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 감 - 기
성적정정기간 필수과목
여성 캐릭터
Spring
팩트체크
2019 vol.106
총학생회비 횡령
공영방송 패배주의 한국식 나이 현대미술
HANYANG 2019 vol.106
Spring
되-감기
한양교지편집위원회
김현진
김경모
전세은
요즘 애들은 진사로를 모른답니다.
마스크는 패시브
조각달이 보름달로
소다미
김혜선
박준영
케이시 - 그때가 좋았어
떠나고 싶다,,,
나를 알아주는 사람
이승호
이채움
한성현
나 이제 군ㄷ..읍읍..
댕댕이가 세상을 구한다!
ㅅ ... 살려죠!
편집장_ 김현진 국악과 16학번 HYgyoji@gmail.com 부편집장_ 김경모 교육학과 18학번 kgm0822@naver.com 편집위원 전세은 사회학과 18학번 seaeun814@naver.com 소다미 교육공학과 18학번 sodami0127@gmail.com
이승호 정보시스템학과 19학번 sharingmv@naver.com 이채움 사학과 18학번 lcu2400@naver.com 한성현 경제금융학부 17학번 dlite1017@naver.com 펴낸이
김현진
엮은이
한양대학교 『한양』 교지편집위원회
주소
서울시 성동구 왕십리로 222 한양대학교
학생회관 4층 교지편집실
전화
010-4022-3257
수습위원 김혜선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18학번 tjs9907@naver.com 디자인 박준영 경제금융학부 18학번 junyoung1204@hanyang.ac.kr 펴낸날
(주)티에스업앤업 02-2285-6846 2019 봄
*학생회비에 포함된 교지 대금 2,000원을 내주신 학우 여러분이 『한양』의 주인입니다. *본지는 한양 학우의 소중한 학생회비와 광고비로만 만들어집니다. *본지에 게재된 기사나 사진의 무단 전재 및 복사를 금지합니다. *본지가 나올 수 있게 도움을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HANYANG 2019 vol.106
Spring
목차
004 여는 글
학
내
008 그 많던 학생회비는 누가 다 먹었을까 024 [학사안내] 성적이 입력되지 않았습니다 038 한양인으로서 갖춰야 할 교양의 모든 것 050 팩트체크
사
회
058 로맨틱하지 않은 로맨스 070 우리들의 일그러진 방송사 082 우리들의 패배주의 094 기대지 마시오
문
화
일
상
날적이
110 야 너도 현대미술 할 수 있어
여는 글
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한양대학교 유일의 학생자치언론 『한양』의 편집장 김현진입니다.
행당산의 봄을 4번째 맞이하는 저로선, 쾌청한 하늘을 방해하는 미세먼지가 야속할 뿐입니다. 미세먼지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있으면 오르막길이 2배로 힘들어져 뿌연 하 늘이 가끔 노래지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마지막 캠퍼스의 봄이 회색으로 기억되는 것 은 굉장히 슬픈 일이기도 합니다.
19년의 봄호는 작년을 돌아보는 의미에서 ‘되-감기’ 라고 제목을 지었습니다. 캠퍼 스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2018년 2학기 비상대책위원장의 횡령 사건은 학생사회에 서 <자치>의 신뢰를 무너뜨리기에 충분했습니다. 무너진 신뢰를 바로 세우는 2019년 이 되기를 바라면서, 『한양』은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던 자치 시스템을 돌아보았습니다. 두번째로 돌아보았던 것은 성적정정기간입니다. 2학기가 끝나고 성적이 나올 때, 몇몇 강의의 성적공개가 뒤로 미뤄지며 불편을 겪은 학우들이 속출했습니다. 다른 불편이야 이해하며 넘길 수 있다고 해도, 제1의 구역인 학습권에서의 불편은 가벼이 넘길 수 없 습니다. 『한양』은 한양인의 학습권이 침해받았던 그때를 돌아보았습니다. 마지막은 필 수과목입니다. 새내기 한양인 분들, 듣고 싶은 교양과 전공을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 했었는데, 막상 시간표를 보면 필수과목으로 꽉 채워져 있지는 않으셨는지요. 『한양』은 이 필수과목에 대해 어떤 취지로, 어떤 효과를 위해 만들어졌는지 고민해보았습니다.
004
여는 글
동시에 저는 교지 전체를 되돌아보았습니다. 선배들의 발자취를 따라가 본 교지는 한양인들에게 담론의 장을 형성해주는 곳이었습니다. 현재는 SNS의 발달로 손쉽게 장 소가 형성될 수 있지만, 그래도 더 깊이 있는 고찰을 하기엔 교지가 안성맞춤이라는 생 각이 듭니다. 저는 남은 제 재임기간 동안 교지가 다시 한양인의 담론의 장이 될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할 것입니다. 모든 한양인이 교지 속에서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교환할 수 있도 록 노력하겠습니다. 언제나 열려있는 교지의 문을 두드려주시길 바랍니다.
시간을 되감아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책으로 펴내기 위해 『한양』 의 기자들은 3개 월이란 시간 동안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겨울방학을 반납하고 살을 에는 추위를 견뎌내 며 이루어낸 결과가 모쪼록 독자 여러분의 마음에 들기를 희망합니다.
함께 늦봄을 향유할 수 있기를 소망하며, 『한양』편집장 김현진 드림
한양 106호
005
01
총학생회비 횡령 부편집장 김경모 kgm0822@naver.com 수습위원 한성현 dlite1017@naver.com
02
성적정정기간 편집위원 소다미 sodami0127@gmail.com 수습위원 이채움 lcu2400@naver.com
03
필수과목 부편집장 김경모 kgm0822@naver.com 수습위원 김혜선 tjs9907@naver.com
Part
1
학내
# 총학생회비 횡령
그 많던 학생회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부편집장 김경모 kgm0822@naver.com 수습위원 한성현 dlite1017@naver.com
008
학내
인류에게 가장 큰 비극은 지나간 역사에서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한다는 데 있다. -아널드 조지프 토인비
한양 106호
009
▲ 2018년 12월 31일 한양대학교 총학생회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사과문
010
학내
슬며시 올라온 사과문 한 장 2018학년도 2학기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장)을 위임했던 이강현(경영, 16)이 작 년 12월 31일에 총학생회비를 횡령했다고 자진 고백했다. 비대위장은 경위서와 함께 사 과문을 올리며 자신이 횡령한 총학생회비를 꼭 갚겠다고 말했지만, 학우들의 충격과 분 노를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횡령 사유에 대한 부족한 설명과 갚으면 된 다는 인상을 주는 사과문에 많은 학우가 분노했다. 이후 열린 4차례의 감사위원회를 통 해 구체적인 횡령 내역과 사유 등이 밝혀졌다. 감사가 모두 끝난 후, 비대위장은 횡령액 을 전액 갚았다. 그러나 중앙운영위원회1)(이하 중운위)는 그를 고소했으며 현재 비대위 장은 형사 처분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비대위장이 처벌을 받게 된다고 해서 이번 사 건이 마무리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번 일로 얻게 된 의문들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 다. 비대위장이 500만 원 이상의 총학생회비를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을 본인 자백 전까 지 비상대책위원회2)(이하 비대위) 내에서는 누구도 이를 포착하지 못했다. 어째서 아무 도 이를 잡아내지 못했나. 대체 우리 학교 총학생회비 운영과 감사는 어떻게 이루어지 고 있었나.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려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한양』은 한양대학교 총학생회비의 운영 및 감사시스템을 돌아보면서 여러 의문에 대한 답을 찾 고자 한다.
1) 전체학생대표자회의, 확대운영위원회 다음의 총학생회 의결기구. 총학생회 정·부학생회장, 각 단과대 학학생회 정학생회장, 동아리연합회 정학생회장, 총여학생회 정학생회장, 애국한양문학예술학생연합 의장, 총학생회 정학생회장이 지명하는 중앙집행부 중 1인으로 구성된다. 2) 비상대책위원회는 총학생회, 단과대 학생회, 학과 학생회 등의 단위에서 구성할 수 있으나, 여기서는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를 편의상 ‘비상대책위원회’로 표기하였다.
한양 106호
011
총체적 난국 12.31
01.03
01.04
비대위장 횡령 사실 고백
제1차 감사위원회 -감사위원회 조직 -감사 목표 설정
제2차 감사위원회 -총학생회비 계좌 내역 조사 -집행위원장 등 참고인 소환
01.14
01.07
제4차 감사위원회 -비대위장의 추가 자료 검토 -18-2학기 경영대학 학생회비 재검토
제3차 감사위원회 -비대위장 소환 -총학생회비 운영 및 사적 운용 조사
02.18
02.20
비대위장 횡령금 전액 변제
중운위 고소장 제출
▲ 비대위장 횡령 감사위원회 일지
비대위장의 고백에 따라, 중운위는 학생회칙 자금운영세칙 제 22조 2항3)을 바탕으로 감사위원회를 조직했다. 이후 총 4차례의 감사위원회가 진행되었다. 감사 결과 이번 횡 령은 비대위장의 단독 행동이었으며 나머지 비상대책위원들은 이번 사건과 무관하다고 드러났다. 비대위장은 본인이 밝힌 4,638,150원보다 371,000원이 더 추가된 5,009,150 원을 횡령했다고 밝혀졌으며, 구체적인 횡령 내역은 다음과 같다.
3) 총학생회, 총여학생회, 중앙특별위원회, 애국한양문학예술학생연합, 동아리연합회, 단과대 학생회에 대한 감사는 중앙운영위원회, 확대운영위원회,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의 출석 인원 2/3 이상의 동의가 있을 경우에 감사위원회를 조직하여 실시한다.
012
학내
번호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계
일시 2018.10.11 축제 후 18여름 확간수 2018.12.17 2018.12.19 2018.10.06 2018.11.22 2018.11.24 2018.11.25 2018.11.26 2018.11.27 2018.11.28 2018.12.05 2018.12.07 2018.12.10 2018.12.12 2018.12.14 2018.12.20
계좌 후원금 현금 현금 플로터기 플로터기 학생회비 학생회비 학생회비 학생회비 학생회비 학생회비 학생회비 학생회비 학생회비 학생회비 학생회비 학생회비 학생회비
적요 현금 현금 수금 BZ뱅크 BZ뱅크 BZ뱅크 BZ뱅크 BZ뱅크 BZ뱅크 BZ뱅크 BZ뱅크 BZ뱅크 BZ뱅크 BZ뱅크 BZ뱅크 BZ뱅크 BZ뱅크 BZ뱅크
출금액(원) 275,000 780,000 371,000 230,000 186,000 700,000 445,780 53,270 43,780 27,400 36,790 49,880 812,000 458,000 98,750 114,500 239,000 88,000 5,009,150
내용
토너구입비용 복사기용지토너 애한제비품구매 선거용품 구매 선거용품 구매 선거용품 구매 선거용품 구매 선거용품 구매 선거용품 구매 애한제업체대금 애한제업체대금 선거대금후처리 투요업체후처리 총실비품구매 선거대금후처리
▲ 비대위장 횡령 내역
횡령 내역표의 1번과 2번 항목은 학교 축제에서 발생한 수익금을 사용한 것이다. 3 번은 비대위장이 추가로 자백한 금액이다. 당시 비대위장은 학생 간부 수련회 참가비를 명목으로 현금 371,000원을 걷었었다. 하지만 그 현금은 자신이 갖고 결제는 후원금 계 좌로 해서 현금 371,000원이 횡령으로 인정되었다. 이외 4번에서 18번까지의 항목은 각 계좌에서 본인의 계좌로 이체한 내역이다. 감사위원회는 비대위장의 횡령 금액이 실질적으로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사용 내역을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자백 결과 비대위장은 횡령액 500만 원가량을 개인 부채와 생활 비, 월세 등의 개인적인 용무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비대위장이 감사위원회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밝힌 사유는 이렇다.
한양 106호
013
“가족의 병간호를 하게 되면서 2학년 1학기에 낮은 학점을 받 았다. 이에 장학금을 받지 못하게 되면서 제3금융권 대출을 통해 2학년 2학기 등록금을 납부했다. 이렇게 생긴 개인적인 빚과 생활비, 월세 등의 이유로 총학생회비를 사용했다. 전 비대위장 조성재의 조언을 토대로 횡령의 심각성을 깨닫게 되어 양심 고백을 했다.”
지난 2월 18일, 비대위장은 횡령금 전액을 변상했다. 곧이어 20일 중운위는 비대위 장을 횡령 혐의로 고소했고, 현재 비대위장에게 내려질 처벌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하 지만 비대위장 개인에게 내려질 처벌과는 별개로, 총학생회비 전반적인 운용을 돌아봐 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양』과 인터뷰한 양제민(경영,17) 학우는 “앞으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집행부 차원 에서의 책임 의식이 더 필요하다”라고 말하며 총학생회를 지적했다. 최준호(전기생체공 학,18) 학우 또한 “총학생회 예산 사용에 대한 관리나 감사가 거의 행해지지 않은 것 같 다.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며 총학생회비 운영 및 감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실제로 총학생회비 운영의 부실함은 감사 도중에도 몇 차례 확인되었다. 아래의 세칙 대로라면 판매 일시, 판매자, 판매 금액 등이 적힌 장부가 있어야 했지만, 18-2학기 축 제에서 비대위 축제 부스의 현금 운용 장부는 없었다. 이때 수익금 1,055,000원을 비대 위장이 횡령했는데, 장부가 없었기 때문에 이는 오직 개개인의 기억과 비대위의 카카오 톡 내용에 근거해서 책정된 것이다. 현금으로 받은 총학생회비 관리도 부실했다. 총학생회비는 등록금을 납부할 때 같이 내는 게 원칙이지만, 선거에 후보로 나오기 위한 자격 중 하나가 총학생회비 납부이기 때문에 이후에 현금으로도 총학생회비를 받기도 한다. 18-2학기 현금으로 납부한 총학 생회비에 대한 영수증은 61장으로 61만 원의 총학생회비가 있었어야 했다.4) 하지만 비 대위장의 책상에서 보관하고 있던 총학생회비는 21만 원밖에 없었다. 비어있는 40만 원 4) 총학생회비는 1만 원이다.
014
학내
의 행방이 묘연한 상황이다. 게다가 총액이 61만 원이 맞는지조차 알 수 없다. 납부증을 받은 사람이 잘 보관하고 있는지 확신하기가 어렵고, 영수증 또한 잘 보관되고 있었는 지 파악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한양대학교 자금운영세칙 제 8조(자금현황표) ① 각 단위의 자금 운영 담당자는 수입 또는 지출이 발생하는 경우 자금현황표를 작 성하여, 보관하여야 한다. 자금현황표는 자금 운영 담당자와 해당 단위의 대표자의 서명 또는 날인이 있어야 한다.
제 12조(물품 판매 수입) ① 자금 운영을 담당하는 각 단위의 대표자는 물품 판매 수입(티셔츠 등의 판매수입 을 포함한다.)이 발생하였을 시 판매대장을 작성하여, 보관하여야 한다. ② 판매대장에는 판매 일시, 품목, 판매 금액, 판매자, 최종확인자의 서명 또는 날인 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③ 제1항의 판매대장에 오류가 있을 경우, 해당 단위 운영위원 간의 논의를 거쳐, 과 반수 이상의 확인 서명을 받아 수정할 수 있다. 이 경우 오류가 발생한 부분 및 오류 수정내역을 제1항의 판매대장에 기재하여야 한다. 이번 감사를 통해 드러난 비대위장 개인의 과오와 부실했던 총학생회비 운영은 학우 들에게 큰 실망감을 주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총학생회비 사용에 대한 감사가 부재 했다는 점이다.
한양 106호
015
부실 감사, 결국 터졌다
비상대책위원장
중앙집행위원장
기획국장
대외협력국장
사무국장
홍보국장
체육국장
▲ 2018년도 2학기 비대위 구성 조직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번 사건을 살펴보자. 총학생회비 계좌를 담당하고 결산 및 회 계를 맡아야 했던 건 2학기 비대위 사무국장 박현주의 역할이었다. 하지만 조사 결과 계 좌는 비대위장이 혼자서 관리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중앙집행위원장(이하 중집위장)인 강호중도 같이 관리했다지만 실질적으로 그가 한 것은 사무국장과 같이 결산 과정을 진 행하는 정도였다. 간단한 계좌별 거래내역조회 정도는 사무국장과 중집위장도 볼 수 있 었지만, 수취인과 입금계좌를 알려주는 이체결과조회는 볼 권한이 없었다고 한다. 계좌 별 거래내역조회는 돈을 어디에 쓰는지 내역을 직접 입력할 수 있기 때문에 이것만 가지 고는 돈이 어디에 쓰였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 모든 계좌는 비대위장이 관리하고 있었고, 필요한 사무용품이 있다면 비대위장의 승 인을 받아 그의 컴퓨터로 OTP(일회용 암호)를 써서 사야 했다. 즉 다른 비대위원이 카 드를 쓸 때는 나름 철두철미했지만, 정작 비대위장이 쓸 때는 아무도 확인하지 않았다. 게다가 10월 31일에는 중집위장이 총학생회 후보 등록을 위해서 회칙대로 사퇴했는데, 이때 비대위에 속해있던 사람을 많이 포섭해가면서 비대위장이 계좌를 완전히 혼자서 관리하게 되었다.5) 이런 상황 속에서 비대위장은 500여만 원을 횡령하였고, 나아가 비 5) 3차 감사위원회 회의록
016
학내
대위장의 자백 이전에는 횡령 사실을 아무도 인지하지 못하는 사태가 일어났다. 물론 다른 비대위원이 사퇴하기 전에도 130만 원에 달하는 돈을 횡령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안전장치로 그 빈자리를 누군가가 채워야 하지 않았을까. 실제로 한양대학교 학생회칙에서는 입후보나 선거운동원으로 활동하려면 자신이 갖고 있던 직책을 선거운 동 기간 15일 전에 사퇴하라고만 되어있을 뿐, 그 빈자리를 보완하거나 감시할만한 어떤 내용도 포함하고 있지 않다.
학생회칙 제 61조(선거방법) ③ 총학생회의 중앙집행부가 각종 입후보 및 선거운동원으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선 거운동기간 15일전에 그 직을 사퇴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에게 사퇴서를 제출해야 한다. 다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귀책사유로 선거공고를 늦게 하였을 때 에는 본 항은 적용되지 않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판단에 따른다. ※중앙집행부는 중앙집행위원회(비대위)와 중앙특별위원회를 포괄함.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면 비대위 내부에서 감사는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학생 회칙에선 중앙집행위원회의 구체적인 구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다만 지금 껏 관습적으로 총학생회장의 판단과 전학대회의 인준을 통해서 구성되었을 뿐이다. 물 론 이것도 나름의 장점은 있다. 유동적으로 상황에 맞게 필요한 부서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반대로 꼭 필요한 부서가 없을 수도 있고, 각 부서의 역할 규정이 모호 할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특히나 이번 사태에서 밝혀졌듯이, 총학생회 내부감사는 사 실상 없다시피 한 실정이다. 사무국장과 중집위장이 있기는 했지만, 그들은 이체결과 조회도 비대위장의 허가를 받지 못해 확인하지 못하는 처지였다. 권한이 한 명에게만 집중되어있는 나머지 이런 불상사가 일어났다. 총학생회장을 내부적으로 감시할 사람의 권한을 회칙으로 보장해줄 필요가 있다. 물론 총학생회장에게 부서의 국장을 임명할 권 한이 있는 이상, 이것 역시 한계는 분명하다.
한양 106호
017
학생회칙 제 32조(지위 및 구성) ① 총학생회 중앙집행위원회는 총학생회 정학생회장이 결정한 전체 사업계획을 집 행하는 기구이다. ② 총학생회 중앙집행위원회는 각 국의 국장 및 각 차장을 위원으로 구성된다. 중앙 집행위원회의 위원장은 총학생회 정학생회장이 각 국장 중에서 지명한 1인으로 한 다. 필요할 경우 각 국의 국장은 총학생회 정학생회장의 승인을 얻어 적당한 수의 국원이나 수습위원을 둘 수 있다. ③ 총학생회 중앙집행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국장, 차장, 국원은 총학생회 정 학생회장이 추천하되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서 인준하여 임명받는다. ④ 중앙집행위원회의 내부 규칙은 총학생회 회칙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총 학생회 정학생회장이 정한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한양대학교에는 나름의 외부감사가 존재한다. 총학생회 에 대한 외부감사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감사위원회와 전체학생대표자 회의(이하 전학대회)6)이다. 학교 측에서의 감사는 특별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학교 가 총학생회비를 감사한다는 것은 학생들의 자치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나올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먼저 감사위원회를 살펴보자. 총학생회비 횡령 사건을 감사하면서 추가적인 횡령 사 안을 발견한 기구가 바로 이곳이다. 감사위원회는 중운위의 구성원인 각 단과대 회장으 로 구성된다는 점에서 독립성을 지닌다. 하지만 감사위원회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항상 존재하는 기구가 아니라 일시적으로 의결을 거쳐 조직하는 기구라는 점이다. 가령 이번에 조직된 감사위원회는 중운위 출석 인원의 만장일치를 얻어서 구성되었다. 만약 비대위장이 먼저 자백을 하지 않았더라면 감사위원회가 과연 구성될 수 있었을까? 엄밀 6) 우리가 흔히 학생회장이라고 부르는 모든 대표자가 모여 여러 가지 학교 사안에 대해서 논의하고 인준 하는 의결기구이다. 총학생회 회비의 예산과 결산에 대해서도 이곳에서 심의·의결한다.
018
학내
히 보았을 때 이번 감사위원회는 ‘횡령의 정도’를 확인하는 역할이었지 ‘횡령의 여부’를 파악하는 역할은 아니었다. 이렇듯 감사위원회는 늘 존재하는 기구가 아니라 이미 사건 이 터진 후 뒷수습을 하기 위해 조직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정기적으로 운영되는 전학대회는 어떨까? 여기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결 산과 감사의 혼용과 전문성 부족이다. 결산의 사전적 정의는 일정 기간 내의 수입과 지출 을 계산하여 재산상태를 서류로 작성하는 일이다. 그런데 전학대회의 결산은 단지 통장 내역을 공개하는 것 정도로만 진행된다. 영수증과 같은 감사에 꼭 필요한 증빙서류는 제 출하지 않는다. 물론 직접 총학생회실로 찾아와 증빙서류를 요구하는 사람에게는 공개한 다고는 하나, 이런 과정 자체가 번거롭고 쉽지 않은 일이다. 전학대회에 나온 대표자는 총학생회에서 공개한 자료만을 보고 판단할 수밖에 없고, 그 자리에서 결산을 인준할 것 인지에 대해 결정해야 한다. 게다가 대표자 집단이 회계 실력을 기준으로 뽑은 게 아니므 로 전학대회에서 결산회계를 전문적으로 살피기엔 한계가 있다. 그들로서도 결산이 제대 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인지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는 말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시간적 인 제약도 있다. 보통 200명 정도의 대표자가 모여야 회의가 진행될 수 있어서 전학대회 는 저녁에 시작하는데, 통학하는 사람이라면 귀가 시간까지 염두에 두어야 한다. 결산자 료집도 당일에 배포하기 때문에 미리 결산자료를 분석할 시간도 주어지지 않는다. 종합 해보면, 전학대회에서 하는 결산은 사실상 총학생회에서 내놓은 결산 내역을 대표자들이 수용하는 것이다. 적극적으로 이의제기하고 감사하기란 굉장히 어렵다. 학생회칙 제 56조(결산) 총학생회 중앙집행부는 매년 중앙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 결산을 보고하여 감사를 받는다. 특히 정기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서는 전년도 총학 생회 중앙집행위원회 사무국 국장 혹은 차장이 출두하여 전년도 총학생회비 운영에 대한 감사를 받는다. ▲ 결산에 관한 학생회칙. 감사에 대한 언급이 부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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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를 잃었어도 외양간은 고쳐야 한다 이번 사건을 통해서 밝혀진 가장 큰 문제점은 우리에게 외부감사 시스템이 부족하다 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 국내 대학교 중 중 앙감사위원회(이하 중감위)라는 조직을 따로 운영할 정도로 감사시스템이 철저한 숭실 대의 경우를 살펴보았다. 중감위는 총학생회비를 사용하는 모든 학생자치기구를 감사하는 기관이다. 총학생회 부터 각 단과대 내의 학과 학생회까지 감사한다. 물론 처음부터 이런 기구가 숭실대에 존재했던 것은 아니다. 2013년에 숭실대에서도 학생회비와 관련된 문제가 터졌고, 일부 학생들이 소규모 감사 관련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2015년에 또 한 차례 학생회 비에 관한 의혹이 증폭되면서 총학생회의 주도로 중앙감사위원회라는 기구를 창설하게 되었다. 정식으로 창립된 직후 학내자치기구 중에서 500만 원 상당의 금액을 횡령한 사 실이 적발되면서 중앙감사위원회의 입지가 확고해졌고, 그 후 독립적인 학생자치기구로 발전하였다. 중감위를 운영하는 중감위장은 총학생회장을 뽑듯이 중앙 선거를 통해서 선출된다. 그렇게 선출된 중감위장은 이후 최소 5명의 감사위원을 모집하며 형평성을 위해 같은 단과대에서 3명 이상의 감사위원을 뽑지 않는다. 중감위는 정기적으로 1년에 2번 감사 를 시행하며, 그 외에도 총학생회비가 이월되는 12월에는 따로 이월금감사를 진행한다. 중감위에서는 정기감사를 시행하기 7일 전까지 감사계획을 페이스북 페이지나 단과대 게시판에 대자보로 공지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감사대상은 중감위에서 감사계획을 통해 요구한 자료를 감사 시행일 48시간 전까지는 제출해야 하며 감사시행 당일에는 중감위 와 감사대상 전원이 출석하여 대면 질의를 진행한다. 그 과정에서 회계 사항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별개로 특별감사를 꾸릴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라 이런 권한 은 모두 숭실대학교 감사시행세칙을 통해 보장되고 있다. 자금운영세칙에 감사 관련 조 항이 몇 개만 덩그러니 있는 한양대와 상당히 대비되는 모습이다. 물론 중감위의 권한이 큰 만큼 우려할 여지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들의 권한은 감 사시행세칙을 통해 제약을 받으며, 세칙을 수정하려면 학생회의 동의가 필요하다. 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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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의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또한, 중감위를 감사하는 조직이 따로 있지 않은 만큼 현재 중감위에선 어떤 운영비도 받고 있지 않다. 감사에 필요한 자료는 감사위원의 사비로 운영되고 있으며, 대신 그들은 장학금을 받으며 활동하고 있다. 한양대와 숭실대의 차이가 있는 만큼 이런 사항을 한양대에 온전히 적용하기는 어렵 겠지만, 최소한 이런 선례가 있다는 걸 고려한다면 우리가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방향 성을 찾을 수는 있을 것이다. 앞으로 또 있을지 모르는 횡령 사건의 재발을 막으려면 학 생회칙의 개정이 불가피하다. 학생들의 자치활동 참여가 점점 더 저조해지고 있으며 학 생회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지금, 기존처럼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는 것을 재고해봐야 한다.
