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room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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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룸 2014 2014.4 ~ 2014. 12

토탈미술관 프로젝트 스페이스 The Room

큐레이터

문정원 허대찬 양정선 백지연 박정현 참여작가

한경은 정지현 성보라 김형식 정영돈 코디네이터 정효섭

슈퍼바이저

신보슬 천경우 디자인

디오브젝트 인쇄

세종C&P 협력

중앙대학교 사진학과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토탈미술관

서울시 종로구 평창32길 8 www.totalmuseum.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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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oom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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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nts

1 기억의 가소성

2 Oppo-site : opposed site 3 Nobody Likes Me 4 Distortion 5 환기 ; 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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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은 | 문정원 정지현 | 허대찬

성보라 | 양정선

김형식 | 백지연 정영돈 | 박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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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가소성 2014.05.02 -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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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가, 기획자 소개

작가

한경은

Han Kyungeun

femiwalker@hanmail.net

1975년 서울 출생

중앙대학교 사진학과 졸업

중앙대학교 사진학과 대학원 졸업

취득과 상실, 규범과 위반, 수치와 욕망, 분리와 융합 등 대립적인 것의 경계에

관심을 갖는다. 그 중심에는 임계점을 넘나들며 고통 받고 환호하는 내가 있고 타인이 있다. 인간 본질에 대한 물음이 삶과 죽음의 문제에서 출발하듯이,

존재의 의미와 가능성에 대한 해답은 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믿는다.

친밀함과 인간적 관계를 가능하게 하는 몸, 영적 성숙을 향한 내적 체험을 유도하는 몸의 이미지에 주시하며 작품 활동에 임한다.

큐레이터

문정원

Moon Jungwon azur626@gmail.com

1983년 부산 출생

서울여자대학교 미술대학 졸업

이화여자대학교 교육대학원 졸업

사진에 관심이 많다.

2011년부터 KT&G 상상마당 시각예술팀에서 KT&G SKOPF

(상상마당 한국사진가 지원프로그램)와 기타 전시를 맡아 기획/운영하고 있다. 지금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진 전시, 축제 등의 사진 기획자로서 다양한 시도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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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가소성_이젠 그 유치한 단어로만, Pigment print, 80 x 93.3cm, 20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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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가소성_아무말 못하고 있다가, Pigment print, 80 x 93.3cm, 20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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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타임라인

3월 ∞ The room 3 시작 만남

- 참가자 확인 - 참여작가 프리젠테이션 - 기획자/작가 매칭 (정영돈) ∞ 한경은 작가 1차 미팅

- 작가 포트폴리오 공유 - 전시 진행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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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은 작가로 팀 재구성

∞ 전시 공간 확인

- 룸프로젝트, 전시진행 유의사항 등 숙지

4월 ∞ 작가 유선 미팅

- 작업/전시 방향에 관한 의견 교환

∞ 기획 여행 2일차

- 작업/전시 방향에 관한 회의 - 전시 작품 선정완료 <기억의 가소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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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 여행 1일차

- 작업/전시 방향에 관한 회의

∞ 전시 공간 확인

∞ 전시 진행 사항 신보슬 선생님 공유 ∞ 전시 작품 선정

∞ 1차 기획글 송신 및 크리틱

∞ 2차 기획글 송신

∞ 레터링 시공 업체에 제작 의뢰

시공업체 : 사인팩토리 02.706.9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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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oom 2014

∞ 전시공간 연출 계획

∞ 1차 보도자료 송신

∞ 전시장 레터링 문구 확정 및 ∞ 디자인 의뢰

디자인 : 이연우

∞ 작품 반입


∞ 작품 설치

∞ 레터링 시공

∞ 전시장 프리오픈

∞ 전시장 점검 - 전시장 내 방석 추가 설치 ∞ (급)한스 큐레이터님의

포트폴리오 리뷰

∞ 인쇄물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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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장 점검

- 수정/보충사항 체크

∞ 인쇄물 제작

- 현수막, 엽서 디자인 의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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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 디오브젝트

- 현수막, 엽서 1차 시안 수령 - 작가, 토탈 공유

5월 1 ∞ 인쇄물 제작

- 현수막, 엽서 최종 시안 수령 - 현수막 제작 발주, 시공 - 엽서 제작 발주 전시장 정식 오픈

∞ 기획글 낭독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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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수막, 엽서 1차 수정안 공유

∞ 아티스트 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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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차 기획글 송신

∞ 인쇄물 제작

∞ 보도자료 배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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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정 보도자료 송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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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종료

∞ 작품 철수 및 공간 복구

기억의 가소성 - 타임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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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블로그 다이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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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와 함께한 영적 여행

2014.04.10 문정원

안녕하세요? 한경은 작가 짝꿍 정원입니다. 전시도 첫 번째인데..포스팅도 첫 번 째. 아하하 주절주절 말이 많을 것입니다. 지겨울수도 있어요. 누나와 나는 4월 5일~6일 1박 2일로 기획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여행의 컨셉 은 ‘영적 여행’, 여행의 목적은 전시기획: 서로에 대한 탐색을 기반한 전시 방향 설정과 제목 정하기였습니다. 어디를 가야 하나 고민 끝에, 뭐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온양으로 가기로 했고 ‘영’ 을 쫓아 공세리 성당과 봉곡사를 방문하여 ‘감’을 받고자 했습니다. 추워죽겠는데 꽃놀이 간다는 인파에 밀려 고속버스를 하나 놓치고..2시 30분 느 지막이 온양으로 출발했습니다. 소시지를 질겅거리며 벚꽃이 무서운 진욱의 사 연과 업이 많아 가방이 무거운 누나의 사연을 주고받다 잠이 들었고 그렇게 난생 처음 온양시외버스 터미널에 도착했습니다. 마치 영등포 같았던 온양(아산)역. ‘영 적 여행’이라는 우리의 여행 컨셉과 딱 맞게 역에 내리자 마자 우리는 ‘신’(베르나 르 베르베르 저 / 이세욱 역 | 열린책들)

을 영접했습니다. 그러나 신은 가혹했습니다. 시련을

함께 주셨지요. 전혀 여행지 같이 않은 도시 풍경과 쌩쌩부는 바람과 우리가 타 고자 하는 버스의 배차간격 40~240분..이 와중에 누나는 ‘회’를 잡숴야겠다 며 ‘횟집’을 찾으라 하고..전 천안 거주민에게 전화를 걸어 너희 동네에 1박 2일 여행을 왔다 하니 깔깔깔 비웃음과 함께 그냥 밥이나 어디서 대충 먹고 서울 가 랍니다. 하지만, 나는 누나에게 ‘회’를 꼭 먹이고 싶었어요. 우리가 먹고자 하는 물고기 또한 ‘영’적인 존재이기 때문이죠. 그걸 먹어야 전시에 관한 영감이 올 것 같았어요. 찾아보니 평택관광지구가 있네요. 거기에 ‘회’가 있답니다. 영적 여행의 중심에 있던 공세리와 봉곡사를 버리고, 영적 존재인 ‘물고기=회’ 를 쫓아 택시를 탔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마음을 다 비우고 ‘물고기=회’를 쫓았더니 ‘공세리’가 보이는 것 이 아닙니까!! 네, 그렇습니다. 마음을 비워야 합니다. 공세리. 내일 갈게. 정주 영 옹이 만드셨다는 ‘아산만 방조제’를 지났습니다. 오른편은 강, 왼편은 바다. 먼가 극적입니다. 처음 계획했던 곳은 아니었지만..솔밭횟집’에 안착했습니다.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은 우리 여행도, 이 곳의 빛 바랜 꽃무늬 벽지, 졸졸 수족 관 소리, 오래된 창문, 숫자가 큰 달력, 낡은 선풍기도 뭔가 홍상수 감독님의 영 화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예지원 (신보슬 ) 님을 모시고자 했으나 거부 당했습니다.) 맥주, 청하, 백세주를 줄 세워놓고 택시에서 주고받았던 작업과 전시에 관한 이 야기를 이어갔습니다.여성이기에 대상을 섬세히 공감할 수 밖에 없는 (꽃할배와 꽃누나가 ‘아픔’을 대하는 태도에 관해 얘기하며)씹어 삼켜 게워낸. 진상을 떨 어야 직성이 풀리는. 추상, 훼손, 극단의 맞닿음, 은유 누나의 입에서 뱉어 너무 짙어져버린 ‘상처와 치유’를 걷어 내야겠다는 생각과 그간의 작업을 관통할 수 있는 전시 키워드를 뽑아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많은 기억의 가소성 - 블로그 다이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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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새벽 5시. 평택호에 걸린 해를 보더니 누나 가 맥주를 더 마셔야겠다고 합니다. 파란 창문이 보이시지요? 네. 그렇게 새벽과 또 맥주를 맞이하였습니다. 음. 이렇게 영적여행의 긴 하루는 마무리 되었습니다. 술김에, 잠김에 휘갈긴 메 모들과 숙취와 함께 일어났겠지요. 누나와 진욱의 영적 여행2는 조만간 또 업로 드 될 것 입니다. 전시준비, 기획에 관한 이야기는 참 없이. 주절거려서 죄송합니 다. 근데 모든 과정이 회의였어요. 정말입니다..호호.

영적 여행 2탄과 넋두리

2014.04.14 문정원

칠렐레팔렐레 여행을 다녀오고 즐겁게 논 이야기 올릴 때까지 신났는데 전시날짜 가 다가오고, 전시를 못 열수도 있겠다 생각하니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닙니다.( 글을 써야 하는데..안 써지니..여기 들어와 이러고 있..네요)

누나와 작업을 시작하며 제가 세운 첫

번째는 목표는 ‘치유와 상처 지우기’ 였습니다. ‘치유와 상처’를 지우고 싶은 이유는 네 가지였습니다. 첫 째, 선생님들께서 지적하셔서. 둘 째, 누나의 작업에서 치유와 상처가 굉장히 중요한 코드이지만, 작업을 통해 치유와 상처를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는 생각했기 때문. 셋 째, 무언가 발칙한 시도를 해야 한다는 기획자로서의 의무감. 넷 째, ‘기억의 가소성’ 작품을 전시하고 싶지 않아서.

밤을 지새운 영적 여행의 첫날 밤. 그 놈의 ‘치유와 상처’를 지우기 위해 별별 생 각을 다 해보았습니다. 누나가 그간 작업한 <voice>, <묵墨井정>, <기억의 가소 성>을 아우를 수 있는 무언가를 끄집어 내기 위해 많은 단어를 뱉고 오브제를 상 상했습니다. 전. 왜 그랬을까요? 왜 다른 무언가를 찾았어야만 했을까요? 왜 나 는 기억의 가소성을 전시하고 싶지 않았고, 사진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전시장에 갖다 넣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을까요? 한경은 작가는 앞서 제가 말한 대로 사람을 주제로 사람에 관한 작업을 하는 사 진작가인데 말입니다. 그래서 누나와 나는 기억의 가소성으로 시를 하기로 했습 니다. 오래, 길게, 멀리 돌진 않았지만 꽤 빙빙 돌아 <기억의 가소성>으로 왔습 니다.(영적 여행의 가장 큰 성과) <기억의 가소성>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작가가 왜 그 작업을 했는지, 왜 그와 같은 사진이 나왔는지. 들여다보니 꽤 그럴싸한 단어들이 떠올라 끄적였습니다. 추상화, 상징화, 은유, 구체, 관념, 경험. 대부분 여전히 상처와 치유를 포장하거나 지우기 위한 것들 이었습니다. 예지원님과의 짧은 만남을 통해 제가 그 단어들의 뜻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하물며 ‘가소성’이라는 단어의 뜻도요. 멋을 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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뜩 부려 있어 보이는 글을 쓰려다 딱! 들킨 기분이었습니다. 제대로 된 생각과 단어들도 아니었는데 그마저 흔들리니 ‘이 이 일을 어쩌나. 망했다.’라는 생각 만 들었습니다. 다시 들여다보는 중입니다. 정직하게 봐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빙빙 돌아 <기 억의 가소성>으로 돌아 온 이유와 멋 부려 쓴 단어를 날려야 하는 이유가 같다 고 생각합니다.

누나가 씨부리는 진상의 진상

2014.04.15 한경은

엠디에프 싸구려 오단 서랍장이 삐거덕거린 지는 꽤 됐다. 서랍 가장자리 롤러 가 닳아 뭉개지고, 쇠받침이 찌그러져 아래 칸으로 쿵쿵 내려앉았다. 어느 날 두 번째 서랍을 들다가(여는 게 아니라) 손가락 너 댓 개가 깔렸고, 주저앉아 낑낑댔고, 쇼핑몰에 로그인했다. 새 서랍장 대신 삼천 원 짜리 서랍장용 롤러를 구입했다. 능숙한 전동드릴 솜씨에 자뻑하며 롤러를 갈아 꼈다. 여전히 삐꾸다. 문제가 뭐냐, 그 놈 시끼 멱살 붙들고 씨름했다. 공구와 낡아빠진 부속품들을 방바닥에 널브러뜨려놓고 퍼질러 앉았다. 찬찬히 들여다보고 여기저 기 주물러 본다. 문제는 롤러가 아니었다. 그 놈 몸뚱이 자체가 늘어지고 벌어져 있다. 목수의 꿈만 꾸는 현재의 나로선 도리가 없다. 돈도 없고 귀찮다. 그냥 쓰 자. 손가락만 깔리지 말고. 톱밥 뭉치로 짜인 그 몸뚱이는 무겁고 열에 약하며 싸구려 취급을 당한다. 하지 만 가공하기 쉽다. 평가와 경쟁에 취약하며 생산성과 성과에 목메는 나는 열등감 과 불안이 많은 성긴 톱밥 같다. 무지하고 무식한 게 드러나 싸구려 같아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주제 파악 한답시고, 원목처럼 보이는 집성목을 흉내 내기도 한다. 하지만 괜찮다. 아니 어쩔 건데?! 가공에 탁월한 이 놈(엠디에프)은 원자재로만은 가치를 이끌어 낼 수 없는 걸 새롭게 변형하며 이롭게 쓸 수 있게 한다. 사리에 맞는 행복을 찾고, 다함이 없는 노력을 했는데도 안되면 말지 뭐. 심심(深心)의 원목과 시방 톱밥의 근원은 다르지 않다. 짝꿍 기획자인 정원이 내게(작품과 더불어) “씹어 삼켜 게워낸” 느낌을 받는다는 말 을 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징그럽게 진상을 떨어야만 깨닫게 되는 것 같 다”고 수긍했다. 스스로 지탱할 힘이 없어 주저앉은 그 놈을 한참을 방치했고, 그 러다 산소호흡기로 연명하듯 롤러를 교체했다. 그래도 안 되면 대상을 판단 없이 들여다 본 후 해결할 수 없음을 받아들인다. 여기까지다. 소용도 가치도 관계도 인연도 그렇다. 그 동안 내가 쑤셔 넣은 가장(假裝)의 껍데기들을 주어 담고 있느 라 수고한 그 몸에 호흡기를 떼고 보내야 할 때는 지금이다. 또 진상을 떨었다.

기억의 가소성 - 블로그 다이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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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

2014.04.17 문정원

지난 주말의 영적 여행을 다녀 온 후. 4월 25일 오픈 예정인 누나와의 전시를 본 격적으로 준비 중입니다.(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누나의 작업을 보고 대화를 나누며 결국 작가는 사람과 몸에 관한 이야기를 하 고 있으며 경험이라는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것을 작업을 통해 추상화하고 있 는 것이라..생각하고 느꼈습니다. 때로는 감정을 덜어내기도 하고, 때로는 형상 을 덜어내기도 하고. 아직 기획서를 제출하지 않았을 뿐더러, 아직 확신이 없는지라 짠! 하고 드러내 지는 못하겠지만 이렇게 조금씩 전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 토요일에 는 전시공간에 가서 ‘멍~’의 시간을 보내볼까 합니다. 전시 대표 이미지도 그 날 뿅! 떠오르지 않을까 합니다. 단어와 문장만 가끔 던져주시는 그 분도 그날은 문단을 던져주시길 기도하며..* 다른 작가님들과 기획자님들 어떻게 준비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맙소사

2014.04.21 문정원

지난 토요일 기획자님들과 예지원님과 저의 부끄러운 기획글을 도란도란 읽는 시 간을 가졌습니다. 엉망진창 글인데.. 왜 그렇게 쓰기 힘든 걸까요? 작가론인지 작업에 관한 글인지, 글의 용도의 애매함. 정돈되지 않은 문장과 문 단. 번역자로서 충실하게 전시와 작품을 번역하지 못했음 등을 지적 받았습니다. 다 수긍합니다. 좋은 지적 감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나의 작품이 기획글 쓰기에 좋을 수도 있다는 말씀에는 여전히 동의하지 못합니다. 제가 담당한 작가 여서가 아니라(물론 그렇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사람의 감정에 관한 작업에 제 감정을 이 입하여 제 얘기를 쓰려니 일기장이 아닌 곳에 내 감정을 쓴다는 것도, 기획자로 서 어디까지 감정을 쏟고, 걷어야 하는지 그 수위를 정하는 것도 참 어렵습니다. 일은 하다 보니 느는데, 글은 정말 쓸 일이 없으니 엉망입니다. 제 글을 보고 충 격에 빠지셨을 예지원님과 동기님들.. 아악. 부끄럽습니다. 주신 말씀 잘 생각하 며.. 다시 써보겠습니다.

절벽 이후

2014.04.28 문정원 (나도 오늘부터는 편한 말투로 쓸테닷!!)

진짜 못 열수도 있겠다 싶었던 <기억의 가소성>전이 지난 4월 25일 <오 마이 컴 플렉스>전과 함께 열렸다. 25일 오전까지 설치도 못했던 전시. 예지원님의 은 근슬쩍 응원과 레터링 시공해주시는 실장님의 은총, 누나의 살신성인으로 전시 가 열렸다. 그러나 여전히 전시는 준비 중이다.(<기억의 가소성_한경은>의 정식 오픈일은 5 월 2일로 조정되었습니다.)

어제는 ‘절벽’안에서 한스님의 포트폴리오 리뷰가 열렸다. 참 신기하게 그는 누 나의 작품을 스~윽 보더니 누나의 작품을 누나의 언어로 읽어낸다. 꽤 긴 시간 동안 누나의 작품과 전시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셨다. 이야깃거리가 많은 누나의 작품. 많은 이야기가 오가는 누나의 작품들이 좋은 작 품이라는, 또 누나가 좋은 작가라는 생각이 들어 괜히 뿌듯했다. 이와 더불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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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이야기들을 발견하지 못하거나, 설사 발견했더라도 왜 표현하지 못하는 가에 관한 자괴감이 들었다. 또 한 작가와 작품을 옳게 들여다 보는 데에는 굉장 한 섬세함과 훈련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 누나와 나의 표현에 따르 자면 ‘진상’을 떨어야겠다는? 사실 나는 지금 머리가 멍~한 상태이다. 지난 주말은 어쨌든 전시는 열었고 예 지원님께 부끄러운 글이나마 첨삭도 받았기에 그냥 이렇게 정리가 되는가 보다. 라며 마음을 놓아가던 평화로운 주말이었다. 그런데 한스님의 리뷰 덕에 머릿속 이 복잡도 아니고 멍~해졌다. 한스님 덕에 굉장히 부끄러워졌다. 한스님이 나보 다 훨씬 공부도 많이 하고 경험도 많기에 누나의 작품을 척! 보면 착착!! 읽어내 고 공감하는 게 당연하다. 한스님과 나를 비교하자는 게 아니라 절벽 안에서 누 나의 작품을 척! 보시고는 나는 아예 짐작도 못한 것들을 착착 읽어 공감해 표현 하시는 것을 보니 나는 전시 준비하는 동안 대체 무얼 했나 싶어 참 부끄러웠다. 하나 더. 한스님이 왜 전시장에 큰 액자 작품을 2점 걸었냐 물으셨는데 나는 대 답 할 수가 없었다. 아직도 못하겠다. 그 공간에 그 사이즈의 작품이 지금 걸려있 는 위치에 그렇게 걸려있으면 처음 한 점만 걸려고 했었던 의도를 크게 헤치지 않 으면서 어울릴 것 같아서 그렇게 설치했다. 그냥 본능적으로 그게 어울릴 것 같 아서였다는 말이다. 어울릴 것 같아서라니..그게 사실이긴 해도, 기획자로서 작 품설치의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언어가 그거 밖에 없단 말인가. 표현의 언어가 부족한 것도, 기획자로서 전시의 모든 것들에 예민하지 못한 것도 참 부끄럽다. 그러고 나서 기획글을 보고 있자니 멍~해진다. 나... 어쩌지... 나아져야 할 텐데.

진격의 진상

2014.05.08 한경은

정원은 질문을 많이 한다. 이른 아침이건 깊은 새벽이건, 궁금하고 의문 나는 게 있으면 시도 때도 없이 묻는다. 정원 : <묵정墨井>은 어쩔 수없이 노출된 환경에 놓인 누나가 타인의 얘기를 다 흡수해 뱉은 느낌이고, <기억의 가소성>은 누나가 적극적으로 환경을 만들고, 머털도사 가 머리카락 뽑아 여러 명의 머털이를 만든 것처럼 누나를 여러 명 만든 느낌이라. 계속 타인이 등장하긴 하는데 전과 이번은 좀 다르게 느껴져요.

경은 : <묵정墨井>은 그들로 인해 내가 성장할 수 있게 만든 작업 같아. 어쩌면 <기억

의 가소성>으로 그 빚을 갚은 게 아닐까도 싶네. 받은 걸 돌려줄 대상은 꼭 그것 을 준 당사자가 아니어도 된다카대. 진욱의 글에서처럼 “못 보던 걸 꺼내 보게 만

드는 것”, 이게 내가 받은 내면의 성장을 위한 아픈 거름 같은 것 일지도 모르겠다 (참여자들 모두가 그러하지는 않을 것임^^;).더

거슬러 올라가면 <voice>는 내게 용기를 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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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일지도 몰라. 물론 작업을 하면서 그런 생각을 한 건 아니지. 돌이켜 보니 타 인의 몸, 즉 나와 같이 생긴 몸을 마주하며 그들의 삶을, 고단함을, 힘을 느낄 수

있었을 테고. 나도 모르게 조금은 단단해진 깡으로 다음 작업인 <묵정墨井>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정원 : 누 나의 작업 과정이 치유의 과정과도 비슷한데, 치유가 목적이 아닌 작업으로서 과정을 대하는 것 말고 또 치유와 차이점이 있을까요?

경은: 작업은 아트워크의 생산이라는 목적이 있지, 단지 그 생산과정에 치유라는 속성

이 포함 된 것이지. 목적이 다르다는 건 나의 포지셔닝을 명확히 한다는 것이고. 하지만 둘의 공통점이 많은 것 같아. 나와 타인의 경계를 넘나 든다는 점이 치유

와 내 작업의 가장 큰 공통점이라고 생각해. 진상과도 같은 맥락-나를 열어두고 타 인을 받아들이면서 경계를 허무는 것, 그건 아플 뿐 아니라 징그럽기도 하지만, 경 계를 넘어 본 사람은 전의 것보다 더 견고한 경계를 넘으려 하는 경향이 크다네.

이런 대화를 4월 어느 날, 새벽 두 시경에 카톡으로 나눴다. 진상은 계속 진격한다. 그 적은 나의 진면이 아닌, 나 인척하는 혹은 나 인척하 는지도 모르게 빙의된 그 모든 것들이다. 정원은 그렇게 나를 돌아보고 정리하게 한다. 이제는 내가 정원에게 더 많은 질문을 하려 한다.

2014.05.22 문정원

종종 걸어서 퇴근을 한다. 풀냄새가 나는 상수동과 광흥창역을 지나, 삼겹살 냄 새가 가득한 대흥을 지나고 아저씨들이 많은 공덕오거리를 넘어 집으로 간다. 회 사에서 집까지 1시간 10분(중간에 이마트로 세지 않았을 경우). 광흥창에서 대흥으로 꺾는 지점. 희한하게도 늘 그 곳에서 ‘길’을 잃었다. 처음 ‘ 길’을 잃었을 때는 당황했었고 많이 헤매었다. 두 번째 ‘길’을 잃었을 때는 피식 한번 웃고 조금 덜 헤매었다. 세 번째 ‘길’을 잃었을 때는 자꾸 같은 곳에서 길을 잃는 것이 무서웠지만 능숙하게 잃은 길 속에서 또 길을 찾아 걸었다. 왜 나는 번번이 같은 곳에서 ‘길’을 잃는 것일까? 조금만 더 정신을 차렸으면, 두 번째 ‘길’을 잃었을 때를 잘 더듬어 생각했다면, 조금 더 용기를 내었다면 다른 ‘길’을 선택할 수 있었을 텐데. 그 ‘길’이 내가 원 했던, 가고 싶었던 ‘길’이었을 수도 있었는데. 길뿐만이 아니라 사람도 사랑도 삶도 그럴까 무서웠다. 다시 걸어 퇴근을 하기 까지는 시간이 조금 걸렸다. 또 같은 곳에서 ‘길’을 잃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일 을 해도, 사람을 만나도, 무얼 해도 다시 그 ‘길’을 찾아 걸어봐야겠다는 생각 이 떠나지 않았다. 불안한 마음으로 ‘길’을 찾아 걸을 수 있겠다는 용기가 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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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기다렸다. 발표수업을 망쳤다. 걸어서 지하철으로 향하다 발길을 돌렸다. ‘그 길’로 향했다. 두려웠다. 또 길을 잃을까, 다른 날보다 더 불안했다. 온 정신을 붙잡아 잔뜩 긴 장한 채로 주위의 간판과 표지판을 꼼꼼히 읽으며 걷는다. 마포만두집 간판이 보 인다. 아! 드디어 찾았다. 아직 한번도 먹어보지 못한 ‘마포만두집’, 그 만두집이 참 반가웠다. ‘길’을 찾으면 아주 기쁠 줄 알았는데 예상보다 내 감정이 시시하 다. 이 시시한 감정은 또 뭔가 싶다. 아직도 길을 잃던 ‘그 길’즈음 가면 내 몸이 긴장함을 느낀다. 그래도 지금은 길 을 잃지 않고, 또 다른 길은 없나, 다음 번엔 저 길로 가볼까 하며 걸어 집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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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작가 서문

기억의 가소성 한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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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겨울에도 그의 기일을 기억해 내기 위해 메일 보관함을 열어야 했다. 마지막으로 받은 메일의 날짜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그렇게 반복하는 게 12년째인가, 13년째인가. 그의 기일은 절대 기억하 지 못하지만 화장터의 매섭던 바람은 온 몸이 기억한다. 바람이 불면 온갖 상실감과 그리움이 덤벼 들어 존재하지 않았던 사건들이 형상화되기도 하고, 무의지적인 기억이 소환되기도 한다.

비자발적인 망각과 기억은 축복과 저주의 경계를 넘나든다. 자발적인 기억에서 한 번도 포착할 수 없었던 사건들이 때로는 비자발적인 기억의 순간에 맥락 없이 들이닥치기도 한다. 이는 현재의 감 각과 과거의 감각 사이에 어떤 동일함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기억은 그것을 떠올리는 시점에 물질 적인 세계와 분절되어 관념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기억은 신체를 통해 경험할 수 있는 장소를 획 득하기에 몸과 불가분의 관계이다.

기억은 제 멋대로 왜곡·변형되는 성질이 있다. “외력에 의해 변형된 물체가 그 힘이 제거 되어도 원 래의 상태로 돌아가지 않고 영구변형을 남기는” ‘가소성’처럼, 기억 또한 부조화·파편화라는 속성 을 지닌다. 이러한 기억의 특성을 (특수)분장이라는, 역시 조작적이고 인위적인 프로세스를 통해서 개인이 가지고 있는 내밀한 기억이나 트라우마를 이미지화하려 하였다.

참여자를 구하기 위해서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20대 남·여 지원자를 모집했다. 입시와 취업이라는 필사의 승부를 겨뤄야 하는 현시대 20대들의 공통적인 기억과 상처가 있을지 궁금했다. 촬영을 하기 전에 ‘죽도록 미운 당신에게’, ‘그 날의 나에게’ 중, 한 가지 주제를 선택해 편지 형식의 글쓰기를 제 안했다. 누군가에게 발송할 목적은 아니다. 부모에게, 친구에게, 연인에게, 혹은 자신에게 편지를 쓰 면서 그들만의 특별한 시간과 조우했을 것이다. 편지를 쓴 후 카메라 앞에 앉은 참여자들은 여전히 어떤 시간에 머물러 있는 듯 했다. 이것 또한 나만의 착각일지 모르는 기억의 참상이여.

기억의 가소성 - 작가 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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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기획의 글

기억의 가소성 문정원

‘<묵정墨井>을 통해서 한경은 작가를 처음 만났다. 그리고 그 전작인 <voice>를 찾아보았다. 전작 모두 그 작업의 과정이 못내 고통스러웠을 듯 한데 작품 이미지들은 담담하고 고요하다. 그 담담함과 고요함은 터지기 일보직전의 쨈병같아 작업을 보는 내내 불안하고 불편하다. 이 상하게도 담담함과 고요함, 불안함과 불편함이 보는 이의 시선과 마음을 묘하게 붙든다. 그 묘 한 호기심에 작가를 다시 만났다. 작가는 <기억의 가소성>이라는 기억과 트라우마에 관한 작 업을 보여주었다. 세련된 느낌이 물씬한 예쁜 이미지. 그것이 <기억의 가소성>에 관한 내 첫 인상이었다. 전작의 느낌과는 다른 세련되고 예쁜 느낌이 약간의 실망 섞인 안도감을 주었다. ‘아, 덜 아프겠구나!’

<기억의 가소성> 역시 십 수년째 기억해내지 못하는 그 날에 관한 작가의 이야기에서 시작된 ‘기억’과 ‘트라우마’에 관한 작업이다. 가소성(可塑性)은 외력에 의해 형태가 변한 물체가 외 력이 없어져도 원래의 형태로 돌아오지 않는 물질의 성질을 말한다. 작가는 이러한 물체의 물 리학적 성질을 인간의 기억, 그 중에서도 ‘정신적 외상’, ‘(영구적인 정신 장애를 남기는) 충 격’을 뜻하는 심리학적 용어인 트라우마에 비유하였다. 몸에 상처가 나면 흉터가 남지만 정신 적인 상처는 눈에 보이지 않는 기억으로만 남는다. 눈에 보이지 않아 아픈 줄 모르는, 드러나 지 않아 아파할 수 없는 기억의 상처, 그것이 작가가 이야기하는 트라우마이자 기억의 가소성 이다. 작가는 이 작업을 위해 참가자들을 공개 모집하였다. 그리고 그들에게 편지를 쓰게 하여 자신의 상처를 들여다 보도록 한 후 참가자가 원하는 신체 부위에 특수분장으로 상처를 시각 화하고 사진으로 남겼다. 남겨진 사진, 작품 속 참가자들의 시선은 대부분 카메라를 외면하거 나 묘하게 빗겨 향한다. 그 시선이 외면하고픈 기억, 애써 꺼내놓았음도 불구하고 직면하기 힘 든 기억의 가소성, 트라우마와도 닮았다.

프로이드는 기억은 그 모양을 바꾸거나 장소를 옮겨 존재할 뿐 없어지지 않는다고 하였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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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같은 기억의 속성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작가는 <기억의 가소성>을 통해 아픈 기억을 쫓 게 하여 트라우마에 맞닿게 한다. 나 역시 외면했거나 본능적으로 피했거나 찾지 못했던 기억 을 나도 모르게 쫓아 마주하고 말았고 그렇게 <기억의 가소성>에 관한 나의 첫 인상과 실망 섞 인 안도는 무너졌다. 이제 <기억의 가소성>에 남은 건 작품 속 상처와 나의 트라우마다. 그것들 은 묵직하게 내 통점을 자극한다. ‘아, 결국 한경은은 또 이렇게 아프게 하는구나!’

기억은 사라지지 않기에 외면하고 피해도 결국 또 맞닥뜨릴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기억의 상처, 트라우마를 경험하는 것은 고통스럽다. 작가는 종종 ‘타인에게 내 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기억의 가소성> 속 그들의 기억에는 나의 기억이, 그들 의 상처에는 내 상처가, 그들의 트라우마에는 내 트라우마가 있었다. 한경은 작가는 <기억의 가소성> 속 그들의 기억과 상처와 트라우마로 참 고통스럽게 아픈 나와 너를 발견하게 한다.

기억의 가소성 - 기획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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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리뷰

기억과 육체의 동기화 허대찬

“삶의 진정한 척도는 기억이다. 기억만이 섬광처럼 삶을 한번 쭉 훑어볼 수 있다. 재빨리 몇 페 이지를 거꾸로 펼쳐보면 볼수록 기억은 그 이웃 마을에서, 말을 탄 사람이 처음 길을 떠나고자 작정했던 바로 그 장소에 다시 도달할 수 있다. 삶이 글자로 탈바꿈되어 나타나는 사람만이 그 스스로가 쓴 글을 뒤에서부터 거꾸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해서만이 그는 그 자신과 마주칠 수 있고, 그렇게 해야만 현재로부터의 도피 속에서 그의 삶은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벤야민, 발터 벤야민의 문예이론, 브레히트와의 대화의 장.

기억은 나를 나이게 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이다. 기억은 외부의 자극에 의해 무언가 변형되고 그것이 그대로 있을 때 생겨나고 남겨진다. 기억은 과거의 여러 사건들에 마주했던 자신이 느 끼고, 생각하고, 행동했던 경험의 기록이다. 사람은 이 경험의 기억을 토대로 현재를 사고하 고 행동한다. 외부적 요인으로 과거를 잃은 사람이 자신의 정체성 때문에 혼란스러워하는 사 례는 많은 의학적인 케이스에서,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많은 창작물들에서 다루어져 왔다.

