 또한 지형적으로 동, 서, 남 삼면이 바다여서

주는 김치를 먹고 있다는 점은 김장이 현대사회에서 가

기후가 온화하며 농산물, 축산물, 수산물이 모두 풍부

족 공동체를 결속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되고 있음을 보

하여 다양한 음식 문화가 발전했다. 대륙성과 해양성을

여준다. 김치를 담그고 먹는 일, 특히 공동체가 함께 모

두루 갖춘 자연환경이 우리나라 특유의 독창적 음식 문

여 김장을 하며 협동 작업을 하는 것은 한국인의 정체

화를 형성한 것이다.

성을 재확인시켜준다. 특히 매년 김장철이 되면 지역

이처럼 자연환경을 이용한 창조적 행위와 전통 지식을

공동체와 자발적으로 결성된 단체들이 대규모 김장 행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프랑스의 미식 문화와 우리의 김

사를 벌이는데, 김장을 통한 김치 나눔은 현대 한국 사

치와 김장 문화는 닮은 구석이 많다. 음식 문화로서 인

회 구성원 간의 결속과 연대를 강화시켜준다.

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이들 두 음식을 들여다보면

전통 사회에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살아 있는 유산으로

자연을 이용한 공동체의 지혜와 사회 결속의 기능이 돋

서 김장이 지니는 가치는 매우 높다. 그 가치가 세계 음

보인다.

식 문화의 보편성과 다양성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하며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 목록 신청으로 이어졌다. 작년 말 우리나라의 ‘김치와 김장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 형문화유산 대표 목록에 등재되었으니, 공동체의 나눔 문화를 세계와 함께 실천하는 일이 남았다.

김치를 담그고 먹는 일, 특 히 공동체가 함께 모여 김장 을 하며 협동 작업을 하는 것은 한국인의 정체성을 재 확인시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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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20세기에 접어들면서 프랑스의 요리법은 점점 단

에 걸쳐 창조적으로 발전해왔다. 오늘날 김치는 문화의

순화되어 현대인의 생활에 부합하는 요리가 대중화되

속성이 그러하듯 국경을 넘어서 세계로 퍼져 나가고 교

고 있다. 과거 프랑스의 화려한 식탁 문화와 달리 겉모

류하며 다양하게 변화하고 있다.

양보다 음식 재료와 요리 과정에서 건강에 좋은 것을 먼저 생각하는 것으로 변화하는 프랑스 요리의 새로운 경향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세계인, ‘한식 문화’의 맛에 빠져들기를

김장 역시 마찬가지다. 긴 겨울을 나기 위해 대량의 김치 를 만드는 과정인 한국의 김장은 지역의 생태 환경에 따

비단 김치만이 아니다. 우리나라 각 지역의 음식 맛은

라 가장 적합한 재료,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오랜 시간

그 지역 사람들의 생활과 지혜가 축적되어 묻어난 결과 이다. 최근 모 방송사에서 한식 조리로 이뤄지는 서바 이벌 형식의 프로그램을 방영해 큰 인기를 얻은 바 있

1. 한국인의 정체성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김장 문화 2,3,4. 한식재단 에서 진행한 2012년 프랑스 파워블로거 & 미디어 초청이벤트 현장 5. 김치 문화축제에서 김장체험을 하고 있는 외국인들

다. 각 지역의 자연·지리적 환경을 활용한 재료와 가 전 비법은 물론 여기에 창의성을 더해 세계화할 수 있 는 음식 개발의 무한한 가능성을 공유하는 장이라는 점 에서 필자 역시 흥미롭게 시청했다. 한식의 세계화가 오래전부터 진행되어오고 있다. 이제 단순히 맛이 주는 감동을 넘어 손끝 매운 솜씨를 통해 자연환경에 대한 이해와 사회·문화적 의미까지 한식 에 담아내야 할 때다. 세계인이 우리 한식 문화의 맛에 진정 빠져들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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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쓴 황경순 연구사는 고려대 문화유산학과 박사과정을 마치고 문화재청 무형문화재과, 국립문화재연구소 무형문화재연구실에 재직했으며, 현재 국립 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무형문화유산 학술총서 1>(공저), <무형유산 전승 커뮤니티 연구>(공저) , <동아시아 전통 축제의 재발 견>(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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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sty Story 참맛 기행

맛과 영양의 보고, 한겨울 꼬막을 찾아 떠나다

겨울 바다의 맛과 문학의 힘을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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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교 꼬막

지명이 브랜드가 되는 산물이 있다. 굴비 하면 법성포, 곶감 하면 상주 하듯이 꼬 막 하면 벌교다. 남해 여자만 청정 갯벌에서 나오는 한겨울 꼬막은 맛과 영양의 보 고다. 꼬막회무침, 꼬막전, 꼬막탕수육 등 갖가지 꼬막 요리를 맛보고 소설 <태백 산맥>에 펼쳐진 치열했던 삶을 돌아보는 여행지가 벌교다. 글・사진 이민학(여행 칼럼니스트) 자료 제공 보성군청

겨울 바닷바람에 영근 짭조름한 꼬막 벌교천 부용교와 벌교역 사이 도로 양쪽은 시장이다. 한쪽에는 향긋한 과일 냄새가 나는 청과물 가게가 연 이어 있고, 맞은편은 짭조름한 바다 냄새가 밴 어물전이다. “참꼬막이여, 참꼬막.” 꼬막이 왜 이리 크기가 작으냐고 물었는데, 주인아주머니는 못 들은 척 참꼬막이라는 동문서답만 한다. 몇 년 사이 참꼬막 수확량이 줄어들자 씨알이 작은 것까지 상품으로 나오는 모양이다. 2~3년이면 캘 수 있는 새꼬막과 달리 4~5년은 기다려야 채취할 수 있는 게 참꼬막이다. 참꼬막은 가을에 종묘를 채취하여 너른 갯벌에 뿌려두고 클 때까지 기다린다. 굴이나 전복처럼 먹이를 주고 가꿀 수 있는 게 아니다. 자연에 맡기는 수밖에 없는데 갈수록 생산량이 줄어들어 어민의 수심도 깊어간다. 여수와 순천, 보성 그리고 고흥으로 빙 둘러싸인 바다가 여자만이다. 지도로 보면 둥그렇게 바다가 육지에 둘러싸여 있다. 바다 쪽으로 낭도를 비롯한 크고 작은 섬이 막고 있어 마치 바다가 갇힌 듯하다. 내해에도 여자도, 장도 등 섬들이 곳곳에 떠 있다. 여자만 갯벌은 모래가 섞이지 않은 차진 진흙 뻘이다. 썰물 때 바다 가 밀려나면 광활한 갯벌이 펼쳐진다. 고운 진흙 뻘은 꼬막이 살기에 가장 적합한 환경이다. 모래 갯벌이 많 은 서해에서 꼬막을 보기 어려운 이유다. 사새목 꼬막조개과에 속하는 꼬막은 고막, 고막조개, 안다미조개라고도 한다. 정약전은 <자산어보>에 “살 이 노랗고 맛이 달아 진상품으로 쓰였다”라고 썼다. 꼬막은 새꼬막, 참꼬막, 피꼬막으로 나눈다. 참꼬막은 갯벌에 살고 새꼬막이나 피조개는 수심 3~10m 바닷속에서 난다. 바닷속 새꼬막이나 피조개는 배에서 가래로 훑은 다음 그물로 건지니 차라리 낫다. 참꼬막은 한겨울 바닷 바람 맞으며 갯벌을 뒤집어 캐야 한다. 뻘배 또는 널배라는 널빤지에 바구니를 싣고 갯벌을 훑는 건 대개 여 자들의 일이었다. 허리 끊어지는 수고가 고스란히 배어 있는 참꼬막은 그 맛이 짭조름하고 달다. 주인아주 머니가 왜 참꼬막이라고 강조하는지 그 심정을 알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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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벌교 참꼬막 2. 소설 <태백산맥>에 등장했던 현 부잣집 3. 참꼬막비빔밥

참꼬막은 껍데기가 두껍고 골이 19~21개로 깊다. 맛도 깊고 식감도 좋아 제사상에 올랐다 하여 제사꼬막 이라고도 불렀다. 새꼬막은 껍데기가 하얗고 끝에 털이 붙어 있는데 골이 31줄로 좀 더 촘촘해 보인다. 갯벌 에서 오랜 시간 자란 참꼬막에 비해 맛이 덜하다 하여 바닷가 사람들은 ‘똥꼬막’이라고 불렀다. 앞 날이 얇아 뒤쪽을 따서 먹어 그리 불렀다고도 한다. 먹는 방법도 달라서 참꼬막은 살짝 데쳐서 꼬막의 맛 자체를 즐겼 는데 새꼬막은 양념을 해서 먹었다. 요즘은 꼬막 자체가 귀해 새꼬막도 대접받는다. 피꼬막은 피조개라는 이름이 더 익숙하다. 다른 조개와 달리 꼬막은 사람처럼 헤모글로빈으로 산소를 공급 한다. 날것을 까면 핏물이 우러난다. 피꼬막은 양식이 자연산보다 맛도 좋고 영양도 높다고 한다. 일본 사람 들이 좋아해서 전량 수출하는 바람에 예전에는 먹기가 어려웠다.

푸짐한 꼬막정식을 맛보고 문학의 길을 걷다 꼬막은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가 제철이다. 벌교에서는 매년 11월 초에 벌교꼬막축제를 연다. 꼬막정식 은 몇 년 사이 남도의 맛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꼬막무침, 꼬막부침개, 꼬막데침, 꼬막된장국 등 꼬막 요리로 상이 가득 채워진다. 심지어 꼬막탕수육도 나온다. 꼬막은 완전히 삶으면 맛이 덜하다. 핏물이 가실 정 도로 살짝 삶아야 맛있다. 꼬막에 핏물이 배인 걸 좋 아하는 사람도 있다. 핏물을 남기려면 요령이 필요 하다. 펄펄 끓는 물에 꼬막을 붓자마자 불을 끄고 휘 휘 저은 다음 바로 꺼내면 된다. 벌교 식당에 가더라 도 도회지 사람들 입맛에 맞춰 핏기를 없앤다. 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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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면 핏기를 남겨달라고 따로 주문을 해야 한다. 벌교의 여행 테마는 소설 <태백산맥> 문학 기행이다. 해방 후 좌우 이념 대립이 극한으로 치달았던 시기. 같 은 마을 사람들이 내 편 네 편으로 갈리고, 수많은 사람이 희생됐던 벌교는 소설의 주요 무대였다. 벌교읍을 한 바퀴 빙 도는 문학 기행은 벌교버스터미널 뒤에 있는 태백산맥문학관이 출발점이다. 문학관에서 소설 의 줄거리를 다시 새겨보고 작품에 얽힌 작가의 이야기를 살피면 무엇을 어떻게 봐야 하는지 대략의 그림 이 머릿속에 그려진다. 문학관 앞에 소설 첫머리에 나오는 현 부잣집이 있다. 대문 위에 유리창이 달린 누각 을 얹은 특이한 한옥이다. 벌교에서 내로라하는 현 부자가 기생을 불러 술을 마시며 자신의 땅을 내려다봤 단다. 현 부잣집 아래에 소화의 집이 있다. 소화는 현 부잣집에 딸린 무당의 딸이다. 좌익 활동을 하는 남자 를 사랑한 소화는 신산한 운명을 살아야 했다. 문학관을 나와 부용교를 지나 벌교역과 보성여관, 벌교금융 조합을 거쳐 벌교천 홍교, 김범우의 집까지 천천히 걷는 길이 문학 기행이다. 걷다 보면 다시 벌교천이 나온다. 옛날 이곳에 뗏목다리가 있어 그 이름을 한자로 쓴 것이 벌교라는 지명이 됐다. 홍교는 조선시대에 돌다리를 세웠는데 무지개 모양이라 그렇게 불렀다. 일제 강점기 때 일본인이 돌 다리를 반쪽 넘게 뜯어가는 바람에 나무 다리로 이어서 쓰다가 근래에 돌로 새로 이었다. 다리 모양이 짝짝 이인 이유이다. 한껏 맛이 오른 푸짐한 꼬막정식으로 배를 채우고 소설 <태백산맥>에 등장하는 곳을 따라 발길을 돌리다 보면 어느새 가슴 깊이 벌교의 참맛을 느끼게 된다. 글을 쓴 이민학 여행 칼럼니스트는 여행에는 치유의 힘이 있다고 믿는 여행 칼럼니스트로, 월간 <여행스케치> 편집장을 했으며, 월간 <라이프&트래 블> 발행인을 역임했다. 여행에 관해 최고의 전문가로 알려져 있으며 저서로는 <청춘의 여행법>, <쉼표 여행 : 비우고, 채우고, 머무는>, <주말 여행 컨설팅북> 등이 있다.

