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뉴스>2014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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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년 1월 창간 / 제7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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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1일

여러분이 ‘아프리카의 희망’이 되어주세요 ‘세계 대통령’이라 불리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두 해 전 그가 평화의 국제기구인 유네스코 파리 본부를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반 총장의 손에는 우리에게 낯익은 책 한 권이 쥐어져 있었습니다. 바로 오래 전 초등학교 자연 교과서였습니다. 그는 왜 이 책을 들고 유네스코에 찾아갔을까요? 잠시, 시곗바늘을 60여 년 전으로 돌려볼게요. 그 시절 대한민국은 지금의 모습과 많이 달랐습니다. 전쟁이 휩쓸고 간 폐허 위에 남은 것은 빈곤과 절망뿐. 유엔군 사령관 맥아더 장군은 그 광경을 보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나라가 원래의 모습을 회복하려면 족히 백년은 지나야 할 것이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지구촌에서 가장 가난한 이 나라가 불과 반 세기 만에 세계 15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것입니다. 어떻게 이런 기적 같은 부흥이 가능했을까요? 아마도 우리의 어버이, 그리고 그 어버이의 어버이들이 흘리신 눈물 같은 땀을 빼놓고는 설명하기 어려울 겁니다. 여기에 하나 더,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이름도 모르는 아시아 작은 나라에 아무 대가 없이 다가온 따뜻한 손길들. 바로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도움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친구가 되어준 국제기구가 유네스코입니다.

“여기서 만나요”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만든 후원모금 캠페인 CF는 ‘배움이 희망이다’ 편 과 ‘유네스코가 없었다면’ 편, 두 편이 방영됩니다. 라디오 캠페인 광고에는 민동석 한위 사무총장의 진솔한 목소리를 담았습니다. ‘시선 집중! 귀 쫑긋!’ 부탁드려요. •TV지상파 : KBS, EBS •종편 : JTBC, 채널 A •전문채널 : YTN, 뉴스Y, 디스커버리, BTN, CBS •라디오 : CBS-FM, 극동방송 후원모금 CF 유튜브 동영상 보러가기 ▶ ♥ 정기후원 홈페이지 신청 peace.unesco.or.kr 전화 1800-9971 / 이메일 peace@unesco.or.kr 주소 서울시 중구 명동길(유네스코길) 26 (우) 100-810

유네스코가 우리에게 건넨 것은 빵이 아니라 책이었습니다. 교과서 공장을 지어 폐허 속에서도 까까머리 아이들이 공부를 하며 내일을 꿈꾸도록 이끌어 준 것이지요. 이 나라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것은 빵이 아니라 교육이라는 믿음 때문이었습니다. 반 총장이 유네스코에 들고 와 기증한 교과서도 바로 그 시절 자신이 공부하던 ‘유네스코 교과서’였습니다.

♥ 일시후원 무통장입금(예금주: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우리은행 1005-986-001117 / 국민은행 375301-04-106542 ARS 후원 060-700-1116 (한 통에 2,000원 후원)

돌아보면 대한민국은 지구촌의 이름 모를 수많은 누군가에게, 못 잊을 ‘은혜의 빚’을 지고 있습니다. 아마도 그래서, 그 시절의 우리처럼 헐벗고 가난한 지구촌 이웃들에게 자꾸 우리의 눈길이 머무나 봅니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빈곤한 이웃들을 위해 ‘교육나눔’에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읽지도 쓰지도 못해 빈곤의 고통을 대물림하는 사람들. 이들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오늘보다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교육으로 응원하는 일입니다. 그런데 왜 교육이냐고요? 우리가 이미 경험했듯이, 교육이야말로 미래를 바꾸는 가장 큰 희망이니까요. ‘교육 나눔’에 예쁜 이름도 붙였습니다. ‘유네스코 희망 브릿지’. 예전 우리에게 친구로 다가왔던 유네스코처럼, 우리도 그들에게 친구로 다가가려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그렇게 교육으로, 절망의 오늘로부터 희망의 내일로 가는 다리를 놓는 일, 그게 바로 유네스코 희망 브릿지입니다. 용기를 냈습니다. 이 소중한 나눔을 우리 국민과 함께 하기 위해. 한국위원회 직원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교육 나눔’ 모금 캠페인 CF를 만들었습니다.

피아니스트 양방언 씨의 ‘음악 나눔’으로 따뜻한 선율도 함께 담았습니다. 11월부터 캠페인 CF가 국민들께 찾아갑니다. 이제 여러분이 희망의 다리를 이어 주세요. ‘아프리카의 유네스코’가 되어주세요. 부록 : 후원 안내 리플릿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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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결’과 ‘절충’ 사이서 팽팽한 줄다리기 제195차 유네스코 집행이사회 개최, 다음 회기 예산 등 논의

유네스코의 다음 회기(2016-2017) 예 산 규모를 두고 회원국 간 논의가 본격 화됐다. 지난 10월 20일부터 31일까지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열린 제195차 유네스코 집행이사회에서는 다 음 회기 사무국의 예산 편성 규모에 대 한 세 가지 안을 놓고 이사국들의 다양 한 주장이 표출됐다.

미국 및 이스라엘의 분담금 미지급으 로 인해 재정적인 압박을 받고 있는 유 네스코는 현 회기 실행 예산이 당초 6억 5800만 달러에서 5억 700만 달러로 대 폭 삭감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사업 의 질과 사무국 직원들의 경쟁력을 유 지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예산 증가가 불가피하다’는 입장과, ‘사무국의 적극

적인 개혁을 통해 예산 등 동결해야 한 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예산 책정안은 총 세 가지로, 인플레이션과 법적비용 등만 최소한으로 반영하자는 안(무실질 성장안), 금액 자체를 동결하자는 안(무 명목성장안), 그 둘의 중간치를 산정해 반영하자는 안(절충안)이 그것이다. 사 무국 및 대다수 아프리카 국가와 일부 유럽 국가들은 절충안을 지지하는 반면 한국과 일본, 스웨덴 등의 국가들은 무 명목성장안을 지지하고 있다. 이들 국 가들은 예산 증대보다는 조직의 효율성 과 투명성을 증대시킬 수 있는 개혁이 더욱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조직의 개 혁에 대해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 무총장은 “유네스코가 어려운 상황에서 도 연착륙했다”며 “앞으로 사업 이행의 질을 높이기 위해 모니터링 및 평가 기 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 밝혔다.

뉴스 윈도 우 4면 위원 칼럼·주재관 서신 5면 인터뷰 / 존 클래머 UN대학 교수

“개발협력, 문화에 답이 있다”

6~7면 민동석 한위 사무총장 취임 2주년 특별인터뷰

“여러분이 바로 유네스코입니다”

8~9면 ‘유네스코 브릿지’ 아시아 현장

3국3색, 교육이 가꾸는 새로운 미래

10면 유네스코 브릿지 스토리 / 올리브의 꿈 11면 후원 인터뷰 / 북창동 희망나눔가게 12면 중앙아시아서 펼쳐진

유네스코 브릿지 역량강화 프로젝트

15면 ‘기후변화 프런티어’ 수상 아이디어 속으로

지구를 지키는 당찬 상상 넷

16면 유네스코 데이(Day) / 세계 관용의 날

창조와 혁신 원하면 관용부터 배우라

17면 지구촌 트렌드 / ‘잊혀질 권리’ 18면 유네스코 토픽 / 교육, 노벨평화상을 품다 20면 한국의 서원 시리즈 / 도산서원 22면 커피인문학 / 루왁커피에 담긴 의미 23면 지상 페이스북·영어로 만나는 우리 시

창간일 1964. 1. 10 / 등록번호 서울 라08043 발행처 유네스코한국위원회 발행인 겸 편집인 민동석 편집 송영철, 김보람, 오혜재, 김현정 편집디자인 정명진

‘대한의 황손’, 전통문화 홍보·나눔 활동 앞장선다

대표전화 02-6958-4100 주소 (우)100-810 서울시 중구 명동길

한위 전통문화 친선대사에 이석 황실문화재단 총재 위촉

(유네스코길) 26 인쇄 에덴하우스

‘대한제국 황손’ 이석 황실문화재단 총재가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전통문화 친선대사’로 활동한다. 유네스코한국위 원회(한위·사무총장 민동석)는 10월 28 일 서울 명동 유네스코회관에서 위촉식 을 갖고 이석 총재를 전통문화 친선대 사로 위촉했다. 이 총재는 대한제국 고 종 황제의 아들 의친왕의 11번째 자녀 로, 현재 조선왕조의 문화유산을 알리 는 등 한국 전통문화유산의 보존과 계 승에 앞장서고 있다. 민동석 사무총장은 이날 위촉식에서 “국민과 함께 국민 가까이에서 유네스

코 활동을 홍보하고 국민 참여를 이끌 어낼 수 있는 이석 총재를 전통문화 친 선대사로 위촉하게 되어 매우 기쁘다” 고 밝혔다. 이 총재는 위촉 소감을 통해 “역사의 격동기를 거치면서 명맥이 끊 긴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인 왕실문화 를 복원하고, 유네스코가 추구하는 가 치를 국내외에 전파하기 위해 봉사하겠 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 총재는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전통 문화 친선대사로서 한위가 추진하고 있 는 전통문화 및 유산 보존활동을 국민 에게 홍보하고, 지구촌 교육나눔 활동

함께 손잡고 국제문화 전문가 양성 한위-성균관대 ‘교육협력 양해각서’ 체결

기사관련 문의 02-6958-4180 구독신청 및 변경 news@unesco.or.kr

유네스코뉴스 퀴즈 유네스코한국위원회(한위)는 아프리카 와 아시아 빈곤 · 소외 지역 주민들을 위해

인 ‘유네스코 브릿지 프로젝트’를 후원 하기 위한 국민 모금 캠페인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인력 교류, 교육과정 공동개발 및 운영, 한위 임직원 재교육, 교육 연구 인프라 및 문화 관련 프로그램 공동 활용 등에 협력키로 했다. 민동석 사무총장은 이 사업에 대해 “앞으로 한국을 빛낼 국제 문화교류 및 정책전문가 양성의 교두보 가 될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현지에서 ‘교육 나눔’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 다. 이들 지역에서 가난과 질병이 대물림되 는 악순환을 끊을 방법은 없을까요. ‘교육 만이 삶과 미래를 바꿀 수 있는 희망’이라 는 것이 한위의 신념입니다. 한위의 교육나 눔 활동은 ‘교육을 통해 절망의 오늘로부터 희망의 내일로 가는 다리를 놓자’는 뜻에서 ‘유네스코 OOO 프로젝트’라고 불립니다. 이 프로젝트의 이름은 무엇일까요? 1. 등용문 2. 브릿지 3. 홈스쿨 4. 다문화 퀴즈응모하기 : 11월 15일까지 www.unesco.or.kr/quiz 정답자 가운데 추첨을 통해 소정의 상품 을 보내드립니다.

유네스코 UNESCO United Nations Educational Scientific and Cultural Organization

유네스코는 교육, 과학, 문화, 정보,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국제 협력을 촉진하여 세계평화와 인류발전에 이바지하는 유엔 전문 기구입니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사무총장 민동 석)와 성균관대학교(총장 김준영) 문화 융합대학원이 전문 교육연구 인력 활용 과 차세대 글로벌 문화리더 양성에 관 한 교육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 하고 ‘유네스코국제문화정책’ 전공(석

사과정) 개설을 공동 추진키로 했다. 지난 10월 16일 성균관대학교 총장실 에서 체결한 이번 협정에 따라 양 기관 은 공동으로 해당 전공을 신설, 2015학 년도 1학기부터 신입생을 선발할 예정 이다. 이밖에 두 기관은 교육 연구 전문

유네스코한국위원회 Korean National Commission for UNESCO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1954년 ‘유네스코 활동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설립된 기관으로 국내외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해 유네스코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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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흥, 세계의 유산으로 다가가다 농악,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 권고 받아 농악이 우리나라의 17번째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될 것으로 보인 다. 지난 10월 29일 유네스코 무형유산 위원회 산하 임시소위원회인 심사보조 기구는 우리 정부가 신청한 농악에 대 해 만장일치로 ‘등재권고’ 의견을 제시 했다. 통상적으로 등재권고를 받은 유산이 이변이 없는 한 그대로 통과되는 점을 감안하면, 농악은 오는 11월 24~28일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열리는 제9차 무형유산위원회에서 등재가 확 정될 전망이다. 농악이 등재되면 우리 나라는 종묘제례악, 아리랑, 판소리, 그 리고 지난해 말 등재된 김장문화 등 모 두 17개의 유네스코 인류문형유산을 보

유하게 된다. 농악은 2013년 3월 ‘2014년도 심사우 선순위 종목’으로 선정됐고, 이후 수정 된 등재신청서를 제출해 이번에 최종 평가 결과로 등재권고를 받게 됐다. 심사보조기구는 농악이 “활력적이고 창의적인 동시에 일년 내내 다양한 형 태와 목적으로 많은 행사장에서 공연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공연자와 참여자들 에게 정체성을 제공하는 유산”이라고 등재권고의 이유를 밝혔다. 또한 농악 의 등재가 “인류의 창의성과 문화 다양 성에 이바지함으로써 무형문화유산의 가시성을 높이고, 국내외 다양한 공동 체들 간의 대화를 촉진”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유엔 지속가능발전교육 10년’ 이후 새 의제 논의 유네스코 지속가능발전교육 세계회의 나고야서 개최 유네스코 지속가능발전교육(Education for Sustainable Development, ESD) 세계회의가 11월 4일부터 17일 까지 각국 유네스코국가위원회 및 교육 관계자, 관련 국제기구 등이 참가한 가 운데 일본 나고야에서 개최된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오늘을 배 우다’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세계회 의에서는 올해로 일단락되는 ‘유엔 지 속가능발전교육 10년’(DESD)을 기념 해 지속가능발전교육 성과를 공유하고, ‘2014년 이후 지속가능발전교육 의제’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국에서는 황우여 교육부 장관(유네 스코한국위원회 위원장)을 포함해 이 상진 주유네스코대한민국대표부 대사, 강영순 교육부 국제협력관이 참석하며, 유네스코한국위원회(한위) 관계자로는 박은경 유네스코ESD한국위원회 위원 장, 이선경 청주교육대학교 교수, 변원 정 통영시 지속가능발전교육재단 사무 국장, 조우진 한위 교육팀장, 백승현 한 위 교육팀 담당관 등이 나고야 세계회 의 및 워크숍에 참가한다.

세계시민교육, 우리 주변 작은 것부터 시작해야 세계시민의식 함양 위한 아태지역 전문가 심포지엄 열려 지난 10월 23일부터 이틀간 경남 창 원에서 ‘세계시민의식 함양을 위한 아 태지역 전문가 심포지엄’이 열려 세계 시민을 양성하기 위한 실천적 방안과 사례 및 다양한 의견들이 공유되었다. 창원시와 유네스코방콕, 유네스코한국 위원회가 공동 주최한 이 행사에는 안 상수 창원시장, 김광조 유네스코 아태 지역 본부장, 임현묵 한위 사무총장보 를 비롯, 국내외 교육계, 기업, 시민사 회 관계자 약 150여 명이 참석했다.

세계시민의식은 반기문 유엔 사무 총장이 2012년 발표한 ‘글로벌교육 우선구상’(Global Education First Initiative)에서 세 번째 우선목표로 주 창함에 따라 국제사회에서 새롭게 부각 되고 있는 주제로, 참가자들은 세계시민 교육 역시 우리가 속한 지역 속의 작은 변화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점에 공 감하고, 정부와 기업 등 다양한 주체가 협력해 세계시민교육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사진 제공 : 창원시

Folk village - Korea by Vero Villa/Flickr Licensed under CC BY-SA 2.0 via Wikimedia Commons

한편, 이번 심사에서 북한의 ‘아리랑’ 도 등재권고를 받아 북한의 첫 번째 인 류무형유산으로 등록될 전망이다. 우리

나라는 지난 2012년 제7차 무형유산위 원회를 통해 아리랑을 이미 등재한 바 있다.

희망 브릿지, 산뜻한 옷을 입다 유네스코 희망 브릿지 사업 공식로고 공개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저개발국 교육 지원을 위해 대표 사업으로 펼 치고 있는 ‘유네스코 희망 브릿지 사 업’의 공식 로고가 공개됐다. 이번에 공개된 로고는 ‘교육을 통한 희망의 연결’이라는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다리의 모양과 책이 펼쳐진 모습을 모티브로 디자인됐으며, 위쪽의 책과 하트, 건물은 각각 문해(교육), 나눔, 지역학습센터(교육시설)을 의미한 다. 또한 ‘U-BRIDGE’는 유네스코 희망 브릿지의 약칭이다.

지난 8월부터 약 3개월간의 작업 끝에 공개된 공식 로고는 프로그램 홍보 브로슈어와 기념품, 교재 및 지 역학습센터 등에 사용돼 해당 사업의 가시성 및 홍보 효과를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잠자는 콩’으로 행복과 접속하세요

한위 해피로그 통해 ‘윙스 오브 북스’ 모금 유네스코한국위원회(한위)가 지난 8월 온라인 기부포털인 ‘해피빈’에서 ‘해피로그’를 오픈했다. 해피빈은 도 움이 필요한 사회 곳곳에 네티즌들이 나눔을 실천할 수 있도록 돕는 온라 인 기부포털 사이트이고, 해피로그는 해피빈에서 온라인을 통해 모금활동 을 하거나 자원봉사를 모집함으로써 네티즌과 소통을 하는 공익단체를 말 한다. 한위는 이번에 해피로그를 오픈하 면서 ‘책에 날개를 달아 아프리카에 전해주세요’라는 주제로 ‘윙스 오브 북스’(Wings of Books) 모금을 진 행하고 있다. 이 모금은 배움에 대한 열정은 가득하지만, 정작 읽을 책이 없는 아프리카 말라위의 나피니 마을 어린이들에게 희망의 책을 보내주기 위해 시작됐다. 네티즌들은 해피빈에서 제공하는

‘콩’(bean)을 십시일반으로 기부해 나눔을 실천할 수 있다. 이 콩은 결제 나 신용카드 포인트를 통한 충전뿐 아니라 네이버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 만으로도 모을 수 있다. 보유하고 있는 콩으로 기부를 하 려면 해피빈 검색창에 ‘유네스코한국 위원회’를 적고 클릭하거나 ‘모금함 기부’ 메뉴에서 ‘지구촌 나눔’⇨‘해외 아동 교육’ 순으로 들어오면 ‘윙스 오 브 북스’와 만날 수 있다. 한위 웹 사 이트(www.unesco.or.kr)를 통해서 도 접속이 가능하다(http://goo.gl/ nTI6HJ). 책이 없어 땅바닥에 글씨 연습을 하고, 교과서 한 권으로 몇몇씩 짝을 지어 공부하는 나피니 마을 어린이 들. 희망의 책이 아이들에게 훨훨 날 아갈 수 있도록 잠자고 있는 여러분 의 콩을 깨워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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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발전교육’, 어떻게 계속할 것인가

칼 원 럼

이선경 청주교육대학교 교수 유네스코 지속가능발전교육한국위원회 위원

올해는 유엔이 2005년에 제정한 ‘지속가능발전교 육 10년’(Decade of Education for Sustainable Development, 이하 DESD)이 마무리되는 해이다. 10개년을 마감하는 자리인 ‘유네스코 지속가능발전교 육 세계회의’가 개최되는 나고야는 지금 분주하다. ‘지 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오늘의 학습’이라는 주제로 열 리는 이번 회의에서는 우수 사례, 네트워크, 아이디 어, 시사점 등 지난 10년간 전 세계적으로 추진된 지 속가능발전교육(이하 ESD)의 결과물들을 공유한다. 더불어 이번 10개년의 후속 조치로서 ESD가 미래에 도 ‘진행형’이 될 수 있도록 ‘ESD 국제 실천 프로그 램’(Global Action Programme on ESD, GAP)을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시행할 계획이다. ESD는 국제사회의 요구로 시작되었다. 기실 DESD 수행을 위한 국가 추진전략을 수립할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 ESD에 대한 인식은 높지 않았다. ESD 라는 개념에 대한 적절한 우리말도 찾지 못해 ‘지탱 가능한 발전’, ‘지속가능한 개발’ 등 여러 표현들 속에 서 혼란스러워 하다가 가까스로 ‘지속가능발전교육’으 로 정착되었다. DESD 초기인 2000년대 중반, 대통령 자문지속가능발전위원회(PCSD)에서 지속가능발전 을 이행하는 수단으로서의 교육이 추진되다가 2009년 이후에는 유네스코한국위원회(이하 한위)를 주축으로 ESD 자체를 중시하는 활동들이 시도되기 시작했다.