기억은 뇌에서 이루어진다고 알려져 있다. 이 기억의 물리적 장치는 가소성에 의해 기능한다. 의학계에서는 어떠한 경험에 의한 자극이 뇌로 전달되고, 뇌세포간의 연결 구조를 변화시켜 이 구조가 고정된 것이 기억이라고 이해되고 있다. 흥미로운 지점은 이 자극이 어떠한 규칙에 의해 일관성 있게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라 각 개인에 따라 외부적 요인 혹은 스스로에 의해 약화되고 사라지거나 강화되기도 한다는 점이다. 그 결과는 경험과 기억 지각의 차등이다. 오 늘날 우리는 이미지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보들레르의 단편집 <기억의 천재 푸네스>에 등장 하는 주인공 푸네스가 그의 완벽한 기억력 때문에 경험한 것처럼 틈이 없는 무수한 비주얼에 노출되어 기억할 무수한 사건들에 직면한 우리는 점점 무감각해진다. 수많은 사건 사고를 접 하는 우리의 반응을 생각해보자. 어지간한 사고는 우리의 삶을 흔들지 못한다. 반대로 스케일 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과 밀접한 어떠한 기억이 오늘과 내일, 한 계절 동안 영향을 끼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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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넘어 그 혹은 그녀의 삶 전체를 잡아먹어버리기도 한다. 기억은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 아니 다. 기억은 오늘을 판단하고 행동케 하는 또 하나의 나이다.

작가 한경은은 이 비물질적인 기억과 육체와의 동기화를 시도했다. 작가는 <기억의 가소성> 연작을 통해 개개인이 묻어두고 있는 아픔, 상처에 대한 기억을 오늘로 끌어내려 했다. 그녀 는 20대 지원자를 모집해 그들 각각이 없애고 싶지만 그러지 못해 외면하고 방치하고 있는 기 억을 편지라는 매체를 통해 건져 올리고 이를 직시하게 하였다. 나아가 이 기억을 특수분장을 통해 원하는 상처의 형태로 표현하고 이를 사진으로 남겨 시각화했다. 전시장에 걸려 있는 두 작품은 그 결과로서 관람객에게 참가자 각자가 표현하기를 원했던 형태의 육체적 상처를 드러 내고 있다. 흉한 상처는 차분하게 잘 정돈되어 있는 ‘예쁜’ 배경과 조명, 의상, 포즈와 대조되 어 더욱 시선을 끌어들인다.

사람들 각자는 어떠한 사건에 마주했을 때 섬광처럼 기억을 불러와 판단하고 행동한다. 혹은 어떤 경험이 지나간 후 의도하거나 의도치 않게 불러온 기억을 통해 경험의 강도를 강화시키기 도, 약화시키기도 한다. 이는 또 다른 개인화된 기억으로 자리한다. 이러한 기억 중 가장 강렬 한 한 가지를 꼽는다면 바로 이 아픔에 대한 기억일 것이다. 정신적 상처는 그 사람을 강하게 하기도 하고 아주 무너뜨리기도 한다. 하지만 대개 그를 힘들게 만들기에 대부분은 이를 외면 하며 오늘의 나로부터 떨어뜨려놓으려 하지만 외면할수록 잊는 것이 아니라 그 외면한 방향을 의식하게 되는 것이 사람이다. 작가는 감추고 싶은 그 지점을 육체적 상처로서 외형화한다. 이 해하기를 거부하고 짓누르고 있기 때문에 그 상처는 점점 아래로 파고들며 깊어진다. 삶을 글 자로 바꾸어야 스스로 그 글을 읽어 되짚어 올라가며 자신과 마주할 수 있을 것이라는 벤야민 의 말처럼 거부해야 할 무형의 무언가가 아니라 실제로 두 눈 앞에 마주하게 된 자신의 한 부분 을 시작으로 스스로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작가의 의도일 것이다.

인간 신체, 특히 뇌의 가소성은 삶을 위한 필수적 기능이다. 기본적으로 우리의 학습기능은 이 러한 신경 가소성에 의한 뇌의 재설계 과정이다. 인간의 기억은 노트에 쓰는 글처럼 흑연을 남 기는 것과도, 하드디스크처럼 자성이 있는 원판 플래터에 자기를 정렬해 기록하는 것과도 다 르게 뇌신경 세포를 배열하고 이를 고정함을 통해 기억한다. 또는 파괴된 뇌의 부분을 대신해 인접지역이 이 뇌세포배열과 유사하게 변형, 고정됨으로써 그 기능을 수행함으로써 인간 생 명을 유지한다. 동시에 가소성은 인간을 고통스럽게 한다. 역치를 넘어선 외부적 요인에 의해 변형된 신체 조 직은 때로는 재생이 불가능하여 영구적인 장애를 남긴다. 작가가 주목한 정신적인 상처, 개인 기억의 가소성 -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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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된 기억도 역시 그렇다. 잊고 싶은 기억일수록 강렬하게 머리에 자리잡고 끊임없이 표면에 떠올라 각자를 고통스럽게 한다. 이를 해소하기 위한 한 가지 방법이 이를 직시하는 것이며 이 를 표현하는 것이다. 작가는 가상의 상처를 만들어 정신의 상처와 육체의 상처를 동기화시킨 다. 육체의 상처는 보이기 때문에 보다 대처하기 쉽고 없애기 쉽다. 이러한 행위, 그런 표현함 자체가 내 안에서 상처를 분리해 객관화하는 행동이다. 사건의 일치, 혹은 데이터의 일치화 과 정인 동기화는 정신의 상처와 육체의 상처를 일치화시키고 상대적으로 다루기 쉬운 육체의 흔 적을 부각시켜 그 사건을 보다 가볍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한다. 이 행위는 치유는 아니다. 하지 만 문제를 받아들이는 하나의 방법으로써 기능할 수 있을 것이다.

작가에게 가소성은 지워지지 않는 흔적이다. 어떠한 기억이 지울 수 없는 깊은 골이라면 우선 이를 직시하여 그 깊이를 파악하고, 다른 쪽으로 덜어내어 그 깊이를 얕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지울 수 없는 기록이라면 다른 시선으로 다시 기록하여 의미를 덜 수 있지 않을까. 작가는 이 를 대하는 근본적인 방법으로서 상처를 마주해야 함을 건네고 있다. 그를 통해 발견하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며 나 자신에 대한 이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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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도록 미운 당신에게 양정선

작고 딱딱한 방 안에 진하게 풍기는 향냄새와 사찰에서나 보고 앉을법한 회색 빛깔의 방석 때 문이었을까, 방을 아우른 정적인 공기가 정적이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엄숙한 그 날의 장례식 장 같아. 사진 두 장이 걸려있는 방 구석의 모서리를 쫓아 몇 발자국 떼기도 전에 목 언저리에 상흔이 있는 남자와 먼저 눈이 마주쳤어. 사진 안에 있는 피사체를 보고 관찰하는 것은 내 몫 인데 그 사람이 나를 가만히 응시하고 있고, 방 안의 나를 쫓는 것 같은 불편한 마음이 들어 오 래 마주하지는 못하겠더라. 얼굴이 잘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긴 머리에 검은 옷을 입고 고개를 돌린 여자를 보다 결국 난 당신을 떠올리고 말았어.

한경은 작업의 힘이겠지. 사진 몇 장으로 인해 묻어두고 사는 기억을 자발적으로 끄집어내 마 주하게 만드는 것 말이야. 사진 속 그들은 상처로 보이는 붉은 흔적과 읽히지 않는 표정만이 전 부인데 나에게도 들여다보고 싶지 않은 기억이란 것이 존재하는 구나, 하고 확인하게 되잖아. 작가는 나의 고통이 아닌 ‘타인의 고통’이라는 주제로 작업해 왔는데, 그녀의 논문 <사진으로 마주하는 타인의 고통에 관하여>에서 죽음이 삶의 연속이라는 점에서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삶의 동반자적 관계라고 이야기해. 인간의 본질에 대한 물음 또한 삶과 죽음의 문제에서 출발 하게 된다고 하지. 그래서일까, 작가의 사진 속 인물들은 살아있지도, 그렇다고 죽어있지도 않 은 일종의 가사상태의 사람들처럼 느껴져. 소극적인 몸짓은 그들에게 남아있는 상처를 극복하 려 하는 보이지 않는 몸부림 같기도 하다가, 카메라를 외면하거나 무표정한 얼굴들을 보면 사 라지지 않는 기억들과 싸울 의지가 없는 무저항의 표현 같아. 아마 나는 이유가 제각각인 그들 의 기억이나 트라우마가 이미지화된 사진들을 보면서 죽음을 동반자적 관계가 아닌 극복의 대 상으로 여겼던 당신에 대한 기억으로 자연스럽게 승화시켜 해석한 것 같아. 그들의 상처를 보 고, 들으며 그 동안 돌보지 않았던 나의 상처에 대해서도 스스로 묻고 다독여줬어. 항상 원망 가득한 심정으로 당신을 떠올렸는데 이제 나이를 먹으니 그보다는 열일곱 살 어린 소녀의 선 택이 한없이 가엾게만 느껴져서 당신을 더 이해해 보려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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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은의 사진을 본다는 것은 시각화된 타인의 기억과 함께 들춰낸 나의 기억을 대면함으로써 심연의 생채기를 치유하거나 극복하자는 것은 아닌 것 같아. 그저 이 모든 기억과 과정들을 담 담하게 받아들이며 인정하고 살아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 주고 서로를 위로해주는 거겠지. 그 때 제주도에서 사온 행운을 가져다 주는 목걸이 목에 걸어주었다가 예뻐 보여서 다시 빼앗았 던 거 두고두고 미안해 하고 있어. 리모컨 던졌던 것도, 내가 잘못해서 우리 싸웠는데 할머니 가 내 편만 들어줬던 것도 미안해.

아가위 열매를 보면 언니가 생각나는 정선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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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속 흉터 백지연

그녀가 찍혀있는 사진은 모서리를 향해 가까이 위치해 있다. 하지만 사진 속 그녀는 단정한 자 세로 자신의 옆모습을 카메라에 보이고 있으며 얼굴은 우측으로 꺾어 돌린 채, 이 공간이 아닌 저 어딘가를 향해 응시하고 있는 듯 보인다. 청록색의 배경과 함께 흐르는 검은 머리와 옷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하지만 목선의 연장선인 듯 일직선으로 그어져 있는 흉터는 참으로 애리 다. 표정이 보이지 않아 더 아프다.

다소 섬뜩하면서도 슬픈 눈으로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는 그는 적포도색의 단정한 셔츠를 목 위 까지 닫아 입고 있다. 그녀의 벽과 그의 벽이 만나는 모서리에서 조금은 더 떨어져 걸려있는 사 진은 음계에 비유하자면 솔샵이며 옆면의 그녀는 낮은음자리의 미이다. 두 벽면의 사진 속 거 리감이 분위기를 긴장감있게 만든다. 그의 몸은 45도 각도를 향하고 있지만, 눈동자만은 카메 라와 관객을 향해있다. 다소 경직되어 보이는 상체와 굳게 닫은 입술과는 반대로 관객을 응시 하는 검은 눈동자는 금방이라도 많은 것들이 쏟아져 내릴듯하다.

그녀와 그 사이에 서서 사진을 바라본다. 작품의 유리에 나의 모습이 보인다. 마치 이 세상에 액자 속 그녀와 그 그리고 나만이 있는 듯 했다. 나는 둘의 이야기를 향의 냄새로 듣는다. 그리 고 나의 머릿 속 어딘가 자리 잡고 있던 아픈 기억이 감각으로만 허공을 맴돈다.

<기억의 가소성> 주인공들이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 이유는 인간의 외면과 내면에 비치는 기억 과 상처 그리고 시간 속 흉터를 사진이라는 매체로 한 화면에 모두 표현했기 때문이다. 인생을 살면서 죽기 전까지 행복하기만 한 삶은 없을 것이다. 누구나 상처는 있으며, 우리는 이 상처를 마음 한구석에 꼭꼭 숨겨놓기도 혹은 외면하며 살아간다. 그렇기에 겉으로 보이는 우리는 모두 괜찮다. 마치 작가의 사진 속 모델들이 세련된 색의 배경에 어울리는 옷을 입고 모던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우리의 허를 찌르는 건 모델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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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가 있기 때문이다. 이 무엇은 인간의 내면일 테다. ‘이젠 그 유치한 단어로만’에서는 인물의 눈동자가, ‘아무 말 못하고 있다가’에서는 모델의 알 수 없는 시선 처리에서 직감적으로 전달된 다. 작가는 지원자들에게 주제를 주고 편지 형식의 글을 제안했으며 이러한 과정을 통해 그들 의 감정을 자연스레 이끌어내 렌즈에 담는다. 그리고 한경은은 한발 더 나아가 마음의 흉터를 모델들이 원하는 신체 부위에 특수분장 시킨다. 그럼으로써 그들이 숨겨두었던 애써 꺼내고 싶 지 않았던 상처가 시간 속 흉터로 신체에 드러난다. 그리고 그 흉터는 작가의 눈을 빌려 사진으 로 남는다. 예전에 누군가 나에게 이런 말을 했었다. “Heal the wound, but leave the scar” 상처는 치료되지만, 흉터는 남는다. 그렇다. 시간이 흘러도 상처의 흉터는 남지만 한경은의 작품 속 인물들을 보며 조그마한 위로가 되는 건 그들도 나와 같다는 위안을 받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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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상적 표상의 평가 박정현

누구에게나 지울 수만 있다면 지우고 싶은 기억이 있다. 전시의 제목처럼 <기억의 가소성>은 지우고 싶지만 지워지지 않은, 오히려 자화상에서 들어나는 표상을 통해 기억을 이끌어내는 역설성을 함께 내포한다. 하지만 우리는 정서(emotion)란 무엇이며, 그것은 어떤 과정을 통해 형성되는가? 
한경은의 이미지 특정 요소가 우리 정서에 영향을 주는가? 라는 문제에 대해서 는 좀더 논의할 여지가 있다. 신체적 변화들을 지각함으로써 핵심관련 주제를 표상한다는 것 은 하나의 인과적 연결고리만으로 설명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신체적 변화들을 통한 깨 달음(awakeness)는 환경적 요인을 통해서도 가능하다. 환경적 요인이란 작품 이외에도 작가 의 작품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식- 공간의 기획, 동선의 활용, 빛의 조절 등 전시기획자의 역할을 이야기 할 수 있겠다.

한경은 작가와의 처음 만남은 토탈미술관 <더 룸> 공간에서다. 성인 5명으로도 가득 찰만한 3-4평 남짓한 작은 공간 안에 들어섰을 때 나를 안내한 것은 은은한 향냄새와 함께 놓여진 무 채색의 방석이었다. 무채색의 방석에 나즉히 앉아 빗소리와 습습한 향냄새를 맡으니 차분해진 다. 그리고 눈에 들어온 것은 벽에 걸린 두 점의 포트레이트이다. 포트레이트 속 주인공은 몸에 상처를 지녔다. 나의 주관은 상처를 지각화 했고, 그 대상은 잠정적으로 나에게 의미 있는 대 상이 되었다. 지각화된 대상에 대해 나는 막연하지만 왠지 모를 먹먹함이 들었다. 이렇게 나의 감정은 정확하게 주인공들의 상처를 지향했고, 무엇에 대한 내용을 갖는지는 체현(embodied) 되어 평가 되었다. 즉, 신체적으로 들어난 외상은 지각화 됨으로써 나에게 핵심주제를 던졌다. 사진 속 인물의 상처를 통해 막연하게 나마 슬픔을 일으키는 다양한 사건들을 상상할 수 있었 다. 그리고 작품 속의 상처는 나 개인적인 상실과 연결되었다. 연인과의 이별, 할아버지의 죽 음, 최근에 있었던 세월호의 이슈와 같이 사적인 상실의 경험들이 작품을 통해 다시 들추어졌 다. 나는 평가(appraisal 에 대한 정의를 “자신의 관심 또는 관계를 하는 어떤 것에 대한 표 상”이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핵심 주제를 표상이 어떻게 평가될 수 있는지 질문을 던진다.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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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언급한 이미지 속 상처-슬픔-상실의 관계를 살펴보자. 상실이라는 핵심주제는 나의 개인적 인 주관에 의해 형성된 의미이다. 사진 속 포트레이트의 상처를 지각함으로써 핵심주제를 표상할 수 있을까. 외상적 표상(representation)은 사진 속 주인공(혹은 작가 한경은)의 감정을 들어낸다고 한다면, 이를 공감하 는 나의 감정 또한 또 다른 심적 표상이다. 그래서 사진 속 주인공과 이를 맞이하는 나, 이 두 개의 인식 주체는 스스로의 자연화를 검토화 한 후 각자의 지향성을 보여준다. 이 두 개의 지 향성의 합일점은 외부의 정보만을 통해 받아들여지고, 각 주체의 주관성에 의해 표상되었다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표상은 반드시 명제적인 내용을 담보할 필요가 없으며, 오히려 상대방의 기억을 이끌어 내는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 발생한다. 이런 면에서 한경은의 상처는 표상을 제시하는 데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다시말하면, 저마다 다른 관람객의 개별적 상황들이 사진 속 주인공의 상처로부터 이끌어졌다 면 이는 핵심관련주제를 표상했다고 볼 수 있다. 약간의 개인차는 있을 수 있겠으나 큰 틀에서 하나의 감정 군 안에 묶이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공통감의 문제를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를 통해 ‘상실’이라는 단서로 담담하게 해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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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와 마주한다는 것 정효섭

그녀는 진상이었다. 그토록 술을 좋아하고, 담배를 끊을 생각은 해본 적도 없단다. 거기에 이 야기보따리를 풀면 끝도 없이 사연이 나온다. 어떤 일이나 작업을 끝내고 나면 맥주 한 캔으로 라도 시마이를 해야 한다고. 별 고민 없이 자리를 잡고 앉는 그녀에게 몇 번이나 휘둘려 술을 들이켰던 적이 있다. 하지만 그녀, 결코 겉모습만큼 가볍지 않다.

어느 새 내 얘기를 줄줄 읊어대고 있었다. 아차, 싶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속 깊이 품고 있 던 생각들이 까발려져 괜히 부끄럽지만, 그렇다고 불편하진 않다. 괜히 흥이 나서 더 얘기를 한 다. 결국 진상은 나였다. 그녀는 그런 재주가 있다. 함께 진상이 되어주는 재주.

그녀는 <기억의 가소성>에서 타인의 상처를 마주하기로 한다. 그녀는 참여자들에게 맘 속에 쟁 여놓은 얘기들을 글로 풀어 쓰게 하고, 원하는 상처를 분장시켜 사진을 촬영했다. 사진 속의 인물들은 하나같이 표정이 좋지 않다. 아무렴. 꾹꾹 눌러왔던, 그리고 꽁꽁 숨겨왔던 트라우마 와 대면하는 시간이 유쾌할 수는 없을 테다. 작가는 그들의 상처를 어르고 달래는 대신, 그들 을 스튜디오라는 무대에 세운다. 그리고 카메라로 그들을 주시하며 함께 시간을 보낼 뿐이다. <Voice>와 <묵정>, <기억의 가소성>에까지. 작가는 왜 그토록 타인을 바라보려 애쓰는 걸까.

가소성(可塑性)이라고 했다. 외력에 의해 변형된 물체가 그 힘이 제거되어도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지 않고 영구변형을 남기는 것. 그녀는 흔히 우리가 얘기하는 기억이 그러하다고 말한 다. 도저히 생각나지 않는 지인의 기일과, 그 기억의 참상이 그녀가 사진을 찍게 만들었다. < 기억의 가소성>에 담긴 일련의 과정은 제 자신의 기억의 가소성을 대면하기 위한 용기를 얻 기 위함이었을까.

상처가 새겨진 몸은 사진 속에 또 다른 타자로 남겨졌다. 참여자들은 분장을 지우고 새삼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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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없는 몸이 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음 속에 새겨진 상처까지 지우진 못한다. 오히려 끄집어 낸 상처를 마주하면서 상처는 더욱 선명해진다. 이를 보듬고, 억누르고, 또한 회피하는 과정들 에서 그들은 아픔을 겪는다. 멈춰있다고 생각했던 기억은 또 다시 가소(可塑)한다.

전시장 안을 맴도는 아릿한 향 내음에 그들의 표정이 슬퍼 보인다. 결코 편하지 않은 그들의 모 습을 앞에 두고 앉아 무엇을 더 생각해야 할까. 괜스레 궁금해져 소리 내어 묻기로 한다. “요 즘은 좀 괜찮나요?”라고. 그들은 말이 없었고, 결국 그 물음은 나에게 되돌아왔다. 그녀도 이 런 위안을 얻기 위해 그리도 부지런히 진상을 떨었던 게 아닐까.

기억의 가소성 -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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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oom 2014


기억의 가소성 - 전시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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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po-site : opposed site 2014.05.30 -  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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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가, 기획자 소개

작가

정지현

Jihyun JUNG

photojh@hanmail.net

1983년 서울 출생

서울예술대학 사진학과 졸업 중앙대학교 사진학과 졸업

중앙대학교 사진학과 대학원 수료

아파트 촌에서 태어나서 30년 넘게 똑 같은 장소에서 살고 있다.

스무 살이 되던 해에 살던 동네가 재건축 공사가 진행되고, 그 동안 살아오던 동네가 완전히 사라지는 모습을 목격했다. 그런 과정에서 도시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쉽게 인식하지 못하는 제외된 공간, 단절된 공간들이 생겨나는 것 같았다.

도시 속의 재개발 현장이나 신도시 건설현장 같은 도시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볼 수 없는 그런 공간 속에 들어가서 도시가 변화하는 장면들을 찾고 사진으로 기록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Demolition Site, Construction Site, Apartment 등의 연작을 통해서 도시화로 인하여 새롭게 생성되고 소멸되는 공간을 소재로 도시화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관점과 기능주의에 대해 의문을 던지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큐레이터

허대찬

Daechan HUH

archanii@gmail.com

1979년 서울 출생

홍익대학교 예술학과 졸업

홍익대학교 예술학과 대학원 졸업

공대를 다니다가 예술이라는 인간의 창의활동이 주는 ‘새로움’에 이끌려 미술 이론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 과정 중에 우리 주위의 환경과 미술사와 미학을 비롯하여 과학, 기술, 사회학 등 다양한 학문과 결과물들이 한 데 어우러져 새로운 예술 작품과 활동으로서 제시되었던

미디어아트에 매력을 느껴 특히 그 분야에 집중하였고 관련된 여러 작업들을 진행하였다. 현재 엄밀한 미술 분야보다는 ‘이것이 왜 예술인가 혹은 아닌가’라는 그 사이를 진동하는 경계와 결과물에 매료되어있다. 앞으로도 이들 커팅엣지의 위치에서 충돌하고 발아하는 예술적, 문화적 맥락의 활동들과 그 결과물들을 접하고 다루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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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po-site_construction and demolition, 실사출력, 243 x 485cm,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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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타임라인

3월 ∞ The room 3 시작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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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가자 확인 - 참여작가 프리젠테이션 - 기획자/작가 매칭 (정지현)

4월 ∞ 정지현 작가 1차 미팅

- 작가 포트폴리오 공유 - 작가, 기획자 내용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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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지현 작가 2차 미팅

- 전시 구상 진행안 점검, 공유 - 3회차에서 논의할 작품구상, 해석토대 정리

5월 ∞ 정지현 작가 3차 미팅

- 전시공간 점검 - 작품 진행안 점검, 형태 논의 - 메인작품 확정 - 프로젝트 작업 논의

∞ 정지현 작가 4차 미팅

- 공간 연출 계획 - 보도자료 작성 시작 - 제목 수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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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차 기획글 공유

- 신보슬선생님께 공유, 피드백

∞ 2차 기획글 공유 ∞ 제목 확정

∞ 기획글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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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도자료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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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oom 2014

∞ 레터링 문구 1차 공유 ∞ 프로젝트 작업 확정


23 ∞ 현수막, 엽서 디자인 1차 공유, 수정의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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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 온라인 홍보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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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터링 문구 완성

∞ 엽서, 현수막 디자인 의뢰 디자인 : 디오브젝트

∞ 메인작품 발주

∞ 현수막, 엽서 최종시안 수령 ∞ 현수막, 엽서 제작 의뢰

이든프린팅 02.2268.3240

∞ 레터링, 현수막 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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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장 최종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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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터링 시공의뢰

시공업체 : 한알디자인 02.720.9962

∞ 최종점검

∞ 전시 오픈

6월 ∞ 아티스트 토크

7 12

∞ 전시기획, 내용 재점검 미팅

15 20

∞ 전시장 수정보완

∞ 수정전시기획 재평가 미팅

∞ 수정전시기획 재평가 미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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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글 리딩

7월 ∞ 전시 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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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po-site : opposed site - 타임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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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블로그 다이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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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oom 2014


두번째 타자

2014.05.01 허대찬

안녕하세요, 불펜에서 스윙연습을 시작한 두번째 타자들(?)입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워밍업을 하고, 곧 타석에 들어설 날이 정말 멀지 않았습니다. 더더군다나 딱 2인만의 무대. 2인 1각이지요. 심장이 바짝 죄어오는 느낌이네요. 저와 정지현 작가님은 지난달 첫 미팅을 진행했습니다. 그때는 서로 가진 바를 탐색하는 자리였고, 이번 주 수요일은 본격적인 전시에 관련한 미팅이었지요. 작가님은 기본적으로 대단히 성실한 분입니다. 스스로 풍부한 관심사를 가지고 많은 이야기를 찾아 다니며, 그 많은 이야기들에 대한 여러 가지 공부거리를 찾아서 읽고, 그리고 이렇게 모인 것들을 조그마한 단서에서라도 시작해서 표현하고 해결하 려고 하는. 그리고 작가님은 기본적으로 대단한 센스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작가님의 사진 은 기본적으로 사람의 시선을 잡아채는 힘이 강합니다. 물론 소재의 부분도 크겠 지만 그것보다도 예컨데, Demolition Site 시리즈의 압도적이고 수많은 피사 체들이 널려있는 철거 현장 가운데 사람들의 시선을 잡는 빨강이 그것이죠. 작가 님이 현장에 개입한 행위에 의한 강렬한 빨강색은 시각적으로든, 의미적으로든 사람을 붙잡아 생각하게 만듭니다. 그 공간의 기억이나 역사, 흔적과는 다른 맥 락의 빨강을 통해서 말이죠. 하지만 이러한 결과물이 작가님이 이야기하는 자신의 개인적인 부분과 작업 자체 에 대한 이야기들 사이에서 그 연관성이 상당히 느슨하다는 것이 문제의 지점일 것입니다. 작가님의 다양한 관심사와 노력, 그리고 빛나는 센스와 맞물려 작가님 의 작업은 많은 주목을 받았고 그렇게 많이 노출되고, 그만큼 많은 비판을 받았 습니다. 동기에 의한 결과물은 강렬한데 이를 연결하는 작가님의 언어는 애매한 개념을 이용해 애매하게 접합된 언어들로 표현되었고, 이는 작품 자체가 퇴색되 어 버리는 상황에 이를 수가 있는 문제입니다. 작가님은 이러한 문제점을 그 동 안 다른 여러 분들께 꾸준히 들어오셨고 작가님 스스로도 잘 알고 있지만 해결의 실마리가 잘 잡히지 않는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때에 이번 더 룸 프로젝트 가 이를 해결 할 수 있는 단초로서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계셨던 거죠. 덕 분에 부담 백배… 는 아니고 그만큼 더 사명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결국 이 지 점을 해결하는 것이 저와 작가님의 공동 목표가 되었습니다. 개략적으로 전시에 대한 두 가지 방법을 정리해 보았고 일주일 동안 서로 검토하 여 일주일 후에 한 방향을 결정하여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차차 풀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두 가지 방법 모두 지금까지 작가님이 해오신 관심사 의 확장이 아니라 수축이라는 점은 같습니다. 아 힘내야죠. 힘! Oppo-site : opposed site - 블로그 다이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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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

2014.06.26 허대참

두 번째 전시도 어느새 종반입니다. 더 룸 프로젝트는 신진 기획자와 신진 작가 가 함께 하나의 전시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내기까지의 과정을 경험해 보는 프로 젝트입니다. 그런데 저에게 그 의미의 무게가 잘 와 닿지 않았나 봅니다. 결론적 으로, 저와 작가님의 두 번째 전시 프로젝트는 그 과정 중에 많은 부분에서 오류 를 범했습니다. 앞으로의 전시에서 혹시 벌어질 수 있는 이런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그 동안 지나온 장구한 시행착오의 길을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이 글은 그 과정의 기록입니다. 전체 전시에 있어 가장 처음으로 행한 잘못은 바로 작가님의 작품을 직접 그 앞 에서 눈으로 보지 않았다는 점이었습니다. 모든 문제의 발단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컴퓨터를 통해 주욱 살펴보고 안다고 생각했던 것. 결국 작가님의 작업을 몰랐다 는 것. 첫 발걸음을 떼기 전부터 실수를 한 거죠. 덕분에 너무 쉽게 ‘설치’적 방 법을 생각하고, 정하게 되었습니다. 작가님과 저 모두 무언가 새로운 것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일치했고 그 방법이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를 진행했습니다. 작 가님과의 몇 차례에 걸친 미팅을 통해 구체적인 작품 선택, 작품의 디스플레이 방식을 결정했습니다. 5회에 걸친 미팅을 통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지금까지 작가님이 진행 해 온 전시의 제목 -site가 작가님의 작업을 설명하는 핵심적인 키워드라고 읽 었습니다. -site, 즉 현장입니다. 현장, 즉 ‘무언가가 진행되고 있는’ 장소가 작 가님이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이 장소를 어떻게 부각시킬 수 있을까를 고민했 습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써의 충돌을 생각해 내었고 제목인 oppo-site 와 신축현장과 철거현장을 같이 맞붙이는 방법을 도출해 내었습니다. 그리고 그 현장임을, 현장감을 증폭시키기 위해 환경으로서의 사진을 제시하고자 대형 실 사출력이라는 디스플레이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평면에서 이를 제시하기 보다 구체적인 현장감을 전달할 수 있도록 공간의 코너에 이미지를 배치하는 방 법을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작가님이 정말 많이 원했던 토탈미술관의 이미지를 출구 공간에 설치했 습니다. 현장이라는 부분, 그리고 '이 곳'이라는 것에 끌렸던 것일까요. 이 부분 은 주제의 한 부분으로 풀어내기 많이 애매했지만 작가님이 조용하지만 열성적 으로, 강력히 원했던 부분이라 일단 진행을 하고 뒷받침할 수 있는 설명을 붙여 보고 비판지점을 들어보는 방향으로 정했습니다. 작가님의 작업의 맥락을 보여 주기 위해서 지금까지 진행한 전시의 도록도 비치를 했습니다. 결국 별다른 충돌이나 의문 없이 일련의 과정이 술술 진행된 것은 맨 처음 언 급한 작가님의 작업을 제대로 대면하지 않은 채 결국 모르는 상태에서 이 정도 면 괜찮네 라고 쉽게 판단하게 된 근본적인 문제점을 안고 시작한, 잘못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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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oom 2014