가는 길 대중교통

겨울 제철 해산물 명태

서울과 인근 대도시를 연결하는 벌교버스공용터미널이 있

명태는 생물 그대로 얼음에 재우면 생태, 말리면 북어, 얼

는데 먼 거리는 운행 간격이 너무 크다. 서울은 하루 한 번

리면 동태, 찬바람 치는 덕장에서 말리면 황태 등 잡는 방

뿐이다. 순천역이나 순천종합터미널로 가서 벌교까지 가

법이나 유통 방법에 따라 다양한 이름으로 부른다. 명태는

는 버스를 타면 약 40분이면 갈 수 있다. 승용차 영암순천고속도로 고흥나들목으로 나와서 벌교 방향 약

10분.

버릴 것이 없다. 알은 젓갈을 담아 명란젓을 만들고, 내장 으로는 창란젓을 담근다. 명태는 간을 보호하고 숙취를 풀 어주어 술안주로도 인기가 있는 겨울철 음식이다. 도미 도미는 단백질이 풍부하면서도 칼로리가 낮고 육질이 쫄

음식 꼬막정식 벌교읍 곳곳에 꼬막정식집이 즐비하다. 모두 원조라고 써 붙여서 어디를 가야 할지 고민스럽다. 참꼬막은 살짝 삶아 내고 새꼬막은 양념을 해서 각기 한 접시 나온다. 꼬막을 넣어 부친 부침과 꼬막탕수육, 꼬막된장국, 꼬막회무침 등

깃하여 고급 횟감으로 손꼽는다. 우리나라 연안에서 많이 잡히기에 구이나 찜, 국 등 도미 요리의 종류도 다양하다. 아귀 아귀는 커다란 것은 1m에 이르기도 하는 못생긴 물고기 다. 조기나 병어, 오징어, 새우 등 작은 물고기들을 통째로 잡아먹는데 그 식탐이 엄청나 아귀라 부른다. 아귀는 콩나

이 주 메뉴로 나오고 생선과 밑반찬이 깔린다. 가격은 1만

물과 함께 매콤하게 무쳐 양념 맛으로 먹는 찜이 유명하다.

5,000원 내외이다. 꼬막정식은 보성읍이나 순천, 낙안읍 성 등 인근 여행지에서도 맛볼 수 있다.

굴 겨울철 대표 음식의 하나가 생굴이다. 굴은 아연을 비롯한 필수아미노산과 비타민이 풍부하여 ‘바다의 우유’라고도 부른다. 생활습관병 예방과 피부 미용에도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일부러 굴을 찾는 사람도 많다. 남해 쪽에서 굴 양 식을 많이 하며, 자연산 굴은 서해안 일대에서 많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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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Story 종가의 맛

Culture Story

| 알수록 재미있는 한식 이야기


54 K-FOOD ISSUE 1 - 제1회 한식사랑 한식위크 58 K-FOOD ISSUE 2 - ‘대장금의 궁중상차림’ 재현 행사 60 한식 문화 읽기 - 농가의 겨우살이 준비, 김장 66 한식 로드 - 한식, 한류 열풍의 주역이 되다 IN BEIJING, CHINA 72 한식 사전 - 호박죽과 만둣국의 외국어 표기법


Culture Story K- FOOD ISSUE 1

제1회

한식사랑 한식위크

한식, ‘즐거움’을 담다 지난 10월 24에서 25일 이틀 내내 서울 중구 남산골 한옥마을 광장은 맛있는 열기로 가득했다. ‘한식, 뿌리 깊은 나무 바람에 아니 뮐세’라는 주제로 <제1회 한식사랑 한식위크> 축제가 개최된 터였다. 전시 존, 체험존, 이벤트존 등등 여러 가지 프로그램으로 시종일관 방문객의 발걸음을 사로잡은 행사는, 한 식 및 한식 문화 세계화에 든든한 초석이 되리란 평가를 받으며 성황리에 종료됐다. 글 이소영 사진 최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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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로 공명했다. 농림축산식품부 이동필 장관, 한식재단 강민수 이사장과 서대원 이사, <한식사랑 한식위크> 홍 보대사 강레오·주디주 셰프, 각국 주한 대사 부인 등 각계의 귀빈이 참석한 가운데 강민수 이사장의 기념사 로 행사의 포문을 열었다. “행사를 주관하게 되어 참으 로 기쁘다”며 감격을 내비친 이사장은 “한식의 과거, 현 재 그리고 미래를 통해서 한식의 근본을 다지는 기회의 장으로 삼겠다!”는 포부를 덧붙여 환호를 받았다. 식전, 축제 홍보대사로 위촉된 강레오·주디주 셰프의 축사도 인상적이었다. “초대 홍보대사 타이틀에 사명 감이 남다르다”고 밝힌 강레오 셰프는 이젠 불고기나 비빔밥같이 익히 알려진 음식뿐만 아니라 전국 팔도의 지방 특색이 드러난 음식이 세계화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해 관중의 깊은 공감을 샀다. 또한 주디주 셰프는 우 리의 음식이 널리 사랑받기 위해서는 전통의 방식만 고 집할 것이 아니라 시류를 비롯해 현대인의 기호에도 부 합하게 약간의 변형을 시키는 방법도 고민해봐야 한다 고 부연했다. 이윽고 행사의 출범을 기념하는 축하 떡 커팅 순서가 펼쳐졌다. 한식이 세계로 나가는 과정에 <제1회 한식 사랑 한식위크> 축제가 기름진 자양분이 돼주길 바라 는 염원을 고이 담아 손을 모은 참석자들 얼굴로 투명 한 햇살이 눈부시게 부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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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위

크 축제 시

지난 10월 24일 오전 10시. <제

1. <제1회 한식사랑 한식위크> 행사 개최를 기념한 떡 커팅 2. 천우각 팔도 건강 밥상 전시를 관람하는 농림축산식품부 이동필 장관

1회 한식사랑 한식위크>(농림

한식, 근본을

축산식품부 주최·한식재단

담다

주관) 개막을 앞두고 한옥마 을 광장으로 남녀노소 국적 불 문 다양한 관람객이 삼삼오오

줄을 지어 들어섰다. 색다른 축제에 호기심이 동하는지 저마다 설레는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드디어 행사의 시작을 알리는 사회자의 목소리가 지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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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작을 맛보며 감탄을 멈추지 못했다. “고추장돼지불 고기는 상추에 싸 먹는 게 일반적이라 과연 토르티야와 어울릴까 싶었는데 정말 맛있네요! 집에 가서 한번 해 봐야겠어요.” 엄마와 오랜만에 데이트를 나왔다는 박 지영 씨(가명, 서울 성북구)는, 토르티야를 음미하며 연거푸 엄지를 치켜들어 보였다. 천우각 역시 팔도 건강 밥상으로 종일 관객이 북적였 다. 배, 석류, 도미, 과메기 등등 도별 특산품을 이용하 여 ‘가을 제철 밥상’ 차림을 전시해놓은 것이 큰 호응을 1

얻었다. 화려한 동시에 단아한 식단에 마음을 빼앗긴 외국인 관광객은 대부분 하나라도 놓칠 수가 없다는 듯 이 카메라 셔터를 누르느라 여념이 없었다.

구든

지 간단하

한식, 소통을 담다

축제의 백미는 뭐니 뭐니 해 도 체험 코너였다. 한식 요리 전문가를 초빙해 홍시셔벗, 궁중타래 등 간식으로 즐길 만한 한식 먹거리를 직접 만 들어보는가 하면, 소요되는

쌀에 비해 추출되는 술의 양은 적어 왕에게만 올렸다 는 전통 술 동정춘(洞庭春) 제조를 직접 살펴보기도 2

했다. 홍시셔벗의 경우 만드는 과정이 너무나 간단한 반면 에 맛은 좋아 호응도가 높았다. 꿀로 빚은 반죽을 늘 어뜨리듯 잡아당기면 가는 실같은 엿이 한없이 늘어

가 터지자 광장을 중심으로

나는 궁중타래 퍼포먼스의 인기는 그야말로 상상을

한식, 건강을

둥글게 설치된 각각의 부스는

초월했다. 고사리 같은 손에 반죽을 감아서 늘이는 아

담다

비로소 생명을 얻은 듯이 활

이들의 모습이 무척이나 진지해 보는 이로 하여금 웃

기를 띠었다. 체험존, 전시존,

음을 짓게 했다.

적인

한식의

세 계

축제의 개막을 선포하는 축포

이벤트존 등 어디 하나 흥미 롭지 않는 데가 없었다. 그때 매콤한 냄새가 은근히 코 끝을 찔렀다. 가보지 않고는 참을 수가 없는 맛깔스러 운 자극이었다. 몸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 보니 주디주 셰프의 강의가 한창이었다. 이름 하여, ‘주부 파워 블로

1. 10월 25일 진행된 ‘대학생 한식사랑경연대회’ 축사를 하는 한식재단 강민수 이사장 2. 주디 주 한식 시연회 3,4. ‘대학생 한식사랑경연대회’에서 열심히 요리를 만들고 있는 참가자와 요 리작품 5. 남산골 한옥마을 내에 위치한 한식 체험존

거와 함께하는 주디주 한식 시연회’. 마늘프라이드치킨 과 고추장돼지불고기토르티야 두 가지 메뉴를 그녀만 의 레시피로 배워보는 시간이었다. 이색적인 퓨전 한식 요리에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조 리에 최선을 다하는 참가자들. 직접 만든 것인데도 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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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련된 김치 한 상 차리는 방법을 알려준 손영진 한국

다며 다부진 의견을 피력해 한식의 앞날에 희망을 보여

외식산업개발원장과 (주)KTT 강다헌 이사의 푸드 스

줬다.

타일링 시간도 유익했다. 배추김치 이파리를 일렬로 펼

해가 뉘엿뉘엿 마천루를 등지고 넘어갈 무렵, 축제의

친 다음 돌돌 말아 썰면 꽃이 핀 듯 보이고, 계량컵같이

풍미를 더할 ‘달빛 가족 콘서트’가 관중의 기대를 한껏

높이가 낮은 용기에 이파리를 둘러놓고 속을 채운 뒤에

받으며 힘차게 문을 열었다. 개그맨 박준형·김지혜

오므려 쪽파로 묶으면 귀여운 복주머니 형태가 됐다.

씨의 사회로 진행된 콘서트는 관객과 즐기는 전통차 이

친구들과 우정 여행차 들렀다는 중국인 관광객 메이 씨

야기, 젊음의 순수가 생동하는 퓨전 국악 공연, 한식을

는 세팅된 김치를 맛보며 “조금 맵긴 하지만 모양이 너

소재로 구성한 환상의 샌드 아트 등 다양한 이벤트가

무나 예뻐서 꼭 풍경화 한 폭을 입에 담은 느낌이다”라

마련되어 가을밤의 정취를 더했다.

고 말해 관객의 탄성을 자아냈다.

