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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ADSHOW RWANDA 2016 로드쇼: 르완다 기간
2016년 10월 7일(금) – 10월 16일(일) 장소 아프리카 르완다 기획자 신보슬 코디네이터 정효섭 예술가 KDK, 노순택, 정연두, 홍순명 영화감독 김형주 디자인 손혜인 주관 토탈미술관 후원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협력 주르완다한국대사관, 2&5 크리스찬 스쿨, 이네마 아트 센터, 인간조 아트 센터, 예고 아츠 도움주신 분들 강지현 올리비에 크위톤다 알 하지 알리미야 사바니 마리엔느 샤쟈 진 마리 비엔니 루감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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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르완다 갑니다.
추석 때였다. 경상도 출신이라 그런지 도통 사는 일상에 대해 얘기를 나누지 않지만, 해외에 나간다는 소식은 언질을 드려야 할 것 같았다.
“아버지 저, 르완다 갑니다.” “르완다가 어데고?” “아프리카에 있어요.” “아프리카 어디에 있노?” “우간다 밑에 있어요.” “우간다면, 거 폭탄 테러 나가 난리 난 데 아니가?” “맞는데, 르완다는 안전하대요.” “그걸 우째 아노?” “그쵸? 가보면 알겠죠.” “근데 왜 가노?” “여행하러요.” 그렇게 부자지간의 짧은 대화는 끝이 났다. 로드쇼라고, 작가와 기획자들이 모여 상황에 따라 다양한 활동을 하며 여행하는 프로젝트라고 부연 설명을 했지만 그닥 아버지의 흥미를 끌지는 못했다. 그보다는 역시 안전이 염려가 되셨던 모양이다. 전쟁에다 테러니, IS 얘기까지 나오는 걸 손을 저어 말렸다. 지칸가, 메르슨가 싶은 그건 어떻게 하냐고 묻기에 황열 예방주사만 접종하면 끝이라고 서둘러 안심을 처방해드렸다. 추석 연휴 동안 만난 가족, 친척과 친구들의 반응도 그리 다르진 않았다. 거길 왜 가냐는 물음을 이리저리 비켜가며 여러모로 답변을 달았지만, 해답이 없는 질문 공세에 여행의 목적과 의의는 딴전이 되었다. 아무래도 르완다에 가야 할 이유를 수십 가지 준비해둬야 할 판이다. 사람들의 뇌리에는 그저 아프리카는 위험한, 낙후된, 가난한 따위의 부정적인 단어들에 부합하는 미지의 땅인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여행의 이유는 충분한 것 아닐까?) 재차 위험하다며, 가지 말라며 바짓단을 붙잡는 걱정 더미에서 벗어나려면 서둘러 예방접종을 맞아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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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열 + 파상풍 + 공수병 + 말라리아 = ?
추석 연휴를 보내고 월요일 오전에 곧장 국립중앙의료원에 전화를 했다. 가장 빨리 접종을 맞을 수 있는 게 수요일 오전이라고, 황열 예방주사는 수입인지라는 걸 사야 한다고, 수입인지는 삼만이천사백육십원이라고, 우체국이나 은행에 가서 발급받아야 한다고… 원체 병원과는 거리를 두고 사는지라 안내를 듣는 것 만으로도 머리가 지근거렸다. 이윽고 당일이 되어 접종하러 가려니 공교롭게도 신쌤과 예약이 겹쳐 함께 움직일 수 있었다. 미리 끊어 둔 수입인지를 내고 여권 사진을 보여주는 것으로 접수가 완료되었다. 창백한 복도 끄트머리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벤치에 앉아 차례를 기다렸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출근하는 의사와 간호사가 부산히 움직이고 있었다. 매일 해왔던 것처럼, 익숙한 순서와 동선을 복기하는 듯한 그들의 동작은 병원의 알싸한 소독 냄새와 잘 어울렸다. 테이블을 두고 의사와 마주 앉았다. 르완다에 간다고 얘기 하자마자 황열, 말라리아, 장티푸스, 파상풍… 줄줄 읊어대는 의사의 말에 슬쩍 신쌤과 서로의 눈치를 살폈다. 왠지 가면 안 되는 곳으로 굳이 가겠다고 떼를 쓰다가 혼나는 느낌이랄까. 우리는 르완다 대사관에서 추천한 공수병 예방주사를 포함해서 총 세 방의 주사를 맞는 걸로 처방을 받았다. 의사에게 처방을 받고 데스크에 나가 결재를 하려고 보니
“이십일만오천이백사십원입니다.”라더라. “예?” 라는 단말마 같은 나의 대답에 직원은 예방접종은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라며 늘 있는 일인 것처럼 곧장 답을 달았다. 이걸 결재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왔다 갔다 하는 새 벌어지는 침묵에 무안해져서는 얼결에 직원에게 카드를 건네고 말았다. 카드를 인식하는 경쾌한 전자음을 듣고 있자니 머리에 주사를 한 방 맞은 듯 사방이 노래지고 열이 오르는 것만 같아 눈을 질끈 감았다. 주사는 오른팔에 한 번, 왼 팔에 두 번을 맞았다. 아플 새도 없이 슥슥슥. 주사를 한 오천 방을 놓아 본 듯한 솜씨였다. 주사가 아프지 않다니, 아까부터 괜히 또 당한 듯한 느낌이다. 황열주사는 생백신이라 이 삼일은 감기에 걸린 듯 으슬할 수도 있고, 사람에 따라 헛구역질이 날 수도 있단다. 말라리아 예방약을 받으러 약국에 가면서 신쌤은 주사 값이 아까워서라도 아프리카를 더 다녀봐야겠다며 눈 뜨고 코 베이듯 결재한 이십여만원과 수입인지값을 더했다. 그러는 와중에 약사가 건넨 말라론 열여섯 정은 육만사천이백원이었다. 한 알에 사천원. 그렇게 다 합쳐서 삼십일만천구백원으로 예방접종을 마쳤다. 약 기운 때문인지 속이 미식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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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자
르완다 비자를 발급받기 위해 준비해야 하는 서류의 양은 어마무시했다. 비자를 발급받으려면 현지인 혹은 기관의 초청이 있어야 하며, 없을 시에는 대사관에서 심층 면담을 받아야 한단다. 비자는 서류를 제출하고 3일의 기간이 걸려 받을 수 있는데, 하필 월요일이 개천절이라 하루를 더 급히 준비해야 했다. 우리는 강쌤을 통해 현지에 있는
Yego Arts에 근무하고 있는 올리비에 키위톤다 씨의 ❶ 여권(황열카드 필요없음)
초청장을 받을 수 있었다. 가보지 않은 르완다에서의 여행
❷ 비자신청서 (사진 1장 부착, 3.5x4.5cm)
일정표라거나, 영문으로 된 재직증명서, 진술서와 같은
❸ 초청장 1매
생소한 서류들을 준비하고 확인하는 데에는 꽤 오랜 시간이
❹ 초청인 또는 기관 증명서
걸렸다. 그리고 오늘 아침 아홉 시 은행이 여는 시간에 맞춰
❺ 여행일정표(Travel Plan)
영문으로 된 잔액증명서와 비자신청비 50USD를 환전해
❻ 항공(Flight Schedule)
주한르완다대사관으로 갔다.
❼ 숙박(Hotel Reservation) ❽ 재직증명서(영문) 혹은 진술서(영문) ❽-2 진술서의 경우, 주민등록등본(영문) ❾ 통장 잔액증명서(영문) - 입금액 100만원 이상의 본인 명의 통장(은행에서 발급, 신분증 지참)
➓ 비자신청비 50 USD(은행에서 환전하여 지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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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완다대사관은 한남동의 으리으리한 건물 사이 비교적 작은
몰랐던 서류의 등장에 덜컥 내려앉은 가슴을 다독이는 중에,
빌딩의 5층에 있었다. 네비를 잘못 읽어 한남동을 크게 한
서류를 검토하던 직원분이 다시 물었다.
바퀴 돌아서 다시 찾은 골목길에서, 가까스로 르완다 국기를
“그런데, 여기 숙박 예약서에 개별 이름이 없네요.”
발견하고 주차를 했다. 그리고 찾은 르완다 대사관은 짧고
그렇게 2차전도 실패, 다시 복사집에 가서 호텔 예약서에
좁은 복도를 따라 사무실로 추정되는 닫혀 있는 문 두 개와,
투숙객 이름을 기입하고 출력, 서류마다 나의 이름에
작은 비자 접수창구가 전부였다. 접수창구에 문의를 하니,
형광펜으로 표시해서 제출하고서야 비자 신청은 접수되었다.
“비자 서류 주세요.”
그렇게 다사다난했던 오전을 보내고, 작가님들에게 비자
“혹시 비자 신청서는 따로 없나요?”
접수에 필요한 서류와 내용들을 안내하다 보니 하루가 금세
“네, 직접 뽑아서 작성해서 가져오셔야 해요.”
다 가버렸다. 그리고 퇴근길의 차 안에서, 독일에서 르완다
“아… 그럼 여기 주변에 서류를 프린트할 만한 PC방 같은
비자 신청에 도전한 김쌤에게서 연락이 왔다.
건 없나요?”
“비자 신청 완료 했어.”
“맞은 편에 복사집이 있어요.”
“진짜? 서류는?”
“아, 네 감사합니다.”
“비자신청서랑 여권이랑.. 사진?”
아하… 그렇게 신쌤과 나는 복사집에 들러 비자신청서를
“뭐?”
출력해 작성했다. 누락된 서류까지 꼼꼼히 확인하고 다시
신쌤은 몇 초간 말을 잇지 못 했다. 아무래도 충격적인 얘기는
5층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탔을 땐, 왠지 모를 비장함이
거기서 끝이 아니었나 보다. 대사관 직원이 아주 호의적으로
감돌았다. 다시 찾은 비자 접수창구 앞에서,
차를 대접하고 르완다에 관한 책까지 선물로 주었다는 후문…
“초청하시는 분 ID카드 같은 건 없나요?”
나는 구멍 뚫린 플라스틱 벽 사이에 두고 직원과 수십 장의
“네? 그런 것까지 필요한가요?”
서류를 주고받은 오늘의 오전을 떠올렸다. 3차전을 겪었지만
“아니면 이 기관이 르완다에 등록되어 있는 기관이면
그래도 한 번에(?) 비자 신청을 세이프한 것에 대해 내심
등록증 같은 걸 주셔도 되구요.”
뿌듯함이 있었지만 이제는 상처뿐인 영광으로 남았다.
“아… 그럼 오늘은 비자 신청을 할 수 없나요?” “일단 접수하시고, 나중에 보내주시거나 비자 찾아갈 때 주셔도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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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진짜 르완다 갑니다.
못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국 일자는 가까워 오는데 여전히 비자를 발급받지 못했다. 초청장에 추가로 르완다에 위치한 기관의 증명서류를 제출하고 오후에 다시 연락을 받았다. 초청장을 보낸 사람과 해당 기관의 연관점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 이를테면 재직증명서가 필요한 거 였는데, 급히 올리비에 키위톤다 씨에게 요청했더니 그 서류를 준비하긴 어려울 것 같단다. 무슨 일인가 싶어 재차 물었더니 얼마 전 해당 기관이 문을 닫았다는 황당한 답변이 왔다. 이틀 뒤면 출국인데 이게 무슨 날벼락인지. 급히 추천을 받은 이파프로디테테 비나몽구 씨에게 초청을 위해 필요한 서류를 주루룩 요청하는 메일을 보냈다. 하지만 묵묵부답이었고, 걱정하는 새 오른 퇴근길에서 옆자리에 앉은 신쌤께서 받은 전화는 공교롭게도 주한르완다한국대사관 이었다. 현재 상황에 대해 차분히 설명을 드렸고, 오늘 업무시간 중으로 별도의 초청장을 발급해주기로 약속을 받아두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초청장이 와 있었다. 후다닥 여섯 부를 프린트해 주한르완다대사관으로 달려가 초청장을 전달했다. 혹여 또 무슨 문제가 생길까 직원분에게 재차 확인을 받아두었고, 근처 카페에서 각 작가들의 전자서명을 넣은 위임장 서류를 만들어 마침내 총 6개의 여권과 맞바꿔먹었다. 노란 비자가 붙은 여권을 훑어보는 중에 복도 한편에 걸려 있는 르완다 대통령 폴 카가메의 포트레이트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비스듬히 먼 곳을 바라보고 있는 그는 애써 나의 원망스런 눈길을 회피하고 있는 것 같았다. ‘왜 그러세요. 대통령님. 독일에서는 일절 서류 없이도 비자를 내어 준다는데, 한국에는 왜 이리도 야박하십니까요….’ 여섯 개의 여권 뭉치는 생각보다 두툼했다. 사실 생전 처음 받아보는 비자였는데 제대로 신고식을 얻어맞았다. 주변에서는 하물며 미국 비자에 그 어떤 비자도 이만큼 복잡한 적은 없었다고 했다. 어찌되었든, 이제는 정말 르완다를 가게 되었다. 렌터카 업체에다 미니 버스도 예약하고, 주르완다한국 대사관과 공동으로 워크샵과 일정들도 잡았다. 모두가 처음인 아프리카 르완다는 얼마나 새로운 곳일까. 앞으로 비행기가 뜨기까지 하루와 반절 정도가 남았다. 비자를 받고 나니 그리도 촉박했던 시간이 갑자기 고무줄처럼 늘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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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 개의 고원
생각보다 키갈리 공항은 매우 단출했다. 비행기는 한 세 대쯤 밖에 없었고, 지금 막 도착한 무리는 우리 밖에 없었기 때문에 부산하지 않게 입국심사를 받고 짐을 찾아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예약해 둔 렌터카 회사의 직원이 보이지 않았고,
새벽 비행기를 타기 위해 우리는 밤 열 시에 공항에서 모이기로
김쌤에게 핸드폰을 빌려 급히 회사에 전화를 하는 새에 키가
했다. 티켓팅을 하는 중에 노쌤, 이어서 김감독님이 도착했고
훤칠한 친구가 옆으로 다가와 “TOTAL MUSEUM”이라 써
우리는 드라마틱하게(?) 모두 함께 발권을 마쳤다. 인천공항은
놓은 종이를 수줍게 펼쳐 보였다. 그렇게 라잠은 일정 동안
경유나 밤 비행기가 많지 않아서인지 면세점은 한산했고,
우리의 발이 되어주기로 했고, 도요타 14인승 미니버스에
가게가 더러 문을 닫고 있었기에 아슬하게 마감 직전의
짐을 실어 능숙하게 호텔로 운전해주었다. 주차비를 내고 곧장
우동집에서 밤 야참을 챙겨 먹고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영수증을 잃어버려 공항을 빠져나가는 게 조금 더디긴 했지만.
카타르 항공은 모두가 입을 모아 호평할 정도로 괜찮은 선택
호텔(Gorilla Golf Hotel)에 도착하니 게이트 직원이 나타나
이었다. 기내식부터 서비스, 좌석까지 불편하다 싶을 것은
둥근 쇠 접시가 달린 기다란 봉으로 미니버스를
딱히 없었다. 다만 열 시간 남짓의 비행에는 다들 노곤해져
휘둘러보았다. 폭발물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는 절차였다.