는 게, 본전치기가 최선인 출발이었던 것입니다. 그나마도 계속 판단착오를 거 듭했던 것이고요. 전시의 제목도 큰 문제로서 결론이 났습니다. 아니 전시 내용에 대한 개념이겠 죠. <oppo-site>라는 제목은 지금까지 진행되어온 작가님의 -site 시리즈의 연 장선상에 있으면서 작업 전반을 가장 잘 대변할 수 있는 단어이자 뭔가 팬시한 합성어같은 모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발한 것처럼 보였죠. 그런데 파고들어가 보면 지극히 나이브한 제목이었습니다. 신축현장과 철거현장의 만남. 이를 서로 대조시키는 가운데 유사한 부분을 함께 발견하며 그 모순을 통해 더 끌어들여보 자 라는 식의 전개인데 좋다좋다 하다가 정말 그런가 라고 되묻지를 못하고 달 리게 되었습니다. 디스플레이 역시도 근본적인 지점을 간과한 채 새로운 시도만을 좇은 과정이었 습니다. 기존의 시각적 언어(왜곡의 정도, 정련된 노출, 디테일) 등을 강화시키 기 위해 이미지의 사이즈를 키워 환경으로서의 사진을 실험해 보는 한 편 신축과 철거의 네러티브와 이미지의 차이 및 동질성을 대비시켜 이 이미지가 줄 수 있는 느낌 혹은 이야기를 강화시켜보려 했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오픈을 했습 니다. 설치 시공의뢰를 마치고 난 첫 느낌은 원래 의도했던 꽉 찬 느낌보다는 많 이 약하다는 느낌? 공간의 높이가 좀 더 높았다면 그 느낌이 더 살았을 텐데 라는 아쉬움이었습니다. 그 정도였죠. 결과는 생각했던 것과 달랐습니다. 그렇게 오픈은 했는데 피드백이 좋을 리가 없었습니다. 아니 나빴습니다. 기본 적으로 디스플레이의 퀄리티가 좋지 않았습니다. 일반관객이 보아도 보일 정도 의 빈 공간, 붙인 이미지의 어긋남이 빤히 보이는데 기획측면에서 어떻게 그것 을 넘겼는가에서부터 시작해서 작가의 작업의 강점은 좋은 퀄리티의 프린팅에서 드러난다는 점인데 이 점을 완전히 배제한 채 크기로만 승부한다는 지점이 말이 되는가. 공간상에 작품 이외에 도록을 비치했는데 작품이 들어가 있는 공간에 도 록이 들어가 있다는 것 자체가 정말 효과적인 것인가. 그리고 충돌이라는 지점 이 정말로 작품의 이미나 이미지 자체를 강조해 줄 수 있는가의 문제, 저 설치이 미지가 작가의 작업세계를 대표해서 보여줄 수 있는가, 그리고 무엇보다 출구에 붙인 토탈미술관의 이미지가 대체 전시의 맥락과 어떻게 닿아있을 수 있는가 라 는 근본적인 토대자체, 그리고 관객과 직접적으로 마주하는 디스플레이에 대한 의문과 비판이었습니다. 이런 지극히 비판적인 반응 앞에서 또 다른 실수를 범하게 됩니다. 드러난 문제 점을 제대로 마주하지 않고 아예 판을 접고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하려 한 것입니다. 가장 쉬운 태도를 취 한 거죠. 사고구조를 간단히 정리하면 설치? 너무 쉽게 정했고 이건 작품으로서 보여줄 수 없는 퀄리티다. -> 없애고 작품으로서 프린트된 사진을 걸자. 출입구에 설치 Oppo-site : opposed site - 블로그 다이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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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토탈미술관의 이미지. 맥락과 동떨어진 작품이다. 이것은 무엇인가. -> 제거 하자. 도록의 존재의의가 무엇인가. 이 장치가 전시공간 안에 포함되는 것이 맞 는 것인가. -> 작품감상을 해친다면 제거하자. 전시의 내용과 구조가 설득력이 없이 그냥 뻔하다 -> 아티스트토크 때 칭찬받은 게 있다. 그걸로 해보자. 결론. 엎고 딴거해보자. 아예 다른 내용을 구상했습니다. 아티스트토크 때 작가님의 이야기에 앞서 작가 님의 작업을 접하며 떠오른 몇 가지 개념 중에 ‘표피(surface)’에 대한 이야기 가 있었습니다. 모든 것이 정보가 될 수 있는 오늘날의 매체사회에서 그 많은 정 보에서 헤매지 않기 위해 과정은 세분화되어 위탁되고 우리는 시작-결과만을 받 아볼 수 있게 된다. 더더군다나 생산-소비가 핵심인 오늘날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 구조나 이해관계와 무관한 정보나 사건은 무가치하다고 생각하는 게 일반적. 이들은 표면 아래 가리워집니다. 도시의 표면은 각자의 시선과 신경에서 멀어지 지만 오늘날의 자본주의사회는 또 다른 생산과 소비를 위해 온갖 방법을 사용해 표면에의 시선 유도를 위해 노력합니다. 예를 들면 광고판, 빌보드, 색다른 건축 물 등으로 표면은 또 하나의 시장시스템에 포섭됩니다. 결국 표면은 주목을 위해 점점 미학화, 재매개화됩니다. 이렇게 표면은 그 자체가 목적이 되고 침투 불가 능한 벽이 되어버린다는 분석. 그 너머의 사건들은 실제로 무가치하지 않은 많은 생각할 거리와 해석할 거리가 있고 그 너머를 우리 앞에 소환시키는 것이 작가의 작업이다라는 그런 해석. 특히나 신축 및 철거현장의 가림막이 그 표면의 대표적 인 모습이라서 이 키워드가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그래서 이 가림막에 주목을 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미지 퀄리티의 문제에 대해 제대로 프린트한 프레임을 거는 한편, 이미지에 대한 집중을 위해 검은색이나 18% gray와 같은 왜곡을 막 는 색을 배경으로 지정해보자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가림막 너머 의 현장에 존재한다는 효과도 전시와 어울릴 것 같아 전시장의 색과 더불어 작품 을 관람자를 감싸도록 배치해 본다 라는 아이디어도 내놓았습니다. 여기서 제목이던, 현수막이던 아예 완전히 엎어버리고 과감하게 나갔더라면 조 금은 나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딴에는 처음 토대를 ‘수정’해서 보완한 해결책으 로서 해보자 라는 명목으로 제목과 구조는 그대로 가져가려고 한 미온적이고 애 매한 태도를 취합니다. 더룸 프로젝트는 작가의 개인전입니다. 그런데 제 해석의 범위가 지나치게 나가서 작가의 작업과는 다른, 나쁜 의미에서 작가의 생각과 거 리가 있는 해석이 되어버렸습니다. 첫 번째 시도가 작가님의 생각과 의향 쪽으로 너무 무게중심이 몰렸다면 두 번째는 너무 제 쪽으로 가져온 점이 지적되었습니 다. 제가 중심을 못 잡고 헤매고 있었던 상황이었습니다. 마지막 실수. 결론적으로 보자면 지적을 받고, ‘선생님’의 꾸지람을 들은 잔뜩 얼은 ‘학생’의 모습으로 그냥, 다시, 원래대로 돌아온 것입니다. 각각 construction site, demolition site 작품 시리즈를 한 데 모아놓고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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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oom 2014


비시킬 이미지를 매칭해보았습니다. 각각의 시리즈를 대비시키는 한편, 두 시리 즈에서 시각적으로 맞물리는, 유사한 이미지를 놓고 볼 때 비교와 대조를 함께 할 수 있는 이미지가 흥미로워 이들을 묶어 놓아보자는 아이디어를 냈습니다. 그 결과가 이것입니다. 작가의 작품에 대한 재해석, 재구성이 더룸 프로젝트의 목적 중 하나일 것입니다. 그런데 마지막 기회에서조차 작업을 정리해보며 작가 스스로가 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히 보여주지도 작가의 작업세계를 토대로 새로운 목소리를 내지도 못하고 작 업 퀄리티를 살린다는 명분으로 도돌이표를 연주하는 것처럼 기존의 작업들을 나 열해 놓고 설득력 없는 작품 선택과 이전에 보여주던 식의 디스플레이를 선택한 것입니다. 전시에 대해 드러나는 비판에 대해 하나 하나 다른 선택이 아니라 틀 린 선택을 해온 것입니다. 다원성을 근간으로 살아가고 있는 이 판에서 틀리기는 정말 쉽지 않은 데 말입니다. 하지만 결과는 그렇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이러한 하나 하나의 단계와 실수들이 공유가 되지 않았고 조기에 수습될 여지를 가지지 못했습니다 결국 이 일련의 과정은 서로의 의견을 존중만 하다가 좋게 좋게 서로의 의견과 분석만을 주고받다가 도출된 차라리 모험을 하고 막나 가느니만 못한, 기 다른 사람들이 만나 만들어 낼 수 있는 시너지의 정 반대편의 모습인 것 같습니다. 선생님의 표현을 빌리자면, ‘참 쉽게 만들어 낼 수 있는 후 진 결과물’입니다. 이런 인정과 이 정리조차도, 이렇게 너무 쉽게 받아들이는 태도가 또 다른 실수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언급한 여러 가지 지점에서 작가님께 죄송합니다. 큐레이 터는 관리자가 아닙니다. 큐레이터는 창작자입니다. 누구보다도 세심히 관찰하 고 분석하며 자신의 해석을 통해 새롭게 제시해야 합니다. 그런 본분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것입니다. 지금까지의 과정은 처음부터 끝까지 나올 수 있는 제 대로 된 수많은 답안에서 벗어난 과정의 기록입니다. 저와는 다른 과정과 결과 를 맞이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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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작가 서문

Oppo-site 정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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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형태는 계속해서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정부의 계획하에 도시가 계획되고 구성되었다 면 지금은 대기업에서 만드는 초고층 빌딩이나 멀티플렉스, 대형마트 그리고 이를 둘러싼 브 랜드아파트들이 새로운 도시공간을 만들고 있다. 이러한 대기업 주도의 도시 개발은 각 지역 의 특색을 무디게 하고 도시의 형태를 획일화 시킨다. 나는 근래에 새롭게 만들어지는 도시공간에 관심을 갖고 현재 국내에서 가장 높게 건설 중 인 ‘잠실 제 2롯데월드 타워’ 초고층 빌딩 건설현장에서 <Oppo-site>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Oppo-site>는 초고층 빌딩의 뼈대를 이루는 기둥이나 벽면에 빨간색 표시를 남기고 기록하 는 작업으로 철거현장<Demolition Site>의 연장선에 있다. ‘잠실 제 2롯데월드 타워’는 2016 년에 완공을 목표로 건설 중인데 건물이 완공 되면 내가 건설현장에 남긴 빨간색 표시는 모두 외장재로 덮여 건물의 안쪽으로 사라지게 된다. 철거현장<Demolition Site> 속의 빨강이 금 새 사라질 빨강이었다면 초고층 빌딩 건설현장의 빨강은 보이지는 않지만 영구적으로 건물에 새겨지는 빨강이다. 철거현장<Demolition Site>은 <Red room>이라는 설치작업으로 발전시켜 작업하고 있다. 본 작업은 철거현장<Demolition Site>작업 중에 철거로 인해 외부로 드러난 빨간 방의 일부를 확대하여 대형 실사 프린트로 출력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Red room>은 이 출력한 실사프린 트를 의도적으로 만든 암실의 전시공간 벽면에 꽉 차게 부착하고 빨간색 흔적이 있는 곳에 스 팟 조명을 비추는 방식의 사진 설치작업이다. 나는 이와 같은 설치작업을 통해 내가 철거현장 <Demolition Site>을 작업하는 과정에서 빨간 방의 흔적을 발견하는 순간을 전시 공간에 재현 하고자 했다. 또한 설치라는 보여주기 방식을 통해 정해진 사이즈, 액자로 전시되는 일반적인 사진작업의 보여주기 방식의 한계를 극복해보고자 했다. 나는 계속해서 변화하는 도시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공간을 탐험하고 사진으로 기록할 것이다. 사람들의 접근이 힘든 ‘잠실 제 2롯데월드 타워’ 등의 초고층 공사현장, 그 공사현장의 폐기물 을 쫓아 변질된 도시의 경계(警戒)를 허물고 완성된 도시가 아닌 과정으로서 변화하는 미완의 도시를 보여줄 것이다. 이와 더불어 내 작업의 결과물인 사진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에 관한 고민도 계속 할 것이며 고정된 사이즈나 에디션, 액자를 효과적으로, 때로는 그 방식들을 벗어 나 설치나 영상 등 다양한 매체와 결합시켜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시도할 것이다.

Oppo-site : opposed site - 작가 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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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기획의 글

He’s tagging the ‘-site’. 허대찬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이동하면서 고개를 들지 않는다.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 사람들은 각자의 화면에 고개를 파묻고 각자의 기호에 맞는 게임을, 드라마를, 웹툰을, 소설을 소비한다. 그것이 아니라면 전화나 카톡을 통해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눈을 감고 잠시 팽팽해진 정신을 놓는다. 이동하면서 겪는 시간과 공간은 그냥 흘려 보내야만 하는 무엇이다. 생산과 소비를 근간으로 작동하고 있는 오늘날의 사회에서 노동에 소모되는 시간과 그렇지 않 은 시간은 정확히 구분된다. 노동에 소모되는 시간은 고용자와 노동자 모두에게 정확히 인식, 계산된다. 이에 대해 반대항이며 동시에 목적이 되는 여가시간 역시 휴식을 취해야 하는 노동 자에게, 그리고 이들에게 소비적 오락과 여흥을 제공하고 이익을 만드는 레저 산업에 있어서 중요하기에 역시 정확히 인식, 계산된다. 그러나 이들 사이의 시간, 즉 이동에 사용되는 시간 은 생산자와 소비자라는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는 중요하게 취급되지 않는다. 그리고 각각의 생산과 소비의 장소 사이의 공간 역시 그러하다. 도시 내에서 생산과 소비의 공간, 그리고 그 사이 공간을 구획하고 채우는 것은 바로 건물이다. 건물은 도시라는 공간을 만들고 구획하는 가장 핵심적인 구조체이다. 건물을 통해 구획화되는 공간은 비로소 기능을 가지고, 의미를 가지게 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이곳에서 살아가는 각자의 개인들에게 직접적인 이익관계-생산과 소비-에 닿아있는 공간을 제외한 도시의 대부 분의 공간은 그들에게 있어 단지 배경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가 스쳐 지나는 수많은 건물들은 피상적인 이미지로만 남을 뿐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있어 그들 주위의 대부분에서 무언가 만 들어지고, 사라진다는 사실은 은유적이고 상징적인 일일 뿐이다.

작가 정지현은 건물을 중심으로 이런 도시 안에서 우리의 일상, 인식, 시야 너머에서 진행되 는 과정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진행하는 과정과 그 결과물은 얼핏 유형학을 떠오르게 한다. 유형학은 관찰하고 수집하여 명명하고 배치하는 행위에 의해 이루어 진다. 아우구스트 잔더(August Sander)와 베허부부(Bernd & Hilla Becher)로 대표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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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독일 사진의 계보는 작가의 개성이 철저히 배제된 즉물적인 사진으로서 그 자체가 강한 개 성을 띄며 국제 사진계를 주름잡았다. 작가 역시 자신이 원하는 이미지가 있는 장소를 관찰하 며 찾아 다닌다. 이렇게 찾은 장소를 수집하고 특정 키워드로 명명하여 묶어낸다. 새로 만들어 지는 장소, 철거되는 장소, 의미가 의도적으로 고정되어 방치되는 장소 등으로. 작가는 이 공 간이 만들어내는 도시 경관들, 그 중에서 변화하는 중의 공간에 대해 주시하고 있다. 철거되 고 있는 건축물들을 촬영한 <Demolition Site>, 그리고 신축되고 있는 대단위건물들을 촬영한 <Construction Site>들이 그것이다. 이들이 가진 공통점은 사람들의 일상 너머에 위치한 ‘과 정중의’ 공간이라는 점이다. 작가는 변화하는 공간이라는 현상보다는 그 과정 중의 한 시점에 주목하고 있다. 공간이 생겨나거나 없어진다는 것이 결정되어있는 공간변화의 시작지점이나 모든 변화가 완결된 끝의 지점이 아닌 그 사이의 과정중의 시점 말이다. <Demolition Site>에서는 철거현장이라는 지극히 정치적으로 첨예한 공간에서 으레껏 취할 수 있는 선과 악 또는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이분법적인 접근을 하고 있지 않다. 작가는 재개발 이라는 시스템이 내세우는 발전이라는 명분 아래 회사와 지자체, 철거민들의 욕망이 함께 공 존하고 있음을 주지하며 이런 양쪽의 관점에서 한발 물러난 건조한 톤을 유지한다. 작가는 그 공간에 대한 직접적인 당사자나 거주자가 아닌 외부자로서 다가간다. 특정 상황을 고발하기 위 해 예리한 매스를 들이대지 않는다. 개발논리에 밀려난 철거민들의 애환과 억울함을 따뜻하거 나 절박한 시선으로 바라보지도 않는다. 대신 완전무결한 중립성의 틀에서는 벗어나 작가 스 스로 소심한 한 발자국, 미미한 자취를 남겨 개입된 사건으로서의 사진을 남긴다. 철거가 예정 된 공간의 어느 한 부분에 붉은색 페인트를 칠하는 행위는 재개발의 전체 과정에 아무런 영향 을 끼치지 못하는 소극적 개입이자 의미 없는 노동이다. 그리고 그 자취는 철거가 진행되며 곧 볼 수 없게 된다. 다만 이 자취는 흐르는 시간 사이에 태깅(tagging)을 해서 그 순간을, 그 사 건을 지금 여기로 소환할 수 있게 해 준다. 이러한 시-공간의 지도에 좌표를 남기는 행위는 그 좌표지점에 사람들의 시선을 당기며 해당 사건을 환기시켜준다.

<Construction Site>는 위 작업과는 다른 방법을 통해 공간과 그 공간의 기억을 관람자의 앞 으로 끌어온다. 이 시리즈는 분당 일대의 판교 신도시, 인천의 청라 신도시 등 신축건설현장 의 건축물 내부와 그 곳에서 사용된 건축자재들을 담은 사진 연작이다. <Demolition Site> 가 이제 곧 사라질 공간에 대한 이야기라면 <Construction Site>는 새로이 만들어지는 공간 에 대한 이야기이다. 동시에 외장재에 덮혀 사라질, 또 하나의 사라지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 이다. 이들 공간은 곧 이곳에서 살게 될 입주자는 볼 수 없는 이미지이다. 외장재와 내장재의 사이공간은 앞으로 계속 거주자와 함께 하겠지만 이들에게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할 뿐 아 니라 존재 자체를 인식시키지도 못한다. 그 곳에 존재하되 존재하지 않는 공간인 것이다. 이 Oppo-site : opposed site - 기획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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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는 <construction site> 제2롯데월드 연작에서는 신도시의 건물 시리즈에서의 촬영만으 로 제한된 절제된 자세와는 다르게 <Demolition Site>에서의 붉은색 페인트를 다시금 등장시 킨다. 마찬가지로 작가가 개입한 붉은색이 칠해진 공간은 곧 외장재에 덮혀 봉인되어 거주자 가 알아차리지 못하지만, 앞으로 계속 그 위치에 존재할 장소이다. 하지만 그 공간이 만들어 지는 과정 중에 페인트를 칠해 그 공간을 태깅하고 사진을 찍는다는 행위를 통해 존재를 모르 게 될 사이 공간을 드러낸다. 두 연작에서 작가는 즉물적이고 개성을 배제하기 위해 일관된 수평구도를 선택하고 배경을 없 애는 등의 방식을 취하는 유형학과는 다른 작가의 시각적인 개성을 드러낸다. 작가가 보여주 고자 하는 구조, 장소, 색이 가장 잘 드러나는 구도와 화각을 택한다. 수많은 인공광들이 특정 영역을 두드러지게 하여 의도치 않게 시선이 끌리는 것을 막기 위해 광원별 영역의 레이어를 선택하고 컴퓨터를 통해 편집하여 전체 사진의 노출을 평평하게 만든다. 또한 작가가 개입한 증거인 붉은색은 도시를 살아가는 사람이 가지는 불안에 대한 것이다. 분명 우리는 시대를 살 아가는 주체로서 여기에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우리 주위의 환경은 우리가 생각한 바를 손쉽 게 실행하며 바꿀 수는 없다. 도시를 기능케 하는 구조가 정해놓은 자원이 필요하고 시스템이 정해놓은 예컨데 현행법, 시행령 등의 규칙 안에서만 행동할 수 있다. 결국 사람들은 구조가 맞춰놓은 틀 안에 자신의 욕망과 바램을 끼워맞춰 변형시켜야만 하는 것이다. 이 룰은 강제적 이며 이 틀을 벗어났을 때 맞이하는 것은 페널티이다. 결국 도시 안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거대 구조와 시스템 아래 순응하며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공간은 결국 불안을 가져온 다. 채색행위는 이 권위에 대해 도전하여 판을 흔들어 도시와 공간을 만들고 규정하는 존재를 드러내려 시도하는 방법이지만 동시에 그 행위가 작가 개인에게 미치는 불안과 염려를 나타내 는 방법이기도 하다. 이런 소극적인 태도는 이러한 불가항력적 상황 자체에 익숙한 동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공감을 불러 일으킬 수도 있을 것이다.

이번 The Room 전시에서는 위에서 언급한 두 가지 공간이 하나로 만난다. 작가는 물리적으 로 두 공간을 반 반씩 이어 붙인다. 한쪽 면을 차지하는 이미지는 <Demolition Site>의 철거되 기 직전의 건물의 해체되어 드러난 내부공간이미지의 반쪽이며, 다른 한쪽은 <Construction Site>시리즈 중 제2롯데월드라는 신축건물 내부공간의 덮히기 직전의 내장재 벽 이미지의 반 쪽이다. 두 이미지는 전시장의 벽면을 가득 채우며 하나의 환경으로서 관람자에게 다가온다. 비슷한 색과 밝기의 톤으로 재조정된 이 이미지들은 일견 한 공간의 모습처럼 보인다. 하지만 두 공간은 곧 사라질 예정이거나 그곳에 계속 남아있을 공간으로서 차별된다. 동시에 둘 모두 그 공간을 이용할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을 공간으로서의 동질성을 지닌다. 이런 양가적인 두 공간을 매개하는 것이 작가의 개입 흔적인 붉은 페인트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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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축의 과정, 철거의 과정이라는 두 가지 별개의 사건을 이어 붙였기에 인과적으로 분리되어 있는 이미지이지만 전시장에 들어와 마주하게 되는 가로축이 긴 이 공간은 중세의 벽화처럼 이 미지를 따라 선형적인 시간축을 보여주는 것처럼 보인다. 해체되어 있는 폐허가 재구축되면서 외장재가 씌워지고 마지막에는 완성되는 새로운 건물 내 공간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처럼 말이 다. 현실에서는 만날 수 없는 서로 다른 방향의 두 시간축이 두 사진이 합쳐지는 붉은 페인트 를 기점으로 만난다. 사진을 통해 사건과 시-공간의 재구성이 일어난다. 이 내용과 외형의 모 순은 관람자에게 사건과 공간에 대한 환기를 불러일으킨다. 철거와 신축(新築)의 공간. 작가는 완전히 철거된 건물, 혹은 완전히 완성된 건물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둘 사이의 구분이 애매한 과정상의 건물 공간을 우리에게 제시한다. 이 두 공간은 모두 그 공간의 사용자들을 위해 기능하지 않는다. 사용자들에게 이 공간은 침범할 수 없는 가 상의 아공간이다. 침범할 수도, 영향을 끼칠 수도 없는 이 공간은 분명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무의미한 공간이다. 하지만 이 공간이 없이 건물은 존재할 수 없다. 건물은 이 사이공간 이 없어지거나 만들어지고, 덮히는 과정을 거쳐야만 완결되어 금전적 가치를 지니며 실 사용 자들에게 제공될 수 있다. 단지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 과정으로서만 존재하는 이 공간이 작가 의 사진을 통해 우리 앞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우리의 매체 환경과도 연관된다. 우리는 예전처럼 몸을 통해 실제 사건 을 체감하지 않는다. 시간이 돈인 오늘날 많은 과정들은 그 분야를 직업으로서 가진 사람들을 통해 대신 진행되고 우리는 마무리단계가 되어서야 비로소 실물과 접촉한다. 우리가 생활과 거 주로서의 공간을 처음 대하고자 할 때, 혹은 체험해보고자 하는 공간을 찾아가기 전에 인터넷 을 통해 매물을 검색하거나 인터넷 지도 서비스를 통해 그 공간을 파악한다. 이는 우리의 시간 과 에너지를 절약함과 동시에 몸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결국 대부분의 현실은 그저 0 과 1이라는 신호로서 우리를 스쳐 지나간다.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단 두 단계, 시작 - 결 과이다. 중간의 과정이 생략되고 중요하지 않게 됨은 결국 만들어진 공간과 시스템에 몸을 맡 기고 순응해 나간다는 것과 상통한다. 앞서 언급한 생산-소비 시스템 안에서의 시간사용에 대 한 가치판단과 그로 인해 우리의 시야에서 사라지는 시공간에서도, 편리를 위한 시스템으로의 순응에서도 드러나듯 이런 태도는 능동적 이해와의 거리를 뜻하며 이는 매끈한 표면과 결과만 을 추구하는 현대 삶의 미학적 흐름과도 역시 방향을 같이 하는 현상일 것이다. 작가는 바로 이 지점을 잡아내어 작품을 통해 제시하고 있다. 맥루한(Marshall McLuhan)은 <미디어의 이해>에서 미국의 시인이자 비평가인 에즈라 파운드(Ezra Pound)의 말을 인용한 다. “파운드는 예술가를 인류의 촉각(antenna)라고 불렀다. 조기 경보 체계로 활동하는 예술 은 우리로 하여금 사회적, 정신적으로 대응해야 할 목표지점을 발견하게 해 준다. 예술은 작가 의 단순한 자기표현이라는 통속적 개념과 대비를 이룬다.” 작가는 사진 본연의 기능 중 하나인 Oppo-site : opposed site - 기획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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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되는 공간에 대한 과정의 기록이자 기억의 기록을 진행한다. 그리고 이것을 반복한다. 작 가의 사진은 오늘날의 다큐멘터리 사진이 그러하듯 동 시대 사회의 시대적 징표, 징후들을 사 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탐구하고 있다. 사진은 우리의 삶에서, 우리의 주변에서 놓치는 무의미 하게 여겨지거나 사소하게 여겨지는 것을 잡아내고, 맥락화하여 ‘그 시간, 그 곳, 그 사건’을 대 변하는 증거로서 제시된다. 오늘날의 사진은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적극적 조작을 통해 실재와 같은 가상을 창조하는 매체로서, 스스로의 역사를 통해 획득한 진실성을 벗어버렸지만 동시에 여전히 어떠한 사실이나 지식의 객관성을 담보하는 가장 중요한 매체로서 사용하고 있다. 이 런 아이러니한 인식을 지니고 있는 사진을 통해 작가는 사람들에게 무의미할 수 있는 우리 주 위의 상황을 보다 강하게 제시하고 있다. 작가는 결과가 아닌 과정을 우리 앞으로 불러와 기록 인 듯 조작인 듯한 낯선 이미지를 통해 우리를 멈춰 세우고 제시된 이미지에 대해 생각하게 만 든다. 작품을 통해 드러난 과정으로서의 물리 공간은 이를 마주칠 사람이 그들 각자가 지나온 시간과 경험의 맥락에 따라 전혀 다른 장소로 인식될 수 있다는 사실을 포함한다. 이는 도시를 확장하고 통제, 지배하는 구조를 전복시킬 수 는 없지만 개발과 발전이라는 명목을 지니고 진 행되는 이 거대 흐름에 전도된 개개인의 관념을 흔들고 표면 아래 숨겨져 있는 다른 의미들을 드러내기 위한 수행적 과정의 반복으로서, 쉽게 놓칠 수 있는 미시적 부분을 조망하는 도구이 자 방법으로서의 예술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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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근하고 아련한 내가 느낀 차가움 문정원

나는 정지현과 꽤 비슷한 공간과 시간을 살아가고 있다. 정지현과 비슷하게 나 역시 내가 살던 주택이 허물어졌고, 내가 줄넘기와 자전거를 배웠던 골목의 사라짐을 겪었다. 쿨하지도 핫하 지도 않는 나는 미지근하고 아련하게 이 사라짐들을 받아 들였다. 이 사라짐에 대한 나의 미지 근하고 아련한 감정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O15B’라는 가수의 ‘5월 12일’이라는 노래가 떠 오른다. 문득 떠오른 헤어진 연인에 대한 감정. 아프고 좋고 슬프고 고맙고 궁금하지만 알고 싶 지 않은 그 애매하고도 복합적인 그 감정을 나는 미지근하고 아련하다라고 표현하겠다. 나는 여전히 미지근하고 아련한 헤어진 연인을 대하는 마음으로 내가 살아가는 이곳의 사라짐들을 대하고 있다. 이런 내가 본 정지현의 작업들은 나에게 차갑게만 다가온다. 잘 정돈된 구도, 세 련되고 예쁜 색감, <건설현장> 시리즈에서 보이는 일상에서 볼 수 없는 오브제, <철거현장> 시 리즈의 뜨거운 붉은색마저도 나에게는 차갑기만 하다. 구도, 색감, 오브제들이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긴 하지만 미지근한 나의 아련한 감정을 이입할 곳은 어디에도 없다. 이렇게 눈은 끌리 는데 감정이 탕탕 튕겨져 나오는 작품을 대하는 건 참 어렵다. 토탈미술관 프로젝트 스페이스 The room 에서는 5월 30일 ~ 6월 29일 약 한 달간 정지현의 <Oppo-site: opposed site> 전이 열렸다. <Oppo-site: opposed site> 전은 정지현의 <건설현 장>와 <철거현장> 시리즈 작업을 엮어 재구성한 전시로 기획자 허대찬이 기획하였다. 차가운 <건설현장>과 차가운 <철거현장>이 엮여 만들어진 전시라니. 늦 봄. 미지근하고 아련 하게 혹한기를 체험하겠구나! 전시장에 들어서면 2평 남짓한 전시장 모서리에서 새로운 현장 <Oppo-site: opposed site>가 펼쳐진다. 실사 시트지 프린트로 출력하여 전시장 한쪽 모서리 벽면을 채운 <Oppo-site: opposed site>는 생성의 현장이기도 하고, 소멸의 현장이기도 한, 실재하기도 하고 가상이기도 한, 익숙하기도 하고 낯설기도 한 오묘하게 반대되는 단어와 그 오묘한 형장에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하고 상상하게 한다. 그 차가운 공간에 내가 들어가 있다. 미지근하고 아련한 내 감정이 전부 이입된 것은 아니지만 나는 <Oppo-site: opposed site>안에 있다. 마음 둘 곳 없어 눈으로만 쓱 훑던 거의 현장에 내가 들어 가 있다. 잘 정돈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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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보였던, 세련된 회색 빛으로 가득찬 곳이라 생각한 그 현장은 먼지 풀풀나는, 음습한 차가 운 공기를 내뿜는 시멘트의 공간이다. 숨을 쉬고 싶지 않다. 숨을 쉬면 그 음습한 기운이 내 온 몸을 지배할 것 같다. 숨을 쉬면 미지근하고 아련한 내 감정이 그의 작업처럼 차가워질 것 같 다. 역시 차갑다.

<Oppo-site: opposed site>전의 전시작품의 낮은 프린트 퀄리티와 빈 틈 많은 설치 그로 인 한 낮은 공간 완성도는 많이 아쉽다. 하지만 짧은 기획일정에 작가의 두 시리즈 작업을 엮어 <Oppo-site: opposed site>라는 새로운 작업을 만들어내고 작업을 들여다 보는 새로운 시각 을 제시 했다는 점은 이 전시의 성과이지 않을까? 다 떠나서 나는 이 전시 안에서 생각했고 상 상했고 느꼈다. 앞으로 정지현이 더 차가워졌으면, 기획자인 허대찬이 조금 더 치밀했으면 좋 겠다. 그리고 나는 더 오싹하게 그 차가움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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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현의 도시 (뒷)담화 양정선

도시개발, 시티라이프에 관한 전시 <오, 마이 콤플렉스>의 독일 큐레이터인 한스(Hans D. Christ)와 한참 설치를 진행하고 있을 때, 그는 용산에서 찍은 사진 몇 장을 보여주었다. 용산 참사가 있었던 2009년부터 5 년 여간 한스는 지속적으로 용산의 재개발 현장을 눈여겨보며 그 변화를 사진으로 기록했다. 전시 오프닝이 있기 며칠 전에도 한스는 바쁜 일정을 쪼개 용산으 로 촬영을 다녀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내 이럴 줄 알았어, 용산은 내가 생각했던 그 모 습 딱 그대로더군!” 이라고 말했다. 그가 보여준 사진 속에는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지역으로 탈바꿈할 것 같았던 용산 4구역이 결국 잡초만이 무성한 황폐한 공간으로 변질된 모습이 고스 란히 담겨있었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나는 정지현의 작업을 떠올렸다. 우리가 용산재 개발을 화제 삼아 이야기 나누던 그 순간에도 도시, 그 어딘가에서 몰래 빨간 페인트를 칠하거 나 사진을 찍으며 그 변화를 부지런히 카메라에 담고 있을 정지현의 작업 말이다.

내가 한스와의 대화에서 정지현의 작업을 떠올렸던 것은, 일정한 심리적 거리를 두고 도시를 관찰하는 듯해 보이는, 철거현장에 대한 신파적 요소를 뺀 정지현의 차갑고 정적인 시선 때문 이었다. 작가는 과거나 추억을 회상할 수 있는 요소 대신에 차가운 시멘트, 위협적인 철골 그 리고 이들과 복잡하게 얽혀있는 구조물들을 세련되고 감각적으로 포착하고, 이에 빨간 페인 트를 칠하는 개입 과정을 통해 자신이 그곳에 있었음을, 도시의 변화를 방관하지 않고 주시하 고 있음을 드러낸다. 이번 더룸 전시 <Oppo-site>에서는 철거현장과 신축현장의 이미지를 이 어 붙였고, 이 상반된 두 개의 이미지는 흐르도록 칠한 정지현의 빨간 페인트를 매개체로 삼 아 하나의 위장된 풍경의 이미지로서 받아들여지게 설치했다. 그런데 사진 위에 페인트를 칠 하며 두 이미지 사이의 간격을 지워주는 역할을 해야 하는 정지현의 빨강이 크게 와 닿지가 않 는다. <Demolition Site>와 <construction Site>에서 본 빨강은 양념에 잘 버무려진 깍두기 의 고춧가루 같았는데, <Oppo-site>의 빨강은 생성과 파괴라는 상반되고 형태마저 어긋난 이 미지 두 개를 겨우 지탱하고 있을 뿐이다. 바위방 프로젝트 또한 시도는 좋았으나, 작가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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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작업을 통해 보여주던 대범함이 여기저기에서 기가 눌린 탓인지 그 힘을 잃은 애매한 결과 물로서 표출되었다. 신축과 철거, 그리고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구조물이 드러난 공간 일 부분의 이미지들과 아카이브가 한 공간에서 각자 부유하며 이질적인 목소리를 내 맥락잡기가 어려웠던 부분이 아쉽다.

<Oppo-site>의 이미지는 내가 한 동안 매일 아침 저녁으로 보아왔던 장면들이다. 도심 한 가 운데에 살았던 나는 집 주변의 건물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부서지고 새로 지어지며 나오는 소 음과 먼지, 불편함을 견디지 못해 이사를 나왔다. 무심코 지나치려다가도 건물이 사라지고 생 겨나는 속도에 경악하며 한 번쯤 멈춰 서서 한 없이 바라보게 만들었던 그 잔상들이 작가의 작 업과 겹쳐 우리 사회의 맹목적인 도시화에 대한 문제를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 이제 더 나아 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도시환경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할 수 있도록 정지현 작가의 작업 에 흔들리지 않는 더 탄탄한 골격이 세워지길, 그리고 그의 작업을 통해 주기적이고 지속적인 도시 (뒷)담화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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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크기 백지연

요즘 들어 사진에 대한 전시를 만들어가고 공부하게 되면서 뉴욕에서 경험했던 사진 전시들이 머리를 맴돈다. 특히나, The Room Project 3의 두 번째 팀 전시인 <Oppo-Site : Opposed Site>를 보며 두 전시가 생각이 났는데 첫 번째가 MoMA에서의 Cindy Sherman 회고전이 고, 두 번째가 Guggenheim 미술관에서의 Francesca Woodman 전시다. 두 전시가 동시에 떠오른 이유는 사진이라는 매체가 보여지는 방식에서 작품의 사이즈 그리고 작가의 개입 방식 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기 때문인데, 정지현 작가의 이번 작품이 전시 공간의 벽면을 가득채 워 벽화처럼 설치한 부분과 빨강 페인트를 이용해 작가 자신이 직접 퍼포머로서 개입하는 부 분이 이를 상기시켰다.