이밖에도 축제는 서울시 태권도 공연, 유네스코 한식 등재 서명 운동, 전통 의상 체험 포토 존, 한식 룰렛 게

채로운 이벤트

한식, 가족을 담다

축제 첫날 강레오 셰프는 한

임, 한식 길거리 투표 등 풍성한 프로그램으로 오픈 기

식 원정대 및 관련 학과 학생

간 내내 관람객의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들과 ‘한식의 미래’란 테마로

한편, 이튿날 실시된 ‘대학생 한식사랑경연대회’는 치

대담을 펼치기도 했다. 강 셰

열한 접전을 벌인 끝에 수원과학대(글로벌한식조리학

프는 “지역적 특성을 강조한

과) 임세은 & 이윤주 학생이 농림축산식품부장관상

메뉴로 마케팅 시스템 전반

을, 배화여대(전통조리학과) 박혜미 & 송다은 학생이

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며 한식세계화 전략

한식재단이사장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에 디테일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그러자 학생들도 외국

단풍과 더불어 아름답게 무르익은 맛의 향연 <제1회

인이 자연스레 한식에 신뢰를 갖도록 각종 문화, 정서,

한식사랑 한식위크>. 한식과 함께 앞으로 펼쳐나갈 내

정보 등을 한식에 접목해 홍보하는 노력이 수반돼야 한

일이 기대되는 풍성한 축제의 한마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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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Story K- FOOD ISSUE 2

대장금이 살아 돌아오다

궁중 음식에

함박눈이 포근하게 내리는 오후, 삼청각 청천당이 많 은 사람들의 방문으로 분주했다. 신기한 볼거리가 가득 한 것마냥 방문객들의 발걸음은 바삐 움직였다. 바로 농림축산식품부와 한식재단이 주최하는 <대장금의 궁 중상차림> 재현 행사를 보기 위한 것이었다. 한류 대표 콘텐츠인 <대장금>을 통해 궁중 음식을 소 개하는 ‘궁중 음식 레시피 복원 및 재현 사업’의 일환으

매료 되다

로 펼쳐진 이번 행사는 지난 5월부터 (사)궁중음식연구 원에서 궁중 음식에 담긴 이야기와 일반인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궁중 음식 조리법 70가지를 정리한 결과 가 운데 발췌한 몇 가지 음식을 시연·시식 및 전시하는 자리였다. 이번 재현 행사 때 선보인 음식들을 내년 초에 발간되 는 국·영문본 책자 <대장금의 궁중상차림: Jewels of

<대장금의 궁중상차림> 재현 행사 개최

the Palace: Royal Recipes from Old Korea>에 소개될 궁중

지난 12월 15일 성북동 삼청각이 맛있는 음식 냄새와 사람들

음식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시연 음식으로는 타락

로 분주했다. 바로 <대장금의 궁중상차림> 재현 행사가 열렸 기 때문. 평소 만나기 힘든 궁중 요리들을 보기 위해 남녀노소 많은 사람들의 방문이 이어졌다. 우리의 궁중 음식에 대한 이 야기가 가득했던 뜻 깊은 현장을 담아본다. 정리 임성은 사진 김나은

죽,홍시죽순채, 육찜, 배동치미 냉면, 유자화채가, 시 식 음식으로는 홍시죽순채, 타락죽, 육찜, 배동치미냉 면, 편육, 김치, 유자화채, 약과가 준비되었다. 사회자 의 진행에 따라 한식재단 강민수 이사장의 환영사와 궁 중음식연구원 한복려 이사장의 개회사가 이어지며 본 격적인 행사의 시작을 알렸다. 이번 궁중 음식 시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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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무형문화재 제38호 조선왕조궁중음식 보유자인

위해 기획한 레시피 북이다.

한복려 이사장이 직접 선보였다.

책 속에는 궁중 음식 레시피 70품과 함께 궁중 음식에

한복려 이사장의 설명을 덧붙여 진행된 시연으로 하나

얽힌 철학과 문화적 스토리가 소개되며, 외국인도 쉽

둘씩 음식이 완성되어갔다. 방문객들은 화려하면서도

게 따라 할 수 있도록 간단한 조리법 및 현대적인 담

한식 고유의 오방색이 골고루 들어간 궁중 음식에 매료

음새와 샘플 상차림을 제시할 예정이다. 또한 메뉴마

되기 시작했다.

다 드라마 <대장금>에 나온 스틸 컷을 추가해 방송을

시연 행사가 끝난 후에는 바로 시식 행사가 진행되었

본 사람이라면 드라마 속 장면을 떠올릴 수 있도록 구

다. 특히 죽순과 다른 채소들을 잘게 썰어 감 소스로 버

성된다.

무린 전채 요리와 배춧잎을 보자기처럼 이용해 소를 싸

이번 궁중 음식 재현 행사는 그동안 일반인을 대상으

서 만든 김치에 다들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또한 시식

로 한 일회성 행사와는 달리 궁중 음식을 접할 기회가

하는 음식들은 ‘대장금 식탁전’이라는 주제로 궁중 음식

많지 않던 한국인·외국인 조리 전문가, 외신 기자 등

의 원형을 그대로 살려 6인용 상차림으로 재현해서 전

의 전문가 그룹 40여 명을 초청하여 궁중 음식에 얽힌

시했다. 마지막으로 <대장금의 궁중상차림> 책자에 담

이야기와 조리법, 담음새 그리고 맛보는 체험 기회 등

길 ‘궁중 음식의 이야기’ 2편을 국·영문 샘플 책자로

을 제공해 주목받았다. 이후 현대화한 궁중 음식과 한

제작하여 참석자들에게 제공했다.

식 조리법이 가미된 서양식 메뉴로의 도출로 이어지는 등 궁중 음식이 어떤 형태로든 자주 활용되어 전통 한

궁중 음식을 친근하게, <대장금의 궁중상차림> 발간 예정

식 조리법이 보다 널리 보급되도록 하는 데 행사의 가 장 큰 의의가 있다. 드라마의 인기가 다시 한 번 재현되는 듯 관람객의 뜨

내년 초에 발간될 <대장금의 궁중상차림: Jewels of the

거운 관심과 주목을 받았던 행사는 훈훈한 열기를 남기

Palace: Royal Recipes from Old Korea> 국·영문본 책자

고 마무리되었다.

는 고급 한국 음식의 대표인 궁중 음식을 보다 친근하 게 소개하기 위해 인지도 높은 한식 드라마를 활용하여 국내외 대중이 궁중 음식에 얽힌 역사와 문화를 쉽게 이해하고 가정에서도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도록 하기

1. <대장금의 궁중상차림> 재현 행사를 경청하고 있는 외국인 셰프 2. 깔끔 함이 돋보이는 재현 행사의 메뉴를 보여주는 삼품단자 3. 홍시죽순채 시연을 보이고 있는 한복려 이사장 4. 육찜과 보김치 5. 약과와 유자화채 6. 재현 행 사에 참석한 강레오, 레이먼 킴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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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Story 한식 문화 읽기

농가의 겨우살이 준비 김장 예나 지금이나 가난한 사람들에게 겨울은 그 다지 반가운 계절이 아니다. 지금처럼 난방 시 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훨 씬 추웠던 19세기 초반, 경기도 마현의 농부들 은 겨울을 어떻게 지냈을까? 정학유(丁學游,

1786~1855년)는 <농가월령가>에서 김장을 음력 10월의 농가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로 꼽았다. 글 주영하(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교수) 자료 프랑스 기메박물관, 독일 함부르크민족학박물관

단원 김홍도 <풍속도 8첩병풍> 설후야연 프랑스 기메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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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은 맹동(孟冬)이라, 입동(立冬) 소설(小雪) 절기로다. 나뭇잎 떨어지고, 고니 소리 높 이 난다. 듣거라 아이들아, 농공(農功, 농삿일)을 필하여도, 남은 일 생각하야, 집안일 마 저(남김없이 모두) 하세. 무·배추 캐어 들여, 김장을 하오리라. 앞 내(냇물)에 정히 씻어, 함담(鹹淡, 짜고 싱겁고)을 맞게 하고, 고추·마늘·생강·파에, 젓국지 장아찌라. 독 곁 에 중두리요, 바탕이 항아리라. 양지에 가가(假家, 김치광) 짓고, 짚에 싸 깊이 묻고, 박이 (호박) 무 알암말(잘 익은 밤)도 얼잖게(얼지 않게) 간수하소.” 벼농사가 끝나면 여름에 파종을 해둔 무와 배추를 캐서 앞 냇물에서 깨끗이 씻는다. 소금 장수에게서 구입한 자염이다. 이것으로 무와 배추를 소금 간이 알맞게 배도록 절인다. 여 기에 양념을 만들어 젓국을 붓고 담그면 젓국지가 되고, 간장을 붓고 담그면 장아찌가 된 다. 이렇게 담근 김장을 독 중에서도 중간짜리 항아리에 담아서 햇볕이 잘 드는 곳에 짚으 로 김치광을 짓고 그 땅에 묻는다. 김치광의 땅속에는 김장한 김치만이 아니라, 호박이나 잘 익은 밤도 묻어두어 겨우내 식량으로 삼는다. 적어도 1970년대 중반까지도 농촌이나 도시에서 볼 수 있었던 장면이 19세기 초반 마현의 농가에서도 행해졌다.

온 나라의 겨울 채비, 김장하기

김장은 마현에서만 했던 것이 아니다. 정학유와 거의 비슷한 시기를 살았던 서울의 홍석 모(洪錫謨, 1781~1857년)는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서 서울 사람들도 김장을 했다 〔저(菹)〕 를담 고 적었다. “서울 풍속에 무·배추·마늘·고추·소금 등으로 장독에 김치 〔하장(夏醬)〕 와 겨울의 김장 〔동저(冬菹)〕 은 민가에서 1년을 보내 근다. 여름의 장 담그기 기 위해 미리 준비해야 할 중요한 일이다”라고 했다. 역시 앞의 두 사람과 비슷한 시기를 살았던 김매순(金邁淳, 1776~1840년)은 <열양세시기(洌陽歲時記)>에서 “10월이 되면 추 워지기 시작하므로 민가에서는 겨울나기를 하는데, 어느 것 하나 이용하지 않는 것이 없 을 정도이다. 그중에서 김장[침장(沈藏)]하는 일이 가장 큰일이다. 대체로 김장이라는 것 은 무와 배추를 가져다가 소금물에 절인 다음 고추·생강·파·마늘 등 온갖 맛을 넣어 항아리에 가득 담아 땅에 묻어 얼어 터지지 않도록 방비한다.” 사정이 이러하니, 19세기가 되면 온 나라가 음력 10월에 김장을 한다고 분주했을 듯하다. 사실 18세기까지 김장의 으뜸 재료는 무였다. 하지만 19세기부터 서울을 중심으로 배추 가 김장의 으뜸으로 자리를 잡아갔다. 1923년 11월 9일자 <동아일보>에서는 “대개 시내에

10월이 되면 추워지기 시작하므로 민가에서는 겨울나기를 하는데, 그중에서 김장 〔침장(沈藏)〕 하는 일이 가장 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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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중요히 치는 배추밭은 방아다리배추밭(충신동), 훈련원배추밭(동대문내), 구리안뜰 배추밭(동대문외남편), 섬말배추밭(종로통오정목) 등이요, 그 외에 지방에서 오는 것으 로는 개성배추를 제일 중요히 치던 것인데”라고 하면서 당시 서울 사람들에게 인기가 가 장 높았던 배추밭을 언급하였다. 결국 1910년대 이후 배추김치는 김장김치 중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에 올랐다. 당시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김장 때가 되면 언론들이 걱정을 쏟아내기 일쑤였다. 1927년 11월 10일자 <동아일보>에서는 김장 때 온 나라가 한 걱정에 빠진 정황을 그대로 보여준 다. “침장 때는 박두(迫頭)하야 왔다! 예전에는 매년 입동(立冬) 전에 침장을 준비하노라고 온 세상 사람이 모다 바빠 날뛰는 때였고 시황(市況)이 번성(繁盛)하야 자못 활기를 이뤘 다. 그러나 해마다 이맘때를 당하고 보면 자기 것 있는 사람은 물론이려니와 기타 어려운 사람에게는 이달이 큰 액월(厄月)이다. 세상의 어느 누구나 돈 없어 침장을 준비치 못하는 사람은 과연 과동(過冬) 사리의 대절(大切)한 식량품(食糧品)을 만들지 못하고 그 어려운 살림에 더욱 조석으로 큰 고통거리를 느끼는 터이다. 인생 생활에 가장 중대한 문제 중의 하나로서 우리는 이 급박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하는 것이 오직 당면의 걱정 거리이다.” 20세기 초반에도 서울에서 가난한 사람들이 김장하는 데 온갖 공을 다 들였으 니, 19세기 초반 마현의 농가에서는 어떠했겠는가?

