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뉴스>2015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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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년 1월 창간 / 제7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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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2월 1일

평화! 시 되어 우리 가슴에 흐르다 한위와 함께하는 고은 시인 첫 ‘평화 토크콘서트’ 성황리 열려

유네스코한국위원회(한위)와 부안군 이 공동 주최한 ‘고은 시인 평화 토크콘 서트’가 지난 1월 14일 전북 부안군 부 안예술회관에서 500여 명의 청중이 참 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열렸다. 평화 토크콘서트는 광복 70주년 및 유 네스코 창설 70주년의 해를 맞아 평화의

의미를 되새기고 평화를 위한 폭넓은 공 감대를 마련하기 위해 한위가 한위 평화 친선대사인 고은 시인과 함께 기획한 것 이다. 한위는 이번 부안 평화 토크콘서 트를 시작으로 전국 주요 지역에서 수 차례 더 고은 시인의 토크콘서트를 개최 할 계획이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는 주제로 진 행된 이 날 콘서트는 고은 시인과 양영 은 KBS 앵커(기자)의 대담, 청중 질의 응답 시간 및 고은 시인의 시 낭송 순으 로 2시간여에 걸쳐 진행됐다. 이날 사회를 본 민동석 한위 사무총장 은 인사말을 통해 “세계의 시인이자 대

“꿈도 마음도 에펠탑만큼 자라났어요” 유네스코 키즈 2기 해외현장학습 마치고 귀국 유네스코 꿈나무들이 부푼 가슴을 안 고 프랑스 파리에서 돌아왔다. 지난 1월 25일부터 2월 1일까지 7박8일간 프랑스 파리 등지에서 펼쳐진 유네스코 키즈 2 기 해외현장학습(겨울캠프)이 성공리

에 막을 내린 것. 민동석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사무총 장이 직접 인솔한 유네스코 키즈 2기 어 린이 25명과 경희대 대학생 멘토 5명 등 키즈 일행은 이번 겨울캠프에서 파

리 유네스코 본부를 비롯해 OECD(경 제협력개발기구), 벨기에 브뤼셀에 있 는 EU(유럽연합) 등 국제기구를 방문 해 관계자들과 만남을 갖고 세계를 향 해 꿈을 키우는 시간을 가졌다.

해외현장학습의 하이라이트인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과 유네스코 키즈의 만남

한민국의 자랑인 고은 시인을 모시고 여 러분께 마음의 양식을 전해드리려 이 자 리에 왔다”며 “평생 평화를 노래해온 대 시인의 영감과 통찰력이 담긴 이야기를 통해 모두의 마음 밭에 평화의 씨앗이 뿌리내리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 관련 기사 6~8면

‘모두를 위한 신문’ &lt;유네스코 뉴스&gt; 구독 및 광고 문의 ☎ 02 - 6958 - 4100 교육나눔 후원 문의 ☎ 02 - 6958 - 4333

특히 1월 30일에는 유네스코 본부에 서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을 직접 만나 꿈과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대화를 나누는 소중한 경험을 했 다. 또한 키즈 일행은 주프랑스 대한민 국대사관, 주벨기에·유럽연합 대한민국 대사관을 방문해 대사관 관계자로부터 외교관의 역할 및 한국의 위상 등에 대 해 생생한 설명을 듣고 궁금증을 푸는 문답 시간을 가졌다. 키즈 일행은 프랑스 유네스코학교를 방문해 수업에 참여하고 현지 학생들 과 교류하며 문화의 다양성을 체험하는 값진 기회도 가졌다. 아울러 세계문화 유산인 베르사유 궁전과 정원을 비롯해 루브르박물관 등을 탐방하며 견문을 넓 ▶ 관련 기사 3면 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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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2월 1일

“평화와 나눔 위해 하루하루 마음을 다하겠습니다”

뉴스 윈도 우 4면

위원 칼럼·주재관 서신

5면

&lt;코리아저널&gt; 게재 ‘화제의 논문’

유네스코한국위원회 1월 30일 창립 61돌 맞아

6~8면

특집 / 고은 시인 평화 토크콘서트

유네스코한국위윈회가 지난 1월 30 일로 창립 61돌을 맞이했습니다. 세월의 나이테가 깊어질 때마다 더 절실히 떠올리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우리 스스로에게 다짐한 약속입니다. 지난해 한국위원회는 역사적인 창 립 60주년의 해를 맞아 미래 비전을 선 포하면서 국민 앞에서 세 가지 할 일 을 약속했습니다. ‘저개발국 교육 나눔’ ‘차세대 글로벌 인재 육성’ ‘한반도-동 아시아 평화 기여’가 그것입니다. 6·25전쟁으로 폐허가 된 이 땅 위에 서 누군가의 따뜻한 손길을 애타게 기 다리던 그 시절의 우리처럼, 지금 지구 촌에는 무지와 편견, 가난으로 고통 받 는 이웃들이 있습니다. 그들이 배움을 통해 스스로 일어서 함께 어깨동무를 할 수 있도록 교육으로 응원하는 일이 바로 ‘저개발국 교육 나눔’입니다. ‘차세대 글로벌 인재 육성’은 미래세 대에게 꿈과 비전을 심어주고 세계시 민, 더 나아가 글로벌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일입니다. 한국 위원회가 ‘유네스코 키즈 프로그램’과 ‘유네스코 볼런티어 프로젝트’ 등을 진 행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9면

오늘은 평화의 비가 내리는 날 배롱나무카페 &amp; 작은누리 스토리

10면

브릿지 희망 스토리 / “이제 흔들리지 않아요, 책도 우리 꿈도”

12면

후원 인터뷰 / 유네스코 키즈 김지오 양·김지현 씨 모녀

14~15면 ‘청소년 세계시민 프로젝트’ 활동 속으로 16면

사를리 에브도 사건과 유네스코

17면

유네스코 토픽 / 새해가 ‘세계 빛의 해’인 까닭

18면

지구촌 트렌드 / 지혜 확장하는 지식나눔 ‘카피레프트’

19면

과학 이야기 / 삶을 바꾸는 ‘가상현실 헤드셋’

전쟁의 아픔을 뼈저리게 겪은 우리 에게 가장 소중한 단어는 아마도 ‘평 화’일 것입니다. 하지만 평화는 몇몇 사람의 힘으로, 그리고 과거의 기억만 으로 지켜낼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고은 시인의 평화 토크콘서트를 기획 했습니다. 우리 모두가 평화의 의미를 함께 가슴에 품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 입니다. 분단의 상징인 대한민국에서

지구촌 평화의 메아리가 시작되었으 면 하는 소망 때문입니다. 이제 씨앗은 뿌려졌습니다. 국민께 드린 약속이 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하루하루 마음을 다하겠습 니다. 훗날 이 약속의 나무가 아름다 운 열매를 맺게 된다면, 그 모든 것은 늘 함께해 주신 여러분 덕분일 것입니 다.

20면

한국의 서원 시리즈 / 필암서원

23면

지상 페이스북·영어로 만나는 우리 시

창간일 1964. 1. 10 / 등록번호 서울 라08043 발행처 유네스코한국위원회 발행인 겸 편집인 민동석 편집 송영철, 김보람, 김현정 편집디자인 정명진 대표전화 02-6958-4100 주소 (우)100-810 서울시 중구 명동길 (유네스코길) 26 인쇄 (주)프린피아 기사관련 문의 02-6958-4180 구독신청 및 변경 news@unesco.or.kr

유네스코뉴스 퀴즈

한국 등재 경험 공유 등 ‘따뜻한 지식나눔’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훈련 워크숍’ 1월 말 피지서 개최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문화재청과 공동으로 1월 28일부터 31일까지 피지 수바에서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훈련 워크숍’을 개최했다. 개도국 세계유산 분야 역량강화를 통한 ‘문화 ODA(공 적개발원조)’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이번 워크숍에는 피지 교육부 국가유산

문화예술국, 퍼시픽헤리티지허브, 피지 내셔널트러스트 등 피지 내 세계유산 등재 유관부처 및 기관 관계자 30여 명 이 참가했다. 또한 세계유산 등재심사를 담당 하는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이코모스 (ICOMOS: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 집

행위원을 역임한 이혜은 동국대 지리 교육과 교수(이코모스한국위원회 위 원장)를 비롯해 최재헌 건국대 지리학 과 교수(이코모스한국위원회 사무총 장), 조도순 가톨릭대 생명과학과 교수 (MAB(인간과 생물권 계획)한국위원회 부위원장)가 워크숍을 이끄는 전문가로 참여해, 한국의 세계유산 등재 경험을 공유하고 세계유산 등재신청서 작성에 필요한 전문적인 자문을 제공했다.

유네스코 키즈 2기 어린이들이 7박8일간 의 ‘해외현장학습’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2 월 1일 귀국했습니다. 이번 현장학습에서 키즈 어린이들은 유네스코 본부를 비롯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EU(유럽연합) 등 국제기구를 방문해 세계를 무대로 꿈을 키웠습니다. 그렇다면 유네스코 본부가 위 치한 도시의 이름은 무엇일까요? 1. 브뤼셀 2. 런던 3. 파리 퀴즈응모하기 : 2월 15일까지

명동의 랜드마크서 더 나아가 대한의 랜드마크로 반세기 역사 서린 유네스코회관,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선정 서울 명동 유네스코 회관(중구 명동길 26)이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선 정됐다. 지난 1월 서울 시는 유네스코한국위원 회에 명동 유네스코회관 에 대한 ‘서울시 미래유 산 인증서’를 전달했다. ‘서울시 미래유산’이란 문화재로 등록되지 않은 서울의 근현대 문화유산 중에서 서울시민의 기억 과 감성이 담겨 있어 미 래세대에게 전달할 만한 가치가 있는 유무형의 유산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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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유네스코회관이 명동의 문 화적 랜드마크 역할을 수행해온 건축물 로, 알루미늄 커튼월(기둥이 보이지 않도 록 외벽의 전체를 유리벽으로 만드는 방 식)로 마감된 건축가 배기형 씨의 설계작 품으로 보존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유네스코회관은 6·25전쟁으로 황폐 화된 이 땅 위에 유네스코한국위원회 가 국제교류 및 협력을 통해 교육·과학· 문화예술을 다시 꽃 피워주기를 바라던 국민의 여망으로 세워진 건축물이다. 국민들의 후원으로 1959년 공사를 시작 해 1967년 2월 연건평 3800평에 지하 2 층 지상 13층 건물로 준공됐다. 유네스 코한국위원회는 회관 건립에 담긴 국민 의 큰 뜻을 되새겨 옥상 생태공원 ‘작은 누리’ 시민 개방 등 유네스코회관을 국 민과 함께하는 공간으로 바꿔나가는 작 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관련 기사 23면

정답자 가운데 추첨을 통해 소정의 상품을 보내드립니다.

유네스코 UNESCO United Nations Educational Scientific and Cultural Organization

유네스코는 교육, 과학, 문 화, 정보, 커뮤니케이션 분 야에서 국제협력을 촉진하 여 세계평화와 인류발전에 이바지하는 유엔 전문기구 입니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 Korean National Commission for UNESCO

유네스코한국위원 회는 1954년 ‘유 네스코 활동에 관 한 법률’에 따라 설 립된 기관으로 국내외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해 유네스코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유네스코 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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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나무들, 더 넓은 세상에서 더 큰 미래와 만나다 사진으로 스케치한 유네스코 키즈 해외현장학습 유네스코 키즈 2기 어린이 25명이 7박8일간의 해외현장학습(겨울캠프) 을 마치고 2월 1일 귀국했다. 이번 겨울캠프의 가장 큰 화두는 ‘꿈’이다. 우 리 꿈나무들이 더 넓은 세상을 보고 더 큰 꿈을 키워나가기를 바라는 바람 이 담겨 있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유네스코 키즈 어린이들이 프랑스 파 리 유네스코 본부와 OECD, 벨기에 브뤼셀 EU(유럽연합) 등을 방문해 이 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을 비롯한 국제기구 관계자들을 만나도록 애쓴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과연 이번 겨울캠프는 ‘유네스코 키즈’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 현 장에서 보내온 사진으로 캠프 모습을 스케치해봤다.

이번 해외현장학습의 하이라이트는 유네스코 키즈와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의 만남이었다. 보코바 사무총장은 바쁜 일정 속에서도 키즈 어린이들을 직접 만나 대화의 시간을 갖고 꿈을 격려해줬다. 보코바 총장 이 어린이들의 사인 세례에 미소를 머금고 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유네스코 키즈 일행이 한국 여성 최초로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국장으로 일하고 있는 최수향 박사를 만나 국 제기구 활동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최 박사는 국제무대를 향해 꿈을 키우고 있는 어린이들을 위해 언어 공부 비법을 소개하기도 했다. 해외현장학습 기간 동안 민동석 사무총장은 어린이 들의 꿈을 격려하고 비전을 심어주기 위해 유네스코 키즈 25명 전원과 일대일 면담을 가졌다.

키즈 어린이들은 바토무슈(유람선)를 타고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파리 센 강변을 둘러봤다. 어린이들 너머로 에펠탑의 모습이 보인다.

벨기에 브뤼셀에 자리한 ‘주벨기에·유럽연합(EU) 대한민국대사관’을 방문해 김창범 대사로부터 EU 설립 배경, 한국과 EU의 관계 등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는 유네스코 키즈. ‘유네스코 키즈’ 어린이들이 프랑스 유네스코학교인 ‘장 조레스’(Jean Jaures)초등학교를 방문해 현지 어린 이들과 함께 수업을 하며 문화다양성 을 피부로 체험했다.

유네스코 브릿지 아프리카 프로젝트 전문요원 모집

희망의 다리 함께 놓을 인재를 기다립니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인류의 지적 활동 분야에서 국제협력을 통해 세계평화에 기 여하는 유엔전문기구 유네스코의 대한민 국 국가위원회입니다. 지난해 창립 60주년을 맞은 유네스코한 국위원회는 ‘국민과 함께 만드는 평화, 배움으로 꿈을 이루는 지구촌’이라는 비

전 아래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지역 6개 국에 교육을 통해 삶의 희망을 전하는 유네스코 브릿지 아프리카 프로젝트를 시 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1년간 현장에 서 활동할 2015년 사업 전문요원을 모집 하오니 참신한 인재들의 많은 지원 바랍 니다.

모집 분야 및 인원 : 유네스코 브릿지 아프리카 프로젝트 관리 전문요원 O명 • •담당 업무 : 파견국 사업 총괄, 현지 사업장 운영 및 관리, 현지 교육프로그램 기획, 운영 및 모니터링, 현지파트너 지원 및 네트워킹, 홍보 및 후원스토리 개발 •주요 일정 : 모집공고 및 원서접수(1월28일~2월15일), 최종합격자 발표(3월18일) •지원 방법 : 온라인 지원 •문의 : 02-6958-4113, recruit@unesco.or.kr 프랑스 어린이들 앞에서 ‘오 샹젤리제’와 ‘강남스타일’을 율동과 함께 선보인 키즈 어린이들. 특히 ‘만국공용노래’ 가 된 강남스타일 율동을 펼칠 때에는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 상세한 내용은 위원회 홈페이지(www.unesco.or.kr, 해당 공고 바로가기: http://goo.gl/0mE0vR)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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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원 럼

명동을 전통문화와 관광 전파의 중심으로!

이문태 유네스코한국위원회 문화분과위원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이사장

한국 드라마를 타고 서서히 호기심으로 시작했던 한 류가, K-POP 덕분에 급물살을 탔고 ‘강남스타일’을 앞 세운 ‘싸이 열풍’으로 정점을 찍었다. 그 후, 한국에 대 한 관심은 ‘뽀로로’, ‘비빔밥’, ‘화장품’ 등 애니메이션, 음식, 뷰티산업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들썩이고 있다. 그리고 이런 호기심과 관심은 ‘보고 싶은 나라 한국, 찾고 싶은 도시 서울’이 되어 2013년 한 해만 해도 서울 을 다녀간 외국인 관광객 수가 사상 처음으로 1400만 명을 넘었다. 해마다 서울 인구와 맞먹는 외국인이 한 국을 찾아와 먹고 보고 쇼핑하며 소비를 하는 것이다. 관광산업 측면에서는 비약적인 발전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나처럼 ‘문화’계에 있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 런 상황이 무언가 아쉽다. 한류열풍, 관광열풍에 ‘문화’ 가 빠져있기 때문이다. 물론, K-POP과 드라마로 한국 의 대중문화가 널리 알려지고는 있지만, 대중문화가 전 통문화의 깊고 넓음을 대체하지는 못할 것이다. “얕은 문화적 정체성으로 성립된 한류열풍은 오래가지 못한 다.” 전문가들이 이구동성 이렇게 말하는 이유도 바로

주재관 서신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그 답은, 지금의 한류와 우리 전통문화의 융합에 있다고 생각한다. 한류 가 ‘한국’이라는 국가의 정체성과 전통문화에 대한 세 계적인 인식확산으로 퍼진다면, 한류는 홍콩 느와르처 럼 한때 반짝 유행으로 끝나지 않고 더 오래, 꾸준히 빛 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융합한류의 중심지로 ‘명동’의 가능성 에 주목한다. 명동은 시대를 막론하고 언제나 ‘핫 플레 이스’(Hot Place)였다. 1960~70년대, 유네스코회관과 국립극장(현 명동예술극장) 거리는 명동의 랜드마크로

‘전통문화’가 없는 명동 거리, 전통공연의 장 만들어 한류 열풍에 문화적 정체성을 입히자 청년문화를 이끌었고, 지금은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쇼핑, 관광의 중심지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명동 그 어 디에서도 한국전통문화를 찾아볼 수 없다. 지난해,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에서는 문화체육관광 부와 함께 관광활성화를 위한 전통공연을 준비했으나 준비과정에서 이러저러한 이유로 인해 실제 공연이 실 행되지는 못했다. 거대 상권의 중심에서 ‘전통공연’을 한다는 것이 녹록지 않은 일이란 걸 새삼 느꼈다. 그럼 에도 나는 이런 시도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만 한다 고 생각한다. 가장 ‘핫’한 곳에서 펼쳐지는 전통공연이

야말로, 한국 전통문화의 정체성과 매력을 널리 알리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명동에는 2개의 극장이 있다. 명동예술극장과 유네 스코회관에 있는 난타전용관이다. 전자는 연극전용극 장으로 전통문화와 연관이 없고, 난타전용관은 외국인 관광객 위주의 공연으로 운영되지만, 역시 전통문화와 는 연관성이 크지 않다. 외국 관광객에게 우리 전통문화를 소개할 수 있는 가 장 좋은 위치에 있는 두 개의 공연장이 다른 목적으로 만 사용되는 것은 무척이나 아쉬운 부분이다. 한국이 알고 싶어 찾아온 관광객들에게 우리 전통문화를 제대 로 볼 기회조차 주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난타전용관은 민간에서 운영되고 있으니 어쩔 수 없 으나 명동예술극장은 여지가 있지 않을까. 물론 전통공 연 전문극장이 되길 바라는 것이 아니다. 다만, 1년에 몇 개월만이라도 전통공연에 할애를 할 수 있다면 그 효과는 무엇보다도 클 것이다. “외국인에게 소개할 전통문화 관광 콘텐츠가 있느 냐?” 누군가가 묻는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말꼬리를 흐리며 꿀 먹은 벙어리가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 찌 지금의 관광산업 호황기, 한류 열풍을 계속 누릴 수 있겠는가. 한국의 정체성과 문화적 배경을 알리는 것으로 더 탄 탄히 지속될 수 있는 한류. 우리나라만의 ‘매력’을 느껴 야지만 또 다른 발걸음으로 이어질 수 있는 관광산업의 미래. 결국, 여기에 대한 해답은 ‘전통문화’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상대의 문화를 알면 마음도 달라집니다”

김은영 주유네스코 대한민국대표부 주재관

저에게 1979년은 ‘세계 아동의 해’로 기억됩니다. 당시에 즐겨보던 어린이 잡지에 아이가 두 팔을 위로 든 모양의 로고가 계속 나왔던 게 아련히 떠오릅 니다. 세계 아동의 해 덕분에 초등학생 인 제가 유엔의 존재를 인지하기 시작 한 것 같습니다. (아쉽게도 그 후에는 특별히 기억나는 해가 없습니다. 홍보 가 부족했던 건지, 우리 사회가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건지 이유도 잘 모르겠 습니다.) 유엔은 매년 ‘세계의 해’를 지정하여 인류가 함께 그 주제의 의미를 되새기 고 공감대를 확산하는 데 애쓰고 있습 니다. 올해는 무슨 해일까요? ‘세계 빛의 해’입니다. 정확히는 ‘세계 빛과 빛 기반기술의 해’입니다. 지금부 터 천년 전, 이슬람의 과학자 이븐 알하 이삼이 &lt;광학의 서&gt;라는 책을 펴낸 지 1000년이 되는 해이자 아인슈타인이 일 반상대성이론을 발표한 지 100년이 되 는 해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세계 빛의 해 선포식이 지난 1월 19~ 20일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열렸습니

다. 추운 날씨에다 최근 테러로 위험 경 고가 가시지 않은 때였으나 이날 유네 스코 대회의장인 ‘1번방’이 가득 찰 정 도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놀랐습니 다. 더구나 그 진지함과 열기도 보기 드 문 것이었습니다. 노벨상 수상자가 5명 이나 한자리에 모인 것도 놀랍고, 빛과 생활, 빛과 에너지, 빛과 문화, 빛과 발 전 등 빛이 다양한 주제와 연계되어 있 음에 새삼 감탄이 나왔습니다. 빛과 어 둠은 서로 반대의 것이면서도 떼어놓을 수 없는 것인데, ‘빛을 연구하기 위해서 는 어둠이 잘 보존되어야 한다’는 역설 도 재밌었습니다. 바로 별 연구의 경우 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눈을 뜨고 있는 동안 사물을 바라보는 것에 대해서 옛날 사 람들은 눈에서 나온 빛이 사물을 밝히 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 때 이븐 알하이삼이 &lt;광학의 서&gt;에서 빛이 사실 물체로부터 우리 눈에 들어 오기 때문에 우리가 물체를 볼 수 있다 는 새로운 이론을 제시했습니다. 더 나 아가 빛의 굴절, 렌즈 등에 대한 이론도 발표해서 광학에 큰 영향을 끼치고 중 세 유럽에서 ‘제2의 프틀레마이오스’라 고 불리기도 했다고 합니다. 선포식 바깥 전시장에는 그의 동상과

유네스코 본부 전시장에 마련된 이븐 알하이삼 동상

함께 그의 업적을 보여주는 동영상과 홍보자료가 전시되어 있고 ‘1001개의 발 명과 이븐 알하이삼의 세계’ 캠페인도

시작되었습니다. 그 순간 한 주 전에 유 네스코에서 열린 ‘샤를리 이후의 저널 리즘’ 회의가 생각났습니다. 표현의 자유를 지지하는 유네스코는 샤를리 에브도 사건 이후에 &lt;르몽드&gt; 등의 언론인들과 유태교, 이슬람교, 가 톨릭의 종교인 및 의회 관계자들을 초 청해 1월 14일에 ‘언론인들의 안전’, 그 리고 이번 사건으로 부각된 반이슬람 정서와 관련한 ‘문화 간 대화와 분절화 된 사회’, 두 가지 주제로 토론을 개최 했습니다. 참가자들은 모두 한목소리로 상호 존중 및 이해를 위한 교육의 중요 성과 학교 교육 강화에 대해 강조했습 니다. 이때 한 참가자가 “이슬람이 세계 문화에 기여한 바를 아느냐”며, 이슬람 문화를 알면 이슬람에 대한 마음도 달 라질 거라는 얘기를 했습니다. 순간 그 얘기가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알면 달 라 보이니까요. 문득 올해 빛의 해를 계기로 이븐 알 하이삼의 연구성과를 알게 되면서, 이 슬람에 대한 이해가 넓어지고, 다양성 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데 빛의 해가 기 여하게 되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이 븐 알하이삼은 천년 후 자신의 업적이 이렇게 활용되는 걸 알게 되면 어떤 생 각을 할까요.