Cindy Sherman과 Francesca Woodman은 모두 여성작가이며 자신의 신체가 개입되어 작 품활동을 하는 작가들이다. 하지만, 전시에서 보여지는 방식은 너무도 상반되었다. Cindy Sherman의 회고전 작품들 중 모마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던 Mural 작품은 그녀의 회고전임을 크게 외치는 양 전시실 들어가기 전의 벽 전체를 벽화처럼 프린트하여(Mural이라는 작품 제 목과 같이) 붙여있었다. 하지만 거대한 크기의 작품은 대형 벽화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별다 른 감흥이 없었을 뿐 아니라 흑백 배경 속 칼라플한 신디셔먼의 자화상들이 생뚱맞아 보이기 까지 하였다. 그에 반해 Francesca Woodman의 전시는 옅은 베이지와 올리브 색의 곡선으로 이어지는 벽면에 흑백의 크지 않은 사진들이 열 맞춰 걸려져 있었다. 작은 크기의 작품들이었 지만 더욱 더 가까이 작품에 다가가 집중해 그녀의 작품을 차례로 고심하며 읽어나갔던 기억 이 난다. 이렇듯 사진이라는 매체가 가지고 있는 특징 때문에 크기를 조정하고 편집할 수 있는 기능은 전시에 있어 장점이 될 수도 혹은 재앙이 될 수 도 있는 것 같다.

정지현의 <Construction Site>와 <Demolition Site> 사진들은 건축현장에서 건물이 세워 지고 철거되는 모습들을 사진 작가의 눈으로 찍어 보여주고 있다. 거기에 덧붙여 작가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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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표식인 빨강 페인트를 이용해 작품 안에 개입함으로써 허상의 모습일 듯한 광경을 펼친다. <Oppo-Site : Opposed Site>는 이러한 신축현장과 철거현장의 사진을 동시에 맞붙여 벽화처 럼 사진을 크게 인화하였다. 관객이 들어오자마자 대각선으로 마주하는 공간의 모서리를 기준 으로 양쪽 두 벽면에 걸쳐 자리하고 있는 작품은 전시 공간의 천장 철골 구조와 어울려 보이기 도 하지만, 단번에 작품이 집중되어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전시장이 갖고 있는 특징 때문이기 도 하겠고, 대형 벽화로 프린트 되어 붙여진 사진의 퀄리티가 좋지 않아서 일 수도 있겠다. 처 음 작품을 마주 했을 때 면을 따라 이어지는 작품이 한 작품인듯한 착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 만, 모서리의 빨간 표식을 기준으로 다른 작품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며 비슷한 듯 다른 모 습의 작품을 비교해가며 보게 된다. 작품을 보고 나가는 입구 아래 쪽 벽에는 토탈미술관의 바 위방 프로젝트가 힘을 잃은 듯 붙어있으며 또 다른 벽에는 작가의 예전 도록이 배치되어있다. 작은 전시장 안에 여러 층의 보여주기 방식(벽화 크기의 작품, 도록의 배치, 작품의 수)은 산 만한 느낌과 함께 전시제목과의 상관관계를 찾기 힘들었다. 건축현장과 철거현장을 찍은 각각 의 다른 사진을 작가가 개입한 붉은 페인트를 중심축으로 이어주고 있는데, 좀 더 효율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은 없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번 전시는 분명 여러 면에서 아쉬운 부분이 많았지만, 다음에 한 뼘쯤 더 성장해있을 그의 작품을 기대하게 만드는 전시이기도 했다. 그러한 면에서 허대찬 기획자와 고심해가며 만든 <Oppo-site: opposed site> 전시가 둘 뿐만 아니라 그들의 전시를 흠모하며 기대하고 지켜봤 던 The Room Project 작가들과 기획자들에게 전시에 대해 그리고 사진 이라는 매체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고 공부할 수 있었던 또 하나의 소중한 프로젝트였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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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이 창조하는 또 다른 세계 opposited site

박정현

토탈미술관 옥상에 자리한 5평 남짓한 더 룸의 문을 열었다. 문을 들어서면 왼쪽 한 켠 모서 리를 중심으로 작가의 사진이 양 쪽 벽을 가득 채운다. 신축중인 복합기능단지와 철거중인 고 시원 내부 공간, 상반된 이미지 두 개를 이어 붙인 작품이다. 각각의 다른 사건을 담고 있지 만 결합된 이미지는 작가의 노력으로 동일한 크기로 보일 수 있도록 조절되었고 하나의 연결 된 공간으로 느껴진다. 프레임이 없이 벽에 설치된 작가의 사진은 마치 벽면과 같은 혼동을 일 으켜 미술관이라는 전시 공간을 없애고, 관람자가 서있는 공간 전체를 설치된 작품 전체로 만 들어 낸다.

집단 주거 환경이라는 개념 안에서 건축물을 탐구한다면, 정지현 작가의 전시공간 역시 신축 과 철거의 과정이 반복되는 사건을 담은 언제나 진행중인 공간이다. 하지만 사건의 현장에서 우리의 시선은 여기서 머물러서는 안 된다. 완성된 공간이 철거되고 그 빈 공간에 또 다른 것 으로 메워지듯이, 물리적인 변화뿐만 아니라 사실 우리 각자가 가진 호기심 때문에 자리를 옮 기고 또 새로운 세계가 보인다. 즉, 계획되지 않은 빈 공간, 그 자리에 서면 또 다른 것이 보 이기 마련이다.

빈 공간을 채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스스로가 상상하고 창조하는 것이다. 맥락 안에서 해석할 수 있는 공간만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소극적인 방법뿐만 아니라, 조금 더 적극적인 방법에서 무엇이 기억되기를 바라는지 스스로 질문해야 한다. 따라서 작품의 주제는 두 가지의 다른 긴 장감을 자아내는 사건이 배치되는 opposite을 넘어서야 한다. 보는 사람이 시작적으로 반전이 가능하다는 것은 누구나 생각이 가능하지만, 그것을 벽에 붙이고 공간 안에서 내포된 본질에 집중한다면 작가 정지현의 전개 이상의 또 다른 진보를 발견할 수 있다. 그 생각의 진보가 작 가가 의도한 opposite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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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자신의 개념으로 다시 작품을 바라보자. 이 작품에서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놀라운 발 상, 즉 작가가 말하려고 한 개념은 무엇일까? 우리의 호기심이 향하는 그 곳, 끊임없이 변화하 고 새로운 일이 요구하는 방향으로 관심을 가진다. 폐허를 뒤로하고 자신이 살아갈 새로운 공 간에 대한 미래의 현장에서 각자의 opposite은 각자가 창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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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이 사라지기 전에 정효섭

정지현 작가는 <Demolition site> 시리즈에서 밤의 적막이 드리워진 철거 현장을 배회한다. 공 사장의 펜스 안을 들여다보기 위해 그는 철거 현장의 관계자들을 설득하기도, 간혹 대담하게 잠입을 시도하기도 한다. 그러는 와중에 경찰서까지 연행된 적도 있단다. 그토록 공사 현장에 들어가기 위해 부산을 떨었던 건, 제 기능을 상실하고 생명을 잃어가는 건물들을 자신의 눈으 로 똑똑히 보고 기억하기 위해서였을 테다. 작가는 철거가 예정된 건물의 내부에 빨간 페인트를 칠하기로 한다. 그것은 일종의 영역 표시 로, 작가의 행위는 빨간 페인트를 통해 공간 속에 고스란히 남겨진다. 건물 내부의 벽면에 칠해 진 빨간 페인트는 아무런 변형도 없이 그대로 말라붙는다. 그만큼 그 공간은 버려지고 무뎌진 공간이고, 이내 곧 사라져버릴 공간이었다. 빨간 페인트를 칠한 공간은 철거 작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그 곳에 있었음을 증명하듯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사라진다. 정지현 작가는 3년여 간의 긴 추적 끝에 <Demolition site> 시리즈를 남겼고, 지금은 또 다른 작업을 진행 중이다. 그의 눈길을 끈 건 잠실에 위치한 초고층 건물, 롯데 타워의 신축 현장이 었다. 작가는 그 곳에 잠입해 이전과 같이 빨간 페인트로 흔적을 남긴다. 하지만 이번엔 상황 이 좀 다르다. 철거 현장 속에 드러난 빨강은 금새 사라질 빨강이었다면 롯데 타워에서의 빨강 은 보이지 않는, 하지만 영구적으로 새겨지는 빨강이다.

작가는 <Demolition site> 시리즈에서 내부 전경과 외부 전경을 찍은 두 장의 사진을 딥틱 (Diptych)으로 보여준다. 두 장의 사진을 교차하는 시선 속에 계속해서 빨강이 눈에 밟힌다. 우리는 빨강의 흔적들을 거꾸로 추적하며 온전한 건물의 모습에까지 상상의 시간을 공유한다. 저 빨간 방(왼쪽)이 저 건물(오른쪽)의 빨간 부분인가? 그나저나 이 건물(오른쪽)은 무슨 건 물이지? 아, 목욕탕이구나. 저 빨간 방(왼쪽)은 어떤 공간이었을까? 건물이 부숴지기 전엔 어 땠을까(오른쪽)? 빨간 페인트가 칠해지기 전엔 어땠을까(왼쪽)? 철거가 시작되기 전에 저 건 물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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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molition Site 02 Inside, Outside, Pigment print, Diptych, 120x160cm(each), 2013

Oppo-site : opposed site -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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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posite, Digital print, Dimensions Variable,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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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철거 현장에서 촬영한 이미지와 신축 현장에서 촬영한 이미지를 각각 반 절씩 이어 붙였고, <Opposite>라 이름지었다. 작품에 드러난 이미지는 철거와 신축의 현재진 행형이 상반되게 드러나지만, 한편으로는 그 모습이 유사해 보이기도 한다. 작가는 대척점에 놓여져 있는 두 공간을 인위적으로 충돌시킴에 따라 무슨 얘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 <Opposite>의 이미지에서 결국 계속해서 주목하게 되는 부분은 빨간 페인트다. <Demolition site>와 <Lotte Tower(가제)>에서 작가의 빨간 페인트가 기능하는 과정은 엄연히 다르다. 그 렇다면 작품 <Opposite>를 통해 두 공간이 서로 상반되어 다른 갈래로 뻗어나가기 이전에 작 업의 시작점, 즉 빨간 페인트와 작가의 개입에서 충돌의 지점을 찾을 필요가 있다. 그에게 빨강 이란 자신이 그 곳에 있었음, 예의주시하고 있음을 알리는 적극적인 영역 표시의 수단이었다. <Demolition site>에서는 빨강의 흔적들을 추적하며 재개발의 현장에 깊숙이 파고들 수 있었 다면, <Opposite>에서의 빨강은 그저 대척점의 사이에 고여 있을 뿐이다. 생성과 소멸 사이에 위치한 빨강은 되려 두 공간의 이질감을 중화시키고, 모호하게 만든다.

또한 작가는 토탈미술관의 공간 한 켠을 촬영하여 <Opposite>의 맥락으로 끌어들인다. 이미 지 속에는 철근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벽면의 모습이 보인다. 저 공간은 철거 현장도, 신축 현 장도 아닌 그저 그대로 남아 있는 공간이다. 그렇다면 저 공간이 작가가 말하는 <Opposite>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걸까. 작은 크기에, 이름도 없이 전시장의 구석 한 켠에 붙어 있는 이미지에 그만한 비중은 없어 보인다. 결국 <Opposite>에서의 빨간 페인트처럼, 이미지는 그 저 상반된 두 공간 사이에 놓여 있을 뿐이다. 사진의 반절씩을 이어 붙인 대형 이미지와 거기에 대응하는 또 하나의 이미지, 그리고 <Opposite>라는 제목에까지. 한발한발 내딛는 듯 만나는 얘기들이 그리 매끄럽지는 않아 보인다. 이것은 아마 신축 현장과 철거 현장이라는 상반된 공간의 충돌 지점이란 게 무엇인지가 모호 했기 때문일 것이다. “Opposite”라는 제목에서 받은 강한 뉘앙스는 충돌이라기보단 접점으 로 끝나버린 듯한 아쉬움이 남는다. 아마도 재개발이라는 보편을 풀어놓기보다, 작가 자신에 서부터 시작했다면 되려 선명한 충돌의 지점을 찾을 수 있지 않았을까. 재개발에 대한 정지현 작가의 생각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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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po-site : opposed site - 전시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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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나를 좋아하지 않아 2014.08.25 -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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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가, 기획자 소개

작가

성보라

Bora SUNG

borayaho@naver.com

1985년 수원 출생

서울예술대학 사진학과 졸업

중앙대학교 사진학과 대학원 재학

인간이 삶에 갖는 애정, 태도, 감정에 집중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작업하고 있다. 특히 여성만이 가지고 있는 섬세함과 유연함은 작업의 가장 중요한 소재이다.

작업의 출발은 항상 나 자신으로부터 시작하지만 다양한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자료를 모으는 행동을 통해 나름의 객관적 태도를 취하며, 너무 주관적일 수 밖에 없는 피사체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나 자신과 작업을 더욱 단단하게 해준다. 최근 단체전을 통하여 관객과 소통하기 시작하였으며,

국내외에서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또 다시 나의 내면을 성찰 하고자 한다.

큐레이터

양정선

Jeongsun YANG Yang.total@gmail.com

1985년 광주 출생

전남대학교 미술학과 졸업

홍익대학교 예술학과 대학원 수료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조망하고자 전시 '속하거나 혹은 갈망하거나'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 2012) 를 기획 하였으며, 이 전시를 바탕으로 인간과 동물이

사회적 관계망 속에서 상생의 관계로 나아갈 수 있는 대안을 고민하고자 하는 주제의 프로젝트를 구상 중에 있다. 또한 동남아시아의 역사 그리고 문화적 맥락과

긴밀히 연결된 시각예술에 관심이 많다. 따라서 상이한 문화권들 속에서 파생되는

독특한 현대시각예술들을 접목하여 새로운 언어로 풀어내는 기획자가 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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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on_on the rock, pigment print, 22 x 22cm,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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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on_on the sand, pigment, 22 x 22cm,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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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타임라인

3월 ∞ The room 3 시작 만남

- 참가자 확인 - 참여작가 프리젠테이션 - 기획자/작가 매칭 (성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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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5

∞ 전시 공간 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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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보라 작가 1차 미팅

- 작가 포트폴리오 공유 - 전시 진행 계획

6월 2 ∞ 작업/전시 방향에 관한 회의

4

∞ 성보라 작가 2차 미팅

- 작업/전시 방향에 관한 의견 교환

7월 24

∞ 작업/전시 방향에 관한 회의 ∞ 전시 작품 선정완료

8월 ∞ 성보라 작가 3차 미팅 ∞ 계획안 제출

∞ 전시 타이틀 선정

11 12 15

∞ 목공소 방문 및 견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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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oom 2014

∞ 전시 공간 확인

∞ 진행 사항 신보슬 선생님 공유 ∞ 전시 작품 선정


∞ 보도자료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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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인트 및 자재 구입 ∞ 설치 시작

∞ 전시장 페인트칠

∞ 작품 설치

- 홍보자료 배포 ∞ 바닥재 조사

- 바닥재 샘플 수령 및 견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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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설치

∞ 디자인 체크

∞ 인쇄물 제작

- 현수막, 엽서 디자인 의뢰 디자인 : 김번

∞ 인쇄물 제작

- 현수막, 엽서 2차 시안 수령 - 작가, 토탈 공유

∞ 인쇄물 배포 및 홍보 ∞ 액자 수령 ∞ 재료 구입

∞ 전시장 공사 및 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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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3

∞ 전시장 공사 및 설치 ∞ 리플렛 상자 제작

∞ 전시장 공사 및 설치 완료

제작업체 : 문예공간 031.239.7274

∞ 명함/리플렛 시안 수령 및 배포 ∞ 인쇄물 제작

- 현수막, 엽서 3차 시안 공유 - 현수막, 엽서 최종 시안 수령 - 현수막 제작 발주, 시공

시공업체 : 한알디자인 02.720.9962

∞ 온/오프라인 홍보

∞ 전시장 공사 및 설치

∞ 바닥재 시공

∞ 보도자료 배포

∞ 액자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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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닥재 재시공

∞ 오프닝

∞ 전시전경 및 오프닝 촬영

9월 ∞ 성보라 아티스트 토크

∞ 바닥재 제거

11 16 17 19

∞ 전시 철수

∞ 양정선 기획자 원고 리딩

아무도 나를 좋아하지 않아 - 타임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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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블로그 다이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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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15 양정선

"어디세요? 저는 경복궁역 2번 출구예요" "아, 저도 근처예요. 제가 그쪽으로 갈께요"

"어떤 음식 좋아하세요? 한식? 양식?" "저는 다 좋아요! 한식 먹을까요?"

"술은 얼마나 드세요? 저는 잘 못해요. 술 한 병 시킬까요?"

"정선씨는 어디 사세요? 출근하기 멀지는 않아요?" "보라씨는 형제가 어떻게 되나요?"

"평소엔 어떻게 지내요? 쉬는 날은 뭐 하구요?" "저도 거기 친구가 살아서 가끔 가요. 우리 다음엔 거기서 만날까요?"

"여기 가보셨어요? 전 오는 길에 여기 들렀어요" "저도 이 영화 보고싶어요"

"저는 소설만 좋아하는 것 같아요. 전공 때문에 인문학 책도 많이 읽어야 하는데.. 책 제목은 많이 알아요" "아, 저도 소설 좋아하는데, 어떤 작가 좋아해요?"

"저도 그 사람 책은 잘 모르겠어요. 그 작가 책 나오는 날, 빨리 읽고 싶어서 서점 앞에 줄 서서 기다려 산 사람들도 있다는데"

"그 사람 책은 다 똑같은 것 같아요. 그런데 작가들 대부분이 매번 비슷한 성향의 주인공을 설정하는 것 같아요. 그 작가도 특정 상호의 항상 똑같은 속옷만 입는 주인공이 나오잖아요.” "맞아요, 그 여주인공은 맨날 목욕하고 레몬 넣은 차 마시고, 그게 뭐야. 그쵸" "저 샷 추가 해도 되요?" "단 음식 좋아하세요? 저는 서랍에 넣어두고 매일 먹게 되는 것 같아요 " 아무도 나를 좋아하지 않아 - 블로그 다이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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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12년 키운 강아지가 죽었어요"

"입양한 강아지는 어떻게 걷는지, 짖는지도 몰랐어요. 지금도 한 열 번 부르면 겨 우 나와보는 정도예요" "제가 그 사건이 있고, 수의학과 교수님들에게 단체로 이메일을 보낸 적 있는데 딱 두 명에게 답장이 왔어요. 한 분은 미안하다라는 답장이었고, 한 분은 난 학과 장 작년에 끝났으니 새 학과장에게 연락하시라고"

"인간이 제일 무서운 것 같아요. 그렇죠?" "맞아요. 항상 고기도 덜 먹어야지, 하는데 너무 맛있잖아요. 한 때는 못 먹기도 했었는데, 또 그 순간 지나니 맛있어. "

"날짜는 다가오고 작업은 안되고 어떤 날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그 길을 걸었어요. 그런데, 저는 꼭 그 작업으로 전시를 하고 싶었어요"

"전 그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에게는 관계 맺기가 제 작업의 전부예요"

"처음이 어려운 것 같아요" "처음이라 어려운 것 같아요"

"우리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말아요, 지금 우리가 보여주고 싶고 할 수 있는 거, 하 고 싶은 거 해요"

소개팅 같았던 그녀와의 첫 만남을 마치고, 난 기쁜 마음으로 애프터 신청을 했 다. 그녀도 흔쾌히 수락했다. 연애하는 마음으로 다음 만남을, 그리고 그녀의, 우리의 첫 전시를 보여줄 수 있 는 뜨거운 여름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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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oom 2014


2014.06.03 양정선

미술관에 들른다는 그녀에게 저녁이나 먹자고 제안했습니다. 배가 고파 허겁지겁 국수를 한 그릇씩 마셨고, 후식으로 아이스크림과 과일이 토핑된 와플을 마시고, 또 커피를 마십니다. 새 모이만큼만 먹을 것 같은(?) 두 여자의 놀라운 흡입력. 지나가다 발견한 이 까페에는 너무 예뻐서 사람 정신을 쏘옥 빼놓는 다움이가 있 습니다. 개 한 마리로 인해 우리의 목소리는 한껏 상기되고 밝아집니다. 갖고 싶 다. 이 남자.

또 다른 한 남자. (자세만 봐도 누군지 알 수 있는) 그녀의 친구이자 나의 동료인 두 여자의 수다를 귀 기울여 들어주고 조분조분 대답해주는 흔치 않은 남자생물 입니다. 게다가 밥도 샀. 킹왕짱.

가볍게 저녁이나 먹자고 모인 자리이지만 눈 앞에 놓인 일이 있는지라 자연스럽 게 작업 이야기로 넘어가고 난 그녀를 더 이해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 노트에 새겨 진 기록들을 하나씩 넘겨 보며 즐거워합니다. (네, 설마 그녀는 동안인 얼굴로 중고생인척 하며 할인된 티켓을 산 걸까요? )

수줍게 얼굴을 가린 그녀. 검은 머리카락 사이로 삐져 나온 웃음이 나는 보입니 다. 헤헤

실컷 놀다 집에 가겠다고 인사를 하는데 도도한 다움이는 거들떠보지도 않아. 이 다음엔 간식을 가져가 니가 우리에게 안기려고 발광하는 모습을 보고야 말겠 다! 라고 다짐합니다. 그 뒤로 토탈에 내려진 은총, 편안하고 안전한 승차감으로 우리를 목적지까지 데 려다 주는 남자생물의 차가 보이네요 귀가길까지 책임지는 이 사람, 솔로입니다. (중매비 없이 연결 가능 / 문의전화: 02-379-3994) 항상 고맙습니다.

이천십사오월이십오일, 그녀 특유의 글씨체로 한 글자씩 또박또박 적혀진 러브레 터가 전달됩니다. 손 편지의 귀함이란. 헤헷. 답장할께, 기다려.

아무도 나를 좋아하지 않아 - 블로그 다이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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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만남이 있었던 오늘은 그 전과 다르게 오로지 작업 이야기만 하며 하나 씩 정리를 해나갔습니다. 나는 마치 그녀의 작업을 집어삼키려는 듯 쉴새 없이 묻다가도, 조심스러운 마음 에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서기도 하고 그녀 또한 차분하고 분명한 목소리로 이야기 를 풀어 내다가도 한 번씩 마른 침을 삼키는 것이 보입니다. 사진 찍는 것도 까먹고, 카페에서 시킨 두 잔의 커피와 케이크는 먹지도 못하고 이야기를 다 마친 후에 해치웠을 정도로 서로에게 집중했던 시간, 설익은 사과 두 알처럼 동글동글하지만 단단한 3팀의 더룸 프로젝트 " Nobody likes me " 커밍 쑨. 곰방 또 만나요. 보라찡!

2014.06.05 성보라

시간이 너무 빠릅니다. 벌써 6월이예요 저번 주 2팀의 더 룸 전시를 보고 나니 긴장도 되고 부지런히 움직여야겠다고 생 각했습니다. 3월. 더 룸 프리젠테이션을 끝내고 저는 혼자 공간을 차지 한다는 것이 두렵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습니다. 정선 큐레이터와 처음 만나고 그 공간을 혼자가 아니라 누군가와 같이 한다는 게 좋았어요 첫날 전 두서없이 애기를 많이 했는데 이해 받고 있는 기분이 들었고 우리가 잘하 는 것 보다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게 더 중요한 것 같다는 그 한마디에 전 무척 흥 분되었어요. 오랜만에 제 말을 기다려주는 사람을 만난 것 같았거든요 요즘 정선 씨와 이야기를 나눌 때 제 작업이 단단해 지는 걸 느껴요. 제가 표현하고 자 하는 세계는 너무 익숙하기 때문에 어떤 단어로 설명하기 어려 울 때가 많았습니다. 그런 부분을 아주 적당한 단어로 그것이 어떨까요 물어볼 때는 정선씨가 제 짝꿍이어서 얼마나 기쁜지요! 첫 전시! 설레기도 하고 무겁기도 한 이 마음을 잘 가다듬고 싶어요. 아마 이번 여 름은 저에게 다시 오지 않을 시간일 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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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25 성보라

드디어 칠월 중순. 한달 정도 밖에 남지 않아 걱정 반 설레임 반입니다. 어제 저 녁 오랜만에 정선씨 얼굴을 보고 그 동안 못했던 애기도 하고 달달한 것들도 먹 어가면서 차분하게 우리가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했어요. 두 달 미루어 진 전시일정은 오히려 우리에게 더 많은 것들을 덜어내고 작업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된 것 같아요. 그 동안 우리는 작업에 대해 얼마나 열어야 할까 어떻게 풀 어야 할까 고민이 많았어요. 마음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는데 어제 회의하면서 많은 것보다 한 장을 보여주더라고 제대로 보여주고 싶은 그 마음을 서로 다잡았 습니다. 요 근래 자주 못났지만 여전히 정선씨는 제 작업에 대한 애정이 진행 중 이어서 기쁘기도 했구요! 어제 받은 인도에서 온 알찬 선물꾸러미! 엉엉 요즘 더위와 작업에 살짝 지쳤던 저를 다시 불끈하게 만들었어요! 근데, 집에 거의 다 왔는데 폭우 같은 비에 맞아 젖어버렸어요. 다행히 아침 해가 짱짱하길래 손으로 주물주물 빨아서 말리고 있어요. :) 이제 본격적으로 토탈 오르막길을 부지런히 올라야겠죠!

아무도 나를 좋아하지 않아 - 블로그 다이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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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작가 서문

아무도 나를 좋아하지 않아 성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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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oom 2014


내가 유년시절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나 자신을 알고 싶어 졌기 때문이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세계와의 관계가 익숙지 않아진 것이다. 사람들과의 갈등, 현실에서 나의 역할을 넘어 나의 순 수한 내면의 세계로 가고 싶었다.

우리가 성인이 되려면 신체와 감정이 급 변화하는 시간을 겪는다. 사실 그 변화들이 당연하다 고 생각한 것은 우리가 이미 성인이 되었을 때이다. 나는 그 변화하는 과정을 겪었을 때 대부분 이해하지 못했다. 내가 감정적으로 예민해지고 맞 지 않은 옷들이 생겼을 때 그 누구도 그것들이 무엇인지 말해 주지 않았다. 내가 이 소재를 가지고 작업을 하고 싶다고 했을 때 나는 내가 사진에 등장 하지 않았으면 좋 겠다고 생각했다. 왜냐면 그 세계는 이미 나 혼자 이고 내안에 존재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작 업이 나의 일기처럼 되기를 바라지 않았다. 다양한 인물들이 나의 유년시절에 대한 감정을 몸 매나 표정에서 표현하는 것이 이 작업에 맞는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모델을 찾을 때 이 주제를 이해해 줄 거라고 생각되는 사람을 고르지 않았다. 외모나 몸매 에서 미성숙함을 보고 정했다. 왜냐면 이것은 소설이나 에세이가 아니라 사진이고 이것은 아 주 중요한 역할이기 때문이다. 그런 여자들을 캐스팅하는 것은 어려웠다. 왜냐면 내가 원하는 포즈와 내가 원하는 옷 그리고 내가 원하는 장소에서 촬영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옷에 대해서 나는 고집이 있었다. 지금의 옷은 나이를 불문하고 전부 어른여자의 몸매를 가리키고 있다. 내 작업 안 에서 모델들은 성숙한 여자가 되기를 두려워하고 있는데 그 감정을 이해한다면 그 옷을 입고 싶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은 이 옷들을 복고풍이라고 애기하지만 그 옷들은 아늑함이 있다. 그 아늑함은 사실 내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어릴 적, 나는 오빠의 옷 들만 물려받아 입었다. 그래서 꽃무늬가 들어간 여성스런 옷이 항상 입고 싶었다. 사실 나는 그 런 원피스를 입고 내 마음속을 누렸던 것 같다. 촬영들 어가기전, 나는 표정이나 포즈를 많이 연구한다. 모델들은 프로가 아니고 일반인이고 분명 그녀들은 카메라 앞에서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촬영할 컷을 드로잉을 해서 보여주고 거기에 따라 의도하고 지시하는 편이다. 그들의 표정은 대부분 불안한 얼굴이다. 그 불안감은 내가 유년시절에 가지고 있던 감정이며 순수할 때도 있고 질투가 강할 때도 있고 또 그것으로 약해지기도 하는 그런 감정이다.

아무도 나를 좋아하지 않아 - 작가 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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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은 한 번에 끝나지 않기 때문에 초기에는 내 주위에 친구들이 모델을 해주었다. 그러나 친 하다고 해서 모델을 해달라고 부탁하지 않는다. 모델은 내 세계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친구 이지만 나는 그녀들의 행동이나 외모를 관찰했다. 마른사람은 몸만 마르지 않는다. 얼굴도 표 정도 말랐다. 뚱뚱한 사람도 그렇다. 나는 몸과 얼굴이 조화되는 사람을 좋아한다. 친구 말고 도 내가 선호하는 얼굴을 봤을 때 촬영을 요구하기도 한다. 보통은 미술관이나 카페에서 그런 적이 있었다. 그 공간은 사람을 관찰하기에 좋은 장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처음부 터 작업하기에는 우리에게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화를 많이 하고 친해지기 위해 노력한다. 한번은 전문모델을 쓴 적이 있었다. 그녀는 프로이기 때문에 내가 말한 포즈나 표정을 빠르게 표현해 내었다. 그러나 그 결과물들을 보니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카메라 앞에서 자신이 어떻게 나오는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어색함이 없었다. 그녀의 멋진 얼굴만이 보였 다. 그런 점들 때문에 내가 의도하는 작업이 보이지 않았다. 내 사진에 등장하는 모델들은 카메라뿐만 아니라 주위에 사람들이 있어도 어색해한다. 그래 서 나는 대부분 조용한 곳에서 촬영하기를 원했는데 그곳은 바로 자연이었다. 아주 흥미롭게 도 그녀들은 이곳에서 너무 자연스럽게 포즈를 취했다. 마치 내가 자기 앞에 서있는 것 도 잊 은 채 말이다.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벗어난다는 것은 이렇게 놀랍도록 각자에게 자유를 준 다는 것이다. 나는 내 경험이나 감정이 다른 사람을 통해서 발견했을 때 감동을 받았다. 그리고 그녀들도 나 의 내면세계를 보았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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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oom 2014


5. 기획의 글

나, 그 낯선 친숙함과의 비언어적 소통 양정선

“전 어릴 적에 드류 베리모어(Drew Barrymore)같은 여자가 되고 싶었어요” 작가와 첫 만남 을 가졌을 때, 작업에 대한 이야기를 묻자 그녀가 처음 뱉은 말이다. <그여자 작사, 그남자 작 곡>이라는 영화로 우리나라에서도 잘 알려진 외국배우 드류 베리모어를 떠올려보니 환하고 생 기 있는 웃음이 먼저 그려지고, 아무하고나 웃고 잘 떠들며 금새 친해질 수 있을 것 같은 사교 성 그리고 무엇보다 풍만한 가슴과 육감적인 엉덩이를 가진 그녀의 여성미가 떠오른다. 그렇 다. 성보라가 그토록 닮고 싶었다던 드류 베리모어는 90년대에나 유행했을 법한 블라우스를 입고 동그란 안경을 쓰고선 빼빼 마른 몸으로 느릿느릿 세상 구경하며 걸어오다 작은 목소리 로 수줍은 인사를 건네던 성보라와는 참 많이 다르다.

축 늘어진 의욕 없는 몸뚱어리가 바위 위에 널브러져 있다. 또 다른 사진에 등장하는 여성은 잔디밭 위에 누워 등을 돌린 채 웅크리고 있으며, 두꺼운 겨울 옷을 입었지만 무방비 상태의 맨발이다. 그런가 하면 머리카락까지 꼭꼭 숨겼으나 미처 감추지 못한 큰 엉덩이와 때가 묻은 발바닥이 고스란히 드러난 인물의 제스처는 자신의 시선만 감추면 아무도 자신을 찾지 못할 것이라 여기며 숨바꼭질하는 어린아이의 모습을 떠오르게 한다. 이렇듯 성보라의 사진 속 인 물들의 무기력한 제스처와 무심한 척 하지만 슬쩍 건네는 미묘한 시선은 온 몸으로 세상과의 단절을 표현한다. 그러나 동시에 타인과 자연스럽게 섞이고 싶은 욕망과 관심을 구하고 있다.

작가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내면세계를 주제로 하는 작업들은 이미 널리 일반화된 시각 적 소재이기에 공감대를 이끌어내거나 차별성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성보라 또한 자신이 성 인이 되어 대학에 입학하고, 새로운 사람들과 교류가 시작되면서 겪는 불편함과 불안감 그리 고 상실감이 불러오는 내면의 갈등을 작업으로 승화시켰다.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질문을 던 지고, 표현하는 작업 주제는 자칫하면 한 개인의 일기장으로 비춰질 수 있다. 그러나 나 혼자 보는 일기가 아닌 사람들과 교감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사진이라는 매체를 선택한 그녀의 작업 아무도 나를 좋아하지 않아 - 기획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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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5년이라는 긴 호흡을 통해 진행되었다. 그 미세한 디테일을 차분히 들여다 보면 현대사회 를 살아가며 누구나 한 번쯤은 겪었을 만한 유사한 감정을 담은 그녀의 고백에 비로소 공감하 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성보라의 내면을 반영하는 여성들은 신체조건과 외모에서 풍기는 느낌을 고려하여 섭외되었 다. 사회에서 흔히 미인으로 분류되는 타입의 여성성을 가지지는 않았지만, 작가 본연의 자아 를 적나라하게 외형으로 드러나게끔 돕는 역할로서 존재한다. 압도적으로 시선을 먼저 사로잡 는 모델의 신체조건이 섭외의 주된 이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설득하기 위해 작업내용을 심 도 깊게 전달하는 것은 오롯이 작가의 몫이다. 섭외 과정을 무사히 거친 이후에도 모델로부터 자신의 내면을 제대로 표현해줄 수 있는 다양한 층위의 감정을 이끌어내기 위해 작가는 오랜 시간을 두고 모델과 소통한다.