음력 10월, 마을마다 바쁜 고사 지내기와 난로회

이렇게 김장도 마무리되면 음력 10월은 상달이라 고사 지내는 일이 온 마을 사람들의 관 심사였다. 정학유는 그 풍경을 다음과 읊조렸다. “술 빚고 떡 하여라, 강신 날 가까웠다. 꿀 꺾어 단자하고, 메밀 찧어 국수 하소. 소 잡고 돼지 잡으니, 음식이 널렸구나.” 그렇다. 양 반들은 선산에 가서 묘제를 지내고, 일반 백성들은 마을마다 무당을 불러서 마을 고사를 지냈다. 적어도 이날만은 추석이나 설날 부럽지 않게 쇠고기와 돼지고기를 먹을 수 있었 다. 본래 조선 왕실에서는 농사에서 중요한 노동력인 소를 마음대로 잡지 못하도록 우금 (牛禁) 정책을 펼쳤다. 하지만 10월 상달에 백성들이 행하는 묘제와 마을 제사에서 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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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는 일은 눈감아주었다. 술과 떡, 꿀맛이 가득한 단자(團餈)와 갓 수확한 메밀을 반죽하 여 국수 틀에 눌러 내린 메밀국수는 신령께도 바치고 사람들도 마음껏 먹어 신인합일(神 人合一)을 이루는 제물이었다. 서울 양반들은 이 틈을 노려서 남산에서 난로회(煖爐會)라는 모임을 열었다. <동국세시 〔번철(燔鐵)〕 를 올려놓은 다음 기>에 의하면, “서울 풍속에 화로에 숯불을 피워놓고 석쇠 쇠고기를 기름·간장·계란·파·마늘·후춧가루 등으로 양념하여 구우면서 화롯가 에 둘러앉아 먹었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쇠고기를 그냥 먹기에 낯이 간지러우니 양반들 은 그들의 모임에 ‘난로회’라는 근사한 이름을 붙였다. 비록 야외에서 벌어지는 고기구이 놀이지만, 추위를 이기는 데도 좋아서 능력만 되면 양반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하고 싶어 하던 행사였다. 난로회가 어려우면 집에서 신선로에 끓인 열구자탕(悅口子湯)을 먹었다. 이것마저 어려운 양반들은 두부를 얇게 썰어 꼬챙이에 꿰어 꼬치를 만들어서 기름에 부 친 다음 닭고기를 넣어 끓인 연포(軟泡)를 먹고 추위를 이겨냈다. 하지만 일반 백성들 입 장에서 보면 난로회나 열구자탕, 연포 먹기가 하늘에서 별을 따는 일보다 더 어려웠다. 쇠 고기가 들어가지 않는 연포쯤이야 쉽게 만들어 먹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하겠지만, 농 부들 입장에서는 갓 추수한 콩으로 메주 쑤는 일이 더 급했다.

김준근 <두부 짜는 모양> 독일 함부르크민족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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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 11월, 메주 쑤어 처마에 매달아두고 팥죽 먹기

음력 11월은 바로 메주 쑤는 달이다. 정학유는 “여자들아, 네 할 일이 메주 쑬 일 남았구나. 익게 삶고 매우 찧어 띄워서 재워두소”라고 했다. 조선 사람들의 메주 만드는 방법은 정학 유보다 100여 년을 앞서 살았던 홍만선(洪萬選, 1664~1715년)이 엮은 <산림경제(山林經 濟)> ‘치선(治膳)’의 ‘조장(造醬)’에 자세하게 나온다. “대두를 깨끗하게 씻어 하룻밤 물에 담가두었다가 꺼내서 약한 불에 삶아 꺼낸다. 맷돌로 갈아서 주먹 크기로 둥글게 빚는다. 짚에 담는 데 층을 두어 쌓는다. 따뜻한 곳에 두어 곰팡이 〔황의(黃衣)〕 가 필 때를 기다린 다. 곰팡이가 핀 메주를 햇볕에 내어 말렸다가 다시 따뜻한 곳에 둔다. 반복하면 자연히 마 〔말장(末醬)〕 라고 부른다.” 른다. 이것을 사람들은 메주 이렇게 메주를 쑤어서 처마 시렁에 매달아두고 나면 태양력으로 24절기 중 하나인 동지 (冬至)가 다가온다. 요사이 사람들은 동지에 팥죽 먹기를 쉽게 잊어버리지만, 당시 사람 들에게 동지 팥죽은 작은설에 꼭 먹는 시절 음식이었다. 정학유는 그 풍경을 다음과 같 이 읊조렸다. “동지는 좋은 날이라 양(陽)이 생기기 시작하는구나. 특별히 팥죽 쑤어 이 웃과 즐기리라. 새 달력 널리 펴니 내년 절기 어떠한가.” 동지부터 새 달력을 얻을 수 있었 기 때문에 이날을 작은설이라고 불렀다. 정학유와 비슷한 시기를 살았던 유득공(柳得恭, 1749~1807년)은 <경도잡지(京都雜誌)>란 책에서 당시 사람들이 동지가 되면 “찹쌀가루 로 새알 모양을 만들어 팥죽에 넣고 꿀을 타서 먹는다. 문짝에 팥죽을 뿌려 나쁜 기운을 물 리친다”고 했다. 홍석모 역시 <동국세시기>에서 당시의 동짓날 모습을 다음과 같이 적었 다. “동짓날은 작은설이라고 부른다. 팥죽을 쑤며 찹쌀가루로 새알 모양을 만든 떡을 죽 속에 넣어 심(心)을 삼는다. 여기에 꿀을 타서 명절 음식으로 먹고, 사당에도 바친다. 팥죽 국물을 문짝에 뿌려 좋지 않은 일을 없앤다.” 사실 동지에 팥죽을 먹는 풍속은 매우 오래된 <주역(周易)>의 세계관에서 나왔다. 17세기 이후 고대 중국 풍속을 가장 모범으로 생각하고 그것을 일상생활에서 실천하려는 교조적 인 선비들이 늘어났다. 심지어 역질(疫疾)을 물리치기 위한 주술 행위에 팥죽이 쓰였다. 중국에서 유래한 동지팥죽이 이즈음부터 온 나라 백성들 사이에서 관습이 되어 나이를 세고 나쁜 기운을 물리치는 의미를 얻게 되었다. 추위가 가장 사나운 음력 11월을 동지팥 죽의 훈훈한 열기로 이겨내면 봄을 기다리는 한 해의 마지막 음력 12월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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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력 12월, 설고기를 실컷 먹을 수 있는 기회

정학유는 이 음력 12월을 이렇게 읊조렸다. “새해 전에 남은 날이 얼마나 걸렸는가. 집안 여인들은 새 옷을 장만하고, 무명 명주 끊어내어 온갖 색깔 들여내니, 짙은 빨강·보라, 엷은 노랑·파랑, 짙은 초록·옥색이라. 한편으로 다듬으며 한편으로 지어내니, 상자에 도 가득하고 횃대에도 걸었도다. 입을 것 그만하고 음식 장만 하오리라. 떡쌀은 몇 말이 며 술쌀은 몇 말인고, 콩 갈아 두부하고 메밀쌀 만두 빚소. 설날 고기는 계에서 나오고 북 어는 장에 가서, 납평 일에 덫을 묻어 잡은 꿩 몇 마린가, 아이들 그물 쳐서 참새도 지져 먹 세. 깨강정 콩강정에 곶감·대추·생밤이라, 술동이에 술 들이니 돌 틈에 샘물 소리, 앞 뒷집 떡 치는 소리 예서 제서 들리네. 새 등잔 세 발 심지 불을 켜고 새울 때에, 윗방 봉당 부엌까지 곳곳이 떠들썩하다. 초롱불 오락가락 묵은세배 하는구나.” 실제로 형조와 한성부에서는 섣달그믐 하루 이틀 전부터 우금을 풀었다. 단속 관리가 차 고 다니던 ‘우금패(牛禁牌)’라는 것을 회수하여 두었다가 설날이 되면 다시 내주었다. 설 〔세육(歲肉)〕 를 실컷 먹을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서였 날만이라도 사람들에게 설고기 다. 너무 가난하여 쇠고기를 구하기 어려웠던 농민들은 꿩을 잡아 그것으로 떡국 끓일 탕 을 마련했다. 어찌되었건 섣달그믐은 그야말로 풍성한 고기 냄새가 집 안을 가득 채웠다. 아! 설날이여, 빨리 오라.

김준근 <국수 누르는 모양> 독일 함부르크민족학박물관 글을 쓴 주영하 교수는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교수로, 동아시아 음식의 역사와 문화에 관한 연구를 꾸준히 수 행하고 있다. 저서로는 <식탁 위의 한국사>, <음식인문학>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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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Story 한식 로드 ➌ BEIJING

‘한식 로드’ 칼럼은 한식재단에서 발행한 <해외 우수 한식당 가이드북> 북경편을 재편집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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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 한류 열풍의 주역이 되다

IN BEIJING, CHINA 13억 인구의 나라, 중국은 1990년대부터 한국 음악과 드라마를 중심으로 한류 사랑이 시작된 한류 열풍의 중심지이다. 중국 최대 검색 사이트 바이두와 인위에타이 뮤직비디오 차트에는 한국의 콘텐 츠와 노래가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물론, 한국 드라마에서 나온 요리가 중국에서 사랑받는 음식으로 급부상하는 등 지금도 여전히 한류 문화에 대한 애정이 식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K-팝 과 K-드라마에 이어 이제 한식이 중국에서 새로 떠오르는 한류 열풍의 주역으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들어 한식이 중국인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한국에서만 맛볼 수 있던 음식을 중국 도심지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정도니 그 인기가 실감된다. 수만 가지의 재 료로 만들어낸 다양한 음식의 천국인 중국에서 한식이 주목받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 중 하나는 음식 대국 중국 특유의 다양한 음식 문화에 대한 호기심과 포용력 그리고 한류에 대한 뜨거운 관심에 있을 것이다. 실제로 한류 열풍에 힘입어 중국에서도 그 인기 를 이어갈 것으로 판단하고 해외 진출을 본격적으로 개시한 국내 음식업체가 상당수다. 한국의 드라마와 가수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한식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 음식은 현재 중국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으며 특히 베이징, 상하이, 칭다오를 포함 한 산둥성 내 도시에서는 수많은 한국 음식점이 성업 중이다. 한국 음식이 중국 음식과 가 장 다른 차이점은 식사하기 전에 다양한 밑반찬이 나온다는 것이다. 덧붙여 중국인을 사 로잡은 한식의 가장 큰 매력은 다양한 식재료를 조화롭게 사용해 맛뿐 아니라 영양상으로 우수한 건강식이라는 점이다. 한식은 밥을 주식으로 국 또는 찌개, 김치를 기본으로 차려 내며 반찬은 계절에 따라 제철 재료를 선택하여 데치거나 굽거나 삶는 등 영양 손실을 최 소화하고 지방을 줄이는 조리법을 사용한다. 이런 이유로 많은 중국인이 한국의 반찬 문 화를 색다르게 생각하며 한식이 건강에 좋은 웰빙 음식이라는 인상을 갖고 있다. K-팝과 K-드라마에 이어 중국과 한국의 문화 교류에 한몫을 해내고 있는 한식. 중국 본토 에서 사랑받는 한식당에는 과연 어떤 것들이 있을까? 한식재단은 중국의 수도인 베이징을 비롯해 중국의 대표적인 도시인 상하이와 칭다오에 위치한 2,000여 곳의 한식당 중 현지 언론과 식당의 웹사이트, 관련 전문가 등으로부터 추천받은 한식당을 대상으로 1차 서류 평가를 거친 뒤 현지의 음식, 서비스, 위생, 인테리어 등을 평가해 우수 한식당 40곳을 최 종 선정했다. 그 가운데서도 믿고 먹어도 후회하지 않을 한식당 16곳을 뽑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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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삼겹과 채소의 궁합 2

본가 Benjia

‘본가’ 왕징점은 2005년 개업해 지금까지 성업 중인 베이징의 대표 한식당이다. 특

원조의 맛을 찾아서 1

강산에

Aijiangshan 베이징의 고급 한식당으로 유명한 ‘강산에’ 는 한식 애호가들이라면 꼭 한 번 들를 법 한 곳이다. 특히 조선밥정식이 유명한데 열두 가지 반찬과 조기구이, 생선무조림

히 이곳에서 개발한 것으로 알려진 우삼겹 은 소의 업진살 부위를 얇게 썰어 특제 양 념에 재운 것으로 입안 가득 퍼지는 풍미 가 일품이다. ● ● ● ● ● ● ●

등이 나오며 다양한 식재료로 차려내 영양

주소 조양구 망경 광역로 클래스 13호 S7 전화번호 010-8473-0101 영업시간 월~일요일 10:00~21:30/ 연중무휴 대표 메뉴 우삼겹구이, 삼겹살구이 1인당 예산 100위안 좌석 200~300석 홈페이지 www.thebor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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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렁탕을 전문으로 한 한식당이 많지 않 꼽힌다. 대표 메뉴인 설렁탕과 소꼬리탕은

주소 조양구 장대서로 9-7호 사직공원 북문 전화번호 010-8456-9336 영업시간 월~일요일 11:00~22:00/ 연중무휴 대표 메뉴 양념소갈비구이, 된장찌개, 한정식 1인당 예산 300위안 좌석 462석

맛이 담백하고 구수한데 특히 국물을 들이 켜면 따뜻한 음식에 몸이 훈훈해지며 속까 지 든든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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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틱한 맛의 향연 3