주재관 서신

2013년 말에 수행된 DESD 최종보고서 작성 연구 결과를 보면 지난 10년간 ESD와 관련해 많은 일들이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그 가운데 가장 중요한 가시 적 성과는 ESD를 위한 체계 및 기반 구축을 위한 노 력, 그리고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을 연결하는 네트워크 및 파트너십의 형성이다. 전자는 주로 DESD 전반기에 이루어졌다. ‘지속가 능발전법’, ‘환경교육진흥법’ 등 관련 법령들이 제정되 었고, 이를 수행하기 위한 지방의 조례 및 세부 정책들 이 생겨났다. 또한 2009년에는 유네스코 지속가능발전 교육한국위원회가 구성되어 실제적인 추진 기구로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다. 그 결과 학교·교사 교육, 시민사회단체(NGO) 등 다양한 영역에서 실질 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이러한 법제도의 구축 및 정비는 위계적 성격의 한국사회에 ‘위에서 아래로’의 (top-down) ESD 수행을 위한 기초 체계를 제공하는 바탕이 되었다. 후자는 참여적 방식, 다양한 주체들 간 의사소통 및 협력 등을 가능케 했다. 예컨대 한위를 중심으로 ESD 콜로퀴엄 등 여러 협력 사업을 통해 한국과학창의재 단, 서울시교육청, 지역 교육청, 청소년진흥원, 국립공 원, 대학연합회 등 다양한 기관들과의 파트너십이 형 성될 수 있었다. 또한 통영 ESD 지역거점센터(RCE) 와 경상대학교, 울주 RCE와 부산대학교 등 지역사 회-대학 간 파트너십도 구축되었다. 그린캠퍼스협의 회, 시민사회네트워크, 기업 네트워크 등 다양한 네트 워크도 만들어졌고, 개별 학교나 기관 차원에서도 크 고 작은 협력이 이루어졌는데, 이에 기반해 ‘아래에서 위로의’(bottom-up) 구체적 실행이 가능해졌다. 앞서 언급한 법제도 기반과 다양한 파트너십, 네트 워크를 토대로 DESD 기간 동안 각 영역별로 지속가 능한 사회를 지향하는 다양한 교육적 실천들이 있었

고, 이들은 그 자체로 DESD의 주요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비록 여전히 한국사회에서 ESD가 지속가능발 전이 가능한 사회 형성의 핵심 전략이 되었다고 보기 에는 한계가 있지만, 2014년 이후 ESD 추진과 관련해 지속가능하거나 같은 영역의 다른 주체들에게, 또는 다른 영역에 모델이 될 만한 사례는 다수 존재한다. 이 러한 우수 사례들을 확산·공유하고 실천에 옮기기 위 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DESD 종료 이후 ‘ESD 국제 실천 프로그램’이 이 러한 고민에 대한 대안의 일부를 제공해 줄지도 모른 다. 이 프로그램이 DESD가 가져온 변혁적 성과를 제 도화하기 위해 ‘정책 지원, 전 기관적 접근, 교육가, 청 소년, 지역사회’라는 5개 영역을 우선순위에 두고 실천 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주목할 점은 이 프로그램이 변 혁의 과정으로서의 ESD의 특성과 지역사회, 그리고 사회 전반적인 노력을 분명하게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 다. 2014년 이후 ESD는 거버넌스에 기반해 적절하고 일관적인 정책 지원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하지 않은 사회’를 변혁시키는 과정이 될 수 있도록 지역 차원의 구체적인 실천과 연계되어야 한다. 또한 사회 변화의 핵심 주체로서 청소년의 역할과 ESD를 위한 학습과 변화의 촉진자로서 교육자들의 역할을 강조해야 하며, 그 변화가 지역사회 네트워크와의 협력에 기반한 구체 적인 실천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을 상기하고 있다. 한국은 ‘ESD 국제 실천 프로그램’이라는 국제사회 의 요구에 부응하면서, 지난 10년간의 ESD 활동을 통 해 얻은 성과들이 시사하는 바를 적절히 고려해 실행 내용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교육자, 청소년 등 변화 주체들의 역량을 강화하고 이들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면서, 전 기관을 넘 어 전 사회적으로 ESD가 추진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

언어로 들여다본 유네스코 풍경

김은영 주유네스코 대한민국대표부 주재관

안녕하세요. 주유네스코대한민국대 표부 주재관 김은영입니다. 이 지면에 서 인사드리게 되어 반갑습니다. 첫 인 사로 유네스코와 언어에 대해 얘기해보 려고 합니다. 유네스코에서는 영어, 프랑스어, 스페 인어, 아랍어, 러시아어, 중국어 등 6개 공식언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지난 10 월 17일부터 2주간 열린 유네스코 집행이 사회에서는 이 여섯 개 언어로 통역이 제 공되었습니다. 총회와 집행이사회를 제 외한 다른 회의에서는 주로 영어와 불어 통역이 제공되며 회의의 성격에 따라 스 페인어와 아랍어로 통역되기도 합니다. 아프리카 나라들은 언어권에 따라 영 어 혹은 불어를, 중남미 국가들은 스페인 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면서 회의에서 적 극적으로 발언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 습니다. 특히 유네스코에서 우선순위를 두고 있어서인지 아프리카의 목소리는

참 크게 들립니다. 현안이 있을 때마다 단결하여 대응하는 모습이 부럽기도 합 니다. 그럼 아시아 나라들은 어떨까요? 유네스코에서는 아시아뿐만 아니라 태평양 국가까지 포함해서 아시아·태평 양(IV그룹)으로 지역구분을 하고 있습 니다. 아태지역은 참 다양한 국가들이 모여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문화 와 전통, 종교, 역사적 경험, 경제·정치 적 상황 등이 매우 다르기에 공동의 관 심사나 이해를 맞추는 게 쉽지 않습니 다. 특히나 같은 언어권이 아니기에 서 로 소통도 편하지는 않습니다. 아태지역 국가들은 이번 집행이사회 전체회의에서 공동 발언을 하기로 했습 니다. 하지만 세부 표현의 경우에는 자 신의 모국어로 쓰인 내용이었다면 좀 더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다듬지 않았을 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자신의 저서 &lt;제3의 침팬지&gt;에서 “언어야말로 인간 의 창의성을 구현하는 밑바탕”이라고 강 조했는데, 대다수 아태지역 국가들이 모 국어가 아닌 언어로 소통해야 하는 상황

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이번 아태지역의 공동발언에는 태평 양의 작은 섬나라들을 대신해 뉴질랜드 가 제안한 ‘소도서개도국(SIDS)에 대 한 유네스코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 을 요청한다’는 내용이 추가되었습니 다. 아태지역이 소도서개도국을 강조하 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 서 언급한 대로 아프리카는 유네스코의 우선 분야라 많은 지원을 받고 있습니 다. 이에 비해 태평양 섬나라들은 기후 변화로 인한 영향을 가장 크게 받고, 지 속가능한 발전을 저해하는 여러 문제들 을 안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 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 시아태평양 그룹이 나서서 한목소리를 내는 것은 이들 섬나라를 위해서도, 그 리고 아태 공동체의 미래를 위해서도 아주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언어에서 시작해서 아태지역의 협력 으로 이야기가 흘렀습니다. 지난 여름, 서울에서 청년역사대화포럼(유네스코 동아시아 청년역사대화 국제포럼)을 개 최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개별국가

를 넘어서는 ‘우리 모두 아시아’라는 인 식을 통해 국가 간 갈등을 넘어서서 협 력과 화해를 도모할 수 있지 않을까 기 대했습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습니다. 언어의 장벽을 완전히 넘어서진 못했지 만, 그 장벽을 능히 넘어설 만한 아시아 공동체에 대한 열정과 의지를 보여주었 습니다. 다양한 국가의 다양한 사람이 모인 유네스코에서도 언어를 뛰어넘는 ‘열의’가 필요합니다. 서로를 이해하고, 인정하려는 자세를 지닐 때 유네스코의 사명인 세계 평화에 좀 더 가까이 다가 설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 주유네스코대한민국대표부 주재관 정기 교체로 인해 이번 호부터 ‘주재관 서신’의 필자가 김은영 주재관으로 바뀌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변함없는 성원을 부탁드립 니다. 아울러 지난 2년간 흥미로운 칼럼으 로 지면을 빛내준 강상규 전 주재관께 감 사 드립니다.


인 터 뷰

2014년 11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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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유네스코 문화 개발협력 국제포럼 기조연설 맡은 존 클래머 교수

“개발만으로 행복할 수 없다면? ‘문화’ 안에 답이 있다” 우리나라의 공적개발원조(ODA) 규모가 최근 2조 4000억 원을 넘어 섰다는 소식이다. 불과 60여 년 전, 국제기구의 원조 없이는 살 수 없었 던 가난한 나라가 어느새 국제사회 의 리더로 성장해 손꼽힐 만한 기여 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양적으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룬 시점에서 우리나라의 공적개발원조 는 또 다른 전환점을 맞고 있다. 최 근의 개발협력 아젠다가 시설 중심 으로 이루어졌던 기존 원조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고, 보다 지속가능하 며 문화 다양성을 고양할 수 있는 방 향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문화 개발협력’이 그것이다. 지난 10월 29일 ‘유네스코 문화 개 발협력 국제포럼’에 참석차 방한한 존 클래머(John Clammer) UN대 학 고등학술연구소 방문교수와 ‘문화 개발협력’에 관한 서면 인터뷰를 가 졌다. 그와의 대담을 통해 교육나눔 사업을 비롯해 유네스코한국위원회 (한위)가 초점을 맞추고 있는 상당 수 사업들이 국제 문화 개발협력의 훌륭한 사례가 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포럼의 주제인 ‘문화와 개발협력’ 이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어려울 수 있 다. 쉽게 말해 어떤 것인가. 문화 개발협력은 크게 두 가지 의미 를 담고 있다. 첫 번째는 경제적, 기술 적 차원에 머무르는 개발협력에 대한 생각을 개발도상국의 문화 영역을 확장 하는 차원으로 넓히자는 것이다. 여기 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무엇보 다 개발도상국들이 자신들의 문화가 가 치 있고 존중 받을 만하다는 점을 인식 할 수 있도록 자기 정체성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한 가 지는 좀 더 실질적인 차원의 것으로, 빈 곤 감소와 문화 영역 촉진 간에 뚜렷한

성이 반영된 형태를 ‘장려하는 것’으로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그래야만 협력 과 정에서 진정성을 얻게 될 것이다. 한국인들은 수천 년의 역사 동안 고유의 문화정체성을 지켜온 것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 이러한 한국인들의 경험 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까.

연결 고리가 있기 때문이다. 문화는 보 건, 농업 혁신 등 다른 형태의 개발 및 원조를 ‘전달’(delivery)하는 데 필수적 인 역할을 한다. 문화다양성은 생물다 양성만큼이나 중요하다. 문화다양성이 야말로 인류의 유산을 보호하고 향상시 키는 키를 쥐고 있다고 본다. 그렇기에 기조연설에서 “발전을 논의할 때 문화가 필수 요소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인가. 개발의 끝이 단순히 더 많이 가지는 것만은 아니라는 점에 우리 모두 동의 할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이미 너무 많 이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진정한 개 발은 자기 계발, 역량 강화, 자기 표현 을 촉진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이 바로 문화다. 이들 없이 그저 물질적 측면에서만 발전을 이룬다 한 들, 우리 삶 자체가 풍요로워지기는 힘 들 것이다. 시설 중심의 개발협력이 문화 중 심의 개발협력으로 바뀌게 된 결정적 계 기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개발에 대한 경험을 가진 국가, 또는 부유한 선진국들에서 소위 ‘과잉개발’ 이라 불리는 성장이 사람들에게 만족을 주지 못한다는 데 이유가 있다고 본다. 그간의 개발은 일방향적으로 이루어졌 음을 우리는 함께 목격했다. 향후의 개 발은 보다 균형 잡히고 포괄적인 방향

으로 나아가야 하며, 여기에 문화에 대 한 집중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문화는 사람들의 상상력과 창의성, 표현력을 고무시키면서, 디자인, 지속가능한 건 축, 환경친화적인 교통수단 등 다른 영 역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한국은 단기간에 눈부신 경제적, 사 회적 발전을 이루었으면서도 풍부한 전 통문화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 다. 주변국을 식민지배한 적이 없으며 오히려 예술적 아이디어들을 주변국에 전파해왔다. 그리고 오늘날 대중문화를 수출함으로써 문화적 영향력이 더욱 확 장되었다. 이러한 한국만의 독특한 입 지는 다른 나라에 위협을 주지 않으면 서도 문화와 관련된 많은 자원들을 공 유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가령 한류의 대표 문화 인 ‘케이팝’(K-Pop)을 활용해 개발협력 을 촉진시키는 것도 가능할까.

한위가 추진하고 있는 ‘유네스코 브릿지 프로젝트’와 같은 유형의 개발협 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어느 정도는 가능하다고 본다. 문화가 사람과 사람을 연결시켜 주는 데 있어서 대중문화는 가장 주된 방식 가운데 하나

매우 좋은 발상이다. 다만 프로젝트 를 추진하는 데 있어 보다 광범위한 개 념의 교육을 활용했으면 한다. 즉, 문해 뿐만 아니라 지속가능발전교육(ESD) 과 예술 및 문화적 훈련까지도 개념을 확장시키면 좋겠다.

이기 때문이다. 다만, 경제적·문화적으 로 파워가 있는 한국의 문화가 현지에서 타 문화와 양립하기 힘든 가치를 퍼뜨리 는 건 아닌지 등, 여러 위험성을 고려한 사려 깊은 접근이 필요하다. ‘문화 제국주의’와 관련한 우려를 지적한 것 같다. 헐리우드 영화처럼 세 계적으로 대중화된 특정 국가의 문화가 다른 나라의 고유 문화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시각이 적지 않은데, 문화 개발협력 과정에서도 이 부분에 유 의해야 할 듯하다. 바로 그렇다. 문화 지배현상은 큰 위험 성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문화 개발협력 을, 한 문화를 다른 문화에 ‘강요하는 것’ 이 아니라 해당 지역 문화를 진심으로 존 중하면서, 표현에 있어 토착적인 형식을 수용하고, 예술적 훈련에 있어 지역적 특

한위는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 아 개발협력활동을 보다 확장함으로써 국제사회에 기여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전문가로서 이에 대해 조언한다면. 향후에도 이러한 방향으로 계속 나아 갔으면 한다! 이러한 활동들을 통해 유 네스코한국위원회가 이끌어 낸 에너지 와, 앞서 언급한 한국의 문화적 특수성 이 어우러지면 더 의미있는 결과물이 나올 것이다. 한국위원회가 모든 분야 의 연구와 훈련에서 매우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구심점 역할을 담당할 만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인터뷰 정리=오혜재 홍보소통팀

문화 개발협력 국제포럼에서 소개된 각국의 문화활용 개발사례 존 클래머 교수가 지적했듯, 문화 개발 협력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해당 지역 에 기반을 두고 문화제휴가 이뤄져야 한다

“개발의 중심에서 문화를 외치다” 우에 의해 창립된 단체로, 음악을 매개로

스포츠를 매개로 한 미국의 풀뿌리 축구 (Grassroot Soccer)

을 통해 2011년부터 방영되었다.

전 축구선수인 토미 클라크(Tommy

는 점이다. 이번 국제포럼에서도 이와 관

사회 통합과 고질적인 청소년 범죄에 대한

세계적으로 유명한 어린이

Clark)가 “축구의 힘을 에이즈와 맞서 싸

련한 사례가 많이 소개됐는데, 케이팝 등

대안을 제시했다. 현재 베네수엘라의 250

프로그램 &lt;세서미 스트리

우는 데 이용한다”는 모토로 2002년 설립

우리 문화를 통해 각국과 소프트파워에 바

개 이상의 오케스트라들이 정부의 사회복

트&gt;를 지역 실정에 맞게 여

했다. 축구를 통해 아프리카 청소년들의 자

탕을 둔 교류를 검토하는 우리나라에도 좋

지 예산으로 지원을 받으며 활동에 동참하

성, 보건, 인권 등에 대한 요

기계발을 지원하며, 무엇보다 일이 맘대로

은 참고자료가 될 듯하다.

고 있다.

소를 담아 현지화했다. 일례로 여

풀리지 않을 때도 평상심을

음악을 매개로 한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El Sistema)

대중 매체를 매개로 한 나이지리아의 세서미 스퀘어(Sesame Square)

기 나오는 다섯 살의 에이즈 양성 캐릭터

유지하고 문제를 극복하

인 ‘카미’(Kami)를 통해, 에이즈와 관련된

는 힘을 키우는 데 중점

낙인과 오해를 극복해가는 모습을 보여주

을 두고 있다.

1975년 베네주엘라의 경제

6세 이하 아동 2500만 명 대다수가 빈곤

학자인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

속에서 생활하는 나이지리아의 TV방송국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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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터 뷰

2014년 11월 1일

민동석 한위 사무총장 취임 2주년 특별인터뷰

“평화와 나눔 실천하는 여러분이 바로 유네스코입니다” 나이 예순에 새 꿈을 꾼다는 것. 게다가 그 꿈이 한 번도 걸어보지 않은 길을 가려는 것이라면 아마도 그 무엇보다 대단한 용기가 필요할 듯하다. 여기, 그런 꿈을 꾸는 작지 만 강한 조직이 있다. 유네스코한국 위원회(한위). 대한민국을 대표해, 인류 평화를 추구하는 국제기구 유 네스코 활동을 하는 조직이다. 올해 로 창립 60주년을 맞은 한위는 난생 처음 ‘평화와 나눔’의 비전을 만들 고, 그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굵직 굵직한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 한 변화의 물결 한가운데에는 ‘유네 스코 한국호’의 선장인 민동석 사무 총장이 자리하고 있다. 10월 29일로 취임 2주년을 맞는 민 사무총장을 만나 한위가 국민과 함께 꾸려는 꿈 이야기를 들어봤다. 10월 29일로 사무총장 취임 2주년을 맞으시는데 감회가 남다를 듯 합니다. 숨 가쁘게 달려온 2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잠잘 때조차 유네스코 꿈을 꿀 정도로 유네스코한국위원회만 바라보 며 일해온 것 같습니다. 우리 한위는 지 난 2년 동안 다시 태어나는 마음으로 역 사에 남을 도전을 계속해왔다고 생각합 니다. 특히 올해 한위 창립 60주년을 맞 아 ‘평화와 나눔’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선포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모든 한 위 가족이 온힘을 쏟고 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유네스코 일을 하면 서 공직 생활 때의 보람과는 또 다른 행 복을 느끼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냉혹 하기까지 한 실리 위주의 외교무대와는 달리, 유네스코인으로서의 삶은 ‘뺄셈의 삶’이 아니라 희망을 더하고 나누는 삶 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외교부 차관 시절부터 아침마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드리는 기도가 있 습니다. 하나는 오늘도 깨어나 살아 숨 쉬게 해주신 데 대한 감사의 기도, 다른 하나는 오늘이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최 선을 다하게 해달라는 기도입니다. 한 위 사무총장으로서 그 기도는 더 깊고 간절하게 이어질 것입니다. 처음 취임하실 때와 2년이 흐른 지금의 한위 모습, 가장 큰 차이점은 무 엇이라고 보십니까. 한마디로 표현하면 한위 조직의 역동 성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우리가 나아가야 할 분명한 미래의 목 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함 께 노력하면서 한위 조직의 역동성이 놀랄 만큼 높아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역할을 해낼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유네스코 키즈’ 등 차세대 육성 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계신데, 한위가 이들 미래세대의 성장에 어떤 역할을 해 야 한다고 보십니까.

처음 한위에 왔을 때 느꼈던 첫인상은 ‘조직이 느슨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새 로운 도전을 시도하기보다는 현실에 안 주하려는 모습들이 엿보였고, 한위가 벌 이는 사업들도 너무 많은 분야에서 이 뤄지다 보니 잡화점처럼 방만하게 느껴 졌습니다. 지난해 초 유네스코와 유네 스코한국위원회에 대해 사람들이 어떻 게 생각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명동 유네 스코회관 앞에서 길거리 인터뷰를 한 적 이 있었습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 다. 모두 28명에게 ‘유네스코를 아느냐’ 고 물었는데, 한 명도 유네스코에 대해 서 제대로 아는 분이 없었던 거죠. 이대로는 안 된다는 절박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한위가 더 큰 역할을 해낼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조직이고, 직원 들의 자질과 실력도 우수한데 정체된 채 머무는 게 안타까웠습니다. 국민의 여망 속에서 탄생해 활동해온 한위가 어느 새 국민에게서 멀어진 조직이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꺼낸 화두가 ‘국민 속에서 새롭 게 태어나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직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외부 전문 가들도 만나며 한위가 국민과 함께 하 는 조직으로 거듭나는 길을 고민했습니 다. 마침 다가온 한위 창립 60주년이 좋 은 계기로 작용했습니다. 직원들과 함 께 ‘한반도 평화와 지구촌 기여’를 담은 미래 비전을 만들고, 이를 실현하기 위 한 ‘중점 추진 과제’를 정하고 실천에 나 섰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겪으면서 한 위에도 커다란 변화의 물결이 일기 시 작했습니다. 과거의 잡화점식 사업구조 를 비전의 큰 줄기에 맞춰 대폭 정비하 면서 업무 효율성도 매우 높아졌습니 다. ‘유네스코 브릿지 프로젝트’라는 브 랜드 사업을 탄생시킨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평화는 인류 모두의 염원이지만,

특히 분단의 아픔을 겪고 있는 우리 국 민들에게 더 각별하게 다가오는 것 같습 니다. 한위가 한반도의 평화 정착을 위 해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까요. 아시다시피 유네스코는 전쟁의 참 화 속에서 전쟁을 막기 위해 탄생한 평 화의 국제기구입니다. 지구상에서 가 장 평화가 절실히 필요한 곳이 어디입 니까. 바로 한반도입니다. 그럼에도 지 금까지 한반도 문제에 대한 유네스코의 관심과 역할은 상대적으로 미약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유네스코가 좀 더 적극적으로 한반도 평화를 위해 나설 수 있도록 제 자신의 역량은 물론 한위 의 국제 네트워크를 모두 가동할 생각 입니다. 유네스코는 교육·과학·문화와 같은 비정치적인 분야를 다루는 기구이기에 남북관계에서 화해와 협력의 물꼬를 트 는 데 특별한 장점이 있다고 봅니다. 한 위는 유네스코 본부와 협력해 2002년부 터 2009년까지 북한에 윤전기와 용지를 공급해 교과서 발간을 지원한 바 있습 니다. 그후 남북관계 경색으로 지원과 교류가 중단됐지만, 지금도 북한에서는 그때 지원한 윤전기가 돌아가고 있다고 합니다. 교육 분야뿐만 아니라 문화 분야에서 도 교류와 협력이 가능할 것으로 봅니 다. 한위는 북한의 고구려 고분벽화를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할 때에도 도움을 준 바 있습니다. 아리랑 씨름 김 장문화 등 북한이 유네스코에 등재하거 나 등재를 추진 중인 무형유산이 많은 데, 사안에 따라서는 남북한 ‘공동 등재’ 도 적극 모색해볼 생각입니다. 이외에 도 생태, 환경 등 유네스코가 관장하고 있는 여러 분야에서도 앞으로 남북한이 협력을 도모할 여지가 많다고 봅니다. 교류와 협력을 통해 남북이 신뢰를 하 나씩 쌓아가고, 그 신뢰를 통해 화해와 평화의 물꼬를 트는 데 한위가 중요한

대한민국의 미래가 차세대에 달려 있 고, 유네스코의 중점 분야가 교육임을 감안할 때 한위가 우리 꿈나무들을 건 강한 의식을 지닌 세계시민, 더 나아가 글로벌 리더로 육성하기 위해 앞장서는 것은 엄중한 사명과도 같은 일입니다. 이 세계시민교육을 주도하는 국제기 구가 바로 유네스코입니다. 유네스코의 평화와 화해, 협력의 정신을 교과 과정 에 넣어 가르치고 실천하는 학교를 ‘유 네스코학교’라고 부르는데, 이 국제 네 트워크에 전 세계 9700여 개 학교가 참 여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251개 학교가 유네스코학교에 가입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는 국내 유네스코학교를 더욱 확대해 500개까지 늘리고, 유네스코학교 간 국제 교류와 협력을 추진하려 합니다. 이해와 존중 의 유네스코 정신을 배우고 익히는 일 이야말로 세계시민교육의 첫걸음이고, 우리 청소년들에게 가장 좋은 인성교육 이 될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학부모들로부터 폭발적인 관심을 받 고 있는 ‘유네스코 키즈 프로그램’도 한 위의 대표 사업으로 키워가려 합니다. 지난해 처음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어 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세계시민교육 프 로그램이자 글로벌 리더 양성 프로그램 입니다. 지난 2월에는 이리나 보코바 유 네스코 사무총장이 직접 유네스코 키즈 와 만나 꿈과 미래에 대해 대화를 나누 기도 했습니다. 골프여제 박인비 선수는 바로 이 어 린이들의 나이 때 박세리 선수의 맨발 투혼을 보고 골프선수의 꿈을 키웠다 고 합니다. 한위는 키즈 프로그램을 통 해 대한민국의 어린이들이 세계를 향한 꿈을 꾸고, 글로벌 리더로 성장해가도 록 응원하려 합니다. 가난이나 불우한 가정형편이 어린이들의 꿈을 가로막아 서는 결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한위 가 유네스코 키즈를 선발하면서 30%가 량을 소년소녀가장, 다문화가정 등 사 회적 배려대상 가정의 어린이들에게 ‘배 려’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제가 이번 유네스코 집행이사회 때 따 로 보코바 사무총장을 만나고 왔는데, 내년에도 유네스코 키즈를 직접 만나 꿈 을 심어주겠다고 흔쾌히 약속을 했습니 다. 국내에 바이올린이나 수영 등 예체 능을 연마하는 학원이나 프로그램은 넘 치지만, 세계를 향해 꿈과 비전을 심어 주는 프로그램은 없습니다. 한위만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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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터 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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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있는 프로그램이자 숭고한 역할입 니다. 세상 어느 프로그램에 유네스코의 수장이 직접 참여해 꿈을 심어주겠습니 까. 유네스코 키즈 프로그램을 통해 일 년에 100명의 미래 지도자를 키우면, 10 년이면 1000명, 30년이면 3000명의 글로 벌 리더가 탄생할 것입니다. 저는 이중 에서 제2, 제3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이 나오리라 확신합니다.