작가의 작업노트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성보라는 촬영을 하기 전에 자신이 원하는 분위기의 사 진을 뽑아내기 위한 연출을 위해 다양한 구성을 고민하고 철저하게 계획한다. 우리가 처음 사 회의 일원이 되었을 때 외부의 영향으로부터 오는 혼란스러운 감정들을 표현하기 위해 작가 스스로가 리허설을 거쳐 모델들이 취할 포즈를 준비했다. 그리고 이러한 포즈와 어울리는 인 위적이지 않은 소재의 배경을 엄선하였고, 이는 비전문적인 피사체로부터 나오는 날 것의 표 정과 함께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긴다. 또한 모델을 형성하는 결정적인 요소인 빈티지한 의상 은 옷이라는 요소가 자신을 꾸며서 돋보이게 만들어주는 나 자신의 외형에 집중하게 만드는 수단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에 가장 어울리는 디자인과 소재이다. 그 당시 작가가 품었던 내면 의 이상적인 세계를 내포하고 있는 배경과 이를 표현하는 수단들, 그리고 작가의 여러 복합적 인 감정을 대변하는 모델이 만나 구성되는 적절한 리듬감과 균형감은 이러한 오밀조밀하고 세 심한 과정을 통과한다.

이처럼 성보라는 사진의 기술이나 효과보다는 자신의 화법을 전달하는 것에 더 집중하였는데, 내추럴 컬러 필름을 끼운 수동카메라를 사용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디지털카메라에 비 해 수고스러운 과정이 동반되는 수동카메라를 선택함으로써 작가의 작업은 더 완벽한 프로세 스와 정밀함을 요한다. 이는 상황에 더 집중하고자 하는 시도로서 읽힌다. 이러한 총체적인 과 정을 거쳐 작가와 모델 둘은 비로소 내 외면이 일치한 한 주체로서 존재할 수 있게 된다. 모델 과 관계를 맺으며 작업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작가가 이 십대 초반에 느낀 인간관계에 대한 결 핍을 충족함과 동시에 작가가 사회의 한 일원으로서 존재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살펴볼 수 있 는 계기가 되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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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그녀의 작업이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한 개인의 정체성을 다잡으려는 시도로만 읽힐지 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화가 에드워드 호퍼(Edward Hopper,1882-1967)의 그림에 등장 하는 주로 창 밖을 내다보거나, 무기력한 자세로 턱을 괴고 생각에 빠져있는 여인들을 보며 단 순히 그 여성의 상태나 심리에 대해서만 논하지는 않는다. 화폭에 등장하는 한 개인의 삶의 단 면에는 20세기 미국인의 삶을 특징지을 수 있는 고독한 정서와 고질적인 상실감이라는 사회적 흐름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성보라 또한 보는 이와의 교감을 형성하는 소통수단으로서 사 진을 선택한 만큼 자신의 시선을 보편적인 공감대로 이끌어내려는 노력을 계속해야 할 것이다.

타인의 시선이 차단되었던 그녀의 내면이라는 밀실은 ‘더 룸’이라는 오픈 된 공간을 통해 공 개되었고, 성보라는 그간 해왔던 것처럼 조심스럽고 진중하게 5년간의 기록을 풀어냈다. 정갈 하고 잘 빚어진 그릇이지만, 언제 깨질지 몰라 불완전했던 그녀의 존재가 이 모든 과정을 통 해 더 단단해 졌기를 바란다.

아무도 나를 좋아하지 않아 - 기획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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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리뷰

과연 아무도 그녀를 좋아하지 않았을까 문정원

초가을 해질 녘 작은 방안 모서리에 고개를 떨궈 웅크린 바가지 머리를 한 13살의 아이가 혼잣 말을 한다. ‘아무도 날 좋아하지 않아...’ 바가지 머리의 13살 아이는 슬프고 외롭다.

2014년 8월 25일에서 9월 14일까지 토탈미술관 내 프로젝트 스페이스 더룸에서는 성보라 작 가의 개인전 <아무도 날 좋아하지 않아>전이 열렸다. <아무도 날 좋아하지 않아>는 성보라작가 의 첫 개인전으로 양정선 기획자가 협력했다. <아무도 날 좋아하지 않아>는 작가가 (법적)성인이 된 후, 새로운 사람들과 교류가 시작되면 서 겪는 관계로부터의 불편함과 불안감, 갈등으로 인해 생기는 혼란에 대한 스스로에 대한 질 문에서 시작된 작업이다. 본 전시에서는 지난 5년여간 축적된 20여장의 시리즈 작업 중 선택 된 11장의 사진을 소개했다. 전시장을 들어서면 폭신폭신한 인공매트가 반투명한 전시장의 천장을 통해 들어오는 채광에 따뜻하게 까슬거린다. 고개를 들어 전시장 벽면을 보면 햇살 받은 폭신폭신한 바닥 같은 여성 들의 초상사진이 걸려있다. 정사각 프레임의 사진 속 여성들은 작가가 선택한 그녀들의 의상 처럼, 무광택의 매트한 인화용지처럼 바랜 듯, 물 빠진 듯 ‘날 좋아하지 않는 이’들로 인한 작가 의 감정을 드러낸다. 작가의 분신과도 같은 그녀들의 사진을 조금 더 들여다보면 그녀들은 그 나이 때의 여성들이 추구하는 보편적인 예쁨을 가지고 있지 않다. 또한 그녀들이 입고 있는 옷 역시 조금 시간을 거스른 듯하다. 하지만 보편적 예쁨을 가지지 않은 그녀들과 그녀들이 입은 옷, 작가의 감정이 투영되어 번져 나온 듯한 표정과 몸짓이 너무나도 자연스레 어우러져 도리 어 ‘왜? 아무도 좋아하지 않았을까?’라는 의아의 질문을 던지게 한다. ‘정말 아무도 그녀를 좋아하지 않을까?’ <아무도 날 좋아하지 않아>라는 전시제목에서 나는 정말 관심 받지 못하고 사랑 받지 못해 슬 프고 외로운 사춘기 아이를 떠올렸다. 하지만 성보라 작가의 작품 속 그녀의 분신들에게서는 슬프고 외로운 사춘기 아이의 감정은 느끼지 못했다. 그녀들의 무표정한 표정, 카메라를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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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으로 바라보는 시선, 카메라를 아예 외면하는 몸짓은 ‘이런 나를 좋아하지 않아? 그래 알았 어!’ 라고 담담하고 당당하게 받아들이거나, ‘왜? 이렇게 난 매력적인데, 날 좀 사랑해줘.’라 고 관심을 호소하는 듯도 하다. 또한 오랜 기간 작가가 그녀들과 관계를 맺어 작가의 감정을 이 해시키고 공감시키며 직접 선택한 옷을 입혀 사진을 찍는 행위는 작가가 자기화시킨 그녀들을 통해 본인이 매력적인 존재임을 확인하고 스스로를 사랑하려고 주문을 거는 것 같기도 하다. 본 전시는 11장의 사진 외에 별도의 공간에 작가노트와 드로잉을 함께 전시했다. 이 작은 공 간은 긴 시간 작업을 진행한 작가의 일기장과 마음속을 훔쳐보는 것 같은 재미는 있었지만 섬 세한 작가의 세세하고도 독특한 필체와 드로잉은 사진으로 구성된 주 전시의 집중도를 떨어 뜨렸다 생각한다. <아무도 날 좋아하지 않아>전에는 처음 전시제목만 보고 내가 느낀 사춘기 아이의 슬프고 외로 운 감정은 없었다. 전시장의 폭신폭신한 바닥, 잘 닦인 반투명 지붕에서 들어오는 따뜻한 햇살, 소품사이즈의 정사각형 액자의 따뜻한 조화가 어쩌면 슬프고 외로웠을지 모르는 그 때 작가의 감정을 객관화 또는 성숙시켰을지도 모르겠다. 성보라 작가와 양정선 기획자가 협업한 ‘아무도 날 좋아하지 않아’전은 스스로 관심 받지 못하고 사랑받지 못한다 생각한 그 때의 작가를 불어 내어 작가의 작업이, 작가가 매력적인 존재임을, 관심 받고 있음을 증명시킨 자리라 생각한다.

아무도 나를 좋아하지 않아 -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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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대로의 나로서 살기 위한 시도들 허대찬

작은 방, 작은 사진, 작은 통로, 작은 말소리. 이번 전시는 많은 것들이 작다. 작은 방에 십여 개의 작품이 들어가 있고, 작은 작품 탓에 관람자들은 작품에 바싹 다가가야 한다. 거리를 좁 혀야 작품이 건네는 말이 보인다. 노출된 작품 이외에 또 다른 작가의 말소리를 보려면 고개 를 숙이고 몸을 굽혀 작은 문을 통과해야 한다. 작기 때문에 관람자는 좀 더 작품과 작가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

<아무도 나를 좋아하지 않아.> 왕따나 소외가 크디큰 사회적 문제로 제기되고 있는 오늘날 이 독백은 정말 차갑고 힘들게 다가온다. 제목을 생각하며 전시에 들어서기에 앞서 사람들은 아 마도 그러한 차가움에 대한 대비나 제목의 주인공과 작품에 대한 이해를 위해 가슴속에 따뜻 함을 그러모으고 전시장에 한 발을 디딜지도 모른다. 그런데 들어서는 순간 반전 하나를 마주하게 된다. 의외로 전시장은 차분하고 따뜻하다. 이번 전시는 작품과 공간을 맞추기 위해서 전시장 전체의 모습을 다시 설정했다. 천장의 가림막을 치워 자연광이 들어오게 했고 차가운 금속 바닥 대신 섬유재질의 따뜻한 온도의 바닥판을 깔 았다. 한결 밝아진 공간이기에 작은 사진들은 묻히지 않고 내 눈높이와 비슷한 위치에서 시선 을 맞춰온다. 작은 정방형의 사진 작업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사진의 피사체인 등장인물들은 우선 무표정하 거나 다소 굳어진 표정으로 우리 앞에 등장한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그 표정들은 긴장하거나 처음부터 타인과의 거리를 벌리기 위해 힘을 준, 에너지를 들인 표정이 아니다. 오히려 힘이 풀 려있는 상태의 피사체임을 느낄 수 있다. 긴장 후의 어떤 것, 무언가 묻어두었던 것을 밝히고 나서의 풀어짐이 작품들 사이에서 드러난다. 또한 색이 그렇고 구도가 그렇다. 흔히 이야기하 는 아날로그의 따뜻한 색과 질감이다. 수평구도가 많고 모델의 포즈도 잔뜩 긴장되고 힘이 들 어갔다기 보다는 힘이 빠진, 그래서 에너지준위가 낮은 안정감이 있다. ‘그냥 나는 이래’ 라고 하면서 내어놓은 후의 평온함이다. 이 상태는 외부를 신경쓰지 않은 ‘그냥 나’로서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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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목소리로 낸다는 것. 발화(發話)라는 행위는 생각이 내면에 있을 때와 그 생각이 외부 로 나올 때에는 극적인 차이가 발생한다. 전시에서 제목은 그래서 중요하다. 작가가 관람자에 게 처음 건네는 말이다. 작가의 그 말이 없는 상태에서 사진 작업을 보았다면 그 사진을 보는 관람자들은 그냥 평범한 모델과 평범한 분위기에 이미지 위를 부유하다가 떠났을 것이다. 우 리 주위에서 벌어지는 사건이나 흐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개인적인 작가의 내면에서 시작 된 작업이기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제목을 통한 그 목소리가 다른 이에게 닿았을 때, 그 목소 리가 내 귀에 닿았을 때 의미는 작동한다. 작지만 무거운 한마디, 아무도 나를 좋아하지 않아. 작가가 던진 그 문장에 적어도 그 앞에서 사진을 보는 사람들은 되물을 수 있을 것이다. 왜? 라 고. 그리고 그것은 공감의 첫 걸음일 것이다. 작가의 작품과 전시의 배경 중 하나는 사람을 사람으로 규정하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명제 중 하나인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라는 문장일 것이다. 늘 다른 사람들에 대해 신경쓰고 반응해 야 하는데 이것은 사람을 힘들게도, 기운 낼 수 있게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외부 세계 를 받아들이고 맞추기 위한 많은 노력을 한다. 웃음이라는 표정이 가장 대표적인 방법일 것이 다. 정말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웃음도 있지만 우리가 짓는 대다수의 웃음은 상대를 대하기 위 한 최전선의 인터페이스일 것이다. 그 웃음을 짓기 위해서는 상당한 에너지와 노력이 필요하 다. 웃음을 의식적으로 짓기 위해 우리 얼굴의 표정을 구성하는 80여개의 근육 중 절반에 가까 운 40여개의 근육을 상대적으로 장시간 사용해야 한다. 더군다나 근력이나 지구력 강화 자체 가 어려운 근육이기에 웃어야만 하는 자리에 오랜 시간 참가한 후 얼굴근육이 심히 땡기는 경 험을 쉽게 가질 수 있다. 작가는 우리 외부를 위해 사용하는 그 에너지를 내려놓았다. 그 근육 의 긴장을 푼다는 것, 웃음과 같은 호감어린 모습을 취하지 않는다는 것. 외부로 나아가기 위한 힘을 뺀 존재는 자연스럽게 안으로 방향을 틀어 복귀하게 된다. 작업 그 시점의 이미지는 외부 로의 시선으로부터 이제 내부로 그 눈길을 돌리기 위한 분기점일 것이다. 이제부터 외부에서 의 내가 아닌, 나로서의 내가 무엇인지 알아볼 수 있는 시작지점에 설 수 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전시는 많은 것들이 작으며 또한 전시는 섬세하다. 관람자가 가까이 다 가가게 하기 위해서 작품의 크기는 작게 만들어졌다. 전시의 한 파트인 사진작업들을 보다가 전시공간의 오른편 아래에 열려있는 작은 문으로 시선이 간다. 연필로 작게 무언가 쓰여져 있 는 것을 보기 위해 무릎을 접고 고개를 아래로 내린다. 작가가 쓴 글귀를 읽고, 자연스레 열린 내부 공간 쪽으로 시선을 향하면 작가의 노트, 그리고 벽화의 일부분이 보인다. 사람들은 결국 몸을 더 낮추어 무릎을 꿇고 눈앞의 일부 이미지를 확인하고 펼쳐져 있는 나머지를 확인하기 위해 그 작은 문을 통과해야 한다. 앞서의 사진 전시 공간이 작은 사진을 보기 위해 단지 작품 에 접근하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면 이 좁은 공간에서는 좀 더 고난이도의 몸짓을 행해야 한다. 아무도 나를 좋아하지 않아 -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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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거칠고 투박하지만 좀 더 작가에게 가까운 무언가를 보기 위해서 감수해야 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각각의 두 공간을 감상하기 위해 들여야 하는 노력의 차이를 통해 체감케 해 주는 듯 하다. 동선을 위한 화살표나 텍스트가 없음에도 전시를 보고자 마음먹었다면 관람자들은 그 전시의 끝까지 노력을 하며 따라가고 그 공간이 제공하는 경험을 말 그대로 ‘체험’하게 된다. 외부적 지표는 상대적으로 틈이 보인다. 설치 때 사용되었던 정리되지 않은 지시선이나 무언 가 미묘하게 비뚤어져 걸린듯한 액자들. 완성도에 있어서는 흠이겠지만 오히려 완벽하게 정리 되었다면 전체 공간의 느낌에 어울리지 않게 건조하지는 않았을까 생각되는 기분은 그만큼 이 공간에 많이 젖어들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무도 나를 좋아하지 않아. 왜? 이 문답은 자기 부정의 그것이 아니다. 오히려 ‘왜’ 라고 되물 으며 자신을, 자신의 내면을 찾아나가는 자신을 찾아나가기 위한 시도가 될 수 있다. 있는 그 대로의 나로서 살기 위한 시도. 그 시작 지점, 누군가에게 입을 연 그 공간에서 작가와 관람자 는 그렇게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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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지 못한 전시에 대한 리뷰 백지연

전시장에 도착하자 벽에는 모든 작품이 내려져 있었다. 작가는 쪼그리고 앉아 조그마한 크기 의 작품들을 포장하고 있는 듯 보였다. 텅 빈 전시장이었지만 그녀가 어떤 전시를 했는지 짐작 할 수 있을 만큼 분위기가 달라져 있었다. 전시장 천장에서는 자연광이 내려와 온실 같은 공간 이 펼쳐졌으며 바닥은 카펫을 깔아 따뜻한 느낌이 났다. 전시 제목에서 보여지는 <아무도 나를 좋아하지 않아>라고 읊조리고 있는 모델들에게 혹은 작가 자신에게 이 공간을 선물한 건 아니 었을까? 라는 생각이 잠시 머릿속을 스쳤다.

웹에서 미리 보고 온 자연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작품 속 모델들을 햇살이 드리우 는 전시장 공간 안에 상상해 본다. 그들은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에서 말하는 ‘매력 적’이거나 ‘이쁘다’라고 치부되는 모델상과는 거리가 있다. 하지만 그녀들의 표정과 제스처에 서 웅크림 보다는 이 세상과 단절되어 신경쓰지 않음이 느껴진다. 도시가 아닌 자연이 배경에 되어 더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 수도 혹은 작가의 의도가 모델에 잘 투영된 것일 수도 있겠다.

창고로 쓰였던 공간은 또 다른 전시장으로 바뀌어 있었다. 다행히 이 공간은 철수되지 않아 머 리를 숙이고 안으로 들어가 작품을 마주할 수 있었다. 처음에 보았던 전시장이 모델들을 통해 작가를 내보인 곳이었다면, 사람 한 명 정도 들어갈 수 있을 법한 이 조그마한 공간은 성보라 작가의 내면을 들여다 보기 위한 비밀장소인 듯 보였다. 작가의 손글씨와 작가노트, 드로잉등 을 통해 작가가 사춘기 시절 혹은 지금까지도 겪고 있을 사람들과의 관계 속 갈등이나 혼란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실제 작품이 걸려 있는 것을 보지 못해 많이 아쉬웠지만, 공간만 보고서도 충분히 작가와 기획 자가 애정을 가지고 전시를 꼼꼼히 준비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작가의 솔직함과 담담함 이 묻어나는 작품들이 과연 작가 혼자만의 개인적인 이야기인가를 생각해 본다. ‘피로사회’라 일컬어지는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모든 사람의 내면에 누구나 한 번쯤은 아무도 나를 좋아 해 주지 않음에 상처받고 아파했던 시절이 있지 않았을까? 아무도 나를 좋아하지 않아 -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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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성을 요구하는 긍정사회 박정현

오늘날 세월호 사건을 비롯해 공적 토론의 장에서 투명성만큼 지배적인 화두가 없을 것이다. 여기서 투명성이란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자신의 의견을 표명하고 무제한의 자유와 커뮤니케 이션이 가능해졌다는 의미로 매우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공론장에 올려진 짧은 한편의 글은 이미 모든 연출과 안무가 짜여진 한 장의 이미지처럼 미장센이 제거될 때, 복잡한 해석학적 깊이가 더이상 필요없다. 이렇게 그 의미가 사라질 때 공적 토론에서의 개인적 의식 은 한편의 포르노가 된다. 포르노는 이미지와 눈의 직접적인 접촉이다. 사물의 부정적인 내면 은 떨쳐버린 체 매우 매끈하게 다듬어져 정제된 상태로 보여진다. 비판없는 목소리가 커지게 되면 투명한 사회가 되는 동시에 지옥이 된다.

정보의 자유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한 사회의 투명성은 근원적인 변화의 물결을 만드는 시스템 의 강제성에 의해서 조작된다. 즉 투명성 아래에서 모든 사회적 조작이 가능하고 신속해진다. 또한 동일자와의 연쇄적인 반응이 일어날 때 최대 속도에 도달하며, 다름과 낯섬을 부정하고 저항적인 커뮤니케이션을 배척한다. 이렇게 투명성은 언듯(언뜻) 다양한 사람들의 커뮤니케 이션을 포용하는 듯 하지만, 오히려 타자와 이질적인 것을 제거함으로써 시스템을 안정화 시 키고 가속화 하려고 한다. 그래서 우리 사회에서 요구되는 것은 조금 더 직접적이고 명확한 획 일화, 포르노와 같은 자극적인 시사성인 것이다. 긍정사회에서 일반화된 판정방식은 ‘좋아요’ 이다. 페이스북에는 ‘싫어요’ 버튼이 도입되지 않는다.

긍정사회에서는 우리에게 모든 것이 요구된다. 강하지만 적당한 순간에 부드러워야 하고, 카 리스마가 있지만 헌신적이어야 하며, 부지런하면서도 야심만만하고, 건강하면서도 매력적이 고, 우아하면서도 털털해야 하며, 유혹적이면서도 음탕해야 한다. 남자에 대한 얘기들 속에서 이상적인 여성들은 한마디로 모순적이다. 이에 부흥하듯 모든 주체가 스스로를 광고의 대상으 로 전시 사회가 도래했다. 디지털 사진에서는 모든 부정성이 제거되고, 인간의 얼굴은 시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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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라가 사라진 그쳐 상품 형태를 취한 얼굴이다.

반면 성보라의 작가의 개인전 <아무도 나를 좋아하지 않아 Nobody Likes Me>에서 등장하는 여자 모델들은 다소 풍만한 신체와 화장기 없은(는) 얼굴을 가졌다. 가상의 여신이나 악녀 캐 릭터에 끼워 맞춰졌다기보다는 좀 더 현실에 밀착된 모습으로 그려졌다고 말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하지만 작가를 대변하는 모델로써 참여한 여성들 모두 각자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고, 작가 성보라는 자아를 표상하면서도 동시에 그들에게서의 빛깔을 포착했다. 작품을 진행하는 5년이라는 시간 동안 모델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동일한 것의 내재성을 이끌어낸다. 그래서 육체를 전시한 작품이지만 최적화된 이미지나 전시 대상으로써 사물화된 느낌을 가지지 않는 다. 오히려 우둔해 보이는 모델들이 다소 불안한 눈빛과 불안감은 고유한 형태로써 보여진다. 또한 작가와 다소 거리가 있는 외모를 지닌 모델들은 도리혀(도리여) 순수한 포지티브만 담은 이미지가 되려는 강압에서 벗어나 자유로워 보인다. 그들은 “아무도 나를 좋아하지 않”는 다 는 가능성 조차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따라서 성보라의 이번 개인전에 방문한다면 ‘좋아요’와 같은 취미판단을 위해 오랜 시간 두 고 작품을 감상할 필요는 없다. 11장의 이미지 들은 단순 명료하고 포르노 적이지 않기 때문 이다. 다만 비심미적인 과다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라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의미는 느리 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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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모호한 거리 정효섭

불안과 모호함이 가득한 청소년기를 버티고 나니, 아득하기만 했던 스무 살이라는 숫자는 이 내 현실이 되었다. 나는 스무 살이 되면 마치 차원의 문을 통과하듯 지금까지의 성장통을 내버 리고 훌쩍 뛰어넘을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다 그랬듯, 나는 스무 살의 문턱에서 아무런 준 비도 없이 그저 현실이라는 무게를 한 짐 더 둘러메었다.

성보라의 사진을 보면서 그 때의 울울하고 심란했던 감각들을 다시금 느낀다. 사진 속 인물들 은 새초롬히 잔머리를 쓸어 넘기기도, 잔디 밭에 누워 나른하게 포즈를 취하기도 한다. 카메라 를 적나라하게 응시하기도, 애써 회피하기도 한다. 결국 그들은 아무도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 는 가차없는 이유로 우리에게 먼저 선전포고를 한다. 그래서인지, 그들은 굳이 나를 마주하고 싶진 않아 보인다. 그들이 입은 옷 때문일까. 복고라 치부될 법한 오래된 옷을 입은 그들은 나 완 아무 관련이 없는 사람인양 시간마저 떨어져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렇듯 사진 속 인물들 과 나 사이의 애매모호한 거리감은 그녀의 속내와 깊이 닿아 있기 때문인지, 그리고 그녀가 세 상을 바라보는 거리가 실제로 그러해서인지도 모르겠다.

자연광이 아른거리는 공간에 아담한 나무 액자가 오밀조밀하게 걸려 있다. 그리고 그 한 켠에 는 숨은 듯, 안 숨은 듯 나지막한 문이 빼꼼히 열려 있다. 고개를 한참 숙여 문에 들어서면 한 평도 되지 않는 좁다란 공간의 벽에 그녀가 직접 그린 그림들과 몇 글귀가 보인다. 정제되지 않 은 그림 속에 되려 작가의 진중함과 솔직함이 묻어난다. 또한 작업을 위한 스케치가 담겨 있는 노트에서는 그녀가 조근히 한 걸음씩 내디딘 여정을 훑어 볼 수 있다. 마치 작업을 보다 꼼꼼 하게 볼 수 있는 안경을 선물 받은 느낌이다. 이렇게 그녀는 결코 보여주지 않을 것만 같던 자 신의 속내를 수줍게 고백하듯 전시를 하고 있다.

이미 삼 년이 훌쩍 지나버린 작업을 처음으로 공개하는 자리. 때늦은 시기와 아담한 전시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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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성보라스럽다고 얘기한다면 너무 어폐가 될까. 다 년간 꾸준히 이어왔던 이 작업은 현실 을 마주함에 있어서의 불안함과 모호함, 거기에 따른 성장통을 스스럼없이 안고 가기 위한 연 습의 과정이 아니었나 싶다. 아무도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그들을, 또한 나를 좋아 해주지도 않을 것만 같은 그들을 거듭 바라보며 씨앗처럼 나만의 세계를 견고히 했었던 내 스 무 살의 기억들을 되짚어본다.

아무도 나를 좋아하지 않아 -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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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나를 좋아하지 않아 - 전시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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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tortion 2014.09.25 -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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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가, 기획자 소개

작가

김형식

Hyungsik KIM

Hyungsikkim.studio@gmail.com

1979년 서울 출생

중앙대학교 사진학과 졸업

중앙대학교 사진학과 대학원 수료

나는 사진에 관한 사진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매체가 동시대에 어떤 의미이고,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다. 사진은 일종의

거짓말이라고 생각하고, 매체가 가지는 의미가 계속 변화하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작업은 특별한 의심 없이 사진을 공부하고, 그것으로 작업하고, 생활을 하는 동안에 ‘도대체 내가 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하는 개인적인 질문에서 시작되었다.

스튜디오라는 다중적 의미의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끊임없이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큐레이터

백지연

Jiyeon PAIK

jpaik03@gmail.com

1982년 서울 출생

터프츠 대학교 미술사학과 졸업

홍익대학교 예술기획학과 대학원 재학

예술이 발생하고 일어나는 공간에서의 행복감 때문에 기획자의 길을 걷고 있다.

사람의 몸이 개입되는 퍼포먼스나 음악에 관심이 많아 뉴욕 Tompkins Square Library

Gallery에서 <Lucid Dreaming>이란 제목으로 16명의 신진작가와 함께 전시를 기획했다. 뉴욕의 공공미술 프로젝트 기관인 AiOP(Art in Odd Places)에서 프로그램 코디네이터로 일을하다 한국으로 돌아와 2014년 9월에 개관할 아라리로 미술관 TF Team에서 어시스턴트 큐레이터로 일을 했다. 나만의 시각을 만들어 꿈꾸고 상상할 수 있는 전시를 만들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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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R 0020, C-Print, 40 x 60cm,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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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R 0006, C-Print, 40 x 60cm,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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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타임라인

3월 ∞ The room 3 시작 만남

- 참가자 확인 - 참여작가 프리젠테이션 - 기획자/작가 매칭 (김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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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 김형식 작가 2차 미팅

∞ 김형식 작가 1차 미팅

- 작가 포트폴리오 공유 - 전시 아이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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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 작업 방향에 관한 논의

5월 28

6월 ∞ 김형식 작가 4차 미팅

- 작업/전시 방향에 관한 회의

∞ 김형식 작가 3차 미팅

<한미사진 미술관 – 아티스트 토크> - 작업/전시 방향에 관한 의견 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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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4

∞ 김형식 작가 5차 미팅

- 전시 공간 확인 및 작품 사이즈

8월 ∞ 전화미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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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oom 2014


23 ∞ 작업 진행사항 공유

30

∞ 전시 타이틀 공유

9월 6

∞ 김형식 작가 6차 미팅

∞ 진행 사항 신보슬 선생님 공유 ∞ 계획안 제출

∞ 공간정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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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20 21

∞ 작품 설치

∞ 작업 진행사항 공유

∞ 보도자료, 계획안 작성

∞ 엽서, 현수막 디자인 문의 디자인 : 디오브젝트

∞ 보도자료 1차 배포

∞ 엽서 현수막 2차 시안 수령 ∞ 공간정비 ∞ 공간정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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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엽서, 현수막 최종 시안 수령 ∞ 현수막 제작 발주, 시공

시공업체 : 한알디자인 02.720.9962

∞ 작품 설치 완료 및 전시장 청소 ∞ 보도자료 2차 배포 ∞ 재료 구입

23 24 25

∞ 작품 설치

∞ 인쇄물 배포 및 홍보 ∞ 재료 구입

∞ 오프닝 준비

∞ 전시전경 및 오프닝 촬영

10월 ∞ 김형식 아티스트 토크

∞ 전시종료

5 11 15 16

Distortion - 타임라인

∞ 백지연 기획자 원고 리딩

∞ 전시 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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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블로그 다이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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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oom 2014


2014.05.06 김형식

얼마 전 전시 하나를 오픈하고 나니 주변에서 색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어느 정도 예상하기는 했지만, 의외의 느낌도 든다. 시각적인 부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색감', 혹은 '색채 표현'이라고 말하고, 미술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모노크롬 회화'와 연결하여 설명해 주기도 한다. 사람들에게 작업을 보인다는 것 자체가 흥분되는 일이지만, 이런 반응이 참 재 미있다. 나에게 색이란 참으로 불안정한 것이다. 사실 빨간색은 형광등에서 다르고, 태양 아래서 다르다. 색은 고정될 수 없다. 얼마든지 변할 수 있는 것이고, 하나의 색은 결코 같은 색으로 표현될 수가 없다. 하지만, 사진이라는 매체는 종종 있는 그대로를 고정시키는 것으로 오해 받기 쉬 운 것 같다. 색이란 것이 아무것도 약속할 수 없는 불확실한 것이라는 점에 관심이 간다. 다가올 전시를 구상하면서 많은 생각이 필요할 것 같다.

2014.05.07 백지연

일하는 것을 그만두면 시간이 많을 줄 알았다. 근데 왠 걸? 일하는 동안 토실, 아름답게(?) 쪘었던 살들이 빠질 정도로 열심히 놀고 있다.. 너무 심하게 놀다 보니, 죄책감이 생겨 짝꿍 작가님에게 카톡으로 책을 추천해 달라 했다. 밑에는 김형식 작가님이 추천해준 책 리스트 1.사진의 철학을 위하여 - 빌렘 플루서 2.시뮬라시옹 - 장보드리야르 3.미디어의 이해 - 마셜 맥루언 4.기계복제 시대의 예술제퓸 - 발터 벤야민

제목부터가 방대하다!

Distortion - 블로그 다이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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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권을 차근차근 읽지 못하고 주위 산만하게 여러 책들을 골라놓고 벌려 읽는 스타일인 나는 조금씩, 조금씩 사진의 세계에 입문하고 있다. 그 중, The Room 의 총괄 코디네이터인 정효섭님이 사진 입문서로 추천해준 필립 퍼키스의 <사진 강의노트>를 오늘 맛있게 끝냈다. 차례를 보면 알 수 있듯, ‘연습’과 ‘단상’으로 이루어져있는 필립 퍼키스의 책은 사진을 감상적으로 그리고 철학적으로 편안하게 에세이처럼 읽을 수 있었다. 특 히, 연습 1장이 맘에 들어 밑에 옮겨본다. 연습 1. 바라보기 Looking 전시장에 간다. 눈길을 끄는 사진 앞에 선다. 그것을 5분 동안 바라본다. 사진에 서 눈을 떼지 말아야 한다. 곧, 김형식 작가님과 <사진의 철학을 위하여>를 가지고 미팅을 갖기로 했다. 천경 우 선생님도 김형식 작가님에게 이 책을 추천하셨다고 하니, 나는 완전히 독파해 서 가야 한다는 강한 책임감이!! 책이 예술의 모든 것을 알려주지도 설명해주는 것도 아니지만, 작품을 보는데 있 어 또 다른 이해력을 가져다 준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위의 책들을 읽고 난 후 에 짝꿍 작가님을 만났을 때는 조금 더 그의 작품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기를!

카메라

2014.05.09 김형식

카메라는 뭐 쓰시나요? 사진하는 사람이 흔히 듣게 되는 질문이다. 아마추어 카메라 애호가들은 특히나 좋아하는 질문이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참 의아한 질문일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오히려 참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카메라에 대한 나름의 주장이 생겼다. "카메라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 카메라는 저마다 특성이 있어서 무슨 카메라를 쓰는지를 보면 그 사람이 무슨 작 업을 하는지, 어떤 사진관을 가지고 있고, 성격이 어떤지 짐작할 수 있다. 사람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 견고하고 정확한 것을 중요시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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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oom 2014


즉각적이고 감성적인 사람, 진지하고 인내심 있는 사람 등등 카메라는 그것을 다루는 사람의 많은 부분을 대변한다. 사진가에게 카메라는 화가의 붓과 물감과는 다른 것이다. 카메라는 도구가 아니다. 나는 카메라가 사진가의 ‘얼굴’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달팽이

2014.05.16 김형식

아침 5시.

