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 페르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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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 페르마타

학생자치 데이터사이언스 블랙보드 강사법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Summer

낙태죄

2019 vol.107

한양사회봉사

인구절벽 국민연금 기본소득제 진지충 다크투어

르 :

충 분 히

마 느 리 게

한양교지편집위원회


김현진

김경모

소다미

교단,무대,책_끝

이것은 김경모가 아니다

Avengers assemble!

김혜선

박준영

이채움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

오늘을 사는 나, 내일에 있는 너

멈뭄미-♡

한성현

이지원

김도현

ㅈ... 죽여줘....

라떼는...바닐라 라떼..!

고래

편집장_ 김현진 국악과 16학번 HYgyoji@gmail.com 부편집장_ 김경모 교육학과 18학번 kgm0822@naver.com 편집위원 소다미 교육공학과 18학번 sodami0127@gmail.com 김혜선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18학번 tjs9907@naver.com 박준영 경제금융학부 18학번 junyoung1204@hanyang.ac.kr 수습위원 이채움 사학과 18학번 lcu2400@naver.com

한성현 경제금융학부 17학번 dlite1017@naver.com 이지원 사회학과 18학번 ljiwon_1212@naver.com 김도현 컴퓨터소프트웨어학부 18학번 k.dohvis@gmail.com 펴낸이

김현진

엮은이

한양대학교 『한양』 교지편집위원회

주소

서울시 성동구 왕십리로 222 한양대학교

학생회관 4층 교지편집실

전화

010-4022-3257

디자인

(주)티에스업앤업 02-2285-6846

펴낸날

2019 여름

*학생회비에 포함된 교지 대금 2,000원을 내주신 학우 여러분이 『한양』의 주인입니다. *본지는 한양 학우의 소중한 학생회비와 광고비로만 만들어집니다. *본지에 게재된 기사나 사진의 무단 전재 및 복사를 금지합니다. *본지가 나올 수 있게 도움을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HANYANG 2019 vol.107

Summer

르 :

충분히

마 느리게


목차

004 여는 글

008 학생, 자치를 묻다 020 데이터사이언스학과, 한양의 도전과 논란 032 한사봉, 태도가 끔찍이 안 좋아 실망이에요 044 블랙보드, 잘 쓰고 계신가요? 054 사라진 강사님을 찾습니다.

072 낙태죄, 법정에 서다 084 24년간 반복되는 이야기 098 인구절벽, 그 벼랑 끝에서 114 받을 수 있나요? 국민연금


126 일하지 않아도 돈 받는 사회 138 진지한 게 죄인가요?

154 1919, 그 날의 흔적을 기억하며

166 생명과학과 18학번 이승현 168 연극영화학과 19학번 김현표

날적이

170 마지막 권력 남용 172 게임중독에 대한 고찰 174 설득할 의무는.. 없을까?


여는 글

이번 책의 제목은 페르마타입니다. 페르마타는 음악 기호로, 늘임표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박자가 바뀌는 구간에서 그 이음새를 담당하는 역할을 맡고 있지 요. 그렇기에 오케스트라는 페르마타 부분에서 지휘자에게 눈을 뗄 수 없습니다. 손끝 에서 맺어지는 지휘자의 해석은 속주 부분보다 더 큰 긴장을 불러옵니다. 합의된 느림 은 관객에게 희열을 선사합니다. 느림 다음에 바뀌는 박자에 만족감을 느끼며 말이죠. 음악의 표정을 제일 잘 관찰할 수 있는 때가 바로 늘임표를 연주하는 시점입니다. 우리는 음악 뿐만이 아니라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에서도 페르마타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유예, 준비, 숙고 등 여러 단어로 표현되는 늘임표는 가장 극적이고 성공 적인 사건의 신호탄이 됩니다.

학교는 작은 사회입니다. 많은 자치기구가 존재하는 이유 또한 작은 사회가 유지되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나 학생들은 더이상 총학생회를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그 들의 가치가 필요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누군가 현재의 비상대책위원회가 무능하다 고 말했습니다. 총학생회는 필요 없지만 총학생회의 역할은 누군가가 계속 맡아주었으 면 좋겠다는 말일까요? 이러한 생각은 우리 사회 전체에 퍼져있습니다. 관심이 점점 소 실된다는 것은 사회가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는 그것을 알 고 있기에 여러 대안을 만들고 있습니다. 지금은 자치의 페르마타입니다. 『한양』은 학생 들의 관심을 믿습니다. 관심 속에서 자치는 새로운 변화를 끌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004

여는 글


학교를 가장 뜨겁게 달궜던 것은 졸속, 강행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데이터사이언스학 과 신설입니다. 학교 본부는 학생들의 합의 없이 여러 과의 인원을 줄여 새로운 과를 만 들었습니다. 그것이 대외적으로는 학교의 발전을 위한 일이라고는 하나, 그 과정에서 협의가 없던 것에 대해선 도리어 학교의 퇴보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무엇인가를 새 로이 할 때는, 구성원들과 소통하여 이끌어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 늘여진 시간 동 안 많은 의견이 부딪히겠지만, 그래야 새로움이 시작될 때 모두가 만족할 수 있기 때문 입니다.

이 외에도 많은 기사를 담았습니다. 블랙보드 도입, 강사법, 인구절벽, 국민연금 등 우리 학교와 사회가 당면한 문제들입니다. 어떤 사건들은 사람들의 관심을 필요로 하지 만, 반대로 몇몇 사건들은 사람들의 관심을 두려워합니다. 우리는 힘을 합쳐 거대한 페 르마타를 찍어주어야 합니다. 충분히 느리게, 그 느림 속에서 관심을 두어야 할 때입니 다.

곧 여름입니다. 사실 이미 여름일지도 모릅니다. 그저 지금껏 살아온 경험에서 나오 는 관성이 지금을 초여름이라고 칭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여하튼 우리는 지금 초여 름에 살고 있습니다. 초여름에는 교지를 읽어야 합니다. 충분히 느리게요.

『한양』 편집장 김현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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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학생자치 부편집장 김경모 kgm0822@naver.com

02 데이터사이언스 편집위원 박준영 junyoung1204@hanyang.ac.kr

03 한양사회봉사 수습위원 이채움 lcu2400@naver.com

04 블랙보드 수습위원 김도현 k.dohvis@gmail.com

05 강사법 편집위원 소다미 sodami0127@gmail.com 수습위원 한성현 dlite1017@naver.com


P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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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


# 학생자치

학생, 자치를 묻다 부편집장 김경모 kgm08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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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


“학생회 하면 뭐가 좋아요?” 학생회로 끌어들이려던 후배가 물었다. 앙다문 두 입술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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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에서 일상이 되기까지 2년째 ‘비상’이다. 어느덧 한양대학교에선 총학생회보다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 위)가 익숙한 풍경이 되어버렸다. 소위 ‘운동권 총학’이 없어졌으니 비대위든 뭐든 좋다 고 했던 게 겨우 작년의 일이었다. 그때도 비대위 체제였지만 상당히 많은 사업이 잘 진 행되었다. 가장 큰 행사였던 라치오스 축제는 대성황으로 끝났고, 2학기에는 그동안 진 행하지 못했던 총학생회 특별 장학금 사업1)도 정상적으로 운영되었다. 더불어 한양대 역사상 처음으로 수도전을 개최하기도 하였다. 많은 학우는 2017년과 비교하며 상당 한 만족감을 느꼈다. 하지만 너무 잘한 게 오히려 독이 되었던 걸까. 2018년도 2학기 말 에 진행된 총학생회 선거는 결국 투표율 미달로 무산되었다. 원인에 대한 추측은 다양 했다. 누군가는 학생들의 무관심이 문제였다고 말했고, 다른 누군가는 출마한 선거본부 (이하 선본)가 너무 성의가 없었다고 말했다. 딱히 총학의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는 의견 도 있었다. 원인이 무엇이었든 투표율 미달이라는 결과에 그 누구도 쉽사리 재보궐 선 거에 지원하지 못했고, 그 결과 한양대 학생들은 2년째 비대위를 맞이하게 되었다. 비대위라는 체제가 가졌던 신선함도 잠시, 올해는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한양대 학우 들은 만우절에 거짓말같이 라치오스 축제가 없어졌다는 소식을 들어야 했다. 작년과 달 리 축제 관련 업무를 경험해본 인력이 많이 줄었기 때문이다. 또한, 데이터사이언스 학 과를 신설하기로 하면서 학교 측은 몇몇 학과의 인원을 감축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학생 에게 통보했다. 물론 이것이 비대위 탓은 아니겠지만, 분명한 건 학생들이 자신의 목소 리를 낼 자리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학생 자치의 붕괴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지 만, 한양대는 최근 들어서 그것을 더욱 실감하고 있다. 특히 작년에 있었던 총학생회비 횡령 사건은 학생 사회 전반을 싸늘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이외에도 과 학생회에 대한 자잘한 횡령 의혹이 여러 익명 커뮤니티에 떠돌면서 그에 대한 불신감은 커졌다. 이런 상황 속에서 총학생회를 비롯한 학생회 전반의 필요성에 대해서 의문이 드는 것은 당연 한 일일 터다. 이에 『한양』에서는 학생회의 역사에 대해서 되새겨보면서,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고자 한다. 1) 총학생회에서 주관하는 장학금 사업으로, 학교 측에서 주는 교비를 통해 학생들에게 주거비와 교통비 를 지원해준다. 미생장학금이라고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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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


역사가 사라진 자리에 홀로 남은 총학생회 한국 총학생회의 역사는 상당히 길다. 오래된 총학생회의 경우 1960년까지 거슬러 올 라가는데, 한양대학교의 총학생회도 여기에 속한다. 공교롭게도 1960년은 한국 역사에 서 중요한 사건 중 하나인 4·19 혁명이 발생한 해다. 이 무렵 대학생들 사이에서 가장 중요한 의제는 민주화였다. 대학생이라는 지위에서 비롯되는 책임감, 젊음에서 끓어오 르는 혈기, 계속되는 이승만의 장기 집권 등 여러 요인이 뒤섞여 대학생의 사회 운동 참 여라는 결과를 낳았다. 그런 사회적 배경 속에서 탄생한 총학생회는 태생적으로 정치적 속성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이후에 있었던 여러 굵직굵직한 민주화 운동의 최 전선에는 늘 대학생이 있었고, 그중에서도 총학생회는 늘 중심에 있었다. 하지만 이런 흐름은 1990년대 후반에 크게 전환된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는데, 첫째로 학생운동에 대한 여론을 악화시키는 사건들이 발생했다. 대표적으로 연 세대 시위 사태와 이석 치사 사건을 꼽을 수 있다. 연세대 시위 사태는 1996년 8월 13일 부터 8월 20일까지 발생한 대규모 폭력 시위 사태로, 연세대에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이 하 한총련) 소속의 학생 2만여 명이 모여 항쟁한 사건이다. 한총련은 광복절을 기념해 북 한에서 열린 민족통일대축전에 2명의 대학생을 참가시켰고, 그들을 맞이하기 위해 판문 점으로 행진한 후 연세대에서 집회하기로 기획했으나 당시 문민정부는 이를 원천봉쇄하 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자 학생들은 이에 항의하며 연세대에서 농성을 벌였는데, 그 과정에서 시위를 진압하던 의경 1명이 사망했고 부상자도 속출하였다. 그 정도로 격렬한 시위였으나 과거 민주화 운동 때와 달리 독재에 저항한다는 것과 같은 뚜렷한 명분조차 도 없었다. 여기에 1997년 6월 무렵에 있었던 이석 치사 사건이 보태지면서 학생운동은 지지기반을 잃게 되었다. 이석 치사 사건은 당시 한총련 제5기 출범식 행사장으로 예정 되어있던 한양대에서 일어난 일로, 그 근방에서 배회하던 선반기능공 이석 씨를 경찰의 프락치2)로 오인한 학생들이 구타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다. 이와 같은 사건들은 그 동안 학생운동을 지지해왔던 시민들에게 회의감을 불러일으켰고, 등을 돌리게 했다. 둘 째는 1997년에 터진 IMF 외환위기이다. 이것은 대한민국 전반에 경기침체를 일으켰고, 2) 러시아어로서, 특수한 사명을 띠고 어떤 조직체나 분야에 들어가서 본래의 신분을 속이고 몰래 활동하 는 사람을 뜻한다. 비슷한 말로 첩자, 끄나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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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들의 탈정치화를 불러일으키는 요인이 되었다. 거대한 담론에서 벗어나 당장 자신 의 눈앞에 닥친 취업이라는 문제부터 해결해야 하는 처지로 전락한 것이다.

◀ 연세대 시위 사태

이런 변화에 총학생회도 무사할 수는 없었다. 일단은 역할에서 많은 변화가 일어났 다. 과거 총학생회의 주요 활동은 정치적 활동이었지만, 대학교에서 탈정치화의 바람이 분 이후로는 총학생회의 역할은 줄곧 학생의 복지를 보장하는 것이었다. 운동권을 자처 하는 총학생회도 현실적으로는 학내 의제에 더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일각에서는 이런 현상에 대해 ‘먹고사니즘’이라며 비판하기도 하지만, 학생들의 피부에 더 와닿는 문제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여지도 충분하다. 하지만 문제는 그보다 다른 곳에 있었다. 먼저 총학생회 활동을 하는 학생의 숫자가 줄었다는 점이다. 과거엔 총학생회 선거에 지원하는 선본이 하나밖에 없다는 걸 생각도 못 했지만, 지금은 선본이 둘 이상 이라는 걸 상상조차 하지 못한다. 이는 총학생회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을 단적으로 보 여준다. 총학생회뿐만 아니라 그보다 더 작은 규모인 단과대 학생회, 학과·학부 학생 회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양적으로든 질적으로든 학생회에서 일할 인력은 점점 더 줄 어들고 있다. 더불어 학생회비 역시 과거보다 줄어드는 추세이다. 물론 이것은 학생회 비 납부가 개인의 자유에 달려있다는 인식이 퍼진 탓도 있을 것이고, 학생회에 대한 불 신도 한몫했을 것이다. 왜 굳이 내 돈을 내면서 학생회가 어디에 돈을 썼는지 번거롭게 확인해야 하는가? 학생회비를 내야 하는 학생에게 이것은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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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


학생회를 위한 변명 그 때문일까. 일각에서는 아예 학생회가 필요 없다는 주장까지 나오기도 한다. 그동 안 학생회가 보여준 행보가 실망스러웠기 때문이다. 별로 학우를 위해서 하는 일은 없 어 보이는데, 잊을 만할 때면 한 번씩 학과나 단과대 차원에서 횡령 의혹이 터져 나온 다. 얼마 전에는 학생회가 쓴 회식비나 다과비 등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별다른 공지 없이 사적으로 쓴 돈 역시 공금 횡령이 아니냐는 것이었다. 더불어 학생회가 과연 학생 들의 의견을 제대로 대변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의문을 품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이런 의문은 학생회의 존재에 대해 좀 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우선 횡령에 대해서부터 살펴보자. 사실 이것만 가지고 학생회가 없어져야 한다고 말 하기는 어렵다. 이는 마치 정부 기관이 부패했으므로 정부 기관을 아예 없애자는 것과 흡사한 논리이다. 그동안 횡령 사실이 밝혀졌거나 의혹이 있는 경우가 제법 있기는 했 지만, 그보다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하는 경우가 더 많다. 물론 현재 학생회의 구조가 횡령에 취약한 구조인 것은 맞다. 하지만 이것을 혁신적으로 바꿀 수 있는 마법 같은 방 법이 있지는 않다. 상식적으로 우리가 횡령을 막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조치는 두 가지 다. 학생회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감시를 하든가 외부에서 제3자를 통해 감시하는 것이 다. 하지만 내부에서 감시할 경우, 학생이라는 특성상 감시받는 대상과 감시하는 주체 사이에 일종의 ‘유착’ 관계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 쉽게 말해서, 업무 외적으로 친한 사 이라면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더라도 문제를 제기하는 것 자체를 꺼릴 수도 있으며, 설 령 증거를 발견하더라도 눈감아줄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외부에서 제3자를 개 입하자니 비용상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전문적인 회계사를 정기적으로 고용할 때 발생하는 비용은 배보다 배꼽을 더 크게 만들 수 있다. 학생회에 대한 또 다른 비판은 학생회가 학생들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애초에 복지나 행정 업무를 주로 하게 되면서 학생의 의견을 수렴할 일도 줄어 들었을뿐더러, 의견을 반영해야 할 때도 그러지 못한다. 학생을 대표하기 위해 존재하 는 학생회가 그 역할을 못 한다면 필요성은 당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먼저 학 생회의 역할이 복지·행정 업무로 넘어왔다고 해서 학생의 의견을 대변하는 일이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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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자잘하게는 야식 사업 메뉴 선정부터 시작 해서, 크게는 축제 진행 여부까지 의견반영이 필요한 부분은 여전히 많다. 최근에는 대 표적인 복지 사업이라고 할 수 있는 총학생회 특별 장학금의 선정기준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는 학생도 있었는데, 이는 복지·행정 업무에서도 학생 의견의 반영이 필요하다 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학생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문제 제기에 대해 선 올바른 의견수렴의 기준이 무엇인지 역으로 질문해볼 수 있다. 모든 것을 학생에게 일일이 물어보는 학생회가 과연 우리가 진정 바라는 학생회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 다. 그러기엔 시간이나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아마 우리가 원하는 건 내부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건 처리하되, 의견 수렴이 필요한 건 적극적으로 하는 학생회일 것이다. 하지만 그 둘을 명확히 분리하는 기준은 없다. 누군가는 학생회가 어떤 사안을 자기들 끼리 결정해버렸다고 분노하지만, 다른 누군가는 별 시답지도 않은 걸 묻는다고 생각한 다.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로는 축제 주점 운영을 들 수 있다. 과거 에는 1학년이 무조건 행사에 참여해야 했고, 이에 대해서 1학년의 의견을 묻지 않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1학년에게 참여 여부에 대한 의견을 존중하는 형태로 바뀌 고 있다. 이처럼 기준은 시대적인 분위기나 관습에 영향을 많이 받는데, 이를 온전히 학 생회의 잘못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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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륵에서 벗어나기 지금껏 학생회에서 왜 일련의 문제들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지를 설명했다. 아마 여전 히 납득이 되지 않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사실 위에서 말했던 문제들은 비대위에도 그 대로 적용되는 문제이다. 즉 학생자치기구는 필연적으로 횡령의 위험이나 대표성 문제 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런 의문이 들 법도 하다. ‘그렇다면 그냥 학생 자치를 아예 안 하면 되는 것 아닐까? 어쩌면 그동안 우리가 단순히 제도적·관습적으로 학생 자치기구를 유지하려던 것은 아니었을까?’ 이는 어느 정도 타당한 비판이다. 학생자치 기구에서 수행하고 있는 업무 중 복지·행정 업무는 분명히 학생이 하지 않더라도 학교 에서 대체할 수 있는 업무이다. 오히려 더 효율적으로 진행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하 지만 문제는 학생자치기구가 없어진다면 학생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길이 아예 없다는 사실에 있다. 학생의 의견을 수렴하는 역할은 복지·행정 업무와는 다르게 학교에 맡길 수는 없다. 학생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은 비용을 소모하는 작업이고, 지출을 최소화하 고자 하는 학교 입장에선 그런 작업을 별로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변을 둘러보면 학생회보다 정당성이 약한 비대위를 제대로 된 대표기구로 인정하지 않고 무시했다는 학교의 사례를 제법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한양대에서도 대학평의원 회3)에서 비대위원장을 총학생회장 대행으로 인정하느냐를 두고 논란이 있었다. 비대위 는커녕 학생자치기구가 완전히 없어진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상상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비록 그동안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결과를 낳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학생자치기구는 학생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확성기의 역할을 끊임없이 해왔다. 가령 2016년에는 HELP4 가 학생들의 서명운동 끝에 필수과목에서 제외되었고, 2017년에는 학생과 주민들의 격 렬한 갈등 끝에 기숙사 설립이 확정되기도 하였다. 작년에는 최대학점을 축소하고 재수 강을 제한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2019년 학사 변경안이 설문조사 끝에 연기되었 다. 이런 결과가 온전히 학생회 덕분이라고는 하기 어렵겠지만, 만약 이러한 학생자치 3) 사립학교법에 근거해 대학의 교육과 관련한 주요사항을 심의 또는 자문하기 위하여 설치된 기구로, 보 통 교원과 직원, 학생 등으로 구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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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구가 없었더라면 똑같은 결과를 얻기까지는 더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남는 질문이 하나 있다. 그럼 현재 학생회로도 괜찮다는 것일까? 그렇 지는 않지만, 학생회를 어떻게 되살릴 거냐는 질문은 참으로 답하기 어렵다. 가장 당연 하면서도 뻔한 말은 우리 개개인이 학생회에 관심을 두고 적극적으로 참여하자는 것이 겠지만, 이는 공허한 메아리로 들리곤 한다. 취업난이라는 사회구조가 버티고 있는 한 결국 학생회는 여력이 있는 특정 개인이 짊어지고 굴러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거대 한 사회구조를 먼저 바꾸기도 어려운 노릇이다. 그럼에도 조금씩 우리 주변의 구조부터 바꾸려는 시도는 계속 있었다. 지난 4월 6일에 발족한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이하 전 대넷)라는 조직 역시 그러한 시도의 일환이다. 전대넷은 여러 대학의 총학생회가 자발 적으로 모여서 만든 단체로, 교육 정책·인권·대학 생활·취업 등 대학생과 관련된 다 양한 의제와 관련된 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엔 대학 입학금 폐지 운동에 나서서 실제로 입학금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성과를 얻어 내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이런 외부 단체를 통해 학생회가 얻을 수 있는 이점은 무엇일까. 먼저 대학 생들이 공통으로 겪고 있는 문제에 큰 목소리로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개별 대 학교, 개별 대학생마다 가지고 있는 특수한 문제들이 분명 있겠지만, 대학생이라는 신 분을 바탕으로 공유하는 문제 또한 분명히 있기 마련이다. 가령 등록금이나 총장 선출 제도, 그리고 최근 들어 문제가 되고 있는 강사법 등은 학생 공통의 이권이 걸린 문제 다. 이런 점을 잘 파고들어 학생회끼리 협력한다면 문제를 혼자서 해결하려는 것보다 좀 더 쉽게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 학생회 간의 교류를 통해 노하우를 배우며 학생회 업무 자체의 효율을 더 높일 수 있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과거 운 동권 총학이 집권하던 무렵에는 전 총학과 현 총학 간에 수직적인 네트워크가 잘 형성되 어 있어서 인수인계가 잘 이루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인적 네트워크는 붕괴된 지 오래되었고, 지금은 총학생회 간에도 연계성이 워낙 부족한 상황이다. 총학생회를 하는 사람은 노하우 없이 문자 그대로 ‘맨땅에 헤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학교 내에서 해결 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그럴 수 없다면 학교 외부에서 교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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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있다. 실제로 『한양』과 인터뷰를 진행했던 전대넷의 한 공동의장은 7년 동안 소집된 적 없는 전체학생총회4)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에 대한 경험이 있던 다른 대학 학 생회원의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총학생회가 연합했다는 사실 자체에 대해서 의구심을 품기도 한다. 과거 에 있었던 한총련처럼 또 다른 정치 단체가 아니냐는 것이다. 물론 전대넷이 관심을 두 고 있는 대학 등록금이나 총장직선제도는 정치적인 의제가 아니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 다. 하지만 이는 한총련에서 펼치던 주장과 거리가 멀다. 민족해방이나 자주통일 등을 외치며 학생이 아닌 민족을 중점에 두었던 그때와 달리, 지금은 학생 집단과 밀접하며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대학 비리·학내 인권·취업 등과 같은 의제로 넘어온 것이다. 이 런 사안에 대해서는 단순히 정치적이라는 이유로 무작정 피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관심 을 두고 지켜봐야 하지 않을까.

▲ 전대넷 공동의장 인터뷰 4) 총학생회의 최고 의결기구로, 전체학생대표자회의(이하 전학대회)보다 상위에 있는 의결기구다. 대표 자만이 의결권을 갖는 전학대회와 달리 재학생 모두가 의결권을 가질 수 있다. 한양대의 경우 재학생 중 10분의 1이 참여해야 의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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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 많은 사람이 지금의 학생회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는 사실에 동의한다. 하지만 정작 구체적으로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는 쉽사리 답하지 못한다. 우리가 지금껏 걸어본 적 이 없는 길이기 때문이다. 이럴 때일수록 다양한 사람들이 뭉칠 필요가 있다. 한 명의 아이디어로는 해결하기 어려울뿐더러, 바람직하지도 않다. 자치라는 것은 자신을 다스 리는 것으로, 주인으로서 책무 역시 감내해야 한다. 자치를 촉진한다는 맥락에서 외부 대학 학생회와 교류하는 활동도 의미가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각 학교 안의 학생들이 참여해야 한다. 이것이 이루어졌을 때 자치의 의미는 비로소 완전해질 것이다. 학생들의 저조해진 참여를 다시 끌어오기 위해선 학생을 둘러싼 사회구조를 바꾸면 서 동시에 학생회 내부에 대해서도 혁신이 필요하다. 학생들 사이에 막연히 쌓여있는 불신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학생회를 조금 더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자기 일 을 묵묵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기 일을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다. 학생회는 자신들 의 업무에 대해서 학생들에게 설명해 그들을 설득해야 하고, 재정 역시 공개해야 한다. 물론 그것 자체만으로 학생회에는 또 다른 짐이겠지만, 학생회에 대해서 막연히 쌓인 불신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일이다. 더불어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는 학생회나 개개의 학생 모두 노력해야 한다. 학생회는 최대한 소통의 창구를 열어놓되 그래도 소 통이 안 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학내 대나무숲이나 익명 커뮤니티를 활용하는 유연한 모 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모든 학생회가 소통에 노력하는 것은 아니라지만, 그래도 학생 회가 소통하려고 최대한 노력했는데 정작 학생들이 별다른 말을 하지 않는다면 그것 또 한 문제일 것이다. 이런 일이 없도록 개개 학생 역시 참여를 해야 한다. 이것이 계속 이 어진다면, 학생의 의견을 등에 업은 학생회는 더 많은 권리를 쟁취할 수 있을 것이고, 성과를 직접 맛본 학생들은 더욱 자치에 참여할 것이다. 그때면 비로소 학생회에 냉소 보다는 따뜻한 미소를 보내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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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한양』 교지에서 기고를 받습니다. 여러분의 이야기를 보내주세요

주제: 자유 형식: 글, 그림, 사진 등 자유 분량: 자유 문의: 편집장 김현진 010-4022-3257 접수: HYgyoj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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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이터사이언스

데이터사이언스학과, 한양의 도전과 논란 편집위원 박준영 junyoung1204@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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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교육법 시행령」제4조 3항 및 「한양대학교 학칙」제86조에 의거하여 「한양대학교 학칙」개정사항에 대한 의견을 듣고자 다음과 같이 개정(안)을 공고합니다.

○ 데이터사이언스학과 신설에 따른 정원 이동 한양 10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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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찾아온 폭풍 신학기에 적응하느라 여념이 없었던 2019년 3월 18일, 학내에 여러 장의 대자보가 붙 었다. 한양대학교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발표한 대자보에는 데이터 사이언스학과에 대한 반발이 담겨 있었다. 지난 제 7차 대학평의원회(이하 대평)1)에서 는 2020년부터 ‘데이터사이언스학과’를 신설하고 신설에 필요한 인원은 기존 19개 학과 에서 정원을 감축하여 마련한다는 안이 통과되었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한양대학교 학 우들 사이에서 큰 혼란이 빚어졌다. 단순 학과 신설이 아닌, 기존 학과 인원감축이 동반 된 것이기 때문이었다.

1) 대학 구성원들인 교수, 직원 및 학생의 대표와 외부 인사로 구성된 조직으로서, 대학 최고의 심의, 자 문기구(한양대학교 대학평의원회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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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이 비대위가 문제를 제기하는 주요 쟁점은 학교 측의 기존 학과 정원 감축에 대한 일방적인 통보와 사전협의 없는 학과 신설이다. 사실 대평은 데이터사이언스학과 신설에 따른 정원 변경안을 완전히 의결한 것이 아니라 조건부로 통과시켰다. 대평은 다음의 3가지 요구사항을 학교 측에 제시했다.

1. 각 학과의 소속 교수 및 학생대표의 학과동의서 첨부를 요구한다. 2. 향후에는 동일 계열의 학생 위주로 정원을 조정하도록 요구한다. 3. 5공과대학 학장 및 관리부서의 공간 등을 포함한 동의서를 요구한다.

그중 핵심은 첫 번째 요구사항이다. 대평은 학교 측의 학과 신설과정에 있어서 학생 들과 학과 교수들의 동의가 없었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실제로 대평 회의록을 참고하면 학생과 교원 협의서가 없다는 점에서 우려가 나온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대자보를 통 해 교무처는 이번 일에 대해 학생들의 동의서를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비대위는 대평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관련 사안에 대해서 학교 측은 어떤 행동도 보이지 않았다는 점에 문제 제기를 했다. 이번 데이터사이언스학과 신설은 기본적인 절차조차 거부하고 민주적인 대학협의체인 대평을 무시하는 학교를 비판했다. 또한 일방적인 정원 축소 결 정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고 향후 이번과 같은 사건의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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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학교 측은 각 단과대의 정원을 축소하여 신설학과의 정원을 확보하고자 한다. 상세한 감축 계획은 다음과 같다. 대학

공과대학

인문과학대학 사회과학대학 자연과학대학

학과(전공) 정보시스템학과 신소재공학부 화학공학과 유기나노공학과 국어국문학과 사학과 철학과 사회학과 수학과 물리학과

감축인원 1명 1명 1명 1명 1명 1명 1명 1명 1명 1명 소계

대학 자연과학대학 정책과학대학 경제금융대학 생활과학대학 음악대학 예술·체육대학

학과(전공) 생명과학과 정책학과 경제금융학부 의류학과 식품영양학과 피아노과 관현악과 국악과 무용학과

감축인원 1명 1명 2명 1명 1명 1명 1명 1명 1명 20명

▲단과대 및 학과별 정원 감축 인원2)

과연 현재 데이터사이언스학과 신설의 현황은 어떨까. 그리고 학교 측의 입장은 무엇 이고 이번 사안에 대한 대책은 무엇일까. 또 학생사회의 여론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을 까. 학교 측과 학생 측의 인터뷰를 통해 다음과 같은 의문을 풀어보도록 하자.

2) 학칙 개정 사전 공고 <한양대학교 공고 제2018-5>, 한양대학교, 2019.2.12. // 한양대학교 학칙 (2019.4.1.개정) 부칙(2019.4.1.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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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측과의 인터뷰 과연 데이터사이언스학과의 설립 배경은 무엇이고 설립 과정에서의 학과 정원 감축 은 어떻게 이뤄졌을까. 지난 3월 29일 교무처장과 학생회 대표와의 간담회에 따르면, 이번 데이터사이언스학과 신설은 변화하는 시대적 요구에 따라 우리 대학도 부응하고 변화하기 위함에 있다고 밝혔다. 또한 정원 감축에 대해서는 학교 내의 자체적 논의와 여러 가지 기준들을 통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학과별로 일정한 성과를 수치화 한 데이터들과 강의 평가 및 만족도 등 수많은 기준과 자료를 통해서 결정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서 교무처장은 앞으로의 사안에 대해서 교내 안팎의 많은 소통을 이끌어 내는 노력을 하겠다고 하였다. 『한양』은 앞서 진행된 간담회 이외에도 데이터사이언스학과에 대해 보다 자세한 진행 현황을 알고자 기획평가팀 강범수 부장과 학사팀 유연택 부장(이하 학교)과의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다음은 인터뷰를 정리 및 재구성한 것이다.

『한양』 : 데이터사이언스학과의 설립 배경과 전공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학교 :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됨에 따라, 데이터를 분석하고 활용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가 되었습니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추세에 따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AI 대학원 설립에 참여하는 대학을 지원하는 등 여러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런 시대적 흐름을 적극 적으로 발맞추기 위해 데이터사이언스학과를 설립하기로 하였습니다. 데이터사이언스학 과에서는 데이터를 가공하고 새로운 정보를 창출하여 실제에 활용하는 것을 배워, 데이터 와 관련된 사회 안팎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한양』 : 기존 학과(경영학부, 정보시스템학과, 컴퓨터소프트웨어학부)들과 융합전공(인 문소프트웨어융합전공, 빅데이터융합전공)들과는 어떤 점들이 다른가요? 학교 : 앞서 언급했듯이, 간 학문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경영학, 통계학 그리고 코딩의 요소도 융합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그만의 차별점도 있습니다. 일례로 정보 시스템학과는 경영학과 코딩을 배우는데, 그중에서도 학과 커리큘럼상 코딩 교육에 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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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을 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데이터사이언스학과는 코딩 교육도 하지만 경영학과 통계학 을 중점으로 두며 경제학도 배웁니다. 다른 학과와 융합전공과는 달리, 데이터를 어떻게 실제 문제 해결에 활용할 것인지 탐구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따라서 전공과 교육의 방향 성이 다릅니다. 그렇기에 기존의 단과대와 달리, ’미래산업학부‘라는 독립학부로 신설될 예 정입니다.

『한양』 : 교수진은 어떻게 구성되며, 담당 행정팀과 학과 사무실은 어디에 설치될 예정 인가요? 학교 : 계획상으로는 담당 행정팀과 학과 사무실은 5공대(소프트웨어대학)에 설치할 예정 입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계획 중이라, 정확한 위치와 구성은 미정입니다. 교수진의 경 우에는 신규로 3명을 채용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기존의 한양대학교 교수 중에서도 관련 학문을 전공한 분들이 새롭게 합류할 계획입니다. 해외와 국내에서 신규 교수 채용을 위 해서 관련 교수님들을 탐색하고 있고, 우리 대학 교수님들과 협의가 진행 중이라 확정되 지는 않았습니다.

『한양』 : 타학과 학생들의 다중전공 및 복수전공의 참여 여부는 어떻게 됩니까? 학교 : 기본적으로 데이터사이언스전공 학생 이외에도 타전공 학생들이 마이크로전공, 부 전공, 다중전공으로 수강할 수 있게 계획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타 학과 학생들도 데이터 사이언스 전공에 참여할 기회가 있습니다. 학과 내부의 사정에 따라 내규가 정해지기에 아직 확답을 드릴 수는 없습니다. 다중전공 등의 참여 인원을 선발할 때, 학과 자체적인 기 준이나 별도의 조건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다만, 데이터사이언스 전공을 배우고자 하는 학생들의 대부분에게 기회가 제공되는 방향으로 논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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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위와의 인터뷰 『한양』은 학교 측과의 인터뷰에 이어서 학생 측과의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학생 측 대 표로 비대위의 강호중 중앙운영위원장(이하 중운위장)과 이번 데이터사이언스학과 신설 에 대한 비대위 측의 의견을 들어보았다.

『한양』 : 지난 3월 달, 학교 측이 데이터사이언스학과 신설과정에서 학생 협의를 배제 를 하였다고 했습니다. 이에 대해서 비대위 측의 입장을 듣고 싶습니다. 중운위장 : 우선, 학습권의 주체인 학생들과 일말의 상의도 없이 학과 신설을 진행하였다 는 점에 대해서 유감입니다. 7차 대학평의원회에서 당시 비상대책위원장 신동명 학우가 이에 대해 우려를 표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대학평의원회는 학과신설이 교수님과 학생들 의 동의를 얻어 추진하는 조건으로 통과했습니다. 하지만 학교 측은 대학평의원회의 의결 을 전혀 존중하지 않았으며, 일방적인 강행을 하였습니다. 이번 사안 대해 총학생회 비상 대책위원회는 심각성을 깊게 느끼고 있습니다. 학교 측에 학생들의 의견을 전달하며 추후 이와 같은 사태에 대해 방지하고자 제도적인 장치를 만들려고 합니다.