습니다. 그렇게 교육으로 절망의 오늘 로부터 희망의 내일로 가는 다리를 놓 는 일이 바로 브릿지 프로젝트입니다. 이러한 지구촌 교육나눔 활동을 지금 이 시대에, 대한민국과 한위가 앞 장서서 펼쳐야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결국 빵과 책의 차이라고 할 수 있습 니다. 빵이나 의약품은 일차적인 생존 을 위해 꼭 필요한 소중한 것들입니다.

혹시 1950년대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 한 나라가 어디였는지 아십니까. 바로 우리나라였습니다. 6·25 전쟁으로 폐허 가 된 국토를 보고 맥아더 장군이 ‘이 나 라가 다시 원래의 모습을 찾으려면 족 히 100년은 지나야 할 것이다’라고 이야 기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장군의 예견 은 보기 좋게 빗나갔습니다. 대한민국은 불과 반 세기 만에 세계 15위의 경제대 국으로 발전하고, 도움을 받던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로 성장했습니다. 어떻

하지만 빵이나 의약품만으로는 삶도, 미래도 바꿀 수 없습니다. 지난 60여 년 동안 국제사회가 아프리카에 쏟아부은 지원액이 1000조 원에 가깝다고 합니 다. 그러나 아프리카는 여전히 가난과 빈곤, 질병 등으로 고통 받고 있습니다. 부모의 가난이 자식에게 대물림되는, 질병이 질병을 낳는 악순환을 끊기 위 해서 가장 절실히 필요한 것은 바로 교 육입니다. 사람이 변해야 삶이 변하고 사회가 변하는데, 교육만이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우리 한위의 유네스코 브 릿지 프로젝트는 아프리카 등 저개발국 의 소외된 이웃들이 배움을 통해 스스 로 일어설 힘을 얻도록 지원하는 ‘교육 나눔’ 프로그램입니다. 글을 읽지도 쓰 지도 못하는 이들에겐 문해교육으로, 빈곤으로 고통 받는 이들에겐 직업교육 으로 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돕고 있

게 이런 기적 같은 부흥이 가능했을까 요. 저는 유엔 등 국제사회의 대가 없는 원조, 그중에서도 교과서 공장을 지어 폐허 속에서도 공부를 하며 내일을 꿈꾸 도록 도운 유네스코의 교육 지원이 큰 밑거름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국제사회에 소중한 ‘은혜의 빚’을 지 고 있는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입니다. 그 시절의 우리처럼 가난으로 고통 받 는 지구촌 이웃들을 우리가 어떻게 외 면할 수 있겠습니까. 아프리카에는 대 한민국을 성공의 롤 모델로 삼고 있는 나라들이 적지 않습니다. 자신들처럼 식민지배와 전쟁, 그리고 극심한 빈곤 을 겪은 나라이지만 교육의 힘으로 단 기간에 국가를 재건하고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살아 있는 성공 사례’이기 때문 입니다. 그렇기에 아프리카 여러 나라 들은 다른 선진국의 원조보다 대한민국 의 작은 나눔 활동을 더 소중하고 특별

한위가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하 는 사업은 지구촌 교육나눔 활동인 ‘유 네스코 브릿지 프로젝트’입니다. 다른 기구나 NGO들이 벌이는 저개발국 원 조 활동과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하게 여깁니다. 그 자체로써 동기부여 가 되고 희망이 되기 때문이지요. 한위 의 교육나눔 활동은 이러한 배경에서 시작된 것입니다. 지구촌 교육나눔의 재원을 마련 하기 위해 한위는 ‘지정기부금단체’로 지 정받고 올해 처음으로 후원개발, 즉 후 원모금에 나서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느 끼시는 반향이 궁금합니다. 한위는 지금까지 한 번도 걸어가보지 않은 후원개발이라는 길을 걷고 있습니 다. 후원개발은 단순히 국민의 도움으 로 교육나눔 재원을 마련하는 차원의 활동이 아닙니다.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국민과 함께, 국민의 관심 속에서 더 의 미 있는 나눔 활동을 펴기 위해 시작한 것입니다.

다른 한편으로 모금과 관련된 일이 다 보니 저와 한위 직원들에게는 힘들 고 고통스러운 일이기도 합니다. 모금 을 위해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차가운 시선을 받을 때도 적지 않고, 그런 일 들이 마음의 상처로 남기도 합니다. 하 지만 저와 한위 직원들은 그럴 때마다 흙바닥에서 책을 읽던 아프리카 어린 이들의 맑은 눈망울을 떠올립니다. 몽 당연필을 꼭 쥔 아흔 넘은 노인의 주름 진 손가락을 떠올립니다. 그러면 신기 하게도 위로를 받고, 다시 뛸 힘을 얻 습니다. 박봉을 쪼개 후원금을 전해주신 후원 자들, 교내 자선활동으로 모은 기금을 고사리 손으로 건네준 학생들, 한 달 흘 린 땀의 대가를 기꺼이 나눠주시는 희 망나눔가게들. 아직 가야 할 길이 험하 고 멀지만 이런 분들이 곁에 계시기에 한위는 더욱 힘을 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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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활동의 대표 분야는 교 육 분야인데, 국내에서는 아직도 문화유 산 등재기관 이미지가 강한 것 같습니 다. 후원모금 활동에서 이런 인식이 보 이지 않는 벽으로 작용할 수도 있을 듯 한데요. 한위는 후원개발에 늦게 뛰어든 후발 주자라 기업과 국민들로부터 모금 활동 을 하는 데 어려움이 많습니다. 문화유 산 등재기관이라는 일반인의 인식이 깊 어 ‘왜 모금을 하느냐’는 시각도 있습니 다. 사실 한위의 나눔 활동은 국민들과 함께 해야 하는 것인데, 그 동안 한위의 교육 지원 활동에 대해 국민들께 알릴 기회가 별로 없었고, 알리는 데도 소홀 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 질 것입니다. 적극적으로 교육나눔 활동 을 알리고, 국민들께 참여를 호소드리려

합니다. 11월부터는 교육나눔을 위한 방 송광고도 시작합니다. 한위 직원들이 허 리띠를 졸라매고 재능기부도 받고 해서 제작한 것입니다. 아무쪼록 이 방송광고 가 교육나눔에 대한 전 국민적 관심을 일으키는 불씨가 되었으면 합니다. 끝으로 국민들께 전하고 싶은 이 야기가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유네스코와 한위는 미래세대를 위해 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 그리고 지구 촌 저 너머의 고통 받는 이웃을 위해서 정말 가치 있는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너나가 아닌 우리 모두를 위해, 더 나 은 미래를 위해 희망을 일구는 길. 한위 는 이 소중한 길을 국민들과 함께 걷고 싶습니다. 여러분께서 함께해 주신다면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한위는 더 의미 있는 일을 해낼 수 있습니다. 지금, 유네 스코의 문을 두드려 주십시오.

아프리카 교육나눔 활동… 두 가지 질문 Q : 현장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 지난 3월 아프리카 국가 짐바브웨의 ‘돔 보사와’에 있는 지역학습센터에 찾아갔을 때의 일입니다. 양복을 말쑥하게 차려 입 은 채 아이들 틈에서 글자를 열심히 받아 쓰는 노인 한 분이 눈에 띄었습니다. 우리 나이로 만 93세인 ‘데인저 샘’이라는 분이 었습니다. 짐바브웨의 평균수명이 50세 미만인데, 그런 연로한 분이 주름진 손으로 몽당연 필을 손에 꼭 쥐고 글자를 적는 모습이 너 무 인상적이어서 다가가 물어봤습니다. “왜 이곳에 와서 글을 배우십니까?” 그분 의 답변은 이랬습니다. “처음엔 인간답게

대접 받고 싶어서 글을 배웠는데, 이젠 공 부를 하면서 꿈이 생겼어요. 초등학교 졸 업 국가검정시험을 합격하면 난생 처음 내 가게를 열고 싶습니다.” 평생 농사를 지어온 그분이 꿈꾸는 것은 자신이 재배

한 채소를 직접 파는 가게를 운영하는 것 이었습니다. 숫자를 세지도 글을 읽지도 못하기에 꿈도 못 꾸던 일을 아흔을 훌쩍 넘은 나이에 도전하고 이루도록 하는 힘, 그게 바로 교육이라는 사실을 새삼 되새 길 수 있던 경험이었습니다.

Q : 자녀가 브릿지 활동가로 오지로 떠 난다면 들려주고픈 이야기 글쎄요, 아마도 이런 이야기를 해줄 것 같습니다. 도와주러 간다고 생각하지 말 고, 그곳 주민들과 함께 꿈꾸며 함께 일 하러 간다는 마음으로 다녀와 달라고 말 이죠. 무엇보다도 나눔의 현장에는 진정

성이 있어야 하고, 그 진정성이야말로 서 로를 이해하고 서로에게 감동을 주는 원 천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과 나’가 아닌 ‘우리’라는 생각을 갖는 게 그 첫 출발점이 아닐까요. 실제로 현지 주민들은 우리 브 릿지 활동가들을 손님이 아니라 ‘또 하나 의 가족’으로 여기고 있다고 합니다. 아프리카 현장에서 일을 한다는 게 얼마 나 힘든 일인지 모릅니다. 풍토병의 위험 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정변으로 인해 신변의 위협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이렇 게 어려운 가운데서도 교육으로 희망을 심 고 있는 브릿지 활동가들에게 정말 고맙다 는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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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브릿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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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브릿지 아시아 현장 스토리 / 네팔, 스리랑카, 인도에서 만난 사람들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지난 9월 22일부터 10월 2일까지 ‘유네스코 브릿지 아시아 프로젝트’ 2차 현지 방문을 실시했다. 이번에 방문한 나라 들의 공통 교육대상은 ‘여성’이었다. 종교적 이유에서 비롯된 문화적 관습 이 여전히 사회 전반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서남아시아 지역은 여 성의 교육을 금기시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남편에 순종하고 아이를 낳고 기르며 가사를 전담하는 여성에게는 글을 배울 이유도 목적도 없다. 하지

만 한위의 활동을 통해 ‘배움’의 과실을 맛본 여성들은 어떻게든 이를 이 어나가고자 하는 강한 욕구를 가지고 있었다. 손자에게 편지를 쓰기 위해 글을 배우는 네팔 산골 마을의 할머니부터,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배우 기를 거듭해 대학까지 졸업하고 마을로 돌아와 아주머니들에게 글을 가 르치는 인도의 소녀까지, 배움의 빛은 작지만 그렇게 퍼져가고 있었다. 3 국 문해교육 관계자들과 나눈 이야기를 인터뷰 형식으로 지면에 옮긴다.

파키스탄 / 분야드 재단 샤인 아티크 부의장

“목표는 분명합니다. 바로 다음 세대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는 것” 파키스탄의 분야드 재단은 2002년 ‘유 네스코 세종대왕문해상’ 수상 단체로, 파키스탄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푼잡 지역을 대상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 는 대표적 비정부단체다. 분야드 재단 은 특히 청소년과 여성의 비문해율 개 선에 관심이 많다. 2012년까지 한위와 의 협력 아래 30개 지역학습센터(CLC, Community Learning Centre)에서 약 750명의 여성에게 문해교육을 제공 했고, 3~6세 아동 약 750명을 대상으로 한 영유아교육과정 또한 진행하고 있 다. 샤인 아티크(Shaheen Attiq) 부의 장은 이러한 분야드 재단의 활동을 앞 장서 이끄는 열정 넘치는 인물이다. 지 난 9월 29일, 현지를 방문한 한위 민동 석 사무총장과 함께 현장으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 그녀는 교육과 나눔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쏟아냈다. 사전에 계획된 인터뷰가 아니었음에도 대화 내용은 깊이 있고 열정적이었으 며, 또한 생생한 재미까지 있었다.

증진해 나가고 있어서요. 민: 분야드 설립에 힘든 점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아: 1994년에 장관직에서 물러나면 서 더 이상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 했어요. 그리고 분야드를 설립했죠. 아 직까지도 지방에서는 제가 딸들을 교육 시킨다고 말하면 마을 사람들이 굉장히 불쾌해하는 경우도 있어요. 여성들을 교육이 아니라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해 서이지요. 하지만 저는 오믈렛을 만들 려면 달걀을 깨야 한다고 믿어요. 그 누 군가의 첫 희생이 저이길 바랍니다. 민: 파키스탄 내에 분야드처럼 문해 교육 등의 사업을 하는 NGO들이 많은 가요?

마가 자녀의 교육에 대해 무지하면 자 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게 되거든요. 그 래서 여성, 특히 어머니에게 집중을 해 야 합니다. 제가 도달하고 싶은 목표는 분명합니다. (여성에게 교육을 제공함 으로써) 다음 세대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는 것이지요. 민: 정확한 지적이세요. 당신이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믿습니다. 그런 분야드 재단과 함께 일하게 되어 정말 기뻐요. 한위가 협력하고 있는 기관 중 분야드가 최고라 생각합니다. 아: 아니에요. 저희야말로 감사드립 니다. 우리 여성들에게 기회를 준 것에 대해 정말 감사드려요. 우리 정부도 하 지 않는 일이거든요(웃음).

아: 저는 월급을 받지 않아요. 재산은 모두 분야드에 기부했고, 재산을 줄 자식 도 없죠(웃음). 저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 남고 싶거든요. 주머니 속이 아니라. 민: 월급도 받지 않고, 물려줄 재산 욕심도 없이 분야드 재단에 매진하면서 꾸는 꿈이 있을 텐데요. 아: 파키스탄의 여성들이 강해지도록 돕고 싶어요. 늘 남성들을 위해 희생하 고 그들의 뒤에 서 있는 존재가 아니라, 더 나은 내일을 살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어가는 여성 말이죠. 그런 점에서 요즘 은 상황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어요. 분 야드의 시스템을 통해 과거라면 전혀 교육을 받지 못했을 여성들이 학업을

민: 파키스탄 국가위원회와는 달리 한위는 정부 소속이 아닙니다. 자체적 으로 운영되고, 우리의 활동과 유네스 코의 이념을 실천하기 위해 자금을 모 으려는 노력을 펼치고 있어요. 아: 한국에는 세계적인 기업들이 많 은데, 그들이 도와주지 않나요? 민: 몇 개 기업과 협력을 하고 있지만 아직 충분치 않아요. 그렇기 때문에 저 는 적극적으로 대중과 기업들의 후원 모 금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려 노력하고 있 습니다. 정부를 설득하고 공감을 얻었습 니다. 이를 바탕으로 이곳 파키스탄에서 의 활동도 더 넓혀갈 의향이 있고요. 민: 우리가 교육 사업을 한다고 하면 그건 당장 급한 것이 아니라고들 합니다 만, 우리는 교육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 고 대중을 설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샤인 아티크 부의장 (이하 아): 돈이 별 로 중요한 건 아니에요. 물건을 살 수는 있지만 돈으론 평화를 살 수 없으니까요. 민동석 사무총장 (이하 민): 부자여서 그렇게 말 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아: 아주 적은 양입니다. 15% 정도예 요. 파키스탄 국가위원회에서도 크게 도움을 못 받고 있습니다. 사업을 위해 그들이 나서서 정부를 설득해야 하는데 그렇게 움직이질 않아요. 한국에서는 어떤가요?

아: 맞습니다. 빈곤을 벗어나기 위한 첫 걸음이니까요. 현장을 찾은 민동석 사무총장과 샤인 아티크 부의장(오른쪽 끝)

아: 그렇습니다. 하지만 여성을 대상 으로 하는 문해교육 사업은 많지 않아 요. 아주 적은 편입니다. 사진만 찍고 홍보활동을 하는 일은 많이 하지만 직 접 현장에 가서 삶을 바꾸려는 시도는 많이 하지 않아요. 민: 특별히 여성문해교육에 집중하는 이유가 있나요? 아: 문해교육은 여성을 강하게 만들 어 줍니다. 여성이 글을 알면 그에 따른 파급 효과가 굉장히 커져요. 지금 파키 스탄에는 여성보다 아동을 대상으로 한 문해교육 사업이 훨씬 많지만, 학생들 의 중퇴율이 아주 높아요. 왜냐하면 엄

민: 지역학습센터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요? 아: 전국에 약 300개 지역학습센터가 있어요. 아직 부족한 숫자입니다. 우리 는 이곳을 통해 아동들을 공교육 시스 템으로 넣으려 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설립한 학교로 보내는 거죠. 하지만 성 인여성들에게는 그런 기회조차 없기 때 문에, 우리는 7개월 안에 그들이 글을 읽고 쓸 수 있게 하고, 그 후에 책을 주 고 그것을 읽게 하고 있습니다. 민: 정부에서 어느 정도 지원을 해 주 고 있나요? 파키스탄의 유네스코 국가 위원회도 도움을 줄 텐데요.

민: 그 첫 걸음이 결국 기회를 주고, 인생을 변화시켜 나가는 것이겠지요. 아: 맞아요. 내가 처음 하피자바드 마 을에 왔을 때 이 마을 전체가 다 진흙으 로 되어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진흙 으로 된 집이 없지요. 제가 이곳에 처음 왔을 때, 이곳 여성들은 모두 저를 보고 놀랐어요. 머리를 짧게 자른 여성을 본 적이 없어서였어요. 하지만 이제 더 이 상 절 보고 놀라지 않아요. 그리고 그들 에게 자신감이 생겼죠. 이게 우리 사업 의 증거입니다. 자신감이 있어야만 자 신을 변화시키고, 또 자식들을 변화시 킬 수 있어요. 그리고 결국 삶까지 변화 시키죠. 자신감이 없으면, 그저 껍데기 뿐입니다.


유네스코 브릿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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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 기능문해센터 교사 사리타 &amp; 잘리나

“여성의 배움 막던 가족들 이젠 오히려 도와, 그 자체가 교육의 힘” 2011년 현재 인도의 전체 문해율은 74%다. 이웃 파키스탄이나 네팔 등에 비해서는 높은 수준이지만, 문제는 남녀 간의 문해율 격차가 대단히 크다는 사 실에 있다. 같은 시기 남성의 문해율이 82.2%인 반면, 여성의 문해율은 64.5% 에 그치고 있는 것. 종교적, 문화적 배경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이 같은 격차가 개 인적으로 보나 사회 전체로 보나 큰 손 실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교육의 혜택 을 받지 못하는, 그래서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지 못하는 여성들을 위해 한위는 적극적으로 지역학습센터 나 교육 프로젝트를 후원하고 있다. 슈 리칸쓰푸르(Shrikanthpur)와 브하바 니푸르(Bhavanipur) 지역의 기능문해 센터(FLC) 교사인 사리타(Sarita) 씨 와 잘리나(Jaleena Khatoon) 씨를 만 나, 그곳에서 싹트는 꿈과 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곳에서 선생님으로 일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사리타(이하 사): 지역 모임에서 또래 여성들과 대화를 할 때마다 이 지역사 회를 위해 무언가 하고 싶다는 동기 부 여가 크게 됐어요. 그래서 제 마을에서 가장 가까운 이곳의 FLC 교사가 되기 로 했죠. 어머니는 이런 저에게 지원을 아끼지 않지만, 아버지는 아직까지 이 렇다 저렇다 말씀이 없으세요. 하지만 제 노력을 보시고 곧 바뀌실 거라 믿고 있어요. 잘리나(이하 잘): 교육에 대해 관심과 열정이 큰 편이었어요. 어리고 경험이 별로 없어서 저를 선생님으로 받아들여 줄지, 그리고 이슬람 사회에서 여성들 이 교육에 대한 관심이 있을지 걱정부 터 앞섰어요. 이곳에서의 교사 경험은 가르치는 일뿐만 아니라 마을 어머니들 과 여성들로부터 실생활에 필요한 지식 을 오히려 많이 얻고 있어서 더욱 보람 이 큽니다.

류가 많이 없었어요. 정부 직원들과 얘 기하거나 만날 기회도 없었죠. 자연히 정부와 지역 사회에서 제공하는 서비스 나 복지로부터 소외될 수밖에 없었어 요. 하지만 문해교육을 받고 나서 글을 읽고 쓸 수 있게 되자, 이런 행정 서비 스를 스스로 신청하고 제공 받을 수 있 게 되었어요. 여성들이 자신들의 권리 를 행사할 수 있게 만든 게 가장 큰 변 화라 생각해요. 잘: 학생들이 문해교육을 받은 후 실 생활에 적용해 쓰는 모습이 제일 인상 적이었어요. 예를 들면 가계부 쓰기, 저 축하기 등등이 있죠. 처음에는 여성들 이 FLC에 나오는 것 자체를 반대하는 가족들이 많고, 심지어 폭력을 행사하 는 남편도 있었지만 이제는 오히려 그 가족들이 더 많이 도움을 주고 있어요. 이렇게 지역사회 전체의 성격이 바뀌어 가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소득이 아닐 까 생각합니다. 앞으로 바람이 있다면, 그리고 한 위에 전할 말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사: 한위가 문해교육사업을 지원해 주 는 데 대해 깊은 감사를 전하고 싶어요. 앞으로도 더 많은 지원을 요청드립니 다. 그 덕에 저처럼 고등학교까지 학업 을 다 마치고 선생님이 되어 이 마을 여 성들에게 무언가를 해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뿌듯한지 몰라요. 잘: 이곳에서 일하면서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되었어요. 저처럼 공부를 하고 싶지만 하지 못하는 여성들 에게 무언가를 돌려주고 싶습니다. 앞으 로도 주체적인 여성으로서 지역을 위해 봉사할 기회가 많이 있길 원합니다.