서울에 도착했다. 전화가 온다. 집이구나. 아, 저 지금 안 들어가요. 이른 시간이라 차가 많지 않다. 자석에 끌리듯 어느새 익숙한 골목길에 들어섰다.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태양, 바람, 바다 모든 것이 풍족한 도시에 있었지만, 형광 불빛이 가득한 지하로 들어가면서 마음이 놓이다니. 괴상하다. 언제부터였을까. 아마도 십 년은 훌쩍 넘은 듯하다. 역시 난 달팽이구나. 달팽이처럼 이걸 등에 짊어지고 내 몸이라고 생각하는 구나. 이것은 스튜디오에 관한 이야기이다. 아니, 오히려 내가 사는 것에 관한 이야기이다. 언젠가부터 한번도 이 곳에서 나가본 적이 없다. 내 몸이 어디에 있든, 난 항상 이 곳에 있다. 몇 번인가. 벗어나보려고 시도해 본 적이 있었다. 매번 실패다. 스튜디오 없이 산다는 건, 바지를 벗고 길거리로 나가 사람을 만나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작업을 하면서 개인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온통 내 이야기이다. 너무 이기적인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Distortion - 블로그 다이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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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이라도 그저 나 혼자인 상태로 거리로 나가보고 싶다.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없음

2014.05.19 김형식

붙잡고 싶었다. 하지만 방법을 몰랐다. 우리가 찍었던 사진에 편지를 적었다. 대답을 들은 건 한참 뒤였다. 미안해. 사진 속에 그 여자는 지금 없어. 그건 내가 아니야. 처음부터 그 안에는 아무도 없었는지도 모른다.

인식

2014.05.21 김형식

예전에 동네에서 소가 도둑 맞으면 그림 잘 그린다는 사람을 찾아가서 도둑놈 꼭 닮은 그림 하나를 얻어다가 동네 어귀에 붙여 놓고 범인을 찾았을 거다. 어쩌다 비슷한 사람이라도 보이면 내내 의심스런 눈길을 보내다가 저 놈이 도둑 놈이네 하고 덮쳤을 거다. 지금 생각해보면 옛날 사람 참 순진했다. 얼마 전 L.A를 갈 일이 생겼다. 지쳐있었는데 태양빛 가득한 도시라니 좋구나. 들뜬 마음으로 공항에 도착했는데 출입국 직원이 내가 의심이 가는지 여권을 들 고 한참을 쳐다본다. 사람 참. 저걸 보고 날 어떻게 안다고 저러나. 언젠가 내가 할아버지가 되고 나 젊을 때에는 여권에 사진이 붙어 있어서, 외국에 가면 그걸 보고 그 사람이 누군지 알아봤지 라고 말하면 동그랗게 눈을 뜨고 의심 하는 손녀딸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역시 매체에 대한 인식은 시대에 의존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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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22 백지연

0313 첫 미팅의 숫자는 좋았다. 짝꿍 작가와의 첫 대면을 쓰지 않으면 왠지 0.이 빠진 숫자들이 존재할 것 같아, 기억을 더듬어 적어본다. 그 날은 약간의 긴장감과 호기심이 한 공간 안에 존재했었다. 손이 시려웠고, 오 렌지색 담요가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다섯 명 작가들의 프리젠테이션 내용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잘 써지지 않는 볼펜으로 수첩에 몇 개 의 단어들과 물음표를 적어 내려갔다. 중심축이 좌측 하단에 쏠려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거기에 비해 보여지는 작품들 은 완벽하게 정돈된 듯한 느낌과 함께 드라이해 보이지만 계속해서 눈에 밟혔다. 처음 작품들과 마주하는 순간, 직감적으로 이 작품들과 전시를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이 그려졌다. 작가에게 질문을 하는 시간, 스튜디오에서 찍은 사진에 관련한 도구들과 작가와 의 상관관계 그리고 Studio Practice 작품들과 스튜디오 밖으로 나와 찍은 사진 들에 대한 질문 등이 이어졌다. 그 후의 짝짓기 시간, 떨려 앉아있기 조차 불편했다. 기획자들과 작가들이 서로 를 마주보고 앉아있는 것 또한 어색하기 그지없었다. 작가들은 자신들의 분신과 같은 작품들을 다 보여주고 난 직후일 테니 기획자들보다 더 떨리는 마음 이었을 까? 최선을 다해 빠른 속도로 짝꿍 작가를 지목했다. 명함을 챙겨오지 않은 나는 짝꿍 작가의 명함만 받아 들고 지갑에 넣은 채 어색하게 인사했다.

2014.05.24 김형식

한편으로 작가는 이기적이다. 작업자는 무언가에 몰입되어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누군가 자신의 행위를 진지하게 봐주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보통의 작업자들은 말하기에 익숙하다. 오늘은 한경은 작가의 '기억의 가소성' 마지막 미팅날이었다. 같이 공부했던 탓에 작업의 시작부터 진행, 그리고 완성될 때까지 가까운 곳에 있었다고 생각했다. 전 시를 마무리하는 시점, 기획자들의 글을 읽으면서 오늘에야 깨달았다. 이 작가는 듣고 있구나.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행동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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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사진을 보고 자기 속 이야기를 한다. 작가는 듣는다. 많이 배운 오늘이다. 누나, 수고했어.

크아~톡

2014.10.20 김형식

그러니까 시작은 이렇습니다. 3월의 어느 날. 낯선 기획자와 만났습니다. 분명. 낯설었는데. 어쩌다 오빠라고 부르기 시작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첫 개인전. 작가는 꼭 새 작업을 전시하고 싶습니다.

밑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처음 해보는 작업은 줄줄이 실패를 했습니다. 손은 파랗거나 빨갛거나를 반복했습니다. 기획자는 유리 공예하는 분을 소개하고 그 분을 통해 결정적인 힌트를 얻게 됩니다. 기획자가 직접 염색을 도와주겠다고 적극 지원하였으나, 다년간의 경험으로 보아 혼자 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았습니다.

기획자는 마음이 급합니다. 작가는 숨이 막힙니다. 기획자는 신경쓰지 말고 작업에 집중하라고 위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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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oom 2014


하지만 말 뿐입니다. 집중은 했지만 그렇다고 결과가 빨리 나오는 건 아니었습니다.

작업이 발전될 때마다, 조금씩 진전될 때마다 기획자와 의견을 나눕니다.

실수였습니다. 이제 스케치를 몇번 했을 뿐인데/ 대빵 큐레이터를 만나자고 합니다. 시간을 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책을 권유하는 방법뿐입니다.

그렇게 이미지 한 장이 나오면 고통스러운 컴퓨터 작업이 시작됩니다.

일단 기획자에게 공개할 수 있을 만큼 밑작업이 끝나면 이미지를 보여주고 의견을 들어봅니다. 진행중인 작업이기 때문에 기획자에게 차분히 글을 쓸 시간 조차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 작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서 한참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기획자는 전화로 메일로 카톡으로 안부를 묻습니다. 사실 원하는 것은 단 하나. 작업 결과. 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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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가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습니다. 정면돌파 말고 다른 방법은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드디어. 1차로 선택된 이미지를 보냅니다. 이제 좀 누울 수 있겠지 라고 생각했습니다.

성급한 판단이었습니다. ...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오로지 이 생각뿐이었습니다.

뭐랄까 가슴이 답답하고 목은 뻣뻣하고 허리는 펴지지 않습니다. 그래도 나름 계획대로 되어 갑니다. 작가는 꾸준히 반항하지만 시키는 건 또 다 합니다. 애써 숨겨보려고 했지만. 문제는 작가가 정상이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었습니다. 말려줄 수 있는 사람은 한 사람뿐 입니다.

전시 일정이 겹치는 바람에... 지방 모텔 방에 몸을 뉘었습니다. 하지만 마음은 더룸 전시장에 있습니다. 전시에 대해 또다시 의논하고 의견을 듣습니다. 버텨야 합니다. 약국에서 비타민제로 칵테일을 만들어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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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oom 2014


지난 팀 전시가 끝나고 이제 우리 차례입니다. 작가와 기획자는 공간을 가지고 고민합니다. 고민 많은 작가. 더 고민 많은 기획자. 밤이고 낮이고 마찬가지입니다.

이리로. 저리로. 똑같은 일을 몇 번째 반복합니다. 아마도 영원히 그럴 것만 같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전시장에 사람들이 오기 시작합니다. 무슨 일... 이시죠? 아! 정말? 오픈입니다.

전시는 끝이 아니라 하나의 과정일 뿐.. 사부의 말이 떠오릅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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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26 백지연

김형식 작가의 스튜디오를 처음 방문한 날짜는 3월 22일이라 적혀있네요. 작가의 스튜디오를 방문한다는 건, 기획자에게 참으로 설레는 일인 것 같습니다. 작업공간을 가는 것만으로, 작업의 기운뿐 아니라 그가 진행하는 과정을 이해하 는데 많은 도움이 되기에. 관심이 가는 작가들에게는 서슴없이 스튜디오를 가보 겠다고 얘기를 하는데요, 김형식 작가는 이런 제가 조금(?) 혹은 많이(?) 부담 스러웠던 것 같아요. 그 이후로도 여러 번 들락날락 했지만, 그는 아직까지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모든 것을 공개한 것 같지는 않아요. 그가 허락한 범위 내에서만 조심스럽게 관 찰하다 오곤 했습니다. 계속되는 작가와 기획자간의 밀당(?)을 하는 중, 작가는 새 작업을 위해 유리를 염색해야 하는 난관에 부딪쳤습니다. 그의 SOS에 유리공예를 전공으로 하는 분 을 소개시켜 드렸고, 그 후에 당당히 그간의 과정을 보여달라 얘기할 수 있었습니 다. 사실, 볼록렌즈를 염색하는 과정도 함께 진행하고 싶었지만, 그의 친절한 거 절을 쿨하게 받아들였습니다. :( 아래는 그가 염색한 볼록렌즈를 가지고 <Distortion> 작업을 찍는 모습을 담은 컷입니다!

어떤 식으로 작업을 하는지, 100번의 설명보다 한 번의 숨죽임으로 보았던 작업 과정이 김형식의 사진에 대해 알아가는데 훨씬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면 작가는 고개를 끄덕일까요? 숨죽임의 시간이 끝난 후, 저의 폭풍 질문이 쏟아졌습니다. (질문의 내용은 너무도 사진의 기본에 대한 내용들이라 여기 적기에 민망하여 옮 기지는 않겠습니다.) 돌아가기 전, 염색한 렌즈 중 맘에드는 초록색 렌즈를 들고왔습니다! (일종의 대 가? 저축?) 물론 작가의 사인과 날짜도 함께 받았답니다. 훗날, 이 초록색 볼록렌즈도 멋지 게 전시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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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oom 2014


2014.11.01 백지연

김형식 작가의 <Distortion> 전시는 2014년 10월 15일에 끝났다. 끝나고 나 면 마음이 편할 줄 알았지만, 더 급급해지는 건 왜 인지 나도 알 수가 없다. 여러 서류들을 정리 하면서, 전시를 만드는 동안 미쳐 몰랐던 내용들이나 사연들이 하 나씩 튀어나와 미안한 마음과 좀 더 신경 썼어야 할 부분들이 자꾸 속을 긁는다. The room이라는 조그마한 공간에 전시를 만들면서 작가와 기획자 둘 만이 아 닌, 생각지도 못했던 여러 사람들의 도움과 마음이 함께 있었다는 것을 이제야 깨 닫게 되니, 난 참 둔한 기획자였구나 라는 생각이 들 뿐이다. 김형식 작가는 더룸의 마지막 전시인 정영돈 작가의 전시 <환기;환기>전의 오프 닝을 핸드폰 카메라로 찍어 단체 카톡으로 보내기도 하고, 작가와의 대화시간의 과정 또한 사진으로 찍어 남겨주고 있다. 작가의 말로는 "영돈 작가와 박정현 기 획자가 독특하고 재미있어서 찍는거야"라고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닐 거라는 생각 이 든다. 이 와중에 듣고 있는 곡은 Rock With You

Distortion - 블로그 다이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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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작가 서문

Distortion 김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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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oom 2014


나는 사진에 관한 사진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은 무언가를 반영한다. 하지만 선택된 일부분을 보여줄 뿐이다. 그리고 어떠한 방식으로 든 현실을 변형하거나 왜곡시킨다. 우리는 사진 이미지를 통해서 세상을 본다. 그러나 우리가 보는 것은 현실이 아니라 또 다른 세계이다.

그것은 일종의 환상이다. 하지만 단순한 허구나 가상을 넘어서, 보다 복잡하고 보다 강렬한 새 로운 의미의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Distortion - 작가 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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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기획의 글

실험실 속 렌즈보기 백지연

전 국민이 사진가다. 핸드폰에 사진기라는 기능이 당연시되기 시작하면서 일인 한 개 이상의 카메라를 모든 이들이 가지고 살고 있다. 사람들은 SNS를 통해 자신이 찍은 이미지를 배포하 며 여러가지 용도로 대화를 한다. 최근에는 셀카봉이라는 도구까지 널리 퍼지면서 개인뿐만이 아닌 단체의 풍경까지 담기 바쁘다. 이렇듯, 수많은 이미지를 생산하고 소비하며 살아가고 있 는 가운데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사진이 만들어내는 이미지에 대해 혹은 매체에 대해 비판적으 로 수용하며 살고 있을까?

김형식의 작품은 위의 질문에 대해 사유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준다. 사진작가가 자신이 사 용하는 재료인(medium) 사진 매체에 대한 의구심을 주제로 작업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재미 있는 일이면서도 한편으론 어렵고 따분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작가는 스튜디오 안에서 그만 이 보여줄 수 있는 세련된 감각과 논리적인 방법으로 실험하듯 작품을 만들어 낸다. 그의 예전 작품인 Studio Practice 시리즈를 살펴보면, 작가는 창문의 일부분에 색이 들어가 있는 네모 나거나 동그란 형태의 셀로판지를 고정한다. 그리고 난 후, 창을 통해 비치는 스튜디오 풍경을 보여줌으로써 사진이 현실을 재현할 수 없으며 찍는 이의 관념이 들어간 매체라고 보여주고 있다. 이렇듯, 사진에 대한 이야기를 지속해서 해온 김형식은 이번 첫 개인전인 <Distortion> 전시를 통해 매체와 미디어가 가지고 있는 ‘왜곡성’에 초점을 맞추어 그가 풀어낸 공간을 경험 할 수 있다. 새하얀 벽면에 차가운 소재의 바닥은 작가가 사흘에 걸쳐 칠하고 닦아낸 결과물이 다. 마치 그의 스튜디오를 옮겨놓은 듯한 공간의 정 중앙에는(실제로 작가는 전시장 바닥의 가 로 세로를 자로 재어 한가운데 지점을 테이프로 X자 표시해 놓았다) 사진가들이 쓰는 포징체 어(posing chair)와 렌즈(lens), 삼각대(tripod), 해비클렘프(heavy clamp)로 구성된 도구 가 작가의 의도에 맞게 재설치되어 놓여 있다. Red Lens Setting 001은 사진이라는 대상을 위해 쓰였던 재료들이 전시장 안으로 들어와 원래 속해있던 익숙한 맥락에서 벗어남으로써 사 진 도구의 존재와 매체의 ‘왜곡’에 대해 관객들이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든 설치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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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oom 2014


관객들은 붉은 볼록렌즈를 통해 서로를 투명하게 보는 것이 아닌 필터링 된 붉은 이미지 혹은 붉은 공간과 마주하게 되며, 서로를 변형되고 왜곡된 모습으로 바라본다. 이러한 관객 참여는 이미지를 바라보는 관객의 사유와 시선을 확장하도록 도우며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의미를 입 체적으로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

설치에서 보이는 볼록렌즈는 전시장에 걸려있는 듀얼 프레임인 딥틱(diptych)과 트립틱(triptych)에서도 등장한다. 사진이 가지고 있는 외부적으로 보이는 특징 중 가장 확연히 들어나 보 이는 부분은 ‘랜즈’일 것이다. 어떠한 것을 통해 들여다 본다는 것은 그 오브제가 지니고 있는 물질로서의 특징뿐 아니라 개인적, 사회적, 정치적인 관념이 드러날 수 밖에 없는 변형된 그 무엇이다. 그렇기 때문에, 김형식은 붉은색과 녹색의 안료를 직접 렌즈에 염색하여 그것을 통 해 유명 사진을 바라보는 왜곡된 모습들(시각적이거나 맥락적인 뒤틀림)을 사진에 담았다. 작 가가 선택한 두 장의 흑백 이미지는 조 로젠탈 (Joe Rosenthal, 1911-2006)의 Rising the Flag on Iwo Jima와 로버트 잭슨 (Robert H. Jackson, 1892-1954)의 Fired in Anger: Lee Harvey Oswald .. is shot by Jack Ruby다. 두 이미지 모두 퓰리처상(Pulitzer Prize) 을 받은 사진으로 포토저널리즘을 대표한다. AP(Associated Press) 통신원이던 조 로젠탈 (Jo Rosenthal)이 찍은 사진은 1945년 세계 이차대전 미군의 격전 끝에 일본의 이오지마 섬 을 손에 넣은 후, 수라바치 산에 성조기를 꽂는 모습을 포착한 보도사진이다. 또 다른 사진은 1963년 케네디를 암살한 용의자 리 하비 오즈월드(Lee Harvey Oswald)가 재판을 받기 위해 가던 중 잭 루비(Jack Leon Ruby)에게 총을 맞는 장면이다. 이 두 점의 사진은 연출됨 혹은 여러 루머를 가지고 있기로 유명하기도 하지만, 작가는 이러한 점과는 상관없이 사실을 전달 하는 보도사진이 진실의 여부를 증명하고 기록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품고 작업을 시작했 다. 그렇기에 염색된 붉은 렌즈와 녹색 렌즈는 보도사진위에서 줌인(zoom in) 줌아웃(zoom out) 되어 사각의 흑백 배경 속에 동그란 붉은 렌즈가 또렷이 드러나기도 혹은 뒤틀려진 오스 왈드(Lee Harvey Oswald)의 얼굴만이 강조되어 보이기도 한다. 흑백사진의 내용을 알고 있 다 해도 뒤틀려져 색이 들어가 있는 이미지만을 보았을 때는 그 사진의 출처(origin)를 알아 채기 쉽지 않을 것이다. 또한, 사각 프레임 속 볼록렌즈의 출현은 관객과 이미지 사이에 ‘거리 두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마치 당신이 보는 것은 ‘사진’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환기시키 듯 말이다. 작가의 말은 단순명쾌하다. 사진은 세계의 거울과 창이 아닌 그것의 변형이고 왜곡이 다. 전달하려는 말은 직선적이지만 김형식의 사진에 계속 눈이 가는 건 매체가 가지고 있는 왜 곡성에 대한 이야기를 사진으로 풀고 있다는 모순적으로 들리면서도 논리적으로 설명되는 그 의 사진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세련된 구조와 색감, 그리고 이미지들 간의 율동감을 감각적 으로 살릴 수 있는 본능이 작가에게 있기 때문일 테다. 사진을 보고 있지만, 그 안에서 카메라 Distortion - 기획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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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들이대고 리드미컬하게 움직이는 작가를 상상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지의 역동성과는 다 르게 사진의 제목은 건조하다. ‘IWG’와 ‘OSR’로 시작되어 언더바 그리고 숫자 네 자리로 조 합(<IWG_0024>, <OSR_0020>)돼 있는 기호 같은 제목은 작품과의 상관관계를 찾아내려 해 봐도 알 수가 없다. 작가는 이미지를 구별하기 위한 디지털카메라의 기본 세팅을 타이틀로 표 현함으로써 제목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한정된 이미지 보기를 넓히고자 했다.

사람들은 그의 잘빠진 이미지만을 보고 스튜디오 안에서 쉽고 쿨하게 카메라의 셔터만을 누를 거라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김형식의 작업 과정을 지켜본 사람이라면 그가 누구보다도 스튜디오 안에서 수많은 시간을 치열하고 끈질기게 작업을 진행해 나간다는 걸 알 수 있을 것 이다. 실제로 이번 전시를 위해 렌즈를 염색하는 과정만 수개월의 시간을 보냈으며 다섯 점의 이미지를 위해 찍어낸 사진의 수와 수정의 과정은 끝없이 계속되었었다. 작가에게 매번 작품 의 이미지를 받기 위해 연락을 취할 때마다 그는 그가 원하는 완성도에 다다르지 못했다는 이 유하에 거절하곤 했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그의 이미지를 받고 액자 된 작품을 보았을 때는 모든 거절의 이유가 다 납득이 될 수 있었다. 지금도 실험실같은 하얀 스튜디오 안에서 검은 진 을 입고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고 있을 그를 응원하며 사진에 대한 이야기를 가장 세련되고 영 리하게 풀어내는 그의 다음 작품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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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tortion - 기획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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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리뷰

나도 결국 보고 싶은 것만 본다 문정원

SNS를 보다 ‘맞아!’라며 보던 화면을 캡쳐했었다. 언론조작에 관한 그림이었다. 김형식 작가 와 백지연 기획자의 <DISTORTION>전시를 본 후 제일 먼저 떠올랐던 이미지다. 2014년 9월 25일에서 10월 15일까지 토탈미술관 내 프로젝트 스페이스 더 룸에서는 백지연 기획의 김형 식 작가의 첫 개인전 <DISTORTION>개최 되었다. <DISTORTION>은 미디어 혹은 사진이 세상의 일부만을 그리며 변형을 가한다는 점에 착안 하여 사진이라는 매체의 ‘왜곡’에 관한 작가의 시각을 두 점의 사진작품과 한 점의 설치물을 전시했다. <DISTORTION>은 어떤 루머를 가진 원본 사진을 작가가 직접 염색한 볼록렌즈를 통해 들여다 보고 렌즈를 통해 왜곡된 이미지를 촬영하여 제작한 작품이다. 작가는 “우리는 미 디어 혹은 이미지를 통해서 세상을 본다. 하지만 우리가 보는 것은 현실이 아니라 또 다른 세 계다. 그것은 일종의 환상이다.”라고 말했다. 이미지를 내가 선택해서 보는 것일까? 선택된 이 미지를 내가 보는 것일까? 전자이든 후자이든 결국 나의 눈을 통해 본 이미지는 내 사고에 의 해 또 한번 편집되고 조작되고 왜곡해 기억한다. 어차피 개인에 의해 조작되고 왜곡되고 편집되어 기억 될 이미지는 어떻게 무엇을 말해야하는 것일까? 한때 사실로 진실로 작용했던 사진은, 그것을 기억하는 나는 무엇을 사실로, 진실로 기억하고 있는 것일까? 작가든, 미디어든 그 무엇인가를 통해 이미 편집된 이미지, 사진에서 나는 어떻게 무엇을 보아야 하는 것일까? 작가는 보여주고 싶은 것을 보여주고 관람자는 보고 싶은 것을 볼 것이다. 나는 작가가 보여 주 고 싶었던 것을, 관람자가 미처 보지 못한 것을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나는 여전히 내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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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tortion -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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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에서 전달하는 왜곡에 대한 보고서 허대찬

매체는 투명하지 않다. 많은 매체이론가들이 언급했으며 우리들은 경험으로써 이를 알고 있다. 사랑에 대한 고백을 예로 들어보자. 그 내용이 직접 말로써, 혹은 편지를 통해, 카카오톡을 통 해 전달되었을 때 수신자가 전달받는 내용에는 엄청난 차이가 존재한다. 같은 내용이라도 티 비 뉴스코너에서 다루어졌는가, 신문에서 다루어졌는가, 트위터에서 다루어졌는가라던지, 말 로 전해지거나 편지로 전해지는 것에 따라 받아들이는 사람의 해석은 분명 다르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진이 가지는 위치는 미묘하다. 사진이 기록되는 과정 자체는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은 균일하고 객관적이다. 그런데 기록된 것을 가공하는 과정은 지독하게 개입이 들어 간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사진을 객관적이고 무언가를 담보하는 증거로서 사용하는 동시에 어떠한 내용을 왜곡하고 심지어 창조할 수 있는 매체로서 인식하고 이용하고 있다. 더더군다 나 사진은 생활 전반을 통틀어 거의 모든 매체에서 함께 이용된다. 작가는 이러한 사진이 지니 는 범용성과 불투명한 속성에 대한 관심을 토대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작가는 사진이 무언 가를 전달함에 있어 투명하지 않음이라는 사실, 과정상에 반드시 왜곡- 확대나 축소 등의 시각 적 변형, 그리고 맥락적이고 의미적인 변형-이 있음을 시각화하여 이를 이번 전시 'Distortion' 을 통해, 사진으로서 전달하고 있다.

전시는 크게 마주하고 있는 두 사건에 대한 사진이미지, 그리고 가운데 위치한 이미지 왜곡 기 계로 구성되어 있다. 작가는 피사체로서 기존에 존재하는 사진작품을 선택했다. 우선, 마주한 두 사진은 모두 퓰리처상을 받았던 사진들이며 당대 서구 역사에서 가장 유명하고 관심을 받 았던 사건에 대한 사진들이다. 하나는 1963년 케네디 암살 사건이 발생 후 암살 용의자인 리 하비 오즈월드(Lee Harvey Oswald)가 체포되고 이틀 뒤 재판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던 중 잭 루비(Jack Leon Ruby)에게 총에 맞는 순간의 장면이다. 이는 당시 댈러스 타임즈 헤럴 드지의 사진기자였던 로버트 H. 잭슨(Robert H. Jackson)이 촬영했으며 이듬해 1964년 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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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상 사진 부문을 수상하였다. 맞은편의 사진은 태평양 전쟁에 대한 사진 중 가장 유명한 사 진 중 하나일 것이다. 이오지마 전투때 촬영된 수리바치산 정상에 성조기를 꽂는 순간의 장면 인 <Raising the flag on Iwojima>, 통칭 <아버지의 깃발>은 AP통신(Associated Press)의 기자였던 조 로렌탈(Joe Rosenthal)이 1945년 종군 현장이었던 아오지마섬에서 촬영한 것으 로 이 사진 역시 1945년 퓰리처상 사진 부문을 수상했다.

마주보는 두 이미지는 세계사의 중요한 장면이자 그 중요성을 ‘퓰리처’라는 권위 있는 시스템 에서 입증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동시에 그 맥락은 상이하다. 잭슨의 사진은 오즈월드에 대한 총격 자체에 대한 기록으로 이미지를 만드는 자의 개입이 없는 스트레이트한 사진이다. 하지만 로렌탈의 사진은 성조기 계양 행위를 더욱 드라마틱하게 보이기 위해서 첫 촬영 후 보 다 큰 성조기로 바꾸어 두 번째로 촬영한, 즉 연출이 들어간 사진이다. 게다가 승리의 아이콘 으로 알려진 이 장면은 당시 알려진대로 전투 종결 후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성조기를 고지에 꽂는 시점이 아니었다. 이 계양식은 작전에 참여한 미군 11만명 중 6,821명, 일본군 21,000명 중 20,784명이 사망한 이오지마 전투의 전반부, 즉 섬에서 가장 높은 수리바치 산을 점령했던, 전체전투의 서곡이었을 뿐이다. 심지어 국기를 계양했던 제 28해병연대 소속 이지중대는 중대 원 250명 중 27명만이 살아서 미국땅을 밟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비극적 사진은 미국과 미군 에 대한 우수함과 전쟁의 당위성을 위한 선전이미지로 널리 활용되었다.

한편 다큐멘터리 사진, 또는 세계사에 대해 관심이 덜한 사람들이 보는 각 이미지들은 미지 그 자체이다. 내용과 맥락을 모르는 상태에서 색렌즈에 의한 색과 형태의 이그러짐에 의한 효과 와 더불어 또 다른 사진에서의 기법, 크롭(crop)이 작동한다. 이 크롭된 이미지들은 왜곡된 원 본 사진 양 옆에 위치하면서 맥락의 변주를 가속화한다. 이미지의 내용을 모르는 사람들이 본 다면 오즈월드와 양 옆의 연방보안관의 신체적 표현은 과장되어 우스꽝스럽게 보이는, 고통이 나 경악과 같은 부정적 감정은 온데간데없는 마치 슬립스틱 코메디를 행하고 있는 것처럼 읽 을 수도 있다. 총은 발사하는 순간이 아니라 이를 감싸쥐는 모습처럼 보인다. 성조기를 계양하 는 장면을 잘라낸 이미지는 만세를 부르는 것 같기도 하다. 존재했던 피사체와 사건은 기록이 마무리된 사진 페이퍼에 개입한 행위에 의해 전혀 다르게 재단된다.

마지막 요소로 작가는 색렌즈를 확대경(Loupe)로서 가져다 놓았다. 하지만 렌즈와 관찰자의 눈 사이의 정간거리나 표준명시거리가 주어지지 않고 곡률이 정교하게 다루어지지 않은 렌즈 는 확대와 더불어 주변부에 비쳐지는 환경에 대해 강한 왜곡 효과를 가지고 온다. 다만 이 왜곡 기계는 이것이 설치되어 사용된 사진 내에서는 왜곡을 위한 한 층의 레이어로써 작동했지만 이 Distortion -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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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이 실제 공간에 설치되었을 때에는 ‘왜곡체 - 사진’이라는 관계를 넘어 거리, 다양한 피사체 등 여러가지 다른 요소들로 인해 원래의 의도와는 다르게 읽힐 수 있다는 문제점이 존재한다.

작가는 매체가 가지는 불투명성을 ‘Distortion’으로서 제시했다. 시각적인 이그러짐이기도 하 고, 내용적인 왜곡이기도 한 이 단어를 색을 가진 렌즈로 시각화하여 유명 사진 위에 겹쳐 보 여주고 있다. 작가가 색렌즈를 통해 제시하는 왜곡된 이미지는 이미지를 잘 알지 못했던 사람 에게는 시각적 왜곡을, 이미지가 가진 맥락을 알고 있는 사람에게는 촬영되고 이용될 때의 맥 락적 왜곡이라는 두 가지 성질의 왜곡을 함께 드러낸다. 단지 ‘사진이라는 매체가 투명하지 않 다’라는 사실을 전달하는 것을 넘어 왜곡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다양한 레이어에 대해, 그리고 ‘왜곡’ 자체에 대한 가치판단을 떠나 왜곡이라는 현상을 통해 사진이라는 매체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강력한 서사성과 구성력, 전달력이라는 가능성을 다시 한번 환기하고 있다. 작가의 사진은 스튜디오라는 세밀하게 조율 가능한 환경, 즉 실험실에서 피사체라는 시료를 신중히 선정하고, 조명과 사진기라는 실험기기를 사용하여, 만들어진 이미지라는 자료를 분석하고 해 석하여 도출된 작품이라는 정리되고 집약된 연구 결과처럼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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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tortion -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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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숨고 사진만 남다 양정선

조그만 암실에서 숨죽인 채로 인화지를 용액에 담근 뒤, 타이머에 의지한 채 상이 떠오르는 것 을 지켜보며 흑백사진을 만들어 내던 순간이 나에게도 있었다. 암등의 불빛 아래 사진과 느리 게 호흡하던 신성하리만큼 정교했던 순간들은 정처 없는 시간의 흐름 속에 흐릿한 추억이 되 어가고 있지만, 내 멋대로 자른 인화지 안에 담긴 나만의 시선들이 고스란히 남아있어 가끔 그 때의 기억을 들춰보고는 한다.

컴퓨터 기술에 힘입은 디지털화는 번거로운 수동카메라 사용과 암실에서의 수고스러운 과정 대신에 손가락질 몇 번으로도 이미지들을 쏟아내며, 빠르게 급변하는 세상에 속도를 맞추지 못 하는 아날로그 시스템을 서서히 잠식했다. 이러한 변화에 암실은 물론 필름회사도 다 규모가 축소되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인터넷을 통해 우후죽순으로 확산되는 디지털 이미지들의 허위 와 환상에 진실은 가리워지고, 어쩌면 우리는 이미지의 홍수가 아닌, 단 한 번의 공감이나 감 동도 느끼기 어려운 이미지의 결핍 안에 살고 있다.

스튜디오를 방불케 하는, 깔끔하게 정리된 전시장에 들어서니 김형식이 마련한 의자와 붉은 렌즈가 걸린 스탠드가 놓여있다. 마주보게끔 설정되어 있는 의자에 전시를 관람하러 온 지인 과 앉아 보았다. 염색된 붉은 볼록 렌즈를 서로 들여다보니, 각도에 따라 극적으로 부각되는 상대방의 이목구비가 담긴 그 형체가 우스꽝스럽다. 한참을 깔깔대다 서로의 뭉뚱그려진 모습 을 휴대폰 사진기에 담아 전달했다. 그렇게 스탠드에 달린 렌즈는 이리저리 움직여지며 전시 장 안 풍경을 왜곡되게 담다가 붉은 색감에 뒤덮인 <OSR 0020> 작업을 향했다. 일그러진 오 스왈드의 형상이 담긴 사진이 내 손에 쥐어진 붉은 볼록렌즈를 통해 다시 한 번 왜곡되어 변형 된 모습으로 시선을 유도한다. 재현마저 왜곡되는 순간인 것이다.

작가는 염색된 볼록 렌즈라는 수단을 통해 우리가 보는 것은 사진이지 진실이 아닐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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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사실을 전달한다. 역사적인 사건들을 포착한 사진에 볼록 렌즈를 덧대어 흐릿하고 일그러 진 형상을 담아 촬영하지만, 동시에 사진이 보여주는 것은 어떠한 진실이 가진 일부만일지도 모른다는 관찰자로서의 시선을 드러낸다. 사진의 왜곡이 가져다 주는 위험은 형태나 기술적인 부분만이 아니라 그 사진에 포함되어 있는 내용 또한 빈번하게 언급되어왔다. 작가는 1945년 세계 이차대전 당시에 미군이 이오지마 섬에 성조기를 꽂는 모습, 캐네디 암살자로 지목된 리 하비 오스왈드(Lee Harvey Oswald)가 총에 맞는 장면을 포착한 사진들을 선택함으로써 역 사적 사실을 품고 있는 사진의 왜곡은 경계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일러준다. 진실과 거짓 의 경계가 더욱 모호해져 가는 시대에 그의 고민은 보편적이면서도 절박하다.