『한양』 : 이번 사안에 대해서 별도로 학교 측과의 미팅이 이뤄졌다고 알고 있습니다. 어떤 대화가 이뤄졌나요? 중운위장 : 결론적으로 건설적인 논의는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학교 측은 절차상의 문 제가 없다는 주장을 재차 강조하였고, 시대적으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니즈를 학생 대표 들에게 이해시키고자 하였습니다. 반면 학생 대표들은 수천 건에 해당하는 학생들의 항의 서명을 전달하여 학칙 개정, 학과 신설에 있어서 학생들의 의견을 반드시 수렴해야 한다 는 의견을 피력했습니다. 결국 서로의 주장이 서로 엇갈려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학교 측에서는 추후에 대학평의원회 혹은 다른 기구를 통해 학생 대표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논의 테이블을 제안하였습니다. 현재, 비대위는 어떻게 하면 학생들의 의 견이 이와 같은 상황에 적극적으로 반영될 방법에 대해 강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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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 미팅에 대해서 비대위와 각 단과대 학생회 연합체는 어떤 입장인가요? 중운위장 : 기대가 컸던만큼 실망이 컸습니다. 이미 학교 측에서 학칙을 개정 했고, 실질 적으로 벌어진 사안을 뒤집기에는 어렵다는 내부적인 의견이 있습니다. 따라서 추후 이와 같은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해야한다는 것이 비대위와 단과대 학생회의 입장입니다.

『한양』 : 각 단과대 학생회들과의 대화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중운위장 : 올 한해는 데이터사이언스학과 신설과 20-23 교육과정 개정 등에 대해 학생 들이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할 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전에는 없었던 단과대학 좋은 수업TF팀을 가동하기로 하였습니다. 단과대학 좋은수업TF팀은 각 단과대학 소속 학생, 교 수, 행정팀이 모여 단과대학 내의 수업 및 학사 문제를 개선하는 시스템입니다. 일단 각 단 과대의 문제를 수합하여 단과대 좋은수업TF팀에서 해결하고, 중대한 사안에 대해서는 중 앙 좋은수업 TF팀에서 해결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한양』 : 이번과 같은 일을 예방하기 위해, 비대위 측의 대처 및 향후 계획이 있나요? 중운위장 : 우선 학생 대표가 학사 개정 및 학칙 개정에 대해 직접 의사를 표출하는 창구 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저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학평의원회의 의 결사항에 대해 구속력을 더하고자 하는 방법과 학사제도 변경 알림 의무화와 같이 주요 변동사항에 있어서 최소 몇 개월 이전에 이에 대한 공시를 하도록 강제하는 방법을 생각 하고 있습니다. 변경사항에 대한 공시 후 학교본부와 학생 대표 간의 협의를 의무화하여 학생들의 의견을 반드시 수렴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만들고자 각 단과대학들과 논의 중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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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황과 실효성 현재로서 데이터사이언스학과의 신설은 사실상 확정 상태이며, 올해 9월부터 2020학 년도 신입생 모집이 시작될 예정이다. 현재 비대위는 차후에 이와 같은 일을 예방하는 제도적 장치를 강구하고 있다. 당장 내년에도 다른 새로운 학과가 생길 계획이 있기 때 문에, 올해와 같은 일방적인 기존 학과 인원 감축을 사전에 막고자하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한양대학교에 있어서 데이터사이언스학과 신설은 어떤 실효성이 있을까. 학교 측의 주장에 따르면, 이번 학과 신설은 사회적 요구에 발맞추는 것 이외에도 현재 정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AI 육성 사업의 선정에 있어서도 의미가 있다고 한다. 현재 정 부는 전국 특정 대학들에게 AI 대학원 설립을 지원하고 있다. 이번 데이터사이언스학과 신설로 해당 사업 선정에 있어서 한양대가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로 올해 한양대는 3월에 있었던 AI 대학원 선정에 탈락한 전적이 있다. 과학기술정보통 신부는 올해 하반기에 추가적으로 2개 대학을 선정한다. 이때 다시 한양대가 사업 선정 에 신청을 할 계획 중에 있다. 학교 측은 이번 데이터사이언스학과 신설을 통해 정부에 사업 선정의 당위성과 적극성을 표시할 의향이라고 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빅데이터 전공에 굳이 학과 신설이라는 방법을 택할 필요성에 의 구심을 갖는다. 사실 현재 우리 대학에서는 다양한 융합전공과 다중 및 복수전공 그리 고 융합전공 제도가 잘 갖춰있다. 학교 측은 인터뷰를 통해 데이터사이언스학과의 독창 성을 언급하면서 별도의 학과 신설이 필요하다는 것을 밝혔다. 학생들은 기존학과의 정 원을 축소하는 방향을 택한 학교 측의 정책 결정에 불만을 표했다. 분명 이와 같은 결정 에 있어서는, 복수전공과 같은 선택보다는 관련 학과를 신설하는 것이 원하는 목표 달 성에 효과적이라는 판단이 전제되어있을 것이다. 물론 실효성 측면에서는 학과 신설이 효과적이다. 하지만 조직을 하나의 유기적 구성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실효성을 논하 기는 복잡하다. 당장의 변화를 통한 성과 창출이냐 아니면 구성원 스스로 조금씩 바꾸 는 장기적 변화냐. 이 중 어느 것이 더 우위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함께 고려되어야 하는 것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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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보는 대학, 학생을 보는 대학 사람들의 마음속 대학은 순수하게 학문을 연구하는 곳이다. 역설적이게도 변화와 새 로움을 갈망하는 대학생들은 대학을 바라볼 때는 전통과 변하지 않는 가치를 생각한다. 하지만 국내 대학을 포함한 전 세계의 여러 대학은 다가오는 미래를 대비해서 변화의 움 직임을 보인다. 우리 대학도 그 변화를 준비하기 위해서 여러 노력을 하는 편이다. 그중 현재 논란이 되는 데이터사이언스학과 신설도 이에 해당한다. 변화를 위해 다양한 시도 를 하는 대학에는 비판만 할 수 없다. 오히려 그런 변화를 대비하고 돌파구를 찾으려고 하는 것이 대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는 현재 데이터사이언스학 과 신설은 비판받을 대상으로만 보기보다는 대학 본부도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는 증거 로 봐야 한다. 그러나 현재 논란이 되는 것은 학과 신설 자체보다는 신설 과정에서 보여준 학교 측 의 일방성이다. 학과 신설을 위해서 기존의 정원을 재개편해야 하는 상황에서 해당 학 과의 학생들과 교수들의 의견을 묻지 않은 것은 학내의 큰 반발을 야기했다. 대평이라 는 학교 내 민주적 자문기구가 있음에도 학교가 그들의 자문을 듣지 않았다는 점은 비 판의 대상이다. 모든 개혁과 변화는 쉽지 않다. 강압적이고 획일적인 변화는 단기적으 로 봤을 때 더 효율적이고 급한 상황에서는 더 선호될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인 미래를 설계할 때는 느리더라도 어렵더라도 구성원의 마음을 변화시켜 구성원 스스로가 변화를 주도하는 입장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구성원과의 충분한 대화나 합의가 없이 일방 적으로 진행되는 변화는 구성원들이 반대하고 설사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사회적 비용 이 커진다. 연장선으로 학교의 본래 취지가 학생들에게 그대로 전달되지도 않을뿐더러 상호 간의 대립만 커진다. 글로벌 시대에 한양대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자체적 인 역량 강화도 중요하지만, 대학 본부의 정책 결정과 결단도 중요하다. 때로는 대학 본 부와 학생들이 대립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하나의 한양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같이 노력해야 하는 운명 공동체이다. 그렇기에 원활한 의사소통을 이끌어 양측의 힘을 합하 는 것이 다가오는 변화에서 한양대가 살아남는 것에 더 효율적일 것이다. 부디 이번 사 건을 통해서 양측의 의사소통과 협업의 정신에 대해 재고해보고,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노력하는 대학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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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 :

충분히

느리게

고민 중이니?

수습위원 모집 대

상 3학기 이상 활동 가능한 한양대학교 재학생

전 한양대 유일의 자치 언론 기구에서 편집권을 보장받고 글을 쓸 수 있습니다.

사회를 바라보는 폭넓은 시각을 가질 수 있습니다.

글쓰기 능력을 함양할 수 있습니다.

미디어장학금(등록금의 30%)을 받을 수 있습니다.(편집위원부터)

편집실 비품(에어컨, 컴퓨터, 프린터, 쇼파, 복사기 등)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학과의 선배·동기·후배를 만날 수 있습니다.

지원방법 아래로 연락주시거나 학생회관 4층 편집실에 배치된 지원서를 작성해 제출해주세요

『한양』 교지편집위원회 편집장 김현진 010-4022-3257/HYgyoji@gmail.com


# 한양사회봉사

한사봉, 태도가 끔찍이 안 좋아 실망이에요 수습위원 이채움 lcu24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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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봉사를 하러 온 것이지, 무급 아르바이트를 하러 온 것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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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사봉 아직 안 했어? 졸업해야지 기초필수교과목인 한양사회봉사가 2015학년도부터 폐지되고 졸업요건으로 변경되 었습니다. 2015년부터는 반드시 사회봉사 1학점 이상을 이수해야 졸업이 가능합니 다. 기존 한양사회봉사(기초필수) 미 이수자도 반드시 1학점 이상 사회봉사를 이수해 야 합니다. 2015년 3월부터는 미필화면에서 한양사회봉사교과목은 조회가 되지 않 으니 졸업사정에서 사회봉사이수여부를 확인 바랍니다. ▲ 한양대학교 수강편람 홈페이지

한양대학교는 건학이념인 ‘사랑의 실천’을 실현하기 위해 여러 교과목을 운영하고 있 다. HELP 시리즈, 한양사회봉사(이하 한사봉)가 그것이다. 한사봉은 학생들로 하여금 사회문제를 인식하고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참여실천형 교과목으로, 한양 사회봉사단 사회혁신센터(이하 한양사회봉사단)에서 운영하고 있다. 2009년 기초필수 과목으로 지정되었으며 2015년부터는 졸업요건으로 변경되었다. 어찌 되었든 한사봉은 한양대학교 학생이라면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과정이다. 2시간의 필수소양교육과 30시 간의 봉사활동을 이수해야 고작 1학점을 얻게 되는 한양사회봉사. 한양대학교 학생들의 마음엔 어떤 가치로 남아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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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의 자랑 한사봉 대학의 역할은 사회봉사, 교육, 연구 이 세 가지이다.1) 사회봉사는 학생이 자치적으 로 운영·참여하는 형태로 이뤄져 왔고, 반면 대학의 역할로서 사회봉사는 상대적으로 경시되어왔다. 그러나 인간소외현상과 개인주의가 만연해지면서 대학 차원에서 사회봉 사를 학생들에게 강제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졌다. 1995년 한양대학교가 사회봉사를 학 점으로 인정하면서부터였다. 한양대학교가 쏘아 올린 첫 번째 신호탄을 기점으로 성균 관대학교, 중앙대학교를 비롯한 많은 대학에서 사회봉사를 학점으로 인정하거나 졸업 요건으로 두고 있다. 현재 한양대학교는 사회봉사를 졸업요건으로 지정하여 학생들이 사회봉사를 인지하고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다. 그 예로, 2018년부터 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2)와 연계한 398개의 봉 사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적성과 흥미에 맞는 봉사활동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2019년 1월 진행된 MID(Maogma Integrative Development) 프로그램은 필 리핀 저소득층을 돕기 위해 청소년 멘토링, 의료지원, 컴퓨터 교육 등의 활동을 했으며, 이를 함께 수행한 현지 아테네오 대학과 학생그룹을 결성하는 값진 결과를 얻기도 했 다. 이처럼 대학 사회봉사 분야에서 한양대학교의 위상은 대외적으로 자랑할만하다.

1) 한국대학사회봉사협의회 2) UN 192개국의 합의로 2016년부터 2030년까지 전 인류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함께 달성해야할 17가지 목표이다. 2018년 한 해 17개 SDGs 목표와 관련된 한양대학교 학생들의 참여 현황을 살펴보 면, 사회봉사교과목 중 35%인 1,131명이 SDGs 4번 Quality Education(질 좋은 교육) 달성을 목표로 하는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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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ID 프로그램에서 의료봉사를 하는 학생들

그러나 좋은 취지로 시작되어 좋은 성과를 보이는 한사봉 곳곳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것은 왜일까? 간단히 말하자면 한사봉은 자원봉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자 원봉사는 자원봉사활동기본법 제2조에 따라 무보수성, 자발성, 공익성, 비영리성의 원 칙이 지켜져야 한다. 이에 반해 한사봉은 학점을 대가로 할뿐더러 졸업이수, 학점인정 의 형태로 필수화되어 있다. 즉,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봉사에 임하는 것이 아니라 학 칙에 ‘강제적으로’ 규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학생들이 봉사활동 도중 일어나는 불편함에 민감한 것은 자연스러운 상황이다. 물론 대학의 역할 중 하나인 사회봉사 영 역을 구성원인 학생이 함께해야만 하는 것엔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 문제는 한사봉이 강제성을 띠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봉사할만한 환경이 조성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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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스러운 한사봉, 그 이면엔… 좋은 취지, 높은 위상과는 다르게, 한사봉의 피해사례는 우리 주위에서 심심찮게 들 려오고 있었다. 봉사의 취지에 벗어난 단순 노동을 시키고, 약속한 시간을 지키지 않는 것도 모자라 욕설과 폭언을 들었다는 이야기까지. 『한양』은 4월 28일부터 2주간, ‘한양 사회봉사 피해사례’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하였다.

▶ 원치 않는 봉사활동을 하게 된 경우 저는 평소에 시각장애인 촉각 명화 봉사활동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굳이 이 수할 필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한양사회봉사를 신청했습니다. 이미 신청한 후에서 야 미술 전공이나 관련 동아리가 아니면 봉사할 수 없다는 이야길 들을 수 있었습니 다. 분명 신청란에는 별다른 제한요소가 없었습니다. 결국 전 원하는 봉사를 하지 못 한 채 시간을 날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한사봉은 수강신청 기간에 학생들이 원하는 봉사활동을 신청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흥미 있는 분야 혹은 개인의 역량을 기를 수 있는 봉사에 직접 참여해보면서 자기 계발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직접 선택한 봉사활동이기에 책임감을 갖고 임할 수 있다. 반면 원하지 않는 봉사활동을 하게 되었을 때, 책임감과 역량 개발은 반감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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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언 꼬마 작곡가 교실로 봉사활동을 갔었을 때의 일입니다. 창고 비품 정리를 하던 중 외부 강사 분께서 저 포함 봉사자 3명에게 이유 없는 폭언을 퍼부었습니다. “내가 한양대 96학번으로 너희 선배예요. 후배들이 이 프로그램에 온다고 해서 기대 하고 있었는데 여태까지 내가 본 봉사자 중에 태도가 최악이네. 아이들 발표 시간에 휴대폰을 보고 서로 이야기하는 등 태도가 끔찍이 안 좋아 실망이에요. 당신네는 앞 으로 그런 태도로 어느 집단에 가든 사회에서 환영받지 못할 거예요. 당신들은 인턴 이든 사회생활이든 어느 것도 그런 태도로 하면 안 돼…(중략)” 저는 봉사를 하러 간 것이지, 일면식도 없으나 본인을 선배라 칭하며 저희에게 고갯 짓과 손짓으로 명령하는 구청의 비정규 외부 강사에게 폭언을 들으러 간 것이 아닙 니다. 봉사시간 동안 주어진 일을 웃는 얼굴로 다 해냈고, 누가 시키지 않더라도 책 임감을 가지고 아이들이 과도하게 소란스러워지지 않도록 통제하고 안내했습니다. 수업이 끝나고 내내 함께 계셨던 구청 담당자분도 '학생들이 있어서 일이 수월하게 진행된다'며 저희 봉사자들을 긍정적으로 보시고 고마워하셨고, 저희도 내심 뿌듯하 게 봉사를 마무리하고 귀가하려던 중에 일방적으로 위와 같은 폭언을 들었습니다. 그러나 학점이 걸려있었기 때문에 외부 강사 분의 폭언이 부당하다고 생각했음에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한양사회봉사 교과목 피해 사례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이 폭언이다. 명령조 로 일을 시키거나 비아냥거리는 태도가 옳지 않다는 것은 어린 아이도 아는 사실이다. 특히 자원봉사가 아니라 교과목을 이수하기 위해 참여하는 학생들의 입장에선 더욱 억 울하게 느껴지는 것이 당연하다. 이처럼 학생들을 ‘을’로 취급하는 기관의 태도는 봉사 에 참여하고자 하는 의욕을 감소시켜 원활한 봉사활동 수행에 지장을 준다. 특히 폭언 이 부당하다고 생각했음에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했던 제보자의 사례는 한사봉의 어두운 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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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시된 봉사 이외의 노동을 하게 된 경우 저는 다문화가족센터에서 한국어 교육봉사 프로그램을 이수했습니다. 평소에 교육 봉사에 관심이 많았기에 신청한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봉사기간 내내 6 시간에 걸친 파쇄와 100장이 넘는 엑셀 작업을 해야만 했습니다. 봉사가 아니라 무 급 아르바이트와 다름없었습니다. 그날도 저는 엄청난 분량의 문서를 파쇄하고 있 었습니다. 직원분들이 파쇄기 소리가 시끄럽다고 지하 창고에 내려가서 혼자 파쇄 를 하게 시켰습니다. 그러던 중 제가 많은 양의 서류를 파쇄하는 것을 본 외국인분 께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제가 오지 않는 날에 다른 외국인 직원 분께서 파쇄하는 일을 하신다는 것입니다. 전 명시된 한국어 교육봉사 프로그램이 아니라 유급 직원의 일을 대신 처리하는 노동만을 한 것입니다.

비영리단체에서 청년 동아리 보조 역할의 봉사활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막 상 하게 된 일은 본사의 사무보조 역할이었습니다. 본사 책임자는 제게 이 일 또한 봉사의 일환이라고 하였지만, 제가 하는 일은 총무팀 자료를 전산시스템에 올리거 나 총장 취임행사에 필요한 초대장을 접어 봉투에 넣고 풀로 붙이는 작업이었습니 다. 저는 봉사자보다는 무급 아르바이트생이 된 것 같았습니다.

앞서 한양봉사단 측에선 398개의 다양한 봉사활동 기관과의 컨택을 통해 여러 분야 의 봉사를 경험할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런데 아무리 봉사활동의 종류가 다양하다 한들, 막상 봉사기관을 찾아갔더니 단순 업무와 노동만 반복할 뿐이라 면 무슨 소용일까? 대량의 문서를 파쇄하거나 초대장을 풀로 붙이는 것이 과연 개인의 역량을 개발하고 공익을 실현하는 활동이라 할 수 있을까? 물론 봉사의 일환으로서 단 순노동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학생들이 명시된 봉사활동명을 보고 선택한 봉사기 관에서 전혀 다른 일을 해야만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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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사기관의 미숙한 조치

저는 도서관을 관리하는 봉사활동에 참여하였습니다. 그러나 도서관 업무는 한 번 도 본 적이 없습니다. 해당 봉사 기관에선 명시된 봉사활동과 전혀 상관없는 초등학 생 마임 공연 준비를 보조하라고 시켰고 규정상 중간에 봉사기관을 바꿀 수 없기 때 문에 시키는 대로 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센터 사정으로 2학기 내에 봉사 활동 시간을 2~4시간 정도 채우지 못하였고, 봉사활동도 받아줄 수 없다는 통보만 이 내려왔습니다. 결과적으로 그 학기 사회봉사는 F라는 성적을 받고, 교통비도, 봉 사활동 시간도, 내 시간도, 당시 작성한 보고서도 다 날려버렸습니다.

봉사기관은 학교 대신에 학점을 부여할 권리를 쥐고 있다. 그런데 위의 사례처럼 봉 사기관 측의 일방적인 통보는, 수업을 듣고 있는 중 갑자기 폐강되어 F를 받아버리는 어 이없는 상황과 다를 바 없다. 봉사기관 입장에선 많은 봉사자 중 하나일 뿐이지만 대학 생들에겐 중요한 교과목이다. 이 교과목의 성적이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지, 졸업을 할 수 있는지를 정하기 때문이다. 이때 F라는 점수가 얼마나 치명적인지 대학생이라면 공 감할 것이다. 그 밖에도 봉사단체의 지원금을 봉사기관에 사용하라는 요구를 받거나, 임의로 봉사 시간을 변경하고, 이유없이 자르는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는 봉 사기관의 무책임함과 동시에 만일의 상황을 대비하지 않은, 혹은 규정되어 있음에도 학 생에게 대처할 방법을 알려주지 않은 학교에도 잘못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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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다운 봉사 16시간에 1학점인 다른 과목과는 다르게 한사봉은 32시간을 채워야지 고작 1학점을 얻을 수 있다. 게다가 봉사기관이 교외에 있는 경우가 많아 2배 이상의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어야 한다. 그런데도 한사봉의 좋은 취지와 무관하게 봉사기관이 시스템을 악용 하면서 여러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를 한양대학교가 알면서도 눈감아주었다고는 생 각하진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학교에 잘못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성적이 외부단체에 의해 결정되는 만큼, 학교는 외부단체의 성적부여방식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 다. 특히, 기관에서 성적을 매개로 학생들에게 협박 및 갑질을 하는 경우라면 더욱 엄밀 히 감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한양사회봉사단 차원의 체제 개편이 필요하다. 첫째, 봉사신청란에 구체적인 봉사 내용을 명시해야 한다. 앞 사례에서 보듯이, 한사 봉에서 신청한 봉사활동과 실제로 봉사기관에서 시키는 활동이 다른 경우가 종종 발생 하고 있다. 비록 한양사회봉사단에서 다양한 봉사활동의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여러 시 스템을 갖춰놓는다고 하더라도, 봉사활동이 단순 업무나 잡일에 그친다면 결국 유명무 실한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교과목을 신청할 때 어떤 봉사활동을 할 것인지 봉사기관 으로 하여금 구체적으로 명시하도록 하고, 그들이 이를 준수하도록 해야 한다. 둘째, 봉사활동 관리 기관을 확대 및 개편해야 한다. 진정 학생들의 역량을 살릴 수 있는 봉사활동이 되기 위해선 봉사 기관의 종류를 다양화하기 이전에, 기존에 있는 봉 사활동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를 먼저 고려할 필요가 있다. 물론 한양사회봉사단 측 에선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학생들과 약 20명으로 구성된 한사봉 교과목 담당 지도교수 진들이 질을 관리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에도 곳곳에서 학생들이 불만 의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곧, 관리 기관의 조치가 부족하거나 제대로 운영되지 못한다 는 것을 의미한다. 학생들은 봉사활동에서 불이익을 받더라도 학점이 걸려있기 때문에 해당 기관에 직접 불편함을 호소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므로 한양사회봉사단 측에서 봉 사활동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정정 체계를 마련하여 학생들의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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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교과목의 전반적인 운영 방식을 파악할 수 있는 OT 공지 또한 제대로 운영되 지 않고 있다. 당장 학내 게시판에 들어가 봐도, 한사봉에서 OT 일정을 미리 공지하지 않아 F 학점을 받았다는 피해사례가 줄을 잇는다. 이처럼 한양대학교는 봉사 과정에서 학생들이 피해를 받지 않도록 힘써야 하며, 피해를 겪게 된다면 그들을 구제해줄 방안 을 마련해야 한다. 한양사회봉사단에서 마련한 여러 제도가 효과를 발하고, 이를 바탕 으로 학생들은 ‘봉사다운 봉사’를 실현할 수 있을 때, 한사봉은 취지에 온전하게 부합하 는 과목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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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차려라 한양대! 취업 준비와 학업에 묶여 자아 성찰의 시간을 갖기 어려운 대학생들에게, 사회봉사를 필수로 두는 것은 뜻깊은 경험이 될 수 있다. 이는 자신의 가치를 실현할 기회를 마련해 주어 미래에 성숙한 사회인으로의 첫걸음을 내디딜 수 있는 기반이 되어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이면엔 한사봉 시스템을 교묘하게 악용하여 사적인 이익을 꾀하는 봉사기관 들이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그럼에도 피해를 받는 대학생들은 그들의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 신고하더라도 문제가 제대로 해결될지는 불확실할뿐더러 오히려 학생에게 불이 익이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책임은 봉사기관뿐만 아니라, 사회봉사가 학생에게 필요한 일이라 판단하여 필수과목과 졸업요건으로 강제한 학교에도 있다. 그러므로 한 양대학교는 한사봉의 취지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해야 한다. 『한양』은 문제를 지적하는데 그치지 않고, 학교 본부와 공유하면서 더 이상 우리 학생 들이 피해를 겪지 않도록 협력해나갈 것이다. 학생들의 피해를 본부가 인식하고 봉사기 관이 목적에 맞게 운영될 때, 한사봉은 한양인에게 ‘사랑의 실천’의 가치를 심어줄 수 있 을 것이다. 한양인이 한사봉을 통해 봉사의 진정한 가치를 찾을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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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보드

블랙보드, 잘 쓰고 계신가요? 수습위원 김도현 k.dohvis@gmail.com

※ 2019년 1학기부터 ‘수업 홈’-‘바로가기’ 클릭시 연결되는 학습관리시스템(LMS)이 블랙보드로 전면 교체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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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학습관리시스템, 블랙보드 2019년 1학기부터 새 학습관리시스템 (Learning Management System)인 ‘블랙보드’ 가 본격적으로 도입되었다. 하지만 학생들의 반응은 그리 탐탁지 않다. 한양대학교 에 브리타임, 한양대학교 대나무숲 등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블랙보드에 대한 불만을 호소하는 글들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전에 사용하던 학습관리시스템에 비해 익숙치 않은 사용자 경험1), 온라인 강의 출 석 문제, 과제 제출 미반영 등의 시스템 오류가 대표적인 불만 사항이다. 새로운 시스템 을 도입할 때 과도기는 항상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 측에서는 바뀐 시스템에 대 한 학생들의 불만을 접수하고, 문제가 발생할 경우 처리 및 재발 방지를 위해 교육혁신 단 산하에 블랙보드 지원센터를 신설했다. 『한양』은 블랙보드 지원센터 측과의 인터뷰 를 통해 블랙보드를 도입한 배경과 이유, 도입 후 발생했던 문제들의 현황을 조사했고, 현실적으로 개선 가능한 부분을 소개한다. 1) User-eXperience, 즉 사용자가 어떤 시스템이나 제품을 직, 간접적으로 이용하면서 느끼는 경험을 일 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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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블랙보드’ 일까? 블랙보드가 무엇인지 알아보기 전에, 블랙보드의 상위 집합인 학교를 구성하는 온라 인 시스템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자. 학생들이 학교생활을 위해 사용하는 온라인 시스템 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바로 학사관리시스템과 학습관리시스템이다.2) 학사관 리시스템은 휴학, 졸업 사정, 이수 현황 조회 등 학적 상태를 관리하고, 학습관리시스템 은 단어 그대로 과제 제출, 수업자료 업/다운로드 등 전반적인 학습과정에 대한 관리를 수행한다. 학사관리시스템과 학습관리시스템을 통합하여 운영하는 것처럼 보이는 학교 도 있지만, 약간만 주의를 기울여 시스템을 둘러보다 보면 그 차이를 어렵지 않게 발견 할 수 있을 것이다. 블랙보드는 학습관리시스템에 해당하며, 앞서 말한 학사관리시스템 인 한양대학교 포털과는 엄연히 다른 시스템이다. 학습관리시스템이 블랙보드로 교체되 기 이전에는 한양대학교 포털에 로그인한 후, 우측 하단의 ‘수강신청 정보’ 옆에 있는 ‘내 강의실’ 버튼을 통해 각 수업의 공지 사항이나 과제를 확인했다. 바뀐 것은 바로 ‘수업홈’ 버튼을 눌렀을 때 등장하는 학습관리시스템이다.

▲ 블랙보드 이전의 학습관리시스템 2) 학교에 따라 종합 정보 시스템으로 불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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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학교는 학습관리시스템을 교체한 걸까? 앞서 한양대학교 대나무숲의 제보자를 포 함해 몇몇 학생들이 말했듯 이미 잘 동작하고 있는 시스템이었는데 말이다. 블랙보드가 정확히 무엇인지 알아보는 것을 시작으로 그 이유를 파헤쳐보도록 하자. 블랙보드의 정확한 명칭은 블랙보드 런(Blackboard Learn) 시스템이며, 북미 지역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한양대학교 서울 및 ERICA 캠퍼스는 국내 주 요 대학 중 유일하게 최신 버전을 도입했다. 최신 버전의 장점은 어떠한 스마트 기기에 서도 원활히 동작한다는 것과 풍부한 학습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 하는 풍부한 학습 경험이란 교수님이 설정한 강의 목표 및 형태에 따라 학생들의 학습 방식을 달리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게다가 학습 활동을 하며 발생한 데이터를 수집 및 분석하여 교육 공학 연구 측면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기도 하 다. 블랙보드 외에도 Moodle, Canvas, Coursemos 등 학습관리시스템을 제공하는 업 체는 몇 있으나 앞서 언급한 이유로 블랙보드를 최종적으로 선정하게 되었다고 한다.3) 기존 시스템을 교체한 주된 이유는 무엇보다도 모바일 지원에 대한 학생들의 수요가 상당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PC보다 스마트폰이 편하다고 하는 학생이 있을 정도로 스 마트폰은 보급화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학습관리시스템은 그리 모바일 친화적이지 않았다. 이를 위해 기존 시스템을 개편하고 최적화하는 것보다 애초에 모바 일 지원에 우선순위를 두고 만들어진 블랙보드를 도입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고 미래지 향적인 선택이었다는 것이 학교 측의 입장이다. 경제적인 이유도 빼놓을 수 없겠다. 기 존 시스템은 초기 개발 비용 외에도 그것을 운영하는 데에 드는 서버 운영비, 시스템 안 정화를 위한 유지 보수비가 상당했다. 대부분의 소프트웨어는 다른 소프트웨어들에 의 존한다. 내가 만든 소프트웨어는 바뀌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이 만든 소프트웨어는 바뀌 기 때문에, 이에 대해 호환성을 맞추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정상적인 작동을 기대하기 힘들다. 또한, 대학에서 사용하는 학습관리시스템을 제작하고 운영하는 것은 대체로 학교의 전산팀보다는 기업이 더 잘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학습관리시스템은 대학 3) 한양대학교 블랙보드 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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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요구사항이 크게 다르지 않다. 개발하는 데에 아주 뛰어난 기술력을 필요로 하지 도 않는다. 기업은 공통적인 요구사항을 수렴한 제품을 만들면 납품처가 많아지는 것을 기대할 수 있으니 비용 측면에서 효율화를 추구할 수 있다. 재사용 가능한 시스템이라 면 해당 집단에서 직접 제작하고 운영하기보다 그 시스템 자체를 경쟁력으로 삼는 외부 업체에 비용을 지불하고 그에 걸맞은 서비스를 기대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따라서 외부 업체인 블랙보드에 이를 위임하는 것은 충분히 납득 가능한 결정이다. 하지만, 블랙보드 도입 후 바뀐 학습 관리 과정이 그리 매끄럽지 않다고 호소하는 학 생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이에 『한양』은 블랙보드 지원센터측과 인터뷰를 통해 어떤 문 제가 있었는지, 지금은 해결되었는지, 만약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면 어떻게 이를 해결 하려 하는지에 대해 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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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만, 원인 그리고 현황 첫째로 접속 속도가 느려지고, 수업 자료 다운로드 등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는 것까 지 필요한 터치 수가 증가하는 등 전반적인 사용자 경험의 질이 저하되었다는 의견이 많 았다. 이에 대해 블랙보드 지원센터는 블랙보드 시스템 자체가 크롬(Chrome) 브라우저 에 최적화 되어서, 인터넷 익스플로러(Internet Explorer, IE) 에서는 속도 문제가 발생 할 수 있으니 되도록 크롬 브라우저 이용을 권한다고 전했다. 혹자는 학생이 접속한 네 트워크 환경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도 하지만, 네트워크 환경은 바뀌지 않았음에도 학습관리시스템은 느려졌다는 게 주요한 의견이다. 또한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기까지 필요 클릭수가 증가한 문제에 대해서는, 좀 더 기능별로 세세히 나누려는 블랙보드 측 의 시도가 시스템의 체계화라는 목표는 잡았지만 사용자 편의성은 떨어뜨렸다고 해석할 수 있겠다. 이에 대해선 블랙보드 제작사가 개선해야 할 부분이지만 한 시스템을 여러 학교에 납품하는 업체의 특성상 특정 클라이언트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수용하기가 어렵 다고 한다. 과제 제출 방식이 변경되어 혼란을 초래하기도 했다. 몇몇 수업에서는 과제를 제출했 는데 반영이 되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블랙보드 지원센터 측에서는 앞으로 재발 방지 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말을 덧붙이며 이런 경우는 교수님께 먼저 말씀을 드리고, 교수 님께서 블랙보드측에 관련 오류가 실존했는지 확인 절차를 요청하면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힘쓰겠다고 전했다. 모바일 앱의 편의성과 안정성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반응도 있다. 스마트폰 기기 자체에 설치되어 있는 앱이 크롬, 인터넷 익스플로어 등의 브라우저 위에서 구동되는 웹보다 전반적인 사용 경험이 좋다는 것은 대부분의 학생들은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상식에 반해 블랙보드 모바일 앱의 사용자 경험은 그리 좋지 못하다. 블랙 보드 지원센터 측은 해당 문제를 인지하고 있으며, 이 경우엔 앱보다 모바일 웹(learn. hanyang.ac.kr)을 통해 접속하는 것을 당장의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모바일에서 웹 브 라우저를 통해 접속하는 경우엔 PC환경과 모양새가 비슷해 사용하기 더 쉬울 수도 있다 는 말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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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기 초에는 온라인 강의 관련 오류에 대해서도 크고 작은 잡음이 있었다. 첫째는 강 의를 들어도 출석으로 인정되지 않았던 점, 둘째는 온라인 강의 시스템 자체가 일시적 으로 마비되었던 점이다. 첫 번째 문제는 블랙보드 지원센터 측에서 학생이 콘텐츠에 접속한 기록을 확인해 문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여 도움을 제공했다. 온라인 강의 시스 템이 마비되었던 경우는 블랙보드 사측의 문제였다. 다만 블랙보드 사측에서 마련한 대 응센터는 24시간 운영되기 때문에 문의 접수 자체는 빠르게 처리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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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남아있는 아쉬움 앞서 언급했듯이, 학교는 블랙보드의 도입 이유로 ‘모바일 친화적인 환경’을 제시했 다. 블랙보드 도입 직후 학사 정보에 등록된 이메일로 전달되었던 블랙보드 가이드북4) 에서는 앱스토어, 혹은 플레이 스토어에서 블랙보드 앱을 다운받으라고 권장하기도 한 다. 그렇지만 블랙보드의 모바일 앱은 분명히 개선의 여지가 많다. 블랙보드 지원센터 측은 모바일 앱의 사용자 경험이 그리 좋지 못한 부분을인지하고 있으며, 모바일 환경 에서도 learn.hanyang.ac.kr 주소를 브라우저에 직접 입력해 접속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문제를 사전에 알고 있었다면 앱을 설치하는 것보다는 웹 브라우저를 통해 접속 하는 것이 더 편리하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홍보했다면 어땠을까. 온라인 강의 출석 문 제도 현재는 해결되었다고는 하지만, 학교 측에서 원인과 해결 여부를 공지했다면 학생 들이 느끼는 막연한 답답함이 한결 덜했을 것이다. 학습관리시스템의 특성상, 대부분의 문제는 주 사용자층인 학생들에게 제일 먼저 발견된다. 해당 사안을 지원센터 측에 문 의하려해도 이메일/전화 등 추가적인 매체를 사용해야 하는 번거로움 또한 해결을 늦추 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그렇지만 학교 측도 나름대로의 고충을 호소한다. 우선 블랙보드는 본사를 미국에 두 고 있는 기업인만큼 문화적 차이가 있어 특정 이슈를 납득시키는 것이 어려울 때가 있 다고 전했다. 예컨대 우리나라에서 민감한 개인정보라고 여겨지는 정보가 공개적으 로 노출되어 가림처리를 요청하면, 맥락을 자세히 설명하지 않고서야 작업의 우선순위 가 낮게 매겨진다고 한다. 문제 해결을 담당하는 주체가 교내가 아닌 외부 업체기 때문 에 해결 자체에 다소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고, 이는 관리의 편의성과 트레이드-오프 (Trade-off)5) 관계를 이룬다는 것이다.