학술·논문

&lt;코리아저널&gt; 겨울호… 문화인류학자가 쓴 ‘화제의 논문’ 읽기

드라마 &lt;가을동화&gt;로 분석한 한국인들의 ‘사랑과 도덕’ 딜레마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발행하 는 한국학 영문 학술지 &lt;코리아저 널&gt;(Korea Journal) 최근호(2014 년 겨울호)에 드라마를 소재로 한국 인의 연애 정서를 풀어낸 논문이 실 려 관심을 모으고 있다. 문화인류 학자 장-폴 발다치노(Jean-Paul Baldacchino)가 한류 드라마 &lt;가을 동화&gt;와 시청자 인터뷰를 통해 ‘사랑

과 도덕적 가치에 대한 한국인들의 양면적 관점’을 분석한 논문이 바로 그것. 한류 드라마의 이야기 구조가 논문의 대상인 점도 흥미롭지만, 문 화인류학자의 눈에 사랑과 도덕에 대 한 한국 젊은이들의 의식세계가 과연 어떻게 비쳤을지 더욱 궁금해진다. 해당 논문의 내용을 요약, 재구성해 지면에 소개한다.

죄에 대한 벌이라고 생각하는 식이다. &lt;가을동화&gt;의 줄거리 역시 이러한 죄-벌 순환구조 속에 놓여 있다. 결과 적으로 은서는 백혈병으로 죽고 준서 역시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또한 은서 와 준서의 ‘일탈’이 시작되면서 준서의 어머니가 병을 얻고 준서의 약혼자 유 미는 스스로 손목을 쓸 수 없게 만들어 화가로서의 삶이 불가능해지는 등, 이 드라마에서도 한 사람의 ‘죄’가 당사자 뿐 아니라 당사자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병, 혹은 고통의 형태로 응징받는다. 신 체의 질서(건강)와 사회의 질서를 연결 짓는 이와 같은 경향은 한국뿐 아니라 다른 문화권에서도 빈번히 발견되는 주 제이기도 하다.

사랑의 도피 속에 드러난 가치관의 충돌

이미지: &lt;가을동화&gt; © KBS

병과 사랑의 상관관계 &lt;가을동화&gt;의 10회 방영분에는 이런 장면이 나온다. 어린 시절 친남매로 자 랐지만 사실 남남이라는 걸 안 은서(송 혜교 분)가 이미 약혼자를 둔 준서(송 승헌 분)와 함께 ‘사랑의 도피’를 하자, 은서의 엄마가 전화를 걸어 그만 둘 것 을 요구하는 장면이다. 은서 엄마는 “지 금 이대로도 행복하다”는 은서에게 “어 떻게 부모의 마음을 찢어놓고 행복할 수 있느냐”며 “결국 벌 받을 것”이라 소 리친다. 그리고 은서가 전화를 끊는 순 간, 갑자기 코에서 (나중에 백혈병 때문 임이 밝혀지는) 피가 흐른다. 은서에게 병이 있음이 처음 드러나는 순간이 은서 엄마가 “벌 받을 것”이라 소리친 직후임은 다분히 상징적이다. 현대 의학으로도 쉽게 고치기 힘든 병 이 은서와 준서가 (비록 생물학적으로 남이지만 친남매로 자란 사이라는 점에 서) ‘사회에서 용인되는 사랑의 경계’를 넘어서기로 선언한 바로 그 시점에 나 타났기 때문이다. 준서는 약혼녀가 있

는 상황에서 친동생 같은 사람과 도망 을 쳤고, 은서는 무려 세 개의 터부시되 는 영역(약혼자가 있는 오빠와의 사랑, 자신에게 프러포즈한 사람(태석, 원빈 분)에 대한 배신, 부모의 결사적인 반 대)에서 선을 넘어버린 시점에 ‘천벌’과 도 같은 병이 그들을 덮친 것이다.

한국적인 죄-벌의 순환구조 죄 지은 사람뿐 아니라 그 주변 인물 들에게까지 다양한 형태의 벌이 내려지 는 이야기 구조는 한국인들에게 낯설지 않다. 한국인들의 도덕관을 연구한 프 레드 알포드(Fred Alford)는 한 논문 에서 “한국인에게 ‘죄’는 ‘벌’과 따로 떼 어 설명할 수 없다”며 이를 ‘죄-벌 순환 구조’(joe-beol cycle)라 이름 붙였다. 또한 “한국인들에게 벌이란 단순히 죄 를 저지른 개인에게 국한되는 게 아니 라 그 개인의 사랑하는 사람들까지 포 함된, 사회에서 용인되는 한계를 넘은 것에 대한 총체적인 결과”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큰 죄를 지은 사람의 손주가 장애를 갖고 태어난 경우, 이마저도 그

궁극적으로 드라마 속에서 주인공들 이 받게 되는 고통은 그들이 저지른 일 들에 비해 지나치게 크다. 그리고 그들 의 사랑은 그것을 감당하지 못한다. 준 서는 자신이 모든 책임을 지겠다며 은 서에게 “너의 죄를 사하노라”라고 말하 고 은서도 결국 준서를 전 약혼녀에게 돌려보내며 같은 말을 하지만, 이러한 상호 용서는 그 두 사람의 범주를 벗어 나 ‘그 모든 죄’를 다 사하지는 못한다. 두 주인공은 그들의 ‘죄’를 알면서도 스스로 멈추지 않았다. 준서는 “내가 나 쁘다는 걸 알지만 은서가 용서해 주는 한 상관없다”고 말할 정도인데, 여기에 는 지고지순한 사랑에 대한 현대인들의 갈망이 담겨 있다. 이처럼 K-드라마 (한류 드라마)에서 이상적인 것으로 여 겨지는 사랑의 모습에는 기존의 가치와 대비되는, 개인의 자유와 선택을 최우 선으로 여기는 지극히 현대적인 가치가 담겨 있다. 사랑이 아니라 부모간의 약 속으로 결혼이 이루어지던 오랜 전통을 가졌던 한국에서 이러한 사랑은 여전히 종종 파문을 일으킨다. &lt;가을동화&gt; 속 주인공들은 이러한 현대적인 가치를 위 해 가족으로 대표되는 기존 질서를 깨 뜨린다. &lt;가을동화&gt;를 한국 사회의 기 본 바탕이 되는 사회적·도덕적 규범에 대한 순응과, 점점 커지는 개인주의 사 이의 충돌로도 읽을 수 있는 이유가 여 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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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개인주의와 자유라는 가치에 던지는 일종의 보수적인 ‘도덕적 비판’으로 볼 수도 있다. 시청자들 역시 드라마 속 주인공들 의 선택을 지지하는 동시에, 그러한 보 수적이고 도덕적인 비판을 일정 부분 수용하는 이중성을 보인다. 연구를 위 해 인터뷰를 한 젊은 여성 시청자들 역 시 &lt;가을동화&gt;의 이야기를 “지나치게 과대포장된 난센스”라고 말하면서도, 자신이나 자신 주변의 실제 연애담의 원인 혹은 결과를 해석하는 데 이러한 죄-벌 순환구조를 차용한다. 즉, 시청 자들은 이 드라마를 ‘사랑을 위해 무엇 이든 할 수 있는 이상적인 개인’을 지지 하는 매개로 소비하는 동시에, ‘사랑이 란 이름으로 자행되는, 기존 규범에서 지나치게 벗어난 행위’를 비판하는 도 구로도 사용한다는 뜻이다. 단순히 보면 &lt;가을동화&gt;와 같은 K드라마들은 로맨틱한 연애를 이상적으 로만 그려낸 판타지물이라 볼 수도 있 다. 하지만 더 광범위한 문화도덕적 담 론과 이 드라마를 소비하는 사람들의 반응을 듣고 이야기를 분석해 보면, 현 대의 젊은이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 랑의 모습과 이를 견제하는 그들 속의 내재된 또 다른 자아를 찾아낼 수 있다. 거기에는 여전히 ‘이상적인 사랑’과 ‘기 존의 사회적, 가족적 가치’ 사이에서 갈 등하고 있는 한국인들에 관한 흥미로운 문화적 텍스트가 담겨 있다.

&lt;가을동화&gt;는 이런 드라마 2000년 KBS에서 방영된 드라마로 윤석호 PD의 ‘계절 4부작’ 중 첫 번째 작품이다. 한국에서는 40%가 넘는 기 록적인 시청률 속에 방영되었고, 동남 아와 중동을 포함한 해외에서도 대단 한 인기를 끌며 한류 붐을 일으키는 촉 매가 됐다. 드라마의 줄거리는 ‘출생의 비밀’과 관련된 전형적인 멜로 라인이다. 은서 와 준서가 커가는 것만 봐도 행복한 윤 교수 부부는 어느 날 딸 은서가 사실 병원의 실수로 뒤바뀐 아이라는 걸 알 게 되고, 결국 가난한 집안에서 힘들게 자라던 친딸 신애와 은서를 맞바꾼다. 갑작스런 이별을 겪고도 밝게 자란 은 서는 성인이 된 뒤 우연히 오빠 준서를 다시 만나게 되고, 이미 약혼자가 있는 준서 역시 은서에게 남매 이상의 감정 을 느끼며 갈등하게 된다. 이런 가운데 이 사실을 알고 괴로워 하는 준서의 약 혼녀 유미, 은서를 통해 난생 처음 사 랑을 느끼게 된 태석의 집착과 사랑이 얽히고설키면서 드라마는 클라이맥스 로 향한다. 불치병 앓던 은서는 마침내

흥미로운 문화 텍스트로서의 K-드라마

준서의 등에 업힌 채 죽음을 맞이하고,

결국 비극적으로 마무리되는 &lt;가을 동화&gt;의 죄-벌 순환구조는 사랑에 관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는 막을 내리게

은서의 장례식날 준서 역시 교통사고 로 생을 마감하면서 이들의 슬프고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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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평화 토크콘서트

2015년 2월 1일

유네스코한국위원회와 함께 하는 ‘고은 시인 평화 토크콘서트’ 지상중계

오늘은 평화의 비가 내리는 날, 모두 흠뻑 젖으소서 “오늘은 부안에 평화의 비가 내리는 날입니다.” 콘서트가 시작되기 전 고은 시인과 만난 자리에서 김종규 부안 군수가 꺼 냈던 말이다. 이미 십수 년 전의 일 이지만, 부안은 한때 ‘반목과 갈등 의 땅’이었다. 방폐장 부지 선정 문제로 극렬하게 찬반이 갈리면 서 군민들의 마음에는 앙금과 상 처가 옹이처럼 내려앉았다. 김종 규 군수가 ‘평화의 시인’으 로 불리는 고은 시인의 토크콘 서트를 앞두 고 이런 얘기 를 꺼낸 것 은 아마 도 그때 의 상처와 앙 금 이 평화의 시로 깨 끗이 씻 겨 내려가 기를 바라는 간절 한 마음에서였 을 것이다. 하긴 어디 부 안뿐이랴. 우 리나라는 세 계가 경탄하 는 고속성 장의 신화 를 써왔지만, 급격한 산업 화와 민주화 과정 등을 거 치면서 빛 뒤 의 그림자처럼 계층 간, 지역 간 갈등의 골 이 깊어진 것도 사실이다. 지역

이나 계층의 이해가 첨예하게 충돌하는 현장에서는 어김없이 미움과 반목의 씨 앗이 잉태되고, 이로 인해 또 다른 갈등 이 불거진 사례들도 적지 않았다. 유네스코한국위원 회(한위)가 고은 시 인의 평화 토크콘서 트를 기획하게 된 배 경도 이와 무관하지 않 다. 올해는 우리나라가 일제강점에서 벗어나 광복을 맞은 지 70주년, 그 리고 ‘전 쟁으로는 결코 전 쟁을 막 을수없 다’는 제 2차 세 계대전 의 뼈아 픈 교 훈 위에 서 평화의 국제기구 유 네스코가 창설된 지 70주년을 맞 는 해다. 이런 뜻 깊은 해를 맞아 반목과 갈등의 시대를 접고 화 해와 평화의 시 대를 여는 작은 밑거름 역할을 해내겠다는 게 한 위의 소망이기 때 문이다. 토크콘서 트 사회를 맡은 민 동석 한위 사무총 장의 인사말에서도 그런 의지를 발견할

멀리서 반가운 손님이 찾아오는 것을 알았던 걸까. 연일 한파를 쏟아내던 동장군도 이 날만큼은 슬며시 뒷걸음질을 쳤다. 가족끼리 친구끼리 삼삼오오 자리한 객석에선 오히려 포근한 기운이 감돌기까지 했다. ‘대한민국 국민 시 인’과의 만남을 앞두고 설렘과 기대감으로 분위기가 달아올랐기 때문이다. 지난 1월 14일 저녁 7시30분, 부안예술회관 2층 공연장. ‘우리가 가야 할 길’ 이란 주제로 마침내 ‘고은 시인 평화 토크콘서트’가 시작됐다. 무대 위에 선 고 은 시인은 특유의 열정과 직관적인 언어로 방청객 500여 명의 마음을 사로잡 았다. 때론 대담자로 나선 양영은 KBS 앵커가 질문을 잇기 어려울 정도로 거 침없이 이야기를 쏟아냈다. 대체 이 세계적인 시인이 부안까지 와서 온몸으로 세상에 던지려 한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그날의 토크콘서트 현장을 지면에 옮겨봤다. 수 있었다. 릴 수 있는 평화의 씨앗이 분명히 들어 “오늘 저희는 육신의 양식은 대접을 있을 것이다, 이런 확신을 가지게 되었 해드리지 못하지만, 여러분의 마음의 습니다. 그래서 고은 선생님께 평화 토 양식, 영혼의 양식을 전해드리려 이 자 크콘서트를 열자고 말씀 드렸더니, 흔 리에 왔습니다. 주제는 ‘우리가 가야 할 쾌히 승낙을 해 주셨습니다.” 길’입니다. 고은 선생님이 직접 주제를 이윽고 고은 시인과 양영은 앵커의 정하셨어요. 우리가 가고 있는 길이 어 대담이 시작됐다. 여든을 훌쩍 넘긴 나 떤 길인지, 그리고 우리가 앞으로 또 걸 이에도 시인의 목소리에선 뜨거운 열정 어가야 할 길은 어떤 길인지, 오늘 고은 이 느껴졌고, 그의 제스처에는 힘이 넘 선생님의 말씀을 잘 경청해주셨으면 합 쳤다. 니다. 그 길이 화합의 길, 치유의 길, 회 복의 길, 평화의 길이라고 믿고 그렇게 양(양영은 앵커) : ‘우리가 가야 할 기대를 해봅니다. 조금 전에 제가 유네 길’이라는 주제를 정하신 이유가 궁금 합니다. 스코는 평화를 미래는, 해답을 얻어서 추구하는 국제 고(고은 시 기구라고 말씀 인) : 내가 선 함께 가는 것이 아닙니다. 뜻 제안하긴 을 드렸는데 전혀 해답이 없는 암흑의 미지를 했지만, 여기 요. 저는 우리 오신 모든 분 국민들 마음속 함께 개척하는 것이죠. 들에게 함께 에 갈등과 응 어리져 있는 오해 같은 것을 풀어버리 주어진 주제라고 생각을 합니다. 아마 고, 관용과 이해, 평화의 마음이 들어설 우리가 함께 가야 할 길은 길이 아닐 것 수 있도록 유네스코가 무엇인가를 해야 입니다. 어쩌면 길이라는 진정한 의미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리 는 과거 지나온 자취고, 앞으로 가야 고 바로 우리 고은 선생님이 머리에 떠 할 길은 미지이고 어둠입니다. 물론 인 올랐습니다. 저는 고은 선생님이야말로 류가 ‘미래’를 발견한 것이 다른 생물과 우리 국민들에게 평화의 씨앗을 심어주 의 근본적인 차이기는 합니다. 과거 채 지 않겠느냐, 남북으로 분단된 나라의 집해서 먹고 살던 시절에는 ‘현재’만 있 대시인이 품고 있는 영감과 통찰에는 었습니다. 그런데 열매를 따서 심으면 우리 국민 모두의 마음 밭에 뿌리를 내 나중에 거둘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고은 시인 한 뼘 더 알기

‘인간이 인간에게 인간이기를’ 꿈꾸는 사람 ‘국민 시인’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참여 시 인’ ‘노벨 문학상에 가장 가까이 있는 한국 시 인’…. 언론지상에서 고은 시인을 표현하는 수식어들이다. 하지만 그가 가장 좋아하는 표 현은 ‘시인’이라는 단 두 글자이다. 지난해 11월 그는 대표작 100편을 담은 시 집 &lt;시의 황홀&gt;을 출간했는데, 이 책의 안쪽 표지에서 자신을 이렇게 단 두 줄로 소개했 다. ‘시인 생활 56년 / 시집 여럿.’ 하지만 그가 문단과 세상에 남긴 영향과 자취를 어찌 몇 줄의 글로 표현할 수 있으 랴.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네이버캐스트에

는 그에 대한 이런 소개의 글이 담겨 있다. “‘20세기 세계문학사상 최대의 기획’이 라는 &lt;만인보&gt;의 고은. 1958년 등단한 이래 시, 소설, 평론 등의 저서를 150권 이상 세상 에 내놓았고, 국내외 문학상 15개, 훈장 2개 를 수상했으며, 세계 25개 국어로 번역서가 출간된 작가.” 고은 시인을 아는 이들은 그를 “말이 곧 시 인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에게 시란 무엇일 까. 그는 “인간본성에서 비롯된 ‘심장의 뉴 스’”라고 표현한다. 절로 나오는 참을 수 없는 인간 영혼의 표현 세계가 곧 시라는 것이다.

고은 시인은 한 강연회에서 빅토르 위고 의 말을 인용해 “엄마의 몸에서 나와서 최초 로 울어내는 아이 울음, 이 소리야말로 정말 로 거짓 없는 진실만 담겼다”며, 그것이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시”라고 말한 바 있다. 적어도 위대한 시 한 편씩은 썼으니까 “사람 은 모두 위대한 시인”이라고도 했다. 그러면 서 “나는 태어날 때 부실하게 울어 평생 시를 써야 하는 운명을 점지 받았나 보다”라며 자 신이 ‘평생 시인’일 수밖에 없는 까닭을 웃음 으로 풀어내기도 했다. 지난해 8월, 고은 시인이 유서 깊은 마케도 니아 ‘스트루가 시 축제’에서 최고 영예의 상 인 ‘황금화관상’을 수상하던 당시의 광경은 ‘그가 왜 세계의 시인인가’를 여실히 보여줬

다. 세계 각국 시인들이 그의 시집을 들고 사 인을 받으려 줄을 섰고, 그의 시낭송을 듣고 눈물을 흘리는 외국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전쟁의 참혹함을, 시대의 아픔을 온몸으 로 앓았던 그에게 ‘평화’는 무엇보다 절실한 평생의 화두다. 그는 자신의 시에서 “인간이 인간에게 인간인 때가 무르익어 오리라”고 노래한 적이 있다. 그가 꿈꾸는 평화의 의미 도 바로 ‘인간이 인간에게 인간인 것’이 아닐 까. 세월의 나이테를 잊고 열혈청년 같은 열 정으로 하루하루를 시처럼 사는 사람, 고은. 그는 “나의 시는 내일도 모레도 마침표가 없 습니다”(‘나의 시’ 중에서)라고 말한다. 아마 도 평화를 위한, 그리고 인간을 위한 그의 이 야기에도 마침표가 없을 듯하다.