이처럼 김형식은 사진 매체에 대한 질문과 관찰의 연장선으로 스튜디오 일부와 도구들을 전시 장 안으로 가져왔고, 직접 체험하게 함으로써 사진이 가진 모순적인 성질에 대해 스스로 되새 겨보도록 구성했다. 아마 사진이 주는 왜곡에 익숙한 우리는 붉은 렌즈 뒤 오스왈드의 일그러 진 형상을 보면서도 우리 망막에 맺힌 상이 아니라 이미 우리에게 주입된 오스왈드의 모습을 동시에 그려 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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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tortion Field(왜곡장) 박정현

김형식 작가는 이미지를 포함한 미디어를 통해 본 세상이 또 그대로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 는 점에서 정보의 <왜곡 (Distortion)>성을 지적한다. 가속화되는 매체의 발달은 패러다임의 근본적인 전환을 온전히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정보를 전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의식적인 결정 이전의 영역에서 우리의 행동 방식과 지각, 감정, 사고, 사회생활이 결정적으로 변화되고 있으며, 내밀한 영적이 공적으로 전시되고 사적인 것이 공개되어 사적 공간을 적절하게 거리두 기가 어려워 졌다. 게다가 디지털이라는 현존의 매체를 통해서 전달되므로 즉각적인 현재를 본 질로 한다. 중요한 특징은 어떠한 중개자의 매개도 거치지 않고 생산되는 정보라는 점이다. 자 기 의견을 어떤 중개자도 통하지 않고 직접 전달하며, 발표에의 동참을 가지고 온다. 이렇게 참 여의 강박으로 시작한 선별되지 않은 왜곡된 정보는 정선된 정보의 대표의 위헙할 수 있다. 사 물에 대한 사람들의 경험과 기억은 하나의 물리적 공간에서 공진하면서 실재를 다양한 파형으 로 왜곡시킨다. 이렇게 사람들이 하나의 사물이나 사건에 대해 서로 다른 견해를 갖고 서로 다 르게 반응하게 되는 것은 매체의 급진적인 발달과 경험과 기억에 대한 기술적 오류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현상의 지각에 대한 왜곡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또한 예술에 대 한 해석의 다양성은 여기에서 탄생한다면, 이것을 왜곡장으로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카메라 앵글을 통해 촬영된 사진은 목격자의 입장에서 객관적인 대상이 되느냐의 질문은 더 이 상 중요하지 않다. 대상을 촬영하는 긴 과정동안에 실재하는 대상이 반영된다손 치더라도, 작 가의 스튜디오 안에서 다시한번 재 창조된 이미지는 어느것이 가상이고 실재인지 구분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가 김형식의 전시방식은 이색적이다. 그는 더 룸 공간 전체를 <왜곡 >을 창조하는 스튜디오의 형상을 채택한다. 기록성과 재현성을 표상하는 한 스튜디오의 스탠 드와 의자들 그리고 한 켠에 걸린 정갈한 딥틱과 트립틱의 사진 액자와는 달리 작가는 왜곡에 주목한 것일까. 김형식에게 왜곡의 파형을 의식적으로 통제하는 것에서 그 이미지의 참신함을 찾을 수 있다고 정의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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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식의 정갈한 액자에서 마주한 사진은 두가지의 순간을 크롭(crop) 기법으로 배치했다. 두 순간 모두 모두 당대 서구 역사에서 중요한 순간을 포착하였고, 권위있는 ‘퓰리처’상을 수 상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하나는 타임즈 헤럴드지의 사진기자였던 로버트 H. 잭슨(Robert H. Jackson)가 촬영한 것으로 1963년 케네디 암살 용의자인 리 하비 오즈월드(Lee Harvey Oswald)가 재판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던 중 잭 루비(Jack Leon Ruby)에게 총에 맞 는 순간의 장면이다. 다른 하나는 AP통신(Associated Press)의 기자였던 조 로렌탈(Joe Rosenthal)이 1945년 종군 현장이었던 아오지마섬에서 촬영한 것으로 수리바치산 정상에 성 조기를 꽂는 순간의 장면이다. 하지만 세계사적 맥락을 배제한체 다소 잘려진(crop) 정보를 받아드린다면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오즈월드와 루비는 사진의 양 옆에 위치해 고통이란 집 어던지고 우수꽝 스러운 표정으로 대치해 있으며, 붉은 톤으로 이그러지게 변형된 성조기 계 양 장면은 마치 만세를 부르는 것 같기도 하다.

예술의 역할은 더욱 복합적으로 구성된 피드백 시스템들을 갖추어, 작품의 관객이 보다 적극 적인 참여자가 되고, 나아가 작품의 보급과 그가 주는 경험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작품들 을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각자 다른 파형의 중심에 서 있는 관람자 및 비평가들은 전시를 관람한 후 작품에 대한 아이디어를 나누고 토론하면서 새로운 왜곡장을 형성해낸다. 즉, 하나 의 공감대를 구하기 위해 모인 것이 아니라 각자의 자기 주장을 통해 파열하는 의미공간을 생 성하고 그것을 기록한 결과물이 작품인 것이다. 나는 이를 그룹이나 장소, 상황이 만들어 내 는 생산적 창조성(scenius)으로 정의하고자 한다. 김형식은 이어 유색렌즈를 확대경으로 설치 했다. 이는 관람자들에게 작가에 의해서 임의로 왜곡된 사진을 한층 더 왜곡해서 보여주는 레 이어로써 작용한다. 그래서 김형식 작가의 <왜곡>전시는 작가에 의해 주어진 정보에 대한 왜 곡 자체의 가치판단에 머물지 않고, <왜곡장(Distortion Field) 안에서의 왜곡(Distortion)> 를 지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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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인가, 거울인가? 정효섭

사진을 갓 배우던 시절, 선배들의 장난기 섞인 물음을 나는 아직 기억하고 있다. 후배들이 쪼 롬히 앉아 선배가 기울이는 술잔을 받으며 저마다 창이요, 거울이요, 이유는 무엇인지 차례로 대답하고 있었다. 지금이라면 그 질문에 섣불리 대답하지 않았겠지만, 무지하던 그 때는 소신 있게 대답하는 게 중요한 거라 여기며 “거울입니다!”라고 대답했던 것 같다. “카메라를 통해 바라보는 것은 제 자신을 바로 볼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라는 허언증 같은 이유를 덧붙이기 도 했다. 예상했던 대로 그에 대한 답변은 깔밋한 소주 원 샷이었다. 질문에 정답은 없다. 창을 너머 바라보는 것처럼 목격자의 입장으로 대상들과의 거리를 유지 하는 것. 혹은 거울에 반사되는 자신을 보듯, 대상과의 거리를 좁혀나가며 교집합의 지점을 찾 는 것. 이는 사실 둘로 나눠 단정 지을 수 없는 사진의 기본 속성이다. 실재하는 대상을 촬영 하는 과정 끝에 사진 속의 대상은 나 자신을 반영한다. 고로 사진은 창이며, 거울이다. 거기엔 단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김형식 작가는 자신만의 공간이자, 사진만을 위한 공간인 스 튜디오에서 두 경계를 실험한다. 스튜디오 안에서, 창이나 거울에 색상 필터를 붙여 촬영한 <Studio Practice> 시리즈의 이미 지들을 넘겨 보면 사실 어느 이미지가 창이고 거울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여기서 이미 그의 답 변이 어떨지 조금은 짐작이 간다. 군더더기 없이 철두철미한, 정말이지 스튜디오스러운 사진 이미지는 필터를 통해 인지하는 창과 거울을 뒤섞어 모호하게 만들고 있다. 이렇게 그는 고리 타분하다고 느껴질 법한 사진의 문법들을 예술로 끌어들인다. 작가는 이번 더 룸 전시를 위해 꼬박 사흘에 걸쳐 전시장을 정리’만’ 했다. 페인트 칠을 덧입히 고 내부 벽면을 매끈하게 만들고 심지어 바닥의 자잘한 얼룩들까지 닦아냈다. 또 다른 사진 얘 기인 <Distortion> 시리즈를 꺼내 보이기 위해 아예 전시장을 스튜디오로 만들어버릴 작정이 었다. 정갈하게 맞아 떨어지는 딥틱과 트립틱의 사진액자 사이에 흔히 스튜디오에서 볼 수 있 는 스탠드와 의자들까지. 이제는 사진에서 공간까지 스튜디오스럽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공간인 스튜디오에서 창과 거울을 넘나들며 작업한 그는 사진의 또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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른 키워드로 “왜곡”을 꼽았다. 촬영자의 주체에 따라, 그리고 수용자의 입장에 따라, 또한 시 간에 따라 왜곡을 일으키는 사진 이미지는 계속해서 변형을 일으킨다. 그 때는 참이었던 게 지 금은 거짓이 되고, 누군가는 참일지라도 또 다른 누구에겐 거짓이 되는 것. 금새 이미지에 대 한 보편적인 담론으로 자리잡은 왜곡의 성질은 끊임없이 사진의 사실성이라는 전제와 갑론을 박을 벌이고 있다. 작가는 사진 이미지에 볼록 렌즈를 들이대어 왜곡에 대한 실험을 한다. 평면의 이미지는 볼록 렌즈를 거치면서 휘어지고 뭉뚱그려진다. 이 과정 속에서 실재 이미지의 대상은 왜곡되어 흐려 지거나, 보이지 않는다. 볼록 렌즈를 통해 오스왈드를 저격한 잭 루비의 권총이 가리워지거나, 오스왈드의 얼굴이 마치 귀신인양 흐트러져 있다. 또 다른 렌즈를 통해 이오지마 섬에 게양된 성조기가 뒤틀리고, 그들의 손짓이 부각되기도 한다. 이렇듯 <Distortion> 시리즈에서는 볼록 렌즈가 사진 이미지에 적극적으로 개입함에 따라 사진이 가진 왜곡의 성질을 시각화하고 있다. 실제 촬영에 사용한 빨간색 볼록 렌즈가 전시장 한 가운데에 설치되어 있다. 렌즈를 두고 양쪽 에 비치된 낮은 의자 두 개가 렌즈를 통해 서로를 마주 보는 것임을 암시한다. 의자에 앉아 누 군가를 마주보려니 괜히 민망한 마음에 렌즈 너머로 손만 휘적거려본다. 그리고 다시 보이는 건 아무 것도 없는 흰색 민자 벽이다. 굳이 서로를 보지 않더라도, 비어 있는 볼록 렌즈만으로 도 충분히 스튜디오스럽다. ‘유’이기 이전에 ‘무’인 모습으로. 김형식의 사진적 실험들을 보며 아릿한 향수를 느끼기도 하는 것은 다분히 내가 사진 전공자 의 입장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에 창이니 거울이니, 왜곡이니를 논한다는 것은 사진 안에 서만 통용되는 얘기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진 이미지가 너무도 흔하리만치 양산되는 요즘, 그것이 가진 힘과 영향, 그리고 그 역할에 대해 짚고 넘어가는 것은 필연적이며 또한 필요한 일이다. 단순히 그의 작업을 통해 사진 매체를 정의 내릴 수는 없겠지만, 그의 실험에 의해 또 다시 생산된 이미지들은 또 다른 왜곡을 만들어낼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기대하고 있다. 왜곡이란 항상 단순 부정에 그치지만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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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tortion - 전시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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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기 ; 환기 2014.10.25 -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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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가, 기획자 소개

작가

정영돈

Youngdon JUNG

wjddudehs1@naver.com

1988년 서울 출생

중앙대학교 사진학과 졸업

일상에서 보여지는 사소한 것들의 관찰에서부터 시작한다.

삶에서 갑자기 마주한 갖가지 난관들, 불멸의 시간 속에 펼쳐지는 영속의 이미지

등을 사진으로 표현한다. 하지만 현실을 그대로 모사하는 사진은 추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삶의 한 가운데서 벌어진 사건들 속에, 반짝이는 은유와 상징을 포착하여 시적인 공명으로 사진의 결을 넓히고자 한다. 나아가 이러한 사진을 통해 관습과

습관에 대한 무감각을 일깨우며 규격화된 삶, 표준적 의식으로부터 이탈하고자 한다.

큐레이터

박정현

Jung Hyun ANNA PARK obeamo@gmail.com

1982년 서울 출생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미술이론과 전문사과정 수료 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 박사과정 재학

전시 기획을 통해 과학기술을 문화적 배경을 반영한 모델로 구축하여 예술적이거나 철학적인 의미를 발견하고자 한다. 예술과 과학 안에서 관람객들을 독창적이고 즐거운 영역으로 안내하는 매체의 발달에 관심이 많으며, 특히 공간과 대상, 정보를 포괄한다. 앞으로 전시기획을 통해 과학 및 철학 그리고

예술의 융합이라는 문제에 대해 새롭게 성찰하고 기회를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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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owers, pigment print, 100 x 80cm,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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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ds, pigment print, 30 x 24cm,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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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타임라인

3월 ∞ The room 3 시작 만남

- 참가자 확인 - 참여작가 프리젠테이션

∞ 정영돈 작가 1차 미팅

- 참가자 확인 - 룸프로젝트, 전시진행 시 유의사항 등 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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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

∞ 정영돈 작가 3차 미팅

- 전시 공간 점검 - 작업/전시 방향에 관한 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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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 전시 진행 사항 신보슬 선생님 공유

∞ 정영돈 작가와 팀구성

∞ 정영돈 작가 2차 미팅

- 작가 포트폴리오 공유 - 전시 진행 계획

∞ 정영돈 작가 4차 미팅

- 전시작과 전시 컨셉 논의 - 작업/전시 방향에 관한 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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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 컨셉 선정

∞ 전시공간 연출 계획 ∞ 대표 전시작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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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차 기획글 송신 및 크리틱 ∞ 전시공간 연출 계획구체화

8월 ∞ 정영돈 작가 오브제 장소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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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승우드(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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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0 ∞ 작품 액자 제작 피카소 화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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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치물(오브제) 고정판 용접 ∞ 설치물(오브제) 기둥 제작 문래철강

- 페인트 및 보수 태창 페인트상사 - 가벽설치

∞ 2차 보도자료 송신

∞ 정영돈 작가 5차 미팅

- 전시장 레터링 문구 확정 - 전시 제목 선정

10월 2

∞ 전시장 점검

∞ 사진 출력 포토스페이스/유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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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장 점검

- 오브제 설치 가안 ∞ 1차 기획글 송신

∞ 인쇄물 제작 (현수막, 엽서)

- 정영돈 작가 디자인 ∞ 엽서출력 태산인디고

∞ 현수막 시안 - 코디네이터님과 공유

∞ 전시장 정식 오픈

- 작품 설치 및 배포자료 준비 - 오프닝 다과 준비

∞ 작가와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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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치물(오브제) 설치

- 목제물 운송 및 설치 - 외벽 페인트 및 보수 ∞ 인쇄물 제작

- 현수막, 엽서 1차 수정안 공유 한알 디자인/ 이동백

∞ 3차 기획글 송신

∞ 수정 보도자료 송신

11월 6 ∞ 전시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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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자 원고 리딩

∞ 작품 철수 및 공간 복구

환기 ; 환기 - 타임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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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블로그 다이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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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oom 2014


2014.05.10 박정현

작가 정영돈은 파주라는 공간을 기반으로 작품활동을 넓혀가고 있는 작가다. 작 가가 태어나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낸 파주라는 공간은 어떤 곳일까? 작가의 사 진에서 발견되는 파주는 작가의 이해할 수 있는 하나의 요소다. 눈을 뜨고 가장 오랜 시간 작가의 시야에서 머문 대상이기에 사실 대상이라고 정의 할 수 없이 한번의 시야에 담기 어려운 물리적으로 넓은 범위로써 작가를 뒤덮은 공간이지 만 말이다. 작가는 사진의 공간을 관찰하기를 좋아한다. 작가와 연관된 그 무엇과의 교감을 통해 스스로를 이해한다고도 생각한다. 그 관찰은 카메라의 앵글로 담겨 작품으 로 이어지기도 한다. 앵글로 담긴 몇 개의 사진은 파주에 살고 있는 사람들, 도시 라는 이름으로 발전하고 쇠퇴하는 변화들 등이다. 그래서 작가의 사진의 키워드를 1) "파주" 만으로 말하기에는 어렵다. 파주를 대상으로 생각해 그 특성을 담아내려 하기 보다는 그 공간에 속한 작가가 마음이 이끄는 순간을 포착한 임의적인 시선이기 때문이다. 2) "도시"라고 해석하기에도 부족하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느 한 공간의 변화를 도시화라는 단어로 정의하기에 는 광범위 하기 때문이다. 3) "관찰"이라고 말할 수만은 없었다. 작가가 속한 공간을 관찰하고 그 안에서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이끌어 내는 일은 비단 정영돈만의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진을 통해 작가를 알아가는 것보다는 작가에게 묻는다. 사진을 찍기 이 전에 작가가 세상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말이다. 스스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기획자인 나에게 들려준다면 금 더 적극적인 방법으로 도와줄 수 있겠 다 싶었다. 기획자들은 때 작가의 사진을 보고 또 다른 형식으로 자신의 주제를 이끌어낸다. 이는 기획자가 스스로가 작가가 된 경우다. 그리고 기획자 스스로가 작가의 작품 으로 세상과 대화하는 경우다. 기획자는 예술을 통해 세상을 이야기 하고 또 표현 한다. 하지만 이 경우 작가의 목소리는 조금 뒤로하게 될 수도 있겠다. 기획자 박 정현은 이번 기획을 통해 작가 정영돈의 날카로운 시선과 그 작업이 담는 방식의 절묘함을 들려주고 싶다. 그리고 작가가 사회를 담는 그 방식과 신념을 담아내는 전시를 하고 싶다. 신진 기획자 박정현은 작가 정영돈을 향한 고민들을 이 블로그 에 하나하나 적어나가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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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설치1

2014.10.23 박정현

The Room season 3. 다섯 번째 전시 정영돈 작가의 전시를 기획한 박정현입니다. The Room(이하 더 룸)이라는 공간은 Total Museum(이하 토탈미술관)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합니다. 어쩌면 토탈을 가끔 들리시는 분들은 '토탈의 옥탑방'과 같은 이곳을 지나치실지 도 모르겠습니다. 또한, 이 곳이 토탈에서 가장 높은 곳이라 누군가 하늘을 바라보기 가장 좋은 공간 이기도, 또 하늘이 누군가를 가장 잘 비치고 있기도 한 공간입니다. XD 토탈미술관 '더 룸'은 신진 기획자-신진 작가에게 전시 기회를 주고, 다양한 시도 를 장려하는 실험적인 공간입니다. 저는 정영돈 작가와 함께 <환기;환기>라는 주 제로 전시를 기획했습니다. 언뜻 '공기의 흐름' 혹은 '각성' 등 전시에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여러 의미의 열린 해석을 지향하고 있는 듯합니다. 이번 <환기;환기>전에서는 '더 룸'이라는 공간 전체를 하나의 작품이라고 상정하 고 정영돈의 이전 작업인 <개미>시리즈 중 5점과 새로 작업한 <파주>시리즈 2점 을 공간 안에 배치하는 한편, '더 룸' 공간 밖으로는 연결된 오브제를 설치할 계 획입니다. 그래서...아침에 일어나서 저의 '서울 상경'을 시작으로 용달아저씨와 함께 공구 장비들과 오브제를 싣고 문래동으로 가서 철판 싣고, 홍대에 가서 액자 제작된 사진들 싣고, 목재소에 가서 목재 받아 평창동에 왔습니다. 평창동은 추워요. 날씨가 추워 벌써 코가 빨개졌지만 기분이 좋습니다. XD 정영돈 작가가 들고 있는 '미니어쳐 건축 물' 왼쪽편이 설치될 오브제, 오른편이 '더 룸' 공간 설치의 완성도가 높여, 다시 한 번 비교해 보겠습니다! 오브제 설치는 우선 문래동에서 구매한 철판에 볼트를 용접합니다. 이후 철판(70kg)을 바닥에 깐 후 오브제를 세우고, 너트로 조이면 완성! 저는 오늘 작가님한테 페인트 칠을 잘한다고 칭찬받았어요. 저는 나중에 homesteading 을 구상 중인데(컨테이너에서 농작물도 기르고, 태 양열에너지로!), 오늘 발견한 재능으로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XD 정영돈 작 가의 <개미>시리즈 3점도 살짝 보여드립니다. 그들의 전시가 더 궁금하다면 10월 25일 토요일 오후 5시 오프닝에 함께해주 세요. 추운 날씨에도 찾아주신 여러분을 위해 '따뜻한 개미?)음료’도 준비해두 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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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oom 2014


너무 추워서 오늘 저녁을 세번 먹었어요. 탕수육(돼지고기) -> 치킨(닭고기) -> 구운 기름장 (소고기) 제가 meatarian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재발견! 벌써 새벽 1시입니다. 맛있었 어요. 내일 또 먹어야지! http://minumsa.com/fsale-mobile-notify/ 민음사를 무지 좋아하는 작가 정영돈의 영향으로 저도 가입했습니다. 사실 제 가 책을 많이 읽는 편이 아니지만 아무튼, 책을 사는 일은 즐거운 것 같아요. 그 냥 왠지 책장에 가지런히? 있는 것만으로도 좋지 않을까요? 글을 읽는 모두에 게 꿀팁 되기를!

전시 설치 2

2014.10.25 박정현

또 어두워 졌어요,

왠지 모르게 문형민 작가님의 BIKINI VIRGIN 이랑 저희 오브제랑 잘 어울려 요. (영광입니다) 오늘도 오브제 설치 과정을 전해드리려고 해요. 저희가 생각한 미니어쳐 모델을 다시 보여드리면 오른편에 더 룸 공간이 있고, 왼 편에는 나지막한 스테이지와 함께 높이 3m 오브제를 설치할 계획! 색상은 진회 색을 생각하고 있는데, 네, 바로 정영돈 작가 작품 <개미>에 쓰인 색상입니다! 이 제 스테이지부터 설치해볼게요! 우선 옆에 미니어쳐를 두고서. 람빠람빠 정영돈 작가님 여기서 이러시면 안돼요. 방이 아니에요. 저희는 지금 집 지을 기세입니다. 섭 코디님도 함께 해주셨어요 :) 정말 열씸열씸 이제 제가 제일 자신있는 페이트칠 시간입니다! 정영돈 작가님의 미소 에 주목해 주세요 얼굴 위쪽을 가리고 미소만 보면 어딘가 이병X 님이 보이는 것은 저만 그럴까요? 혼자놀이하고 있어요, 네 제가 박Q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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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입니다! 근데 어딘가, 매끈하지 못한 거 같네요. 그리고, 매끈한 벽면. 역시 뼛속까지 작가인 것 같습니다. 토탈 미술관의 밤은 그렇게 깊어만 합니다. 저녁때는 다들 모여서, 오늘은 고기를 먹지 않고 음악을 들었어요 정영돈 작가와 박정현 큐레이터, 그들의 페이트 칠이 궁금하다면 오프닝을 놓치 지 말아주세요! '진회색의 개미?)음료'도 준비되어 있답니다.

전시 오프닝

2014.10.26 박정현

더룸 작가들과 함께하시는 천경우 교수님 모습을 담은 사진으로 글을 시작합니다.

젊은 기획자와 작가들에게 실험적인 기회를 제공하는 토탈미술관의 더 룸 공간에 서 교수님과 젊은 사진작가들이 함께하는 이 순간이 왠지 모르게 먹먹합니다. 제 가 직접 교수님을 소개해 드리기 보다는 2003년부터 2013년까지 - 수많은 인 터뷰 중 10개의 문답으로 정리한 링크를 첨부합니다. http://www.artmuseums.kr/admin/?corea=sub6_7&no=62

설치한 오브제를 경험하는 사람들, 그리고 이 후 전시장에 들어서는 사람들, 그렇게 또 어두워지는 평창동의 저녁. <환기; 환기>전의 오프닝에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프닝 당일 정영돈 작가님과 그리고 끊임 없는 조언을 주시는 천경우 교수님 (아 디펜... 화이팅...) 그러는 동안 저는 쓸고 쓸고 그리고 또 끓이고 끓이고

따뜻한 개미 차를 공개합니다!

강한 비쥬얼. 마치 정영돈 작가의 사진작품 <개미>를 한 모금 마시는 것 같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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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oom 2014


"ANTS SOUP (BLACK ANTS IN MY SOUP?)" 으로 이름을 지어도 좋겠다고 했어요. 하지만 저는 진짜 개미를 마신다니 무서워요.. 사실은 추운 날 저의 오프닝에 함께하신 모든 분들의 건강을 위해 따뜻한 검은콩 두유에 검은깨와 들깨가루를 1:1.6180339887 The Divine Proportion으 로 혼합은 아니고 내 맘대로 만들었어요. XD 보글보글. 그리고 아래에는 토탈미술관의 본 전시인 SECRET ACTION의 오프 닝 행사가 한창입니다. 하림의 맨들맨들한 머리가 빛나는 이 밤. 달빛, 그리고 정영돈 작가의 오브제, 가 수 하림씨의 목소리가 절묘합니다. 그리고 저의 따뜻한 개미숲(Soup)도…

그렇게 토탈의 밤은 깊어갑니다. 함께해주신 많은 분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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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작가 서문

개미 정영돈

다양한 인간들이 한 공간 안에서 만들어내는 운율. 고층 아파트 꼭대기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높 은 곳에서 바라본 인간들은 각자의 차림새와 보폭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런 그들의 움직임을 관찰하 다 반복적인 패턴을 갖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크게는 다양한 군중들의 모임과 흩어짐이 있고, 좀 더 세밀하게는 그 각자의 신체가 내뿜는 집중과 분산의 이미지가 있다. 그 이미지가 드러내는 것은 군중들의 삶과 몸체의 방향성이다. 그러나 물기 가 사라지면 어딘가로 뿔뿔이 흩어지고 마는 흙처럼, 그들의 움직임도 하나의 분명한 윤곽으로 잡 히지는 않는다.

찍는 순간 눈앞에서 사라져버리는 이미지들은 한 장의 사진 속에서 간신히 손에 쥔 흙덩어리처럼 뭉 쳐져 있다. 사진이란 프레임이 사라진다면 이 이미지의 입자들은 금새 다른 곳으로 흩어져버릴 것이 다. 그렇다면 저 이미지의 알갱이들은, 또 어느 곳에서 어떠한 이미지의 운율을 만들어 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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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oom 2014


액자의 거울 정영돈

회색의 낮은 발판. 혹은 회색 액자 위로 뻗어 나온 기둥 끝의 볼록거울을 보면 관람객은 자 신을 중심으로 펼쳐진 지구의 일면을 보고, 자신이 사각 프레임 안에 들어가 있음을 알게 된 다. 사각의 프레임 안에 들어와 거울 속 풍경을 본 후 전시장에 들어가면 거울 속 풍경이 응 고된 사진들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다채로운 시간에서 관람객 각자는, 그들이 본 전체의 풍 경 속에서 자신의 프레임을 어떻게 응고시켜 나갈 것인가. 이 번 더 룸 전시를 위해 고안한 이 작품은 사진의 프레임을 체험하는 것. 즉 개미연작이나 파주의 두 점에서 보이듯 거울 속 자신이 전체의 부분에서 어떠한 이미지를 매 순간 만들어 가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내 작업의 전체를 포괄하는 측면에서, 그리고 더 룸의 안과 밖 을 연결하는 공간 구성을 고려하며 작업을 진행하였다.

환기 ; 환기 - 작가 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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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기획의 글

이곳 파주 생활 박정현

<환기; 환기(Ventilation; Evocation)>는 공간 전체가 하나의 작품으로 기능하는 전시다. 작 가 정영돈은 자신이 거주하는 파주에서 작업한 7점의 개별 사진(<개미> 연작 5점과 <파주>연 작 2점)과 함께 더 룸 공간 바깥 부분에 구조적 장치를 설치한다. 더 룸 공간의 안과 밖으로 관 람자의 동선에 따른 경험을 유도하는 건축적인 형태의 전시로써, 오브제를 통해 확장된 경험을 선사하면서도 내부에 설치된 7점의 작품을 통해 사진 전시의 원형을 유지한다.

정영돈의 <개미> 시리즈는 실제 작가의 거주지인 파주의 한 아파트 18층 위에서 사람들을 조 망한 결과물로 다소 거친 픽셀들이 다른 리듬과 운동감을 지니고 있다. 1000mm의 망원렌즈 를 장착한35mm 필름카메라로 아래로 향하는 시선은 작가가 관찰한 대상의 어떤 분위기 또 는 결을 미세하게 담아내어 거의 추상에 가까워 진다. 실재로 작가의 어떤 기억 상태를 시각 적 형태로 응고한 단색조 평면은, 포커스의 위치를 변경해 조용히 흐림을 연출한 결과물로 재 현과는 거리가 먼 관념적인 서사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실제로는 어딘가를 향해 가는 사람들, 흐트러지는 목련나무의 잎새 등 작가가 거주하는 파주의 한 아파트에서 조망한 구체적이고 흔 한 풍경이다.

자신의 아파트 부근에서 <개미>연작을 끝낸 정영돈은 파주의 변두리까지 렌즈를 확장한다. 정 영돈은 4×5인치(102×127 mm) 대형 필름 카메라와 기본 렌즈 그리고 삼각대를 싣고 파주 의 변두리까지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 그는 달리다가 관심이 생기는 대상이 생기면 언제든 멈 출 수 있다. 4×5인치 이미지는 <개미>작품에 사용했던 35mm 프레임에 비해 다소 무거운 고 해상도(16배의 해상도)를 가진다. <파주>에서의 작품은 다소 긴 호흡으로 채집된 사색의 결 과물로 작가의 일상에서 비롯되는 수 없는 물음 그리고 일상의 단면들을 사진이라는 매체로 여며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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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oom 2014


길거리에서 흔히 발견되는 잡초와 환풍기와 같은 사물들은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을 가리키지 만, 공간을 구획하는 – 파이프, 구멍, 환풍기 그리고 공간을 나누는 바리케이트 및 철사 구조 물 등 구조물을 통해 갇힌 제약성을 보여줌으로써 – 한편으로는 실제로 존재하는 사실이나 상태의 대각선에 위치한 의지의 대리로써 존재한다. 현실과 이상의 불안한 경계를 한편으로는 현실인이자 예술가로써 동시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는 작가의 고독을 대신하는 기표로 작용한 다. 전시장의 막힌 벽면을 통과할 수 있도록 환풍기와 잡초 두 점의 사건의 장치가 내부 공간 의 질서에 낯설게 개입되어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후 더 룸 공간 외부에 설치된 3m 가량의 설치작품은, 공간을 빠져 나오는 관람자들의 시선 을 사로잡는다. 설치 작품에 다가선 관람자들은 나지막한 스테이지 위에 올라, 오목한 거울을 통해 자신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평창동 전체를 조망하면서도 마치 빨려 들어가는 경험을 하게 된다. 7점의 사진은 작가의 방식대로 뜻매김하고 있는 친숙함 – 자신이 속한 공간 안에서 관 계된 일상의 흔적은 관찰의 대상으로써 사적인 표상이다. 그리고 흔한 풍경들 - 아파트 위에 서 바라봤을 때 <개미>처럼 움직이는 사람들과 <파주>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볼 수 있는 잡초 와 환풍기 – 이 모두는 관람자들의 관찰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관람자들은 다른 방향을 경험 하게 된다. 오브제를 통해 비춰지는 관람자들은 더 이상 관찰자가 아닌, 정영돈의 사진 안에 서와 같은 관찰의 대상이다.

일반적으로 환풍기는 안에서부터 밖으로 공기가 이동하는 힘(ventilation)으로 정의된다. 전 시장 바깥 부분에 설치된 오목한 거울은 이와 반대로 마치 빨려 들어가는 경험을 유도한다. 물 리학적인 관점에서 물체가 중심에서 멀어지려고 하면, 보이지는 않지만 언제나 반대방향으로 작용하는 동일한 힘이 정의된다. 속도와 방향을 거스르는 상대적인 힘은 사실상 물리적 균형 을 이루기 위한 저항요소다. 그러한 탓에 반대방향의 환기는 적어도 예술에 있어, 그 규범으로 부터 멀어지는 일종의 전위적인 태도를 지향한다고 볼 수 있다. 일반화된 규범에 맞서 삶과 예 술의 가장자리로 우리의 시선을 옮겨보자는 것(evocation)이 정영돈의 생각이다.

<파주>를 생활터전으로 꾸리는 그는 자신의 이야기들을 작거나 큰 프레임 안에 담아 공기처럼 빨아들이고 다시 밖으로 내뿜고 있는 과정에 있다. 그는 <파주>의 대표적 상징인 분단 상황 이 외에 우리 세대의 변화된 상상력을 보여주고, <파주>라는 공간 안에서 작가 본연의 감성과 내 재화된 스토리를 통해 공간을 규정한다. 질서를 띠는 구조 내에서 자유로움을 선사하는 현재 도 진행 중인 정영돈의 <파주> 연작을 기대한다.

환기 ; 환기 - 기획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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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리뷰

보이지 않는 움직임 문정원

하늘을 올려다 보니 동그란 거울에 내가 거꾸로 매달려 있다. 건내어 받은 개미차를 마시며 수 다를 떨다보니 해가지고 그 곳에 있었던 사람들은 박쥐처럼 모두 동그란 거울 속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정영돈 작가의 설치물에 나도 작가도, 다른 사람들도 매달려 있다.