4) http://book.hanyang.ac.kr/Viewer/BbGuide_S 5) 어느 것을 얻으려면 반드시 다른 것을 희생해야 하는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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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학습관리시스템을 위해 블랙보드 지원센터는 학생들의 목소리를 들을 준비가 되어있다. 실제로 사이버 강의 오류와 관련해 문의해본 결과 동영상 파일의 이상 여부까지 확인하며 문제 해결에 적극 적으로 도움을 주었다. 만약 문제가 발생할 시에는 블랙보드 지원센터 측에 주저하지 말고 문의해보자.6) 학기 말에는 블랙보드 만족도에 대한 설문조사 또한 진행할 예정이 라고 한다. 하지만 아무리 문의를 한들, 문제가 발견되고 나서야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이미 만족스러운 시스템으로 여겨지기엔 어렵다. 도입 전에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써보 고 피드백 하는 집단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일부 수업에서는 2018년도 2학기부터 실험 적으로 사용했다곤 하지만7), 대다수의 학생들은 학습관리시스템의 변경을 통보 받았다 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번거롭더라도, 바로 도입하는 것 보다는 체험단 등을 모집 해 점진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학생과 교수자들의 혼선과 불만을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 얼마든지 이러한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과연 블랙보드가 이러한 과도기를 견 뎌내야 할 만큼 학생의 학습에 큰 도움이 될까? 인하대학교 교육 연구소에서 발행한 ‘대 학에서의 블랙보드 활용에 나타난 특징과 시사점’ 에 따르면, 이는 교수자에 달려있다고 한다. 블랙보드의 유용함을 끌어내려면 결국 교수자가 해당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가 높 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에 대해 교수자들은 “시스템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시스템이 사 람에게 봉사하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 맞지 않은가” 라며 반문한다. 이와 관련해서는 “교 습자로서 수업의 질을 높이기 위해 그 정도 시간은 투자할 수 있는 게 아니냐” 라는 의 견이 존재한다. 이제 비로소 학생들의 역할이 두드러진다. 앞서 언급한 논문에서는 학 생들이 블랙보드의 장점을 제시하며 교수자 측에게 이러이러한 기능을 적극적으로 사용 6) 02-2220-2034, chy1142@hanyang.ac.kr /schinni@hanyang.ac.kr, 또는 카카오톡에서 hybb 검색 7) R.PBL(Research Project-Based Learning), 연구 문제 중심 학습법 수업으로 일컬어지는 수업에서 블 랙보드를 시범적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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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는 내용이 언급되어 있다. 중간 평가 결과나 과제 제출 여부 를 블랙보드에 게시하는 것이 그 사례로 실렸다. 학습자의 성적이 매겨지는 과정을 기 록하여 그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는 동시에, 정당한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창구로의 역 할을 블랙보드가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새 시스템을 도입하는 시기엔 언제나 과도기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과도기를 거쳐 가는 과정에서 오류와 불만이 있을 수 있지만 블랙보드가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게 된다면 어떨까? 학생은 더 나은 학습관리시스템을 제공받을 수 있게 되고, 학교는 기존 의 학습관리시스템을 유지보수 하는 비용을 다른 부분에 투자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다 만 학교는 이 과정에서 생기는 불편을 적극적으로 해소해 줄 수 있는 창구를 만들고 운 영하는 것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 학생들의 목소리에 대해 빠르고 명확한 대처가 수반 된다면, 블랙보드는 현재의 과도기를 딛고 한양인의 유익한 교육 시스템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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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법

사라진 강사님을 찾습니다.

편집위원 소다미 sodami0127@gmail.com 수습위원 한성현 dlite10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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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대학은 ‘진리 탐구의 상아탑’이 아니라 ‘수익 추구의 상아탑’으로 전락 하고 있다. 대학들이 각종 선전 책자나 홍보 영상에서 제시하는 그럴듯한 구 호들, 예컨대 진리, 정의, 자유, 사랑, 봉사같은 구호는 오로지 브랜드 가치로 서만 존재할 뿐, 실제로는 효율, 탐욕, 눈치, 권위, 출세같은 가치들이 지배하 고 있다. ‘큰 공부[大學]’을 하는 대학이 진정한 진리 탐구의 상아탑이 되려면, 사회와 담을 쌓고 저 혼자만 고고하게 놀 것이 아니라, 대학과 사회 사이의 경 계를 허물고 부단히 교류하며, 치열한 사회적 삶의 현장 속에서 진리, 정의, 자유, 사랑, 봉사 등의 아름다운 가치들을 어떻게 하면 올바른 방식으로 구현 할지 고심하는 현장이 되어야 한다. - 강수돌, 새얼문화재단, 황해문화, 황해문화 통권 제 59고, 2018.06, p.308-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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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법 사태

▲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이 시위하는 모습

“강사법은 있는데 강사가 사라졌다. 해고강사 살려내라!”

작년 겨울부터 국회 앞, 청와대 앞, 각 대학교 등에서 시위하는 대학 강사들의 이야기 가 간간이 들려온다. 그들이 이렇게 치열하게 목소리를 내는 이유가 무엇일까? 바로 고 등교육법 개정안, 이른바 강사법 때문이다. 강사법은 말 그대로 강사들을 위한 법으로, 그들의 열악한 처우 개선을 목적으로 한다. 강사법은 지난해 11월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 과했고, 그에 따라 오는 8월 1일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그렇다면 두 팔 벌려 강사법을 환영해야 할 것 같은 강사들이 위와 같은 시위를 벌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강사법으로 인한 추가지출을 우려한 여러 대학이 강사 수를 줄 여 이에 대처하려는 꼼수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정보공시(대학알리미)에 따르 면, 강사법 통과의 조짐이 보인 뒤부터 전국 대부분의 대학이 강사 및 강의를 조금씩 줄 여가고 있다. 전국 196개 대학(일반대학 186개교, 교육대학 10개교)에서 2019년 1학기에 시간강사(이하 강사)가 담당하는 강의가 2018년 1학기에 비해 3만 학점이나 줄어들었다. 2018년 1학기와 2019년 1학기 사이 시간강사 담당 강의 비율 3.74%p 감소했고, 전체 강 좌수도 6655개나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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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ㅁㅁ박사님께, 한양대학교 본부는 대학 교육의 재정적인 환경 변화에 따라 지난 몇 년 동안 모든 강의를 전임교수들이 담당해줄 것을 모든 소속 대학에 줄곧 요청해 왔습니다. 그럼 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A 단과대학은 강사의 수를 그대로 유지하는 노력을 지속했습 니다. 그러나 이제는 A 단과대학의 노력이 한계에 봉착하여 2019년 1학기부터는 A 단과대 학 학부와 일반대학원 B 학과에서 개설·관장하는 모든 교과목을 전임교원(교육전 담교원 포함)이 맡고 극히 일부 과목만 겸임교수나 특훈교수에게만 배정하도록 결 정하였습니다. ㅁㅁㅁ박사님께서 그동안 성심성의를 다하여 저희 A 단과대학 강의를 맡아주신 점 에 대하여 학장으로서 깊이 감사드립니다. 향후 신분 변동이 가능하신 경우 겸임교수의 지위로 다시 저희 A 단과대학 강의를 맡으실 수 있기를 앙망하오며,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올립니다. 2018년 10월 29일 ▲ 한양대학교 모 학장의 재계약 불가 통보 메일

한양대학교도 마찬가지였다. 모 학장이 자교에서 무려 10여 년 동안 강의한 강사들에 게 재계약 불가를 메일을 통한 서면으로 통보한 것이다. 메일 내용에 의하면, 재정 상황 을 우려하여 모든 교과목을 전임교원이 맡고, 겸임교수 채용을 늘리기로 했기에 불가피 하게 강사 해고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강사법 시행을 앞둔 시점에서 충분한 논의 없이 일 방적으로 통보한 것, 그러면서도 강사법 적용 대상이 아닌 ‘겸임교수’직을 권하고 있는 점 들을 미루어 봤을 이 같은 결정 과정이 투명하기만 했을지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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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학교를 비롯한 국내 대학들의 이러한 행보로 일각에서는 강사법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며 법 자체를 비판하고 있다. 강사법에 따르면 강사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대 학은 지갑을 열어야 한다. 따라서 추가 지출을 피하려는 대학이 강사들을 해고하는 것은 불가피하지 않겠느냐는 논리다. 그러나 과연 강사법이 지나치게 이상적으로 개정된 것일 까? 강사 처우를 위한 추가 비용은 정말 대학만이 떠안게 된 것일까? 그렇지 않다면 강사 대량해고가 필연적이었을까? 무엇보다 대학생인 우리는 강사법 여파에서 안전한 것일 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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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법의 시작 대학 강단에 서는 사람들은 정교수, 부교수, 조교수, 겸임교원, 초빙교원, 강사 등이 다. 이들은 표면적으로 보기에는 크게 다른 점이 없어 보인다. 강의하고, 채점하며, 자신 의 지식을 나누어주고 학점을 배분한다. 그러나 이면은 완전히 달랐다. 현재 대학에 존재 하는 비전임교원 중 강사의 처우는 매우 열악하다. 그들이 받는 급여로 생계를 꾸리기엔 턱없이 부족하며 전임교수가 되기 위해서는 궂은 일도 마다할 수 없다. 비인간적인 대우 로 강사들의 몸과 마음은 망가져 갔다. 실제로 2010년 조선대학교의 강사 서모 씨는 강사 로서의 처우와 처지를 비관하여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 사건을 통해 강사에 대한 열악 한 처우가 수면 위로 드러났고, 이것은 사회의 큰 쟁점이 되어 2011년에 강사의 처우개선 관련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구분 국립대학 사립대학

교수 92,084 91,332

시간강사 8,957 5,887 (단위: 천 원)

▲ 2013년 전임교원 및 비전임교원 평균급여 (출처: 교육부, 국정감사 제출자료, 2014) ▲▲ 국공립 41교, 사립 153교 대상, 해당되지 않거나 자료미제출 대학 제외

강사법 주요 내용 법적 지위 임금 임용기간

강사에게 교원 지위 부여 4대보험의 사용자 부담분 지원 검토 방학중 임금 및 퇴직금 지급 1년 이상 임용 및 3년까지 재임용 절차 보장

▲ 고등교육법 개정안 (출처: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그러나, 법률안은 국회를 통과한 후 무려 7년 동안 4차례에 걸쳐서 유예되었다. 대학 과 강사단체 사이의 좁힐 수 없는 갈등 때문이었다. 교육부는 이들의 갈등과 마찰의 감소 를 위해 2018년 3월에 강사측 4인, 대학측 4인 그리고 국회 추천 전문위원 4인으로 구성 된 강사제도개선협의회를 발족했다. 여러 차례의 치열한 회의를 통해 개정 강사법 합의 안을 극적으로 도출하였고, 2019년 3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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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적으로 도출된 합의안의 내용은 과연 무엇일까. 강사법은 교원 지위 부여, 4대 보 험 지원 검토, 퇴직금 보장 그리고 방학 중 임금 보장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중 가 장 눈여겨볼 것은 교원 지위 부여다.1) 지금까지의 열악한 대우가 암묵적으로 용인될 수 있었던 것은 이들의 법적 지위가 보장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미 보편화된 지식을 전달 하는 중고등학교와는 달리 대학교는 연구자이며 학자인 교수가 직접 공부하고 연구한 실 적을 가르치는 곳이다. 강사 역시 치열하게 공부하고 연구한 끝에서야 강의실에 설 자격 을 얻게 된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이들의 법적 지위 및 신분을 보장해 주지 않았다. 그들의 연구 실적, 수업 준비와 노고 등에 걸맞지 않은 대우를 받을지라도 이의를 제기할 명목이 없었다. 그러나 이번 강사법 덕분에 강사들은 학교에 올바른 대우 및 연구 공간 등을 요구할 수도 있게 되었다. 법적 지위와 더불어 근무·계약기간, 임용기간 보장, 보 수 및 연구보조비 지원, 4대 보험 등 경제적으로 지원받는 부분도 증가한다. 강사의 처우 를 보장한다는 목적에 부합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강사법의 실효성에 있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작년 12월 14일 한겨레신문사에서 열린 ‘시간강사법 대책 간담회’에서 이강재 서울대 교수는 “시행 령에서라도 강의료나 방학 중 임금의 최소기준을 정해야 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으면 시 행 과정에서 강사들의 열악한 처우가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다. (중략) 최소한의 강의료 기준이 없다면 문제가 나아지기 힘들어 보인다” 라고 밝혔으며 박치현 강사는 “교원의 지 위를 인정받고 학교에 연구 공간을 요구할 수 있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정도다”라고 밝 혔다.2) 앞서 말했듯 이번 강사법은 강사 측과 더불어 대학 측의 입장이 함께 반영된 합치 안인 만큼, 대학이 꼼수를 부릴만한 장치가 어느 정도 포함되어 있다.

1) 교원자격 부여의 구체적인 이점은 교육공무원법에 있다. 현행 교육공무원법은 교육공무원의 범주에 교 원을 포함하고 있다. 사립대학교의 교원도 공무원이 받는 혜택 일부를 적용받게 되는 것이다. 교원자격을 갖게 되는 시간강사들에게는 인사위원회 동의를 거치는 등 공개전형에 의한 채용과 투명한 재임용 절차, 현행범이 아니면 학교장 동의 없이 학교에서 체포되지 않을 권리 정도의 혜택을 받게 될 것이다. 2) 한겨레, “강사 처우 개선, 대학은 과도한 엄살을 멈추라”, 2018.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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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은 정말 강사를 해고했어야 했나?

▲ 대학 측 관계자들의 강사법 개정 반대 시위 (출처: 중앙일보)

지난해 7월 전문대학입학관리자 협의회 등 대학 측 관계자들이 진행했던 강사법 개정 반대 시위의 문구인 ‘대학이 죽으면 강사도 없다’가 단적으로 보여주듯, 대학은 강사법 때 문에 ‘진짜 곧 죽을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이 밖에도 “등록금 동결 이후 (재정적으로) 최 대의 위기”라고 평하는 대학 측 관계자의 인터뷰 등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대학의 반응은 하나같이 부정적이기만 하다. 표현의 강도는 조금씩 다르나 그들이 말하는 강사법 반대 의 이유는 하나로 압축된다. 10년째 등록금이 동결되었고, 저출산으로 신입생이 점차 감 소하는 상황에서 강사법은 재정에 너무 큰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결국 대학은 대규모 구 조조정이라는 카드를 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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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전국대학강사노조, 대학, 정부 측은 강사법으로 인한 추가 비용을 모두 다르게 계 산하고 있다. 대학 측은 추가 강사료가 연간 3500억 원에 달하며 대학 재정에 아주 큰 부 담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셈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방학 중 임 금’ 등 대학이 자율적으로 임금 수준을 정하는 항목들조차 대학이 한순간에 최대치로 급 여한다고 가정해 나온 수치라는 것이다. 대학강사노조 측이 주장하는 1600억 원과 비교 해보면 그 계산이 상당히 부풀려졌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단위 : 백만 원, %) 회계

항목

2013년

2014년

2015년

2016년

2017년

증감 ('17-'13)

법인전입금

715,903 (4.0)

893,778 (4.8)

824,694 (4.4)

801,637 (4.3)

845,783 (4.5)

129,875

기부금

367,693 (2.0)

392,372 (2.1)

368,005 (2.0)

411,995 (2.2)

429,210 (2.3)

61,518

국고보조금

1,882,823 (10.5)

2,276,077 (12.1)

2,492,427 (13.4)

2,806,242 (15.0)

2,839,353 (15.3)

956,530

17,971,546 18,790,779 18,628,898 18,647,302 18,596,757 (100.0) (100.0) (100.0) (100) (100.0)

625,211

교비

수입총액

산단

국고보조금 2,217,014 수입총액 총계

4,549,579

2,387,098

2,505,193

2,667,775

2,707,878

490,863

4,799,848

5,118,696

5,542,453

5,874,878

1,325,299

22,521,126 23,590,627 23,747,594 24,189,755 24,471,635 1,950,509

1) 등록금수입 = 입학금 + 수업료(계절학기 수업료 제외) 2) 법인전입금 = 법인전입금 + 법인출연기본금(자본및부채수입 항목) 3) 산 학협력단회계 국고보조금 = 지원금수익 중 (정부연구수익 + 교육운영수익) + 간접비수 익 중 (지원금연구수익) + 지원금교육운영수익) 4) 산학협력단회계 수입총액 = 현금흐름표 기초의현금 + 현금유입액 5) 총계 : 교비회계 수입총액 + 산합협력단회계 수입총액 (내부거래 포함) 6) ( ) 안 수치는 '각 항목별 금액 / 교비회계 수입총액' (%) ▲ 사립대학 주요 수입 현황 (출처: 뉴스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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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 차이는 있지만 어찌 됐든 추가 강사료의 단위가 천억이기 때문에 체감상 막대한 금액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절대적인 숫자에 매도된 채 크고 작음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 대학의 전체 수입 중 강사료가 얼마를 차지하는지 상대적으로 따져보아야 한다. 4년제 전체 사립대 1년 교비(등록금)수입은 18조 원으로, 국고보조금과 산학협력단 회계까지 더 하면 연간 총수입은 24조 원이 넘는다.3) 현재의 시간강사 연간 총강의료 2200억 가량을 전체 수입과 비교했을 때 강사료는 수입의 1%도 채 되지 않으며, 추가 강사료 역시 수입 의 1%대에 불과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렇듯 수입의 1%에 불과한 추가강사료 가 재정상의 최대 위기를 불러온다는 대학의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 사립대학 적립금 현황 (출처: 대학교육연구소)

게다가 언론을 통해 재정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사립 대학들은 사실 재정적인 여 유가 충분하다. 주요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강사법으로 곧 망할 것처럼 앞장서서 말하는 대학들은 우리 대학을 포함하여 고려대와 연세대같이 수천억 원의 적립금을 보유하고 있 는 사립 대학들이다. 전국 사립대학의 총 적립금은 지금 9조 원에 달한다. 학교당 수백억 원에서 많게는 수천억 원까지 뒤에서는 적립금을 보유하고 있는데, 앞에서는 추가 강사 료가 없다고 말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심지어, 대학이 저 금액을 오로지 혼자서만 부 담하는 것도 아니다. 정부는 강사법과 관련하여 시간강사 처우 개선비라는 이름으로 교 3) 뉴스톱, “[팩트체크] 강사법, 정말 돈이 없어 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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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부에서 예산 288억 원4)을 지원하기로 확정했으며,5) 추경을 통해 시간강사 연구비 280 억 원을 추가로 지급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현재 호봉이 높은 교수들 대부분이 베이비붐 세대로 곧 퇴직할 것이라는 점 또한 대학의 재정에 여유를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되는 상 황이다. 여러모로 대학에 유리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전체 수입의 1%대에 불과한 추가 강사료로 재정부담을 운운하며 합의안을 무시하는 대학의 태도에선 뻔뻔함이 느껴진다. 대학의 행태를 두고 과도한 엄살이라든가 악어의 눈물과 같은 날선 비판이 터져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뻔뻔함 때문일 것이다.

4) 8월부터 강사법이 시행되기 때문에 하반기 6개월 치의 예산이다. 2020년부터는 연간 예산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5) 이데일리, “내년 교육부 예산 74조9163억원 확정..강사법 288억원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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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법, 그 끝은 파국 개정 강사법을 두고 대학이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대응하면서 잇따른 논란이 일고 있 다. 이에 『한양』은 강사와 대학, 나아가 사회가 어떻게 이 문제를 헤쳐나갈 수 있는지 한 국비정규직교수노동조합의 김진균 성균관대 분회장(이하 김진균)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 해보았다.

▲ 『한양』은 한국비정규직교수노동조합의 김진균 성균관대 분회장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한양』 : 이번에 개정된 강사법은 시간강사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만 들어졌습니다. 현재 강사의 노동환경이 어떠한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김진균 : 현재 강사들은 대학에 기여하는 것보다 훨씬 적은 인건비를 받고 있습니다. 전국 대학 평균 전임교수(전임교원)의 수와 강사의 수가 대략 비슷해 대학의 핵심 기능인 연구 와 교육의 절반 정도를 강사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강사들은 전임교수 가 받는 인건비의 10%에도 못 미치는 급여를 받습니다. 또한, 강사는 수업을 진행할 뿐만 아니라 방학 중 미리 수업을 준비하고, 학기 중에도 수업 전후로 수업을 준비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종강 이후에도 학생들을 일일이 평가하며 성적을 산정하는, 보이지 않는 노동 시간이 많습니다. 거기에 자신의 연구 시간까지 포함 하면 실제 강의의 5~6배에 달하는 노동을 하는 것이죠. 하지만 강사는 전임교수와는 달 리 ‘강의 시간’에만 비례해서 임금을 받습니다. 강사법의 근본적인 취지는 이렇게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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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 대학은 이번 강사법으로 인해 재정적으로 많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주장합니 다. 이러한 대학의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김진균 : 법의 취지는 가혹한 처우를 개선하자는 것입니다. 그러나 대학 측은 현재의 회계 구조 안에서는 추가 지출할 만한 재정 여력이 없다고 말합니다. 이것은 시간강사를 향한 ‘착취구조’를 유지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비도덕적인 행위입니다. 실제로 대학이 부 담하는 금액은 1%대에 불과합니다. 교육부가 지원을 약속했기 때문에 대학이 부담해야 하 는 금액은 0.n% 대로 더 줄어듭니다. 한편, 규모 있는 수도권 대학들이 목매는 정부재정지 원사업6)은, 강사를 줄이면 재정 지원을 해주지 않겠다고 선포했습니다. 이 지원이 끊기면 대학은 오히려 재정에 있어 손해를 보게 되는데도 대학은 횡포를 부리고 있습니다. ‘정말 재정이 문제일까’라는 의문이 듭니다. 강사법이 만들어진 배경으로는 많은 강사의 자살이 있었습니다. 사람이 정말 죽을 만큼 의 가혹한 착취를 개선해보자고 하는 건데, 그런데도 ‘안 된다. 못 하겠다’라고 말하는 것 은 대학의 ‘경영능력의 파탄(부족)’을 드러내는 것이며, ‘연구와 교육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 는 이들이 대학을 경영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대학이 연구와 교육이라는 핵심적이고 근본적인 기능을 망각한 도덕적 파탄이라고 할 수 있죠.

『한양』 : 강사법에 대학은 대규모 해고로 맞설 것이라고 예상됩니다. 강사 대량 해고시 캠퍼스 내에는 어떤 변화가 발생하게 됩니까? 김진균 : 변화가 아니라 파국이 일어날 것입니다. 교수는 과로, 강사는 실직, 학생은 학습 권 박탈이라는 위기와 직면하게 됩니다. 일단은 강사들이 쫓겨나니 강사 개인의 불행이죠. 10년, 20년 공부한 사람들이 생계를 위해 다른 직장을 찾아야 합니다. 강사를 빼낸 자리에 누군가를 더 넣어야 하니까 전임교원들이 초과 강의를 부담해야 합니다. 전임교원의 필

6) 국가(지방자치단체포함)재정을 통해 대학에 (인건비,장학금,국제협력비,산학협력비 등을)지원하는 사 업. – 김미정, 정부 대학재정지원이 대학교육성과에 미치는 영향 : 대학교육역량강화사업을 중심으 로, 강원대 석사학위논문, 2013, p.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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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강의는 대학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9~10학점 정도인데, 이들은 해고된 강사들의 수업 을 메꾸기 위해 초과 강의를 맡아 12학점, 18학점까지 부담하게 될 것입니다. 안 그래도 성 과 전쟁 때문에 교수들은 논문 쓰랴, 연구하랴 바쁩니다. 그런데 초과 강의까지 더해진다 면 강의의 질이 아주 급전직하 추락할 것입니다. 학부생에게는 강의 수 자체가 줄어드는 문제가 생겨 졸업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 다. 실제로 수도권의 중소형 대학들은 강의 수가 굉장히 줄어들었습니다. 사실 그전에도 강의 수가 부족해 학생들은 수강 신청 날마다 PC방으로 향해 선착순으로 강의를 선점하 려 애썼어야 했고, 수업을 불법적으로 거래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이건 대학이 충분한 강 좌를 열지 않아 생기는 문제입니다. 적어도 학부생 수를 고려해서 다양한 강좌를 진행할 수 있어야 하는 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대학은 비용 절감의 측면에서 강의 수를 줄여버리니, 대학이 불법과 비도덕을 학생들에게 강요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대규모 해고에도 해고되는 강사와 살아남을 강사가 구별될 것입니다. 돈이 되고 수요가 많은 ‘주류학문’만 남기고 소수학문 교수들은 살아남지 못할 것으로 예측할 수 있 습니다. 이렇게 된다면 학생들은 소수학문을 접할 기회를 박탈당하게 되고, 어느 대학을 가든 다양성 없이 획일화된 교육만을 받게 될 것입니다. 여기서 의외의 봉변을 당한 이가 또 있는데, 바로 대학원생입니다. 강사가 해고됨으로써 미래전망이 꺾일 것입니다. 이는 연구의 붕괴를 뜻하며, 결국 학문 후속세대의 위기를 낳을 것입니다.

『한양』 : 이번 강사법을 두고 ‘강사들도 반대하는 강사법‘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실제로 많은 강사가 반대하고 있습니까? 그렇다면 강사들의 노동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어떻 게 강사법이 개선 및 수정되길 바라고 계십니까? 나아가 국가나 대학 혹은 사회는 어 떤 방식으로 노동환경을 개선해 나갈 수 있습니까? 김진균 : 강사법은 2011년 이명박 정부 때 처음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당시 정부가 발의 해서 만든 법안은 오히려 대학이 강사의 구조조정을 용이하게 하는 악법이었습니다. 따라 서 그때 노동조합은 강사법을 적극적으로 반대했습니다. 계속해서 농성하고 시위한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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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이나 유예시킬 수 있었습니다. 다만 정권이 바뀌면서 대학을 운영하는 주체들(국회 추천 인사, 강사 추천 인사, 대학 추천 인사)이 모여 제도개선위원회가 구성되었고, 이를 기반으로 강사법이 만들어졌습니다. 예전에 구조조정을 야기하던 악법이 폐기되고 이번 의 개정 강사법을 도출해 낸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문제는 이 합의한 결과물을 두고도 대 학들이 조금의 추가금액을 핑계로 구조조정이라는 역공을 하고 있습니다. 강사법이 아니 라 대학의 이러한 퇴행적이고 파국적인 행태에 문제를 제기해야 합니다. 따라서 강사들도 반대하는 강사법이라는 표현은 사실 이 시점에서 적절한 말은 아닙니다. 지금의 강사법을 반대하는 강사들은 이런 세부적인 상황을 잘 모르고, 지식인의 책임을 다하지 않고 말하 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강사들도 반대하는 강사법이라는 표현 말고도 또 비판이 나오는 부분이 있는데, 대학 특히 사립대학에 정부가 개입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하는 사 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정말 잘못된 생각입니다. 교육의 공공성 때문입니다. 교 육은 권리이자 의무라고 헌법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정부는 고등교육의 공공성을 인정하 고 있으며 동시에 이를 지켜야 하므로 재정지원사업을 만들어 대학에 엄청난 금액의 지원 을 해주고 있습니다. 이렇듯, 정부의 엄청난 재정지원을 받고 있으면서도 1% 이하의 추가 비용 때문에 강사 들을 해고하고 연구와 교육 기능의 붕괴를 가져오는 대학이 개과천선하는 것이 이 사태를 개선해나갈 수 있는 방안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현 상황으로서는 대학이 개과천선할 유인 책이 없기 때문에 정부만이 유일하게 대학을 막을 힘을 가진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지 금 정부도 최선을 다해 이 사태를 봉합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 겨울 한유총과 정부의 대립에서처럼, 교육의 공공성을 지켜내지 못하는 대학에 단호하게 대응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구조조정 시 정부의 재정 지원을 끊겠다는 식으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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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


기업 아닌 대학 대학이 재정을 이유로 강사를 해고하게 된 근본적인 기저로는 ‘신자본주의의 흐름에 묻혀, 하나의 기업이 되어버린 대학’이 있다. 한국에서 대학의 기업화는 90년대 중반부 터 본격화되어 대학 사회의 지배적인 흐름이 된 지 오래다. 총장을 비롯한 대학 운영진은 교육의 질보다는 대학 운영의 경제성과 효율성을 따지는 경영인이 되었다. 최소비용으로 최대효과라는 경제성의 원칙에 따라 대학을 운영하는 그들의 태도는 대학을 기업과 같은 사업체로 만들었다.7) 이러한 대학의 기업화는 신자유주의 흐름 속에서 대학들이 만들어 낸 어쩔 수 없는 자 구책이었다는 시선도 있다. 대학의 자율화라는 명목하에 대학은 무한 경쟁에 내몰렸고, 경쟁에서의 승리는 경영에서의 승리처럼 이익의 크기로 좌우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 로 인해 초래되는 결과는 단순히 대학이 기업이 되고 학생과 교원이 소비자가 되는 것으 로 끝나지 않았다. 철저히 이윤에 따라 움직이는 기업가처럼, 더 큰 수익을 위해 구조조 정의 칼을 빼 든 대학은 흐려진 대학의 본질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무엇이든 숫자와 돈으로 결정하게 되는 세상에서 강사 개개인의 사정은 쉽게 지워진 다. 강사 뿐만이 아니다. 보다 양질의 강의를 듣고 싶은 학생, 더 나은 강의를 하고 싶은 교수까지. 어쩌면 자본주의라는 거대한 사회 체제 안에서 살고 있는 우리로서는 사라지 는 그들의 의미를 붙잡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대학 내에서만큼은 그 어 떤 것에도 방해받지 않고 학문과 진리를 탐구하는 데에 집중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그 것이 대학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대학이 그 본질에 집중하지 않고 수익 창출에 눈을 돌 리는 지금, 그 피해는 약자인 학생과 강사가 뒤집어쓰게 된다는 것이 강사법 사태로 다 시 한번 드러났다. 부디 대학이 지식의 상아탑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교육과 학문에 집 중하길 바란다.

7) 진보평론, 제52호 2012년 여름호, “대학의 기업화와 시간강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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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낙태죄 편집위원 소다미 sodami0127@gmail.com 수습위원 이지원 ljiwon_1212@naver.com

02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편집위원 박준영 junyoung1204@hanyang.ac.kr

03

인구절벽 부편집장 김경모 kgm0822@naver.com

04

국민연금 수습위원 한성현 dlite1017@naver.com

05

기본소득제 편집위원 김혜선 tjs9907@naver.com

06

진지충 수습위원 이지원 ljiwon_1212@naver.com


Part

2

사회


# 낙태죄

낙태죄, 법정에 서다

편집위원 소다미 sodami0127@gmail.com 수습위원 이지원 ljiwon_12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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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형법 제269조 제1항, 제270조 제1항 중 ‘의사’에 관한 부분은 모두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 위 조항들은 2020. 12. 31.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 할 때까지 계속 적용된다. - 2017헌바127 헌법재판소 결정문 주문(主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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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에 선 낙태죄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는 ‘낙태죄’에 대하여 헌법불합치1) 판결을 내 렸다. 이는 낙태죄 관련 규정이 형법에 제정된 후 66년 만의 일이며, 오랜 시간 동안 논 쟁의 핵심에 있었기에 낙태죄에 대한 여론도 굉장히 과열되어 있었다. 선고 당일, 헌법 재판소 입구 앞은 재판을 방청하기 위한 사람들과 낙태죄 합헌을 주장하는 시위자, 위 헌을 주장하는 시위자들이 뒤엉켜 혼잡했다. 헌법불합치 선고가 내려지자 낙태죄 폐지 지지자들은 기쁨의 눈물을 흘리기도 하였으며, 폐지 반대자들은 유감을 표하며 항의하 기도 했다. 동시에 당시 모든 포털 사이트는 ‘낙태죄’, ‘헌법불합치’, ‘낙태죄 폐지’ 등 낙 태죄 판결과 관련된 검색어로 장악되었고 낙태죄의 헌법불합치 판결을 전하는 기사가 쏟아졌다. 일부 연예인들 또한 자신의 SNS를 통하여 판결에 대한 의견을 게시하였다. 이처럼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어 왔던 헌재의 낙태죄 판결은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다.

헌법재판소 선고 낙태죄에 관련된 형법 제269조 1항, 제270조 1항에 대하여 헌법재판관 9인 중 4인은 헌법불합치의견을, 3인은 단순위헌의견을, 2인은 합헌의견을 선고하였다. 따라서 최종 적으로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는 헌법불합치판결이 선고되었다. 형법 제269조 (자기낙태죄)

① 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1995. 12. 29.>

형법 제270조 (의사낙태죄)

① 의사, 한의사, 조산사, 약제사 또는 약종상이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 아 낙태하게 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개정 1995. 12. 29.>

그렇다면, 낙태죄는 왜 헌재에 소환되었을까. 더불어 판결에 대한 국민의 반응이 환호 와 분노로 대립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본 기사에서는 헌재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을 다룸과 동시에 기존의 낙태죄 규정이 가진 모순을 지적할 것이다. 그리고 판결 이후에 이 루어져야 할 사회적 합의와 보완·개혁되어야 할 사회문제들에 대하여 논하고자 한다.

1) 헌법불합치는 해당 법률이 사실상 위헌이기는 하지만 즉각적인 무효화에 따르는 법의 공백과 사회적 혼란을 피하기 위해 법을 개정할 때까지 한시적으로 그 법을 존속시키는 결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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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낙태죄, 합헌인가 위헌인가 이번 낙태죄를 헌법소원심판2)에 청구한 사람은 한 산부인과 의사다. 헌재의 결정문 에 따르면 청구인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여러 차례 낙태시술을 한 사실 등으로 기 소되었다. 그는 낙태죄 관련 조항이 헌법위반이라고 주장하며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3) 을 하였으나 2017년 1월에 기각되었다. 이에 청구인은 2017년 2월 8일 조항들에 대하여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고, 결국 낙태죄는 헌재에 소환되었다.

청구인의 주장 낙태죄는 여성의 자기운명결정권, 건강권, 신체의 완전성에 관한 권리, 모성을 보호 받을 권리 그리고 평등권을 제한한다. 또 태아는 그 생존과 성장을 전적으로 모체에 의존하기 때문에 이를 모(母)와 동등한 수준의 생명 및 생명권의 주체로 볼 수 없다. 낙태죄는 지나치게 태아만 집중하며, 인간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이미 완전한 인간인 여성의 자기결정권 등의 기본권 침해를 암묵적으로 정당화한다. 현행 법은 모자보건법 제14조에 따른 경우를 제외하고는 임신 초기의 낙태까지 전면적· 일률적으로 금지하여 여성의 임신이 원치 않은 것일지라도 단호하게 임신과 출산을 강제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임신과 출산은 여성과 그의 배우자 모두의 삶을 완전히 바꿔버린다. ▲ 헌재의 최종 판결문 중 ‘청구인의 주장’을 재구성

2) 공권력으로 인해 기본권을 침해받은 경우 헌법재판소에 이를 회복시켜 달라고 청구하는 일. 3) 위헌법률 심판 제청은 법원에서 재판중인 구체적인 소송사건에서, 그 사건에 적용될 법률이 위헌인지 아닌지가 문제되어 법원이 직권으로 혹은 소송당사자의 신청을 받아들여 법률의 위헌여부를 심판하여 줄 것을 헌법 재판소에 제청하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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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보건법 (2009. 1. 7. 법률 제9333호로 개정된 것) 제 14조(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한계) ① 의사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되 는 경우에만 본인과 배우자(사실상의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 의 동의를 받아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할 수 있다. 1. 본인이나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 체질환이 있는 경우 2. 본인이나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3. 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하여 임신된 경우 4.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 간에 임신된 경우 5. 임신의 지속이 보건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모든 임신이 계획적이고 의지적인 것이 아님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행법은 출산과 임신을 강제하는 반면, 그 이후의 삶은 전혀 책임지지 않는다. 여건상 아이 양육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사람조차 충분한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안 전하지 않은 불법낙태를 감행하는 이 역시 적지 않다. 고려대학교 인공임신중절 실태조 사에 의하면 2005년 연간 약 34만 건의 낙태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 역시 추 정 건수에 불과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더 많이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또 다른 문제는 자기낙태죄 조항을 악용하여 이를 ‘복수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사례 가 많다는 것이다. 헤어진 연인 또는 전 배우자를 낙태죄로 고발했다는 이야기가 종종 들려온다. 이 황당한 사례는 비록 고발하는 당사자가 임신 중절에 함께 동의했을지라도 자기낙태죄로 인한 처벌은 낙태 당사자, 여성 본인만 받기 때문이다.4)

4) 남성의 경우, 낙태를 도와주면 낙태 방조죄로 처벌될 수 있다. 그러나 ‘방조’이기에 합의된 낙태일지라 도 남성을 낙태의 주체로 여기지 않고 있으며 처벌 수위 역시 여성에 대한 처벌보다 훨씬 가볍고 그마 저도 실질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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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판결, 그 이후 낙태죄의 헌법재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2년에도 위헌 여부를 판단하는 재판 이 열렸었다. 당시에는 8명의 재판관 가운데 절반인 4명만이 위헌 의견을 내 합헌 판결 이 났었다.5) 당시 헌재의 판결은 다음과 같다.