▲ 숭실대학교 중앙감사위원회 페이스북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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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위가 쏘아 올린 작은 공 결과적으로 봤을 때 이번에 있었던 횡령 사건은 비대위장 개인의 부도덕성에 의해 서 시작되었지만, 그 과정에서 밝혀진 것은 학생회에 대한 감사 시스템의 부재였다. 사 실 한양대학교 총학생회의 횡령이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8년에도 체인 지포유 총학생회의 횡령이 발견되어 총학생회 구성원이 총사퇴한 사건이 있었다. 그 과 정에서 회칙 개정 추진, 회계 담당자 교육, 회계 프로그램 도입을 시행했으나 대부분 무 산되어 맥이 끊겨버렸다. 학생회의 인수인계 부실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아 마 그럴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어느 순간 흐지부지해진 학생들의 관심일 것이다. 학 생회칙이 앞으로 어떻게 개정될 것인지 이번 전학대회를 주목해야 한다. 지속적인 관심 없이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고 또 한 해가 흘러갈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제거하지 못한 폭탄은 또 언젠가 다시 한번 터지게 될 것이다. 우리는 횡령 사건에 대해서 분노한다. 그렇지만 분노는 분노에서 끝나고 만다. 우리 는 사건이 알아서 잘 해결되기를 바란다. 누군가의 헌신, 누군가의 희생으로 말이다. 그 러나 민주주의는 개인의 희생만으로는 잘 굴러가지 않는다. 민주주의는 모든 사람이 마 땅히 참여해야 하며, 그래야 민주주의도 비로소 꽃피울 수 있다. 이제는 우리가 모두 한 손을 거들어야 할 때다. 감사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해서 우리 각자가 자신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하나, 이번에는 그 말이 빗나가기를 바란다. 이번 2018년이 또 다른 2008년이 되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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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을
향한
한양인의
시선
『한양』에
대한
한양인의
평가
『한양』을
위한
한양인의
비판
지금 『한양』 에게는 한양인이 필요합니다. 106호를 보고 기사에 대한 평가를 HYgyoji@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 독자평은 107호 교지에 실리며 독자평을 보내주신 분에게 문화상품권을 지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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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 적 정정기간
[학사안내] 성적이 입력되지 않았습니다 편집위원 소다미 sodami0127@gmail.com 수습위원 이채움 lcu2400@naver.com
국민의 수학권의 보장은 우리 헌법이 지향하고 있는 문화국가, 민주복지국가 의 이념구현을 위한 기본적 토대이고, 국민이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가지 며 행복을 추구하고(헌법 제10조 전문)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는데(헌법 제 34조) 필수적인 조건이고 대전제이며, 국민의 수학권이 교육제도를 통하여 충 분히 실현될 때 비로소 모든 국민은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 히 하고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할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 헌법재판소 1992. 11. 12.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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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성적정정기간 우리의 시간표는 각기 다른 강의들로 채워져 있다. 그리고 다양한 수업을 들으며 많 은 것들을 기대한다. 전공지식, 다른 학과 사람들과 새로운 만남. 그러나 시간표를 채우 면서 가장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좋은 학점이라고 대답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한 학기의 막바지에 다다를 때마다 우리는 떨리는 마음으로 성적 을 확인한다. 성적은 각종 장학금의 기준이 됨과 동시에 취업에 있어 필수요소이기 때 문이다. 그러나 지난 2학기, 걱정 반 기대 반으로 한양인 포털에 여러 번 접속해 봤지만 성적입력은 깜깜무소식이었다. 마감일은 점점 다가오는데 성적입력란은 여전히 빈칸으 로 남아있었다. 지난 2018년 2학기의 성적입력기간은 12월 15일부터 12월 30일, 성적정정기간은 12 월 31일부터 1월 2일이었다. 이 기간이 잘 지켜졌다면, 우리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방학 을 맞이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성적정정기간은 겉보기에만 그럴듯했을 뿐 사실상 유명무실했다. 어떤 교수는 성적입력기간이 아닌 성적정정기간에 성적을 최초 입력하였 고, 어떤 교수는 이의신청을 일절 받지 않았다. 이렇게 본다면 성적입력기간은 12월 30 일이 아닌 성적정정기간을 포함한 1월 2일까지로 봐도 무방하다. 학생 A 씨는 “전공 담 당 교수님께서 정정기간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성적을 올려주셨다. 이는 (교수님께서) 이의신청을 받지 않겠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었다”라며 불만을 표출했고, 학내 게시판에는 ‘왜 이리 성적이 안 올라오냐’는 반응이 쇄도했다. 중등교육의 성적은 고등교육기관에 진학하기 위해 줄세우는 도구로 전락한지 오래이 다. 성취도를 알기보단 공평한 범위 내에서 줄을 세우고, 그 순서대로 고등교육기관을 갈 수 있는 지의 여부가 정해졌다. 그러다보니 다양성을 인정하는 논술형보다는 어떤 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하더라도 결국 답은 하나로 모아지는 객관형 문제가 다수 출제되 었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의 제기할 필요가 없었다. 시험이 끝나면 번호가 적힌 답안지 가 공개되었고, 학생들은 그 답안지의 번호와 자신의 번호를 대조하는 것으로 모든 의 문이 풀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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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고등교육은 다르다. 대학의 상위기관은 기업이라는 인식이 팽배한 현실이지 만, 적어도 교육 자체의 고삐는 대학 자체가 쥐고 있었다. 그렇기에 전문 지식에 걸맞은 논술형 문제가 다수 출제되었다. 논리로 접근하는 만큼, 다양성이 강하게 나타날 수 있 는 가능성이 높고, 이의는 당연히 생겨나는 현상이다. 대학은 이것을 인정하여 이의제 기를 할 수 있는 기간을 마련하였다. 학생들은 자신의 성적에서 어떤 부분을 더 보완하 여야 하는지 알 수 있었고, 시험은 성적을 내기 위한 도구가 아닌 자신의 성취도를 확인 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수업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한양대학의 일부 수업에선 이런 이의를 보장해주지 않았다. 이의제기를 통해 정정을 해주는 정정기간의 마감일에 이르러서야 최초 성적을 입력하는 교수들이 있었 다. 공휴일 포함 고작 3일 밖에 되지 않는 성적정정기간에 최초 성적을 받은 학생들은 손쓸 겨를조차 없이 반강제적으로 자신의 점수를 받아들여야 했다.
▲ 2018. 12. 29. 한양대학교 대나무숲 게시글
▲ 2019. 1. 1. 한양대학교 에브리타임 게시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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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정정기간이 왜 중요한데요? 성적정정기간은 학생들이 입력된 성적을 확인한 후에 해당 과목 교수에게 이의를 제기 할 수 있는 기간이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오류를 수정하거나 산출 근거를 문의해 자신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문제는 실제 한양대학교의 성적정정기간 운영이 우 리가 생각하는 성적정정기간의 역할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시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성적정정기간은 학생이 자신의 성적에 관련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기간으로 온전히 지켜져야 한다. 교수가 공정하게 성적을 산출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제2의 감시 기구 역 할을 하며, 학생들이 능력과 성취를 점검하고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기회를 마련해주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성적정정기간은 학생의 학습권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유네스 코(UNESCO)가 제창한 학습권 선언1)에서는 읽고 쓸 권리뿐만 아니라 질문하고 분석할 권리, 자기 자신의 세계를 살필 권리, 개인과 집단의 역량을 발달시킬 권리까지 학습권 에 포함하고 있다. 성적정정기간의 보장은 ‘질문할 권리’로써 성적 산출 근거와 세부적 감점 요인을 이의 신청할 수 있도록 정당한 절차를 마련해준다. 또한 학생들이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파악하고 학습에 적용해 자기계발할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자기 자신의 세계를 살필 권리이자 개인의 역량을 발달시킬 권리이다.
1) 황준성(1998), 교육의 권리성에 관한 연구, 연세대학교 대학원 교육학 석사학위 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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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대학이 학생의 입장만 고려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학은 교육 기관이며, 원활 한 학사 운영을 위해 교수의 교육권2) 또한 충분히 생각해야 한다. 하지만 학생의 역량 강화를 위해 존립하는 성적정정기간에선 교육권이 학습권을 우선할 수 없다. 그 이유는 교육권이 전문적 교육 활동을 수행하는 교육자로서 주어진 직위이기 때문에 학습권을 기초한다는 데 있다.3) 이에 대해 학습권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판례는 다음과 같다. 헌법재판소 1993.07.27. 선고 93누8139 판결 학교 교육에 있어서 교원의 가르치는 권리를 수업권이라고 한다면, 이것은 교원의 지위에서 생기는 학생에 대한 일차적인 교육상의 직무권한이지만 어디까지나 학생 의 학습권 실현을 위하여 인정되는 것이므로, 학생의 학습권은 교원의 수업권에 대 하여 우월한 지위에 있다. 따라서 학생의 학습권이 왜곡되지 않고 올바로 행사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면 교원의 수업권은 일정한 범위 내에서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고 학생의 학습권은 개 개 교원들의 정상을 벗어난 행동으로부터 보호되어야 한다.
학습권 실현을 위해 정당하게 이용될 때 교육권 및 수업권은 학습권을 보다 우선할 수 없다. 성적정정기간은 학생들이 학업의 결과를 교수와 동등한 눈높이에서 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당한 학습권 행사이다. 그러므로 학생의 학습과 발달을 위해 존재하는 정정기간은 교육권이 아닌 학습권 중심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따라서 학교는 학사 운영 계획에서 성적입력기간은 ‘교수에 의해’ 이뤄지는 기간으로, 성적정정기간은 ‘학생을 위 해’ 존재하는 기간으로 온전히 보장될 수 있도록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2) 학생의 발달권과 학습권의 보장을 위한 교사의 전문적 교육활동 수행에 기초하여 교육본질적인 차원 에서 논의되는 권리로, 대학교수에게는 학문의 자유가 더해진다. 3) 이정숙(2009), “학생의 학습권과 교사의 교육권의 상충과 조화”, 경북대학교 교육학석사 학위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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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학교, 넌 어떻게 생각해? 한양대학교는 성적정정기간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성적정정기간은 정당한 학습 권 행사로서 마땅히 지켜져야 한다는 것. 학생인 우리의 입장에선 너무나 당연한 말일 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재 한양대학교의 성적 입력과 정정 절차는 모두 교육권을 중심 으로 운영되고 있다. 학사팀은 성적정정기간에 대해 “교수 개인 사정으로 인해 성적입 력기간 내에 입력을 마치지 못할 경우 성적입력기간에 최초 입력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 다”고 응답하였다. 이는 우리가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역할과는 다르게 실제로는 성적정 정기간이 교수 개인의 사정을 양해해주는 기간으로 운영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마 땅히 학습권이 우선되어야 하는 기간이 교육권이라는 명목 아래 그 의미가 퇴색되어버 린 것이다. 성적정정기간의 마지막 날인 1월 2일까지 최초 성적이 입력되지 않아 전전 긍긍하던 지난 2학기의 아이러니한 상황은 이러한 학교의 잘못된 태도 속에서 나타났다 고 볼 수 있다. 이처럼 학교는 성적정정기간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한양대학 교에서 성적정정기간을 어떤 규정에 따라 운영하고 있으며, 어떤 태도를 보이는지 이야 기해보자. 다음은 한양대학교 학칙 시행세칙(Ⅰ) 중 제24조(성적 이의신청 및 성적제출) 의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제24조 (성적 이의신청 및 성적제출) ① 성적 이의신청 및 성적 정정 기간은 다음과 같다. 1. 해당학기 성적 열람은 당해 학기 종강일로부터 교무처장이 정하는 일정기간으로 한다. <개정 2018. 6. 14.> 2. 성적 이의신청 및 정정은 성적 열람 종료 후 2일 이내로 한다. <개정 2018. 6. 14.> <중략> ② 담당 교수는 학생의 이의 신청을 접수한 즉시 출석, 과제물, 시험답안지 및 기타 성적평가에 필요한 자료를 충분히 재검토 한 결과 분명한 사유가 있을 때는 성적을 정정하여야 한다. ▲ 2019년 01월 24일에 개정된 한양대학교 학칙 시행세칙(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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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시행세칙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학칙과 실제 운영이 서로 상이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시행세칙 제24조 ①-2항을 보면 성적정정기간은 성적 열람 종료 후 2일 이내이 다. 그러나 지난 2018년 2학기는 공휴일(1월 1일)을 포함해 성적정정기간은 12월 31일부 터 1월 2일 총 3일로 공지되었다. 그러나 이 조항에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시행세칙 내 에 성적열람기간과 성적정정기간을 구분했다는 데 있다. 시행세칙 제24조는 ①-2항에 선 성적 열람 종료 후 성적이의신청 및 정정이 이루어진다고 명시한다. 다시 말해 성적 열람은 성적입력을 모두 마친 후에 가능하며 이후에 정정이 시작될 수 있다.
성적입력기간
12/15
실제 성적입력이 이루어진 날
성적정정기간
실제 성적정정이 이루어진 날
12/16
12/17
12/18
12/19
12/20
12/21
12/22
12/23
12/24
12/25
12/26
12/27
12/28
12/29
12/30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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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난 학기 재학생 신분으로 성적을 받아본 학생이라면, 실제 운영이 학칙과는 다르게 이뤄졌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위 표와 같이 성적최초입력이 성적정정기 간 마지막 날인 1월 2일까지 이뤄지면서 두 기간의 경계가 모호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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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지난 2학기 공식 학사 일정의 일부이다. 앞서 말했듯 한양대학교 시행세칙은 성적 열람기간과 성적 이의신청 및 정정기간을 분명히 구분하고 있다. 두 기간이 서로 별개임을 명시한 것이다. 그러나 한양대학교의 학사 일정은 학칙과는 모순되어 보인다.
12월
12/3(월) ~ 30(일)
2018학년도 2학기 기말(총괄) 강의평가 기간
12/15(토) ~ 30(일)
2018학년도 2학기 성적입력 및 열람기간
12/21(금)
2018학년도 2학기 종강
12/22(토) ~ 2/28(목)
동계방학
12/27(목) ~ 1/17(목)
2018학년도 겨울 계절학기
▲ 한양대학교 홈페이지에 게시된 2018년 12월 학사일정
위의 학사 일정 어디에서도 성적정정기간을 찾아볼 수 없다. 이에 관련하여 학사팀에 문의해본 결과, 학사일정은 연초마다 대략적인 계획을 올리는 것이며 추후 변동이 얼마 든지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러나 성적입력 및 열람기간은 명시되어 있는 것에 반해 성적정정기간은 변동 가능한 날짜조차 표기되어있지 않았다. 이는 성적정정기간에 대한 학교의 안일한 태도를 보여주는 방증이다. 1년 동안 학교 운영의 기초가 되는 학사 일정에서 성적정정기간은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요소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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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정정기간을 지켜라! 학습은 한 방향이 아니라 교수와 학생 간의 쌍방향 소통으로 이뤄져야 한다. 성적정 정기간을 ‘학생을 위한 기간’으로 온전하게 지키는 것은 교수와 학생이 동등한 눈높이에 서, 공식적으로 규정된 절차를 통해 이야기할 수 있는 권리 행사 중 하나이며 성적정정 기간의 존립 목적을 이행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학교는 학생들이 이의신청 항목을 제대 로 활용할 수 있도록 여러 방면에서 보장해줘야 한다. 첫째, 성적정정기간을 늘려야 한다. 현재 한양대학교에서 최종적으로 성적이 정정되 기까지의 절차는 다음과 같다. 먼저 학생이 성적을 확인한다. 그리고 성적 오류 혹은 성 적산출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얻고 싶을 때 이의신청 항목을 이용하여 교수에게 메일 을 보낸다. 교수는 이 메일을 확인하고 학칙 24-②에 따라 신중한 고려를 거쳐 학생의 질문에 답변하고 성적을 정정한다. 그러나 시행세칙의 2일이라는 기간은 이 과정을 제 대로 거치기엔 너무 짧은 시간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학생이 교수가 산출한 성적 에 이의신청하는 것은 친구에게 문자를 보내듯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자신 의 성적에 오류가 있다면 수업 계획서나 강의 중 언급한 성적 기준을 조사하여 설득력 있는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또한 성적과 관련해 단순히 궁금한 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어떤 점에서 의문이 드는지 구체적인 질문을 마련해야 한다. 게다가 성적 열람부터 최 종 성적정정까지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 속엔 가능성 있는 변수들이 존재한다. 만일 교 수가 이의 신청 메일을 바로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또는 학생이 성적 오류를 발견 하는 데 어느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면, 발생 가능한 여러 정황을 집어봤을 때 현재 학 칙상 규정된 2일은 너무 급박하다. 따라서 학교는 학생이 신중하게 이의신청을 할 수 있 고, 교수가 구체적으로 학생의 이의를 검토해볼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교수는 강의 계획서를 통해 성적 산출 근거를 정확하게 제시하고 각종 시험과 과제, 출결을 지속해서 피드백해야 한다. 물론 지금도 수업 첫 시간에 수업 계획서와 성 적 산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성적 평가 항목들이 뭉뚱그려서 제시되거나 학 기 도중에 바뀌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현장 교사를 위한 교육평가』(김영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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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르면 루브릭(Rubric)4)은 평가 상황 이전에 제시되어야 세부 성적 기준표로 활용되어 학생의 자기 조절 학습 태도를 길러줄 수 있다. 루브릭을 통해 본격적인 공부에 앞서 무 엇을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방향성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제공되는 강의 계획 서만으로는 학생들이 교수의 강의 목표와 주관적 평가 기준을 쉽고 정확하게 판단할 수 없다. 세부 성적 기준표의 제시는 좋은 대안이 될 뿐 아니라 학생의 학습을 돕는 역할로 써 작용할 수 있다. 또한 이의 신청을 할 때도 기준표의 평가 준거에 비추어 자신이 잘 한 점과 개선해야 할 점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포털의 성적 공개 방식을 바꿔야 한다. 이의신청이 존재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 는 세부성적을 확인하기 위해서이다. 현재 성적 공개는 취득점수-최종점수-평점-등급 의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이 방식으로는 어떤 평가 항목에서 감점을 받았는 지 예측하기 힘들다. 조별 활동이 많은 대학 수업 특성상 교수의 주관적 판단이 많이 반 영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어떤 점이 부족한지 알 수 없으니 세부 성적에 관련된 이의신 청이 제한적이며, 구체적인 피드백과 성적정정까지의 과정이 더 번거로워질 수밖에 없 다. 따라서 학교는 성적 표시를 구체화하여 학생들이 갖는 의문들을 해소해 주어야 한 다. 한양대학교 시행세칙 제25조(성적산출근거 관리)에 따르면 출석부는 3년간, 성적 산출 근거(시험답안지, 과제물 등)는 10년간 원본 보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성적 채점 기준에 따라 항목을 분류한 뒤 각각 몇 점을 받았는지 명시하 여 성적과 함께 제공한다면 학생은 쉽게 자신의 학습 능력을 평가할 수 있을 것이며 이 의신청 또한 적절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일부는 이의신청이 성적의 불만을 표출하는 수단으로 악용된다고 말한다. 실제로 이 제도를 성적 오류를 정정하거나 자신의 학습을 되돌아보는 목적이 아닌, 정당한 근거 제시 없이 성적의 상향 혹은 하향 조정을 요구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4) 성취 또는 수행의 평가도구. 성취 기준, 평가 기준, 평가 도구 등 세부 성적 기준을 구체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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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
장학금 수령과 관련해 성적 상향 조정에 관한 문의가 많은 편입니다. 하지만 교수의 업무 처리상 실수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성적정 정이) 불가능합니다.
A 교수
타당한 근거도 없이 개인의 감정에 이끌려 이의신청을 남용하는 것은 제도의 질을 저 하하며 성적정정기간의 취지와도 부합하지 않는다. 또한 정말 자신의 성적에 오류가 있 거나 부족한 점을 확인하고자 하는 학우들이 피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 학생들은 대부 분 이런 형태의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질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을 것이다. 성적정 정기간의 보장을 통해 우리들의 학습권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학생의 편의를 위해 마련 된 기존 제도에 진지하게 임해야 한다. 더불어 수업의 성적 산출 근거나 평가 방법을 정 확히 숙지하고 준비하는 등 올바른 태도를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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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한양을 위해 사회는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과거엔 교수의 권위가 높아 서 첫 강의 평가 때 “감히 학생이 교수를 평가하다니!”라는 생각으로 교수 대다수가 반발하 였다5)고 한다. 이는 탈권위주의와 올바른 교육을 지향하는 사회적 흐름 속에서 점차 완화 되었다. 성적정정기간은 학생이 교수에게 성적에 관련한 이의를 제기하고 오류를 지적하 며 동등한 위치에서 질문할 수 있다는 점에서 탈권위주의적 흐름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제도이다. 그러나 사라진 성적정정기간과 “첫 수업 시간에 교수님께서 이의신청할 시 성적 을 내리겠다며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는 학생 B 씨의 제보는 학습권으로서 존립하는 성적 정정기간의 지위가 점차 잊혀간다는 것을 보여준다. 대학은 전문 분야 내에서 고차원의 지식을 얻기 위해 우리가 직접 선택한 길이다. 좋은 학점을 기대하고, 기대에 미치지 못한 학점에 절망하는 것은 단지 우리가 성적에 민감해서 만은 아니다. 청소년이라는 틀 안에서 좋은 대학을 목표로 공부했던 중고등학교와는 다르 게 대학은 선택한 분야를 공부한다는 자율성과 이에 따른 진로 선택이 오롯이 자신에게 달 려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것을 가시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요소 중 하나가 성적이며, 성적 정정기간은 자신의 성적을 검토할 수 있도록 마련된 제도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공부할 권 리와 이를 뒷받침할 제대로 된 제도의 운용을 대학에 요구할 자격이 있다. 대학이 학습권을 제한하거나 관심을 두지 않을 때 학생들은 부조리에 대항하여 자신의 권리를 주장해왔다. 전국의 학생들은 과하게 비싼 대학 등록금이 정상적으로 학업에 임하 는 것을 방해한다며 반발했다. 또한 학교가 통보하다시피 했던 2019 학사제도 변경안에 대 해 많은 한양대학교 학생들은 설문 조사에 참여하여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우리는 성적 공개가 늦어지고 이의신청이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에 자주 불만을 호소했다. 하지 만 누구도 이것이 학습권 침해라고 선뜻 말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 불만에 대해 정확히 짚 고 넘어가지 않는다면, 언젠가 이런 행태는 당연한 것으로 인식될 것이다.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가 당연해진다면, 학생들조차도 이런 침해에 대해 아무 말을 하지 않는 순간이 온다면. 권리는 점점 침해당할 것이고 이윽고 박탈당할 것이다. 더 나은 한양대학교를 위해, 더 나 은 한양인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우리의 학습권 하나하나를 지켜가는 일이다. 5) UNN 한국 대학신문, 2009, 『[기고] 교수의 권위와 교육의 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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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호를 맞이하여 기고를 모집합니다.
분야 : 자유 지원 : •응모작은 신문·잡지·단행본 등에 발표된 적이 없는 순수 창작물이어야 합니다. •응모작은 한글 또는 워드로 작성하여 HYgyoji@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 •응모 작품에 이름, 학과, 학번, 연락처를 기재해주세요. •당선작은 추후 개별 연락 드립니다. 기한 : 2019년 6월 1일까지 한양 1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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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수과목
한양인으로서 갖춰야 할 교양의 모든 것 부편집장 김경모 kgm0822@naver.com 수습위원 김혜선 tjs9907@naver.com
'한양인으로서 이 정도는 당연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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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이런 시간표는 없었다. 이것은 대학인가 고등학교인가. 신나는 방학. 방학의 아쉬움과 함께 개강이 다가올수록 우리는 강의 시간표가 올라오 기를 기다리며, 수강 신청에 갖은 노력을 들인다. 바로 우리가 원하는 강의를 쟁취하기 위함이다. 한양대학교를 졸업하기 위해서는 많은 졸업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그래서 이 모두를 완벽하게 충족시키는 시간표를 짜는 것은 만만치 않다. 우선 총 학점을 채워 야 하고, 전공기초, 전공핵심, 전공심화 등 과목의 학점도 채워야 한다. 다양한 핵심역 량교양도 종류별로 골라 들어야 하며, 사회봉사도 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을 고려하면서 그렇게 내가 원하는 과목을 선택하기 위해 우리는 지난 겨울방학 때 시간표를 열심히 짰 다. 그러나 이렇게 고생해서 짠 시간표에 초를 치는 게 있으니 그것이 바로 필수과목1)이 다. 생각보다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필수과목으로 인해 원했던 수업을 포기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과연 필수과목의 수는 적당하며, 효율성이 있는 것만 존재하는 것일까? 고등학생
대학생
1) 정확히는 졸업요건에 존재하는 교양필수(공통)과목을 의미하지만, 의미 전달의 편리성을 위해 본 기사 에서는 필수과목으로 지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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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제 시간표의 절반이 필수과목이죠? 필수과목의 실태를 알기 위해서는 우선 개념부터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한양대학교 에는 무조건 한 번은 수강해야 하며 D 학점 이상을 받아야지만 졸업할 수 있는 과목이 존 재한다. 이것이 바로 필수과목이다. 또한, 각 학과에서는 학년별로 필수과목과 전공과목 (기초, 핵심, 심화)을 개설하며, 전공핵심과 심화 과목을 듣기 위해서는 전공기초 과목을 먼저 이수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이 모두를 아울러서 기본적으로 열리는 강의라 한다. 우선 필수과목의 수가 적당한지 알아보았다. 한양대학교 단과대 중 공과대학은 특히 기본으로 지정되는 강의가 많기로 유명하다. 그렇기에 공과대학 학우들은 교양과목 선 택에 큰 제약을 받게 된다. 기본으로 들어야 하는 강의로 인해 듣고 싶은 교양의 요일, 시간 심지어는 교양과목의 수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중 필수과목이 기본강의에 차지 하는 비율을 객관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한양대학교 필수과목이 많이 개설된 1학년의 평 균 학점을 중심으로 알아보았다. 그 결과는 다음 표와 같다. 공과대학
개설 강의 평균학점
1학기
약 17.5 학점
2학기
약 18 학점
최대학점 20학점
학년
필수과목 과목명
총 학점
1학년
말과글(3), 커리어개발Ⅰ(1), 사랑의 실천(2), 과학기술의 철학적 이해(3), 창의적컴퓨팅 or 컴퓨터 프로그래밍(3)
12학점
추가
사회봉사(1), 기초학술영어(2)
3학점
▲ 공과대학의 1학년 평균학점 및 1학년 필수과목 *괄호 안에 있는 숫자는 학점을 뜻함 **2016-2019 교육과정을 따른 내용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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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공과대학의 필수강의를 포함한 평균학점은 최대로 들을 수 있는 학점(이하 최 대학점)과 학기당 겨우 2~3학점의 차이를 보인다. 즉, 1년간 최대 2개의 강좌밖에 들 을 수 없다는 것이며, 이는 졸업 사정에도 포함된 핵심교양을 1학년 때 모두 채우기 힘 든 수치이다. 그중에서도 필수과목 12학점은 공과대학 평균학점의 33.8%를 차지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는 졸업 이수 조건인 사회봉사와 기초학술영어2)가 있으 며, 기본강의에 이를 1학년 때 이수한다면 3학점이 추가되어 42.2%라는 큰 비중을 필수 과목이 차지하게 된다. 기본강의 중 전공을 제외한 필수과목이 절반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로써 교양과목 10%를 채 듣지 못하는 지금의 현실이 존재하게 되었다. 대학교는 자신 의 전문분야를 확정하고 심층적으로 공부하는 것 외에도 여러 분야를 공부하며 자신의 고유색을 결정하는 공간이다. 하지만 너무나 많은 전공과목과 필수과목으로 인해 교양 을 통한 자기계발 시간이 침해되고 억압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공과대학만이 아닌 한 양대학교 모든 학생이 고유색을 찾아갈 시간이 부족해진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가 된다.