2014년 10월 25일에서 11월 14일까지 토탈미술관내 프로젝트 스페이스 더룸에서 박정현의 기획으로 정영돈 작가의 개인전 <환기;환기>전이 개최되었다. 전시제목에서 말하는 환기는 각 각 다른 뜻으로 해석되는데 하나는 탁한 공기를 맑은 공기로 바꾼다(ventilation)는 뜻이며 또 다른 하나는 주의나 여론, 생각 따위를 불러일으키는 것(evocation)을 뜻한다. 작가와 기 획자는 본 전시를 통해 일반화된 규범에 맞서 삶과 예술의 가장자리로 우리의 시선을 옮겨보 고자 했다. <환기; 환기>는 전시장의 안과 밖의 경계가 없다. 물감이 번지듯 전시장 바닥이 밖으로 흘러 이 어진다. 전시장 벽에 걸려있는 작품을 들여다보기도 전에 흐르는 바닥을 쫓아 다시 밖으로 나 왔다. 3m 높이로 설치된 볼록거울의 중심에 내가 비치고 나를 중심으로 주위의 풍경이 펼쳐 진다. 전시장 벽에는 내 눈높이 보다 높은 곳에 거친 입자의 흑백사진 다섯 점이 걸려있다. 작 가가 실재 거주하는 곳(18층 높이)에서 내려다 본 ‘개미’라는 시리즈 작업이다. 위에서 내려다 봤다기에는 그 시점이 피사체의 반 측면 3층 높이에서 포착한 듯하다. 이미지의 거친 듯한 흑 백의 입자도 사진이 찍힌 공간과 시간을 붕괴시켜 작가가 제시하는 정보(촬영 장소 등)가 없다 면 이것이 사진이라는 것조차 인지하기 쉽지 않다. 볼록거울과 개미. 작가는 내려다보았고 나 는 올려다봐야 작가의 내려다 본 시선이 보인다. 전시를 통해 제시된 ‘환기’에 대해 생각해 본다. 환기의 공기를 순환시킨다는 뜻도 생각을 불 러일으킨다는 뜻도 눈에 보이지는 않는 무언가의 동적인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눈에 보이 지 않는 움직임. 그로 인한 변화. 그리고 그러한 움직임과 변화를 주도하는 예술. 하지만 사람 들은 쉽게 인지하지 못하는 그 움직임과 변화. 작가는 그 보이지 않고, 쉽게 인지되지 못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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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oom 2014


보이지 않는 예술이라는 것을 본 전시를 통해 시각적으로 체험하게 해주려 한 듯하다. 작가의 사진과 설치물 어디에도 특별하거나 새로운 것은 없다. 하지만 익숙한 장면들은 아니다. 작가 는 괌람자의 시선과 공간의 움직임을 환기(ventilation)하여 일상의 시선과 공간에 대한 인식 을 환기(evocation)시킨다. 작가의 이와 같은 시선과 공간의 환기에 의한 인식의 환기는 바 닥에 놓인 듯한 환풍기와 아스팔트를 뚫고 나와 와이어에 보호받고 있는 듯한 잡초 작업에서 도 엿 볼 수 있다. 정영돈 작가와 박정현 기획자의 <환기; 환기>전은 보이지 않는 움직임을 ‘개미’시리즈 작품과 나머지 두 작품을 통해 단순하고 직접적으로 표현하였으며 설치물을 통해 유쾌하게 관람자가 경험하게 한다. 하지만 이 설치물이 유쾌한 시각적 체험 외에 이 전시에서 작가와 기획자가 표 현하고 하는 ‘환기’를 통한 그 무언가와 어떤 연계점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약간의 의문이 든다.

환기 ; 환기 -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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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세상 여행을 위한 방법론 허대찬

원형 계단을 올라가 전시공간으로 들어가기 위해 모퉁이를 돈 순간 눈길을 끈 것은 목적지인 전시공간의 입구가 아닌 전시장 건물 앞에 높이 세워진 철제 구조물이었다. 마치 가로등처럼 곧게 세워진 그 구조물의 첨단에는 빛나는 전구 대신 볼록 솟은 둥근 거울이 올려다보는 관람 자를 마주보며 위치해 있었다. 그 빛나는 거울을 올려다보는 나는 스스로의 눈으로 바라보고 인지하고 있던 미술관 옥상이 아닌 B612와 같은 조그마한 행성 위에 서 있었다. 아마도 그곳 에 선 사람들은 신기함에, 혹은 거울이 주는 시각효과라는 원리로는 익숙하지만 직접적인 경 험으로써는 낯선 상황에 우선 웃음지을 것이다.

작가 정영돈은 이번 전시에서 그가 지금까지 진행해 온 프로젝트 결과물이 모인 공간과 그에 병렬적인 또 하나의 공간을 함께 선보였다. 고층 아파트에서 망원렌즈를 가지고 수직적으로 내려다본 시각의 <개미> 시리즈, 그리고 스스로 그가 살고 있는 파주를 돌아다니며 지표의 위 치에서 수평적으로 사진을 담은 <파주> 시리즈를 한데 엮어 전시장 안에 펼쳐 놓았다. 전시장 벽면 관람자의 시야 위편에는 <개미>가 나란히, 전시장 바닥 관람자의 시야 아래편과 고개 돌 려 보이는 벽 정면에 <파주>가 놓여져 있었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사진작품이 설치된 벽에 의해 구획된 유형적인 공간과 설치작품이 놓여 있고 바닥만이 존재하는 열려있는 두 개의 개별 공간을 제시했다. 벽이 존재하는 내부공간에 서는 지금까지 진행해 온 각기 다른 시각의 사진 시리즈를 시선의 높이에 따라 나누어 묶었다 면, 형태(건축)적으로는 외부의 설치 공간과 내부의 사진 공간을 한데 묶어 하나의 시스템으 로서 제시했다. 외부의 거울 구조물이 놓인 공간과 건축물 내부의 사진 전시 공간은 그 면적과 형태가 같으며 두 공간은 각도를 비틀어 각자의 한 부분이 겹치게 배치되었다. 그는 시스템적 으로 서로 만나 마치 공기가 순환하듯 안과 밖을 연결하여 공간적인 ‘환기’를, 그리고 시선에 있어서의 미시/거시 (Micro / Macro)라는 다른 층위의 시각을 겹쳐 관람자의 기억이나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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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room 2014


을 ‘환기’토록 유도하려 했다.

그는 이 두 공간과 각 공간에 놓인 작품, 그리고 두 공간을 묶는 ‘환기’라는 개념을 통해 무엇 을 이야기하려고 했을까. 예술은 더 이상 실생활의 정확한 재현이 아니다. 생활의 여러 모습과 양상을 변화하여 낯설게 만들어 우리의 관심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 예술이 가진 주된 모습 중 하나일 것이다. 예컨데 시의 운율은 건조할 수 있는 생활 언어의 억양을 변형하여 습관화된 청 각을 자극하는 수단이다. 미술은 우리 주위의 익숙한 사물이나 환경, 행위를 작가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기묘하거나 때로는 불쾌하기까지 한 형태와 내용으로 바꾸어 내어 놓는다. 일상적 형 식과는 다른 낯선 형식을 창조함으로써 수용자가 평소에는 너무 친숙하거나 익숙하여 인식하 지 못하던 사실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예술의 가치이다. 그렇기에 이 ‘낯설게 하기’는 예술 특유의 전통적인 표현 방식이자 가장 강력한 전략 중 하나이다. 이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 그가 택한 첫 번째 방법은 앞서 언급한 두 공간을 구성하는 시스템 적 기획이다. 그는 두 공간을 오가며 말 그대로 동선과 시선의 물리적이고 공간적인 순환을 통 해 관람자의 몸과 시선, 나아가 연계된 기억을 움직여 환기시키려 했다. 그리고 또 다른 방법 은 개별 사진 작품시리즈에서 사진이라는 매체의 특성을 이용함이다. 사진은 평면 매체이다. 이 평면에 공간을 담기 위해, 즉 깊이를 담고 표현하는 데 있어서 지극히 명료한 시각적 언어 인 ‘심도’를 가지고 있다. 초점에 따라 명료하거나 흐려져있는 피사체들을 통해 우리는 사진 에 담긴 공간을 읽는다. 우리의 시각 경험 중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매체가 사진이니만큼 우리는 익숙함을 넘어 마치 모국어처럼 사진의 문법에 익숙해져 있다. 그는 이 심도와 피사 체를 바라보는 시각적 높이와 각도를 효과적으로 이용하며 이러한 사진적 문법에 의한 인식 을 흐트러뜨린다.

<파주>시리즈에서 이러한 특성이 잘 드러나는데 <파주-잡초>의 경우 구부러진 철사와 그가 만 들어낸 그림자는 분명 사진의 공간 깊이에 의한 심도표현이 도드라지는데도 불구하고 그 문법 에서 벗어나 마치 레이어가 다른 평면처럼 보인다. <파주 - 환풍기> 역시 공간의 심도와 아래 위가 뒤바뀐 상황에 의해 공간의 스케일 자체가 잘 가늠되지 않는다. 이러한 독특한 공간 표현 에 의해 우리에게 익숙한 피사체와 환경은 그 익숙함에서 벗어난 또 다른 피사체와 공간이 된 다. 결국 작가의 ‘환기’는 고여있는 공기나 생각에 둘러싸여 익숙한 것만을 바라보고 생각하는 우리에게 다가와 그를 휘저어 보려는 시도일 것이다.

지금까지 <파주>나 <개미>라는 각각의 프로젝트와 사진작품 자체보다는 구조에 대해 좀 더 많 은 이야기를 했다. 물론 이러한 구조가 작가와 기획자가 이번 전시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에 환기 ; 환기 -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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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역할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구조의 근간을 이루는, 이뤄야만 하는 사 진에 집중치 못했던 것은 단지 나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전시의 구조와 작품의 내용 사이 의 연계가 다소 겉돌았고 이 상황에서 사진의 이미지보다는 외부 공간의 거울 설치작업이 주 는 시각적 충격이 더욱 강했기에 그가 의도했던 순환과 환기는 균형을 찾지 못해 엇박자를 만 들어내는 메트로놈처럼 무게중심이 기울어져 기획의 시작지점에서 상정했던 것 만큼 성공적 으로 작동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기울어진 중심을 의도적으로 바로하여 바라보면 분명 흥미로운 지점을 발견할 수 있다. 외부의 거울 설치 공간과 내부의 사진 전시 공간이 겹쳐지는 교집합의 공간에 놓인 <파주 - 잡 초>가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던만큼, 시선 위편에 모인 필름그레인이 잔뜩 뭍어있는 사진들이 사진적인 기법 이상으로 낯설게 떠오르는 만큼, 내 시선 정면에서 묘한 부유감으로 위아래가 바뀌었다는것을 한박자 늦게 깨닫게해주는 <파주 - 환풍기>가 현실감을 휘젓는것만큼 작가의 시선에는 분명 확실한 무언가가 서 있다. 우리와 ‘다른’ 높이의 시선을 지닌 그가 찾아나선 또 다른 낯섬의 공간, 낯선 파주에 이은 또다른 낯선 우리 주변의 모습이 기대되는 것은 바로 작 가가 가지고 있는 그 시선의 매력 탓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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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사는 세상 양정선

더운 나라를 여행하던 중 간식으로 먹기 위해 산 달짝지근한 케이크 한 조각을 창틀에 올려놓 고 잠깐 잠에 빠져들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이미 해가 져 어둑어둑해졌을 무렵, 잠에서 깨 무 심코 창문 쪽을 보았다. 수십만 마리의 개미떼에 점령당한 케이크는 이미 처참한 몰골이었고, 우글거리는 개미떼는 분주하게 케이크의 일부분을 자신들의 소굴로 옮기고 있었다. 그 움직 임이 어찌나 빠르고 규칙적인지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마치 갑옷 입은 군사로 이루어진 전쟁 터 같기도 하고, 똑같은 셔츠와 정장바지를 입고 네모난 건물에서 우루루 쏟아져 나오는 회사 원 집단 같기도 했다. 신기하게도 개미들의 규칙적이면서 치열한 발놀림에는 우리, 인간이 사 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정영돈의 <환기;환기>는 7장의 사진 그리고 거대한 구조물과 그 구조물을 지지하는 무대로 이 루어져 있다. 더 룸 내부공간은 한쪽 모서리를 부드럽게 이어 다섯 장의 개미 시리즈 사진작업 을 자연스럽게 연결했다. 낮인지 밤인지 모를 흑백 풍경들을 자세히 들여다 보니 필름의 굵은 입자들, 다시 말해 점들이 무수하게 찍혀있는 듯한 느낌이 사진 전반에 깔려있다. 케이크를 빼 앗긴 그 어둑어둑했던 밤, 창문에 비추이는 개미떼와 어렴풋이 조화를 이루던 풍경들이 떠오 르며 정영돈이 작업시리즈로 ‘개미’라는 제목을 붙인 이유를 금새 알아챌 수 있었다. 작가가 사 는 고층 아파트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찍은 사진들은 인간들이 사는 풍경이나, 개미들이 사 는 모습이 별반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다시금 환기(Evocation)시킨다.

전시장 입구 쪽 벽면에는 작은 사이즈의 사진 작업 <환풍기>가 걸려있다. 아마 환기(Ventilation)라는 또 다른 의미에 힘을 싣기 위해 선택된 작업인 듯 하다. 그러나 이미 더룸 공간에 는 안과 밖을 연결해주고 공기를 환기 시켜주는 ‘문’의 존재가 있기에, 환기에 대한 직접적인 의미가 담긴 환풍기 사진이 조금은 설명적으로 느껴진다. 막힌 공간을 연결해 주는 장치로서 놓여진 <잡초>와 바깥 설치물의 일부분까지 겹치니 환기가 되어야 할 더 룸 공기가 오히려 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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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진 것만 같다.

더 룸 외부 공간에 설치된 삐그덕 거리는 지지대 위에 올라가 거울을 나지막이 올려다본다. 정 영돈이 18층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세상 구경을 하듯 나를 내려다보고 있는 거울에는 그 크 기의 몇 배나 되는 평창동의 원경이 동그랗게 담겨있다. 그리고 볼록한 거울 중심에 비친 기 형적인 내 모습이 마치 인간의 눈동자 안에 비친 개미의 모습 같다. 개미는 한번이라도 고개 를 들어 위를, 우리가 사는 세상을 들여다 본적이 있을까, 잘 모르겠지만 오늘은 내가 개미 대 신 거울 안 세상을 관찰함으로써 그들의 존재를, 그리고 그들과 닮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다 시금 환기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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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다 일시 정지된 기억 백지연

어릴 적 12층 아파트에 살았던 나는 베란다 난간에 매달려 아래를 내려다보는 취미(?)를 가 지고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모습과 풍성한 나무의 풍경은 아직도 별다른 이유 없이 기억 한켠에 남아있다. 아래를 한참 내려다 보다 그래도 심심해지면 동생과 물풍선을 만들어 아래 로 떨어뜨렸다. 그러고는 몸을 동그랗게 말아 콩닥 거리는 가슴을 난간 뒤에 숨기곤 했었다.

정영돈 작가의 <개미> 시리즈는 이러한 예전의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흑백의 불분명한 다섯 점의 이미지는 파노라마처럼 전시장 천장과 맞닿은 곳에 걸려있다. 흔들린듯 불분명해 보이 는 이미지 안에 우둘두둘한 감촉처럼 보이는 하나하나의 픽셀은 기억의 한 파편처럼 보이기도 한다. 작가가 보고 있는 풍경은 익숙하지만 낯설다. 찍어놓은 인물과 장소가 아시아인지 아니 면 유럽 혹은 남미의 어디인지를 불분명하게 만든다. 그렇기에 정영돈이 만들어내는 이미지는 우리 삶의 주변에 존재하거나 존재하지 않기도 하는 장소(공간)에 대한 개인의 기억이 가지고 있는 그림이다. 그렇기에 그의 <개미> 작품들은 관객들에게 공간적 경험을 하게 하는 힘을 가 지고 있다. 시선을 왼쪽 아래로 옮기면 <파주> 시리즈인 아스팔트 위의 잡초와 알 수 없는 형 태의 쇠철의 이미지가 쨍하게 놓여있다. <개미> 작품을 보며 느린 공간 이동을 했다가 반짝 현 실로 돌아오는 느낌을 받는달까? 어, 뭐지? 라는 생각에 감정이입의 연결이 쉽사리 되질 않는 다. 전시장 밖으로 나가는 벽면에 걸려있는 Ventilator 이미지 또한 Weeds와 같이 일시 정지 된 기억의 단면같이 느껴질 뿐이다. <환기;환기> 전시에서 한 공간 안에 보여주고 있는 <개미 >와 <파주> 시리즈는 흑백과 컬러사진, 흐릿함(blurry)과 선명함(clear), 상대적인 사진의 사 이즈 등 일면의 요소들이 기억을 상기시키다 단면하게 만들며 충돌한다.

전시장 밖으로 나가면, 3m 가량의 키를 가진 오목거울이 기역자 모양으로 설치되어있다. 회 색으로 칠해진 나지막한 무대에 올라가 거울 안에 나를 비춰본다. 동그란 거울 안으로 보이는 풍경이, 작가가 보았던 <개미> 시리즈와 오버랩(overlap)된다. 그건 아마도 작가의 시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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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았던 <개미>에서의 모습과 주변을 회색으로 칠한 흑백의 분위기 때문일 거라 생각한다. 하 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건, 전시장 밖의 설치작품인 만큼 공간의 안과 밖의 환경에 좀 더 세밀히 연결되는 지점이 필요로 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정영돈의 <환기;환기>전은 그가 보여줬던 첫 프리젠테이션의 느낌과 닮아있다. 그는 모든 이 들에게 자신의 작가 노트와 투명한 봉투에 넣은 작업 엽서를 나눠줬다. 그러고는 진행 중인 < 파주> 작업을 그만의 언어로 여러 에피소드와 함께 얘기했다. 모든 것들이 날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의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이는 뭔가가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의 준비성과 예술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고, 사진의 이미지는 보는 이를 끌어당기고 있었다. 이러한 점이 내가 그 를 마주한 첫 느낌이었기에 이번 전시에서 좀 더 정리되어있는 그의 작업을 보길 원했던 이기 적인 팬의 입장에서는 아쉬운 지점이 분명 있었다. 하지만 더룸의 공간을 밖으로 확장해 작품 을 보여주려 했던 의도나 전시장 안에서 가벽을 세워 하나의 면을 더 만들어 집중도 있게 <개 미> 시리즈를 보여준 점은 흥미로웠다.

예술이 할 수 있는 영역 중 하나는 마치 마법처럼 관객을 또 다른 세상으로 데리고 가는 일이 라 생각한다. 그러한 지점에서 이번 정영돈의 전시는 반 성공 반 실패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의 작품을 보며 예전의 흔들리던 기억 속으로 갔지만 이내 현실로 돌아올 수 밖에 없는 경 험을 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분이 좋고 나쁘다 혹은 맞고 틀리다를 따질 수는 없겠지만 어 쩔 수 없는 아쉬움을 남기는 건 전시를 보고 난 후의 느낌이다. 그의 다음 전시에서 이러한 갈 증이 해소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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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인 듯 개미 아닌 개미 같은 파주? 정효섭

전시장 앞에 정체 모를 은색 접시가 하나 떴다. 정영돈 작가가 <환기;환기> 전을 위해 준비한 설치물이다. 가로등처럼 길게 뻗은 기둥 끝에 반구형 볼록거울이 아래를 향해 걸려 있다. 볼 록거울엔 평창동 일대가 360도로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그리고 그 가운데 쪼그만 내가 고개 를 치들고 있다. 마치 전시장 외벽과 같은 색으로 칠한 나무판자 위가 내가 버티고 서 있는 마 지노선이 된 것 같다. 괜히 주변 풍경에 짓눌린 듯한 기분을 떨치기 위해 고개를 내리고 전시 장으로 들어섰다. 또 다시 고개를 들어야 했다. <개미> 작품 다섯 점이 벽면의 윗 선에 맞춰 나란히 걸려 있다. 작 가는 필름의 입자들이 모여 대상을 만들고 전체를 구성한다는 지극히 사진적인 성찰을 통해, 사회를 이루는 개인과 개별 존재들을 개미로 비유했다. 그는 고층 아파트에서 내려다보이는 우리네 개미 같은 삶을 사진으로 담아 크게 벌려놓았다. 더 룸 공간에는 애매한 이미지의 크기 때문인지, 나란히 정렬된 액자의 너비 때문인지 몇 발 물러 반대편 벽에 바짝 붙어서 보게 되 었다. 멀찍이서 보니 <개미> 작품의 자글자글한 흑백 입자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작품들을 올 려다보고 있자니 내가 개미보다 더 작아지는 것만 같다. 새삼 다시 생각난 거울의 무게에 나는 사진을 들여다보지 못하고 바라만 보다 고개를 내렸다. 서 있던 벽의 발치 아래에 비죽 들어와 있는 나무 판이 있다. 그리고 그 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 는 액자 하나를 내려다본다. 나무 판을 통해 바깥에 있는 볼록거울이, 마주하고 걸려 있는 <개 미> 작품 속의 대상들이 사진을 내려다보고 있는 것만 같다. <파주> 작업에서, 작가는 아파트 에서 내려와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인 파주를 탐구한다. 이번엔 그 또한 자신이 개미가 되어 곳곳에 흔적들을 부지런히 찾아 다니는 셈이다. 놓여 있는 사진은 그 중 일부로, 콘크리트 바 닥에서 삐쳐 나온 굽은 철근과 그 그림자에 갇혀 있는 잡초가 있다. 이제는 내가 그들과 함께 이 잡초를 내려다보고 있다. 오르락 내리락 하는 시선 속에 나는 개미인지, 개미가 아닌지, 혹 은 그 잡초가 나인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또 다른 벽 한 켠에 사진이 한 장 더 있다. 사진에는 폐허가 된 건물의 천정에 달려 있는 환풍기가 뒤집혀 있다. 환풍기를 통해 전시 타이틀인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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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환기>를 환기해보지만 좀처럼 머리 속이 깨끗해지지 않는다. 아마 <파주>라는 작품을 읽기 에는 단 두 장의 사진이 부족했지 싶다. 그래서인지 볼록거울의 비중은 오르락 내리락 하는 시 선 속에 나를 돌아보게 했던 <개미>에 치우쳐 있는 듯 하다. 무릇 사진은 보는 이의 상상력을 보다 현실에 가깝게 이끌어내는 데 그 매력이 있다. <개미>에 는 대상과의 거리감 속에서 기민하게 움직이는 시선이 있고, <파주>에서는 카메라를 메고 몸소 맞닥뜨린 경험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사진을 보며 그가 남겨 논 궤적을 따라가지 못하고 밖 으로 겉도는 느낌을 받은 것에 대해서는 바깥에 설치된 볼록거울에 변명을 붙이고 싶다. 전시 장 바깥에 우뚝 세워진 볼록거울이 되려 사진의 상상력을 제한하고 커다란 상징으로 작품 위 에 우뚝 서있는 인상을 받는 것은 비단 설치물의 크기가 크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정영돈은 욕심이 많다. 개미가 땅 속에 집을 짓는 데에는 수십 년의 시간이 필요하듯, 그 역시 마음 속 에 자신의 집을 짓기 시작했다. 집의 모양새가 어찌 되든, 좋은 맵시가 날 것 같다. 그는 개미 처럼 바지런하고 욕심이 많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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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기 ; 환기 - 전시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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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아직 끝나지 않은 우리들의 리그 정효섭

아직 추위가 다 가시지 않은 2월의 늦겨울, 빗겨가는 시선들과 쭈뼛거리는 손발을 원망하던 첫만남의 어색한 공기를 기억한다. 작가들의 긴장되는 작품 프레젠테이션과는 달리 순식간에 날아든 기획자들의 사랑의 작대기(?)로 더 룸의 다섯 팀이 정해졌다. 흔히 볼 수 없는 신진 작 가와 신진 기획자의 일 대 일 조합. 어떤 결과물이 나올 지 도통 예감할 수 없는 상황 속에 만 남은 시작되었다. 우리는 매 전시마다 작가의 아티스트 토크, 기획자의 서문과 리뷰들을 낭독 하는 자리를 갖기로 했다. 술에서 술로 끝난 더 룸 프로젝트였다는 여담을 풀어놔도 될까. 어색한 공기를 씻어내는 건 단 연 술자리였다. 수퍼바이저인 신보슬 선생님의 분투 끝에 마무리되었던 첫 날의 뒷풀이 자리 는 연락처를 주고 받으며 서로 탐색전을 펼치는 것으로 끝이 났다. 그 날 이후 공식적인 전시 오프닝과 아티스트 토크, 기획자 서문과 리뷰 낭독 시간 이외에도 각 팀별로, 또 여럿이서 만 남의 자리를 이어 갔다. 작업과 전시에 대해 오고 가는 설전과 대립, 사소한 마찰과 충돌은 되 려 그들을 단단히 묶어주는 고리가 되었고, 진한 농담과 방언이 터져 나오는 것은 비단 익숙해 진 얼굴들과 함께하는 술자리라서가 아니었다. ‘신진’이라는 단어로 엮인 작가와 기획자의 조 합은 여느 사회 초년생처럼 예술의 초년생으로써 마주해야 할 불안과 의구심들을 털어내고 서 로를 북돋우는 자리가 되었다. 욕심꾸러기 작가와 휘둘리는 기획자, 의욕 충만한 기획자와 템포가 느린 작가, 죽이 잘 맞아 너 나 없인 못 사는 작가와 기획자 등. 다섯 팀은 저마다 제각각으로 5팀 5색이었다. 코디네이 터로써 그들의 과정을 함께한 나는 예상할 수 없는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해프닝들을 함께 겪 을 수 있었다. 무릇 드라마는 제 3자일때여야 재미있는 법이라, 긴밀하게 전시로 이어지는 상 황들 속에 민감한 감정선을 조율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토탈미술관 옥상에 위치한 더 룸은 전장이 되었고, 작가와 기획자 단 둘이서 머리를 맞대고 울고 웃으며 만들어낸 전시는 그 어느 전시보다도 뜻 깊은 전리품이 되었다. 우리는 운동회의 이어달리기처럼, 더 룸이라는 바 톤을 주고 받으며 전시를 마무리하는 속 깊은 후련함과 미련, 또한 시작이라는 막막함과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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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을 나눠 가지며 14년 한해 다섯 번의 전시를 마무리했다. 전시 후에는 매번 아티스트 토크와 기획자의 글을 낭독하는 시간을 통해 작품과 기획의 의도 와 진행, 마감 등에 따끔한 지적을 받았다. 특히 수퍼바이저인 천경우, 신보슬 선생님의 일침 은 가슴 깊숙이 쿡쿡 박혀 고개를 수그리게 만들었다. 성글은 전시의 형태와 빈틈이 보이는 진 행은 많은 아쉬움을 남겼고, 엎질러진 물은 여러 조언과 가르침들로 메우게 되었다. 신진 작가 와 기획자들이 부대끼며 보낸 한 해의 총평이 썩 좋지 않다는 것은 내부적으로도 수긍하는 분 위기였다. 결국 그들만의 리그였던 것일까. 전시와 작업은 계속해서 현재 진행형이다. 만들어지고, 소비되고, 과거이자 기록으로 축적된 다. 반복적인 굴레 속에서 점점 우리들의 감정은 무뎌지고, 그저 본업을 위한 일로써 받아들이 게 되는 것은 작가와 기획자로써 필히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결코 좋은 작업과 전시는 상품처 럼 걸러진 프레임 속에서 나올 수 없다. 작가의 작업과 기반을 이해하고 스터디하면서, 또한 기획자의 면밀한 시선과 분석적인 태도를 존중하면서 의견을 한 데 모았을 때, 비로소 좋은 결 과물을 얻을 수 있다. 이번 더 룸 프로젝트는 작가와 기획자가 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호흡하며 함께 과정을 쌓아나갔다는 점에서 우리들이 망각하고 있었던 본연의 태도를 환기시키는 계기 가 되었다. 그렇기에 우리가 함께했던 한 해를 감히 헛된 시간이라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 들의 리그는 끝나지 않았다.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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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은 Education

2013

<Construction Site>, 송은아트큐브, 서울

중앙대학교 대학원 사진학과 졸업

Selected Group Exhibition

Solo Exhibition

제36회 중앙미술대전 선정작가전,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서울

2014

<기억의 가소성>, 프로젝트 스페이스 더룸, 서울 Selected Group Exhibition 2014

Body and nature, <기억의 가소성>, 아트스페이스 J, 분당, 경기도 2013

TRIALOG, <Untitled>, 주한독일문화원, 서울

2014

제 5회 KT&G SKOPF 사진 미래色, 고은사진미술관, 부산 <Site & Place> [2인전], 두산 갤러리, 뉴욕, 미국

<New Generation>, Gallery Image, 오르후스, 덴마크 <New Generation>, 한미사진미술관, 서울

<첫 만남 텅 빈 우정의 시작: 인천아트플랫폼 5기 입주작가 프리뷰전>, 인천아트플랫폼, 인천

<플랫폼 아티스트: 인천아트플랫폼 4기 입주예술가 결과보고>, 인천아트플랫폼, 인천

<변모하는 도시 인천>, 트라이볼, 인천

The Show must go on_Singapore, <Untitled>, Praxis Space,

2013

RoadShow 2013 백령도&인천, <심(沈)의 위기와 회복>,

인천아트구락부, 인천아트플랫폼, 인천

ICAS, 싱가폴

토탈미술관, 서울

사진과 사진, <묵정墨井>, KT&G상상마당, 서울

사진 미래色 2013, <묵정墨井>, 고은컨템포러리사진미술관, 부산 2012

homo empathicus, <묵정墨井>, 브레다미술관, 브레다, 네덜란드 2009

2009플랫폼 인 기무사, <아주 작은 차이>, 아트선재, 서울 2008

거울 보는 약장수는 신파다, <나는 신파다>, 갤러리 소굴, 서울 Awards 2012

KT&G 상상마당 스코프(SKOPF) 올해의 작가 선정

정지현 Education

2012 중앙대학교 일반대학원 사진학과 수료 2010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사진학과 학사 2005 서울예술대학 사진과 졸업 Solo Exhibition 2014

<Oppo-Site>, 프로젝트 스페이스 더룸, 서울 <Demolition Site>, KT&G 상상마당,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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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anZhou International Photo Festival>, 광동, 중국 <The Show Must Go On in Singapore: 토탈미술관>, Praxis Space, ICAS, 싱가폴

<로드쇼: 대한민국-백령도>, 토탈미술관, 서울

<평화미술프로젝트:백령도 525600시간과의 인터뷰>, 인천아트플랫폼, 인천

레지던시 나우, 송원아트센터, 서울

<플랫폼 액세스: 인천아트플랫폼 4기 입주작가 프리뷰전>, 인천아트플랫폼, 인천

제14회 사진비평상 수상작 전시, 갤러리 이앙, 서울 2012

<공터프로젝트>, 청주연초제조창, 청주

<In Transit>, European Month of Photography Berlin, 베를린, 독일 <Speciaal project fotografisch talent uit Korea Breda international photo festival>, 브레다, 네덜란드 <공장미술제>, 선셋 장항페스티벌, 장항

<Asian Students and Young Artists Festival>, 문화역 서울284, 서울 2010

<Hidden sense 국제 젊은 사진가전>,제 1회 대구사진비엔날레, 대구 <Emerging Artists>, 두산 갤러리, 서울 Awards 2014

제 5회 대구사진비엔날레 포트폴리오리뷰 우수포트폴리오 선정, 대구 제 36회 중앙미술대전 작가선정, 중앙일보

인천아트플랫폼 5기 레지던시 프로그램 입주작가, 인천 2013

제 6회 KT&G 상상마당 한국사진가 지원 프로그램] 올해의 최종 작가, KT&G 상상마당, 서울


인천아트플랫폼 4기 레지던시 프로그램 입주작가, 인천 아르코 작가워크숍, 아르코미술관, 서울

제14회 사진비평상 수상, 포토스페이스, 서울

2012

청년작가 10인전, 포토하우스, 서울

2012

정영돈

조선일보, 서울

Education

성보라

Solo Exhibition

Asian Students and Young Artists Festival PRIZE 수상,

Education

2012 중앙대학교 대학원 사진과 순수사진전공 재학

2014 중앙대학교 사진학과 학사 졸업 2014

<환기 ; 환기>, 토탈 미술관 프로젝트 스페이스 더룸, 서울

2008 서울예술대학 사진과 졸업

Selected Group Exhibition

Solo Exhibition

<Photobook Week AARHUS>, 갤러리 이마지, 덴마크

2014

<아무도 날 좋아하지 않아>, 프로젝트 스페이스 더룸, 서울 Selected Group Exhibition 2014

<New Generation> 시작, 한미사진미술관, 서울

공장미술제, <생산적인 너무나 생산적인>, 문화역서울284, 서울 2013

<TRIALOG Music/Video/Performance>, 독일문화원, 토탈미술관, 서울 Alt. + 1000 Festival de photographie, 로시니에르, 스위스 아시아대학생국제사진전, 서울

<속색 - 오픈스튜디오>, 라지나 컨템퍼러리 아트센터2, 폴란드

<Cud nad martwą wisłą>, 라지나 컨템퍼러리 아트센터, 폴란드

<Kongres rysowników>, Paweł Althamer - Krytyka polityczna, 폴란드

<Parkowanie art festival>, A Kuku Sztuka, 폴란드 (무진형제-단체) <New Generation>, 갤러리 이마지, 덴마크

<New Generation>,한미 사진 미술관, 서울 <공장미술제 4th>, 문화역 서울 284, 서울 <High Potentia>, 온 갤러리, 서울 2013

<리안조우 사진 페스티벌>, 리안조우, 중국 <후원의 밤>, 최경주 재단, 인천

<고도 +1000 사진 페스티벌>, 로시니, 스위스

김형식

<Byob 페스티벌>, 스페이스 오뉴월, 서울 (무진형제-단체)

Education 2009 -

2014

중앙대학교 일반대학원 사진학과 재학중

<태평스러운 망각>, 이룸 갤러리, 서울

<우리 집에 사는 귀신>, 스페이스 꿀, 서울 (무진형제-단체)

1999- 2007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사진학과 졸업

2012

Solo Exhibition

형제-단체)

2014

<미디어 프로젝트 : 언바운드 아카이브>, 아르코 미술관, 서울 (무진

<Distortion>, 프로젝트 스페이스 더룸, 서울

Awards

Selected Group Exhibition

문예진흥기금 국제교류 부문,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14

<New Generation>, Gallery Image, Aarhus, Denmark <New Generation>, 한미사진미술관, 서울 Art Factory Project, 문화역서울284, 서울 2013

<TRIALOG Music/Video/Performance>, 독일문화원, 토탈미술관, 서울 <Alt. + 1000 Festival de photographie>, 로시니에르, 스위스

2014

라지나 컨템퍼러리 아트센터 입주 작가, 그단스크, 폴란드

문예진흥기금 별별 예술프로젝트 선정, 경기문화재단 (무진형제-단체) 2013

아르코 예술창작센터 단기 입주 작가, 서울 (무진형제-단체) 2012

아르코 미술관 미디어 아카이브 선정, 아르코미술관 (무진형제-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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