“인간의 생명은 고귀하고, 이 세상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엄한 인간 존재의 근원이며, 이러한 생명에 대한 권리는 기본권 중의 기본권이다. 태아가 비록 그 생명 의 유지를 위하여 모(母)에게 의존해야 하지만, 그 자체로 모(母)와 별개의 생명체이 고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인간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므로 태아에게도 생명권이 인 정되어야 하며, 태아가 독자적 생존능력을 갖추었는지 여부를 그에 대한 낙태 허용의 판단 기준으로 삼을 수는 없다” ▲ 2012년 헌법재판소 결정문 일부 발췌

낙태죄가 지금부터 완전히 폐지된 것은 아니다. 2020년 12월 31일까지 국회에 관련 조 항의 개정을 주문하되 그 이전까지는 현행법을 따르는 것이다. 그러나 낙태에 있어 다소 관대한 방향으로 개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압도적이다. 이에 따라 낙태죄의 위헌을 주장 해오던 시민단체를 비롯한 찬성 측은 헌재가 올바른 판결을 내린 것이라며 안도했다. 반 면 낙태는 살인이라며 합헌을 주장해오던 반대 측은 위 같은 판결을 보며 탄식했다. 낙태법 개정을 앞두고 법적으로 규정되어야 할 사안들에 대한 구체적인 의견 역시 쏟 아져 나오고 있다. 헌재의 판결에 따르면 태아가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점과 임산 부가 출산여부에 대해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충분한 시기를 고려해 낙태결정가능 기간을 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자연 유산유도제 미프진을 합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 가 높아졌다.6) 미프진은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해 2005년 필수의약품목록으로 지정 되었다. 현재는 OECD 국가 중 80%가 미프진을 승인 허가하여 치료에 사용하고 있다. 5) 위헌 결정을 위해서는 재판관 중 6명이 위헌 의견을 내야 한다. 6) 미프진은 자궁 내 착상된 수정체에 영양공급을 차단해 자궁과 수정체를 분리하고, 이를 자궁 밖으로 배출시켜 유산을 유도하는 약품이다. 수정체를 대상으로 한 약품인 만큼 임신 초기에 사용할 수 있으 며 이 기간에 의료진의 처방아래 안전하게 복용한다면 그 효과가 95%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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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도 안전하게 임신을 중단할 수 있다는 희망에 미프진을 찾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미프진은 낙태를 유도하는 불법약품이기 때문에 안전한 처방과 복 용을 기대하긴 어렵다.7) 미프진은 인터넷에서 암암리에 거래되기 때문에 구하기 쉽지 않을 뿐 아니라, 기껏 구한 약이 ‘짝퉁약’인 경우도 부지기수다. 더 큰 문제는 미프진의 부작용에 있다. 메스꺼움, 구토, 설사, 현기증, 피로 발열, 과다출혈, 심지어는 자궁 외 임신까지도 초래할 수 있다. 더불어 미프진으로 인한 임신 중절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 신생아의 약 12%는 선천적 결함을 안게 될 위험이 있다. 안타까운 점은, 미프진에 대한 사소한 지식과 안전한 처방이 전제된다면 부작용을 충 분히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불법약품인 미프진에 대한 처방은 물론 이에 대한 정보조차 얻기 쉽지 않다. 만에 하나 부작용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게 될 경우에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기 어렵다. 환자는 ‘불법약품으로 인한 부작용 치료’라 는 기록이 남는 것이 두렵고, 의사 역시 불법약품 부작용에 대한 정보 및 연구가 전무하 거나 부족하기 때문이다.

7) 본 조사를 통해 임신중단을 시도한 435명 중 6.7%(29명)가 유산 유도약을 낙태 방법으로 선택한 것 으로 확인 됨. 그런데 구매 자체가 불법인 것을 고려하면 결코 낮은 수치가 아님. 그리고 100% 국내 외 구매대행 기관을 통해 구매·복용하고 있는데, 약물의 안전성 및 부작용 관련 정보가 부족하고, 이 에 관한 두려움 호소, 그럼에도 비용 부담이 낮고 익명성이 보장된다는 이유로 유산 유도약을 복용하 고 있음. (전문 발췌)(김동식, 낙태죄로 인한 여성의 안전한 임신중단권과 건강권 침해 실태와 정책과 제, 한국여성정책연구원(구 한국여성개발원), 2017,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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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유산유도제 미프진과 더불어 의료진의 낙태시술거부권에 대한 논의도 뜨겁다. 헌재의 판결 바로 다음날인 4월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낙태 합법화, 이제 저 는 산부인과 의사를 그만둬야 하는 것인지...ㅠ”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와 참여 인원이 빠르게 30,000명을 돌파했다. 청원인은 산부인과 의사로, “생명의 신비를 매일 느낀다. 신비롭게 형성된 태아의 생명을 (비록 그 태아가 아직 아기집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할 지라도) 제 손으로 지울 수 없습니다.”라고 전했다. 더불어 “낙태 시술이 산부인과 의사 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시술이 된다면 그것이 아무리 큰 수익을 가져다준다고 하더라도 저는 산부인과 의사의 길을 접을 것입니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덧붙여 생명의 신비에 감동해 산부인과를 선택하고자 하는 후배들, 독실한 종교인 등의 경우 산부인과의 길을 선택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마찬가지로 “원치 않는 낙태시술을 거부할 수 있는 진료거부권을 반드시 함께 포함해 의료 현장을 반강제적으로 떠나야 하는 의사가 없도 록 해 달라”는 것이 청원인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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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폐지, 이제 시작이다 헌재 결정문에서 알 수 있듯이, 헌법재판소는 여성의 자기결정권 보장을 낙태에 대한 헌법불합치판결의 근거 중 하나로 들고 있다. 자기결정권은 대한민국 헌법 제10조에 의 해 보장되는 권리로서 성적 자기결정권, 생명·신체의 처분에 대한 결정권, 피임결정권 등이 해당된다. 자기결정권이 보장되기 위해서는 여성의 재생산권8)에 대한 보장이 우선 적으로 전제되어야 한다. 이때의 재생산권은 여성의 신체적 자기결정권과 건강권, 출산 과 성에 대한 양성 평등권, 자녀 양육을 위한 공적 지원 요청권 등 태아와 관련된 여성 의 전반적인 권리를 일컫는다. 즉, 재생산권이란 여성이 임신, 출산에서부터 양육의 과 정까지 모든 선택을 안전하고 자발적으로 행할 권리이다. 이때의 선택이란 아이를 낳아 양육하겠다는 의지를 포함함과 동시에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의지, 결정 또한 포함하고 있다. 현재 여성의 재생산권이 보장되고 있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여성이 낙태를 결정한 근본적 원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33.4

32.9 31.2

17.8

11.7

11.3 9.1 6.5

5.1 0.9

직업, 직장 등 사회활동에 지장이 있을 것 같아서

경제상태상 자녀계획 때문에 양육이 힘들어서 (자녀를 원치 않 (고용불안정, 아서, 터울조절 소득이 적어서) 등)

파트너(연인, 배 우자 등 성관계 상대)와 관계가 불안정해서(이 별, 이혼, 별거 등)

파트너(연인, 배 우자 등 성관계 상대)가 아이를 원하지 않아서

태야의 건강문제 나의 건강상태에 나 또는 파트너의 때문에 문제가 있어서 부모가 (임신 중 약물복 인공임신중절(낙 용 포함) 태)을 하라고 해서

기타

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해 임신했기 때문에

▲ <임신중절을 하게 된 이유> 2018년 보건사회연구원이 여성 1만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8) 1994년 카이로에서 개최된 인구 및 개발에 관한 국제회의에서는 재생산권의 개념을 ‘모든 부부와 개 인이 자녀의 수와 이에 관한 시간적, 공간적인 환경을 자유롭고 책임감 있게 결정하고 이를 위한 정보 와 수단을 이용할 수 있는 기본적 권리, 그리고 그들에게 최고 수준의 성적, 재생산적 건강 상태에 이 를 수 있도록 하는 것과 차별, 강압, 폭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재생산에 관한 결정을 내릴 권리를 포함’ 한다고 정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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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위 그래프에 따르면 ‘학업, 직장 등 사회활동에 지장이 있을 것 같아서’라는 답변이 33.4%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였으며, ‘경제 상태상 양육이 힘들어서’라는 답변이 32.9%로 두 번째로 많았다. 위의 조사 외 다른 조사에서도 임신중절의 사유로 경제적 이유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여성이 낙태를 결정하기까지에는 수많 은 개인적 상황 내 문제도 포함된다. 하지만 조사결과로 알 수 있듯이 많은 경우, 계획 되지 않은 임신으로 인하여 여성은 혼자 감당할 수 없는 사회경제적 어려움과 직면하게 된다. 여성에게는 당장의 경제적 해결책이 없으며 학력과 커리어를 이어나갈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 없다. 이 모든 것은 여성이 임신, 출산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자발성을 감소시킨다. 국가에서는 임신, 출산, 양육과 관련된 사회경제적 부담감을 완화하고 출 산을 장려하기 위하여 여러 복지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그것은 실질적으로 임신·출 산의 결정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여성의 재생산권을 크게 침해한다. 임 신과 출산에 대한 여성의 자발적 선택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사회경제적 여건 조성이 우선되어야 한다. 국가는 출산을 장려하기 위한 여러 정책을 추진해 왔다.9) 하지만 성 고정관념이 경 직되어 있고 성차별이 만연한 조직 내에서 이 제도를 온전히 누리기에는 무리가 있다. 2019년 4월 29일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발표한 성평등 생활사전 직장편에 따르면 남 녀 모두 직장에서 바꾸고 싶은 성차별적 말과 행동으로 결혼·출산·육아 관련 내용이 21.5%로 가장 많았다. 주목할 만한 것은 남성이 경험하는 성차별적 말과 행동 주제 1위 또한 결혼·출산·육아에 관한 내용이라는 것이다. 이것에는 “남자가 무슨 육아휴직이 야” 등 남성이라서 육아휴직 또는 탄력근무제도를 이용할 수 없는 분위기, 결혼과 육아 관련 차별 언어 등이 포함된다.10) 이러하듯이 임신·출산·양육과 관련된 권리를 보장 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뒷받침과 동시에 인식적 변화가 필수적이다. 출산은 여성의 의무 이며, 육아는 전적으로 여성의 몫이라는 가부장적·구시대적 사고를 탈피하지 못한다 9) 그 예시로, 정부는 육아휴직제도의 활성화를 적극 추진하였다. 현재 육아휴직제도는 자녀 1명에 대하 여 1년 이내로 규정되어 있으며 2회에 한하여 분할 사용이 가능하다. 근로자의 육아휴직 신청을 받고 이를 허용하지 않을 경우, 사업자에게는 약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10) [뉴시스], ‘"여자가 할 수 있어?" "남자가 왜 못해"…직장성차별 '결혼·출산·육아'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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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 국가적 모든 조치는 그 목적과 효력을 상실한다. 임신·출산·양육에 대한 사회경제적 부담감과 가부장적 사고는 여성의 재생산권을 침해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이것이 개혁되지 않는 이상, 여성의 자기결정권·재생산권 보장이라는 낙태죄 폐지가 갖는 근원적인 지향점은 법리적으로만 명시될 뿐이다. 한 여 성이 낙태를 결정하기까지는 제3자가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의 과정을 거친다. 어느 누구 도 낙태를 가볍게 선택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그 과정에 있어서 낙태를 강요 또는 회피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여성이 자발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나 가야 한다. 낙태죄는 2020년 12월 31일을 시한으로 폐지될 것이다. 낙태죄 폐지가 현실에 적용 됨에 있어 갈등과 분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임신·출산과 관련된 복지제 도를 강화하고 그 적용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또한 그 제도를 통하여 국민이 인식하는 사회·경제적 부담을 실질적으로 감소시켜야 한다. 동시에 회사와 같은 조직 내에서 성 차별적 사고, 태도, 언행 등 성불평등 관례를 개혁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낙태죄 폐지를 주장해왔던 단체인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은 입장문에서 “성교육·성관계· 피임·임신·임신유지·출산·양육의 전 과정에서 제대로 된 보장체계와 성평등을 이 뤄야 하며, 정부와 국회는 사회 구성원의 성적 권리와 재생산권이 보장되는 사회를 위 한 법과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낙태죄 폐지는 끝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는 오랜 시간 우리 사회에서 존치·묵인되어 왔던 사회구조적 모순을 제거해야 하 는 출발점에 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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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논의를 넘어 2021년 1월 1일부터 우리는 개정된 낙태법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글을 맺기에 앞서 임신과 출산은 이 글을 읽는 모두에게 현실이 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기억했으면 한 다. 낙태를 논하기에 앞서, 태아의 탄생은 남성과 여성 모두의 합의된 행동에서 시작된 결과임을 상기해야 한다.11) 산모가 될 수 있는 여성만이 아니라 남성 개개인 역시 태아, 즉 생명을 둘러싼 논의와 결정에 있어 책임감을 전제로 임해야 할 것이다. 고귀한 하나 의 생명을 둔 결정을 한 명의 준비되지 않은 산모에게 떠넘기는 무책임한 선택을 해서는 안 된다. 비록 현행 낙태법은 유명무실한 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이 법의 목적인 생명 보호의 당위를 부정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헌재가 이번 재판에서 낙태죄가 합헌인가 위헌인가, 즉 처벌 대상인가 아닌가 등에 초점을 맞췄음을 거듭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모든 생명이 고결하고 소중하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생명의 존엄성을 부정하는 이도 없다. 이 작은 생명 의 탄생이 초래하는 결과와 이에 수반되는 책임이 결코 작지 않기에 많은 숙고와 논의를 거쳐야 한다. 더 나아가 우리의 논의가 탁상공론에만 머물지 않도록 실효성 있는 개정과 복지제 도의 실현 등을 촉구해야 한다. 어떤 산모도 기쁜 마음으로 선뜻 낙태를 결정하지 않 는다. 낙태가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어머니가 제 자식을 떼어 놓는 선택을 한다 는 것은 안타깝게도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방증일 수 있다. 사회·경제적 제도를 보 완하여 모두가 마음 놓고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11) 합의되지 않은 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하여 임신된 경우는 모자보건법에 의해 합법적인 낙태가 가능 하기 때문에 여기서는 합의된 관계만을 염두해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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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24년간 반복되는 이야기 편집위원 박준영 junyoung1204@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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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을 갖지 못한 정의는 무력하며 정의가 없는 힘은 폭군적이다. 우리는 정당한 것을 강하게 만들 수가 없어서 강한 것을 정당한 것으로 만들었다. - 블레이즈 파스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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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正義)에 대한 고찰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한민국 시민에게 정의란 무엇일까. 사람들은 올바름이라는 원 칙이 지켜질 때 정의가 살아있다고 말한다. 간단하게 죄를 지은 사람이 죗값을 받고 배 경에 상관없이 공정하게 평가받는 것이 정의라 생각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 이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수많은 이해관계와 인과관계가 뒤얽혀있기에 쉽지 않은 일이 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다양한 체제와 제도를 통해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고자 했 다. 대표적인 예로 사법부와 경찰, 검찰 조직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정의를 수호하는 기관이 시민들에게 실망감을 주는 일들이 수면 위 로 올라왔다. 빅뱅의 승리가 일으킨 ‘버닝썬 게이트’와 탤런트 고(故) 장자연씨와 얽힌 사건, 그리고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매매 의혹이 있다. 현재 이 사건들은 사건의 규모나 내용에서도 충격을 주고 있다. 무엇보다도 일각에서 사법기관의 연루와 부실 수 사 의혹이 일어나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더 이상 기존의 사법 체계가 사회 정의를 수호하지 않는다는 불신이 가득하다. 그렇기에 사회는 보완책을 마련하고자 한다. 문재인 정부는 그 보완책으로 고위공직 자비리수사처(이하 공수처)를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공수처 신설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의견이 존재하며,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이에 대해 완강한 거부 의사를 밝 히고 있다. 최근 들어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3개의 원내 야당인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공수처 신설을 패스트트랙1)으로 선정하면서, 이에 대 한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 사실 공수처가 사법개혁의 대안으로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1996년 에 거론이 된 바 있었으며 2019년에 이르기까지 정부마다 설치를 시도한 적이 있다. 왜 20여년의 세월동안 공수처는 신설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사법개혁의 일환 으로 등장하는가. 도대체 공수처는 무엇일까.

1) 국회에서 발의된 안건의 신속처리를 위한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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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의 개념 공수처는 검찰개혁 방안의 하나로, 전직 대통령·국회의원·법관·지방자치단체 장·검사 등 고위공직자 및 그 가족의 비리를 수사와 기소를 할 수 있는 독립기관을 일 컫는다. 검찰이 기존에 담당하고 있던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권, 기소권2)을 이양해 독 립적인 수사기구를 설립하고자 하는 취지로 등장했다. 현재 공수처 설치 및 운영에 대한 법률안은 크게 2개로 볼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백 혜련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것(이하 백혜련 안)과 바른미래당 권은희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것(이하 권은희 안)이다. 백혜련 안은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민주평화당(이하 3당)이 합의한 내용에 기초하며, 권은희 안은 앞서 언급한 백혜련 안에 동의하지 않아 독자적 으로 발의한 법안이다. 하지만 위 2개의 발의안 모두 패스트트랙으로 선정되었다. 3당의 합의안을 살펴보면,3) 고위공직자의 정의 다음 항목의 직위에 재직 중이거나 퇴직한 사람

- 대통령, 국회의원(장), 대법원 및 헌법재판소의 장과 법관, 국무총리 및 비서실 정무직 공무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정무직 공무원, 검찰총장, 판검사, 지방자치단체장 및 시도 교육감, 경무관 이상의 경찰(3급 이상), 장성급 장교(준장 이상) 등등

가족 고위공직자범죄 조직

대통령의 경우에는 배우자와 4촌 이내의 친족, 그 이외의 경우에는 직계존비속 고위공직자로 재직 중에 본인 또는 본인의 가족이 범한 죄를 말함. 단 가족의 경우에는 공위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하여 범한 죄에 한정한다. 처장(차관급) : 고 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후보추천위원회(공수처 추천위)가 2명을 추 천하고 이 2명 중 대통령이 1명을 지정한다. 자격 1. 판사, 검사 또는 변호사 2. 변호사 자격이 있는 사람으로서 국가기관 및 법인에서 법률 경력이 있는 사람 3. 변호사 자격이 있는 사람으로서 대학의 법률학 조교수 이상으로 재직하였던 사람 임기 3년, 정년 65세, 중임할 수 없음 공수처 추천위 구성 위원장 포함하여 7명의 위원으로 구성 임명대상자 1. 법무부장관 2. 법원행정처장 3. 대한변호사협회장 4. 여당 추천 2인 5. 야당 추천 2인

2) 검사가 법원에 대해여 특정한 형사사건의 심판을 청구하는 소송권리. 한국민족문화대백과 3) 백혜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 2019.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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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당이 제시한 공수처는 공수처장을 중심으로 수사처검사와 수사처수사관으로 구성되 며, 이들은 공수처장의 지휘와 감독을 받는다. 사건이 중대할 경우, 이미 다른 수사기관 에서 담당하고 있는 사건을 공수처로 다시 이관할 수 있고, 사건에 따라 다른 수사기관 에 이관할 수도 있다.

반면 권은희 안은 이러하다. 고위공직자의 정의 권혜련 안과 동일 가족 부패범죄

권혜련 안과 동일

권혜련 안의 ‘고위공직자범죄’와 표현과 범죄의 범위가 다름 고위공직자로 재직 중에 본인 또는 본인의 가족이 범한 죄를 말함. 단 가족의 경우에는 고위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하여 범한 죄에 한정한다.

조직

처장(차관급) : 권 혜련 안과 동일하지만, 국회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자격 1. 판사, 검사 또는 변호사 2. 변호사 자격이 있는 사람으로서 국가기관 및 법인에서 법률 경력이 있는 사람 3. 변호사 자격이 있는 사람으로서 대학의 법률학 조교수 이상으로 재직하였던 사람 임기 2년, 1차에 한하여 중임할 수 있다. 기소심의위원회 : 공소제기 여부를 심의·의결하는 위원회, 일종의 배심원단의 성격 구성 위원회는 7명 이상 9명 이하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자격 기소심위원은 만 20세 이상의 대한민국 국민 중에서 결격사유가 없는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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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제기되어온 공수처 공수처의 논의 전개는 고위공직자들의 비리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독립 수사기구를 신설하자는 여론으로부터 시작한다.4) 1996년 11월, 참여연대5)는 부패방지법을 입법 청 원했다. 당시 부패방지법의 입법 청원 내용에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의 신설에 대한 내용도 담고 있었다. 이를 새정치국민회의 류재건 의원이 국회에 제출하면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다. 이 법안은 국회의원 151명과 시민 23,521명의 찬성 서명이 있었지만 국회 임기 만료로 자동폐기 되었다. 이후 2001년에 부패방지법이 제정되었으나 원래 참 여연대가 제안한 내용과는 상당히 다른 법안이었다. 2002년에 다시 참여연대가 공수처 신설안을 입법 청원했지만, 국회에서 논의조차 되 지 못하고 국회 임기 만료로 다시 자동폐기 되었다. 그러자 노무현 대통령은 대선 당시 공약으로 내걸었던 공수처 신설을 추진한다. 야당이었던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의 전 신)도 공수처 신설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기에 긍정적인 결과가 기대되었다. 하지만 공수처의 기소권을 두고 대립이 발생했고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 자금 수사와 대통령 최 측근의 비리 감찰로 결국 무산되었다. 참여정부 시기, 공수처 신설 찬성파는 진보 시민 단체, 386세대의 운동권 세력, 원내 정당 내의 개혁적 비주류로 이뤄졌다.6) 반면 반대 의견을 가진 진영은 기존의 사법부 구성원들, 검찰 출신 정계인사들, 보수 법학자들로 이뤄졌다. 이런 찬반 진영의 구성과 대립은 앞으로의 공수처 논의에서도 유지된다. 시간이 흘러, 다시 참여연대가 2010년 6월 16일에 공수처 신설을 입법 청원으로 논의 가 재개되었다. 이때 ‘스폰서 검사7)’ 사건과 더불어 검사의 성매매 사건도 터지면서 검 찰의 부실 수사 의혹이 논란이 되었다. 현직 지방검사장과 대검 감찰부장이 연루된 사

4) 권기돈,(2019). 독립적 공수처 만들기 위해 신중 기해야. 월간 공공정책,160,21-23. 5) 특정 정치세력 및 자본 세력에 종속되지 않고 독립성을 표방하는 비영리민간단체(참여연대 공식홈페 이지) 6) 최규남, 류지성,(2018). 노무현 문재인 정부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정책변화 연구. 한국동북아논 총,23(4),150p 7) 검사라는 지위와 권한을 남용해 기업가 또는 재력가들로부터 금전, 향응 등의 불법적 상납을 받은 전ㆍ현직 검사를 지칭한다. 시사상식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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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이기에 이전부터 시민들에게 불신의 눈초리가 집중된 검찰조직의 어두운 면이 드러난 사건이었다. 수사기관 내부의 부패를 기존의 수사기관이 제대로 수사하지 못하는 문제 점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하지만 특별검사제8)를 활용한 수사 방향이 채택됨에 따 라 공수처 논의는 다시 일축되었다.9) 최근 들어서 문재인 정부는 공수처 신설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국정농단 사건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헌정사상 최초로 탄핵을 당하면서부터 그간 대한민국 사회에 뿌리 깊게 박혀있던 권력형 비리 범죄들이 조사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양승태 대법 원장이 상고법원10) 추진을 위한 불법 로비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의혹과 대통령 측근 들에 대한 비위 감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점들이 있다. 일련의 사건들로 인하여 국민들의 사법 불신이 더욱 심화되었다. 따라서 현재 문재인 정부는 적폐 청산이라는 명분과 검찰개혁, 동시에 개헌을 통해 공수처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공수처 신 설과 더불어 그 연장선의 검찰개혁과 개헌은 국회와 정치권에서 치열한 논쟁에 휘말리 고 있다.

8) 검찰만이 기소권을 가지는 기소독점주의의 예외로, 검찰이 아닌 행정부와 독립된 사람 등 제3자에게 수사·기소 등의 역할을 맡기는 제도를 말한다. 9) 윤동호,(2011).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의 정당성과 필요성. 형사정책연구, 65p 10) 대법원이 맡는 상고심(3심) 사건 중 단순한 사건만을 별도로 처리하는 법원을 말한다. 시사상식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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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어디까지 왔니? 2019년 6월 현재, 공수처법은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만큼, 국회 상임위원회11)에서 180일 동안 논의하고 법제사법위원회12)에서 90일 동안 회부, 그리고 60일 간 본회의 부 의13)를 거쳐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다. 따라서 공수처법이 본회의에 상정되는 것은 사실 상 확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넘어야 할 산은 아직 많다. 우선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공수처법의 실효성에 대해 지적한다. 검찰개혁 문제에 대해서는 오래전부터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인정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공수처 설치 논 의 이전에도 시도된 검찰총장 임기제, 검찰총장 임명에 대한 인사청문회 도입, 특검제 도의 도입 등 검찰개혁이 자체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한다.14) 또한 공수처의 실효 성과 취지 왜곡 가능성을 우려한다. 자유한국당은 공수처가 자칫 고위공직자들을 사찰 하는 기관으로 혹은, 대통령이 자신의 정적을 숙청하는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주 장한다. 정부 내에서도 공수처 신설에 대한 반발이 일어나고 있다. 최근 검찰은 검경수사권 조정안과 더불어 공수처 신설이 위헌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공수처가 행정부 소속이 아 닌 독립 기관으로 설립되는 것에, 헌법상 명시된 삼권분립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한 다. 그리고 또한 검찰은 공수처가 독자적으로 기소권을 갖는 것과 검찰이 수사하던 사 건을 대신 수사할 수 있다는 규정에 반대하고 있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개혁의 필요성 은 인정하지만, 공수처 신설로 인해 국민의 기본권 보호에 공백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발언을 통해 검찰의 공수처 설치 반대 목소리를 대변했다.

11) 특정 분야에 대해서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의원들로 구성되는 국회 내 조직, 주된 업무는 법률안의 심사와 예산 및 결산안의 예비심사. 12) 법무부, 법제처, 감사원 소관에 속하는 사항과, 헌법재판소 사무, 법원·군사법원의 사법행정, 탄핵 소추, 법률안·국회 규칙안의 체계·형식과 자구의 심사에 관한 사항을 담당한다. (국회법 제37조 제 1항 제2호) 13) 국회 본회의에 안건을 회부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 14) 장영수,(2017).검찰개혁과 독립수사기관(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의 설치에 관한 검토.형사정책연 구,28(1),11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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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수사 지휘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서도 공수처의 실효성에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평화당 김경진 국회의원은 지난 4월 22일 YTN과의 인터뷰에서 전·현직 수사관 및 검찰 인사들이 공수처의 기능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밝혔다. 수사는 많은 사 건을 두루 접하면서 담당자의 실력과 조직의 역량이 발전하는 것인데, 공수처의 수사관 들은 제한적인 사건만을 담당하기에 자체적인 높은 역량을 기대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공수처 신설을 찬성하는 더불어민주당, 민주평화당, 바른미래당, 정의당의 다 수 의원은 지금까지 검찰개혁이 실효성이 크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기소권을 독 점한 기존의 검찰 구조는 태생적으로 한계를 지닌다는 점을 지적한다. 검찰 내부의 사 건에 대해서 미온적인 태도를 이미 수차례 보였고 외압을 받을 시, 수사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는 사건도 많았다는 점이다. 따라서 현재 검찰의 권한 행사를 견제하고 기소 권 균형을 맞춰 통제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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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국민들의 대다수가 공수처 설치에 대해서 찬성한다는 논거를 댄다. 한국사회여 론연구소(KSOI)의 4월 여론조사에 따르면15), 응답자의 76.9%가 공수처 설치를 찬성한 다. 또 오마이뉴스 여론조사(3월 26일)16)에서도 공수처 설치 찬성이 65.2%로 조사되었 다는 점에서 위 4당은 공수처 신설은 국민의 뜻이라고 주장한다. 결국은 공수처 설치가 국민의 뜻의 부합하고 더 큰 사회적 효용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국은 이미 공수처를 패스트트랙이라는 급행열차에 태웠고 최장 330일 이내에 표결 이 진행될 것이다. 이에 자유한국당은 반발의 표시로 국회 출석을 거부하고 장외투쟁을 선포하는 등 숱한 회오리가 불고 있다.

15) 폴리뉴스. 공수처 설립 ‘찬성’ 응답은 연령별로 만 19세~29세(82.3%), 30대(92.6%), 지역별로 광주/ 전라(85.8%), 직업별로 화이트칼라(87.8%), 학생(82.1%) 응답층에서 다소 높게 나타났고, 정치이념성 향별로는 진보(93.5%)층, 월 평균 가구소득 500만 원 이상(82.3%), 국정운영 긍정평가층(94.3%), 지지 정당별로 더불어민주당(94.8%), 바른미래당(83.9%), 정의당(91.9%) 지지층에서 매우 높았다. 16) [오마이뉴스 현안조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에 대한 국민여론, 남자 333명, 여자 169명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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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는 좋다? 나쁘다? 공수처는 우리 사회에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이에 대한 갑론 을박이 많은 상황이다. 따라서 공수처 설치를 한 가지 잣대로만 파악하는 것은 부적절 하다. 다원화된 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구성원 모두를 만족시키는 정책은 존재할 수 없다. 이것은 공수처뿐만 아니라 다른 의사결정도 마찬가지이다. 먼저 공수처에 대한 찬반 진영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찬성 측은 시민단체와 같은 사 회개혁 노선 인사들이고 반대 측은 현직 검찰 인사, 검찰 출신 정치인, 법조계 인사들이 다. 이들의 전반적인 진영 구성은 지난 24년 동안 크게 변화되지 않았다. 실제로 공수처 신설을 찬성하는 당론 가진 정당 내부에서도 전직 법조계 인사들, 특히 검찰 출신 의원 들은 공수처에 대해서 반대 의견을 견지하고 있다고 한다.17) 하지만 이들의 주류 당론 은 공수처 설치이기에 당사적 측면에서 찬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수처 신설에 대해서는 크게 두 가지의 키워드가 존재한다. 첫째, 검찰개혁 및 사 법개혁이다. 이것은 찬반 양측이 동의하는 부분이다. 이전부터 검찰을 중심으로 한 사 법 권력의 부정부패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존하는 체제를 개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러나 이것을 해결하는 방안에 대해서 큰 입장차를 보인다. 우선 찬성 측은 검찰의 기소 권 독점과 태생적 한계를 지적한다. 이들은 검찰이 예전부터 정치 권력의 주문식 수사 를 해왔다고 주장한다. 기소독점권을 가진 검찰은 정치세력의 내부 승진의 기회와 정치 권으로의 영입의 혜택을 받아 편파적인 수사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부조리의 원인은 검찰의 막강한 권력으로 규정하고 그 막강한 권력을 창출하는 기소독점권을 없 애야 한다는 논리이다. 따라서 기소권을 별도로 가진 공수처를 설치하여 검찰의 견제와 상호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17) 민주평화당 김경진 국회의원, JTBC, https://www.youtube.com/watch?v=lXi7WSidYa4, 2분 35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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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반대 측은 검찰개혁은 충분히 자체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공수처를 설치할 필 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실제 검찰은 특별검사제와 검찰총장 인사에 국회 청문회를 도입 한 점에서 상당히 자체적인 개혁을 이뤘다고 생각한다. 또한 공수처는 개혁의 일환이 될 수 없다고 한다. 공수처 법률안에 적시되어있는 검찰 수사 사건의 이양이 오히려 검 찰의 수사를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공수처의 본질은 사실 상 특검의 상설화인데, 이미 특검이 존재하는데 이것을 다시 별도로 독립기관으로 세우 는 것은 불필요하다는 것이다. 둘째, 정당성과 변질 가능성이다. 찬성 측은 국민들이 오랫동안 검찰에 대해 공정하 지 않다고 생각하기에, 더 이상 검찰의 자체적인 개혁은 해답이 아니라고 한다. 그래서 공수처가 필두가 된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변질가능성에 대해서는 현재 제시된 법률적 제도로 방지할 수 있다고 한다. 공수처와 공수처장을 구성하는 데 있어서, 결정 적인 추천위는 삼권 분립 기관과 여야당 간의 힘의 균형을 유지한다. 추천위에서 공수 처장 후보를 2명 선정할 때, 추천위의 4/5가 동의를 해야 한다. 이는 야당 측 위원 2명 이 반대표를 던진다면 후보조차 통과할 수 없다는 것이기에, 당·정·청과 그리고 야당 의 힘의 균형이 맞는다고 주장한다. 또한 공수처의 수사 검사 임용에 있어서 검사 출신 의 비율을 제한하고 퇴직으로부터 일정 기간은 임용하지 못하는 조항으로 검찰로부터의 독립성을 지킬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반대 측은 공수처는 헌법상 설치근거가 없고 고위공직자와 그의 가족만을 별 도의 수사는 헌법에서 규정하는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가장 큰 화두는 변질 가능성이다.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별도의 독립 수사처를 설치하면 대통령 의 입김에 따라서 정치 권력 집단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검찰이 비판을 받는 이유는 검찰을 견제하는 세력이 없어서 권력이 비대해졌다는 것인데. 이 길을 공수처가 그대로 밟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반대 측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제도적으로 보완 해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18) 18) 권기돈,(2019).독립적 공수처 만들기 위해 신중 기해야.월간 공공정책,160, 2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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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 이전에 해야 할 숙제 만약 세상에 기준이 하나라면 선과 악의 이분법은 옳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현실은 그런 기준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어떤 기준에서의 선은 다른 기준에서의 악이 될 수 있고 그 반대도 성립한다. 지금의 공수처 논쟁은 이와 유사하다. 찬반 양측의 진영이 지난 24년 동안 치열하게 대립했고 마침내 본회의 표결이 사실상 확정되었다. 한편에선 숙원을 이뤘다고 자평하고 한편에서는 날치기와 독재라고 응수한다. 여러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국민의 대다수는 공수처 신설에 대해서 긍정적이다. 그렇다고 공수처가 완벽 한 제도라고 말할 수는 없다. 반대 진영에서 말하는 부작용의 위험성과 실효성 문제는 현실적인 것이 많다. 그런데도 사법 불신이 팽배한 국민 정서에서는 부작용의 우려보다 는 기존의 시스템을 바꾸고자 하는 열망이 더 큰 듯하다. 기존의 사법체계로는 변화하는 시대와 국민의 개혁 열망을 충족시킬 수 없다. 하지 만 그와 동시에 걱정되는 점도 많다. 완전한 검찰로부터의 그리고 정치세력으로부터의 독립, 이 두 가지가 잘 실현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사실 정치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운 수사기관은 현재로서는 회의적이다. 단지 공수처만이 혹은 자체적인 개혁만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리라는 일차원적 생각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현실가능성이 높은 반대 측의 논거를 볼 때, 공수처가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제도가 아 무리 독립성과 자율성을 부여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그 제도를 운용하는 것은 사람이다. 그렇기에 사법개혁에 있어서 무엇보다도 성숙한 법치 관행의 정착이 필요하다. 조직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들 개개인의 윤리 의식도 중요하지만, 문화도 결정적인 역할을 한 다. 청렴을 자존심과 목숨으로 생각하는 건강한 관료 문화와 정치와 법이 분리되어 있 어야 한다는 강력한 신념이 대표적이다. 어쩌면 제도보다도 성숙한 법치 문화가 사회 곳곳에 자리 잡혀야 진정한 개혁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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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108호를 맞이하여 기고를 모집합니다.