네팔 / 지역학습센터 담당자 나빈 아르얄

“주민이 참여하는 교육을 통해 ‘지속가능한 마을’을 만들어 갑니다” 지구촌의 지붕, 히말라야의 관문인 네 팔은 기후 변화와 환경 오염, 그리고 무 분별한 개발에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나라다. 하지만 환경, 그리고 지속가능한 개발에 대한 이슈는 주민들의 의식과 일정 수준 이상의 문 해율 없이는 전 국민적인 참여를 이끌 어내기가 쉽지 않다. 그런 면에서 이곳 에서 펼치는 한위의 활동은 더 큰 의미 를 가진다. 좀 더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지역을 발전시키고, 인간과 자연이 공 존하면서 경제적, 정신적 풍요를 얻는 것. 그 모든 것의 출발이 바로 교육이란 공감대가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난한 마을에서 모범적으로 ‘지속가 능발전 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시카라푸 르 지역학습센터(Shikharapur CLC) 를 찾아, 담당자 나빈 아르얄(Nabin Aryal) 씨로부터 교육 현황과 비전에 대해 들어보았다. 시카라푸르 지역학습센터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나빈: 시카라푸르 지역학습센터는 단순한 교육뿐 아니라 마을 전체를 하 나의 지속가능한 마을(sustainable village)로 만들고자 하는 꿈을 갖고 있 습니다. 지역학습센터에서는 성인과 아 동 교육을 실시하고, 농지에서는 유기 농 친환경 농업을 하면서 한편으로 폐 기되는 병을 활용해 건물도 지었습니 다. 이곳에서 직접 운영하는 마을 병원 도 있어요. 이렇게 마을 주민의 교육과 보건을 책임지며, 동시에 친환경적인 요소도 있어 ‘지속가능한 마을’이라 부 를 수 있지요. 이런 형태의 운영을 하게 된 계기 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지역에서 문해교육을 펼 친 이후 체감하는 변화가 있나요. 사: 원래 마을 여성들은 외부와의 교

버려진 병들을 재활용해 지어진 건물에서 공부하는 여성들(왼쪽)과 담당자 나빈 아르얄(오른쪽)

기능문해센터 교사 사리타

나빈: 이곳을 운영하기 위한 우리만 의 구호가 있습니다. “이곳이 아니면 어 디서? 지금이 아니면 언제? 내가 아니

면 누가?”(If not here, then where. If not now, then when. If not me, then who.)라는 구호입니다. 지금 당장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 고 실천하자는 생각으로 이 센터를 시 작하게 되었습니다. 이곳 지역학습센터만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나빈: 저희 센터의 장점은 지역 자 원을 최대한 이용한다는 것입니다. 부 족한 것, 없는 것을 찾으려 노력하기보 다는 지금 있는 자원과 인재를 활용하 는 것이 효율적이니까요. 예로 들 수 있 는 것이 ‘결혼식 비용을 줄여 건립된 마 을 병원’입니다. 네팔에서는 결혼할 때 신부 측에서 비싼 혼수를 해 가는 풍습 이 있는데, 이 마을의 한 커플은 비싼 혼 수 대신 그 비용을 전액 이곳 센터에 기 부했어요. 그걸 바탕으로 병원이 지어졌 죠. 여기서 새로 시작한 가족문해교육 (Family Literacy Education)도 저희 만의 장점입니다. 아직 여성들이 교육을 받을 기회가 부족한 이곳에서, 엄마와 딸, 할머니와 손녀가 함께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습니다. 이렇게 가족이 함 께 공부하면서 다른 가족 구성원들이 교 육 받는 것에 대해 점점 더 긍정적인 생 각이 지역사회에 뿌리내렸어요. 향후 계획이 궁금합니다. 나빈: 기후변화를 염두에 두고 더 친 환경적인 방법으로 지역을 발전시켜 나 가려 합니다. 하천과 삼림 등 네팔의 천 연 자원과 재활용을 통해 센터를 운영 할 겁니다. 또한 마을 청년들에게 식품 가공과 농업 기술 등을 가르쳐 줄 수 있 는 인재를 양성할 계획입니다. 장기적 으로 이곳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소득 창출을 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할 수 있 을 것이라 생각해요. 교육은 때때로 기 적을 일으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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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브릿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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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스토리 거리에서 만난 배움의 열망 ‘올리브의 작은 꿈’

“무언가 배운다는 건, 전과 다른 삶을 산다는 의미” 아프리카 르완다의 동쪽에 위치 한 가치보 지역(Gatsibo District) 의 키라무루지 섹터(Kiramuruzi Sector). 브릿지 활동가인 제가 요 즘 머무르고 있는 작은 타운입니다. 이곳에서 ‘아드라’(ADRA)라는 현 지 협력단체와 협의해 주민들을 위 한 새로운 교육사업을 준비하고 있 습니다. 무엇을 해야 주민들에게 도 움이 될지, 주민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교육이 무엇인지, 어떤 방식으 로 진행할지 하나하나 점검하며 계 획을 세우고 있지요. 하루 일과가 끝나면 어김없이 들 르는 장소가 있습니다. 마을 사랑 방 격인 ‘타운에 살룬’이 그곳인데, 저는 현지 친구인 저스틴(Justine) 과 함께 ‘살룬’ 앞 의자에 앉아 이야 기도 나누고, 드나드는 주민들에게 서툰 현지어로 인사도 드립니다. 그 러다 우연히 같은 자리에 앉아 있던 39세의 아이 엄마, 우위제예 올리브 (Uwizeye Olive)를 만났습니다. 올리브는 20년째 이곳 키라무루지의 작은 마을 ‘아카빙고’에서 남편과 네 명 의 아이들, 그리고 여동생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마을에서 그린바나나와 로컬 맥주를 팔며 생계를 꾸리고 있다고 합 니다. 삶은 팍팍하지만 남편을 언급할 때마다 ‘사랑하는’이라는 수식어를 붙 이는 걸 보면 가정이 꽤 화목해 보입니

다. 하지만 그녀에겐 오래전부터 말 못 할 고민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글(현지 어인 키야르완다어)을 읽고 쓰지 못하 고, 셈도 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불편함 과 괴로움입니다. 일을 더 잘해보고 싶 고, 아이들에게도 뭔가 가르칠 수 있는 엄마가 되고 싶은데, 현실이 그렇지 못 하니 너무나 안타까운가 봅니다. 그럴 때마다 부쩍 자라나는 것은 배움에 대 한 갈증입니다. “글자도 숫자도 모르니, 가게에 온 손 님에게 주문을 받고 돈을 계산해서 주 는 게 힘들 때가 많아요. 사실 저 혼자 마트에 가는 것도 무서워요. 설명서를 읽지 못해서 남편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봐야지만 내용을 알 수 있거든요. 이제는 셈하는 법과 킨야르완다어를 꼭 배우고 싶어요. 나중에 장사가 잘되면 영어와 비즈니스도 배워 외국인들과 커 뮤니케이션도 하고 우리 그린바나나를 그들에게도 알리고 싶어요.” 올리브는 학교(Primary School)를 1년도 채 다니지 못했다고 합니다. 몸 이 너무 아파 한동안 등교를 하지 못했 고, 몸이 낫고 난 뒤에는 가정형편 때문 에 집안일을 도와야만 했습니다. 결국 그렇게 학교에 다시 돌아갈 기회를 잃 었고, 나이가 들어 가정을 꾸린 뒤에는 가사와 생계 때문에 배움을 포기하고 지내왔습니다. 르완다에는 그녀처럼 학 업 중단으로 문맹의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이 꽤 많습니다. 사실, 마음을 굳게 먹어도 이곳에는 막상 올리브 같은 사

통역을 도와준 마을 친구 저스틴과 문해교육을 통해서 비즈니스 우먼이 되고 싶다는 멋진 꿈을 가진 여성, 올리브

람들이 글을 배울 곳도 마땅치 않습니 다. 키라무루지에는 성인을 위한 학교 도 없고, 다른 학교에 입학하려면 학비 가 너무 비싸니까요. “배우지 못한 상태에서도 저 스스로 도전하고 직업을 구하려 했지만 현실적 으로 불가능했어요. 지금은 책을 읽을 수 없어서 세상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어요. 하지만, 만약 제가 읽을 수 있게 된다면 모든 게 달라질 거에요. 작 은 꿈도 이룰 수 있고 마을에서 리더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무언가를 배운 다는 건, 삶을 변화시키는 것이니까요.” 과연 올리브에게 다시 한 번 기회가 찾아올까요. 초등학교도 마치지 못한 여성으로서 가뜩이나 성차별이 심한 르 완다 사회의 벽을 넘어서기란 정말 쉽 지 않은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리브는 자신의 소박한 꿈을 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잠깐 동안의 학창 시절 동안, 학교에 가고 무엇을 배운다는 것

이 그렇게 기쁘고 즐거울 수가 없었다 고 하네요. “우리 아이들 중 한 명은 중등학교에 갈 돈이 없어서 지금 일하면서 학비를 벌고 있어요. 아이들만큼은 제대로 교 육 받아 스스로 원하는 삶을 살게 하고 싶어요. 제가 글을 깨우치고 더 열심히 일하려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해요. ” 하루하루가 힘겨운 삶, 다른 무언가를 꿈꾸기에는 너무나 열악한 환경 속에서 도 배움의 꿈을 놓지 않고 있는 올리브. 그녀와의 짧은 만남을 통해, 교육으로 희망을 나누고 잇는 ‘브릿지’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봅니다. 머지않아 이곳 키 라무루지에도 교육나눔 사업인 브릿지 의 씨앗이 뿌려질 것입니다. 이곳에 마 련될 학습센터에서 글을 배우는 올리브 를 다시 만날 수 있겠지요. 그때가 되면 친구의 통역 없이 그녀와 더 긴 이야기 를 나누고 싶습니다. 르완다 활동가 선연희

유네스코한국위원회 희망나눔 사업 여러분의 후원에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9월에 모아주신 후원금 13,525,290원은 유네스코 브릿지 프로젝트를 통해 저개발국의 교육지원에 사용됐습니다.

정기후원 이준희, 이중훈, 강경아, 강동진, 이지영, 이진원, 강동훈, 강명구, 이창섭, 이철호, 강병규, 강윤서, 이철훈, 이현수, 강은수, 강준희, 이현준, 이형구, 이형일, 고남균, 고민준, 이형칠, 이호연, 인제름, 고영아, 고은, 고현정, 임근묵, 임돈희, 임선주, 곽병남, 곽요나, 구동혁, 임태인, 임현묵, 장민경, ♥ 유네스코 브릿지 아프리카 영옥, 구효정, 권갑수, 8,994,318원 장수철, 장신미,장은진, 권송, 권송이, 권의재, 권지현, 권채원, 장정식, 장지원, 전다래, 전보현, 전소라, ♥ 유네스코 브릿지 아시아 3,854,708원 김경범, 김경은, 김귀배, 김기란, 김길현, 김나연, 전신옥, 전지완, 전진성, 전현진, 정다원, 정동율, ♥ 행정비 5% 김나운, 김나현, 김남춘, 김도연, 김도훈, 김동진(A), 676,264원 정상범, 정상희, 정석현, 정성웅, 정시훈,정예원, 정옥주, 김동진(B), 김동희, 김명신, 김문원, 김미성, 김미자, 김민아, 정용시, 정운찬, 정유빈, 정인교, 정인해, 정인혜, 정재원, 김민정, 김민호, 김병구, 김병삼, 김병호, 김선영, 김수인,김수현, 정정희, 정지연, 정진미, 정진우, 정해권, 제하림, 제환승, 2014년 9월 1일~30일 김승예, 김승윤, 김승희(A), 김승희(B), 김아람, 김영기, 김영미, 김영주, 조노현,조민주, 조석현, 조수아, 조양현, 조영국, 조영상, 조영수, 김옥, 김옥신, 김우춘, 김원민, 김원희, 김은경, 김은선, 김은영, 김은정, 김은혜, 김익현, 김인하, 김재근, 김정민, 후원금을 보내주신 조우진, 조유나, 조율래, 조정희, 조태민, 조푸름, 좌효숙, 주예름, 김정탁, 김정하, 김정희, 김종목, 김종천, 김준호, 김지수, 김지오, 김지용, 김지현,김진수, 김진아, 김진아, 김철호, 주예은, 주준호, 지민선, 지현구, 차상윤, 최강인, 최낙현, 최미영, 최상일, 최송아, 최윤성, 분들입니다. 김철홍, 김판중, 김한조, 김현승, 김현정(B), 김현철(A), 김현철(B), 김형중, 김형춘, 김혜경, 김환식, 김효정, 김효진, 최인숙, 최재연, 최재헌, 최종서, 최지수, 최화영, 추영호, 하윤영,한계수, 한동민, 한명희, 한병채, 김희준, 나경욱, 나인애, 나주원, 나희경, 남순민, 남순희, 남지현, 노유정, 노정열, 지영, 노지원, 문언정, 문예빈, 한보화, 한옥규, 한일선, 허세윤, 현주, 형서윤, 계복, 홍복구, 홍양호, 홍윤경, 홍은표, 황규애, 황동욱, 문유빈, 문일모,민대훈, 민동석, 민형종, 박건태, 박경준, 박규희, 박기철, 박다인, 박달서, 박무제, 문길, 박민석, 황상문, 황유정, 황제웅, 황지현, 황진영, 황태건, 황태학, (주)워킹피컴퍼니, (주)커피비평가협회, 대도식당 박병준, 박병태, 박상미, 박세찬, 박소연, 박시우, 박영범, 박영빈, 박영수, 박온비, 박용성, 박은경, 박은선, 박은지, 안양점, 범천착한어린이집, 세무법인비전대전지점, 스타킹크랩, 예화피아노, 대가, 전북사대부고 유네스코 박재섭, 박정섭, 박정용, 박정주, 박주연, 박진미, 박진채, 박진한,박찬웅, 박찬진, 박헌인, 박현수, 방성주, 배남인, 배동환, 동아리 외 익명 8분 배상훈, 석임, 백명기, 백서연, 백승현, 변소윤, 서기원, 서만교, 서재민, 서정아, 서종문, 서현숙, 성영희, 손상락, 손인옥, 일시후원: 김나래, 김도현, 김서동, 송보경, 이홍규, 정두용, 조학국, 부산 개성고 유네스코반, 유네스코 대학생 손정일, 손지혜, 진주, 손창현, 송경섭, 송민희, 송은선, 송은의, 송정일, 송종진, 송진섭, 송형진, 신동욱, 신동직, 기후변화 프런티어, 중앙중학교, 청주고등학교 유네스코 동아리 신명수, 신미아, 신소애, 신종철, 지영, 신현운, 신호래, 심동천, 심숙경, 안치석, 안형균, 양가윤, 양혜원, 엄정욱, 여재욱, 연제창, 연현주, 염정선, 오병훈, 오서영, 승헌, 오영화, 오은순, 오혜재, 우덕기, 우승희, 유동철, 9월 신규후원자: 강동욱, 강중욱, 강지오, 고은, 구효정, 권미숙, 권선미, 김규민, 김민지, 김복수, 김재득, 유세화, 유솔화, 유승원, 유재걸, 유재수, 유정원, 유지혁, 유철, 유현숙, 윤미란, 윤석훈, 김정탁, 김철호, 김태우, 김현종, 나희경, 문경준, 민대훈, 박다인, 박준홍, 박지연, 박찬승, 박화숙, 윤선이, 윤예지, 윤용섭, 윤전애, 이강미, 이강일, 이경미, 이경준, 서종문, 서주석, 손수정, 송민규, 안준호, 양희주, 엄윤나, 염기상, 오승봉, 유호연, 이경미, 이다경, 이동건, 이두병,이루미, 이병호, 이상용, 이상진, 이근희, 이봉연, 이순아, 이영서, 이유빈, 이은주, 이재형, 이주훈, 이현준, 이선경(A), 이선경(B), 이선영, 이선정, 이소현, 이형칠, 장용주, 장용하, 장익진, 장정식, 장지훈, 이송하, 이연숙, 이연지, 이영복, 이영서, 장현식, 정동율, 정운찬, 조윤선, 조한민, 이영현, 이예원, 이원근, 이유빈, 이윤재, 차보영, 최송아, 최진희, 추서영, 추영호, 이재근, 이재호, 이재훈, 이정선, 이정은, 한미현, 허명회, 우대가, 진동횟집, 이종욱, 이주림, 이주연, 이주호, 오군순두부

총 13,525,290원

9월 후원금 배분

교육으로 희망을 전하는 유네스코 희망나눔 사업을 통해

유네스코 브릿지 아시아 프로젝트(필리핀)를 후원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사랑을 전해주세요!

유네스코 브릿지 기후변화 프로젝트(네팔, 라오스)를 후원하고 있습니다.

유네스코 키즈 프로그램을 후원하고 있습니다.

유네스코 브릿지 아프리카 프로젝트(레소토)를 후원하고 있습니다.


후원 · 인터뷰

2014년 11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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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동행 / 북창동 유네스코 희망나눔가게 대표 4인

경쟁보다 화합을, 이윤보다 나눔을 꿈꾸는 사람들 바람이 무척이나 쌀쌀해진 11월, 서울의 골목 골목에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고 있는 가게들이 있다. 바로 ‘유네스코 희망나눔가게’들이다. 수 익의 일부를 정기적으로 한위의 지 구촌 교육나눔 사업에 후원하기 시 작한 것. 이들 가게들은 손님들의 미 각뿐 아니라 마음까지 훈훈한 감동 으로 채워주고자 유네스코한국위원 회(한위)와 손을 맞잡았다. 서울 중 심부의 대표적인 먹거리촌인 북창동 에 위치한 식당 네 곳 대표들의 따뜻 한 나눔 이야기를 청해 들었다. 북창동 먹자골목에서 ‘한 인기 하 는’ 식당들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가 게 소개 및 자랑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스타킹크랩 이상윤 사장(이하 이): 대 게, 킹크랩, 랍스타 전문점 ‘스타킹크랩’ 은 특급호텔 10년 경력의 셰프가 밑반찬 하나 하나까지 신경 써서 내놓고 있습니 다. 작은 부분까지 가 닿는 이런 노력에 손님들이 높은 평가를 내려주시는 것 같 습니다. 진동횟집 박석일 사장(이하 박): 자연 산 잡어와 세꼬시 전문점인 ‘진동횟집’은 이 근처 샐러리맨들의 단골 회식 장소입 니다. 호텔 경력 10년 이상의 일식 셰프 출신으로, 음식 맛뿐 아니라 위생과 청 결에 특히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오군순두부 모상송 사장(이하 모): 순 두부라는 게 재료 본연의 맛을 잘 살리 는 것이 중요한 음식인 만큼, ‘오군순두 부’의 자랑거리는 좋은 재료입니다. 특 히 음식에 들어가는 소금은 2010년산

북창동 먹자골목의 “나눔대표”들. 좌측부터 이상윤, 박석일, 모상송, 임국환 대표.

신안 천일염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다른 곳보다 맛이 더 깔끔하단 평을 많이 듣는 것 같아요. 우대가 임국환 사장(이하 임): 쇠고기 숯불구이 전문점인 ‘우대가’는 역시 기 본이 되는 고기 자체의 퀄리티에 신경 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 그 덕분에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듯합니다. 유네스코 희망나눔가게에 참여하 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이: 예전부터 수익금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고자 하는 생각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바쁘게 살다보니 생각을 행동으 로 옮길 계기를 찾지 못했다고나 할까 요. 그러던 중에 유네스코한국위원회에 서 ‘지구촌 교육나눔 사업’이라는 뜻 깊 은 일을 한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저 처럼 생각만 하고 기회를 못 접하는 사 람들이 주변에 많은데, 후원과 나눔 사 업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는 한위 덕

분에 이렇게 유네스코 희망나눔가게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박: 저 역시 수익금의 일부라도 의미 있는 일에 쓰고 싶다는 마음을 평소 갖 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이웃한 스 타킹크랩 이 사장께서 유네스코 희망나 눔가게를 소개해 주셔서 기쁜 마음으로 동참하게 되었습니다. 모, 임: 저희 역시 이웃사촌인 이 사 장과 박 사장께서 앞장서서 좋은 일에 참여하시는 걸 보고 같은 마음으로 동 참을 결정했습니다. 저희 가게를 찾아 오시는 손님들께도 기분 좋은 일이 아 닐까 생각합니다. 공교롭게도 이 골목에서 처음 유 네스코 희망나눔가게에 참여하게 된 네 곳이 전부 북창동에서 유명한 맛집입니 다. 주인의 마음씨와 음식 맛이 정비례 하는 걸까요? 모: 다들 각 분야에서 오랜 경력을 가

“북창동이 더 맛있고 따뜻해집니다”

지고 계신 분들이고, 무엇 보다 양심적으로 가게를 운영하려 한다는 점이 중요하지 않나 싶습니 다. 이윤만 좇기보다는 음식을 정성껏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한 비법 아 닐까요? 박: 맛을 내기 위해 천일염 등을 고집 하는 것이, 사실 말처럼 쉽지는 않은 일 이 거든요. 하지만 저희뿐만 아니라 북 창동에 있는 가게들은 대부분 가장 좋 은 재료를 사용하여 손님들께 좋은 음 식, 좋은 서비스를 해드리는 것을 중요 하게 생각한다고 믿고 있어요. 임: 이젠 우리 골목 음식맛이 더 좋아 질 것 같습니다. 나눔의 온기가 더해질 테니까요. 손님들도 더 훈훈한 음식을 드실 수 있지 않을까요. 이웃사촌의 권유가 있다 하더라 도 이런 후원을 선뜻 결정하기는 쉽지 않았을 텐데, 이곳 북창동 음식거리의 사장님들 사이에는 어떤 끈끈한 가족애 같은 것이 진한 듯합니다. 이: 북창동에는 20년, 30년 된 가게들 이 많이 있습니다. 아직까지 우리 옛날 정서가 남아 있다고 볼 수 있어요. 그래 서 서로 경쟁만 하기보다는 작은 거 하 나도 나누고 정보를 공유하면서 함께 잘 살고자 하는 마음들이 있습니다. 유 네스코 희망나눔가게도 결국 모두 함께 잘 살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닌가요? 저 희가 참여하는 데 주저할 이유가 없지 요. 앞으로 더 늘어나리라 믿고 있습니 다.

우대가 “나눔이란? 행복입니다.” - 임국환 대표

오군순두부

전화: 02-772-9297

“나눔이란? 절대 손해보는 것이 아닙니다.” - 모상송 대표

북창동 골목에 나눔과 희망

전화: 02-753-3460 주소: 서울특별시 중구 세종대로 16길 23

주소: 서울특별시 중구 북창동 12-1

시청역

의 불씨를 지핀 그들에게 물었 다. “당신에게 나눔이란 무엇인 가요?” 저마다 독특한 강점과 무

스타킹크랩

기로 북창동의 맛 지도를 바꾸

“나눔이란? 실천입니다. 행동이 있어야 진정한 나눔이 아닐까요?”

고 있는 이들답게, 나눔에 대한 생각도 각기 개성이 있었다. 이

- 이상윤 대표

들을 시작으로 북창동 먹자골목

진동횟집

이 정말로 ‘나눔골목’으로 불리

“나눔이란? 정(情)입니다.”

게 될 날을 기대해 본다.

- 박석일 대표 전화: 02-776-1733 주소: 서울특별시 중구 북창동 63번지 효민빌딩

전화: 02-777-5658 주소: 서울특별시 중구 남대문로4가 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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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브릿지

2014년 11월 1일

중앙아시아서 펼쳐진 유네스코 브릿지 역량강화 프로젝트

‘한국’이라 쓰면, 이젠 ‘친구’라고 읽습니다 중앙아시아에 자리한 카자흐스탄 과 우즈베키스탄. 이들 두 나라의 공 통점은 무엇일까. 하나는 ‘카레이스 키’(고려인), 즉 한인 교포가 많이 사 는 대표적인 아시아 국가라는 점. 다 른 하나는 유네스코한국위원회(한위) 의 ‘유네스코 브릿지 역량강화 프로젝 트’(역량강화 프로젝트)가 펼쳐지는 국가라는 점일 듯하다. 유네스코 회 원국 중 저개발국 국가위원회가 ‘내

공’을 키울 수 있도록 한위가 지원하 는 교류협력 프로그램이 바로 역량강 화 프로젝트이다. 얼마 전 이들 두 나라에서는 역량 강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한위와 각 국 국가위원회가 공동 개최한 세미나 와 워크숍이 각각 진행됐다. 작지만 의미 있는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프 로젝트 현장 속으로 들어가보자.