대장금

Dachangjin ‘대장금’은 분기마다 새로운 메뉴를 선보 여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특히 이 집의 돌 솥비빔밥은 갖가지 색깔의 채소와 달걀프 라이가 손님들의 미각을 자극한다. 오므라 이스 같은 달걀해물볶음밥도 이 집의 인기 메뉴다. ● ● ● ● ● ●

<해외 우수 한식당 가이드북> 북경편은 중국 북경의 해전구와 조양구 등 지역의 우수 한식당을 엄선하여 40곳을 최종 선정하여 소개하고 있다. 그중 최고 맛집 16곳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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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설렁탕

Xianniu xiannongtang

은 베이징에서 ‘선우설렁탕’은 맛집으로 손

적으로도 더할 나위 없다. ●

담백하면서 진한 국물

주소 조양구 조양공원로 6호 솔라나 지하 1층 전화번호 010-5905-6296 영업시간 월~일요일 11:00~21:30/ 연중무휴 대표 메뉴 돌솥비빔밥, 탕수육, 달걀해물볶음밥 1인당 예산 40위안 좌석 70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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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조양구 망경 광순북대가 망경서원 4구 423동 한국성 2층 전화번호 010-6473-2700 영업시간 월~일요일 24시간/ 연중무휴 대표 메뉴 설렁탕, 쇠고기전골 1인당 예산 50위안 좌석 80석


맛과 영양을 한 번에

장사부삼계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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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hangshifu shenjitang ‘장사부삼계탕’의 삼계탕은 닭의 배 속에

신선한 재료로 완성되는 맛 5

비원

Miyuan ‘비원’에서 기본으로 제공하는 밑반찬은 재 료의 신선도가 좋아 이곳을 찾는 이들의

찹쌀과 대추, 은행이 잔뜩 들어 있어 골라 먹는 재미가 있고 부드럽고 차진 맛을 자 랑한다. 이외에 닭고기를 이용한 요리도 있는데 특히 야채와 함께 볶은 철판닭갈비 가 별미다. ● ●

입을 즐겁게 한다. 신선한 재료로 만든 오 이소박이와 깍두기는 입맛을 돋워 밥맛을 더욱 좋게 한다. 이곳의 뚝배기대구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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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조양구 망경남호거 호광중가 5동 2호 전화번호 010-6474-6686 영업시간 월~일요일 09:00~22:30/ 연중무휴 대표 메뉴 십전삼계탕, 약삼계탕 1인당 예산 90위안 좌석 140석

한국 전통 음식의 재발견 8

SSAM

맑은 탕으로 나오는데 국물 맛이 담백하면

‘쌈’은 한국 정통 음식을 기반으로 창의적

서도 시원하다.

인 메뉴를 개발해 선보이는 곳으로 유명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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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특히 꽃게떡볶이는 해물 육수로 맛을

주소 조양구 양마교로 44호 해창빌딩 1층 전화번호 010-6462-4032 영업시간 월~일요일 11:00~21:30/ 연중무휴 대표 메뉴 간고등어, 굴비구이 세트, 대구탕 1인당 예산 150~200위안 좌석 150석

낸 고추장 양념을 사용해 꽃게의 담백한 맛을 살린 동시에 떡의 쫀득한 식감을 더 한 특별 요리다. ●

주소 조양구 공인체육관북로 8호 삼리둔 소호 2동

B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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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 바람 불 때 안성맞춤 7

라라감자탕

Lala paiguhuog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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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번호 010-5935-9475 영업시간 월~일요일 11:30~22:00/ 법정 공휴일 휴무 대표 메뉴 전주비빔밥, 꽃게떡볶이, 만두샐러드 1인당 예산 120위안 좌석 66석

왕징 수산물 시장 3층에 있는 ‘라라 감자탕’ 은 베이징 지방에서 즐겨 먹는 양 등뼈 전 골과 비슷해서 중국 현지인들도 거부감 없 이 먹기 좋다. 감자탕을 비롯해 된장찌개, 비빔밥, 냉면 등 일반적인 한국 음식도 맛 볼 수 있다.

베이징

Beij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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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산에 비원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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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조양구 망경리 택서가 망경상업센터 3층 전화번호 010-6478-6093 영업시간 월~일요일 24시간/ 연중무휴 대표 메뉴 감자탕, 도토리묵무침, 갈비콩나물찜 1인당 예산 80위안 좌석 100석

2 본가 4 선우설렁탕

3 대장금

라라감자탕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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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부삼계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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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창구이가 일품 10

구이락 Kaoroule

‘구이락’의 대표 메뉴는 대창구이로 숯불에 구워 기름이 쪽 빠지고 겉은 노릇노릇 고 소하다. 잘 구워진 대창에 소금, 후춧가루 등을 찍어 먹으면 느끼함 없이 독특하고 풍부한 맛이 일품이다. 고기를 먹고 나면 호박죽이 나와 입가심으로 제격이다.

최상급 갈빗살의 풍미 9

우가네 Niuj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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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집 같은 분위기의 아늑한 음식점 ‘우

주소 해정구 왕장로 갑 1호 전화번호 010-6231-0832 영업시간 월~일요일 11:00~24:30/ 연중무휴 대표 메뉴 곱창구이, 순두부찌개 1인당 예산 70위안 좌석 200석

오랫동안 사랑받는 맛 12

1999년에 문을 열어 꾸준히 사랑받아온

가네’. 이곳에서 추천하는 메뉴인 갈빗살

‘울릉도’. 다양한 소스에 재운 고기류가 인

구이B는 갈비에서 발라낸 최상급 부위를

기가 많은데 그중에서도 달콤한 양념소갈

이용해 육질이 탱탱하며 부드럽다. 특히

비구이는 식감이 부드러워 많이 찾는다.

고기를 꿀과 레몬, 사과즙으로 만든 상큼

이곳의 닭오돌뼈구이는 노릇하게 구워 먹

한 소스에 찍어 먹으면 더욱 풍미 가득한

으면 오독오독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고기 맛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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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해정구 학원로 7호 홍욱빌딩 4층 전화번호 010-8237-6558 영업시간 월~일요일 10:00~23:00/ 연중무휴 대표 메뉴 우삼겹구이, 돼지목살구이, 갈빗살구이B 1인당 예산 70~100위안 좌석 1,500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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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의 아지트 11

포장마차

Baozhuangmache ‘포장마차’는 늘 대기 손님이 있을 만큼 장 사가 잘되는 맛집으로 젊은이들이 특히 많이 찾는다. 대표 메뉴인 부대찌개는 냄 비 가득 라면과 마카로니, 떡, 두부, 햄, 소시지 등 다양한 재료가 푸짐하게 들어 있다. ● ● ● ● ● ●

70

울릉도

Yulingdao

주소 해정구 성부로 35호 동원빌딩 3층 전화번호 010-6261-9804 영업시간 월~일요일 16:00~03:00/ 연중무휴 대표 메뉴 치즈해물떡볶이, 부대찌개, 불고기전골 1인당 예산 60위안 좌석 80석

● ●

주소 해정구 은제장 18호 전화번호 010-8813-7066 영업시간 월~일요일 10:30~24:00/ 연중무휴 대표 메뉴 양념소갈비구이, 냉면, 가리비구이 1인당 예산 40~60위안 좌석 300석


돼지고기 목살구이의 진수 14

부산요리 Pankoo

‘부산요리’는 상하이에서 시작된 새로운 콘 셉트의 한식당 체인점으로 돼지고기 목살

감칠맛을 느끼고 싶을 때 13

호방교

Hufangqiao ‘호방교’는 베이징 남쪽 호방교 사거리 길 가에 위치한 한식당이다. 이곳의 메뉴 중 얇게 썬 호주산 등심구이는 지방이 적당히

구이가 대표 메뉴다. 된장찌개는 각종 버 섯과 두부, 쇠고기 등을 넣어 삼삼하고 단 맛이 난다. 재료를 듬뿍 넣은 해물파전은 바삭하고 고소한 맛을 자랑한다. ● ● ● ●

섞여 연하면서도 촉촉한 육즙이 느껴져 손 님들이 많이 찾는다. 또 삼겹살팽이버섯말

● ●

주소 서성구 서직문외대가 1호 캐피털 쇼핑몰 6층 전화번호 010-5834-1368 영업시간 월~일요일 11:00~22:00/ 연중무휴 대표 메뉴 돼지목살구이, 매운낙지볶음, 해물파전 1인당 예산 100위안 좌석 150석

● ●

● ●

금산아리랑 Jinshan alilang

지역에 위치한 ‘금산아리랑’은 한식 애호

일품이다. ●

16

한식당이 그리 많지 않은 베이징 시 남쪽

이는 아삭하면서 쫄깃한 식감과 감칠맛이

한식 애호가들이 가득

가들이 가장 선호하는 모임 장소로 꼽힌

주소 서성구 남신화가림 11호 1층 전화번호 010-6302-0205 영업시간 월~일요일 10:30~22:00/ 연중무휴 대표 메뉴 양념소갈비구이, 우삼겹구이, 삼겹살팽 이버섯말이 1인당 예산 65위안 좌석 200석

다. 이곳의 돌솥비빔밥은 저염식인데다 색 깔 조합까지 신경 써 보기에도 좋으며 맛 또한 좋다. 5위안만 내면 샐러드 바를 마음 껏 이용할 수 있으니 참고하자. ● ●

입맛대로 골라 먹는 재미 15

삼천포 3000 Pu

● ● ● ●

주소 서성구 백지방동가 27호 전화번호 010-8354-7595 영업시간 월~일요일 11:00~23:00/ 연중무휴 대표 메뉴 꽃등심구이, 우삼겹구이, 냉면 1인당 예산 50~70위안 좌석 300석

숯불구이와 전골 요리가 주 메뉴다. 기본 반찬은 손님 입맛대로 마음껏 가져다 먹을 수 있도록 바를 마련해놓았다. 특히 모든 숯불구이 메뉴는 적은 양으로도 주문할 수 있어 손님들이 좀 더 다양한 맛을 즐길 수

베이징

Beijing

있도록 배려했다. ● ● ● ● ● ●

주소 풍대구 유가요교 서소철장영 10호 전화번호 010-6760-5300 영업시간 월~일요일 09:30~03:00/ 연중무휴 대표 메뉴 소갈비구이, 삼겹살구이, 우삼겹구이 1인당 예산 60~70위안 좌석 200석

우가네 9

10 구이락 11 포장마차 12 울릉도 13 호방교 16 금산아리랑 14 부산요리 15

삼천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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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Story 한식 사전

뜨끈함으로 겨울 추위를 달래줄 겨울 별미

호박죽과 만둣국의 외국어 표기법

프랑스어 Potage au potiron Potage de riz, obtenu à partir de potiron épluché, précuit et écrasé, et de poudre de riz gluant, ou de petites boulettes de riz. On peut y ajouter des haricots rouges, des haricots ou du maïs. 이탈리아어 Porridge di zucca Un porridge delicato fatto con zucca schiacciata e farina di riso dolce o palline di riso. Si possono aggiungere fagioli rossi, fagioli neri o cereali. 껍질 벗긴 늙은 호박이나 단호박을 삶아

호박죽

으깬 다음 끓이다가 찹쌀가루나 새알심 을 넣어 익힌 죽이다. 팥이나 콩, 옥수수 등을 넣기도 한다.

영어 Pumpkin Porridge A smooth porridge made with mashed pumpkin flesh and sweet rice powder or rice balls. Red beans, black beans, or corn may be added. 일어 ホバッチュッ(かぼちゃのお粥) 皮をむいたかぼちゃを蒸し、それをつぶして煮 たものに、もち米粉やもち粉で作った団子を入 れて炊く。小豆や豆、とうもろこしなどを加える こともある。 중국어 南瓜粥 南瓜剥皮后煮熟并捣碎,加入水和糯米粉以及年 糕球熬粥, 有时还加入红豆、大豆、玉米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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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어 Gachas de calabaza Una papilla suave hecha con puré de calabaza y polvo de arroz dulce o arroz en bolas. Se le pueden añadir alubias rojas, frijoles negros o maíz. 독일어 Kürbispolenta Eine weiche Polenta aus püriertem Kürbis und süßem Reispulver oder süßen Reisbällchen. Das Gericht kann auch mit roten Bohnen, schwarzen Bohnen oder Mais zubereitet werden. 베트남어 Cháo bí đỏ Cháo nhuyễn làm từ bí đỏ xay nhuyễn và bột gạo nếp hay bỏng gạo nếp. Có thể cho thêm đậu đỏ, đậu đen hoặc ngô. ‫ عرقلا ةديصع‬아랍어 ‫زرألا تارك وأ ولحلا زرألا قوحسمو سورهملا عرقلا بل نم ةعونصم ةمعان ةديصع‬. ‫ةرذلا وأ ءادوسلا وأ ءارمحلا ايلوصافلا ةفاضإ نكمي‬.