2) 한양대학교 입학 후 영어시험을 보고서 등급이 매겨지는데 여기서 C등급을 받은 학생은 필수과목인 전문학술영어를 수강하기 전에 기초학술영어를 반드시 선이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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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등히 많은 필수과목. 효율성은 존재하는가? 그렇다면 모든 필수과목이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는가. 필수과목의 필요성을 논의하기 전에, 과연 이런 필수과목이 한양대학교만 존재하는 것인지 다른 대학과 비교해보았다.
대학
필수과목
총 학점
한양대
말과글(3), 전문학술영어(3), 과학기술의철학적이해(3) 커리어 개발Ⅰ·Ⅱ(2), 창의적컴퓨팅(3), 사랑의실천1(구 HELP1) · HELP2 · HELP3(6)
20
경희대
인간의가치탐색(3), 우리가사는세계(3), 빅뱅에서문명까지(3), 글쓰기1,2(4), 대학영어(2), 시민교육(3)
18
중앙대
글쓰기(2), 창의와소통(2), 앙트레프레너십 시대의회계(2), 컴퓨팅적사고와문 제해결(2), Communication in English(2), ACT(2), 한국사(2)
14
기독교와세계(3), 우리말과글쓰기(3), 고전읽기와글쓰기(2), 대학영어(3), 고급영어(3)
14
고려대
1학년세미나(2), Academic English(2), 글쓰기(2), 자유정의진리(6), 정보적사고(1)
13
연세대
채플(2), 기독교의이해(3), 대학영어1,2(4), 글쓰기(3)
12
서강대
읽기와쓰기(3), 글로벌의사소통1(3), 성찰과성장(1), 컴퓨팅사고력(3)
10
이화여대
▲ 2018년도 기준 7개 대학교의 필수과목을 비교한 표 *괄호 안에 있는 숫자는 학점을 뜻함 **일부 특수 학과의 경우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대체로 같음
조사 결과, 한양대학교의 필수과목은 다른 대학에 비해 월등히 많은 편이었다. 이는 필수과목으로 인해 교양과목을 선택하는 데 어려움이 있으며, 필수과목에 대한 우리의 부담을 보여준다. 유독 한양대의 필수과목에서 눈에 띄는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HELP 시리즈’와 ‘커리어개발’이다. 그중 HELP1은 2018학년도부터 사랑의실천1로 이름 이 바뀌었는데, HELP 시리즈는 총 학점 중에서 6학점을 차지하고 있다. 2016년까지만 해도 HELP가 필수과목이라는 사실에 대해 논쟁이 많았다. 결국 총학생회에서 벌인 서 명 운동에 많은 학생이 참여하자 HELP4가 필수과목에서 제외되었다. 그 후 이러한 논 란을 반영해 과목명과 내용까지 전면적으로 개정해 지금의 사랑의실천1이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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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왜 굳이 HELP4만 필수과목에서 제외했던 것일까? HELP4가 유독 문제가 됐던 이유는 그 안에 ‘반지를 주면 여성이 다리를 벌린다’와 같은 성차별적인 표현을 담고 있 었기 때문이었다. 문제가 되는 표현을 삭제했지만 HELP4는 결국 필수과목에서 제외되 어 희망자에게만 강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는 HELP4에 담겨 있는 내용 자체가 필수과 목이 되기엔 문제가 있었음을 의미한다. HELP4와 본질적으로 같은 HELP 시리즈들은 과연 필수과목으로 계속 유지되어야 할까? 이번엔 사랑의실천1의 강의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자. 인문학과 독서의 가치, 리더십 의 중요성 등 중·고등학교를 거치면서 강조된 내용이 일부 포함된 것을 볼 수 있다. 즉, 기초적인 내용을 시간을 들여가며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낙후된 강의내용 에 비싼 등록금을 내면서까지 이 과목을 들어야 하는지에 관한 의문이 다시 제기되고 있 다. 그리고 자아탐구, 한양인 핵심역량, 사회적 기업가정신 등의 다양한 주제를 한 강의 에서 다뤄 사랑의실천1만의 근본을 잃어버린 지 오래다. 무엇보다도 대학교양으로는 강 의로 주입되는 기초적인 내용보다도 토론수업과 같이 실천을 통한 배움이 더욱더 지당 하다. 다른 HELP2, 3 과목도 이 문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커리어개발 역시, 왜 필수과목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과학기술의철학적이해, 창의 적컴퓨팅, 사랑의실천 등은 그래도 강의에 대한 기본적인 틀이 존재한다. 그 외의 과목 도 핵심내용을 중점으로 강의가 원만하게 진행된다. 하지만 커리어개발, 그중에서도 커 리어개발1의 경우 교수님에 따라 강의 내용이 극과 극으로 나뉘게 된다. 많은 사람이 입 사를 희망하는 기업을 방문하는 수업방식도 있지만, 학생들의 자료조사를 발표하기만 하는 강의도 있다. 그 때문에 교수님이 중요하다고 얘기가 나오는 대표적인 강의이기도 하다. 물론 수업방식은 교수 재량에 따라 달라질 순 있다. 문제는 ‘중심주제’나 ‘중심내 용’이 없이 진행되는 점이다. 이는 오직 필수를 위한 필수과목으로 전략이 될 수 있는 위 험을 가지게 된다. 이런 점을 살펴본다면 커리어개발 강의에 대해 학교가 전문적인 커 리큘럼을 제시했는지 의심스럽다. 덤으로 만약 취업에 관한 전문적 지식이 없는 교수님 이 강의를 주도한다면, 과연 그 강의가 실효성이 있는지도 고민해 봐야 할 문제이다.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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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커리어개발은 기본적으로 대학생의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런 커리어 개발이 필수과목이라는 것은 모든 대학생을 취업준비생으로, 대학 기본교양을 취업준비 의 일부로 보는 행위이다. 하지만 취업준비생은 대학생의 일부일 뿐이지 대학생 전체가 그렇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 때문에 커리어개발을 필수과목이 아닌 일반적인 교양강의 로 지정한다면 강의 내용의 전문성과 실효성을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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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과목 A to Z (feat. 학사팀 정준구 부장) 지금껏 필수과목이 유용한지, 그것이 학생에게 어떤 부담을 주는지에 관해서 이야기 했다. 사실 우리 주변에도 쓸모없어 보이는 과목, 그리고 부담스러운 과목은 꽤 많이 볼 수 있다. 하지만 선택과목의 부담과 필수과목의 부담은 우리에게 다른 의미로 다가온 다. 선택과목이야 자신이 골랐기 때문에 그 부담을 감당할 만하지만, 필수과목의 부담 은 불편하게만 느껴진다. 자연스럽게 필수과목이 왜 필요한지, 어떻게 해서 선정되는 것인지 궁금할 법하다. 이런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서 『한양』에서는 학사팀의 정준구 부장을 만나 자세한 사정을 들어볼 수 있었다. 정준구 부장은 필수과목이 학교의 교육이념인 ‘사랑의 실천’과 교육 목표3)를 달성하 기 위해 전략적으로 만든 과목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사랑의 실천’이라는 가치를 한양 대만의 특색으로 내세우고 있는데 그것과 관련된 과목도 없다면 과연 그런 가치를 내세 울 수 있겠느냐는 논리였다. 더불어 모든 과목을 학생의 자유에 맡겨버린다면, 현실적 으로 대다수 학생이 학점을 따기 쉬운 과목으로 쏠려 학생 개개인의 역량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필수과목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필수과목이 있다고 해서 학생들이 학점을 받기 쉬운 과목으로 쏠리는 현상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필수과 목 안에서도 여러 교수님이 있고 학점을 따기 위해서 수업을 듣는 사람은 필수과목도 어 떻게든 학점을 잘 주는 교수님을 찾아가기 때문이다. 또한 좋은 학점을 따려다가 결국 에는 개개인의 역량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은 모든 학생이 좋은 학점을 기준으로 수업을 선택한다는 생각에서 나온 일반화의 오류다. 한편, 필수과목의 선정기준에 대해서 정준구 부장은 구체적인 기준은 없다고 설명했 다. 다만 학교 이념에 적합하고 시대의 흐름과 부합하는지, 정부의 지원이 있는지 등을 고려해 선정한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창의적컴퓨팅이 이런 과목이라고 한다. 더불어 필수과목이 학생에게 강제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학교가 독단적으로 필수과목을 선 정해 학생에게 강요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새로운 필수과목을 지정하기 전 에, 총학생회와 교육학자 등으로 구성된 좋은수업만들기 TFT에서 논의한다는 게 그 이 3) 대표적으로 교양인, 전문인, 실용인, 세계인, 봉사인을 양성하는 걸 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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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였다. 주로 교수들로 이루어진 교육과정위원회에서 먼저 필수과목을 기획하고, 이후 TFT에서 문제점을 지적해주거나 재학생에게 설문 조사를 돌리고 피드백을 반영해 필수 과목을 수정하는 과정을 거친다. 학생에게 직접 의견을 받아 필수과목을 설계하지는 않 는다는 점에서 비판받을 수는 있겠으나, 학생 개인 차원에서 어떤 수업을 설계해서 제 안하는 것은 어려울뿐더러 전교생이 듣는 과목으로 적용하기엔 무리가 있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정준구 부장은 필수과목을 한순간에 바꾸기는 어렵다는 점을 강조했다. 연구하고 분석하는 데도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기 때문에 관성적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는 부분도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또한, 필수과목을 폐지하는 문제는 기존 에 교수진을 비롯해 교육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드는 비용도 있기 때문에 한 번에 진행하 기는 어렵다는 점을 언급했다. 폐지보다는 개선해나가자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개 선해나갈 수 있을까? 크게 두 가지 방향을 생각해볼 수 있다. 첫 번째는 해당 과목 자체 의 유용성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최대한 많은 사람이 만족할 수 있도록 말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 우리가 논의하기는 힘들다. 학생들이 유용하다고 생각하는 기준은 제각각일 뿐더러, 어떻게 해야 더 유용하다고 볼 수 있는지 판단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은 건 두 번째 방향인 필수과목의 부담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다. 필수과목 의 목적을 돌이켜보면 결국 ‘한양대학교 학생이라면 기본적으로 이 정도 능력은 지녀야 한다’는 생각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필수과목은 필요 이상으로 부담 스러웠던 면이 있다. 기본적인 능력을 키워주기 위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치열하게 상대 평가로 진행하거나, 굉장히 세세한 것까지 신경 써야 하는 절대평가로 진행하기도 하였 다. 학점이 높다는 점도 부담 요소 중 하나였다. 이런 점은 개선할 여지가 있다고 보인 다. 학점을 줄이거나 평가방식을 P/F로 바꾸는 것이 그 방안이 될 수 있다. 실제로 2019 년에는 사랑의실천이 기존의 절대평가 방식에서 P/F로 전환하였는데, 학생들의 부담을 줄여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이런 식으로 다 줄여버린다면 제대로 된 교육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비판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필수과목이 너무 부담스러우면 오 히려 전공과목을 익히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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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수과목의 감소는 필수입니다 총학생회비 횡령
지금껏 필수과목을 살펴보면서 우리는 현실적으로 유용성을 더 높이거나, 부담을 더
성적정정기간 필수과목 팩트체크 여성 캐릭터
줄이는 방법을 논했다. 하지만 이는 하나의 과정이지 결과는 아니다. 우리가 결국 나아 가야 하는 방향은 필수과목을 줄이는 방향이다. 필수과목이 학교의 교육이념을 실현하 기 위해서 존재한다고는 하지만, 우리는 단순히 학교에 의해 색칠되려고 대학에 온 존 재는 아니기 때문이다. 필수과목이 관성적으로 운영되기 쉽다고 하지만 그런 관성에 돈 을 바치려고 대학에 온 것도 아니다. 대학의 색깔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개인 고유의 색 깔도 중요하다. 그런데도 한양대학교는 너무 많은 필수과목을 우리에게 요구하고 있다. 자칫하면 개인의 고유색을 해칠 정도로 말이다. 이제는 조금 줄일 필요가 있다. 스스로 과목을 정하며 개척해 나가는 것이야말로 한양대생 이전에 대학생으로서 우리가 나아가 야 하는 방향이 아닐까. 2018년 11월 학교를 들썩였던 학사개편안이 공개되었고, 그중에는 최대 수강학점을 18학점으로 제한하는 방안도 포함되었다. 안 그래도 필수과목으로 인해 일반교양을 쉽 게 듣지 못하는 지금 최대학점을 제한하는 방안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었으며, 이내 큰 논란이 되었다. 20학점을 꽉 채워 듣는 게 쉽지는 않아서 다 채워 넣지 않는 사 람도 많다지만, 그래도 학생들은 선택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를 중요하다고 생각했 기 때문이다. 최대학점을 줄이는 것은 그 선택권을 무마시키는 행위이다. 필수과목 문 제도 이와 마찬가지다. 자유라는 가치는 불완전하다. 자유는 우리의 손에 선택권을 쥐여주지만, 그 선택권을 가진 우리는 정작 무지할 때가 많다. 실수할 때도 많고 돌이킬 수 없는 잘못된 선택을 하기도 한다. 과목을 고를 때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다양한 기준을 가지고 각자 나름의 시간표를 짠다. 물론 학사팀의 말처럼 단순히 학점을 잘 받기 위해서 과목을 선택해서 꼭 들어야만 하는 강의를 안 듣는 잘못된 선택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단점을 보 완하기 위해 필수과목이 이렇게 많이 존재할 필요는 없으며, 지금처럼 부담을 줄 필요 도 없다. 설령 잘못된 선택을 했다고 해도 우리는 그것을 통해 무언가를 배울 수 있다. 선택하는 과정 자체가 결국은 배워나가는 과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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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 패배주의 한국식 나이 현대미술
되 감 - 기
HANYANG 2019 vol.106
Spring
2019 vol.106
되-감기
Spring 한양교지편집위원회
고민 중이니?
수습위원 모집 대
상 3학기 이상 활동 가능한 한양대학교 재학생
특
전 한양대 유일의 자치 언론 기구에서 편집권을 보장받고 글을 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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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방법 아래로 연락주시거나 학생회관 4층 편집실에 배치된 지원서를 작성해 제출해주세요
『한양』 교지편집위원회 편집장 김현진 010-4022-3257/HYgyoji@gmail.com
팩트체크 신입생 올케어 프로그램 수습위원 이승호 sharingmv@naver.com
“올케어 프로그램 좋은가요? 하도 말이 많아서…….” 위는 교지에 찾아온 한 제보다. 올케어 프로그램이란 한양대학교 국제교육원에 서 실시하는 신입생 영어 특별과정을 말한다. 한양대학교에 입학하면 국제교육원 에서 이 프로그램을 등록하는 게 어떻겠냐고 연락이 온다. 이 제보의 요점은 국제 교육원에서 실시하는 올케어 프로그램은 어떠한 프로그램이고 왜 신입생 때 국제 교육원에서 계속 전화가 왔었는지 궁금하다는 것이다. 『한양』은 이 의문점을 해소 하기 위해 국제교육원에 아래와 같은 질문지의 답변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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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
『한양』: 2018년도에 처음으로 올케어 프로그램을 신청한 학생의 수는 몇 명인가요? (중도포기자 포함) 『한양』: 2018년도에 올케어 프로그램을 등록했지만, 중도포기한 학생의 수는 몇 명인 가요? 『한양』: 2018년도에 장학금을 받은 학생의 숫자는 몇 명인가요? 『한양』: 올케어 프로그램에서 선정한 업체인 야나두 스파르타 토익 등의 업체는 어떤 과정으로 선정한 것인가요? 선정 기준에 대해서 알려주실 수 있나요? 『한양』: 1학기 개강 전에 신입생들은 국제교육원으로부터 올케어 프로그램 권유 전화 를 받습니다. 신입생 전화번호는 어디에서 받아오시나요? 『한양』: 17, 16학번은 올케어 프로그램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 그런데 왜 국제교육원은 2학년이나 3학년이 아니라 신입생에게만 그 프로그램의 권유 전화 를 하시나요?
『한양』 질문지에 답변해주실 수 있을까요?
국제교육원 현재 19학년도 신입생을 위한 올케어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바빠서 답변을 드릴 수 없습니다.
아쉽게도 국제교육원에서는 19학년도 올케어 프로그램을 준비하느라 바빠서 답변을 주지 못하겠다고 하였다. 결국 이번 호에서는 제보자의 호기심을 풀어줄 수 없었다. 하지만 교지 『한양』은 국제교육원에 시간적 여유가 충분히 있을 때까지 주기적으로 답변을 요청할 것이 다. 한양대학생의 제보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양교지실은 학생회관 4층에 있습니다. 혹 대면이 싫으시면 문 앞에 갈색 봉투에 제보를 넣어주시면 됩니다. 또는 한양교지 페이스북으로 제보하실 수도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한양 1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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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학사제도 변경안 수습위원 이승호 sharingmv@naver.com
“이번 연도부터 재수강을 하면 재수강 기록이 남는다는 게 정말인가요?” 2019년도부터 한양대학교의 성적평가방식 및 기타 제도가 대폭 변경된다는 소문 을 들은 재학생이 『한양』에 제보를 했다. 교지는 그 제도가 어떻게 변할 것인지 정 확한 진상을 알아내기 위해서 한양대학교 학사팀과의 인터뷰를 통해 조사에 착수했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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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
『한양』: 2019년도부터 아래 4개의 제도가 시행될지 좋은수업만들기TFT1)에서 논의가 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논의를 하게 된 배경이 있나요? ① 수강신청 최대학점 축소, ② P/F과목의 패스 기준을 60점->80점으로 상향, ③ 재수강 여부를 성적증명서에 표기 ④ 재수강 가능 횟수 2회로 제한 위의 사항은 2018년 초부터 총학생회 좋은수업만들기TFT를 통해 학생들과 지속적 으로 협의를 하고 있었습니다. 대학기본역량평가 지적사항 보완 및 소규모 PBL 수 업, 실험실습 수업 확대를 위해 진행되고 있는 사항입니다. 2019년 시행을 목표로 진행되었고 아래 질문에서 나타나듯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 하여 2019년에는 시행을 하지 않았습니다. 2020-2023 교육과정에서 시행될지 아 닐지는 학생들과의 협의를 통해 결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양』: 비상대책위원회와 교육정책위원회가 주관한 학사제도 변경에 대한 본교 학 생들의 찬/반 설문조사에서 전 항목 72.9% 이상의 반대투표가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학생들의 의견을 수용하여 변경안을 수정하실 계획이 있나요? 학사팀의 입장에서는 해당 설문조사가 학생들에게 이 제도를 왜 진행하고 진행 시 무 엇이 좋아지는지에 대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은 채로 설문조사가 진행되었다고 생각이 됩니다. 학사팀에서는 해당 설문조사 직전까지만 해도 좋은수업만들기TFT와 어느 정 도 합의를 이루어 가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제도들은 학교의 교육과정 운영 시 소규모 PBL, 실습수업 운영을 통한 수업의 질 확보 및 대학기본역량평가를 대비하기 위해서 도입해야 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다양한 보완 제도 등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2018년에 있었던 좋은수업만들기TFT에서 도 해당 제도가 도입될 경우에는 보완하는 신설 제도를 제안받고 검토하여 시행하려 고도 하였습니다. (예: 학점포기제 부활, 수강신청포기제도 등) 그리고 2019년에는 추가적인 설문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며 설문조사 결과를 반영하여 수정안 또는 대안 제도를 검토할 예정입니다.
1) 좋은수업만들기 TFT는 비상대책위원회, 단과대 학생회, 학사팀 등이 모여서 학생-본부간 학사제도 를 논의하는 기구이다.
한양 1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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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만약 학생들의 의견을 수용한다면 변경안을 어떻게 수정해야 한다고 생각하 시나요?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해당 안이 일부 수정되거나 또는 대체할 수 있는 대안 제 도 신설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좋은수업만들기TFT를 통해 계속 수정된 안을 만들도 록 하겠습니다. 현재로서는 변경안이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설명해 드릴 수는 없습니다.
이에 교지 『한양』 은 아래와 같은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2019년도부터 위 제도들이 도입될 것이다. -> 거 짓. 그러나 2020년도부터 도입할지의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도 회의가 이루어지 고 있다. 또한 2019년도에는 추가적인 설문조사도 실시한다고 하니 지속적인 관심 을 갖자.
성적평가방식이나 기타 학사제도들에 대한 이야기는 학우들의 학업 계획을 쥐락펴락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하다. 학우들의 이해관계에 깊게 얽혀있는 이런 이야기는 나돌며 충분히 와 전될 가능성이 있는 소문이다. 그렇기에 교지 『한양』의 발빠름이 필요한 지점들이 있다면 다 음 호에서도 이 코너는 이어질 것이다.
한양대학생의 제보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양교지실은 학생회관 4층에 있습니다. 혹 대면이 싫으시면 문 앞에 갈색 봉투에 제보를 넣어주시면 됩니다. 또는 한양교지 페이스북으로 제보하실 수도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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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한양』 교지에서 기고를 받습니다. 여러분의 이야기를 보내주세요
주제: 자유 형식: 글, 그림, 사진 등 자유 분량: 자유 문의: 편집장 김현진 010-4022-3257 접수: HYgyoji@gmail.com
한양 1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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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위원 전세은 seaeun814@naver.com
수습위원 박준영 junyoung1204@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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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
한국식 나이
부편집장 김경모 kgm0822@naver.com
편집위원 소다미 sodami0127@gmail.com
여성 캐릭터
패배주의
P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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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Rosie is protecting Charlie” 포스터는 세계 2차 대전 당시 참전한 남성 인력의 빈자리를 여성이 메꾸게 된 상황에서 향상된 여성 사회 진출의 상징으로 일컬어진다. 그러나 종전 후 여성을 가정으로 불러들여야 했던 국가적 정책의 필요에 의해 제작된 콘텐츠의 효과로 여성들은 다시 가정으로 돌아가, 미국은 지금의 4인 가정 체제를 확립하게 되었다. 058
사회
# 여성 캐릭터
로맨틱하지 않은 로맨스 편집위원 전세은 seaeun814@naver.com
한양 1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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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가 여성을 소비하는 방식 결혼과 가족에 대한 가치관은 꾸준히 변화하고 있다. 결혼에 대한 태도 조사에서 긍 정적 응답률이 남성은 50.5%, 여성은 28.8%로, 3년 전 대비 각각 10.3%포인트, 10.9% 포인트 낮아진 수치로 조사되었다.1) 성별 간에도 차이가 있지만 모든 인구에서 빠른 수 치로 모든 인구에서 긍정적 태도가 낮아지고 있음을 감안할 때, 가파른 인구 절벽과 커 다란 사회변동이 예견된다.
이와 같이 기존 가치관과 사회의 변동이 커질 때 사회의 가치를 반영하는 콘텐츠를 살펴보는 것은 주요한 열쇠가 된다. 한국 드라마는 최근 1~2년간 <힘쎈 여자 도봉순>, <미스티>, <SKY캐슬> 등 여성 캐릭터가 주도하는 콘텐츠가 주를 이루었다. 콘텐츠 속 여성들은 주도적이고 능력을 갖춘, 한 마디로 봉건적 여성상과 대치되는 캐릭터들이다. 표면적으로는 신 여성상을 보여주지만, 심층적으로 들여다보면 항상 문제의 발생은 이 여성들의 욕심 때문에 일어나고 남성이 사건을 해결하곤 한다는 점에서 한계를 갖는다.