교외지역 여성 창업훈련 세미나

“우리 삶은 우리 손으로” 지난 9월 15일 아침, 가정주부처럼 보 이는 여성들이 하나둘씩 우즈베키스탄 의 수도 타슈켄트 외곽 지역에 자리한 한 요양원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 들의 표정에는 호기심과 흥분의 기색이 역력했다. 바로 이곳에서 현지에서는 흔치 않은 ‘지역 여성을 위한 창업훈련 세미나’가 열리기 때문이었다. 한 참가 여성에게 말을 걸어봤다. 알 고 보니 어머니, 여동생과 함께 세미나 에 찾아온 ‘가족 참가자’이다. “저는 동네에서 이미 과일조각, 영어, 컴퓨터 등과 관련된 강좌를 제공하는 스 터디 센터(study center)를 운영하고 있 어요. 그런데 창업을 시작할 때에 이런 훈련 세미나처럼 도움을 구할 곳이 없어 서 너무 힘들었어요. 지금도 여전히 혼 란스러운 점이 많고요. 저도 더 배우고, 창업을 원하는 제 여동생과 어머니가 똑 같은 어려움을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에 세 모녀가 함께 참가하게 됐습니다.” 한위와 유네스코 우즈베키스탄위원회 가 지난 9월 타슈켄트 및 시르다야 교외 지역에서 세 차례에 걸쳐 공동 개최한 이 ‘여성창업 훈련 세미나’는 창업 교육 의 기회가 드문 도시 외곽지역 여성들을 위해 기획됐다. 이들을 대상으로 심리적 인 창업 교육, 실질적인 비즈니스 기술 교육을 제공해 여성의 경제활동을 활성 화하고, 궁극적으로 우즈베키스탄 내에 서의 양성평등을 추구하려는 것이다. 1991년 소련연방으로부터 독립한 우 즈베키스탄은 새로운 경제 시스템에 적 응하는 과도기를 거치는 중인데, 여건 이 가장 취약한 교외 지역의 인구, 특히 여성을 비롯한 청년과 장애인들의 경제 활동을 일으키는 것이 가장 큰 과제로 여겨지고 있다. 이번 세미나의 슬로건은 ‘Our Lives are in Our Hands’. 풀이하자면 ‘우리 손 으로 우리 삶을 개척한다’는 의미이다.

우즈베키스탄

나이도, 창업을 꿈꾸는 분야도 저마다 달랐지만, 배움에 대한 열정만은 하나같 았다. 4일 동안 전문 트레이너들에 의해 진행된 훈련 세미나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졌다. 첫 이틀 동안은 외부 경제 활동에 익숙하지 않은 여성 참가자들의 창업에 대한 자신감을 향상시켜주는 심 리적 훈련이 진행됐으며, 후반 이틀 동 안에는 실질적으로 창업을 하기 위해 필 요한 소액대출, 사업등록 절차, 사무실 임대, 마케팅 전략 등과 관련된 교육이 이뤄졌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창업 관련 기관에서 나온 관계자들이 땀을 흘릴 정 도로 뜨거운 질문세례가 이어졌다. 이번 세미나가 거둔 가장 큰 성과는 무엇보다도 창업에 대한 자신감을 키워 준 점이 아닐까 싶다. 세미나 참가자인 질로라 씨의 얘기이다. “훈련 세미나에 참여하기 전까지는 창업이라는 것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컸어요. 하지만 다 마치고 많은 정보를 얻고 나니 저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 신감이 생겼어요. 이렇게 좋은 기회를 만들어준 유네스코 한국 및 우즈베키스 탄 위원회에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전 하고 싶습니다.” 경제활동의 소외 지대에 있던 현지 여성들이 창업에 눈뜨면서 이들의 삶에 도 변화가 찾아올 것이다. 그 작은 변화 의 날갯짓이 만들어갈 미래가 궁금하 다. 아마도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에, 그 리고 더불어 사는 지구촌 삶에 의미 있 는 나비효과가 일어나지 않을까. 고영아 국제협력조정팀

전통 자수공예 보호 워크숍

‘비즈케스테’ 부활 플랜 우리나라에 전통자수가 있다면, 카자 흐스탄에는 ‘비즈케스테’가 있다. 비즈 케스테(Biz-Keste)는 카자흐스탄 전 역에서 의복, 가구, 손수건 등에 다양하 게 활용되던 전통 자수공예로서 카자흐 인들의 생활방식, 세계관, 전통의식 등 이 담겨 있는 고유 문화이기도 하다. 하 지만 소비에트(소련연방) 시대에 유목 생활이 근대화됨에 따라 비즈케스테의 쓰임새는 점차 줄어들고, 공예기술도 사라져갔다. ‘명맥이 끊길 위기의 비즈케스테를 되 살릴 방안은 없을까.’ 유네스코 카자흐스 탄위원회의 고민은 한위의 ‘역량강화 프 로젝트’와 만나면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 았다. 지난 6월 한위가 주최한 국내 초청 연수에 참가한 카자흐스탄위원회 보타 카비불라 씨(3등 서기관)는 한위 직원들 의 조언과 실무적인 도움으로 ‘비즈케스 테 부활 플랜’을 짰다. 젊은 전문가들을 양성해 비즈케스테의 부활은 물론 창의 산업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이었다. 이 계획이 현실화된 것이 바로 ‘위기 에 처한 카자흐스탄 자수기술 비즈케스 테의 보호 및 창의산업 촉진’ 워크숍이 다. 지난 8월부터 카자흐스탄위원회와 한위는 공동으로 오스케멘과 알마티에 서 비즈케스테 기술 및 전수 방법에 대 한 워크숍을 총 2회 개최했다. 비즈케스 테의 명맥을 잇고, 전통 자수공예의 중 요성을 대중에게 널리 알릴 ‘비스케스 테 트레이너(trainer:훈련자)’를 양성 하기 위한 것이다. 특히 9월 22일부터 24일까지 열린 ‘트 레이너 훈련’(Training of Trainers) 워크숍에는 초등학교 미술 교사, 예술 대학 강사, 디자이너, 20년 경력의 비즈

카자흐스탄

케스테 장인 등 실로 다양한 직종의 사 람들이 참가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 14 명의 참가자들은 전문가의 탄탄한 이론 강의와 참여형 실습을 통해 ‘비즈케스 테 전도사’로서의 꿈과 역량을 키웠다. 고유 문화인 비즈케스테의 전통을 잇고 또 알리는 소중한 사명 때문이었을까. 참가자들의 열기로 인해 강의실은 첫날 부터 후끈 달아올랐다. 워크숍은 강의 진행자가 화두를 던지 면 참가자들이 함께 고민하며 답을 찾아 가고, 그 내용에 대해 전문가가 평가하 고 이론적인 뒷받침을 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어느덧 워크숍을 마무리할 무 렵에는 참가자들 모두가 내일이라도 강 단에 설 수 있을 만큼 전통 자수에 대한 전문지식과 발표 실력도 부쩍 늘었다. 이 글을 읽으면서 혹시라도 ‘왜 우리 가 다른 나라의 전통문화 계승을 도와 주는 것이지’ 하는 의문을 갖는 이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한위의 역량 강화 프로젝트는 우리가 주고 싶은 것 을 일방적으로 주는 프로그램이 아니 다. 저개발국 국가위원회가 원하는 것, 필요로 하는 것을 함께 상의해 지원하 는 기여 프로그램이다. 그렇기에 오히 려 나눔의 의미도 더 값질 수 있다. 이번 워크숍을 함께 진행한 카자흐스 탄위원회 보타 카비불라 씨는 “유네스 코 카자흐스탄위원회와 정부를 대표해, 비즈케스테에 관심을 가져주고 널리 알 릴 수 있도록 도와준 유네스코한국위원 회와 후원을 해준 문화체육관광부에 감 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거듭 말했다. 그 의 감사 인사에서 진정성을 읽을 수 있 는 이유도 아마 그런 배경 때문일 것이 권송 국제협력조정팀 다.


캠페인

2014년 11월 1일

(타리로) 아프리카 짐바브웨 돔보샤와에는 한 학기에 30달러, 우리 돈으로 3만원이 없어서 학교에 가지 못하는 어린이들이 있습니다. 가난해서, 학교가 멀어서 공부를 포기하는 어린이들.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이들에게 배움의 희망을 전하고자 합니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CLC(지역학습센터)를 세워 글을 가르치고 교사를 양성하며 교과서 및 학용품을 보급하는 등 교육으로 희망을 전하고 있습니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의 돔보샤와 CLC, 그곳에는 희망이 있습니다.

오늘은 덧셈·뺄셈을 공부하는 날입니다. 어려운 문제에 용기있게 도전하는 아이들, 긴장되기도 하지만 집중해서 셈을 배워가는 시간이 즐겁기만 합니다.

즐거운 점심시간! 빨리 밥을 먹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선생님께 배운 대로 손부터 닦습니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질병 예방의 첫걸음인 위생교육도 철저히 합니다. 교육은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아프리카 어린이들에게 빈곤이 아닌 꿈꾸는 삶을 선물해주세요. 아프리카 아이들의 입가에 맑은 웃음과 행복이 가득할 수 있도록 희망(Tariro)을 선물해주세요.

교육만이 아프리카의 희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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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네트워크

2014년 11월 1일

유네스코학교

유네스코학생회

부산외고 유네스코 동아리 빈곤 아동 돕기 캠페인 펼쳐

한국유네스코학생회 창립기념행사 열려

세계 빈곤퇴치를 위한 작은 발걸음

초심으로 돌아가 유네스코 정신 실천

부산외국어고등학교 ‘유네스코 동 아리’는 세계 빈곤퇴치의 날(10월 17 일)을 맞아 지난 10월 24일 ‘빈곤퇴 치 실천’ 캠페인을 벌였다. 점심시간 을 활용해 이뤄진 이번 캠페인은, 학 생들이 유네스코 동아리가 제작한 빈 곤 퇴치에 관한 안내판을 읽은 후 빈 곤퇴치를 위해 실천할 수 있는 일이 나 경험을 종이에 적어서 응모함에 넣고, 이와 함께 기부금을 내는 방식 으로 진행됐다. 응모한 학생들의 아이디어나 경험 담을 평가해 10명의 우수 응모자에게 는 수익금이 저소득층이나 빈곤퇴치 에 쓰이는 텀블러와 머그컵, 그리고 팔찌가 주어진다. 그리고 캠페인을 통해서 얻어진 수익 전액은 빈곤으로 고통 받는 아이들을 위해 쓰이도록 유네스코한국위원회에 전달될 예정 이다. 이번 캠페인을 통해 유네스코 동 아리는 유네스코한국위원회의 교육 나눔 활동인 ‘유네스코 브릿지’에 대

한 소개도 하였다. ‘유네스코 브릿지’ 는 아프리카와 아시아 낙후지역의 어 린이와 성인들의 교육을 돕고, 기후 변화에 취약한 지역에서 교육훈련 등 을 지원하는 것이다. 즉, ‘모든 사람 은 교육 받을 권리가 있다’라는 세계 인권선언의 한 구절처럼, 교육의 중 요성을 강조하고 실질적인 교육을 받 을 수 있게 돕고 있는 프로젝트이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이뿐만 아니 라 국내에서도 키즈 프로그램을 통해 서 세계로 뻗어나갈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캠페인을 통해서 부산외국어 고등학교 학생들은 세계 빈곤층이 겪 는 생활의 심각성에 대해서 알게 되 었고, 다양한 빈곤퇴치 방안을 배우 게 되었다. 또한 빈곤층 아이들을 도 울 수 있는 기회를 통해서 학생들이 세계시민으로 성장하는 데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한국유네스코학생회(KUSA)가 옛 한국유네스코학생협회 결성의 날(11 월 3~4일)을 맞아 전국 각 지부와 함 께 창립기념행사를 진행한다. 지난 10월 25일 서울여대의 학술제를 시작 으로, 각 대학교 지부 차원의 창립제 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창립기념행사는 유네스코 학생회의 유래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한국유네스코학생회는 1965년 ‘유네 스코 학생 서머스쿨’에 참가한 대학생 들이 유네스코의 이념에 공감, 각 학 교로 돌아가 13개 대학교에서 자발적 으로 동아리를 결성한 데서 비롯됐다. 그후 1967년 11월 3~4일에 열린 ‘새물 결운동 전국대회’에서 ‘한국유네스코 학생협회’가 결성돼 유네스코 학생활 동을 집약된 힘으로 공동 추진함으로

써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게 된다. 이후 매년 11월 초, 한국유네스코 학생회는 창립을 기념하기 위해 창립 제 혹은 학술제 행사를 진행해왔다. 대학교 지부별로 일시는 다소 다르지 만, 한국유네스코학생협회가 결성된 시기인 11월 3, 4일을 기준으로 회원 간의 결의를 다지는 창립기념행사를 진행된다. 이러한 창립기념행사들은 한국유 네스코학생회의 문화를 공유, 전수하 는 역할을 해왔다. 과거부터 이어진 문선, 포크댄스, 유네스코노래, 샬롬 등 한국유네스코학생회 전체의 공동 문화에서부터 사물놀이, 탈춤 등 각 지부의 성격에 맞는 특화된 문화에 이르기까지 새물결운동 정신에 부응 하는 문화활동들을 지켜온 것이다.

민현아(부산외국어고등학교 2학년)

유네스코협회 유네스코대구협회 회원전진대회 개최

‘국제이해 평화실현’ 주제로 발전 모색

유네스코학교 지역별 협의회 순차적으로 열려

소통과 협력 통해 ‘더 나은 교육’ 구상 유네스코학교(ASPnet) 간 교류 와 협력을 위한 유네스코학교 지역별 협의회 및 워크숍이 지난 10월 25일 제주 지역을 시작으로 전남(10월 28 일), 충남(10월 29일), 경북(10월 30 일), 서울(11월 1일) 지역에서 개최됐 다. 또한 경남(11월 22일), 충북(11월 28~29일), 경기(12월 6일), 강원(12월 10일) 지역 협의회와 워크숍도 순차 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유네스코학교 지역별 협의회는 해

당 지역의 유네스코학교 학생과 담당 교사, 교장(감)을 비롯해 교육청 관계 자, 유네스코한국위원회(한위) 관계 자 등이 참가하는 회의로서 유네스코 학교 현안 논의와 정보 공유 및 현장 활동을 하게 된다. 특히 한위는 지역 별 협의회를 통해 세계 유네스코학교 동향과 ‘지속가능발전교육’ 관련 정보 를 전달하고, ‘유네스코 브릿지 프로 젝트’ 등 한위 사업을 소개하고 참여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유네스코대구협회(회장 남상걸)에 서 주최한 ‘2014 유네스코 회원전진 대회’가 지난 10월 18일 계명대학교 대명캠퍼스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이날 전진대회에는 우동기 대구광역 시교육감, 남정달 대구청소년단체협 회의 회장, 김수자 사무총장을 비롯 해 대구지역 15개 초·중·고등학교 유 네스코동아리 학생회원 300명, 일반 회원 50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국제이해와 평화실현’이라는 주제 로 열린 이번 전진대회는 한 해의 활 동을 돌아보며 협회 회원 간의 유대 와 유네스코학생회의 발전을 모색하

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대회에서는 대구 성북초, 경복중을 비롯한 6개 신 규 가입학교 유네스코기 전달식, 활 동우수학교 및 유공회원 시상식이 진 행됐으며, ‘유네스코유산, 국가의 품 격’이라는 주제로 이인규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의 특강을 들었다. 이날 한자리에 모인 대구지역 15개 교 유네스코동아리 학생들은 다양한 행사를 통해 화합과 연대 속에 평화 를 만들어가는 유네스코의 이념과 정 신을 되새기며 유네스코인으로서의 자긍심을 높이는 시간을 가졌다.


과학 · 교육

‘기후변화 프런티어’ 수상 아이디어 속으로

2014년 11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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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꾸고, 줄이고, 다시 쓰고, 모아 쓰고

지구를 지키는 당찬 상상 넷 젊은이들의 기후변화 대응 능력을 키우기 위해 마련된 ‘2014 유네스코 대학생 기후변화 프런티어’ 프로그램 (산업부 주최,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에너지관리공단 공동 주관)이 지난 9 월 26일 ‘활동 보고회’를 끝으로 6개월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이번 프로그 램은 전국 24개 대학(원)에서 10개 팀 (40명)이 선발돼 워크숍, 국내외 현장 방문 등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대처 역량을 기르고, 팀별 연구 주제를 정 해 ‘아이디어 논문’을 제출하는 것으 로 마무리됐다.

특히 활동 보고회 때 진행된 우수 활동팀 시상식에서 최우수상의 영예 는 ‘택배업계의 전기차 도입과 충전 인 프라 확충 방안’을 제안한 중앙대 ‘지 구인’ 팀에 돌아갔다. 또한 우수상은 각각 섬유업계의 탄소 배출 감소 방 안, 발전소 폐자원을 활용한 식물공장 의 에너지 절감 방안, 신용카드 포인 트 등을 활용한 태양광 활용 시설 설 치 확대 방안을 제안한 세 팀이 차지 했다. 이들의 아이디어가 상상으로만 끝나지 않고 지구의 밝은 미래를 위한 밑그림이 될 수 있길 희망한다.

♠ 최우수상 중앙대 ‘지구인’ 팀

“택배트럭, 전기차로 바꿀 수 있습니다” 최우수상의 영예를 차지한 ‘지구 인’(지구를 구하는 사람들) 팀은 온실가 스 배출을 막기 위한 방안으로 전기차 를 주목했다. 이미 상용화된 전기차가 도로 위를 달리고 있는 시대에 이는 일 견 새로울 것 없는 아이디어 같지만, 이 학생들은 아직 만족스럽지 못한 전기차 의 보급을 획기적으로 늘일 수 있는 방 법을 마련하는 데 고민을 집중했다. 국내 총 온실가스 배출량의 14.8%를 차지하는 수송 분야의 전기차 보급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데 반해, 이 에 대한 대응책으로 관계 부처에서 내 놓은 ‘렌터카와 택시 중심의 전기차 활 성화 계획’은 아직 충분한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게 지구인 팀의 진단이다. 매 일 400km 이상을 주행하고 이동 루트 가 일정치 않은 택시나 렌터카 분야에 적용하기에는 충전 횟수 및 시간에 제 약이 따르는 전기차의 성능에 한계가 있다는 것. 따라서 이동 루트와 거리가

일정하고 중간 중간 급속 충전 이 용이한 허브 (물류 터미널) 를 규칙적으로 들르는 택배 트 럭이야말로 전기 차로 대체하기에 가 장 좋은 조건을 가진다 고 진단했다. 또한 인프라 확 충과 차량 대체 가능성에 대해 택배업체는 물론 전기차 연구소 등 현장에서 얻은 구체적인 정 보들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방안까 지 제시해 전문 가들로부터 “충 분히 실현 가능 하다”는 평가를 받 았다.

♠ 우수상 서울시립대·홍익대·한양대·아주대 연합 ‘포인원’ 팀

“매년 버려지는 카드 포인트로 태양 설비를 렌트하세요” 우수상을 수상한 ‘포인원’(Four in One) 팀은 쌓이기만 하고 잘 쓰이지 않 는 신용카드 포인트를 활용해 친환경적 인 태양광 설비를 렌트할 수 있도록 하 자는 신선한 제안으로 눈길을 끌었다. OECD국가들 중 우리나라가 GDP(국 내총생산) 대비 신용카드 이용 금액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점, 매년 버려지는 카드 포인트가 1000억 원에 달한다는 점 등을 면밀히 분석해 이를 다른 형태의 소비가 아닌 친환경 에너지의 생산으로 바꾸도록 유도했다는 점에서 대학생다 운 신선한 발상의 전환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정부는 주택용 태양광 설비 보급 을 위해 지금까지의 보조금 위주 정책 에서 대여 사업 위주의 정책으로 전환 해가고 있는데, 사업 진행에서 걸림돌 로 작용할 수 있는 비용 문제와 홍보 문 제를 카드사와의 연계를 통해 어느 정 도 보완할 수 있다는 점도 이러한 주장 의 근거가 된다. 소비자는 버려지는 포 인트를 활용해 월 전기료를 절약할 수 있고, 카드사는 기업의 친환경 이미지를 높일 수 있으며, 정부도 친환경 정책의 원활한 진행에 도움이 되는 ‘일석삼조’ 의 제안이라 할 수 있다.

최우수상을 수상한 ‘지구인’ 팀

♠ 우수상 서울시립대·성신여대·한양대 고려대 연합 ‘와이브릿지’ 팀

“발전소에서 버려지는 에너지 식물공장에서 다시 씁시다” ‘식물공장’이란 말을 들어본 적이 없는 사람에겐 ‘와이브릿지’(Youth Bridge) 팀의 주장이 생소하게 느껴질 것이다. 식물공장이란 비닐하우스나 온실을 훨 씬 더 큰 규모로 집약적이고 자동화된 방식으로 구현해 마치 공장처럼 우리에게 필요한 (식용) 작 물들을 길러 내는 시설 을 말한다. IPCC(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는 “기후변화 적응 노력이 없으면 2030 년부터 식량 생산이 50%까지 감소할 수 있다” 는 충격적인 보고서를 냈는데, 기후와 상관없이 안정적으로 식물을 생산할 수 있는 식물공장이 이 에 대한 대비책으로 주목받 기 시작했다. 하지만 현

재의 식물공장은 기존의 시설 재배나 노 지 재배에 비해 에너지 사용량이 너무 많아 온실가스 저감 측면에서 약점이 크 다는 점을 지적 받아왔다. 와이브릿지 팀은 이 점에 주목해 발전 소에서 버려지는 막대한 양의 잉여 에 너지(온배수와 배기가스 등)를 식물공 장에 들어가는 에너지로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연간 우리나라의 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온배수(발전기 냉각에 쓰인 뒤 수온이 상승된 형태로 방출되는 배 출수)를 에너지로 환산하면 전국 시설 농업에 필요한 난방에너지의 30배에 달 하니, 이렇게 버려지는 에너지를 식물 공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자 는 뜻이다. 또한 발전소에서 나오는 막 대한 양의 이산화탄소 역시(이산화탄소 를 흡수하며 성장하는) 식물 재배에 활 용해 품질 및 수확량을 증가시킨 사례 가 있는 만큼, 식물공장에서의 활용 가 능성도 검토해볼 만하다는 게 와이브릿 지 팀의 주장이다.

♠ 우수상 경북대·한국외대 연합 ‘대폭완화’ 팀

“의류 속 탄소 배출 우리 실천으로 줄여 보아요” 대표적 섬유산업 지역 인 대구 경북 지역 출신 학 생들로 구성된 ‘대폭완화’(기후 변화로 인한 피해를 대폭 완화하겠다는 뜻) 팀이 제안한 아이디어는 인류의 생 활에 필수적인 ‘의류’와 관련된 것이다. 섬유 제품은 우리 생활에 필수적인 것이 지만, 기능을 상실하는 순간 너무나 쉽 게 폐기되며, 그렇게 버려진 제품들이 끼치는 영향에 대해 생각하는 이가 많 지 않다는 것. 특히 유행 주기가 갈수록 짧아지고 ‘패스트패션’(fast fashion)이 성장하는 등 섬유산업 전반의 변화로 인 해 가정생활폐기물 중 의류폐기물의 비 중도 매년 늘어나고 있어 섬유가 환경에 주는 부담이 적지 않다는 게 대폭완화 팀의 분석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대폭완화 팀은 섬 유업계 차원의 노력과 더불어 개인 차원 에서 친환경 저탄소 섬유제품에 대한 인 식과 이를 사용하려는 노력이 더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계 차원에서는 섬유 제품 제작 과정에서 에너지 효율을 향상 시키고 탄소배출 감축을 위해 정책적· 자생적 노력이 필요하며, 소비자들 역시 현명한 제품 구매를 통해 간접적으로 기 후변화 대응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 다. 누구나 입고 있고, 그래서 가장 눈에 잘 띄는 의류 제품에서 친환경적이고 지 속가능한 방법으로 생산된 제품이 주목 을 받는다면, 궁극적으로 기후변화에 대 한 대응 역시 ‘국민 참여형’이 될 수 있 을 것이라는 게 이 팀의 예상이다.