있었다. 새벽의 일출에 맞춰 도착한 도하 공항은 의외로 아침
그리고 호텔에 들어가는 입구에는 예의 공항에서나 볼 수
비행기를 타는 승객들로 붐볐고, 우리는 각자 채비를 마치고
있었던 검문검색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우리는 가지고 있던
게이트 앞에 나눠 앉아 시간을 보냈다. 본격적으로
짐과 자켓을 벗어 그곳을 거쳐서야 호텔 안으로 들어갈 수
아프리카로 가는 비행기라 그런지 검은 피부의 사람들이
있었다. 낯선 곳에서 계속해서 받아야 하는 검문과 검색들은
많아졌고, 그제야 조금은 아프리카에 간다는 실감이 나기
조금은 낯설기도, 그래서 긴장되기도 했다. 우리는 호텔
시작했다. 그렇게 카타르 도하에서 르완다까지 가는 데에는
로비에서 체크인을 마치고 패션 푸르츠와 망고를 갈아 만든
일곱 시간 정도가 더 걸렸고, 중간에 우간다의 엔테베에
‘웰컴 주스’로 환대를 받은 뒤 각자 방을 배정받기로 했다.
도착해서는 한 시간 정도 기내대기를 했다. 총 세 번의 이륙과
정쌤의 기지로, 앞 뒤로 스마일 무늬가 박혀 있는 사탕의
착륙을 하는 동안 홍쌤은 멀미에 얼굴을 부여잡기도, 김쌤은
뒷면에 그린 그림으로 짝을 맞추기로 했다. 그렇게 나는
쌓이는 피로에 코피가 터지기도 했다. 그렇게 척추의 뼈가
혓바닥을 빼어 물고 있는 스마일 사탕으로 홍쌤과 같은 방을
욱신거려 앉아 있기가 괴로울 즈음에야 드디어 우리는
쓰게 되었다. 그리고 김감독님과 정쌤, 김쌤과 노쌤이 같은
르완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방을 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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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완다에서의 일정이나 저녁 등을 상의하기 위해 다섯 시에
이후 대사관과 함께할 일정들을 정리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로비로 모이기로 했다. 로비로 나가 보니 홍쌤은 오래전부터
마무리하고, 우리는 대사님과는 인사를 나누고 저녁을 먹으러
알고 지냈다는 주르완다한국대사관의 박대사님을 먼저
시내로 나왔다. 길거리에는 오토바이 뒤에 손님을 태우는
만나고 있었다.
1인용 모토 택시들이 쉴 새 없이 지나다녔고, 매캐한 매연
“혹여 근처에 일이 있으시면 르완다도 한 번 들러주세요.”
냄새가 깔려 있었다. 천 개의 고원이 있는 나라라는 별명처럼
“대체 내가 아프리카에 갈 일이 뭐가 있겠어.” 가,
고산지 형태인 키갈리 시내에는 사방의 언덕을 따라 집들이
“이렇게 만나니 참 좋군요.”
주욱 늘어져 있었다. 시내를 둘러보며 길을 따라 걷고 있지만
“그러게, 내가 정말 르완다에 오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어.”
산산한 날씨와 쓰레기 하나 없이 잘 정돈되어 있는 거리는
가 된 이야기.
익히 예상하던 아프리카라는 판이하게 달랐다. 그렇게 1km를
사실 그건 우리 모두가 마찬가지였다.
조금 더 걸어 인도 음식 전문인 블루베리 레스토랑에 자리를
‘내가 정말 아프리카에, 르완다에 오다니…’
잡고 앉았다.
대사님은 무작정(?) 르완다에 찾아온 우리들을 반갑게
레스토랑의 메뉴판은 빼곡한 글씨로 가득했고, 백 개가 넘는
맞아주었고, 르완다에 대한 이런저런 안내를 해주었다.
다양한 음식을 고를 수 있었다. 음식의 개수만큼 주문과,
이를테면 르완다의 역사와 현 상황, 현지인들의 반응과 일정
음식이 나오는 데 까지는 한참 시간이 걸렸고 그 덕에 우리는
동안에 유용한 팁 같은 것들이었다. 이전의 한국의 역사와
함께 모여 다양한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이를테면 또다시
비슷한 지점들을 짚어가며 얘기해주시는 대사님의 설명은
시작되는 로드쇼에 대한 물음과 같은 것들.
자분자분한 목소리와 함께 귀에 쏙쏙 들어왔다.
“아니, 그런데 정말 이렇게 계획 없이 와도 되는 거에요?” “계획은 이제 만들면 되죠 쌤. 그런데 작가로 활동하면서 이렇게 아무 일 없이 여행 와본 적은 없지 않나요?”
“아.. 그렇지. 그래서인지 계속 뭔가 해야 될 것 같은 강박이 생긴단 말야.”
“그게 바로 로드쇼의 매력이지요! 이렇게 다 모여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거 아닐까요?” 로드쇼에 대한 의문은 생각보다 쉽게 풀렸다. 함께 하는 순간에 대해 소중함과 가치를 느끼는 것. 특별한 공간, 특별한 상황 속에서 무언가를 공유하며 보다 끈끈히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는 것. 로드쇼는 결과보다는 시작과 과정에 그 목적이 있었다. 뭘 하지 않아도 뭘 하고 있다는 아이러니. 이윽고 한참 시간이 걸려 주문했던 음식이 나왔고, 우리는 재미있고 뜻깊은 로드쇼를 만들자며 열심히 음식을 나눠먹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의 밤 하늘에는 달무리가 져 있었다. 이미 해가 져서 깜깜해진 도로에는 여전히 모토가 연기를 내뿜으며 달리고 있었다. 까만 밤 사이로 집집마다 켜둔 전등은 마치 하늘에 뜬 별이 내려앉은 것처럼 보였다. 우리는 고원의 능선을 타 넘으며 느긋한 걸음으로 숙소에 도착했다. 시차 때문인지, 스무 시간이 넘는 비행길에 지쳐서인지 르완다 에서의 첫날은 모두가 나가떨어지듯 곤히 잠들었다. ‡ Gorilla Golf Hotel Taking a coffee break, a relaxing evening with friends or a business meeting? Look no further. Gorillas Golf Hotel, Kigali will cater for your needs. We have a pool side terrace, pool lounge, a restaurant, gardens and bar to cater for all your needs. come check it out today. ‡ Blueberry Restaurant At Tandoori Indian Restaurant, we aspire to offer true renditions of the timeless Indian cuisine that has cheered the soul and spirits of Maharajas and Nawabs with obsession for food over the centuries. These recipes are exceptional and each one is a heavenly delight. We are proud to bring this extravagant experience to our beloved Kigali so that we may all enjoy the fine cuisines of Indian Royal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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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4년, 어느 날
여섯 시 반에 딱 맞춰 조식을 먹으러 나왔더니 우리가 첫 손님 이라 모든 음식에 비닐이 포장되어 있었고, 괜히 뜯기가 민망했다. 생각보다 호화로운 조식 메뉴에 깜짝 놀라며 홍쌤과 나는 점심 끼니까지 해결해버릴 기세로 무진장 맛있는 아침을 먹었다. 그러는 새 하나 둘 식당으로 모여 앉아 키갈리의 아침과 오늘의 일정, 시차와 컨디션 등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누었다. 그러다 문득 기내에서 봤던 영화들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물 만난 고기처럼 김감독님이 얘기 보따리를 풀어냈다. 쉽게 들어볼 수 없는 영화의 뒷(?) 얘기들은 흥미진진했고, 빵빵 터지는 웃음 속에 아침의 노곤함을 떨칠 수 있었다. 여덟 시 반에 맞춰 렌터카를 확인하러 나가보니 아크가 나와 있었다. 아크는 훤칠한 키에 깔끔한 외모의 훈훈한 청년이 었다. 아크는 두껍게 악수를 하며 라잠이 다른 일이 생겨 오늘부터는 알리미야가 우리의 발이 되어줄 거라 했다. 알리미야는 새카만 피부에 체격이 우람하고, 코 평수가 넓은 얼굴상으로 넉넉하게 나온 배만큼 넉살이 좋아 보였다. 나는 아크에게 렌터카 비용을 지불하고 손뼉을 치듯 두껍게 손을 맞잡아 인사를 한 후, 알리미야에게 오늘의 일정을 일러두었다. 서구인들이 르완다를 식민지로 점령하면서 그들의 몸이나 얼굴의 꼴을 측정했다. 비교적 키가 크고, 피부가 덜 까맣고, 길고 얇은 코를 가진 사람을 투치족으로, 그 이외를 후투족 으로 나누게 되면서 소수족인 투치를 지배계층으로 삼았다. 이후 식민지에서 해방되고 민주화가 도입되면서 자연스럽게 다수의 후투족이 나라를 집권하게 되었고, 투치족을 더러 서구와 손을 맞잡은 세력이라 두둔하며 지`속적인 억압과 마찰을 겪게 되면서 서로 간의 갈등은 가중되었다. 이후 온건 후투족이었던 대통령이 비행기 추락 사고로 서거하면서
1994년 4월 제노사이드가 시작되었고, 투치를 말살한다는 목적으로 백만여 명이 목숨을 잃는 대학살이 벌어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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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노사이드 메모리얼(Genocide Memorial)은 불과 이십여
우리는 예정했던 대로 대사님과의 점심을 먹기 위해 자리를
년 밖에 지나지 않은 1994년 당시에 일어났던 참사를 기리는
옮겼다. Urban City Hotel의 4층에 위치한 레스토랑은
곳이었다. 우리는 르완다에 여행하기에 앞서 그들이 가진
굉장했다. 키갈리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면서 창 없이 뻥 뚫린
역사와 사회를 알아야 한다고 판단, 첫 일정으로 그곳에
바깥에서 선선한 바람이 들어왔다. 우리는 대사님과
도착했다. 본격적인 관람에 앞서, 사건을 겪은 생존자들의
서기관님과 함께 점심을 먹으며 제노사이드와 르완다의
인터뷰를 담은 오 분 가량의 다큐멘터리 영상은 가슴 한 켠을
사정에 대해서 보다 더 세부적인 얘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묵직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무언가 하나의 정답으로 끌어가는
르완다의 외교 관계에 더해 한국과의 관계, 불과 몇 년 새
듯한 도입과 전개는 그리 석연치 않았지만.... 전시 공간은
급변하고 있는 르완다, 주변국과의 관계 중에서도 특히
둥근 원형의 형태를 빙 돌아가는 형태로, 제노사이드 전반에
국경이 맞닿은 부룬디와의 차이와 같은 것들, 그리고 카가메
대한 사진과 영상, 월페이퍼들이 꼼꼼히 배치되어 있었다.
대통령의 행보에 대해서. 대사관님은 도통 재미없을 법한
그리고 그 안쪽인즉 벽의 반대편에는 그 당시의 현장을
이야기들을 영화를 보는 것처럼, 때로는 소설책을 읽는 것
가늠할 수 있는 옷가지와 사망자들의 초상 사진들, 유골들이
처럼 맛깔나게 풀어냈다. 메모리얼에서 바로 넘어온 터라
전시되어 있었다. 르완다에 오기 전 제노사이드에 대해 여러
제법 무거워진 마음에 점심을 먹기가 부담스럽진 않을까 내심
다큐멘터리와 문서 자료들을 살펴보고 왔던 터라, 그 내용에
걱정했지만, 대사님께서 많이 배려해주신 것 같았다.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것을 바로 눈앞에서 마주
대사님과는 내일의 만찬을 기약하며 인사를 나눴고, 한동안
한다는 것은 또 달랐다. 마치 사실을 목도하면서도 줄곧 회피
바깥 경치를 구경하며 주변을 날고 있는 솔개들을 사진으로
하고 있었던 것 같은 기분이랄까. 여러모로 찜찜해진 기분을
담았다. 그들처럼 뭔가 후련해지고 싶었던 건 아니었을까. 다들
달고 바깥으로 나와서는 당시 수십만 명의 사망자 유골을
테라스에 바싹 붙어 한동안 그들이 나는 폼새를 바라보았다.
묻은 무덤가를 걸을 수 있었다. 네모진 콘크리트로 무르팍까지 오는 높이의 깔밋한 무덤들을 보면서 그 묵직함에 자꾸만 걸음을 주춤거리게 되었다. 마지막 무덤은 창 형태로 안쪽을 내려다볼 수 있도록 해두었는데, 그곳에서 올라오는 알싸한 냄새에 순간 머리가 어지러워 한동안 눈을 감고 서 있었다. 영화 <호텔 르완다>에서 각자 후투와 투치라 말하는 그들을 더러 “도대체 뭐가 다른거야?”라고 난색을 표하던 기자를 기억한다. 과거에는 단지 부의 기준이었던 후투와 투치를 이념으로 갈라놓았던 것은 비단 서구인들의 이기적인 잣대 때문이었을까, 혹은 인간의 보편적인 이기심 때문인 걸까. 무엇이 그토록 그들을 잔인하게 만든 건지, 하물며 그 사건을 당해야만 하고 또 방관해야만 했던 그때 그 상황과, 그 공기는 대체 무엇이었을지. 여러모로 복잡해진 생각들이 도통 정리 되지 않는 것은 그 일이 불과 20여 년 밖에 지나지 않은 현재 진행형인 일이라 그런 걸까. 르완다의 키갈리 시내에 퍼져 있는 요상한 분위기, 그 공기들, 그리고 모두가 그때의 참상을 마음 한 켠에 담고 있을 거라 생각하니 머릿속이 더 복잡해 졌다. 문득 메모리얼을 관람하며 조용히 눈물을 훔치던 노신사의 모습이 떠오르며 코 끝이 시큰했다. 하지만 이것도 결국 그들에 대한 나의 편견인 걸지도. 다만 확실한 것은
1994년, 그때 이곳의 공기는 지금과는 사뭇 달랐을 거라는 것. ‡ Genocide Memorial (Kigali) The Kigali Genocide Memorial is the final resting place for more than 250,000 victims of the Genocide against the Tutsi in Rwanda. It honours the memory of the more than one million Rwandans killed in 1994 through education and peace-building. ‡ Gorilla Golf Hotel Taking a coffee break, a relaxing evening with friends or a business meeting? Look no further. Gorillas Golf Hotel, Kigali will cater for your needs. We have a pool side terrace, pool lounge, a restaurant, gardens and bar to cater for all your needs. come check it out 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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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미롱고 KIMIRONKO
오후엔 키갈리 공항의 북쪽에 위치한 키미롱고에 있는 전통시장에 들렀다. 운전수 알리미야의 추천으로 가게 된 시장은 인파로 북적였다. 알리미야는 혹여나 있을 일들에 조심하라며 일러주었다. 아니나 다를까 시장에 들어서자마자 건장한 청년 한 명이 달라붙더니 본인이 가이드를 해주겠다며 돈을 요구했다. 시장 안은 꽤나 규모가 컸고, 높다란 천장으로 가려진 내부는 컴컴하고 길이 좁았다. 우리는 일렬로 줄지어 다니며 시장의 안쪽에 위치한 기념품 상점에 들렀고, 전통 문양이 그려진 바구니에서부터 키홀더와 목걸이 등 다양한 물건들이 있었다. 이색적인 물건들에 눈이 가면서도 자꾸만 우리들을 멈춰 세우는 상인들의 손짓과 부리부리한 눈매, 낯설고 좁은 시장에서 나는 구릿한 냄새와 같은 것들에 신경이 곤두서고 주변을 살피느라 꽤 애를 먹었다. 그 와중 에도 홍쌤은 단연 흥정의 달인이었고, 몇 차례의 협상 끝에 모두가 마음에 드는 물건을 집어 들 때쯤 김쌤이 폐소증를 호소하며 나가기를 제안했다. 김쌤은 좁은 시장도 시장이지만 아무래도 밑도 끝도 없이 돈을 달라는 청년 때문에 갑갑하셨던 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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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달라던 청년은 바깥에 주차해둔 차까지 끈질기게 쫓아 왔다. 차에서 쉬고 있던 알리미야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우리를 모두 차에 태우고 몇 마디 말들로 그 청년을 제지하며
‘쿨’하게 차 문을 닫고 그곳을 빠져나왔다. 우리가 알리미야 에게 빠져든 것은 그때부터였을까. 듬직한 알리미야 덕에 긴장감이 싹 가셨고, 시장에서의 경험담을 곁들인 농담을 주고받는 새 목적지인 가야하 링크(Gayaha Links)에 도착했지만 문을 닫은지라,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다. 각자의 방에서 잠깐 시장에서의 전리품들을 정리하고 난 뒤, 해가 질 즈음에 각자 한국에서 가져온 라면과 반찬들을 꺼내서 함께 먹기로 했다. 내가 작은 컵라면을 두 박스, 김감독님이 네 다섯 개, 김쌤이 네 다섯 개와 볶음김치. 그중에서도 단연 정쌤은 미역국과 김, 김치, 컵라면과 깻잎무침까지 가져오는 덕에 한국 못지않은 호화로운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그 외에도 정쌤은 여행기간 동안 에너지 바와 팩홍삼까지 나눠주는 대인배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렇게 우리는 호텔의 야외 테라스 한 켠에 앉아 산산한 온도와 함께 맥주를 홀짝이며 저녁의 여유를 만끽했다.