분야 : 자유 지원 : •응모작은 신문·잡지·단행본 등에 발표된 적이 없는 순수 창작물이어야 합니다. •응모작은 한글 또는 워드로 작성하여 HYgyoji@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 •응모 작품에 이름, 학과, 학번, 연락처를 기재해주세요. •당선작은 추후 개별 연락 드립니다. 기한 : 2019년 8월 10일까지 한양 10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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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구절벽

인구절벽, 그 벼랑 끝에서 부편집장 김경모 kgm082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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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인구에 관한 논의를 지켜보면 정작 인구에 포함되어 있는 수많은 개체, 즉 ‘人(인)’은 없고 ‘國家(국가)’와 같은 집단의 입 장만 존재하는 것 같다. 《아이 갖기를 주저하는 사회》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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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벽 예로부터 인구는 모두의 걱정거리였다. 근대 이전의 사람들은 인구가 증가하는 것 을 두려워했다. 전근대 시대의 인구 문제를 이해하기 위한 중요한 키워드는 ‘인구팽창’ 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인구팽창 후에 나타나는 기근, 질병, 그리고 전쟁을 두려워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유산해서라도 인구를 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은 그런 맥락 때문 이다. 이러한 생각은 산업 혁명이 일어난 이후에도 계속 이어졌다. 인류는 기근과 질병, 그리고 전쟁을 하나씩 극복해 나갔지만, 그러면서도 마음 한편에 인구팽창에 대한 우려 를 금치 못했다. 한국도 마찬가지였다. 산업화가 한창일 1960년대 무렵부터 1990년대 초까지 산아제한정책을 펼쳤다.

이런 정책에 힘입어, 한국의 출산율은 극적으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너무 성공적이었 던 게 오히려 문제였던 것일까. 어느 순간 우리는 인구팽창보다는 인구감소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한국 정부는 본격적으로 출산장려정책으 로 돌아섰지만, 때는 이미 늦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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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위: 명)

◀ 출처: 통계청

2019년 3월 28일 통계청은 장래인구특별추계를 발표했다. 여기에 ‘특별’이라는 단어 가 붙은 이유는 5년마다 정기적으로 발표하는 장래인구추계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본 래대로라면 2021년에 발표해야 했으나, 2018년에 한국은 합계출산율1)이 0.98명이라 는 역대 최저수치를 기록하면서 긴급하게 특별추계가 나오게 되었다. 인구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합계출산율이 2.1명임을 고려할 때 그 심각성을 엿볼 수 있다. 통계 청은 인구가 변동하는 요인으로 크게 출산율·기대수명·국제순이동을 고려해서 3가 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각각 저위·중위·고위 추계 시나리오라고 불리는데, 쉽게 말 해서 저위 추계는 최악의 상황이고, 고위 추계는 최고의 상황이다. 일명 생산가능인구 라고 부르는 15세부터 64세의 인구 비율은 이미 2017년부터 줄어들고 있었다. 이런 변 화는 앞으로도 가속화될 전망이다. 더불어 대한민국의 총인구는 아무리 낙관하더라도 2036년부터 감소할 거라고 한다. 최악의 경우 올해부터 총인구가 줄어들 수도 있다. 심 지어 2750년에는 대한민국의 인구가 소멸한다고 하며, 인구절벽·경제붕괴·국가소멸 등 암울한 유령들이 대한민국을 떠돌고 있다. 하지만 지나친 비관은 상황을 분석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는 냉철하게 인구감소가 왜 문제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더불어 그동안 저출산과 고령화랑 연관을 지어왔던 문제들이 정말 관련이 있는 지도 고민해봐야 한다. 1) 출산 가능한 여성의 나이인 15세부터 49세까지를 기준으로, 한 여성이 평생 낳을 거라고 예상되는 자 녀의 수를 나타낸다. (일반출산율 = 1년간 총 출생아 수 / 가임연령층 여성의 수 *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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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그래서 뭐가 문제야? 저출산 자체만으로는 문제라고 보기 어렵다. 오히려 한때나마 저출산이 장려되었던 적도 있었다는 점을 생각해본다면 더욱더 그렇다. 저출산이 문제시되는 이유는 그것이 고령화 및 인구감소 문제의 원인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고령화와 인구감소 는 왜 문제일까? 여기에는 경제적인 이유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크게 생산과 소비라는 두 측면으로 나눠서 생각해볼 수 있다. 먼저 생산의 측면에서 보면, 인구 고령화나 감소는 생산을 담당하는 인구가 줄어든 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국가 전반적으로 생산력이 감소해 성장동력이 침체될 수 있 음을 뜻한다. 물론 생산가능인구의 범위를 넓힘으로써 노동인구를 늘릴 수는 있다. 하 지만 이것은 단기적인 해결책일 뿐 장기적으로 봤을 때 노동인구는 감소할 수밖에 없으 며, 취업자의 고령화로 인해 생산력은 계속해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경제적 인 침체가 오게 되어 소비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경제가 침체된 상황에서 사람들은 보 통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는 행동을 취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평균적으로 40대 중 후반이 소비를 많이 하는데2), 고령화가 진척된다면 40대의 인구 비율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은행에 저축된 돈이 투자로 이어지면 괜찮겠지만, 인구가 감소해서 내수 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지금 투자에 대한 전망은 부정적인 상황이다. 그 이외에도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우선 정부 재정의 적자가 가장 큰 문제다. 고 령화가 심화되면 사회 보호·보건 분야의 지출이 증가할 것은 눈에 뻔히 보이는 상황 이다. 교육이나 일반 공공서비스 분야의 지출은 감소하겠지만, 고령화로 인해 재정수 입 역시 감소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부의 부채는 더욱 커질 예정이다. 이를 해결하려 면 결국 세금을 높이는 방법밖에 없는데, 이는 세대 간의 갈등을 불러올 수 있다. 노동 은 생산가능인구가 해야 하지만 주로 복지를 누리는 대상은 고령 인구가 될 것이기 때문 이다. 여기에 생산가능인구는 줄어들고 고령 인구는 늘어나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앞으 로 생산가능인구의 부담은 더 증가할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인구 변화의 속도다. 한국 2) 평균적으로 사람들은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 사이에 자녀를 위해서 이사를 하는데, 넓은 집을 산 이후에는 가구 소비가 증가하는 형태를 보인다. <출처: 해리 덴트, 2018 인구 절벽이 온다, 청림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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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유례가 없을 정도로 고령화의 속도가 빠른 국가다. 보통 65세 이상의 인구가 총인구 중 7%를 차지하면 고령화 사회, 14%를 차지하면 고령사회라고 부른다. 한국은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사회로 넘어가는 데 17년이 걸렸다. 다른 선진국의 경우를 보면 프랑스는 125년, 미국은 73년, 독일은 40년, 우리랑 가장 비슷하다고 평가받는 일본도 24년이 걸 렸다. 이처럼 통제할 수 없는 속도에 한국 사회에는 저출산·고령화에 대한 공포가 만 연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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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는 억울하다 그렇지만 공포심에 젖어 허둥지둥하기 전에,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생각해볼 필 요가 있다. 위에서도 말했듯, 우리는 흔히 인구감소 문제를 경제성장과 연결지어서 보 는 경향이 있다. 이에 대해 비판하기에 앞서 먼저 1983년 한국의 인구가 막 4천만 명을 넘었을 때 한 신문사에서 나왔던 논설문을 살펴보자.

“인구폭발이 우려되는 가운데 우리나라 인구가 드디어 4천만 명을 넘어섬으로써 새삼 인구 문제의 심각성을 되씹어 보게 된다. 우리나라는 이 지구상에서 가장 복작거리는 나라, 그래서 세계인구 문제의 전형이 되며 스스로는 식량, 주택 등 골치 아픈 문제가 가장 많은 나라에 속한다. (...)인구는 인력이요, 인력은 성장 자원이라고도 하지만 1 인당 생활 공간이 이쯤 되고 보면 자원을 말하기 앞서 생활의 질, 사회 질서의 파괴를 염려하게 된다. (...)현 상태로 진행되면 앞으로 17년 후인 2천년에 최소 5천만을 넘게 되고 억제책 여하에 따라 그로부터 30년 안팎에 적어도 6천만을 돌파하게 된다.” <매일경제, 1987년 7월 30일>

이 당시의 한국은 한참 인구폭발을 걱정해서 산아제한정책을 펼치고 있을 때였다. 하 지만 왜? 인구증가는 경제성장을 가져다주는 매우 좋은 현상이 아니었던가? 경제성장 이 싫어서 제 발로 차버리려는 의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논설문의 저자도 ‘인구는 인력 이요, 인력은 성장 자원’이란 걸 인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억제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이유는 바로 생활의 질 때문이었다. 경제성장도 중요하나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생활의 질이라고 본 것이다. 경제성장은 그 자체만으로는 목적이 될 수 없다. 궁극적으로 봤을 때 우리가 경제성장을 원하는 이유는 결국 그것을 통해 더 나은 생활의 질을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맹목적으로 경제성장을 위해서 저출산·고령화를 걱 정하는 건 주객이 전도된 행위다. 우리는 삶의 질적 측면에서 저출산과 고령화를 다시 살펴봐야 한다. 개인으로서는 오히려 아이를 갖지 않는 게 생활의 질을 보장하는 것일 수 있다. 자녀를 키우는 데 드는 비용은 과거보다 늘었고, 현재 개인의 노후를 보장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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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할은 가정에서 국가의 역할로 넘어왔다. 여전히 가정에 의미를 두는 사람이 많다지만 개인 생활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게다가 단기적으로 봤을 때 출 산이 늘어나는 것은 현재의 생산가능인구에게 더 많은 부담을 주는 것이다. 흔히 우리 는 고령화가 진척된다면 1인당 부양해야 하는 사람의 수인 총부양비가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하는데, 총부양비에는 유소년인구(0~14세)도 포함된다. 우리가 출산을 많이 한다 면 그것 역시도 총부양비에 포함된다는 의미다. 우리는 아이를 낳고 현재의 총부양비를 늘리든가, 아이를 낳지 않되 미래의 총부양비를 늘리는 선택을 해야 한다. 즉, 현재를 포기하거나 미래를 포기해야 하는 양자택일의 상황에 놓인 것이다. 더불어 생각해봐야 할 것은 앞으로도 인구증가가 과연 경제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냐 다. 물론 인구증가와 경제성장이 지금껏 어느 정도 선순환을 해왔던 것은 맞지만, 앞으 로도 그럴지는 미지수다. 선진국이 되고 나면, 생산에 있어서 중요한 건 인구의 양이 아 니라 질이다. 더 뛰어난 인재풀이 있을수록 더 부가가치가 많은 상품을 만들 수 있기 때 문이다. 실제로 일본의 한 경제학자는 실질 GDP와 총인구를 비교하며 경제성장과 인 구증가 사이의 큰 괴리를 지적했다.3) 노동자의 수가 줄어들더라도 1인당 노동 생산성이 증가한다면 경제는 성장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런 노동 생산성은 기술혁신에 큰 영향을 받는다. 앞서 우리는 인구감소가 생산의 감소를 불러온다고 했지만, 이는 충 분히 상쇄할 수 있다. 실제로 우리는 4차산업혁명을 귀에 따갑도록 듣고 있는데, 인구감 소로 인한 부족한 노동력은 AI로 대체할 수 있다.

3) 요시키와 히로시, 인구가 줄어들면 경제가 망할까, 세종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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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인구의 변화

그리고 인구감소라는 현상을 ‘문제’로만 봐야 하는지도 고민해봐야 한다. 현재 주요 선진국이 마주한 문제는 인구감소지만, 지구적 관점에서 봤을 때 더 큰 골칫거리는 오 히려 인구증가다. 1900년대까지 세계인구는 얼마였을까? 16억 명이었다. 지금은 약 76 억 명이다. 어렸을 적 불렀던 숫자송에선 분명히 60억 지구였는데, 어느새 10억이 더 늘 어난 것이다. 현재도 인구는 여전히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그 런데 지구 하나로 과연 그만한 인구를 감당할 수 있을지가 걱정이다. 단순히 식량 문제 를 넘어서 주거지, 환경 오염, 에너지 고갈, 자원 부족 등등 다양한 문제가 산재해있다. 물론 인구가 계속 증가해야 그런 문제들을 해결할 여력이 더 높아진다는 주장도 있다. 사람 역시 일종의 자원이며, 기술혁신을 일으키는 주체로 보는 셈이다. 실제로 우리는 기술혁신을 통해 지금껏 제법 잘 대처해왔다. 기술의 발전은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에 너지와 자원의 폭을 넓혀주었다. 하지만 기술혁신이 과연 인구증가 때문만이라고 볼 수 있을까? 기술혁신이 순전히 인구증가에 의존한다면, 현재 지구상의 기술혁신은 미국의 실리콘밸리보단 아프리카의 대초원에서 이루어지고 있었을 것이다. 기술혁신은 인구보 단 교육 수준과 더 깊은 관계가 있다. 개발도상국의 아이들에게 질 좋은 교육을 제공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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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못한다면, 우리는 그들로부터 새로운 기술을 기대해선 안 될 것이다. 그리고 인구가 늘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에 대해서 우리가 한 가지 고찰해야 하는 점이 있다. 사람은 분명히 지구적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지만 동시에 사람이 아니었으면 그런 문제가 생길 일도 없었다는 사실이다. 인간이 만약 자원이라면 아마 청정에너지보단 석 탄에 가까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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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원점으로 지금껏 우리는 인구감소의 명과 암을 모두 지켜보았다. 그러면 이제 한국의 상황으로 다시 돌아와 보자. 여전히 인구감소는 ‘문제’로 봐야 할까? 답은 ‘그렇다’이다. 앞서 우리 는 인구감소가 가지고 있는 여러 긍정적인 가능성에 대해서 살펴보았다. 하지만 가능성 은 가능성일 뿐이다. 자연적인 인구감소라는 현상은 우리가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했던 세계다. 변화는 늘 경각심을 가지고 바라봐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 앞에 놓인 문제들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현재 한양대학교에서 인구변화와미래복지라는 강의를 운영 중인 전영수 교수를 찾아가 그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 있었다.

『한양』 : 인구감소를 위기로 보고 대응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요? 전영수 교수(이하 전영수): 인구감소라는 현상 자체는 분명 중립적인 의미를 가진 현상입 니다. 이걸 긍정적으로 보느냐 부정적으로 보느냐는 판단하는 사람들의 개별적인 가치관 이나 의향에 달려있습니다. 다만 인구감소라는 현상을 위기로 봐야 하는 이유는 지금껏 우리 사회가 인구감소가 아닌 인구증가를 기반으로 사회의 구조를 만들어왔기 때문입니 다. 경제발전이 일어나려면 자본과 노동이 투입되어야 하는데, 한국은 경제발전 초기에 자 본이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걸 극복하기 위한 출발점이 노동이었고, 1960~80년대를 거 치면서 고학력의 노동인구가 대량으로 공급되었습니다. 노동공급이 많았기 때문에 덩달아 임금도 낮은 상황이었고, 이런 상황 덕분에 자본이 축적되고 경제가 성장할 수 있었습니 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성장패러다임이 더는 유효하지 않은 상황에 왔습니다.

『한양』 : 일각에선 인구가 감소하는 게 오히려 더 좋다거나 큰 문제가 안 된다는 의견 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전영수: 분배할 자원이 한정된 상황에서 그걸 가지고자 하는 욕구와 인구증가가 맞물린 다면 1인당 배분되는 자원의 양이 줄어들므로 큰 경쟁이 유발될 수 있습니다. 그런 식으 로 놓고 본다면 인구감소가 한 사람이 쓸 수 있는 자원의 양을 늘려줄 수 있으니 좋을 수 도 있겠죠. 다만 지금까지 인구가 감소하면서 한 사회의 가용 가능한 자원의 양이 유지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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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나 늘어나는 사례는 아직 드뭅니다. 일부에선 인구감소로 인해 한국 주택 문제가 해결 될 거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입니다. 일단 직장의 대다수가 서울에 있 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서울 주변의 주택을 원할 것이기 때문에 수요는 쉽사리 줄지 않을 것입니다. 여기에 하나 덧붙이자면, 현재 한국은 1인 가정의 비율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즉, 과거엔 한 집에 4명이 살았지만 지금은 한 집에 1명이 사는 것이죠.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서울 주택 가격이 하락하는 건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인구감소가 별 문제가 안 된다는 생각은 1인당 노동 생산성을 늘려서 인구감소나 인구 유지를 상쇄할 수 있다는 전제로부터 비롯됩니다. 물론 이는 충분히 실현 가능한 아이디 어지만, 아직 실현되지는 않았습니다. 거기까지 도달하려면 많은 작업이 필요합니다. 더 불어 1인당 노동 생산성의 향상이 늘 소비증가로 이어지지 않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합니다. 노동 생산성 향상의 결과물이 일부 사람에게 편중된다면, 사회 전반적인 소비가 노동 생 산성이 향상된 것에 비교해서 더디게 증가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언제든지 다시 경제 침 체로 돌아설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여러 가지 사안들을 고려했을 때 인구감소는 위기로 보고 대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 전영수 교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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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 : 그렇다면 인구감소 문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보시나요? 전영수: 방법은 2가지입니다. 성장패러다임이 다시 유효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거나, 현 상 황에 맞게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입니다. 하지만 성장패러다임에 맞는 상황을 만들려면 출 산율을 높여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현세대가 출산을 하지 않는 까닭은 여러 가지 이유가 맞물려있습니다. 우선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졌고, 가정에 대한 인식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경제적 불확실성은 단순히 애 낳을 때마다 몇천만 원주다고 해서 없어지는 게 아닙니다. 인식 역시 아이 많이 낳자는 포스터를 만든다고 바뀌는 게 아니고 요. 정부 입장에서도 인구정책은 곧바로 눈에 보이는 결과로 나오지 않기 때문에 우선순 위가 뒤로 밀릴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기존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합니다. 지금까지 한국 경제구조는 대기업-제조업-수출 중심이었습니다. 한국은 현재 제조업 이 전체 한국 GDP에서 30%에 육박하는 상황인데, 주요선진국 중에 이런 나라는 거의 없 습니다. 대부분 10% 안팎입니다. 또한, 수출입이 점하는 비중이 전체 GDP에서 60%인데, 수출 대국으로 이름 높았던 일본조차도 현재 수출입 비중이 15%밖에 되지 않습니다. 과거 의 한국은 분명히 이런 경제모델로 압축성장을 이루어냈지만, 지금은 이런 모델이 유효하 지 않은 상황입니다. 몸이 커졌는데 30년 전 옷을 입고 있으니 문제인 거죠. 앞으로는 중 소기업-서비스업-내수 중심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한양』 : 경제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그게 가능한지, 그리고 가능하다면 어떻게 해서 바꿔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전영수: 가능합니다. 한국의 경제 상황이 어렵다고들 하지만, 아직 한국은 분명히 경제 대 국입니다. 다만 현재의 경제구조에서도 이익을 보는 사람이 있고, 그 사람들이 바꾸고 싶 어 하지 않기 때문에 바뀌지 않는 것입니다. 그럼 어떻게 바꿔야 할까요? 먼저 심각한 미 스매칭 문제부터 해결해야 합니다. 중소기업은 사람을 원하지만, 사람들은 대기업을 원합 니다. 그 근본적인 이유는 임금 차이 때문입니다. 대기업-중소기업뿐만 아니라, 정규직비정규직, 성별, 학력별로도 임금 차이가 크게 납니다. 이는 취업준비, 대학준비 등 많은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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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비용을 초래합니다. 또한, 실버산업 등 국내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내수를 살릴 수 있습니다. 정부도 기업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도록 투자를 촉진해주는 역할 을 해야겠지요. 더불어 생산가능인구의 감소에도 대응해야 합니다. 크게 3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우선 생산가능인구에 포함은 되어있지만 사실상 배제된 경력단절여성을 다시 직장으로 끌어들 여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현재 남성 위주의 근무 환경을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둘째로 정년연장입니다. 나이를 먹었다는 이유로 노동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연령차별입니다. 그 들이 가지고 있는 노하우를 사장하는 것은 큰 손실이며, 정년연장을 한다면 정부 재정에 도 큰 도움이 됩니다. 마지막은 이민정책인데, 이것은 한국에서 조금 어렵습니다. 우선 한 국은 단일민족이라는 순혈주의가 강한 나라이고, 이런 환경 속에서 이민자가 한국에 정착 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한국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 중 하나가 단순히 한국에 돈 벌고 나갈 사람하고, 한국에 뼈를 묻을 사람을 둘 다 ‘이민’이라고 여기는 겁니다. 이 중 후자만이 이 민이며, 각각 한국 사회에 미치는 영향도 다르고 출발 자체가 다릅니다. 그리고 국민정서 상 큰 공감대와 인식변화가 없으면 이민을 늘리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일단 한국 내부 의 문제부터 해결한 다음, 그걸로 부족하면 그때부터 이민정책으로 노동력을 끌어오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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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서 기회로 인구감소 문제는 한국 사회에 있어서 분명히 위기다. 그리고 해결하기 쉽지 않은 것 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비관주의에 빠질 필요는 없다. 대한민국의 인구가 2750년에 소멸할 거라는 식의 공포가 퍼지는 것은 우리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주지만, 동시에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무기력을 양산하기도 한다. 과거 가족계획으로 출산율을 극적으로 줄였듯이, 지금 와서 출산율을 극적으로 높이기란 불가능하다. 더 불어 강력한 정부 정책으로 가정에 개입한다는 것 자체도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그 렇지만 출산율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는 아니며, 이것을 인구감소 문제와 동일시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앞서 살펴봤듯 인구감소 문제의 핵심은 결국 경제다. 그리고 경 제에 관해서는 우리가 정책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좋은 윤활유의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정책과 인구감소라는 외부 충돌이 잘 섞인다면 우리는 위기를 기 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껏 정체되어왔던 한국 사회의 체질을 개선할 그런 기 회 말이다. 그 과정 중에 고통이 없을 거라고는 하지 않겠다. 하지만 끝내 우리가 체질 을 개선하는데 성공한다면, 경제성장이 직접적인 삶의 질로 이어진다면, 그 과실은 달 콤할 것이다. 그때 우리는 낯선 사회를 더는 두려움에 떨지 않고 기쁜 마음으로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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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을

향한

한양인의

시선

『한양』에

대한

한양인의

평가

『한양』을

위한

한양인의

비판

지금 『한양』 에게는 한양인이 필요합니다. 107호를 보고 기사에 대한 평가를 HYgyoji@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 독자평은 108호 교지에 실리며 독자평을 보내주신 분에게 문화상품권을 지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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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연금

받을 수 있나요? 국민연금 수습위원 한성현 dlite10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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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존재 이유인 국민 보호와 공공복지에 있어서 국민이 정부를 신뢰하지 못한다면 그 정부는 다른 모든 것도 잃은 것이다. - 버락 오바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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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을 보호하고 빈곤을 퇴치하기 위해 국민연금은 신문 사회면의 단골손님이다. 잊을 만하면 고갈과 개선안 문제로 시끄러 워지더니 최근엔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의 연임을 둘러싸고 스튜어드십 코드1) 논란이 크 게 일었다. 국민연금이 연일 이슈화 되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다는 사실을 의미하겠지 만, 역으로 이에 대한 논쟁들을 소모적으로 만들어 대중의 피로감만 높일 수 있다. 대학 생인 우리가 쉽게 빠질 수 있는 함정이 바로 그것이다. 대부분의 학우는 지금 당장 국민 연금 보험료를 납부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국민연금은 자신과 거리가 있다고 여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곧 머지않은 미래에 고정적인 수입을 얻게 된다면, 우리는 그 순간부터 국민연금에 가입해 보험료를 납부해야 한다. 이것이 국민연금이라는 따분해 보이는 주 제에 일찍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국민연금의 가입은 법적으로 의무화되어 있다. 18세 이상 60세 미만의 국내 거주 국 2)

민 이라면 국민연금에 가입해야 한다. 국민연금에 관심이 없었던 사람이라면 이러한 강 제성에 의문을 가질 것이다. 왜 하필 ‘강제성’을 띤 보험제도일까. 국민연금 홈페이지에 서는 강제성의 이유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나’ 혼자서 대비하기 어려운 생활의 위험을 모든 국민이 연대하여 공동 으로 대처하는 ‘우리’를 위한 제도로 모든 국민이 가입대상입니다. ▲ 국민연금 홈페이지 中

어딘가 추상적이고 어려워 보인다. 뜻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국민연금이 탄생 하게 된 배경과 성격부터 알아야 한다. 질병·노력·장애·빈곤이 개인의 문제로 치부 되던 산업화 이전 시대와 달리, 산업화 이후에는 개인의 힘만으로는 극복하기 힘든 환 경오염·산재·실직 등의 문제가 나타났다. 또한 과거에는 대가족이 많아 개인의 문제 1) 스튜어드십이란, 소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했던 과거와는 달리 대형 기관투자자들도 마치 집사 (steward)처럼 적극적으로 투자 기업의 의사결정에 참여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여기에 규정을 의미하 는 코드(code)가 붙어 기관투자자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위한 지침을 의미한다. 2) 단, 공무원연금법·군인 연금법·사립학교교직원 연금법의 적용대상자와 저소득계층 등은 제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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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가정 내에서 해결했지만, 점차 핵가족화되면서 문제 해결을 위해 국가가 나서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이에 국가는 ‘국민을 보호하고 빈곤을 퇴치하기 위해’ 사회보장제도 를 실시했는데, 그 중 국민연금은 가입자, 사용자로부터 보험료를 받아 이를 재원으로 삼고, 사회적 위험에 노출되어 소득이 없거나 그럴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에게 급여하는 형태의 사회보험제도이다. 이러한 보험을 민간이 자율적으로 가입할 수 있게 한다면, 당장 먹고 살기 급급한 빈 곤층은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을 것이다. 상대적으로 노후 준비가 되어있는 고소득자나 노후 준비 인식이 떨어지는 2, 30대 청년들도 납부를 피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노후 빈 곤층의 증가로 이어지며 국가는 조세를 통해 이를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세금을 통한 복지는 빈곤에 대한 사후적인 대안이고, 성실하게 자신의 노후를 준비해온 사람들이 노 후를 준비하지 않은 사람들의 빈곤까지 부담해야 하는 이중부담을 낳을 수 있다. 따라 서 국가는 사회보장제도의 목적에 맞게 보험료를 강제로 징수하여 사전적으로 위험을 대비하고, 공동체적 연대와 세대 간의 부양 시스템에 기초를 둔 국민연금을 운영한다. 이처럼 국민연금은 사회적 안전망 기능을 다 하고 있지만, 국민연금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그다지 따뜻하지 않다. 최근 들어 국민연금의 고갈 논란이 생기면서 이와 같은 시선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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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금이 사라진다고요?

기금적립금

조성

지출

856.2조원

188.7조원

667.4조원

연금보험료 537.5 운용수익금 318.7

연금급여 180.6 관리운영비 등 8.1

금융부문 666.4 기타·복지부문 1.1

▲ 국민연금 기금 적립 현황 (출처: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국민연금의 보험료율3)은 소득의 9%로, 소득월액의 4.5%는 본인이 나머지 4.5%는 기업이 부담한다. 쉽게 말해 한 달에 100만 원을 버는 사람이라면, 개인과 기업이 각각 4만 5천원(100×0.045)씩 부담해 총 9만원의 보험료를 낸다.4) 모든 국민 소득의 9%가 국민연금으로 모이니 그 금액의 크기가 상당하다. 1988년부터 적립된 기금은 어느덧 세 계 3대 연기금5)에 속할 만큼 규모가 커졌다. 올해 2월을 기준으로 기금 적립금은 667조 에 달하며, 앞으로도 점차 증가해 2041년에는 1,778조원까지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 국민연금 재정수지 전망 (출처: 시사뉴스) 3) 보험 가입 금액에 대한 보험료의 비율. 한경 경제용어사전 4) 단, 보험료의 기준인 기준소득월액의 상한액은 월 486만원, 하한액은 월 31만원이다. 예를 들어, 기준 소득월액이 486만원보다 높은 500만원을 버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상한액인 486만원만큼만 소득을 올리는 것으로 간주해 보험료를 산정한다. 한국경제 “국민연금 기준소득 상한액 인상…251만명 보험 료 더 낸다” 5) 연기금(연금을 지급하는 원천이 되는 기금)의 규모를 봤을 때 일본의 공적 연금펀드(GPIF), 노르웨이의 국부펀드(GPFG)에 이어서 3위를 차지하고 있다. 비스지스워치 “[국민연금 주주권]③세계 10대 연기 금 어떻게 활동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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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막대한 기금도 결국엔 소진된다. 정부는 국민연금의 재정건전성6) 평가와 발전적 방향 제시를 위해, 향후 70년의 국민연금 재정을 미리 진단해보는 재정계산을 5 년마다 실시하고 있다. 가장 최근의 재정계산은 작년에 발표되었던 4차 계산인데, 이 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은 2041년에 최고치를 기록한 뒤 지속해서 감소하다가 2057년 경에 고갈될 것이라고 한다. 2013년도에 시행된 3차 재정계산에서의 예측 고갈 시기인 2060년보다 3~4년 정도 앞당겨진 결과다. 기금의 고갈을 두고 다양한 원인이 제시되는데, 가장 큰 요인은 바로 보험료와 수급 액의 구조적인 불균형이다. 국민연금과 마찬가지로 보험료를 받고 나중에 지급하는 형 태의 여타 민간보험에서는 고갈 문제가 대두된 적이 없다. 민간보험은 보험가입자가 납 부한 금액만큼만 되돌려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인 기금을 운용하여 수익을 내 물가상 승률까지 반영하여 돌려주는 국민연금은 다르다. 국민연금의 수익비는 대략 2.6배 정도 다.7) 민간보험의 수익률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수익을 내고 있다. 즉, 애초에 국민들이 납부한 금액에 비해 가져가는 수령액이 더 크기 때문에 기금의 소진은 처음 국 민연금이 만들어진 그 시점부터 예상되던 결과였다. 또한 경제성장률과 금리도 기금의 고갈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이것이 근래 들어 매우 낮아진 것이 악영향을 미쳤다. 세계 에서 전례를 찾을 수 없는 수준의 저출산과 고령화, 취업난으로 인해 첫 입사 연령이 늦 어지고 이에 따라 보험료 납부 연수도 줄어드는 것 또한 고갈을 가속하는 부가적 요인 중 하나다.8) 이런저런 이유로 2050년대 고갈은 거의 기정사실화되었고, 이는 앞으로 수 급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막연한 우려를 낳고 있다.

6) 재정이 부채에 의존하지 않고 건전하게 잘 운용되고 있는지를 뜻하는 말. 부채가 커지면 재정건전성이 나빠진다. 7) 유족연금(연금을 받던 사람이 사망했을 경우 연금액의 일부를 유족들에게 나누어주는 것)까지 합했을 때 기준. 이를 제외하면 1.8배 수준이다. 국회의원 윤소하 보도자료 8) 제34회 한양대학교 경제금융대학 학술제의 내용 일부를 발췌하여 요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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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빅 픽처를 그려야 할 때

1-4. 2057년에 기금이 없어진 이후에는 연금제도를 어떻게 운영하는가? □ 우선 기금이 없어지면 국민연금을 못 받을 수 있다는 우려는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며, 사실이 아님을 말씀드림 ▲ 국민연금 재정추계위원회 보도자료

그렇지만 정부는 이러한 우려는 사실이 아니라고 단호하게 대응하고 있으며, 현실보 다 과장된 우려라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재정추계 때마다 반복되 는 ‘국민연금 기금 고갈론’이 보수 언론9)과 민간 보험사의 의도적 프레임이라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애초에 설계된 구조에서부터 기금의 고갈을 예측할 수 있었고 재정계 산을 통해 고갈의 시기마저 구체적으로 알고 있는 마당에 정부가 이 문제를 손 놓고 가 만히 앉아 있을 리는 없다. 다만 이제는 정부와 사회가 그 방안을 찾아 나서야 할 때다.

국민연금 제도 개편 방안 현행 유지안 소득대체율

40%유지

기본모형 국민 40%+기초 12%** (소득대체율) (52%)

국 민 연 금

소득대체율 보험료율

기초연금

현행 유지 (2028년까지 40%로 인하)

현행 유지 (보험료율 9%)

2021년 30만원

기초연금 강화 소득대체율

40%

노후소득보장 강화① 노후소득보장 강화② 소득대체율

+기초연금 40만원

45%

소득대체율

50%

국민 40%+기초 15%* (55%)

국민 40%+기초 12% (57%)

국민 50%+기초 12% (62%)

현행 유지

2021년 45%

2021년 50%

현행 유지 2021년 30만원 2022년 이후 40만원

2031년 12%

2036년 13%

('21년부터 5년마다 1%씩 인상)

('21년부터 5년마다 1%씩 인상)

2021년 30만원

2021년 30만원

*기초연금 강화방안에서 기초연금 40만원 인상 시 소득대체율은 '22년 A값의 15%로 계산 **기초연금 30만원은 22년 국민연금 A값의 약 12%에 해당

자료/보건복지부

▲ 정부가 제시한 국민연금 개편안 (출처: 연합뉴스)

9) 오마이뉴스, "국민연금 기금 고갈? 전형적인 공포 마케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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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론이 늘 집중되는 상황에서 모두를 만족시키는 대안을 내놓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난해 12월 정부는 국민연금 개편안 4가지를 발표했다. 각각 그 수치는 조 금씩 다르지만, 소득대체율10)이나 보험료율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이를 살펴보면 국민 연금의 딜레마를 확인할 수 있다. 소득대체율을 높이자니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해 국민 의 즉각적인 반발이 예측되고, 보험료율 인상 없이 그대로 가자니 소득대체율이 40%밖 에 되지 않는다. 현재 국민연금 수급액은 한 달 평균 39만 원인데, 이것이 과연 노후를 보장할 수 있는 수준일까? 용돈 연금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어찌 됐든 기금의 고 갈을 늦추는 데 초점을 맞춘 개혁안들은 좋은 반응을 들을 수가 없는 방안들이다. 결국 노동계와 경영계는 수개월의 회의에도 불구하고 합의안 도출에 실패했고, 총선이 다가 오는 와중에 적극적인 합의는 물 건너갔다는 말도 나온다. 그렇지만 개혁 문제로 우리나라만 골머리를 앓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국민연금 과 같은 공적 연금은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도 존재하며, 이들 역시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기금 고갈의 문제로 골머리를 앓다가 연금을 개혁했다. 연금 개혁의 선례로 손꼽히는 스웨덴은 명목 확정기여형 연금제도11)를 도입하고 부분 민영화와 최저보장연 금12) 등 다층구조적 연금을 갖추는 데 성공했다. 일본은 다양한 대상에 따라 여러 개의 공적 연금제도를 분리했고, 영국도 공적 연금의 성격을 강화하여 빈곤층의 연금에 집중 했다. 칠레도 세계 최초 공적 연금의 민영화13)를 도입한 점에서 주목받았다. 10) 연금액이 개인의 생애 평균소득의 몇 퍼센트가 되는지 보여주는 비율. 소득 대체 비율이 50%이면 연 금액이 연금 가입 기간 평균 소득의 절반 정도 된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안락한 노후보장을 위한 소득 대체율은 65~70%라고 알려져 있다. 한경 경제용어사전 11) 확정기여형 연금제도란 간단히 말해 자신이 지출한 총보험료와 사망할 때까지 받는 총급여액이 같은 방식이다. 이자를 제외하곤 본인이 낸 만큼만 돌려받는 것이니 재정안정에 큰 도움이 된다. 앞에 명 목이라는 글자가 붙으면 의미가 조금 달라지는데, 내가 낸 보험료를 쌓아뒀다 주는 것이 아니라 국민 전체의 보험료를 모았다가 해마다 필요한 지출로 나간다는 것의 차이다. 12) 수익이 낮거나 없는 빈곤층을 대상으로 하는 연금으로 보편적 기초연금을 폐지하는 대신 사회적 안 전망을 갖추기 위해 만들어졌다. 13) 군부독재 하에 민영화를 진행했으나 실패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연금 급여가 매우 낮고 성별, 소득별 불평등도 심하며, 연금에 가입하지 못한 사각지대가 매우 넓다는 평을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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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나라마다 구체적인 개혁방안은 다 다르지만, 기금 고갈 문제로 신음한 국가들 대부분 ‘부과방식’으로 전환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연금 재정 구조는 크게 적립방식과 부과방식으로 구분되는데, 적립방식은 ‘가입자가 나중에 받을 연금액을 미리 보험료로 적립해두는 구조’이고 부과방식은 ‘그해 필요한 지출을 그해 가입자에게 부과하는 구조’ 를 뜻한다. 부과방식에서는 그때마다 재정을 조달하기 때문에 기금을 쌓아둘 이유가 없 다. 따라서 연금액의 일부만을 적립하고 있는 현재 부분적립방식에서 부과방식으로 전 환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 모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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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신뢰가 중요해 하지만 부과방식으로 전환하기 전 필수적으로 갖춰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국민연금 에 대한 국민의 신뢰다. 부과방식 아래 근로 세대들은 보험료를 그대로 노인들을 부양하 는 데 쏟게 된다. 당장 내 미래를 하나도 준비하지 못하고, 노인 세대를 부양해야 한다. ‘내가 늙어서도 보험료가 나올까?’라는 질문에 확신하지 못한다면, 부과방식은 오히려 국 민연금에 대한 반발감만 키울 것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국민연금에 대한 확신이 없다. ‘국민연금 제도에 신뢰감을 가 지고 있다’라고 답한 사람은 전 세대의 21.1%에 불과하며, 20대의 경우에는 10%만 믿음 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14) 정치·사회적으로 크게 이슈화된 사건들에 국민연금이 연루되 었던 점들을 생각하면, 국민연금에 대한 대중적인 신뢰가 부족한 건 뻔한 결과다. 비교적 최근에 발생했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관련한 논란은 국민연금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부정적 여론을 형성하는데 단단히 한몫했다. 2015년 당시, 삼성은 경영권 승 계를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진행했다. 이때 삼성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 병 비율을 0.35 : 1로 산정했는데, 삼성물산 주식 세 개가 제일모직 주식 하나와 같다는 의 미다. 문제는 당시 삼성물산의 주가는 저평가, 제일모직은 고평가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당연히 삼성물산의 주주들과 국내외 의결권 자문회사들 모두 입 모아 합병 비율이 잘못되 어 삼성물산이 불리하다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자도 나서서 합병을 반대하던 상황이었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비교

나, 삼성물산 지분의 11%를 보유한 대

(매출과 영업익은 2014년, 자산은 2015년 1분기, 시가총액은 합병 발표 직전일 기준, 단위: 억원,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주주 국민연금은 이 말도 안 되는 합

매출 영업익 자산 시가총액

삼성물산

제일모직

병에 찬성표를 던졌다. 이 합병으로

28조4400 6500 29조5000 8조6300

5조1300 2100 9조5000 22조700

수천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손해까지

▲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당시 두 기업 비교 (출처: 조선비즈)

떠안으며 말이다. 이 사태를 통해 국 민연금이 정치적으로 독립되지 않았 음이 여실히 드러났고, 국민연금에 대 한 국민의 신뢰가 크게 추락했다.