특집 : 평화 토크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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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구게 만들고, 우리를 쓰러지지 않게 거죠. 다시 말해 미래를 믿게 된 것입 만들고 하는 것이죠. 그러니까 내일이 니다. 그래서 ‘시간’이 생겼습니다. 열 란, 모를수록 좋은 것입니다(박수)! 매 하나가 떨어져 수확이 되고 가을이 온다는 것. 이것이 미래가 된 겁니다. 하지만 우리의 운명 속에서의 미래는 양 : 저는 가야 할 길을 몰라서 두려 아직도 모릅니다. 수많은 과학과 수많 움이라고 하실 줄 알았는데 매력이라고 은 철학과 종교가 아무리 이야기를 해 표현하시네요. 하지만 우리는 가야 할 도 미래는 모릅니다. 그 미래는, 우리가 길을 방향이라도 알고 싶고, 그래서 이 함께 어떤 해답을 여기서 얻어서 함께 자리에 왔습니다. 살아오면서 느끼신 가는 것이 아닙니다. 전혀 해답이 없는 것,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 암흑의 미지로 가는데, 혼자 갈 수가 없 게 해 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들어보 다, 우리 함께 한번 가보자, 함께 우리 고 싶습니다. 가 가야 할 길을 개척해야 되겠다 하는 고 :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지도자 것이죠. 가 없습니다. 다만 주위를 대표하기 위 한자로 백성 ‘민’(民)자 아시죠. 고대 해 덕망 있는 사람을 어르신으로 추대 선사시대를 지나서 원시 공동체사회가 하죠. 자기가 권력을 장악하는 것이 아 지난 다음에 힘이 센 사람이 왕국을 만 니라 추대 받는 것. 추대는 권력을 가지 들기 시작하는데요, 그때의 상형문자가 고 있지 않습니다. 도덕적이죠. 그러면 바로 ‘민’자입 둥그런 원의 사 니다. 이게 뭐 회가 돼요. 앉 역사보다는 자연을 더 믿습니다. 냐 하면요, 눈 을 때도 원으로 에다가 화살 둘러앉죠. 원 역사의 진정한 이해는 을 쏴서 소경 은 원주의 어디 자연의 이해임을 배워야 합니다. 을 만들어, 그 에 있어도 자기 래서 단순노 가 중심이에요. 동을 시켜요. 중노동을 시켜요. 눈 목 여기에 지도자가 필요치 않아요. 남도 (目)자에 화살을 꽃은 게 백성 ‘민’자에 에 가면 강강술래가 있죠. 원무는 마케 요. 그러니 그 시절 백성은 뭐에요? 몰 도니아 구석진 유럽에도 있고, 세계 어 라야 되고, 어리석어야 되고, 허약해야 디에나 있어요. 원은 인류의 꿈이죠. 아 하고, 지배하기 좋은 노예가 돼야 하고, 마 이런 원을 만드는 것이 인류가 앞으 이게 ‘민’자입니다. 과거 그런 캄캄한 로 살아갈 최고의 가치를 구현하는 것 시대를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오늘날의 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진정한 시민들은 어떤 의미냐 하면, 백 성 ‘민’자에 꽂힌 화살을 뽑아내고, 소 양 : 원을 만든다는 걸, 조금 더 쉽게 경이 됐던 눈을 다시 쓰게 만드는 새로 설명해주신다면. 운 의미에서의 백성이 우리입니다. 그 고 : 원은 일단 이차원이고 평면이죠. 런 눈을 우리가 가져야 앞으로 캄캄한 그런데 대개 우리 사회구조는 대립구 미래를 갈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기는 것 조죠. 수직 아닙니까, 아니면 삼각 구조 이죠. 죠. 지금은 관행이 이렇게 되어 있기 때 미래는 누구 하나 확신할 수 없는 게 문에 바뀌기가 쉽지 않습니다. 인류가 최고의 매력입니다. 우리가 가야 할 길 오랫동안 살다가 나중에 도저히 이렇 을 뻔히 알고 가면 얼마나 재미없습니 게는 안 되겠다 할 때에는 하나의 자연 까. 정말 저는요, 옛날에 지금 제가 여기 현상으로 (원처럼 사회 구조가) 평면이 앉아 있으리라고는 상상해본 적이 없습 되어서, 이 사람의 존엄성과 저 사람의 니다. 전혀 없지요. 그런데 여기 앉아 있 존엄성이 추호도 차이가 안 나는 그런 지 않습니까. 미래는 이렇습니다. 그러 때가 아마 이 지구상에 한 번쯤은 실현 니까 우리들의 앞에 있는 무한한 암흑, 이 되지 않을까, 이렇게 여겨지네요. 다 미지, 그거야말로 우리 삶의 가장 절실 만, 거기까지 가는 동안은 우리가 이 차 한 열정을 갖게 만들고, 우리의 의지를 별, 상하, 귀천, 고저, 장단 여기서 헤어

날 길은 쉽지 않습니다. 현실은 여전히 일정한 차이가 있음으로써 구조가 만들 어집니다. 인류가 겪어야 할 절대모순 인데요. 미래의 인류사회에는 이런 모순, 만 들어져 있는 위계질서가 해체되는 시대 가 올 것입니다. 그러면 지금처럼 상하 고저 동서남북이 없을 때가 옵니다. 노 자에 있지 않습니까. ‘커다란 방향에는 동서남북이 없다.’ 그래서 나는 역사보 다는 자연을 더 믿습니다. 해가 지고, 별이 북두칠성이 여기 떴다가 저기 아 래 가라앉았다 하지요. 자연엔 아무 의 지도 없습니다. 봄이 지나고 여름이 올 것이다, 이런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여 름이 오지 않습니다. 여름도 ‘이 세상을 영원히 지배할 것이다’가 아니고, 조금 있다가 가을이 오면 자리를 내줍니다. 역사의 진정한 이해는 자연의 이해임을 배워야 합니다. 양 : 저는 우리가 가야 할 길을 생각 하기 전에 현실 인식을 더 해야 한다고 생각해봤어요. 세대마다 세대에게 주어 진 소명이 있다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젊은 세대는 6·25를 경험하지 못해서 평화에 대한 가치를 모르고 자아실현이 최고의 가치라고 생각하지만, 부모님 세대는 너무나 다른 삶을 사셨지요. 자 아실현은 사치라고 생각할 정도로요. 고 : 그런데 문제라는 건 당대의 문제 죠. 지금 젊은이들이 내일이 없는 삶을 살고 있다고 그러죠. 많은 젊은이들이 일생을 담보할 수 있는 일터도 없고, 대 학은 완전히 취직 장소를 찾는 수단으 로 되고, 거기서 인생의 어떤 진실이나 세계의 진리를 파악하는 그런 주장은 전혀 가당치도 않은 각박한 현실로 얘 기를 합니다. 여기에다 과거에 척박한 시대를 산 사람들이 ‘그런 시대에는 이 렇게 지냈다, 너희들이 좀 낫지 않느냐’ 얘기할 수가 있는데, 이런 얘기는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그건 왜냐하면 현재 가 가장 절실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우리에겐 이것보다 더 무서운 미래가 있어요. 이제 성장은 끝났습니 다. 지금 세계사가 성장은 멈춰 있습니 다. 성장이 멈추지 않으면 세계는 망합 니다. 성장이 멈춘 시대를 살아야 하는

2015년 2월 1일

데 우린 성장의 기억밖에 없습니다. 성 장이 그친 미래에서 살아남을 지혜를 우리가 서로 고민하고 토론해서 만들어 나가야 하는 거죠. 나는 대학에서 강의할 때도 이렇게 얘기합니다. “여기서 위대한 선생을 만 나는 것이 아니다. 선생은 없다, 이제. 네 독학이다. 다만 네가 이 대학에서 학 부 4학년 동안에 위대한 친구를 하나나 둘을 만나라. 대학은 나와 함께 암흑의 길을 갈 친구, 인생의 동지를 만나는 곳 이지, 네 스승이 가라는 길을 가는 곳이 아니다. 왜 남이 나한테 가리켜준 길을 가느냐. 나의 길을 가야지.” 8면으로 ▶▶

청중 가슴 울린 시 낭송 평화 토크콘서트의 마지막 순서는 고은 시인이 자신의 시를 직접 낭송하는 시 간. 고은 시인은 평화의 염원을 담은 시 ‘그것은’과 ‘카자흐스탄 찬가’ 두 편을 차례로 낭송해 큰 박수를 받았다. 그중 ‘그것은’의 전문을 소개한다.

&lt;그것은&gt; 그것은 설렘 총구멍에서 눈물이 흘러나오는 것

그것은 더하기보다 빼기 곱하기보다 나누기 그것은 귀 기울이는 것 그것은 밥 한 그릇 그것은 지하의 뿌리가 지상의 잎새들을 걱정하지 않는 것 그것은 누구의 어린 피리 소리 그것은 갖가지 삶 다른 삶이 다른 삶에 굴복하지 않는 것 그것은 지난날 소가 쟁기 끌고 밭 가는 풍경 어이할거나 소의 천년 멍에 그것은 아버지가 아들보다 먼저 죽는 것 그것은 모국어 그것은 누구의 피가 누구의 피를 데워주는 것 그것은 아기 울음소리가 모든 것인 엄마 그것은 다도해 그것은 인간이 인간에 대하여 인간인 것 인간이 자연에 대하여 자연인 것 그것은 끝내 나 자신이 없어지는 것

고은 시인이 평화 토크콘서트에서 청중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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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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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평화 토크콘서트

2015년 2월 1일

나는 나의 삶의 절대성을 실현하기 위해 이 세상에 나온 것입니다. 그런 데 누가 가르쳐 준다고 해서 ‘네, 선생 님 그대로 가겠습니다’, 이건 아닙니다. 나는 이 세계에서 가장 겸허한 태도가 가장 오만한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선 생님한테 배워서 아주 그대로 정말 하 는 이런 것이 미덕이 아닙니다. 정말 아 무 스승이 없는 캄캄한 고아로서 이 세 상을 개척해 나가는 것, 이게 나는 정말 더 좋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여기 온 내 뜻과 여러분이 기대했던 언 어가 달라서 실망하기를 바랍니다(웃 음, 박수). 양 : 아까 말씀 중에 성장이 멈추지 않 으면 세상이 망한다고 하셨는데요. 고 : ‘게리 스나이더’라고, 나하고 형 제간처럼 지내는 미국의 원로 시인이 있습니다. 자기 시집에 ‘고은에게’라는 시도 특별히 쓰고, 나를 말할 때 ‘지구 저편의 형제 시인’이라고 부르는 사인 데요. 제2차 대전 후 1950년대에 ‘비트 제너레이션’(beat generation)이라고 하는, 미국 문학사에 커다란 획을 긋는 데 참여한 시인입니다마는, 이 시인이 생태에 대해서 탁월한 분이에요. 이 분 이 쓴 글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지구 에서의 인간은 5억이면 다른 생물과의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그야말로 낙원으 로 살 수 있는 인구 적정수라고요. 근데 지금은 어떻게 됩니까? 꽤 많지요. 아마 2020년~2030년 그 사이에 100억이 될 겁니다. 100억, 지나치죠. 이게 뭔지 아 십니까? 성장이 이렇게 만들었습니다. 더 이상 되면 폭발하죠. 그래서 우주를 개척하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아직은 우주는 희망이 별로 없습니다. 지구에 서 탈출하기 힘듭니다. 100억이 여기 있 는데 무슨 성장이 되겠어요. 이런 성장 을 어떻게 조절하느냐가 큰 문제죠. 양 : 선생님, 그렇다면 앞으로 세상은 더 평화로워질까요, 아니면 덜 평화로 워질까요? 고 : 평화는요, 예전의 평화를 기억해 반추하는 게 아니고, 우리가 지금 막 시 작해야 되는 것입니다. 평화는 늘 새롭 습니다. 민주주의도 그렇지요. 산업화 하고 민주화했으니까 민주주의가 그냥 유지됩니까. 민주주의처럼 허약한 나비 날개가 없습니다. 끊임없이 나비날개 에 비가 안 맞게 말려줘야 하고, 찢어지 지 않게 보살펴야 하는 것이지요. 한 번

유네스코 창립 70주년을 맞 이해 세계 평화와 공동체의 화합을 위해 마련된 고은 시인의 평화 토크콘서트 는 여러 가지 의미를 담 아내는 시간이었다. 특히 고은시인이 평화친선대사 로 위촉되어 마련된 첫 무대였 다. 지방의 작은 도시인 부안

민주화됐다고 해서 영원히 민주화되나 요? 아닙니다. 민주주의, 평화, 이런 건 늘 새로운 거에요. 이제 막 시작하는 것 이에요. 나는 평화든 민주주의든 우정 이든 ‘이제 막 시작하는 거’라고 봅니 다. 민주주의, 과거에 했었으니까 지금 도 여전히 민주주의다? 아닙니다. 그래 서는 유지가 안 됩니다. 처음부터 시작 해야 합니다. 민주주의는 과거에 있었 던 민주주의를 복습하는 게 아니에요. 비민주적인 모든 현실을 민주화시키는 일을 자신의 삶으로 해야 되는 것이죠. 평화도 마찬가지죠. 양 : 오늘 유네스코한국위원회의 평 화예술친선대사로 이 자리에 계신데, 어떤 계기로 수락하셨는지요?

이런 건 평화가 아니지요. 내 말을 듣는 여러분에 의해 평화가 만들어지죠. ‘아, 저자가 조금은 쓸 만한 소리를 한다. 그 럼에도 불구하고 쓸모없는 얘기를 더 많이 한다.’ 이거를 알지만 아무도 이의 를 제기하지 않고, 그냥 내내 들어주지 않습니까(웃음). 이게 기본적으로 평화 입니다(웃음, 박수). 나는 특별히 언설을 높여서 평화 이 론을 내놓은 적은 없었어요. 난 사실 장 기도 못 두고, 바둑도 싫어해요. 전쟁, 경쟁, 누구랑 이기고 지는 승부가 싫어 요. 그래서 평화를 노래하기 시작한 거 에요. 전쟁 이런 게 다 싫어 평화 시를 쓰니까 우리나라 말고도 외국에서도 평 화 시를 쓰는 사람으로 특화가 됐어요. 꾸준히 평화에 대해 시를 쓰고 있었는

평화 토크콘서트를 마친 후 고은 시인과 양영은 앵커, 김종규 부안군수, 민동석 사무총장이 자리를 함께 했다

평화는요, 예전의 기억을 반추하는 게 아니라 지금 시작해야 되는 것입니다. 평화는 늘 새롭습니다. 고 : 두 가지로 말하는 게 좋겠네요. 첫째 평화에 대해서 말을 해야 되겠네 요. 평화는 어떤 사람이 혼자 강조한다 고 해서 이뤄지지 않습니다. 혼자는 평 화가 있을 필요도 없죠. 나 혼자는 이 름도 필요 없습니다. 평화 역시 그렇죠. 그래서 평화에는 첫째, 듣는 행위가 필 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나처럼 막 입만 여는 게 아니고, 여러분처럼 귀를 가지 고 있는 게 평화의 첫 걸음이라고 생각 합니다. 다른 이의 마음을 읽는 행위가 듣는 행위죠. 타자의 마음속에 있는 것 을 읽어내는 거죠. 동양에서는 아주 친 한 친구를 ‘지음(知音, 소리를 안다)’이 라고 했죠. 소리를 안다, 지음의 경지 에 가야 거기서부터 평화라는 말이 성 립됩니다. 오늘 나처럼 자기 말만 하면,

데 이게 어떻게 공교롭게 인연이 닿았 는지, 유네스코한국위원회 민동석 사무 총장께서 이것을 보시고, ‘아 저런 사람 도 유네스코의 일에 함께 동참시켜서 평화를 증진시키는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하셨어요. 그러나 평화는 저보다, 우리 모든 사람들이 다 함께 해야 하는 겁니다. 평화는요, 위대한 커다란 태양 의 피사체처럼 빛나는 이런 게 아니고, 우리 작은 세포 하나하나가 그 조그마 한 크기만큼의 평화를 유지할 때, 이 모 자이크가 평화를 이루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평화를 태 양으로서 만들지 말고, 평화의 좁쌀로 서 평화를 이루자, 이런 뜻을 나는 여러 분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박수). 유네스코는 문화와 교육을 말하고 있

평화 토크콘서트 방청 후기

“평화의 주체는 나와 당신임을 알려준 시간”

이가희 시인

예술회관에서, 그것도 저녁 시간 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물론 나도 대전에서 달 려간 것이다. 고은 시인은 우리 사 회에 만연되고 있는 갈등, 불안을 치유 하기 위해 ‘우리가 나아갈 길’을 제시

해 주었다. 이 시대가 물질 만능과 공포와 경쟁이 치열할지라도 개인은 고립된 자아 에 머무르지 말고, 세계 평화의 길로 나아 갈 주체는 나와 당신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토크콘서트는 ‘만인보’의 정신 즉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존재하는 사

습니다. 교육은 뭡니까, 미래 아닙니까. 여기 계신 나이 많은 분들은 옛날에 유 네스코가 베푼 은택에 의해서, 마분지 같은 교과서로 공부를 했어요. 그래서 우리가 유네스코의 은혜를 입은 사람들 입니다. 이제 한국은 도움을 받다가 도 움을 주는 나라로 바뀌었어요. 아프리카 등에 지원하고 있어요. 그전에는 집중적 으로 지원을 받던 한국인데 이제는 유네 스코 중에서도 가장 앞장서서 모범적으 로 활약하는 곳이 한국위원회입니다. 한국위원회의 일에 의해서 아프리카 의 문맹, 아프리카의 어리석음, 그것이 깨어나서 미래의 아프리카는 지금의 아 프리카가 아니겠지요. 마치 우리의 어 제가 우리의 오늘이 아니듯이 말이지 요. 이런 점에서 유네스코는 평화 담당 이에요. 그리고 그중에서도 평화를 구 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미래를 담보 하는 교육, 문화, 과학, 예술 이거죠. 이 런 인류의 의미를 늘 보전하는 것이죠. 의미를 만들어주고, 평화를 표상하고 있는 게 유네스코라고 생각을 하고, 나 같은 사람도 조금 늦었지만 유네스코의 작은 심부름꾼이 되려고 합니다. 양 : 마지막으로 올해 소망 한 가지만 여쭤볼게요. 고 : 나는 그런 것 없어요, 새해라고 해서. 동짓달 알죠? 지난해에 동짓달 있었죠? 팥죽 먹고, 새알심도 먹죠. 동 지, 그때가 진짜 해가 바뀔 때 아닙니 까. 음이 있다 양이 오는 때죠. 그게 진 짜 새해에요. 새해로 치면 상당히 지났 지요. 미국에 원주민 중에 체로키 부족 은 12월을 “다른 세상의 달”이라고 한 답니다. 멋지지요? 이미 12월은 다른 세상을 위한 달이라는 의미이지요. 1월은 서양에서 과거와 미래를 바라 보는 쌍둥이 신으로 상징되는데, 새해 소망만 얘기하는 것이 1월의 의미가 아 니고, ‘지난해 잘 지냈나’ 하는 성찰도 들어 있는 거죠. 그러니 어떤 소망도 희 망뿐 아니라 성찰이 함께 있어야 한다, 이전의 경험과 함께 있는 것이라고 말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난해부 터 이어져오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는, 외부에서 오라고 하는 손짓이 많이 있는데, 그걸 다니니까 자기만의 시간이 없어서 그걸 많이 잘라야 되겠 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 여기 오는 것도 나로서는 시간을 소모하는 것이지만, 여러분 만나는 반가움에 비 길 수가 없어서 왔습니다(박수).

랑과 평화 사상이 더욱 명징하게 형상화 시켜주는 시간이었다. 우리가 함께 손잡고 가야 하는 ‘주체되기’의 메시지를 우리 가 슴에 깊이 새겨주는 자리였다. 그가 끊임 없이 노래한 타자들의 삶을 통해 자신을 정립하여 세계 평화를 이루자는 말에 깊은 공감대를 느끼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하루 빨리 노벨문학상을 받아 그의 평화 사상이 전 세계에 널리 퍼지길 기대한다.


라 이 프

2015년 2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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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 생명의 보금자리’ 배롱나무카페 &amp; 작은누리 스토리

들리지 않으세요? 봄이 깨어나는 소리가 서울 명동 유네스코회관 12층에는 아주 특별한 공간이 있습니다. 향기 로운 차 한 잔으로 작은 기부를 실천 할 수 있는 ‘배롱나무카페’와 자연이 숨 쉬는 옥상 생태공원 ‘작은누리’가 바로 그곳입니다. 옷깃을 세우게 하

는 매서운 추위가 기승을 부리지만 유네스코회관 12층에선 벌써부터 봄 이 오는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마 음까지 따뜻하게 해주는 배롱나무카 페와 한파를 뚫고 생명을 하나둘 틔 워내는 작은누리가 있기 때문이지요.

오늘은 배롱나무카페 가는 날 배롱나무카페는 유네스코한국위원회 가 마련한 ‘기부 카페’이자 누구나 들를 수 있는 포근한 휴식공간입니다. 카페 수익금은 아프리카와 아시아 지역 가 난한 이들의 교육을 지원하는 데 쓰입 니다. 그런데 왜 교육을 지원하냐고요? “교육이야말로 미래를 바꿀 수 있는 가 장 큰 희망”이라는 걸 유네스코한국위 원회는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배롱나 무카페를 ‘지구촌 교육나눔 카페’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사실, 배롱나무카페가 들어선 자리는 40여년 넘게 ‘외부인 출입금지’ 구역이 었습니다. 원래 기계실이 있던 곳인데,

지난해 창립 60주년을 맞아 ‘유네스코 회관을 국민께 돌려드리자’는 취지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나눔과 휴식의 공간으 로 탈바꿈시킨 것입니다. 카페 공간이 1관과 2관으로 분리돼 있어 소규모 전 시회나 세미나를 열기에도 안성맞춤입 니다. 새해 들어 배롱나무카페가 새롭게 단 장을 했습니다. 먼저, 더 많은 분들이 찾아와 차와 기부의 향기를 즐기실 수 있도록 운영 시간을 연장했습니다. 평 일에는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9시까 지, 주말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일 요일 오후 6시)까지 여러분의 발걸음

을 기다립니다. 가격과 메뉴도 확 달라 졌습니다. 지난해에는 커피 음료 가격 을 따로 정해놓지 않고 ‘마음 닿는 대 로’ 교육나눔 후원함에 성금을 내는 방 식이었는데, 의외로 부담스러워 하시는 분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올해 부터는 음료마다 거품 없는 착한 가격 을 책정하고, 여러 종류의 차와 디저트 도 즐기실 수 있도록 다양한 메뉴를 마 련했습니다. 명동의 명소 유네스코회관 12층 전망 좋은 카페에서 3500원에 가 벼운 브런치(오전)와 차를 즐기며 작은 기부까지 겸할 수 있다면, ‘착한 카페’ 라 아니할 수 없겠지요.

생명이 기지개켜는 생태공원 작은누리 그런데 한겨울 생태공원에 뭐 볼거리 가 있겠냐고요? 동장군의 위세에 숨죽 이고 있는 듯하지만, 작은누리 곳곳에 서 생명이 기지개켜는 소리가 전해집니 다. 그 경이로운 광경을 관찰하는 것도 겨울의 자연 속에서만 누릴 수 있 는 특권입니다. 유네스코한국위원 회 직원들은 ‘작은 누리꾼’이라는 모 임을 만들어 텃밭 도 가꾸고 작은누 리의 동식물을 돌 보고 있습니다. 얼 마 전 ‘작은누리’ 블로 그(http://blog.naver. com/little_nuri)에 올라온 ‘관찰 일지’, 한번 보시겠어요? “2015 을미년이 되었습니다. 겨울이 되면 작은누리도 꽁꽁 얼어붙 어 별로 찾는 이가 없습니다. 그러나 이 겨울에도 생명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 으며 뭔가 아름다운 것들도 보입니다. ‘아름다움이란 보는 사람의 눈 속에 있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Beauty is in the Eye of the Beholder.’ 우선 얼어붙은 습지 모습입니다. 지 금은 이 모습입니다만, 약 한 달 뒤 2월 말경이면 도롱뇽이 알을 낳을 것입니 다. 그 때를 기다려 보기로 하지요…”. 아마도 다음 관찰일지가 올라올 때쯤

배롱나무카페가 특히 매력적인 이유 는 도심 빌딩 숲 속에서는 찾아보기 힘 든 옥상 생태공원 ‘작은누리’와 이웃하 고 있다는 점입니다. 유네스코회관 12 층 옥상에 조성된 작은누리는 그야말로 생물들의 작은 천국입니다. 생태습지와 개울 등 다양한 서식 환경을 조성한 덕 분에 200여 종의 식물과 도롱뇽 잠자리 메뚜기 등 60여 종의 동물이 어울려 살 고 있습니다. 13층 옥탑에는 꿀벌 양봉 장도 설치해 벌통에서 꿀도 수확하고 있습니다. 유리창 너머로 나무와 풀이 속삭이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는 도심 속 카페가 또 어디에 있을까요.

미국쑥부쟁 꽃의 형태를 남긴 채 박제가 되어버린 듯한 ‘미국쑥부쟁이’입니다. 뿌려놓은 별무리. 습지의 풀숲 여기저기에 있습니다.

이면 봄은 우리 앞에 성큼 다가와 있을 것입니다. 그때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들 고 자연의 작은 천국, 작은누리에서 여 러분과 만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다음 사진과 글은 작은누리 블로그에서 옮긴 것입 니다.

부들꽃 소시지 모양의 꽃 덩어리가 하얗게 분해되어 바람에 날리고 있습니다. 민들레처럼 씨를 퍼뜨리네요. 하얗게 부서져 날리는 부들 꽃(혹은 씨앗)에서 생명의 움직임과 처연한 아름다움이 보입니다. 마지막 사명을 다하는 순간이라고나 할까요.

커피 한 잔의 여유와 함께, 작은누리에서 도심 속 녹색 휴식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요?

버들강아지 버들강아지가 피기 시작했으니 봄은 멀지 않으리! 갯버들 겨울눈에서 은빛 털이 돋고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딱 두 개입니다. 겨울 속에서 찾아낸 미세한 변화. 마치 ‘숨은 그림 찾기’ 같습니다. 며칠 후에는 어떻게 변하는지 더 지켜보기로 하지요.”

인동초 역시 인동은 이름처럼 겨울에도 푸른 잎을 보전하고 있습니다.