‡ Kimironko Market Kimironko is one of the largest markets in Rwanda and one of at least half dozen markets around Kigali where a wide variety of goods and services are sold. The shopping itself is a fun experience, which gives us the opportunity to accomplish a necessary task
16 10 08 ≈25
¶¶ INZU NYARWANDA
이윽고 올리비에가 도착했다. 올리비에는 강쌤을 통해 추천받은 현지인이었고, 키갈리에서 회화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청년이었다. 그는 우리의 여행 기간 동안 함께 해주기로 했다. 호리한 체형에 레게처럼 머리를 땋은 그는 넉살이 좋아 보였고, 말이 느릿한 게 여유가 있어 보였다. 우리는 손뼉을 짝! 맞추듯 힙(?)하게 악수를 나누고, 오늘의 일정을 공유한 후, King’s Palace Museum을 향해 출발했다. 르완다는 천 개의 고원이 있는 나라라는 별명을 알고는 있었지만 아프리카에, 게다가 경상도 크기만 한 나라에 무슨 고원이 천 개씩이나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키갈리 시내 밖을 나가서도 구릉지는 끊임없이 펼쳐져 있었고, 도착할 때까지 쉴 새 없이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했다. 우르릉 거리는 엔진
오늘은 아침 일찍부터 채비를 마치고 르완다의 남서쪽인
소리와 함께 꼭대기 즈음에 다다르면 작은 집 몇 채가 보이고
Nyanza에 있는 King’s Palace Museum를 방문하기로
저 멀리 구릉의 자락에 집이 콕콕 박혀 있는 게, 마치
했다. 혹여 일요일에도 운영을 하는지 데스크에서 확인을
아기자기한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때때로
한 후 로비 밖으로 나가보니 알리미야는 입구에 서 있는
은색 양철로 된 지붕의 집들이 보여서 올리비에에게
직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는 A사 브랜드의 초록색
물었더니, 하늘의 색을 지붕에 씌우고 싶어서 그런 게 아닐까?
츄리닝 긴 바지에 반팔 흰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불룩하게
라는 묘하게 설득력 있는 답을 주었다.
나온 배와 약간 매칭이 되지 않아 어색해 보이기도, 선명한
키갈리에서 두 시간 정도 차를 타고 달려 King’s Palace
츄리닝 바지의 색상이 새카만 피부와 잘 어울리기도 했다.
Museum에 도착했다. 안에서 사진&영상 촬영을 하려면
어제와는 판이하게 다른 패션에 모두가 한 마디씩 거들었고,
입장료와는 별개로 추가요금을 내야 했다. 영상 촬영은
그날로 알리미야는 우리들의 패셔니스타가 되었다. 그러자
턱없이 비쌌고(아마 방송용 영상을 염두에 둔 가격이었던 것
알리미야는 너스레를 떨며 말했다.
같다), 사진 촬영도 꽤 가격이 있는지라 김감독님과 김쌤은
“왜냐면 오늘은 일요일이니까.”
카메라를 내려놓기로 했다. 관람을 하는 동안 가이드인 샤자는 사진을 찍는 것에 많은 주의를 주었다. 심지어 나에게 카메라로 촬영은 하되, 스마트폰으로 촬영은 제지하기도 했다. 김쌤은 카메라가 없어 손이 가려운지, 스마트폰으로 몰래 몰래 찍다가 샤자에게 혼이 났고, 그 와중에 정쌤은 팔짱을 낀 채 아무도 모르게 기록을 남겼다.
‡ King's Palace Museum Based in Nyanza, 88 km south of Kigali City, this was the residence of King Mutara III Rudahigwa and the Royal Palace that was traditionally built. This Palace offers a detailed look into Rwandan traditional seat of their monarchy, it is an impressive museum, restored to its 19th century state and made entirely with traditional materials.
26≈
가이드인 샤자는 마치 내셔널 지오그래픽이나 BBC에서
그 회의에 절대 빠질 수 없는 게 바나나 맥주라고, 심지어
나올 법한 어투와 음성으로 King’s Palace Museum을
바나나 맥주 없이는 회의를 시작하지 않았다고 했다. 샤자는
소개해주었다. 마치 오디오북 같은 설명에 다들 감탄했고
왕궁 옆에 위치한 우유 저장고와 맥주 양조장(?) 움막을
재미있는 얘기들은 간간이 신쌤이 통역을 해주었다. 이전
둘러보며 그 당시의 모습을 몸소 재현해주었다. 크기별로
왕족이 살았던 거대한 움막 같은 집(Inzu Nyarwanda)의
나누어진 조롱박의 크기라거나, 우유 저장고의 관리직은
입구에 있는 나무는 달려오던 코뿔소가 뿔이 걸리는 바람에
처녀만 할 수 있었다거나, 흥미로운 얘기들이 많았지만
사람이 목숨을 구한 이후로 보호수가 되었다는 얘기.
우리는 계속 바나나 맥주를 마셔보고 싶다고 샤자를 보챘다. 그랬더니 샤자는 다음에 오면 바나나 맥주를 만들어주기로 굳은 약속을 했다. 거기에 밀리지 않고 내년에 다시 올 것 이라며 장담하듯 말했더니, 샤자는 약간 당황한 기색이었다. 이어서 벨기에가 르완다를 식민지로 지배하면서 왕을 위해 지은 건물을 둘러보았다. 건물의 안쪽 벽면에 붙어 있는 판넬을 통해 수백 년 전의 르완다는 지금보다 훨씬 영토가 컸고 위상이 높은 나라였던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그때에 비해 영토나 규모가 줄어든 까닭은 서구의 일방적인 나라와 인종의 구분이 큰 요인이라 했다. 옛 왕궁 옆에 지어진 신식 왕궁이 다소 이질적이었던 것처럼, 아프리카라는 땅에 가했던 서구의
집 앞에 앉아 있는 왕과 얘기를 나누려면 무릎을 꿇고 자신의
이기적인 잣대들이 그들의 삶을 뒤바꿔버렸다는 것에 못내
6대손을 읊어야 했고(우리 아버지는 누구, 할아버지는 누구,
마음이 쓰렸다. 그곳에서 생활했던 르완다의 왕은 순식간에
증조할아버지는 누구, 고조할아버지는 누구…), 왕의 재판을
바뀌어버린 자신의 거처와 생활을 잘 적응했을까.
받아 끌려나갈 때는 보초병을 제치고 움막 입구에 있는 기다란 봉을 터치하면 재심을 받을 기회를 주기도 한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는 재미있는 얘기들이 많았다. 큰 움막 같은 왕궁 안은 꽤 쾌적하고 너른 공간에다 빛이 차단되어 어둑한 게 맘에 쏙 드는 아지트였다. 그 안에서는 종종 고위 관료들이 둘러앉아 회의를 열었다고 했다.
16 10 09 ≈27
우리는 우람한 뿔을 가진 소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남긴 뒤, 다시 키갈리로 돌아가기로 했다. 알리미야에게 근처에 괜찮은 로컬 음식점을 추천해달라 했더니, 일종의 버스터미널 같은 곳의 2층에 있는 테라스로 우리를 안내했다.
HAJI ENTERPRIZE 라는 곳의 아프리카 음식점엔 빠에야, 카사바, 감자, 고구마, 닭도리탕(?) 같은 음식을 뷔페처럼 한 접시에 떠다 먹을 수 있었다. 알리미야와 올리비에는 접시에 산더미처럼 음식을 담아 왔고, 우리는 느긋하게 점심을 먹으며 예의 Urban City Hotel의 비스트로에서처럼 날아다니는 솔개들을 한참 바라보았다. 돌아오는 길에 정쌤이 풍경을 남기고 싶다고 해서 잠깐 거리에 차를 세웠다. 정쌤은 김감독님과 저 멀리서부터 고즈넉한 논밭 풍경을 담았고, 그동안 우리는 제각기 바람을 쐬며 휴식을 취했다. 늦은 오후에는 시장에서 물물교환한 물건을 머리에 얹고, 수확한 작물을 가방에 메고, 강가에서 잡은 생선을 엮어 들고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커다란 카메라로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는 우리들의 모습이 신기했는지 지나치는 동안 우리를 뚫어져라 쳐다 보았다. 그들의 부리부리한 눈매가 괜히 부담스러웠지만, 이제는 그래도 눈인사 정도는 할 만 했다. 그러는 새 어떤 홀쭉한 아저씨는 르완다어로 무언 갈 얘기하더니 갑자기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절을 하기도 했다. 알리미야에게 물었더니 자신은 크리스찬이고, 술을 마셨고, 돈이 없고, 가난하고… 여러 말들이 많았지만 요지는 술을 마실 돈을 달라는 거였다. 우리는 적당히 인사를 하고 다시 차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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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노쌤이 차를 세웠다. 차를 세운 곳에는 ‘SAEMAUL
저녁엔 대사관저에서 식사가 예정되어 있었다. 시간에 맞춰
UNDONG’이라는 글씨와 함께 태극기가 선명하게 박힌
키갈리 시내로 들어오긴 했지만, 대사관저가 어디인지를
팻말이 꽂혀 있었다. 르완다에서도 주말 중 하루는 함께
몰라 한국 대사관에 들렀다 오는 바람에 조금 더 늦어버렸다.
손을 모아 일하는 ‘UMUGANDA’라는 공동체 활동이
박대사님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반갑게 우릴 맞아주었고,
있다고 들었는데, 지난 수년간 한국에서 온 자원봉사단이
선교사님네 부부와 오작가님네 부부, 그리고 대사관 직원분
함께 참여하여 농경지를 개간하고 농업 전반의 기술을
들과 함께 저녁을 먹었다. 그곳에서 우리는 오늘의 여행담을
도입해왔다고 했다. 실제로 경작된 논은 삼 킬로 정도
일장 풀어놓았고, 그에 답하듯 르완다에서의 다년간 생활과
안쪽에 있다고 했지만, 시간상 들어가 보진 않기로 했다.
경험담들을 들을 수 있었다. 기다란 테이블 덕분인지(?)
마침 주차해둔 차의 맞은편에 있는 두세 개의 건물은 술집인
저마다 나누어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이따금씩 박대사님께서
듯 보였고, 술김에 호기심에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다 같이 얘기 나눌 시간을 만들어주었고, 얼결에 나까지
시작했다. 알리미야는 주술봉처럼 특이하게 생긴 지팡이를
모두가 한 번식 얘기를 하게 되었다.
들고 있는 할머니에게 동전을 줘보라 했다. 100르완다 프랑을 받자, 조그만 키의 할머니는 예의 그 지팡이를
“르완다 사람들은 갓 지난 역사의 아픔이 있기에 자신을
막대기로 두드리며 노래를 불러주었다. 노래는 투박하고 무슨
드러내려 하지 않는 편이라고 하지만, 종종 농담을 걸어
말인지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너 댓 곡을 흥얼거리는 동안
오는 호텔의 바텐더나, 호쾌한 우리의 운전수 알리미야,
개중에 몇은 춤을 추기도,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했다. 그
그리고 오늘 함께 했던 젊은 작가 올리비에, 가이드 샤쟈
모습이 꾸밈이 없어 낯선 곳에서 잔뜩 경계하고 있던 마음이
까지. 그들에게 편견의 잣대를 두는 건 오히려 우리인지도
풀리는 듯했다. 하지만 늙은 노인이 건넨 알코올 냄새가 풀풀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남은 일정 동안에는 배경보다는
풍기는 술은 (위생상) 차마 마셔보지 못 했다. 아마도 그게
마주치는 모습 그대로 그들을 대하고 싶습니다.”
바나나맥주였던 것 같은데.
라는 얘기를 얼추 비슷하게 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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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PAPHRODITE BINAMUNGU
오늘은 르완다에 오기 전부터 약속했던 작가 이파를 보기로 한 날. 올리비에를 통해 알게 되었고 메일로 연락을 주고받은 게 전부였기에, 일전에 박대사님께 이파에 대해 물었더니 르완다의 중요한 연로 작가 중 한 분이니 예우를 갖출 필요가 있다며 당부를 해주셨다. 그래서인지 그를 만나러 가는 길은 또 다른 설렘이 있었다. 수도 키갈리의 끄트머리쯤에 위치한 Inganzo Arts Center 는 이파가 직접 활동하고 운영하는 공간이었다. 마지막
1km 정도는 비포장도로가 울퉁불퉁하게 나 있어 살짝 멀미 기운이 나는 즈음에야 그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Inganzo
Arts Center는 매우 넓어서 큰 건물이 두 채, 그리고 뒤에는 잔디밭이 깔려 있는 깔끔한 정원도 있었다. 이파는 키가 훤칠 하며 호리한 체형에 매력적인 흰 수염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었고, 이파프로디테, 혹은 비나몽구 대신 가볍게 이파라고 불러달라고 했다. 그의 작업실은 슬레이트 지붕을 올린 골조 안에 컨테이너 박스 두 대를 두고 있었는데, 그 사이에 미완의 캔버스가 좌악 늘어져 있었다. 본인이 마음에 들 때까지 조금씩, 계속 작업하기 때문이라 는데, 특유의 느긋한 태도는 일 년 내내 선선한 르완다의 날씨와 닮아 보였다. 혹은 그것이 노련미였을지도? 또 다른 건물의 내부는 꽤 넓은 공간임에도 그의 작품으로 가득 메워져 있었다. 이파의 손과 눈을 통해 보는 아프리카의 모습을 엿보는 재미는 꽤 쏠쏠했다. 우리는 한동안 그의 작품을 보며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그리고는 공원 한편에 ‡ Inganzo Art Center Inganzo Arts Centre is striving to become a regional hub for visual artists and a space for culture celebration and heritage.