14) 세계일보, ““신뢰 못 해…하지만 필요해” 국민연금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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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주식대여 현황 2014년~2018년 상반기까지 연평균 216조5천억원 주식대여 총 766억원의 수수료 수입 발생

250

단위:조원

187.5

200 150

지를 떨어뜨리는데 한몫했다. 국민연금은 작 년까지 연평균 216조 5천억 원의 주식을 대

대여금액

249.5 261.2

국민연금의 주식대여 역시 대외적인 이미

여해줬는데, 국민연금이 빌려준 주식들로 외 국인 투자자들이 대규모 공매도를 벌이면서

166.7 109.4

100

국내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었다.15) 결국 국민 연금의 주식대여를 막아달라는 국민청원 글

50 0

이 연달아 올라오고 논란이 커지자 국민연금 2014

2015

대여건수

2016

2017년 2018년 상반기

은 주식대여를 부랴부랴 중단했다. 하지만 이

단위:건

밖에도 법적 명문화 문제, 수익률 하락의 문 3,902 3,971 3,681 3,244 1,620

▲ 국민연금 주식대여 현황 (출처: 연합뉴스)

제 등에 맞닥뜨리면서 국민연금의 신뢰는 갈 수록 하락하고 있다.

이러한 사건들은 국민연금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어렵게 만든다. 구체적인 개혁 방향 과 방안을 논하기는커녕, 국민연금에 대한 막연한 반발감과 사회적 예민함만 증대되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엔 기금의 재정이나 분배구조만큼이나 사 회적 합의와 연대가 중요하다. 실제로 연금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많은 국제적 지표 들은 연금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지속성 방향에 큰 무게를 두고 있는데, 한국은 이러한 부분에 있어 굉장히 박한 점수를 받고 있다. 따라서 연금을 더 오래 지속시키려면, 여러 논란을 정리하고 신뢰를 높이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15) 주식을 갖고 있지 않을 때 주식을 빌려서 판 후 주가가 떨어지면 사서 되갚는 것을 공매도라고 한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를 악용하곤 했는데, 예를 들면 이렇다. 주식 A를 갖고 있지 않을 때 국민연금 에게서 빌려 A의 현재 주가인 1000원에 팔았다고 가정하자. 급격히 매도 주문이 늘어나자 A 가격이 떨어져 500원이 되고, 이때 A를 사서 국민연금에게 갚아버린다면 500원의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다. 반면 주식을 소유하고 있던 국내 투자자들은 주가가 떨어져 피해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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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은 결국 터진다 지금까지 기금 고갈과 같은 여러 논란을 위주로 국민연금에 대해 살펴보았다. 언론을 통해 부풀려지고 오해가 생겼지만, 국민연금이 안팎으로 변화를 꾀해야 할 시점인 것은 분명하다. 이러한 문제들을 한순간에 해결하는 것은 무리다. 앞서 밝혔듯이, 국민연금은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사안이라 사회적으로 합의를 이루기 어렵다. 연금을 세계최초로 만들어 낸 스웨덴도 연금 개혁을 합의하는 데 15년이 걸렸고, 영국도 10년간 대국민 토론회와 설문조사를 거쳐 의견을 모았다. 일본도 부총리와 장관이 전국을 직접 순회하는 대국민 설명회를 진행하는 등 4년간의 꾸준한 사회적 논의 과정을 거쳐 개혁을 이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어떤가. 총선과 재정추계 등 예민한 시점을 피하기에만 급급한 정 치권은 이 골치 아픈 주제를 다음 정권으로 슬쩍 넘기려고만 한다. 언론도 내가 내야 하 는 금액이나 내가 받을 수 있는 금액에만 집중하며 세대 간 대립으로 논란을 키우고 있 을 뿐, 정작 국민연금이 사회에서 어떤 의의를 갖는지조차 제대로 설명하고 있지 않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국민들도 덩달아 이 문제를 다음 세대로 넘겨버리고는 안도의 숨을 내쉰다. 폭탄을 돌린다고 해서 폭탄이 멈추는 것은 아닌데도 말이다. 폭탄은 언젠가 터진다. 지금의 청년 세대인 우리가 몇 년 후 이를 정면으로 마주하게 될 것이다.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하는 이 시점에서 우리는 사회의 어엿한 구성원으 로서 적극적으로 문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 역시 이 문제를 회피 하기보다는 국민연금과 관련된 각종 논란을 정리하고, 내외적으로 재정비하는 것을 시 작으로 대담론의 장을 열어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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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본소득제

일하지 않아도 돈 받는 사회 편집위원 김혜선 tjs99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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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을 교수형에 처하는 대신 모두에게 약간의 생계수단을 주는 게 낫습니다. 빈민을 도둑으로 만들고 나중엔 시체가 되게 하는 무시무 시한 궁핍으로 고통받는 사람이 아무도 없게 하려면 말이죠.” - 토머스 모어, <유토피아>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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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빼앗은 일자리 2016년, 세계경제포럼에서 2020년까지 선진국의 사무직·행정직을 비롯한 일자리가 710만 개 감소할 것이라 발표했다. 과거 산업혁명과 기술발전으로 일자리 창출 효과를 도출한 것과 달리 4차 산업혁명은 완전히 다른 결과를 낼 거라는 전망이다. 기술발전으로 로봇이 전 산업 분야에서 활용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소방 분야 에서는 화재 진압과 탐색, 국방 분야에서는 감시 정찰, 농업 분야에서는 벼농사의 제초, 해 양 분야에서는 수중 건설 작업 등 다방면으로 쓰이고 있다. 로봇 관련 기술 및 산업의 발 전은 지능로봇 연구개발자, 로봇 컨설턴트 등 로봇 관련 직업의 성장으로 자연히 이어진다. 하지만 로봇과 관련된 일자리는 기존 일자리와 비교하면 소수이며, 그 외의 직업은 점점 로봇으로 대체되거나 소수의 전문가만이 노동할 것으로 예상한다. 경제 전문가들은 일자 리가 점점 감소하고 있으며 일자리의 질은 더욱 열악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노동사회 연구소의 정애경 부소장은 비정규직, 영세 자영업자 및 무급 가족 종사자, 사실상 실업자 등 불안정 노동자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2018년 우리나라 경제활동인구1) 의 56%에 달하는 약 1,700만 명이 불안정 노동자에 포함되어 더 많은 실업이 예고된다.2) 양극화로 인한 문제점이 더 심각해질 것이란 말이다.

▲ 불을 끄고 있는 소방로봇 (출처: 경북일보)

1) 15세 이상의 인구 가운데 노동 능력 및 노동 의사가 있는 인구. 취업자와 실업자를 모두 포함한다. 2) 노후소득보장제도의 다양성: 불안정 노동자에 대한 보호를 중심으로, 2018, 김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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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국민에게 돈을 준다고? 일자리 문제와 양극화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등장한 대안 중 하나가 바로 기본소득제 다. 기본소득제란 ‘모든 개인에게 소득 심사나 재산심사는 물론 노동의무나 요구 등의 조건 없이 월 단위로 무조건 지급되는 소득’을 의미한다.3) 기본소득제는 국민의 절반 이 상이 일자리를 구하고 싶어도 일자리 자체가 없어 일할 수 없는 미래가 왔을 때, 일하지 않더라도 경제적 활동이 가능토록 국가에서 일정 금액을 지원하는 형태이다. 기본소득 에는 보편성, 무조건성, 개별성, 현금 지원, 충분성이라고 부르는 5가지 요소가 필수적 으로 작용한다.4)

보편성 한 사회에 속한 구성원이라면 그 국적과 나이를 불문하고 누구나 기본소득을 받을 권리를 갖는다. 따라서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바라보는 보편성 시민권의 논리를 기반으로 외국인 노동자(혹은 불법 체류자), 일하지 않는 아이나 노인도 기본소득을 요구할 권리를 가진다.

무조건성 기본소득제의 수급자격은 개인의 소득(혹은 재산) 수준과 상관없이 부여하는 것을 의미한 다. 따라서 복지제도에서 복지대상자를 선정하기 위한 조건인 자산조사나 사회 보험료의 납부 여부 등을 보지 않는다. 바로 이 지점에서 기본소득은 보험료를 낸 자에게만 청구권 이 인정되는 사회보험이나 일정한 소득이나 재산 기준 이하의 자격요건을 만족한 사람에 게만 주어지는 사회부조5)와 구별된다.

개별성 기본소득제의 기초생활 수급 단위는 개별성을 띠고 있다. 가구별로 자본 단위를 구성하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6)와 달리 기본소득제는 여성과 아동을 독립적인 주체로 바라본다. 3) 브루스 애커만, 앤 알스톡, 필리페 반 빠레이스 외, 2010, p.11 4) 각국의 기본소득 실험이 한국에 주는 정책적 시사점, 최한수, 2017, 한국조세재정연구원, p.14 5) 사회보험으로 최소한의 생활 수준을 받지 못하는 경우 최후의 안전망으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직접 국민에게 금품이나 물품을 제공하는 제도. 글로벌 세계대백과사전 6) 대표적인 사회부조 중 하나이며, 빈곤층을 대상으로 국민의 최저생활을 보장하는 제도이다. 한국민족 문화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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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개별성의 원칙으로 다자녀 가구는 자녀가 없는 가구에 비해 그 자녀 수에 비례하여 혜 택이 증가하게 된다.

현금 지원 정부가 개인에게 혜택을 부여하는 방식이 현금 혹은 상품권의 형태로 이루어진다는 점에 서 현물급여나 조세지출과 다르다.

충분성 기본소득의 지급 수준이 최저생계비가 아닌 인간다운 삶 혹은 실질적 자유를 누릴 수 있 을 만해야 한다. 따라서 기본소득의 월 금액이 중위소득의 50% 이하 소득수준은 되어야 한다는 견해가 있지만, 그 기준을 보다 높게 설정하는 견해도 있다.

기본소득제는 수급자격이 고용조건과 무관하기에 고용이 필요 없는 경제성장 시대가 찾아올 때 적합한 사회안전망의 형태라고 인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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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미래를 향한 대안, 핀란드의 기본소득제 이처럼 장점을 가진 기본소득제. 그렇다면 국가적 단위로 기본소득제를 실시한 곳은 없을까? 그곳이 바로 핀란드다. 핀란드는 2017년 1월부터 25~58세의 실업자 중 2000 명을 임의로 선정하여 2년간 매달 560유로(약 72만 원)를 무조건 지급하는 기본소득제 를 실시했다.7) 실업급여는 기본소득제와 금액에서의 차이가 없지만 취업 후에도 돈을

핀란드의 기본소득제 실험 개요

받을 수 있는 기본소득제와 달리 취업 하면 수급을 받지 못한다. 즉 실업급여

대상

실업급여를 받는 성인 중 2000명 무작위로 선정

기간

2017년 1월 1일~2018년 12월 31일

기본소득은 72만 원이 더해지면서 아

금액

매월560유로(약 72만원) ※현 실업급여와 비슷한 수준

르바이트와 같은 저임금 노동만으로도

방법

취직 이후에도 계속 지급 / 사용에 제한을 두지 않음.

드 정부는 일자리가 없어 일을 못 하는

평가

실업이 끝난 후 정부 공식평가 나올 예정

▲ 핀란드의 기본소득제 실험 개요 (출처: 이투데이)

72만 원으로 삶을 영유할 수는 없지만,

기본적인 삶을 살 수 있다. 이에 핀란

사람들이 작은 일자리라도 찾아 취업 률이 늘어날 것을 예상하여 기본소득 제를 실시했다.

하지만 핀란드 정부는 시범 운행 2년이 되는 올해 1월을 기점으로 기본소득제 시범 시행을 중단할 것이라는 1차 발표를 했다.8) 여기서 취업률이 오르지 않아 핀란드 정부 가 실험 중단했다고 단정하기에는 이르다. 기본소득제의 실험 중단 이유는 실험 대상자 와 피실험자 간의 취업률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기본소득제의 시범 운행 전 실 업률은 스웨덴·덴마크 등 인근 북유럽 국가들보다 높은 9.2%였지만 현재는 7.6%로 실 업률이 감소했다. 다만 기본소득을 받지 않은 국민의 실업률도 함께 떨어졌다는 점에서 기본소득제의 시행 여부의 차이점이 보이지 않았다.

7) 『한국금융』, 2019, 「[두 번째 인생] 복지 강국 핀란드, 다양한 복지정책으로 눈길」 8) 『한국경제』, 2019, 「[아! EU] '복지 천국' 개혁하려다가 실패한 핀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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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실패라고 단정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또 있다. BBC에선 2년이란 실험 기간이 짧았던 점, 뉴욕타임스는 일자리 창출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으며 실험 규모도 너무 작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일자리를 구하고 일을 한다는 것은 평생의 삶에 영향을 미 치는 행위이기에 사람들은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2년의 무게와 평생의 무게가 같지 않 다는 것을 간과한 것이다. 무엇보다 실험 대상자가 실업자로 구성되었기에 이전에 일자 리를 갖지 못했던 이유(일할 수 있는 능력이 되지 않은 경우, 의욕이 없는 경우 등)가 취 업률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 정도인 우 리나라에 비해 4만 6천 달러인 핀란드 국민에게 있어 560유로는 적은 금액일 수 있다. 그렇다면 핀란드 정부는 왜 섣부르게 기본소득제 실험을 중단했을까? 그 이유는 이 실험이 취업률에 초점을 두었기 때문이다. 기본소득제는 일자리 시장이 존재하지 않는 미래를 전제로 논의된다. 때문에 찬성 측은 고용 불안정 및 양극화의 확대로 인한 사회 보장제도의 한계를 인정하고, 사회적 권리와 실질적 자유의 보장 차원에서 기본소득제 를 이야기한다. 반면에 반대 측에서는 일하지 않아도 돈을 주는 기본소득제로 인해 사 람들이 나태해질 것이며, 그로 인한 고용과 생산이 감소할 것이라 주장하며 취업률에 초점을 맞춘다. 사실 핀란드의 시필레 총리는 고용 증대 및 실업 감소에 관심이 있었고, 기본소득은 이를 위한 여러 복지개혁 중 하나였다.9) 이웃 나라에 비해 낮은 취업률로 늘어나는 복 지지출과 재정적자 부담을 느낀 정부는 국민이 시간제나 저임금 일자리라도 취업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기본소득을 사용했다. 즉 핀란드의 기본소득 실험은 기존의 복지를 대 폭 축소하여 재정안정을 꾀하기 위함이었던 것이다. 애초에 불평등지수가 낮은 핀란드 에서는 빈곤과 불평등 완화를 이유로 기본소득을 도입할 이유가 없는데도 말이다. 현재 0.26인 핀란드의 지니계수10)를 살펴보면 세계에서 4번째로 낮은 수치를 보여주며 낮은 9) 『프레시안』, 2019, 「[기고] 핀란드 기본소득 실험, 웰빙 효과, 고용 효과 나타났다, 유종성 가천대학교 교수」 10) 소득 분포의 불평등도를 측정하기 위한 계수로 숫자가 0에 가까울수록 불평등이 적고, 1에 가까울수 록 불평등이 높다. 표준국어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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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지수를 증명하고 있다.11) 이런 점들을 살펴보면 핀란드의 기본소득제는 정책적 이익을 위해 시행되었다. 여기서 일자리 부족과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했던 기존 기본소득제와 다른 방향성을 띠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국가적 차원으로 대규모 인원을 대동한 실험이었다는 점과 이전에는 시행 된 적이 없었던 규모라는 점에서 핀란드의 기본소득은 여전히 의의를 가진다. 또한 웰 빙 효과가 일어났다는 점도 주목된다. 웰빙 효과란 대상자들은 기본소득을 지원받으면 서 미래와 자신의 재정적 상황에 대한 자신감 향상하는 심리적 효과다. 여러 논의가 진 행되는 지금 고용과 웰빙 효과 어느 쪽에 대해서도 확실하게 말하기는 어렵지만, 웰빙 효과는 긍정적으로 확인될 가능성이 크다.12) 그 가능성을 믿고 기본소득제 논의는 계속 되고 있다. 기본소득 지급의 심리적 효과 미래에 강한 확신 건강하다고 느낌

■ 기본소득 수령자 ■ 미수령자

2018년 10~12월 1,633명 설문조사, 자료:핀란드 사회보건부

집중력이 있음 상근직 근무 희망 (비상근직 응답자 대상) 취업에 자신 있음 관료주의 절차에 불만

▲ 기본소득제의 웰빙효과 (출처: 한국일보)

11) 『글로벌이코노믹』, 2018 「지니계수 국가별 순위… ① 슬로베니아 ② 슬로바키아 ③ 체코 ④ 핀란드 ⑤ 벨기에」 12) 『프레시안』, 2019, 「[기고] 핀란드 기본소득 실험, 웰빙 효과, 고용 효과 나타났다, 유종성 가천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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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의 끝에 피어나는 기본소득제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기본소득제가 시행된 적이 있을까? 현실적 한계로 기본소득 제의 의미가 좀 더 포괄적으로 사용됨을 고려할 때 2016년 경기도 성남시에서 실시했던 청년 배당을 꼽을 수 있다. 청년 배당은 성남시에 3년 이상 거주한 만 24세 청년에게 1 년간 100만 원의 성남시 지역 화폐를 지급한 정책이다.13)

성남시 청년들이 생각하는 청년배당과 기본소득 1. 청년배당이 생활에 실질적 도움이 되었나?

전혀 1.2 전혀 0.9 별로 4.2

전혀 별로 3.80.9

별로 3.8

% 어느 정도 55

매우 40.3

2. 만일 당신이 청년배당 대상연령(만 24살)을 지나서 혜택을 받지 못하더라고 청년배당 적책이 유지되는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

어느 정도 55

매우 40.3

전혀 1.2 무응답, 0.4 별로 4.2

% 어느 정도 51.6

매우 42.6

%

무응답, 0.4

매우 42.6

어느 정도 51.6

▲ 청년 배당 대상자에게 한 설문조사 (출처: 스토리 펀딩)

청년 배당에 대한 시민들과 여론의 평가는 좋았다. 우선 대상자의 90%가 넘는 인원 이 만족했고, 성남시에서만 쓸 수 있는 지역 화폐를 지급했기에 지역경제 활성화가 일 어났다.14) 청년 복지와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음으로써 청년 배당이 제대로 작용했음을 보여줬다. 청년 배당 정책을 편 이재명 전 성남시장은 현재 경기도 지사로서 이를 확대하고자 정책을 내세우기도 했다. 실제로 경기도는 경기도 지역화폐 를 만들며 청년 배당의 밑바탕을 다지고 있다. 하지만 청년 배당이 경기도와 성남시를 넘어 국가 단위로 확대된다면 그 자금력의 차이가 존재하기에 이 정책이 국가적으로 확 대되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13) 성남시청 온라인 사이트 14) 한해 133억 원 수준이던 성남지역 상품권 판매량이 청년 배당 지급 후에는 249억 원으로 87% 증가 했다. 박광호 성남시 유통행정팀장은 청년 배당 상품권 가운데 실제로 사용되고 회수되는 게 99.7% 로 실질적으로 지역 상권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SBS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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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국가적 범위로 확장되면 이 제도에 들어가는 비용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국민 모두에게 기본소득을 줄 경제적 기반이 마련돼야 하는 기본소득제지만 현재 이를 감당할 수 있는 국가는 지구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기본소득제를 위해 세금을 더 거두면 되지만 그렇다고 많은 세금을 거둔다면 조세저항이 일어날 수 있다. 이와 관 련하여 더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보기 위해 한양대학교 경제금융학부 박춘원 교수를 만 나보았다. 박춘원 교수는 최저생계비만큼 기본소득을 지급 하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65만 원인 우리나라의 최 저생계비를 기본소득으로 지급하기 위해서는 지금 으로부터 조세부담률이 20% 증가해야 하며 이는, 북유럽의 조세 정도와 맞먹는다. 그렇게 거두면 390조 정도의 세금이 징수되는데 이는 GDP의 1/4 수준이자 조세부담률이 50%에 상응하는 결과다. 이에 대해 적은 혜택부터 시작해 180조 규모의 세 ▲ 박춘원 교수와의 인터뷰

금을 거두자는 의견도 존재한다. 그렇게 된다면 국

민에게 30만 원씩 지원해줄 수 있다. 하지만 증세를 통한 재원 마련 시 사회구성원의 공 감대 형성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며, 현재에도 조세저항이 일어나기에 세금인상을 이 뤄내기는 힘들 것이다. 박춘원 교수는 우리나라의 기본소득제 도입 가능성이 작다고 보 고 있다. 노동 의욕의 상실과 재원 부족 등 반대 의견이 많아 정책적으로 도입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력으로 권력 구도가 잡혀있는 사 회적 구조에 따라 이를 부정적으로 보는 고위층이 많기에 기본소득제 도입 과정에서 어 려움이 수반된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그는 기본소득제에 대한 논의가 보다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본 소득제는 대상자를 선별하는 행정비용이 수반되지 않고, 선별복지 수혜자에 대한 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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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과를 제거할 수 있으며, 선별소득 보장의 불공정성(행정착오나 도덕적 해이15) 등)의 소지를 제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기본소득제의 무조건성으로 모 든 국민이 기본소득을 받기 때문에 복지 사각지대로 인한 문제점들을 크게 완화할 수 있 다. 또한 새로 생긴 직업이 컴퓨터와 로봇과 관련되어 제한적 일자리가 생기며, 실직자 를 먹여 살릴 만큼의 일자리 공급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처럼 소수의 사람만 고소 득인 상황이기에 기본소득제의 도입은 필요하다. 기본소득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재정확보가 불가피하며, 이에 대해 로봇세를 비롯 해 공유자원을 통한 세금 조율 등 다양한 방안이 나오고 있다. 로봇세는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신하여 이윤을 창출한다면 마치 법인이 법인세를 내는 것처럼 로봇인도 로 봇세를 내도록 하는 세금 제도다. 실제 유럽연합은 로봇의 일자리 대체에 따른 대응 방 안과 사회체계 변화에 대해 논의하고 있으며, 프랑스 대선후보 부느와 아몽은 로봇세를 신설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바가 있다. 다만 이 방법은 기계를 살 때 이미 세금을 냈으 므로 이중과세가 아니냐는 비판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자본가나 로봇 산업 관계자들의 조세 저항이 일어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박춘원 교수는 공유자원을 통한 세금 제도가 주목받고 있다고 말한다. 이미 알래스카가 실시한 세금 제도로 환경과 토지와 같이 사회구성원이 공유하고 있는 자원에 세금을 내는 개념이다. 신선한 공기를 해치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 거두고 있는 휘발유세나 종량제 봉투 사용 그리고 최근에 시행된 비닐봉지 사용에 관한 세금이 여기 에 해당한다. 이들은 환경세의 일부이며, 환경세는 환경오염 발생으로 인한 세금으로 조세저항이 비교적 덜하다. 그래서 기본소득제의 재원으로 로봇세보다는 공유자원을 통 한 재원 조달이 재원확충의 수단으로 더욱 용이하다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15) 정보의 비대칭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주인이 대리인의 행동을 완전히 관찰할 수 없을 때 대리인이 자 신의 효용을 극대화하는 과정에서 나타난다. 시사상식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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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스를 수 없는 흐름 오래전부터 기계가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예견이 있었고, 사람은 이를 두 려워했다. 1930년도에 영국 경제학자인 존 메이너스 케인즈는 “우리는 100년 뒤 일하 지 않을 것”이라 말했다. 먼 훗날 일어날 것 같았던 시대가 찾아오고 있으며 현재 서비 스업 분야에 인공지능과 로봇들이 들어가 인간의 일자리를 잠식해 나가고 있다. 로봇을 없애고 차단하기에는 이미 우리는 로봇의 편리함에 익숙해졌고, 이제 로봇의 사회 침식 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었다. 그의 대책으로 등장한 기본소득제는 현재 사회의 고 질병인 소득 양극화 문제와 복지 사각지대의 해결책으로도 부상하고 있다. 지금 세계적으로 기본소득에 대해 논의가 활발하지만, 한편으로는 노동 의욕을 저하 할 가능성이 크다며 반대한다. 노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국가에서 돈을 지급한다면 일을 하던 사람들도 노동 자체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일을 그만둘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 지만 전 세계 어느 국가도 개개인이 삶에 만족할 만큼의 금액을 지급해주지 못한다. 만 약 우리나라가 최저생계비의 절반인 30만 원씩 전 국민에게 주고자 하더라도 세금을 10% 인상해야 한다. 월 30만 원으로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없으며, 그 누구도 30만 원을 받는다고 자신의 직장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핀란드의 기본소득 실험에서도, 성남시 청년 배당에서도 기본소득은 오히려 삶의 지수를 높이고 근로 의욕을 높이는 데 일조했 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이처럼 기본소득제에는 장점과 단점이 얽혀있어 제도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 쉽지 않 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일자리 변화에 대해 전 세계는 그 대안 을 찾고 있으며, 불완전한 대안을 더 확고하게 구축하는 것이 우리의 몫이다. 이것이 미 래가 아닌 현재에 논의해야 할 이유이며, 미래 산업을 이끌어갈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당위성이다. 적어도 기본소득제는 그나마 많은 연구가 됐다는 면에서 논의하기 쉬운 환경에 있다. 이제는 이 환경을 놀리지 말고 관심을 가질 차례다. 적어도 대안이 무너진 미래사회에 지금을 되돌아보며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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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충

진지한 게 죄인가요? - ‘진지충’ 낙인에 대한 진지한 고찰 수습위원 이지원 ljiwon_1212@naver.com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여 생각하는 일은 피곤하고 독설, 조롱 혹은 감정에 극도로 호소하는 신파가 더 쉽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생각의 범위뿐 아니 라 감정의 영역도 협소해진다. 감정에 호소하는 사회일수록 오히려 감정 은 풍요롭지 못하다. 감정은 정답을 만들기 때문이다. - 예술사회학 연구자 이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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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충은 누구인가 2011년, 특정 대상에 대한 비합리적 비난을 일삼는 몰지각한 ‘일간베스트’1) 이용자를 ‘일베충’이라고 칭하기 시작하였다. 이를 시초로 하여2) 진지충, 맘충, 틀딱충 등 대상의 태도나 행동, 특징을 나타내는 단어에 ‘충(蟲, 벌레 충)’을 더한 합성어가 대중화되었다. 진지충은 ‘진지하다’에 ‘충’이 더해진 표현으로 농담을 진지하게 받아들여 분위기를 어색 하게 만드는 사람을, 맘충은 ‘맘(Mom)’과 ‘충’이 결합하여 아이를 빌미로 타인에게 민폐 를 끼치는 사람을, 틀딱충은 ‘틀니’와 ‘딱딱’의 앞 첫 글자, ‘충’이 결합한 합성어로 몰지각 하거나 수구적인 노인을 뜻한다. 이외에도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는 미성년자를 의미하 는 급식충 등이 있다. 위 예시들을 처음 접해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즉, ‘~충’이 라는 비하성 표현은 이미 일상적인 대화 용어가 되었다. 본 글에서는 ‘충’이 더해진 합성 어 중 진지충을 집중적으로 다룰 것이다. 진지충은 농담을 진지하게 받아들여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무안함, 어색함, 불편함 등 의 감정을 유발하는 이를 일컫는다. 즉, ‘웃자고 하는 말에 죽자고 덤비는 사람’이다. 이와 유사한 속성을 지닌 단어로는 씹선비, 선비질 등이 있다. 생활 속에서 진지충이라는 단 어가 쓰이는 상황은 어떠한 상황이며, 진지충이라 지칭되는 이는 어떤 사람인가? 대표적 상황으로는 대화를 나누던 중 상대방의 언행, 태도 등을 지적하거나 정정할 때, 갑자기 무거운 주제를 이야기할 때, 정치적·사회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지속적으로 언급하고 이 에 대한 본인의 의견을 피력할 때 등을 꼽을 수 있다. 구체적으로 대화 주제가 올바르지 않음을 지적하는 사람, 맞춤법을 지적하는 사람, 술자리에서 정치적·철학적·역사적 이 야기를 하는 사람 등이 진지충이라 불린다. 이외에도 다양한 상황에서 진지충이라는 단 어는 사용될 수 있다. 하지만 본 글에서는 단순히 진지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아닌, 우 리 사회에 대하여 사유하는 지식인으로서의 진지충을 논하고자 한다.

1) 일베저장소(일간베스트 저장소, 약칭 일베)는 주식회사 아이비에서 통신판매업으로 운영하고 있는 인 터넷 커뮤니티. [위키백과] 2) ‘~충‘ 혐오표현의 시초가 명확하게 밝혀진 바는 없지만 ‘일베충’이 가장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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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진지함이 조롱의 대상이 되었을까? 과거 진지함은 지식인의 상징이자 동경의 대상이 되고는 하였다. 그렇다면 왜 진지하 다는 것이 ‘불편한 것’으로 전락하였을까. 한국 사회에서 진지함이 폄하된 원인을 한국 의 경제발전 과정과 정치적 무력감, 현재 한국 청년세대의 신(新)문화에 초점을 맞춰 접 근하고자 한다. 이를 논하기 전, 진지함과 같이 사회적·정치적으로 지향되었던 것이 대중에게 조롱받는 사례로 미국에서의 정치적 올바름 변질과정을 알아볼 것이다. 진지 함과 정치적 올바름이 거쳐 온 인식의 변화 양상을 통해 진지충 혐오현상을 이해하고 그 원인을 살펴볼 것이다. 또한 진지충에 대한 낙인현상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반지성주의 와 그 역사를 전개한 후, 한국의 반지성주의적 경향을 드러내는 사례로서 진지충 혐오 현상을 분석해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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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으로 올바르다는 것3)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PC)’이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차별적 언어 사용을 금하고, 상대적 정의를 수립하려는 운동 철학이다.4) 이는 세계 2차 대전 이 후, 핵폭탄, 가스실 등이 전쟁에서 악용되어 수많은 인명피해를 야기한 것을 목도한 후 등장한 개념으로 이론에만 머물러 있는 이성이 아닌 실제로 행해질 수 있는 윤리적 판 단, 실천적 이성 등을 가리킨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빵을 ‘공평하게’ 나누어야 하는 상 황을 가정해 보자. 수학적으로는 1/n이 가장 합리적이다. 하지만 정치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정치적으로 공평하기 위해서는 빵을 배분받는 사람들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 그 들 중에는 몇 년째 창고에 밀가루 포대가 썩어나가도록 가득 쌓인 사람도 있는 반면, 지 난 며칠 동안 음식을 구경도 못 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빵을 똑같은 크기로 나누어 배 분하는 것을 과연 옳은 일이라고 할 수 있을까. 정치적 판단은 그것이 옳지 않다고 말한 다.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정치적 올바름이란 수치로 환산할 수 없는 정치적 정의를 구축하기 위한 철학이다. 1961년 시행된 존 F.케네디 대통령의 행정명령 ‘Affirmative action’5)은 미국 PC 운동의 성과이자 결과이다. 정치적 올바름은 대중이 지향해야 할 사회적 이데올로기로서 작용하였고 노동계층의 입장을 대변하여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정치적 올바름의 본래 성격이 변질되어 상위계층의 계급의식을 과시하기 위한 위선적 도구로 전락하였다. 미국의 저술가 J.D.밴스는 저작 <힐빌리의 노래>를 통해 미국 사회 에서 PC 개념의 변질 양상을 잘 드러내고 있다.