이미지 출처: 기후변화모래시계(LucAleria (Template:Turning the tide on climate change) [CC-BY-3.0], via Wikimedia Commons), 전기차 아이콘(Electric Car by hunotika)/재활용 아이콘(recycle bin by sagit milshtein), 신용카드 아이콘(Credit Card by Rafael Martins) from The Noun Proj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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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1일

유네스코 데이(UNESCO DAY) / 평화를 위한 ‘세계 관용의 날’(11월 16일)

창조와 혁신 원하면 ‘관용’부터 배우라 설득의 대상이 아닌, ‘있는 그대로 인정 하는 것’이 관용의 마음가짐이란 뜻이 다. 다시 말해 관용을 그저 ‘이해’로만 생각하는 것은 좁은 해석이다. 관용이 란 ‘여유로운 강자’로서 행사하는 관대 함이나 허용의 의미가 아니라 다양성과 이질성을 그 자체로 존중하는 태도와 마음가짐이란 뜻이다.

“관용이란 단어, 알고 계신가요” 라고 물었을 때 아마도 모른다고 답 할 사람은 드물 것이다. 관용의 사전 적 의미는 ‘실수나 잘못을 너그럽게 용서하는 것’. 하지만 사회문화적 차 원에서 관용(tolerance)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단어 그 이상의 뜻을 품고 있다. 세계가 거대한 하나의 마 을(지구촌)이 된 현대 사회에서, 관 용은 단순한 너그러움을 넘어 다른 이의 생각·신념·행동에 대한 이해, 더 나아가 존중으로 그 의미를 확장 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과 유네스 코가 관용을 평화로운 세계를 만들 기 위한 하나의 키워드로 삼고 매년 11월 16일을 ‘세계 관용의 날’로 기 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세계 관용의 날은 제2차 세계대전 종 전 50주년, 유엔 창설 50주년, 유네스코 헌장 채택 50주년을 맞던 1995년 11월 16일 제28차 유네스코 총회에서 시작됐 다. 당시 총회에서 ‘관용의 원칙에 관한 선언’을 채택하고 이 날을 ‘관용의 날’로 정한 것. 1945년 11월 16일 유네스코 창 설준비위원회에서 37개국 대표들이 유 네스코 헌장을 채택한 지 꼭 50년 만의 일이었다. 그 이듬해 UN 총회에서 회 원국 전체가 이 날을 기념일로 지킬 것 을 결정해 ‘세계 관용의 날’이 지구촌에 전파됐다.

창의력의 원천 중 하나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얼마나 ‘관용 적인’ 사회에 살고 있을까. 이 질문과 관련해 몇 해 전의 통계분석 자료가 눈 길을 끈다. 2010년 과학기술정책연구 원(STEPI)에서는 OECD 회원국들을 대상으로 ‘창의성 지수’를 조사했다. 주

“교육이 거둘 수 있는 최고의 성과는 관용이다” 목할 만한 사실은 국가별 창의력의 정 도를 수치화하는 조사의 항목에 ‘관용 지수’가 비중 있게 포함돼 있다는 것. 연구진은 한 나라의 창의력 수준을 평 가하는 데는 재능, 기술과 더불어 ‘관 용’이 아주 중요한 가치를 가진다고 설 명했다. 창의력은 실패에 대한 두려움 이 없는 상황에서 더 크게 꽃을 피우 고, 혁신적인 생각은 ‘다름’에 대한 존 중이 전제되어야 가능하다고 봤기 때 문이다. 조사 결과, 재능과 기술 측면에서 중· 상위권을 기록한 우리나라는 관용 지수 에서 최하위를 기록하며 전체 창의력 지수가 15개국 중 11위에 머물렀다. 다 른 인종과 종교, 사회적 소수자, 외국인 노동자, 이혼 등의 비전통적 가치를 바 라보는 우리의 관용 수준은 거의 대부 분의 세부 항목에서 바닥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창의력 증진을 금과옥조처럼 여기고, ‘창조 경영’ ‘창조 경제’란 말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관용

“해답은 늘 하나가 아니다”

나와 다른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 는 것이 이다지도 힘든 것일까. 멀게는 로 마 제국 시절부터 가까이는 알제리 독립운 동에 이르기까지, 경쟁과 충돌의 역사 속 에서도 몇몇 인물들은 관용의 아름다운 사 례들을 이렇게 남겼다.

“개인이 어떤 길을 걸어가는가가 왜 그리 중요한가?” 관용의 정신이 가장 발현되기 어려운 부 분이 종교와 관련된 분쟁이 아닐까. 자신 의 것과 다른 삶의 가치와 신념에 대해 관 용은커녕 한 치의 양보도 허용할 수 없었 던 종교와 종교의 충돌 현장에서, 관용의

정신을 가장 멋지게 발현한 이는 고대 로 마 제국의 집정관이었던 퀸투스 아우렐리 우스 시마쿠스다. 당시 로마 사회의 주류 자리를 두고 극렬하게 대립했던 기독교도 들과 국교도들 사이에서 시마쿠스는 이렇 게 통렬한 한 마디를 남기며 양측의 싸움 에 종지부를 찍으려 했다. “왜 우리 국교도와 기독교도는 평화롭 고 조화롭게 살 수 없는가? 우리는 같은 별을 바라보며, 같은 행성 위에 있는 동료 여행자들이며, 같은 하늘 아래서 살고 있 다. 각 개인들이 궁극적인 진리를 찾기 위 해 어떤 길을 걸어가는가가 왜 그리 중요 한가? 해답에 이르는 길이 오직 하나이어

- 헬렌 켈러

유행어처럼 쓰이지만, 정작 그 밑바탕 이 되어야 할 관용의 토대는 허약한 셈 이다.

개인적 자비가 아닌 사회적 약속 관용을 설명할 때 가장 많이 등장하 는 말은 프랑스 철학자 볼테르가 썼다 고 전해지는 “나는 당신의 말에 동의하 지 않는다. 하지만 당신이 그런 말을 할 권리를 위해 목숨 걸고 싸우겠다”라는 말이다. 실제로는 이 말을 볼테르가 했 다는 근거는 없는 것으로 드러났지만 (책 제작 과정에서의 인용 오류), 그럼 에도 불구하고 이 말은 관용, 혹은 프 랑스어 그대로도 흔히 쓰이는 ‘똘레랑 스’(tolerance)의 성격을 가장 잘 드러 내 주는 말이기도 하다. 이 인용 글을 곱씹어 보면 관용이 그 저 윗사람으로서 가져야 하는 아량이나 너그러움과는 뉘앙스가 다름을 알 수 있다. 나와 전혀 다른 상대방의 의견을

그래서 인문학자 도정일은 “관대·허 용·자비가 힘의 불평등관계를 내포한 다면, 관용은 힘의 평등관계를 전제한 다”고 말했다. 사람 사이의 관계를 아 름답게 만드는 ‘휴머니즘’으로서의 관 용이 아니라, 사회를 유지시키고 시스 템을 뒷받침해 주는 ‘사회적 가치’로서 의 관용을 설명하는 말이다. 유네스코 와 유엔이 국제 무대에서 이토록 관용 을 호소하는 것도 더 나은 사회를 위한 중요한 가치가 바로 거기에 있다고 믿 기 때문이다.

참을 수 없는 것도 참을 수 있는 사회를 위해 관용을 이야기할 때 종종 등장하는 질문이 있다. “참을 수 없는 것은 참아 야 하는가”라는 모순적인 어법의 질문 이다. 참을 수 있는 것을 참는 것은 어 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참을 수 없는 것을 참을 수 있을 때 비로소 관용의 정 신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진 정으로 관용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먼 저 우리의 문화적 역사적 배경 때문에 스스로 규정하고 있는 ‘한계’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관용의 날을 맞아, 이 날만큼은 같은 민족, 같 은 핏줄, 같은 종교의 틀을 넘어 ‘타인’ 들로 구성되어 있는 전 세계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참을 수 없는 것이 없는 사 회’를 한번 꿈꿔보는 건 어떨까.

야 한다고 말하기에는 존재의 수수께끼가 너무나 크다.” (헨드릭 반 룬, &lt;똘레랑스&gt;)

“그냥 놔 두게. 그도 프랑스야” 20세기 초, 야만적인 제국주의 시대의 끝자락에서 프랑스 사회는 아프리카에서 격렬하게 일어나고 있던 알제리 독립운동 을 두고 찬반으로 나뉘었다. ‘똘레랑스의 나라’답게 이제 그만 알제리를 놓아 주자 는 의견도, 국익을 위해 절대 그럴 수 없다 는 의견도 저마다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이때 프랑스의 위대한 철학자 사르트르 는 알제리 독립을 지지하는 쪽에 서는 걸 로도 모자라, 스스로 알제리 독립자금의 전달책으로까지 나섰다. 프랑스의 대표 지 성으로 꼽히는 그가 프랑스 경찰을 따돌리 고 알제리인들의 무기 구입 자금으로도 쓰 일 수 있는 돈을 손수 전달했다는 것은 말

사르트르

드골

하자면 반역 행위나 다름없었고, 당시 대 통령인 드골은 측근들로부터 사르트르를 법으로 다스려야 한다는 건의를 끊임없이 받았다. 하지만 이에 대해 레지스탕스 출 신이자 강골 군인이었던 드골은 예상 밖으 로 ‘쿨(cool)한’ 한 마디를 이렇게 던졌다 고 한다. “그냥 놔 두게, 그도 프랑스야.” (홍세화, &lt;쎄느강은 좌우를 나누고 한강은 남북을 가른다&gt;)


지구촌 트렌드

2014년 11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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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트렌드 / 디지털 세상의 내 흔적 지우기, ‘잊혀질 권리’

당신의 발자국은 얼마나 남아 있나요?

‘떠나가는 뒷모습’이 아름답고자 하는 건 모든 이의 소박한 소원이다. 좋은 추 억을 되새기고 나쁜 추억은 그만 잊고, 그렇게 남겨진 이들을 위해 내 흔적들을 정리하는 건 경건하고도 의미있는 모두 의 권리다. 하지만 너무 많은 것들이 공 유되고 디지털의 형태로 보존되는 오늘 날엔 이런 당연한 권리를 지키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더 많은 사람들 이 나의 흔적들을 정리할 권리, 즉 잊혀 질 권리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다. 인류는 세상을 떠난 사람들을 어떤 식으로든 기억하고자 노력해 왔다. 무 덤을 만들고 묘비를 세우고 앨범과 편 지를 간직하고 기일마다 사람들이 모여 떠난 이를 기리는 의식을 하며 흔적을 붙잡으려 했다. 한 사람이 그렇게 이 세 상에 남기고 간 흔적은 그의 존재를 증 명해 주고 그가 살았던 삶의 가치를 인 정해 줄 유일한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그런 과정을 통해 사람들은 떠난 이를 용서하고 이해했다. 나쁜 기억들 은 잊어 버리고 훗날 빙긋 웃음 짓게 만 들 좋은 추억들에 대해 서로 공유했다. 한 인생의 마침표는, 그렇게 따뜻한 방 법으로 찍혀지기 마련이었다.

사라지지 않는 잊고픈 것들 하지만 모든 게 디지털화되고 쉽게 공유되는 현대 사회에선 ‘아름다운 뒷 모습’을 남기기가 훨씬 어려워졌다. 내 가 남긴 디지털 발자국들은 옛 연인의 편지처럼 불에 태워버릴 수도, 상자에 고이 담아 땅에 묻어버릴 수도 없기 때 문이다. 들끓는 열정으로 트위터에 휘 갈겨 쓴 십대 시절의 그악스런 육두문 자는 리트윗 몇 번에 수백 개로 복제된 다. 인터넷 쇼핑을 위해 기입한 내 집 주소나 전화번호는 몇 년이 지난 뒤에 도 구글 검색에 걸려든다. 갑자기 죽은 사람이 미처 정리하지 못한 페이스북이

나 이메일 계정 등은, 주인이 미리 다른 이에게 부탁을 해 두지 않는 한 인터넷 공간에서 영원히 살아있게 된다.

디지털 세상에서의 영면 영생을 꿈꾸었던 진시황이라면 이런 방식의 영생을 환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일부’가 본인이 더 이상 원치 않거나 심 지어 죽은 이후에도 남게 된다는 사실 이 부담스럽다. 꼼꼼한 사람이라면 만 약의 경우 자신의 계정을 삭제할 수 있 는 정보를 지인에게 남겨놓을 수도 있 겠지만 그 자체도 자신의 프라이버시 (아이디와 비밀번호 등)를 남의 손에 맡 기는 행위이니 불안한 건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자신의 의지와 관계 없이 디 지털 공간에 남게 되는 나의 흔적을 빠 짐없이 정리한다는 건 대단한 노력과 시간이 드는 일이다. 자신이 회원으로 가입한 인터넷 사이트 모두를 기억하거 나 기록해 놓은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 래서 발 빠른 업체들은 ‘디지털 장례식 서비스’를 내놓고 개인의 잊혀질 권리 를 ‘구입’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해외뿐 아니라 국내에도 그런 서비스가 있다. 몇 십만~몇 백만 원의 돈을 받고 회원 탈퇴와 가입기록 삭제, SNS 등에 남겼던 글을 지워 사이버 세상에서의 안식을 되찾아 준다고 한다.

잊혀질 권리를 돌려달라 한편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잊 혀질 권리를 되찾기 위한 움직임도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다. 발달하는 검색 엔진의 성능과 빈번히 뚫리는 개 인 정보 보안체계로 인해 필요 이상으 로 공유되는 자신의 흔적을 삭제할 권 리를 법적, 제도적으로 보장받겠다는 움직임이다. 여기에는 지난 5월 13일 유 럽사법재판소(ECJ)에서 내려진 “검색

결과를 보여주는 페이지에서 시효가 지 나고 부적절한 개인정보의 링크를 삭제 토록 요구할 권리를 사용자들이 갖고 있 다”라는 역사적인 판결이 큰 몫을 했다. 이 재판은 1999년에 스페인 변호사인 마리오 코스테하가 구글 및 신문사에 소송을 제기하며 시작됐다. 그는 “내 이 름을 검색했을 때 나의 지난 빚 문제와 재산 강제 매각 내용이 나오는 걸 원치 않는다”며 해당 정보 삭제를 요청했지 만 구글과 신문사는 “내용 모두가 사실 에 근거한 것이므로 응할 이유가 없다” 며 거부했다. 단순히 개인과 기업 간의 다툼을 넘어 ‘알리고 싶지 않은 개인적 권리’와 ‘사회적으로 공유되는 알 권리’ 가 첨예하게 대립한 이 안건에 대해 스 페인 법원은 ECJ에 판단을 구했고, 여 기서 개인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이 나 왔다. 이는 잊혀질 권리를 인정한 첫 사 례로서 역사에 길이 남게 됐다. 이 판결 이후 구글은 검색 결과 삭제 요청을 받 기 시작했고, 4개월간 14만 건이 접수돼 사람들의 높은 관심을 증명했다.

사회적 합의 필요한 양날의 검 유럽사법재판소의 판결 과정에서도 볼 수 있듯 ‘잊혀질 권리’는 사안에 따 라 헌법의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인 알 권리와 상충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 다. 개인적 차원에서의 잊혀질 권리는 물론 중요하지만, 이 과정에서 잊혀지 면 안 되는 것들도 삭제될 가능성이 있 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권력

자 또는 힘을 가진 단체가 자신들의 부 끄러운 과거를 잊혀질 권리라는 이름하 에 삭제하는 ‘인터넷 정보 세탁’을 우려 하기도 한다. 돈이 많고 힘이 셀수록 이 러한 권리를 행사하는 힘도 더 강해질 것이라는 건 굳이 말할 필요도 없다. 프 라이버시 보호와 알 권리, 이 둘 사이에 서 최선의 균형점을 찾아가려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나의 디지털 발자국, 이렇게 관리하세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처럼 개인의 사생활 을 스스로 노출하는 수단이 많아지면서 인 터넷의 검색 결과는 점점 더 많은 정보를 담고 있고, 이는 개인 신상털이나 보이스피 싱 등의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한다. 따라서 자신의 디지털 발자국을 관리하기 위해 경 찰청 블로그(polinlove.tistory.com/3667) 에서는 이런 방법들을 추천한다.

1) 구글 검색 결과 삭제 요청하기 자신의 개인 신상이 구글 검색 결과 에 나온다면, 해당 링크를 복사하여 다 음 경로(https://www.google.com/ webmasters/tools/removals?hl=ko)를 통해 검색 결과 삭제를 요청할 수 있다.

2) 포털사이트마다 다른 ID 이용하기 각각의 ID들을 전부 기억해야 하는 불 편함을 감수해야 하겠지만, 네이버나 다음 등 주요 사이트에서 서로 다른 ID를 사용 하는 것이 정보 누출 방지에 도움이 된다.

3) 페이스북 공개설정 수정하기 페이스북의 자신의 계정에서 기본 정보 들의 공개 범위를 설정할 수 있다. 자신이 감내할 수 있는 정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개인적인 글들은 ‘친구에게만 공개’로, 전화번호나 이메일 정보는 ‘나만 보기’로 설정하면 된다.

건강 365 / 먹으면서 뱃살 빼는 슈퍼푸드 가을이 되면 말도 사람도 살과의 전쟁을 피할 수 없다. 날씨가 추워질수록 바깥 활 동이 줄어들어 뱃살 걱정은 더욱 커진다. 때를 맞춰 미국의 여성지 &lt;굿 하우스키핑&gt; 에서는 뱃살 빼는 데 도움이 되는 슈퍼푸드 를 소개했다. ◆ 오트밀 - 오트밀은 귀리를 가마에 구 워 압착한 것으로, 서양 사람들에겐 누룽

CC-BY-SA 3.0/Mullookkaaran

지만큼이나 감정적으로 ‘구수한’ 느낌을 주

만들어주는 아미노산이 풍부하다. 과일과

는 음식이다. 오트밀에는 영양소가 풍부하

요구르트, 저지방 우유가 포함된 스무디에

지만 칼로리는 매우 낮으며, 섬유질이 많아

두 티스푼 정도 섞어 마시면 뱃살을 빼는

자연스레 다이어트 효과를 볼 수 있다. 단,

데 효과적이다. 하지만 초콜릿 쉐이크 등에

설탕이 포함된 오트밀은 피해야 한다.

첨가된 단백질 파우더는 건강식과는 거리

◆ 아몬드 등 견과류 - 항산화, 항노화 효

가 멀다는 것을 꼭 기억할 것.

과가 뛰어난 아몬드는 단백질과 불포화지

◆ 올리브 오일 - 불포화지방이 많은 올리

망산 등이 풍부해 포만감을 지속시키고 몸

브나 카놀라 오일은 몸에 나쁜 지방이 적은

에 에너지를 공급한다. 미국 퍼듀 대학 연

데다 포만감 유지에 좋다. 공복에 올리브 오

구팀에 따르면 매일 한 줌(24알)의 아몬드

일 한 숟가락을 먹으면 식사량 조절에 도움

를 먹으면 칼로리 걱정 없이 포만감을 유지

이 되며, 식욕 억제 기능과 함께 콜레스테롤

해 자연스럽게 뱃살을 뺄 수 있다고 한다.

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

◆ 단백질 파우더 - 지방을 태우고 근육을

건강포털 코메디닷컴(www.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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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토픽

2014년 11월 1일

유네스코 토픽 / 말랄라 유사프자이 &amp; 카일라쉬 사티야티

교육, 노벨 평화상을 품다 올해 노벨 평화상은 17세 소녀 말 랄라 유사프자이와 60세의 카일라쉬 사티야티가 공동 수상했다. 역대 최 연소 노벨상 수상자가 탄생했다는 화 젯거리 외에, 두 사람의 이번 평화상 수상은 노벨위원회가 ‘교육의 가치’ 에 평화상을 수여했다는 의미도 갖는 다. ‘교육이 정말 세상을 바꿀 수 있 을까, 책과 펜이 총과 칼을 이길 수 있을까’ 하는 의문에 대한, 이 세상의 확신에 찬 대답이란 뜻이다. 지난달 10일(현지시각), 노르웨이 의 노벨위원회에서 올해 노벨 평화상 이 발표되는 순간 가장 큰 환호에 휩 싸인 곳은 어쩌면 말랄라 유사프자이

의 조국인 파키스탄이나 카일라시 사 티야티의 조국인 인도가 아니라, 유 네스코 본부가 있는 프랑스 파리였을 지도 모른다. 기본 인권으로서의 교 육권을 고취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해 온 두 사람의 활 동에 그간 유네스코도 적극적으로 협 력을 해왔기 때문이다. 이리나 보코 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이와 관련해 “두 명의 열정적인 교육의 수호자들 이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는 사실은 평화롭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세상에 알리는 메시지”라며 두 사람의 수상을 환영했다.