프랑스어 Soupe de raviolis Soupe de raviolis farcis de viande ou de légumes, que l’ on fait bouillir dans un bouillon de viande. 이탈리아어 Zuppa di ravioli Carne e verdure tritate avvolte in sottili sfoglie di pasta e bollite in brodo di manzo. Talvolta si aggiungono delle fettine sottili di garae tteok. 스페인어 Sopa de albóndigas Albóndigas de carne picada y verduras envueltas en capas delgadas de harina y hervidas en caldo de carne. A veces se añaden rodajas finas de garae tteok.

밀가루 반죽을 얇게 밀어 고기나 채소로 만든 소를 넣고 빚은 만두를 육수에 넣

만둣국

독일어 Kloßsuppe Klein geschnittenes Fleisch und Gemüse wird in dünne Teigscheiben gewickelt und dann in Rinderbrühe gekocht. Das Gericht kann auch mit ovalen Reisnudeln serviert werden.

어 끓인 음식이다.

영어 Dumpling Soup Minced meat and vegetables wrapped in thin flour shells and boiled in beef broth. Oval shaped rice pasta may be added.

베트남어 Súp bánh bao Thịt xay và rau được cuốn trong vỏ bột mỳ mỏng và luộc trong nước bò. Có thể cho thêm mỳ gạo hình ô-van.

일어 マンドゥクッ(餃子スープ) 小麦粉をこねて薄くのばしたものに肉や野菜 を詰めて餃子を作り、スープに入れて煮た料 理。薄く切ったお餅を加えることもある。

‫ نيجعلا تارك ءاسح‬아랍어 ‫ةقرم يف ةيلغمو نيحطلا نم ةقيقر ةقبط يف ةفوفلم تاوارضخو مورفم محل‬ ‫رقبلا محل‬. ‫ةيواضيبلا زرألا اتساب ةفاضإ نكمي‬.

중국어 韩国饺子汤 在擀好的面皮上包入肉或蔬菜馅料,煮熟或蒸熟 即可, 有时还可以油炸或油煎。

겨울호에 실린 한식 영문 표기법

쌀밥

Boiled Rice

<p11>

보리밥

Boiled Barley and Rice

<p35>

젓갈

Salted Seafood

<p12>

장아찌

Pickled Vegetables

<p35>

식해

Fermented Fishes with Grains

<p12>

파김치

Green Onion Kimchi

<p36>

김치

Kimchi

<p12>

부추김치

Korean-leek Kimchi

<p36>

Rice Cake

<p15>

나박김치

Watery Kimchi made of Sliced Radishes <p36>

한과

Korean Traditional Sweets and Cookies <p15>

깍두기

Cubed Radish Kimchi

<p37>

부각

Vegetable and Seaweed Chips

<p22>

떡국

Rice-Cake Soup

<p39>

김치찌개

Kimchi Stew

<p31>

메밀국수

Buckwheat Noodle

<p63>

된장찌개

Bean Paste Stew

<p31>

팥죽

Adzuki-Bean Gruel

<p64>

계란말이

Rolled Omelet

<p32>

만두

Dumpling

<p69>

비빔밥

Bibimbap

<p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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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Story 문화 클립

강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겨울, 그저 따뜻한 이불 속으로 들어가고만 싶다. 몸도 마음도 움츠러

도서

들기 쉬운 요즘 마음을 훈훈하게 데워줄 책과 구경거리가 풍부한 축제, 전시회를 소개한다. 정리 진정은

젊은 오너셰프의 달콤 쌉싸름한 인생 이야기

오래된 식당의 진한 맛

<젊은 오너셰프에게 묻다>

<백년식당>

저자 심가영

|

출판사 남해의봄날

저자 박찬일

|

출판사 중앙 M&B

<젊은 오너셰프에게 묻다>는 자신의 분야에서 열정과 소

이 책은 요리연구가이자 칼럼니스트인 박찬일이 직접 오

신을 가지고 일하는 젊은 직업인을 찾아 소개하는 ‘어떤

래된 식당을 찾아 다니며 쓴 ‘노포 탐방기’다. ‘오래된 점

일, 어떤 삶’ 시리즈의 두 번째 책으로 젊은 오너셰프 일

포’이자 ‘대대로 물려받아 영업하는 점포’를 뜻하는 노포

곱 명의 일과 삶을 조명했다.

18곳을 취재한 저자는 50년 이상 영업한 오래된 식당의

이 책의 저자인 심가영 작가는 서울 한남동에서 작은 브

철학과 추억이 오롯이 담긴 음식을 소개한다.

런치 카페를 운영하는 초보 오너셰프로서 자신이 느끼는

담백하고 깔끔한 육개장 맛을 자랑하는 ‘옛집식당’, 연탄

궁금증을 다른 오너셰프들에게 묻고 대화하며 기록했다.

불로 구워 풍미 가득한 갈비 맛을 느낄 수 있는 ‘연남서서

“사람들은 왜 당신의 작은 식당을 즐겨 찾는가?”라는 질

갈비’, 진한 국물 맛이 일품인 ‘잼배옥’ 등 오랜 세월을 버

문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 책은 프랑스 요리, 이탈리아

티고 맛을 지켜온 노포의 사연은 독자로 하여금 추억의

요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식당을 꾸려가는 소신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있는 오너셰프들의 분투기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노포의 맛을 찾아 다니며 각 가게만의 특별함을 담은 1년

오너셰프가 되기까지의 과정, 레스토랑 운영의 원칙과

여 간의 기록은 사골 육수처럼 진하고 구수하며 정다운

노하우 등을 담아내 오너셰프를 꿈꾸는 이들뿐만 아니라

맛을 선사한다.

자신의 일과 삶에 고민이 많은 청춘이라면 한 번쯤 읽어 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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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

설(雪)레는 겨울 여행

내 마음도 펄떡인다

화천산천어축제

평창송어축제 2003년부터 개최해온

강원 평창군 오대천 일

화천산천어축제. 이 축

대에서 펼쳐지는 평창

제와 더불어 화천은 매

송어축제는 어른 아이

년 100만 명의 방문객이

할 것 없이 누구나 즐길

찾는 유명 여행지가 되

수 있는 행사다. 특히 반

었다. 빙판 위에서 즐기는 산천어 얼음낚시와 아이들이

소매 옷과 반바지를 입고 맨손으로 송어를 잡는 송어 맨

좋아하는 눈썰매, 봅슬레이 등 겨울철에만 즐길 수 있는

손 낚시를 비롯해 스노 래프팅, 전통 썰매, 얼음 자전거,

체험이 가득해 전국의 관광객들을 유혹한다. 화천산천어

스노 바이킹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으로 진정한 겨울

축제는 부드러우면서 쫀득한 맛을 자랑하는 산천어를 직

을 만끽할 수 있다. 평창의 맑은 물에서 자란 송어를 제대

접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로 맛보고 싶다면 평창송어축제가 제격이다.

▶ 기간 : 2015. 1. 10~2. 1

▶ 기간 : 2014. 12. 20~2015. 2. 8

▶ 장소 : 강원도 화천군 화천천 및 3개 읍면 일원

▶ 장소 : 강원 평창군 오대천 일원

▶ 문의 : 1688-3005

▶ 문의 : 033-336-4000

전시

서울관 개관 1주년 기념 전시회

<정원>展 열린 문화 공간을 지향하며 다양한 전시와 행사를 진행해 도심 속 미술관으로 자리 잡은 국립현대미술과 서울관이 개관 1주년을 기념해 <정원>전을 열었다. 서울관이 국민들에게 이상적인 정원 같은 곳이라는 생각에서 마련한 이번 전시는 ‘당신은 정원이 있습니까?’라는 주제로 이루어진다. 김보희, 문봉선, 강남미 작가 등의 작품 40여 점으로 꾸며졌으 며 ‘만남’, ‘쉼’, ‘문답’, ‘소요유’ 네 가지 영역으로 나뉘어 사랑과 기쁨이 넘치는 작품, 죽음에 이르는 상처를 담은 작품 등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 ▶ 기간 : 2014. 10. 21~2015. 4. 26 ▶ 장소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제 1, 2전시실 및 로비 ▶ 문의 : 02-3701-9500

▶ 시간 : 화・목・금・일요일 오전 10시~오후 6시 / 수・ 토요일 오전 10시~오후 9시(월요일, 1월 1일 휴관) ▶ 요금 : 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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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Story HANSIK ISSUE

한식의 맛과 멋이 스크린에 펼쳐지다 <한식 29초 영화제> 시상식

‘Korea’s delicious secret’을 주제로 펼쳐진 <한식 29초 영화제> 공모전 결과가 드디어 지난 10월 28일, 많 은 이의 관심 속에 화려하게 공개됐다. 러닝타임 29초 내에 다양한 한식의 세계를 담아낸 수상작 7편은 한식의 미래가 밝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글 이소영 사진 최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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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맛, 이야기를 품다 지난 10월 28일 오후 4시 서울 코엑스 컨퍼런스 룸 입구. <한식 29초 영화제> 시상식 사전 행사 이벤트가 시작됐다. 포토 타임, 다트 게임, 경품 응모 등 다양한 코너가 시상식의 분위기를 더욱 자유롭게 조성했다. 덕분에 응모자는 물론 관람객 모두가 축제를 즐기듯 대단히 활기차 보였다. 약

2시간 후 장내엔 시상식 개막을 알리는 방송이 나 왔고 객석은 한식재단 강민수 이사장, 농림축산 식품부 오병석 외식산업진흥과장, 한국경제 유근 석 부국장, 서울예대 영화과 문인대 교수 등 귀빈 의 참석과 더불어 뜨거운 열기로 채워졌다. 본격적인 시상에 앞서 유영식 감독은 작년에 이어서 올해도 영

7개 작품이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첫 번째 시상 부문은 특

화제 집행위원 자격으로 참여한 사실에 기쁨을 표하며“1회 때

별상. 영예는 양진열 감독의 ‘한식: 뜻밖의 여정’에 돌아갔다.

보다 작품의 수준이 월등히 향상돼 심사하는 데에 고충이 적

한식의 비밀을 찾고자 먼 길 떠난 주인공이 가족과 함께 먹는

지 않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와 같은 성장이 대단히 반가

정이 담긴 음식에 해답이 있음을 깨닫는 과정을 그려낸 작품

웠다” 고 말했다. 문인대 교수 역시“예년에 비해서 주제를 다

이었다. 곧이어 발표한 우수상은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가를

루는 시각이 깊어졌다” 고 평가하며, 국내외를 아울러 한식의

통해서 한식에 민족의 정신이 담겨 있음을 표현한 박대휘・윤

매력을 전파해달라고 덧붙었다.

유림 감독의 ‘한(恨)식’(일반부)과 어릴 적 꿈을 이루게 해주는

지난 9월 22일부터 10월 19일까지 공모를 진행한 결과 150

한식을 묘사한 이소영 감독의 ‘두드림(DO DREAM)’(청소년

여 편의 작품이 출품되었고, 총 3차의 심사를 거친 끝에 최종

부)이 차지했다.

한식 사랑 가득한 청춘 열전

급행열차를 타라’(청소년부)와 김해경 감독의 ‘2014.10.06.

경쾌한 재즈의 선율이 인상적인 축하 공연 후 한식재단 강민

18:40 New Jersey’(일반부)에게 돌아갔다.

수 이사장은 한식에 뜨거운 관심을 보여준 내・외빈 모두에게

고추장 맛의 우수성을 기발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그려낸 송

감사를 표하며“앞으로 더 나아가, 세계인을 감동시킬 만한

기호 감독은, 고 3이라 수능의 부담이 큰데도 함께해준 친구

120분짜리 한식 영화 또한 기대해보겠다”고 말해 크나큰 환

들의 의리에 애정을 표하며, 앞으로도 한식이란 소재를 영화

호를 받았다. 설렘과 긴장이 교차한 가운데 이윽고 청소년부

로 발전시키는 데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우수상 수상자의 이름이 호명됐다. 돌아가신 어머니의 레시

외국 생활 중 출산한 딸에게 엄마가 정성스레 미역국을 끓여

피로 된장찌개를 만들어 먹으며 모정을 그리워하는 내용을 그

주는 이야기를 담은 김해경 감독의 작품도 인상적이었다. 실

린 ‘엄마의 레시피’ 김태훈 감독.“실제 어머니가 돌아가신 것

제 김해경 감독이 아이를 낳는 과정을 그대로 카메라에 담아

은 아니지만, 유학 생활 중 ‘집밥’을 너무나 그리워했던 기억

재구성한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화로 큰 감동을 안겨주었다.