벡터이미지: freepi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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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브릿지 · 후원

2015년 2월 1일

브릿지 희망 스토리 / 말라위 치티피 마을에 교실이 생기던 날 말라위

“이젠 비바람 쳐도 흔들리지 않아요, 책도 우리 꿈도”

말라위의 수도 릴롱궤(Lilongwe)에 서 잠비아 국경 방향으로 뻗은 음친지 (Mchinzi) 도로를 따라 서쪽으로 15㎞ 정도 가면 치티피(Chitipi)지역이 나옵 니다. 이곳은 수도에서 그리 멀리 떨어 지지 않아 5~10년 후에는 보다 발전이 기대되는 지역입니다. 그래서인지 중심 지에서 살기에는 경제적으로 다소 벅찬 현지인이나 현역에서 은퇴한 사람들이 새 집을 짓고 차츰 이곳으로 이주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이 지역의 대다수 사람들은 전기와 수도가 들어오지 않는 허름한 집에서 살고 있습니다. 해가 지 면 불빛 하나 없는 깜깜한 암흑에 둘러 싸이는 마을이 대부분이지요. 이들 마 을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은 밤이면 주변 에 하나둘씩 들어선 새 집에서 새어 나 오는 불빛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할까요. 혹시 “나도 밤에도 책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떠올리지는 않았을까요. 이처럼 치티피 지역은 수도에서 꽤 가까운 곳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도움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마을 구성원들의 상당수가 비문해자이고, 심지어 지도자 인 촌장 역시 비문해자인 경우도 많습 니다. 무엇보다 이 지역에 교육 나눔 활 동이 필요한 이유는, 이곳에 특히 청년 들이 많이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원래 이 지역에서 나고 자란 이들도 많지만 다른 지역에서 찾아온 청년들도 적지

않습니다. 수도에서 일자리를 찾아 한 번 잘살아 보겠다는 부푼 꿈을 안고 왔 다가, 녹록지 않은 현실에 좌절하고 이 곳에 눌러 앉은 청년들이지요. 이들에 게 적당한 일자리와 적절한 교육 기회 를 제공할 수만 있다면 치티피 지역은 한결 안전하고 활기 넘치는 마을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유네스코 말라위국가 위원회와 우리(유네스코 브릿지 활동가 들)가 이곳을 ‘유네스코 브릿지 아프리 카 프로젝트’의 새로운 구역으로 선정 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우리는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를 수렴 해 성인문해교실과 청년들을 위한 기술 교실로 쓸 수 있도록 ‘교실 1동, 워크숍 (기술교실) 1동, 오피스 및 도서관 1동, 화장실 1동’으로 구성된 다목적 지역학 습센터를 건축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우선 오피스 및 창고를 포함한 다목적 교실 한 동을 먼저 짓기로 했습니다. 지 역 선정부터 청사진 마련까지 약 3개월 간 운영위원회에서 활동한 멤버 한 명

이 건축 감독을 맡고, 건축 관련 경험이 풍부한 마을 내 촌장 두 명이 포함된 건 축 인부들이 실제 공사를 맡았습니다. 공사 과정을 통해서도 배울 것이 많기 에, 기술 교육의 일환으로 마을 청년 네 명도 건축 보조로 선정하여 ‘현장 학습’ 을 해볼 수 있도록 배려했습니다. 그렇게 8주간의 공사 끝에 지역학습 센터의 첫 번째 건물이 완공되었습니다. 한 명의 활동가로서 가슴 벅찬 순간이라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러한 프로 젝트가 유네스코한국위원회의 지원, 많 은 분들의 후원 없이는 성사될 수 없는 일이지만, 실행 과정에서 현지 주민들로 부터 받은 적극적인 도움 또한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 모릅니다. 음웨라 마 을 촌장은 아무런 대가 없이 자신의 땅 을 센터 부지로 기증했고, 건축 기간 내 내 많은 주민들이 현장에 나와 격려도 하고 도움을 주었습니다. 브릿지 프로젝 트의 취지가 교육 지원을 통해 현지인들 이 자립할 수 있도록 응원하는 일이라는

걸 감안하면, 이러한 주민들의 모습이 더욱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뜨거운 햇빛과 바람을 막아 줄 배움 의 공간이 완공되면서 가장 기뻐한 사 람은 이곳의 성인문해교사 나오미 졸로 파니(Naomi Jolofani)였습니다. 그녀 는 “내 오랜 꿈이 이루어진 것과 같다” 며 깊이 감사를 표했습니다. 홀로 다섯 명의 아이를 키워 대학을 보낸 그녀야 말로 누구보다 교육의 중요성을 잘 알 고 있는 사람이니까요. “저는 교육의 힘을 믿습니다. 제 이런 생각과 꿈을 이웃들과 나누고 싶었습니 다. 급여도 없이 교사 일을 자원했던 단 하나의 이유였습니다. 열악한 환경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언젠가 우리를 위 한 교실이 생기기를 늘 기도했는데, 이 렇게 센터가 생겨 정말 감사합니다.” 그녀의 이 말 한 마디로 지난 몇 달 간의 힘든 기억이 눈 녹듯 사라지는 것 같았습니다. 이 잔잔한 감동, 저 혼자만 의 느낌은 아니겠지요. 민신혜 활동가

유네스코한국위원회 희망나눔 사업 여러분의 후원에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12월에 모아주신 후원금 39,618,457원은 유네스코 브릿지 프로젝트를 통해 저개발국의 교육지원에 사용됐습니다. 장혜정, 장희경, 장희명, 전경숙, 전명숙, 전명철, 전미선, 전보현, 전서진, 전성화, 전소영, 전신옥, 전용군, 전주현, 전지완, 전진성, 전찬규, 전철희, 전현진, 전혜성, 정기후원: 강경아, 강대성, 강동욱, 강동진, 강동훈, 강리경, 강미자, 강병규, 강상호, 강신용, 강원형, 강윤서, 강은수, 강준희, 강향숙, 강효정, 고남균, 고민준, 전홍찬, 정다원, 정동율, 정문숙, 정미애, 정사라, 정상범, 정상희, 정석현, 정성웅, 정성자, 정시훈, 정양희, 정연욱, 정예원(A), 정예원(B), 정옥주, 정용시, 정용주, 고영아, 고은, 고현정, 곽미진, 곽병남, 곽요나, 곽유경, 곽은영, 구동혁, 구본석, 구영옥, 구자형, 구효정, 권갑수, 권기범, 권미숙, 권선미, 권송, 권송이, 권숙자, 정운찬, 정유림, 정유빈, 정윤정, 정의용, 정인교, 정인해, 정인혜, 정인환, 정일량, 정일순, 정재욱, 정재원, 정재정, 정정희, 정주관, 정지연, 정진미, 정진우, 정창윤, 권순자, 권예림, 권오규, 권의재, 권지현, 권채원, 권효정, 길승현, 김경미, 김경범, 김경섭, 김경은, 김경희, 김광자, 김귀배, 김규민, 김기란, 김기욱, 김길현, 정태순, 정해권, 정혜윤, 정희영, 제지현, 제하림, 제환승, 조기열, 조남준, 조노현, 조민주, 조병인, 조석현, 조수아, 조양현, 조영국, 조영상, 조예나, 조용덕, 조우진, 김나연, 김나운, 김나현(A), 김나현(B), 김남춘, 김도연, 김도훈, 김동선, 김동준, 김동진(A), 김동진(B), 김동현, 김동희, 김명신, 김문원, 김미성, 김미연, 김미자, 조유나, 조율래, 조정희, 조태민, 조푸름, 조한민, 조현진, 좌효숙, 주경철, 주영아, 주예름, 주예은, 주준호, 지민선, 지현구, 진성욱, 진정경, 차보영, 차상윤, 채유님, 김미현, 김민아(A), 김민아(B), 김민영, 김민우, 김민정, 김민주, 김민지(A), 김민지(B), 김민지(C), 김민호, 김민희, 김병구, 김병삼, 김병호, 김복수, 김복순, 천우림, 최강인, 최경난, 최경란, 최낙현, 최명자, 최명재, 최무경, 최미나, 최미영, 최봉락, 최상일, 최석중, 최성규, 최성순, 최성윤, 최성태, 최송자, 최영숙, 최영은, 최용락, 김봉숙, 김부열, 김상호, 김상훈, 김서준, 김석원, 김선연, 김선영, 김성순, 김성준, 김성훈, 김소영, 김수권, 김수미, 김수인, 김수인, 김수현(A), 김수현(B), 김숙희, 최우영, 최웅식, 최윤성, 최은송, 최은정, 최은희, 최인숙, 최재연, 최재헌, 최정길, 최정희, 최종문, 최종서, 최지수, 최지안, 최진희, 김승리, 김승예, 김승윤, 김승희(A), 김승희(B), 김아람, 김연숙, 김영관, 김영기, 김영모, 김영미, 김영수, 김영우, 김영은, 김영주, 최필규, 최화영, 최효준, 추서영, 추연석, 추영호, 하윤영, 하천일, 하현지, 한경옥, 한계수, 한남임, 한명희, 한미숙, 한미현, 김영환, 김옥, 김옥경, 김옥신, 김옥현, 김용선, 김용희, 김우춘, 김원민, 김은경(A), 김은경(B), 김은선, 김은실, 김은영(A), 한병채, 한보화, 한원희, 한일선, 함채민, 허명회, 허세윤, 허정숙, 현주, 형서윤, 홍계복, 홍양호, 홍윤경, 홍은표, 홍종대, 김은영(B), 김은혜, 김인하, 김일순, 김재권, 김재근(A), 김재근(B), 김재득, 김재열, 김정민, 김정수, 김정숙, 김정순, 홍주선, 황규애, 황동욱, 황상문, 황영숙, 황의진, 황제웅, 황지현, 황진영, 황태건, 황태학 외 익명 8분, (주)김치빌리 김정옥, 김정탁, 김정하, 김종목, 김종연, 김종주, 김종천, 김주옥, 김준호, 김지수, 김지예, 김지오, 김지용, 김지현(A), 아드, (주)아이비앤웍스, (주)워킹피컴퍼니, (주)이지나노에프, (주)커피비평가협회, (주)한국다인개발, 금산주유소, 김지현(B), 김진수, 김진아(A), 김진아(B), 김진욱, 김창숙, 김철민, 김철호, 김철홍, 김태우(A), 김태우(B), 김태(C), 남영산업, 대도식당 안양점, 대흥포장 (주), 범천착한어린이집, 비알에이전시, 세무법인비전대전지점, 스타킹 김태일, 김판중, 김한조, 김행자, 김현규, 김현승, 김현아, 김현정(B), 김현정(C), 김현정(D), 김현종, 김현철(A), 크랩, 아하바 브라카, 양방언, 예화피아노, 오군순두부, 우대가, 일품가든, 전북사대부고 유네스코동아리, 진동횟집 김현철(B), 김형중, 김형춘, 김혜경, 김호경, 김화미, 김환식, 김효정, 김효진(A), 김효진(B), 김희영, 김희준, 일시후원: 강태현, 고효준, 권필상, 김기현, 김대현, 김동훈, 김명애, 김문희, 김준현, 김진희, 김형수(A), 김형수(B), 나경욱, 나금주, 나인광, 나인애, 나주원, 나희경, 남순민, 남순희, 남옥임, 남윤아, 남정순, 남지현, 노유정, 나정자, 박선희, 박재욱, 박희선, 서순예, 서은소, 서채원, 성가연, 오금재, 오중화, 이상화, 이재현, 이정환, 노재명, 노정열, 노지영, 노지원, 노징남, 도선영, 라용화, 류다혜, 류수민, 류은조, 류정아, 류정훈, 류제헌, 류현욱, 장근석, 전용자, 정규일, 정유진, 정향점, 조부형, 조청제, 조한상, 최명식, 최석진, 최승철, 최인숙, 최정아, 명수희, 문경준, 문상호, 문언정, 문예빈, 문유빈, 문일모, 문주란, 민경서, 민대훈, 민동석, 민영서, 민형종, 박건태, 한상봉, 한아름, 허혜정, 홍소희 외 익명 1분, (사)한국여성인력개발센터연합, 교보핫트랙스 (주), 남양농협 박경숙, 박경준, 박경진, 박규희, 박기순, 박기철, 박남기, 박다인, 박달서, 박동영, 박명의, 박무제, 박문길, 박미경, 현대, 법륜유치원, 보성여자중학교유네스코동아리, 어방초등학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한국엔지니어링협회 박미애, 박민석, 박병준, 박병태, 박상미, 박성용, 박세찬, 박소연, 박순덕, 박시우, 박영규, 박영길, 박영범, 박영빈, 신규후원신청자 (12월 21일~1월 20일): 강경모, 강문수, 강미영, 강상원, 강선희, 강지원, 강춘수, 강한수, 고건우, ♥ 유네스코 브릿지 아프리카 26,346,274원 박영수, 박영순(A), 박영순(B), 박영신, 박예숙, 박예자, 박용성, 박용진, 박우광, 박은경, 박은선, 박은지, 박은희, 고광흠, 고명진, 고영옥, 고유미, 공상철, 곽수용, 곽우실, 권미희, 권순오, 권오묵, 권하영, 김경숙, 김경운, 박재원, 장지호, 장철호, 섭, 박정섭, 박정연, 박정용, 박정주, 박주연, 박준홍, 박지선, 박지연, 박지영, 박지호, ♥ 유네스코 브릿지 아시아 11,291,260원 김경희, 김경희, 김규진, 김근태, 김기태, 김기한, 김나연, 김남규, 김달이, 김대현, 김대훈, 김도경, 김동오, 김동철, 박진미, 박진수, 박진영, 박진채, 박진한, 박찬승, 박찬웅, 박찬진, 박창오, 박창현, 박치홍, 박태준, 박평호, 박하은, 김동현, 김동호, 김두현, 김둘남, 김리연, 김마로, 김면수, 김문정, 김미연, 김미정, 김미화, 김민선, 김민재, 김민정, 박헌인, 박현수(A), 박현수(B), 박화숙, 박휘윤, 박흥순, 박희정, 방성주, 배남인, 배동환, 배상순, 배상훈, 배석임, ♥ 행정비(5%) 1,980,923원 김민지, 김병길, 김보민, 김봉기, 김분옥, 김상무, 김선유, 김수미, 김수연, 김순덕, 김승경, 김승기, 김아영, 김안옥, 배세은, 배재현, 백명기, 백서연, 백승현, 백진호, 변소윤, 서광원, 서기원, 서만교, 서용시, 서재민, 서정아, 서종문, 서주석, 김양분, 김양욱, 김영민, 김영숙, 김영지, 김영찬, 김영희, 김용운, 김원식, 김유주, 김윤기, 김윤선, 김윤자, 김은경, 서지형, 서헌수, 서현숙, 석다희, 설균태, 설옥경, 성백제, 성석현, 성영희, 성주영, 소문석, 손민지, 손상락, 손인옥, 손정일, 김은정, 김은주, 김재원, 김재훈, 김정민, 김정순, 김정호, 김종범, 김주아, 김준영,김진영, 김진웅, 김춘배, 김태철, 김하은, 손지혜, 손진주, 손창현, 송경섭, 송동호, 송려원, 송민규, 송민희, 송병운, 송유미, 송은선, 송은의, 송인순, 송재철, 송정일, 송종진, 김행선, 김혁성, 김현정(E), 김현정(F), 김현주, 김혜련, 김혜선, 김효재, 나영진, 나정순, 노민욱, 노성환, 노정숙, 도연경, 송지미, 송지수, 송지우, 송진섭, 송진환, 송형진, 신나래, 신동욱, 신동직, 신명수, 신명철, 신미아, 신민수, 신상태, 신소애, 신숙례, 류미경, 류재구, 류태환, 류혜은, 문선영, 문시우, 문형숙, 민예은, 박경아, 박길준, 박노기, 박명숙, 박선병, 박세빈, 박순철, 박승도, 신승운, 신종철, 신지영, 신지원, 신창현, 신현운, 신혜림, 신호래, 심동천, 심숙경, 심옥화, 심은하, 심태섭, 안광재, 안소영, 안영복, 안윤준, 박승택, 박연우, 박옥봉, 박원섭, 박주영, 박준희, 박지우, 박현만, 방창준, 배길송, 백남식, 백미진, 백승남, 백인호, 백재은, 백지현, 변어진이, 안지완, 안치석, 안형균, 안훈숙, 안희성, 양가윤, 양무인, 양미희, 양선영, 양세라, 양유경, 양은주, 양혜원, 양효식, 양희주, 엄미경, 엄윤나, 변채호, 서승미, 서외자, 서주희, 손아영, 손유림, 손정태, 손지희, 송광민, 송성민, 송영화, 송유림, 송유미, 송은수, 송주복, 송진택, 신상희, 엄은식, 엄정욱, 여경민, 여재욱, 연제창, 연현주, 염기상, 염정선, 오병훈, 오상협, 오서영, 오승봉, 오승헌, 오영화, 오은순, 오정란, 오찬양, 신영옥, 신영환, 신정인, 심준구, 안경섭, 안금자, 안영신, 안진섭, 안호준, 양난혜, 양윤정, 양일용, 양철상, 양희옥, 오근희, 오금환, 오복희, 오숙자, 오혜재, 오효림, 옥윤수, 옥철영, 왕예진, 우덕기, 우승희, 유단화, 유동철, 유세화, 유솔화, 유승원, 유재걸, 유재수, 유정원, 유지혁, 유채희, 오승교, 오진선, 오찬양, 오창숙, 오후진, 원은주, 위옥자, 유경숙, 유보람, 유성종, 유소영, 유정호, 유혜원, 윤금옥, 윤명순, 윤문회, 윤민수, 윤영석, 윤채영, 유철, 유하나, 유현숙, 유호연, 윤경희, 윤미란, 윤석훈, 윤선이, 윤수한, 윤영선, 윤예진, 윤용섭, 윤인선, 윤전애, 윤정원, 윤준식, 윤준용, 윤창득, 윤치영, 윤태연, 윤행숙, 이계수, 이국용, 이나미, 이동원, 이명이, 이문자, 이방, 이범진, 이병영, 이상민, 이선복, 이선우, 이선화, 이성희, 이수하, 이숙경, 윤하준, 윤혜정, 윤화영, 윤희, 이강미, 이강일, 이건민, 이건복, 이경미, 이경준, 이경호, 이근희, 이기홍, 이날, 이다경, 이도원, 이동건, 이동규, 이숙영, 이숙원, 이순옥, 이순자, 이승목, 이승수, 이승일, 이영준, 이영호, 이원희, 이윤정, 이융래, 이정난, 이정열, 이정이, 이정자, 이종범, 이주현, 이지수, 이진기, 이동훈, 이두병, 이루미, 이미정, 이병균, 이병호(A), 이병호(B), 이봉연, 이상교, 이상용, 이상진(A), 이상진(B), 이석, 이선경(A), 이선경(B), 이현숙, 이현주, 이홍열, 이희남, 임삼미, 임순화, 임승호, 임영미, 임인순, 임재숙, 임형주, 임희택, 장근우, 장미경, 장영숙, 장이삭, 장차열, 전기종, 전우찬, 전은주, 이선미, 이선영, 이선옥, 이선정, 이선중, 이선훈, 이선희, 이소미, 이소현, 이송하, 이수림, 이순덕, 이순아, 이순옥, 이슬기, 이승미, 이승섭, 정금수, 정덕숙, 정미자, 정병근, 정선옥, 정연권, 정영환, 정의희, 정진영, 정춘지, 정해산, 정현희, 정혜숙, 제말식, 조갑승, 조명순, 조성경, 조아름, 조아림, 조영수, 이승현, 이승훈, 이신형, 이연숙, 이영복, 이영서, 이영선, 이영숙, 이영주, 이영한, 이영현, 이예원, 이우용, 이원근, 이유빈, 이윤경, 이윤성, 조영택, 조행임, 조혜진, 조희영, 주인식, 진송이, 차은희, 채한규, 천동이, 천정은, 최경석, 최광민, 최영애, 최용주, 최운영, 최원석, 최인경, 최재범, 최정주, 최정희, 이윤재, 이윤정, 이윤주, 이윤철, 이윤해, 이은주, 이의수, 이재광, 이재근, 이재성, 이재승, 이재일, 이재형, 이재호, 이정란, 이정선, 이정윤, 최현혜, 하헌택, 한미숙, 허란환, 허정훈, 허지연, 현경호, 홍영희, 홍용자, 홍원기, 홍원이, 홍재곤, 홍정연, 홍찬우, 홍춘자, 홍환성, 황규태, 황덕우, 황선우, 황순애, 이정은, 이정혜, 이정화, 이조아, 이종욱, 이주림, 이주연, 이주호, 이주훈, 이준희, 이중훈, 이지영, 이지원, 이지윤, 이진원, 이창근, 이창섭, 황재현, 황주철, 황학성, KIMYONGZOO, 대흥한의원, 링즈영어학원, 엠알통신주식회사, (주)캐미원 이채만, 이철호, 이철훈, 이초미, 이하늘, 이현경, 이현수, 이현준, 이형구, 이형칠, 이혜순, 이호연, 이효린, 인제름, 임견호, 임근묵, 임돈희, 임선주, 임승빈, 임은정, 임재현, 임종범, 임태인, 임현묵, 장미애, 장민경, 장수철, 장신미, 장영훈, 장용주, 장은진, 장익진, 장인숙, 장재율, 장정식, 장지원, 장지호, 장철호, 장현식, 장혜경,

총 39,618,457원

교육으로 희망을 전하는 유네스코 희망나눔 사업을 통해 여러분의 사랑을 전해주세요! 유네스코 브릿지 아시아 프로젝트(필리핀)를 후원하고 있습니다.

유네스코 브릿지 기후변화 프로젝트(네팔, 라오스)를 후원하고 있습니다.

유네스코 키즈 프로그램을 후원하고 있습니다.

유네스코 브릿지 아프리카 프로젝트(레소토)를 후원하고 있습니다.


캠 페 인

2015년 2월 1일

교육이 희망입니다

짐바브웨의 재퀴린과 친구들에게 학용품을 선물해주세요

말라위 나피니의 유네스코 마을 학교(CLC) 학생들에게 교재를 선물해주세요

레소토의 올리브 아주머니와 지역 여성 주민들에게 재봉틀을 선물해주세요

교육으로 지구촌 이웃들과 희망을 나누는 유네스코 브릿지 사업에 동참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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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2월 1일

후원 인터뷰

아름다운 사람 / ‘제주 지킴이’ 김지오 양(유네스코 키즈 2기)-김수현 씨 모녀의 이구동성

“나눔이란 내 것을 주는 게 아니라 기쁨을 돌려받는 것입니다” 자기소개를 해 달라는 요청에 “유 네스코 3관왕, 제주도에 살고 있는 초등학생”이라는 말부터 바로 내놓 는 ‘천생 제주 지킴이’ 김지오 양(한 라초 6학년). 그런 김 양이 ‘유네스 코 키즈 세계시민캠프(여름캠프)’ 를 그냥 지나쳤을 리 없다. 김 양은 재수(?) 끝에 2014년 ‘유네스코 키 즈 세계시민캠프’의 일원이 되었고, 지난달엔 해외현장학습을 떠나 파 리 유네스코 본부 등을 돌아보며 꿈 의 나래를 마음껏 펼쳤다. 그런데 소녀의 꿈만큼이나 아름 다운 것이 그 마음씨인 듯하다. 얼 마 전 김 양은 어머니와 함께 아프 리카의 불우한 어린이들이 공부할 수 있게 돕고 싶다며 유네스코한국 위원회의 교육나눔사업에 정기후원 을 시작했다. 지난 1월 24일, 유네 스코 키즈 2기 ‘해외현장학습’ 발대 식 자리에서 김지오 양과 어머니 김 수현 씨를 만나, 모녀가 함께 교육 나눔에 동참한 사연과 나눔에 대한 생각을 청해 들었다. 모녀가 함께 후원을 결심하게 된 계 기는 무엇인가요. (어머니) 저보다 지오가 어릴 때부터 후원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제주도에 살고 있어 비행기를 타고 다 닐 일이 많은데, 일곱 살 때 지오가 모 항 공사 기내에서 하 는 모금을 보고는 “엄마, 저 이거 하 고 싶어요”라고 하 더라고요. 본인이 구 체적으로 뭘 하는 건지 자세히는 모르고 한 말이었을 텐데, 그 래도 남을 돕겠다는 생각이 기특해서 지오의 이름으로 된 통장으로 정기 후 원을 하기 시작했어요. 그때부터 지오 는 어느 기관에서든 모금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후원하고 싶다고 해 제가 오 히려 “모든 곳을 다 후원할 수는 없다” 며 말릴 정도였지요. 개인적으로도 후 원에 관심은 있어서 일시후원은 종종 했지만, 정기적으로 후원을 하고 있지 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난 유네스코 키즈 2기 여름캠프 수료식에서 지오와 다른 아이들의 밝디 밝은 모습을 보고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사업에 대한 확신 을 갖게 되었어요. (지오) 유네스코 키즈 캠프를 하면

발이 필요하다고는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들처럼 염려도 큽니다. 그래서 사 무총장님께 개발과 보존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여쭤보고 싶어요. 지오 양의 장래 희망은 무엇인가요.