이와 비슷한 역사는 2차 세계대전이 치러지었던 때 인기를 끈 미국 필름 누아르에서 찾아볼 수 있다. 누아르에는 조신함을 벗고 치명적인 매력을 발산하는 팜므파탈 여성과 강인한 남성이 아닌 수동적인 남성이 등장한다. 이 여성은 순진한 남성을 꼬드겨 이익 을 취하려 하고 결국 남성을 파멸시킨다. 겉으로 보면 능동적인 여성과 수동적인 남성 은 기존 전통적 성 역할에서 변화된 것처럼 보이지만, 스토리를 살펴보면 이 여성이 움 직임에 따라 순진한 남성은 이용당하고 파멸에 빠지게 되므로 여성의 능동성은 극 중 악 으로 치환된다. 따라서 여성의 사회 진출은 사회악을 불러올 수 있으며, 여성을 사회에
1) 설문은 미혼 인구(20~44세) 남성 여성 각각 1,140명, 1,324명을 대상으로 이루어졌으며 문항은 ‘반 드시 해야 한다’, ‘하는 편이 좋다’의 긍정적 태도, ‘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의 유보적 태도, ‘하지 않 는 게 낫다’, ‘모르겠다’의 부정적 태도로 구성되었다. 이 중 긍정적 응답인 ‘반드시 해야 한다’와 ‘하는 편이 좋다’는 남성의 경우 각각 14.1%, 36.4%, 여성의 경우 각각 6.0%, 22.8%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2018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 보건·복지 실태조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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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서 소거시킬 당위가 있음이 암시된다.2) 여기에는 2차 세계대전 전후로 흔들리던 기존 미국의 전통적 가치의 위기와 다시 전통적 가치를 부활시키려는 반격이 담겨 있다. 남 성은 전쟁터로, 여성은 남성 대신 공장으로 가게 되면서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남에 따라 기존의 전통적 성 역할을 거부하는 여성들이 늘어나게 되었는데 이는 기존 미국 사 회의 질서를 흔드는 원인으로 이해되었다. 결국 기존 가치의 위기는 여성 캐릭터의 능 동성을 사회악으로 변환시킴으로써 부활에 성공했고, 그 결과 미국은 지금의 4인 가족 체제를 정립하게 되었다.3) 음모론 같은 이 이야기는 21세기 한국에서도 반복된다. 다음 은 국책 연구기관의 한 보고서에서 발췌한 원문이다.
“여성의 교육수준과 소득수준이 상승함에 따라 하향선택 결혼이 이루어지지 않는 사회관습 또는 규범을 바꿀 수 있는 문화적 콘텐츠 개발이 이루어져야 함. 이는 단순한 홍보가 아닌 대중에게 무해한 음모수준으로 은밀히 진행될 필요가 있음”4)
2) “누아르 영화에서의 팜므파탈의 위협”, 강관수, 문학과영상, 2003 3) 한양대학교 교양 ‘영화의 이해’(김윤지 교수) 수업을 재구성함. 4) “결혼시장 측면에서 살펴본 연령계층별 결혼결정요인 분석”, 원종욱, 보건사회연구원, 2017 SBS의 보도 이후 원종욱 선임연구위원은 인구영향평가센터장 자리에서 해임했지만 사퇴는 아닌 것으 로 알려졌다. 이 보고서는 아직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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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우먼과 로맨스
▲ 이중배상(미국 필름 느와르, 1944)
▲ 미스티(JTBC, 2018)
다음에 살펴볼 콘텐츠들의 반복적인 서사는 팜므파탈 여성을 등장시켜 새로운 가치 의 등장인 체하고는, 소거시킬 명분을 제공하여 기존 가치로의 회귀를 꾀하던 필름 누 아르의 역사와 비슷해 보인다. <SKY캐슬>, <미스티>, <힘쎈 여자 도봉순>은 모두 화제 성과 시청률 순위에서 상위권을 기록한 인기 드라마들이다. 여성 주인공들은 욕망을 갖 고 커리어나 집안의 대소사를 능동적으로 주도한다. 공통점은 하나 더 있다. 사건의 발 생과 위기는 여성 때문에 일어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남성 캐릭터가 해결사 역할을 한다는 것.
<SKY캐슬>에서 한서진(염정아 분)은 입시 코디를 고용하여 자녀 입시에 매진하는 등 욕망이 가득한 능동적 인물이다. 자식 예서(김혜윤 분)를 위해서라면 못 하는 일이 없는 그녀는 남편 강준상(정준호 분)의 혼외자인 혜나(김보라 분)와의 갈등을 홀로 처리하지 만 결국 그로 인해 혜나가 죽는 비극을 초래한다. 갑자기 그동안 아무 것도 안 하던 남 편 강준상은 회개 후 등장하여 한서진을 혼내고 깨달음을 얻게 하여 순식간에 문제 상 황을 종결한다. 혜나는 강준상의 딸인데도 강준상에 대한 단죄는 없고 한서진이 문제의 씨앗인 양 묘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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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미스티>에서는 임신 대신 커리어를 선택한 앵커 고혜란(김남주 분)이 등장한다. 그 녀만을 바라보는 남편 강태욱(지진희 분)이 있지만 밖으로만 도는 그녀. 고혜란의 외도 와 내연남의 죽음은 가정이 아닌 일을 선택한 커리어에 대한 욕망과 그로 인한 파멸을 상징한다. 결국 내연남을 죽인 남편 태욱, 혜란을 사랑하는 또 다른 인물 하명우(임태경 분)의 거짓 자백으로 드라마의 모든 인물은 불행의 끝으로 간다. 마지막 장면에 등장하 는 그녀에게 주어지는 질문, “그래서 지금 행복하니?”는 결국 커리어만 좇는 삶은 완전 하지 않으며 불행하다는 메시지를 암시하기에 충분하다.
<미스 함무라비>나 <힘쎈 여자 도봉순>에서는 똑똑하고 힘 센 유능한 여성 캐릭터들 이 주인공이지만, 마찬가지로 1% 부족한 점을 채워주는 마지막 퍼즐 조각 같은 남성 캐 릭터가 구원자처럼 등장한다. 젊은 여성 판사 박차오름(고아라 분)은 똑똑한 동시에 공 감 능력까지 갖춘 정의감 넘치지만 지나치게 ‘감성적’인 캐릭터로 묘사된다. 따라서 결 정적인 순간에는 이성적인 남성 판사 임바른(김명수 분)이 보완하거나 해결해줘 비로소 완벽해진다. 도봉순(박보영 분) 역시 남자보다 힘이 센 캐릭터로 각종 여성 혐오 범죄의 해결사로 나서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행동이 앞서 위기에 빠진다. 그런 그녀를 구해주 는 것은 단연 백마 탄 왕자님, 안민혁(박형식 분). 히어로물과 같은 서사를 빌려와 로맨 스물로 변화된 것은 어쩌면 여성 히어로 캐릭터의 로맨스 캐릭터 전락을 의미하는 것일 지도 모르겠다.
이 드라마들은 조금씩 다른 줄거리를 가지고 있지만 하나의 메시지만은 명확하다. 날 고 기는 유능한 여성이라도 로맨스 없이는 불완전하기에 밖으로만 돌며 욕망을 추구하 기보다는 안에서의 행복도 추구하라는 암시가 필름 누아르의 서사처럼 반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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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재를 영포티로 만드는 판타지 한편, 아재는 영포티(Young Fourty)5)로 진화하고 있다. 촌스럽고 못 다가갈 것 같은 이미지에서 보기보다 젊고 귀여운 매력을 가진 영포티이고 싶은 중년 남성들의 판타지 가 미디어를 통해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 나의 아저씨(tvN, 2018)와 미스터 션샤인(tvN, 2018)
<나의 아저씨>와 <미스터 션샤인>은 스무 살 가까이 차이나는 연상의 남성과 연하의 여성을 나란히 놓는다. 두 작품은 딸뻘 차이나는 여성과의 사랑, 즉 남성 중심적 판타지 가 읽힌다며 논란이 되었다. 소아성애 범죄, 사내 권력형 성범죄가 난무하는 현실 속에 서 여성에게 스무 살 차이나는 남성과의 로맨스는 비현실적일뿐더러, 나이 어린 여성이 신혼 날 처음 나이 든 남편의 얼굴을 처음 보고 놀랐더라는 봉건적 동화의 한 장면 같기 때문이다.
5) 젊게 살고 싶어 하는 40대로 1972년을 전후해 태어나 새로운 중년의 삶을 살아가는 세대를 말한다. 이 세대는 자신을 꾸미는 데에 적극적이며 트렌드에 민감해 현재의 행복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여기 며, 가족과 함께 오랜 시간을 보내고자 하고 정치적 이념보다 합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일컬어진 다. 시사상식사전 ‘영포티’, 네이버 지식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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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필모(1974) 서수연(1988, 박사. 강사)
김정훈(1980) 김진아(1993, 연세대 졸업. 인천공항 아나운서)
김종민(1979) 황미나(1993, 기상캐스터)
구준엽(1969) 오지혜(1983, 영국 유명 베이커리 학교 졸업)
고주원(1981) 김보미(1992, 선생님)
▲ 연애의 맛(TV조선, 2018) 출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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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에서도 11살에서 14살까지 차이나는 로맨스는 계속된다. 모든 연상-연하의 커플 을 문제시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왜 나이가 많으며 그래서 비교적 사회적으로 안정 적인 위치를 획득한 남성과 사회에 갓 나온 초년생 여자의 로맨스물이 계속하여 생산되 는가에 있다. 물론 사회적 기반을 다지지 않은 쪽에서는 그것을 가진 쪽이 매력적으로, 생물학적 나이가 많은 쪽에서는 그렇지 않은 쪽이 매력적으로 보일 수는 있겠다. 그러 나 중년 여성과 20대 남성의 로맨스는 결코 같은 비중으로 다뤄지지 않는다. 인구학적 으로 살펴볼 때 결혼하지 않은(혹은 못 한) 나이 든 남성은 곧 1인 노인 가구가 될 것이 고, 부양할 가족이 없다는 것은 곧 국가적으로 복지 손실이 많이 일어날 집단임을 뜻한 다. 실제로 노령 남성 인구의 고독사 수는 여성 인구에 비해 절반 수준 이상 높다.6) 동 년의 여성 미혼 인구들은 이미 경제적 자립도가 높아 한 세대를 건너뛴 여성이 아니고서 는 경제력에서 어필이 되기 어렵다. 따라서 저출산의 핵심 변수로 지목되곤 하는 가임 기 여성의 미혼과 중년 남성의 불혼에는 국가적 개입의 필요가 생긴다. 앞으로 결혼 적 령기에 있는 남녀의 경우 결혼하지 못할 남성의 수가 절대적으로 많다. 1985년생부터 90년대 중반까지 출생아의 성비는 109부터 116까지 치솟았다.7) 인구 절감이 필요할 때 태아 성별 감지를 암암리에 허용한 정부 정책의 결과였다. 인구를 늘릴 필요가 있게 되 자 젊은 여성에게 떠넘기고 남성의 은퇴 이후에는 가장과 돌봄의 역할까지 수행토록 하 는 혼인 유도로 이어지고 있다. 아재이지만 나름대로 순수한 면을 가지고 있으며, 그래 서 사랑에 있어서 더욱 헌신적이기에 결국 결혼 시장에서 매력적인 이미지를 부여해준 다는 시나리오다. 결과적으로 미디어를 통한 중년 남성의 매력 키워주기 대작전은 여성 의 하향 선택을 유도하는 결과를 낳는다.
6) 2014년부터 2018년 6월까지 5년간 노인 고독사 사망자 수는 총 3,331명으로 성별로 보면 남성 2.103명, 여성 1,228명으로 남성이 많았다. “홀몸 노인 사망자”, 보건복지부, 2018 7) 성비는 남자 수/여자 수 x 100(여자 100명에 대한 남자의 수)를 말한다. 성비 불균형은 자녀 두 명 정 책이 장려되던 1985년부터 109로 시작되어 1994년 최고치인 116을 기록한 후, 1990년대 후반부터 안정되었다. “인구 동태통계연보”, 통계청,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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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복지와 가족
▲ 엄마의 전쟁 (SBS, 2015)
로맨스물의 골(Goal)인 결혼은 현실에서 어떨까. 기혼 가구에서 아이 낳고 키우기는 더 이상 로맨스가 아닌 현실이다. SBS 다큐멘터리 <엄마의 전쟁>에서는 대학병원 간호 사인 부인과 대기업에 다니는 남편의 이야기가 전파를 탔다. 부부의 갈등은 부인이 승 진을 위해 대학원에 가는 것을 두고 시작된다. 남편과 시모는 “애가 어려서 엄마 손이 필요하다”며 반대하고, 부인은 본인이 “0점짜리 엄마인 것 같다”며 눈시울을 붉힌다. 제 작진은 급기야 이 여성에게, “본인은 여자예요, 엄마예요?”라는 질문을 던지며 허술한 마무리를 한다. 이 방송 후, 육아의 책임을 부인에게 지우는 남편과 육아의 어려움을 여 성의 역할 갈등에 초점을 맞춰 보도한 제작진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제작진 과 남편 모두 일정 부분 비판에 책임이 있었지만, 이 비판이 커진 데에는 그동안의 쌓여 온 가족 문제에 대한 여성들의 공감이 단단히 한몫을 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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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대체로 가족이 복지의 상당 부분을 담당해왔다. 전통적 가족 모델에서 육아와 가사는 전부 여성의 몫이었을 뿐만 아니라, 현재까지도 돌봄 노동은 워킹맘이라는 이름 으로 이어지고 있다. 외벌이는 상류층의 전유물이 된 지 오래인 현실 속에서, 맞벌이 부 부의 남성 가사 분담 시간8)은 45분으로 OECD 평균의 1/3 수준도 안 된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고 있는 반면 국가의 정책과 사회적 의식 수준은 여전히 여성이 이중 노동 을 하도록 만드는 현실에 기대어 제자리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기존 방식을 고수하는 것은 손쉬우며, 동시에 반복적이기에 거부감이 없다. 그렇지만 현실은 저출산과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새로이 경제 활동을 해 세금을 낼 청년층은 줄고 있으며 복지 예산이 들어갈 노년층은 늘어나고 있다. 전통적인 가족적 가치, 즉 효 이 데올로기와 모성 이데올로기는 국가의 복지를 대신하여 담당해왔다. 자식 도리, 며느리 도리, 엄마 도리라는 도덕적 가치는 돌봄의 기능을 국가가 나눠 부담하지 않고 개인에 게 전가하기에 손쉬운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점점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남에 따라 돌봄 노동을 대부분 담당했던 여성의 빈자리가 생겨 국가가 더 많은 복지를 담당해 야 하게 되었다. 복지 지출을 줄이기 위해 기존 모성 이데올로기에 호소하는 것은 손쉬 운 방법일 테지만,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는 정책은 탁상행정에 머무르게 된다. <엄마의 전쟁>에서 누구를 탓할 수 있을까? 대기업 월급쟁이 남편도, 슈퍼우먼을 강요받는 부인 도 아닌 국가가 가족의 역할을 나눠 가져야 하지 않을까.
8) 한국 남성의 1일 평균 가사노동시간은 45분으로 OECD 평균(138분)의 3분의 1이 채 안 됐으며, 남성 의 가사노동 참여가 가장 활발한 덴마크(186분)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해당 통계를 낸 26개국 가운데 1시간도 가사노동에 참여하지 않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했다. 성별 가사분담률 및 총 노동시간 조사, 고용노동부,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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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로맨틱하지 않은 로맨스 저출산 정책은 인구 변화를 대비하는 동시에 현실적 변화를 수용해야 할 필요가 있 다. 저출산 대책이란 말은 저출산을 그저 문제 현상으로만 보고 접근하도록 만든다. 인 구가 재생산되면 좋은 것은 국가적인 입장이지, 개인적인 입장은 각각 다를 수 있기 때 문이다. 중요한 것은 결혼하고 싶은 사람들이 결혼할 수 있게끔, 아이를 낳고 싶은 사람 들이 아이를 키우기 좋게끔 환경을 조성해주는 일이다. 자산소득이 근로소득을 훌쩍 넘 게 된 현실에서 대출금을 갚기 위해 맞벌이가 필수라는 우스갯소리가 들려오는 와중에 자수성가를 꿈꾸며 없는 살림부터 시작하기는 녹록지 않다. 이와 더불어 회사 및 학교 선배들의 결혼 후 경력 단절이나 일과 가정의 이중고를 지켜본 젊은 여성들은 자연히 결 혼을 피한다. 결혼 후 삶이 전보다 고달플 것이라면 결혼을 선택할 동기가 없는 것이다.
‘무해한 음모 수준’에서 콘텐츠 생산이 이뤄져야 한다는 보고서가 실제로 정책에 반 영되었는지 알려진 바가 없지만, 쏟아지는 콘텐츠들을 외면하기에는 영 불편해진다. 또 래에서 불혼 인구로 남게 된 최고 성비 세대의 남성들을 어린 여성에게 넘기려는 발상 은 어디에서 왔는지 모르지만 확실한 것은 그 파급력은 TV 화면에만 머물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인구 절감이 필요할 때는 여아 낙태를 용인해놓고는 인구가 부족해지자 여성의 하향선택을 유도한다는 정책 제시는 공공 정책에서 여성이 얼마나 배제되어있는지를 말 해준다. 자아실현보다는 사랑이라는 신데렐라 서사, 은퇴를 얼마 안 남겨둔 중년 남성 을 젊은 여성에게 떠넘기는 아재 중심적 로맨스 이후에는 일과 가정 둘 다 해내는 슈퍼 우먼이 될 것을 강요하는 냉혹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일까. 그 로맨스는 영 ‘로 맨틱’하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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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 공영방송
우리들의 일그러진 방송사 부편집장 김경모 kgm0822@naver.com
공영방송 제도는 공적 소유와 운영, 정권과 자본 권력으로부터의 독립, 수신료 기반의 공적 재원 구조, 공적 책임 구현, 공정성 및 공 익 가치 추구 등 특정한 정치·사회·문화적 역할과 기능을 수행하 기 위한 존재 양태를 지닌다. -논문 『공영방송 제도의 위기와 재정립』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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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한 듯 변하지 않은 우리는 하루하루를 바쁘게 살아간다. 자기 일에만 매달리다 보면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놓치기 쉽다. 언론은 그런 우리를 대신하여 눈과 귀 역할을 한다. 언론이 없 는 삶은 상상하기 어렵다. 지금 당장 인터넷 뉴스와 종이 신문이 사라진다고 생각해보 자. 우리는 정치인들이 이번에는 무슨 망언을 했고, 기업인이 얼마나 횡령했는지, 경찰 이 사건 처리를 어떻게 했는지조차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역사적으로 독재자 가 최우선으로 하는 일은 언론을 장악하는 것이었다. 그래야 대중의 눈과 귀를 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때 우리나라도 그런 시기를 겪었다. 전두환 정권 시절, 언론은 정부로부터 보도지 침을 받아 검열되었다. 보도의 여부뿐만 아니라 방향과 내용, 형식까지도 규제되었다. 물론 일부 언론인이 반발했지만, 징계를 받거나 해직되면서 이들의 의견은 묵살되었다. 그렇게 길들인 언론사는 오히려 앞장서서 대통령을 찬양하기도 했다. KBS와 MBC는 사 안의 중요성과 상관없이 무조건 방송의 처음에 전두환의 소식을 보도해서 ‘땡전뉴스’1)라 는 불명예를 얻기도 하였다. 이후 독재가 끝나고 대한민국에도 민주주의가 본격적으로 들어서면서 이런 문제들은 점차 해결되는 것처럼 보였다. 신문사는 보도지침에서 벗어 나 정부로부터 간섭을 받지 않게 되었다. 문제는 방송사, 그중에서도 공영방송사였다. 공영방송은 공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방송사로, 국가기관으로부터 독립된 채로 공공 의 복지를 목적으로 하는 방송이다. 대표적으로 한국에선 KBS와 MBC가 여기에 해당 한다. 하지만 막상 지금까지 공영방송이 어떻게 운영되어왔는지를 생각해본다면, 공영 방송이 과연 국가기관으로부터 독립된 게 맞는지 의문을 들게 한다.
1) 9시가 ‘땡’하고 울린 후 나오는 방송 멘트가 ‘전두환 대통령 각하께서는...’이었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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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국영방송
공영방송
민영방송
목적
정부의 일방적 의사 전달
공공의 복지
이윤 극대화
소유
정부
공기업
민간기업
주요재원
정부 예산
수신료 (전기요금청구서에 포함)
광고료
예시
조선중앙TV(북한)
KBS, MBC2), EBS
SBS
2)
2) 다만 MBC는 예외적으로 수신료를 받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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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도 그대를 지배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국영방송사로 시작했던 KBS는 1973년에 공영방송사로 바뀌었다. 하지만 이름만 공 영방송사였지 1987년까지는 사실상 국영방송과 큰 차이가 없었다. 행정부가 KBS를 경 영하는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었고, KBS 사장은 대통령에 의해 일방적으로 임명되는 구 조였기 때문이다.3) 1987년과 1988년 사이에 여러 법률 제도를 정비4)하면서 방송의 지 배구조에 조금씩 변화가 발생하는 듯했다. 하지만 여전히 공영방송의 사장을 추천·임 명할 권한은 현 집권당에 있었다. 그런 경향은 이후에도 끈질기게 나타났다. 공영방송 에 대한 지배구조는 방송위원회라는 기관에 KBS와 MBC의 경영을 담당하는 이사를 추 천할 권한이 주어지면서 더욱 복잡해졌다. 그러나 방송위원회의 구성을 결정하는 건 결 국 국회였다. 어느 정당에서 임명한 사람이 더 많이 있느냐에 따라 공영방송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이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에, 방송위원회에 대한 인사권을 어떻게 배분할 것 인지는 국회의 단골 논쟁거리였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등장하였고, 방송위원회는 2008년에 정보 통신부와 합쳐져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라는 대통령 직속의 중앙행정기구로 거 듭난다. 그러면서 점차 공영방송의 위상은 추락하기 시작했다. 물론 구조적으로는 이전 정권과 비슷했지만, 사장과 경영진이 프로그램 제작과 편성에 직접 개입하는 경우가 잦 아졌다. 또한, 개입에 대해 저항하는 PD는 퇴출하거나 전보 발령을 보내는 등의 징계 를 내렸다. 이후 2012년에 KBS와 MBC 노조가 공정방송 복원과 사장 퇴출, 해고된 언 론인 복직 등을 요구하며 조직적으로 대응했으나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오히려 경영진 은 서울 본사에서만 145명에게 징계를 내렸고, 본래 직무와 무관한 부서로 발령 보내곤 저성과자로 평가해 불이익을 주었다. 이런 징계에 대해서 법정은 대체로 노조 측의 손 을 들어주었다. 실제로 2011년부터 2017년 4월까지 있었던 MBC 관련 소송은 85건인 데, 판결이 난 69건 중 노조가 승소했거나 일부 승소한 사건은 56건으로 승소율이 82% 3) 오형일, 서재원 (2016). 1987년 민주화 직후 KBS의 변화와 그 함의. 한국방송학보, 30(5), 188-222. 4) 1987년에는 방송법 제정과 한국방송공사법이 개정이 있었고, 1988년에는 지금의 MBC를 만든 방송 문화진흥회법이 제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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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에 달했다.5) 부당징계와 관련된 소송의 경우 승소율은 90%를 넘었다. 여러 대형 로펌이 MBC 사용자 측의 법률 대리인을 맡고 있음에도 패소율이 높은 것은 그러한 징계가 얼 마나 부당했는지를 보여준다. 정부가 공영방송에 관여하는 바가 많아지자 국민들은 그에 대한 신뢰를 잃어갔다. 한 국언론재단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2008년에는 KBS와 MBC가 나란히 가장 신뢰하 는 매체 1, 2위를 차지했지만, 매체의 증가와 여러 논란을 거치면서 2016년에는 KBS 는 JTBC에 밀려 2위를 차지했고 MBC는 6위에 그쳤다.6) 방송학자들의 평가도 국민의 인식과 다르지 않았다. 심훈 한림대 언론정보학과 교수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방송학 자 129명에게 평가조사를 한 결과 공영방송의 중립성이 매우 낮아진 것으로 밝혀졌다. KBS의 경우 노무현 정권 때는 10점 만점에 6.19점을 받았으나 이명박 정권 때는 3.53 점을 받았고, 이후 박근혜 정권 때 3.71점을 받았다. MBC 역시 6.22점에서 3.24점으로 떨어졌고, 이후 3.16점이 되었다. 실제로 세월호 참사가 터진 후에 KBS에서 정부 대처 와 구조 활동의 문제점을 주요 뉴스로 다루자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을 맡고 있던 이정현 이 김시곤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뉴스 편집에서 제외해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이런 사례를 고려하면 공영방송의 신뢰도와 중립성이 떨어졌다고 하 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물론 이런 문제는 민주당이 여당인 지금도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2016년에 민주당 의 박홍근 의원은 야당에 유리한 방송법 개편안을 발의한 일이 있었다.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은 당연히 반대했다. 하지만 여야가 바뀐 2018년에는 오히려 한국당이 해당 법 안을 통과시키려고 하며, 반대로 민주당은 현재 여러 법안을 종합해 볼 시간이 필요하다 는 말로 발의안을 최대한 미루고 있다. 방송법을 만들 때 어떤 철학적 이념이 있어서가 아니라 단순히 정치적 이해관계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게 아닌지 의심되는 대목이다.