이 있어서 만들게 되었다” 는 제작 동기를 밝히며, 더욱 좋은

산후 조리 탓에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한 김해경 감독은 대리

영화로 보답하겠다는 다짐도 잊지 않았다.

인을 통해“눈물 나게 행복하다” 는 소감을 전해왔다.

일반부 최우수상은 이선진 감독의 ‘그대와 둘이’의 몫이었다.

수상작 7편은 향후 한식세계화 사업 및 한식 홍보 등에 활용

헤어진 연인과 즐기던 한식을 추억하다가 연인과 재회하는 스

될 것이며, 한식세계화 공식 포털(www.hansik.org, www.

토리를 잔잔하게 풀어낸 이선진 감독은“앞으로도 대중적이

koreanfood.net) 및 영화제 홈페이지 그리고 경기 지역버스

고 공감대가 자연스레 형성되는 이야기를 만들겠다” 고 포부

내 TV를 통해서 선보일 예정이다. 한식이 영화와 만나서 새로

를 밝혔다. 드디어 대망의 대상(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 발표

운 풍미로 재탄생된 오늘, 우리 고유의 맛을 알리고자 노력하

차례. 영광은 송기호 감독의 ‘우리 엄마 고추장-그대여 한식행

는 젊은 층의 에너지를 여실하게 목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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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Story HANSIK NEWS

HANSIK NEWS 2014 WINTER VOL.03

농림축산식품부・한식재단, 2014 한식셰프 양성교육 중견셰프 팝업 스토어 열려 지난 11월 10일, 숙명여자 대학교 한국음식연구원에서

2014 한식셰프 양성교육 중견셰프 과정 교육생의 졸 업작품을 선보이는 자리로, 주요 내빈과 일반인을 초청 해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 교 육생은 2014년 7월부터 현 재까지 한식 메뉴개발, 스타 일링, 마케팅, 식문화, 현장 탐방 등을 통해 역량을 강화 해왔다. 이번 팝업 스토어는 가을에 어울리는 ‘황금 들녘에 반하다’라는 주제로 주전부리, 애피타 이저, 메인 요리, 진지, 후식 코스로 이루어진 아름다운 한식 오찬을 선보였다. 본 팝업 스토어에는 숙명여대 황선혜 총장, 르 꼬르동 블 루-숙명 아카데미의 총 주방장 파브리스 위에, 요리장 로랑 레즈, 제 빵장 알랭 상셰가 참석하여 교육생들의 오찬을 즐겼다. 르 꼬르동 블 루-숙명 아카데미의 총 주방장 파브리스 위에는 이번 한식 오찬에 대 해“재료의 신선함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음식들로 감명을 받았고, 한식에 새로운 시도를 했다는 점에 높은 평가를 하고 싶다.” 고 전했다.

연에 담다’라는 주제로 하늘, 바다, 산과 들에서 나는 각 지역의 식재 료를 한 그릇에 담아 고루 갖추어 대접하고, 각 재료의 맛을 잃지 않으 면서 조화롭게 새로운 맛을 창조해내는 한식을 통해 아세안 국가의 공 동 발전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메인 메뉴로 성게와 김, 그리고 김치, 조 등 최고의 식재료가 조화를 이룬 ‘성게 비빔밥’이 제공됐다. 그 외에도 오찬 전 리셉션에서는 부산 의 동백꽃을 표현한 동백레몬 칵테일 등의 음료와 함께 임정식 셰프가 영부인 오찬을 위해 특별히 개발한 포항초 나물, 쌈밥, 방어 회 등의 한입 거리 음식을 선보였다.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영부인 오찬을 진행한 임정식 셰프는 뉴욕 에서 한식당 최초로 미슐랭 2스타를 받은 스타 셰프로, 임 셰프가 운 영하는 ‘정식당’은 국내 한식당 최초로 ‘2014 아시아 베스트 레스토 랑 50’에서 20위에 선정된 바 있다. 오찬에는 라오스, 싱가포르, 태국의 영부인과 각국 장관부인 등이 참석했다. 조윤선 정무수석이 영예수행자로 임정식 셰프가 새롭게 해석한 한식으로 정성스럽게 영부인들을 대접했다. 오찬장에는 유 명 사진작가 배병우의 ‘바람시리즈’와 신미경 작가의 비누조각을 이 용한 번역시리즈의 도자기 작품을 전시했으며, 영부인들에게는 신 사임당 초충도를 모티브로 한 작품에 정성 들여 이니셜을 수놓은 냅 킨을 제공해 우리의 아름다운 규방문화를 보여주었다. 이와 함께 외 국인들이 좋아하는 75가지 대표 한국 음식의 레시피를 쉽고 재미 있게 풀어 쓴 쿡북 ‘The Korean Kitchen’ 과 한식 스토리텔링북인 ‘Korean Food 101’ (농식품부・한식재단 발간)을 선물해 한식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알렸다.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영부인 오찬 진행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이동필)와 한식재단(이사장 강민수)은 12월 12일 부산 소재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메르씨엘’에서 2014 한・아세안 특 별정상회의에 참석한 아세안 정상 영부인들에게 임정식 셰프의 특별 한 모던 한식 오찬을 제공했다. 이번 오찬은 ‘어울림의 아름다움을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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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재단 강민수 이사장은“이번 한식 오찬을 통해 한・아세안 특별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 영부인들에게 한・아세안의 공동발전 며,“앞으로 한식재단은 과 화합의 메시지가 잘 전달되길 희망한다” 문화 외교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음식을 매개로 한식의 우수 라고 밝혔다. 성을 세계에 알리는 데 더욱 앞장 설 예정이다”


미국 ‘2014 뉴욕 와인 앤드 푸드 페스티벌’ 참가 및 ‘한식 페어링 이벤트’ 개최

<화폭에 담긴 한식> 책자 발간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이동필)와 한식재단(이사장 강민수)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은 옛 그림 속에 담긴 우리 음식 이야기를 들려주는 <화폭

이동필)와 한식재단(이

에 담긴 한식> 책자를 발간했다. 한식재단은 고문헌 등 역

사장 강민수)은 10월

사적 자료를 통해 우리 음식의 우수성과 선조들의 지혜를

17 일부터 20 일까지

찾아 발전시키는 작업을 해오고 있는데, 이번에는 김득신

미국 ‘2014 뉴욕 와인

의 ‘강변회음’ 같은 회화 속에 담긴 한식 문화를 새롭게 해

앤드 푸드 페스티벌(이

석하는 책자를 내놓게 되었다.

하 NYCWFF ) ’ 참가

총 284쪽 분량의 <화폭에 담긴 한식>은 조선시대 풍속화

및 ‘한식 페어링 미디

와 기록화를 중심으로 한식과 관련한 그림 40여 가지를 선

어 이벤트’를 진행해

별해 소개하며, 대전보건대 전통조리과 김상보 교수가 그

한식을 소개하고 맛볼

림 속에 담긴 음식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냈다. 한식재단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NYCWFF는 미국 뉴욕의 대표적인 음식 축제로, 한식

은 한식과 관련된 고문헌 등 역사적 자료를 발굴하여 현대

재단은 200여 개의 주요 음식 관련 기관과 업체가 참가하는 그랜드 테이스팅에

인이 우리의 전통 한식 문화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

2년 연속 참가하여 1만 5,000여 명의 뉴요커들에게 ‘한국의 양념’을 테마로 한

해, 2011년부터 한식의 원형 자료를 찾아 그 역사와 문화

‘보쌈’과 다양한 장류를 선보였다. 또한 20일 진행된 미디어 이벤트에서 막걸리

를 대중화・세계화하는 사업을 꾸준하게 추진해왔다.

칵테일과 안주를 통해 한국식 ‘주도락(酒道樂)’을 소개해 뉴욕 현지 언론의 뜨거

한식재단 강민수 이사장은“<화폭에 담긴 한식>은 옛 그림

운 호응을 얻었다.

속 우리 음식 이야기를 통해 선조들의 삶과 지혜가 담긴 한

이번 행사는 17일부터 19일까지 뉴욕 피어(Pier) 94에 위치한 그랜드 테이스팅

식 문화를 알리는 사업의 일환으로 발간했으며 앞으로도

행사장에서 진행되었다.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퍼세(Per Se)’의 유일한 한국

다양한 분야에서 한식과 관련된 주변 문화 개발 보급을 위

인 출신 요리사 심성철 셰프는 현지에서 최근 인기가 높은 포크 벨리(pork belly)

고 밝혔다. 한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가겠다”

에 한국의 양념과 감각적인 플레이팅을 더한 ‘보쌈’을 주 메뉴로 선보여 뉴욕 현

<화폭에 담긴 한식>은 현재 한식 세계화 포털 사이트

지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더불어 현지 기호에 맞추어 한국식 된장의 염

(www.koreanfood.net)와 한식 아카이브(http://archive.

도를 낮춰 만든 ‘쌈장 소스’를 신선한 샐러드 채소에 곁들여 인기를 끌었다. 특

hansik.org)에서 열람할 수 있으며, 내년 1월 국내 온・오

히 행사장에서는 메뉴 시식을 비롯해 항아리 등의 전통 소품을 활용한 럭키 드로

프라인 대형 서점 등을 통해서도 시판할 예정이다.

(lucky draw)를 진행해 행사의 분위기를 한층 돋웠다. 또한 세계적인 라이프스타

일 전문가 마사 스튜어트(Martha Stewart)가 한식 홍보 부스를 방문해 보쌈을 맛 보고 한국 발효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 많은 관심을 끌기도 했다. 이 행사와 함께 20일 한국식 라운지 바 ‘소주 하우스(Soju Haus)’에서 열린 ‘한 식 페어링 미디어 이벤트’에서는 발효 막걸리 칵테일 및 이와 어울리는 다양한 한식 안주를 소개해 한식의 새로운 매력을 전했다. 한식재단은 유자 및 생강을 이용한 막걸리 칵테일뿐만 아니라 막걸리와 궁합이 잘 맞는 보쌈, 해물파전, 김 치전 및 도토리묵무침을 선보여 한식의 전통 페어링을 모던하고 다채롭게 맛볼 수 있도록 준비했다. 특히 이번 이벤트에서는 참석자들에게 한국의 음식 궁합 (food chemistry)과 한식 페어링에 대해 소개하고 현지 미디어들이 직접 막걸리

칵테일을 만들어보는 시간도 마련해 행사의 분위기를 더했다. 행사에 참여한 미 식평론가 매트 브룩(Matt Bruck)은“이번 행사를 통해 한국 술의 신선한 매력을 알게 되었다” 며,“술 한잔에도 건강과 즐거움, 어울림을 강조하는 한국의 식문 고 덧붙였다. 화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 한식재단 강민수 이사장은“한국의 ‘양념 문화’를 비롯해 한식만의 독특한 매력 을 즐길 수 있는 한식 페어링이 어우러진 이번 뉴욕 행사를 진행하게 되어 기쁘 며,“이번 행사는 김치, 비빔밥 등의 한식 메뉴뿐만 아니라, 더 깊 게 생각한다” 이 있는 한국 양념과 발효 장류 등 한국의 식문화를 널리 알리는 뜻깊은 자리였 고 밝혔다.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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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변 조선족 전통 음식, 역사에 비즈니스를 입히다> 심포지엄 개최

2014 한중 식문화 교류사업 진행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이동필) 와 한식재단(이사장 강민수)은 ‘연변 조선족 식문화 원형 발 굴 심포지엄’을 오는 12월 10 일 양재동 aT센터에서 개최했 다. 사라져가는 연변 조선족 음 식 원형의 자원화를 위하여 중 국 연변 조선족을 대상으로 한 식의 보존 현황과 전수 과정 및 전통 음식 조리법을 조사하였 고 그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를 위해 한식재단은 지난 9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이동필)와 한식재단(이사장 강민수)은 11월 28

월부터 (사)한국전통음식연구소(용역 책임자:윤숙자 소장)를 통해 65

일과 29일 양일간 중국 칭다오에서 식문화를 공유하는 ‘2014 한중

세 이상의 조선족 70여 명을 대상으로 심층 면접 조사를 진행하였고

식문화 교류사업’을 진행했다. 한중 식문화 교류사업은 식문화를 공유

전통 음식 70여 가지를 발굴했다.