유네스코 키즈 해외현장학습을 떠나기 직전, 지오양과 어머니를 배롱나무까페에서 만났다

어요. 아주 많은 사람들이 여러 분야를 통해 평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 도 알았고요. 특히 ‘모의 유네스코 총 회’를 통해 제 개인의 의견이 아니라 제가 대표하는 한 나라의 의견을 대변 했던 일은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저 는 호주 대표를 맡았었는데요, 호주의 입장과 제 생각이 달라서 조금 어려웠 거든요. 총회의 주제는 ‘각국은 기후변 화 대응을 위해 2020년까지 온실가스 를 얼마나 감축해야 하는가?’였는데, 호주는 경제 발전을 위해 석유 개발이 꼭 필요한 입장이었어요. 제 발표에 대 나눔에 대해서 평소 어떤 생각을 갖 해 다른 사람들이 반론을 제기할까 봐 고 계셨는지 궁금합니다. 고민도 많았어요. 다행이 발표는 잘 마 무리했지만, 개인적 상대방을 불쌍하다 생각지 말고, 으로는 다음번에 훨 씬 더 잘 할 수 있을 지속적인 관심을 것 같아요! 서 유네스코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제가 제주도에 살다 보니 제 주도의 유산이 유네스코에 등재되었다 는 뉴스가 나올 때마다 “유네스코가 뭐 지?” 하는 궁금증은 있었거든요. 그러 다 키즈 캠프에 참여하면서 유네스코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었고, 유네스코와 함 께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 습니다. 캠프가 끝나자마자 후원을 하 고 싶다고 생각은 했었는데, 엄마가 진 짜 후원을 신청할 줄은 사실 몰랐어요 (웃음).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번 유네스코 키즈 프로그램을 통해 파리에 가게 되었어 요. 지오 양이 가장 기대하는 것은 무엇인 가요. 유네스코 본부 방문이 가장 기대가 돼요. 이리나 보코바 사무총장님을

(어머니) 저는 나눔이란 물질적으 로 나누는 것보다 지속적인 관심을 갖 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오 에게는 항상 기부를 하거나 봉사를 할 때 “상대방을 불쌍하다고 생각하지 말 라”고 이야기합니다. 봉사나 기부란, 내가 아프리카 친구들이 가지고 있지만 상대방 교육의 끈을 놓지 않고 은 갖고 있지 않은 것 을 나누어 주는 것일 세상을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뿐이니까요. 만난다는 게 정말 설레요. 만약 저 지오 양은 2기 유네스코 키즈로 선 에게 사무총장님께 질문할 수 있는 기 정되어 여름캠프뿐 아니라 이번 겨울캠프 회가 주어진다면 제주도에 대해 질문 에도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키즈 캠프에 하고 싶어요. 제주도는 섬 전체가 세계 참여하며 어떤 것을 느꼈나요. 자연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는데, 현재 제가 예전에 알던 국제기구는 UN 많은 곳에서 개발이 진행 중이기도 하 뿐이었어요. 그 외에도 여러 국제 기구 거든요. 제주도민들은 이것에 대해 많 가 있다는 것을 키즈 캠프를 하며 배웠 이 염려하고 있어요. 저도 어느 정도 개

저는 어렸을 때부터 박물관에 다니는 걸 좋아했어요. 이번에 파리에 가서도 루브르 박물관에 가게 된다고 해서 많 이 기대가 됩니다. 제 장래 희망은 박물 관 기획자가 되는 것입니다. 특히 이번 유네스코 키즈 여름캠프를 다녀온 뒤 로는 사람들이 아직 잘 모르고 있는 국 제적 관심사에 대해 다루는 박물관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다 른 사람들이 잘 모르는 이슈를 알리는 박물관을 만들고, 세계의 평화를 유지 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박물관을 기획하 는 것이 제 꿈입니다. 나눔에 대한 지오 양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저도 부모님과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제가 생각하는 나눔이란 ‘내 것 을 준다는 생각을 버리는 것’이라고 생 각합니다. 내가 후원을 한다고 해서 일 방적으로 주는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 라고 생각해요. 상대방이 제 나눔을 통 해 기쁨을 느낀다면 저에게 그 기쁨이 돌아오게 되고, 저 또한 다른 나라 친구 들을 도우면서 넓은 시야를 가지고 세 계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하 거든요. 그래서 나눔이란 제가 주는 것 만큼 받는 것도 많다고 믿어요. 지속적 으로 나누는 삶을 산다면, 결국에는 나 에게 돌아오는 것도 그만큼 많아진다 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아프리카 친구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아프리카는 지금 많은 위험에 처해 있고,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친구들 도 많이 있다고 알고 있습니 다. 하지만, 희망을 잃지 말고 어려운 만큼 더 희망을 가지고 살면 좋겠어요. 유네스코 한국위원회가 아프리 카에서 진행하고 있는 브릿지 프로젝트에 아프 리카 친구들이 열심히 참여한다 면 성인이 되었을 때 자립을 할 수 있 는 능력을 기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요. 그러니까 친구들이 열심히 공부하 면서 교육의 끈을 놓지 않고 세상을 살 아가면 좋겠습니다. 인터뷰 및 정리 = 신소애 후원개발팀


유네스코 패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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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학생회

유네스코학교 경남 김해 지역의 유네스코학교 인 어방초등학교(교장 김효문)와 석봉초등학교(교장 이재돈)가 활발

2015년 2월 1일

한 유네스코 활동과 훈훈한 나눔으 로 지난 연말 나란히 지역신문에 소 개돼 화제가 되고 있다.

현·차기 협회장 한뜻으로 창립 50주년 본격 준비

리더십 캠프 열고 발전 방안 논의

어방초등학교

‘유네스코 아나바다 장터’ 수익금 한위 등에 기부

전교생 참여한 나눔 활동 통해 값진 체험 어방초등학교는 전교생과 학부모가 참가한 가운데 ‘유네스코 아나바다 장 터’를 열어 장남감 의류 서적 등의 물 품 판매 대금과 학부모회에서 주관한 먹거리 장터 수익금 전액을 지난해 12

월 유네스코한국위원회를 비롯해 굿 네이버스, 환경단체인 ‘새와 생명의 터’ 등 3개 기관에 기부했다. 어방초등 학교가 유네스코한국위원회(한위)에 기부한 성금은 아프리카 아이들의 교 육을 지원하는 유네스코 브 릿지 프로젝트에 사용될 예 정이다.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 만들기’의 일환으로 진행된 ‘유네스코 아나바다 행사’ 는 학생들과 학부모가 참여 해 아나바다 장터를 열고, 나눔을 실천함으로써 무엇 보다도 값진 체험학습이 되 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어방초등학교 관계자는 앞 으로도 유네스코학교로서 국제이해와 나눔을 실천하 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밝 혔다.

을미년 새해, 유네스코학생협회 (KUSA·학생협회)에 대대적인 변화 의 바람이 불고 있다. KUSA 창립 50 주년의 해를 맞아 학생협회를 중심으 로 의미 깊고 다양한 기획과 행사가 추진되고 있는 것. 지난해 연말 총회에서 선출된 2015 년 차기 협회장인 제50대 이건일 협 회장과 현 정윤경 협회장은 KUSA를 후원하는 각 동문회와의 만남 등을 통 해 본격적으로 50주년 행사 준비에 나 설 예정이다. 그 첫 단추로 학생협회는 각 지회 임원들의 역량을 높이고 50주년 기획

에 대한 폭 넓은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지난 1월 30일부터 2월 1일까지 2박 3일간 경기도 이천 유네스코평화 센터에서 ‘KUSA 리더십 캠프(겨울 학교)’를 진행했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의 후원으로 개 최된 이번 겨울학교에는 50주년의 해 를 이끌어 나갈 각 대학(교) KUSA 지회장들이 참여해 학생협회의 역사 와 이념, 조직에 대해 이해를 넓히고, 새로운 발전 방안을 모색했다. 또한 50주년 행사를 앞두고 유네스코한국 위원회와의 협력 방안에 대해서도 심 도 깊은 논의가 이뤄졌다.

유네스코협회

석봉초등학교 유네스코 캠페인 활동 수익금으로 교육나눔 후원

유네스코경상북도협회 김호근 회장 취임

한마음 한뜻으로 나눔과 봉사 실천

“영·호남 친선 증대, 교류 확대 힘쓸 것”

석봉초등학교는 지난해 ‘경남유네스 코학교 네트워크 프로젝트’에 참여해 석봉유네스코 동아리 캠페인 활동으로 모은 수익금을 지난 연말 유네스코한 국위원회 ‘아프리카 희망 브릿지’ 후원 사이트에 기부했다. 이 후원금은 당시 석봉유네스코 동아리 학생들이 김해롯 데아울렛에서 유네스코의 이념인 평 화, 그리고 인권과 문화 간 이해 등을 홍보하는 캠페인을 벌이면서 학교에서 제작한 독도컵, 유네스코학교컵, 재생 연필 등을 판매해 마련한 것이다.

석봉초등학교 관계자는 유네스코 동아리 학생들이 유네스코 이념, 나 눔과 봉사의 마음을 실천하자는 데 의견을 모아 유네스코한국위원회에 서 추진하는 ‘지구촌 교육나눔 사업’ 인 ‘아프리카 희망 브릿지’ 후원 사이 트에 기부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석 봉초등학교는 지난해 7월 유네스코학 교 네트워크(UNESCO Associated Schools Project Network: ASPnet) 에 새로 가입해 유네스코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유네스코경상북도협회(회장 김호 근) 회장 이·취임식이 지난 1월 13일 경북 포항 티파니웨딩 대연회장에서 이강덕 포항시장, 이병석 전 국회부의 장, 유네스코광주전남협회 장정식 회 장 및 유네스코경북협회 임원과 회원 들 17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 에 개최되었다. 이날 취임사에서 김호근 신임 회장 은 임기 중에 독도사랑 세미나, 세계시 민 교육, 글로벌 평화 리더십 특강을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김호근 신임 회

장은 특별히 지난 12월 12일 열린 유네 스코광주전남협회(회장 장정식) ‘49주 년 기념식 및 지구촌 가족 친선의 밤 행사’에 참석하였는데, 이와 같이 유네 스코협회 간 교류를 활성화해 영·호남 친선 증대와 교류확대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김호근 신임 회장은 동지중· 고등학교 및 동지여자중·고등학교 교 장을 역임했으며, 2015년 1월 1일부터 2016년 12월 31일까지 2년간 임기를 수행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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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보우 프로젝트

2015년 2월 1일

활동 다이어리

학정초등학교의 세계시민 되기

세상을 따뜻하게 변화시킬 생각 나누기

해 다시 한 번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우리 문화를 지키고 널리 알리기 위한 역할을 생

우리는 이렇게 약속했습니다. 학정 학생은 비록 작은 존재이지만 세계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앞으로 이 세상을 이끌어 갈 글로벌 리더임을 자 각하게 될 것입니다. 나아가 학교 및 지 역사회에서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사람 들과 문화를 편견과 차별 없이 받아들 이고 함께 성장하고, 또 더불어 행복할 수 있는 따뜻한 공동체를 만들어 갈 것 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세계 속 어린 이 글로벌 리더임을 인식하고, 세상을 편견과 차별 없이 바라보며, 글로벌 리 더로서 세상을 따뜻하게 변화시키는 데 기여할 것을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변했습니다. 우리는 처음에 그저 평범한 초등학생

으로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유네스코 학교 활동을 통해 나와 학교, 그리고 가 정, 우리가 사는 고장인 대구, 나아가 대한민국과 세계의 한 사람으로서 스스 로를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세계 시민 의 한 사람으로서 행동하고 배우고 다 짐했던 것들을 나의 행동 하나 하나에 반영하게 되었습니다. 나와 친구들 모 두 소중하고 존중해야 하는 존재임을 알았고, 도움이 필요한 친구에게 도움 을 주고 함께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배 려심도 얻었습니다. 세계화 수업을 통해 여러 나라의 선 생님들로부터 들은 이야기들 덕에, 우 리도 언젠가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대 한민국에 대해 설명하고 알려주고 싶다 는 생각이 간절해졌습니다.

유네스코 Rainbow ‘청소년 세계시민 프로젝트’ 활동보고서 속으로

우리가 사는 세상, 작은 실천으로 바꿀 거에요

각해보게 됐습니다.

우린 서로 다르지 않아요 교실에서 떠나는 러시아 여행 대구대학교의 교환학생인 러시아 선생 님과 함께 러시아에 대한 ‘외국인과 함께 하는 문화교실’(CCAP:Cross-Cultural Awareness Program) 수업을 했습니 다. 이를 통해 러시아 사람들의 생활 모습 과 우리의 생활 모습을 비교해 보았습니다. 또한 러시아의 역사와 지역에 대해 살펴보 며 세계 여러 나라 속의 한국에 대해서도

피부색이나 부모님의 국적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 받고 힘들어 하는 다문화가정 아이들의 이야기를 동영상으로 감상했습 니다. 이를 통해 인권에 대해 생각해 보았 고, 인권을 지키기 위해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일들을 만화로 꾸며보고 함께 나눴습 니다. 그렇게 각자의 생각을 친구들의 작품 에 남기면서 인권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과 국가의 품격 유네스코부 전진대회를 통해 ‘유네스코 세계유산과 국가의 품격’이라는 주제로 우 리나라의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대해 알아 보며 우리 고유 문화의 우수성과 가치에 대

유네스코학교 초중고교 학생들이 평화, 인권, 다문화, 환경, 세계화, 지역고유 문화, 경제정의 등 7가지 주제와 관련해 학교와 지역사회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 해 스스로 계획하고 실천하는 프로젝트인 ‘유네스코 레인보우 청소년 세계시민 프로젝트’의 활동보고서가 지난 1월 발간됐다. 여기에는 유네스코학교 네트워크 (ASPnet)에 가입한 학교 중 전국 93개 학교 학생들이 지난 한 해 동안 스스로 설 정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펼쳐온 다양한 프로젝트의 결과물이 담겨 있다. 자신과 학교, 그리고 지역사회를 바꾸기 위해 학생들이 꾼 꿈과 땀의 기록이라 할 수 있 다. 작지만 힘찬 날갯짓으로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기 시작한, 유네스코학교 학생 들의 활약상을 시리즈로 소개한다.

활동 다이어리

상명고등학교의 잔반 처리 프로젝트

그린라이트를 켜주세요 우리는 이렇게 약속했습니다. 환경을 위해 가장 중점을 두고자 한 부분은 교내 잔반량을 절반으로 줄이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이를 통해 기존 잔반 처리에 드는 비용을 줄이고 그 차 액을 학생들의 복지비로 사용해 학생들 의 호응과 참여를 더 많이 이끌어내고 자 했습니다. 더 나아가 우리 학교를 모 범으로 삼아 지역 내 다른 학교들 또한 이러한 프로젝트에 동참하도록 하여, 궁극적으로 지역사회의 잔반 문제를 해 소하고 싶었습니다. 마음을 열고(Be Open), 깊이 생각하여(Be Thinking), 바르게 행동(Behave)한다면, 우리의 바람은 꼭 이루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변했습니다. 사실 유네스코 동아리 구성원들 중 대부분은 이전에 “어떤 방법으로 남을 도울 수 있고, 또 어떤 행동이 남에게

피해를 주는지”에 대해 별다른 생각을 해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난 1년여간 상명고 유네스 코의 일원으로 활동하면서 우리는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세계 시민’이라는 이 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 이름에 부 끄럽지 않기 위해 우리는 지금도 남에 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 사회에 이로 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을 생각하고 고민하고 실천에 옮기고 있습니다. 우리의 변화를 지역 사회로 확산시키 겠다는 당초의 약속은 생각보다 지키기 쉽지 않았습니다. 우리 스스로가 변화 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모되었기 때문 입니다. 하지만 단 한 가지 확실하게 우 리 마음속에 남은 것은 우리의 작은 날 갯짓이 앞으로 학교의 변화, 지역사회 의 변화, 더 나아가 한국 사회의 변화의 불씨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입니 다.

세계 책의 날 기념 도서 바자회 4월 23일 세계 책의 날을 맞이하여 학 교 내 호당 도서관에서 도서 바자회를 열 었습니다. 자원의 재활용과 지식 나눔 기

잔반 줄이기 캠페인 교내 잔반량을 줄여 학생들의 복지를 증진시키자는 목표로 시작한 캠페인을 통 해,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음식물 쓰레기 배출에 관해 무심했는지 반성하게 되었습 니다. 이런 문제를 더 이상 방관하고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동아리원들 과 더불어 전교생 및 선생님들과 함께 그 간의 행동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텃밭 가꾸기 버려지는 음식에 신경을 쓰는 만큼, 음 식이 만들어지는 과정도 체험해 보고 싶 었습니다. 우리는 급식실 옥상에 마련한 텃밭에서 학생회 및 기타 동아리와 함께 배추, 알타리무, 쪽파 등을 심고 기르며 음 식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일깨워 보는 시 간을 가졌습니다.

회가 된 도서 바자회를 통해 독서의 즐거 움을 한 번 더 생각해보는 시간을 보냈습 니다.

서울 유네스코 문화유산 스탬프 투어 매년 진행하던 공정여행의 테마를 바 꾸어 학생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는 서울시 내외의 문화 유산 6곳을 선정해 스탬프 투어를 진행했 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 유산의 의미를 생 각하고 서울 시내의 문화유산에 대해 자 세히 알아보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레인보우 프로젝트

2015년 2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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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 다이어리

등촌고등학교의 환경보호 첫걸음

그린나래 - 환경에 날개를 달다!

게 접하는 황사, 가뭄과 같은 자연 재해들 이 환경 문제들에 의해 발생되고, 우리가

우리는 이렇게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변했습니다.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을 더 많은 사 람들과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고 자원 낭비를 줄일 수 있는 활동에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실시했고, 이를 통 해 학교 학생들이나 지역사회 주민들이 조금이라도 더 환경 문제에 대해 관심 을 가지기를 바랐습니다. “변화는 작은 움직임으로부터 시작되 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함께 나누어, 사 람들이 자발적으로 환경 문제들을 해결 하려는 노력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우리는 변화가 작은 것에 서 시작된다는 말을 자주 들었지만, 그 러한 작은 움직임을 만들어낼 기회는 많지 않았습니다. 그 작은 움직임을 우 리 스스로 한번 시작해 보고 싶었습니 다. 학생 신분으로 너무 큰 꿈을 꾸기보 다는, 단 한 명, 혹은 단 하나의 작은 변 화라도 이룰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첫걸음으로써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 다. 그러한 노력이 결국 그 사람과 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우리가 느낀 가장 큰 변화 는 스스로의 마음가짐이었습니다. 처음 에는 프로젝트 실천을 위한 의무감에서 시작되었던 것들도 먼저 모범을 보이 고, 다른 사람들에게 실천하도록 권유 하면서 어느새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급식을 더 이상 남기지 않고 빈 교실 의 불을 끄는 등 다른 사람들도 바뀌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속에 변 화가 싹트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 습니다. 작은 움직임이 큰 변화를 만든다는 말에 처음에는 다들 반신반의했지만, 한 가지씩 우리가 이루어 낸 것들을 통 해 점점 많은 사람들이 그 말을 믿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부원들 간 에 의견 충돌이 있기도 했고 실수도 많 았습니다. 그럴수록 서로의 의견에 귀 를 기울이고 힘을 합쳐 어려움을 극복 해 나가면서 함께 일하는 즐거움, 힘을 합쳤을 때의 큰 효과를 느낄 수 있었습 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차근차근 설명해 주었습니다. 그 다음 다

참고서, 문제집 물려주기 운동 학기말, 많은 양의 깨끗한 새 문제집과 참고서들이 폐휴지로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보고 자원 낭비라고 생각했던 우리는 이 를 물려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학교 도서실 앞에 책꽂이를 설치하여 문 제집과 참고서를 기증 받아 이를 필요로 하는 후배들과 친구들이 가져다 쓰도록 한 뒤 홍보지를 전교 모든 반과 복도에 부 착했습니다. 비록 많은 양은 아니었지만 모든 책들을 학생들이 나누어 가져 보람 을 느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환경공부, ‘환경문제 바로알기’

양한 환경 이슈들을 되새길 수 있도록 환 경나무를 완성해 가는 퀴즈게임을 했습니 다. 아이들도 우리와 함께 변화의 첫걸음 을 내딛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환경동아리 ‘포나’와 함께한 명사 초청 강의 프로젝트의 취지에 맞게 우리부터 환 경에 대한 인식을 바꿔보고자 교내 동아 리인 ‘포나’와 함께 환경에 대한 강의를 들었습니다. 요즘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미세먼지 문제와 그에 대한 대처방법, 우 리가 실천해야 할 환경보전운동 등 환경 에 대하여 더 많은 것을 다시 새겨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자라나는 꿈나무들에게 환경이 우리와 밀접한 관계 를 맺고 있음을 알려주고 환 경오염의 심각성을 알려주 기 위해 학교 주변에 있는 복지관에서 환경교육을 실 시하였습니다. 아이들이 이 해하기 쉽도록 사진자료를 이용해 우리가 주변에서 쉽

활동 다이어리

문산여자고등학교의 행복한 학교 만들기

위토링(WE+Mentoring)

걸쳐 멘토링에 대한 이해와 프로젝트의 자 세한 설명을 위해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했

우리는 이렇게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변했습니다.

학생에게는 학교에서 “내 고민을 들 어주는 친구가 생기고, 서로 도와가며 공부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습니다. 교사에게는 “즐거운 반 분위기와 서로 나누고 배려하고 존 중하는 분위기를 만들었으면” 하는 소 망이 있습니다. 부모님들에게는 “내 아 이가 즐거운 학교 생활을 하고, 꿈을 키 워갈 수 있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습니 다. 우리는 이러한 소망들을 한 데 모아 ‘멘토링 프로젝트’를 시작해 보았습니 다. 성적으로 경쟁하는 대신 각자의 장 점을 서로 나누어 함께 성장하는 문화 를 만들고, 멘토링을 통해 향상된 교우 관계로 행복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조 성하고 싶었습니다. 무엇보다 멘토와 멘티의 입장에서 생 각해 이번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맡은 바 일을 책임감 있게 수행하기로 약속 하고 서로 간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 해 노력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이러 한 멘토링 프로젝트를 지역 사회에 확 산시켜, 평화롭고 행복한 학교 만들기 를 위한 바람을 불러 일으킬 수 있기를 기원했습니다.