3) [참세상] PC(Political Correctness: 정치적 올바름) 기사 재구성 4) 강준만, (2018), ‘정치적 올바름’의 소통을 위하여, 사회과학연구 제57집 제2호, 227-257 5) 소수 집단 우대정책. 인종, 성별, 종교, 나이, 혼인 여부, 성적 지향성을 비롯한 다양한 이유로 차별 받 던 소수자와 사회적 약자에게 특혜를 주는 것 [두산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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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몰락한 공업지대 러스트 벨트 출신 주인공은 동부의 명문대학에 입학하여 새 로 사귄 친구들을 통해 정치적 올바름을 알게 된다. 미국의 중상류층 가정에서 자라난 친구들은 타인에 대한 배려가 일상화되어 있다. 또한 그들은 주인공이 고향에서 일상 적으로 사용했던 거친 언어가 아닌 교양 있고 친절한 언어 습관을 지녔다. 아무도 주 인공을 비웃거나 조롱하지 않지만, 주인공은 배려 당할 때마다 열등감이 증폭되는 경 험을 한다. 친구들이 말하는 PC의 원칙은 부정할 수 없는 것이지만 본인은 정치적 올 바름이 행해지는 대상일 뿐, 왜 주체가 될 수 없는 것인지를 이해할 수 없다. 동시에 그들의 상냥하고 배려 깊은 행동 내면에는 경직된 위계질서가 존재함을 깨닫는다. ▲ <힐빌리의 노래> 일부 요약

이처럼 차별 철폐를 주장하며 청년운동의 이념이 되었던 정치적 올바름은 특정 집단 의 계급의식으로 전락하였다. 이러한 사상의 변질로 현재 미국 사회에서 정치적 올바 름은 기득권층의 위선을 비판, 조롱하는 개념이 되었다. 그 예로 2017년 정치적 올바름 을 대표하는 민주당 후보 힐러리는 낙선하였고, “정치적 올바름을 박살 내겠다”라는 발 언을 한 공화당 후보 트럼프는 노동계층을 포함한 국민의 열렬한 지지를 받아 당선되었 다. 지향해야 할 태도로서 여겨졌던 정치적 올바름은 대중의 정치적 실망감을 낳았고 이에 조롱과 풍자의 대상이 되었다는 점에서 진지충과 맥락을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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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성주의, 그게 무엇인가요?6) 한국 청년층에서 나타난 진지함에 대한 혐오경향은 반지성주의가 발현되는 양상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진지충 낙인현상을 본격적으로 논하기 전 반지성주의에 대 해 알아볼 것이다. 반지성주의는 미국의 역사가 리처드 호프스태터가 그의 저서 <미국 의 반지성주의>에서 처음 사용한 개념이다. 저자는 책에서 매카시즘7) 이후의 미국 사회 를 반지성주의라는 개념으로 분석하고 있다. 호프스태터는 “무엇인가를 정의한다는 것 은 논리적으로는 방어할 수 있지만 역사적으로는 자의적인 행위여서 별다른 이점이 없 어 보인다.”고 언급하며, 반지성주의에 대해 명확히 정의하지 않았다. 대신 ‘반지성적’이 라고 일컫는 태도나 사고에 대한 공통된 감정을 지적하는 것으로 정의를 대신하였다.8) 즉, 반지성주의란 ‘지식인에 대한 경멸·증오’ 또는 ‘지성과 지성적 태도에 대한 냉소· 가치절하’라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9)

반지성주의라는 용어의 등장에는 미국의 역사적 배경이 존재한다. 호프스태터는 건 국기에서부터 1963년까지의 미국사를 두고 책 전반에 걸쳐 미국의 반지성주의에 대해 논하고 있다. 그가 지적한 반지성주의의 부상 계기는 크게 두 가지이다. 먼저, 19세기에 들어 물질적인 획득과 성공이 다수 민중의 개인적 목표로 설정되었기 때문이며, 두 번 째로는 정치가 종교화되어 논리적인 판단력보다 생존을 위한 직관적 추진력이 중요시되 고, 대중이 선동적 특성이 강한 부흥회10)에 정신을 의지하면서부터라고 말한다. 더불어 호프스태터는 앤드류 잭슨 대통령 시대를 미국사의 전환점이라 주장했다. 1828년, 가난 한 집안 출신으로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지 못한 앤드류 잭슨이 7대 대통령에 당선되었

6) 박진빈 (2017), 반지성주의와 지식인의 한계, 역사비평, 427~439. 참고 7) 반공주의 성향이 강한 집단에서 정치적 반대자나 집단을 공산주의자로 매도하려는 태도. 1950년대 미 국의 상원의원 매카시가 국무부의 진보적 인사들을 공산주의자로 규정한 발언을 한 데서 비롯됨. [시 사상식사전] 8) 강준만 (2019), 왜 대중은 반지성주의에 매료되는가?, 정치정보연구, 22(1), 27-62 9) 한상원 (2018), 아도르노와 반지성주의에 관한 성찰, 철학, 135, 23-46. 10) 성령으로 개신교 신자들의 믿음을 부흥시키기 위하여 여는 특별기도집회. [두산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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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미국 사회 내 평등주의 열망을 불러일으켰으며 이는 선동적인 정치의 유행으로 이 어졌다고 그는 해석한다. 이것이 정치가 미국을 건국했던 구 엘리트들에게서 멀어짐과 동시에 반지성적 민주주의가 성공을 거두게 되었다고 말한다. 즉, 미국의 민주주의는 선동주의와 결부되어 있으며 이것이 대중의 반지성주의적 태도를 이끌었다는 것이다.

호프스태터는 미국의 실용적인 문화를 미국 사회에 반지성주의가 만연해진 원인으로 제시한다. 미국은 서구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늦게 산업화가 진행되었는데 광활한 영토 내에서 국가가 모든 영역을 관리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따라서 개인, 기업에 많은 사회적 책임이 부담되었고 이는 경제적 성공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의식은 책을 통한 배움과 경험보다 현장에서의 기술 습득을 강조하는 실용주의11) 교육 중시 풍 토를 양산하였다. 그는 “직업주의 교육을 중시하는 경향은 지성보다 인성을 중시하는 경향이나, 개성이나 재능보다 순응적이고 부리기 쉬운 태도를 선호하는 경향과 연결된 다.”고 밝혔다. 비판적이고 만족하지 않는, 문제를 제기하는 지식인들은 사회의 거추장 스러운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다. 더불어 호프스태터는 지식인이 대중과 유리되었음을 강조하며 지식을 활용하는 기쁨보다 지식을 소유하고 있다는 자부심에 중점을 둔 지식 인들을 비판하였다.

반지성주의라는 거대 담론, 이데올로기를 진지충과 함께 다루는 이유는 진지충에 대 한 낙인현상 역시 거시적으로 본다면 반지성주의의 개념 하에 속할 수 있으며, 호프스 태터가 역설한 미국 사회의 반지성주의화 과정이 한국 사회와 동떨어진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를 기반으로 진지충 낙인이 대표하는 한국의 반지성주의적 경향을 논하고자 한다.

11) 실용주의는 모든 가치를 유용성의 입장에서 판단하고 가치를 결정하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도움이 되는 가치를 바람직한 가치로 여긴다 [통합논술 개념어 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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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반지성주의 - ‘진지충’으로 대표되는 태도에 대한 반감이 한국 청년세대에 나타난 이유

정치적 올바름이 지배계층의 계급의식을 드러내기 위한 상위문화로서 공유됨에 따라 그 본질적 의미는 퇴색되었다. 이것은 대중적 실망감으로 이어졌으며 정치적 올바름은 외면받았다. 미국의 건국 엘리트집단을 계승한 19세기 지식인들은 잭슨식의 정치를 비 판함과 동시에 실천력을 상실하였고 이는 미국의 변화와 맞물려 반지성주의의 확산을 야기했다. 그렇다면 왜 한국에서 진지함을 적대시하는 경향이 나타났을까?

진지한 태도에 대한 불편함이 나타난 원인은 크게 경제적 측면, 정치·사회적 측면, 문화·인식적 측면으로 분류할 수 있다. 첫 번째, 경제적 측면의 원인은 한국 사회 내 물질주의12)의 만연과 경기 침체이다. 한국은 전쟁 이후 빈곤에서 탈출하기 위해 산업화 가 국가중심의 개발독재형13)으로 급격히 진행되었다. 이 과정에서 논리적 지성보다는 실천적 행동이 요구되었으며, 국가와 국민 모두의 목표는 경제 성장이었고 경제적 성공 이 진정한 성공이라는 패러다임이 구축되었다. 그 가치가 교육의 이념이 되어 교육의 목표 또한 성찰하는 지성인 양성이 아닌 성공하는 지성인 육성으로 전도되었다. 또한 교육은 학문적 탐구의 수단이 아닌 성공적 사회 진출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였는데, 이 점에서 호프스태터가 비판한 실용주의적 교육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1990 년대 말 발생한 IMF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교육, 경제 등 한국의 사회체제는 경 제성과 효율성을 강조하게 되었는데, 이는 실용주의의 강화로 이어졌다. 돈을 최상의 가치로 두고 이에 집착하는 물질주의는 위와 같은 전제를 가진다. 물질주의로 수렴하는 사회 속에서 성장한 청년 세대는 교육적 가치에 부합하는 인재가 되기 위해 노력해왔지 만 그 대가로 받은 것은 경제 위기, 고용난 등 암울한 현실이다. 청년들은 당장의 현실 적인 위기 극복에 시급하다. 거시적인 사회를 고민하고, 문제를 제기하고, 논하는 행위 12) 물질 만능주의. 경제적 물질적 가치를 중시하여, 인간이 가져야 할 본연의 가치를 상실하고, 인간을 경시하는 풍조를 일컫는 말이다. [통합논술 개념어 사전] 13) 재권력 주도로 경제개발을 최우선 목표로 삼아 시민사회와 민주주의 발전을 억압·통제하는 국가주 의적 산업화의 수동혁명 체제.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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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은 눈앞에 있는 어려움을 해결해 주지 못한다. 따라서 교육받은 대로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이 당연하며, 상황 자체의 부당함, 부조리함을 지적하는 것은 불편하다. 고등교육이 현재와 같이 대중화되지 않았던 시절, 지식인은 존경의 대 상이었다. 독재정권을 비판하고 민주주의를 울부짖던 지식인들이 존재하였다. 민주화 의 꿈이 성취되었고 독재정권은 몰락하였다. 하지만 과거의 영광이 오늘날을 대신하지 는 못한다. 현재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는 여유가 없다. 내일을 궁리하기 바쁘며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를 성취하는 데 급급하다.

두 번째, 정치·사회적 측면은 지식인 집단의 역할 상실과 인터넷 매체의 발달이다. SNS, 뉴스 기사의 댓글을 살펴보면 각종 음모론을 제기하는 글, 전문가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는 글 등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기자가 쓴 기사를 믿지 못하여 대안언론, 시민언론 이 대두되었고14) 다른 사람에 의하여 재가공된 정보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증가하였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일까. 정치·언론계의 부정부패는 공공연하게 인지되었으며, 최근 몇 년간 대중에게 명확하게 각인되었다. 일상적으로 등장하는 정치인의 뇌물수수혐 의부터 국정농단 사태에 이르기까지, 가장 지성적이고 정의로워야 할 즉, 가장 지식인다 워야 할 정치적 집단이 가장 반지성적이고 부정의하였다는 것을 국민은 목격하였다. 이 를 묵인하는 언론 또한 믿을 수 없다. 위기적 상황이 도래하기 전 이를 먼저 인식하고 경 고하며,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지식인의 책임이다. 하지만 그러한 역할을 제대로 수 행하지 못했다는 것을 대중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정치와 언론으로 대표되는 지식인 들이 신뢰를 잃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오보를 반복하는 언론, 부패한 검·경찰의 선도는 국민의 의심을 증폭시킴과 동시에 반지성주의적 경향을 강화한다.

14) 윤태진 (2017), ‘시민의 시대’와 반지성주의, 문화과학, 91, 236-247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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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대중 매체의 발달에 따른 정보 양의 급증은 반지성주의적 경향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볼 수 있다. 과도하게 많은 양의 정보는 정보의 합리적 수집이 아닌, 편향적 수 집이라는 결과를 초래하였으며 수용자의 자율성을 증진시킨 것이 아니라, 정보 제공자의 견해에 따라 수용자의 생각이 좌우된다는 모순적 결과를 낳았다. 특정 커뮤니티의 사용 자들이 한 주제에 대해 유사한 의견을 가지는 것, 팟캐스트 등의 매체에 출연하는 유명인 의 견해를 따라가는 것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가상공간에서 개인은 동질적인 특징을 지 닌 개인, 집단과의 대면을 추구하게 되어 있는데, 그들이 만나 그 집단은 집단지성이 아 닌 집단정념을 분출하게 된다. 이처럼 매체의 발달은 지성의 확장이 아닌 퇴보를 불러왔 다고 평가된다.15) 지식인에 대한 불신, 정보 보급 매체의 발달은 정보의 편향적 수용이라 는 반지성주의적 경향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마지막으로 문화·인식적 측면에서 진지함을 적대하는 원인을 살펴보자. 이는 위에서 제시한 물질주의의 만연, 경기침체, 정치·언론 집단에 대한 불신, 정보 보급 매체의 발 달의 연장선에 있다. 노력한 청년들은 노력의 대가를 받지 못하였고, 그들의 입장을 대 변해야 할 정치권과 언론은 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문제를 제기하여도 그것 이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패배주의와 냉소주의, 무력감을 양산하였고 청년들은 부조리 함을 지적할 용기를 잃었다. 청년의 좌절감은 새로운 문화와 이데올로기를 창출하였는데 그것을 대표하는 신조어로서 ‘소확행’을 이야기할 수 있다. 청년은 당장 눈앞의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고 집중함으로써 현실의 좌절감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다. <효리 네 민박>, <윤식당>과 같이 현실을 벗어나, 힐링을 소재로 한 관찰 프로그램이 성공한 것 도 이에 대한 증명이다. 대중은 대리만족을 함으로써 본인이 처한 상황을 벗어나고자 한 다.

15) 한상원 (2018), 아도르노와 반지성주의에 관한 성찰, 철학, 135,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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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효리네 민박> (출처: JTBC)

▲ <윤식당> (출처: tvN)

또한 인터넷 서점 YES24의 국내도서 종합 월별 베스트셀러 목록16)을 보면 특정 도서 들이 꾸준히 100위권 내에 머무르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 이야>,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곰돌이 푸,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아>, < 앨리스, 너만의 길을 그려봐>,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등이 그러하다. 해당 저서들은 공통적으로 ‘위로’를 소재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많 은 사람이 책 속의 문장을 통하여 현실에서의 상처와 어려움을 공감받고 치유한다. 유 행하는 책을 살펴보면 당대의 사회상을 파악할 수 있는데, 위의 책들이 많은 사람들에 게 읽힌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가 공감과 위로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 이 청년들은 TV 프로그램, 책 등의 매개체를 통해 힐링, 위로받기를 원하며 일상에서 소소한 행복과 대리만족을 꾀한다. 하지만 이러한 형태의 만족은 직면한 현실로의 회귀 를 두렵게 만든다. 따라서 현실을 직시하게 하는 진지충의 말은 불편한 것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신문화가 진지함을 두렵고 어색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16) 2018년 4월부터 2019년 4월까지의 국내도서 베스트셀러를 조사하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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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충 낙인현상의 바탕에는 물질주의의 만연, 경기침체에 따른 청년세대의 어려움, 지식인 집단의 역할 상실, 대중매체의 발달에 의한 정보의 비합리적 수용, 현실의 어려 움을 극복하기 위한 청년세대의 신문화 등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러한 요소들이 한국의 반지성주의적 경향성을 드러내고 있다. 단순한 행위로 비춰지는 진지함에 대한 혐오 양 상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사회적 맥락 위에 존재하는 것이다. ‘진지충’이라는 낙인 은 청년세대가 경험하는 오늘날의 사회를 가장 직접적으로 반영하고 있으며, 그 사회적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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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피로감에 젖어 있다. 18세기 중반 미국사회를 이끌었던 정치적 올바름은 상위계층의 위선적 도구로 탈바꿈 하였고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또한 지식인과 대중의 유리는 지식인에 대한 경멸과 증오 즉, 반지성주의를 초래하였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자주 목격되는 진지함에 대한 낙 인도 반지성주의적 경향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이때의 반지성주의적 경향성 내면에 는 압축적인 산업화의 결과로 나타난 사회경제적 모순, 정치계·언론계의 부도덕성, 이 로 인해 고통받는 청년세대의 현실 극복 노력이 내재해 있다.

인류 역사에 있어서 지성이란 사유로 이어지는 진지한 의문이었다. 진지함은 실천력 있는 사회 변화의 전제이자 시발점이기에 진지해지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진지 함을 지양하는 사회에서는 통찰력 있는 사고와 논의가 이루어질 수 없다. 이는 항상 진지 해지자는 것이 아니라, 진지함이 필요한 순간에는 그것에 몰입하고 매료되자는 것이다. 대학 진학률이 70%에 육박하는 높은 교육열을 가진, 고학력자의 사회인 우리나라에서 진지함을 혐오하는 양상은 상당히 모순적이다. 우리가 배우는 지식이 지성이 되기 위해 서는 그 배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때의 과정을 우리는 지향해야 하며 이를 시도 중인 진지충을 너그러운 시선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진지충에 대한 혐 오는 그것이 가볍든 무겁든 개인의 생각과 표현을 금한다. 즉, ‘사유’를 방해할 수도 있다 는 것이다. 사소한 조롱의 표현일지도 모르는 진지충이라는 단어가 한 개인의 사고와 행 위에 대한 규제를 넘어 사회를 침묵시킬 수도 있다. 영국의 철학자 화이트헤드는 <이성 의 기능>이라는 저서를 통하여 ‘피로감(fatigue)'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피로감이란 새 로움에 대한 충동을 배제하려는 작용이다. 비록 아직은 기존의 어떠한 방법론에 맞추어 져 있지 않더라도 통찰력 있는 생각을 향한 힘이 바로 이성이 가지고 있는 진보의 원동력 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진정한 지성이 무엇인지, 현 사회에서 지성이 어떻게 발현되 고 있는지 고민해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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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투어 편집위원 김혜선 tjs9907@naver.com 수습위원 이채움 lcu2400@naver.com


P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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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크투어

1919, 그 날의 흔적을 기억하며 편집위원 김혜선 tjs9907@naver.com 수습위원 이채움 lcu2400@naver.com

저는 먼저 역사를 잘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흔히 역사를 거울에 비교합 니다. 단순히 과거 사실에 대한 지식을 얻는 데 그치지 않고, 지난날을 돌아봄 으로써 현재를 변화시켜 보다 나은 미래로 나아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뜻 이지요. 저 역시 이러한 ‘역사의 힘’을 믿기에, 오늘날 3.1운동과 대한민국 임 시정부 수립이라는 기념비적 사건의 의미를 되새기는 일이 단순히 역사 지식 을 쌓거나 ‘과거를 잊지 말자’는 식의 다짐을 넘어서야 한다고 믿습니다. - 한양대학교 교수 박찬승 低, 『1919』 서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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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역사를 기억하는 방법 우리는 지나간 역사를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최근 개봉한 <항거: 유관순 이야기>는 적은 예산에 비해 많은 관객을 동원했다. 영화 속 유관순을 비롯한 여자 독립운동가들이 주목받았고, 그들이 만든 노래는 '8호 감방의 노래'1)로 재현되어 당시의 감정을 생생하게 전한다. 3년 전, 우리는 개봉된 영화 <동주>를 보며 시인 윤동주를 되새겼다. 창씨개명의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지 못한 그를 위로하듯 우리는 윤동주가 내놓은 시집에 관심을 가 졌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초판본은 없어서 사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고, 그의 시 를 온전히 느끼고자 하는 소망이 담긴 북 퍼퓸2) 또한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영화가 선사 한 순간의 관심이 지나간 지금, 우리는 여전히 역사에 뜨거움을 느끼는가. 대중매체는 시각을 사로잡아 보다 쉽게 대중의 관심을 유도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 는 역사를 전달할 때 대중매체를 애용한다. 그러나 대중매체의 한계는 명확하다. 왜곡 된 역사관을 심어줄 수 있을뿐더러 보다 자극적인 미디어가 등장하면 이전의 역사 미디 어는 쉽게 잊혀지기 때문이다. 이런 안타까운 현실을 인지하여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기 억되기 위한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다크투어’이다. 다크투어란, 일반적인 여행과 다르게 ‘재난이나 역사적으로 비극적인 사건이 일어났던 곳을 찾아가 체험함으로써 반 성과 교훈을 얻는 여행’을 의미한다. 다크투어의 장소는 인간의 활동과 경험에 의해 의 미가 부여된 상징적인 곳3)이며, 역사적 장소를 방문한 경험은 자신만의 의미를 갖게 하 여, 보통 관광 여행과는 차별된 기억을 형성한다. 다크투어의 대표적인 사례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이다. 아우슈비츠 수용소는 유대인 학살의 기억을 품은 곳으로, 수용소 곳곳에 이름 적힌 유품과 몸부림친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는 가스실의 모습을 통해 당시의 아픈 역사를 보여준다. 그리고 사람들은 차가운 기억을 간직하기 위해 그곳을 찾는다. 그들이 두고 간 꽃은 또 다른 흔적이 되어, 역사 1) 서대문형무소 여옥사 8호 감방에 수감된 유관순 열사 외 6명의 독립운동가가 옥중에서 만든 노래로 그중 한 명인 심명철 지사의 아들 문수일이 가사를 공개해 세상에 알려졌다. ‘전중이 일곱이~’로 시작 되는 이 노래는 유튜브 채널 <프란-PRAN>과 <KB국민은행>에서 찾아볼 수 있다. 2) 책에 뿌리는 향수로 윤동주를 비롯한 여러 작가의 이미지를 담고 있다. 3) 정대영ㆍ윤지환, 2014,,연구논문(硏究論文) 산업유산을 재활용한 문화관광 공간의 장소성 형성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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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기억하고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관광 이상의 의미를 보여준다. <알쓸신잡2> 목포편 4)

에서 방송인 유희열은 역사적 장소가 안겨주는 특별한 기억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

다. “하필이면 동양척식주식회사와 일본영사관 앞에 소녀상이 있는 모습을 보고서 (위 치가)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역사적 장소를 찾아가야지만 느낄 수 있는 울림, 이것이 우리가 다크투어를 떠나야 하는 이유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다크투어 장소를 찾아볼 수 있다. 6·25전쟁을 담은 서울 전쟁 기념관이나 4·19혁명을 다룬 국립 4·19 민주묘지가 그 예이다. 그중에서도 올해 100 주년을 맞이한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와 관련된 다크투어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1919년 우리나라 전체를 울렸던 그 날의 역사 속으로 들어가 보자.

▲ 문학 굿즈 업체 ‘글입다’의 윤동주 북 퍼퓸 (출처: 한국일보)

4) 2017년 11월 10일 방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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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9 그날 : 3·1운동 2월 24일, 파고다공원(現 탑골공원)의 독립선언서 낭독은 닷새라는 짧은 시간 동안 은밀하게 준비되었다. 그리고 3월 1일 봄, 꽃을 피웠다. 민족대표 33인은 독립선언식 전 날 파고다공원에서 갑작스럽게 장소를 태화관으로 옮겼다.5) 그들은 태화관에서 독립선 언을 마치고 스스로 종로 경찰서에 연행되었다. 그 시각, 파고다공원엔 약 200여명의 사람이 모였다. 2시가 넘었는데도 민족대표가 나타나지 않자 파고다공원의 상황은 혼란 그 자체였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이름 모를 누군가가 앞으로 나아가 독립선언서를 낭 독했고, “조선 독립 만세”, “대한 독립 만세”를 외치며 시위행진을 시작했다. 200여명의 학생 시위대는 수백이 모여 수천이 되었고, 마침내 전국을 뒤흔들었다. 3·1운동의 힘 은 엄청났다. 학생·여성·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계층을 아우르는 운동이었으며, 비폭 력 시위를 전제하고 있었으나 그 형태와 양상 또한 다양하게 나타났다. 3·1운동은 무 단통치에서 문화정치로의 전환, 한국민족으로의 재탄생 등 1919년을 기점으로 큰 사회 적 변화를 끌어냈을 뿐만 아니라, 이후 한국의 독립운동 전반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6) 우리는 3·1운동에서 학생의 역할이 어떻게 작용하였는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그들은 3·1운동의 시작과 전국적으로 전개되는 일련의 과정에서 광범위한 영향력을 행 사했다.7) 3·1운동 이전부터 학생들은 독립선언서 배포와 집결 통지를 통해 독립운동의 사전 조직화에 기여했다. 3월 1일 당일, 파고다 공원에 모였던 200여명의 사람들 중 대 부분이 서울의 전문학교8)와 중등학교의 학생들이었으며, 3월 5일 서울에서 학생단 독 자의 대규모 시위를 전개하기도 했다. 학생은 지하신문과 격문9)을 통해 독립운동을 지 방에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했고, 심지어는 지방 시위의 주체로 나서기도 하면서 3·1운 동의 전국적 확산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처럼 학생은 주체로서 임했다.

5) 최린, 권동진 등 천도교 측 인사들이 학생들이 격양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6) 박찬승, 2019, 『대한민국의 첫 번째 봄, 1919』을 재구성함 7) 이정은, 1993, 「3·1운동기 학생층의 선전 활동」 8) 근대 이후 신교육의 도입에 따라 발달한 대학보다 간이한 정도의 고등교육기관 9) 어떤 일을 여러 사람에게 알리어 부추기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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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또한 대학생이라는 사회적 역할을 갖기 때문에 3·1운동 속 학생의 역할에 대하 여 더 관심을 갖는다. 그중에서도 가장 잘 알려진 인물은 유관순이 아닐까 싶다. 평범한 학생이 어떻게, 왜 시내로 나아가 만세를 외치게 되었을까? 4월 1일 유관순을 비롯한 많 은 사람이 아우내 장터에서 독립운동을 외쳤던 공간, ‘천안’으로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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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독립기념관 한국의 독립운동사 전반을 둘러볼 수 있는 공간이다. 그중에서도 제3전시실 ‘겨레의 함성’은 국내외적으로 나타나는 독립운동의 전조, 3·1 운동의 전개과정 그리고 대중투 쟁에 참여했던 민중의 모습을 다루고 있다. 한땀 한땀 손으로 떠서 만든 태극기와 독립 선언서를 통해 당시의 상황을 보다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기념관’은 우리의 뜻깊은 일을 오랫동안 잊지 아니하고 마음속에 간직한다는 점에서 박물관과 다른 의미를 갖는다. 유물을 전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과거의 아픈 역사를 간 직하고 받아들여 ‘역사를 만나 미래를 연다’는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다. 이곳을 찾는 우리는 기념관 앞에 넓게 펼쳐진 태극기를 바라보면서 3·1운동과 독립운동사 전 반을 새로운 자세로 마주 볼 수 있을 것이다.

▲ 독립기념관 전경 (출처:한국관광공사)

▲ 기념관 앞에 펼쳐진 태극기들 (출처:경인일보)

② 아우내 장터 1919년 4월 1일 천안 만세운동의 중심지는 이곳, 아우내 장터였다. ‘2개의 내를 아우 르다’는 어원처럼 경상도와 한양을 이어 있었고 그 덕분에 아우내 만세운동에 3,000여 명의 군중이 모일 수 있었다. 이날 헌병의 발포로 인해 19명이 사망했으며, 많은 사람이 상처를 입거나 투옥을 당하는 등 많은 수난을 겪었다. 우리는 아우내 장터의 중심에서 4 월 1일 현장의 함성을 다시 한 번 떠올려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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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③ 유관순 열사 유적 사적 제230호로 유관순 열사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다. 또한 휴교령으로 인해 유관순 열사가 고향으로 내려온 이후 마을 사람들을 설득하여 만세운동을 이끄는 데까지의 과 정이 담겨 있는 곳이기도 하다. 유관순 열사의 생가는 1919년 아우내장터 만세운동 때 유관순을 체포하였던 일경들에 의해 방화되어 터만 남아있었다. 현재는 생가의 원형을 참고하여 복원해 두었지만 이마저도 2009년 어린이들의 불장난으로 소실될 뻔했다.10) 생가 옆쪽으론 유관순 열사가 당시 다녔던 매봉교회가 있다. 이곳도 한때 일경들의 방화로 소실되었다가 복원되었다. 천안시에서는 이러한 유관순 열사의 애국정신을 추모 하고 널리 알리기 위해 사당과 기념관을 세워 이를 기리고 있다. 또한 매년 3월 마지막 날에 봉화를 올려 유관순 열사가 봉화를 통해 아우내 만세 운동 거사를 각지에 알렸던 그 날을 기억하고 있다. 1920년 10월, 유관순 열사는 모진 고문으로 순국했다. 이태원 공동묘지에 묻혔던 유관순 열사의 시신은 일본이 군용 기지로 사용하기 위해 이장하는 과정에서 소실되었다. 그렇기에 그녀의 삶이 담겨있는 공간이 더 특별하게 다가올 수밖 에 없다.

▲ 유관순 생가 (출처: 프레시안) 10) 아시아 경제, 2009, “아찔한 순간! 유관순 열사 생가 불탈 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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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9 그날 : 임시정부 수립 2019년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있어서 뜻깊은 해이다. 수립 100주년일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진짜 생일을 찾게 되었기 때문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상하이 주 재 일본 총영사관에서 작성한 ‘조선민족운동연감’을 근거로 4월 13일을 임시정부 수립일 로 지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일본의 사료는 임시정부의 ‘한일관계사자료집’11)에 서 잘못된 내용을 옮겨온 것으로 정확한 날짜를 찾으려는 학계의 노력은 계속되어왔다. 임시의정원회의12)에서 내놓은 ‘임시헌장’엔 대한민국이라는 국호가 확정되었고, 내각의 명단 또한 정해졌다는 근거들이 제기되었다. 그리하여 30여년 만에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일은 4월 11일로 확정되었다. 진짜 수립일을 찾기 위한 학계의 움직임은 단지 잘못된 날짜를 바로잡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외교·교육·문화 여러 방면에서 독립운동을 전개 하였을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임시정부 헌장은 대한민국 헌법의 원형이 되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 과 불의에 항거한다”는 대한민국 헌법 전문의 내용은 나라의 독립과 건국에 있어 임시 정부의 영향력을 보여준다. 따라서 이는 대한민국의 기틀을 닦았던 임시정부의 역사를 바로잡는 것이며, 더 나아가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사의 역사를 바로잡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왜 임시정부 수립일이 변경되었는지, 그것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갖 는지 큰 관심을 갖지 않는다. 더욱이 임시정부의 활동은 대부분 국외에서 은밀하게 이 뤄졌기 때문에 그 흔적을 찾기란 어렵다. 그런데도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서 임시정부의 역사를 찾아볼 수 있는데, 바로 ‘서울’이다.

11) 대한민국임시정부에서 편찬한 사료집. 국제연맹회의에 민족의 독립을 요청하기 위해 만든 책이다. 12) 대한민국 임시 정부의 입법기관 역할을 한 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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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① 서대문형무소 임시정부뿐만 아니라 근현대사 전체를 포괄하는 기억이 담긴 장소, 서대문형무소이 다. 1908년 경성감옥으로 시작되어 일제강점기 동안 수많은 독립운동가의 역사가 담겨 있는 장소이다. 현재는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이라는 이름 아래 역사적 의미를 보존하는 교육 현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아마 우리나라의 중·고등학교 학생이라면 한 번쯤은 서 대문형무소를 방문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에 『한양』은 다크투어의 흔적을 좇아 서 대문형무소를 답사해 보았다. 더운 날씨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았지만, 대부분이 본인의 사진을 찍기 바빴고 역사적 장소를 공부하는 데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 러나 우리는 서대문형무소를 당시의 현장 자체를 담고 있는 기억장소로 새롭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시간만 다른 똑같은 장소에서 수많은 독립운동가가 처형되거나 옥사당했 던 기억을 담아낸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사형된 시신을 은폐하고자 몰래 바깥 으로 반출하기 위해 뚫어놓은 시구문13)은 40m밖에 복원되지 않아 미처 매듭짓지 못한 우리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2021년에는 서대문형무소 옆에 국립대한민국 임시정부기념관이 들어설 예정이다. 다 음에 서대문형무소를 찾을 땐 서대문형무소와 임시정부 기념관 간에 스토리텔링을 형성 하여 일제강점기와 임시정부에 대한 이해의 폭을 보다 넓힐 수 있길 기대해본다.

▲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출처: 위키피디아)

▲ 1930년대 서대문 형무소 전경 (출처: 서부신문)

13) 수구문(水口門), 시체를 내가는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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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경교장 사적 제465호 경교장은 해방 후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활동 공간이자, 백범 김구 선 생이 서거한 역사적 현장이다. 1945년 해방을 맞이한 임시정부는 중국에서 귀국하여 이 곳, 경교장을 중심으로 활동하였다. 김구 선생과 임시정부 요인들이 국무위원회를 개 최하고 신탁통치 반대 운동이 추진된 곳 또한 경교장이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활동은 일제로부터 해방된 이후에도 계속되었다는 점, 그러한 임시정부의 마지막 청사라는 점 에서 경교장이 갖는 의의는 크다. 병원 건물에 가려져 눈에 띄지 않는 작은 사적지에선 수십 년을 이어온 임시정부 항일의 역사, 그 마지막 발걸음을 찾아볼 수 있다.

▲ 경교장 전경 (출처: 서울역사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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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2019년의 우리에게

▲ 쓸쓸한 탑골공원의 모습 (출처: 오마이뉴스)

▲복원된 3.1 독립선언기념탑 (출처: 미디어펜)

1963년 탑골공원엔 ‘3·1 독립선언기념탑’이 설립되었다. 남녀노소가 하나 되어 독립 을 외친 그날의 열기를 기억하기 위해서였다. 총공사비는 520만원(현재가치 약 1억9천 만원)이었고 그 중엔 국민 성금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탑은 1979년 공원재정비를 이유로 무단철거 되었다. 당시 탑 조형물을 만든 조각가 김종영은 “그것은 내 몸뚱이를 쓰러뜨린 것보다 훨씬 더 한 처사였다… 다시 세울 형편이 안 되면 그것을 녹여서 토큰 을 만들어 800만 서울시민에게 한 개씩 나눠줘라!”라며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그런데 도 탑은 부서진 동상 깃발과 함께 무려 12년간 삼청공원에 방치되었고, 1991년이 되어서 야 서대문 독립공원에 복원되었다.14) 역사를 기억하려는 사람들의 노력이 몇몇 사람들 에 의해 물거품으로 되어버렸던 부끄러운 일이었다. 역사는 기억해주는 사람이 있을 때, 빛을 발한다. 우리는 과거에 ‘3.1 운동 기념탑’이 무단철거되었던 것을 비판한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오늘날 탑골공원의 모습을 생각해보자. 비둘기 떼만이 맴돌고 있을 뿐, 100년 전 전국을 뒤흔든 격렬한 함 성은 찾아볼 수 없다. 그곳을 찾는 발길이 뜸해진다면 역사는 과거의 수많은 사실 중 하 나로 되돌아가고 만다. 비록 지나간 일일지라도 2019년의 우리는 역사적 공간을 방문하 고 꾸준히 관심을 가지면서 그들을 기억해야 한다. 2019년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았다. 이번 여름 방학, 역사가 담긴 색다른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14) 뉴시스, 2019, 조각가 김종영과 3.1독립선언기념탑 연합뉴스, 2019, 3·1운동 100주년에 떠올리는 조각가 김종영과 기념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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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한양인이 INTERVIEWEE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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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일상日常


2019년 3월, 개강과 함께 학내 곳곳에서는 대학의 일방적 통보에 분노하는 대자보가 붙었다. 데이터사이언스학과를 신설함에 따라, 19개 학과에서 1명 또는 2명의 입학 정원을 감축한다는 안건이 대 학평의회에서 통과되었다. 이에 비상대책위원회는 대자보 게시, 서명운동 등을 통해 학교 측의 부당함을 알렸는데, 이번 사태에 대 해서 학생들은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생명과학과 18학번 이승 생명과학과 18학번 이승현

현 학우를 만나 이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았다. 수습위원 이지원 ljiwon_1212@naver.com

1. 데이터사이언스학과 신설에 따른 본인 학과

2. 학생들은 학교 측의 일방적 통보와 학과 정

의 정원 감축 소식을 알고 있으셨나요? 그렇

원 감축에 적극적으로 항의하였는데 이에 대

다면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여러 단과대학에 붙은 대자보와 주변 동기들

마땅히 이루어져야 할 과정이라고 생각합니

의 이야기를 통해 이 소식을 접했습니다. 데

다. 사실 자신이 정원 감축의 대상이 되는 학

이터사이언스학과는 최근 몇 년간 주목받아

과, 단과대학에 속하지 않았다면, 관심을 가

온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분야에 대한 방향성

지지 않거나 반발심이 들지 않을 수 있습니

이 명확하기 때문에 학과가 신설되는 것 자체

다. 하지만 인권 감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는 찬성하는 바입니다. 하지만 이 학과가 설

받는 학과의 많은 학생이 문제의식을 느꼈고

립되는 과정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첫

해당 단과대학의 학생회나 비상대책위원회에

번째는 해당 학과들의 정원 감축을 학생들의

서 적극적으로 항의했습니다. 이는 타당하고

일절 동의 없이 학교 측에서 일방적으로 통보

당연한 대응이라고 생각합니다.

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정원 감축의 대상 이 되는 학과가 어떠한 절차를 통해 선정되었

3. 앞으로 학내 정책의 변화와 이에 대한 합의

는지가 불투명하다는 것입니다. 학과 신설에

는 어떤 식으로 이루어져야 할까요?

따른 인원 감축이 결정되었다면, 학교 측에서

데이터사이언스학과는 새로 만들어지는 미래

는 정원 감축 학과와 감축 인원의 선정 기준

산업학부의 두 학과 중 처음으로 개설되는 학

을 분명하게 제시해야 하며 이에 대해서 해당

과이고 이후 ‘심리뇌과학과’가 추가로 신설될

학과의 교수진, 학생들의 의견을 묻고 동의를

예정이라고 들었습니다. 데이터사이언스학

구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문제는 합의의 과

과의 설립은 이미 결정된 사항이기 때문에 그

정이 부재했으며, 학과 설립과 정원 감축에

부분에 대해 전면 수정을 요청하는 것은 어렵

대한 설명·공지 또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

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앞으로 신설될 학과

았다는 것입니다.