있는 예의 르완다 왕이 살았던 궁전 같은 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곳은 이파가 공들여 만든 자신의 쉼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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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델링되어 입구에는 문이 달려 있고, 안쪽엔 전등과 여럿이 둘러 앉을 수 있는 자리와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우리는 이파 왕의 환대에 감사하며 (샤자에게 그랬던 것처럼) 모여 앉아 얘기를 시작하기 전에 바나나비어를 달라고 졸랐다. 거기에 이파는 허허허 웃으며 대신에 환타와 스프라이트를 대접했다. 좀 더 안으로 들어가는 얘기를 해보기로 했다. 이파는 어렸을 때 옆 나라인 콩고 민주 공화국에서 살다가 이후 나이가 들어 다시 르완다로 돌아오게 되었다고 했다. 우리는 슬쩍 제노사이드에 대한 그의 생각과 경험들을 물어보았다. 그 시절 그는 르완다 밖에 있어 당시 현장 속에 있지는 않았지만, 그 시절의 충격은 아직까지도 선명하다고 했다. “우리는 지금도 그 역사 속에 있고, 한시도 그 사건을 잊은 적이 없다. 그리고 그것이 나의 원동력이 되어 계속해서 힘을 준다”는 묵직한 말에는 쉬이 말을 덧붙이기가 어렵기도 했다. 이파는 비교적 르완다에는 예술이 많이 보급되지 않아 활동하기에 어려움이 있지만, 지금에는 이렇게 개인 공간도 생기고 여러 사람들과 함께 소통할 수 있어서 뿌듯하다며 그 덕에 여러분 들을 만나게 되어 행운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우리는 그의 왕궁 앞에서 다 같이 사진을 찍으며 기억을 남긴 후, 근처 정원을 살랑살랑 둘러보았다. 이파는 가끔 정원의 한편에 텐트를 치고 둘러 모여 앉아 작업을 하기도, 워크샵을 열기도 한다고 했다. 하기야 일 년 내내 기후가 선선한 르완다에서는 야외의 텐트도 아늑할 것 같았다. 우리는 텐트 레지던시를 체험하기 위해 다시 오겠노라며 이파와 인사를 나누고 다음을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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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 CHRISTIAN ACADEMY
우리는 Inganzo Art Center를 빠져나와 예정대로
2&5 Christian Academy에 들렀다. 그곳의 선교사님은 박대사님께서 추천한 분으로, 르완다에 정착해 수년째 아이들을 대상으로 선교 활동을 하고 계셨다. 우리는 목요일에 있을 홍쌤의 워크샵을 위해 몇 가지 제반사항을 살펴본 후, 선교사님과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비교적 낙후된 생활을 하고 있는 르완다 아이들에게 보다 나은 생활과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힘써왔던 지난 후일담을 들으며 가슴이 따뜻해졌다. 학교는 꽤 규모가 있었다. 사무실을 포함하여 네 채의 건물이 있었고, 언덕배기에 있어 아래로 시내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게 ‘꿈동산’이라는 표현이 썩 잘 어울렸다. 간간이 우리에게 인사를 건네는 아이들은 한국인 선생님들을 매번 봐 와서인지 되려 우리에게 거리낌이 없었고, 그 모습이 티 없이 맑았다. 미리 아이들과 인사를 나누기 위해 들어간 삼학년 반에는 아이들이 활기가 넘쳤고, 그 덕에 홍쌤은 마치 엄청 유명한 사람이 된 것 마냥 기분이 묘하다고 했다.
16 ‡ 2&5 Christian Academy 2&5 Christian Academy offers quality education from kindergarten through sixth grade (K-6) at the heart of Kigali. The academy is run by the Evangelical Friends Church of Rwanda.
1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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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쌤이 사진을 찍으러, 정쌤이 소리를 녹음하러 이리저리
마지막 목적지는 Gayaha Links. 사실 르완다에서의 둘째
흩어지는 사이 선교사님과는 짧은 인사가 길어져 서서 한참
날에 이곳을 둘러보려 했지만, 토요일이라 문을 닫았더랬다.
얘기를 나눈 뒤에야 출발할 수 있었다. 우리는 키갈리 중심가로
다섯시 즈음이 되어 다시 들른 그곳은 일과가 끝난 듯
돌아와서는 이후 묵게 될 밀콜린스 호텔을 지나 T-2000
고요했고, 두 번째 허탕일까 사색이 되려는 찰나 키가 훤칠한
상가 건물에 도착했다. 그곳은 키갈리 시내의 언덕배기 중
청년이 우리를 맞이해주었다. Gayaha Links는 키갈리
에서도 가장 높은 곳인 듯했고 이를테면 종로의 세운상가와
인근에 살고 있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전통 바구니를 만드는
같이 조목조목한 가게들이 주욱 늘어서 있었다. 우리는
기술을 가르쳐주고, 이후 자신이 사는 지역에 돌아가 그 일을
T-2000 상가의 루프탑에 있는 Bamboo Restuarant에서
계속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사회적 기업이었다. 그곳의
여유롭게 바깥 경치와 점심을 즐긴 후 같은 건물의 2층에
1층에는 재봉틀이 있는 책상 수십 개가 놓여 있었고, 2층에는
있는 슈퍼마켓에 들렀다. 그곳은 각종 수입품과 자재들이
그들이 만든 물건들을 판매하기 위한 쇼룸(?)이 있었다. 잎을
잔뜩 있었고, 그곳에서 홍쌤은 아이들과의 워크샵을 위해
한 가닥씩 땋아 만든 팔찌와 바구니, 외에도 손땀이 베어 묻은
색연필과 수채화 물감들을 샀다. 아이들이 쓰기에 넉넉히
여러 물건들을 구경하고 있자니 어느새 지름신을 영접하고
사려니 원화로 거진 십만 원이 들었는데, 르완다의 물가를
있는 나를 보고야 말았다. 아쉬웠던 것은 색이 곱고 아리따운
생각하면 턱없이 비싼 가격이었다. 르완다의 아이들은 예술
바구니들을 부피가 커서 애써 외면해야 했다는 것… Gayaha
이나 문화에 대한 교육을 접하기가 어렵다는 선교사님의 말을
Links에서는 사전예약을 하면 그들이 실제로 사는 공간에서
새삼 실감하며, 그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또한 우리에게도
어떻게 작업을 하는지 견학을 할 수도 있다고 했다. Gayaha
뜻깊은 일이 되기를 바랐다. 우리는 시내의 수많은 인파를 뚫고
Links에서 이루어지는 일련의 과정들은 단순 제품을 만들어
복사집에서 A3 크기의 종이를 산 후 다시 차에 올랐다.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들의 노동을 능동, 능률적으로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흥미가 당겼고, 일정이 맞으면 꼭 방문 하고 싶다고 인사를 해두고 나왔다.
‡ T-2000 T2000 building is one of the big shopping malls with restaurants, supermarket and other services
‡ Bamboo Restaurant Bamboo rooftop in Muhima is the ultimate choice for superior chinese dishes that will leave you wanting for more. With an amazing rooftop view from above T2000 supermarket, it's one of the best places to take in the city. An extensive menu gives a variety of unique dishes as well as sought-after staples.
‡ Gayaha Links Gahaya Links is a Rwandan handicraft company dedicated to women’s economic empowerment through enterprise design. Our bespoke home decor, jewelry, and textile collections reflect the beauty and resilience in each of our weav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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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KIREZI YEGO UBURANGA INEMA
IKIREZI BOOKSTORE 르완다의 수도인 키갈리 내에 여러 아트 센터를 방문하기 전 수채화용 붓을 사기 위해 책방에 들렀다. 책방은 생각보다 규모가 컸지만 책 반, 기념품 반이었고, 뒤 편엔 테라스형 카페로 이어져 있어 꽤 자유로운 분위기였다. 덕분에 김쌤은 액자처럼 제작된 전통 문양을 사진으로 담았고, 평소 어부바의 장면을 사진으로 담는 노쌤은 애기가 엄마 등에 업힌 어부바 인형을 사고, 홍쌤은 아프리카에서 즐겨 했던 놀이인 높이뛰기를 사진으로 담은 도록을 샀다.
YEGO ARTS
Yego Arts는 키갈리 시내의 아스팔트 도로를 벗어나 울퉁 불퉁한 흙바닥길을 좀 더 들어가야 있었다. 올리비에는 자신이 활동하고 있는 아트센터인 Yego Arts를 가장 먼저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올리비에는 그곳에 있던 친구들과 인사를 나눈 뒤 해맑은 얼굴로 우리를 안으로 초대했다.
Yego Arts는 비교적 젊은 청년 작가들이 함께 협업하여 운영 하는 식이었고, 단층으로 된 공간 안으로 들어가 보니 방마다 벽마다 빼곡히 작품이 걸려 있었다. 작가의 나이가 20대 위주인 이곳에서도 작품이 전부 회화인 것은 아마도 다른 매체를 접하거나 다루기가 어렵기 때문인 듯했다. 그들은 ‡ Ikirezi Bookstore Libraire Ikirezi Bookshop is a bookstore, press, multimedia and stationery production and supply company focused on the Africa great lakes region and East Africa in particular. The Company has a high quality asset base consisting of a couple of bookstores in Rwanda and Democratic Republic of Congo, and exploration and development of more bookstores as well as online bookstore presence.
‡ Yego Arts
자신의 작품을 이곳에 걸어 두고 그것을 판매한 수익금으로 생활을 이어나간다고 했다. 어쩌다 이야기가 닿아 공간 운영비가 얼마나 드는지 물어보게 되었고, 올리비에는 월세가 삼십 정도라 했다. 삼십이라니! 신쌤과 나는 르완다에 토탈미술관 르완다 지부를 세우는 게 어떨지 (잠깐) 진지하게 고민했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중에 빗방울이 굵어져
Yego Arts Studio is a fine arts studio in Kigali which currently counts ten well-established painters among its membership. Our mission is to create a vibrant, self-sustaining community of established visual artists in Rwanda
비가 후두둑 떨어졌고, 천둥번개가 치기를 오매불망 기다리던
‡ Uburanga Arts Studio
정쌤은 (몰래) 철문을 쾅쾅 밀어 닫기도 했다.
정쌤은 후다닥 우비를 챙겨 입고 나와 비바람 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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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했다. 하지만 비가 천둥번개라기엔 미미하게 내리는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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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unded in March 2010 with a goal of developing Rwanda' s Art sc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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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BURANGA ARTS STUDIO
INEMA ART CENTER
비를 뚫고 도착한 그곳은 꽤 공간이 넓고 한적해서 작업
우리는 근처 올리비에가 추천한 The Hut이라는 레스토랑
하기에 좋아 보였다. 호리호리하고 길쭉한 청년이 물감이
에서 점심으로 햄버거와 피자를 먹었다. 꽤나 가격이 비싸기에
잔뜩 묻은 청바지를 입은 채로 우리를 맞이해주었고, 우리는
왜 이곳을 추천했나 싶더니 레스토랑의 바깥벽에 자신이 그린
비를 피하는 겸 스튜디오 안에서 얘기를 나누기로 했다.
작품이 떡 걸려있었다. 올리비에 요녀석…생각보다 얌체 같은
키갈리에 예술 관련 공간들을 둘러보고 있다는 올리비에의
면이 있었다. 우리는 서둘러 점심을 먹고 Inema Art Center
설명에도 그 청년은 의뭉스럽다는 눈으로 우리를 경계했다.
로 향했다. Inema Art Center의 Inema는 공간운영자이자
나는 안쪽 방에 가보니 예의 YEGO ARTS처럼 작품들이
작가인, 그리고 형제인 Innocent와 Emmanuel의 앞 글자를
주욱 놓여 있기에 사진을 찍으려다 청년에게 제지당했고,
따서 지은 이름이었다. Inema Art Center는 예의 이파네
허락 없이 사진을 찍지 말라는 경고를 받았다. 조금은
Inganzo Art Center만큼 넓었고, 이 층짜리 건물을 통째로
위축된 공기 속에 신쌤은 청년과 계속 얘기를 나누었는데,
쓰고 있었다. 조금 늦게 도착한지라 서둘러 안으로 안으로
자초지종은 이랬다. UBURANGA ARTS STUDIO는
들어가니 박대사님이 소개해준 오작가님과 대사관 직원분이
원래 몇 명이서 함께 작업실 겸 아뜰리에로 쓰면서 운영하고
먼저 와 계셨고, 이 미터가 넘는 키에 팔다리도 길쭉한
있었는데, 최근에 모두가 떠나가서 공간이 텅텅 비게
Innocent(이노)가 우리를 반겨주었다.
되었다고. 자기 혼자 남아서 다시 팀을 꾸리려고 애쓰고
우리는 예정되어 있었던 워크샵을 진행하기 전에 이노의
있는데 힘들다며 투정을 댔다. 그러면서 만약 자신의 작품을
안내를 받으며 공간을 휘 둘러보았다. 아트 센터 내부는
사진으로 찍어 그걸 나쁜 의도로 활용할 수도 있지 않겠냐며,
화이트큐브처럼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고, 각 방이나
정식으로 인터뷰와 같은 걸 요청하면 응하겠다고 했다.
공간마다 작가들의 작품이 걸려 있었다. 아무래도 작품을
우리는 조금 무안해지는 분위기에 서둘러 인사하고 다시 차에
빼곡히 거는 것은 르완다의 트렌드(?)구나 싶었다. 이네마는
올랐다. 음.. 청년 때문에 사람들이 모두 다 떠나갔던 걸까?