“우리는 총 앞에서 책과 펜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역대 최연소 노벨상 수상자로서 세계 적인 관심의 중심에 선 말랄라 유사프 자이는, 여성은 세속적 교육을 받아선 안 된다는 ‘몽매주의’(蒙昧主義)를 내 세운 탈레반에 맞서 모든 아이와 여성 들의 근대적 교육을 받을 권리를 위해 싸워 온 소녀 운동가다. 책과 학교를 불 태우고 교육을 받으려는 여성에 대한 폭력을 서슴치 않았던 탈레반 치하에서 그녀는 블로그를 통해 ‘여성도 학교에 갈 수 있게 해 달라’는 운동을 펼쳤다. 하지만 2012년에 탈레반 무장단체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주장했을 뿐인 15세 소녀의 머리에 가혹한 총탄을 퍼 부었다. 목과 머리 등에 심각한 총상을 입은 그녀는 며칠간의 혼수상태와 대수 술을 거쳐 기적적으로 살아났고, 이후 영국 버밍엄에 거주하며 더욱 본격적으 로 인권 운동에 힘을 쏟았다. 유네스코 와 파키스탄 정부 역시 이런 노력을 기 리기 위해 그녀의 이름을 딴 재정 지원 프로그램을 설립하기도 했다. 가혹한 폭력에 굴하지 않은 그녀의 용기와 호소는 어린 소녀들에게 가해지 는 착취와 폭력에 대한 대한 세계적인 관심을 더 크게 불러 일으키는 촉매가 됐다. 위협 앞에 당당한 말랄라의 한 마 디 한 마디에는 세상 그 어떤 캠페인보 다 강한 울림이 있었고, 세계로 퍼져 나 가는 힘이 있었다. 지난 7월 유엔 본부 에서 그녀가 한 연설은 그 대표적인 예 중 하나다. “탈레반은 저의 왼쪽 이마에 총을 쐈 습니다. 총으로 우리를 침묵시킬 수 있 다고 생각했지만 그들은 실패했습니다. 저는 오히려 나약함과 두려움, 절망을 버리고 새로운 힘과 용기를 얻었습니 다. (중략) 저는 세상 모든 아이들의 교 육 받을 권리에 대해 말하기 위해 이 자

© World Bank Photo Collection

리에 섰습니다. 저는 탈레반과 모든 테 러리스트들의 아들딸들도 교육을 받기 를 원합니다. (중략) 우리는 총 앞에서 책과 펜의 중요성을 깨달았습니다. 펜 은 칼보다 강합니다. 극단주의자들은 책과 펜을 두려워하고, 교육이 그들을 겁먹게 합니다.” 그녀는 여전히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다. 고향인 파키스탄에서조차 그녀 의 행동을 “서구적 가치를 이슬람 국가 에 주입하려는 사악한 시도”라며 비난 하는 청년들이 많다. 하지만 말로써 폭 력을 종식시키고 글로써 세상을 바꾸 기 위한 그녀의 노력은 지금 이 순간에 도 한 발짝씩 그 성과를 넓혀가고 있다. 여성의 운전이 금지된 사우디아라비아 에서는 ‘Women2Drive’라는 불복종 운 동이 전개되고 있고, 올림픽에선 히잡 을 쓴 채로나마 경기장에 서는 선수들 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리고 노벨 평 화상 수상자가 발표된 날, 그녀의 입에 서는 “끝이 아닌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더욱 열심히 내 일을 하겠다”는 너무나 그녀다운 소감이 흘러 나왔다.

“아이들이 지내야 할 곳은 공장이 아닌 학교다” 공동 수상자의 다른 한 명인 카일라 시 사티야티는 파키스탄과 앙숙인 나라 인도에서 아동 노동 근절 및 교육을 위 해 힘써온 운동가다. 그는 1983년에 ‘바 차판 바차오 안돌란’(Bachpan Bachao Andolan, 어린 시절 살리기 운동)을 시 작했고, 아동 노동을 금지하는 카펫 상 표 단체인 러그마크(Rugmark)를 설립 했다. 트레이드마크(Trademark)가 기 업의 상표권과 이익을 보장하는 것에 착 안, 아동을 착취하지 않고 만들어지는 고급 카펫(러그)에만 붙여주는 이 인증 마크 운동을 통해 그는 아동 인권 향상, 나아가 공정거래와 공정무역 확산에까 지 큰 영향을 미쳤다. 기업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워하는 것 이 ‘매출 감소’라면, 그런 기업을 변화시 키는 힘 역시 소비자들에게서 나올 수 있을 거라는 그의 판단은 정확했다. 그 렇게 사회적 낙인 효과를 통해 소비자들 의 행동이 기업의 행동을 바꾸도록 한 윤리적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 것은 그 자체로 일종의 혁신이라 평가받는다. 그 의 운동은 실질적으로 남아시아 지역의 아동 노동을 70%나 감소시켰으며 백만 명 이상의 노동자들을 속박으로부터 해 방시켰다. 착취당하는 아이들을 노동으로부터 해방시킨 뒤에 그가 찾은 곳은 다름아닌 학교다. 그는 아동 구호 운동을 보편적

CC-BY-4.0/Leandro Uchoas

인 교육을 달성하기 위한 노력과 연관시 키면서 8만 명 이상의 어린이들을 노예 상태에서 해방시키고 교육을 통해 성공 적으로 사회에 재통합시켰다. 어린 시절 학교 대신 일터로 내몰리는 또래 친구 들을 보며 충격을 받았다는 그는 “아이 들이 지내야 할 곳은 공장이 아닌 학교” 라고 주장하며 대대적인 캠페인을 펼쳐 ‘교육 받을 권리’를 인도의 헌법 조항에 포함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 결과 로 2009년에는 인도에서 아동들의 무상 의무 교육이 시작됐다. 그는 또한 유네스코 글로벌 교육 파트 너십 이사회의 일원으로서 지속적인 역 할을 맡아 오고 있다. 아이들을 배고픔 과 착취와 학대로부터 구해내는 것으로 만 끝나지 않고, 지속적인 교육을 통해 사회의 일원으로서 새 시대의 희망을 그 려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것. 아무나 생각 할 수 없고 결코 실행하기 쉽지 않았을 그의 신념이야말로 이번 노벨 평화상이 기억하고 퍼트리고자 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가 아닐까.

DMZ 다시보기 ⑧ / 분단, 재일한국인도 피해갈 수 없는 비극 도라전망대에 오르던 날, 오락가락 하는 비 때문에 하늘은 잔뜩 흐렸다. 사위가 온전히 시야에 들어올 수 있 을까. 오르기 전부터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그것이 기우였다는 것은 전망 대에 오르자마자 알 수 있었다. 거짓 말처럼 시야가 탁 트여 건너편 북한 땅이 또렷했기 때문이다. DMZ 안에 위치한 도라전망대는 남 한에서 북한을 가장 가까이 볼 수 있 는 장소다. 송악산, 기정마을, 선전용 깃발, 김일성 동상. 카메라로 보이는 북한의 산하가 낯설었다. 시선이 닿는 곳에는 개성도 있었다. 그곳에 있는 개성공단으로 가려면 오던 길에 들른 도라산역 남북출입국관리소를 통과하 면 된다. 여기서 북한은 그렇게 가깝 다. 아니, 우리 마음으로부터도 북한은 생각보다 먼 곳은 아닌지도 모른다. 몇 걸음 떨어진 곳에 제3회 유네스 코 동아시아 청년역사대회 국제포럼 에 참가하기 위해 방한한 재일한국인 대학생이 북녘 땅을 바라보고 있었

다. 전망대에 오기 전 그녀가 했던 말 이 떠올랐다. “어렸을 때부터 일본에 서 크고 작은 차별을 경험하면서 자 랐어요. 그럴 때마다 조국이 떠올랐 습니다. 든든한 조국이 있으면 좋겠 다 싶었지요. 하지만 조국마저 둘로 갈라져 있어요. 양쪽 모두 우리 재일 한국인에게는 관심을 둘 겨를이 없는 것 같습니다.” 얘기를 끝낸 뒤 붉어진 그녀의 눈시울도 기억났다. 분단의 고통은 그렇게 스무 살 남짓한 재일 한국인 여성에게까지 현실적인 고통 을 주고 있었다. 그 기막힌 비극을 누 구도 피해나갈 수 없다고 다짐받기라 도 할 것처럼 말이다. 다시 또렷하게 보이는 북한 땅에 시선을 겨눴다. 문득, “그 많던 싱아 는 어디 갔을까” 하며, 개성 인근에서 의 어린 시절을 추억하던 고 박완서 작가의 속삭임이 떠올랐다. 그는 하 늘에서나마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았을 까. 오락가락하던 비 속에서 그것이 신종범 과학팀 궁금했다.


흥미로운 과학이야기

2014년 11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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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혁명’ 일군 청색 LED

더 많은 이들 위해 빛나기에 더 아름다운 빛 빛의 응용이 시작됐다. 발광다이오드(LED) 기 술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 운 조명 세계를 연출하고 있다. 거리의 가로등부터 슈퍼마켓 냉동고와 백화점 매장의 조명등까지 램 프가 녹색 바람에 맞춰 변신 중이다. 20세기가 백 열등 시대였다면 21세기는 LED 시대. 노벨상위원 회는 램프 혁명을 가져온 청색 LED를 개발한 과 학자들에게 올해의 노벨 물리학상을 선물했다. 올해 노벨과학상 최고 화제는 단연 청색 LED 개발 이다. 수상자가 일본인 출신 세 명(아카사키 이사무· 아마노 히로시·나카무라 슈지)의 과학자라는 것도 흥 미롭지만, 기초과학 분야가 아닌 실용기술 분야에서 노벨상이 나온 점도 이례적이다. 이들이 개발한 청색 LED의 파급력이 그만큼 대단했다는 얘기다. 조명은 열로 에너지를 뺏기지 않으면서도 밝은 빛을 내는 쪽으로 진화해 왔다. 세대별로 조명을 나누면 횃 불, 백열전구, 형광등, LED 순이다. LED가 현재 그 정점에 있는 만큼, 조명의 ‘세대교체’를 이끌었다는 점 이 이번 물리학상의 결과인 셈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리 대단하기에 전구 같은 단순한 청색 LED에 수상 의 영예를 안겨준 것일까.

에너지 효율-친환경성 높아 LED(Lighting Emitting Diode)는 전류를 흘리면 특정한 파장의 빛을 내는 반도체 소자를 말한다. 즉, 전기 에너지를 빛 에너지로 변환해 주는 소자다. ‘+’와 ‘-’의 전기적 성질을 가진 두 화합물(갈륨비소 또는 질 화갈륨)이 접합해 전기가 흐르면 전자가 에너지 레벨 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이동하며 빛을 만든다. LED의 최대 장점은 전기를 덜 먹는 에너지 효율이 다. 백열등의 경우 전기 에너지의 5%만 빛으로 전환하 고 나머지 95%는 열이나 적외선으로 방출된다. 형광 등은 70%를 열에너지로 낭비해 전력 소모가 심하다. 하지만 LED의 경우 전기 에너지의 90%를 빛 에너지 로 변환하는 것이 가능하다. 수명도 길어 백열등의 경 우 최대 4000시간을 버티는 반면 LED 조명은 적어도 5만 시간 동안 사용할 수 있다. 또한 LED는 친환경적이다. 형광등과 같은 수은등 (50lm/W)이나 나트륨등(90lm/W)처럼 환경오염 물 질인 수은이나 납을 함유하지 않는다. 가로등에 많이 사용되는 250W 나트륨등의 경우, 12시간 동안 켰을 때 소모되는 전력 1㎾당 이산화탄소가 420g 나온다. 이런 가로등 1만 기를 140W의 LED 조명으로 교체한다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연간 2200톤 줄일 수 있다. 이는 자동차 1100대를 운행하지 않거나 나무 11만 5000그루 를 심는 일과 같은 효과다. LED는 오늘날 우리 생활 깊숙이 녹아 있다. 컴퓨터 하드디스크의 불빛이나 도심의 빌딩 위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 스마트폰의 반짝이는 불빛 등 광원이 필요한 모든 곳에서 빛을 만들어낼 때 사용한다. 가전뿐만 아 니라 가로등, 신호등 같은 공공 조명까지 LED로 갈아 타고 있다. 중국은 120㎞에 이르는 총킹(重慶)의 도로 조명을 140W의 LED 조명으로 교체해 이산화탄소 1만 6965 톤을 줄였다. 국내에서도 안양시가 10차선인 1번 국도 에 가로등으로 LED조명을 설치해 전기료를 40% 줄

LED Throwies chaos CC-BY-SA-2.5 via Wikimedia Commons

였고, 과천시는 250W 나트륨등 106기를 교체해 연간 5000만㎾h를 절감하고 있다.

색 만드는 첨단 소자 개발 LED는 어떤 화합물 반도체를 쓰느냐에 따라 다양 한 색의 빛을 연출한다. 원소에 따라 방출되는 에너지 의 양이 달라지는데, 이러한 에너지 양의 차이에 의해 빛의 파장의 길이가 결정되고 그에 따라 다른 색을 낼 수 있게 된다. 이를테면 갈륨비소(GaAs)를 재료로 하면 적색, 갈륨인(GaP)은 녹색, 질화갈륨(GaN)을 재료로 하면 청색 빛을 낸다. LED는 적색-녹색-청색 순으로 개발되었다. 이는 파장이 짧을수록 빛을 만들어내는 화합물 반도체의 개 발이 어렵기 때문이다. 적색 LED는 1964년 미국에서 처음 개발되었고, 5년 후 녹색 LED가 선을 보였다. 하 지만 파장이 짧은 파란색 빛은 1990년대 초반까지 난공 불락으로 남았다. 질화갈륨을 이용하면 청색 빛을 얻 을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지만, 실제로 쓰일 만큼의 효율을 얻지 못했다. 청색 LED를 반드시 개발해야 했던 이유는 형광등 처럼 백색광을 만들어야만 조명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빛의 3원색인 빨강(R)과 초록(G), 파랑(B) 을 혼합하면 백색이 된다. 따라서 청색 LED가 없으면 백색광을 만들지 못한다. 그 ‘마지막 퍼즐’을 이번 노 벨 물리학상 수상자들이 찾아낸 셈이다. 질화갈륨은 적색 LED로 양산하고 있는 갈륨비소에 비해 원자를 증착하는 것이 1만 배나 어렵다. 적색과 녹색에 비해 개발이 30년이나 늦어진 이유다. 질화갈 륨은 갈륨(Ga)과 암모니아(NH3)를 섭씨 1100도에서 반응시켜 얻는 무색 결정 형태이다. 청색 LED를 구현 하기 위해선 좋은 품질의 질화갈륨 결정을 크게 만들 어야 했다. 그러나 당시 기술로는 불가능해 과학자나 기술자, 기업 등은 청색 LED 개발이 20세기 안에는 불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던 중 1989년, 아카사키와 아마노 교수가 저 온의 실험에서 마그네슘(Mg)을 주입해 최초로 청색 LED에 필수적인 고품질의 질화갈륨 결정을 생성해 냈다. 나카무라 교수 역시 청색 LED를 위한 질화갈륨 결정 연구에 온 힘을 쏟고 있었는데, 1991년 자체 개발 한 기술(유기금속화학증착기술)을 통해 질화갈륨을 이용한 청색 LED의 대량 생산의 길을 열었다. 이들 과학자들 덕분에 본격적인 LED 시대가 열렸다고 해 도 과언이 아니다.

청색 LED의 개발은 조명뿐 아니라 총천연색의 구 현이 가능한 빛의 혁명을 이뤄냈다. 화려하고 유혹적 인 형형색색의 빛을 연출해 내는 청색 LED는 이미 조 명의 선봉장으로 우뚝 서 있다. 그러나 이처럼 아름다 운 빛의 향연 때문에 청색 LED에 찬사가 쏟아지는 것 은 아니다. 더 많은 이들이 보다 손쉽게 빛을 얻고, 그 빛을 다양하게 활용할 길을 열어줬기 때문이다. 노벨 상위원회 역시 청색 LED 자체보다는, 낮은 전력으로 도 밝게 빛나는 백색 LED의 탄생을 가능케 함으로써 아프리카 등지의 많은 사람들에게 ‘빛의 혜택’을 제공 한 점을 높이 샀다. 얼마나 멋있게 반짝이는가보다는 얼마나 많은 이를 위해 빛나는가가 중요한 셈이다.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VIEWPOINT LED 다양한 쓰임새, 살균부터 피부병 치료까지 OK 빛을 내는 반도체인 LED는 빛의 파장과 세기를 조절 하기 쉽다. LED TV는 이런 장점을 이용한 제품이다. 또 LED는 반도체여서 크기가 작고 가벼울 뿐 아니라 충격 에 강하다. 벽걸이TV 시대를 여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빛의 파장과 세기를 조절할 수 있는 LED의 장점은 최 근 피부과에서 피부 치료에도 활용되고 있다. 적색 LED 빛은 세포를 자극해 피부를 이루는 단백질인 ‘콜라겐’과 ‘엘라스틴’의 생성을 촉진한다. 이는 노화를 막는 기능이 다. 파장이 짧은 청색 LED 빛은 살균성이 강해 세포와 병균을 공격하기 때문에 여드름이나 지루성피부염 치료 에 쓰인다. 청색 LED 빛은 물도 살균해 준다. 이런 기능은 깨끗 한 물을 접하기 힘든 개발도상국에 엄청나게 유용하다. 뿐만 아니다. 우리가 식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컵 소독 용 상자 안의 청색 불빛도 바로 청색 LED 빛이다. 이처 럼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무드를 만들어내는 LED는 기초 물리학과 기술 분야 성과들이 오랜 기간 축척돼 탄 생한 산물이다.

출처 : 노벨상위원회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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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

2014년 11월 1일

한국의 서원 ④

우리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길, 도산서원

In Search of Our Identity: Dosan Seowon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올라 있는 ‘한국의 서원’은 향후 세 계유산 등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 우리의 귀중한 유산입니 다. 세계인과 가치를 공유하는 차원 에서 서원 탐방 기사를 영문과 한 글 요약본으로 연재합니다. ‘유네스 코한국위원회(한위) 청소년 글로벌 홍보단’으로 활동하는 천안 북일고 국제과 학생들이 답사 및 기사 작 성을 담당하며, 한위 블로그(blog. unesco.or.kr)에 한글 번역 기사가 함께 실립니다. We often recognize the Confucian concepts as guidelines for our lives; from filial piety to altruism, the thought of Confucianism shapes who we are. In the southern part of Gyeongbuk Province, the corner of the city Andong, harbors the key to our identity, the Dosan Seowon. Dosan Seowon is one of the most important seowons in Korea. A total of ten buildings are placed for the young scholars including a shrine for their great teacher, a man of incomparable learning of Joseon Dynasty. Three of them, namely, are Dosan Seodang, or the teacher’s residence and lecture area, Nongunjeongsa, the dormitary, and Yeokrakseojae, the study, were built by the moderate ideal of the teacher himself from 1557. The last of these buildings were established in respect to their great teacher after his death. The great teacher of Dosan Seowon was none other than Toegye Yi Hwang (15011570), the father of Korean Confucianism. Yi Hwang, also the figure on the 1000 Korean won bill, was highly influential. He served over the reign of four kings from Yeonsangun to Seonjo during the Joseon

Dynasty and was recognized as one of the greatest minds of the kingdom. He illuminated his vast intellect with his deep teachings, those of which often peered into the forces of foundation of the universe. This thought became the fundamental thought of the kingdom as king after king governed through these basic rudiments. However, Toegye proved himself immortal through hs life, not by his books. The philosopher lived by his ideals. Not only did he avoid corruption and political squabbles, but he also expanded upon his life and tried to teach his propriety. He was pragmatic and lived life like that of any other human. Dosan Seodang is the embodiment of this ideal. Once you step from the parking lot onto the trail, you can feel isolation from

the hectic modern urban life that consumes us today. The steady flowing Nakdong river and the rocks of Cheongryang Mountain truly propels one into the peaceful past. Celebrity scandals and petty concerns escape your mind. This is the exact feeling that Toegye Lee Hwang successfully conveyed into his disciples centuries ago. His name itself portrays that ideal. Toegye means “Returning to Creek”, meaning returning from the turbulent, immense ocean to the roots of it all: a creek.

Humble in the Pursuit of Learning The hall of Dosan starts with Hamabi, a standing stone that indicates the point where one should dismount from one’s

horse, with this action implying respect and humility towards learning. Even the king of Joseon was required to dismount in order to enter Dosan Seowon because in front of knowledge, all must be humble. Further down the road a bench gives a stunning view across the river of a hill with a small house named Sisadan on top of it. To think that this view is no different then it was during the 1500’s is astounding. Humbled by nature, the road continues into Dosan. Dosan is nothing like Oxford or Cambridge. It is not supposed to be. While these medieval schools produce awe and pride for the achievements of mankind, Dosan teaches a different lesson: humbleness. Instead of the broad halls of an auditorium, he taught his students on the floor of his porch named Amseoheon. Every night, he would open the side door of his miniscule room named Wallakjae that provides just enough space for one to lie down and look into the stars. Unlike Galileo and Newton, he did not try to find how these stars shined. Instead, he tried to find the grand relationship between himself and the rest of the universe. The number of buildings can be counted within two hands. The area of the Seowon is small; a middle class man could purchase the same amount of land. An ignorant tourist could scoff at this invaluable treasure. Yet we must understand that the majesty of the Dosan does not lie with muscle flexing or boastfulness. Rather it lies with the deep meaning his keeps for all that enter. Dosan Seowon is invaluable because it is the embodiment of thoughts that tried to search for the ultimate answer to life. Dosan Seowon is invaluable because this valiant search is too well forgotten in our obsession with science. Dosan Seowon is invaluable because it is who Koreans truly are. Andrew Junghoon Kim, Bugil Academy GLP

한글 요약본 종종 우리는 유교적 개념이 우리의 삶에

1570)이다. 천원권 지폐의 인물이기도 한

르는 길에 발을 들여놓으면 오늘날 우리 자

은 이와는 다른 교훈을 주고 있다. 바로 겸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고 느끼곤 한다. 효에

이황은 그 영향력이 대단했다. 그는 연산군

신을 소비하는 현대의 복잡한 도시의 삶에

손이다. 강당의 드넓은 공간이 아니라 암서

서부터 남을 배려하는 이타주의에 이르기 까지 유교적 사상은 우리 존재의 모습을 이 루는 바탕이 되고 있다. 경상북도의 남쪽, 안동시의 한 구석에 이러한 우리 정체성의

부터 선조에 이르는 조선 왕조 네 명의 왕 을 모셨고, 조선의 가장 위대한 인물 중 한 사람으로 여겨졌다. 퇴계는 천지만물의 근 간이 되는 원리를 통찰하는 깊은 가르침으

서 벗어난 느낌이 든다. 유유히 흐르는 낙 동강과 청량산의 바위들은 참으로 우리를 평화로운 과거로 이끈다. 세상사의 소란들 이나 일상의 사소한 고민들도 마음속에서

헌(巖栖軒)이라는 이름의 작은 마루에서 퇴 계는 제자들을 가르쳤다. 매일 밤, 겨우 한 사람이 누울 만한 그의 작디작은 방 완락재 (玩樂齋)의 쪽문을 열고 별을 바라보았으리

열쇠가 있다. 바로 도산서원이다. 이곳에는 ‘조선시대의 걸출한 학자이자

로 자신의 광활한 지성에 빛을 더했다. 이 러한 그의 사상은 조선 성리학의 기초를 만

벗어난다. 수 세기 전 퇴계 이황은 바로 이 러한 마음을 자신의 학문에 성공적으로 이

라. 갈릴레오나 뉴턴과 달리 그는 별이 빛 나는 원리를 묻지는 않았다. 대신 그는 천

위대한 스승’을 모시는 사당을 포함해 모두 10개의 건물이 젊은 학자들을 위해 자리 잡 고 있다. 그중 이 스승의 거처이자 강학 공

들며 조선왕조의 사상적 뿌리가 되었다. 그러나 퇴계는 책을 통해서라기보다, 삶 을 통해서 자신의 영속됨을 입증해 보였다.

어지게 한 것이다. 그의 호 자체도 이러한 이상을 구현한 다. 퇴계(退溪)는 ‘시냇물로 되돌아가다’는

지만물과 인간 사이의 심오한 관계를 찾고 자 했다. 도산서원이 그 가치를 따질 수 없는 것

간인 도산서당(陶山書堂), 기숙사인 농운정 사(隴雲精舍), 그리고 서재인 역락서재(亦

이 철학자는 자신의 이상에 따른 삶을 실제 로 살았던 것이다. 그는 도덕적 부패나 정

뜻으로, 거친 소용돌이의 거대한 바다에서 그 모든 것의 바탕이 되는 곳, 바로 작은 시

은, 이곳이 삶의 궁극적 해답을 추구하고자 했던 곳이라는 점에 있다. 도산서원이 그

樂書齋), 이 세 가지가 스승의 소박한 이상 에 따라 1557년부터 생전에 직접 지어진 건 물들이다. 나머지 건물들은 그의 사후에 위 대한 스승에 대한 존경의 표시로 세워졌다.