5) 정영주, 홍종윤 (2018). 공영방송 제도의 위기와 재정립. 언론정보연구, 55(1), 230-291 6) [2016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 언론매체] 시사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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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두각시놀음은 현재 진행 중 그렇다면 현재 한국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는 어떤 모습일까? 여러 차례 법률 개정이 있었지만 최대한 자신들이 가진 기득권을 유지하려고 한 결과, 지금의 공영방송은 아래 의 표와 같은 지배구조를 띄고 있다. 방송사
KBS
MBC
EBS
근거 법률
방송법 이사 11인 (방통위 추천, 대통령 임명) 이사회에서 호선 과반수 찬성 KBS이사회 제청 대통령 임명
방송문화진흥회법 이사 9인 (방통위 임명) 이사회에서 호선 과반수 찬성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 추천
한국교육방송공사법 이사 9인 (방통위 임명) 이사회에서 호선 과반수 찬성 방통위원장이 방통위원 동의를 얻어 임명
7:4
6:3
6:3
이사회의 구성 이사장 선출 이사회 의결 방식 사장 임명 이사회 구성 결과에 있어서 여:야 비율
방통위 = 방송통신위원회 ▲ 공영방송의 현재 지배구조7)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방통위이다. 방통위는 총 5명의 위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 위원장을 포함한 2명은 대통령이 임명한다. 나머지 3명 중 한 명은 여당이, 2명은 야당 에서 추천하여 임명된다. 즉 여야의 비율이 3:2인데, 과반수 찬성이면 가결이 되기 때문 에 여야 간의 의견이 대립하는 상황에서는 결국 여당의 의견이 반영된다. 그렇게 구성 된 방통위는 이후 KBS 이사회와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를 구성하는 데 큰 역할을 끼친 다. KBS 이사회는 11명으로 구성되는데, 여야 7:4의 비율로 방통위의 추천을 받고 대통 령이 임명하는 구조다.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는 방통위에서 9명 임명하는데 보통 여야 6:3으로 구성된다. 이러한 비율들은 법적으로 정해진 것은 아니고 관행적으로 이루어지 는 사안이다. 이후 각각의 이사회는 공영방송 사장을 추천하거나 직접 임명하는 방식으 로 굴러간다. 즉 ‘대통령&여당→방통위→공영방송 이사회→공영방송 사장’이라는 일방 7) 심영섭 (2018). 독일 방송평의회 제도를 통해 본 한국 공영방송 지배구조의 재구조화. 문화와 정치, 5(3), 139-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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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적인 인사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공영방송이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정치적인 독립성 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누구보다도 현 정권에 대해 날카롭게 비판할 수 있어야 할 공영방송이 단순히 정권의 나팔수가 된다는 점은 큰 문제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한국의 공영방송은 정치뿐만 아니라 시장에 의해서도 끊임없이 영향을 받는다. 사실 한국의 공영방송은 다른 나라의 공영방송과 달리 광고를 통한 수입 비중이 큰 편이다. 특히 MBC는 수신료를 단 한 푼도 받지 않는다. 다만 MBC 지분의 70%를 방송문화진흥회라는 비영리 공익법인이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공영방송 으로 취급되는 것일 뿐이다. KBS의 경우 1981년에 2500원으로 지정된 수신료를 지금까 지 유지하고 있으며, 2500원 중 3% 정도인 70원이 EBS의 몫으로 돌아간다. 그동안 정 권이 바뀔 때마다 몇 차례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려고 했지만 늘 실패로 돌아갔다. 현행 체제에 만족하고 있던 국민이든, 공영방송이 편향되었다고 생각하는 국민이든 반발이 컸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공영방송은 광고료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광고료에 큰 영향을 미치는 시청률에 많은 신경을 쏟아부어야 했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주요재원이 광고료인 민영방송과 큰 차이가 없어지게 되었다. 실제로 오락 프로그램 편 성비율로 보면 큰 차이가 보이지 않는다. 다만 KBS1만이 보도나 시사프로그램을 주로 방영해서 오락 프로그램의 편성 비중이 작을 뿐이다.
구분
1997
1998
1999
2000
2001
2002
2003
2004
2005
2006
KBS1
24.8
21.1
18.1
19.5
16.8
15.8
17.9
21.1
22.4
20.5
KBS2
51.0
42.6
40.9
45.9
45.9
45.1
48.9
50.0
49.8
43.1
MBC
48.9
47.1
40.4
43.9
42.0
43.4
42.9
43.5
42.2
43.4
SBS
45.2
54.2
49.8
49.9
40.5
47.3
42.2
49.5
49.6
46.1 (단위 : %)
▲ 전체시간 오락 프로그램 편성비율(1997-2006)8)
8) 백미숙 (2007) 시청자와 공영방송의 편성전략: 대중오락과 뉴스 저널리즘을 중심으로. 『방송 연구』 64 호, 10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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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공영방송 고정하기 그동안 한국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에 대해서 여러 논란이 있었고, 기술 발전으로 인해 미디어 매체가 증가하면서 정당성 또한 도마 위에 올랐다. 이에 『한양』은 앞으로 한국 공영방송이 어디로 가야 할지 알아보기 위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영섭 위원 (이하 심영섭)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한양』: 과거와 미디어 환경이 달라지면서 공영방송의 존립 자체에 대한 의문이 늘어 나고 있습니다. 특히나 한국의 경우 공영방송에 대한 불신이 만연하며 민영방송과 차 이가 없다는 비판을 듣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 속에서 한국에 공영방송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심영섭: 미디어가 다양해져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는 매체 수가 전보다 늘어난 것은 사실입 니다. 그렇다고 이 매체들이 공영방송이 해왔던 역할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대 표적으로 보도프로그램이 그렇습니다. 물론 한국의 민영방송도 보도프로그램을 진행합니 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보도국 직원 수가 공영방송보다 적어서 제대로 운영하기도 어렵고, 하더라도 비용이 적게 들며 시청자의 이목을 끄는 스캔들 위주로 보도하기 쉽습니다. 공영 방송은 금전적 문제 때문에 민영방송이 건드리지 못하지만 사람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 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필요한 정보라는 건 다양한 여론이 형성될 수 있도록 다양한 관점 을 전달할 수 있는 정보를 뜻합니다. 남녀노소가 뒤섞이고 수도권과 지역, 진보와 보수 등 다양한 의견이 어우러질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기에 돈이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민영방송도 자유경쟁을 하면서 다양성을 확보하려고 하긴 하지만 이는 선호하는 정보 차 원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선호하는 정보와 필요한 정보는 엄연히 구분되어야 합 니다. 마치 학생들이 선호하는 직업은 한쪽에 치중되었지만, 세상에 필요한 직업은 다양하 듯이 말입니다. 물론 한국 공영방송이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느 냐에 대해선 비판할 여지가 많습니다. 하지만 공영방송을 아예 없애버리는 것보다는 앞으 로 차차 고쳐나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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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 방통심위 심영섭 위원 인터뷰
『한양』: 그렇다면 한국의 공영방송이 어떻게 고쳐나가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심영섭: 외적인 문제와 내적인 문제로 구분해서 볼 수 있습니다. 먼저 외적인 문제는 공영 방송 관련 법 제도와 지배구조, 그리고 재원 구조를 정비하는 것입니다. 우선 현재 법 제 도로는 공영방송과 민영방송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습니다. 의무와 역할도 명확하지 않고 방송의 공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이유로 똑같은 제재를 받는 상황입니다. 민영방송 입 장에서는 상당히 억울한 측면도 있습니다. 최소한 무엇이 공영방송이며 그 역할과 책임에 대해서 명확히 규정할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공영방송 지배구조는 그동안 국회에서 여러 차례 논의되어왔습니다. 지금껏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안은 여당의 몫을 줄이고 야당의 몫을 강화하는 방향이었습니다. 현재로서는 이런 방향이 맞긴 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우 리나라는 승자가 모든 이권을 독식하는 구조입니다. 이를 바꾸려면 승자를 견제할 수 있 는 구조가 분명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현재 공영방송이라고 불리는 KBS, MBC, EBS는 재원을 대부분 광고료로 받고 있는데, 이것 역시 바꿀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영방 송에 상업 재원이 들어갈 수는 있지만, 본연의 역할을 하기 위해선 분리되어야 할 필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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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습니다. 상업 재원은 보조 재원이지 주재원이 돼선 안 됩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선 필연 적으로 수신료를 올려야 하므로 사람들의 반발이 클 것입니다. 특히 지금처럼 공영방송의 신뢰도가 많이 떨어진 상태에서는 더욱더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더라도 이는 분명히 필요 한 일이며 공영방송이 수신료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더욱 질 좋고 공정한 방송을 해 나간다면 선순환이 이루어지리라 생각합니다.
『한양』: 그럼 내적으로 바뀌어야 할 점은 무엇인가요?
심영섭: 우선 내부적인 인사를 다양하게 구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KBS의 경우는 상 당수가 88올림픽이 개최될 때 뽑은 사람들입니다. 이 인원이 한꺼번에 나가는 것도 문제 지만 지금은 젊은 피를 수혈할 때입니다. 미디어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는 과정에서는 새 롭고 신선한 시도가 많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공영방송은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너무 계몽적으로 전달해 시청자들의 외면을 살 위험이 있습니다. 과거에야 지상 파 방송이 전부였기 때문에 그래도 어느 정도 시청률이 나왔지만, 유튜브를 비롯한 다양 한 매체가 있는 지금은 변화가 절실합니다. 영국의 공영방송 BBC의 경우 제작가이드라인 의 맨 마지막을 보면 ‘공영방송이 반드시 재미없을 필요는 없다’라는 조항이 있는데 지금 우리에게도 딱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필요한 정보면서 동시에 사람들이 선호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젊은 제작자가 필요하고, 더불어 그들에게 어느 정도 제작 자율성을 보 장하는 문화도 정착해야 합니다. 한국의 경우 위계질서가 명확한 상명하복식 문화가 곳곳 에 남아있어서 그러기 어려운 게 사실이지만, 한국에서 공영방송이 살아남기 위해선 나아 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덴마크나 스웨덴 등 여러 국가에선 아예 20·30 대 제작자에게 프로그램을 맡기고 TV로 보내는 대신 유튜브에 올리고 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습니다. 한국도 이런 방향으로 나아갈 때, 공영방송이 더 다양한 사람들의 관점 을 포용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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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실패해왔더라도, 다시 한번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는 분명히 바뀌어야만 한다. 하지만 동시에 그런 구조를 만들었 던 우리의 관행, 문화에 대해서도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법 제도는 틀의 역할일 뿐, 틀 이 운영되는 방식은 결국 우리의 의지에 달렸다. 지금껏 다양한 방식의 지배구조가 논 의되었고 개편되었지만 늘 낙하산 논란이 끊이지 않던 이유는 우리의 의지가 공영방송 을 더 공적으로 운영하는 데 그다지 관심이 없다는 것과도 관계가 깊다. 우리가 뽑은 정 치인들은 공영방송을 통해 자신의 정당을 옹호하는 데 사용하고, 자신들이 옳다고 생각 하는 정책을 전파하는 데 관심을 두었다. 우리도 집권당이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일 경 우 그들의 행태를 묵인했다. 물론 정말로 그 정책, 사상이 옳다는 생각에서 진행된 일이 겠지만, 그게 정말로 옳은지 아닌지는 다양한 논의를 거친 후에나 결정할 일이다. 그리고 그런 다양한 논의를 이끌어와야 하는 게 공영방송의 역할이다. 뉴미디어인 유 튜브나 페이스북 등은 사람들 개개인의 취향을 분석해서 맞춤형 영상을 주로 올려주는 데, 이는 정치적 양극화를 불러오기도 한다. 즉, 자신이 이미 가지고 있는 신념을 더욱 강화하는 영상만 보여주는 것이다. 점점 더 사회에 자신과 다른 상대에 대한 혐오가 난 무하는 것도 이런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양극단으로 달려가는 사회 속에서 공영방송 은 그 중간에 다리를 놓아 중심점을 찾아줘야 한다. 기계적 중립은 물론 피해야 하지만, 다양한 의견이 소통할 수 있도록 조율하는 것을 가지고 기계적 중립이라고 하기는 어렵 다. 공영방송이 그렇게 되기까지는 오랜 시간과 노력이 들겠지만, 공영방송의 방향성에 대해 논의하고 다양한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 자체가 공영방송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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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배주의
우리들의 패배주의 수습위원 박준영 junyoung1204@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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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만인의 시선이 영국을 향했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 그런 호(好)시절은 지나갔다. 궁핍과 고난의 세월동안 우리가 이룬 것은 아무것도 없다.” - 1936년 11월 12일 영국 하원의회, 윈스턴 처칠의 연설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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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된 무기력 : 패배주의 패배주의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패배주의란 성공이나 승리에 대한 자신감이 없으며 무슨 일이든 해보지도 않고 겁부터 먹고 자포자기하는 경향을 뜻하는 용어다. 사람의 태도를 일컫는 용어로 심리학에서 자주 사용되는 학습된 무기력이라는 현상과 연결하여 이해할 수 있다. 미국의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만은 동물을 대상으로 회피학습을 통하여 공포의 형성 조건을 연구하던 도중 ‘학습된 무기력’ 현상을 발견하였다.
셀리그만의 전기 충격 실험 제 1집단
제 2집단
제 3집단
❶ 24마리의 개를 세 집단으로 나누어 전기 충격을 가하고 대처 방식을 살핌 1-1. 제 1집단 : 개에게 조작기(ex. 버튼)를 누르면 전기충격을 스스로 멈출 수 있는 환경을 제공 (도피 집단) 1-2. 제 2집단: 개에게 전기충격을 피할 수 없는 상 황을 제공(통제 불가능 집단) 1-3. 제 3집단: 전기충격을 제공하지 않음(비교집단)
❷ 제 1집단이 조작기를 누르면 제 1집단뿐만 아니라 제 2집단의 전기충격도 멈춤 ❸ 24시간동안 3개의 집단을 방치함 ❹ 24시간 경과 후 3개의 집단에게 전기충격을 피할 수 있는 상황을 제시함 ❺ 제 1집단과 제 3집단은 전기충격을 피하지만 제 2집단은 웅크리고 전기충격을 그대로 받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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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셀리그만은 일련의 실험을 통해 제 2집단이 ‘어려움을 어떤 일을 해도 극복할 수 없다 는 무기력’을 학습한 것이라고 결론짓고 이를 학습된 무기력이라고 명명하였다. 셀리그 만의 학습된 무기력은 인간 사회에서 볼 수 있는 패배주의와 유사하다. 셀리그만의 실험은 우리 사회의 처지를 단편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현재 우리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 지속되는 경제 불황과 증가하는 실업률. 쌓여가는 취업준비생과 줄어가 는 일자리. 불안한 경기로 야기되는 높아지는 자살률과 경제를 중심으로 사회 전 방위 적으로 여러 문제가 놓여있고 그에 대한 해결 방안도 미궁인 상황이다. 어느새 이런 현 실에 무뎌지는 우리를 발견할 수 있다. 대한민국 사회 구성원들은 예전부터 다양한 사건과 상황에 의해서 자연스럽게 패배 주의를 학습해왔다. 매스컴에서 보도하는 청년 실업 문제와 경제 침체 문제, 주변 친인 척과 나누는 어려운 삶에 대한 이야기 등이 대표적이다. 단순히 어려움에 대한 소식을 접하거나 이야기를 나누는 자체가 패배주의의 시작이라는 소리가 아니다. 사회 구성원 이 지속해서 부정적인 소식을 접하면서 현실을 무기력하게 바라보게끔 학습된다는 것이 다. 몇 년 전부터 인터넷을 달군 헬조선과 같은 자학적 은어와 한국을 벗어나고 싶은 바 람을 담고 있는 탈조선을 생각해보자. 한국 사회는 이미 학습된 무기력을 지니고 그것 을 되새기고 있다. 현재 패배주의의 발단은 무엇인가. 현재 한국 사회에 팽배한 패배주의는 지속해서 또 무의식적으로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는 한 세대만의 특수성이 아니며 원인을 명확하게 단정 지을 수 없는 문제이다. 문제의 발단을 찾기 위해서는 시간을 거슬러 올 라가 보다 원초적으로 접근을 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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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람부터 무덤까지 : 무기력의 일대기 경제적 상실감 시작과 연속 : IMF 외환위기 바야흐로 1997년, 한국 경제는 전두환 정부 때부터 시작된 3저 호황(저유가, 저달러, 저금리)과 높은 경제 성장률을 뒤로한 채, 보유 외환이 바닥 나면서 국가 부도를 맞이하 였다. 3저 호황부터 1995년까지 우리나라 경제는 단군 이래 가장 풍요로운 시기라고 일 컬어질 만큼 경제 성장률, 물가 그리고 경상수지1) 등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있었다. 하 지만 1996년에 들어서부터는 수출액 감소로 인한 경상수지 악화, 대외채무 폭등 등의 대한민국 경제의 체질 개선이 필요한 징후들이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1997년 3월 26일 청와대에 IMF를 비롯한 국제 사회로부터 일시적 외환 원조를 받을 것을 건의하면서 사 전에 외환위기 도래 가능성을 예고하였다.
그러나 1997년 11월 21일 정부가 국제 통화기금 IMF에 공식적으로 구제 금융을 신청 하기로 하면서 ‘IMF 외환위기'는 시작되었다. 대다수의 한양대학교 학생들이 유년기의 시절을 보내고 있었을 때, 우리나라는 헌정사상 최초의 국가 부도 위기를 맞이했다.
▲ 1997.11.21. 매일경제 헤드라인
▲ 1997.11.22. 매일경제 헤드라인
1) 일정기간 동안 일국이 다른 나라와 행한 모든 경제적 거래를 체계적으로 분류한 것을 말하고, 이를 표 로 나타낸 것을 국제수지표라고 한다.<출처: 두산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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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후 많은 기업이 줄도산하면서 1997년 12월과 1998년 1월 사이에 3300여 개의 기업 이 파산하였다. 실업률은 금융 위기 사태 직전까지 3.1%에서 1.4%포인트가 오른 4.5%로 폭등했다. 이후 1999년 2월에는 실업률이 8.7%로 최고 정점을 기록하여 지금의 취업난 에도 여파를 미치고 거국적으로 대한민국 경제 전체에 영향을 지속해서 미치게 되었다.2)
당시 김대중 대통령 당선인 은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 민주노동조합총연합 등의 노동 계, 경영계 그리고 정부 간의 3자 기구 구성을 추진하였다. IMF는 한국에 100억 불을 조기 에 지원하는 대신 경제주체 간 의 사회적 합의체 구성을 조건
▲ 1997.12.11. 동아일보 헤드라인
으로 걸었기 때문이다.3) 1998년 1월 15일 공식 발족한 노사정위원회는 노동기본권 보장 에 관한 노사관계와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 방안을 논의과제로 최우선 선정하였다.
이후 노동계에 대한 수많은 개혁이 단행되었는데 그중에서도 직장 내의 관계가 큰 변 화를 맞이했다. 대표적으로 평생직장 개념의 소멸을 볼 수 있다. IMF 사태 이전 우리나 라의 고용 형태는 일본의 종신고용제도4)와 유사했다. 하지만 IMF의 신자유주의 구조조 정 프로그램은 한국 정부와 산업계에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촉구했다. 이후 한국의 IMF 요구 수용에 따라, 이전의 평생직장의 개념은 점차 사라졌고 고용의 불안감은 높아졌 2) 성/연령별 경제활동인구(구직기간1주기준) - 1997.12월 ~ 1999.2월 자료 <출처: 통계청> 3) 이철수, IMF 구제금융 이후의 한국의 노동법제 발전, 『서울대학교 法學』 제55권 제1호, 2014년 3월, 7P. 4) 신입사원이 회사에 일단 고용되면 특별한 잘못이나 실수를 범하지 않는 한 정년까지 그 회사에서 근무 하는 것이 보장되는 제도를 종신고용제도라고 한다. <출처: 실무노동용어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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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이때 다양한 근무 형태도 도입되었다. 대표적으로 재택근무와 탄력 시간 근무가 활 성화되었다. 또한 근로자파견제도5)에 대한 법적 규제를 철폐하고 법의 허용 범위를 늘 렸다.
IMF 사태가 남긴 후유증 : 패배주의 학습의 시작 김대중 정부는 노동시장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을 단행하여 임기 첫해에는 무역 경상 수지를 흑자로 전환하였고 조기에 외환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때 실시한 노동시장 유연화와 노동법 개정은 현재까지도 대한민국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당장 위 기를 벗어나는 데 급급한 나머지 앞으로의 위기를 새롭게 만든 격이었다는 비판의 목소 리가 나왔다. 대표적으로 1998.2.20 에 개정된 근로기준법을 보면, 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 규정을 개정한 것이 있다.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을 명문화하여 기업이 근로자 해고의 자율성을 부여하였다. 따라서 생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에게 자신의 고용 미래 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었다. 특히 학력이 대학 졸업 이상인 고학력 근로자들의 불안 이 증폭되었다.
구분 남성 여성 청년 기간 노년 중졸이하 고졸 전문대졸 대졸이상
1993 1994 1995 1996 1997 1998 1999 2000 2001 2002 2003 1.8 4.1 3.6 20.0 4.1 3.5 2.6 1.7 4.1
1.7 3.8 3.3 1.8 4.0 3.2 2.4 1.7 3.8
1.6 3.8 3.2 1.8 3.9 3.2 2.4 1.7 3.8
1.7 3.6 3.4 1.8 3.6 3.2 2.4 1.7 3.6
1.8 3.8 3.7 1.9 3.6 3.3 2.7 1.6 3.8
3.5 5.6 5.8 3.5 5.5 5.5 4.6 3.2 5.6
3.1 5.3 5.8 3.1 5.2 5.0 4.3 3.0 5.3
2.8 5.0 5.5 2.8 5.1 5.0 3.9 2.7 5.0
2.7 4.9 5.6 2.6 4.5 4.5 3.9 2.5 4.9
2.3 4.4 5.2 2.3 3.9 4.1 3.5 2.3 4.4
2.6 5.0 5.9 2.6 4.8 4.9 4.0 2.6 5.0
1993 ~96 1.7 3.8 3.3 1.9 3.9 3.3 2.5 1.7 3.8
2000 ~03 2.6 4.8 5.5 2.6 4.6 4.6 3.8 2.5 4.8
p값 0.01 0.01 0.01 0.01 0.05 0.01 0.01 0.01 0.01
▲ 남재량, 고용불안과 그 원인에 대한 연구, 노동경제논집 28권3호, 2005년 12월, 119P 5) 근로자파견업이란 파견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근로자파견 계약에 따라 사 용사업주의 지휘명령을 받아 사용사업주를 위해 근로에 봉사케 하는 것을 의미한다 <출처: 시사상식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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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IMF 외환위기를 조기 극복하고 시간이 지난 시점에서 각 집단마다 실직률을 조사한 데이터를 보면, 타 집단에 비해(근로자 학력 기준) 대졸 이상 근로자의 실직확률이 높았 다. 고학력 근로자 집단의 실직률 증가와 대량 해고는 한국 사회에 큰 트라우마로 남았 다. 당시(1998년) 대기업에서 근무하고 있었던 A씨의 증언을 들어보면, 300명 이상의 사 람이 근로하는 사업장의 6할이 권고사직을 받았고 나머지 4할의 임금이 동결 되었다고 한다. 권고사직 받은 6할의 대부분은 당시 유수 국립대와 사립대 공과대학 출신과 상경 및 인문계열 출신 직원이었다고 한다. 당시 A씨를 비롯한 산업계 근로자들은 고학력자임 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근로할 직장이 없어지는 불안감과 동시에 무력감을 느꼈다.
이러한 무력감은 당시 경제활동을 했던 사람만 느꼈던 것은 아니다. 1999년 당시 대 학진학을 준비하던 B씨(현직교사)에게도 큰 영향을 끼쳤다. B씨는 고등학교로 진급하면 서 국어국문학과로 대학진학을 희망하고 있었다. 하지만 IMF 사태로 인해, 안정적인 직 업을 선호하시는 부모님과 집안 어른들의 권유로 교사가 될 수 있는 사범대로 진학하게 되었다. B씨의 말에 의하면, IMF의 여파가 본격적으로 청소년(대학 진학 예정자)들에게 미치면서 안정적인 직업을 가질 수 있는 사범대, 교대, 사관학교, 경찰대. 의대, 간호학 과 등의 지원자가 몰렸다고 한다. 청소년들도 어려운 경제 상황에 영향을 받아 취업에 유리하고 안정적인 직업을 얻을 수 있는 곳으로 눈을 돌렸다.
경제활동을 하는 성인이냐, 안 하는 청소년이냐의 구별 없이 그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의 생활과 가치관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그리고 그 변화는 현재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공무원을 갖고 싶은 직업 1위로 생각하는 민심6)과 아직도 회 복되지 못한 취업률은 그때의 잔상을 상기해주는 흔적이다. IMF 사태 때 기업 구조조정 으로 자영업에 내몰린 사람들도 경제 불황을 다시 겪고 있다. 이외의 현재에도 대학진학 6)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 - 1천 143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26.7%가 ‘현실과 무관하게 갖고 싶은 직장’ 1위로 ‘공무원‘을 뽑았다. 2018.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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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있어 취업에 유리하다고 인식되는 상경계-이공계 쏠림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대한민국의 구성원은 무기력한 주변 환경과 부정적인 경제 동향에 장기간 노출되어 왔다. 현재 대학 구성원을 담당하고 있는 90년대생인 우리도 직간접적으로, 무의식적 으로 위와 같은 무력감에 학습되어왔다. 부모 세대와 우리 세대에 이은, 더 나아가 다음 세대까지 경제적 무력감 속에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
무력감의 연속 : 계층 고착화 청년층의 주관적 계층의식
30세 미만 청년. 단위:%
2013년 10.5
17.1
41.6
하·하
하·상
중·하
2017년 10.4
15.2
40.54
1.8 중·상
30.4 상·하 2.3
계층이동 가능성 매우 낮다 2013년 2017년
0.83
28.2
상·상 1.2
매우 높다
9.7 15.3 20
37.1
44.6
비교적 낮다
비교적 높다
46.3
33.6
40
60
8.7
80
4.9 100
▲ 사회조사 2013년, 2017년 자료. 보건사회연구원. NEWSIS (출처 : 통계청)
한국 사회가 무기력해진 이유 중에 사회·경제적 계층의 고착화도 큰 몫을 차지한다. 최근 계층구조가 점점 견고해지고 개인의 노력과는 별개로 계층 간의 이동이 불가능해 진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보건사회연구원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30세 미만 청 년의 61.6%는 계층 이동 가능성이 ‘낮다’라고 응답했다. 불과 6년 전인 2013년만 하더라 도 청년층의 절반 이상은 계층 이동 가능성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답했다. 하지만 4년 동 안 청년층의 견해는 부정적으로 선회하였다. IMF 외환위기 이후 소득분위의 양극화 가 속되어 가면서 점점 세간의 인식은 ‘누구나 능력에 따라 성공이 가능한 사회’에서 ‘자본 에 의한 신(新)계급제 사회’로 바뀌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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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우선 개인의 성공에 있어서 자신의 능력과 노력보다 부모의 역량이 더 중요하다는 노 골적 인식이 보편화되었다. ‘수저계급론’이 대표적인 사례다. 2015년 인터넷을 통해서 부모의 경제적 수준과 학력-학벌 수준에 따라, 개인에게 금-은-동-흙 등의 계급을 부 여하는 신조어가 유행하였다. 일명 금수저와 흙수저를 나누어 사회적 성공 가능성과 능 력치를 규정하는 것이다. 실제로 사람들의 주관적 계층 인식에 따른 사회 인식현황과 성공 가능성에 대한 연 구논문이 존재한다.7) 몇 가지 선행연구물을 정리하면, 계층이동의 가능성은 개인 스스 로가 인지하는 자신의 계층이 기준점으로 작용한다. 남녀 간의 차이가 다소 존재하기는 하지만, 부모의 학력과 학벌 그리고 소득 수준이 높을 때 개개인이 인식하는 자신만의 계층은 상류층인 경향을 보인다. 반대의 경우에도 성립한다. 그리고 전자의 경우에는 계층이동에 대한 인식이 평균치는 부정과 긍정 사이에 근접하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평 균치보다 낮다. 또한 한국 사회에서 전통적으로 계층이동의 수단이라고 여겨진 대학진 학에서도 계층 간의 격차가 확인되었다.8) 여기서 주목할 점은 앞서 언급한 특징들이 지금의 청년층, 즉 1990년대생과 2000년 대생들의 특성이라는 것이다. 한국 사회의 경제적 무기력은 아직 사회에 진출하지 않 은 사람들에게까지 학습되었다. 이전에는 우리 사회 구성원들은 개인의 역량을 기반으 로 성공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재는 개인의 역량 이전에 부모의 재력과 가 문에 의해서 자신의 미래가 결정된다는 정서가 팽배한 상황이다. 이런 복합적인 정서와 사람들의 무기력이 헬조선과 같은 자학적인 용어를 만들었고, 지금도 사회 곳곳에서 사 용되는 잔상을 볼 수 있다. 기존의 한국 경제의 원동력이었던 ‘개천에서 용 난다’, ‘하면 된다’와 같은 코리아 드림은 점점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사라져가고 있다.