하자는 취지에 따라 한식재단 및 중국 칭다오 호텔관리직업기술학원

조사 발굴된 조선족 전통 음식은 한식의 전통성과 조선족 식생활 문화

이 공동 주최했다. 본 행사는 한식재단 강민수 이사장의 한식 문화 관

에 어우러진 고유성 및 독특성을 갖고 있는지, 조선족의 삶의 이야기

련 강의와 한식요리경연대회를 비롯해, 한식 관련 퀴즈 및 이벤트 등

와 추억이 있는 음식으로서 문화적 가치가 있는지, 또한 한식의 세계

으로 진행되었다.

화를 위한 외식 산업 콘텐츠화(상품화) 가능성이 있는지 등의 기준에

한식재단은 이번 행사를 통해 관광 및 요식업계 종사자뿐만 아니라 향

따라 약 70여 종을 선정했다. 선정된 조선족 전통 음식은 한식 분류법

후 국내외에서 활약할 요리 전문가들로부터 한식 문화에 대한 관심을

에 따라 밥・죽・국수 및 수제비・만두 등의 주식류 16품, 국・탕・

다시 한 번 크게 이끌어냈다. 특히 이번 행사는 중국 내에서 최초의 요

김치・나물・구이・볶음・전・적・찜・회・순대・묵・두부・장아찌・

리 학원을 설립한 칭다오 호텔관리직업기술학원과의 협력으로 이루어

젓갈・식해・장・식초 등의 부식류 42품, 떡・정과・음청・주류를 포

졌다. 칭다오 호텔관리직업기술학원은 관광 및 조리업계에서 그 영향

함한 후식류 12품으로 구성된다.

력을 인정받고 있는 만큼 중국 내 한식의 저변 확대에 크게 기여할 것

이번 심포지엄은 ‘미식 문화의 新감성 코드, 연변 조선족 전통 음식 문

으로 기대된다.

화의 가치 발굴’이라는 주제로 열려 한국외국어대 임영상・최명환 교

행사 첫째 날인 28일에는 한식재단 강민수 이사장의 ‘음식 문화사와

수의 ‘한민족 이주사에 따른 연변 음식 문화’ 발표에 이어, 연변대학

우리의 발효 문화’를 주제로 한 강연으로 행사의 문을 열었다. 특히

농학원・이범수 교수의 ‘식재료를 통해 본 조선족 전통 음식의 특징’,

29일 한식요리경연대회 행사장에서는 한식재단 공식 웨이보를 활용

연변조선족전통음식연구소 김순옥 소장의 ‘한민족 후예가 들려주는

한 이벤트 및 한식 스피드 퀴즈 등이 진행되어 행사의 분위기를 한층

맛깔 나는 연변 음식 이야기’, 한국전통음식연구소 윤숙자 소장의 ‘연

돋웠다. 지정 주제의 조리경연대회에서는 한식의 정통성을 유지하고

변 조선족 식문화 원형의 역사적 의미와 계승 방안’, 마지막으로 CJ푸

계승하려는 중국인 참가자들의 노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울러 자유

드빌 권우중 부장의 ‘연변 조선족 음식의 상품화 전략’이 발표됐다.

주제의 조리경연대회에서는 참가자들의 창의성이 표현된 퓨전 한식이

이어 심층 토론에서 연변 조선족 전통 음식의 가치 발굴 및 발전 방안

눈길을 끌었으며 이를 통해 한식의 확장 가능성을 찾을 수 있었다.

등에 대해 제언했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연변 조선족 전통 음식의

이번 사업과 관련된 자세한 내용과 이벤트 등에 관한 사항은 한식재단

원형을 담다’라는 주제로 연변 현지 조사에서 발굴된 연변 조선족 전

공식 중국 웨이보(www.weibo.com/thetasteofkorea)를 통해 확인할

통 음식 30여 가지를 전시하고 이 중 특색 있는 연변 조선족 전통 음식

수 있다.

5종에 대해 시식 행사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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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에 대한 열린 정보, 희망찬 미래! <2014 글로벌 한식잡페어> 한식재단은 지난 11월 12일에서 15일까지 삼성동 COEX에서 <2014 글로벌 한식잡페어>를 통해 한식 관련 구인・구직의 장을 마련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 2회째를 맞이하는 본 행사는 국내 최대 식품 전람회 인 <서울국제식품산업전>과 연계하여 개최되었으며, 4일간 50여 개 이상의 업체가 참여하는 국내 유일의 한식 중심 취업 박람회로 한식 관련 종사자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행사의 주요 내용은 한식 조리 전문 인력들의 선호도가 높은 전문 기 업들이 참여하는 구인・구직 상담, 전문 컨설턴트의 국내외 취업 컨 설팅, 한식 조리사의 해외 진출 상담 등으로 구성했으며. 또한 ‘셰프 토크 콘서트’를 개최해 진경수 셰프와 오세득 셰프, 노재승 셰프, 명 현지 셰프를 초대한 가운데 현장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셰프 토크 콘서트’를 지켜보던 학생들은 장차 자신의 일이 될지도 모 를 선배 셰프들의 이야기를 진중한 모습으로 경청했다. 셰프들도 학생 들의 진지한 모습에 좀 더 많은 얘기를 해주기 위해 노력하며 질의응 답 시간을 이어가는 훈훈한 모습을 보였다. ‘셰프 토크 콘서트’가 열리는 곳 앞쪽에는 농림축산식품부 지정 한식 조리 특성화 학교의 팝업 스토어를 열어 잡페어를 찾은 관람객들에게 학생들이 준비한 음식을 시식하도록 하는 행사도 진행했다. 또한 ‘한 식셰프 양성과정’, ‘궁중음식 조기교육’ 등 단기교육 기관이 참여한 한식전시회도 마련됐다. 그외에도 취업 컨설팅 부스를 설치해 이력서 컨설팅, 이력서 사진 촬 영, 해외 취업 및 비자 안내, 재미로 보는 타로 카드 취업 운세 이벤트 등을 마련하여 관람객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한식재단 강민수 이사장은“한식에 대해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하고 훈련하는 예비 한식 조리사들이 우리 사회와 세계의 적재적소에서 역 량을 펼치는 것이 한식 진흥의 가장 중요한 길이므로, 이번 잡페어의 성공적인 개최는 구인・구직자뿐 아니라 한식 진흥을 위해서도 매우 의미 있는 일” 이라고 말했다.

독자 참여 안내

<한식>은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의견 하나하나로 성장해갑니다. 소식지 <한식>은 여러분들의 소중한 의견을 기다립니다. 겨울호에 대한 리뷰를 SNS나 한식재단 홈페이지에 남겨주시면 소정의 선물을 드립니다. 많은 의견 부탁드립니다. 참가 방법 www.koreanfood.net, www.hansik.org, twitter.com/hansikkorea, facebook.com/hansikkorea을 통해 참여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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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ank You

THANK YOU 소식지 <한식>에 도움을 주신 분들

종가의 맛

|

파평 윤씨 사증 종가 오희숙 종부

취재 섭외를 위해 전화를 걸었 을 때 선뜻 응해주신 오희숙 종 부는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다른

View | 은평구청 문화관광과

건 못해도 <종가의 맛> 칼럼은

<View> 칼럼을 진행하면서 가장 힘든 일이 바로 한옥을 섭외하는 일이다. 그런 와중에

꼭 하겠다고 말씀하셔서 진행자

촬영하기에 딱 들어맞는 곳을 찾았다. 그곳이 바로 은평구에 위치한 ‘금성당’이었다. 가

로서 뿌듯하기까지 했다. 그리고

을호 촬영을 하면서 알맞은 빛과 주변 모습에 반해버린 곳. 겨울호에도 그 모습을 담았

촬영 당일, 알록달록 오색 채소

다. 노후로 혹시 사고가 나지 않을까 염려했던 은평구청 박경호 계장님의 우려와 달리

들에 찹쌀풀이 발라져 있는 부각

무사히 촬영을 마치고 멋진 화보가 완성되었다. 편하게 얼마든지 촬영하라고 배려해주

재료들을 만지는 손길에서 오희 숙 종부의 음식에 대한 진정성이 느껴졌다. 종부로서, 음식 명인으로서 부각에 대한 자부

신 관리소장님과 섭외를 허락해준 은평구청 문화관광과분들께 감사함을 전한다.

심은 그가 전하는 말이 아닌 파평 윤씨 사증 종가의 부각에 담긴 깊은 맛에서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사람뿐만 아니라 세계인의 간식으로 우리 부각이 자리 잡기를 바라본다.

식문화 리포트

|

문화재청 황경순 학예연구사

강연과 연설로 바쁜 연말 스케줄에도 불구하고 원고 요 청에 오히려 고맙다는 말을 전해주었다. 원고 마감 때문 에 연락을 했으나 연락이 쉽지 않았다. 내심 원고 요청을 드린 것이 미안하던 차에 그의 원고가 도착했다. 손볼 곳 없이 일목요연한 원고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독자 의견 신OO(경기도 광명시) 개인적으로 젓갈을 굉장히 즐겨 먹고 있어요. <한식보감> 칼럼에 실린 젓갈에 대한 내

전OO(서울시 마포구) <한식>을 읽으면서 우리 선조들이 그러했듯이 음식 재료와 양념의 조화, 계절까지 고

용을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그냥 먹을 줄만 알았지 젓갈에도 다양한 이야기가 숨어 있

려해 정성과 기다림으로 음식을 만드셨던 어머니의 밥상이 무척 그리웠습니다.

을 줄 몰랐어요. 좋은 내용 감사합니다. 정OO(서울시 마포구) 약식동원이라는 테마로 꾸민 <한식> 가을호를 통해 ‘우리 밥상이 보약’이라는 것을 새

이OO(경기도 구리시)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대표적인 우리 음식이라고 하면 ‘불고기’나 ‘김치’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그런데 한국 사람들에게 밥도둑으로 사랑받는 ‘게장’도 세계인의 사랑을

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속도 마음도 편안해지는 전통 음식, 앞으로 더 많이 소개해주

받는다니 신기합니다. 해외에서도 ‘밥도둑 하면 역시 게장’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져

세요.

나갔으면 좋겠네요.

이OO(서울시 광진구) <Special Theme>를 통해 우리의 한식이 몸을 보하는 약의 성분을 가지고 있다는 것

권OO(서울 송파구) 오랜 멋이 살아 있는 선병국 가옥과 종부님의 기사가 인상 깊었습니다. 종부님이 계셔

을 처음 알게 됐습니다. 한식이 몸에 좋다는 사실을 막연하게 알고는 있었지만, 칼럼을

서 한옥의 맛과 멋이 지켜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 번쯤 기회가 된다면 들러보고

통해 우리의 한식에 대해 더욱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던 계기가 됐습니다.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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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미식가들이 사랑하는 최고의 여행지 ‘동남아’에 한식의 건강한 맛을 전하는 한식당 찾기!

<한식당 가이드북 동남아 편> 발간 농림축산식품부와 한식재단은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 말레이시아 지역의 우수 한식당을 소개하는 <한식당 가이드북 동남아 편>을 발간했다. 최근 K-팝과 K-드라마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한식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한국 음식이 지닌 ‘조화롭고 건강한 맛’을 담고 있는 동남아 현지 한식당을 만나보자.

12월 말에 한식당 가이드북 모바일 애플리케이션도 출시 예정 ‘Korean Restaurant Guide, kff, Korean restaurant’ 등을 검색하면 무료로 다운 로드 받을 수 있다. 아울러, 가이드북에 실린 내용은 한식세계화 공식 홈페이지 (www. hansik.org, www.koreanfood.net)에서 온라인 버전으로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표지 이야기 새해 첫 음식, 떡국 설날 아침에는 흰 가래떡으로 떡국을 끓입니다. 본래 떡은 제사에 올리는 음 식인데 새해를 시작하는 아침에 경건함을 가지기 위해 떡국을 먹기 시작했습 니다. 떡국을 먹는 것은 신성함을 의미하며, 그만큼 성숙함을 의미합니다. 떡 국 그릇 수를 나이에 빗대는 것에서도 그 의미를 알 수 있습니다. 이번 <한식> 겨울호에서는 밥상의 중심에서 묵묵히 자신의 가치를 드러내는 한식의 밥을 비롯해 신성한 의미를 가진 떡과 곡물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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