치적 권력싸움에서 벗어난 것뿐만 아니라 일생을 통해 예로써 가르침을 주었다. 그는 실용적이었고, 여느 평범한 사람들과 같은 삶을 살고자 했다.

냇물로 돌아간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 이다. 도산서원은 옥스퍼드나 캠브리지와는 다 르다. 또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된다. 중세 때

가치를 따질 수 없는 것은, 이곳이 과학에 집착하여 우리가 너무도 쉽게 잊을 수 있는 것들을 일깨워주는 곳이라는 데 있다. 도산 서원이 그 가치를 따질 수 없는 것은, 이곳

도산서원의 이 위대한 스승은, 다름 아 닌 ‘한국 유학의 아버지’ 퇴계 이황(1501-

도산서당은 이런 그의 이상이 구현된 곳 이다. 주차장에서 바로 나와 도산서원에 이

세워진 이 학교들이 인류의 업적에 경외심 과 자부심을 보이고자 하는 반면, 도산서원

이 우리 한국인이 진정으로 누구인지 보여 주는 곳이라는 데 있다.


문화여행

유네스코와 함께 떠나는 문화여행

2014년 11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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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사당놀이’ 본고장 안성

자유-평등의 꿈, 풍자로 녹여낸 축제 한마당 느릿한 굿거리장단으로 어깨를 들썩이게 하던 풍물 가락은 어느새 자진모리로 넘어가 덩실덩실 난장을 펼친다. 곡예에 가까운 상모돌리기, 줄타 기, 버나(사발돌리기), 무동놀이는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하고, 그들이 주고받는 만담은 폭소를 자 아낸다. 조선시대 후기, 서민들의 작은 축제였던 남사당놀이는 오늘날에도 멋과 흥을 고스란히 전 달해주고 있었다. 경기도 안성은 조선시대 후기에 등장한 남사당패의 후예들이 남아 있는 곳이다. 팔도강산을 떠돌아다니 며 전통 연희를 펼쳤던 그들이 안성에 자리를 잡은 것 은 ‘바우덕이’와 관련이 깊다. 1848년 어느 소작농의 딸로 태어난 바우덕이는 우여곡절 끝에 안성을 기반 으로 하고 있던 남사당패에 맡겨진다. 하지만 뛰어난 기예와 통솔력으로 15세의 어린 나이와 여성이라는 한계를 뛰어넘고 우두머리인 꼭두쇠로 선출된다. 당 시로서는 파격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었다. 전국적으 로 명성을 떨치던 바우덕이의 남사당패는 1865년 경 복궁 중건에 지친 노역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흥선대 원군의 부름을 받기에 이른다. 이때 바우덕이는 정3품 에 해당하는 옥관자를 하사받으며 남사당패의 위상을

한껏 드높였다. 바우덕이 남사당패의 주요 근거지였 던 안성이 오늘날 남사당놀이의 메카가 된 연유다.

삶의 애환 담긴 소통의 무대 안성시에 자리한 안성남사당공연장은 주말이면 사람 들로 붐빈다. 바우덕이 남사당패의 역사를 면면히 이어 오고 있는 남사당놀이 상설공연이 열리기 때문이다. 공 연장은 여느 무대와는 달리 동그란 모양을 하고 있다. 옛날 옛적 남사당패를 가운데 두고 둥그렇게 사람들이 모여들었던 장터 분위기를 그대로 살린 것이다. 첫 번째 등장인물은 상여꾼. 구슬픈 곡소리가 울려 퍼지던 공연장은 바우덕이의 탄생과 함께 조금씩 흥 겨움을 더해간다. 마치 체조의 마루운동처럼 재주를 펼치는 땅재주(살판)로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 남사당 놀이는 길쭉한 막대기로 접시를 돌리는 사발돌리기 (버나), 탈을 쓴 이들의 재담이 익살스러운 덧뵈기(탈 놀이), 꽹과리 장구 북 징 태평소 등의 악기들이 신명 나게 어우러지는 풍물(농악) 등으로 쉴 틈 없이 이어 진다. 여기에 인형극의 일종인 꼭두각시놀음(덜미)이 간간이 이야기를 이어가고, 주인공격인 바우덕이의 어름(줄타기)으로 절정으로 치달아간다. 사실 이 공연을 기예만으로 따진다면 그리 놀라운 무대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남사당놀이는 눈이 번쩍 뜨이는 볼거리만으로 이뤄진 연희가 아니다. 둥근 무 대가 상징하듯이 열린 구조를 통해 관객들과 끊임없 이 소통하는 것은 물론, 심지어 관객들을 무대로 직접 끌어들여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물어버린다. 기예 를 보여주는 사이사이에 끼어드는 만담은 현 세태를 반영하고 풍자하며 메시지를 던져주기도 한다.

2009년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남사당놀이의 의미는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놀이 와 연희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뿐만이 아니다. 남사당 패는 서민들과 어우러지며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당대의 중요한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며 약자들의 해방구 역할을 했다. 유네스코가 2009년 남 사당놀이를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선정한 중요한 이 유 가운데 하나도 바로 그것이다. 남사당패가 사회의

부조리를 풍자하고 폭로하며, 사회적 약자들에게 꿈 과 희망을 선물하는 등 평등과 자유의 이상을 보여주 었다는 것이다. 여러 놀이들의 명맥이 끊기기도 하고, 무대가 실내 공연장으로 옮겨가면서 남사당놀이의 예 스런 맛이 다소 떨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열린 구조를 통해 관객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현재를 살아가 고 있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희망을 주는 것 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다. 서동철 여행작가 여행정보 찾아가기 - 대중교통: 고속버스 또는 시외버스를 이용해 안성종합버스터미 널에서 하차. 보개농협 정류장까지 10분 정도 걸어 15-1번 버스를 타고 복평삼거리 정류장에서 내린다. 이후 안성맞춤랜드까지 걸 어서 약 10분 거리다. - 자가용: 평택제천고속도로 남안성IC로 빠져나와 안성맞춤대로를 따라 달리다 보면 가사교차로를 만난다. 여기에서 우회전하여 보 개원삼로를 따라 약 2㎞ 이동하면 안성맞춤랜드다. 주변 볼거리 - 잔잔한 물결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금광호수가 가깝다. 호수를 끼 고 진천 방면으로 달리는 드라이브 코스가 유명하다. 이외에도 천 주교 순교자들이 모셔져 있는 미리내성지를 비롯해 안성맞춤박물 관, 안성맞춤천문과학관, 안성맞춤유기공방 등이 들러볼 만하다. 주변 먹거리 - 안성장이 ‘조선시대 3대 장터’로 꼽혔던 만큼, 장터 음식인 뜨끈한 설렁탕과 국밥이 발달했다. 영동의 ‘안일옥’과 봉산동의 ‘할매설렁 탕’ 등이 유명하다. 안성시가 지정한 ‘안성맞춤쌀밥집’의 푸짐한 한정식도 추천한다. 남사당놀이 상설공연 이용 정보 - 관람 기간: 3월 마지막 주~11월(매주 토·일요일) - 관람 시간: 토요일 15:50~18:00, 일요일 13:50~16:00 - 관람 장소: 안성맞춤랜드 내 안성남사당공연장 - 관람 요금: 성인 5000원, 청소년 2500원, 어린이 1000원, 7세 미만 또는 65세 이상 무료 - 경기도 안성시 보개면 남사당로 198 안성시립남사당바우덕이풍물 단 / 031-678-2518 / www.namsadangnori.or.kr

유용한 어플:스마트투어가이드 스마트폰 사용자라면 한국관광공사에서 개발한 ‘스마트투어가이 드’ 앱으로 더 즐거운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유산 지역 근처에 가면 저절로 오디오 가이드가 재생된다. 구글플레이와 앱스토어에서 ‘스 마트투어가이드’로 검색 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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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문화

2014년 11월 1일

피스 인 무비(Peace in Movie)

&lt;말레피센트&gt;

‘잔혹 동화’가 일깨워 주는 평화의 의미 ‘말레피센트(Maleficent)’는 우리에 게 &lt;잠자는 숲속의 공주&gt;로 알려진 동 화 &lt;Sleeping Beauty&gt;에 등장하는 악 녀의 이름이다.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돼 큰 인기를 끈 이 동화에서 말레피센트 는 막 태어난 공주에게 저주를 내린다. ‘공주가 16세 되는 생일날 물레 바늘에 찔려 영원히 잠들 것’이라고. 같은 이야기를 배경으로 삼았지만 애 니메이션 &lt;잠자는 숲속의 공주&gt;와 영화 &lt;말레피센트&gt;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역대 최고의 악녀로 알려진 ‘말레피센트’의 입장에서 &lt;잠자는 숲속의 공주&gt;를 재구성한 작품 이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 영화도 &lt;방자 전&gt; &lt;마담 뺑덕&gt; 등의 영화를 통해 ‘고전 동화 비틀기’를 시도한 바 있다. 이 두 편의 한국 영화가 고전 동화를 성인용 버전으로 만든 데 반해 &lt;말레피센트&gt;는 어른들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좋아할 만 한 요소를 지니고 있다. 또한 현재 우리 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을 되돌아볼 기 회를 제공해 주기도 한다. 본래 무어 왕국의 요정인 말레피센트 는 어린 시절 무어 왕국에 몰래 온 소년 스테판과 사랑에 빠진다. 성인이 된 말 레피센트는 무어 왕국의 강력한 수호 자가 되고, 무어 왕국을 침략하려는 인 간 왕국의 왕에게 큰 부상을 입힌다. 격 분한 왕은 말레피센트에게 복수를 하

는 이를 사위 삼아 왕의 자리를 물려주 겠다고 선언한다. 이에 스테판은 오랜 만에 말레피센트를 찾아가 달콤한 말로 유혹한 뒤 몰래 날개를 자른 뒤 도망친 다. 결국 스테판은 인간 왕국의 왕이 되 고 날개가 잘린 말레피센트는 요정에서 마녀가 돼 복수를 꿈꾼다. 스테판의 딸 인 오로라 공주에게 ‘16세 되는 생일에 물레에 찔려 영원한 잠에 빠진다’는 저 주를 내린 것이 바로 그 복수였다. 이후 말레피센트는 자신이 저주를 내 린 오로라 공주를 지켜보며 도와주다가 서로 가까워진다. 하지만 결국 운명처 럼 오로라 공주는 16세 되는 생일에 물 레 바늘에 찔리고 영원한 잠에 빠져든

다. 이제 남은 방법은 진정한 사랑의 키 스뿐이다. 하지만 한때 서로 사랑했으 나 원수가 된 스테판 왕과 말레피센트 는 이 세상에 진정한 사랑 따윈 존재하 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 다 른 왕국의 왕자가 투입돼 키스를 시도 하지만 오로라 공주는 깨어나지 않았 다. 진정한 사랑의 키스가 아니었기 때 문이다. 과연 오로라 공주는 영원한 꿈 에서 깨어날 수 있을까. 이 영화는 고전 비틀기를 통해 ‘편견’ 에 대해 얘기한다. 말레피센트를 당연 히 타고난 악녀라고 생각하는 편견에 사로잡힌 우리에게 영화는 그의 숨겨진 속사정을 들려준다. 또 이 영화는 ‘차별’

을 얘기한다. 인간이 사는 인간 왕국과 요정을 비롯한 다양한 생명체들이 사는 무어 왕국은 워낙 다른 존재들인 터라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지 못한 채 서로를 차별하고 급기야 전쟁을 한다. 그렇지만 영화 &lt;말레피센트&gt;가 결국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바로 ‘평화’다. 서 로 앙숙이던 두 왕국은 한 명의 영웅을 통해 결국 하나의 왕국이 된다. 칼과 방 패를 앞세운 영웅이 아닌 편견과 차별 을 뛰어넘어 욕심까지 버린 영웅, 서로 에 대한 믿음과 사랑을 무기로 앞세운 영웅을 통해 진정한 평화가 구현된 것. 전체적으로 이 영화는 너무나 사랑스 럽고 예쁘다.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현란한 CG도 눈길을 끈다. 특히 원작 동화처럼 왕자가 공주에게 진정한 사 랑의 키스를 해서 해피엔딩이 되는 결 말이 아니라 편견과 차별, 욕심 등 인간 세상의 추악한 부분을 사랑으로 치유해 진정한 평화를 그려낸 해피엔딩 결말이 매우 돋보이는 영화다. 제목 말레피센트는 영어로 ‘해로운’ 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과연 두 왕국에 진정 해로운 것은 무엇이었을까. 악녀 라고 알려진 존재였을까. 아니면 편견 과 차별, 그리고 욕심이었을까. 영화는 말레피센트라는 제목을 통해 역설적으 로 우리에게 묻고 있다. 신민섭 영화칼럼니스트

커피의 인문학 / 루왁 커피 ② 코피루왁은 ‘자연에 대한 원초적 그리움’이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야생에서 채집한 ‘코피 루왁’(kopi luwak)과 창살에 가둬 만 든 코피루왁의 맛이 다를 것이라고 생 각하지만, 사람의 관능으로 이를 구별 해 내기란 불가능하다. ‘인도네시아 정 부나 전문단체들이 야생임을 확인해주 는 인증서를 받으면 안심할 수 있지 않 을까’ 하는 기대감도 접어두는 게 좋다. 겉보기엔 근사해 보이지만 수입하는 사 람이 원하면 복사하듯 손쉽게 만들어 주는 것이 현실이다. 10월 현재,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거 래되는 코피루왁의 가격은 생두 1kg에 7만 5000원 선이다. 야생과 사육을 구별 해 값을 알려 달라는 요구에 현지 관계 자는 이렇게 전해왔다. “생두만 보고 야생인지, 사육인지 알 수 없습니다. 채집자들이 야생이라며 갖고 오지만 믿을 수 없지요. 따라서 야 생이든 사육이든 따지지 않고 같은 값 을 쳐주고 있습니다.” 코피루왁이 야생인지 사육인지 명확 히 구별하려면 과학적 실험이 필요하

다. 일본 오사카대학이 얼마 전 “자연 산 코피루왁은 구연산(citric acid)과 말산(malic acid)의 함량이 높고, 이 노시톨과 피로글루탐산의 비율(Ratio of Inositol to Pyroglutamic Acid) 이 높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해 주목을 끌었다. 그동안 진짜 코피루왁의 여부 는 숙련된 전문가나 아로마감별장치 (Aroma-Sniffing devices)를 통한 ‘관능분석’이 전부였다. 그러나 이 방법 은 커피에 들어 있는 1천여 가지의 화 학성분 가운데 극히 일부를 감각적으로 가려내는 것이기 때문에, 당사자들이 결과에 승복하지 않았고 이를 토대로 법적 조치를 내렸다는 사례 역시 찾기 힘들다. 이보다 앞서 서울벤처대학원대 학교의 석사논문 ‘루왁커피와 인도네시 아 커피의 성분 비교’(김이중, 2012년) 는 인도네시아 야생 루왁커피의 성분을 분석해 생두에서 검출되는 특정 성분에 차이가 있음을 지적했다. 이들 일련의 연구는 진짜 코피루왁이 맞는지, 또 자연산인지 사육인지를 구

별하는 하나의 지표가 만들어질 수 있 음을 보여준다. 사향고양이를 가둬놓 고 강제로 커피열매만을 먹이며 ‘야생 의 자유로운 영혼들이 빚어낸 향미’라 고 속이는 파렴치한 상술이 통하지 않 을 날도 머지 않았다. 사향고양이는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인기척이 있으면 아예 모습을 감춘다. 더욱이 야행성이어서 야생의 모습을 본 현지인들도 많지 않다. 잡식성인 루왁 은 이른바 디저트로 잘 익은 커피열매 만을 가려내 먹는다. 따라서 배설되는 커피의 향미는, 루왁이 무엇을 먹었느

냐에 따라 뉘앙스가 달라진다. 코코넛 과 바나나를 먹었다면 코피루왁에도 그 향기가 배어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낳 는다. 루왁을 채집하고 곳이나 시기에 따라 향미의 향연이 달라진다. 사람들이 코피루왁을 찾아 산속을 헤 매는 데에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었다. 루왁이 뱃속에서 커피체리의 과육을 자 연스레 제거해준 덕분에 힘든 가공과정 을 거치지 않아도 되는 편리성이 있었 던 것이다. 그래서 코피루왁에 ‘게으름 의 커피’라는 별명이 붙었다. 스토리까지 정겨운 코피루왁의 멋과 맛이 창살 아래 묶여 사는 루왁에서 나 올 리 없다. 억지로 먹이며 배설하게 해 서 만드는 커피라면 ‘저주의 커피’이다. 코피루왁은 자연의 섭리 속에 이루어 져야 한다. 인간의 손이 닿지 않는 깊고 깊은 야생의 한 구석에서 살포시 열매 맺은 커피를 사향고양이를 통해서나마 맛보고 싶어 하는 ‘자연에 대한 원초적 그리움’이어야 한다. 박영순 경민대 호텔외식조리학과 겸임교수


페이스북 · 영시

2014년 11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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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으로 접속하는 유네스코한위 페이스북 &lt;유네스코 뉴스&gt;가 700호를 맞이했습니다!

유네스코 빌딩 옥상에도 “수확의 계절”이 왔습니다

등 유네스코와 관련된 것들을 찍어서 올려주세

명동 유네스코 회관 옥상에 ‘작은누리’라는

꿋꿋하게 결실을 맺은 이 기특한 농작물처럼,

700호를 맞이하였습니다. 멋진 기념일을 맞

요”라는 미션을 멋지게 해낸 친구들이 많이 있

옥상생태공원이 있다는 것, 알고 계시지요? 10

페친님들께서 올 한 해 동안 간절히 소망하고

이하여 ‘페친’들과 함께 기념 이벤트가 열렸

었습니다. 이벤트에 당첨되신 분들 중 특히나

월 23일에 작은누리에서 고구마, 무, 감자, 당

노력해오신 모든 것들도 좋은 결실을 맺을 수

는데요, “포스팅 공유 후 공유된 게시물에 댓

멋진 세계유산 관련 사진들을 보내주신 분들의

근을 수확했습니다. 빌딩 가득한 명동에서도

있길 기원합니다! 아자아자, 화이팅!!!

글로 여러분 주변의 숫자 ‘700’, ‘유네스코’,

댓글과 사진을 공유합니다!

1963년 창간된 &lt;유네스코 뉴스&gt;가 10월로

‘UNESCO’, ‘유네스코 로고(파르테논 신전)’ · 김나영 낙동강이 S자 모양으로 마을 주변을 휘돌

· 정현주임 제주도 성산일출봉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아가서 붙여진 마을명인 하회마을 ㅡ 2010년 유

세계자연유산이죠!! 정상까지 올라가기는 조금 힘들

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그 곳을 올 설 명절

지만 정말 꼭 한번은 가봐야 하는, 가볼 만한 곳이죠

에 다녀왔어요. 마침 사진이 있어서 올려요^^ 설 날에는 입장료가 무료더라구요~ 한적하고 고즈넉 하고 아이들과 참 좋은 경험을 하고 왔답니다~^^

· 박초원 제 타임라인에 포스팅한 (크로아티아의 세 계자연유산인 플리트 비체 사진을) 공유합니다 ^^ · 한수현 유네스코 뉴스의 700호 발간 축하드리고, (레고로 만든 파르테논 신전 사진으로) 기념이벤트 참여합니다 ^.^ 1000호 발간 때에도 2000호 발

“지구를 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한 번 들어보세요!

간 때에도 함께 축하드릴 수 있길~ 반갑고 기쁜 마 음으로 참여해요~ 또 놀러오겠습니다! (´▽`)

· 임태근 유네스코 뉴스 700호 축하드립니다. 몇 해 전 안동 하회마을에 다녀온 기억이 정말 좋은데요.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죠 ^^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차세대팀은 매년 전국 대학(원)생 25개 팀을 선발해 환경, 평화,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유네스코의 이념들을 실 현해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환경/ 생태 분야의 ‘지구인’ 팀은 “지구를 구하는 사 람들”이라는 의미로 환경 및 생태 분야에서 유 쾌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중앙대학교 학생들 로 구성된 동아리입니다. 텀블러 사용하기, 음 식물 남기지 않기 등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노력에서부터 대학생 및 지역주민들이 직접 태양광 에너지를 체험해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해바라기 프로젝

빈곤 퇴치, “우리”의 힘으로 함께 해요

트”까지! 지구의 환경을 보호하고 기후변화를 완화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와 캠페인을 펼치고 있습니다.

10월 17일은 UN에서 지정한 세계 빈곤퇴치 의 날입니다. 유네스코는 양질의 교육과 평생 교육을 제공하여 사람들에게 가난을 이겨낼 수

실시간으로 유네스코한국위원회의 이야기를 만나고 싶다면 유네스코한국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는데요. 하지만 빈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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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치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건 빈곤에 맞서 함께 생각하고 결정하고 행동하는 ‘우리’의 힘

영어로 만나는 우리 시

입니다.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 면 반이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빈곤으로 고통 받는 이들의 아픔을 나누고 빈곤의 근절을 위

먹감

해 관심을 갖고 함께 행동하는 ‘우리’가 되기로

Dark Persimmon 박용래

약속~ * 유네스코한국위원회 후원 홈페이지: peace.unesco.or.kr

뒤늦게 글을 배운 할머니의 감동적인 시 한 편 요즘엔 초등학교에 들어가기도 전에 한글 은 물론이고 영어 알파벳도 다 배우고 입학하 는 시대입니다만, 불과 몇 십년 전까지만 해도 집이 가난해서, 여자라서, 학교에 못 가고 글을 못 배운 분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너무나 익숙 하고 당연하게 여겨지는, ‘한글을 읽고 쓰는 일’ 이 얼마나 소중하고도 감사한 일인지 한번쯤 생각해보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한글날을 맞 아,(저희 유네스코한위의 국내 협력 기관 중 하 나인) 국가평생교육진흥원에서 개최한 전국 성 인문해교육 시화전 수상작 중 하나를 살짝 공 유해봅니다.

어머니 어머니 하고 외어 본다 이 가을 아버지 아버지 하고 외어 본다 이 가을 가을은 오십 먹은 소년 먹감에 비치는 산천 굽이치는 물머리 잔 들고 어스름에 스러지누나 자다 깨다 깨다 자다 박용래(1925-1980) 그의 작품세계는 전원적·향토적 서정의 세계를 심화, 확대시킨 것이 특징이며 언어의 군더더기를 배제하 여 압축의 묘미를 보여주고 있다.1974년 한국문인 협회 충청남도지부장에 피선되었다. 1961년 충청남 도 문화상, 1969년 현대시학사(現代詩學社)가 제정

Pak Yong-Nae This fall He softly whispers, “Mother, Mother.” This fall He softly whispers, “Father, Father.” The fifty-year-old boy looks at the fall Reflected on the glossy dark persimmon. Thd rivulet swells and swirls And fades away into the twilight. Waking and sleeping Sleeping and waking. - Translated by Suh Ji-moon

한 작품상을 수상하였고, 죽은 뒤 1980년에 한국문 학사(韓國文學社)가 제정한 한국문학작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출처:국어국문학자료사전, 1998, 한국사전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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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1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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