7) <청년층의 주관적 계층의식과 계층이동 가능성 영향요인 변화 분석>(이용관,2018) / <소득계층이동의 추이와 변화요인>(석상훈,2009) 8) 구인회,김정은, <대학진학에서의 계층격차: 가족소득의 역할>, 사회복지정책, 2015.9, 27-4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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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패배주의, 모두의 문제 대한민국은 지난 80년의 세월 동안 세계에서 유례없는 고속 성장을 이룩하였다. 한때 는 세계 경제 성장률을 크게 웃도는 시절에는 ‘할 수 있다’, ‘해냈다’ 같은 자기 효능감을 사회전체에서 느낄 수 있었다.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경제 성장률, 안정된 물가 그리고 나아지는 생활 형편. 하지만 다음의 내용은 이미 우리에게는 ‘한 때’ 잘나가던 대한민국 의 과거가 되었다. 사람이든 공동체든 성공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효능감이 있어야 한다. 그리 고 성공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효능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작은 성공이 있어야 한다. 하 지만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시민들에게는 IMF 사태 이후 작은 성공을 느낄 기회가 없었 다. 한국경제는 외환위기를 약 4년 만에 극복하여 경상수지 흑자와 성장률을 창출하였는 데 성공하였음에도 일반 서민들은 체감하기 어려웠다. 대다수 국민들은 한평생 근무하는 직장을 잃어버렸고 폭등하는 부동산 가격만이 남겨진 현실이었다. 우리 사회의 구성원들 이 미래의 성공을 위해 원동력으로 삼아야 할 작은 성공의 기회는 돌아오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현세대의 안일함과 나태함을 문제의 원인이라 지적하고 개개인의 노력만 을 강조한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현세대의 특수성에서 기인한다는 점은 앞서 밝힌 내 용에 근거했을 때 지나친 억측이다. 더불어 개인의 노력을 이야기하는 미시적 대처 방 안은 지난 20년간 작은 성공 없이 버텨온 자들에게 실효성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대안을 찾아야 하는가.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성취의 경험이다. 사람들은 내일의 자신에 대한 기대나 확신이 많이 감퇴 했다. 젊은이들은 자신들이 태어나기 전부터 있었던 불황에 익숙해져 있고 기성세대는 자신들의 성공이 몰락하는 과정을 몸소 겪으면서 상처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전 사회 적 측면에서 큰 성공의 신호탄이 될 수 있는 작은 성공을 반드시 창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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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영국도 1970년대 소위 ‘영국병9)’이라는 현상을 겪은 적이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인 1960년대까지, 높은 GDP 성장률과 복지정책 확대로 호황기를 맞이했다, 하지만 이후 국유화 정책 실패와 국민들의 복지병 그리고 1차 석유파동으로 인하여 경제는 파 국으로 갔다. 이후 1976년 IMF의 40억 파운드를 지원받기에 이르렀다. 그렇지만 당시 영국의 신임 총리 마가렛 대처는 과감한 경제 개혁과 에너지 산업구조 개편 등으로 영국 의 경제를 반등시켰다. 사회 전반으로 하락한 시민 자존감과 국가적 자존심을 회복하였 다. 물론 마가렛 대처가 주창한 대처리즘10)은 아직도 논란이 많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당시 추락하던 영국의 자존심과 사회를 다시 반등시키고 경제를 회복했다는 점이다. 한국은 IMF 외환위기 이후 도입된 신자유주의 질서의 후유증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 고 영국은 그 신자유주의로 기존의 영국병을 극복했다는 점에서 다르다. 그러나 사회 전반적으로 팽배한 패배주의라는 맥락에서 문제의 현황은 같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 고 대처리즘식의 해결방안을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에게도 그 시절 영국처 럼 강한 성공의 신호탄이 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개인의 책임 과 특정 세대만의 문제로 치부하는 미시적인 접근에서 탈피해서 사회 전체가 힘을 모으 고 성공을 선사하는 거시적 접근이 필요하다.
9) 영국인들의 무기력, 느린 동작, 방임적인 태도 등을 일컫는 말 <출처: 두산백과> 10) 영국 경제의 재생을 꾀한 마가렛 대처 총리의 사회·경제 정책의 총칭 <출처: 두산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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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식 나이
기대지 마시오 나이에 기대는 우리
편집위원 소다미 sodami0127@gmail.com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게 아니라, 숫자가 곧 자신이더라. 한국식 나이로 살다 보니 너무 빨리 늙는다. “곧 마흔이네”라는 말을 한국 나이 서른여덟이 되는 해의 첫날부터 했었다. 진짜 나이는 36세 4개월에 불과했는데 말이다. 삼십 대의 정점에 있을 시기였지만 8이라는 숫자의 무게감 때문에 스스로를 사십 에 밀착시켜 이해했다. 26개월 군복무를 마쳤을 때가 고작 21세 8개월이었는 데, 왜 그렇게 애늙은이 흉내를 내며 학교를 다녔는지 모르겠다. 둘째 아이가 태어났을 때 내 나이는 34세 7개월에 불과했는데, 서른여섯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참으로 두려움이 많았다. - 경향신문 오피니언, [시선] “나, 한국나이 안 써”, 사회학자 오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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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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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몇 살이니? 한국식 나이 셈법 (세는나이)
1살로 태어나 새해 첫 날 +1살
만 나이 셈법 (대부분의 나라가 채택)
0살로 태어나 생일1) 마다 +1살
연 나이 셈법 (병역법, 청소년보호법 적용)
현재 연도 - 태어난 연도
사회적 나이 셈법
사회적으로 인정되어 사용하는 나이
2019년 3월 3일 기준으로 1999년 8월 22일에 태어난 김씨는 세는 나이 21세, 만 나이 19세, 연 나이 20세다. ▲ 대한민국의 나이 셈법1)
우리나라에는 세는나이, 만 나이, 연 나이, 그리고 사회적 나이까지 총 네 개의 나이가 있다. 그 중에서도 세는나이는 일상생활에서 흔히 사용된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우리나 라는 국제적 흐름에 따라 1962년부터 법적으로 만 나이를 사용2)해왔다. 빠른년생이 사회 적 나이로서 본 출생보다 한 살 높인 나이로 살아가는 이유도 민법에 따라 만 나이로 행 정업무를 처리했기 때문이다. 병원과 은행에서 사용하며 교통카드의 청소년 요금을 내는 기준 나이가 만 나이인 것 또한 마찬가지다. 하지만 병역법과 청소년보호법과 같은 일부 법률은 예외적으로 만 나이를 사용하지 않고 현재 연도에서 태어난 연도를 빼 계산하는 연 나이를 채택해 사용하고 있으니 헷갈리지 않을 수가 없다. 병역법 제 2장 병역준비역 편입 제11조(병역판정검사) ① 병역의무자는 19세 가 되는 해에 병역을 감당할 수 있는지를 판정 받기 위하여 지방병무청장이 지정하는 일시 (日時)ㆍ장소에서 병역판정검사를 받아야 한 다. 다만, 군(軍)에서 필요로 하는 인원과 병역 자원의 수급(需給) 상황 등을 고려하여 19세 가 되는 사람 중 일부를 20세가 되는 해에 병 역판정검사를 받게 할 수 있다.
청소년보호법 제 1장 총칙 제2조(정의) 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개정 2013. 3. 22., 2013. 6. 4., 2014. 3. 24., 2016. 1. 6., 2016. 12. 20., 2017. 12. 12.> 1. "청소년"이란 만 19세 미만인 사람을 말한 다. 다만, 만 19세가 되는 해의 1월 1일을 맞 이한 사람은 제외한다.
1) 만 나이에서의 생일은 음력 날짜가 아닌 양력 날짜를 기준으로 한다. 2) 연령계산에는 출생일을 산입한다. - 민법 제6장 제158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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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많은 나이 셈법 중에 우리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은 만 나이와 세는나이 다. 그만큼 ‘우리는 어떤 나이가 더 효율적인가? 어떤 나이가 더 좋은가?’ 하는 논의를 많 이 해왔다. 세는나이는 사람이 태어남과 동시에 한 살로 여긴다는 점에서 뱃속 태아를 한 명의 인격체로 여기는 생명 중시의 가치가 녹아 있다. 또한 한국의 전통 나이라는 점에서 도 의의가 있다. 반면 만 나이는 전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사용하고 있고, 신체적 나이와 동일하며 이미 법에서도 사용하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만 나이와 세는나이의 혼재에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이 많아졌는지, 세는나이를 폐지하고 만 나이로 통일하자는 주장이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최근 황주홍 국회의원은 일상생활에서도 만 나이로 통일해야 한다는 내용의 ‘연령 계산 및 표시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 2 017년부터 지금까지, 한국식 나이 셈법(세는나이)을 폐지하자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지속적으 로 올라왔다. 맨 왼쪽 2017년 청원 글의 연 나이 셈법은 현재 연도에서 태어난 연도를 빼 계산 하는 것으로, 한국식 나이(세는나이)와는 다르다.
세는나이와 만 나이 모두 장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만 나이가 각광받는 이유 는 세는나이를 사용할 때 신체적 나이보다 이른 나이로 살아간다는 점에서 시작된다. 세 는나이로 인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본인이 태어나 살아온 세월보다 더 많은 나이를 갖고 살아간다. 적게는 1년, 많게는 2년이나 더 나이가 많다. 심지어 12월에 태어난 아이는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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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난 지 한 달이 채 되기도 전에 2살이 된다. 문제는 몇몇 생애과업들을 해결해야 할 나 이가 사회적으로 약속되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서른 살 전에는 취업을 해야지”, “그래도 몇 살이 되기 전에는 결혼자금을 모아야지” 등이 있다. 대학생인 우리의 나이가 20대 초반과 멀어질수록 자신의 꿈과 학업과는 무관하게 이른 제대와 보편적인 졸업 시 기 등에 압박을 느끼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때 연말에 가깝게 태어난 사람들일수록 최 대 2년보다 이른 나이로 살면서 상당히 불리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 우리는 이제 나이의 벽을 넘으려고 한다. 이러한 흐름을 살펴봤을 때 만 나이로의 통일 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이전에 앞서 정말 만 나이로 바꿔 통일한다면, 우리가 세는나이에 가지고 있었던 문제점을 정말 해결할 수 있을지 생각해봐야 한다. 정 말 나이 기준만 바꾸면 되는 문제인지, 근본적인 원인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도 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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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불편한 동거, 빠른년생 우리나라의 어린이 대부분은 모든 세는나이 기준 여덟 살일 때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그러나 이를 따르지 않았던 몇몇 이들이 있다. 바로 빠른년생이다.
초·중등교육법 (법률 제8165호, 2007. 1. 3., 일부개정)[1] 제13조 (취학의무) ① 모든 국민은 그가 보호하는 자녀 또는 아동이 만 6세가 된 날 의 다음날 이후의 최초 학년초부터 만12세(제27조의 규정에 의하여 조기진급 또는 조기졸업을 하는 자의 경우에는 만12세에서 해당 연수(年數)를 뺀 연령을 말하고, 출 석일수의 부족 등으로 인하여 진급 또는 졸업하지 못한 자의 경우에는 해당 연수를 더한 연령을 말한다)가 되는 날이 속하는 학년말까지 그 자녀 또는 아동을 초등학교 에 취학시켜야 한다. ▲ 개정 전 초·중등교육법
개정 전 초·중등교육법에 따르면 초등학교 취학은 만 6세가 된 날의 다음날 이후부 터 가능했다. 일반적으로 입학은 3월에 하기 때문에, 1~2월에 만 6세가 된 아이들은 세 는나이를 기준으로 7살에 입학하여 본인의 의지와는 달리, ‘빠른년생’이 되었던 것이다. 이들은 나이와 학년을 동일하게 보는 우리나라에 이단아처럼 등장해 혼란을 초래하곤 한 다.심지어 빠른년생 역시 일찍 초등학교에 입학한 것이 본인 잘못이 아님에도 놀림을 받 는 등 고충을 겪고 있다. 초·중등교육법이 2007년에 개정3)되어 빠른년생은 역사 속으 로 사라졌지만, 우리는 아직 개정 전 초·중등교육법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 그러나 우리, 불평하기 전에 조금 더 생각해보자. 빠른년생으로 인한 불편함의 이유가 단지 세는나이와 만 나이의 혼재 하나 뿐일까? 먼저 이 같은 불편함을 강조하기 위해 사 용하는 단어 ‘족보 브레이커’와 ‘개족보’를 떠올려보자. 분명 족보의 사전적 뜻은 한 가문 3) 개정된 초˙중등교육법 제13조(취학 의무) ①에 의하면 모든 국민은 보호하는 자녀 또는 아동이 만6 세(세는나이 기준 7세)가 된 날이 속하는 해의 다음 해 3월 1일에 그 자녀 또는 아동을 초등학교에 입 학시켜야 한다. 이전 법의 ‘다음날’에서 ‘다음 해’로 바뀌어 세는나이 기준 8세인 아동만이 그 해에 초 교 입학함으로, 사실상 빠른년생을 폐지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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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계통과 혈통 관계를 적어 기록한 책, 또는 한 가문의 계통과 혈통 관계4)이다. 족보라 는 말은 가문 내에서 계통과 혈통을 밝히고 그에 따른 서열과 위치를 나누기 위해 사용했 던 것이다. 혈연을 중요시 여기는 우리나라의 동양문화에서는 가문 내 서열과 위치에 따 라 그 역할이 정해진다. 나이와 촌수, 성별 등에 따라 마땅히 해야 할 일이 있었다. 그러 니 족보를 적어 관계를 분명히 하고자 했다. 우리가 통칭 족보라고 부르는 것 안에는 어 느 정도 위계질서의 의미가 담겨있다. 우리는 피가 섞이지 않은 남일지라도 마치 가족 안에서 서열을 밝히듯, 한 살 차이라도 칼같이 구분하여 윗사람과 아랫사람을 나눈다. 그러한 문화 아래 학년과 나이를 동일하 게 봄으로 빠른년생의 한 살 더 많은 나이를 일종의 ‘사회적 나이’로 여겨 인정해준다. 따 라서 빠른년생은 본인의 나이보다 한 살 더 많은 사회적 나이로 살아가며 그 나이에 마땅 한 대우를 받게 된다. 분명 한 살 많은5) 형·언니로 대우해주었는데 실제 세는나이가 동 일하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느낀 미묘한 감정을 떠올려보자. 이 속에는 사실 나와 동일 한 위치에 있는 이를 세는나이 보다 더 높은 사람으로 대우해 주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 어있다. 이들이 사회적 나이로 사귄 친구와 세는나이로 사귄 친구가 만났을 때의 상황을 떠올려보자. 호칭, 즉 서열 정리를 어떻게 해야 하나 생각해야 하나 막막해지곤 한다. 빠 른년생이 불편한 이유는 세는나이와 만 나이의 혼재를 넘어 더 근본적인 곳에 있는 것이 다. 우리는 나이를 기준으로 나보다 윗사람인지 아랫사람인지 구분해야 한다.
4) 출처: 표준국어대사전 5) 이는 세는나이 기준이다. 빠른년생의 사회적 나이는 그들의 실제 만 나이로보다 최소 두 살, 크게 세 살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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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나이 = 계급 = 서열? 누군가는 나이가 숫자에 불과하다고 말하곤 한다. 그러나 우리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지’라는 말은 그 자체로 나이에는 숫자를 넘어선 많은 의미가 담겨있다는 반증임을 알 수 있다. 세는나이와 만 나이의 혼재로 인한 논란도, 사실은 이 런 맥락에서 등장한다. 한국사회가 변하고 있다곤 하나, 아직까지 유교 문화가 깊게 스며 들어있다. 그런 우리나라에서 삼강오륜의 장유유서(長幼有序)는 그 자체로 미덕이다. 부 모님, 선생님과 더불어 나이가 많은 어른에게 높임말로 예를 갖춘다. 이러한 전통은 한국 의 모든 구성원을 하나의 가족으로 여기는 풍조와 결합된다. 한국 공동체가 내리사랑을 강조하게 되는 배경이 되기도 한다. 아이로서 어른을 공경했던 이가 어른이 되어 공경을 받을 때, 없던 사랑이 생기기도 한다. 우리도 어린 아이들이 예쁘게 인사해줄 때 기쁘지 않은가. 한국 공동체라는 의식 아래 실천된 장유유서는 남의 아이도 내 자식처럼 사랑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준다. 유교는 장유유서뿐 아니라 가족 구성원 내의 질서를 강조한다. 따라서 가족 내 나 보다 나이가 많은 형(兄)6)은 윗사람이자 어른이다. 형은 윗사람의 역할을 다하고 아우 (弟)7)는 그에 따른 예를 갖춘다. 한국 공동체에서는 가족이 아닐지라도 나이 많은 이는 형의 역할을 하는 것이 덕이 되고, 나이 적은 이는 존댓말을 사용해 높이는 것이 알맞 다. 이로 인해 우리는 한두 살 차이라도 서열을 칼같이 구분하게 되는 것이다. 장년층으 로 접어들면 한두 살 차이는 그 역할이 모호해져 ‘나이도 아니다’라고들 말할지 모르지 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과 아우의 위치는 건재하며 오히려 나이 대신 띠로 이를 가려 내기도 한다. 그 예는 1987년에 출판되어 1970~8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원미동 사람 들》의 단편소설인 <비 오는 날이면 가리봉동에 가야 한다>에서 찾아볼 수 있다.
6) 디지털 한자사전 e-한자에 따르면, 형(兄)에는 맏, 맏이, 나이 많은 사람이라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 따 라서 본 글의 ‘형’은 남자 형제 중 윗사람을 포함해 ‘나이 많은 사람’의 의미를 살려 표기했다. 7) 디지털 한자사전 e-한자에 따르면, 아우(弟)에는 나이 어린 사람이라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 또 표준국 어대사전에 의하면, 나이가 든 친한 여자들 사이에서 나이가 많은 사람이 나이가 적은 사람을 ‘아우’라 고 부른다고 한다. 따라서 본 글의 ‘아우’는 ‘나이가 적은 사람’의 의미를 살려 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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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은 금년 몇이시지요? 저는 토끼띠, 서른 여섯 아닙니까.” 임씨가 서른 여섯에 토끼띠라면 그는 서른 다섯의 용띠였다. 옆에 앉아서 지갑을 열었다 닫았다 하던 아 내가 얼른 “이 양반은‥‥‥.” 하고 나서는 것을 그가 가로챘다. “그래요? 나는 토끼띠지요. 서로 동갑이군요.” ▲ <비 오는 날이면 가리봉동에 가야 한다> 中
고용주인 ‘그’는 고용인인 ‘임씨’보다 한 살이 어리다. 그러나 임씨의 나이가 자신보다 많으면 괴로울 것 같다는 생각에 나이를 한 살 올려 동갑이라고 거짓말을 한다. 오히려 한 살만 보태 거짓말의 양을 줄일 수 있다는 것에 다행스러워 했다. 이후 이 둘은 동갑 기 념이라며 술을 마신다. “동갑끼리 사장은 무슨, (중략) 말 놓으십시다.” 라며 말이다. 소설 의 배경은 1970~80년대로, 이미 법적으로 만 나이가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금년(올해) 몇이시지요?”라는 질문으로 미루어 보아 두 등장인물이 만 나이로 말하지는 않은 것 같 다. 물론 나이만 다른 것이 아니라 띠까지 다르다는 점8)에서 둘의 만 나이가 고작 1~2개 월 차이는 아닐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만 나이와 세는나이의 혼재를 넘어, 나이 그 자체에 역할과 위치 등 의미하는 바가 있다는 것이다. 겨우 한 살 차이를 속이는 그의 거짓말에도 의미가 담 겨있다. 자신의 괴로움을 덜기 위한 이유도 있지만, 임씨를 배려하고자 하는 이유도 있었 을 테니 말이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면식만 있던 사이에 서로가 동갑임을 알게 된 순간 부터 그렇게 동질감을 느끼고 편해지지 않을 수가 없다. 분명 ‘친구 사귀는데 나이가 뭐가 중요한가?’라는 말도 있지만, 동갑임을 알게 된 상대에게 “그럼 우리 친구네!”라는 말로 동질감과 친근함을 표현한다. 자연스러운 반말과 함께 말이다.
8) 십이간지(띠)는 음력과 양력이 아닌 절기력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띠가 바뀌는 기준은 입춘이다. 대 게 입춘은 양력 2월4일 정도이다. (출처: 의심 많은 교양인을 위한 상식의 반전 101, 김규회 외2인, 끌 리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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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한때 새 학기마다 대학가를 달궜던 X맨 놀이도 이러한 분위기에서 나왔다. X맨은 연 장자를 높여야 한다는 당위성을 일부러 어기게 만들어 이를 알게 되었을 때 당황스러워 하는 후배들을 놀린다.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재미있지만 당하는 입장에서는 억울하기까 지도 한 이 놀이에서 나이로 인한 서열의식을 그대로 엿볼 수 있다.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일방적으로 놀리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X맨을 당하는 후배가 느끼는 감정에는 내가 누군 가의 놀림감이 되었다는 불쾌감과 불편함뿐만 아니라 나보다 나이 많은 선배에게 무례하 게 행동했다는 죄책감과 죄악감도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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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지 마시오, 나이에게 우리 사회에는 연공서열9)이 만연하다. 성과와 능력보다는 소위 얼마나 짬이 찼는가가 평가기준이 될 때도 있다. 실제로 대부분의 기업들은 근무성적 평정, 보수, 보직 등에 어 느정도 연공서열을 적용한다. 한반도선진화재단 박재완 이사장(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선진국이 되기 원한다면 이러한 태도를 버리고 교육, 노동 등을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공서열, 상명하복 등은 산업화 초기엔 잘 작동할 수 있으나 지금은 비효율적인 시스템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시대는 변하고 있다. 더 이상 우리는 나이에 많은 것을 기대하는 풍조가 불편해지기 시 작했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대접 받으려고만 하는 장년층을 무례하다며 강하게 비판 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소위 나이와 그에 따른 지위로 갑질을 하는 중장년층을 ‘개저씨’, ‘개줌마’라는 다소 과격한 신조어로 부르기도 하는데, 이는 나이로 인한 무조건적인 연공 서열에 대한 반감에서 등장했다. 이전에는 나이 많은 어른을 조건 없이 공경하고 높여주 는 것이 예의였다면, 지금은 상호 존중과 예의가 없다면 그에 따른 예절을 갖추지 않겠다 는 의사가 담겨있다. 이전에는 대학 및 직장 내 선배들의 갑질을 당연하게 여겼다. 그러 나 이제는 갑질을 일삼는 선배를 젊은 꼰대라며 강하게 비판한다. 이러한 변화로 일방적 예의가 아닌 서로가 존중하여 배려하여 사소한 언어 사용까지 조심하려는 분위기가 생겼 다. 나이와 서열, 지위 등에 가려져 비상식적이고 무례함에도 불구하고 쉬쉬했던 일들이 드디어 수면 위로 올라 비판받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나이에 기대는 것은 연소자도 마찬가지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나이가 더 많은 사람에게 권위를 부여할 뿐 아니라,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에게 능력, 인 성, 품성 등 다방면에서의 성숙을 기대한다. “형이니까 양보해”, “언니니까 양보해”는 한 국에서만큼은 가족끼리 사용하는 말이 아니다. 나이가 많은 사람은 나이에 맞는 역할이 은연중에 부여된다. 나이가 어린 사람은 능력이 없거나 경험이 적을 것이라 여겨지기도 하는데, 이러한 점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나이가 많은 사람이 미성숙한 모습 을 보일 때는 ‘그 나이 먹고 뭐 했나’라며 원하지도 않았는데 나잇값을 요구한다. 반면 나 9) 근속 연수나 나이가 늘어 감에 따라 지위가 올라가는 일. 또는 그런 체계. (출처: 표준국어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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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가 더 적은 사람이 동일한 태도를 보일 때는 ‘아직 어려서 그런가보다’하고 넘어갈 때도 많다.