우리 프로젝트는 교내 학생들에게 많 은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대부 분의 학생들은 입시제도 하에서 공부를 하면서 “오르지 않는 성적을 어떻게 극 복해 나가야 할까” 하는 고민을 안고 있 는 한편, 반 친구들 모두를 자신의 경쟁 자로 생각하여 심리적으로 불안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한 학기 동안 집중적으로 멘토링 프로젝트 를 진행한 후 실시한 만족도 조사에서 70명 중 61명이 ‘만족스럽다’는 평가를 내렸습니다. 또한 56명은 ‘깊은 친밀감 을 형성했다’고 대답했으며, 39명이 ‘중 간고사 대비 성적이 5~10점 정도 향상 되었다’고 응답했습니다. 성적뿐 아니라 교우 관계, 생활 습관 등에서도 상당한 성과가 있었습니다. 소감문을 작성한 대부분의 학생들이 친 구에 대한 고마움과 심리적 편안함을 나타냈고, 공부에 대한 자신감과 앞으 로의 진로에 대한 방향을 찾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대답도 있어, 열심히 준비 한 우리들의 어깨를 더욱 으쓱하게 만 들었습니다.

습니다. 우리 프로젝트에는 중요한 원칙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성적과 반을 고려해 서 가급적 잘 맞을 수 있는 친구들을 매칭해

우리 힘으로 이룰 수 있는 것 찾기 우리는 프로젝트 활동의 실현 가능한 목 표를 설정하기 위해 나무를 모티브로 하여 위토링프로젝트에 대한 열정적인 마음을 담아 보았습니다. 우선, 파주 지역의 열악한 교육 환경의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한 뒤 나무 뿌리 부분에 현재 파주지역의 교육 상황 및 학생들이 학업에 있어서 가장 고민이 될 만한 내용을 썼습니 다. 그리고 열매 부분에 위토링 프로젝트의 성장 가능성을 생각하여 교내, 지역, 국가적 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점에 대해서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그 결과 우리가 당장 할 수 있는 것들을 선별하고, 전체적인 방향을 다 함께 공유할 수 있었습니다.

멘토링 오리엔테이션 1~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두 차례에

주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중간고사 성 적이 없는 1학년의 경우 멘토링 프로젝트 진행 시기를 조정할 수 있도록 해, 학교 적 응 문제를 해결하고 학생들의 참여도를 높 일 수 있게 도왔습니다.

더 발전된 내년을 위한 평가 프로젝트가 끝난 뒤 2기 멘토·멘티 참가 자들과 함께 한 학기 활동을 정리하는 시간 을 가졌습니다. 간단한 다과와 설문지를 준 비해 마련된 평가회에서 우리는 가장 적극 적으로 활동한 팀에게 ‘베스트 커플 상’을 수여하고 소감문을 정성껏 쓴 학생들에게 상장과 상품을 주는 이벤트도 진행했습니 다. 끝으로 참가자들에게 잘 된 점, 고쳐야 할 점 등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3기 프로젝트에 적극적으로 반영키로 약속했습 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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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토픽

2015년 2월 1일

‘샤를리 이후의 저널리즘’ 토론회에서 돌아본 교육의 역할

표현의 자유 둘러싼 ‘말 대 말’

갈기갈기 찢어진 세상, 아름다운 모자이크로 함께 만들자 한 해가 시작되자마자 전 세계 사람들을 충격에 빠뜨린 ‘샤를리 에브도’ 테러를 두고 다양한 분석과 대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샤를리 에브도’는 무함마드 풍자 만평을 실 었다가 이슬람 성전주의자의 테러를 당한 프랑스 주간지이 다. 지난 1월 14일 유네스코 파리 본부에서도 ‘샤를리 이후 의 저널리즘’이라는 토론회가 열려 참가자들이 표현의 자

유와 언론인들의 안전, 그리고 다문화 간 대화와 이해 등 을 주제로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눴다. 특히 문화 간 이해와 관용을 실현하기 위한 교육의 역할이 부각되면서, “전쟁은 인간의 마음 속에서 생기는 것이므로 평화의 방벽을 세워 야 할 곳도 인간의 마음 속이다”라는 유네스코 헌장에 담 긴 정신을 새삼 되새겨보는 계기가 되었다.

나는 샤를리다 vs 나는 샤를리가 아니다

‘진실의 목소리’ 보호하기 위한 대책 촉구 토론 참가자들은 하나같이 표현의 자 유를 지키기 위해 언론인의 안전을 보 장하는 게 필수적임을 이야기했다. 이 날 언급된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일주일에 한 명꼴로 언론인들이 살해당 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사건들 중 90%가 미해결 상태로 남는다는 것. 이 는 ‘누군가에게 불편한 진실’을 보도하 는 언론인을 처벌의 위험 없이 공격하 려는 또 다른 동기를 낳으며 악순환의 고리를 만든다. 보코바 사무총장은 “많 은 언론인들이 폭력과 위협에 직면하고 있으며, 이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하며 대책을 촉구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프랑스 시사만화가 플랑튀(Plantu)는 자신의 의견을 자유 롭게 표출할 자유와 권리에 대해 강조 하며 전 세계 만화가들이 만화를 통해 “진심에서 우러나는 발언”을 해야 한다

1월 11일 프랑스 브레스트에서 열린 샤를리 에브도 추모 집회에서 집회자들이 펜을 들고 폭력에 항의하고 있다

고 말했다. 또한 국경과 언어를 초월해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만화라는 도구를 통해 타 문화 간, 종교 간 교류를 증진 할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렇게 발언했다. “만화가들의 일은 항상 종교들 간 대 화를 지속하도록 돕는 것이지, 늘 뻔뻔 하고 무례해도 된다는 건 아닙니다. 우 리가 무엇인가를 그릴 때, 그것은 대화 를 촉구하는 것임을 알아 주길 바랍니 다.”

타인에 대한 이해와 관용 키우는 ‘조기 교육’ 필요 이어서 열린 언론인 및 관계자들 간 두 건의 원탁회의에서는 언론인들의 안 전과 문화 간 대화 증진에 관한 더욱 심 도있는 논의가 있었다. 문화 간 대화 증 진을 위한 원탁 회의에서는 특히 교육의 역할이 강조됐다. 참가자들은 “아주 이 른 나이 때부터 세계 시민으로서의 책임 감과 사회 안의 다양성에 대한 이해 및 상호 존중을 교육 받을 필요가 있다”는 데 뜻을 모으고 “교육을 통해 역사를 바 로 알고, 타 종교에 대한 무지에서 벗어 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 다. 이는 또한 올해로 70주년을 맞는 유 네스코의 설립 및 활동 취지 중 핵심적 인 부분으로, 보코바 사무총장 역시 미 디어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젊은이들의 참여와 상호 대화 채널 확립을 위한 더

CC BY UNESCO

무려 12명의 생명을 앗아간 참혹한 테러가 발생한 지 불과 일주일 만인 지 난 1월 14일, 테러 경보가 여전히 ‘최고 단계’인 상황에서 파리 유네스코 본부 에는 60여 명의 세계 각국 언론인들과 유네스코 회원국 대표들, 그리고 프랑 스 내 무슬림, 유대인, 기독교인 커뮤니 티 지도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 자 리는 샤를리 에브도 희생자들을 추모하 는 한편, 세계 각지에서 만연하는 언론 인 대상 테러를 규탄하고 이를 막기 위 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일일 토론회 였다. 토론회에 참석한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행동”이 필요함을 역설하 며 “상호 존중과 이해를 위해 인류 공 동 가치를 보호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고 강조했다. 또한 지난 2006년 7월에 있었던 유네스코 총회를 통해 회원국들 이 약속한 “표현의 자유와 종교적 믿음 및 문화종교적 상징에 대한 존중”을 언 급하고, 유네스코가 선도적 역할을 하 고 있는 ‘언론인들의 안전을 위한 UN 액션플랜’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CC BY 2.0 Photograpix

테러 경보 속 열린 뜨거운 토론회

2006년부터 2013년까지 무려 593명의 언론인들이 살해당했음을 보여주는 인포그래픽(출처: visual.ly)

긴밀한 협조와 행동을 요구했다. 하루 동안의 뜻깊은 토론회를 마치 며, 전 프랑스 법무장관 로베르 바당테 르(Robert Badinter)가 한 마무리 발 언은 참가자들의 기억에 특히 깊게 남 을 만한 것이었다. 서로 이질적인 것들 로 가득한 현대 사회에서 인권이야말로 인류 화합을 위한 열쇠임을 강조한 내 용이었다. “우리는 지금, 유네스코에 와 있습니 다. 이곳이야말로 우리가 수많은 파편 들을 조합해 아름다운 모자이크를 만들 것이라고 약속할 수 있는 장소입니다. 그리고 인권은, 이를 달성하기 위한 가 장 중요한 도구입니다.”

세계의 언론과 대부분의 SNS 가 샤를리 에브도 추모 물결에 휩 싸여 있을 무렵, “내가 샤를리다 (Je suis Charlie)”라는 희생자 추 모 구호 대신 “나는 샤를리가 아 니다(Je ne suis pas Charlie)”라 는 문구도 조용히 등장했다. 이는 &lt;샤를리 에브도&gt;가 테러 이후 처 음으로 발간한 1월 14일자 특별 호에서 또 다시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 관련 만평을 실으며 더 욱 확산됐다. 물론 “나는 샤를리 가 아니다”라는 말은 샤를리 에브 도 테러 행위를 지지하는 것이 아 니라 “표현의 자유는 어디까지 허 용돼야 하나”라는 해묵은 논쟁에 대한 논의를 끌어내고자 하는 것 이었다. 이런 이유로 테러에는 결 코 동조할 수 없지만 &lt;샤를리 에 브도&gt;의 표현 방식에 문제를 제기 하고자 하는 이들은 “나는 아흐메 드다(Je suis Ahmed)”라는 문구 를 쓰기도 했다. 아흐메드는 샤를 리 에브도 테러범들에 맞서 현장 에서 총격전을 벌이다 사망한 무 슬림 신도 경찰관이다. 말하자면 아흐메드야말로 자신이 믿는 종교 를 조롱해 마지않는 &lt;샤를리 에브 도&gt;를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이었 던 셈이다. 이와 관련하여 프랑스 일간지 &lt;르몽드&gt;는 지난 1월 15일 &lt;샤를 리 에브도&gt; 창간 멤버를 비롯한 여 러 사람을 인터뷰하며 타 문화권 사람들이 신성하게 여기는 대상 을 조롱하여 상처를 주는 것이 표 현의 자유에도 해당되는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프 란치스코 교황 역시 기자회견에서 “표현의 자유에도 한계가 있다. 특 히 타인의 종교를 모독하거나 조 롱하면 안 된다”고 말한 바 있다. 비폭력의 힘을 지지하는 사람들 은 늘 펜이 총보다 강하다고 이야 기한다. 그렇다면 총보다도 강한 펜을 사용함에 있어, 과연 우리는 얼마만큼의 책임감과 배려심을 갖 고 있는지를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하고 논의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유네스코 토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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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세계 빛의 해 맞는 지구촌

2015년은 ‘세계 빛의 해’이다. 유엔 총회는 지난 2013년 12월 만장일치 로 올해를 ‘세계 빛의 해’(International Year of Light and Light-based Technologies, 이하 빛의 해)로 정하고, 유네스코가 관련 행사를 주관하도록 했다. 지난 1월 19일 유네스코 본부는 ‘빛의 해’ 출범식을 열고 한 해 동안 펼쳐 질 공식 행사의 시작을 알렸다. 대체 유엔과 유네스코가 올해를 빛의 해로 정하 고 그 의미를 띄우는 까닭은 무엇일까. “노벨상이 광학 분야에서 쏟아지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습니다. 21세기는 광학이 이끌어 갈 것입니다.” 지난달 19일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 부에서 열린 빛의 해 출범식에서 1999년 노벨 화학상 수상자 아흐메드 즈웨일 교 수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화학반응이 일 어나는 매우 짧은 순간을 레이저로 포착 해 그 과정을 자세히 분석하는 ‘펨토초 분광학’(femtosecond spectroscopy) 의 초석을 세운 즈웨일 교수의 기조연설 에서는 인류의 밤을 밝히고 또한 인류의 미래도 밝혀줄 빛 관련 과학에 대한 자 부심이 가득 묻어났다.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 역 시 “모든 이에게 혜택을 줄 빛과 관련된 과학을 소개하는 글로벌 캠페인을 시작 하게 돼 기쁘다”며, “수천 년 전부터 계 속돼 온 과학자들과 휴머니스트들의 노 력은 현대에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 출범식을 시점으로 세계 85개국, 100개 이상의 후원기관이 참여한 빛의 해 프로젝트는 그 성대한 막을 올렸다. 유엔과 유네스코가 올해를 빛의 해로 정한 데는 여러 기념비적인 이유가 있 다. 올해로부터 꼭 1000년 전인 1015년, 중동의 과학자 이븐 알하이삼이 빛의 기 본 원리를 처음으로 밝힌 저서 &lt;광학&gt; (Book of Optics)를 펴냈다. 또한 올

해는 프랑스 물리학자 오귀스탱-장 프 레넬이 빛의 파동성을 증명한 지 200주 년이 되는 해이며, “빛도 휘어질 수 있 다”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이 제시된 지 딱 100년 되는 해이 기도 하다.

왜 빛인가 “사물을 볼 수 있게 해 준다”는 점은 빛이 우리에 게 가져다 준 가 장 핵심적인 선물 이다. 하지만 21세기 첨단 과학의 중심에 서 있는 광학이 우리 사회 의 발전에 기여한 바를 돌 아보면, 단순히 ‘보는 도구’ 로만 정의 내리기에는 빛 관 련 기술의 응용 범위가 무한 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태 양에서 온 빛이 식물의 광합 성을 통해 지구 생명의 근원이 되었음은 굳이 강조할 것까 지도 없다. 빛 연구의 혜택 은 이미 우리 주변 어디에나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손 안의 휴대폰, 카메라, LCD TV 등은 우리가 세상을 보는 방식을 바꿨다. 책과 신문을 넘어 우리가 얻는

화려한 조명으로 ‘빛의 해’ 시작을 알린 파리 유네스코 본부 건물

정보의 가장 중요한 소스가 된 인터넷 은 바다와 땅 속에 깔린 광케이블을 통 해 세계로 연결된다. 백열등에서 시작 된 조명 기기의 혁명은 LED가 상용화 되면서 갈수록 지구 환경 보존 분야에 서 역할이 커지고 있으며, 레이저나 엑 스선 등 빛을 활용한 의료기기는 인류 의 수명 연장에 직접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과 학자들은 전기를 20세 기 인류 발전의 가장 큰 동력으로 꼽은 데 이어, 광학을 21 세기 가장 주요한 인류의 성장 동력 으로 꼽는다.

풍요롭고 지속가능한 미래의 열쇠 빛이 인류 사회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 외에도, 유 네스코가 2015년 내내 이어질 빛의 해 관련 이벤트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 그것은 유엔과 유네스코의 가 장 큰 관심사 중 하나인 인류 복지 증대와 지속가능한 미 래 건설에서 빛 관련 기술이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세 계 시민들에게 알리고 관련 기관과 정 부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것이다. 가난 을 구제하고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생

빛의 해가 주목하는 역사 속 과학자들

이븐 알하이삼: 빛의 해에 가장 먼저 조명을 받는 이는 우리에게는 다소 낯 선 아랍 세계의 과학자, 이븐 알하이삼 (Ibn Al Haytham)이다. 11세기에 이 설명돼 있는데, 이는 이후 유럽으로 미 실험, 관측, 기록, 분석이 전해져 16세기 갈릴레오의 망원 라는 과학적 연구를 틀을 경에 이르기까지 서구 과학 확립해 ‘인류 최초의 진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다. 정한 과학자’로 꼽히기도 오귀스탱-장 프레넬: 프랑 하는 그는 ‘우리 눈에서 빛 스의 물리학자 오귀스탱이 나와 사물을 보게 해 준 장 프레넬(Augustin-Jean 다’는 오래된 인식을 깨는 데 Fresnel)은 1815년에 ‘빛의 파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1015년 동성’을 입증해 아이작 뉴 에 그가 펴낸 책 &lt;광학의 턴의 ‘빛은 입자’라는 주 서&gt;에는 반사와 굴절 등 장을 반박하는 데 결정적인 빛의 기본 성질이 자세히 역할을 했다. 그는 빛이 이븐 알하이삼

이들 덕에 오늘날 “빛이 있었다” 입자라는 전제하에서는 발생할 수 없 는 간섭 현상(서로 다른 빛을 동시에 비추었을 때 입자처럼 합쳐지지 않고 서로 간섭을 일으키는 현상)을 실험으 로 증명했는데, 이 결과 ‘빛은 파동을 가진 입자’라는 오늘날의 정의가 확립 되었다. 제임스 클락 맥스웰: 영국의 과학자 제임스 클럭 맥스웰(James Clerk Maxwell)은 1865년에 빛이 전기와 자기에 의한 파동으로 이루어진 전자 파(Electro-magnetic Pulse)라는 것

활 방식을 확산시키는 데 빛 관련 기술 이 적극적으로 사용되고 보급되도록 해 이를 인류 발전의 긍정적 토대로 만들 겠다는 복안이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인구의 65%를 포함해 아직도 전 세계 13억 명의 사람 들은 ‘빛이 없는 밤’을 지낸다. 유네스 코는 이런 지역들에 양질의 빛을 제공 할 수 있다면 많은 것이 바뀔 것이라고 믿는다. 아프리카의 태양광을 에너지로 바꾸어 줄 설비를 보급함으로써 아이들 은 하고 싶은 공부를 더 할 수 있고, 부 모들도 그저 잠 자는 것 외에 다른 생산 적인 활동들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빛이 어둠뿐만 아니라 빈곤도 몰아내는 것이 다. 뿐만 아니라 태양광으로 생산한 전 기가 음식과 의약품을 더 잘 보존할 수 있는 냉장고를 돌릴 수 있다면 더욱 큰 변화가 뒤따를 것이다. 오지 사람들의 가난 탈출 외에도, 전 지구적 차원에서의 기후변화 대응을 위 해서 빛의 활용성을 높이는 지혜도 필 요하다. 유엔개발계획(UNEP)에 따르 면 우리 주변에서 쓰이는 조명등의 효 율성을 높이는 것만으로도 조명에 들어 가는 에너지 소비량의 50%를 절감하고 독일 전체 연간 배출량만큼의 이산화탄 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그곳 에 빛이 있으라”는 오래된 문구가, 축복 을 기원하는 상징적 문구가 아니라, 올 한 해를 기점으로 지구촌의 미래와 아 름다운 희망을 위한 실질적 주문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을 증명해 오늘날 무선통신과 레이저 기술에 바탕이 되는 전자기학을 확립 했다. 19세기의 그의 연구는 아인슈타 인을 비롯한 20세기 과학의 발전에 가 장 큰 영향을 미친 성과로 인정받고 있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현대 물리학이 거의 대부분에서 빚을 지고 있다고 해 도 과언이 아닌 과학자 아인슈타인은 1915년에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했 다. 그는 상대성 이론을 통해 ‘빛보다 빠른 속도를 낼 수 없다’ ‘강한 중력은 빛을 휘게 한다’는 것을 증명했고, 이 는 이후 천체물리학뿐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이론적 바탕이 되었다.

© UNESCO/Nora Houguenade

‘모든 이를 위한 빛’의 세상이 다가옵니다


트 렌 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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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트렌드 / 카피레프트(Copyleft)

레프트는 때로 논란의 불씨를 제공하 기도 한다. 국내에서 대표적인 예가 2007년에 있었던 유명 만화가 강풀과 관련한 논란이었다. 강풀 작가는 자신 의 모든 작품에 “카피레프트를 지지한 다”는 내용을 명기한다. 그런데 한 네 티즌이 정부와 기성 정치권에 비판적 이었던 강풀의 원작을 패러디해 당시 이명박 대통령을 옹호하는 만화로 바 꿔 타 사이트에 게재했다. 이를 두고 강 풀은 해당 저작자가 ‘저작권을 위반했 다’며 불편한 심경을 밝혔고, 관련자들 과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카피레프트에 서 용인되는 2차 저작물의 범위를 두고 갑론을박이 펼쳐졌었다.

인류 지혜 확장하는 아름다운 지식 나눔 자본주의 사회에서 내 머릿속 에 든 지식은 곧 돈으로 환산된다. 하지만 지금 내 머릿속에 든 그것 을 온전히 나 혼자 만들어 낸 것이 라 할 수 있을까. 대부분 “그렇다” 라고 대답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 렇다면 이러한 지식의 산물에 대해 독점적인 권리를 부여하는 저작권, 즉 ‘카피라이트’(copyright)의 개 념은 지나치게 포괄적인 것은 아닐 까. 카피레프트(Copyleft) 운동은 바로 그런 의문에서 출발했다. “인 간의 지혜와 창작물은 널리 공유되 어 또 다른 지혜를 창출하는 데 온 전히 쓰여져야 한다”는 카피레프 트의 정신은 그래서 점점 더 많은 공감을 얻으며 지구촌 곳곳으로 뻗 어 나가고 있다.

내 머릿속 지식, 누구의 것인가 힘 없는 포유류의 한 종에서 출발해 오늘날 지구를 온전히 지배하게 만든 인류의 힘은 지식의 축적에서 나왔다. 인류는 지식을 말로써 전달하고 글로써 보존해 각 개체가 대략 50여 년의 세월 동안 쌓아올린 지식들을 무한정 모을 수 있었다. 그렇게 축적한 지식에서 새 이론이 탄생하고 새 발명이 이어지면 서 인류는 오늘날 번영의 토대를 완성 했다. 현대인이 태어나면서부터 배우기 시작하는 모든 것들은, 말하자면 우리 선조들이 축적하고 그 다음 세대로 ‘무 상’으로 물려준 지식과 지혜의 산물인 것이다. 이 전제에 수긍하고 나면 “내 머릿속 지식이 온전히 내 것인가”에 대 한 대답이 망설여질 수밖에 없다. 아르 키메데스가 목욕탕에서 벌거벗고 뛰어 나와 “유레카”를 외쳤던 수고에 대해 돈 한 푼 지불하지 않은 우리가, 그런 지식들이 쌓여 만들어진 어떤 아이디어 에 대해 저작권을 주장하고 “나만이 배 포하고 판매할 수 있다”는 권리를 주장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을 수도 있다 는 얘기다.