키갈리에서 유일하게 아이들에게 예술을 가르치는 곳이었고, 이 층의 안쪽 방에는 아이들이 그린 작품들도 볼 수 있었다. 아이들이 그렸다고 하기엔 너무도 감각적이고 창의적이었기에 다들 감탄하며 작품들을 감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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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네마 아트센터 INEMA ART CENTER
사실 현지 작가들과 어떤 워크샵을 해야 할지에 대한 별다른 계획이 없었기 때문에 함께 빙 둘러앉은 테이블의 분위기는 두루뭉술했다. 자리가 더 어려워지기 전에 신쌤이 먼저
«로드쇼-르완다» 편의 잡지 내용을 함께 구상해보자고 제안 했다. 그랬던 시작이 어떻게 저떻게 르완다, 작가, 여행, 함께, 잡지, 내용, 그림으로 이어져 “한국 작가들과 현지 작가들이 함께 캔버스에 그림을 그려보자!”로 귀결되었다. 이노와 현지 작가들은 작업실 안쪽 바깥 공간을 주섬주섬 정리하고 테이블 을 가운데 두더니 사십 호 정도 되는 캔버스를 턱 얹어 놓았다. 빈 캔버스가 주는 부담감이 작품의 아우라와 같을까. 모두 함께 빙 둘러서서는 한동안 아무 말이 없이 주변을 서성거렸다. 르완다와 로드쇼에 대해 그려보자는 얘기를 하는 중에 답답 했는지 올리비에가 선뜻 나서서 캔버스 위에 검은 선을 죽죽 긋기 시작했다. 이어서 정쌤이 캔버스의 한가운데에 키갈리 컨벤션 센터를 짓고 나니 올리비에의 검은 선들은 자연스레 길이 되었고 홍쌤이 모서리들을 파랗게 물들이니 그것은 언덕과 구릉이 되었다. 그렇게 시작의 부담을 나눠 갖고 나니 점점 작가들이 붓을 들고 나와 저마다 캔버스의 구석구석을 채우기 시작했다. 원체 주제나 가닥이 없었던만큼 그림도 제각기 달라서 캔버스는 점점 어지러워졌다. 그림을 그리는 데 푹 빠진 올리비에가 마구 그림을 그리면 그것을 수습해 나가는 양상이었지만, 캔버스 하나에 모두가 함께 그림을 그려보는 일은 그 자체만으로 많은 웃음과 재미를 주었다. 오늘의 일과를 마무리하고 지나가던 아주머니도, 우리의 운전수 알리미야도 그림을 그리며 캔버스에 추억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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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여러 차례의 수습을 거쳐 완성된 캔버스는 빈틈이 없이 빼곡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 했던 결과물에 다들 피식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지만, 속으로는 꽤 흡족해하는 것처럼 보였다. 우리는 캔버스를 이젤 위에 얹어 바깥에 옮겨 두고 함께 기념 사진을 찍으며 워크샵을 마무리했다. 이노가 이제 금방 아이들의 전통 춤 수업시간이 있을 예정 이니 보고 가라기에 저마다 흩어져 얘기를 나누기도, 쉬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신쌤과 김감독님은 우간다의 축구 대표 선수였던, 그리고 지금은 작가로 활동하는 투투를 인터뷰했고 노쌤과 김쌤은 주변을 둘러보며 연신 사진을 찍었다. 그러는 새 바깥마당에는 커다란 북 세 개가 쪼롬히 놓였고, 아이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선생님으로 보이는 여성분이 준비 겸 두드리는 북소리에 이끌리듯 모두가 북 주변에 둘러앉았고, 노 쌤과 홍쌤은 선생님의 장단에 맞춰 북을 쳐보기도 했다. 아이들이 모두 왔는지 이내 수업이 시작되었고 우리는 주변에 앉아 그들이 춤을 추는 모습을 감상했다. 르완다의 전통 춤은 너무도 예뻤다. 동작들은 자연의 움직임을 본따서 만든 것처럼 보였는데 때로는 솔개처럼 날카롭게 뻗치기도, 코뿔소처럼 우직하게 발을 구르기도 했다. 그들의 춤은 마르고 길쭉한 흑인의 체형과 너무도 잘 어울렸다. 아이들은 곧 있을 축제(?) 준비로 꽤 오랜 시간을 연습해 왔는지 군무처럼 동작이 딱딱 들어맞았다. 한 시간을 훌쩍 넘겨 어둑해질 때까지 연습을 하고 나더니, 아이들은 (다분히 선생님이 시킨 것처럼) 우리들을 한 명씩 붙잡고 함께 춤을 추었다. 북소리에 맞춰서, 그들의 발동작을 따라서 춤을 춰보는 것은 꽤 즐거운 일이었다. 이참에 그들의 춤 동작을 몇 가지 배워볼까 했지만, 되려 나를 데리고 나온 여자아이는 쑥스러운지 한 동작만을 끝까지 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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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ema Art Center Founded in 2012 by brothers and self-taught painters Emmanuel Nkuranga and Innocent Nkurunziza, Inema Arts Center spurs creativity for personal, social, and economic growth. Inema Arts Center is a collective of Rwandan creative artists. At its core, Inema Arts Center provides space for 10 artists in residence to explore their creative talent. Specializing in contemporary African Arts, Crafts, Music, and D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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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 꿀 권리
홍쌤의 워크샵을 진행하기 위해 2&5 Christian Academy 로 가는 길에 알리미야에게 몇 가지 르완다어를 물어보았다.
VITE – Hello NIVISA – Fine, Good AMAKURU – How are you? IMEJA – I’m Fine MORAKUZE – Thank you WEKANDE – What’s your name? MARAMUCHE – Good Morning ISHOLO NIGIJA – Good Night 단음으로 끊어지는 듯한 단어에는 연관성은 없어 보였지만, 르완다어를 발음할 적엔 그들의 정서가 배어 있는 듯했다. 나는 이동하는 차량 안에서 몇 가지 단어를 계속 되뇌며 아이들을 만날 준비를 했다. 도착하자마자 선교사분의 안내를 받아 미술교육을 하는 교실로 이동해서 몇 가지 워크샵을 위한 준비를 했다. 홍쌤의 작업 <꿈 꿀 권리>는 아이들에게 자신의 장래희망, 혹은 무엇이 되고 싶은 지에 대해 자유롭게 그림을 그린 후, 이를 정면 포트레이트 사진과 합성하여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식이었다. 나는 김감독님과 함께 워크샵의 장면을 촬영, 아이들이 그림을 그리는 것을 돕기로 했고, 김쌤은 정쌤과 함께 아이들의 포트레이트를 찍을 위치와, 그곳의 노출값과 구도를 잡았다. 그리고 모두 함께 모여 아이들이 자유롭게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준비해 온 색연필, 물감, 그리고 생수 병을 오려서 만든 수채용 물통을 각 자리에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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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들이 교실에 입장했고 화기애애한
아이들이 그린 미래의 모습들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선생님,
분위기 속에 아이들이 모두 자리에 앉자, 선교사님과 홍쌤이
축구선수, 군인이 주를 이루는 것은 그만큼 아이들의 경험이
앞에 서서 워크샵의 내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아이들은
다양하지 못하다는 거였고, 어쩔 수 없는 것이라기엔 영
난생처음 해보는 활동에 들떠 있었고, 설명이 끝나자마자
마음이 쓰였다. 그리고 우리가 선물로 남기고 간 수채물감과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종이를 받아 들고는 그림을 그리기
붓, 색연필은 닳아 없어지면 결국 다시 경험하지 못할 한 번의
시작했다. 나는 제각기 그림을 그리는 아이들을 둘러보며
해프닝이자, 추억 정도로만 간직하게 될 것이었다. 그 부분에
이름을 물었고(WEKANDE), 그들의 그림을 칭찬하며
대해서 선교사님과도 많은 얘기를 나누었지만, 돌아가는
북돋워주었다(NIVIJA!). 다분히 어눌한 나의 르완다어에
길에는 그들의 교육 환경과 여건들에 대해 곱씹으며 자꾸
아이들은 웃음으로 답했고, 주먹을 쥐어 내 주먹과 콩콩
켕겨오는 마음을 나누었다. 우리는 예술가로서 그들에게
마주쳐주었다. 그들은 커다란 카메라 앞에서 멋쩍어하는
무엇을 줄 수 있을지 꽤 오랜 시간을 워크샵의 소감과 곁들여
듯했지만 이내 자신이 그린 그림을 자랑스럽게 설명해주기도
얘기를 나누었다.
했다. 조슈아, 케니스, 케빈, 짐… 비록 아이들의 이름을 다 기억하진 못하지만, 그들의 함박웃음에는 마음을 저릿하게 만드는 순수함이 있었다. 한 시간 정도의 시간 동안 워크샵은 무리 없이 마무리하고, 선교사님의 부탁에 따라 아이들과 함께 다 같이 학교 중앙의 공터에서 단체사진을 촬영해주었다. 김쌤의 신호에 따라 모두 일제히 두 팔을 들어 하트를 그렸고, 나는 연신 아이들을 칭찬해주었다. 몇 아이들은 단체사진 촬영이 끝나자 고맙다며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우리들을 모두 안아주었는데, 그들의 따뜻한 체온과 마음에 기분이 뭉클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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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갈리, 깊은 밤 속으로
2&5 Christian Academy 에서의 워크샵을 끝내고 돌아와 예정대로 숙소를 Mille Collines Hotel로 옮긴 뒤, 근처의
Bourbon Coffee에 들러 후닥닥 점심을 먹고 부랴부랴 정쌤의 작업을 준비했다. 정쌤은 르완다가 세계에서 가장 번개가 많이 관측되는 곳임을 감안하여 번개가 내리치는 모습을 필름으로 담아 르완다의 역사적 사건을 기반으로 한 영상 작업을 만들고자 했다. 하지만 날씨는 사람의 마음대로 되지 않는 터라 여태껏 번개 다운 번개를 만날 수가 없었다. 정쌤은 이미 번개를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염두에 두었고, 인공 번개를 만들기 위한 스튜디오용 조명을 꺼냈다. 우리는 정쌤의 작업을 위해 길 위의 무법자인 모토 택시를 타기로 했다. 여덟 명의 인원이 각 모토 택시에 탑승하여 일렬로 긴 행렬을 만들고, 중간 지점에서 정쌤이 키갈리 시내의 풍경을 촬영, 앞뒤로는 스튜디오용 조명을 들고 때에 맞춰 플래시를 터뜨리기로 했다. 우리의 운전수 알리미야에게 모토 택시의 섭외를 부탁해두었더니, 밀 콜린스 호텔 앞에는 거진 스무 대의 모토 택시가 대기하고 있었다. 알리미야는 역시 능력자.. 그는 맨 앞의 모토 택시에 타서 상황제시를 하고 방향을 일러주는 말뚝이 되어주었다. 긴 행렬에 맞춰 오토바이를 타고 있자니, 한껏 기분이 들떠 올랐다. 매캐한 매연 냄새는 어쩔 수 없었지만, 덥지 않은 선선한 날씨 속에 맞는 바람은 선선하니 좋았다. 나는 지나가는 풍경을 촬영하는 정쌤의 뒤에서 스튜디오용 조명을 안아들고서 상황에 맞춰 광량과 횟수를 조절해서 플래시를 터뜨렸다. 오토바이를 타고 키갈리 시내를 한 바퀴 둘러보는 일은 꽤 재미있는 일이었는데, 차로 이동할 수 없을 법한 사잇길로 들어갈수록 키갈리의 모습이 더욱 선명하게 보였다. 때로는 길을 지나치는 사람들이 플래시 불빛에 해코지를 하기도, 우리를 이상하게 여긴 경찰이 모토 행렬을 멈춰 세우기도 했지만 별다른 무리 없이 촬영은 마무리되었다. 조금 시간이 초과한 것에 대해서 모토 택시 기사들이 더 많은 돈을 요구 했지만,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우리의 든든한 알리미야가 모든 상황을 해결해주었다.
‡ Bourbon Coffee Bourbon Coffee first opened its doors in Kigali, Rwanda in 2007, and has expanded to eight different locations across Rwanda and the United States. We are an international brand of specialty coffee, and the first retail brand to originate from Africa. Our stores are built around the philosophy of producing coffee from “crop to cup” – while sharing our coffee with the world, we are also promoting sustainable practices, economic development, cultural unity, and helping to reshape the global image of Rwanda and its economic development and 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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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둑해질 즈음이 돼서야 밀 콜린스 호텔로 돌아왔다. 저녁 식사로 오작가님과의 약속이 있었기에 부랴부랴 짐을 내려 두고 차를 타고 레스토랑으로 이동했다. 레스토랑은 어느 한 언덕의 끄트머리에 있었던 지라, 그곳에서는 키갈리의 밤 풍경이 훤히 내려다보였다. 오작가님 네 가족은 남편분은 코이카 측 자문 위원으로, 그리고 아들은 코이카에서 실무 활동을 하면서 르완다에서 생활한 지 삼 년 째라고 했다. 그들은 우리에게 르완다에서의 생활, 그리고 우리가 앞으로 방문할 아카게라 사파리와 늉웨 원시림에 대해서 많은 얘기와 조언을 해주었다. 거기에 우리는 지금까지 르완다에서 겪은 일들(이 되짚어보면 꽤 많았다)을 좌악 펼쳐 보였다. 그러는 중에 하늘이 잠깐씩 껌뻑이는 게, 나중엔 몇 번을 연달아 번개가 치기도 했다. 그 모습을 보며 정쌤은 크게 숨을 내뱉었지만, 그래도 오늘의 촬영에 걱정을 한숨 덜은 듯했다. 선선한 날씨와 염소 바비큐, 그리고 맥주. 취기가 살짝 오를 즈음에 자리는 마무리되었고, 모토 택시를 타느라 바짝 긴장했던 몸이 스르륵 풀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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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카게라 사파리(AKAGERA SAFARI)
새벽 아카게라 사파리에 가기 위해서는 세 시간 정도를 달려야 했다. 아크는 오전에 일찍 갈수록 많은 동물을 볼 수 있다며 새벽에 출발하길 권했다. 우리는 네 시보다는 한 시간 늦은 다섯 시에 출발하기로 했고, 다음 날 부스스한 얼굴로 로비에 모여 준비된 차에 올랐다. 키갈리의 새벽은 차갑다고 느끼기 직전의 선선한 바람이 불었고, 푸르스름한 하늘빛이 아직은 묵직한 게 기분이 사악 가라앉는다. 그리고 오전의 시끌시끌한 엔진 소리와 매연이 사라진 도로엔 적막. 그리고 그 적막을 헤집는 엔진 소리에 불현듯 옴팡진 감각들이 따라붙는다. 아스팔트 도로의 갓길에는 진즉에 일어나 하루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그들은 부지런히 어디론가 걷고 있다. 저마다 물건을 이고 시장에 좌판을 깔러 가는지, 옆집에 아이를 맡기러 가는 건지, 밭을 일구고 논에다 물을 주러 가는 건지. 다운로드한 영상 파일 하나를 켰다가, 이윽고 끝나는 것처럼 매일 크게 다르지 않을 것만 같은 일상이 지나간다. 그들의 부단함은 묘하게 뒤틀려 있다. 그건 결국 나의 편견에서 기인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메리안느 잠이 부족했던 탓에 자다 깨기를 서너 번 반복하니 어느새 사파리 입구에 와 있었다. 챙겨온 간단한 요기와 커피를 드는 동안 나는 반쯤 잠에 취한 채로 데스크의 안내에 따라 입장료를 냈다. 그래도 설명이 있는 게 낫지 않을까 하여 한 명의 가이드를 신청했다. 카키색 유니폼을 입고 각진 모자를 쓴 메리안느는 체구가 작고 얼굴이 동그란 게 마치 사파리의 마스코트 같았다. 그녀는 멀찍이 서서 우리들이 채비를 마치는 동안 기다려주었고, 모두가 자리에 모이자, 출발하기 전 사파리의 전반에 대해 안내해주었다.
16 ‡ Akagera National Park Hugging Rwanda’s eastern border with Tanzania, Akagera National Park covers about 1,120km² and is one of Africa’s oldest national parks, first gazetted in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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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
체체파리
아카게라 사파리의 초입에서 우리는 코끼리를 만날 수 있었다.
한껏 모래바람을 날리며 달리고 있는데, 차 안으로 요상한
초원이 좌악 펼쳐져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듬성듬성한
벌레가 들어왔다. 녀석들은 차에 따라붙어 시트에 싹 달라
나무와 덩굴 사이로 코끼리의 육중한 덩치가 보였다. 사진이나
붙더니 우리들을 물기 시작했다. 벌레는 다름 아닌 체체파리
영상으로 익히 봐왔지만, 그곳에서 야생동물을 본다는 것에는
였고, 창문을 닫자니 들어온 체체파리를 내쫓지 못하고,
또 다른 감흥이 있었다. 사파리 투어는 언제든 자연과 동물이
열어두자니 계속 차 안으로 들어와 곤혹을 치렀다. 한동안
사람을 위협할 수 있는, 그들의 영역에 몰래 잠입하는 것처럼
씨름을 하고 체체파리가 드물어질 때쯤, 앞에서 차를 세우더니
숨을 죽이고 그들의 모습을 봐야 했다. 녀석은 코끼리치고는
메리안느가 우리에게 다가와 씨익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
꽤 아담한 크기에다 기분 좋게 코로 풀을 뜯는 모습이
그제야 우리는 그것들이 체체파리인 줄 알았다. 체체파리에
귀여웠는데, 운전수는 보기보다 코끼리가 사나운 동물이라
물리면 기면증이 생길 수도 있다고 하던데, 우리는 그 핑계로
일러주었다. 운전수는 코끼리를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게 쉽지
차 안에서 꾸벅꾸벅 졸기도 했다. 사파리 곳곳에는 나무와
않은 일이라며 우리들을 북돋워 주었는데, 정말로 여섯 시간을
나무 사이에 파란 헝겊 같은 것을 매달아 두었는데, 약품
내달리는 동안 코끼리는 딱 한번.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처리가 된 천에 닿은 체체파리는 금방 죽게 된다고 했다. 그 헝겊은 체체파리 외에도 많은 것들을 죽이고 있는 건 아닐까?