▲ 소위 만만한 교수님께 무례하게 행동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담긴 에브리타임 게시물
연장자, 선배, 장년층 등 형의 입장에 있는 사람이 아우를 향해 예의를 지키는 것도 중 요하지만, 연장자가 베푸는 호의를 당연하게 여겨서도 안 된다. 수업을 편하게 진행하고 성적과 출결에 있어 학생들이 부담을 갖지 않도록 노력하는 교수님도 있다. 그러나 그럼 에도 불구하고 윗사람인 교수님의 호의를 권리로 여기는 학생이 적지 않다. 3월, 새 학 년 새 학기의 시작은 밥약과 함께한다. 학생 A는 지난 3월 후배들을 생각하는 마음에 많 은 밥약을 잡았지만, 후배들이 밥만 얻어먹고 모른 척 하는 경우가 잦아 속상했다고 전했 다. 학생 A와 같이 호의를 베풀었던 후배들의 태도에 상처를 받은 경험이 있는 선배가 한 두 명이 아니다. 교과서를 빌려서가서 감사를 전하지 않는 후배, 조별과제 때 많은 도움 을 받았지만 끝나고 외면하는 후배 등 유형은 다양했다. 연장자와 연소자 모두 나이에 기 대지 말고 예절을 갖추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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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아닌 나를 봐주길 우리는 이제 모든 벽을 넘고 싶어 한다. 내 주위에 있는 배경이 아닌 개개인의 능력과 개성, 무엇보다 나를 이루는 속성에 주목받길 바라는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우리 는 잊고 있었던 우리의 권리를 되찾기 시작했을지 모른다. 실제로 개개인에 집중하기 위 한 노력과 논의는 진행 중이다. 이에 질세라 나이 또한 만 나이로 통일하자, 우리도 서양 선진국처럼 복잡한 호칭들을 없애고 이름으로 부르자는 주장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신 분, 계층, 학벌 그리고 성별에 관한 주장도 처음에는 현실성 없는 단순 희망사항처럼 여 겨지며 시작했다. 그러나 신분제와 호주제, 동성동본 등은 폐지되었고 블라인드 채용은 늘고 있다. 그 방향과 목적에 관한 논란은 아직도 여전하나 미약했던 주장이 파급력을 갖 게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나이에 대한 주장도 마찬가지다. 아직 세는나이와 만 나이 논란은 시작 단계에서 조금 한 발짝 나온 정도이다. 만 나이를 실생활에서도 적극 사용해야 한다는 법안은 이제야 제 출되었고, 청와대 국민 청원에서 많은 동의를 얻기는 했으나 변화는 미비하다. 그러나 이 전의 변화가 그러했듯, 우리 세대의 어느 한 순간부터는 나이의 벽이 허물어질지도 모른 다. 우리는 그것을 대비해야 하며, 그에 맞게 적응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나이에 대한 논란과 주장은 다름 아닌 ‘나’를 보이고 싶은 욕구로 시작되었으니, 우리는 이에 대한 준비로서 나부터 남을 그대로 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우리가 사회적 약자, 미성년 시절부터 누군가를 높여 왔듯, 시간이 지나면 별다른 노력 없이 우리는 자연히 높 아질 것이다. 능력과 개성과는 무관하게, 쉽게 대우받을 수 있다. 우리에게 이것이 불만 스러웠듯이, 우리부터 이런 마인드를 버릴 준비해야 한다. 연장자에게 기대지 않으려는 태도와 연소자에게 무조건적인 대우를 받지 않으려는 태도 모두가 중요하다. 변화의 흐 름에 있는 우리, 나이가 아닌 나를 보기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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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한양』을
향한
한양인의
시선
『한양』에
대한
한양인의
평가
『한양』을
위한
한양인의
비판
지금 『한양』 에게는 한양인이 필요합니다. 106호를 보고 기사에 대한 평가를 HYgyoji@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 독자평은 107호 교지에 실리며 독자평을 보내주신 분에게 문화상품권을 지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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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 수습위원 이채움 lcu2400@naver.com
Part
3
문화
# 현대미술
야 너도 현대미술 할 수 있어 수습위원 이채움 lcu24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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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의식의 서랍을 열어둔 채 작품이 우리의 망막을 즐겁게 해주기를 바 란다면 철저한 배신감만이 돌아올 뿐이다. 시대에 따라 미술관이 달 라졌는데 예술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으니 현대미술이 어려울 수밖에. - 미술사학자 김석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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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보다는 해몽 사람들은 미술관에 다녀온 나를 교양있는 사람이라고 부른다. 그 말을 들으니 괜스레 어깨가 으쓱해진다. 이제 미술관은 현대인이라면 살면서 한 번쯤은 꼭 방문해야 하는 장소로 여겨진다. SNS엔 미술 전시회가 하루에도 몇 개씩 데이트 코스로 소개되고 전시회 관람은 영화와 더불어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즐기는 여가활동으로 선정되기도 하였다.1) 그렇게 미술은 여유를 즐길 줄 알아야만 하는 현대인에겐 삶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우리, 조금 만 진솔하게 이야기해보자. 커다란 전시관의 수많은 작품 중에서 온전히 이해한 작품은 몇 점이나 되는지, 혹시 작품 앞에서 진지하게 감상하는 사람들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 던 것은 아닌지. 르네상스, 자연주의, 낭만주의와 같은 과거의 미술 작품들은 큐레이터의 해설을 들으 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되긴 한다. 하지만 오늘날에 가까워질수록 특히 현대미술은 도대 체 이해할 수가 없다. ‘R.Mutt’ 사인을 한 소변기는 예술작품으로 탈바꿈하여 미술관에 전시되고, 한두 가지 색만으로 캔버스를 가득 메운 그림은 훌륭한 작품이 된다. 게다가 이것들은 어마어마하게 비싼 값에 팔리며 미술사에 획을 그을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그 들만의 리그 속에서 현대미술이 갖는 심오한 의미는 아무리 봐도 ‘꿈보다는 해몽’인 듯 하다. 예술은 시공간을 초월한 작가와 관객 사이의 소통이라는데, 이 소통의 범주 속에 서 관객의 역할은 이제 사라져가는 것만 같다. 현대 미술의 정체성에 관한 의문은 2016년 샌프란시스코 현대박물관의 한 가지 에피 소드에서도 나타난다.2) 처음엔 17살 소년의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되었다. 그는 미술 관 한쪽에 작은 작품설명서와 함께 평범한 안경을 놓아두었다. 잠시 후 주위로 사람들 이 모여들었고 진지하게 감상을 하기 시작했으며 급기야 누워서 사진을 찍기도 했다.
1) 대학생 168명을 대상으로 이루어졌으며 ‘여가시간에 가장 많이 하는 활동은 무엇입니까’라는 문항에 대하여 전자기기 사용(87.5%), 문화예술(35.7%), 낮잠(35.1%), 독서(6.5%), 여행(1.8%)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문화예술은 영화, 전시 및 공연감상을 의미한다. 서강학보, 2016 2) YTN, 2016, 「[국제] 미술관 바닥에 놓은 안경이 ‘작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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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미술작품과 소년의 장난을 혼동해 발생한 웃지 못할 일화는 우리들이 현대미술을 보고 느끼는 난해함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와 같은 현대미술의 현실을 보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 정도면 나도 화가 할 수 있겠는데?”
▲ 소년이 호기심에 놓아둔 안경은 미술작품이 되었다. (출처 : YTN)
▲ 마크 로스코, <Untitled>, 1970 (출처 : 영남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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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은
이다
현대미술은 무엇일까? 단순히 현대의 미술을 통틀어 일컫는 말일까, 아니면 시대의 흐 름에 따라 변화해 온 미술 사조 중 하나일까? 현대미술은 좁은 의미에선 2차 세계대전 이 후의 미술을 의미하고, 넓게는 20세기 초 근대미술을 포함한 미술을 의미한다.3) 더 구체 적으로 보자면 1960년대 이후부터 현대까지는 ‘동시대 미술’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현대 미술을 하나의 양식과 이즘(ism)으로 분류하는 것은 어려우며 오히려 개념상 혼란을 가져 올 우려가 있다. 미술이 하나의 사조로서 이름을 갖기 위해선 시대적 분위기를 동반해 미 적 사상에 큰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현대미술은 카메라의 등장을 비롯한 사회적 변화의 영향을 받아 재현의 전통을 벗어던지고 순수, 자율성과 같은 새로운 미술 세계의 개척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비롯되었다. 이 시도들은 뚜렷한 특징을 보이기보다는 다양한 작가와 작품들이 현대미술이라는 이름 아래 묶여있다. 따라서 현대미술의 정의를 결론짓기란 어 렵고 이에 대한 학자들의 의견도 분분하다. 그 중에서도 개념미술의 선구자 마르셀 뒤샹 은 ‘현대미술은 무엇인가?’라는 의문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 모두는 그것을 정의 내리고자 했고, 각 세기마다 예술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예술의 본질, 모든 세기를 관통하는 하나의 본질은 없다는 사실 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우리가 예술을 정의내리지 않겠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매우 합당한 개념이며, 이때 레디메이드(Ready-made4))는 하나의 아이러니(irony)가 됩니 다. 왜냐하면 심지어 내가 만들지 않는 것조차 예술이라고 부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작품을 만드는 대신 레디메이드를 선택했습니다. 따라서 그것은 예술을 정의 내 리는 것이 가능하다는 생각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었습니다.”5) 3) “현대미술 콘텐츠의 특성과 활성화 방안 연구”, 김광훈, 고려대학교대학원 박사학위논문, 2015 4) 일상생활에서 얻어진 기성품에 새로운 개념을 부여하여 그 최초의 의미와는 다른 별개의 또 다른 의미 를 갖게 함으로써 사물 그 자체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갖도록 만들어 진 것. ( “마르셀 뒤샹의 반예술정신 및 레디메이드에 관한 연구 : 현대미술에 끼친영향을 중심으로”, 류태임, 단국대학교대학원 석사학위논문, 2005) 5) Dawn Ades, Neil Cox, David Hopkins 共著 황보화 譯, 「마르셀뒤샹 Marcel Duchamp」 시공아트,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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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대미술을 학문적으로 접근해본 경험이 없는 우리에게 그 본질을 이해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현대미술은 하나로 규정지을 수 없는 사회적 변화에 의해 나타났기 때문 에 전통적인 미술사조와 상반된 모습을 보인다. 그래서 이 커다란 차이를 바탕으로 우리 가 현대미술을 감상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몇 가지 특징에 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6) 먼저 현대미술엔 다양한 양식들이 공존한다. 우리가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미술 작품 은 네모난 액자 안에 갇혀있다. 그러나 현대미술은 어떠한 틀에도 구애받지 않는다. 심지 어 종이와 물감을 벗어나 일상생활의 여러 요소를 작품의 재료로 적극 활용한다. 대중매 체를 예술에 도입한 ‘미디어 아트’를 예로 들 수 있다. 정보통신과 디스플레이 기술의 발 달을 기반으로 등장한 이 양식은 붓과 물감, 종이를 과감히 포기한다. 대신에 텔레비전이 캔버스, 빛이 물감이 되어 하나의 작품을 완성한다. 미디어 아트의 과감한 시도는 쌍방향 소통을 유도하는 미디어의 특징과 결합하여 관객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한다.
▲ 스푼아트쇼 특별전_이현정, QR코드를 통해 미디어 아트를 알아보자
6) 김석모 미술사학자가 정의한 현대미술의 특징을 재구성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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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현대미술은 보편적 도상(圖像)7)을 해체한다. 원래 이미지란 누구나 읽을 수 있 는 메시지여야 한다. 현대미술은 이 기능을 약화하거나 없앰으로써 작가가 관객에게 일 방적으로 메시지를 전하던 기존의 관념을 탈피한다. 이로써 관객이 제각기 다르게 읽 을 수 있는 새로운 해석의 길을 제시하는 것이다. 2010년 개최된 김소라 작가의 개인 전 <아틀리에 에르메스 김소라 展>8)은 이 특징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 전시회의 모 든 작품엔 제목이 없다. 작품의 숫자 작업에는 아예 ‘돈 애스크 미 와이(Don’t ask me why)‘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이 불친절한 전시는 관객이 작품에 직접 제목을 붙이고 스스로 이해하면서 관객과 작가 모두에게 자유를 주기 위함이다. 다시 말해 관객이 스 스로 작품의 메시지를 창조해나가면서 작품 일부로서 자리 잡게 되는 것이다.
▲ 아틀리에 에르메스 김소라展 (출처 : 연합뉴스)
“관객이 무엇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기대하기보다는 관객도 자신만의 관점이 있을 테 니 자유롭게 느끼면 된다” - 현대미술가 김소라 7) 종교, 신화 및 그 밖의 관념체계 상 어떤 특정한 의의를 지니고 제작된 미술품에 나타난 인물 또는 그 형상 8) 연합뉴스, 2010, 「오브제가 만드는 ‘알 수 없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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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셋째, 현대미술은 관념화·추상화되었다. 전통적인 미술 사조에서 작가들은 어떤 대 상의 외형을 그린다. 그러나 현대미술 작가들은 있는 그대로를 복제하는 전통 미술에 회의했다. 대신에 내재적이고 정신적인 자신의 예술 세계를 작품에 담기 시작했다. 외 형보다는 작품을 그리게 된 동기와 표현 방식을 중요시하기도 하고, 미(美)에 대한 작가 의 주관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더 나아가 작품 제작을 위한 아이디어 나 제작 과정까지도 예술에 포함한다. 백남준 작가의 <달은 가장 오래된 TV>9)는 이러 한 현대미술의 양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쭉 나열된 12개의 텔레 비전엔 초승달부터 보름달까지의 주기가 형상화되어 있다. 달이라는 일반적 대상이 작 가를 통해 빛의 원천으로 재해석되면서 시간이 텔레비전이라는 공간 안에 담기게 된 것 이다. 작품 자체도 달의 모양을 재현하기보다는 시간, 순간, 영원이라는 작가의 추상적 인 내면세계를 표현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 백남준, <달은 가장 오래된 TV>, 1965-1976/2000 (출처 : 백남준 아트센터) 9) 백남준 아트센터, 백남준 <달은 가장 오래된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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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은 다양한 방향, 과감한 방식으로 나타났으며 현재진행형으로 꾸준히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위의 세 가지 특징만으로 모든 현대미술을 설 명하는 것은 어렵다. 그러나 현대미술은 미술의 전반에 기발한 시도를 거듭하면서 작품 과 관객, 작가와 관객 간의 소통을 유도하는 예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였다. 만일 아직도 ‘현대미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았다면 이 단락의 제목인 ‘현대미 술은
이다’를 보고 자신이 무엇을 생각했는지 되돌아보자. 그것이 매우 단순하거
나 엉뚱하거나 터무니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대미술에선 우리 모두가 예술가이 다. 그러므로 당신이 제목의 공백을 보고 생각한 모든 것, 그것이 바로 현대미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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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Q&A : 현대미술, 이래서 문제야?! 어쩌면 우리가 현대미술에 흥미를 잃거나 거부하며 관심을 두지 않으려고 하는 이유 는 언젠가부터 갖게 된 의문 때문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현대미술을 보고 가졌던 몇 가 지 의문들을 Q&A 형식으로 정리해보았다.
Q : 현대미술은 사소한 대상에 거창한 의미를 부여한 거 아니야? A : 의미부여는 현대미술의 대표적이고 필수적인 요소이다. 과거, 카메라의 등장을 비롯 한 사회의 크고 작은 변화들로 인해 있는 그대로를 재현하는데 익숙했던 당시 화가들 은 무력해졌다. 그래서 그들은 화폭에 실제가 아닌 색다른 것들을 담을 필요가 있었 고 감정, 사유와 같이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관념들을 그림에 반영하기 시작했 다. 미술의 길은 시각적인 즐거움을 넘어 ‘미술을 회의하도록 하는 미술’로 변화하였 다. 즉 의미부여는 현대미술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 것이다. 우리는 분명 예술이란 답이 없고 감상하는 사람마다 다르게 느낄 수 있는 것이라고 배웠다. 그러나 고등학교 미술 시간을 생각해보면 미술 사조들을 일렬로 나열한 뒤 답이 정해진 미술만을 공부하였다. 이러한 경험들을 생각해본다면 어쩌면 현대미술 은 답이 없는 예술, 누구나 정답이 될 수 있는 예술을 가장 잘 실천하고 있는 미술일 지도 모른다.
Q : 누구나 그릴 수 있는 그림인데 왜 터무니없이 비싼 값에 팔릴까? A : 앞서 말했듯 미술 분야는 과거보다 대중화되었다. 이는 현대의 자본주의와 결합하면서 가격 경쟁을 통해 작품의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 중요해졌다. 미술 작품의 가격 경쟁이 심화되었다는 것, 아마도 이 자체를 부정할 순 없을 것이다. 문제는 다섯 살 아이의 낙 서와 구분할 수 없는 현대미술 작품들이 수억대의 가격에 사고 팔린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현대미술 작품과 다섯 살 아이의 그림 사이에 중요한 차이가 존재한다 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별거 없어 보이는 현대미술 작품들이 과연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이다. 현대미술이 전달하고자 하는 것은 한 장면을 화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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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에 얼마나 아름답게 담았는가 따위가 아니다. 우리는 미에 대한 작가의 예술 세계 가 작품 속에 어떻게 투영되어있는지에 주목해야 한다. 현대미술 작품들은 그럴만한 가치를 인정받았기 때문에 비싼 값에 사고 팔릴 수 있는 것이다.
Q : 현대미술은 새로움에 대한 강박일 뿐이야! A : 미술의 역사는 이전부터 늘 새로움을 추구했다. 미술은 어떤 방식으로든 색채와 형태 로 보이는 분야이다. 만일 하나의 양식이 관객의 눈에 뻔하고 지루해진다면 미술의 시각적인 의미가 사라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작가는 꾸준히 새로운 것을 찾아야 하며 이런 과정이 있기에 미술의 양식과 이즘이 다채로워질 수 있었다. 현대 사회는 인터 넷을 통해 원하는 모든 정보를 찾을 수 있다. 가지 못한 곳을 갈 수 있고, 모르는 것을 즉각적으로 찾을 수 있다. 즉, 과거에 새로웠던 것들이 이제는 검색하면 바로 찾을 수 있는 고리타분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런 사회의 변화 속에서 미술 세계는 더욱더 새 로움을 갈망할 수밖에 없다. 전통을 과감하게 파괴하고, 독특한 무언가를 찾아 나서며 파격적인 도전을 감행하는 것이다. 예와 지금의 미적 기준이 다르듯 예술 또한 계속 에서 변화해왔다. 그러나 우리는 과거와 현대미술을 끊임없이 비교하며 예술의 변화 를 인정하지 못하고 있다.
빙산의 일각이라는 말이 있다. 수면 위에 보이는 얼음 덩어리는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지만, 그 아래엔 어마어마하게 커다란 얼음 덩어리가 숨겨져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현대미술에 대해 갖는 여러 의문은 현대미술을 설명하기 위한 일부가 될 수 있을지도 모 른다. 그러나 이것들이 현대미술 전체를 대변하지는 못한다. 우리가 전부라고 생각하고 갖는 부정적인 생각들 그 아래에는 현대미술의 진짜 가치가 숨겨져 있다. 어쩌면 이런 생각들이 고정관념으로 자리 잡아 현대미술에 대한 접근을 어렵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닐 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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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술을 알고 싶어하는 당신을 위해 먼저 현대미술에 가졌던 부담들을 훌훌 털어버리자. 이번에는 아직도 현대미술이 어 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현대미술을 알고 싶지만 방법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한 가 지 방법을 소개하려고 한다. 우리 주변에서 현대미술을 가장 가볍고 즐겁게 만날 수 있 는 곳, 바로 전시회이다. <르누아르 : 여인의 향기>
▲ 본다빈치 뮤지엄 서울숲, 2018년 5월 12일 ~ 2019년 4월 28일
<르누아르 : 여인의 향기> 전은 미술 자체를 어려워하는 학생들이 가볍게 즐길 수 있 는 전시회이다. 전시는 전체적으로 르누아르에 대한 설명보다는 그의 작품을 보다 쉽게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다채로운 색과 영상들은 현대 미디어 아트의 모습을 그 대로 반영하고 있다. 또한 ‘여인의 향기’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후각을 활용하고, 곳곳에 관객이 작품에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재미의 요소를 더해준다. 현대미술이 과 거의 미술을 어떻게 재구성했는지, 현대 미디어 아트를 어디서 쉽게 접할 수 있는지 궁 금한 학생들에겐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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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그리는 화가 에바 알머슨>
▲ 한가람 미술관, 2018년 12월 07일 ~ 2019년 3월 31일
<행복을 그리는 화가 에바 알머슨> 작품전의 배경은 서울이다. 과거의 화가들은 자기 자신의 예술 세계를 작품에 반영했지만, 에바 알머슨의 예술 세계에선 관객이 고려의 대상이 된다. 화가가 서울에서 직접 보고 겪었던 도시의 일상과 북촌 한옥마을, 서울타 워와 같은 관광지까지 작품에 포함하여 관객과 공감대를 형성한다. 서울을 매개로 작가 와 관객은 동등한 눈높이에서 대화를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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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뮤지엄 테라피 디어 브레인>
▲ K현대 미술관, 2019년 2월 16일 ~ 2019년 5월 19일
<뮤지엄 테라피 디어 브레인> 작품전은 박물관 치료전이라는 독특한 타이틀을 갖고 있다. 그래서 전시회 자체도 미술 작품을 전시하기보다는 포토존의 형태에 가깝다. 하 지만 ‘뇌를 이완시키고 안정을 준다’는 주제와 걸맞게 곳곳에 설치된 조형물들은 화려한 컬러감과 결합하여 전시회 그 자체를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만든다. 또한 대부분의 조형 물을 관객이 직접 오감으로 느끼며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하여 관객이 주체가 되는 전시 를 실천한다. 이는 일방적으로 작품을 감상하는 전시의 형태가 과거와는 달리 관객 참 여형 전시의 방향으로 그 흐름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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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 해링 : 모두를 위한 예술을 꿈꾸다>
▲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M배움터, 2018년 11월 24일 ~ 2019년 3월 17일
“어떤 작품도 정해진 의미는 없다. 작품의 현실, 의미, 개념을 창조해내는 것은 바로 관 객이기 때문이다. 나는 모든 생각을 하나로 모으는 중재자일 뿐이다.” 키스 해링(Keith Haring)은 고급문화로 영위되던 당시 미술의 폐쇄성을 대중에게 끌 어다 놓은 대표적인 팝 아티스트이자 현대미술 작가이다. 키스 해링을 주제로 한 이 전 시는 관객과의 소통을 원했던 그의 예술관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그의 영상이 재생되는 터널 형태의 입구는 마치 우리가 그의 삶에 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한다. 또한 단순히 일대기 나열 아닌 키스 해링의 예술관을 관객에게 전달 하고자 한다. 사회문제, 인생관을 담은 그림들은 공감대를 형성하였고, <무제> 시리즈 는 관객에게 작품의 해석을 맡긴다. 한 아티스트의 삶을 관객에게 어떻게 전달할지 고 민하는 현대 전시의 모습을 보고 싶다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몇몇 사람들은 전시회를 보고 ‘현대미술을 배우기엔 너무 가벼운 거 아니야?’라고 생각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재 진행하고 있는 여러 전시회야말로 현대 예술의 흐름을 가장 적극적으로 반영하며 미술 분야의 최신 유행을 살펴볼 수 있는 길이다. 이제 부담과 어려 움을 벗고 우리 주변의 현대미술을 하나씩 즐겨보면서 그 매력에 조금씩 빠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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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보이지? 레드요.
▲ 연극 <레드> (출처 : 연합뉴스)
▲ 연극 <레드>의 한 장면 (출처 : 아시아 경제)
연극 <레드>는 미국 추상주의의 대표 화가 ‘마크 로스코’와 가상 인물인 조수 켄의 삶 을 다룬 2인극이다. 연극 속 인물들은 단지 세 가지 색으로 미술 세계에 관해 이야기한 다. 하양, 검정, 빨강. 그러나 이는 색의 개념을 넘어 그들의 예술관과 인생관을 관통하 는 의미를 지닌다. 검정색과 흰색은 죽음을 의미한다. 켄에게 흰색이란 결핍이고 마크 로스코에게 검정은 두려움이다. 그래서 켄은 하얀 캔버스를 레드로 채우려 하고 마크 로스코는 레드가 블랙으로 물들어가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들에게 레드란 인생 철학이 고 생(生)에 대한 열망이며 예술은 무엇인가에 대한 고뇌 자체이다. 그리고 연극의 막바 지에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뭐가 보이지? 레드요.” 현대미술은 정확한 해석을 제공해주지 않는다. 이것이 우리가 현대미술을 모호한 것, 난해한 것, 어려운 것으로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이다. 하지만 만일 당신이 이 연극의 마지막 대사를 이해했다면 아니, 이해할 준비가 되었다면 그걸로 되었다. 이 글이 많은 사람에게 현대미술을 궁금해하고 관심을 갖게 할 좋은 기회가 되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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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한양인이 INTERVIEWEE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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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일상日常
한양대학교 학생이라면 졸업을 위해 꼭 수강해야 하는 필수과목 들이 있다. 필수과목을 수강하면서 한양대학교가 추구하는 이념을 배울 수도 있고, 시대가 요구하는 지식을 배울 수도 있다. 하지만 과도한 이수 학점과 고정적인 내용은 학우들에게 불편하게 다가오 기도 한다. 학우들은 과연 필수과목에 대해 어떠한 생각을 하고 있 을까? 연극영화학과 18학번 문채은 학우를 만나 솔직한 이야기를 연극영화학과 18학번 문채은
들어보았다. 수습위원 한성현 dlite1017@naver.com
1. 필수과목을 수강하면서 좋았던 점이나 나
평가에 따라서 학생들 개개인에 따라 다른
빴던 점이 있을까요?
입장이 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강의의 내
좋았던 점은 학과 내에서 배우기 어렵지만
용 또한 과목에 따라서 다를 것이라는 생각
학교 측에서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타 분야
이 듭니다. 다만 몇몇 과목에 경우 ‘수박 겉
의 수업을 들을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학
핥기’식의 수업들도 존재하여 아쉽다는 생각
교에서 선별한 특정 과목들을 필수라는 명
이 들었습니다.
목하에 수강함으로써 새로운 지식을 알게 될 뿐만 아니라 성적을 잘 받기 위해 열심히
3. 필수과목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듣게 된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반면, 필
요? 그렇다면, 어떤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할
수 과목이 본인의 관심사나 적성과 맞지 않
까요?