카피라이트 vs 카피레프트 물론 이러한 주장은 자본주의, 더 나 아가 사유 재산이 인류 발전의 동력이 라 생각해 온 대다수의 현대인에게 다 소 급진적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사실 저작권에 대한 인식은 자본주의가 시작되기 이전부터 공고했다. 15세기

구텐베르크 인쇄 술로 책 제작의 혁 명이 일어났을 때부 터 이미 종교인들과 통 치자들은 인쇄물의 제작과 유통을 통제하기 위해 저작권의 법 제화를 시작했다. 심지어 경술국치 조 약(1910) 전인 1908년, 미국과 일본은 ‘한국, 청국에 있어서의 발명, 의장, 상 표 및 저작권 보호에 관한 일미조약’을 먼저 체결했을 정도다(한수경, &lt;미디 어의 세계, 세계의 미디어&gt;, 미디어스 2011년 7월 15일). 오랫동안 쌓아 올려진 저작권의 공 고한 벽 앞에서 처음 돌팔매질을 시작 한 이는 미국 MIT 인공지능실험실의 프로그래머 리처드 스톨먼(Richard Stallman)이다. 개인용 컴퓨터가 비약 적인 발전을 시작하면서 업계와 학계가 소프트웨어의 불법 복제를 막는 방법을 찾기 위해 온 힘을 쏟던 1984년, 그는 무료 프로그램을 독점프로그램으로 바 꾸려는 움직임에 반발해 연구소를 나와

카피라이트(©)를 반대로 뒤집은 형상의 카피레프트 로고(위)와 CCL 표기(아래)

레이팅시스템(OS)를 독점한 마이크로 소프트에 맞서, 카피레프트를 지지하 는 전 세계 프로그래머들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OS인 ‘리눅스’(Linux)가 대 표적인 예다. 윈도우를 제치고 다국적 기업과 여러 정부기관에서도 활발하게 채택되며 상용프로그램 이상의 신뢰성 을 인정받은 리눅스는 “경제적 보상 없 이 발전의 동기를 부여하기 힘들다”는 저작권 옹호론자들의 주장을 반박하는 대표적인 예다. 단, 카피레프트 운동이 이처럼 자유 로운 복제와 공유를 허용한다고 해서 카피레프트를 무조건 ‘공짜’라거나 ‘저 작권이 없다’고 생각하는 건 오해다. 카

위: 우리 생활 가장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는 ‘카피레프트’ 제품은, 전세계 10억 명이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 운영체제 ‘안드로이드’로, 공개 운영체제인 리눅스를 기반으로 구글이 만들어 무료 배포했다. 오른쪽: 카피레프트 운동의 창시자, 리처드 스톨먼.

‘자유소프트웨어재단’(Free Software Foundation, www.fsf.org)을 설립하 고 ‘카피라이트(저작권)’에 대항하는 ‘카피레프트’란 개념을 만들었다.

저작권과 공유에 대한 오해 “지식과 정보는 독점되어서는 안 되 며,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어야 한다”는 카피레프트의 이념은 특히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활발하게 도입됐다. 컴퓨터 구동에 필수적인 ‘윈도우’와 같은 오퍼

피레프트는 원저작자의 저작권을 인정 않는다는 뜻 이 아니다. 다만 그 저작권을 ‘사용 제한’이 아닌, ‘공유’를 통해 행사한다 는 점이 다를 뿐이다. 따라서 카피레프 트를 빌미로 상용 소프트웨어를 맘대 로 복제하거나 사용하는 건 엄연한 불 법이고 난센스다. 카피라이트가 엄격하고 상세하게 규 정된 법률인 데 반해 카피레프트는 일 종의 ‘신념’에 가깝다. 이 때문에 카피

내 지식 안전하게 공유하기 이처럼 법적인 사용권의 문제를 두 고 발생할 수 있는 애매한 문제들을 방 지하기 위해 최근 가장 널리 사용되는 권리가 바로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 이선스’(Creative Commons License, CCL)다. 엄밀히 말하면 CCL은 카피레 프트 운동에 온전히 속하는 건 아니다. 원저작자의 권리를 인정하면서도 널리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선 일맥상통하 나, ‘작품을 수정하는 자유’를 무조건적 으로 부여하는 카피레프트와 달리 해당 권한을 부여할지 여부를 원저작자가 선 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카피레프트라 할 수 없다. 하지만 CCL은 지식이나 창 작물을 공유하고자 하는 원저작자가 공 유와 재사용의 범위를 명확하게 규정함 으로써 쓰는 사람도, 배포하는 사람도 보다 편리하고 안전하게 그 권한을 행 사할 수 있도록 해 준다. 내 지식이나 창작물을 자유롭게 나누 고 싶지만 앞서 강풀 작가와 같은 논쟁 에 휘말리고 싶지 않은 이라면 해당 조 건을 명확하게 규정한 CCL을 표기하 기만 하면 된다. CCL 표기는 해당 콘텐츠가 CCL 임을 나타내는 ‘CC’와 그 뒤에 붙는 조건들로 구성된다. 조합할 수 있는 조건들 은 크게 저작 자 표시 여부 (BY), 비영리 목적 사용 여부 (NC), 변경 금 지(ND) 혹은 동 일조건하 변경 허 T 0 . 3 락(SA)여부 등이다. A -S BY CC 예컨대 블로그 등에 올리 는 자신의 이미지가 원저작자를 표기하고 변경되지 않은 채로 비영리목 적으로 널리 사용되기를 원한다면 ‘CC BY-NC-SA’라고 쓰면 된다. 이렇게 표기해 내 것을 배포하고, 또 한 내 목적과 원저작자의 뜻에 부합하 는 용도로 다른 저작물을 자유롭게 사 용한다면 어느새 당신도 이 아름다운 지식 나눔에 한 발 담근 셈이다. he su pe rm 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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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과학이야기 / 삶을 바꾸는 ‘가상현실 헤드셋’

마술 같은 세상서 장애도 공포도 뛰어넘다 개구리를 해부하는 과학 실습 시간. 진짜 개구리는 없다. ‘헤드 마운트 디스플 레이’를 쓰면 실물과 다를 바 없는 개구리가 나타나고, 개구리 심장 박동이 실제 처럼 손끝으로 전해진다. 뿐만 아니다. 눈동자의 움직임으로 피아노도 치고, 문 자 입력과 인터넷 서핑도 가능하다. 대상을 응시하는 것만으로 슈팅게임도 즐 길 수 있다. 모두 가상현실 기술 덕분이다. 곧 가상현실 서비스가 제2의 생활공 간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25일, 쓰쿠바대학 특수 교육대학에서 크리스마스 미니 콘서트 가 열렸다. 비장애인이 아닌 장애 아동 들의 공연이었다. 콘서트의 특징은 가 상현실 기기를 이용한다는 것. 이 소식 은 지난 1월 14일 영국 가디언과 메트 로 등의 외신을 통해 알려졌다. 수많은 관객들로 꽉 찬 공연장. 시간 이 되자 무대 위에 놓인 피아노 앞으로 휠체어를 탄 한 소년이 등장했다. 그는 곧 가상현실 헤드셋을 착용하고, 손이 아닌 눈으로 피아노 건반을 누르기 시 작했다. 눈을 깜빡거리며 ‘기쁘다 구주 오셨네’를 연주하자 그의 연주에 맞춰 휠체어에 앉은 무대 위 수십 명의 장애 아동들이 노래를 불렀다. 긴장감 속에 서 펼쳐친 공연이 끝나는 순간, 관객들 은 감동의 환호와 박수갈채를 보냈다.

주해냈다. 손을 사용하지 않고 시선만 으로 피아노를 연주할 수 있는 ‘아이 플 레이 더 피아노’ 프로젝트는 신체적 장 애를 가진 학생들에게 음악적 표현력을 향상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한 걸음 더 나아가 의료나 특수교육 분 야에서 활용이 클 것으로 기대된다.

벌레·고소 공포증도 치료 지금까지 가상현실은 대부분 재미 추 구나 정보 제공 위주였다. 하지만 최

© Oculus VR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 예를 들어 환자가 책상에 손을 올려놓 으면 가상의 바퀴벌레가 그 위를 지나간 다. 처음엔 바퀴벌레 1마리에서 시작한다. 이때 가상의 파리채로 바퀴벌레를 때려잡 을 수도 있다. 그 다음엔 2마리, 3마리, 4마 리… 나중에는 60마리까지 대거 등장시켜 환자들이 벌레에 익숙해지게 만든다. 따라 서 자연스럽게 몰입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스페인의 하우메 I 대학(Universitat Jaume I) 연구팀이 벌레 공포증 치료에 활

손 아닌 눈동자로 피아노 연주 ‘아이 플레이 더 피아노’(Eye Play the Piano)라고 불리는 이 프로젝트는 일본의 벤처기업 포브(FOVE)와 쓰쿠 바대학의 공동 작품. 일본의 135개 학 교 장애 아동들에게 해당 장비를 제공 하기 위한 기금 마련의 일환이다. 그렇 다면 공연에서 장애 소년은 어떻게 손 을 움직이지 않고 피아노를 치는 일이 가능했을까. 소년이 착용한 ‘헤드 마운 트 디스플레이’(HMD·가상현실 헤드 셋)에 그 비밀이 숨어 있다.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의 동작 원 리는 사람의 눈동자 움직임을 감지해 마우스 커서 등을 조작하는, 시선의 추 적 기능을 이용한다. 눈앞에 펼쳐지는 3차원 공간 속에서 특정 음에 해당하는 그림이나 칸에 시선을 고정시킨 후 눈 을 깜빡이면 이를 감지해 소리가 선택 된다. 가상현실 헤드셋에서 선택된 소 리는 MIDI(연주 정보를 상호 전달하 기 위한 데이터 전송 규격) 단자가 연 결된 피아노에서 실제 소리로 변환된 다. 또한 머리를 아래로 기울이면 피아 노 페달의 역할을 한다.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 기기 중 사 용자 시선을 읽어 내는 기기는 포브가 처음이다. 장애 아동은 이 기기로 약 4 개월간의 연습 기간을 거쳐 캐롤을 연

유튜브에 올라 있는 ‘Eye Play the Piano’ 동영상 화면

근엔 좀 더 진지한 방향으로 발전하 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벌레 공포 증’(insect phobia) 치료다. 공포 대상 이 거미나 바퀴벌레 같은 생물체일 경 우, 마음대로 조종 가능한 가상의 생명 체를 등장시켜 현실의 환경을 그대로 화면에 반영하는 방법이다. 바퀴벌레 공포증에 시달리는 환자에게 ‘헤드 마 운트 디스플레이’를 씌우고, 환자 앞에 놓인 책상 위에 컴퓨터 그래픽으로 탄 생시킨 가상의 바퀴벌레가 돌아다니는

용하기 위해 실험한 이 가상현실은 대성공 이었다. 실험이 끝난 후 실제 바퀴벌레가 들어 있는 플라스틱 통에 손을 집어넣도록 하자 ‘벌레 공포증’ 환자 6명 모두 아무렇지 않게 손을 넣었다. 이 치료 방법을 조금 더 응용해 가상의 낭떠러지를 구현하면 매우 안전한 방법으 로 ‘고소 공포증’을 치료하는 데도 활용할 수 있다. 그동안 기발한 응용력으로 일상에 즐거움을 안겨줬던 가상현실 기술이 우리 의 건강을 책임질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가상현실의 문을 연 사람, 서덜랜드 가상현실은 개개인이 컴퓨터가 꾸며놓은 환

를 망막 위에 투영하는 ‘헤드 마운티드 디스플

경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가상현실

레이’다. 2개의 소형 브라운관 모니터(CRT)가

이라는 용어는 1970년대에 대중적으로 사용되

쌍안경의 접안 부분에 장착돼 있고, CRT 바로

었다. 사람들이 현실에서 불가능한 것들을 경험

위에 소형 비디오카메라가 달려 있다.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컴퓨터를 최초로 연구한 사

이는 카메라를 통해 들어온 영상에 컴퓨터 그

람은 미국의 컴퓨터 과학자 이반 서덜랜드(Ivan

래픽을 덧씌워 눈앞에 보여 주는 최초의 가상

Edward Sutherland, 1938년 출생)다.

현실 장치이다. 하지만 너무 무거워 천장에 매

그의 가장 큰 업적은 1962년에 발명한 스케치

단 채 사용했다. 그 뒤로 CRT모니터는 가벼운

패드. 라이트펜으로 화면에 직접 그림을 그리

LCD모니터로 바뀌고 카메라나 수많은 센서도

는 최초의 컴퓨터 그래픽 프로그램이다. 이를

가벼워져 헬멧 크기로 작아졌다. 과학기술의 발

기반으로 1968년, 그는 사실적으로 표현되는 가

달로 가상현실 기기의 크기는 점점 더 작아지

상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 헬멧형 액정을 개

고, 실감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발하려 했다. 그것이 바로 스크린상의 이미지

‘진짜 같은 가짜 감각’ 재현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는 사용 자의 머리에 장착하여 입체 화면을 표시하고 아울러 머리의 움직임을 검출하여 이를 제어시스템에 이용 한다. 이 장치를 사용해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로 개발 중인 가상현실 도 많다. 뇌의 사고 기능을 포함해 뇌를 통째로 옮기는 건 아직 불가능 하지만, 뇌의 다양한 전기신호를 컴 퓨터에 입력하는 것은 현재 기술로 도 가능하다. 그중 ‘진짜 같은 가짜 감각’ 재현이 가장 앞서 있다. 예를 들어 차가운 물에 손을 담글 때와 딱딱한 물체에 손이 닿을 때 뇌가 반응하는 부위는 서로 다르다. 이 정보를 컴퓨터에 저장한 뒤 역으 로 이용하면 가상의 촉감을 만들 수 있다. 가령 인터넷으로 미국의 한 박물관 사이트에 접속해 이곳에 전 시된 유물을 훑어보다가 유물을 만 져보고 싶다고 하자. 이때 유물의 질감에 관련된 촉감을 관장하는 뇌 부위를 자극해 직접 유물을 만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할 수 있 다. 초음파를 이용해 가려움, 찌릿 함, 차가움 등 손의 촉감을 관장하 는 뇌 부위를 찾아 가상현실 헤드셋 에 연결하면 된다. 또 세계 각지에 흩어진 사람들이 원격회의를 할 때 악수하는 시늉만 으로도 뇌에서 손바닥 촉감에 관여 하는 부위가 활성화되면서 실제로 악수하는 듯한 착각이 일어나게 할 수도 있다. 해외에서 유학 중인 자 녀의 얼굴을 눈앞에서 만지는 행복 한 상황도 연출할 수 있다. 현실과 가상공간을 통합하는 기술, 실감나 는 아바타를 바로 앞에서 관찰하는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 기술 등을 결합한 덕분이다. 뇌-기계 인터페이스를 비롯한 가 상현실 기술은 3차원(3D) 현실세계 를 넘어선 4차원(4D)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4D 기술이 발전하면 앞 으로 현실세계와 가상공간의 경계 는 더욱 빨리 허물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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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

2015년 2월 1일

한국의 서원 ⑦

스승에 대한 존경과 학문에 대한 열정이 담긴 필암서원

Pilam Seowon: Zeal for Learning and Reverence for the Master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올라 있는 ‘한국의 서원’은 향후 세 계유산 등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 우리의 귀중한 유산입니 다. 세계인과 가치를 공유하는 차원 에서 서원 탐방 기사를 영문과 한 글 요약본으로 연재합니다. ‘유네스 코한국위원회(한위) 청소년 글로벌 홍보단’으로 활동하는 천안 북일고 국제과 학생들이 답사 및 기사 작 성을 담당하며, 한위 블로그(blog. unesco.or.kr)에 한글 번역 기사가 함께 실립니다. When it comes to discussing the culture of Joseon scholars, Confucian education was the epitome of promoting order and harmony, educating young future scholars, and keeping its nation strong. Seowons, the Confucian Academies of Joseon, were widely built around the 16th century to advocate such ideals. Among many seowons, Pilam Seowon in Jangseong, South Jeolla Province, is especially unique; first and foremost for its representation of Confucian scholar culture, as well as for its reverence towards a renowned scholar, Kim In-Hoo(1510-1560) with the pen name of Haseo(河西). Haseo was an exemplary Confucian scholar who taught Injong, the 12th king of Joseon Dynasty, when he was the Crown Prince at that time. This distinguished scholar showed exceptional intelligence in literature, astronomy, geography, and Confucian studies. Most of all, he is a respected scholar of his virtue and integrity. Unfortunately, King Injong passed away

in 1545, just 9 months after coming to the throne. After the king’s death, the teacher returned to his home town and devoted himself to studying and teaching areal young scholars and enriched remarkably the Neo-Confucian philosophy of Joseon era. During King Seonjo’s reign, in 1590, Pilam Seowon was originally built to give respect to Kim In-Hoo at his birthplace, Kisan-ri, Jangseong. Due to the second invasion of Japan in the Joseon era, the lecture hall was burnt down but reconstructed in 1624 during King Injo’s reign. In the 13th year of King Hyunjong’s rule, the seowon was bestowed with a stele reading, “Pil-am-seowon(筆巖書院)”. At the entrance of this seowon, there is Hwakyounloo(廓然樓), a gate tower where scholars used to relax while enjoying the local scenery. The title Hwakyounloo originates from scholar Kim In-Hoo’s message, Hwak-youn-dae-gong(廓 然大公) which stands for an individual’s fairness with an open and cleared mind. In addition to its special meaning of the title, beautiful patterns and symbols painted on the roof of Hawkyounloo were truly stunning. Traditional symbols of peace

and longevity, such as lotus flowers and dragons drew my attention. Looking at the symbols, I learned that lotus flowers suggested tranquility and longevity of the scholars while dragons stood for legitimacy of Confucian studies. Moreover, such symbols in Hwakyounloo, unlike any other seowons in Korea, were vividly illustrated in remarkably clear and vibrant colors, such as green, red, and yellow. This artistic feature of Hwakyounloo was indeed one of the major take-aways of the trip to the seowon.

Royal Respect for the Great Teacher Directly after passing the Hwakyounloo, I saw the backside of the lecture hall named Chungjeoldang(淸節堂), not the facade of the building. It was quite an unusual layout

comparing to other seowons. So I had to enter another little gate to get the center of seowon. Chungjeoldang had a wide hall in the middle and separate rooms on both sides. Across the lecture hall, there were two dorm buildings; one called Jindukjae(進德 齋) in the west, and another, Soonguijae(崇 義齋) in the east. Next to the dormitories, in front of the shrine Woodongsa(祐東祠), there was an unique and small building named Gyungjanggak(敬藏閣). One of the most academic kings of Joseon Dynasty, King Jungjo, who deeply respected the scholar Kim In-Hoo, wrote the very name of the tablet. I found the cursive strokes of the king’s brush were pretty fine and strong as well. Moreover, Gyungjanggak holds the engraving of Mookjookdo(墨竹圖)—a painting of King Injong for his teacher Kim In-Hoo which portrays bamboo trees in Korean ink. The teacher also left affectionate writings in honor of his King. The library Jangpangak(藏板閣) was used to keep various wooden plates of his writings and versatile materials of his teachings as well. Looking around the seowon, I felt as if each scholar’s desire to learn not to mention their respect for their teacher, were unfolding in front of my eyes. One of Confucianism’s biggest teachings, mutual respect between the teacher and students, seemed to account for such tradition. I realized the intensity and willingness of Joseon scholars to contribute to their dynasty through years of education and reflection of the status quo to make the nation ruled by Confucian rationality. It is crucial that such efforts made by scholars and spirit of seowons be continued and appreciated by future generations to renew its tradition. Jean Song, Bugil Academy GLP

한글 요약본 조선시대 학자들의 문화를 논할 때 유 교 교육은 질서와 조화를 꾀하고, 젊은 미래의 학자들을 교육하며, 나라를 강건 하게 만들기 위한 전형적 본보기로 여겨 진다. 조선의 사립 유학 교육기관인 서원 은 이러한 이상을 추구하기 위해 16세기 에 널리 세워졌다. 이들 서원 중 전남 장 성의 필암서원은 특히 독특하다. 무엇보 다 이러한 유학자들의 문화를 대변한다 는 점에서도 그러하고, 명망 있는 학자 ‘하서’ 김인후(1510-1560)를 향한 각별한 존경심의 표현에서도 그러하다. 김인후는 조선의 12대 임금인 인종의 세자 시절, 그를 가르쳤던 훌륭한 유학자 였다. 이 탁월한 학자는 문학과 천문학, 지리, 유학의 전 분야에서 각별한 지성을 보였다. 무엇보다 그 덕성과 충실함으로 존경을 받았다. 불행히도 인종은 왕위에 오른 지 9개월 만에 세상을 떠나고 만다. 임금의 죽음 이후 스승은 고향으로 돌아 가 학문과 후학들을 가르치는 데 몰두하

며 조선의 성리학을 발전시키는 데 현저 한 기여를 하게 된다. 1590년 선조 임금 때 필암서원은 김인 후에 대한 존경의 표시로 원래 그가 태어 난 장성군 기산리에 세워졌다. 정유재란 으로 강학당이 소실되자 인조 임금 때인 1624년에 재건되었다. 이후 현종 13년, ‘필암서원’이라는 이름으로 사액을 받았 다. 서원의 입구에는 이층누각인 확연루 (廓然樓)가 세워져 있는데, 이곳에서 학 자들은 주변 경치를 즐기며 휴식을 취했 다고 한다. ‘확연루’라는 이름은 김인후 의 ‘확연대공’(廓然大公)이라는 문장에서 따온 것인데, 이는 ‘맑고 열린 마음으로 공정하게 사물을 대하는 개개인의 마음 가짐’을 뜻한다. 확연루란 뜻의 특별함과 더불어, 누각 지붕 속에 그려진 아름다운 무늬들과 상 징들은 정말로 놀라웠다. 연꽃이라든지, 용과 같은 안온함과 장수를 뜻하는 전통 적 상징들이 눈길을 끌었다. 그러한 상

징들을 바라보면서, 연꽃은 학자들의 평 안과 생명력을, 용은 유교학문의 정통성 을 뜻하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또한 우 리나라 다른 서원들과 달리 확연루의 상 징들은 초록과 빨강, 노랑들의 강렬하면 서도 밝고 생기 있는 색깔로 선명하게 그려져 있었다. 확연루의 이러한 예술적 특징을 찾는 일이야말로 참으로 내게는 이 서원을 답사하는 주된 흥미 중 하나 가 되었다.

위대한 스승에 대한 왕실의 존경 확연루를 바로 지나자마자 청절당(淸 節堂)이라는 이름의 강학당의 앞면이 아 닌 뒷면이 보였다. 이는 다른 서원들과 비교했을 때 꽤 비범한 구조였다. 서원의 중앙으로 들어서기 위해선 작은 문을 하 나 더 통과해야 했다. 강학당을 지나면, 진덕재(進德齎)라고 불리는 서재와 숭의 재(崇義齎)라고 불리는 동재가 있다. 이 기숙사들 옆으로, 사당인 우동사(祐東

祠) 앞쪽에 경장각(敬藏閣)이라는 독특 한 작은 건물이 한 채가 놓여 있었다. 학 자 김인후를 깊이 존경하던, 조선의 가장 학구적인 왕 중의 한 분인 정조 임금이 바로 경장각의 현판을 썼다. 내게는 흘겨 쓴 정조의 필치가 꽤나 섬세하고도 힘이 있다고 느껴졌다. 이 경장각에 바로 인종 임금이 자신의 스승인 김인후를 위해 그 려준, 먹으로 그린 대나무 그림인 묵죽도 (墨竹圖)가 보관되어 있다. 스승 또한 자 신의 임금을 위해 애틋한 글을 남기기도 했다. 필암서원을 둘러보면서 스승에 대한 존경심과 함께 학자들 개개인의 배움에 대한 열정이 내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지 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조선의 학자들 은 교육과 현실에 대한 성찰을 통해 자 신들의 왕조에 기여하고자 했고, 유교적 합리성을 통해 통치되는 나라를 만들기 위한 충실함과 의지를 가졌다는 점을 나 는 깨달았다.