에 관해서는 학교 측에서 학생들의 권리를 존 중해주고 의견을 반영하려는 태도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한양 10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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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학교에서 학생회에 대한 의혹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여러 의혹들 때문에 학생 자치에 대한 신뢰도는 떨어졌고 학생회 활동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그렇지만 학생회가 필요 없다는 주장엔 쉽사리 동의하기 힘들다. 개인의 힘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학 내 문제엔 결국 학생회, 혹은 그와 유사한 단체가 해결에 앞장섰기 때문이다. 한양대학교 학생들은 학생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 연극영화학과 19학번 김현표

을까? 연극영화과의 19학번 김현표 학우를 만나 학생회의 필요성과 문제점, 개선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수습위원 김도현 k.dohvis@gmail.com

1. 학생회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가장 많이 시간을 할애하는 사람들은 학생회

네,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구성원들 입니다. 학생회 구성원들은 이렇게 생각할 수 있겠죠. “왜 내가 더 많이 일했는데

2. 그렇게 생각하시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혜택은 똑같이, 혹은 다같이 누리나?” 하고

총학생회가 아닌 단과대 학생회를 기준으로

요.

말씀드리겠습니다. 학생회는 학생 개인의 목 소리를 수렴하고 체계화해서 학교측에 전달

4. 학생 자치가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종종 학과

해야 할까요?

에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는 개인이 적극적으

학생 사회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최대한 공개

로 문제 해결에 나서기도 합니다. 저도 이걸

적으로 다루어야 합니다. 학생회는 학우들의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보고요. 다만 학생회가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학우들이

제 역할을 다하지 않아서 참다 못한 개인이

의견을 내기 위해선 학생회에서 일어나는 일

나서게 되는 상황이라면, 실질적으로 문제의

들을 투명하게, 적극적으로 공개해야 합니다.

해결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학생

학생회 모집 과정에서도 신경을 조금 써주었

회' 라는 명분과 권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홍보 시 학과 단톡방 뿐만이 아니라 타 소셜미디어

3. 학생회의 문제점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에도 해당 공지를 업로드하고, 학생회의 구성

요?

원이 되면 어떤 권리와 책임이 따르는지 명시

우선 학생회가 아닌 사람들의 참여가 어렵습

해 주는 것 정도가 있겠네요. 학생회 구성원

니다. 보통은 1학년을 대상으로 새 학생회를

들은 본인의 일과를 일정부분 포기하며 활동

꾸리게 되는데, 아무래도 저학년은 학교 생활

하는 만큼 타당한 보상이 돌아가야 할 것입니

경험이 적다 보니 무엇이 문제인지조차 인지

다. 물론 가장 중요한건 투명성이겠지요. 정

하기도 어렵습니다. 또, 학생회가 일을 하면

리하자면, “학생회” 라는 단어에 좀 더 무게가

혜택은 학과 모두에게 돌아갑니다. 그렇지만

실렸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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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날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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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적이

일기(日記, diary)의 순우리말

마지막 권력 남용 편집장 김현진(HYgyoji@gmail.com)

우리는 기록하는 사람들이다. 서로가 서로를 검열해서 내어놓는 기록이다. 검열하는 과정 속에서 결코 좁혀질 수 없는 간극이 있어도, 그것을 기어코 못 본 체하며 10번 이 상의 회의에서 같은 말을 반복하기도 했다. 누구를 위해서 밤을 새우는지, 가끔은 그 정 체를 알고 싶어 했지만, 편집장의 채근 덕에 못내 정체를 다 파헤치지 못하고 다시 책상 앞에 앉아야 했다. 선배들이 종종 편집실 소파에 두고 가시던 그 많은 과자와 음료들은 소중한 보상이 되곤 했다. 물론 그 덕에 당 중독이 되긴 했지만. 교지는 모두의 경계대상이다. 학교뿐만이 아니라 총학생회도, 동아리도. 여튼 우리가 취재하러 가는 모든 조직이 모두 우리를 경계했다. 특히 인권센터는 2주간 네차례나 휴 가를 가면서까지 우리와의 대화를 거부했다. 우리의 기록을 경계하는 이들은 바득바득 시간을 미루며 방해했지만, 역설적으로 그런 행위들은 교지가 계속 존재하며 책을 내야 하는 가장 큰 이유가 되어주었다. 계속 우리를 경계해주길 바라며. 경계할 필요가 없는 조직이 되지 않도록 애쓰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다. 1년 6개월간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을 하며, 내 새벽을 담아 6권의 교지를 채웠 다. 그리고 다음 1년간 4권의 처음을 열게 되었다. 나의 이름으로 수많은 기자의 밤과 노력을 열었다. 노련한 사람들과 함께하면서 내가 노력한 것보다 더 큰 결과를 얻었다. 그렇게 나는 용케 2년 6개월 동안 물에 빠지지 않고 돌다리를 건너왔다. 이제 뭍으로 내 딛는 한걸음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난 지금껏 교지를 돌아서서 파란문 바깥으로 나가는 뒷모습들을 뭉 근히 쳐다보기만 했을 뿐 남에게 내 등을 보여주는 날이 온다는 것은 생각도 하지 못했 다. 마지막 책을 내고 나면, 부끄럽게도 내 손을 거의 거치지 않고 오로지 기자들의 힘으 로만 완성된 이 한권을 내고 나면. 트럭에 실려 온 책 중 가장 생채기가 난 책을 집어 들 어 가방에 넣고 나면, 책장에 10번째 책을 꽂을 때면. 비로소 나는 뒤돌 때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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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적이


지겹도록 쓸 땐 몰랐는데, 채우는 것보다 지우는 것이 너무 어렵고 절실하다. 허세가 잔뜩 묻은 몹쓸 미사여구를 다 지워내고 나면 깨끗한 한 문장만이 남을 줄 알았다. 그러 나 여기저기 흩뿌린 물감을 다 닦아내면 하얀 종이 대신 다 불어터지고 얼룩진 종이가 남는 것처럼, 깨끗한 문장 대신 손도 댈 수 없는 문장 하나가 가엾게 앉아있을 뿐이다. 겨우 얻어낸 가엾은 한 문장을 내 마지막 교지에 기어코 앉힌다. 너를 위한 내 마지막 권력 남용이야.

나를 사랑해주어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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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적이

일기(日記, diary)의 순우리말

게임중독에 대한 고찰 편집위원 김혜선(tjs9907@naver.com)

올해 5월 25일,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한 제11차 국제질병 표준분류기준(ICD-11) 안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관련 기사를 보고서 황당해하고 있던 내게 물었다. “네가 게 임을 좋아했었나?” 돌이켜 생각하면 사실 나는 게임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어린 시절 게임을 너무 못해 게임할 때마다 화냈던 기억밖에 없다. 심지어는 게임 화면에 적응하지 못해 멀미 할 정도로 게임을 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게임하는 사람을 바라보는 건 좋아했다. 상황 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표정이 볼만했고, 그런 친구의 모습이 게임을 못 하는 내게 대 리만족을 시켜주었다. 어린 시절 문방구 앞 오락기에서 게임하는 친구를 지켜보는 것은 하루의 마침표였고, 나는 몇 시간이고 구경할 수 있었다. 그런 내게 게임의 매력을 알려준 것은 한 프로그램이었다. 본인의 능력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프로그램이었는데, 그곳에서 우수한 사람들을 제치고 한 프로게이머가 우승을 차지했다. 그가 우승하기에는 하버드, 서울대를 나온 경쟁자들이 다수였기에 다 른 시청자들과 마찬가지로 프로게이머의 우승을 예상하지 못했다. 그가 그 난관을 자신 의 두뇌와 재치로 뛰어넘는 모습을 보고서 프로게이머를 다시 보게 되었다. 그리고 게 임 자체가 두뇌 싸움의 과정이란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내 주변에는 게임을 많이 하면 서 공부도 잘하는 친구가 많았다. 그 뒤로 게임이 나쁜 영향을 준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 았다. 누군가는 말한다. 게임 자체가 중독에 걸리도록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이다. 그런데 주변을 살펴보면 우리는 무언가에 중독된 경우가 많다. 나의 경우 TV 프로그램을 즐겨 본다. 다음 날 생각도 안 하고 새벽 시간까지 드라마 정주행한 적이 많다. 그 때문에 잠 이 부족하지만, 드라마를 끊기에는 너무나 유혹적이다. 해외 축구를 좋아하는 지인은 경기가 새벽에 중계되기에 밤을 지새우는 날이 많다. 이처럼 한 가지에 몰두한 경험은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모두 중독된 상태인가? ‘살면서 미쳤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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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적이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면, 너는 단 한 번도 목숨 걸고 도전한 적이 없었던 것이다!’라는 명언이 있다. 이들을 중독이라고 매도하는 것은 우리의 도전을 무시하는 행위인 것은 아닐까? 이런 면으로 봤을 때 WHO의 결과와 게임산업의 미래는 참담하기만 하다. 이에 게임중독이 아닌 게임 과몰입으로 명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나도 여기 에 동의한다. 사실 게임은 술이나 담배와는 다르게 중독이 영구적으로 지속하는 내성이 없다. 한때 전 세계적으로 열풍을 일으킨 닌텐도 사장 야마우치 히로시는 “오락산업은 언제 불황이 될지 모르고 언제 호황이 될지 모른다.”라고 밝혔고, 실제로 테트리스나 스 타크래프트 등 독보적 인기를 누렸던 게임도 현재는 예전만 못하고 있다. 과거 명성이 나 추억보정으로 인기가 유지되는 경우가 있지만 질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게 남은 유저마저도 재미 측면에서 압도적 우위를 가진 게임이 나타나면 게임을 갈아타고는 한 다. 결국 우리는 언제나 가장 재미있는 것을 찾아다닐 뿐이며, 이를 즐기는 것은 우리의 자유다. 한때 애니팡의 열풍은 어마했다. 애니팡을 안 하는 사람을 찾기 힘들었고, 지하철에 서 세 명 중 한 명은 애니팡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게임 하나로 우린 그 시대를 공유했 고, 그날을 함께 추억한다. 그렇게 게임을 매개로 하여 현재 내가 과거를 바라보듯이 미 래에도 현재를 추억하고 싶다. 그리고 그 추억은 게임을 즐기고 공유하는 아름다운 현 재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나라에서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규정하는 것만은 막아 야 한다. 우리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 그리고 우리의 문화를 추억하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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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적이

일기(日記, diary)의 순우리말

설득할 의무는.. 없을까? 수습위원 김도현(k.dohvis@gmail.com)

이번 학기는 써야만 하는 글의 양이 가장 많았던 시기였다. 소속이 공대라서 글쓰기 과제가 원체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교지, 전문학술영어 에세이, 부전공으로 듣고 있는 사회학 입문 수업에서의 과제들, 그리고 자잘한 음식, 술 따위에 대한 리뷰들. 가장 많 은 글을 썼던 때는 고3 때였다. 대학 입시를 위한 자기소개서를 쓰다 보니 푸념도 불만 도 늘어 이것저것 많이 끄적였다. 지금보다 ‘잘 써야 한다’라는 압박이 덜 해서였을 테지 아마. 그런 압박이 좋은 글로 이어지는것은 아니지만. 어느 날은 영화를 봤다. 보고 나서는 여느 때처럼 리뷰들을 훑었고, ‘설득할 의무 없 는’이라는 평이 눈에 들어왔다. 그걸 보고 몇 자 적어본 것 중 일부를 옮겨본다.

“...굳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가 없어도 괜찮다. 그냥 영화를 보고 인물의 삶에 공감하 며 몰입할 수 있는 그런 영화가 좋다. 나는 얼마나 많은 시간을 설득하기 위해 살아왔던가. 또 그 이유는 있었을까. 단지 누 군가의 생각보다 내 생각이 더 우월함을 증명하기 위해 끊임없이 설득하려 들었던 것은 아닐까. 난 왜 사람과 사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했을까. 나에게 설득의 의무는 없었는데 말이다.”

그런데 과연 없을까? 저 글을 쓴지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여전히 나는 누군가를 설 득하려 들고 있다. 설득에 의무성이 있느냐와는 별개로 그게 더 나은 결정을 만드는 수단으로써 작용했기 때문이다. “너와 내가 생각이 다르지, 그래 다르다는 것을 인정 해 (I agree to disagree)” 하는 것보다 “이 사안에 대해서는 내 생각이 맞다”는 말이 더 힘이 있었고, 더 나은 결론을 도출하는 데 도움이 됐다. 기어를 중립에 놓고 경사 를 따라 흘러가는 것보다는 차라리 엑셀을 밟는것이 나았다는 말이다. 그럴만한 연료 가 없는 것을 중립 기어라고 변명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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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적이


좀 더 말랑한 예를 들어보자. 연인관계다. 나는 더 잦은 연락을 원하고, 연인은 그게 부담스럽다고 하는 상황에서 중립은 교착상태만을 야기한다. 나는 더 잦은 연락을 원하 는 이유를, 상대방은 그걸 원하지 않는 이유를 적극적으로, 대신 들을 만 하게 얘기해야 한다. 설득할 의무는 없지만 상대방의 원활한 이해를 돕기 위해 내 감정과 그렇게 느끼 는, 혹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드러내는 것이 합의에 이르는 가장 빠른 길이다. 이 를 부담스럽다고 느끼는 순간이야말로 바닥이 보이는 때가 아닐까. 설득할 의무는 없지 만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존중보다는 체념에 가까운 상태가 되기 일쑤다.

이걸 적고 있는 지금, 여전히 설득할 ‘의무’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의무가 아니 라고 해서 할 필요가 없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 그 사람의 고충을 관찰 하고, 정서적인 유대관계를 쌓고, 마지막으로 내 의견에 타당한 논리를 쌓아가는 과정 에서 우리는 많은 것들을 느끼고 배우며 성장한다. 그 과정에서 문득 ‘내가 이걸 꼭 해야 할 필요는 없구나’ 하는 체념 섞인 생각이 지나갈 때를 붙잡아 써보고 싶었다. 내게 의무 처럼 느껴지던 것들이 사실 의무는 아니었음에도, 계속해야 할 당위를 찾아 나섰던 순 간들.

한양 107호

175


독자엽서 간추리기 : 한양 107호 학우 여러분의 관심이 더 나은 『한양』을 만듭니다.

• 여성캐릭터. 논란이 될만한 사항을 두가지 관점 모

이 코너에 본인의 의견이 실린 학우께서는 찾아와

두 제시했으면 좋았을 것 같습니다. (16 원자력공

주세요. 5천원 상당의 문화상품권을 드립니다! ^_^

학과 송윤완)

『한양』 106호를 100점 만점으로 평가해주세요.

학교 내에서 당신을 불편하게 하는 것

1. 이번 호에 수록된 글의 완성도 : 95

• 학내 도로에 불법주차를 하는 것. 이동할 때 위

2. 학내 및 사회 이슈와의 연관성 : 98.3

험한 경우가 있습니다. (15 경제금융학부 박판민)

3. 표지와 내지 디자인 : 95

• 4년을 올라도 적응되지 않는 가파른 계단 및 언

『한양』 106호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 자기 분야에서 권위 있는 전공 교수가 뱉는 어

덕 (15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성정은) • 의견을 적는 엽서가 너무 작네요. 더 많이 적고 싶습니다. (16 원자력공학과 송윤완)

이없는 발언들 (15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성정 은) • 공대 여학생입니다. 제 1공학관과 제 2공학관

『한양』 106호에서 가장 좋은 기사와 아쉬운 기사는

은 여자 화장실이 층마다 2칸 밖에 없습니다.

무엇인가요?

줄이 길어서 수업에 늦습니다. (16 원자력공학과

BEST

송윤완)

• 그 많던 학생회비는 누가 다 먹었을까 (15 경제 금융학부 박판민)

사회에서 당신을 불편하게 하는 것

• 로맨틱하지 않은 로맨스. 요 근래 읽은 여성 관

• 여성들을 가로막는, 사회가 딱히 숨길 생각도

련 글 중 최고였습니다. (15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하지 않는 유리천장. 지하철 임산부석에 당당

학과 성정은)

히 않는 임산부가 아닌 사람들. 당당하게 내뱉

• 우리들의 일그러진 방송사. 실제 방송통신심의 위원회 위원의 인터뷰까지 따서 탁상공론으로 만 그치지 않은 점이 정말 좋았어요. (15 미디어 커뮤니케이션학과 성정은) • 총학생회비 횡령. 페이스북이나 에브리타임은 감정에 치우친 글이 많아 정확한 정보를 알기 힘들었는데 교지로 인해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있었습니다. (16 원자력공학과 송윤완) WORST • 한국식 나이 (15 경제금융학부 박판민) • 팩트체크 中 신입생 올케어 프로그램. 자세한 내

케이션학과 성정은) • 에브리타임에 점점 여성혐오 게시글이 많아지 고 있습니다. (16 원자력공학과 송윤완) 당신이 궁금한 것 • 선후배 사이에서 꼰대의 기준은 무엇인지 궁금 합니다. (15 경제금융학부 박판민) • 한국 영화는 언제즘 뻔한 레퍼토리에서 벗어나 신선한 이야기를 해줄 수 해줄 수 있을지 궁금 합니다. (15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성정은) • 자기 전공을 살려서 취직한 사람은 어떻게 살

용을 기대했는데 ‘답변을 받지 못했음’ 으로 끝나서

고 있는지 (15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성정은)

조금 아쉬웠습니다. (15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 교지 편집부가 어떤 일을 하는 지 알고싶어요.

성정은)

176

어지는 시대착오적인 발언들 (15 미디어커뮤니

(16 원자력공학과 송윤완)


한양교지 편집위원회 광고비 사용내역(3,4,5월) 1. 107호 내부원고료

1,407,000원

2. 107호 외부원고료

0원

3. 비품구입비

0원

4. 기타

0원

합계

1,407,000원

* 금액 사용 기준 외부 원고료 : 외부 필진 원고료 및 한양 학우 기고 원고료 비품 구입비 : 사무용품 구입비 및 수리비 기타 : 문화상품권 지급비, 교비 발송비, 복사비, 송금 수수료, 교통비, 홍보비 등

* 2019년 3,4,5월 사용내역입니다. * 정확한 원고료 책정을 위해, 교지가 발행된 이후 pdf 파일을 이용하여 원고료를 책정합니다. * 본 107호의 원고료 책정 내역은 108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한양 107호

177


2019학년도 수습위원 지원서 이름 생년월일 학과, 학번 관심분야 경력 주소 연락처 E-mail

지원동기

위와 같이 2019학년도 『한양』 교지편집위원회 수습위원 모집에 지원합니다. 201 년 지원자

『한양』교지편집위원회 178

일 (인)


편집후기 김현진

김경모

먼저, 한 번이라도 나타나면 교지 탈퇴할 거

어느덧 이번 호도 끝이 나는군요. 벌써 5번째

라고 했더니 한번을 안 나타나 주신 바 선

글입니다. 이제 곧 제가 교지실에서 최고참이

생님께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될 거라는 게 거짓말 같습니다. 화석 소리를

두 번째로, 교생실습 한다고 춘계연주회 한

들을 때가 머지않았다는 걸 깨닫고 나니 눈

다고 있는 시간도 감추고 여러분에게 소홀

앞이 뿌옇네요. 최근엔 제 눈에 습기를 더해

했던 나를 용서해줘요. 너그럽게, 마지막이

주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바로 교지 노조에서

니까요. 4학년이라고 목에 힘주고 돌아다녔

퇴출당한 일인데요, 저도 엄연히 같이 글 쓰

지만 사실 나는 이 자리가 너무나도 어색해

는 노동자인데 부르주아라고 하니 서글프네

서 괜히 쓸데없는 말로 여러분들을 괴롭혔

요. 현진이 누나가 어떤 기분이었을지 잘 깨

던 것 같아요. 아마 내가 없는 게 더 하하호

우쳤습니다. 처음 교지라는 재앙을 맞이한 도

호 즐거운 파란문 안 쓰레기장이지 않을까

현이 형과 지원이는 어떠했을지 궁금하네요.

싶네요.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해야할 것도 많은 때인

경모는 나한테 장난 걸어줘서 고맙고, 다미

데 말입니다. 생각대로였는지 아니었을지는

는 99클럽에 나 끼워줘서 고맙고, 혜선이는

모르겠지만, 그게 힘든 경험이었을지라도 결

맨날 내가 구박해도 나 미워하지 않아 줘서

코 나쁜 경험은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고맙고, 준영이는 항상 좋은 말로 응원해줘

이번 호를 끝으로 현진이 누나가 떠난다는

서 고맙고, 채움이는 내 질척거림을 못 이기

것도 참 어색하네요. 교지 시작할 때 있었던

는 척 받아줘서 고맙고, 성현이는 나를 항상

멤버들이 하나하나씩 떠나다가 이제 저만 남

웃게 해줘서 고맙고, 도현이는 시간 내주어

았습니다. 교지 최고의 얌전이(?)였던 제가

가끔 같이 술잔을 기울여줘서 고맙고, 지원

깝쟁이로 성장했는데도, 늘 궂은 장난 받아

이는 짓궂은 내 표정에 화답해줘서 고마워.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곳 취업하길 바랄

선생님, 연주자, 편집장. 나를 수식하던 모든

게요. 다미도 ‘잠시’ 교지 일 쉬는 동안 꼭 성

단어를 한 번에 내려놓습니다.

취하고 싶은 것을 이뤘으면 좋겠네요. 둘 다

이 중 가장 애틋한 수식어를 다음 문지기에

여름 엠티 때는 꼭 오길 바랍니다.

게 넘겨주고 나는 떠납니다.

맨날 힘들다고 교지 때려치우고 싶다고 찡찡 거리는 우리지만, 그래도 의미가 또 한 겹 쌓

한양 107호

179


여간다고 생각하면 차마 미워할 수만은 없더

마워요. 저에게 당신들은 너무 귀한 사람들

군요. 하지만 역시 더 중요한 건 위장에 족발

이에요.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여전히 글 쓰

을 한 겹 더 쌓는 게 아니겠습니까? 이번에

는 건 고통스럽지만요. 어떤 글이 좋은 글인

는 저번 호에 먹지 못했던 족발을 꼭 먹읍시

지, 한양 독자 분들이 읽어야 하는 글은 무

다. 막걸리 한 사발 걸치고.

엇인지 치열하게 고민하다 오겠습니다. 부디 돌아왔을 때 외면만 하지 말아주세요ㅎ

소다미

가장 아쉬운게 있다면 제가 복학했을 때 현 진언니가 없을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진짜...

아 또 하나가 끝났네요! 이번에는 저만의 글

엄청나게 그리울거에요. 교지 면접 볼 때도

없이 두 수습분들과 좋은 글을 쓰게 되어 너

너무 잘 해 주셨는데 언니 없는 교지는 솔직

무 좋았어요! 채움이랑 ‘정정기간’ 글 같이 썼

하게 전혀 상상이 안갑니다. 다른 분들도 마

던 때가 생각나네요. 정말이지 저와 함께 글

찬가지기는 한데 언니 없다고 생각하니까 진

을 써주었던 모든 분들 너무 고마워요 이제

짜 엄마 잃은 기분이에요 엉엉. 그래도 정말

저만 발전하면 될 것 같습니다.(ㅋㅋ) 강사법

진심으로 교지 졸업 축하해요. 아마 저는 경

과 낙태죄의 헌법불합치 글을 준비하고 쓰면

모가 전역했을 때도 3학년일 것 같으니 종종

서 많은 것을 배우고 새겼는데 그게 온전히

놀러오셔용.

글에 드러나지는 않은 것 같아 아쉽습니다.

편집후기를 쓰라고 했더니 날적이를 쓰고 있

역량 부족인 것을,,, 더욱 노력했어야 하는 건

네요. 이만 후기를 마칩니다. 다음에 더욱 건

데 많이 아쉽습니다.

강한 모습으로 다시 보아요!

글을 쓸 때마다 매번 동일하게 느끼는 것 은, 저의 무지함이에요. 나의 성실하지 못함

김혜선

에 한탄합니다. 사실은 몇 몇 분께는 미리 말 씀 드렸지만, 남은 휴학기간 동안에는 교지

이번에는 뭘 한 것도 없이 금방 지나간 것 같

도 잠시 쉬어가려합니다. 이번 호의 주제이

네요. 아등바등 제대로 해보려고 했는데 그

자 제목 페르마타. 그 때가 저는 지금인 것

게 오리려 독이 된 기분입니다. 확실히 체력

같아서요. 알맹이를 채워 다시 돌아오겠습니

이 떨어진 게 느껴지는데 과연 방학 때 운동

다. 몇 친구들이 마치 제가 다시는 돌아오지

을 할련지... 아마 다음에도 같은 후회를 반복

않을 것처럼 아쉬워해줬는데, 진짜 너무 고

할 것 같은 불안한 기분이 듭니다.

180

편집후기


그렇게 보면 교지에서도 기사 때문에 모두

편집장 현진언니네요. 진짜로 부모님처럼 항

의 걱정을 끼친 것 같네요. 그래도 편집위원

상 든든하게 의지를 많이 했던 언니인데 회

으로 제대로 했어야 했는데 과연 실력이 나

의 때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너무 슬프네

아질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노력은 열심

요. 이번에 여러 걱정을 끼친 것 같아 미안한

히 하는 중입니다! 이런 면에서 불안한 편집

마음이 한가득입니다. 진짜로 빈자리가 오래

위원들을 보고 지원이와 도현오빠가 무슨 생

도록 느껴질 거 같아요. 쉽게 보내드리기 힘

각을 했을지 상상이 가네요. 저랑은 다르게

이 드네요. 교지실에 자주자주 오셔서 놀다

두 분은 나중에 분명 좋은 편집위원이 될 거

가세요. 현진언니는 언제나 환영입니다!

에요!! 채움이와 성현언니도 이제 편집이네 요. 내가 편집이 된 것도 신기한데 새로 편집

박준영

이가 생기니 기분이 이상해요. 그래도 채움 이와 성현언니의 편집은 환영입니다. 아마도

영원히 안 끝날 것 같은 수습이가 끝나고 어

나중에는 더 높은 자리까지 갈 테니까요. 내

느덧 제가 편집위원이 되어서, 책을 발간하

기사 걱정을 많이 해준 동기 준영이한테 고

고 있습니다. 참.. 이번호는 저의 교지 인생에

맙다는 인사하고 싶네요. 요즘 하는 활동이

서 가장 소중하고도 그 어느 것과도 비교하

많아 보이던데 교지까지 열심히 하니 대단하

기 힘들 시기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항상 영

다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이번에 부편이 될

원히 교지 삐약이(?)들을 보살펴줄 원로(?) 현

거 같은데 일찍이 잘 부탁한다고 인사하고

진누나가 이제 이번 호를 기점으로 은퇴하시

싶네요. 이번에 잠깐 쉰다는 다미. 1주일만 쉬

니, 아직도 실감이 안 납니다. 그리고 새롭게

었다가 오라고 하고 싶지만 작년부터 휴학원

편집장이 되는 경모. 내일의 교지를 이끌어

추라고 노래 불렀던 제가 할 말은 아닌 듯합

야 하는 경모의 어깨가 이번 호의 마지막에

니다. 항상 활기차고 웃음을 불러준 다미가

는 무거워 보입니다. 하지만 경모이기에 더

없으면 누가 그 자리를 대신할지... 많이 그리

믿음이 가고 교지 인생에 확신이 듭니다. 저

울 거예요. 새로운 편집장에 오르는 경모. 처

의 아픈 손가락, 같은 과(?) 동기로 시작해서

음에 봤을 땐 막내라고 선배들에게 사랑받

교지의 동지(?)가 된 다미. 정말인지 너와는

았던 수습이었는데 편집장이라니 신기하네

수많은 난관(ex.과제 마감날 새벽에 시작하

요. 다음에 많이 싸울 거 같은데 편히 지나갔

는 팀플)들은 잊지 않을 거다. 부디 빨리 다시

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게 유일했던

돌아와라. 나랑 입사동기이자 같이 교지에서

한양 107호

181


늙어가는(?) 혜선아, 같이 임기까지 달려가

이채움

자. 이제는 삐약이에서 중닭정도는 된 것 같 다 ㅋㅋ 같은 경금 출신이자 저의 정신적 지

교지실에 첫걸음을 내디딘 게 바로 어제 같

주인 성현누나~~ 어느덧 누나도 드디어 편

은데 벌써 2번째 교지가 발간되었습니다.

집위원이 되네요~!!! 학기 중에 힘든 교지 생

심지어 곧 편집위원이라니?! 이렇게 제 두

활 정말 고생하셨고 저에게 버팀목이 되어주

번째 새내기(?)의 삶은 끝나가네요.. 제가 이

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편집위원이

번 교지 활동을 하면서 알게 된 것은 학기

되는 채움아. 수습시절부터 교지 디자인에

중 교지 집필이 정말정말 힘들다는 것이었

있어서 탁월한 두각을 나타내는 너가 있기에

습니다. 뭔가 눈앞이 하얘지는 기분이었어

내가 디자인 회의 때 안심이 된다. 손권에게

요ㅠㅠ 작년 <조각달> 그리고 학기 중에 여

노숙이 있듯이, 교지에게는 이채움이 있기를.

러 권의 교지를 발간하셨던 친구들, 선배님

이번에 새롭게 들어온 지원이랑 도현이형.

들이 존경스럽더군요.

이번에 처음 교지 발간하시느라 고생 많으셨

이번에 새로 오신 도현 오빠와 지원이는 어

고 그리고 활동하게 돼서 너무 좋아요 ㅎㅎ

땠을지 궁금하네요. 뭔가 경력자의 짬을 보

앞으로도 잘 지내요! 지원쓰 앞으로의 너의

여줬어야 했는데, 항상 다 죽어가는 모습으

활약을 기대할게, 적어도 저는 그렇게 믿습

로 찡찡대기만 한 것 같아요ㅎㅎ 좀 더 으

니다 ㅎㅎ 도현이형 앞으로 교지 컴퓨터 유

샤으샤 해야했는데 말이죠! 또 같이 ‘다크

지/보수을 부탁드립니다. 형만 믿을게요 ㅋ

투어’ 쓴 혜선이, 졸귀탱 성현 언니, 곧 편집

장·부편집장이 될 경모와 준영이 모두 수

정말인지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것 같습니다.

고하셨습니다. 다미는 첫 글을 함께 썼던 친

그래서인지 헤어져야가는 인연에 미련이 남

구라 더 애틋하고 슬프지만ㅠ 쉬는 동안 더

습니다. 하지만 이것 또한 인연의 운명이리

성장한 모습으로 다시 보길 바라요:) 마지막

라 생각합니다. 저는 아마도 오늘 같이 깊은

으로 현 진언니! 비록 제가 들어온 지 얼마

밤에 가끔은 오늘의 주역들을 생각하며 향수

안 된 수습일 뿐이지만, 최고로 멋진 사람이

에 잠길 것 같습니다. 헤어짐이 있기에 내일

었어요! 제가 더 일찍 지원하지 않은 것이

의 만남도 있겠죠... 하지만 잊지 않을게요...

후회될 정도로요. 그래도 아직 한 학기 남으

정말인지... 감사했습니다. ㅠㅠ

셨으니 종종 뵐 수 있겠죠?ㅠㅠ

182

편집후기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아

이지원

무튼 우당탕탕 한 학기를 함께한 교지 식구 들 사랑합니다-♡♡♡ 이제 19 후배님들이

벌써 1학기의 막바지에 접어들었습니다. 학

들어올 날만 남았네요:)!!

기 초 덜덜 떨면서 교지 면접을 봤었는데 들어온 지 벌써 석 달이 되어가네요. 진지하

한성현

게 글을 써 보고 싶다, 배우고 싶다는 마음 으로 교지에 들어왔는데 잘 찾아온 것 같습

꺅! 제 두 번째 교지가 나오네요. 몸도 마음

니다. 약간 바스러져서 그렇죠. 히히. 글을

도 파스스 부서지는 와중에 탈주하지 않은

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뼈저리

내 자신 장하다! 한성현 넌 짱이야! 라고 양

게 느꼈습니다. 비록 많이 부족한 기사지만

심 없이 외쳐봅니다. (껄껄) 농담이구요. 글

교지에 들어와 처음 쓰는 글이라 더욱 애정

은 언제나 어렵고 아쉬운 것 같아요. 어렵고

이 가네요. 제 능력의 한계를 실감하며 더

힘든 과정을 거쳐 좀 더 나은 내가 된다는

많이 배우고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

식상한 말로 위안을 삼아 봅니다.

다. 학생자치언론에 걸맞은 막중한 책임감

첫 글이라 힘들었을텐데 좋은 글 써준 지원

을 가지고 더 좋은 기사를 쓰도록 노력하겠

이. 이과 냄새나는 글들 똑 부러지게 잘 써

습니다.

온 도현. 시험과 과제에 지쳤지만 여전히 귀

이번 한 학기는 여러 도전도 해 보고, 새로

여운 채움이. 편집위원의 짬밥을 제대로 보

운 인연들도 만나고 꽉꽉 채운 시간을 보냈

여준 다미. 누구보다 교지를 사랑하는 준영

습니다. 한창 정신없을 때, 제대로 주변을

이. 글 가장 많이 쓰느라 고생한 혜선이. 띠

살피지 못했는데 묵묵히 제 옆에서 저를 케

용 단 두 글자만으로 빵 터지게 해주는 경

어해준 우리 동기들, 참교육 애호가님 고맙

모. 바쁜 와중에 글 챙기고 표지 챙기고 교

습니다. 처음 교지에 들어와 어리바리한 저

지 애들 챙기고 끝까지 든든한 편집장 역할

를 잘 챙겨준 현진 언니, 경모, 혜선이, 준영

을 도맡아준 현진이까지. 정말이지 모두 고

이, 채움이, 성현 언니, 도현 오빠 교지 식구

생 많았어요. 앞으로도 으샤으샤! 뽀짝뽀짝!

들 너무 감사합니다! 그리고 저랑 같이 글

글 열심히 뿌셔봅시다! 교지 수습이와 편집

쓴다고 고생한 다미 너무 수고 많았어요! 글

이들 ㅅ...사랑한다!!

쓰는 데 많은 도움을 주신 사회학과 박지우, 조민우 선배님 이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ㅠ

한양 107호

183


모두 너무너무 감사해요. 그리고 곧 둥지를

요. 기획조차 부실했던 글 열심히 피드백 해

떠나실 편집장님과 잠시 떠날 다미...이번 호

준 사람들 모두 고마워요. 나이 들키기 싫으

가 같이 일하는 처음이자 마지막이라서 아

니 한분 한분 언급하진 않을게요ㅎㅎ

쉽네요...자주 놀러오세요!! 고마운 사람들이

사실 저는 수습이 되기 전에도 만드는 사람

너무 많네요. 다들 행복합시다♡ 교지에 제

들의 상대적인 나이를 대략 알고 있었습니

이름이 실린다니 설레기도 하고 떨리기도

다. 편집후기 재밌게 봤다는 말이예요. 추측

하네요. 저도 이제 유명해질 수 있는 건가

컨데 이걸 열심히 읽고 있는 분들은 교지에

요...!(두근)

물릴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3학기 의무 복 무니 탈출이니 하지만 결국엔 집단에 대한

김도현

애정이 있는 사람들이 그런 농담을 주로 하 는 경향도 있어보입니다. 기사가 만들어지

누구는 생각이 굳지 않았을때, 보통 어릴때

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는게 생각보다 훨

를 일컫는거겠죠. 아무튼 책을 내는거같이

씬 즐거웠어요. 그러니 여기까지 읽으신 분

박제될만한 글은 최대한 세상에 늦게 내놓

들은 교지로 오십쇼 ^^7

으라 합니다. 교지에 실린 글이 인터넷에 캡 쳐본으로 돌아다니는 일은 없을 것 같으니 그런 표현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근 데 봉준호 감독이 교지에 연재했던 만화는 돌아다니던데.. 저는 그렇게 유명해지진 못 할거같고, 당장 글을 쓰고 싶다는 제 욕심 때문에 그 조언을 무시했는데 모쪼록 후회 없는 결정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이번 호에서 제 글이 가장 쓰기 쉬웠 을거라 생각하는데 그마저도 저한텐 어려웠 어요.. 그래도 차차 힘 빼고 써낼 수 있겠지 라는 막연한 기대를 해봅니다. 처음 하는것 들은 대개 힘이 과하게 들어가서 어설프기 일쑤라는 뻔한 말을 길게 할 필요는 없겠지

184

편집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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