을 때 좋은 성적을 받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어떤 경우든 문제가 없을 수는 없기에 개선
들게 만들었다는 점은 필수과목의 단점으로
의 필요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모두가
다가왔습니다. 다른 선택 교양 과목과는 달
만족할 수 있는 개선을 하는 데는 어려움이
리 무조건적으로 그 과목을 수강해야만 한
있겠으나, 학생들의 강의 평가 기록 등을 활
다는 사실은 학생들에게 선택권도 없이 특
용하여 수강 과목의 수를 줄이거나 필수 교
정 과목을 수료해야 한다는 부담을 준 게 아
양 중에서도 과목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닌가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는 등 대다수가 만족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2. 필수과목의 수나 강의의 내용은 바람직하 다고 생각하시나요? 개인차가 있겠지만 필수 과목의 수 자체는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습 니다.하지만 각 과목의 난이도나 교수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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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학기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이강현 학우의 횡령 사실은 학교를 벌컥 뒤집어 놓았다. 한양대학교 학생을 위해 쓰여야 할 학 생회비가 개인적으로 사용되자 많은 학생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이에 대한 한양대학교 학생들의 입장을 듣기 위해서 『한양』은 미 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18학번 이화영 학우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 어 보았다.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18학번 이화영
수습위원 이채움 lcu2400@naver.com
1. 지난 2학기 비상대책위원회 내부의 횡령
3. 학생회비 횡령도 이슈가 되었지만 적지 않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은 금액을 횡령하기까지 누구도 이를 포착하
저는 가장 처음 한대방송을 통해 알게 되었
지 못했다는 것 또한 논란이 되었습니다. 이
고 그 후 한대신문의 기사를 통해 더 자세히
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차차 인터넷 기사들
비상대책위원장은 많은 학우의 신뢰를 받아
도 읽어보니 한편으로는 안타까웠지만 횡령
그 자리를 맡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하
한 학우가 뒤늦게 밝혔다는 사실이 그나마
지만 학생회비 내역을 꼼꼼히 검토해야 하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는 비상대책위원회에서 학생회장을 극도로 신뢰한 나머지 횡령 사태를 발견하지 못하
2. 횡령 사실을 접하고 나서 자신 혹은 주변
여 횡령 사건이 아무도 모르게 넘어갈 수 있
의 반응은 어땠나요?
는 위기까지 갔다는 사실에 한양대학교의
처음 기사를 접했을 때에는 자신의 학교에
학생으로서 크게 실망했습니다.
서 일어난 일이라 믿기지 않을 만큼 충격을 받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후배
4. 앞으로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
가 되는 19학번 친구들이 학생회에 필요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
학생회 회비를 내려고 하지 않을 것 같아 걱
나요?
정이 많이 되었고 재학생들과 학부모님들께
이번 횡령 사태로 학생들의 학생회와 비상
서 하실 걱정 또한 작지 않을 것 같았기 때
대책위원회에 대한 불신이 자리하게 되었
문입니다. 타학교에 재학 중인 친구들도 인
는데 학생회와 비상대책위원회의 진심 어린
터넷 기사를 접하고 걱정을 해주기도 했습
사과와 앞으로 재정 내역을 투명하게 관리
니다.
하여 모든 학생이 언제든 확인할 수 있는 제 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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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日記, diary)의 순우리말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기 위하여 부편집장 김경모(kgm0822@naver.com)
흔히 초면인 사람과 대화해선 안 되는 소재로 두 가지를 꼽는다. 정치와 종교가 바로 그것이다. 왜 우리는 음식이나 영화 등에 대해서 편히 이야기 나누는 것처럼 정치와 종 교에 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 이유를 곰곰이 고민해본 결과, 나는 소재를 다르게 분류하기 때문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우리는 음식, 영화를 ‘기호’의 영역 에 두는 반면, 정치와 종교는 ‘당위’의 영역으로 여긴다. 주변에서 우린 흔히 장난처럼 탕수육 소스를 찍어 먹느냐 부어 먹느냐를 두고 싸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로맨스 냐 스릴러냐를 두고 다투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다툼은 결코 심화되지 않는다. 그걸 두 고 전쟁을 하는 사람은 없지 않은가. 기호에 대해서 사람들은 대체로 사려 깊은 관용을 보여준다. 비록 나는 해산물을 역겨워하고 힙합을 싫어하며 공포영화를 두려워하지만, 세상에는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다. 아마 앞으로도 나는 해산물이 맛있어지는 경험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지만, 최소한 ‘해산물이 맛있는 경 험’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실은 안다. 당장 내 주변만 봐도 그런 경험을 해본 사람이 셀 수 없이 널려있다. 하지만 정치와 종교 앞에서 이런 관용은 언제 그랬냐는 듯 급격히 쪼그라들고 만다. 우리는 세상에 나와 다른 정치적 지향을 가지고 있거나 나와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이 있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사람을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한다. 기호의 차이가 생기는 이유는 그 사람과 나의 경험이 달라서라고 생각하지만, 당위의 차이는 그 사람이 뭘 몰라서 생기는 문제로 여긴다. 따라서 정치적 성향이나 종교가 나 와 다른 사람은 가르침을 받아 고쳐져야만 하고, 할 수 있으면 교화시키되 그게 어려우 면 제거해야 할 존재가 되어버린다. 그러니 어느 정도 친한 사이더라도 우리는 정치와 종교에 대해서 잘 이야기하지 않는다. 타인에게 배척될 위험을 피하고, 이미 어느 정도 친해진 사람에게 괜한 편견이 생기는 걸 원치 않기 때문이다. 타인을 교화시키고 싶으나 현실에서 함부로 생각을 꺼내기는 위험하다는 딜레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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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인터넷을 통해서 해소하는 듯하다. 특히 정치 관련 글은 인터넷 뉴스나 익명 커 뮤니티에서 밤하늘의 별처럼 널리고 널렸다. 최근에는 페미니즘도 여기에 합세했다. 그 렇게 널리고 널렸건만, 제대로 된 대화를 찾기 별을 따기보다 어렵다. 마치 집단으로 마 음 맞는 사람끼리만 모여 서로에게 독백하는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중요한 건 얼마나 상 대 진영을 시원하게 깎아내릴 수 있는지와, 해당 사이트에 우리 진영의 사람이 많은지 뿐이다. 부족하다 못해 부실한 논리는 이 두 가지로 해결된다. 한때 나에게도 그런 욕망이 있었다. 나와 다른 저들을 계몽시키겠다는, 나에게 동화 시키겠다는 욕망 말이다. 오히려 남들보다 그런 욕망이 컸다. 적당했으면 그냥 남들 하 는 대로 키보드 워리어 짓을 하는 정도에서 그쳤을 것이다. 내 생각을 좀 더 논리적으로 증명하기 위해서 열심히 공부했다. 아마 내가 정치, 경제, 철학, 심리학 등등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그래서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다가 깨달은 것은, 누구나 나름의 논리는 존재한다는 사실이었다. 명쾌하게 정리되는 건 많지 않았다. 그때부터 나와 다른 사람 을 조금이라도 더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물론 지금도 여전히 나에겐 타인을 계몽시키겠 다는 욕망이 있다. 하지만 동시에 나는 내가 타인에게 뭔가를 강요할 만큼 옳지도 않고 잘난 사람도 아니라는 것을 의식하고 있다. 분명 내가 더 마음 끌리는 진영이 있지만, 거기에 얽매여 있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건 결국 대화라고 나는 생각한다. 꽤나 진부한 결론이지만, 아무리 잘난 사람도 혼자서 끊임없이 자기 생각을 비판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니 말이다. 나는 다른 사람들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관용을 확장하여 정치와 종교 문제에도 적용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 그렇게 된다면 언젠가 는 현실에서도 자유롭게 그런 문제에 대해서 서로 감정이 상하지 않은 채 토론하며,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날도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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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적이
일기(日記, diary)의 순우리말
진인(眞人) 수습위원 박준영(junyouung1204@naver.com)
나는 역사를 좋아한다. 그래서 한때 예전에는 사학과를 가서 대학원을 진학하고 연구 자로서의 길을 걷고 싶었을 때가 있었다. 하지만 주변의 환경 때문인지 아니면 나의 나 약함 때문인지, 결국 그 때 그 마음은 마음으로만 남겨져있다. 그렇지만 지금도 틈나면 역사책을 읽거나 관련 개설 수업을 수강하려고 노력한다. 그래서인지 나의 대학 첫 학 기 첫 교양은 모두 역사와 관련된 교양이었다. 내가 좋아하는 역사를 맞은편에 두고 다 른 학문을 공부한다는 왠지 모를 씁쓸함을 달래기에는 딱 좋았다. 그렇다고 내가 현재 배우는 학문이 싫은 것은 아니다. 현재 학문도 내가 좋아하는 학문이었다. 단지 역사가 더 좋았을 뿐. 그때 ‘사마천과의 대화’라는 교양과목을 수강했다. 나름 내 기준에 최고의 역사가라 고 생각하는 사마천의 『사기』에 대해서 배울 수 있었기에 선택했다. 수업은 사마천이 사 기를 통해 후대에 전하는 메시지와 당신의 신념에 대해 다루었다. 자신의 뜻을 위해서 소신을 지키다 궁형(宮刑)에 처해진 사마천. 그가 사기를 통해 이야기 하는 주제는 감히 딱 하나라고 말할 수 있다. ‘나를 알아주는 그 사람(眞人)’
사마천은 자신과 아무 관련 없는 ‘이릉’이라는 장수를 변호하다가 한 무제의 노여움 을 사서 처형당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역사서를 집필해야 하는 그였기에, 사형을 면 하고자 50만전을 지불하거나 궁형을 선택해야 했다. 처음에는 주변 지인들이게 돈을 빌 리고자 하였다. 하지만 그 누구도 돈을 빌려주지 않자, 궁형을 택했다. 사마천은 『사기』 를 통해 수많은 의인과 영웅을 집대성하면서 “‘나를 알아주는 그 사람(眞人)’이 나에게도 있었더라면” 이라는 한탄을 전한다. 나에게도 사마천이 말한 ‘그 사람’을 만날 수 있는 날이 있을까. 여태 인생을 살아오면 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지금 내게도 주변에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진정 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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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적이
알아주는 몇이나 있을까. 고교에서 대학으로 진학하면서, 대인 관계는 넓어졌고 그만큼 그 관계에 있어서 책임도 생겼다.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이 환경 속에서도, 문득 자세히 알 수 없는 외로움이 나를 엄습해온다. 그것은 가족과 떨어졌다는 것도 아닌 그렇다고 내게 말을 걸어줄 친구가 없는 것도 아닌, 나를 진정으로 알아주는 사람을 아직 못 만났 다는 것에서 오는 파도가 아닐까 하다.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다. 사람은 본래 혼자 태어나서 잠시 머물렀다가 혼자로 되돌 아가는 과정을 밟는다고. 나는 그 과정에서 그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그 사람은 단순 나에게 있어서 소중한 사람, 사랑하는 연인 그리고 가족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 것 같 다. 관포지교(管鮑之交)라는 사자성어로 전해지는 관중과 포숙아의 관계에서처럼, 진 정으로 나의 진(眞)을 알아주는 사람은 있을까. 아마 인생에서 그 사람을 만나는 사람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지 않을까. 앞으로의 인생에서 그것이 나의 숙제일 것 같다. 해결 한다고 해도 해결할 수도 없고 거부한다고 해결이 안 되는 것도 아닌 숙제. 나도 언젠가 그 사람을 만나고 누군가에게 그 사람이 되어주고 싶다.
한양 1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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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적이
일기(日記, diary)의 순우리말
back to the 교지 수습위원 이승호(sharingmv@naver.com)
이번 호에서 통큰 결심을 하여 모든 과의 학생회비를 분석하는 기사를 내기로 했다. 하지만 지금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이 예상하듯이 이건 무리한 기획이었다. ‘무작정 발 로 뛰면 되겠지’라는 생각은 당신의 발이 오로지 두 개뿐이라는 사실을 간과한 것일 뿐 이다. 19학번이 교지에 수습으로 들어와 새로이 기사기획을 한다면 발로만 뛰는 기사와 앉아서 전문 서적만 짜깁기하는 기사 그 사이의 적절하고 오묘한 아이템을 찾는 걸 추천 한다. 그곳에 기사의 유토피아가 있다. 3월에 의무소방원 시험을 치르고 합격한다면 곧 입대를 하러 갈 거다. 하지만 무계획 으로 군대에서 2년을 보내려는 생각은 절대 없다. 이미 군대에서도 어떻게 살아가야할 지 모든 플랜은 준비됐다. 현재도 그 플랜을 하루하루 따라가는 중인데 그래서 머지않 아 교지도 조기졸업하게 될 것이다. 편집위원 직책도 달지 않은 채로 졸업한다면 YB와 OB의 사이에 있는 무언가가 되는 걸까? 글을 쓸 때마다 이문열의 책에서 언어의 한계에 슬퍼하는 그의 모습이 떠오른다. 이 날적이도 내 생각과 감정을 오롯이 담지 못할 거 같아서 아쉽다. 월요일과 수요일마다 회의하며 퇴고와 퇴고로 만들어진 교지 겨울호를 봤을 때는 이 멋있는 교지를 만드는데 내가 기여했다는 뿌듯함이 들었다. 그 뿌듯함이 교지에의 소속감으로 변화해가며 계절 도 봄으로 변했고, 새로운 기획에 참여하며 나는 팩트체크 코너의 전문 기자가 되어갔 다. 반년이라는 시간 동안 나만큼 팩첵을 많이 쓴 기자는 없을 거다. 이번 봄 호에서는 발로 뛰는 기사를 감당하지 못해서 폭파를 해본 경험을 한 덕에 쓸 모있는 능력 하나를 얻게 됐다. 이제는 무모한 기획이 무엇인지 한눈에 구별이 되는데, 이 능력이 단지 기사를 쓰는 데만 도움 되겠는가? 그리고 한양대 각 부처에 매일 전화 해가며 인터뷰를 따내려고 안간힘을 썼던 경험도 하나의 깨달음을 갖게 해줬다. 기자의 발로 뛰는 능력은 낯에 철판을 깔고 인터뷰를 따내는 능력에 비례한다. 이제는 뉴스에 서 기자들이 인터뷰 하나를 따내보겠다고 물고 잡아당기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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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적이
이해가 간다. 친구 따라 강남 가듯, 처음에는 그저 경모 따라 교지 왔지만 역시 잘 왔다고 생각한 다. 다들 재밌고 좋은 사람들만 있어서 작년의 휴학 생활을 재밌게 보낼 수 있었다. 군 대에 가기 전에 교지에서 나가야겠지만 2020년도에도 또다시 적을 변경하며 백 투 더 교지할 수 있을까?
한양 1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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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교지 편집위원회 광고비 사용내역(12,1,2월) 1. 106호 내부원고료
1,463,000원
2. 106호 외부원고료
152,600원
3. 비품구입비
0원
4. 기타
0원
합계
1,615,600원
* 금액 사용 기준 외부 원고료 : 외부 필진 원고료 및 한양 학우 기고 원고료 비품 구입비 : 사무용품 구입비 및 수리비 기타 : 문화상품권 지급비, 교비 발송비, 복사비, 송금 수수료, 교통비, 홍보비 등
* 2018년 12, 2019년 1,2월 사용내역입니다. * 정확한 원고료 책정을 위해, 교지가 발행된 이후 pdf 파일을 이용하여 원고료를 책정합니다. * 본 106호의 원고료 책정 내역은 107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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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학년도 수습위원 지원서 이름 생년월일 학과, 학번 관심분야 경력 주소 연락처 E-mail
지원동기
위와 같이 2019학년도 『한양』 교지편집위원회 수습위원 모집에 지원합니다. 201 년 지원자
월
일 (인)
『한양』교지편집위원회 한양 1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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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후기 김현진
김경모
제가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편집장 따돌림’
어느덧 글을 쓴 지 1년이 다 되어갑니다. 편
을 이젠 당하는 입장입니다. 기자 시절에 그
집위원이 된 지 반년도 안 지났는데 눈 떠
러지 말걸.... 후회 중입니다만 어쩌겠어요.
보니 부편집장이라는 직함을 가지게 되었
마감 시즌에 급격히 말수가 줄어들길래 열
네요. 아마 제가 교지 역사상 가장 초고속으
심히 글 쓰느라 조용한가보다- 했더니 어
로 승진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번 호도 정
쩜 그렇게 다른 방에서 떠들고 있을 수 있
말 쉽지 않았던 호였습니다. 인터뷰하랴, 피
나요? 심지어 제가 스파이를 이용해 방에
드백하랴 동분서주한 3달이었습니다. 심지
침입하니 바로 강퇴시켜버린 노조위원장님,
어 새터에 가서도 글을 쓰고 있었으니... 지
잊지 않아요 그날의 수모.
금 생각해도 슬프네요. 이번에 새로 같이 작업하게 된 채움이와 성
세은, 경모, 다미, 혜선, 준영, 승호, 채움, 승
현이 누나도 고생 많았습니다. 채움이는 수
현. 이번 호는 각자의 책임감과 더불어 무력
습위원답지 않게 안정적으로 글을 잘 쓰던
감을 느꼈을 것 같아요. 다만 여기서 중요한
데 리스펙합니다. 성현이 누나도 저랑 같이
것은 역설적이게도 그런 무력감만이 새로운
작업하면서 동시에 다른 난해한 주제의 글
힘을 준다는 사실입니다. 사람이 참 간사한
쓰느라 힘드셨을 텐데, 묵묵히 잘 따라와 줘
게, 지나고 보면 핏대 세우며 열띠게 토론하
서 고맙습니다. 다른 편집위원과 이번에 편
며 보낸 밤들만이 떠오릅니다. 쉬이 넘긴 때
집위원되는 사람들도 다들 수고 많았습니
가 생각나거나 그리운 적은 없습니다. 각자
다. 앞으로는 더 분발해야 할 것 같네요. 다
의견이 부딪히더라도 목소리를 거두지 말
같이 힘을 냅시다.
아주세요. 부딪히는 순간순간 서로의 추억 을 강제 생성해 주는 셈이니까요. 많이 다툽
전세은
시다. 화해야 집 가는 길에 편집장 지갑으로 하면 되는 일 아니겠어요?
어느덧 네 권을 내게 되었네요. 해가 바뀌었 고, 2학년이 되어버린 게 실감나요. 흘러가 는 시간 속에 밀도를 채워준 교지,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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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후기
요. 저번 조각달 호를 내고 이번 호를 내는
니다ㅠㅠㅠ 경모도 아낌없이 피드백 해주
사이에 꽉 찬 슈퍼문이 떴죠. 저에게 있어서
고 성적정정기간에도 도움 많이 줘서 너무
교지도 내 것 같지 않다가 온전히 내 것 같
고마워 이번에 너 덕분에 파티룸 엠티도 너
아진 게 이번 호였어요. 많이 고민했지만 그
무 즐거웠다!! 이번에 저랑 같이 글을 쓴 채
만큼 더 치열하진 못했던 것 같아 부끄럽습
움이도 너무 고마웠습니다. 첫 수습 글이라
니다. 현진이, 여러 명의 아기새들 멱살 잡
고는 믿기지 않을 바이브를 보여주었는데,
고 이끄느라 너무너무 수고 많았어. 더클래
오히려 제가 리드 당했어요. 넌 정말 최고
식 술통 동 내러 가자. 경모, 나와 함께 들어
야. 성현언니도 이번 글 두 개 다 쉽지 않았
와서 이제는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
을 텐데 잘 버티신 것 같아 제가 배울 점이
는... 넌 나의 영원한 동.기.야. 다미, 혜선, 승
너무 많아요. 지난번에 커피 너무 잘 마셨고
호, 준영, 성현, 채움이. 더 많이 챙겨주지 못
진짜 우리 책 소모임 잘 해봅시다!! 잊지 않
해서 미안해. 여러분이 알아서 잘 할 사람들
고 생일 축하해준 혜선이★도 우리 맨날 놀
이기 때문에 참견 안했던 거라 해두고, 맛있
러가자~ 놀러가자 했었는데 해가 바뀌어서
는 것을 많이 많이 사주겠어요. 내 지갑 털
야 놀러가는 구나ㅋㅋ 이번에 짧고 굵게 여
어갈 편집이 수습이 구함~!
러 번 놀자 올 한해도 잘 부탁해 네가 있어 서 다행이야. 이제 보니 무슨 수상소감 같네
소다미
요. 고무신 신는다고 놀렸던 박준영과 이승 호는 군대나 가라~★ 다들 모두 애정하고
소위 풀린 군번이라고 하던가요, 저는 교지
사랑합니다.♥
에 제 글을 한 번 올리고 편집위원이 되었 습니다. 경모와 더불어 빠른 승진이 아닌
김혜선
가 싶습니다. 한참 부족한 저에게 마음 도움 준 현진언니, 세은언니 너무 고맙습니다. 아
기나긴 겨울방학이었습니다. 이번 호를 준
직 한참 커야 하는 우리들 챙겨주고 피드백
비하면서 저 자신을 계속해서 돌아보게 되
해 주시느라 너무 고생 많았어요. 아가들 챙
었기에 더욱더 알찼던 방학이라고 생각합
기시랴, 구구들 놀아주시느랴 정신이 하나
니다. 그동안 자신을 얼마나 자만했는지 느
도 없으셨을텐데 굉장히 리스펙하고 사랑합
꼈고, 모르는 분야에 손을 댄 것을 후회 중
한양 1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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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니다. 또 제 기사 때문에 모두에게 고생만
웠습니다. 최연소 승진길을 오르고 있는 우
시켜 미안한 마음도 함께 드네요. 다음 기사
리 김경모 부편집장 ㅋㅋ 부디 편집장까지..!
는 부디 좋은 질로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별
나랑 입사 동기인 혜선아! 앞으로도 잘해보
로 해낸 게 없는데 벌써 편집위원이라니 부
자~! 한때(?) 동기였고 지금도(?) 동기인 다
담감도 생기네요. 부담감과 잡념이 유난히
미야~ 힘내라~ 남일 같지가 않다. 그렇다
많아졌습니다. 과연 1학기를 제대로 보낼 수
고 삐지지 말고~ 나랑 같이 교지에서 웃음
있을지에 대한 의문과 휴학을 하고 싶은 요
꽃을 피우는 승호야~ 계속 이어나가자!! 최
즘입니다.
근에 만난 성현 누나하고 채움아~ 먼저 성 현 누나 학과에 대한 팁하고 생활 정보 많
박준영
이 공유하고 나중에 다 같이 놀러가요..! 그 리고 채움아 지금보다 더 많은 시간동안 함
어느덧 벌써 교지에서의 6개월이 흐르고 새
께 교지에서 노동(?)해야 하니, 그 동안 서
로운 학기를 맞이하였다. 아직까지도 내가
로 친해지자. 마지막으로 조민우 형과 박지
교지에 싣는 기사를 쓴다는 게 신기하고 어
우 전 편집장 누나! 엠티 즐거웠어요!!
렵다. 항상 최선을 다해서 글을 작성하고 한 양대학교 학우들의 이익을 위해서 고군분투
이승호
했지만, 잘하는 것과 최선을 다하는 것은 다 르기에 어땠을지는 잘 모르겠다. 벌써 시간
이번에도 팩트체크만 두 개라니 너무 좋군
이 흘러 어느덧 수습위원에서 편집위원으
요. 아 편하다는 얘기가 아니라 제 성향이
로 승진을 하니, 뿌듯한 마음과 그에 따른
랑 팩트체크랑 맞아서 좋다는 이야기입니다
책임이 동시에 온다. 짧지만 굵은 시간을 보
~~저는 팩첵이 정말 교지에서 중요한 코
낸 전 편집위원 송채은, 임희진 누나들 교지
너라고 생각해요. 우선 교지는 학생자치언
실에 많이 놀려오세요. 그립네요. 지금 우리
론이기 때문에 학교만을 대변하는 것이 아
한양교지를 이끄시는 김현진 편집장 누나
니라 학생들의 입장도 적극적으로 대변할
에게 항상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이 큽니다.
수 있어야 합니다. 팩트체크는 그러한 교지
우리 교지에서 가장 연장자(?) 전세은 누나,
의 의무에 부응하여 학교제도개편이나 기숙
같이 토론할 때가 많았는데 그때마다 즐거
사 건축 소문 등 학생들이 최근 궁금해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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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후기
는 사안에 대해서 학교만의 입장이 아닌 중
학생이었어요. 그런데 기사를 쓰다 보니 어
립적인 시각으로 조사하고 발표합니다. 그
떻게 하면 다른 사람을 설득할 수 있을지에
래서 팩첵도 학내 기사 한 편 못지 않게 매
대해 계속해서 고민하게 되더군요. 교지에
우 중요한 코너인 거죠. 이쯤이면 팩첵이 기
들어온 것은 제 대학 생활에서 정말 현명한
사만큼의 중요성과 비중을 가졌다는 사실을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편집장 현진언니, 부
경모, 다미도 인정하겠네요. 나는 이제 군대
편집장 경모, 세은언니, 성현언니, 준영이,
를 갈테니 나를 이어서 팩트체크를 부탁한
승호, 혜선이, 다미...부족한 저를 도와주셔
다ㅠ
서 모두 정말 고마워요! 다음엔 더 좋은 기 사로 보답하겠습니다! <(^ㅇ^)/
이채움 한성현 ‘과연 될까?’ 싶었던 106호가 드디어 나오 네요. 교지에 들어와 출간하는 첫 호인지라
어린 시절 친구들이랑 놀 때 한두 명씩 있
설렘 반 걱정 반으로 하루하루를 보냈던 것
었던 ‘깍두기’마냥, 이번 호를 쓰면서 저는
같아요. 사실 교지에 들어온 건 진지하게 기
늘 도움만 받았어요. 특히 글을 같이 썼던
사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새로운 사
세은 언니와 경모에게 많이 기댔습니다. 아
람도 만나고 더 알찬 학교생활을 할 수 있
쉽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솔직히 좀 많
진 않을까 하는 가벼운 이유가 컸어요. 그런
이 부끄러워요. 흑흑. 다음 호에는 기대지
데 교지에서의 한 달은 훨씬 더 값진 시간
않고 오롯이 혼자 설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이 되었던 것 같아요. 만약 교지가 없었더라
3학년이 되어서야 교지의 문을 두드렸는데,
면 전 방에 틀어박혀서 아무 생각 없이 방
민망하지 않게 환영해준 교지 친구들 모두
학을 보냈겠죠.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글 뿌
교지에 와서 가장 좋았던 점은 제 생각을
셔! 인생 뿌셔!
더욱 명확히 할 수 있다는 점이었어요. 이 전의 저는 혹시나 틀릴까 제 생각을 말하 지 못했던, 어쩌면 자기 생각이 무엇인지조 차 모른 채 남들의 의견을 따라가기만 했던
한양 1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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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지발행을 축하합니다
신현관 선배님(전기공학과), 최성우 선배님(산업공학과), 이방수 선배님 (경영학과), 박원규 선배님(무기재료공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