원숭이 원숭이는 털이 소복한 게 부들부들할 것 같았지만, 왠지
토피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어서 느낌이 오묘했다. 얘들은
토피는 영양의 한 종류로 구릿빛 피부에 덩치도 꽤 커서
차들이 지나가는 것이 별 대수롭지도 않다는 듯 길가에턱하니
강인한 인상이었다. 심지어 달릴 때에는 이 삼 미터를 한 번에
앉아서 우리를 유심히 쳐다보았다. 무언가 음식거리를
풀쩍풀쩍 뛰어다닌다고 했다. 이들은 무리 없이 개별로 생활
던져줄까도 싶었지만, 아마도 야생동물에게 음식을 주는 건
하는 것 같았는데, 임팔라 무리 속에 덩그러니 혼자 서 있기도,
금지였던 것 같다.
저 멀리 메마른 땅을 혼자 걸어 다니기도 했다. 그런 모습이 조금 외로워 보이는 게 마치 뭉크 같았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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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팔라
품바
이곳 사파리에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게 임팔라였던 것
메리안느는 품바의 기억력이 십오 초라고 했다. 그래서 곧잘
같다. 한 번은 호숫가에 정말 많은 수의 임팔라 무리를 마주
사자에게서 도망 가다가도 갑자기 떡 멈춰 서서는 ‘내가 왜
했는데, 뿔이 있는 수컷은 딱 한 마리였고 그가 그 무리의
달리고 있지?’라고 의아해하며 이내 잡아먹힌다고 했다.
대장이었던 것 같다. 차량 두 대가 무리 주위를 서성이는 데
그녀의 말대로 품바는 멈춰 섰다가 달리다 또 멈추기를 반복
불안감을 느꼈는지, 여기저기 흩어져서 풀을 뜯고 물을
했는데, 달릴 적에는 축 늘어져있던 꼬리를 바짝 세워 올렸다.
마시고 있는 임팔라들에게 가서는 고개를 까닥였다. 그러더니
한 번은 도로의 진흙탕에서 머드팩을 하고 있던 녀석이
녀석들은 순순히 자리를 옮겨 무리에 합류했다. 잠깐 동안
화들짝 놀라 뒤집어지듯 자동차를 피해 내달리는데, 그렇게
대장 임팔라가 우리를 지긋이 쳐다보기도 했는데, 약간
한동안 녀석은 같은 방향으로 도망을 쳤다. 그렇게 곳곳에서
성가시다는 듯 한쪽 귀를 팔랑거렸다.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품바 덕에 사파리 투어 내도록 재미가 쏠쏠했다. 그들을 보는 자꾸 애니메이션 ‘티몬과 품바’에서
얼룩말
등장하는 품바의 어리한 눈매가 떠올랐다.
사파리에서 얼룩말은 유독 눈에 띄었다. 새하얀 피부와 선명하게 드러난 검은 줄무늬는 멀리서도 금방 알아볼 수
사자
있었다. 왜 이렇게 생겼을까? 그만큼 맹수들의 공격을 받게
이곳 아카게라 사파리에는 원래 많은 수의 사자가 살고 있었
될 텐데. 멀리서 일렬로 지나가는 얼룩말 무리 중에는 새끼를
는데, 사자가 위험한 맹수라는 이유로 거진 말살시켰다고
배서 배가 불룩한 녀석도 있었다. 새끼 얼룩말은 검은 줄무늬
한다. 이후에 이곳이 사파리로 지정되면서, 생태계의 균형과
없이 새하얗다고 하던데, 정말일까?
상품성(?)을 위해 다른 나라에서 열두 마리 정도를 수입해 왔다고 했다. 즉, 르완다의 아카게라 사파리에는 수입산
워터백
사자들이 살고 있다는 것… 메리안느의 얘기를 들으며 서구
워터백은 주둥이가 뭉툭한 게 임팔라보다는 둔중해 보였다.
유럽권의 나라들이 아프리카와 아시아를 식민지화했던
쉼 없이 파리를 쫓는 짜리 몽땅한 꼬리가 매력 포인트.
일화들이 떠올랐다. 아쉽게도 네 다섯 시간의 사파리 투어에서 사자를 만나지는 못 했다.
46≈
버팔로
피크닉 에어리어
사파리를 지나다니는 동안에 버팔로를 보지는 못했지만,
아침을 부실하게 먹었던 터라 피크닉 에어리어를 표시한
간간히 그들의 유골을 볼 수 있었다. 그게 이상한 건, 버팔로의
팻말의 거리가 점점 짧아질수록 관심과 기대가 커졌다. 하지만
머리와 뿔만 앙상하게 남아 있다는 것. 아마도 사자가 사냥을
이내 도착한 피크닉 에어리어는 정말 휑뎅그렁한 공터만이
하고 나면 뼈까지 씹어 먹을 수 있는 하이에나가 와서
있었다. 땅바닥은 마른 모래가 쌓여 걸어 다니다 보면 먼지가
나머지를 마저 해치워 버리기 때문이 아닐까? 마치 장식처럼
날아오르고, 어디 걸터앉을 벤치 하나도 없었다. 아쉬운 건
길거리에 놓여 있는 유골에는 이상하게 자꾸 눈이 갔다.
아쉬운 대로 우리는 준비해 온 바나나와 비스켓을 나눠먹으며 하루 종일 차를 타고 다니느라 결린 몸을 풀었다. 같은 차에
기린
타고 있지 않아서 몰랐지만, 메리안느는 신쌤에게 자신을
원체 기린을 좋아했던 지라, 기린을 만난다는 기대가 컸다.
가수라고 소개했단다. 이따 자신이 나온 뮤직비디오를 보여
사파리에서는 기린도 가족 단위로 생활하는지 두세 마리가
주겠다고 했던 게 여기 피크닉 에어리어에 와서 기회가 생겼다.
모여서 평화로이 풀을 뜯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유려한
뮤직비디오에서 메리안느는 신화의 여신들이 입을 법한
목선(?)과 예쁜 무늬, 느릿한 움직임에는 한껏 여유로워
새하얀 가운 같은 옷을 입고 가스펠을 부르고 있었다. 일정한
보였다. 작은 나무숲 사이로 얼굴만 빼꼼히 나와 있는 녀석을
박자의 템포에 정갈하게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신기했던 건,
보고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 모습이 지금 카키색 제복을 입은 가이드와는 판이하게 달라서였을까. 그녀는 사파리 일이 있을 때는 나와서 근무를 하고, 아닌 때에는 종종 교회에서 노래를 연습하며 지낸다고 했다. 자신의 삶을 즐기고 또한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모습이 부러웠다. 우리는 그녀에게 라이브를 청해 들었고, 정쌤은 얼른 녹음용 마이크를 꺼내들고 그녀의 노래를 녹음했다.
하마 호숫가에서는 종종 하마를 볼 수 있었다. 성질이 난폭하기로 유명한 하마는 푸르륵 콧김을 내뱉기도, 눈을 꿈뻑거리고 귀를 털면서 목욕을 즐기고 있었다. 멀리서 봐서인지 하는 일 없이 늘어져 있는 통통한 녀석들은 귀엽기만 했다.
≈47
¶¶ 늉웨 원시림(NYUNGWE FOREST)
늉웨 원시림은 르완다 중심에 위치한 수도 키갈리에서 남서쪽 으로 네 시간을 달려야 했다. 우리는 조식 시작 시간에 딱 맞춰 후닥닥 아침을 해결하고 예의 아카게라 사파리와 같이 7인승 차를 나눠 타고 긴 여정에 올랐다. 사실 우리는 a.k.a “우리의 운전수 알리미야”와 함께 가고 싶었지만 거리상 그는 미니버스 전문이라 장거리 운전은 어렵다고 했다. 나중에 함께 갔으면 좋았을 걸 아쉽다고 하자 알리미야는, “우리 회사에다 나와 함께 가고 싶다고 말했다면, 나는 휴무를 내고 따라갈 수도 있었어, 관광객으로!” 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늉웨는 며칠 전 방문했던 King’s Palace Museum을 지나 두 시간을 더 가야 했다. 기타라마를 지나 키고마, 응고마를 거쳐 기콩고로를 지날 즈음에는 군데군데 차 밭도 보였다. 굽이굽이 언덕을 타고 넘어가니(천 개의 고원이라는 르완다의 별칭은 정말이다!) 이어서 키가 수십 미터는 족히 되어 보이는 나무숲이 펼쳐졌다. 예의 홀쭉한 아프리카 사람들처럼 곧게 뻗은 나무 덕분인지 그곳 공기는 유독 시원하고 상쾌했다. 겸사 잠깐 차를 세워 두고 경치를 구경하는 사이 마테체를 들고있는 아이가 낭떠러지 같은 경사를 후다닥 뛰어 내려오더니 우리에게 비어 있는 왼손바닥을 펼치며 (순수하게) 돈을 달라고 했다. 마테체를 들고 있다는 것만으로 모두가 살짝 긴장한 순간. 우리는 미안하다며 손사래를 치고 돌아섰지만, 계속해서 흘끔 흘끔 아이의 동태를 살폈다. 잊을 만 하면 나타나는 제노사이드의 잔상들. 수도인 키갈리만 벗어나더라도 당시의 학살에 사용되었다던 중국산 마테체를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었다. 이 아이는 손에 쥐고 있는 그 물건이 무엇인지 알까? 아이에겐 그저 순수하게 필요에 의한 도구겠지만. 르완다를 떠나온 지금까지도 마체테를 들고 있는 아이의 모습은 잔상이 되어 때때로 내 머릿속을 훅- 지나쳐 간다.
16 10 14 48≈
â&#x2030;&#x2C6;49
본격적으로 늉웨 원시림에 들어서자 내셔널지오그래픽이나
늉웨 롯지(Nyungwe Lodge)는 늉웨 원시림에서도 가장
BBC의 다큐멘터리에서나 볼 법한 브로콜리같이 생긴
끄트머리에 위치해 있었다. 원시림을 막 벗어난 곳에는
나무들이 빼곡한 풍경이 펼쳐졌다. 이곳의 원시림은 예의
엄청난 규모의 차 밭이 펼쳐져 있었고, 그곳의 한가운데에
한국에서 봐 왔던 초록에 비해 조금은 짙고 탁한 초록이었다.
롯지가 있었다. 롯지는 이번 로드쇼의 가장 호화로운
그 색깔이 뭔가 의뭉스럽고, 오래도록 품어 온 비밀이 있는
점심으로, 우리는 저 멀리 브로콜리 나무들과 차 밭이 한눈에
것 마냥 신비로움이 있었다. 늉웨 원시림은 르완다의 주력
보이는 야외 테라스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윽고 황금색
관광지인지라 이 차선 도로는 아스팔트로 깨끗하게 포장되어
베스트에 검은 정장 바지까지 깔끔하게 유니폼을 입은
있었고, 우리는 재빨리 스쳐 지나가는 풍경들을 아쉬워하며
웨이터 존이 다가왔다. 존은 강한 머스크 향의 향수를 폴폴
연신 카메라의 셔터를 눌렀다. 우리는 중간에 위치한 늉웨
풍기면서 다분히 느끼한 어투로 헤실헤실 웃으며 주문을
캠핑장의 안내센터에 들러 간략한 소개를 받을 수 있었다. 늉웨
받았다. 음식은 보통 에피타이저와 메인, 디저트를 서 너 개 중
원시림은 캠핑장과 함께 주변 곳곳을 돌아볼 수 있는 트래킹
택일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음식은 깔끔하니 괜찮았지만,
코스를 안내해두었는데, 각종 안전사고를 대비하여 가이드가
그 곳의 가격은 분위기와 테이블 값이라고 모두 입을 모았다.
동행한다고 했다. 우리는 그 중에서도 특이한 이름의 트래킹
아카게라 사파리의 정 반대에 위치한 늉웨는 그 나름대로
코스를 발견했고, 이긔시귀시깃, 이기시깃시시깃 등의 육성
고목들이 주는 안정감이 있었고, 우리들은 한동안 의자에
오타를 내자, 데스크의 안내원은 숲에 있는 식물의 이름이라
늘어져 상쾌한 공기를 만끽하며 두런두런 얘기를 나눴다.
귀띔해주었다. 이기쉬기쉬기. 이때까지만 해도 우리가 이곳을 가게 될 거라곤 생각도 못했지….
50≈
â&#x20AC;Ą Nyungwe Forest Lodge Nyungwe Forest Lodge is the National Park's first five-star lodge and only opened in March 2010. No one at Expert Africa has, as of yet, been to Nyungwe Forest Lodge but we know the area well and have traveled extensively throughout the National Park. With this in mind here is what we do know about the place so far
â&#x2030;&#x2C6;51
52â&#x2030;&#x2C6;
¶¶ 이기쉬기쉬기
굳이 원숭이를 찾아서 떠나는 트래킹
늉웨는 반드시 트래킹 코스를 걸어야 하는 거였다. 유명한 사진작가인 토마스 스트루스의 숲 시리즈가 생각나면서, 오랜 시간 누적된 나무와 풀들이 뿜어내는 공기에 흠뻑 취해 종종 입꼬리가 들썩였다. 노쌤과 김쌤도 원시림의 웅장한 모습을 사진으로 담는 데 여념이 없었고, 트래킹이 늦어지자 가이드인 진 마리는 자꾸만 우리를 재촉했다.
“서둘러야 해. 얼른 가야지 원숭이를 볼 수 있어.” 트레킹 코스는 거꾸로 하는 등산이었다. 사십 분쯤을 아래로 그래도 원시림까지 왔으니 안으로 들어가 보는 게 어떻겠냐고
내려간 뒤로, 우리는 다시 출발지로 걸어 올라가야 했다.
입을 모았다. 느지막이 오후 세 시쯤 롯지에서 점심을
진 마리는 이따금씩 무전기로 상황센터와 대화를
마무리하고, 소개받은 근처의 카미란조부 하이킹 트레일
주고받았는데, 원숭이 무리가 어디로 이동하는지 추적하는
센터에 들렀다. 예의 헤실헤실 웃던 웨이터 존은 지금 가면
거였다. 결국 끝까지 다 내려갔음에도 원숭이 무리는 없었고,
늉웨 안쪽의 캐노피(?)를 가볼 수 있을 거라 했는데, 정작
진 마리는 우리에게 미안하다며 원숭이들이 다 자리를 옮겨서
그곳으로 가 보니 시간이 늦었기 때문에 오늘은 그쪽으로
트래킹 코스에서는 볼 수 없을 거라 했다. 거기에 우리는
갈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 시간이면 원숭이를 볼 수도
되려 안도했고, 괜찮다며 소침해져 있는 그를 북돋워주었다.
없다고. 당했다는 느낌이 밀려왔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순
이제는 좀 천천히 가도 괜찮겠지 싶었는데 해가 저물기
없었기에 어떻게든 안쪽을 걸어볼 수 없을까 재차 요청을
시작하자 정글은 금세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숲에 들어올
하니 어딘가 전화를 주고받더니 다른 하이킹 트레일 센터에
때만 해도 왕성하던 새와 곤충들의 울음소리가 하나둘 잦아
가면 안내를 받을 수 있을 거라며 위치를 일러주었다. 원숭이
들었고, 불과 이 삼십 분 만에 숲은 사각거리는 발소리 외엔
무리들이 그쪽으로 이동해서 거기 가면 볼 수 있을 거라나.