문화여행

유네스코와 함께 떠나는 문화여행

2015년 2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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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 깊은 판소리의 산실 고창

‘동리’ 신재효 선생의 고택

부채 하나 손에 쥐고 뽑아내는 목소리가 변화무 쌍하다. 낭창낭창하게 간드러지다가도 뼛속까지 사무친 한을 토해내듯 처연해지기도 한다. 허스키 하면서도 맑고, 힘이 넘치면서도 슬픔이 그득히 배 어 있는 소리. 그 깊고도 진한 소리를 찾아 여행을 나서기로 한다. 목적지는 조선 후기 판소리 이론가 로 이름 높은 동리 신재효 선생의 고택과 판소리박 물관이 서 있는 전북 고창이다.

판소리 이론가 신재효 고택 오래전 전주를 둘러보다가 한옥마을을 한눈에 내려 다볼 수 있는 오목대에 올랐을 때였다. 젊은이 하나가 목청을 가다듬더니 판소리 한 자락을 뽑아내기 시작 했다. 그의 소리가 어떠했건 그 풍경은 문화충격에 가 까웠다. K팝 가수를 꿈꾸고 있을 법한 나이의 청년이 2000년대에 소리꾼의 길을 가고 있다니. 하지만 그곳 은 판소리가 시작되고 또 수백 년을 면면히 이어온 고 장 가운데 하나였다. 당연한 일이었던 셈이다. 사실 판소리를 테마로 여행을 떠난다면 며칠이 걸릴 지 알 수 없다. 전주, 남원, 보성, 구례, 순창, 광주 등 한반도 서남지역 대부분이 판소리와 깊은 인연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전북 고창을 이번 여행의 목적지로 삼 은 것은 판소리의 역사에서 큰 획을 그었던 동리 신재 효(申在孝, 1812~1884) 선생 덕분이다. 이름난 소리꾼 도 아니요, 걸출한 고수도 아니었던 그가 판소리 역사 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된 연유는 무엇일까.

판소리 공연 모습(문화재청 제공)

고창군 고창읍 읍내리에는 신재효 선생의 고택이 자리하고 있다. 지금은 아담한 초가집 한 채가 덩그러 니 놓여 있을 뿐이지만, 이 일대는 조선 후기의 숱한 명창들을 배출한 곳이다. 신재효 선생은 판소리의 이 론가, 개작자, 후원자로 잘 알려져 있다. 판소리에 심 취한 그는 넉넉했던 재산으로 ‘명창 양성소’라고 할 만 한 공간을 만들고 후학들을 길러냈다. 이와 함께 동편 제와 서편제의 장점을 아우르고 인물·사설·득음·너름 새라는 판소리의 4대 법례를 마련하기도 했으며, 심청 가·적벽가·춘향가·토끼타령·박타령·변강쇠타령(가루 지기타령) 등 판소리 여섯마당의 체계를 세우기도 했 다. 진채선 등의 뛰어난 여류 소리꾼을 배출해 여성이 판소리를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도 신재효 선생의 업적으로 꼽힌다. ‘한국의 셰익스피어’라는 별칭이 아 깝지 않은 이유다.

무대·객석 경계 허무는 소통의 예술 신재효 고택 옆에 자리한 고창판소리박물관에 들르 면 판소리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살펴볼 수 있다. 판 소리의 연원은 굿판에서 무당이 읊조리던 노래가 광 대들의 사설로 이어지고, 그것이 전문화된 소리꾼으 로 진화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민초들의 애환 이 담긴 이야기에 단순하면서도 맛깔스러운 북장단, 귀를 사로잡는 독특한 말투, 상황에 꼭 맞는 연기, 구 성진 목소리로 삶의 희로애락을 자유자재로 표현하 는 노래 등이 어우러지면서 대중들을 사로잡았을 것 이다. 그리고 판소리는 2003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 화유산으로 등재되며 세계적으로도 그 문화적 의의를 인정받았다. 간혹 판소리를 ‘1인 오페라’라고 하기도 하는데, 이 야기와 노래 그리고 연기를 더한다고 해서 판소리가 이뤄지지는 않는다. 창법부터 서양의 성악과는 확연 히 다르거니와 최장 8시간 동안 연행된다는 것도 그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추임새를 통해 북을 치는 고 수와 관객들이 적극적으로 연행에 동참한다는 것도 고유한 특징이다. 연행자와 관객의 경계를 이토록 예 술적으로 허무는 소통의 형식미는 세계의 어느 공연 예술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판소리의 또 다른 특징은 한 사회의 지배층과 피지 배층 모두에게 사랑받았다는 점이다. 판소리에 담긴 이야기는 주로 민초들의 현실을 생생하게 드러내지 만, 높은 예술성으로 양반들의 귀까지 사로잡았다. 판 소리가 계층 전반에 걸친 애정을 받으며 사회적 조절 과 통합의 기능을 담당했다고 평가받는 이유다. 최근 이자람 등 젊은 소리꾼들을 중심으로 시도되고 있는 창작 판소리는 그래서 반갑다. 판소리가 단순한 전승 에 그치지 않고, 다시금 당대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 는 것이다. 어떤가. 이번 주말에는 영화 한 편보다는 판소리 공연장을 찾아 걸쭉한 추임새를 넣어보는 것 서동철 여행작가 도 좋지 않을까.

여행정보 찾아가기 - 대중교통:고속버스를 이용해 고창공용버스터미널에서 하차, 택시를 이용하거나 도보로 이동해도 좋다(약 1.5㎞). 군청앞사 거리에서 길을 건너 직진, 구사거리에서 좌회전하면 된다. - 자가용: 서해안고속도로 고창IC로 빠져나와 고창 시내 방면으 로 중앙로를 따라 달린다. 군청앞오거리에서 우회전, 구사거리 에서 좌회전하면 된다. 주변 볼거리 고창 일대를 한눈에 내려다보며 성벽 산책을 즐길 수 있는 고창 읍성, 동백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는 선운사 등이 대표적인 볼거 리이다. 세계문화유산인 고창 고인돌 공원도 꼭 둘러보길 권한 다. 그 뒤편에 자리한 운곡습지는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 의 신비를 관찰할 수 있는 곳이다. 주변 먹거리 고창의 먹거리라 하면 풍천장어가 빠질 수 없다. 담백하고 고소 한 장어구이에 고창의 또 다른 특산품인 복분자주를 곁들이면 금 상첨화다. 선운사 부근에 장어요리 전문점들이 다수 모여 있다. 고창판소리박물관 이용 정보 - 관람 시간: 하절기(3월~10월) 09:00~18:00 / 동절기(11~2월) 09:00~17:00, 매년 1월 1일과 매주 월요일 휴관 - 관람 요금: 어른 800원, 청소년 500원, 어린이 무료 - 전라북도 고창군 고창읍 동리로 100 판소리박물관 / 고창군청 문화관광과 063-560-2457 / culture.gochang.go.kr

유용한 어플:스마트투어가이드 스마트폰 사용자라면 한국관광공사에서 개발한 ‘스마트투어가이 드’ 앱으로 더 즐거운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유산 지역 근처에 가 면 저절로 오디오 가이드가 재생된다. 구글플레이와 앱스토어에서 ‘스마트투어가이드’로 검색 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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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문화

2015년 2월 1일

피스 인 무비(Peace in Movie)

&lt;사막에서 연어낚시&gt;

지금 꿈을 향해 가고 있나요, 당신은? 요즘 ‘세계 평화’와 관련해 가장 자주 오르내리는 단어는 바로 테러, 그리고 이슬람 무장세력일 것이다. 언뜻 보면 영화 &lt;사막에서 연어낚시&gt;도 이런 단어 들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듯하다. 중 동을 무대로 하고, 서방과 이슬람 국가 의 갈등도 등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사막에서 불가능해 보이는 꿈을 이뤄가는 과정을 통해 현대인이 잃어버리고 살아가는 ‘이상’과 ‘믿음’에 대한 이야기를 잔잔하게 전하고 있다. &lt;사막에서 연어낚시&gt;의 원래 제목은 &lt;Salmon Fishing in the Yemen&gt;. 영 국 작가 ‘폴 토데이’의 동명 원작 소설 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영국에서 2011 년에 개봉했는데 국내에서는 지난해에 야 스크린에 올랐다. 사실, 원작 소설은 음모가 판치는 정계의 중심부를 비꼬며 풍자를 이어가는 정치 코미디다. 그러 나 영화에선 영미권 상업영화계의 손길 을 거치며 로맨스적인 요소가 많이 가 미됐다. 원작과 영화의 가장 큰 차이점 은 패트리샤 맥스웰(크리스틴 스콧 토 마스 분)의 비중일 것이다. 원작 소설이 총리실 홍보 담당자인 패트리샤를 중심 으로 한 정치권의 음모를 풍자하는 데 중점을 뒀다면, 영화는 어류학자인 알 프레드 존스 박사(이완 맥그리거 분) 가 잃어버렸던 믿음과 용기를 되찾아가 는 과정, 그리고 그와 투자 컨설턴트 해 리엇(에밀리 블런트 분)의 로맨스에 더 중점을 뒀다.

사건은 부호인 예멘의 왕자 무하메드 (아미르 웨이키드 분)의 어처구니없는 (?) 발상에서 시작된다. 평소 낚시를 즐 겨 연어 낚시가 가능한 지역에 별장까 지 갖고 있는 무하메드 왕자. 그는 사막 지역인 예멘에서 연어낚시를 하기 위 해 연어 1만 마리와 무려 5000만 파운드 (약 811억 원)의 공사비가 드는 ‘사막에 서 연어낚시’ 프로젝트를 계획한다. 왕 자의 자산을 관리하는 투자 컨설턴트 해리엇은 영국 정부에 프로젝트를 설명 하고 영국 해양 수산부의 어류학자 알 프레드 존스 박사에게 자문을 구한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불가능하다”는 답 변뿐. 그러나 총리실 홍보 담당자 패트리샤 가 끼어들면서 상황이 급변한다. 대테 러 작전으로 이슬람 국과들과의 외교 마찰이 심해지자 페트리샤와 총리, 영

국 정치권이 중동에서 ‘아름다운 뉴스’ 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막에서 연어낚 시’ 프로젝트를 적극 지원하기로 한 것 이다. 그런데 무하메드 왕자, 그는 왜 이런 어처구니없는 프로젝트를 강행하는 것 일까. 연어 낚시를 위해 5000만 파운드 정도는 가볍게 쓸 수 있는 철없는 부자 이기 때문일까. 영화에서 무하메드 왕 자는 “낚시는 누구에게나 평등하다”며 연어낚시가 계급 사회인 중독 지역에서 이를 극복할 계기가 되기를 기원한다. 낚시를 할 때 물고기는 계급과 무관하 게 누구의 미끼든 물기 때문이다. 또 이 런 얘기를 한다. “나는 작은 기적을 만 들고 싶다. 신을 찬양하고 우리 국민을 하나로 묶을 수 있도록.” 사실 무하메드 왕자가 사막에 댐을 만든 것은 연어낚시를 위해서가 아니었

다. 사막 지역에서도 물을 원활하게 활 용할 수 있는 치수사업을 위한 것으로, 그는 이를 신의 뜻이라 생각한다. 그렇 지만 무하메드 왕자에게 반대하는 세력 은 오히려 “사막에 물을 끌어 오는 것은 중동 지역에 서양 문물을 강요하는 것 으로 신을 모독하는 행위”라고 주장한 다. 이런 무하메드와 그의 반대자들의 갈등은 결국 신을 중심으로 빚어지고 있는데, 이것이 중동 내에서의 종교적· 정치적 갈등을 함축적이고 비유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불가능해 보이는 것들에 대한 왕자의 흔들림 없는 신념과 믿음은 주위 사람 들을 조금씩 변화시킨다. 결국 이 프로 젝트에 회의적이면서도 정부의 압력 때 문에 참여하게 된 어류학자 존스 박사 의 마음에도 잔잔한 파도를 일으킨다. 지극히 현실적이고 냉소적이던 그는 누 군가의 절실한 희망이 세상을 바꾸는 모습을 목격하면서 차츰 자신을 돌아보 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잃고 살던 꿈과 신념, 그리고 믿음의 가치를 새삼 깨닫 게 된다. 이런 그의 모습을 통해 영화는 관객 들에게 슬며시 말을 걸고 있다. 혹시 ‘현실 때문’이라는 핑계 뒤에서 우리 스 스로 우리 삶을 피폐하게 이끌고 온 것 은 아닌지. 만약 그렇다면 이제 한번쯤 은 당신의 꿈을 믿고, 그 믿음이 이뤄내 는 새로운 세상을 경험해 보라고. 신민섭 영화칼럼니스트

커피의 인문학 / 스페셜티 커피, 찻잔 벗어난 태풍이 분다 좋은 커피만을 가려내 향미가 주 는 축복을 만끽하려는 커피애호가들 (Coffee lovers)의 욕구가 ‘테이스터의 물결’(Taster’s Wave)을 이루고 있다. 품질이 좋은 스페셜티 커피(Specialty coffee)의 소비가 늘면서, 커피문화계 에서는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언급한 ‘제3의 물결’(The Third Wave)이 회 자된다. 인류 역사가 농업혁명-산업혁 명-정보화혁명 등 3개의 물결로 나뉜 것에 빗대, 커피소비의 트렌드를 인스 턴트커피-프랜차이즈 커피-스페셜티 커피 등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1930년대 커피공급 과잉으로 브라질 에서는 증기기관차의 땔감으로 커피 원두를 써야 하는 지경이 됐다. 남아도 는 커피를 처리하는 실마리가 된 것은 1901년 가토 사토리가 발명한 인스턴트 커피였다. 네슬레가 재고로 쌓인 커피 를 모두 볶아 액을 추출한 뒤 이를 다시 뜨거운 바람으로 건조시켜 가루로 만들 었다. 한 번 녹여냈던 것이어서 물만 부

으면 쉽게 녹아 마시기 편리했지만, 향 미가 사라졌기 때문에 ‘영혼이 없는 커 피물’이라는 눈총을 지금까지도 받고 있다. 한국전쟁 와중에 미군을 통해 전 해진 인스턴트커피는 유한마담을 중심 으로 ‘맛보다는 폼을 잡기 위한 장치’로 애용되며 급속히 확산된다. 사치품으로 분류돼 정부의 단속까지 받아야 했던 인스턴트커피는 어쨌든 다방, 자판기 등을 통해 40여 년의 전성기를 구가하 다가 스타벅스로 상징되는 프랜차이즈 커피의 등장으로 쇠퇴기를 맞게 된다.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사태 한 파로 직장을 잃은 사람들이 카페 창업 을 만지작거리고 있던 참에, 1999년 스 타벅스 한국 상륙이 프랜차이즈 창업 열기에 불을 지폈다. 아메리카노 컵을 들고 다니거나 마시며 노트북을 치는 것은 이 시기 젊은이들의 아이콘이 됐 을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 리고 어언 15년이 지난 지금 커피는 물 보다 많이 마시는, 밥보다 김치보다 자

주 찾는 음료가 됐다. 그런데 그 속에서 커피문화의 판을 통째로 바꿀만한 엄청 난 기운이 움트고 있다. 향미를 추구하 는 스페셜티 커피. 이를 ‘태풍의 눈’이 라 평가하는 것은 세계시장이 이미 그 렇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1995년 미국 시카고에서 문을 연 ‘인 텔리젠시아’(Intelligentsia)는 제3의 물결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평가 받는 다. 이 커피는 커피산지를 다니며 좋은 생두를 골라 직접 로스팅해 커피를 추 출한다. 커피의 향미를 최상으로 유지 하기 위해 커피의 모든 이력을 관리하

는 것이다. 미국과 우리나라의 커피 보 급은 120년이나 시간차가 있었지만, 지 금 현재 세계의 커피시장은 스페셜티 커피를 중심으로 문화코드를 맞추고 있 다. 선발과 후발의 구분이 사라지고 있 는 것이다. 한국은 세계 전문가들이 입 을 떡 벌릴 정도로 빠르게 향미 추구의 대열에 진입하고 있다. 이런 트렌드에 맞춰 스페셜티 커피를 제공하는 매장이 속속 늘고 있다. 올해 커피 맛을 아는 사람들이 일으키는 제3 의 물결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들이 커피 맛에 눈을 뜰수록 맛 이 없는 커피는 도태될 것이 분명하다. 간단한 기술을 갖춘 홈바리스타를 넘 어, 소비자 스스로 향미를 올바로 평가 하는 ‘커피테이스터(Coffee Taster)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앞으로 커피의 제 4의 물결은 ‘전문가와 소비자를 구별하 기 힘든 커피테이스터 대중화’가 될지 도 모르겠다. 박영순 경민대 호텔외식조리과 겸임교수


페이스북 · 영시

2015년 2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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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으로 접속하는 유네스코한위 페이스북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61번째 생일을 맞았습니다

유네스코회관이 자리한 곳

2015년 1월 30일 오늘! 유네스코한국위

아는 만큼 보이는 명동

원회가 61주년을 맞이하였습니다.^^ 사람으로 치면 환갑인 나이. 긴 세월 동 안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유네스코의 이

유네스코회관,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선정

념을 교육, 과학, 문화커뮤니케이션 분야 에 전파하여 왔습니다. 앞으로도 유네스코

우리의 미래세대까지 보전하기 위해 351건

한국위원회의 활동에 많은 응원 부탁드려

의 미래유산을 최종 선정하였다고 하네요.

요!

저희 건물은 1967년에 완공되어 약 50여 년간 명동의 역사를 함께 해온 건축물입니 다. 지어질 당시 건물 내부에는 백화점, 사 무실, 외국 귀빈을 위한 숙소와 대강당 등 이 있었고 냉난방 설비와 승강기가 완비된 최첨단 건물이었습니다. 또한 지상 13층과 지하1층으로 구성된, 당시로선 대규모의 건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친선/홍보 대사들의 신년 영상 메시지 지난 한 해 유네스코를 후원해주신 후원 자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물로 명동 중심에 자리해, 명동의 랜드마크

새해에도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후원자

로서 많은 사람들의 만남의 장소로 활용되

님의 사랑을 담아 아프리카, 아시아의 가난

었다고 합니다.

한 이웃들이 배움으로 꿈을 키워나갈 수 있

서울시는 유네스코 회관을 미래유산에

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한위에 대한 변

선정하며 “당시 기술로는 힘들었던 알루미

함없는 지지와 다양한 활동을 통해 더 많은

늄 커튼 월로 마감된 건축물로서, 60년대 건축 구조사의 위상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서 보존가치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명동 일대에는 유네스코 회관뿐만이 아니라, 12 안녕하세요 여러분 ~

개의 건물이 미래유산으로 선정되었는데

저희 위원회와 역사를 함께한 유네스코

요. 그 중에서도 흥미로운 내용이 담긴 몇

회관이 서울시 미래유산에 선정되었습니

가지를 시리즈로 소개해 드릴게요~ 이름하

다!! 서울시는 서울의 근현대 문화유산을

여 ‘명동의 재발견’! 기대해 주세요~

사람들에게 교육나눔의 메시지를 전할 여 러 친선/홍보대사들의 새해 인사를 함께 감 상해 보세요!

영상 보기: http://youtu.be/ jISQE4SOYBs

실시간으로 유네스코한국위원회의 이야기를 만나고 싶다면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페이스북(www.facebook.com/unescokr)과 친구를 맺어주세요.

‘명동의 재발견’ 2탄, 한국은행 앞 광장 영어로 만나는 우리

오늘은 ‘한국은행 앞 광장’에 대해 소개 해 드리려 합니다. 이 광장은 일제강점기 때 남대문로 금융의 중심지였습니다. 조선

좋은 언어

은행(현 한국은행), 대한천일은행(구 상업 은행 본점), 경성우편국(현 중앙우체국),

신동엽

외치지 마세요 바람만 재티처럼 날려가 버려요.

미쓰코시백화점(현 신세계백화점)이 바로 이 광장을 가운데 두고 마주하고 있었기 때

조용히 될수록 당신의 자리를 아래로 낮추세요.

문이지요. 또한 이곳은 한국인들의 사회운 동의 중심지이기도 했습니다. 1919년에는 3000여 명에 이르는 3·1 독립 만세 시위대 의 행렬이 이곳에서 일제 헌병 경찰과 격돌 하기도 했고, 1987년 6월 민주항쟁 당시에 는 시위대와 진압 경찰의 공방전이 치열하 게 벌어졌던 장소였습니다. 이처럼 한국은행 앞 광장은 단순한 광장

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역사에 중요한 의미 를 가진 곳이라 할 수 있겠네요~ 참! 한국 은행 오른쪽 인도에는 3·1운동 당시의 이야

그리구 기다려보세요. 모여들 와도

기가 기록된 표지석이 서 있으니 만약 광장 에 들르게 된다면 꼭 한번 찾아 보시기 바 랍니다.

‘명동의 재발견’ 3탄, 한국 YWCA회관 는데요, YWCA는 1922년 설립된 이후 지 금까지 계몽운동과 여성운동, 환경운동, 복 지운동, 평화운동 등을 활발하게 전개해 왔습니다. 나라의 부침에 따라 YWCA 역

하거든 바닥에서부터 가슴으로 머리로 속속들이 구비돌아 적셔 보세요.

Nice Words Shin Tong-yop Don’t yell. The wind will just blow it away like dust. Quietly, Keep your position low If possible. And try waiting Even though crowds rush in. If you wish, Let yourself be soaked through: Legs, chest, and head.

허잘 것 없는 일로 지난날 언어들을 고되게 부려만 먹었군요.

You have overworked your words All this while All to no avail.

때는 와요. 우리들이 조용히 눈으로만 이야기할 때

The time will come When we will talk with eyes only Without need of words.

허지만 그때까진 좋은 언어로 이 세상을 채워야 해요.

But Until then We have to fill the world With nice words.

시 우여곡절이 많았는데요, 1938년에는 일 본의 천황신민화 정책으로 소속이 일본으 로 옮겨지기도 하고, 1942년부터 45년까지 는 잠정적 휴회를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해방 후에는 활동을 재개하여 1979년 &#39;위장 결혼식사건&#39;과 ‘민주헌법쟁취 국민운동본 부 결성’의 장소가 되는 등, 서울과 대한민 국의 역사적인 장소로서 역할을 해 왔습니 오늘은 명동의 정치와 역사에 초점을 맞

다. YWCA의 가치 있는 활동 뒤에는 이토

춰 보려고 합니다. 그래서 준비한 이곳의

록 든든하게 자리를 지켜온 유산이 한결같

미래유산은 ‘한국YWCA회관’입니다. 이

이 자리하고 있었다는 것도 한번쯤 생각해

회관 안에는 YWCA 한국본부가 위치해 있

주세요~

- Translated by Suh Ji-moon 신동엽(1930~1969) 충남 부여 출생으로 전주사범학교와 단국대 사학과 를 졸업했다. 1959년 &lt;이야기하는 쟁기꾼의 대지&gt;가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입선되며 활동을 시작하였으 며, 1961년부터 명성여고에서 국어교사로 재직했다. 1967년에 4800여 행에 달하는 서사시 &lt;금강&gt;을 발 표하며 확고한 문학사적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이 때 의 작품들은 대개 민족적 동일성을 훼손시키는 반민족

적 세력에 대한 저항이 기조를 이루며 민중에 대한 자기 긍정을 노래하고 있다. 그는 민족 정신을 일깨우는 작품 과 더불어 민중의 정서에 따른 시적 형상을 창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1960년대에 김수영고 더불어 ‘참 여시’를 이끌었다. 주요 작품으로는 기회주의를 비판하 고 통일을 노래한 &lt;껍데기는 가라&gt;를 비롯, &lt;금강(錦 江)&gt;, &lt;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gt;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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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2월 1일

캠 페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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