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콜링 London Calling: who get to run the world> 은 YBAs Young British Artists 를 필두로
면, 앞서도 이야기했듯이 영국현대미술이 가지는 일반적인 경향이라는 것이 있다. 그것을 굳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기 시작한 영국현대미술에 대한 전망, 다시 말해 YBAs 이후의 영
이 ‘영국적’이라 불러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좀 더 논의의 여지가 있겠지만, 다양성을 용인
국미술을 진단하고자 하는 의미에서 기획되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번 전시는 드로잉을
하고, 그 안에서 주저함 없이 서로 다른 것들을 주체적으로 받아들이거나 거부하거나 혹은 변
비롯한 설치, 조각, 비디오를 아우르는 다양한 장르에서 활발하게 활동을 펼치고 있는 작
형하는 과정을 통해 영국현대미술이 만들어져 왔음은 분명한 듯 하다.
가들을 소개하면서 한편 그러한 작가들을 키우는 영국 미술계의 환경을 소개하는데 비중 을 두고 있다. 그동안 영국에서 활동하는 한국인 기획자로서 한국 현대미술을 영국에 소
국제적이고 다양성이 살아 있는 영국현대미술과 런던미술을 구분지어 생각하기란 쉽지않다.
개해 오던 것과는 달리, 영국현대미술을 한국에 소개하는 <런던 콜링>을 준비하는 과정
이는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살고 있는 런던이라는 도시가 국제적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본질
은 영국현대미술이 어떻게 지금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는지를 좀 더 객관적으로 살펴보고,
적으로 영국현대미술이 런던을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영국현대미술
우리 스스로 영국현대미술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되돌아보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이 런던을 중심으로 펼쳐진다고 하는 것은 단순히 많은 예술가들의 스튜디오가 런던에 밀집
런던 콜링이라는 제목은 70년대 펑크 록 밴드, The Clash의 1979년 앨범에서 따왔다. 전
되어 있다거나, 미술관이나 갤러리를 비롯한 미술기관들이 런던에 모여 있다는 것을 의미하
시 제목에서 암시하듯이, 이 전시는 영국현대미술에서 특히 현재 런던미술을 보여주고자
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겉으로 드러나 보이지 않는 이면에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아우르
했으며, 어떻게 영국현대미술이 런던이라는 장소로서의 혜택을 받고 발전해 왔는가를 소
는 구성원들을 포괄적으로 담아낼 수 있는 복합적이고 다양한 층위의 문화인프라가 뒷받침이
개하고자 한다.
되었기에 오늘날의 영국현대미술이 가능했다. 런던이라는 도시의 다국적화와 다문화화는 특 히 미술계의 네트웍을 형성하는데 기여 했는데, 영국현대미술은 그러한 네트웍을 발판으로 그
영국현대미술의 특징을 한 두 마디로 정의할 수는 없지만, 몇 가지 중요한 특징을 소개하
들 스스로 다양한 문화의 영향을 받게되고 또 국제적으로 뻗어나갈 발판을 마련하게 되었다.
는 것은 이번 전시에 초대된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YBAs 작품들이 종종 지 적되듯이 센세이셔널하고 오히려 ‘영국적’ 이라는 국가적 정체성을 강하게 드러냈던 반면
이러한 환경은 영국현대미술을 국제적인 관심의 주제로 이끌어내고 영국 미술계의 안정된 유
에, 현 세대들은 어떤 특정한 사조와 이름으로 분류할 수 없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다.
통 시스템을 지원하여 자유로운 예술작업 탄생에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다. 컬렉터 개인이
색과 모티브, 구조가 매우 풍부하고 다양하고, 색과 모티브들이 단숨에 파악할 수 있는 형
미술 작품 한점에 대한 매입과 투자의 차원을 넘어서, 뛰어난 작가, 미술계의 시스템을 지원하
태로 드러나지는 않으며, 한편 대다수의 작품들이 이론적인 배경을 깔고 있고, 종종 논쟁
고 투자한다는 생각은 좀 더 야심차고 성숙된 차원의 것이다. 그러한 시스템의 지원은 훌륭한
의 중심에 서는 작품들은 개념적인 편향성을 보이기도 한다. 어떤 하나의 성격으로 규정할
작가와 수준 높은 전시가 어떤 특정 취향, 특정 스타일에 가능한 한 적게 얽매이며 탄생할 발
수 없이 다양하고, 복합적이며, 국제적이다.
판을 마련해 준다. 미술관을 비롯 개별 전시를 지원하는 개인 기부자들의 명단들과 미술 작품 의 결과물이 아닌 작가들의 잠재성에 투자를 하는 컬렉터들의 안목 덕택이다. 가령, 독립적 비
때문에 일반적으로 영국현대미술 작가라고 하면, 국적이나 문화적 배경과는 상관없이 영
영리 기관인 The Art Fund는 미술관의 지속적인 컬렉션을 위해 정부 정책에 관여하거나 대중
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번 <런던 콜링>展에서는
의 참여를 위한 캠페인을 벌이기도 하고, 영국 아트 카운슬의 Own Art 같이 일반인이 작품을
전시의 범위를 좁혀 영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작가들에게 국한시켰는데, 영국이라는 곳에
구입하도록 무이자로 돈을 빌려주거나 장려하는 프로그램도 활발하게 가동하고 있다. 영국에
서 태어나고 자라면서 국제적인 환경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그에 반응하여 작업에 연결시
서 실험적이고 진취적인 미술품을 구입하는 일은 매우 지적인 행위이며 유행의 첨단을 이끄는
키고 있는지를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사실 많은 영국출신의 작가들은 스스로를 ‘영국작가’
일이지 사치나 쓸모없는 낭비가 아니다. 연예인과 같은 인기를 누리는 컬렉터들과 개인 미술
라 불리는 것에 주저한다. 하지만 그들이 좋아하건 싫어하던 간에, 이방인의 시각으로 보
재단 설립자들은 작품 구입과 전시 참석으로 아침 신문의 뉴스거리를 몰고 다니며, 대중은 그
것을 환호하는 것이다. 또한 상업과 비상업 기관과의 경계를 느슨하게 하는 장치들, 예를 들어, 아트페어등의 심사에 뮤지엄의 큐레이터나 미술 비평가들의 투입된다거나, 실험적 인 예술을 지원하는 주요 상등에 상업 갤러리스트들과 연예인을 비롯한 비지니스 인력의 활발한 참여, 혹은 상업 갤러리 기획에 독립큐레이터들과의 협력 등은 이러한 시스템을 더 욱 균형있고 안정되게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미술 환경 속에서 성장하게 된 현 세대의 영국미술은 이전 세대의 과제를 극복하 고 그 국제적인 명성을 이어갈 책임을 안고 있다. 이번 전시에 소개된 작가들은 바로 이런 YBAs이후 영국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세대들로서, 다양하고 독특한 작품들을 통해서 한국 과 만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번 전시를 통해 만나게 될 영국작가들의 자유로운 실험적 정신이 한국의 젊은 작가들에게 신선한 자극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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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rriculum Vitae
Martin Cre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