정적이 감돌았다. 걸음은 바빠지는데 오르막길이라 영 진도가
알고 보니 좀 전에 들렀던 캠핑장이 있던 안내 센터였다.
나지 않았고, 우리는 어둠이 좌악 내려앉을 때까지 숲 속을
안내 센터까지 가는 길에 거리에 나와 있는 원숭이를 만났다.
빠져나오지 못 했다. 그러다 문득 오작가님 가족분들과의
새카만 털에 목 주변만 목도리처럼 흰 털을 두르고 있어서
식사 자리에서 아들이 말했던 게 생각났다.
귀족 같은 느낌이 들었다. 녀석은 의외로 차와 사람에
“르완다에서 말라리아 모기 같은 걸 만나기는 쉽지 않아요.
거부감이 없었고, 멍하니 앉아서 때때로 잔디처럼 난 풀을
이를테면 늉웨 같은 원시림에서, 해가 지고 난 밤이면 모를까.”
뜯어다 질겅질겅 씹어댔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원숭이를 본
우린 설마 하던 그때 그 시간에, 그곳에 있었던 거다. 괜히
다는 것에 대해 큰 감흥은 없었다. 말레이시아의 사원처럼
신경이 쓰여 다들 모기기피제를 한 번씩 다시 뿌렸고, 알싸한
원숭이가 천지 사방에 널려서 우리들에게 달려들어 먹을
기피제의 향기와 함께 무탈히 모두가 트래킹을 마쳤다.
것들을 약탈한다거나 하면 모를까. (재미있지 않을까?)
야밤의 등산은 꽤나 피곤한 일이었고, 돌아가는 차 안에서
무튼, 우리는 한동안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더 늦기 전에
나가떨어지듯 잠에 빠져들었다. 가물가물한 눈을 바짝 떴을
트래킹 코스로 다시 차를 몰았다. 그게 원숭이와의 마지막
땐 이미 키갈리 시내에 접어들고 있었다. 그렇게 꿈을 꾼 듯
만남이 될 줄은 몰랐기에... 안내 센터로 가보니 호리호리하고
늉웨에서의 하루도 몽롱하게 지나가버렸다.
개구지게 생긴 가이드 한 분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출발하기엔 조금 늦은 시간이라며 얼른 움직여야 원숭이를 볼 수 있을 거라고 걸음을 재촉했다. 우리는 그저 숲길을 걸어보고 싶을 뿐인데… 여기는 원숭이를 보는 게 일종의 관광 메인 테마인가 보다. 우리가 반강제로 선택한 코스는 늉웨에서 가장 짧은 코스로 이기쉬기쉬기(Igishigishigi) 트레킹 코스였다. 이기쉬기쉬기는 대형 고사리처럼 생긴 식물로, 그 식물이 많이 서식하고 있어서 코스 이름을 따서 붙였다고 했다. 캠핑장과 안내 센터에서 아래로 아래로 내려갈수록 새와 곤충 소리가 울려 퍼졌고, 정쌤은 그 소리에 홀딱 반해서 녹음기를 메고 이곳저곳을 기웃거렸다.
‡ Igishigishigi Tracking Course This is the most popular trail from the Uwinka Reception area of the park since it includes the Canopy Forest walkway. That is a featured attraction within Nyungwe Forest National Park and it simply is a must do for visitors to the park. The trail is about 2.4 kilometers and takes about 1.5 hours to complete including the canopy walk. Here you will be up in the tree-tops and see primates, birds and butterflies up in their habitat.
≈53
¶¶ 하루 다섯 컷
아무 일 없이 쉬는 것도 여행 하루는 동쪽, 하루는 서쪽. 그리고 오늘은 꽤 강행군이었던 일정들을 마무리하며 쉬어갈 수 있는 하루로 비워두었다. 아침이 되면 여느 때와 같이 하나둘 조식 만찬에 합류했고, 하나둘 개인정비를 위해 자리를 비웠다. 나는 가방과 카메라에 쌓인 먼지들을 털어내고 오늘 오후에 다시 들를 키미롱고의 시장에서 무엇을 사면 좋을지 가방의 여유와 남은 짤랑이들을 셈해보았다. 일지와 잔업들이 쌓여가지만 잠시 내려두고 밖으로 나와보니 홍쌤과 노쌤은 한가로이 수영장을 노닐고 있었다. 조금은 쌀쌀한 새벽 공기가 가시자 딱 좋은 햇살에 수영하기엔 더없이 좋은 날씨. 수영을 못해도 수영복은 챙겨올 걸 내심 아쉬웠다. 수영장 한 켠의 해먹에서 데미안을 읽던 김쌤은 나에게 자리를 양보해주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냥 지나는 길이라며 손을 내밀어 저었지만, 막상 빈자리가 생기니 괜히 주변을 살피다 냉큼 누워보았다. 해먹에 누워 수영장 물살을 가르는 발길질, 자잘한 웃음소리들을 들려오고 기척도 없이 하늘을 빙빙 도는 솔매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마음이 한껏 여유로워졌다. 다닥이 늘어선 호텔 룸의 바깥 테라스에서는 정쌤이 한창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었고, 조식 이후 묘연한 신쌤은 진즉에 방 안에 자리를 잡고 밀린 업무를 해결하는 중이지 싶었다. 혹 늉웨에서의 극심한 야간 산행에 몸져 눕진 않으셨을지.
16 10 15 54≈
오늘도 남다른 패션감각을 선보이는 알리미야의
다시 찾은 키미롱고 시장
현지 음식 맛집 투어
신쌤과 김쌤을 호텔에 내려 두고 김감독님, 노쌤과 함께
조식을 푸짐하게 먹긴 했지만 아무래도 현지 음식을 제대로
키미롱고 시장에 들렀다. 남은 르완다프랑으로 기념품을
맛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아 점심을 먹으러 나서기로
사고 싶었던 것도 있지만, 여행의 둘째 날에 허겁지겁 쫓기듯
했다. 우리의 운전수이자 이제는 가이드, 그리고 얼모스트
지나쳐버린 시장을 찬찬히 돌아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아티스트인 알리미야에게 현지 음식을 먹기 가장 좋은
든든한 알리미야와 함께 시장을 걸어보니 돈을 달라며
식당을 추천해달라고 했다. 그리고 그를 따라나선 길에는
달라붙던 사람들도 없었고, 외지인을 보던 그들의 눈초리도
정말 관광객은 전혀 없을법한 현지인들이 사는 동네였고,
한껏 누그러져 있었다. 근 열흘 만에 이곳에 적응해서 그런
그중에 Tamu Tamu라는 식당 한 곳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걸까 나 자신을 의심하며 시장의 곳곳을 기웃거렸다. 시장은
알리미야는 그 동네에서 태어나 평생 그곳에서 살고 있다고
꽤 크고 넓은 부지에 사각형의 형태였고 옷감을 파는 곳,
했다. 그래서인지 식당 안에서도 밖에서도 그를 모르는
식료품과 과일, 채소를 파는 곳, 머리를 깎거나 땋아주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모두가 그에게 안부를 물었다. 안 그래도
곳, 재봉과 바느질을 하는 곳, 기념품을 파는 곳 등 나름의
고급진 전통 의상을 위아래 한 벌로 맞춰 입은 데다 0.1톤이
구획이 있었다. 목표로 삼았던 예의 기념품 파는 곳에
넘는 그의 풍채를 보자니 요상한 생각이 들었다. ‘알리미야는
들렀더니 역시나 호객을 하는 상인들의 활기는 여전했다.
르완다의 유지인데 그냥 소일거리로 운전 일을 하는 게
둘이서 비집고 지나가야 할 만큼 좁은 통로에 다닥이 이어진
아닐까?’ 그런 느낌.
가게들은 필시 호객을 위한 묘수였고, 여섯 일곱 개 정도의
현지 음식은 구황작물인 감자와 고구마, 카사바가 주를
가게를 지나치고 나니 르완다프랑은 싹 사라지고 묵직한
이루었고 구운 바나나가 한 접시에 마구 섞여 있었다. 거기에
기념품들을 한아름 안아들고 있었다. 다시 봐도 예쁜
닭도리탕 같은 짭조름한 국물이 함께 나와서 함께 곁들이는
기념품들에 자꾸 눈을 떼지 못하고 발이 묶여 있는 나를
식이었다. 거기에 추가로 우리는 카사바 빵을 주문했는데,
김감독님이 겨우 보채서 걸음을 돌렸고, 우리는 다시 숙소로
떡처럼 점성이 강한 게 손으로 조물거리다 뜯어서 국물에
돌아가 정쌤의 작업을 돕기로 했다.
찍어 먹는 식이었다. 발효되어 톡 쏘는 듯한 맛이 꽤 인상에 남았지만, 배부름이 목젖까지 차오른 덕에 두세 점만 뜯어먹고 말았다.
≈55
키갈리, 깊은 밤 속으로 2탄
드디어 찾아간 키갈리 컨벤션 센터
촬영은 오토바이 여덟 대가 줄을 지어 키갈리 시내를 달리던
우리는 정쌤의 촬영 종료와 동시에 곧장 키갈리 컨벤션센터로
스펙터클한 모습은 있었지만, 여러모로 주변 상황들 때문에
이동했다. 김쌤은 르완다에 도착한 첫날부터 눈도장을
쉽지 않은 일이었다. 거기에 정쌤은 보완 촬영을 위해 이번엔
찍어뒀던 키갈리 컨벤션 센터를 드디어 오늘 밤 촬영하기로
알리미야와 미니버스를 이용하기로 했다. 각자 자리의 창문을
했다. 르완다의 상징인 천 개의 고원과, 전통 왕궁을 형상화한
열고 앞의 조수석과 뒤꽁무니에서 플래시를, 중간에서는
컨벤션 센터의 외관은 원형 반구를 계속해서 돌고 있는 여섯
정쌤이 촬영을 진행하기로 했다. 차량이라 도로에 가까이
일곱 개의 흰색 선들 때문에 마치 놀이동산의 아케이드
다가가기 어렵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오히려 다른 모토들의
조명처럼 보였다. 르완다의 수도 키갈리의 중심부에 있어
방해 없이 갓길에 찰싹 달라붙어 비슷한 속력을 유지하며
여행 내도록 오며 가며 봐 왔던 센터를 눈앞에서 보는 것도 꽤
이동할 수 있었다. 네 시 정도부터 시작된 촬영은 수월하게
흥미로운 일이었다.
진행되었다. 귀를 가득 메우는 오토바이의 모터 소리와
주변엔 오성급 호텔에다 고위 인사들을 초청하여 회의나 각종
뒷좌석에 조명을 들고 앉느라 바싹 힘을 준 허벅지에 정신이
행사를 진행하는 곳이라 그런지 경비가 삼엄했고, 깔끔하게
팔려 제대로 앞을 보지 못 했던 것에 비해 느리게 달리는 차
정돈되어 있었다. 너른 주차장 한 켠에 차를 대고 촬영할
안에서는 여러 것들을 볼 수 있었다. 플래시가 터져 나올 때
장소로 향하는 길에 흑인 청년 두 명이 다가왔고, 동양인을
그들이 취하는 태도와 표정들, 구석구석 현지의 모습들을
처음 보는 건지 나를 가운데 두고 연신 사진을 촬영해갔다.
눈에 담을 수 있었다. 모르는 타인에게 사진을 찍히면 그렇듯
눈앞에서 터지는 플래시가 당혹스러운 것도 잠시 그들은
느끼는 묘한 불쾌감과 같은 것들에 그들의 표정이 그리 밝진
고맙다며 손을 크게 흔들어 안녕이라고 인사하며 제 갈 길을
않았지만, 때로 펑펑 터지는 플래시에 신기한 듯 웃으며
갔다. 순식간에 일어난 상황에 잠시 어버버하다 일행에 따라
쪼롬히 달려오는 아이들도 있었다.
붙으니 이미 김쌤은 자리를 잡고 컨벤션 센터를 촬영할
플래시와 촬영장비의 조절 값 때문에 해질 즈음에야 시작된
준비에 들어가 있었다.
촬영은 어느새 해가 다 지고 넘은 밤이 될 때까지 계속되었다.
삼각대를 펴고 구도를 잡아 높이를 조절, 카메라를 설치하고
어둠이 깔린 키갈리 시내는 역시나 예뻤다. 멀리 보이는
초점유리에 맺힌 상을 확인, 입사식 노출계 스팟 기능으로
능선들이 겹쳐서 한 폭의 그림 같은 그날의 밤엔 보름달이
노출을 잡고 카메라 값을 조절 한 뒤, 필름홀더를 넣고 꼭
떴다. 보름달은 우리가 슈퍼 문이라고 부르는 한국에서의
렌즈를 닫고 필름을 가려 놓은 칼을 빼 내어 숨 죽여 릴리즈를
커다란 달보다도 더 크고 밝았다. 각자 맡은 촬영을 이어
누르는 순간까지. 김쌤의 능수능란한 손놀림을 보며 오랜만에
가면서도 커다랗게 큰 달을 흘겨보며 연신 감탄사를
대형카메라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아날로그에 공들이는 만큼
내뱉었다. 그리고 달과 함께 촬영한 그날의 밤은 정쌤의 영상
시간을 정제하여 담아내는 그 느낌. 김쌤의 촬영은 브라켓팅
작품에 엔딩으로 남았다.
까지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우리는 짧게 손뼉을 치며 촬영을 마무리했다. 차로 돌아가는 길에 콘보이 차량을 타고 지나가는 관리원을 알리미야가 불러 세웠다. 여기도 구면이라 서로 인사를 나누더니 우리더러 뒷좌석에 타라며 손짓했다. 덕분에 백 미터면 닿을 거리를 넓은 키갈리 컨벤션 센터를 돌고 돌아 (강제로) 둘러본 뒤에 차에 올랐다. 대체 알리미야의 인맥은 어디까지인 걸까?
‡ Kigali Convention Center The Radisson Blu Hotel & Convention Centre, Kigali is just 5 kilometers from the bustling city center and Kigali International Airport (KGL). The hotel is in an office park that features Kigali Convention Centre with room for up to 5,000 delegates. It's within 2 kilometers of several government embassies, the British High Commission, the Parliament and the Supreme Court.
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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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â&#x2030;&#x2C6;
â&#x2030;&#x2C6;59
60â&#x2030;&#x2C6;
¶¶ 에필로그_늦은 기억
지금도 르완다의 기억들은 불현 듯 나타나 머릿속을 가득 메우곤 한다. 이를테면 아프리카라는 단어, 혹은 관련한 이미지와 물건을 보기만 하더라도 금세 르완다를 떠올리곤 한다. 한국에서 유독 눈에 띄는 흑인들을 마주할 때 느끼던 거리낌은 이제 많이 누그러졌다. 그들에 대한 낯설음을 대신해서 손뼉을 짝! 하고 치듯 맞잡는 손인사와, 거기에 더해 어깨까지 부딪혀 오던 올리비에와 알리미야를 기억한다. SNS의 타임라인에서 그들의 모습이 보일 때면 지난 시월의 감각들이 생생해지면서 박수를 친 듯 손바닥이 따끔해져온다. 2&5 크리스찬 아카데미 스쿨에서 어리숙한 르완다어로 비테, 니비자! 라며 인사를 건네는 내게 해맑게 웃어준 장난기 가득한 아이들을 기억한다. 그래서 괜히 가끔은 친구들과 손을 맞잡고 어깨를 부딪혀 보지만 여간 어색한 게 문득 그들이 보고 싶어질 때도 있다. 이네마 아트 센터에서, 젬베나 북을 두드리며 흥겹게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던 그들의 모습이 생생해서 흉내라도 내볼까 싶어 조그만 카혼을 사기도 했다. 이전보다 식물을 더 좋아 하게 되었고, 바쁜 와중에도 아카게라 사파리에서의 마리엔느를, 늉웨 원시림에서의 존과 진 마리와 함께했던 시간을 더듬으며 약간의 여유를 부리게 되었다. 귀국 후 정쌤은 보름도 채 되지 않아 르완다에서 촬영한 영상을 편집하여 작품을 전시했다. 여독처럼 남아 있던 르완다 에서의 잔상들은 정쌤의 작품 <키갈리, 깊은 밤 속으로>에서 다시금 지나쳐갔고, 덕분에 우리는 다시 모여 회포를 풀 수 있었다. 홍쌤은 2016년과 함께 르완다에서 진행했던 <꿈 꿀 권리> 작업을 마무리했고, 아이들이 그린 그림과 그들의 얼굴을 합성한 작품과 사진들을 보낼 꾸러미를 싸는 중이다. 김쌤과 노쌤은 르완다에서 받은 경험과 인상을 기반으로 보다 활발히 작품 활동에 매진하고 있고, 김감독님은 르완다에서 촬영한 필름들을 다큐멘터리 영화로 제작하느라 여전히 분주한 모양이다. 신쌤은 르완다 여행 이후 작가들과 협업해 드로잉, 채색도구 없이도 할 수 있는 예술교육이라는 테마로 예술교육교과서를 만들 준비를 하고 있다. 르완다에서의 기억들은 시간이 갈수록 늘어지지만, 이미 묶인 르완다라는 매듭은 갈수록 더 견고해져 간다. 르완다에서의 일들을 후일담으로 나누기엔 아직 현재진행형인 일들이 너무 많이 남아 있는지라, 일지는 에필로그로 어쭙잖게 마무리할 수 없는 늦은 기억이 되어 버렸다. 요 근래 많은 일의 시작과 발단에는 르완다가 자리하고 있었고, 그 때의 경험은 또 다른 일들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간다. 지금도 김쌤, 노쌤, 신쌤, 정쌤, 홍쌤과 김감독님이 함께 모일 때면 지난 시월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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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들을 뭉치며 다시 르완다에 가고 싶다는 얘기를 꺼내곤 한다. 아마 김감독님의 다큐멘터리 영화가 완성되면,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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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교과서가 준비되면 또 한 번 그곳에 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감이 부풀어오는 만큼 우리는 다시 르완다에 가까이 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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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것 같다.
≈61
¶¶ 르완다 RWANDA
Akagera National Park
키갈리 Kigali
Nyungwe Forest Lodge
62≈
위치
중앙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확국 동쪽
정체
공화제
경위도
동경 30° 00', 남위 2° 00'
통화
르완다 프랑(Rwanda franc)
면적(㎢)
26338
인터넷도메인
해안선(km)
0
홈페이지
시간대
CAT (UTC+2)
ISO 3166-1 646
수도
키갈리
ISO 3166-1 Alpha-3
.rw http://www.gov.rw RWA
종족구성
후투족(84%), 투치족(15%), 트와족(1%)
인구(명)
11,689,696(2012년)
공용어
키냐르완다어, 프랑스어, 영어
평균수명(세)
49.76(2008년)
종교
로마가톨릭교(56.5%), 개신교(26%),
1인당 명목 GDP($)
666(2012년)
재림교(11.1%), 이슬람교(4.6%),
수출규모(억$)
3.73(2011년)
토착신앙(0.1%), 무교(1.7%)
수입규모(억$)
13.68(2011년)
건국일
1962년 07월 01일
인구밀도(명/㎢)
423(2011년)
국제전화
+250
Akagera National Park Location Akagera National Park, Kigali, Rwanda, Africa, P.O. Box 1448 Tel +250 786 182 871 Web akagera.org Facebook facebook.com/pages/Akagera-NationalPark/112181492132155?fref=ts Information Hugging Rwanda’s eastern border with Tanzania, Akagera National Park covers about 1,120km² and is one of Africa’s oldest national parks, first gazetted in 1934. MON-SUN 6:00 – 18:00 Costs Rwandan nationals: 6$ / Rwandan residents: 25$ International visitors: 35$ Vechicle fee: 5,000Rwf(vehicle) / 10,000Rwf(Bus)
King's Palace Museum Location Nyanza Rd, Rwanda, Africa Tel +250 786 738 662 Mail Info.kigali@radissonblu.com Web museum.gov.rw Information Based in Nyanza, 88 km south of Kigali City, this was the residence of King Mutara III Rudahigwa and the Royal Palace that was traditionally built. This Palace offers a detailed look into Rwandan traditional seat of their monarchy, it is an impressive museum, restored to its 19th century state and made entirely with traditional materials. 08:00 – 16:00 Costs Gardens, tents, chairs& photos: 200, 000 Rwf Gardens only: 100, 000Rwf Gardens& chairs: 170, 000Rwf Inyambo parading: 50, 000Rwf
❶ 2&5 Christian Academy Location KK 73 St Kigali, Rwanda, Africa Tel 078-259-3363 Web twofivefriends.wordpress.com Facebook facebook.com/25-Christian-AcademyRwanda-3791422028917878 Information 2&5 Christian Academy offers quality education from kindergarten through sixth grade (K-6) at the heart of Kigali. The academy is run by the Evangelical Friends Church of Rwanda. MON-FRI 7:00 – 14:00
❷ Bamboo Restaurant
Igishigishigi Tracking Course Location Uwinka Visitor Center, Nyungwe Forest, Rwanda, Africa Web primeugandasafaris.com/game-parks-inrwanda/nyungwe-national-park Information This is the most popular trail from the Uwinka Reception area of the park since it includes the Canopy Forest walkway. That is a featured attraction within Nyungwe Forest National Park and it simply is a must do for visitors to the park. The trail is about 2.4 kilometers and takes about 1.5 hours to complete including the canopy walk. Here you will be up in the tree-tops and see primates, birds and butterflies up in their habitat. MON-SUN 6:00 – 18:00 Costs The Canopy Walk – 60$ The Colobus monkey tracking – 70$ The chimpanzee tracking – 90$
Nyungwe Forest Lodge Location Gisakura, Nyamasheke, Western province, Rwanda, Africa Tel +250 252 589 106 Web newmarkhotels.com Information Nyungwe Forest Lodge is the National Park's first five-star lodge and only opened in March 2010. No one at Expert Africa has, as of yet, been to Nyungwe Forest Lodge but we know the area well and have traveled extensively throughout the National Park. With this in mind here is what we do know about the place so far. Cost Luxury Room: 400$ / Double Room: 320$ Single Room: 220$ / Lunch: 25,000 – 30,000 Rwf
Location T2000 Building, 5th Floor, KN 82 St, Kigali, Rwanda, Africa Tel +250 786 006 665 Information Bamboo rooftop in Muhima is the ultimate choice for superior chinese dishes that will leave you wanting for more. With an amazing rooftop view from above T2000 supermarket, it's one of the best places to take in the city. An extensive menu gives a variety of unique dishes as well as sought-after staples. MON-SUN 10:00 – 22:00
❸ Blueberry Restaurant Location 79 KG 9, Ave, Kigali, Rwanda, Africa Tel +250 788 398 000 Web blueberrykigali.com Information At Tandoori Indian Restaurant, we aspire to offer true renditions of the timeless Indian cuisine that has cheered the soul and spirits of Maharajas and Nawabs with obsession for food over the centuries. These recipes are exceptional and each one is a heavenly delight. We are proud to bring this extravagant experience to our beloved Kigali so that we may all enjoy the fine cuisines of Indian Royalty. MON-SUN 11:30 – 15:00, 17:30 –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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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갈리 Kigali
Kajevuba
Rusine Marenge
Nyacyonga Bumbogo
Gatsata / Karuruma
Gisozi
Kinyinya
NR3 RN4
➐ NR1
❷
Kigali❹
➓ ➒
❸ kibagabaga ❺
Gasabo ihuriro
Kamunanda
Nyamirambo
Kicukiro Kagarama Nyanza
Nyarumana Gahan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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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르완다의 수도.
위치
르완다
경위도
동경 30°3
면적(㎢)
730
해발
1,567 m
34 , 남위 1°56 38
시간대
UTC+2
행정구분
3행정구(District)
인구(명)
745,261명(2015년)
홈페이지
http://www.kigalicity.gov.rw/
Kanombe
❶ ❻
Butamwa
Kimironko
➑
Murindi Masak
❹ Bourbon Coffee
➐ Genocide Memorial (Kigali)
➒ Ikirezi Bookstore
Location KN 4 Ave, Kigali, Rwanda, Africa Tel +250 736 718 710 Web bourboncoffee.rw Information Bourbon Coffee first opened its doors in Kigali, Rwanda in 2007, and has expanded to eight different locations across Rwanda and the United States. We are an international brand of specialty coffee, and the first retail brand to originate from Africa. Our stores are built around the philosophy of producing coffee from “crop to cup” – while sharing our coffee with the world, we are also promoting sustainable practices, economic development, cultural unity, and helping to reshape the global image of Rwanda and its economic development and culture. MON-SUN 24 Hours Open
Location KG 14 Ave, Kigali, Rwanda, Africa Tel +250 788 306 300 Web kgm.rw Mail team@kgm.rw Information The Kigali Genocide Memorial is the final resting place for more than 250,000 victims of the Genocide against the Tutsi in Rwanda. It honours the memory of the more than one million Rwandans killed in 1994 through education and peace-building. MON-SUN 8:00 – 17:00 Costs Rwandan Citizens: The audio guide is free Adults&Students: 15$ / 12,000Rwf East African Community: 5$ / 4,000Rwf Staff Guides: 4-10 people: 100$ / 80,000Rwf 11-15 people: 125$ / 100,000Rwf 16-25 people: 150$ / 120,000Rwf Students & East African Community: 50% off indicated prices Filming&Photography: 20$ / 16,000Rwf
Location 15 KG 5 Ave, Kigali, Rwanda, Africa Tel +250 252 571 314 Mail client@ikirezi.biz Web ikirezi.biz Information Libraire Ikirezi Bookshop is a bookstore, press, multimedia and stationery production and supply company focused on the Africa great lakes region and East Africa in particular. The Company has a high quality asset base consisting of a couple of bookstores in Rwanda and Democratic Republic of Congo, and exploration and development of more bookstores as well as online bookstore presence. 10:00 – 20:00
➓ Inema Art Center ❺ Embassy of the Republic of Korea Location 34 KG 13 Ave, Kigali, Rwanda, Africa Tel +250 252 577 577 Web rwa.mofa.go.kr Information The Embassy will exert its best efforts to make sure the partnership of our two countries will strengthen even further in a mutually beneficial way. The Embassy will also do its utmost to provide consular assistance to Korean nationals who visit and stay in Rwanda. The Embassy looks forward to your valuable support. MON-FRI 08:00-17:00
➑ Gorilla Golf Hotel Location KG 274 St, Kigali, Rwanda, Africa Tel +250 788 174 000 Mail reservation@gorillashotels.com Web gorillashotels.com Facebook facebook.com/Gorillas-Hotels-1572050366382229/ Information Taking a coffee break, a relaxing evening with friends or a business meeting? Look no further. Gorillas Golf Hotel, Kigali will cater for your needs. We have a pool side terrace, pool lounge, a restaurant, gardens and bar to cater for all your needs. come check it out today.
Location KG 563 St, Kigali, Rwanda, Africa Tel +250 783 187 646 Web inemaartcenter.com Facebook facebook.com/inemaartscenter Information Founded in 2012 by brothers and self-taught painters Emmanuel Nkuranga and Innocent Nkurunziza, Inema Arts Center spurs creativity for personal, social, and economic growth. Inema Arts Center is a collective of Rwandan creative artists. At its core, Inema Arts Center provides space for 10 artists in residence to explore their creative talent. Specializing in contemporary African Arts, Crafts, Music, and Dance. 10:00 – 18:00
❻ Gayaha Links Location Kicukiro Kigali, Rwanda, Africa, P.O. box 6309 Tel +250 788 306 300 Mail info@gayahalinks.com Web gahayalinks.com Information Gahaya Links is a Rwandan handicraft company dedicated to women’s economic empowerment through enterprise design. Our bespoke home decor, jewelry, and textile collections reflect the beauty and resilience in each of our weavers. MON-SAT 10:00 – 17:00
Inganzo Art Center Location KK 6, St, Kigali, Rwanda, Africa Tel +250 788 530 506 Mail contact@inganzoartcentre.org Web inganzoartcentre.org Information Inganzo Arts Centre is striving to become a regional hub for visual artists and a space for culture celebration and heritage. MON-FRI 10:00 –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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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gali Convention Center Location KG 2 Roundabout, Kimihurura, Kigali, Rwanda, Africa Tel +250 786 738 662 Mail Info.kigali@radissonblu.com Web inganzoartcentre.org Information The Radisson Blu Hotel & Convention Centre, Kigali is just 5 kilometers from the bustling city center and Kigali International Airport (KGL). The hotel is in an office park that features Kigali Convention Centre with room for up to 5,000 delegates. It's within 2 kilometers of several government embassies, the British High Commission, the Parliament and the Supreme Court.
Mille Collines Hotel Location 2KN 6 Ave, Kigali, Rwanda, Africa Tel +250 788 192 530 Web millecollines.rw Facebook facebook.com/HotelDesMilleCollines Information Inaugurated in 1973 as the first grand hotel of the country and receiving globally a lot of attention since the Hollywood movie ’Hotel Rwanda’ in 2004 - Hôtel des Mille Collines is surely the most famous hotel in Rwanda. Enjoy the location in the central business district and the breathtaking views over the hills of Kigali. Indulge yourself in culinary experiences from casual to fine dining, from international cuisine to local signature dishes.
Uburanga Arts Studio Location 2KN 6 Ave, Kigali, Rwanda, Africa Tel +250 788 605 924 Mail uburangaarts@gmail.com Web uburangaarts.com/en Facebook facebook.com/UburangaArtsStudio Information Founded in March 2010 with a goal of developing Rwanda' s Art scene!
Yego Arts
Kimironko Market Location KG 11 Ave, Kimironko Market, Kigali, Rwanda, Africa Information Kimironko is one of the largest markets in Rwanda and one of at least half dozen markets around Kigali where a wide variety of goods and services are sold. The shopping itself is a fun experience, which gives us the opportunity to accomplish a necessary task 08:00 – 18:00
T-2000 Location KN 82 St, Kigali, Rwanda, Africa Information T2000 building is one of the big shopping malls with restaurants, supermarket and other services MON-SUN 08:00 – 22:00
Tamu Tam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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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cation KN 2 Ave, Kigali, Rwanda, Africa Information Tamu Tamu restaurant is one of traditional restaurants in Kigali, Rwanda. Usually the natives enjoy this restaurant and tourists don’t know here because it’s quite small and located in the village. If you visit here, you can eat African traditional food made by different type of rice, potato, sweet potato, casaba etc. MON-SUN 07:00 – 22:00 (SUN: 08:00 – 22:00)
Location KG 519 St, Kigali, Rwanda, Africa Mail uburangaarts@gmail.com Web yegoarts.com Facebook facebook.com/YegoArts Information Yego Arts Studio is a fine arts studio in Kigali which currently counts ten well-established painters among its membership. Our mission is to create a vibrant, self-sustaining community of established visual artists in Rwanda MON-SUN 09:00 –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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